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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고조되면 대화 국면이 열리는가



 

2024 한반도 위기, 세 가지 오해와 진실 ③

남북 관계, 북미 관계에는 하나의 ‘법칙’이 있었다. 위기가 고조된 후 대화 국면이 열린다는 ‘법칙’이 그것이다. 남북 관계에서건, 북미 관계에서건 이 ‘법칙’은 탈냉전 시기 거의 예외 없이 적용되었다. 긴박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거나 혹은 그 정도에 준하는 위기 상황이 조성되었을 때 그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남북 대화 혹은 북미 대화가 시작되곤 했다.

 

‘법칙’의 대표적 사례들

1993년 위기

1993년 3월 한미군사연습 팀스피리트 훈련을 재개하자 북은 ‘준전시 사태’를 선포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선언하면서 위기가 고조되었다. NPT 탈퇴 효력 발생(6월 12일)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북은 미국에 대화를 제의했고, 미국은 제의를 받아들였다. 1993년 6월 2일 북미 회담이 열렸고, 6.11 공동성명이 채택되었다.

1994년 위기

미국은 주한미군 기지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앞세워 북에 ‘특별사찰’을 요구했다. 북은 이에 반발하여 IAEA 탈퇴를 선언하고, 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6월 14일 미국 주요 관리들은 백악관에 모여 북의 영변핵시설 기습공격을 논의했다. 그 시점에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방북하여, 김일성 주석과 극적 핵합의에 도달했다. 클린턴 정부는 김일성-카터 합의안을 수용했고, 북미 대화가 재개되어 1994년 10월 21일 제네바 기본합의서가 채택되었다.

▲ 1994년 6월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북한 주석과 만났다.

2002년 위기

2001년 새롭게 등장한 미국 부시 정부는 북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핵태세검토보고서에서 핵공격 대상 국가로 북을 지목했다. 또한 중유 제공을 거부하면서 북미 제네바 합의를 파기했다. 2002년 1월 북은 핵시설 활동 재개 및 운영 정상화를 발표하고, 8,000여 개의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을 진행하여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북미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중재자로 나서 4월 23일 베이징에서 3자회담이 개최되었다. 북은 6월 플루토늄의 무기화를 선언했다. 즉 핵무기를 개발했음을 선언했다. 8월 27일 6자회담이 시작되었다.

2015년 위기

2015년 8월 4일 우리 군이 비무장지대의 철책 통로에서 지뢰를 밟아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 군은 북의 ‘도발’ 사건으로 규정하고, 심리전 방송을 재개했고, 북은 대북 확성기를 향해 사격을 실시했으며, 우리 군 역시 사격으로 대응했다. 북 총참모부는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을 경우 군사 행동에 들어가겠다”라고 통보했고, 준전시 사태를 선포했다. 8월 22일 오후 북의 제안으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시작되었고, 8월 25일 남북 공동보도문이 발표되면서 위기는 해소되었다.

▲ 남측 대표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 대표인 김양건 당 비서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오른쪽부터)이 2015년 8월 25일 오전 판문점에서 '무박 4일' 마라톤 협상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2017년 위기

2017년 9월 19일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유엔총회 연설장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라고 발언했다. 이에 맞서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가 무엇을 행각했든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당시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선제공격이나 단독공격을 포함한 모든 군사적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었다. 위기가 고조되자 남북 사이에 대화 접점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12월 남북 정보 당국자들이 비밀리에 회동하여 남북 대화 기류가 형성되었다. 그 결과 2018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법칙’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세 가지 이유

이 ‘법칙’은 2024년 위기 역시 남북 대화 혹은 북미 대화가 재개되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2024년의 상황은 이 ‘법칙’이 만들어졌던 과거와 몇 가지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차이를 보인다.

첫째, 한반도에서 적대하는 세력들 사이에 강대강 군사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50차례가 넘은 한미, 한미일 군사연습을 진행하고, 20차례가 넘은 전략자산(핵공격 무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등 북에 대한 핵공격 연습을 실시했다. 북 역시 한국과 미국에 ‘초강경 대응’하고 있으며, 미국과 한국군을 공격할 수 있는 무장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북은 2018년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실패 이후 한미 양국이 제안하는 대화는 ‘시간 끌기용’으로 단정했다.

둘째, 대화 재개를 가능하게 하는 기대 심리가 사라졌다. 과거 위기가 고조되었다고 대화가 시작되는 국면이 열린 것은 ‘비핵화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있었다. 한미 양국은 대화를 통해 북의 비핵화를 ‘유도’ 혹은 ‘압박’할 수 있다는 기대, 북은 비핵화 협상을 통해 한미 양국의 적대 정책을 ‘폐기’ 혹은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비핵화 협상은 종말을 고했다. ‘법칙’이 가능하게 했던 비핵화 협상에 대한 기대 심리는 사라지고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만이 지배하고 있다.

셋째, 북미 양측에서 중재자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대화 분위기를 조성했던 중국 역할론 역시 사라졌다. 과거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 ‘제재와 압박, 대화를 통해 북의 비핵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북과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중 대결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은 중재자 역할에서 벗어나 북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대외정책을 펼치고 있다. 기존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새로운 결의안 채택을 반대하는 등 중국은 이미 2019년부터 중재자 역할에서 벗어났다.

이상 세 가지 이유로 위기가 고조되더라도 대화 국면은 열리지 않는다. 따라서 2024년부터 펼쳐지는 한반도 전쟁 위기 정세는 ‘장기성’을 특징으로 한다. 위기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하면서 사소한 군사적 충돌이 확전하여 전면전으로 돌입할 수 있는 새로운 위기 국면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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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남정책 근본적 전환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평가와 대응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2/07 10:53
  • 수정일
    2024/02/07 10:5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자수첩] 퇴행적 입장 표명에 그친 통일부장관의 특별좌담회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02.07 00:37
  •  
  •  수정 2024.02.07 09:32
  •  
  •  댓글 2
 
지난 5일 통일부장관과 4대 연구원장의 신년 특별좌담회 모습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5일 통일부장관과 4대 연구원장의 신년 특별좌담회 모습. 김천식 통일연구원장, 박철희 국립외교원장,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장이 함께 좌담회를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중대 사안에 그 어느 때 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연말 조선로동당 전원회의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초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확인된 북한의 대남정책 부문 근본적 전환에 대해 각계의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영호 통일부장관이 5일 오후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 실현을 위한 2024년 정세환경 평가 및 전략구상'을 주제로 열린 4대 통일·외교·국방 관련 4대 연구원장과의 신년 특별좌담회에서 북 정책전환에 대한 정부의 평가와 이에 대한 정책방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장관의 입을 통해 확인된 정부의 입장은 결론부터 말하면, '현실적 실체로 다가오는' 전쟁 위기에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퇴행적 입장을 과시하듯 밝힘으로써 불안감을 가중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인사말에서 먼저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핵 무력 증강은 그 자체로서 우리의 안보에 대한 군사적 위협인 것이 분명하다"며, "이에 대응하여 우리의 군사력과 한미동맹을 통해 확고한 대북 억제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국민의 안보불안을 조성하고, 국론분열을 꾀하는 정치심리전 측면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우리에 대한 심리전은 내부의 어려운 상황을 가리고 체제의 생존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 전원회의와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대해서는 "북한은 민족과 통일 개념을 폐기하고 남북간 단절을 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때일수록 정부는 헌법 제3조와 제4조를 바탕으로 더욱 확고한 원칙에 기초한 통일·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북한의 급격한 정책전환은 북한 내부에 혼란과 동요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부분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모든 걸 통틀어 '다각적 노력'이라고 했는데, 과연 무엇이 다각적인 노력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어진 발언에서는 '자유의 북진정책'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김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인 '자유'는 △핵전쟁 공포로부터의 자유(담대한 구상과 억제·단념·대화의 3D정책) △연대의 자유(미·일 및 EU 등과 연대해 북핵해결, 한반도 평화정착 추구)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적 자유를 한반도 전체 주민에 확대 적용(북한인권증진) △평화통일을 통한 자유의 실현(헌법 4조 자유민주적 질서에 의한 평화통일 추구)으로 구체화되고 있다고 하면서 "이같은 4대 자유노선에 따라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을 추진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북의 정책 전환으로 인해 새롭게 전개될 한반도 상황에 대한 고심한 흔적도, 위기에 대처하려는 책임감도 찾아 보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위기와 불안에 공감하는 예민한 감수성도 느낄 수 없다는 지적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북을 군사적 대결로 제압해야 할 상대로만 인식하는 태도도 그렇거니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8일 민주평통 전체회의에서 역설한 '자유와 인권, 법치에 기반한 민주평화통일'을 단순히 되풀이하는 듯한 일방적 태도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반도 전쟁위기가 단 0.001%라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면 국무위원인 통일부장관은 이를 세심하게 살펴보고 평화적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지만 그에 대한 언급조차 없는 것은 놀라울 정도이다.

북의 미사일 발사 등 군사행동에 대해서는 '그 자체로 위협'이라며, '확고한 억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정치 심리전의 측면에서 보면 '우리 사회 내부의 안보불안을 조장하려는 시도'이자 '총선 개입의도'이며, ICBM발사는 '한미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하락을 의도한 것'이라는 군사적 접근법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심지어는 최근 북한이 해외 IT기지를 건설해 금융 해킹 등 사이버 범죄('노예노동')를 저질러 그 수익으로 핵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해결이 핵개발 차단 노력과 다르지 않다고 억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에 대한 유화적 대응으로는 굴욕적 평화가 있을 뿐이며,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등 원칙있는 억제적 대응으로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는 것만이 올바른 해법이라고 역설하는 건 통일부의 화술이 아니다.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우리는 이를 몇배로 응징할 것", "도발위협에 굴복해서 얻는 가짜 평화는 우리 안보를 더 큰 위험에 빠트릴 뿐", "북한 당국은 남북관계를 공조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했다. 이는 북한 정권 스스로가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 집단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1월 16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 연설이 판박이로 재연된, 새로울 것 없는 특별좌담회라는 것이 대체적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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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50대, 20대... 대화가 안 통하는 결정적 이유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전근대, 근대, 탈근대가 함께 충돌하는 위기의 한국

24.02.07 09:44최종 업데이트 24.02.07 09:44

▲ 현충일인 2023년 6월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자유통일당 회원들이 주사파 척결 집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2024년 2월 현재, 대한민국은 서로 엇갈리는 세 가지 시대 가치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한국전쟁 후 난리와 절대빈곤을 경험한 70대 이상은 북한에 대한 안보 불안, 미국과의 동맹, 경제성장에 집착을 보인다.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기점으로 군부독재에 대한 저항 체험을 가진 50대 전후 세대는 지금도 민주와 반민주의 구도로 세상을 평가한다.

흔히 이들은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로 불리며 30~40년 이상 격렬하게 대립했고, 지금도 양당정치 중심의 현장과 사회 기반을 놓고 여론을 양분하고 있다. 총선을 수개월 앞두고 해방정국과 같은 정치테러까지 등장하며 서로 말도 못 붙일 것 같은 살벌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들도 공통점은 있다. 국가와 민족, 평화와 안보, 이념이나 계급 같은 소위 거대과제에 집중해 왔다. 이는 16세기 이후 서구 중심의 근현대가 이끌어 온 아주 전형적인 주제들이다. 근현대는 없는 것을 만들어 내고, 불가능한 환경을 개척해 나가는 생산성, 경제성, 합리성이 최고인 시대였다. 국가나 민족, 이념이나 계급 같은 거대과제에 개인은 희생하고 소수는 침묵해야 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만만치 않고 대하기 까다로운 세대가 등장했다. 개인의 생각과 인생이 소중하며, '행복'이라는 단어를 공공연히 인생의 목표로 내세운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욜로'(You Only Live Once, 한 번뿐인 인생) 등은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기보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며 최대한 누리겠다는 뜻이다. 무자녀 맞벌이 부부를 뜻하는 딩크(Double Income No Kids)도 그렇다.

'모두와 전부'보다, 나의 나됨을 확인하고, 자기 인생에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성공하고 잘살고 올바른 것이 이미 정해져 있었기에 실천이 과제였다면, 이제는 '무엇이 성공이며, 잘사는 게 뭐냐?', '무엇이 정의이고, 공정이냐?'고 물으며, 기성세대를 당혹스럽게 한다.

그래서 기성세대는 지금과 같은 변화를 '이기주의'라고 쉽게 속단한다. 자기밖에 모르고 인류, 세계, 조국 등 보편적 거대과제에 관심 없다고들 한다. 얼핏 그렇게 보인다. 그러나 낯섦의 거부감을 넘어 시대변화의 의미를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변화를 못마땅하게 보는 것은 항상 있는 일이니 말이다. 1980~90년대에도 어른들은 늘 '요즘 젊은이들'이 철딱서니 없고, 이기적이라고 했었다.

'물'이란 단어 몰라도 물놀이할 수 있는 것처럼
 

▲ 2023년 11월 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면적인 지상전을 규탄하는 집회가 이스라엘 대사관 부근인 서울 청계광장에서 아시아의친구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노동자연대청년학생그룹 등 국내단체롸 주한 아랍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좀 다른 시각으로 보면 젊은 세대가 내세우는 가치야말로 훨씬 큰 주제일 수 있다. 함께 살길을 찾지 않으면 함께 죽는다는 것을 알기에, 국가, 민족, 인종, 계급과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전 지구적 과제, 보편적인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경제발전, 국가안보도 일단 지구촌이 남아 있어야 가능한 얘기다. 그래서 젊을수록 지구촌 전체의 존립 위기인 기후, 생태 문제에 깊은 애착을 갖고 있다. 녹색에 대해 민감한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또, 20세기까지만 해도 인류의 절반인 여성을 마치 부차적 존재처럼 취급해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여성의 공감과 협조를 얻지 못하면 인류의 존속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드디어 확인하고 있다. 그래서 공감하든 반대하든, 페미니즘과 성 소수자 등 젠더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제발전과 성장, 정복, 발견이 목표라고 믿던 시대에서 생명, 협력과 공존 등이 가치인 시대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 예전에는 민족적 관점에서 통일과 한민족 번영을 꿈꾸었지만, 지금은 세계적 신냉전 구축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중동 등 중요한 전략지점에서 잇따라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보며 지구촌 평화가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직결되어 있음을 실감한다. 그래서 이들은 발전국가와 민주국가로 양분되는 사회, 보수와 진보로 쪼개진 거대 양당 중심의 대립 정치와 다른 세상을 꿈꾸는 세대다. 

젊은 세대는 결코 정치혐오나 무관심층이 아니다. 양당이 독점해 온 전통적 의제와 통하면서도 다른 의제, 다른 방식의 정치를 시도하는 중이다. 그게 무엇인지 아직 분명히 표출되지 않고, 그것을 자기화한 대변 정당이나 정치인이 없어 여전히 모호하고 무심해 보이는 것일 뿐이다. 갈수록 까다로운 이들의 관심과 표현은 이번 총선을 비롯해 더 분명해질 것이고, 나는 그것을 기대한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히 다룰 것이다.
 

 

  
각각의 주제들은 모두 당대의 시각, 각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 학자들은 모더니즘이나 포스트모더니즘 같은 말로 설명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큰 관심이 없다. 그러나 물이라는 단어를 몰라도 물놀이할 수 있는 것처럼, 그런 용어를 잘 몰라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미 깊이 체감하고 있다.

함께 고민해 보려는 이야기
 

▲ 2024년 새해를 맞은 1월 1일 오전 서울 북한산 족두리봉에서 해맞이객들이 새해 첫 일출을 보고 있다. ⓒ 국립공원 산악안전지원단


그것은 고정돼 있지 않고, 시대와 역사의 변화에 따라 변하는 시점이 있다. 예컨대 일제 강점기 동안 수많은 난제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것은 결국 조국 독립과 제국주의 극복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게 그때의 시대정신이다. 해방과 전쟁 후 폐허에서 우리는 식민지 청산과 지독한 가난의 극복을 과제로 떠안았다. 1980년 광주 이후 20여 년 동안은 민주주의의 실현과 분단체제 극복이 주요 과제였다.

가난 극복과 민주주의 발전 등은 큰 성과를 이루었지만, 식민지 청산과 분단체제 극복 과제 등은 70년이 넘도록 크게 미진하여 지금도 사회발전과 번영을 번번이 가로막고 있다. 그런 가운데 21세기를 맞아 이제 국력 세계 10대 국가, 세계적 한류로 겉은 화려하지만, '지속가능성'과 '선순환적 생태계'를 목표로 시급히 전환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분노를 정당하게 표출하는 새 세대를 만난다.

당대 시절의 체험을 겪은 사람들은 자기 시절의 과제가 가장 커 보인다. 그러나 각 세대 체험 사이에 무려 70여 년의 엄청난 시차가 있다는 데에 소통의 어려움이 있다. 또한 이전 가치나 주제가 한 번에 극복되거나 없어지는 게 아니며, 새로운 시대정신도 물 흐르듯이 쉽게 자리 잡고 바로 무르익지도 않는다. 마치 전근대, 근대, 탈근대가 좁은 한반도에서 한꺼번에 충돌하고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급격한 시대 전환에 따른 과도기의 혼란과 갈등이 상당 기간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어렵고 힘들다고 각자 알아서 성취해 나가는 각자도생은 답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시작할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모든 이야기는 진공상태의 이론이나, 개인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관심사 정도가 아니다.

구체적, 역사적, 시대적 상황 속에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며 서로 긴장, 갈등하고, 때로는 협력하고, 공생하는 이야기다. 그 과도기의 혼란을 어떻게 극복하고, 우리 자신과 시대, 역사의 발전으로 만들어갈 것인지 함께 고민해 보려는 이야기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 사람들이 사는 동안에 기뻐하며 선을 행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는 줄을 내가 알았고, 사람마다 먹고 마시는 것과 수고함으로 낙을 누리는 그것이 하나님의 선물인 줄도 또한 알았도다. … 이제 있는 것이 옛적에 있었고 장래에 있을 것도 옛적에 있었나니 하나님은 이미 지난 것을 다시 찾으시느니라."(전도서 3장 11~13, 1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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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재벌 봐주기’ 판결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삼성물산 불법 합병 사건 1심 선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무죄

“이 회장 승계만 목적으로 했다고 단정 어렵다” “주주 손해 인정할 증거 없어”

“국정농단 판결에 배치…뇌물로 처벌받았지만 정작 뇌물의 목적 없었다는 셈”

 

기자명정철운 기자

  • 입력 2024.02.06 00:05

  • 수정 2024.02.0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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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불법합병 혐의 1심 선고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2 형사부(부장 박정제·지귀연·박정길)가 5일 삼성물산 불법 합병 사건 1심 재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만을 목적으로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으며 “당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이재용 회장은 오직 자신의 경영승계를 위해 분식회계‧주가조작‧뇌물공여 등을 저질러 회사와 주주, 나아가 전 국민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과 정부에 수천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힌 매우 악질적이고도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이번 무죄 판결을 두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불법 합병이 승계와 관련 있다고 인정한 국정농단 대법원판결에도 배치되는 결과다. 재벌총수 봐주기 판결을 내린 법원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불법 합병을 통해 애초 삼성그룹이 제시했던 합병 시너지도 구체화 되지 않았고 오직 이재용 회장이 약 3~4조 원에 이르는 부당이익을 거뒀는데도 불법 승계 목적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으며 “이 판결대로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뇌물을 주고받아 처벌은 받았지만 정작 그 뇌물의 목적이 없었다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번 판결이 “재벌들은 지배력을 승계하기 위해 함부로 그룹 회사를 합병해도 된다는 괴이한 선례를 남김으로써, 재벌 봐주기의 대명사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 내다봤다.

경제개혁연대도 이날 “전대미문의 ‘삼성 봐주기’ 판결로, 오로지 이재용과 삼성의 무죄를 위해 기본적인 사실조차 왜곡한 최악의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다른 사건에서는 범죄의 여러 목적이 있더라도 범죄와 관련된 목적이 있다면 범죄의 의도를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 비춰 매우 이례적 판결”이라고 지적했으며 “(이번 판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이재용은 ‘이재용→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권 강화를 꾀할 수 있었던 반면, 삼성물산 주주들은 손해를 본 기본적인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재판부는 합병비율이 불공정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합병 당시 삼성물산은 제일모직 대비 자산 규모가 3배, 매출액 규모가 6배였고, 소유한 삼성전자 등 계열회사 주식 가치만 하더라도 합병 가액을 크게 초과했으나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대비 0.35배로 책정돼 불공정 합병 논란이 제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찾아낸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직원의 은닉 자료와 장충기 전 사장의 문자 메시지 부분에 대한 증거능력을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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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녹색정의당 대변인은 “2015년 제일모직 1주와 삼성물산 주식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이 결의됐다. 이 말도 안 되는 합병의 최대 수혜자는 누가 뭐래도 이재용 회장이다. 사실상 그룹 총수, 후계자였던 그가 이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법부 판단”이라며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을 농락하고 경제 질서의 근간을 훼손한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1심 재판부를 비판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주주를 무시하는 재벌·대기업의 경영과 불투명한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의 여망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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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통령실, ‘사단장 과실치사’ 장관 결재 후 해병대사령관과 5차례 통화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장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서 임기훈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삼정검 수치를 수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11.06. ⓒ뉴시스
대통령실(국가안보실)이 작년 7월 30일 해병대 수사단의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결재가 이뤄진 이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5차례나 통화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5일 ‘민중의소리’가 확인한 통화기록에 따르면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현 국방대학교 총장)은 7월 30일 오후 6시와 6시 15분에 김 사령관과 두 차례 통화했다. 6시엔 임 전 비서관 발신으로 20초 정도 통화가 이뤄졌고, 6시 15분에는 김 사령관 발신으로 4분 17초 동안 비교적 긴 통화를 나눴다.

임 전 비서관과 김 사령관의 통화 전후로 안보실에 파견돼 있던 김형래 대령 역시 김 사령관과 총 세 차례 통화를 했다. 각각 오후 5시 51분, 5시 59분, 6시 21분이었다.

이날 안보실과 김 사령관의 모든 통화는 5시 51분부터 6시 21분 사이에 있었다. 불과 30분 동안 다섯 차례 통화가 이뤄졌는데, 이는 매우 급박하게 용무를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해당 통화 시점은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이 전 장관에게 수사 결과 보고를 하고, 이 전 장관의 결재를 받은 지 불과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결재 시점은 오후 4시에서 4시 30분 사이였다. 당시 이 전 장관이 결재한 수사 결과 보고에는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 장성급 간부들에게도 채 상병 사망 사고의 안전관리 책임이 있으며, 이들 포함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관할 경찰에 이관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국방부 장관에게 임성근 전 사단장이 이첩 대상에 포함됐다는 보고가 이뤄진 이후 안보실과 김 사령관 사이에 급박하게 연락이 오갔다는 점에서, 수사 내용과 관련한 대화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날 안보실에서 박 대령에게 장관 결재본을 보내달라고 요구했고, 박 대령이 이를 거부한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박 대령이 안보실의 장관 결재본 송부 요구에 불응하자, 김 사령관은 직접 박 대령에게 장관 결재본 대신 언론브리핑 자료라도 보내주라고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언론브리핑 자료를 안보실에 보내주라고 지시한 시점은 안보실 사람들과 통화한 직후인 6시 22분이었다. 박 대령이 응하지 않자, 안보실이 김 사령관을 통해 수사 자료를 입수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후에 벌어진 상황 전개도 수상하다. 임기훈 전 비서관은 다음 날인 7월 31일 오전 9시 53분에 김 사령관과 한 차례 더 통화를 했는데, 이때는 윤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가 열리기 전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안보실로부터 수사 내용을 보고받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을 연결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하느냐”고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국방부 장관은 김계환 사령관에게 출장에서 복귀하기 전까지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박정훈 대령은 국방부 유재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는 취지의 내용을 수차례 전달받았다.

8월 2일에는 임종득 당시 안보실 2차장이 김 사령관과 두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날은 박 대령이 윗선의 지시를 거부하고 경북경찰청에 사건 이첩을 강행했다가 국방부 지시로 군검찰이 이를 다수 회수한 날이다.

국방부 장관의 결재부터, 이를 번복한 이첩 보류 지시, 박 대령의 이첩 강행, 국방부의 회수 지시, 군검찰의 회수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에 안보실과 김 사령관의 통화가 있었던 것이다.

다만 군검찰은 박 대령을 항명죄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안보실과 김계환 사령관의 수차례 통화기록을 확인했음에도, 통화 경위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 또한 군사법원에는 안보실 사람들의 이름이 지워진 통화기록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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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준연동형, 통합비례정당”, 진보정당 환영…민주‧진보 연합 급물살



 

녹색정의당·진보당·새진보연합 상임대표, 일제히 환영논평

정치연합시민회의, 정책·지역구·비례 선거대연합 논의 착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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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5일 준연동형제 유지와 통합형비례정당 추진을 선언했다. 이에 ‘윤석열 정권 심판 총선’을 강조해 온 진보정당들이 일제히 화답해 나서면서 민주‧진보 연합정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병립형 회귀가 아닌, 비례성 높은 선거제도를 주장해왔다”면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어 “위성정당방지법을 제정하지 못한 책임은 위성정당(국민의미래) 창당 준비에 돌입한 국민의힘이 초래한 것”이라며 이 대표와 뜻을 같이했다.

 

이 대표가 제안한 통합형비례정당 참가 여부와 관련해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달렸다며 “선거연합정당의 제도화, 결선투표제의 전면화 등” 정치개혁과 다당제연합정치를 위한 제도적 조건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진보적 국회로 나아가는 이재명 대표의 결단을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연동형 선거제는 ‘야권총단결’을 제도로 촉진하는 중요한 열쇠”라면서 “윤석열 정권의 ‘거부권 독재’와 국민의힘의 ‘국민 배반 정치’의 퇴장을 위한 민주‧진보 세력의 협력”을 강조했다.

 

통합형비례정당 참여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의 공식적인 제안이 들어오면 논의하겠다”라며 “국민이 승리하는 총선으로 22대 국회를 바꾸고 미완의 촛불혁명을 완성하자”라고 밝혔다.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는 “정권심판과 역사의 진보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통합형비례정당을 추진하자는 이재명 대표의 제안을 환영한다”라며, “정치에 실망한 국민께 감동을 드릴 수 있는 제대로 된 연합정치 방안을 모색하자”고 다짐했다.

 

이어 “반칙에 반칙으로 대응하겠다는 수세적 방어가 아니라, 국민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비전으로 승리를 빚어내자”라며 “윤석열 심판을 넘어, 거부권통치도 끝장내고, 시행령 통치도 멈춰세우고, 시대의 변화에 따른 개헌을 이루는 큰 승리를 향해 담대하게 연합하자”라고 호소했다.

 

한편 시민사회도 이날 이 대표의 발표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지난달 출범한 ‘정치개혁과 연합정치를 위한 시민회의’는 환영논평을 통해 “민주·개혁·진보 제정당들과 시민사회가 즉각 선거대연합 구축을 위한 논의에 착수할 것”을 호소했다.

 

또한 ‘민주개혁진보선거대연합’ 실현을 위해 ▲정책 연합, 지역구에서의 연합, 비례대표 추천에서의 연합 등 통합적 연합 추진 ▲통합형비례정당은 특정 정당이 주도하거나 어느 정당이 비례후보를 과반 이상 추천 불가 ▲민주·개혁·진보제정당과 시민사회가 모여 실제 선거대연합을 공식화하는 과정을 통해 추진 등을 제안했다.

 

이어 “민주·개혁·진보 제정당의 연합은 윤석열 정부의 퇴행을 막고 민의를 올바로 반영하는 정치개혁의 길”이라면서, “모든 정당이 작은 당리당략을 내려놓고 대승적으로 함께 희망을 만들어 갈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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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불법승계 무죄, 삼척동자도 어리둥절할 판결"

법원, 경영권 승계 위한 뇌물은 유죄, 비리 자체는 무죄[기사대체 : 5일 오후 6시 30분] 판단... "떡볶이·어묵 이벤트 결과"

24.02.05 17:33l최종 업데이트 24.02.05 18:34l

 

큰사진보기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합병·회계부정 혐의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합병·회계부정 혐의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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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를 위한 뇌물사건에선 유죄가 확정됐음에도 정작 경영권 불법 승계 자체를 다룬 재판 1심에선 무죄 판결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녹색정의당 등은 논평 등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5일 오후 6시 현재 국민의힘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2021년 이재용 회장은 경영승계를 위한 청탁·뇌물 혐의에 대해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불법 경영승계 자체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이 나왔다니, 삼척동자가 들어도 어리둥절할 판결"이라며 "경영 승계 청탁·뇌물죄는 유죄, 경영승계 비리는 무죄. 앞뒤가 달라도 너무 다른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는 "1심의 오판이 2심에서 바로잡혀서 무너진 사법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도 "국정농단의 핵심범죄에 법원이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참담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회장은 경영권을 승계하고자 모든 과정에서 심지어 대통령의 권력까지 수단으로 쓰는 총체적 불법을 저질렀다"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합병비율을 조작했고,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박근혜-최순실에게 뇌물 청탁을 해 국민연금이 조작합병에 가담하게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5시 45분께 논평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그룹승계를 위한 뇌물제공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던 사법부가, 해당 승계과정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가지고 사안을 판단한 것인지 의문스럽다"라며 "주주를 무시하는 재벌·대기업의 경영과 불투명한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의 여망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삼성 일벌백계 하겠다던 윤석열·한동훈 입장 밝혀야"

한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도 나왔다.

앞서 꾸준히 이재용 회장과 삼성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 및 회계법인 등을 압수수색하며 일벌백계하겠다던 윤석열, 한동훈 검사는 오늘의 사법부 판단에 대해서 분명히 대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이재용 회장의 수사와 기소를 책임졌던 인사들은 지금 모두 현 정부에 있다. 총선이 급해 부산에서 이재용 회장과 함께 떡볶이와 오뎅을 먹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이재용 회장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김경율 비대위원의 생각도 궁금해진다"며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한 검사들이 대통령되고 법무부 장관이 되어 있고 재판 중인 재벌총수가 이런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니 사법부 판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또 "이 회장의 부당승계 의혹은 그야말로 총체적인 '금융 적폐' 그 자체였다. 공정한 시장경제를 위해서라도 더는 이러한 국민 능욕과 재벌총수 감싸기가 계속되어서는 곤란하다"면서 "오늘 사법부의 판단은 정말 유감이다. 승계를 위해서는 주주 자본주의를 걷어차도 된다는 신호를 주식시장에 주는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같은 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밝혔다.

참고로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은 2017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최대 성과였다. 당시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 이재용 회장 사이에 승마선수인 최씨의 딸 정유라씨 비호와 K스포츠·미르재단 후원 문제가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맞바꿈됐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2019년 8월 대법원은 이 사실관계를 확정했다(관련 기사 : '삼성 이재용은 피해자' 프레임 어떻게 깨졌나 https://omn.kr/1kozq).

국정농단 수사팀장 윤석열, 이재용 회장을 구속시켰던 한동훈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과 3차장, 검찰총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위치가 달라진 뒤 삼성 뇌물죄 사건의 본류인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칼을 댔다. 핵심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도록 '조작'됐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역시 그 일환이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소 자체도 수사심의위를 거쳐 가까스로 이뤄졌고, 검찰의 공소유지도 순탄하지 않았다. 그 사이 이재용 회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가석방으로 풀려났고, 윤석열 정부에서 사면·복권됐다.  
 
태그:#이재용#삼성#경영권불법승계의혹#정경유착#유전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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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최근 북 순항미사일 발사는 성능시험 목적”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4.02.05 13:29
  •  
  •  수정 2024.02.05 13:32
  •  
  •  댓글 0
 

“합참은 북한의 그러한 순항미사일 발사가 무기 개발을 위한 성능시험 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합참) 공보실장이 5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최근 수차례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했고 그것을 공개해 왔다”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과거에 그러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달 24일과 28일 각각 서해상과 동해상으로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을 시험발사했다. 30일 서해상으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을 발사했으며, 2일 서해상에서 ‘순항미사일 초대형 전투부 위력시험’ 등을 실시했다.

이성준 공보실장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은 쓰임새와 목적이 다르다. 따라서 목적과 의도에 대해서는 더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량파괴무기(WMD)인 탄도미사일과 달리 정밀타격무기인 순항미사일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따른 금지 대상이 아니다. 

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4일 신원식 국방장관의 ‘정권 종말’ 발언을 겨냥해 “전쟁 중에 있는 두 적대국 관계에서 이러한 폭언이 노골적인 선전포고로 되고 물리적 충돌의 기폭제로 되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남음이 있다”고 비난한 데 대해,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가 추가로 드릴 입장은 없다”고 대꾸했다.

5일 브리핑하는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사진 갈무리-e브리핑]
5일 브리핑하는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사진 갈무리-e브리핑]

일본 정부가 ‘지난달 북한이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 실시간 경보 정보 공유가 잘 이뤄졌다’고 평가했는데 한국엔 어떤 이익이 있느냐는 의문에 대해, 전 대변인은 “그걸 공식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여러 가지 유용성에 대해서 설명했던 바 있다”고 피해갔다.

“일본 자위대가 가지고 있는 감시자산 그런 것들에 대한 것, 그다음에 탐지 각도 이런 걸 가지고 저희가 필요한 부분에서 서로 상호 보완할 점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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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브리핑] 한동훈,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



 

[총선 이슈 브리핑] 2월 4일 D-66

-새로운미래 창당, 조응천‧이원욱 의원 불참

-‘목련 피는 봄, 김포’, 내년 봄 착각?

-마리 앙투아네트, 김경율 결국 불출마

-문재인, 이재명에 ‘명문정당’ 강조

새로운미래 창당, 조응천‧이원욱 의원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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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탈당파 중심의 미래대연합과 새로운미래가 ‘새로운미래’라는 당명으로 창당을 선언했다. 공동대표는 김종민 의원과 이낙연 전 총리가 맡았다. 하지만 민주당을 함께 탈당한 미래대연합 조응천‧이원욱 의원은 불참했다.

두 의원은 입장문에서 “수평적 통합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묻지마 통합을 위해서 몸을 던지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간만 이동하는 통합은 불협화음만 낳을 뿐”이라며, “더 큰 통합을 위해 뛰겠다”라고 다짐했다.

한편 조응천 의원이 ‘새로운미래’ 당대표로 유력했다가 막판에 이낙연·김종민 공동대표 체제로 급선회한 것이 두 의원의 이탈 이유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동훈,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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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를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된다”며 ‘메가서울’과 경기분도 공약을 다시 꺼내들었다.

이에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은 “‘목련 피는 봄’이 무슨 1년쯤 남았다고 생각하는 건가?”라며 “ ‘목련 피는 봄’에 해야 할 것은 김포시 편입이 아니라 ‘김건희 특검’”이라고 일갈했다.

홍 대변인은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김포시 주민투표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주민투표법’은 공직선거 60일 전부터 주민투표 청구 서명을 요청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문에 올 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불가하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반대입장을 표명했던 오세훈, 유정복, 홍준표 등 당내 주요 광역단체장과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기북도에서 김포, 구리, 고양, 의정부를 떼어내면 절반 가까이가 사라지는 것인데 경기북도에 해당하는 주민들이 이런 형태의 분도를 원할지 의문”이라며 “메가서울과 경기북도 분도 동시추진은 결국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둥근 사각형과 같은 모순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마리 앙투아네트, 김경율 결국 불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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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가방을 수수한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의 난잡한 사생활’에 비유했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 결국,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동훈 위원장이 직접 김 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발표한 지 18일 만의 번복이다.

김 위원은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제 결심”라고 애써 강조했지만, 용산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대통령실이 여당 당직에 이어 총선 공천까지 개입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를 종용한 사실이 드러나 현재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와 선거관여 금지 위반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이 접수된 상태다.

 

문재인, 이재명에 ‘명문정당’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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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이재)명문(재인)정당’을 언급하며 “우리가 하나된 힘으로 왔는데 총선 즈음에 친명, 친문으로 나누는 프레임이 있어 안타깝다”라며 단합을 강조했다. 이어 “선거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중요하다. 그래서 단결해야 한다”라며, 총선승리를 주문했다.

이에 이 대표는 “용광로처럼 분열과 갈등을 녹여내 단결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강호석 기자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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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국가청렴도 하락 이유? 민주주의 후퇴 때문"

24.02.05 07:19l최종 업데이트 24.02.05 09:52l김성수(wadans)


[인터뷰]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대표 "부패에 대한 리더의 분명한 입장 필요"지난 1월 30일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인 한국투명성기구는 '2023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국가청렴도)'를 발표했다. 한국은 100점 만점에 63점으로 지난해와 같은 점수였고 국가순위는 전체 180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32위를 차지해 한 계단 하락했다. OECD 가입 38개국 중에서는 22위로 지난해와 같은 순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 동안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10점 상승했고 순위는 21계단 상승했다. 하지만 2023년 순위는 7년 만에 하락했다(관련 기사: 7년만에 첫 하락한 국가청렴도... 권익위는 상반된 입장 https://omn.kr/27b89 ).

한국투명성기구는 이에 대해 "사회 상층의 부패가 핵심적인 사회문제로 지적되어 왔으며, 우리나라의 부패가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로 특징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반부패 청렴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지난달 30일부터 2월 2일까지 한국투명성기구 대표 이상학 박사와 '7년 만에 하락한 부패인식지수 순위'와 관련해 서면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국회 윤리특위, 역할 하는지 의문... 부패에 대한 경각심 사라져"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공동대표가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회의실에서 2023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발표하고 있다. 2024.1.30
▲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공동대표가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회의실에서 2023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발표하고 있다. 2024.1.30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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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한국의 부패인식지수가 7년 만에 하락한 주요원인이 어디에 있나고 보나?

"촛불운동 이후 부패를 추방하기 위한 시스템이 도입되고 부패에 대한 경각심이 사회 전반에 널리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가 빠르게 개선되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상승이 정체되거나 일부 후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승세가 멈추고 국가순위가 하락한 것은 사회 전반의 민주주의 후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정부와 정당의 운영에서 민주주의적인 원칙이 후퇴하고 있으며 공정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에서 우선 원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다음으로는 사회 상층에서 보이는 불공정과 부패다. 흔히들 말하는 '내로남불'이 대표적이겠다. 정치인과 재벌들, 고위공직자들의 불공정 행위와 부패가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그러했고 현 정부에서는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그리고 촛불운동 이후에 진행되었던 제도적인 조치가 약화 되거나 제도의 작동이 잘되지 않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가장 대표적인 제도로는 청탁금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을 들 수 있다. 청탁금지법의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에서 문제가 되는 선물이나 식사비는 직무관련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문제가 있는 조항인데, 문재인 정부 후반부부터 계속 완화하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국회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공무원이나 고위직 공직자들이 핵심이다. 그런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얼마나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을 막는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계속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선관위와 같은 헌법기관이나 정무직 고위공무원의 이해충돌이 어느 정도 제어되는지에 대한 의문도 많다. 선관위에서 채용특혜가 불거졌지 않나. 국회 청문회에서 드러나는 공직자와 권력자들의 행태를 보면서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부패 수준을 어떻다고 판단할까. 

국정농단사태를 불러왔던 부패에 대한 경각심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정권 핵심부 인사들과 정치인, 재벌 기업인은 물론이고 소위 힘 있는 사람들이 그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촛불운동 이후 제도화 되었던 반부패 제도 장치들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부패인식지수는 이러한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가 한국의 특징"
 
윤석열 대통령이 1월 31일 열린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31
▲  윤석열 대통령이 1월 31일 열린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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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패 문제와 관련 윤석열 정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가장 큰 문제는 리더십에서 찾아야 한다. 리더가 부패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과연 윤석열 대통령은 그러한가? 자신과 주변에 대해서 제기되는 의혹을 앞장서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 상태에서 반부패 리더십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 올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인가. 

"2023년 부패인식지수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정치와 경제영역의 점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를 산출하는 원천자료 10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와 정치영역을 측정하는 원천자료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부패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영역이 정치부문과 경제부문이라는 점, 그리고 이들 영역에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다. 미국 정치학자 마이클 존스턴은 우리나라의 부패 유형을 '엘리트 카르텔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치와 경제 사이의 의심스러운 거래, 인·허가나 법원 판결 등에서의 부패를 측정하는 지표들이 대표적으로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일 수 있다.

이들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2023년 나빠졌다. 이 지표들이 전체 점수를 낮추는 측면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이 지표들이 우리나라의 부패를 보여주는 핵심적인 지표들이라는 점이다. 이 지표들이 개선되는 것이 전체 점수 개선 보다 더 중요하다."

-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과 관련 지난 1월 25일 영국 BBC가 <영부인의 디올백이 국가 리더십을 흔들다.(First lady's Dior bag shakes country's leadership.)>라 보도했다. 지난 1월 2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보도했다(<2200달러 디올 핸드백이 한국 여당을 뒤흔들다.(A $2200 Dior Handbag Shakes South Korea's Ruling Party.)>. 지난 1월 27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김 여사 의혹을 전하며 "윤 대통령이 집권 2년도 되기 전에 통찰력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외신 보도를 접하고 드는 생각은?

"국내 언론이 이 사건을 다루는 것과 외신들이 다루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 국내에서는 청탁금지법 위반이나 함정이라는 내용이 많은 반면에, 외신들은 정치와 정권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수준이 상당히 다르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디올 가방 등) 수수와 관련 지난해 12월 19일 청탁금지법과 공무원행동강령 등의 위반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국민권익위에 신고한 참여연대는 지난 1일 오전 국민권익위 정부합동민원센터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익위가 지금까지 사실상 어떤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며 엄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성역인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디올 가방 등) 수수와 관련 지난해 12월 19일 청탁금지법과 공무원행동강령 등의 위반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국민권익위에 신고한 참여연대는 지난 1일 오전 국민권익위 정부합동민원센터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익위가 지금까지 사실상 어떤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며 엄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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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외신보도들도 향후 한국 부패인식지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단편적인 부패사건이 부패인식지수에 주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시스템 작동과 관련된 사건이거나, 또는 부패사건을 처리하는 정권의 태도나 수사와 처벌 등 관련 시스템의 작동이 부패인식지수에 주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핵심은 이 사건이 일어난 메카니즘과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있다. 권력 핵심부 주변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졌던 부패라는 점, 그리고 정권과 관련 당국이 이 부패사건을 다루는 태도와 처리방식은 부패인식지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 언론 자유와 부패문제의 연관성을 어떻게 보나?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 곰팡이가 자란다. 나쁜 일을 하는 사람들은 햇살이 들지 않는 엄습한 곳을 좋아한다. 언론이 바로 이러한 햇볕의 역할을 조금은 하지 않나? 언론이 사명감을 가지고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면 어두운 곳이 더 많이 드러날 것이다."

- 부패가 심한 나라와 청렴한 나라들의 특징은?

"청렴도가 높은 나라들의 특징은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고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잘 작동한다는 것은 사회시스템이 기본적으로 공정한 게임의 룰에 따라 움직인다는 의미다. 상거래를 비롯해 채용과 같은 과정이 공정하고, 국가는 물론이고 기업을 비롯한 각종 조직의 운영에서 각 기관이 맡은 역할에 충실하고 견제와 균형이 원활하게 작동한다. 이러한 시스템의 작동이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공동체의 가치와 잘 조화되는 것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부패한 나라는 정권을 비롯한 사회 각 부문의 권력자들이 권력을 남용하고 사회 운영에서 공정과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는 가치를 깨뜨리거나 침해하는 특징이 있다. 특정 집단이 카르텔을 형성해 권력을 주무르는 경우도 있다. 몰론 그 모습은 각양각색일 수 있다."

- 검사 출신 김홍일 전 권익위원장이 최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논란이다.  대한민국을 두고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우리사회의 대표적 엘리트 집단이고 검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국가운영에서 검찰이나 검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지만, 검사가 모든 일을 잘할 수는 없다. 경제는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 방송은 방송에 대한 식견과 지식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검사를 비롯한 법률전문가가 사물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으로 모든 사회문제를 잘 해결할 수는 없다. 법률전문가는 법률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기 십상이고, 검사는 검사라는 특정한 직업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볼 개연성이 크다.

또 하나의 문제는, 검찰 출신이 정치와 정부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한때 군인들이 정치와 정부를 장악한 시절이 있었다.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정부 주요 인사들이 군인으로 채워졌던 시절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는 다양한 세력이 함께 운영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성과 균형이 공익과 사회발전에 유리하다."

- 국민권익위원회는 반부패 정책 추진 대책 중 "청탁금지법 등 반부패 행위규범 내 현실과 괴리된 부분을 합리화"한다고 했지만, 이것이 공직자가 받을 수 있는 금품이나 식사비의 액수를 상향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권익위원회가 그렇게 하지 않기 바란다. 청탁금지법의 식사나 선물가액을 손대는 일은 그 파장이 생각보다 크다. 정부의 반부패의지 약화로 받아들일 개연성이 매우 크다. 촛불이후 우리사회가 부패에 대한 경각심이 어느 때 보다 높았고 그 결과가 사회전반의 반부패 분위기 조성으로 이어졌고 이는 부패인식지수의 빠른 개선으로 나타났다.

최근 1-2년 사이에 이러한 분위기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여러 가지 조사에서 이러한 현상이 목격되고 있으며 부패인식지수에서도 이 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청탁금지법의 후퇴는 이러한 경향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한국투명성기구 이상학 대표는 서울시 청렴사회 민관협의회 민간의장, 경기도 청렴사회 민관협의회 민간의장, 대한민국 열린정부위원회(OGP) 민간의장. LH공사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고용노동부 정책자문위원,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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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하는 ‘불침함대’, 기만극에 출연한 ‘전략폭격기’

 

[개벽예감 573] 고전하는 ‘불침함대’, 기만극에 출연한 ‘전략폭격기’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4/02/0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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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최강의 불침함대’를 놀라게 한 3류 군대

2. 공습기만극에 출연한 ‘최강의 전략폭격기’

3. 요즈음 국제정세의 동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1. ‘최강의 불침함대’를 놀라게 한 3류 군대

 

 

홍해와 아덴만에서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여기서 말하는 기이한 현상은, ‘최강의 불침함대(the most powerful invincible fleet)’로 자처하는 미 제국 항모타격단이 예멘의 안사르 알라 무장군(Ansar Allah Armed Forces)과 맞붙은 전투에서 고전하는 것을 말한다. 백악관과 펜타곤은 ‘최강의 불침함대’가 고전하는 꼴을 슬금슬금 감추고 있지만,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미 제국 언론매체들에 실린 보도사진에서 안사르 알라 무장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각양각색 아랍인 전통 복장을 하고, 잠비야(Jambiya)라고 부르는 전통 단검을 허리춤에 한 자루씩 차고,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에 흙먼지 묻은 양가죽 쌘들(sandal)을 신었다. 군모, 군복, 군화를 착용한 군대가 아니다. 그래서 무장군이라 부른다. 육군, 해군, 공군을 두루 갖춰야 정규군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전투기나 헬기가 한 대도 없고, 전투함도 단 한 척이 없으며, 전차나 장갑차도 갖지 못한 후줄근한 민병대 수준의 지상군 전투부대만 있으니, 영락없는 3류 군대다. 오죽했으면, 미 제국이 그들을 ‘후티 반군(Houthi Rebels)’이라고 부르겠는가. 

 

그에 비해, 미 제국 해군 제2항모타격단의 무장력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굉장하다. 핵추진 항공모함 1척, 미사일 순양함 1척, 미사일 구축함 4척, 핵추진 잠수함 1척, 보급지원함 1척으로 편성되었다. 제2항모타격단의 지휘함인 100,000t급 핵추진 항공모함 드와잇 아이젠하워호(USS Dwight D. Eisenhower)는 함재기 약 80대와 작전 헬기 약 10대를 가득 싣고 대서양이 좁다하게 활개를 치며 싸돌아다닌다. 항공모함을 따라다니는 전투함 5척은 9,600t급 미사일 순양함 필리핀씨호(USS Philippine Sea), 9,200t급 미사일 구축함들인 그레이블리호(USS Gravely)와 메이슨호(USS Mason), 6,900t급 미사일 구축함들인 카니호(USS Carney)와 라분호(USS Laboon)다. 거기에 더하여 핵추진 잠수함 1척도 바다 속에서 항공모함을 졸졸 따라다닌다. 제2항모타격단의 무장력은 웬만한 나라의 전체 무장력을 능가할 만큼 엄청나다.

 

‘최강의 불침함대’로 자처하는 제2항모타격단이 전투함을 한 척도 갖지 못한 3류 군대를 상대로 싸우는 것 자체가 대제국의 체면을 왕창 깎아내리는 ‘창피 사건’인데, 전투가 벌어지면 제2항모타격단이 3류 군대를 단숨에 제압할 줄 알았더니, 제압은커녕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 군사학의 일반 이론으로는 해석할 수 없다. 이런 기이한 현상을 분석, 고찰하려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민중을 살육하는 극악무도한 전쟁범죄를 중단시키기 위해 화물선들이 홍해와 아덴만을 드나들지 못하게 봉쇄했다.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려고 페르샤만에서 홍해에로 긴급 이동 배치된 미 제국 제2항모타격단을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자폭무인기로 공격하고 있다.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이스라엘의 살육만행과 무관한 중국의 화물선이나 로씨야의 화물선은 홍해를 무사통과하도록 특별히 배려했다. 2024년 1월에 들어와 안사르 알라 무장군과 미 제국 제2항모타격단의 불꽃 튀는 타격전은 다음과 같이 벌어졌다. 

 

1월 9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홍해 남부 해역과 아덴만을 향해 지대함 미사일 3발을 발사하고, 자폭무인기 20대를 발진시켰다. 당시 그 해역에서는 화물선과 유조선 약 50척이 항행하고 있었다. 제2항모타격단은 황급히 반항공망을 가동하여 미사일과 자폭무인기를 요격했다. 

 

1월 12일 공습에 나선 미 제국은 예멘 각지에 있는 군사시설 10개소를 73차례 집중폭격했다. 항공모함 드와잇 아이젠하워호에서 출격한 함재기들이 정밀유도폭탄 150발을 발사했고, 제2항모타격단에 배속된 미사일 구축함들과 잠수함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60발을 발사했다. 영국 공군도 전투기 4대를 출격시켜 공습에 가담했다. 이것이 제1차 대공습이다. 미 제국 국방부는 제1차 대공습으로 타격 대상의 약 90%를 완전히 파괴했거나 손상을 입혔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그들의 큰소리는 큰 헛소리에 불과했다.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운용하는 미사일 발사대차들은 미 제국의 공습을 피해 신속히 자취를 감추었고, 지상에 고정되어 대피할 수 없는 무장 장비 20~30%만 파괴되거나 손상을 입었을 뿐이다. 안사르 알라 대변인은 미제국의 대공습으로 자국인 5명이 사망했고, 6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제1차 대공습을 받은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경미한 피해만 입었다는 것을 알게 된 미 제국은 대공습을 감행한 바로 다음 날인 1월 13일 홍해에 배치된 미사일 구축함 카니호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집중 발사해 안사르 알라 무장군의 레이더기지를 공습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공습은 실패했다. 예멘 정보부 차관은 미 제국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으나, 레이더기지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강의 불침함대’가 그처럼 많은 정밀유도폭탄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집중발사했으면, 3류 군대는 전투를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을 만큼 인명 손실과 시설 피해를 입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그들은 경미한 피해만 입었다. 군사학의 일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런 기이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2024년 1월 23일 미 제국 일간지 월스트릿저널 보도에서 그 의문을 풀어줄 단서를 찾아냈다. 보도에 의하면,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이란혁명수비군으로부터 미제국의 공습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미사일 발사대차와 이동식 레이더를 전부 안전지대로 대피시킨다는 것이다. 

 

미 제국 항모타격단의 제1차 공습이 사실상 실패로 끝나자, 이번에는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반격을 시작했다. ‘최강의 불침함대’를 놀라게 한 3류 군대의 반격은 다음과 같이 전개되었다.

 

2024년 1월 14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홍해 남부 해역을 지나던 미 제국 미사일 구축함 라분호를 향해 지대함 순항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그런데 라분호는 이 순항미사일이 자기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때마침 인근에서 비행하던 미 제국 전투기가 구축함 라분호를 향해 날아가는 순항미사일을 발견하고 공대공 미사일을 황급히 발사해 요격했다. 

 

1월 15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홍해에 인접한 아덴만을 지나던, 미 제국 선박회사가 소유한 산적화물선(bulk carrier) 지브롤터 이글호를 향해 발사한 지대함 탄도미사일 1발이 명중했다. 

 

1월 16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홍해 남부 해역을 지나던, 그리스 선박회사가 소유한 산적화물선 암브라호를 향해 발사한 지대함 탄도미사일 1발이 명중했다. 

 

1월 17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아덴만을 지나던, 미 제국 선박회사가 소유한 산적화물선 제코 피카르디호를 향해 자폭무인기 여러 대를 동시에 발진시켜 그 화물선의 좌현을 타격했다. 

 

1월 18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홍해 남부 해역을 지나던, 미 제국 선박회사가 소유한 유조선 쳄 레이전호를 향해 지대함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는데, 미사일은 빗나가 유조선 부근 해상에 떨어졌다. 

 

1월 22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아데만을 지나던, 미 제국 군수 해운사령부가 임차한 17,000t급 대형 수송선 오션 재즈호를 향해 발사한 지대함 탄도미사일이 명중했다.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미사일 공격과 자폭무인기 공격을 거의 매일 계속하자 백악관은 제2항모타격단에 제2차 대공습을 명령했다. 

 

1월 22일 미 제국 항모타격단은 안사르 알라 무장군의 군사 거점 8개소를 여덟 차례에 걸쳐 공습했다. 제1차 대공습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제2차 대공습에서도 항공모함 드와잇 아이젠하워호에서 출격한 함재기들이 정밀유도폭탄을 발사했고, 항모타격단에 배속된 미사일 구축함들과 잠수함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나 제2차 대공습도 실패로 끝났다. 미 제국 국방부는 제2차 대공습에서 어떤 전과를 거두었는지 발표하지 못했고, 안사르 알라 무장군도 공습피해에 관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2024년 1월 23일 미 제국 국방부 관계자는 두 차례에 걸친 대공습으로 안사르 알라 무장군의 무장력 약 20%를 제거했다고 월스트릿저널 취재기자에게 말했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  

 

제2차 대공습을 받은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제2차 반격에 나섰다.

 

1월 24일 미 제국 선박회사가 소유한 화물선들인 머스크 디트로잇호와 머스크 체서픽호가 미 제국 미사일 구축함 그레이블리호의 호위를 받으며 아덴만을 지나고 있었다.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구축함 그레이블리호를 향해 2시간 동안 지대함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구축함은 자기를 향해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 

 

1월 26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아덴만을 지나던 미 제국 미사일 구축함 카니호를 향해 지대함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으나, 구축함 카니호는 자기를 향해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 

 

1월 27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이 아덴만을 지나던, 영국 선박회사가 소유한 유조선 말린 루안다호를 향해 발사한 지대함 탄도미사일 1발이 명중했다. 이튿날 아덴만에서 인디아 해군 7,400t급 구축함 비사카파트남호(INS Visakhapatnam)는 미사일 타격을 받고 구조요청신호를 보낸 유조선 말린 루안다호에서 선원 23명을 전원 구조했다.  

 

1월 29일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아덴만을 지나던, 미 제국 해군 소속 90,000t급 초대형 원정 이동기지선 루이스 풀러호(USS Lewis B. Puller)에 지대함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집중발사했다. 미 제국 해군은 루이스 풀러호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1월 30일 밤 안사르 알라 무장군은 아덴만을 지나던 미 제국 미사일 구축함 그레이블리호를 향해 또 다시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구축함은 순항미사일이 날아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가, 그 미사일이 1.5km 밖까지 날아왔을 때, 구축함을 타격하기 불과 2~3초 전에 포착하고 황급히 팔랑스 속사포(Phalanx CIWS)를 발사해 요격했다. 팔랑스 속사포의 유효 사거리는 1.5km이므로, 유효 사거리에서 간신히 요격한 것이다. 미 제국 해군 출신 전문가는 그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순항미사일을 요격하면, 미사일 파편이 구축함까지 날아가 손상을 입혔을 수 있다고 말했다. 

 

 

2. 공습기만극에 출연한 ‘최강의 전략폭격기’

 

알 하쉬드 알 샤아비(Al Hashd al Shaabi)는 이라크 각지에서 활동하는 반미민병대들이 2014년에 결집한 군사협동체의 이름이다. 그 이름은 대중동원군이라는 뜻이다. 반미민병대 67개가 이 군사협동체에 가입했는데, 총병력은 약 230,000명이다. 이 군사협동체에 가입한 반미민병대들 중에서 카타이브 헤즈볼라(Kataib Hezbollah), 아사이브 아알 알-하크(Asaib Ahl al-Haq), 하라카트 헤즈볼라 알 누자바(Harakat Hezbollah al-Nujaba), 카타이브 사이이드 알 슈하다(Kataib Sayyid al-Shuhada)는 2020년에 시아파 반미민병대들끼리 뭉친 연맹체를 결성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이라크 이슬람 저항(Islamic Resistance in Iraq)이다. 

 

이라크 이슬람 저항은 쿠드스군(Quds Force)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었다. 쿠드스군은 이란혁명수비군이 1988년에 창설한 해외 주둔 특수작전부대다. 쿠드스군 병력은 5,000명이다. 반미민병대 연맹체인 이라크 이슬람 저항이 쿠드스군과 직접 연계되었다는 말은, 쿠드스군으로부터 무기조달, 군사훈련, 재정지원, 병참지원, 정보제공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라크 이슬람 저항에 소속된 4개의 반미민병대 중에서 가장 강한 무장력을 가진 반미민병대는 카타이브 헤즈볼라다. 이 반미민병대는 2003년 10월 미제국이 도발한 이라크 침략전쟁 중에 창설되었는데, 이라크를 침공한 미제침략군을 상대로 20년 동안 맞서 싸운 전투 경험을 가지고 있다.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의 총병력은 약 30,000명으로 추산된다.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가 추구하는 목적은 이라크에서 미제침략군을 몰아내고 이란과 결속한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려는 것이다. 현존 이라크 정부는 이란과 미 제국 사이에서 중립노선을 지키고 있는데,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는 중립노선을 폐기하고 이란처럼 반미노선을 견지하는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투쟁한다.

 

미 제국은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2009년에 ‘테러단체’로 규정했다. 미 제국이 어떤 교전단체를 ‘테러단체’ 목록에 올려놓은 것은 그들을 죽여 버리겠다는 살해선언이나 마찬가지다. 반미민병대가 미 제국을 상대로 결사 항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이라크 이슬람 저항에 속한 4개의 반미민병대는 팔레스타인에서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일어난 직후인 2023년 10월 18일 하마스를 지원해주기 위한 반미-반이스라엘 무장투쟁에 나섰다. 그동안 그들은 이라크, 요르단, 수리아에 있는 미제국군과 이스라엘군을 150차례 이상 계속 공격했다. 

 

그런데 이라크 반미민병대의 무장력은 예멘의 안사르 알라 무장군보다 더 약하다. 반미민병대는 살상력이 약한 로켓포, 박격포, 자폭무인기, 기관포, 유탄발사기, 자동보총밖에 갖지 못했고, 허름한 철공소 같은 무기제조소에서 선반, 망치, 줄칼로 만들어 도로에 매설하는 급조폭발물을 사용한다. 무장력이 빈약한 반미민병대가 세계적인 ‘강군’으로 자처하는 미 제국군과 이스라엘군을 공격했으니, 몇 명의 부상자만 발생하는 경미한 피해만 입혔을 뿐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 사건은 다음과 같다. 이라크-요르단-수리아 3개국 국경이 만나는 요충지에 요르단 영토인 룩반(Rukban)이라는 지역이 있다. 미 제국이 중동을 무력으로 지배하기 위해 건설한 전초기지가 룩반에 있다 그 전초기지가 ‘타워(Tower) 22’다. 

 

2024년 1월 17일 밤,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가 ‘타워 22’를 향해 폭탄을 장착한 자폭무인기를 날려 보냈다. 원래 그 전초기지에는 적들이 날려 보낸 자폭무인기를 격추하는 카요티(Coyote) 무인기요격망이 24시간 작동되기 때문에, 야간에도 자폭무인기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날 밤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가 날려 보낸 자폭무인기가 카요티 무인기 요격망을 뚫고 들어가 전초기지에 있는 전투원 막사를 직격한 것이다. 막사 안에서 잠을 자고 있던 미 제국군 병사 3명이 현장에서 즉사하고, 4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노련한 전투 경험을 가진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는 그날 밤 미 제국군 무인정찰기가 야간 정찰비행을 마치고 전초기지로 돌아가는 시간에 맞춰 자폭무인기를 날려 보냈다. 그랬더니 전초기지 경계부대는 그 자폭무인기를 자기들의 무인정찰기로 오인했고, 그래서 카요티 무인 요격망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2024년 1월 21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백악관 상황실에 전투상황 보고가 도착할 때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참모들은 혹시 이번에 미 제국군 전사자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노심초사한다고 한다. 그런데 2024년 1월 27일 밤에 반미민병대의 자폭무인기 공격을 받고 미 제국군 3명이 사망하고, 40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니, 백악관이 받은 충격은 컸다. 

 

2024년 1월 31일 백악관은 이번 자폭무인기 공격을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의 소행으로 특정하고 보복 의지를 밝혔다. 2024년 2월 1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미 제국 합동참모본부 작전국이 작성한 보복 타격계획을 승인했다. 미 제국이 반미민병대에 대한 보복 타격을 과연 어떻게 감행할 것인지 전 세계의 시선이 일제히 이라크로 집중되었다. 

 

2024년 2월 2일 오후 7시 40분경 미 제국 본토 텍사스주에 있는 다이어스 공군기지에서 정밀유도폭탄을 가득 실은 B-1B 전략폭격기 2대가 이륙했다. B-52H 전략폭격기의 폭장량은 31.5t밖에 되지 않는데, B-1B 전략폭격기의 폭장량은 56.7t이나 된다. 미제국이 ‘최강의 전략폭격기’라고 추켜세울 만하다.  

 

그날 밤 B-1B 전략폭격기 2대는 9,600km의 항로를 7시간 11분 동안 비행한 끝에 2024년 2월 3일 오전 3시경 이라크-수리아-요르단 국경지대 상공에 진입해 정밀유도폭탄 125발을 무더기로 발사했다. 미 제국이 안사르 알라 무장군을 공격할 때는 항모타격단을 동원하고, 이라크 반미민병대를 공격할 때는 전략폭격기 편대를 동원한다. 

 

존 커비(John F. Kirby)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백악관 출입 기자들에게 이라크의 3개소와 수리아의 4개소에 있는 85개 시설물을 30분 동안 폭격한 이번 공습이 “성공적”이었는데, 공습으로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나왔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가 인명손실에 관해 발표했다. 발표에 의하면, 미 제국 B-1B 전략폭격기 2대의 야간 공습으로 이라크-수리아-요르단 국경지대에 있는 이라크 영토 안바르(Anbar)의 아카샤트(Akashat) 마을에서 알 하쉬드 알 샤아비 반미민병대 지휘소가 파괴되어 전투원 16명이 사망했고, 안바르(Anbar)의 알 카임(Al-Qaim)시 외곽에서는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가 무기고로 사용했던 가옥 3채가 파괴되었다고 한다. 수리아 정부는 이번 야간 공습으로 민간인과 전투원 23명이 사망했고, 사회기반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당시 야간 공습 상황을 좀 더 깊이 파고 들어가면, 예상치 못한 그림이 나타난다. 백악관이 발표한 대로, 만일 새벽 3시에 집중발사한 정밀유도폭탄 125발이 85개 타격 대상에 명중했다면, 현장에서 반미민병대 전투원 100명 이상이 사망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라크에서 반미민병대 전투원 16명이 사망했고, 수리아에서 반미민병대 전투원과 민간인 23명이 사망했다. 수리아 국경지대에 있는 반미민병대의 인명손실이 이라크 국경지대에 있는 반미민병대의 인명손실보다 컸고, 수리아 국경지대의 시설피해도 이라크 국경지대의 시설피해보다 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연유를 파헤쳐보자.

 

1)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 본부는 국경지대에 있는 게 아니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Baghdad)에서 남쪽으로 약 50km 떨어진 주르프 알사카르(Jurf al-Sakhar)에 있다. 그러므로 미 제국은 이번에 주르프 알사카르에 있는 반미민병대 본부를 공습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제국은 바그다드에서 북서쪽으로 약 330km 떨어진 알 카임(Al-Qaim)시 외곽에 있는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의 작은 주둔지를 공습했다. 그 주둔지는 미 제국 공군이 2024년 1월 23일에 이미 한 차례 폭격한 곳이다. 그래서 지금은 거의 폐허화되었다.

 

미 제국은 정작 폭격했어야 할 본부는 그대로 놔두고, 거기에서 약 330km나 떨어진, 이전에 공습을 받아 거의 폐허화 된 변방의 작은 주둔지를 폭격하는 척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미제국은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가 과거에 변방의 무기고로 사용했었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폐가 3채를 공습으로 파괴해놓고 그것을 ‘보복 공습’이라고 떠들어댄 것이다. 미제국은 아무 것도 없는 폐가 3채를 파괴하기 위해 B-1B 전략폭격기 2대를 출동시켰고, 값비싼 정밀유도폭탄을 마구 발사했다. 그리고 폐가 3채를 파괴한 것을 마치 전과를 거둔 것처럼 둘러대면서 세상을 속였다.  

 

2) 미 제국의 어설픈 기만극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존 커비는 백악관 출입 기자들에게 이번에 야간 공습을 실행하기 전에 야간공습계획을 이라크 정부에 미리 통보했다고 밝혔다. 공습하기 전에 공습계획을 미리 알려주다니,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흥미로운 것은,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가 이라크 정부 산하 보안군에 정식으로 편입되었다는 사실이다. 보안군 소속 전투부대들은 이라크 총리의 지휘를 받으며, 이라크 정부에서 보안군 월급도 받는다.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는 합법적인 교전단체다. 그래서 그들은 정당을 건설하여 2021년 총선에서 여러 의석을 차지하고, 원내 정당으로 등장했다. 이런 사정을 보면, 이라크 정부와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가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미 제국이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의 변방 주둔지를 공습하기 전에 야간공습계획을 이라크 정부에 미리 통보해주었다는 것이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이라크 정부는 미 제국의 야간공습계획을 당연히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에 알려주었을 것이다. 그러면 카타이브 헤즈볼라 반미민병대는 미 제국 공군의 야간 공습을 받게 될 현장에서 대피했을 것이다. 그래서 인명 손실이 적었다. 

 

그와 달리, 미 제국은 이번에 야간 공습을 감행하기 전에 수리아 정부에는 야간공습계획을 미리 통보하지 않았다. 그래서 수리아 반미민병대는 자기들이 공습대상으로 정해진 것을 모르고 있다가, 야간 공습을 받는 바람에 이라크 반미민병대보다 더 많은 인명 손실을 입었다. 

 

주목되는 것은, 이번에 미 제국이 반미민병대가 대피할 수 있도록 야간공습계획을 사전에 알려주고 나서 B-1B 전략폭격기 2대를 미 제국 본토에서 출격시켜 변방의 주둔지를 폭격하였다는 사실이다. 세계 전쟁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만극이다. 

 

여기서 강한 의문이 생긴다. 미 제국은 왜 그런 기만극을 천연덕스럽게 연출한 것일까? 기만극에 감춰진 백악관의 저의는 무엇일까?

 

위에 서술한 것처럼, 이란혁명수비군 산하 쿠드스군은 4개의 반미민병대 연맹체인 이라크 이슬람 저항에 무기 조달, 군사훈련, 재정지원, 병참 지원, 정보제공을 비롯한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준다. 이란은 이라크를 점령한 미제 침략군을 하루빨리 몰아내고 이란과 결속한 새로운 정부를 이라크에 세울 수 있도록 반미민병대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라크가 반미동맹국으로 재건되면, 이란-이라크-수리아-예멘 4국 동맹이 자기들의 “철천지 원수”인 이스라엘을 고립시키고, 압박을 가할 유리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란의 전략목표다. 

 

그런데 만일 미 제국 공군이 B-1B 전략폭격기 편대를 출동시켜 이라크 이슬람 저항을 궤멸시키면, 이란은 자기의 전략목표를 실현할 수 없게 된다. 이란이 그런 절망적 상황에 빠지면, 이란혁명수비군은 중동 각지에 건설된 미 제국 군사 기지들을 공격하는 보복을 단행할 것이다. 이것은 이란과 미 제국의 정면충돌을 불러와 중동전쟁이 폭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제국은 이란의 전략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미 제국은 이란이 전략목표를 실현하지 못하게 방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란을 너무 극도로 자극해 이란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 미 제국의 중동전략은 이란의 전략목표 실현을 적당한 선에서 방해하고 전면전을 피하는 것이다. 미제국이 이번에 연출한 공습기만극은 미제국이 이란의 전략목표 실현을 적당한 선에서 방해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2023년 2월 3일 뉴욕타임스는 이번 미 제국의 야간 공습으로 중동 정세의 주도권이 이란에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월스트릿저널은 미 제국과 이스라엘을 적대하는 반미민병대들의 공격을 미 제국의 힘으로 막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미 제국이 하마스와 정전협정을 체결하도록 이스라엘을 강하게 견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이란의 전략적 승리와 미 제국의 전략적 패배를 예고해주는 징후들로 보인다.

 

 

3. 요즈음 국제정세의 동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요즈음 국제정세의 동향을 살펴보면, 두 가지 특이한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눈에 띄는 현상은 반제국주의 진영과 제국주의 진영이 세계 곳곳에서 충돌하는 것이다. 2024년에 들어오면서 진영의 충돌은 이러다가 제3차 세계대전이 터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낼 정도로 격화되었다. 이를테면, 우크라이나에서 흑해 연안에 이르는 동유럽에서 로씨야와 벨로루씨가 연합한 반제국주의 진영은 미제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나토 산하 서유럽 제국주의 진영을 상대로 무력충돌을 벌이고 있다. 또한 페르샤만에서 아덴만을 거쳐 홍해에 이르는 중동에서 이란, 안사르 알라 무장군, 반미민병대들이 연합한 반제국주의 진영은 미 제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서유럽 제국주의 진영을 상대로 무력 충돌을 벌이고 있다. 또한 중국과 로씨야가 연합한 반제국주의 진영은 미 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가 연합한 제국주의 진영을 상대로 첨예한 군사 대결을 벌이고 있다. 한(조선)반도에서는 조선이 미 제국과 한국을 상대로 전면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제국주의 진영의 우두머리인 미 제국은 반제국주의 진영의 중심축을 형성한 조선, 중국, 로씨야, 이란을 이른바 ‘악의 축’이니 뭐니 하면서 중상비방하고, 공격과 대결을 계속하고 있다. 

 

두 번째로 눈에 띄는 현상은, 미 제국이 제국주의 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무력을 행사하는 대응 속도가 이전에 비해 상당히 느려졌고, 이전처럼 강력한 무력 행사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요즈음 미제국은 공갈이나 협박만 늘어놓거나, 제국의 체면을 차리기 위해 미적지근한 무력 행사를 하고 있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미 제국은 안사르 알라 무장군과의 무력충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이라크 반미민병대와의 무력 충돌도 이란과의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공격 수위를 낮추었다. 이런 정세변화는 미 제국이 제국주의 지배체제를 뒤흔드는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무력을 투입, 대처하는 즉응능력을 상당히 잃어버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허약한 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얼마 전까지 미 제국이 보여준 모습과는 생판 다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제국의 전쟁사를 살펴보면, 미 제국의 태도 변화가 뚜렷이 드러난다. 이를테면, 미 제국은 1950년부터 1953년까지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첫 전면전으로 폭발했던 6.25전쟁에서 강력한 무력을 행사했었고, 1961년부터 1973년까지 지속된 윁남전쟁 무력 개입에도 그러했다. 1991년 걸프전쟁에서 광란적인 무력 행사를 감행한 미 제국은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지속된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도 그러했고,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지속된 이라크전쟁에서도 그러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미 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곳곳에서 저강도 무력 침공을 도발했다. 이를테면, 1961년 꾸바 침공, 1965년 도미니까공화국 침공, 1982년 레바논 침공, 1983년 그레나다 침공, 1989년 빠나마 침공, 1993년 쏘말리아 침공, 1994년 아이띠 침공과 보스니아 침공, 1999년 꼬쏘보 침공, 2011년 리비아 침공, 2017년 수리아 내전 무력 개입 등 저강도 무력침공을 도발하였을 때도 즉시에 무력을 행사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 제국의 이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미 제국이 자랑하는 ‘최강의 무적함대’는 3류 군대와 맞붙은 타격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개망신을 당하고 있다. 미 제국은 반미민병대를 폭격하는 척하는 공습 기만극에 ‘최강의 전략폭격기’를 출연시키면서 이란의 눈치나 슬슬 살피고 있다. 미 제국의 그런 모습은 그들이 반제국주의 진영과의 전쟁을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조선, 중국, 로씨야, 이란이 연대의 손을 잡은 반제국주의 진영의 힘은 허약해진 미 제국을 누르기 시작했다. 21세기는 반제 반미 자주화의 시대로 전변되고 있다. 최근 한(조선)반도에서 격화되는 전쟁 위기를 반제 반미의 관점에서 인식할 때, 전쟁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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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한동훈 향해 “정치 신인이 나쁜 것부터 배웠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2/05 09:28
  • 수정일
    2024/02/05 09:28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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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 발언 비판 나와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 불출마 배경 분석 엇갈려

KBS와 대담한 윤석열 대통령, 어떤 말 내놓을까

 

기자명이재진 기자

  • 입력 2024.02.05 07:40

  • 수정 2024.02.05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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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낮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를 용산 집무실로 초청해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말 내놓은 발언에 정치권 공방이 치열하다. 한 위원장은 지난 3일 김포시를 찾아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4월 총선에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이끌겠다는 것인데 지난해말 국민의힘이 제기했다 비판을 받고 한발 물러선 이슈이고,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어 이번 발언은 파장이 더욱 커졌다.

가장 비판적인 종합일간지는 동아일보다. 5일 동아일보 1면 <한동훈 “김포, 목련 피면 서울 될것”… 野 “못지킬 공약 또 꺼내”> 기사에서 “사실상 폐기 수순으로 접어들던 서울 편입론을 총선용으로 급조해서 내놓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며 “편입을 위한 단계인 주민투표가 불발된 상황에서 ‘공약(空約)’을 내놓는다는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노래 가사에나 나올 법한 사기 공약으로 시민들을 현혹하려는 것인가”라고 한 반발 발언을 인용했다.

 

한동훈 위원장 발언, 사실상 불가능

동아는 “한 위원장이 최근 강조하는 공약들은 도시 한 곳에만 해당되는 국지적 이슈가 아닌, 수도권 전반이 영향을 받는 사안들로 수도권 승리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면서도 “하지만 공약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선 ‘일단 던지고 보는 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임 지도부가 내놓았던 김포시의 서울 편입 특별법이 발표 2개월여 만에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던 상황이 채 정리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한 위원장 공약이 공수표가 될 것이라는 데 방점을 찍은 내용이다.

▲ 동아일보 5일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 <韓 “목련 피는 봄 오면 김포는 서울 될 것”… 이건 또 무슨 말인가>에서도 한 위원장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동아는 “한 위원장 발언은 지난해 말 국민의힘이 꺼냈다가 사실상 흐지부지됐던 김포의 서울 편입을 다시 4·10총선 이슈로 되살리겠다는 의도로 읽힌다”면서 “당 지도부가 바뀌고 김포시의 총선 전 주민투표마저 무산되면서 공수표로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다시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불을 지피고 나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아는 “한 위원장 말대로라면 3, 4월에 목련이 피니 그때까지 김포를 서울에 편입시키겠다는 약속으로 들린다. 하지만 국회 입법까지 거쳐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특히 동아는 “지난해 여당이 발의한 특별법은 상임위에서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은 채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한 위원장도 모를 리 없다”며 “국민의힘 측은 ‘봄이 오면 좋은 진전이 있을 거라는 얘기’라고 말한다. 감성적 언어로 한껏 기대심리를 올려놓는 말장난이 아닐 수 없다. 정치 신인이 나쁜 것부터 배웠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3면 기사에서 “한 위원장이 당·지방자치단체와의 조율을 거치지 않은 채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목련이 개화하기까지는 2개월 남짓의 시간이 남았다. 김포의 서울 편입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김포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며 “김포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주민투표도 총선 전 실시가 무산됐다. 게다가 여당 내에서도 김포 서울 편입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 경향신문 3면

경향은 “(김포 서울 편입은) 법도 통과되고 해야 하는데 어떻게 3~4월에 편입이 되겠나”라며 “(한 위원장이) 그 시기에 김포가 편입된다고 한 건 아니다. 그건 불가능하다”는 국민의힘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조율이 되지 않고 논란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에 가깝다.

반면 조선일보는 4면 <한동훈 “목련 피는 봄 오면 김포는 서울 될 것”>에서 논평 없이 담담히 한 위원장 발언을 전하는데 그쳤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 불출마가 남긴 것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이날 아침종합신문이 주목한 이슈였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중순 김 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공개 지지한 바 있다. 이에 대통령실은 이를 ‘사천’이라고 하면서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김경율 위원은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된 마리 앙투아네트와 김건희 여사를 비유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에 여권은 일제히 침묵하기 시작했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만나 갈등이 봉합되는 그림이 나왔다. 그리고 김 비대위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다.

김 위원은 4일 “저는 이번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며 “서울 마포을 선거구를 포함한 4·10총선 승리를 위해 비상대책위원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아침신문은 김 위원 불출마 선언에 따라 ‘사천’ 논란이 잦아들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배경을 놓고 분석은 갈렸다.

동아일보는 친윤계로 분류된 이철규 의원이 “본인의 서울 마포을 출마 선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당의 화합, 결속에 장애 요소가 될까 봐 이런 대승적 결단을 내리신 것으로 들었다”고 말한 대목을 비중있게 다뤘다. 여권 관계자가 “자신의 발언으로 한 위원장이 좌우 양쪽에서 협공받는 구도에서 김 위원이 불출마로 한 위원장 운신의 폭을 넓혀준 측면도 있다”고 한 발언도 인용했다.

▲ 중앙일보 5면.

중앙일보도 5면 <출마 포기로 짐 덜어준 ‘한핵관’…김경율 “비대위원 역할에 충실”>에서 “사천 논란에 시달린 김 위원이 출마하면 한 위원장 입장에선 현역 의원 물갈이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여당 인사의 말을 인용하고 “한 위원장의 고육지책으로 풀이했다”고 보도했다. 한 위원장의 입지를 넓혀주기 위한 차선책으로써 무게를 둔 내용이다.

반면 한겨레는 1면 <‘김건희 도화선’ 불붙인 김경율 돌연 불출마…마포 띄운 한동훈 침묵>에서 “한 위원장이 서울 마포을 출마자로 추어올려 ‘사천 논란’이 일었던 그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 대통령실과 친윤석열(친윤)계의 압박에 한 위원장과 김 위원이 물러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신-구 권력다툼의 연장선상으로 언제든 충돌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놓은 내용이다.

한겨레는 “당내에선 ‘사천’ 논란을 고리로 한 위원장과 김 위원이 용산의 압박에 굴복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며 “향후 ‘윤심 공천’의 서막 아니냐는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이 봉합된 후 여당이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에 대한 사과 요구를 중단하고, 대표적인 한동훈표 공천이었던 김 비대위원 출마까지 접으면서 윤 대통령 직할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 경향신문 1면.

경향은 “당은 ‘윤·한 갈등’ 봉합 후 거듭 대통령실의 요구에 밀려나는 모양새가 됐다. ‘당은 당, 정은 정’이라던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만나 90도로 숙인 후 김 비대위원은 더 이상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당에서도 김 여사 사과론이 사라졌다. 이어 김 비대위원이 출마 의사를 접으면서 한 위원장이 추진했던 대표적인 민주당 저격 공천이 대통령실의 압박에 의해 무산된 셈이 됐다”고 보도했다.

경향은 사설 <김건희 공격한 김경률의 불출마, ‘윤심 공천’ 예고편인가>에서도 “한 위원장과 김 위원은 갑작스러운 불출마 결정에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며 “특히 김 위원은 한 위원장이 구상하는 ‘운동권 정치 심판’ 공천의 상징적 인물이다. 김 위원 불출마가 대통령실의 거취 압박 때문이라면 ‘한동훈식 공천’ 기조는 후퇴하고, ‘윤심 공천의 예고편’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향은 “지금도 여당 내에는 ‘윤심의, 윤심에 의한, 윤심을 위한’ 총선 공천이 될 거라는 말이 팽배하다”며 “여당이 수직적 당정관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공천도 윤심 잣대로 좌우되면 ‘용산 출장소’ 굴레를 벗을 수 없다. 유권자들의 호된 심판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KBS 대담, 윤석열 대통령 무슨 말 내놓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대통령실에서 KBS와 신년 대담 방송을 촬영했다. 신년 기자회견은 사실상 무산됐다. 아침신문도 주요 이슈로 다뤘다. 7일 방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었지만 연기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은 집권 3년 차 국정 구상을 밝히는 동시에 총선 앞 최대 악재로 거론되는 김 여사의 명품 디올 백 수수 논란 등에 대한 입장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통령실이 대응을 늦추는 사이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서도 김 여사 논란을 보도하는 등 총선 앞 ‘김건희 리스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다”라고 전했다. 어떤 형태든 대국민 소통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동아는 특히 “대통령실과 여권에서는 가방 전달 전후 사정이 정확히 전달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최재영 목사 측이 김 여사에게 디올 백을 건넨 뒤 ‘가방을 메고 공개 석상에 나와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여권 인사가 전했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친북 성향 종교인이 김 여사를 여러 차례 함정에 빠뜨리려는 공작 성격도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명품가방 수수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런 사정을 직접 언급할 가능성도 있다.

▲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 <2년째 신년 회견 회피 윤 대통령, 이래서 소통 되겠나> 통해 “KBS 대담도 생중계가 아니라 4일 촬영해 내보내는 녹화 방송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신년 회견을 조선일보 인터뷰로 대체했다”며 “여러 언론사들과 공동회견을 하게 되면 난처한 돌발 질문이 나올 수 있으니 윤 대통령이 ‘편한 언론사’만 고른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중앙은 “특히 이번에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건너뛴 이유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불편한 질문이 나올까 봐 그랬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며 “배우자나 자녀의 껄끄러운 문제는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싶지 않은 게 인지상정이어서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의 자세가 이렇듯 보통사람들처럼 소극적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중앙은 “이미 ‘김건희 특검법’ 문제가 정치이슈화되고 선거 쟁점으로 떠오른 이상 윤 대통령은 방송 마이크 앞에 서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국민들에게 용서와 이해를 구하는 길이 정수였다”고 지적했다.

중앙은 지난 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례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29%(부정평가 63%)로 대폭 떨어진 이유로 “‘경제·민생·물가’(19%) 문제가 가장 크지만 ‘소통 미흡’(11%), ‘독단적·일방적’(7%), ‘김건희 여사 문제’(6%) 등이 눈에 띈다”며 “대통령이 듣고 싶은 소리만 들을 게 아니라 열린 자세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때 국정 성공의 길이 열린다. 때론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 게 국가지도자”라고 꼬집었다.

▲ 국민일보 4면.

국민일보는 4면 <尹, KBS대담 녹화 7일 방영 유력… ‘명품가방’ 수수 의혹 입장 밝힌 듯>에서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직접 설명에 나서 국민의 이해를 구한 만큼 논란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우세하다. 그러나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질 경우 비판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방송 시점은 오는 7일 저녁 시간대가 유력하지만 시기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또한 “김 여사는 이번 설 영상 메시지(8일 공개)에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부부는 앞서 명절마다 함께 한복을 입고 영상을 통해 대국민 인사를 했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5면 <尹, 신년 대담 사전녹화… 명품백 입장 밝혀>에서 윤 대통령이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어떤 언급을 했는지 대통령실 관계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씨가 김 여사가 15세 때 작고한 김 여사 부친과의 인연을 앞세워 집요하게 만남을 시도해 왔었다”면서 “윤 대통령은 국민께서 사안의 성격을 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면서도 김 여사가 최씨와의 만남을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 대통령 사과해야

손준성 검사장이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고발 사주 의혹 사건에 대해 동아일보 칼럼이 눈에 띤다.

유성열 동아일보 기자는 <‘고발 사주’ 의혹 사건, 검찰은 엄중히 보고 있는가>라는 칼럼에서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고발 사주’ 의혹은 형사사법체계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유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을 언급했다. 유 기자는 “고발을 받아야 하는 검찰이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라서다. 고발장에 적시된 피해자가 당시 검찰총장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고, 피고발인은 최강욱 전 의원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당시 여권 정치인이었기에 특히 더 그렇다”라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검찰권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했다.

▲ 동아일보 유성열 기자 칼럼.

한겨레는 윤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설 <‘고발사주는 정치공작’이라던 윤 대통령 사과해야>에서 “검찰이 선거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고발장을 만들어 특정 정당에 전달한 국기문란급 범죄가 법원 판결로 확인됐는데도, 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윤석열 대통령이 모른 체하는 것은 검찰총장 출신이자 현직 대통령으로서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은 당시 검찰 수장으로서 지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재판을 받고 있던 손 검사장을 검사장으로 승진시킨 인사 책임자이기도 하다. 무리한 인사라는 비판에도 승진을 강행함으로써 손 검사장을 비호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보도자료 하나로 10초만에 기사 작성…기자 업무에 큰 영향 전망

보도자료 하나로 10초 만에 6가지 문체의 기사를 작성해주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출시된다. 기자·블로거와 각종 콘텐츠 창작자들의 업무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한겨레 17면.

미디어스피어는 문체 변경 인공지능 ‘오웰’(orwell.bluedot.so/)베타(정식 출시 전 시험용)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4일 밝혔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기자 등 콘텐츠 창작자들이 기사 작성 시 겪는 번거로운 작업을 획기적으로 간소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설계된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오웰은 문체 변경, 번역, 제목 작성, 맞춤법 교정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다. 원자료 내용을 다양한 스타일로 변환하는데, 단순히 어조만 조정하는 게 아니라 글의 형식과 구조까지 변경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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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참고로 기자가 이번 미디어스피어 보도자료를 갖고 기사를 작성하는데 56분 걸렸다. 보도자료 내용을 이해하고, 검색을 통해 관련 내용과 뉴스 가치를 확인하고, 중요한 내용을 앞세워 기사체로 정리하고, 맞춤법 등을 점검하며 퇴고하고, 이미지를 내려받아 기사에 붙이고, 제목을 뽑는 등의 작업을 하는 데 소요된 시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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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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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한동훈, ‘김건희 성역화’ 끊어내고 갈까? 금주 메시지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에 앞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환담하고 있다. 2024.01.29.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는 4월 총선 핵심 이슈인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에 관해 이번 주에 어떤 메시지를 낼 것인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4일 KBS와 신년 대담 녹화를 진행했고, 이 촬영분은 편집을 거쳐 오는 7일 방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같은 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지난달 중후반 ‘김건희 명품가방’을 매개로 한 차례 충돌한 뒤 충남 서천 화재 피해 현장에서 만나 화해 그림을 연출하고,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찬 회동을 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봉합 수순을 밟아왔으나, 갈등의 도화선이 된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등 ‘김건희 리스크’에 관해 대외적으로 발신할 메시지를 어떻게 조율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이 이번 주에 현안 전반과 관련한 질문을 받는 자리가 예견돼 있는 만큼, 그때 나오게 될 ‘김건희 리스크’ 관련 메시지는 이후 총선 정국에서도 여권에 일정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물론, 명품가방 수수 사건 등 대부분의 ‘김건희 리스크’와 관련한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역시 해당 사안과 관련한 의혹이 해소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기현 대표 체제 이후 사실상 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들어선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는 총선 돌파라는 과제를 떠안은 채 출범했다. 한 위원장 체제가 들어서기 전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됐고, 김 여사가 통일운동가 목사로부터 디오르 명품가방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김 여사 비위와 관련한 리스크를 털고 가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발탁한 김경율 비대위원과 이수정 교수가 명품가방 수수 건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고, 뒤이어 한 위원장 역시 “아쉬운 점이 있었고, 국민들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두 사람의 견해에 공감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한 위원장이 마포을 지역구 도전장을 던진 김경율 비대위원을 지지한다는 공개 발언을 하는 실수를 해 사천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한 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발 압력이 가해졌다. 한 위원장이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퇴 요구가 있었다고 직접 공개하고 사퇴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윤 대통령과의 충돌이 표면화됐다. 김경율 비대위원이 사퇴해야 갈등이 봉합된다는 식의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문제는 ‘김건희 명품가방’이었던 셈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서천 만남 이후 한 위원장이 김 여사 명품가방과 관련한 질문에 다소 절제된 답변을 해왔고, 한 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도 수그러들었다. 다만 그 이후에도 한 위원장이 김 여사 명품가방 관련 질문에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했다”고 한 것은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봉합인 듯 아닌 듯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다가 지난달 29일 용산에서 윤 대통령과의 오찬 이후 한 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더 말씀드릴 게 없다”고 하거나 답변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이수정 교수는 같은 달 30일 “덫에 빠진 피해자에게 사과하라고 무조건 주장하는 건 당사자 입장에서 합당하지 않다는 입장에 동의한다”며 180도 달라진 태도를 취했고, 김경율 비대위원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두둔하는 발언을 내놓다가 급기야 4일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모두가 ‘김건희’ 앞에서 무릎 꿇은 모양새다. 대중들은 여권 내부에서 ‘김건희 성역화’가 매우 공고해져있다는 현실을 거듭 확인했다.

이번 주 중에 방송될 것으로 전해진 윤 대통령의 KBS 대담에서 김 여사 명품가방 관련 메시지는 결국 사전 조율된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형태로 나올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여러 차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공방은 전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윤 대통령의 일방적 메시지가 대중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의 관훈토론회 메시지 내용 및 수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 충돌 이후의 흐름과 여권 내에서 흘러나오는 김 여사 관련 메시지들에 비춰볼 때, 윤 대통령이 밝힐 메시지 수위는 김 여사의 잘못을 전적으로 인정하면서 사과 메시지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이른바 ‘몰카 공작’과 ‘김건희 피해자론’을 부각하면서 명품가방을 수수했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희석시키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으로선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사과를 할 경우 ‘뇌물’ 프레임에 갇혀 사후 처분 의혹, 책임 소재, 수사 필요성 등에 관한 야권의 공세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여론 추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을 향해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4일 “사전에 각본을 짜고 사후 편집이 가능한 녹화 대담은 ‘재갈 물린 방송’을 앞세워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국민 사과와 함께 김 여사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라. 윤 대통령이 만약 정부 여당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다면 감당할 수 없는 국민적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전날 대구 칠성시장 상인회 사무실에서 “김건희 여사의 여러 의혹에 대한 소명이고 해명이 있다고 한다면 가장 적극적인 형태로 이뤄졌으면 한다. 윤 대통령이 아무리 강한 어조로 하신다고 하더라도 대리사과 또는 대리유감 표명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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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개 현수막 들고 ‘정부 심판’ 행진한 유가족 “국민 선택 받는 날 후회할 것”

야당에도 “거부권 남발하지 못하게 200석 이상 압도적 승리로 무도한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결의 보여달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3일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159개 현수막을 들고 참사 진상규명과 특별법을 거부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을 촉구하는 행진에 나섰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3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59개 보라색 현수막이 줄지어 나부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거부한 정부에 대한 심판을 호소하기 위해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참사 희생자를 상징하는 159개의 현수막을 들고 도심 행진에 나선 것이다. 유가족들은 이 행진을 ‘국민의힘·윤석열 정권 심판 대행진’이라고 명명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광장 앞 분향소 앞에서부터 종로, 을지로를 거쳐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행진했다. 이들이 든 현수막에는 ‘거부권 통치 막아내고 민주주의 지켜내자’, ‘헌법 유린! 국회 부정! 윤석열 정권이 위헌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진상을 규명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유가족의 행진에 박수로 응원을 보내는 시민도 여럿 눈에 띄었다.

고 신애진 님의 어머니 김남희 씨는 “사회적 참사라는 아픈 기억을 지우지 않고, 안전한 사회의 초석으로 삼고자 제정했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우리가 뽑은 대표자들의 손으로 논리도 없는 이유로 내팽개쳐진 오늘, 살아있음이 부끄럽고 참담할 뿐”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지난 1년여 동안 진상을 규명하겠다, 유가족과 피해자들을 지원하겠다, 재난에 대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앵무새처럼 반복만 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참사 초기부터 자식을 팔아 돈을 벌려 한다, 시체팔이를 한다는 패륜적인 댓글이 난무했다. 그 말들은 독이 되어, 칼날이 되어 저희들의 가슴을 난도질했다”며 “정부가 특별법을 거부하고 지원책을 내놓자 다시 댓글이 난무한다. 저들은 우리 유가족들의 바람인 진상규명을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거부하는 것도 모자라 발가벗은 저희들을 댓글부대의 먹잇감으로 내던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는 “저의 바람은 단 하나다. 사회적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고, 그래야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자랐던 제 아이의 죽음이 의미로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저희는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온전한 진상규명을 위해 나아갈 것이다. 이태원 참사는 이태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월호와 오송 지하차도와, 채 상병과 함께 안전한 대한민국, 인권이 존중받는 대한민국, 진실이 묻히지 않는 대한민국의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3일 159개 현수막을 들고 '국민의힘·윤석열 정권 심판 대행진'에 나서기 전,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행진의 종착지는 정부가 지난달 30일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논의했던 국무회의가 열린 정부서울청사 앞이었다. 당시 유가족들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특별법 공포를 간절하게 촉구했지만, 정부는 끝내 유가족들의 염원을 외면했다. 유가족들은 159개 현수막을 정부서울청사 건물 주위에 묶으며 항의의 뜻을 전하려 했으나 경찰의 제지에 가로막혔다. 결국 유가족들은 광화문광장 곳곳에 설치된 경찰 펜스에 현수막을 달고 행진을 마무리했다. 경찰은 신고한 행진 경로를 이탈했다며 경고 방송을 반복했다. 

고 이주영 님 아버지인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힘이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끝내 거부했다. 어떻게 정부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이, 민의를 대변한다는 자들이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런 무책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나 믿기 어려웠다”며 “야당에 묻겠다. 언제까지 이렇게 무도한 정권을 보고만 있을 겁니까. 언제까지 이렇게 무능한 국회를 지켜봐야 합니까. 자신있고 당당한 모습으로 정부에 맞서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입니까”라고 물했다.

이 위원장은 “이런 현실에 답답해하고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분명하고 확실하게 말해달라. 두 번 다시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도록, 두 번 다시 권력을 가진 자들이 국민의 아픔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두 번 다시 입법부를 무시하며 거부권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 200석 이상의 압도적인 승리로 이 무도한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굳은 결의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이 정부와 여당이 얼마나 오만방자하고, 무책임한지, 얼마나 국민을 무시하고 방치하는지 그 책임을 물을 것이며, 잘못된 정치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그대로 고스란히 돌려주고 제대로 된 심판을 받게 할 것임을 경고한다”며 “두고 보십시오. 한 사람 한 사람의 그 맺힌 한이 얼마나 크게 당신들의 가슴과 눈에 박히게 될지. 몸서리치도록 사무치는 이 한을 당신들은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국민의 선택을 받는 날, 다가오는 그날에 우리에게 피눈물을 맺히게 했던 잔인한 집권여당은 자신들의 판단이 얼마나 우매한 짓이었는지 틀림없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이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거침없이 갈 것”이라며 “어떠한 짓을 해도 우리를 굴복시킬 수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이미 지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시민들에게도 연대를 거듭 당부했다. 그는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 안전 사회로 한 발 나아가는 길에 함께 해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이 길에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오후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후 2년만에 국회를 통과한 법안 9개를 거부해,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이어갔다.

정부는 반복된 거부권 행사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유가족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유가족과의 소통은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단 한 줌의 진정성도 없다”며 독립된 조사기구를 통한 진상규명 외에 어떠한 것도 정부와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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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명품백 수수, 뉴욕타임스 1면에 “두 명의 VIP 있어, 그중 No1.은 김건희”



김건희 명품백 수수, 뉴욕타임스 1면에 “두 명의 VIP 있어, 그중 No1.은 김건희”

 

 

홍민철 기자 plusjr0512@

발행 2024-02-03 10:42:18수정 2024-02-03 1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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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씨 명품백 수수 사건을 다룬 뉴욕타임스 기사. 위 기사는 2일자 1면 하단에 실렸다. ⓒ출처 :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뉴욕타임스가 2월 2일자 1면 하단에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명품 수수 사건과 이를 다루는 정부·여당의 행태를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비상식적 대응에 대해 “한국인들이 ‘대통령실에는 두 명의 VIP가 있다. 그중 넘버원은 김건희’라는 농담을 하는 이유”라고 말한 안병진 경희대 문명대학원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뉴욕타임스는 ‘대통령 부인과 디올 백(A First Lady and a Dior Pouch), 한국 사로잡은 정치적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사건은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사는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 장면이 어떻게 촬영됐는지, 화면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자세히 설명하면서 “촬영자(최 목사)는 김씨가 고위공직자 임명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고 그때 ‘폭로’를 결심했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이어 “서울의소리는 최 목사에게 스파이 캠과 송아지 가죽 디올 백을 제공했고, 최 목사는 2,200달러짜리 디올 백 사진을 김씨에게 보내며 다시 만나자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공직자와 그 배우자는 잠재적 이해충돌이 없더라도 750달러 이상의 선물을 받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사건이 보도되고 된 후 정부와 여당의 대응도 자세히 전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김건희씨를 ‘함정취재 피해자’로 몰아간다거나, 여당 일부에서 제기된 김건희씨 사과 요구 과정에서 벌어진 당 대표 교체, ‘마리 앙투아네트 비유’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신문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이에서 벌어진 사퇴 파문을 설명하며 “불안한 휴전(uneasy truce)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정치 분석가들은 이 스캔들 처리가 김씨가 대통령실 내에서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는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며 “한국인들이 ‘대통령실에는 두 명의 VIP가 있다. 그중 넘버원은 김건희’라는 농담을 하는 이유”라고 말한 안병직 경희대 문명대학원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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