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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7조부터 폐지하자” 16년만에 다시 공론화 나선 민주당 의원들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20-11-05 19:09:24
수정 2020-11-05 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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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 등의 주최로 열린 표현의 자유와 국가보안법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 등의 주최로 열린 표현의 자유와 국가보안법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민중의소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일 찬양·고무죄를 적용하는 국가보안법 7조를 폐지하자고 촉구했다.

민주당 홍익표·설훈·이학영·도종환·박주민·이재정·이규민 의원과 '국가보안법 7조부터 폐지운동 시민연대'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표현의 자유와 국가보안법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국가보안법 7조부터 일단 폐지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앞서 민주당 이규민 의원은 같은 당 김용민·김철민·신정훈·윤영덕·김남국·이동주·이성만·이수진(동작을)·조오섭·최혜영 의원,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 무소속 김홍걸·양정숙 의원 등과 함께 국가보안법 7조를 폐지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이번 토론회는 법안 발의를 넘어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공론화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004년 참여정부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하다가 좌절한 이후, 16년만에 그 후신이라고 볼 수 있는 민주당에서 국가보안법의 일부인 7조 폐지를 추진하자고 다시 나선 것이라 주목된다.

주최 측 대표로 인사말에 나선 홍익표 의원은 최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보수단체에 의해 국가보안법 7조 위반으로 고발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궁금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는데 "너무 재밌었고 한편으로는 (고발을 당한 것이) 너무 황당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국가보안법 잔재가 우리 사회를 옭아매고 있구나"를 느꼈다면서 자신이 과거에 논문을 쓸 때도 북한의 '국가주석'이라는 표현 하나에 문제가 될까 자기검열을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홍 의원은 "국민의 의식과 시대가 변했다. 북한을 다룬 드라마를 보고 평양냉면과 대동강 맥주를 마신다고 국가 안보 의식이 흐려진다는 생각은 평화를 바라고 민주주의를 이룩해 온 우리 국민들을 무시하는 어리석은 잣대"라며 "국민의 의식과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시대착오적인 법조문"인 국가보안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홍 의원은 "국가보안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첫 단계로 7조부터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가보안법의) 전면적인 폐지와 개정이 이뤄질 때까지 (시민사회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규민 의원은 서면 인사말에서 '국가보안법은 사실상 사문화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률의 자의적 적용으로 인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법률의 전면 폐지 의견을 냈으며, 이에 2005년 여야는 각각 국가보안법 폐지안과 개정안을 상정했으나 더 이상의 진전을 보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이 의원은 "남북의 정상은 그동안 수차례 공동선언을 발표하며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며 "그런 상황에 분단의 유물인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매우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그중에서도 찬양과 고무를 금지하는 7조는 당장 폐지돼야 마땅할 것"이라며 "이제는 찬양과 고무로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위협받는 시대는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K-방역을 통해 세계 일류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며 "우리 국민들의 시민의식 또한 법으로 찬양·고무를 금지해야 할 만큼 후진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법안 발의만으로도 다시 한번 국가보안법 7조 폐지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겠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공동 주최한 시민사회단체인 '국가보안법 7조부터 폐지운동 시민연대'는 올해 5월 발족했으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다양한 분야의 24개 단체로 구성됐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등이 토론회를 후원했다.

토론회에서는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통일운동과 교육, 문화·예술, 인권 분야에서 나타나는 문제와 피해를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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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 유력, 쉽지 않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11/06 10:04
  • 수정일
    2020/11/06 10:0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제2회 전파포럼, '미대선 이후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0.11.05 19:31
  •  
  •  수정 2020.11.06 00:06
  •  
  •  댓글 0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미국 대선의 향방이 조 바이든으로 분명히 기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제2회 전파(前派)포럼을 개최했다.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미국 대선의 향방이 조 바이든으로 분명히 기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제2회 전파(前派)포럼을 개최했다.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례없는 전개로 충격을 주고 있는 2020년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어느덧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 유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한편에서 경제·사회·정치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닫는 갈등사회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여전히 미국과 미국의 리더십은 세계질서와 국제관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에 대한 그렇지 않은 많은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미국에서 새롭게 선출되는 리더십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미국 대선의 향방이 조 바이든으로 분명히 기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제2회 전파(前派)포럼을 개최했다. 

주제는 '미 대선 이후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조동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보고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이정철 숭실대학교 교수, 이혜정 중앙대학교 교수가 패널로 참가해 2시간 30분동안 격론을 펼쳤다.

포럼 명칭인 '전파'는 좌도 우도 아닌 나라의 나아갈 길을 찾아간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주제로 제1회 전파포럼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새 대통령이 추락하는 미국의 쇠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특히 미국의 새 대통령이 진용을 갖추기 전인 내년 6~7월까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곡절은 있지만 이미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문제없이 추동하기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김정은 위원장)가 핵 역량을 축소할 것이라는 데 동의하는 조건으로..."

지난달 22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벨몬트대학에서 진행된 최종 TV토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겠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바이든 후보가 한 답변이다.

이정철 교수는 이 언급에 대해 "북미정상회담은 할 수 있다. 조건은 북이 핵능력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그러면서 비핵지대화 옵션을 넒게 펴놓았지만 여전히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은 선비핵화"라며, "사실 캠프에서 잘 정리한 것이다. 절반은 신선하고 나머지는 전통적인 선비핵화 옵션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인데, 선거에는 잘 맞는 조합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어렵다"고 평가했다. 

원래 비핵지대화라는 옵션은 북이 핵무기를 철수하고 대신 주한미군의 확장억제나 항공모함 등 전력이 한반도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을 반영하는 개념이지만 그러려면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군비통제협상을 받아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 

한국정부가 군비통제협상을 받으려고 하면 북핵을 용인하려 한다는 갈등구조에 빠지게 되기 때문에 결국 바이든이 수용해야만 되는데, "바이든이 아무 것도 못할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해 주한미군 사령관이 나서 내년 8월까지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2, 3단계 검증평가를 거치고 그래도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줄 수 없다고 한데 대해서는 "그건 사실상 전작권 전환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지적했다. 군부와 관료의 저항을 통제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 바이든이 자리를 잡아줘야 할 2,000여명의 외교안보전문가들과 협의하고 인도태평양사령부를 설득한 후 한국정부와 협상할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내년초 제8차 당대회 소집을 앞두고 있는 북한은 새로운 국가경제발전5개년 계획을 중심으로 경제발전에 주력하면서 상황을 지켜 볼 것이라고 보았다. 

다만 내년 3월 초 한미군사연습이 올해 8월보다 수위가 높아지면 소극적으로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라 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강한 이니셔티브를 취해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내년 3월 남북관계 상황을 좌우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혜영 교수는 동맹은 수단이기도 하고 자산인 측면도 있다고 하면서, "새로운 정세에 맞추어 동맹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북핵이 중요한 문제라고 하지만 북미간의 해결 못지 않게 자강이라는 측면도 균형감있게 강조되어야 한다"며 "우리 대통령이 거짓말장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남북합의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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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민단체 "정부는 떠보는 중... 오염수 방류 꼭 막겠다"

[인터뷰] 후쿠시마지역 시민단체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

20.11.05 07:39l최종 업데이트 20.11.05 07:39l
 구호가 이름이 된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가 지난 19일 일본 정부의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반대하며, 후쿠시마현청과 후쿠시마역 앞에서 시위를 했다.
▲  구호가 이름이 된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가 지난 10월 19일 일본 정부의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반대하며, 후쿠시마현청과 후쿠시마역 앞에서 시위를 했다.
ⓒ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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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만 3985㎥(약 123만톤).

일본 정부가 11월 이후 태평양 해양에 방류할 계획을 밝힌 방사성 오염수의 양(10월 30일 기준)이다. 도쿄전력이 누리집을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된 이런 방사성 오염수가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 저장돼 있다. 1천만 서울 인구가 사용하는 1일 수돗물양(약 320만톤)의 1/3을 넘는 양이다.

지난 10월 한국 사회는 약 123만톤의 방사성 오염수 방류를 검토한다는 일본 정부의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 곳곳에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시민단체가 잇따라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한편,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정부의 미온적인 대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만 들썩인 건 아니다. 일본에서도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반대하는 이들이 거리로 나왔다. 후쿠시마현에서도 지역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시민단체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これ以上海を汚すな!市民会議, 이하 시민회의)'도 이 중 하나다.


구호가 단체 이름이 됐다. 시민회의 이야기다. 지난 2013년 여름,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 오염수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후쿠시마현에서 열렸다. 이때 시위에 참석했던 몇몇 사람이 모여 시민회의를 설립하면서 구호를 단체명으로 채택했다.
  
시민회의는 이름만 특별한 건 아니다. 지난 10월 19일 시민회의는 후쿠시마현청과 후쿠시마역 앞에서 '더는 방사성 물질의 해양 유출이 없도록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라고 외치며 피켓을 들었다. 과거 일본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다.

누군가는 이게 뭐가 대단한 일이냐고 되물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선 한국과 달리 피켓과 시위를 든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보기 어렵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일본의 대표적인 사상가 가라타미 고진(柄谷行人)는 책 <일본은 왜 데모하지 않는가>에서 "일본에서 데모(시위)하는 것은 유치하다거나 촌스럽고 좋지 않다는 풍조가 있다"라고 말했다.

시민회의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실제 후쿠시마 현지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10월 말~11월 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됐으며, 인터뷰 도움과 번역은 오하라 츠나키 탈핵신문 편집위원이 맡았다. 이 기사는 탈핵신문에도 공동 게재된다. 다음은 서면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대다수 일본 시민,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
   
 구호가 이름이 된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가 지난 19일 일본 정부의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반대하며, 후쿠시마현청과 후쿠시마역 앞에서 시위를 했다.
▲  구호가 이름이 된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가 지난 10월 19일 일본 정부의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반대하며, 후쿠시마현청과 후쿠시마역 앞에서 시위를 했다.
ⓒ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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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회의는 언제, 어떤 목적으로 출범했으며, 어떤 사람들로 구성돼 있나.


"지난 2013년 여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오염수가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때 이 사고에 항의하는 집회를 후쿠시마현에서 열었고, 이날 시위에 참석했던 몇몇 사람들이 모여 출범하게 됐다.

핵발전소 사고로 방대한 양의 방사성물질이 바다를 오염시켰다. 더는 방사성물질의 해양 유출이 없도록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생명의 근원인 바다와 시민들의 건강을 최대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회의에는 현재 약 30명의 후쿠시마 현지 주민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고, 후쿠시마현 밖의 시민들도 여러 명 함께 하고 있다. 회의는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약 5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 지금까지 주로 어떤 활동을 해왔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관련된 강연회나 심포지엄을 지역의 단체들과 공동으로 개최해 왔으며, 공동 성명도 발표했다. 그리고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현, 지자체 의회 등에 각종 요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와 관련해 진행하는 공청회에 참여하거나 정부가 시민에게 의견을 묻는 제도인 '퍼블릭코멘트'에 많은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일에도 힘써왔다. 각지에서 1인 시위나 피케팅도 진행했으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홍보자료를 만들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알렸다. 특히 매년 바다의 날에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오나하마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퍼블릭 코멘트'는 일본 정부가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 국민 의견을 듣는 절차로 일종의 '의견 공모 제도'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까지 이런 '퍼블릭 코멘트' 절차를 통해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최근 그 결과가 알려졌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체 4011건 중 2700건이 인체 유해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였고, 1000건은 방사능 오염 지역의 부정적 이미지에 대한 염려였다.

- 일본 정부가 11월 내에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 쌓여 있는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공식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쿠시마현 내 여론은 어떤가?

"수많은 시민이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반대한다. 특히 어업 관계자와 농림수산업 및 관광업 관계자들이 강력히 반대한다. 후쿠시마현 내 여러 기초지자체 의회에서도 해양 방류에 반대하거나 신중한 결정을 요구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런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무조건 해양 방류를 결정하려고 한다. 시민단체들은 해양 방류가 아닌 육상 보관을 비롯한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자세는 일방적이다. 처음부터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 방침 이외) 다른 대안에는 눈도 돌리지 않고 있다."

- 시민회의가 오염수 해양방류에 반대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후쿠시마 주민들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발생 이후 수많은 고생과 노력을 해왔다. 방사능에 오염된 땅을 정화하기 위한 제염작업에도 협조해 왔다. 시민단체들은 후쿠시마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안전한 곳에서 지낼 수 있게 여름방학 등을 활용해 단기 피난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했다. 농산물과 식품, 흙과 물 등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이들의 방사능 오염 정도를 측정해 공개하는 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방류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후쿠시마 시민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며, 추가적인 피해를 확대하는 인위적인 행위다.

지금도 방사능에 피폭되지 않으려 피난 생활을 계속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그리고 피해자 중에는 정부와 도쿄전력을 상대로 사고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진행하는 사람들도 있다."

-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오염수의 해양방류 결정을 11월로 연기했다고 한다. 왜 그렇게 결정했다고 생각하나.

"일본 정부는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해) '10월 27일에 결정하겠다'라고 공식적으로 말한 적은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대대적으로 이를 보도한 언론기관에 대해 '오보'라고 수정을 요청하지 않았다. 추측이지만 언론이 '10월 27일 결정설'을 보도한 것을 묵인한 이유는 여론의 반응을 엿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여론의 반발이 커지고, 퍼블릭 코멘트에서 4011건 중 70%가 반대 의견을 차지한 것을 고려해 (오염수 방류 결정) 발표를 연기했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 (일본 정부의) '10월 내 결정'을 막은 건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냥 연기만 됐을 뿐,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한다는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 (시민회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반대 목소리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슈퍼마켓에 후쿠시마산 수산물 진열... 구매 여부는 소비자 몫"
  
 지난 2015년,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지역 어업조합에 보낸 답변서에서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는 한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라고 약속했다. 앞서 어업조합은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요구사항을 도쿄전력에 전달했다.
▲  지난 2015년,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지역 어업조합에 보낸 답변서에서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는 한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라고 약속했다. 앞서 어업조합은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요구사항을 도쿄전력에 전달했다.
ⓒ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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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해양 방류할 경우, 일본산 수산물의 수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후쿠시마 어민들의 입장이나 의견에 대해 알고 싶다.

"방사성 오염수가 해양 방류되면 어민들은 수출에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국내(일본 내) 소비도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어업으로 생업을 유지하고 있는 어민들은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어업관계자들은 계속해서 일관적으로 강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지난 2015년 8월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와 도쿄전력이 약속한 내용이 있다. 당시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도쿄전력에 요청서를 보내 '원자로 건물 내에 있는 오염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에서 처리한 후에도 발전소 내 탱크에 보관해 책임 있게 엄중하게 관리해야 하며, 어업조합과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는 한 해양방류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라고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도쿄전력은 '관계자들의 정중한 설명과 이해를 거치지 않고서는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겠다'라고 약속했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결정하고, 도교전력이 동의한다면 (도쿄전력은) 어민들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고, 어민들을 배신하는 일이 된다."

- 최근 한국 언론은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어업 활동이 일부 재개되었다고 보도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일본에서 일상적으로 유통되어 있는지,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일본에서의 반응이 어떤지, 혹시 불매운동은 일어나지 않는지 궁금하다.

"'후쿠시마산'이라는 이름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수산물은 사고 후부터 현재까지 '시험 조업'이라는 한정된 상황에서 어획된 것이다. 어종별로 방사능 측정을 해서 출하하고 있으며, 어획량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의 약 10%대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국에 있는) 슈퍼마켓 등에 진열되는 수산물 중에는 후쿠시마 인근 지역에서 잡힌 것도 있다. 그 수산물을 구매할지 여부는 소비자 선택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 끝으로 이 기사를 읽고 있는 한국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약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다. 피해를 본 많은 사람이 일본 정부의 정책으로 방사성 오염수가 해양 방류되는 것에 대해 강한 위기감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사성 오염수가 해양 방류된다면, 당연히 인근 국가에도 영향을 끼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이상 해양에 오염수를 방류하지 마라 시민회의'는 많은 사람과 함께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 반대) 목소리를 높여가겠다. (한국 국민과 함께) 방사능 피해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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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삭발·농성 돌입… “노동개악 저지하는 그날까지”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0.11.04 14: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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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 법 쟁취!”
비대위원 전원 삭발, 국회 앞 농성 돌입

ILO 핵심협약 비준을 명분으로 한 노동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단체교섭권에 대한 최소한의 국제기준을 지키겠다며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면서 반대로 노동기본권을 후퇴시키는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내놨다. 경영계는 정부 개악안의 내용도 모자라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과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배제’ 등 더 큰 개악안을 요구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노동개혁’을 내세우며 자본의 요구를 담은 추가 개악을 노리고 있다.

이에 맞서 노동자들은 총파업·총력투쟁을 결심하며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겠다는 결심을 세웠다.

▲ 민주노총이 4일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법 쟁취’를 위한 국회 농성에 돌입했다.
▲ 민주노총이 4일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법 쟁취’를 위한 국회 농성에 돌입했다.

가장 앞장에서 선 것은 제1노총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9월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모든 노동자의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한 투쟁을 결심하면서, 10만 노동자·국민의 동의를 얻어 ‘근로기준법 11조’와 ‘노조법 2조’ 두 개의 법을 개정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는 ‘전태일 3법’을 입법 발의했다.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고 전태일 3법 입법 투쟁에 100만 조합원과 함께 조직의 힘을 집중하겠다는 결심이다.

그 결심이 4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의 삭발로 표현됐다.

“옛 부터 전장에 나가는 장수는 자신들이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을 예견하고 자신들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머리터럭(머리털)을 가족들에게 남겼다. 오늘의 삭발 결의는 그런 의지다. 절대 물러서지 않고, 탄압에 맞서, 개악을 무력화시키는 투쟁을 결의하는 삭발이다.” 비대위원들이 앞에 서고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들이 삭발을 도왔다.

▲ 삭발하는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양동규 비상대책위 집행위원장.
▲ 삭발하는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양동규 비상대책위 집행위원장.

삭발 의식을 마친 김재하 비대위원장의 목소리가 결연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정권이 민주노총을 고립화시키고 언론을 장악해 헛소리를 퍼트리면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개혁’으로 치장하고, 정반대인 노동악법을 통과시켜 재벌의 환심을 사고자 할 뿐”이라 강력히 규탄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가, 국회를 대표하는 유력정치인들이 노동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외쳤다.

김 비대위원장은 “2500만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의 주장과 투쟁을 지지하고 있고, 박근혜 퇴진 촛불을 들었던 양심적 시민 사회단체들이 함께 마음을 보태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승리할 수밖에 없다”고 결의를 높였다.

▲ 김재하 민주노총 비대위원장이 투쟁 발언을 하고 있다.
▲ 김재하 민주노총 비대위원장이 투쟁 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가맹노조들에서도 노동법 개악에 맞선 투쟁의 결심이 확산, 가속화되고 있다. 총파업·총력투쟁의 결심을 마친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민주일반연맹 위원장들도 국회 앞에서 결의를 밝혔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노동법 개악이 국회에 상정되면 쟁의권이 없는 조직이더라도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결연히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고,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동법 개악에 맞선 총파업을 결의했다”면서 “개악안이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소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면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유진 민주일반연맹 위원장은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으로 전태일 3법 쟁취를 반드시 쟁취하기 위해 전 조직이 총파업을 불사한 투쟁을 결심했다. 쓰나미 같은 노동개악에 맞서 쓰나미 같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결의했다.

▲ 민주노총 10기 임원선거에 나선 후보들도 기자회견을 찾아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법 쟁취’ 투쟁의 결의를 높였다.
▲ 민주노총 10기 임원선거에 나선 후보들도 기자회견을 찾아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법 쟁취’ 투쟁의 결의를 높였다.

10기 임원선거에 후보로 출마한 4개 조 후보들도 회견장을 찾아 “노동법 개악 저지와 전태일 3법 쟁취를 위해 투쟁의 중심에 서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재하 비대위원장은 “선거가 진행된다고 해서 탄압이 중단되는 것 아니고, 노동법 개악이 중단되는 것도 아니다. 민주노총은 선거도 하고 투쟁도 동시에 할 수 있는 조직”이라며 투쟁을 독려했다.

끝으로, “향후 정권과 정치권의 대응에 따라 투쟁 수위를 더욱 높여갈 것”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악법을 철회하지 않거나 민주당이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정권을 세운 촛불이 거대한 횃불이 되어 정권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법 쟁취를 위한 국회 앞 농성에 돌입했다.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 법 쟁취! 국회 농성돌입 기자회견문

민주노총의 역사는 모든 노동자의 기본권 쟁취와 확대를 위한 투쟁의 역사이고 이를 막아서는 개악에 맞선 투쟁의 역사이다. 민주노총의 2020년 11월은 거세게 밀려오는 노동개악을 저지하는 투쟁으로 그리고 전태일 3 법 쟁취 투쟁으로 향하는 오늘의 역사이다.

25년 전 민주노총이 탄생한 이듬해 기습 날치기로 몰아닥친 노동법 개악에 맞서 완강한 총파업 투쟁으로 이를 막아섰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는 그 날선 투쟁의 기억을 되새기며 다시 여의도에 농성장을 꾸린다. 차가운 칼바람을 맞으며 풍찬노숙을 준비한다. 그 어느 한순간도 노동자에게 따뜻한 햇살 내리쬐는 좋은 날이 있었냐마는 오늘따라 갑자기 떨어진 기온은 우리가 처한 현실에 더해져 더 차갑고 시리다.

우리는 코로나 19를 통해 노동조합 밖의 노동자들이 단발마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며 어떻게 삶의 벼랑으로 내몰렸는지 확인했다. 또 밀려오는 자본의 해고와 구조조정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구심은 노동조합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아니 아예 노동조합을 하지 말라고 한다. 이렇듯 노동자에겐 생명줄이지만 재벌과 자본에게는 그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그들만의 세상을 위협하는 최대의 걸림돌인 노동조합을 무력화 시키려고 한다. 아니 노동조합을 하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이 그러하고 때맞춰 맞장구 치는 재계와 여야정치권의 부화뇌동이 그러하다.

토론과 협의의 틈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일방적인 강행만 존재한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핑계로 전대미문의 역대급 노동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비준이 발효되는 1년 동안 관련된 국내의 노동관계법을 국제기준에 맞게 정비하라는 ILO의 권고와 취지는 찾아볼 수 없다.

법률, 법학자 단체와 다양한 시민사회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지적하는 개악요소에 대해선 일언반구 말도 없이 형식적인 몇 차례의 토론을 통해 마치 노동계의 입장을 청취하고 수용한 것처럼 사기를 치며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민주노총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다른 답이 있을 수 없다. 그 답은 이러하다. 민주노총은 100만 조합원을 넘어 2,500만 노동자의 생명줄을 자본의 무한 착취와 수탈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노동법 개악 저지에 모든 역량을 바쳐 싸울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 만들어지는 농성장과 농성투쟁이 그 마중물이고 깎은 머리는 결코 물러설 수 없음을 그리고 조직적 결의에 바탕한 총파업 – 총력투쟁의 디딤돌임을 밝힌다.

우리의 힘이 다하지 못해 부러질지언정 결코 굽힐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 노동개악 저지를 위해 이러저러한 제약을 넘어 끓어오르는 현장의 분노를 하나로 모을 것이다. 각 사업장의 절실한 이해와 요구에 기반하고 또한 그것을 넘어서는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 법 쟁취의 단일한 전선으로 결집시켜 투쟁할 것이다.

이것이 민주노총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이고 역할이기에 우리는 기꺼이 투쟁의 머리띠를 묶는다. 100만의 조합원을 넘어 2,500만 모든 노동자의 권리와 존엄을 위해 단호하게 싸울 것이다.

50년 전 11월의 전태일 열사를 생각한다. 자신을 던져 인간해방을 선언했던 그 결단의 시간을 앞둔 전태일 열사를 생각하며 외친다.

노동개악 분쇄하자!
전태일 3 법 쟁취하자!

2020년 11월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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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국과 손잡았다? 최적의 중재자는 한국이다

 

[현안진단] 중국의 쌍순환 경제전략과 북한의 '제3의 길'

미·중 전략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미 대선이 치러졌다. 이번 미 대선은 향후 미국의 대외전략이 현재의 기조를 이어갈지, 아니면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될지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한반도 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한 모두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중국 당국의 한국전쟁 왜곡이 도를 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른바 '항미원조전쟁' 7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 <금강천>을 상영한 데 이어, 미·중 간의 장진호 전투를 그린 <빙설 장진호>를 제작 중이다. 단편드라마 <우리의 전쟁>을 방영했고 연말 상영을 목표로 40부작의 TV드라마 <압록강을 넘어>를 촬영하고 있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중국의 영화나 드라마는 자신들이 '항미원조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남북한의 내전(1950.6.25.~)에서는 북한군의 패배로 끝났지만, 그 해 10월 19일 중국인민지원군(이하 중공군)의 참전으로 시작된 항미원조전쟁(~1953.7.27.)에서는 '침략자'(미군)를 북·중 국경에서 400km 남쪽으로 몰아내는 전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중공군이 한국전쟁에서 첫 승리를 거둔 10월 25일을 항미원조전쟁 기념일로 제정해 매년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참전 70주년 기념연설에서 "어떤 세력도 조국의 신성한 영토를 침범하고 분열시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이런 엄중한 상황이 발생하면 중국 인민은 반드시 정면에서 통렬하게 공격할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미국에 경고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한국전쟁 참전 기념식에서 직접 연설한 것은 2000년 장쩌민(江澤民) 이후 20년 만이다.


 

이와 같은 중국의 한국전쟁 왜곡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올해 들어 유독 심해졌다. 이제 중국은 덩샤오핑(鄧小平)과 장쩌민 시대의 도광양회(韜光養晦)와 후진타오(胡錦濤) 시대의 유소작위(有所作爲)를 넘어, 시진핑 시대에 들어와 주동작위(主動作爲)를 내세우면서 한국전쟁에 대한 왜곡이 극심해진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이념편향적인 역사 해석에는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미국을 견제하고 중국인민들을 결속시키려는 의도가 강하게 깔려있다. 이는 한편으로 미국의 대중 압박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냄과 동시에 중국인민들을 결집시켜 정면돌파 하려는 중국지도부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 지난 10월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 70주년 기념식인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참전 70주년'에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공산당 제19기 5중전회(5中全會)와 '쌍순환 경제전략'


 

중국지도부의 대미 위기감과 함께 정면돌파 의지가 담긴 정책들이 얼마 전 폐막된 당 제19기 5중전회에서 채택되었다. 이번에 채택된 결의안에서는 현 정세에 대해 '백 년 동안 없던 대변화의 국면(百年未有之大變局)'이라고 규정하고, 2035년 전면적 샤오캉(小康) 사회를 실현해 나가는 중간단계로서 1인당 GDP를 중등선진국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제14차 5개년 계획(2021~25)을 채택했다.


 

이번 5중전회의 핵심사항은 미국의 대중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 전략에 맞서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하고 과학기술의 자립을 이룩하며 내수활성화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즉, 5중전회에서 차기 지도자를 지명하던 관례를 깸으로써 시진핑의 3연임을 사실상 확정하고, 미국의 첨단기술 고립화에 대비한 과학기술의 자립을 추진하며, 내수-무역의 쌍순환 경제전략으로 지역가치사슬(RVC) 구축을 가속화하는 등 3가지 사항을 결의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미국이 중국을 글로벌가치사슬(GVC)에서 배제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한 위기감에서 나온 중국식 정면돌파전인 '쌍순환 경제전략'이다. 중국은 거대한 인구에 바탕을 둔 내수를 중심으로 '국내대순환'을 구축하고 국제교역을 통한 '국제대순환'으로 보완하는 쌍순환 경제전략으로 새로운 지역가치사슬(RVC)을 만들어 미국의 배제전략을 정면돌파 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국제경제 질서는 미국이 주도하고 북미, 서유럽, 아시아가 뒤따르는 글로벌가치사슬(GVC)이 존재했다. 그러나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경제적으로 급성장해 미국의 지위를 위태롭게 하자, 이제 미국은 경제번영네트워크(EPN), 클린네트워크(Clean Network) 등 여러 가지 수단으로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들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자국 중심의 아시아지역 가치사슬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국공상은행(ICBC)의 계열사인 ICBC International의 쌍순환 경제전략 설명자료에 따르면, 기존의 글로벌가치사슬은 새롭게 북미지역, 유럽지역, 아시아지역 등 3개의 지역가치사슬(RVC)로 분화된다. 이 가운데 아시아지역 가치사슬에서 내수에 기반 한 '국내대순환'을 중심에 놓고, 고부가가치 첨단기술은 한국, 일본과 협력해 기술혁신을 도모하고 저부가가치 상품은 동유럽국가들과 생산협력관계를 통해 '국제대순환'을 구축해 나간다는 것이 중국이 구상하는 쌍순환 경제전략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쌍순환 구조에서 북한은 어떤 위치를 차지할까? 중국공상은행의 해설자료에는 지역가치사슬 내 북한의 위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의 자력갱생 경제노선으로 볼 때, 새로운 지역적 국제분업구조라고 할 수 있는 쌍순환 경제구조와 북한경제와의 관계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자립적 민족경제 노선과 한계


 

북한은 '경제에서의 자립'을 기치로 오랫동안 자력갱생의 폐쇄적인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 노선'을 견지해 왔다. 이 노선은 중공업 발전을 우선하면서도 내부자원을 극대화해 경제발전을 이루려는 것이다. 흐루쇼프 당 서기장이 공산권 경제상호원조회의(COMECON)를 확대 강화하면서 북한에게 사회주의 국제분업체제에 들어올 것을 요구했을 때도 북한은 자력갱생 정책을 고수했다.


 

북한이 노동력과 같은 국내 자원을 총동원해 계획경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였다고는 하지만, 소련과 중국의 원조나 원부자재에 대한 우대가격 제공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북한 스스로는 옛 소련의 사회주의 국제분업을 거부하며 자립경제구조를 지향했지만, 현실적으로는 한 번도 명실상부한 자립경제를 달성한 적이 없었다.

 

냉전 종식 이후 옛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북한의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 노선은 한계를 드러냈다. 옛 사회주의국가들은 석유, 역청탄과 같은 원부자재나 자본재에 대해 우대가격 제공을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달러화와 같은 경화를 요구했다. 사회주의 세계체제의 해체 이후 북한에서 자력갱생 노선이라는 환상이 깨진 것이다.

 

냉전 종식 이후 북한은 중국 동북3성의 지방정부와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중국 중앙정부는 두만강 이니셔티브(GTI)나 창지투(長吉圖) 개발계획 등을 통해 낙후한 동북3성과 북한경제를 연계시켜 개발하고자 했다. 하지만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경제위기에다 자연재해까지 덮친 북한은 심각한 체제위기 속에서도 동유럽국가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개혁·개방보다는 자력갱생 노선을 유지한 채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하면 할수록 국제제재가 촘촘하게 부과되어 그나마 남아있던 국제경제와의 협력공간마저 닫히고 자력갱생의 공간도 마땅치 않게 돼버렸다.

 

인민생활의 향상과 경제강국의 건설을 내걸며 출범한 김정은 체제는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다시는 인민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작년 2월 말 하노이 노딜 이후에 개최된 12월 31일 당 전원회의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어이 자력부강, 자력번영"하겠다고 후퇴했다.

 

김정은 체제에 들어와 북한은 군수산업이나 중화학공업과 같은 국가부문은 기존처럼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계획경제를 유지하면서도, 생활필수품을 만드는 기업이나 농장의 경영에는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개혁'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원부자재와 자본재가 부족한 북한으로서는 이러한 내부자원의 동원과 효율적 관리만으로는 경제성장을 이루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한이 제8차 당대회에서 선택할 3가지 경제전략 옵션


 

북한이 대안으로 선택할 제1의 길은 핵무기 포기 카드를 활용해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개방과 국제경제체제 편입을 통해 개발도상국가의 길을 걷는 것이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국가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한 이후 이 길을 선택했지만, 작년 2월 말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일단 이 길은 유보되어 있다.

 

북한이 '새로운 길'이라며 제시한 제2의 길은 북·미 협상이 장기성을 띠고 있다면서 자력갱생을 통해 대북제재를 정면돌파 하겠다는 것이다. 이 길은 '시간은 내 편'이라는 인식 아래 북·미 협상의 가능성을 완전히 접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자력갱생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북 경제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와 대규모 수해의 발생으로 '제3의 길'을 찾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북한은 내년 1월 개최 예정인 제8차 당대회에서 현행의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을 지속할 것인가? 김정은은 지난 10월 10일 개최된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오는 제8차 당대회에서 부흥번영을 실현하기 위한 방략과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 지난 10월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설하고 있다. ⓒ로동신문

김정은의 열병식 연설에서 주목할 부분은 작년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자력갱생'의 원칙과 투쟁구호인 '정면돌파전'에 대해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자력갱생'을 대신해 '혁신과 발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이것만으로 북한이 '자력갱생'을 포기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를 보완할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북한이 단기간 내에 제1의 길로 돌아갈 수 없다면, 새로운 경제적 돌파구를 찾아 대외관계로 눈을 돌릴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장 유력한 것이 당 제19기 5중전회에서 중국이 채택한 쌍순환 경제전략에 편승하는 길이다. 미·중 전략경쟁 중에 중국이 추진하고자 하는 쌍순환 경제전략에서 북한은 자국경제를 동유럽과 달리 국제대순환의 하위구조가 아니라 동북3성 차원에서 중국의 국내대순환 구조 속에 편입시켜 관리하고자 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최근 북·중관계의 전개 양상이다. 지난 10월 10일 시진핑은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보낸 축전에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및 발전 번영을 위해 적극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중국 건국 71주년을 맞아 김정은이 보낸 친서에 대한 시진핑의 답전(10월 29일 공개)에서는 "우리는...보다 훌륭한 복리를 마련해주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을 추동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국제현안에서 중국 입장을 지지해 주는 대신에, 중국은 '복리'와 '지역의 발전 번영'을 북한에게 제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제3의 방안'은 유엔안보리 제재의 지속과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의존도라는 장애물이 있다. 유엔안보리 제재가 지속되는 한 쌍순환 구조에 편입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유엔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나가기 위해서도 남북대화의 복원은 물론 북·미 비핵화 협상의 재개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의 높은 대중 무역의존도를 고려할 때 일방적으로 중국경제에 의존하거나 중국의 국내대순환 구조에 편입되는 경제전략은 북한경제의 예속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은 여러 나라들과 경제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일본과의 관계개선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외무성 아시아담당 부상을 지낸 리길성이 싱가포르 대사로 간 것도 동남아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도와 무관치 않다.


 

북한이 어떠한 경제전략을 채택하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과 같은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지 않아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한반도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있는 중재자를 활용하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현 단계 최적의 중재자는 한국뿐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10418115460327#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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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연락채널 복원·판문점내 자유왕래·이산가족 상봉' 제안

판문점견학지원센터 개소식 및 견학 재개...남북관계 물꼬 트이길 기대

  • 기자명 판문점 공동취재단/이승현 기자 
  •  
  •  입력 2020.11.04 15:57
  •  
  •  댓글 1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4일 오전 판문점견학지원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북측에 연락채널 복원을 비롯한 세가지 작은 걸음을 내딛자는 제안을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4일 오전 판문점견학지원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북측에 연락채널 복원을 비롯한 세가지 작은 걸음을 내딛자는 제안을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4일 오전 판문점견학지원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세가지 작은 걸음'을 내딛자고 북측에 제안했다.

취임 100일을 맞기도 한 이날 이 장관은 △남북연락사무소를 비롯한 연락채널의 복원 △판문점 내 남북 자유왕래 △판문점을 통한 이산가족 상봉 등을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물꼬가 트이는 평화를 위한 세가지 작은 걸음'으로 제시했다.

먼저, 남측 '자유의 집'과 북측 '판문각' 사이의 통신 복구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복원 및 재가동을 바란다고 하면서 "상시 소통채널을 마련하는 것은 남북관계 복원의 기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2018년 문재인대통령이 경계를 넘었고 9.19 군사합의를 통해서는 자유왕래에 합의한 바 있는 만큼 "판문점 공간 안에서라도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산가족의 절실함을 생각해 "판문점에서 소규모 상봉이라도 재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당장 어렵다면, 화상상봉과 서신 교환 등 언택트 방식으로라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 장관은 이날부터 1년여만에 판문점견학이 재개되고 이를 위해 절차적 문제를 대폭 개선해 '판문점견학지원센터'를 개소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남북합의의 정신이 깃든 판문점은 지금 이 순간도 우리에게 '작은 평화'의 시작이자 '큰 평화'를 열망하는 희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판문점은 9.19 군사합의가 지켜지고 있는 합의이행의 현장"이라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우리 국민들의 평화의 발걸음이 쌓이고 쌓이면, 평화에 대한 열망과 의지도 판문점을 넘어 북측까지 전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날 기념식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이 장관은 미국 대선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떤 경우이든 미국 대선 결과가 새로운 정세의 시작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런 측면들을 주목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정부로서는 어떤 상황이 되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착실하게 진척시켜나갈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10월 10일 당창건행사, 11월 3일 미국 대통령선거, 내년 1월 초 제8차 당대회 등 큰 정치일정속에서)북측이 아직까지는 상황을 격화시키거나 파국으로 가는 것보다는 좀 개선하는 쪽으로 가능성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 완연하게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건 아니고 그래서 그 두 가지 측면들을 다 보면서 최선을 다해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평화의 흐름으로 만들어내기 그런 노력들을 하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판문점견학지원센터 개소식이 열린 이날 13개월만에 판문점 시범견학이 재개되었으며, 6일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다. [사진공동취재단]
판문점견학지원센터 개소식이 열린 이날 13개월만에 판문점 시범견학이 재개되었으며, 6일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개소식에는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김영호 외통위 민주당 간사, 윤후덕·박정 국회의원,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 도성훈 인천광역시 교육감, 장휘국 광조광역시 교육감, 최종환 파주시장, 패트릭 고샤 중립국감독위원회 스위스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부터 재개되는 판문점 견학은 남북 협의에 따른 것은 아니며,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과정에서 먼저 문을 닫았던 우리 정부가 방역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이다. 북측은 올해 1월 코로나19 확산과정에 판문점 견학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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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개표 피말리는 초접전, 바이든 역전... 트럼프, 재검표·소송전 돌입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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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0/11/05 10:07
  • 수정일
    2020/11/05 10:0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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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박빙 경합주에서 간발의 차이로 승기 잡아... 당선자 확정 지연에 미국 사회 불안감 고조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20-11-05 08:39:48
수정 2020-11-05 08: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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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뉴시스  
 
미국 대선 개표가 대선일 이틀째인 4일(현지 시간) 밤 현재 피를 말리는 초접전 속에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역전하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박빙의 승부 차이를 보인 지역의 재검표와 개표 중단 등을 요구하며 법적 소송전에 돌입했다.

개표 초기 예상외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가던 일부 경합주에서 다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역전하거나 바짝 추격했다. 따라서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의 개표가 지연되면 법적 소송 등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승패의 핵심이 되는 북부 3개 경합주인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이른바 ‘러스트벨트’ 지역의 싸움이 치열했다. 이들 3개 주는 개표 초반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갔지만, 위스콘신과 미시간은 현재 바이든 후보가 역전한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위스콘신은 현재 98% 개표에 바이든 후보가 49.4% 득표율로 트럼프 대통령(48.8%)을 불과 0.6%포인트 앞서고 있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박빙의 표차를 보이자 재검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시간도 97% 개표에 바이든 후보가 49.8% 득표율로 트럼프 대통령(48.6%)을 1.29%포인트 차이로 역전했다. 개표 후반에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한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가 개표되면서 CNN방송 등 일부 매체는 바이든의 승리를 확정했다.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는 85% 개표 기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51.8% 득표율로 46.9%의 바이든 후보를 4.9%포인트 앞서고 있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이 두 자리 숫자까지 앞서갔지만, 간격이 좁혀지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등 아직 승패의 최종 확정이 이뤄지지 않은 나머지 경합 지역에서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개표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 바이든 후보는 네바다(86% 개표 기준 0.6%포인트)와 애리조나(86% 개표 기준 3.4%포인트)에서 앞서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95% 개표기준 1.4%포인트)와 조지아(94% 개표 기준 1.2%포인트)에서 리드하는 상황이다.

NYT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현재 선거인단을 253명, 트럼프 대통령은 214명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AP통신과 폭스뉴스 등은 애리조나(11명)에서 바이든 승리를 확정했다. 따라서 현재 우위를 보이는 네바다(6명)만 승리한다면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당선을 확정할 수 있다고 일부 언론들은 전했다.

트럼프, “매우 이상하다” 불복 예고 vs. 바이든, “모든 투표 집계돼야” 반격

270명은 선거인단(538명) 과반이자 대통령 당선을 확정하는 ‘매직 넘버’다. 하지만 현재 이들 경합 지역의 개표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초접전이 계속되고 있어 어느 쪽도 당선 확정을 섣불리 선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측이 재검표 요구와 함께 사전투표 개표 중단 등을 요구하는 소송에 돌입함에 따라 상당 기간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는 한 달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연설을 통해 “당선에 필요한 270명의 선거인단에 도달하기에 충분한 주들에서 우리가 승리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진행 중인 개표가 끝나면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모든 투표는 반드시 집계돼야 한다”며 “우리 국민은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어젯밤 나는 대부분 민주당이 운영하거나 지배한 많은 핵심 주에서 확고한 우위를 보이고 있었다”면서 “그 이후 놀랄 만한 투표용지 더미가 개표되면서 이 우위는 하나하나씩 마법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 매우 이상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그것은 역사적으로 완전하게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면서 “어떻게 우편투표 더미가 개표될 때마다 득표율에서 그렇게 압도적이고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느냐”며 강한 불만과 의구심을 표시했다. 또 이어진 트윗에서 ”내가 대승한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등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을 예고한 상태라 바이든 후보가 간발의 차이로 승리하더라도 이에 승복할 공산은 거의 없다고 선거분석가들은 전망했다. 따라서 미 대선 당선자 확정이 지연됨에 따라 미국 사회가 다시 불안에 휩싸일 수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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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병원이 환자를 못 받나” 그 밤, 119대원의 탄식

등록 :2020-11-04 04:59수정 :2020-11-04 07:26

[집단휴진 당시 ‘부산 응급환자 사망’ 재구성]
“안 되는 거 아는데 정말 한번만…”
“다른 병원도 다 안 받는다 할 것”
집단휴진 탓 “당직의 없어 어렵다”
지역 대학병원 등 14곳 모두 거절
3시간여 만에 겨우 옮겼지만 결국…
의료진 부재, 진료거부 해당 안돼
중증 응급환자들 최우선 수용할
‘500병상 이상’ 공공병원 확충 시급
전국 대형병원에서 수련 받는 전공의들은 지난 8월21일부터 약 20일간 집단휴진을 벌였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전국 대형병원에서 수련 받는 전공의들은 지난 8월21일부터 약 20일간 집단휴진을 벌였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8월26일 밤 11시23분. 부산에 사는 47살 ㄱ씨가 약물을 마셔 위독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음주운전이 적발돼 경찰과 임의동행하던 중 ‘잠시 볼일이 있다’며 집에 들른 ㄱ씨는 덜컥 살충제를 마시고 말았다. 경찰이 ㄱ씨를 가까운 종합병원에 데려갔지만 ‘약물중독은 더 큰 병원에 가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119에 신고한 것이었다. 이때부터 ㄱ씨를 구급차에 실은 119구급대원과 소방청의 절박한 ‘병원 찾기’가 시작됐다. 의식을 잃어가는 환자를 지켜보며, 심폐소생술을 하며, 앰부백(수동식 인공호흡기 마스크)을 짜며, 부산·경남 지역 대학병원 6곳을 포함해 의료기관 14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소용없었다. 당시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휴진이 6일째 계속되던 때다. 결국 ㄱ씨는 이튿날 새벽 2시19분 울산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당일 오후 5시47분 중환자실에서 숨을 거뒀다.

3일 <한겨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소방청과 부산시, 경기도,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긴박했던 그날 밤의 상황을 재구성했다.

북부소방서 감염전담구급대가 부산 ○○병원 앞에 도착한 시각은 밤 11시33분. 이 병원은 혈액 투석 등이 필요한 약물중독을 치료하기엔 규모가 작은 곳이었다. 이에 구급대원들은 부산 구급상황관리센터와 함께 지역 대형병원들에 전화를 돌렸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에프유’가 아니면 받을 수 없다”거나 “당직 의사가 1명뿐이라 어렵다”는 것이었다. 에프유(F/U)란 재진 외래환자를 뜻한다. 전공의들의 집단휴진으로, 전국의 대형병원들은 수술 일정을 조정하거나 신규 환자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버티던 때다.

밤 11시50분. “다 안 된다고 한다”는 구급대원의 절망 섞인 목소리에 119상황센터는 “어떤 이유로 다들 안 된다고 하는 겁니까?”라고 되물었다. “○○대 병원은 파업 중이죠?”(구급대원) “다 파업이죠. 지금 전화를 안 받아서….”(119상황센터)

이튿날 0시25분. 환자는 의식이 ‘세미코마’(반혼수) 상태로 빠지고, 맥박과 호흡이 흐려졌다. 심폐소생술이 가능한 특별구급대가 추가로 출동했다. 대원들은 심정지를 일으킨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며 “선생님, 진짜 안 되는 거 아는데, 정말 한번만요”(119상황센터)라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한 대학병원은 “(환자를) 권역응급센터로 밀고 들어가는 게 낫다. 이렇게 전화해봤자 다른 병원들도 다 안 받는다고 할 것 같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응급의료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해 중증 응급환자를 받도록 한 권역응급의료센터 병원으로 가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부산 지역의 응급의료센터인 동아대병원도 ㄱ씨를 받아주진 않았다. 부산시가 8월28일 작성한 ‘업무보고’ 문서를 보면, 당시 동아대병원 응급실엔 전문의 2명만이 일하고 있었다. 부산시는 “파업으로 인력 부족 상태였고, 중환자 병상도 없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진료 거부를 한 것은 아니라 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0시38분. 구급대원들의 노력으로 ㄱ씨는 호흡과 맥박을 회복했다. 여전히 받겠다는 병원은 없었다. 소방청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까지 나서 수소문한 끝에 새벽 1시께 울산대병원이 수용 가능 의사를 밝혔다. 새벽 2시19분. ㄱ씨가 울산대병원에 도착한 뒤에야 긴박했던 통화는 종료됐다. 신고 접수 3시간여 만이었다.

<8월26∼27일 부산 약물중독 환자 ㄱ씨 이송 지연 사건 재구성>
자료: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소방청 ‘119 신고 녹취록’ 일부
―8월26일 밤 11시33분119 구급대원 도착, 상황센터와 함께 병원 수소문 시작.
―밤 11시50분
구급대원 : 다 안 된다고 하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합니까?119상황센터 : 
어떻게 다 안 된다고 하세요? 
○○○(부산 지역 대학병원)는 뭐라고 하시던가요?구급대원 
: 신규환자 안 받는다고 입원도 안 된다고.
―밤 11시59분
119상황센터 : 선생님, 안녕하세요. 
119상황센터이구요. 약물중독 환자 문의 좀 드릴려구요.
○○○병원(부산 지역 대학병원) : 우리가 볼 상황이 안 됩니다. 봐드리고 싶어도…. 우리도 당직이 한명씩 돌아가는데. 봐드리고 싶어도 볼 수가 없어요.
―8월27일 새벽 0시29분
구급대원 : 환자 상태가 안 좋아지는데요. 아까는 말이라도 했는데 지금은 ‘세미코마'(반혼수)인데…. 
두 번씩 (연락)해도 병원에서 안 된다고 했다는데….
119상황센터 : 반장님. 제가 타 지역도 알아볼게요.구급대원 :
 ○○○(부산 지역 대학병원) 밀어 넣어도 안 되겠죠?119상황센터 : 
○○○(부산 지역 대학병원) 인력이 없어서 안 된다는데….
구급대원 : 인력은 다 없는데….
―새벽 0시36분
119상황센터 : 선생님, 진짜 안 되는거 아는데…. 
정말 한번만….○○○병원(부산 지역 상급종합병원) :
 지금 저 혼자 안 좋은 호흡곤란 환자 보고 있는데…. 
저 혼자 밖에 없어요.
―새벽 0시41분
119상황센터 : 심정지가 났다고 들었는데.구급대원 : ROSC(자발순환 회복)가 됐는데…. 
어느 병원 갈까요?119상황센터 : 
안 그래도 대학병원 전화해서 부탁드려도 안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기관 내 삽관하셨죠?구급대원 : 예. 엠부백 짜고 있어요.
―새벽 1시20분
울산대병원으로 출발.
―새벽 2시19분
울산대병원 도착
오후 5시45분중환자실에서 사망

정춘숙 의원은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시 상황의 배경에 집단휴진 사태가 있었다며, 복지부에 철저한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다. 그는 “환자를 외면한 14곳 가운데 6개 병원은 8월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약물중독 치료 급여 청구를 한 사실이 있다. 집단휴진 사태 직전까지도 약물중독 치료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장기화 국면인 만큼, 중증 응급환자를 안정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공공병원 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김대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교수(응급의학과)는 “코로나19로 인해 일반 종합병원 응급실이 발열·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를 가려 받는 경향이 생기면서, 일부 대학병원 응급실로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며 “119 이송 환자를 최우선적으로 수용하는 병원이 있어야 한다.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할 500병상 이상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등 173개 시민사회단체는 3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예산안에 공공병원 신·증축 예산은 0원”이라고 지적하며 공공의료 예산을 확대 편성하라고 요구했다.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노동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공공병원 설립 예산 확충 등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전국공동행동 삐뽀삐뽀 공공의료119 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여당에 공공의료 확충 예산 편성을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노동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공공병원 설립 예산 확충 등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전국공동행동 삐뽀삐뽀 공공의료119 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여당에 공공의료 확충 예산 편성을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최하얀 서혜미 기자 chy@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968440.html?_fr=mt1#csidx6171d87bfdca9989fc2229dbfe40a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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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보궐선거: 성배인가, 독배인가?

  • 기자명 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 박사/‘수령국가’ 저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  
  •  승인 2020.11.03 16:55
  •  
  •  댓글 0
 
 

진보진영은 반적폐세력연합후보를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

이 글은 필자의 의견입니다. 

이 글의 목적은 분명하다. 더불어민주당에게 제안하는 글이다. 

‘민주당 후보를 반적폐세력연합후보로 만들라!!!’

이 제안에 대해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진보진영은 진보진영대로 다 외면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글은 그런 단순한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우선,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명분 없는’ 보궐선거가 ‘명분 있는’ 보궐선거가 될 수 있다. ▶‘전투’뿐만 아니라, ‘전쟁’에서도 이길 수 있는 방책이다. 

다음으로, 진보진영의 입장에서는 ▶운동이 ‘가능한 것’만 채택한다면 그것이 어찌 운동이겠는가?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운동이다. ▶통일전선적 관점에서 민주당은 견인(혹은, 비판)의 대상이다. 옳게 쓰여지는 전략이다. 

두 집단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그렇게 일치한다. 

해서 이 글은 ‘외면할 수 없는’ 민주당의 현실과 ‘경직된’ 운동의 상상력 경계를 허물어, 우리 정치가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최대한 끌어올려지는데 그 목적이 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시작은 이렇다. 

더불어민주당은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전 당원투표를 실시했다. 내년(2021)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여부를 결정할 당헌 개정 전당원 투표였다. 
결과는 ‘사실상’ 유효투표율 미달이라는 효력여부논쟁은 발생할 수 있겠지만, 상관없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측면에서는 매우 안타깝다. 

첫째는, 지도부의 비겁한 결정이 대한민국 정치를 희화화했다. 

누가 뭐래도 이번 투표는 지도부 자신들이 져야 할 정치적 책임을 당원들에 전가한 것이다. 비겁한 정치적 행위이다. 

둘째는, 이번 이 결정-민주당의 당원투표 실시결정이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정치행위로 기록된다는 사실이다. 

정당에 있어 당헌은 그 당에 있어 헌법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도 이 헌법적 규율조항을 자당의 현실적 목적 땜에 내팽개쳐 졌다. 누가 보더라도 정당하지 못하다.

셋째는, 이번 민주당의 이 결정과 향후 결과가 제아무리 좋은 명분과 정치로 치장을 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당장의 정치적 이득 땜에, 그 욕망과 탐욕을 위해 국민들과 한 약속, 믿음과 신뢰를 헌신짝 대하듯 버렸으니, 민주당은 그 어떤 정치적 보상과 이득을 받더라도 자신들의 그 정치적 행위를 만회하기란 매우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왜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다른 데 있지 않다.

그들의 2년 뒤 목표, 대선에서 다시 정권재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만이 최선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과연 그런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린 그 의미를 정확히 캐치해 내고, 민주당을 통일전선적 운동관점에서 민주당을 어떻게 견인할지와, 민주당이 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강제해내어야 한다.

통일전선운동 관점에서는 민주당을 대하는 진보진영의 시각과 관점은 일관돼있다. 진보진영의 최종 목표가 자주적 민주정부수립을 통한 통일정부 구성에 있다 했을 때 그 긴 여정에서 민주당은 ‘때론 비판, 때론 견인’하면서 가야 할 연대·연합의 대상이다.  

이를 위한 ■ 첫째 인식은, 민주당의 이번 결정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 필요하다. 

당헌은 그 당의 헌법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정치적 불이익과 불편이 있더라도 이는 감내해내어야만 하는 그 당의 몫이다. 

즉, 명분적으로는 후보를 내야 할 이유가 발생하지 않고, 현실적으로는 이번 결정이 ‘전투’에서는 승리할지는 모르겠으나, ‘전쟁’에서는 지는 결정이다. 

그런데도 집권여당이 자신들의 정치적 책임문제를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냄으로써 지겠다는 것은 정치적 궤변에 다름아니다. 정치적 책임이 그렇게 성립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민주당의 이번 결정을 이해할 수는 있겠으나, 결정으로서의 정당성은 수용할 수 없다.

그러면 물어지는 것이 있다. 정치란 무엇인가?

본령적으로 보자면 정치는 국가를 이루는 구성원들에게 행복을 안겨다 주는 주권적 행위이다. 그리고 그 행복은 물질적 부보다 정치도덕적 행복이 더 중함을 알 수 있다.

당 창건 75돌에 행사에서 북은 이걸 명확히 증명해냈다.

아시다시피 제3차 고난의 행군 시기라 명명해도 하등 이상할 것 없는 북의 올해 한해였다. 혹독한 자연재해, 코로나-19발생으로 인한 ‘사실상’의 국경폐쇄,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2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제재국면 해소가 기대되었으나 이것마저도 무위로 돌아간 북, 고충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함에도 북은 그들 자신들의 가장 큰 명절인 당 창건 기념일에서 온 인류가 국가란? 정치란? 지도자란? 무엇이며 어떠해야 되는지를 아주 '감동적인' 방식으로 보여줬다.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그만큼 많은 것을 해냈다는 역설적인 의미표현)’ 한해였지만, 지도자는 인민이 고마워서 울었고, 인민은 그런 당과 국가지도자가 고마워 울고, 그렇게 하나가 된 모습이었다. 

어떤 단어로도, 백만 단어로도 설명해 낼 수 없는 감동 자체가 정치였다. 

굳이 설명해야 한다면 ‘서로 믿고, 존중하는 것’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북은 정치를 그렇게 보여줬다. 믿음과 신뢰.
 
아니더라도 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 명분도 없다. 설령 (후보를 내어야 할)수백만 가지가 있더라도 단 한 가지, ‘신뢰’의 문제에 금이 간다면, 수백만 가지의 근거를 포기할 수 있는 그런 정당이 되게 하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집권여당 민주당이 해냈어야 정치적 책무였다. 책임지는 자세였다.

정당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내리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는 자세, 외에는 그 어떤 정치적 레토릭을 구사하든, 예하면 ‘이번 보궐선거에서 도덕적 후보를 내 책임을 달게 받겠다’는 둥 그런 것은 다 말장난이고, 정치적 욕심과 야망이 불러낸 참화이다, 그걸 인정하는 용기였다.

정말 ‘정치적 책임을 달게 받을’ 생각이 있었다면, 그딴 말장난보다 당헌대로 후보를 내지 않으면 된다.

못하면서, 정치적 책임 운운하는 것은 '거짓'이다.
 
정치적 용기도 없고, 정치(政治)가 정치(正治)되지 않는다.

북과 남의 정치는 그렇게 다르다. 북은 이번 75돌 행사를 통해 정치가 ‘믿음의 정치’, ‘사랑의 정치’여야 됨을 보여줬고, 민주당은 이번 결정을 통해 당장의 ‘작은’ 승리에 눈멀어 '이익의 정치', '정파의 정치'만 보여줬다. 

배워야 한다. 체제와 이념이 다르다 하여 못 배울 이유가 전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배워야만 한단 말인가? 

다름 아니다. 백번 양보해 민주당이 왜 당원투표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이번 보궐선거에서 왜 후보를 내어야만 지가 수백 가지의 정치적 이유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 수백 가지의 이유가 단 한 가지를 넘어설 수 없다면 그 ‘없음’의 가치를 사수해내어야 했던 것이다. 
 
<국민과의 약속, 믿음과 신뢰>를 넘어서지 않았어야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걸 해내지 못하였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2년 뒤 있을 대선에 승리하기 위해 과반에 육박하는 투표권이 있는 이번 보궐선거를 포기할 수 없었음이다.

조직도 점검해 봐야 하고, 부산은 모르겠으나 서울은 이길 가능성이 높으니(이 말뜻은 부산만 보궐선거하게 되었으면 아마도 포기했을 수도 있었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민주당의 사고는 이렇게 1차원적이다. 너무나도 뻔히 보인다.) 이를 포기할 수 없어 전 당원투표를 통해 그 욕심을 부릴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일부 당원들의 욕망과 탐욕도 한몫 했으리라. 많은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한 자리씩 꿰찰 수 있어 자당 내 실업률(?)도 낮아지는 이득 말이다. 

등등 수백 가지의 이해관계와 요구가 그렇게 빼곡히 가득 차고도 넘친다. 

현실적인 탐욕과 욕망이 그들 스스로가 만든 당헌을 그렇게 내팽겨치게 만들고, '잘못' 계산된 이해관계는 아무렇지 않게 부활했다. 
 
■ 둘째 인식은, 이제 그들은-민주당은 어떻게 해서 그 잘못된 결정과 질서를 바로 잡을 것인가? 하는 그런 문제와 맞닿는다. 

분명 어렵겠지만, 정치의 본령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당헌대로 후보를 안 내는 것이 제일 좋았겠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었다.

그래서 되돌릴 수 없다면 지금부터는 코페르니쿠스적인 대전환과 정말 큰 정치적 발상이 필요하다.

▶명분을 지키면서도 소탐대실하지 않는 지혜
▶전투에 이기면서도 전략에 실패하지 않는 지혜

다른데 있지 않다. ‘반적폐세력연합후보’의 관점에서 접근해 이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시민사회세력을 연대·연합시켜 내는 것, 자신들이 갖고 있었던 그 ‘얄팍한’ 기득권을 내려놓고 시민사회세력과 연대·연합해 내는 것, 그렇게 전략적 지혜는 발휘되어져야 한다. 

우선적으로는, 범시민후보가 만들어질 수 있는 통 큰 결단. 다른말로는 대의명분적으로는 범시민후보이나, ‘사실상은’ 자당후보가 되게 하는 그런 결단. 그걸 결정할 수 있는 민주당이어야 한다.
 
한 가지 더, 그것만-후보연합만이 아닌, 반적폐세력연합후보의 ‘공동자치정부’까지 구성해 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늦었지만, 또한 100%의 정답은 아닐 수 있겠지만, 정치적 책임을 지려면 그렇게 져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에게 그런 상상력을 기대해본다. 

■ 셋째 인식은, 만약 민주당이 위 ‘첫째 인식은’과 ‘둘째 인식은’으로 견인되고 강제되지 않았을 때 진보진영은 반드시 독자후보를 내야 한다. 

근거는 이렇다. 

하나, 민주당 후보를 반적폐세력연합후보로 둔갑시키는 것은 통일전선운동론적 관점에서 옳지 않다. 

둘, 지금의 민주당은 집권여당이다. 정치적 의미로는 국정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고, 못한 만큼 무조건 ‘묻지마식’ 연대연합전술은 옳지 않다.      

셋, 확보된 선거공간에서 진보진영도 독자후보를 내어야만 광폭적인 대중투쟁을 가져갈 수 있고, 다양한 선전·선동을 구사될 수 있어 과학적 운동방법론이 견지된다. 더해서 이후 정치적 독자세력화의 토대까지 구축할 수 있다.

그 ‘옳은’ 전략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사)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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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육지 간첩과 달라'... 제주도 간첩 4명을 만나다

[피해자 구술, 수상한 섬 수상한 이야기 ②] 첫 만남20.11.04 08:28l최종 업데이트 20.11.04 08:28l변상철(knung072)

군사정권 시절에는 누구든 간첩이 될 수 있었다. 특히 제주에는 공권력의 고문과 폭력에 간첩으로 조작된 사람들이 많다. 제주에 사는 조작간첩 피해자의 피해 사실과 그들의 삶과 기억을 기록해 현대사의 비극에 직면하고 이를 통해 파괴된 공동체와 인권의 회복을 돕고자 한다. [편집자말]

강희철씨와 이장형씨의 소식을 듣고 재심을 결심한 강광보씨는 본격적으로 재심을 준비했다. 그의 재심 준비는 피해자를 찾아내는 것부터 시작됐다. 

강광보씨는 제주의 조작간첩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내어 만나고, 설득했다. 몇 년간 제주 지역을 돌아다니며 간첩으로 조작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함께 진실을 찾자고 설득했다. 그가 그렇게 찾아낸 피해자들과 내가 처음 만난 것은 제주시 일도이동에 위치한 오래된 다방, 양지다방이었다.

강광보씨가 어렵게 피해자들을 설득해 그 자리에 나오기는 했지만 이들은 의심 가득한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 마주 앉아 있는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나 역시 어떤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만남이라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이야기하겠지만 그들의 의심은 수사 과정과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겪은 불신 때문이다.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나 간첩이라는 특별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낯선 이에게 선뜻 자신이 간첩으로 조작된 억울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때, 몇 명이나 그 이야기에 공감해 줄 수 있을까? 이미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오래전부터 여러 번 경험했던 이들로서는 자신의 억울함을 꺼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강희철, 강광보라는 같은 피해를 경험한 사람이 보증을 했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다.

제주의 특수한 사정
 

 바닷가에 모여 잠시 쉬고 있는 피해자들. 왼쪽부터 강희철, 김평강, 강광보
▲  바닷가에 모여 잠시 쉬고 있는 피해자들. 왼쪽부터 강희철, 김평강, 강광보
ⓒ 한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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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이들을 육지에서 조작된 간첩과 같은 피해자로 생각하고 만났다. 제주 피해자들이 육지 피해자들과 달리 4.3, 밀항, 조총련과 같은 제주의 특수한 사정 속에서 생겨났다는 사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이날 이후 제주 피해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오래전부터 육지 권력자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수많은 제주인들이 고통당해야만 했던 역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날 모인 조작간첩 피해자들은 모두 4명, 이들의 징역형을 합하면 모두 30년쯤 되었다. 이들은 곤을, 화북, 삼양 등 가까운 마을 사람들로 모두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보통 조작간첩 피해자들과의 첫 만남에서는 서로 인사를 주고 받고 '나는 이러이러한 일로 억울한 사람이다' 정도만을 듣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시간도 없을뿐더러 자세한 이야기를 듣는다 해도 그 자리에서 당장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 첫 만남에서는 마음을 다해 진실규명을 함께 하겠다고 다짐하고, 국가기록원이나 검찰로부터 수사 기록과 재판 기록을 신청해 받는 방법을 공유했다. 그 후에 어떤 점이 억울한지, 재심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증거나 증인을 찾아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모인 분 중 한 분이던 김평강씨가 조심스럽게 말을 열었다.

막상 재심을 하려면 육지나 일본 같은 곳에 사는 증인이나 증거를 찾아 여기저기 다녀야 할 텐데 나이 든 자신들이 그런 일을 하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특히 김평강씨의 경우 불법체류로 일본에서 추방된 상태라 10년간 일본 재입국이 금지되어 있는 상태였다. 김평강씨 사건이 대부분 일본의 교포들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증인이나 증거를 찾으러 가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결국 증인과 증거를 찾는 일을 자신이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재심 재판을 하려면 재판 비용이 들어갈 텐데 변변한 돈벌이가 없는 자신들은 그러한 능력이 되지 않으니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모인 김평강, 허간회는 70대 후반으로 직장이 없었고, 강광보는 70대 초반으로 버스 회사 주차장 야간경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자신의 생계를 겨우 유지하는 정도였다. 그러니 적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보통의 재판 비용을 생각하면 재심을 한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진실규명을 시작하다
 
 다소곳이 손을 모으고 이야기하는 김평강
▲  다소곳이 손을 모으고 이야기하는 김평강
ⓒ 한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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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것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국가폭력피해자들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단체를 만든 것이고, 억울한 피해자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은 단체의 힘으로 하겠으니 염려 마시라 말씀드렸다. 한편으로 재판의 경우 억울한 점이 확인되면, 그래서 재심을 해야겠다고 판단되면, 일단 무료 변론해줄 변호사를 찾아보겠으니 그 점도 염려마시라 전했다.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마지막으로 하나 더 물었다. 자신들 사건을 맡았다가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해도 원망하지 않을테니 부담 갖지 말라는 것이었다.

대신 이렇게 말씀드렸다.

"제 손을 먼저 놓지만 않으시면, 제가 먼저 선생님 손을 놓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게 조작 간첩에 대한 진실규명이 시작되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2004년 12월 국정원 진실위원회에서 조사관으로 근무하기 시작했고 2006년 4월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으로 위원회를 옮겨 2010년 12월까지 과거사 조사를 계속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해체된 뒤에도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피해를 밝혀내는 일을 꾸준히 해왔고 지금은 국가폭력 피해자 지원단체인 '지금 여기에'에서 일하며 국가권력으로부터 부당하게 인권 침해를 당한 피해자들의 진실을 규명하고 이들의 사법적 회복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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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이든과 트럼프 사이에서

[기고] 한국만의 가치와 기준 더욱 확고히 해야

지난 4년간 트럼프 정부는 대선 공약들을 실행에 옮겼다. 세계 경찰 역할을 사임했고, 국제기구와 국제공조를 불신했으며 금전적 손익에 따라 동맹 관계를 평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미국의 글로벌 리더로서의 입지가 위태롭게 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셰일 산업 활성화와 화석 에너지 수출 장려, 미국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과 미국 기업의 리쇼어링 촉진, 국내 일자리와 신규 세수 창출의 경제적 선순환 고리를 만들면서 최저 실업률과 경제 성장률 상승을 이끌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굳건해 보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팬데믹 대응 실패와 국내 경기침체,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인종차별 항의 시위까지 겹치면서 미 대선은 혼전을 거듭했다. 선거가 끝난 지금 누가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될 것인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대선은 미중패권경쟁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치러지며 대선 결과에 따라 자유주의 국제질서 재편의 방향이 결정된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두 후보가 동일하게 대중강경책을 주장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접근법은 상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후보는 한반도 정책에 있어 북핵문제 접근법,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미국 대선 결과는 미국·중국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해야 하는 한국의 대외전략과 북핵 문제와 연동되는 한반도 정세 변화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1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이번 대선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미국은 대외적으로 대중국 압박 전략과 선택적 개입주의를 견지하면서 글로벌 리더로서의 입지를 다시 확립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군사력과 외교력을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는 데 투입하고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하여 비용과 책임을 나누면서 국제규범과 다자협력을 통한 중국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인도· 태평양지역의 중요도는 변함이 없지만, 세부적인 전략은 변경될 가능성이 크며, 쿼드(QUAD)나 쿼드 플러스(QUAD+)의 개념이 사라질 수 있다.


 

대내적으로는 바이든 후보의 공약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위해 증세와 재정 정책 확대가 경제 정책의 주요 기조가 될 것이다. 그는 미국 경제 재건을 위해 정부 예산 7000억 달러(약 840조 원) 투입, 일자리 500만 개 창출, 최저 시급 15달러로 인상, 오바마 케어 계승 등을 약속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지난 4년간 트럼프 행정부의 국내외 정책들을 검토하고 수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미국 내 경제적 혼란을 수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 이슈가 미국의 외교정책에 후순위로 밀리지 않도록 빠른 대처를 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가치 수호와 한미동맹 강화 기조를 유지하는 바이든 정부에 한반도 비핵화는 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번영뿐만 아니라 미국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이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지속적으로 설득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을 이어나가는 것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에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는 북한의 핵감축을 전제로 한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으며, 트럼프 정부에 비해 체계적인 비핵화 과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후보는 미 의회 상원 외교위원회 활동을 30년 이상했으며, 상원 외교위원장 자격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접견했고, 부통령 자격으로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접견하는 등 한국 정치,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이다.


 

외교에 능통한 바이든 후보가 중국 견제 수단으로 북한을 미국 편으로 끌어당기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을 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대북정책 추진 시 한국과의 협의를 중시할 것으로 예측되는 것도 좋은 신호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협상에서 상향식(Bottom-up)방식을 선호하며, 전문가 의견 수렴과 원칙에 입각한 외교적 관여를 통한 비핵화를 추구함으로써 대북전략팀 구성과 대북정책 마련, 북한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예상되는 난제는 미국 대통령과 세 차례 만나 빅딜을 논의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전략팀과의 실무협상에 다시 응할지 미지수다. 미국의 대북전략 기조나 태도에 따라 2017년 말과 같은 북한의 전략적 도발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나쁜 시나리오가 재연될 경우 어렵게 이루어낸 4.27 판문점 선언, 9.19 군사합의 등이 무효화되고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한국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을 예의주시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동력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도록 노력함과 동시에 유엔 대북제재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과 예외 사항 발굴, 남북 철도 연결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올해로 끝난 북한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2021년 1월 북한은 새로운 경제 계획을 공표할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선언의 가치를 상기시켜 미국을 설득하고 북한의 새로운 경제개발 계획의 시작과 더불어 남북한이 협력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한국은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안보를 확고히 하고, 한국의 자주성을 확립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한국은 신북방·신남방으로 외교적, 경제적 외연을 확장하는 대외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는 대중국 경제의존도를 줄이고 중국이 한국에 경제적으로 보복할 수 있는 여지를 줄임으로써 한국의 경제적, 외교적 자주성 확립으로 이어지는 주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후보가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은 동맹국을 갈취한 행위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고 "동맹 강화하며 한국과 함께 설 것",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통일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대북정책에 있어 한미 간 긴밀한 소통, 방위비 분담금의 합리적인 협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비용을 중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가치와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에 반중연대 동참을 행동으로 보이라고 압박할 여지가 높다. 바이든 후보가 10월 29일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문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희망(Hope for Better Future)"에서 '한미동맹 강화'를 약속하고 "같이 갑시다"라고 한국에 믿음을 준 것에 대해 비판적 해석이 필요하다.


 

한미동맹 강화는 남북관계, 미북 비핵화 협상, 미중 사이에 놓인 한국의 곤란한 입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의 한미동맹 비난, 상향식 또는 다자협력으로 진행될 더딘 비핵화 과정, 동맹국으로서의 충성도를 시험하는 미중 양자택일 강요 상황이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더욱 좁힐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대미·대북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새로운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은 한반도 정세에 큰 도전이 될 것이지만 트럼프 행정부 2기의 한미동맹, 남북한 관계, 북한 비핵화와 북미 관계도 순조롭게 예측할 수 없는 많은 변수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시 기존의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를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국 전략도 인도·태평양 전략, 5G 클린 패스(5G Clean Path), 경제번영네트워크(EPN)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중국을 압박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전략은 동맹국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므로 동맹국에 대한 동참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2기는 1기 행정부가 진행한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파생된 미국에 대한 불신을 희석하고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라는 숙제도 함께 안고 있다.


 

▲ 1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 오파로카 공항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기술, 무역, 군사, 이념 등 모든 분야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중국 책임론, 홍콩 보안법 강행, 화웨이 제재 강화 등으로 미중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공격적 현실주의 이론가 존 미어샤이머(John J. Mearsheimer)가 예견한대로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해협 등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가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연결되어 있으며 중국과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함을 설득하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미·중 대리전 양상이 한반도에서 전개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하향식(Top-down) 방식의 협상을 선호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 간 친분을 바탕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재선 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의사가 있음을 표명했다. 북한도 트럼프 행정부 2기와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희망하고 있으므로 조기에 북미대화를 재개함으로써 북한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한 전략적 도발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기존에 진행되어왔던 6자 회담의 진행과정과 결과를 반추해보면 상향식(Bottom-up) 방식과 다자협력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진전시키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하향식(Top-down) 방식이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고, 재선에 대한 부담을 털어버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빅딜을 이뤄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할 때 중국의 부상을 확실히 저지한 대통령, 북한 땅을 처음 밟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공헌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도 코로나 팬데믹과 경제 재건에 집중할 것이므로 해결이 쉽지 않은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려나거나 중요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의 북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인 계획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것이 일각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 한반도 비핵화 과정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계획과 의지가 없다, 혹은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을 제기하는 이유다.

 

또한, 미국과 북한 모두 하노이 노딜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는 구체적인 실무협상을 통한 북한의 확실한 선(先) 핵폐기 계획이 도출되기 전까지 정상회담을 유보할 가능성이 있으며, 북한 입장에서도 북미대화의 판을 깨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하노이 노딜로 인한 부담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한미동맹의 가치를 폄훼하는 트럼프 정부의 기조로 볼 때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며 주한미군 축소도 다시 거론될 여지가 있다. 미중패권경쟁에서도 미국이 중국을 더욱 거세게 몰아붙일 것으로 예상하며 인도·태평양 전략, 5G 클린 패스 (5G Clean Path),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한국 정부의 동참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며 한국이 미국의 동맹임을 분명히 하라는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편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고, 사안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국익 우선, 미·중과 우호 관계 유지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중국은 중국을 비난하는 국가에 전랑외교(戰狼外交)로 대응하면서 상대국에 거침없는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다. 한국은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와 그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두둔해주지 않는다.


 

호주는 인도·태평양 전략 전략의 쿼드 가담, 홍콩보안법 강행 반대, 코로나 팬데믹 책임론 거론으로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경제보복을 당하고 있지만, 미국이 이에 함께 대응하지 않는다. 이는 거대한 풍랑에 맞서 배가 난파될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지혜롭게 풍랑을 피하며 배를 지켜 목적지에 도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한국이 직면한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도 혼란스럽다. 코로나 팬데믹, 국내 경제 악화, 세계 무역 환경 변화, 미중패권경쟁 심화와 미·중의 압박,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 고조, 답보상태인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 모든 변수를 고려하여 결정을 내릴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은 최우선으로 지켜야 하는 가치와 기준을 더욱 확고히 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 수호와 비핵화 추진, 신북방·신남방으로의 경제적, 외교적 외연 확장, 한미동맹 강화,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협력 등을 기준으로 한국의 자주성 회복과 자강의 기회를 찾아 나가야 한다.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실현을 위해 DMZ 평화지대 조성과 개성공단 재개를 실현하여 불가역적인 평화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제질서 재편의 키를 쥐고 있는 강대국 미국의 대선은 전 세계 초미의 관심사이다. 향후 4년간 미국의 대외정책에 따라 각국이 직면할 국제정치 상황이 뒤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후보의 대한반도 정책을 비교해보면 한국에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한국에 더 확실히 유리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현 상황을 긴 시간적 프레임과 넓은 공간적 프레임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미중 패권 경쟁과 북한의 비핵화"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국이 당면한 사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유연한 대응을 취할 수 있도록 대비하면서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한반도 전략의 장점을 살리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끊임없이 기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10408104207197#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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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만에 허락된 특별한 사진전...

피란, 폭격, 학살을 담은 ‘허락되지 않은 기억’ 사진전

  • 기자명 임재근 객원기자 
  •  
  •  입력 2020.11.03 15:59
  •  
  •  수정 2020.11.03 19:58
  •  
  •  댓글 1
 
‘한국전쟁 70년 기억 사진전-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이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들어선 민주인권기념관 4층과 5층 전시실에 10월 29일부터 11월 22일까지 열리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국전쟁 70년 기억 사진전-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이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들어선 민주인권기념관 4층과 5층 전시실에 10월 29일부터 11월 22일까지 열리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들어선 민주인권기념관 4층에 마련된 ‘한국전쟁 70년 기억 사진전-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 전시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들어선 민주인권기념관 4층에 마련된 ‘한국전쟁 70년 기억 사진전-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 전시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국전쟁 발발 70년을 맞아 특별한 기억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들어선 민주인권기념관 4층과 5층 전시실에 ‘한국전쟁 70년 기억 사진전-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이 진행중에 있다. 사진전 ‘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은 피란, 폭격, 학살이라는 주제를 통해 전쟁 지도부가 허락하지 않았던 전쟁의 모습에 집중하고 있다.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신재욱 상임활동가가 4층 전시실에서 전시 해설을 하고 있다. 전시 해설은 평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주말에는 오전 11시와 2시에 진행된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신재욱 상임활동가가 4층 전시실에서 전시 해설을 하고 있다. 전시 해설은 평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주말에는 오전 11시와 2시에 진행된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국전쟁 70년 기억 사진전-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 4층 전시실의 모습.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국전쟁 70년 기억 사진전-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 4층 전시실의 모습.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4층 전시실은 크게 3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는 ‘어떤 피란의 여정’이란 제목으로 살기 위해 떠난 사람들에게 국가가 ‘자유 피란민’이라 불렀던 이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그들이 만난 ‘자유’의 모습은 과연 어땠을까?”를 물음 속에 길 위에서 만난 것은 생존과 자유가 보장되지 않은 또 다른 전쟁의 현장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또한 어떤 피란의 종착지는 죽음이었다며 피란과 죽음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섹션은 ‘폭격’의 민낯을 고발하고 있다. ‘폭격, 마을과 사람을 겨누다’는 제목으로, 폭격으로 인한 민간인들의 죽음은 ‘부수적 피해’가 아닌 ‘학살’임을 들어낸다. 전후방 가리지 않고 한반도 곳곳에 떨어진 폭격지도를 통해 왜 폭격이 ‘학살’이 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세 번째 섹션은 ‘국민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민간인 학살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전시가 주목한 민간인 학살은 대전지역에서 발생했던 두 개의 학살이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대전에서는 군인과 경찰들이 형무소 재소자와 보도연맹원 등을 ‘산내 골령골’로 끌고 가 대규모 학살을 자행했다. 대전을 점령했던 인민군들은 퇴각을 하면서 대전형무소와 그 인근에서 보복학살을 하기도 했다.

5층 전시실은 대공분실 조사실로 사용되었던 방 중 10개를 ‘어떤 무덤’, ‘남겨진 사람들’, ‘부역자’, ‘위안부’, ‘어떤 폭격’, ‘고지전’, ‘노무자’, ‘반란자’, ‘불러보는 이름’ 등의 제목으로 전시실로 만들어 ‘전쟁을 통하는 10개의 방’을 만들었다.

이중 ‘어떤 무덤’은 유해발굴과 관련된 진시를 담고 있고, ‘불러보는 이름’에는 진실화해위원회 보고서에 담긴 2만명 가까운 희생자 명단을 지역별, 시간별로 나눠 정리해 출력해 벽면에 붙였다. ‘불러보는 이름’ 방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녹음해보는 특별한 전시실이다.

‘한국전쟁 70년 기억 사진전-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의 5층 전시실은 대공분실 조사실로 사용되었던 방 중 10개를 ‘어떤 무덤’, ‘남겨진 사람들’, ‘부역자’, ‘위안부’, ‘어떤 폭격’, ‘고지전’, ‘노무자’, ‘반란자’, ‘불러보는 이름’ 등의 제목으로 전시실로 만들어 ‘전쟁을 통하는 10개의 방’을 만들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국전쟁 70년 기억 사진전-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의 5층 전시실은 대공분실 조사실로 사용되었던 방 중 10개를 ‘어떤 무덤’, ‘남겨진 사람들’, ‘부역자’, ‘위안부’, ‘어떤 폭격’, ‘고지전’, ‘노무자’, ‘반란자’, ‘불러보는 이름’ 등의 제목으로 전시실로 만들어 ‘전쟁을 통하는 10개의 방’을 만들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5층의 13번 조사실은 ‘어떤 무덤’이란 제목의 전시실이 되었다. 전시실 ‘어떤 무덤’은 유해발굴과 관련된 진시를 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5층의 13번 조사실은 ‘어떤 무덤’이란 제목의 전시실이 되었다. 전시실 ‘어떤 무덤’은 유해발굴과 관련된 진시를 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5층의 2번 조사실에 마련된 ‘불러보는 이름’ 전시실에는 진실화해위원회 보고서에 담긴 2만명 가까운 희생자 명단을 지역별, 시간별로 나눠 정리해 출력해 벽면에 붙여져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5층의 2번 조사실에 마련된 ‘불러보는 이름’ 전시실에는 진실화해위원회 보고서에 담긴 2만명 가까운 희생자 명단을 지역별, 시간별로 나눠 정리해 출력해 벽면에 붙여져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전시를 기획한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박석진 상임활동가는 “전쟁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는 어떤 평화를 만들어 낼 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국가의 공식 전쟁 기억이 구현된 용산 전쟁기념관에는 군인, 영웅, 승리, 군인 중심의 기억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이번 전시는 전쟁 피해자의 관점에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22일까지 진행되고, 월요일은 휴관이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이고, 전시 해설은 평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주말에는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진행된다. 관람료는 무료이다.

이번 전시는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4.9통일평화재단, 민족문제연구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전국역사교사모임,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등이 공동으로 주최했고,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가 주관했다. 강성현(성공회대학교), 고진아(전국역사교사모임), 김득중(국사편찬위원회), 김민환(한신대학교), 박찬희(박찬희박물관연구소), 이임하(성공회대학교), 전갑생(성공회대학교)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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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검찰의 비공개 예규 4개 전문 공개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훈령 포함 총 66개 ‘검증 불허’

본지, 자문 거쳐 일부 공개키로
‘자의적 검찰권’ 견제 논의돼야


검찰은 수사의 밀행성을 중시한다. 한 검사는 “우리 DNA에는 비공개 신념이 박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밀행성의 원칙을 일반 행정 업무까지 확대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업무 성과라며 “30여개 비공개 내규를 공개 전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검과 법무부를 합친 검찰 관련 조직 전체의 비공개 내규는 총 66개(대검 48개, 법무부 18개)에 달한다. 안보를 담당하는 국방부(62개)보다 많다.

예규와 훈령을 통칭하는 내규는 국가기관의 비밀주의를 잘 보여준다. 국가기관에는 비밀이 있을 수 있다. 국가정보원은 누설될 경우 안보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정보를 기밀로 취급한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범죄 예방, 공소 제기·유지, 형 집행 등 직무수행을 곤란하게 하는 사안이나 형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될 만한 정보를 비공개한다. 그 외 모든 사안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적극적 공개”가 원칙이다. 국민의 알권리, 국정에 대한 국민 참여,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위해서다.

검찰은 비공개 방식도 철저하다. 어떤 내규들을 비공개로 하는지 목록도 공개하지 않는다. 비공개 사유는 물론 존재 자체도 외부에서 검증할 수가 없다. 그간 검찰은 수사 밀행성과 로비 방지라는 명목으로 내규를 비공개했다. 그러나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최근 “자의적 기준에 따른 비공개”라며 “다른 국가기관에 의한 견제마저 받지 않는다면 내부 규정을 통한 자의적 검찰권 행사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법률 자문과 검토를 거쳐 검찰 비공개 예규 4개의 전문을 공개하기로 했다. ‘사건배당지침’(대검 예규 제848호), ‘인권수사자문관 운영에 관한 지침’(대검 예규 제960호), ‘검찰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지휘·지시 내용 기록에 관한 지침’(대검 예규 제977호), ‘검사 평가자료 수집·관리에 관한 지침’(대검 예규 제990호)이다. 사건배당지침은 전관예우의 원인으로 꼽혀 수년째 문제가 지적됐지만 배당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활발한 개혁 논의를 위해 해당 지침이 공개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체 개혁안으로 내놓았던 인권수사자문관 지침과 의사결정 기록에 관한 지침은 개혁안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점 등 보완할 부분에 대한 외부 판단을 받기 위해 공개를 결정했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뒤로 2일 오후 어둠이 깔리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30여개의 비공개 내규를 공개로 전환한 것을 업무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여전히 검찰 조직 전체의 비공개 내규가 66개에 달해 비밀주의가 강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준헌 기자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뒤로 2일 오후 어둠이 깔리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30여개의 비공개 내규를 공개로 전환한 것을 업무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여전히 검찰 조직 전체의 비공개 내규가 66개에 달해 비밀주의가 강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준헌 기자

 

‘윗선 입맛대로’ 길 터놓은 사건배당지침
‘인권수사자문관’ 검증 길 없는 검찰개혁안
감춘 채로 두고 싶은 그들만의 예규

대검 비공개 주요 예규의 문제점
사건배당지침 - “만병의 근원 전관예우, 배당에서 시작한다”
인권수사자문관 운영에 관한 지침 - “수사 결론의 정당성을 주기 위해 만든 면죄부 장치 될 소지”
검찰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지휘·지시 내용 등 기록에 관한 지침 - “정말 실행되는지 밖에서도 알 수 있어야”

대검찰청은 지난달 7일 비공개 내규 29개를 일괄 공개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비공개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직 비공개로 남아 있는 대검 내규는 모두 48개인데, 이 중에는 1순위 개혁 대상으로 꼽힌 ‘사건배당지침’ 예규가 있다. 검찰이 스스로 만든 개혁안도 다수 비공개된 상태다. 검찰 수사의 오류를 스스로 점검하기 위해 만든 ‘인권수사자문관 운영에 관한 지침’ 예규와 검사동일체 문화를 깨기 위해 만든 ‘검찰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지휘·지시 내용 기록에 관한 지침’ 예규 등이다.

우리끼리만 알자…전관 ‘인센티브’ 된 예규

사건 배당, 법령에 구체적 기준 없고
검찰청의 장에 무제한 재배당 권한
개혁위 “기준위 설치” 권고 이행 안 돼

사건배당지침은 검찰의 사건 배당 기준 및 절차를 정한 내규다. 지난해 10월 경향신문은 사건배당지침 내용을 보도하면서 각 검찰청의 장에게 지나친 배당 재량권을 부여한 일부 조항의 문제점을 전했다(2019년 10월24일자 4면). 그 무렵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도 불투명한 사건 배당 방식을 해결하는 ‘사건 배당 기준위원회’ 설치를 권고했다. 그 뒤로 1년이 지났다. 사건배당지침은 2016년 마지막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 바뀌지 않았다. 개혁위 권고도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사건 배당은 법령에 구체적 기준이 없고 오직 대검 예규에 따라 운영된다. 그 내용이 비공개라 자의적 사건 배당이 있는지에 대해 외부 감시가 불가능하다. 권영빈 변호사는 “오랜 문제로 지적됐는데 개선의 여지가 없다면 지침을 공개해 외부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은 사건배당지침이 비공개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공개될 경우 업무 수행에 지장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상명하복 문화와 전관예우 등 다양한 문제가 현 사건 배당 방식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실제 배당지침에도 검찰청의 장에게 자의적인 배당을 보장하는 내용이 다수 담겼다.

4조 ‘배당의 기본원리와 배당 준비’는 각 검찰청의 장들이 사건 배당을 할 때 준수해야 할 4개의 추상적 기준을 나열했다.

이에 따르면 검찰청의 장은 사건을 배당할 때 수사 검사의 전담·전문성, 수사지휘 관할 지역의 지휘·관련성, 검사별 사건 부담 균형을 맞추는 합리·형평성, 시기별 각 검사의 부담량과 능력을 고려하는 시의·상당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과 별개로 5조는 검찰청의 장이 모든 유형의 사건을 자신이 원하는 특정 검사에게 직접 배당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하고 있다. 검찰청의 장이 직접 배당할 수 있는 사건의 종류를 나열하면서 맨 마지막에 ‘그 밖에 검찰청의 장 등이 직접 검사에게 배당할 필요가 있는 사건’을 포함하는 식이다.

검찰청의 장은 사실상 무제한의 사건 재배당 권한을 갖고 있다. 8조에는 ‘검찰청의 장은 직접 배당한 사건에 대해 재배당이 필요한 경우 재배당한다’고 적혀 있다. 재배당은 사건 처리를 놓고 주임검사와 지휘부 간 의견이 다를 때 윗선의 입맛대로 사건의 결론을 이끌 수 있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 중간간부급 A검사는 “위에서 원하는 대로 사건을 처리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더니 다른 검사에게 사건이 재배당된 경험을 겪었다”며 “이런 일은 검찰에서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검찰청의 장은 배당 기준도 새롭게 만들 수 있다. 9조는 “검찰청의 장은 청별 사정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지침 본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사건 배당 기준 및 절차, 배당 현황의 보고 등에 관한 자체 기준을 마련하여 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지침은 마지막으로 개정된 2016년 7월1일 기준으로 매 3년이 되는 시점마다 타당성을 검토하도록 되어 있지만 내규는 3년 전과 비교해 개선되지 않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임의로 사건 배당이 가능해 전관예우가 우려된다’는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배당 방식은) 전관 특혜의 하나의 원인”이라며 “특혜를 폐지하기 위해 검찰청법과 직무 이전·승계 권한과의 조화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7일 대검이 공개로 전환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도 비공개 과정에서 전관 변호사에게 특혜로 작용했다. 이 지침은 수사팀과 지휘부가 사건 처리를 놓고 의견이 갈릴 때 검찰 내·외부의 형사법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해 사건 심의를 맡긴다는 내용이다. 지난 6월 ‘검·언 유착’ 의혹을 받은 채널A 이동재 전 기자 측이 자문단 소집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대검에 제출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화제가 됐다. 일반 변호인들은 자문단의 존재 자체를 몰랐고 규정상 사건 당사자는 자문단 소집 권한이 없었음에도 진정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당시 이 전 기자 측 변호인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맡았다. 유승익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결과적으로 사건 당사자가 자문단을 소집할 수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 절차는 피의자 방어권과 관련이 있었음에도 검사 출신만 알고 활용했다”고 말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일반인은 모르고 검사 출신은 모두 안다면 전관 인센티브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단독]검찰의 비공개 예규 4개 전문 공개

개혁안 만들어놓고 비공개, 이행 ‘검증 불가’

검 내부서도 ‘인권수사자문관’ 두고
“특수부 결론 정당성 위한 면죄부”
‘지휘 내용 기록’ 지침도 활용 의문

검찰은 검찰개혁안으로 만든 내규도 비공개했다. 2017년과 2018년 각각 도입한 ‘검찰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지휘·지시 내용 등 기록에 관한 지침’과 ‘인권수사자문관 운영에 관한 지침’이 대표적이다. 인권수사자문관은 검찰 내에서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맡는 대검 소속 검사들이다. 수사팀의 확증편향, 수사 과정상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오류 등을 내부에서 검토해 걸러내고 기소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명칭에 ‘인권’이 들어가긴 하지만 수사 과정의 인권 침해 행위를 감독하는 각 검찰청 소속 인권감독관과는 역할이 다르다.

‘인권수사자문관 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전국의 모든 특별수사부(현 대검 반부패부 산하) 수사 사건은 원칙적으로 인권수사자문관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 이 지침의 5조와 7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방검찰청의 특수부 사건은 신병 및 기소 여부에 대해 인권수사자문관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형사부·공안부 사건도 “특별수사에 준하는 객관적 자문이 필요한 사건”은 인권수사자문관 자문 대상이 될 수 있고 특수부 사건과 관련된 진정, 탄원 사건도 자문 대상이 될 수 있다(6조). 이를 감안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차장검사 등 다양한 사건이 인권수사자문관의 자문을 받았어야 한다.

인권수사자문관들이 모든 반부패부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문 활동을 했는지는 미지수다. 인권수사자문관은 도입 후 1년7개월여 동안 30여개 사건을 심리한 것으로만 알려졌다. 법무부는 지난 8월 대검 인권부를 대검 차장 산하 인권정책관 체제로 개편하면서 “인권수사자문관이 실효성 있게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수사자문관 운영에 관한 지침’ 5조 5항은 ‘대검 반부패부가 자문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검찰총장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인권수사자문관의 자문을 거치지 아니한다’며 예외 조건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지침에 규정된 인권수사자문관의 사건 검토 방식에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8조는 ‘자문관은 검토 과정에서 사건 담당 검사, 수사관, 사건 관계인, 변호인과 접촉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수사기록만 보고 검증한다는 것인데 인권수사자문관의 모델인 일본 총괄심사관이 수사 검사와 적극적인 토론을 통해 의견을 도출하는 것과 차이가 크다. 검찰 내에서도 인권수사자문관은 특수부 결론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만든 면죄부 장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상세 지침을 봐야 검찰이 만든 자체 개혁안에 과연 개혁적 요소가 있는지, 실제로 제대로 운영되는지를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수사 점검 과정의 설계 내용 등이 공개되면 수사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개혁을 위해 도입했지만 자랑 삼아 공개할 만한 내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지휘·지시 내용 기록에 관한 지침’도 문무일 검찰총장 당시 내부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도입됐다. 검사동일체 문화를 깨기 위한 개혁안으로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활용되는지 밖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중간간부급 B검사는 “초반에는 팀 밖에서 의사 기록을 볼 것을 우려해 기록에 소극적이다 최근 나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기록 대상은 ‘상급자와 주임검사 혹은 각 검찰청과 대검 간의 이견이 발생할 때’이다. 상급자가 상신된 결재를 반려하거나, 상급자 또는 대검이 구체적 지휘·지시를 해서 결재 절차 외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기록 대상이다.

검사 평가는 어떤 기준으로?…“인사와 별개”

총장에 보고되는 개별 검사 평가 자료
법무부 요청 땐 전달할 수 있지만
그 예규도 비공개라 ‘묻지마 인사’가능

 비공개 대검 예규 ‘검사평가자료 수집 관리 등에 관한 지침’은 검찰총장에게 보고되는 개별 검사에 대한 평가 자료에 무엇이 포함되는지를 담고 있다. 2조에 따르면 각 부서의 각종 포상, 격려 내역, 분야별 우수업무 사례, 미담·선행 사례, 감찰 조사 및 징계처분 결과, 감찰 세평, 사건평정, 사무감사 결과 및 각급 청의 장이 제시하는 의견 등 일체 자료가 검사 평가자료에 해당한다.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이러한 자료를 종합해 정리한 내용을 매 분기 1회 또는 필요한 경우에 수시로 검찰총장에게 보고할 수 있다. 법무부 요청에 따라 이 자료를 법무부에 전달할 수도 있다. 법무부 예규인 ‘검사 석순 기준’도 비공개라 구체적으로 검사 순위를 어떻게 매기는지는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다. 그간 객관적 평가 자료와 별개로 검찰 인사가 이뤄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후배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공판에서는 음주운전, 변호사 소개 등으로 징계 감찰을 받은 검사들이 희망지로 인사 배치되는 사례가 제시됐다. 복무평정 순위가 좋아도 희망지 반영이 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1030600015&code=940301#csidx55b41133264d7228f5d98bb9b628d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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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박근혜에게 왜 “불쌍한 대통령”이라 했을까

등록 :2020-11-03 08:21수정 :2020-11-03 10:00
 
 
[한겨레 아카이브 프로젝트] 시간의 극장
제22화 미국 대통령
며칠 뒤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새 대통령이 결정된다. 미국 대통령이 바뀌거나 재선에 성공하면, 우리나라 외교부가 가장 먼저 공을 들이는 게 한-미 정상회담이다. 미국의 새 대통령과 대북 정책을 비롯한 현안에서 입장을 조율하는 건 한-미 관계에 중요할 뿐 아니라 국내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특히 미국 대통령이 바뀌면 정상회담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은 훨씬 커진다. 첫번째 정상회담, 이 회담이 한-미 관계와 대북정책, 국내 정치 흐름을 완전히 뒤바꾼 사례는 적지 않다. 미국 대통령과 한국의 인연,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끼친 영향을 한겨레 아카이브에서 돌아봤다. /해설 박찬수케네디 앞에서 긴장했던 박정희
죽기 전 카터 만났을 때도 곤혹
박근혜도 오바마 앞에선 마이크만…
 
부시는 김대중에게 화를 냈다
노무현은 부시와 만나 직설적 논쟁
거의 자리 박차고 나올 분위기
첫손에 꼽을 수 있는 한-미 정상회담은 2001년 3월7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렸던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이다. 이 회담을 계기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천재일우의 기회는 날아가고 결국 북한은 몇년 뒤 핵실험 강행으로 나아가게 된다. 아쉽기 짝이 없는 장면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관계 정상화 직전까지 갔던 북-미 관계는 조지 부시 행정부의 등장으로 완전히 뒤집어졌다. 2001년 3월7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그 분기점이었다. 이때만 해도 두 사람은 웃었지만, 정상회담 뒤 김대중 대통령 표정은 굳어져버렸다.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찍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관계 정상화 직전까지 갔던 북-미 관계는 조지 부시 행정부의 등장으로 완전히 뒤집어졌다. 2001년 3월7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그 분기점이었다. 이때만 해도 두 사람은 웃었지만, 정상회담 뒤 김대중 대통령 표정은 굳어져버렸다.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찍었다.
사상 초유의 플로리다 재검표로 얼룩진 2000년 11월7일의 미국 대선. 이 선거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더라면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면서 북-미 관계 정상화는 급진전을 이뤘을 것이다. 연방대법원이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의 승리를 선언한 뒤에도 클린턴은 평양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부시 당선자 진영이 반대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어떻게든 북-미 대화의 기류를 이어가려 했다. 2001년 2월 조지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했고, 그렇게 급하게 이뤄진 게 3월7일의 워싱턴 회담이었다.미국 정치권과 언론은 김대중 대통령을 ‘아시아의 만델라’로 대했다. 1980년대 초반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가 김대중에게 사형을 선고했을 때, 그를 감형하는 조건으로 전두환의 워싱턴 방문을 받아들인 게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었다.
1981년 2월3일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한국의 전두환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청했다. 유혈 쿠데타 주역의 워싱턴행에 반대가 많았지만, 전두환은 사형 선고를 받은 김대중 총재를 감형하는 조건으로 백악관 방문 티켓을 따냈다. 당시 공보처 제공 사진으로 추정된다
1981년 2월3일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한국의 전두환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청했다. 유혈 쿠데타 주역의 워싱턴행에 반대가 많았지만, 전두환은 사형 선고를 받은 김대중 총재를 감형하는 조건으로 백악관 방문 티켓을 따냈다. 당시 공보처 제공 사진으로 추정된다
전두환 방미 열흘 전인 1981년 1월22일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 미국대사가 알렉산더 헤이그 국무장관에게 보낸 2급 비밀 전문엔 “전두환 대통령은 상당 부분 이번 방문이 김대중 사건에 대한 자신의 결정(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런 민주주의 정치인이 한국 대통령이 돼서 노벨평화상까지 받았으니, 김 대통령을 대하는 워싱턴의 분위기는 호의적이었다.그러나 텍사스 주지사 출신의 조지 부시는 ‘카우보이’였다. 김 대통령 방미에 앞서 <뉴욕 타임스>가 김대중 인터뷰를 싣고 ‘햇볕정책’을 소개하자, 조지 부시의 백악관은 몹시 못마땅해했다. 부시의 카우보이 기질은 정상회담장에서 그대로 표출됐다. 당시 정상회담 상황을 잘 아는 전직 고위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회담을 시작하자마자 부시는 ‘(양쪽이 조율한) 공동선언문은 그대로 언론에 발표하고 우리는 좀 더 솔직하게 얘기를 하자’고 말했다. 직설적인 그의 말에 우리 대표단은 얼어붙었다. 회담 도중 김 대통령 발언이 좀 길어지면 부시는 가차 없이 통역을 끊고 들어와 자기 말을 했다. 급한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례적인 행동이었다. 부시의 성격은 오찬을 겸한 확대정상회담에서도 나타났다.
2001년 3월7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오찬을 겸한 확대정상회의는 분위기가 싸늘했다. 서빙하는 직원이 수프 국물을 부시 대통령 바지에 약간 떨어뜨리자 부시는 큰소리로 화를 내며 불평을 했다. 진천규 기자가 찍었다.
2001년 3월7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오찬을 겸한 확대정상회의는 분위기가 싸늘했다. 서빙하는 직원이 수프 국물을 부시 대통령 바지에 약간 떨어뜨리자 부시는 큰소리로 화를 내며 불평을 했다. 진천규 기자가 찍었다.
서빙하던 직원이 부시 그릇에 수프를 퍼주다가 실수로 국물을 약간 양복에 흘렸다. 그러자 부시가 큰소리로 직원을 나무라면서 손수건에 물을 적셔 양복을 닦았다. 그 뒤에도 여러 번 자기 양복이 더러워졌다고 불평하며 투덜댔다. 정상회담에선 참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좋게 보면 솔직하고, 나쁘게 보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도 김 대통령은 노련했다. 얼굴은 흙빛이 됐지만 한번도 부시를 맞받아치지 않고 꾹 참았다. 그렇게 참았기에 2002년 2월 부시 방한 때 김 대통령과 함께 도라산역을 방문해서 한국이 원하는 말(‘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을 해줬다고 본다.”이 점에선 문재인 대통령도 김 대통령과 비슷한 점이 있다. 거칠고 무례하기로 따지면 부시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게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다. 정상회담이나 정상 통화에서 트럼프는 자기가 원하는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선 외교적 예의를 벗어던지고 상대국 정상을 강하게 몰아붙인다. 문 대통령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가 대표적이었다고 한다. 정상 통화에선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론하진 않는 게 외교 관례인데, 트럼프는 ‘얼마를 올려 달라’는 식으로 마치 장사꾼 흥정하듯 했다고 한다. 트럼프와의 통화가 끝난 뒤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정상 간에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라는 취지로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면전에선 꾹 참고 맞대응을 하지 않았다. 특히 대북 문제에서 트럼프의 적극적인 태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몹시 애를 썼다. 트럼프도 문 대통령의 제안에 호의적 반응을 보였지만, 회담에 배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트럼프의 이런 즉흥적 행동에 제동을 걸곤 했다고 한다.
2018년 9월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 서명한 뒤 펜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하고 있다. 무역협정이나 방위비 분담금 등 현안에서 트럼프는 오로지 경제적 실리만 챙기려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효 기자가 찍었다.
2018년 9월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 서명한 뒤 펜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하고 있다. 무역협정이나 방위비 분담금 등 현안에서 트럼프는 오로지 경제적 실리만 챙기려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효 기자가 찍었다.
2019년 6월30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쪽 지역에서 인사한 뒤 남쪽으로 같이 걸어 내려오고 있다. 북한과 미국 정상이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만난 건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런 역사적인 만남에도 불구하고 북-미 관계와 북핵 문제 해결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찍었다.
2019년 6월30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쪽 지역에서 인사한 뒤 남쪽으로 같이 걸어 내려오고 있다. 북한과 미국 정상이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만난 건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런 역사적인 만남에도 불구하고 북-미 관계와 북핵 문제 해결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찍었다.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은 전화 통화도 많이 했다. 정상 통화를 하기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선 거의 대화록 수준의 수십쪽짜리 상세한 참고자료를 대통령에게 올린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무슨 말을 건넬지 직접 A4 용지에 따로 적어서 정서적으로 접근하려 애썼다.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실패로 북핵 문제는 다시 수렁에 빠졌지만,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건 이런 방식으로 문 대통령이 트럼프의 마음을 산 측면이 컸다.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을 끝내고 본국 귀환을 위해 에어포스원에 오르자마자 트럼프는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마치 만점을 받은 아이처럼 회담 성과를 자랑했고, 문 대통령은 “세계 평화의 큰 토대를 놓았다”고 극찬했다. 북핵 문제를 다루는 두 대통령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광경이었다.1961년 11월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워싱턴을 방문해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는 사진은 유명하다. 다리를 꼬고 비스듬히 의자에 기댄 케네디와 선글라스를 쓴 무표정의 박정희 의장 모습은 대조적이다. 쿠데타를 일으킨 제3세계 군 장교가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을 만난다니 얼마나 긴장했을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1979년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하기 몇달 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도 박 대통령은 몹시 긴장했다. 주한미군 철수와 한국 정부의 야당·재야인사 탄압을 놓고 한-미 간에 긴장이 높을 때였다.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고, 카터는 “내 개인적인 바람은 당신이 긴급조치 9호를 철회하고 재소자(양심수)를 가능한 한 많이 석방하는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2018년 한미클럽이 공개한 미 국무부 비밀해제 문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5년 10월18일(한국시각)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오찬 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인 이스트룸으로 향하고 있다. 2014년 공동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박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도 중국 전승절 참석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묻는 질문에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청와대에서 제공한 사진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5년 10월18일(한국시각)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오찬 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인 이스트룸으로 향하고 있다. 2014년 공동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박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도 중국 전승절 참석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묻는 질문에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청와대에서 제공한 사진이다.
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봤기 때문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4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청와대 공동기자회견에서 유난히 긴장해서 실수를 많이 했다. 오바마가 답변을 하라고 눈길을 주는데도 박 대통령은 마이크만 만지작거리면서 제대로 말을 하질 못했다. 오바마가 “불쌍한 대통령이 질문이 뭔지 기억하지 못하나 보네요”라는 조크를 던질 정도였는데, 이 부분은 백악관 영상에선 묵음으로 처리됐다.미국 대통령은 한-미 관계와 대북 정책에만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물결을 일으켜 국내 정치·사회적으로도 커다란 흔적을 남긴다. 2008년 4월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의 캠프데이비드 방문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하는 동안 한-미 쇠고기 협상이 전격 타결된 게 ‘광우병 파동’을 불러일으키며 대규모 촛불시위를 불러온 것이다.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조지 부시 행정부의 환대 속에 이뤄졌다. 정상회담은 백악관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렸다. 한국 대통령으론 첫 캠프데이비드 방문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가장 친한 외국 정상을 개인 별장인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으로 초대했다.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나 중국 장쩌민 주석,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가 크로퍼드 초청을 받았다.
2008년 4월18일 방미한 이명박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에서 부시 대통령을 옆자리에 태우고 골프 카트를 운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숙박했다. 그러나 그 대가는 컸다. 방미 직후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김종수 기자가 찍었다.
2008년 4월18일 방미한 이명박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에서 부시 대통령을 옆자리에 태우고 골프 카트를 운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숙박했다. 그러나 그 대가는 컸다. 방미 직후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김종수 기자가 찍었다.
그러나 2003년 이라크에 병력을 파병한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크로퍼드로 초대하질 않았다. 부시와 노무현, 두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수차례 설전을 벌인 게 영향을 끼쳤다.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의 얘기. “대개 정상회담은 의전적이고 외교적인 성격이 강하다. 양쪽 모두 윈윈하는 모양새를 좋아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달랐다. 정상회담에서 현안을 담판 지으려 했다. 처음엔 주변에서 말려서 의전에 따라 했는데, ‘이러니 너무 답답하다. 솔직하게 토론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 2005년 11월 경주에서 열린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그런 논쟁의 장이었다. 부시와 노 대통령은 대북 금융제재 등을 놓고 직설적인 말들을 주고받았다. 거의 자리를 박차고 나올 듯한 분위기였다. 이듬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정상회담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2005년 11월17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공동기자회견 모습과는 달리 두 대통령이 격한 논쟁을 벌인 회담이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나중에 언론 인터뷰에서 경주 회담을 “두 정상은 자기 생각을 고집했다”며 ‘최악’이라고 평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찍었다.
2005년 11월17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공동기자회견 모습과는 달리 두 대통령이 격한 논쟁을 벌인 회담이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나중에 언론 인터뷰에서 경주 회담을 “두 정상은 자기 생각을 고집했다”며 ‘최악’이라고 평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찍었다.
2019년 5월23일 오후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손녀 서은양과 팔짱을 끼고 이동하고 있다. 정상회담 때는 두 사람이 격하게 다툰 적도 있는데, 추도식에 참석한 걸 보면 부시의 인간적 면모를 느낄 수 있다. 공동사진취재단이 찍었다.
2019년 5월23일 오후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손녀 서은양과 팔짱을 끼고 이동하고 있다. 정상회담 때는 두 사람이 격하게 다툰 적도 있는데, 추도식에 참석한 걸 보면 부시의 인간적 면모를 느낄 수 있다. 공동사진취재단이 찍었다.
2008년 4월18일 오후 6시(한국시각), 이명박 대통령이 캠프데이비드에 도착하기 11시간 전에 한-미 간에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이 타결됐다. 한국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 방침을 철회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수입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쇠고기 협상과 대통령 방미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지만, 나중에 공개된 미 국무부 문서엔 한국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 방미 전에 쇠고기 수입 문제를 풀겠다는 뜻을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적혀 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을 보면, 인수위 시절인 2008년 1월17일 최시중·현인택 두 측근 인사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만나 이 대통령 방미를 논의했다. 현인택씨가 “4월이 적기이며 캠프데이비드를 방문할 수 있다면 이상적”이라고 제안했고 버시바우 대사는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이후 4월에 방미한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현씨는 “이 대통령 방문에 앞서 한국 시장이 개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8월5일 대학생들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부시와 이명박 가면을 쓰고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가 찍었다.
2008년 8월5일 대학생들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부시와 이명박 가면을 쓰고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가 찍었다.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발표로 전국에선 대규모 촛불시위가 벌어졌고, 임기 초반의 대통령 지지율은 한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고 쇠고기 재협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하룻밤 묵은 값으로는 너무 커다란 정치적 대가를 치른 셈이었다.1966년 10월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의 서울 방문은 또 다른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중요한 변화와 연결되어 있다. 존슨 방한은 박정희 대통령이 베트남에 전투병력을 파병(1965년 10월)한 데 대한 답례 성격이 짙었다. 한국은 존슨의 7개국 순방 중 마지막 방문국이었다. 전세계적으로 베트남전 반대시위가 불이 붙던 때였다. 존슨은 순방국들에서 시민들의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뉴질랜드에선 의사당 앞에서 반전 시위대와 마주치기도 했다. 한국은 달랐다.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 카퍼레이드를 했는데, 180만명(언론 보도)의 시민들이 연도에 쏟아져나와 열렬히 존슨을 환영했다. 당시 서울 인구가 370만명이었으니 이 숫자는 다소 과장됐고 또 대다수는 동원 군중이었지만, 어쨌든 베트남전에 짓눌려 있던 존슨 대통령은 기뻐했을 것이다.
1966년 박정희 대통령과 린든 존슨 대통령 카퍼레이드 사진이다. 당시 공보처가 생산한 사진을 국가기록원에서 찾았다.
1966년 박정희 대통령과 린든 존슨 대통령 카퍼레이드 사진이다. 당시 공보처가 생산한 사진을 국가기록원에서 찾았다.
그런데 존슨의 카퍼레이드 도중 소공동 지역의 너저분한 중국인촌과 남산 기슭 판잣집이 텔레비전으로 방영되면서 나라 안팎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박 대통령은 도시 미관을 위해 용산역 등 철도 부근 판잣집부터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무허가 건물 철거와 대대적인 도시계획의 출발이었다. 도심 철거민들은 경기도 광주의 허허벌판 대단지(지금의 성남)로 강제 이주해야 했다.(<경기동부>, 임미리, 2014) 서울 도심 재개발이 꼭 존슨 대통령의 방한 때문에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1971년 한국 사회운동에 한 획을 그은 광주대단지 사건은 그렇게 미국 대통령과 실낱같은 연결점을 지니고 있다.한국과 미국 대통령의 만남이 꼭 껄끄러운 건 아니다. 재미있는 장면도 적지 않다. 1993년 7월 빌 클린턴이 방한했을 때는 김영삼 대통령과 청와대 녹지원에서 조깅을 같이 했다. 매일 아침 달리기를 했던 김 대통령이 클린턴 쪽에 먼저 제안을 했고 클린턴도 흔쾌히 수락해서 이뤄진 행사였다. 행사 이름은 ‘민주주의를 위한 조깅’(Jogging for Democracy)이라 붙였다. 300m 우레탄 트랙을 10바퀴 뛰었는데, 나이가 많은 김 대통령은 클린턴에게 지지 않으려 처음부터 속도를 올렸다. 클린턴은 여유 있게 맞춰주었지만, 미국 쪽 통역은 따라가질 못해 중간에 통역을 포기하고 트랙 밖으로 나와버렸다. 클린턴은 조깅을 마친 뒤 김 대통령에게 “나이도 많으신데 젊은 사람처럼 잘 뛰신다”고 덕담을 건넸다. 흡족한 김 대통령은 그날 저녁 만찬에서도 조깅을 화제에 올렸다. 힐러리 클린턴에게 “딱딱한 시멘트에서 뛰면 무릎이 상하니 우레탄을 깔아야 한다”고 조언했고, 힐러리는 백악관에 돌아가서 조깅 트랙에 우레탄을 깔았다.
1993년 7월10일 아침, 빌 클린턴 대통령은 청와대 녹지원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조깅을 함께 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조깅 전에 참모들에게 “내가 지지 않을 끼다”라며 특유의 승부욕을 불태웠다. 김 대통령은 처음부터 조깅 속도를 높였는데 클린턴이 잘 맞춰주었다고 한다.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찍었다.
1993년 7월10일 아침, 빌 클린턴 대통령은 청와대 녹지원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조깅을 함께 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조깅 전에 참모들에게 “내가 지지 않을 끼다”라며 특유의 승부욕을 불태웠다. 김 대통령은 처음부터 조깅 속도를 높였는데 클린턴이 잘 맞춰주었다고 한다.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찍었다.
11월3일(현지시각) 미국의 새 대통령이 뽑히면 한-미 정상회담이 언제 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다. 역대 정상회담을 보면, 빨리 여는 것보다 치밀하게 회담을 준비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은 동북아 정세와 한국 사회에 어떤 파장을 던질까. 20년 전과 달리, 한반도에 따뜻한 바람을 몰고 오는 회담이 되었으면 한다.
▶ 제21화 해설자는 박찬수 <한겨레> 선임논설위원입니다. 박찬수 논설위원은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과 정치부장, 편집국장, 논설실장을 지냈습니다. 청와대와 백악관의 작동방식을 비교한 <청와대 vs 백악관>, 민족해방(NL) 사조의 흐름을 다룬 <엔엘(NL)현대사>를 썼습니다. 요즘 오피니언면에 격주로 ‘진보를 찾아서’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팩트스토리는 전문직·실화 소재 웹소설·웹툰 및 르포 논픽션 기획사입니다. 저널리즘 바깥으로 확장하는 실화를 추구합니다.<한겨레>가 지령 1만호를 맞아 ‘시간의 극장-한겨레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선보입니다. 33년 기사와 사진 아카이브를 활용하여, 중요 사건과 인물을 현대사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입니다. 해당 주제를 잘 아는 해설자가 ‘시의성 있는 과거’와 관련한 한겨레 사진과 기사를 선정하고 독자에게 해설합니다. 한번도 소개된 적 없는 비컷(B-cut)사진 필름도 발굴하여 공개합니다. 르포, 전문직 소재 웹소설 기획사 팩트스토리가 기획하고 한겨레와 공동으로 제작합니다. 주간 연재.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968279.html?_fr=mt1#csidxf3844a48e016fb7a95e3836c5653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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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피해자와 시민들 “일본 사죄배상 끝까지 요구할 것”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11/03 10:22
  • 수정일
    2020/11/03 10:2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정은주 통신원 
  •  
  •  입력 2020.11.02 23:03
  •  
  •  댓글 0
 

10월 30일, 우리나라 대법원이 일제 강제동원의 불법성을 명확히 하고 일본 기업은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지 2년이 지났다.

일본은 그동안 판결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일본까지 찾아간 피해자를 문전박대하고 국제법까지 위반하며 서류송달을 거부하는 등 배상절차를 지연시켜왔다. 2018년 10월 30일로부터 2년이나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법적으로 대응 해당 일본기업의 자산을 압류하고 강제매각을 추진하자, 일본 정부는 “한국이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판결을 뒤엎을 것을 요구하며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등 한국 정부를 협박하고 있다.

그동안 피해자 및 대리인, 시민들은 연대하며 일본에 꾸준히 사죄배상을 요구해왔다. 특히 이번 10월 30일, 판결 2년을 맞아 서울 곳곳에서는 다양한 행동들이 진행되었다.

시민 1,063명, ‘우리가 기억한다’ 인증샷 광고 게재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강제동원 공동행동‘)’은 10월 15일부터 30일까지 시민 인증샷 캠페인을 벌였다. 시민 1,063명의 인증샷과 후원으로 신문광고가 게재되었다.

▲10월30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시민들의 인증샷 광고. [사진-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10월30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시민들의 인증샷 광고. [사진-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판결 2년을 맞는 10월 30일 당일에는 피해자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피해자 유족인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대표는 “일본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잘못된 역사는 묻힐 수 없다”고 강조하며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해주어서 힘이 난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10월30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피해자와 시민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10월30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피해자와 시민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피해자들과 함께 사죄배상 꼭 받아내겠다는 청년들

청년, 대학생들도 판결 2년을 맞아 피해자단체와 함께 항의행동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매주 목요일 청년들을 중심으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되는 항의행동인 ‘서울겨레하나 목요행동’은 10월 29일 판결 2년을 맞아 피해자 유족과 함께 했다.

▲10월29일 판결2년 ‘서울겨레하나 목요행동’에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10월29일 판결2년 ‘서울겨레하나 목요행동’에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이날 87차 행동의 사회자를 맡은 전지예 청년은 “피해자분들의 투쟁 덕분에 우리가 지금 더 당당하게 목소리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전하며 “이 판결을 받기 위해 강제동원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얼마나 오랜 세월 고통 속에 사셨을지 생각하면 일본에 대한 분노가 올라온다”고 목요행동을 진행한 소감을 밝혔다.

▲‘서울겨레하나 목요행동’ 중 한 청년이 일본 스가 총리의 입에 X자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서울겨레하나 목요행동’ 중 한 청년이 일본 스가 총리의 입에 X자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대학생들, 시민들에게 강제동원 문제 알려

30~31일 용산역 강제징용 노동자상 옆에서는 대학생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일제 강제동원 역사를 알리고 일본의 역사왜곡을 규탄하는 활동이 진행되었다.

활동에 참가한 이수민 대학생은 “활동을 준비하며 가슴 아픈 역사를 자세히 알게 되었고, 여러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더욱 느꼈다”고 전했다.

▲대학생들이 용산 강제징용 노동자상 앞에서 시민들에게 강제동원 문제를 알리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대학생들이 용산 강제징용 노동자상 앞에서 시민들에게 강제동원 문제를 알리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특히 31일에는 피해자들의 증언을 직접 낭독하고 ‘우리가 증인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와 함께 계속 활동해나갈 것임을 보여주었다.

▲대학생들이 용산역 계단에서 ‘우리가 증인이다. 역사왜곡 멈춰라’ 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대학생들이 용산역 계단에서 ‘우리가 증인이다. 역사왜곡 멈춰라’ 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일본이 사죄할 때까지 시민들의 행동은 이어질 것

판결 2년이 지났지만, 많은 시민들이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일본에 사죄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청년들의 ‘서울겨레하나 목요행동’은 매주 목요일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된다. 강제동원 공동행동은 시민 인증샷 캠페인을 신문 광고에 이어 연말 지하철 광고로도 추진할 계획이며, 국제캠페인으로 확대해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시민들의 항의행동은 계속 될 뿐 아니라 일본이 판결을 거부하면 할수록 더욱 거세질 것이다.

- 인증샷 캠페인 참가하기 https://www.JapanApologize.com

▲인증샷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홈페이지 캡쳐 화면. [사진-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인증샷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홈페이지 캡쳐 화면. [사진-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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