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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야당과 언론이 7·10 부동산 대책 때리는 이유

[주장] 이번 대책 앞에 놓인 두 가지 길, 어느 길을 걸을 것인가

20.07.24 19:03l최종 업데이트 20.07.24 19:03l
이 글은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쓴 글로, 이 교수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보완대책 추진방향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제1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보완대책 추진방향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제1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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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7·10 조치가 상당히 강력한 것이었는데도 그 효과가 아직은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다주택자 종부세 두배 오른다... '생애 최초' 취득세는 50~100% 감면 http://omn.kr/1o9to) 이를 본 보수 야당과 보수언론은 신이 나서 그 조치를 헐뜯는 데 여념이 없고요. 늘 하는 생각이지만, 그들은 과연 집값이 안정되는 걸 진심으로 바라기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과거에는 부동산투기 억제책이 발표될 때마다 비록 일시적이나마 집값이 안정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효과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것이 사실인지라 이에 대해 이렇다 할 반론을 펴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7·10 조치의 단기 임팩트가 없었다 해서 그 조치가 실패작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택시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깔아준 질펀한 투기 파티의 광기가 아직 채 가라앉지 않은 상황입니다. 갭 투자를 해서 몇억을 벌었느니, 과거에 사둔 재개발 딱지에 몇억 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느니 하는 얘기가 숱하게 오가던 것이 불과 며칠 전인데, 투기 억제 조치 하나로 당장 그 열띤 분위기가 가라앉겠습니까? 온 사회가 이 작취미성(昨醉未醒)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선 아무리 강력한 조치가 나오더라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게 마련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지난 몇 년 동안의 집값 폭등이 집 없는 서민들에게 이러다가 영원히 무주택자로 남지는 않겠냐는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입니다. 막차라도 타야 한다는 절박감이 소위 말하는 '영끌'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현실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있느냐' 여부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은 정부의 의지에 대한 국민의 신뢰입니다. 이번 7·10 조치도 그렇고 며칠 전 대통령의 발언도 그렇지만,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이 정부의 의지 자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보수세력의 트집 잡기는 국민으로 하여금 이와 같은 정부의 의지에 의문을 품게 만들고 있습니다.

만약 보수 야당이 진정으로 집값 안정을 바라고 있다면, 일단 정부의 투기억제책에 지원사격을 해줘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값 폭등이 정말로 급박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일단 투기수요를 잠재우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수 야당이 진심으로 집값 안정을 바란다면, 정치적 고려를 잠시 접고 투기와의 싸움에 동참해야 합니다.

7·10 조치의 운명
    
목 축이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재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을 들으며 목을 축이고 있다.
▲ 목 축이는 김종인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재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하고 싶은 말만 마라"며 윤미향·부동산·박원순·탈원전 등 답변을 요구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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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조치로 인해 무조건 집값 오르기를 기대하고 집을 사재기하는 것은 이제 어렵게 되었습니다. '암 덩어리'라고 불렀던 임대사업자등록제가 실질적으로 폐기 수준을 밟게 되었기 때문에, 보유세의 강화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분위기는 마련되었습니다. 그리고 보유세 강화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가 시장에 매물을 본격적으로 내놓으면 집값은 안정화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2년 후 정권이 바뀌고 나서 이런 투기 억제 조치들이 바로 무력화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집니다. 다주택자들은 절대로 집을 팔려고 내놓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집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 짐작에 7·10 조치의 단기 임팩트가 미미한 결정적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어김없이 부동산 투기 억제가 투기 조장으로 그 기조가 바뀌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의 예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듯이요. 그동안 보수 야당의 이름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이런 기본 속성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다주택자들은 바로 이 점에 기대를 걸고 지금 숨죽인 채 눈치 게임을 하는 겁니다.

그들이 눈치 게임만 하는 건 아닙니다. 일부 다주택자는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보수 야당과 보수언론이 그들에 가세해 온 사회가 진흙탕 싸움에 빠져들면 서민들에게는 이제 희망을 품을 여지조차 남지 않을 겁니다.

7·10조치로 인해 투기 수요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30대와 40대의 '공포구매 (panic buying)'로 인한 수요가 급등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로 인해 중소형 주택의 가격이 뛰어오른다 해도 정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집값이 오르지 않을 테니 공포구매를 할 필요가 없다고 설득한들 누가 그걸 믿으려 하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수요의 급등 현상은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영혼이라도 끌어서 집을 사겠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소득과 재산이 뒷받침되어야만 하는 것 아닙니까?

그들이 집값 폭등의 주원인으로 수요 측면보다 공급 측면을 더 중시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공급이 늘어나지 않아도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은 내려간다는 것이 경제학의 진리입니다.

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것은 비교적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는 데 여러 가지 현실적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일단 집을 사고 난 후에도 그런 사람들이 해마다 계속 생겨날 수 있겠습니까?

본격적 효과는 좀더 기다려봐야 
   
용산, 강남 개발호재 지역 주택거래 66건 자금출처 정밀조사 국토교통부는 서울 용산 정비창 정비 사업과 강남 잠실 MICE 개발 사업 인근 지역에 대한 부동산 실거래 기획조사를 벌인 결과 의심거래 66건을 추출해 정밀 조사에 착수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 용산, 강남 개발호재 지역 주택거래 66건 자금출처 정밀조사 국토교통부는 서울 용산 정비창 정비 사업과 강남 잠실 MICE 개발 사업 인근 지역에 대한 부동산 실거래 기획조사를 벌인 결과 의심거래 66건을 추출해 정밀 조사에 착수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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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투기 조장책에 의해 지속해서 투기 수요를 부추기지 않는 한 주택 수요도 불가피하게 사이클을 탄다는 점입니다. 지금의 30, 40대에 의한 수요 급증 역시 정점을 지나고 나면 하강 국면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갖가지 요인에 의한 주택 수요가 정점에 있는 상황이지만, 이 상황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내 믿음입니다.

여러분들 식당이나 카페에서 이런 경험 한 적 있으십니까? 갑자기 장내의 소음 수준이 올라가면 사람들은 너나없이 더 큰 목소리로 대화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소음이 더욱 심해지다가 갑자기 별다른 이유 없이 장내가 약간 조용해집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목소리를 더욱 낮추고 그 결과 언제 그랬냐는 듯 장내가 온통 조용해집니다.

주택 수요도 이런 사이클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투기 수요가 극성을 부려 집값이 뛰어오르기 시작하면 너도 나도 투기 대열에 합류합니다. 뒤늦을세라 내 집 마련하려는 사람조차 가세하면 주택에 대한 수요는 정점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열기가 끝내 계속될 수는 없고 어느 시점에 가면 하강 국면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 때 투기 수요가 정점을 찍고 이명박 정부 들어오면서 하강 국면에 들어간 것을 기억합니다. 이런 자연스러운 사이클을 그대로 놓아두면 집값 안정의 기초가 다져졌을 텐데, 이명박 정부와 그를 이은 박근혜 정부는 투기에 불을 붙여 오늘의 비극을 초래했던 것입니다. 알량한 건설경기 부추기느라 서민들의 꿈을 박살 내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한 것이지요.

우리 주택시장이 작취미성의 상태에서 벗어나 주택 수요가 하강 국면으로 들어서는 순간이 언젠가 오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7·10 조치가 아무런 충격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때가 되면 예상외의 큰 충격을 보일 수 있습니다. 단, 보수 야당이 집권해 판을 몽땅 뒤집어엎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늘 강조하는 바지만 어떤 정책이든 시행 즉시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새 정책에 맞춰 선택을 변화시키는 데 시간이 들게 마련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차를 두고 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 이번 7·10 조치 역시 거기서 예외가 될 수 없고, 그렇다면 본격적 효과는 좀 더 기다려 봐야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보수세력과 일부 다주택자들이 연합해 훼방을 놓고 있기 때문에 7·10 조치의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조급하게 굴지 말고 조금 기다려 보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합니다. 7·10 조치로 확립된 투기 억제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얼마 전까지 지속되었던 주택투기의 소란스러운 파티는 일어나지 못하리라는 것이 내 믿음입니다.

투기 수요가 사라지면서 집값이 저절로 안정세를 찾게 되리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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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은마아파트 정부가 사들이면 집값 브레이크로 활용할수 "

경제통 조정훈 "부동산 공공성 확대하고 정부가 직접 시장에 들어와야"

 

시대전환을 이끌고 있는 조 의원은 초선으로 이번에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를 배정받아 국회에 들어왔다.

 

 

조 의원은 24일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집값을 떨어뜨리겠다고 하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고 하는 건지, 문재인 정부 초반 수준인지 박근혜, 이명박 정부 시절 수준인지 정확한 시그널을 줘야 수요자와 공급자들이 그에 따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지적한 후 "지금은 그냥 부동산을 잡겠다, 정도만 해놓고 어느 정도까지 가격을 내려가야 정부가 이 정도면 됐다고 할지에 대해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대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우리 국민들이 지금 부동산 정책에 화난 이유를 짚어야 한다. 과연 내가 살 집 하나 없어서 화난 국민이라고 보시는 건지, 아니면 1년, 2년, 20년 된 청약통장을 사용해서 나도 부동산을 통해서 돈을 벌 기회가 와야 하는데 나한테 아직 오지 않아서 화가 나신 건지 솔직하고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정훈 의원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조 의원은 "솔직히 강남에 살고 싶어 하는 국민들이 태능에 있는 골프장 까고(파헤쳐서) 아파트 짓는다고 거기로 갈까? 저는 회의적이다. 결국은 우리 국가가 국민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고 주거 환경이 좋은 지역에서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향이 부동산 정책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즉 단순히 '집 가격'에 매달리는 것보다, 공공주택 보급 등 부동산 공공성 확대 등으로 부동산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 의원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싱가포르의 여러 예를 들고 있는데, 싱가포르와 우리가 다른 점은 싱가포르는 공공주택 보급률이 거의 90%에 이른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 비해서 완전히 반대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어 "(정부가) 지금 열심히 공공주택을 지으려고 하는데 저는 꼭 건축이 답인가 하는 회의를 가지고 있다"며 "지금 시장에 붕붕 떠도는 초과 유동성이 약 3000조 원에 달합니다. 이중에 1/3이 1000조 (수준에서) 이자율도 굉장히 낮은 상태인데, 우리 정부가 기존의 주택 재고물량을 흡수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쉽게 이야기해서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아파트, 대치동에 있는 은마아파트를 (정부가 일부) 사들여서 그 단지 재고의 10%, 20%의 물량을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으로) 보유하고 있으면 시장이 (부동산 값이) 급격히 올라가는 것에 대한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계속 그린벨트 해제하고, 또 없는 땅 만들어서 쪼가리에서 조금씩 새로운 공급을 하는 것보다 기존 주택시장에 과감하게 들어와 초과 유동성으로 주택을 사들여 공공주택을, 정말 국민들이 살고자 하는 가장 노른자 땅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저는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조 의원은 "제가 아주 부족한 정보를 그나마 얻어서 계산을 해봤는데 정부가 원하는 일자리, 지금 2년 동안 만들겠다고 하는 일자리에 들어간 예산이 (일자리 하나당) 5500만 원이다. 1년으로 나누면 2000만 원 조금 넘는 돈인데, 쉽게 이야기해서 최저임금 주겠다는 것"이라며 "홍남기 부총리께 여쭙고 싶다. 과연 부총리의 자제분이 일을 한다고 하면 이 일을 진심으로 권장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이런 정도의 일자리를 두고 일자리 생산이라고 하시는지 묻고 싶다. 우리 청년들은 이런 일자리를 쓰레기 일자리라고 한다. 과연 이런 일자리에 귀한 청년의 시간을 쓰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저는 본질적인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기본소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선별적 복지'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데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홍남기 부총리의 보편적 복지에 대한 부담, 그리고 선별적 복지의 선언은 국가가, 정부가 국민의 비참함을 봐야 돈을 주겠다는 생각이라서 저는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조 의원은 "내가 가난하고, 내가 일자리에서 잘렸고, 내가 고아임을 국가에 증명해야 국가가 조금씩 돈을 주는 이런 선별적 복지는 우리 국민에게 더 이상 맞지 않는다"라며 "복지 효과에 대해서 논의를 깊게 할 수 있습니다만, 연구에서 나온 결과 기본소득이 저소득층에 대한 선별적 복지보다 결코 적지 않다고 하는 것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국회 내 대표적인 기본소득 도입론자 중 하나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72414221235062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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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청년학생본부 "문재인 정부는 남북합의 이행하라!!"

하인철 통신원 | 기사입력 2020/07/2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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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11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6.15 공동선실천 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 (이하 '6.15 청학본부')가 남북관계 위기 극복 남북합의 이행 촉구  청년학생 비상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6월,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남북관계가 급격히 경색됐다. 일촉즉발의 상태에서 북한이 군사조치를 보류하긴 했으나 이는 보류일 뿐 언제든지 다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상황이다.

 

▲ 6.15 청년학생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하인철 통신원

 

김수형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상임대표는 "남북관계는 자신들 입맛대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느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우선이라느니 헛소리를 하며 남북의 평화통일을 가로막던 자가 바로 미국입니다. 시간이 흘러도 이러한 도를 넘는 미국의 내정간섭과 주권침해 행위는 멈출 줄을 모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한미워킹그룹" 이며 "미국은 그저 실무협의체일 뿐이라 변명하지만 그 실무협의체가 남북관계 위에 올라타서 간섭과 방해를 일삼아 온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내정간섭, 주권침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 라며 불평등한 한미관계에 대해 고발했다.

 

황태웅 대한불교청년회 정책기획실장은 "면적으로 극우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로 시작된 것처럼 보이는 현 남북관계에는  아주 오래된 문제, 고질병이 있"다며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꼽았다.

"우리군대의 전시작전권은 미군, 즉 한미연합사에 있습니다. 전작권이 없는 군대를 국군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군대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군대가 될 수 없고, 미국이 시키는데로 움직이는 군대입니다."라며 문재인정부에게 미국에 끌려다니지 말고 자주적인 입장을 세울것을 요구했다.

 

▲ 권오민 청년당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

 

권오민 청년당 대표는 "9.19 남북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르면 서로간의 적대행위를 중단할 것을 이야기 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확성기, 대북전단살포 행위를 중단할 것을 약속"했다며 대북전단 살포는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은 오롯히 정부에 있습니다.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진정어린 사과"라며 대북전단 금지법 조속 통과와 사과를 요청했다.

 

이어 정종성 6.15청학본부 상임부대표가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아래는 전문이다.

 

마지막으로 구호를 외치면 문재인 정부의 현재 정책들이 중단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상징의식이 진행됐다.

▲ 상징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

 

-----------아래------------------

남북관계 위기극복 · 남북합의 이행촉구 

청년학생 비상시국선언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비상한 위기에 처해있다.

 

대북전단 살포로 불거진 남북관계 경색이 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내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까지 이어졌다. 북의 군사조치 보류로 잠시 숨은 돌렸으나 태풍의 눈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기 속에 불안한 고요가 지속되고 있다. 

불과 2년 전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최초의 북미회담으로 한반도에는 분단의 고통을 끝내고 평화와 번영, 통일로 나아갈 희망이 가득했으나 소중한 남북합의는 이행되지 않았고 남북관계는 암흑에 빠져있다.

 

위기의 원인은 남북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데 있다. 정부는 대북제재 강화와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을 방해하는 미국을 넘어서지 못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대북전단살포를 방치하고 무기증강을 멈추지 않았으며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지속함으로써 상호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한 남북합의를 지키지 않았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의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합의 또한 지키지 않았다.

 

한반도의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민족자주의 입장에 철저히 서서 남북합의를 이행하는 것이다. 우리민족의 운명을 미국과의 협의나 승인이 아닌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정부는 내정간섭을 일삼으며 남북관계를 방해하는 한미워킹그룹을 해체하고 남과 북의 합의를 이행해나가야 한다. 대북전단살포를 엄벌하고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무기도입과 한미연합군사훈련 등 일체의 적대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더 이상 전쟁의 위기와 공포 속에 우리민족이 고통 받을 수는 없다.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 청년학생들은 지금의 비상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민족자주의 원칙아래 과감한 결단과 조치를 통해 남북합의 이행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 남북관계 간섭하고 검열하는 한미워킹그룹 즉각 해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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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방송에선 볼 수 없는 ‘통합당 vs 민주당’ 의원들의 설전

 
탈북자 출신 태영호 의원, 사상 전향했느냐?
 
임병도 | 2020-07-24 08:59:3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7월 23일 오전 10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했습니다.

청문회가 시작하기 전 입장하는 이인영 후보자의 표정은 굳어 보였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 쏟아질 질문과 공격에 대한 압박감은 아무리 4선 의원 출신이라도 쉽게 넘기기는 힘들어 보였습니다.

인사청문회가 열린 국회 본청 401호는 굉장히 좁았습니다. 전날 열렸던 문체위 청문회와 비교하면 위원들도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취재진도 몰려 이동 자체가 힘들었습니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입장하면서 취재진을 피해 고개를 숙이고 겨우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원내대표 출신 4선 의원이었지만 통합당 의원들의 이인영 후보자를 향한 공격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사람은 태영호 통합당 의원이었습니다.

탈북자 출신 태영호 의원, 사상 전향했느냐?

통합당 태영호 의원은 총선에서 받은 네거티브 공격이 “태영호는 빨갱이다. 사상검증 안 됐다.”였다며 이인영 후보자도 이런 말을 들어봤냐고 물었습니다. 이 후보자는 “정권이 공개적으로 용공세력으로 지목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답변했습니다.

태 의원은 “제가 김일성 주체사상 원조 맞죠?”라고 물은 뒤 “북한에서는 남한에 주체사상 신봉자가 많다. 전대협 조직이 있는데 전대협 조직성원들은 매일 아침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남조선을 미제의 식민지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충성의 의지를 다진다”고 말했습니다.

한 마디로 운동권 출신 이인영 후보자가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했던 소위 말하는 ‘빨갱이’가 아니냐는 뉘앙스였습니다. 태 의원은 자신은 사상전향을 했는데, 이 후보자도 했는지 집요하게 물었습니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 그러면 제가 추가 질문드리겠습니다. 이런 겁니다. 제가 대한민국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저보고 사상 전향했느냐 계속 물어봅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제가 이번에 이걸 준비하면서 후보자의 삶의 궤적을 많이 들여다봤는데. 언제 어디서 또 어떻게 사상전향을 했는가 이걸 제가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은 이렇게 했습니다. 대한민국에 와서 저는 대한민국 만세 저는 이렇게 불렀어요. 그래서 누가 나보고 사상전향 안 했다 그러면 무슨 소리하십니까? 제가 이렇게 대한민국에 와서 첫 기자 인터뷰입니다. 이렇게 저는 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혹시 후보자님께서도 언제 또 어디에서 이렇게 나는 주체사상을 버렸다, 또는 주체사상의 신봉자 아니다 하신 적이 있습니까, 공개선언 같은 거?

이인영 / 통일부 장관 후보자:이른바 전향이라는 것은 태 의원님처럼 북에서 남으로 오신 분에게 전형적으로 해당하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제가 남에서 북으로 갔거나 북에서 남으로 온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저에게 사상전향 여부를 묻는 건 아무리 위원님이 저한테 청문위원으로서 물어보신다고 해도 그건 온당하지 않은 그런 질의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북에서는 이른바 사상전향 이런 것들이 그렇게 명시적으로 강요되는지 모르지만 남쪽은 이른바 사상과 양심의 자유 이런 것들이 법적으로는 되지 않아도 사회정치적으로 우리 민주주의 발전 수준에서 그렇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측면에서 놓고 보면 위원님께서 저에게 사상전향 여부를 다시 물어보시는 것은 아직 남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저는 이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인영 후보자의 답변은 태영호 의원이 ‘아직 남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수십 년 전 독재정권에서 벌어졌던 운동권 활동을 2020년 국회에서 묻는다는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이었습니다.

변호사 출신 이재정 의원, 국회의원에게 헌법을 알려주다

태영호 의원의 사상전향 질의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중에서 이재정 의원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계속 움찔했습니다. 결국, 이 의원은 자신에게 배정된 질의 시간 7분 중 2분을 써가며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쏟아 냈습니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여기 있는 의원들 모두가 헌법 앞에 맹세를 했다”면서 “이 후보자의 과거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질의 태도가 반헌법적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변호사 출신 이 의원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잘 이해하는 전문가임을  내세우며 은연중 태 의원을 향한 발언을 이어나갔습니다.

이 의원은 “색깔론 공세에 대한 국민들의 질타는 있겠지만 질의에 대한 자유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문제에 대한 지적은 가능하지만 뭐뭐주의 신봉하느냐, 믿느냐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재정 의원은 “믿느냐, 신봉하느냐, 십자가 밟아라, 이것은 헌법이 누구에게도 허락한 적이 없다”라며 “여기에 있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도 헌법은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헌법에 나온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말하는 이 의원의 표정은 헌법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처럼 단호했습니다. 특히 이 의원은 국회의원이라면 헌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며 태 의원의 질의가 잘못됐음을 돌려서 말했습니다.

김영호 의원, 통합당에도 전대협 출신 있지 않느냐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오전 질의가 끝나기 전 안민석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자신도 80년대 운동권 출신이라며 또다시 사상검증, 사상전향을 꺼내 태영호 의원의 질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태영호 의원은 인사청문회가 “사상검증의 자리라는 소릴 듣고 질의했다”라며 자신을 향한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에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태 의원은 ‘자애로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마치 자유 대한민국이라며 왜 나를 핍박하느냐는 식으로 억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송영길 위원장의 정회 선언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과 통합당 의원들 간의 설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통합당 의원을 향해 왜 잘못됐는지 알려주자 다시 통합당 의원들이 반발했습니다. 가방을 메고 나가려던 김영호 의원은 “4선 의원에 대한 사상검증은 국회를 모욕하는 일이다”라며 다시 맞받아쳤습니다.

의원들 간의 설전이 계속 이어지는 도중 김영호 의원은 “통합당에도 전대협 출신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통합당 의원은 “의원이 아니라 장관 후보자다”고 말했고, 김 의원은 “현재 국회의원이다”고 답했습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사상검증, 사상전향이라는 구시대 유물과 같은 발언이 통합당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얻는 것은 극우 보수의 결집이겠고 잃는 것은 시대감각에 뒤떨어진 정당이라는 이미지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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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의 삶과 죽음

[김종철 선생을 기리며]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갔다온 사실로 해서 인류에게 어떤 기여가 있었다면 아마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외계에서 인간이 지구를 볼 수 있었다는 점에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때 탑승했던 우주선 조종사 한 사람의 증언에 의하면, 달에서 돌아오면서 지구를 보니까 너무 아름답고, 작고, 가냘프게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중략) 특별히 시적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도 아닌 한 우주선 조종사로 하여금 그러한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는 지구라는 별을 하나로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그 위에 자기의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명을 영위하고 있는 터전으로서의 지구가 허공 중에 아슬아슬하게 떠 있는 것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요컨대 그는 전지구적인 관점에 자연스럽게 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요?”

 

그는 우주로부터 지구를 바라보는 이 우주선 조종사의 마음을 “마치 어머니가 어린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는 심정”에 비유하면서 이것이야말로 아폴로계획의 유일한 성과이며, 또한 이러한 마음은 옛날부터 현명한 사람들이나 시인, 예술가들, 예언자들, 신비가들, 그리고 아메리카인디언들이 늘 지녀왔던 관점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근대 이후 산업문명의 질주로 “인간은 생활수준의 향상이라는 어리석은 욕망을 추구하다가 이제 가장 비참한 재난에 봉착”했다. 그는 인간들이 참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만물이 하나이고 형제라는 생각이 있어야 하고, 나아가 생각보다는 감수성으로 이를 받아들여야” 하며 “인간 공동체나 사회 공동체라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는 그런 상황이 되었다는 자각이 필요하고, 감수성의 대전환이랄까, 하여튼 이제는 생명체 전체를 하나로 보는 생명 공동체의 개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사람이 성숙하게 된다는 것은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그러나 현대의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가급적 죽음에 대한 의식을 배제하려고” 하며 “회피하기가 절대로 불가능한 것을, 마치 그것이 불상사이기나 한 듯이 될 수 있는 대로 죽음을 외면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우리가 죽음에 임박한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서둘러서 병원에 옮기고 단 몇 시간, 며칠이라도 목숨을 연장하려고 기도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고 편리하게 변명되고 있지만, 실은 죽음을 정당하게 대할 수 있는 능력을 우리들이 대개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그 이유를 우리가 물질주의적 가치만을 가치로 인정하는 생활방식, 즉 산업문화를 전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런 문화에서는 죽음을 삶의 불가결한 요소로서 파악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 길러질 수 없”고, “죽음이란 그냥 불안스런 재난으로 인식될 뿐”이며, “우리가 소유한 것들, 사회적 성공, 명예, 이런 것들에 집착하면 할수록, 죽음은 단순히 두렵고 자꾸만 외면하고 싶은 대상이 될 뿐”이라는 것이다.

 

“비겁한 마음이 폭력을 불러들이는 것처럼,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의 쇠퇴는 죽음에 대한 맹목적인 두려움을 증가시키고, 그 결과 안팎의 자연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인간 상호 간에도 폭력이 난무하게 되는 것이 당연한 삶의 관행으로 굳어지게 됩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나 사회적인 차원에서나 진정한 평화를 유지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죽음에 대한 태도가 훨씬 더 성숙한 것으로 바뀔 수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상이 죽음에 대한 김종철의 소신이고 사상이며 철학이었다. 코로나19로 그가 집요하게 경고했던 자본주의 산업문명의 지속 불가능성이 현실로 드러난 이제, 돌연 그는 떠났다. 어찌 보면 지난 30여 년간 온축된 그의 지혜와 통찰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해진 지금 김종철은 우리 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죽음은 모든 것의 소멸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씨앗”이며 “죽음은 삶의 단순한 끝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며, 끝없이 순환하는 생명과정의 필수적인 고리”라고 한다면 우리는 그의 죽음을 자연의 섭리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몫을,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며 인간과 인간이 화해하고 각 개인이 내면의 평화를 누리는 삶을 온몸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다.

 

연재 순서

 

1. '시대를 바꾸고자 한 예언자이자 실천적 사상가, 김종철' (박승옥 글)

2. 왜 녹색평론을 시작하였는가(1995년, <간디의 물레-에콜로지와 문화에 관한 에세이>)

3. 거짓언어와 '성장'논리 속에서-나의 한국 현대사(2012년, <발언 1>)

4. 땅의 옹호(2002년, <땅의 옹호-共生共樂의 삶의 위하여>)

5. 필요한 것은 '진보'가 아니라 開眼이다(2006년, <땅의 옹호>)

6. 지역통화-삶과 공동체를 살리는 기술(1998년, <간디의 물레>)

7.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책머리에(2019년)

8. 협동적 자치의 공동체를 향하여(2008년,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9. 촛불시위와 시민권력(2017년,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10. 태어남과 삶과 죽음의 순환(1998년, <간디의 물레>)

 

이상기후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계절은 바뀌고, 이제 스산한 가을바람에 낙엽이 지고 있다. 이런 날 산책길이든 어디서든 떨어진 낙엽이나 아직까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잎사귀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빛깔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몸뚱이에 아무 상처가 없는 잎사귀는 하나도 없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봄에서 여름 그리고 가을의 결실기에 이르는 동안 향기와 그늘과 소리와 빛깔로 세상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던 나뭇잎들이었건만, 하나하나의 잎사귀들에게 있어서 계절의 변화와 성숙은 비바람에 찢기고, 햇볕에 타고, 벌레들에게 먹히며, 스스로의 피로로 쇠잔해지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나이가 들고, 늙어간다는 것은 결국 상처투성이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상처를 통해서만 나뭇잎이든 사람이든 조만간 닥쳐올 죽음에 대한 육체적·정신적 준비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죽음은 물론 회피해야 할 재앙이 아니다. 땅에 떨어진 낙엽이 이윽고 썩어서 거름이 되고 또다시 흙이 됨으로써 거기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듯이 죽음은 모든 것의 소멸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씨앗이다. 죽음은 삶의 단순한 끝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며, 끝없이 순환하는 생명과정의 필수적인 고리이다. 또는 거꾸로 생각해서, 삶이 죽음의 일부라고 해야 옳을지도 모른다. 20세기의 정신과학자로서 인간의 죽음과 죽어가는 과정에 대하여 가장 골똘한 관찰과 사색의 기록을 보여준 엘리자베스 큐블러―로스의 아름다운 표현을 빌어 말하면, 우리가 삶을 누리다가 죽음을 맞는다는 것은 애벌레의 상태에서 벗어나 훨훨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나비로 탈바꿈하게 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큐블러―로스는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낯선 경험을 앞두고 느끼는 두려움일 뿐이며, 실제로 그것은 근거없는 두려움이라고 말한다.

 

죽은 뒤에 사람이 반드시 나비로 변신하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의 어리석은 생각 ― 미망(迷忘) ― 에 연유한다는 것은 인류의 스승들이 줄곧 말해온 핵심적인 가르침이었다. 권력과 재화와 명예에 대한 끝없는 탐욕의 궁극적인 근원은 따져보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죽음을 용기있게 대면할 수 없는 결과로서 우리가 끊임없이 쌓아가는 탐진치(貪瞋痴) 삼독(三毒)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될수록 더욱더 죽음은 밑도 끝도 없이 무조건 회피하고 싶은 공포의 재앙으로 다가올 뿐인 것이다.

 

▲ 김종철 <녹색평론> 편집인 겸 발행인. ⓒ프레시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 본능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우리 자신의 의지로써 어떻게 달리 변경할 수 없는 인간의 실존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그러한 한계 내에서도 사람이 어떠한 세계관과 문화 속에서 살고, 어떠한 삶의 방식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산업주의 문화가 사람들의 생활 전체를 지배하기 이전의 동서양의 전통사회들이나 또는 좀더 나아가서 오늘날에도 산업문명의 주류 바깥에서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적지않은 토착민족들에게 있어서 죽음의 의미는 상당히 다른 것이었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피그미족이나 아마존의 인디언들의 문화에 대한 여러 인류학적 보고들 가운데는 이들 토착민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의연한 태도에 놀라움과 존경을 표시하고 있는 증언이 적지않다. 인적이 없는 숲속에서 홀로 되었을 때에도 아프리카나 아마존의 토착민들은 결코 겁먹거나 공포에 떨지 않는다. 북미 인디언의 한 지도자는 밀물처럼 들이닥치는 유럽 백인들에 의해 자기 종족의 삶의 터전이 무자비하게 침탈당하고 그 결과로 종족 자체의 종말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에서도 "바다의 파도처럼 왔다가 가는" 인간의 운명에 너그럽게 순종해야 할 필요에 대해 말한다. 이러한 점은 무엇보다도 자연과 세계를 자기자신과 동떨어져 있는 존재로 여기지 않고 만물을 형제로 받아들이는 세계관과 감수성에 연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생과 조화의 세계를 근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토착민들은 자신을 생명의 그물의 한가닥으로 인식할 뿐 배타적인 이익이나 권력을 탐하고자 하는 욕망을 갖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 남루하고 뒤떨어져 보일지 모르지만, 토착민들의 문화는 이처럼 비상하게 비폭력적인 공생의 세계관에 뿌리를 박고 있기에 그들은 자연히 깊은 내면적 안정과 행복을 누리는 삶을 오랫동안 누려왔다.

 

오늘날 산업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아마도 가장 결여된 것은 이와 같은 내면적 평화일 것이다. 산업사회를 뿌리로부터 지배하고 있는 성장의 논리 자체가 인간의 삶을 그 자신의 내면과 그의 이웃과 자연세계에 대하여 끝없는 폭력을 자행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생존의 궁극적인 한계를 쉽게 망각하고, 끊임없이 기술수단을 개발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통제력을 갈수록 크게 하고, 우리 자신의 자아를 무한히 확장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새로운 첨단기술을 통해 자연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면 할수록 우리의 내면은 더욱더 공허하고 우리의 삶은 갈수록 황폐화하며, 생태적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되어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우리는 갈수록 무능력을 드러내는 것이다.

 

산업주의 문화와 그것을 떠받치는 과학기술이 근원적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가장 단적인 예는 이른바 유전자 기술을 비롯한 첨단기술의 발전이다. 지금 각국 정부의 비호까지 받아가며 대대적으로 연구가 진행 중인 이러한 기술개발들의 주요 명분은 인류의 건강을 지키고 식량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통하여 인간 유전자의 전체 지도를 읽어내는 일도 이제 거의 시간문제가 되었고, 그 결과 인간의 모든 질병치료는 물론이고 노화방지도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 곧 다가온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유전자 조작기술을 통해 종래의 육종, 교배방식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종(種)간의 벽을 가로질러 동물도 아니고 식물도 아닌 새로운 생물이나 작물을 인공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양이나 소와 같은 포유류 동물의 복제도 가능해졌고, 인간복제는 이제 기술문제가 아니라 단지 윤리적 저항에 부딪쳐 있을 뿐이다.

 

유전자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초래할 수 있는 생태학적 위험에 대해서는 이미 심각한 경고가 있어왔다. 예를 들어, 지구상의 생물진화의 오랜 역사에서 한번도 나타나본 적이 없는 새로운 생물이 유전자조작에 의해 돌연히 자연계에 투입되었을 때 그것이 생태적 균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리하여 어떤 가공할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는 예측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사전예방 원칙이라는 견지에서 볼 때, 조금이라도 사려있고 책임감있는 사람이라면 유전자조작은 마땅히 거부해야 할 프로젝트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심스러운 생각은 첨단기술이라면 덮어놓고 환호하는 오늘날의 지배적인 분위기에서는 무시되거나 조소를 당할 뿐이다. 말할 것도 없이, 현재 유전자조작을 비롯한 생명공학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이 분야의 새로운 시장을 통한 엄청난 이익을 노리는 다국적기업의 이해관계 때문이지만, 그러나 그것만이 사태의 전부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어떤 식으로든 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신앙이 널리 퍼져있는 오늘의 산업주의 문화와 그 문화에 깊이 세뇌된 대중들의 의식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인 것이다.

 

생태적인 또는 건강상의 위험성 여부를 떠나서도, 과연 유전자 조작기술이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실은 엄격히 따져보아야 할 문제이다. 이미 여러 비판자들이 지적해온 것처럼 유전자 조작기술은 오히려 전통적인 농민들의 손으로 오랜세월 동안 보존되어온 생물 및 작물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토양의 질을 떨어뜨림으로써 전세계적인 범위에 걸쳐 인공적인 기근을 불러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유전자 조작기술은 부분적인 합리성에 매달리다가 전체 국면을 돌이킬 수 없이 손상시키는 전형적인 현대기술의 무모함과 무책임성을 대변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그러한 무책임한 기술의 근저에 있는 정신적·심리적인 토대이다. 이것은 유전자 기술들이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또하나의 주요 혜택, 즉 인간의 모든 질병을 퇴치하고 노화를 방지한다는 생각에서 좀더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요컨대, 이제 인간은 아프지도, 늙지도, 그리고 가능하다면 죽지도 않으려 하는 것이다. 하기는 건강과 장생 또는 영생에 대한 꿈은 인류사의 시초부터 있어온 자연스러운 심리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그러한 단순한 꿈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끝없는 자기확대를 겨냥하는 권력욕망의 극치, 다시 말해서 자신이 운명적으로 죽는 존재로 태어났다는 사실마저 부정하려고 하는 엄청난 교만성의 표현인 것이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극단적인 교만성의 뿌리에는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인 빈곤이 도사리고 있다. 사람이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리어 죽음을 자신의 기술적 재간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는 것은 결국 정신적인 미숙함의 결과이며, 어리석은 망상일 뿐이다. 우리가 실지로 병들지도,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장생불사에 대한 꿈이 아무리 큰 것이라 해도 그것이 단지 소박한 꿈으로 남아있는 동안에는 인간의 정신적 건강은 근본적인 손상없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그러한 꿈이 소박한 수준을 넘어서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광적인 열정으로 추구되는 상황에서는 이야기는 전혀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될 때, 그러한 과학기술은 자연의 전체적 질서와 균형을 무시하는 폭력의 기술이 되는 것이며, 우리의 삶은 자기중심적인 비뚤어진 욕망충족에만 매달리는 심히 야만적이고 천박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초음파 기술로써 태아의 성과 건강상태를 미리 감별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자기 마음대로 아이를 낳을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일이 거의 관습화된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러한 상황에서 생명의 신성함과 존엄성에 대한 감각이 살아있을 수 있을까?

 

오늘의 첨단기술들은 한결같이 인간의 복지를 향상시키고, 인간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명분을 갖고 있다. 불임부부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난치 또는 불치병 환자를 위해서, 기형아 출산을 예방하기 위해서, 노화방지를 위해서 인공수정, 장기이식, 유전자치료, 초음파검사, 기적의 약품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일들이 실지로 실현된다고 할 때 인간의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이겠는가. 우리는 이 점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의 신비를 느끼고, 생명의 근원적인 거룩함을 느끼는 능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삶에서 결핍을 느끼고, 고통을 느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인간적인 성숙과 교육에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다. 예를 들어, 난치병으로 고통을 겪는 환자나 그를 돌보는 가족이나 이웃의 경험은 단순히 소모적인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고통과 보살핌의 체험을 통해서 사람은 사람살이의 궁극적 테두리와 한계를 성찰하고, 자기보다 더 큰 존재에게로 다가가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점점 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는 사회적·생태적 위기의 현실에 직면하여,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의존심리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한 일방적인 의존이 우리가 구하고자 하는 삶 자체를 근본적으로 무의미한 것으로 만든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건강한 인간생존은 태어남과 삶과 죽음의 끊임없는 순환 가운데서만 가능하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또하나의 눈부신 기술이 아니라 인간생존의 근원적인 바탕을 늘 잊지 않게 해주는 인문적 지혜와 종교적 감수성이다.(1998년)

 

출처 <간디의 물레―에콜로지와 문화에 관한 에세이>(개정판), 녹색평론사, 2010년 246~252쪽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72310381523918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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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역대급 폭우에 피해속출... 지하차도 침수로 3명 사망

시간당 80㎜ 집중호우에 산사태·하천 범람... 울산도 최대 215.5㎜ 폭우로 1명 실종 20.07.24 09:29l최종 업데이트 20.07.24 09:30l연합뉴스(yonhap)

 24일 부산소방재난본부 금정구조대 대원들이 부산 연제구 온천천 인근 한 아파트 입구에 침수된 차량에서 인명 검색을 하고 있다.
▲  24일 부산소방재난본부 금정구조대 대원들이 부산 연제구 온천천 인근 한 아파트 입구에 침수된 차량에서 인명 검색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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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시간당 8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데다 만조 시간까지 겹쳐 도심이 물바다로 변한 가운데 갑자기 불어난 물로 침수된 지하차도에 갇혔던 3명이 숨졌다.

산사태, 옹벽 붕괴, 주택과 지하차도 등이 침수돼 79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고, 많은 차량이 물에 잠기는 한편 50여 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기차·전철 일부 구간이 운행 중단되고 지하철역이 침수돼 전동차가 한때 무정차 통과했다.

시간당 80㎜ 이상 역대급 장대비... 지하차도 순식간에 침수 3명 숨져
 

 사진은 지난 23일 사망자가 3명 나온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이 수색작업을 벌이는 모습.
▲  사진은 지난 23일 사망자가 3명 나온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이 수색작업을 벌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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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23일 밤부터 해운대 211㎜를 비롯해 기장 204㎜, 동래 191㎜, 중구 176㎜, 사하 172㎜ 북항 164㎜, 영도 142㎜, 금정구 136㎜ 등 부산 전역에 물 폭탄이 쏟아졌다. 사하구의 경우는 시간당 86㎜의 장대비가 단시간에 쏟아졌고, 해운대 84.5㎜, 중구 81.6㎜, 남구 78.5㎜, 북항 69㎜ 등 기록적인 시간당 강우량을 보였다.


기상청 방재기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내린 집중호우는 시간당 강수량이 1920년 이래 10번째로 많았다.

폭우에 갑작스럽게 침수된 지하차도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3명이 안타깝게 숨졌다.

이날 오후 10시 18분께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차량 7대가 불어난 물에 순식간에 잠겼다.

인근 도로 등에서 한꺼번에 쏟아진 물은 진입로 높이가 3.5m인 이 지하차도를 한때 가득 채웠다.
 
 23일 많은 비가 내린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인근 제1지하차도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곳에 갇혔던 60대가 병원에 이송됐으나 숨졌다.
▲  23일 많은 비가 내린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인근 제1지하차도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곳에 갇혔던 60대가 병원에 이송됐으나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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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차량 6대에 있던 9명은 차를 빠져 나왔으나 갑자기 불어난 물에 길이 175m의 지하차도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19 구조대원이 도착해 이들을 차례로 구조했으나 익수 상태에서 발견된 60대 추정 남성과 30대 추정 여성은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이어 5시간 뒤인 24일 오전 3시 20분께는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이 배수작업을 벌이다가 숨진 50대 남성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 지하차도에는 분당 20∼30t의 물을 빼내는 배수펌프가 있었지만 물을 빼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부산소방본부는 오전 7시 현재까지 이 지하차도에서 배수작업을 하고 있다.

산사태로 20t 토사 아파트 인근 덮치고 옹벽도 무너져
 
 사진은 24일 오전 부산 금정구 한 아파트 인근에서 축대 붕괴로 20t 규모의 토사가 유출된 모습.
▲  사진은 24일 오전 부산 금정구 한 아파트 인근에서 축대 붕괴로 20t 규모의 토사가 유출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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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해운대구 우동 노보텔 지하주차장에서도 급류에 휩쓸린 3명이 구조됐다.

24일 오전 0시께는 금정구 부곡동 한 아파트 인근에서 축대가 무너져 약 20t의 토사가 아파트 방면으로 흘러내렸다.

앞서 23일 오후 9시 45분께는 기장군 기장읍 동부리 한 이면도로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1명이 구조됐다.

해운대구 반여동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구청에서 피해 상황을 확인 중이다.

오후 9시 26분께는 수영구 광안동에서 옹벽이 무너져 주택 3채를 덮치는 아찔한 일도 있었다.
 
 집중호우가 내린 23일 오후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이 도로로 쏟아진 빗물이 유입해 침수됐다. 부산 도시철도 1호선은 부산역을 무정차 통과 중이다.
▲  집중호우가 내린 23일 오후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이 도로로 쏟아진 빗물이 유입해 침수됐다. 부산 도시철도 1호선은 부산역을 무정차 통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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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주택에 있던 2명은 구조됐고 인근 주민은 긴급 대피했다.

오후 11시 30분 연제구 연산동 한 요양원 지하도 침수돼 3명이 구조되기도 했다.

오후 9시 20분께는 남구 용당동 미륭레미콘 앞 도로가 맞은 편 야산에서 흘러내린 토사에 막혀 통제됐다.

비슷한 시각 중구 배수지 체육공원 높이 2m, 길이 40여m 담벼락이 넘어져 주차된 차량 4대가 파손됐다.

폭우에 만조시간까지 겹쳐 도심하천 잇달아 범람... 피해 키워
 
 집중호우가 내린 24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산동 홈플러스 앞 사거리 도로가 침수돼 차량 운행이 통제되고 있다.
▲  집중호우가 내린 24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산동 홈플러스 앞 사거리 도로가 침수돼 차량 운행이 통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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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간당 최대 80㎜를 넘는 폭우에 만조시간(오후 10시 32분)까지 겹쳐 침수 피해가 컸다.

오후 9시 28분께 동구 범일동 자성대아파트가 침수되면서 주민 3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지난 10일 범람해 큰 피해가 났던 도심하천 동천은 이날 다시 범람해 차량과 주변 일대가 침수됐다.

불어난 물에 수정천도 범람해 주변 상가나 주택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부산시는 동천과 수정천 인근 주민에게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를 보냈다.

부산시가 집계한 피해 통계를 보면 폭우에 발생한 이재민은 동구가 43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영구 8명, 남구 6명, 기장군·중구 각각 1명씩 총 59명에 이르렀다.
     
도시철도 무정차 통과·동해남부선 열차 중단... 침수 차량만 141대
 
  (부산=연합뉴스) 23일 오후 부산 문현동 한 도로가 침수해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   (부산=연합뉴스) 23일 오후 부산 문현동 한 도로가 침수해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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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 지하상가와 역사는 인근 도로에서 쏟아진 물에 침수돼 전동차가 무정차 통과했다.

동해남부선 선로도 침수돼 부전∼남창 구간 무궁화호 열차, 신해운대∼일광 구간에서 전철이 각각 운행 중지됐다.

수영구 광안리 해변 도로는 바닷물과 불어난 빗물이 뒤섞여 침수되면서 해수욕장과 구분하기조차 힘들었다.

연산동 홈플러스 인근 교차로, 센텀시티 등 도심 도로 대부분에서 허벅지나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차량이 운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침수된 도로를 운행하는 시내버스 안까지 물이 들어차 승객이 좌석 위에 서 있는 모습도 보였다.
 
 집중호우가 내린 23일 부산 한 버스에 도로 침수로 물이 차올라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  집중호우가 내린 23일 부산 한 버스에 도로 침수로 물이 차올라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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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중동 지하차도 역시 침수돼 차량 1대가 고립됐다가 운전자가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이날 부산 곳곳에서 침수된 차량은 141대에 달했다.

이외에 초량 1, 2 지하차도, 부산진시장 지하차도, 남구 우암로, 사상구청 교차로, 광무교∼서면교차로 등이 침수되는 등 부산 전역 총 45개소에서 도로가 부분, 전면 통제됐다.

24일 오전 5시 기준 부산소방재난본부에 총 209건의 비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23일 오후 8시를 기해 부산에 내려진 호우경보는 24일 오전 0시 30분 해제됐다.

기상청은 24일 새벽까지 시간당 50∼90㎜ 내외, 25일까지 20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호우 경보가 내려진 23일 오후 집중호우로 침수된 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 모습. 부산역은 현재 무정차 통과 중이다.
▲  호우 경보가 내려진 23일 오후 집중호우로 침수된 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 모습. 부산역은 현재 무정차 통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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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도 60대 운전자 실종... 비 피해 신고 44건 접수

울산지역에도 최대 215.5㎜의 폭우가 내려 1명이 실종되고 토사 유출과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23일 오후 10시 42분께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위양천 인근 도로를 지나던 차량 2대가 불어난 하천 급류에 휩쓸렸다.

차량 2대는 형과 동생이 각 운전하고 있었는데, 동생은 가까스로 탈출했으나 60대인 형 A씨는 휩쓸린 차량과 함께 실종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고 지점과 A씨의 집 주변 등을 수색하고 있다.

또 동구 현대미포조선 인근 방어진순환도로에는 토사가 유출돼 현재까지 양방향 도로가 통제되는 등 울산소방본부에 침수, 배수 지원, 차량 고립 등의 비 피해 신고가 44건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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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의 중심에 여성들이 있었다”

‘여성 서사로 본 국가보안법 전시회― 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 권은비 총괄감독

강석영 기자 getout@vop.co.kr
발행 2020-07-24 10:04:32
수정 2020-07-24 10: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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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이라고 하면 남성은 공적인 자리에서 그 피해가 이야기되잖아요. 경력이 되기도 하고, 역사가 되기도 하고. 그런데 여성은 그렇게 이야기되고 있나요?” (국가보안법 피해자)

"국가보안법 철폐 없는 통일논의 기만이다" 피켓을 들고 있는 임수경 면회자들. ‘여성 서사로 본 국가보안법 전시회― 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가 진행될 옛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 외벽에 붙게 될 사진이다.
"국가보안법 철폐 없는 통일논의 기만이다" 피켓을 들고 있는 임수경 면회자들. ‘여성 서사로 본 국가보안법 전시회― 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가 진행될 옛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 외벽에 붙게 될 사진이다.ⓒ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박용수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여성은 주변부에 머물러야 했다. 다른 민주화 운동이 그랬듯, 구속과 수배 등 고초를 겪은 남성 서사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여성은 분명히 존재했다.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여성들만이 아니다. 피해자의 어머니, 아내, 누이, 딸로 호명된 이들은 ‘빨갱이’ 꼬리표가 붙은 삶을 견뎌내며, 당사자들을 대신해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고애순, 권명희, 김은혜, 김정숙, 배지윤, 안소희, 양은영, 유가려, 유숙렬, 유해정, 정순녀. 피해 당사자거나 피해자 가족으로 위치한 11명의 여성이 용기를 내어 말하기에 나섰다. 1970년대 대학을 다녔던 70대부터 이제 막 40대에 들어선 여성까지, 짧게는 5년 길게는 30여 년을 국가보안법에 저항하며 일상을 살아낸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다.

이들의 목소리는 ‘여성 서사로 본 국가보안법 전시회― 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을 통해 전달된다. 구술 기록을 오디오와 텍스트로 전환한 방식이다. 오는 8월 25일부터 9월 26일까지 남영동 대공분실이었던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진행되는 이 전시회는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전시회 추진위원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공동 주최했다.

지난 23일 민주인권기념관에서 권은비 총괄 감독을 만나 전시회 준비과정을 들었다. 권 감독은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의 역사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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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추진위

권 감독은 독일 베를린 유학 시절 국가보안법의 존재를 체감했다고 했다. “베를린에 북한대사관이 있어서 북한 사람들이 살았어요. 독일 친구가 북한 친구를 소개해준다고 했는데, 제가 순간 망설였어요. 북한 사람을 만나면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동백림사건으로 유명한 도시잖아요”

1967년 중앙정보부는 동베를린(한자음 동백림) 유학생과 교민 등 194명이 북한대사관과 평양을 드나들며 간첩 활동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간첩으로 지목된 작곡가 윤이상 등이 고문을 받거나 한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2006년 당시 정부가 무리하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했다고 판단했다.

권 감독은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단편영화 ‘유령을 기다리며’를 촬영했다. 베를린에서 북한 사람은 ‘유령’ 같았다고 그는 말했다. 실체는 알 수 없고 소문만 무성한, 왠지 모를 무서운 느낌까지. 국가보안법 때문에 북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도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담겼다. 이 영화는 2018년 제10회 DMZ 국제다큐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권 감독이 전시회 추진위에 합류하게 된 계기기도 하다.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전시회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권은비 총괄감독. 당시 권 감독은 "국가보안법 피해자를 들여다보는 걸 중심으로 전시회가 기획됐다. 피해자가 많은데 개인의 아픔으로만 정체돼 있다. 국가가 국가보안법이라는 법을 가지고, 사람을 억압했는데, 그 피해는 개개인의 몫이었다.전시에 아티스트를 섭외하기보다는, 당사자들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민주화운동 안에 여성들 목소리 담는 게 전시회의 과제였다. 감금됐던 사상의 자유, 억압된 것들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을 수 있을 수 있을지 물었다. 국보법 폐지 운동을 주되게 한 이들은 여성이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잘 알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발언했다.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전시회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권은비 총괄감독. 당시 권 감독은 "국가보안법 피해자를 들여다보는 걸 중심으로 전시회가 기획됐다. 피해자가 많은데 개인의 아픔으로만 정체돼 있다. 국가가 국가보안법이라는 법을 가지고, 사람을 억압했는데, 그 피해는 개개인의 몫이었다.전시에 아티스트를 섭외하기보다는, 당사자들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민주화운동 안에 여성들 목소리 담는 게 전시회의 과제였다. 감금됐던 사상의 자유, 억압된 것들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을 수 있을 수 있을지 물었다. 국보법 폐지 운동을 주되게 한 이들은 여성이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잘 알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발언했다.ⓒ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추진위

“여성들이 국보법 폐지 운동 이끌었다”

국가보안법 전시회에서 여성 서사가 중심이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들을 살펴보는데, 1970~90년대 다른 민주화 운동과 달리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사진 속에 여성들이 자주 등장했어요. 민주화 운동이 남성 중심이었던 탓에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사람 대부분은 남성이었죠. 이들이 감옥에 가면 실제 생계를 꾸리고 자녀를 키우며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을 하는 건 여성이었어요”

피해자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고 의견이 모였다. “수배 생활을 하거나 구속돼 고문받은 사람만 피해자인 건 아니에요. 가족들 모두가 피해자였어요. ‘빨갱이 딱지’는 직접 피해자만 아니라 주변인들의 삶까지 파탄 냈어요. 여성들은 남은 가족과 본인의 삶을 일궈가며 국가보안법과도 싸웠죠.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들은 투철한 열사로서 투쟁만 하는 게 아니라 삶 자체를 투쟁으로 만들었어요”

여성 서사의 힘은 국가보안법이 특별한 사람에게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나온다. “구술에 참여한 분들 모두 평범한 여성이었어요. 교사, 작가 등 각자 꿈을 갖고 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국가보안법의 굴레에 씌어 아픔을 겪게 된 거죠. 국가보안법 문제는 최전선에서 사회운동을 한, 나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는 이상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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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전시회 추진위원회·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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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지 72년이 지난 지금, 관련 사건도 불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시회가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2년 가까이 전시를 준비한 권 감독은 피해자들의 삶을 마주한 뒤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많이 울면서 작업했어요. 지금이라도 이야기해야 해요.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는 이상 언제 이야기해도 생뚱맞지 않아요”

짙은 패배감을 지우는 작업도 필요했다.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열린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4대 입법의 맨 앞에 내걸었다. 당시 300여 명이 단식하는 등 폐지 분위기가 조성됐으나, 결국 여당의 분열과 야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그때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알 수 없는 패배감이 있는 것 같았어요. ‘72년간 싸웠는데 아직도 폐지 안 됐다’라는 식으로요”

“그보단 ‘이렇게 오랫동안 싸우고 있다. 대단하지 않나.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어머니들은 1992년부터 양심수 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를 촉구하는 목요집회를 개최하고 계세요. 세상은 관심이 없더라도 끝까지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화여자대학교 학생 시위. 전시회 포스터에 사용된 사진 원본이다
이화여자대학교 학생 시위. 전시회 포스터에 사용된 사진 원본이다ⓒ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정태원

여성들은 오랫동안 국가보안법에 맞서 싸웠지만, 스스로 경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이 결합한 단체가 없어요. 민가협이나 전국민족민주 유가족협의회(유가협) 등이 전부죠. 이유를 생각해보니, 살기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고, 개인의 문제로 여긴다는 점도 있었어요. 법을 통한 국가폭력을 개인들이 감당하고 있었던 거죠”

여성들의 말하기는 힘든 과정이었다. “스스로 생각조차 하기 싫은 시간이었을 거에요. 구술 과정에서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 처음 한다는 분들도 많았어요. 가족한테도 하지 않은 이야기라면서요”

이번 전시회의 제목은 ‘말의 세계의 감금된 것들’이다. 정희진 여성학자가 저서에서 인용한 페미니스트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말의 세계에서 내쫓기는 것도 비참하지만 그것에 감금당하는 건 더욱 비참한 일이다’라는 말에서 출발한 제목이다. 여기서 ‘말’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을 상징한다. 넓게는 ‘빨갱이, 간첩’과 같이 프레임에 갇히게 만드는 말들이다. 목표 문구는 ‘나의 말이 세계를 터트릴 것이다’. 이때 ‘말’은 용기 있는 나로부터 출발한 말이다.

“목표 문구를 고심해서 정했어요. 어려운 이야기를 용기 내서 해 준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나누고 싶었어요. 여성으로서든, 피해자로서든 본인의 이야기를 힘들지만, 자신의 목소리로 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가 조금은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닐까요”

화려한 예술 작품 대신 참여자들의 이야기로

전시회는 크게 1부 ‘여성 서사로 본 국가보안법’과 2부 ‘국가보안법 연대기’로 구성됐다. 화려한 예술가의 작품보다 참여자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공포의 5층 취조실에서 메인 주제인 1부가 시작된다. 국가보안법 사범들이 과거 고문받던 각 방에서 피해자들의 구술 기록을 읽거나 배우 목소리·영화감독 임순례·래퍼 슬릭 등이 기록을 낭독한 음성을 듣는 방식이다.

“전시의 전형적인 방식은 예술가를 섭외해서 그의 작품을 설치하는 거예요. 하지만 이 전시에서 과감하게 다른 방식을 선택했죠. 구술에 참여한 여성들, 국가보안법 사건을 변론한 변호사들, 자신의 사건을 내놓은 당사자들, 폐지 운동을 한 활동가들 등. 현장에서 국가보안법을 경험한 사람들로만 참여자를 구성했어요. 작품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기보다 그 사람들의 삶이 어땠는지 직접 들여다보는 전시에요”

옛 남영동 대공분실 5층 취조실
옛 남영동 대공분실 5층 취조실ⓒ민중의소리

관객들이 오랫동안 그 공간에 머물 수 있도록 권 감독은 의도했다. “보통 전시장에 가면 작품을 30초는 볼까요? 민주인권기념관이 경찰 인권기념관으로 사용될 때, 사람들은 문밖에서 취조실을 쓱 둘러보고 갔어요. 하지만 관객들이 그곳에 앉아서 10분 20분 피해자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들의 삶이 어떻게 파괴됐는지, 그런데도 어떻게 싸워가고 있는지 보여주려는 의도에요”

피해자들의 서사를 들으며 취조실에 앉아있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참여형 예술이 될 수 있다. “전시된 것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시를 보는 사람들을 관찰자로서 보는 것도 중요해요. 가만히 앉아서 구술을 듣는 다른 관객들을 보며, 좁은 방에서 누군가 오랫동안 괴로운 시간을 보냈음을 연상할 수 있어요. 그 공간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2부는 4층에서 펼쳐진다. 72년 국가보안법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9개 사건을 세세하게 볼 수 있도록 준비된다. “민변에서 기증한 국가보안법 사건 변론 자료를 검토하면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었어요. 그동안 우리는 ‘국가보안법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 있다’ 정도로 소비했는데, 사건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니 슬프고 아팠어요”

공개될 사건 중 하나는 한국대학 총학생회연합(한총련) 사건이다. 한총련은 8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를 계승해 1993년 만들어진 단체로,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상 이적 단체로 확정됐다. 한총련에 가입된 전국 대학교 단과대 학생회장은 수배가 떨어져 많은 이들이 구속됐다.

“당시 이틀에 한 번꼴로 20대 파릇파릇한 대학생들이 잡혀갔어요. 수배 대상이 된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만 생활해야 했죠. 함께 전시를 준비한 조용신 진보 공동대표는 한총련 대의원으로 활동하다가 수배 대상이 됐는데, 암 선고받은 어머니가 막내아들을 걱정하다 돌아가셨어요. 사건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어떤 사건이 더 중요하고 특별할 것 없이 다 마음 아파요”

지난 16일 기자회견 직후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전시회 추진위원들
지난 16일 기자회견 직후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전시회 추진위원들ⓒ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추진위

1층으로 내려오면 ‘검은 방’이 나온다. 국가보안법 조항이 소리로 반복해서 재생된다. 관객들은 이를 들으며 나희덕 시인의 ‘파일명 서정시’를 필사할 수 있다. 이 시는 나 시인이 동독의 방첩기관 슈타지에서 사상검열을 받은 독일 시인의 글을 보고 쓴 시로, ‘자유를 빼앗기지 않겠다’라는 선언적 성격이 있다. 관객들의 쓰기는 일종의 저항 퍼포먼스인 셈이다.

옛 대공분실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동그란 정원엔 12개의 문이 세워진다. 5층 취조실의 초록색 철문을 상징하는 이 문들엔 ‘법은 어떻게 정의로울 수 있습니까?’ 등의 질문이 쓰여있다. 피해자들을 감금시켰던 문을 열 수 있는 물음이다. 숫자 12는 시계처럼 반복되는 국가보안법의 역사를 상징한다.

권 감독은 국가보안법의 ‘국’자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번 전시회를 강력추천한다고 말했다. “전시회 타겟은 2030 세대예요. 전시회는 국가보안법은 무엇이고, 어떤 역사가 있었으며, 피해자들은 이런 삶을 살았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정치적 관심이 없다고 해도 ‘탈조선’처럼 이 땅에 태어난 이상 본인이 거부하고 싶어도 거부할 수 없는 세계가 있잖아요. 이 세계를 감금하는 법이 무엇인지 알고 같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구술에 참여한 분들을 피해자로만 보고 안타까워하는 시선보다는 연대하고 응원하고 함께 힘내자고 전시를 본 관객들이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전시회 추진위원들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전시회 추진위원들ⓒ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추진위

전시회는 오는 8월 25일부터 9월 26일까지 남영동 대공분실이었던 민주인권기념관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코로나19로 관객 방문이 어려워지는 경우에도 전시물을 설치하고 온라인 형태로 관람할 수 있도록 기획된다. 대공분실 특성상 장애인의 접근이 불편해 사전에 신청하면 별도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전시에 앞서 8월 3일까지 텀블벅이 진행 중이다. 펀딩에 참여하면 전시회 후원인으로 전시장 1층 한편에 기재될 예정이며, 11명의 여성 서사가 담긴 책 ‘여성 사사로 본 국가보안법’을 만나볼 수 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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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시장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연대의 제안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07/24 10:05
  • 수정일
    2020/07/24 10:0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의혹만으로 박시장의 10년 시정(市政)을 부정할 수 없다.

프레스아리랑  | 입력 : 2020/07/2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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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논객인 김민웅 교수는 지난 10년 박 전 시장의 시정(市政)의 자취는 천만 시민들의 자산인 만큼 계승되어야 하고, 미래를 위한 정치적 힘이 되어야 하며, 명예를 부여할 것이 있다면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박시장 사자명예훼손 관련한 청원 © 프레스아리랑


 

대표적인 사회활동가 겸 논객인 김민웅 교수가 22일 사회관계망 글을 통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연대를 호소했다. 

 

김교수는 이렇다 할 증거하나 없는 의문 투성이의 사건임에도, 고소인의 진술이 그대로 진실이 되고 있다며, 박원순 시장의 평생을 매장시키는 논란의 책임은 제대로 된 답을 하지 않고 있는 변호인쪽에 있다고 주장했다. 

 

설혹 박 시장의 성추행이 확정된다해도 그에 합당한 사회적 질타를 받고 피해자로 입증된 이에 대한 위로와 보상, 적극적 해결책이 모색되면 그뿐, 그것이 죽음의 무게를 넘어설 수는 없는 만큼 박 전 시장의 죽음에 대한 예의는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애도의 시간이 끝나기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줄 수 없을까, 라고 간절하게 애원했던 가족들의 청을 일거에 묵살하는 (변호인의) 태도에서 ‘성추행 이상의 폭력’을 목격했다.”고 글을 이었다. 

 

또한 “피해를 주장하는 이와의 연대는 죽음에 대한 애도와 모순되지 않는다”며. 박원순 시장을 잃어버린 이들의 통절함이 피해를 주장하는 이를 모욕하거나 비난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설명했다. 

 

2회의 기자회견으로도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확신할 수 있는 물증 하나 없다보니 도리어 법정대리인측에 대한 의혹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변호인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질문을 2차가해, 피해자에 대한 공격, 법정대리인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2차가해라는 말이 고소인을 보호하기보다,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폭력적 언어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변호인들은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사실여부를 밝히는데는 관심이 없고, 성추행 혐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이것이 가능했던 구조적 조건, 즉 방조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1차가해가 확정된 바 없기에 2차가해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증거가 없다면 당연히 법정대리인에 대한 공세적 질문이 이어질 것이고 법정 대리인은 이 질문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해야 의뢰인을 지켜낼 수 있는데도,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고소인조차 의혹의 대상이 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평생 이 나라의 정의와 미래를 위해 진력을 다해온 한 인간의 삶이 귀하게 여겨진다면 명료한 사실관계에 대한 규명의지와 깊은 성찰의 힘을 가지고 이 길을 함께 가자는 김민웅 교수의 제안에 <프레스아리랑>은 연대를 표명하며 청와대의 국민 청원을 함께 공유한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0711?fbclid=IwAR2A1y-2BucRRNcDvS1crgbgMlXB_NGQ4KVF8sXIMGPWULILv6Gu3nHW9ns

 

본사기자 

 


아래는 김민웅 교수가 페이스북에 발표한 글 전문이다. 

 

<고(故) 박원순 시장의 명예를 위해>

 

1. 죽음에 대한 예의

 

그는 왜 죽음을 선택했을까?

또는 누가 벼랑 끝으로 그를 몰아댔을까?

 

아직 이에 대해 우리는 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런데 그 죽음의 경로에 대한 우리의 무지와는 별도로

그의 죽음이 “누군가를 향한 가해”라거나

“진상규명을 틀어막기 위한 것”이라거나

“실망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당연한 것일까?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이 죄를 자인한 결과라거나

노회찬 의원의 자살이 또한 죄를 자인한 결과라고 여기고

그 죽음을 모욕하지는 않았다.

모두 아파했고

지금까지 아파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죽음은 지금 어떻게 취급되고 있는가?

 

나는 설혹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그 진상이 확정된다고 하여도

그것이 결코 죽음의 무게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주장 외에 없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입증된다면 

그건 그것대로의 무게에 합당한 사회적 질타를 받으면 된다.

피해자로 입증된 이에 대한 위로와 보상, 그리고 보다 적극적인 해결책이 모색되면 된다.

 

인간의 생명을 압도하는 성추행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고 성추행을 정당화하자는 논리가 아님은 다 알아 들을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발인, 그날 비가 내렸고

1차 기자회견이 있었다.

오늘 2차 기자회견이 열린 날

또 비가 내렸다.

 

나는 그 빗소리에서 하염없는 통곡을 듣는다.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조차 

애도가 가해라며 모욕한 이들의 모습에서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고발자들의 얼굴을 본다.

 

그 고발자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은 제외시키고 싶다.

그녀 역시 박원순 시장의 죽음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그녀와 법정 대리인(+관련 여성단체)의 목적이 

서로 동일한지 점점 확신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녀가 법정 대리인(+관련 여성단체)에게 

진정 보호받고 있는 상태인지도 모르게 되고 있다. 

 

보호라는 이름의 은폐는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정작 당사자의 생생한 육성은 실종된 고발이기 때문이다. 

 

애도의 시간이 끝나기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줄 수 없을까, 

라고 간절하게 애원했던 가족들의 청을 

일거에 묵살하는 태도에서 

“성추행 이상의 폭력”을 목격했다.

 

피해를 주장하는 이와의 연대는

죽음에 대한 애도와 모순되지 않는다.

박원순 시장을 잃어버린 이들의 통절함이

피해를 주장하는 이를 모욕하거나 비난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 인간의 죽음 앞에서,

더군다나 그가 평생을 통해 한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데 모든 것을 바쳐왔다면

누구나 숙연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자 아직 진상을 몰라 어리둥절하면서도 

박원순의 삶과 죽음을 존중하는 가운데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가지고자 하는 슬픔의 시간을 박탈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그의 위력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규탄한 것을 보면서

순수한 애도의 마음까지도 이토록 매도당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를 

뼈저리게 아파하게 된다. 

 

서울 거리를 다니면서

도처에서 박원순의 흔적과 만나게 된다.

사소한 일상에서조차 그는 백년이 앞선 상상력을 추구했다.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시간 앞에서

박원순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무엇을 두려워했을까?

감당할 수 없는 수치일까? 

해명과 이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지레 포기한 것일까?

아니면 구구한 변명보다는 죽음으로 명예를 지키고 싶었던 걸까?

너무나 도덕적 기준을 스스로 높여 놓아버리는 바람에 

혹 남들에게는 작다고 할 수 있는 사안이 자신에게는 견딜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우리 모두에게 그 죽음에 대한 성찰의 요청을 온몸으로 하고 떠난 것일까? 

 

아직 모르겠다.

그러나 그 죽음을 예의를 가지고 대하고 싶다.

 

죽음에 대한 예의를 잃어버리는 사회는

삶에 대한 예의 또한 지켜낼 수 없다.

 

2. 주장과 증거

 

두 번의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을 확신할 수 있는 증거와 만나지 못했다.

 

성추행의 특성상 물증 확보나 증거제시는 

대체로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주장한 바대로 무려 4년 동안 지속된 성추행이라면

그 물증 확보에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피해방지를 위해 여러 차례 많은 이들에게 호소했다면

그 호소의 입증 근거를 대기 위해 확보한 물증이

없을 까닭이 없고

그렇게 공개한 물증을 기자회견장에서 공개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추가증거를 포함, 증거를 내놓지 않은 이유는

수사기관에 넘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나중에 혹 수사기관이 발뺌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바로 이겁니다, 라고 제시했다면

기자회견으로 도리어 법정 대리인 측에 대한 의혹이 

이렇게 늘어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기자도 이러한 각도에서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은 장면이었다. 

 

기자회견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열렸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질문은

2차 가해이며 피해자에 대한 공격이자

법정 대리인에 대한 공격과 동일시 되었다.

2차 가해라는 말이 진정 피해주장 당사자를 보호하기보다는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폭력적 언어가 되고 있기조차하다. 

 

물론 음모론적 시각에서 비난과 조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건 당연히 해서는 안 되는 행위이며

그 대상이 누구이든 금지되어야 할 바다.

 

우리가 문제의식을 갖게 되는 것은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박원순은 가짜입니다.

진짜 숨겨진 모습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가 입증되는 충격적 확인이 없다는 점이다.

아직 그 시신이 재가 되어 땅에 묻히기도 전에 

기자회견을 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초점은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사실 여부가 아니라

그건 이미 기성사실로 전제해놓고

이것이 가능한 구조적 조건으로 이동했다.

주범과 방조범이라는 틀이 만들어졌고

이제 주범은 확정되었으니 방조범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건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실체상으로도 가능한 논법이 아니다.

1차가해가 확정된 바 없는데 2차가해를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러니

피해주장에 대한 신뢰를 사회적으로 획득하려는 노력보다는

그 주장에 대한 질문을 공격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이 

기자회견의 목적인가 싶을 정도였다.

 

법정 대리인에 대한 공격은 곧 피해자에 대한 공격이라는 논법은

법정 공방의 현장이었다면

가해자로 지목된 쪽의 방어권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논리가 된다.

 

이런 논법은 존재할 수없다. 

 

박원순 시장의 무고를 믿고 싶은 이들에게는

역설적이게도 그 무고함을 반전시킬 증거가 절실하다.

그러면 더는 무고함을 주장할 수 없게 되고

바보같이 왜 그랬어, 하면서 통절한 마음과 함께

피해자로 확정된 이에게 무한한 사과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증거가 없다면

당연히 법정대리인에 대한 공세적 질문은 멈출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법정 대리인은 이 질문에 대해 성실하게, 근거있게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의무를 통해 자신이 변호하는 의뢰인인 피해주장 여성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태도는

피해주장 여성 조차도 의혹의 대상이 되게 하는 매우 위험한 방식이 된다.

이건 법정 대리인의 능력, 역할, 의무 그 모든 차원에서 문제가 된다.

기자회견 이후 벌어지는 모든 논란은 그에 기인하고 있다.

논란의 책임은 질문하는 쪽에 있지 않고 제대로 답하지 않고 있는 쪽에 있다.

 

3. 고(故) 박원순 시장의 명예를 위해

 

잘못이 있다면 잘못대로 

그에 합당한 질타와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이 당연하다.

피해자의 주장이 확정되면 박원순 시장과 함께 이런 저런 얽힘이 있는 이로서

머리 숙여 깊고 깊게 사죄할 것이다. 

 

그러나 정도를 넘는 과잉 응징은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만일 이토록 수많은 질문이 생겨나는 사건인데

피해를 주장하는 쪽의 진술이 입증없이 모두 그대로 진실이 되어

박원순 시장의 평생의 명예가 추락하고 매장되어도 괜찮은 것일까?

 

지난 10년 박원순 시장의 시정(市政)의 자취는

그만의 것이 아니다.

천만 시민들의 자산이다.

 

그래서 그가 뽑혔고 시장으로서 헌신을 다할 수 있었다.

그 자산은 분명하게 계승되어야 하고

미래를 위한 정치적 힘이 되어야 하며, 

명예를 부여할 것이 있다면 부여해야 한다.

 

오욕이 있는 인생사에서도 명예로운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하물며 박원순 같은 이의 삶은 어떠할까.

 

고(故) 박원순 시장의 명예를 지켜내고 싶다. 

함께 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함께 하고 싶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평생,

이 나라의 정의와 미래를 위해 진력을 다해온 

한 인간의 삶이 귀하게 여겨진다면

부디 

명료한 사실관계에 대한 규명의지와 깊은 성찰의 힘을 가지고

이 길을 같이 갔으면 한다.

 

어느새 

비가 그치고 있다. 

 

2020년 7월 22일 오후, 김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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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 했나? 언제 했나?"... 태영호, 이인영에게 사상공격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 박진 "수령-당-대중 삼위일체 동의하나", 정진석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신봉한다 말하라"... 국회의 퇴행 

20.07.23 13:05l최종 업데이트 20.07.23 13:53l

청문회 나온 이인영 장관 후보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청문회 나온 이인영 장관 후보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국회가 33년 전으로 퇴행했다. 정강정책 개정 초안에 "현대사의 민주화 운동 정신을 이어간다"며 1987년의 6.10항쟁까지 명시한 미래통합당이지만, 소속 의원들은 6.10항쟁의 주역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를 '주체사상의 신봉자'로 전제하면서 통일부장관 후보자에게 사상공세를 펼쳤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은 시작부터 색깔론을 들이대며 전향했느냐고 사상공세를 펄쳤다. 
 
태영호 "전대협 이인영, 주체사상 전향했나"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과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을 지낸 경력을 언급하며 '사상 전향' 여부를 질의하고 있다.
▲ 태영호 "전대협 이인영, 주체사상 전향했나"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과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을 지낸 경력을 언급하며 '사상 전향' 여부를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의원은 '태영호와 이인영 두 김일성 주체사상 신봉자의 삶의 궤적'이라고 쓰인 패널을 보이며 이 후보자에게 "이 주제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지금 바로 동의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답했다.
 
그러자 태 의원은 "북한에서 남한에 주체사상 신봉자 대단히 많다(고 교육한다)"면서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란 조직이 있는데 이 조직 성원들은 매일아침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남조선을 미제의 식민지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충성의 결의를 다진다는데, 그런 일이 있었냐"고 질문했다.
 
이 후보는 "그런 일 없었다, 전대협 의장인 제가 매일 아침 김일성 사진을 놓고 충성맹세를 하고 주체사상을 신봉했다는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33년 전인 1987년 전대협 1기 의장을 맡았다. 
      
태 의원은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태 의원은 "이번 청문회 준비를 하면서 후보자 삶의 궤적을 많이 봤는데 사상 전향을 했는지 찾을 수 없었다"면서 "후보자도 언제 어디서 이렇게 '나는 주체사상을 버렸다'고 한 적 있는가"고 추궁했다. 주체사상을 신봉한 적이 없다는 후보자에게 사상전향을 언제 했느냐고 다그친 것이다. 
 
이 후보자는 "전향이라는 것은 태영호 의원처럼 북에서 남으로 온 분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제가 남에서 북으로 갔거나 그런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라며 "그런 저에게 사상 전향 여부를 묻는 것은 의원님이 저에게 청문위원으로 물어봐도 온당하지 않은 질의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태 의원이 '아직도 주체사상을 신봉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자 이 후보자는 "그 당시에도 신봉자는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사상 전향을 강요하거나 추궁하는 행위로 오인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태 의원이 재차 '주체사상을 믿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사상 전향을 요구하는 건 북한과 남한의 과거 독재정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진 "수령-당-대중의 삼위일체에 동의?" - 이인영 "동의 안 해"
 
반미정서' 꺼내든 박진 의원 박진 미래통합당 의원이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과거에 가졌던 편향적인 반미정서 문제가 이번 청문회에서 명확히 해소되지 않으면,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대북 유화정책이 더욱 심화됨은 물론 한미동맹에 심각한 균열이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다.
▲ '반미정서' 꺼내든 박진 의원 박진 미래통합당 의원이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과거에 가졌던 편향적인 반미정서 문제가 이번 청문회에서 명확히 해소되지 않으면,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대북 유화정책이 더욱 심화됨은 물론 한미동맹에 심각한 균열이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다. ⓒ 남소연
 
다른 통합당 의원들도 차례로 색깔론 바통을 이어갔다. 박진 의원은 "통일부 장관은 어느 국무위원보다 균형 있는 역사관과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며 "균형 감각이 없으면 외교적으로 고립되거나 국가가 혼란할 수 있어서 오늘 후보자의 역사관과 세계관을 묻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 후보자가 1987년 고려대 총학생회장 시절, 전대협 서대협 의장으로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 문건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여기서 "혁명의 주체는 수령-당-대중의 삼위일체된 힘"이라고 쓴 부분을 읽은 뒤 "이런 생각에 동의하냐, 이건 김일성, 조선노동당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물었다. 또 "이승만 정권은 괴뢰정권이 아니라 UN이 인정한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권이고, 이승만 대통령은 단순히 이승만 박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건국 대통령"이라며 다시 한번 "동의하냐"고 물었다.
 
청문 나선 정진석 "이인영이라는 정치인을 떠올리면..."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인영이라는 정치인을 떠올리면 반미 혹은 '우리민족끼리'라는 이미지가 떠오르기 십상이다, 반미 자주화를 신봉한 전대협 리더였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 청문 나선 정진석 "이인영이라는 정치인을 떠올리면..."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인영이라는 정치인을 떠올리면 반미 혹은 '우리민족끼리'라는 이미지가 떠오르기 십상이다, 반미 자주화를 신봉한 전대협 리더였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 남소연
 
정진석 의원 역시 거들었다. 그는 "저희 당 의원이 사상 관련 질의를 하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이인영이라는 정치인을 떠올리면 반미 혹은 '우리민족끼리'라는 이미지가 떠오르기 십상이다, 반미 자주화를 신봉한 전대협 리더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무위원 후보자에겐 이러한 검증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같은 소명의 기회를 통해서 '나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신봉하고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무엇보다 존중하는 공직자라는 말을 속 시원하게 국민들에게 해주면 모든 오해가 풀린다는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인영 후보자는 박진 의원이 공개한 문건을 "제가 작성한 게 아닌 것으로 기억한다, 제가 읽은 내용일 수는 있다"며 "이 생각에 동의한다고 할 수 없고, 수령-당-대중 삼위일체된 체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이승만 정권은) 국민이 선출한, 선거로 정부가 세워졌기 때문에 괴뢰정권으로 규정하는 데에 이견을 갖고 있다"면서도 "독재정권 성격을 가진 것에 비판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을) 국부다, 이러는 건 다르게 생각하고 우리 국부는 김구 주석이 되는 게 더 마땅했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청문회가 '사상검증'으로 흘러가는 것에도 거듭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사상 관련 질문이 듣기 거북하냐'는 정진석 의원에게 "얼마든지 정치적인 노선이나 정책적 입장은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저에 대해 전향을 요구하는 것은 제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답변했다. 

여당 간사인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대한민국 출신 4선 국회의원, 그리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어떻게 '주체사상을 포기하라, 전향했느냐' (묻는 것은) 굉장히 국회를 모욕하는 행위"라며 "진정성은 알겠지만 이런 건 좀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항의했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도 "오늘의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이인영 후보자 같은 독재시절 젊은이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졌다"라며 "그렇게 함부로 폄하할 대상도, 천박한 사상검증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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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시간'위한 주도적·대담한 변화 시도하겠다

이인영 인사청문회 모두발언, 한반도 평화 출발점은 남북관계 복원 (전문)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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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23  11: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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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는 23일 국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남북이 다시 마주 앉을 시간을 위해 주도적이고 대담한 변화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캡쳐사진-국회방송]

"'북미의 시간'을 이제 '남북의 시간'으로 돌려놓기 위해 주도적으로 대담한 변화를 만들어나가도록 시도하겠다."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남북은 다시 마주 앉아 서로간의 신뢰를 확인하고 또 약속을 실천하면서 멈췄던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다시 움직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한반도 평화 진척을 위해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병행진전되어야 하며 그 출발점은 우선 남북관계 복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미관계가 멈칫 하더라도 남북관계는 그 자체로 목표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하며, "남북관계의 동력에 힘입어 북미관계도 진전될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 선순환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측에는 "북미대화가 안된다고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는 관행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남북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원칙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무엇보다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과 같은 인도적 문제는 정치적 문제와 분리해서 어떠한 경우에도 중단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국경을 가리지 않는 질병, 재해, 재난, 기후변화 등에도 공동대응 할 수 있도록 남북협력의 분야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전문)
 

존경하는 송영길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바쁘신 중에도 청문회 준비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위원장님과 위원님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오늘 통일부장관 후보자로서 업무수행 능력과 자질을 검증받기 위해 겸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한반도 정세가 또 한 번 중대한 고비에 접어들었습니다.

어느 때보다 엄중한 시기에 통일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만큼 성심성의껏 청문회에 임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과 위원님 여러분!

역사적인 「4.27 판문점선언」과「9.19 평양공동선언」을 거쳐서 온 겨레의 소망을 타고 불어왔던 평화의 순풍이 멈추어 서있습니다.  

손에 잡힐 듯 했던 평화가 저만치 멀어진 듯한 상황이 한반도 현실이 녹록치 않음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 열차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라는 두 개의 레일 위에서 나아갑니다.

어느 한 쪽 위에서만 움직여서는 한반도 평화를 진척시킬 수 없습니다.

두 개의 레일을 따라 동시에 전진해야 합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남북관계 발전과 북핵문제 해결을 연계시키지 않고 병행함으로써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북한의 협조를 이끌어 낸 지난 시기의 경험에 주목해야 합니다.

병행 진전의 출발점은 우선 남북관계 복원입니다.

북미관계가 멈칫 하더라도 남북관계는 그 자체로 목표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남북관계의 동력에 힘입어 북미관계도 진전될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 선순환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북측도 북미대화가 안된다고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는 관행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합니다.

남북관계는 남북이 함께 힘과 뜻을 모아 해결해 나가야하기 때문입니다.  

남북은 다시 마주 앉아야 합니다. 서로간의 신뢰를 확인하고 또 약속을 실천하면서 멈췄던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다시 움직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북미의 시간’을 이제 ‘남북의 시간’으로 돌려놓기 위해 주도적으로 대담한 변화를 만들어나가도록 시도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가지고 새롭게 접근해야 합니다.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과감히 결단하고 쉼 없이 부단히 시도하려는 의지도 필요합니다.

북미관계에도 보다 건설적인 해법을 가지고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이자 해결자로서 우리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찾아 보겠습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과 위원님 여러분!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원칙을 확고히 하고 제도화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과 같은 인도적 문제는 정치적 문제와 분리해서 어떠한 경우에도 중단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이와 함께 국경을 가리지 않는 질병, 재해, 재난, 기후변화 등에도 공동대응 할 수 있도록 남북협력의 분야를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평화가 경제다’는 이제 당위가 아니라 현실입니다.

평화시대가 열려 남북경제협력이 재개되고 활성화되면 우리의 성장잠재력이 확대되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게 됩니다.

크고 작은 국제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남북이 함께 해나갈 수 있는 협력사업이 참 많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와 같이 남북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각계각층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한반도 평화·번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분권과 협치의 정신에 입각하여 지자체, 민간단체와도 협업하겠습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와도 더욱 긴밀히 협력하겠습니다.

여권은 물론이고 야권과도 더 많이 대화하겠습니다.

이해와 공감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역대 가장 소통하는 통일부장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번영으로 동북아에서 더 큰 가치가 창출되고 이로 인한 유익을 관련국과 공유할 수 있음을 설득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내겠습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과 위원님 여러분!

평화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평화 이상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우리 세대가 지닌 시대적 사명이자 통일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미래지향적 평화통일 담론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민주화와 산업화 성공 경험, 4차 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등 시대 변화 그리고 북한의 변화는 통일정책의 토양과 환경을 바꾸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향후 한반도의 주인인 젊은 세대가 통일로 가는 과정을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북간 자유롭게 왕래하고 투자하는 초보적 단계를 지나 산업과 자원이 연합하고 시장과 화폐가 통합되는 단계를 거쳐 재정과 정치의 통일을 준비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대여정을 개척해보겠습니다.

‘통일로 가는 과정’에 있어 광복 100주년인 2045년을 시야에 넣고 남과 북이 공존하고 함께 번영해 나가기 위한 4단계 한반도 평화경제 로드맵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보겠습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과 위원님 여러분!

통일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젊은 시절부터 품어온 평화통일을 향한 소망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헌신해 왔던 지난날의 행적을 돌아보았습니다.

순수한 열정으로 마음만 앞섰던 때도 참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 열정이 있었기에 누구보다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시대적 소명을 자각하며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 남북경제협력 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다져온 수많은 경험들도 저에게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열정과 경험으로 더욱 분명해진 역사적 책임감에 기초하여 어렵게 시작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의 과정이 다시 제 궤도에 안착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애써주신 위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성실히 질의에 답변하겠습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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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다시, 2016년 촛불을 진지하게 생각한다

[김종철 선생을 기리며] 촛불시위와 '시민권력'

"산업주의 문화는 이러한 겸손의 자세를 조롱하고 비웃으면서 성장해왔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산업인간'은 도덕적, 정신적으로 극히 왜소한 미숙아가 되어버렸다. 산업의 세계에서 만물의 척도는 인간의 한계를 모르는 자기 확대의 욕망이다. 그리하여, 자본과 기술의 힘으로 얼마든지 자연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교만심이 분별없이 확대되어 왔고, 그 결과로 지금 우리는 스스로의 생존의 발판을 제거하는 데 열중하고 있는, 인류 역사상 가장 난폭하고 어리석은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코로나19라는 현재의 전 세계적 위기는 근대 자본주의 문명의 본질에 대한 그의 통찰이 전적으로 옳았음을 웅변한다. 즉 "자본과 기술의 힘으로 얼마든지 자연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교만심이" "스스로의 생존의 발판을 제거"해 왔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가 지향했던 것은 공생공락(共生共樂)의 삶이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고, 인간과 인간이 우애롭게 지내며, 각 개인이 내면의 평화를 누리는 그런 삶이었다. 그는 공생공락을 위한 이상적인 사회로 농(農)의 세계와 촌락 자치를 주장했지만 이는 결코 복고 취미가 아니었다. 공생공락을 위한 세계 각지의 여러 움직임들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연구하면서 이끌어낸 통찰이었다.


 

신문‧잡지의 칼럼을 모아 2016년 발간한 <발언 1,2>의 머리말에서 그는 "칼럼을 쓰는 동안 매일매일 발간되는 국내외 신문, 뉴스 매체들을 훑어보는 일이 어느덧 내 생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왜냐하면 '발언'을 위해서는 우선 세상 돌아가는 형편에 주목('경청')하는 게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상사에 대해서 끊임없이 귀를 열어 경청한다는 것은 '발언'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 윤리"이며 "농민, 노동자, 생활인들의 '현장'이 논밭과 공장 혹은 시장인 것처럼, 지식인에게 가장 중요한 '현장'은 뉴스매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끼니를 거르는 일은 있어도, 신문이나 뉴스매체를 거르고 지나가는 날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그리하여 일정하게 구독하는 몇몇 국내 신문들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인터넷을 통해서 외국 언론매체들의 주요 기사, 논평들을 읽는 데 골몰하다 보면 오전 몇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만다."

 

실제로 그는 하루 4시간 이상 인터넷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한국에서 최초 또는 유일한 정기구독자인 외국 간행물이 여럿 된다고 자랑(?) 삼아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이는 그가 탁월한 생태사상가인 동시에 뛰어난 저널리스트였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처럼 폭넓은 탐색과 치열한 고민 끝에 지역화폐, 기본소득, 시민의회에 이르기까지 에콜로지와 민주주의에 관한 현실적 대안들을 제시했다. 나아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 최초의 녹색당 창립에 참여하는 등 그는 근래 보기 드문 전 방위적 지식인이자 실천적 사상가였다.


 

사실 김종철 선생이 걸은 길은 외로운 길이었다. 하지만 뜻을 같이하는 벗들이 있었다. 1999년 펴낸 <간디의 물레> 머리말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8년간 <녹색평론>을 엮어내는 일은 무엇보다 내게는 개인적인 구원이었다. 아마 그 일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미치거나 깊이 병들었을지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녹색평론>의 편집에 열중하는 과정에서 나와 비슷한 당혹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나라 안팎에 걸쳐 의의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그러한 사람들과 깊은 유대 또는 우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러한 유대감이나 우정을 통한 새로운 정치적 공동체의 형성에 새로운 삶의 희망이 달려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또한 2008년 펴낸 <땅의 옹호>에서는 2004년 대학 교수직을 떠난 이후 4년간 계속된 '이반 일리치 읽기모임'을 통해 "대학생활에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음미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우정'이야말로 지금 세계를 황폐화하는 자본과 국가의 논리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인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아무리 암울한 시대일지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데 필수적인 '희망'을 제공하는 원천이 바로 '우정'"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자본주의 문명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김종철의 사상과 통찰이 절실한 이때, 그는 돌연 세상을 떠났다. 이제 살아남은 자의 몫은 그가 말한 우정의 의미를 되새기며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삶의 원리는 무엇이며 어떻게 이를 실천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일 것이다.


 

김종철 선생의 저서 <간디의 물레-에콜로지와 문화에 관한 에세이> <땅의 옹호-共生共樂의 삶의 위하여> <발언 1,2>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에콜로지와 민주주의에 관한 에세이> 중에서 9편의 글을 추려 소개한다. 편집자

 

연재 순서


 

1. '시대를 바꾸고자 한 예언자이자 실천적 사상가, 김종철' (박승옥 글) 

2. 왜 녹색평론을 시작하였는가(1995년, <간디의 물레-에콜로지와 문화에 관한 에세이>) 

3. 거짓언어와 '성장'논리 속에서-나의 한국 현대사(2012년, <발언 1>) 

4. 땅의 옹호(2002년, <땅의 옹호-共生共樂의 삶의 위하여>) 

5. 필요한 것은 '진보'가 아니라 開眼이다(2006년, <땅의 옹호>) 

6. 지역통화-삶과 공동체를 살리는 기술(1998년, <간디의 물레>) 

7.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책머리에(2019년) 

8. 협동적 자치의 공동체를 향하여(2008년,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9. 촛불시위와 시민권력(2017년,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10. 태어남과 삶과 죽음의 순환(1998년, <간디의 물레>)


 

시인 김해자는 근작 시 <여기가 광화문이다>에서 "대통령 하나 갈아치우자고 우리는 여기에 모이지 않았다"고 일갈한다. 이것은 지금 주말마다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오는 수많은 시민들의 공통적인 심경일 것이다. 우리가 하던 일을 멈추고 "빛이 사방을 덮어 세상 곳곳으로 퍼진다는 광화문"으로 모이는 까닭은 명백하다. 세습권력들과 그들에게 빌붙어 충성해온 직업정치인, 관료, 언론, 각종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배체제를 탄핵하기 위해서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연민과 분배와 정의가 얼어붙은 사이/농촌은 해체되고 청년들은 미래를 빼앗기고 노동자들의 삶은 망가져버린" 나라를 다시 일으켜 "만인이 만인에게 적이 되고 분노가 되는 세상이 아니라/만인이 만인에게 친구가 되고 위안이 되는 세상을” 열자고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경이롭게도, 토요일의 광화문 풍경은 우리가 평소에 안다고 생각했던 그 한국 사회가 아니다. 거기는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배려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들로 충만한 공간이다. 물론 같은 목적을 갖고 나왔기 때문에 그곳이 환대의 장소가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엄청난 인파로 발 디딜 틈도 없는 공간 속에서 사람들이 서로의 안전을 배려하여 몹시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 뭐든지 기꺼이 남에게 양보하려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여기가 바로 어제까지 모래알처럼 흩어져 각자도생에 열중하던 사람들이 살던 곳이 맞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뿐만 아니다. 시위가 열리는 광장에는 개인 돈을 들여 마련한 촛불이나 핫팩 혹은 김밥을 참가자들에게 열심히 나눠 주는 이들이 있고, 자기 장사는 접고 차와 음식과 떡볶이를 무료로 나눠 주는 소상인들도 등장한다. 그런가 하면 젊은 자원봉사자들은 여기저기서 임시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팻말을 들고 추위 속에서 몇 시간이고 서 있거나 대규모 집회와 시위에 필요한 경비 마련을 위해 모금함들을 들고 끊임없이 사람들 사이를 돌고 있다.

 

놀라운 이야기는 이 밖에도 많다. 시위가 있는 날은, 가령 청와대 근처의 도로는 경찰차들이 철벽처럼 길을 막아 놓고 있는 탓에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 동네, 특히 세검정 일대의 주민들은 시위에 참가하려면, 그리고 참가한 뒤 귀가하려면, 걸어갈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그 중간에 자하문터널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몇몇 인근 주민들이 자신들의 승용차를 가지고 나와서 터널 구간을 무료로 태워주는 일종의 셔틀을 운행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내놓고 시위에 참가하고, 참가를 독려하는 이런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우리가 결코 ‘이상한’ 대통령 하나 때문에 광화문에 모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참으로 실감 난다. 사람들의 열망은, 말할 것도 없이, 이제는 썩어 문드러진 구체제를 제대로 청산하고 정말로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세상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 세상은 어렵고 복잡한 말로 묘사할 필요가 없다. 주말의 광장에는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삶에 대한 비전과 지혜가 놀랄 만큼 선명하게, 풍부하게, 강력하게 분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무대 위에 오른 어떤 밴드 가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마을운동이 아니라 옛마을운동"이라고 노래 불렀다. 그 노래의 뜻은 일찍이 박정희 정권이 요란하게 떠들고 유포시킨 '새마을정신'이란 실은 황금 물신주의를 조장하고 (농촌)공동체를 와해시킨 원흉이었다, 따라서 지금은 사람들이 정을 나누며 서로 돕고 살았던 '옛 마을'의 정신을 되살리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노래를 부르는 중간에, 이 나라 정치인들이 "밥값을 못하고" "서비스 정신"이 몹시 부족하다고 신랄하게 꼬집고, "서비스를 제대로 못하는 업체는 갈아치우는 게 당연하다"고 읊조렸다.


 

주말의 광화문광장에서 듣는 발언은 감동적인 게 한둘이 아니다. 거기에는 어떠한 정치인, 기성 언론, 지식인들의 발언에서도 느낄 수 없는 생생한 힘이 넘쳐난다. 그것은 풀뿌리 삶의 현장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마음과 생각들이 가식 없이 진솔하게 개진되기 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다.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나라를 또박또박 설명하는 어린 학생들, 갑갑해서 강원도 산촌에서 서울로 한달음에 달려왔다는 시골 할머니, 지금 농촌이 어떻게 황폐화되고, 노동자들의 삶이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지를 비통한 어조로 말하는 늙은 농민과 노동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 언급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등등. 광화문광장에서 지금 표출되고 있는 것은 너무나 수준 높고 품위 있는 언어들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새삼 느끼는 것은 종래의 정당정치, 대의제 민주주의로써 과연 이러한 민중의 민주적 열망과 지혜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 민중의 지적·정신적 수준을 반영한다고 흔히 말하지만, 그런 기준에서 본다 하더라도 지금 대한민국 정치의 수준은 민중의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게 아닌가?

 

주말의 광장에서 울려 나오는 구호 가운데는 쌀값 문제, 노동 탄압, 인권 및 환경 문제 등등 개별적 이슈에 관련된 것들도 있지만, 가장 집중적으로 말해지는 것은 물론 대통령의 퇴진 문제이다. 완전히 무자격자임이 만천하에 드러난 사람이 한순간이라도 더 대통령직에 머무르는 것은 결코 허용할 수 없다, 그러니까 스스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릴 것 없이) 당장 물러나는 게 옳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대통령의 퇴진 문제 이외에 또 하나 강력하게 울리고 있는 구호가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재벌문제를 척결하자는 외침이다. 실제로 이번 탄핵 사태에서도 역시 재벌이 문제였다는 것은 단순히 의혹이 아니라 분명한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즉, 이번에도 재벌과의 부당한 거래에 국가권력이 남용 내지는 요용되었다는 언론 보도와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왔고, 그 결과 지금 광장에서 재벌 척결을 외치는 구호가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제 재벌 문제야말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끊임없이 좌절시키고, 한국 사회가 인간다운 공동체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원흉이라는 인식이 이 사회에서 광범하게 공유되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오늘의 한국 사회가 ‘헬조선’으로 돼버린 것은 무엇보다 소위 정경유착, 즉 정치가 금권에 의해서 유린·농락돼왔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이제는 우리 사회의 상식이 된 느낌이다. 이른바 정계뿐만 아니라, 나라의 근본 중의 근본인 도덕적·윤리적 기초를 수호해야 할 언론도 학계도 사법부도 얼마나 금권에 의해 오염되고 타락 일로를 걸어왔는지는 지금 대다수 시민들이―아이들까지도―뼛속 깊이 알고 있다. 그리하여 수많은 사람들은 정치권력과 금권의 부정한 결탁에 의해서 우리들의 삶이 끝없이 훼손되고 피폐해지는 상황을 더는 인내할 수 없다는 결의를 다지고 그 의지를 강력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겨울 추위를 무릅쓰고 촛불을 들고 전국의 광장과 거리에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선거민주주의를 넘어서


 

이 겨울,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은 1894년 동학농민전쟁 이래 처참한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면서도 끝끝내 꺾이지 않고 역사의 저류(底流)로 면면히 지속돼온 풀뿌리 저항정신이 다시 전면으로 분출하고 있는 장면임이 분명하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지금 우리는 심히 긴장된 흥분 속에서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되돌아보면, 불과 두어 달 사이에 엄청난 일들이 신속히 진행되어왔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되새겨볼 가장 중요한 점이 있다. 즉, 지난 몇 년간 공적으로 선출된 권력이 아니라 국민 대부분이 알지도 듣지도 못한 일개 사인(私人)에 의해서 이 나라 국가 운영이 철저히 농단·유린돼왔다는 황당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폭로된 뒤, 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는 단계가 된 지금까지, 이 상황을 실질적으로 지배해온 것은 시민들의 대규모 촛불시위였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정말로 촛불의 위력은 굉장했다. 사태 초기에는 무슨 계산을 하는지 탄핵을 망설이며 우물쭈물하던 국회가 마침내 야당 의원들은 물론이고 여당 의원들의 일부까지 가세하여 탄핵안을 처리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촛불의 힘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던 검찰이 결국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하여 수사에 돌입하게 된 것도 촛불의 거스를 수 없는 명령 때문이었다. 또한, 법원이 전례 없이 청와대 근접 거리에까지 시위대의 행진을 허용하고, 경찰이 습관처럼 취하던 시위대에 대한 강경한 자세를 일찌감치 포기한 것도 다름 아닌 촛불의 위력 때문이었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 모든 것은 비록 매우 평화적인 시위라고는 하지만, 촛불을 통해서 발산되고 있는 시민들의 민주적 열망과 요구가 상상 이상으로 뜨겁고 강력한 것을 확인한 지배세력의 입장에서는 이 상황에서 민중의 뜻을 거역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알게 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둔감하고 무책임하다 하더라도 이 엄청난 민중의 결집된 힘을 무시하고서는 결코 무사할 수 없다는 것을 늦게나마 그들도 깨달은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상황이 매우 불안한 상황이라는 것을 우리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끈질기게 계속한다 하더라도 광장에서의 항거와 싸움은 어차피 영구적 지속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조만간 촛불의 크기는 줄어들고, 마침내 식어버리는 날이 온다는 것을 냉정히 고려해야 한다. 뭔가 이 상황에 '급진적인' 개입이 행해지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이 대규모 촛불시위를 통해 전면으로 부각된 '시민권력'은 조만간 힘을 잃고, 민초들의 목소리는 또다시 억압되고 무시당하는 수모를 겪는 날이 올 것이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근대 민주주의의 역사를 돌아보면, 어디에서나 '살아 있는 민주주의의 순간'은 일시적이고 단명한 것이었다. 민중항쟁에 의해 수세에 몰린 지배층은 일시 물러나서 양보를 하지만, 결국은 상황이 역전되고 역사적 반동이 시작되기 일쑤였다. 그렇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원래 근대 민주주의라는 게 철두철미 유산자들의, 유산자들에 의한, 유산자들을 위한 정치제도로 출발했고, 그 기본적인 틀이 수 세기 동안 조금도 변경되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되어온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하기는 산업시대를 거치면서 무산계층과 여성들에게까지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부여된 것은 사실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민주주의가 계속 변화·발전해왔다고 보는 견해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예외적인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근대 민주주의는 그 외관상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늘 기득권층의 계속적인 지배를 합법화하고 정당화하는 메커니즘으로 기능해왔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근대 민주주의가 이렇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선거라는 제도가 큰 작용을 해왔다는 것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선거라는 것은 조금만 깊이 생각해도 알 수 있듯이 본시 그 한계가 명확하다. 즉, 선거판에서는 거의 언제나 명망가나 재산가 혹은 그들의 비호와 지원을 받는 이른바 특권적인 '엘리트'들이 승자가 되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선거란 본질적으로 기득권층이 계속해서 집권하도록 돕는 장치, 다시 말해서 기득권층끼리 돌고 돌면서 권력을 ‘세습’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매우 편리한 장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선거를 통한 정치는 불가피하게 금권에 의해서 오염·타락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이다. 물론 정치가의 자질에 따라 부패의 정도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란 본시 나약한 존재이고 믿을 수 없는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은 누구든지 거의 예외 없이 특정한 상황에 처하면 타락하게 마련이라는 것을 우리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이 본원적인 나약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정치가의 개인적 자질에 관계없이 합리적인 정치가 가능한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이렇게 볼 때, 고대 그리스인들, 공화정 시대의 로마인들, 혹은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자유도시인들은 매우 현명한, 그리고 합리적인 사고의 소유자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이 오랫동안 안정되게 유지했던 민주정이나 공화정 체제는 권력의 세습이나 집중화를 막고, 난폭하고 무책임한 정치가 불가능하도록 미리 구조적으로 설계돼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구조의 핵심적인 기제가 바로 제비뽑기였다.

 

오늘날 우리는 너나없이 모두 ‘선거 근본주의자’가 되어버린 결과, 선거만이 공정한 정치제도를 보장한다는 근거 없는 미신에 빠져 있다. 하지만 원래 선거는 고대 이래 귀족 혹은 엘리트들이 지배하는 과두정(寡頭政) 체제가 즐겨 채택해온 제도였다(선거를 통해야 엘리트들이 계속 권력을 장악할 수 있기에). 반면에 민주주의 정신이나 공화주의 정신이 살아 있는 곳에서는 한정된 공직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공직자는 제비뽑기로 뽑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제비뽑기로 뽑힌 대표자나 공직자들의 임기는 짧았고, 퇴임 이후에는 재임 중의 직무성과에 대하여 매우 엄격한 평가와 감사(監査)가 실시되곤 했다. 가장 철저했던 예가 고대 아테네인데, 거기서는 심지어 실제로 아무런 과오도 저지른 바 없는 사람인데도 잠재적으로 독재자가 될 소질이 있어 보이는 인물은 시민투표를 통해서 10년간 국외로 추방하는 ‘도편추방제’라는 특이한 제도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과연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라고 오늘날의 우리는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게 했기 때문에 아테네가 200년 동안이나 인류사에서 가장 수준 높은 민주주의를 향유할 수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아테네인들이 현명했던 것은 ‘권력의 유혹에 저항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믿지 않고, 그 대신 부정·부패를 막는 사전 예방 장치로서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어 운영했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시민권력'의 제도화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엄청난 역사의 분기점에 서 있다. 이 촛불항쟁은 명백히 "대통령 하나 갈아치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금으로서는 불명료하지만, 어떻든 우리가 이 상황을 통해서 보다 새롭고 좋은 세상으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길은 보다 밀도 높은 민주주의를 향한 길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 광화문을 비롯해서 전국의 광장과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힘주어 말하는 게 있다. 즉, 나라의 주권은 '우리'에게 있지, 일시적으로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에게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1987년 6월이나 2008년 광우병 파동 때의 시위 상황에 비해서도 한결 더 진전되고 구체화된 민주주의적 요구의 직설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제 한국인들 대다수는 국가의 중대사를 의논하고 결정할 때 그 의논과 결정의 주체는 직업적 정치인들도, 관료들도, 소위 전문가들도 아니고, 평범한 시민들 자신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훨씬 명확하게 이해하게 된 것이다.

 

촛불시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최근 들어 지식인들 사이에서 '시민의회'나 '시민주권회의' 혹은 그 밖의 이름으로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논의 및 결정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오는 것도 우연한 현상이 아니다. 예전의 시위 때에는 없었던 이런 제안이 지금 여기저기서 동시적으로 개진되고 있는 것은 지금은 개별적인 사회문제를 하나하나 제기하기 이전에 무엇보다 보다 합리적인 정치가 가능한 틀, 즉 민주주의의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한국의 상황은 세계적으로도 예외적인 선진성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오늘날 극심한 사회적 격차 속에서 날로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고 느끼는 미국의 평민들은 도널드 트럼프라는 파쇼적 기질이 농후한 무교양의 부동산 부호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선택을 했다. 물론 여기에는 선거제도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거나 선택의 폭이 극히 협소했다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해서 세계 도처에서 사람들이 곤경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극우 파쇼 세력을 지지하는 경향으로 쉽게 기울고 있는 오늘날 세계의 일반적 현실과는 대조적으로 대다수 한국인들은 보다 강화된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 이 점은 분명 특기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지금 시민들 중 상당수는 ‘시민의회’ 혹은 ‘시민주권회의’ 등의 제안에 대해서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런 개념 자체가 생소하고 이질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일지 모른다. "국회가 있는데 왜 별도의 '의회'가 필요하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현재의 국회와 정당정치가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탄핵정국이 발생했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앞으로 국회가 할 수 있을지, 근본적으로 의심할 필요가 있다. 이번의 대규모 촛불시위에서 우리의 정치가들이 배운 바가 있을 것이고, 그래서 환골탈태할지 모른다고,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말할 필요도 없이, 정치가의 선의를 믿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즉, 시민들이 상시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만들어, 기성의 정치가들이 민중의 의사를 정당하게 대변하는 정치를 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새로운 제도로 지금까지 나온 아이디어 중 가장 합리적인 것이 ‘시민의회’(혹은 ‘시민주권회의’)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민의회는 전국의 평범한 시민들 중 (제비뽑기에 의해) 무작위로 뽑힌 대표자들이 자유로운 토론과 숙의가 가능한 규모의 회의체(mini―publics)를 구성하여, 거기서 전문가들의 조력을 받아서 국가나 지방의 주요 현안을 의논·결정하여 국회와 정부로 하여금 이 결정을 수용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숙의민주주의’적 제도이다. 그러니까 개헌이든 선거법 개정이든 필요한 개혁에 대한 입안도, 사심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기성 정치가들에게 맡겨 놓지 말고, 이 시민의회가 주도적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 방법은 근년에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가 개헌을 포함하여 주요 정책을 변경할 때 실행했던 방법이다(2016년 10월, 아일랜드는 낙태 합법화 문제를 비롯하여 몇 가지 현안을 토의하기 위해서 다시 시민의회를 출범시켰다).

 

시민의회를 잘 활용하면 보다 밀도 높고 건강한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연간 1~2회 정도 시민의회를 소집하여 정부와 국회가 해당 기간 동안 행한 일들을 검토, 평가, 감사하고, 만약 오류와 부정이 있다고 판단될 때 정부와 국회에 주권자의 이름으로 시정명령을 내리는 제도도 충분히 구상해볼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숙고해야 할 것은, 이런 제도를 고안하지 않는다면 오늘의 이 촛불시위에서 발휘된 '시민권력'이 지속적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시민의회'는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시도해보지 못한 구상이고 가설이다. 하지만 우리가 염원하는 인간다운 세상은 우리들 자신의 용기 있는 상상력과 집단적 지혜로부터만 열린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2016년) 

출처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에콜로지와 민주주의에 관한 에세이>, 녹색평론사, 2019년, 324~333쪽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72110562141846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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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재부 개혁 벼르는 ‘파이터’ 김진애 “정신 차리게 만들겠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0/07/23 11:01
  • 수정일
    2020/07/23 11:0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재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답답함 토로 “해야 할 일 안 하고 숫자 플레이만”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0-07-22 18:01:40
수정 2020-07-22 18: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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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7.21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7.21ⓒ정의철 기자  
 
'저격수' 혹은 '파이터'. 열린민주당 원내대표인 김진애 의원을 설명하는 데 빠지지 않는 수식어다. 18대 국회에서 2년 반이라는 짧은 의정활동 동안 4대강 사업 문제를 치열하게 파고들었던 김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는 시작부터 기획재정부(기재부)를 향한 개혁의 칼을 빼 들었다.

'도시 전문가'인 김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적 관심이 높은 현안인 부동산 문제를 언급하면서 기재부를 개혁의 대상으로 콕 집었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기재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직무유기'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기재부를 겨냥해 "정신 차리게 해야 한다"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기재부에 대한 답답함이 가득 묻어났다.

기재부 직무유기 강하게 질타
"기재부서 할 일 안 하고 내버려 둬"

김 의원은 "부동산 문제의 기저에는 저금리 문제와 유동성이 많다는 데 있는데, 이것을 잡기 위해 기재부에서 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세금과 관련된 것들은 기재부에서 관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기재부는 자기들이 해야 할 일들을 하나도 해놓지 않고,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를 올리는 문제도 하지 않고 내버려 두니까 이렇게 온 국민이 '똘똘한 한 채'를 찾아서 삼만리 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가 보유세가 낮다는 건 다 알지 않나. 보유세는 시장에 충격이 있기 때문에 국민에게 주의를 주면서 천천히 올려야 한다"라며 "그런데 이런 일들을 하지 않고 (정부 출범 후) 3년 동안 있으면서 국회에 내버려 뒀다. 국회에 내버려 두면 미래통합당이 다 방어해주겠지라며 3년을 보낸 거 아니냐"라고 쏘아붙였다.

김 의원은 기재부가 부동산 대책으로 규제 강화보다는 공급 확대에 무게를 두면서 '그린벨트 해제 검토' 등의 발언으로 정책의 혼선을 부추긴 것도 문제 삼았다. 참고로 문 대통령은 논란 끝에 전날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 미래세대를 위해 두기로 결정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제 와서 공급이 부족하다며 그린벨트를 푼다는 것도 왜 기재부가 나서는 것이냐"라며 "그것이야말로 국토교통부가 해야 하는 일이고, 환경부나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굉장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공급 때문에 부동산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지 않느냐"라고 덧붙였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7.21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7.21ⓒ정의철 기자

김 의원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최고세율을 6%로 인상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정부의 '7.10 대책'에 대해서는 "종부세를 올리는 것까지는 좋은데, 마치 현행 3.2%에서 6% 올린 게 굉장한 것인 양 많이 올렸다고 한다. 이게 전형적인 (기재부의) 플레이"라며 "기재부는 끊임없이 숫자 플레이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개인별 종부세 과세표준 규모별 결정 현황'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종부세 최고세율 6%를 적용받는 대상은 고작 전체 종부세 납부자 38만여 명 중 20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전체 종부세 납부자의 0.005%에 불과해,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서는 종부세 과표 구간을 세분화하는 등의 세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지금 과세표준 구간도 3억 이하, 3~6억, 6~12억, 12~50억, 50~94억, 94억 초과 등 6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그런데 과표구간 12~50억은 시세로 하면 27~90억 정도 된다"며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을 왜 한 구간으로 묶느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러한 문제 의식을 담아 과세표준 구간을 현행 6개에서 7개로 늘려 12~50억 구간을 12~20억과 20~50억 구간으로 나누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과표구간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두관 의원도 12~50억의 과표구간이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고, 박주민 의원 역시 입법 과정에서 이러한 주장도 함께 검토해 논의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은 "이것처럼 구간을 나누면 더 실효성 있게 세금이 부과된다"며 "제가 (부동산에 대해) 잘 알아서 하는 게 아니다. 제가 종부세 강화 법안을 내기 위해 스터디를 꽤 했는데 불합리한 점들이 보였다. 그런데 기재부에서는 불합리한 게 안 보이는 거다. (원래) 하던 대로 세금을 받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기재부도 정신 차려야 한다. 정신 차리게 만들어야 한다"며 "저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기재부가 혁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부처나 국회조차도 기재부에서 하는 숫자 게임에 놀아날 때가 너무 많다"고 우려했다.

다만 김 의원은 통합당이 제안한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대체 누구 편을 들려는 것이냐"라고 일침을 가했다. 통합당은 '세금으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기조하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그린벨트 해제 등 공급량을 늘리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김 의원은 "저는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 통합당처럼 종부세도 완화하고 공급도 다 풀면 언제로 돌아가자는 거냐, 이명박 정부 때로 돌아가자는 거냐"라며 "건설업자 편들려는 것인지, 고소득층을 편들려는 것인지, 아니면 자산가만을 편들려는 것인지, 어떻게 이렇게 정신이 없나"라고 질책했다.

김 의원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입법으로 실현해내야 하는 민주당을 향해서는 "흔들리지 말고 꿋꿋하게 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 통합당이 생떼를 쓰면 '조금만 양보하자, 협치하자' 할 수도 있을 텐데 이런 데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며 "최근 두 달은 민주당이 흔들리지 않고 잘 해왔다. '열린민주당은 3석이지만 우리가 뒤에 있다'고 얘기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 국회 개혁도 고삐
"7월 임시국회서 정리돼야, 시간 끌면 문제 돼"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7.21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07.21ⓒ정의철 기자

부동산 문제 외에 '검찰 개혁'과 '국회 개혁'도 김 의원의 관심사다. 김 의원은 두 개혁 과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인데,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법안심사 국면을 벼르는 중이다.

특히 김 의원은 검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김 의원은 "7월 임시국회에서 정리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꾸 뒤로 (시간을) 끌면 여러 가지 문제가 된다"며 검찰개혁의 고삐를 바짝 쥐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물론 자신의 전문 분야와는 동떨어진 법사위에 '깜짝 배치'되면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김 의원은 "제가 (법사위 첫 회의에서) 비전문가니까 참신할 수도 있고 또는 엉뚱할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두 가지 다 해보려고 노력 중"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 의원은 가장 주력해야 할 검찰 개혁 과제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처(공수처) 출범을 꼽았다. 그는 "지금 검찰은 마지막 저항을 하는 중인데, 공수처가 있으면 그렇게까지는 못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검찰에서 수사권을 빼고 기소권만 남겨서 검찰이 정말 전문적인 검찰로 태어나는 것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 국토교통위로 배치된 최강욱 의원과 사보임을 통해 서로 상임위를 맞바꾸는 방안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김 의원은 "법사위가 열리고 나서 제가 한 발언들이 신선해서 그런지 말뚝 박으라는 소리도 나온다"면서도 "(하지만) 역시 제가 제 분야에 가서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아쉬워했다.

김 의원은 '법사위에서 잘해보라'고 응원했던 한 의원과의 대화를 소개하며 "'잠깐만'이라고(잠깐만 잘해보겠다고) 대답했다. 제가 요즘 (기재부·검찰·국회 개혁을 위해) 몸이 세 개가 되어서 너무 힘들다. 빨리 (제가 더 잘) 할 수 있는 데 가서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열린민주당의 역할에 대해서는 "등대, 쇄빙선, 소금, 지렛대의 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총선 당시 '매운맛 민주당'을 표방하며 민주당보다 더 강한 어조로 개혁을 추진해가는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한 데 대한 연장선으로 보인다.

최근 잇따른 악재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데 대해서는 "(정부·여당은) 조금 더 일을 뚫고 나가는 힘, 문제를 뚫고 나가는 힘은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며 "우리는 다수 정당이나 교섭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막 끌고 나가지는 못하지만 이런 (등대, 쇄빙선, 소금, 지렛대의) 역할을 하면 민주당도 우리를 싫어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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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남지 않은 시간, 이인영 내정자는 무얼 해야 하나?

남북합의문 약속이행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짜야한다
김광수  |  no-ultar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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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22  16: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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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북(북의 사상과 정치) 정치학 박사, <수령국가> 저자,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통일부 장관 청문회(7/23)가 불과 하루 남았다. 예측컨대 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대통령은 이인영 내정자를 임명할 것이다. 그러면 늦어도 7월 말, 혹은 8월 초에는 내정자 딱지를 떼고, 정식 장관임기가 시작될 것이다.

이인영 내정자도 그걸 알고 있기에 21일 내정자 신분으로 자신의 입장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발표를 보면 취임 후 가장 먼저 추진할 일로는 북측과의 대화 복원을 꼽았고, 다음으로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으로 표현한 인도적 교류·협력 추진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는 이런 신뢰에 바탕해서 그동안 있었던 남북 간 합의와 약속을 이행하는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대화복원 → 교류협력 → 약속이행>의 순서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해법의 첫 단추를 완전 잘못 꿰고 있다. 정반대여야 한다. <약속이행 → 교류협력 → 대화복원>순으로 말이다. 

뭔 말 인고 하면, 이렇다. 

첫째, 지금의 남북관계 경색이 대화가 부족해서 일어난 결과가 아니라는 말이다.

둘째, 지금의 남북관계 파탄이 교류협력을 통해 회복될 수 있는 상황은 이미 넘어섰다는 말이다.(임계점을 훨씬 넘어섰다는 말이다.)

그러니 남북관계가 복원되려면 이 내정자가 생각하고 있는 이행순서와는 정반대의, 즉 180° 뒤집어 생각해내어야만 하는 것이다. 

정점에 남과 북이 약속했던(그것도 양 정상이 합의한) 합의문 이행 최우선이 있다. 

그래야만 북과 대화할 수 있고, 그 바탕위에서 교류협력을 추진해나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위 3단계 대북접근 방식은 전임 장관들과 똑같은 공허한 메아리로, 실패한 전철과 하등 다르지 않다. 3번째.

그 전제하에 장관 내정자에게 남은 사실상의 시간, 10여 일 동안 내정자는 무얼 해야 되는지 한번 고찰해보자.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유일한 것은) 지금의 남북관계 파탄이 이제까지 제안된 사업(아이디어)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데서 부터 출발해야 한다.(이미 제안된 사업만으로도 임기 안에 하기 에는 너무나도 벅차다.) 

그래야만 자꾸 엉뚱한 해법도, 번지수가 틀리지도 않게 된다. 나아가 뭔가 쌈빡한 아이디어가 없는지, 그렇게 자꾸만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된다. 

어떻게? 다른데 있지 않다. 

장관 내정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뭘 하겠다’이런 쓸데없는(?) 공약 남발보다는, 남북관계가 왜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를 곰곰이 되돌아보고, 그 성찰적 토대위에서 뭘 할지를 집중 구상해야 한다. 

그러면 제일 먼저 ‘신뢰’의 문제가 보일 것이다. 덩달아 그 신뢰 문제를 푸는 유일한 방법이 이 정부 들어와 남북 간에 이뤄낸 ‘합의문 약속이행’밖에 없음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인식을 그렇게 분명히 해야 한다. 

그 다음 약속이행 구현을 위한 필요한 것들, 넘어서야 할 것들,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할 것들, 등등 이런 것들에 대한 액션플랜(action plan)을 구체화해내어야 한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북 전단지 살포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추진이 제일먼저 천명되어져야 한다.(시간표 있게)

둘째, 신뢰회복 그 정점에 ‘합의문 약속이행’ 문제가 있음을 직시하고, 그 합의문 이행을 어떻게 추진해 나갈지가 분명하게 천명되어져야 한다. 

▶한미워킹그룹을 넘어설 전략
▶약속이행의 제도적 틀 완성: 국회비준 추진 
▶합의문이행을 위한 실행로드맵 제시 

셋째, 북에 의해 철거 예정되어있는 금강산 관광시설물, 그리고 2019년 북 신년사에서 ‘조건 없이’재가동되길 희망했던 금강산·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정리해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꼼수와 같은 ‘우회로’로에 집착하지 말고, 정공법에 해당되는 정면돌파의 전략을 수립해야 된다. 즉, ‘개별관광’이니 하는 그런 것들에 집착하지 말고, 그냥 ‘오는 몇 월, 며칠부터 금강산 관광은 전면 허용됩니다. 그에 맞춰 통일부는 북과 모든 협의를 마치고, 필요한 이행절차를 완전 세팅하겠습니다.’ 그러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합의에 맞는 것이다.

넷째, 그렇게 위 ‘첫째’, ‘둘째’, ‘셋째’와 같이 해놓고, 다음으로는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할 내용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고, 돌파할 전략을 수립해내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있다. 

▶5.24조치 
▶한미합동군사훈련(8월 예정)

먼저, 알다시피 5.24조치는 적폐정권에 의해 저질러진 대북적대정책이다. 그러니 이 해법은 조치를 철회하면 된다. 그것이 촛불정부다운 것이고, 지난 10년의 민주정권 적통을 이어받은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 

통일부가 적극 나서야하는 이유가 그렇게 발생한다.  

다음으로, 8월로 예정된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개진해야 한다.

다 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은 통일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임을. 그럼에도 이 문제가 통일부장관이 직접 나서서 남북관계 복원의 핵심 사안으로 가져가야 되는 이유는, 그래야만 남북관계가 뚫려 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해서 비록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만은 없겠지만, 입장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통일부가 적어도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왜 문제인지는-실질적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서야할 문제임을 온 국민들에게 알려내고, 북에게는 통일부(장관)의 진정성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좋은 호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장관은 이후 정부안의 야당이 되어 훈련중지를 위해 모든 역량을 총 투입해 정부를 상대하고, 국민들에게는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의 필요성을 설득해나가야만 한다.(이는 그냥 언론플레이 하듯 기자만나 ‘내 개인적 소신은 합동군사훈련 반대하지만, 이건 정부차원에서 결정될 일이라서...’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가지 말라는 말이다.)

장관의 성패가 그렇게 거기에 있다. 이인영 장관 내정자에게 그런 기대를 해본다.

실패 시 이인영 장관 내정자 역시 길어봐야 1년 내외의 (욕 들어먹고, 역사의 기록에는 아무런 공적도 없는) 월급쟁이 장관직밖에 못할 것이다. 

한번쯤은 그렇지 않는 장관을 만나보자.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사)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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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400년전 경주판 '광화문 광장' 황룡사 앞에서 찾았다…7600평 규모, 월지까지 이어져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입력 : 2020.07.22 09:27 수정 : 2020.07.22 10:48

 

신라 최대의 사찰인 황룡사 터 남쪽 구역에서 광화문 광장에 버금가는 1600년전 신라 광장이 확인됐다. 동궁 및 월지까지 500m(폭 50m)가량 이어진 이 광장의 규모는 2만5000㎡(7600평)에 달한다.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신라 최대의 사찰인 황룡사 터 남쪽 구역에서 광화문 광장에 버금가는 1600년전 신라 광장이 확인됐다. 동궁 및 월지까지 500m(폭 50m)가량 이어진 이 광장의 규모는 2만5000㎡(7600평)에 달한다.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신라시대 최대의 사찰이던 경주 황룡사터 남쪽에 광화문 광장에 버금가는 대규모 ‘광장’이 존재했다는 조사성과가 정리되어 발표됐다. 이 광장은 담장과 함께 황룡사에서 동궁 및 월지 방향으로 500m 가량 이어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동궁 및 월지(서쪽)와 명활산성(동쪽)까지 동서로 이어지는 도로의 존재도 확인됐다.

2016년부터 황룡사 남쪽 구역(3만1000㎡)을 조사중인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의 이민형 연구원은 24일 경주에서 열리는 ‘황룡사 남쪽 광장 정비를 위한 정비 및 활용’ 학술대회에서 2만5000㎡(7600평·동서 500m×남북 약 50m)에 이르는 광장의 존재를 확인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다.

조사구역에서 드러난 신라시대 광장. 높이 60㎝ 정도의 담장과 함께 조성되어 있다. 폭은 50m 가량이다.|신라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조사구역에서 드러난 신라시대 광장. 높이 60㎝ 정도의 담장과 함께 조성되어 있다. 폭은 50m 가량이다.|신라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이민형 연구원은 22일 정리된 논문(‘황룡사 남쪽광장과 도시유적 조사성과’)에서 “맨먼저 조성된 광장의 배수로를 채운 유물 중에 ‘의봉 4년명’ 기와 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의봉’은 당나라 고종(재위 649~683)의 9번째 연호(676~679년)이며, 따라서 ‘의봉4년’은 679년을 가리킨다. 그래서 이 광장의 첫번째 조성시기는 늦어도 통일신라 초기인 7세기초로 추정된다. 광장은 지금도 도로 포장 등에 쓰는 마사토(지름 0.002mm 이하, 점토분이 12.5% 이하인 입자로 된 토양)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주먹 크기의 냇돌을 촘촘히 덮은 구조로 조성했다.

동궁과 월지까지 길게 조성된 동서도로. 후대에 이 도로 위에 광장이 조성됐다. |신라문화연구원 제공

동궁과 월지까지 길게 조성된 동서도로. 후대에 이 도로 위에 광장이 조성됐다. |신라문화연구원 제공

이후 1차 정비된 광장은 처음의 광장 위에 마사토와 사질점토를 덮고 자갈을 전면적으로 깐 모습이었고, 2차 정비된 광장은 20~30㎝의 냇돌을 자갈과 함께 깔아 조성했다. 광장의 동쪽 경계부에서는 길이 30.4m, 너비 280㎝ 정도의 넓은 배수로가 남북방향으로 연결된채 노출됐다. 1차로 조성된 광장으로 유입되는 물의 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시설이다. 이밖에 광장보다 더 남쪽에 조성된 주거단지와의 구분을 위해 설치한 담장도 보였다. 담장은 광장보다 60㎝ 정도 높게 조성됐으며, 확인된 길이만 280m에 달했다. 이민형 연구원은 “너비 1.5m의 담장은 동궁(월지)까지 500m 정도 연결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황룡사에서 월지 및 동궁까지 500m가량 이어진 대규모 광장의 세부구조. 광장은 지금도 도로 포장 등에 쓰는 마사토(지름 0.002mm 이하, 점토분이 12.5% 이하인 입자로 된 토양)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주먹 크기의 냇돌을 촘촘히 덮은 구조로 조성했다.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제공

황룡사에서 월지 및 동궁까지 500m가량 이어진 대규모 광장의 세부구조. 광장은 지금도 도로 포장 등에 쓰는 마사토(지름 0.002mm 이하, 점토분이 12.5% 이하인 입자로 된 토양)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주먹 크기의 냇돌을 촘촘히 덮은 구조로 조성했다.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조성윤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조사팀장은 “광장의 규모는 도로를 제외한 광화문 광장(약 600m×60m) 보다는 약간 작지만 1300~1400년 전의 경주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규모”라고 설명했다. 물론 신라인들이 이 넓은 광장에서 무엇을 했는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서라벌에 절들이 별처럼 펼쳐져 있었고 탑들이 기러기처럼 늘어서 있었다(寺寺星張 塔塔雁行)”(<삼국유사>‘원조흥법염초멸신’)는 기록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신라는 삼국 중 가장 늦게(521년) 불교를 수용했다. 그러나 불교는 신라에서 꽃을 피워 신라에서 결실을 맺었다.

광장보다 더 남쪽에 조성된 주거단지와의 구분을 위해 설치한 담장도 보였다. 담장은 광장보다 60㎝ 정도 높게 조성됐으며, 확인된 길이만 280m에 달했다.|신라문화연구원 제공

광장보다 더 남쪽에 조성된 주거단지와의 구분을 위해 설치한 담장도 보였다. 담장은 광장보다 60㎝ 정도 높게 조성됐으며, 확인된 길이만 280m에 달했다.|신라문화연구원 제공

17만8936호가 살았다는 왕경에 ‘별처럼 기러기처럼’ 늘어서 있던 절과 탑을 상상해보라. 특히 월성 동북쪽에 우뚝 서있는 황룡사 9층 목탑은 서라벌의 랜드마크였을 것이다. 탑 높이가 자그만치 80m나 됐다.

박방룡 신라문화유산연구원장은 “서라벌 백성들이 황룡사 앞에 조성된 광활한 광장에 모여 우뚝 솟은 목탑을 바라보며 나라의 안녕과 개인의 화복을 빌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이 광장에서 팔관회와 같은 국가적 행사가 열렸을 가능성이 있다. 팔관회는 가을의 추수를 천신에 감사하기도 하고, 전사한 장병들의 명복을 비는 종교 행사였으며 문화제였다. “572년(진흥왕 33년) 전쟁에서 죽은 병사들을 위해 7일간 팔관연회가 열렸다”는 <삼국사기> ‘신라본기·진흥왕조’ 기록이 있다. 898년(효공왕 2년)에도 “팔관회를 시작했다”는 기사(<삼국사기>)가 등장한다. 이민형 연구원은 또한 “발굴지역에서 동서도로와 남북도로 1·2호 등 도로 3곳이 확인됐으며, 시차를 두고 조성된 十자 교차로도 찾아냈다”고 밝혔다.

광장의 담장 남쪽에 조성된 가옥군도 확인됐다. 가옥군은 남북도로와 작은 도로로 4개의 공간으록 구분됐다. 경주 도시계획의 치밀함을 보여준다.|신라문화연구원 제공

광장의 담장 남쪽에 조성된 가옥군도 확인됐다. 가옥군은 남북도로와 작은 도로로 4개의 공간으록 구분됐다. 경주 도시계획의 치밀함을 보여준다.|신라문화연구원 제공

동서도로와 1호 남북도로가 교차되는 도로는 시차를 두고 조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동서도로는 5~6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7세기초 만든 광장은 이 도로 위에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민형 연구원은 “폭 15~19m의 동서도로는 조사구역 전체(동서 316m)로 뻗어있었으며, 서쪽으로는 경주 동궁 및 월지, 동쪽으로는 명활산성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도로 양쪽 가장자리는 광장을 조성할 무렵 의도적으로 매립한 흔적이 보이며 그 안에서 통일신라시대 토기와 기와 목제 도장 등의 유물과 복숭아씨, 밤껍질, 가래씨, 잣 등 자연유물이 출토됐다.

조사구역. 광장과 도로, 가옥군까지 경주의 도시계획을 알 수 있는 유구와 유물들이 쏟아졌다.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조사구역. 광장과 도로, 가옥군까지 경주의 도시계획을 알 수 있는 유구와 유물들이 쏟아졌다.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이민형 연구원은 “발굴성과 중 하나는 광장 담장 남쪽에 조성된 가옥군(주택단지)의 확인”이라고 밝혔다. 주택단지는 남북도로 2기와 작은 도로(小路) 2기에 의해 4개의 공간으로 구분됐다. 조성윤 팀장은 “신라의 공간은 140~160m 간격의 바둑판 모양처럼 구획되는 것으로 그동안 알려졌지만 이번 조사결과 그 사이 70~80m 간격의 작은 도로로도 나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황룡사는 연약한 습지 위에 흙을 성토하면서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민형 조사원은 “특히 이 넓은 대지를 일정한 규칙에 따라 크고작은 구획으로 나눠 45도 경사지게 성토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원활한 배수를 위해 굵은 돌과 자갈, 그리고 성질이 다른 흙을 번갈아 쌓았다”고 전했다.

황룡사 9층목탑과 금당이 있었던 자리. 13세기 몽골침입 때 소실됐다. 황룡사 9층목탑은 높이만 80m 가량 되었다. 17만5000호가 된 서라벌 주민들에게 신앙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항룡사 앞에 조성된 광장에서 나라와 개인의 안녕을 빌었을 것이다.|경향신문 자료사진

황룡사 9층목탑과 금당이 있었던 자리. 13세기 몽골침입 때 소실됐다. 황룡사 9층목탑은 높이만 80m 가량 되었다. 17만5000호가 된 서라벌 주민들에게 신앙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항룡사 앞에 조성된 광장에서 나라와 개인의 안녕을 빌었을 것이다.|경향신문 자료사진

황룡사는 553년(진흥왕 14년) 건립된 사찰이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등은 “진흥왕이 처음엔 새로운 궁궐을 짓다가 황룡이 나타나는 바람에 사찰 조영으로 계획을 바꿨으며 17년 만인 569년(진흥왕 30년) 절(황룡사)을 완성했다”고 기록했다. 이 절에는 신라의 세가지 보물(三寶·장육존상, 9층목탑, 천사옥대) 중 두 가지인 장육존상과 황룡사 9층 목탑이 있었지만 13세기 몽골의 침입 때 소실됐다.

박방룡 신라문화유산연구원장은 “광화문 광장에 버금가는 황룡가 광장과 담장, 동궁 및 월지까지 이어진 도로 등을 연결하는 유구를 복원하는 프로그램을 완성하며 대단한 볼거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7220927001&code=960100#csidx585c8d5db61815981874af529055e6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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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완성’ 연일 띄우는 여권…법 개정까진 현실벽 높아

등록 :2020-07-22 05:01수정 :2020-07-22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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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중심부.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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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연일 국회의사당 세종시 이전 등을 거론하며 ‘행정수도’ 재이슈화에 힘을 싣고 있다. 야당과 합의만 있다면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며 내부적으론 ‘실행 전략’도 마련했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선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게 여당의 논리지만, 야당 반대가 완강하고 공론화를 위한 정지작업도 없었던 터라 논의가 탄력을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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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 추진하기 위해 국회에 행정수도 완성 특위를 구성할 것을 정치권과 시민사회에 제안한다”고 말했다. 전날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한 ‘청와대·정부·국회 세종시 이전론’의 연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을 언급하며 “시대 변화에 따라 관습헌법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여야 합의에 의한 국회 결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권 주자들도 힘을 보탰다. 이낙연 의원은 “여야가 합의하거나, 헌재에 다시 의견을 묻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문화방송> 라디오)고 했고, 김부겸 전 의원도 “자꾸 수도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두고 대책을 세워봐야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 같다”(<와이티엔> 라디오)고 거들었다.

 

이날 <한겨레>가 입수한 민주당 원내지도부 보고서를 보면, 민주당은 기존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을 ‘행정수도법’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헌법소원 제기 시, 헌법재판관 다수가 진보 성향이라 기각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도 “안심하기만은 어렵고, 관습헌법 논쟁이 종식되기가 어렵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국민투표로 행정수도 이전을 결정하거나 행정수도에 대한 원포인트 헌법 개정 방안도 거론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런 구상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난관이 많다. 우선, 여론의 폭넓은 지지가 확보돼야 한다. 민주당이 꺼내든 행정수도 이슈가 수도권 집값 급등으로 인한 불만을 돌리기 위한 시선 분산용이 아니라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진정성 있는 대책이라는 공감대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해구 전 대통령 직속 정책위원회 위원장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총선 평가 토론회에서 “단순히 부동산값이 올라서 옮겨야겠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토 발전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문제다. 북한까지 포함해서 고려해야 한다”고 사실상 반대의사를 밝혔다.

 

야당 설득도 관건이다. 청와대와 입법기관을 이전하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민주당 단독으로 법 개정을 시도하거나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 개헌 역시 재적의원 3분의 2(200석)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행정수도는 이미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났던 문제다. 위헌성 문제가 해결되고 난 뒤에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장나래 기자 yj@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54641.html?_fr=mt1#csidx7af1ad05b22a4998469cf591bbac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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