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단독] 김건희 논문 심사위원장 "더 문제이신 분께 물어라"

국민대 연구실 찾아 표절·사인 의혹 물었지만 '노코멘트'... 지도교수는 휴강

22.09.16 19:51l최종 업데이트 22.09.16 19:51l
 
▲  지난 15일 오후 오승환 국민대 교수가 <오마이뉴스> 기자와 대화하고 있다.
ⓒ 오마이TV

관련사진보기


- (김건희 여사의 국민대 박사) 논문에 심사위원 성함을 직접 (손으로) 쓰셨나요?
"답변할 가치가 없네요."
 
- 그 논문에 찍은 도장은 본인 것인가요?

"답변을 할 가치가 없네요."
 
- 논문은 직접 읽어보신 게 맞는지요?

"답변을 할 가치가 없네요."
 
- 그 논문에 점집이나 '해피캠퍼스'에서 긁어온 내용도 있는데.

"노코멘트인데요. 예. 시끄럽고요. 저는 관심 없고요. 강의만 열심히 할 뿐이에요."

<오마이뉴스>는 지난 15일 오후 1시 30분쯤 국민대 형설관 연구실에서 오승환 교수를 직접 만났다. 오 교수는 최근 표절 논란 한복판에 있는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박사 논문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당사자다. 학계 국민검증단이 나머지 4명의 심사위원과 함께 '연락두절' 대상자로 꼽은 인사다. 

이날 <오마이뉴스> 취재진은 여러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직접 연구실을 찾았다.  오 교수는 "약속된 취재가 아니다"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점집 홈페이지 긁어온 내용도 있는데" 질문 던졌지만... 
 

김건희 여사 국민대 박사 논문 인준서에 올라 있는 서명과 도장.
▲  김건희 여사 국민대 박사 논문 인준서에 올라 있는 서명과 도장.
ⓒ 국민대

관련사진보기


이날 취재진이 오 교수를 찾아간 이유는 김건희 여사 박사학위 논문 심사위원장이었던 그에게 최근 다시 불거진 '김 여사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서였다.

2008년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발간한 김건희 여사 박사논문 앞장엔 "이 논문을 박사학위 논문으로 인준함. 2007년"이라는 글귀와 함께 심사위원 5명의 서명과 도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그동안 누리꾼들은 물론 학계 일각에서는 김 여사 논문 인준서에 심사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5명의 교수 글씨체가 거의 비슷한 점을 들어 서명과 날인 위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심사위원 서명란 맨 위에는 심사위원장인 오승환 교수의 서명이 담겨 있고, 그 아래 김 여사 논문 지도교수인 전승규 교수의 서명과 도장이 날인돼 있다. 

하지만 오 교수는 '이 인준서에 적힌 서명을 직접 했느냐. 점집 글을 긁어 온 김 여사 논문을 직접 읽었느냐'는 <오마이뉴스>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대신 "답변할 가치가 없다", "노코멘트다"라는 말만 여러 차례 반복했다. "질문의 퀄리티(수준)가 맞으면 답변을 하려고 했는데 그렇지 못하다"라고도 했다.

답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오 교수는 "답변은 기자에게 사적으로 할 필요가 없고 (2021년) 교육부 조사를 받으면서 두 차례에 걸쳐 공식적으로 답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들은 오 교수가 이날 언급한 교육부의 국민대 조사 세부 내용을 이미 국정감사 자료로 요구해놓은 상태다.

이날 오 교수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기자가) 저한테 묻는 게 이상하네요. 이 모든 어떤 시발점은 더 문제이신 분이 있잖아요. 그 분한테 (질문)하셔야..."
 

그가 언급한 '더 문제이신 분'은 김 여사의 박사논문 지도교수인 전승규 교수를 지칭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 교수는 김 여사와 함께 이른바 'member Yuji'(멤버 유지) 논문을 공동 집필한 인물이다. 이날 전 교수도 수업이 있었지만 휴강한 상태였다. 

"더 문제이신 분한테 질문하라"... 전승규 교수 지목?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14개 교수·학술단체가 모인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 검증을 위한 범학계 국민검증단’ 소속 양성렬 전 광주대 교수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 보고회에 참석해 표절 증거 자료를 보여주며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14개 교수·학술단체가 모인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 검증을 위한 범학계 국민검증단’ 소속 양성렬 전 광주대 교수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 보고회에 참석해 표절 증거 자료를 보여주며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최근의 김 여사 표절 논란으로 생긴 국민대와 자신을 향한 따가운 시선에 대해 오 교수는 "(내가) 정치적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오마이뉴스) 기자는 처음 왔지만 (다른 기자) 수백 명이 왔다. 왜 내가 교수로서 이런 말도 못할 갖은 핍박을 받아야 하느냐. 내가 잘못한 게 뭐가 있는데 왜 이렇게 (수모를) 당해야 되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는 오 교수 수업 시작 30여 분을 앞두고 대학 연구실을 찾았으며, 11분 동안 오 교수와 대화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시민사회단체, “대일 구걸외교 윤석열 정부 규탄”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유엔 총회 때 30분 간 양자회담 합의”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2.09.16 09:17
  •  
  •  수정 2022.09.16 10:35
  •  
  •  댓글 0
 
시민사회단체들이 1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일 구걸외교를 되풀이하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다. [사진출처-정의기억연대]
시민사회단체들이 1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일 구걸외교를 되풀이하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다. [사진출처-정의기억연대]

“일본의 강제동원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배상 없이 한일정상의 섣부른 졸속 합의 반대한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정의기억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등 6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국내 정치에서 실정을 거듭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외교적 성과에 급급하여 강제동원 문제, 일본군‘위안부’ 문제, 한일 군사협력 (...) 등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반성 그리고 배상을 전제하지 않은 졸속한 합의를 시도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며 굴욕외교, 구걸외교를 되풀이하는 윤석열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특히, 공동행동은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하여 2018년 대법원판결의 정신을 훼손하는 임기응변식 대위변제를 모색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진정한 사죄 없이 가해자 전범 기업이 참여하지 않는 자발적인 성금으로 현금화를 막으려는 어설픈 시도는 강제동원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면서 “인권과 존엄의 회복을 위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투쟁은 역사적인 대법원판결이 제대로 이행되는 그 날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행동은 “미국의 일방적인 패권 질서를 추종하는 한미일 군사협력을 결단코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미일 군사협력을 위해 한일관계 개선을 종용해 온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한일 위안부합의’(2015), ‘지소미아 종료 유예’(2019) 배후에 미국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신냉전을 방불케 하며 대중국 대북 적대정책을 밀어붙이는 미국의 요구를,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법을 가져오라고 윽박지르는 일본의 요구를, 굴욕적으로 수용한다는 그 결과는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한반도의 전쟁의 먹구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동행동은 또한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에게 뜨거운 연대의 마음을 보내며, 한덕수 총리의 파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아베 전 총리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노골적으로 방해했으며,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역사부정론을 선동하여 대법원판결의 이행을 가로막고 일방적인 수출규제로 한일관계를 파탄에 빠뜨렸다”면서 “동아시아 평화를 가로막은 아베 전 총리를 일방적으로 미화하는 일본 정부의 시도는 국제사회의 싸늘한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15일 오후 브리핑에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0일에서 21일 사이 이틀 동안에 (윤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여타 주요국 정상들과의 양자 회담도 몇 개 추진 중에 있다”면서 “한미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 놓고 시간을 조율 중에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도 마찬가지로 서로 이번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 흔쾌히 합의가 됐고, 어떤 얘기를 나눌지 정하지를 않았다”고 확인했다. “30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에 집중적으로 얼굴을 마주보고 진행하는 양자 회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강제징용 문제라든지 그동안 현안들이 자체적으로 한국이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고, 일본과도 내밀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있기 때문에 정상이 갑자기 만나서 이 문제가 어떻게 되어 가느냐 물어볼 필요도 없이 이미 다 체크하고 있는 상태에서 만나시게 되겠다”고 말했다.

16일 아침 용산 청사 출근길에 ‘한일 정상회담’ 관련 질문을 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양국의 이런 발전과 여러 가지 글로벌한 이슈, 또 양국의 현안 이런 것들이 폭넓게 논의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16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간부는 “합의 사실이 없다”고 한국 측 발표를 부인했다.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는 “들은 바 없다. 왜 그런 발신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곤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일본 측은 전 징용공 소송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측의 대응이 보이지 않아 정상회담을 개최할 환경이 정비되지 않았다는 인식”이라며, “두 정상이 대면하더라도 짧은 시간 접촉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적표현물을 마약에 비유하자, 팽팽한 균형 깨졌다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2.09.16 17:22
  •  
  •  댓글 0
 
 
 

[참관기] 국가보안법 위헌법률심판 공개변론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제2조 1항과 제7조 1·3·5항의 위헌 여부 심리 공개변론 시작에 맞춰 대심판정에 앉아 대기하고 있다.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이미 일곱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는 헌재가 공개변론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 뉴시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제2조 1항과 제7조 1·3·5항의 위헌 여부 심리 공개변론 시작에 맞춰 대심판정에 앉아 대기하고 있다.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이미 일곱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는 헌재가 공개변론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 뉴시스]

국가보안법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따지는 공개변론이 1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제소한 10건 중에는 필자가 피고인 사건도 있어 당사자 신분으로 방청할 수 있었다.

공개변론이 열리는 헌재 앞은 위헌을 주장하는 측과 합헌을 주장하는 양측의 거센 공방이 오갔다. 확성기에서 울리는 양측의 논거를 뒤로하고 재판정으로 들어갔다.

재판정은 엄숙하면서도 치열했다.

위헌 청구인 측 대리인은 국가보안법이 사상과 양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사례를 열거하며 헌법 위배 사실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피청구인 법무부장관 대리인도 “수 차례 위헌 소송에서 국가보안법은 매번 합헌 판결을 받았다”라며 청구인 측 주장을 조모 조목 반박했다.

마약과 이적표현물

양측의 팽팽한 공방은 이적(적을 이롭게 하는)표현물 ‘소지’ 문제에서 균형이 깨졌다.

법무부장관 측에서 “마약과 불법무기도 소지만 하면 처벌한다”라는 예시를 들어 이적표현물 소지죄는 합헌이라는 주장을 펴자, 청구인 측은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논박했다.

청구인 측이 소지죄가 위헌이라고 본 근거는?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는 양심형성의 자유와 양심실현의 자유로 나뉜다.

▶이 중 특히 양심형성(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내면적 기초가 되는 각자의 윤리의식과 사상을 자유로이 형성할) 자유는 침해할 수도 없고, 침해를 시도해서도 안 된다.

▶양심형성 단계에서 어떤 표현물을 소지한 것만으로 그 이적성을 증명할 수 없거니와 그 표현물에 ‘이적’이라는 딱지를 붙일 어떤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예컨대 쇳덩이를 만지고 있는 ‘갑’에게 “너 그 쇳덩이로 칼 만들려고 하는 거지. 그리고 그 칼로 사람을 찌르려는 거지?”라며 ‘갑’을 기소한 것과 같다. ‘갑’이 쇳덩이로 칼을 만들지, 호미를 만들지도 모르면서 ‘갑’을 칼로 사람을 찌른 범죄자로 만든 꼴이다.

법무부장관 측의 주장대로 이적표현물 소지죄가 성립하려면 첫째 ‘갑’은 쇳덩이로 반드시 칼을 만들어야 하고, 둘째 그 칼로 식재료를 다듬거나 식당에 팔지 않고 반드시 사람을 찌르겠다는 목적이 분명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고, 셋째 그 칼로 사람을 향해 휘둘러야 한다. 이 세 전제를 모두 충족해야만 범죄가 된다.

만약 첫 전제를 충족하지 못하면 양심형성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두 번째 전제를 충족하지 못하면 양심실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세 번째 전제를 충족하지 못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된다.

특히 지워진 파일까지 포렌식으로 복구해 범죄 증거로 삼는 것은 ‘갑’이 아예 쇳덩이를 구입하기도 전에 기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지죄 논쟁에서 피청구인 측이 이적표현물을 마약과 불법무기에 비유한 것은 패착으로 보인다.

이적표현물을 마약처럼 사회악으로 보이기 위한 목적이겠지만, 마약 유통과는 달리 표현물을 통한 양심형성은 헌법이 보장한 인권에 속한다. 또한 마약은 그 자체로 불법이지만 표현물이 ‘이적’이 되어 불법으로까지 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전제를 통과해야만 한다. 이렇게 질이 다른 ‘이적표현물과 마약’을 동일시한 오류를 헌재 재판관들이 모를 리 없다.

엄격한 적용이냐? 폐지냐?

피청구인 측은 줄곧 국가보안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위헌 소지가 사라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 자장면값을 알려줬다고 ‘국가기밀누설죄’를 적용하고, 서울대학교 추천도서인 ‘역사란 무엇인가?’를 함께 읽었다고 ‘이적표현물 소지‧탐독 및 배포죄’를 적용하고,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에 찰진 욕설을 한 북한 방송을 보며 손뼉을 쳤다고 ‘동조‧찬양‧고무죄’를 적용한 사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국가보안법의 오남용 사례는 차고 넘친다.

피청구인 측은 이런 비난을 피하기 위해 1991년 국가보안법 개정(현저한 위험성 삽입) 이후 제한적 법적용으로 최근 국가보안법 적용 대상자가 현저하게 줄었다고 변론했다. 그런데 이 변론이 오히려 헌재 재판관에 의해 허가 찔렸다.

헌재 재판관은 국가보안법이 개정되어 오남용 사례가 줄었다면 이는 국가보안법 개정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최근 10년간 국가보안법 적용 사례가 현저히 준 것은 맞지만, 법이 개정된 1991년부터 2002년까지 10년 동안은 개정 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제한적 법적용에 대한 의구심을 표시했다.

실제 국가보안법 위반 사례가 줄어든 것은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이후부터다. 그나마 박근혜 정부에서는 7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엄격한 적용이란 정권의 성향에 따른 것이지 국가보안법 적용의 추세가 아니라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범죄이던 것이 문재인 정부에서는 무죄가 되고, 또 윤석열 정부가 되면 다시 범법자가 된다면 과연 이런 법이 무엇에 필요하다는 말인가? 이는 국가보안법이 국가 안보를 위한 법이 아니라 정권 안보를 위한 법이라는 것을 실토한 것에 불과하다.

이 밖에 청구인 측 대리인은 “국가보안법 처벌 대상자는 현행 형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라고 한 김병로 전 대법원장의 말을 인용해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완강하게 주장했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나도 스토킹 피해 경험 있어”…밤늦게 계속된 신당역 추모 발길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9/16 09:11
  • 수정일
    2022/09/16 09:1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2022-09-16 07:00수정 :2022-09-16 08:25

신당역에 차려진 ‘추모의 장소’
공사 동료들 “노동자가 안전하게 퇴근하는 것은 회사의 책임”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을 평소 스토킹하던 직장 동료가 살해하는 사건이 14일 저녁 벌어졌다. 15일 저녁 사건 현장 들머리에 마련된 추모의 공간에 시민들이 추모글을 작성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을 평소 스토킹하던 직장 동료가 살해하는 사건이 14일 저녁 벌어졌다. 15일 저녁 사건 현장 들머리에 마련된 추모의 공간에 시민들이 추모글을 작성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그곳은 언제나 안전하고 행복한 곳이길”,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을 수 있게 꼭!! 지켜보겠습니다”, “하루하루를 또 살아남아야 하는 여성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길”

 

지난 14일 여성 역무원이 평소 자신을 스토킹하던 직장 동료에게 살해당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 들머리에 ‘추모의 벽’이 생겼다. 15일 퇴근길에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한 글자씩 포스트잇에 눌러 적은 추모 메시지를 붙였다. 이날 밤 9시 현재 조화 20개도 이곳에 놓였다.

 

이날 저녁 이곳을 찾은 여성들은 조화를 놓으며 고인을 추모하고, 더는 스토킹 범죄에 여성이 희생당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안아무개(32)·윤아무개(32)씨는 “저희도 헤어진 연인이 집으로 찾아오는 등의 경험을 하기도 해 상당한 불안감을 느낀다. 아마 대부분의 여성이 경중만 다르지 비슷한 스토킹 피해를 당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하는데, 스토킹 범죄 피해 이후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실효성 있는 분리 조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신당역 주변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송경희(54)씨는 눈물을 훔치며 “마음이 너무 아파 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며 “또래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피해자와 비슷하게 홀로 일할 때가 많은 여성 노동자로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퇴근길에 조화를 사 이곳에 들렸다는 남성들도 고인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직장인 유찬열(28)씨는 “근처 은행에서 청원경찰로 일하며 역무원 복장을 한 고인을 본 기억이 있는데, 소식을 듣고 너무나 충격적이었다”라며 “저도 모르는 사람에게 스토킹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어 더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느낀다. 스토킹 살해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직장인 김아무개(37)씨는 “아주 친한 지인이 역무원 여성 노동자인데, 피해자와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는 탓에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 동료 여성 노동자들도 이곳을 찾았다. 이들이 ‘추모의 벽’을 설치했다. 공사에서 역무원으로 일한다는 여성노동자 50대 ㄱ씨는 “이번 사건은 여성 폭력과 노동 환경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며 “직장 내 성폭력 문제에서 발생한 사건이기에 절대 개인 간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회사 쪽에서 피해자 안전에 대해서 더 신경을 썼어야 한다. 노동자가 안전하게 퇴근하는 것은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을 평소 스토킹하던 직장 동료가 살해하는 사건이 14일 저녁 벌어졌다. 15일 저녁 사건 현장 들머리에 마련된 추모의 공간에 시민들이 추모글을 작성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을 평소 스토킹하던 직장 동료가 살해하는 사건이 14일 저녁 벌어졌다. 15일 저녁 사건 현장 들머리에 마련된 추모의 공간에 시민들이 추모글을 작성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재명 "사법개혁, 사람이 문제" vs 한동훈 "다수당 대표라고 죄 못 덮어"

추가 기소 앞두고 기싸움…이재명 "요즘 전쟁 아닙니까"

서어리 기자  |  기사입력 2022.09.16. 08:15:0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같은 날 서로를 겨냥해 날선 말들을 주고 받았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데다 추가 기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상호 비난전에 나선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5일 오후 전북도청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사법개혁 중요하다. 요즘 보면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과연 그게 제도만으로 되느냐"면서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운영을 엉망으로 하면 순식간에 무너진다"며 "결국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한 장관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회가 통과시킨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무력화하기 위해 법무부가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을 들고 나온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나아가 "그래서 선거가 중요하다. 아무리 제도를 잘 만들어도 악의를 가지고 악용하면 소용없다"면서 "(개혁의) 시점과 강도와 비중이 중요한 것 같다. 여전히 어려운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한 장관은 이날 오후 법무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소아성기호증 아동성범죄자 치료감호 확대 추진 관련 기자회견에서 "범죄 수사를 받던 사람이 다수당 대표라고 해서 있는 죄를 덮어달라고 하면 국민이 수긍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전날 이 대표가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정적 제거', '야당 탄압'으로 규정한 데 대한 반발인 셈이다.

이어 "없는 죄를 덮어씌우는 것은 안 된다는 걸 제가 당해봐서 잘 안다"면서도 "있는 죄를 덮어달라는 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제가 당해봐서 안다'는 말은, 이른바 채널A 사건으로 2년간 수사를 받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동훈 탄핵론'에 대해서는 "다수당이 힘으로 탄핵하겠다고 하면 그 절차에 당당하게 임할 것"이라면서 "정치가 국민을 지키는 도구여야지, 수사받는 정치인을 지키는 도구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거듭 민주당을 비판했다. 자신이 '이 대표 탄압 시나리오'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는 말에는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에 대한 검경 수사에 대해 직접적으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전쟁'이라는 말로 지금의 상황을 표현했다. 그는 "요즘 전쟁 아닙니까. 우리는 사실 전쟁할 생각이 없는데"라며 "우리는 역사와 국민, 국민 중에서도 집단지성을 믿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당원들을 향해 "고통받아서 정신병으로 평생을 보내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은 지금도 있고, 총 맞고 고문당하고 탄압을 당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수많은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며 "뭐 그런 것을 갖고 우리가 힘들다고 하면 되겠나.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소아성기호증 아동성범죄자 치료감호 확대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다음 달 출소하는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에 대한 관리 방안도 발표했다. ⓒ연합뉴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당 소통의 문제와 관련, 홈페이지를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으로 개편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당원이면 누구나 플랫폼을 이용해서 대표와 시도당에 (의견을) 말하고, 정책 토론, 정책 투표, 책임도 물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채널A 방송은 지난 대선 기간 '이재명을 찍느니 차라리 윤석열을 찍겠다'는 글을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쓴 친문 성향 당원들이 시도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우리 당 후보의 낙선을 야기하는 중대한 해당행위"라며 제명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측은 이 방송에 "당원게시판에 쓴 글이 해당행위로 판단돼 제명 조치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갑자기 친환경으로 둔갑한 위험한 에너지

[글로벌 기획 - 이상기후 현장을 보다] 환경문제에 대한 집단적 착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지하철 역무원 살해사건, 왜 막을 수 없었나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2.09.16 07:49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중앙, ‘노란봉투법’을 거대야당 폭주로
윤석열 대통령의 태양광 이권 카르텔 발언, 사정정국 신호탄 우려
서울 신당역에서의 동료 역무원 살해, 스토킹처벌법 한계 드러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국회의원 56명이 15일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기국회 핵심 입법과제로 선정하고 정의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이 법안이 이번 국회에서의 첫 번째 야권연대 법안으로 처리될지 관심이다. 여러 신문이 관련 법안의 내용과 의미를 다룬 가운데 조선·중앙일보 등은 이를 ‘거대야당’의 독주 내지 폭주라 칭하며 비판했다.

‘노란봉투법’은 2013년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이 사측에 47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시민들이 봉투에 성금을 모아 전한 데서 유래됐다. 2015년 이후 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파업 이후 47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에 내몰린 일이 다시금 ‘노란봉투법’ 발의를 불렀다. 7건의 관련 개정안 주요 내용은 노조의 단체교섭·쟁의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를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적인 손해’로 제한하는 것이다. 국민일보는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노동계를 중심으로 노란봉투법 개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었고, 쌍용자동차 파업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도 재조명됐다”고 이번 법안 발의에 대한 맥락을 설명했다.

▲9월16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9월16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일부 신문은 이번 법안을 거대야당의 독주, 폭주라 규정하면서 비판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노란봉투법·감사완박법·시행령통제법…169석 거야 독주’라는 제목을 썼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에 ‘불법파업 부추기는 巨野의 폭주’ 제목의 기사를 배치한 가운데, ‘노란봉투법 통과땐, 노조가 공장 점거해도 책임 못물어’라는 제목으로 재계 입장을 다뤘다. 해당 기사는 “기업의 손배소 청구는 정부가 노조의 불법 사업장 점거나 조업 방해 행위에 대해 공권력 투입을 주저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한 대항 수단”이라며 “전문가들도 기업의 손배소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해외 투자 유치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폭주하는 노조에 날개” “노조의 협박, 파괴, 상해행위가 만연” “무법천지법” 등의 격한 표현도 나왔다.

반면 한겨레(합법파업 범위 넓히는 게 핵심인데…재계 ‘손배 금지법’ 호도)는 재계의 비판을 두고 “현행법 틀 안에서 쟁의권을 폭넓게 보장하자는 취지로 제안한 것을 ‘재산권 침해’라는 프레임으로 몰고간 것”이라 지적했다. 이 기사는 “노란봉투법은 불법 쟁의행위까지 면책하자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합법적 단체교섭 및 단체행동 범위를 현행보다 넓히자는 요구가 뼈대”라며 “합법 파업의 범위도 현재 법원이 절차·수단·방법·내용 면에서 세세하게 규제하던 것을 쟁의행위 전반으로 넓히자고 요구한다. 경총이 말하는 ‘불법 쟁의행위까지 모조리 면책하자’는 요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간 기업들이 ‘재산권 보호’보다 노조에 대한 해산·압박 의도로 손배소를 활용한 전례도 전했다.

수년간 스토킹 호소한 피해자 사망, 참사의 책임은

지하철 역무원이 수년간 스토킹해온 여성 동료를 살해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스토킹 피해자의 희생을 막지 못한 수사·사법기관의 안일한 대응이 지적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직장인 서울교통공사 측의 대응과 직원에 대한 안전관리가 부실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범죄는 살해로 이어지는 스토킹 범죄의 전형적 행태를 보였다. 가해자 전아무개씨는 2019년부터 피해자 상대로 수백차례 전화·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한겨레(3년간 집요한 스토킹…불법촬영·협박에도 구속은 없었다)는 “수사기관과 법원이 스토킹 범죄를 여전히 일반 범죄처럼 다루는 데 일차적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경찰의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는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았고, 형사소송법상 보복범죄 우려를 구속사유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음에도 개선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9월16일자 한겨레 사진기사
▲9월16일자 한겨레 사진기사

스토킹처벌법이 가해자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피해자 보호가 미흡한 점도 지적된다. 한국일보(두 차례 고소에도 불구속 수사…피해자 사망 못 막은 스토킹법)는 “(가해자가) 분명한 성범죄 피의자였으나, 경찰은 추가 보호조치는커녕 영장조차 신청하지 않았다”며 “피의자가 자유로우면 재판까지 가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피해자가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를 짚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꿰뚫고 있는 스토킹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한 보호조치도 시급하다. 이번 사건이 2016년 ‘강남역 사건’처럼 비화할 조짐도 감지된다고 내다봤다.

서울교통공사 대응이 피해자를 취약한 상황에 내몰았다는 비판도 있다. 피해자는 보호 장비 없이 여자 화장실에 혼자 순찰을 위해 들어갔다 살해됐고, 서울시하철 보안관은 돌발 상황 시 긴급 출동하지만 상주 인원이 아니다. 국민일보(나홀로 야간 순찰…무방비 피습 지하철 역무원 보호대책이 없다)는 “최근 2년간(2020년∼2021년) 연평균 210명의 역무원 등 공사 직원이 168건의 폭행·폭언 피해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공사와 서울시는 지하철 역무원과 보안관에게 사법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10년째 답보 상태”라 전했다.

공사 안에서 가해자를 두둔하는 분위기 탓에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거나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환경도 지적됐다. 경향신문(직원들, 가해자를 “착한 사람” 두둔…피해자 언니에겐 말할 곳도 없었다)은 유족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분위기를 전한 뒤, 공사가 경찰이 수사 개시를 통보하자 가해자를 직위해제했지만 가해자·피해자 분리 조치가 부실했다는 비판을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태양광 카르텔’ 발언, 사정정국 신호탄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된 ‘태양광 사업’ 관련 비리를 “이권 카르텔 비리”로 규정했다. 대통령이 직접 사정정국을 본격화하기 위한 신호를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향신문(‘사법처리’ 직접 언급한 윤 대통령, 사정정국 전면에)은 “윤 대통령이 엄단 의지를 밝히면서 정부의 후속 조사 범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은 각 부처에서 인력을 파견받거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조사 대상을 확대하기로 방향을 잡고 조사 범위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한겨레의 경우 사설(윤 대통령의 부적절한 ‘태양광 이권 카르텔’ 발언)에서 “대통령이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별 근거도 없이 ‘카르텔 비리’라고 단정한 것은 성급하고 지나친 비약”이라며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검경에 수사를 지시하는 듯한 태도도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일을 기화로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폐기를 본격 추진할 가능성”이라면서 “일부의 비리를 빌미 삼아 국가의 미래가 걸린 에너지 정책 자체를 과거로 돌리는 역주행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9월16일자 한겨레 사설
▲9월16일자 한겨레 사설

동아일보(尹 “태양광 이권 카르텔”…文정부 에너지사업 의혹 규명 나설 듯)는 “태양광 비리 의혹에 대한 전면 규명은 전(前) 정부를 겨냥한 수사로 확대될 수 있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 ‘운동권 이권 카르텔’ 연루 첩보는 이미 검경에 입수된 만큼 수사 확대는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며 “감사원도 하반기 감사 대상인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를 점검하며 태양광 사업 비리 관련 문제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중앙일보의 경우 이날 ‘태양광 한다고 잘려나간 나무, 문 정부 때만 265만 그루’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 동안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면서 260만 그루 이상의 나무가 잘려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 탄소 중립 정책을 추진하면서 태양광 발전 비중을 늘린 건데, 되레 대표적인 탄소 흡수원인 산림을 훼손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 감사원법 개정안에 ‘통제법안’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 감사가 정치 보복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특별 감찰 시 국회 승인을 받고,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면 처벌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를 두고 감사원 운용 문제의 책임이 있는 정치권이 되레 감사원에 대한 통제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신문을 통해 제기됐다.

한국일보 사설(‘정치 감사’ 막겠다고 사전에 국회 승인받으라니)은 “여야가 바뀐 상황이라면 민주당 역시 이 법안을 비판할 것”이라며 “누구나 알고 있듯이 문제는 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금도 감사원은 형식상 대통령 소속기관일 뿐 직무상 독립을 유지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도 정권을 잡으면 전 정부의 정책을 흠집 내거나 인물을 내치기 위한 수단으로 감사를 이용해 왔다”는 것이다.

국민일보(상식 벗어난 민주당의 감사원 통제법안), 서울신문(국회가 감사원 통제하겠다는 야당의 위헌적 발상), 세계일보(특별감사 전에 국회 승인 받으라는 민주당의 입법 횡포), 조선일보(이번엔 감사원 무력화, 민주당은 민주당 위해 법을 만든다) 등도 사설을 통해 해당 법안을 비판했다.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국가보안법 폐지, 결전의 날”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9/15 [14:58]
  •  
  •  
  • <a id="kakao-link-btn"></a>
  •  
  •  
  •  
  •  
 

▲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은 15일 오후 1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에 국가보안법 2조, 7조 위헌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김영란 기자

 
“이번 헌법재판소의 공개 변론은 한국 사회가 과연 민주, 인권 국가로 갈 수 있는 것인지,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다시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으로 돼서 양두구육의 사회로 갈 것인지 중요한 심판이라 할 것이다. (중략) 오늘은 그 결전의 날이다.”

 

조영선 민주주의 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은 15일 오후 1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강조했다. 민변은 조 회장을 비롯해 심재환, 이정희, 이주희, 하주희 등의 변호사로 변호인단을 꾸려 국가보안법 위헌성을 강조하는 변론을 준비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국가보안법 2조 1항, 7조 1·3·5항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공개 변론을 개최한다. 공개 변론은 처음이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7차례에 걸쳐 국가보안법 위헌 여부를 다뤘으나 공개 변론을 연 적은 없었다. 사상 첫 공개 변론이라 많은 이들의 눈은 헌법재판소로 향하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아래 국민행동)은 헌법재판소의 공개 변론을 앞두고 국가보안법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김영란 기자

 

김재하 국민행동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수원지방법원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위헌을 판정해 달라는 요구가 있은 지 5년 만에 열리는 공개 변론이다. 헌법재판소는 공개 변론을 더 빨리 열어서 국가보안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어야 한다”라면서 “헌법재판소는 공개 변론에 이어 머지않아 국가보안법 2조, 7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기대를 표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소장인 황인근 목사는 “성숙한 대한민국 사회와 국민을 믿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라면서 “헌법재판소는 올바른 판단을 해서 한국 사회가 더 잘 발전할 수 있도록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란 기자

  

그림 「모내기」가 북한을 찬양, 고무했다는 혐의로 국가보안법 유죄판결을 받았던 신학철 화가는 “국가보안법은 예술가의 느낌도 표현을 못 하게 한다. 국가보안법은 예술가의 입을 막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건전한 사회로 가려면은 국가보안법이 없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국제앰네스티는 한국 정부에 국가보안법을 근본적으로 개정하거나 완전히 폐지할 것, 표현과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투옥된 정치사범을 조건 없이 즉각 석방할 것,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를 비롯한 유엔 기구들이 국가보안법에 대해 내린 권고를 충실히 이행할 것 등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 국제앰네스티 등은 여러 차례 국가보안법 폐지를 한국 정부에 요구해왔다.  

 

▲ 조영선 민변 회장(왼쪽), 신학철 화가(오른쪽). © 김영란 기자

 

국민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상과 양심, 학문의 자유 등 인간의 기본 권리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은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사라졌다”라면서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통해 우리 한국 사회가 혐오 배제와 차별 없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민주주의가 더욱 심화되고, 평화 통일로 성큼 다가설 수 있도록, 새 길을 열어” 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헌법재판소의 공개 변론을 앞두고 각계는 국가보안법 위헌 결정을 호소하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지난 7일에는 기독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민족종교 등 7대 종단 대표들이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공동회장 이름으로 작성한 의견서가, 8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서가 헌법재판소에 제출됐다.

 

그리고 인권운동 연대 단체인 ‘인권운동더하기’,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천주교인권위원회,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등의 단체들과 해외동포 단체들도 의견서를 제출했다. 또한 국제인권 단체들도 국가보안법 폐지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예정이다. 

 

▲ 민변 변호인단. © 김영란 기자

 

▲ 변호인단에게 박수를 보내는 참가자들.  © 김영란 기자


아래는 국민행동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헌법재판소 국가보안법 (2조, 7조) 위헌 결정 촉구 각계 기자회견문

- 헌법재판소의 공개 변론에 앞서 -

 

오늘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제2조와 제7조 제1항·제3항·제5항에 대한 위헌 심판사건의 공개 변론을 진행합니다. 오늘 공개 변론에서 국가보안법의 위헌성을 폭넓게 논의하고, 이번에야말로 대표 독소조항인 7조, 2조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내려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국가보안법은 어떤 법입니까?

 

국가보안법의 뿌리가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치안유지법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법은 적절치 못합니다. 이후에도 국가보안법은 독재에 항거하며 자유와 평등, 정의와 평화를 요구하는 이들의 활동을 탄압하고 독재 정권의 연장과 유지를 위해 위헌적으로 활용되어왔습니다.

 

그리하여 국가보안법 76년의 역사는 우리 사회에서 혐오와 배제의 ‘가지’였고, 차별의 ‘줄기’였으며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고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며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가로막은 ‘뿌리’이기도 했습니다. 한국 사회는 더 이상 정상적으로 성장이 불가능한 ‘나무’입니다. 더 이상 국가보안법이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없습니다. 이제 악법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는 멈춰야 합니다.

 

특히 국가보안법 제7조는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직접적인 표현 행위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표현으로 나아가기 전에 읽고 쓰고 생각한 내용조차 처벌하여 헌법상 인간 존엄, 사상과 표현의 자유 등을 근본에서부터 침해합니다. 명백‧현존 위험에 이르지 않는 표현과 결사도 금지하여 학문과 예술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표현물을 외부에 전파하기 이전단계인 ‘제작‧소지‧취득’마저 처벌함으로써 내심의 자유의 절대적 보장원칙에도 반하고, ‘찬양‧고무‧동조’ 등 개념이 모호하여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명확성 원칙에도 반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 국제앰네스티 등 국내외 인권단체들도 여러 차례 국가보안법 폐지 입장을 표명해 왔습니다. 국내외 인권단체들이 공동으로 한국 정부에 모호한 법조항, 특히 제7조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국가보안법을 근본적으로 개정하거나 혹은 폐지하도록 요구했던 것입니다. 이들 기구는 국가보안법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유엔 자유권 규약 제19조 제3항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재차 결론 내리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벌써 다섯 차례나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이 되었고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하기도 하였습니다.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와 사회권위원회 위원도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유엔의 주축 국가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위상을 가진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유엔인권이사회를 비롯한 각 위원회와 기구들의 권고를 받아들이고 그 수준에 걸맞게 법률과 제도를 갖추어야 하는 막중한 의무와 책임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한 데 이어, 전원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헌법재판소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지난 6월 방한했던 유엔진실정의특별보고관은 국가보안법 제7조의 폐지를 다시 한번 권고하였습니다.

 

사상과 양심, 학문의 자유 등 인간의 기본 권리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은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사라졌습니다. 헌법재판소에 간곡히 호소합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통해 우리 한국 사회가 혐오 배제와 차별 없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민주주의가 더욱 심화되고, 평화통일로 성큼 다가설 수 있도록, 새 길을 열어주실 것이라 희망합니다.

 

2022년 9월 15일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단독] 윤 정부 고위직 66% 종부세 내는데…‘셀프 인하’ 꿈틀

등록 :2022-09-15 07:00수정 :2022-09-15 09:21

차관급 이상 59명 가운데 39명이 고가주택 소유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으로 이미 반토막난 세부담
종부세법 개정안 통과되면 내년 세부담 46% 줄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9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청사와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9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청사와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고위공직자 3명 중 2명꼴로 고가 부동산을 소유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대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폐지를 골자로 한 세제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이들의 평균 종부세 부담은 올해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14일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를 전수조사한 결과, 윤석열 정부의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총 59명 가운데 39명(66.1%)이 주택분 종부세 과세 대상자(공시가격 합산액 기준으로 6억원을 초과하는 다주택자 또는 11억원 초과 1주택자)로 나타났다. 전 국민의 2%(지난해 기준)가 내는 종부세를 고위공직자는 3명 중 2명꼴로 내는 셈이다. 이들 종부세 과세 대상자 39명이 보유한 주택 공시가(올해 기준)를 모두 합하면 901억9천만원으로 1인당 23억1천만원가량이다. 시세로 치면 평균 30억원이 넘는다.

 

이들 39명의 올해 종부세 부담은 1인당 평균 512만원으로 나타났다. 앞서 정부가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한시 인하하면서 이미 한번 대폭 줄어든 액수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보유세 과세표준을 산출할 때 공시가에 곱하는 일종의 할인율인데, 비율이 내려가면 세금 부담도 줄어든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올해 100%로 오를 계획이었지만, 정부는 지난 7월 시행령 개정을 통해 60%로 대폭 낮췄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조정되지 않았더라면 이들 고위공직자의 올해 종부세 부담은 1인당 1102만원에 이르렀을 텐데, 이미 세 부담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정부는 이에 더해 1주택자에 올해 한시적으로 3억원 특별공제를 적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경우 1주택자인 최상목 경제수석 등 4명은 아예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나머지 1주택자 22명의 세 부담도 평균 214만원까지 내려앉는다. 대표적으로 서울 서초동에 공시가 18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올해 세부담이 105만원에서 52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세제 정책을 총괄하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서울 도곡동에 공시가 25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특별공제를 적용 받으면 세부담이 312만원에서 208만원으로 감소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이달 초 국회에 제출한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폐지 등 종부세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이들의 내년 종부세 부담은 또 반 토막이 난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종부세율 인하 △다주택자 중과 폐지 △주택분 종부세 기본공제금액 9억원으로 확대 △1주택자 공제금액 12억원으로 확대 등을 담은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이 내년부터 시행된다면, 이들 고위공직자의 내년 종부세 부담은 1인당 평균 276만원까지 더 낮아진다. 올해 평균(512만원)과 견주면 46% 이상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주택 공시가를 올해 기준으로 유지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내년에 80%로 환원한다고 가정한 결과다.

 

 종부세법 개정의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될 고위공직자는 가장 비싼 주택을 보유한 이노공 법무부 차관이다. 이 차관은 부부 공동명의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과 강남구 도곡동에 아파트를 각각 한 채씩(공시가 합산 58억원) 보유하고 있는데, 종부세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세 부담은 올해 6042만원(부부 합산)에서 내년 2730만원까지 줄어든다. 서울 서초동에 공시가 20억원이 넘는 고가주택 등을 보유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올해 1070만원에서 내년 362만원으로 약 708만원(-66.2%)의 감세 혜택을 받게 된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올해 1101만원에서 내년 234만원으로 약 867만원(-78.7%)의 감세 혜택을, 박진 외교부 장관은 올해 745만원에서 내년 128만원으로 약 617만원(-82.8%)의 감세 혜택을 받게 된다.

 

정부의 종부세법 개정안은 1주택자보다 다주택자에서 더 큰 감세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 39명 가운데 13명이 집을 2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였는데, 세법 개정에 따른 이들의 내년 세부담은 1인당 평균 383만원으로 올해 평균(1022만원)과 견주어 62% 이상 줄어든다. 1주택자 고위공직자 26명의 평균 세부담이 올해 259만원에서 내년 223만원으로 13.6% 줄어드는 것과 비교하면 ‘집 부자’가 훨씬 큰 혜택을 가져가는 셈이다.
 
고용진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이명박 정부 초기 ‘강부자(강남땅 부자)’ 내각을 뺨칠 정도로 강남 부자로만 꽉 채운 정부다. 이들이 무주택 서민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제대로 알겠느냐”며 “1주택자 14억원 특별공제(올해 한시 적용)와 다주택자 중과 폐지는 명백한 부자 감세”라고 말했다. 올해 종부세 고지서는 11월 말께 발송될 예정이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부산 “헌법재판소, 2조·7조 위헌 결정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초석 마련해야”

윤혜선 통신원 | 기사입력 2022/09/14 [16:48]
  •  
  •  
  • <a id="kakao-link-btn"></a>
  •  
  •  
  •  
  •  
 

 

▲ 국가보안법폐지 부산행동은 14일 오후 2시,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헌법재판소의 국가보안법 위헌 공개 변론(9월 15일)을 앞두고 '국가보안법 2조, 7조 위헌결정 촉구 부산지역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윤혜선 통신원

 

“헌법 위에 군림하는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헌법 위에 군림하는 국가보안법 위헌 결정 타당하다!”

 

국가보안법폐지 부산행동은 14일 오후 2시,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헌법재판소의 국가보안법 위헌 공개 변론(9월 15일)을 앞두고 ‘국가보안법 2조, 7조 위헌결정 촉구 부산지역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현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부산지부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은 민주주의를 방해하고 파괴하는 용도로 사용되어왔다. 독재정권의 정권 유지 수단으로 오랜 기간 악용되었고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해 왔다. 국가보안법은 애초 재정 당시부터 인권침해 사안이 많아 논란을 일으켰던 법”이라며 “국가보안법은 악법으로 작용하면서 간첩 조작 사건을 만들어내고 무고한 시민들을 법정 앞에 세우고 있다. 무죄 판결을 받을지라도 기간이 오래 걸리고 그 명예가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이러한 법이 더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책임을 반드시 다 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선자 부산경남주권연대 운영위원은 “국가보안법의 위헌성은 명백하다. 이 법은 특정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을 금지하고 국가가 허락한 사상이나 신념만을 허용하고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수사기관의 자의에 따라 처벌 여부를 달리하여 평등권을 침해한다. 평화통일의 상대방인 북한을 적으로 간주하고 남북관계에 관한 특정 의견을 형사 처벌함으로써 통일정책과 평화적 교류로 나아가려는 민간의 노력조차 가로막고 있다”라고 짚었다.

 

이어 “특히 국가보안법 7조는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직접적인 표현 행위뿐만 아니라 읽고 쓰고 생각한 내용조차 처벌하여 헌법상 인간 존엄, 사상과 표현의 자유 등을 근본에서부터 침해하는 것이다.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과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 체결 이후 남북교류가 활발해진 오늘날,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고 구성원 모두를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2조도 더는 실효성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조석제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수석 부본부장의 기자회견문 낭독으로 기자회견은 끝났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국가보안법 폐지의 초석이 될 2조, 7조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반민주, 반인권, 반노동, 반통일 악법인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지 74년이 되었다.

 

지난 국가보안법 유지 74년의 역사는 비정상적인 인권유린의 역사였으며, 노동자 민중들의 정치사상적 자유가 박탈된 억압의 역사였으며, 반공과 색깔 이념으로 평화와 통일의 시계가 거꾸로 돌려진 시간이었다.

 

이번 9월 15일로 지정된 국가보안법에 대한 여덟 번째 헌법재판소 위헌 심판을 위한 공개 변론을 앞두고 우리는 비장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지난해 2021년 10만 국민의 염원이 모아져 국가보안법 폐지 입법청원이 최단 시일 만에 성사되었으며, 지금 국회에는 국가보안법 7조 폐지와 전부 폐지안들이 이미 발의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는 더 이상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미래와 함께 살아갈 수 없다는 우리 국민의 마음이 표출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많은 국내외 인권 단체들은 수십 년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는 의견을 피력해 오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놔두고 인권이니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가짜 주장이라고 우리는 이야기하고 싶다. 헌법 위에 군림하며 사람의 생각을 재단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억압해 온 국가보안법이야말로 위헌이다.

 

이제 역사의 박물관으로 가야 할 국가보안법에 대해 완전 폐지는 아니더라도 헌법재판소는 대표적 독소조항인 2조와 7조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로써 국민 위에 군림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아 온 국가보안법에 대한 역사적 심판을 내려야 한다.

 

2022년 9월 14일

 

국가보안법폐지 부산행동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고문 못 이겨 둘러댄 말, 사회생활은 엉망이 되었다

[납북귀환어부 이야기] 해부호 선원 A씨22.09.15 07:05l최종 업데이트 22.09.15 07:05l변상철(knung072)

* 당사자의 요청으로 익명처리하였습니다. [기자말]

"혹시 뭔가 불편하시면 이야기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면담 약속을 잡기 위해 A씨와 처음 전화 통화 하던 날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말하고 싶지 않다'는 말투였다. 결국 그와 만나기로 하고 만남을 가졌던 날,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일만 생각하면 말이 곱게 안 나갑니다."

 

그는 결혼을 세 번 했다고 한다. 첫 번째, 두 번째 배우자들은 모두 납북사건을 알고 난 뒤 이혼을 요구했다. 매일 정보과에서 감시를 당하다보니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납북귀환되어 조사를 받고 인생의 모든 기대와 꿈이 무너지고 나서 그는 변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난폭해지고 성질을 자주 내니 가정생활이 되겠소? 생계가 어려우니 누굴 책임지지도 못하지."

지금은 도시락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그는 청바지에 하와이안 티셔츠를 입은 화려한 차림이었다. 납북귀환어부로 돌아와 처벌받은 뒤 정상적인 직업을 가지기 어려웠고 결국 뒷골목 생활을 하며 지냈다고 한다.

그가 납북된 때는 1971년 중학교 3학년 시절이라고 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홀로 벌이를 했다. 그랬던 어머니가 맹장이 터져 복막염으로 앓아누웠다. 그는 돈벌이라도 할 겸 친구들과 함께 배를 탔다. 그 배가 해부호였다.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했다
 
큰사진보기A씨와 찾은 속초의 옛 여인숙 골목. 과거 이곳에서 A씨를 비롯한 선원들이 고문을 받았다.
▲  A씨와 찾은 속초의 옛 여인숙 골목. 과거 이곳에서 A씨를 비롯한 선원들이 고문을 받았다.
ⓒ 변상철

관련사진보기


A씨의 아버지 직업 군인이었다. 속초로 오게 된 것도 부친의 근무지가 속초로 발령되면서부터였다. 부친은 속초에서 2년 근무한 뒤 제대하고, 탄광에서 일을 했지만 얼마 안 가 차량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때부터 가정생활이 어려워지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엄마가 맹장이 터져서 복막염으로 병원으로 입원해 있고, 형편은 어렵고 하니까 학교는 가기도 싫더라고. 그리고 마침 학교에서도 배 타고 고기 잡으러 가는 건 장려를 했어요. 당시에는 다들 가정형편이 어렵다 보니 그렇게 돈을 벌어서라도 경제도 살리고 학비도 벌면 좋으니까 며칠씩 빠지더라도 배 탄다고 하면 다 이해해주는 분위기였어요.친구 소개로 해부호라는 배를 타게 된 거예요."

해부호가 납치된 것은 새벽이었다. A씨는 멀미로 정신없는 상황에서 선실 밖에서 들리는 멈추라는 소리와 총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나중에 나이 든 선원들을 통해 납치된 장소가 고성 앞바다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학교 다닐 때 북한 사람을 만나면 모두 죽는다고 배웠기에 A씨 등은 모두 벌벌 떨기만 했다고 한다.

북한 장전에서 조사받은 뒤 해주 쪽으로 넘어가 보니 속초 승운호 선원 등이 있었다고 한다. 억류 생활이 길어지자 남한으로의 귀환 요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귀환 요구가 있을 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남한으로 돌려보내 주지 않겠다는 협박이었다.

귀환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포기하고 있던 중, 1972년 남북공동성명 발표가 나면서 급진전되었다. 1972년 9월 7일 귀환 당시 기쁜 마음에 승해호를 탔지만 정작 멀미로 인해 어떻게 귀환되었는지는 기억에 남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승해호가 속초항 수협 쪽으로 정박해 하선했지만,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 채 곧바로 버스로 태워서 시청 2층 회의실로 이동했다. 조사받았던 곳은 시청 앞 해동여인숙, 저승 같은 곳이었다.
 
"사실 시청에 와서 누가 나를 부른다 하는 그 순간부터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여인숙에 들어가면 수사관들이 각목을 무릎 사이에 끼우고 꿇어앉힌 다음에 허벅지를 밟더라고요. 무릎이 빠지는 거 같아요. 그리고 눕혀놓고 물고문을 해요, 수건을 얼굴에 덮어놓고 팔다리를 잡고, 한 되짜리 주전자 물을 붓는 물고문을 해요. 그러다가 안 되니까 이렇게 돌리는 군인 전화기 같은 걸로 전기고문을 하더라고요. 전기고문은 의자에 묶여 있는 상태에서 당했어요. 나중에 고춧가루 물고문도 당했는데 그건 물고문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당했어요."

A씨가 특별히 고문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북한에 억류되어 있을 당시 치과 치료를 받은 기간에 대한 의심 때문이었다. A씨보다 몇 해 전 납북되어 억류되어 있던 매형 등을 만나 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결국 A씨는 고문에 못 이겨 '5년 있다가 북한에 있는 친척들을 만나기로 했다'는 거짓말을 둘러댔다.

허위자백 때문이었는지 고문이 잦아들었다.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어갈 무렵 조사받은 것을 말하지 말라는 각서를 쓰게 했고, 결국 검찰과 법원에서도 그 각서로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한다.

집행유예로 나온 이후로 경찰이 계속 따라다녔다고 한다. 담당 형사가 가끔 집에 찾아와 어떻게 사는지 물어보고 A씨가 친한 친구들과 만나기라도 하면 친구들한테까지 찾아가서 조사하기도 했다. 직장생활도 불가능했다. 사회생활이 불가능하게 했던 것, 그것이 제일 괴로웠던 일이라고 한다. 여전히 그는 납북귀환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큰사진보기경찰 수사 종료 시점에 작성한 각서. A씨 등은 이 각서 작성으로 인해 고문 수사 등 진실에 대해 함구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  경찰 수사 종료 시점에 작성한 각서. A씨 등은 이 각서 작성으로 인해 고문 수사 등 진실에 대해 함구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 변상철

관련사진보기


결혼생활도 엉망이 되었다
 
"제일 고통스러운 것이 뭐냐면 공황장애를 겪는 거예요. 고문이나 납북 이런 단어나, 그 당시 기억이 떠오르면 등에 식은땀이 나고 그래요. 지금 이 이야기 하는 중에도 북한 이야기 나오고 하면 식은땀이 나요. 나도 달변인데 북한 이야기만 나오면 좌불안석이 되는 거예요. 내가 가고 싶어서 북한을 갔어요? 태풍 때문에 잡혀가서 북한 아이들이 하라고 하는 대로 한 것뿐인데 나이 어린 학생들을 왜 고문하고 처벌하느냐고요. 그저 먹고살기 위해서, 혹은 장난삼아 간 사람들이에요, 방학 동안 그저 호기심에 배를 탄 건데 국가보안법, 반공법으로 만들어 놔서 인생 조져 버린 것 아니에요. 50년 넘었지만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이가 박박 갈려요."

그는 자신의 환경이 다른 사람보다도 더 나빴다고 했다. 그는 그보다 먼저 납북되었던 이모부와 형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고문을 더 받고 더 지독한 감시를 받았다고 한다.
 
"직장을 제대로 못 다니는 거지. 맨날 경찰들이 찾아다니고 정보부에서 조사를 하고 하다 보니 사람 성격이 모나지게 되고 누가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도 곧이곧대로 믿지 않게 됐어."

한 번은 거진에 사는 동생 집에 놀러 갔다가 누군가의 신고로 인해 강릉보안대까지 끌려가서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내가 납북된 걸 모르는 놈이 신고를 했겠어? 나를 아주 잘 아는 놈이 신고를 한거지. 세상 믿을 놈 하나 없어"

그의 사회생활은 그 자체로 엉망이 되었고 대인관계, 결혼생활도 엉망이 되었다.
그가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하고 나서 두 번째 배우자를 만났는데, 그의 동서가 중령 계급의 군인이었다. 문제는 중령인 동서가 더 이상 진급이 되지 않았고, 그 진급 누락의 책임이 A씨에게 돌려졌다. 결국 그는 두 번째 결혼도 실패했다.
 
"난 모든 걸 숨기고 살았어. 내가 결혼을 세 번이나 하면서도 새끼를 한 명도 안 놓았어. 그 이유가 뭔지 아나? 연좌제 때문에... 이북에 갔다가 넘어온 나는 그렇다 쳐도 내 새끼들은 무슨 죄가 있어. 그런 고통을 물려줄 바에는 새끼를 안 놓고 말지."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 고통스러운 나라. A씨에게는 대한민국이 그런 곳이었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불행을 안고 태어날 아기는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그의 절망이 희망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은 국가의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겨레와 중앙일보의 180도 다른 노란봉투법 접근법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9/15 08:57
  • 수정일
    2022/09/15 08:5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정민경 기자 
  •  
  •  입력 2022.09.15 08:00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미국발 고물가 쇼크로 한국 주식시장 흔들
구글, 메타에 1000억 과징금 “개인정보 침해 국내 첫 제재”
노란봉투법 노동계 입장 1면 다룬 한겨레와 재계 입장 다룬 신문들

 

미국발 고물가로 인해 한국 주식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8월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8.3%로 시장 전망치(8.0%)를 훨씬 웃돌았기 때문에 한국 주식 시장까지 영향을 미쳤다. 환율이 139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미국에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주요 종합 일간지들은 1면에 해당 소식을 싣고 대부분의 신문에서 사설로도 이 이슈를 다뤘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 위기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이번 쇼크로 위기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한국 경제 정책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는 주문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개인정보를 수집해 온라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구글과 메타에 각 692억원, 3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 사안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과징금이며 개인정보 침해와 관련, 빅테크 기업에 대한 국내 첫 제재라는 의미가 있다.

노동조합의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기 위한 ‘노란봉투법’ 입법에 대해 한겨레가 1면으로 다뤘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재계에서 해당 입법에 반대한다는 기사를 전달했다.

▲15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다음은 9월15일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구글·메타 ‘과징금’ 역대 최대 1000억”
국민일보 “美 울트라 스텝 전망에 환율 치솟고 증시 요동”
동아일보 “美물가, 금융시장 강타 환율 1390원도 넘었다”
서울신문 “미국발 울트라쇼크 ‘검은 수요일’”
세계일보 “美물가 쇼크에 금융시장 또 ‘휘청’”
조선일보 “울트라스텝 공포에 펄쩍 뛴 환율”
중앙일보 “또 미국발 물가쇼크, 원화값 1400원 눈앞”
한겨레 “‘노란봉투법’ 국회 답장만 남았다”
한국일보 “툭하면 법정으로…‘정치 실종’된 여의도”

미국발 고물가 쇼크로 한국 주식시장 흔들, 위기 지속 전망

미국의 고물가에 한국 금융시장이 크게 영향을 받았다. 1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8.12포인트(1.56%) 떨어진 2411.42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395.5원까지 치솟았고 17.3원 급등한 1390.9원에 마감했다. 1390원대 환율은 2009년 3월30일(1391.5원) 이후 13년5개월여 만이다.

이유는 전날 밤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3%로 나오면서, 예상치였던 8% 안팎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도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15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가 연 2.5%인 기준금리 상단을 연말 4.5%까지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이 확실시되고 있다.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스텝’ 가능성도 나온다.

▲15일 동아일보 1면.
▲15일 동아일보 1면.

이는 한국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고금리는 대출자 이자 부담을 키우고, 고물가는 실질소득 감소를 초래해 경기를 침체시킨다. 고환율은 수입 가격을 올려 물가 불안과 외국인 자금 유출을 심화시킨다.

신문들은 사설에서 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경기침체는 아직 오지 않았고, 내년 상반기에 극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장기간 위기를 버텨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가장 큰 충격에 직면할 서민·취약계층 가계와 한계기업에 대한 보호책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15일 조선일보 1면.
▲15일 조선일보 1면.

동아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최근 미국 수입물가와 기대인플레가 잇따라 하락하면서 조만간 위기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이런 기대와 달리 고물가 상황이 쉽게 진정되기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게 이번 물가 쇼크”라고 짚으며 “인플레 우려가 커지는 등 여건이 바뀐 만큼 한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신문들은 각자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며 여러 해결책들을 제시하려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윤석열정부가 그동안 발표한 자영업자 위주의 가계부채 대책과 부동산 대책 등도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며 “아직 구조조정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한계기업이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위기 시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는 잠재적 부실들을 가려내는 선제 방안도 절실하다. 정쟁에 매몰된 정치권도 하루빨리 미몽에서 깨어나 고물가 극복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15일 국민일보 사설.
▲15일 국민일보 사설.

서울신문 사설은 “무엇보다 한미 금리 격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며 “옛 스와프 동지인 8개국을 규합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도 집중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사설도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내놔야 한다. 위기상황일수록 재정·통화당국 간 정책 엇박자는 금물”이라며 “한·미 간 금리차가 1%까지 벌어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빈틈없는 정책공조로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 경제체질 개선과 구조개혁으로 원화가치를 끌어올리는 노력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짚었다.

▲15일 세계일보 사설.
▲15일 세계일보 사설.
▲15일 중앙일보 사설.
▲15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수출을 늘려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고, 달러 수요가 특정 시기에 과도하게 쏠리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연기금 등 공적 기관이 해외 투자를 할 때 외환시장에 영향을 덜 미치도록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은 몇 달 전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서도 원화 약세의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외환 수급에 동맥경화나 쏠림현상은 없는지 정교하게 모니터링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구글, 메타에 1000억 과징금 “개인정보 침해 국내 첫 제재” 의미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14일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온라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구글과 메타에 각 692억원, 3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 사안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과징금이다.

또한 위원회는 개인정보를 수집하려면 이용자가 쉽고 명확하게 인지해 자유로운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이용자에게 알리고 동의를 받으라는 시정명령도 내렸다.

▲15일 서울신문 경제2면.
▲15일 서울신문 경제2면.

개인정보보호위는 지난해 2월부터 조사한 결과, 구글은 서비스 가입 시 이용자의 타 사이트 방문 이력 등 행태 정보를 수집·이용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리지 않고 기본값을 ‘동의’로 설정하는 방법을 썼다고 밝혔다. 메타는 개인정보 수집에 관한 내용을 이용자가 알아보기 쉽지 않은 데이터 정책 전문에만 게재하고, 구체적인 법정 고지사항을 동의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한겨레 사설.
▲15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이번 처분은 온라인 맞춤형 광고 플랫폼의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국내 첫 제재다. 과징금 규모도 역대 최대로,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개인정보 침해에 대해 당국이 단호한 척결 의지를 밝혔다는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특히 메타는 지난 7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에게 ‘갱신한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며 사실상 동의를 강제하다가 거센 반발에 부닥쳐 중단하기도 했다”며 “개인정보보호위는 이 사안에 대해서도 진상 조사를 거쳐 적절한 처분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15일 경향신문 사설.
▲15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이 이슈를 1면 머릿기사로 다루고 사설에서도 다뤘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를 두고 “눈속임·꼼수를 동원해 개인정보를 최대한 수집하려 한 것”이라며 “이용자 몰래 개인정보를 모아 온라인 광고 돈벌이에 활용하는 빅테크의 행태는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의 구글 서비스는 이용자가 개인정보 보호 설정을 직접 선택하도록 단계별로 구분해 동의를 받고 있다. 구글은 한국에서도 이용자가 정보수집 절차에 대해 쉽고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조치하는 한편, 동의 여부를 선택 가능하도록 해야 마땅하다”며 “두 회사는 개인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전했다.

▲15일 중앙일보 사설.
▲15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도 관련해 사설을 썼는데 “사실 두 포털이 한국 시장에서 온라인 맞춤형 광고로 거두는 천문학적 매출에 비하면 이번 과징금 규모는 미미하다”며 “그런데도 두 업체는 개인정보보호위의 처분을 받고도 사과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시해 자칫 소송전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이어 “포털 기업이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자유겠지만, 이용자 개인의 자기 선택권과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겠다는 투명한 자세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며 “이번에 제재를 받은 두 기업은 개인의 자유를 규정한 한국 헌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한국 이용자를 차별하는 정책을 신속히 수정하지 않는다면 더 큰 제재를 받을 수 있고,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노란봉투법 노동계 입장 1면 다룬 한겨레

다른 주요 종합 일간지의 1면은 미국 고물가에 따른 주식시장 쇼크 이슈였는데, 한겨레는 이날 1면 기사를 노란봉투법에 관련된 기사로 배치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노동조합의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기 위한 법으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와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파업사태로 손배 가압류 문제에 대한 조치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을 정기국회 중점과제 22개 중 하나로 포함시켰다.

▲15일 한겨레 1면.
▲15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보수진영과 재계는 ‘기업 죽이는 노조 떼법’이라며 총력 반대에 나섰다”며 “재계의 반발에 막혀 번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던 노란봉투법이 이번엔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고 전했다.

노동자들에게 47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액이 청구된 ‘쌍용자동차 파업사태’ 이후 기업의 손배소를 통한 노동권 침해가 공론화되면서 탄력받은 노란봉투법은 지난 19대·20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환노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한겨레는 1면에 이어 4면 기사에서도 이 이슈를 다루고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을 들어 ‘사용자 재산권 침해’라고 비판한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조합원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내지 못하도록 하거나, 손배소에 상한액을 두고 있다는 점”이라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이날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만나 전달했다”고 전했다.

▲15일 중앙일보 12면.
▲15일 중앙일보 12면.
▲15일 조선일보 B2면.
▲15일 조선일보 B2면.

반면 중앙일보는 손경식 경총 회장이 노란봉투법에 반대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전한 이슈를 1면에 전달하고 12면에서도 노란봉투법에 반대하는 재계의 입장을 위주로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경제B2면에서 경제계가 해당 입법에 반대한다는 기사를 실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97개 노동·시민사회·진보정당, ‘손배 폭탄’ 막을 노조법 개정 운동 착수

“수십·수백억원의 손배는 절망 그 자체, 노조법 2·3조 개정해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의 호소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손해배상 금지(노란봉투법) 노조법 2ㆍ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에 대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2.09.14 ⓒ민중의소리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이트진로 사태를 계기로 사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문제가 대두되자, 이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범사회적인 법 개정 운동이 14일 시작됐다. 손배소 제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노란봉투법'에서 나아가 간접고용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등에 대해 원청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게 하는 내용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 시민사회단체 93곳과 진보정당 4곳(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은 이날 국회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운동본부)'의 출범을 선언하며, 올해 안에 노조법 2조와 3조를 모두 개정하기 위한 활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인 파업에 쉽게 불법이라는 딱지가 붙고, 파업 이후에도 수십·수백억원에 달하는 손배소로 노동자를 탄압하게 만드는 근거가 노조법 2조와 3조에 있다고 본 것이다.  

'노동자 탄압용' 무분별한 손배소 막으려면?
운동본부 "노조법 2, 3조 모두 개정해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손해배상 금지(노란봉투법) 노조법 2ㆍ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에 대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2.09.14 ⓒ민중의소리

운동본부는 현재의 노사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노조법의 한계가 노동자들을 쉽게 불법 파업으로 내몰고, 막대한 금액의 손배소까지 감당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최근 사회적 관심을 모았던 대우조선해양과 하이트진로를 상대로 한 파업 투쟁이 대표적인 예다.

노조법 2조는 사용자와 노동자 등을 정의하는 조항인데, 현행법은 사용자와 노동자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하면서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이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실제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좌우하는 원청을 상대로 한 파업 등 쟁의행위는 쉽게 불법으로 몰렸다. 최근 복잡해진 노사 관계를 반영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례도 여러 번 나왔지만, 여전히 원청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회피하는 게 현실이다.

물론 노조법은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대해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있다. 바로 노조법 3조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노조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라는 조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즉, 노조법에서 인정하지 않는 노동자와 사용자는 손해배상 청구 제한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를 상대로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내세운 논리 역시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자들의 "단체교섭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노동위원회 김세희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쯤 되면 노조법에 의한 적법한 쟁의행의를 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며 "불법에는 대가가 따라야 하고, 사용자가 강력한 손배 책임을 물어야 불법 파업이 근절된다는 말은 틀렸다. 강력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아 불법 파업이 있는 것이 아니라 노사관계의 실질을 꿰뚫지 못하는 현행의 법체계가 불법 파업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섭은 나 몰라라 하면서 파업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손배소 청구한 원청
운동본부, 연내 노조법 개정 위해 국회 국민동의청원 등 예고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손해배상 금지(노란봉투법) 노조법 2ㆍ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손해배상 당사자 노동자들과 참석자들이 노조법 개정을 촉구하며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 2022.09.14 ⓒ민중의소리


운동본부가 요구하는 법 개정 방향은 실질적인 노사 관계를 반영하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노조법 2조 가운데 노동자에 대한 정의를 현재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에서 간접고용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자'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용자의 정의도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로만 규정하지 말고,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이나 수행 업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도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조법 3조는 개별 노동자에 대해 손배소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노조에 대한 손배소 청구 금액 역시 조합원 수나 조합비, 노조 재정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청구하는 내용이 분명하게 담길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의 위법 행위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한 손해에만 책임을 물으며, 그 외의 합법적인 쟁의행위로 발생한 영업손실 등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손배소로 고통받는 당사자들도 직접 참석해 노조법 2, 3조 개정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투쟁을 이끌었던 김형수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거통고지회) 지회장은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흔히들 이야기하지만, 470억원의 손배·가압류는 노동자들에게 죽으라고 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기회에 반드시 노조법 2, 3조를 개정해 노동자가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동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하이트진로지부 2지회장은 "파업 돌입 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해고와 손배소 청구가 진행되었고, 화물노동자로서는 평생 만져볼 수도 없는 수십억원의 손배는 절망 그 자체였다"며 "하이트진로는 운송사와 화물노동자 간의 문제기 때문에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회피하면서도, 화물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에는 직접 나섰다. 손실에 대한 보전이 아니라 화물노동자의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손배·가압류를 이용하고 남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운동본부는 노조법 2, 3조 연내 개정을 목표로 여론을 모으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물론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활용해 손배소 문제점을 알려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실태 조사와 증언대회, 관련 토론회, 국제 심포지엄 등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운동본부는 "이 나라에서는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하기가 어렵다. 어렵사리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작은 위법을 문제 삼아 파업 전체를 불법으로 내몰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도 허다하다"며 "운동본부는 시민과 노동자들의 힘으로 반드시 노조법 2, 3조를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회에서도 노조법 개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는 같은 날 국회를 찾아 노란봉투법 전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노란봉투법이 재산권을 침해하며 불법행위에는 그에 따른 제재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해철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아직은 논의 초기 단계"라면서도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다음 주 노동계의 의견도 청취할 예정이다.

 

“ 남소연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재정 손발 묶고 경기 침체 대응하겠다는 윤 정부

재정준칙 법제화 강행...전문가들 "써야할 곳에 못 쓰는 상황 생길지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정부가 재정준칙안을 발표하면서, 재정준칙 법제화를 본격 추진한다. 공개된 윤석열 정부의 재정준칙은 문재인 정부에서 제안한 기준보다 더 단순해지고 강경해졌다.

전문가들은 재정준칙이 재정의 유동성을 낮추게 되고, 경제적 위기 상황 등 재정을 상황에 맞게 운영할 수 있는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13일 발표한 재정준칙안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GDP(국내총생산)와 비교해 3% 이내로 관리한다는 것이 큰 틀이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 재정수지 등 재정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규범이다. 방만한 재정활동을 경계하고 재정건전성을 추구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기계적으로 관리기준을 충족하도록하는 구조상, 정부의 재정활동이 경직되는 효과도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고금리 등 대외 위기는 물론 내부적으로 고령화, 탄소중립 산업 전환 등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재정의 경직은 역효과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인 정세은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고령화, 산업 전환 상황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그래서 국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가재정이 실업안전망 등으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거꾸로 재정관리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하겠다는 건 주객전도"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재정 지출이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취약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는 것을 고려하면 취약계층에 대한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극빈층이 가장 힘든 상황이 되는데 여기에 국가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곤란하다"면서 "실업 수당, 생계 수당 등에 물가 상승 고려하는 등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의 재정준칙은 지난 문재인 정부의 재정준칙에 비해 단순하고 더욱 강경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발표한 재정준칙 관리기준은 '(국가채무 비율/60%)×(통합재정수지 비율/-3%)≤1.0'이다. 풀이하면 국가채무비율을 GDP 60% 이내, 재정수지 비율은 -3% 이내로 관리하되, 두 지표와의 관계를 고려해 융통성을 두고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관리재정수지 적자 GDP 비율 -3%로 단순화했다. 관리기준의 지표 또한 통합재정수지보다 엄격한 관리재정수지로 뒀다. 통합재정수지는 재정 총수입에 총지출을 뺀 것이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기금, 사학연금기금, 산재보험기금, 고용보험기금을 제외한 것이다. 이들 사회보장성기금이 흑자를 내는 상황인 것을 고려하면 통합재정수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다.
 
재정준칙 기존안과 개정안 비교 ⓒ기획재정부


여기에 정부는 국가채무가 GDP 대비 60%를 넘어가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GDP 대비 2%까지 상향하도록 했다.

단순하게 보면 빚(국채)이 늘어났으니 나라살림을 긴축한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채가 늘어나는 상황은 경제 위기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경제 위기 상황에서 재정을 더욱 긴축하는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채를 줄이기 위한 긴축재정은 오히려 국채를 늘리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나원준 교수는 "재정 지출을 긴축하면 GDP 성장 속도도 느려진다. 그러면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자동으로 사회지출이 늘어나게 되고 채무는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이 2010년 유럽 여러나라에서 입증됐고, 당시 EU(유럽연합) 대부분의 나라가 재정준칙을 지키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재정준칙이 감세 기조와 함께 진행된다는 것이 큰 문제다. 재정 수입도 줄이면서 재정준칙까지 도입하면 지출 경직이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세은 교수는 결국 재정준칙의 효과가 복지지출 감소로 나타날 것을 우려했다. 그는 "지출 축소의 부담이 복지 분야로 전가돼서 결국에는 성장과 분배 양쪽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이상 복지재정 확대는 요원해질 것이란 것"이라며 "산업 구조전환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낙오되는 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인 것을 고려하면 긴축재정의 부담은 취약계층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정수지에 기반한 재정준칙으로는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데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표만 맞추는 재정준칙은 재정건전화보다는 예산기술자들이 숫자를 가지고 장난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라면서 "재정건정성을 나타내는 다양한 기준이 있지만 재정준칙대로면 GDP대비 적자수지 3%만 맞추면 재정이 건전한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과 지출 숫자만 관리하면 되는 지표로는 얼마든지 재정 관료의 회계 기술로 맞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의 올해 2차 추경을 보면 융자사업 이차보전전환, 지출시기조절 등으로 지출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항목들이 있다. 

이에 재정준칙을 발생주의적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발생주의는 현금의 수입·지출과 상관없이 비용이 발생되었을 때 인식되는 개념이다. 현금의 수입·지출의 수지를 따져 관리하는 정부의 재정준칙은 현금주의 개념이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다른 나라의 준칙을 보면 발생주의적 개념이다. 이번 재정준칙안 같은 현금주의적 개념은 숫자만 조작하기 쉽다"고 강조했다.

 

 “ 김백겸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네덜란드 기자 "위안부 만행, 일본군이 짓밟고 간 모든 을 추적했다"곳

[유럽人터뷰] ① 특이한 저널리스트 그리셀다

기사입력 2022.09.13. 11:31:04 최종수정 2022.09.13. 12:41:30

 

스물일곱의 나이였던 1998년 짐 가방 하나 백팩 하나 달랑 메고, 이스라엘로 떠났던 청년이 있습니다. 이 청년은 이스라엘의 지역 공동체 키부츠 예히암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네덜란드에서 온 여학생과 이야기가 잘 통해서 단짝 친구가 되었다가 금세 애정 관계로 발전해서 아예 동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평생의 연인과 아이 셋을 낳아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자신 삶의 절반 가까이를 유럽에서 살아왔고, 네덜란드 국적 취득을 위해 한국 국적은 포기했지만, 자신은 영원히 한국사람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사람으로서 유럽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대화를 프레시안에 기고합니다. 그 첫 번째로 특이한 저널리스트 그리셀다와의 인터뷰를 전합니다. (필자)

20세기 식민의 역사를 추적하는 네덜란드 여성 저널리스트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그리셀다 몰러만스(Griselda Molemans, 58세) 180 센티미터가 훨씬 넘는 큰 키에,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 색에, 동서양 모두의 얼굴 생김새를 가진 그리셀다 몰러만스는 수리남계 아버지와 인도네시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녀와의 이야기를 엮어 보았습니다. 

장광열 : 벌써 3년 전이던 2019년 말 네덜란드 저널리스트가 일본 종군 '위안부'에 대한 책을 써서 곧 나온다는 말을 듣고, 책이 나오자마자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해서 사서 앞부분을 읽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코로나 팬데믹에 휩쓸려 그 책을 책장에 넣어 놓고 잊고 있다가 얼마 전 다시 책을 꺼내 보고 그 책의 저자를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어서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먼저 책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그리셀다 :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처음 '위안부' 관련 책을 내려고 했던 건 2004년에 네덜란드 할머니들도 '위안부'로 동원되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였어요. 하지만 당시 하던 일 때문에 미뤄 두고 있다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쓰기 위한 자료 수집에 들어갔어요. 처음에 제가 주목한 것은 2차 대전 당시 아주 많은 인도네시아에 살던 다양한 인종의 여성들도 '위안부'로 동원되었다는 점이었어요. 

그런데 조사를 할수록 이 문제는 전체를 다 다뤄야 제대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1931년 일제가 만주사변을 일으킨 다음부터 1945년 8월 15일 일본 천황이 항복을 선언할 때까지, 그리고 그 후 패전국 일본의 해외 파병군에 대한 승전국의 재판 기록들과 전쟁 당시 일본의 위안소 운영 실태에 대한 보고서가 만들어져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러나 그 보고서는 몇 조각으로 분할 되어 비밀문서보관함에 들어 있었고, 어떤 보고서는 2026년까지 공개할 수 없게 묶어 놓은 걸 알게 되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1945년에 15세였다면 2026년에는 96세가 되니까 '위안부' 출신 여성은 대부분 죽었을 거라는 판단을 한 것 같아요. 

책이 많이 두껍습니다. 제 책을 넘겨 보면 아주 예쁜 한국 처녀의 사진이 있어요. 그분이 2019년 1월에 돌아가신 김복동 할머니예요. 제가 아주 존경하는 분입니다. 꽃다운 나이에 일제에 의해 강제 매춘에 동원된 할머니가 사회의 차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셨지요. 정말 용기 있는 여성 인권운동가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오래 전 일어난 일이고, 그동안 철저히 감춰진 역사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멀게만 느껴질 것 같아서, '위안부'할머니들의 젊은 시절 사진이나, 전쟁과 위안부 실태에 대한 문서 자료들을 많이 책에 담았어요.

 
▲ 20세기 식민의 역사를 추적하는 네덜란드 여성 저널리스트 그리셀다 몰러만스(Griselda Molemans, 58세) 180 센티미터가 훨씬 넘는 큰 키에,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 색에, 동서양 모두의 얼굴 생김새를 가진 그리셀다 몰러만스는 수리남계 아버지와 인도네시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 그리셀다 몰러만스
 
 
▲그리셀다는 이미 오래 전 일어난 일이고, 그동안 철저히 감춰진 역사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멀게만 느껴질 것 같아서 '위안부'할머니들의 젊은 시절 사진이나, 전쟁과 위안부 실태에 대한 문서 자료들을 많이 책에 담았다. ⓒ 그리셀다 몰러만스

장광열 : 제가 책을 읽어보니 일본이 침략한 곳의 지명이 목차에 쭉 나열되어 있어서 정말 일본의 종군 '위안부'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신이 보는 위안부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그리셀다 : 저는 아시아 침략전쟁과 이른바 종군 '위안부' 동원은 동전의 양면처럼 딱 붙어 있는 일본 군국주의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아 지역에 35개국 출신에, 50만 명에 이르는 일본 제국의 종군 '위안부'가 있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이 일은 민간이 한 것이고 일본정부는 간여 안 했다든가 위안부들은 자발적인 매춘부라는 말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짓말입니다. 

장광열 : 책 제목은 레이븐스 랑 오르로흐 (Levenslang Oorlog) 영어로는 라이프타임 워 (Life-time War) 입니다. 읽어보니 이 책은 학술서적 같지 않고, 딱딱한 역사 교과서도 아니고, 351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탐사보도입니다. 책의 첫 이야기가 인상적이였어요. 

그리셀다 : 제 책은 유럽 최대의 항구도시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2013년 11월 23일 보도된 믿을 수 없는 기사로 시작됩니다. 그것은 십 년 동안 죽은 채 자기 집에 누워 있던 인도네시아계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십 년 동안 유럽 최대의 항구도시에서 홀로 사는 할머니가 십 년 동안 죽어 있는데 아무도 모르고 있었을까?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이 소식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할머니의 가족들은 있을까? 이웃들은 왜 그걸 몰랐을까? 물세나 전기세, 가스요금 등 각종 공과금은 납부가 되었나? 노인 기초연금은 어떻게 받았을까? 이런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이름은 베피(Beppie), 본명은 엘리자베스 도로시 더 브라운(Elisabeth Dorothy de Bruin), 1929년생이고, 2003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74세로 생을 마감한 것입니다. 이 소식이 보도된 다음 날, 할머니의 외동 딸 보니(2013년 당시 68세) 가 나타납니다. 이 딸은 왜 십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자기 어머니와 연락을 끊고 살았을까요?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나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 버린 딸 보니, 어떻게 어머니와 십 년 넘게 연락을 아예 안 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보니는 어머니가 자신에게 마음을 열어 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왜 그럼 베피 할머니는 딸에게 마음을 닫고 살았을까? 그 이유는 이 딸의 출생 배경 때문이었습니다. 베피 할머니는 인도네시아 태생이었고, 태평양전쟁으로 일본이 이곳을 점령하던 1944년, 이제 갓 사춘기를 보내던 열다섯 살에 일본군에게 강간을 당하여 아이를 가졌고, 1945년에 이 아이를 낳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할머니가 된 딸 보니의 얼굴은 한눈에 일본 아버지와 인도네시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임을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8월 17일 인도네시아가 자주 독립국임을 선포했는데, 인도네시아와 유럽계 혼혈인 베피의 부모님은 1948년경 네덜란드로 피난을 가게 됩니다. 베피는 다른 가족들보다 늦게 갓난아기 보니와 함께 네덜란드로 들어와 살았고, 죽을 때까지 독신으로 살아왔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베피와 보니는 여느 집안의 엄마와 딸의 다정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베피는 보니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아버지가 일본군이었을 거라는 걸 알았지요. 하지만 아무도 그에 대해서 입에 담지 않았습니다. 

베피는 일본 '위안부'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50만의 '위안부'들처럼 열다섯의 꿈 많은 소녀는 원치 않은 아이의 엄마로 평생을 살아야 했고, 죽은 지 십 년 동안 주위의 누구도 연락을 하지 않는 외로운 노년을 보낸 것입니다.

우리는 베피를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같은 시대에 일본군의 침략을 받은 아시아 나라들에 살았던 수많은 이름 모를 여성들의 삶과 다름없었습니다. 2차 대전이 끝난 지 7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아픔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피해자들 대부분은 자신의 상처를 숨기고 평생을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에서 살아남은 가해자 중에는 단지 소수만 처벌 당했을 뿐 각자 자기의 터전으로 돌아가 한 가족의 남편으로, 아이들의 아버지로 살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처벌 받지 않은 이유는 처벌을 해야 할 무려 35개국에 달하는 피해자의 국가들이 이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 역시 방조자였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당시 아시아 나라들을 식민지로 거느렸던 수 많은 서구 열강들이 일본의 부녀자 강간과 '위안부'동원, 그리고 성적 학대, 폭력, 살인의 역사를 조사한 후에 비밀문서함으로 집어넣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태평양 전쟁의 승자였던 미국은 패전국 일본을 자신의 충성스런 속국으로 만들었고, 동북아시아로 세력을 확장하던 소련을 막는 방파제로 이용하기로 하고, 일본 군국주의자들 일부를 처벌하는 선에서 덮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본의 패망을 민족의 해방으로 이해하고 있던 아시아의 민중들은 원래 지배자인 서구 열강들이 되돌아오는 것을 보고 나서야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현실에 마주쳐야 했습니다. 

▲ 그리셀다의 책 제목은 레이븐스 랑 오르로흐 (Levenslang Oorlog) 영어로는 라이프타임 워 (Life-time War)이다. 그리셀다가 추적한 '위안부' 탐사보도가 실려있다. ⓒ 그리셀다 몰러만스

장광열 : 전쟁이 끝난 지 거의 50년이 지나서야 위안부 실태가 밝혀졌습니다. 

그리셀다 : 1991년 8월 14일 한국의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공개 증언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후 많은 할머니들이 평생 감추고 살아 왔던 아픈 과거를 폭로하면서 비로소 우리는 이 가공할 만한 전쟁범죄 진실의 파편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학순 할머니의 폭로가 있은 지 3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는 이 거대한 전쟁 범죄의 전말을 다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의 일부 극우인사들이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위안부'들이 자발적인 매춘부였고, 일본 정부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독일의 나치 추종자들이 다시 등장해서 당시 유태인 학살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게다가 한국의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할 이웃나라라고 선언했다고요? 용서와 화해는 죄를 지은 자가 본인의 죄를 인정하고, 참회하면서, 진정 어린 사과를 할 때만 가능합니다. 

저는 아베 전 총리가 죽었을 때 이곳 유럽의 언론 보도를 보고 놀랐습니다. 그는 일본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던 군국주의자입니다. 다시 욱일기를 달고 중국과 대항하는 강대국으로 살리는 게 그의 정치철학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조의를 표하면서 온통 비판적인 목소리를 아예 보도가 안 되더군요. 

▲1991년 8월 14일 한국의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공개 증언했다. 그리고 그 후 많은 할머니들이 평생 감추고 살아 왔던 아픈 과거를 폭로하면서 비로소 우리는 이 가공할 만한 전쟁범죄 진실의 파편을 볼 수 있었다. ⓒWomen and War

장광열 : 당신은 책 표지 뒷면에 '위안부'라는 용어에 대해서 슬픈 완곡어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셀다 : '위안부'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된 용어입니다. 마치 전쟁으로 정신적 고통을 당하던 일본군 병사들에게 위안을 주었던 안락한 위안소에서, 자발적으로 일본군의 위로를 해주던 여성이라는 뜻이 아닙니까?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일본군은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곧이어 중국 상해로 쳐들어갔습니다. 일본의 본격적인 아시아 대륙 침략이 시작된 것이죠. 1932년 1월 28일 밤에서 29일까지 상해로 침입한 후에 무려 일본군의 강간 신고 건수가 223건이었습니다. 

1937년 7월에는 중일전쟁이 터졌고, 일본군은 가는 곳마다 부녀자들을 강간하고, 살해하였고, 가족 전체를 몰살시키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딸을 강간하면서 부모와 형제들이 그걸 지켜보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수모를 당하고 나서 자살한 아버지도 있었고, 목을 맨 소녀들도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 제국은 일본군의 미친 성욕을 채워주고, 병사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군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서 점령지 곳곳에 위안소를 만들고, 일본의 매춘 여성만으로 그 요구를 감당할 수 없어서, 일본과 조선, 간도 등에 있던 조선 여성들과 중국 여성들을 이 강제 매춘에 동원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에 따르면 많은 조선 여성들이 공장이나 좋은 직장에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속아서 상해까지 끌려왔다고 합니다. 위안소는 그 이름처럼 평온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소녀들이 처음 들어가면 신체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 검사는 군의관에 의해 행해졌고, 그중 몇몇은 군의관이나 장교들에 의해서 강간을 당하고 위안소 방에 갇혀서 매일 매일 적게는 7~8명 많게는 50명의 병사를 상대해야 했다고 합니다.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면서 동남아 각지의 군대가 주둔하는 곳마다 모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위안소를 만들고 현지 여성들과 일본, 한국, 대만 등에서 여성들을 동원해서 채워 넣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지만, 제 책이 한국어로 번역 되어서 많은 분들이 읽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장광열 : 일본군이 위안소를 체계적으로 운영했다고 하셨죠. 군대와 위안소는 밀접한 관계라는 의미겠죠?

그리셀다 : 일본 군국주의는 일본군의 부녀자 강간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뿐 아니라, 일본군 병력의 전투 병력의 성병 감염을 막기 위해서 위안소에서 안전한 섹스를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1918년~22년 간도 지역에서 일본군이 한국의 독립군 토벌 작전을 전개했을 때 병력의 1/3이 매독이나 임질에 걸려서 전투병력에서 빠지게 되었고, 그중 많은 수가 죽었습니다. 

이런 사태가 재발하는 걸 막기 위해서 위안소에서는 병사들이 의무적으로 콘돔을 사용하도록 했고, '위안부' 여성들은 성행위 후에 소독제로 중요 부위를 닦도록 했고요. 매주 군의관에게 신체검사를 받아서 성병에 걸린 여성에게는 강력한 항생제 주사를 놔 주고 회복한 후에 다시 위안소로 배치되도록 관리했습니다. 

저는 당시 일본군에게 '위안부'는 없어서는 안 될 가축으로 취급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농장에서 키우는 젖소는 매일 매일 젖을 짜내고, 젖이 나오지 않으면 도살 당하지요. '위안부'들은 매일 매일 일본군 사병과 장교들, 군 사무관, 군대와 연관된 일본 사업가, 일본 회사 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성 노예들이었던 겁니다. 

너무나도 끔찍한 일을 당한 제 어머니, 큰 고모, 이모 나이의 50만 명이 넘는 그분들을 생각하면 슬픔을 주체할 수 없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지옥 같은 위안소에서 탈출하다가 잡혀서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런 곳에서 자발적인 매춘을 한다는 게 말이 될까요?” 

▲ 호주 전쟁기념관에 보관된 위안소의 이용 ⓒ 그리셀다 몰러만스

장광열 : 일본 정부는 민간업자들이 위안소를 운영했고, 자신들은 그 시설을 이용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입니까? 

그리셀다 : 저는 책을 내기 위해서 일본군대가 짓밟고 간 모든 곳을 다 추적했습니다. 일본 본토와 한국과 대만 같은 곳에서는 청년 남자들은 학도병이나 황국의 군인으로, 여성들은 근로 정신대라는 명목으로 차출해 갔습니다. 일본 천황을 위해서 충성을 다하는 영광을 누리라고 선동했지요. 침략한 곳의 여성들도 쪽수를 채우기 위해서 끌고 갔습니다.

장광열 : 2차 대전 이후에 식민지 인도네시아를 되찾은 네덜란드에서 일본군을 처벌이 진행되었나요?

그리셀다 : 네, 제가 자료를 모으는 중에 2차 대전이 끝난 후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의 중심 도시 폰티아낙 지역에서 네덜란드 군 보안사가 일본의 '위안소' 운영에 대해서 조사해서 만든 보고서를 확보해서 그 내용을 책에 담았고, 얼마 전 8월 14일에 후속 보도를 냈습니다. 네덜란드의 군 정보국의 보고서 제목은 '보르네오 서부지역에서 일본 해군의 점령 기간 중에 있던 강제 매춘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1943년 상반기에 일본 해군의 헌병대, 또는 특별경찰부대가 일본군 부대나 일본계 회사에서 일하던 인도네시아 여성들을 '위안부'로 만들어 버렸고, 모자라는 인력은 길거리에서 여성들을 강제로 연행해서 위안소에 배치해서 강제로 매춘을 시켰다는 일본군 포로의 진술이 나옵니다. 이 보고서가 작성자는 네덜란드 군 정보국의 J. N. 하이브룩(Heijbroek) 대위였습니다. 일본군 포위가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자백한 중요한 보고서였는데, 이 보고서는 내부에서만 공유되었습니다. 

비밀문서로 일반인의 열람이 불가능했던 것이었는데, 영국의 군 문서 보관소에 있던 이 보고서 전체를 입수하였습니다. 당시 일본은 군국주의 국가였습니다. 일본 황제는 신처럼 모셔졌고, 모든 일본과 한국 대만의 모든 황국 신민들은 황제의 백성으로 충성을 다하자고 부추겼죠. 대동아 공영권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서구 열강들이 차지하고 있던 동남아시아 나라들을 정복하기 위해서 일본은 강력한 황군을 만들고 그 병력을 잘 유지하고, 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 수단 방법 가리지 않았습니다. '위안부'는 "Of the Japanese Military, By the Japanese Military, For the Japanese Military," 즉 일본군의, 일본군에 의한, 일본군을 위한 성 노예였습니다. 

'위안부' 충원을 위해서 민간 인신매매 브로커도 이용하고, 군대가 직접 위안소를 운영하거나, 이와 동시에 민간인 포주들에게 위안소를 운영하게 했지만, 위에서 말한 보고서에서도 나오듯이 모든 민간 위안소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다음 날 아침에는 전 일본 경제인 연합회(보국회)의 보르네오 지역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로 다 모이도록 했고, 자기 직원들에게 이 자금의 관리를 맡기고 관리 감독을 한 진술이 들어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위안소'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은 괴변입니다. 

장광열 : 일본 정부는 이미 태평양 전쟁 기간 중에 있었던 강제 노역이나 '위안부' 동원에 대해서 충분히 사과했고, 앞으로는 이에 대해서 언급하지 말라고, 한국 등 피해자들의 국가 정부에 합의를 종용했습니다. 미국 정부도 한일 정부의 원만한 합의를 촉구해 왔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셀다 : 제가 지난 8월 14일 공개한 탐사 보고서(관련 기사 ☞ 일본 전쟁자금 추적한 네덜란드 기자…'위안부'의 몫은 어디로 갔을까)에서 저는 일본 군국주의는 전쟁 자금을 충원하는 역할을 두 개의 은행, 타이완은행과 요쿄하마 정금은행에 맡겼고, 이 두 은행이 일본군대의 해군과 육군의 현지 금고 역할을 했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이 은행은 일본군에 자금을 공급하였고, 일본군은 그 자금으로 군수물자를 사들이고, 군인들에게 월급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일본군은 억눌렸던 성욕을 채우기 위해 위안소에 요금을 내고 성행위를 했습니다. 

위안소는 매일 아침 전날의 수입금과 장부 내역을 관리 업체에 내면, 그중 1/3을 위안소 운영업자에게 주었고, 나머지 2/3는 '위안부' 여성 몫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에 의하면 2/3이 자기 몫으로 책정되었다는 걸 듣지도 못했고, 일부 '위안부'들이 자신들의 몫을 요구하면 운영업자는 '너희들은 돈 주고 사 온 여자들이기 때문에 너희들은 그 금액을 내게 갚아야 하고, 내가 제공하는 방에서의 숙박비, 식비, 청소비 , 옷과 화장품, 비누값을 제하면 너희들에게 돌아갈 돈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수익금의 2/3를 '위안부' 몫으로 쓰도록 했다는 건 눈속임에 불과하고, 실제로 이 금액은 위에 언급한 두 은행의 계좌 하나에 모두 저장되었고, 일본군 수뇌부는 이 돈을 다시 전쟁물자와 군인들의 급여에 썼습니다. 이 구조를 보면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운영으로 자국 군 병사와 장교,군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전매사업을 했습니다. 다시 말해 여성들을 성노예로 부리면서 67%의 전매사업을 한 것입니다. 

장광열 : 정말 위안부의 실태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인간으로서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독일의 나치의 만행에 결코 뒤지지 않아요. 작가님이 책을 쓰고 난 후 요즘의 근황은 어떠신가요?

그리셀다 : 이 책은 제 모국어인 네덜란드어로 책을 썼고, 이 책이 영어와 한국어 일본어 등 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해 왔고 앞으로도 할 것입니다. 네덜란드 밖에서는 폴란드어 번역 출판을 위해서 출판업자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요즘 저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의 식민지 역사에 대한 탐사 활동과 저술 활동, 강연과 인터뷰 등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또 책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영화나 유튜브 채널을 위한 짧은 동영상 제작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 거대한 전쟁 범죄행위가 심판받지 않고, 가해자들이 활개 치고, 이 범죄의 주역들이 묻혀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자랑스럽게 방문하고, 이런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서 피해자 국가들이 입을 닫고 침묵하고 있는 것, 그 결과 피해자들과 역사의 진실을 아는 소수의 시민들만 정의의 실현과 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서고 있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우리는 2차 대전 기간 중에 독일 나치가 저지는 악행에 대해서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광대한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 군국주의가 저지를 학살과 부녀자 강간, 폭력행위, 강제 매춘, 731부대의 끔찍한 생체실험 등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그저 한일 두 이웃 나라 사이의 분쟁인 것처럼 프레임이 짜여 있는 듯합니다.

한국 여성들이 가장 많이 '위안부'로 동원된 건 맞지만, 일본군의 만행은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은 어디서나 부녀자 강간을 일삼았고, 여성을 성 노예로 삼아서 소모품처럼 쓰고, 쓸모없으면 버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요즘을 신냉전 시대라고 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써 몇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다시 돌아온 점령자 러시아 군인에게 성적인 학대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것이 많은 언론의 증언입니다. 과연 우리가 일본 군국주의의 '위안부' 동원에 대해서 국제 사회가 엄벌에 처했다면 반세기가 훨씬 지난 지금에도 민족이나 인종, 종교,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적국의 여성을 성 노리개로 삼는 일이 생길 수 있었을까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시민들이 러시아에 제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위안부' 문제는 이미 끝난 과거가 아니라 계속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현상입니다.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몫입니다. 저는 강대국들의 눈으로 보는 역사가 아니라 핍박받고, 수십, 수백 년 동안 억압당한 약소국 사람들의 눈으로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적 이익 때문에 불의에 눈 감는 국가 정부에 맞서서 힘없는 피해자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고, 영상으로 만들어 대중들이 역사를 바로 보게 하는 것, 이것이 저의 사명이라는 마음으로 계속 탐사 저널리스트로 살고 싶습니다.

장광열 :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그리셀다 : 저는 '위안부'에 대한 주변의 잘못된 인식 속에서도 용감하게 진실을 밝힌 김학순 할머니와 '위안부' 사안을 넘어서 세상의 모든 여성들의 인권을 증진하는 운동에 헌신했던 김복동 할머니, 그리고 자기 일처럼 할머니들을 도왔던 이름 없는 많은 한국 시민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어요. 저는 그분들이 있었기에 그 역사를 알 수 있었고, 그분들의 열정에 힘입어 지금도 저널리스트로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의 책이 한국어로 출간되고 자라나는 세대들이 감춰진 역사를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그리셀다 몰러만스는 어떤 사람인가? 

1964년 생이고, 1979년부터엔터테인먼트, 예술, 스포츠 및 역사를 전문으로 하는 프리랜서 기자로 일해 왔습니다. 그녀의 인터뷰와 기사는 미국, 브라질,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네덜란드 및 홍콩의 국제 언론에 게재되었습니다. 암스테르담의 Vrije Universiteit 자유대학교에서 미술사 및 고전 고고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네덜란드 프로그램 NOS Studio Sport와 다양한 스포츠, 예술 및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의 진행자, 해설자 및 기자로서 TV 과제와 작문 기술을 결합했습니다. 

그리셀다는 광적인 농구, 테니스, 스쿼시 선수이자 수영 선수, 예술 애호가이며 영어,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및 포르투갈어에 능통합니다. 그녀는 네덜란드령도(현재의 인도네시아)에서 식민군으로 복무한 아프리카 군인 후손들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인도-아프리카 재단과 부르키나파소의 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나바 얌바가 재단의 이사입니다. 

그녀는 현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인쇄, 오디오, 인터넷 및 TV 콘텐츠를 위한 시사,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및 자동차를 전문으로 하는 크로스미디어 언론사 QNA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서 

Dochters van de Archipel (아치 섬의 딸들) 

Met vlag en rimpel : Erfgenamen van Indie (인도네시아계 네덜란드인의 피땀으로 빚어진 인생 역정 이야기)

In het voetspoor van de panter (가나 출신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 용병들의 발자취) 

From New York to LA (뉴욕부터 LA까지) 

Zwarte huid, Oranje hart(검은 피부, 오렌지색 심장) 

Opgevangen in andijvielucht(채소 안다이피 냄새가 밴 피난민 수용소) 

De vergeten krijgers (잊혀진 용사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