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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는 왜 검찰개혁보다 '보이콧 뮬란'인가?

[인터뷰] 영화 <뮬란> 보이콧 이설아·박도형 세계시민선언 공동대표

지난 6월 결성된 청년단체 '세계시민선언'의 활동 내용이다. 세계시민선언은 세계 어디든 국가로부터 침해받는 시민의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우리 정부에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

 

이들은 지난 17일 용산 CGV 앞에서 디즈니 실사 영화 <뮬란>을 보이콧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이날은 <뮬란> 개봉날이기도 하다. <뮬란>을 보이콧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출연 배우들의 '친중' 발언이다. 주연인 류이페이(유역비)의 홍콩 규탄 발언이 대표적이다. 홍콩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홍콩 시민을 향한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 류이페이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홍콩(시민)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썼다.


 

두 번째는 영화 <뮬란>이 촬영된 장소다. <뮬란>은 중국 내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촬영됐다. 중국의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은 중국 정부로부터 민족개조라는 명분으로 심각한 인권 탄압을 받고 있다. 위구르족 지식인들이 납치되고 실종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일반 시민은 직업교육 명분으로 사실상 수용소에 끌려가 감시를 받으며 강제노역에 징용되곤 한다.


 

해당 논란은 <뮬란> 엔딩 크레딧에서도 이어졌다. "촬영에 협조한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투루판 공안국에 감사를 표한다"는 문구를 넣었기 때문이다. 투루판 공안국은 위구르인들이 구금된 중국의 재교육 수용소를 운영하는 곳이다. 더구나 앤딩 크레딧에는 투루판 공안국 외에도 위구르족 탄압에 연루된 중국 단체 4곳에 대한 감사 인사도 포함됐다.

 

영화 <뮬란>을 둘러싼 마찰음 때문인지 한국에서의 흥행 성적은 저조하다. 개봉 첫날인 17일과 이튿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지만, 주말인 19일과 20일에는 영화 <테넷>에 1위를 내줘야 했다.


 

<프레시안>에서는 세계시민선언의 이설아·박도형 공동대표를 만나 영화 <뮬란>을 보이콧한 이유와 <뮬란>을 둘러싼 현재의 논란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물어보았다.


 

이하 일문일답


 

▲17일 서울의 한 영화관 밖에서 이설아 세계시민선언 공동대표가 영화 '뮬란' 보이콧 동참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뮬란'은 주연 배우의 홍콩 시위 진압 경찰 지지 발언 등의 논란 속에 17일 국내 개봉 했다. ⓒ연합뉴스

한국인인 내가 미국 회사의 중국 배경 영화를 왜?


 

프레시안 : <뮬란> 논란은 결국, 중국과 소수민족간 문제인 듯하다. 그런데도 1인 시위까지 하면서 왜 <뮬란> 문제를 지적하고 보이콧하는 설명해 달라.


 

이설아 : 국제연대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도 연대가 필요한 이슈들이 있다. 위안부 문제나 전범기 사용 문제가 그렇다. 우리가 우리 문제에 연대를 요청하려면 우리도 다른 나라의 문제에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당장 홍콩시위에도 침묵하고 있다. 홍콩 민주화 운동의 구호 중 "어제의 광주, 오늘의 홍콩"이 있다. 상징적인 구호다. 우리나라는 군사정권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국가다. 홍콩 또한 중국 정부의 탄압을 이겨내겠다는 의미이자 다짐이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는 '86세대'라 불리는 민주화 운동 세대가 이끌고 있다. 그렇기에 홍콩 문제에 침묵하는 게 더더욱 이해가 안 된다.


 

박도형 : 보이콧은 그냥 '누구를 응원한다'는 차원이 아니다. 세계 어딘가에서 부당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 때 우리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어떤 성명을 내고 어떤 방법으로 그걸 제재하기 위해 노력하느냐. 이건 결국 우리 정부가 국내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우리가 강대국의 눈치를 보거나 외교적인 수 싸움을 떠나 부정의한 일에 부정의하다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나라라면, 홍콩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내는 나라라면 우리나라도 지금과는 조금 다를 거라 생각한다. 억울한 일 때문에 거리에 나오고 철탑에 오르는 일이 덜 했을 거다.


 

프레시안 : 우리는 모두 연결돼있다는 말인가.


 

박도형 : 중국에서 시진핑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존중했더라면, 코로나19 초창기에 의사 고(故) 리원량 씨의 고발로 지금과 같은 팬데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중국의 일'이라고 방조한 결과가 코로나19 팬데믹이다.

 

기술의 발달도 빼놓을 수 없다. 나만 해도 처음 보는 한국 사람보다는 소셜미디어를 팔로우하고 있는 외국 친구들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홍콩의 친구가 느끼는 인권탄압에 더 공감하고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다.

 

이설아 : '보이콧뮬란'은 단순히 영화를 보지 말자는 운동이 아니다. 국가폭력에 침묵하는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폭력에 공감하자는 운동이다.


 

소셜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청년 세대만의 특징도 작용하는 것 같다. 지금 20대 30대 청년들은 보수와 진보의 이념을 떠나 민주주의를 당연하게 누렸다. 그렇기 때문에 권리의 침해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목소리를 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박도형 세계시민선언 공동대표 ⓒ프레시안(최형락)

국제연대, 청년정치의 주요 담론으로 떠오르다


 

프레시안 : 기후·환경 문제나 여성 인권, 난민 문제 등을 보면 청년을 중심으로 국제연대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 같다.

 

박도형 : 우리나라는 인권이나 환경 등의 이슈가 청년 정치만의 주요 화두다. '어른들의 정치'는 이런 거엔 관심이 없다. 그들의 관심사는 검찰개혁, 적폐 청산 이런 것들이다. 우리 곁의 성 소수자나 여성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나 장애인들,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되묻고 싶다. 뭐가 거대 담론인지.


 

나 같은 경우는 5평 원룸에 산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 당장 갈 데가 없다. 여름에 에어컨이라도 고장 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많이 했다. 하물며 쪽방에 사는 취약계층은 어땠겠나. 성 소수자 문제도 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되고 다들 어렵고 힘들다. 혐오도 확산된다. 그런 상황에 성 소수자들은 더 취약하고 위험한 환경에 내몰린다. 젠더 불평등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들에게 '검찰개혁'이나 '적폐 청산'은 그렇게 와닿는 이야기가 아니다.


 

프레시안 : '보이콧뮬란'도 그렇게 와닿는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박도형 : 청년 정치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청년들이 왜 홍콩 민주화 운동에 공감하고 지지를 보내는가. 우리는 군사정권 때처럼 국가로부터 심각한 인권 탄압을 겪지도, 최루탄을 맞아본 적도 없다. 국가폭력에 대해 민주화 세대보다 잘 모른다.


 

그런데도 홍콩에 연대하는 건 민주화 세대가 아니라 청년들이다. 당장 월세 걱정하고 밥값 만 원 넘을까 전전긍긍하는 청년들. 청년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폭력과 좌절이 홍콩의 상황과 어떤 공감대를 갖기 때문이다. 기성세대·기성정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설아 : 민주주의는 청년세대에게 갈등의 축이 아니다. 세계시민선언을 보면 정당 활동했던 친구들이 많은데 나는 보수정당 출신이고 박도형 대표는 진보정당 출신이다. 그런데 지금 세계시민선언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교집합이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를 전제로 토론이 이뤄진다. 기성세대의 정치 이념, 갈등의 축과는 아주 다르다.

 

▲ 이설아 세계시민선언 공동대표 ⓒ프레시안(최형락)

청년 정치, 일상의 정치를 말하다


 

프레시안 : 종합하면 국내 정치에서 국제연대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건 청년 정치 담론이 실종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해도 되나.


 

박도형 : 국회가 말하는 '청년'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국회의 청년 정치는 정당의 깜짝 인재영입식, 보여주기식으로 이뤄진다. 자기들과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 청년을 찾아서 앉혀놓고 청년 정치라고 한다. 젊은 이미지만을 가져가겠다는 거다. '아빠가 허락한 청년 정치'라고 부르고 싶다.


 

그들의 정치는 언어를 쉽게 전유한다. 그 담론이 형성되기까지 현장에서 오랜 투쟁과 논의의 맥락이 있는데. '페미니스트 대통령', '한국형 그린뉴딜' 이런 말도 마찬가지다. 어떤 페미니스트가 권력자의 성추행에 침묵하나. 그린뉴딜도 마찬가지다. 탄소 넷 제로(net-zero) 없는 그린뉴딜은 그린뉴딜이 아니다. '청년 정치'는 그들이 가장 성공적으로 빼앗은 단어라 생각한다.


 

이설아 : 얼마 전 총리실 산하 청년정치위원회가 설치됐다. 12명 민간위원 중 5명이 민주당과 유관하다. 심지어 벤처기업 대표로 영입된 조동인 씨는 '스펙용 창업'이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벤처기업·스타트업을 대표할 인재가 그렇게 없었나. 조동인 씨를 영입함으로써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일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빼앗은 거다. 이게 그들이 원하는 청년 정치인가.


 

프레시안 : 청년 정치는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세계시민선언이 추구하는 청년정치는 어떤 모습인가.

 

이설아 : 나는 '보통 정치'라고 말하고 싶다. 보통 사람들에 의한 일상의 정치다. '보이콧뮬란'도 마찬가지다. 작게는 내가 영화를 하나 안 보는 거지만 여기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면 소셜미디어에서 해시태그를 붙인다든가, 단톡방에서 "<뮬란> 영화에 이런 문제가 있다더라" 이야기 할 수 있다. 일상의 인플루언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는 게 정치의 시작이다.


 

박도형 : 청년 정치는 현장의 정치이자 국회의 정치여야 한다. 지금은 시민단체가 국회 밖에서 하는 집회, 국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논의가 따로 논다. 청년 정치는 아주 작고 사소한 영역부터 일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세계시민선언은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우리 일상의 고민을 세계의 청년들과 나누면서 공감하고 연대하며 의제화하는 것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92115485886697#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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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로동신문’ 브리핑 11호

2020.9.15.~9.21 [발췌본]

 

북의 대표적 언론매체인 <로동신문>의 주요 기사를 주간 단위로 훑어보는 4.27시대연구원의 ‘주간 <로동신문> 브리핑’(주로핑) 11호(2020년 9월15~21일) 발췌본입니다. 주로핑(발췌본)은 주로핑의 분량이 많은 사정을 감안해 거기서 기사를 한 번 더 추려 뽑은 겁니다. [편집자]

북은 왜 큰물과 태풍피해 복구에 전력투구하는 걸까요? 2020년 9월15~21일 <로동신문>을 보면 그 이유를 어림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제 열흘을 넘긴 수도당원사단들의 함경남북도 태풍피해 복구활동과 전체 피해지역에 파견된 인민군 군인들의 활동 소식, 그리고 이들이 피해지역 주민들은 물론, 다른 지역 당원과 기관들에게 미치는 정치사회적 파장 등을 비중 있게 소개했습니다. 또 큰물피해 복구를 마친 황해북도 금천리 강북리를 찾은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 소식과 새집들이한 주민들이 김 위원장에게 감사편지 보낸 소식, 그리고 3년에 걸쳐 공사를 벌여온 평안남도 안석간석지가 준공 소식 등을 알렸습니다.

“가을걷이 힘 있게 다그쳐 올해 농사 성과적으로 결속하자”(9/21)

21일자 <로동신문>은 1면에 사설 ‘가을걷이와 낟알 털기를 힘 있게 다그쳐 올해 농사를 성과적으로 결속하자’를 실어 다수확을 독려했습니다. 신문은 “가을걷이는 한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적인 영농공정”이라며 “씨앗을 뿌리고 정성 다해 가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익은 곡식을 제때에 거두어들이는 것은 더욱 절실한 문제로 나선다. 봄내 여름내 성실한 땀을 바쳐 애써 지은 한해 농사를 어떻게 결속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가을걷이와 낟알 털기 결과에 달려있다. 최근 시기 련이어 들이닥친 자연재해로 하여 적지 않은 농작물들이 피해를 받은 조건에서 소출 감소를 최대로 줄이고 알곡 수확고를 높이자면 결정적으로 가을걷이와 낟알 털기에 총력을 집중하여 짧은 기간에 와닥닥 해제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올해 농사를 성과적으로 결속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실무적인 사업이 아니라 매우 중요한 정치적 사업”이고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활로를 힘차게 열어나가기 위한 절실한 요구”라며 덧붙였습니다.

조선로동당 창당 75주년 기념 선전화 공개

조선로동당 창당 75주년을 기념하는 선전화가 공개됐습니다. 신문은 21일자 2면 기사에서 “영광스러운 조선로동당 창건 75돐 경축 선전화들을 조선로동당출판사에서 창작하여 내놓았다”며 “우리 당 창건이 선포된 유서 깊은 당창건사적관과 붉은 당기, 꽃다발이 형상되고 ‘조선로동당 창건 75돐 경축’이라는 글발이 새겨진 선전화는 로숙하고 세련된 령도로 우리 인민을 승리와 영광의 한길로 이끌어 이 땅 우에 세계가 부러워하는 사회주의 락원을 일떠세운 조선로동당의 빛나는 발전 행로와 위대한 투쟁의 력사를 가슴 뜨겁게 돌이켜보게 한다”고 알렸습니다.

“아랫사람이라도 반말과 롱말 삼가야”

이날 6면엔 ‘언어례절과 우리 생활’이란 꼭지를 실어 “언어례절을 지키는 것은 집단의 화목과 단합에서 중요한 작용을 하며 혁명과업 수행을 적극 떠미는 힘 있는 추동력”이라며 언어예절의 중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직급상, 나이상 웃사람과 아래사람은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혁명동지의 관계이다. 그러므로 ‘동지’, ‘동무’와 같은 부름말을 적극 쓰며 친근감을 느끼게 여러 가지 부름말을 환경과 대상에 맞게 골라써야 한다”고 알렸습니다. 특히 “일군일수록 자신을 무한히 낮추고 말 한마디를 해도 정과 사랑을 담아 하여야 한다”며 “언어례절을 잘 지키자면 함부로 큰소리를 치지 말아야 하며 반말과 지나친 롱말을 삼가하여야 한다. 웃사람이라고 하여 마구 큰소리를 치면 집단의 단합을 해치고 분위기를 흐려놓게 된다. 그러면 본의 아니게 혁명과업수행에 지장을 주는 엄중한 후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아래사람이라고 하여, 가까운 사람이라고 하여 반말을 하고 지나친 롱말을 하는 것도 사람들 사이에 오해를 낳게 하고 집단에 불신을 조성하는 나쁜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새집들이’ 강북리 주민들, “원수님,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편지(9/20)

20일자 2면엔 ‘우리 강북리 인민들의 자애로운 친어버이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 삼가 올립니다’는 제목으로 최근 새집들이를 한 ‘금천군 강북리 주민 일동’ 명의의 18일자 감사편지 전문이 게재됐습니다. 주민들은 편지에서 “온 마을에 밤이 지새도록 춤바다가 펼쳐지고 행복의 웃음이 꽃펴날수록 우리들이 당한 재난을 가셔주기 위해 기울이신 경애하는 원수님의 천만 로고가 가슴에 사무쳐와 북받치는 격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며 “원수님께서 손수 짚어보신 방바닥이며 만시름 놓으시고 앉으셨던 창턱이며 높낮이를 가늠해보신 천정이며 부뚜막이며 가마랑 얼마나 맞춤하고 좋은지 정말 우리들의 마음에 꼭 듭니다”고 고마워했습니다.

“당이 피해복구 전구를 최전선으로 정한 것은…”(9/19)

19일자 <로동신문>은 1면에 사설 ‘기적 창조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려 당창건 75돐과 당 제8차 대회를 보위하자’를 실어 “우리 당이 혁명적 사변들을 앞둔 시기에 경제적 실리가 큰 분야가 아니라 인민들의 고통을 가셔주기 위한 피해복구 전구를 최전선으로 정한 것은 인민의 운명과 생활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보살피는 자기의 사명에 끝까지 충실하려는 드팀 없는 의지의 발현으로 된다. 경제건설에서 아무리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여도 한지에서 불편과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승리로 될수 없다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립장”이라며 “우리 당에 있어서 피해복구는 실리를 따져가며 하는 사업이 아니라 천사만사를 제쳐놓고 반드시 해야 할 최급선무이며 모든 국가적 잠재력을 총동원하여 단숨에 해제껴야 할 중대사이다. 피해복구 과정을 통하여 당에 대한 인민의 절대적인 신뢰심은 더욱 두터워질 것이며 그것은 억만금과도 바꿀 수 없는 사회주의 조선의 가장 값진 재부로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의 네 가지 ‘국풍’

국풍(國風). 한 나라 특유의 풍속, 습관을 말하는 건데요, 19일자 신문은 1면 ‘주체조선의 자랑찬 력사와 더불어 빛나는 국풍’ 기사에서 “백두에서 개척된 주체혁명위업을 빛나게 완수하자면 사회의 모든 분야를 주체사상의 요구대로 개조해나가는 것과 함께 사회생활 전반에서 우수한 국풍을 철저히 확립하고 적극 창조해나가야 한다”며 북의 국풍을 알렸는데요, 먼저 “령도자는 인민을 굳게 믿고 끝없이 사랑하며 인민은 령도자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높이 받들어나가는 것은 주체조선의 제일가는 국풍”이라네요. 이어 “당정책 결사 관철은 주체조선의 고유한 국풍”, “자력갱생의 투쟁 기풍은 주체조선 특유의 국풍”, “전사회적으로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고 그들과 언제나 고락을 함께하며 이겨내는 고상한 정신도덕적 미덕은 사회주의 조선의 훌륭한 국풍”이라고 알렸습니다.

구호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유격대식으로!’의 유래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유격대식으로!’ 북을 대표하는 구호들 가운데 하나죠. 19일자 신문은 2면에 ‘위대한 향도, 승리와 영광의 75년’ 연재꼭지로 실은 ‘혁명전통 교양의 전성기가 펼쳐지던 격동적인 나날에’ 기사에서 이 구호의 유래를 소개했습니다. 이 구호는 1974년 3월 당시 김정일 비서가 만들었다는데, 구호에 관한 구상은 두 해 전인 1972년에 이미 했다는군요, 5월인데도 눈보라가 날리던 어느 날 김 비서가 백두산에 오르려는 것을 동행한 일꾼들이 말리자 “이렇게 백두의 사나운 눈보라와 맞서도 보고 험한 눈길도 헤쳐보면서 고난의 행군길을 돌이켜보아야 조선혁명이 어떤 혈로를 헤쳐왔는가 하는 것을 깊이 깨달을 수 있고 앞으로 우리 혁명의 앞길에 그 어떤 난관이 가로놓여도 쉽게 극복할 수 있다”며 기어이 백두산 정상에 올랐답니다. 그리곤 “우리는 혁명의 앞길에 밝은 전도가 열려지고 혁명투쟁에서 커다란 승리가 이룩될수록 백두의 혁명정신으로 투쟁하며 계속 전진하여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여 우리는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유격대식으로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답니다.

“한시도 늦출 수 없고 한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

<로동신문>이 “한시도 늦출 수 없고 한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연재꼭지가 있는데요, 바로 ‘반제계급교양’입니다. 이날자 6면엔 ‘자료의 생동성과 높은 실효’란 제목으로 함흥시 흥남구역계급교양관을 소개했는데요, “계급교양의 높은 실효는 무엇에 의해 담보되는가. 함흥시 흥남구역계급교양관 일군, 강사들의 활동이 그에 대답을 준다”고 치켜세울 정도로 모범사례인 것 같습니다.

이곳의 주혜영 강사는 “일제의 강제징용, 징병의 야만성과 악랄성을 폭로하는 강의를 준비”하다가 “우에서 내려보낸 강의자료를 형상만 잘하여 전달하는 것으로 강사의 책임을 다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는 고민이 들어 “보다 생동한 자료, 특히 자기 고장의 자료가 없겠는가” 생각한 끝에 흥남비료연합기업소의 계급교양실을 찾았답니다. 거기서 “해방 전 흥남비료공장(당시)에 끌려와 이름마저 빼앗기고 ‘징용 32’로 불리우며 소년 로동을 강요당한 한 로인의 증언자료를 찾아 강의에 반영하였는데 참관자들의 반영이 대단하였다”고 하네요. 흥남구역계급교양관에선 이에 기초해 <‘징용 32’는 고발한다>는 제목의 교양자료를 만들어 여러 지역을 순회하는 이동강의를 진행했는데 호평을 받았답니다.

주혜영 강사는 또 전쟁 당시 ‘흥남 폭격’을 직접 목격한 하흔 살 할머니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곤 직접 찾아가 “시장에 갔다 오다가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으며 몰려오는 적기를 보고 대피하였는데 폭격이 끝난 후 나와보니 비료공장 굴뚝이 하나도 남지 않고 건물도 성한 것이 없었다…”는 증언을 들었답니다. 이를 교재로 인민군대에 탄원한 고급중학교 졸업반 학생들에게 ‘무차별적인 폭격, 포격으로 혹심하게 파괴된 흥남 땅’이란 강의를 하고 “뒤끝에 노래 ‘하나밖에 없는 조국을 위하여’를 불러주었는데 그 여운이 참으로 컸다”고 하네요.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에서 새집들이 행사(9/18)

지난 15일자 <로동신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지도했다고 보도된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에서 17일 태풍피해 주민들의 새집들이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신문은 18일자 1면에 ‘자연의 광란이 휩쓴 땅에 솟아난 행복의 터전’ 기사에서 “강북리 인민들이 당의 원대한 농촌 건설구상이 희한한 현실로 꽃핀 만복의 터전에 보금자리를 펴게 됨으로써 인민들이 사회주의 문명을 향유하면서 보람찬 삶을 누리게 하려는 당중앙의 숙원이 또 하나 풀리게 되었다. 우리 당의 은정 속에 피해복구된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 소재지 마을 살림집입사모임이 17일에 진행되였다”고 전했습니다.

정론 ‘자랑 중의 자랑, 가장 큰 복’… 피해복구 인민군 군인들에 “감사”

18일자 2면엔 정론 ‘자랑 중의 자랑, 가장 큰 복’에서 피해복구에 투입된 인민군 군인들의 노고를 치하했는데요, 신문은 지난 14일께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를 칮아 “인민군대는 이 땅의 모든 기적의 창조자들이라고, 인민군대의 진정한 위력은 병력의 수나 총포탄의 위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자기 국가와 인민에 대한 열렬한 사랑과 자기 당과 혁명위업에 대한 굳은 믿음을 간직한 사랑과 믿음의 정신적 힘을 지닌데 있다고, 나라와 인민, 자기 당과 혁명위업에 이렇듯 충직한 강한 혁명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우리 당과 국가의 자랑중 제일 큰 자랑이고 자신께서 지니고 있는 가장 큰 복”이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곤 “이 세상 그 어디에서도 우리 인민군대처럼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 앞에 그처럼 충실하고 그처럼 헌신적인 혁명군대는 찾아볼 수 없다. 당에서 그어주는 붉은 화살표의 제일 앞장에서 내달리며 조국보위와 사회주의 건설에서 진격의 돌파구를 열어가는 인민군대를 우리는 가장 긍지 높고 영예롭게 여기고 있으며 그 어느 나라나 인민도 지닐 수 없는 자랑 중의 자랑, 가장 큰 복으로 자부하고 있다”고 알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영도업적 소설화한 총서 <불멸의 려정> 첫 작품 <부흥> 발간

김정은 위원장의 영도 업적 등을 소설로 다룬 총서 <불멸의 려정>의 첫 번째 작품 <부흥>이 출간됐다고 합니다. 신문은 4면에 “4.15문학창작단에서 조선로동당 창건 75돐을 맞으며 경애하는 원수님의 불멸의 혁명업적과 위대성을 형상한 총서 <불멸의 려정> 중 장편소설 <부흥>(김일성상계관인 백남룡 작)을 새로 창작하여 내놓았다”며 “총서 <불멸의 려정>은 총서 <불멸의 력사>, <불멸의 향도>와 함께 수령의 위대한 혁명력사와 불멸의 업적을 오늘의 세대는 물론 후손만대에 길이 전하는 또 하나의 력사 문헌과 같은 것으로서 사람들의 투쟁과 생활의 참된 교과서, 혁명의 무기로 된다”고 알렸습니다.

평안남도 온천군 안석리~석치리 10여㎞ 안석간석지 준공(9/17)

3년에 걸쳐 공사를 벌여온 평안남도 안석간석지가 준공됐답니다. 17일자 <로동신문>은 2면 ‘서해의 날바다 우에 솟아오른 자력갱생의 창조물’ 기사에서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의 일군들과 로동계급은 당의 사상관철전, 당정책 옹위전의 불길 높이 횡포한 자연의 광란을 길들여 3년 남짓한 기간에 간석지를 만년대계의 창조물로 일떠세웠다”며 “서해의 날바다 우에 수십 리에 달하는 제방을 막아 일떠세운 안석간석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적을 끊임없이 이룩하며 우리 당의 웅대한 대자연개조 구상을 빛나는 실천으로 받들어가는 용감한 바다의 정복자들이 어머니당에 드리는 자랑찬 로력적 선물로 된다”고 호평했습니다.

“철탑이야 다시 세우면 돼,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상하지 않는 것”(9/16)

16일자 2면엔 ‘“우리 원수님 보내주신 당중앙위원회 일군들이 왔다!”’는 제목으로 은파군 대청리 외의 황해남도 큰물피해지역에 파견된 당중앙위 일꾼들을 만난 인민들의 반응을 전면에 담았는데요, 먼저 눈길을 끈 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25일 태풍 8호 ‘바비’가 북 지역에 영향을 미칠 때 황해남도와 각 군의 당위원장들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대책 등을 지시한 겁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도 당위원장과 통화에서 태풍에 철탑들이 넘어졌다는 보고를 받자 “철탑이야 다시 세우면 되지 않는가,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했으며, 당위원장이 또 농작물 피해를 걱정하자 “알곡 생산도 중요하지만 기본은 인민들이 신심을 잃고 나앉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인민들 속에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답니다.

전쟁노병 할아버지 일기를 아들‧손자가 수첩에 베낀 까닭

전쟁노병 할아버지의 일기장 내용을 아들과 손자가 수첩에 베껴 간직해 온 이유는 뭘까? 신문은 16일자 6면에 ‘보풀이 인 수첩을 보며’란 수필을 실어 이런 궁금증을 자극하는 사연을 소개했는데요, <로동신문> 기자가 태풍피해 복구활동 중인 제1 수도당원사단을 찾았을 때 한 만난 20대 청년에게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가를 묻자 품안에서 작은 수첩 하나를 꺼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답니다. “전쟁로병이였던 우리 할아버지의 일기장을 정리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적어둔 수첩입니다.”

얼마나 자주 봤는지 수첩은 몹시 보풀이 일었다는데요, 어느 갈피에 이런 대목이 있었답니다. “…가장 준엄한 때에 조국을 위해 목숨 내대고 싸웠다는 자랑, 이것이야말로 후날 자식들에게도 떳떳이 말할 수 있는 청춘시절의 가장 큰 자랑이다.…”

그런데 그 수첩은 청년의 아버지가 써오던 것이었다고 합니다. 청년의 아버지는 “이 수첩을 가슴에 품고 조국이 가장 어려웠던 고난의 시기 청년영웅도로 건설장에 달려 나가 청춘시절을 값있게 보냈다”고 하네요.

청년은 “할아버지처럼 청춘시절을 떳떳하게 추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는데, 이를 지켜본 기자는 “비록 수첩은 작아도 거기에는 위대한 년대의 전승세대들처럼 하나밖에 없는 조국을 위하여 청춘도 생명도 서슴없이 바쳐 싸울 때 누구나 청춘시절을 값있게 추억할 수 있다는 철의 진리가 담겨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그 수첩이 무심히 안겨오지 않았다. 그것은 인생의 귀중한 청춘시절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쳐주는 참된 삶의 교과서로 나의 마음속에 깊이깊이 새겨졌다”고 알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강풍피해 복구한 황북 강북리 현지지도(9/15)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군인들이 동원돼 폭우와 강풍피해를 복구한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를 현지지도했다고 15일자 <로동신문>이 1면에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복구 건설 결과를 보곤 “지난날 락후성에 피해까지 겹쳐 보기에도 처참하기 그지없던 농촌마을을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흔적도 없이 털어버릴 수도 있는가. 마치 다른 세상을 보는 것만 같다”면서 “우리 당의 원대한 농촌 건설구상, 지방 건설방침이 우리 군인들의 애국적 헌신과 투쟁에 의하여 또 하나 가장 정확히 집행되는 성과가 이룩되였다”고 호평했습니다. 이어 “최근 나라의 여러 지역에 전개된 재해복구 전선마다에 주력으로 나선 우리 군인들이 발휘하고 있는 영웅적인 투쟁소식을 매일과 같이 접할 때마다 전체 인민군 장병들이 지니고 있는 진할 줄 모르는 무한대한 정신력과 열렬한 애국심, 당과 인민에 대한 끝없는 충효심을 가슴 뜨겁게 느끼며 그들의 헌신과 고생 앞에 머리가 숙어졌다”면서 “나라와 인민, 자기 당과 혁명위업에 이렇듯 충직한 강한 혁명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우리 당과 국가의 자랑 중 제일 큰 자랑”이라고 격찬했습니다.

북은 왜 큰물과 태풍 피해 복구에 전력투구할까?

북이 큰물과 태풍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활동에 전력투구를 하고 있는데 왜 그런 걸까요? 신문은 15일자 2면 논설 ‘피해복구 전투는 중요한 정치사업’에서 그 이유를 설명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먼저 “피해복구 전투는 우리 당과 국가 존립의 초석인 일심단결을 백방으로 다지기 위한 정치적 사업”이라며 “우리 당은 인민을 품에 안고 사랑과 정으로 보살피는 위대한 어머니이며 우리 인민 모두는 당의 품에 운명도 미래도 다 맡기고 사는 자식들이다. 피해복구 전역에서 승전 포성이 울려야 어머니당에 기쁨을 드리고 온 나라에 로동당 만세 소리, 사회주의 만세 소리가 차넘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피해복구 전투는 시련이 겹쌓일수록 더욱 용감히 맞받아 뚫고나가 새로운 활로를 열어나가는 주체조선의 기상과 위력을 남김없이 과시하기 위한 중요한 혁명사업”이라며 “오늘의 피해복구 전투는 단순히 자연의 광란으로 하여 파괴된 건물이나 시설물, 생활조건과 환경의 원상복구가 아니다. 이번에 손을 대는 바에는 인민들의 요구와 지향, 시대적 수준에 맞게, 먼 후날에도 실용적으로나 미학적으로 손색이 없게 훌륭하게 일떠세워야 한다는 것이 우리 당의 뜻이다. 우리가 당의 구상과 의도대로 피해복구 전투를 결속하기만 하면 오늘의 시련과 난관을 사회주의 건설에서 보다 큰 걸음을 내짚는 좋은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곤 “혁명과 건설의 주인, 직접적인 담당자는 인민대중이다. 때문에 사회주의 건설을 힘 있게 다그쳐나가자면 무엇보다 주인들이 사상정신적으로, 기술적으로 준비되여야 한다. 인간은 실천투쟁 속에서 빨리 성장하게 되고 엄혹한 난관을 이겨내며 더욱 강의해진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피해복구 전투장은 우리 인민이 강국건설의 담당자로서의 풍모와 자질을 갖추는 데서도 훌륭한 교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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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로동신문 브리핑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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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도우미에게 재판서 진 고위공직자... 추악한 사건 전말

[이봉렬 in 싱가포르] 싱가포르를 뒤흔든 세기의 재판

등록 2020.09.22 07:39 수정 2020.09.22 07:39
 
9월 10일, 싱가포르 공기업 창이공항그룹(이하 CAG) 회장인 리우 문 롱(이하 리우)이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그가 맡고 있던 싱가포르 투자회사 테마섹의 고문직, 인프라컨설팅 회사인 서바나 주롱의 회장 자리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CAG는 한국의 인천공항공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으로, 리우는 2009년 6월 취임 후 창이공항을 지금과 같은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만든 인물입니다.

그 전에는 싱가포르의 대표적 부동산투자회사인 캐피탈랜드의 CEO였고,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교수 및 정부 외 여러 기관에서 위원을 역임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싱가포르 대통령 훈장을 받았을 뿐 아니라 프랑스의 경제에 기여한 공로로 프랑스에서도 훈장을 받을 만큼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 경제 발전에 대한 공로로 프랑스 훈장을 받는 리우 문 렁 ⓒ 싱가포르 주재 프랑스 대사관

 
그런 그가 스스로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 이유는 자신이 고용했던 인도네시아 출신 가사도우미와 관련한 고발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사건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리우가 자기 집에서 9년 동안 일했던 가사도우미를 절도 혐의로 고발했는데, 4년 간의 재판 끝에 가사도우미에게 무죄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싱가포르의 최상위 공직자인 리우가 인도네시아에서 온 가사도우미를 쫓아내고 절도죄를 뒤집어 씌웠는데 그게 재판을 통해 무고로 드러났습니다.

그의 갑질이 알려지고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자 판결이 난 지 일주일 만에 리우가 모든 공직에서 사임을 하게 된 것입니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이번 사건을 처음부터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도록 하겠습니다.

부당노동 항의하니 가사도우미 해고
 

▲ 가사도우미 소개 업체의 모습. 두 명의 가사도우미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여기서 대기 하는 동안은 수입이 없습니다. ⓒ 이봉렬

 
전체 인구 580만 명인 싱가포르에는 약 26만여 명의 가정부가 있습니다. 싱가포르 가정의 5분의 1 정도가 가정부를 고용합니다. 맞벌이를 하는 가정이 많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가정부 고용 비용이 한 달 80만 원 정도로 싱가포르 소득 수준에 비해 그리 높지 않아서 많은 가정이 가정부를 들입니다. 가사도우미들은 대부분 미얀마,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주변의 가난한 나라에서 온 여성들입니다.

인도네시아 여성인 파르티 리야니(이하 파르티)는 2007년부터 리우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9년 정도 일하는 동안 리우 가족과 특별한 불화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2016년에 리우의 아들 카알이 분가를 해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카알은 이사한 집의 청소를 파르티에게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고용이 된 집 외의 다른 곳에서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카알은 이사 나가기 전에도 몇 번이나 그의 사무실 청소를 맡기기도 했습니다. 
 

▲ 법정에 출두하는 리우의 아들 카알과 가사도우미 파르티 ⓒ 스트레이트 타임스 화면 갈무리

 
파르티는 분가해서 나간 카알의 집 청소까지 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따졌으나, 그에 대한 리우의 답은 해고였습니다. 9년을 일한 집에서 갑자기 해고당한 파르티는 화를 참지 못하고 노동부에 불만을 제기하겠다는 말을 리우 가족에게 해버렸습니다.

해고 당한 파르티가 짐을 정리하기 위해 허락 받은 시간은 단 두 시간뿐이었습니다. 서둘러 상자 3개에 짐을 챙겼으나, 시간이 부족해 채 봉인도 끝내지 못했습니다. 파르티는 리우 가족에게 상자를 인도네시아로 보내 달라고 요청한 다음 싱가포르를 떠났습니다. 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체포된 가사도우미

한달 뒤 파르티는 다른 일자리를 찾기 위해 다시 싱가포르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싱가포르에서 그를 맞아 준 것은 새로운 일자리가 아니라 공항에서의 체포였습니다. 파르티가 인도네시아로 떠난 후 리우 가족이 파르티의 소지품 상자를 열어 촬영한 후 그 안에 있는 물건 일부가 훔친 물건이라며 그녀를 절도 혐의로 경찰에 신고를 한 것입니다. 

파르티는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그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리우 가족이 도난 당했다고 신고한 가방과 휴대폰 등을 싱가포르에 오면서 그대로 들고 왔고, 그게 절도의 증거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 날 이후 오랜 조사가 진행되었고 다음 해 8월 파르티는 절도 혐의로 기소가 되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리우는 지난 10년 동안 몇 번이나 그녀가 물건을 훔치는 걸 눈치챘으나 그 동안은 눈감아 줬다고 말했습니다. 파르티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물건을 따로 보관했고, 때로는 못 쓰게 된 물건을 리우의 부인이 가져도 된다고 해서 가졌을 뿐이라고 항변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리우의 손을 들어 줬습니다. 2019년 3월, 재판부는 파르티가 3만 달러 (약 2600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친 혐의가 인정된다며 2년 2개월의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공항에서 체포된 지 2년 3개월여 만에 나온 판결이었습니다.

뒤집어진 판결

파르티는 항소했고,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2020년 9월 4일, 항소심 재판 결과가 나왔습니다. 2심 재판부는 1심의 유죄 판결을 뒤집고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리우 가족의 물건이 파르티의 상자에서 나왔고, 심지어는 싱가포르에 입국하는 파르티의 소지품에서도 나왔음에도 무죄가 선고된 것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우선 도난 당했다는 물건들의 상태가 파르티에게 유리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낡은 DVD플레이어는 고장이 나서 수리가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최상위 부자인 리우의 가족이라면 수리하는 대신 버리고 새 것을 사는 게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오래 된 휴대전화 2개, 얼룩이 묻은 선글라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단 당했다고 주장한 물건들이 사실은 리우의 가족에게는 버리는 물건이었고, 파르티는 그걸 고쳐서 쓸 생각으로 보관을 했을 뿐이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두번째로는 리우 가족의 진술에 많은 허점이 있었습니다. 증거물인 낡은 가방을 두고 파르티는 이웃집 쓰레기통 근처에서 주웠다고 했는데, 리우 가족은 도난 당했다고 했지만 언제 샀는지, 어디서 샀는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못했습니다. 재판부는 파르티의 주장이 더 타당하다고 봤습니다.
 

▲ 남자인 카알이 도난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용 드레스 ⓒ HOME

 
불화의 당사자인 카알의 진술은 신빙성이 더 많이 떨어졌습니다. 파르티가 훔쳤다고 하는 옷이 여성용인데, 카알은 자신이 가끔 여성용 옷을 입기도 한다고 했고, 고장이 나서 못 쓰게 된 중가 시계를 두고도 그 가치가 2만5000달러(약 2200만원)가 된다고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도난 당했다고 주장하는 물건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경찰이 작성한 조서도 부실했습니다. 파르티가 조사를 받는 동안 경찰은 영어와 말레이시아어(Bahasa Melayu)를 혼합하여 질문했고, 파르티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어(Bahasa Indonesi)를 사용해서 답변했습니다. 제대로 된 기록을 위한 통역사 없이 다른 수사관이 번역을 하는 수준이어서 경찰이 제출한 진술 내용 자체에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봤습니다. 파르티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모든 상황을 종합해서 이번 사건은 리우 가족이 물건을 도둑맞아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부당노동행위를 노동부에 신고하겠다고 한 파르티를 인도네시아로 돌려 보내서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벌어진 일이라고 봤습니다.

최고위 공직자에게 쏟아지는 비판

이 같은 재판 결과가 나오자 리우에게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사회적 약자인 가사노동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부당한 대우를 한 것도, 1심 재판부가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결국 재판 결과가 나온 지 일주일만에 리우가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닙니다. 코로나19와 실업률 문제를 빼면 지난 2주 동안 싱가포르는 이 사건이 모든 이슈를 다 삼켜 버릴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우선 현 법무부 장관은 리우가 캐피탈랜드의 회장으로 있을 때 이사로 함께 일했던 이력 때문에 의심의 눈길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법무부는 장관이 재판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발표하면서 차관 주재 하에 재판 과정을 다시 점검해서 필요한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노동부에서는 리우 가족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파르티의 신고를 제대로 처리했는지를 다시 살펴보고 있습니다. 의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불공정한 사례가 있었는지를 따져 물었고, 내무부 장관은 답변을 통해 전체적으로 조사 후 장관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가난한 이웃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에 대한 싱가포르 상류층의 갑질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 주는 사례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 사건 이전에도 가사도우미를 대상으로 한 학대 행위가 뉴스에 자주 나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목소리도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가난한 가사도우미가 시민단체와 공익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싱가포르 최상위 권력자와 법정 다툼을 해서 이길 수 있는 그런 제도적 장치가 되어 있음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는 겁니다.

조력자들
 

▲ 싱가포르의 이주민 지원 단체 홈 (HOME) 웹사이트 ⓒ HOME

 
파르티가 4년의 법정투쟁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싱가포르의 이주민 지원 단체 홈(HOME : Humanitarian Organisation for Migration Economics)의 역할이 큽니다. 절도 혐의로 기소된 파르티는 다른 일을 구할 수도 없었고, 지낼 곳도 없었습니다. 그런 파르티에게 홈은 쉼터를 제공했고, 프로보노(Pro Bono : 변호사를 선임할 여유가 없는 이에게 보수를 받지 않고 법률서비스를 해 주는 것)를 통해 변호사 지원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프로보노가 아니었다면 변호사 비용만 15만 달러 (약1억2900만원) 이상이 들었을 거라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가사도우미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기에 홈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재판 자체를 포기하고 징역을 살게 됐을 것입니다. 홈은 파르티를 후원하기 위해 크라우딩펀드를 열어 2만8560달러(약 2450만원)을 모금하기도 했습니다.

싱가포르 최상위 공직자와 이주노동자인 가사도우미의 법정 다툼에서 정황과 증거만을 가지고 가사도우미의 손을 들어준 재판부의 불편부당함도 평가해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의 경우 계란 한 판을 훔쳐도 1년 6개월의 징역을 선고 받고, 성추행을 저질러도 재벌회장이라면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한국과 비교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 1심에서 보여준 부실한 재판 등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런 게 드러났을 경우 의회와 정부가 나서서 적극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책을 내놓는 노력은 한다는 것도 긍정적입니다.
  

▲ 최종 판결 후 프로보노 변호사 아닐 발찬다니와 함께 한 파르티 ⓒ HOME

 
재판이 진행된 지난 4년 간 인도네시아로 돌아 갈 수도 없고, 돈을 보낼 수도 없었던 파르티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알리지 않았습니다. 연로하신 어머니의 건강을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파르티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4년 동안 일하지 못한 데 대한 보상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보상이 마무리되면 고향으로 돌아가서 작은 가게를 열고 싶다고 합니다.

반면 모든 공직에서 내려온 리우는 앞으로 부당노동행위와 무고에 대해 조사를 받게 될 예정입니다.

파르티는 판결이 나온 후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저는 리우를 용서합니다. 다만 다른 직원에게는 그런 일을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말을 새겨 들어야 할 사람, 리우 말고도 많을 겁니다.
싱가포르에도, 한국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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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늑장 전술’ 무력화할 공수처법 개정안 국회 논의 본격 착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0/09/22 07:38
  • 수정일
    2020/09/22 07:3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공수처법 개정안 적극 힘 실은 추미애 “국민 다수가 바라는데 소수가 배제하는 것도 비민주적”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0-09-21 18:39:06
수정 2020-09-21 18:39:06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윤호중 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406호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회를 선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0.09.21
윤호중 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406호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회를 선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0.09.21ⓒ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지연 전략을 무력화할 수 있는 공수처법 개정안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면서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날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이 상정돼 제1법안심사소위로 넘겨졌다. 김 의원이 지난달 24일 발의한 개정안은 현행 '여야 교섭단체에 각 2명씩' 추천하도록 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몫을 '국회에서 추천하는 4명'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지금처럼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절차가 늘어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자당을 뺀 여야 합의로 통과된 공수처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자당 몫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협조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법에 명시된 공수처 출범 시한(7월 15일)은 이미 두 달이나 지난 상태지만 차일피일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이다.

이에 김 의원을 비롯한 박범계 의원과 법사위 여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까지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숙려기간이 끝난 김 의원의 개정안이 먼저 상정됐다. 이후 소위에서는 박 의원과 백 의원의 개정안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두 달 동안 자당 몫 추천위원 선임 미뤘던 국민의힘
개정안 상정되자 "야당 비토권 준다 하지 않았나" 발끈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도읍 미래통합당 간사가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도읍 미래통합당 간사가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국민의힘 법사위 의원들은 이날도 공수처가 위헌이라며 전체회의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공수처가 위헌이냐, 아니냐'를 따져 물었다. 당연히 개정안 처리 역시 공개적으로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작년 패스트트랙으로 공수처법을 통과시킬 때 여당에서 내세운 논리가 공수처장 임명에 야당의 비토권을 주겠다, 그래서 공수처장 후보 임명 시 야당이 반대하면 임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공수처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는데, 그렇다면 작년 패스트트랙 논리가 깨진다. (그러면) 패스트트랙이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꼴이라 개정안 처리에 반대한다"고 억지 주장을 펼쳤다.

이에 추 장관은 "(공수처법 개정안의) 제안 설명을 들어보니 '소수 의견으로 다수가 배제되는 것 또한 비민주적'이라는 말이 크게 공감 간다"며 "이 법안은 (법에 정해진) 권한을 (어느 한 정당이) 행사하지 않을 경우 보완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것이다. 개혁 법안 진행의 장애를 제거해서 신속하게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공수처법 개정안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민주당에서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가 공석이라는 점을 짚으며 "민주당이 추천에 협조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데, 우리도 개정안을 내면 신속히 출범할 필요가 있으니 찬성하겠냐"고 공세를 펼쳤다.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도 "특별감찰관은 왜 방치하고 있나, 20대 국회 때 민주당이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에 동의하지 않고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런 부분이 있어서 청와대나 민주당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희가 추천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지 않나. 특별감찰관 임명과 동시에 하자는 건데 거대 여당이 동의해주지 않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이 공수처의 법정 출범 시한이 지났다는 논리로 압박을 가하자 특별감찰관 역시 공석 상태라며 반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수처와 특별감찰관, 북한인권재단 추천 문제를 '일괄 타결'하자는 민주당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오히려 국민의힘이었다.

이후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수처 위헌 여부부터 따져야 한다고 계속 강변했다. 추 장관은 "공수처가 헌법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제 생각에는 당연히 (공수처는) 헌법에 근거하고 있고 공수처법은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등을 준용하게 돼 있어서 헌법이나 관련 법과 어긋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맞받아쳤다.

추 장관은 '정상적 절차를 거친 법률은 위헌 판결 나기까지 합법으로 보는 게 맞지 않느냐'는 법사위 민주당 간사 백혜련 의원의 질의에 "법무부도 법안의 위헌 여부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는데, 법무부 입장은 위헌 요소가 없다"고 못 박았다.

"공수처 개정안 불가피" 야당 압박 수위 높이는 민주당
추미애 "공수처 지연시키는 건 대의민주주의에 반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406호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2020.09.2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406호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2020.09.21ⓒ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이 자당에 부여된 권리를 사실상 포기한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해 공수처 출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미 시행 중인 공수처법을 사실상 국민의힘이 전혀 협조하지 않고, 이 부분에 대한 입장도 분명하지 않고, 또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것을 볼 때 비록 국민의힘 전신이 반대했더라도 국회에서 유효하고 적법하게 통과된 공수처법을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의원은 박종문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향해 "야당이 (공수처법) 위헌이라고 주장하는데 이거 대체 심의하나, 안 하나. 헌재는 생각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라며 "야당이 반대하니까 국회 다수결로 통과된 법률을 지키지 않겠다? 그럼 음주운전자가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에 반대하니까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윤창호법'에 대해 처벌받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헌재대로 조속한 결론을 내 달라"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9월 중 야당의 협조가 원활히 되지 않으면 대체 입법을 통해서라도 공수처가 반드시 출범돼야 한다. 9월 중에 되지 않으면 10월은 국정감사 기간이다. 국감 기간 중 법안심사를 못 한다는 법은 없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11월은 예산 국회"라며 "조속한 심사를 원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같은 당 신동근 의원도 "결국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추천을 안 했기 때문에 추천 규정 자체를 바꿈으로써 공수처 설립 운용을 신속하게 하려는 게 개정안의 취지"라며 "불가피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민 의원은 "이미 출범일이 두 달 지났다. 두 달간 불법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서 아주 신속한 국회의 입법 대응이 요구된다"며 "소위에서 심의가 끝나지 않으면 한 달이건, 두 달이건 심지어 4년 내내 전체회의에 안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절대 안 된다. 소위에서 언제까지 (개정안을) 심의, 의결을 해달라는 주문을 법사위원장이 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추 장관도 "공수처는 신속하게 출범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것을 추천하지 않는 방식으로 좌초시키거나 지연시키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 국민 다수가 바라는 바를 소수가 배제하는 것 또한 비민주적이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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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한반도 평화 선언’, 종교인들 나섰다

한반도종전평화캠페인, 명동성당․기독회관 앞 1인 시위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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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21  16: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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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종전 평화 집중행동 주간>(9.14~26)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1일부터 종교인들이 1인 시위에 나섰다. 21일 낮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강주석 신부 등이 캠페인에 나섰다. [사진제공 - 한반도종전평화캠페인]

9월 남북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맞아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이 진행하고 있는 <한반도 종전 평화 집중행동 주간>(9.14~26)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1일부터 종교인들이 1인 시위에 나섰다.

국내외 400여 개 단체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은 한국전쟁 발발 70년인 2020년부터 정전협정 체결 70년이 되는 2023년까지, 전 세계 1억 명의 ‘한반도 평화 선언(Korea Peace Appeal)’ 서명과 각계의 지지 선언을 확보하기 위한 공동행동이다.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달 21일부터 25일까지 “종교인들이 각 종교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간다”며, 명동대성당 들머리 입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정문 앞, 흑석동 원불교소태산기념관 정문 앞, 경운동 천도교 중앙대교당 수운회관 앞 등에서 ‘한반도 종전과 평화를 위한 Korea Peace Appeal 함께 서명해요’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21일 낮,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정문 앞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 평화공동체운동본부 한세욱 목사가 1인 시위에 나섰다. [사진제공 - 한반도종전평화캠페인]

종교인들의 1인 시위 외에도 서울 광화문 광장과 혜화역 2번 출구, 제주시청 앞 등에서 릴레이 1인 시위가 진행된다.

종교인 1인 시위 첫날인 21일에는 서울 명동대성당 들머리에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강주석 신부와 수녀들이 1인 시위와 서명운동을 진행했고,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 정문 앞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 평화공동체운동본부 한세욱 목사 등이 1인 시위를 진행했다.

1인 시위를 마친 강주석 신부는 <통일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오늘 12시부터 1시까지 명동성당 앞에서 진행했고 서명도 받았다”며 “대부분 관심 가져 주시고 서명에도 참여 주셨고, 잘 이해하지 못한 분들과 대화도 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평했다.

   
▲ 명동성당 앞을 지나는 시민들이 종교인들의 캠페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 - 한반도종전평화캠페인]

강 신부는 “한국전쟁이 발발된 지 70년이 지났는데 아직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한국사회, 국제사회에도 그런 인식을 잘 못했던 것도 현실”이라며 “남북관계, 북미관계 개선이 어려운 것도 전쟁 중이기 때문인데, 선후관계야 있겠지만 전쟁을 종식하는 것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중요한 이슈”라고 짚었다.

나아가 “앞으로 우리가 3년 동안 열심히 해야 하고 각 교구에서도 움직임이 지금 있다”며 “코로나 때문에 대대적인 서명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최근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이신 김희중 대주교님이 서명하시고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해 여러 교구에서 함께 움직일 것 같다”고 교계의 긍정적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 한반도종전평화캠페인은 전 세계 1억 명의 '한반도 평화 선언'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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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심사하겠다”던 이해충돌방지법…그 뒤 5년 지났다

등록 :2020-09-21 04:59수정 :2020-09-2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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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이해충돌방지법 이번엔 처리?

2015년 김영란법 핵심 취지였지만
국회 “포괄적” 이유로 뺀 뒤 감감
시민단체 “의원들 달갑지 않은 법”
논란 때마다 정쟁 도구로만 활용

정부 수정 제출안 정무위에 계류
여야, 여론 참작해 논의 시동걸듯
박덕흠 의원(왼쪽 세번째) 등 당시 자유한국당 재선 의원들이 지난해 1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덕흠 의원(왼쪽 세번째) 등 당시 자유한국당 재선 의원들이 지난해 1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은 좀 더 심사하도록 하겠습니다.”

 

2015년 7월21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당시 새누리당 김용태 소위원장은 이런 말로 이해충돌방지법 논의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좀 더 심사하자”던 법안은 5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잠자고 있던 법안을 ‘깨운’ 수준, 딱 거기까지였을 뿐 법안 심사로 확장되지 못했다. 국회가 손 놓고 있는 사이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 일가가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대 공사를 수주하고, 삼성물산 사외이사를 지낸 같은 당 윤창현 의원이 삼성 지배구조 관련 법 심사를 맡게 되는 등 이해충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 정쟁으로만 이용되다 논의는 감감 20일 <한겨레>가 국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국회의원이 포함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은 19대 국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핵심 취지였지만, 국회 입법 과정에서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이 내용을 뺀 채 2015년 3월 통과시켰다. 당시 여야는 이 내용에 대해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지만, 그해 4월과 7월 법안소위에서 두차례 논의한 게 전부였다.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은 이 법안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당시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이 공직자의 가족 관련 일정 사항을 미리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하자고 제안하자 같은 당 신학용 의원은 “공무원들에게 일일이 다 그걸 신고하게 하는 것도 문제”라고 반박했다.

19대 국회가 끝나면서 폐기됐던 이 법안이 다시 떠오른 건 지난해 1월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20대 국회 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를 지낸 손 전 의원이 목포 도시재생 사업을 미리 파악한 뒤 부동산을 차명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이해충돌방지법을 각각 발의했다. 하지만 이해충돌은 정쟁 도구로만 사용됐을 뿐 20대 국회에서 한번도 논의되지 않았다. 참여연대 이재근 권력감시국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이 법이 통과되는 게 달갑지 않으니까 법안 통과에 협조적이지 않다”며 “이 법도 통과되면 김영란법처럼 상당히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주호영 “앞으로 제도화 가능” 정부는 지난 1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제출했지만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자 이 법안을 다시 다듬어 발의했고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은 이해충돌에 대해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자신의 사적이해관계가 관련돼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사적이해관계자에는 가족뿐 아니라 가족이 대표 등으로 재직하고 있는 법인, 공직자로 채용·임용되기 전 2년 이내에 근무하거나 고문·자문 등을 제공했던 법인 등도 포함됐다. 해당 법안은 △직무관련자가 사적이해관계자임을 안 경우 그 사실을 소속기관장에게 신고 △임용 전 3년 이내 민간 부문에서 업무 활동한 경우 해당 내역을 소속기관장에게 제출 △가족이 공직자의 직무관련자와 용역, 공사 등 계약 체결하는 걸 알게 되면 소속기관장에게 신고 △가족 채용·수의계약 체결 제한 △직무상 비밀이용 금지 등을 뼈대로 한다.

여야는 현재 ‘이해충돌’과 관련한 부정적 여론을 참작해 일단 법안 논의엔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해충돌방지법 입법을) 진작에 주장해왔던 사람이다. 앞으로 제도화 논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김영란법 통과 당시에 이해충돌방지법이 왜 빠지게 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아직 내부적으로 이 법안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영지 노현웅 기자 yj@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62932.html?_fr=mt1#csidx48a30b2c14f1cb1ac1caeee3d981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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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과연 '사람 중심' 개혁으로 갈까?

 

[서리풀 논평] 보건의료 '개혁'을 위해 ③

앞으로 벌어질 논의가 사태를 봉합하는 수준에 머물지 개혁이라는 이름에 부합할 정도로 커질지 확실하지 않다. 아예 흐지부지 끝날 수도 있다. 지난 두 주의 '논평'이 지적한 것과 같이 무엇을 왜 바꿔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고, 절박한 이해관계가 있으면서 압력이 될 만한 힘도 찾기 어려운 상태임을 고려해야 한다.

 

솔직히 말해 우리는 개혁이라는 이름에 걸맞을 정도의 진전이 있을 것으로 낙관하지 못한다. 이렇게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보건의료 개혁을 둘러싼 과거의 권력 관계와 그 균형이 거의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째, 무엇을 왜 바꾸려 하고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지금까지 보건의료 개혁 또는 이와 관련된 제안과 정책 대안은 대부분 정치인, 정부와 관료, 전문가 시각에 치우쳤다. 시민과 국민의 이해관계와 요구는 추상적인 명분에 그쳤으니, 이를 탈피하지 못하면 어떤 개혁도 탁상공론이 되기 마련이다.


 

지금 이슈가 되는 공공보건의료만 해도 그렇다. 공공보건의료 확충에 대한 가장 최근의 정부 계획은 2018년 10월 발표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이었다.(☞ 관련 기사 : 2018년 10월 1일 자 <연합뉴스> ''의료 지역격차 없앤다'…책임병원 지정·공공의사 육성',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공공의료 강화로 필수의료 서비스 지역격차 없앤다') 이 발표에 대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관련 기사 : '공공보건의료 강화'는 면피용?)


 

보건복지부와 자문위원회는 최선을 다했을 것이나, 예산 당국(기획재정부)이나 지방 정부(또는 조직과 인력을 장악하는 행정안전부)와 협의도 하지 못하는 계획이 실행될 것이라고 누가 확신할 수 있을까. 혹시 정부 다른 부처는 이런 계획을 세우는지 알았을까? 관심이 없었을 공산이 크고, 전례대로면 알았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의 여러 관련 당사자가 계획의 이런 구조를 몰랐을 리가 없으니, 우리는 이 대책이 처음부터 '면피용'이었다고 의심한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 모두가 정치적으로 "뭐라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과제에 대해 "우리는 하노라 했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민관 합동의 위원회를 동원한 것으로 판단한다.


 

아마도 복잡하고 지루한 논의를 거쳐 내놓게 될 이번 결과물도 두 해 전의 그것과 비슷할 공산이 크다. 다시 말하지만, 그때의 권력 관계와 균형이 바뀌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런 예상이 맞지 않기를 기대하고 대동소이한 비판을 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관점이 중요하다. 무엇을 개혁할지는 반드시 국민과 주민의 고통과 요구, 아픈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는 중구난방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라는 추수주의가 아니며, 그래야 정치적 힘을 동원할 수 있다는 포퓰리즘도 아니다. 개혁의 가치와 의미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그 개혁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목표가 정확해야 한다.


 

코로나19 유행과 이에 대한 대응은 '사람 중심'의 시각을 회복할 중요한 기회다. 확진자가 몇 명이니, 'K-방역'이니, 또는 지역 간 격차니 하는 것은 (무의미하지는 않지만) 곳곳의 사람들이 당면한 현실과는 한참 떨어진 추상이다. 이 사태에서 사람들이 느낀 불안과 공포, 그들이 느낀 고통과 수고, 희망과 요구야말로 개혁의 출발점이 아닌가.

 

'인구 몇 명당 하나'라는 식의 논리는 살아 움직이는 지역 사람들의 고통에 답할 수 없다. 나와 우리는, 우리 지역은, 우리 동네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누가 어떤 방법으로 이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인가? 모든 개혁의 첫째 질문이 되어야 한다.

 

개혁을 낙관하지 못하는 둘째 이유는 그것을 시작하고 밀고 갈 시민의 힘이 약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정부와 관료, 정치권, 의료계 등 눈에 보이는 참여자에게 개혁의 강한 동기와 동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혹시 그런 것이 있다 하더라도, 사람 중심의 개혁 방향과 일치할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본다.


 

지금 진정한 개혁의 동력은 오로지 지역사회 주민, 시민, 국민의 힘, 그들의 정치 세력에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유감스러운 것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 힘, 그리고 조직화한 세력이 걸림돌을 넘어 권력 관계를 바꿀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만, 우리는 비관하지도 않는다. 현실의 고통과 수고가 끝나지 않는 한 사람들로부터 보건의료 개혁에 대한 요구가 분출될 수밖에 없으며, 무엇보다 그 힘과 세력은 형성되고 축적되는 법이다. 아, '~되다'라는 수동태가 아니다. 만들고 축적하는 능동이 이런 힘의 본질이며, 여기에는 현실의 제약을 뚫는 주체의 의지가 작용한다. 미래는 아직 닫히지 않았다.

 

이미 열린 공간, 어떤 형식이든 이 공간에 열심히 참여하고 일손을 보태야 한다. 특히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무엇인지, 무엇이 힘든지, 무엇을 바라는지, 알리고 주장하는 것이 급하고 중요하다. '시민 지식'의 힘을 기대한다.(☞ 바로 가기 : 2018년 6월 <환경철학> 25권 '환경 문제, 시민지식 그리고 시민과학 - 시민과학의 환경 문제 해결 가능성과 과제')

 

ⓒ시민건강연구소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92109083764722#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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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초등학생 성폭행... 스포츠계에선 흔한 일이었다

[그 코치 봐준 그 판결 ①] 스포츠 폭력·성폭력 판결 163건 분석을 시작하며

20.09.21 07:16l최종 업데이트 20.09.21 07:16l
스포츠 폭력·성폭력 문제는 그 심각성에 비해 우리 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19년 심석희 선수의 성폭력 피해 폭로, 올해 최숙현 선수의 죽음을 거치며 스포츠 폭력·성폭력 문제가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20년 동안의 스포츠 폭력·성폭력 판결문 163건을 입수해 분석했다. 판결문에 담긴 사건의 심각성·특수성,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양형사유 등을 여러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이 기사는 그 첫번째다.[편집자말]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입구
▲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입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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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선수 출신 김은희(29)씨가 남자 코치한테 첫 성폭행을 당한 건 2001년 여름 10살 때의 일이다. 당시 23살의 남자 코치는 탈의실에서 여자 초등학생 선수였던 김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죽을 때까지 너랑 나만 아는 거다. 말하면 보복을 할 거다."

테니스 코치는 평소 기분이 좋지 않으면 운동을 더 힘들게 시키고 더 많이 때리곤 했다. 김씨는 보복이 두려워 어떠한 저항도 못 했다. 집을 떠나 합숙하고 있어 부모님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그 코치는 그렇게 강간했다. 김씨는 1년 동안 네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그 코치는 김씨 말고도 많은 선수의 몸을 만졌다.

학교는 그 사실을 눈치채고 코치를 해고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김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를 장애를 안고 살아야 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6년 5월 김씨는 테니스 대회에서 그 코치를 우연히 만났다. 그날 30분 동안 소리 내어 울었다. 그는 코치를 법정에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자료를 모으고,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고, 당시 사건을 증언해줄 사람을 만나러 다녔다.

"10명이면 10명 모두 안 된다고 말했다. 저 또한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소도 안 되고 기소되더라도 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꼭 이겨서 저와 같은 피해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씨는 2016년 7월 코치를 고소했고, 검찰의 기소와 재판이 이어졌다. 이듬해 10월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1심 재판부(재판장 민지현)는 코치에게 강간치상을 적용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를 그를 엄히 꾸짖었다.
  
피고인은 자신의 왜곡된 성적 욕망을 해소하고자 평소 자신의 지위 하에 있어 반항하기 어려운 점을 이용해 만 10~11세에 불과한 피해자를 특별보호영역인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강간했다. 이는 보호받아야 할 약자인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범행의 경위와 내용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무겁고, 사회적·도덕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법조계에서는 15년 전의 성폭행을 인정한 이례적인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판결 이후 김씨는 블로그에 이런 글을 썼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기 위해 악착같이 싸웠습니다. 그리고 이겼습니다. 이제는 여러분이 용기를 낼 차례입니다.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2심(항소심)과 대법원 모두 김씨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김씨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김씨는 8~9월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거나 여러 차례 연락을 하면서, 자신이 돕고 있는 어린 피해 선수들을 떠올렸다.
 
"운동하는 후배들이 2001년 제가 겪은 문제를 2020년에도 똑같이 겪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2019년 1월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4년 동안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밝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심석희 선수는 당시 법무법인을 통해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는 대한민국 체육계에서 유사한 사건이 절대로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스포츠 폭력·성폭력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6월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가 폭행·가혹행위에 시달리다 23살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에는 대구시청 여자핸드볼팀 감독과 코치가 선수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해임됐다.

스포츠 폭력·성폭력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일까. 2019년 인권위가 6만 3211명의 초·중·고등학생 선수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5만7557명 중 14.7%(8440명)의 선수가 신체폭력을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3.8%(2212명)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혔다. (관련 기사: 성폭력 피해 학생 선수 2200여 명, 성관계 요구-강간도 24명 http://omn.kr/1lk4m)

대학생 선수 4924명 조사에서는 전체의 1/3인 32.8%(1613명)가 신체폭력을 당했다고 밝혔다. 성폭력을 당한 선수의 비율도 9.6%(473명)에 달했다. 실업팀 선수 1251명 조사에서는 신체폭력 경험자는 15.3%(192명)였고, 성폭력 경험자는 1/10을 넘는 11.4%(143명)였다. (관련 기사: 실업팀 '직장 내 성희롱' 심각한데... 여성 지도자가 없다 http://omn.kr/1lpwe)

인권위는 지난 7월 '스포츠계 인권보호체계 개선을 위한 권고' 결정을 내놓으면서 "체육계의 폭력·성폭력 사건들이 지속·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사건 발생 시의 미온적 대처 등은 체육계 인권보호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확대해 신고 자체를 주저하게 만들고, 사건이 은폐되는 요인으로까지 작용하게 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가 판결문을 분석한 이유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모습.
▲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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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폭력·성폭력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꼽힌다. 사법부가 성적 지상주의 하에서 지도자가 권력 관계에 있는 선수를 때리고 성폭력을 저질러도 선수들이 저항하기 힘든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위 상임위원 출신의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는 "경찰도, 판사도, 검사도 스포츠 쪽은 으레 때리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민주화 이후 스포츠계만큼 저렇게 야만적인 폭력과 성폭력이 횡행하는 곳이 어디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이다.

"가해자 편에 서서 가해자를 걱정해주는 판결이 많다. 폭력과 성폭력을 저지르면 언제나 처벌이 된다는 것을 확실히 하면, 예방 효과가 클 것이다. 안 그러면 '내가 재수 없어서 걸렸고, 잘 피해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일이 계속 반복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9년 10월 인권위에 제출한 용역보고서 '스포츠 분야 성폭력/폭력 사건 판례분석 및 구제방안 연구'에 따르면, 분석한 87건의 성폭력 사건 가운데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가 82건이었다. 아래는 연구진의 분석이다.

"전문체육의 경우 교육자의 지위가 직업적 진로와 결부되어 성적, 진학, 취업, 시합 출전 기회 부여, 국가대표 선정 영향력 등에 있어 아래와 같이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 선수들이 가해자의 성적 요구나 성적 침해에 대해 거절하거나 거부감을 표현하기 어려워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기 쉽고, 침해의 정도 또한 클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또한 재판부가 체육교사의 연금, 선수의 장래 등을 고려해 가해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등 부당한 영향 사유를 지적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는 인권위 용역보고서를 바탕으로 163건의 스포츠 폭력·성폭력 판결문을 입수했다. 판결문에는 우리 사회의 외면과 스포츠계의 비뚤어진 인식 속에서 고통받은 선수들의 외침이 담겨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판결문에 나와 있는 사건 내용과 양형사유를 분석했고, 이를 오늘부터 10차례에 걸쳐 매일(휴일 제외)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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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흠 의원 9년간 ‘가족기업 수주’ 5천억 넘을 수도...주호영 회피 말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09/21 09:54
  • 수정일
    2020/09/21 09:5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터뷰] “단군 이래 최대 이해충돌 박덕흠” 비판 앞장선 안진걸, 23일 2차 고발 예정

김도희 기자 doit@vop.co.kr
발행 2020-09-20 19:10:28
수정 2020-09-20 21:20:09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자료사진)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자료사진)ⓒ정의철 기자  
 
건설회사 대표 출신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3선,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이 지난 6년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대 재산상 이익을 편취한 정황이 속속 탄로 나고 있다. 국회 안팎에선 박 의원에 대한 ‘의원직 사퇴’ 요구가 빗발친다.

앞서 15일 박 의원을 부패방지법·공직자윤리법 위반,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한 시민단체는 오는 23일 그를 포괄적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2차 고발할 예정이다.

박 의원 비리 고발에 앞장선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20일 민중의소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박 의원이 국토교통부, 국토부 산하기관, 서울시 산하기관 등으로부터 가족 명의 건설사를 중간다리로 거둬들인 사업비가 4천억 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안 소장은 “박 의원이 의원 생활을 하며 9년 동안 경기도, 경상북도 외 타 광역지방자치단체 및 기초지자체에서 수주한 사업 금액만 합쳐도 5천억 원이 넘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자료사진)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자료사진)ⓒ뉴스1

‘산안법 반대’ 박덕흠 국토위→환노위행
“건설노동자 기본권 확대 방해 가능”

 

안 소장은 박 의원의 사례를 “단군 이래 최대의 이해충돌 비리”라고 표현했다. 피감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국회의원의 의무를 ‘갑을 관계’로 악용해 잇속만 두둑이 챙겨 온 사례라는 지적이다.

특히 박 의원이 지난 20대 국회 국토위 간사를 지내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19대·20대), 기획재정위원회(19대), 행정안전위원회(19대) 위원까지 역임하며 정부와 지자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위치에 있던 점을 고려하면 안 소장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안 소장은 “간사는 상임위에서 의안 처리라든지 상임위 진행 방향 전체를 결정하기 때문에 훨씬 더 권한이 강하다. 피감기관들에 대해서 절대적인 영향력이 있다”며 “국정감사뿐만 아니라 현안 질의 형식으로도 평소 상임위에서 사장을 불러서 추궁할 수가 있다. 정부나 공기업 업무 전반, 인사, 재정, 운영실태 등에 대해 일상적인 감시, 추궁 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감기관들은 당연히 의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명시적으로 청탁을 했을 수도 있고, (가족회사에 일감을) 뇌물로 주며 (박 의원에게) ‘잘 봐 달라’고 보험을 들었을 수도 있다”며 “수천억을 몰아줬는데 그게 다 뇌물죄 요건에 해당한다. (피감기관이) 박 의원의 회사이고, 박 의원 가족 회사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 가족이 운영하는 건설업체는 혜영건설, 파워개발, 원하종합건설, 원하레저, 원화코퍼레이션 등이다. 박 의원이 직접 설립한 혜영건설, 파워개발, 원하종합건설은 그가 국토위원을 지낸 2015년 4월부터 2020년 5월 사이에 국토부와 산하기관들로부터 각각 9건, 9건, 7건 총 25건의 수백억대 공사를 수주했다. 혜영건설은 박 의원이 대주주인 건설업체이고 파워개발은 박 의원이 친형을, 원하종합건설은 박 의원이 아들을 대표이사로 앉힌 기업이다.

안 소장은 ‘이해충돌’ 소지가 명확함에도 박 의원이 특혜나 막대한 이득을 노린 채 국토위 위원직을 집요하게 집착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지난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당시 이미 여야가 합의한 사항에 대해 박 의원이 구태여 딴죽 걸고 나선 점 또한 안 소장은 “건설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이 통과되니까 와서 그걸 와서 항의한 것이다. 그분은 국회의원이라기보단 ‘악덕 건설업자’로서 정체성을 갖고 있다”며 “부동산 투기꾼으로도 정체성을 갖고 있었는데 자기 회사, 자기 부동산에 대한 막대한 시세차익, 이득을 주는 데만 골몰했다”고 비판했다.

안 소장은 국민의힘이 박 의원을 국토위에서 사임해 환경노동위원회로 보임 조치했지만 이것으로 박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 ‘재발’ 가능성이 종식되진 않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안 소장은 “지금 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게 건설 현장인데 환노위에서 얼마든지 건설회사 입장을 대변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거나 건설노동자의 기본권을 확대하는 것을 방해하고 훼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 본인이 자진사퇴하거나, 안 하면 국회 윤리위원회에서 제명해야 한다. 박 의원을 강제사퇴 시켜야 한다”며 “검찰과 경찰도 공조해 박 의원을 구속, 엄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소장 측의 경찰 고발과 더불어 현재 박 의원에 대한 고발 건은 검찰에도 접수된 상태이다. 지난 2006년 11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박 의원이 중앙회 회장을 지낸 대한전문건설협회 측 전직 임원들이 지난 10일 박 의원을 음성골프장 투자 및 운영 관련 비리 의혹 관련,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자료사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자료사진)ⓒ정의철기자/사진공동취재

국회의원 이해충돌 전수조사 제안
“부동산 부자, 재벌, 대기업 출신들 국회의원 하면 안 돼”

안 소장은 특권과 특혜를 즐기는 ‘양심 불량’ 풍토들이 박 의원과 같은 문제를 일으켰다고 진단했다. 국회의원의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법안들이 미비 상태인 것 또한 부당이득 습득의 구실이 됐다.

박 의원이 백지신탁한 건설회사 비상장 주식이 6년 동안 한 주도 팔리지 않았음에도 그는 국토위원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에 안 소장은 “공직자윤리법에는 백지신탁한 주식이 안 팔리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무, 즉 상임위 활동을 못 하게 돼 있다. 하지만 (위반해도) 그냥 과태료 처벌”이라며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의원직을 잃으니 무서워서 그런 짓을 못 할 텐데 과태료로는 의원직을 잃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천적으로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법을 만들어야 하고 공직자윤리법을 대폭 강화해 이해충돌 야기한 경우 형사처벌로 의원직을 잃게 해야 한다”며 “사전 차단, 사후 의원직 상실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차원의 ‘국회의원 이해충돌 사례 전수조사’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안 소장은 “지금 전수조사해 보면 국민의힘 의원들 중심으로 엄청 걸릴 것”이라며 “국민들한테 가루가 될 정도로 많이 갈릴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어 “부동산 부자, 다주택자, 재벌, 대기업 출신 등 사방이 이해충돌이다. 그런 사람들은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박 의원을 책임 있게 조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김홍걸 의원을 당에서 제명한 민주당을 향해 “꼬리 자르기”라며 의원직 제명까지 연일 촉구하면서도 정작 자당 소속 박 의원의 피감기관 거액 사업 ‘꼼수’ 수주 의혹에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기자들에게 박 의원의 논란과 관련,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는 말만 남긴 상태이다. 그동안 입장을 아낀 박 의원은 오는 21일 국회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안 소장은 주 원내대표가 박 의원의 문제를 두고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에 대해 “자당에 부동산 다주택자들이나 건설업자 출신들이 또 있을 텐데 박 의원을 잘랐다가는 (주 원내대표) 본인도 문제가 되고 다른 사람들도 다 문제 될까 봐 겁먹고 있는 것”이라며 “‘알아보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회피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게 뚜렷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박 의원을 서둘러 제명하고 국토위와 기재위 등에서 이해충돌 의원들을 전부 다 사임시키는 것이 협치 복원의 기반이 돼야 한다”며 “이런 불공정, 파렴치한 일들에 분노하고 그것들을 국회에서, 우리 사회에서 싹쓸이 할 수 있도록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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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412] 조선은 왜 발사순서를 바꾸었을까?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0/09/2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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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전쟁추모예배당을 찾아간 백발노인

2. 조선은 왜 발사순서를 바꾸었을까?

3. 화성-14형을 요격하겠다는 미국

4.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채택한 제2선택안

5. 미국 전략사령부가 개정한 작전계획 5027

6. 미국 특수전사령부가 보완한 작전계획 5015

7. 미국 특수전사령부가 그려놓은 만화 같은 씨나리오

 

 

1. 전쟁추모예배당을 찾아간 백발노인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매사츄세츠거리와 위스컨신거리가 만나는 지점에 웅장화려한 석조건물이 있다. 1907년에 착공한 이후 83년 동안 시간을 질질 끌면서 건축공사를 계속하더니 1990년에 완공된 워싱턴국립성당(Washington National Cathedral)이다. 그곳에서는 취임식을 마친 미국 대통령을 위한 예배가 진행되기도 하고, 별세한 미국 대통령의 국장이 진행되기도 한다. 해마다 약 25만 명이 넘는 관광인파가 몰려드는 관광명소로도 유명하다.   

 

2017년 10월 중순, 날이 어둑어둑해진 시각에 60대 후반 백발노인 한 사람이 워싱턴국립성당 경내로 들어섰다. 본당 뒤에 있는 전쟁추모예배당(War Memorial Chapel)으로 들어간 백발노인은 아무도 없는 예배당 안에서 머리를 숙인 채 두 눈을 감고 오랜 시간 조용히 앉아있었다. 얼핏 봐서는 기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백발노인은 말하지 못할 고민을 안고 그곳을 찾은 것이었다. 그 백발노인이 바로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었던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다.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Robert U. Woodward)는 최근 발간된 자신의 책 ‘격노(Rage)’에서, 2017년 10월 중순 어느 날 저녁 경호원들을 밖에 남겨두고 홀로 전쟁추모예배당에 들어간 매티스가 당시 전쟁위험에 빠진 미국의 처지를 두고 고뇌하였다고 하면서, 훗날 매티스가 자기에게 털어놓은 회고담의 한 토막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이 문제(전쟁위험을 뜻함-옮긴이)가 매일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나는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했다. 그것은 기우가 아니었다. (중략) 최악의 경우 핵무기를 사용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바뀔 것이기 때문에 나는 전쟁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지,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신속하게 중단시킬 수 있겠는지 고민했다.”    

 

국방장관 매티스를 짓누른 전쟁위험은 조선과 미국이 전쟁일보직전에 다가섰던 급박한 상황이었다. 우드워드의 책 ‘격노’에 따르면, 2017년 10월 중순 조선과 미국의 대결상황이 위험계선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매티스는 한때 군복을 입고 잠을 자야 할 정도로 긴장했고, 자신을 짓누르는 전쟁위험의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다 못해 전쟁추모예배당을 여러 차례 찾아가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원래 매티스는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에 참전하여 미친 개(mad dog)라는 별명을 얻은 제1해병원정군 지휘관 출신이다. 침략전쟁의 선봉에서 광포하게 날뛰는 해병대를 마치 ’미친 개‘처럼 지휘하며 포연탄우 속을 누볐다는 매티스가 전쟁위험이 닥쳐온 위급한 때에 군부대를 시찰한 것이 아니라 종교시설을 찾아가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니 이해하기 힘들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7년 10월 27일 제임스 매티스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 송영무당시 국방장관의 안내를 받으며 판문점을 방문하여 미국군 경비대장의 설명을 듣는장면이다. 2017년 2월부터 11월까지 9개월 동안 조선은 미사일시험발사를 무려 23차례나 계속하면서 미국을 벼랑끝으로 몰아갔다. 침략전쟁의 선봉에서 광포하게 날뛰는 미국 해병대를 '미친 개'처럼 지휘하며 포연탄우 속을 누볐다는 매티스는 전쟁위험이 닥쳐온 위급한 때에 군부대를 시찰한 것이 아니라 종교시설을 찾아가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전쟁위험의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2. 조선은 왜 발사순서를 바꾸었을까?

 

조선은 2017년 2월부터 11월까지 9개월 동안 미사일시험발사를 무려 23차례나 계속하면서 미국을 벼랑끝으로 몰아갔고, 사상 최대의 압박을 받은 미국은 광란적으로 반발했다. 2017년 당시 미국을 결정적으로 압박한 것은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였다. 화성-12형의 사거리는 8,400km로 추정되고, 화성-14형의 사거리는 11,200km로 추정된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조선은 사거리가 8,400km인 화성-12형을 먼저 쏜 다음에 사거리가 11,200km인 화성-14형을 쏘았어야 한다. 그런데 발사순서가 바뀌었다. 이상하게도, 조선은 사거리가 긴 화성-14형을 먼저 쏘고, 사거리가 짧은 화성-12형을 나중에 쏜 것이다. 왜 발사순서를 그렇게 바꾼 것일까?

 

조선은 당시 전쟁일보직전의 상황을 면밀히 타산하여 그처럼 발사순서를 바꾼 것인데, 그 사연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조선이 자기의 최대 강적인 미국과 맞붙은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미국이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기습전법으로 매우 짧은 시간에 전쟁을 결속해야 하는데, 2017년의 상황은 그런 기습전법을 사용할 만한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당시 조선은 각종 탄도미사일을 계속 시험발사하면서 대미압박강도를 점증시키고 있었고, 사상 최대의 압박을 받은 미국은 광란적으로 반발하고 있었다. 미국의 광란적 반발은 조선에 대한 무력도발위협과 침략전쟁준비로 직결되었다. 미국이 방심하기는커녕 극도의 경계심과 긴장감 속에서 무력도발위협과 침략전쟁준비에 광란하던 2017년의 상황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조선은 기습전법으로 전쟁을 신속히 결속할 수 없었다. 그런 까닭에 조선은 미국을 벼랑끝으로 몰아가면서도 미국이 상황을 오판하여 전쟁을 도발하지 않게 하는 절묘한 책략을 써야 했다. 

 

여기서 말하는 미국의 상황오판은, 미국이 북태평양 상공으로 날아가는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한다는 뜻이다. 만일 미국이 요격탄을 쏘아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격추하면, 조선은 그에 대한 보복공격을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조선과 미국은 전쟁에 돌입하게 될 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조선은 기습전법으로 전쟁을 신속히 결속할 수 없었다.  

 

그래서 조선은 사거리가 긴 것으로 하여 미국의 상황오판을 유발할 수 있는 화성-14형을 사거리를 대폭 단축시킨 고각발사방식으로 쏘아올렸다. 열핵탄두를 장착하고 워싱턴까지 날아갈 수 있는 화성-14형은 2017년 7월 4일과 7월 28일 북태평양이 아닌 동해로 발사되었고, 핵탄두를 장착하고 미국 본토 서부지역까지 날아갈 수 있는 화성-12형은 2017년 8월 29일과 9월 15일 동해가 아닌 북태평양으로 발사되었던 것이다. 

 

2017년 9월 15일에 발사된 화성-12형의 모의핵탄두는 일본 홋까이도 동쪽 해안에서 2,700km 떨어진 북태평양에 떨어졌다. 그런데 만일 화성-12형보다 사거리가 훨씬 더 긴 화성-14형을 쏘았다면, 알래스카 근해까지 날아갔을 것이 분명하다. 만일 화성-14형이 알래스카 근해까지 날아가면, 미국은 알래스카의 미사일방어체계로 화성-14형을 요격했을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7월 4일 조선에서 발사된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창공으로 솟구쳐오르는 장면이다. 로켓엔진에서 뿜어나온 거대한 후폭풍이 주위를 덮었으니, 엄청난 추력이다. 당시 조선은 사거리가 11,200km인 화성-14형을 먼저시험발사한 다음 사거리가 8,400km인 화성-12형을 시험발사했다. 발사순서를 바꾼것이다. 그렇게 한 까닭은 미국의 상황오판을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이번에 발간된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책 '격노'를 읽어보면, 2017년 당시 조선이 그처럼 발사순서를 바꾼 것은 미국의 상황오판을 예방하기 위한 매우 적절하고 절묘한 책락이었음을 알 수 있다.  

 

 

3. 화성-14형을 요격하겠다는 미국

 

화성-12형이 북태평양까지 날아갔다는 소식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8월 29일에 발표한 특별성명에서 화성-12형을 시험발사한 조선을 비난하면서 “모든 선택은 탁자 위에 놓여있다”고 협박조로 말했다. 그가 말한, 탁자 위에 놓여있는 선택은 조선의 미사일이 알래스카 근해로 날아오면 알래스카의 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7년 9월 8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월 3일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과 조섭 던포드(Joseph F. Dunford) 당시 합참의장을 비롯한 고위참모 6명을 백악관으로 불러 오찬을 겸한 회의를 진행하면서 조선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관한 대응방침을 논의했고, 고위참모 6명은 트럼프 대통령과 대응방침을 논의한 직후 백악관 상황실로 가서 조선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하는 실행방도를 더 논의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을 보면, 2017년 9월 3일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참모 6명은 화성-14형이 알래스카 근해로 날아오면 알래스카의 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하려는 대응책을 논의하였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당시 미국 북부사령관 겸 북미우주항공사령관이었던 로리 로빈슨(Lori J. Robinson)의 회고담은 미국이 화성-14형을 요격할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2019년 12월 18일 워싱턴의 민간연구기관 브루킹스연구원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로빈슨은 조선이 미사일시험발사를 23차례 계속했던 2017년 한 해 동안, 조선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매번 미국은 그 미사일이 미국 본토로 날아올 수 있다고 가정했었다고 회고했다. 이것은 알래스카의 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할 준비를 갖추었다는 뜻이다. 

 

2017년 9월 3일 알래스카 근해로 날아오는 조선의 미사일을 요격하려는 실행방도를 검토한 매티스 국방장관은 그로부터 보름 뒤인 9월 18일 국방성 청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서울을 큰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면서 조선에게 취할 군사적 선택안이 있는가라는 취재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은 화성-14형을 요격하면서도 조선의 보복공격을 받지 않을 묘책이 있는지를 물어본 것이었다. 그런 질문을 받은 매티스는 “그렇다. 있다. 하지만 자세한 말은 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매티스는 취재기자들에게 군사작전계획을 말해줄 수 없었지만, 당시 미국의 군사행동을 추적해보면, 매티스가 말해줄 수 없었던 군사작전계획의 윤곽이 드러난다. 그 윤곽은 다음과 같다.  

 

2017년 9월 18일 B-1B 전략폭격기 2대와 F-35B 스텔스전투기 4대가 태백산에 있는 필승훈련장으로 날아와 폭격훈련을 감행했다. 2017년 9월 23일에는 괌(Guam)의 앤더슨공군기지(Andersen Air Force Base)에서 이륙한 B-1B 전략폭격기 편대가 F-15C 전투기 6대의 호위를 받으며 오후 11시 30분경 동해 해상분계선을 넘어 약 150km까지 북상하더니 함경남도에서 멀리 떨어진 공해 상공에서 북침공격연습을 감행했다. 원산 인근에 배치된 조선인민군 지대공미사일부대는 탐지레이더로 동해 해상분계선을 넘어선 B-1B 전략폭격기 편대를 추적하면서 번개-4 지대공미사일을 즉시발사태세로 전환시켰다. 번개-4의 사거리는 300km이고, 요격고도는 40km이므로, 만일 B-1B 전략폭격기 편대가 조선 영공 가까이 접근하였으면 번개-4에 맞아 격추되었을 것이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종합하면, 2017년 9월 당시 미국이 준비한 화성-14형 요격작전의 윤곽이 드러난다. 그것은 미국이 위성감시망을 통해 화성-14형 시험발사징후를 포착하는 즉시 동해 상공으로 전략폭격기 편대를 출동시키는 것이며, 전략폭격기 편대를 출동시켜 위협했는데도 조선이 그것을 무시하고 화성-14형을 알래스카 근해로 발사하면, 미국은 알래스카의 미사일방어체계로 화성-14형을 요격한다는 것이었다. 우드워드의 책 ‘격노’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미국을 향해 날아오는 조선의 미사일을 요격할 권한을 주었다고 한다. 

 

우드워드의 책 ‘격노’에 따르면, 백악관과 미국 국방성의 핵심참모들은 2017년에 조선이 진행한 23차례의 미사일시험발사들 가운데서 6차례의 시험발사를 실시간으로 감시했다고 한다. 이것은 백악관과 국방성의 핵심참모들이 5월 14일의 화성-12형 시험발사, 7월 4일의 화성-14형 시험발사, 7월 28일의 화성-14형 시험발사, 8월 29일의 화성-12형 시험발사, 9월 15일의 화성-12형 시험발사, 11월 29일의 화성-15형 시험발사를 위성감시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9년 9월 9일 조섭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이 북미항공우주방어사령부 및 미국 북부사령부를 방문하여 테런스 오쇼너시 사령관의 설명을 듣는 장면이다.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북태평양까지 날아갔다는 놀라운 소식을 들은워싱턴은 정신적 충격으로 발칵 뒤집혔다. 백악관에서는 긴급대책회의가 진행되었다. 그 자리에서 조선의 미사일시험발사에 대한 대응방침과 실행방도가 논의되었다.그들은 위성감시망을 통해 화성-14형 시험발사징후를 포착하는 즉시 동해 상공으로전략폭격기 편대를 출동시켜 조선을 위협하고, 그런데도 조선이 미국의 위협을 무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를 강행하면 알래스카의 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한다는 대응책을 결정했다.  

 

 

4.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채택한 제2선택안

 

미국 국방성이 작성한 화성-14형 요격작전계획서를 검토한 매티스는 고뇌에 빠져들었다. 왜냐하면 화성-14형 요격작전계획에 두 가지 심각한 사연이 얽혀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연은 다음과 같다.

 

1) 알래스카의 미사일방어체계는 실전에서 요격성능을 검증하지 못한 군사장비다. 요격시험을 여러 차례 했다지만,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래서 매티스는 요격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만일 알래스카의 미사일방어체계가 알래스카 근해로 날아오는 화성-14형을 향해 요격탄을 발사했으나 빗나가서 요격에 실패하는 경우, 미국은 세계 앞에서 만회하기 힘든 ‘개망신’을 당할 것이고 조선은 미국과의 대결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게 될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그 동안 엄청난 시간과 천문학적인 경비와 노력을 기울여 구축해놓은 미사일방어체계는 무용지물로 전락할 것이다. 사연이 이처럼 심각했으므로, 매티스는 요격작전계획서를 앞에 놓고 고뇌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2) 만일 알래스카의 미사일방어체계가 알래스카 근해로 날아오는 화성-14형을 요격하면, 조선은 미국의 요격도발에 상응한 보복을 가할 것이 분명하였다. 조선의 보복은 화성-12형을 불시에 발사하여 B-1B 전략폭격기가 배치된 괌의 앤더슨공군기지를 공격하는 것으로 예상되었다. 2017년 8월 10일 조선인민군 전략군사령관은 화성-12형 4발을 괌 주변해상에 떨어뜨리는 위력시위사격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화성-14형이 요격당하는 경우 괌의 앤더슨공군기지를 화성-12형으로 공격하려는 조선의 보복조치를 예고한 발언이었다. 이처럼 미국이 미사일방어체계로 화성-14형을 요격하고, 그에 대한 보복으로 조선이 괌의 앤더슨공군기지를 화성-12형으로 공격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전쟁이 일어나게 될 것이 분명하였다. 사연이 그처럼 심각했으므로, 매티스는 요격작전계획서를 앞에 놓고 고뇌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고뇌에 빠진 매티스는 2017년 10월 27일 적진이 눈앞에 보이는 판문점에 나타나 “우리의 목표는 전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대재앙을 입을 수 있는 전쟁을 피하고 싶다는 솔직한 심정이 그 발언에서 묻어난다. 화성-14형을 요격할 수도 없고, 요격하지 않을 수도 없는 최악의 난국에 빠진 매티스 국방장관은 고뇌 속에 빠져들었건만, 무심한 트럼프 대통령은 핵공격으로 조선을 파괴할 수 있다는 극언을 토하면서 분위기를 한층 더 악화시켰다. 그는 2017년 9월 19일 유엔총회 제72차 회의에서 연설하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조선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도발적 폭언으로 조선을 격노하게 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리용호 당시 조선외무상은 유엔총회 제72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서 머물던 중에 트럼프의 도발적 폭언을 듣고 격분했다. 그래서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9월 21일 특별성명에서 트럼프의 도발적 폭언에 대해 “사상 최고의 초강경대응조치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한 사정을 취재기자들에게 설명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결정할 사상 최고의 초강경대응조치는 태평양에서 수소탄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용호 외무상의 발언이 보도되자, 워싱턴은 발칵 뒤집어졌다. 왜냐하면, 태평양에서 수소탄을 시험한다는 말은 조선이 열핵탄두(수소탄)를 장착한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북태평양 상공에서 그 열핵탄두를 폭발시킨다는 뜻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2016년 10월 한국 국방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분석자료에 따르면, 열핵탄두가 100km 상공에서 폭발하는 경우 초강력한 전자기파(electro-magnetic pulse)가 방사되어 반경 1,000km에 있는 전자장비와 전기설비가 모두 마비되는 대재앙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므로 만일 화성-14형에 장착된 열핵탄두가 북태평양 상공에서 폭발하면, 열핵폭발로 방사된 초강력한 전자기파가 알래스카와 하와이에 있는 모든 전자장비와 전기설비를 마비시킬 것이 분명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하와이에 있는 인도태평양사령부가 폐쇄되고, 북태평양에 배치된 미국 해군 항공모함과 전함들이 마비되어 움직임을 멈추고, 알래스카의 미사일방어체계는 물론이고, 알래스카에 배치된 F-22 스텔스전투기를 비롯한 모든 전투장비들이 모조리 마비상태에 빠지는 대재앙이 일어나는 것이다.     

 

리용호 외무상의 발언을 듣고 충격을 받은 백악관은 긴급히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여 비상대책을 논의했다. 그 자리에서 결정된 비상대책은, 만일 북태평양으로 날아온 화성-14형의 열핵탄두가 고공에서 폭발하여 미국이 대재앙을 입으면, 미국은 조선에 보복핵공격을 가한다는 이른바 제2선택안(second option)이었다. 2017년 9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워싱턴을 방문한 에스빠냐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중에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선택안이지만 제2선택안을 전적으로 준비했다. 우리가 그 선택안을 실행하면, (조선에게) 파괴적인 결과를 주게 될 것”이라는 협박발언을 늘어놓았다. 

 

2017년 10월 5일 머지않아 전선에 투입될지도 모르는 고위급 야전지휘관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하여 제2선택안이 준비되었음을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주위에 몰려든 취재기자들에게 “지금은 폭풍전야의 고요함과 같다”고 말하여 묘한 여운을 남겼다. 폭풍전야의 고요함이라는 비유는 조선이 열핵탄두를 장착한 화성-14형을 언제 북태평양으로 쏘아올릴지 몰라서 매우 긴장된 상황을 뜻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국제정치전문가 대니얼 드레즈너(Daniel W. Drezner)는 2017년 12월 14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자신의 글에서 자기가 12월 초순에 만난 트럼프의 참모들은 미국이 조선을 더 이상 억제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전쟁이 불가피하게 되었음을 확신하는 듯하다고 썼다.   

 

열핵탄두를 장착한 화성-14형 시험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채택한 제2선택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에 발간된 우드워드의 책 ‘격노’에서 그 선택안의 윤곽이 드러나 세상을 경악케 했다. 그 책에 나오는 매티스의 회고담에 따르면, 2017년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조선을 공격하기 위한 두 가지 전쟁계획을 준비했다고 한다. 매티스가 회고담에서 밝힌 두 가지 전쟁계획은 미국 전략사령부(Strategic Command)가 “주의 깊게 검토하고 연구한(carefully reviewed and studied)” 작전계획 5027과 "보완된(updated)" 작전계획 5015다. 

 

2017년 10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국방장관과 던포드 합참의장을 백악관 대통령집무실로 불러 숙의했는데, 그 자리에서 작전계획 5027과 작전계획 5015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미국 알래스카주 포트 그릴리에 있는 미사일방어체계 통제실 내부를 촬영한 것이다. 2017년 당시 조선이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알래스카근해로 쏘아올리는 시험발사를 하면, 미국은 포트 그릴리에 있는 미사일방어체계를가동하여 화성-14형을 요격하려고 했다. 2017년 9월 유엔총회 제72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 머물고 있었던 리용호 당시 조선외무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면서 조선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는 도발적 폭언을 늘어놓은 것에 격노하여 취재기자들에게 열핵탄두를 장착한 화성-14형을 북태평양으로 쏘아올려 그 열핵탄두를 폭발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충격적인 발언으로 워싱턴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리용호 외무상의 발언대로라면, 하와이와 알래스카, 그리고 북태평양 작전구역에 배치된 미국의 각종 군사장비들은 열핵탄두가 고공에서 폭발할 때 방사되는 초강력한 전자기파로 전부 마비되는 대재앙을 빠지게 된다.  

 

 

5. 미국 전략사령부가 개정한 작전계획 5027

 

2017년 당시 미국 전략사령부가 작전계획 5027을 주의 깊게 검토하고 연구했었다는 매티스의 회고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래 작전계획 5027은 미국 전략사령부가 수립한 북침전쟁계획이 아니었다. 그 작전계획은 신속억제전력(FDO), 전투력증강전력(FMP), 시차별 부대전개전력(TPFDD)을 순차적으로 투입하는 북침전쟁계획이다. 작전계획 5027에 따르면, 미국은 전투병력 69만명, 전투함선 160척, 작전기 2,000대를 전시증원무력으로 편성하여 3개월 동안 북침전선에 투입하게 된다. 하지만 그처럼 방대한 전시증원무력을 장장 3개월 동안 북침전선에 투입하는 작전계획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것이므로, 미국은 전시증원무력에 관한 내용을 이미 오래 전에 삭제했다.   

 

그런데 매티스의 회고발언에 나온 것처럼, 2017년 9월 하순 미국 전략사령부가 작전계획 5027을 주의 깊게 검토하고 연구한 것은 전시증원무력을 3개월 동안 순차적으로 북침전선에 투입하는 비현실적인 작전계획이 아니라, 핵무력을 신속하게 북침전선에 투입하는 현실적인 작전계획을 주의 깊게 검토하고 연구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미국 전략사령부는 핵무력을 신속하고 전격적으로 사용할 핵타격계획을 준비했다는 뜻이다. 우드워드의 책 ‘격노’에 나오는 매티스의 회고발언에 따르면, 2017년 당시 미국 전략사령부가 주의 깊게 검토하고 연구한 작전계획 5027 개정본(revised version)에는 핵무기 80개로 조선의 전략거점들을 파괴하는 핵타격계획이 들어있었다. 다시 말해서, 조선이 열핵탄두를 장착한 화성-14형을 북태평양으로 쏘아올릴 확실한 징후가 포착되면, 미국은 전략사령부가 지휘하는 스텔스전략폭격기 편대를 긴급히 출격시켜 조선의 전략거점들에 핵폭탄 80발을 투하한다는 것이다.

  

핵폭탄 80발을 투하하면 조선 전역이 초토화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만일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폭발위력이 5킬로톤인 전술핵폭탄 80발을 조선의 전략거점 80개소에 투하하면, 전략거점들만 선별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미국은 B-61 전술핵폭탄을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다. 폭격대상의 견고함에 따라 폭발위력을 조절할 수 있는 B-61 전술핵폭탄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에 16발 탑재된다. 그러므로 미국 전략사령부가 폭발위력을 5킬로톤급으로 조절한 B-61 전술핵폭탄 80발을 북침공격에 사용하려면, B-2 스텔스전략폭격기 5대를 한반도 상공으로 출격시키면 될 것이다. 

 

B-2 스텔스전략폭격기가 배치된 곳은 미국 미주리주에 있는 화이트먼공군기지(Whiteman Air Force Base)인데, 2017년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그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2 스텔스전략폭격기 3대가 조선의 지형과 유사한 지역으로 날아가 매우 낮은 고도로 비행하면서 폭탄을 투하하는 야간공습을 연습했다. 이것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조선의 전략거점들을 전술핵폭탄으로 파괴하려는 핵타격연습이었다.

 

이 북침핵타격연습은 미국 본토에서 비공개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외부에서 알 길이 없었지만, B-2 스텔스전략폭격기 조종사들과 지상관제소 사이에 오가는 무선교신을 우연히 감청한 현지의 민간인 무선사가 미국 항공전문지에 감청내용을 폭로하는 바람에 세상에 알려졌다. 민간인 무선사의 폭로에 따르면, 그날 밤 B-2 스텔스전략폭격기 조종사들과 지상관제소는 “조선의 지도부가 있는 사령부 위치”라는 말을 쓰면서 교신했다고 한다. 

 

그러나 위에 서술한 내용은 일방적인 것에 불과하다. 2017년 9월부터 10월 사이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채택했던 북침전쟁계획과 그에 따른 북침공격연습은 얼핏 보면 굉장한 것 같지만, 실전상황을 고찰하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1) 조선은 미국의 태평양작전구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2형에 핵탄두를 장착했고,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14형에 열핵탄두를 장착했다. 시험발사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17년 11월 29일에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성공했다. 이것은 조선이 강력한 보복핵공격력을 보유하였음을 의미한다. 조선의 보복핵공격을 두려워하는 미국은 감히 북침전쟁을 도발하지 못한다. 

  

2) 조선에게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를 탐지하고 격추할 요격능력이 있다. 스텔스비행체의 레이더회피능력이 과장되었기 때문에, 스텔스비행체를 전혀 요격할 수 없는 신비한 비행체처럼 생각하는 풍조가 만연되었지만, 실전상황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조선은 이미 오래 전에 스텔스비행체를 먼 거리에서 탐지하는 특수레이더를 보유했고, B-2 스텔스전략폭격기를 비롯한 각종 스텔스비행체를 먼 거리에서 요격할 번개 계렬의 장거리지대공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 조선의 다층방공망은 전 세계에서 가장 조밀하게 구축되었다. 그러므로 B-2 스텔스전략폭격기 편대는 그처럼 조밀하고, 강력한 조선의 다층방공망을 뚫지 못한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미국이 자랑하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의 비행장면이다. 2017년 당시 미국 전략사령부는 조선이 열핵탄두를 장착한 화성-14형을 북태평양으로 쏘아올릴 확실한 징후가 포착되는 경우, B-2 스텔스전략폭격기 편대를 긴급히 출격시켜 조선의 전략거점들에 전술핵폭탄 80발을 투하한다는 북침공격계획을 수립했다.그리고 미국 미주리주에서 B-2 스텔스전략폭격기 3대를 동원하여 조선의 지형과 유사한 지역의 상공에서 폭탄을 투하하는 야간공습을 연습했다. 하지만 조선이 이미 미국 본토를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했으므로, 조선의 보복핵공격을 두려워하는 미국은 감히 북침전쟁을 도발하지 못한다. 더욱이 미국의 스텔스전략폭격기 편대는 조선이 전 세계에서 가장 조밀하게 구축한 강력한 방공망을 뚫을 수도 없다.  

 

 

6. 미국 특수전사령부가 보완한 작전계획 5015

 

매티스가 회고담에서 언급한 두 가지 전쟁계획 가운데 다른 하나는 "보완된(updated)" 작전계획 5015다. 우드워드는 자기의 책 ‘격노’에서 작전계획 5015가 보완되었다고 서술했을 뿐, 미국 특수전사령부가 그 작전계획을 보완했다는 사실은 서술하지 않았다. 

 

원래 작전계획 5015는 정밀타격으로 조선의 전쟁지휘체계를 마비시키고, 특수전부대를 평양에 침투시켜 조선의 전쟁지도부를 제거한다는 이른바 ‘참수작전’을 중심내용으로 하는 북침전쟁계획이다. 2015년 6월 한국군 합참의장과 주한미국군사령관이 작전계획 5015에 서명했다. 

 

<동아일보> 2017년 1월 8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특수전부대와 한국 특수전부대는 2017년부터 연합훈련을 대폭 확대하여 참수작전능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2017년 12월 1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 국방부는 ‘참수부대’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특수임무여단을 12월 1일에 창설했는데, 특수임무여단은 유사시 평양에 침투해 조선의 전쟁지도부를 제거하고 전쟁지휘체계를 마비시키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한다. 미국 언론매체 <워싱턴자유횃불> 2017년 5월 3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특수전부대가 조선에 침투하여 수행할 전투임무는 조선의 핵무기와 미사일발사대차(TEL)를 파괴하는 것이고, 조선의 핵무기와 화학무기가 보관된 전략무기고들의 위치를 파악하여 전략폭격기 편대의 정밀폭격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2017년 1월 8일 보도에 따르면, 매년 진행되는 한미연합북침전쟁연습에 참가하는 미국 특수전부대 병력은 1,000명이라고 한다. 한국 국방부가 2017년 12월 1일에 창설한 특수임무여단 병력도 1,000명이다. 그러므로 유사시 평양에 침투하여 ‘참수작전’을 수행할 한미연합특수전부대는 2,000명으로 편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유사시 특수전 병력 2,000명은 어떻게 평양에 침투할 수 있을까? 평양까지 걸어서 갈 수 없고, 수송차량을 타고서도 갈 수 없으므로, 수송기를 타고 날아가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앉는 수밖에 없다. 한미연합군 특수전 병력이 유사시에 사용할 공중수송수단은 MC-130 수송기 또는 MV-22 수직이착륙기다. 이 두 종의 수송기는 프로펠러 엔진을 달고 시속 480~500km로 매우 느리게 날아가는 ‘굼벵이 비행체’들이다. 수송기는 기체가 퉁퉁하고 커서 스텔스기술을 적용할 수도 없다. 시속 1,000km로 날아가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도 뚫지 못하는 조선의 조밀하고, 강력한 다층방공망을 시속 480~500km로 날아가는 ‘굼벵이 비행체’가 뚫는다는 것은 만화 같은 이야기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조선로농적위군 고사총부대 여성병사들이 군사행진에 참가한장면이다. 1959년에 창설된 조선로농적위군은 전체 인구의 4분의 1인 572만명으로편성되었다. 그 중에서도 핵심조직은 160만명으로 편성된 교도대다. 교도대 160만명은 조선인민군 보병사단 무장력의 70~80%를 보유했고, 조선인민군과 합동훈련도한다. 매우 강한 전투력을 가진 것이다. 2017년 9월 미국 특수전사령부는 유사시 한미연합특수전부대를 평양에 침투시켜 조선의 전쟁지휘부를 제거하고 전쟁지휘체계를 마비시킨다는 북침공격계획을 수립했지만, 그들을 평양으로 실어나를 수송기들은 조선의 조밀하고, 강력한 다층방공망에 걸려 군사분계선 상공에서 모조리 격추될것이다. 설령 그들을 태운 수송기가 조선의 다층방공망을 뚫고 후방에 침투하는 '기적'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들은 조선로농적위군 교도대 160만명과 싸워 이길 수 없다. 그들이 생각하는 '참수작전계획'은 만화 같은 씨나리오다.  

 

 

7. 미국 특수전사령부가 그려놓은 만화 같은 씨나리오

 

2017년 1월 29일 미국 특수전부대들 가운데서도 최정예부대라는 해군 특수전부대(Navy SEAL) 전투원 48명이 MV-22 수직이착륙기 2대에 나눠 타고 중동국가 예먼(Yemen)에 있는, 알카에다 전투원들이 은신한 야클라 마을을 습격했다. 이 습격전에는 미국 해병대가 출동시킨 코브라 공격헬기들과 미국 해군 항공모함에서 이함한 해리어 함재기들도 참가했다. <워싱턴포스트> 2017년 1월 31일 보도에 실린 미국군 지휘관의 말에 따르면, 그날 미국군을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벌인 야클라 마을의 알카에다 전투원들 가운데는 여성전투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것은 마을을 지키는 민병대원들 다수가 전투에 참가했음을 말해준다. 

 

항공지원사격을 받은 미국군 최정예부대 전투원들과 민병대 수준의 알카에다 전투원들이 맞붙은 전투에서 당연히 미국군이 일방적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교전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그 전투에서 미국 해군 특수전부대 전투원 1명이 전사했고, 3명이 부상당했으며, 대당 7,000만 달러짜리 MV-22 수직이착륙기 1대를 잃어버렸다. 알카에다 전투원들은 14명이 전사했다. 코브라 공격헬기들과 해리어 함재기들이 전투 중에 수세에 몰린 미국 해군 특수전부대 전투원들을 지원해준다고 하면서 야클라 마을에 무차별 사격을 퍼붓는 바람에 여성 8명과 어린이 9명을 비롯한 주민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만일 항공지원사격이 없었다면, 미국 해군 특수전부대 전투원들은 참패를 당했을 것이다. 

 

그보다 앞서 2011년 8월 5일 미국 해군 특수전부대 전투원 25명은 헬기를 타고 아프가니스탄 동부지역에서 공중침투작전을 수행하다가 탈레반의 기습공격을 받고 헬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몰살당한 사건도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정식 군사훈련을 받은 정규군이 아니라 자기 마을을 지키는 민병대원들인데,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 해군 특수전부대 전투원들은 그런 민병대원들과 싸워서도 이기지 못한다. 

 

만일 미국 특수전부대 전투원들을 태운 수송기가 조선의 다층방공망을 뚫고 후방에 침투하는 ‘기적’이 일어나면, 조선로농적위군 전투원들이 그들을 상대하게 될 것이다. 민병대처럼 조선로농적위군도 군사훈련이 허술하고 무장력이 약하다고 과소평가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완전한 착오다. 

 

조선로농적위군은 1959년 1월 14일에 창설되었다. 2020년 7월 24일 미국 육군성이 펴낸 ‘북조선의 전술(North Korean Tactics)’이라는 제목의 자료에 따르면, 조선로농적위군 병력은 전체 인구의 4분의 1인 572만명이고, 연간군사훈련시간은 160시간이라고 한다. 조선로농적위군에는 제대군인을 중심으로 1963년에 편성된 핵심조직이 있는데, 그 핵심조직이 바로 160만명으로 편성된 교도대다. 교도사단병력은 32만명, 교도려단병력은 78만명, 교도대학생 병력은 50만명이다. 조선로농적위군은 조선인민군 보병사단 무장력의 70~80%를 보유했기 때문에, 웬만한 나라 정규군의 무장력에 버금갈 만큼 강하다. 조선로농적위군은 한미연합군의 북침전쟁연습기간에 그에 대응하여 조선인민군과의 합동훈련, 독자적인 야외전술훈련과 병과훈련을 받는다. <자유아시아방송> 2014년 10월 27일 대담기사에 따르면, 해마다 10월말부터 11월초에는 조선로농적위군이 조선인민군을 상대로 쌍방실동훈련을 진행한다고 한다. 쌍방실동훈련은 조선로농적위군 전투원들이 자기들이 사는 도시, 공장, 마을을 방어하고, 조선인민군 전투원들이 도시, 공장, 마을을 공격하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전투훈련이다. 

 

여성대원들이 포함된 알카에다 민병대나 탈레반 민병대와 싸워서도 이기지 못한 미국 특수전부대는 강한 전투력을 가진 조선로농적위군 교도대 160만명과 싸우는 전투에서 이길 수 없다. 설령 미국 특수전사령부가 70,000명 병력 전체를 북침공격에 동원해도, 조선로동적위군 572만명과 싸워 이길 수 없다. 한미연합특수전부대의 ‘참수작전계획’은 만화 같은 씨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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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北, 공동방역·수해복구 등 5개 사업 같이하자” 제안

 
이재명 “北, 공동방역·수해복구 등 5개 사업 같이하자” 제안
 
 
 
임두만 | 2020-09-18 08:40:0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차기 국가지도자 선호도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미세한 차이로 1,2위를 다투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북한을 향해 코로나19,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 감염병 공동방역과 이번 수해와 태풍으로 확인된 자연재해의 복구 사업 등 5개 사업을 남과 북이 같이하자고 제안했다.

이 지사는 17일 경기도가 주관 개최한 ‘2020 DMZ 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이 제안한 것이다.

▲ 이재명 지사의 ‘2020 DMZ 포럼’ 기조연설을 경기도는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경기도는 이날 ‘DMZ는 평화를 원한다’라는 주제로 DMZ 포럼을 개막했다.

이 포럼에는 라이베리아 출신의 평화운동가 리마보위, 미국 하버드대 조셉나이 교수 등 국내·외 석학, 전문가, 평화 NGO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그리고 이 포럼은 이틀간 기획세션, 평화운동 협력세션, 특별세션, 초청세션 등으로 나눠 진행된다.

개막일인 17일에는 이 지사의 기조연설과 함께 경기연구원 주관 DMZ의 보전과 개발방안을 논의하는 기획세션, 보훈교육연구원과 북한 과학기술연구센터가 탈북 여성 연구자들이 보는 한반도 평화론과 북한과의 과학기술 협력에 관해 논의하는 초청세션, 한강하구 평화적 활용을 논의하는 특별세션이 진행된다.

또 다음 날인 18일에는 동북아평화경제협회와 한반도종전평화캠페인이 공동주관하는 평화운동 협력세션,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상 특별강연,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과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가 공동 주재하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주제의 특별세션, 포럼을 마무리하는 종합토론을 진행한다.

따라서 이 포럼을 주최한 경기도의 수장인 이재명 자사의 기조연설은 대내외에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이에 이 지사는 이 기조연설에서 앞서 언급한 감염병의 남북 공동방역 및 의료협력을 제안하고, 최근 보여진 폭우상황의 임진강 수계관리 협력, 수해복구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또 김포 파주 연천 포천 등 접경지 관할 도지사로서 이 지역의 개발사업은 물론 남북 공동 조사·연구, 남북 공동 삼림복원 및 농촌종합개발 등 5개 협력사업을 제안하며 북측의 적극적 호응을 촉구했다.

그는 우선 “아프리카 돼지열병과 코로나19에서 보듯 전염병과 감염병은 국경으로 막을 수 없다”며 “피해를 막고 모두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남북 공동 방역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말라리아 공동방역 경험을 갖고 있다”며 “남북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들을 비롯한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해 각종 질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한강하구 남북 공동 수로 조사 재개와 서해 경제 공동특구 조성 사업을 상호 합의한 대로 이행해야 할 때”라며 “아울러 비무장지대 안에 개성과 판문점을 연계해 남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평화공원을 조성할 수 있도록 조사와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등으로 접경지 남북 공동 조사·연구, 남북 공동개발을 말했다.

그리고 이 같은 제안과 함께 이 지사는 “(남북한 당국은)소극적이고 불안정한 평화가 아닌 적극적이고 항구적인 평화가 우리의 일상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남북교류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평화를 정착해 번영의 길로 가고자 하며 그것이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역설했다.

특히 이날 이 지사는 기조연설에서 지난 2018년에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도보다리’ 회담과 평양공동선언을 강조하며, 우리 정부의 평화를 위한 노력과 성과를 치하하고 “옳은 길이라면 시련과 고난이 있다고 해도 나아가야 한다”말했다.

아래는 이날 이 지사가 ‘2020 DMZ 포럼’ 개막식에서 한 기조연설문 전문이다.

북측에 다섯가지 협력사업을 제안합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습니다. 감염병은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놓았습니다. 당연하게 여겼기에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절감하고 있습니다. 만일,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우리의 일상이 위태로워지지 않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 하는 것뿐입니다.

평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땅에서 끔찍한 전쟁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숨지고, 수많은 것들이 파괴됐습니다. 전쟁은 멈추었을 뿐 끝나지 않았습니다. 폐허를 딛고 쌓아올린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질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익숙해져서 느끼지 못할 뿐, 전쟁에 대한 경험과 공포는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작은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고 깨지는 불안정한 삶을 지속할 수는 없습니다.

되돌릴 수 없다면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소극적이고 불안정한 평화가 아닌, 적극적이고 항구적인 평화가 우리의 일상이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전쟁의 공포를 끝내고, 평화가 일상이 되도록 하는 것, 그 토대에서 번영의 성취를 이루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입니다.

평화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평화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고, 성과도 있었습니다.

2년 전 4월 27일, 남과 북의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도보다리’ 회담은 전 세계인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로부터 5개월 뒤인 2018년 9월 19일, 두 정상은 역사적인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고,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그렇게 평화를 만들었지만 평화를 지키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대화는 성과 없이 끝나버렸고, 남북관계는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급기야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남북관계는 다시 얼어붙었습니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옳은 길이라면 시련과 고난이 있다고 해도 나아가야 합니다.

경기도는 DMZ를 품고 있는 대한민국 최대 지방정부입니다. 남북관계의 영향을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받는 곳이 경기도입니다. 그렇기에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시대를 열기 위해 경기도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남북교류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평화를 정착시켜 번영의 길로 가고자 합니다. 그것이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 자리를 빌려 몇 가지 협력 사업을 북측에 제안합니다.

첫째, 한반도 보건증진을 위한 남북 공동방역과 의료협력입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과 코로나19에서 보듯 전염병과 감염병은 국경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피해를 막고 모두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남북 공동 방역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우리는 말라리아 공동방역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남북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들을 비롯한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해 각종 질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개풍, 개성 일원에 남북 공동의료‧보건 방역센터 설립을 제안합니다. 경기도가 쌓아온 방역 역량과 북측의 국가비상방역체제 경험을 공유하고 임상치료정보를 교류하는 거점이 될 거라 기대합니다.

둘째, 임진강과 북한강 수계관리 협력입니다. 수해방지와 통합적인 물 관리를 위해 남북 수계관리 기구를 설치해야 합니다. 남측은 홍수피해를 막고 북측은 갈수기 건천화와 물부족 사태를 예방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풍부한 수량으로 생산된 전력을 북측에 제공하면 남북 모두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셋째, 경기도 접경지역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사업에 대한 남북 공동 조사‧연구를 제안합니다. 한강하구 남북공동수로조사 재개와 서해경제공동특구 조성 사업을 상호 합의대로 이행해야 합니다. 비무장지대 안에 개성과 판문점 등과 연계하여 남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평화공원을 조성할 수 있도록 조사와 연구를 해야 합니다.

넷째, 남북 공동 산림복원사업과 농촌종합개발사업을 재개해야 합니다. 경기도는 지방정부 최초로 양묘장 조성 물품과 스마트 온실에 대한 유엔 대북제재 면제 승인을 받은 바 있습니다. 대북제재 걱정이 사라진 만큼 개풍양묘장과 농촌시범마을 조성 재개를 위한 협의를 서둘러 재개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사업에 앞서 대북 수해복구 지원사업에 나서고자 합니다.

연이은 태풍으로 남측의 피해도 크지만, 북측의 피해 역시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압니다. 같은 민족으로서 동포가 어려울 때 돕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1984년 우리가 큰 홍수 피해를 입었을 때 북측 역시 쌀과 의약품을 비롯한 구호물자를 조건 없이 지원한 바 있습니다. 경기도는 가능한 형편에서 조건 없이 대북 수해복구 지원사업에 함께 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제안들을 실현하려면 북측의 참여가 꼭 필요합니다. 경기도는 언제 어디서든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북측의 통 큰 결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국회에도 요청드립니다. 대북전단 금지법 제정, 남북정상선언 비준 등 현안을 조속히 처리해 평화협력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기를 당부드립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반드시 가야할 길, 한반도 평화 시대를 열기 위해 모두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28&table=c_flower911&uid=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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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 쇳물 쓰지 마라’ 작곡가 하림이 늦은 밤 구의역으로 향한 까닭

프로젝트퀘스천 ‘그 쇳물 쓰지 마라’ 함께 부르기 챌린지 작곡가 하림

허지영 기자 hjy@vop.co.kr
발행 2020-09-19 11:37:18
수정 2020-09-19 11:37:18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몇천 명도 안 될 수 있지만, 음악이 이렇게 순식간에 마음의 결을 정돈하는 걸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이번 챌린지는 시작일 뿐입니다. 프로젝트의 상륙 작전 같은거죠.”

펀딩 플랫폼 프로젝트퀘스천의 캠페인 음원 ‘그 쇳물 쓰지 마라’ MR(반주만 녹음된 음원)을 작곡한 하림은 “어떤 히트곡보다 이 노래가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고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가수 하림 씨가 17일 서울 금천구 작업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하고 있다.  2020.09.17
가수 하림 씨가 17일 서울 금천구 작업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하고 있다. 2020.09.17ⓒ김철수 기자

2010년 충남 당진의 한 철강회사에서 20대 청년 노동자가 발을 헛디뎌 쇳물에 빠져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는 이 사고의 10주기로, 프로젝트퀘스천은 이를 추모하기 위해 ‘그 쇳물 쓰지 마라’ 함께 부르기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가수 하림이 MR을 작곡했으며, 노랫말은 ‘댓글 시인’ 제페토가 당시 사고 기사에 남긴 추모시에서 따왔다. 시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광염에 청년이 사그라졌다/그 쇳물 쓰지 마라/자동차를 만들지 말 것이며/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바늘도 만들지 마라/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정성으로 다듬어/정문앞에 세워주게/가끔 엄마 찾아와/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

당시 짧은 기사 몇 줄로 잊혀질 뻔한 이 사고는 이 한 편의 시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시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스며들어 분노와 울분의 결을 가다듬었으며, 10년 뒤인 지금 노래가 되어 다시 시민 곁을 찾았다.

프로젝트퀘스천 '그 쇳물 쓰지마라' 함께 노래하기 챌린지.
프로젝트퀘스천 '그 쇳물 쓰지마라' 함께 노래하기 챌린지.ⓒ제공 = 프로젝트퀘스천

사고 발생 10주기지만 산재 여전해...
“‘함께 부르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오래 기억하길 바랐죠”

 

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은 오지 않았다. 해마다 2천 명 이상, 하루에 세 명이 일하다 죽는 나라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는 일부 위험 노동 현장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절실한 외침일 뿐, 사회는 이들의 목소리에 쉽게 공명하지 않는다.

하림은 이처럼 안타까운 사회 문제에 무심하고 차갑거나, 또는 빈약하게 흩어진 마음을 ‘함께 부르기’로 모아보고자 했다. 본래 음원으로 발표되고 끝일 이 프로젝트는 하림이 ‘같이 부르기’ 형식을 제안하며 생명력을 얻었다. 기사 한 줄은 그냥 넘겨도 ‘그 쇳물 쓰지 마라’에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에게 직접 가창을 권하며, 마음의 결을 함께 하자고 그는 제안한다.

“음악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 일을 오래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행위라고 생각했어요. 근본적으로 음악이 해 온 일이기도 하잖아요. 요새 챌린지는 비즈니스의 수단으로 변형된 지 오래지만, 제가 어떻게든 진정성을 가지고 해보자고 제안했죠.”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를 시작으로 젊은 인디 아티스트와 연주가, 사회활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SNS에 속속 챌린지 영상을 올리고 있다. 최근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챌린지에 참가했으며, 하림의 어머니는 노래를 부르던 도중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가수 하림 씨가 17일 서울 금천구 작업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하고 있다.  2020.09.17
가수 하림 씨가 17일 서울 금천구 작업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하고 있다. 2020.09.17ⓒ김철수 기자

곡은 남녀노소 쉽게 부를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작곡했다고 하림은 밝혔다. 튀는 음은 없는지, 걸리는 발음은 없는지 곡을 다듬는 데 천 번 이상을 불러봤다고 한다. 잔잔한 기타 리프, 중저음의 목소리가 기교 없이 담백하게 노랫말을 읽어낸다. 일반 대중가요처럼 화려하게 고조되는 운율은 없지만, 노랫말 자체에 담긴 오래된 슬픔이 가창자를 울게 한다.

“이게 노래를 부르는 거랑 그냥 듣는거랑은 좀 다르거든요. 부르는 사람마다 곡의 분위기가 확확 바뀌어서 좋더라고요. 김용균 씨 어머님은 따로 뵙진 못했는데, 어머니도 불렀을 때 마음의 위로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 저희 어머니는 노래를 부르다가 우시더라고요. 그걸 보고 ‘아, 이 노래는 잘 하면 피해자들에게 닿을 수도 있겠다’라는 막연한 희망도 생겼어요.”

챌린지에 참여해주길 바라는 사람이 있냐고 묻자 “윤도현이나 이승환 선배”라며 웃으면서도 “그 분들은 저보다 훨씬 더 큰 악플과 반대 세력에 부딪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하림도 SNS 다이렉트 메시지(DM)으로 종종 악플 세례를 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악플러에게도 “노래를 들어 보라”라고 차분히 응수하며 챌린지를 독려하고 있다.

“이걸 왜 물어 뜯는지 이해가 안 가지만… 선배 가수 분들이 불러준다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보다 중요한 건 많은 시민 분들이 참여해주시는 거예요. 노래를 잘 하는 아이를 둔 부모님이 아이를 촬영해서 보내주실 수도 있고… 좋은 노동 교육이 되지 않을까요?”

가수 하림 씨가 17일 서울 금천구 작업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하고 있다.  2020.09.17
가수 하림 씨가 17일 서울 금천구 작업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하고 있다. 2020.09.17ⓒ김철수 기자

또 다른 산재 발생한 구의역에서 마음 다잡아
“저 역시 평생 위험에 노출된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작곡이 끝나갈 무렵엔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지난 2016년 스크린 도어 끼임 산재사고로 숨진 김 군의 사고 장소인 구의역에 다녀왔다. 늦은 밤 도착한 그는 사고 당시의 스크린 도어를 눈으로 찾아보기도 하고,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노래를 만들고 듣는 과정에서 현장에 가보는 건 제 버릇이에요. 그 때도 코로나19 때니까 쓸쓸하고 우울하더라고요. 화내고 힘들어하고, 비틀거리고 움츠린 사람들을 보며 세상 참 살기 힘들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그 현장을 보며 ‘그래, 힘들 땐 음악만 한게 없지’ 이런 생각도 들고, 여러모로 더욱 마음을 다잡게 됐죠.”

앞서 하림은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무료 진료소에서 음악회를 여는 ‘국경 없는 음악회’ 활동을 3년 여간 해왔다. 외국인 노동자가 노동 현장에서 다치고, 합당한 처우를 받지 못하는 일을 매달 봐왔기에 이런 종류의 일은 먼 이야기가 아니었다.

“프로젝트퀘스천 측에서 여러 아티스트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다들 소극적인 반응이었나봐요. 아무래도 정치적 이슈로 포장될 확률이 높아서 그랬겠죠. 하지만 저는 이 일을 정치적 이슈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철저하게 우리의 일이죠. 저 역시 평생 비정규직 노동자고, 제 일터에서 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가수 하림 씨가 17일 서울 금천구 작업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하고 있다.  2020.09.17
가수 하림 씨가 17일 서울 금천구 작업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하고 있다. 2020.09.17ⓒ김철수 기자

한 사회 문제가 반복되는 건 사회가 그 문제를 외면하는 데 이유가 있다. 사회적으로 공분을 산 특정 사고로 사람들이 응집하고, 응집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이 목소리는 그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일말의 장치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산재 사고는 이 과정이 좀처럼 진척되지 못한다. 일부 위험 현장 종사자에 국한된 문제라고 생각해서일까. 또는 너무 많이 죽어서일까.

“산재는 주변의 일이에요. 패스트푸드 점에서 감자튀김을 튀기다가도 다칠 수 있는건데, 사람들은 대부분 산재 사고를 보고 들어도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금방 잊어버려요.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는 지난 10일에도 충남 당진에서 60대 노동자 분이 돌아가셨는데, 보도가 잘 안 되더라고요. 결론이 안 나서 그런건지 돌아가신 분이 나이드신 분이라 그런건지, 당한 사고가 우리가 그동안 봐온 사고보다 덜 끔찍해 그러는지… 사실 그런 건 없거든요.”

가수 하림 씨가 17일 서울 금천구 작업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하고 있다.  2020.09.17
가수 하림 씨가 17일 서울 금천구 작업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하고 있다. 2020.09.17ⓒ김철수 기자

“함께 부르기는 시작일 뿐, 음악가로서 최선 다하고 싶어요”
지치고 힘든 싸움에 기꺼이 음악으로 기여하고자 하는 하림의 소신

하림은 고 김용균 씨의 사고를 비롯해 산재사고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왜곡된 고용 구조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사고에 있어 책임자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작업자의 과실로 끝맺음하게 만드는 과도한 외주화는 결국 돈 문제라고 꼬집으며, 기업 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뜻을 밝혔다.

“이 모든 건 사실 돈 문제라고밖에 생각이 안되는데, 그러려면 입법화를 시켜서 돈을 쓰지 않으면 벌을 준다고 해야죠. 그렇게 되려면 입법을 추진하는 사회 분위기에 힘이 실어져야 하는데, 사람들의 마음을 환기시키고 응집시키는 역할을 제가 음악으로서 보태는 거고요.”

또 되풀이되는 산재에 무뎌지지 않기 위해, 흩어진 슬픔을 하나의 결로 정리해 큰 움직임을 만드는 데에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기사 몇 줄보다 ‘댓글 시인’의 시 한 편이 모두를 움직였던 것처럼, 하림 역시 음악가로서 자신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부분 우리 마음을 울리는 것도 청년 가방 속 인스턴트 라면, 결혼해서 잘 살고 싶은 청년의 마음, 집에 식솔이 있는 가장 등의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모두가 여유가 없고, 약간의 분노를 품고 사는 시대니까요. 저는 이 분노를 음악이 꺼 줄 수 있다고 믿는거죠. 이 곡이 세상을 나아지게 하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영광입니다.”

가수 하림 씨가 17일 서울 금천구 작업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하고 있다.  2020.09.17
가수 하림 씨가 17일 서울 금천구 작업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하고 있다. 2020.09.17ⓒ김철수 기자

챌린지 이후의 계획을 묻자 하림은 단호하게 “함께 부르기는 사람들이 곧 흥미를 잃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거듭 챌린지를 ‘시작’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 문제가 단순히 일회성으로 주목을 끄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제가 열심히 SNS를 퍼다 나르고 댓글도 달고 관리하고 있지만, 함께 부르기도 오래 가긴 힘들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찾아 가야죠. 노동 현장으로 가서 노래 교육도 해드리고, 영상으로 촬영해서 또 이 이야기를 환기 시키고, 지치고 힘든 싸움일 거예요. 그러다 어느날 노동자를 위한 법안이 통과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샴페인 한 병 따면서 또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죠. 이번 챌린지는 시작일 뿐이에요.”

해당 챌린지에 참여하는 방법과 음원 파일, 악보는 프로젝트퀘스천 공식 홈페이지(https://projectquestion.com)와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허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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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입구 한복판에 '반성문'이 걸린 이유

인근 주민 명의로 '삼성 공사현장 노동자 사망 사고' 반성 대자보... 주민들 포스트잇 이어져

20.09.19 18:10l최종 업데이트 20.09.19 18:25l
 19일 새벽 삼성디지털플라자 홍대점 공사현장 외벽에 붙어 있는 자보의 모습.
▲  19일 새벽 삼성디지털플라자 홍대점 공사현장 외벽에 붙어 있는 자보의 모습.
ⓒ 오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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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지털플라자 홍대점 공사현장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하여 지역 주민 명의 '반성문'이 걸려 눈길을 끈다.

19일 새벽 2시 30분경 홍대입구역을 지나던 중 삼성디지털플라자 홍대점 공사현장 외벽에 부착된 대자보를 발견했다. '반성문'을 쓴 사람은 스스로를 '이 근처에서 살고 있지만 뒤늦게 소식을 접한 한 시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사고에 대해 언급하며 "있어서는 안 될 사고였고,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고 운을 뗐다. 지난 16일 오후 삼성디지털플라자 홍대점 공사현장에서는 승강기 통로 사이에서 작업 중이던 50대 노동자 한 명이 작업 중 승강기 가동으로 하강하는 균형추에 끼여 숨지는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서 그는 "이 번화한 홍대거리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은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적인 안전장비의 혜택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며 "우리 곁에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죽음의 릴레이는 반드시 멈추어야 한다"고 썼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 이 기업이 우리의 돈(기업에게 소비자가 지불한 비용-필자 주)을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쓰고 있는지에 대한 소비자로서의 책임을, 정부가 이 죽음을 제대로 예방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국민으로서의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저 또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사람으로서 이 반성문을 그 노동자분의 영전에 바친다"며 고인의 명복을 비는 것으로 글을 끝맺었다.   
 
 19일 오후 홍대입구역 삼성디지털플라자 공사현장 외벽에 시민들이 남겨놓은 메모가 붙어있다.
▲  19일 오후 홍대입구역 삼성디지털플라자 공사현장 외벽에 시민들이 남겨놓은 메모가 붙어있다.
ⓒ 오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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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옆에는 다른 시민들의 또다른 '반성문'이 이어지고 있다. 오후 2시 20분경 필자가 다시 현장을 찾아가 보니 시민들이 "뒤늦게 알았다. 죄송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좋은 곳에서 쉬시기를 바란다" 등의 포스트잇을 붙여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있었다.

한편 해당 공사현장 외벽 다른 편에는 "삼성전자 초일류 매장 구축을 위해 새단장 리뉴얼을 진행한다. 임시로 이전하여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오니 고객님들께서는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적혀 있다. 

노동계는 산업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는 노동자 사망 사고를 막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안전보건의무를 위반한 기업과 경영책임자, 관련 공무원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관련하여 지난 20대 국회에서 정의당 고 노회찬 의원이 대표로 법안을 발의하였으나 빛을 보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해당 법안을 대표로 발의하여 현재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지난 8월 26일부터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욕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해당 청원은 19일 15시 30분 기준 약 9만 5천 명의 동의를 받았다.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청원은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된다.
      
 19일 새벽 삼성디지털플라자 홍대점 공사현장 외벽에 붙어 있는 자보의 모습.
▲  19일 새벽 삼성디지털플라자 홍대점 공사현장 외벽에 붙어 있는 자보의 모습.
ⓒ 오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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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새벽 삼성디지털플라자 홍대점 공사현장 외벽에 붙어 있는 자보의 모습.
▲  19일 새벽 삼성디지털플라자 홍대점 공사현장 외벽에 붙어 있는 자보의 모습.
ⓒ 오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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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공동선언 실현에 총력 기울일 것"

6.15남측위·민화협, 9월 평양공동선언 2주년 '민족통일대회'개최 (전문)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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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19  20: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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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5남측위와 민화협은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 2주년과 10.4선언 13주년을 맞아 '남북관계 위기극복과 남북합의 실현을 위한 민족통일대회'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한미워킹그룹을 해체하고 민족자주, 민족자결의 입장에 확고히 서서 남북합의를 이행해야 한다. 9월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합의에 따라 군사적 적대행동을 모두 중단하고 공고한 평화체제 실현으로 나아가야 한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 이창복)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이종걸)는 19일 오후 9월 평양공동선언 2주년과 10.4선언 13주년을 맞아 '남북관계 위기극복과 남북합의 실현을 위한 민족통일대회'를 개최하고 호소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진정한 평화체제는 '과도한 군비경쟁, 신무기 도입, 핵무기와 핵위협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하면서 무기도입 예산은 민생예산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9월 평양공동선언의 이행의지를 담아 경의선, 동해선 철도 연결과 현대화를 다시 추진하고 남북관계를 결정적으로 파탄 낸 대북전단 살포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에 계류중인 전단살포 금지 관련 법안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6.15남측위와 민화협은 이날 엄미경 민주노총 통일위원장과 허권 한국노총 통일위원장이 낭독한 호소문을 통해 "현 남북관계의 위기는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남북공동선언의 합의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데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면서 남북공동선언 실현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은 대회사에서 남북관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누구의 간섭과 방해도 이겨내겠다는 용기있는 결단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도 대회사에서 "오늘 남북관계가 단절된 것은 2년간 남북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군사훈련이나 무기 증강 등 합의에 역행하기까지 했던 정부의 태도에서 기인한 것임을 통절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제대로 된 평가와 반성,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은 커녕 상대방의 반응조차 없는 부분적인 제안만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동맹대화 신설 시도를 중단하고 한미워킹그룹을 지체없이 해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내년 국방예산을 53조원을 제출하고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앞으로 5년간 무기도입과 군사력 증강에만 100조, 총 국방비 300조를 지출하려는 계획을 멈추고 2년전 군사적 적대행동 중단과 군축으로 가는 합의를 실현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특별히 강조했다.

이창복 상임대표의장은 지난 8.15민족자주대회를 반추하면서 "각계의 목소리는 하나였다. 남북관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누구의 간섭도 어떠한 방해도 이겨내겠다는 용기있는 결단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 이종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국가보안법 철폐, 한미워킹그룹 재구성과 한미군사훈련 축소 및 일시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종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현 시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남북간의 대화를 가로막는 국가보안법의 철폐와 함께 한미워킹그룹 재구성과 한미군사훈련의 재구성, 축소, 일시 중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북측에는 "남북합의 이행을 위해서라도 대화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날 6.15해외측위는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이 대독한 손형근 위원장 명의의 연대사를 통해 지난 2년간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으며 주변 대국들의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신냉전의 흐름이 우리 겨레에게 대재앙을 몰아올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손형근 위원장은 "시대는 민족의 자주와 통일을 가로막는 외세의 침략, 간섭과 훼방을 언제까지 허용 할 것인지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고 하면서 "강력히 결집된 민중의 힘만이 역사를 밀고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과 겨레의 자존과 자주권을 침해하는 불의에 단결의 힘으로 맞서 기어이 승리를 이룩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민족통일대회는 코로나19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서울시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 5층 니콜라오홀에서 제한된 인원이 참가하고 온라인 생중계(https://youtu.be/yilswUMoLgQ)를 병행해 진행됐다.

   
▲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최태봉 고양시민회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2년전 9.19남북군사합의를 이행하여 한반도 평화를 훼손하는 군비증강을 중단하라는 취지의 연설을 했다.

최태봉 고양시민회 대표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해 대북전단살포 행위에 대한 엄단을 촉구했다. 최 대표는 미국과 보수기독교세력이 예산 후원을 빌미로 일부 탈북민들을 전단살포에 앞세움으로써 접경지역 주민들의 삶을 위험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남북갈등을 초래하고 탈북민 정착에도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일본에서 태어나서 자란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씨가 하나된 조국을 꿈꾸며 현장에서 가야금 공연을 선보였고, 한국과 일본의 청년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합창을 랜선으로 준비해 감동을 안겼다.

   
▲ 왼쪽부터 엄미경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허권 한국노총 통일위원장이 민족통일대회 호소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씨가 '임진강' 등의 곡을 연주해 주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한국과 일본의 청년들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온라인 합창으로 선보여 감동을 안겼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회사] (전문)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


겨레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위해 함께하신 대표여러분 반갑습니다.

온라인으로 함께하고 계시는 전국의 통일일꾼과 시민여러분 고맙습니다.

코로나19로 비록 손 맞잡고 포옹하며 인사 나누진 못하지만 뜨거운 감사와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은 역사적인 9월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2년이 되는 날입니다.

남북합의 이행의 성과를 확인하고 기념하는 축제의 자리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 앞에서 매우 마음이 무겁습니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정신을 계승한 4.27판문점선언 그리고 9월 평양공동선언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하에 남북관계를 평화와 번영, 통일의 길로 지속적으로 발전시키자는 굳은 약속이었습니다.

그러나 2년 전의 부푼 기대는 실망이 되었고, 감동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북을 향한 미국의 적대정책은 계속되고 있으며, 냉전세력과 미국의 방해,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남북합의는 사실상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오늘 남북관계가 단절된 것은 2년간 남북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군사훈련이나 무기 증강 등 합의에 역행하기까지 했던 정부의 태도에서 기인한 것임을 통절하게 반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평가와 반성,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은커녕 상대방의 반응조차 없는 부분적인 제안만을 되풀이 하는 정부의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동맹’에 조금이라도 균열은 있을 수 없다는 냉전세력의 몽니를 넘어 보다 자주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책은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해체해야 할 한미워킹그룹은 여전히 건재하며, 오히려 ‘동맹대화’ 신설을 거론하며 미국의 입장과 정책을 그저 따라가겠다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민여러분!

그 어떠한 동맹의 이익보다 민족의 이익이 우선하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왜곡되고 종속된 ‘동맹’을 넘어 평등한 ‘관계’를 만드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정부는 동맹대화 신설 시도를 중단하고, 한미워킹그룹을 지체 없이 해체해야 합니다.

오늘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 2주년을 맞아 꼭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2년 전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하고 적대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국방예산은 가파르게 상승하여 내년 53조에 육박할 전망입니다. 앞으로 5년간 무기도입과 군사력 증강에만 100조, 총 국방비로 300조가 넘는 비용을 지출하겠다는 국방중기계획도 제출되었습니다. 지난 1차 긴급재난지원금으로 4조가 쓰였고, 재원 부족을 이유로 2차 재난지원금도 선별 지급하는 마당에 막대한 규모의 군사비 증액을 당연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방비 증액을 멈추고 군사합의 실현에 나서야 합니다.
남북간 군사적 적대행동 중단과 군축으로 나아가는 합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코로나 위기속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도 국방비를 삭감하고 민생예산으로 돌리는 것이 지혜로운 길이라 생각합니다.

대표자 여러분! 그리고 시민여러분!

저는 뜨거웠던 지난 여름을 다시 기억합니다.
지난 8월 우리는 광복 75주년을 맞아 각계와 함께 8.15민족자주대회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남북합의 이행과 자주 실현을 위해 함께 행동하였습니다.
비상시국선언과 비상행동에 함께해 주신 4,800여 단체들의 뜨거운 의지와 실천은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각계의 목소리는 하나였습니다. 남북관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누구의 간섭도 어떠한 방해도 이겨내겠다는 용기 있는 결단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시민여러분!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맞아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더 크게 단합하고 단결합시다. 더 큰 목소리로 자주 실현과 남북합의 이행을 외칩시다.
한반도의 평화와 겨레의 자존과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함께 나섭시다.

감사합니다.

 

[대회사] (전문)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안녕하십니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이종걸입니다.

먼저 평양공동선언 2주기를 맞이하여,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그 의미를 되새기고, 선언의 진행에 대한 많은 논의가 진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부득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하게 됨을 많이 아쉽게 생각합니다.

지난 2018년 9월 19일 남북의 양 정상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남북 관계를 민족적 화해와 협력, 확고한 평화와 공동번영을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합의한 바 있습니다.

특히 평양공동선언은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과 함께 「판문점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를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함과 동시에,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가동을 통해 ‘한반도를 항구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약속한 매우 중요한 선언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가가기 위해, 북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페기하기로 하였고, 미국과 합의한 6. 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를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남북합의에도 불구하고 북이 가장 두려워하는 한미군사훈련이 지속되었고, 대한민국의 미국산 무기구입이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나라가 됨으로 해서, 한쪽에서는 평화를 이야기 하면서도, 한쪽에서는 한미군사훈련과 엄청난 양의 무기구입으로 현재의 남북관계는 파탄의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현재 남북 관계가 얼어붙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미국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우리 정부도 잘못한 부분이 많이 있었음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남북 대화를 이야기 하면서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남북관계를 통제토록하고, 한미군사훈련과 엄청난 양의 무기구입은, 북의 입장에서 보면 대화의 진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발상과 과감한 정면돌파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저는 남북간의 대화를 가로막는 국가보안법의 철폐와 함께 한미워킹그룹 해체와 한미군사훈련의 축소나 중단을 촉구합니다.

남북대화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대화의 파트너인 북측의 입장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파악해야 합니다.

북측이 반대하고, 부정적인 것을 진행하면서 어떻게 대화를 진행할 수 있습니까?

저는 미국과 우리 정부가 이에 대한 과감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금도 유엔과 미국에 의한 북에 대한 제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간 대화를 한미워킹그룹에서 통제하고, 한미군사훈련과 과도한 무기구입을 지속한다면, 그것은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측에게 굴복하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북측에게도 말씀드립니다.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지금까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수많은 선언과 합의가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은 대화가 단절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대화는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25 전쟁의 와중에도 휴전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듯이, 대화는 진행되어야 하고 북의 적극적 참여가 있기를 바랍니다.

9.19 평양공동 선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았고, 70여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지난 70년 적대를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또다시 큰 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때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벽’을 타고 넘어가는 담쟁이처럼 우리 남북이 힘을 합쳐 이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호소문] (전문)
 
민족자주, 민족자결의 정신으로 다시 화해와 평화, 통일의 길을 열자! 

2018년 4.27판문점선언에 이어 5개월 만에 9월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합의서가 발표되었을 때, 온 겨레는 남북관계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신뢰와 협력의 단계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당시 남과 북 양 정상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에 기초하여 한반도 전역에서의 전쟁위험 제거, 근본적인 적대관계의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합의를 내옴으로써 전쟁종식을 향한 굳은 의지를 내외에 보여주었다. 군사분야합의서 또한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중단에 합의하고 군사적 완충지대를 넓히는 등 군사적 신뢰를 다지는 결실을 거두었다.

2017년의 심각한 전쟁위기와 대비되는 한반도 평화의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참으로 참담하기 짝이 없다.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이 무색하게도 남북합의들은 한미워킹그룹에 사사건건 제동이 걸려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과 군축으로 나아가자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군사적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남북관계 단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대북전단 문제 또한 이를 통제 할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발이 묶여 있으며, 관련 단체들은 적반하장 격으로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운운하며 대북전단 살포를 합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 당국대화는 모두 중단되었고, 민간의 만남 역시 2018년과 2019년 평양과 금강산에서 잠깐 이루어진 공동행사 이후 모두 중단되었다. 지난 정부 10년의 암흑기에도 실낱같이 만남이 이뤄졌으나 지금은 그 어떠한 만남도 대화도 기대하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 10.4선언 13주년에 즈음하여, 남북공동선언을 실현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호소한다.

현 남북관계의 위기는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남북공동선언의 합의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데로부터 시작되었다.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한미워킹그룹을 해체하고 민족자주, 민족자결의 입장에 확고히 서서 남북합의를 이행해야 한다.

9월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합의에 따라 군사적 적대행동을 모두 중단하고 공고한 평화체제 실현으로 나아가야 한다. 평화체제는 관계개선과 상호 협력으로서 실현 가능한 것이지 무기 경쟁으로 만들어 질 수 없다. 과도한 군비경쟁도, 신무기 도입도, 핵무기와 핵위협이 사라지는 진정한 평화체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코로나 19의 세계적인 확산과 이로 인한 민생, 경제의 심각한 위기를 고려하더라도 무기 도입 예산은 민생예산으로 전환되어야 마땅하다.

9.19평양공동선언의 실천의지로 남북이 함께 조사한 경의선,동해선의 철도의 연결.현대화도 다시 추진되어야 한다.

남북관계를 결정적으로 파탄 낸 대북전단 살포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국회에 계류중인 전단살포 금지 관련 법안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처리하여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고 남북 신뢰회복의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남북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로 향하는 길은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결코 포기하거나 지체할 수 없는 과제이다. 코로나 확산을 비롯한 기후,환경,보건의 위기 또한 서로 함께 힘을 합쳐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남북공동선언 실천운동을 적극 펼쳐 남북간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금 화해와 평화, 통일의 길을 열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2020년 9월 19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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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10명 중 4명 ‘코로나 블루’…2020년 한국인의 우울

김민아 선임기자 makim@kyunghyang.com

입력 : 2020.09.19 06:00 수정 : 2020.09.19 06:00

 

‘코로나19 관련 국민 정신건강 추적 연구’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A씨(52)는 대리운전 기사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처음 유행할 때, 집 밖 출입을 삼갔다. 입대를 앞둔 아들의 건강도 염두에 뒀다. 아들이 군에 간 후 다시 일을 시작했다. 평년보다는 못했지만, 그럭저럭 버텼다. 8월 중순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퍼지고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며 사정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하루 2~3번 ‘콜’을 받고 새벽에 택시로 귀가하곤 했다. 지금은 콜이 드물어 버스 끊기기 전 집에 온다. “전광훈만 아니었어도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텐데….” 마음은 분노로 가득 차 있다.

취업준비생 B씨(26)는 사무직 ‘알바’를 하다 코로나19 여파로 그만뒀다.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볼 때마다 원서를 내지만, 사실 공채 자체가 드물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서류심사 관문을 뚫는 일도 쉽지 않다. 이러다간 영원히 ‘취준생’ 신세를 못 면하는 것 아닐까. 초조하고 우울하다. 밤에도 쉽게 잠들지 못한다.

회사원 C씨(43)는 놀이터에서 딸의 그네를 밀어주다 또래 아이가 그네 타러 오는 걸 봤다. “몇 살이니?” “8살이오.” “우리 딸이랑 같네. 그럼 ○○초등 1학년?” “네.” “몇 반?” “3반이오.” 딸과 같은 반이었다. “서로 모르니?” 두 아이가 어색하게 웃었다. “얼굴은 봤어요.” 학교 간 날이 며칠 안 돼 이야기를 못해 봤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은 제대로 자라고 있나. 마음이 무거워졌다.

고3 D양(18)은 음대 지망생이다. 1학기 개학을 한 달 늦게 온라인으로 했다. 등교수업은 5월 말에야 시작했다. 어김없이 수시모집 시기는 돌아왔다. 희망 대학에선 대면 실기시험이 불가능하다며 동영상을 촬영해 내라고 한다. 촬영 수단·장소 등의 조건을 규정하긴 했지만 불안하다. 과연 모든 수험생이 같은 조건에서 시험을 치르는 걸까?

2020년, 한국인은 우울하다. 특히 지난달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국민 정신건강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고려대 KU마음건강연구소(소장 최기홍 심리학과 교수)가 5월, 7월, 9월 등 세 차례 실시한 ‘코로나19 관련 국민 정신건강 추적 연구’는 이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경도 이상의 우울 증상을 경험한 비율은 5월 33.9%, 7월 32.3%였으나 9월엔 38.4%로 상승했다. 국민 10명 중 4명이 우울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다. 전문가 상담이 권장되는 중등도 이상 우울 증상을 경험한 사람도 24.3%(5월), 22.3%(7월)에서 29.5%(9월)로 증가했다.

바이러스는 사라질 기미가 없고 고통은 갈수록 조여드는 시기. ‘코로나 블루’에 맞서 마음을 지키는 길을 정신건강 전문가들에게 들었다.

[커버스토리]10명 중 4명 ‘코로나 블루’…2020년 한국인의 우울

한국형 우울·불안 평가도구 활용 설문
응답자 5명 중 1명은 ‘자살 고위험군’
 

돌봄노동 늘고 자기실현 시간 줄어
여성의 우울·불안, 남성보다 높아
 

가족 중 누군가가 우울감을 호소하면
전문가의 도움 받도록 하는 게 바람직
 

고려대 KU마음건강연구소(소장 최기홍 심리학과 교수)의 ‘코로나19 관련 국민 정신건강 추적 연구’는 이 연구소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승환 교수팀 등과 함께 개발한 ‘한국형 우울·불안·자살 위험성 평가도구’를 활용해 온라인 설문조사로 실시됐다. 동일 집단 내에서 세 차례 추적조사를 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난 5월 1차 조사에 1167명이 참여했고, 이 중 936명이 7월 2차 조사에 응했다. 936명 가운데 842명이 3차 조사에 참여했다.

9월 조사 결과는 5·7월 조사 결과와 확연히 차별화된다. 응답자 10명 중 4명꼴로 경도 이상의 우울·불안을 경험하고, 5명 중 1명가량은 자살 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지하철을 환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줄어든 126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 비율은 26.8%로, 방역당국이 지난 4월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사진 크게보기

18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지하철을 환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줄어든 126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 비율은 26.8%로, 방역당국이 지난 4월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우울 증상의 경우, 피조사자 전체의 평균 점수가 5월 8.78, 7월 8.66으로 비슷했으나 9월엔 9.95로 높아졌다. KU마음건강연구소가 사용하는 한국형 우울 검사에서 9.0 이상은 ‘경도 수준의 우울 증상’으로 분류된다. 무증상자를 포함한 전체의 평균 점수가 ‘가벼운 우울’ 수준에 이른 것이다. 직접 우울 증상을 경험한 비율은 5월 33.9%, 7월 32.3%였으나 9월엔 38.4%로 증가했다.

불안 검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무증상자를 포함한 전체 평균 점수가 7.97(5월), 8.37(7월)이었으나 9월엔 경도 수준 불안(9.0)을 뜻하는 9.34까지 올랐다.

응답자 중 직접 불안을 경험한 비율은 5월과 7월 각각 33.7%, 35.3%였으나 9월 들어서는 41%로 급등했다. 정신건강 서비스가 필요한 중등도 이상 불안을 호소하는 비율도 5·7월 각각 23.9%, 25.7%였지만 9월 조사에서 31.4%로 치솟았다.

자살 위험성 검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살 위험 집단으로 분류되는 비율이 5월과 7월 26%대로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9월엔 28.1%로 증가했다. 특히 고위험군 비율은 18.3%(5월), 19.4%(7월)에서 20.2%로 높아졌다.

조사 결과에서 주목할 또 다른 대목은 성별 차이다. 여성 응답자의 우울·불안 수준이 남성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 여성의 평균 우울 점수는 5월 조사 때 이미 9.57로 ‘경도 수준의 우울’을 기록했다. 7월에 잠시 9.0 이하로 떨어졌으나 9월 들어 다시 10.48까지 급등했다. 여성의 평균 불안 점수도 5월과 7월엔 9.0 이하였으나 9월 들어 10.17로 상승했다.

KU마음건강연구소는 지난 5월부터 수면·식사·운동·대인관계·교육 활동을 포괄하는 ‘활력지수’ 조사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도 여성의 활력이 남성보다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9월 조사에서 ‘지난 1주일간 충분한 숙면을 취했느냐’는 질문에 긍정 답변한 비율은 남성의 경우 34.7%였으나 여성은 28.2%에 그쳤다.

‘지난 1주일간 충분한 신체적 활동을 했느냐’는 문항에선 절반에 가까운 여성(45.6%)이 부정적으로 답했다. 같은 질문에 부정적으로 답한 남성은 32.6%였다. ‘지난 1주일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시간을 보냈느냐’는 질문에서도 여성의 절반 이상(52.5%)이 ‘아니다’라고 했다. 같은 답을 한 남성은 38.4%였다.

최기홍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슬프고 우울하거나 불안감이 든다면, 자신의 목표를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할 때 감정의 고통을 줄일 수 있어요. 최기홍 교수 제공

최기홍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슬프고 우울하거나 불안감이 든다면, 자신의 목표를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할 때 감정의 고통을 줄일 수 있어요. 최기홍 교수 제공

연구를 이끈 최기홍 소장(45)은 여성의 우울·불안과 활력지수 저하 사이 관계에 주목했다. 최 소장은 “남성의 활력지수는 5·7·9월 조사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 데 비해, 여성의 활력지수는 9월 들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성들의 활력 저하에는 연령대별 차이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체활동을 하고 새로운 배움의 기회에 노출되는 일은 우울·불안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라며 “보다 정교한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재택근무·원격수업의 영향으로 돌봄노동은 늘어난 반면 자기실현을 위한 시간은 줄어든 여성의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해석은 다른 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조는 지난 16일 ‘코로나19 위기를 넘어 성평등 노동으로’ 주제의 온라인 토론회를 열고 올해 5~6월 여성 3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56.3%가 ‘돌봄노동 시간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이전보다 늘어난 돌봄노동 시간에 대해선 ‘하루 2~4시간’이라는 답이 17.2%로 가장 많았다. ‘6시간 이상’ 늘었다는 여성도 13.8%나 됐다. 돌봄노동을 누구와 분담하고 있는지 묻자 5명 중 2명(40.2%)이 혼자 감당하는 ‘독박 돌봄’이라고 답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돌봄 부담 때문에 노동 중단 위기에 빠진 여성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돌봄 위기가 계속될 경우 일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3분의 1 이상(36.4%)이 그만둘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최 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우울, 불안, 자살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국민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울·불안 수준이 높아진 9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각자 경험하는 마음의 고통이 이상한 것이 아님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 힘든데, 왜 나만 이렇게 유난을 떠나’ 자책하기보다, 마음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보듬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불안감이 든다면, 요즘의 삶 속에서 스스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들을 돌아보고, 그 일들이 좌절되거나 위협받는지 살펴보라”고 권했다. 감염병으로 여러 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이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할 때 감정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또 “가족이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불화가 생겨날 수 있다”며 “가족 중 누군가가 우울감을 호소하면, 더 심각한 단계로 진행되기 전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9190600015&code=940100#csidx7d1a555e79290008f86fa8aa130f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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