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4개국 대사가 말한 ‘차별금지법’
새달 서울퀴어축제 함께하는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핀란드
4개국 대사 하나된 목소리로
“다양성은 결국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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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이들이 차별금지 외치면
―한국에서는 차별금지법이 2007년 처음 발의된 뒤 15년째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솔베르그 =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보다는, 우리의 경험을 충분히 전하고 싶다. 노르웨이에선 이러한(차별금지) 성격의 입법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성적지향, 종교, 인종, 등으로 차별하지 않고 모두가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하나의 법적 틀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법은 상징적 의미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소수자들을 보호하기 때문에 실질적 가치도 있다. 한마디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건전한 틀이기에 (이런 법안이) 매우 중요하다. 문화가 먼저 바뀌길 기다린 뒤에 입법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법을 먼저 도입하면 문화가 따라오기도 한다.
―한국에선 차별금지법 제정에 일부 보수 기독교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북유럽 4개국은 역사적·종교적으로 루터교 등 기독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차별과 혐오에 대한 반대 그리고 종교적 신념은 각 나라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나.
루오찰라이넨 핀란드 공관차석(이하 루오찰라이넨) = 핀란드 역사에서도 종교 쪽에서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다루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모두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최근엔 긍정적 변화가 있다. 처음 차별금지법이 나왔을 때 종교 단체와의 충돌도 있었다. 결국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었다.솔베르그 = 올해 노르웨이 교회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 있었다. (12명의) 주교가 공식적으로 과거에 교회가 성소수자를 대하는 방식에 잘못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개인적인 사과가 아니라 교회를 대표한 사과였다. 속도가 조금 느리고 논쟁의 요소가 남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 시민들은 차별과 혐오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왜 차별금지법과 같은 법과 제도가 필요한가.
루오찰라이넨 = 핀란드는 평등,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서는 적절한 입법을 통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정치적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입법’ 자체가 주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기에 큰 의미가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선의와 사회적 인식 변화가 있어야겠지만, 법적인 노력이 있어야만 약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 변화가 가능하다.
―차별금지법 도입을 위해 꼭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보나.
솔베르그 = 일단 법안(차별금지법)이 중요하다는 건 모두가 인지하고 있고, 그 법안을 통해 행동을 끌어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다양성이 우리 사회에 큰 힘이 된다’는 걸 이해하는 게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는 것 자체가 사회에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왕실 가족, 정치인, 스타 등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시민 교육에 (다양성 이해를) 포함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옌센 = 전적으로 동감한다. 덴마크도 모든 요인에 의한 차별을 법으로도 금지하고 있지만, 왕세자빈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이 대중적 이벤트에 참여하고, 이야기하는 게 많은 시민들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어쩌면 법보다도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차별 없는 인재 기용, 경제에도 도움”
인터뷰 이후 7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이 상장기업 상임·비상임 이사 각각의 33% 또는 비상임 이사의 40%를 여성으로 임명하는 ‘여성 할당제’를 2026년 6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다양성은 단지 형평성의 문제만이 아니다.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에선 ‘여성 할당제’는 남성을 배제하는 제도라고 오해를 받는다.
―한국에서 여성 할당제는 많은 공격을 받고 있다. 2003년부터 기업 고위직의 여성 할당제를 앞장서 도입해온 노르웨이의 경험이 궁금하다.
솔베르그 = 과거 노르웨이 정부는 여성을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2003년 당시 산업무역부 장관이 ‘모든 상장사 이사진의 40% 이상을 여성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깜짝 놀랄 만한 아이디어를 냈다. 참고로 이 장관은 보수파 출신의 남성이었다. 그런데도 다양성은 우리 경제,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뭐라도 해야겠다며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 역풍이 있었지만, 잘 정착했다. 이렇듯 강제로 시작하긴 했지만, 생각과 태도 변화를 끌어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 할당제를 놓고 여성에게만 유리하지 않냐는 의견이 있다면,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의견으로 보인다. 다들 노르웨이가 부강한 이유를 원유, 가스를 비롯한 천연자원이 많아서라고 하는데, 실제 연구에서는 진짜 원인은 100%의 모든 인구를 인적 자원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다시 말하면 노르웨이는 모든 인재를 적극적으로, 남녀 가리지 않고 활용하는 게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정연 박고은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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