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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존슨·보우소나루…코로나에 감염된 세계 지도자들

정혜연 기자
발행 2020-10-13 20:12:45
수정 2020-10-13 20: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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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백악관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을 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2020.10.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백악관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을 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2020.10.10)ⓒAP/뉴시스

편집자주/세계 각국 지도자들도 코로나19 팬데믹의 파도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등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이들 대부분은 코로나19를 경시하고 대응에 실패하면서 자신뿐만 아니라 자국 국민들을 위태롭게 해 왔다. 13일 현재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 수는 3천700만 명을 돌파했고 사망자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세계 지도자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을 다룬 국제관계 전문지 포린 폴리시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When the Coronavirus Reaches the Top

지난 2일 자정 조금 지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자신과 멜라니아 트럼프 영부인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진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올렸다.

이 소식은 미 대선을 불과 32일 앞두고, 그리고 선거유세로 가장 바쁜 한 주의 막바지에 발표됐다. 트럼프는 9월 26일부터 선거유세를 두 번 하고 모금행사에 참여했으며 클리블랜드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세 번으로 예정된 TV 토론 중 첫 번째를 치렀다.

트럼프는 국제보건기구(WHO)가 6개월 전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팬데믹으로 선포한 이후 확진판정을 받은 많은 세계 지도자와 고위급 인사들 중 하나가 됐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부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까지 증상의 경중이나 정치적 파장은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확진판정을 받은 지도자들의 팬데믹 대처 방법이 도마 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진판정을 받은 지도자들과 그들이 확진판정을 받은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정리해 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미국

 

트럼프를 수행했던 선임보좌관 호프 힉스가 확진판정을 받았다고 블룸버그뉴스가 보도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트럼프의 확진판정 발표가 있었다. 트럼프의 감염경로는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트럼프 정권은 트럼프의 확진판정에 따른 전파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백악관은 2일 발표 이전 바이든 선거캠프에 트럼프의 확진판정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두 대선 후보가 첫 토론을 마스크 없이 진행했는데도 말이다. 이틀 후 트럼프는 힉스의 확정판정 사실을 아침에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뉴저지시 베드민스터에서 모금행사를 강행했다.

백악관은 대통령과 영부인 모두의 증상이 경미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1981년의 로널드 레이건 암살미수 사건 이후에 미국 현직 대통령의 건강이 이렇게 위협받은 적은 없었다.

트럼프와 힉스 말고도 지난달 백악관에서 열린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 행사에 참석한 사람 중에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이가 최소한 두 명 더 있다. 마이크 리 상원의원과 존 젠킨스 노트르담 대학교 총장이다.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던 배럿은 음성판정을 받았다.)

이번 발표로 공무원들의 걱정이 커졌다. 금주에 펜실베이니아와 미네소타에서 열리는 대형 선거 유세를 비롯해 선거 막바지에 미국 전역에서 열리기로 돼 있는 대형 유세들이 감염자의 급증으로 이어지는 ‘슈퍼 전파자 행사’가 되지 않을까 해서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그 아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빌 바 법무부 장관은 2일 오전 음성판정을 받았다.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상원의원-캘리포니아) 또한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민주당 선거운동본부가 밝혔다.

보리스 존슨 총리, 영국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2일 런던 다우닝가 관저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10.12)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2일 런던 다우닝가 관저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10.12)ⓒAP/뉴시스

주요 국가 지도자 중에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처음으로 받은 사람이 존슨(56) 총리였다. 존슨은 지난 3월 27일에 트위터에 영상을 올려 감염 사실을 알렸다. 영국 정부가 바이러스의 확산을 방치하고 국민의 집단 면역을 키운다는 방침을 폐기한 지 일주일이 갓 넘었을 때였다.

고위험군에 속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존슨은 목숨을 잃을 뻔했다. 존슨은 초반에 경미한 증상만 보이다가 일주일간 입원을 했고, 그중 3일을 중환자실에서 보냈다. 이후 존슨은 “잘못될 수도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4월 초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병마와 싸우는 존슨에 대한 동정론이 일었다. 존슨의 정치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그의 쾌유를 빌었고 사망할 뻔했다는 소식에 존슨의 지지도가 올라갔다. (존슨은 퇴원했던 주에 2020년 최고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찰스 왕세자, 영국

영국 왕위 계승자인 찰스 왕세자(71)도 지난 3월에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렸다. 양성판정 후 찰스 왕세자는 음성판정을 받았던 부인 카밀라와 함께 스코틀랜드에서 자기격리에 들어갔다.

이후 찰스 왕세자는 6월 자신이 운 좋게 가벼운 증상만 겪었다고 밝혔고 코로나19 감염을 보다 폭넓은 환경문제를 논의하는 계기로 활용했다. 그는 “우리가 자연계를 침해할수록, 그래서 생물 다양성이 파괴될수록 우리는 이런 위험에 더 노출된다”고 말했다.

알베르 2세, 모나코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은 지난 3월 19일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판정 사실을 발표한 첫 국가원수가 됐다. 모나코 왕실은 성명을 통해 알베르 2세의 증상이 걱정할 정도는 아니며 그가 자택근무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베르 2세는 국민에게 코로나19 지침을 따를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2주 후 모나코 왕실은 알베르 2세가 완쾌했다고 발표했다.

압둘라 호티 총리, 코소보

호티(44)는 지난 8월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며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호티는 “경미한 기침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고 말했다.

호티가 감염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은 그가 정권을 잡은 지 2달밖에 안 됐을 때 발표됐다. 호티는 전임자가 사임한 뒤 6월 3일 정권을 잡았다. 전임자 바즈람 코수미 전 총리는 코로나19 초기단계에서 비상사태 선언을 거부했고, 이에 신임 국민투표 실시가 결정되자 바로 사임했다. 이 때문에 후임 호티가 감염됐다는 소식은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총리가 병마와 싸우는 와중에도 코소보 국민은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대응에 분개했다. 인구가 180만에 불과한 코소보에서 무려 1만2천여 명이 감염됐기 때문이다. 한편, 호티는 9월 초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니콜 파시냔 총리, 아르메니아

터키-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 아르메니아의 파시냔(45) 총리는 지난 6월 1일 가족 모두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파시냔은 페이스북 영상을 통해 현재 무증상이며 회의 중에 장갑을 끼지 않고 물잔을 건네준 웨이터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나고르노-카리바흐 지역을 둘러싸고 아제르바이잔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아르메니아에서 확진자는 5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거의 1천명에 이른다.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대통령, 벨라루스

루카센코는 자신이 코로나에 걸렸으나 아무 증상 없이 회복했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벨라루스 국영통신사 ‘벨타’에 따르면 루카센코는 “놀라운 일은 당신들이 지금 스스로 코로나19를 극복한 사람과 만나고 있다는 일이다”라고 큰소리쳤다.

강력한 봉쇄조치를 거부했던 루카센코는 앞서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을 “정신병”으로 치부하면서 보드카를 마시고 정기적으로 사우나를 하면 코로나19를 겁낼 필요가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루카센코의 대응방식 때문에 지난 8월 9일 대선 이후 확산된 수도 민스크의 시위가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 러시아

미슈스틴(54)은 4월말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자가격리를 거치면서 회복 때까지 잠시 업무를 중단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을 비롯해 몇 명의 장관들도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곧 백신 임상조사 초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러시아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00만 명이 넘었으나 6월에 이미 강력했던 봉쇄조치를 해제한 바 있다. 러시아에서 모든 것이 대체적으로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은 거의 집을 나서는 일이 없으며 대부분의 고위급 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2020.8.5)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2020.8.5)ⓒAP/뉴시스

수개월간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경시하던 보우소나루(65)는 7월초 확진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를 ‘경미한 독감’에 비유하면서 공공지침을 어겨가며 대대적인 친정부 집회를 열었던 보우소나루는 경미한 증상이 나타난다며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치료제로 부적절하다고 경고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대안없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울 수도 있지만 이를 사용하는 나는 상태가 아주 양호하며 신의 은총으로 여전히 오래 살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보우소나루는 확진판정 사실을 언론에 발표하는 자리에서 자기가 “멀쩡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마스크를 벗어 몇몇 언론인이 이 극우 대통령을 고소하기도 했다.

현재 브라질의 상황은 심각하다. 최고위급 정부 관료와 미셀 보우소나루 영부인 및 최소한 11명의 주지사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브라질은 지난 6월부터 중남미 최대 코로나19 감염국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느슨한 팬데믹 대응으로 국제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보우소나루는 지난 3월 이후 보건부 장관을 두 번 경질했다. 그들의 대응이 너무 극단적이라면서 말이다. 게다가 보우소나루가 임명한 현 보건부 장관은 군 장성 출신이다. 해임됐던 보건부 장관 중 한 명인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는 “공공보건시스템이 전문성이 전혀 없는 군에 의해 점령당했다”고 한탄했다.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대통령, 온두라스

에르난데스(51)와 그의 부인은 지난 6월 확진판정을 받았다. 에르난데스는 입원해 폐렴치료를 받으면서도 원격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에르난데스는 텔레비전 발표를 통해 “계속 일을 하고 이 판데믹을 이겨낼 기운과 에너지나 있다”고 말했다.

자니네 아녜스 임시 대통령, 볼리비아

아녜스는 대선 연기를 발표해 볼리비아가 들썩이던 7월 확진판정을 받았다. 그녀의 전임자가 부정부패로 구속된 후 5월 말에 임명됐던 마리아 에디 로카 보건부 장관을 비롯해 임시 우파 정권의 수많은 관료들도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후 전국적인 시위가 격화되자 아녜스는 10월 18일로 예정된 대선 불출마를 발표했다. 그녀가 4등을 달리고 있다는 저명한 기관의 여론조사 발표 이후 하루 만에 이뤄진 결정이었다. 보수 우파 정권 수립을 꾀하고 있는 아녜스는 “여러 후보들 간에 표가 갈릴까봐 이런 판단을 내렸다”며 “함께 힘을 합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패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대통령, 과테말라

잠마테이(64)는 가장 최근에 확진판정을 받은 라틴아메리카 지도자다. 9월 18일 확진판정을 받은 잠마테이는 목발을 짚고 다니는 다발성 경화증 환자로 고위험군에 속한다. 경미하기는 하지만 증상을 보였던 잠마테이는 격리상태에서 원격 집무를 하겠다고 했다. 잠마테이의 확진판정 발표는 6개월간의 국경 봉쇄를 해제하던 날 이뤄졌다.

피에르 은쿠룬지자 대통령, 부룬디

지난 6월 8일 부룬디 정부는 은쿠룬지자(55) 대통령이 짧은 기간 아프다가 심장발작으로 예기치 않게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과 부룬디에 주재하는 외교관들에 의하면 그는 코로나19로 사망한 첫 국가원수인 것으로 보인다. 부룬디 정부의 고위관리들은 이것이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당시 부룬디에서는 코로나19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던 상황이라 공식 발표된 확진자수는 83명에 불과했다.

사망하기 전 퇴임을 앞뒀던 은쿠룬지자는 팬데믹을 경시하며 5월 20일로 예정됐던 대선 선거운동을 허용했다. 미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만 지키면 유세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후 에바리스트 은데이시미예 대통령 당선인은 예정보다 두 달 앞선 6월 18일 취임했다. 은데이시미예는 15년간의 은쿠룬지자 장기집권으로 수많은 개혁이 필요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우며 극심한 공중보건 위기에 직면한 나라를 물려받았다.

미셸 바르니에, 유럽연합(EU) 브렉시트 협상 대표

바르니에(69) 는 코로나19가 유럽을 휩쓸기 시작한 시기였던 3월 19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바르니에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잘 지내고 있고 걱정도 안 한다”며 코로나19와 그에 따른 봉쇄조치로 고통을 받는 모든 이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보낸다고 했다. 바르니에는 4월 14일 사무실 업무 복귀를 했다.

그러다가 9월부터 바르니에의 이름과 코로나19가 함께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다. 당시 영국 의회가 2019년에 합의한 EU 탈퇴안의 일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려고 하자 영국 정부가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을 덮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겠냐고 바르니에가 말했기 때문이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이탈리아

건설-미디어 그룹을 거느린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총리를 세 번 지내는 동안 각종 섹스와 부패 스캔들로 악명 높았던 베를루스코니(83)는 9월 2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베를루스코니는 이틀 후 입원해 9월 14일 퇴원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코로나19 감염이 “인생 최악의 시련이었다”며 자기가 회복해서 “또 한 번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다”고 말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입원 중에도, 그리고 이후 집에 머물면서도 자신이 창당한 중도우파 정당 전진을 위해 9월 20-21일 치러진 지방선거의 선거운동을 했다. 그러나 전진 후보들은 선전하지 못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2020.9.14)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2020.9.14)ⓒAP/뉴시스

소리 그레고어 트뤼도 캐나다 총리 부인

그레고어 트뤼도(45)는 3월 영국 여행 이후 확진판정을 받았다. 그녀는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는 것은 이를 겪고 있는 다른 가정들이나 더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견뎌야 하는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세 아이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전 대통령

나자르바예프(80)가 확진판정 이후 6월 자가격리에 들어가 3주 만에 완치됐다고 그의 대변인이 밝혔다. 중앙아시아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몇몇 국가가 코로나 제한 조치를 완화한 이후 여름에 급증했고 카자흐스탄은 7월 2차 봉쇄조치를 실시했다.

나자르바예프는 거의 30년 집권 이후 2019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지만 국가안보회의 의장직을 유지하며 계속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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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로나로 힘드시죠”…절박한 자영업자 두번 울린 홍보사기

등록 :2020-10-13 04:59수정 :2020-10-13 07:44

 

 

“1년 계약하면 석달은 덤”이라더니
홍보 시늉만…환불 안해주고 먹튀
전국 40여명 피해 호소 단톡방 꾸려
업체 이름 바꿔가며 영업…수사 나서
코로나19로 3개월 혜택 지원한다는 ㄱ기획의 홍보 사진. 피해자 제공
코로나19로 3개월 혜택 지원한다는 ㄱ기획의 홍보 사진. 피해자 제공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12개월+3개월. 15개월 혜택 지원합니다.”

 

지난 3월 부산에서 서비스업체를 연 김아무개(48)씨는 코로나19로 손님이 끊긴 상황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한 기획사와 홍보 계약을 맺었다. ㄱ업체는 월 15만원씩 12개월을 내면 3개월을 공짜로 얹어주겠다고 했다. 입소문이라도 나면 본전은 뽑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홍보는 형편없었다. ㄱ업체는 광고업자 티가 나는 외국인 계정만 동원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좋아요’만 잔뜩 눌렀다. 환불을 요청했지만 ㄱ업체는 별다른 답 없이 지난 6일에도 성의 없는 홍보글을 블로그에 잔뜩 올렸다. 김씨는 12일 <한겨레>에 “홍보는커녕 가게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절박해진 심리를 노린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떨어져 절박한 자영업자들의 심리를 노리고 홍보 계약을 맺은 뒤 ‘먹튀’하는 업체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김씨와 같은 업체에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모인 이들만 해도 40여명에 이른다.

수법은 다양하다.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류아무개(35)씨는 지난 1월 ‘맘카페’ 광고 게시글 작성과 블로그 체험단 운영 등 구체적인 홍보 내용을 소개받고 ㅈ마케팅과 6개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1월 카페를 찾아온 블로그 체험단 3명과 소규모 맘카페에 올라온 글이 홍보의 전부였다. 5개월 동안 별다른 활동이 없어 환불을 요청하자 홍보업체는 “폐렴으로 입원했다”며 연락을 피하기만 했다. 류씨는 “66만원을 날렸다. 나 같은 피해자가 없길 바란다”며 이 업체를 지난 7월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왼쪽은 정아무개(35)씨가 ㄱ기획에 계속해 환불을 요청하는 모습. 오른쪽은 임아무개(43)씨 미용실과 ㄱ기획이 맺은 계약서 내용. ㄱ기획이 자필로 작성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환불이 몇달째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피해자 제공

왼쪽은 정아무개(35)씨가 ㄱ기획에 계속해 환불을 요청하는 모습. 오른쪽은 임아무개(43)씨 미용실과 ㄱ기획이 맺은 계약서 내용. ㄱ기획이 자필로 작성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환불이 몇달째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피해자 제공

직접 자영업자를 찾아와 적극적인 영업까지 나선 경우도 있다. 지난 4월 광주에서 카페를 열자마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정아무개(35)씨도 홍보가 절실했다. 마침 가게를 직접 찾아온 ㄱ업체 관계자와 198만원을 내고 15개월치 계약을 맺었다. 계약 당일 포털에 검색해보니 ‘이 업체에 사기당했다’는 글이 올라 있어 전액 환불을 요청했으나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위약금을 감수하겠다고 했으나 홍보업체는 그 뒤 소식이 끊겼다. 정씨는 “지칠 때까지 기다리며 환불을 안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업체들이 이름까지 바꿔가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어 자영업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계속된 민원으로 카드사가 결제를 막자 새로운 이름으로 법인을 등록하며 자영업자들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우리 사기방지시스템 실사를 거쳐 ㅈ마케팅이 문제가 많다고 판단해 지난해 9월 가맹점 계약을 해지했다. 현재 ㄱ업체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라며 “(결제를 막는 게)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남부지검에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 중인 서울 금천경찰서 관계자도 “10여개 피해업체와 일부 피고소인에 대한 조사를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65515.html?_fr=mt1#csidx9153e6bdad800c6b57baf33474eb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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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에 깃든 인민 사랑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0.10.12 22:00
  •  
  •  댓글 0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75돐 열병식장에서 연설 도중 흘린 김정은 위원장의 눈물이 화제다.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은 “예상치 않게 맞닥뜨린 방역 전선과 자연재해 복구 전선에서 발휘한 애국적 헌신은 감사의 눈물 없이 대할 수 없다”라며 안경을 벗고 눈물을 보였다.

당국의 비상 방역 시책을 충실히 따라준 인민들에 대한 고마움과 최고지도자의 편지 한 통에 태풍 피해 복구 지원에 나선 수도 평양의 당원들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이 교차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조선로동당은 중앙위원회 산하 정치국회의와 정무국회의 등 주요 회의를 통해 총 6차례 코로나19에 대한 고강도 방역 대책을 수립했다.

북한(조선) 당국은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착용과 소독, 등교 연기 등 지나칠 정도로 방역 대책에 심혈을 기울였다.

‘감염자도 없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불만이 터져 나올 법 하다. 하지만 당국의 선택과 최고지도자의 결심을 절대적으로 믿는 북한(조선) 주민들은 말없이 방역 시책을 이행했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3천7백만 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했지만 북한(조선)은 코로나19의 완전한 청정지대가 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당국의 이런 방역 실적을 자랑할 대신 “한 명의 악성바이러스 피해자도 없이 우리 인민 모두가 건강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인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의 피해 복구 건설현장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지도하고 있다.
▲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의 피해 복구 건설현장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지도하고 있다.

태풍과 수해로 인한 피해 지역 복구 과정도 김정은 위원장은 만감이 교차한 것으로 보인다.

9호 태풍 마이삭이 함경남북도 해안연선 지대를 덮쳐 1천여 세대의 살림집이 파괴됐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손글씨로 수도 평양당원에게 편지를 썼다. 수도 당원 사단을 조직하여 태풍 피해 복구 지원에 떨쳐나설 것을 호소한 것.

이에 수도 당원들은 하루 만에 1만2천 명 정원을 모두 채웠고, 어떤 당원들은 명단을 보고하지도 않고 몰래 피해 지역으로 달려갔다. 뿐만 아니라 당 창건일 전에 태풍피해 복구활동을 끝내라는 임무를 앞당겨 완수한 제2 수도당원사단은 함경남도 김책시의 복구를 마치자, 집이 있는 평양행을 택하지 않고 스스로 또 다른 피해지역으로 이동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 군인건설자들이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 태풍 피해를 복구하고 살림집을 새로 건설했다.
▲ 군인건설자들이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 태풍 피해를 복구하고 살림집을 새로 건설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또 함경남도 검덕지구의 태풍피해 복구투쟁과 관련한 당중앙군사위원회 명령서에 친필서명을 통해 인민군 장병들을 태풍 피해 복구에 투입했다.

이렇게 동원된 군인건설자들은 강원도 김화군, 함경북도 금천군, 황해북도 은파군 일대에서 한달 여 만에 5천여 세대의 살림집을 일떠 세웠고, 지금도 건설을 계속하고 있다.

이처럼 김정은 위원장이 방역과 재해복구에 나선 군 장병과 노동자 그리고 수도 당원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에 눈물을 흘리자 이날 수십만 명의 열병식 참가자들도 함께 울며 일심단결의 위력을 과시했다.

▲ 조선로동당 창건 75돐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을 들으며 눈물 흘리는 참가자들

김정은 위원장의 이날 연설에서 또 한 가지 눈길을 끈 대목은 “하늘같고 바다같은 우리 인민의 너무도 크나큰 믿음을 받아안기만 하면서 언제나 제대로 한번 보답이 따르지 못해 정말 면목이 없다”라고 한 부분이다.

한 국가 최고지도자가 공식 석상에서 한 연설치고는 파격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공로와 영광을 인민들에게 돌리는 김정은 위원장의 겸양에서 애민 정치를 엿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애민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1월 1일 북한(조선) 최고지도자로 된 첫 신년사에서 “모든 것을 인민을 위하여, 모든 것을 인민대중에게 의거하여!”라는 구호를 제시해 애민 노선을 확고히 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간부들에게 “수령님들을 모시듯이 인민을 받들어나가자”라고 교시했다.

사실 북한(조선) 사회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어떻게 모셨는지 익히 봐왔다. 그런데 조선로동당과 국가기관 간부들에게 인민을 수령님 모시듯 받들고, 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었던 최고존엄을 인민과 대등한 지위에 놓았으니, 이 말을 들은 간부들이 받았을 충격이 오죽했으랴.

간부들도 간부들이지만 이 교시를 들은 인민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까.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 수령이 간부들에게 수령을 모시듯 자신(인민)을 받들라고 했으니 말이다.

언젠가 김정은 위원장은 “인민을 하늘처럼 여기며 인민이 원한다면 하늘의 별도 따오고 돌 우에도 꽃을 피워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전당이 위대한 인민을 위하여 멸사복무하자!”는 구호를 조선로동당 청사에 새기게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여느 당 창건 행사 때처럼 “백전백승의 조선로동당 만세!”라고 하지 않고 “위대한 우리 인민 만세!”라고 끝맺은 이날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인민관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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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더니... 최고다

한국의 갈라파고스로 불리는, 국내 백패킹 삼대 성지 중 하나인 굴업도

20.10.13 08:49l최종 업데이트 20.10.13 08:49l

백종인(elliec)덕물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굴업도 길게 휘어진 목기미해변과 모래언덕, 멀리 보이는 개머리초원, 좌측의 썰물 때만 들어갈 수 있다는 토끼섬, 우측의 송신탑, 그리고 연평산으로 이어지는 길목의 붉은머리해변과 그 위의 사구습지 등, 마치 드론을 띄워 찍은 굴업도의 사진을 보는 것 같다

▲ 덕물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굴업도 길게 휘어진 목기미해변과 모래언덕, 멀리 보이는 개머리초원, 좌측의 썰물 때만 들어갈 수 있다는 토끼섬, 우측의 송신탑, 그리고 연평산으로 이어지는 길목의 붉은머리해변과 그 위의 사구습지 등, 마치 드론을 띄워 찍은 굴업도의 사진을 보는 것 같다 ⓒ CHUNG JONGIN

20세기 말, 3천 개가 넘는 한국의 수많은 섬 중 인천 앞바다의 작은 섬 하나가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1994년 정부가 섬을 방사성핵폐기물처리장으로 선정하였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방폐장 계획이 무산된 뒤에도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대기업의 골프장을 비롯한 초대형 리조트 건설 계획으로 섬은 다시 몸살을 앓았다. 이리하여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섬의 이름은 굴업도다. 굴업도란 섬 이름이 엎드려 일하는 사람을 닮아서 붙여졌다는 유래만큼이나 섬의 팔자는 고단하다.

굴업도는 중생대 백악기인 9000만 년 전의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이다. 오랜 세월 고립되어 있었던 까닭에 섬은 원시 모습이 남아 있는 매우 희귀한 지형을 간직하고 있다. 수많은 남북방계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질학자에게 굴업도는 살아 있는 지질학 교과서이고 생물학자에게는 한국의 갈라파고스다. 사진작가에게는 일몰의 명소이자 송골매 등 희귀 새의 서식지이고 옛 추억을 간직한 어부에게는 민어 파시의 어장이다. 최근에는 신도 탐낸다는 천혜의 절경으로 '국내 백패킹 삼대 성지' 중 하나가 되었다.

굴업도는 먼 섬이다. 굴업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군도를 이루는 41개 섬 중 하나다. 인천항에서 직선거리로 85㎞ 떨어져 있거니와 직접 가는 배편도 없어 덕적도에서 배를 갈아타야 한다.

굴업도는 작은 섬이다. 섬 면적이 1.7㎢, 섬 양 끝을 잇는 길이가 3.8km, 해안선 길이가 13km에 불과하다. 섬 전체가 높이 100m 안팎의 구릉으로 되어 있다. 
 
목기미해변 동섬의 덕물산과  연평산의 줄기는 아래로 내려와 외줄기 목기미해변으로 변한다. 왼쪽 봉우리가 연평산이고 오른쪽 보우리사 덕물산이다.
▲ 목기미해변 동섬의 덕물산과 연평산의 줄기는 아래로 내려와 외줄기 목기미해변으로 변한다. 왼쪽 봉우리가 연평산이고 오른쪽 보우리사 덕물산이다. ⓒ CHUNG JONGIN
 
동섬에 자리한 가장 높은 덕물산(138m)과 연평산(128m)의 줄기는 아래로 내려와 서해의 쪽빛 바다를 양옆에 낀 외줄기 해변으로 변한다. 동섬과 서섬을 연결해주는 목기미해변이다. 좌·우측이 활처럼 휜 해안선을 따라 단단하면서도 고운 하얀 색의 모래밭이 600m가량 이어져 있다. 목기미해변 남서쪽에는 사구습지와 모래 언덕이 있다.
 
연평산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코끼리바위 운이 좋아 썰물 때를 만나면 연평산 길목에서 코끼리바위를 만날 수 있다
▲ 연평산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코끼리바위 운이 좋아 썰물 때를 만나면 연평산 길목에서 코끼리바위를 만날 수 있다 ⓒ CHUNG JONGIN
 
연평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좌측의 목기미해변을 지나야 갈 수가 있는데, 서쪽 바다에 세 개의 바위 섬이 우뚝 솟아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선단여라는 바위섬으로 굴업도의 서쪽을 가리키는 표지석인 셈이다. 운이 좋아 썰물 때를 만나면 연평산 길목에서 코끼리바위를 만날 수 있다.

낙타 등을 연상시키는 두 개의 봉우리를 가진 연평산은 높이가 해발 128m에 불과하나 정상에 오르는 것은 개미가 낙타 등을 오르는 만큼이나 어렵다. 자갈과 모래가 많은 암봉이라 미끄럽고 고사목이 많아 나뭇가지를 잘 못 잡으면 오히려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낮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 다시 정상으로 올라야 하는데 마지막 코스는 수직 암봉이다. 밧줄을 잡아야 한다. 
 
연평산에서 본 굴업도 시간이 멈추고 숨도 멈춘 듯한 고요한 풍광이다
▲ 연평산에서 본 굴업도 시간이 멈추고 숨도 멈춘 듯한 고요한 풍광이다 ⓒ CHUNG JONGIN
 
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이 모든 어려움은 잊힌다. 굴업도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간이 멈추고 숨도 멈춘 듯한 고요한 풍광이다. 맞은편 덕물산으로 가다 보면 바다가 아닌 연못을 만난다. 사구습지로 예전에는 마을에서 농업용수로 사구습지 물을 사용했었단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계단식 농지의 흔적이 보인다. 지금은 미꾸라지의 서식지이며 흑염소와 사슴의 식수원이다.
 
사구습지 사구습지의 물은 예전 농업용수로 사용했으나 지금은 미꾸라지의 서식지이며 흑염소와 사슴의 식수원이 되었다
▲ 사구습지 사구습지의 물은 예전 농업용수로 사용했으나 지금은 미꾸라지의 서식지이며 흑염소와 사슴의 식수원이 되었다 ⓒ CHUNG JONGIN
 
굴업도 최고봉(138.5m)인 덕물산 역시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정상까지 가는 것이 힘들다면 조금 아래에 있는 신선바위도 정상 못지 않은 전망대다. 덕물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굴업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길게 휘어진 목기미해변과 모래언덕, 멀리 보이는 개머리초원, 좌측의 썰물 때만 들어갈 수 있다는 토끼섬, 우측의 송신탑, 그리고 연평산으로 이어지는 길목의 붉은머리해변과 그 위의 사구습지 등, 마치 드론을 띄워 찍은 굴업도의 사진을 보는 것 같다.
 
개머리초원의 수크령 굴업도에 가을이 오면 개머리초원의 수크령이 노을빛 아래에서 넘실거린다
▲ 개머리초원의 수크령 굴업도에 가을이 오면 개머리초원의 수크령이 노을빛 아래에서 넘실거린다 ⓒ CHUNG JONGIN
 
동섬에 연평산과 덕물산이 있다면 서섬에는 백패커들의 로망인 개머리초원이 있다. 남서쪽을 향해 내밀고 있는 개의 주둥이를 닮았다 하여 개머리초원이다. 20여 년 전 주민들이 소와 염소를 방목할 목적으로 나무를 베고 초지를 만든 것이 오늘날의 개머리초원이다.

방목이 중단된 후 들풀과 들꽃이 피고 가을이 되면 키 큰 강아지풀처럼 생긴 수크령이 넘실댄다. 파란 하늘 아래 햇살을 받아 눈부신 보랏빛을 발산하는 수크령. 이래서 굴업도는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가 보다. 

큰말해변에서 약간의 오름을 거치면 감탄사와 함께 수크령이 가득한 개머리초원을 만난다. 수크령밭 사이에 난 오솔길을 걷다보면 수크령에 몸이 감싸이고 바람이 불 때마다 수크령의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람 소리를 압도한다.
 
개머리초원 낭개머리에서 본 일몰 해가 바다에 침몰하며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 개머리초원 낭개머리에서 본 일몰 해가 바다에 침몰하며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 CHUNG JONGIN
개머리초원의 사슴 떼 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이나 굴업도의 풀숲이 사라지는 원인이다
▲ 개머리초원의 사슴 떼 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이나 굴업도의 풀숲이 사라지는 원인이다 ⓒ CHUNG JONGIN
 
개머리초원의 끝자락에는 최고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낭개머리가 있다. 늦은 오후에 도착하면 붉은 노을에 뒤덮인 바다를 볼 수 있다. 개머리초원과 낭개머리에 종종 나타나는 사슴 떼는 보너스다.

주민이 육지에서 가져와 키우던 사슴이 탈출하여 지금은 200마리 정도가 자연 서식을 하고 있다. 보기에는 평화롭고 굴업도의 상징이 된 사슴들이지만, 개체 수가 100마리를 넘으면서 풀과 나무껍질까지 벗겨 먹는 바람에 풀숲이 사라지고 많은 나무가 고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풀숲은 보기 힘들고 연평산 등산로에는 고사목이 많다.

개머리초원은 일몰이 압권이다. 낭개머리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면 바다에 침몰하며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지는 해를 볼 수 있다. 보름달이 뜨는 시기라면 달의 조명을 받은 환한 초원을 감상할 수 있고 달빛이 없는 어두운 밤이라면 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별과 은하수를 볼 수 있다. 

낭개머리에서 하룻밤을 머무르지 않는다면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민박촌으로 내려오는 것이 안전하다. 조금 일찍 내려오더라도 일몰의 장관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으며 큰말해변에서도 칠흑 같은 밤하늘의 별 쇼를 볼 수 있다.
 
▲ 굴업도 선착장에서 본 일출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동쪽 섬 가도 위로 해가 떠 오르고 있다 ⓒ CHUNG JONGIN
 
굴업도의 일출 역시 일몰 못지않게 환상적이다. 해 뜨는 시각에 맞추어 목기미해변 남쪽의 선착장으로 가면 동쪽 바다의 섬 가도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볼 수 있다.

이렇듯 서해안의 작은 섬 굴업도는 사람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특징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예쁜 해안선과 고운 모래 해변, 넓게 펼쳐지는 평원, 그 평원을 뛰노는 꽃사슴, 그리고 하늘을 나는 송골매와 희귀 철새들, 그 안에서 느끼는 마음의 평화.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던 주민들은 떠나고 이제는 관광객들과 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사람들만 남았다. 굴업도는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은혜라는 "천혜"의 절경을 지닌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섬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50플러스 중부 캠퍼스 소식지인 2020년 중부락서에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굴업도, #연평산, #개머리초원, #목기미해변, #덕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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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태어나 20년, 전 피부색만 다른 미등록 한국인 '메니'입니다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 우리 안의 그들의 이야기] 5

 

사회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한 채 미래조차 꿈꿀 수 없는 아이들. 바로 이 땅을 살아가는 미등록 이주아동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부모의 체류자격으로 인해 출생과 성장과정에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와 필요한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으며 자아정체성 확립과 미래를 준비해야 할 청소년기에는 각종 공식 영역에 등록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참여와 소속감에서 소외, 배제를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현행 국내법 체계 안에 미등록 이주아동이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얻을 수 있는 경로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2012년 17세 몽골학생 강제추방 대책활동으로부터 시작된 이주인권단체, 공익법단체 활동가들의 모임인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기본권향상을 위한 네트워크'에서는 2019년 5월부터 10월까지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아동이익 최우선’의 관점에 입각한 미등록 이주아동 체류권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실태조사는 미등록 상태 혹은 체류가 불안정하여 체류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주아동, 청소년과 부모를 면접조사하여 체류상태가 이들 개인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해외 법제도를 통해 체류권 보장을 위한 제도, 정책적 대안을 제안하였다.


 

‘미등록이주아동·청소년- 우리 안의 그들의 이야기’는, 실태조사에서 이들이 연구자들에게 직접 들려준 경험과 생각의 일부라도 한국 사회에 직접 전달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이들 아동청소년들을 그저 이렇게 놓아만 두는 것이 능사는 아님을 인식하고 그 해법을 함께 찾자고 제안하기 위하여 정리, 집필한 것이다. 현실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한 해법에 도움이 되고자 해외정책도 포함하였다.


 

무엇보다 미등록 이주아동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단지 보고서의 기록이 아닌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로 들려지고 느껴질 때 우리 모두 그 해법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아동청소년들의 현황과 실태, 10명의 아동청소년들이 한국사회에 보내는 육성, 외국의 정책 사례, 한국사회의 해법 등으로 나눠 총 14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지난 연재 바로가기


 

고등학교 졸업! 생계를 위한 공장취업, 그리고 추방위기에 몰렸던 메니


 

한국에서 태어나서 20년간 살았습니다. 엄마의 고생을 보고 자라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취업했고 하루 12시간~14시간 일하면서 돈을 벌어 생계에 보탰습니다. 그러다가 비자없는 불법체류자로 단속되어 외국인보호소에 갇혀서 강제추방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기도 했습니다. 주변의 뜻있는 분들이 나서 강제퇴거명령취소 행정소송을 했고 강제퇴거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으로 용접기술을 제대로 배워 취업하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건실한 청년입니다.

 

비자 없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어요. 초등학교때요. 아빠가 출국하게 되었을 때요. 엄마가 저희들 다 데리고 다급하게 아빠 만나러 목동출입국으로 갔었어요. 그때 제 나이 10살, 3학년이었어요. 출입국에 들어가서 엄마랑 얘기하고. 아빠가 본국으로 돌아갔다고 들었어요. 그때 아빠가 한국을 떠났다, 이제 못 본다, 엄마가 5년 후에 들어온다고 하는데 5년 후면 내가 중학생이 될 때다, 그때까지 못 본다.....너무 슬퍼서 화장실에서 울었어요.


 

굉장히 슬펐어요. 어린 나이에 많은 걸 알았어요. 알 수밖에 없어요. 엄마가 한국어 못하니까 무슨 얘길 하든 뭘 하든 누나와 나, 저희에게 다 와요. 알 수밖에 없어요. 어쩔 수 없이 하는 게 많았어요. 하기 싫어도. 가족을 위해서. 제가 다시 일을 하기 싫어도 안할 수 없어요. 안하면 누가 돈 버냐. 누구에게 부탁하거나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에 없어요. 안하면 살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항상 맘에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으니까 그렇게 살았어요.

 

 

‘누나는 아빠 대리야.’ 어린 시절에 넷째(동생)도 그렇게 얘기를 해요. 초등학생때부터 누나가 요리하니까. 엄마는 1주에 한번이나 2주에 한번 집에 오니까 항상 누나는 엄마 대리였어요. 그거 보면서, 내가 아빠 역할 해야지, 하는, 장남으로서 부담이 컸어요. 또 엄마가 고생하는 걸 다 지켜봤어요. 우리가 모르는 것도 있지만 얼마나 고생하는지 어느 정도는 알아요. 여자 혼자서 애 다섯을 키우는 게..참. 저희는 감사했어요. 우리를 잘 키워주신 거에 대해서. 엄마가 힘든 걸 아니까요. 드라마 보면 부모님이 희생하잖아요 아이들 때문에. 그리고 ‘이거 사줘’ 이러면 엄마는 ‘미안해’ 이러잖아요. 저희는 그런 게 아니니까 차라리 나았어요. 누나랑 저도, 동생도 ‘옛날에 이랬어. 힘들었지?’ 하면서 옛날 얘기해요. ‘옛날에 비하면 지금은 괜찮은 건데. 지금 생활에 익숙해서, 힘들다’ 그럴 때는 그때 옛날 얘기해요. ‘옛날이었으면 이런 거 하지도 못했다, 사지도 못했다,’ 이렇게 오히려 감사하면서 살고 있어요.


 

저는 중학교 때 좋은 기억 많이 없어요 정말 몇몇 아이들 빼고는 그다지 잘 지내지 못했고, 중학교 때는 솔직히 아직도 안 좋아요. 차라리 고교때가 더 나았어요. 중학교 2학년? 3학년? 때 선생님이 다른 사람들에게 제가 비자가 없다는 얘기를 했어요. 조금 늦게 9월에 그 학교에 들어갔는데, 학교에서는 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을 때였어요. 그런데 그 선생님이 그런 얘기를 아이들에게 해서, 저는 그때 너무 슬펐고 화가 났어요. 아버지가 본국에서 일하시는 걸로만 알고 있던 아이들은 불법체류자인 것을 알고 나서는 저를 가난한 사람으로 보는 거예요. 아예 저를, ‘얘는 나보다 밑이다, 너는 나보다 밑이다, 불법체류자라서’, 그것도 모자라서 ‘흑인이니까. 당연히 밑이다.’ 이러는 거죠.


 

고교때도 역시나 담임선생님이 제 얘기를 했더라구요. 그때도 ‘아 또 예전같이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되는데....걱정했어요. 역시나 그런 일이 벌어졌죠. 수업시간에 애들이 꼬투리 잡고 ’너희 나라로 꺼져‘, 라고 하고. 제가 억울한 일이 있어서 말을 하면 꼭 끝에는 ‘너네 나라로 꺼져, 불법체류자가’. 그 얘기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그 말만 하면 저는 할 말이 없죠. 할 말이 없더라구요. 안 그래도 제가 주변에서 아이들 사이에서 튀잖아요. 피부색이나 얼굴모습이나. 체격이. 그래서 애들하고 어디가면, 놀러 가면 늘 저 때문에 시선들이 오는 거예요. 그 시선들이 싫어서 저랑 같이 있으면 의심받으니까 애들이 저를 멀리했어요. 그래도 중학 때보다는 관심 받는 게 싫어서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고교때는 딱히 무슨 일은 없었죠. 다행히.


 

중학교 때 수학여행에 갔는데, 청와대로 갔는데 저는 못 들어갔어요. 저만 버스에서 남아서 기다려야 해요, 그리고 고교때는 자격증 시험 보는데, 처음에는 안된다고 했어요. 다행히 비자 없어도 가상으로 해서 시험 볼 수 있는 게 있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자격증을 딸 수 있더라고요. 다행이었죠. 운동선수 하려고 했는데 뒤늦게 비자 없으면 선수등록이 안된다는 걸 알아서 방황하던 중학생 얘기 들은 적 있어요. 저도 물론, 주변에서, 농구를 하니까 농구 얘기 나올 때마다, 항상 농구를 하고 싶었죠. 항상. 어딜 가도 그 얘길 해요. 너는 왜 운동 안했냐, 농구 안했냐, 생각 없냐 그렇게들 물어요. 저는 그냥 싫다, 힘들다, 관심없다 고 했지만 사실은 하고 싶었어요. 저도 어릴 때는 축구선수가 꿈이었어요. 사람들이, 해외로 연수를 갈 수도 있다. 무얼무얼 해라 고 하고 저를 스카우트 하려고 들 했어요. 

 

농구해라 수영해보라 운동해보는 게 어때 라고요. 저는 하고 싶어도 관심 없는 척했어요. 이미 안 되는 걸 아니까. 알 수 있으니까요. 축구선수가 제 꿈이었지만 해외로 나가려면 신분증 있어야 하고. 뭘 해야 하든 신분증 있어야 하니까. 안 되는 걸 아니까요.

 

저희들은 친구를 집에 안 데려와요. 비밀이 많으니까요. 우리 집은 되도록 아무한테 말하지 마라, 누나도 저도 한국어로 말하면서, 다 알았어요. 어릴 때부터. 우리는 안 된다, 다르다, 누군가 알면 신고한다, 우리가 떠날 수 있다, 문제생기면 안된다, 문제생기면 떠날 수밖에 없다, 이런 얘기했었어요.


 

살면서, 편견상황을 겪은 적 있냐고요? 있었죠. 그럴 때에 상대에게 반박이나 설득은 해봤냐구요?

 

부모님 나라 사람들은 대개 누군가 뭐라고 하면 그냥그냥 견디는데 저는 그러지 못해요.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확실히 해요. 솔직히 말해서 사람이 다 좋은 것 아니죠. 모두가 다 나 같지 않고 모두가 다 나쁜 건 아닌데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확실히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줘요. 오히려 외국인들하고 있을 때, 저 말고 다른 외국인들이 이거 잘못되었다. 우리가 그 사람들과 같이 한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인식, 이런 것은 잘못되었다고 봐요.


 

저도 제가 아는 사람들도 이런 지갑을 길거리에서 주웠을 때, 경찰서 갖다 주곤 했는데, 만약에 내가 가져갔으면 훔쳤거나 자작극으로 생각하게 되거나 혹시라도 그런 것 아니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불법체류자라는 건. 그냥 살고 있을 뿐인데. 불법체류라고 흉악범죄자가 아니고...저는 워낙 사고를 많이 안쳤어요. 잘은 몰라도 저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 가족 다 담배 핀다거나 술 마신다거나 싸운다거나 도둑질 한다거나 그런 것 안하고, 교회 다니면서 다 좋게좋게 지내니까 그런가보다 하는 그런 사람들이 많은데 다들 불법체류자를 영화에서나 봤지 실제로는 본 적 없어서, 영화에서 불법체류자 나오는 방글라데시 영화, 방가방가 그런 것, 영화에서 보면 조폭도 있지. 불법체류자들이 많이 하는 걸로 나오는 그런 것만 봤지 실제로는 본 적이 없는 사람들 많아요.


 

알고 보면, 다들 그렇게 별 문제없이 똑같이 살아가는 건데. 위험한 사람이 아니다 라고 저를 아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데 혹시 저 같아도 아무 문제없이 사는 사람이라면, 불법체류자 인식이 안 좋을 것 같기는 해요. 영화에서는 불법체류자들이 폭력배로 나오고 그래서 선입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실제로는 불법체류자는 조심조심 다니는데.

 

전에 영화에서 사장님 나빠요 라는 게 있었죠. 현실을 보면, 제가 주변에서 알게 된 불법사람들 고용한 사람들, 사장님들은 그걸 이용해서 여권을 일단 뺏어요 뺏어서 임금을 안주거나 때린다거나 나쁘게 대해고도 너네 나라로 가, 너 신고한다 고 협박하는 것, 그런 건 현실이에요.


 

저에게도 일을 더 시키고 그랬는데 월급 부당하게 받은 것 있어요. 다행히 때린다거나 이런 것은 없었는데 최저임금도 안주고 일한 시간만큼도 안주고.,그것 얘기하면 제대로 안주고 그런 경우는 있었어요. 그 동안 일한 기간은 고작 8개월 정도 일하는 기간인데. 첫 번째 한 달간 실습 나갔을 때, 월급도 안주었어요. 한 달 지났는데 너무 부당하니까 말다툼하게 되었다가 몇 십만 원 떼 먹고 주었죠.


 

한 공장은, 거기서는 두 달간 일했는데 거기서는 세금을 떼었어요. 보험료랑 세금 떼고 뭐 떼고 그랬죠. 4대보험 가입도 안 했는데(비자가 없으면 4대보험 가입이 안됨) 떼었어요. 250만원을 받아야 하는데 210만원 정도 주고. 그래도 작은 돈이 아니잖아요. 그때 7시 30분에 시작해서 9시 30분, 14시간 일했는데, 토요일도 일하고. 두 달 동안 일하다가 잡힌 거에요. 그 다음 공장에서는 12시간 30분 일 했는데, 알고 보니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았더라구요. 그래도 대우는 좋았어요. 8개월 동안 170만원 받으면서 일했는데, 계산하면 최저시급도 안나와요. 그래도 뭐, 8개월간 일한 중에서는 제일 괜찮았어요.


 

확실히 비자 생기고 나서 편해졌어요. 자동차 산다거나 운전면허 시험 본다거나 실수해서 은행에 입금 잘못했는데 돌려받는데도 비자가 필요하더라구요. 엄마가 저한테 돈을 보내는데 잘못 보내서 회수했는데 엄마가 제 아이디로 했거든요. 돈 돌려받는데 3일 걸렸어요. 비자 있는데 3일 걸렸으니 비자 없으면 영영 못 받았다 싶었어요. 병원도 제 비자로 할 수도 있고 말이죠. 비자가 있다 없다는 게 너무 다르더라구요. 너무 확실하게 느껴져요. 그리고 자칫하면 내가 자만하게 되겠더라구요. 사람을 너무 쉽게 믿게 되고. 이제는 내가 괜찮으니까, 여기저기서 뭘 해도 괜찮으니까요. 잘못하면, 잘못된 사람을 만나서 따라가거나 그럴 수도 있겠더라구요. 

한 가지 미안한 거는 저도 빨리 돈 벌어서 살고 싶은데 학생이니까 돈이 없어요. 

 

엄마가 아프실 때 그게 젤 힘들더라구요. 예전에는 제가 일했으니까 맘 같아선 엄마가 쉬고 제가 일하고 벌고 싶죠. 엄마가 쉬면 누나가 혼자 벌어서는 살 수 없으니 장남이 되어가지고 남자아인데 엄마한테 생활비 받고 누나한테 받고 그럴 때, 생활비 받을 때마다 미안해요. 엄마는 지금 아파요, 근데 엄마는 아파도 병원에 못가요. 그냥 약국 가서 진통제 사먹고 참아요. 돈 때문에 참으시죠.

 

모두 다 저희 가족 사정 알고, 배경을 잊지 마라, 너가 어떻게 해서 이 자리까지 어떻게 왔는데, 절대 대학 쉽게 생각하지 마라, 다른 사람들 대학교 가면 다들 술 마시고 친구 잘못 사귄다거나 난리치거나 그런다, 너는 그러지 마라. 정말 열심히 해라. 저희들이 잘 되었으니 안되면 안된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네 뒤에 뭐가 있는지 잊으면 안 된다 라고...

 

모든 사람이 그런 말 해요. 교회 사람도 그런 말하고 아는 나이지리아 사람도 그런 말하고 서울에서 놀러온 사람들도 똑같은 말을 하고.


 

내가 잘해야 저희 가족이 잘될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제가 잘해야 불법체류자도 비자 얻어도 한국에 폐가 되지 않는구나, 오히려 모범이 되는구나 하겠죠? 사고 안치고 자신 있다, 그런 걸 보여주어야 사람들 편견도 깨질 거라고 생각해요. 저 이제 만 20살인데. 고교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한국어인데, 한국어를 잘하니까 학교생활도 괜찮아요. 지금은 오히려 (남들과) 똑같이 하면 안 되고 기회를 잡아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 한국사람만큼은 아니더라도 자격증 따야 한다거나 스펙을 쌓는다든가 해서, 좀더 열심히 해서 졸업하면 적당히 좋은 회사 다니고 그러지 말고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해서, 정말 제대로 해서, 정말 제대로 하자. 이게 제 생각이에요.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01214511993132#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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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작가연합] 상임대표 김창규, 사무총장 심종숙 제 2기 집행부 출범 인사

[민족작가연합] 상임대표 김창규, 사무총장 심종숙 제 2기 집행부 출범 인사

 

프레스아리랑  | 입력 : 2020/10/13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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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프레스아리랑=문해청 기자]  2016년 10월 부터 시작 된 촛불항쟁을 통해 2017년 박근혜 대통령 적폐정권이 교체 되었다. 이후 민중의 평화통일세상 갈망에 부응하고 건강한 삶의 문학, 참여문학, 실천문학을 위해 새로운 물꼬를 트려했던 문사와 문인들은 2018년 5월 민족 민중 자주 깃발의 펜(pen)을 들고  [민족작가연합] 문단을 창립했다.
 
그리고 평화통일세상, 민주주의 관련 공동시집 출간 등의 사업을 펼쳤던 1기 집행부의 임기가 끝나고 지난 달 26일 [민족작가연합] 문단의 2기 집행부 및 각종 위원회가 출범했었다.
 
이에 상임대표 김창규 시인, 사무총장 심종숙 시인은 10일 [민족작가연합] 문단의 회원 문사, 지인 문인 및 남녘지역 민중에게 공식적인 인사를 올렸다. 
 
다음은 [민족작가연합] 상임대표 김창규 시인의 인사말이다 
 
 
존경하는 민족작가연합 회원님들께 
 
민족작가연합 회원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민족작가연합에서 제2기 상임대표를 맡은 김창규 시인입니다. 총회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잘 극복하고 총회를 마쳤습니다.  
 
그동안 민족작가연합에서 활동을 해왔던 전. 상임대표 김해화 시인의 뜻을 받들어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하여 문학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발휘하여 사업을 전개하여왔습니다.
 
현재는 과거를 통해서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 갈 것입니다. 친일문학상을 철폐하는 일에 작가들과 연대하고 또한 문학의 적폐를 청산하는 일에 열심히 매진하겠습니다. 
 
저는 상임대표로 본회를 대표해서 민족작가연합의 지위를 높이고 이름을 자랑스럽게 대내외에 알리어 통일문학을 대표하는 단체로 발전시키겠습니다. 
 
고 박원순 시장과 통일 문학의 길에서 하고자 했던 남북민족작가대회 성사를 위해서도 꾸준히 노력할 것입니다. 해외 문인들과 조선족 문인들과 북녘의 작가들과도 교류하고 협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민족작가연합도 3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많은 사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서 창작을 지원하는 발표의 장을 확대하고 역할을 분담토록하여
 
본회의 회원들의 소통과 자유로운 창작 활동에 도움이 되도록 반 연간 두 번의 민족작가연합 창작집을 출판할 계획입니다. 
 
신문도 격 월로 발행하고 노동문학교실을 통해서 신인들도 참여하는 광장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민족작가연합은 사무실도 마련하려고 합니다. 
 
서대문에 17평 정도를 마련하여 만남의 테이블을 통해서 더 많은 친교와 교류가 되도록 당장 사무실 마련에 착수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사무실 마련에 참여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후원금을 모으려고 하오니 회원들은 십시일반 참여를 부탁 드립니다.
 
상임대표 김창규는 중앙위원회에서 의결을 거쳐 임시총회에 안을 내놓도록 하겠지만 법인 단체를 추진하고 그리하여 우리 민족작가연합도 한국작가회의와 동등한 위치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도록 해보겠습니다. 
 
회원들이 시집을 내고 소설집을 출간하면 회원 각자가 3권씩 의무적으로 사주는 운동을 통해서 작은 출판사와 서점들이 살아나는 그런 일에도 신경을 쓰도록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김창규 본인은 민주화운동을 1975년부터 한신대학 학생운동, 기독청년운동과 1980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활동과 민족문학작가회의를 통해서
 
고 채광석 시인과 지역문학 건설의 당위성을 확인하고 충북민족문학회 초대 회장을 맡아 일했고 나중에 한국작가회의로 이름이 바뀌었을 때 충북작가회장을 지냈습니다. 
 
존경하는 민족작가연합 회원 여러분! 저는 5.18광주민주항쟁 40주년 정신을 계승하고자 합니다. 또한 전태일 열사 50주년이 되는 해 금 년에 함께 여러분과 뜻을 모아 남은 기간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통일문학의 선구자 신동엽, 김남주, 조태일, 김수영 시인 그리고 김규동, 박봉우, 이기형 시인 같은 분들과 선배들의 뜻을 잘 받들어 나가겠습니다. 
 
통일의 길에서 산화해 간 문학인과 애국지사들, 식민지하에서 일본군과 싸웠던 홍범도 장군과 같이 많이 알려진 분들의 유지도 받들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민족작가연합 회원님들이 있어서 마음 든든합니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어렵던 일들을 해결하였고 이제 힘찬 걸음을 내디디려 합니다.
 
도와주시고 함께 어깨를 걸고 나갑시다.
 
2020년 10월 10일  민족작가연합 상임대표 김창규 올림 //
 
 
다음은 [민족작가연합] 사무총장 심종숙 시인의 인사말이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민족작가연합 회원님들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제 2기 집행부 출범과 함께 여러 회원님들의 성원으로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심종숙입니다.
 
우리는 현재 여러 가지로 국내외의 첨예한 정치적 상황이나 전지구적 환경 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민족작가연합이라는 깃발 아래 문예 전사로서 단일대오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깃발은 꺾이지 않을 것이며 저 가을 하늘에 부는 바람과 같이 존재와 사회의 진보된 혁명을 꿈꾸며 펄럭일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어둠이 짙을 때 더욱 빛나는 별이 되어 그 기운이 우리의 필봉에 내릴 때 민족작가로서 민족 앞에 숙연해지고 부끄럽지 않는 문인으로 서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글이 우리 민족의 마음을 위로하고 역사의 질곡에서 쓰러졌던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게 하는 용기와 힘이 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이 기원을 지니고 우리는  한 마음 한 뜻으로 민족의 자주와 통일의 순렬한 과업에 동참하여 나아갈 것입니다.
 
민족작가연합의 깃발 아래에 우리의 민중들이 함께 모여 민족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함께 통일의 길을 열어나가기로 단결할 때 우리의 복무는 더욱 빛날 것입니다.
 
저는 사무총장으로서 상임대표님과 공동대표님들의 뜻을 존중하고 잘 보좌해나갈 것이며 회원님들 한 분 한 분과 공감과 소통을 해나가겠습니다. 
 
그리고 계획된 사업을 차질없이 잘 수행해 나갈 것을 약속 드립니다. 언제나 궁금하신 것과 알려줄 소식이 있으실 때 저에게 연락해 주십시요.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고 합니다.
 
우리 민족작가연합은 서로 소중히 아끼며 존중합시다.
 
우리가 사랑을 실천하고, 우리가 민족의 자주와 통일을 위한 혁명에 복무할 때 한반도에 통일의 기운이 일어 세계인들도 우리들을 주목할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이 땅의 민중이 인간중심의 혁명 주체로 거듭나게 잘 이끄는 데에 문인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때 여러분의 글은 찬연히 빛날 것입니다. 
 
// 깃발 // 
// 누가 있는가 // 거기엔 가족과 이웃들이 있네 / 거기엔 한 줄을 쓰기 위해 / 밤을 새는 이들과 / 도크 안에서 철판을 용접하는 이들 / 높다란 철제 사이를 오가는 이들 / 온종일 컴퓨터 앞에서 시름하는 이들 // 
 
// 누가 우는가 // 거기엔 자본에 밀려나 거리로 떠도는 이들과 / 코로나 위기에 가게를 내놓는 이들 / 비대면 화상 수업과 그 옆에 있는 어머니들 /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어 일하는 소년소녀 노동자들 / 고용불안과 불공평한 처우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 
 
// 누가 꿈꾸는가 // 의식적 인간으로 하나와 / 전체의 이치를 깨달아 단결하고 / 자주적 인간으로 자유와 해방을 꿈꾸며 / 창조적 인간으로 / 참다운 일을 하며 / 이웃들과 사랑하며 살다가고픈 / 우리의 민중들이 있네 // 민족작가연합의 깃발에는 / 우리의 민중들이 있네 //
 
2020. 10. 10. 민족작가연합 사무총장 심종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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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교수도 “일 ‘소녀상 철거’ 압박 굴복한 베를린에 충격”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10/12 11:17
  • 수정일
    2020/10/12 11:1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2020-10-12 04:59수정 :2020-10-12 08:29

 

‘일본 전쟁범죄 부인’ 비판한 독일 교수 2인 인터뷰
 
슈테피 리히터 라이프치히대 교수. 라이프치히대 누리집
슈테피 리히터 라이프치히대 교수. 라이프치히대 누리집

“일본 정부의 압력에 대응하는 독일 연방외무부와 베를린 책임자의 태도에 충격을 받았다. (과거사를 두고 기억투쟁을 벌이는) 우익적 네트워크에 맞서, 시민사회 또한 초국가적 네트워크로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서라도 소녀상은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슈테피 리히터(64) 독일 라이프치히대 일본학과 교수는 11일(현지시각) <한겨레>와 한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일본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압박에 굴복한 독일 외무부와 베를린시 미테구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리히터 교수는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를 비롯해 일본 신우익 수정주의에 정통한 독일의 일본학자다.리히터 교수는 “일본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일본군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부인하는 여러 우익단체가 등장했는데 이들은 주로 정치·외교 영역에서 활동한다. 2011년부터 전세계 여러 곳에서 위안부 동상을 철거하려는 시도들, 최근 베를린의 소녀상에 압력을 행사한 것 등은 이 반동적 네트워크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리히터 교수뿐 아니라 독일의 많은 일본학자는 소녀상을 둘러싼 싸움이 전세계적으로 신우익세력들이 과거사를 두고 벌이는 ‘기억투쟁’의 하나라는 점을 지적한다. 지난 10월5일 라이프치대 일본학과 누리집에 박사과정 도로테아 믈라데노바가 소녀상 철거를 비판하며 올린 글도 그런 인식을 반영한다. “위안부 문제를 두 나라 사이 외교정치적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여성들에게 가해졌던 폭력의 문제를 무시해버린 잘못된 사고다.”

 

 
일제 렌츠 전 보훔대 사회학과 교수. 본인 제공
일제 렌츠 전 보훔대 사회학과 교수. 본인 제공
 

나치 미화가 금기시된 독일에서도 극단적 우익세력은 끊임없이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일제 렌츠(72) 전 독일 보훔대 사회학과 교수는 11일 <한겨레>와 한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왜 소녀상이 독일에 있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식민주의와 전쟁 폭력의 역사를 가진 독일은 일본과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렌츠 교수는 “소녀상은 전쟁 성폭력과 식민주의를 기억하려는 기억운동의 상징”이라며 “이 폭력적인 식민지 시대의 과거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동유럽과 러시아에서 벌어진 무수한 성폭력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 우리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소녀상 승인 취소는 일본 정부의 외교적 압력에 더해, 베를린시가 위안부 문제와 전쟁 성폭력 문제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렌츠 교수는 다만 일본 보수 정부의 책임과 과거사를 바로잡으는 일본 시민사회의 노력은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한-일 갈등이 아니다. 전쟁 성폭력에 맞서 정의를 지키려고 한 일본인도 많다. 우리는 전쟁 성범죄에 대한 논쟁을 억압하는 현재의 일본 정부와 전쟁과 성폭력을 지지하지 않는 일본 사람들을 구별해야 한다.” 

 

베를린/남은주 통신원 nameunjoo1@gmail.com

법원으로 간 ‘베를린 소녀상의 운명’독일 베를린시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 논란이 결국 소송으로 가려지게 됐다.소녀상 설치를 주도했던 독일의 코리아협의회는 12일(현지시각) 행정법원에 소녀상 철거 명령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미테구에는 행정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11일 <한겨레>에 밝혔다.
소녀상이 자리한 미테구청은 지난 7일 허가 취소 공문을 보내 14일까지 시민단체 스스로 철거하지 않으면 시가 철거에 나선다고 통보했다. 이례적으로 빠른 행정 처분에 제동을 걸기 위해 시민단체의 대응도 숨가쁘다. 구청과 법원 결정까지 몇주에서 몇달까지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당장 임박한 철거는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코리아협의회는 기대하고 있다.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슈테판 폰 다셀 미테구청장은 보도자료에서 소녀상을 승인한 도시공간 및 건축예술 심사위원회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으나 신청서에도 여러 장을 할애해 설명했다. 
최초 허가 절차에 문제가 없는 만큼 그대로 둘 것을 주장할 법률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소녀상 설립 당시 시위원회가 우선 1년 설치를 허가하면서 “공공의 이익에 위배될 때는 언제든 철거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였기 때문에 소송에서는 이 점이 가장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한 대표는 “소녀상은 지역공동체 커뮤니티 레우니온의 후원으로 세워졌으며, 지금까지 일본인들을 포함한 지역주민 누구 하나 반대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온라인신문 <베를리너 차이퉁>은 “일본 정부가 이런 기념비를 철거해달라고 요구하는 이런 상황 자체가 왜 이 동상이 있어야 하는지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온라인 대안언론 <타츠>는 한 시민의 기고문에서 “외무부가 미테구의 시정에 개입했다”고 비판했다. 지방자치가 확고한 독일에서는 행정부가 지자체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코리아협의회를 비롯한 독일의 여성·시민단체들이 미테구 앞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인 가운데, 소녀상 철거에 반대하는 독일 시민사회의 청원도 시작됐다. 11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반대 청원’이 올라온 독일어 서명운동 누리집(www.petitionen.com)을 보면, 이날 오후까지 1555명이 철거 반대 청원에 서명했다.한국의 정의기억연대(정의연)도 유엔 표현의 자유·여성폭력·문화권 특별보고관에게 서한을 보내는 한편, 미테구청 주소와 전자우편 주소를 공개하며 ‘소녀상 철거 반대’ 편지·전자우편 보내기 운동을 시작했다
.베를린/남은주 통신원, 채윤태 기자 nameunjoo1@gmail.com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965343.html?_fr=mt1#csidx6bb3fc6232eb12b9fa57e6215ba3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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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0시 평양 김일성광장, 우린 무엇으로 관전평할 것인가?

 

  • 기자명 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 박사/‘수령국가’ 저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  
  •  승인 2020.10.12 10:17
  •  
  •  댓글 0
 
   

 

“그 외 모든 것은 오롯이 나의, 우리들의 심장 속에 담겨 둬야 하는 것이다.”

그 전제로 10월 10일의 기록을 한번 해 보자. 

10월 10일 0시 평양, 조선로동당 75돐 경축 열병식이 진행된 시간과 장소이다.

여기서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들의 최고존엄 김정은 위원장을 모시고, 전체 인민과 당, 군대가 사열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설을 했고, 끝까지 열병식을 지켜보았다.
 
내용과 전달된 메시지는 딱 3마디이다.

'위대한 우리 당’과 ‘위대한 우리 인민’과 사회주의의 ‘위대한 승리’이다.

그러니 그 외, 즉 ‘왜 양복을 입었을까?’, ‘왜 밤에 도둑처럼 거행했을까?’, ‘김여정 제1부부장의 미국 독립기념일 DVD 요구가 이런데 사용되려 했구나!’ 등은 다 가십거리에 불과하다. TV에 나와 뭐라도 얘기해야 얼굴이 팔리는 전문가들의 ‘재미없는’ 농간이고, 뭐라도 언급해야만 정치인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대한민국 정치의 ‘웃고픈’ 현주소이다. 

▲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열병식
▲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열병식

결과, '아전인수', '헛다리 짚기', 전문가들의 '무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희망적 사고', 거기다가 여전히 정신 못 차리는 '반북적 사고'까지 접근법도 각양각색이다.
 
대체적으로는 3가지로 나뉘는 듯하다. 

하나는, 정부와 집권여당의 반응이다.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화답적 성격이 있다며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가 그것이다.

두 번째는, 보수언론과 보수야권의 반응들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완전히 실패, 그 증거가 북의 핵전력이 더 고도화·현대화되었고,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한 사과는 없으면서 핵무력시위를 벌인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세 번째는, 언론에서 다뤄주지 않으니 주로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타난 견해들인데, 진보진영의 반응이 그것이다. 대체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진솔한 모습에 감동했으며, 북이 어떤 이상국가를 지향하고 있는지 드러났다며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과연 그럴까?

위 세 가지 어느 지점에 북의 이번 당 창건 75돌의 성격 의미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미 위에서 밝혔듯이 이번 제 75돌 당 창건 행사의 의미는 분명하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그러면 우리의 시선은 좀 달리 향해야 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너무나도 어이없는 ‘희망적 사고’에서 얼른 빠져 나와야 하고, 보수언론과 보수야권은 북에 대한 무지와 반(反)통일세력의 본 모습에서 탈피해야 한다. 진보진영은 북에 대한 감상적 사고에 젖을 것이 아니라, 실체적 접근, 운동적 접근을 통해 우리의 통일운동을 새롭게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게 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인식 전환으로 말이다.

정부와 집권여권은 김정은 위원장의 ‘남녘동포에 대한 따뜻한 인사’를 자신들이 수용하고 싶은 것만 수용하는 ‘희망적 사고’, 즉 북이 이 정부와 다시 남북관계를 시작할 데 대한 메시지라고 아전인수(我田引水)할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가 복원되기 위해 자신들이 ‘후과적으로’ 뭘 재정비해야 되는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이름하여 선평화·후통일정책에서 병행정책으로, 선비핵화·후평화체제에서 선평화·후비핵화로, 선한미동맹·후남북공조에서 선남북공조·후한미동맹으로, 선워킹그룹·후약속이행에서 선약속이행·후워킹그룹(동맹대화)으로.

제도언론과 보수세력의 인식은 논할 가치조차 없어 논외로 한다.

다음으로 진보진영에 대한 인식문제이다. 셀 수조차 없을 만큼, 무수한 역경을 이겨온 우리의 ‘또 다른’ 반쪽에 대한 따뜻한 인식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의 핵보유>가 이제 상수가 된 이 시점에서 우리가 어떻게 '새로운’ 통일운동을 재정립할 것이고, 그 토대위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는 대시민 설득력을 어떻게 광폭적으로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인식적 대전환이다. 운동적 대전환이다.

■ 하나, 이제는 불편한 진실과 맞닥뜨려 북핵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민족의 보검, 겨레의 핵, 평화의 무기로 위상지어야 한다. 

그래놓고 왜 핵이 미국은 되고, 북은 안되는지에 대한 정면돌파가 필요하다.

■ 둘, 위 ‘하나’의 연장선상에서 ‘북이 핵을 가져도 되지 않을 조건’을 우리가 만들어주는 그런 평화·통일운동을 해야만 한다.
 
즉, 북에 대해 '비핵화하라'가 아니라, 미국에 대해서도 비핵화요구가 동등해야 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의 근원인 분단체제 극복과 주한미군 철수, 평화협정체결을 그 중핵으로 하는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이해를 대전제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린 그걸 읽어내고, 운동적 신심으로 다그쳐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 전제 위에서 우리의 통일운동이 앞으로 이제는 좀 불편하더라도 변화된 조건을 ‘외면’하지 않고, 새롭게 재정립된 통일운동으로 대중을 만날 자세가 각오되는 그런 관전평을 쏟아내어야 하는 것이다. 

'운동'을 중심에 놓는 그런 관전평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외 모든 것은 오롯이 나의, 우리들의 심장속에 담겨 둬야 하는 것이다.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사)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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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옆자리 치마 속으로 들어간 손... 6급 '계장님'이었다

[지방공무원 성비위 분석 ①] 성비위 가장 많은 지방공무원은 6급... "그들은 팀장급"

20.10.12 07:43l최종 업데이트 20.10.12 08:58l
<오마이뉴스>는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함께 '2015~2020년 지방공무원 성비위자 징계현황'을 분석했다. 지방공무원 성범죄 판결문 20건도 들여다봤다. 성추행이나 성폭행, 성매매 심지어 근무 시간에 불법 촬영까지 일삼았던 그들의 성비위를 몇차례에 걸쳐 공개한다.[편집자말]
 인사혁신처에서 2016년 발간한 공무원 징계 사례 자료집 이미지.
▲  6급 지방공무원 성비위가 제일 많은 이유에 대해 김창호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성비위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가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팀장직에 속하는 일부 6급 공무원들이 업무상 지위를 악용해 발생한 비위들"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인사혁신처에서 2016년 발간한 공무원 징계 사례 자료집 이미지.
ⓒ 인사혁신처  


- 열차에서 옆에 앉은 피해자 치마에 손 넣어 강제추행.
- 피해자를 차안에서 준강간.
- 휴대전화 이용해 동료직원 탈의장면 불법촬영.
- 관내출장 신청 후 근무지 이탈해 채팅으로 성매매.
- "손 달라하면 주면 되지 뭐 이리 뻣뻣해, 너 남편이랑 잠자리는 가지냐?" 등 성희롱 발언.


그들은 모두 6급 지방공무원이었다.

최근 5년 동안 성희롱·성추행·성폭행 등 성비위로 징계를 받은 지방공무원 10명 중 3명은 6급이었다. 공무원 전 급수 중 가장 많다. 6급(주사) 지방공무원은 일반적으로 지자체에서 계장(팀장)을 맡게 된다.

최근 5년간 성비위 징계 지방공무원 중 6급이 31.1% '최다'
 

 2015-2020 성비위 징계 지방공무원 직급별 현황. 서울특별시는 성비위 징계 중 소청심사 현황만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 이정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의원(정의당, 비례)이 17개 광역지자체로부터 제출 받은 '2015년∼2020년 지방공무원 성비위자 징계현황'을 <오마이뉴스>가 직급별로 분석한 결과, 전체 징계 공무원 444명(서울특별시는 소청심사 인원만 제출) 중 6급에 해당하는 경우가 138명(31.1%)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7급이 모두 98명(22.1%)이었고, 8급의 경우는 62명(14.0%), 9급은 25명(5.6%)이 각각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직(연구관·연구사)과 지도직(지도관·지도사) 지방공무원도 21명이, 임기제 공무원도 7명이 각각 성비위를 저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5급 이상 고위직 지방공무원 중에서는 모두 93명(20.9%)이 성비위로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중에서는 5급(사무관)에 해당하는 경우가 65명으로 가장 많았다. 4급(서기관)이 24명이었으며 3급(부이사관)도 3명이 포함됐다. 광역지자체에서 주요 국장에 해당하는 2급 성비위 공무원도 1명이 있었다. 

 

138명 6급의 경우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이중 27명이 파면 또는 해임됐다. 강등 처분을 받은 경우는 13명이었으며, 정직은 35명이었다. 감봉(20명), 견책(39명), 경고(3명) 등의 경징계를 받은 비율은 전체의 45.25%(62명)에 달했다. 자료 제출 시점까지 징계가 이뤄지지 않고 보류 상태인 경우도 1명 있었다.

138명의 성비위를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성추행을 저지른 경우가 68명(49.3%)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그 다음으로는 성희롱(음란행위 포함)이 53명으로 많았으며, 성매매(10명), 불법촬영(4명), 성폭행(2명) 등으로 나타났다. 성비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아동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한 경우도 1명이 있었다.

전체 444명을 대상으로 보면,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비위 사실이 적발된 경우가 12건이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경우(3건)가 있었으며, 피해자의 나이가 13세 미만인 경우도 3건이나 포함돼 있었다. 자료에는 11살 어린이를 강제로 추행한 사실이 적시돼 있었고, 심지어 8살 밖에 되지 않은 친척을 추행해 징계를 받은 사례도 나와 있었다. 이중 6명이 파면이나 해임됐으며 정직 처분을 받은 지방공무원은 4명, 그리고 견책 등 경징계에 그친 경우는 2명이었다.

6급 지방공무원 성비위가 제일 많은 이유에 대해 김창호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지방직 공무원 중 6급이 팀장을 맡는다, 실무적인 부분을 총괄하는 사람"이라며 "8·9급 공무원에게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성비위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가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공직사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성비위 역시 상급자들이 하위직 공무원에게 업무상 지위를 악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10명 중 6명 처벌 가벼워진 전라남도 소청심사

<오마이뉴스>는 17개 지자체가 소청 심사한 결과도 따로 분석했다.

성비위로 징계를 받은 지방공무원 444명 중 162명이 징계 처분에 따르지 않고 취소나 변경을 청구했는데, 그 결과 48명(29.6%)이 애초 징계보다 감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 정도는 처벌이 가벼워진 셈이다.

그 편차 또한 지자체마다 차이가 컸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46명에 대해 소청 심사가 이뤄졌는데 그 중 16명(34.8%)이 감경됐다. 전라북도와 경상북도는 감경률이 50%였다. 전라북도는 4명 중 2명이, 경상북도의 경우는 8명 중 4명이 소청 결과 각각 처벌이 가벼워졌다. 심지어 전라남도는 10명에 대한 소청 심사에서 6명이 감경됐다. 반면, 경기도는 38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소청 심사에서 7명(18.4%)이 감경됐다.

이은주 의원은 "부당한 징계를 구제할 목적으로 운영돼야 할 소청심사제도가 비위 공무원의 구제 창구로 변질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며 "성비위 문제는 여성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중앙 차원의 특별기구를 만들어 공무원 소청을 일괄 심사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성비위특별소청심사위원회를 인사혁신처 산하에 설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사혁신처는 성범죄 퇴출 공무원 숫자 '몰라요'

한편, 인사혁신처는 성범죄 퇴출 공무원들에 대한 통계를 집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4월 인사혁신처는 국가공무원법 일부개정안 시행 소식을 전하면서 "앞으로 모든 유형의 성범죄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공무원은 당연퇴직되고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는 공직에서 영구적으로 배제된다"고 발표했다. 당시 황서종 인사혁신처장은 "공직사회 성비위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라며 "정부는 앞으로 공공 부문 뿐 아니라 민간에서의 성범죄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이 적용돼 성범죄가 근절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오마이뉴스>는 법 시행 이후 ▲성범죄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아 당연 퇴직된 공무원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공무원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인사혁신처는 해당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을 보내왔다. 인사혁신처는 통지서에서 "요청한 자료는 인사혁신처가 각 부처로부터 받고 있는 통계자료에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통화에서도 "당연 퇴직자 전체 통계는 있다"면서도 "사유별 통계는 따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결격사유(국가공무원법 제33조 위반) 당연퇴직자는 2019년 기준 138명이었다. 이중 성범죄로 당연퇴직된 공무원의 숫자를 확인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이은주 의원은 "성범죄 무관용 원칙을 제대로 적용하려면 당연퇴직자 결격사유별 명확한 실태조사부터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
▲  이은주 정의당 의원
ⓒ 이은주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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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이주연·이정환
조사 : 홍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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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완화, 생활에서는 뭐가 달라지나

허지영 기자 hjy@vop.co.kr
발행 2020-10-11 18:08:06
수정 2020-10-12 09: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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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10.11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10.11ⓒ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가 어느정도 억제되고 있다고 판단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거리두기 조정방안을 발표했다.

정 총리는 “2주간 국내 발생 확진자 수는 하루 평균 60명 미만으로 줄었고, 감염 재생산 지수도 ‘1 이하’로 떨어져 확산세가 억제되고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간 계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고 민생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적극 고려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조정하되, 방문판매 등 위험요인 관련 방역 관리는 강화된 수준을 유지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거리두기 수준은 현행 2단계에서 1단계로 내려간다.

 

실내 50인·실외 100인 이상 집합이나 모임은 방역 수칙을 준수해 열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확산세가 덜 누그러진 수도권은 ‘자제’가 권고된다. 100명 이상의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전시회·박람회·축제·콘서트·학술행사 등은 행사 개최지 시설 면적의 4㎡당 1명으로 인원이 제한된다.

그동안 영업이 금지된 고위험시설 10종인 클럽·유흥주점·콜라텍·단란주점·감성주점·헌팅포차·노래연습장·실내 스탠딩 공연장·실내집단운동·300인 이상 대형학원·뷔페 등도 영업이 허용된다. 다만 방문판매와 관련한 직접판매홍보관의 영업은 계속 금지된다.

위 고위험시설 10종은 영업을 재개하되 시설별 특성에 따른 핵심 방역수칙이 의무화된다. 특히 클럽 등 유흥주점·콜라텍·단란주점·감성주점·헌팅포차 등에 대해서는 시설 허가·신고면적 4㎡(1.21평)당 1명으로 이용 인원을 제한하는 등 강화된 수칙이 추가 적용된다.

이밖에 음식점·결혼식장·종교시설 등 16종 시설에 대해서는 마스크 착용·출입자 명단 관리·이용자 간 거리두기·주기적 환기 및 소독 등의 핵심 방역수칙이 의무화된다.

교회는 대면 예배를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수도권 소재 교회는 예배실 좌석 수의 30% 이내로만 대면 예배를 진행할 수 있다. 소모임·행사·식사 금지는 계속 유지된다.

스포츠 행사 역시 경기장별 수용 가능 인원의 30%까지 관중이 입장할 수 있으며, 추후 감염 확산 추이에 따라 단계적으로 관중 수를 늘릴 예정이다.

실내·외 국공립시설은 수용 가능인원의 절반 수준으로 운영한다. 복지관·경로당·지역아동센터 등 사회복지시설도 방역 수칙을 지키며 운영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를 추석 특별방역 기간으로 정하고 2단계에 준하는 방역 수칙을 적용해왔다.

추석연휴 이후 첫 주인 지난주 국내 확진자 수는 일일 평균 61.4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허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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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서글픈 핵잠야망

[개벽예감 414] 청와대의 서글픈 핵잠야망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0/10/1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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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이례적인 김현종-에이브럼스의 세 차례 회동

2.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에서 벌어진 의견충돌 

3. 핵잠야망 뒤에 숨겨진 비밀우라늄농축실험

4. 핵잠야망 포기하고 선제적 평화조치 취해야

 

 

1. 이례적인 김현종-에이브럼스의 세 차례 회동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019년 9월부터 12월까지 기간에 로벗 에이브럼스(Robert B. Abrams) 주한미국군사령관을 세 차례 만났다. 그는 2019년 9월 19일 로벗 에이브럼스와 함께 조찬회동을 가졌고, 11월 6일 로벗 에이브럼스를 다시 만나 70여 분 동안 회동했으며, 12월 13일에는 토머스 와이들리(Thomas D. Weidley)를 대동한 로벗 에이브럼스와 만나 100분 이상 회동했다. 토머스 와이들리는 2015년부터 2019년 7월까지 주일미국군 제1해병항공단장으로 근무했었는데, 지금은 주한미국군사령부 부참모장이다. 

 

김현종 2차장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이므로, 그들의 회동은 통역 없이 영어로 진행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근무하던 김현종을 2019년 2월 28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 임명했다. 그런 경력을 보면, 김현종 2차장은 군사와는 거리가 먼 통상전문가다. 그런 그가 2차장에 임명된 2019년 9월부터 12월까지 기간에 주한미국군사령관을 세 차례나 만났으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제3차 회동에서 김현종 2차장은 부참모장을 대동한 주한미국군사령관을 100분 이상 만났으므로, 김현종-에이브럼스 회동에서 중대한 군사문제가 논의된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어떤 군사문제를 논의했을까?

 

2019년 9월 19일 김현종-에이브럼스 제1차 회동이 있기 전인, 2019년 8월 28일 김현종 2차장은 일본이 수출심사우대국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여 청와대의 반일감정을 자극했던 무렵, 일본 정부에게 유감의 뜻을 밝히는 기자회견 중에 군사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안보역량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정찰위성, 경항공모함, 차세대잠수함 등 핵심안보역량을 구축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차세대잠수함은 핵연료를 쓰는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이라고 밝혔다. 핵연료를 쓰는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을 언급한 것은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려는 청와대의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9년 12월 13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로벗 에이브럼스 주한미국군사령관과 토머스 와이들리 주한미국군사령부 부참모장을 만나는장면이다. 김현종 2차장은 2019년 9월부터 12월까지 주한미국군사령관을 세 차례나만났다. 김현종-에이브럼스 회동에서 논의된 것은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문제였다. 2020년 8월 10일 한국 국방부는 4,000톤급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했다. 한국 해군본부는 기획관리참모부에 실무단을 내오고 핵잠건조문제를 검토해왔다.  

 

김현종 2차장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려는 청와대의 의중을 드러냈던 때로부터 1년이 지난 2020년 8월 10일 한국 국방부는 ‘2021~2025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무려 30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자금을 앞으로 5년 동안 집중적으로 투입하여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려는 것이다. 

 

2020년 8월 10일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중기계획에서 주목되는 것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4,000톤급 잠수함을 건조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취재기자들이 익명의 국방부 관계자에게 국방부가 건조하겠다는 4,000톤급 잠수함이 핵추진잠수함이 아닌가 하고 물었을 때, 그는 “현 단계에서 말씀드리는 것은 부적절하다. 적절한 시점이 되면 별도로 말씀드릴 기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하면서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그날 익명의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중기계획에 4,000톤급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계획이 포함되었다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그보다 앞서 2019년 10월 10일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은 충청남도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진행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중에 국방부가 핵잠건조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그날 국정감사에서 김정수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은 자신이 핵잠건조계획을 검토하기 위한 실무단을 이끌고 있는데, 실무단 회의를 분기별로 한 번씩 소집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핵잠야망을 품고 건조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장본인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핵잠야망을 품고 있었다. 2017년 4월 13일 한국기자협회와 SBS 텔레비전방송국이 공동으로 주최한 제1차 대선후보 텔레비전토론회에 출연한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는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려는 핵잠야망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런 그가 대권을 잡았으니, 핵잠야망을 실현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재인 당선자가 정권을 인수받고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인 2017년 7월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은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는 문제를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2017년 8월 10일 해군본부는 핵잠건조의 타당성과 건조경비를 연구하는 용역을 조달청을 통해 발주했다. 해군본부는 2017년에 발주한 연구용역을 통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에 따라 해군본부는 기획관리참모부 산하에 핵잠건조계획을 검토하는 실무단을 내오고, 지난 2년 동안 운용해왔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김현종 2차장을 앞세워 자신의 핵잠야망을 실행에 옮기려고 하는 것이 분명하고, 따라서 2019년 9월부터 12월 사이에 세 차례 진행된 김현종-에이브럼스 회동에서 핵잠건조문제가 논의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시동을 건 핵잠건조문제는 김현종-에이브럼스 회동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그 문제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군사상황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안보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대한 미국의 지배체제가 존재하는 한, 그런 중대한 안보문제는 반드시 백악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2.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에서 벌어진 의견충돌 

 

핵잠건조계획에 관한 백악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겠다고 생각한 문재인 대통령은 자기 심복을 워싱턴에 파견했다. 2020년 2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김현종 2차장이 워싱턴에 도착했다. 그는 2박3일 동안 워싱턴에 머물렀는데, 당시 한국 언론매체들은 그의 워싱턴방문을 극비방문이라고 보도했다. 차관급 인사인 김현종 2차장을 워싱턴에서 상대한 미국 행정부의 차관급 인사는 매튜 포틴저(Matthew Pottinger)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스티브 비건(Stephen E. Biegun) 국무부 부장관이다. 포틴저와 비건을 각각 만난 자리에서 김현종 2차장은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라고 하면서 백악관으로부터 핵잠건조계획을 허가받을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 

 

포틴저 부보좌관과 비건 부장관은 즉답을 줄 수 없었다. 차관급 관리들에게는 핵잠건조계획을 허가해줄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포틴저 부보좌관과 비건 부장관은 한국의 핵잠건조계획이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등에서 검토하고 논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중대한 문제이므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식으로 김현종 2차장에게 말한 것으로 생각된다.  

 

핵잠건조계획을 허가해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을 김현종 2차장을 통해 전달받은 백악관은 그 문제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군사상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심각성을 인지했고, 그래서 그 문제를 다각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해야 했다. 백악관은 물론이고 국무부, 국방부, 중앙정보국 등 국가안보문제를 다루는 여러 부서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제기한 핵잠건조계획 허가문제를 검토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퍽 흘렀던 2020년 7월 7일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서울에 나타났다. 그는 서울에서 2박3일 동안 머물면서 강경화 외교장관, 조세영 외교부 1차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차례로 만났다. 비건 부장관은 청와대에 들어가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핵잠건조계획 허가문제에 대한 백악관의 의사를 통보했던 것으로 보인다. 비건 부장관이 청와대에 통보한 백악관의 의사는 무엇인가?  

 

백악관은 핵잠건조계획을 허가해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을 거절했다. 백악관은 주한미국군 주둔비를 대폭 증액하는 문제를 놓고 한미관계가 껄끄러워진 판에 청와대가 핵잠건조문제까지 제기하여 한미관계를 더 꼬이게 만들려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왜 청와대에 불허통보를 보냈는지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논한다.

 

백악관이 핵잠건조계획을 허가해달라는 자신의 요청을 냉정하게 거절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고심에 빠졌다. 하지만 그는 핵잠야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2020년 8월 10일 한국 국방부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4,000톤급 잠수함을 건조하겠다고 국방중기계획에 명시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의 불허통보를 받은 이후에도 핵잠야망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8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상남도 진해에 있는 잠수함사령부를 시찰하면서 1,860톤급 잠수함인 안중근함에 승함하여 내부를 살펴보는 장면이다. 당시 진해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평상복을 입고 안중근함을 돌아보았다. 핵잠건조사업을 시작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은 김현종 2차장을 워싱턴에 파견해 백악관의 허가를 받으려고 했지만, 백악관은 청와대에 불허를 통보했다. 그런데도 한국 국방부는 4,000톤급 핵잠을 건조하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핵잠건조계획은 문재인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것이다. 이런 정황은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의 불허통보를 받은 뒤에도 핵잠야망을 버리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핵잠야망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문재인 대통령은 백악관을 다시 설득하고 간청해서라도 불허결정을 번복시키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김현종 2차장을 또 다시 워싱턴에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그가 워싱턴에 도착한 날은 2020년 9월 16일이다. 2020년 9월 27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김현종 2차장은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을 비롯한 국무부, 국방부, 에너지부, 상무부 등 미 정부 관계자들과 싱크탱크(think tank, 연구기관이라는 우리말로 번역해 써야 할 외래어-옮긴이) 인사 등을 면담하고, 한미 간 주요현안 및 역내정세 등을 협의했다”고 한다. 

 

위의 인용문에서 주목되는 것은, 김현정 2차장이 워싱턴에서 민간연구기관을 접촉했다는 사실이다. 그가 접촉한 워싱턴의 민간연구기관들은 미국 행정부의 정책자문에 응하거나 분석자료를 제공해주고, 연방의회에서 로비활동을 전개하고, 미국 언론매체들에 정책적 의견을 발표하는 등의 활동을 전개하면서 여론을 주도하는 집단이다. 김현종 2차장이 그런 여론주도집단을 접촉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잠건조계획을 불허한 백악관의 태도를 여론공작과 로비활동으로 바꿔보려는 의도를 드러내 보여준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는 핵잠건조계획에 대한 백악관의 불허결정을 번복시키기 위해 워싱턴에서 여론공작과 로비활동을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벌일 것으로 예견된다. 

 

<조선일보> 2020년 7월 1일 보도에 따르면, 2016년 이후 미국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벌인 외국 정부들 및 기업들이 미국 국무부에 신고한 로비자금규모에서 한국이 전 세계에서 1위에 올랐다고 한다. 해당기간 중에 한국이 워싱턴에 풀어놓은 로비자금총액은 무려 1억6,551만 달러에 이르렀는데, 이것은 전 세계에서 대미로비자금지출 2위를 기록한 일본의 1억5,698만 달러와 3위를 기록한 이스라엘의 1억1,839만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중국의 대미로비자금총액은 8,185만 달러였다. 지금 한국 민중들은 대량실업과 민생파탄으로 허덕이는데,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혈세를 대미로비자금으로 낭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현종 2차장을 워싱턴에 두 차례 보내 핵잠건조계획에 대한 백악관의 허가를 받아내려고 했지만, 그것은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핵잠야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정황은 핵잠건조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백악관 사에에서 갈등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다. 요즈음 청와대는 주한미국군 주둔비를 대폭 인상하는 문제를 놓고 백악관과 갈등을 빚었을 뿐 아니라, 중국봉쇄연합전선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백악관의 요구를 순순히 따르지 않고 중국의 눈치를 살피는 것으로 하여 백악관의 심기를 건드리는 판인데, 거기에 더하여 핵잠건조문제까지 제기하였으니 청와대와 백악관의 갈등이 불거질 것이 분명하다.  

 

 

3. 핵잠야망 뒤에 숨겨진 비밀우라늄농축실험

 

1955년 미국은 세계 최초로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했다. 4,000톤급 노틸러스함(USS Nautilus)이다. 이에 자극을 받은 일본과 이딸리아는 핵잠야망을 품었다. 섬나라인 일본과 반도나라인 이딸리아는 전통적으로 해양전략을 중시해왔는데, 미국이 핵잠을 건조한 것을 보고 핵잠야망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1959년 5월 5일 일본 방위청(당시 명칭)은 핵잠건조문제를 검토했고, 거의 같은 시기에 이딸리아 국방부도 핵잠건조문제를 검토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그 두 나라의 핵잠야망을 저지했다. 핵잠야망을 저지당한 일본은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건조했다. 지금 일본해상자위대는 4,000톤급 잠수함 9척과 4,200톤급 잠수함 11척을 보유했는데, 모두 디젤-전동식 잠수함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이딸리아도 핵잠야망을 포기하고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건조했다.

 

그런데 미국이 일본과 이딸리아에 허락하지 않은 핵잠건조를 한국에게만 특별히 허락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미국의 세계지배체제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모르는 무지의 발로이다. 미국의 추종국들은 미국군의 무기체계보다 한 급 낮은 무기체계를 보유해야 미국의 세계지배체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추종국들이 핵추진잠수함 같은 전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다. 만일 한국이 전략무기를 보유하면, 일본도 전략무기를 보유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시아태평양지역에 구축해놓은 미국의 지배체제는 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핵잠야망은 중국이 세계적인 강국으로 등장한 것으로 하여 가뜩이나 불안정해진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지배체제를 파국에로 끌어가는 위험요인으로 보일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핵잠야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지난 경험을 돌이켜보면, 그의 핵잠야망은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물려받은 정신적 유산으로 보인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핵잠건조를 계획하는 준비단계에 들어섰지만, 지난 시기 노무현 대통령은 핵잠건조를 추진하는 실행단계로 넘어갔었다. 노무현 집권기에 핵잠건조가 실행단계로 넘어가게 된 복잡한 사연은 다음과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하고 약 석 달이 지난 2003년 6월 2일 조영길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밀사업계획을 보고받았다. 그것은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비밀사업계획이었다. 취임한지 석 달밖에 되지 않아 뭐가 뭔지 잘 모르는 노무현 대통령은 그 비밀핵잠건조계획을 덜컥 승인해버렸다.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국방부는 승인날짜를 뜻하는 ‘362사업’이라는 명칭을 붙인 핵잠건조사업에 착수했다. ‘362사업’에 따르면, 4,000톤급 핵추진잠수함을 설계하는 작업을 2006년까지 끝내고, 2007년부터 건조작업을 시작하여 2012년에 첫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고, 2017년까지 모두 3척을 건조한다는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핵잠건조사업에 3조5,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핵잠건조사업을 시작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충청남도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로씨야의 소형 원자로제작회사인 OKBM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1997년에 100메가와트급 소형 원자로를 개발하는 사업에 착수했었다. 그 소형 원자로가 바로 체계통합형 원자로(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인데, 영어머리글자를 조합하여 스마트(SMART)원자로라고 불렀다. 

 

그런데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02년 7월에 갑자기 개발계획을 변경하여 65메가와트급 소형 원자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65메가와트급 원자로를 2006년 2월까지 개발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65메가와트급 원자로는 높이가 7m이고, 지름이 3.5m인 축소형 원자로이므로, 핵잠원자로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100메가와트급 원자로를 개발하다가 갑자기 65메가와트급으로 축소된 원자로를 개발하려고 방향을 바꾼 것은 핵잠원자로를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승인한 ‘362사업’의 추진일정을 보면, 2006년 2월까지 65메가와트급 핵잠원자로를 만들고, 2007년부터 그 원자로를 설치할 핵잠을 건조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1955년에 건조한, 세계 최초의 핵잠인 노틸러스함은 4,000톤급이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승인한 ‘362사업’에 나오는 핵잠도 4,000톤급이었다. 노틸러스함에는 10메가와트급 핵잠원자로가 설치되었는데, ‘362사업’에서 계획된 핵추진잠수함에는 65메가와트급 핵잠원자로가 들어가게 설계되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세상에 출현하기 전에 건조된 노틸러스함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직발사관이 설치되지 않았고, 어뢰발사관 6문만 설치되었다. 그런데 ‘362사업’에서 계획된 핵잠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직발사관과 어뢰발사관이 모두 설치될 예정이었으므로, 10메가와트급 원자로는 출력이 너무 약했고, 따라서 65메가와트급 원자로를 개발해야 했던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백악관에 핵잠건조계획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해봐야 거절당할 것이 너무나 뻔했기 때문에 외부에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핵잠건조에 착수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감시망이 청와대와 국방부를 비롯한 곳곳에 거미줄처럼 깔려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승인한 핵잠건조사업이 비밀리에 시작되었다는 정보가 미국 중앙정보국의 감시망에 포착되었다. 그 정보는 곧바로 백악관에 보고되었다. 백악관은 노무현 대통령이 승인한 핵잠건조사업이 더 진척되기 전에 파탄시켜야 했다. 백악관은 미국 중앙정보국에게 공작지령을 내렸다. 그것은 핵잠건조사업을 파탄시키는 비밀공작이었다. 백악관의 공작지령을 받은 미국 중앙정보국의 검은 손길이 막후에서 바삐 움직였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04년 9월 20일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5명이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사찰하기 위해 출입증을 받는 장면이다. 2004년 8월 30일 사찰단은 2시간 전에사찰을 통보하고 갑자기 들이닥쳐 불시사찰을 단행했다. 사찰단은 한국원자력연구원비밀실험실에서 찾아낸 우라늄농축장비와 우라늄농축에 관한 기술정보자료를 압수했다. 사찰단이 작성한 보고서는 2004년 11월 11일 국제원자력기구 집행부에 제출되었다.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이 단행한 불시사찰의 배경을 파헤쳐보면, 당시 노무현대통령이 승인한 비밀핵잠건조사업을 파탄시킨 백악관의 비밀공작이 가동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핵잠건조사업을 승인한 때로부터 여덟 달이 지난 2004년 1월 26일 <조선일보>는 핵잠건조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밀을 폭로했다. 핵잠건조의 비밀이 일간지에 폭로된 것은, 미국 중앙정보국이 그 폭로기사가 나오기 전에 이미 파탄공작을 성공시켰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백악관은 미국 중앙정보국을 앞세워 핵잠건조사업을 파탄시키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백악관은 핵추진잠수함에 설치될 65메가와트급 핵잠원자로를 개발하는 사업도 파탄시켰다. 

 

2004년 8월 30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한국원자력연구원에 갑자기 들이닥쳤다. 2시간 전에 사찰하겠다고 통보하고 들이닥친 불시사찰이었다. 사찰단은 9월 20일까지 사찰작업을 벌였고, 비밀실험실에서 찾아낸 우라늄농축장비와 우라늄농축에 관한 기술정보자료를 압수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사찰한 보고서는 2004년 11월 11일 국제원자력기구 집행부에 제출되었다.  

 

미국 원자과학자협회 간행물(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2005년 1-2월 합본호에 실린 분석기사와 일본 <마이니찌신붕> 2015년 11월 4일 보도기사를 종합하면, 2004년 당시 국제원자력기구의 불시사찰을 통해 드러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우라늄농축실험경과는 다음과 같다. 

 

1) 1979년부터 1981년까지 화학농축기술을 이용한 우라늄농축실험을 비밀리에 실시했다. 그 실험에서 700g의 천연우라늄분말을 농축하여 순도 0.72%의 농축우라늄을 제조했다. 실험장비들은 1982년에 폐기했다. 

2) 1983년부터 1987년까지 미국산 열화우라늄을 가지고 열화우라늄금속(depleted uranium metal) 수 백kg을 비밀리에 제조했다. (열화우라늄금속을 가지고 열화우라늄탄을 만들 수 있는데, 열화우라늄탄은 전차나 장갑차, 지하방호시설을 파괴하는 철갑탄이다.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하면, 방사능오염으로 백혈병, 신경기능장애, 유전자이상, 생식기능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지금 주한미국군 탄악고들에는 열화우라늄탄이 대량으로 쌓여있다.)

3) 1990년부터 원자증기레이저동위원소분리기술(atomic vapor laser isotope separation technology)을 이용한 우라늄농축실험을 시작했다. 이 기술은 일본에서 수입한 것이다. 1993년부터 2000년까지 원자증기레이저동위원소분리기술을 이용한 우라늄농축실험을 최소 10차례 실시했다.

4) 1994년부터 1996년까지 열화우라늄과 천연우라늄금속을 가지고 분광실험(spectroscopic experiment)을 실시했다.

5) 2000년 1월부터 5월까지 원자증기레이저동위원소분리기술을 이용한 우라늄농축실험을 세 차례 실시했다. 이 세 차레의 실험에서는 1982년에 생산된 금속우라늄 154kg 중에서 3.5kg이 사용되었다. 그 세 차례의 실험에서 농축우라늄 0.2g을 제조했다. 농축우라늄의 평균농축도는 10.2%였고, 최고농축도는 77%에 이르렀다. 금속우라늄 154kg 중에서 약 50kg은 행방을 알 수 없는데, 이것은 우라늄농축실험이 수없이 실시되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독재정권과 김영삼-김대중 정권에 이르는 오랜 기간 동안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청와대의 지령에 따라 비밀우라늄농축실험을 계속해왔음을 보여준다. 

 

1971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정희는 핵폭탄을 제조하기 위한 비밀핵개발사업을 시작했는데, 그에 관한 정보를 파악한 백악관은 박정희의 비밀핵개발사업을 파탄시켰다. 당시 국무장관 헨리 키씬저(Henry A. Kissinger)가 파탄공작을 직접 지휘했다. 그는 박정희에게 비밀핵폭탄개발사업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한미동맹을 파기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키씬저의 협박에 굴복한 박정희는 어쩔 수 없이 비밀핵폭탄개발사업을 중단했고, 한국은 1975년 4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다. 

 

하지만 그런 사건이 일어난 뒤에도 박정희는 핵야망을 끝내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백악관은 박정희를 제거해버렸다. 무모한 핵야망이 정권붕괴를 불러온 것이다.  

 

이처럼 백악관은 박정희의 핵야망을 암살과 정권붕괴라는 극단적인 방도로 파탄시켰지만, 한국원자력연구원을 폐쇄할 수는 없었으므로 거기서 개발된 핵기술은 없어지지 않았다.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붕괴된 이후에도 핵기술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래서 한국의 역대정권들은 비밀우라늄농축실험을 실시하여 핵물질을 생산하려는 핵야망을 품었고, 핵잠원자로를 개발하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려는 핵잠야망을 가졌던 것이다.    

 

 

4. 핵잠야망 포기하고 선제적 평화조치 취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시기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하다가 백악관의 파탄공작으로 끝나버린 핵잠야망을 다시 꺼냈다. 노무현 대통령은 65메가와트급 핵잠원자로를 제작하고, 그 원자로에서 사용할 핵연료(농축우라늄)을 제조하여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핵연료를 자체로 제조하지 않고, 미국에서 수입하려는 것이다. 핵잠원자로를 제작하는 기술이 완성되었고, 3,500톤급 잠수함을 설계하는 기술도 확보했으므로, 이제는 미국에서 핵연료를 수입하기만 하면 핵잠건조를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2020년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워싱턴을 방문한 김현종 2차장의 방미일정에 미국 에너지부와 상무부를 방문하는 일정이 포함된 것은, 핵잠원자로에서 사용할 핵연료를 미국에서 수입하는 문제를 알아보려고 했기 때문이다. 

 

핵연료가 없으면, 핵잠원자로를 제작할 수 없고, 핵잠원자로가 없으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핵잠야망은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우라늄농축기술에서 싹튼다고 말할 수 있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핵연료를 생산하는 우라늄농축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와 더불어 대우해양조선은 3,500톤급 잠수함을 설계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정은 핵잠건조에 필요한 기술적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말해준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래 전에 좌절된 핵잠야망을 다시 되살릴 만도하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있는 소듐냉각고속로를 촬영한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핵잠원자로를 만드는 제작기술을 가졌고, 핵잠원자로에 들어갈 핵연료를 생산하는 우라늄농축기술도 가졌다. 그와 더불어, 대우조선해양은 3,500톤급잠수함을 설계하는 기술을 가졌다. 이런 정황은 핵잠건조에 필요한 기술적 준비가 갖추어졌음을 말해준다. 이처럼 핵잠건조에 필요한 기술적 준비가 끝났으니, 문재인 대통령이 핵잠야망을 가질 만도 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핵잠야망은 첫 발을 떼기도 전에 백악관의 불허통보에 가로막혀 있다. 실현될 가능성은 0%다. 문재인 대통령이 실현되지도 않을 핵잠건조문제를 백악관에 제기할수록 한미관계에서 갈등이 커질것이다. 핵잠야망으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며 허송세월할 것이 아니라, 전쟁연습을중단하고 남북군비감축을 제안하는 선제적 평화조치를 단행하는 것이 천만번 옳은길이다.  

 

그러나 주목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잠야망을 파탄시킬 두 개의 법적 장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한미원자력협정과 원자력법이다.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산 우라늄을 수입하여 순도 20% 미만으로 농축해야 하고, 그 어떤 핵물질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또한 미국의 국내법인 원자력법은 미국산 농축우라늄을 군사용으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런 사정은 한국이 핵잠을 건조하기 위해 미국산 농축우라늄을 수입하려면, 한미원자력협정과 원자력법을 모두 개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말해준다. 

 

전략무기확산을 극력 저지하는 미국이 한미원자력협정과 원자력법을 모두 개정하여 문재인 대통령의 핵잠야망을 실현시켜줄 가능성은 전혀 없다. 미국은 핵잠원자로에서 사용하는 핵연료(농축우라늄)를 다른 나라에 수출한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감시망을 따돌리고 비밀리에 핵잠건조계획을 추진할 수도 없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핵잠야망은 실현될 가망이 없는 서글픈 야망이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비현실적인 핵잠야망에 집착하면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것보다 핵잠야망을 포기하고 다른 합리적인 방도를 찾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핵잠야망을 포기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핵잠을 보유한 조선인민군에 맞서는 한국군이 핵잠을 보유하지 못하면 군사적 균형이 완전히 깨져 안보불안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 크게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전략적 오판에서 나온 것이다. 명백하게도, 조선인민군의 핵잠은 한국군을 공격할 전략무기가 아니라, 북침전쟁을 도발한 미국군을 공격할 전략무기다. 만일 조선인민군이 한국군을 공격해야 할 급박한 상황이 온다면, 그들은 전략무기가 아니라 전술무기를 사용할 것이다. 전략무기를 갖지 못한 상대에게 전략무기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조선인민군은 소를 잡는 칼로 닭을 잡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인민군이 전략무기를 보유한 목적을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조선인민군의 핵잠은 한국군을 공격할 전략무기가 아닌데도, 한국군은 조선인민군을 공격할 핵잠을 보유해야 한다는 생각에 얽매여 있으니, 전략적 오판이 아닐 수 없다. 전술무기에는 전술무기로 대응한다고 생각해야 전략적 오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청와대와 한국군 수뇌부가 핵잠야망에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을 알 수 있다. 청와대는 백악관의 불허조치에 가로막혀 실현되지도 않을 핵잠야망에 집착하며 세월을 허송할 게 아니라, 전쟁연습을 중단하고 남북군비감축협상을 북에 제안하는 선제적 평화조치를 단행하는 것이 천만번 옳은 길이다. 한국군이 전쟁연습을 먼저 중단하는 선제적 평화조치를 단행하면, 한미연합군의 전쟁연습도 중단될 것이고, 그에 상응하여 조선인민군도 전쟁연습을 중단할 것이다. 그처럼 전쟁연습이 전면적으로 중단된 가운데 신뢰분위기가 조성되어 남과 북이 군비감축을 시작하면, 그에 상응하여 평화협정도 체결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평화는 무모한 핵잠야망으로 실현되는 게 아니라 전쟁연습중단과 남북군비감축을 단행하는 선제적 평화조치로 실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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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20대 청년 추락한 용광로…‘그 쇳물은 쓰이지 않았다’

등록 :2020-10-11 09:06수정 :2020-10-1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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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기획
임지선 기자가 ‘그 쇳물…’ 챌린지 참여한 까닭

가수 하림의 노래·제안으로 시작된
‘그 쇳물 쓰지 마라’ 함께 부르기
용광로 추락사 20대 청년 추모한
시를 읽고 밤새 달려간 사고 현장
1600도 쇳물에 뼛조각 몇개만 남아

지난 10년간 되풀이되는 사고에도
한해 추락사 376명, 변함없는 현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청원 10만
‘그 쇳물’은 현재 상징물 형태로 보존
마음 모으면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
2010년 9월 충남 당진의 한 철강회사에서 용광로에 떨어져 숨진 노동자를 위한 입관식이 열리고 있다. 사흘을 내리 식힌 쇳물 위에서 바스러질 듯한 뼛조각을 수습해 입관식을 했다. &lt;한겨레&gt; 자료사진
2010년 9월 충남 당진의 한 철강회사에서 용광로에 떨어져 숨진 노동자를 위한 입관식이 열리고 있다. 사흘을 내리 식힌 쇳물 위에서 바스러질 듯한 뼛조각을 수습해 입관식을 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 ‘그 쇳물 쓰지 마라 함께 부르기(챌린지)’에 많은 시민이 동참했다. 챌린지를 제안하며 가수 하림이 부른 노래는 10년 전 충남 당진의 한 철강회사 용광로에 떨어져 숨진 20대 청년노동자를 추모한 시(‘그 쇳물 쓰지 마라’)를 가사로 삼았다. 당시 사고 현장을 취재한 임지선 기자도 ‘함께 부르기’에 참여했다. 임 기자는 당시 경찰과 함께 사고 용광로에 진입해 현장의 참혹함을 기사로 전했다. 그가 10년 전 취재수첩을 다시 열며 챌린지에 동참한 까닭을 썼다.‘그 기사’(<한겨레> 2010년 9월11일치 ‘쇳물 식은 자리에 뼛조각들…눈물의 입관식’)의 계기가 된 한 편의 시가 10년 만에 한 곡의 노래로 재생됐다. 그 노래를 듣고 부르며 나는 10년 전 취재수첩을 다시 펼쳤다.2010년 용광로(정확한 명칭은 ‘전기로’이나 이 기사에서는 ‘용광로’로 쓰기로 한다) 추락 사망 노동자를 기리며 한 누리꾼이 썼던 ‘그 쇳물 쓰지 마라’란 시는 당시 사회부 기자였던 나를 사고 현장으로 이끌었다. 그 시에 곡을 붙여 2020년 가수 하림이 부른 노래는 그때 그 취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려줬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후진적 산재 사고로 죽어가는 현실 속에서 기자가 더 집요하게 취재하고 써야 한다고, 시와 노래가 말하고 있다.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자동차를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주게.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 (시 ‘그 쇳물 쓰지 마라’ 전문)2020년 9월,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에서 한 영상과 마주했다. 영상 속에서는 가수 하림이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는 “요즘도 일하다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는다. 일하다가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노래를 만들고 함께 부르는 캠페인을 만들었다”며 ‘그 쇳물 쓰지 마라 함께 부르기(챌린지)’를 제안했다. 노래를 듣는 순간, 10년 전 직접 사고 현장인 용광로 안에 들어서며 느꼈던 열기가 얼굴에 훅 끼치는 듯했다.‘함께 부르기(챌린지)’ 참여를 위해 처음으로 직접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찍고 보니 어색하기 그지없어 열번을 넘게 찍고 또 찍었다. 영상은 자기소개로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댓글 시가 붙었던 바로 그 사건, 10년 전 충남 당진의 한 철강회사에서 벌어졌던 용광로 추락 사고를 현장에 가서 직접 취재했던 <한겨레> 임지선 기자입니다.”
‘그 쇳물 쓰지 마라’ 노래의 함께 부르기를 제안한 가수 하림. 한국방송 유튜브 갈무리
‘그 쇳물 쓰지 마라’ 노래의 함께 부르기를 제안한 가수 하림. 한국방송 유튜브 갈무리
빈 관 놓인 장례식장에 도착하다
2010년 9월9일 비가 내려 쌀쌀한 가을밤, 나는 무작정 충남 당진으로 향했다. 서울의 강남 지역을 담당하는 사회부 기자였던 내가 팀장과 의논해 퇴근길 목적지를 바꾼 것은 시 한 편 때문이었다. 시는 이틀 전인 9월7일, 사고가 발생한 당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단 네줄짜리 스트레이트 기사에 댓글로 붙어 있었다. 당시 기사 전문은 이러했다.“7일 오전 2시께 충남 당진군 석문면 모 철강업체에서 이 업체 직원 김모(29)씨가 작업 도중 용광로에 빠져 숨졌다. 동료 A(31)씨는 ‘김씨가 5m 높이의 용광로 위에서 고철을 넣어 쇳물에 녹이는 작업을 하던 도중 발을 헛디뎌 추락했다’고 말했다. 용광로에는 섭씨 1600도가 넘는 쇳물이 담겨 있어 김씨의 시신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안전관리 소홀 여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사고 당일 밤, 아이디 ‘alfalfdlfkl’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노출된 기사에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시를 남겼다. 해당 댓글에만 답글이 400개가 넘게 달렸다. 차가운 스트레이트 기사에 달린 뜨거운 댓글에 사람들은 비로소 눈물이 났다고 했다. 훗날 이 시를 쓴 이는 ‘제페토’라는 필명으로 <그 쇳물 쓰지 마라>란 시집을 엮어내기도 했다.2010년 한해에만 일터에서 사고로 숨진 사람이 1931명, 그중 추락사만 417명(고용노동부 ‘산업재해현황’ 기준)에 이르렀다. 사고 기사의 말미에는 ‘경찰이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는 문장이 붙곤 하지만 정작 그 경위 조사가 끝날 즈음 관심 갖는 이는 많지 않다. 끔찍한 사고임에도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댓글 시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지 않았다면 이 사고 역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기억 속에서 사라졌을 것이다.시를 보고 무작정 당진으로 달려갔지만 사고가 난 회사 이름도, 장례식장이 어디인지도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자정께 도착해 수소문 끝에 장례식장을 찾았다. 빗줄기는 더 거세져 있었다. 장례식장은 빈 관을 가져다 놓은 채 차려져 있었다. 사고가 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섭씨 1600도 용광로에서 산화한 그의 몸을 찾을 길이 없어서였다. 가을비에 몸은 떨리고 섭씨 1600도의 열기는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빈 관 앞에서 울지도 못하고 텅 빈 눈을 하고 있는 부모와 누나들을 보니 차마 어떤 질문도 할 수 없었다. 숨진 김씨는 막내아들이었다. 조용히 조문을 하고 나오려는데 그의 누나가 물었다. “우리 동생 친구인가요?” 만 29살. 그와 나는 동갑이었다. 꾸벅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작업복을 입은 동료들은 삼삼오오 모여 퍼붓는 비를 바라보며 담배만 피워대고 있었다.다음날은 사고가 난 용광로를 식힌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그제야 용광로 온도가 진입할 수 있을 만큼 떨어져 경찰이 출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고 장소가 철강회사 안 공장이기에 회사의 허가 없이 접근하기란 불가능했다. 경찰차를 얻어 타고 과학수사대 장화까지 빌려 신은 끝에 사고 현장에 잠입했다. 용광로 바로 앞에서 기자임이 들통나 회사 관계자와 실랑이를 벌이고서야 사고 현장을 취재할 수 있었다. 추락사가 발생하는 노동환경을 두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여 닿은 죽음의 장소였다.
밴드 두번째달이 참여한 ‘그 쇳물 쓰지 마라’ 함께 부르기. 두번째달 유튜브 갈무리
밴드 두번째달이 참여한 ‘그 쇳물 쓰지 마라’ 함께 부르기. 두번째달 유튜브 갈무리
용광로 들어가 발견한 타다 남은 유골 조각
경찰과 함께 진입한 용광로 안은 여전히 뜨거웠다. 빌려 신은 고무장화가 녹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 용광로 안으로 들어가니 섭씨 1600도로 이글대던 15t의 쇳물이 식어 허연 쇳가루만 가득했다. 쇳가루 위엔 손이 닿으면 바스러질 듯한 뼛조각 몇개가 흩어져 있었다. “사람이 섭씨 1600도의 쇳물에 떨어지게 되면 일단 그 온도에 몸이 곧바로 타게 되는데, 고인의 경우 가장 두꺼운 다리뼈와 두개골 정도가 일부 남은 듯합니다.” 함께 들어간 과학수사 담당 경찰의 설명이었다.용광로 밖에는 유족들이 서 있었다. 작디작은 유골을 조심스레 떠내는 경찰을 보고 있던 김씨의 부모와 누나들이 오열했다. 야근조라며 평소와 다름없이 저녁 출근을 했던 아들, 사고 소식만 남기고 주검도 볼 수 없게 된 동생이 부서지기 직전의 뼛조각으로 돌아왔다. 용광로 앞에서 입관식이 진행됐다. 하얀 창호지를 깐 관 안으로 유골 조각이 들어갈 때 모든 기계의 가동이 중단된 공장에서 유족들의 울음소리만 가득했다.입사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29살 청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7일 새벽, 김씨는 여느 때처럼 작업복 차림으로 용광로 주변에서 일하고 있었다. 4조 3교대로 24시간 돌아가는 공장에서 그는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 근무했다. 이 회사에서는 하루에 100t 분량의 고철을 용광로에 넣어 7~8차례 녹여냈다. 하루 세번 20여분씩 ‘스프레이 보수 작업’이라는 정리 작업도 진행했다. 용광로에 15t의 쇳물만 남긴 뒤 위쪽 뚜껑 주변에 낀 자잘한 쇳조각들을 용광로 안쪽으로 넣거나 밖으로 빼내는 작업이었다.2층 높이의 용광로 뚜껑 주변에는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었다. 사람의 접근을 막기 위해 허술한 쇠사슬이 걸려 있을 뿐이었다. 뚜껑 주변 이물질이 잘 제거되지 않아 팔을 뻗다가 섭씨 1600도 열기가 잠깐이라도 얼굴에 훅 끼치면 누구라도 순식간에 정신을 잃게 된다. 사고가 나던 날 새벽 1시20분께 어김없이 스프레이 보수 작업이 시작됐다. 새벽 1시40분 김씨의 동료는 김씨가 철근 조각을 치우려고 파이프를 들고 애쓰는 모습을 봤다. 잠깐 뒤 쳐다봤을 때 김씨는 쇳물 속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동료들은 김씨가 빠진 사실을 알고도 이글대는 용광로 안을 들여다볼 수조차 없었다.
김용균재단이 참여한 ‘그 쇳물 쓰지 마라’ 함께 부르기. 김용균재단 유튜브 갈무리
김용균재단이 참여한 ‘그 쇳물 쓰지 마라’ 함께 부르기. 김용균재단 유튜브 갈무리
후진적 산재, 중대재해 기업 처벌하라
2010년 당시에도 죽음의 과정이 보도된 뒤 여론이 들끓었다. 노동·보건의료 분야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산재 사망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도 큰 변화는 없다. 당시 기자회견에 나섰던 임상혁 녹색병원장은 최근 전화통화에서 “지난 10년 동안 철강회사나 조선소 등 추락사고가 일어나는 현장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해왔지만 큰 변화 없이 안타까운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용광로 추락 사고가 반복되자 기업들 사이에서 유족과의 합의 방식에 대한 정보까지 공유됐지만 안전장치에 대한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다. 2015년 인천의 한 공장에서 노동자가 쇳물에 빠져 숨졌을 때도 안전난간 등 기초적인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안전보건공단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제대로 된 난간 없이 쇠사슬 하나 걸쳐 놓은 공장에서 추락사는 계속됐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한해 일터에서 사망한 사람은 2142명, 그중 추락사가 376명(2018년 기준, 고용노동부 ‘산업재해현황’)에 이른다.“대표적인 후진적, 재래적 산재인 추락사가 매번 비슷한 형태로 반복되고 있다. 아주 기초적인 안전 조치만 취해도 예방이 가능하고, 돈도 많이 들지도 않는데 그것조차 하지 않은 것이 지난 10년의 시간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산재 사망은 ‘살인’이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의 말이다. 그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연대의 집행위원장을 맡아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왔다.노래로 만들어진 ‘그 쇳물 쓰지 마라’는 가수 하림의 제안 이후 많은 정치인과 예술인 등의 참여로 함께 불리고 있다. 노래와 더불어 산재 발생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관심도 퍼져나가고 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제기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최근 서명 인원 10만명을 돌파했다. 김 이사장은 2018년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숨진 김용균씨의 어머니다. 정의당은 제21대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이상윤 대표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의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것은 결국 산재 문제 해결을 위한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당진시립예술단이 참여한 ‘그 쇳물 쓰지 마라’ 함께 부르기. 당진시립예술단 유튜브 갈무리
당진시립예술단이 참여한 ‘그 쇳물 쓰지 마라’ 함께 부르기. 당진시립예술단 유튜브 갈무리
그 쇳물은 결국 쓰였을까, 알아보니…
거듭되는 산재에 지지부진한 변화라고 실망할 수도 있지만 ‘공감대’의 힘은 크다. ‘그 쇳물 쓰지 마라’란 시가 퍼지고 노래가 불리는 사이, 그 쇳물은 어찌 됐을까? 10년 전 사고 당시부터 해당 철강회사는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시에 공감하는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어 고민을 해온 터였다. 확인 결과, 10년 전 그 쇳물은 지금껏 쓰이지 않았다. 회사 쪽에서는 15t 쇳물 전부를 다시 녹인 뒤 둥근 형태로 굳혀 회사 뒤편 녹지에 상징물 형태로 세워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처럼 노래처럼 김씨의 부모가 명절에 와서 보고 가기도 한다고 했다. 관심이 모아지고 다 같이 노래를 부르면 세상은 조금씩 바뀐다.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965247.html?_fr=mt1#csidxde5681404728d858930419793fff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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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목에 방울 달고 시진핑 쪽으로 떠미는 스가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쿼드 4개국의 대중국 온도차

20.10.10 17:53l최종 업데이트 20.10.10 17:53l

 

20.10.10 17:53l최종 업데이트 20.10.10 17:53 
 지난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쿼드' 회의를 앞두고 미국·일본·호주·인도 외교장관이 스가 일본 총리와 포즈 취하고 있다.
▲  지난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쿼드" 회의를 앞두고 미국·일본·호주·인도 외교장관이 스가 일본 총리와 포즈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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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홍콩·남중국해 문제 등에 더해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며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이 사상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지난 6일 도쿄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참석 하에 쿼드(Quad,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외무장관회담이 열렸지만 공동성명 없이 폐막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3국은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중국의 국명을 거론하지 않았다. 주최 측인 스가 요시히데 총리 역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을 거명하지 않았다. 인도·태평양 전략에 입각해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할 목적으로 출범한 '4각 안보 대화'에 참여한 3국이 중국 국명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목적어 없는 회담
 
중국 입장에서 볼 때, 인도양 진출은 인도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고 태평양 진출은 친미 진영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 이를 타파할 목적으로 내놓은 방안이 일대일로(一帶一路, 하나의 벨트로 하나의 실크로드를) 전략이다.
 
대륙과 해양을 하나의 실크로드로 잇겠다는 이 야심찬 전략에 맞서 '인도·태평양을 하나로 묶는 신개념으로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며 미국을 설득한 나라가 일본이다. 이 전략에 대한 일본의 집념은, 조지 부시(아들 부시), 버락 오바마의 거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를 끝내 설득해 미국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선두에 세워놓은 사실에서도 증명된다.
 
그래서 이 전략의 창안자라 할 수 있는 일본마저도 자국에서 개최된 쿼드 외무장관 회담에서 중국 국명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4개국 중 3국이 공동 견제 대상인 중국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니, 이번 회담은 '목적어 없는 회담'이었다고 볼 수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에 있으므로, 쿼드가 어떤 양상을 띠게 될지는 앞으로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쿼드의 현재 단계를 관찰해보면, 이들 4개국이 중국과 관련해 '서로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것이 이번 공동성명 불채택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으르고, 어르고... 미국의 오랜 대중국 전략

'중국에 대해 적대적이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할 경우, 1945년 이후 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크게 네 시기로 구분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중국을 대소련 전초기지로 만들려는 희망을 품었던 미국은 마오쩌둥(모택동)이 대륙을 석권하면서 그 희망을 내다버렸다. 그 뒤 중국은 한국전쟁에 참전해 미국과 싸웠고, 미국의 경고를 무시한 채 핵무기를 개발했다. 미국은 그런 중국을 압박하고 봉쇄했다(제1기).
 
그랬던 미국이 베트남전쟁으로 수렁에 빠지고 1969년에 닉슨 독트린(아시아·태평양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가급적 자제)을 발표하게 되면서 양국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 곤경에 빠진 미국은 중국의 힘을 빌려 아시아·태평양의 균형을 유지하는 한편, 중국을 빼내 공산권을 약화시킨다는 전략을 채택했다. 그 뒤 이른바 핑퐁외교로 중국과의 스킨십을 늘리며 중국을 자국 중심의 질서인 팍스 아메리카나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전개했다(제2기).
 
미국이 1971년에 타이완(대만·중화민국) 몫인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리를 빼앗아 중국 쪽에 넘겨준 사실, 2001년에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킨 사실 등은 중국을 팍스 아메리카나에 편입시키기 위한 미국의 접근법을 반영한다. 이 시기에 미국은 중국이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자국을 무시하고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점을 신경 쓰지 않았다.
 
타이완의 몫을 빼앗아 중국에 준 것은 미국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의 합법적 대표로 인정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이 말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승인했음을 뜻한다. 중국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중국의 최대 소원 중 하나를 기꺼이 들어준 것이다. 이 같은 호의적인 대미관계 속에서 중국은 1978년부터 개혁개방을 추진하며 경제성장에 주력했다.
 
그런데 1990년을 전후한 세계적 탈냉전으로 소련이 역사 속으로 퇴장하고 이로 인해 힘의 공백이 발생한 틈을 이용해 중국이 세계 곳곳에 영향력을 부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이 의심 어린 눈초리로 중국을 관찰하도록 만드는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2008년에 미국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나고 중국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이 개최됐다. 미국의 쇠락과 중국의 융성을 상징하는 두 개의 상반된 그림이 하필이면 같은 해에 연출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중국의 미국 추월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급증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중대 변화가 나타났다(제3기).
 
2009년에 출범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을 팍스 아메리카나에 묶어두되 중국을 어느 정도 눌러줄 필요성을 절감했다. 아시아의 중국을 상대로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해서 현존 질서의 변경을 받고 기존의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새로운 전략이었다(아시아 재균형 전략).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중국을 자기편으로 묶어두려 했다. 중국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하나의 중국 원칙'도 계속해서 존중했다. 겁도 주고 구슬리기도 하면서 자기편에 묶어놓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아베의 꾀임을 수락한 트럼프, 새 전략 채택
 
 지난 3월 27일 코로나19 경기부양법 서명식에 참석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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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전략은 10년도 못 가서 폐기됐다. 도널드 트럼프가 아베 신조의 '꾀임'을 받아들여 인도·태평양 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이다(제4기). 지난 6월 발행된 <황해문화> 여름호에 실린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교수의 기고문 '포스트 냉전 시대 미국의 세계전략과 미군'은 오바마의 전략이 가고 트럼프의 전략이 오는 이 시기를 이렇게 요약한다.
 
"적어도 오바마 행정부 첫 번째 임기의 마지막 해였던 2012년부터는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를 내세웠고 이를 '아시아 재균형 정책'으로 재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으로 대표되는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 관여 정책은 중국을 미국이 원하는 대로 변화시키지도 못하고 중국의 힘과 영향력을 제한하는 데도 역부족이었다고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인도·태평양 전략인 것이다."
 
제4기의 인도·태평양 전략 하에서 미국은 중국을 자기편이 아닌 반대편에 위치시키고 있다. 냉전시대의 소련이 있었던 자리에 중국을 갖다 놓은 것이다. 그런 뒤 무역·홍콩·남중국해 문제 등을 명분으로 중국을 때리고 있다.
 
또 타이완과 공식 관계를 재개할 듯한 포즈를 취함으로써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깰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거기다가 중국이 공산당 국가이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산당 총서기를 겸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부각시키고 있다.
 
오바마 때의 제3기를 거치면서 미국은 적당히 위협하고 구슬리는 방법으로는 중국의 발호를 막기 힘들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훨씬 더 강하게 압박해야만 억누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기에 일본·인도·호주와 쿼드 체제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역부족인 듯하기에 한국 등을 '쿼드 플러스'로 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일본·인도·호주의 대중국 입장이 미국처럼 제4기에 도달해 있다면, 이번처럼 공동성명도 채택하지 못한 채 쿼드 회담이 끝나는 일이 없었을 수도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일본·인도·호주의 입장이 아직 제4기에 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인도·호주 역시 중국의 세계 최강 등극이 현존 세계질서는 물론이고 자신들의 미래까지도 불확실하게 만들 거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미국과 손잡고 중국의 발호를 억제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경제가 중국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국처럼 이들도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라는 '안미경중'에 상당히 경도돼 있다. 이로 인해 이들은 미국처럼 강경한 태도를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반대편으로 위치시키는 것과 달리 이들 3국은 적어도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중국을 자기편으로 묶어두려 한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중국 견제를 '조용히' 박수 치며 응원하고 있다. 대중국 협력과 대중국 견제를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들 3국의 전략은 오바마 때의 제3기와 일견 유사한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일본의 태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9시 관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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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중에서 일본의 태도는 특히 흥미롭다. '중국을 견제해야 현존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며 미국을 끌어들인 일본은 미국과 중국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한국 못지않게 주판을 열심히 튕기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중국 전선으로 미국의 등을 떠다밀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눌러줘야 자국의 현재 지위가 유지될 수 있지만 자국이 선두에 나서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일본의 속내를 드러내는 장면이다.
 
트럼프의 목에 방울을 달아놓고 시진핑 쪽으로 떠다미는 일본의 태도와 관련해 2018년에 <국제관계연구> 제23권 제2호에 실린 정구연·이재현·백우열·이기태의 공동논문 '인도태평양 규칙기반 질서 형성과 쿼드 협력의 전망'은 정호섭 교수의 논문을 인용해 이렇게 설명한다.
 
"미국의 관여라는 관점에서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의 역내 개입을 보장하기 위한 지원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즉 미일동맹에 추가하여 안보 이중 안전장치로서 쿼드 간의 결속을 통해 점점 소극적이고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는 미국의 관여를 아시아 지역 안보 역할에 계속 묶어두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일본은 현존 체제에서 이룩한 자국의 번영을 지킬 목적으로 기존의 미일동맹에다가 쿼드 체제까지 추가함으로써 이중의 안전장치를 만들어놓고 있다. 미국이 대중국 전선에서 주춤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전진하도록 만들고자 그런 이중 장치를 만들어 놓은 뒤, 자국은 '편하게' 3기에 머물러 있다.
 
미국은 대중국 전략의 제4기로 넘어간 반면, 일본·인도·호주는 위와 같이 제3기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미국과 3국 사이에는 타임머신으로 극복해야 할 만한 시간적 간극이 존재한다. 쿼드의 리더인 미국이 이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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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못 간 강연재, 문 대통령 맹비난 "겁 없다, 이성 상실"

[현장] 보수단체, 광화문 외곽서 산발적 기자회견... 전광훈 옥중서신 대독도

20.10.09 17:41l최종 업데이트 20.10.09 17:41l
사진·영상: 유성호(hoyah35)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변호인단인 강연재 변호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정부의 도심 집회 불허를 규탄하며 광화문광장으로 행진을 벌이자,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변호인단인 강연재 변호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정부의 도심 집회 불허를 규탄하며 광화문광장으로 행진을 벌이자,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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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제정신이 아닙니다."
"거의 이성 상실했고요. 법률가 출신도 아니고 그냥 철저히 김정은이 시켜서 이러는 건지..."


구속 수감 중인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변호인 강연재 변호사가 1시 보신각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광화문 광장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 경찰에 의해 통행이 제지당하자 문 대통령을 향해 한 말이다. 경찰은 광화문 광장에서의 집회뿐만 아니라 기자회견도 막았다. 

강 변호사는 경찰과 대치하면서 보수 유튜버들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퇴임 후에 어떤 죗값을 치를지 겁도 없다", "누가 강제로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습니까", "병정놀이하듯 경찰 배치하면서 장난질하지 마십쇼", 발상 자체가 법률가가 아니라 속된말로 빨갱이식 사고다" 등의 말을 거침없이 쏟어냈다. 결국 25분 동안 버티던 그는 "기자회견 할 가치가 없다"라며 광화문 반대 방향으로 걸어 나갔다.
 
▲ 광화문 못 간 강연재 “문재인 대통령 퇴임 후에 어떤 죗값을 치를지 겁도 없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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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목사 서신 대독 "국민 분노 두려워 시위 막고 있는 것"

지난 3일 개천절에 이어 한글날에도 서울시와 경찰은 도심 집회를 금지했다. 보수단체 네 곳은 '집회 금지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결국 집회를 열 수 없게 됐다. 그러자 사랑제일교회 등이 참여한 보수단체인 8.15 광화문 국민대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독립문, 돈화문, 남대문, 보신각 등에서 '문재인은 하야하라'는 구호를 내건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글날인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변호인단인 강연재, 고영일 변호사 등 관계자들이 기독자유통일당과 815 변호인단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코로나19 방역 이유로 집회를 막는 정부의 조치를 비난하고 있다.
▲  한글날인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변호인단인 강연재, 고영일 변호사 등 관계자들이 기독자유통일당과 815 변호인단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코로나19 방역 이유로 집회를 막는 정부의 조치를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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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보신각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전광훈 목사의 변호인인 강연재 변호사가 전광훈 목사의 옥중서신을 대독했다. 참가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는다는 뜻으로 마스크에 검은 테이프로 '엑스자'를 붙이기도 했다.

전 목사는 서신을 통해 정부의 집회 금지 조치를 비판했다. 그는 "집회를 조건부라도 허용하는 순간, 폭발적으로 터져 나올 국민의 분노와 문재인 하야 폭풍이 두려워서 시위를 막고 있다"라며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이 됐다고 말했으니 촛불보다 더한 국민 분노 앞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바로 내려와야 정상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대한민국이 살 수 있는 유일한 숨구멍이 바로 자유를 다시 회복하는것"이라며 "본인들이 적폐 중 적폐이면서 남탓을 하는 '적폐론'으로 국민·기업·교회 등을 통제·규제·처벌하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이런 나라의 미래는 북한이고 베네수엘라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행히도 모든 독재자의 말로는 그야말로 비참하고 불명예는 역사에 두고두고 기억된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라고 밝힌 뒤, "문재인 정부가 눈과 귀와 입을 막는다고 해서, 시키는 대로 눈과 귀와 입을 닫은 채 가만히 있으면 우리의 자유와 행복이 저절로 회복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대정부 투쟁을 이어나갈 것임을 밝혔다.

고영일 기독자유통일당 대표는 광화문 집회 주최자들에 대한 구속적부심과 사랑제일교회 폐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법원을 비판하면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 지키는 역할 담당하지 못하고 문재인 정부의 시녀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강연재 변호사는 "부당하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목적에 부합하지도 않는 과도한 국민 기본권 제한에 대해서는 저항하는 것이 오히려 정당하다"라며 "앞으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저항을 다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조원용 변호사가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북한의 공무원 사살사건'에 대한 음모론을 펼치자, 비대위 측은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하려다가 경찰과 대치 
 

 보수단체 도심 집회가 불허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한 시민이 4.15총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깃발을 들고 이동하자, 경찰이 이를 막고 있다.
▲  보수단체 도심 집회가 불허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한 시민이 4.15총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깃발을 들고 이동하자, 경찰이 이를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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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단체 도심 집회가 불허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한 시민이 4.15 총선 부정선거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구속을 주장하며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보수단체 도심 집회가 불허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한 시민이 4.15 총선 부정선거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구속을 주장하며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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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 장소인 보신각 주변에는 4.15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극우 성향의 시민들이 소수나마 모여들어 함께 "문재인 하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들은 비대위 측이 "국민 개개인이 문재인 정권의 정치방역에 맞서 광화문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치한 채로 이동하는 실험을 해보도록 하겠다"라고 말하자, 함께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경찰이 통행을 막자 일부는 일부 경찰에게 고성을 치는 등의 행태를 보였지만,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강연재 변호사 등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비대위 인사들이 물러나자, 이들도 광화문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 밖에도 오후에 도심 곳곳에서 기자회견이 있었지만, 돌발 시위로 번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또 다른 보수단체인 '8·15집회 참가자 국민비상대책위원회'도 광화문 광장까지 진출하지 못하고, 결국 인근 포시즌스 호텔 앞에서 '정치방역, 서민경제 파탄'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를 규탄했다.

우리공화당 역시 광화문 광장 진입이 어려워지자 서울 중구 한국은행 앞에서 약 4분 간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연 뒤,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경찰은 우려와 달리 불법집회가 일어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오후 4시 이후부터는 일부 차벽을 해체해서 순차적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경찰, 한글날 불법집회 차단 위해 차벽 설치  한글날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일대에 불법 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 차벽이 설치되어 있다.

8.15 집회 참가자 국민 비상대책위원회 등 보수단체들은 광화문에서 대규모의 집회를 막는 경찰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코로나 19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에 어려움이 초래될 것이다고 판단해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 경찰, 한글날 불법집회 차단 위해 차벽 설치  한글날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일대에 불법 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 차벽이 설치되어 있다. 8.15 집회 참가자 국민 비상대책위원회 등 보수단체들은 광화문에서 대규모의 집회를 막는 경찰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코로나 19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에 어려움이 초래될 것이다고 판단해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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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연재, #한글날 집회, #전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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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떠나는 사람들, ‘직주근접’ 대신 ‘직주일치’ 온다

등록 :2020-10-10 09:13수정 :2020-10-10 09:22
 
 
[토요판] 커버스토리
굿바이 대도시

감염병 취약한 ‘3밀’ 떠나는 사람들
아파트·사무실·대중교통 선호 줄고
재택·주택·자가용으로 전환 움직임

올 초 대도시 떠난 김영길씨 가족
넓은 집과 업무공간, 영화방에
아이들 학교 못 가도 놀 곳 충분
부부 “코로나19 이후 더욱 만족”

“밀집·밀접·밀폐 피하면서도
인프라 누리는 새 라이프스타일”
“중규모 도시에 상상력과 개성을”
지난달 28일 강원 춘천시 우두동에 사는 김영길씨네를 찾았다. 4인 가구인 김씨네는 올해 3월 서울을 떠나는 결정을 하며 코로나 시대에 업무와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넓은 공간과 녹지를 얻었다. 김씨의 두 아이가 집 마당에서 모래놀이를 하는 모습. 춘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난달 28일 강원 춘천시 우두동에 사는 김영길씨네를 찾았다. 4인 가구인 김씨네는 올해 3월 서울을 떠나는 결정을 하며 코로나 시대에 업무와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넓은 공간과 녹지를 얻었다. 김씨의 두 아이가 집 마당에서 모래놀이를 하는 모습. 춘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밀집·밀접·밀폐를 피할 수 없는 대도시의 매력도가 점차 낮아지고 넓은 공간과 녹지 이용이 가능하면서도 방역에 효율적인 중규모 도시로 분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대도시의 주거, 사무실, 대중교통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그 움직임을 취재했다.

 

영상감독 이경아(26)씨는 올해 코로나19를 경험하며 집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각자 직장과 학업으로 10년 이상 뿔뿔이 흩어져 산 다섯명의 가족은 갑작스레 아파트 한 공간에 온종일 머물러야 했다. 매일 직장에 나가던 아버지와 여동생은 재택근무를 했고, 외국에 유학 간 남동생도 귀국했다.

 

가족은 넓은 공간에 대한 욕구가 강해졌다. 다섯명이 종일 생활하기란 50평 남짓 아파트도 넓지 않았다. 이씨는 영상 작업 공간이 필요했고, 패션 디자이너인 여동생은 큰 책상이 필요했다. 부족한 공간도 고민거리였지만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경아씨는 29층 아파트에서 좀처럼 바깥에 나가지 못했다. 가족은 내년 3월 만료되는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새 주거 형태를 찾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데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

 

 

경아씨네는 지금 사는 아파트에서 전세를 한번 더 사는 것을 마지막으로 공동주택 생활을 종료하기로 했다. 가족의 주말농장이 있는 경기 양평에 내년부터 단독주택을 짓기로 했다. 양평역은 서울역과 케이티엑스(KTX) 강릉선으로 50분 거리다. 프리랜서인 경아씨는 양평에서 일주일에 두어번 서울에 있는 작업실로 출퇴근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판단했다.

 

새로 짓는 주택엔 각자를 위한 독립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아버지는 독서 공간, 어머니는 재봉틀 취미를 위한 공간, 경아씨는 창고형 스튜디오를 갖기로 했다. 경아씨는 “코로나를 계기로 일과 생활 둘 다 가능한 집, 가족 간에도 개별 공간이 있는 집, 녹지 공간이 있는 집을 선호하게 됐다”며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처럼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던 언택트 라이프스타일의 편리함을 깨달은 사람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그 삶의 방식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천정부지로 오른 서울의 부동산 시장에서 올해 ‘영끌대출’ ‘패닉바잉’이란 말이 유행했지만 한편에서는 감염병을 계기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동시에 생겨났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맷값은 성실한 도시생활자의 근로소득만으로 감당하기 힘든 10억원을 올여름 돌파했고, 평생 짊어질 무리한 대출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은 또 다른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이 장기화되고 감염병 위기가 반복되면서 대도시 생활을 유지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파트·사무실·대중교통 떠나는 사람들 서른아홉살 김영길씨는 올해 3월 서울을 떠나는 선택을 한 뒤 크게 만족하고 있다. 4인 가구인 김씨네는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 세입자로 살았지만 9살, 5살 자녀 둘을 마음 편히 키울 환경이 아니었다. 아래층에선 시시때때로 층간소음 항의를 해왔고, 새벽에도 소음과 주차 문제에 시달렸다. 아이는 아토피 피부염이 생겼다. 가족은 대도시를 떠나기로 결정하고 김씨의 회사가 있는 서울 강남권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부지를 찾았다. 20여곳 발품을 판 끝에 강원 춘천에 3층짜리 주택을 지었다. 부부가 모은 자금 2억원에 대출 50%로 예산 4억원을 마련했다. 130여평(430㎡)의 터에 3층 건물 본채(59평)와 1층 별채(25평)가 딸린 주택을 지을 수 있었다. 서울의 높은 집값을 생각하면 앞으로 서울에 안정된 주거를 마련하기 요원한데, 부부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자가를 마련한 것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춘천 자택에서 만난 김씨는 “이사 이후 밀집한 곳에 갈 일이 거의 없다. 대형 영화관에 갈 것 없이 3층 다락방을 가족끼리 넷플릭스 영상을 보는 공간으로 꾸몄다”며 “서울을 떠나기로 한 결정에 만족한다”고 했다. 이사 이후 때마침 학교와 유치원이 문을 닫았는데, 아이들은 마당 있는 넓은 집에서 뛰어놀았다.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김씨와 디자이너인 아내는 종종 자택에서 재택근무를 하는데, 방이 다섯개라 업무를 위한 각자의 공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

 

이날 오후 부부의 두 자녀는 마당 모래놀이터에서 소꿉장난을 하며 놀았다. 집 한쪽엔 언제든 녹지를 누릴 화단이 있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방역에서 자유로운 가족만의 공간이다. 부부는 서울의 혼잡이 싫었지만 사회기반시설이 없는 농촌도 내키지 않았다. 김씨는 “여기는 걸어서 마트 2분, 초등학교 3분이다. 동네 소아과도 걸어서 가고 큰 대학병원은 차로 5분”이라며 “도시 인프라도 누리면서 공동주택을 떠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대형 사무실, 역사 속으로

 

김씨는 요즘 일주일에 나흘은 서울 강남구 사무실로 출근하고 사흘은 집에서 일한다. 이사와 함께 구입한 테슬라 자율주행차를 이용하면 출퇴근 시간이 1시간20분 안팎이다. “고속도로에선 운전 피로감이 적어 유튜브로 강의를 들으며 간다”고 했다.

 

올해 재택근무를 한 상당수 직장인들은 매일 회사로 출퇴근해야 하는 부담이 줄었다. 직장과 근접한 거리에 주거지를 유지하기 위해 고비용을 치러야 할 부담도 함께 줄었다. 실험적으로 시도했던 재택근무는 앞으로 많은 기업에 안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9월 내놓은 ‘재택근무 활용실태 설문조사’를 보면, 올 8월 5인 이상 사업장의 인사담당자 400명 중 절반 규모인 48.8%가 재택근무를 실시한다고 답했다. 재택근무를 실시한 기업의 규모별·유형별 편차는 크지 않았다. 이들 기업 중 ‘재택근무로 인해 업무효율이 높아졌다' 항목에 “매우 그렇다”와 “그런 편이다”라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은 66.7%였다. ‘코로나19 종식 뒤에도 재택근무를 계속 시행하겠다’는 응답은 51.8%였다. 고용노동부는 “재택근무가 상시적 근무 방식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집 근처의 1인 사무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업무공간 임대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 ‘집무실’. 집무실 페이스북 갈무리
재택근무가 늘면서 집 근처의 1인 사무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업무공간 임대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 ‘집무실’. 집무실 페이스북 갈무리
 

서울 도심에 본사를 둔 대기업들이 직원 주거지와 가까운 곳으로 사무실을 분산시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통신회사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 6월 서울 을지로 사옥에 집중돼 있던 직원 일터를 서울 전역과 인근 도시로 분산시키는 ‘거점 오피스’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껏 이 회사는 네곳의 ‘거점 오피스’를 운영해왔는데, 앞으로 직원들의 거주지가 있는 서울 외곽까지 이를 확대하겠다며 “굳이 을지로 본사까지 나올 필요 없이 가까운 거점 오피스로 가서 일하면 된다”고 했다.

 

롯데쇼핑도 지난 7월부터 직원들이 거주지와 가까운 거점 사무실에서 일하며 출퇴근 시간을 아끼는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의 경기 고양 일산점, 안양 평촌점, 인천터미널점 등 5곳에 스마트오피스를 마련해 직원들이 현장 근무 뒤 본사까지 돌아올 필요 없이 근처 사무실에서 일하고 퇴근하도록 했다.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직장인 중에 마땅한 업무 공간을 찾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사무실 임대 서비스도 등장했다. 지난 8월 창업한 스타트업 ‘집무실’은 집 근처 사무실이란 뜻으로, 거주지 인근 1인 사무실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늘 것이라 예측하고 공간 임대업을 시작했다.
 

세계적으로는 새 근무 방식과 이로 인한 업무지의 변동이 더욱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 7월 일본 정보기술(IT)기업 후지쓰는 2022년까지 도쿄 본사 사무실 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현재 250여개 있는 일본 전역의 위성 오피스를 늘리기로 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서울 주요 도심의 사무실 공실률은 늘고 있다. 한국감정원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를 보면, 강남의 사무실 공실률은 지난해 1분기 8.1%에서 꾸준히 하락하다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본격화된 올해 2분기에 8.7%로 높아졌다.

 

 

직장인들이 대형 건물에 모여 하루의 생활을 같이하는 업무 방식이 머지않아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명호 여시재 기획위원은 여시재 누리집에 쓴 글 ‘일과 오피스의 미래’에서 “300년 전 산업혁명 때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사무실 노동이 코로나19를 맞아 전환의 기로에 섰다. 고층빌딩 사무실에 인력을 끌어모으던 방식이 저물 것”이라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고도 경제개발 시기를 거치며 인력이 도시로 모여들었다. 노동자들은 출퇴근 편리를 위해 대도시 사무실 근처에 거주지를 마련하는 ‘직주근접’ 방식을 선호했다. 하지만 이 위원은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 더 이상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도심에 살 이유를 찾기 어렵다. 주거지가 일터인 ‘직주일체’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간연구소 랩2050은 ‘코로나19와 함께 찾아온 내리막 시대: 유통기한 끝난 대도시는 어디로 갈까’를 주제로 오는 14일 토크 콘서트를 연다.

 

아파트 과연 괜찮을까

 

올여름 서울 구로구 등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같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한동안 공포에 떨어야 했다. 엘리베이터, 환기구 등이 감염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형 단지에 확진자가 발생하자 수백명이 우르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고, 감염을 걱정한 청소업체들이 해당 아파트의 쓰레기를 며칠간 수거하지 않아 아파트 단지의 일상생활 전체가 마비됐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아파트, 오피스텔, 원룸 같은 공동주택을 벗어난 주거 방식을 고려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건축계 현장에서 느끼는 바는 더욱 직접적이다. 단독주택 건축업체 ‘공간제작소’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올해 건축박람회나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는데 오히려 계약량은 늘었다”며 “학교 못 보내 집에서 자녀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가정에서 도심 외곽에 넓은 집을 지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특히 많다”고 했다. 이어 “요새 교통이 좋아져 서울 외곽 지역의 출퇴근 시간이 단축된 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케이티엑스 확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추진 등 교통수단이 발달해 경기 외곽이나 강원·충청의 수도권 근접 지역에서 서울 도심 사무실 밀집 지역까지 이동 거리가 짧아진 점도 주거지 선택의 다양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자택에서 만난 김영길씨네 자택. 4인 가구인 김씨네는 올해 3월 서울을 떠나는 결정을 하며 밀집을 피하면서도 병원 등 도심 인프라와 접근성이 좋은 주거 환경을 누리고 있다. 사진은 김씨네 3층 주택과 서울 출퇴근용 자율주행차. 춘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난달 28일 자택에서 만난 김영길씨네 자택. 4인 가구인 김씨네는 올해 3월 서울을 떠나는 결정을 하며 밀집을 피하면서도 병원 등 도심 인프라와 접근성이 좋은 주거 환경을 누리고 있다. 사진은 김씨네 3층 주택과 서울 출퇴근용 자율주행차. 춘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난달 28일 자택에서 만난 김영길씨와 딸. 춘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난달 28일 자택에서 만난 김영길씨와 딸. 춘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수도권의 단독주택 건설은 증가 추세다. 올해 국토교통부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을 보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단독주택(다가구 제외 순수 단독주택)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전 1월 823호, 2월 1019호였다. 이후 점점 늘어 3월 1227호, 4월 1174호, 5월 1043호, 6월 1273호, 7월 1383호로 꾸준히 느는 추세다.

 

셧다운이 장기화된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국제사회 주요 대도시에서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임대료가 비싼 도심 대신 외곽 단독주택으로 이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한국에서도 코로나 위험이 중장기적으로 계속되면 이런 주거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코로나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사회기반시설과 가까운 도심 외곽 지역의 단독주택 가치는 점진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고령화로 인구감소까지 본격화되면 대도시로의 접근이 쉬운 근교 단독주택이 자산으로 가치도 괜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3밀 대중교통’ 회의론도

 

하루 평균 이용자 730만명, 출근 시 평균 이용시간 1시간27분, 환승 평균 1.3회.

 

지난해 서울·경기·인천 시민들의 출퇴근 교통카드 이용 내역을 추려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수도권 대중교통 이용실태’, 2019) 정부가 권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성실히 지키는 시민일지라도 대중교통에서 긴 출퇴근 시간을 보내고 나면 불안이 엄습한다. 옆사람의 호흡이 바로 내 볼에 닿을 정도로 붐비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지난 4월 설문조사(‘코로나19로 인한 통행행태의 변화’)를 보면, 대중교통 이용자의 35.8%는 코로나19로 대중교통에서 자가용으로 교통수단을 변경했다고 답했다. 이 중 향후 자가용에서 다시 대중교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2%, 계속 자가용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9.2%였다. 자가용을 계속 이용하겠다는 응답자가 대중교통으로 복귀하겠다는 응답자보다 2배 많았다.

 

밀폐된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와 밀접한 채 상당 시간 머무는 대중교통은 감염증 확산을 계기로 이용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자가용처럼 개인화된 이동수단을 선호하게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김건우 카카오모빌리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고밀도 이동수단인 대중교통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가장 거리가 먼 이동수단”이라며 “반복적으로 닥칠지 모르는 팬데믹 앞에서 지속가능한 이동수단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이동의 위기를 경험한 인구가 일상이 회복되어도 다시 과거의 방식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택근무 증가로 출퇴근을 위한 교통 이용은 줄어들더라도 “지금의 고밀도 대중교통에 대한 대안적 고민은 필요하다”고 했다.

 

붐비는 지하철 노선은 출퇴근 시간대의 이동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거리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티켓을 발급할 수도 있다. ​농촌 지역 주민을 위한 콜택시처럼 이용자들이 소규모로 탑승할 수 있는 ‘수요 응답형 대중교통’도 늘어날 전망이다. 기술이 발달한 미래에는 자율주행차 전용도로, 배달로봇용 도로의 출현 등으로 도로 모양새도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과밀한 서울 도심 일대 모습.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과밀한 서울 도심 일대 모습.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중규모 도시의 도약

 

코로나19 이후에도 사람들은 밀집을 전제로 한 도시 생활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음성원 도시건축전문작가는 “일정 수준의 인구 규모를 필요로 하는 산업 인프라를 누리기 위해 사람들은 코로나 이후에도 어느 정도 모여 살아갈 것이지만, 서울이 아닌 다른 중소도시에 거주할 만한 여지가 과거보다 많아졌다. 한국의 중소도시가 갖는 경쟁력은 밀집도가 낮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몇년 전부터 도시계획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개발과 과밀로 인한 대도시의 부작용을 해결하면서도 생활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자연친화적 ‘콤팩트 도시’(압축도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산업화 시대가 가고 새로 온 지식경제의 시대에선 공동주택, 대중교통, 대형 사무실처럼 인구가 고도로 밀접해 최대한의 생산력을 도출해내는 방식의 대도시 모양은 수명이 다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도시의 형태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교수(도시공학)는 “팬데믹과 기후변화까지 고려하면 사회 전체가 장기적 대응체계로 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인구 감소, 저성장까지 생각하면 도시의 형태는 변화할 것”이라며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로 서울의 밀도가 경기도까지 확장 생활권으로 분산되는 방식이나 충청·강원까지 근수도권 (생활) 바운더리가 형성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밀집·밀접·밀폐를 피할 수 없는 대도시나 의료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소멸 위험 지역은 지속가능성이 낮다고 한다.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대도시는 30만~50만명 단위 ‘생활권 도시’로 분산될 것이다. 인구가 너무 적은 소멸 위험 지역은 방역과 복지시설이 집중된 콤팩트 도시로 통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직주(직장과 주거)일치가 특징인 생활권 도시는 일·주거·여가를 근거리에서 해결해 코로나 시대가 요구하는 형태”라며 “적당한 인구와 공간 밀도, 보행과 자전거, 지역 공동체는 코로나 이후 중요한 가치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65210.html?_fr=mt1#csidx12ca2ab4e879afeb0cee56dfc2ab5e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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