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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코로나, 치명률 0.0016%로 낮은 이유?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승인 2022.06.20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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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조선)이 코로나 비상 방역을 실시한 지 2개월 만에 대유행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며 방역단계를 낮추고 있다.

지난 4월 말 첫 코로나(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나온 이후 20일 현재 북의 누적 유열자 수는 463만여 명이고, 이중 완치자가 460만여 명, 3만여 명이 격리치료 중이며 73명이 사망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세계적 치명률이 0.5%인데 비해 북은 계절독감 치명률 0.05%보다도 낮은 고작 0.001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 통일연구원

확진자 대신 ‘유열자’?

북의 코로나 치명률이 낮은 이유는 확진자가 아닌 유열자 기준 사망자를 계산했기 때문이다.

북은 몸에 열이 나면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간주해 격리치료에 들어간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격리 후에 일부에만 실시한다.

북이 PCR 검사를 먼저 하지 않고 격리치료부터 하는 이유는 PCR 검사에 대한 신뢰도 문제도 있지만, 검사 과정이나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중에 2차 감염 및 위중증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선치료 후검사’ 시스템

치명률이 낮은 또 다른 이유는 ‘신속검사’보다 ‘신속치료’를 더 우선하기 때문이다.

북은 빠른 치료를 위해 감염자가 있는 지역을 통째로 봉쇄한 후 가가호호 방문을 통해 발열 검사를 실시하고, 유열자는 즉시 격리치료에 들어가게 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 감염자와의 1차 접촉 사실을 통보받는 시간, 증상이 나타나면 진단 키트를 사러 약국에 가는 시간, 그리고 자가 진단으로 코로나 감염 사실을 확인한 후 PCR검사를 위해 검역소에 가는 시간과 절차 등을 없애 코로나 방역의 핵심인 빠른 치료를 보장했다.

 

특히 규율성이 가장 높은 군인들이 격리 중인 유열자에 의약품과 도시락 등 생활필수품을 배달하는 택배노동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격리치료 중 외출로 인한 2차 감염을 막았다.

이처럼 코로나 감염 사실을 환자가 신고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부 주도의 ‘찾아가는 치료’를 통해 치명률을 대폭 낮출 수 있었다.

▲ 자료 통일연구원

통계를 보아도 북이 첫 코로나 감염자 확정 직후 ‘국가 최대비상방역체계’에 들어간 5일 후부터는 사망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치료만 제때 실시하면 예방접종 없이도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고려의학’ 효능 입증

방역이 빠르게 안정되고 치명률이 낮은 또 다른 이유는 주치의 제도와 무상의료 등 북의 찾아가는 의료서비스 체계가 잘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1956년부터 실시된 고려의학과 결합된 북의 의료체계는 중앙병원에서 리·동의 1차 진료소까지 연결돼 있다. 리·동 진료소는 또 구역 담당제(호담당 주치의제)에 의해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마을과 공장 등에 배치된 주치의가 오랜 기간 한 지역에 근무하면서, 관할 구역 내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나 노약자 등의 상태, 그리고 지역주민의 체질 등을 비교적 정확히 판단하고 있다. 이런 주치의 제도는 보건 위기 상황에서 치명률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려의학은 의약품 생산에서 보건성이 허가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체질에 맞는 제약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이번 코로나 대응 때도 해열제를 비롯해 기침, 목 아픔 등을 치료하는 다양한 약재가 보급전파 되었다.

북은 지난 10일 조선로동당 전원회의에서 “국가방역사업이 돌발적인 중대 고비를 거쳐 봉쇄 위주의 방역에서 봉쇄와 박멸 투쟁을 병행하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라며, 격리치료 중인 마지막 3만여 명의 완쾌도 자력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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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서방의 '선택적 분노'…미국에도 전쟁 범죄자 널려 있잖나"

[해외 시각] 촘스키 <톰디스패치> 인터뷰 (하)

박인규 편집인(=번역·정리)  |  기사입력 2022.06.21. 07:45:07
 

'미국의 양심' 노엄 촘스키의 우크라이나전쟁 관련 인터뷰를 두 차례로 나누어 싣는다.

촘스키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범죄라고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이번 전쟁으로 유럽이 미국에 완전 종속하게 된 사실에 매우 큰 유감을 표시한다. 독자적 제3세력으로서의 유럽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촘스키는 침공 직전, 푸틴이 마크롱의 제의를 받아들여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했더라면 드골과 고르바초프 등이 지향했던 유라시아 공동 안보('대서양에서 우랄까지' 또는 '리스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가 가능했고 이에 따라 세계 평화가 달성됐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촘스키는 우크라이나 주권 수호가 아닌 러시아 약화에만 초점을 맞춘 미국 등 서방의 강경 전략을 비판하면서 이번 전쟁은 외교에 의해서만 종식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후반부에서 촘스키는 넉 달이 돼가도록 우크라이나를 제압하지 못한 러시아가 어떻게 유럽 전체를 무력 정복할 수 있겠느냐면서 러시아의 군사 위협을 이유로 군사력 증강에 나선 나토의 이중적 행태를 비판한다. 그는 이러한 모순적 행태가 일찍이 조지 오웰이 소설 <1984>에서 지적한 이중사고(double think)에 해당된다면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란 서방이 날조한 허구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그는 이러한 이중사고가 미국의 대외전략이 군사화된 1950년 NSC-68 이래의 유구한 전통이며, 미국은 실재하지도 않는 외부의 군사적 위협을 빌미로 지속적 군사력 증강을 추구하면서 미국 자체는 물론 지구촌 전체의 인간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인터뷰는 지난 5월 12일 독립언론인 데이비드 바사미안(David Barsamian)과의 방송 인터뷰(Alternative Radio)를 바탕으로 요약, 작성된 것으로 <톰디스패치> 6월 16일자에 "Welcome to Science-Fiction Planet : How George Orwell's Double Think Became the Way of the World)"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편집자 

☞노엄 촘스키 인터뷰 1편 바로가기 

▲노엄 촘스키 미국 MIT 명예교수 ⓒAFP=연합뉴스
 

데이비드 바사미안(이하 바사미안) : 서방 언론, 그리고 미국/유럽의 정치인들은 러시아의 잔인함, 전쟁범죄, 집단학살 등에 대해 엄청난 도덕적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이런 잔인함은 모든 전쟁에서 일어나게 돼있다. 하지만 서방의 이러한 분노는 좀 선택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나? 

노엄 촘스키(이하 촘스키) : 도덕적 분노가 표출되고 있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 하지만 남반구(Global South) 사람들은 서방의 도덕적 분노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물론 그들 역시 전쟁을 규탄한다. 이번 전쟁은 비난 받아 마땅한 침략행위다. 그러나 서방의 분노에 대해 남반구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들 뭐라는 거야? 이런 행위는 당신들이 그동안 계속해왔던 짓이잖아' 

예컨대 뉴욕타임스가 자랑하는 '위대한 사상가' 토마스 프리드먼의 칼럼을 읽어보았는가? 2주 전쯤의 칼럼에서 그는 절망의 탄식을 내뱉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우리가 뭘 할 수 있지? 어떻게 전쟁범죄자와 함께 한 하늘 아래 살 수 있겠는가? 러시아의 푸틴, 히틀러 이래 이런 전쟁범죄자는 없었다.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문명화된 세계에 푸틴 같은 전범이 나타날 것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남반구 사람들이 이런 탄식을 듣는다면, 아마도 웃음을 터뜨리거나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 미국에는 이런 전쟁범죄자들이 도처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미국 사람들은 전범을 어떻게 대접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 작년 9월은 미국의 아프간 침공 20주년이었다. 그 전쟁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unprovoked) 침략 행위였다. 세계 여론도 강력히 반대했다. 이 전쟁을 주도한 조지 W. 부시는 1년 반 후에는 유엔 승인 없이 세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도 침공했다. 그러니까 그는 중대한 전쟁범죄자다. 그런 전쟁범죄자를 아프간 침공 20주년을 맞아 워싱턴포스트가 인터뷰했다. 정치, 국제 섹션이 아니라 스타일 섹션에 실린 이 인터뷰에서 부시는 손자들과 놀아주는 사랑스럽고 너그러운 할아버지, 농담을 던지고, 자신과 만난 유명 인사들의 초상화를(자신이 그린) 보여주는 멋진 인물로 묘사했다. 아름답고 다정한 분위기 속에서.

그러니까 우리는 전쟁범죄자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잘 알고 있는 셈이다. 토마스 프리드먼이 틀렸다. 미국은 전범들을 아주 잘 대접하고 있다. 

20세기의 또 다른 주요 전범, 헨리 키신저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그를 정중하게 모실 뿐만 아니라 어마어마한 경의를 품고 대한다. 이 자는 베트남전쟁 당시 전쟁 당사국이 아닌 캄보디아에 대해 "보이는 것은 모두, 움직이는 것은 모두 폭격하라"며 비밀 공습을 지시한 인물이다.(1970년 이후 닉슨 행정부는 캄보디아 접경의 베트콩 비밀 병참 통로인 호치민 루트를 파괴할 목적으로 의회 동의 없이 지속적 공습을 단행했다. 이 비밀 폭격으로 캄보디아 농민 수십만 명이 사망했고, 이후 킬링필드의 주역인 크메르 루주 집권의 단초가 됐다. 당시 앤서니 레이크 등 국무부 중간 관리들이 비밀 폭격에 항의해 집단 사직했다) 

우리는 캄보디아 비밀 폭격의 정확한 진상을 모른다. 우리 자신의 전쟁범죄에 대해 진상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가인 테일러 오웬과 벤 키어난의 뛰어난 연구서가 미국의 전쟁범죄를 낱낱이 기록하고 있다. 그뿐인가. 1973년에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칠레의 아옌데 사회주의 정권을 군사쿠데타로 무너뜨리고 이 나라를 사악한 군사독재 하에 고통 받게 했다. 이 역시 키신저가 주도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전범들을 어떻게 대접해야 할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토마스 프리드먼은 (러시아의 전쟁 범죄인) 우크라이나 외에 (미국이 저지른) 다른 무수한 전쟁범죄에 대해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러한 미국인의 정신 구조를 표현하려면 '선택적'이란 말로는 부족하다. '놀라 자빠질 정도(beyond astonishing)'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어쨌든 전쟁범죄에 대한 도덕적 분노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비록 남이 저지른 전쟁범죄이지만 이에 대해 미국인들이 마침내 분노하기 시작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바사미안 :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다. 우선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 군대가 무능하고 미숙하다는 게 드러났다. 병사들의 사기는 낮고, 지휘관들의 능력도 별로다. 러시아 경제 규모도 이탈리아나 스페인과 비슷한 정도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거대한 군사 세력으로, 유럽 전체를 집어삼킬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은 더 많은 무기를 생산해야 하고, 나토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서로 모순되는 생각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데? 

촘스키 : 그것은 서방 전체의 표준적인 사고방식이다. 최근 나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 긴 인터뷰를 가졌다. 그 인터뷰에서 나는 스웨덴 지도자들에게 방금 당신이 말한, 두 가지 양립할 수 없는 생각의 공존에 관해 이야기했다. 하나는 러시아가 종이호랑이라는 사실에 그들은 고소해 하고 있다. 러시아 군은 고작 시민군이 방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그것도 국경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에 있는 도시도 점령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완전히 무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른 생각은, 러시아가 서방을 정복하고 파괴하려 한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런 모순적 사고방식을 조지 오웰은 이중사고(double think)라고 명명했다. 자신의 마음속에 서로 다른 생각들을 갖고 있으면서 둘 다를 믿을 수 있는 희한한 능력이다. 오웰은 소설 <1984>에서 이 같은 이중사고가 고도의 전체주의 국가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자유로운 민주사회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지금 당장 그 극적인 사례를 보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이러한 이중사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컨대 이중사고는 냉전적 사고방식의 가장 전형적 사례이다. 냉전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서인 1950년의 NSC-68(국가안보회의 문서-68)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문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미 당시 유럽의 군사력만으로도(즉 미국을 제외하고도) 소련과 대적할 수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렇지만 NSC-68의 결론은 소련의 세계 군사 정복 음모에 맞서려면 미국/유럽의 군사력을 대대적으로 증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는 정책담당자들의 의도적인 접근방식이었다. 문서 작성자의 하나인 딘 애치슨은 훗날, 정부 내 집단지성에 충격을 주어 (대대적 군비 증강이라는) 의도된 정책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진실보다도 더 명확해야(clearer than truth)" 필요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미국은 대규모 군사비 증액으로 대대적 군비 증강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정부 내 인사들에게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소련이라는 노예 국가가 세계를 군사 정복하려 한다는 "진실보다도 더 명확한"허구를 날조해야만 했던 것이다. 뭐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다. 지금 우리는 이런 사례가 매우 극적으로 재현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당신의 지적은 전적으로 옳다. 서방은 이중사고에 물들어 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바사미안 : (봉쇄 전략의 창시자인) 조지 케난이 1997년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나토 동진의위험성을 일찌감치 지적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닌가. 

촘스키 : 케난은 NSC-68에도 반대했던 인물이다. 그는 1947년 국무부 정책기획단 창설 때부터 단장을 맡아 왔지만, 이 반대 때문에 애치슨에 의해 쫓겨났고 폴 니츠가 그 뒤를 이어 NSC-68을 완성했다. 케난은 너무나 유약한 인물로 평가된 것이다. 사실 케난은 매파였고, 과격한 반공주의자였으며, 세계 속의 미국의 역할에 대해 매우 냉혹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소련과의 군사 대결은 터무니없다고 생각했고, 이 때문에 쫓겨나게 된 것이다.

케난은 소련이 궁극적으로 내부 모순에 의해 붕괴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결국 그의 예상은 정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요한 것은 그가 미국 정책담당자들 사이에서 비둘기파로 인식됐다는 점이다. 1952년 그는 동서독을 나토 군사동맹 외부에서 통일시키는 방안을 지지했다. 이는 사실 스탈린의 제안이었고, 당시 케난은 주소련 미국 대사였다.

즉 독일의 중립화 통일 방안은 스탈린도 케난도 지지했던 방안이었던 셈이다. 당시 몇몇 유럽 국가들은 이를 지지했다. 중립화된 독일, 어느 군사진영에도 속하지 않고 군사화를 포기한 독일이라는 이 방안이 현실화됐다면 냉전은 끝났을 것이다. 물론 워싱턴은 이 방안을 철저히 무시했다. 

당시 제임스 와버그라는 저명한 대외정책 전문가가 이 문제에 관해 쓴 책이 있다. 읽어볼 가치가 있다. <독일 : 평화로의 열쇠(Germany : Key to Peace)>>라는 이 책에서 그는 이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그는 무시되고, 묵살됐으며, 조롱을 당했다. 나도 이 책을 몇 차례 거론했는데, 나 역시 미친 놈 취급을 받았다. '스탈린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소련 외교문서들이 기밀 해제돼 공개되면서 스탈린의 제안이 진지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멜빈 레플러 등 냉전 시대를 연구한 주요 역사가들에 따르면 1950년을 전후해 동서 대결을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진정한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는 미국이 주도한 군사화, 군사 예산의 대대적 팽창에 의해 무산됐다.

자, 그럼 케네디 행정부 때는 어땠을까, 케네디가 백악관에 들어왔을 때(1961년 1월) , 당시 소련 지도자 흐류쇼프가 매우 중요한 제안을 했다. 양국의 공격용 무기를 대폭 감축해서 군사 긴장을 해소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의 군사력은 소련을 훨씬 압도했다. 흐류쇼프는 자국의 경제 개발을 원했다. 그런데 소련보다 훨씬 부유한 미국을 상대로 군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불가능한 과제였다. 사실 흐류쇼프는 아이젠하워에게도 같은 제안을 했지만 묵살됐다. 반면 케네디 행정부는 평화 시 최대의 군비 증강으로 응답했다. 이미 당시에도 미국의 군사력이 훨씬 우세했는데도 말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미사일 갭"이라는 신화를 창조했다. 소련이 미사일 전력의 압도적 우세를 앞세워 미국을 파멸시키려 한다는 것이었다. 얼마 안 있어 미사일 갭의 실체가 밝혀졌는데, 미국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것이었다. 1960년대 초, 미국이 수백기의 미사일을 보유한 반면 소련이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미사일은 단 4기에 불과했다.

이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미국의 정책담당자들에게 일반 국민의 안보는 안중에 없다. 특권계층과 부자들, 대기업과 무기제조업자들의 안보만 있을 뿐, 나머지 일반 국민의 안보는 관심 밖이다. 이중사고는 언제나 작동되고 있다. 어떤 때는 의도적으로, 어떤 때는 무의식으로 작동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것이 오웰이 묘사한 자유사회에서의 고도 전체주의의 모습이다. 

바사미안 : 독립언론 <트루스아웃(Truthout)>에 아이젠하워의 1953년 연설 "철의 십자가(Cross of Iron)"를 언급했던데, 이 연설에 주목할 만한 내용이 있나? 

촘스키 : 이 연설은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이 연설은 아이젠하워가 대통령 취임 직후 한 것인데, 그의 연설 중 최고다. 기본적으로 그가 말하고자 한 것은 군사화란 우리 사회에 대한 엄청난 파괴행위라는 것이다. 그는 그 실상을 아주 설득력 있게 전하고 있다. 예컨대 전투기 한 대를 만들려면 수많은 학교와 병원의 건설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군사비를 늘리면 늘릴수록, 우리는 우리들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젠하워는 군사비 증액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군사비 삭감을 촉구했다. 사실 아이젠하워를 평화의 사도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점에서만은 문제의 근원을 제대로 짚었다. 그의 연설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새겨져야만 한다. 그런데, 최근 바이든은 국방비의 대폭 증액을 요구했고, 의회는 대통령의 요구보다 더 많은 국방비를 배정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 대한 엄청난 파괴 행위다. 아이젠하워가 이미 수십년 전에 정확히 그 점을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는 어떤 이유로 국방비 대폭 증액을 정당화하는 것일까? (러시아라는) 종이호랑이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수 킬로미터도 전진하지 못할 정도로 군사적 약체인 러시아로부터 말이다. 미국 정부는 범죄적 군사비 증액을 통해 우리 자신에 위해를 가하고,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며, 기후위기 등 심각한 지구적 위기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엄청난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다른 한편 우리는 국민들의 혈세를 화석연료 업체들에 퍼부어주면서 이들이 최대한 빨리 세계를 망가뜨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이 계속되면서 화석연료 생산과 국방비는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이런 범죄적 상황이 즐거운 사람들도 있다. 록히드마틴과 엑손모빌과 같은 무기제조업체와 석유업체 간부들은 지금 환호작약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은 그들에게 노다지나 다름없다. 게다가 그들은 조국을 지킨다는 칭찬까지 받고 있다. 지구 생명들의 존속 가능성을 파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구 문명을 지키고 있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남반구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 만약 외계인이 있어 이들이 현재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본다면 이들은 지구인들이 완전히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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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는 긴축의 망령을 되살릴 셈인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6/21 09:26
  • 수정일
    2022/06/21 09:2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나원준의 경제비평] 새정부는 긴축의 망령을 되살릴 셈인가

윤석열 정권과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은 오늘 다시 작은 정부를 이야기한다. 국가를 악, 시장을 선으로 놓고 대립시킨다. 그러나 일찍이 칼 폴라니가 밝힌 바와 같이 시장은 국가의 도움 없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시장은 중앙집권적 권력에 의해 먼저 국가 단위로 창출되고 조직되고 관리되어 왔다. 역사적으로 국가는 사회의 여러 제도와 더불어 시장이라는 특수한 제도를 형성시키는 조성자의 역할을 맡았다. 시장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기능할 수 있도록 규제자의 역할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시장을 나누는 이분법은 오늘날 경제학자들 사이에 만연해 있다. 케인스주의가 퇴조하고 신자유주의가 득세한 이래 그런 경향은 더욱 굳어졌다. 경제학계에서 주류적 지위를 꿰찬 극우 담론은 반복된 금융위기와 시민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거부한다.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윤석열 정부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시장원리주의에 입각해 국가의 공적 책임을 부인한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강조와 민영화 지향이 그 귀결이다. 우리가 ‘긴축’이라고 이름 부르는 것들이다.

건전재정과 민영화의 긴축정책은 국가의 공적 책임을 저버리는 것

그러나 긴축정책은 경제적 실패를 부르는 잘못된 선택이기 쉽다. 국가채무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지출을 삭감하는 결정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대개 경제에 무익하다. 긴축은 성장도 분배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특히 한국경제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지 않으면 자칫 성장 역량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리들의 미래를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 요인인 불평등과 양극화, 인구구조 변화와 같은 문제는 복지국가를 강화하고 분배를 개선하는 꾸준한 노력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그런데도 새정부는 당장 재정운영의 기조를 적극재정으로부터 건전재정으로 바꾼다면서 재정준칙부터 들먹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경기도 성남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을 하던 중 잠시 참석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2.06.16. ⓒ뉴시스


재정준칙은 성장도 분배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기실 국가채무나 재정적자 자체가 문제인 경우는 드물다. 거꾸로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가 문제다. 재정준칙은 나라 빚이 늘면 경제성과가 나빠진다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잘못된 교리에 입각해 있다. 그러나 공정하게 평가하자면 국가채무나 재정적자는 경제성과를 결정하는 원인이기보다는 경제성과에 따른 결과에 가깝다. 재정준칙은 공공지출이 경제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고 경제의 동태적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낡고 단선적인 사고방식의 산물이다. 긴축은 가장 취약한 계층부터 무너뜨리기 마련인데 그런 사실을 외면하는 재정준칙은 차별적이고 배제적인 관점을 내포한 것이기도 하다.

정작 문제는 국가가 재정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가이다. 국가의 재정이 얼마나 생산적으로 얼마나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게 쓰이는지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공공부문이 산업전환의 적극적 주체로서 사회적 가치의 실현에 기여하려는 방향성을 분명히 하는 편이 옳다. 우리는 머지않은 미래에 기술과 생산조직에 큰 변화를 목도하게 될 것이다. 국가는 그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조정하면서 변화되는 산업 환경에 노동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두터운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신기술과 직무교육에 대한 공공투자가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직무전환에 소요되는 사회적 갈등 비용도 관리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고용안전망과 복지제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혁신이 가능하고 그래야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그래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고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 늘어난 세입으로 국가채무 부담도 관리할 수 있다.

공공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깎아주면 민간투자가 늘 것이라는 헛소리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은 또 정부지출이 늘면 민간투자가 줄어든다고도 주장한다. 공공투자가 민간투자를 몰아낸다고 한다.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경제학 교과서들은 예외 없이 그렇게 설명한다. 각종 입사시험과 자격시험에 응시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그 생각을 기계처럼 주입받는다. 하지만 그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기업이 어떤 분야에 얼마나 투자할지 결정할 때에는 무엇보다도 미래 성장 기회를 따진다. 그런데 기업의 미래 성장 기회가 저절로 하늘에서 떨어지지는 않는다. 때로는 경제학자 마리아나 마추카토의 설명처럼 정부가 기업에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의 기반 투자가 기업의 미래 기회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공공지출이 민간투자를 몰아내기는커녕 실은 정반대다. 공공투자는 민간투자가 가능한 분야를 창출하고 민간투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준다. 역사적으로 공공지출은 경제의 장기적 진화에 있어 방향타 역할을 맡기도 했다. 국가의 재정 활동이 장기적으로 경제의 생산 능력에 영향을 미쳐온 셈이다.

그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마치 세금을 깎아주면 기업이 투자를 알아서 늘릴 것처럼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기업은 언제든 투자하려고 애쓰는데 세금이 일종의 장벽이 되고 있는 양 거짓말을 한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게 새정부가 밀어붙이니 부자들만, 기업들만 좋아라 한다. 그런데 그게 끝이다. 공공투자가 줄면서 미래 성장 기회를 보기 어려워진 기업이 세금을 덜 낸다고 투자할 리 없어서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6.16. ⓒ뉴시스

민영화의 덫

긴축은 국가의 활동을 위축시킨다. 그 과정에서 공공서비스의 공급도 줄어든다. 경제가 더 성장하고 더 고르게 부를 분배할 기회가 포기되고 만다. 긴축의 한 형태인 민영화는 공공부문이 원래부터 비효율적이라는 통념에 근거해 있다. 그래서 공공부문 사무라도 민간에 맡기는 편이 낫다고 주장된다. 그렇게 점점 더 많은 공공서비스가 기업 영리 활동의 대상으로 변해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공공부문 스스로도 민간 기업처럼 활동해야 한다는 선동이 이미 널리 퍼져 있다. 공공기관 평가를 위한 잣대로 공공성보다 효율성 기준이 우선시된다. 윤석열 정부는 한술 더 떠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까지 집중 관리하겠노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환상으로부터 벗어날 때도 됐다. 마추카토가 저서 <가치의 모든 것>에서 지적했듯이 공공서비스를 민간에 아웃소싱하는 시장부터 이미 독과점 상태다. 독과점 시장에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그 점은 가장 기초적인 경제 원리에 속한다. 최소 마진을 보장받아야 하는 민간 기업 특성상 아웃소싱이 늘어나면서 공공서비스의 공급 가격이 오르고 공급량이 줄어드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결국 피해는 사회 전체가 입는다. 점점 더 많은 공공서비스가 민간 사업자의 수익 기회로 전락하면서 경쟁을 빙자한 착취와 노동권 침해는 일상이 되어간다. 민간 사업자의 지대 추구 경향도 뚜렷해진다. 예산을 어떻게든 최소화하려는 정부를 대신해 민간 사업자가 공공사업에 자본을 댄다. 민자 사업으로 개발된 기반 시설은 소수 사업자들이 과도한 특혜를 누리는 수단이 된다. 정부는 사업자들의 최소수익을 보장해준다. 그러다 보니 공공부문이 직접 지출했더라면 들었을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을 민간의 독점 사업자에게 가져다 바치는 결과도 비일비재하게 된다.

신자유주의 정치는 사회를 뿌리부터 공격한다

<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의 저자 마크 블라이스가 언급했듯,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긴축정책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민주주의 가치를 근저에서부터 흔든다. 긴축정책의 효과는 비대칭적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유독 가혹하다. 저소득층일수록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에 더 많이 의존하기 때문이다. 소득과 재산이 적으면 긴축정책이 초래하는 다양한 부정적 충격을 견뎌낼 여력도 부족하기 마련이다.

양극화되고 파편화된 사회일수록 빈곤층이 가난을 못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양극화된 경제에서 늘어나는 것은 민간부채이고 줄어드는 것은 성장률 수치다. 문제를 완화하려면 분배를 개선시킬 정치가 필요하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통해 그와 같은 정치를 표방했다. 불과 한두 해 만에 약속을 포기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새정부는 아예 대놓고 분배를 악화시키는 정치를 하려는 것만 같다. 양극화가 더 심해지면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가치가 토대부터 흔들릴 수 있다. 한때 마가렛 대처는 사회 같은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회를 없애는 것은 바로 대처 식의 나쁜 신자유주의 정치다.

긴축과 감세는 미래 세대를 포기하는 최악의 정책 조합

한편 보수정치의 긴축정책은 감세, 특히 부자 감세, 기업 감세를 동반하는 일이 잦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 세금을 깎아주는 것만큼 앞뒤가 안 맞는 모순도 없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자들은 그런 것을 따지지 않는다. 어차피 지출을 억제해 복지국가를 약화시키면서 최고 소득층과 자산가들, 독점자본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그들 지배계급의 숙원사항 아니었던가. 그들은 재정건전성이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국가의 공적 역할이 최소화되면 미래 세대도 피해를 입는다. 감세와 긴축의 기막힌 조합은 미래 세대를 포기하는 최악의 정책 조합이다. 윤석열 정부의 정치가 지금 딱 그렇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12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입구에서 화물연대 부산지부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2022.06.12. ⓒ뉴시스


긴축에 맞설 대담한 노동의 정치가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긴축이 경제적 성공에 도움이 되었던 사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축은 현실 정치에서 중심 정책 의제로 반복적으로 등장해 왔다. 블라이스가 강조했던 것처럼 어쩌면 아무리 틀린 생각이라도 기득권 세력한테 유리한 이데올로기로 활용되고 있기에 그럴 수 있는지도 모른다. 긴축정책은 자산계급을 위해 복무하는 보수정치가 복지국가를 공격하는 무기가 아니었던가.

답답하게도 때로는 진실이 허위를 못 이긴다.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진 기득권 세력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적어도 당분간은 거짓도 진실로 둔갑시킬 수 있다. 오늘 한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윤석열 정부의 무책임한 반동의 정치, 긴축의 정치가 진실을 가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어찌할 것인가. 필자는 지금은 평등, 민주주의, 지속가능성과 같은 우리 사회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긴축에 반대하는 시민적 실천이 준비되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는 보다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한국경제의 성장경로 상에 뚜렷한 변곡점들을 만들어가는 근본적인 사회개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 기획을 5년 후로 미뤄두고 손 놓고 있을 것인가. 가난하고 소외된 민중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언제나 조직된 노동의 힘뿐이었다. 다른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극우세력의 긴축과 민영화 공세에 맞설 용기 있고 대담한 노동의 정치, 우리에게는 바로 그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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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자율주행 현실화? 세계 최고 웨이모가 겪은 수모

[강인규리포트] 완전자율주행차의 꿈, 현실, 기만①

22.06.21 05:50최종 업데이트 22.06.21 05:50
 

▲ 진모빌리티와 현대차가 마련한 '4단계 자율주행차' 시범주행 행사.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탑승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한국에서 최근 자율주행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6월 9일에는 서울에서 진모빌리티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자율주행 로보라이드' 시범 행사가 열렸습니다. 주최 측은 보도 자료를 통해, "도심 주행에 최적화 된 자율주행 레벨4 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레벨 4'란 미 자동차공학회(SAE)가 제안한 0-6 단계 가운데 하나인 '고도 운전 자동화(High Driving Automation)' 단계를 말합니다. 완전자율주행 전 단계로, 일부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는 자동차가 모든 과정을 스스로 파악해서 운전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9일 열렸던 '로보라이드' 행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이 차로 강남 일대를 20여 분간 돌아봤습니다. 흥미롭게도, 주최 측, 참석한 정치인들, 언론 매체 모두 자율주행차가 '강남'을 달렸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강남의 '한복판'을 자율주행차가 차선을 바꾸고, 좌회전도 하면서 스스로 달렸다며 감탄했습니다.

운전석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문 교육을 받은 기사가 앉아 있었지만, 주행 중 개입은 최소한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강조됐습니다. 이르면 8월에 일반인도 자율주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거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행사 다음 날인 10일에는 현대 아이오닉5 기반의 '4단계 자율주행 택시'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 모셔널이 2023년 공개할 예정인 로보택시. ⓒ Motional

 
2023년 미국에서 공개될 로보택시는 현대 자동차와 기술업체 '앱티브(Aptiv)'가 합작투자해 미국에 설립한 자율주행 전문회사 '모셔녈(Motional)'의 공동 프로젝트입니다. 현대차가 자동차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모셔널이 자율주행 장치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 택시로 고객을 운송하는 사업은 승차공유 회사인 리프트가 맡게 됩니다.

두 가지 뉴스에 모두 현대차가 등장하지만, 서울에서 열린 시범 운행에는 현대차가 자체 개발 중인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이 행사를 보도한 와이티엔(YTN)은 다음과 같은 선언으로 뉴스를 마쳤습니다. "오는 2023년엔 강남 전역인 76킬로미터에서 운행이 가능할 전망으로,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시대에 성큼 다가섰습니다."

현대차는 한층 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내년 상반기에 서울 도심에서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겠다는 것입니다. 이제 드디어 자율주행 시대가 활짝 열리는 것일까요?

자율주행차 앞에 놓인 거대한 장애물

저 역시 '자율주행차 상용시대'가 '성큼' 다가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자율주행차의 앞길은 멀고 험난할 것입니다. 움직이는 자동차는 언제든 '2톤짜리 흉기'로 돌변할 수 있으며, 자율주행의 기술적 문제를 극복하는 것은 아직 요원하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은 수동운전보다 안전한 주행을 목표로 하지만, 사람을 넘어서기는커녕, 사람 수준에 도달하는 것조차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기사: 자율주행차,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http://omn.kr/1vftg)
 

▲ 2019년에 일론 머스크는 '2020년 말까지 백만 대의 로보택시를 갖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 트위터

 
일부는 현대차가 선보인 '로보라이드'가 3단계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4단계 자율주행과 달리, 3단계는 '제한된 상황에서만 스스로 운행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합니다. 앞의 행사가 강남에서 열린 이유는 사용된 자율주행차가 강남 일부 구간에서만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신호등을 시각적으로 파악하는 기술이 완전하지 않은 탓에, 교차로 130여 곳에 신호 변경 정보를 자율주행차에 발신하는 장치가 별도로 설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3단계냐 4단계냐를 따지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2단계로 평가받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나 자칭 '완전자율주행(FSD)'부터, 가장 진보했다는 '웨이모 원' 4단계 기술까지 공통적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글에서 웨이모 자율주행 기술의 문제점을 꼼꼼히 살펴보려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기술의 오류를 들여다보면서, 현 자율주행 기술이 지닌 근본적 문제를 지적해 보겠습니다. 이는 미완의 자율주행 기술과 마주하게 된 시민들의 안전을 도모하고, 개발자들이 자율주행 시스템을 보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작년 1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범운행 중이던 웨이모의 자율주행 택시가 보행자를 들이받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구급차와 소방차가 출동했고, 피해자는 현장에서 치료를 받은 후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사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웨이모 측은 "보행자와 접촉할 시 차는 수동 운전 중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왜 '예외적 상황 이외에 스스로 작동하는' 4단계 자율주행차를 수동으로 운행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차가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급히 수동으로 전환한 후 사고가 발생해도 '수동운전'으로 분류됩니다.
 

▲ 2021년 1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범운행 중이던 웨이모의 로보택시가 보행자를 들이받은 사고가 발생했다. 회사 측은 자동차가 "수동운행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같은 해 6월, 웨이모의 다른 자율주행차가 킥보드를 타고 가던 시민을 추돌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해명은 동일했다. ⓒ KWillets/Reddit

 

▲ 2021년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웨이모의 추돌사고.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자율주행 기술이라 해도, 언제든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 ⓒ Tom Simonite

 
같은 해 여름, 애리조나 주의 챈들러 시에서도 소동이 있었습니다. 이곳은 웨이모가 '기사 없는 택시'인 웨이모 원 서비스를 해 온 4개 도시 중 하나입니다. 인구 25만의 도시에, 도로는 넓되 보행자들이 적고, 무엇보다 자율주행차의 천적인 눈과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지역입니다.

조엘 존슨은 이곳에 사는 청년으로, 웨이모 승차 경험을 비디오로 찍어 올리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습니다. 조엘은 그날도 웨이모 택시를 불러 탄 뒤 영상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차가 좁은 길을 지나 큰 도로로 연결되는 삼거리 방향으로 나아가더니, 교차로 앞에 정지했습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차에 설치된 모니터를 보면 차가 우회전해야 하는데, 진입할 도로를 따라 드문드문 놓인 공사용 삼각뿔이 시스템을 교란시킨 듯했습니다.

얼마 뒤 문제를 파악한 웨이모의 직원이 원격 시스템으로 연락을 해 왔습니다. 원격 지원팀은 자율주행차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오류를 일으키는 경우, 시스템에 개입해 차가 나아갈 방향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비록 운전석은 비어 있으나, 시스템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면서 즉각 개입하게 돼 있는 것이지요. 2023년 라스베이거스에서 공개될 아이오닉 로보택시에도 이런 원격 보조 시스템이 탑재돼 있습니다.

현대차가 자체개발한 자율주행 역시 관제 시스템을 통해 차의 주행 상태와 경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면서, 공사 구간이나 어린이 보호구역 등에서 차로 변경 등을 원격으로 통제하게 돼 있습니다. 초기에 사람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던 자율주행이 진보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사람의 판단과 개입을 핵심요소로 삼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 현대차가 개발 중인 로보택시. 관제시스템을 통해 주행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필요에 따라 진행 방향이나 차선 변경 등을 원격으로 통제하게 돼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세계 최고 자율주행 기술, 삼각뿔 앞에서 멈추다

문제의 택시는 원격보조로도 통제되지 않았습니다. 차가 계속 정지 상태로 있자, 직원은 "곧 도로지원팀이 도착해 수동으로 운전할 것"이라며 승객에게 양해를 구합니다. 하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도 차가 갑자기 움직여 우회전을 하더니 2차선 도로의 실선을 밟은 채 멈춰 섭니다. 뒤에서 오는 차들이 중앙선을 넘어서서 지나쳐야 했지만, 차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고, 다시 "도로지원팀이 금방 도착한다"는 안내가 떴습니다. 하지만 이제 차는 후진하더니 꽁무니 오른 쪽을 두 삼각뿔 사이에 밀어 넣고는 삐딱하게 멈춰서 추월 차선을 완전히 막아 버렸습니다. 뒤의 차들은 이제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가 곡예주행을 하며 경적을 울려 댔습니다. 승객이 불안한 목소리로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지만, 직원은 미안해하며 "처리 중이니 기다려 달라"고 말할 뿐입니다. 차에 타고 있지 않으니 달리 도와줄 방법도 없습니다.
 

▲ 애리조나주 챈들러에서 운행중인 웨이모의 로보택시 '웨이모 원.' 이 차의 시스템이 도로공사용 원뿔에 의해 교란된 현상은 자율주행 기술이 극복해야 문제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 준다. ⓒ Joel Johnson

 
얼마 뒤 도로공사가 끝났는지, 인부들이 도로 오른 편에 놓였던 삼각뿔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장애물이 모두 사라졌는데도 차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3분쯤 있더니, 핸들이 갑자기 왼쪽으로 돌아갑니다. 좌측으로 추월하는 차가 있는데도 앞으로 전진하더니 다시 고속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제 당황하는 것은 승객만이 아닙니다. 원격 지원을 하던 직원도 당황한 목소리로 "지금 차가 움직이냐"고 묻습니다.

그러게 한참을 달리던 차는 또 다른 삼각뿔이 나타나자 갑자기 주행을 멈춥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도로지원팀이 다가서는 모습이 후면 거울에 보입니다. 여기서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직원이 다가서는 순간 택시가 도망치기라도 하듯 또다시 달리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잠시 후 택시가 정차하고, 뒤쫓아 온 직원이 좌측으로 추월하는 차들을 피해 운전석에 앉기까지 불안한 상황은 계속됐습니다.

이 사태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도 자율주행은 여전히 불안정한 기술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미완의 기술을, 상업적·정치적 홍보를 위해 도로 위에 섣불리 내놔서는 안 됩니다. 자율주행은 무인점포나 비디오추천 알고리즘 따위의 기술과는 다른 차원의 위험을 내포한, 말 그대로 '달리는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웨이모 소동에서 배울 점

시범주행 후 오세훈 시장과 원희룡 장관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오 시장은 "실제로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거의 다를 바 없다"며, "정말 신기하다"고 감탄했습니다. 원 장관은 "스스로 차선 변경을 하고, 끼어드는 차량도 피했다"고 놀라워하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서 안심했다"고 치켜세웠습니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의 공식발언은 주행 중에 한 발언과는 결이 좀 달랐습니다. 오 시장은 차가 좀 거칠게 움직이자 주변을 살피며 "사람이 하는 거 하고는 조금 다른데?"라며 불안감을 내비쳤습니다. 원 장관은 "코너링이라고 그러죠?"라고 묻고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가속했다가 다시 속도를 떨어뜨려야 되는 차선변경이 들어가는 기능인데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살짝 못 미쳤어요."
 

▲ 자율주행차 시승행사에 참여한 오세훈 서울시장. ⓒ 연합뉴스TV

 
매력적인 기술을 자신의 업적으로 삼고 싶은 마음은 어떤 정치인이든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안전입니다. 비상운전자가 탑승해 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자동주행에서 수동으로 전환하는 데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며, 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 즉각 대처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2018년 우버가 자율주행 도중 보행자 사망사고를 냈을 때도 운전자가 탑승해 있었지만, 시스템의 오작동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 말아야겠지만,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책임소재 또한 분명히 해야 합니다. 기업이 기획하고, 국토부가 임시 면허를 내주고, 서울시가 승인한 사업에서 발생한 사고의 책임을 온전히 기사에게 전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고 피해 조치도 일원화해 신속하게 복구와 보상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율주행차의 위험요소가 발견됐을 때 즉시 운행을 멈추도록 행정조치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이런 당연한 조처마저 신속히 집행되지 않는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업체는 주가와 기업이미지 때문에, 정치인은 승인 뒤 숟가락을 얹었기 때문에 은폐와 함구의 유혹에 빠지기 쉽지요.

실제로 테슬라부터 웨이모까지 자율주행 업체들은 사고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테슬라의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대한 비협조는 일상이 된 지 오래고, 웨이모는 자율주행시 발생한 교통사고 정보를 공개하라는 교통당국의 요구에 불응해 소송까지 건 상태입니다.

한 가지 더, 막강한 기술력을 지닌 웨이모의 자율주행차가 한낱 공사용 삼각뿔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자율주행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무엇을 말해 줄까요? 이어지는 글에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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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월북 프레임 뒤집어씌워” 한겨레 “선 넘은 공세”

  • 기자명 박서연 기자 
  •  입력 2022.06.21 07:31
  •  수정 2022.06.21 07:3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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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서울신문, 1면에 대주주 호반과 골프대회 개최 보도
한겨레, 1·4·5면에 민주당 지지층 28명 표적집단 심층면접 기사

21일자 아침신문이 주목한 이슈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아들 이모(19)군은 20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A4 2장짜리 편지를 보냈다. 이군은 “대한민국에서 월북이라는 단어가 갖는 무게를 안다면 정황만으로 한 가족을 묻어버리는 행동은 해서는 안 된다” 등의 내용을 편지에 썼다. 국민의힘은 ‘해수부 공무원 월북 몰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21일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조선 “월북 프레임 씌워” 한겨레 “선 넘은 공세, 진실 멀어져”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 21일자 조선일보와 한겨레 기사와 사설은 상반된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당시 일어난 이 사건을 정부가 섣불리 월북으로 단정했다고 주장했고, 한겨레는 여당이 보수층 결집을 노리기 위해 사건을 재점화시켰다고 주장했다.

▲21일자 조선일보 5면.
▲21일자 아침신문들 1면.

먼저 조선일보는 5면 기사에서 국민의힘이 TF를 만들어 조사를 벌이는 이유에 대해 “당시 정부가 공무원에 대해 도박 빚 부풀리기, 심리 상태 왜곡, 조류(潮流) 조작, 방수복 은폐 등을 과장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라고 명한 뒤 “TF는 3년 전 ‘탈북 어민 강제 북송’도 조사 범위에 넣기로 했다. 당시 북한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동료 살해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귀순 5일 만에 강제 북송했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한겨레는 6면 기사에서 “국민의힘이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 이어 2019년 탈북 선원 북송사건까지 진상규명하겠다며 쟁점 확대에 나섰다. 경제위기와 잇따른 인사 파문,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 탓에 임기 초반임에도 국정 지지도가 50%에 못 미치는 난국을 보수층 결집을 통해 벗어나려는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어 “여당과 대통령실이 대대적으로 전 정권의 대북 문제를 쟁점화하는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취임 초 저조한 국정 동력을 보수층 결집을 통해 끌어올리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 상황 속에서 경제도 난국이다”고 지적했다.

▲21일자 한겨레 6면.

한겨레는 박상병 정치평론가의 입을 빌려 “윤석열 정부가 난국을 돌파할 방법은 지지율을 올리는 수밖에 없는데 북한 문제는 기존 지지층을 강하게 결속시키는 좋은 아이템”이라고 했다. 또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인터뷰해 “문재인 정권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등한시했다고 공격함으로써 전 정부의 기반을 무너뜨려 법적인 책임까지 지우려는 것 아니겠느냐. 김건희 여사 논란 등 대통령실로 쏟아지는 국민적 비판을 돌리려는 의도도 보인다”고도 했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사설 내용도 상반된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서해 공무원 아들의 울부짖음에 문(文) 정권 누구라도 답해야 한다’ 제목의 사설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보면 당시에도 문재인 청와대는 이 사건을 ‘별 것 아닌 일’로 만들려 무진 애를 썼다. 민정수석실은 해경에 ‘자진 월북에 방점을 두고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해경은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수사결과를 내놨다”며 “당시 관할 인천해양경찰청과 상급 기관인 중부지방해양경찰청이 모두 ‘자진 월북’ 단정에 부담을 느껴 발표에 난색을 표했고, 결국 본청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는 해경 관계자의 증언도 나왔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이어 “이씨가 월북을 기도했다면 사건은 이씨의 일탈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정부의 책임도 없어지고, 북한의 잔인무도한 행위가 남북 관계에 미칠 악영향도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며 “정권의 부담을 덜겠다는 계산으로 공무원 이씨에게 월북이라는 프레임을 뒤집어씌웠다고밖에 볼 수 없다. 북으로부터 무단 처형을 당해도 괜찮은 사람으로 몰아 버렸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월북인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하냐고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겨레는 여권의 공세가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둔 여권의 대야 공세가 선을 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풀리지 않은 의문을 해소하고 사건 진상을 밝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쪽도 20일 당시 사건 정황이 담긴 비공개 국회 회의록 공개에 협조할 뜻을 밝힌 터다. 국가 안보적 고려와 법규에 근거해 자료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사실관계를 냉정하게 살필 일에 대대적인 정치 공세만 앞세우는 것은 그 의도를 의심받을 수 있다”고 했다.

▲21일자 조선일보와 한겨레 사설.

월북조작설을 주장하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월북몰이 진상규명 TF’ 단장 하태경 의원 등이 발언을 지적한 뒤, 한겨레는 “너무도 섣부르다. 우리 공무원이 월경 끝에 북한군에 살해당한 비극이 벌어진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명확한 근거도 대지 않은 채 ‘월북몰이’로 전제하고 ‘전 정부 책임’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 공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래서야 여권의 조사 결과가 나온다 해도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여권이 야당 비협조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청와대 보고자료를 열람하지 못해 진상규명이 가로막힌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당시 상황 판단의 근거 자료는 대통령기록물 말고도 군 특수정보(SI)와 사건 직후 국회 국방위와 정보위 보고 자료 등이 있다. 특히 군 특수정보는 국회 보고 자료와 대통령기록물의 원자료다. 이 자료를 공개하든지 여야 합의로 열람하든지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 보호가 국가의 첫째 임무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이 의문을 가지고 계신 것이 있으면 정부가 거기에 대해 소극적 입장을 보이는 것이 문제있지 않느냐’며 ‘그 부분을 한번 잘 검토해보겠다’고 했다”며 “그 말대로 하면 된다. 물론 그에 따른 국가 안보 위해 가능성에 대한 책임 또한 대통령과 여권이 져야 한다. 차분히 무엇이 진상규명의 길인지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신문, 1면에 대주주 호반과 골프대회 개최 기사 보도

21일자 서울신문은 1면에 ‘호반 서울신문 WOMEN’S CLASSIC’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초록빛 잔디를 수놓은 ‘백구의 축제’. 한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줄 필드 위 선수들의 환상적인 샷 대결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온 호반그룹과 118년 최고 역사의 서울신문이 오는 7월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경기 이천시 H1클럽에서 ‘호반 서울신문 위민스 클래식’을 개최한다”고 보도했다.

▲21일자 서울신문 1면.

지난해 호반건설을 1대 주주로 맞이한 서울신문은 호반그룹 동정 보도를 비롯해 공동 주최 골프대회 개최 소식도 보도하고 있다.

지난 4월12일에도 서울신문은 대주주 호반그룹과 골프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1면과 2면에 걸쳐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1면에 “한국여자골프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 온 호반그룹과 118년 역사의 서울신문이 손잡고 오는 7월 총상금 10억원 규모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를 개최한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1·4·5면에 민주당 지지층 28명 표적집단 심층면접 기사

▲21일자 한겨레 4면.

21일자 한겨레는 1·4·5면에 민주당 지지층 28명 표적집단을 심층면접한 내용을 가지고 기사를 보도했다. 한겨레는 “돌아앉은 마음들엔 민주당을 향한 염증과 실망, 분노, 부끄러움까지 담겨 있었지만 쇄신에 대한 간절함이 무엇보다 컸다”며 “심층면접 참가자 대부분은 민주당의 고질적 문제로 ‘분열’을 꼽았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어 “참가자들은 8월 전당대회에서 구성될 새로운 지도부에 통합의 리더십을 요구하면서도 ‘당내에 인물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마땅한 대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강력한 쇄신을 이끌어갈 지도자는 이재명 의원뿐이라는 ‘현실론’에 힘을 실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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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대통령은 처음이어서”라는 윤 대통령, 그런 핑계가 통하는 자리인가?

  • 이완배 기자 peopleseye@naver.com
  • 발행 2022-06-20 07:12:01
  •  
  • 내가 살다 살다 대통령 입에서 “대통령은 처음 해보는 거여서”라는 핑계를 듣는 날이 올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어이도 없어지고, 어처구니도 없어지고, 집 창고에 잘 보관해두었던 맷돌 손잡이도 없어지고, 하여간 없어지는 게 한 묶음이더라.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 때 비선 논란이 일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에 관해 해명하면서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 비공식 이런 걸 어떻게 나눠야 될지”라고 답했다는 게 핑계의 요지였다. 그런데 단임제 국가에서 대통령을 두 번 하는 사람도 있냐? 도대체 뭔 소리냐?

    나는 설마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나라가 단임제 국가라는 사실을 모르고 이런 말을 했을 정도로 무식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저 말은 “정치 초보여서” 정도로 해석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그런데 이렇게 후하게 해석을 해줘도 저 말은 대통령으로서 함량 미달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왕초보 운전에 아이도 타고 있어요” 같은 스티커 한 장 유리창에 붙인다고 봐줄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윤석열 후보 시절부터 이 칼럼을 통해 숱하게 지적했던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그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떠나 대통령은 ‘평생 검사’로만 살아온 초보 정치인이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험과 뇌의 발달

    뇌 연구로 세계적 명성을 떨쳤던 UC버클리 대학교 매리언 다이아몬드(Marian Diamond, 1926~2017) 교수의 살아생전 연구를 한 가지 살펴보자. 이 연구는 다양한 경험이 뇌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규명한 명연구로 꼽힌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쥐를 A와 B 두 집단으로 나눈 뒤 각각 다른 환경을 제공했다. A집단 쥐들은 동료와 함께 생활했으며 매일 새로운 장난감을 제공받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반면 B집단 쥐들은 혼자 생활했으며 이런 다양한 경험 소재를 전혀 제공받지 못했다.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두 집단 쥐의 뇌를 연구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다양한 경험을 한 쥐들의 뇌 피질이 그렇지 못한 쥐의 그것에 비해 훨씬 발달한 것이다. 피질이 발달할수록 뇌는 학습이나 기억, 감각 등을 더 잘 동원해 보다 고차원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또 경험을 많이 한 A집단 쥐의 RNA 대 DNA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뇌세포가 훨씬 더 잘 성장한다.

    이뿐이 아니다. 경험이 풍부한 A집단 쥐의 시냅스는 경험이 부족한 B집단 쥐에 비해 50%나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냅스는 뇌 신경세포들의 소통창구 같은 것이다. 경험이 많을수록 뇌의 소통이 훨씬 활발하게 이뤄져 더 다양한 화학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인간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경험이 뇌 발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이런 현상은 유아기나 아동기뿐 아니라 성인이 돼서도 마찬가지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일생동안 호기심을 유지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 우리는 늙어서도 뇌를 잃지 않을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 이유다.

    ‘평생 검사’로 산 뇌의 위험성

    내가 후보시절부터 윤석열의 위험성을 누차 강조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사시 9수에 평생 검사로 산 사람의 뇌는 그야말로 경험이 협소하기 짝이 없다. 만나는 사람도 동료 검사 아니면 피의자다. 여기에 검사의 권력까지 주어지면 뇌는 절대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06.17. ⓒ뉴시스

    “검사 출신은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검사가 바로 대통령으로 직행하는 그 과정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뇌는 그 어떤 사람의 뇌보다 창의적이어야 하고,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 능력은 다양한 경험을 통한 뇌의 자극으로 발달한다. 윤 대통령에게는 이 단계가 생략돼 있다.

    생각해보라. 영부인의 비선 논란이 일었는데 대통령이 “우리는 처음이어서 잘 몰라요”라고 답을 한다. 이게 지금 대통령이 할 말인가? 이야기를 적시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이 꽝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건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치적 경험이 풍부한 정치인은 최소한 할 말 안할 말을 가려서 하려는 노력이라도 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결정적으로 이게 안 된다.

    단지 그가 무식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윤 대통령이 무식한 건 이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뇌가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해 경직됐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대통령의 한 마디에 나라가 좌우되는데, 누가 적어준 연설문이 아니면 금세 말에 펑크가 난다.

    “초보면 초보답게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좀 닥치고 있어라”라고 말하고 싶은데, 상대가 일 하라고 뽑아놓은 대통령이라 그러라고도 못 하겠다. 앞으로 5년 동안 정치적 경험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지도자의 경색된 뇌가 이 나라를 이끌 것이다. 나라가 얼마나 삐걱댈지 안 봐도 비디오인데, 이게 내 나라여서 걱정이 앞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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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수난과 구도의 삶을 기억하며

[김지하를 추도하며] 4

염무웅 문학평론가  |  기사입력 2022.06.20. 07:45:00
 

돌이켜보면 1960년대 중엽 김지하를 처음 알게 됐을 때 그는 두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박정희 정권의 대일 굴욕외교를 반대하며 궐기한 학생운동 속의 모습이었습니다. 학교를 갓 졸업하고 어느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던 나는 근무가 끝나면 복학한 친구들을 만나러 동숭동의 농성현장으로 가곤 했었지요. 그때 김지하의 쉰 듯한 목소리가 뿜어내는 뜨거움을 나는 화상(火傷)의 위험처럼 느끼며 외곽에서 바라보았습니다. 가정교사로 숙식을 해결하며 주로 서구문학의 좁은 울타리에 갇혀 지내온 나 같은 사람의 눈에는 당시 학생운동의 주역들이 외친 민족문제의 심각성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청맹과니였던 거지요.

다른 하나는 시인이자 미학이론가로서의 김지하였습니다. 1964년 5월쯤이던가, 을지로 5가 뒷골목의 어느 술집에서 시화전이 열렸고, 거기서 나는 아마 처음으로 金之夏라는 이름으로 쓰여진 그의 시를 보았습니다. 그의 시뿐만 아니라 그 시화전에 나온 시들 대부분은 그동안 내가 읽어오던 우리나라의 시적 관습에서 벗어난 낯설고 실험적인 것들이었습니다. 후일 김지하 본인은 당시 자기가 슈르(초현실주의)풍의 모더니즘 계열 시를 썼다고 하더군요. 여하튼 나에게는 친숙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뒤 나는 그의 논문 발표를 듣게 됐습니다. 박종홍 교수가 늘 철학개론을 강의하던 문리대 대형강의실에서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정규 강의가 끝난 뒤의 어둑한 분위기가 지금도 아련히 떠오릅니다. 제목은 <추(醜)의 미학>. 칸트와 헤겔로 대표되는 전통미학 바깥을 더듬는 내용이었는데, 미학 이론에 입문조차 못한 나에게는 그의 대담한 이론 탐색이 낯설뿐더러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지하 자신도 후에 고백한 바 있지만, 사실 그 발표는 헤겔의 제자인 19세기 독일 철학자 칼 로젠크란츠(Johann Karl Friedrich Rosenkranz, 1805~79)의 저서 <추의 미학>(Ästhetik des Häßlichen, 1853)에 근거한 것이었지요. 그러나 그는 로젠크란츠라는 서구학자의 이론을 수용하되 거기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지하는 로젠크란츠의 미학을 발판으로 우리 고유의 전통예술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이론적 확장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추의 미학’이라는 동일한 이름 아래 로젠크란츠와 김지하는 사뭇 다른 내용을 말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다들 알다시피 지하는 1960년대 중엽부터 서구 모더니즘에 여전히 한발 담그고 있으면서도 조동일 학형과의 다양한 교류를 통해 탈춤이나 풍물 또는 민요나 판소리 같은 우리의 전통예술의 중요성에 눈을 떴고, 이용희(李用熙, 1917~1997) 교수의 회화사 연구에 자극받아 조선 후기의 풍속화와 실경산수(實景山水)를 주목하게 됐습니다. 요약하면 김지하의 ‘추의 미학’은 초현실주의 같은 모더니즘 서구예술로부터 우리 자신의 민족·민중미학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이론적 초석을 놓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지하와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가 입원해 있던 역촌동 병원에도 몇 번 갔었지요. 수색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포수마을(지금의 서부병원 근처)에서 내려 논밭을 지나 산길을 오르던 일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가 퇴원한 뒤에는 소설가 오영수 선생 댁을 여러 번 동행했습니다. 갓 결혼한 나의 셋방이 오선생 댁에서 아주 가까운 쌍문동 우이천변이었던 까닭도 있지만, 무엇보다 오선생의 장남인 미대 후배 오윤의 남다른 미술적 재능에 지하가 흠뻑 빠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튼 이 무렵 그는 미학과 선배인 김윤수 선생의 이론적 지도와 오윤 등의 실천적 뒷받침을 조직하여 과감하게 리얼리즘 미술운동에 시동을 걸었고, 알다시피 그것은 지난 반세기 사이 한국미술의 새 역사를 쓰는 데까지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1970년은 김지하 개인에게나 한국시의 역사에서나 특별한 해였습니다. 5월에는 담시 <오적>이 폭탄처럼 문단과 정치-사회를 강타했고 연말에는 시집 <황토>가 출간되어 시단을 흔들었지요. 그 어간에는 선배시인 김수영의 모더니즘에 기대어 자신의 시학(詩學)을 천명한 논문 <풍자냐 자살이냐>를 발표했습니다. <농무>의 시인 신경림이 문단에 복귀한 것도 그해 가을이었고요. 눈을 돌리면 열악한 노동현실에 항의하여 젊은 노동자 전태일이 분신한 것도 이때였습니다. 1960년대 말 김수영, 신동엽이 잇달아 세상을 떠난 데 이은 김지하의 눈부신 등장과 신경림·이성부·조태일 등의 새로운 활약은 우리 사회와 문학 내부에서 거대한 전환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였습니다. 이 전환의 의미를 가장 명확하게 의식하고 가장 치열한 언어로 표현한 것은 김지하 자신이었을 겁니다. 시집 <황토>의 후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작은 반도는 원귀(怨鬼)들의 아우성으로 가득차 있다. 외침, 전쟁, 폭정, 반란, 악질(惡疾)과 굶주림으로 죽어간 숱한 인간들의 곡성(哭聲)으로 가득차 있다. 그 소리의 매체, 그 한(恨)의 전달자, 그 역사적 비극의 예리한 의식. 나는 나의 시가 그러한 것으로 되길 원해왔다. 강신(降神)의 시로." 

여기 표명된 시인으로서의 강렬한 사명감이 전통예술인 판소리의 형식을 빌어 표현된 작품이 담시 <오적>입니다. 사실 이 작품은 그 정치적 파장과 사회적 폭발력 때문에 미학적 성취나 시사적(詩史的) 의의가 충실하게 검토되지 못했습니다. 지하 자신도 그 점을 아쉬워하곤 했지요. 당시 동아일보에 시 월평을 쓰던 나도 다음과 같은 소략한 언급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이 작품을 단순한 현실풍자로만 보아넘기는 것은 피상적 판단에 그치기 쉽다. 도리어 그러한 생생한 풍자를 유기적으로 자기 내부에 용해시킨 시형식적 달성이야말로 한국시의 앞날을 밝게 한다."(동아일보 1970.5.30.)

그야말로 단순한 암시에 불과한 촌평입니다. 여기서 내가 말한 ‘시형식적 달성’이란 박물관에 전시된 박제품 상태의 판소리 형식을 현실비판의 살아 있는 무기로 힘차게 살려낸 업적을 가리킵니다. 후일 김지하 자신도 <담시 전집>(솔 1993)을 간행하면서 "판소리의 현대화와 동학혁명 서사시는 내 꿈"이라고 언명한 바 있지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판소리의 현대화는 김지하가 평생에 걸쳐 수행한 여러 고뇌 어린 예술적·이념적 및 실천적 탐색의 일부, 즉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김윤수·오윤 등과 함께 시작한 새로운 현실주의 미술운동이 오늘날 한국 미술의 주류의 위치에 올라섰음은 앞서 언급한 바 있지만, 국문학자 조동일의 이론적 지도와 창작자 김지하의 실천적 노력이 결합된 결과로 구체적 생기를 얻은 마당극, 마당굿, 탈춤, 풍물, 민요 등의 광범한 민중·민족연행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고 운동권 자체의 활동방식을 바꾸었습니다. 사회가 변하면 문화도 달라지지만, 1970년대 이후 30년 동안 한국에서는 거꾸로 대학문화가 사회의 변화를 선도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김지하가 불붙인 새로운 문화운동이 퍼져나가는 동안 그 자신은 불행히도 1970년대의 많은 기간을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그의 독방은 유례없이 혹독한 감시 속에 철저히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온전한 정신으로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것이었습니다. 후일 그는 고백했지요. "어느 날 대낮에 갑자기 네 벽이 좁혀들어오고 천장이 자꾸 내려오며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해서 꽥 소리 지르고 싶은 심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아무리 고개를 흔들어봐도 허벅지를 꼬집어봐도 마찬가지였다. 몸부림, 몸부림을 치고 싶은 것이었다." 

1980년 12월 마침내 그는 석방되었습니다. 하지만 집 앞의 감시는 계속되었고, 그리하여 그는 "처음과 끝을 알 수 없는 번뇌가 그 무렵에 나를 사로잡고 놓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원래 지하는 술을 좋아했어요. 그나마도 왕소금에 깡소주를 마시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니 애주가는 아니었어요. 출옥 후에는 더 심하게 술에 의존하게 된 듯합니다. 1980년대에는 내가 사는 대구에도 내려와 친교의 시간을 가졌고 그러다가 어느 때엔 우리 집에서 잔 적도 있습니다. 나로서는 그를 상대하기 버거웠어요. 나는 잠을 자러 들어가야 되는데, 그는 소줏잔을 들고 장광설을 그치지 않았으니까요. 새벽에 깨 보면 그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의 괴로움과 외로움을 당시에 나는 충분히 깨닫지 못했습니다. 회고록에 보면 이런 구절도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에 의한 정신황폐증'이라? 내 병의 최초의 근원은 유년기의 사랑 결핍과 욕구 불만이었고, 최근의 원인은 과도한 알코올 중독인 것으로 구체화되었다," 

오늘 나는 40년 가까운 지난날을 돌아보며 한없이 아픈 마음으로 시집 <화개(花開)>((2002)에 실린 그의 시 <횔덜린>을 읽습니다. 

횔덜린을 읽으며 

운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즐거워서 사는 것도 아니다’ 

어둠이 지배하는 

시인의 뇌 속에 내리는 

내리는 비를 타고 

거꾸로 오르며 두 손을 놓고 

횔덜린을 읽으며 

운다 

어둠을 어둠에 맡기고 

두 손을 놓고 거꾸로 오르며 

내리는 빗줄기를 

거꾸로 그리며 두 손을 놓고 

횔덜린을 읽으며 

운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즐거워서 사는 것도 아니다' 

횔덜린(Friedrich Holderlin, 1770~1843)이 누구인가. '신이 사라지고 자연과의 조화가 무너진 자기 시대'를 탄식하며 '인간의 영혼 깊은 곳에 잠자고 있는 고귀한 신성을 일깨우는 것이야말로 시인의 소임'이라 보았던 시인, 그러나 바로 그 너무도 순결했던 소임 때문에 도리어 생애의 후반 37년을 정신착란자로 살아야 했던 시인 아닌가. 그 횔덜린을 읽으며 눈물 흘리는 또 다른 시인을 우리는 이제야 봅니다. 

물론 지하는 1980년 석방 이후 30여 년 동안 괴로움과 외로움에도 불구하고 횔덜린처럼 정신착란의 감옥에 유폐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니 어쩌면 지독한 고통 자체가 동력이 되어 김지하 특유의 사상적 모색이 더욱 심오한 깊이를 얻게 됐는지도 모릅니다. 그가 남긴 책들을 읽어보면 그는 젊은 날부터의 수많은 지적·현실적 자극들을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종합하고 극복하여 어떤 사상적 화엄의 통일체, 그 자신의 용어로 '움직이는 무(無)'의 상태에 이르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짓밟히고 학대받은 땅의 운명을 자신의 것으로 노래했던 첫시집 <황토>부터, 원주중학 동창(윤노빈)과 함께 읽은 헤겔의 <정신현상학>, 대학의 미학과에서 습득한 다채로운 서구의 예술이론들, 박정희 정권과의 목숨을 건 투쟁, 수운과 해월의 동학사상, 장일순 선생•지학순 주교와 함께했던 '원주 캠프'의 뜨거운 경험들, 정지용부터 이용악을 거쳐 김수영까지의 수많은 선배 시인들... 이 모든 자양분을 빨아들여 그는 '김지하'가 되었습니다. 

물론 생애의 마지막 10여 년에 보인 그의 정치적 행보는 아쉽기 짝이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비난하고 비판했습니다. 그 비난•비판의 일정한 정당성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병고에 시달리다 노년에 들어선 김지하는 지난날처럼 그 비난과 비판 안에 들어 있는 합리적 핵심을 붙잡아 자신의 인간적 성장을 위한 거름으로 삼을 힘을 이미 잃었던 것 같습니다. 그 점이 김지하를 사랑했던 동료와 후배들을 더욱 가슴 아프게 합니다. 

생각건대 김지하는 아직 미지의 존재입니다. 그의 80년 생애와 그가 남긴 방대한 저작들은 제대로 검토 연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선 필요한 것은 그의 삶과 죽음 모두를 끌어안는 포용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지하 시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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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경고 "쉽게 된 윤 대통령, 사정 정국 갔다가 YS 전철 밟을 수도"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6/20 09:25
  • 수정일
    2022/06/20 09:3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터뷰①] "전방위 수사 바람직하지 않아, 우크라이나 전쟁·미중 갈등으로 세계경제 무너져"

22.06.20 05:56l최종 업데이트 22.06.20 08:19l
▲ 박지원 전 국정원장 ⓒ 이희훈
 
"윤석열 검찰총장은 사상 초유로 쉽게 대통령이 됐습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쉽게"라고 말했다. 그 말의 의미를 재차 묻자 "그렇게 쉽게 (대통령이) 된 분이 어디 있나"라고 답하며 "쉽게 선출된 정치인들이 승승장구 성공하느냐, 그렇지 않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은 쉽게 됐지만 대통령 업무는 어렵게 수행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놓았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박 전 원장은 "(국정원장을 맡는 동안) 정치를 떠나 2년 정도 바라보니 (세상이) 보이더라"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만 80세의 그는 2년 전 총선 낙선 직후를 거론하자 "왜 남의 불행한 역사를 끄집어내냐"며 너털웃음을 지었고, 인터뷰 중간중간 "내가 괜히 정치 9단 소리를 듣는 게 아니다"라며 넉살을 피우기도 했다.
 
다만 인터뷰 주제가 '검찰'로 넘어가자 사뭇 표정이 달라졌다. 박 전 원장은 인터뷰 내내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권 초반 정치보복 논란이 벌어지는 것에 "지긋지긋"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고개를 내저었고, 심지어 김영삼 정부의 IMF 사태를 거론하며 "그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박 전 원장은 결국 무죄를 선고받은 '저축은행 사건'을 "가장 가슴 아픈 사건"이라고 떠올리며 "검찰이 이런 식으로 가면 절대 국민의 지지를 못 받는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건 정치보복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내용을 두고도 "죄가 있으면 수사해야 하지만 그렇게 전방위적으로 여러 곳에서 수사를 시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으로 세계 경제는 매일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중략) 아무리 좋은 정치도 국민이 지지하지 않으면 안 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이 무얼 부르짖고 있습니까. 적폐청산? 처벌? 그렇지 않습니다. 김대중·만델라가 왜 존경받습니까. 용서하고 국민통합의 길로 갔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박 전 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윤석열 비교적 쉽게 대통령 당선... 문재인 정부 반성 필요"
 
▲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사무실 벽면에는 사진액자가 진열되어 있다. 국정원장 임명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 함께한 사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재임 시절, 제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화 모습 등 이다. ⓒ 이희훈

- <오마이뉴스>와의 마지막 인터뷰가 2020년 총선 낙선 직후였습니다.
 
"왜 남의 불행한 역사를 끄집어내요(웃음)."
 
- 국정원장으로 지명되기 직전 당시 인터뷰에서 '시든 꽃도 봄이 오면 다시 피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뒤로 2년이 흘렀는데 그 동안 봄이 왔나요.
 
"국정원장을 맡은 2년은 제게 참으로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우선 저를 임명해주신 문재인 전 대통령께 감사드립니다. 문 전 대통령은 저를 임명하면서 '서훈 전 국정원장이 3년 간 국내정보 수집·분석 부서를 해편하고 정치개입을 하지 않았으니 이걸 법과 제도로 완결하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언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개혁 의지를 받들어 국정원을 완전히 개혁했습니다. 과거 국정원장은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렸지만 이젠 제가 걸어간다 해도 새가 안 날아갑니다.  
 
지난 5년 간 어떤 정당이, 어떤 언론이, 어떤 시민단체가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관련해 지적했습니까? (정치개입을) 안했기 때문에 (지적이) 없는 겁니다. 이를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2년 간 보람 있게 일했습니다. 저는 국정원을 존경합니다. 특히 애국심과 헌신을 기조로 일하는 국정원 직원들을 사랑합니다. 단, 2년 간 선글라스는 한 번도 못 쓰고 마스크만 쓰고 있었습니다(웃음). 마스크 때문에 말을 못해서 말하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꼈지만 잘 해냈습니다. 이제 마스크도 벗고 말하고 사니까 지금은 지금대로 또 행복합니다."
 
- '검사 윤석열'이 퇴임 후 1년 여 만에 대통령 자리에 올랐습니다. 무엇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제 입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성은 필요합니다. 어찌됐든 국민들의 요구가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에 그 반사이익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상 초유로 최단기간에, 어떤 의미에선 비교적 쉽게 대통령이 됐습니다. 이것도 운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입니다."
 
- '쉽게'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렇게 쉽게 (대통령이) 된 분이 어디 있습니까. 혁명하지 않고 그렇게 갑자기 (대통령이) 된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정치는 쉬우면 안 되더군요. 쉽게 선출된 정치인들이 승승장구 성공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때문에 (윤 대통령은) 정말 잘 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쉽게 됐지만 대통령 업무는 어렵게 수행해야 합니다."
 
- 과거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실세에게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지명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는데, 그 사이 많은 부침이 있었고 결국 윤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저는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문 전 대통령과 (2014년) 당대표 경선 때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습니까. 또한 제가 민주당을 떠나 안철수 신당(국민의당)에서 (2017년) 대선 때 '문모닝'으로 얼마나 (문재인 후보를) 많이 비난했습니까. 하지만 대선 후에는 '선거 땐 치열하게 싸워도 당선되면 대통령이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산다'는 철학을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실패하면 나라가 망합니다. 그게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IMF 아닙니까. 대통령이 성공하면 나라가 삽니다. 그게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IMF 극복 아닙니까.
 
문 전 대통령 당선 후 두 번 청와대에서 뵈었습니다. 저에게 '방송을 다 보고 있다. 내가 못 보면 보고를 받는다. 잘 도와 달라'고 하시더군요. 제가 '과거 문모닝 한 것을 너무 괘념치 마십시오'라고 하니, 문 전 대통령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지적해주면 잘 참고하겠습니다'라고 그러셨습니다. 한참 후 문 전 대통령이 저를 국정원장으로 임명하니까 청와대 기자실에서 '아!' 하는 소리가 났고 일부 언론에선 '문 전 대통령의 신의 한수'라고 평가했습니다. 윤 대통령도 측근이나 검사만 (주요 자리에) 임명하지 말고, 인사의 폭을 더 넓혀야 합니다."
 
- 안철수, 김한길, 박주선 등 함께 국민의당을 만들었던 이들 중 상당수가 윤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습니다. DJ의 비서실장으로서 그들의 행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제가 김 전 대통령의 혼이 박혀 있는 민주당을 탈당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반성하고 국민들께 사과드립니다. 제 정치 인생에서 가장 잘못한 일입니다. 정치인은 스스로 선택해야 합니다. 질문한 분들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성공하도록 잘 돕길 바랄 뿐이지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어떤 경우에도 정체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일제 36년, 6.25, 4.19, 5.18, 6.10 등을 겪었습니다. 특히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등의 시기를 거쳤는데 이들과 저는 정체성이 확실히 다릅니다. 저는 정체성에서 일탈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아무리 좋은 정치도 국민이 지지하지 않으면 안 해야"
 
▲ 박지원 전 국정원장 ⓒ 이희훈
  
- 대북송금 특검, 저축은행 사건 등 과정에서 검찰 수사를 경험했고 '한명숙 사건'에 대해서도 '조작수사'란 표현까지 써가며 검찰에 쓴소리를 했습니다. 최근 검찰의 움직임과 정치보복이란 지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축은행 사건은 가장 가슴 아픈 사건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지시해 '박지원이 검찰 수사를 무마해준다는 조건으로 망한 저축은행으로부터 3000만 원을 받았다'고 기소해 얼마나 곤혹스러웠는지 모릅니다. 당시 법조계, 특히 검찰 출신 인사들이 '이건 무죕니다. 걱정하지 마십쇼'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2013년) 1심에서 무죄가 나왔는데 당시 권력 실세가 역할을 해 항소심에서 유죄가 나왔습니다.

이후 그 실세는 대법원 관계자를 만나 '2심을 유지해 달라'고 했지만 결국 전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것은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에 나와 있는 이야깁니다. 이렇게 검찰이 권력과 결탁해 나쁜 일을 했습니다. 제가 국회의원 4선 중 3선, 12년 동안 법제사법위원을 한 사람으로 검찰의 이런 행위에 대해 꾸준히 지적해왔습니다. 검찰이 이런 식으로 가면 절대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합니다."
 
- 정치보복 수사라는 지적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중대한 범죄를 수사하는 걸 정치보복이라고 부르는 것은 국민들이 전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최근 야당을 향한 전방위적 수사를 보고 '아, 윤석열 정부도 결국 사정으로 시작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장관의 말씀이 맞습니다. 죄가 있으면 수사 받아야죠. 그러나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30년 간 우리는 많은 적폐수사, 과거사진상규명 등 여러 개혁을 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으로 세계 경제는 매일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이니 윤석열 정부가 가장 잘 하는 것이 그것(수사)이겠죠. 그러나 지금 국민은 개혁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저는 윤석열 정부가 사정 정국으로 갔다간 김영삼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임기 초반 사정 정국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다가 결국 경제가 망해 IMF를 불러왔잖습니까. 윤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과거보다 미래로 가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검찰의 전 정권 수사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합니까.
 
"검찰은 과거에 삽니다. 과거에 잘못한 사람을 수사해 처벌을 요구하는 조직입니다. 우리는 지난 30년 간 과거에 집착해 살아왔습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입니다. 죄가 있으면 수사해야 하지만 그렇게 전방위적으로 여러 곳에서 수사를 시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만큼은 대탕평을 부르짖고 미래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그러면 국민의 아낌없는 박수를 받을 것입니다. 이거(사정 정국) 이제 지긋지긋해요. 그만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국민 대다수의 의견입니다."
 
-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의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었습니까.
 
"저는 제일 먼저 박근혜·이명박·이재용 이런 분들을 상징적으로 빨리 사면하자고 주장했었습니다. 국정원장에 재임하면서도 과거 국내파트 사건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직원들에게 다시 기회를 줬습니다. 당시 민주당에선 '원장님이 언제부터 이렇게 국정원에 함몰됐냐'고 항의했지만 저는 진짜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이상 하면 안 됩니다. 아무리 좋은 정치도 국민이 지지하지 않으면 안 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이 무얼 부르짖고 있습니까. 적폐청산? 처벌? 그렇지 않습니다. 김대중·만델라가 왜 존경받습니까. 용서하고 국민통합의 길로 갔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나토 정상회의 참석, 아쉬워... 국익 우선한 인도 보라"  
 
▲ 박지원 전 국정원장 ⓒ 이희훈

-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된 시기에 국정원장으로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가 친북·친중정권이 아니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 한미일 정보동맹을 통해 협력과 공조의 시대를 위해 노력했고 중국 외교 관계자들과 경제협력, 대북문제에 대해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이 이상을 이야기하면 국정원법에 걸립니다."
 
- 시진핑과 트럼프의 연이은 등장으로 미중 데탕트의가 사실상 깨진 이후 한국에서도 부쩍 반중정서가 강화된 모습입니다. 특히 2030세대 사이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중국이 중화사상에 매몰되지 않고 한국을 진정한 협력 국가로 인정해야 합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BTS 공연을 불허하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나라가 중국입니다. 경제보복도 보세요. 얼마나 가혹하게 해버립니까. 그러니 존경받을 수 없죠. 저는 중국이 넓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 반중정서가 국내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그때그때 마다 다릅니다. 과거 반미정서도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불식됐잖습니까. 중국도 그런 과정을 거칠 수 있습니다."
 
- 이러한 이슈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수세적,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공세적입니다.
 
"외교를 잘해야 세계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편중된 외교보다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줄타기 외교를 잘해야 합니다. 결국 국익이 우선 아닙니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젠가 끝납니다. 그러면 우린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재개해야 하죠. 러시아에 진출한 조선3사,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 SK 등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까. 오일, 곡물, 심지어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에 50%를 수출하는 해바라기씨유 때문에 치킨과 화장품 가격까지 올라가지 않습니까.
 
국익과 경제를 위한 외교를 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아쉽습니다. 인도 보세요. 자주적으로 하니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이득을 보잖아요. 우리가 인도처럼 하긴 어렵겠지만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 윤석열 정부 초기 행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합니까.
 
"제가 맨 먼저 윤석열 정부의 두 곳에서 큰 실수가 나올 거라고 했죠. 하나는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입니다. 신선하고 보기 좋지만 대통령의 언어는 참모의 검토를 거쳐 정제돼야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늘 (준비된) 원고를 읽는 겁니다. 지금까진 다행히 외교와 관련된 실수는 없었지만 (도어스테핑에서) 여러 실언이 나왔잖아요. (윤 대통령이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라고 했는데) 그럼 대통령을 한 번 하지, 두 번 해본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영국 총리와 미국 대통령도 매일 도어스테핑을 하지 않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기자간담회로 소통하는 걸 검토해 볼만 합니다.
 
그 다음이 김건희 여사입니다. 경제대국 대한민국은 외교로 먹고 사는 나라입니다. 제1외교를 대통령이 한다면 제2외교는 영부인이 합니다. 영부인 외부 활동을 하지 않던 사회주의 국가도 달라졌습니다. 시진핑도 펑리위안과, 김정은도 이설주와 밖으로 다닙니다. 그런데 영부인이 집에서 내조만 한다? 이건 아니죠. 대통령과 영부인은 사생활이 없어요. 그 자체가 상징이고 그 자체가 국격입니다. 그래서 제2부속실을 다시 만들어 공적 관리를 해야 합니다. 계속 (김 여사가) 사고를 치잖아요. 저는 이러한 조언으로 윤 대통령을 돕고 있습니다. 제 말이 맞잖아요. 괜히 정치 9단 소리 듣는 것 아닙니다(웃음)."

*<인터뷰 ② - "이준석·박지현 80점... 박지원의 쓰임새는 정권교체 초석" >로 이어집니다. 

[관련기사] 
"나도 조작수사 경험... 한명숙 사건, 검찰이 그림 그린 것" http://omn.kr/1nr3r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해야... 시대요구가 그렇다" http://omn.kr/1nr4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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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이 주인되는 세상, 자주·평화·통일 세상 이룩하자"

 

서울광장서 31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 개최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입력 2022.06.19 22:38
  •  수정 2022.06.19 22: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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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21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가 엄수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열사의 염원이다.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 이룩하자!'

6월 19일 오후 3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는 올해로 31회를 맞이하는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범국민추모제)에 모신 646위의 영정과 함께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 '자주평화통일 세상'에 대한 열사들의 염원이 나부꼈다.

범국민추모제를 주최한 31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위원회 명예 추모위원장(김중배, 박중기, 신학철, 이규재, 이선종, 이창복, 이해동, 최병모, 청화, 함세웅)을 대표하여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열사, 희생자들의 뜻을 기리는 것은 오늘날 민중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있는 세력들에 맞서 싸우고, 민중이 주인되는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길에 있음을 안다"며 "모두 함께 적폐의 굴레를 박차고 자주, 민주, 평화, 통일의 길로 힘차게 나가자"고 추도사를 했다. 

왼쪽부터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결의문을 통해 '반노동, 반농민, 반민중, 반민주, 반평화 윤석열 정부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자'고 다짐했다.

또 "이땅의 분단과 전쟁을 활용하여 자신들의 패권 이익을 실현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강대국들의 부당한 패권정책, 이를 추종하며 주권을 포기하는 윤석열 정부의 움직임을 반드시 저지해 나가자"고 동참을 호소했다.

특별히 누구도 더 이상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수 없도록 강력한 법 제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하면서, 그 시작으로 '민주유공자법'의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범국민추모제를 주관한 전국민중행동과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추모연대)는 △노동(노동해방 세상 쟁취/ 비정규직 철폐/ 민주노조 사수/ 반노동정책 폐기) △농민(개방농정철폐 식량주권 실현/ CPTPP 가입저지/ 농민기본법 쟁취) △빈민(노점상 생계보호특별법 제정/ 선대책 후철거 순환식 개발 시행) △여성(성평등 세상, 성평등 민주주의 완수/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 △장애(장이인권리보장법, 장애인 탈시설지원법 제정/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중증장애인 노동권 쟁취) △사회(민중총궐기로 불평등 타파/ 차별금지법 제정) △통일(주한미군 몰아내고 조국통일 완수) △과거청산(과거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역사정의 실현/ 민주유공자법 제정) 등의 요구와 결의를 제시했다.

왼쪽부터 강선순(권희정 열사 모친), 조인식(박종만 열사 부인), 정정원(김윤기 열사 모친), △강종학(강상철 열사 부친), 김석진(김학수 열사 부친), 박종부(박종철 열사 형). 앞줄 장남수(장현구 열사 부친) 유가협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의장인 장현일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장은 지난 10일 6월항쟁 기념식장인 성공회성당에서 삭발식을 단행한 장남수 회장을 비롯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회원들과 함께 민주유공자들이 격에 맞는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와 정치권이 나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987년 학생운동 전력자들에 대한 녹화 선도공작으로 인해 희생당한 최우혁 열사의 큰형인 최종순씨는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를 통해서도 진상규명이 되지 않는다면 강제수사가 가능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서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혀내겠다며 25년만에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왼쪽부터 장현일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장(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의장), 최우역 열사 큰형 최종순씨, 박세희 전국대학생역사동아리연합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왼쪽부터 박재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사무처장,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 윤헌주 민주노련 노량진 수산시장 지역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재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사무처장과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 윤헌주 민주노련 노량진 수산시장 지역장은 민족민주열사들의 정신을 가슴깊이 새기면서 전체 민중을 위해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세희 전국대학생역사동아리연합 대표는 "이 땅의 자주 민주 통일을 염원하며 살아가셨던 열사들이 남긴 발자국을 이정표 삼아, 나중에 열사들 앞에 섰을 때 조금이라도 덜 부끄러운 삶을 살도록 계속해서 움직이며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범국민추모제는 지난해 10월 7일부터 시작한 국회앞 천막농성장에서 출발한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자전거 국민 대행진' 참가자들이 서울광장으로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앞서 원불교, 불교, 천주교, 개신교 종교인들이 주재한 종교의식이 사전행사로 진행됐다.

이현주 박종철열사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범국민추모제는 추모영상과 프로젝트팀 '잇다'의 추모공연에 이어 참가자들의 헌화로 마무리되었다. 

김윤기 열사 어머니인 정정원 여사가 아들의 영정을 쓰다듬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한열 열사의 영정에 헌화하고 어루만지며 애통해 하는 유가족.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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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팀 '잇다'의 추모공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회앞 천막농성장에서 출발한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자전거 국민 대행진'이 범국민추모제 사전행사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올해 범국민추모제에는 1969년~1990년, 1990년~1999년, 1999년~2009년, 2009년~2021년으로 시기를 구분하여 총 646위의 영정이 모셔졌다.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는 지난 1990년 6월 10일 성균관대학교에서 국민연합 주최로 '민중민주열사 희생자 합동 추모제 및 6월항쟁계승 국민결의대회'를 개최하면서 처음 시작되어 올해까지 31년을 이어왔다.

2009년과 2010년에는 추모제를 개최하지 못했고 2020년 29회 추모제는 코로나 확산 상황에서 온라인 비대면으로 개최되었다.

처음 모신 181명의 영령은 31년이 지난 올해 646위로 늘어났다.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 사법 사형자와 옥중희생자, 장기수 등 116분의 명단은 따로 자료집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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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현 기자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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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허한 핵공갈과 조선의 새로운 핵정책

[개벽예감 496] 미국의 공허한 핵공갈과 조선의 새로운 핵정책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2/06/20 [08:00]
 
 
 
<차례>
1. 다급한 심정 감추지 못하고 우왕좌왕
2. 최악의 위기에서 빠져나올 출구
3. 미국의 새로운 핵정책
4. 미국의 핵정책은 어떻게 변천되었나?
5. 미국의 공허한 핵공갈과 조선의 새로운 핵정책 




1. 다급한 심정 감추지 못하고 우왕좌왕


2022년 6월 12일부터 16일까지 박진 외교장관이 워싱턴을 방문했다. 방문기간에 그는 토니 블링컨(Antony J. Blinken) 국무장관을 만나 회담을 진행하고,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동기자회견 발언내용 중에서 중요한 대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블링컨 - “우리는 조선의 7차 핵시험 가능성을 우려한다.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우리는 비상사태에 대비하면서, 장단기적 군사태세를 적절히 조절할 준비를 갖추었다. 조선이 방향을 전환할 때까지 압박을 유지하고 증대시킬 것이다.”


박진 - “조선은 핵시험준비를 완료했고, 정치적 결단만 남은 상황이다. 핵시험을 포함한 조선의 도발은 단합되고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다. 조선의 도발은 더 많은 억제와 제재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이른 시일 안에 재가동하기로 했다. 필요한 경우, 이 협의체에서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블링컨 - “몇 주 안에 확장억제전략협의체가 가동될 것이다. 미국은 (조선에 대한) 확장억제에 힘쓰고 있으므로, (확장억제전략협의체가) 아주 이른 시일 안에 작동하게 될 것이다.”


위에 인용한 박진-블링컨 공동기자회견 발언기록을 읽어보면, 그 두 사람이 얼마나 다급한 지경에 처했는지를 직감할 수 있다. 그 두 사람만 그런 게 아니라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정부가 다급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잔뜩 다급해진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정부의 대책은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이른 시일 안에 재가동하는 것이다. 2022년 5월 21일 서울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채택, 발표된 한미정상공동성명에는 “가장 이른 시일 안에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하였다”는 문장이 들어있는데, 위의 인용문에서 블링컨 국무장관은 확장억제전략협의체가 앞으로 몇 주 안에 가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위에 인용한 박진-블링컨 공동기자회견 발언기록에서 나타난 것처럼,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정부가 다급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까닭은 조선이 7차 핵시험 준비를 완료했기 때문이다. 조선은 이번에 처음으로 핵시험을 실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시험 이후 2017년 9월 3일 열핵탄두기폭시험까지 모두 여섯 차례나 실시했다. 그래서 이제는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정부가 조선의 핵시험에 어지간히 적응되었을 만한데, 다급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그들이 다급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까닭은, 조선이 준비한 7차 핵시험이 이전의 다른 핵시험들과 달리, 전술핵무기에 장착되는 전술핵탄을 기폭시키는 핵시험으로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조선인민군은 전술핵무기를 무려 10종이나 보유했다. 모두 최첨단 전술핵무기들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엄청나다.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10종의 최첨단 전술핵무기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소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 4관 탑재형 장거리순항미사일 
- 4관 탑재형 변칙비행미사일 
- 2관 탑재형 변칙비행미사일
- 2발 탑재형 변칙비행미사일 
- 원뿔첨두형 극초음속미사일 
- 2발 탑재형 철도기동미사일 
- 이중궁형 변곡비행미사일 
- 5관 탑재형 610mm 조종방사포 
- 4관 탑재형 지능핵로켓탄 


위에 열거한 10종의 최첨단 전술핵무기는 적의 미사일방공망을 뚫고 들어갈 수 있고, 타격정밀도가 매우 높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은 적의 미사일방공망을 무력화시키고 타격정밀도가 매우 높은 전술핵무기를 10종이나 보유한 것이다. 머지않아 조선이 실시할 7차 핵시험은 위에 열거한 10종의 전술핵무기에 장착될 극소형 전술핵탄을 기폭하는 핵시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극소형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최첨단 전술핵무기를 무려 10종이나 보유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조선밖에 없다. 초정밀 전술핵무기를 비교하면, 조선은 미국, 로씨야, 중국을 제치고 급기야 최정상에 올라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과장이 아니다. 조선, 미국, 로씨야, 중국이 각각 보유한 초정밀 전술핵무기를 비교해보면, 조선의 초정밀 전술핵무기가 질량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진실이 드러난다.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초정밀 전술핵무기는 전시용이 아니라 실전용이다. 이런 사정을 보면, 한미련합군은 6.25전쟁 이후 최악의 위기 속에 빠져든 것이 분명하다. 지금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정부가 다급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유난히 우왕좌왕하는 까닭을 알 수 있다. 




2. 최악의 위기에서 빠져나올 출구


한미련합군이 6.25전쟁 이후 최악의 위기에서 빠져나올 출구는 미국의 확장억제전략(Extended Deterrence Strategy)밖에 없다. 한 마디로 말해서, 미국의 확장억제전략은 미국식 이핵응핵(以核應核)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핵은 핵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자기의 확장억제전략을 한반도 상황에 적용할 실행방도를 모색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기구가 확장억제전략협의체(Extended Deterrence Strategy and Consultation Group, EDSCG)다. 이 협의체는 한반도 상황에 적용할 확장억제전략의 실행방도를 논의한다. 확장억제전략협의체 1차 회의는 2016년 12월 20일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진행되었다. 


2016년 12월 20일 1차 회의를 마친 확장억제전략협의체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에는 “미국이 조선의 핵위협 및 미사일위협에 대응하여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전략자산(strategic assets)을 정기적으로(regularly) 배치하고, 억제를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 또는 추가적 조치를 확인했고, 그런 조치를 향상시키기로 한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문장이 들어있다. 이 인용문에 들어있는, 미국이 전략자산을 한국에 정기적으로 배치한다는 문구는 핵전략자산을 한국에 정기적으로 배치한다는 뜻이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핵전략자산을 상시적으로 배치하겠다고 약속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의 핵전략자산을 한국에 상시적으로 배치해달라고 간청했으나, 오바마 정부는 그 간청을 들어주지 않고, 정기적으로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미국은 핵전략자산을 한국에 정기적으로 배치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6개월에 한 번 배치하는지 아니면 1년에 한 번 배치하는지 구체적인 약속을 주지 않았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미국의 꿍꿍이속은 핵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출동시켜 잠깐 보여주기만 하고 곧바로 복귀시키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2016년에 핵전략자산인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와 B-1B 초음속전략폭격기를 다섯 차례나 한반도에 출동시켰지만, 그 전략폭격기들은 한반도 중부 상공을 한 바퀴 도는 순회비행만 하더니 부리나케 돌아가 버렸다. 언론매체들이 보도하지 않았으면, 전략폭격기들이 언제 왔다가 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허겁지겁 지나가곤 했다.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서 이륙해서 한반도 중부 상공을 한 바퀴 도는 순회비행을 하고 돌아가면 많은 출동경비를 지출해야 한다. 많은 출동경비를 지출하는 판에 이왕이면 오산미공군기지에 1~2개월 동안 내려앉았다가 앤더슨공군기지로 돌아가면 억제효과도 대폭 증대될 것이고, 출동경비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국의 전략폭격기들은 순회비행만 살짝 하고 황급히 돌아가는 행동을 반복했고, 그것을 바라보는 박근혜 정부는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미국이 전략폭격기 순회비행을 반복한 까닭은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와 B-1B 초음속전략폭격기가 사실은 핵전략자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은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공중발사순항미사일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와 B-1B 초음속전략폭격기를 핵전략자산으로 운용할 수 없는 것이다.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공중발사순항미사일을 탑재하지 않은 전략폭격기는 확장억제전략을 수행할 수 없으므로, 오바마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 약속한 확장억제공약은 속이 텅 비어있는 공약(空約)에 불과했다. 


미국이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공중발사순항미사일을 전략폭격기에 탑재하지 않은 까닭은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공중발사순항미사일이 미국에 한 발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공중발사순항미사일을 2020년까지 전량 폐기했고, 지금은 전술핵탄두를 장착하게 될 신형 공중발사순항미사일을 개발하는 중이다. 미국이 신형 전술핵탄두와 신형 공중발사순항미사일을 각각 개발하고, 그것을 실전배치하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긴 시간이 요구되는지 알 수 없지만, 미국 국방부는 전술핵탄두를 장착하는 신형 해상발사순항미사일을 2027년에서 2030년 사이에 실전배치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조선은 전략폭격기에 탑재할,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공중발사순항미사일을 아직 보유하지 못한 미국이 알맹이 없는 깡통 같은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중부 상공에 출동시켜 순회비행이나 하고 황급히 돌아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조선인민군은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중부 상공에 출현해도 위협을 느끼지 않으며, 군사행동으로 대응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미국의 전략폭격기 출동을 날강도 같은 핵위협이라고 맹비난하면서 아메리카핵제국의 침략야망을 지적, 폭로하지만, 그것은 반미선전이다. 조선인민군은 그냥 무시해버린다. 


이런 내막을 살펴보면, 미국이 알맹이 없는 깡통 같은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중부 상공에 출동시키는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진짜 목적은 조선을 핵위협으로 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핵공포증에 걸린 종미우익정권을 그런 행동으로 안심시키려는 것이다. 미국이 확장억제전략을 운운하면서,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출동시킨 것은, 좀 거칠게 표현하면, 종미우익정권을 위한 위안공연이었다.  
    


3. 미국의 새로운 핵정책


2022년 3월 28일 미국 연방의회는 두 종의 국가기밀문서를 접수했다. 그것은 미국 국방부가 제출한 ‘2022년 핵태세검토(2022 Nuclear Posture Review)’와 ‘미사일방어검토(Missile Defense Review)’였다. 미국 국방부가 2022년 1월 중에 연방의회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2022년 핵태세검토’를 3월 말에 가서야 뒤늦게 제출한 것을 보면,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관들이 최근 복잡하게 변화되고 있는 국제정세에 대처할 핵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얼마나 고심참담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 국방부는 ‘2022년 핵태세검토’와 ‘미사일방어검토’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그 두 문서에 관한 언론설명회도 진행하지 않았으며, 고작 ‘사실통보문(Fact Sheet)' 한 장만 달랑 내놓았다. 바이든 정부는 이전 정부들의 관행과 달리 핵정책을 철저히 비밀로 감추고 있는 것이다. 비밀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법이다. 바이든 정부는 왜 새로운 핵정책을 비밀로 감추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풀어줄 단서는 몇 글자 되지 않는 짤막한 사실통보문에 들어있다. 사실통보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이 “극단적인 상황(extreme circumstances)에서 미국 또는 동맹국과 우호국의 사활적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핵무기의 사용을 고려(consider)할 것”이라는 문장이다. 바이든 정부가 수립했다는 새로운 핵정책의 핵심내용은 바로 이 문장 속에 살짝 비껴있다. 그 문장을 축자적으로 해석하면, 미국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동맹국과 우호국의 사활적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2020년 4월 미국군 합동참모본부가 작성한, ‘핵억제: 미국의 국가방위를 위한 기초와 보강(Nuclear Deterrence: America's Foundation and Backstop for National Defense)’이라는 제목의 기밀문서에도 “미국은 가장 극단적인 상황(the most extreme circumstances)에서 우리의 사활적 이익과 우리 동맹국 및 우호국들의 사활적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것”이라는 문장이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똑같은 내용이 2020년 4월 미국군 합동참모본부의 기밀문서에도 들어갔고, 2022년 3월 미국 국방부의 기밀문서에도 들어갔다. 이런 흥미로운 정황은, 2021년 1월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미국 군부가 이미 새로운 핵정책을 수립해놓았고, 바이든 정부가 그것을 인수하여 새로운 핵정책을 수립한 것처럼 발표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공언하였다는 사실이다. 미국 군부가 새로운 핵정책에서 말한 ‘극단적인 상황’은 전시상황이 아니라, 무력충돌위기가 고조된 준전시상황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미국의 새로운 핵정책은 그들이 준전시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언제라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동맹국들과 우호국들이 적국의 핵공격을 받았을 때 미국이 핵공격으로 보복하는 것이 아니라, 적국의 핵공격위험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면 선제핵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미국은 2020년에 이르러 자기의 핵정책기조를 보복핵타격(retaliatory nuclear strike)에서 선제핵타격(preemptive nuclear strike)으로 변경시킨 것이다. 




4. 미국의 핵정책은 어떻게 변천되었나?


2020년에 미국의 핵정책기조가 바뀐 배경이 무엇인지 알려면, 미국의 핵정책이 지난 70년 동안 어떻게 변천되어왔는지 훑어볼 필요가 있다. 1953년 10월 30일 아이젠하워 정부는 ‘새로운 용모(New Look)'라는 이름의 핵정책을 채택했다. 이 핵정책의 기조는 다량보복(massive retaliation)이다. 그들이 말한 다량보복은 적국이 재래식 무기로 친미동맹국을 공격하는 경우 미국은 핵공격으로 적국을 초토화한다는 뜻이다. 아이젠하워 정부가 다량보복 핵정책을 꺼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미국이 크고 무거운 핵탄을 소형-경량화하는 핵무기제조기술을 개발하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새로 개발한 전술핵탄을 퍼부어 적국을 초토화하겠다는 광기를 드러냈던 것이다. 


아이젠하워 정부의 다량보복 핵정책에 따르면, 미국의 주적인 소련과의 전쟁은 유럽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래서 미국은 각종 전술핵탄을 개발하여 유럽의 친미동맹국들에 집중적으로 배치했고, 한국과 일본에도 배치했다. 이런 상황은 1950년대 후반기에 미국이 압도적인 핵무력으로 비핵국가들인 소련과 동유럽사회주의나라들, 그리고 중국과 조선을 위협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만일 미국의 적국이 재래식 무기로 친미동맹국을 공격하면, 미국은 유럽과 동북아시아에 각각 배치해둔 전술핵탄을 사용하여 소련과 그 동맹국들을 공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소련이 핵무력을 보유하게 되자, 국제정세가 급변했다. 미국은 ‘새로운 용모’라는 이름의 다량보복 핵정책을 더 이상 붙들고 있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미국이 전술핵탄으로 소련을 공격하는 경우, 소련도 전략핵탄으로 보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당시 소련의 사회주의핵무력이 미국의 제국주의핵위협을 억제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소련의 핵무력 보유로 변화된 국제정세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은 기존 핵정책인 ‘새로운 용모’를 폐기하고, 새로운 핵정책을 채택하였는데 그것이 '유연대응(Flexible Response)'이라는 이름의 핵정책이다. 1961년 3월 케네디 정부가 이 새로운 핵정책을 채택했다. ‘유연대응’은 다량보복이 아니라 단계적 대응에 기초한 핵정책이었는데, 대응단계는 다음과 같이 3단계로 정해졌다.


1단계는 적국이 친미동맹국을 재래식 무기로 공격하는 경우, 미국도 그에 대응하여 재래식 무기로 적국을 공격하는 단계다. 2단계는 적국의 재래식 공격을 받은 친미동맹국들이 패전상황에 몰리는 경우, 미국이 전술핵탄을 사용하여 적국의 군사전략거점을 파괴하는 단계다. 미국은 이것을 제한적 핵공격이라고 했다. 3단계는 소련이 보복핵공격을 하는 경우, 미국은 소련의 산업시설 50%와 인구 20%를 핵공격으로 제거하는 이른바 ‘확증파괴(Assured Destruction)’를 감행하는 단계다. 미국은 이것을 전면적 핵공격이라고 했다.   


위에 서술한 내용 가운데서 중요한 것은, 2단계에 해당하는 제한적 핵공격이다. 미국은 자기의 제한적 핵공격으로 적국의 군사거점들을 모조리 파괴할 수 있을 것처럼 핵공갈을 늘어놓으면서 국제정세를 긴장시켰다. 그러나 당시 미국이 떠들어댄 제한적 핵공격은 공허한 핵공갈이었고, 실제로는 제한적 핵공격을 감행할 능력이 없었다. 미국의 핵공갈은 제국주의국가의 전형적인 특징인 허장성세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은폐되었지만, 비밀문서에서 드러났다. 


케네디 정부 집권기에 미국 국방부 산하에는 자기의 핵무력을 평가하는 실제판정위원회(Net Assessment Committee)가 있었는데, 그 위원회 위원장인 미국 공군 중장 토머스 힉키(Thomas J. Hickey)가 1961년 12월 당시 국방장관 로벗 맥나마라(Robert S. McNamara)에게 ‘미국 전략체계의 요구에 관한 연구: 최종 보고(A Study of Requirements for US Strategic Systems: Final Report)'라는 제목의 비밀문서를 제출했다. 비밀문서에는 미국이 핵무기제조기술의 한계 때문에 아무리 일러도 1960년대 말까지 제한적 핵공격능력을 보유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 적시되었다. 실제로 케네디 정부와 존슨 정부는 핵무기제조기술의 한계를 넘지 못해 미국의 새로운 핵정책을 완성하지 못했고, 기존 핵정책에 약간의 변동사항만 첨가했을 뿐이다. 케네디 정부와 존슨 정부가 제한적 핵공격능력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그들의 발목은 잡은 핵무기제조기술의 한계는 무엇일까? 그것은 1960년대 당시 미국이 정밀타격능력을 가진 전술핵탄을 개발하지 못하는 기술공학적 한계에 가로막혀 있었다는 뜻이다. 미국이 정밀타격능력을 가진 전술핵탄을 개발하기까지 긴 세월이 흘렀다.  


1974년 1월 닉슨 정부의 국방장관 제임스 슐레진저(James R. Schlesinger)가 ‘슐레진저 교리(Schlesinger Doctrine)’를 발표했다. 이것은 미국이 정밀타격능력을 가진 전술핵탄을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핵정책을 확정하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슐레진저 교리에 따르면, 미국은 전술핵탄으로 파괴해야 할 대상과 전술핵탄으로 파괴하지 말아야 할 대상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전술핵공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군사지역에 대한 피해도 감소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슐레진저 교리에 따라 확정된 새로운 핵정책은 1976년에 실시된, ‘단일통합작전계획(Single Integrated Operation Plan)-5’라는 명칭의 핵전쟁연습에 처음 적용되었다. 한미련합군이 ‘팀스피릿(Team Spirit)’이라는 북침전쟁연습을 1976년에 시작한 것은, 정밀타격능력을 가진 전술핵탄으로 조선을 공격하려는 제한적 핵전쟁을 바로 그 해부터 연습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후 미국은 정밀타격능력을 가진 전술핵탄을 지속적으로 개량하여, 사거리가 더 길어지고, 정밀타격도가 더 향상된 신형 전술핵탄을 만들어냈는데, 그것이 AGM-86 공중발사순항미사일이다. 5킬로톤급 전술핵탄두가 장착된 이 순항미사일의 사거리는 2,400km에 이르렀다. 1982년 미국 공군은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와 B-1B 초음속전략폭격기에 AGM-86 공중발사순항미사일을 각각 탑재했다. 


그런 추세에 따라, 1983년에 미국 육군은 퍼싱(Pershing)-2 미사일을 실전배치했고, 미국 해군도 같은 해에 토마호크순항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 AGM-86 공중발사순항미사일과 마찬가지로, 이 두 종의 미사일도 사거리가 길고, 타격정밀도가 높으며, 저위력 전술핵탄두를 장착했다. 이렇게 되어 미국은 적국의 군사전략거점을 전술핵공격으로 정밀타격할 수 있는 고도의 작전능력을 가질 수 있었다. 압도적인 핵무력을 틀어쥐게 된 미국의 제국주의핵광기는 그때부터 극에 달했고, 인류는 미국의 핵위협 앞에서 공포와 불안을 느꼈다.   


그러나 한때 압도적인 핵무력을 틀어쥐고 핵광기를 부리던 미국은 자기의 전술핵탄을 이러저러한 이유로 줄줄이 폐기해야 했다. 이를테면, 미국 육군이 실전배치한,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퍼싱-2 중거리탄도미사일은 1987년 12월 8일 미국과 소련이 체결한 ‘중거리미사일감축협정’에 따라 폐기되기 시작하여 1991년 5월까지 전량 폐기되었다. 미국 해군이 실전배치한 여러 종의 토마호크지상공격미사일들 가운데서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토마호크지상공격미사일(TLAM-N)은 2010년부터 2013년 사이에 전량 폐기되었다. 미국 공군이 실전배치한,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AGM-86 공중발사순항미사일은 2020년에 작전수명이 끝나면서 전량 폐기되었다. 


미국이 2020년에 자기의 핵정책기조를 보복핵타격에서 선제핵타격으로 변경시킨 배경에는 바로 그 해에 전술핵탄을 전량 폐기한 무력감에서 벗어나보려는 체면치레가 깔려있었던 것이다. 




5. 미국의 공허한 핵공갈과 조선의 새로운 핵정책 


2018년 10월 20일 당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는 미국이 1987년 소련과 체결했던 중거리핵미사일감축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 트럼프는 로씨야가 그 협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탈퇴한다고 떠들어댔지만, 사실은 그런 게 아니었다. 미국이 마지막까지 보유하고 있었던 전술핵무기인 AGM-86 공중발사순항미사일이 2020년에 작전수명이 끝나면서 전량 폐기되어 미국은 신형 전술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되었으므로, 트럼프 정부는 중거리핵미사일감축협정을 서둘러 파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정부는 2018년 2월 2일에 발표한 ‘2018년 핵태세검토(NPR)’에서 미국 해군이 사용할, 전술핵탄을 장착한 해상발사순항미사일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지난 시기 미국 해군이 실전배치했던 W-80 전술핵탄을 장착한 해상발사순항미사일은 작전수명이 끝나는 바람에 2013년에 폐기되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신형 전술핵탄을 장착한 신형 해상발사순항미사일을 앞으로 약 10년 동안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2020년 2월 22일 미국 온라인 군사매체 <디펜스 뉴스(Defense News)>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조선, 중국, 로씨야를 공격할 수 있는, 신형 전술핵탄을 장착한 신형 해상발사순항미사일을 앞으로 7~10년 안에 실전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것은 신형 해상발사순항미사일이 2027년에서 2030년 사이에 실전배치될 것으로 예고한 것이다. 


미국은 전술핵탄두를 장착하게 될 신형 공중발사순항미사일과 신형 해상발사순항미사일을 아직 개발하는 중이다. 이런 사정을 보면, 전술핵무기가 없는 미국이 그 무슨 확장억제전략을 운운하는 것은 공허한 핵공갈이 아닐 수 없다. 2022년 5월 21일 서울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채택, 발표된 한미정상공동성명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핵, 재래식 및 미사일방어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력량을 사용하여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공약을 확인하였다”고 적시되었지만, 조선의 견지에서 보면 그것은 전술핵무기를 갖지 못한 미국이 내뱉은 공허한 핵공갈에 불과하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 대통령이 핵공포증에 걸린 윤석열 정부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런 공허한 핵공갈이라도 줄창 늘어놓아야 할 만큼 한반도 군사상황이 한미련합군에 절대적으로 불리해졌다는 사실이다. 조선인민군이 10종의 최첨단 전술핵무기를 보유했으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나는 최근 <자주시보>에 발표한 여러 글들에서 조선인민군이 10종의 최첨단 전술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사실을 논증한 바 있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쉬쉬하지만,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조선인민군은 최첨단 전술핵무기를 10종이나 보유했는데, 그에 맞선 한미련합군은 최첨단 전술핵무기는 고사하고 구식 전술핵무기마저 전혀 갖지 못했다. 그러니 양측의 무력격차가 하늘과 땅만큼 벌어졌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다종다양한 전술핵무기를 가진 조선인민군은 한미련합군을 압도한다. 조선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전략핵무기들인 화성포-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대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쐐기첨두형 극초음속미사일을 개발한 데 이어, 한미련합군과 서태평양작전지대에 있는 미일동맹군을 초토화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 10종을 개발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돐 경축열병식 연설에서 “우리의 핵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여 있을 수는 없다”고 하면서,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보리익을 침탈하려든다면 우리 핵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 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명하였다. 2022년 4월 4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담화에서 “(조선인민군이 핵전투무력을 동원하는) 상황에까지 간다면 남조선군은 괴멸, 전멸에 가까운 참담한 운명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술핵무기를 개발 중인 미국은 확장억제전략을 가지고 공허한 핵공갈을 늘어놓고 있지만, 10종의 최첨단 전술핵무기를 보유한 조선은 새로운 핵정책을 가지고 엄포를 놓는 게 아니다. 예상컨대, 전시상황이 오면, 조선인민군은 10종의 초정밀 전술핵무기를 일제히 발사할 것이다. 달빛도 없는 깊은 밤에 발사징후를 노출하지 않은 채, 더도 말고 딱 1시간 동안만 다종배합련사방식으로 집중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한미련합군은 그런 절묘한 전술핵공격을 예상할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다. 삼라만상이 잠든 깊은 밤에 조선인민군이 결행할 절묘한 전술핵공격은 비군사지역에 피해를 주지 않고, 미국이 증원부대를 편성하기도 전에 그들이 말하는 ‘남조선해방작전’을 번개처럼 끝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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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아야 할 ‘신냉전’의 3가지 특징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승인 2022.06.17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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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신냉전’ 시대가 도래했다. 30년 전 끝난 ‘냉전’과 구분하기 위해 ‘신냉전’이라 부른다.

과거 냉전이 6.25전쟁을 거치며 세계질서로 구축된 것처럼 신냉전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체제화되었다. 무기를 들고 싸우는 열전과 다른 의미의 전쟁인 냉전이 모두 열전 과정에 구축된 것은 결코 역사의 우연은 아니다.

과거 냉전이 미-소 단일 전선이었던 반면 신냉전은 러-미‧중-미‧북-미로 이어진 3중 전선이라는 점도 신냉전 정세의 복잡성을 반영한다.

과거 냉전의 지정학 그 한복판에서 한반도는 분단과 대결의 굴레에 빠져 허우적대야 했다. 그런데 북‧중‧러를 상대로 미국이 펼치는 신냉전의 태풍 속으로 우리는 또 빨려들고 말았다. 이것이 우리가 신냉전의 특징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 이유다.

열전을 동반한 냉전

냉전의 가장 큰 특징은 ‘핵보유국 간의 전쟁은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 세계최대 핵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열전을 벌인다. 물론 나토(NATO) 미군이 아직은 국경선에서 전쟁 물자만 지원하지만, 우크라이나사태는 미국이 벌이는 러시아와의 열전으로 봐야 한다.

또한, 대만과 남중국해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미국, 두 핵보유국의 군사적 긴장도 고조하고 있다. ‘구름이 자주 끼면 비가 온다’고 미중 간의 잦은 충돌이 대만전쟁으로 이어지지 말라는 법 없다.

사실 냉전 시절엔 볼 수 없던 장면들이다.

냉전 시기는 미국의 패권이 유지되는 속에 제3세계에 대한 미국의 침탈과 지배를 소련은 묵인했다.

핵무력과 달러를 앞세운 미국의 막강한 패권에 감히 누구도 도전할 수 없었던 것이다. 대신 미국은 이들 핵보유국과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 핵무기 보유국끼리의 상호전쟁억제)’을 유지하며 냉전 체제를 관리했다.

냉전과 달리 신냉전이 열전을 동반한다는 사실은 북한(조선)이 핵무력을 완성했음에도 “전쟁 그 자체가 주적”이라며 핵전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북은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에 성공하면서 핵보유국이 되었다. 이듬해 신년사에서 ‘핵 버튼’까지 언급하며 한반도에 전쟁이 사라졌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미국의 신냉전이 핵보유국과의 열전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간파한 북은 대미 핵선제타격이 가능한 수준으로 군사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신냉전의 전장이 지금은 우크라이나지만 언제든 대만으로 옮겨 갈 수 있고, 어쩌면 한반도가 열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과거 냉전과 다른 신냉전의 첫 번째 특징이다.

미국의 패권을 인정하지 않는 냉전

과거 냉전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에 발생한 이념 갈등의 산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당시 소련은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미국의 유일 패권을 인정했고, 6.25전쟁에서 미국과 맞섰던 중국도 핵보유국이 되면서 미국과 수교했다. 쌍방 간에 체제 대결은 존재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오히려 중국과 소련이 서로를 ‘교조주의’, ‘수정주의’라 비난하며 이념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양국 모두 미국의 패권에 맞서 사회주의를 고수할 의지는 없었다.

1990년 들어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가 총 한 방 쏘지 않고 맥없이 무너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신냉전은 다르다.

러시아는 지금 모스크바에 미국 미사일이 날아올 각오를 하고 결사전을 벌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의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흔들림 없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패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미국과의 반도체 및 공급망 전쟁에서 결코 물러날 생각이 없으며, 대만 문제에서 미국의 그 어떤 군사 위협에도 일국양제(중국과 대만이 제도는 다르지만 하나의 국가)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일 열린 미·중 국방장관회의에서 중국은 ‘일전을 불사할 수도 있다’(不惜一戰)는 말까지 써가며 설전을 벌였다.

이처럼 과거 냉전과 달리 신냉전은 미국의 유일 패권을 인정하지 않는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조선)과 반제동맹을 결성해 미국에 맞서는 새로운 양상을 띤다는 것이 두 번째 특징이다.

 

미국의 쇠퇴기에 시작된 냉전

과거 냉전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브레턴우즈 협약을 통해 달러제국으로 등장한 미국이 핵폭탄까지 실전에 투하하는 등 군사제국의 위용을 떨치던 시기였다.

하지만, 신냉전 구축을 시도하는 오늘날 미국은 이미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맞은 미국은 누적된 쌍둥이 적자(무역적자, 재정적자)와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실업과 물가인상 등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또한, 최근 국가 간 과학기술력의 편차가 줄어 세계무역의 중심지가 원재료 보유국으로 옮겨가면서, G2(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갈등과 공급망 경쟁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이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천연가스, 원유, 신에너지)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 관계 강화를 합의하고, 여기에 13억 인구의 인도까지 호응하면서 ‘오일달러’로 유지되던 달러 기축통화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실제 1980년 세계 1위 교역 상대국이 모두 미국이었던 데서, 2018년 기준 세계 190개국 중 128개국의 최대 교역상대국이 중국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군사 패권도 위기를 맞은 것은 마찬가지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철수는 최강 무력을 자랑하던 미국의 쇠퇴를 그대로 보여준다. 1천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였지만, 미군은 탈레반 무장대에 결국 무릎을 꿇어야 했다.

솔레이마니 이란군 사령관을 암살한 미국에 이란이 보복 공격을 가했을 때, 응징하겠다는 말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

최근 미국의 신냉전에 맞선 북의 핵무력 고도화에도 유엔을 통한 추가 제재를 여러 차례 추진했지만, 결국 반대 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했다.

중국을 포위하기 위한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가입을 종용하기 위해 소집한 아세안 10개국 정상회의에서도 절반 이상의 국가가 동참을 거부했다.

이처럼 신흥 패권국으로 등장한 미국에 자발적으로 편을 들던 과거 냉전과 달리 쇠락기에 접어든 미국이 줄세우기를 강요한다는 점이 신냉전의 세 번째 특징이다.

신냉전, 미국의 승산?

과거 냉전은 소련의 붕괴로 종식되었다. 이번 신냉전의 승부는 북‧중‧러 포위를 위한 미국의 동맹국 줄세우기 여부에 달렸다.

과거 냉전에서 승리한 미국이 이번 신냉전에도 승산이 있을까?

미국이 핵보유국에 대한 전쟁도발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문제이니 논외로 한다.

신냉전의 승부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위에서 밝힌 3가지 특징으로 볼 때 미국엔 승산이 없다.

특히 과거 냉전은 세계 경제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로 양분되었기 때문에 배제와 포위가 자유로웠던 반면, 사회주의 붕괴 이후 미국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영향으로 중국은 아시아 모든 나라와, 러시아는 유럽 대부분 국가와 긴밀한 경제 교류를 맺고 있다.

독일을 필두로 유럽이 당장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독일이 저렴한 가격에 천연가스를 확보하기 위해 2012년 러시아에서 독일 해안에 이르는 장장 1,230㎞의 파이프라인(노르트 스트림-2)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 2월 공사를 완공한 시점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했고, 미국은 러시아 제재를 위해 이 가스관 개통을 불허해 버렸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당장 독일이 이탈 조짐을 보인다. 게다가 러시아에서 독일로 들여올 천연가스로 올겨울을 날 채비를 하던 유럽으로선 미국의 러시아 제재로 인한 위기 상황에 대체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거 냉전 시기 미국은 유럽을 비롯한 동맹국에 혜택을 주었기 때문에 그 동맹은 국익과 직결되었다. 그러나 제 살길도 바쁜 지금의 미국은 동맹국에 혜택은커녕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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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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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산재' 속헹 추모제, '사장님'들은 편법을 찾았다

 
▲  2020년 12월 한파 속 난방이 안 되는 비닐하우스 속 불법 가건물 기숙사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고 누온 속헹씨가 지난달 산재 승인을 받은 가운데, 그의 첫 추모제가 18일 열렸다.
ⓒ 조혜지 관련사진보기

"무서워하지 마시고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사장님이 못된 짓을 하거나 월급을 잘 주지 않으면 선생님들이 도와줄 겁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중략) 우리 가족은 한국으로 갈 수가 없습니다. 만날 수 없으니 영상을 보냅니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언니들... 제단 위 영정 옆 노트북 화면 속 네 사람. 캄보디아 국적의 이주노동자 고 누온 속헹씨 가족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속헹씨는 2020년 12월 한파, 경기도 포천의 한 채소 농장 비닐하우스 안 조립식 패널로 지은 기숙사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산재 노동자다.

지난 5월, 죽음 약 500일 만에야 간신히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18일 추모제를 위해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보내온 영상 속 속헹씨 어머니는 그의 죽음을 기억하는 모든 이에게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불법 숙소 근절' 지침 무색...  편법 허가 받은 사장님들 
 
 
▲  고 누온 속헹씨의 가족들이 속헹씨의 죽음 진상 규명과 산재 승인을 위해 노력해 온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에게 권리 찾기를 주저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 지구인의정류장 유튜브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산재 승인 이후 처음 열린 속헹씨의 추모제는 당시 그와 동료들이 일하고 거주했던 경기도 포천시 비닐하우스 앞에서 진행됐다. 길 건너 생필품 매장에서 할인 세일을 알리는 고성이 이따금 들려왔다.
 
포천 이동터미널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그가 사망한 곳은 외진 곳이 아니었다. 31년을 살다 간 그의 마지막 거주지 불법 기숙사는 죽음 이후 농장주가 철거해 지금은 사라졌다. 농장 바로 뒤로는 건축을 마친 빌라 단지에 '분양' 현수막이 군데군데 붙어 있었다. 

"화장실 옆, 세탁기 옆에서 잤어요. 이렇게는 못 자겠다고 했는데, 그럼 주방에 가서 자라고 했습니다. 그 사장님, 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까? 일한 만큼만, 받을 수 있는 만큼만 받고 싶습니다.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았고, 성추행도 당했습니다. 아플 땐 병원 가고 싶습니다. 월급 못 받아도 상관없습니다. (여기 오기 전에는) 한국은 법 제대로 하니, 한국에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업주는) 돈만 생각했습니다."

속헹씨와 함께 일했던 동료 짠나씨는 캄보디아어로 당시의 울분을 토했다. 그의 말을 전한 통역 활동가도 함께 울었다. 한국 생활 8년 차인 짠나씨는 속헹의 사망 이후에도 여전히 똑같은 요구를 했다. "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자지 않게 해주고, 좁은 방에 여러 명이 살지 않게 해달라"는 기본권에 대한 요청이다. 

방글라데시 국적의 노동자 바부씨는 지난해 컨테이너로 지은 가건물에서 자다 죽을 뻔한 경험을 전했다. 그는 "밤 10시까지 일하다가 잤는데 개 짖는 소리가 나서 밤 12시에 나가보니 (숙소 바로 옆) 공장이 불에 타고 있었다"면서 "컨테이너에 불이 옮겨붙어 죽기 직전에 간신히 나왔다"고 말했다. 
  
 
▲  2020년 12월 한파 속 난방이 안 되는 비닐하우스 속 불법 가건물 기숙사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고 누온 속헹씨의 동료 짠나씨가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설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조혜지 관련사진보기
 
불법 가건물 기숙사 하지 말랬더니... "24평 집에 8명 욱여넣고 숙박업"

실제로 속헹씨가 사망한 이후 고용노동부가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및 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할 경우 고용 허가를 내주지 않는 등 방침을 마련했지만, 이주노동자들의 실상은 변하지 않았다는 게 현장 전문가들 목소리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가 지난 5월 방문한 경기도 포천 소재의 한 채소농장의 가건물 기숙사도 마찬가지다. 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네팔 여성 노동자는 지난 3월 한국에 취업비자를 받고 일을 시작했으나, 고용노동부의 지침과 무관하게 열악한 거주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4평짜리 아파트에 외국인 노동자 8명을 몰아넣고 집단 합숙시키는 사업주가 있다는 이야기도 접수했습니다. 그 아파트의 월세는 60만 원인데, 8명의 노동자에게 매달 받는 기숙사비는 (각각) 25만 원이랍니다. 이제 숙박업까지 하는 셈이죠."

경기 포천 지역의 이주 노동자들의 주거 실태를 고발해오고 있는 포천 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는 최근까지도 정부의 지침을 꼼수로 변칙하고 있는 사업장을 발견했다.

"오늘날 이주노동자들 보면 1970년대 전태일이 보였다"

그는 "지난 3월 경기도 파주의 한 식품공장 컨테이너에서 잠자던 인도 노동자도 자정 넘어 화재가 나 목숨을 잃었다"면서 "(지침 이후) 변화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새 방침을 어기고 편법과 불법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 허가를 받는 사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1980년대부터 노동 선교를 해 온 김 목사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오늘날 이주노동자들을 보면 1970년대 전태일이 보였다.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구조적 억압은 더 심화됐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 후퇴 등 윤석열 정부 들어서 반노동적인 모습이 나오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했다. 
 
 
▲  고 누온 속헹씨의 사망 이후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월부터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 불법 가건물을 숙소로 사용하는 경우 고용 허가를 내주지 않는 등의 지침을 마련했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고 있다. 위 사진은 포천이주노동자 센터가 최근 방문한 포천시 소재 채소 농장의 이주노동자들이 거주 하고 있는 가건물 기숙사.
ⓒ 포천이주노동자센터 관련사진보기
 
"이주노동자 돌연사,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속헹씨의 산재 승인을 위한 법률 지원을 이어온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날 현장에서 고용 허가 주체인 우리 정부의 책임을 언급했다. 속헹씨의 경우 의료진들의 부검, 5인 이상 사업장이라는 조건 통과 등 산재 승인을 위한 한계를 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실제 공론화되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의 상해, 사망 사건의 산재 승인은 정부의 관심 없인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최 변호사는 "보통 이주노동자들은 갑자기 사망할 경우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전혀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주노동자가 돌연사했을 경우 중대재해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속헹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선 이주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산재 신청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유족들에게 산재 신청을 알리고 그 신청서를 직접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20년 12월 한파 속 난방이 안 되는 비닐하우스 속 불법 가건물 기숙사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고 누온 속헹씨가 지난달 산재 승인을 받은 가운데, 그의 첫 추모제가 열린 날 이주노동자의 사망 추모 때마다 추도 염불을 진행하는 캄보디아 국적의 린사로 스님이 속헹씨의 명복을 빌고 있다.
ⓒ 조혜지 관련사진보기
 
한편, 속헹씨의 이날 추모제는 캄보디아 국적의 린사로 스님이 그의 영정 앞에 향을 피우고 함께 명복을 비는 순서로 시작됐다.

이날 추모제에는 사망 진상 규명과 산재 승인을 도운 '지구인의 정류장' 등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사건 대책위원회 소속 시민단체를 비롯해, 그의 동료와 이주노동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국회의원 중에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등을 대표 발의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참여했다.
 
 
▲  2020년 12월 한파 속 난방이 안 되는 비닐하우스 속 불법 가건물 기숙사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고 누온 속헹씨의 동료 짠나씨가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설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조혜지 관련사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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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일선 경찰관들이 직접 거리로 나선 의미

“경찰 정치적 중립 훼손하는 행안부 경찰국 설치안 철회하라”

17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광주·전남경찰직장협의회가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2.06.17. ⓒ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경찰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로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려 하자,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광주·전남 일선 경찰관들은 이례적으로 현수막을 들고 거리로 나와 우려와 반대 목소리를 냈다.

광주경찰·전남경찰 직장협의회는 1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안부 소속 경찰국 설치안을 철회하라”라고 촉구했다.

일선 경찰관들이 직접 기자회견까지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 광주 5.18민주광장에서의 광주·전남 일선 경찰관들 목소리는 ‘민주경찰’의 상징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광주·전남 경찰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을 강제 진압하라는 신군부의 명령을 거부했다가, 오랜 세월 탄압과 불명예·치욕을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신군부의 명령을 거부했던 故 안병하 전남도경국장과 故 이준규 목포경찰서장 등은 보안사령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고문 후유증으로 몇 년을 더 살지 못하고 숨졌다. 또 수많은 광주·전남 경찰이 강제퇴직과 부당한 징계·계고·전환배치를 받았다. 이들은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진상이 밝혀지면서 명예를 회복하고 있다.
 

광주전남경찰직장협의회 서강오 위원장이 17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추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2022.06.17. ⓒ뉴시스


기자회견에서, 광주·전남 경찰 직장협의회 회장단은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은 권력에 대한 경찰의 종속으로 귀결될 여지가 크며 과거 독재 시대의 유물로서 폐지된 치안본부로의 회귀이자 반민주주의로의 역행”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이 아닌) 국가 권력에 충성하라는 것”이라며 “경찰에게 이런 충성 맹세를 통한 인사발령이 이뤄진다면 향후 경찰 수사는 권력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하게 될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반대하는 움직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확대되고 있다.

경남경찰 직장협의회가 지난 14일 반대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충북경찰청 직장협의회와 대한민국재향경우회도 17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충북경찰청 직협은 “행안부 경찰국 신설은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라며 “행안부가 치안정책관실을 경찰국으로 격상해 경찰을 통제하려는 것은 명백히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경찰의 근간을 뒤흔들며, 13만 경찰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충북경찰청 직장협의회가 17일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사진은 충북경찰 직장협의회에서 내건 반대 입장 현수막. 2022.06.17. ⓒ뉴시스
대한민국재향경우회는 “경찰 역사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과 ‘국민에 의한 견제와 통제’를 관치행정으로 변환하려는 시도에 대해 깊은 우려와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경찰청 독립 이후 운영해 온 ‘국가경찰위원회’가 제 역할을 찾고, 경찰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개선책을 찾는 것”이라며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사회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는 ‘국민의 경찰’로서 법질서를 지켜나가는 데 전념할 수 있도록 경찰의 민주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지켜주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행안부는 이상민 장관 취임 후 곧바로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경찰 통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 한 달간 4차례 회의를 통해 행안부 산하 비직제 기구였던 치안정책관실을 공식 조직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권고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1991년 폐지됐던 경찰국을 부활시켜 경찰 통제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군사독재 시절 경찰이 행안부 전신인 내무부 산하에 있으면서 정치권력에 종속되고 경찰권이 남용됐던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 경찰청을 독립된 외청으로 둔 것인데, 행안부가 경찰국을 통해 직접 통제하게 되면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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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민주당에 남겨준 ‘씨앗’…기득권 깨는 개혁 멈추지 않겠다”

등록 :2022-06-18 09:00수정 :2022-06-18 09:59

신승근 기자 사진
[한겨레S] 커버스토리 :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자 인터뷰

민주당 패배 “내로남불, 당 정신 잊은 탓”…윤 정부엔 “신자유주의 회귀”
“대연정·경기북도 설치 추진, 논공행상은 안해”…대권? “주제넘은 이야기”
“서민·약자 위해 지속가능 성장하는 ‘사람 사는 세상’ 만드는 게 진짜 진보”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16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당선자는 이곳에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를 꾸렸다. 수원/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6·1 지방선거에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의 지원을 받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꺾고 승리한 것은 민주당엔 한 줄기 서광 같은 일이다. ‘새벽 뒤집기’를 통해 0.15%포인트, 8193표 차 ‘깻잎 승부’에서 승리는 지난해 재보선, 3·9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까지 3연패한 민주당엔 의미가 남다르다. 국민이 민주당에 준엄한 경고와 함께 희망의 씨앗을 줬다는 진단 속에 김동연 당선자를 이른바 ‘이재명의 한계’를 넘어설 민주당의 대안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인재개발원에 꾸린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에서 16일 김동연 당선자를 만났다. 그는 민주당이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한 채 편가르기와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고, 당 강령에 명시된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지향 가치를 망각해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고 질타했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선방론에 대해선 “민주당이 폭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그는 이제 민주당에 몸을 실었지만 ‘새로운물결’ 당 대표로 지난 대선에 나섰던 때부터 주장한 정당과 의회의 기득권 내려놓기, 승자독식 구조를 깨기 위한 정치개혁을 계속 요구하고 관철할 것이라며 민주당도 자발적으로 그 대열에 동참해야 살 수 있다고 역설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만들어 선제적 대책을 내놓을 것을, 정치권에는 여야정 경제위기 대응협의체를 만들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 몸’이 됐다는 걸 국민에게 보여주기를 제안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지난해 12월 당시 ‘새로운물결’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선출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은 경기지사 왜 남겨줬을까

―경기지사 선거에 승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운이 좋았죠.”

 

―피 말리는 접전이었는데, 유권자의 뜻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두 가지로 해석합니다. 하나는 경기도민의 열망인 상생과 발전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한 것 같아요. 대선 이후 구도와 바람의 영향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 일에 가장 적당한 또는 믿을 수 있는 이로 저를 택한 것이죠. 나름대로 제가 살아온 삶, 정직하고 청렴한 삶에 대해 평가한 것입니다. 둘째, 민주당에 굉장히 강력한 경고를 주셨습니다. (광역단체장) 다섯 군데 빼놓고 전멸한 것, 광주광역시에서 투표율이 37.7%에 머문 것, 정말 혹독한 경고예요. 그런데 한 줄기 희망과 같은, 변화의 씨앗은 남겨두셨다고. 그게 이번 경기지사 선거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에선 나름 선방했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경기지사를 건졌으니 그나마 선방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민주당은 폭망하는 거예요. 경고를 새겨듣고 정신 차려야 해요. 제가 유세 때도 ‘석과불식’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농민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겨울에 종자(씨)는 안 먹는 법이거든요. 국민이 그 종자를 남겨주셨으면 이 씨앗을 잘 심고 가꿔서 제대로 꽃피게 하는 노력을 해야지….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아주, 훨씬 더 힘든 길로 가야 될 겁니다.”

 

―당 정치교체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도 맡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게 뭔가요?

 

“기득권을 스스로 깨는 것입니다. ‘졌잘싸’라든지, 네 탓 내 탓 공방을 하며 서로 총질한다든지, 그런 싸움과 당 안에서의 정쟁 때문에 국민들이 민주당을 외면하는 것이거든요. 지난 대선과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공통된 문제의식과 위기의식을 가져야 해요. 적어도 우리가 국민으로부터 심판받았고, 그건 기득권을 스스로 깨지 못해 언제부턴가 기득권화됐고, 편가르기, 내로남불 행태를 보인 탓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거기서 민주당이 나아갈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그 방향은 첫째, 정치교체를 슬로건만 내세우는 게 아니라 민주당부터 기득권 내려놓겠다고 솔선해야 합니다. 둘째, 민주당이 갖고 있는 본래의 가치에 충실해야 됩니다. 저는 그 가치를 민주당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해요.”

 

―민주당 본연의 가치가 뭔가요?

 

“한마디로 혁신적 포용국가라고 표현합니다. 민주당 강령에도 있어요. 서민과 중산층, 사회적으로 힘든 분들의 눈높이에서 민생을 챙기고, 살 만한 세상 만드는 본연의 가치에 충실해야 했어요. 그런데 민주당이 어떤 때는 민생도 제쳐놓고 있어요.”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자(왼쪽)가 6·1 지방선거에서 극적으로 당선된 뒤, 배우자 정우영씨와 기뻐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선 후보만 책임? 그 후보 누가 뽑았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율 40%를 유지했는데 민주당이 대선에 패하면서, ‘이재명 책임론’을 얘기합니다.

 

“반성은 모든 부분에서 같이 해야 됩니다. 문재인 정부가 성과를 이룬 것도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국민 정서에서 볼 때 비판받아야 할 부분도 솔직히 많습니다. 공과 과를 분명하게 해야지, 일방적으로 잘했다고 하는 건 안 됩니다. 후보요? 후보의 자질, 후보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그 후보를 누가 뽑았나요? 그 후보는 민주당에서 뽑은 거 아닌가요?”

 

―그래도 후보 책임이 큰 것 아닌가요?

 

“제가 선거판에 있어 보니까 선거 결과의 99% 책임은 후보에게 있다, 이런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후보가 가장 중요하죠. 그런데 말을 조심해야 될 것 같은데, 자칫 어디 한쪽 편드는 것 같아서…. 지금 서로 손가락질하면서 남 탓하는 것은 국민들의 경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제가 ‘정치 초짜’입니다만, 우리 정치에서 목적과 수단이 도치된 것 같아요. 추구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망각하고, 내 세력이나 내가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얻거나 하는 것이 절대적인 목적이 됐어요. 그건 선거를 이기는 전략에 있어서도 하책입니다. 수단과 목표가 도치돼 얼핏 어떤 선거에서 이기면 다 될 것처럼 말하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애초 추구하는 목표에 충실한 것, 저는 그게 상책이라고 생각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졌지만 이기는 선거가 있고, 이겼다고 생각하지만 지는 선거가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네요.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이 정당의 목적은 정권을 쟁취하는 거라고 말해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정당의 목적은 자기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거죠. 그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 중에 가장 전형적인 게 정권을 얻는 것이죠. 그런데 정권을 얻는 것이 목적이 되고 다른 것은 다 뭐라고 할까요, 죽어버린 가치가 되니까, 저는 (민주당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을 해요.”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두고 논란이 분분했어요. ‘토사구팽’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박 전 위원장이 내세웠던 방향과 취지, 제가 얘기했던 것하고도 맥락이 다르지 않아요. 민주당의 개혁과 변화를 주장했고, 그 방향에 대해서 저는 크게 응원합니다. 하지만 일에는 일머리가 필요한 것 같아요. 선거 직전 특정 세력(586)의 용퇴라든지 이런 얘기를 했잖아요. 그건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선거가 끝나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치열하게 당의 개혁과 변화에 대한 모든 어젠다들을 다 끄집어내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여 당의 입장을 정했어야지, 선거 직전에 그런 얘기가 나오니까 적전 분열처럼 보이거든요. 하지만 앞으로도 박지현은 박지현이죠. 박 전 위원장의 역할은 충분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추구하는 당 개혁에 있어서도 함께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 “거대 양당 구조를 깨지 않으면 정치적 미래가 없다”고 말했는데 결국 거대 양당 구조에 들어왔습니다. 김동연의 정치가 기성정치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나요?

 

“저는 정치권 기득권 깨기를 위해 정치를 하는 겁니다. 보수는 말할 것도 없고 진보도 기득권화돼 있습니다. 그 기득권에 양당 구조도 있고요. 5년 단임제로는 승자 독식 구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된다는 정치판을 깨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권력구조 개편, 정치 개혁,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얘기했습니다. 왜 의원들은 면책특권 뒤에 숨어야 되고, 내가 뽑아놓고 ‘아니올시다’ 하는 의원을 국민이 소환하지 못합니까. 선거법 자체가 단순 다수 선거제인데, 한 표라도 이기면 승자가 다 독식합니다. 이 구도를 깨지 않고는 우리 사회 갈등 구조도 정치적 양극화도 깰 수가 없고, 결국 경제적 양극화도 못 깹니다. 그런 걸 제가 ‘새로운물결’에서 주장했고, 민주당에서도 같은 주장을 합니다. 민주당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이 개혁을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그게 민주당이 사는 길이고, 대한민국 정치가 바뀌는 길입니다. 민주당에 들어왔지만 저는 같은 주장을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자(가운데)와 김성원 국민의힘 경기도당위원장이 7일 국민의힘 쪽의 도지사직 인수위원회 참여를 합의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북도 설치’ 있고, ‘선거 논공행상’ 없다

―경기도의회가 여야 동수입니다.

 

“도민들께서 (의회를) 동수로 만들어준 의미를 저는 무겁게, 또 감사하게 받아들입니다. 도민들을 위하는 데 여야, 진영과 이념이 어디 있겠어요. 제가 말한 정치 교체, 양당 구조를 깨는 것도 결국은 협치이고, 필요하면 그 이상을 해야 하는 것이거든요.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연정을 주장하셨는데 가장 큰 광역자치단체인 경기에서 한번 해볼 기반을 만들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경기도와 도민을 위한 진정성과 정책으로 풀겠다고 약속합니다.”

 

―7월1일 취임하면 인사가 제일 중요할 텐데요.

 

“인사가 초미의 관심인데, 선거 때 저하고 같이 뛰었다고 기용하는 인사를 하지 않겠습니다. 캠프나 인수위 때 참여했던 분이라고 논공행상으로 자리를 주지 않겠다는 게 원칙입니다. 도 공무원의 실력과 헌신을 신뢰하고 있어요. 바깥에서 오는 사람들은 전문성과 공익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가진 분들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인사하겠습니다.”

 

―경기북도 추진 공약에 눈길이 갑니다. 왜 중차대한 문제로 인식하나요?

 

“저는 ‘분도’(도를 나눈다)라는 말을 안 씁니다. 경기북도 특별자치도 설치입니다. 많은 분들은 북부 지방의 특수성, 군사보호구역 또는 상수원이나 환경 보존이라는 중첩된 규제로 피해를 많이 본 지역이니까 보상을 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남·북도로 분도하자는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저는 각도가 다릅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북부의 성장 잠재력입니다. 경기 북부 인구가 350만명이 넘습니다. 북부에 특별자치도가 설치되면 대한민국 광역도 중에 세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가 됩니다. 역설적으로 중복 규제를 받다 보니 잘 보존된 자연환경이 있어요. 제가 전임 지사의 정책을 계승하되 김동연의 색깔을 입히겠다는 대표적인 게 경기북도 설치예요. 전임 지사들이 다 소극적이었거든요. 선거전략으로 던진 게 아닙니다.”

 윤석열 정부의 신자유주의 회귀 우려

―윤석열 정부 한 달, 어떻게 보세요?

 

“앞으로 5년,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건지, 국정을 어디로 이끌고 가는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전혀 잡히지 않아요. 어떤 지향점을 갖고 있고, 어떤 정책으로 어떻게 하려는지가 부재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경제 정책은 어떤가요?

 

“지금 하는 걸 봐서는 더 심한 신자유주의로 회귀하려는 것 같아요. 걱정이 큽니다. 대한민국 경제와 사회는 심화된 양극화, 단절된 계층 사다리 이런 걸 봤을 때 포용과 상생, 같이 어우러진 질 높은 성장이 되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하지 않아요.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지속가능성은 간과하고 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어설픈 보수는 시장 원리를 강조하면서 시장 만능주의로 갑니다. 하나 더 추가하면, 윤석열 정부는 공과 사의 명확한 구분이 없어요. 의사결정에 있어 권위주의적이고, 즉흥성도 심히 걱정됩니다.”

 

―경제가 위기라고 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 얘기 좀, 꼭 해주세요. 물가는 오르고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있고, 금리는 미국은 자이언트 스텝까지 갔고, 우리도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경제가 위기 국면으로 가고 있어요.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만들라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만들어 위기 상황을 극복할 선제적 대책을 내놔야 합니다. 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위기를 극복했기에 제안하는 거예요. 정치권도 여야정 경제위기 대응협의체를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이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고 여야가 따로 없어요. 두 가지를 강력히 제안합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자(오른쪽 둘째)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2018년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현판식에 참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선? 주제넘은 얘기 할 때 아냐

―‘이재명 의원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하는데요.

 

“첫번째, 지금 경기도정과 도민들 삶 개선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도 부족합니다. 저는 도민들께 빚을 진 채무자예요. 약속한 정책의 빚을 갚기에도 여념이 없어요. 두번째, 씨앗은 땅에 들어가 썩어 없어지는 겁니다. 씨앗이 잘 발아돼 거목이 되기도 하고, 좋은 꽃이 피기도 하지 않겠습니까. 대선 도전, 그런 생각 전혀 없고요. 경기도정을 다잡고 도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으로 제 가치와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 ‘우리가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국민이 남겨준 씨앗으로 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모범답안이네요. 그래도 ‘대통령의 꿈’은 있으실 거 아니에요. 지금 답하시기 곤란하겠지만.

 

“아니요, 전혀 안 곤란해요. 저는 있는 그대로 말씀드린 건데. 제가 (아주대) 총장 할 때 그랬어요. ‘자기 답을 찾아라. 정답은 없다.’ 모범답안이 아니라, 그게 제 답입니다. 지금 제가 주제넘게 그런 말 할 때가 아닙니다. 경기도 인구가 1400만명, 작은 대한민국입니다. 제 모든 걸 쏟아부어도 지금까지 제가 한 말을 이룰까 말까 한데요.”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까지 요직을 하셨어요. 대단한 능력인데, 김동연은 무슨 색깔인지 의문을 갖는 이도 있어요.

 

“어떤 언론에서는 제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걸 가지고 가장 민주당 색깔이 덜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했어요. 저는 거꾸로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이번 선거 패배 이유 중 하나가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뭔지 모르거나, 거기에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충실했던 사람이 저예요.”

 

―자신하는 근거는 뭔가요?

 

“저보고 하도 민주당 디엔에이(DNA)가 없다고 얘기하니까 경선 토론 때 ‘민주당의 가치가 뭡니까, 강령에 뭐라고 써 있나요’라고 물어봤어요. (다른 후보들이) 당황하더라고요, 답도 못하고. 제가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비전 2030 보고서’를 썼어요. 이때 주장한 2025년 대한민국 비전이 복지국가였어요. 이걸 달성하기 위한 두 축으로 제도 개혁과 선제적 투자를 얘기했어요. 제도 개혁은 지금 정치·사회·교육을 바꿔야 된다는 거예요. 선제적 투자는 정부와 재정 역할을 늘려서, 예상되는 양극화와 소득 불균형 문제, 저출생 고령화에 대응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는 거였어요. 그게 17년 전이에요. 제가 그때 동반성장이라는 말도 처음 썼어요. 성장과 분배는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고, 어우러져야지 지속가능한 성장이 된다는 게 그 보고서 뼈대입니다. 그 면면이 내려오면서 고쳐지고 만들어진 게 지금 민주당 강령이에요. 경제 부문에서 보수와 진보가 가장 대립되는 게 정부의 역할과 시장입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큰 정부-작은 정부 논란 자체가 의미 없는 세상이 됐어요. 아직도 우리가 그 잣대로 빨간색이야 파란색이야, 왼쪽이야 오른쪽이야 이러는 건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선거 때 민주당에 제대로 된 진보 가치를 정립하자고 했는데, 그게 뭔가요?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진보, 제대로 된 보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보수 쪽에는요. 자유와 자유주의도 혼동하는 게 지금의 보수입니다. 진보는 그보다 훨씬 낫지만 지금의 소위 진보라는 분들 얘기를 들으면 저분들이 정말 추구하는 가치가 뭐냐, 저는 잘 모르겠어요. 중산층과 서민, 사회 약자들의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쓰면서 지속 가능한 질 높은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진보예요. 노무현 대통령이 그걸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표현했고요.”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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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연속 꼴찌... 국제 리포트에 담긴 한국 언론 수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6/18 10:50
  • 수정일
    2022/06/18 10:5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한국 46개국 중 40위 ...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각국 뉴스 신뢰도 조사 결과에 담긴 의미

22.06.17 14:40l최종 업데이트 22.06.17 14:40l

6월 15일,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각국의 뉴스 신뢰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은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Digital News Report 2022)>를 발간했습니다. 영어로 된 164페이지 보고서인데, 한국 관련 내용은 이 조사에 참여한 최진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이 같은 날 펴낸 <미디어 이슈>에 잘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이 리포트가 관심을 끄는 것은 매년 세계 각국의 언론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과 함께 각국의 뉴스 신뢰도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2016년부터 조사 대상에 포함되었는데 리포트 내용을 한국 언론과 관련된 내용 위주로 요약을 해 보겠습니다.

1.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
 

 
▲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했는데 한국은 30%로 46개국 가운데 40위입니다.1위 핀란드에 비해서는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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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보자면 한국의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해보다 2%p 낮아진 30%로, 조사대상 46개국 중 40위입니다. 46개국 평균은 42%, 뉴스를 신뢰한다는 응답률이 가장 높은 국가는 핀란드(69%)로 조사됐습니다. 한국은 1등에 비해서 절반 이하, 평균에 비해서도 12%p나 낮습니다.

그나마 올해 성적은 괜찮은 편입니다. 한국이 조사 대상에 처음 포함된 2016년에는 신뢰도가 22%로 조사대상 26개 국가 중 25위였습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다가 2021년에 46개국 중 38위를 하면서 겨우 꼴찌를 벗어났습니다. 당시 그 사실을 보도한 <미디어 오늘>의 기사 제목이 "한국 뉴스 신뢰도, 드디어 '꼴찌' 벗어났다"입니다.

2. 선택적 뉴스 회피 현상

전 세계적으로 뉴스를 선택적으로 회피하는 이용자의 비율이 지난 5년간 늘어난 것도 눈여겨 봐야할 현상입니다. 조사대상의 69%가 뉴스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다른 나라들은 뉴스를 회피하는 이유로 "정치/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주제를 너무 많이 다룬다"를 꼽았는데, 한국은 "뉴스가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다"가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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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로 "정치/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주제를 너무 많이 다룬다"가 43%로 가장 높았습니다. "뉴스가 내 기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가 두번째, "뉴스를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다"가 세번째 이유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이유가 달랐습니다. "뉴스가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다"가 42%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3. 언론의 정치적·상업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성
 

 
▲  “정치적·상업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성"에 대한 조사 결과. 둘 항목 모두 평균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한국 언론은 정치에 휘둘리고 돈에 흔들린다는 의미로 해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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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정치적·상업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이라 생각하는지"에 대한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뉴스 신뢰도가 가장 높은 핀란드는 언론의 정치적 독립성(50%)과 상업적 독립성(48%) 인식 모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 평균은 두 항목 모두 26%입니다. 한국 언론의 정치적 독립성은 19%(31위), 상업적 독립성은 18%(36위)로 평균을 밑돌았습니다. 이마저도 5년 전인 2017년에 비해 각각 7%p와 6%p 상승한 것입니다.

4. 한국의 언론 매체별 신뢰도
 

 
▲  한국 매체 중 가장 신뢰를 받는 곳은 YTN, 가장 불신을 받는 곳은 TV조선입니다. 조선일보는 불신을 받는 매체 2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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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각 나라별로 주요매체에 대해 신뢰한다와 신뢰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받아 순서를 매겼습니다. 가장 많이 신뢰한다는 응답을 받은 매체는 52%의 <와이티엔(YTN)>으로 2년 연속 1위입니다. 리스트에 올라 있는 매체 가운데 가장 적은 응답을 받은 매체는 33%의 <조선일보>입니다.

반대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을 가장 많이 받은 매체로는 41%의 <TV조선>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다음 2등은 <조선일보>(40%)입니다. <조선일보>계열의 방송매체와 인쇄매체 둘 다 가장 많은 불신을 사고 있는 상황입니다.
 

 
▲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매체신뢰도 도표에서 신뢰하지 않는 매체 순위만 따로 떼내어 표를 만들었습니다. TV조선과 조선일보가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 확연히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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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의 조사결과를 찾아봐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0%가 넘는 경우는 많지가 않습니다. 우선 한국이 속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국가 중에는 하나도 없습니다. 세계로 넓혀 보면 영국의 <데일리 메일>이나 <데일리 미러>, 미국의 <폭스뉴스> 같은 매체들이 40%를 넘기긴 하지만 이른바 "정론"을 주장하는 그런 매체는 아닙니다.

5. 2018년 이후 한국 매체 신뢰도 조사 결과

<조선일보> 계열사 두 곳이 가장 불신받는 매체로 나오고, 그 바로 뒤에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나란히 있는 것을 보고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조사를 한 올해만 특별히 이런 현상이 발생한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18년부터 올해까지 가장 불신받은 매체들은 어디였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2016년과 2017년은 매체별 신뢰도를 보고서에 싣지 않았습니다.)
 

 
▲  2018년과 2019년 2년 동안 JTBC가 가장 많은 신뢰를 받았고, TV조선과 조선일보가 순위 맨 아래에 위치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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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과 2019년 보고서에는 매체별 신뢰도만 실려 있습니다. 리스트에 올라 있는 15개 매체 가운데 15위는 <TV조선>, 14위는 <조선일보>입니다. 2019년에는 14개 매체 가운데 14위가 <조선일보>, 13위가 <TV조선>입니다. <조선일보> 계열사끼리 자리만 바뀌었습니다.

2020년부터는 불신하는 매체에 대한 응답도 함께 실렸습니다. 가장 불신하는 매체로는 42%의 <조선일보>, 그 다음 2위는 41%의 <TV조선>입니다. 2021년 역시 40%의 <조선일보>가 1위, <TV조선>이 38%로 2위입니다. 올해는 <TV조선>이 <조선일보>를 제치고 다시 1위를 차지했으니 두 매체가 늘 1위와 2위를 놓고 경쟁한 것입니다. (1위라고 좋아할까 봐 다시 말하자면 이건 불신하는 매체 순위입니다)
 

 
▲  2020년과 2021년에는 불신하는 매체도 함께 조사가 됐는데 조선일보가 1위, TV조선이 2위입니다. 그 뒤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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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TV조선>이 서로 불신하는 매체 1,2위를 다투는 동안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줄곧 3,4위를 놓고 경쟁하는 중입니다. 이른바 "조중동"으로 묶여 불리는 메이저 종합일간지 세 개의 신뢰도가 이런 지경이니 한국의 뉴스 신뢰도가 세계에서 바닥을 기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뉴스를 선택적으로 회피하는 이용자의 비율이 크게 늘었는데, 한국의 독자들은 세계 평균보다 더 높은 69%가 그런 경험이 있다고 답을 했습니다. 주된 이유는 "뉴스가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조사대상 국가 중 늘 꼴찌 수준인데, 한국의 신뢰할 수 없는 매체로는 <TV조선>과 <조선일보>가 부동의 1,2위이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3,4위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니 한국의 뉴스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불신 정도가 높은 <조선일보>와 그 뒤를 늘 따르는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신뢰도만 높이면 금방 평균 수준까지는 갈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조중동" 모두를 독자들이 외면해서 아무런 영향력 없는 매체로 만들어 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겁니다. "조중동" 때문에 매년 이맘때만 되면 다른 언론들까지 싸잡혀 한국의 뉴스신뢰도가 세계 꼴찌라는 이야기를 듣는 일은 더 없길 기대하는 겁니다.

* 해당 설문조사는 영국 유고브(YouGov)가 2022년 1월 11일부터 2월 21일까지 온라인에서 진행했으며, 총 9만 3432명(한국 2,026명)이 응답했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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