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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권 발동한 추미애 vs 인정 못한다는 윤석열, 누구 말이 맞나?

강경훈 기자 qa@vop.co.kr
발행 2020-10-23 16:20:25
수정 2020-10-23 17:21:02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라임 로비 의혹 등과 관련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한 것을 두고, 윤 총장과 검찰 내부에서 ‘위법·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은 ‘위법·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시비를 가리려면 쟁송(소송)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우니 수사지휘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결과적으로 추 장관의 지휘권 행사를 받아들이는 효과를 가져오긴 했지만, ‘부당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윤 총장의 태도는 국정감사를 지켜본 국민들에게 찜찜함을 남겼습니다.

윤 총장을 특정 사건 수사지휘에서 배제하는 추 장관의 지휘권 행사는 과연 위법·부당한 것인지, 법률과 과거의 지휘체계 경험에 비춰 문답 형태로 정리해봤습니다.

질문)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위법·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답변)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 범위를 규정한 ‘검찰청법 8조’입니다. 해당 법률 조항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질문) 그렇다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법적으로 문제없는 것 아닌가요?
답변)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배제’가 법률에 명시된 장관의 ‘지휘·감독’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해석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추 장관은 총장 수사지휘권 배제도 장관의 정당한 지휘권에 해당한다고 보는 반면, 윤 총장은 총장의 수사지휘를 전제로 장관이 총장을 한정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질문) 법률 해석이 충돌한다면, 그동안 이런 논쟁이 없었나요?
답변) 현실에서 논쟁의 필요가 없었습니다. 과거엔 정치권력과 검찰권력이 충돌하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검사 출신 청와대 민정수석, 검사 출신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이 사실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관계였으므로, 정치권력의 의중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규제하는 식의 지휘권 행사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질문) 과거 검사 출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특정 사건을 수사하지 말라고 지휘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답변) 그런 일은 비일비재했습니다. 철저한 상명하복에 의해 암묵적으로 이뤄졌으니 겉으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입니다. 과거 법무부 장관은 매일 아침 검찰로부터 개별 사건을 보고받고 강제수사 여부뿐 아니라, 수사 개시 등과 관련해 일일이 수사지휘를 했습니다.

질문)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 지휘를 거부한 경우는 전혀 없었나요?
답변) 통상 면담 보고 단계에서 이견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보통 검사 선배인 법무장관이 권력으로 검찰총장을 찍어누르는 식으로 정리가 됐습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난 정치권력과 검찰권력의 충돌 사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채동욱 찍어내기’ 사례가 대표적이었죠. 박근혜 정부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에 의지를 갖고 있던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를 문제 삼아 망신주기를 하고 감찰을 지시해 채 전 총장이 스스로 옷을 벗게 했었습니다.

질문) 채동욱 전 총장 사례처럼 정치권력이 총장을 노골적으로 찍어누르면 되지 않나요?
답변) 그런 방식은 이번 정부 핵심 과제인 검찰개혁 기조와도 맞지 않습니다. 검찰개혁의 여러 과제 중 하나가 법무부의 ‘탈검찰화’입니다. 법무부 탈검찰화를 실현하고, 검찰에 대한 정치권력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에서 법무부 장관은 과거처럼 검찰총장으로부터 개별 사건에 대한 보고도 일일이 받지 않는다는 원칙에 기초해 민주적 통제 차원의 최소한의 지휘권 행사만 하고 있습니다.

질문) 최소한의 지휘권 행사 범위를 넘어 위법·부당한 지휘권 행사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답변) 검찰의 시각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관행에서는 이러한 충돌이 없었기 때문이죠. 관행과는 달라서 이례적인 건 맞습니다. 그러나 관행에 어긋나기 때문에 위법·부당하다는 논리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질문) 이번 사안에서 최소한의 지휘권 행사가 필요한 근거는 무엇인가요?
답변) 라임 로비 의혹의 경우 윤 총장의 수사지휘 적절성과도 연관된 사안이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해당 의혹 사건에 대한 총장의 개입이 배제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진위는 불분명하지만, 라임 로비 의혹 리스트에는 여·야 정치인들과 검사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해당 의혹과 관련한 보고가 대검찰청 반부패부를 거치지 않고 서울남부지검장이 검찰총장에 직보하는 형태로 이뤄졌고, 이에 따라 검찰총장의 선택적 수사지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입니다. 해당 리스트의 진위 여부는 물론 여·야 정치인들이 모두 거론된 의혹에 대한 윤 총장의 취사선택 여부를 규명하는 일도 필요한 상황이 됐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질문) 윤 총장은 자신이 ‘장관 부하가 아니다’는 논리로 추 장관 지휘의 부당함을 역설하는데요?
답변) ‘부하’라는 말 자체가 봉건적 사고에 근거한 것인 만큼, ‘부하 논쟁’을 차치하고 ‘상급자’ ‘하급자’ 개념으로 이해해봅시다. ‘부하가 아니다’는 말을 ‘장관의 하급자가 아니다’는 뜻으로 이해한다면, 정부조직법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를 규정한 정부조직법 32조 2항은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고 돼 있습니다. 법률상 검찰총장은 법무부 외청 소속이며, 장관의 하급자입니다. 정부조직법은 검찰청법보다 상위법입니다. 또한 국가공무원법 57조는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질문) ‘직무상 명령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때 이의제기를 할 수 있지 않나요?
답변) 검찰청법 7조는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상급자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장관의 이번 지휘권 행사가 ‘직무상 부당한 명령’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있나요?
답변) 검사윤리강령 9조 1항은 ‘검사는 취급 중인 사건의 피의자, 피해자 기타 사건 관계인과 친족관계에 있거나 그들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을 때 또는 당해 사건과 자신의 이해가 관련됐을 때 그 사건을 회피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례는 윤 총장이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건을 스스로 회피하지 않는 상황에서 직무상 상급자인 법무부 장관의 사건 회피 지휘에 해당합니다.

강경훈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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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제조번호’ 사망자 나왔는데…독감백신, 맞아야 할까?

등록 :2020-10-23 04:59수정 :2020-10-23 07:14

 

문답으로 알아본 독감백신 궁금증

왜 사망신고 사례 늘었나
어르신 19∼21일 330만명 몰려
날씨 쌀쌀, 뇌졸중 등 빈도 높아
동일 제조번호 백신 56만명 맞아
‘스카이셀플루’각각 2명씩 4명 숨져

백신에 문제는 없나
상온 노출·백색 입자와 무관
배양 방식 등 원인 가능성 낮아
질병청 “백신 자체 문제는 아냐”

그래도 백신 접종해야 하나
고령층·기저질환자 접종 필수지만
쌀쌀한 날씨 장시간 대기 피해야
22일 오전 전남 장성군보건소에서 직원이 냉장 보관 중인 독감백신 비축분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전남 장성군보건소에서 직원이 냉장 보관 중인 독감백신 비축분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감 백신을 둘러싼 불안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에는 동일한 제조번호 백신을 접종했다가 숨진 사례까지 나왔다. 그동안 질병관리청은 사망 의심사례마다 백신 제조사, 제조번호, 접종 의료기관 등이 다르기 때문에 “제품 자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해왔다. 제조번호는 동일한 조건에서 제조된 백신 제품에 붙는 고유번호다. 독감 백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질문과 답 형식으로 궁금증을 풀어봤다.

■ 독감 예방접종, 중단해야 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동일한 제조번호 백신을 맞은 추가 사망자가 나오면 해당 제조번호는 봉인하고 접종을 중단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재검증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접종한 백신의 제조번호는 모두 달랐다. 하지만 이날 저녁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사망자 25명 가운데, 동일한 제조번호 백신을 맞고 숨진 사례가 나왔다. 질병청이 부여한 번호로 11번째와 22번째 사망자는 ‘스카이셀플루4가’ 제조번호 Q022048을, 13번째와 15번째 사망자는 제조번호 Q022049 백신을 맞았다. Q022048 백신 접종자는 7만4천여명에 이른다.

 

접종 지속 여부는 해당 백신의 안전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고된 사망 사례 12건과 동일한 제조번호의 백신을 맞은 사람은 약 56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이상반응을 신고한 접종자는 20명 이하이고, 이상반응도 모두 경증이라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해당 백신의 제조사도 5곳으로 다르다. 22일에는 수입 백신을 접종했다가 숨진 사례도 나왔다. 모든 백신 제품에서 사망 의심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예방접종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인과성이 떨어진다고 질병청은 보고 있다. “예방접종엔 적정한 시기가 있어서 일정 기간 중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 올해 백신이 문제다?

앞서 백신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됐거나 흰색 침전물이 나온 백신 등 106만도스를 회수·수거하면서, 독감 백신에 대한 불안이 커진 것은 맞다. 하지만 사망 의심사례 12건은 이와는 무관하다는 게 질병청의 설명이다. 12건 중 3건은 국가예방접종 물량 조달을 맡았던 신성약품이 1차로 유통했던 물량이지만, 상온 노출된 제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머지는 2차 배송 또는 유료접종 물량이라고 한다.

이날 국감에서는 ‘무균 상태인 달걀이 문제 아니었냐’는 등의 의혹도 제기됐다. 독감 백신은 대부분 유정란에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 때문에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세포배양 방식으로 생산된 백신을 맞으라고 권한다. 그런데 사망자는 두 종류의 백신 접종자에게서 모두 나왔다. 배양 방식의 문제가 아닌 셈이다.

■ 사망 신고 사례는 왜 늘어나나?

독감 백신에 문제가 없다면 사망 의심사례는 왜 예년보다 많이 신고되고 있는 것일까. 먼저, 너무 단기간에 접종 인원이 집중되면서 대기시간이 길어진 문제가 고령층 건강상태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300만명이 넘는 어르신(만 62살 이상)이 예방접종을 받았다. 무료접종 첫날인 19일에만 180만명이 접종했다. 무료접종이 298만6천여명, 유료접종이 30만9천여명이다. 백신이 부족할지 모른다는 초조함에 인원이 몰린 셈이다. 날씨 탓에 뇌졸중, 심근경색 등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데다가, 대기시간까지 길어지면서 백신을 접종한 고령층의 건강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신고된 사망 사례 대다수가 만 65살 이상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감에서 “지난해 70살 이상 노인이 20만5천명 숨졌는데, 하루로 나눠보면 560명”이라며 “과거에 (사망 원인이) 질환으로 분류될 분들이 상당수 백신과 관련 있는 것처럼 발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 부작용? 예방접종 해야 하나?

예방접종과 사망의 인과관계를 따질 때 중요하게 판단하는 두가지가 있다. 첫째, 백신의 독성물질 때문인가, 둘째, 백신 접종의 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나 길랭-바레 증후군과 연관됐는지 여부다. 아나필락시스는 접종 이후에 면역체계가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해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증상이 30분 안에 나타나기 때문에 접종 뒤 15~30분가량 의료기관에서 대기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100만명당 0.7명꼴로 일어날 정도로 흔하지는 않다. 급성 마비성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은 감염 뒤 2~3주가 지나서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유일하게 독감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돼 피해 보상을 받은 1건(2009년 접종)의 사망 사례는 길랭-바레 증후군의 변형인 밀러 피셔 증후군이 나타난 경우였다. 2004~2016년 사이에 예방접종 때문에 길랭-바레 증후군이 생겼다며 피해 보상 심의를 받은 사례는 모두 50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33건에 대해 보상이 이뤄졌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고령층, 만성질환자 등은 예방접종을 꼭 받아야 한다. 독감으로 인해 기저질환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감에 걸려 폐렴 등의 합병증이 생겨서 숨지는 사람이 1년에 3천명이 넘는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966928.html?_fr=mt1#csidxd8a0256c75aadf5b29accd5a3ab69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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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짧은 기사... 몇달 후 국군이 이상해졌다

[김종성의 히,스토리] 여순사건 전후 무슨 일이 있었나

 
  0.10.23 09:07최종 업데이트 20.10.23 09:07
토착왜구나 친일파가 해방된 나라를 자신들의 나라로 만드는 데는 경찰 다음으로 국군의 조력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국군은 1946년 1월 15일 남조선국방경비대로 창설돼 '조선경비대', '국군', '대한민국 육군'을 거쳐 1948년 11월 30일 '대한민국 국군'이라는 명칭을 갖게 됐다. 당시의 국군이 친일파를 돕는 반역사적 행적을 남기게 된 데는, '대한민국 국군'이란 이름을 갖기 1개월 전에 벌어진 사건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1948년 10월 19일, 여수와 순천에서 여순사건이 발생했다. 이승만 정권이 민간인 학살로 응수한 이 사건은 정부군이 22일 순천을 장악한 데 이어 24일 여수를 장악하면서 일단락됐다.

국군의 타락

제주 4·3항쟁에 대한 진압 명령을 거부한 양심적인 군인들의 궐기로 발생한 여순사건은, 이에 맞선 친일파들이 반공을 빌미로 단결을 강화하는 동시에, 그 달 12일 구성된 국회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계기가 됐다. 여순사건 자체는 역사의 퇴행을 막고자 일어난 일이지만, 이에 대한 진압은 친일파의 지배권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

여순사건 진압이 현대사에 끼친 악영향을 구체적으로 파고들어가면, 갓 출범한 당시의 국군이 이 일로 인해 타락에 빠진 사실을 접하게 된다. 국군은 '국민의 군대'로 해석돼야 하는 단어이지만, 여순 진압은 당시의 국군이 '국가의 군대'로 전락하는 계기가 됐다.

국민이 실질적 주인인 나라에서 군이 국가의 군대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 시기의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의 정부가 아니라 보수 친일파의 집행위원회였다. 그래서 여순 진압을 계기로 '국가의 군대'가 된 당시의 국군은 보수 친일파의 이익에 봉사하는 도구로 악용되기 시작했다.

해방 직후의 군대는 경찰과 달랐다. 광복군 출신들을 포함해 진보적 인물들이 상당수 섞여 있었다. 보수파들에 의해 좌파 빨갱이로 매도된 이들은 실상은 친일청산과 분단반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미군정과 보수파가 장악하는 군대에 들어갈 수 있었던 데는 당시의 모병 방식이 큰 영향을 끼쳤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경품을 쌓아놓고 책상에 앉아 고객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해방 직후의 모병 풍경도 비슷했다. 군인들이 길거리에 책상을 놓고 지원자를 기다리는 식이었다.

길거리 모병

여순사건 5개월 전에 발행된 1948년 5월 29일자 <경향신문>에도 그런 풍경이 보도됐다. 길거리에 놓인 책상에 정복 군인이 앉아 있고 그 옆에 또 다른 군인과 민간인 2명이 서 있는 모습이 사진에 실려 있다. 그 밑에는 '우국 청년은 오라'는 짤막한 기사가 게재돼 있다. '가두의 모병 광경도 위위(威威, 씩씩하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 기사의 본문은 아래와 같다. 요즈음에는 안 쓰이는 '요지음' 같은 표현이 들어 있는 기사다.
 

▲ 본문에 인용된 신문 보도. ⓒ 경향신문

 
국방경비대에서는 요지음 대원을 대량으로 모집 중인데, 서울 거리 요소에 접수소를 설치하고 응모를 취급하고 있어 조국 방비의 간성이 되려는 젊은이들의 씩씩한 모습은 서울 거리에 한 개 이채를 띄고 있다.

'가두 모집'이나 '가두 모병'으로 불리는 이 풍경은 '길거리 징병'이나 '길거리 모병'으로도 부를 수 있다. 토크쇼에 나온 연예인들이 데뷔 과정을 무용담처럼 소개할 때 종종 언급하는 '길거리 캐스팅'이란 말로도 바꿀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군인을 모집했기 때문에, 분단문제나 친일문제에 관한 지원자의 견해를 제대로 확인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2016년에 <군사발전연구> 제10권 제1호에 실린 신종태 전쟁과평화연구소 연구위원의 논문 '6·25전쟁 이전의 한국 국방정책 분석'에 언급된 아래와 같은 양상이 출현하기 쉬웠다. 논문 저자는 1984년에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가 발행한 <국방사 1>의 내용을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더욱이 미군정 3년간의 민주화 시책을 기화로 공산주의자들이 정부의 각 주요 기관 또는 경비대에 아무런 제한도 받지 않고 채용되거나 입대할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하여 경비대 내부에도 이들 세력이 침투, 동조 세력을 규합하여 조직망을 확대해 나갔다.

극우단체의 대거 군입대

여순 진압은 진보적 청년들이 '길거리 캐스팅'으로 입대하는 일을 막고자 모병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지난 5월에 <사총(史叢)> 제100권에 실린 노영기 조선대 교수의 논문 '여순사건 이후 한국군의 변화와 정치화'에 따르면, 여순 진압을 계기로 당시의 국군은 서북청년단(서북청년회) 같은 극우단체들에게 모병 권한의 상당부분을 넘겨줬다. 이들의 추천과 신원보증을 통해 국군을 보수파 군인들로 채우려 했던 것이다.

위 논문은 "여순사건이 터지자 우익 청년단체들은 다시 군의 재편을 주장하며 정부에 무기 대여를 요청하고 국방부도 청년단체를 포섭시키는 방안을 계획했다"고 한 뒤 "군에서는 청년단체 책임자의 (피)추천자를 우선 선발할 것을 결의했다"고 하면서 이렇게 설명한다.
 
(1948년) 12월 20일 200명의 서북청년회 회원들이 비밀리에 대전의 제2연대에 입대했다. 이것은 제2여단 참모장과 서북청년회 부단장 간의 비밀 회합에서 결정됐다. 또한 여순사건 이후 우익 청년단체에서 추천하는 자들로 사병들을 선발하는 신원보증제를 실시했다. 즉 군은 이전의 향토연대 창설 과정에서 나타난 길거리 모병을 폐기하고 우익 청년단체가 신원을 보장하는 세력들을 받아들였다.

이로부터 1년 반 뒤에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국군에 의한 국민 학살(민간인 학살, 양민학살)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됐다. 여순사건 직후부터 극우단체들과 국군의 제휴가 강화되고 이 단체들이 국군의 주요 조직을 장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순 진압은 이승만 정권이 숙군이라는 명분하에 친일청산 지지자들을 쫓아내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이 시기의 숙군 작업이 표면상으로는 반공을 명분으로 했지만 그보다는 친일청산 저지를 더 많이 목표로 했다는 점은, 공산주의자 박정희가 여순사건 때문에 숙청되는 듯하다 되살아난 데서도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박정희는 1948년 11월 11일 체포됐다가 1개월 뒤 석방되고 석방 1주일 만에 다시 출근했다. 그는 공산주의자였지만 친일청산론자는 아니었다. 이런 사람은 숙청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은 그의 신속한 복귀로 증명된다.

그날 이후 군이 변했다

여순 진압은 국군 지도부가 갓 출범한 반민특위를 압박하는 명분으로도 작용했다. 반민특위 등장으로 긴장했던 친일 군인들은 여순 진압을 계기로 일치단결해서 반민특위에 공세적 태도를 취했다. 이들은 반민특위 활동을 무력화시키라고 정부에 압력을 가하기까지 했다. 위 논문은 이렇게 말한다.
 
반민특위의 활동이 성과를 올리며 그 예봉이 점차 자신들에게 향하게 되자, 국방부와 육군의 최고 수뇌부에는 그에 따른 위기감이 높아졌다. 일본 육사 출신의 육군참모총장 채병덕 대령은 원용덕·정일권 등과 의논해 자신이 육군참모총장을 그만두면 원용덕·정일권 등 군 수뇌부가 모두 물러나겠다는 뜻을 정부에 전달했다. 결국 이들은 군을 정치에서 독립시키는 데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며 친일파 숙청을 무력화시켰다.

여순 진압은 해방 뒤 반목했던 군과 경찰이 단합하는 기회로도 작용했다. 여순 진압 뒤에 국군과 경찰은 겉으로는 반공을 명분으로, 속으로는 친일청산 반대를 명분으로 단결했고, 이는 이승만 정권과 친일파가 공고한 군사적 기반을 갖는 데 기여했다.

여순 진압은 또 다른 측면으로도 당시의 국군을 더럽혔다. 국군이 외적이 아니라 국민을 적대시하도록 만드는 데 기여한 것이다. 군의 국민 사찰, 민간인 사찰을 정당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위 논문에 이런 대목이 있다.
 
군 사찰기관은 공공연하게 민간인 사찰을 확대·강화시켰다. 그중에서도 헌병사령부와 육군본부 정보국이 민간인 사찰을 주도했다. 헌병사령부와 육군본부 정보국은 숙군과 함께 좌익 세력을 색출한다며 국회의원·공무원 및 일반 국민들을 무차별 연행했다.

이처럼 여순사건에 대한 진압은 당시의 국군이 친일청산 저지뿐 아니라 민주주의 파괴에까지 연루되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부조리가 청산되지 않았기에 훗날 대한민국은 5·16 쿠데타, 12·12 쿠데타, 5·17 쿠데타를 피할 수 없었다. 1948년 10월 19일 이후의 여순 진압을 계기로 당시의 국군은 그처럼 부조리한 집단으로 전락했다. 국군은 그날 이후로 이상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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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택배노동자 죽음 위에 택배회사 막대한 영업이익 누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발행 2020-10-22 16:47:28
수정 2020-10-23 08: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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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1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1ⓒ국회사진취재단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잇따르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택배회사들이 분류작업에 추가인력만 투입했더라도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택배회사들은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막대한 영업이익을 챙기고 있다.

22일 또 한 명 노동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CJ대한통운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2020년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19년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엄청나게 뛰어올랐다. 2020년 상반기에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CJ대한통운의 택배부문 매출은 2019년 대비 27.3%나 오른 1조5,706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늘었다.

2020년 상반기 CJ대한통운의 택배부문 영업이익은 830억 원으로 2019년 상반기의 232억 원에 비하면 2.58배 늘었다.

CJ 대한통운 택배부문 매출액 및 영업이익 증가세

CJ 대한통운 택배부문 매출액 및 영업이익 증가세
CJ 대한통운 택배부문 매출액 및 영업이익 증가세ⓒ기타

얼마 전 또 다른 택배노동자가 사망한 ㈜한진의 택배부문도 마찬가지이다. ㈜한진의 택배부문 매출액도 2019년 상반기에 비해 상당히 늘었다. 2020년 상반기 매출액은 23.3% 늘어난 4,765억원에 달했다. 2020년 상반기 영업이익도 2019년 상반기보다 92.2% 늘어난 223억원에 달했다.

 

㈜한진 택배부문 매출액 및 영업이익 증가세

㈜한진 택배부문 매출액 및 영업이익 증가세
㈜한진 택배부문 매출액 및 영업이익 증가세ⓒ기타

한마디로 택배회사들은 늘어난 택배 물량 덕분에 수백억 원대의 추가이익을 챙기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택배회사들은 ‘과로사를 막기 위해 분류작업에 추가인력을 투입’하는 등 대책을 세워달라는 노동자들의 요청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 그래서 택배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는 참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고도 무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입에 담는가?

21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각계 대표들이 참석한 택배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끊기 위한 각계 대표단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김재하 비대위원장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 분류인력 별도투입과 노동시간 단축조치를 즉각 실시할 것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0.21
21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각계 대표들이 참석한 택배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끊기 위한 각계 대표단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김재하 비대위원장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 분류인력 별도투입과 노동시간 단축조치를 즉각 실시할 것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0.21ⓒ김철수 기자

지금 벌어진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는 택배회사들의 무분별한 이윤추구에서 비롯된 ‘기업 살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지만, 정말 해도 너무 한다. 이런 상황을 방치한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예고된 죽음도 막지 못하는 정부가 무슨 존재가치가 있는가?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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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국방비, 문제는 가성비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0/10/23 08:48
  • 수정일
    2020/10/23 08:4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0.10.23 07:36
  •  
  •  댓글 0
 
   
 
오는 28일 대통령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국회는 555.8조 원 규모의 2021년 예산심의를 본격화한다.
 

정부 원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내년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5.5% 증가한 52.9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국방비는 러시아에 이어 세계 9위 수준이며, 유엔 상임이사국인 프랑스보다 많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40.3조 원으로 출발한 국방비는 4년 만에 12.6조 원이 증가, 해마다 약 3조 원씩 늘어난 셈이다.

▲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때 문재인 대통령이 스텔스 전투기 F-35A 앞에서 사열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때 문재인 대통령이 스텔스 전투기 F-35A 앞에서 사열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문제는 가성비

혹자는 코로나 정국에 국방예산을 과도하게 잡은 문제를 제기하지만, 오히려 늘어난 국방비만큼 문재인 정부의 국방전략이 실현됐냐를 따지는 것이 급선무 아닐까.

국방예산의 가성비를 따져보기에 앞서 문재인 정부의 국방전략부터 먼저 보자.

문재인 정부의 국방전략은 막강한 군사력과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전작권을 환수해 자주국방을 실현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통해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전략대로 자주국방과 평화만 구축될 수 있다면 국방예산을 50조가 아니라 100조를 들여도 아깝지 않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방예산 가성비는 안타깝게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우선 문재인 정부는 자주국방의 초석이 될 전작권을 미국으로부터 돌려받기 위해 미국 무기 세계 1위 구매국이 되었고, 코로나 정국에도 불구하고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강행하는 등 갖은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임기 내 전작권 환수는 물 건너 가버렸다.

애초에 전작권을 돌려줄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던 미국을 상대로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헛물을 캔 것.

평화 구축도 마찬가지.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한 문재인 정부는 군비증강에 심혈을 기울였다.

‘작계2015’에 따른 참수작전용 전투기 F-35A 스텔스를 7.9조 원을 들여 40대를 구매하고, 북한(조선) 핵·미사일 위협과 대북 전면전을 위해 2.4조 원을 들여 이지스 구축함을 배치할 계획까지 세웠다.

이 뿐만 아니라 미국산 첩보 위성급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4대 구매에 약 1조 원, 초소형 군사용 정찰위성 5대 발사에 약 1.2조 원 등 대북 선제공격 일명 킬체인을 위해 혈세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결과는 한반도 비핵화는커녕 이미 약속됐던 종전조차 미국의 반대로 선언하지 못했다.

사실 북한(조선) 입장에서, 상대방이 선제공격을 위한 군비증강과 군사훈련을 강화하면서 핵 포기를 요구하는데 이를 순순히 들어 줄 수야 없지 않은가.

문재인 정부는 막대한 국방비를 때려 붓고도 목표한 자주국방과 평화 구축은 오히려 후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곧 있을 2021년 국방예산 심의에서 국회가 이런 점들을 지적하고 가성비를 높일 방안을 찾을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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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지율, 급락 후 다시 반등···라임·옵티머스 사건 변화 때문?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입력 : 2020.10.22 10:32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했다가 다시 반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2일 나왔다. 여권 인사들이 다수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의 추이가 변화하면서 지지층이 결집한 것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전국 유권자 1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도는 지난주보다 3.1%포인트 오른 35.3%로 나타났다. 4.3%포인트 하락했다가 반등한 것이다.

응답자별로 보면 진보층이 10.4%포인트, 서울 지역이 6.6%포인트, 20대 연령층이 8.1%포인트 올라 상승 폭이 컸다.

국민의힘은 2.3%포인트 하락한 27.3%를 나타냈다.

양당의 격차는 8.0%포인트다. 한 주 만에 다시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

리얼미터는 지난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여권 인사의 라임·옵티머스 연루 의혹에 낙폭이 컸으나 지지층 결집에 힘입어 반등한 것으로 분석했다.

열린민주당은 7.3%, 국민의당인 6.6%, 정의당은 5.5% 순이었다.

다만 무당층은 지난주 대비 0.6%포인트 증가한 14.2%로 나타났다. 무당층은 추석 전 15%대를 기록한 이후 13%대로 떨어졌지만 다시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전주보다 0.5%포인트 오른 46.3%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1.4%포인트 내린 48.6%였고 ‘모름·무응답’은 5.1%였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간 차이는 2.3%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이다. 긍·부정평가 차이가 오차범위 결과를 보인 것은 9월3주차 이후 5주만이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리얼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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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조정래의 일침, 김종인 조부의 통탄

[김종성의 히,스토리] 미완의 반민특위, 조정래와 김병로의 한

  20.10.22 08:42최종 업데이트 20.10.22 08:42
 

▲ 조정래 작가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2020.10.12 ⓒ 연합뉴스

 
지난 12일 기자간담회 때 소설가 조정래는 소위 '토착왜구'들을 비판하면서 "민족정기를 다시 세우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반민특위는 반드시 부활해야 합니다"라고 한 뒤 "일본의 죄악을 편들고 역사를 왜곡하는 민족반역자들에 맞서는 운동에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려 합니다"라며 친일청산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바로 옆에서 일본 우익이 자꾸 꿈틀대고, 안에서는 그들과 보조를 맞추는 친일파나 토착왜구들이 지난 75년간 과거사 정리를 저지하며 한국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조정래가 10월에 쏟아낸 이 한(恨)은 75년간 축적된 우리 사회 전체의 한을 반영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한은 71년 전 이맘때 특히 많이 생성됐다. 조정래가 여섯 살 되던 해인 1949년 10월, 이 땅에서는 역사를 퇴행시키는 죄악이 벌어졌다. 조정래가 "반드시 부활해야 합니다"라고 역설한 바로 그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를 친일파와 이승만 정권이 해체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반민특위는 이때 갑자기 해체된 게 아니라 지속적인 공격을 받다가 해체됐다. '마침내'를 뜻하는 한자 수(遂)를 써서 반민특위 해체를 보도하는 기사들이 나온 것은 그것 때문이다. 1949년 10월 6일자 <동아일보> 기사 '반민법개정법 등 4일부 수(遂) 공포'는 반민특위의 최후를 아래와 같이 보도했다. 아래 기사 속의 급(及)은 '~와, ~과'를 의미하고, '계속(繫屬)'은 사건이 법원의 재판 대상이 돼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과반 국회를 통과한 반민족행위처벌법 중 개정법률과 반민족행위특별조사기관조직법 급(及) 반민족행위특별재판부부속기관조직법 폐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 4일부로 공포되었다. 이 법률은 모두 공포일로부터 실시하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반민 재판은 단심제로 대법원에서 하게 되었으며, 범죄 수사와 소송절차 급(及) 형의 집행은 일반 형사소송법으로 하게 되었다.
 
그리고 수사 및 기소는 대검찰청 검찰관이 이것을 하게 되었고, 이 개정법 시행 당시 수사 혹은 심의 중의 사건도 모두 대검찰청 또는 대법원에 계속(繫屬)하게 되었다. 이로써 금후로는 수사·기소 등 수속이 완결되지 못한 것은 대검찰청에서 행할 것이며, 이미 기소되어 있는 사건은 대법원에서 심판을 하게 된 것이다.
 
반민족행위특별조사기관조직법은 국회에 설치된 반민특위의 세부 조직에 관한 법률이고, 반민족행위특별재판부부속기관조직법은 반민족행위특별재판부 및 반민족행위특별검찰부의 세부 조직에 관한 법률이다.
 
10월 4일자로 반민특위·재판부·검찰부가 사라지지만, 반민족행위처벌법은 폐지되지 않고 개정만 됐다고 했다. 친일파와 이승만 정권이 반민족행위처벌법만큼은 남겨놓은 것을 놓고, 이들이 최소한의 양심은 갖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반민족행위처벌법은 본문 3개 장과 총 32개조(부칙 포함)로 돼 있었다. 제1장은 '죄', 제2장은 '특별조사위원회', 제3장은 '특별재판부 구성과 절차'였다. 제2장과 제3장은 친일파 처벌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한 부분으로 이 법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1949년 10월 4일 개정 때 제2장과 제3장이 없어졌다. 법의 '액기스'가 사라진 것이다. 이로 인해 32개 조문 중에서 8개만 남게 됐다. 친일청산을 위한 특별기구들을 없애고 이 법을 일반 법원의 관할로 넘길 목적으로 이렇게 했던 것이다.
 
반민'특'위는 친일파들을 상대로 '특'별히 파워를 보여준 기구가 아니었다. 친일파들한테 '특'별히 당한 기구였다. 친일파 시위대가 반민특위 본부를 공격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해 6월 6일에는 경찰이 반민특위 사무실을 포위하고 공격하는 일까지 있었다(6·6 사건). 이런 사건들은 '친일파 처벌을 시도하면 이렇게 된다'는 경고를 법원과 검찰에 던지는 것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반민족행위처벌법이 개정되어 반민특위가 해체되고 일반 법원·검찰로 사건이 넘어갔기 때문에, 일반 판검사들이 친일파 사건을 철저히 다루기는 힘들었다. 10월 4일의 개정을 주도한 세력이 노린 것은 바로 이것이다. 실제로 반민족행위처벌법으로 인한 사형집행은 단 1건도 없었고, 감옥에 갇혔던 친일파들도 특위 해체 뒤 전부 다 감옥 문을 열고 햇빛을 보게 됐다.
 
그로부터 얼마 뒤였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8개월도 안 됐을 때인 1951년 2월 14일이었다. 이날 법률 하나가 통과됐다. 조문도 없이 본문 1개 문장으로 구성된 법률이었다. "법률 제3호 반민족행위처벌법과 동(同)개정법률 제13호, 제34호 및 제54호는 폐지한다"라는 반민족행위처벌법 폐지법률이었다.
 
1949년 10월에 반민족행위처벌법을 완전히 폐지하지 못한 친일파 세력은 1·4후퇴로 서울을 빼앗겨 국민들이 정신없을 때를 틈타 이렇게 반민족행위처벌법을 뿌리째 뽑아버렸다. 그 전쟁 와중에도 반민족행위처벌법이 마음에 걸려 있었던 모양이다.
 
김종인의 조부, 김병로
 

▲ 김병로 전 대법원장과 함께한 이승만 대통령 ⓒ e영상역사관

 
반민특위가 법적으로 와해된 71년 전 이맘때를 가장 힘들게 보냈을 사람들이 있다. 그중 한 사람은 반민족행위특별재판부장이다. 대법원장으로서 특별재판부장을 겸했던 김병로(1887~1964)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그의 손자다.
 
김병로는 김옥균 갑신정변 3년 뒤인 1887년 지금의 전북 순창에서 태어났다. 그는 정의심이 강한 사람으로 성장했다. 18세 때인 1905년에 을사늑약(을사보호조약)이 강요되자 최익현의 의병부대에 가담해 활동하기도 했다.
 
1913년에 메이지대학을 졸업한 김병로는 경성법전 조교수 등을 거쳐 1919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광주학생운동, 6·10만세운동, 원산파업사건, 단천노조사건 등의 무료 변론을 맡았고, 40세 때인 1927년에는 신간회 중앙집행위원장이 되었다. 이런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반민족특별재판부장을 겸하는 것은 매우 든든해 보이는 일이었다.
 
든든하게 보였을 뿐 아니라 실제로도 든든했다. 그는 이승만 정권에 맞서 반민특위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2016년에 <서울대학교 법학> 제57권 제2호에 실린 한인섭 서울대 교수의 논문 '반민족행위자의 처벌과 김병로 - 반민특위 특별재판부장의 역할을 중심으로'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승만 정권은 반민특위의 약화 및 와해를 위해 갖가지 수단을 구사하였다. 처음엔 권력분립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위헌론을 제기하고 특별담화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에 대해 김병로는 위헌 시비는 헌법위원회에서 판정할 일이고, 법률에 따른 반민특위의 행동 역시 불법이 아니며, 문제가 있다면 입법 개정안을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깨끗이 정리하였다.
 
김병로의 대응에 대해 이승만 정권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들은 심지어 무력을 동원하기까지 했다. 위 글의 이어지는 대목이다. 인용문 속의 '검찰총장'은 반민족행위특별검찰부장을 겸한 권승렬 검찰총장이다.
 
이렇게 법리 논쟁이 정리되자 이승만 정권은 아예 노골적인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경찰 간부가 체포되자 반민특위 사무실을 습격하고, 검찰총장이 휴대한 권총까지 탈취할 정도에 이르렀다. 당시 이 사건은 6·6 사건 혹은 경찰 쿠데타로 불렸다. 이승만 대통령 본인이 이를 비호하는 데 이르자, 김병로는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이와 같은 조치는 '직무를 초월한 과오로서 불법'이고 가차 없는 법적 심판을 받아야 함을 명언하였다.
  

▲ 가인 김병로. ⓒ EBS

 
김병로는 법률가 마인드를 가진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이승만 정권의 무력 공격에 맞서 이 정도라도 대응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런 그가 1949년 10월 4일의 반민특위 해체를 어떤 심정으로 지켜봤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반민특위 해체에 관한 입법 조치가 9월 22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10월 4일의 공식 해체가 임박해진 9월 하순에, 그는 대법원장으로서 소극적인 유감 표명밖에 할 수 없었다. 그해 9월 26일자 <동아일보> 기사 '사전연락 없어 유감'에 따르면, 김병로는 9월 23일 다음과 같은 유감 표명을 내놓았다.
 
"우리로선 국회에서 통과한 법을 충실히 실행할 의무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반민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킴에 하등의 사전 연락이 없었으므로 우리가 생각하고 있었던 특수한 사무처리규정을 삽입할 수 없었으며, 다만 사무처리를 대법원에서 하라고 규정지었으니 현재도 대법원의 인원과 기타 문제로 그를 원만히 처리함에 곤란한 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병로는 친일청산을 열렬히 응원했다. 그랬기 때문에, 이승만 정권의 반민특위 해체에 대한 그의 분노는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상황의 불리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사전 연락도 없이 이런 식으로 대법원에 사건을 떠넘기면 어쩌란 말이냐? 대법원 인력으로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식의 소극적인 유감 표명밖에 할 수 없었다. 가슴 속 분노를 억누르면서 극도로 절제해서 유감 표명을 했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대법원장 김병로도 소설가 조정래가 품은 것과 동일한 한을 품었을 것이다. 김병로가 품은 한은 1949년을 살았던 사람들의 대부분과 2020년을 사는 사람들의 상당부분이 품은 한과 동일할 것이다. 21세기판 반민특위가 부활해 친일청산을 마무리하기 전까지 이런 한은 우리의 가슴에 계속해서 남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전 민족적으로 한이 켜켜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도 일부 사람들은 일본을 노골적으로 편들며 친일청산을 대놓고 훼방하고 있다. 그들은 동족의 한을 '반일 종족주의'로 폄하하는 책까지 펴내고 있다. 그런 책을 쓰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조금도 품지 않는다. <반일 종족주의> 제2탄인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 서문에서 공동저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2019년 7월에 출간된 <반일 종족주의>는 공저자의 한 사람인 저에게는 자유인의 선언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종족주의가 강요한 자기 검열에 걸려 실로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털어놓았기 때문입니다. 한 편, 두 편 글을 쓰면서 어떠한 터부도 두지 않으리라 굳게 결심했습니다. 그리고선 큰 해방감을 맛보았습니다. 대학에서 33년간 교수 생활을 하며 이 사회로부터 큰 혜택을 입었습니다. 그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을 했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민족적 한이 맺힌 친일청산 노력을 비하하는 글을 쓰면서 '자유인의 선언을 했다', '속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해방감을 맛보았다', '33년간 받은 혜택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을 했다' 등등의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반민특위를 반드시 부활해 역사를 왜곡하는 세력들에 맞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각오를 갖게 만드는 언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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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포비아'? 지나친 공포 금물..."5명은 기저질환, 이상반응은 1건"

2건은 급성 쇼크 가능성 있어...국가예방접종은 계속 하기로

 

올해 인플루엔자(독감) 예방 접종이 시행된 이후 21일 현재 총 9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아직 백신과 사망 사고 간 연관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2건은 급성 쇼크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질병관리청은 자체 조사 결과 백신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국가예방접종은 계속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연이어 사망 사고가 보고돼 국민의 불안감이 큰 가운데, 이날 오후 질병관리청은 충북 청주 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개최해 여태 접종 현황을 보고했다.

 

질병청은 "아직 (사망과) 백신과의 직접적인 연관성,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과 사망과의 직접적인 인과성이 확인되지는 않았다"며 "특정 백신에서 중증이상반응 사례가 높게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예방접종을 중단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질병청은 사망 사고 중 2건의 경우 아나필락시스(급성 쇼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청은 부검 결과, 의무기록 조사 등을 통해 인과관계를 추가 확인키로 했다.


 

지난 14일 인천 17세 남학생의 사망으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이날까지 총 9건으로 늘어났다. 이날 오전 2건의 사망사고가 추가된 데 이어, 오후에도 2건의 사망 사고가 확인됐다.


 

청은 이들 사망 사례 중 7건에 대해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2건의 경우 유족의 요청에 따라 사망자 정보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역학조사를 결정한 7명 중 청은 유족의 동의를 얻어 2명을 부검했으며, 1명의 부검을 결정했다. 나머지 4명의 부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7명의 상세 정보는 인천 17세 남학생(부검 중, 접종 후 42시간 만에 사망), 전북 고창 77세 여성(부감 중, 22시간), 대전 82세 남성(부검 예정, 28시간), 대구 78세 남성(12시간 후 사망), 제주 68세 남성(부검 예정, 17시간), 서울 53세 여성(75시간), 경기 89세 남성(51시간)이다.


 

▲질병청이 밝힌 9건의 사망자 관련 정보(2건은 유가족 요청으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음). ⓒ질병관리청

청은 이 가운데 이날 오전까지 보고된 6명의 사망자를 대상으로 백신 내 독성물질 함유 여부, 아나필락시스 여부, 기저질환 여부 등 세 가지 항목을 중점적으로 검토한 결과 백신 내 독성물질이 함유됐을 가능성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피해자 중 두 명의 경우 아나필락시스와의 관련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이 경우도 정확한 의학적 근거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청은 전했다. 다만 두 사례의 경우 각각 접종 후 2시간 30분, 17시간 이후 사망으로 이어져 "급성기 과민반응과 관련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김중곤 질병청 예방접종피해조사반장은 전했다.

 

기저질환과 백신 접종 간 연관성도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았다고 청은 전했다. 다만 전체 6명의 사망자 중 5명은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음이 확인됐다. 김 반장은 "(백신 접종과) 기저질환과의 연관성은 부검을 통해 조금 더 확실히 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여태까지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확실히 결론내려진 건 백신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김 반장은 이에 따라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사업은 지속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9월 21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시점에서 고령자, 임산부, 기저질환자, 소아, 의료 종사자들에게는 특히 예방접종을 꼭 실시하도록 강력히 권고했다"고 언급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신속하게 역학조사를 통해 예방접종 인과관계와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라며 "아나필락시스 등 중증 이상반응 방지를 위해 건강상태가 좋은 날에 예방접종을 받아주시고, 접종 대기중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라고 권고했다.


 

또 "(접종 전) 예진시 아픈 증상이 있거나 평소에 앓고 있는 만성질환은 반드시 의료인에게 알리시고, 접종 후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15~30분간 이상반응 여부를 관찰하는 등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해 예방접종수칙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청에 따르면 올해 독감 예방접종은 이날까지 총 1297만 건 진행됐으며, 이 중 국가예방접종은 836만 건이었다.

 

지난 달 25일부터 시작한 만 12세 이하 1회 접종 대상 어린이의 약 68.8%, 임산부의 34.1%가 접종을 완료했다. 이달 13일 시작한 만 13~18세 접종 대상자의 48.2%가 접종을 완료했고, 19일 시작한 어르신의 31.1%가 접종을 완료했다.

 

여태 접수된 접종 후 이상반응은 431건이었으나, 예방접종과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세부 내역은 국소 반응 111건, 알레르기 119건, 발열 93건, 기타 104건이었으며 사망 4건이 포함돼 있다. 이날(21일) 5건의 사망 사례는 최신 내용이라 이상반응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은경 청장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이상반응으로 사망 신고된 사례는 2009년 이후 총 25건이며, 이 중 이상반응으로 인정된 사례는 1건"이었다며 "그 외의 사례 대부분은 기저질환과 연관성으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 가운데)과 김중곤 교수(예방접종 피해조사반장, 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장)가 2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사업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02117004912873#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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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탈취 무마하려 협력사에 ‘불공정 합의서’ 들이민 삼성전자

협력사 개발 ‘액정 필름 부착 장비’ 경쟁사에 빼돌리고 “법적 책임 묻지 마”

조한무 기자 chm@vop.co.kr
발행 2020-10-21 19:12:07
수정 2020-10-21 19: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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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8일 중소벤처기업부 등을 대상으로 한 산자위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액정에 기포 없이 보호 필름을 붙일 수 있는 중소기업의 특허 기술을 탈취해 다른 협력업체에 빼돌렸다고 폭로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8일 중소벤처기업부 등을 대상으로 한 산자위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액정에 기포 없이 보호 필름을 붙일 수 있는 중소기업의 특허 기술을 탈취해 다른 협력업체에 빼돌렸다고 폭로했다.ⓒ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삼성전자가 협력사 기술탈취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피해기업에 ‘불공정 합의서’ 체결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삼성전자 협력사 DMT 곽동근 대표와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5월 곽 대표에게 액정 보호 필름 부착 장비 관련 합의서를 메일로 송부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불공정 계약도 이런 불공정이 없다”고 지적한 합의서다. 해당 합의서에는 삼성전자가 곽 대표 기술을 다른 협력사에 유출하고, 곽 대표를 입막음해 무마하려 한 정황이 담겼다. 합의 주체로는 ‘삼성’과 ‘DMT’가 명시돼있고 삼성 측 서명인 란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이름이 쓰여 있다.

문제가 된 액정 보호 필름 부착 장비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 라인에서 쓰는 장비다. 삼성전자는 2018년경부터 스마트폰 생산 과정에서 액정 보호 필름을 부착한 상태로 단말기를 출고했다. 액정 모서리가 둥글게 마감 처리된 엣지형 디스플레이에 필름을 붙이기 어렵다는 소비자 반응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엣지형 디스플레이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으나, 모서리 부분에 필름이 뜨면서 먼지가 들어간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곽 대표가 개발한 장비는 기포 없이, 쉽고, 빠르게 필름을 부착할 수 있다. 이 장비가 개발되면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생산 속도에 맞춰 적은 인력으로 스마트폰에 필름을 붙일 수 있게 됐다.

도움 받은 적 없는데 ‘협력 개발’ 강요…“특허권 무상 사용 포석”

곽 대표는 DMT 설립 전 도원테크라는 삼성전자 협력사의 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필름 부착 장비를 개발했다. 도원테크는 삼성전자에 금형과 사출품을 납품하는 업체다. 곽 대표는 기술탈취 문제로 도원테크와 삼성전자 간 거래 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 회사를 나와 DMT 세웠다. 필름 부착 장비 생산을 위한 설비와 영업권, 특허권 등을 이전받았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합의서는 DMT의 법적 대응을 원천봉쇄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합의서에는 DMT가 필름 부착 장비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협력했다고 명시됐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도원테크는 2018년 3월 삼성전자로부터 필름 부착 장비 제작을 의뢰받았으나, 협력사 선정 과정에서 탈락했다. 기술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곽 대표는 경일대학교 산학협력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아 장비를 개발했다. 곽 대표와 회사 소속 연구원 등 2명이 장비 개발에만 매달린 끝에 같은 해 6월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에 시제품을 납품하는 성과를 거뒀다.

곽 대표는 “장비 개발 과정에서 삼성으로부터 기술적·금전적 지원은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무리하게 협력을 강조한 건 장비 관련 특허권을 무상으로 사용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특허법은 선사용에 의한 통상실시권을 허용하고 있다. 특허 발명자를 지원하면서 해당 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실시·준비 중이었다면, 출원된 특허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곽 대표가 필름 부착 장비 개발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협력했다고 인정하면 삼성전자가 통상실시권을 취득할 여지가 있다.

DMT에 자문을 주는 한길국제특허법률사무소 이상철 변리사는 “삼성전자가 합의서에 협력 개발 문구를 넣은 건 선사용에 의한 통상실시권을 얻기 위한 포석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엣지 디자인이 적용된 삼성전자 갤럭시 S8. 좌우 양쪽 모서리가 곡선으로 처리돼있다.
엣지 디자인이 적용된 삼성전자 갤럭시 S8. 좌우 양쪽 모서리가 곡선으로 처리돼있다.ⓒ삼성전자

장비 빼돌려 경쟁 협력사에 제공하고 “기술탈취 책임 묻지 마”

곽 대표는 삼성전자가 도원테크 경쟁사에 장비를 빼돌려 납품업체를 이원화했다고 호소한다. 국감에서 공개된 곽 대표와 경쟁사인 J사 측 통화 내용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J사에 필름 부착 장비의 핵심 부품인 롤러와 안착지 등을 제공했다. J사는 삼성전자 측이 샘플을 제공했냐는 곽 대표 물음에 “당연히 줬지. 우리가 어떻게 스스로 하나, 아무것도 없는데”라며 “다 받아서 실측했다”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J사에 넘겨준 건 도원테크의 장비이지 도면이 아니기에 기술탈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종민 삼성전자 무선사업무 상무는 국감에서 “일반적으로 기술자료는 제품에 대한 사양이 들어 있는 도면을 이른다”고 말했다.

이 상무 주장은 현행법에 규정된 내용과 차이가 있다. 상생협력법·부정경쟁방지법·하도급법에서 기술자료 또는 영업비밀이란 제품 생산 등 영업에 유용한 정보이며, 이를 타인에게 부정하게 제공하면 제재 대상이 된다. ‘정보’가 ‘도면’에 국한된다는 내용은 없다.

이 변리사는 “장비에는 도면에 기재되지 않은 재질·성분·내부구조 등 더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며 “장비를 넘겨주는 건 도면보다 훨씬 더 정확한 기술을 유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상 ‘정보’에는 도면뿐 아니라 장비 자체도 포함된다”며 “영업비밀은 영업상 조금이라도 이익이 되는 것,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면이 아닌 장비를 넘겨줬기에 기술유출이 아니라는 삼성 측 주장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기술탈취 관련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DMT 측에 제시한 합의서에 ‘입막음’ 조항을 넣었다. 합의서에는 “제3자를 통한 제품 공급 등에 관해 삼성이나 제3자가 지식재산권 관련 법령을 위반하거나 권리를 침해한 것이 아님을 확인하고, 관련 법령을 위반하거나 권리를 침해해도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고 일체의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과거에 발생했거나 향후 발생할 기술탈취 등 법 위반에 대해 책임을 묻지 말라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기술유출에 대해 도원테크 동의를 받았다는 주장을 폈다. DMT 설립 이전에 도원테크 대표를 통해, 장비를 다른 업체로부터 납품받는 데 대해 합의한다는 서명을 받았기 때문에 납품업체 이원화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2019년 6월 도원테크와 특허권에 대한 통상실시권 무상허여 계약을 체결했다는 주장이다. 통상실시권이란 특허권자가 아닌 제3자가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이른다.

삼성전자가 도원테크와 계약을 맺었다고 해도 법적 효력에 있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곽 대표가 개발한 장비의 특허 출원인은 도원테크·경일대학교산학협력단·하나이엔지 3자다. 하나이엔지는 도원테크에 장비 부속품을 납품하는 업체다. 현행 특허법은 특허권을 다수가 공유할 경우 통상실시권을 제3자에 허락하려면 모든 출원인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세우는 무상허여 계약은 경일대산학협력단과 하나이엔지 측 동의 없이 진행돼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게 류 의원실과 곽 대표 설명이다.

이종민 삼성전자 상무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 출석해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종민 삼성전자 상무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 출석해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납품사 이원화로 단가 후려치기…변호사 대동해 합의 종용하기도

삼성전자는 법 위반 소지가 있음에도 무리하게 이원화를 강행했다. 2018년 12월 도원테크에 이원화 계획을 알리고 2019년 2월 J사로부터 필름 부착 롤러를 납품받기 시작했다. J사의 납품 사실을 파악한 도원테크는 삼성전자에 특허 침해 위험성을 경고했다. 삼성전자는 경고를 무시하고 J사 물량을 늘려갔다. 도원테크 납품 물량은 2019년 4월 월평균 1억원 수준이었으나, DMT의 지난달 거래 규모는 수백만원으로 줄었다.

필름 부착 장비의 주요 수입은 롤러에서 나온다. 신형 스마트폰이 나올 때마다 그에 맞게 개선한 롤러를 납품한다. 또한 롤러는 소모품이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스마트폰이 많이 팔려야 롤러 주문량도 늘어난다. 삼성전자가 신형 모델용 물량을 J사에 몰아주면서 DMT는 판매량이 적은 구형 모델용 물량만을 납품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필름 부착 장비 납품처를 이원화하면서 단가 인하 효과도 누렸다. J사는 납품을 시작하면서 단가를 도원테크보다 20%가량 낮췄다. 원청 대기업이 기존 협력사 기술을 다른 기업에 빼돌리고 새로운 협력사 단가를 낮추는 건 불공정 거래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새로운 협력사는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 부담 없이 거래를 확대할 수 있고 원청은 원가를 감축할 수 있다. 기존 협력사는 기술을 뺏기고 버려진다. 도원테크는 최소한의 물량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단가를 약 30% 낮춰야 했다. 특허 기술 상용화에 따른 고마진이 상쇄돼버린 셈이다.

삼성전자는 합의서 한 장으로 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거듭했다. 삼성전자가 처음 DMT에 합의서를 보낸 건 지난 4월이다. 곽 대표는 합의서 내용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수정안을 제시했다. 협력 개발 문구를 빼고 특허권 보호 조항을 보강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DMT 수정안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2차 합의서를 들이밀었다. 곽 대표는 이 역시 체결을 거부했다.

삼성전자는 2차 수정안을 보낸 직후, 담당자 5명을 대동해 곽 대표를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사내 IP(지식재산권) 센터 소속 변호사와 책임연구원, 무선사업부 구미사업장 소속 변호사와 차장급 인원이 동원됐다. 장소는 한길국제특허법률사무소였다. 곽 대표와 이 변리사에 따르면, 당시 삼성전자 측은 다짜고짜 “얼마면 되겠냐”며 합의를 제안했다. DMT 측은 먼저 특허권 침해에 대해 인정하라고 요구했으나, 삼성전자 측은 이를 거부했다. 양측 대화는 접점 없이 평행선을 달렸다. 곽 대표는 “삼성전자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변호사를 앞세워 협력사에 무리한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DMT는 지난 4월 J사의 필름 부착 장비 관련 특허에 대해 무효 청구하고 기술침해 행위를 특허청에 신고했다. J사는 지난해 말 필름 부착 롤러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곽 대표 측은 J사 특허가 모인출원이라고 주장한다. 기존 특허를 베껴서 출원했다는 것이다. 현재 특허 무효 심판과 기술침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원청인 삼성전자 측에는 법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거래관계가 완전히 끊길 것이 걱정돼서다. 삼성전자가 특허권 분쟁은 DMT와 J사 간 문제라며 방관자적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이유다.

곽 대표는 “장비를 직접 빼돌렸으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협력사끼리 싸움을 붙이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원화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특허 기술을 사용하려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라는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책임 있게 나서 거래를 정상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DMT 곽동근 대표가 개발한 액정 보호 필름 부착 장비와 롤러.
DMT 곽동근 대표가 개발한 액정 보호 필름 부착 장비와 롤러.ⓒ특허청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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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민주당 전격 탈당 "편가르기, 내로남불, 말뒤집기" 비판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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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표결에서 당론에 반해 기권표늘 던져 당의 징계를 받았던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탈당을 선언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더 이상 당이 나아가는 방향을 승인하고 동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마지막 항의의 뜻으로 충정과 진심을 담아 탈당계를 낸다”고 밝혔다. 그는 “공수처 당론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고 재심을 청구한 지 5개월이 지났다”며 “민주당은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데, 차라리 제가 떠나는 것이 맞겠다”고 덧붙였다.

금 전 의원은 “이같은 뭉개기가 탈당 이유의 전부는 아니”라며 “지금의 민주당은 편가르기로 국민들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나 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편에 대해선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내로남불’, 이전에 했던 주장을 아무런 해명이나 설명없이 뻔뻔하게 바꾸는 ‘말 뒤집기’의 행태가 나타난다”며 “우리는 항상 옳고, 우리는 항상 이겨야하기 때문에 원칙을 저버리고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여긴다”고 비판했다.

금 전 의원은 “이런 모습에 대한 건강한 비판이나 자기반성은 ‘내부 총질’로 몰리고 입을 막기 위한 문자폭탄과 악플의 좌표가 찍힌다”며 “여야 대치의 와중에 격해지는 지지자들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당의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마저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눈치를 보고 정치적 유불리만을 계산하는 모습에는 절망했다”고 했다.

다음은 금 전 의원 탈당선언 SNS전문.

<민주당을 떠나며>

민주당을 떠납니다.

공수처 당론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받고 재심을 청구한 지 5개월이 지났습니다. 당 지도부가 바뀐 지도 두 달이 지났습니다. 그간 윤리위 회의도 여러 차례 열렸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토론도 없었습니다.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당의 판단이 미래에 미칠 영향을 성실히 분석하고 고민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어떻게 해야 가장 욕을 덜 먹고 손해가 적을까 계산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따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제가 떠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징계 재심 뭉개기’가 탈당 이유의 전부는 아닙니다. 민주당은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습니다. 국민들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서슴지 않는 것은 김대중이 이끌던 민주당, 노무현이 이끌던 민주당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편 가르기로 국민들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 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거기에서부터 우리 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내로남불’, 이전에 했던 주장을 아무런 해명이나 설명 없이 뻔뻔스럽게 바꾸는 ‘말 뒤집기’의 행태가 나타납니다. ‘우리는 항상 옳고, 우리는 항상 이겨야’하기 때문에 원칙을 저버리고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여깁니다.

이런 모습에 대한 건강한 비판이나 자기반성은 ‘내부 총질’로 몰리고 입을 막기 위한 문자폭탄과 악플의 좌표가 찍힙니다. 여야 대치의 와중에 격해지는 지지자들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당의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마저 양념이니 에너지니 하면서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눈치를 보고 정치적 유불리만을 계산하는 모습에는 절망했습니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저의 책임도 큽니다. 정치적 불리함과 인간적으로 견디기 힘든 비난을 감수하고 해야 할 말을 하면서 무던히 노력했지만, 더 이상은 당이 나아가는 방향을 승인하고 동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항의의 뜻으로 충정과 진심을 담아 탈당계를 냅니다.

독일의 정치학자 칼 슈미트는 “정치는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것”이라는 얼핏 보기에 영리한 말을 했지만, 그런 영리한 생각이 결국 약자에 대한 극단적 탄압인 홀로코스트와 다수의 횡포인 파시즘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까지 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집권여당이 비판적인 국민들을 ‘토착왜구’로 취급한다면 민주주의와 공동체 의식이 훼손되고 정치에 대한 냉소가 더욱더 판을 칠 것입니다. 탄핵을 거치면서 보수, 진보를 넘어 상식적인 세력들이 협력하고 경쟁하는 정치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음에도 과거에만 집착하고 편을 나누면서 변화의 중대한 계기를 놓친 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정치는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게임이 아닙니다. 우리 편이 20년 집권하는 것 자체가 정치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될 수도 없습니다. 공공선을 추구하고 우리 사회를 한 단계씩 더 나아지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선의를 인정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한 일이라도 옳은 것은 받아들이고, 스스로 잘못한 것은 반성하면서 합의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나갈 때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게 됩니다. 특히 집권여당은 반대하는 사람도 설득하고 기다려서 함께 간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1987년 대선 때 생애 첫 선거를 맞아 김대중 후보에게 투표한 이래 계속 지지해왔고, 6년 전 당원으로 가입해서 대변인, 전략기획위원장 등 당직을 맡으며 나름 기여하려고 노력했던 당을 이렇게 떠나게 되었습니다. 민주당에 있는 동안 고마운 분들도 많이 만났고 개인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일한 분들께 마음속 깊이 감사드립니다. 민주당이 예전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활기를 되찾고 상식과 이성이 살아 숨 쉬는 좋은 정당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모든 분들의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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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0210739001&code=910402#csidxf5eb761c2e0b990ac9809425c113b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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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속옷차림 신고' 인천공항 외국인 사망 사건의 전말

공공기관 나몰라라 '하청 인력업체' 송환대기실에 책임 넘겨... 박영순 의원 "정부가 책임져야"

20.10.21 07:37l최종 업데이트 20.10.21 07:37l
 2019년 9월 28일 오후 4시 40분께 인천공항 제2터미널 3층 246번 탑승구 인근에서 하의 속옷만 입은 채 앉아 있는 30대 외국인 남성 A씨가 발견됐다.
▲  2019년 9월 28일 오후 4시 40분께 인천공항 제2터미널 3층 246번 탑승구 인근에서 하의 속옷만 입은 채 앉아 있는 30대 외국인 남성 A씨가 발견됐다.
ⓒ 박영순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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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8일 오후 4시 40분께 인천공항 제2터미널 3층 246번 탑승구 인근에서 하의 속옷만 입은 채 앉아 있는 30대 외국인 남성 A씨가 발견됐다. 이 사실은 오후 4시 41분 국정원, 경찰, IOC(인천공항 오퍼레이션 센터), 인천공항공사 여객서비스팀에 전파됐다.

이후 순찰 보안요원(16:42), 기동타격대(16:45), 인천공항공사 여객서비스팀(16:45), 경찰(16:53), 항공사 직원(16:57),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및 송환대기실 직원(17:06) 등이 차례로 현장에 도착했다. 오후 4시 51분 옷을 차려 입었으나 계속해서 난동을 이어간 A씨는 오후 6시 25분이 돼서야 잠잠해졌다. 이후 순찰 보안요원의 '주변관망 순찰'을 받던 A씨는 오후 8시 18분 경찰, 항공사 직원과 함께 면세구역 내 환승호텔로 이동했다. 

그런데 다음날 오후 2시 44분 "A씨가 의식불명 상태"란 신고가 국정원, 경찰,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세관, IOC, 항공사에 전해졌다. A씨는 오후 3시 5분 인천공항 제2터미널 공항의료센터를 거쳐 오후 3시 24분 인하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그날 인천공항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국정원까지 전파된 '공연음란' 신고
 

 2019년 9월 28일 일본 후쿠오카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돼 인천공항을 거쳐 다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돌아가야 하는 승객이 소란을 피우자 인천공항 관계기관 직원들이 이를 제압하고 있다.
▲  2019년 9월 28일 일본 후쿠오카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돼 인천공항을 거쳐 다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돌아가야 하는 승객이 소란을 피우자 인천공항 관계기관 직원들이 이를 제압하고 있다.
ⓒ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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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대덕,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을 통해 입수한 인천공항 제2터미널 대테러상황실 보고서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9월 28일 일본 후쿠오카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돼 인천공항을 거쳐 다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돌아가야 하는 승객이었다.  오전 11시 36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A씨는 면세구역에 머물고 있다가 오후 4시 56분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비행기(248번 탑승구)를 탔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오후 4시 40분께 246번 탑승구 인근에서 '공연음란' 상태로 발견됐다. 


이후 상황에 대해 보고서에는 "오후 4시 42분 순찰 보안요원이 현창에 도착해 소란행위자(A씨)에게 옷을 입으라고 안내했으나 의사소통이 불가했다"며 "오후 4시 45분 기동타격대가 현장에 출동해 소란행위자 옷을 이용해 임시로 (몸을) 가렸고 오후 4시 51분 소란행위자가 옷을 입었다"라고 나와 있다. 

오후 5시 6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및 송환대기실 직원이 현장에 도착하면서 이때 A씨의 사정(일본에서 입국이 거부돼 쿠알라룸푸르로 돌아가야 함)이 확인됐다. 오후 5시 25분 그의 가방에선 일본에서 처방받은 신경안정제, 수면유도제, 전립선약 등이 다수 발견됐다.
 
 2019년 9월 28일 일본 후쿠오카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돼 인천공항을 거쳐 다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돌아가야 하는 승객이 인천공항에서 소란을 피우는 일이 벌어졌다. 그의 가방에선 일본에서 처방받은 신경안정제, 수면유도제, 전립선 등이 다수 발견됐다.
▲  2019년 9월 28일 일본 후쿠오카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돼 인천공항을 거쳐 다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돌아가야 하는 승객이 인천공항에서 소란을 피우는 일이 벌어졌다. 그의 가방에선 일본에서 처방받은 신경안정제, 수면유도제, 전립선 약 등이 다수 발견됐다.
ⓒ 박영순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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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25분 잠잠해진 A씨는 오후 8시 18분 경찰, 항공사와 면세구역 내 환승호텔로 옮겨졌다. 이때 문제가 생겼다.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A씨를 환승호텔에 홀로 두기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송환대기실 직원에게 떠넘겨졌다. 

송환대기실은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한 외국인 승객이 한국을 떠날 때까지 머무는 면세구역 내 공간으로 인천공항뿐만 아니라 전국 9개 공항·항만에 설치돼 있다. 지난해 1년 동안 승객 5만 5547명이 거쳐가는 등 출입국 관리를 위한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지만, 정부나 인천공항공사가 아닌 여러 항공사가 연합해 만든 항공사운영위원회(AOC)의 하청 인력업체 직원들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2019년 9월 28일 일본 후쿠오카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돼 인천공항을 거쳐 다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돌아가야 하던 외국인 승객 A씨가 인천공항 관계기관 직원들 사이에서 삿대질을 하며 소란을 피우고 있다.
▲  2019년 9월 28일 일본 후쿠오카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돼 인천공항을 거쳐 다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돌아가야 하던 외국인 승객 A씨가 인천공항 관계기관 직원들 사이에서 삿대질을 하며 소란을 피우고 있다.
ⓒ 박영순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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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이어진 난동, 그런데...

송환대기실 수용 승객이 아니던 A씨는 원칙적으로 송환대기실 직원의 상시 관리 대상이 아니다. 더구나 송환대기실 직원(항공사운영위원회의 하청 인력업체 소속)이 돌발행동을 보이던 A씨를 원활히 관리할 수 있을 만큼 법적 권한이나 행정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전달받거나 현장에 나왔던 국정원,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경찰, IOC, 인천공항공사 여객서비스팀, 순찰 보안요원, 기동타격대, 경찰, 항공사 등 어느 곳도 A씨 관리를 맡지 않았다. 결국 가장 권한이 없는 송환대기실 직원이 우선해 공적 의무를 떠맡은 셈이다. 

당시 환승호텔에서 A씨를 관리한 송환대기실 직원 B씨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갑자기 그 승객이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라고 떠올렸다. 그는 "갑자기 벽시계를 깨 (유리 파편으로) 자해를 시도하고 이를 말리는 저를 공격했다"라며 "우리에게 (그를 제압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그저 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잠시 잠잠해졌다가 또 소리 지르고, 발작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몸으로 누르기도 하고 팔을 잡기도 하면서 제지했다"라며 "도저히 안 되겠어서 끈으로 묶었다 다시 풀어주기도 하는 상황도 있었다. 저도 목과 손에 상처를 입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밤을 샜던 B씨는 "A씨가 겨우 잠들었고 잠꼬대도 하고 그래서 '다행이다, 조금 이따가 쿠알라룸프르행 비행기에 태우면 되겠다'라고 생각했다"라며 "그런데 이불을 다시 덮어주러 갔는데 호흡이 미약한 것 같아 119를 불렀다"라고 떠올렸다. 앞서 인천공항 제2터미널 대테러상황실 보고서엔 이후 상황이 이렇게 담겨 있다. 

14:47 구급대 및 보안요원 현장 도착
14:58 환자 이동, 동편 상주직원통로 내 화물 엘리베이터 사용
15:03 인천공항 제2터미널 공항의료센터 도착
15:24 구급차량 이용 외부 인하대병원으로 이송
16:39 응급환자 사망 최종 확인

 
 2019년 9월 28일 일본 후쿠오카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돼 인천공항을 거쳐 다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돌아가야 하던 외국인 승객 A씨가 인천공항에서 소란을 피워 환승호텔로 옮겨졌다. 그는 환승호텔에서 벽시계를 깨 자해를 시도하는 등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  2019년 9월 28일 일본 후쿠오카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돼 인천공항을 거쳐 다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돌아가야 하던 외국인 승객 A씨가 인천공항에서 소란을 피워 환승호텔로 옮겨졌다. 그는 환승호텔에서 벽시계를 깨 자해를 시도하는 등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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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가 된 송환대기실 직원 

문제는 이후 벌어졌다. B씨를 비롯해 A씨를 관리한 송환대기실 직원 3명이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B씨는 "1차 공항경찰대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으나 검찰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어 감금치사 혐의를 받아 조사를 받게 됐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 사건 이후 1년이 넘었는데 검찰 조사를 받기까지 아무도 보호해주는 곳이 없었다"면서 "원래도 하청 인력업체라 고용이 불안한데다가 코로나19 때문에 더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혐의를 받는 것만으로 인천공항 출입증이 안 나오는 등 불이익이 있을 수 있어 답답하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당시 현장에 인천공항 내 머무는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다 왔음에도 어느 누구도 (A씨를) 책임지지 않았다"라며 "저희는 하청 인력업체 직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는데도 (A씨를) 떠맡았다. 우리가 권한을 갖고 있었더라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노조(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송환대기실분회)의 김혜진 분회장은 "(A씨의) 사망 원인과 우리 직원의 상관관계가 드러난 것도 아닌데 1년 동안 우리 직원이 고통을 겪고 있다"라며 "권한이 있는 국가기관은 발을 빼고 힘없는 우리만 등 떠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송환대기실 관리 주체를 국가로 명확히 하고 직원들을 공무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라며 "그래야 이런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후 직원들이 엄한 일로 피해를 입는 일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9년 9월 28일 일본 후쿠오카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돼 인천공항을 거쳐 다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돌아가야 하던 외국인 승객 A씨가 인천공항에서 소란을 피워 환승호텔로 옮겨졌다. 밤새 환승호텔에서 난동을 피운 A씨는 다음 날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  2019년 9월 28일 일본 후쿠오카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돼 인천공항을 거쳐 다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돌아가야 하던 외국인 승객 A씨가 인천공항에서 소란을 피워 환승호텔로 옮겨졌다. 밤새 환승호텔에서 난동을 피운 A씨는 다음 날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 박영순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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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 의원 "송환대기실 직원, 보호 방안 마련해야"

송환대기실의 운영 주체가 불분명한 데 따른 문제는 앞서 <오마이뉴스> 보도와 국정감사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관련기사 : 직원은 뺨 맞고 승객은 발작... "전쟁터나 다름 없다" http://omn.kr/1p2lp / 국감장 '술렁' 이 영상... 김현미 "불합리" 진선미 "충격적" http://omn.kr/1pqje).

송환대기실이 이렇게 운영되는 이유는 출입국관리법 때문이다. 출입국관리법 제76조는 입국이 불허된 승객의 송환 의무는 물론 그 과정의 비용까지 "운수업자"가 지도록 정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박주선 의원("운수업자에게 책임이 없을 경우 수송 비용을 제외한 송환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한다")과 윤영일 의원("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에게 송환대기실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이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 다시 법안 개정에 나선 박영순 의원은 "송환대기실 업무는 국가 공권력과 행정력이 엄격하게 작동해야 하는 공간임에도 운영 주체가 불분명한 불합리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라며 "해당 사망 사건에서 보듯 정부가 민간 인력업체 소속인 송환대기실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겨선 안 되고 이들을 보호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송환대기실 운영이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업무 인력을 공무직화해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국가 공권력과 행정력의 위상을 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국정감사 직후 발의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2일 국정감사 현장조사를 통해 인천공항 송환대기실 문제를 들여다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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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모를 ‘추-윤 갈등’, 본질은 정치권력-검찰권력 충돌

등록 :2020-10-21 04:59수정 :2020-10-21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검찰개혁 완수하려는 현 정권과
무소불위 힘 지키려는 검찰
추-윤, 기질·성격으론 설명 안돼

집권초 검찰에 적폐청산 맡기고
‘조직에 충성’ 윤석열 임명 ‘화근’
권력 분산때까지 다툼 이어질 듯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라임 사건과 윤 총장 가족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규정한 검찰청법 8조에 따른 합법적 조처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인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

 

이 조항은 1949년 검찰청법 제정 당시부터 있었다. 정무직 공무원인 법무부 장관이 수사·재판 등 검사 업무에 직접 관여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검사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려는 안전장치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을 상대로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를 지시한 것이 처음이었다. 그 전에는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적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구태여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필요가 없었다.

두 가지 이유다.첫째, 대통령과 청와대가 검사의 수사·재판에 개입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의 심복이었다. 둘째, 장관이 검찰총장은 물론이고 검사들에게 구체적인 사건 처리를 지휘·감독하는 것도 일상이었다. 법무부 장관은 대부분 검사 출신이었다.노무현 정부에서 두 가지 관행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을 장악하지 않고 정권으로부터 독립시키려 했다. 

 

올바른 방향이지만 순진한 생각이었다. 통제받지 않는 관료 집단은 괴물로 변하는 것이 필연이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이 아니라 검찰 자신을 권력화하는 길을 택했다.2005년에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쓸 수 있는 수단은 수사지휘권밖에 없었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물러났지만, 검사들은 칼을 갈았다. 노무현 대통령 퇴임 이후 벌어진 수사는 검찰의 보복 성격이 짙다.15년이 지났다. 비슷한 장면이 전개된다. 노무현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도 순진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두 가지를 잘못했다. 첫째, 집권 초기에 적폐청산 작업을 검찰에 맡긴 것이다. 둘째, 검찰주의자 윤석열 검사를 검찰총장에 임명한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조국 사태’로 물러난 조국 법무부 장관 후임에 여당 대표 출신 추 장관을 임명한 것은 윤 총장 인사가 잘못됐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하지만 임기 2년의 검찰총장을 그만두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추 장관과 윤 총장의 충돌은 두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 차이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검찰개혁을 완수해 국정의 성과를 쌓으려는 정치권력과 무소불위의 힘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검찰권력의 대립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추 장관이나 윤 총장 어느 한쪽이 물러나도 후임자들에 의해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대통령이 바뀌고 심지어 야당이 집권해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국민은 이 지겨운 싸움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검찰이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을 분산시키고 되돌릴 수 없도록 만들면 검찰개혁은 일단 성공하는 것이다. 그때까지 정치권력과 검찰 권력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추 장관의 수사지휘가 합법이라고 해도 정치적으로 정당한 것은 아니다. 청와대가 20일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해 ‘불가피한 것’이라며 힘을 실어줬지만, 실제로 여권 내부에선 곤혹스러워하는 기류가 읽힌다. 윤 총장 가족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까지 한 것은 추미애 장관이 너무 나갔다는 평가가 많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966548.html?_fr=mt1#csidxf614c518a77dc2ea0c35ea47ea85c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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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당면한 과제들과, 결코 회피할 수 없는 싸움

[장석준 칼럼] 정의당이 민주당에 맞서 이뤄야 할 것

하지만 정의당의 새 집행부에게 덕담만 건네기에는 앞으로 정치 일정이 참으로 만만치 않다. 불과 몇 개월 뒤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두 도시(서울, 부산)에서 광역자치단체장 보궐선거가 실시되고, 다시 1년 뒤에는 대통령선거와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잇달아 있다. 총선에서 큰 타격을 입은 지 얼마 안 되는 소수정당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에는 너무 빠듯한 일정이고, 힘에 부치는 시험의 연속이다.


 

새로 진용을 짠 정의당은 이런 험난한 도전 속에서 과연 어떤 정치적 목표를 이뤄내야 하는가? 이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진보정당의 진퇴를 평가해야 할까? ― 그것은 바로 사회 변화의 주체를 복원 혹은 다시 구성하는 일이다. 촛불 항쟁 이후 오히려 더 큰 혼란에 빠지고, 더 나아가 해체되고 있기까지 한 그 주체를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대한 당면 과제다.


 

사회 변화의 주체가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좌파에게 사회 변화의 주체는 명백해 보였다.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노동계급이 변혁의 주역으로 떠오른다는 것이 정답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사정이 복잡해졌다. 노동계급은 여전히 사회 변혁을 논할 때에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집단이지만, 그렇다고 현실의 노동자들을 가리키기만 하면 사회 이론부터 정치 전략까지 모두 해결되는 시대는 더 이상 아니다.


 

우리 시대에는 일종의 '일반화' 작업이 필요하다. 과거에 노동계급이 사회 변화의 주인공이라 식별됐던 주된 이유이자 이후에 노동계급의 속성으로 전제됐던(때로는 시대 변화에도 불구하고 무비판적으로 전가됐던) 조건들을 추출해보자. 대략 다음 세 가지 조건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첫째 조건은 자본주의에서 흔히 '경제'라 불리는 시장 안의 선택이 아니라, '정치'를 통해 자기 문제를 해결해나가려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존 지배 질서의 재생산을 조금이라도 뒤흔들고 바꾸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노동 시장이든 부동산 시장이든, 대중이 시장 안의 경쟁을 통해 자기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믿는 한, 지배 질서는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이런 전망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선택은 기존 질서의 지속과 안정을 완성시켜주는 사슬의 마지막 고리가 될 뿐이다.


 

그것과는 다른 영역, 다른 경로, 다른 행동 방식을 통해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우선 있어야 한다. 이제껏 그런 노력들이 쌓여 만들어진 장이 '정치'이고, 따라서 사회 변화의 주역이 발 딛고 설 가장 근본적인 토대는 '정치'에 대한 믿음과 기대, 이를 향한 열정의 발산이다.


 

둘째 조건은 타자를 경쟁 상대로 여기는 '경제' 영역의 일상 규범과는 정반대로, '정치'를 통한 문제 해결을 위해 광범한 연대를 구축하려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경쟁이 일상 규범이다. 여기에서 타인이란 따돌리고 물리쳐야 할 상대일 따름이다. 그렇기에 이 규범에 승복한 대중은 점점 더 작은 부족으로 잘게 나뉘길 반복한다. 그러나 '정치' 영역의 논리는 전혀 다르다. 이 영역에서는 '나'가 아니라 '우리'의 힘이 필요하다. '정치'를 통해 현상태를 바꾸려면 더 많은 타인들이 '우리'로 결집해야 하며, 변화의 폭과 깊이가 광대할수록 '우리'의 경계는 한없이 넓어져야 한다. 즉, 경쟁이 아니라 연대가 승부를 결정하며, 그래서 변화를 바라는 모든 정치는 자본주의 사회의 평균 수준을 넘어서는 윤리의 가능성을 함축한다. 

 

마지막 조건은 연대의 힘을 발휘하는 적극적인 수단으로서 자발적 결사체들을 조직하며 그 활동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 영역에서 연대는 흔히 투표 연합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무력하다. 선거가 없는 일상 시기에도 가시적이며 실제 왕성히 활동하는 자발적 결사체들(혹은 연합, associations)이 있어야 하고, 다시 이들 사이의 긴밀한 연대가 있어야 한다. 평소에 이런 문화에 익숙한 대중만이 정당, 노동조합, 협동조합 등등의 조직을 역동적으로 활용하며 심원한 변혁 과정을 열 수 있고 그 힘겨운 과정을 견뎌나갈 수도 있다. 또한 진정으로 새로운 사회를 그들의 손으로 설계하고 키워 나갈 수도 있다.


 

우리 시대 위기의 근원인 지구자본주의를 극복하자면, 어느 사회에든 이 세 조건을 구비한 대중이 형성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어떤 방향으로든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나는 미래 좌파의 대안이 '민주적 생태적 사회주의'라 생각하지만, 그 방향이든 아니면 20세기 전통에 좀 더 미련을 보이는 두 흐름, '사회민주주의'나 '혁명적 사회주의'든 다 마찬가지다. 세 조건을 만족시키는 대중이 성장해 있지 않다면, 개혁이건 혁명이건 어떤 변화도 불가능하다.

 

오늘날 상황을 보면, 세 조건을 모두 구비한 대중을 찾기 쉽지 않다. 특히 둘째 조건과 셋째 조건은 역사상 유례없이 해체된 상태다. 다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대서양 양안의 여러 나라들에서 첫째 조건만은 많이 복구됐다.

 

그러나 이것이 꼭 보다 나은 미래의 출발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둘째, 셋째 조건을 동반하지 않은 첫째 조건의 복원은 샹탈 무페(Chantal Mouffe)가 말하는 '포퓰리즘 국면(populist moment)'을 낳았다(<좌파 포퓰리즘을 위하여>, 이승원 옮김, 문학세계사, 2019). 연대 문화나 자발적 결사체 전통과 멀어진 대중은 일단은 극우 포퓰리즘에서 자신의 정치적 무기를 찾고 있다.
 

 

민주주의의 오랜 퇴행 끝에 다시 '정치'를 발견한 대중은 과연 그에 걸맞는 연대의 추구, 자발적 결사체들의 복원-활성화로까지 나아가게 될까? 이것이 21세기의 커다란 물음이다. 물론 한국 사회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2020년대 벽두의 한국 사회에서 진보정당의 사활적인 과제


 

촛불 항쟁 직후에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한국 사회에 '정치'의 계절이 새롭게 돌아오길 기대했다. 대중이 '정치'를 재발견하되, 대서양 양안 국가들과는 달리 극우 포퓰리즘이 아닌 형태로 '정치'를 복원해 신자유주의 이후의 세계에서 길을 열어가길 바랐다. 지금 우리 현실에 비춰 보면, 불과 3년 전의 이 바람은 얼마나 천진난만했던가!

 

촛불 항쟁 직후에도 서로 반대되는 조짐들이 함께 나타나기는 했다. 한편에서는 미투운동이 있었고,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노동조합 조직 확대가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비트코인 투기 열풍이 불었다. 촛불 항쟁의 자연스러운 귀결로서 '정치'를 통한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흐름이 있었는가 하면, 지난 20여 년간 한국 사회에 뿌리 내린 시장 경쟁 논리의 연장과 확대에서 출구를 찾으려는 흐름이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후자가 전자를 완전히 압도해 버렸다. 부동산 투기 시장은 불패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자극받은 젊은 세대는 '영끌'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주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주식 시장을 발판 삼아 부동산 시장에 입성하겠다는 것이다. '정치'에서 해법을 찾기는커녕 신자유주의 전성기에 그랬던 것보다 더 많은 이들이 자기 삶을 시장 경쟁과 일치시킨다. 그것도 미래 변화의 열쇠를 쥔 청년 세대일수록 더 그렇다.


 

3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가?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가장 큰 책임은 역시 문재인 정부-더불어민주당에 있다. 이른바 '촛불 정부'는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겠다고 떠들지만, 정작 더 큰 열성을 보이는 것은 부동산 시장 붕괴를 막는 쪽이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의 주식 시장 열풍에 박수를 보내며 '한국형 뉴딜'마저 금융 상품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한다. 사회 개혁의 기대감을 짓밟아 '정치'를 통한 문제 해결 경로를 닫는 대신 다들 '경제'인이 되어 인생의 승부를 보길 장려한다. 무엇보다 정권 담당자들 자신이 일급의 자산 시장 투자자 아닌가.


 

혹자는 문재인 정부-더불어민주당을 '포퓰리즘'이라 진단한다. 그러나 이는 몇 가지 증상의 유사성을 확대 해석한 오진이다. 2008년 이후 자본주의 중심부의 포퓰리즘은, 극우 포퓰리즘조차 신자유주의의 '경제'적 해법에 대한 실망 혹은 단념을 전제로 '정치'의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몸부림에 바탕을 둔다. 현 정부-여당의 선택은 정확히 그 반대다. '정치'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기대를 애써 봉쇄하면서 '경제'적 탈출구 추구를 적극 권장한다. 이는 2017년 이전뿐만 아니라 2008년 이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낡은 해법의 시대착오적 고수다.


 

이것은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사악하기까지 한 선택이다. 왜 '사악'한가? 지금의 혼란을 더욱 악화시키는데다 이 혼란을 극복할 주체의 성장마저 가로막고 방해하기 때문이다. 위에 정리한 세 가지 조건을 갖춘 대중이 시급히 성장해야 할 이 때에 오히려 가장 많은 미래 가능성을 지닌 세대로 하여금 낡은 도박판에 희망을 걸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다 필연적으로 이 도박판의 한계가 드러나면, 많은 이들이 뒤늦게, 가장 그릇된 방식으로 '정치'에 다시 호소하게 될 것이다. 이때에 비로소 한국 사회에는 극우 포퓰리즘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촛불 항쟁 이후 역사의 전개로서 이보다 더 비극적인 경우는 없을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 지금 한국 사회에서 진보정당이 해야 할 바가 있다. 당직 선거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새로 정한 정의당이 반드시 수행해야 할 역사적 과업이 있다. 그것은 '정치'가 희화화된 상황에서 투기판 문이라도 두드릴 수밖에 없게 된 이들이 하루빨리 다시 모종의 '정치'에 기대를 걸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리하여 문재인 정부-더불어민주당이 열고 있는 역사의 가장 나쁜 전개 경로를 닫고, 사회민주주의든 생태사회주의든 바람직한 사회 변화를 실현할 주역들의 씨앗을 지키는 일이다.


 

이 글에서 자세히 짚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그 주된 전장은 현재 투기 시장의 때 아닌 팽창이 벌어지고 있는 바로 그곳들이 될 것이다. 주거/부동산, 노후 대책, 수도권 집중, 그린 뉴딜/생태 전환 등등이 중첩되는 영역들. 이 영역들에서 투기 시장 동참과 대별되는 '정치'적 해법을 제시하고, 이것만이 지속 가능한 대안이며 현실에서 충분히 실현될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이런 내용들을 중심으로 잇단 선거에 임해야 한다.


 

정의당 당직 선거에서 나온 공약이나 의제들을 보면,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는 분위기다. 부동산을 포함한 '기본자산' 개념이 제시되거나 수도권 집중 해소를 위한 권역별 거점 육성 같은 구상이 나온 것이 그러한 사례다. 이제 이러한 맹아들을 좀 더 과감하고 단단한 대안들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는 진보정당뿐만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 전체의 운명과도 직결된, 참으로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다. 결코 회피할 수 없는 싸움이다.


 

▲정의당 김종철 신임대표 등 6기 지도부가 11일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 전태일 열사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02017530912725#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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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생활고’ 호소 유서 남기고 극단 선택한 택배노동자...“억울합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10/21 08:58
  • 수정일
    2020/10/21 08:5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민주 기자 kmj@vop.co.kr
발행 2020-10-20 19:09:35
수정 2020-10-20 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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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택배노동자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택배 박스를 나르고 있다. (자료사진)
20일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택배노동자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택배 박스를 나르고 있다. (자료사진)ⓒnews1  
 
40대 택배노동자 김모씨가 대리점의 갑질과 생활고를 호소하는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씨의 사망으로 올해 목숨을 잃은 택배노동자는 11명이 됐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김씨는 20일 오전 3~4시경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터미널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해당 터미널 관리자가 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김씨는 오전 2시 41분경 함께 일하던 동료에게 자필 유서 3장을 직접 찍어 메신저로 보냈다.

김씨가 남긴 유서. 대책위에 따르면 로젠택배의 경우, 택배노동자를 소장으로, 대리점을 지점으로 지칭한다.
김씨가 남긴 유서. 대책위에 따르면 로젠택배의 경우, 택배노동자를 소장으로, 대리점을 지점으로 지칭한다.ⓒ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는 “억울합니다”로 시작한다.

김씨는 “우리(택배기사)는 이 일을 하기 위해 국가시험에, 차량구입에, 전용번호판까지(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200만원도 못 버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대리점으로부터 당한 갑질을 나열했다.

그는 “로젠 강서지점 지점장과 부지점장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고용해야할 직원 수를 줄이고 수수료를 착복해 소장(택배기사)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여름 더위에 하차 작업은 사람을 과로사하게 만드는 것을 알면서도 이동식 에어컨 중고를 150만원이면 사는 것을 사주지 않았다”며 “(오히려) 20여명의 소장들을 30분 일찍 나오게 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부지점장은 화나는 일이 생겼다고 하차작업 자체를 끊고 소장을 불러서 의자에 앉으라 하고 자기가 먹던 종이 커피잔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화를 냈다”며 “소장을 소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직원 이하로 보고 있음을 알았다”고 폭로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김씨는 수입이 줄어 은행권 신용도가 떨어져 기존 대출금에 대한 이자가 상승해 관두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려 했다. 그러나 계약서상 퇴사 시 후임자를 데려와야하고, 그렇지 못할시 그것에 대한 인건비를 김씨가 부담해야하는 상황에서 퇴사도 하지 못했다. 김씨는 사망 직전까지 본인의 차량에 ‘구인광고’를 붙이고 다녔지만 구하지 못했다.

김씨는 “아마 3개월 전에만 사람을 구하던지, 자기들(대리점)이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끝으로 “제가 죽어도 관리 직원에게 다 떠넘기려고 할 것”이라며 “다시는 저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게 시정조치를 취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대책위는 “고인은 입사과정에서 보증금 500만원을 지점(대리점)에 지급하고, 300만원의 권리금까지 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수입이 나오지 않는 구역을 일방적으로 떠맡기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택배노동자의 사망이 로젠택배의 구조적인 문제와 대리점장의 갑질이 불러온 사건인 만큼 정부와 로젠택배는 철저히 진상조사를 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고인은) 과도한 권리금 등을 내고 일을 시작했고 차량 할부금 등을 지불하고 나면 월 200만원도 못 버는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수입이 적어 신용도가 떨어지고 원금과 이자 등을 한 달에 120만원 정도 부담하고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양이 의원은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이 늘어나면서 택배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이 같은 죽음의 행렬을 어떻게 멈출지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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