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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틈타 폐업 통보… ‘700일 투쟁’ 한국산연 노동자들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2.06.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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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산켄전기는 교섭에 응하라”… 단식투쟁 돌입

마산수출자유지역 내 설립된 외국인투자기업 한국산연에서 LED 조명을 생산했던 노동자들.

수차례 한국공장 철수와 구조조정을 강행해 온 모회사 일본 산켄전기를 상대로 일본 원정투쟁까지 벌이며 2017년 승리를 맛봤다.

그러나 2020년 여름, 산켄전기의 일방적인 위장폐업에 맞서 다시 투쟁을 시작했다. 싸움은 700일이 넘었고 지난 22일부터는 끝내 단식투쟁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 서울 마곡동 APTC 사무실 점거농성 중인 한국산연 노동자들. [사진 : 한국산연지회]
▲ 서울 마곡동 APTC 사무실 점거농성 중인 한국산연 노동자들. [사진 : 한국산연지회]

교섭 다음 날 ‘폐업’ 통보

한국산연 노동자들은 20일 산켄전기의 국내 합작법인인 APTC 사무실에서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APTC는 산켄전기와 LG전자가 합작해 만든 기술연구개발 업체다.

산켄전기는 지난 2020년 7월 누적적자로 인한 경영위기를 이유로 한국산연 폐업을 결정하고 2021년 1월20일자로 폐업했다. 한국산연 노동자들은 일본 본사 홈페이지를 통해 폐업 소식을 알게 됐다.

2019년 연말 산켄전기 홈페이지에서 ‘새로운 비전을 준비하며 일부 사업을 폐쇄하고, 일부 지역을 철수하겠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국산연 사장으로부터 ‘한국산연을 폐쇄한다는 말은 없다’고 들었지만, 물량 문제로 여러 번의 휴업까지 감수해야 했고, 고용안정 문제에 관한 교섭도 이어졌다.

2000년 7월 7일 고용안정 교섭을 하고, 8일엔 임단협 교섭도 했다. 그러나 하루 만인 9일, 산켄전기는 이사회를 열어 한국산연 폐업, 청산 결정을 내렸다.

그때부터 한국산연 사장은 “자신은 몰랐던 일”이라고 일관했다. 경영상의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게 손익계산서, 대차대조표 등 정산자료를 요구해도 무성의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위로금 교섭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 두 차례 일방적으로 위로금을 제시하는 문자를 보내온 사장을 향해 “위로금이 아니라 교섭에 나오라”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끝내 응하지 않았다.

“폐업 6개월 이전에 이를 조합에 통보해야 하며 구체적 상황에 대해서는 조합과 합의 후 결정해야 한다”는 단체협약을 위반했고, 2017년 투쟁 승리 후 복직합의서에 적힌 “앞으로 심각한 고용문제가 발생할 경우 노동조합과 사전에 합의하기로 한다”는 조항도 위반했다.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는 산켄전기의 한국산연 폐업을 ‘위장폐업’으로 규정하고 다시 투쟁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늘(23일) 711일이 됐다.

▲ 사진 : 한국산연지회
▲ 사진 : 한국산연지회

LG를 상대로 싸우는 이유

그들이 산켄전기와 LG전자의 합작법인인 APTC에서 농성하는 이유가 있다.

APTC는 2018년 3월 LG가 49%, 산켄이 51% 투자해 만든 기술연구개발 업체다.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1990년부터 한국산연에서 일했다. 그는 “LG가 위장폐업의 동조자”라고 확신있게 말했다.

서울 마곡동 한 빌딩의 4층에 산켄전기 한국영업소가 있고, 5층엔 APTC가 있다. 건물 4층의 대표와 5층의 대표가 동일 인물(이명준)이다. 그는 일본 산켄 본사의 이사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LG와 산켄이 연결돼 있다고 본다. 이명준 대표는 2000년부터 한국산연 사장으로 LG출신을 데리고 왔다.”

2021년 1월 한국산연을 폐업하고 공장문을 닫은 산켄이 LG와 힘을 합쳐 국내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위장폐업의 근거로 된다.

“산켄은 한국에서 생산이나 판매, 연구개발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LG와 손을 잡고 더욱더 사업을 확대하고 활발한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

 

툭하면 경영상의 이유로 노동자를 정리해고하겠다고 했던 산켄은 2018년, LG의 전류센서 생산업체인 ‘이케이(옛 지흥)’ 공장을 인수하기도 했다. 2017년 복직합의서에 서명한 ‘한국산연 공장 생산에 필요한 제반 시설을 갖춘다’는 합의는 지키지 않으면서 말이다.

“한국노동자이기 때문에, 민주노총 조합원이기 때문에”

경영상의 이유로 폐업을 했다는 것에 납득할 수 없는 한국산연 노동자들은 산켄의 위장폐업에 대해 “노동조합을 혐오하고, 한국노동자들을 무시하기 때문에 일으킨 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산켄전기는 1996년 한국산연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 가입하자 1997년 일본 주주총회에서 한국생산거점 철수와 인도네시아 이전을 결정했다. “1996년부터 현재까지 민주노총에 소속된 한국산연 노동자와는 같이 일할 수 없다며 정리해고를 단행해 왔다”고 했다.

호시탐탐 정리해고만 노리다가 코로나가 터졌고 산켄은 다시 폐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국산연 사장이 말하기를 ‘코로나로 인하여 한국노동자들이 최소 2~3년 일본으로 투쟁하러 오지 못한다, 이 기회에 공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공장이 정리됐다.

산켄전기 사장은 “5년 전(2017년) 한국노동자들이 원정투쟁을 마치고 원직복직한 것에 대해서 수치스럽게 생각한다”는 말까지 했다. “한국노동자들이 일본까지 와서 원정투쟁만 하지 않았더라면 한국산연 공장은 지금 해산되거나 청산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일본 내 산켄전기 자회사 두 곳이 정리될 때엔, 길게는 1년 전 통보를 하고 계열사 배치전환을 협의하는 등의 절차를 밟아왔다. 그러나 한국산연은 폐업 통보조차도 본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외투기업 규제법만 있었어도… “교섭 나올 때까지 싸울 것”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 산켄전기는 47년간 한국 땅에서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 동종업계 세계매출 8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본 산켄전기주식회사는 1973년 마산수출자유지역에 100% 자본을 투자해 자회사인 ‘한국산연’을 설립했다. 47년간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법인세, 소득세,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및 종합토지세 등의 조세를 감면받았다. 공장 임대료로 ㎡당 약 900원 대의 저렴한 임대료로 생산활동을 해왔다.

“산켄전기 성장엔 한국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한국산연 노동자들을 해고한 것은 명확히 위장폐업이고 불법폐업이다. 공장을 재가동해 12명밖에 남지 않은 노동자들을 충분히 채용할 수 있다. 산켄이 답변을 들고 교섭에 응해야 한다.”

노조는 산켄전기 측에 한국산연 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생산공장 정상화, 복직 등 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24일 일본에서 산켄전기 주주총회가 열린다. 노조는 최고 결정기구인 주주총회에서 이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 8개월간의 일본 원정투쟁을 물심양면으로 도운 일본 시민들은 산켄전기 본사 앞 선전전 등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24일 주주총회장을 찾아 항의 투쟁도 벌일 예정이다. 이들은 한국산연 문제 해결을 위해 소액 주식을 모았고 1명의 대표가 주주총회에도 참석한다. 한국산연 사태에 대한 주주들의 답을 요구할 예정이다.

경남 마산 공장 앞 농성장에서, 서울 여의도 LG타워 앞에서, 마곡동 점거농성장에서 투쟁하고 있는 12명의 한국산연 노동자들 중엔 길게는 1990년부터 한국산연에서 일한 노동자도 있고, 결혼식을 앞둔 노동자도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산켄이 교섭에 나올 때까지 투쟁의지를 꺾지 않을 각오다.

“단식하다가 실려 나가거나 경찰에 끌려 나가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산연과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외투자본 규제법 마련을 위한 대국회 사업과 대정부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외투자본 규제 법하나만 제대로 만들어져 있어도 교섭 자체가 막히진 않았다. 우리 노동자들을 교섭 상대로 보고 교섭이 제대로 이뤄질 때까지 싸울 것이다(오해진 지회장)”, “단식은 처음이라 무섭기도 하지만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잘 버틸 수 있다(백은주 교육선전국장).”

이들에게 24일 주주총회 투쟁이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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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돗자리’ 펼치면 기후위기 이슈가 쫙!

  • 기자명 정민경 기자 
  •  
  •  입력 2022.06.23 17:38
  •  
  •  수정 2022.06.23 18:03
  •  
  •  댓글 5
 
 

한겨레 후원회원제 ‘서포터즈 벗’ 1년 캠페인 ‘신문돗자리’
기후위기, 탄소배출 등 기사 담은 돗자리로 환경이슈 부각
페트병으로 제작한 친환경 상품…“참여동기 만드는 게 목적”

한겨레신문과 똑 닮은 ‘돗자리’가 제작됐다. 이 신문 돗자리는 한겨레 후원회원제 ‘서포터즈 벗’ 출범 1주년 캠페인 일환으로, 후원회원제 알림과 동시에 환경 이슈를 환기하는 목적으로 제작됐다.

한겨레는 지난 9일부터 내달 15일까지 신규 가입한 정기 후원 회원에게 신문 돗자리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기후 위기, 탄소 배출, 플라스틱 등 환경 이슈를 이야기할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신문 돗자리에 담았다.

이 신문 돗자리를 펼치면 “바다 밑으로 사라지는 도시들, 서울도 해마다 0.66cm씩 가라앉는다”, “지구 ‘1.5도 상승’ 지키려면 2030년 탄소배출 43% 감축해야”, “‘생분해’들어갔다고 모두 친환경 플라스틱 아니다”라는 세가지 기사를 읽을 수 있다. 환경 문제에 관한 십자말풀이도 인쇄돼 있다.

▲한겨레의 '신문돗자리'. 사진출처=한겨레 홈페이지.
▲한겨레의 '신문돗자리'. 사진출처=한겨레 홈페이지.

신문 돗자리는 국내 500ml 페트병 40개로 제작된 폐플라스틱 원단 ‘플라텍스’로 만들었다. 폐플라스틱을 100% 재활용한 원단이며 폐플라스틱을 작은 조각으로 분쇄하는 과정을 거쳐 제작된다. 한겨레 측은 신문 돗자리를 통해 환경 기사를 자연스럽게 읽어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프로모션 기간 동안 정기 후원 회원으로 가입하면 자동으로 응모되며 신문 돗자리가 배송된다.(링크)

▲한겨레의 '신문돗자리'. 사진출처=한겨레 홈페이지. 
▲한겨레의 '신문돗자리'. 사진출처=한겨레 홈페이지. 

이정윤 한겨레 후원미디어전략부 후원팀장은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겨레 후원회원제인 ‘서포터즈 벗’이 출범한 지 1년이 됐다. 출범 당시 자체 채널을 통해 다양하게 홍보했지만 아직도 덜 알려졌다고 판단했다”며 “어떻게 서포터즈 벗을 알려서 긍정적 피드백을 끌어내고 후원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광고 에이전시와 함께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언론사 후원 회원제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한 사람들에게 단순히 서포터즈 벗의 존재를 알리는 것을 넘어 함께할 동기를 만드는 것이 이번 캠페인 목적”이라며 “환경과 기후위기에 대해 한겨레가 심층적으로 취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한겨레 가치를 직접 읽고 쓸 수 있는 돗자리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한강 공원 등에서 캠페인을 진행해 영상으로 담아 광고를 제작했다”며 “한겨레는 국내 언론사 최초로 기후변화팀을 신설해 관련 기사를 심층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의 '신문돗자리'. 사진출처=한겨레 홈페이지. 
▲한겨레의 '신문돗자리'. 사진출처=한겨레 홈페이지. 

이 팀장은 신문 돗자리 기획에 대해 “매우 큰 폭은 아니지만 이전과 비교해 후원으로의 전환율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며 “캠페인 영상을 보고 긍정적 피드백을 보내주시고, 신문 돗자리 굿즈의 별도 구매 및 대여 문의가 계속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한강공원을 자주 찾는 젊은 세대들이 주로 방문하는 커뮤니티와 SNS에서 신문 돗자리 캠페인 사진과 내용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며 “현재 한겨레21을 판매하고 있는 네이버스토어에서 ‘한겨레 서포터즈 벗’ 굿즈들을 구매할 수 있게 한겨레 브랜드 스토어를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신문 돗자리 기획은 한겨레 후원회원제를 알리는 두 번째 기획이다. 앞서 한겨레 후원미디어전략팀은 첫 번째 기획으로 지난달 중순부터 6월 초 영상과 신문 광고를 진행했다. 한겨레 신문 1면에 ‘진실은 구겨질 수 없습니다’라는 광고를 낸 것과 ‘우리가 알아야 할 세상의 이면’이라는 영상을 제작한 것이 첫 번째 기획이었다.

▲한겨레 5월17일 1면.
▲한겨레 5월17일 1면.

지난달 17일 한겨레 1면 광고에는 “한겨레, 사절합니다. 누군가의 입김 앞에 침묵하는 뉴스. 광고의 유혹에 무릎꿇는 뉴스. 그래서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담지 못하는 뉴스. 한겨레는 그런 신문 사절합니다. 한겨레가 꿋꿋하게 신뢰 언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서포터즈 벗으로 함께 동행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 외 영상 광고 ‘우리가 알아야 할 세상의 이면’(링크)도 기획했다. 이정윤 팀장은 해당 영상에 대해 “불편하지만 꼭 알아야 할 뉴스,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이면의 목소리에 집중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면지 도장을 활용했다”며 “공공기관 등에서 사용하는 이면지 활용 도장에 한겨레가 말하고픈 ‘세상의 이면’ 메시지를 전하는 캠페인으로 이면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겨레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했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영상은 6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한겨레 후원회원제를 알리는 3차 기획으로는 오는 9월경 짧은 영상과 함께 옥외 광고가 예정돼 있으며 현재는 기획 단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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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주 52시간제 무력화·연공제 해체' 선언

이정식 "韓 노동시간 OECD 최장" 인정하면서도 "연장 근로 요청 와"

 
 

 

 

정부가 주 52시간제 무력화와 연공제 해체를 위한 노동 체계 개편에 나설 것임을 사실상 선언했다. 노동계는 이에 맞서 총궐기 투쟁을 예고했다.

23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작 개혁 추진방향'을 대국민 브리핑하며 노동 체계 개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근로시간 제도 및 임금체계 개편'을 노동부의 '우선 추진과제'로 선언했다.

주 120시간 '부릴' 자유 마련하겠다?

이 장관은 우선 주 52시간제를 두고 '주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급격하게 줄"여 "현장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편 필요성을 시사했다. 

해당 사례로 이 장관은 "정보통신(IT)‧소프트웨어(SW) 분야 등 새로운 산업이 발달하고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업별‧업종별 경영여건이 복잡‧다양해지는 만큼, 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경영계)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그 대안으로 작년 4월 유연근로제가 보완됐으나 "활용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현장에서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는 특별 연장 근로를 불가피하게 요청하는 실정"이라며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실상 경영계가 일방적으로 요구한 노동 시간 연장 필요성을 노동부 장관이 시사했다. 아울러 주 120시간 '부릴' 자유를 주장한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관을 반영한 언사로 해석된다. 

특히 이 장관은 "작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928시간으로 1500시간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실 근로시간 단축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노동시간을 더 줄여야 하는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대통령 노동관에 맞춰 사실상 노동시간 연장 필요성이 있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편 셈이다.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한 듯 이 장관은 "주 최대 52시간제의 기본 틀 속에서 운영방법과 이행수단을 현실에 맞게 개편"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이 장관은 △'주 단위' 초과근로 관리방식을 노사 합의에 따라 변경 가능하도록 개정하고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하며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적정 정산기간 확대 등을 추진하며 △스타트업과 전문직의 경우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연공제 폐지에 나서겠다고도 선언했다. 

이 장관은 "작년 기준 우리나라 100인 이상 사업체 중 호봉급 운영 비중이 55.5%이고 1000인 이상인 경우 70.3%"라며 "연공성이 매우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제도는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서 찾아보기 어렵"고 "우리나라의 근속 1년 미만 근로자와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 차이는 2.87배로 연공성이 높다는 일본(2.27배)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성과와 연계되지 않는 보상시스템은 '공정성'을 둘러싼 기업 구성원 간 갈등과 기업의 생산성 저하, 개인의 근로의욕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고 노동자 역시 "'평생직장' 개념이 약해지면서 현재 일한 만큼의 보상을 현시점에서 정당하게 받기를 원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이 장관은 초고령사회로 한국이 진입함에 따라 연공제를 폐지해야 "장년 근로자가 (더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다"며 연공제 폐지가 불가피하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이 장관은 "청년과 여성, 고령자 등 모든 국민이 상생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과 확산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미국 오넷(O*net)과 같이 풍부한 임금정보를 제공하는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넷은 미국의 800여 개 직업의 임금 정보와 수행하는 직무, 그 자리에 필요로 하는 능력 등을 제공하는 노동 관련 포털이다.

이 장관은 아울러 △개별 기업에 대한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을 확대하고 △우리나라 임금제도 실태 분석을 하는 한편 △해외 임금체계 개편 흐름을 토대로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확산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제를 선정해 나가겠다고도 밝혔다. 

또 임금피크제와 고령 노동자 계속 고용을 위한 제도개선 과제 발굴에도 나설 것이라고 이 장관은 덧붙였다.

노동자 출신 장관 "노조 '불법행위' 엄정 대응" 

이 장관은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노동시장은 법‧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의식과 관행의 개선이 동반되어야만 가능하다"며 "신뢰의 토대인 공정한 룰이 원칙있게 지켜질 수 있도록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노사 불문 엄정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이번 정부 개편안에 대한 노동계 반발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이번 정부 발표를 두고 노동계는 강력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달 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관하는 전국노동자대회가 예정됐다. 

다만 해당 집회는 경찰이 이미 불허한 상태다. 민주노총은 이 같은 조치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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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에 분노한 그들이 한동훈 딸엔 조용한 이유는..."

[인터뷰] <시험능력주의> 저자 김동춘 성공회대학교 교수

22.06.23 20:02l최종 업데이트 22.06.23 20:02l


대한민국 지식인 사회에서 김동춘만큼 다방면에 걸쳐 이 사회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비판하고, 활동한 학자가 있었을까? 역사, 노동 경제, 이념 등에 두루 걸쳐있는 김동춘의 레이더는 광범위하고, 깊은 병증을 찾는 그의 그물은 늘 촘촘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시험능력주의>를 통해 이 사회의 교육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물론 그간 교육에 대한 이런저런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동춘은 이번 책을 통해 한국형 능력주의가 교육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로 인해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구조적으로 해부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다.

단순히 교육의 문제를 넘어 정치와 경제, 사회학을 넘나들며 빈틈없이 논증을 전개하는 김동춘의 칼날은 여전히 벼리다. 관련하여 지난 16일 <시험능력주의>(창작과비평사)의 저자 김동춘 교수를 만났다. 우리는 이 학자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나라는 대체 어디로 가는 거냐고.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시험능력주의는 마치 공기와 같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
 

김동춘 교수 프로필 사진
▲  김동춘 교수 프로필 사진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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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 과거사, 이념 갈등, 노동과 계급 문제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병폐들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비판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셨다. 다만 이번 저작인 <시험능력주의>는 그간 천착했던 주제와 다소 동떨어진 느낌인데? "처음엔 노동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한국의 노동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육 문제와 연결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노동과 교육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언젠가 제대로 다뤄봐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관련해서 글도 많이 썼었고. 게다가 교사와 교수를 거치면서 학생들을 계속 만나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가까이서 이 문제를 지켜보고, 절실히 공감하기도 했다. 그동안 과거사 문제나 현대사 쪽으로 연구하면서 계속 미뤄졌는데, 이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이제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노동과 교육이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라고 하셨는데, 예를 든다면?

"2016년에 구의역 김군 참사 사건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 대학을 나오지 않고, 학벌이 없으면 사람대접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이 있고, 이 현실로 인해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불리한 대우를 감수하면서 살아야만 하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한국은 아주 특별한 시험사회, 사람을 평가할 때 시험성적 이력을 거의 절대시하는 시험만능주의 사회'라고 하셨는데,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시험만큼 어떤 사람의 능력을 쉽게 가늠할 수 있는 것도 없는 게 아닐까?

"한국의 시험은 이른바 '집필 고사'고, 사람을 점수화, 수치화해서 등급과 랭킹을 매기기 위한 시험이고, 다수를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라는 특징이 있다. 또 하나의 주요한 특징은 학교 내신, 수능시험이 그렇듯이 4지선다, 5지선다라는 점이다. 이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객관화된 기준을 제시해야만 승복한다는 중요한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한 번에, 한 칸에 당락을 좌우하고, 그것이 일생의 운명을 좌우한다. 물론 시험은 어느 나라에나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다만 다수의 경쟁자를 탈락시키기 위한 이런 시험은 전형적으로 일본, 중국, 한국에서 주로 나타난다. 국가주의 전통이 강한 나라, 시민사회에서의 자체 평가의 능력이 약한 나라에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런 것으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어폐가 있다."

- '시험능력주의의 앞면을 지배체제라 보면, 뒷면은 노동(배제)체제이며, 그 결과는 부정적인 사회병리들'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어떤 사회병리들이 있는지 간략하게 말씀해주신다면?

"우리 사회에서 시험은 명문대, 좋은 학과가 1차, 고시 합격 같은 것을 2차로 나눌 수 있는데, 이런 시험능력주의는 마치 공기와 같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평생토록 지배한다. 문제는 이 시험이 소수의 승리자와 다수의 패배자를 남긴다는 점이다. 패배자는 패배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승리자는 부당한 지배체제를 갖는다. 사회적인 부정이나 불법이 있어도 말을 꺼내지 못하면서 부당한 권력과 불법을 계속 유지하는 식이다.

가장 심각한 건 역시 청소년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 일탈, 좌절감, 정신적 상처, 자살, 부모들의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스트레스, 부모들이 겪는 상처 등등이 우리 국민이 겪는 시험주의 체제의 병리라고 본다.

한편으로 승리자들도 상처가 있다. 더 위에 있는 승리자들에 대한 콤플렉스다. 또 하나는 사람이란 무릇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야 하는데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혹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맞지 않는 옷을 입고 평생을 살아가야만 한다. 그야말로 온 사회의 병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그런데 지금의 학생들은 이런 시험능력주의의 문제를 인식하기보다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위로 올라가는 것에 더 분노하는 것 같다. 대표적으로 조국 사태 때 그랬고. 같은 맥락으로 보면 한동훈의 딸에게는 또 별다른 분노가 없다.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다고 보는지?

"우선 조국의 딸에게 분노했던 것은 소위 SKY대학의 학생들이지 지방대 학생들이 아니다. 대학 서열 하위권 대학 학생들은 분노할 힘도 없다. 이게 따지고 보면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제로 선언 때(문재인 정부 시절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60개 협력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자 정규직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한 일-기자 말)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는데 기득권자들의 방어적이고 보수적인 태도다. 공정하지 않은 방법이나, 혹은 시험 보지 않은 아이들과 나눠 먹기 싫다는 의미다. 이런 분노는 모든 청년이 가지는 게 아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잘나가는, 잘나갈 가능성이 있는 청년들에게서 나타난다.

한동훈 딸에게 분노하지 않는 이유는 자기들과 다른 세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게 상위 1~2%와 0.1%의 차이인 셈이다. 한동훈의 딸은 (아직) 대학을 안 간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자기들 세계 밖에 있고, 조국의 딸은 자기들 세계 안에 있다. 이런 문제들도 올라가면 결국 큰 뿌리는 시험능력주의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시험능력주의 승리자들이 누리는 특권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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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능력주의> 표지 이미지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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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능력주의>에서는 이 문제를 크게 앞면과 뒷면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앞면에 관해서 개인적으로 공포감 비슷한 것을 느꼈던 지점은 "사회적 폐쇄, 지위 폐쇄를 통한 지위 세습"에 관해서였다. 관련해서 좀 설명해 주신다면?

"지위 폐쇄라고 하는 것은 쉽게 말해 학력이나 학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을 발로 차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격을 가진 사람은 자신들만 특권을 누리려고 하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배제한다.

의대 증설 방침이 거론되자 의사협회에서는 "의사 수가 늘어나면 능력없는 의사가 양산될 것"이라고 하고, 판사들이 연간 처리하는 사건 수가 464건에 달할 만큼 살인적인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판검사 수 확대에 극렬히 반대한다. 이런 방식으로 가면 지배체제는 자꾸만 더 공고해지고 사회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없다. 코로나 사태 때 어떤 일이 벌어졌나? 공공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한 와중에도 의대생들이 나서 공공의대 설립 법안을 반대하는 촌극이 발생하지 않았나."

- 이번엔 뒷면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전국의 일터에서 매일 반복되고 있는 노동인권 침해, 중대 재해, 노동 차별, 노동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찍기, 학교에서의 노동 무시 교육이 시험능력주의의 산물"이라고 했다. 왜 그런가?

"한국은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 중에서 노동자 권리, 여성의 권리가 낮고, 노동조합의 조직률도 12%로 OECD 국가 중 최하다. 그러면서 중대 재해율은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이게 과거에는 노동 탄압에 기인한다는 식으로 설명이 가능했다. 지금은 왜 그럴까? 이유는 명백하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기들의 단결과 조직화를 포기하는 측면 때문이다. 학교에서 노동은 피해야 하는 거라고 가르치고, 공부 못하면 노동자 된다는 의식이 깔려있다. 그런 교육을 통해 아이들도 은연중에 받아들인다. 그런 청년들이 노동자가 되면 자기 기술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까? 권리의식도 낮고, 권리의식이 낮으니 노동에 대한 차별이 지속된다.

시험능력주의는 노동 차별을 정당화하고, 좀 거칠게 말하자면 신노예를 양산한다. 시험능력주의에 패배했으니, 공부를 못했으니 라는 이유로 이 모든 위험과 불합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거다."

- 그렇다면 시험능력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교육적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우선 시험능력주의의 승리자들이 누리는 특권을 줄여야 한다. 우리 사회에 시험능력주의가 작동하는 소위 전문직이라 불리는 계층들, 이를테면 변호사나 법관, 의사, 약사, 교수들의 자격 독점을 완화하는 지점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대법원 판사를 반드시 고시 합격자로 제한해야 하나?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는 오히려 학문적으로 법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지위의 개방을 통해 좋은 자리에 대한 특권을 완화해야 한다. 동시에 노동자들의 사회적 대우를 높여야 한다. 예컨대 배관공이나 청소노동자 같은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보수를 높이는 방식인데, 이건 또 재벌 체제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지금처럼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구조로는 절대 바뀔 수 없다.

다른 맥락으로 수직 서열화된 대학 구조를 완화해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 지방 대학에 대한 공공투자 확충 등을 통해 대학이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지금보다는 더 평준화하고, 입학이 아니라 졸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간략하게 말해도 이 정도이니까 굉장히 구조적인 문제다. 절대 하루아침에 안 된다. 지금부터 사회가 이 문제를 인식하고 다양한 지점에서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 일이다. 그래도 한 세대는 걸릴 거라고 본다."

- 그렇다면 이 사회가 시험능력주의를 극복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은 있을까?

"어려운데... 우선 이 문제에 공감하는 정치 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민주당 지지자의 반수 이상 그렇겠지만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들 거의 전부는 아예 이런 주장 자체를 부정한다. 시험 외에 인재 선발의 대안이 있느냐고 묻는다. 더 치열하게 경쟁하고, 더 서열화해야 더 우수한 인재들이 나온다고 주장하니까 그 사람들과는 교육개혁이나 사회개혁의 방안에 대해 대화가 어렵다. 특히 50대 이상 한국인들에게 경쟁적 시험은 거의 자연법칙처럼 간주된다. 다른 방법을 경험해 본 적이 없고 객관식 시험 외의 온갖 선발 비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민주당 지지자의 반 정도는 된다고 보시나?

"내가 너무 높게 잡았나?(웃음) 뭐 그래도 1/3은 된다고 본다. 어쨌든 그렇게 이 문제에 공감하는 정치 세력이 1/3이라도 있다면 관련한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다고 정치권에만 기대는 것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없다. 시민사회에서 움직임이 나와야 한다. 한때 학생들 사이에서 학벌 타파 운동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졌고, SKY대학 학생들은 블라인드 채용도 반대하는 실정이다.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지금 이런 목소리를 내는 학부모가 100중에 5 정도인데 20 정도만 되어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사회 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의 문제고, 독일이나 유럽 국가들을 봐도 절대 불가능하지 않다. 이 책이 그런 목소리를 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 꼭 시험능력주의가 아니라도 그간 다양한 지점에서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이야기해왔다.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좋은 사회란 어떤 사회인가?


"상위 1%가 너무 행복한 사회가 아니라 하위 80%가 우리나라에 대해 애착을 느낄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상위 1% 혹은 10% 정도만 어느정도 해피하고, 나머지는 너무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다. 10년 넘게 저출산과 자살이 압도적인 세계 1위라는 것만 봐도 이 사회가 얼마나 팍팍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일상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 이걸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교육과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형평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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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우 “유엔사, 반국가단체로 규정할 수 있다”

20여 단체들, ‘유엔사 해체 대국민토론회’ 개최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2.06.24 02:28
  •  
  •  수정 2022.06.24 02:33
  •  
  •  댓글 0
 
23일 오후 기독교회관 조예홀에서 ’유엔사 해체를 위한 대국민토론회‘가 열렸다. 유엔사령부를 반국가단체로 공론화 한 첫 자리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23일 오후 기독교회관 조예홀에서 ’유엔사 해체를 위한 대국민토론회‘가 열렸다. 유엔사령부를 반국가단체로 공론화 한 첫 자리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국가보안법의 조항만을 보게 되면 북한만이 아니라... 반국가단체 구성을 충분히 충족하기 때문에 우리가 유엔사를 반국가단체로 규정할 수 있다.”

20여 국내 민간단체들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유엔사령부(UNC, 이하 유엔사) 문제를 천착해온 이시우 사진가는 유엔사의 불법성에 의한 ‘부존재’를 입증하는 것을 넘어 유엔사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국가보안법 제2조(정의) ①항은 “이 법에서 “반국가단체”라 함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21/2022 미국 전쟁‧반인륜 범죄 국제민간법정 조직위원회]와 [가짜 ‘유엔사’ 해체를 위한 국제캠페인]이 23일 오후 3시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 조예홀에서 개최한 ’유엔사 해체를 위한 대국민토론회‘에서 이시우 사진가는 ’유엔사령부의 성격과 지위 -유엔군사령부는 반국가단체이다‘ 제목으로 발표에 나섰다.

이 토론회는 서울진보연대, 서울대학교민주동문회, Action One Korea 한국, 평화통일시민연대 등 20여 단체가 공동 주최했고, 통일뉴스 주권방송, 민플러스, 자주시보 등이 후원했다. 

유엔사령부의 불법성에 초점을 맞춰온 이시우 사진가는 이번 토론회에서 반국가단체 성격에 주목을 돌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유엔사령부의 불법성에 초점을 맞춰온 이시우 사진가는 이번 토론회에서 반국가단체 성격에 주목을 돌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시우 사진가는 먼저, 유엔사가 ‘정부 참칭’을 했는지에 대해 “유엔사는 대성동에 대해 미국정부의 행정을 수립하는 군사실행기구”라며 “한국영토 일부에 미국정부의 행정을 수립했다고 명시한 것은 정부참칭에 해당된다”고 규정하고 근거 자료를 제시했다.

‘유엔사규정 525-2’(2019.4.1)에는 ‘민사행정’을 “아군 지역에서 현지 정부와의 합의 하에 현지정부가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특정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외국 정부가 수립하는 행정”으로 규정하고 있고 비무장지대(DMZ) 내에 있는 대성동에 대한 점령권과 행정권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

둘째로, ‘국가 변란’에 대해 “국가를 변란한 자가 아니고 변란할 목적만 가져도 처벌되게 돼 있다”고 해설하고, 실제 사례로 한국전쟁 당시 평양시와 함흥시에서 군정을 실시한 경험과, 이승만 정부 전복을 시도한 ‘플랜 에버레디’ 등을 예시했다.

“대법원 판례에서 경험칙상, 사리상 반드시 국가를 전복하고 새로운 정부를 참칭할 수밖에 없는 이런 단체에 해당한다”라는 판단이다.

셋째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는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유엔사는 “군사력을 동원해서 무력을 동원할 수 있는 지휘 통솔 체계를 갖고 있는 그런 단체”라는 것.

이시우 사진가는 발표문에서 “한국 정부와의 조약없이 ‘유엔사’가 일방적으로 행정을 수립하고 있다면 이는 정부를 참칭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며 “대성동 주민에 대한 납세와 국방의 의무이행을 배척하고 한국합참의 비무장지대 교전수칙을 배제하고, 비군사적 목적의 비무장지대 출입과 군사분계선 통과를 노골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군사변란을 상설적으로 실행하고 있다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시우 사진가는 “반국가단체인가라고 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듬고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마로니에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토론회는 마로니에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권오혁 국제캠페인 사무국장은 발제에서 “유엔사 위험성의 첫 번째는 우리 법 밖에 있다는 것”이라며 ‘초월적 존재’ 행세를 꼬집었다. 특히 “주한미군사령부가 발간한 ‘주한미군 2019 전략 다이제스트’ 제목의 공식 발간물에는 유엔사가 유사시 일본과 전력 자원 협력을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경계심을 표했다.

이어 △대통령 방북길도 승인받아야 한다. △철도도로 연결사업 차단 △공동경비구역 자유왕래 사업 정지 △공동경비국역 자유왕래 사업 정지 △고성GP 방문 불허 등을 예시하며 ‘무소불위’ 유엔사를 비판했다.

정연진 AOK 한국 상임대표는 ‘유엔사 해체 운동의 의의와 앞으로의 과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서 “소수 전문가들만이 아닌 전 국민적인 이슈로 확산시켜야 한다”며 “미국문제에 대한 범시민사회단체의 대동 결합 단결과 선제적 자세”를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이슈를 따라가지 말자며 ‘선제적’ 자세를 강조했다.

류경완 코리아국제평화포럼 공동대표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와 이장희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대표가 인사말을 했고, 이해영 한신대 교수와 이재희 진보당 파주시당위원장이 토론에 임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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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길들이기 시그널인가”…치안감 ‘황당 인사’, 2시간만에 번복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6/23 11:26
  • 수정일
    2022/06/23 11:2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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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인사 번복 사태…치안감 28명 중 7명 수정 발표 대혼란

경기 지역 각 경찰서 앞 '경찰국 설치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정창규 기자)
▲ 경기 지역 각 경찰서 앞 '경찰국 설치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정창규 기자)


정부가 21일 경찰 서열 3번째 계급인 치안감 인사를 단행한 지 불과 2시간 여만에 인사 내용을 수정하는 황당한일 벌어졌다.

 

22일 경기신문의 취재결과 정부는 지난 21일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으로 김수영 경기남부경찰청 분당경찰서장이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불과 2시간 만에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으로 김준철 광주경찰청장으로 변경됐다. 김 서장은 대신 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으로 치안감 승진 후 발령됐다.

 

이날은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가 31년만에 사실상 경찰국 신설을 발표한 직후 총 7명의 보직이 수정됐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임식도 치르지 못할 정도로 급박하게 이뤄진 인사가 불과 몇 시간 만에 다시 번복되는 상황에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혼란스러워했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오늘 오전 11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nbsp;경찰에 대한 행안부의 직접통제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하고, 경찰위원회의 실질화 같은 민주적통제 강화 그리고 행정경찰 사법경찰 분리와 경찰권한의 분산과 축소 방안을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경찰개혁네트워크 제공)
▲ 경찰개혁네트워크는 오늘 오전 11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에 대한 행안부의 직접통제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하고, 경찰위원회의 실질화 같은 민주적통제 강화 그리고 행정경찰 사법경찰 분리와 경찰권한의 분산과 축소 방안을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경찰개혁네트워크 제공)

 

치안감 인사는 총 28명이다.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 후 보직변경된 인사는 김 서장 외 총 6명이다.

 

보직이 번복된 인사 대상자를 살펴보면 김준철 광주경찰청장(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경찰청 생활안전국장), 정용근 충북경찰청장(중앙경찰학교장→경찰청 교통국장), 최주원 경찰청 국수본 과학수사관리관(경찰청 국수본 사이버수사국장→경찰청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 윤승영 충남경찰청 자치경찰부장(경찰청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경찰청 국수본 수사국장), 이명교 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첫 명단에 없음→중앙경찰학교장), 김학관 경찰청 기획조정관(경찰청 교통국장→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이다. 

 

이외 경기권에서는 김순호 경기남부경찰청 수원남부경찰서장이 경찰청 국수본 안보수사국장으로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 후 보직변경됐다. 김남현 경기북부경찰청장은 대구경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경찰 관계자는 “인사 명단이 협의 과정에서 여러 안이 있는데, 실무자가 최종안을 올려야 하는데 잘못 올렸다”며 “실무자가 인사 발령자 확인을 하고 전화를 받는 과정에서 뒤늦게 오류를 발견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경찰 일각에서는 행안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의 최종 권고안 발표에 대해 경찰청이 우려를 표명한 직후 인사 발표가 번복됐다고 입을 모은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정부의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정권 초기 정부가 경찰 조직 전체에 대한 ‘길들이기’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정창규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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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첫 해외순방에 김건희 동행

대통령실,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하지 않는다”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2.06.22 17:27
  •  
  •  수정 2022.06.22 19: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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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에 김건희 여사가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22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29일부터 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릴 예정인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참석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공식적인 배우자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 희망하는 소위 정상들의 배우자께서 참여하실 수 있다”며 “가급적 참여하시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세한 배우자 프로그램은 아마 현지에서 아니면 출발 직전에 설명드릴 기회가 있지 않을까”라며, “아직 모든 게 셋업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그 정도로 갈음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최근 김 여사는 왕성한 공개 활동을 벌인 바 있다. 외교 무대 데뷔를 앞둔 ‘몸풀기’였던 셈이다.   

지난 12일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윤 대통령 부부. [사진제공-대통령실]
지난 12일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윤 대통령 부부. [사진제공-대통령실]

지난 12일 김 여사는 윤 대통령과 함께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에서 「브로커」를 관람하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화계 인사 초청 만찬에 참석했다. 13일에는 봉하로 내려가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났고, 14일 서울 용산에서 여당 4선 이상 중진 의원 부인들과 오찬을 함께 했으며, 16일에는 연희동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를 만났다. 

17일에는 서울 모처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를 만났다. 또한 윤 대통령과 함께 보훈가족 및 유공자 초청 오찬을 주최했다. 18일에는 종로구 평창동에서 고 심정민 소령 추모 음악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기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러시아를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한국의 반중, 반러 정책 선회 가능성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계속 무기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우리가 기존의 인도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5천만 불은 이미 집행이 됐고 추가로 5천만 불을 또 지원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총 1억 불이 인도적 지원으로 우크라이나에게 공여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없고 우회적인 지원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나토 정상회의 계기에 아시아-태평양 4개 파트너국(한·일·호주·뉴질랜드) 정상 회동이 개최될 예정이다. 한미일 정상회담도 추진 중이나, 확정되지는 않았다. 다음달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 측의 고사로 한·일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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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받는 민관협치②] 오세훈 ‘예산삭감’ 압박 시달리는 ‘서울시 노동센터’가 해온 일

오세훈 시장 당선 직후 다시 시민사회 위탁사업 구조조정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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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받는 서울시 민관협치

[위협받는 민관협치①] 오세훈의 ‘시민단체 죽이기’ 흑색선전 백태
[위협받는 민관협치②] 오세훈 ‘예산삭감’ 협박 시달리는 ‘서울시 노동센터’가 해온 일

 

“비영리단체들이 (비영리로) 서울시로부터 위탁을 받고 사업을 수행하지 않으면, 서울시 공무원들이 직접 할 수 있나요? 그래서 ‘민관 거버넌스’가 필요한 것인데, 이걸 마치 세금이 헛되이 쓰이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민관 거버넌스를 파괴하겠다는 것으로 들려요.”

사회적 약자의 치유와 재기를 돕는 서울시 위탁사업 단체 활동가 A 씨의 말이다.

서울시를 대신해 각종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던 시민단체들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센터 문을 닫거나 완전한 독립을 준비 중이다. 오세훈 시장이 “시민단체를 자처하는 단체들이 지난 10년간 서울시 혈세를 빼 갔다”고 주장하며, 민간위탁사업 구조조정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이미 지난해 일괄적인 민간위탁 예산 구조조정에 나섰다가, 반대에 부딪히면서 일부 예산에 대해서만 구조조정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다시 당선되면서, 지난해 못다 이룬 일을 재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오 시장은 시민사회단체, 비영리단체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서울시 혈세를 빼 갔다고 주장하며, 이 때문에 혈세가 낭비됐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예산 편성·집행이 관련 조례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서울시 예산은 정말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곳에 쓰인 것일까? A 씨는 말했다. “물론 (오세훈 시장의 말처럼) 따져보면 예산이 낭비되는 곳도 있겠죠. 하지만 꼭 필요한 곳도 있어요.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은 깎으면 안 되잖아요.”
 
2021년 기준 서울시 내 노동센터 현황 ⓒ서울노동권익센터

예산 40% 삭감 위협
삭감, 완화·조정됐지만
“올해 더 힘들 듯”


A씨가 운영하는 단체는 지난해 극적으로 올해 예산을 지켜냈다. 그가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진행한 사업을 통해 사회로 복귀한 이들이 서명운동을 벌이고, 시의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던 민주당 시의원들이 ‘묻지 마 예산 삭감’에 반대하면서, 다행히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서울시 내 17개 자치구 노동센터 또한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시는 취약계층 노동자의 노동상담 및 법률지원, 조직화 지원, 정책개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광역 노동센터 1개, 권역별 노동센터 4곳, 자치구 노동센터 17곳을 노동단체에 민간위탁하는 방법으로 운영하고 있다. 광역 노동센터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권역별 노동센터는 한국노총이, 자치구 노동센터는 민주노총 지역본부 및 유관 단체 등이 위탁운영하고 있다.

노동계와 한 자치구 노동센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오세훈 시장이 민간위탁사업을 구조조정 하겠다고 예고한 뒤 서울시는 민주노총과 연계된 풀뿌리 단체 및 활동가가 시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17개 자치구 노동센터의 시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각 구청에 통보했다. 전년 대비 60%만 보전하고 40%를 삭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구청에서 센터를 유지하고 싶으면 알아서 40%를 보전하라는 취지였다. 민간위탁비 40% 삭감은 사실상 사업비를 전부 없애는 것이라서, 문을 닫으라는 소리와 마찬가지라고 센터 관계자가 설명했다.

한국노총이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4개의 권역 노동센터는 4%의 예산이 깎였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유독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연계된 활동가 및 단체에만 가혹한 삭감이 진행됐다.

자치구 노동센터 센터장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서울시 앞에서 피켓을 들며 이 사실을 알렸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40% 삭감안은 서울시의회 심의를 거치면서 17% 삭감으로 완화됐다. 서울시의회 다수의석을 확보하고 있던 민주당 시의원들이 ‘묻지 마 민간위탁비 삭감’에 반대하면서 조정한 결과였다. 또 마포구와 중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구청이 없는 예산을 쪼개서 삭감된 시 예산 17%를 보전했다. 덕분에 노동센터 운영은 올해도 지속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전망은 매우 어둡다. 오세훈 시장이 지방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지난해 민주당 시의원들의 반대로 이루지 못한 민간위탁사업 예산을 원하는 대로 구조조정 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시의회 68% 의석이 국민의힘 시의원에게 돌아가면서 오 시장은 더욱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됐다. 기초자치단체장들도 상당수 국민의힘 출신으로 바뀌어서 예산 보전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센터 관계자는 올해 예산은 지키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예산을 삭감하기 위한 가시적인 움직임이 아직은 보이지 않지만, 예산 심사가 시작되는 7월부터 관련 논의가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노동센터 노동상담 건수 ⓒ서울노동권익센터

상담, 5년 사이 2천건→2만건
‘권리구제’도 매해 약 150건씩


그렇다면 오세훈 시장이 지난해 그토록 예산을 삭감하고 싶어서 안달이었던 서울시 노동센터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곳일까?

과거에는 임금체불·부당해고·산업재해 등 노동사건을 겪으면 고용노동부로 전화했다. 최근에는 서울시 노동센터 통합번호(1661-2020)로도 전화를 많이 한다. 센터는 전화·온라인 무료상담 외에도 입증자료 검토가 필요할 경우 방문상담을 받기도 한다. 지난 5년 동안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노동센터가 늘면서, 상담 사례도 급증했다. 2015년 2184건 → 2016년 6744건 → 2017년 1만847건 → 2018년 1만4693건 → 2019년 1만7190건 → 2020년 2만2366건 등으로 5년 사이 10배가량 급증했다. 2021년 상담 건수도 2만283건으로 2만 건을 넘었다.

서비스가 필요한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서울시 노동센터 상담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음의 사례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네이버 카페 ‘복지 아는게 힘’(회원 수, 19만9천여명)에서 한 게시글 작성자는 “처음에는 고용노동부에 문의했는데, 상담사마다 말이 다르고 그냥 일 처리한다는 느낌”이었다며 “그래서 (서울시) 마포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에 전화했다. 무료여서 기대도 안 했다. 그런데 적극적이고 친절하고 마음을 써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감사했다. 내용도 정확했고 심도 있는 상담을 했다”라고 소개했다. 공공이 할 수 없는 역할을 민간이 보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서울시 노동센터 권리구제 건수 ⓒ서울노동권익센터
노동센터는 ‘권리구제 지원 절차’를 통해 취약계층 노동자의 소송을 지원하기도 한다. 권리구제 지원 절차는 노동센터에서 상담을 진행한 결과 행정기관과 법원을 상대로 진정·청구 등의 행정심판이 필요하다 판단되는 경우 대리인(공인노무사·변호사) 수임료를 지원하는 제도다. 대상은 월 평균임금이 300만 원 이하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2017년 154건, 2018년 138건, 2019년 134건, 2020년 160건의 권리구제를 통해 센터가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권리회복을 도왔다.

서울노동권익센터 이지영 공인노무사는 “권리구제의 경우 자치구와 권역 센터에서 초기 상담을 한 뒤, 권리구제 신청을 하면 저희 광역센터가 노동권리보호관을 배정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며 자치구 센터와 광역·권역 센터 일이 모두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지원을 받은 노동자들은 대부분 취약계층 노동자였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10년 이상 일하던 장애2급 노동자는 사업장 보일러 수리를 하던 중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오자 구두해고를 당했다. 이곳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었고, 피해 노동자는 노동센터 지원으로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및 노동청 임금체불 진정을 진행해, 사용자와 합의할 수 있었다. 24시간 격일제로 일하다 2020년 6월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진 한 경비노동자의 유족은 노동센터 지원으로 산재가 인정돼 장례비를 지급받을 수 있었다. 같은 조건으로 일하다 뇌경색 진단을 받은 경비노동자 또한 노동센터 지원으로 업무상질병으로 인한 요양신청이 인정됐다.
 
지난 2019년 9월 18일 서울 강동구 굽은다리역에서 열린 '직장 갑질 이동상담센터'에서 시민들이 직장 내 괴롭힘부터 임금체불, 부당해고 등 각종 노동상담을 받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노동권익센터, 자치구노동센터,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이날부터 12월 19일까지 서울시내 13개 주요 지하철 역사내에서 '직장 갑질 이동상담센터'를 운영했다. ⓒ뉴스1

“노동 문제, 무시하지 못할 것”

오세훈 시장이 지난해 서울시 노동센터 예산 대폭 삭감을 시도하고 지방선거에서 민관협치 성격의 민간위탁사업 비용을 일괄적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하긴 했으나, 함부로 노동센터를 건드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굳이 크지 않은 예산으로 문제를 만들 이유는 없고, 아무리 국민의힘이 시의회 다수석이 됐다 하더라도 노동의 문제를 무시하고 갈 순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라고 전했다.

단순히 전 시장의 행적을 지우기 위한 명목으로, 성과를 수치로 증명할 수 있는 사업의 예산까지 구조조정하려면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동센터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지역주민단체, 시민단체, 노동단체 등이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 민간위탁사업에 참여하면서 자치력이 오히려 떨어진 것 아니냐는 반성적 평가가 나올 수 있고, 혹은 위탁업무를 수행하면서 얼마나 잘했느냐 못했느냐 여러 평가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무조건 잘 했으니 사업을 유지하라고 요구할 순 없다”라며 “하지만 시민들로부터 평가라 던지, 서울시와 평가 테이블을 구성해서 뭘 하겠다 등 이런 절차는 전혀 없고, 느닷없이 (시민사회를) 폄훼하면서 일괄적으로 예산을 삭감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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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민 속이는 일” 중앙 “원전 최강국 회복해야”

  • 기자명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2.06.23 08:14
  •  
  •  수정 2022.06.23 10:33
  •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윤석열 탈원전 폐기 계획에 상반된 의견 보인 아침신문들
총장 없이 대규모 검찰인사…아침신문들 ‘총장 패싱’ 인사 비판 의견 모아
경향 “윤석열·한동훈 의지 이행하는 ‘식물 총장’에 그칠 것”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바보 같은 짓” “폭탄”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탈원전 폐기’를 재확인했다. “철철 넘칠 정도로 지원을 해 줘야 한다” “원전 세일즈를 위해서 백방으로 뛰겠다”며 1조원 이상 일감 발주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23일 아침신문들은 윤 대통령의 ‘탈원전 폐기’ 계획에 주목했다. 특히, 한겨레와 조선일보·중앙일보의 사설은 상반됐다. 

▲ 23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 23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한겨레는 1면 기사 ‘“탈원전, 5년간 바보짓” 윤 원전 부양 급발진’에서 “문 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기조’ 탓에 관련 기업들이 고사 상태에 빠져 있다는 명분을 들어 원전산업 지원에 시동을 건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이어진 2면 기사에서는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가 남아 있는 신한울 3·4호기 일감 조기 집행 등의 지원 대책을 두고도 착공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정부의 ‘공개적 알박기’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 23일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 23일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23일 만평 갈무리.
▲ 한겨레 23일 만평 갈무리.

‘원전이 미래산업이라는 정부의 환상’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윤 대통령의 인식과 정부의 움직임은 원전이 미래산업이라는 환상에 뿌리를 두고 적극적 확대를 꾀하는 것으로 보여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점진적 탈원전을 표방하긴 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한 일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중단시킨 것 외에는 거의 없다”며 “그럼에도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은 탈원전 탓에 원전 업계가 초토화됐다는 무리한 주장을 계속했다. 이날 정부의 지원 방안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의지를 앞세워 그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미래 원전 시장을 강조하고, 원전 최강국을 비전으로 꼽고 있다”며 “이는 시야가 좁은 것이요, 국민을 속이는 일에 가깝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한시적 대안으로 원전의 효율적 활용을 고려하는 나라가 있긴 하지만, 원전을 미래 산업으로 여기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핵폐기물 처리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중앙일보 사설 제목은 ‘“탈원전 5년, 바보 같은 짓”…원전 최강국 회복해야’였다. 사설은 “원전 최강국 목표는 윤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면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발등의 불”이라며 “원전은 반도체와 함께 한국이 세계 정상의 기술을 확보한 분야다. 이런 전략적 가치와 70%가 넘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강행했다. 완성까지 최소 10년이 걸리는 원전 산업 생태계는 결국 고사 상태로 내몰렸다”고 했다. 

▲ 23일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 23일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아울러 “결국 우리는 무모한 탈원전이 국가를 어떤 위험에 빠뜨리는지 절감하고 있다”며 “러시아 가스관 사업을 중단한 독일은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봉착했다. 한국 역시 원전 산업을 심폐 소생하는 각오로 되살려야 할 때”라고 했다. 

조선일보 또한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탈원전 공백 5년으로 휘청대는 원자력계 현장을 방문하고 지원 의지를 밝혀 희망을 불어넣는 것은 적절한 일”이라며 “상처 입은 원자력 산업계가 위안을 얻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약속이 말로 그쳐선 안 된다”고도 강조하며 “신한울 3·4호기는 2011~2016년 환경영향평가를 받았지만 ‘5년 내 착공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에 막혀 공사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5년 사이 환경에 무슨 큰 변화가 있었겠나.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시켜 원전업계가 기력을 되찾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23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 23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5면 기사 ‘文 탈원전 롤모델 독일마저…올해 멈추려던 원전 3기 수명연장 검토’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탈원전과 탄소 중립을 추진해왔던 독일이 에너지 안보 위기에 봉착하자 원전 가동 연장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독일의 탈원전 기조 변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하기도 했다. 

총장 없이 대규모 검찰인사…동아 “한 법무, 너무 나간 것 아닌가”

검찰총장 공백 상태에서 검찰 인사가 진행되는 게 검찰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 속에서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일 대규모 인사를 강행했다. 전날 경찰 고위직 인사에서는 2시간여만에 대상자 28명 중 7명의 보직이 번복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23일 아침신문들은 일제히 현 사태를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장관·총장 간 인사 논의 과정에서 ‘건전한 긴장’이 있었을 리 없다”며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한다 해도 이번 인사는 ‘한동훈 인사’이며 ‘검찰총장 패싱’인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차기 검찰총장은 요직 인사가 대부분 마무리된 뒤 취임하게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의 의지를 실무적으로 이행하는 ‘식물 총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라고도 지적했다. 

▲ 23일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 23일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한겨레도 사설에서 “윤석열 정부의 검경 인사 난맥상이 도를 넘고 있다”며 “검찰총장 없이 잇따라 인사가 이뤄지는 것만으로도 새 총장이 허수아비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마당에 총장의 핵심 참모직마저 미리 채워졌으니 이렇게 노골적인 총장 패싱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 요직이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장관과 가까운 검사들 일색으로 채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러고도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수사, 공정한 수사,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겠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인사 번복 사태에 대해서도 “경찰 길들이기 아니냐는 의구심이 풀리지 않는다”고 했다. 

조선일보 또한 사설을 통해 “이번 인사의 문제는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검찰 간부 인사가 이루어진 것”이라며 “검찰총장 인선에 대한 움직임조차 없는 가운데 검찰 인사만 자꾸 하니 뒷말이 안 나올 수 없다. 이런 이상한 일에 대해 설명도 하지 않으니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잘못된 검찰 인사의 문제를 뼈져리게 느꼈을 사람이다. 윤 정부에서도 이런 비정상적 검찰 인사가 이어진다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 23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 23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총장 없는 검찰 인사를 정례적으로 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며 “대검 참모에 대한 인사 의견조차 낼 수 없는 차기 총장이 제대로 검찰을 운영할 수 있겠나. 법무부가 고위공직자 검증 업무까지 맡고 있어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대통령민정수석비석관의 ‘1인 3역을 맡고 있다’는 비판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이르면 다음 주 단행될 검찰 중간간부 인사 이후에는 전 정부를 향한 검찰 수사 속도가 더 빨라질 텐데 ‘윤 사단’이 수사를 주도하면 보복 수사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며 “윤 대통령, 한 장관과의 근무 연에 따라 정해지는 검찰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 ‘윤 사단’이라는 퇴행적인 용어부터 사라져야 검사들이 공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 23일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 23일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경찰 인사 번복에 대해서도 사설을 통해 “실무자의 실수라는 취지인데, 정상적인 정부 기관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황당한 일”이라며 “경찰 내에서는 ‘행안부의 경찰 길들이기’라고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인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됐고 발표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국민과 일선 경찰의 의구심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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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인가 재벌단체인가... 기만적인 윤석열 정부

[소셜 코리아]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의 문제점... 규제완화로 경제활력 되찾겠다는 착각

22.06.23 05:42최종 업데이트 22.06.23 05:42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개요도 ⓒ 기획재정부


오리무중이었던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발표됐다. 목표는 성장과 공정의 선순환이다. 이를 위한 4대 경제운용 기조에서 세 가지 보편적 가치가 눈에 띈다. 자유, 공정 그리고 연대. 많이 들어 본 좋은 말이다. 세부 내역을 들여다볼 겨를이 없는 국민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을 단어들이다.

자유가 너무 추상적이라 어색하지만 이걸 빼면 불평등 완화와 사회통합을 강조하는 포용적 성장전략 혹은 지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자세히 읽어보면 이런 수사에 반하는 내용이다. 자유를 외치지만 강자의 자유뿐이고, 공정을 말하지만 실질적 공정에 역행하며, 연대를 내세우지만 연대를 해치는 내용이다. 상식적이지도 않고 시대에 역행하며 겉과 속이 달라 기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같은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 경제를 보는 큰 틀은 이런 것으로 보인다. 있는 자들의 세금 부담을 낮추고 재벌과 대기업을 비롯한 경제적 강자들에 대한 감시와 감독의 채찍을 거두면 이들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그렇게 활력이 되살아나면 그 낙수효과 덕에 국민들이 행복하게 된다.

이런 논리를 만드는 현실 인식은 이렇다. 지금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고 성장잠재력이 하락하는 원인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막는 규제, 경직적 노사관계 그리고 연공 중심 임금체계 등이다. 바로 이런 구조적 문제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낮추고 노동생산성도 낮추는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본질을 비껴가도 한참 비껴간 인식이다. 노사관계와 임금체계가 아무리 바뀌어도 재벌과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집중, 하도급 관계에서 일어나는 불공정한 이익 배분과 기술 탈취가 지속되는 한, 고용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재벌을 대표하는 경제단체의 주장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공익을 대표한다는 정부가 이런 논리로 현실을 진단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정부 역할은 공정한 시장 만들기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체적으로 경제정책 기조에는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보인다. 우선 있는 자들에 대한 세금 경감과 재벌과 대기업을 비롯한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추론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막연하고 비현실적이며 합리적이지도 않다. 또한 낙수효과로 국민들이 행복해지기를 기대하지만 오히려 강자들만을 위한 힘의 질서를 강화하고 양극화와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야기할  뿐이다.

두 번째 심각한 문제는 지금처럼 세계 경제의 미래 전망이 어둡고 불확실성이 큰 위기 국면에서 이런 낡고 허술한 틀만으로 대처하겠다는 매우 안이한 자세다.

"정부는 과도한 시장개입을 지양하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는 지난 정부의 개혁과제를 파기하거나 되돌리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장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불평등과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여 삶의 질을 개선하는 정부의 역할을 "지양해야 할 과도한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보는 것은 심각한 오류다.
     
애덤 스미스부터 현대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경제학이 강조하는 정부 본연의 역할은 바로 공정한 시장이 작동할 수 있도록 시장 참여자의 반칙을 감시하고 불완전한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것이다. 한국의 시장 질서는 매우 불공정한 힘의 질서가 지배하고 양극화되어 있다. 오랫동안 고속 경제성장을 우선시했던 정부가 이런 본연의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과거에는 고도성장이 가능하니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 본연의 역할이 꼭 필요한 발전단계에 접어들었다. 정상적이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국민의 전반적 삶의 질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아야만 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 지난 정부 5년의 이러한 개혁과제들은 반드시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발표된 경제운용 방향은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 입법과 같은 건전재정 기조 확립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기조는 복지국가로 전환해야 하는 발전단계에 맞지 않는다. 게다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위기관리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으며 건전재정을 걱정할 만큼 국가부채의 문제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어서 시의적절한가 의문이다.

경제정책 방향에서 가장 큰 비중을 규제개혁에 두고 있다. 자세히 보면 "규제혁파"라는 용어가 말해주듯이 규제완화에 가깝다. 규제 공백을 메우거나 실효성을 강화하는 규제개혁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처럼 규제완화로 "민간 중심의 역동적인 경제"를 만들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낙관적 상상에서 관료적 사고의 한계가 보인다.

"장기간 관행적으로 운영되어 온 규제"를 "시대흐름에 맞게 재정비"한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력 집중의 문제에서 감시 강화보다는 완화를, 그리고 공공사업 참여와 입찰에서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의 참여를 강조한다. 도시 용도지역제와 입지규제 개편은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과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 오히려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의 부당지원과 사익편취 행위와 관련된 규제에 대한 지침개정, 경제법령상 형벌 규정 개정,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과 친족범위 조정,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 플랫폼 기업 자율규제안 등은 한국 자본주의의 고질적 병폐인 재벌의 사익편취와 경제적 강자의 불공정 행위의 공간을 넓힐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시대 역행하는 규제완화, 부자감세
 

▲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앞에서 참여연대 활동가들이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방향 전면 수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공정한 선진 자본주의로 발전하려면 재벌과 대기업의 반칙을 더욱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기술 탈취에 징벌적인 손해배상을 하는 등 구체적인 처벌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전속고발제도 운용의 엄정성과 객관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개정한다고 한다. 제도가 축소 운용될까 우려된다.

하도급 거래와 플랫폼 경제에서도 민간 주도 자율규제를 강조하고 있다. 현존하는 힘의 불균형과 우월적 지위의 남용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 제도 정비와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개선안은 없다. 결국 공정거래의 정착보다는 구속력 없는 형식적 협약과 보여주기 행정에 머물 공산이 크다.

공공사업과 입찰에서 (대기업) 차별 규제 완화, 투자·상생협력촉진 과세특례제도의 폐지 등과 같이 중소기업의 기회와 수익 확대를 위한 최소한의 정책까지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도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와 공정경제라는 정책방향에 역행한다.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고 재벌의 사익편취를 근절하며 불공정한 대중소기업 관계를 청산해야 창업과 중소기업 성장으로 활력있는 기업생태계가 만들 수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보유세 완화와 공정시장가액 비율 하향조정,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유예, 주식양도소득세 폐지, 가업승계 특례의 대폭 확대(매출액 기준 1조 원까지 적용하고 사후관리 기간 축소) 등 대기업과 최상위 계층에 가장 큰 혜택을 주는 부자감세안이 눈에 띄는 정책방향이다.
     
그러나 감세의 합리적 근거도 찾아보기 힘들고 고물가-고금리 시대와 세계적 경제위기에 대비한 대책으로도 볼 수 없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악화된 소득과 자산 불평등을 더욱 가중시키는 매우 부적절한 정책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부자증세를 강화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부의 대물림,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적 요구에도 역행한다.

노동시장 개혁 방향은 노동시간, 노동자의 건강, 산업재해 등에 규제의 유연성을 키우고 노사 간 자율적 합의를 존중한다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등에서는 경영자 책임을 완화하는 쪽에 맞춰져 있다.

노동정책의 기본철학이 부재하고 마치 '규제혁파' 혹은 기업친화적 성장전략의 부속물 정도로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과 과로로 내몰지 않게 하고, 높은 산업재해의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최상위 과제이다. 경영활동 위축을 명분으로 타협해야 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정책은 노동시장의 근간을 설계하는 것이고, 국가의 책임과 역할이 막중한 영역이다.

양극화된 노동시장이 교육도 왜곡

이런 기본적 규제를 감당할 수 없는 기업을 살릴 것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기업만이 생존하도록 규제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길이 선진 경제로 발전을 지속하는 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양극화된 노동시장에서는 극소수의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무한경쟁만 있을 뿐이다. 이런 시장에서 자신의 소질을 자유롭게 개발하여 창의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좋은 일자리를 잡을 수 있는 안전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서 대학교육과 초중등교육 모두 비정상적인 왜곡이 발생하게 된다.

교육개혁은 발표한 것처럼 대학 자율에 맡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임금, 복리후생, 산업안전 등에서 부문별 격차를 현격히 줄이고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부문에서 다수가 안심하고 자신의 역량을 계발할 동기를 갖게 된다.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와 고용보험과 같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다양한 부문에서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공부문 일자리에 대한 기회를 비수도권, 고졸자 등에 확대하는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 녹색산업, 순환경제, 플랫폼 경제 등과 같이 새로 성장하는 산업에서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고민도 필요하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향후 5년 동안 재생에너지 확산에 본격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향후 경제발전에 거대한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해 경제정책 방향이 구체적이지 않은 것은 큰 문제다. 신재생에너지 확산과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정책 방향 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투자와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 등이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울러 탈탄소 전환의 의무와 책임을 특정 집단과 지역에 전가하지 않고 모든 국민이 나눠지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대책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 역시 정부 발표에서 보이지 않는다. 탄소중립 사회 전환으로 인해 탄소집약도가 높은 부문의 노동시장이 받는 충격은 어마어마하다. 향후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런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에 대한 대책을 찾아야 한다.
     
위기 때 국가 역량 중요해져

사회복지 서비스의 민간 참여 확대도 크게 우려된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고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미비하고 지역 간, 계층 간 불균형도 심각한 현실을 고려할 때 보편성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영리를 우선시하는 민간 사업자들의 역할을 확대하면 부자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시장은 키울 수 있겠지만 사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부동산 관련 정책방향은 부동산 관련 대출규제 완화, 분양가상한제 완화, 공급확대를 위한 인허가 관련 규제 완화 등이다. 빚내서 집 사라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례적으로 빠른 금리인상이 확실시되는 시점, 그것도 과열된 부동산 자산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려는 시점에서 이런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정책이다. 대규모 건설경기 부양 같은 단기 성과주의의 유혹인가? 서민 주거안정을 목표로 부동산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위기에 처할수록 민간주도, 시장주도로 경제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행정부 수반이 경제정책 방향을 소개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전혀 의미가 통하지 않는 말이다. 전제와 결론의 연관성도 없고 논리적이지도 않으며 사실에 반한다.

위기에 처할수록 복지와 사회안전망 그리고 국가와 공공부문의 위기관리 역량의 중요성이 커진다. 코로나19 위기 때도 그랬고 외환위기와 세계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시장경제의 체질을 시장주도로 완전히 바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있는 자들의 경제적 기득권을 지키는 후진적 시장경제냐? 아니면 보편적 삶의 질을 높이는 민주적 시장경제냐? 전자의 현상유지는 안 된다.
   

▲ 주병기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소셜 코리아 편집·운영위원) ⓒ 주병기

   
* 필자 소개: 이 글을 쓴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셜 코리아>의 편집·운영위원과 서울대 경제연구소 분배정의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미 캔자스대와 고려대 경제학과에서 재직했으며 한국응용경제학회장, Journal of Institutional and Theoretical Economics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미시경제학, 재정학, 정치경제 등이고 분배적 정의, 불평등과 소득분배, 공정한 경제기제 등의 주제로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 <분배적 정의와 한국사회의 통합>, <정의로운 전환>, <정책의 시간>, <혁신의 시작> 등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소셜 코리아> 연재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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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과 찬사

 
내가 원한 것은 ‘공정’이었지 ‘(문재인) 편향’이 아니었다
 
강기석 | 2022-06-22 09:06:54  
 

 


 

어제(20일) ‘연합뉴스공정보도노동조합’이란 단체에서 「 ‘문재인 나팔수’ 연합뉴스 배후엔 강기석 이사장이 있었다」 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고 구해 읽어 보았다. 장문의 성명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친 어조로 나를 비판 혹은 비방하고 있으나, 나는 그다지 놀랍지도, 억울하지도, 화가 나지도 않았다.

내 지난 4년 몇 개월(뉴스통신진흥회 3년6개월과 퇴직 후 11개월) 간의 활동과 글을 비난의 자료로 삼았으되 인용에 거짓이나 과장은 없었고, 단지 사물을 보는 시각과 결과를 판단하는 잣대가 크게 다를 뿐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내내 괴로웠다. 공영언론 연합뉴스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의 장으로서 그에 따르는 막중한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자괴감이 늘 있었다. 경영을 관리감독한다는 것이 연합뉴스의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에 그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연합뉴스가 매년 300억에 이르는 국고지원을 받는 만큼, 가장 빠르고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생산하는 진정한 공영언론사로 우뚝 세우라는 시민사회의 열망이 그 책무의 핵심일 것이다.

그러나 이사회 구성에서부터, 관리감독권의 구체적 내용에 관한 법적 미비, 연합의 오래 된 인적 구조 및 강한 보수 편향성, 일체의 외부 비판과 간여마저도 간섭으로 받아들이는 연합 구성원들의 정서와 이를 배경으로 한 노조의 반발 등으로 인해 간섭이나 침해는커녕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이나 의견제시 마저도 번번히 벽에 부딪힐 뿐이었다.

나는 이사장 취임 오래 전부터 페북이나 오마이뉴스, 작은 인터넷매체들에 글을 써왔는데 이사장 취임 이래 더 열심히, 더 많이 글을 쓴 것은 그러한 배경 때문이었다. 즉, 대나무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친 이발사의 심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런 답답한 심정을 하소연하기 위해 쓴 외부 글들을 통해 연합의 뉴스생산과정에 간섭하려 했다니, 이 얼마나 기발한 상상력인가!

나는 연햡뉴스의 공정성에 늘 불만을 가졌지만 단 한 순간도 연합뉴스가 ‘문재인 나팔수’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내가 원한 것은 ‘공정’이었지 ‘(문재인) 편향’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숱하게 시도했고, 그 때마다 좌절했던 내 염려와 충고를 조금이라도 참조했다면 연합뉴스는 오늘날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영언론의 첫 손가락에 꼽히는 언론사가 될 수 있었으리라고 믿는다.

아무튼 나는 어제(20일) ‘연합뉴스공정보도노동조합’이 낸 성명서가 나에 대한 비난이나 매도가 아니라, 조합의 의도와 상관없이, 나에 대한 찬사와 격려로 읽히기도 한다. 나 자신도 할 수 없는, 지난 4년 여 나의 언행을 너무도 잘 정리해 줘서 고맙다.

내게 큰 기대를 걸었고, 그만큼 실망도 컸던 많은 분들에게 “그래도 강 아무개가 생각은 똑바로 했고, 나름 발버둥은 쳤나 보다”고 여기게 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임한 뒤 1년 가까이 지난 이 시점에 뜬금없이 전임 이사장을 공격하는 것이 기이하기는 하다. 정권이 바뀐 후, 이제는 연합뉴스를 ‘진짜 윤석열 나팔수’로 만들고자 하는 일부 세력이 준동하기 시작한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나팔수’ 연합뉴스 배후엔 강기석 이사장이 있었다

경영진 질타하고 친정부 글 쏟아내며 사실상 ‘보도지침’ 하달
“국민의힘은 불한당이고 대장동 사건은 윤석열 게이트” 비방
안철수를 강아지로 비하하고 김어준은 세계 최고 K방역 영웅화

연합뉴스가 문재인 정권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데는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출신의 강기석 뉴스통신진흥회(이하 진흥회) 이사장의 역할이 지대했다.

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미화하고 국민의힘을 타격하는데 앞장선 그는 일제 강점기 언론검열관처럼 행세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진흥회 이사장은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공격함으로써 연합뉴스의 독립성·공정성 의무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문 정권에 불리한 이슈가 불거지면 연합뉴스 경영진을 질타하고 일선 기자들을 우회 압박했다. 그런 다음 편집국 보도는 친정부 기사로 도배질했다.

인터넷 신문이나 SNS 등에 수시로 올린 글은 궁예의 관심법과 사이비 교주의 저주, 프랑스 화가 다비드의 영웅 만들기, 백운규의 '너 죽을래' 협박 수법이 총동원된 사실상의 보도지침이었다.

그자는 2019년 9월 인터넷 신문 ‘진실의길’에 기고한 '진보 지식인들의 오조준' 글에서 조국 일가족 비리를 수사한 검찰을 맹비난했다. 촛불혁명으로 잃어버린 수구 기득권을 되찾으려 검찰이 전면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이었다.

진실의길은 정부의 천안함 폭침론을 반박하며 좌초설을 제기한 신상철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그해 10월에는 좌파 성향의 인터넷 신문 뉴스프리존에 ‘조국교수 부인, 정경심교수 6차 소환을 보고’라는 칼럼을 올려 검찰과 언론을 싸잡아 공격했다.

검찰은 심기를 거스르면 어떤 고통을 당하는지 보여주는 조폭과 같다면서 “살모사를 약 올리는 두꺼비처럼 정권의 참을성을 시험하는지도 모른다”고 조롱했다. 언론에는 검찰 장단에 맞춰 끝없는 수렁으로 들어가 그저 조폭 흉내를 내며 미쳐 놀아나고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21년 6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돌풍을 일으키자 저주의 글을 퍼트리기도 했다.

‘이준석 현상’은 시정잡배의 도덕성에도 훨씬 못 미치는 불한당에서 정권 탈취 야욕만 살아남아 언론과 함께 정치공작을 벌이는 것일 뿐 진정한 세대교체 바람이 아니라고 폄훼한 것이다.

정경심 교수의 자녀에게 표창장을 수여하지 않았다고 증언한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정치관은 친일파를 답습했다며 격한 증오와 혐오감을 쏟아냈다.

반면, 검찰의 정 교수 자택 압수수색을 두고는 “11시간 동안 남의 집을 점거하고 짜장면(설렁탕?)을 시켜 먹으며 벌인 난동극이자 수사를 빙자한 인권유린”이라고 공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는 허위사실을 토대로 혹세무민했다.

윤 후보가 검찰 입문 후 법학 서적을 포함해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고 확신한다면서 “평생 ‘조져’, ‘봐줘’, ‘덮어’ 세 마디면 족한, 지식이나 상식과 무관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선동했다.

대장동 사건은 이재명 게이트가 아니라 부산저축은행 부정 대출, 옵티머스 사기 사건을 덮은 윤석열 게이트라고 단정했다.

연합뉴스 편집권 침해 소지가 다분한 그자의 폭주에 일부 기자가 반발했으나 마이동풍으로 그쳤다.

2018년 7월 JTBC가 남북언론교류 협의와 평양지국 설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북했을 때는 연합뉴스 보도 관행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페이스북에서 “북한이 정수리에 때린 일침을 통해 연합뉴스 종사자들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일갈했다. 연합뉴스가 보수정권의 적대적 북한 정책에 편승한 탓에 JTBC에 교류 기회를 빼앗겼다는 궤변이었다.

‘독재의 맛’이라는 글에서는 “자유한국당 해산 열망이 들끓고 있으므로 차제에 그냥 해산시켜 버릴까? 대신 연동형 비례제 어쩌고 할 것 없이 아예 국회의원 100명 정도를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는 건 어떨까”라고 적었다.

‘검용언론 기자님들 전상서’라는 조롱성 글에서는 “MBC, 뉴스타파 등이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가 연루된 비리를 보도하는데 다른 언론은 침묵한다”면서 연합뉴스 기자들은 왜 검찰 권력과 싸우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는 “간악한 유대인이 세계를 조용히 약탈하는데도 영향력 있는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고 일갈한 히틀러의 데자뷔였다.

그자는 신문 기고나 페이스북을 통한 우회 개입에 그치지 않고 직접 통제도 병행했다.

2020년 8월 진흥회 월례 이사회에 출석한 조성부 사장 앞에서 부동산 정책, 한동훈 검사장, 윤석열 검찰 인사 등과 관련한 보도를 강하게 질타한 게 대표 사례다.

여권과 갈등을 빚은 검사장과 KBS 노동조합, 권경애 변호사 등의 주장을 빠짐없이 보도함으로써 정부에 불리한 프레임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고 야단친 것이다.

대부분 기사는 사실 위주로 작성됐는데도 진흥회 검열 문턱에 무더기로 걸려들자 편집국에서는 정부 눈치 보기 풍조가 만연해졌다.

그자의 오지랖은 연합뉴스 담장 밖에서도 펄럭였다, 기존 권력에 만족하지 못하는 스탈린이나 김일성과 같은 독재자의 자기 팽창 증후군과 닮은 행보다.

그자는 “늑대 DNA는 검사 직업군에서, 하이에나 DNA는 기자 직업군에서 확연하다”며 언론의 손모가지를 부러뜨려야 한다는 극언도 퍼부었다.

한겨레신문 기자들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을 무리하게 감싸려다 오보를 낸 자사 간부들을 비판했을 때는 발작 증세를 보였다. 기자들의 용기를 격려하기는커녕 편향과 아집의 굿판을 걷어치우라고 호통친 것이다.

민주당 정권을 향한 그자의 일방통행식 찬사와 편향은 취임 이전부터 기승을 부렸다.

19대 대선정국에서 문 대통령과 여권 인사를 추켜세우되 야권은 짓밟거나 폄훼하는 글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2016년 4월 오마이뉴스에 ‘문재인 은퇴론 가당찮다. 호남 민심은 더 깊게, 더 길게 흐른다’는 글을 썼고 2015년 8월에는 외눈박이 대법원이 뇌물수수 혐의를 확정한 한명숙 전 총리는 여전히 무죄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대선 후보를 하룻강아지로 비유하면서 “짖어야 할 상대, 짖어야 할 때를 모르니, 아무 때나 아무나 보고도 저 잘난 맛에 요란하게 짖는다”고 멸시했다.

신은 나의 편이기 때문에 나는 선하다는 확신으로 상대를 악마화하는 사이비종교 교주를 연상케 하는 글이었다.

특정 사안을 확대·과장하고 일부 진실에 다수 거짓을 버무리는 괴벨스식 선동은 이사장 퇴임 이후에도 이어졌다.

정경심 교수가 검찰의 표적·기획·저인망·먼지털이 수사로 구속된 만큼 문 정권에서 사면 복권해야 한다는 글을 올해 5월 인터넷에 올렸다.

방역체계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 데는 TBS 뉴스공장을 운영하며 코로나19 상황을 매일 바르게 전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김어준의 역할이 컸다면서 그에게 훈장을 줘야 한다는 황당 발언도 했다.

20대 대선 직전인 지난 3월 1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10만 애국지식인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에서는 공동 대표 자격으로 최선봉에 섰다.

그자의 정치적 관종 행보는 저녁놀과 같은 황홀한 빛을 영원히 뿜어내는 듯했으나 이재명 후보의 패배로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절대 불가능하다고 외쳤던 정권 교체가 막상 현실화하자 그의 폭주가 비로소 멈췄으나 적폐 청산과 개혁의 가면을 쓰고 연합뉴스에 가한 해악은 너무나 방대하고 치명적이었다.

1981년 이후 취재현장에서 강철같이 단련된 기자들의 뼈와 근육이 물러지고 날개가 꺾인 탓에 대형 낙종이 체질화했고 공동체 미덕 대신에 증오와 갈등의 악덕이 독버섯처럼 번창했다.

그자가 연합뉴스 곳곳에 내깔린 오물과 폐해가 워낙 많아서 다음 성명에 만행을 추가로 공개하고 사내 공범자들의 부역 행각도 밝히겠다.

2022년 6월20일
연합뉴스 공정보도 노동조합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0&table=gs_kang&uid=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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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길] 무엇으로 밥상을 지킬 것인가 ②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  |  기사입력 2022.06.22. 09:00:44 최종수정 2022.06.22. 09:03:37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우리나라 밥상을 흔들고 있다. 세계 주요 곡창지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공급이 주러들면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했고 식량과 사료를 확보해 밥상을 지키려는 각국의 총성 없는 식량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주요 밀 수출국이던 인도를 비롯한 카자흐스탄, 세르비아 등 식량 수출국은 자국 내 곡물 수출을 제한시켰고 당장 곡물을 수입해오던 나라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당장 동네 빵집과 돼지농가가 밀과 사료 값 급등으로 타격을 받았고 그 충격은 고스란히 우리 밥상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전쟁이 끝나면 우리 밥상도 평온해지는 걸까. 안타깝게도 아니다. 전쟁이나 기후위기로 인해 국제 곡물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졌고 이로 인한 식량전쟁은 더 자주 더 치열하게 발생할 것이다. 우리는 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무엇으로 밥상을 지킬 것인가. 편집자.

세계 밀값 폭등을 어떻게 볼 것인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한 세계 곡물가격, 밀값 인상이 국내 외 뉴스의 중심을 자리한 지 오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그 논의의 중심은 다음 내용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뛰었다.  

2. 국제 곡물가격 인상으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에 밀값에 큰 오름이 생겨 국내 관련 제품 가격도 크게 올랐다.  

3. 국제 곡물가 인상에 대한 대비로 밀 자급률 제고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 글은 이에 대한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위 3가지 논점을 포괄적으로 살펴본 내용이다. 

선물가격 인상 실물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우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곡물가격 인상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이 시간 세계 밀값 기준이 되고 있는 시카고상품거래소 시황을 보면 가장 거래가 많은 7월 선물 기준에서 부셀(bu, 밀 무게 단위)당 11.68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가격은 최근 20년 가격 흐름에서 저가 국제 곡물가격 시대(2007년 이전 시기) 부셀당 3~4달러, 중가의 4~6달러(2014~2016년 시기)에 비해 2~3배 심지어 4배에 이르는 가격이라는 점에서 말 그대로 폭등 수준이라 할 만하다. 

이 가격이 수입 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에서 실제 가격을 살펴본 결과 올해 1~4월 기간 수입 밀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운 수준으로 올랐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선물가격이 실물가격으로 반영되는 데는 2~3개월 차를 둔다는 점에서 볼 때 이러한 가격 상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영향의 반영 전 모습이다. 전쟁 영향의 실질적 반영이 예상되는 5월 이후 수입가격은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자장면 먹기도 힘들다'는 내용의 뉴스는 이 같은 가격 흐름의 반영이다. 

▲ 그림1. 시카고 상품 거래소 현재 시세 - 시카고상품거래소 기준(한국 시간 5월 5일 05:20). 출처 : https://www.barchart.com/futures/quotes/ZWH22/futures-pri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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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2. 시카고 상품거래소 최근 20년 선물가격 흐름. 

우리는 자장면 가격 타령이지만, 이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이 있다는 점 그리고 그 관점에서 국제 곡물가격 폭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러시아·우크라이나 밀에 크게 의존해오던 아프리카·중동 국가들 이야기이다. 식용밀 기준에서 국제 밀 무역동향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지는 미국·호주·캐나다 밀 중심으로 소비하고, 아프리카·중동 등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생산물 수입이 많았다. 그 이유는 바로 가격차에 근거했다. 문제는 싼 값에 수입하던 러시아·우크라이나 곡물이 러시아 무역제재 그리고 우크라이나 수출항구 봉쇄로 더 이상 수입이 쉽지 않게 됐다. 이 영향에 직격타를 받는 국가들에서는 2008년 이후 2013년까지 이어지던 식량폭동이 다시 재현될 움직임마저 보인다. 

최근 갑작스레 주목받은 인도 밀 수출 관련 이야기도 이 흐름의 연장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간 인도는 세계 두 번째 밀 생산 대국이면서도 14억 인구 부양, 낮은 밀 관련 산업 인프라, 거기에 가격까지 러시아·우크라이나 등지에 밀리면서 수출이 거의 없었다. 있어야 이웃 방글라데시 정도로 나가는 정도였다. 이런 인도 밀이 러시아·우크라이나 밀의 접근성이 크게 낮아지면서 동시에 세계 곡물가격 폭등 속에서 가격 경쟁력이 생겨나면서 새삼 세상의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이다.

전쟁 변수, 왜 우리 밀 가격에 반영되지 않나 

국제 밀값 폭등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지금까지 오래 언급해 왔던 '우리 밀과 수입 밀 가격차 3~4배'가 다름 아닌 '저가 또는 중가 밀값 시대에 발생하던 일'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제 국제 밀값 폭등으로 앞으로는 가격차가 크게 줄어들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과 함께, 관세청 무역통계를 근거로 밀 가격을 살펴본 결과 올해 3월·4월 우리 밀과 수입 밀 가격차가 2배 가까이로 줄었고, 5월 이후는 그 차가 더 좁혀질 터이다. 분석 결과로 볼 때 1.5배 가까이로 가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수입 밀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우리 밀보다는 싸다는 점이다. 수입 밀 가격의 이 같은 폭등에도 우리 밀보다 싸다는 점은 냉정히 수입 밀 가격 폭등으로 아무리 아우성쳐도 우리 밀 소비 진작을 가져오기는 벅차다는 것이다.

이 흐름에서 주요하게 살필 최근 정책동향이 있다. 바로 정부가 그 인상의 70%, 업계가 20%, 소비자가 10%를 책임지겠다는 수입 밀 가격 인상 대책이다. 이는 현재의 수입 밀 고가행진 보도가 우리 밀 소비 진작, 자급률 제고의 실질적 진전보다 수입 밀 업계의 가격 인상 논리의 근거로 작동하고 있음과 동시에 정책은 이를 받아 자급률 제고가 아닌 수입 밀 소비 진작의 방향에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그 한편에서 아직은 외화되지 않았지만, 분명 우리 밀을 비롯한 식량 자급률 방안도 함께 있을 것이고 관련한 어떤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본다. 이 논의에서 우리가 새롭게 할 것이 식량주권의 문제이다. 식량주권의 사전적 의미는 '우리가 원하는 농산물을 우리가 원하는 장소에서 우리가 원하는 만큼 생산한다'이다. 지금까지 이 논의에 함께 따르는 것이 먹을거리 안정적 공급과 안전성 문제였다. 

그렇지만 논리의 중요성과 그 합리성에도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또 현재의 모습이다. 곡물자급률이 20% 전후, 하루 세끼 중 한 끼가 아닌 저녁 간식 정도만 우리 것으로 가능한 현실임에도 대개의 국민이 최소한 양적으로는 부족하지 않은 식단을 꾸릴 수 있는 우리 식탁의 실상을 반영한 정책이 바로 그 수입 밀 중심 정책인 것이다. 수입곡물에 크게 의존하면서도 양적인 식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우리 경제가 그러한 정책의 큰 밑받침이다. 그러한 현실의 연장선에서 우리는 미국·호주·캐나다 그리고 그 외 주요 농산물 수출국의 주요 고객이 되어 이들 국가의 중점 관리대상이 되었다. 농산물 수출국들은 아프리카와 중동에 기아가 창궐해도 그들에게 원조하기보다 주요 고객이자 자국의 중점 관리대상인 우리에게 곡물을 팔러 달려올 것이고, 우리는 또 이를 받을 준비가 돼 있다. 오늘의 현실은 이러한 국제적 식량수급 구조의 반영이다. 

돈으로 먹을거리 사는 일, 언제까지 가능? 

여기서 중대한 질문! 과연 이 같은 우리 먹을거리의 '잔인한 평온'은 앞으로도 쭉 지켜질 것인가? 오늘의 국제 곡물가격 폭등이 전쟁에서 비롯된 것임에 관점을 달리해 다시금 좀 더 철저한 대비를 하라는 주문이 사방에서 쏟아진다. 그렇지만 이 목소리도 과연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까? 그 대비로 지금 당장 우리 밀 소비에 적극 나설까?

필자는 이 물음에 사실 다소 회의적이다. 이 국제 곡물가 폭등은 중요 뉴스거리가 돼 여러 논자들의 논의주제로 자리하다 수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란 생각이 든다. 왜? 농업·농촌·농민 그리고 이와 관련한 국가 지속성에 대해 국가가 침묵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농촌현장이 열 집 중 한두 집은 빈 집인 것이 보통이고, 그 나머지도 청년이라고 찾아볼 수 없고, 거기에 80대 이상의 고령이 즐비하다는 점을 살펴야 한다. 농촌이 망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식탁 맞은편에 놓인 TV 속 뉴스에서 국제 곡물가격 인상 소식을 들으며, 수입 밀로 가득한 풍족한 밥상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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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에 경찰국 두고 ‘경찰 직접 통제’하려는 윤석열 정부

경찰청 “범사회적 협의체 만들어 논의해야”, 시민사회 “권고안은 시대 역행”

 
황정근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운영결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6.21 ⓒ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경찰 통제 방안 구상이 21일 권고안 형식으로 공개됐다. 사실상 행정안전부(행안부)에 과거 경찰국과 같은 조직을 설치하고,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등 경찰에 대한 정부의 직접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자문기구인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 권고안은 지난 5월 13일부터 6월 10일까지, 불과 4차례 회의를 거쳐 마련된 것이다.

먼저 자문위는 행안부 내에 경찰 관련 지원 조직을 신설할 것을 권고했다. 현행 헌법과 정부조직법과 경찰법(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형사소송법 등에서 규정한 행안부 장관의 경찰 관련 업무를 보좌하기 위한 조직이 없기 때문에 법의 취지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는 게 자문위가 댄 이유다.

또한 '각 행정기관의 장은 소속 청의 중요 정책 수립에 대해 그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는 정부조직법에 따라 행안부 장관도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를 구체화할 수 있는 규칙을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조직법에는 '중요 정책'에 대해 지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중요 정책 사항 외에 일반 정책 사항 역시 장관의 지휘권이 인정된다는 게 법제처 해석이라고 황정근 자문위 공동위원장은 주장했다.

경찰 인사에서도 행안부 장관이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졌다. 자문위는 행안부에 경찰청장이나 국가수사본부장 등 경찰 고위직 인사 제청에 관한 후보추천위원회 또는 제청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또한 경찰청장을 포함한 고위직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는 행안부 장관에게 징계 요구권을 부여하도록 권고했다.

이 외에도 ▲사법·행정경찰 구분, 정보 경찰 기능의 범위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 사무에 경찰 관련 사항 명확화 ▲국가경찰위원회 개선 방안 ▲자치경찰제도 개혁 방안 등의 사안은 대통령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추후 논의 과제로 남겨뒀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권고안 시행 시점에 대해 "권고안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기로 했다"며 "관계 기관과 이해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독립 역사적 배경 도외시한 권고안
자문위 "통제 아닌 민주적 관리·운영" 강변


권고안 발표 전부터 경찰 안팎에서는 행안부의 '직접 통제' 구상을 두고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현재의 경찰청은 87년 민주화 전,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던 경찰에 대한 반성으로 생겨난 것인데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못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과거 내무부(행안부 전신) 산하에 있던 경찰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경찰권을 오·남용하는 폐단을 드러냈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 개선 요구가 커졌다. 이에 따라 1990년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내무부 장관의 사무 권한에서 치안을 삭제했으며, 1991년 경찰법을 제정해 독립된 외청인 경찰청이 탄생했다. 이날 발표된 정부에 의한 통제 구상을 두고 "30여년 전 과거로 회귀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이날 자문위를 향해서도 정부의 직접 통제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취지의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자문위는 문재인 정부에서의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커졌으니 그에 따른 변화도 필요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며, 권고안은 통제가 아닌 '민주적 운영·관리'라고 포장했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관련 질문에 "기존의 치안 환경이 최근 많이 변경됐다"며 "그만큼 경찰을 둘러싼 권한과 책임이 많아졌기 때문에 그에 따른 정부 기관의 민주적인 관리·운영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서 자문위를 구성해 권고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경찰의 권한과 역할이 커졌고, 이에 대한 견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건 시민사회는 물론 경찰 스스로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다만, 그 견제의 주체가 정부여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인데, 행안부의 직접 통제가 민주적 통제라는 말만 반복한 것이다.  

황정근 자문위원장은 '이번 권고안이 경찰법 제정 정신과 어긋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도 "권고안은 경찰의 민주적 관리·운영에 어긋나는, 경찰법에 어긋나는 내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가 기관은 견제와 균형이 원리"라며 "경찰청이든, 검찰청이든 행정권에 속하는 이상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의 지휘라인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경찰제도 기본 정신 담지 못해"
일선 경찰도 '정부 통제 반대' 현수막 들고 반발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행정안전부의 치안정책관실(경찰국) 신설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안부는 경찰 제도 개선을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2022.06.21 ⓒ민중의소리
 
이소진 경찰청 직장협의회 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정문앞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2.06.21 ⓒ민중의소리

이날 권고안 발표로 정부의 경찰 통제 논란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권고안이 발표된 직후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를 통해 대응 방안 논의에 나섰으며, 일선 경찰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은 2시간가량 진행된 회의 후 공식 입장을 내고 "이번 권고안에 담긴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경찰을 둘러싼 그간의 역사적 교훈과 현행 경찰법의 정신에 비추어 적지 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은 한때 헌법에 직접 규정될 만큼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으며 경찰권 통제와 관련해서도 정부 조직에 의한 행정적 통제보다 국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가 바람직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되어 왔다"며 "하지만 이번 권고안은 이러한 역사적 발전과정에 역행하며 민주성·중립성·책임성이라는 경찰 제도의 기본 정신 또한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경찰 제도와 활동은 국민의 생명·신체·인권·자유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부작용은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경찰 운영의 근간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어느 때보다 그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사회 각계 전문가를 비롯하여 정책 수요자인 '국민', 정책 실행자인 '현장 경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범사회적 협의체를 통해 충분한 의견 수렴과 폭넓은 논의를 이어갈 것을 요구한다"고 제안했다.

경찰권 행사를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국가경찰위원회도 입장을 내고 "오늘 발표한 권고안은 경찰 제도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경찰행정·제도를 32년 전의 과거로 되돌리려 한다는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도 권고안 발표 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가 경찰을 직접 통제하려는 시도는 시대의 역행이고, 통제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며 "행안부 장관에게 인사 권한이 집중되고, 경찰청장과 경찰 고위직에 대한 징계 요구권을 명문화하겠다는 등 경찰을 직접 통제하려는 시도는 정치적 중립성은 물론 수사기관의 독립성마저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고 반발했다.

"경찰, 정권으로부터 독립돼야"
시민사회단체도 강한 우려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의 '경찰제도개선' 권고안 발표가 예정된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시민단체 경찰개혁네트워크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의 경찰 직접통제를 반대하고 있다. 2022.06.21 ⓒ민중의소리

시민사회단체도 행안부의 경찰 직접 통제를 두고 논의 과정과 내용 모두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9년부터 경찰 개혁에 앞장서 목소리 내온 '경찰개혁네트워크'는 같은 날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의 경찰 직접 통제는 정치권력에 경찰을 종속시킬 뿐"이라며 "비대해진 경찰 권한의 분산·축소 없는 통제 방안 논의는 무용지물"이라고 비판했다.

경찰개혁네트워크 일원인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경찰이 군부정권의 통치 수단으로 이용된 과거의 질곡을 극복하고 민주화된 경찰로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던 경찰개혁의 틀이 현재 경찰의 모습"이라며 "35년 전 전시대적 경찰, 권위주의적 정치의 도구로서 경찰이 역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공동대표는 "국가경찰, 자치경찰까지도 행안부 장관의 손으로, 그리고 행안부 장관을 통한 대통령의 손으로 장악할 수 있게 한다는 건 (경찰 개혁에 대한) 시대적 흐름에도 정면으로 반한다"며 "경찰은 이제 정권의 통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권으로부터,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기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법센터 검찰·경찰개혁소위원장은 "경찰의 역사를 보면 치안본부 시절만이 아니라 독립된 외청으로 분리된 지금도 정치권력에 취약하다"며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정보 경찰을 조직적으로 이용했다는 혐의 등으로 전직 경찰청장 3명이 지금까지도 형사 재판 중에 있다는 게 그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위원장은 "비대해진 경찰권의 분산과 민주적 통제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자치경찰제를 실질화하고,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해 국가수사본부와 국가경찰을 견제·통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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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경색에서 대화로 국면 전환'..방법은?

기자단 첫 간담회.."북한인권재단 출범위해 발로 뛰겠다"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6.21 16:54
  •  
  •  수정 2022.06.21 17:28
  •  
  •  댓글 1
 
권영세 통일부장관은 21일 오후 남북회담본부에서 출입기자단과 취임후 첫 간담회를 갖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대화국면으로 전환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권영세 통일부장관은 21일 오후 남북회담본부에서 출입기자단과 취임후 첫 간담회를 갖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대화국면으로 전환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권영세 통일부장관은 21일 오후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출입기자단과 취임후 첫 간담회를 갖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대화국면으로 전환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의 도발을 실효적으로 억제하고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한편, 북의 추가도발 여부와 대남입장, 내부동향 등 정세의 흐름을 보아가며 대화국면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당 중앙위원회에서 임명을 발표한 리선권 통일전선부장을 지목해 "통일부장관으로서 언제 어디서든 어떤 형식이든 리선권 통전부장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대화를 통해 남북간 모든 현안을 풀어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리선권 통전부장을 대화상대로 지목한 것은 최근 북측이 책임있는 당국자로 인선을 했기 때문에 격식따지지 말고 남북관계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포괄적으로 대화를 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기존 통일부 상대로 알려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공석인 것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특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실무차원의 대화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여러 징후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진 7차 핵실험에 대해서는 말이 달라졌다.

권장관은 시기가 언제일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핵실험이 강행된다면 더 이상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 강력한 한미간 공동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한국의 독자 제재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재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인도하는 간접적 수단"이라는 인식을 내비쳤다.

권 장관은 이날 △북한인권재단 출범과 '이산가족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 의견 수렴 등 인도적 문제 해결 △통일부 조직개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인도적 문제 해결 과제와 관련해서는 올 하반기 국회 원구성이 마무리되는대로 북한인권재단 출범할 수 있도록 발로 뛰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또 '이산가족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는 문제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수렴을 해 보겠다고 했다.

북한인권재단과 관련해서는 "북 인권 문제는 세계 시민적 권리로서, 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실질적 개선에 중점을 두겠다"고 하면서, 재단 출범 이후 "북한 인권 정책 대안 개발 및 조사 연구 등 북한인권법에 명시된 재단의 기능을 토대로 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지난 2016년 3월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정부는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위한 행정적 조치를 마무리했으나 민주당에서 법적 구성요건인 이사 추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6년 이상 재단 출범이 지연됐다는 인식인 셈이다.

이날 권 장관은 통일부 조직 개편이 진행중이라고 소개했다.

앞으로 통일부는 정세판단과 정책 설계, 미래 준비에 역점을 두고 대화·협력 부문은 존치, 강화하되 전체적으로 효율적 운영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정책 기능의 강화, 교류협력 업무의 조정, 북한 인권 및 인도협력 기능 강화 등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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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기사 한아무개씨가 파업 끝났어도 운행을 하지 않은 이유

  • 기자명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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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2 05:05
  •  
  •  댓글 1
 
 

[뉴스 그 뒤] 화물수송 재개, 유가폭등으로 생계곤란 여전
화물노동자 한씨 “합의 뒤에도 일주일 더 차 세웠다”
입장 바꾼 국토부…“총파업 철회 아닌 유보”

“밤잠 안 자가면서 쓸데없는 짓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58세 화물기사 한아무개 씨는 37년 화물운송을 하면서 이번 파업에서 처음 차를 세웠다. 그리고 지난 14일 합의가 이뤄진 뒤에도 일주일 동안 화물운송을 멈췄다고 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와 국토교통부가 올해 종료 예정이었던 화물노동자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키로 합의하면서 노조는 8일 만에 총파업을 풀었다. 그러나 생활고로 인한 파업 불씨는 여전하다. 유가 폭등으로 겪는 고통은 나아지지 않았다.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한다는 합의 직후 국토부 장관이 화주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에 나서 안전운임제 근본 취지를 흔든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지난 14일 밤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 확대 등을 논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토부는 원 구성이 완료되는 즉시 당초 약속대로 안전운임제 시행성과를 국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또 화물노동자들의 유류비 부담 완화를 위해 “조속히 유가보조금 제도 확대를 검토하고 운송료 합리화 등을 지원·협력”하기로 했다.

앞서 화물노동자들은 지난 7일 안전운임제 일몰을 앞둔 유가 폭등 상황에서 최소 운임 기준을 제시하고 유가를 반영하는 안전운임제 유지·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이번 파업은 윤석열 정부 들어 이뤄진 첫 대규모 총파업이었다. 화물노동자들이 ‘노사 자율로 합의하라’고 주장하던 정부를 교섭 자리에 앉혀 합의안을 끌어냈다는 점이 의미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 중에도 “노사관계에 정부가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했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화물연대 파업에 “노사 갈등은 자율 원칙”이라고 주장해왔다. 정부는 현재까지 화물노동자들이 노동자가 아니라며 ‘집단운송거부’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화물 수송이 재개됐어도 화물노동자들은 맘 놓고 차를 몰 수 없다. 한씨는 “(파업 뒤 일 주일 간) 나갈 의욕이 없었다”며 파업 일주일 뒤인 21일에야 세웠던 차를 몬다고 했다. 그는 “기름을 가득 채우면 이젠 100만원이 넘는다. 서울에서 부산 한 번 왕복하면 다 사라지는 양”이라며 “운임료 120만~130만원에서 기름값에 타이어값, 수리비 빼면 하루에 몇 만원만 남는다”고 했다.

한씨는 “대통령께서 이 문제를 개선해주겠다고 하셨고, 합의도 이뤄졌으니 이제 유가보조금이라도 좀 정상화시켜주겠구나 생각했는데 변한 것이 없다”고 했다. 정부는 리터당 345원의 유가보조금을 지원해왔는데,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면서 도리어 이와 연동된 보조금도 깎였던 터다.

정부는 19일 유가연동보조금(초과분 50%) 지원 기준 단가를 1750원에서 1700원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한씨는 “공사 현장에 일거리가 많더라. 일당 15~18만원을 준다니 차라리 몇 달 동안 거길 뛰겠더라”며 번호판을 일시 반납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국토부는 도로비 전일 할인 등과 같은 화물노동자 지원대책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28일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대회 모습
▲지난 5월28일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대회 모습

한편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중단한 뒤 여전히 투쟁이 진행 중인 곳도 있다. 하이트진로는 파업 직후 화물연대 조합원 130여명 전원에 계약 해지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이들은 10년 간 운송료가 오히려 1% 떨어져 동종업계보다 훨씬 낮은 운임을 받으며 일했고 이번 파업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김재광 화물연대 교육선전실장은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은 유가 폭등으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올초 화물연대에 가입해 투쟁에 돌입했다. 화물노동자의 열악한 처우 문제가 집합된 곳”이라며 “화주가 책임 부인을 지속하면서 계약해지와 손배소에 나섰다”고 했다. 언론이 이번 파업을 “소주 파동”으로 규정하며 대대적으로 보도해왔지만 파업 직후에 화물노동자들이 놓인 상황은 언론 조명을 받지 못하는 처지다.

안전운임 일몰 폐지와 품목 확대 요구와 관련해 한씨는 “현재 안전운임제 적용을 받는 사람이 100대 중 10대도 안 된다. 그걸 전체 (노동자들이) 다 혜택을 받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파업에 나섰다)”며 “결과에 아쉽다”고 했다. 현재 안전운임제는 도입 당시 자유한국당의 전품목 도입 반대로 시멘트와 컨테이너 품목에만 적용됐는데, 이는 전체 화물운송량의 5.7% 정도다. 한씨도 두 품목이 아닌 일반 품목을 운송한다.

한씨는 “화물 노동자들은 스무 시간을 길에서, 차에서 생활한다. 기존 임금보다 두 배로 달라는 것도 아니고 먹고 살수 있는 만큼 달라는 것인데, 그것마저 안 되니 이렇게 ‘데모’를 하게 된 것 아니냐”고 했다.

▲화물연대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총파업 기자간담회을 진행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화물연대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총파업 기자간담회을 진행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국토부가 파업 직후 화주단체 입장을 들고 나오면서 안전운임제 취지를 다시 흔들기도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합의 이틀 뒤인 16일 브리핑에서 안전운임위원회에 객관성이 없고 차주가 과대 대표된다고 주장하며 “이대로 제도를 유지한 채 일몰제를 폐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화물연대는 “원가비용 산정은 국토부가 외주한 한국교통연구원의 조사자료를 근거로 결정된다”며 “지난 3년간 결정된 최종 소득은 공익위원안이었다. 국토부가 스스로 임명한 공익위원들이 편향돼있다는 것이냐”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화물연대는 먼저 국토부의 안전운임제 시행성과 국회 보고를 지켜볼 예정이다. 김재광 화물연대 교육선전실장은 이번 합의를 두고 “일몰제 폐지라는 문안으로 정리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단순) 연장안은 절대 받을 수 없다고 일관되게 밝혔지만 국토부가 ‘연장 등 지속추진’에 합의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고 했다.

이어 “국토부가 어떤 의견을 국회에 보고하는가가 중요한데, 이번 합의는 그에 대한 약속을 받아낸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1호 법안으로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에 법개정 일정을 지켜보고, 법안 처리가 늦어지거나 결국 안전운임제 일몰 상황이 온다면 다시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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