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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낙태죄 결정에는 '재생산권'이 빠졌다

[낙태죄, 후퇴가 아닌 진전을 ①] 낙태죄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의와 한계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1953년 형법 제정 후 66년, 그리고 2012년 헌재의 낙태죄 합헌 판결 후 7년 만의 일이었다.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로부터 해방의 길이 열리는 듯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 대체 입법이 마련돼야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아직 관련 법안이 한 건도 발의되지 않은 상태다. 최근에야 정부가 관계부처와 논의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정부가 준비하는 안은 임신 14주 이내에는 허용하고 14주에서 22주 사이에는 사회 경제적 이유가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안이다. 22주가 넘어가면 현행 처벌 조항이 그대로 적용된다. 즉, 낙태죄를 폐지하지 않고 처벌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셈이다.

 

이는 지난 8월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임신중지 비범죄화' 권고는 물론, 재생산권을 보장하라는 여성계의 요구에 한참 못 미치는 안이다. 여성계는 줄곧 "임신 주수에 따른 제한은 개인의 신체적 차이를 고려하지 못해 실효성이 없"으며 "처벌은 임신중지를 음성화할 뿐, 비범죄화 하더라도 임신중지 비율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석 달 남짓 남은 낙태죄의 시효를 두고 <프레시안>은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돼야 하는 이유와 재생산권 보장의 필요성에 대해 네 편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헌법재판소가 2019년 4월 11일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 및 임신한 여성의 승낙을 받아 낙태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2017헌바172, 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 함)을 하면서 정한 입법 시한이 채 3개월도 남지 않았다.


 

지난 8월 21일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에서는 '처벌에서 지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고 '성과 재생산 건강 및 권리'(이하 '재생산권'이라 함)를 보장하도록 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정부도 입법 절차에 착수한 듯 하다. 낙태를 둘러싼 과거의 소모적인 논쟁을 재현하지 않으면서 짧은 시간에 당사자들인 여성들의 목소리와 경험을 반영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이 사건 결정의 의의와 한계를 재조명하고, 임신중단에 관한 입법 원칙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결정 요지는 위 낙태 관련 조항이 '모자보건법'상의 허용 사유에 해당하지 않은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낙태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모든 경우에 전면적·일률적으로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여 낙태를 처벌함으로써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므로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생산권' 논의 빠진 헌재의 결정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 여부만을 판단하였을 뿐, △평등권 △건강권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 △모성을 보호받을 권리 등 다른 기본권의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국제인권 규범으로 확립된 재생산권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낙태죄가 낙태 억제에 실효성이 없다는 점, 원치 않는 임신의 예방과 낙태감소를 위한 사회적·제도적 여건 마련 등 사전적·사후적 조치를 종합적으로 투입할 수 있으리라는 점 및 형법적 제재와 위하의 문제점 등에 관하여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균형성 판단 부분에서 충분히 설시하였으면서도 이러한 점에 대한 고려없이 낙태죄 입법목적의 정당성이나 수단 적합성을 인정하고 말았다. 그 결과 낙태의 완전한 비범죄화나 단순 위헌이란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또한 주문(主文) 설시 방식에서의 이견을 넘어 헌법불합치 의견과 단순 위헌 의견의 이유설시를 그대로 병기하였다. 이 사건 결정이 임신중단와 관련한 입법 및 정책 가이드로서 충분치 못한 이유들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은 주문에만 미치고 결정 이유에는 미치지 않으며 헌법불합치라는 것은 결국 위헌이라는 점은 더 근본적이다. 그렇기에 이 사건 결정 이유의 자구에 얽매여 몇 주 이후의 임신중단을 처벌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춘 입법이나 정책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이 사건 결정이 갖는 헌법적 함의와 한계, 삼권분립의 원칙과 국민주권 원칙, 헌법재판소가 판단을 생략한 다른 기본권 목록과 그 보장 내용 및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국제인권 규범 등을 종합하여 그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국제인권 규범은 이 사건 결정에서 아예 판단조차 하지 않은 헌법상의 기본권을 포괄하고 있어 훌륭한 준거가 될 것이다.


 

▲낙태죄 폐지 시위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인권 규범으로 확립된 '재생산권'


 

재생산권은 인간의 재생산 전 과정(성·임신·출산·양육 등)의 건강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통합적 권리체계로 헌법상 자유권, 평등권 및 사회권 영역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평등권과의 관계에서만 보자면, 국제연합(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에서는 임신중단을 포함하여 오직 여성들만 요구하는 의료서비스를 범죄시하는 것을 여성에 대한 차별로 본다.


 

재생산권 관련 하나의 근거 규범인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에 따라 협약 당사국들에게 임신중단 합법화는 물론, 안전하고, 접근 가능하며, 지불 가능한 양질의 의료서비스와 임신중단 후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2018년 제7차 한국 정부에 대한 위 협약 이행점검 최종견해에서도 낙태죄의 전면 폐지 등 동일한 취지의 권고를 한 바 있다.

 

낙태죄 폐지를 넘어 재생산 과정 전반에 대한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낙태를 둘러싼 입법과 정책은 기존의 인구정책적 관점이나 태아의 생명권 논의를 넘어서 재생산 정의, 성평등한 재생산권 보장이라는 큰 틀에서 각 재생산 단계에 맞게 세부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성과 피임, 임신 및 임신중단, 출산, 양육 등 재생산 과정 전반에 대한 정보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사회적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의 위 권고에 따라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단권 보장을 위하여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고, 관련 의료 및 보건 접근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임신중단과 그 후 관련 의료서비스의 제공 및 건강보험 적용도 임신·출산과 동일한 차원에서 제공되어야 할 것이며, 안전한 임신중단권 확보를 위한 제반 물적·인적 자원 확보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러므로 모자보건법도 전면 개정해야 한다.


 

낙태죄 역사는 여성들의 몸과 삶을 타자화시켜온 역사이다. 윤리와 종교 문제를 법률 문제와 섞어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도록 억압해 온 역사이다. 여성 시민권의 온전한 회복과 성평등한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의 입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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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는 이유

[김해동의 투모로우] 기후 변화 되돌릴 시간 있을까20.10.06 08:08l최종 업데이트 20.10.06 08:08l김해동(khd6925)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적정한 기후환경에서만 살 수 있다. 기후조건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변하면 지금의 기후조건에서 번창한 모든 생명체는 멸종을 피할 수 없다. 기후변화를 모르면 그 변화를 조절할 힘(기술)도 가질 수 없다. 제대로 모르는 자연을 다 안다고 착각하는 데서 비극이 싹튼다.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에 우리는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을까? 그럴 시간이 남아있기나 한 것일까? 기후변화가 브레이크 없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떤 기후재난을 겪게 될까? '김해동의 투모로우'에서 이런 문제를 다뤄본다.[편집자말]

 

 녹는 빙하에 서있는 북극곰. 기후변화 해결이 왜 시급한지 보여준다
▲  녹는 빙하에 서있는 북극곰. 기후변화 해결이 왜 시급한지 보여준다
ⓒ E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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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정서를 잇는 '2015 파리 신 기후체제'(파리협정)는 내년(2021년)부터 기후변화협약 참가 195개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강제하게 된다. 신 기후체제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금세기말까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섭씨 2℃보다 '훨씬 작게' 제한하며(2℃ 시나리오), 1.5℃까지 제한(1.5℃ 시나리오)하도록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온실가스 방출량을 감축하고자 한다.

2℃ 또는 1.5℃라는 수치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억제하고 추가로 온실가스 방출량을 더욱 줄여야 기후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수치 모델에서 나왔다. 여기서 '온실가스 방출량을 더욱 줄여야'라는 말은 구체적으로 산업화 이래 대기로 배출하는 총 탄소량을 2900Gt_CO2로 묶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 Gt_CO2 = 모든 온실효과 기체의 총량을 온실효과를 감안해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총질량)

그런데 2011년에 이미 1900Gt(1G=109)를 방출했고 이후로도 매년 45Gt_CO2 내외의 온실가스를 방출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2900Gt_CO2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흔히 듣는 '기후변화 비상행동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10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호소는 이런 계산에서 나왔다.

지구온난화 이해하는 열쇳말, '되먹임'

 

지구시스템이 열적으로 안정한 상태에 있을 때는 다양한 '되먹임' 작용으로 지표면과 대기의 온도가 일방적으로 상승하든가 하강하지 않고 적당한 온도에서 균형을 이루게 된다(기후의 안정화). 되먹임이란, 온실 기체가 증가하여 기온을 상승시키면 지구의 기온을 결정하는 다른 요인들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쳐서 기온을 더욱 높이든가(양의 되먹임) 낮추는 작용(음의 되먹임)을 말한다.

음과 양의 되먹임 작용 결과 최종적으로 양의 되먹임이 되면 기후시스템은 불안정 상태로 전환된다. 이 경우 인간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방출을 멈추더라도 기후변화(지구온난화)의 진행을 막을 수 없게 된다. 그동안 되먹임 작용을 잘 몰랐고 새로운 양의 되먹임까지 드러나면서 이미 기후시스템은 열적 안정 상태를 벗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 지금까지 알려진 되먹임 작용을 알아보자.

- 열복사 되먹임

모든 물체는 온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를 복사에너지 형태로 방출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복사에너지를 방출함으로써 온도를 낮게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다. 이러한 성질에 따라서 온실기체 증가로 지표면·대기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지구는 더 많은 복사에너지를 우주로 방출해 온도를 더 많이 낮추려 한다. 모든 물체는 자연이 가진 복사에너지 방출의 기본 성질에 따라서 음의 되먹임이 작용한다.

- 수증기 되먹임

지표면과 대기의 온도가 상승하면 대기에 최대로 존재할 수 있는 수증기량이 증가한다. 수증기도 온실 기체이므로 수증기량이 증가하면 지구온난화 효과가 커지고 지표면과 대기의 온도는 더욱 상승한다. 이렇게 양의 되먹임이 작용하는데 이것을 수증기 되먹임이라고 한다.

- 얼음·알베도(반사율) 되먹임

지표면과 대기의 온도가 상승한 상태에서는 지표면의 설빙이 녹아서 설빙 면적이 감소한다. 그러면 지표면 알베도(albedo, 태양 빛에 대한 천체 표면의 반사율)가 감소한다. 그러면 지표면에 흡수되는 태양 복사에너지가 증가해 지표면 온도가 더욱 상승한다. 그러면 지표면의 설빙이 더욱 많이 녹게 된다. 이런 과정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간다. 이런 양의 되먹임을 얼음·알베도 되먹임이라고 부른다.

- 구름 되먹임

지표면과 대기의 온도가 상승한 상태에서는 수증기 되먹임 작용으로 대기 중의 수증기량이 증가한다. 그러면 구름의 양이 증가한다. 구름의 양이 증가하면 지표가 방출하는 장파 복사에너지를 구름이 더 많이 흡수해 지표로 재방출하게 되어 지표면과 대기의 온도가 상승한다(양의 되먹임). 그런데 구름의 양이 증가하면 지구로 입사하는 태양 복사에너지에 대한 알베도(반사율)가 증가한다. 그러면 지구에 흡수되는 태양 복사에너지가 감소해 지표면 온도가 낮아진다(음의 되먹임).

인간 활동으로 생긴 온실 기체가 대기 중에 증가했을 경우 구름의 종합적인 복사 효과는 어떻게 될까? 어떤 구름이 어떻게 변할지가 중요하다. 권운과 같은 상층의 구름이 증가하면 장파 복사에 의해 양의 되먹임이 작용하고, 층운과 같은 하층 구름이 증가하면 알베도에 음의 되먹임이 작용하게 된다. 이 두 가지 되먹임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영향을 끼칠지는 불명확하다.

탄소 배출원으로 전락한 열대우림

인간 활동에 따른 온실기체 증가가 유발할 자연의 되먹임 작용에 더해 삼림과 해양 식물 플랑크톤의 광합성 감소와 동토의 지하에 대규모로 매장되어 있는 메탄 가스의 방출도 지구의 열적 안정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영국 리즈대학 연구팀의 조사에 의하면 열대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1990년에 연간 460억t이던 것이 2010년에는 250억t으로 대폭 감소했다. 불과 30년 동안에 감소한 210억t은 영국과 독일, 프랑스, 캐나다에서 화석연료 사용으로 10년간 방출하는 탄소 배출량에 상당하는 양이다. 2030년경에는 열대우림이 오히려 탄소 배출원으로 전락해버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 기후체제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탄소 감축 목표보다 열대우림의 탄소 흡수량 감소가 더 많은 지경이다.

열대우림은 기온이 32.2℃를 넘어서면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기능이 멈춘다고 한다. 지구의 허파라 불려온 아마존 열대우림은 올해 탄소 배출원으로 전락했으며 탄소 흡수원으로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시베리아와 같은 고위도 동토 지역에서는 기온이 상승하고 잦은 산불이 일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동토가 빠르게 녹아 메탄 얼음(methane hydrate)에서 메탄이 대기로 대량 방출되고 있다.

또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빗물에 녹아 산성비를 만들고 그 빗물이 해양을 산성화해 식물 플랑크톤의 개체 수를 줄여 해양의 이산화탄소 제거량도 줄어들고 있다. 해수 온도 상승에 따른 해수의 이산화탄소 용존량 감소 효과도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를 더욱 압박한다.

기후 변화를 멈출 기회

지구 기후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는 대단히 복잡해 그들 요소 간의 상승 작용(되먹임)을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후시스템의 안정성을 제대로 판정하는 일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문제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온실기체 증가에 따라 기온이 상승할수록 기온 상승을 더욱 조장하는 양의 되먹임이 더욱 커진다는 사실뿐이다. 즉, 대기 중 온실기체가 증가할수록 기후 변화를 멈출 기회가 사라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기후시스템이 안정화 단계를 넘어섰는지 여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저 과학자들의 다양한 추정이 난무할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온실 기체 방출을 멈출 온갖 방안을 시급하게 세워야 한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온실 기체 감축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책무다.

덧붙이는 글 | 김해동 기자는 계명대학교 지구환경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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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사기꾼에 속았다”..‘정의연 논란’ 빌미로 ‘위안부’ 부정한 日우익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20-10-05 23:33:49
수정 2020-10-05 23: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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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43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고 손영미 소장의 영정이 놓혀 있다. 2020.06.10
1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43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고 손영미 소장의 영정이 놓혀 있다. 2020.06.10ⓒ김철수 기자  
 
일본 우익단체가 국내에서 불거진 정의기억연대(정의연)과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논란을 근거로 '일본군 위안부' 운동을 부정하고 나섰다.

이에 정의연 측은 위안부 운동이 국내외에서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면서 유엔에 도움을 호소했다.

5일 유엔인권이사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제45차 이사회 결과에 따르면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22일 정의연이 제출한 입장문을 회람했다.

정의연은 해당 입장문을 통해 "위안부 피해 생존자이자 인권활동가인 이용수 할머니의 2020년 5월 7일 기자회견 이후 정의연은 일본과 한국의 우익 미디어와 극우 역사 수정주의자들로부터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우익단체가 유엔인권이사회에 보낸 서한
일본 우익단체가 유엔인권이사회에 보낸 서한ⓒ홈페이지 캡쳐

실제로 지난 6~7월 개최된 제44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일본 우익단체인 '새역사교과서를만드는모임'(Japan Society for History Textbook), '국제역사논쟁연구소'(Inter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ontroversial Histories)가 보낸 서한을 보면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근거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주장 자체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이 할머니가 성금 사용 문제를 지적한 것과 함께 성노예 표현에 대한 거부감을 보인 점 등을 언급하며 "윤미향 전 이사장이 거짓 증언을 허용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을 향한 국내 논란과 검찰 기소를 언급하면서 "유엔을 이용해 '위안부 문제' 거짓말을 퍼트리고 한국 내외에서 거액의 기부금을 모아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챙겼다"고 비판했다.

일본 우익단체들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사기꾼들에게 속았다"면서 "'일본 위안부'는 결론적으로 매춘부"라며 위안부 문제 자체를 부정했다.

하지만 '위안부'가 성노예제였다는 것은 정의연의 회계 문제 등과는 관련 없으며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식이다. 유엔 내 인권기구들도 이를 인정해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에 대해 "법적 책임을 인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우익 단체들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한국 정부에 이 사안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결과 보고를 요구했다.

또 일본 정부에 대한 권고에 대해서도 "정의협의 주장을 근거로 일본 정부에 계속 잘못된 방향의 권고를 했다"고 비판하면서 사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실관계를 다시 조사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입장문을 통해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자들은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왜곡하고 공격하기 위해 이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며 사소한 회계 실수를 '부패'나 '횡령'으로 왜곡하며 정의연 활동을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활동을 겨냥해 공격이 쏟아지는 상황에 대해 한일 양국 정부에 우려를 표명해 줄 것을 요청했다.

2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45차 정기 수요 시위가 보수단체로 인해 소녀상 곁에서 못하고 보수단체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28년간 매주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열렸던 수요집회는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에서 7월 중순까지 집회신고를 선점했다.  2020.06.24
2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45차 정기 수요 시위가 보수단체로 인해 소녀상 곁에서 못하고 보수단체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28년간 매주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열렸던 수요집회는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에서 7월 중순까지 집회신고를 선점했다. 2020.06.24ⓒ김철수 기자

'정의연 논란' 틈타 '소녀상 철거'까지 주장하는 일본 우익 언론

정의연 논란을 틈타 일본 우익세력들의 '위안부' 문제 흡집내기는 더욱 거세진 상황이다.

특히 일본 언론들은 정의연을 향한 의혹을 빌미삼아 "소녀상 철거"까지 주장하는 등 '위안부 문제' 부정에 적극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일본의 우익성향 언론인 '산케이신문'은 지난 5월 20일 논설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증오를 가르치고 있다', '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비판에 귀를 기울여 반일 증오의 상징인 위안부상(평화의 소녀상)을 조속히 철거하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또 "이 씨가 이번에 정의연에 비판의 강도를 높이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반일 집회를 그만둬야 한다는 주장은 옳다"며 수요시위의 중단도 언급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를 향해 정의연 논란을 빌미로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6월 사설을 통해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는 역대 정권에 영향력을 갖고, 한일 간 현안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문재인 정권은 단체와의 관계를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한국 정부를 향해 한일관계를 재검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보성향을 알려진 일본 '아사히신문'에서도 지난 9월 사설에서 정의연과 윤 의원에 대한 논란을 언급하면서 "한국 정부는 인권 문제의 원점으로 돌아가 위안부 합의의 재평가와 이행을 추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과 우익단체들 뿐 아니라 일본 정부도 이 시기를 틈타 "소녀상 철거" 주장을 하고 나서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지난 1일 유럽 방문 중 독일 외무장관과의 영상통화에서 지난달 독일에 세워진 소녀상을 철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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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
ⓒAP/뉴시스

이보다 앞서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 또한 지난달 29일 독일 소녀상에 대해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과 양립할 수 없는 것"라며 "일본 정부는 다양한 관계자와 접촉하고 기존 입장을 설명하는 등 계속해서 소녀상 철거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본 정부와 우익세력들의 최근 행태에 대해 정의연은 "일본 정부, 우익단체는 꾸준히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부인하고, 이미 해결되었다는 식의 왜곡된 정보를 국제사회에 배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의연은 이러한 일본의 역사부정 시도를 수집해 유엔인권이사회와 관련 단체 등에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진실을 알리고, 문제해결을 위한 연대활동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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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당창건 75주년 행사 참가 대표들 평양 도착

북, 당창건 75주년 행사 참가 대표들 평양 도착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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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06  08: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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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행사에 참가할 대표들이 5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일 보도했다.

리일환 당 부위원장을 비롯해 당 중앙위원회 간부 등이 이들을 맞이하고, 당 중앙위원회 책임 일꾼들은 이날 대표들의 숙소를 방문하는 등 본격적인 당창건 75주년 경축행사 준비에 돌입했다.

   
▲ 당창건 75주년 경축행사에 참가할 대표들이 5일 평양에 도착하고 있다. [캡쳐사진-노동신문]
   
▲ [캡쳐사진-노동신문]

<노동신문>은 이날 "당창건 75돌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는 지금 수도 평양이 10월 명절을 성대히 경축하기 위한 준비사업으로 부글부글 끓고있다"며 평양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평양에서는 5일 당창건 75주년 경축 국가미술전람회와 중앙산업미술전시회가 개막되었다.

'승리와 영광의 75년' 주제로 옥류관에서 열린 국가미술전람회는 만수대창작사와 중앙미술창작사 등에서 조선화, 유화, 조각 등 수백점의 미술작품이 출품되어 11월 3일까지 진행되며, '인민사랑의 위대한 헌신'을 주제로 시작된 중앙산업미술전시회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2년 4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지도한 980여점의 도안 등이 전시되어 11월 상순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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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바그다드 대사관 철수 가능성...이란·이라크 유대 강화

류경완의 국제평화뉴스 20.10.05(461)

지난 1월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 반미 시위대가 불을 지르며 시위하고 있다.
▲ 지난 1월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 반미 시위대가 불을 지르며 시위하고 있다.

1. 이란 이슬람혁명근위대 살라미 최고사령관은 현재 미국은 세계에서 고립되어 있고 중동지역에서 철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오늘날 이란을 고립시키려 압력을 가하고 있는 미국은 스스로 고립되었다. 점차 (중동)지역과 세계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정치적 측면에서 소외되고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주일보>

☞ 살라미 "이란, 거대한 전쟁터에서 워싱턴의 음모를 무너뜨리고 중동을 정치적으로 재편하려는 의지 막아내...워싱턴, 예상보다 빨리 쇠락, 스스로 만든 비현실적 상징 찢어, 무력하고 지쳐가고 있으며 쇠약해진 상태에서 철수하고 있다"

☞ 이란, 자체 생산 첨단 항공우주무기전시관 개관

2. 미국 정부는 지난달 27일 이라크 정부에 미 대사관과 미군에 대한 시아파 민병대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는 이유로 대사관 완전 철수 가능성을 이라크 정부에 통보했습니다. WP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알카드히미 총리에게 철수 계획을 알렸다고 전했습니다. <헤럴드경제>

☞ <메흐르통신> "미, 바그다드 미국 대사관 폐쇄, 외교관들 철수 계획...90일 소요" → 폐쇄 계획 철회될 수도

3. 대(對) 이란 최전선 국가로 꼽히는 이라크에서 조금씩 영향력을 줄여가고 있는 미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맞춰 이란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소강 상태였던 이라크와의 정치·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이라크 내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존재가 중동 평화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이라크 내부의 '친미 정책'을 약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최근 후세인 이라크 외무장관이 이란 테헤란을 방문했습니다. 후세인 장관은 로하니 이란 대통령, 자리프 외무장관, 갈리바프 의회 의장 등 고위 관계자들을 모두 만나며 정치·경제적 유대 관계 증진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향후 2주 내 알카드히미 총리의 승인을 받은 이라크 특별위원회가 이란을 방문해 국경, 교통, 무역 관계 진전을 위한 양자 간 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했고, 이라크 주요 도시인 바스라와 이란 호람샤르를 철도로 연결하고 이라크의 주권을 강화하는 각종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습니다. <헤럴드경제>

4.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출신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가 북과 중국의 공동대표단이 올해 초 비공개로 이란을 방문했다고 주장했다고 VOA 방송이 전했습니다. 벡톨 교수는 "정보분석 전문가로서 40여년 동안 북의 움직임을 주시해왔지만, 북과 중국이 이란 방문 공동대표단을 구성한 것은 자신이 아는 한 처음"이라며 "이는 북이 이제 명백히 중국과 함께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 회담 의제가 북과 이란 간 불법 무기 거래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습니다. <연합>

5. 로동신문은 '여러 나라에서 국방력 강화 조치' 제하 기사에서 이란 국영방송을 인용해 "이란군이 최근 잠수함 발사 미사일 '저스크-2'의 사거리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며 "미사일은 선진적인 수중탐지체계를 갖춘 국내산 신형 잠수함 '파테흐' 호에서 발사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이란의 신형 레이더 체계 '소루쉬'와 '미사그'도 함께 언급했습니다.

북은 앞서 지난달 29일에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란의 사거리 700km 신형 해상 탄도미시일 '졸파카르 바시르'의 공개 사실과 함께 '제재를 국방공업을 발전시킬 기회로 전환하고 있다'는 이란군 총사령관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연합>

6. 로동신문은 5일 '위대한 당, 위대한 인민 만세'라는 제목의 장문의 정론에서 김 위원장의 집권에 대해 "흘러간 9년의 해와 달을 합치면 인민이라는 두 글자가 나온다"고 주장하며 "우리 당에 있어서 최우선적인 중대사는 인민의 생명과 보금자리를 보위하는 것"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또 김 위원장이 "사회주의의 길, 얼마나 많은 희생과 고생을 바치고 진한 고통과 아픔을 묻으며 여기까지 온 것인가. 중도반단하면 가슴 아픈 후회의 길이 된다"고 말했다면서 체제 고수를 위해 현재의 노선과 정책 방향에서 탈선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연합>

☞ 김정은 "인민과 후대들에 천년만년 끄떡없을 안전담보력을 마련해주기 전에는 떠난 길을 순간도 멈추지 않을 것이며 그 길에서 꺾이지도 쓰러지지도 않을 것"

☞ 로동신문 "피어린 천만리길도 끝까지 가야 영광의 길이 되고 중도반단하면 가슴 아픈 후회의 길이 된다...(사회주의의 길, 강국의 길)이 성스러운 의무는 무겁다고 벗어놓아도 안되고 힘들다고 피해서도 안되며 멀다고 늦추어서도 안된다"

☞ 로동신문 "20세기 마지막 연대는 사회주의 붕괴라는 가슴 아픈 교훈을 남겼지만 21세기에 자본주의는 영원히 해가 지고 역사의 나침판은 명백히 사회주의를 가리키게 될 것"

7. 김성 유엔주재 북 대사는 지난달 29일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사는 제75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을 통해 "공화국은 인민의 안전을 굳건히 담보할 수 있게 된 현실 위에서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김 대사는 "허리띠를 죄어가며 쟁취한 자위적 전쟁억제력이 있어 조선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이 굳건히 수호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북에 대한 핵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는 어느 일방이 바란다고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면서 "전쟁을 억제할 힘을 가질 때만 평화수호가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연합>

☞ 김성 "코로나 방역형세 안정적 유지관리...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계 건설 목표...자력갱생 정면돌파전 사회주의 경제 건설 총력 집중...유엔 75년, 지배와 예속, 침략과 간섭이 없는 자주화된 세계 바라...쿠바, 팔레스타인, 베네수엘라 지지·연대"

☞ 로동신문 "강력한 전쟁억제력, 인민들의 평화롭고 행복한 삶 굳건히 담보...전쟁 위험 영원히 방지"

8. 국방부는 '유엔군사령부'의 비무장지대(DMZ) 출입 허가 여부 결정과 관련해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출입에 대해서만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습니다. 그동안 유엔사는 비군사적 목적의 출입을 불허하는 등 DMZ 출입 승인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가 처음으로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서 향후 유엔사와의 협의가 주목됩니다. <뉴스1>

9.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이재정 의원이 법무부와 관세청으로 제출받은 '2011년~2020년 8월까지 연도별 주한미군 관련 미약 사범 처리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군사우편물을 이용한 마약 단속은 증가하는 반면에 주한미군 마약사범 기소율은 2017년 28.6%, 2018년 0%, 2019년 26.7%밖에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2015년, 2016년, 2018년에는 불기소율이 100%로 주한미군이 마약 관련 범죄를 저지르고 국내에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주시보>

☞ 이재정 "주한미군의 군사우편물을 이용한 마약 관련 범죄가 줄지 않는 이유는 현행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 때문"

10. 주한미군이 국내에서 일으킨 각종 사고로 우리 정부가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배상금을 먼저 지급해줬지만, 이를 미군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미군이 SOFA의 '독소조항'을 근거로 버티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향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 불합리한 SOFA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법무부와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미지급 분담금 현황' 등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 정부는 미군을 상대로 손해배상액 구상권 청구 92건을 진행 중입니다. 해당 사건들로 우리 정부가 지급한 손해배상액은 898억원으로, 이 가운데 미군 측 부담으로 청구한 액수는 약 671억원입니다. <연합>

11. 지난달 29일 미 육군에 의하면 육군 3보병사단 예하 1기갑여단전투단이 가을 남코리아에 순환배치된다. 미 육군은 2015년부터 남에서 9개월마다 순환배치병력을 교대하고 있는데 따라 올해 2월부터 현재 주둔중인 1보병사단 예하 2기갑여단전투단과 11월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3사단 1여단이 남에 순환배치될 경우 미 대선 이후 새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내년 1월까지 주남미군 감축 가능성도 적어진다.

3사단의 경력은 미국의 제국주의성·침략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습격자>라는 별명처럼 3사단은 주요 침략전쟁에 동원된 대표적인 미 육군부대다. 창설된 지 100년이 넘었으며 1·2차 세계대전, 코리아전, 걸프전, 이라크 침공 등에 모두 참전했다. 코리아전 이후 냉전체제하에서는 소련·동구를 군사적으로 위협하기 위해 최전선인 서독에 배치됐다. 걸프전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는 시가전연습을 전개했으며 이는 이라크전 당시 바그다드를 침공·함락시킴으로써 그 침략적 성격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남과 이라크 간에는 미군 주둔과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가 쥐고 있다는 공통성이 있다. 이라크 침략의 선봉부대였던 3사단이 남에 배치된다는 것은 남과 이라크 둘 다 미국에 의해 군사·정치적으로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외국군의 해외주둔은 국제법상 불법이며 모든 해외주둔 미군의 본색은 침략군이자 점령군이다. 지금은 3사단의 남코리아 배치가 아닌 모든 미군을 철거해야 할 때다. <21세기 민족일보>

12. 북이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 진출 추진을 맹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북은 과거 일본의 침략사와 반인륜적 행위를 언급하며 "과거청산을 한사코 회피하는 일본은 절대로 상임 이사국이 될 수 없으며 그에 대해 운운할 자격조차 없다"라고 반발했습니다.

북 외무성은 "일본은 우리나라를 비법(불법)적으로 강점한 후 100여만 명의 조선사람들을 학살하고 840만여 명의 조선인 청·장년들을 강제로 납치·연행하였다"라며 "20만 명의 조선 여성들을 일본군 성노예로 만들었다"라고 과거 일본이 한반도에서 저지른 만행을 고발했습니다. <뉴스1>

☞ 북 외무성 "일본, 더러운 개 주둥이에서는 언제 가도 상아가 돋을 수 없다"

13.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방문에 앞서 기자들에게 "쿼드(Quad) 파트너들을 만나는 것은 우리가 준비해온 프로젝트"라며 "중요한 발표, 중요한 성과를 얻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국무부는 폼페오가 4일부터 6일까지 도쿄를 방문해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인 '쿼드' 외무장관과 인도태평양 지역 내 긴급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폼페오의 방한은 연기됐습니다. <뉴스1>

14. 예멘 안사룰라 혁명위원회의 의장인 알-후티는 예멘에서 벌어지는 민간인 학살과 파괴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알-후티는 "예멘에 대해 간섭하는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아랍에미레이트와 그 동맹국들은 예멘 인민들에 대한 파괴와 죽음의 근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파르스통신은 "사우디와 지역 동맹국들은 하디 정부를 복귀시키려는 목적으로 2015년 3월 예멘 전쟁을 시작하였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전쟁으로 10만 명이 넘는 예멘인들이 숨졌습니다. <자주일보>

[단신]

• '통일애국열사 박정숙 선생 민족통일장' 추도식 열려...향년 104세

• '1세대 여성운동가' 이효재 선생 별세...향년 97세

• 검찰 '사자명예훼손' 전두환 징역 1년 6개월 구형

• 김정은, 시진핑에 신중국 건국 71주년 축전…"불패의 조중친선"

• 김정은, '코로나 확진' 트럼프에 위로전문…"완쾌 기원"

• 북, 평양종합병원 운영 채비…묘향산의료기구공장 현대화 완료

• 북, 당 창건일 앞두고 기념주화 발행...조선혁명박물관 '위대한 수령님들과 전우관' 개관식

• 북, 당 창건 75주년 맞아 김정은 시대 총서 『불멸의 려정』등 수십 종 출판

• 북, 2019년 서해지구에서 8000여 정보의 간석지 물막이 성과

• 멕시코, 북과 3년 만에 대사급 외교관계 정식 복원

• <조선중앙통신> "중국에서 사회주의 현대화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기 위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8억5천만 명 빈곤 탈피 목표 10년 앞당겨 달성"

• "카터 전 대통령의 한반도 비전은 비핵화와 평화, 통일" <VOA>

• 미, 추석 연휴 동해에 B-1B 전략폭격기 2대 띄우고 정찰비행도 계속

• '북극권 선점 잰걸음' 세계 최대 러시아 핵 추진 쇄빙선 북극 도달

• 미, 실제 실업율 28% 수준..."배고픈 미국인 5천400만명" 코로나 여파로 50% 증가 전망

• "미중 갈등이 코로나 사태 더 키웠다"…교황 작심 비판

• 미, 9200만 중 공산당원 이민 전면 금지...중국은 오히려 환영

• 사우디, 11월21-22일 G20 정상회의…화상회의로 개최

• 독일 부통령 "유럽의 안정적 평화는 오직 러시아와 함께 할 때만 보장될 수 있다" <Sputnik>

• <사나통신> "유출된 영국 외교부 문서, 영국이 시리아 테러집단들을 대규모로 지원...시리아 악마화 선전전" 폭로

• 영국 법원 청문회 "미 정보원, 줄리안 어산지 독살/납치 논의" <The Guardian>

• 폼페오 "전직 베네수엘라 공무원 3명의 체포로 이어지는 정보에 대해 총 2천만 달러 포상금 지급" <Sputnik>

• 이스라엘 군사법원, 2개월 억류·고문 17세 팔레스타인 어린이에 징역 5년 선고 <IMEMC News>• "성관계 하면 일자리 줄게"…콩고서 WHO, 유니세프 등 직원들 여성 상습 성착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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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자유 막았다는 ‘재인산성’, ‘명박산성’과 비교해보니

문재인 정부가 집회의 자유를 막았다?
 
임병도 | 2020-10-05 08:59:4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경찰이 10월 3일 광화문집회를 경찰버스로 막으면서 ‘재인산성’이라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명박산성’을 빗댄 단어입니다.

홍준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엇이 그렇게 겁이 났는지 광화문에 재인 산성 쌓아 놓고, 국민들의 분노를 5공 경찰로 막고”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야당과 보수 언론은 ‘재인산성’이 집회의 자유를 막았다며 문재인 정부를 가리켜 독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재인산성 vs 명박산성 비교해보니

보수 단체와 야당이 주장하는 ‘재인산성’이나 과거 ‘명박산성’ 모두 집회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명박산성’은 2008년 6.10 민주항쟁 21주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재협상 요구 ‘100만 촛불 대행진’을 막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컨테이너 60여개에 모래 주머니를 가득 채워 용접을 한 뒤 광화문 사거리와 청와대 길목이었던 안국로 등에 배치했습니다. 경찰은 시민들의 집회를 막기 위해 컨테이너를 2층 구조로 쌓아 올렸고,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외부에는 윤활유까지 칠해놨습니다.

이후 계속된 집회에서 경찰은 최루액 물대포를 발사했고, 군홧발로 여성을 구타하거나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는 등 폭력 진압을 했습니다.

‘재인산성’은 경찰 버스 300여대를 동원해 광화문 광장 주변을 막은 경찰 차벽을 말합니다. 경찰은 시위 차단을 막기 위해 검문소 등을 운영했는데, 일부 참가자들은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이 차벽을 이용해 집회를 막은 가장 큰 이유는 지난 8.15 집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방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집회의 자유를 막았다?

▲(좌) 2019년 10월 3일 자유한국당이 주최하는 광화문광장 집회 모습 (우) 2020년 10월 3일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위해 집회 차단 경찰 차벽

국민의힘과 보수 단체, 보수 언론은 ‘재인산성’을 가리켜 집회의 자유를 막았다며 비난을 합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집회를 막지 않고 오히려 허용했습니다.

2019년 10월 3일 광화문 광장에서 자유한국당은 ‘문재인정권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대회’를 개최했습니다. 당시 보수 언론과 자유한국당은 집회 참가자가 300만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문재인정부가 집회의 자유를 막는 정책을 펼쳤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모여 집회를 할 수 있었을까요?

‘재인산성’이라는 말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주장입니다. 왜냐하면 명박산성은 누가 봐도 시민들의 입과 집회의 자유를 막기 위한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진압이었고, ‘재인산성’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조치에 불과합니다.

시민들은 추석 연휴 기간 고향에도 가지 못하고 방역 수칙을 지켰습니다. 국민의힘과 야당, 보수 언론은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정부의 방역조치를 조롱하는 ‘재인산성’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과 보수 단체, 보수 언론은 집단 발병을 일으켰던 8.15 집회를 벌써 잊었나 봅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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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을 통해 울려 퍼진 '이석기 의원 석방'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0/10/0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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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4일 대전교도소 정문 앞 본행사장을 비롯하여 전국 주요 도시 16개 거점에서 '이석기 의원 석방 2020 추석한마당'이 열렸다. [사진제공-구명위]  

 

▲ 이석기 의원이 수감 중인 대전교도소 앞에서 열린 집회 모습 [사진제공-구명위]  

 

 

랜선 너머 ‘이석기 의원 석방’ 목소리가 널리 퍼졌다. 추석 연휴 마지막인 4일 낮, ‘이석기 의원 석방 2020 추석 한마당’ 랜선 집회가 열렸다. 

 

줌(ZOOM)으로 동시 참여한 대전교도소 정문 앞 본행사장을 비롯하여 전국 주요 도시 16개 거점에서 500여 명이 참여하였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가 주최한 이 날 행사는 구명위원회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되었다. 

 

윤희숙 진보당 공동대표의 사회로 행사는 시작되었다. 

행사의 첫 순서로는 16개 거점별로 인사가 진행되었다. 멀리 강원과 제주, 서울과 영호남의 참석자들이 각자 특색있게 마련한 인사가 이어지며 눈길을 끌었다. 

 

김한성 한국구명위 공동대표가 여는 말을 했다. 김 교수는 “아무런 죄도 없이 8년째 추석을 혼자 보내는 사람이 있다. 이석기 의원이다.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새 정권, 스스로 왕년에 인권변호사였다고 자부하는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적폐 청산”이라며 “헌법 19조 양심의 자유.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라는 헌법 79조 사면권. 잘못된 걸 바로잡으라고 권한을 주었는데, 박근혜, 양승태 잡아가두었으면서 피해자를 왜 풀어주지 않나”라고 석방을 촉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경기본부장은 석방 촉구 발언을 했다. 양 본부장은 “어린 형제를 뒤로하고 부모는 일하러 가고, 아이들은 주린 배를 달래기 위해 라면을 끓이다가 화상을 입는 참혹한 현실에 맞서야 한다. 노동자가 주인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백만조합원과 함께 하겠다. 이석기 의원 석방하고 비정규직 세상을 끝내겠다”라고 다짐했다. 

 

이석기 의원의 누나인 이경진 씨가 보내온 편지도 소개되었다. 이경진 선생은 석방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 1천일의 농성 끝에 말기 암 선고를 받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투병 중이다. 

 

이경진 씨는 편지에서 “눈이 아리게 푸르고 푸른 가을 하늘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하늘이 보입니다. 꼬박 두 달만입니다”라며 “꼭 살고 싶습니다. 동생에게 따뜻한 밥 한술 먹이는 날까지. 끝내 살아내겠습니다. 여러분이 주신 사랑으로”라고 심경을 전하였다.

 

울산 노래모임 ‘청춘’의 노래 공연도 무대에 올랐다. 노래모임 ‘청춘’은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선언2’를 랜선을 통해 전국 각지의 참가자들에게 선사했다.

 

행사의 마지막에는 이석기 의원이 참가자들에게 최근 보내온 서신이 낭독되었다. 

 

이석기 의원은 “옥중에서 여덟 번째 맞이하는 가을입니다. 긴 장마와 폭염을 겪고 난 뒤 바라보는 가을 하늘은 여느 해보다 더 푸르게 느껴집니다”라며 “코로나는 수인들의 생활에도 영향을 줍니다. 이번 연휴 기간에는 나흘 동안 접견도 면회도 금지되어 묵언의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석기 의원은 “오늘처럼 눈 부신 햇살과 투명한 바람이 불 때 푸르게 빛나는 하늘을 보면, 저 하늘처럼 민중을 위해 살고자 했던 청년 시절의 첫 마음을 떠올리게 합니다”라며 “어려운 시절에도 전국에서 한걸음으로 달려 온 여러분, 지금 이 시간 각 현장에서, 지역에서 함께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그 마음이 내 마음입니다”라고 밝혔다. 

 

마지막 공연은 구명위원회 청년 회원들의 무대였다. 청년 회원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이석기 의원 석방하라’, ‘올해 안에 반드시 감옥 문을 열자’는 피켓과 함께 노래 ‘달리고’에 맞추어 흥겨운 율동을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행사 말미에는 전국 16개 거점의 참가자 전원이 카드섹션 퍼포먼스를 펼쳤다. ‘감옥에서 8년째 이석기 의원 석방하라’, '이석기 의원 석방이 새시대 시작'이라고 쓴 대형 글자가 카드섹션으로 화면을 가득 채웠다. ‘민중의 노래’ 합창이 이어지는 동안 16개 화면 분할로 카드섹션이 연이어 펼쳐지며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한편, 이날 대전 행사장과 각 거점의 행사는 사전 발열 체크, 참가자 인적사항 기재 등을 비롯하여 방역 당국의 제반 지침을 엄격히 준수하며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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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덕흠 ‘부정채용’ 의혹도…“조카·지인 자녀 등 전문건설협회에 꽂아”

등록 :2020-10-05 07:06수정 :2020-10-05 07:31

 

협회 관계자 ‘부정채용자 명단’
박, 협회장 때 친형 아들 채용
출신 대학의 교수 딸도 협회에
입찰 담합 건설사 간부 아들도
“25명이 부정채용 의혹 대상자”
박, 서울교통공사 채용의혹 비난
박덕흠 의원이 지난해 11월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수 통합과 인적 쇄신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당시 자유한국당 당내 중진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덕흠 의원이 지난해 11월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수 통합과 인적 쇄신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당시 자유한국당 당내 중진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신적폐” 등의 용어를 써가며 강력히 비판했던 박덕흠 무소속 의원(충북 옥천·영동·보은·괴산)이 과거 대한전문건설협회장 등을 지낼 때 조카와 출신학과 교수의 딸, 입찰 담합을 대행한 일가 소유의 건설사 간부 아들, 전 서울시 공무원 등을 협회에 입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4일 <한겨레> 취재 결과, 박 의원이 전문건설협회장을 맡았던 2010년께 친형인 파워개발 박아무개 대표의 아들이자 박 의원 조카인 박아무개씨가 중앙회 사원으로 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2018년 무렵에 퇴직했다. 전문건설협회 직원 평균 연봉은 중견기업에 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 일가가 운영하는 건설사 간부의 자녀도 2011년 직원으로 채용됐다. 이 직원은 2008년 서울시 취수장 공사에서 박 의원의 지시에 따라 입찰 담합을 한 혜영건설 손아무개 본부장의 아들로 현재 중앙회 기술관리부에 재직하고 있다.

 

박 의원의 모교인 서울과학기술대 토목공학과 ㅈ아무개 교수의 딸도 2005년께 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ㅈ교수는 2008~2009년 박 의원과 함께 공동저자로 에스티에스(STS) 공법에 대한 논문을 집필했다. 박 의원은 서울과기대에서 토목공학 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발전후원회 회장을 지냈다. 2018년까지 중앙회에 재직했던 ㅈ교수의 딸은 현재 퇴직한 상태다. 박 의원 일가 소유의 건설사는 에스티에스 공법을 이용해 국토교통부 등으로부터 신기술 이용료 371억원을 부당하게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박 의원이 전문건설협회 서울지회장을 지낼 땐 서울시 토목 관련 부서의 간부 출신 공무원이 채용되기도 했다. 서울시 도로관리과장을 지낸 공무원 이아무개씨는 2003년께 서울지회에 입사해 2005년까지 건설경영센터장으로 일했다. 공사금액 514억원의 서울시 취수장 입찰 담합을 주도하기도 했던 박 의원은 서울시 공무원들과 남다른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협회 인사를 담당했던 관계자 ㄴ씨는 “서울시 출신으로 협회에 채용된 직원은 이씨 외에도 2명이 더 있다”며 “박 의원과 관련된 부정채용 의혹 대상자는 총 25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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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입수한 ‘부정채용자’ 명단에는 25명의 전·현직 협회 중앙회·지역회 직원 명단과 박 의원과의 관계, 입사연도 등이 기재돼 있다. 

 

이 명단은 ㄴ씨가 2018년께 작성한 것으로, 지난달 10일 업무상 배임 의혹으로 박 의원이 검찰에 고발될 때 함께 제출됐다.

협회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취재원은 명단의 직원들이 박 의원 인맥과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 ㄴ씨는 “매년 5명 내외로 채용됐는데 결과를 보니 박 의원 조카, 지역구 인사·지인 자녀 등이 대거 채용돼 있었다”며 “최종 결정은 회장이 하기 때문에 박 의원의 뜻이 채용에 반영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전 협회 고위관계자는 “박 의원은 회장일 때나 이후에도 측근을 통해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전체 직원이 200명가량인데 15% 정도는 박 의원이 ‘꽂은’ 사람”이라고 했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박 의원이 회장일 때 공·특채로 협회에 입사한 이들은 총 97명이다.앞서 박 의원은 2018년 10월 서울시 국감에서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을 ‘신적폐’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박 의원은 “국민들이 서울교통공사를 신적폐라고 한다”며 박원순 당시 시장에게 “여기서 비리가 나오면 엄중 조치해 고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한겨레>는 부정채용 의혹과 관련해 협회와 박 의원 쪽에 수차례 입장을 물었지만, 두 곳 모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채윤태 강재구 오승훈 기자 chai@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64388.html?_fr=mt1#csidx2b72503f1db488a89f08b509d37d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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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비판할 때 꼭 나오던 말, 이들이 바꾸고 있다

[2020 케이팝 월드 리포트] 한국인들의 문화적 역량은 어디서 온 것일까?

본문듣기 등록 2020.10.05 07:09 수정 2020.10.05 07:09
 
전 세계적으로 케이팝의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오마이뉴스 해외 시민기자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나라에서 경험한 케이팝 현상을 소개합니다. 또한, 2020 케이팝 열풍의 명암을 조명합니다.[편집자말]
   

▲ 8만5천 명이 다녀간 케이팝 콘서트(케이콘) 2017 LA 컨벤션 전경 ⓒ CJ ENM

  
세계화된 한국의 대중문화를 '한류'로 칭하는 것이 이제는 일반화됐다. 케이팝(K-pop)을 선두로 케이드라마(K-dramas), 케이뷰티(K-beauty), 케이무비(K-movie) 등 분야별 한류문화의 확장을 나열하는 표현도 점점 늘고 있다. 몇몇 분야가 최근 십 수 년 사이 세계무대에서 주목을 받게 되면서 점차 세계인의 관심이 한국 문화 전반으로 번져가고 있다.

한국의 다양한 대중문화가 세계 속에서 이처럼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길게 잡아도 20년 남짓. 아시아권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에 존재감을 과시하게 된 것은 그나마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몇몇 아티스트들은 심지어 주목받는 차원을 넘어 최고 수준의 자리에서 전 세계의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불과 10~20년만에

외국의 젊은이들이 한국의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현상은 이미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서구 비평가들에게 한국의 드라마는 국가 이데올로기나 사회의 전통 관념을 국민들에게 세뇌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대중매체 정도로 이해됐다. 실제 저개발국가에서 티브이 드라마가 정부의 효과적 계몽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지금 제작되고 수출되고 있는 다량의 한국 드라마들은 구성의 탄탄함, 스토리텔링의 풍부함, 소재의 참신함이 다른 나라의 드라마들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독특한 개성과 한국문화가 잘 스며들어 있는 고유성도 가지고 있다. 한류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보다 늦게 세계무대에 알려진 한국의 대중음악은 이제 그 지명도에서 드라마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남미, 북미, 유럽 등지에서 케이팝을 좋아하는 팬들은 부드러움과 강렬함이 어우러진 군무의 세련됨에 흠뻑 취한다. 음악적 완성도에서도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는 수준급이다. 어린 나이부터 합숙을 통해 체계적으로 익힌 이들의 율동과 창법은 잘 다듬어져 있어, 이러한 수련 방식에 대해 공장에서 기성품 찍어내듯 음악을 만들어낸다고 비판하는 평론가들마저도 그 완성도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을 한다. 무대를 꽉 채우는 화려한 군무는 관중을 흡입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한국 영화가 세계인의 눈에 띈 것은 드라마와 음악보다 나중의 일이지만 이웃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몇몇 작품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었다. 유사한 정서를 가진 문화권이라는 이점에다 몇몇 스타급 배우들의 인기도 한국 영화의 일본 흥행에 한 몫 한 것이 사실이다.
 

▲ 아카데미상 수상 발표후 기뻐하는 봉준호 감독 ⓒ CJ엔터테인먼트

 
프랑스 문화원을 해방구 삼아 드나들며 그들의 영화를 자양분으로 성장한 지금의 50대 감독들의 출현은 한국 영화를 단숨에 세계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봉준호 감독의 2019 칸영화제 대상과 2020 아카데미상 4관왕 쾌거는 '봉준호 장르'라는 용어까지 등장시키면서 예술 분야에서 한국인이 먼저 간 새 길을 세계인이 뒤따를 수도 있다는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한류 바람을 이끄는 드라마, 음악, 영화에 이어서 음식, 미용 등 후발 분야들도 북미지역은 물론 유럽과 남미에 이르기까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점점 두터운 마니아층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문화적 역량을 전 세계에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한국인들의 자부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2000년대 들어 활짝 피어오른 한국인들의 문화적 역량은 어디서 온 것일까?

철학자들의 예언

한국 문화가 만개하기까지는 3세대에 걸친 한국인들의 자유에 대한 열망, 그리고 그 열망을 놓지 않으려는 의지가 필요했다. 문화는 자유를 포기하지 않는 집요함의 끝에서 비로소 꽃을 피운다. 자유를 포기한 이들은 진정한 의미의 문화를 만날 수 없다. 문화는 진부하고 평범한, 그렇지만 필연적인 우리의 일상을 넘어서 새롭고 특별한, 그렇지만 당장 필연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 비상함을 찾아 나설 때 얻어진다. 그 비상함은 비움, 빈 공간, 즉 여유를 의미하며, 여유를 찾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문화는 만나기 어렵다. 거의 모든 사람에게 여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문화는 이처럼 찾아 나서야 가능해진다. 문화를 만나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창조는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본래의 일상은 영원히 쳇바퀴를 돌 수밖에 없다. 문화는 이처럼 일상을 벗어나야 얻어지지만 그렇게 얻은 문화는 다시 일상을 바꾸기도 한다.

20세기 초 대중문화를 둘러싼 벤야민(Walter Benjamin)과 아도르노(Theodor Adorno)의 유명한 논쟁이 있었다. 과연 대중문화가 가능하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두 사람은 정반대의 전망을 내놓았다. 아도르노는 '대중'과 '문화'는 전혀 호환될 수 없는 개념이라면서 대중문화의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문화는 앞서 언급한 대로 의지의 산물인데, 대중들에게 주어지는 문화란 삼키기 좋게 적당한 규격으로, 적당히 달달하고 적당히 고소한 맛으로 가공돼 저작(咀嚼) 활동도 필요 없이 목구멍으로 넘기도록 돼 있는 가공물이라는 것이다. 결국 대중들 앞에 내놓은 문화라는 것들은 거위의 목 안으로 부어 넣는 사료와 같은 것이라는 비판인 셈이다. 아도르노는 대중문화라는 것은 없고 오로지 '문화산업'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반해 벤야민은 대중의 힘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 당시의 상황과 달리 대중은 언젠가 문화를 능동적으로 창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문화도 소수자들의 전유물이던 시대가 있었지만 예술품이 대규모로 복제되고 공장에서 양산되는 시대에 예술과 문화는 새로운 형태로 본질적인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수 귀족들의 요청으로 그들의 살롱에서 연주되는 형태로나 가능했던 음악이 지금은 무한 복제되면서 누구나,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오늘날 예술이 죽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권력이 과거에는 소수자의 전유물이었지만 다수의 국민이 공유할 수 있었듯이 문화 역시 이러한 대중들의 주체적 공유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벤야민은 꿰뚫어 봤던 것이다.

21세기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현상을 보면서 벤야민의 예언에 주목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대중이 문화를 가지기 위해서는 아도르노의 지적처럼 '무뇌인'이 음식 삼키듯 눈앞에 던져주는 것을 받아 삼키는 수용 자세로는 곤란하다. 그런 문화소비가 지속되는 한 그가 지적한 문화 없는 문화산업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문화는 대중의 기호가 아닌 자본가의 기호를 따르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도르노의 경고 또한 오늘날까지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진정한 의미의 대중문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민계급' 즉 생계로부터의 자유와 정치적 존재자로서의 자유를 모두 쟁취한 자들이 사회의 중심에 설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지난 세기의 철학자들은 잘 보여줬다. 그리고 한 세기가 지난 후 한국의 대중문화 발전이 그 생생한 예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들의 3단계 역동성

20세기 중반까지 침략과 착취, 전쟁으로 이어지는 악몽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한국인들은 그들이 찾아야 하는 첫 번째 자유가 잿더미와 굶주림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탈출 의지로서의 자유임을 알고 있었다. 당시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던 역동성은 무엇으로 향하겠다는 역동성이 아닌 무엇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역동성이었다. 무엇을 향한 자유가 아닌 무엇으로부터의 자유, 50~70년대를 살았던 한국인들에게 자유를 얻기 위해 벗어나야 했던 그것은 굶주림이었다. 그리고 굶주림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던 그 과정을 우리는 산업화라고 불렀다.

원초적 속박인 굶주림을 벗어나는 동안 또 하나의 속박이 우리를 구속하고 있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기 시작했다. 생계를 위해 싸워야 했던 시간들은 지났지만 정치적 자유를 얻기까지는 새로운 역동성이 필요했다. 그렇게 또 한국인들은 정치적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던졌고 그렇게 싸웠던 70~90년대 한국인들이 보여줬던 역동성 역시 무언가를 벗어나기 위한 절박함이었다. 이 시기의 한국인들은 육체적 굶주림이 아닌 정신적 굶주림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투쟁을 했고, 그렇게 싸워온 과정을 우리는 민주화라고 불렀다.

지난 한 세기를 불꽃같은 열정으로 살아온 한국인들이 새로운 시대를 맞아 다시 쏟을 열정은 무엇을 위한 열정이었을까?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을 새로운 열정의 대상은 바로 문화였다. 그러한 여정은 한국인들에게 필연적이었다. 아니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그들처럼 자유를 향한 필연적인 역동성을 보인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다. 문화가 비움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앞서 살펴봤다. 그리고 그러한 비움은 굶주림으로부터의 자유, 정치적 존재자로서의 자유를 획득하고 나서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도 봤다.

90년대 말 김대중 정부가 국가의 역량을 문화발전을 향한 장기적 계획에 집중하고 과감한 투자에 나섰던 것은 그런 의미에서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그런데 당시는 한국 현대사 최초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시기였다. 그에 따른 시대적 요구가 어마어마하게 쏟아졌고, 국가 부도 수준의 외환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비롯해, 꼬여 있는 남북관계 등 정치-경제-외교-안보 분야와 같은 하드웨어적 과제들이 산적해있던 당시였다. 게다가 5년 단임으로 끝나는 짧은 시간 동안 문화라는 소프트웨어 담론을 국가의 장기적 실천 계획으로 옮겼다는 것은 철인적(哲人的) 혜안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선택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의 결과를 놓고 보면 더더욱 그렇다.
 

▲ 지난 2007년 목포 MBC 단독 대담에서 한류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 MBC

 
물론 한국의 대중문화 시장이 성장을 하고, 주변국들로 수출이 되기 시작한 것이 정권의 임기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90년대 들어서면서 특히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영화, 게임 등 대중문화 산업 전체가 급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90년대 말, 김대중 정부 당시 문화관광부가 중심이 되어 한국 대중문화를 세계에 소개하기 위한 계획들이 추진되고 '한류'라는 용어도 정부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1999년 문화관광부가 한국의 대중음악을 외국에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음반의 제목은 <韓流(한류)-Song from Korea>였다.

이렇게 국가 차원의 대대적 뒷받침은 해외로 진출하는 대중문화 아티스트들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었고, 정부와 예술계가 함께 구동하는 한류라는 열차가 전 세계로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두고 외국의 비판적 언론들은 '한류는 예술인들의 자발적이고 자생적 본능에 의한 창작이 아닌 정부주도의 경제적 목적 지향의 국책사업'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물론 주목해 들어야 할 지적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 케이팝의 젊은 아티스트들 역시 자신들의 표현이 아닌 기획사의 의도에 따라 맞춤 제작된 기성품들이라는 비판 역시 전혀 허무맹랑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이 그리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한국의 문화적 역량은 이미 긴 자유를 향한 여정 끝에, 앞서 말한 벤야민(Benjamin)적 의미에서 "대중문화를 진정한 문화로 만드는 단계"에 와 있기 때문이다. 무슨 근거로 하는 말인가?

비판적 시선마저 압도한 또 한 번의 변화

이 대목에서 우리는 방탄소년단(BTS)의 활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말 할 나위 없이 방탄소년단은 현재 그리고 과거까지 통틀어 한국의 대중음악 뮤지션들 가운데 가장 세계무대의 중심에 서 있는 이들이다. 이들에 대한 세계 젊은이들의 환호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지금까지의 모든 한류를 합한 것보다 더 열광적이다. 무엇이 이들의 인기를 가능하게 할까? 바로 벤야민이 말한 복제시대에 이른 문화의 근본적 변화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문화의 근본적 변화가 아니라 문화 주체의 근본적 변화다.

과거라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지구상의 수많은 팬들이 이들의 신곡 발표를 동시에 듣는다. 사회망을 통해 반응하고 교감한다. 이들의 음악적 여정을 함께 하면서 어떤 의미에서는 음악을 함께 만들어 간다. 그러면서도 이들에 대한 추종과 신뢰는 절대적이다. 요컨대 과거와 같은 일방적 '팬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절대적 팬덤문화를 만들어 가면서도 팬들이 뮤지션에게도 또 뮤지션이 팬들에게도 종속되지 않는 관계를 만들어간다.
 

▲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8월 30일(현지시간) MTV 주관으로 생중계된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베스트 팝', '베스트 K팝', '베스트 그룹', '베스트 안무' 등 후보로 오른 4개 부문에서 모두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혹자들은 이런 문화현상을 보텀업(Bottom-up) 문화라고도 한다. 과거의 대중문화의 전형적 유형과 같이 아티스트가 뭔가 만들어 보이면 팬들은 조건반사처럼 집어 삼키는 톱다운(Top-down) 문화가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부터 아티스트와 팬들이 상당부분의 교감을 하는 방식이다. 이들 팬들에게 아티스트는 어느 날 갑자기 내 눈앞에 나타난 스타가 아니라 무명부터 함께 만들어온 동지가 되는 것이다. 아도르노가 우려한 산업의 타깃으로 전락하는 대중이 아닌, 벤야민이 예측한 대중문화의 주체가 되는 대중, 이들이 방탄소년단의 팬들이다.

세계의 젊은이들을 그토록 열광시키는 방탄소년단이 왜 현대 대중문화의 신생국 한국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 그 답은 3세대 동안 자유를 찾아 쉬지 않고 달려온 바로 우리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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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이 찬성한 공정경제 3법, 보수균열 신호탄 될까?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20-10-04 16:02:33
수정 2020-10-04 16: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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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비대위원들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09.28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비대위원들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09.28ⓒ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지난달 22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로 한 사람이 다급히 들어갔다. 재계를 대표하는 사람 중 한 명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비공개로 잠시 면담을 가진 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장내를 빠져나갔다.

다음 날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김 위원장을 다급히 찾아왔다. 그 역시 비공개로 짧은 면담을 마치고 자리를 떴다. 박 회장과 손 회장은 김 위원장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를 따로 만났다.

모두 같은 목적이었다. 이른바 ‘공정경제 3법’ 처리를 막기 위해서였다. 김 위원장이 공정경제 3법 처리에 찬성하면서 보수진영 균열이 예상된다.

재계 반발에도 밀어붙일 기세 보이는 김종인,
경제민주화 전도사 행보 보일까

재벌개혁과 지배구조 합리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공정거래법, 상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약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이다. 이는 ‘일감 몰아주기’, ‘공익법인을 통한 편법 증여’, ‘복잡한 지분구조로 인한 계열사 간 리스크 확산’, ‘금융과 산업 분리’ 등 그동안 재벌이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아온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여당이 국회 다수당이 된 만큼 21대 국회에서 공정경제 3법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찬성’ 발언은 그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이에 재계는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입장은 단호해 보인다. 김 위원장은 박 회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나는 박근혜 대통령 후보 시절 경제민주화 관련해 공약을 만든 사람”이라며 “그때는 지금 법안보다 더 강한 공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공정경제 3법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김 위원장은 1987년 개헌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을 직접 작성하고 관철한 인물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자신의 구상대로 실현하는 데에 늘 한계가 있었다.

그는 2011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 영입돼 경제민주화 공약 설계를 맡기도 했지만, 그 공약은 박 전 대통령 당선 뒤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30일 국민의힘 전국 지방의회 의원 연수에서 “선거 때 약속한 걸 최소한 이행하려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선거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니 옛날식으로 돌아가자는 사람이 자꾸 생겼다”며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승리하니까 일반 국민들에게 약속한 대통령 선거의 가장 큰 공약의 글씨 자체를 지워버렸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민심이 이반되고 대통령 탄핵이 이루어졌던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시절에도 경제민주화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특히 김 위원장은 민주당 비례대표를 지내던 20대 국회 때 다중대표 소송제가 담긴 상법 개정안을 직접 발의하는 등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제 3법에 들어가 있는 내용과 비슷한 것이다.

하지만 그때도 김 위원장의 꿈은 좌절됐다. 당시 여당이던 자유한국당은 기업에 대한 소송 남발 등 부담을 우려해 철저한 보완책 없이는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재계가 경영권 위협을 주장하며 이를 적극 반대하던 논리와도 같았다. 법안을 심사하는 법사위원회에서도 늘 여야 간 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법안은 폐기됐다.

지난 9월 23일 국회를 방문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뒤 이동하고 있다.
지난 9월 23일 국회를 방문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뒤 이동하고 있다.ⓒ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과거와 다른 21대 국회 분위기,
김종인의 시도가 수구세력 균열로 이어질까

하지만 21대 국회 분위기는 다르다. 여당의 총선 압승과 김 위원장의 보수정당으로 ‘이적’이 그 배경이다. 자유한국당의 후신인 국민의힘을 이끄는 김 위원장이 경제민주화를 앞세우면서 공정경제 3법도 덩달아 급물살을 타게 됐고, 민주당도 두 팔 벌려 환영하면서 이 기회를 놓칠세라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공정경제 3법은 21대 총선 직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당 쇄신 작업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 3법의 찬성은 비대위가 그동안 해온 당 쇄신 작업과는 또 다른 성격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기본소득 주장, 정강정책 개정, 5.18 무릎 사과 등 과감한 외연 확장 행보를 보였다. 당명과 당색도 획기적으로 바꿨다. 이에 당내 일각에서 반발이 있기도 했지만 이내 수그러들었다. 이러한 쇄신 작업은 국민 정서에 맞춘 선언적인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반면 공정경제 3법은 단순한 선언을 넘어선다. 보수정당이 지녀온 정책 기조를 실제로 바꾼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은 대기업을 지원해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기본 방향이었다. 이 때문에 대기업과 늘 입을 맞추면서 기업에 대한 규제도 반대해왔다.

그런데 공정경제 3법의 경우 재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데도 보수야당에서 이와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형국이 됐다. 대기업에 대한 기존 보수의 입장과는 판이해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내부 반감이 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화상 의원총회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화상 의원총회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총선 참패를 겪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종인표 쇄신 작업에 대놓고 반대는 못 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분위기다. 법사위원 중 한 명인 장제원 의원만 “경제민주화는 우리의 약속이었다”며 공정경제 3법 처리에 공개적으로 찬성한 상태다.

그 외 다른 의원들은 ‘반시장적 요소는 없애야겠지만 큰 틀에서는 필요하다’는 정도의 유보적인 입장만 표명하고 있다. 공정경제 3법을 심사할 국회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부분 반대하거나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자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성일종 의원은 최근 MBC라디오에서 “왜 우리 국민의힘이 전향적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저도 그렇고 (김종인) 위원장도 그렇고, 큰 틀에서는 수정하고 시장을 보완하자는 것에 이견이 없다”면서도 “반시장적 요소가 있어서 기업을 옥죄거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분이 있으면 여야가 협의해서 그 부분을 열어줘야 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에서 ‘경제통’으로 꼽히는 윤희숙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현재 법안 논의는 근거도 없이 재계의 걱정을 엄살로 치부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런 법안들은 다른 나라에서 입법 사례를 찾아보기도 힘들고 도입했다가 부작용으로 폐지한 나라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 여론을 수렴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달 18일 기자들과 만나 “쟁점 하나하나마다 기업이나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전문가의 의견도 듣고 저희 의견을 정리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당내 반대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기자들과 만나 “(공정경제 3법) 자체가 큰 문제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의원들이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정할 것이 몇 개 있으면 다소 고쳐질지 모르지만 3법 자체를 거부하거나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의원 숫자가 많으니까 반대 의견도 제시하는 것인데, 그 자체가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도 법안을 세밀하게 만들면 재계의 우려가 현실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반대파’를 달래고 있는 가운데, 또 한 번의 ‘좌클릭’ 시도가 어떤 결과를 맺게 될지 주목된다. 특히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제 3법에 김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가 동조하면서 보수진영에선 균열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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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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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의 선생님, 이재명의 아버지…그 따뜻하고 슬픈 이야기

등록 :2020-10-04 10:37수정 :2020-10-04 11:18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34
집으로 불러 고기 구워주며 제자 격려하던 이낙연의 선생님
공부하지 말라고 검정고시 합격증 찢어버린 이재명의 아버지

고향·성격·노선 등 대조적인 두 사람 대선주자 양강구도 형성
경쟁과 협력으로 민주당 이끌어가야···정권재창출은 공동 과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 경기도청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 경기도청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 기사는 사실과 함께 맥락도 중요합니다. 의미 분석에 치우치다 보면 상투적이거나 고루하기 쉽습니다. 상투적이고 고루한 기사는 독자들이 쳐다보지 않습니다.그렇다고 정치 기사를 연예 기사처럼 쓸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의미 있으면서 재미도 있는 정치 기사를 어떻게 쓸 것인가’는 정치부 기자들의 영원한 숙제입니다.디지털과 지면에 실리는 한겨레 정치 뉴스 중에 ‘정치바(Bar)’로 분류되는 기사가 있습니다. 한겨레 정치부 기자들이 ‘깊고 쉽고 유익한’ 정치 기사를 목표로 만들어내는 기사들입니다. 제가 연재하는 ‘정치 막전막후’도 정치바입니다.이번 추석 연휴 기간 디지털에는 ‘정치BAR 추석특집-궁금하면 읽어BAR’가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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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여당 반장 김원철 기자가 쓴 ‘이낙연 지지자는 누구? 이재명 지지자는 누구?’였습니다. 두 번째는 야당 반장 노현웅 기자가 쓴 ‘김종인은 대선에 출마할까요?’였습니다. 세 번째는 청와대 출입 성연철 기자가 쓴 ‘문 대통령 지지율 40%는 콘크리트일까요?’였습니다.저는 오늘 이 가운데 김원철 기자가 쓴 ‘이낙연-이재명’ 기사에 이어서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얘기를 조금 더 해보겠습니다.
정치는 선거입니다. 선거는 경쟁입니다. 승자와 패자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 ‘누가 이기냐’ 만큼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는 없을 것입니다.‘맞수’나 ‘라이벌’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첫째, 특기가 다르면서도 실력이 엇비슷해야 합니다.실력 차가 현격한 싸움은 재미가 없습니다.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는 모든 어린이의 궁금증입니다. 용호상박(龍虎相搏)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맞대결 장면은 어떤가요?둘째, 경쟁 관계이면서도 동시에 협력하는 관계여야 합니다. 정치에서는 어쩌면 두 번째 조건이 더 중요합니다.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바로 그런 맞수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돼서 대한민국을 발전시키고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불굴의 집념을 가진 대중 정치인들이었습니다.김영삼 전 대통령은 영남 사람이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호남 사람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1971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맞붙었고, 1987년과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겨뤘습니다. 두 사람은 경쟁자이면서 민주화 동지였습니다. 박정희 전두환 독재와 힘을 합쳐 싸웠습니다.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는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무척 개성이 강한 정치인들입니다. 닮은 것 같으면서도 많이 다릅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을 잇는 정치적 맞수가 될 여러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이낙연 대표는 호남 사람입니다. 1952년 전남 영광군 법성면 용덕리에서 태어났습니다.이재명 지사는 영남 사람입니다. 1964년 경북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에서 태어났습니다.이낙연 대표는 광주일고, 서울법대 출신 엘리트입니다. <동아일보> 기자를 하다가 정치에 입문한 5선 국회의원입니다. 전남지사와 국무총리를 지냈습니다.이재명 지사는 초등학교를 나와 공장 생활을 하다가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중앙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성남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성남시장을 두 번 지내고 경기지사가 됐습니다.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했습니다.정치 스타일도 많이 다릅니다.이낙연 대표는 태도를 중시합니다. 부드럽습니다. 권투로 치면 아웃복싱을 합니다. 상대의 공격을 받아치는 크로스 카운터가 일품입니다.이재명 지사는 본질을 중시합니다. 날카롭습니다. 저돌적인 인파이터입니다. 가운데를 곧바로 치고 들어갑니다.정책 노선에도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낙연 대표는 중도보수에 가깝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진보 정치인입니다.두 사람의 이런 차이가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평가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차기 대선 경쟁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두 사람의 대조적인 측면을 몇 가지 말씀드렸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두 사람의 성장기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정치인도 인간입니다. 어린 시절 어떤 과정을 통해 성장했는지가 인격과 능력을 크게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두 사람의 자서전을 찾아보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스토리가 있는’ 정치인이었습니다. 제가 읽은 내용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글 한 편씩을 소개하겠습니다. 따뜻하면서도 가슴 아픈 사연들입니다.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많겠지만 다시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먼저 이낙연 대표의 글입니다. 2000년 7월 31일 광주일고 동문 에세이집 ‘때론 치열하게 때론 나지막이’에 ‘선생님을 그리워하며’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2003년 출판한 책 &lt;이낙연의 낮은 목소리&gt;에 나오는 프로필
2003년 출판한 책 <이낙연의 낮은 목소리>에 나오는 프로필
나는 선생님 복이 많은 사람이다 . 학생 시절의 중요한 고비마다 선생님들의 큰 도움을 받았다 . 선생님들께서는 나에게 바른길을 제시해 주셨고 , 내가 조금이라도 빗나가지 않게 배려해 주셨다 . 나에게 거의 정기적으로 고기를 먹여 주시기도 했다 .나는 궁벽한 시골에서 태어났다 . 전라남도 영광군 법성면 용덕리 . 그곳에는 삼덕초등학교라는 조그만 학교가 있었다 . 지금은 폐교돼 법성초등학교로 통합됐지만 ,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도 전체 학생 수가 200명 남짓밖에 안 됐다 . 각 학년에 한반 씩 , 학생 수도 30~40명 정도였다 . 그런 곳이어서 광주 같은 대도시의 중학교로 진학한다든가 하는 것은 거의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 주변에도 그런 전례가 별로 없었다 .나도 대도시로 진학할 생각은 갖고 있지 않았다 . 그렇게 6학년이 됐다 . 그런 때에 광주 출신의 박태중 선생님이 부임해 오셨다 . 여드름투성이의 스물 두살 총각이셨다 . 사범학교를 졸업하시고 군대를 마치신 뒤에 맨 처음 부임하신 곳이 우리 삼덕초등학교였다 .부임하시자마자 박 선생님은 나를 지목하셨다 . 광주서중으로 진학하라고 일방적으로 명령하셨다 . 그리고는 과목별로 목표점수를 지정해 주셨다 . 국어 95점 , 산수 90점 하는 식이었다 . 그 점수에서 1점이 모자랄 때마다 회초리를 한 대씩 때리셨다 . 나는 공부를 가장 잘하면서도 선생님한테 회초리를 가장 많이 맞았다 . 회초리가 너무 아파서 “내가 언제 광주서중 간다고 했습니까?”라고 항변도 했지만 , 소용이 없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박 선생님은 며칠에 한 번꼴로 밤에 우리 집에 오셨다 . 수련장이나 전과를 갖다 주시기도 하고 , 과자를 사다 주시기도 했다 . 그러면서 “공부 잘해 ”하고 격려하시곤 했다 . 대도시 진학이나 입학시험이라는 개념 자체를 갖지 못했던 나도 조금씩 달라졌다 . 그래도 나는 공부보다는 아버지와 농사 심부름을 하거나 친구들과 노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 나는 전기였던 광주서중에 합격하지 못하고 후기였던 광주북중에 합격했다 . 광주에서 입학시험을 보는 기간에도 나는 박 선생님의 자택에서 먹고 잤다 .광주북중 (현재의 북성중 ) 1학년 때의 담임은 국어를 가르치신 정종선 선생님이셨다 . 정 선생님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나를 자택에 불러서 밥을 먹여 주셨다 . 그때 선생님 댁에서 먹었던 쇠고깃국과 고소한 김 , 그리고 따뜻한 놋그릇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 선생님은 밥상에 나와 단둘이 앉아 나에게 이것저것을 먹게 하시고 인생에 보탬이 될 만한 많은 말씀을 해주셨다 . 선생님은 나의 가정사정도 자주 물으셨다 . 우리 집이 가난하다는 것을 아신 선생님은 내가 고향에 갈 때마다 “아버님께 갖다 드려라 ” 하시면서 김이나 쇠고기를 싸주셨다 .광주북중 3학년 때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 성적으로 보면 광주일고로 진학하고 싶었지만 , 일고에서는 장학금을 받기가 어려웠다 . 일고를 졸업한 뒤에 대학에 가려 해도 , 아버지는 나를 대학에 보낼만한 재산을 갖고 있지 못했다 . 그래서 나는 광주고로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 광주고에 가면 장학금을 받기가 쉬웠고 , 광주고에서는 학비가 거의 들지 않는 육군사관학교에 많이 진학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들이 나를 교무실로 불렀다 . 3학년때 담임 위후량 선생님께서 ‘주동 ’이 되셨고 다른 선생님들이 동조하셨다 . 정종선 선생님도 동조자의 한 분이셨다 . 위 선생님은 나에게 “일고로 가거라 ” 하시면서 “학비 걱정은 말라 ”고 말씀하셨다 , 내가 머뭇거리자 위 선생님은 “아버님을 학교에 모시고 오라 ”고 하셨다 . 며칠 뒤에 나는 아버지를 모시고 교무실에 갔다 . 위 선생님 등은 아버지에게 “낙연이 학비는 우리 선생님들이 모아서 댈 테니 낙연이를 일고에 보내주십시오 ”하고 요청하셨다 . 아버지는 기분이 좋아지셨다 . 아버지는 즉석에서 동의하셨다 . 선생님들이 실제로 학비를 모아 주시지는 않았지만 , 아버지나 나는 선생님들을 한 번도 원망하지 않았다 .광주일고 3학년때 담임은 국어를 가르치신 김정수 선생님이셨다 . 김 선생님께서도 나를 몇 사람의 학생들과 함께 간간이 자택에 불러서 돼지 불고기를 먹여 주시곤 했다 . 선생님께서는 늘 “너희들 나이에는 잘 먹어야 하는데 내가 가난해서 이것밖에 못 준다 ”며 미안해하셨다 . 옆에서 고기를 구워주시던 사모님께서는 “당신이 검사나 변호사를 했더라면 돈도 더 많고 학생들에게 고기도 많이 먹게 했을 텐데 ···”라고 거드셨다 . 그러면 선생님께서는 “내가 선생이 아니었으면 당신을 만나지 못했겠지 ”하고 되받곤 하셨다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에 우리는 교련반대 데모 열풍에 휩싸였다 . 나도 때로는 친구의 자취방에 찾아가 데모를 모의하곤 했다 . 학교로서는 큰 고민이었다 . 대학입시를 몇 달도 안 남긴 시점에 데모라니 ···. 그런 고민들을 하셨던 모양이다 . 선생님들은 고민 끝에 ‘묘안 ’을 내놓았다 . 3학년생들을 데리고 수학여행을 다시 가자는 것이었다 . 데모 열기를 다른 데로 돌리려는 아이디어였던 셈이다 . 그러나 데모를 모의하던 친구들은 수학여행을 거부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 무렵 나의 하숙방은 좁은 골목으로 손바닥만 한 창문이 나 있었다 . 어느 날 밤 누군가가 창문을 두드렸다 . 창문을 열어보니 김 선생님이 서 계셨다 . 선생님은 “응 , 공부하냐 ?” 하시더니 “수학여행 가거라 . 이번에는 술을 마셔도 좋다 ”고 하시는 것이었다 . 선생님의 말씀이 너무 멋있어서 나는 “예 , 가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 그리고 데모를 모의하던 친구들을 설득해 수학여행에 동참하기로 했다 . 수학여행 2박 3일 동안 나는 술을 마시지는 않았지만 머릿속을 정리하고 다시 공부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그 후로도 밤에 하숙방 창문 두드리는 소리에 창문을 열어보면 김 선생님이 서 계시곤 했다 . 선생님은 “응 , 공부하냐 ? 나 간다 ”하시며 그냥 가시곤 했다 . 고 3시절을 그렇게 보내고 나는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마친 뒤에 내가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는 동안에 김 선생님은 정년퇴임하셨다 . 선생님은 경기도 과천으로 이사해 살고 계셨다 . 선생님은 간간이 신문사에 찾아오셔서 “자네 글 잘 읽었네 . 열심히 하게 ”하시며 그냥 가시곤 했다 . 그리고 내가 2000년 4·13 총선거에 출마하자 선생님은 과천에서 전남 영광까지 내려오셔서 얇지만 따뜻한 봉투를 놓고 가셨다 .나는 선생님들께서 베풀어주신 은혜의 백만분의 1도 보답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허둥지둥 살고 있다 . 선생님들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저리고 눈물이 솟구친다 . 이 글이 선생님들에 대한 나의 작은 속죄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
어떻습니까? 참 따뜻하지 않습니까? 오늘의 이낙연 대표를 만든 사람들은 이낙연 대표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선생님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다음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2017년 자전적 에세이 ‘이재명은 합니다’에 쓴 글입니다. 아버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가슴 아픈 사연입니다.
나를 단련시킨 것은 아버지와 가난이었다 .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는 내게 큰 선물을 준 셈이다 . 나의 성장기는 아픔의 연속이었지만 그 아픔이 없었다면 , 오늘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 이 모든 과정 속에 아버지라는 존재가 아프게 자리 잡고 있다 .아버지는 성공과는 거리가 먼 분이었다 . 하지만 어린 시절 내가 아버지를 싫어한 이유는 성공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가장의 역할을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5남 2녀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 위로 형이 셋 , 누이가 하나 있었고 , 밑으로 남동생과 여동생이 하나씩 있었다 . 이렇게 많은 자식을 두었는데도 아버지는 집안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 가사를 책임지고 자식들을 길러낸 사람은 바로 어머니였다 .아버지도 한때는 대학생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 현재 영남대학교의 전신인 청구대학에 다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중퇴를 한 뒤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꾼이 되었다 . 도저히 학비를 마련할 수 없었던 것이다 . 어쩌면 논밭 하나 없이 화전을 일구어야 할 만큼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대학을 다닌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였을 것이다 . 그때부터 아버지는 ‘공부 ’라는 말만 나오면 표정이 일그러졌고 , 자식의 교육에도 철저히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 아버지는 심지어 내가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것조차 반대하며 번번이 훼방을 놓았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 , 아버지는 돌연 집을 나가버렸다 . 말도 없이 무기한 가출을 한 것이다 . 어머니와 7남매의 생계 따위는 아버지의 안중에 없었다 .혼자서 7남매를 키워야 했던 어머니의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 이렇다 할 돈벌이를 찾기도 어려운 시골에서 어머니는 남의 집에 들어가 허드렛일을 하며 날품팔이 삶을 살았다 . 말 그대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위태로운 나날들이었다 . 심지어 어머니는 그 당시 불법인 줄 알면서도 몰래 막걸리를 빚어 팔기도 했다 .퉁퉁 불어터진 어머니의 손을 볼 때마다 나는 아버지라는 존재를 증오하고 또 증오했다 . 힘겨울 때마다 이 모든 시련이 아버지 때문이라는 생각에 저주의 감정마저 들었다 . 그런데 그런 아버지에게서 어느 날 연락이 왔다 . 경기도 성남이라는 곳에 터전을 마련해놨으니 모두 올라오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들뜬 마음을 안고 고향을 떠나 성남으로 향했다 . 하지만 이내 절망하고 말았다 . 아버지가 돈을 많이 벌어 성남시에 정착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 아버지는 성남시 상대원동 공단지역에서 잡역부로 일하고 있었다 . 집이라는 것도 달랑 단칸방 하나여서 여덟 식구가 다닥다닥 붙어 자야만 했다 . 들어본 적도 없는 성남이라는 도시와 나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 당시 성남시는 서울에서 이주해온 이른바 ‘달동네 ’ 출신들로 북적였다 . 서울의 청계천 ·창신동 ·금호동 일대 판자촌에 재개발이 이루어지면서 그곳 서민들을 이주시켜 만든 황량한 도시가 바로 성남시였던 것이다 . 맨주먹으로 살기엔 차라리 고향인 안동 산골보다 못해 보였다 . 고향에서는 그나마 열심히 땅을 파면 입에 풀칠 정도는 할 수 있었다 . 그러나 내가 살던 공단지역에서는 먹고살기 위해 누구나 공장 노동자가 되어야 했다 . 내가 12세의 나이에 공장에서 일하게 된 것도 생존을 위한 필수 코스일 뿐이었다 .공장 생활은 산재 사고와 중노동 , 그리고 무수한 구타로 점철된 시련의 시간들이었다 . 어릴 때부터 폭력은 이미 익숙한 것이기도 했다 . 고향인 안동의 초등학교에서도 교사들에게 수없이 매를 맞으며 자랐다 . 집이 가난해서 학습 준비물을 가져가지 못한 아이들은 무조건 매를 맞아야 했다 .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았다 . 억울하고 화가 나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 그때는 교사가 학생을 때리는 것까지 교권이라 여기던 시절이었다 . 하루가 멀다 하고 매를 맞아야 했던 나는 복수심에 불탄 나머지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기에 이르렀다 . 실컷 때려보고 싶었다 . 하지만 그 꿈은 공장 생활을 하면서 변했다 . 교사에서 공장 간부로 꿈이 바뀐 것이다 .공장 간부가 되려면 적어도 고등학교 졸업장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나는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 그런데 그 꿈을 가로막은 가장 큰 걸림돌이 아버지였다 .“공장에서 착실히 일이나 할 것이지 쓸데없는 공부는 무슨 공부 !”아버지는 내가 공장에서 사고를 당하고 매일 같이 구타를 당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 공부를 해서 바꿀 수 있는 운명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 아니면 자식의 공부 뒷바라지를 해주지 못하는 자격지심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아버지가 뼛속 깊이 절망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 최소한의 긍정도 , 한 줌의 희망도 없는 삶 . 그런 인생을 자식에게 고스란히 물려줄 생각이었던 걸까 . 나는 공장에서 간부들이 휘두르는 주먹보다 아버지의 그 절망이 몇 곱절 더 아팠다 .절망에 빠진 사람은 주변 사람들까지 절망의 늪으로 끌어들인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 어떻게 보면 내가 정말로 극복해야 할 대상은 가난과 시련이 아니라 아버지였을지도 모른다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습니다 .’나는 이 마음 하나로 독하게 공부를 해나갔다 . 그리고 중학교 검정고시를 거쳐 고등학교 검정고시까지 마쳤다 . 나는 ‘해냈다 ’는 심정으로 고등학교 검정고시 합격증을 제일 먼저 아버지에게 보였다 . 아버지는 합격증을 받아들고도 아무 말이 없었다 . ‘수고했다 ’, ‘잘했다 ’는 말 따위는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 최소한 고개 정도를 끄덕여줄 수도 있지 않은가 .나는 그대로 밖으로 나가 공단 거리를 걷고 또 걸으며 울분을 삭였다 . 어느 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무릎이 꺾이고 말았다 . 방바닥에 합격증이 갈기갈기 찢어진 채 흩어져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받은 합격증인데 ···.’아버지에 대한 증오는 그렇게 켜켜이 쌓여갔다 .대학 재학 시절 나는 사법고시 1차에 합격했지만 2차에서 낙방하고 말았다 . 졸업 후에 다시 도전해서 1차에 합격했을 때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 지병인 위암이 재발한 것이다 . 그때 문병을 온 친척 한 분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아버지가 자네 자랑을 많이 하더군 .”알고 보니 아버지가 친척들 앞에서 ‘우리 재명이를 내가 법대에 보냈네 ’라며 자랑하더라는 것이었다 . 나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숙여야 했다 . 검정고시로 중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따고 , 공장에서 일하며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내게 한마디 격려조차 없었던 아버지가 무슨 낯으로 그런 소리를 한단 말인가 . 내 속에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다시 솟구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내게 도움을 전혀 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사법고시 공부를 위해 신림동 고시원에 들어갔을 때 아버지가 몇 달 치 월세를 보내준 적이 있었다 . 그때는 내가 대학을 졸업한 직후여서 매월 학교에서 20만원씩 받던 생활보조금이 끊어진 상태였다 . 그 사정을 알고 내 통장으로 돈을 넣어준 것이다 . 고시 공부에 전념해야 할 때라 한두 푼이 절실했던 나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돈이었다 . 한편으론 그것이 아버지와 나눈 최초의 화해였다 .그로부터 얼마 후 나는 사법고시 2차에 합격했다 . 최종 합격 발표 후 어느 날 아버지와 마주했다 . 그 무렵 아버지는 말을 단 한마디도 못 할 정도로 병이 악화되어 집에서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버지 사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나는 병상에 누워 잠든 아버지에게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아버지는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내 목소리는 알아들은 것 같았다 . 잠시 후 아버지가 천천히 눈을 떴다 .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무엇인가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 아버지가 나를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은 느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 곧이어 아버지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지는가 싶더니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 그러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 나는 아버지의 눈물 젖은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아버지 , 사실은 제가 잘되기를 바라셨죠 ? 모른 척하면서도 저를 쭉 지켜봐 주신 거죠 ? 제가 마음 단단히 먹고 살아가기를 바라신 거죠 ?’하지만 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었다 . 그러나 아버지와 아들은 그 큰 과거의 아픈 벽을 허물고 화해했다 .그 후 아버지는 다시 깨어나지 못한 채 한마디 유언도 없이 영원히 잠들었다 . 어쩌면 그 눈물 속에 모든 말이 담겨 있었던 게 아닐까 . 당신의 한 많은 인생에 대하여 , 부자의 정을 한 번도 나누지 못한 채 떠나는 회한에 대하여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날은 공교롭게도 내 생일이었다 . 그리고 돌아가신 시간도 내가 태어난 시와 똑같았다 . 아버지는 내가 태어난 그날 , 그 시간에 맞춰 생을 마감한 것이다 . 그날의 임종은 결국 아버지와 나만을 위한 마지막 화해의 순간이 되었다 .그날 이후 나는 가슴 속에서 아버지를 다시 만났다 . 오랫동안 뿌리 깊이 박혀 있던 원망도 완전히 사라졌다 .그 뒤로 여러 해가 흐르면서 나는 한동안 아버지를 잊고 지냈다 . 하지만 문득문득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를 때가 있었다 . 인권 변호사로서 시민운동을 하다가 수배자로 몰려 수난을 당할 때 , 정치에 입문해 정적들이 나를 함부로 겁박할 때 , 가족 문제로 큰 시련을 겪을 때 , 답답하고 억울하고 마음이 지칠 때마다 어김없이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 그리고 매번 거짓말처럼 오기와 투지가 솟아나곤 했다 .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아들 앞에서 눈물 흘리던 그 얼굴이 나에게는 용기의 원천이 된 것이다 .비록 오랫동안 아버지를 증오했지만 , 돌이켜보면 그 증오심은 오히려 불과 물과 망치가 되어 나를 담금질해온 셈이었다 . 덕분에 내 의지는 강철같이 단단해질 수 있었다 . 아버지는 이 거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진정한 토양을 내게 길러준 것이다 . 그것은 아버지가 내게 준 유일한 선물이자 가장 소중한 유산이었다 . 한 해 , 두 해 ,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는 그 선물의 진정한 가치를 뼈저리게 실감하곤 한다 .
어떻습니까? 이재명 지사가 겪은 아픔이 느껴지십니까?이재명 지사는 소년 시절 인생이 너무 힘들어서 두 차례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습니다. 약국에서 사 모은 수면제를 먹고 연탄불을 피웠는데, 처음에는 연탄불이 꺼졌고, 두 번째는 자형에게 발견됐습니다. 그가 약국에서 샀던 수면제는 소화제였습니다. 10대 소년이 수면제를 사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약사들이 수면제 대신에 소화제를 준 것입니다.이재명 지사는 최근 코로나 19로 자해, 우울증, 자살이 늘고 있다는 소식에 ‘우리 죽지 말고 삽시다’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로 자신의 이런 경험을 고백하기도 했습니다.아무튼 이낙연 대표나 이재명 지사나 참 대단한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두 사람 모두 우리나라 정치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그래서 두 사람에게 꼭 당부하고 싶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열차는 무겁습니다. 한 대의 기관차로 끌고 가기에는 힘이 부칠 수 있습니다. 당분간 이낙연 기관차와 이재명 기관차 두 대가 필요할 것입니다.앞으로 전개될 경선 국면에서 서로를 감싸주고 배려했으면 좋겠습니다.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뒤통수를 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열성 지지자들이 상대를 지나치게 공격하지 못하도록 자신의 지지자들을 설득해야 할 것입니다.경선 이후도 중요합니다. 경선에서 누가 이기든 두 사람이 힘을 모아 2022년 3월 대선에서 이겨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경선에서 진 사람도 다음 기회가 올 것입니다.손자병법에는 상산(常山)의 뱀 솔연(率然)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낙연 이재명 두 사람도 잘 아는 내용일 것입니다. 소개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병력을 잘 다룬다는 것은 마치 솔연 ( 率然 )과 같이 하는 것이다 . 솔연 ( 率然 )이라는 것은 상산 ( 常山 )에 사는 뱀으로 그 머리를 치면 꼬리가 달려들고 꼬리를 치면 머리가 달려들며 그 가운데를 치면 머리와 꼬리가 함께 달려든다 .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964285.html?_fr=mt1#csidx141e33e05b76e9d8ca834adcff1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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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재인산성...국민이 오랑캐로 보인 모양"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10/04 12:17
  • 수정일
    2020/10/04 12:1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자신의 페이스북 통해 "광화문 나와 대화하겠다던 대통령이 산성 쌓아"

진 교수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계가 부러워하는 K방역의 위용. 하이엔드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바이러스 방호벽"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저 축성술이 조선시대에 있었다면, 삼전도의 굴욕은 없었을 텐데. 아쉽다"며 "광화문에 나와서 대화하겠다던 대통령이 산성을 쌓은 것을 보니, 그 분 눈엔 국민이 오랑캐로 보이는 모양. 하긴, 토구왜구라 했던가? 휴, 뭐 하는 짓들인지"라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전날에도 경찰 차벽에 대해 "코로나 긴급조치. 재인산성으로 변한 광화문. 데 키리코의 형이상학적 회화를 보는 듯"이라고 했다. 과거 MB정부가 반정부 집회를 막기 위해 만든 'MB산성'(이명박 대통령 시절 경찰의 차벽)에 빗대 '재인산성'으로 부른 것이다.


 

진 전 교수는 '재인산성'에 대해 여당이 "국민안전의 최후 보루"라고 옹호한 데 대해선 "국가가 위험에 처하면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게 당연하다"고 수긍하면서도, "그럼 '위험'할 때가 언제인지 누가 결정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그걸 결정하는 사람, 그 사람이 주권자인데 한국의 모든 권력은 그 사람에게서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3일 개천절 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이 광화문 일대에 차벽을 설치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00411033517927#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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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공동선언 회고

 

  • 기자명 전덕용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  
  •  승인 2020.10.0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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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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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이란 전제 아래 2007년 10월4일 대한민국의 노무현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회담 결과가 발표되었다.

총 7개항의 합의 선언들이었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이 닦아놓은 평양길이어서 노무현 대통령은 한결 쉽게 평양행에 임할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항공로가 아닌 승용차를 이용한 육로 방문이었다.


▲ 1948년 4월 19일 남북 협상을 위해 38선을 넘기 전 경기도 여현 38도선 표지판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김구(金九) 선생 일행. 왼쪽부터 비서 선우진(鮮于鎭) 김구, 아들 김신(金信)

▲ 2007년 10월 2일 오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향하며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고 있다. [사진 : 공동취재단]
1948년 4월19일 남북 단독 정부 수립을 반대, 통일 독립정부 수립을 위해 38선을 넘던 김구 선생의 평양길을 연상하게 했다.

김구 선생이 38선을 넘을 땐 하얀 백토로 선을 긋고 나무 말뚝에 ‘38선’이라 쓰인 서울과 평양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휴전선을 넘을 땐 땅위에 황색선이 그어져 있었으나 남과 북의 경계선을 넘는 것은 마찬가지의 일이었다.

노무현 대통령내외가 현재의 군사분계선을 차에서 내려 걸어서 넘는 모습은 이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갖게 했었다. 휴전선이 터져서 곧장 통일이 된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었지만, 그래도 어쩌면 통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는 돌덩이 하나만이라도 놓을 수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 하나는 가질 수가 있었다.
그만큼 우리민족의 가슴에 맺힌 통일에 대한 염원이 간절하고 간절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10‧4 공동선언은 6‧15 선언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아주 구체적이고 곧장 실현해 옮길 수 있는, 한시 바삐 실천해 옮겨야 하는 세부사항들이었다. 허리가 잘린 나라 땅의 고통과 75년간의 군사대치로 인한 위협과 긴장 속에서 사람들이 숨을 쉬고 살수가 없는 현실이었기 때문이었다.
‘통일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며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중시하고...’ 이에 따라서 민족번영의 시대 자주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 나가겠다는 주장이 맨 첫 번째의 선언이었다. 
이 얼마나 8쳔만 겨레가 한결같이 소원하고 바라는 바인가.

남과 북이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통일 지향적으로 남북은 각기 법률적 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이 두 번째의 선언이었다.
한 조항 한 구절 말 한 마디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남북이 법률이나 제도를 통일 지향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고 하는 것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통일사업을 실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대단히 중요한 통일실천 행동이어서 우리 모두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갈채를 보냈었던 것이다.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우리 땅에서 어떠한 전쟁도 반대,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 종전선언을 추진하기로 한 것 또한 획기적인 한반도 평화정착의 길이었다.

오늘 날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경제적인 부를 이룩하고 삶의 편의를 도모하고 사회의 평화를 구가한다. 강대국의 패권다툼에 말려들어 우리민족의 생활터전이 전쟁터가 되고 죄 없는 우리 민족이 쓸데없이 고귀한 피를 흘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극히 어리석은 짓이다.
21세기 이 밝은 밀레니엄 시대에 강대국의 부추김에 의해 같은 민족, 5천년의 역사를 가진 문화민족이 서로 동포끼리 총부리를 겨눈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인 것이다.

남북이 민족경제의 균형 발전과 공동번영을 꾀한다고 하는 것은 열번 백번 천만번 당연한 경제논리이다. 전세계의 공정하고도 정당한 경제윤리는 낙후된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발전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상호경제발전을 돕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한다.

하물며 같은 나라 같은 민족끼리야 말해 무엇하랴.
상호투자를 장려하고 기반시설 확충과 자원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각종 우대조건과 특혜를 부여해야 하는 것이다.

기반시설 확충과 자원개발에 합의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무위원장의 민족경제발전에 대한 혜안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는 것이다. 민족경제의 균형발전은 겨레의 공동생활과 나라의 앞날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일이다. 
우리 땅 북녘 산악지대엔 엄청난 지하자원이 숨겨져 있다. 
이를 개발하기 위한 기반시설은 필수적이다.

지구촌의 미래를 보는 경제학자들은 한반도 북부 산악지대에 매장된 지하자원에 대해 부러움을 금치 못한다. 최첨단 산업에 필요한 자원들이 다량 매장되어 있기 때문인 것이다.

남북 두 지도자들의 민족경제를 보는 혜안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북의 해주항을 활용한 서해 경제특구 건설과 철조망으로 꽉 막혀 있는 한강하구의 공동이용, 개성공단 완공, 경의선 철도와 개성 평양간의 고속도로 공동이용에도 합의를 보았다. 안변과 남포에 조선협력단지를 건설 남한의 자본과 축적된 조선기술을 접목 명실상부한 세계제일의 선박건조 국가에의 꿈을 실현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민족의 앞날을 걱정하여 역사, 언어, 교육, 과학기술, 문화예술, 체육 분야에까지 교류 협력으로 발전을 기하자고 손을 굳게 잡았었다.
두 지도자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금강산지구에 상설 면회소 설치와 서신교환을 자유로이 할 수 있게 하자는 데에도 의견이 일치했다.
해외동포문제도 세계 각처에 흩어져 살고 있는 재외동포들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서로 힘을 합하기로 했다.
자연재해, 보건의료, 환경보호에 까지 뜻을 합하고, 현재 남쪽 동포들이 중국을 통해서 민족의 성산 백두산을 탐방하는 불편도 서울 백두산 직항로를 열어 시원하게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남북 민족간에 쌓이고 얽힌 현안들을 어느 한 가지 빼놓을 것 없이 속속들이 샅샅이 세부적인 문제까지 남북정상이 합의하고 만천하에 공공연히 선언을 하였던 것이다. 

그 후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레임덕현상에 쫓겨 이 수많은 약속들을 다 지켜낼 수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노선과 정치적 지향점이 같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재집권에 성공을 했다.
현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오랜 정치적 동지이자 집권 시기 비서실장 직위에 있었다.
전임 노무현 대통령이 창당하고 소속되어 있었던 정당이 ‘열린우리당’ 이었고, 그 열린 우리당이 해체되고 그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민주당 소속이 되었었다.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이 바뀌었으나 기실 내용은 열린우리당의 변신인 셈이다.

두말할 것 없이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끌던 열린우리당의 혈통을 이은 것이고 이른바 386세대가 주축이 되어 오늘의 집권세력이 형성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 현 집권세력(더불어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족 앞에 선언한 약속을 지키고 실행해야할 의무가 있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은 6‧15 선언은 물론 10‧4 공동선언의 토대위에서 4‧27 판문점선언과 5‧26 통일각 남북정상회담 발표문, 같은 해 9‧19일 ‘평양 공동선언’을 발표했었다.

더 시간을 지체하고 더 미루거나 더 옆으로 비껴서거나 다른 데로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다음 집권자나 차기집권당에게 약속이행을 넘길 생각을 해서는 아니 된다. 처음의 약속대로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반드시 10‧4 선언 실천실행에 총력을 다 해야 한다.

사람은 말과 행동이 같아야 대접을 받는다. 하물며 개인 대 개인 간에도 이러할 진데, 국가수반으로 8천만 겨레와 전 세계를 향해 공적으로 한 약속이었다. 국가 지도자로서의 체통을 지켜야 한다. 집권여당은 높은 자리권력을 타고 앉아 허장성세로 세월만 보낼 것이 아니다.

오늘의 집권자, 집권여당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민주일꾼들이 피와 땀을 흘렸었는가. 오늘 이 시간에도 많은 나라걱정 통일을 위한 바닥민중들이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를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현 집권세력에게 묻는다.
7개조항의 10‧4 선언 중, 현재 그대들이 실천실행으로 약속을 지킨 항목이 몇 개나 되는 것인가? 지금 어느 조항 어느 부분을 구체적으로 실행 추진 중에 있는 것인가?
민족의 진로 문제. 나라의 미래 문제는 영토주권 문제와 함께 쉽게 생각하거나 허수히 다루어서는 결단코 아니 되는 것이다. 함량 미달자들에게는 절대 금기사항인 것이다.

현하 우리들이 처한 민족 문제는 하나같이 화급하고 시급하여 시간을 다투는 난제들이다. 사대매국세력의 발호를 뒷 조종하는 외세와 연관된 매듭들이서 매우 심각하고 엄중한 현안들인 것이다.

열린우리당 시절을 상기해야 한다.
철저하지 못하고, 반민족 사대매국세력에 휘둘리고 음험한 외세의 농간에 말려들어 결국 이명박 박근혜에게 정권을 빼앗기고 말았었다. 쪽박신세가 되어 ‘열린당’을 해체하고 케케묵었다고 침 뱉고 뛰쳐나온 민주당으로 다시 기어들어가던 일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은 용서가 아니 된다. 함량 미달자들이라고 손가락질을 다시 받아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뼈를 깎는 자기반성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명색이 최루탄 연기마시고 그 공을 팔아서 권좌에 오른 자들이 아닌가. 그렇게나 용기가 없고 외세의 위압에 몸을 사리는가. 
참으로 가긍하고 초라하고녀...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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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크'로 "문재인 파면" 삽시간에 모여든 시위대, 결국 해산

[현장] 대면집회 금지에도 종로 일대 소규모 시위 빈발... 검문 강화에 시민 통행도 막혀

20.10.03 16:10l최종 업데이트 20.10.03 16:27l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에서 보수극우단체들이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종로1가 모인 시민들이 문 대통령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  경찰의 봉쇄조치로 광화문광장에 모이지 못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종로1가에 모여 문 대통령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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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에서 보수극우단체들이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종로1가에서 일부 시민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종로1가에서 일부 시민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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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북으로 가라!"
"마스크 쓰세요."


3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무교로 사거리 인도 한복판. 개천절을 맞아 서울 광화문을 찾은 시위 참가자들이 자신들을 둘러싼 경찰들과 연신 실랑이를 벌였다. 서울 곳곳에서 10인 이상의 대면 집회가 금지됐지만, 흩어져 1인 시위를 벌이던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구호를 선창하면서 40여 명까지 한 공간에 모여들었다.

불법 집회임을 고지하는 경찰들과의 마찰도 거세졌다. 한 시위자는 마스크를 벗은 채 "경찰들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라"며 소리를 질렀고, 구호를 선창하다 저지당한 또 다른 시민은 "1인 시위를 무슨 권리로 막느냐"고 항의했다. 이들은 저마다 '문재인을 파면한다', '나라가 니꺼냐' 손팻말을 들고 인도 앞에 서서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대 규모가 줄어들지 않자, 경찰의 경고 방송이 시작됐다. 서울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지 않고 계속 모일 경우 감염병 예방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즉시 해산해주길 바란다"며 집회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2차례의 경고 방송이 이어지고 병력이 추가 배치 된 20여 분 후에야 해산됐다.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에서 보수극우단체들이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종로1가에서 4.15부정선거 규탄 차량시위를 통제하는 경찰에 맞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종로1가에서 4.15부정선거 규탄 차량시위를 통제하는 경찰에 맞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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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에서 보수극우단체들이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종로1가에서 4.15부정선거 규탄 차량시위를 통제하는 경찰에 맞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종로1가에서 보수극우단체 회원들이 도로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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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m 거리 도보, 30분 소요... 시민 통행도 가로 막혀 이들이 무교로 일대에 모여든 것은 같은 날 오후 1시와 2시 각각 사랑제일교회 측 변호인단과 815 광화문 국민대회 비상대책위가 종로구 교보문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주최 측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2시부터 다른 장소인 광화문역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변호인단 소속인 강연재 변호사는 이날 전광훈 목사의 입장문을 대독하기도 했다.


"제 와이프예요. 일본 사람인데..."
"잠시만요."

"교보문고 가야하는데..."
"혹시 집회 참가 하세요?"
 

시위대가 몰려들자 경찰의 경력 배치와 검문은 더 촘촘해졌다. 시청 소속 공무원들도 곳곳에 배치됐다. 광화문 광장으로 진입하는 모든 통로가 차벽으로 가로 막혔고, 시민 통행로를 지나는 대부분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검문을 벌였다. 오전 9시께부터는 광화문 광장 인근 지하철역인 광화문역과 시청역, 경복궁역이 무정차 통과했고 버스 또한 우회했다.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에서 보수극우단체들이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광화문광장 주변 인도에 집회 참가자들이 모이지 못하도록 경찰 바리케이드가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다.
▲  광화문광장 주변 인도에 집회 참가자들이 모이지 못하도록 경찰 바리케이드가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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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에서 보수극우단체들이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광화문광장에 집회 참가자들이 모이지 못하도록 경찰 버스가 차벽을 만들어 에워싸고 있다.
▲  광화문광장에 집회 참가자들이 모이지 못하도록 경찰 버스가 차벽을 만들어 에워싸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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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에서 보수극우단체들이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청계광장에 집회 참가자들이 모이지 못하도록 경찰 바리케이드가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다.
▲  청계광장에 집회 참가자들이 모이지 못하도록 경찰 바리케이드가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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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으로 연결된 통로를 지날 때는 경찰관 1명이 목적지 인근까지 동행하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앞에서 기자회견 변경 장소인 광화문역 1번 출구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데 통과한 검문만 총 6차례였다. 424m 거리를 가는 데 30여 분 소요됐다.

광화문 일대 산발적 대면 집회 외에도 일부 보수 단체에선 이른바 '드라이브 스루' 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애국순찰팀은 특히 같은 날 오전 10시부터 경기도청에서 출발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수원시 권선구 자택을 들러 서울 서초구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택과 광진구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자택으로 이어지는 차량 집회를 진행 중이다. 윤 의원 자택에선 베란다 창문을 열고 항의하는 주민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에서 보수극우단체들이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종로1가에서 4.15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단체 회원들이 차량시위를 벌이고 있다.
▲  종로1가에서 4.15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단체 회원들이 차량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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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에서 보수극우단체들이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종로1가에서 한 시민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문 대통령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종로1가에서 한 시민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문 대통령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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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에서 보수극우단체들이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종로1가에서 보수단체 회원들과 이를 비난하는 한 시민이 다툼을 벌이고 있다.
▲  종로1가에서 보수단체 회원들과 이를 비난하는 한 시민이 다툼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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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에서 보수극우단체들이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종로1가에 한 시민이 해산을 요구하는 경찰에 맞서 몸싸움을 벌이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  종로1가에 한 시민이 해산을 요구하는 경찰에 맞서 몸싸움을 벌이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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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차창에 '국민을 조롱하지말라', '추미애는 나라망신' 등의 손팻말을 붙이고 약 30km의 속도로 9개 차량이 줄지어 비대면 집회를 진행했다. 차량 전광판에는 가수 나훈아씨가 추석 특집 콘서트에서 언급한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가 생길 수 없다"는 영상이 일부 흘러나왔다.

집회를 구성한 황경구 애국순찰팀 단장은 출발 직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집회 보장 발언을 치켜세우면서 "방역 통치 시국에서도 경기도의 협조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 여기까지 왔다"고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새한국) 또한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 강동구 일대에서 추미애 법무장관 퇴진 운동을 명분으로 한 차량 시위를 진행한다. 두 시위 모두 차량 내 참가자 1인만 탑승하고 긴급 상황 외에는 차에서 내리지 않아야 한다는 등 법원의 조건을 전제로 차량 시위가 인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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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민주당 이용우 “‘공정경제 3법 반대’ 국민의힘 의원들, 경제민주화는 가면이냐”

“공정경제 3법은 경제민주화의 기본이자 첫 출발, 시행되면 오너리스크 줄어들 것”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0-10-03 14:00:36
수정 2020-10-03 15: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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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9.29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9.29ⓒ정의철 기자  
 
 
 
 
 
 
 
 
 
 
 
 
 
 "'기업은 우리 사회의 적인가' 묻게 하는 규제 쓰나미"

"야당까지 기업 목 조르기 부화뇌동 땐 한국경제 무너진다"
"경제 전시 상황이라며 기업 옥죄는 법 쏟아내는 거대 여당"

'공정경제 3법'에 대한 국회 논의가 본격화되자 보수 진영의 반발이 날로 커지고 있다.

공정경제 3법이란 정부가 지난 8월 31일 발의한 ▲상법 일부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묶어서 일컫는 말로, 그동안 미흡했던 규제 정책들을 보완해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들이다.

재계와 보수·경제지들은 이 같은 공정경제 3법을 두고 '기업 족쇄법' 혹은 '기업규제 3법'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 나아가 이 법안들이 실제로 처리된다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의 주장은 사실에 기반한 우려일까, 아니면 개혁에 대한 저항일까.

공정경제 3법을 직접 심사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인 이용우 의원은 지난달 29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제 3법에 대해 "경제민주화를 위한 기본이자 첫 출발"이라고 규정했다. 이 의원은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등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기업인 출신 의원이기도 하다.

 

이 의원은 공정경제 3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실제 시행된다면 "오너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총수 일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내렸던 횡포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의원이 말하는 공정경제의 기본이자 시작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경영권 침해' 경제계 아우성에 "그럴 일 없다" 일축

손경식 한국경총회장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후 비대위원장실을 나서고 있다. 2020.09.23
손경식 한국경총회장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후 비대위원장실을 나서고 있다. 2020.09.23ⓒ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공정경제 3법 중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비교적 이견이 적은 법안이다. 반면, 상법 일부개정안과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재계에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이 되는 내용은 상법 개정안 중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다. 이사회 일원인 감사위원은 이사의 직무 집행을 감사하고, 회사의 업무와 재산 상태를 조사할 수 있다. 또, 언제든지 영업에 관한 보고를 요구할 수 있는 등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대주주가 의결권 제한 없이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먼저 선임한 후, 선임된 이사들 가운데 감사위원을 뽑을 때에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하고 있어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사들 자체가 대주주 의사에 부합하는 이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이 중에서 선출되는 감사위원 역시 대주주의 영향력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개정안에서는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들과 분리해 선출하도록 했다. 또 현재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과 사내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다르게 적용됐던 의결권 제한 규정을 통일, 최대주주의 의결권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로 제한하는 등 기존 제도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렇게 정비할 경우, 제도의 본래 취지에 맞게 최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감사위원을 구성할 가능성이 커진다.

상법개정안 중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재계가 '독소조항'으로 꼽는 내용이다. 다중대표소송제란 일정 비율 이상 지분을 보유한 모회사의 주주도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소송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는 자회사를 통해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한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행위가 벌어져 기업에 손해를 입히더라도 모회사의 주주는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되는 제도다.

재계는 감사위원분리선출제가 도입되면 외국 투기자본이 이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기업의 경영권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무분별한 소송이 남발돼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아우성친다.

이 의원은 이 같은 재계의 주장에 대해 "그럴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선 이 의원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관련, "대주주가 집행 임원도 임명하고, 감사위원도 임명하면 감사위원이 (본래 역할인) 경영진을 어떻게 견제할 수 있나"라며 "오히려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해야만 회사의 일탈 행위와 잘못된 행위를 견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의원은 금융회사들은 이미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대주주를 제대로) 견제함으로써 오히려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재계가 '경영권 위협' 주장에 대해서도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사회가 10여 명쯤 될 텐데, 외국계 헤지펀드 측 감사위원이 1명 있다고 해서 경영권에 위협이 되겠나"라며 "또 기업 내 회의체에서는 누구 하나가 반대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총수 일가의 비위를 주주들이 견제할 수단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게 이 의원의 생각이다. 그는 이해하기 쉽도록 국정감사에 빗대 설명했다.

이 의원은 "조금 있으면 국정감사를 한 달 정도 하게 될 텐데, 행정부로서는 국정감사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라도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국감에서 지적받으면 어떡하지'라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며 "(이처럼 다중대표소송제라는 견제 장치가 있으면) 스스로 리스크를 한 번 더 체크하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재계와 보수 언론은 왜 '기업규제 3법'이라고 반발할까
"'기업=대주주'라는 인식 때문, 재계와 보수 언론은 공생 관계"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9.29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9.29ⓒ정의철 기자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사익편취 규제 강화 등이 핵심이다. 이에 따르면 가격 담합, 입찰 담합 등 중대한 담합행위에 한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니더라도 검찰에 고발할 수 있으며, 검찰 역시 공정위의 고발 없이도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도 확대된다. 현재는 총수 일가가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를 사익 편취 규제 대상으로 보고 내부 거래를 규제하는데 이 지분율을 20%로 낮추는 것이다. 많은 재벌 그룹들이 규제를 피하고자 총수 일가 지분율을 30% 미만으로 유지하며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데 대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재계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에도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사익편취 규제 강화 역시 기업의 정상적인 내부 거래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은 "기업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편해할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공정위만 신경 썼으면 됐는데,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도 생각해야 하고, 그러면 이 행위가 적합한 행위인가 한 번 더 돌아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하지만) 그만큼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신중해지는 것이고, 그래야만 고객과 소비자가 보호될 수 있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상적인 기업 간 거래도 부당한 내부거래로 규제된다는 재계 측 주장은 어떨까. 이 의원은 정당한 요건을 갖춘 내부 거래를 하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내가 계열사인 A에 주는 가격과 B기업에 주는 가격이 유사하면 괜찮다. 그런데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디스카운트하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실제 미국 같은 경우에서는 가격을 차별하는 순간 바로 소송이 들어오고, 잘못되면 징벌적 배상으로 가기 때문에 아예 그런 일(사익편취)을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제도가 아직 없으니까, (문제가 생기기 전에) 사전적으로 규제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 의원은 공정경제 3법을 반대하는 재계의 논리에 대해 "기업은 대주주와 경영진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것(인식)이 담겨 있다. 즉, '기업=대주주'로 본 것"이라며 "이 때문에 대주주를 규제하는 법을 기업을 규제하는 법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이 의원은 재계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는 보수·경제지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소장에서 드러난 재벌과 일부 언론의 유착관계를 사례로 들었다.

앞서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검찰의 공소장에는 삼성이 언론사에 막대한 광고비를 들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사를 내도록 하고, 삼성의 입장을 대변한 기고문을 작성해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전달했으며, 노 전 위원장은 그 기고문 내용대로 언론 인터뷰를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의원은 이 내용을 언급하며 "지금 (공정경제 3법에 반발하는) 논리도 천편일률적이지 않나. 이유는 (재계와 보수 언론이) 공생관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인은 찬성했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의 틀 바꾸려면 의원들도 바뀌어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비대위원들. 자료사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비대위원들. 자료사진.ⓒ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문제는 제1야당, 국민의힘이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수장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정경제 3법에 찬성하면서 법안 통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당 의원들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정작 해당 법안들을 심사할 국회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유보 또는 반대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대부분은 재계의 앓는 소리와 비슷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은 장제원 의원 정도고, 원내 사령탑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일단은 '검토해보겠다'며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이 이전의 보수정당과 달리 공정경제 3법에 찬성한 지금을 적기라고 보고 정기국회 내에 통과하겠다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협조가 관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 비대위원장과 달리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는 데 대해 "사실은 (공정경제 3법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동안 (경제민주화에 대해) 말을 안 하던 사람들이 아닌가.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뀌겠나"라면서도 "그런데 당의 틀을 바꾸자고 한다면 (의원들도) 스스로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경제민주화라는) 가면을 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종인 체제' 출범 이후 당명과 정강정책 등을 손질하며 당 쇄신 작업에 나섰는데, 정작 추구하는 정책이 이전과 다를 바 없다면 포장지만 바꾸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는 "국민의힘이 바꾼 강령에 경제민주화 조항이 들어갔는데, 정책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간판만 바꿔 달고, 레시피를 그대로 두고, 메뉴도 그대로 두고서 새 제품이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며 "저는 김 위원장이 결국에 의원들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이 의원은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반드시 공정경제 3법이 처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 당도 그렇고, 국민의힘도 서로 간 최소한 일치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우리 당도 재계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고, (국민의힘도) 같이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것(법안들)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계속 옛날식으로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재계와 국민의힘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법안 내용이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최소한 이 상태에서 후퇴하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을 베이스(기본)로 논의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이 의원은 지금보다 더 전향적인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저는 이게 출발이라고 보고, 집중투표제, 상장회사특례법 등을 더 (추가)했으면 하는 입장"이라며 "이것(현재 나온 법안)이 최종 '골(goal, 목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9.29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9.29ⓒ정의철 기자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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