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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진보, 심상찮은 부‧울‧경 연대‥'1:1구도, 비례연합' 박차

 

 

울산 부산 이어 경남까지 민주진보 총선공동기구 결성

국민의힘과 1:1 구도, 부울경 과반의석 목표

야권 200석 위해 준연동형 현행유지 돼야

4.10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자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PK(부산‧울산‧경남)가 총선심판의 승부처로 떠올랐다. 이에 ‘국민의힘과 1:1 구도를 만들기’ 위해 이 지역 시민사회가 발 벗고 나섰다.

▲울산시민정치회의는 25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진보 정당의 협력을 호소했다.

‘진보정치1번지’를 자임한 울산은 지난해 8월 ‘민주‧진보진영 연대추진을 위한 준비회의’를 구성했다. 이후 7차례 준비회의를 거쳐 지난달 14일 ‘22대 총선 윤석열 정권 심판 울산시민정치회의’를 출범했다.

각계 인사 328명이 이름을 올린 ‘울산정치회의’는 29명의 운영위원과 9명의 상임집행위원으로 조직 체계를 구성했다.

‘울산정치회의’는 첫 사업으로 ‘윤석열 정권 심판 총선 울산시민 1000인 선언’을 조직해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야4당(노동‧민주‧정의‧진보당) 울산시당위원장과의 간담회를 거쳐 오는 1일 협약식 체결을 확정하는 등 활발한 연대를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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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시민사회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11월 14일 ‘민주진보세력 단결, 총선승리 1:1 구도 완성 부산시민 1천인 선언’ 결과 발표와 동시에 ‘정권심판 총선대응 부산시민회의’ 결성을 알렸다.

‘부산시민회의’는 야4당(녹색‧민주‧정의‧진보당) 부산시당을 찾아 ‘1:1 구도’를 열망하는 부산시민의 뜻을 전달했다. 아울러 지난달 13일 부산을 찾은 이재명 대표와도 간담회를 통해 뜻을 모았다.

특히 지난달 28일 열린 ‘총선토론회’에서 ‘부‧울‧경이 총선심판의 승부처’라는 인식에 기초해 “차기 총선에서 민주진보세력이 승리하여 다수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부마항쟁으로 꽃폈으나 3당 야합으로 잃어버린 ‘민주 부산’의 자존심을 되찾고, 정치사회대개혁 체제전환의 출발점을 만들자”는 결의를 다졌다.

경남 지역 시민사회도 출발은 조금 늦었지만, 기세만큼은 부산‧울산 못지않다.

지난 24일 ‘윤석열 심판 진보민주진영 총선 공동대응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경남지역 시민사회는 ‘1:1 구도’와 ‘경남 과반 당선’ 방안을 모색하는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토론회에는 먼저 출범한 ‘부산시민회의’와 ‘울산정치회의’ 대표자들도 참석해 ‘낙동강 벨트’의 연대 의지를 과시했다.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기 움직임이 일자 지난 25일 부산·울산·경남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 ‘병립형’ 논의 중단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현행 유지를 촉구하는 부‧울‧경 공동기자회견이 즉석에서 제안돼, 다음날 곧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이에 화답하듯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인 김두관 의원은 27일 “‘반윤 전선’으로 정권심판 선거가 돼야 한다”라며 병립형 회귀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경남지역 시민사회는 오는 30일 ‘총선공동대응 기구’ 정식 출범을 예고했다. 이렇게 울산, 부산에 이어 경남까지 민주진보 진영의 공동 총선 기구가 결성되면 지난 23일 발족한 ‘정치개혁과 연합정치를 위한 시민회의’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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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외교관들, ‘북중 친선의 해 주요 일정’ 협의

“핵심이익 수호 위한 전술적 협동과 공동보조 강화”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4.01.27 10:37
  •  
  •  수정 2024.01.27 15:41
  •  
  •  댓글 1
 
박명호 북 외무성 부상과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26일 평양에서 회담했다. [사진-중 외교부]
박명호 북 외무성 부상과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26일 평양에서 회담했다. [사진-중 외교부]

쑨웨이둥(孙卫东)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26일 평양에서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과 회담을 갖고 최선희 외무상을 예방했다. 

“양측은 친근한 분위기에서 중조관계, 국제·지역 정세 등 공통 관심사에 대해 광범위하고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26일 밤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중조관계를 잘 유지·공고·발전시키는 것이 양당과 양국 정부의 확고한 입장”임을 거듭 확인하고 “양당과 양국 최도지도자가 이끄는 방향에 맞춰 중조 수교 75주년 및 ‘중조 우호의 해’ 계기 각급에서 전략소통을 강화하고 전통친선과 실질협력을 심화하며 긴밀한 다자 협조와 조율을 통해 중조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특히 “양측은 ‘중조 우호의 해’ 주요 행사 일정을 협의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양측 정상의 상대국 방문이 초미의 관심사다. 

이에 앞서, 26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쑨 부부장이 북한 측 초청에 따라 전날(25일) 평양을 방문했다고 확인한 바 있다.  

쑨 부부장이 최선희 외무상을 예방했다. [사진-중 외교부]
쑨 부부장이 최선희 외무상을 예방했다. [사진-중 외교부]

27일 북한 관영매체들도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26일 인민문화궁전에서 회담을 개최한 박명호 부상과 쑨웨이둥 부부장이 “조중친선의 해 운영과 관련한 문제들을 토의하고 각 분야에서 두 나라 사이의 친선적 교류와 실무적 협조를 확대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하였으며 동북아시아지역정세를 비롯한 여러 지역 및 국제문제들에서 두 나라 외교부문들 사이의 협력이 가지는 중요성을 재확인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최선희 외무상과 쑨웨이둥 부부장의 담화에서는 “두 당, 두 나라 수뇌분들의 숭고한 의도를 받들어 조중외교관계설정 75돐이 되는 올해를 《조중친선의 해》로 뜻깊게 기념하며 공동의 핵심리익을 수호하기 위한 전술적 협동과 공동보조를 계속 강화해나갈 립장들이 표명되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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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하면 윤석열 정권 국민 심판받을 것”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부 규탄...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 대회 열려

27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대통령이 이제라도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즉각 공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야당, 시민사회단체 등은 27일 오후 3시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 대회’를 열고 “만약 이번에도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늘어놓으며 대통령의 권력을 남용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거부한다면 국민들이 이 정권을 심판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강은숙 NCCK인권센터 이사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애간장이 끊어지는 고통을 누르며 진상규명을 위해, 10.29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위해, 녹아내리는 아스팔트 길 위에 엎드려 흐느꼈고 냉동고가 되어버린 눈길 위에 머리를 묻으며 통곡했다”며 “더 이상 유가족들이 피눈물로 가득 찬 고통의 길을 걷게 해서는 안 된다.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공포되어야만 이 고통의 길을 멈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성영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여당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송 상임대표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경시하며 정쟁으로 만 몰고 가는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의 국회정당인지 다른나라의 정당인지 묻고 싶다”며 “대한민국의 정당이라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특별법 최종안은 국회의장 중재안에 원내대표들간의 논의에서 여당의 요구가 상당부분 반영한 수정안인데도 불구하고 거부하는 행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악의적인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다”이라고 덧붙였다.
유가족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 고 이주영 님의 아버지 이정민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권 출범 당시 강조했던 법과 정의, 공정과 상식은 159명의 청년이 이태원 골목에서 정부의 부재로 모두 사라지는 순간 함께 사망했다”며 “특별법을 거부하는 순간, 이 정부가 159명의 희생자의 목숨을 앗아간 범인이고, 윤석열 대통령은 그 범죄를 보호한 대통령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묻는 이 특별법을 거부한다면 진심으로 정권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언을 위해 무대에 오른 고 이주영 님의 아버지 이정민씨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제공

 

야당 “윤석열 정권 견제할 용광로 만들자”


이날 집회에는 야당 의원들도 참석해 유가족들에게 힘을 보탰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언제까지 대통령을 기다려줘야 하고, 언제까지 이해해 줘야 하나. 참는 데도 한계가 있고, 기다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면서 “거대한 용광로를 만들자. 말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윤석열 정권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용광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부를 향한)2024년의 심판은 연대의 심판이 될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 제1야당으로써 그 약속을 지키겠다”며 “그 최선두에서 여러분과의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장혜원 의원은 “이제는 대통령의 결단이 남았다. 모두가 거부권을 얘기하고 있지만,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진실을 버린다는 것이다”라며 “우리는 진실을 두려워하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거부한다면 우리는 대통령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법안을 다섯 번이나 거부했다. 노동자와 농민, 서민을 살리는 법, 대한민국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는 법, 권력을 가진 자라도 죄가 있으면 책임을 묻겠다는 법이다. 이 법들을 몽땅 다 거부하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는 언제까지 규탄만 하고 있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강 의원은 “국민들은 4월 10일(총선) 정치판을 뒤집어엎고, 더 이상 개혁 입법을 거부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거부하는 심판의 장으로 나서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하나의 힘으로 단결해서 싸우자. 단결하면 승리한다는 원칙을 버리지 말고 끝까지 싸우자”고 외쳤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프레스센터 앞에서 시작해 광화문 사거리, 종각, 종로2가, 을지로2가, 을지로 1가를 거쳐 서울광장분향소로 향하는 행진을 진행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오는 30일 국무회의 안건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8일 본회의 표결에 불참했던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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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신년경축대공연과 자제

최철훈 | 기사입력 2024/01/2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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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 밤을 지나 새해 1월 1일, 평양의 5월1일경기장에서 북한의 신년경축대공연이 있었다. 최근년도 북한의 공연들이 다 자신들의 기존 공연을 뛰어넘는 것들이었지만 이번 공연은 특히 그렇다. 

 

지난 2021년 있었던 조선노동당 제8차대회 경축공연 「당을 노래하노라」 이후 또 한 번 새로운 획을 그은 공연이 아닌가 싶다. 당시 공연 소감을 다룬 기사는 (「세계를 압도한 공연, ‘당을 노래하노라’」 http://jajusibo.com/54575)를 참고하면 된다. 그 글의 필자는 당시 공연의 제목을 ‘세계를 압도한 공연’이라고 했는데 이번 공연은 규모와 화려함 등에서 그 공연을 압도한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을 비교할 수 있는 공연은 1년 전 ‘2023년 신년경축대공연’이다. 공연 장소, 무대, 출연진들이 비슷하다. 그런데 그 공연과도 확연히 다르다. 1년 전 공연은 대부분 서정적인 노래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그와는 완전히 다른 활기차고 힘찬 공연이었다. 2023년을 대단히 만족스럽게 평가하고 새해에 더 큰 희망을 꿈꾸고 있다는 것이 공연 전체에서 느껴진다. 

 

또 무대 예술을 놓고 본다면 조명이 확연히 다르다. 정말 이번 신년경축대공연의 조명은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화려함과 강렬함을 내뿜는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자제의 관람이다. 자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 사이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했는데 이런 자리 배치는 자제가 후계자임을 전체 국민들 앞에 보여주는 뚜렷한 징표라 생각된다. 그리고 거의 모든 곡 중간에 자제의 얼굴이 비친다. 한마디로 이번 공연은 지난해 정찰위성을 쏘아 올린 북한의 자신감과 자제와 함께 번영해 나갈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공연을 ‘화려함, 힘, 행복, 단결’이라는 4가지 주제로 분석해보려고 한다.

 

첫째로 화려함이다.

 

 

무대가 화려하다. 작년에 이어 등장한 얼음무대와 그 뒤로 가수들의 무대와 관현악단 천막, 그 양쪽으로 합창단이 자리 잡고 합창단 뒤로는 왼편에 2023, 오른편에 2024라는 숫자가 빛을 뿜으며 장식돼있다. 그 뒤 경기장의 한 면을 영상막으로 설치하고 영상이 펼쳐진다. 그 양쪽으로 눈꽃 모양의 조명을 큼직하게 이어서 설치했다. 그 양옆으로 영상 LED 화면이 설치돼서 현장 생중계가 펼쳐진다. 

 

그리고 조명. 이번 공연의 일등 공신은 무엇보다 조명이다. 북의 무대조명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는 것 같은데 이번 공연은 상상을 초월한다. 무대 위와 영상막 옆 그리고 합창단 양옆 바닥에까지 조명을 설치했다. 심지어 무대 맞은편에서도 무대를 비춘다. 그런데 조명빛이 대단히 강하다. 빛이 아주 멀리 뻗어나간다. 영상을 보면 누구나 놀라겠지만 15만 관중이 들어가는 5월1일경기장인데 마치 조그마한 소극장에 그 극장 전체를 환하게 비추는 조명을 보는 것만 같다. 색깔도 또렷하고 다채롭다. 게다가 고정된 조명이 아니고 움직인다. 강렬한 빛들이 동시에 다양한 각도로 움직이며 빛을 뿜는다. 조명의 압권은 ‘빛나는 조국’을 연주할 때다. 이 노래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북한의 국기가 등장하는데 심지어 조명까지 국기의 색깔을 형상해서 빛을 내뿜는다. 다양한 형태로 변형된다. 

 

출연진들의 의상도 세련되고 화려하다. 가수들, 무용수들, 아이들 각자에 맞게 다양한 의상들을 볼 수 있다. 무용수들의 소품들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둥근 꽃 모양의 소품, 횃불을 형상한 소품, 다양한 색깔의 띠 등등.

 

 

소고대의 연주 부분에선 조명이 꺼지자 소고대의 옷에서 여러 가지 빛이 뿜어져 나온다. 관객들이 환호한다. 관객들의 복장도 다양하고 화려하다. 관객들은 저마다 형광봉이나 불꽃을 들고 있다.

 

음악 편곡이 화려하다. 당장 첫 곡인 「애국가」의 편곡부터 예사롭지 않다. 우선 무반주 음악으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관현악이 합쳐지고, 대합창이 합쳐지고, 소고대의 북 연주가 합쳐지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우리는 당기를 사랑하네」에선 음악이 상승되는 부분에서 다른 연주가 멈추고 드럼이 강하게 연주되는 속에 여성 가수의 힘찬 노래가 펼쳐지며 음악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주다가 관현악과 대합창이 함께 터지면서 폭발적인 느낌을 준다. 물론 이때 조명도 함께 폭발한다. 관객들의 함성도 폭발한다. 맨 뒷부분의 「우리의 국기」에서도 이런 편곡을 선보인다.

 

둘째로 힘이 넘친다. 

 

우선 규모에서부터 힘이 넘친다. 전 세계에서 이런 규모의 공연을 펼칠 수 있는 나라는 아마 없을 것이다. 10만이 넘는 관중이 함께 함성을 지르고 합창을 하는 것 자체에서 강한 힘이 느껴진다. 

 

앞서 언급한 조명도 화려함과 더불어 강한 힘을 느끼게 한다. 공연을 시청한 한 사람은 조명이 땅에서 위로 강렬하게 쏘아지는 모습이 마치 미사일이 발사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편곡과 노래에서도 힘이 느껴진다. 1시간 반 공연영상인데 내내 힘찬 편곡으로 진행되어 지루함이 전혀 없다. 공연 중간에 「추억」이라는 노래와 「종소리」라는 무용곡에서만 서정적인 편곡이고 총 17곡 중 15곡은 힘찬 편곡이다. 「세상에 부럼 없어라」와 같은 느린 노래도 강하고 경쾌한 박자로 편곡해서 느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한다. 「노동당의 정책은 좋다」를 들어보면 중간에 공훈국가합창단의 남성 합창이 펼쳐지는데 대단히 박력 있다. 이 합창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무척 사랑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이 합창단을 “방사포의 일제사격과 같은 강력한 노래 포성”으로 노래한다고 소개한다. 

 

「빛나는 조국」이 연주될 때 뒤 영상막에는 북한의 정찰위성인 만리경-1호의 발사 장면이 펼쳐지는데 관객들의 함성이 높다. 그러다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비치는데 매우 강렬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한다. 그러면서 대합창으로 “조선아 조선아 영원무궁 만만세”가 불려진다. 작년 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비롯한 북한의 성과에 대한 자신감과 힘을 공연과 영상편집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셋째로 행복이다.

 

가수들의 표정, 관객들의 표정에 웃음이 가득하다. 「웃음 많은 우리집」이라는 노래는 어린아이들이 나와서 부르는데 “하하하 호호호”라는 가사가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가사에 ‘풍년분배를 받아서 우리 집에 웃음이 많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정찰위성이나 북러정상회담 등 군사 정치적 측면의 성과만이 아니라 실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성과들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출연하는 아이들의 얼굴에 구김살이 없고 밝다. 영상 앞부분에 대기실에서 자기들끼리 장난을 치는 아이들을 비추는데 앙증맞고 귀엽다. 

 

간부들의 표정도 밝다. 공연 시작 전에 간부들이 경기장 밖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기다리며 환담을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가볍게 술도 한잔 나누면서 화기애애한 모습이다.

 

「사회주의 너를 사랑해」라는 노래는 유독 관객들의 따라 부르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사랑해 사랑해 사회주의 내 조국을”이라는 가사다. 우리로서는 언뜻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다. 우리에게 “사랑해 사랑해 자본주의 내 조국을”이라는 노래가 있을 리도 만무하지만 그 노래를 온 국민이 따라 부르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보통 노래를 크게 따라 부른다는 건 그 노래 가사에 공감하고 그 노래를 함께 부르며 일체감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북한 국민들이 자신들의 제도에 행복해한다고 여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앙코르곡이라고 할 수 있는 「지새지 말아다오 평양의 밤아」는 온 관객이 일어나서 어깨 물결을 만들며 함께 노래 부른다. 대단히 행복한 표정들이다.

 

「흥하는 내나라」에서는 북춤과 민족무용이 나오는데 객석에서 일어나 춤추는 관객이 영상에 잡힌다. 가슴속 행복과 흥으로 인해 앉아 있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영상 중간중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제를 비추는데 서로 환담도 나누고 미소도 짓는다. 많은 국민들과 함께 새해를 맞는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행복한 듯 보여진다.

 

마지막으로 단결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제와 팔짱을 끼고 공연장에 입장을 하자 관객들의 박수가 끊이지 않는다. 손을 흔들며 여러 차례 답례하다가 자리에 앉았는데도 박수와 함성이 멈추지 않는다. 급기야 자제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 굽혀 인사를 한다. 공연이 다 끝났을 때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관람석을 지나 계단을 내려가 객석에 있는 국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허리 굽혀 인사를 한다. 국민과 지도자가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이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연이 가지는 남다른 면이 또 하나 있다. 「세상에 부럼 없어라」 가사 부분이다. 원래 가사는 “우리의 아버지 김일성 원수님, 우리의 집은 당의 품”인데 이번 공연에서 처음으로 현 지도자의 이름으로 바뀌어 불렸다. 이 노래는 당 제4차대회(1961년)에 바쳐진 노래로 북한 국민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노래다. 이 노래의 가사 변화는 그만큼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그만큼 높다는 것의 방증이 아닌가 싶다.

 

공연의 전체 흐름이 단결의 내용으로 일관돼 있다. 애국가로 시작해서 당에 대한 노래들(「당을 노래하노라」, 「우리 당 영원히 따르리」, 「내 한생 따르리,」 「우리는 당기를 사랑하네」)이 펼쳐진다. 그리고 나라와 제도에 대한 노래들(「해빛 밝은 내나라」, 「우린 사랑한다」, 「사회주의 너를 사랑해」)에 이어 가정과 자신에 대한 노래들(「웃음 많은 우리집」, 「추억」)이 펼쳐진다. 자신에 대한 노래라고 해서 마냥 자기 추억만을 찾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에 “어머니 우리당 위해 한 생을 값있게 살리”라며 다짐한다. 그러다가 다시 노래 연곡(「노동당의 정책은 좋다」, 「흥하는 내나라」)으로 흥을 돋우다가 마침내 공연의 절정(「빛나는 조국」, 「번영의 이길 따라」, 「조선의 모습」)으로 치닫는다. 특히 「조선의 모습」에서 “천만 사람 대답해도 한 목소리고, 천만대오 걸어가도 한 걸음일세. 일심단결은 우리의 모습, 일심단결은 조선의 모습”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이것이 이번 공연을 통해 말하고 싶은 핵심적 내용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의 큰 특징은 서두에서 언급한 자제의 관람이다. 기존 북한의 공연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관람하는 공연이라고 하더라도 이번처럼 편집화면에 많이 등장하진 않는다. 이번엔 자제가 14번이나 등장한다. 그리고 자제가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비추는 장면들이 주목된다.

 

「우리는 당기를 사랑하네」에선 자제가 두 번이나 등장하는데 앞부분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그 모습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개를 돌려 흐뭇하게 바라보며 미소 짓다가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그리고 화려하고 힘찬 편곡과 조명이 펼쳐진다. 대합창이 펼쳐지고 관객들도 함께 부른다. 노래 가사는 이렇다. 

 

“대를 이어 우리 세상 끝까지. 이 깃발 따라 한길 가리라.”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를 때 자제의 모습이 한 번 더 비친다. 

 

그리고 「번영의 이길 따라」, 「우리의 국기」에서도 자제가 노래를 따라부른다. 「우리의 국기」에서 자제가 함께 부르는 장면은 “나부껴다오 이 세상 다할 때까지”라는 가사다. 

 

북한 연출단의 의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중심으로 당과 국민들이 일심단결하여 이룩한 성과를 바탕으로 자제와 함께 “번영의 이길 따라”, “이 세상 다할 때까지”, “한길 가리라”는 의지를 표현하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화성포-18형, 극초음속 미사일, 정찰위성 등을 발사하며 스스로 군사강국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대선후보들이 대북 정책을 놓고 싸우는 걸 보면 북한의 정치적 위상도 상당해 보인다. 경제도 많이 좋아진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해 말 전원회의 발표를 보면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이 최근 3년 동안 연 12% 성장했다고 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놀라운 수치다. 이게 사실이라면 북한이 주장해온 대로 군사강국, 정치강국에 이어 곧 경제강국에 올라설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 공연을 통해 알 수 있듯 북한의 문화공연 실력도 주목된다. 내처 문화강국의 목표까지 이루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계속해서 자신들의 지난 공연 수준을 갱신하는 북한의 다음 공연이 벌써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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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 동일체'의 '내적 투쟁'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보고서

[박세열 칼럼] 윤석열과 한동훈, 날 것에 가까운 욕망의 정치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1.27. 05:06:00

 

'약속대련'이니 하는 말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득실 계산이 한창이다. 쓸데 없는 일이다. 사안은 명백하다. 검찰 공화국에서 범죄 의혹을 두고 벌이는 국력 낭비다. 해결책도 간단하다. 검찰이 전광석화처럼 수사하면 된다. 그러나 이미 도래한 검찰공화국의 검찰은, 정작 가만히 웅크리고 있을 뿐이다.

검사동일체의 원칙. 이 무시무시한 말은 노무현 정부 때 개정되기 전까지 검찰청법 제 7조의 제목이었다. 검찰청법 제7조 제1항은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고 돼 있고, 3항은 "검찰총장과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은 소속 검사의 직무를 자신이 처리하거나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세월이 흐르며 문구는 다소 부드러워졌지만, '검사동일체'의 핵심 의미는 그대로다.

제3항은 독재시절 참 유용했다. 양심있는 검사가 거부한 시국 사건은 충성스런 검사가 맡아 처리할 수 있었다. 검사는 동일체이므로, 완전무결한 하나의 상상된 '법인격체'이기 때문에 나사 몇개, 부품 몇 개 빠진다고 해도 문제가 없었다. 기소 검사와 공소 유지 검사가 달라도, 모든 검사는 '동일체'이기 때문에 논리적 완결성은 훼손될 수 없다. 그런 조직에서 윤석열과 한동훈은 20여년 간 '동일체'로 살았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관계(윤석열 대통령)라고 한다. 거의 '식구'다.

'정신분석학'적 검찰 공화국의 세계관에서 윤석열과 한동훈, 여권 투톱은 한몸이다. 당대표를 두 번 갈아치운 끝에 드디어 '자아 일체'를 이뤘다. 그러니까 지금 벌어지는 소동은 일종의 '내적 투쟁'이다. 과거 '정의의 검사'로 불렸던, 지금 한몸에 살고 있는 두 자아가 자신들의 과거와 벌이는 내적 투쟁.

이 내적 투쟁의 촉발제는 김건희 영부인의 디올백 스캔들이다. 김건희 영부인이 피해자인지, 피의자인지 논쟁이 한창이지만, 그걸 규명해 줄 '슈퍼 에고', 즉 이 정부의 또다른 자아인 '검찰'은 내면 깊숙히 숨어들어가 아예 '무의식'이 됐다. (Unconsciousness 무의식이 아니라, No consciousness 의식 없음이 됐다. 혹은 Disconsciousness, 의식 잃음인가?)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읍 불이 난 서천특화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종교나 철학에서 말하는 내적 투쟁은 본능과 본능의 충돌이다. 정신분석학에서도 비슷하다. 자아 속에서 권력과 욕망을 둘러싼 본능이 충돌하고 이를 '이성'과 '양심'이 제어하는 게 보통의 매커니즘이다. 그런데 요란한 내적 투쟁에는 '이성'과 '양심' 같은 슈퍼에고의 존재가 고장나 있다.

자, 양심을 팽개친 이 '동일체'의 한쪽에선 영부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본능이, 한쪽에서는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본능이 작용한다. 영부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욕망은 또렸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총선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욕망도 또렸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그 또한 분명치 않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안다. 영부인의 '디올백 스캔들'을 보호하고 가면 총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고, '디올백 스캔들'을 털고 가면 대통령이 정치적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걸. 총선 패배는 '식물 정권'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의 근원이고, 생 그 자체를 위해 극복해야 할 치명적(fatal) 이벤트다.

두 개의 상반된 욕망이 충돌했다. 이 '내적 전쟁'이 윤석열, 한동훈 두 사람에겐 사적으로 중요할 수 있지만,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지위를 가지고 공개적으로 '내적 싸움'을 실시간 중계하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동료 시민들'은 내적 싸움이 공적 영역으로 전이되면서, '사적 비리 의혹'에 대한 두개의 자아가 충돌하는 모습에 그대로 노출된다. 이걸 지켜보는 사람들을 안쓰러워해도 모자랄 판에 일각에서 '약속 대련'이니, '극적 화해'니 하는 말로 포장지를 둘러대는 건 여간 민망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재명이라는 '거악'을 척결하기 위해, 조국이라는 '거악'을 척결하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이 '동일체' 투톱은 이제 자신들이 '살아있는 권력'이 되었다. '거악 척결'로 권력을 잡은 이 동일체는 본인의 몸에 난 '환부'를 발견했고, '동료 시민들'은 이제 이들이 그 '환부'를 어떻게 다룰지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검찰총장 시절엔 많은 의사결정이 암막 뒤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생길 일이 없다. 동일체를 거부한 검사들은 옷을 벗고 나가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대통령직은 다르다. 모든 결정 과정은 투명해진다. 그런 가운데 완전한 일체가 되지 못한 또다른 자아(한동훈)을 꾸짖고 어르고 달래는 원 자아의 모습이 언론지상에 날것으로 등장한다.

"대통령을 뒷배 삼아 한 위원장이 당의 주인인 것처럼 줄 세우기 한다는 소문이 맞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한동훈은 내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후배였다. 내가 오죽하면 신뢰와 지지를 철회한다는 말까지 했겠느냐", "가장 아끼던 사람에게 바보같이 뒷통수를 맞느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사람을 너무 의심하지 않고 썼던 나의 잘못인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채널A [단독]윤 대통령 "한동훈, 사당화 하지 말라는 것" 봉합 여지는 남겨, 역시 채널A [단독]"뒤통수 맞았다더라"…윤 대통령, 심경 토로)

궁중 암투에서 나올법한 말들이다. 일개 검찰 조직의 수장에서 대한민국의 컨트롤타워로 자리를 옮겼지만,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이 '국가 동일체'의 머리 부분에 자리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총선에서 지면 '식물 정권'이 된다는 근원적 두려움 위에서 벌어지는 욕망끼리의 내적 투쟁이다. 이들에겐 총선에서 이겨서 무엇을 하겠다는 '비전'이 불분명하다. 얼른 기억나는 건 운동권 청산론인데, 이건 공산전체주의에 맞서 싸우는 이념 투사의 기출변형 수준에서 멈춰버린다. 그리고 여권의 '권력 자원'을 총선 승리를 위해 투여하겠다는 한동훈식 마키아벨리즘이 난무한다.

지금 세상은, 지금 국정은 대통령이 '내적 투쟁'을 통해 자아를 완성해 나가는 실험장이 될 정도로 한가롭지 않다. 세계 정세는 불안하다. 미국에서는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한미동맹 '원툴'의 외교 정책은 위태하지 않는가? 북한은 '전쟁'을 입에 담으며 연일 도발을 해대고 있다. 경제 상황도 심상치 않다. 물가는 치솟고 있으며, 부실 대출은 폭발 직전이다. 작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4%, 코로나 이래 최악이다. 세금 깎고 재정 아끼자는 이 정부의 '솔루션'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선거를 앞두고 주가 부양과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주가는 되레 곤두박질치고,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고 있다. 미국에서 북한과 '전쟁 가능성'이 공공연하게 거론되는데 어느 투자자가 한국을 눈여겨 보겠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누가 만들고 있는가. 이 판국에 왜 한국 정부는 300만 원짜리 영부인 디올백 스캔들을 두고 '내적 투쟁'을 '동료 시민들'에게 강제 시청하게 만들고 있나.

이 국정 걸림돌을 치우는 방법은 간단하다. 내적 투쟁의 요인을 제거하면 된다. '조국 수사' 때처럼 전광석화로 진상규명을 하면 된다. 그런데 검찰이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인지, '동료시민들'은 지금 그걸 궁금해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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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읍소? 우리는 김건희의 '위법'을 보았다

[안호덕의 암중모색] '화재' 현장을 '화제' 현장 만든 봉합쇼... 사과로 법의 심판 퉁치지마라

24.01.26 17:49최종 업데이트 24.01.26 17:49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점포 227개를 태운 화재(火災) 현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갈등 봉합을 보여주는 화제(話題)의 현장이 됐다. 망연자실하며 대통령을 기다리던 피해 상인들을 뒤로하고 두 사람이 나란히 서울행 열차에 올랐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은 불구경 왔냐고 성토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파열음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혹자들은 약속된 대련이라고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전초전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사흘간의 초유의 갈등이 정권과 여당의 부끄러운 치부를 드러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한동훈 위원장이 갈등의 시작이고 원인이기도 했던 국민의힘 김경율 비대위원의 출마를 발표했던 17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 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이 정청래 민주당 의원과 맞붙을 것이라며 두 팔을 추켜세웠다.

시스템 공천을 약속했던 자신의 말과 배치되는 행동이고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하던 인사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공천관리위원장이 절차적 문제를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내 민주화와 공정한 경쟁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 듯한 독단적 결정과 행동.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그러나 그 사실을 빌미로 대통령이 직접 사람을 보내 전국위원회 추인을 거친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도 정상이라 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하루 이틀의 폐해가 아니다.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이나 하는 당 대표'라는 문자가 만천하에 공개되었고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 역시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금은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임하던 군사독재 시절이 아니고, 정당법과 공직선거법에도 대통령의 당무 개입을 금지하고 있다. 한 위원장의 시스템을 무시한 공천과 대통령의 법을 위반한 당무 개입은 닮았다. 정당 민주주의도, 법이 정한 대통령의 당무 개입 금지도 무용지물이 됐다. 윤·한 갈등에서 보여준 권력의 민낯이다.

의혹이 아니라 온 국민이 본 위법 행위다
 

▲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왼쪽)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 남소연

 
본질적 문제는 더 그렇다.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건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명품 수수 의혹에 대한 당내 사과 요구를 통제하지 못한 책임 추궁이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다른 목소리를 낸 데 대한 보복 조치라는 것이 대부분 언론의 분석이다. 한 위원장 취임 이후 김건희 여사의 명품 수수 의혹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해졌고 국민의힘 내에서도 전향적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디올백 같은 경우 함정이긴 했지만, 부적절했다는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공인으로서 바람직한 자세라고 본다'는 하태경 의원. '김 여사가 경위를 설명하고, 만약 선물이 보존돼 있다면 준 사람에게 돌려주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게 쉽게 해결될 방법'이라는 이수정 국민의힘 총선 예비후보 등이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로 비유하며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김경율 비대위원의 주장이 갈등의 도화선이 되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이나 총선 출마 예정자들의 사과 요구를 곧이곧대로 보기 힘들다. 다른 형태의 감싸기이고 위기 모면용일 뿐이다. 대통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진실 규명과 법에 의한 심판 요구는 디올백 수수로까지 확대되었다.

출마 예정자, 특히 수도권 예비 후보자들은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커지는 걸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래서 나온 게 '사과라도' 해달라는 읍소형 요구였다. 보수 언론들도 사과와 제2부속실 설치 정도의 대책이라도 내놓으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마저도 불쾌해했고 여당 내 사과 요구 확산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이 갈등으로 분출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일부의 사과 요구는 해결책도 국민들이 원하는 바도 아니다. 많은 언론에서 디올백을 받은 행위를 '의혹'이라고 하지만 김건희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하는 장면은 만천하에 공개됐다. 의혹이 아니라 온 국민이 본 위법 행위다. 법이 정의롭고 공정하다면 수사해야 하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왜 대통령 부인 금품 수수를 법의 심판도 없이 사과로 마무리하려 하나? 그런 사과 요구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도 어이없지만 국민의힘 일부의 사과 요구는 법적 심판 대상을 도덕적 흠결 정도로 희석시키려는 얄팍한 정치 술수와 총선을 앞둔 보신책에 지나지 않는다.

더 이해되지 않는 주장도 있다. 교통사고가 났는데 피해자를 나무라는 격이라며 김건희 여사가 오히려 피해자라는 이철규 국민의힘 공동인재영입위원장. 그러나 300만 원 디올백은 김영란법을 위반하며 김건희 여사에게 건네졌고 반환되지도 않았다. 윤리에 어긋나는 취재라 하더라도 수수한 사실을 면죄받을 수 없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철규 위원장 주장대로 대통령 부인이 개입된 교통사고라면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가려내는 수사는 더 급함을 요하는 일이다. 장관의 핸드폰을 찾자고 수사관들을 총출동시킨 정권에서 대통령 부인이 개입된 교통사고(?)는 왜 모두가 뒷짐을 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디올백이 국고로 귀속되어서 반환이 어렵다는 주장 또한 뇌물을 수수해 국고로 귀속시키는 나라라는 궤변과 다를 바 없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한 공정과 상식 아니다
 

▲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 동영상을 틀어놓은 채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부끄러움을 모른다.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국회의원 선서를 했던 의원들, 앞으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사람들. 국가이익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안전이 우선이다.

사과를 요구했던 국민의힘 인사들, 계획된 공작이며 사과는 필요 없다는 대통령 호위무사들, 크게 다르지 않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그래서 '사과해라' '불가하다' 양측의 줄 달리기는 약속된 대련이든 권력의 암투이든 국민의 관심사가 아니다. 사흘간의 윤·한 갈등, 벌어진 틈새로 드러난 여당과 정권의 모습은 추하고도 나쁘다.

25일 한 위원장은 '제가 김건희 여사의 사과를 얘기한 적이 있던가'라며 사과 요구에 선을 그었다. 얄팍한 언변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라던 한 위원장이었다. 김경율 비대위원 역시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더 이상 밝혀질 것 없다'며 구애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쯤 되면 윤 대통령이 승자로 보일만 하다. 진정한 승자는 윤 대통령 뒤에 숨은 김건희 여사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럴만하다.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 뒤에서 섭정하는 풍자가 국민들의 우픈 미소를 짓게 하고 여당 의원들이나 장차관들이 대통령보다 김건희 여사의 심기를 먼저 살핀다는 소문도 파다할 지경이니 말이다.

그러나 본질은 변한 게 없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수수는 의혹이 아니라 확인된 위법 행위다.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의 갈등은 화재 현장을 화제 현장으로 만들며 봉합되었을지 모르지만 드러난 추한 모양을 국민들은 다 봐 버렸다.

여당 내 사과 요구는 당분간 보기 힘들 수 있겠지만 수사와 법의 심판을 요구하는 여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사과를 읍소하듯 청할 일이 아니다. 사과로 법의 심판을 퉁치는 것은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한 공정과 상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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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적용 확대가 ‘격차해소에 위배된다’는 한동훈의 궤변

3년 전 정반대 주장 펼치며 중대재해법 반대한 권성동 “왜 큰 기업만 골라서 하나?”

2021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반대하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2024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연장 주장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민중의소리

 

 

“충분한 자력과 인력을 갖춰 이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조치를 얼마든지 취할 수 있는 대규모 사업장이나 대기업들이 있다. 반면, 그럴 자력과 인력을 갖추지 못한 50인 미만 사업장이 있다. 이 양자 간 격차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당의 생각이다.” - 2024년 1월 25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 말이다.

‘대기업’과 ‘50인 미만 기업’은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안 된다는 주장인데, 한 비대위원장의 주장은 2021년 1월 해당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대하며 내세운 논리와 정반대다. 법이 통과될 때는 ‘곧바로 적용되는 대기업 노동자’와 ‘3년 뒤 적용되는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사이에 격차가 발생한다며 사업장 규모에 따라 적용 시기를 달리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가, 막상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도 적용되는 시기가 되자, 이번에는 사업장 규모를 고려해 유예기간을 더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를 위한 주장을 펼치다가 정반대의 논리가 튀어나온 것이다.

“(해당 법안은) 우선적으로 50인 이상 기업에만 적용이 되고 있습니다. 안전사고라는 것이 종업원이 많고 큰 기업만 골라서 발생합니까? 피해자 입장에서는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사망하는 피해자나 50인 이상의 기업에서 사망하는 피해자나 죽음이라는 결과는 동일합니다.” -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2022년 산업재해 사망자 수 2223명
법 시행 후 사업주 실형은 고작 1건
모든 영세사업자 범죄자될 것이라는 궤변

 

통계로 보는 2022년 산업재해 ⓒ안전보건공단 디지털전략실

중대재해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사고를 의미한다. 또는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뜻한다.

여권은 마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무조건 사업주를 처벌하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법으로, 각 사업장의 규모와 특성에 따른 안전·보건 조치를 위해 노력한 사업주까지 처벌한다는 내용은 없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연장을 주장하며 한 말을 보더라도,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지나치게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송 의원은 2022년 1월 27일 법시행 이후 사업주를 처벌한 사례는 “12건”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12건에서조차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고작 1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밝힌 2022년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2223명(사고 사망자 874명, 질병 사망자 1349명)이다. 222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실형을 선고받은 사업주는 고작 1명인 것이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면 마치 식당, 찜질방, 카페, 빵집 등 모든 영세사업자가 당장 범죄자가 될 것처럼 말하는 여당의 주장은 거짓선동에 가깝다.

원안을 대표발의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이 법은 처벌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법”이라며 “살인죄가 있다고 해서 모든 국민이 죄인이 되는 게 아니듯, 이 법이 있다고 바로 범죄자가 되는 게 아니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대비하면 아무 일도 안 생긴다”고 비판했다.

 

 

 

정부 지원 가능토록 법적 근거 마련했건만
아무런 대책 마련 안 하던 윤석열 정부
강은미 의원 “정부가 제대로 역할 안 한 것”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1.25.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대기업과 50인 미만 사업장 사이의) 격차를 고려하지 않고, 그 격차를 해소하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소규모 사업장까지 적용하는 것은 정치가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또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은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에 가깝다.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백혜련 법제사법위원장 대리의 ‘중대재해처벌법 대안’ 제안 설명을 들어보면, 당시 여야가 얼마나 격차 문제를 해소하려고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논의 과정에서 원안에 없던 정부의 지원 규정을 신설했다. 중소기업 등은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고 시스템이 미비하기 때문에 안전보건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정부가 예산이라든지 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근거(조항)를 만들었고, 준비기간을 충분히 두기 위해 유예기간을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후 3년, 그 이상 기업은 공포 후 1년으로 했다” -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 백혜련 법제사법위원장 대리

법에 정부가 50인 미만 사업장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놓고, 시행 시기도 규모별로 차등 적용한 것이다. 따라서, 국회가 할 일을 안 한 게 아니라 정부가 할 일을 안 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강은미 의원은 “법 제정 당시 준비 격차를 해소하라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적용을 연기했다”며 “유예된 시간 동안 사고 예방 지원을 안 한 정부가 제 역할을 못 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여당이 여태껏 무책임으로 일관하다가 이제와 준비 안 됐다고 미뤄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여당에 묻고 싶다.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다쳐도 되고, 죽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2021년 1월에 권성동 의원이 본회의에서 한 발언을 돌려 드리고 싶다”고 비판했다.

 

 

 

법 반대하는 보수논객조차
“국민의힘은 참 이상하다”

 

2021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66명 중 찬성 164명 반대 44명 기권 58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됐다. ⓒ국회의사중계시스템 화면 갈무리

중대재해처벌법은 2021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66명 중 찬성 164명 반대 44명 기권 58명으로 통과됐다. 해당 법안이 원안보다 한참 후퇴됐다는 비판 때문에 일부 민주당·정의당 의원 등이 기권했지만,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도 차마 반대하지 못했다.

이에 해당 법을 당초부터 반대해 온 보수논객조차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시기가 온 뒤에야 갑자기 반대하는 국민의힘의 모습’에 “참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정규재 전 펜앤드마이크 주필은 26일 페이스북에 “중대 재해법은 지금의 국회가 바로 3년 전 여야가 충분한 토론을 거쳐 통과시킨 법이다. 반대는 여야 합쳐 44명에 불과했다. 의원 각자의 자유로운 투표의 결과였다”며 “국민의힘은 그때는 무엇 하다가 지금 와서 민주당을 모든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비난하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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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의 80% 먹는 것에... 어느 4인 가족의 식비 공개합니다

[2024 신년 글로벌리포트 - 세계 장바구니 물가⑨] 멕시코 식료품비의 역설, 절망의 연구 결과

24.01.26 07:06최종 업데이트 24.01.26 07:06
'장 보러 가기 겁난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입니다. 2023년 통계청이 발표한 신선식품 지수 동향에 따르면 2년 사이 장바구니 물가가 25% 가까이 올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다른 나라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2024년 신년특집으로 세계 각국의 장바구니 물가를 소개하는 '글로벌 공동리포트'를 기획했습니다. 통계수치에서는 담지 못하고 있는 생생한 실물 경제의 명암을 공유하려고 합니다.[편집자말]
'요람에서 무덤까지 코카콜라!'

아이가 태어나 '엄마', '아빠' 다음으로 익히는 말이 '코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나라, 멕시코 이야기다. 작은 고마움을 표할 때, 누군가에게 부탁을 할 때, 코카콜라 한 병이 충분한 마음의 표현이 될 수 있는 곳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코카콜라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코카콜라를 마신다. 미취학 아동 열 명 중 일곱 명이 코카콜라를 마시고 이른 아침 직원회의에 들어가도 커피 대신 코카콜라가 나온다. 가난한 누군가의 장례식, 정말 나눌 것이 없을 때에도 코카콜라는 있어야 한다.
어지러울 때,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때, 혈압이 떨어졌을 때, 머리가 아플 때, 감기에 걸렸을 때, 기침을 할 때, 이 나라 사람들은 코카콜라를 마신다. 이쯤 되면 신비의 묘약이다. 그리고 음식을 먹을 때, 맵고 짠 멕시코 음식에 코카콜라는 영혼의 단비다.

평균 가계소득의 10%를 코카콜라 소비에 쏟아 붓는 나라. 정말 지극한, 아니 지독한 사랑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코카콜라 가격이 인상된다는 뉴스가 큰 화제가 된 적이 없다. 그런데 이 나라에선 빅뉴스다. 지난해 11월 14일 코카콜라 가격 인상 소식이 거의 모든 언론의 톱뉴스로 전해졌다. 코카콜라 600㎖ 한 병 가격이 기존 17페소에서 18페소로 인상된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환율 기준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360원이다. 미화 1달러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1억 3천만 명에 달하는 멕시코 전체인구 중 한 사람이 1년에 마시는 코카콜라의 평균 소비량은 164리터. 성인 인구로 한정한다면 소비량은 훨씬 많아진다. 어쨌든, 통계에 의하면 멕시코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하루에 약 440㎖의 콜라를 마시는 셈이다. 4인 가족이라면 하루에 50페소 이상을 코카콜라에 소비한다. 한화 4000원 정도다.

멕시코 4인 가족의 식비
 

▲ 멕시코 정부가 집권 이후 최근 5년 간 멕시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 구매력에 대한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2018년 당시 하루 최저 임금으로 프리홀 3kg, 혹은 계란 3.5kg, 혹은 또르띠쟈 6.5kg을 살 수 있었던 반면, 2023년에는 프리홀 5kg, 계란 4.6kg, 혹은 또르띠쟈 10.2kg을 살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멕시코 경제활동 인구의 절반 정도는 하루 8시간을 일하고 계란 4kg(대략 60개)을 살 수 있을 뿐이다. ⓒ 멕시코 정부

 
기왕 계산이 시작되었으니 우리 마을 흔하디흔한 후안 곤살레스의 하루도 계산해보자. 그는 아내 마리아 산체스, 그리고 미성년 두 아이와 함께 산다. 특별한 기술은 없지만 건축 현장을 돌아다닌 세월이 오래인지라 거의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이곳저곳으로 불려 다닌다. 전기도 고치고 수도도 고치고. 집의 이곳저곳 어지간한 곳은 다 고친다. 나름 인기맨이다. 작은 일이라도 하나 맡길라 치면 기본 일주일은 대기해야 한다.

그의 아내 마리아 산체스는 잡화점에서 일한다. 아침 여덟 시 반에 출근해 오후 세 시에 퇴근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하고 일요일은 쉰다. 남편 후안이 하루에 버는 돈은 대략 300페소(한화 2만2800원). 아내 마리아가 버는 돈은 하루에 200페소(한화 1만5200원)다. 2023년 멕시코 하루 최저임금이 207페소(한화 1만5500원)이니 후안은 최저임금을 훌쩍 넘어서고 마리아는 최저임금에 살짝 미치지 못한다.

멕시코 경제활동 인구 5130만 명의 47%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자임을 감안하면 후안이나 마리아의 소득이 썩 나쁜 편은 아니다. 참고로 멕시코 교사들의 급여 평균은 7500페소다. 택배기사 급여는 7200페소 언저리다. 대졸자 초임과 은행 창구직원의 평균급여는 8410페소이다.

그러니 후안이 한 달에 25일을 일한다면 교사 혹은 택배기사와 비슷한 수준, 그리고 대졸 사원이나 은행 창구 직원보다는 조금 낮은 소득을 얻는 셈이다. 마리아의 소득은 우리학교(주립대학교) 비서직 종사자들이 받는 수준의 급여쯤 되겠다. 다행스러운 점은, 둘이 맞벌이를 하고 있고 부양해야 할 아이가 둘 뿐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둘 다 마을 안에서 일하기 때문에 출퇴근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른 새벽, 날이 밝으면 후안의 큰아이가 마을 코카콜라 집으로 간다. 그 곳에서 1.5리터 혹은 2리터 정도의 코카콜라를 산다. 이 때 35페소가 지출된다. 그리고 토르티야 가게에 들러 1㎏의 토르티야를 산다. 다시 23페소가 지출된다. 이 두 가지를 사는 데만 부부 하루 소득의 10% 이상이 사라진다.
 

▲ 멕시코 사람들에게 토마토는 우리나라 김치와 같은 것이다.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멕시코 소스의 주재료가 토마토다. 여전히 거의 대부분의 집에서 토마토를 불에 구운 뒤 매운 고추와 함께 돌확에 갈아 소스를 만든다. 토르티야는 이미 가게에서 사먹는 가구가 대부분이지만, 소스는 여전히 집에서 만드는 편이다. ⓒ 림수진

  
아침은 최대한 간단하게. 여느 흔한 멕시코 가정에서처럼 코카콜라와 토르티야와 달걀요리가 전부. 멕시코식 오믈렛으로 한다면 계란 8개(500g, 28페소), 양파 하나(5페소), 토마토 2개(5페소), 고추 하나(0.3페소), 식용유(2페소)가 추가될 것이다. 가장 낮은 가격을 적용해도 40페소가 지출된다. 앞서 산 토르티야와 코카콜라를 포함하면 벌써 부부 합계 소득의 20%가 지출된 셈이다. 물론 물 값과 가스비와 전기요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아침으로 먹고 남는 음식이 있다면 엄마 마리아가 자신의 도시락으로 챙긴다. 학교에 가는 아이들에게는 점심값을 챙겨준다. 다행스럽게도, 현 정부에서는 초등학교에 한해 최소 비용(1인당 10페소, 한화 750원)으로 학생들에게 아침 간식과 점심을 제공한다. 밖에서 먹으려면 최소 70-80페소는 줘야 하는 정도의 양과 질이다.

엄마의 출근길,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는 않지만 멕시코 사람들의 특성 상 맹물에 음식을 먹을 수는 없으니 출근길에 코카콜라 한 병을 더 살 것이다. 원래 17페소였는데 최근에 올라서 18페소. 다시 부부 합계 소득의 8%가 엄마와 아이들 점심값으로 지출된다.

이미 부부 합계 소득의 30% 정도가 지출되었다. 아빠 후안의 점심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식구들은 저녁도 먹어야 한다.
 

▲ 우리마을엔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이 없는 대신, 일주일에 한 번 매주 토요일 오후 장이 선다. 마을에 있는 모든 가게들이 이곳에 물건을 내 놓기에 한 곳에서 한꺼번에 장을 볼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 물론, 도시의 대형마트보다는 저렴하지만 최근 모든 값들이 껑충껑충 뛰고 있어 자꾸만 장바구니가 가벼워진다. 흔한 치즈도 예전처럼 흔전만전 먹을 수가 없다. ⓒ 림수진

  
아빠 후안의 점심은 복불복. 운이 좋으면 일을 하러 간 집에서 간단하게나마 간식 혹은 점심을 내 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은 그렇지가 않다. 특히 최근 들어 인심은 더 박해졌다. 그렇다면 멕시코에서 가장 흔한 길거리 음식, 타코.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타코는 길거리 음식임에도 어지간해선 후안의 가족이 먹기 어려운 음식이 되어버렸다.

하나 당 10페소 아래쪽이었던 가격들이 슬금슬금 올라가는가 싶더니 15페소 선도 넘어선 지 오래다. 네 개만 먹어도 60-70페소, 거기다 코카콜라가 빠질 수 없으니 한 명 당 얼추 90페소쯤 지불해야 한다. 매일 본인 점심으로 하루 가계 소득의 20% 가량을 지출할 수는 없다. 결국 가장 저렴한 볼리조(멕시코식 바게트빵, 16페소)와 삶아 으깨 기름에 볶은 프리홀 한 컵(16페소), 거기에 역시나 코카콜라 600㎖ 한 병(18페소), 합 50페소. 가장 저렴한 선택을 해도 본인의 점심 한 끼로 부부 합계 소득의 10%가 지출된다. 물론, 저렴한 대신 부실해 매일 먹기는 힘든 음식이다.

중산층 수준 부부 1일 소득의 80%가 식비로
 

▲ 내가 사는 작은 시골 마을에는 대형 마트나 슈퍼가 없다. 마을 곳곳의 작은 가게들에서 생필품을 조달한다. 닭은 닭집에서 치즈는 치즈집에서 고기는 고기집에서 사는 식이다. 다만 매주 토요일에는 마을에 장이 열린다. 마을 각 가게 주인들이 자신들의 물건을 한 군데 모아 놓고 파는 식이다. 지난 토요일 나는 마을 장터에서 토마토 열 개, 오렌지 네 개, 양파 아홉 개, 당근 여섯 개, 사과 여섯 개, 호박 두 개, 바나나 다섯 개, 파파야 반 통, 포도 1kg을 샀다. 내가 계산한 돈은 289페소다. 그 중 절반(140페소)가 포도 값이었다. 멕시코에서 포도는 매우 비싼 과일이다. ⓒ 림수진


중간에 간식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이른 저녁이 되어 식구들이 모일 때까지 부부 합계 소득의 40%가 오직 식비로 이미 지출되었다. 저녁은 그래도 아침이나 점심보다는 나아야 할 텐데, 부부에겐 이제 300페소(한화 2만2800원)의 돈이 남아 있을 뿐이다. 날이 제법 쌀쌀해진 요즘 닭수프라도 끓여 먹으면 좋으련만, 2㎏ 기준 닭 한 마리 값이 150페소(한화 1만1400원)를 넘어섰다. 고기 중 가장 만만한 게 닭인데, 이젠 닭도 맘대로 사 먹기 쉽지 않다. 닭수프를 끓이자면 쌀, 마늘, 양파, 토마토 등을 사야하기에 적어도 200페소는 써야 한다. 물론, 여기에 전기료와 가스값은 포함되지 않는다.

맘 크게 먹고 저녁은 닭수프를 끓인다. 저녁을 먹고 나면 부부가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일을 하며 벌어온 돈 중 100페소가 남는다. 일요일엔 일을 하지 않기에 하루에 100페소 정도는 일요일을 위해 모아둬야 한다. 하루 번 돈 80%를 일용할 양식으로 지출하고 20%를 남기는 셈이다.

후안과 마리아 부부가 한 달에 25일을 일하고 버는 돈은 1만2500페소(한화 95만원), 2023년 멕시코 중산층의 가계소득 기준이 1만4500페소(한화 110만원)에서 시작되니, 약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현재 멕시코 도시에서 절대빈곤선 기준이 1인 한 달 소득 2225페소(17만원), 그리고 빈곤선 기준이 4415페소(34만원)이니 마리아와 후안의 경우 결코 빈곤층이라 할 수 없다. 둘의 소득을 합하면 교사, 은행 창구 직원, 대졸 신입사원, 택배 기사들보다 훨씬 높다. 그럼에도 가계 소득의 80%를 식료품 지출로 사용한다. 주거비나 의복비 혹은 교육과 여가는 이들의 지출 항목에 끼어들 여지가 없다.
 

▲ 멕시코는 최저임금이 두 지역에 차등으로 적용된다. 미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지역의 최저임금은 나머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 2023년 최저임금의 경우 국경지역 최저임금은 312페소, 나머지 지역은 207페소였다. 2023년 최저임금 상승률은 20%였다. ⓒ 멕시코 정부

  
지난 5년 간 멕시코 최저임금은 매년 20% 이상 상승하여 총 235% 증가했다. 2018년 현 대통령 취임 당시 88페소이던 1일 최저임금은 2023년에는 207페소까지 올랐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부분 멕시코 사람들의 삶이 후안과 마리아 부부처럼 한 치 여유도 없이 팍팍한 것은 물가도 같이 따라 오르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면서 멕시코의 물가상승률은 평균 8%를 상회했다. 물론 공식 통계치다. 실제 삶에서 느끼는 상승폭은 더 거세다. 2013년 토르티야 1㎏ 가격이 10페소를 상회했을 때 멕시코의 모든 언론은 금방이라도 세상이 망할 것처럼 호들갑이었다. 작년에 20페소를 넘어설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23페소. 물론, 세상은 망하지 않았고 토르티야 가격만 유유히 올라가는 중이다.

그 와중에 많은 것들이 '사치재'가 되어버렸다. 그 중 단연 으뜸은 빵이다. 지난 3년 사이 가격 상승률이 50%에 육박한다. 아무리 옥수수로 만든 토르티야가 주식이라고 하지만, 빵 역시 소비가 큰 편이다. 1인당 연간 34㎏을 소비한다(우리나라는 약 7.5㎏이다). 그러니 빵 소비에 대한 지출 부담이 만만치 않다. 단품 빵 하나에 6페소 혹은 7페소 하던 가격이 10페소를 넘어섰다. 몇 해 전 6페소 하던 빵 값을 7페소로 올린 뒤 밤이 늦도록 도무지 빵이 팔리지 않아 다시 가격을 내렸던 마을 빵집의 2023년 빵 한 개당 가격은 11페소였다.

하루 24시간 31분을 일해야 하는 밑지는 삶
 

▲ 오렌지 9개, 토마토 10개, 양파 7개, 사우어크림 작은 컵 하나, 치즈 500g, 계란 500g (8개), 작은 빵 4개, 바나나 9개를 사고 치른 가격이 360페소였다. 사과, 포도, 파파야 등과 같은 과일이 있지만, 사람들은 예전처럼 쉽게 과일을 사지 않는다. 고기 역시 마찬가지다. 같이 간 이웃이 그랬다. 요즘 같으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는 것이라고. ⓒ 림수진

 
지난 주말, 마을에 장이 섰을 때 같이 장을 보러 나선 이웃은 돈이 훨훨 날아간다며 연신 툴툴거렸다. 오렌지 9개, 토마토 10개, 양파 7개, 크림 작은 컵 1개, 치즈 500g, 빵 4개, 계란 500g, 바나나 9개를 사면서 그녀가 치른 값은 360페소였다. 혼자서도 거뜬히 들 수 있는 양인데 360페소라니. 불과 2-3년 전만 해도 장에서 200페소만 지출해도 장바구니는 혼자 들고 오지 못할 만큼 무거웠다. 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 비싸!'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일단 채소는 사되, 과일 사는 것을 포기한다고 했다. 고기는 일주일에 한 번만 먹는다고 했다.

결국 자급의 정도를 서서히 올리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다행히 내가 사는 이 작은 시골 마을에는 채소와 야생 과일들이 흔한 편이다. 닭과 계란도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다.

문제는 토르티야와 코카콜라. 아무리 옥수수가 풍년이라도 결국 토르티야의 가격 결정에서 소비자는 배제될 수밖에 없다. 하루에 10억 장 이상 팔리는 토르티야에 대한 영향력은 이미 소비자의 손을 떠난 지 오래다. 25페소든, 30페소든, 정해진 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 멕시코 현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의 기조는 ‘적절한digno’ 수준의 임금 회복이다. 현 정부가 집권을 시작한 2018년 88페소였던 최저임금은 임기 마지막이 될 2024년에 멕시코 국경 지역의 경우 374페소, 나머지 지역은 248페소로 상승하였다. 6년 간 280% 이상 상승하였지만 시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물가 상승이 원인이다. ⓒ 멕시코 정부

 
예전에 비해 세상은 더 발전했다고 하는데, 삶은 더 팍팍하다.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에서 행한 연구에 따르면 1987년에는 하루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물자들을 구하기 위해 4시간 53분 만 일하면 되었다. 이후 그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2006년에는 13시간 17분, 2015년에는 20시간 38분, 그리고 2016년에는 23시간 53분을 일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세상에, 하루 먹고 사는 일을 해결하고 나면 겨우 7분의 자유시간이 주어지는 셈이다.

더 슬픈 사실은, 급기야 2017년에는 24시간을 넘겨버리고 말았다는 점이다. 하루 24시간을 살기 위해 24시간 31분을 일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다. 아이러니다. 하루하루 살수록 밑지는 삶이다. 슬픈 현실이다.
 

▲ 아!! 맥주. 코로나 맥주. 멕시코 사람들이 가장 만만하게 마시는 코로나 맥주. 355ml 여섯 캔을 한 다발로 묶어 파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시절 자가 대피하는 와중에 전국적으로 맥주 소비가 급증하면서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자 정부가 맥주 생산을 중단하고 금주령을 내렸었다. 그 와중에 맥주 가격이 폭등하여 한 캔 당 10페소 미만이던 값이 14페소를 넘겨버렸다. 문제는, 코로나 바이러스 시절도 막을 내리고 금주령도 해제되었는데, 맥주 값은 여전히 그 시절 값이라는 것이다. 한 번 오른 물건 값은 절대로 다시 내려오지 않는다. 모든 것이 다 오르는 시절, 더 오르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 림수진

    
코로나바이러스야 그렇다 쳐도, 대관절 지구 반대편 나라들 사이의 전쟁이 왜 당장 내 밥상을 한없이 초라하게 하는지, 내가 사는 이곳 멕시코의 작은 시골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1990년대 이미 30%를 육박하는 물가상승률을 경험해 본 바, 최근의 8% 정도는 견딜 만하다. 물론, 기꺼운 일은 아니다. 그냥 바짝 엎드려 견디는 거다. 그나마 술이 위로일 텐데, 코로나 시절 금주령과 함께 생산이 중단되면서 가격이 올랐던 맥주는 코로나와 금주령이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가격이 오르고 있다. 참 희한하다.

맥주야 안 먹고 견딘다 치지만, 토르티야와 토마토와 양파와 계란과 붉은 콩을 안 먹고 어찌 견딜 수가 있겠는가. 그러니 멕시코의 흔하디흔한 후안과 마리아들은 어쩌면 이미 그들 하루 소득의 100% 이상을 오직 먹고 사는데 쏟아 부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고도 어쩌면 2%가 부족할 것이다. 하루 24시간을 살아내기 위해 24시간 이상을 일해야 하는 현실이라니, 아직 살지 않은 미래를 담보 잡지 않는 한 도무지 살 수 없는 삶이라니, 아무리 봐도 이 나라 숱한 후안과 마리아들이 공상과학 소설 속 주인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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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위기] 국민주권당, 전쟁 방지 4개 입법 제시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1/26 10:46
  • 수정일
    2024/01/26 10:4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형구 | 기사입력 2024/01/25 [17:44]
  •  
 

국민주권당은 25일 긴급 성명을 발표해 “국회가 전쟁 방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국민주권당은 올해 한반도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며 언제 무슨 일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주권당은 “전 정권에서는 남북 전쟁 위기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치닫지는 않았다.”라며 현 전쟁 위기는 극단적인 대결 정책을 편 윤석열 정권의 책임이라고 규탄했다.

 

국민주권당은 “정부가 나서서 전쟁 위기를 계속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적극 나서서 제동을 걸어야 한다.”라며 국회가 4가지 법을 만들자고 제시했다. 국민주권당은 전쟁 방지 4개 입법 과제로 ▲한·미·일 연합훈련 중지법 ▲미국 전략자산 반입 금지법 ▲(미국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시)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국회 비준 거부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재추진을 제시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이다. 

 

[긴급 성명] 이대로 가면 전쟁이다. 국회가 전쟁 방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전쟁 위기가 심각하다. 국내외에서는 지금이 1950년 6월 이후 가장 위험하다며, 올해 내에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현 전쟁 위기는 윤석열 정부가 남북관계를 극단적인 대결 정책 일변도로 끌어온 결과다. 

 

윤석열 정권이 집권한 후 한미 연합훈련, 한미일 연합훈련 등이 연중무휴에 가깝게 진행됐다. 미국의 핵전략자산이 한국에 전개된 것만 해도 2022년부터 2023년 11월까지 27회에 달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선제타격, 북한 정권 종식을 외치며 북한에 대해 ‘즉강끝’(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라), ‘선조치 후보고’하라고 군에 주문하고 있다. 그 결과 전쟁 위기가 끊임없이 고조되어 오늘날 군사적 충돌과 실전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전 정권에서는 남북 전쟁 위기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언제 무슨 일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위태로운 상황이다. 평화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대한민국 경제와 민생이 존재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전쟁이 일단 벌어지면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는 파국을 맞게 되며 절대로 그 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 지금 전쟁을 막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하다. 

 

정부가 나서서 전쟁 위기를 계속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적극 나서서 제동을 걸어야 한다. 윤석열 정권의 행보를 비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규탄만으로 윤석열 정권이 멈춰 서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국회가 입법기관으로서 권한을 발휘해 전쟁을 억제할 구체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 

 

▲ 한·미·일 연합훈련 중지법 

 

북한을 상대로 다른 나라의 군대와 무기를 동원해 연합훈련을 벌이는 것은 한반도 군사 긴장을 고조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그래서 한미연합훈련을 계기로 심각한 전쟁 위기가 촉발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한미연합훈련에서 더 나아가 한·미·일 연합훈련까지 빈번하게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독도를 자기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며 군국주의 야욕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권은 전범기를 단 일본 자위대를 한반도와 우리 영해로 끌어들여 가면서까지 남북 대결에 매달리고 있다. 

 

<한·미·일 연합훈련 중지법>을 만들어 도 넘은 윤석열 정권의 군사 대결 행보에 제동을 걸고 전쟁 위기를 누그러뜨려야 한다. 

 

▲ 미국 전략자산 반입 금지법 

 

전략자산은 핵 및 그에 버금가는 큰 위력을 가진 무기다.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자주 반입되는 것이 군사 긴장과 대결을 키운다는 것은 자명하다. 북한이 핵 개발에 매달리는 이유도 미국에 대한 핵 공포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자주 들어오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윤석열 정권은 아예 미국에 핵협의그룹을 만들어달라고 간청하여 한반도 핵전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 전략자산 반입 금지법>을 만들어 한반도에 미국의 핵무기와 전략무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들어오지 않으면 적어도 핵전쟁 위험은 한층 완화할 수 있고 남북 간에도 충돌의 가능성이 확 줄어들 것은 명백하다.

 

▲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국회 비준 거부 

 

우리 정치권과 국회가 미국에 한반도에서의 대북 한미일 연합훈련 중단, 전략자산 진입 억제를 요구해야 한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에 대한 국회 비준을 거부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군사 충돌을 유발할 가능성이 가장 큰 요소로 서해 NLL과 대북 전단을 꼽을 수 있다. 과거 9.19 군사합의나 대북 전단 금지법은 남북 충돌 가능성을 얼마간 억제하는 기능을 했지만, 지금은 둘 다 무력화되었다. 

 

대북 전단 금지법은 2020년 국회가 법을 만들었지만, 2023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보복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군사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통일을 지향하기 위한 대북 전단 금지법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곧 바람의 방향이 남풍으로 바뀌는 계절이 온다. 시급하게 대북 전단 금지법을 보완할 방안을 모색하고 재추진해야 한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다. 윤석열 정권이 전쟁을 향해 폭주하고 있는 것을 손 놓고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 정치권과 국회, 그리고 국민들이 모두 나서서 윤석열 정권을 멈추고 전쟁을 막자! 

 

2024년 1월 25일

국민주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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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외교' 몰두하는 윤석열 정부, 지혜 발휘할 역량 되나

[정욱식 칼럼] 평화의 재발명(5) 뜨거워지는 북러 밀착, 김을 빼려면?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4.01.26. 05:02:49

 

올해 예정된 전 세계의 주요 외교 일정 가운데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가장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푸틴은 1월 중순 모스크바를 방문한 최선희 외무상에게 "빠른 시일 내에 (북한을) 방문할 용의"를 표명했다. 아마도 푸틴의 방북은 3월로 예정된 러시아 대선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기만 남은 것으로 보이는 푸틴의 방북이 국제사회의 시선을 끄는 이유는 북러관계 밀착이 가져올 지정학적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는 데에 있다. 그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9월 김정은-푸틴 정상회담을 전후해 수면 위로 올라온 '북러 무기거래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동북아 안보 정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는 북한의 포탄과 미사일 제공으로 혜택을 보고, 북한은 러시아의 첨단무기 개발 지원으로 혜택을 보고 있다며, 북러 관계 심화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한미일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북러 무기거래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를 위반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비판하고 있지만, 북러 밀착을 견제하는 데에는 역부족인 현실이다. 오히려 북러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전방적인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24년 만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푸틴의 방북은 그 백미에 해당될 수 있다. 매우 우려스러운 흐름이다. 동시에 북러관계 밀착의 배경과 원인부터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3일(현지시각) 러시아 아무르 주에 위치한 보스토니치 우주기지를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단극체제의 쓴맛 

 

우선 1990년대 초반 소련 몰락의 의미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냉전 종식이 자신도 지분을 갖는 새로운 세계 질서의 출현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미국의 생각은 달랐다. 

 

1989년 몰타에서 소련의 미하엘 고르바초프 공산당 총서기와 냉전 종식을 선언했던 미국의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1991년 12월에 소련이 해체되자 "냉전은 종식된 것이 아니라 미국이 승리한 것"이라고 선언했다. 샴페인을 터트린 미국은 그 이후에 자제의 미덕을 잃었다. 미국이 약속을 깨고 나토 동진을 계속 밀어붙인 것이 이에 해당된다.

 

KGB 관료로서 이를 목도한 푸틴은 대통령이 되자 소련의 몰락을 "20세기 최악의 지정학적 사건"으로 규정했다. 러시아가 미국에 철저하게 모욕당했다고 여겼다. 나토의 동진과 미국이 동유럽 국가들에 미사일방어체제(MD)를 전진 배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푸틴은 2007년 뮌헨안보회의에서 "주인이 하나밖에 없는 세상"에 강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는데, 이런 감정이 강해질수록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를 다극체제로 바꾸겠다는 결의도 강하게 다졌다. 

 

한편 소련 몰락 이후 북한의 최대 목표는 제국의 지위에 올라선 미국과 친해지는 것이었다. 핵 카드가 이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핵비확산이라는 제국의 뜻에 도전해 제국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북한은 제국의 뜻을 수용하는 대가로 "조미 적대관계의 평화로운 관계로의 전환"을 도모했었다. 이것이 총체적인 위기에 처한 북한이 살 길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소련의 몰락으로 위기에 처한 세력은 또 있었다. 바로 미국의 군산복합체이다. 1990년대 들어 미국 군수산업계엔 구조조정의 바람이 몰아쳤고 미국 국방비는 1980년대 중후반에 비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 하여 한반도 문제의 보이지 않는 핵심은 위기에 처한 두 세력, 즉 북한과 미국 군산복합체의 상호작용에 있었다. 

 

위기에 처한 북한은 미국과 친해지려 했지만, 위기에 처한 군산복합체는 '북한위협론'을 필요로 했다. 미국 군산복합체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MD를 밀어붙이려고 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2000년 들어서는 북-미-러 삼각관계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북핵 문제는 제네바 합의로 관리되고 있었기에 북한 미사일 문제만 풀리면 북미관계 정상화도 가능한 듯 보였다. 그럴수록 미국의 군산복합체에겐 북한위협론이 더욱 절실해졌다.

 

바로 이때 푸틴이 구소련을 포함한 러시아 지도자로서는 최초로 7월에 평양을 방문했다. 그리곤 북미 미사일 협상 중재안을 내놓았다. 러시아가 북한의 위성을 대리로 발사해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러-우 전쟁과 남북한의 엇갈린 선택

 

이것이 목표한 바는 미국과 소련이 1972년 체결한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 사수에 있었다. 러시아가 북한의 위성 발사 수요를 대신 충족해줄 테니, 미국은 북한위협론을 빌미로 삼아 ABM 조약에서 탈퇴해 MD를 강행하려는 생각을 접으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MD 구축을 최대 목표 가운데 하나로 내세운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북미관계 정상화 흐름도, 푸틴의 ABM 조약 사수도 물거품이 되었다. 

 

결국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전쟁의 승자는 군산복합체였지만, 북한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핵 개발을 지렛대로 삼아 북미관계 정상화를 도모했던 과거와 결별하고 핵무력을 국체로 삼아 거침없는 행보에 나선 것이다. 2019년은 그 전환점이었다. 한미일과 '손절'을 선택한 북한은 중국은 물론이고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도 박차를 가했다.

 

이렇듯 북러 관계 밀착에는 미국 단극체제 시기에 겪은 동병상련이 똬리를 틀고 있다. 북러가 공유해온 미국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이 양국 관계에 접착제 역할을 한 것이다. 

 

때마침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격화되면서 북중, 북러 관계도 강화되었다. 이는 북한과 러시아의 대담한 행보를 가능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북중러가 한미일만큼이나 결속된 것은 아니지만 3자가 미국 단극체제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다극체제로의 전환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정세가 고도로 연결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이 짙은 이 전쟁에서 남한의 '친미'와 북한의 '반미'가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미국이 한국에서 제공받아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155mm 포탄량이 모든 유럽 국가들의 공급량보다 많았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한러 관계가 파탄날 것"이라고 경고했던 러시아는 급기야 북한과 손을 잡았다.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전방위적인 협력을 본격화한 것이다.

 

그러자 미국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과 발사대까지 제공하고 러시아는 북한에 첨단 무기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남북한이 유라시아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주요 무기 공급국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석열 정부가 표방해온 '가치 연대'와 김정은 정권의 '반미 연대'가 우크라이나에서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전세가 심상치 않다. 작년 여름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고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피로감도 엿보인다. 러시아는 장기전을 치를 수 있는 역량을 축적하고 있는 반면에, 우크라이나에는 실패한 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스며들고 있다. 

 

윤 정부가 추구해온 '가치 연대'의 실상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윤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뿐만 아니라 미국이 주도해온 인도-태평양 전략, 한미일 준군사동맹 추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의 관계 강화에 몰두해왔다. 자유·인권·시장경제 등 가치를 내세웠지만, 실은 동맹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북·중·러와의 관계는 1990년대 이래 모두 최악이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미국의 위상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전쟁 방지와 조속한 휴전에 도통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미국에 등을 돌리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가자지구에서 전쟁 범죄를 일삼는 이스라엘에 미국이 외교적 보호자를 자처하고 다량의 무기를 제공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대미 관계 개선의 미련을 접고 반미를 기치로 든 북한은 이를 기회로 삼고 있다. 두 개의 전쟁과 미중 전략 경쟁을 다극체제로의 전환 기회로 간주하고는 "미국과 서방의 패권전략에 반기를 드는 반제자주적인 나라들과의 관계를 가일층 발전"시키기로 한 것이다. 북한의 자신감은 대외 환경의 변화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증강은 거의 모든 이가 인정하고 우려할 정도로 강해지고 있다. 앞선 글들에서 소개한 것처럼, 만성적인 식량난과 경제난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군사·외교·경제 등 각 방면에서 낯설지만 만만치 않은 북한이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 12월 31일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가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의에서 올해 각 부문 사업을 총화하고 내년 당 및 국가사업의 발전 방향을 확정해 발표했다. ⓒ로동신문=뉴스1

 

'헤드 게임' 벌이는 북러와 골치 아픈 한미 

 

북러 밀착이 유럽과 동북아에서 만만치 않은 변수가 되면서 국내에선 북러 관계가 더 밀착되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 미국은 북한의 도발적인 언행과 대러 무기 지원을 규탄하면서도 대화 테이블로 나와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러는 한미를 상대로 '헤드 게임'을 벌이고 있다. 무기거래와 관련해 한미가 왜곡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하면서도 군사협력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러시아는 최선희 방러 기간에 양국 관계를 전방위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며 여기에는 "민감한 분야"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북한도 "두 나라 관계를 전략적인 발전 방향에서 새로운 법률적 기초에" 올려세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북러가 "민감한 분야"와 "새로운 법률적 기초"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무기거래 및 군사동맹을 명시하지 않으면서도 외부에서 이러한 해석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법률적 기초'가 1961년 우호조약에 버금가는 내용을 담게 되면 그 파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동맹 복원도 문제이지만, '핵보유국 소련'과 '비핵국가 북한' 사이의 조약이 아니라 두 핵보유국 사이의 조약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미래는 정해진 것은 아니다. 푸틴의 방북 시 상기한 문제들이 논의되고 합의될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지정학적 환경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면 북러 밀착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핵심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북러관계에 김을 빼는 작업에 있다. 한미, 혹은 한미일이 연합군사훈련의 수위를 낮추거나 유예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긴장완화를 위한 대화와 협상을 제안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때마침 한미일은 올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이다. 또 러시아는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정치협상을 줄곧 제안해왔고, 미일도 북한과의 대화를 타진해왔다.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이다. 한국이 이러한 외교적 공간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역량과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는 것이다.

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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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몰카 함정 당했지만...명품백 그렇게 쉽게 받을 수 있나”

[아침신문 솎아보기] 윤대통령 방송사 신년대담 가능성에 신문들 우려 목소리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피습·중대재해법 확대에 노동부 ‘공포마케팅’ 지적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4.01.26 07:50

  • 수정 2024.01.26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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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열지 않고 특정 방송사 대담 형식으로 김건희씨 논란을 비롯한 현안에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거론되자 26일 신문들은 우려 목소리를 냈다. 신문들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25일 윤 대통령이 방송사와 신년 대담으로 김건희씨를 둘러싼 논란을 설명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방송사로는 KBS가 유력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기사 <신년 기자회견 대신 방송 대담 검토, 윤대통령 김여사 논란 입장 밝힐 듯>에서 “정제된 질문과 대답을 통해 윤 대통령의 입장을 충실히 밝히려는 의도로 보이나, ‘언론 패싱’과 ‘불통’ 이미지가 더욱 굳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신년 기자회견의 경우 김 여사에 대한 의혹과 입장을 묻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 수 있고, 윤 대통령에게 불편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게 일부 참모들의 생각”이라고 했다.

▲26일 한국일보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이 방송 대담으로 선회할 경우 '일방적 정권 홍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공식 기자회견이나 다양한 언론 매체의 비판적 질문에 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앞서 문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대담으로 바꿀 때도 ‘정권 친화적 매체를 선택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신년 기자회견을 열지 않고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선 “김 여사에게 민심이 우호적이지 않은 것은 단순히 명품백을 받아서가 아니다. 국정에 개입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등 영부인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을 해온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대담 방식은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모양새를 띨 수 있는데다, 질문 내용과 답변 등을 사전에 협의할 수 있다”며 “결국 김 여사는 ‘몰카 공작 피해자’라는 윤 대통령의 인식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형식이 될 공산이 크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지금껏 한차례도 기자회견을 연 적이 없다”며 “언론을 정권의 홍보 수단 정도로 폄하하는 왜곡된 언론관을 드러내는 행태”라고 밝혔다.

▲26일 한겨레

조선일보는 사설 <윤 대통령 하고 싶은 말보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 하길>에서 김건희씨가 함정에 당한 것이 분명하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김씨 관련한 다양한 논란을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26일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이번 일은 김 여사가 친북 목사의 몰래 카메라 함정에 당한 것이 분명하다. 상식 있는 사람이면 함정을 파고 몰카 행각을 한 목사의 행태를 비판한다”고 주장한 뒤 “그렇다고 해서 김 여사의 문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친북 목사를 어떻게, 왜 만났는지부터 납득할 수 없다”며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 부인이 명품 백을 그렇게 쉽게 받을 수 있나. 그 백은 왜 돌려주지 않았으며, 지금 어디에 있나. 이런 의문은 상식적인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건희씨 관련 업무를 전담할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에도 입장을 밝히라고 했다.

경향신문 “‘김건희 문제는 역린’ 확인되자 꼬리 내려”

▲26일 경향신문

김건희씨 금품 수수 의혹에 사과를 요구하던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결국 ‘꼬리를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향신문은 김 위원이 25일 야당이 김건희씨의 관여 의혹을 제기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더 이상 밝혀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은 앞서 여러 차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과를 요구했다. 한 위원장도 이날 자신이 김 여사 사과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할 정도로 김 여사(김씨) 문제가 ‘역린’이란 점이 확인되자 ‘꼬리를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이용욱 경향신문 정치에디터는 칼럼에서 “과거 대통령들도 가족 비리가 불거졌을 때 여론을 따랐다”며 “하지만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해명과 사과,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여론은 외면한 채 김 여사 보호가 최우선 가치임을 자인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처지는 말년이 초라했던 이전 대통령들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윤 대통령은 자신의 위기상황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26일 경향신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피습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강남에서 습격 당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피의자는 미성년자로 인근 중학교에 재학 중이다. 아침신문들은 이 소식을 1면에 올렸다.

배 의원은 이날 오후 5시께 강남구 신사동 건물 안에서 한 남성에게 돌로 머리를 맞고 순천향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배현진 의원실은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신문들은 영상과 현장 경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피의자는 배 의원에게 다가가 ‘국회의원 배현인인지’ 물은 뒤 돌연 손바닥 절반 크기의 돌로 배 의원을 가격했다. 피의자는 다른 시민들이 제지하기 전까지 28초간 16회 가격했고 돌을 손에서 놓치자 맨손으로 폭행하기도 했다. 피의자는 특수폭행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돼 강남경찰서로 압송됐다고 신문들은 전했다.

다수 신문이 1면 머리기사에서 이 사건을 ‘정치 테러’라고 규정했다. 서울신문은 1면 머리에 <강남 한복판서 또 정치인 테러>라는 제목을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에 <중학생의 정치테러>란 제목을 올렸다. 한국일보도 <3주 만에 또 정치 테러… 배현진 대낮 도심 피습>을 올렸다. 국민일보는 <민주주의 흔드는 정치테러>라는 제목을 썼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피습이라는 단어를 썼다.

▲26일 조선일보

▲26일 동아일보

▲26일 경향신문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빵집도 중대재해 처벌”?

오는 27일부터 5명 이상 일하는 모든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5~49명 노동자가 일하는 전국 83만여개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추가로 유예하는 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으면서다. 일부 신문은 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가 필요하다며 ‘공포 마케팅’에 나섰다고 지적했고 다수 신문은 ‘유예가 불발됐다’는 사용자 단체 입장을 전했다.

여야는 이날 50명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추가로 유예하도록 한 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중소기업 대부분이 아직 준비가 미흡하다며 법 시행을 추가로 2년 유예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해 9월 발의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추가 유예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등의 추가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을 앞두고 “정부가 ‘추가 유예’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공포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4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확대 시행된다면 상시 노동자가 5명 이상인 동네 음식점이나 빵집 사장님도 적용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고, 27일에도 노동부가 같은 주장을 했다. 경향신문은 일반 산재를 넘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26일 경향신문

한겨레는 사설에서 “(노동부가 밝힌 빵집, 카페 등)이런 사업장은 직원이 사망하는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적을 뿐 아니라, 50인 이상 사업장과 달리 기본적인 안전 조처를 취하면 중대재해법상 책임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5인 미만 사업장은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특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호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사실 호도에 앞장서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했다.

노동부는 영세·중소기업에서는 대표이사가 생산부터 기획·영업·안전관리까지 모든 역할을 하므로 대표가 중대재해로 처벌을 받으면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중대재해 발생으로 대표가 기소된다고 해도 구속되거나 실형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2022년 1월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50인 이상 사업장 대표 중 실형을 받은 사례는 한국제강 대표 1명뿐”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1면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은 혼란에 빠졌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영세사업자 83만명 예비범법자 만드는 정치>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26일 한겨레

이날 경남 거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사업장에서 31살 하청노동자가 중대재해를 입고 사망했다. 같은 사업장에서 28살 노동자가 폭발 사고로 숨진 지 12만이다. 한겨레와 한국일보가 이 소식을 전했다. 이들 신문은 이 노동자가 거제사업장에서 바닷물에 들어가 선체에 붙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다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고 했다. 위험작업허가서에 승인된 작업자는 사망자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나타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 하청지회는 기본 안전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는 현실이 사망을 불렀다고 했다.

▲26일자 종합일간지 1면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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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의 대피령, 주민들은 생존위협 느꼈다”

평화연석회의, ‘적대행위와 군사행동 즉각 중단’ 촉구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4.01.25 14:01
  •  
  •  수정 2024.01.25 14:42
  •  
  •  댓글 2
 
평화연석회의는 25일 오전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 남북간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입장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평화연석회의는 25일 오전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 남북간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입장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북한은 1월 5일 오전 9시 대규모 포사격훈련을 했고 1월 5일 오후 12시에는 합동참모본부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앞두고 주민 대피령을 내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2010년 연평도 포격 이후 또다시 서해5도 주민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9.19군사합의가 무효화 된 가운데 남북간 군사적 대치 상황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연평도 주민 박태원 씨는 25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연석회의’(이하 평화연석회의)가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서해 기상 악화로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한 채 서면으로 제출한 발언문에서 박태원 씨는 “지난 1월 5일 연평도에 13년 만에 또 다시 대피령이 내려졌고 주민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꼈다”며 “연평도 포격 이후 무려 13년이 지난 지금에도 피난 매뉴얼조차 없다는 현실에 서해5도 주민들은 암담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박태원(연평도 주민, 어민) 서면 발언문[전문]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5도 지역은 남북 접경지역으로 한국전쟁 이후 남북 간의 국지전이 발생한 군사분쟁지역입니다. 1999년, 2002년 1,2차 연평해전이 벌어졌고 2009년 대청해전,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특히 연평도 포격 사건은 한반도에서 한국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분단이라는 현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한 사건입니다. 연평도 포격이 주는 주된 교훈은 남과 북이 군사적 대결만을 추구한다면 서로에게 상처만 남을 뿐이라는 것과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 주민들이라는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남과 북이 강대강으로 군사 대결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나마 서해에서 안전핀 역할을 하던 9.19 군사 합의 효력 정지 이후 불안하게나마 유지되던 서해 평화는 더욱 불안해졌습니다. 

 

어민들 사이에서 NLL 상의 불법 중국 어선은 남북 관계의 바로미터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남북 관계가 좋으면 중국 어선들이 많이 출몰하고 남과 북의 긴장이 높아지면 중국 어선들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작년 11월부터 연평도 주변 NLL에 중국 어선들이 빠르게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 5일 연평도에 13년 만에 또 다시 대피령이 내려졌고 주민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북한은 1월 5일 오전 9시 대규모 포사격훈련을 했고 1월 5일 오후 12시에는 합동참모본부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앞두고 주민 대피령을 내렸습니다. 합동참모본부에서 계획했던 1월 5일부터 7일까지의 서해안 상설 해상사격훈련 계획이 먼저인지 북의 포사격훈련이 먼저인지 저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2010년 연평도 포격 이후 또다시 서해5도 주민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남과 북의 서해 포 사격 이후 1월 12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연평도를 찾아와 “주민 보호 태세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행정안전부 장관이 연평도에 찾아온 1월 12일에도 행안부에는 서해5도 유사시 주민 피난 매뉴얼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연평도 포격 당시에도 피난 매뉴얼이 없어 연평도 주민들은 작은 어선을 타고 알아서 피난을 했습니다. 그런데 연평도 포격 이후 무려 13년이 지난 지금에도 피난 매뉴얼조차 없다는 현실에 서해5도 주민들은 암담할 따름입니다. 

 

이제 해상 완충지대가 사라졌고, 서해는 위험지대가 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지금의 정세를 보고 “한반도에 전쟁이 빌드업 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정말 공감되는 말입니다. 서해5도를 비롯한 접경지역 주민에게 최고의 주민 보호 태세는 바로 남과 북의 평화, 한반도 평화, 서해 평화입니다.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지금 당장 군사훈련을 멈추고 9.19 군사 합의를 복원하고 남북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연평도 주민 대피령은 ‘늦장 대응’이 아니라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린 무책임한 조치였다고 질타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연평도 주민 대피령은 ‘늦장 대응’이 아니라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린 무책임한 조치였다고 질타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연평도 주민 대피령이 ‘늦장 대응’이었다는 보도들에 대해 “그게 늦장 대응이 아니라 사실 11시에 대응이 끝나고 우리가 오후 3시에 대응 사격을 하게 돼 있었고 사실은 그 대응 사격 다음에 북이 또 대응 사격을 어디 할 것인가에 대한 위험이었다”며 “우리 군이 쏠 테니까 그 다음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나 책임 못 져, 너희들 피해”라는 차원의 대피령이었다는 것.

김 교수는 “그게 과연 국가가 할 짓이냐?”며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군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판단을 하고 지시를 하고 결정을 하고 정말 상대를 위협하는 힘겨루기식 치킨 게임을 하는 것이 과연 국가가 정말 그렇게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지 정말 의문스럽다”고 강한 어조로 문제를 제기했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에 등재된 ‘항행 경보’. 우리 군과 해경의 해상사격훈련 등이 숱하게 실려있다.  ‘서해안~황해 중부’ 사격장 구역에 1월 4~6일 ‘해상 사격훈련(해경)’이 예고돼 있다.[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에 등재된 ‘항행 경보’. 우리 군과 해경의 해상사격훈련 등이 숱하게 실려있다. ‘서해안~황해 중부’ 사격장 구역에 1월 1~2일, 4~6일 ‘해상 사격훈련(해경)’이 예고돼 있다.[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또한 남북간 사격과 대응사격의 ‘선후 관계’에 대해서도 국립해양조사원의 ‘항행 경보’를 근거로 “알 수 없다”고 짚었다.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에 등재된 ‘항행 경보’를 보면, ‘서해안~황해 중부’ 사격장 구역에 1월 4일 오후 1~6시, 1월 5일 오후 1~5시 ‘해상 사격훈련(해경)’이 예고돼 있다.

김 교수는 “9.19 군사합의서 1조 2항에는 분명히 서해 남측 덕적도로부터 북측 초도까지를 소위 완충구역이라고 하면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 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신을 덮도록 되어 있다”며 “과연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부터 지금까지 북한이 3,600번 위반했다고 한 대한민국 국방부에게 묻는다. 항해 경보에 있는 우리의 백령도 연평도의 사격은 과연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나아가 우리 군 역시 해경의 사격을 제외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숫자”라며 국방부에 횟수 공개를 촉구하기도 했다.

경기도 파주시 주민이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인 이재희 씨와 강원도 철원군 주민이자 농민인 김용빈 씨가 기자회견에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연평도 주민은 서해 기상 상황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경기도 파주시 주민이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인 이재희 씨와 강원도 철원군 주민이자 농민인 김용빈 씨가 기자회견에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연평도 주민은 서해 기상 상황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경기도 파주시 주민이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인 이재희 씨는 “지금 대성동 마을 출입이 이전보다 되게 까다로워졌다”는 점과 “정찰 무인기나 헬기 비행을 신도시 주변에서 목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스토리 사격장과 무건리 사격장 모두 지금 출입이 일단 많고 훈련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 등을 변화된 상황으로 꼽고 “현장에 와서 기자들이 취재를 좀 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강원도 철원군 주민이자 농민인 김용빈 씨는 “지난 가을 무렵에는 헬기가 한두 대가 아니고 이렇게 집단적으로 기동하는 그런 모습이 보였었다”고 전했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무엇보다도 대북전단 살포와 드론과 무인정찰기 등 대북 정찰비행이 남북간 군사적 충돌의 빌미가 될 것을 우려했다.

북한 인권주간 등에 기자들을 대동하고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것은 지역주민들이 적극 나서서 제지하고 있지만 “밤에 몰래 날리는 것은 너무 (제지하기)어렵다”며 “시민단체들이 현수막을 붙여서 대북 전단을 반대하는 여론 형성을 좀 하려 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김동엽 교수는 “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헌재(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났지만 일단 이걸 제한하는 취지는 적당하다 적절하다 그리고 처벌이 과하다 하는 취지였다”며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평화를 위해서 또 안보를 위해서 표현의 자유는 제한할 수 있다, 그래서 제한 자체가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서 밝힌 바 있다”고 상기시키고 “헌재 판결문을 보면 문제가 있다면 얼마든지 경찰이 제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과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평화연석회의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과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평화연석회의 명의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과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평화연석회의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접경 지역 주민들은 위기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시민들의 불안감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본격적인 대북 전단 살포가 예고되어 있고, 3월에는 대규모 한미연합군사연습도 예정되어 있다”고 현 상황을 위기상황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는 접경 지역에서 무력 충돌 위험을 높일 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감시하고 끊임없이 중단을 촉구할 것이며, 불안에 휩싸인 접경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 활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 입장(전문)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특히 서해 일대에서 남북 군사훈련 수위가 높아지며 일촉즉발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북·북미 사이 대화 채널이 모두 끊긴 가운데, 무력 충돌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던 9.19 군사 합의마저 무력화된 결과입니다. 지상, 해상, 공중 완충구역이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 우발적인 충돌 위험이 매우 커졌습니다. 

현재의 상황은 북한의 군사훈련만으로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1월 초 북방한계선(NLL) 일대 북한의 포사격훈련 이전 한국과 미국의 연합전투사격훈련이 있었고, 한국 육군과 해군의 대대적인 사격과 기동훈련도 진행되었습니다. 북한은 포사격훈련이 한국군 훈련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고, 남한은 이를 ‘도발’이라 간주하고 연평·백령·대청도 주민들을 대피까지 시키며 대응 사격훈련을 감행했습니다. 

지난 연말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 관계가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고착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남한은 <2022 국방백서>에서 이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대북 군사적 압박과 적대 정책은 군사적 긴장과 대결만을 격화시켰을 뿐입니다. 서로를 적으로 규정한 채 강대강 대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어디에서도 위기 관리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접경 지역 주민들은 위기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불안감도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기존의 해상 및 지상의 적대행위 중지구역에서 사격 및 훈련 등을 정상적으로 실시해 나갈 것’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군사분계선 일대의 정찰 비행은 2023년 11월 이미 재개되었고, 이제 지상과 해상에서 사격훈련과 야외기동훈련도 재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북방한계선(NLL) 규정을 둘러싼 남북의 이견이 존재하기 때문에 특히 해상에서의 충돌 가능성이 심각하게 우려됩니다. 군사분계선 5km 내의 사격장들에서 실사격 훈련이 재개된다면, 지상의 국지전 위험도 그만큼 커질 것입니다. 이에 더해 본격적인 대북 전단 살포가 예고되어 있고, 3월에는 대규모 한미연합군사연습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전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70년이 넘는 휴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남북 모두 9.19 군사 합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무력 충돌 방지와 대화 채널 복원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전쟁 불사’를 외치는 정부를 원하지 않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힘에 의한 평화’나 9.19 군사 합의 효력 정지 조치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방식입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라” 원칙은 전쟁을 하자는 선포이지 위기 관리 전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부를 원합니다. 군사 위기는 경제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발적 충돌이 국지전이나 핵전쟁으로 이어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접경 지역에서 무력 충돌 위험을 높일 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군사분계선을 맞대고 있는 남북의 대화와 군사적 신뢰 구축 없이는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절대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정부가 ‘북한 탓’을 멈추고 무력 충돌 예방 대책을 즉각 수립할 것을 촉구합니다. 위험천만한 접경지역 대북 전단 살포 시도도 멈출 것을 촉구합니다. 

한반도가 다시 ‘전쟁’과 ‘평화’의 기로에 놓여있습니다.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애써왔던 시민사회단체들은 전쟁 위기를 해소하고 다시 평화의 길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감시하고 끊임없이 중단을 촉구할 것이며, 불안에 휩싸인 접경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 활동해 나갈 것입니다.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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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이달 말 언론 인터뷰서 ‘김건희 명품가방’ 입장 표명 검토

윤 대통령, 이달 말 언론 인터뷰서 ‘김건희 명품가방’ 입장 표명 검토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작 1월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신년 인사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2023.01.02.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중에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안과 관련한 입장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히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오후부터 복수 매체에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입장 표명의 형식은 별도 신년 기자회견 대신 특정 언론사와의 인터뷰 방안이 거론된다. 이 경우 질문에 대한 사전 조율 과정을 거쳐 위험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건에 대해 부적절성을 지적하고 이로 인해 내부 갈등이 표출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해당 사안에 대한 대국민 메시지 발신 방식 및 수위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따른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관련 특검법 재의결 표결 국면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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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를 '초부자감세'라고 비난하는 야당의 모순

[경제뉴스N시선] 거대 양당에서 희망을 못 찾는 이유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 | 기사입력 2024.01.25. 04:18:29 최종수정 2024.01.25. 04:23:49

 

대통령이 새해 초부터 '민생토론회'를 이어가며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새해 첫 업무일인 지난 2일에는 증권거래소를 찾아가서 공매도 금지를 유지하겠다는 발언과 함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했다. 지난 10일 2차 토론회에서는 "30년 이상 된 주택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허용"하겠다고 밝히며 재건축 아파트 소유주들에게 각종 혜택을 약속했다. 재벌 기업들에는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연장을 약속하고, 상속세도 낮춰주겠다고 시사했다.

정책의 바탕이 되는 논리는 이명박 정권 때부터 많이 들었던 '낙수효과'의 재탕이다. 다주택자 중과세를 철폐하면 서민과 임차인들이 '혜택'을 볼 거고, 재건축 소유주들에게 혜택을 막 퍼주면 청년들을 위한 주택이 지어질 거고, 대기업에 세액공제를 해주고 총수 일가의 상속세도 깎아주면 경제가 잘 돌아갈 거라고 한다. 정확히 어떤 경로로 그렇게 되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당연하다. 그런 건 밝힐 수가 없으니까. 낙수효과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2015년 국제통화기금(IMF)의 발표로 정리되었다.

이 정책들은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지만, 면밀한 준비가 된 것 같지는 않다. 총선을 겨냥해서 일단 던지고 보는 정책들이 섞여 있다. 그래도 총선 한 달 전인 3월 초까지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를 계속하겠다고 한다. 또한 윤 대통령은 내각에 '개혁 TF'라는 것을 만들어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어젠다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기업이 원하는 규제 완화를 팍팍 하라는 뜻이다.

 

'선심' 우려하는 조중동

[사설]한 달 새 20건 쏟아낸 용산의 감세…현금지원 '선심' 릴레이(24.01.19 동아일보)

[사설]총선 앞 '선심' 쏟아내는 黨政大, 청구서 어찌 감당하려고 (24.01.16 동아일보)

[사설] 여도 야도 '닥치고 선심', 만약 다 실현되면 나라 경제 결딴날 것(24.01.17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을 우려하는 사설을 두 번이나 내보냈다. 정책들이 '선심성'이라는 것과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것을 걱정한다. <동아일보>는 "대략 추산된 규모만 10조 원이 넘는데, 마땅한 세수 확보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10조 원이라는 액수는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와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91개 부담금의 원점 재검토, 민생대책으로 나온 전기요금 및 건강보험료 감면, 시중은행의 이자 환급 등을 합친 것이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59조 원 '세수 펑크'가 났는데 "무분별한 감세나 현금 지원"이 이어지면 나랏빚은 더 늘어난다고 걱정한다. 또 "당정이 숨 가쁘게 내놓는 정책들 대부분이 총선 후 실행에 옮겨질지 불투명하다"는 점도 언급한다. 신문은 김포 '메가시티' 구상은 벌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고 있다면서 "지금 쏟아내는 정책의 실천을 요구하는 청구서가 총선 후 쇄도할 때" 여권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조선일보>는 여와 야 모두가 "포퓰리즘"에 매달리고 있으며 "마구잡이 선심 경쟁"에 나섰다고 본다.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재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 "농민 표를 겨냥한 보여주기 쇼"라고 비난한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공매도 금지 계속, 안전진단 없는 재건축 등 메가톤급 정책을 풀어놓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서민·소상공인 290만 명의 대출 연체 기록을 삭제하는 신용 대사면, 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자영업자 40만 명의 대출이자 일부를 돌려주는 정책, 대주주 주식 양도세 완화 등을 한데 묶어 "선심 정책"으로 칭한다.

그러니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부자에 대한 혜택, 대기업에 대한 혜택과 서민에게 돌아가는 복지지출을 구별하지 않는다. 모조리 '선심' 쓰는 정책이라고 부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투자 여력을 가진 대기업에 추가로 세금을 감면하는 것과 실물경기 악화로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것이 어떻게 같은가? 문제는 지금 누구를 지원해야 하느냐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그런 구별이나 판단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 같다.

 

신이 나는 경제신문

[사설] '코리아 디스카운트' 징벌적 상속세만이 아니다(24.01.18 한국경제)

尹 "상속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세율 인하 서둘러야[사설](24.01.18 매일경제)

[사설] 尹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연장"…'대기업 특혜' 논란 더는 없어야(24.01.15 한국경제)

[사설] 주거 안정 위한 부동산 규제 철폐, 민주당도 결자해지 나서야 (24.01.10 한국경제)

尹 "재건축 기간 6년 단축"…공급 확 늘려 청년 집 걱정 덜어줘야[사설](24.01.10 매일경제)

경제신문들은 '세수 펑크'나 '포퓰리즘'을 걱정하지 않는다. 평소 자신들이 요구하던 바를 이번에 윤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기 때문에 신이 났다. <한국경제>는 "12조 원이 넘는 상속세 때문에 삼성전자 등 보유 주식을 대거 내다 파는 삼성가(家)"를 언급하면서 상속세를 "속히 정상화"하라고 주장한다. <매일경제>는 "과도한 상속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이 "전적으로 타당"하다고 맞장구를 친다. 나아가 상속세 때문에 "근로자와 개미 투자자들"이 부담을 고스란히 진다면서 상속세 인하는 "근로자를 비롯해 모두가 더 잘사는 나라로 가는 첩경"이라고 주장한다. 피라미드 위쪽의 조세 부담을 덜어주면 모두가 더 잘사는 나라가 된다는 단순한 논리! 또다시 낙수효과 만세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경제신문은 대만족이다. 윤석열 정부가 새해 초 내놓은 '1.10부동산대책'에 대해 <한국경제>는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이 주거 안정에 필요하다고 요구해온 규제 완화 사항을 적극 채택했다"고 칭찬한다. 솔직하고 정확한 표현이다. 1.10부동산대책은 업계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수용해서 정책화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빌라 업자들의 요구, 오피스텔 업자들의 요구, 민간임대주택 건설업자들의 요구, 다주택 민간임대사업자들의 요구가 빠짐없이 정책에 반영되었다.

<한국경제>가 정확히 짚은 부분이 하나 더 있다. "관건은 국회"라는 것이다. 조만간 정부는 윤 대통령이 약속한 내용이 담긴 법안들을 국회에 제출할 텐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동참하지 않으면 허사가 된다.

 

 

반발하는 야당, 그들의 모순

 

감세 때리면서 감세하자…민주당의 요상한 '이중플레이'(23.11.27 경향신문)

[사설]민주당 의원들도 "수술해야" 정치권 상속세 개편 속도 내길(23.11.29 조선일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8일 윤 대통령이 상속세 완화 필요성을 이야기하자 "초부자감세 그랜드슬램"이고 "충격"이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그간 행보를 생각하면 그들이 왜 충격을 받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

<경향신문>도 비슷한 의문을 품었는지, 민주당의 '이중플레이'를 지적하는 기사를 썼다. "민주당은 지난해(2022년) 예산안 국면에서도 법인세, 다주택자 종부세 완화를 골자로 하는 세법개정안을 국민의힘과 함께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법인세율을 1%포인트씩 일괄 인하했고,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최고세율도 1%포인트 깎은 5%로 합의했다." 예리한 지적이다. 2022년 12월 22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2023년도 예산안 중재안에 합의하면서 △법인세 각 구간별 1%p 세율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 △종부세 완화 △가업상속공제 한도 5000억 원으로 상향 등을 함께 처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수당이므로 힘이 부족해서 끌려갔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국민의힘은 부자와 기득권층에게 유리한 정책을 말과 행동으로 옹호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말과 행동이 자꾸 어긋난다. 입으로는 부자감세에 반대한다고 해놓고, 감세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면 숫자만 조금 깎아서 '합의 처리'한다. 지난해의 부자 감세도, 막대한 세수 결손도 따지고 보면 양당이 합의한 결과였다.

지난해 세수 결손의 가장 큰 요인인 법인세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광장에 시민의 촛불이 켜졌던 2016년 겨울, 국회의원들은 법인세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여기서 법인세 정상화란 이명박 정부가 '부자감세'로 낮춰놓은 세율을 원상회복한다는 뜻이었다. 그해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약 중 하나가 법인세 인상이었을 정도로 사회적 공감대가 컸다. 과세표준 500억 원 초과 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회복하는 법안에 국민의당을 포함한 모든 야당이 찬성했다. 여소야대가 만들어져 있었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분당 위기였고, 청와대는 힘이 없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여당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증세안을 정부의 누리과정 지원과 바꾸는 카드로 써버렸다. 너무 좋은 기회에 너무 쉬운 양보를 했다. 법인세 정상화 기회는 그렇게 날아갔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우상호는 "나중에 정권 잡으면 법인세 인상 추진하면 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나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가? 법인세 최고세율은 드디어 25%로 인상되어 이명박 정부 이전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그림 1> 정권별 법인세 최고세율 변화(명목세율 기준). 촛불 항쟁 직후의 분위기를 외면할 수 없었던 문재인 정부를 제외하면, 거대 양당 중 어느 쪽이 집권하든 간에 경기 활성화 명목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조치가 있었다. ⓒ안진이

그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대기업에 대한 각종 공제가 확대되어 실질적으로는 법인세 감면이 늘어났다. '신성장동력'이니 '혁신성장'이니 하는 명목으로 주로 대기업에 연구개발 비용 세액공제나 시설투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해였던 2021년에는 '국가전략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연구개발 세액공제를 더 늘리는 바람에 법인세 세수 감소분만 1조3000억 원에 달했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연장하겠다고 발표한 대기업 투자 세액공제 등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은 것이다.

부동산 보유세는 어떨까? 촛불 항쟁의 분위기 속에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새 정부가 부동산가격을 잡기 위해 보유세를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김수현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이 주도한 2017년 8.2대책에서 종부세 인상은 빠져 있었다. 오히려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종부세와 재산세, 양도세, 취득세, 건강보험료 등을 감면해주겠다고 발표했다. 8.2대책 발표 바로 다음날인 8월 3일, 기자들의 질문에 김수현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는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데 부과되는 세금"이라는 답변으로 보유세 인상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이듬해 4월 문재인 정부는 근본적인 세제 개혁을 하겠다면서 '재정개혁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특위가 내놓은 권고안마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정권의 의지 부재와 기재부의 견제가 원인이었다. 당시 특위를 견제하고 보유세 인상을 막고 나섰던 기재부의 수장은 김동연이었다. 나중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문재인 정부는 뒤늦게 보유세 인상에 나섰지만, 부동산시장 안정시키기에는 부족했고 결국 정권을 국민의힘에 내주게 되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벌어진 일들도 기가 막힌다. 윤석열 정부는 공정시장가격비율을 60%로 인하해서 고가 주택 소유자의 종부세를 낮춰주었다. 그런데도 2022년 말 국회에서는 종부세를 그보다 더 완화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 금액을 공시가격 기준 12억 원으로 상향하고, 조정대상지역이라도 2주택자까지는 중과세를 하지 않기로 했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세율도 2.0~5.0%로 낮췄다. 결과적으로 고가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더 큰 감세 혜택이 돌아갔다.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끝까지 반대했다면 종부세법은 개정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힘 단독으로는 어떤 세법 개정도 불가능했다. 그 점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이 약속한 '초부자감세'에 정말로 반대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이 법 개정에 끝까지 합의해주지 않으면 된다. 불평등 해소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이 굵직한 불평등 완화 법안을 만들어 승부를 걸면 된다.

▲<그림 2> 지난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재건축 관련 공약에 관해 <중앙일보>와 <매일경제>가 보도한 내용. ⓒ안진이

아는 사람만 아는 사실. 윤 대통령이 재건축 아파트 소유주들에게 약속한 '용적률 완화'는 알고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내세운 정책이다. 지난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재건축 아파트의 용적률을 500%까지 높여주겠다는 파격적인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현행법 시행령에 없는 '4종 일반주거지역'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안전진단 기준을 개선해 재건축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빼놓지 않았다. 한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1기 신도시의 일부를 용적률 500%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고 서울 역세권의 민간 재건축 용적률을 현행 300%에서 500%로 상향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양쪽 다 재건축 소유주들의 욕망에 호소하는 공약이지만, '4종 일반주거지역 신설'과 '준주거지역 종상향'은 엄연히 다르다. 역세권 용적률만 500%로 하겠다는 것과 모든 재건축 아파트 용적률을 500%까지 높여주겠다는 것도 다르다. 적어도 재건축과 관련해서는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더 막나갔다고 말할 수 있다.

금융 과세는? 원래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과 국정방침은 조세 형평성을 위한 자산소득 과세 확대였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개혁 특위에서도 금융소득이 상위 계층에 집중되어 있다면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을 현행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하향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하지만 그 방안은 실현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몇몇 의원이 금융소득 과세제도 개편 법안을 발의했지만 청와대와 기재부는 "보유세 인상과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를 한번에 추진하긴 힘들다"며 이를 가로막았다. 그래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은 여전히 2000만 원이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 기준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 단계적으로 낮추기 시작해서, 문재인 정부 때 종목당 10억 원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 '2017년 세법개정안'에 담았던 로드맵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2021년 4월부터 종목당 3억 원으로 대주주 기준을 변경해야 했으나, 주식투자자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나 "코로나 위기 극복"을 생각해야 한다며 재검토 의견을 내놓았다. 오히려 홍남기 부총리가 당초 안대로 3억 원을 고수하자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재부 관료보다도 단호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대주주 기준은 10억 원으로 유지되었다. 그리고 지난 연말 윤석열 정부가 그것을 50억 원으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고액 자산소득자들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2021년에 대주주 기준을 3억 원으로 바꿨다면? 윤석열 정부가 갑자기 50억 원이라는 숫자를 내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초부자감세' 드라이브는 심각한 문제다. 경제는 못 살리면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사회를 더 암울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초부자감세'라고 비판하는 더불어민주당도 매번 적당한 '부자감세'를 선택한다는 데 국민의 불행이 있다. 부자감세만 그런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 때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사회, 노동 사안들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본격적인 문제로 불거진 것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과거의 오류를 반성하지 않는다. 답답하고 또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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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이 더불어삶 대표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는 더불어삶 회원들과 함께 해고노동자 지원, 인터뷰, 강연 기획 등 노동 현장에 도움 되는 활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모순을 파악하고 공론화하는 일에도 기여하고 싶어서 경제 뉴스와 각종 문헌을 뚫어져라 들여다본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더불어삶 뉴스레터 구독 링크 https://bit.ly/livewithall-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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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논설주간 “김여사 지침에 친윤 뭉쳐 복창? 100석도 못 건져”

[아침신문 솎아보기] 윤 대통령 KBS와 신년대담 형식 직접 입장 밝힐 듯

윤-한 갈등에 윤 대통령 내상…이준석 축출 때 복기도

김경율 사퇴 김건희 리스크 해결 불씨

 

기자명조현호 기자

  • 입력 2024.01.25 07:48

  • 수정 2024.01.25 09:11

  •  

  • 언론자유를 지키는 힘, 미디어오늘을 지지해 주세요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6월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서천시장 화재현장에서 만남으로 해소되는 분위기이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았다. 이른바 윤-한 갈등의 양측은 갈등 해소를 위한 추가 대책에 나선다. 25일자 아침신문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문제를 직접 신년대담 형식으로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다른 당사자인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번 갈등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내상이 깊다는 분석이다. 그런 탓에 윤 대통령이 과거 대선후보 시절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두차례 극적 화해를 한 뒤 집권하고서는 축출했던 상황을 복기하는 목소리(경향신문 여적)도 나왔다.

대통령실과 여권에서 갈등 해소의 관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사퇴 문제에 대해서는 조선일보 세계일보 등이 반대하는 입장을 폈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그런 식으로 김 여사 지침에 친윤들이 똘똘 뭉쳐 복창하다가는 100석도 못 건진다고 했다. 박찬수 한겨레 대기자는 이번 총선 동안 김건희 명품백 논란이 더욱 수면위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건희 명품백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 밝히나

국민일보는 1면 머리기사 <막다른 김건희 명품백… 尹이 직접 입장 밝힐 듯>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 등에 대해 직접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24일 알려졌다”며 “윤 대통령은 방송사 한 곳과 신년대담 형식으로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 등에 대해 설명하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방송사로는 KBS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여권 고위 관계자가 “윤 대통령이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모른 척하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는 주위의 조언 속에 직접 의사를 밝히는 방안을 숙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로선 방송사 한 곳과의 신년대담이 가장 유력하지만 최종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모든 경우의 수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기자단과 신년 기자회견을 하거나, 정반대로 아무런 입장 발표 없이 침묵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국민일보 2024년 1월25일자 1면

동아일보도 5면 기사 <尹, ‘金여사 디올백’ 이달말 입장 표명 검토>에서 이 같은 기류를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한 갈등이 완화됨에 따라 “대통령이 입장을 직접 표명할 상황이 오고 있다”며 “신년 기자회견보다는 대담 형식이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이 신문은 “윤 대통령이 직접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설명하면서 국민의 이해를 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4면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대통령실이 긍정 검토 중인 것으로 24일 알려졌다”며 “KBS 등 공중파 방송과 대담 형식이 유력 검토된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이 신년 국정 운영 구상을 밝히면서 김 여사 관련 논란에 대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 관계자가 “김 여사 가방 수수 논란은 의도적인 ‘함정 몰카’ 공작이고, 여기엔 정부의 국정 운영을 흔들려는 의도가 있다는 판단”이라면서 “대통령이 입장 표명을 결정한다면 왜 공작이라고 판단하는지 설명하고 국민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도 1면 기사 <윤 대통령, 이달 중 ‘김건희 명품백’ 직접 입장 밝힐 듯>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대응을 둘러싼 초유의 대통령-여당 사령탑 충돌 국면 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4일 알려졌다”고 전했다.

 

국민 3분의2 이상 “윤 대통령이 김건희 입장 밝혀야”

경향신문은 4면 <시민 69% “윤 대통령, 김건희 관련 입장 밝혀야”…공은 용산에>에서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21~22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상대로 김 여사 관련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69%가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은 24%, ‘잘 모르겠다·무응답’은 7%였다. 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63%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는 응답자는 26%, ‘잘 모르겠다·무응답’은 10%였다.

이번 조사는 100% 무선전화 면접을 통해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13.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자세한 여론조사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세계일보는 대통령실 “사과 불가” 고수 입장 전해

윤 대통령은 24일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내부 업무보고와 외빈 접견 등 일정을 소화했다. 한 위원장은 서울 숭실대를 찾아 학생들과 간담회를 하며 민생 행보에 나섰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 <‘윤·한 충돌’ 출구전략 찾지만 …한동훈 “김경율 사퇴? 들은 바 없다”>에서 “전날 화재 현장에서 공동행보를 하며 봉합 국면을 조성한 뒤 추후 정국 운용을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별도 만남을 위한 양측 조율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경향신문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대응을 두고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봤다. 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 생각을 충분히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 등에 대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라면서도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세계일보 2024년 1월25일자 4면

대통령실이 사과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세계일보는 <대통령실, 윤한 회동 추진…“상호신뢰 확인, 대화필요”>에서 대통령실이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선친과의 인연을 강조해 접근한 뒤 함정 몰카를 찍고 정치적 공작에 나선 범죄 행위”라며 ‘사과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썼다. 세계일보는 “이 문제를 여권에서 처음으로 공식 의제로 꺼낸 한 위원장과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에 대한 문제 의식과 배신감이 이번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고 보도했다.

한 위원장이 출근길에 김건희 여사 리스크 질문에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고 말한 것을 두고 세계일보는 “톤이 낮아졌다”고 해석했다. 이 신문은 여권 관계자가 “갈등 봉합에 뜻을 둔 이상 한 위원장이 더 이상 김 여사 문제를 거론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국민 눈높이’를 언급했던 한 위원장이 해당 이슈를 이대로 뭉개고선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 내상 깊다?

이번 윤-한 갈등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내상이 깊다는 분석이다. 한국일보는 3면 머리기사 <당무개입 명품백 의혹 부각…갈등 봉합해도 윤 리더십 내상>에서 여권 핵심관계자가 24일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처럼 보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입은 상처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 2024년 1월25일자 3면

한국일보는 “4월 총선을 80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김건희 여사 논란을 더 키우고, '당무 개입' 소지까지 초래한 것이 윤 대통령 리더십에 더 큰 리스크가 됐다는 판단”이라며 “여권에선 전날 한 위원장이 보여준 ‘90도 인사’에도 윤 대통령이 입은 내상은 쉽게 치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한동훈 갈등, 윤 대통령 이준석 축출 결말의 재탕될까

안홍욱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여적] 윤 대통령의 화해법>에서 윤 대통령이 과거 대선후보 시절 이준석 당 대표와 갈등을 겪다가 극적으로 화해한 뒤 집권하고서 축출했던 사례와 비교분석했다. 안 위원은 “윤 대통령이 ‘윤·이’ ‘윤·한’ 갈등을 푸는 방식은 닮았다”며 “급한 사람이 우물을 파듯 윤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고 봤다. 안 위원은 “대선 기간 이 대표와의 갈등으로 지지율이 흔들렸고, 김 여사 리스크는 다수 여론이 부정적인데 ‘한동훈 너마저’가 되면 윤 대통령은 사실상 고립무원이 된다”며 “파국 직전에 대반전 드라마를 연출한 것도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 2024년 1월25일자 26면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축출한 것을 두고 안 위원은 “겉으론 웃었지만, 속으론 손볼 날을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라며 “두 갈등의 최종 결말이 같을지는 알 수 없다”고 내다봤다. 안 위원은 “국민들 눈에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어이없는 이유로 싸우다 느닷없이 화해하는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생각은 해봤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공천권 갈등 2라운드

서울신문은 3면 머리기사 <尹·韓 ‘봉합열차’ 올랐지만… 2차 관문 ‘공천권’도 충돌 갈림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정 갈등을 조기 봉합했지만 공천권을 둘러싸고 ‘2라운드’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1라운드’에서 대통령실이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사적 공천 논란을 문제 삼은 만큼 공천 문제를 갖고 또다시 충돌할 수 있다는 예상”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총선 공천권은 단순한 이권을 넘어 차기 세력을 구축할 중요한 수단”이라며 “총선을 80일도 남기지 않고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해 초유의 신구 권력 충돌이 벌어진 만큼 두 사람 모두 공천권을 놓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여권 관계자가 “머지않은 시기에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은 총선 이후를 대비해야 하고, 한 위원장은 차기 지도자로 성장하려면 친정 세력을 구축해야 해 ‘자기 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윤-한 갈등 봉합 관건 ‘김경율 사퇴’ 조선일보 논설주간 “그러다 100석도 못 건져”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김창균 칼럼] 양지 찾는 親尹이 ‘대선 공신’ 김경율을 쳐내겠다니>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사과하는 것이 선거에 불리하다는 친윤계 주장을 두고 “정권이 성난 국민에게 사과하면 선거 악재가 된다는 건 수십 년 선거 취재하면서 처음 들어보는 이론”이라며 “필자가 아는 건 국민에게 사과를 거부한 정권은 예외 없이 선거에서 철퇴를 맞게 된다는 법칙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 논설주간은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은 사건 자체보다 뭉개는 정권 태도에 더 분노한다”고 강조했다.

김 주간은 김경율 비대위원을 쳐내려는 대통령실과 친윤계를 향해 “(김 위원이) 당선 보장이 되는 텃밭만 기웃대는 친윤과 달리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마포을에 도전장을 냈다면 용산에서 감사패라도 내려야 한다”며 “친윤이 김 위원을 여권의 공적인 양 집단 린치를 가하는 것은 정말 어이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주간은 “윤·한 충돌 직후 급속히 번졌던 지라시는 한동훈·김경율 두 사람을 쳐내자고 선동했다”며 “그래서 김 여사 지침을 복창하는 친윤끼리 똘똘 뭉쳐 총선을 치르면 100석도 건지기 힘들 것이다. 그랬을 때 윤 대통령 부부에게 어떤 결과가 닥쳐올 것 같은가”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2024년 1월25일자 30면

한동훈 김경율은 한몸? 김경율 사퇴로 힘겨루기 안돼

동아일보는 5면 머리기사 <김경율 “한동훈과는 남자끼리 통하는 사이”… 韓, 金사퇴론에 선그어>에서 한동훈 위원장과 김경율 비대위원이 왜 한 몸인지를 조명했다. 한 위원장은 24일 국회 출근길에 ‘김경율 비대위원의 사퇴가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고 답하면서 김 위원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동아일보는 당내에선 “한 위원장이 문재인 정권과 각을 세우며 형성된 김 위원과의 동지 의식이 관계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풀이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 위원장은 김 위원을 고위직으로 추천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김 위원이 지난해 12월 비대위원 임명 직후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수락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남자들끼리 통화였다”며 긴말 주고받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임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김 위원이 ‘김건희 리스크’를 거론한 것이 한 위원장과의 교감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사실상 “한 몸이 아니냐”는 것이라고 봤다.

▲동아일보 2024년 1월25일자 5면

세계일보는 사설 <尹·韓 갈등 봉합… 김경율 사퇴 놓고 힘겨루기 할 때 아니다>에서 “김 비대위원이 용산 대통령실에 쓴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거취를 정리하게 된다면 비대위의 가장 큰 과제로 꼽혔던 ‘수직적 당정 관계 탈피’가 사실상 물 건너 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한 위원장에 실망한 수도권과 중도층 민심이 여당을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며 “김 비대위원 같은 사람 하나도 포용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민심을 얻고 총선 승리를 기대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양측이 다시 얼굴을 붉히면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하면 타격을 입는 건 한 위원장만이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도 국정 장악력 약화로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일보는 “지금은 양측이 김 비대위원 사퇴 문제로 힘겨루기를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썼다.

 

한겨레 대기자 “총선 다가올수록 명품백 더 거세질 것”

박찬수 한겨레 대기자는 26면 <[박찬수 칼럼] 김건희, 마리 앙투아네트, 다이아몬드 목걸이>에서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을 직접 거리낌 없이 받은 것과 관련해 “대통령기록물로 규정해 국가재산으로 보관하고 있다는데 가장 중요한 질문, 왜 현장에서 그 백을 거절하지 않았는가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대기자는 “한동훈 위원장의 90도 꺾인 인사를 받음으로써 윤 대통령은 ‘김건희 직접 해명’이란 당내 요구를 잠재운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님은 윤 대통령도, 한 위원장도, 김 여사도 알고 있을 터”라고 규정했다. 그는 “300년 전 프랑스의 루이 16세는 아내의 결백을 분명히 보여주려 추기경을 구속했지만, 오히려 프랑스 민중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을 뿐”이라며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명품백 논란은 더 거세게 물 위로 떠오를 것이다. 메마른 불신의 장작 위로 진실을 요구하는 불씨는 이미 떨어졌다”고 내다봤다.

 

중앙일보 “윤 대통령 납득할 조치해야”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선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사과나 유감 표명, 또는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자초지종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신문은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여론을 잠재우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2024년 1월25일자 30면 사설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속히 머리를 맞대 ‘김 여사 리스크’ 와 수직적 당정 관계를 해소할 대승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안 그러면 충돌이 언제든 재연돼, 여당의 총선 패배와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이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우려가 있다”고 썼다.

 

윤석열 한동훈 화재현장 악수 계기 적당한 봉합 안돼

한겨레도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3일 충남 서천 화재 현장에서 만나 악수한 것을 계기로 ‘윤-한 충돌’을 ‘봉합’하려 하고 있다며 “애초 충돌의 핵심 원인인 ‘김건희 리스크’도 이대로 덮으려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명품 백’ 문제를 한번도 직접 이야기한 적이 없고, 한 위원장도 24일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한 점을 들어 “뭘 충분히 말씀드렸다는 건가. 무책임한 침묵”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럴 거면 정권 1·2인자가 왜 그토록 요란한 권력 다툼을 벌여야 했던 건지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갑작스러운 충돌과 어색한 봉합으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한 가장 큰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며 “민주국가의 지도자라면 국민적 의혹에 겸손하고 성실하게 답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여당만 틀어막으면 민심도 잦아질 거라는 착각에서 헤어나기 바란다”며 “더 늦기 전에 직접 국민 앞에 자초지종을 밝히고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재완 방심위원 “불법 취득한 정보도 공익 크면 보도”

경향신문은 5면 기사 <문재완 신임 방심위원, “불법 취득한 정보도 공익 크면 보도”>에서 문재완 신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이 과거 토론회에서 “불법으로 취득한 정보도 공익이 크면 보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문 위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의혹 제기는 언론의 역할이며 이를 ‘가짜뉴스’로 공격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보도를 두고 ‘보도의 공익성이 크다’는 의견과 ‘함정 몰카’라는 대통령실·여당의 의견이 맞선 상황인데, 윤 대통령이 추천한 문 위원이 방심위의 관련 심의 때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된다”고 봤다. 문 위원은 2005월 12월 열린 ‘국민의 알권리와 취재의 윤리’ 토론회에서 “정보 취득 과정이 불법이라고 해서 그 내용과 상관없이 보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언론 자유에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양향자 한국의 희망 합당, 제3지대 통합은?

개혁신당과 한국의희망이 24일 합당을 선언했다. 제3지대에서 처음 나타난 합당 사례다. 양당은 합당 후 당명을 개혁신당으로 하고, 한국의희망은 당 슬로건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신당이 한국의희망이고 한국의희망이 개혁신당”이라며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합당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 측이 언급한 ‘중텐트’, 김종민 미래대연합 공동대표가 내놓은 ‘2말3초 데드라인’ 등 분석에 대해 “개혁 가치보다 용어가 나오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바이든 리턴매치로 굳어지는 미 대선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두 번째 관문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현직 대통령을 제외하고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뉴햄프셔에서 모두 승리한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대 트럼프’의 재대결 성사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향신문은 “이날 뉴햄프셔 경선에서 개표율 91% 기준 트럼프 전 대통령은 54.6%를 득표해 43.2%를 얻은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11%포인트 이상 앞섰다”며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사퇴로 재편된 양자 대결 구도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도적 우위가 확인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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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도 “공화당 경선 시작 8일 만에 트럼프 독주 체제가 확인된 것”이라며 “이에 따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되면 11월 대선에서 전·현직 대통령인 두 사람의 재대결이 확실시된다”고 내다봤다.

▲25일자 종합일간지 1면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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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호 기자구독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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