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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공동선언 22주년, '남북공동선언 정신 되새기자'

6.15남측위, 민화협, 양대노총 행사..북측 약 3년만에 연대사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6.14 17:13
  •  
  •  수정 2022.06.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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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맞는 6.15공동선언 발표 22주년을 맞아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되새기고 실현하기 위한 대회와 토론회가 진행된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 이창복)는 15일 저녁 7시 서울시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 중앙총부에서 '6.15공동선언발표 22돌 자주평화통일대회'를 개최한다.

6.15남측위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강경정책과 미국의 패권동맹에 일방적으로 참여하는 대외정책 기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남북공동선언의 계승과 실현에 동의하는 각계각층의 결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민규 흥사단 이사장과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대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5.15경기농민본부 상임대표 등이 나서 △남북공동선언 이행 촉구 △과거사 해결없는 한일협력, 한미일 협력 반대 △평화협력 외교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전단살포 중단 등을 촉구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통일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자주통일의 길, 노동자의 과제'를 주제로 공동토론회를 주최한다.

토론회에는 손정목 통일시대연구원 부원장과 안혜영 민주노총 통일국장, 조선아 한국노총 대협실장이 각각 △미국의 패권전략과 동북아 정세 △노동자 통일운동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발제하고, 문병일 한국노총 서울본부 통일위원장과 조석제 민주노총 부산본부 통일위원장이 '남북 노동자 자주교류 등 실천 과제'를 중심으로 토론에 나선다.

이날 오후 2시에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로 '6.15공동선언 22주년·7.4공동서명 50주년-6.15공동선언과 한반도 전환기의 평화모색' 주제의 통일정책포럼이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포럼은 '2022년, 한반도 평화의 길' 주제의 1세션과 '6.15남북공동선언과 우리의 과제' 주제의 2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김성민 민화협 정책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되는 1세션에서 전봉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안보통일연구부 교수(동북아 신 지정학과 한국의 옵션),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북한 대내외 정책변화 평가와 전망),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한반도 평화와 남북 상생을 위한 새 정부의 과제)의 주제발표와 박영호 전 강원대학교 초빙교수,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외교센터장의 토론이 이어진다.

2세션은 박인휘 이화여자대학교 국제학부 교수의 사회로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와 김천식 전 통일부차관, 박순성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유호열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참석한 라운드 토론으로 진행된다.

권영세 통일부장관은 민화협 포럼과 이날 오후 2시 30분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개최되는 6.15남북정상회담 2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다. 별도의 정부 기념행사는 없다.

이날 북측은 양대노총 토론회에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윈회 위원장 명의로 연대사를 보내와 눈길을 끈다.

북측이 남측 민간의 요청에 공식적으로 답을 보낸 건 2019년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뒤 약 3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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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력의 ‘두 번째 사명’ 과 결행 시기

  • 기자명 김지영 조선신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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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1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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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력 강화의 배경과 목적 (2)

조선신보 김지영 편집장이 ‘핵무력 강화의 배경과 목적’을 연재했다. 호칭과 맞춤법을 한글식으로 고쳐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연재] 핵무력 강화의 배경과 목적

(1) ‘전쟁 주적론’과 사회주의 강국 건설
(2) 핵무력의 ‘두 번째 사명’ 과 결행 시기
(3) "군사적 대결 기도하면 소멸될 것’, 빈말이 아니다
(4) 한‧미‧일이 북을 적으로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

미국의 핵선제타격 태세에 대한 대항책

김정은 총비서의 4.25 열병식 연설은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북한(조선)이 핵무력의 기본사명에 대한 새로운 결단을 표명한 것.

전쟁방지, 보복타격과 다른 사명

김정은 총비서는 “우리 핵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여있을 수는 없다”라며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의외의 둘째가는 사명”이란?

2013년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 노선이 제시된 데 이어 최고인민회의에서 제정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공고히 할데 대한 법’에서는 “조선의 핵무기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에 대처하여 부득이하게 갖추게 된 정당한 방위수단이며 조선의 핵무력은 조선에 대한 침략과 공격을 억제, 격퇴하고 침략의 본거지들에 대한 보복타격을 가하는데 복무한다”고 규정하였다.

전쟁 방지와 보복타격이 명기되고 선제타격은 언급되지 않았다. 보복타격에 대해서도 적대적인 다른 핵보유국이 북을 침략하거나 공격하는 경우 그를 격퇴하고 보복타격을 가한다고 하였다.

4.25 열병식 연설에서는 전쟁 방지와 보복타격이 아닌 또 하나의 사명이 언급되었다.

그 사명이 결행되는 조건은 종전과 다르다. 보복타격은 침략이나 공격이 가해지면 결행되지만 ‘두 번째 사명’은 북의 근본 이익에 대한 침탈 기도가 확인되는 경우에 결행된다. 그리고 적대적인 다른 핵보유국뿐만 아니라 어떤 세력이든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그 대상이 된다.

침략성이 강화된 미국 핵교리

북의 오랜 교전국인 미국은 북을 핵선제타격 대상으로 삼았다.

미국은 북의 핵무력을 ‘세계평화에 대한 위협’으로 매도하지만 원래 북을 핵무장으로 떠민 것은 미국이다.

 

2006년 북은 “미국의 반공화국 고립압살 책동이 극한점을 넘어서 최악의 상황을 몰아오고 있는 제반 정세 하에서 우리는 더 이상 사태 발전을 수수방관할 수 없게 되었다.”(조선외무성 성명)며 첫 지하핵실험을 단행했다.

2013년 북이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제시하였을 때 미국은 세계지배를 위한 전략적 중심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돌리고 북을 1차 공격목표로 삼았다. 북의 평화적 위성 발사까지 걸고 들면서 인위적으로 긴장을 격화시키고 그를 구실로 방대한 무력을 끌어들여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을 끊임없이 벌렸다.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조선은 2018년 병진노선이 밝힌 과업들이 관철되었음을 선언하고 핵무기 없는 세계건설에 이바지하려는 입장에서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발사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으나 미국은 호응하지 않았다. 그해에 시작된 관계개선과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가 결실 없이 중단된 책임도 미국 측에 있다.

지금도 미국은 북을 핵무력 강화로 떠밀고 있으며 북을 과녁으로 삼은 미국의 핵교리는 그 공격성, 침략성을 보다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미 행정부가 올해 3월에 발표한 ‘핵태세검토(NPR)’보고서는 ‘극단적상황(extreme circumstances)’에서 미국과 동맹국, 우방국의 핵심 이익의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핵의 선제 불사용(No first use)’과 핵무기 사용을 핵공격에 대한 반격에 제한한다는 ‘유일한 목적(sole purpose)’에 관한 구상이 한때 거론되기도 했으나 결국 채용되지 않았다.

‘신냉전’ 구도가 심화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의 발발로 국제적인 안보환경이 요동치는 가운데 발표된 이 보고서는 핵을 기본수단으로 삼고 패권주의 정책을 강행하려는 미국의 야망에 추호의 변화도 없으며 미국 핵무력의 침략적인 사명은 절대로 변할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핵공격을 받지 않아도 ‘극단적 상황’이 조성됐다고 인정하기만 하면 핵선제타격을 결행하는 핵교리를 담보하기 위해 전략전술 핵무기의 증강을 다그치고 있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위협에 대처

미국 정부와 군부는 “‘핵억제’란 핵무기의 사용을 전제로 한다.”라고 공언해왔다. 핵전쟁위협을 동반하는 미국과의 장기적 대결이 불가피한 조건에서 북은 미국의 침략적인 핵교리에 대해서도 상응한 강도로 대항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변하고 있다. 1953년의 정전협정 체결 후 지금까지는 대규모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엉킨 ‘한정적 상호억제’는 작동했지만, 중소규모의 군사적 도발행동이 억제된 것은 아니었고 실제로 군사분계선과 해상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대국들의 갈등과 대립이 격화되고 미국의 침략적인 핵교리가 공개된 지금 한반도에서의 의외의 충돌이 핵전쟁으로 번져가지 않으리라는 보증은 없다.

북은 조성된 군사적 위험성에 대처하여 ‘핵억제’의 실효성을 부단히 높이고 있다. 일단 전쟁상황이 되면 그 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상대방의 전쟁 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 핵전투 무력을 동원한다는 결단도 이미 밝혔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우려들과 위협들을 안정적으로 다스릴 수 있는 힘과 수단, 세계의 군사기술발전추세를 앞지르는 전략전술 무기체계를 갖추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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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필·가짜 스펙 돈 주고 사세요” 특권층-유학 컨설팅 ‘위험한 거래’

등록 2022-06-14 05:00
수정 2022-06-14 07:16

엘리트로 가는 그들만의 리그
② 스펙, 그 거짓과 진실
국내 유학 컨설팅의 문제점

 
게티이미지뱅크
‘논문, 출판, 봉사단체 설립, 애플리케이션(앱) 제작 기획, 미술 전시회….’ 국제학교를 다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딸이 쌓아올린 ‘스펙’은 화려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표절·대필 의혹이 숨어 있고, 의혹의 줄기는 케냐를 비롯한 제3세계 청년들의 지적 착취 산업으로까지 이어진다. 한 장관의 딸은 연구 윤리를 어지럽히는 약탈적 저널을 활용하고, 미국 입시전문가인 이모 진아무개(49)씨의 딸들과 스펙을 품앗이해왔다.
<한겨레>는 지난 1~9일 진씨가 활동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등 실리콘밸리 인근을 방문했다. 여기는 한 장관의 딸과 ‘스펙 공동체’를 이룬 진씨 딸들이 고등학교를 다녔고, 미국 명문 대학을 향한 아시아인 학생들이 치열한 입시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이들은 편법적인 기회 획득에 분노하며, 세상의 모든 출발선은 같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규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미국 명문 대학이라는 학벌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과정에 한국 사회 엘리트들이 동원하는 ‘글로벌 스펙 산업’의 실태와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세 차례에 걸쳐 담는다.

 

“요즘 애들은 슈퍼맨에다 똘똘이 스머프가 돼야 하거든요. 걱정 마세요. 학생이 가만히 앉아서 숨만 쉬면 영자신문 특파원, 개인 홈페이지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들은 저희가 넣어줍니다. 교사 추천서도 써드리고요. 논문 대회 참가하시려고요? 대필도 가능합니다.”

 

<한겨레>는 이달 초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유학 컨설팅 업체의 입시설명회에 참석했다. 소수의 인원만 예약을 받아 진행했는데, 이날 업체 관계자가 보여준 컨설팅 내역 자료에는 △교내 과제 에세이 첨삭 △수상경력 관리 △대입 에세이 무제한 교정·첨삭 △논문 대회 참가(대필 가능) 등이 적혀 있었다. 특히 “내신점수(GPA)와 (미국 대학입학시험) 에스에이티(SAT) 점수가 낮더라도 특별한 액티비티 내러티브(활동 서사)를 구성해 불가능을 가능케 해준다”고 장담했다.

 

 또 다른 업체가 진행한 온라인 설명회에는 60여명이 참석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열린 탓인지 이날 설명회에서는 송도 채드윅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한 장관 딸의 화려한 ‘스펙’이 화두로 떠올랐다. 미국 매체에 광고성 인터뷰 기사를 실은 것을 두고는 “미국 입학사정관이 바보가 아니다”며 ‘진정성’을 강조했지만 주말 봉사활동을 연결해주겠다며 컨설팅 기본 금액으로 550만원을 불렀다. 대회 참가, 에스에이티 준비, 대입 에세이 작성 등 추천 프로그램을 합치면 비용은 2천만~3천만원으로 치솟았다.

 

컨설팅 비용 보통 연간 2천만원…더 내겠다고 하면 1~2억원도

 

“지금 국내 유학 컨설팅 시장은 도덕적 관념이 무너졌다.” 지난 2일 <한겨레>와 만난 박종경 직지아카데미 대표가 말했다. 직지아카데미는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영어 글쓰기·읽기, 미국 수학대회 준비를 위한 수업 등을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수강 학생 200명 가운데 70~80%가 국제학교를 다닌다. 박 대표가 지적하는 국내 유학 컨설팅의 문제는 두가지다. 하나는 대필 문화의 만연이다. “내신 관리 명목으로 학교 숙제를 대신 하고, 대입 에세이 대필도 흔하다. 학생들의 진로를 가이드해주고 국내에선 접하기 힘든 최신 미국 대학 정보를 제공해주는 식이 돼야 하는데 아예 대신 해주는 길로 가고 있다.”

 

다른 하나는 컨설팅 업체들의 장삿속과 결부된 ‘가짜 스펙’ 사업이다. 박 대표는 한달에 한번꼴로 받는 이메일을 소개했다. ‘아이비리그 교수진과 논문 출판(학생은 공저자로 이름 기재)을 할 학생들을 소개해주면 수익의 20%를 수수료로 주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보내는 사람은 바뀌는데 내용은 거의 똑같다. 박 대표는 “아이비리그 정교수가 한국 고교생과 논문을 왜 같이 쓰겠냐”며 “전부 사기”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는 1천만원에 에세이 몇개를 모아 책으로 출판하는 상품이 유행했다고 한다. 그는 “미국 입시에서 내신점수와 에스에이티 등 학업성적을 뒤집을 만한 엑스트라 커리큘럼(봉사·과외활동)이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생·학부모 불안심리 이용한 ‘공포마케팅’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처 이후 탄생한 유학 컨설팅 시장은 2010년 국제학교가 국내에 등장하면서 눈에 띄게 성장했다. 요즘은 “대기업 차장·부장 정도만 돼도 보내겠다고 나설 정도”(박종경 대표) 로 중산층까지 국제학교에 관심을 가지면서 미국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어났다. 미국 대학 입시를 잘 모르는 한국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한 심리를 유학 컨설팅 업체는 ‘공포 마케팅’으로 파고들었다. 앞서 <한겨레>가 참여한 입시설명회에서도 전공과 관련된 교외활동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한국 기준 중학생인) 9학년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외활동으로 “입학 여부를 가르는 곳은 미국 명문 대학인 아이비리그 몇군데뿐”이며, 아이비리그 입학자는 “한국 유학생 10명 중 1명 정도”뿐이다(20년차 해외 교육 컨설팅업체 대표 이아무개씨). 한국 학생 대부분이 진학하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도 아이비리그만 따지는 교외활동을 만들기 위해 입시 컨설팅에 돈을 쏟아붓는 게 현실이다. 이씨는 대학 서열에 익숙한 한국인의 특성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대학은 랭킹보다 전공, 교육의 질을 따져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한국 부모는 ‘우리 아이는 아이비리그 아니면 안 보낸다’는 식”이라고 했다.

 

 
2021년 10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1 해외 유학·이민 박람회에서 방문객들이 참가 업체 부스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특권층, 사회적 지위 재생산 위해 해외로

 

유학 컨설팅 시장에는 통용되는 시세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박 대표는 “컨설팅 비용은 보통 연간 2천만원 수준인데 (부모가) 더 내겠다고 하면 1억~2억원을 받는 사례도 봤다”고 말했다. 시장 규모도 알 수 없다. 유학원이나 컨설팅이라고 밝힌 업체들도 있지만 에스에이티 학원 등을 운영하면서 개인 컨설턴트를 고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현금 거래가 보편적이라서 탈세 가능성도 있다.

 

미국 입시 컨설턴트들이 한국의 유학 컨설팅 시장이 부적절하고 위태롭다고 말하는 이유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미 교육컨설턴트협회(IECA) 소속으로 7년째 컨설턴트로 일해온 이민정(가명)씨는 “미국에서는 옆에서 누군가 조언을 해줄 순 있지만 다른 사람 것을 복제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단 걸리면 큰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10년 넘게 학원을 운영한 임아무개 원장도 “첨삭은 학생이 모든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강조했다. 새너제이에서 12년째 에스케이(SK) 에듀케이션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크리스 김(50) 대표는 “한국은 입시 컨설팅의 상품화가 심하다. 한국 출장을 많이 가는데 갈 때마다 상품이 바뀌어 있다. 어떤 때는 펜싱이 잘나가고, 그다음엔 대회 출전, 그다음엔 비영리단체 설립 등이 추천되더라”고 말했다.

 

미국은 에세이 첨삭때도 코멘트만…“학생이 모든 아이디어 제공”

 

미국 현지 컨설팅은 한국과 어떻게 다를까. 이씨는 “9학년은 특별히 컨설팅해줄 게 없다.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확인만 한다. 10학년부터 흥미나 희망 전공에 따라 학교 수업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 조언한다. 졸업반이 되면 대입 에세이 첨삭에 들어가는데 어떤 내용을 더 강화해라, 빼라 정도의 코멘트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대입 에세이를 봐주면서 학생 (본인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이끈다. 다 써주냐고 묻는 부모도 있는데 그런 방식은 학생의 목소리를 제쳐놓고 ‘복제인간’을 만드는 것밖에 안 된다. (한국식처럼) 멋있고 어려운 단어를 모아둔 게 아니라 학생의 메시지가 녹아들어야 잘 쓴 에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입시 컨설팅 평균 비용은 연간 수천달러에서 1만달러(약 1280만원) 정도다. 5만달러(약 6400만원) 이상은 거의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입시 업체를 운영하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 딸의 이모 진아무개(49)씨를 두고 김 대표는 “너무 한국식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가짜 스펙’이 걸러지지 않고 일부 넘어가니까 계속 상품화했나 본데 학생에게 거짓말로 요령을 피워서 (과정이) 어떻든 (대학 입학만) 하면 되는구나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경원 경기도 교육정책자문관은 “국내 학생부종합전형이 외부 조력을 점차 제한하면서 국내 명문대 진학이 어려워지자 특권층이 사회적 지위를 재생산하기 위해 다른 활로를 찾은 것이 해외 대학 진학”이라며 “다시 한국에 들어와 ‘부모 찬스’로 직장을 구해 사회 지도층으로 행세하는 큰 흐름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컨설팅업체는 강남 소재 무작위 선택어떻게 취재했나<한겨레>는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 등 실리콘밸리 인근을 방문해 학부모와 학생, 입시컨설턴트 등 22명을 인터뷰했다. 한국의 유학 컨설팅 업체 가운데 일부는 국제학교 재학생의 가족으로 가장해 취재했다. 실수요자가 아닌 한 컨설팅 내용·비용 등을 밝히길 꺼리는 업체 특성 때문에 위장 취재 방식을 택했다. 유학 컨설팅 업체들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강남대로, 강남역 사거리에서 무작위로 업체를 선택했다.
 

이유진 장예지 기자, 새너제이/김지은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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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주적론’과 사회주의 강국 건설

  • 기자명 김지영 조선신보 편집국장
  •  
  •  승인 2022.06.1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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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핵무력 강화의 배경과 목적 (1)

조선신보 김지영 편집장이 ‘핵무력 강화의 배경과 목적’을 연재했다. 호칭과 맞춤법을 한글식으로 고쳐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연재] 핵무력 강화의 배경과 목적

(1) ‘전쟁 주적론’과 사회주의 강국 건설
(2) 핵무력의 ‘두 번째 사명’ 과 결행 시기
(3) "군사적 대결 기도하면 소멸될 것’, 빈말이 아니다
(4) 한‧미‧일이 북을 적으로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

평화와 안전을 위한 현실적 선택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며 특정한 국가나 세력이 아니라고 천명한 북한(조선)은 이미 보유한 핵무력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 배경과 목적을 살펴본다.

우리는 계속 강해져야 한다

지난 4월 25일 사상 최대규모로 성대히 거행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돐 경축 열병식은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현실적 힘, 북의 군사 기술적 강세를 시위하였다. 그러나 자기 자신 지키기 위한 힘을 키우는 데서 만족과 그 끝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수난 많은 민족사에서 북이 체득한 교훈이다.

원수복을 입고 열병식 주석단에 나온 김정은 총비서는 연설에서 “힘과 힘이 치열하게 격돌하는 현 세계에서 국가의 존엄과 국권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진정한 평화는 그 어떤 적도 압승하는 강력한 자위력에 의하여 담보된다”라면서 “우리는 계속 강해져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국력의 상징이자 우리 군사력의 기본을 이루는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여 임의의 전쟁상황에서 각이한 작전의 목적과 임무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핵전투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미국본토를 사정권 안에 두는 전략핵무기와 임의의 전쟁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를 모두 갖추고 그 성능을 부단히 제고한다는 의미다.

북의 오랜 교전국인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한 유일한 나라이며 오늘도 다른 나라를 위협하고 지배하는 패권 수단으로 핵무력을 악용하고 있다.

반면 북의 핵무력은 이와 다른 목적과 기능을 한다. ▲핵무력을 강화 발전시켜 나라의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면서 ▲경제건설에 더 큰 힘을 넣어 우리 인민들이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는 강성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김정은 시대에 제시된 새로운 병진로선의 핵심이었다.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 노선이 제시된 2013년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금 미국은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우리의 핵억제력을 제일 무서워하며 핵무기를 틀어쥔 우리가 경제적 부흥을 이룩하면 저들의 대북 적대시 정책은 끝장이라고 보면서 최후발악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세월이 흘러 북미 대결전이 장기화된 지금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15년 구상과 전쟁 주적론

핵무기의 소형경량화와 전술 무기화의 심화 발전, 초대형 핵탄두 생산,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명중률 제고와 핵선제 및 보복타격능력 고도화를 비롯한 목표와 과업들이 국방발전 5계년 계획으로 종합되어 당대회에서 제시된 것이 2021년이다.

이해에 국가부흥의 중장기 구상도 밝혀졌다.

김정은 총비서는 “당대회 후의 5년을 대변혁의 5년으로 되게 하고 다음 단계의 거창한 투쟁을 연속적으로 전개하여 앞으로 15년 안팎에 전체 인민이 행복을 누리는 융성 번영하는 사회주의 강국을 일으켜 세우자”라고 했다.

 

같은 해의 10월, ‘전쟁 주적론’이 공식화된다.

과거 5년간 개발 생산된 전략 전술 무기들이 집결한 ‘국방발전전람회’ 개막식 연설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한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라고 천명했다. 그리고 “후대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강해야 한다”라며 한반도에 조성된 불안정한 현 정세에서 나라의 군사력을 그에 상응하게 부단히 키워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사회주의 강국건설의 15년 구상과 더불어 ‘전쟁 주적론’이 공식화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쟁이 없는 푸른 하늘 아래서만 인민을 위한 경제부흥전략은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다.

그런데 세계를 둘러보면 힘과 힘이 격돌하는 현실, 전쟁국가의 무력행사로 인해 평화가 파괴될 수 있는 우려와 위협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2021년에 출범한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일방적인 편 가르기식 대외정책을 더욱 악랄하게 감행하여 ‘신냉전’ 구도를 한층 더 격화했다.

중국의 내정에 속하는 대만 문제에 간섭하여 ‘항행의 자유’를 구실로 각종 군함들을 대만해협에 들이밀고 정세를 한층 긴장시켰다.

한편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가 붕괴한 후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를 과녁으로 삼아 추진해 온 고압적인 봉쇄 책동의 수위도 끌어올렸다. 러시아와 서방 나라 사이에서 완충지대로 기능하던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가입과 반러시아 행동을 음으로 양으로 부추겼다.

결국 2022년에 들어 유라시아의 한복판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났다.

힘과 힘이 격돌하는 세계

우크라이나 사태의 배경에는 핵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 구도가 있다. 핵무기가 세상에 출현한 이후 세계적 규모의 냉전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여러 지역에서 크고 작은 전쟁들도 많이 있었지만, 핵보유국들만은 군사적 침공을 당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느 핵보유국의 국가안보가 다른 핵보유국에 의해 심히 위협당하는 사태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냉전 시기인 1950년대 한반도는 전쟁터로 화하고 숱한 희생을 치렀다. ‘신냉전’ 구도가 심화하는 오늘날 세계에서 북은 전쟁을 주적으로 삼고 푸른 하늘 아래서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는 길을 선택하고 주저 없이 전진하고 있다. 대결과 분쟁의 조종자인 미국이 무엇을 가장 무서워하는가를 너무도 잘 알기에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보란 듯이 강화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라시아에서 분쟁의 불길이 터져 오른 지 2개월 후에 거행된 열병식의 광경, 김정은 총비서의 연설은 역사에 길이 아로새겨질 것이다.

“복잡다단한 국제정세 속에서도 총포성을 울리지 않고 전쟁과 동란, 피난이라는 말과 무관하게 인민을 위한 15년 구상이 빛나게 실현될 때, 세계는 조선이 선택한 결단과 의지가 천백번 옳은 것이었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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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외동딸의 마지막 선물... 사고 3일 후 부모님 집에 온 에어컨

[교제살인 두 번째 이야기 - 사람이 죽었다④]
황예진, 그는 어떤 사람이었나
법정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투는 공간이다. 피해자가 사망하면 가해자만 그 공간에 선다. 그렇게 나오는 판결문이 사건의 전모를 다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은 목격자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인 교제살인 사건에서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CCTV 증거 화면이 있어도 피해자는 그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왜'가 남는다. 고 황예진씨 사건에서 그 질문을 놓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사건번호 2021고합○○○ 상해치사, 사람이 죽었다. [편집자말]

2021년 7월 28일... 사건 발생 사흘 후 고 황예진씨 부모님댁에 도착한 에어컨이 보인다. 고인이 정규직 전환 후 처음 받은 월급으로 준비했던 '서프라이즈 선물'이었다. ⓒ 한승호

거실 한편, 그 에어컨이 있다. 아직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 에어컨이 경기도 양주에 있는 황예진씨 부모와 외할머니가 사는 집에 배송된 날짜는 2021년 7월 28일이다. 참혹한 사건이 발생하고 사흘 후 도착했다고 했다. 교제 상대에게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던 황씨가 사건 발생 전 집으로 보낸 선물이었다. 가족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래된 에어컨을 바꿔 할머니가 좀 더 시원하게 여름을 보냈으면 하는 생각에 몰래 준비한 황예진씨의 '서프라이즈 선물'이었다. 정규직 전환 후 처음 받은 월급으로 산 것이라고 했다.

선물을 보고 깜짝 놀라는 가족들 얼굴을 황씨는 보고 싶었을 것이다. 할머니와 함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낼 상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에어컨은 결국 고인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선물이 되고 말았다.

외할머니

황예진,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의 어머니를 두 차례 만났다. 어렸을 때부터 옆집(사실상 한 집)에 살면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외사촌 언니에게도 고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사춘기를 지켜봤던 공부방 선생님을 만나 왜 두 차례나 장례식장을 찾았는지 그 이유를 물었다. 고등학교 동창 친구, 대학 동창 친구들도 취재에 응했다. 대학 시절 만난 친구이자 고인과 함께 맞은 편 자리에서 일했던 직장 동료에게서도 황예진씨가 어떤 사람인지 들을 수 있었다.

황예진.
1996년 2월 13일 출생.
슬기로울 예(睿), 참 진(眞).

그의 아빠와 엄마는 1993년 겨울 처음 만났다고 했다. 어느 날 엄마가 잃어버린 회사 출입카드를 아빠 회사 동료가 주웠고, 출입카드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성사된 4:4 미팅. 그 자리에서 시작된 엄마와 아빠의 연애, 이듬해 봄 두 사람은 결혼을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딸이 태어났다. 맞벌이 부부의 외동딸, 철원에 사는 외할머니는 손녀가 항상 마음이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 치과 치료를 위해 서울에 왔던 할머니는 손녀를 돌보는 보모가 영 미덥지 않았는지, 그 길로 아이를 데리고 철원으로 갔다고 했다. 엄마와 아빠는 금요일마다 아이를 보러 철원으로 갔고 월요일 새벽에는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다시 서울로 옮겨야 했다고 한다. 황씨는 다섯 살까지 할머니와 살았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고 황예진씨는 외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했다. 외할머니와 고인이 함께 찍은 사진들이다. ⓒ 한승호

황씨가 엄마·아빠와 다시 함께 살게 된 것은 그 다음 해부터. 부부가 빠른 년생이었던 딸의 초등학교 진학을 염두에 둬야하는 때였고, 마침 경기도 양주 한 아파트에 새로운 보금자리도 만든 터였다. 또한 바로 옆집에 황씨 이모가 살고 있었다. 외할머니는 거처를 철원에서 황씨 집으로 완전히 옮긴다. 베란다로 서로 오갈 수 있는 구조, 목재 간이벽을 떼어내고 두 집은 서로 오갔다. 반찬 하면 서로 갖다주고 그렇게 '한지붕 두 가족'으로 10년 넘게 살았다고 한다. 이모 집에는 황씨의 외사촌 자매들이 있었다. 그중 맏언니와 황씨는 나이가 같다. 황씨의 외사촌 언니 생일은 1996년 1월 1일. 그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족이자, 친구이자, 그냥 친자매죠. 그런데 저와는 많이 달랐어요. 엄마가 항상 '예진이는 너무 철든 거 같다고, 이해심이 진짜 넓다'고 얘기했는데, 진짜 어릴 때부터 그랬던 거 같아요. 서로 장난치고 그럴 때는 그냥 애인데, 어떨 때는 언니 같은? 조언을 많이 해줬던 친구예요. 제가 고3때 진로 문제로 부모님과 의견이 엇갈렸는데, 그때 예진이가 그러더라고요. '너는 이모가 지금까지 그렇게 너 믿고 투자해줬으면, 너도 한 번 쯤 부모님 말씀 들어볼 수 있는 거 아니냐'. 뭔가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그 때 그 말이 아직도 기억나요."

어른스러웠던 외동딸

또래보다 어른스러웠던 사람. 취재를 위해 만난 일곱 명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온 말이었다. 그 앞에 따라붙는 말도 거의 비슷했다. 외동인데, 외동으로 자랐는데, 외동이라서.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6년 동안 황씨에게 산수와 수학을 가르쳤던 공부방 선생님 기억에 그는 "외동인데도 맏이 같았던 아이"다.

"보통 아이들은 용돈 쓰기 바쁜데, 예진이는 용돈을 모아요. 그래서 가족 생일 다 챙겨줬어요. 예진이가 할머니하고 엄마, 아빠를 참 많이 생각했어요. 할머니가 자신을 길러주셨고, 부모님은 맞벌이하느라 바쁘다는 걸 다 아니까, 또래들에 비해 철이 들어 있었죠. 엄마나 아빠한테 뭐라 요구를 잘 안 하고...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려고 하는 아이였어요. 애가 속이 깊었죠. 예진이는 사춘기가 없는 아이였어요."

 

고 황예진씨가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는 그의 똑 부러진 면모가 나타난다. 아버지에게 금연을 권하는 편지에서 그는 "저를 사랑하시는 걸 알지만, 만지는 거는 싫어한다"고 쓰기도 했다. ⓒ 이주연

어른스러움이 어른에 대한 '순종'을 의미하진 않는다. 오히려 황씨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생각이 분명한 쪽에 속했고, 자신이 보기에 '이건 아니다' 싶으면 당차게 나서기도 했다. 공부방 선생님에게 황예진씨는 '강강약약'의 면모도 있었던 아이로 기억된다. 그는 "약한 여자아이를 짓궂게 괴롭히는 남자아이들과 맞서는 모습을 볼 때는 내 딸도 저렇게 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저 어린 시절의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대학 동창 친구들은 "예진이가 남자를 볼 때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한테 어떻게 대하는지, 그걸 참 예민하게 봤다"고 말했다. 대학교 기숙사 생활 시절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기숙사에는 통금 시간이 있잖아요. 기숙사 경비하시는 분이 70대 정도로 나이가 많으신 분이었는데, 통금 시간이라고 문을 안 열어주니까 학생들과 실랑이가 있었다고 해요. 어떤 학생이 너무 버릇없이 구니까 그걸 보고 예진이가 대신 나서 싸웠던 모양이에요. 본인이 무슨 정의의 사도라고... 나중에 기숙사에 예진이 짐 뺄 때 갔었는데, 경비하시는 분한테 그 얘기를 들었어요. '예진이 잘 키웠다'고 그러시더군요."

'어른스러움'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의 똑 부러지는 이런 면모는 주로 자신과 관련된 선택을 할 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는 "학원 다니려고 여러 군데를 함께 돌아보더라도 왜 거기를 다니려고 하는 건지 이유를 밝히며 최종 선택은 항상 예진이가 했다"고 전했다. 고등학교 진학 문제를 두고서도 황씨는 공부방 선생님이나 어머니에게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켰다고 한다.

이 같은 책임감에는 '외동'이라는 황씨 상황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친구들에게 자주 했던 말이 있다고 했다.

"시험 기간에 저희가 같이 놀자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해도 걔는 안 갔어요. 도서관 남아서 밤새 공부하고 그렇게 되게 열심히 했어요. 예진이가 만날 했던 말이 자기는 외동이라서 엄마하고 아빠 돌아가시면 진짜 나 혼자 남기 때문에 혼자서 잘 해야 한다고 그랬어요." (대학 동창 친구들)

"우리가 친해지게 된 게 둘 다 외동이라서... 예진이가 '우리는 외동이니까 부모님께 너무 기대면 안 된다'고, '내가 잘 돼야 한다'고, '빨리 자리 잡아서 엄마랑 아빠랑 이것저것 해드리고 싶고, 짐 좀 덜어드리고 싶다'고 자주 말했어요." (고등학교 동창 친구)

 

"진짜 혼자 남으니까... 혼자서도 잘해야 해"

고 황예진씨가 받았던 상장들. 중앙에 보이는 장학증서는 고인이 대학생 시절 기숙사 경비 할아버지에게 거친 언사를 하는 학생들과 맞선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면서 받은 것이다. ⓒ 한승호

"외동이니까 혼자서도 잘해야 돼."

'혼자' 될 미래를 그려보면 주변 사람들이 더 각별하게 다가왔을 터다. 황씨는 자신에게 곁을 내준 이들을 늘 챙기려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교 동창 친구는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퍼주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의 기억에 황예진씨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느 날 가방에서 스윽 꺼내 '이런 거 좋아하지?' 하면서 선물을 줘서 더 감동을 줬던 사람"이었다. 대학 동창 친구 A씨는 "내 고민을 얘기하면 며칠 후에 잊지 않고 '그거 잘 됐냐'고 계속 신경을 써줬던 친구"라고 말했다. 대학 시절 알게 돼서 직장 동료로 함께 지냈던 친구는 황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예진이가 첫 월급 받고 저한테 선물을 보냈더라고요. 그냥 업무 관련해서 동료로서 도움을 준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예진이가 그걸 좀 많이 고마워했던 것 같아요. 워낙 본인이 뭔가 받았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친구였어서... 본인 입으로 들어가는 게 좀 적더라도 자기한테 뭔가 해준 사람들한테는 보답을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매우 강했던 친구였어요. 사무실 그 친구 자리를 정리하다가 이면지에 적은 메모가 있어서 봤더니, 취업에 도움을 줬던 사람들한테 첫 월급을 어떻게 쓸지 적혀 있더라고요."

"본인 입으로 들어가는 게 좀 적었다"는 친구의 말, 소박했다는 이야기다. 외사촌 언니는 립스틱 이야기를 꺼냈다.

"얘 진짜 수수하고 소박했어요. 한 번은 예진이 방에 놀러갔는데, 파우치 안에 오래된 립스틱이 하나 들어있더라고요. 저는 립스틱이 많거든요. 남들 눈에는 다 같은 색 같지만 그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예진이는 그런 게 없었어요. 그래서 '좀 사라, 새 걸로 좀 바꾸면 안 되겠니?'라고 그랬었죠. 예진이도 관심은 가져요. 제 거 보면서 '이거 얼마야' 그래요. 그런데 다시 만나 막상 보면 또 없어. 사 달라고 안 해. 저 같으면 외동딸이니까 사달라고 그랬을 거 같은데..."

황씨가 대학교 입학할 때 어머니는 이른바 브랜드 옷을 사주려고 했다고 한다. 돌아온 딸의 말은 "됐어, 엄마, 괜찮아". "살면서 용돈 가불 한 번 한 적 없다"는 그의 딸이 취업 후 한 일 중 하나는 "할머니가 쓰는 체크카드에 몰래 자신의 돈을 넣어드린 것"이라고 했다. 그의 방에는 생전에 마지막으로 보냈던 어버이날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가 어머니에게 보낸 카드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하루빨리 엄마의 수고를 덜 수 있는 딸이 될게. 사랑해."

고 황예진씨가 쓰던 가방들. 고인의 소박했던 성품을 보여준다. ⓒ 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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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전국 산업현장, 물류차질 피해 ‘아우성’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6/14 06:41
  • 수정일
    2022/06/14 06:4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국토교통부 “평시 대비 반출입량 30~40%, 일부 항만 반출입량 0%”
산업통상자원부 “총파업 인해 주요 업종서 1.6조원 피해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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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운행을 멈춘 대형화물차들이 평택항에 멈춰섰다. (사진=정창규 기자)
▲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운행을 멈춘 대형화물차들이 평택항에 멈춰섰다. (사진=정창규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산업현장의 신음이 커지고 있다.

 

1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집계한 인천항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75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로, 전달 동시간대 기준 5048TEU의 14.8%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어▲부산항 40.0%, ▲경인항 33.9%, ▲목포항 15.3% ▲마산항 6.0%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평택·당진항과 광양항, 울산항, 대산항, 포항항, 동해항의 경우 컨테이너 반출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군산항의 경우 컨테이너 반출량은 175TEU로, 전달 동시간대 기준 137TEU의 127.7% 상승을 기록했다.

 

업종별 산업계가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입은 피해 통계자료.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업종별 산업계가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입은 피해 통계자료.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산업통상자원부도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산업 전반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업계 추산에 따르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요 업종에서 파업 후 6일간 총 1.6조원 상당의 생산·출하·수출 차질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분야별로 자동차 업계는 부품반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54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해 총 2571억원(승용차 평균 판매가격 4759만원 기준)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철강 업계는 육상 운송을 통한 제품반출이 제한되어 총 45만t(톤)의 출하 차질이 발생했는데, 철강 제품 평균단가(t당 155만원) 기준 6975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경우, 재고 적재공간 부족으로 13일부터 선재·냉연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여수·대산 등 석유화학 단지를 중심으로 제품반출이 제한되면서 5000억원 상당의 제품 출하 차질이 발생해 일부 석유화학 업체는 금주부터 생산량 축소할 예정이다.

 

시멘트 업계는 평시대비 90% 이상 출하가 급감해 총 81만t의 시멘트가 건설 현장 등에 공급되지 못해 752억원(평균단가 t당 9만2000원 기준) 규모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시멘트 업체들은 이번주 중으로 대부분의 공장 가동률을 50%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타이어 업계도 약 64만개(570억원 상당)의 타이어 제품 출하에 차질을 빚었다.

 

산업부는 이번 물류 차질이 산업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평가했다.

 

정영진 산업부 1차관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원자재 가격상승 등 복합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화물연대 총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국민경제와 산업 전반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조속하고 원만한 합의와 물류 정상화가 절실한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국토부도 “화물연대 총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화물연대와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경기신문 = 정창규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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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끝나니 약속 어긴 국민의힘, 곽상도 빈 자리 슬그머니 복당 의결

 
곽상도 전 의원. 
 
국민의힘이 3.9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대구 중·남구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임병헌 의원의 복당을 13일 허용했다.
해당 지역구는 국민의힘이 ‘대장동 50억 클럽’ 리스트에 올랐던 곽상도 전 의원 제명으로 공천하지 않기로 하고, 탈당 후 복당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던 곳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임병헌 의원의 복당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임 의원은 당초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당의 무공천 방침이 정해지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월 28일 ‘책임 정치’ 명목으로 자당 의원의 귀책 사유로 공석이 된 대구 중·남구 보궐선거 무공천 방침을 결정했었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리는 데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을 통해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 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 2월 구속기소됐다.

3.9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던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무공천 방침을 밝힌 직후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탈당 후 무소속 출마자의 복당은 없다”고 공언했고, 대구시당 위원장인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보궐선거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의 방침이 복당 불허였는데 선거가 끝났다고 이를 바꾸면 우스운 꼴이 된다. 임 의원에 대한 당원자격심사도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9~10월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당 경선 후보들도 곽 전 의원에 대한 제명 및 출당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고위원회가 이번에 임 의원의 복당을 허가함에 따라 국민의힘은 ‘책임 정치’ 명목으로 유권자들에게 했던 약속을 어긴 것은 물론, 곽상도 전 의원 제명 및 복당 불허 방침이 일종의 보여주기식에 불과했다는 걸 시인한 꼴이 됐다.

더군다나 6.1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임 의원의 복당 절차를 진행한 것을 두고, 이미 내부적으로는 큰 선거가 끝난 뒤 복당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일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명의로 전국 47개 국회의원 지역구 조직위원장 공개 모집에서도 해당 지역구만 대상에서 제외됐다. 통상 국힘의힘에서는 현직 의원이 맡는 당협위원장이 공석이 되면 ‘조직위원장’에 임명된 사람이 당원협의회를 조직한 뒤 당협위원장에 선출되는 것이 관례다. 조직위원장 공모 대상에서 대구 중·남구가 제외됨에 따라 임 의원의 복당 가능성이 점쳐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사무처 당직자 월례조례 이후 기자들과 만나 “비판은 받을 수 있지만 대구 중·남구 당원 의견을 강하게 들었다”며 “해당 지역 국회의원 복당을 통해 당협위원장을 임명하는 게 옳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선 과정에서 권영세 당시 사무총장의 언급과 배치되는 판단이기 때문에 저희도 밀도 있고 심도 있게 논의했다”며 “당원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곽 전 의원은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리는 데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을 통해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 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 2월 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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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도 깜짝 놀란, 한국 노동자의 목숨값

[넥스트 브릿지] 중대산업재해, 사용자 책임이 더 강화되어야 할 이유

22.06.13 05:39l최종 업데이트 22.06.13 05:39l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오징어게임 포스터
▲  오징어게임 포스터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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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억 가구 이상이 시청했다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2021)을 둘러싼 뒷얘기 중 하나는 입맛이 쓰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많은 외국인들이 극중 나오는 원화의 단위를 계산해봤는데, 생각보다 '456억'이라는 돈의 단위가 크지 않아 실망했다는 것이다. 고도성장을 거친 한국 사회의 통화단위인 원화는 얼핏 보기엔 '0'이 굉장히 많이 붙어서 큰 돈 같아 보이지만 환전을 했다고 생각하면 생각보다 큰돈이 아니게 된다는 것이다. 극중 죽고 죽이는 사람들의 목숨 값이 '1명당 1억'이란 현실에 대해 어떤 시청자들은 납득하기 힘들어했던 것 같다. 

영화 <워스>(What Is Life Worth, 2020)는 9.11 테러 희생자 보상기금위원회의 케네스 파인버그 단장을 중심으로 테러로 인한 희생자 보상, 즉 희생자의 생명에 대한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을 다룬다.

한 사람의 목숨은 본인에게는 온 세상이나 다를 바 없으며,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선 인간의 목숨도 경제적 가치로 평가받는다. 더구나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는 이상과 달리 일상 속에서 우리는 파인버그의 보상금 산출 공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서로 다른 경제적 가치의 숫자를 부여받는다. 이런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우리의 일터에도 '산업재해'로 상존한다. 사람의 목숨 값이 1천억, 혹은 1조라면 기업이 산업재해를 감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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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워스> 포스터
ⓒ 미디어소프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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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짐, 끼임, 부딪힘 등은 사업장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사고인 동시에 노동자의 부상과 사망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이고 직접적인 원인들이다. 그렇게 우리나라에서는 매일 5.7명의 노동자가 죽고 있으며, 매일 336명의 노동자가 부상당하고 있다. 

사용자 책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노동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 산업재해 발생을 막아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강화된 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 이러한 사용자에 대한 처벌조항은 입법 과정 초기부터 논란이 있었는데, 한편에서는 처벌의 실효성을, 다른 한편에서는 처벌 규정의 모호함과 과도함을 문제 삼고 있다.  


지난 5월 25일 한덕수 총리는 "산업계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일종의 규제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면서 "우리나라 CEO와 외국 CEO가 책임이나 이런 면에서 너무 다른 것 아닌가 하는 것을 봐야 한다. 가능한 우리로서는 국제적인 기준을 맞춰가는 게 전체적인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타당하지 않겠느냐"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법 개정 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한 총리의 말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일종의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라면 중대재해처벌법 이전은 규제가 아닌 상태, 즉 사업장 안전은 사용자에 의한 자율적 통제 하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사용자에 의한 자율적 통제 상태의 사회적 결과는 어떠한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작업장 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총 2080명(사고 828명, 질병 1252명), 부상자 수는 12만 2713명(사고 10만 2278명, 질병 2만 435명)이었다. 산재보험요율 인상을 우려한 사용자가 재해 당사자 또는 유족과 사적 합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실제 산업재해는 정부가 집계한 통계보다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산업재해에 대한 사용자의 이해타산

사용자의 관점에서 사업장 안전 관련 비용과 수익을 생각해보자. 먼저 사업장의 산업재해는 낮은 확률로 발생한다. 산업재해가 없는 상태가 일상적이며 그것의 발생은 예외적이다. 둘째, 초기에는 적은 투자로도 산업재해의 발생 확률을 낮출 수 있지만 그 확률을 0으로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셋째, 투자는 당장 현금으로 지출되지만 투자로 인한 수익은 직접적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안전설비로 인해 노동자 사망이 부상으로 경감되었다면, 수익은 이렇게 경감된 산업재해로 인해 지출하지 않게 된 비용이다. 그러나 사용자는 비용청구서 앞에서 안전설비가 사고 예방에 효과가 없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안전설비의 효과는 언제나 가설로만 존재할 뿐이다. 더군다나 안전을 위한 투자, 예를 들어 안전 설비, 안전 교육과 훈련 등은 기존의 작업속도를 늦추면 늦췄지 더 빠르게 만들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인 생산성을 감소시킨다. 

사용자는 안전을 위한 투자를 온전히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사용자가 투자를 하지 않을 경우 산업재해 발생 시 크건 작건 사회적으로 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산업재해 발생 시 그 경중에 따라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 먼저, 중하지 않은 부상사고는 산재보험이 아닌 개인적 합의를 통해 처리할 수 있다. 합의금을 더 제공하는 대신 개인의 직장의료보험을 사용하게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산재보험요율 인상을 피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중한 부상 또는 사망사고는 산재보험을 통해 처리할 수 있다. 산재보험요율이 오르는 부담이 있지만, 중대한 산업재해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처리할 수 있다.

투자로 인한 수익은 가설적이고 계산하기 어렵다. 반면 투자하지 않은 경우의 비용은 계산하기 어렵지 않다. 부상 또는 사망한 노동자에 대한 미안함, 위험사업장 낙인, 신규 채용의 어려움 등 다소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당장 현금이 지출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가 고려하는 비용과 수익 항목들은 그 크기에 있어서 사업장 안전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쏠려 있다. 사업장 안전에 대한 자율적 규제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큰사진보기지난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안전 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했다.
▲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안전 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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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이해타산 공식을 바꿔야

사업장의 산업재해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용자의 이해타산 공식, 즉 산업재해 예방으로 인한 수익과 산업재해 발생으로 인한 비용의 크기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이유로 수익을 크게 만들기는 어렵지만, 비용을 크게 만들기는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의 사용자 처벌 조항은 벌금과 인신구속을 통해 그 비용을 크게 만든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용자들의 거센 집단적 반발은 적어도 사용자의 이해타산 공식을 바꾸는데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올해 초 대부분의 공기업 사장들이 사업장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목표로 선정한 것이나, 50인 이상 사업장의 사용자들이 현장을 자주 방문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윤석열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49번째로 '산업재해 취약부문에 대한 산업재해 예방을 강화하고, 산업현장에 맞게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해 기업 자율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선정하였다. 세부적 방안들은 크게 '① 산재예방 지원 확대 및 대·중소 상생체계 확산 ② 산재예방 인프라 혁신 ③ 건강보호체계 구축 ④ 산재보상 사각지대 해소 및 재활·복귀 지원 ⑤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 정비'로 정리할 수 있다.

특히 ⑤와 관련해서 '법령 개정 등을 통해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지침·매뉴얼을 통해 경영자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 명확화'를 명시하였다. 여기에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의지를 표명해왔고, 한덕수 총리도 언급한 것처럼, 중대재해처벌법에 명시된 경영자의 책임을 완화시키는 것도 주요 국정과제 중의 하나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렇다면 49번째 국정과제에서 제시된 방안들은 사용자의 이해타산 공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먼저 산재예방에 대한 지원과 인프라 혁신 방안들은 특히 여유가 없어 안전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사용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지원으로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안전을 위한 투자 총액이 증가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사용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만큼 투자 금액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은 사용자의 투자 금액을 높이는 방식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경영자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 명확화'와 중대재해처벌법의 사용자 처벌 조항의 완화가 반드시 동시에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 전자는 향후 국가와 사용자, 사용자와 노동자 간 법적 분쟁 가능성과 판결의 불확실성을 낮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후자는 사용자의 산업재해 발생으로 인한 비용을 낮춤으로써 오히려 산업재해에 대한 무관심을 키울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법원은 억울한 사용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전히 다른 사항들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사용자 처벌 조항을 약화시켜 나쁜 사용자들을 배려할 필요는 없다. 

사용자의 인식 전환 필요

사용자나 노동자나, 그 누구도 자기 직원이, 또는 자기 자신이 죽거나 부상당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 때문에 사업장의 안전에 대해 누구보다도 민감하다. 그러나 사용자는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작업 현장에 항상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안전사고를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 반면 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산업재해의 발생가능성, 급박한 위험을 가장 빠르게 인식하며, 또한 1차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이에 잠재적 위험까지를 포함하여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편에서는 작업중지권의 악용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러한 우려는 품질관리, 의사결정 참여 등 노동자에게 권한을 이양할 때 언제나 있어 왔으나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사람마다의 경제적 가치를 숫자로 부여할 수는 있더라도, 사람의 신체와 생명에 대한 위협을 두고 이해타산을 앞세우지는 말자. 나의 사업장에 내 아들과 딸이 일하게 할 수 있는가? 이해타산 이전에 사용자는 사업장 안전에 대한 의식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기업 자율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최소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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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상황실 갇혀 610일 사투…국가 대신 제몸을 갈아넣었다

등록 :2022-06-13 05:00수정 :2022-06-13 08:37

[코로나로 빼앗긴 삶 24371]

⑤ 어느 방역 공무원의 죽음
인천 부평구 보건소 상황실
고 천민우 주무관을 기리며
코로나19 상황실에서 근무하다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천민우 주무관 어머니 김남순(60)씨가 지난 5월25일 대전 집에서 2015년에 아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 대전/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코로나19 상황실에서 근무하다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천민우 주무관 어머니 김남순(60)씨가 지난 5월25일 대전 집에서 2015년에 아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 대전/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엄마 무릎 돌본다던 아들, 1년 넘게 얼굴도 못봐

 

2021년 9월15일. 천민우(사망 당시 35살) 인천 부평구 보건소 주무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는 없었다. 출근 복장을 한 채였다. 발견 당시 ‘온기가 남아 있었다’고 천 주무관의 동료가 어머니 김남순(60)씨한테 전해 주었다. 공무원으로 임용된 지 1년9개월, 마지막으로 대전에 사는 엄마 집을 찾은 지 1년4개월 만이다. “마지막으로 본 건 재작년 5월. 보고 싶어서 ‘내가 갈게’ 해봐도, ‘너무 바빠서, 와도 못 본다’고 했어요. 나 혼자 몰래, 숨어서라도 보고 올 걸 그랬어요.”

 

김남순씨는 아들 얼굴이 보고 싶을 때마다 아들 친구가 보내준 동영상을 본다. 김남순씨의 휴대전화 화면 속에서 천 주무관이 해사한 얼굴로 입김을 뿜는다. “여러분들 응원으로 합격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축구 동호회) 회원을 위한 공무원이 되겠습니다.” 2020년 1월13일 천 주무관은 인천 부평구 보건기술직 공무원으로 임용됐다.

 

임용 1주일 뒤인 2020년 1월20일 한국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한 달 뒤인 2월18일 대구 집단감염으로 코로나19의 위력을 실감했다. 석 달쯤 뒤인 5월3일 정부는 ‘케이(K)-방역의 경험을 전 세계와 공유합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대규모 진단검사와 확진자 동선 추적, 격리·치료가 빚은 성공을 자축했다. 그런 일을 하다가 세상을 떠난 이들은 언급되지 않았다. 2020년 3월 경북 성주군 공무원이, 4월 경남 합천군 공무원이 방역 과정에서 과로사했다. 2021년 5월 부산 동구 보건소에서, 6월에는 전남 담양군에서 방역 공무원이 세상을 떠났다. 자축과 죽음 사이, 천 주무관도 부평구 보건소 코로나19 상황실에서 방역 업무를 이어갔다. 대유행마다 곱절로 커지는 감염병의 위세에 천 주무관도 앞서 죽어간 동료 공무원들처럼 온몸으로 사투를 벌였다.

 

고 천민우 주무관. 그의 삶과 죽음을 기린다. 인천 부평구와 공무원노동조합 부평지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치유와 회복을 위한 고 천민우 주무관 과로사 원인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보고서’(과로사 보고서)를 바탕 삼았다. <한겨레>가 5월23~28일 어머니와 동료들, 과로사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전문가를 만나, 아들이고 동료였던, 무엇보다 ‘여러분을 위한 공무원’이었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5월25일 김남순씨의 집 장식장에는 지난해 9월15일 세상을 등진 아들 천민우 인천 부평구 보건소 주무관의 사진이 그대로 남아 있다. 대전/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지난 5월25일 김남순씨의 집 장식장에는 지난해 9월15일 세상을 등진 아들 천민우 인천 부평구 보건소 주무관의 사진이 그대로 남아 있다. 대전/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덕분에’ 가혹한 희생의 말…주6일·하루14시간 내몰려

 

천 주무관이 공무원 생활 1년9개월을 보낸 인천 부평구 보건소 상황실은 본래 지역 주민 건강 프로그램을 하던 다목적실이었다. 동료들은 “책상을 그때그때 길게 이어 붙였고 무대로 쓰던 곳에 방역 물품을 쌓았다. 전선이 엉키고 먼지가 붙어 정신없었다”고 그곳을 묘사했다. ‘임시공간’의 느낌이 물씬하다. 전국 256곳 지역 보건소에 설치한 상황실은 선별 검사, 역학 조사, 동선 확인과 접촉자 분류, 자가 격리 통보와 관리·지원, 확진자 이송 등을 맡았다. 중환자 치료를 빼고 감염병 공포에 질린 시민과 마주하는 거의 모든 일이 이런 상황실을 기지 삼아 이뤄졌다.

 

다만 상황실이 어떤 조직인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코로나19 발생과 동시에 각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렸다. 그 아래 방역 실무를 맡기 위해 주로 보건소에 마련된 공간이 뭉뚱그려 상황실로 불렸다. 신준호 전남대 교수(예방의학)는 “조직의 형태를 정한 매뉴얼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람도 정신없이 채웠다. 천 주무관 사망 당시 부평구 보건소 상황실에선 38명이 일했다. 천 주무관 과로사 원인 조사에 참여한 김민 노무사(평등노동법률사무소)는 “기피 부서였던 탓에 고인 사망 당시 80%가 발령을 거부하거나 휴직할 수 없는 3년차 이하 신규 직원들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직전 동사무소 방문 진료나 치매안심센터 사업을 위해 갓 뽑힌 젊은 보건직 공무원들이 주로 상황실 업무에 내몰렸다. 2015년 메르스 이후 보건소에 감염병 담당 부서가 생겼지만, 인력은 한두명에 불과했다. 그마저 없는 곳도 있었다.

 

천 주무관도 본래 보건지소에서 물리치료를 전담하기 위해 뽑힌 공무원이다. 병원 물리치료사로 10년 넘게 일한 경력이 있다. 젊은 시절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무릎이 아픈 엄마를 고쳐 주겠다고 택한 일이다. 엄마와 천 주무관 둘뿐인 식구, 아들은 아픈 다리로 봉제 공장으로 공사장으로 일하러 가는 엄마를 안타까워했다. “맨날 나더러 일하지 말라고 잔소리하고 아웅다웅해도, 사고 한번 안 치고 혼자 잘 자라준 아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고 김남순씨는 말했다.

 

공무원이 되고 제 업무인 물리치료를 제대로 해본 적은 없다. 엄마 무릎을 돌볼 시간 또한 없었다. 자신 대신 보낸 물리치료 기기만 대전 집에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그때 그의 하루는 온전히 정신없는 코로나19 상황실에 갇혀 있었다.

 

한달 초과근무 127시간…초임 공무원은 부서졌다

 

천 주무관의 초과근무 시간은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번진 2020년 12월 127시간, 2021년 1월 116시간에 이른다. 잠시 50~70시간으로 줄어드는 듯하더니, 7월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매달 110시간 이상(9월의 경우 14일까지 58시간) 초과근무를 했다. 대개 아침 9시 출근해 밤 10~11시 퇴근했다. 거의 주 6일 근무했고, 휴일에도 8개 카카오톡 방에서 쏟아지는 메시지를 보고, 때론 응했다.

 

동료 ㄱ씨는 “모두가 천 주무관 일이 체력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가장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천 주무관은 동선팀 소속이었다. 확진자가 머문 자리를 되짚으며 감염 가능성이 있는 접촉자들을 찾아다녔다. 시설(건물) 관리자들에게 폐회로티브이(CCTV) 영상을 받아 역학조사관에게 보냈다. 역학조사관이 자가 격리자, 능동 감시자, 단순 검사자를 분류해 주면 거기 맞춰 다시 시민에게 통보했다. 여기 더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시설에 물품을 지원하는 업무까지 떠맡았다. 당장 생계를 멈추거나 불편에 처할, 분노한 시민을 만나고 설득하는 일이었다.

 

천 주무관 사망 당시 동선팀에는 세 사람뿐. 천 주무관은 그 가운데 재난 앞에 무한정 초과근무가 가능한 유일한 정규 공무원이었다. 보건소 인력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정규 공무원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절반 정도씩 섞여 있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포스트 코로나 보건소 기능 및 조직 재정립 방안 연구’(장숙랑 등)는 ‘비정규직이 많은 (보건소) 인력구조로 주말 근무 등을 담당해야 하는 정규직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높았다’고 짚었다.

 

사망 전날인 9월14일도 여느 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천 주무관은 아침 9시 출근해 밤 11시2분 퇴근했다. 한 확진자가 일행을 제대로 밝히지 않아 밀접 접촉자 2명을 뒤늦게 파악했다. 그들에게 자가 격리를 통보하자, “왜 이제야 통보하느냐”며 30분 동안 욕설 섞인 항의가 쏟아졌다. 저녁에는 코호트 관리를 하고 있던 복지시설에서 추가 확진자가 확인됐다. 이 사실을 전하자 복지시설 관리자는 격리 기간이 길어진다는 사실에 격분해 소리를 지르고 전화를 끊었다.

 

끔찍한 분노의 말을 받아내고 바로 털어낼 방법을 누구도 천 주무관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이 나이 먹고 이런 취급을 받는 나 자신이 초라하다.” 천 주무관은 세수하고 자리로 돌아와 동료에게 읊조렸다. 그런 날들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고 천민우 주무관의 임용장. 유족 제공
고 천민우 주무관의 임용장. 유족 제공
분노시민 상대, 감정 번아웃…동료 “동선팀 가장 힘들었다”

 

짧은 공무원 생활 내내 천민우 주무관은 ‘덕분에 든든한’ 혹은 ‘통제하여 불쾌한’ 케이방역의 두 얼굴로만 살았다. 애초 4개월 정도면 순환근무를 통해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얼굴이다. 몇 차례 동료들과 용기를 내 순환근무를 요구해 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21년 하반기 확진자가 급증하자 상황실을 벗어날 길은 더 아득해졌다. “미친 사람처럼 울고불고해야 겨우 나갈 수 있는 곳이 상황실”(김민 노무사)이라고, 그때 방역 공무원들은 서로 말하곤 했다. “꼼꼼한, 책임감 강한, 일 잘하는, 싫은 내색을 잘 못하는, 배려심 많은”(동료 ㄴ) 천 주무관 같은 사람에게 한층 가혹했다. 그의 역할을 대체할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보건소를 비롯한 공공보건의료에 오랫동안 인색했던 예산 탓에 숙련된 보건 인력은 한정적이다. 2021년 기준 전국 지자체의 보건·의료 예산 비중은 1.67%에 불과했다. 김민 노무사는 “공공보건에 있어 국가의 크기를 한껏 줄여놓은 채 코로나19를 맞았고, 큰 국가가 필요한 상황에서 정해진 특정한 사람이 그 부담을 짊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사람, 천민우. 감염병의 크기만큼 체계적으로 커지지 못한 국가를 대신해 체력·시간·감정을 갈아 넣다가 떠났다. 남은 동료들은 그의 자리에 영정 사진을 두고 울면서 일했다. 충격과 슬픔에도 확진자는 늘었다. 애도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가혹한 인력 부족도 여전했다. 2021년 11월이 되어서야 그나마 부평구 보건소 상황실 인원이 77명으로 늘었다. 정부는 2021년 816명, 2022년 757명의 보건소 정규 인력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지만, 늘어난 인력이 실제 현장에 오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미크론 확산을 따라 확진자는 더 급격하게 불어 업무 경감은 체감할 수 없었다.

 

케이방역의 얼굴을 한 공무원의 죽음은 천 주무관 이전처럼, 이후로도 이어졌다. 2022년 2월 전북 군산 공중보건의가 세상을 떠났다.

 

천 주무관이 떠나고 1주일 만에 맞은 2021년 추석. 김남순씨는 아들을 기리는 차례상을 준비했다. 혼자 있는 집에서 음식을 잔뜩 준비했다. “음식 해놓고 제가 깜빡 잠이 들었어요. 꿈에서 아들이 ‘엄마 나 밥 안 줄 거야?’ 했어요. 퍼뜩 깼어요. 신기하죠? 그렇게 얼굴 보게 되더라고요.” 언제나처럼 자랑스러운 아들 얼굴, 그대로였다. 다만 너무 짧은 순간이었다.

 

대전 인천/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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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6/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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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6/13 08:35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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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광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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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13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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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6.13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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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2일 오전 방사포 수발을 발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5일 평양 순안 일대 등 4곳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8발을 발사한지 7일만이다. 

12일 밤 대통령실은 “우리 군은 오늘(6.12) 오전 08:07경부터 11:03경까지 북한의 방사포로 추정되는 수 개의 항적을 포착하였다”면서 “국가안보실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 주재로 10:30부터 약 1시간 동안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어 관련 상황을 보고받고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점검하였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북한이 우리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각종 무기체계를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있음”을 우려하고, “앞으로 상황을 계속 점검하면서 차분하고도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이날 ‘안보상황점검회의’에는 김태효 제1차장, 신인호 제2차장, 임상범 안보전략비서관, 이문희 외교비서관, 백태현 통일비서관, 임기훈 국방비서관, 권영호 위기관리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회의 결과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거쳐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대통령실은 “통상 오늘처럼 사거리가 짧고 고도가 낮은 재래식 방사포의 경우 관련 사실을 수시로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오늘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국가안보실에서 기민하게 대응했으나 즉각 발표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북한의 발사는 전날 공개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국방력 강화”를 제촉하면서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하고, 남측에 대한 ‘대적투쟁’을 주문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12일 오후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영화 '브로커'를 관람한 윤 대통령 부부. [사진제공-대통령실]
12일 오후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영화 '브로커'를 관람한 윤 대통령 부부. [사진제공-대통령실]

한편,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12일 오후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영화 「브로커」를 관람했다. “칸에서 상을 받은 영화라서가 아니고, 생명의 소중함과 생명을 지키는 일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해야 된다는 좋은 메시지를 주는 영화”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시민들과 늘 함께 어울려서,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한 시민의 모습을 저도 좀 가져야 되지 않겠나”라고 ‘잦은 시민 접촉’의 이유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등 영화제 관계자들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우리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의 기조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고 확인하고 “현장에서 뛰시는 분들의 말씀을 잘 살펴서 영화산업을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일이 있다면 팔을 걷어붙이고 열심히 도와드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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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건드리면 화를 자초한다

[개벽예감 495] 자꾸 건드리면 화를 자초한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2/06/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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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미사일타격권과 미사일작전능력

2. 비행궤적을 포착하지 못했다

3. 지능핵로켓탄의 출현

4. 이중궁형 변곡비행미사일의 출현

 

 

1. 미사일타격권과 미사일작전능력

 

조선인민군 미사일에 관한 정보와 한미련합군 미사일에 관한 정보를 단순한 군사정보로 볼 수 없다. 그것은 언제 또 다시 무력충돌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정전-분단체제에서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생사운명에 관련된 중대한 군사정보이며, 미국이 이른바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라는 위장용어로 부르는 핵공격위험성에 직결된 민감한 군사정보다. 만일 조선인민군이 허약한 미사일작전능력을 가졌다면, 한미련합군은 북침전쟁계획을 실행에 옮겼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더라면 우리 민족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상상하기 힘들다. 위태로운 정전체제 속에서 끊임없이 지속되는 조선인민군과 한미련합군의 무력대결은 사실상 미사일 대 미사일의 대결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조선인민군 미사일에 관한 정보와 한미련합군 미사일에 관한 정보를 지난 10년 동안 수집하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분류, 정리하여 자료화했다. 10년 전 작업을 시작할 때는 별반 특별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지만, 10년 동안 꾸준히 정리해놓았더니 방대한 분량의 자료가 축적되었다. 그것을 분석해보면, 이전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롭고, 놀라운 사실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글의 길이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한미련합군 미사일에 관한 서술은 생략하고, 조선인민군 미사일에 관해서만 해설한다. 

 

조선인민군의 미사일타격권은 군사분계선을 기준선으로 하여 다음과 같이 4개 권역으로 구분된다. 

 

1차 타격권 - 200~800km (군사분계선 이남 전역)

2차 타격권 - 900~2,000km (일본렬도 전역)

3차 타격권 - 3,000~8,000km (미국의 해외령토인 괌, 알래스카, 하와이)

4차 타격권 - 9,000~15,000km (미국 본토 전역)

 

위에 열거한 4개 타격권은 정전상태가 깨지면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 조선인민군이 공격을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가는 작전범위와 중첩된다. 이를테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우발적인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 조선인민군은 1차 타격권에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1차 타격권은 그들이 말하는 ‘남조선해방전쟁’의 작전범위와 중첩된다. 

 

조선인민군이 실전배치한 다종다양한 미사일들은 타격정밀도가 매우 높은 정밀유도미사일이므로, 그들이 1차 타격권에 미사일을 집중적으로 발사해도 비군사지역에 대한 피해는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노보로씨야해방작전을 수행하는 로씨야군은 정밀유도미사일을 되도록 아끼면서 무유도로켓탄을 위주로 화력타격전을 벌이고 있고, 그래서 본의 아니게 비군사지역에서 민간인 피해가 커졌는데, 조선인민군이 설정한 1차 타격권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만일 주일미국군과 일본자위대가 조선인민군의 ‘남조선해방전쟁’에 무력개입을 감행하여 전선이 확대되면, 조선인민군은 즉시 2차 타격권에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그런 와중에 미국이 상황을 오판하여 서태평양작전지대에 전진배치한 무력을 우리나라로 끌어들이면, 조선인민군은 즉시 3차 타격권에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그런 와중에 미국이 상황을 또 다시 오판하여 이른바 ‘확장억제’라는 위장용어로 부르는 핵공격을 조선에 가하면, 조선인민군은 즉시 4차 타격권에 강력한 보복핵공격을 가할 것이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순차적 미사일타격은 어디까지나 예상되는 씨나리오에 불과하다. 실전상황에서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돌발적인 사태들이 복잡하게 뒤엉킬 것이므로, 무력충돌은 2차 타격권으로 확대되지 않고 1차 타격권에서 종식될 가능성이 보인다. 그렇게 예단하는 까닭은 주일미국군과 일본자위대의 무력개입은 조선의 ‘남조선해방전쟁’이 아니라 중국의 대만해방작전에 집중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예상된다고 해도, 조선인민군은 1차 타격권에 발사할 미사일만 실전배치할 수는 없으므로, 위에 열거한 4개 타격권에 발사할 다종다양한 미사일들을 실전배치했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인민군이 실전배치한 미사일들이 다른 나라들에 실전배치된 미사일들처럼 범상한 것이 아니라, 조선의 독자적인 미사일기술로 설계, 제작되고, 우리나라의 작전환경에 최적화된 특수한 미사일들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조선인민군이 실전배치한 다종다양한 미사일들이 어떤 작전능력을 가졌는지를 살펴보면, 그 미사일들이 우리나라의 작전환경에 최적화된 특수한 미사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인민군이 실전배치한 다종다양한 미사일들의 작전능력을 총괄적으로 평가하면 다음과 같다.

 

1) 핵탄두를 장착한 핵전투미사일

2) 서로 다른 타격대상에 조응하여 각이한 고폭탄두를 장착한 미사일

3) 타격정밀도가 매우 높은 정밀유도미사일

4) 발사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적의 감시-정찰망을 따돌리는 미사일

5) 적의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는 첨입능력을 가진 미사일 

6) 고도로 발전된 미사일사격술에 따라 사용하는 미사일

 

2022년에 들어오면서 조선인민군은 위에 열거한 여섯 가지 미사일작전능력을 여러 기회에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에 과시했다. 이를테면, 조선인민군은 2022년 상반기에 시험발사, 검수사격, 배합련사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각종 미사일을 동해 상공으로 쏘아올렸다. 이 글이 탈고된 2022년 6월 12일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 미사일발사일정을 보면, 시험발사는 1월 5일, 1월 11일, 1월 25일, 1월 27일, 3월 24일, 4월 16일에 6회 진행되었고, 검수사격은 1월 14일, 1월 17일, 1월 30일에 3회 진행되었고, 배합련사는 5월 25일, 6월 5일에 2회 진행되었다. 

 

2. 비행궤적을 포착하지 못했다

 

2022년 상반기에 진행된 여섯 차례의 시험발사, 세 차례의 검수사격, 두 차례의 배합련사는 저마다 특징과 중요성을 가졌는데, 그 중에서도 주목되는 것은 2022년 4월 16일 김정은 총비서가 참관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다. 그날 시험발사에 사용된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매우 중요한 군사전략적 가치를 지녔으므로, 김정은 총비서는 함경남도 함흥시 인근 발사현장에 나가 몸소 참관하였다. 

 

하지만 그처럼 중요한 군사전략적 가치를 지닌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등장했는데도, 무지몽매한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관심의 초점은 그날 시험발사에 사용된 발사체를 신형 전술미사일이라고 하지 않고,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부를 조선의 언론보도내용에 쏠린다. 미사일과 유도무기는 어떻게 다른가? 유도미사일(guided missile)이나 유도무기(guided weapon)는 유도비행을 하는 유도발사체(guided projectile)들인데, 크기가 상대적으로 큰 유도발사체를 미사일이라 부르고,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유도발사체를 유도무기라고 부른다. 예컨대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유도폭탄(guided bomb)은 유도무기의 일종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조선인민군 전선장거리포병부대들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조선인민군 육군에 속하는 장거리포병부대들은 미사일이 아니라 견인포, 방사포, 박격포 같은 포를 운용하고,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미사일을 운용한다. 그런데 장거리포병부대들에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배치된다고 했으니,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전술미사일이 아닌 것이다.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전술미사일이 아니라면, 그 무기의 정체는 무엇인가? 2022년 4월 17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에 관해 간략하게 서술한 보도기사만 읽어보면, 그 사연을 알 수 없는데, 2022년 4월 26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돐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실물을 보면 그 사연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열병식 보도사진에 나타난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발사관 4문에 한 발씩 장입되었고, 발사관 4문은 3축6륜 발사대차에 탑재되었다. 직사각형 발사관의 입구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1m 정도로 보이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지름을 눈어림하면 70~80cm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기존 전술미사일을 3분의 2로 축소하여 소형-경량화한 발사체인 것이다. 탄체크기가 그처럼 작고, 탄체중량도 가벼우므로, 3축6륜 발사대차에 4문씩 탑재하고 매우 빠른 속도로 기동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헤아려보면, 소형-경량화된 전술유도무기는 미사일전문병들이 사용하는 미사일이 아니라 포병들이 신속, 간편하게 사용하는 유도로켓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지난 4월 17일 시험발사에서 사용된 유도발사체를 전술미사일이라 하지 않고, 전술유도무기라고 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로켓탄에는 유도장치가 없지만, 지난 4월 17일 시험발사에서 사용된 로켓탄에는 유도장치가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유도로켓탄을 지능로켓탄(smart rocket bomb)이라고 부른다. 

 

한국군 합참본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조선국방과학원이 시험발사한 지능로켓탄은 비행고도가 25km, 비행거리가 110km, 비행속도가 마하 4.0이었다고 한다. 이런 성능을 보면, 지능로켓탄은 대구경조종방사포와 일반로켓탄의 중간지대에 위치하는 무기로 생각된다. 

 

지능로켓탄은 매우 낮은 고도에서 유도비행을 하면서 빠른 속도로 함경북도 화대군 앞바다에 있는 알섬으로 날아가 그 섬에 설치된 표적을 명중했다. 110km의 거리를 마하 4.0의 속도로 날아갔으므로, 비행시간은 1분 20초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지능로켓탄이 매우 낮은 고도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눈 깜빡할 사이에 날아갔기 때문에 한국군 미사일감시체계는 지능로켓탄이 발사된 것을 탐지하지 못했고, 미국군 미사일감시체계만 그것을 탐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험발사 다음날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보도하자 한국군 합참본부는 깜짝 놀랐다. 그래서 그들은 미국군으로부터 넘겨받은 정보자료를 가지고 뒤늦게 조선의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에 관한 발표자료를 내놓을 수 있었다. 이런 사정을 보면, 한국군 미사일감시체계는 지능로켓탄의 비행궤적을 포착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지능로켓탄을 발사해도, 한국군은 그것이 자기를 향해 날아오는지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3. 지능핵로켓탄의 출현

 

정말 놀라운 것은, 조선의 지능로켓탄에 전술핵탄두가 장착된다는 사실이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지능로켓탄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술핵운용의 효과성과 화력임무다각화를 강화하는 데서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보도함으로써 그 로켓탄에 전술핵탄두가 장착된다는 사실을 명백히 밝혔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날 김정은 총비서는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현장에서 참관하면서 “나라의 방위력과 핵전투무력을 더한층 강화하는 데서 나서는 강령적인 가르치심을 주시였다”고 했는데, 이런 보도내용은 지능로켓탄에 전술핵탄두가 장착된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국방과학원이 개발한 지능로켓탄은 지능핵로켓탄인 것이다. 

 

지능핵로켓탄이라는 개념은 세계무기발전사에 처음으로 나오는 생소한 개념이다. 지능핵로켓탄은 기술공학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조선의 미사일공학자들이 전술미사일을 3분의 2 크기로 소형-경량화하여 지능로켓탄을 만들었고, 조선의 핵과학자들이 거기에 장착하는 극소형 전술핵탄두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극소형 전술핵탄두(ultra-minimized tactical nuclear warhead)는 어떤 핵무기인가? 폭발력이 10킬로톤(kiloton) 이하인 핵무기는 소형 핵탄으로 분류되고, 폭발력이 1킬로톤 이하인 핵무기는 극소형 핵탄으로 분류된다. 폭발력 1킬로톤은 일반폭약(TNT) 1,000톤의 폭발에너지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서, 극소형 핵탄두는 일반폭약 900톤 정도의 폭발력을 내는 핵무기인 것이다. 

 

그런 극소형 핵탄을 만들려면, 고폭장약기술을 고도로 발전시켜야 하고, 중성자발생장치를 비롯한 정밀한 핵탄부품을 설계, 제작해야 하는데, 조선의 국방과학자들은 그런 최첨단 핵무기제조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조선의 미사일공학자들과 핵과학자들이 세계무기발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지능핵로켓탄을 만들어낸 동기는 무엇인가? 조선의 핵과학자 조형일은 2016년 3월 13일 <조선의오늘>에 실린 보도기사에서 극소형 전술핵탄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핵무기의 폭발력이 크다고 다 좋은 것은 결코 아니다. 전선과 후방, 적아 쌍방 간에 엄격한 계선이 없이 립체적으로 벌어지는 현대전에서 폭발력이 큰 핵무기를 쓰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핵무기를 소형화하는 것은 바로 군사적 목적달성을 위한 핵무기사용에서 보다 높은 효과성을 얻기 위해서이다.”

 

전투종심이 매우 짧고, 쌍방의 무력이 밀집된 우리나라 작전환경에서는 폭발력이 큰 전략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폭발력을 극도로 축소한 전술핵무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지능핵로켓탄인 것이다.   

 

미국은 지난날 핵포탄을 만들었다. 미국 육군은 1963년부터 1992년까지 W48 핵포탄을 실전배치했었다. 155mm 야포에서 발사하는 W48 핵포탄은 무게가 43kg, 길이가 86cm, 폭발력이 0.072킬로톤(72톤)이었다. 그런데 W48 핵포탄은 사거리가 14km밖에 되지 않았다. 폭발력이 너무 약하고, 사거리가 너무 짧고, 비행속도가 느린 핵포탄은 폭발력이 크고, 사거리가 길고, 비행속도가 빠른 장거리포탄, 방사포탄, 미사일이 등장하는 현대전에서 쓸모가 없어져 도태되었다. 그에 비해, 조선이 만들어낸 신형 지능핵로켓탄은 폭발력이 매우 강하고, 사거리가 매우 길고, 비행속도가 매우 빠르고, 정밀타격능력을 가진 새로운 개념의 극소형 핵탄이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지능핵로켓탄의 폭발력은 900톤으로 추정되는데, 실제로 900톤의 폭발력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1977년 11월 11일 전라북도 이리역(현재 익산역)에서 화물렬차에 실린 폭약 40톤이 폭발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는데, 폭발사고로 반경 500m 안에 있는 건물 9,500여 채가 파괴되었고, 사망자가 59명, 부상자가 1,343명이었고, 기관차 5량, 화차 74량, 객차 21량, 전동차 4량, 기중기 1량이 파괴되었다. 폭심지에 생겨난 거대한 폭발구는 지름이 30m, 깊이가 10m나 되었다. 40톤급 폭약이 그처럼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으니, 900톤급 지능핵로켓탄이 터지면 그보다 22배나 더 강한 폭발력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므로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선장거리포병부대가 지능핵로켓탄 1발을 쏘면, 전방에 배치된 한국군 1개 군단을 전멸시킬 수 있으며, 강화콘크리트로 견고하게 구축된 지하전쟁지휘소도 날려보낼 수 있다. 한국 육군에는 8개 군단이 있고, 한국군에는 3개의 주요지하전쟁지휘소가 있다. 이전에는 한국 국방부가 사용했고,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이 사용하는 용산 청사도 주요지하전쟁지휘소들 가운데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은 청와대에 있는 지하전쟁지휘소가 반지하로 설계되어 미사일공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 용산에 있는 견고한 지하전쟁지휘소로 서둘러 입주했는데, 그런 비상조치도 지능핵로켓탄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조선인민군이 발사한 지능핵로켓탄이 매우 낮은 고도에서 빠른 속도로 한국군 전방부대들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인민군 전선장거리포병부대가 마하 4.0 속도로 날아가는 지능핵로켓탄을 쏘면, 불과 몇 초 뒤에 한국군 전방부대들이 타격을 받게 된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군 미사일감시망이 지능핵로켓탄을 포착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설령 한국군 미사일감시망이 운좋게 지능핵로켓탄을 포착해도 마하 4.0 속도로 날아오는 지능핵로켓탄을 1분 안에 요격할 방도가 없다. 이런 사실을 생각하면, 한미련합군은 지능핵로켓탄을 발사하는 조선인민군을 상대로 전쟁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4. 이중궁형 변곡비행미사일의 출현 

 

2022년 5월 25일 서울-도꾜 순방을 마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용기에 몸을 싣고 워싱턴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도꾜에서 이륙한 대통령 전용기가 북극항로를 지나 캐나다 상공에 들어섰을 때, 대통령 전용기 통신실로 급전이 날아들었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평양국제비행장 인근에서 동해쪽으로 미사일 3발을 연속발사했다는 소식이었다. 이것은 조선인민군이 귀로에 오른 미국 대통령의 뒤통수를 후려친 것 같은 충격사건이었다. 한국군 합참본부와 일본 방위성이 각각 발표한 바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연속발사한 미사일 3발 가운데 제1탄은 비행고도 550km, 비행거리 360km, 비행속도 마하 8.9였다고 한다. 제2탄은 비행고도 50km, 비행거리 750km, 비행속도 마하 6.5였고, 제3탄은 비행고도 60km, 비행거리 760km, 비행속도 마하 6.6이었다고 한다.  

 

그날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고각으로 발사한 제1탄은 550km 높이까지 올라갔는데, 그것을 정상각으로 발사하면 탄도정점고도는 240km 정도가 된다. 탄도정점고도가 240km 정도면, 사거리는 약 1,000km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미사일타격권 4개 권역 가운데서 1차 타격권을 공격할 때 사용할 탄도미사일을 동해쪽으로 쏘아올린 것이다. 1차 타격권은 군사분계선 이남 전역을 포괄한다. 그날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동해쪽으로 쏘아올린 제2탄과 제3탄은 비행고도, 비행거리, 비행속도가 거의 비슷한데, 이것은 제2탄과 제3탄이 동일한 종류의 미사일이었음을 말해준다. 

 

흥미로운 것은, 제2탄이 고도 20km에서 소실되었다는 한국군 합참본부의 성급한 발표가 언론에 보도되었다는 사실이다. 소실되었다는 말은 미사일추적레이더에 나타난, 미사일의 비행위치를 나타내는 광점(point of light)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군 합참본부가 성급하게 발표한 것과 다르게, 일본 방위성은 제2탄이 50km 고도에서 750km를 날아갔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일본자위대가 운용하는 미사일감시망은 제2탄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포착했는데, 한국군이 운용하는 미사일감시망은 제2탄을 잠깐 포착했다가 놓쳐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놓친 것일까? 

 

이 의문을 풀어준 것은 미국군이 운용하는 미사일감시망이다. 2022년 5월 27일 미국 언론매체 <CNN>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5월 25일에 쏘아올린 제2탄의 비행궤적은 “이중궁형(double arc)”으로 나타났는데, 그런 비행궤적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매우 특이한 비행궤적이라고 한다. 이중궁형 비행궤적은 활처럼 휘어진 궤적이 비행 중에 두 차례 나타났다는 것을 뜻한다.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관리들은 처음 보는 이중궁형 비행궤적을 정확히 설명하지는 못하면서도,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쏘아올린 미사일이 궁형 궤적에 따라 1차 비행을 한 다음, 미사일에서 분리된 비행체가 궁형 궤적에 따라 2차 비행을 한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했다는 것이다. 궁형 궤적에 따라 비행하는 것을 변곡비행이라 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2022년 5월 25일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동해쪽으로 쏘아올린 제2탄은 이중궁형 변곡비행미사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중궁형 변곡비행미사일의 비행속도가 마하 6.6을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미사일에서 분리된 비행체가 마하 6.6의 극초음속으로 변곡비행을 했다면, 그 비행체에는 스크램젯 엔진(scramjet engine)이 달린 것이다. 만일 비행체에 터보젯엔진(turbojet engine)이 달렸다면, 비행속도가 마하 3을 넘지 못한다. 마하 6.6의 극초음속으로 날아가는 비행체에는 반드시 스크램젯 엔진이 달려있는 것이다. 

 

스크램젯 엔진을 만드는 것은 기술공학적으로 매우 어렵고, 스크램젯 엔진을 장착한 비행체를 만드는 것은 기술공학적으로 더욱 어려운데, 조선은 그런 최첨단기술을 보유했다. 경이적인 일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경이적인 현상은 2022년 6월 5일에 나타났다. 그날 조선인민군은 평양국제비행장 인근, 평안남도 개천시 인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함경남도 함흥시 인근에서 동해쪽으로 35분 동안 8발의 미사일을 연속사격했다. 4개 발사점에서 8발의 미사일을 연속발사했다는 말은 1개 발사점에서 미사일을 2발씩 네 차례 쏘았다는 뜻이 아니라, 4개 발사점에서 4발의 미사일을 연속사격한 다음, 또 다시 4발의 미사일을 연속사격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초탄 4발을 연사하고, 잠시 후에 제2탄 4발을 또 연사한 것이다. 

 

그날 조선인민군은 미사일 8발을 육지에서 동해쪽으로 발사했는데, 함경남도 함흥시 인근에서 동해 상공으로 발사한 미사일 2발이 비행거리가 가장 짧은 미사일이다. 비행거리가 짧으면, 비행고도도 낮다. 조선인민군이 발사한 미사일 8발 가운데 가장 짧은 비행거리는 110km로 나타났고, 가장 낮은 비행고도는 25km로 나타났다. 그처럼 짧은 비행거리와 그처럼 낮은 비행고도로 날아간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지능핵로켓탄이다. 그러므로 2022년 6월 5일 조선인민군 포병부대는 함흥시 인근에서 지능핵로켓탄 2발을 동해쪽으로 쏘아올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도 25km에서 낮게 날아가는 지능핵로켓탄은 지구곡률(earth curvature)에 가려지기 때문에 동해 너머에 있는 일본에서는 그처럼 낮게 날아가는 지능핵로켓탄을 포착하지 못한다. 그래서 일본 방위성은 조선이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고 처음에 발표했다가, 그로부터 5일이 지난 뒤에 조선이 미사일 8발을 발사했다고 수정했다. 하지만 일본 방위성은 자기들의 미사일감시체계가 포착하지 못한 2발이 미사일이 아니라 지능핵로켓탄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2022년 6월 5일 조선인민군이 발사한 지능핵로켓탄 2발 다음으로 비행거리가 짧은 미사일은 350~400km를 날아갔다. 2022년 1월 17일 조선인민군이 평양국제비행장 인근에서 검수사격으로 발사한 전술유도미사일 2발은 비행고도 42km, 비행거리 380km였다. 전술유도미사일 2발은 활공도약비행으로 날아가 함경북도 화대군 앞바다 알섬에 설치된 작은 표적에 명중했는데, 그로써 미사일방어망 첨입능력과 정밀타격능력이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그러므로 2022년 6월 5일 조선인민군이 평양국제비행장 인근에서 발사한 미사일 2발은 전술유도미사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인민군이 운용하는 전술유도미사일의 공식명칭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언론매체들은 그 미사일을 '조선판 에이태큼스(ATACMS)'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미국 국방부는 'KN-24'라는 자의적 명칭으로 부른다. 미국 육군이 운용하는 지대지단거리미사일 에이태큼스는 육군전술미사일체계(Army Tactical Missile System)의 영어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명칭인데, 사거리는 300km이고, 비행고도는 50km이고, 정밀타격능력이 있다.  

 

2022년 6월 5일 조선인민군이 발사한 미사일들 가운데 전술유도미사일보다 비행거리가 긴 미사일은 철도기동미사일이다. 2022년 1월 14일 조선인민군이 평안북도 피현군에서 검수사격으로 발사한 철도기동미사일 2발은 비행고도가 36km, 비행거리가 430km였다. 철도기동미사일 2발은 활공도약비행으로 날아가 함경북도 화대군 앞바다 알섬에 설치된 작은 표적을 명중했는데, 그로써 미사일방어망 첨입능력과 정밀타격능력이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그러므로 2022년 6월 5일 조선인민군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발사한 미사일 2발은 철도기동미사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인민군이 운용하는 철도기동미사일의 공식명칭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언론매체들은 그 미사일을 ‘조선판 이스칸데르(Iskander)’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미국 국방부는 'KN-23'이라는 자의적 명칭으로 부른다. 이스칸데르는 로씨야군이 운용하는 지대지단거리미사일인데, 사거리는 400~500km이고, 비행고도는 50km 이하이고, 정밀타격능력이 있다.  

 

2022년 6월 5일 조선인민군이 동해쪽으로 발사한 미사일들 가운데 비행거리가 가장 긴 미사일은 670km를 날아간 미사일이다. 2022년 5월 25일 조선인민군이 평양국제비행장 인근에서 동해쪽으로 발사한 이중궁형 변곡비행미사일 2발은 비행고도가 50~60km, 비행거리가 750~750km였다. 이런 사정을 보면, 2022년 6월 5일 조선인민군은 평안남도 개천시 인근에서 이중궁형 변곡비행미사일 2발을 발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요약하면, 2022년 6월 5일 조선인민군은 서로 다른 네 지역에서 지능핵로켓탄 2발, 전술유도무기 2발, 철도기동미사일 2발, 이중궁형 변곡비행미사일 2발을 연속사격한 것이다. 이런 미사일발사방식을 원격다종배합련사라고 말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네 지역에서 발사된 지능핵로켓탄 2발과 미사일 6발은 모두 극소형 핵탄두 또는 고폭탄두를 장착하고, 타격정밀도가 매우 높고, 발사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적의 감시-정찰망을 따돌리며, 적의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는 첨입능력을 가진 위력적인 화력타격수단들인데, 거기에 원격다종배합련사라는 고도로 발전된 미사일사격술까지 더해졌다. 조선인민군이 발사하는 지능핵로켓탄, 전술미사일, 철도기동미사일, 이중궁형 변곡비행미사일은 한미련합군의 반항공요격망을 뚫고 들어가지만, 한미련합군이 발사하는 전술미사일은 조선인민군의 반항공요격망에 걸린다. 

 

지능핵로켓탄, 전술미사일, 철도기동미사일, 이중궁형 변곡비행미사일은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1차 타격권으로 발사하여 한미련합군을 제압할 실전무기들이다. 2022년 6월 5일에 실시된 원격다종배합련사에서 조선인민군은 서로 멀리 떨어진 4개의 발사점에서 동해쪽으로 8발만 쏘았지만, 전시에는 400개의 발사점에서 극소형 핵탄두 또는 고폭탄두를 장착한 800발을 불우박처럼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사정을 보면, 조선인민군이 한미련합군을 압도하는 화력타격력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9년 8월 5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며칠 전 남조선의 국방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우리의 무기현대화를 도발과 위협으로 간주하고, 만일 우리가 도발과 위협을 계속하면 우리 군대를 적으로 규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남조선군은 우리 군대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조선인민군을 적으로 규정하였을 뿐 아니라, “북의 어떤 도발에도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테면, 2022년 6월 5일 조선인민군은 지능핵로켓탄, 전술미사일, 철도기동미사일, 이중궁형 변곡비행미사일을 원격다종배합련사방식으로 동해 상공을 향해 쏘았는데, 한미련합군은 6월 6일 새벽에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 8발을 동해쪽으로 발사했고, 6월 7일 오전에는 한미련합군 전투기 20대가 서해 공역에서 공중무력시위를 벌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6월 6일 한국군은 무력시위에서 7발을 쏘았는데, 주한미국군은 1발만 쏘았고, 6월 7일 한국군은 전투기 16대를 무력시위에 참가시켰는데, 주한미공군은 전투기 4대만 참가시켰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한국군이 대북무력시위에 부쩍 열을 올리는 반면, 주한미국군은 조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군의 교전권을 장악한 미국군은 몸조심을 하는데, 교전권도 없는 한국군은 대북무력시위에 나서서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군은 미국의 ‘확장억제공약’만 믿고 대북무력시위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군이 미국의 ‘확장억제공약’을 믿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을 없으며, 자기를 압도하는 화력타격력을 가진 조선인민군을 자꾸 건드리는 것은 무력시위가 아니라 화를 자초하는 경솔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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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존안자료’ 발언에 조선일보 “정보 누설”

  • 기자명 금준경 기자 
  •  
  •  입력 2022.06.13 07:39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화물연대 파업 협상 지지부진, ‘정부 특고 외면’ vs ‘자영업자 산업계 절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국정원에 주요 인사들의 인물 정보를 담은 ‘존안자료’가 보관돼 있다고 폭로해 논란이다. 박 전 원장은 지난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정원에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등 우리 사회의 모든 분들 존안 자료, ‘X파일’을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지원 ‘존안자료’ 발언, “조속히 폐기” vs “정보 누설”

13일 경향신문과 조선일보는 상반된 사설을 냈다. 우선 경향신문은 ‘구시대 잔재 ‘국정원 존안자료’ 조속한 폐기 옳다’ 사설을 내고 “국정원직원법 위반 시비가 일지만, 비밀로 치부돼 온 국정원 존안자료 실체를 전직 국정원 수장이 공증한 격”이라고 했다. 폭로 발언으로 인한 ‘법 위반’ 소지보다 ‘존안자료’ 문제에 주목한 것이다.

▲ '김현정의 뉴스쇼' 갈무리
▲ '김현정의 뉴스쇼' 갈무리

경향신문은 “존안자료는 그대로 두면 권력자로 하여금 활용하려는 욕망을 부추기고 정보기관의 불법 행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며 “여야는 박 전 원장이 공론화한 국정원 존안자료를 조속히 폐기하기 바란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업무상 취득 정보로 정치 희화화시키는 전 국정원장’ 사설을 통해 해당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이 자료를 폐기하자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지만 전직, 그것도 직전 국정원장이 재직 중 들여다본 정보를 누설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위법 여부를 떠나 재직 중 취득한 정보를 누설하지 않는 것은 정보기관 출신의 기본적인 직업 윤리”라고 비판했다.

▲ 13일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사설
▲ 13일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사설

 

‘정부 특고 외면’ vs ‘자영업자 산업계 절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전 차종, 전 품목 확대 적용을 요구하며 벌인 총파업이 6일차를 맞았다.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는 네차례 협의를 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주인, 운수사업자, 화물기사, 공익위원이 매년 모여 화물운송의 적정한 운임을 정하는 제도로 2020년 시행됐으나 올해 말 일몰(폐지)을 앞두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도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고, 적정한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특수고용노동자 보호에 관한 정부의 책임’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경향신문은 “사태 본질은 화물연대 조합원 상당수가 특수고용노동자라는 데 있다”며 “하지만 정부는 화물차주는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라면서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고 강경 대응만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 13일 한겨레 기사 갈무리
▲ 13일 한겨레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은 “정부여당이 대선 때 사각지대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것과 이번 총파업 대응이 상반된다는 지적도 있다”며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특고 플랫폼 노동의 사각지대 해소’를 명시한 점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번복’한 점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안전운임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안에 잠정 합의했으나, 타결 직전 안전운임제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이 합의를 번복했고, 국토부가 국민의힘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의 발언을 전했다.

▲  13일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 13일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이런 가운데 보수·경제 신문들은 경제 전반의 피해를 부각하며 화물연대 파업에 부정적 기사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중앙일보는 ‘화물연대 파업에 부품난...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 70% 감소’ 기사를 내고 화물연대 파업으로 수출에 지장이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동아일보는 ‘화물연대 파업에 식당 소주품귀 우려... ‘이제야 손님 오는데’ 한숨’ 기사를 통해 화물연대 파업이 산업계 뿐 아니라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된다는 점을 부각했다.

한국경제는 ‘정부, 업무개시명령 발동해야 피해 눈덩이 산업계의 절규’사설을 통해 산업계 입장을 비중 있게 전했다. 

치솟는 물가에 “인플레 팬데믹”

13일 아침신문들은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주목했다. 조선일보는 1면에 ‘인플레 팬데믹... OECD 38국 물가 9.2% 뛰었다’ 기사를 내고 블룸버그를 인용해 “120개 국가 가운데 91개 국가의 소비자 물가가 1년 전보다 5% 이상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한국도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5.4% 올라 약 1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물가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고 했다. 

▲ 13일 신문 1면 모음
▲ 13일 신문 1면 모음

조선일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 이후 경제활동 재개로 인한 공급망 차질, 기상 악화가 초래한 곡물 생산량 감소 등이 겹치면서 세계 경제를 덮친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의 불길이 더 커지고 더 많은 국가로 번지고 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인플레에 발목 잡힌 세계 경제... 국내도 동반 침체 ‘경고음’’ 기사를 통해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은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국내 경제가 본격적으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또한 경향신문은 ‘가격 상승률, 치킨 > 짜장면 > 떡볶이’ 기사에서 “서민 외식물가의 인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올해 들어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치킨”이라고 했다. 외식물가지수에 따르면 39개 외식품목 가격이 모두 지난해 말보다 올랐는데 치킨(6.6%)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이어 짜장면(6.3%), 떡볶이(6.0%), 칼국수(5.8%), 짬뽕(5.6%) 순으로 나타났다. 

대구방화사건, 발인 소식 지역신문 1면에

대구경북지역 주요 신문들은 1면에 대구 수성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사건 희생자 발인 소식을 다뤘다. 매일신문은 1면에 “장례식과 화장장은 흐느끼는 유족들과 지인들의 슬픔으로 가득했다”며 상황을 전했다. 영남일보 역시 1면에서 “이날 발인식은 눈물바다 그 자체였다”고 했다. 앞서 9일 민사소송 1심에서 패소한 용의자가 상대 의뢰인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질러 7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 13일 매일신문 1면 갈무리
▲ 13일 매일신문 1면 갈무리

대구신문은 사설을 통해 “사법 사상 최악으로 기록될 보복테러”라며 “이러한 법조테러가 계속 발생한다면 변호사의 정당한 변론 활동이 계속될 수가 없고 나라의 법체계도 유지될 수가 없다”고 했다. 경북일보 역시 사설에서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사회 전반에 합리성이 회복돼 소송 공화국, 갈등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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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자컴퓨터' 연구 1세대 과학자 "삼성도 하기 힘들다. 그러나…"

[최준석의 과학자 열전] KIAS 김재완 계산과학부 교수, 양자컴퓨터를 한국에 전도한 물리학자

 

 

 

<프레시안>이 독자들과 '과학 이야기'를 나누고자 새롭게 '최준석의 과학자 열전'을 연재합니다. 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는 '문과' 출신으로 최근 수년간 '과학책 읽기'에 푹 빠진 중견 언론인입니다.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 저자인 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는 매주, 혹은 격주로 한국의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며, 한국의 과학자와 과학의 최신 트렌드에 대해 독자들과 알기 쉬운 언어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프레시안에서 흥미로운 '과학 컨텐츠'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편집자 

서울 홍릉에 있는 고등과학원(KIAS, Korea Institute for Advanced Study)을 지난 6월 3일 찾아갔다. 김재완 계산과학부 교수 겸 고등과학원 부원장을 만나러 갔다. 김재완 교수는 양자정보과학자다. 그는 한국에 양자컴퓨터와 양자정보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1세대 연구자이다. 고등과학원의 김재완 교수 인터넷 홈페이지는 김재완 교수의 연구 분야를 '양자컴퓨터와 양자정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런 설명도 보인다. 

"양자물리학은 반도체나 레이저처럼 정보 처리를 위한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원리뿐만 아니라, 정보 그 자체를 다루는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의 원리로도 쓰이게 되었다." 

김재완 교수의 방안에는 책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그는 "나는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에 관한 연구에 가장 관심이 있다"라며 주요 연구 키워드는 '양자 정보' '큐디트(qudit)'라고 했다. '양자 얽힘'은 많이 들어봤다. 양자 세계에서 일어나는, 즉 일상세계에서는 보기 힘든 물리 현상이다. '큐디트'는 처음 듣는 용어다. '큐비트'와 용어가 비슷한 걸로 보아, 두 개를 관통하는 원리가 있어 보인다. 

김 교수는 "큐디트 얽힘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그걸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연구했다. 그걸 실험으로 구현해볼 사람을 찾았지만 한국에서는 실험을 해주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험가가 아니라, 이론가다. 큐디트가 무엇인지는 천천히 물어보기로 하고, 일단 그의 애기를 들었다. "양자컴퓨터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이야기한 세대이시냐."라고 물었다. 이에 김재완 교수는 "이제 그 이야기를 해주겠다."라고 했다.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김재완 교수 ⓒ최준석 
 
 
한국 양자정보과학의 1세대 연구자 "자유 의지' 나를 과학으로 이끌었다"

 

원래 물리학을 좋아했다. 그리고 대학 입시를 앞둔 직전인 1976년 부산 집에서 구독하던 신문 기사를 보고 물리학과 진학을 결심했다. 그때 신문 기사를 그는 자신의 고등과학원 7동 3층 연구실의 출입문 쪽 벽면에 붙여놓았다. 김 교수가 그걸 떼어 와서 보여줬다. 1976년 12월 16일자 중앙일보 4면 기사다. 기사 제목은 '양자역학 50돌, 뉴튼 역학 뒤엎다'. 독일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1901-1976)가 불확정성원리를 발견한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과학사학회가 심포지엄을 열었고, 거기에서 나온 논문 두 개의 내용을 소개하는 기사다.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역학의 아버지 중 한 명이다.

17세기 영국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 시작한 고전물리학은 '결정론'이고, 결정론에 따르면 우주는 탄생의 순간부터 미래가 결정되어 있다. 하이젠베르크가 1927년에 내놓은 불확정성원리는 뉴턴의 결정론적인 세계관을 무너뜨렸다. 원자 수준의 미시세계를 들여다보니, 정해진 것 없다는 걸 하이젠베르크는 알아냈다. 가령, 입자 한 개의 운동량이나 위치를 측정하려 해도 정확한 값을 알아낼 수 없으며, 특정한 값을 얻어낼 수 있는 확률만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김재완 교수가 고등학교 3학년 대입입시철이 다되어 본 중앙일보 신문 기사. 이 기사를 보고 그는 물리학과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김재완 교수가 양자물리학을 소개한 기사에 학창 시절 매료된 건 '자유의지'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런 일이 있었다. 그가 다닌 부산 대동고등학교는 개신교가 설립했다. 칼뱅을 따르는 개신교 장로교는 '예정론'이라는 종교관을 갖고 있다. 그가 학교 수업시간에 들은 목사님 얘기에 따르면, 각 개인들이 어떻게 살아갈지가 세상이 끝날 때까지 다 정해져 있다. 지옥에 갈지, 천국에 갈지가 다 결정되어 있다. 김재완 학생은 '저 말이 사실이라면 성당에 다니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성당에 가서 신부에게 물었다. 그는 가톨릭 신자다. 그랬더니 신부님이 "교회에서 말하는 예정론은 틀렸다. 천주교회는 하느님이 천지창조 때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다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해줬다. 김재완 교수는 "나는 자유의지에 관심이 많았고, 자유의지가 지금도 나의 화두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물리학과 1977학번이다. 2학년 때 물리학과에 진학해 과대표를 했고, 3학년 때 서울대 가톨릭학생회를 만들었다. 그를 잘 아는 지인에 따르면, 그는 신부가 되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재의 부인(서해영 씨, 서울대 미생물학과 77학번, 현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을 알게 되면서 생각을 접었다. 

결혼하고 1985년 미국 텍사스의 휴스턴대학교(University of Houston) 대학원 물리학과로 유학을 떠났다. 부인은 휴스턴의 명문 의과대학교인 베일러 의과대학교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김재완 박사과정 학생의 유학은 험난했다. 지도교수를 두 번이나 바꿨다. 한 번 바꿔도 박사공부가 힘들어지는 데, 두 번이라니. 적지 않은 자연과학자를 취재했으나, 지도교수를 두 번 바꾼 경우는 처음 본다. 

휴스턴에서 처음에는 입자물리학 실험을 공부했다. 실험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입자물리학은 자연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연구하며, 그 답으로 표준모형이라는 걸 내놓았다. 표준모형에 따르면 우주는 17개 입자로 만들어졌다. 김재완 학생은 표준모형에 나오는 입자 관련 실험(경입자 수 lepton number 보존 관련)을 했다. 실험을 위해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뉴멕시코주에 있는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를 오가야했다. 로스알라모스는 미국이 원자폭탄을 개발했던 곳이다. 김재완 교수가 참여한 실험은 MEGA(Muon decays into an Electron and a GAmma ray)실험이었다. 새로운 입자검출기를 만드는 일이 너무 어려웠다. 3년이란 시간을 보냈지만, 본 실험은 시작도 못하고 있었다.(김재완 교수가 박사학위를 받았을 때까지 본 실험은 시작도 못했다.) 

이때 휴스턴대학교 물리학과에 새로 온 교수가 김재완 학생에게 같이 연구해 보자고 제안해왔다. 그는 '비선형 동역학 및 카오스' 전문가인 로버트 H.G. 헬리먼(Helleman) 교수. 미국 정부는 당시 텍사스 웩서헤치에 거대한 입자가속기(SSC)를 짓고 있었다. 입자물리 실험을 위한 시설이다. 지구촌 최대의 입자가속기를 만들기 위해 미국 정부는 입자물리학자와, 가속기 물리학자들을 모았는데, 입자물리학과 얼핏 관련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그중에는 있었다. 그의 두 번째 지도교수인 헬리먼 박사가 그런 사람이었다. 김재완 교수 설명을 들어본다. 

"입자가속기 안에서 입자 다발이 광속에 가깝게 빠른 속도로 돈다. 입자를 많이 만들어 가속기에 집어넣는데, 몇 초 만에 그 안을 몇 천 만 번 돌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집어넣은 입자들을 다 잃어버릴 거라는 얘기가 있었다. 카오스 현상 때문에 입자다발의 궤도를 제대로 추정하기 힘들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래서 비선형 동역학과 카오스 연구자인 핼리먼 교수가 입자가속기 디자인을 돕기 위해 텍사스로 온 거다. 헬리먼 교수는 휴스턴대학에 와서 양자역학을 가르쳤다. 내가 그 과목을 들었고, 성적이 제일 좋았다. 그분이 내게 같이 연구하자고 했고, 나는 MEGA 실험이 언제 끝날지 몰라 안 되겠다고 싶어, 비선형 동역학 연구로 돌아섰다. 카오스의 특징이 뭐냐면 초기 조건이 중요하다는 거다. 초기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카오스는 내가 보기에는 장로교의 예정론과 똑같았다. 신만이 운명을 알고 있을 뿐이며, 우리는 그걸 계산할 수 없다, 예측할 수 없다는 거다. 그런데 헬리먼 교수가 한 카오스 연구는 '결정론적 카오스' 이론이다. 나는 헬리먼 교수에게 당신의 결정론적 카오스 이론이 양자물리학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왜냐면 양자물리학은 불확정성원리에 따라 결정론을 배격하기 때문이다. 결정론적 카오스 이론과 양자물리학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 그게 뭔지를 알고 싶었고, 이때부터 나는 두 개가 만나는 연구 분야인 양자 카오스(Qauntum chaos)를 공부하게 되었다. 이때가 1989년 1월이었다." 

'양자 카오스'라는 용어는 낯설다. 김재완 박사과정 학생은 그해 여름 프랑스 알프스의 휴양지 샤모니 인근에서 열린 여름 물리학 학교에 갔다. 알프스 여름 물리학 학교는 우수한 대학원 학생과 박사후연구원들을 최고의 연구자들이 몰려와 가르치는 걸로 유명하다. 김재완 교수가 당시 자신이 참석했던 프로그램 관련 자료를 갖고 와서 보여줬다. 르주쉬 여름학교(Les Houches Summer School)라고 쓰여 있고, 여름학교는 1989년 8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열렸다고 되어 있다. 참석자들이 같이 찍은 사진도 있다. 이 해의 토픽이 '카오스와 양자 물리학'이었고, 주제를 보고 헬리먼 교수가 김재완 학생을 미국 텍사스에서 유럽으로 보내준 거였다. 한 달 간의 알프스 여름학교가 끝나갈 때쯤 휴스턴에서 첫 아이가 태어났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3년 공부하고 또 지도교수를 바꿔야 했다. 어느 날 휴스턴대학교 대학원 물리학과장이 불러서 갔더니 '당신 졸업하고 싶으면 핼리먼 밑에서 연구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장학금 줄 수 없다.'라는 식으로 위협했다. 헬리먼 교수가 연구는 잘 하는데 너무 거만한 게 문제였고, 학과 동료들과 사이가 안 좋았다. 그게 불씨가 된듯했다.

▲미국 휴스턴대학 박사과정 시절 지도교수였던 WP Su 교수

1991년 고체물리학 이론을 하는 대만계 우페이 수(Wu-Pei Su, 蘇武沛) 교수를 세 번째 지도교수로 택했다. 전도성 고분자를 연구했다. 플라스틱인데 전기가 통하는 게 '전도성 고분자'다. 우페이 수 교수는 대학원생 때 중요한 연구 업적을 남겼다. 전도성고분자 이론에 SSH모델이 있다. 전도성 고분자에서 나오는 발광, 그러니까 요즘 디스플레이로 사용되는 OLED같은 것에 SSH 모델이 기여했다. SSH(Su-Schrieffer-Heeger)의 맨 앞의 'S'가 우페이 수 교수의 S다.(※참고로 두 번째 S는 존 슈리퍼이고 그는 초전도 현상 연구로 노벨물리학상(1972년)을 받았다. H는 2000년에 노벨상을 받은 앨런 히거이고, 그는 전도성 플라스틱 발견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재완 학생은 1993년에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졸업 논문은 풀러린(Fullerene)의 흡광도를 계산한 걸로 썼다. 풀러린은 탄소 원자 60개가 축구 공 모양으로 결합해 생긴 분자다. 가장 비싼 물질이라고 얘기된다. 그리고 양자 카오스 연구도 했으니, 관련한 문제도 한 챕터에 집어넣었다. 

양자정보과학과의 만남은 학위를 받은 즈음에 있었다. 휴스턴대학교 우페이 수 교수 연구실에서 마지막으로 간 학회에서다. 1993년 이탈리아 북부의 휴양지로 유명한 코모 호수변에서 양자카오스 학회가 열렸다. 그곳에서 재밌는 걸 봤다. 1984년 양자암호를 발명하고, 1989년에는 동료들과 세계 최초의 양자암호 실험을 한 IBM의 찰스 베넷 박사가 양자전송(Quantum teleportation)이라는 걸 발표했다. 찰스 베넷은 양자 전송을 발명하고 논문을 처음 쓴 6인의 공저자 중 한 명이다. 1994년에는 미국 벨연구소의 응용수학자 피터 쇼(Peter Shor)가 양자 소인수분해 알고리듬을 발표하였다. 소인수분해가 어렵다는 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RSA 암호체계가 큰 위기에 처한 셈이다. 다음 해인 1995년에는 양자 오류정정 방식이 발표되면서, 양자컴퓨터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1997년에는 양자전송 실험까지 성공하여 1990년대에 양자정보연구가 불붙기 시작했다. 

'계산을 위한' 새로운 알고리듬을 만드는 과학자 

우페이수 교수 연구실에서 1년을 더 박사후연구원으로 머물렀고, 1994년 한국에 돌아왔다. 삼성종합기술원에 몸을 담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하는 '슈퍼컴퓨터 응용랩' 소속으로 일했다. 그가 휴스턴에서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많이 한 바 있다. 삼성종기원에서는 프로그램 만들고, 또 한국에서 아마도 처음으로 병렬 컴퓨팅을 해본 세대가 되었다. 병렬컴퓨터는 당시만 해도 컴퓨터 500개를 돌린다고 하면 컴퓨터 칩이 500개 있는 것이고, 문제를 500개로 나눠서 풀었다. 그러니 칩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프로그램이 좀 복잡했다. 요즘은 간단해졌지만 그때만 해도 시작 단계여서 병렬컴퓨팅이 쉽지 않았다. 삼성에서 그렇게 해서 병렬컴퓨팅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병렬 컴퓨터 도입을 위해 미국에 갔다. 인텔에도 갔고,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에도 갔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에 들러 물리학자들을 만났더니, 젊은 박사후연구원들이 양자컴퓨터에 대한 아이디어로 흥분해 있었다. 그걸 보고,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를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국해서 삼성종합연구원의 당시 원장이던 손욱 사장에게 보고했다. 손욱 사장이 '경영진 앞에서 세미나를 하라'고 지시했고, 발표를 했다. 결과적으로 양자컴퓨터와 양자 암호 연구를 삼성에서 시작하지 못했다. 카이스트의 양자정보학자인 이해웅 교수가 연구교수를 구한다는 걸 보고 2000년 삼성종기원에 2년 휴직원을 내고 카이스트로 갔다. 6년 만에 다시 대학으로 돌아갔다. 

이해웅 카이스트 교수와 논문을 같이 낼 수 있었다. '단일 광자 얽힘을 이용한 양자 원격 전송' 관련이었다. 논문은 미국 물리학회가 내는 학술지 '피지컬 리뷰 A'에 나왔다. 그때 마침 고등과학원에서 오라고 했다. 2002년 당시 고등과학원이 계산과학부를 만들고 있었다. 그는 김대만 교수(반도체 소자 물리), 이주영 교수(단백질 접힘)에 이어 세 번째로 계산과학부에 합류했다. 그런데 계산과학은 무엇인가? 김재완 교수의 설명을 들어본다. 

"1990년대에 세계적으로 계산과학이라는 분야가 뜨고 있었다. 내가 삼성종기원에서 마지막으로 맡았던 보직명은 '계산과학 팀장'이었다. 앞서 삼성종기원에서 내가 처음 소속된 연구실이 '수퍼컴퓨터 응용 랩'이라고 했는데, 그 이름이 나중에 '컴퓨터 과학 엔지니어링 랩(Computational Science Engineering Lab)으로 바뀌었다. 컴퓨터가 나오면서 사람들이 손으로 계산하는 데 한계가 있으면 컴퓨터로 했다. 컴퓨터로 하는 시뮬레이션이 발전했다. 손으로 계산하는 걸 컴퓨터로 게산한다든가, 실험 상황을 그대로 모사해 보기 시작했고, 이렇게 컴퓨터 계산과학 분야가 등장했다. 내가 삼성에 있을 때 계산과학에 대해 개념 정리를 한 게 있다. 뭐나 하면, 계산과학이란 '계산(computation)에 의한 과학, 계산을 위한 과학'이다. 미국 대통령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1863년)을 흉내 내어 내가 지어낸 말이다. '계산에 의한 과학'은 시뮬레이션을 가리킨다. 그리고 '계산을 위한 과학'은 새로운 계산방법, 알고리듬을 만들거나 하드웨어를 만들어내는 연구를 말한다. 나는 '계산을 위한 과학' 연구를 하는 사람이다. 현재 계산과학부는 대학들에는 없고, 고등과학원에만 있다. 당시 김정욱 고등과학원 원장님, 그리고 명효철 교수님이 계산과학부를 만들었다. 원래는 이론 화학, 이론 생물학부를 만들려고 했으나, 이 분야는 실험과 가깝다. 이론 연구를 지향하는 고등과학원의 정체성과는 안 맞았다. 그래서 당시 미국에서 뜨고 있던 학문인 계산과학부를 만들게 되었다." 

김재완 교수는 현재 아시아 양자정보학회(AQIS) 운영위원장(Chair of Steering committee)으로 일하고 있다. 2023년에 AQIS학회는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의 연구실 한 쪽에 관련 포스터가 붙어있다. 

▲김재완 교수는 언어학에 관심이 많다. 외국에서 온 제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해당 언어를 배우기도 했다. ⓒ최준석
▲6각형 바둑 게임원리를 만들었더니, 바둑판을 만들어 보낸 사람이 있었다. 6각형 바둑은 흥미로운 게임이라고 김재완 교수는 말한다. ⓒ최준석

'계산을 위한 연구' 분야에서 김재완 교수가 한 건 무엇인가? 고등과학원에 와서 양자정보 연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양자 정보 연구를 접을까 했다. 그가 2005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노태곤 박사와 한국 최초의 양자 암호 전송에 성공한 직후 일이다. 비슷한 시기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문성욱 박사도 양자 암호 전송에 성공한 바 있다. 2008년인가 2009년쯤 정부 부처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연구를 그만 하셔야겠다."라는 말을 들었다. 연구비를 더 이상 주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당시 한국에서 유일하게 하는 양자 정보 관련 프로젝트였는데, 정부 부처가 개편되면서 연구비가 끊기고 말았다. 노태곤 박사도 그렇고, 그 말고 한국 양자정보 연구가 놓친 또 다른 인재가 있다. 전남대학교 물리교육과 황원영 교수다. 황원영 교수가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할 때 발명한 '바람잡이(decoy)'방식은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양자암호 방식이지만, 그는 지금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 않다. 

김재완 교수는 "지금도 양자컴퓨터는 구현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물리학자들이 있다. 양자컴퓨터가 워낙 쉽지 않은 연구이고, 굉장히 도전적인 문제이다."라고 얘기했다. 미국의 구글이나 IBM같은 곳이나 양자컴퓨터 개발에 돈을 퍼부을 수 있다. 한국은 삼성도 하기 힘들다. 김 교수는 "그런데, 이런 걸 연구하다 보면 부차적(spin-off)으로 나오는 게 있다. 지난 10년새 나온 것 중에 하나가 양자 센싱, 즉 양자 계측 분야다."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터'는 가능할까…한국에서도 '현재 진행형' 

김재완 교수는 인터뷰 벽두에 자신의 양자정보학 관련 연구로 '큐디트'를 언급한 적 있다. 이제 큐디트 이야기를 들어볼 시간이다. 설명이 쉽지는 않으나, 시도해 본다. 큐디트에 앞서 큐비트부터 알아본다. 큐비트는 '비트'에서 용어가 왔다. 비트는 컴퓨터 연산을 위한 단위로 0과 1로 구성되어 있다. 0과 1의 사칙 연산으로 컴퓨터는 계산 값을 내놓는다. 그리고 큐비트는 양자컴퓨터를 위한 연산 단위다. 

"양자컴퓨터 혹은 양자 원격 전송을 할 때 사용하는 연산 단위가 큐비트다. 큐비트로 계산을 한다. 큐비트는 0과 1 두 기본 상태의 양자 중첩 현상을 이용하여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나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0, 1 뿐만 아니라 0, 1, 2, 3, 4, 5, 6, ...,11 이렇게 더 큰 숫자를 쓰자는 거다. 이렇게 하면 큐디트 하나로 12가지 상태를 나타낼 수 있다. 그러면 계산을 더 빨리 할 수 있고, 양자 원격 전송의 경우에는 더 큰 단위로 전송을 할 수 있다. 큐비트를 사용해서 예컨대 작은 분자를 전송한다고 하자. 큐비트가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큐디트를 사용하면 훨씬 적은 수로 보낼 수 있다. 정보를 압축할 수 있는 방법을 내가 고안해냈다. 다른 예로, 1024차원의 양자 시스템을 전송하는 걸 생각해 본다. 큐비트로는 1024차원을 표현하려면, 1024가 2의 몇 승인가를 보면 된다. 큐비트가 0과 1이라는 두 개의 숫자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1024=2¹⁰이다. 그러니 큐비트 10개가 정보 처리를 위해 필요하다. 큐디트는 다르다. 큐디트의 d가 1024인 시스템이 있다고 하자. 이걸로 1024차원의 정보를 전송한다면 훨씬 간단하다. 큐디트 1개면 끝난다. 얼마나 간단한가." 

전송하는, 처리하는 정보를 줄이는 방법을 물리학자들이 많이 연구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 연구자들이 이런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았느냐'라고 김 교수에게 물었다. 그는 "별로 생각들 안했다. 아직도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재완 교수는 자신의 큐디트 관련 이론 연구를 같이 할 또 다른 이론가를 끌어들였다. 양자광학의 유명한 조너선 다울링 교수(미국 루이지애나 대학교)이다. 큐디트 관련 논문은 과학학술지 '광학 커뮤니케이션스'(Optics Communications, 2015)에 냈다. 좀 더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싶었으나, 다울링 교수가 갑자기 지난해 사망했다. 김재완 교수는 큐디트를 실험으로 구현해볼 실험가를 찾고 있다. 쉽지 않다. 그는 "한국에서는 이 분야 실험연구를 해줄 분을 찾지 못했다. 비선형광학을 양자광학 수준에서 해야 하고, 호모다인이라는 측정까지 해야 하는데, 적합한 실험실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김재완 교수는 2022년 6월 초 현재 고등과학원 부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 양자정보과학의 1세대 연구자를 만난 건 흥미로웠다. 양자컴퓨터 연구가 앞으로 후학들에 의해 어떻게 진행될지는 대단히 관심 끄는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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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의 뉴스공장' 존폐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조정훈 언론노조 TBS 지부장

22.06.11 18:50l최종 업데이트 22.06.11 20:41l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당선됨에 따라 TBS교통방송의 '교육방송 전환'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오 시장은 선거기간 중 "교통정보를 들으면서 운전하시는 분들 서울에 별로 없다"면서 TBS의 교육방송 전환을 강하게 주장했다. 서울시의회 구성 역시 국민의힘이 3분의 2를 차지해 TBS의 교육방송 전환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언론계에서는 TBS의 교육방송 전환은 언론장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지난 7일 조정훈 언론노조 TBS 지부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조 지부장과 나눈 일문일답.

"선거에서 이겼으니까 좌지우지? 언론 독립의 문제"
 

조정훈 언론노조 TBS 지부장
▲  조정훈 언론노조 TBS 지부장
ⓒ 조정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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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열린 지방선거로 서울시의회의 여야 구도가 뒤집히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TBS 교육방송 전환' 가능성이 높아진 것 같은데 지금 상황 어떻게 보세요? "일단 저는 가장 본질적인 얘기를 먼저 드리고 싶어요. 제가 지금까지 언론노조 지부장으로서 꾸준히 말씀드렸던 것은 <뉴스공장> 존폐 유무가 아니라 정치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는 게 맞느냐는 겁니다. 즉, 지금 교육방송으로 전환이 되냐 안 되냐는 나중의 문제인 것 같아요."


- 왜 그런가요?

"지금 오세훈 시장이 선거에서 이겼기 때문에 TBS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논리잖아요. 저는 그것보다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이 언론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것이 대전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언론사와 프로그램에 관련된 여러 가지 비판은 충분히 할 수 있어요. 하지만 TBS의 기능을 전환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 오 시장은 교통정보를 들으면서 운전하시는 분들 서울에 별로 없다고 하던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어쨌든 간에 TBS 라디오 청취율이 지난 분기에도 20개 라디오가 대상에서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출근 시간대 프로그램인 <뉴스공장>의 경우 약 15% 정도의 청취율이 나오고 있어요. 운전하시는 분들이 교통 앱 이용해 목적지 가는 것은 맞지만, 또 교통 앱이 못하는 부분의 교통정보와 기상정보, 재난정보 등의 기능도 분명히 TBS에서 하고 있어요. 또 교통정보뿐만이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아무도 듣지 않는다고 말씀하는 부분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 아무도 듣지 않는다기보다 교통방송은 교통정보를 얻기 위함인 건데 그게 필요 없다는 것 같아요.

"TBS가 2년 전에 재단으로 출범하면서 서울시 사업소였던 교통방송이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로 바뀌었거든요. 재단으로 출범한 이유 중에는 당시의 교통방송 기능만 하는 것을 넘어 더 다양한 방송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전반적인 방송의 역할을 더 확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TBS를 교통방송으로만 말씀하시는 것은 예전 교통방송 사업소로만 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그럼 지금은 교통방송의 성격이 아닌가요?

"교통방송의 기능을 포함한 더 확대된 성격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살펴보면 제1조 목적에 미디어를 통한 시민의 동등한 정보 접근의 보장, 시민의 시정참여 확대, 문화예술 진흥을 위하여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의 설립·운영에 필요한 사항으로 돼 있습니다.

그리고 제3조 재단의 사업을 보면 방송을 통한 교통 및 생활정보 제공, 지역 관련 정보 제공, 주한 외국인과 국내 방문 외국인을 위한 정보의 제공과 소통 활성화, 시민의 동등한 미디어 참여와 소통 활성화 등을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예전 교통방송 사업소 때보다 더 범위가 더 확대됐는데 아직도 '교통방송'으로만 보는 것은 TBS를 너무 작게 보신 것 같아요."

- 오 시장의 의도는 뭐라고 보세요?

"그건 오세훈 시장님께 물어봐야 될 것 같고 제가 대답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러나 계속 제가 대전제를 말씀드리는 게 '정치권력이 언론에 손을 대는 게 맞냐 안 맞냐'입니다. 그게 먼저인 것 같아요. 언론사의 성격을 어떻게 개편할지는 나중 문제이고요.

<뉴스공장> 프로그램 존폐를 포함해 다양한 의견이나 비판은 언론 프로세스나 방송 프로세스에 의해서 해결돼야 하는 문제인 것이지 정치권력이 또는 자본권력이 개입해서 좌지우지하는 건 지금 시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오세훈 시장은 언론 장악하려면 대표 바꾸면 되지 뭣하러 교육방송으로 전환하냐면서 언론장악이 아니라고 합니다.

"오세훈 시장님이 어떠한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 제가 다 알 수는 없지만 저희가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본질적인 문제에 좀 더 같이 고민하면 좋겠다는 거죠. 논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작년 보궐선거 전에는 TBS를 바꾸겠다고 했고, 시장이 되신 후에는 TBS 출연금 삭감을 했죠. 또 TV 채널은 시청률이 저조하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는 등 많은 발언을 하셨죠. 그리고 이번 선거기간이 시작되자마자 교육방송 개편이라는 말로 선거운동을 시작했죠.

방송법 제4조에 보면 방송사업자가 방송편성책임자의 자율적인 방송편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 시장의 발언들은 방송법 위반으로 보이는 부분이 충분히 있습니다. 또 '우리가 선거에 이겨서 다수당이 됐고 시의회도 다수당이 됐으니까 우리가 조례를 바꾸겠다'는 것 자체가 언론장악이고 언론탄압입니다.

언론은 독립적이라 생각해요. 오세훈 시장이 TBS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냐고 묻고 싶어요. 어떤 언론이든지 간에 독립성은 필수적이죠. 근데 지금은 교육방송으로 바꾸겠다는 자체가 정치적인 권력이 개입이 된 거라는 겁니다. 지금 교육방송으로 개편을 하겠다는 것도 시민, 전문가, 내부 구성원 등의 의견들이 모여 논의가 된 후에 어떤 결과를 도출하면 모를까 정치권력의 주체가 결과를 먼저 정해놓고 그렇게 하겠다고 하는 것은 일방적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방송법 4조를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 그럼 만약 공론화를 통해 교육방송으로 전환한다면요?

"지금처럼 답을 정해놓고 그걸로 끌고 가는 방식은 아니라는 거죠. 답을 정해놓고 시작하는 것은 그쪽으로 가겠다는 거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TBS의 미래와 발전을 놓고 원점부터 시작하면서, 앞에서 말씀드린 여러 가지 다양한 과정을 통해서 어떤 결론이 나오는 거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그러면 중요한 건 교육방송이 아니네요.

"네. 일단은 저희가 먼저 논의해야 할 부분은 교육방송으로의 개편이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제가 계속 말씀드리는 대전제는 정치가 언론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먼저 그 얘기를 꺼내버리면 앞에 과정이 다 무너져버리거든요. 현재도 TV 채널을 통해서 교육 관련 프로그램은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굳이 교육 방송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를 무시하고 그냥 교육방송 개편만 얘기하다 보니까 앞의 과정들이 아무렇지 않게 소홀히 넘어가는 거죠."

"정치적 편파성 비판 수용해야 하지만 정치권의 개입은 다른 문제"
 
큰사진보기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 후보시절인 지난 5월 26일 서울 상암 MBC스튜디오에서 열린 서울특별시장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 후보시절인 지난 5월 26일 서울 상암 MBC스튜디오에서 열린 서울특별시장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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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BS의 정치적 편파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죠. 그 중심에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있잖아요. 편파성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TBS의 정치적 편향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분명히 있습니다. 저희가 그 비판도 잘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욱더 공정한 방송으로 갈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정리하고 나가야죠.

보는 시각에 따라서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치권력이 편파성을 얘기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치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유불리로 편파성을 주장하는 경우가 발생하거든요. 그러나 일반 시민들의 비판적인 목소리에 소홀한 부분은 부족했던 부분입니다."

- 정치적 편파성에 대해 내부에선 어떤 얘기가 오고 가나요?

"TBS에는 약 400명의 직원이 있는데 400명이 전부 똑같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식이 아니거든요. 어느 곳과 마찬가지로 다양성이 존재하고 각자의 생각이 있고 의견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치 편파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직원도 있고 정치 편파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직원도 있어서 외부와 마찬가지로 그런 부분은 공존하고 있습니다."

- 김어준씨는 <뉴스공장>에서 오 시장을 향해 자신을 퇴출 시키라고 했고,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는 김어준씨가 자진 하차하길 바란다고 하던데.

"진행자로서 김어준씨의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양구 기자도 김어준씨가 자진 하차하기 바란다고 페이스북에 올리셨더라고요. 두 의견 다 존중합니다. 그리고 TBS 내부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직원들도 있고 저렇게 생각하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그게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단지 자리에 남느냐, 떠나느냐를 한 사람의 말로 결정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이 자정되고 변화가 돼야 하는 것이지, 지금은 정치적인 이야기뿐이거든요. 정치적인 시선으로 TBS를 바라보기 때문에 계속 정치적인 얘기밖에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아까 말씀드렸던대로 여러 가지 의견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언론의 관점에서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우리가 어떻게 좋은 발전 방향으로 나아가느냐에 대한 고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 TBS 입장에선 특정 진영을 대변한다는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아요. 

"그렇죠. 시사 보도의 프로그램이라면 늘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죠. 단일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중립성 그리고 TBS 전체의 균형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필요한 부분입니다. 분명히 이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은 했겠지만 일정 부분은 부족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해서 우리가 좀 더 내부적으로 몸부림을 쳤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 오 시장이 TBS의 교육방송 전환을 강행할 경우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다시 강조하지만 정치권력이 언론을 침해하면 안 되고, 좌지우지해서도 안 된다는 언론의 본질적인 독립성을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의 가치는 꼭 지켜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우리 TBS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육방송 전환에 대한 전국언론노동조합의 모든 동지와 연대해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또 방송법 위반에 대한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오늘 제가 드린 말씀을 가지고도 다양한 의견과 비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인터뷰를 읽는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정치의 시선으로 언론을 바라보면 정확하게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언론은 언론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고 비판해야 하고 평가해야 합니다. 언론이 선거 결과의 전리품이 돼선 절대 안 된다는 겁니다. 이 본질적인 부분을 무시하고 진행되는 모든 과정은 결코 옳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정치권력이 또는 자본권력이 언론과 방송을 좌지우지하는 것, 그것만큼은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 중복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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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미선 20주기, 미군 처벌은 아직도 제자리걸음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2.06.11 21:22
  •  
  •  댓글 0
 
 
 

효순미선 20주기 촛불정신 계승 6.11 평화대회

신효순, 심미선 두 중학생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지 20년. 당시 유가족을 대리해 가해 미군을 고발했던 권정호 변호사는 “그때 미군을 고발했지만,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소파(SOFA)개정 아직 어느 것 하나 이뤄내지 못했다.”라며, 무거운 부채 의식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11일 서울시청 앞 도로에서 열린 ‘효순미선 20주기 촛불정신 계승 평화대회’에서 권 변호사는 “당시 촛불의 요구는 20년째 제자리걸음”이라면서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꿔내고, 이 땅의 전쟁 기지화를 반대하여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 효순미선 촛불의 정신을 완성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대회에는 전국에 흩어진 미군기지 주변 시민단체들에서 나와 기지 철거와 미군 범죄를 규탄했다.

▲(왼쪽부터) 온전한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김은희 공동대표,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최희신 사무국장, 평택평화시민행동 상임공동대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김연태 공동대표,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부산시 주민투표 추진위원회 김은진 공동대표, 사드철회성주대책위원회 박수규 대변인  
▲(왼쪽부터) 온전한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김은희 공동대표,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최희신 사무국장, 평택평화시민행동 상임공동대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김연태 공동대표,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부산시 주민투표 추진위원회 김은진 공동대표, 사드철회성주대책위원회 박수규 대변인  

 

•맹독성 발암물질 다이옥신이 기준치의 35배가 검출된 용산미군기지, 이런 곳에 시민들을 초대함으로써 미국이 부담할 5조 원에 달하는 환경오염 비용에 면죄부를 주려는 윤석열 정부 규탄

•30년 전 윤금이 씨를 잔인하게 살해한 동두천 미군기지,  이미 반환됐다고 알려졌지만 미군은 대중국 포위를 위해 아직도 그대로 잔류

•미선효순을 깔아 죽인 미 2사단이 이전해 간 세계최대규모 평택미군기지, 국제평화신도시라고 지어놓고 매일 전투기와 군용헬리콥터가 날아다니는 전쟁훈련장

•1조원을 들여 건설 중인 군산 새만금신공항은 실제 미 공군이 이용할 활주로, 이는 미국이 한반도를 대중국 군사 압박을 위한 전초기지화의 포석

•미군 세균실험실이 있는 부산항, “미국이면 다냐, 세균전부대는 안된다, 세균실험할려면 너네 나라 가서 해라”

•사드 기지로 가는 미군 통행로 확보를 위해 한국 경찰이 소성리 주민들을 짓밟는 부역행위, "사드 뽑고 평화 심자"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이날 대회에서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효순‧미선 사건은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사건”이라면서, 한미 소파 독소조항 때문에 살인 범죄를 단죄하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당시 국민적 분노는 미국의 눈치만 보는 정부의 속수무책과 오만한 미군의 태도였다”면서, “민족 자주성 회복을 위한 평등한 한미관계 개선은 정부와 정치권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라며 윤석열 정부의 균형 잃은 편향된 대미외교를 비판했다.

이날 대회를 준비한 공동대표단은 ‘국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낭독하고, 대회 참가자들은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와 ‘불평등한 한미관계 재정립!’이라고 쓴 대형 현수막을 치켜올렸다.

사진: 백은지 현장기자
사진: 백은지 현장기자

 

 

국민께 드리는 호소문

경기도 양주 한적한 시골길에서 신효순, 심미선 두 중학생이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 사회의 민주적 발전과 주권의 실현, 남북 화해협력과 평화를 위한 꾸준한 노력은 계속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땅에서는 여전히 대화와 협력보다는 군사력과 힘을 앞세운 정책이 계속되고 있으며, 전쟁기지가 끝없이 확장되고, 군사훈련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전지휘권의 제대로 된 환수나 불평등한 한미SOFA의 개정 등 누적된 과제들 역시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자국의 패권 이익을 위해 지난 수십년 동안 이땅에 미군을 주둔시킨 것도 모자라 이제는 우리에게 이웃 나라인 중국을 정치 군사 경제적으로 압박하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거사와 영토 문제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과 군사협력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웃나라들과 평화롭게 협력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집권한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적극 동참하는 한편 일본과의 조건 없는 관계개선을 추진하면서 주권과 평화의 실현보다 갈등과 대결을 격화시키는 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주권과 평화가 더욱 훼손될 위기 앞에서, 우리 종교 시민사회는 국민들께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개선하고 배타적인 패권동맹 강화정책을 중단해야 합니다.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꾸는 첫 걸음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있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이 행사하는 한, 미국의 패권적 이익을 위해 우리의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는 동맹정책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현재 추진중인 ‘조건에 따른 전시작전권 환수’정책은 군사력 강화, 무기 증강만 가속시킬 뿐 군사주권 회복과는 거리가 먼 실패한 정책입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건없이 즉각 환수하여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지난 20년간 제대로 개선하지 못한 한미 SOFA를 전면 개정해야 합니다.

현재 한미 SOFA는 형사관할권도, 환경정화도, 보건 및 방역도 제대로 실현할 수 없는 함량 미달의 협정입니다.

주한미군 범죄의 수사 및 재판, 형집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형사관할권이 완전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미군기지 공여 및 운용, 반환에 대한 합리적인 규정이 마련되어야 하며, 오염자의 환경 정화 비용 부담 원칙도 명확히 담아야 합니다.

통행, 통관, 검역 관련 특혜를 폐지하여 주한미군 및 무기. 물자의 입 출입을 규제하고, 보건, 방역 주권을 제대로 실현해야 하며, 미군 부대 내 한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인권도 보장되는 방향에서 한미 SOFA가 전면 개정되어야 합니다.

이 땅을 미군의 군사기지로 동원하는 기지 건설, 확장을 중단해야 합니다.

오롯이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정책에 따라 제주 해군기지와 성주의 사드 기지가 건설되었습니다. 군산과 제주에서 추진되고 있는 신공항 확장과 건설, 부산과 진해, 평택 등 주한미군 기지 곳곳에서 설치, 운용되고 있는 세균실험실 역시 미군의 군사적 목적에 따른 전쟁 시설물입니다. 이 땅을 미군의 군사기지, 사실상의 전쟁기지로 내어주는 기지 및 시설 건설과 확장은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역사를 바꾸는 것은 행동하는 시민, 민중의 힘입니다.

미국 중심의 패권 정책, 주권과 평화를 훼손하는 동맹 정책을 우리의 국익이라 호도하는 거짓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합니다.

이 땅을 미국의 군사기지로 동원하는 한미동맹, 주한미군에게 환경,보건,사법주권 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불평등한 한미관계는 전면 재조정되어야 마땅합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시민과 민중의 힘으로 불평등한 한미관계, 대결적인 동맹정책을 바꿔냅시다!

전국 곳곳에서 주권과 평화의 촛불을 피워 올립시다!

2022년 6월 11일

효순미선 20주기 촛불정신 계승 6.11평화대회 참가자 일동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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