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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의 무죄, 긴급조치9호 피해자들은 '재판거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기고] 피해자들의 권리회복도 중요하다

장정수 긴급조치사람들 이사 | 기사입력 2024.01.31. 05:04:10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무죄 판결이 정당하느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그러난 무죄판결은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검찰이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자신이 사용하던 개인용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는 디가우징(degaussing)해서 데이터가 지워져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압수수색 영장도 법원이 기각했다.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나올 수밖에 없게 처음부터 세팅돼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의 무죄선고로 사법농단과 재판거래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 피해자들의 문제는 무죄선고와 관계없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법농단을 최초로 폭로했던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판개입사실은 인정된다면서 무죄라면, 재판거래 피해자들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고 지적한 것처럼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있다.

사법농단과 재판거래의 최대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긴급조치9호 피해자들의 경우 절반이상이 여전히 재판거래의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희 독재정권하에서 민주화 투쟁에 참여하다가 긴급조치9호 위반으로 구속됐던 민주인사들로 구성된 (사)긴급조치사람들이 30일 발간한 '긴급조치 재판거래 백서'를 보면 그 피해 현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긴급조치 재판거래 백서' 바로가기 ☞ : 클릭)

백서에 따르면 긴급조치9호 피해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재판거래 피해상황을 조사한 결과 총 192명의 소송제기 피해자들 가운데 53%에 달하는 102명이 패소확정판결을 받아 사법농단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백서에 수록된 긴급조치 국가배상소송 재판사례에 따르면 패소확정판결을 받은 102건 중에서 45건은 1심에서는 피해자들이 모두 승소했으나 재판거래를 위해 짜여진 각본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받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에 모두 패소했다.

사법농단과 재판거래로 인해 국가배상소송에서 패소확정판결을 받은 긴급조치피해자들은 2022년 8월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긴급조치9호는 위헌, 위법이라고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력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배상의 길이 꽉 막혀 있다.

그 대상을 1000여명에 달하는 긴급조치9호의 전체피해자들로 확대하면 약 60%이상의 피해자들이 재판거래로 국가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농단 관련자들에 대한 법원의 무죄판결도 문제지만 그 피해자들의 구제방안에 대해 사법부가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피해자의 관점에서 보면 긴급조치 재판거래의 본질은 헌법적 기본권의 수호를 본령으로 하는 사법부가 재판거래를 통해 조치피해자들의 헌법적 권리인 재판청구권(헌법 27조)과 국가배상청구권(헌법 29조)을 박탈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긴급조치 재판거래 백서'에는 대법원의 수뇌부가 어떻게 긴급조치 사건을 비롯한 각종 시국사건에 대해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통해 청와대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이끌어 냈는지를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백서에 따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휘하의 대법원 조직인 법원행정처의 기획조정실이 2015년 7월 작성한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BH설득방안'이란 문건에는 '정부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구체적 협력사례'로서 대통령 긴급조치 사건이 언급되고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음"이라고 전제하고 긴급조치9호 피해 국가배상소송을 무력화시킨 대법원의 두 판결(2013다217962, 2012다48824)을 '국정협조사례'로 적시하고 있다.

특히 이 문건은 긴급조치에 대해서 "대통령 긴급조치가 내려진 당시 상황과 정치적 함의를 충분히 고려함"이라고 부연암으로써 문제의 대법원 판결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나온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또 사법농단의 핵심인물 중 한사람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기획실장으로 있을 때인 2015년11얼 직접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이란 문건에도 동일한 내용이 기술돼 있다.

이는 긴급조치9호 국가배상 소송의 무더기 패소를 초래한 대법원의 두 판결이 청와대와 상고법원 설치 흥정을 위해 사전에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사법적 단죄도 이뤄져야 마땅하지만 그 피해자들의 권리회복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사법부는 물론이고 국회, 행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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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의 지정학 산책] ICJ 결정, 전말과 이후

 
서아시아 평화의 중심고리는 가자전쟁의 종식에 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US-backed)’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 극우정권의 프로파간다와는 달리 여전히 아직 가자지구를 평정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하마스 등 저항세력의 강력한 항전에 심각한 군사적 타격을 입고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 극우정권은 이스라엘 북부 즉 레바논 헤즈볼라와의 확전을 도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은 230만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게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단말마의 고통을 강요했다. 이들이 선택한 것은 하마스와의 힘든 전쟁보다 비무장의 어린이와 여성들을 상대로 한 쉬운 전쟁 즉 학살이었다. 이스라엘군은 단위시간에 가장 많은 어린이와 여성들을 학살한 전쟁사를 통틀어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할, 최고로 용감한 군대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자행한 이 집단학살에 가장 치열하게 팔레스타인 민중들과 연대한 쪽은 예멘의 안사르 알라와 남아공이었다.

먼저 예멘의 안사르 알라 정부의 입장은 간명하다. 이스라엘이 제노사이드를 멈추면, 홍해 봉쇄도 멈춘다. 이 들의 입장은 무엇보다 한국 정부도 가입되어 있는 ‘제노사이드 방지와 처벌에 대한 협약’ 제1조에 근거한다. “제1조 체약국은 집단살해가 평시에 행해졌는지 전시에 행해졌는지를 불문하고 이를 방지하고 처벌할 것을 약속하는 국제법상의 범죄임을 확인한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인구 전체의 1% 이상을 학살했다. 어찌 보면 이들의 목표는 하마스 소탕이 아니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인종청소다. 하마스 제거는 핑계이고 또 그 핑계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가운데 사상자는 계속 늘고 있다.

안사르 알라 정부는 자신들이 이스라엘 향발의 화물 선박을 봉쇄한 것은 바로 이 제노사이드협약 1조에 근거한 국제법상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마찬가지 예멘 정부뿐만 아니라 이 협약에 가입한 전 세계 100개 이상의 나라 역시 이 협약에 근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집단살해를 “방지”하고 “처벌”할 의무가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이 협약에 가입함으로써 제1조상의 의무를 이행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안사르 알라 정부에 대해 미영은 자신의 일부 우호국을 줄 세워 예멘을 침략했고 지금 이 시간에도 홍해전쟁은 진정될 기미가 전혀 없다. 미국은 “규칙기반 국제질서” 수호를 개전 사유로 내걸었다. 미국이 말하는 ‘규칙기반 국제질서’는 국제법이 아니다. 미국이 임의로 정한 자신만의 이익 특히 미국 석유자본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군사행동이다. 미국은 안사르 알라의 봉쇄를 불법이라고 규정한다. 마찬가지 아래에서 보게 될 남아공의 이스라엘 ICJ 제소도 처음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예멘군의 대응은 이스라엘 향발 선박뿐만 아니라 미, 영선박에 대한 공격으로 확장되었다. 미영을 제외한 예컨대 중러 심지어 얼마 전까지도 교전국이었던 사우디의 선박도 자유 통행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포항에서 출발한 지브롤터 이글이라는 선박이 예멘의 공격을 받은 바 있다. 행선지를 밝히지 않고 항해 중이었던 이 선박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기 위해 폴란드로 향하거나 이스라엘로 가는 중이었다는 ‘설’이 있다.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 설립 70주년 행사 모습. 2016. 4. 20. ⓒ뉴시스

‘글로벌 다수’(Global Majority)의 국제법 대 미국의 특수이익의 표현인 ‘규칙’과의 싸움에서 남아공은 국제법을 선택했다. 12월 29일 자 ICJ의 언론보도문에 따르면, 남아공이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과 관련 ‘제노사이드 범죄의 방지와 처벌에 대한 국제협약’ 상의 의무 위반에 대한 소송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신청서에 따르면, “더 광범위한 팔레스타인 국적, 인종적 집단의 일원인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을 파괴하기 위한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이를 자행함으로써 이스라엘에 의한 행위와 태만은 그 성격에 있어 제노사이드적이다.” 그리고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국가기구, 국가의 대리인 그리고 이스라엘의 지시, 명령, 통제 혹은 그 영향력 하에 행동하는 기타 인물과 단위들을 통한 이스라엘의 행위는 제노사이드 협약상의 의무를 위반하였다.”

또 남아공은 “이스라엘이 특정하게 2023년 10월 7일 이후 제노사이드를 방지하는 데 실패했으며 또한 제노사이드에 대한 직접적이고 공공연한 선동을 처벌하는 데에도 실패했고” 나아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이스라엘인에 대한 제노사이드 행위에 종사했고, 종사하고 있으며, 향후 종사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특히 남아공은 국제사법재판소 규칙 제74조 “잠정조치(provisional measures) 지시의 신청은 다른 모든 사건에 우선한다”에 의거 “잠정조치의 지시”를 신청했다. 국제사법재판소 규칙 제74조에 따르면 잠정조치 신청이 있을 시, 재판소장은 재판소가 개정 중이 아니라 하더라도 즉시 재판관을 소집하고 당사자의 구두변론을 위한 변론기일을 지정해야 한다. 규칙 제75조는 나아가 재판소는 ”상황“에 따라 ”직권으로“ 잠정조치 지시가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해 이스라엘국가에 대해 무력행위를 즉각 중지할 것을 지시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현재 이스라엘에 의해 자행되는 팔레스타인 인종청소와 전범행위는 명백한 국제법위반이다. 그렇지만 제노사이드 범죄의 경우 단순한 주장만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인종말살을 위한 “특정 의도(intent)”를 입증하는 문제다. 하지만 신청국 남아공의 신청문에서도 언급되듯, 이스라엘 정부, 전시내각, 고위공무원, 군 지휘관 등은 수많은 경우에 공공연하게 팔레스타인 인종청소를 발언, 지시, 선동해왔다. 이를 입증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남아공의 제소로 개시된 이스라엘 정부에 의한 팔레스타인 민간인 집단살해에 관한 국제사법재판소 변론기일은 1월 11~12일 양일간으로 결정되었다. 이 기간 개최된 변론 절차에서 남아공이 우선적으로 청구한 것은 “잠정절차의 지시”이다. 즉 본안에 앞서 이스라엘군에 의한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집단살해 사안의 긴급성과 회복 불가능성에 근거 “잠정조치”를 법원이 “명령(order)”하라는 취지다.

남아공 측의 이스라엘 집단살해죄 여부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도 출석해서 자기 방어에 나선다. 이스라엘의 변론전략은 이스라엘군의 작전은 하마스의 테러에 대한 정당한 방어권의 행사라는 데에 집중되었다. 이스라엘 정치인이나 보통 사람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무죄의 민간인이란 없다”라는 것이다. 즉 자신들이 보기에도 너무 많은 민간인들을 죽였다고 생각하는지, 절반이 아이들인 이들 죽은 팔레스타인인 모두가 하마스 공범이라는 식으로 자기합리화해 왔다. 아무튼 이스라엘 측 분위기는 다 죽이는지 불가능하다면 시나이사막에 갖다 버리자는 것이었다. 이 원계획이 좌절된 이후 남미나 유럽으로 ‘수출’하는 쪽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그러다 콩고와도 협상을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의 잔학행위는 일반적인 전쟁법상의 비례성과 군사적 목적성이라는 법원칙을 현저하게 일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스라엘 측 논변이 수용될 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우세했다. 이럴 때 시오니스트들의 가장 오래된 방어전략이 이 모든 것이 ‘피의 비방(blood libel)’ 즉 ’반유대주의‘라는 말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정당방어 행위를 집단살해 혹은 인도에 반한 죄라고 말하는 것은 반유대주의적 비방전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담론전략은 이제는 색이 바랐다고 해야겠다. 이스라엘을 가장 큰 위협에 빠트린 것은 네타냐후 극우정권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잠정조치 즉 일종의 가처분이 인용되면 어떻게 되는가. 남아공이나 이스라엘이나 모두 유엔 회원국이자 제노사이드협정의 당사국이다. 즉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이나 차후의 최종판결은 구속력을 가진다. 그래서 규칙 제 74조 제4항에 의거 재판소장은 잠정조치 신청에 따라 내려진 “모든 명령”이 “적합한 결과”를 가져오게끔 당사국이 행동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규칙 제 78조에 따라 재판소는 당사국이 자신의 지시를 이행했는지 여부에 대한 정보요구권을 갖는다.

재판소는 국제사법재판소 규칙에 의거 그 결정을 유엔 사무총장에게 통보하고 사무총장은 이를 유엔 안보리에 즉각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여기에 있다. 만일 이스라엘 정부가 재판소의 잠정조치 명령을 불이행할 시는 어떻게 되는 걸까? 하지만 지금까지의 판례와 해석에 따르면 재판소의 결정이 안보리에 통보되더라도 안보리가 이를 반드시 다루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즉 미국이 비토하면 재판소의 결정이 있더라도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 혹은 국제연합 평화유지군 등과 같은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을 앞두고 예상대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지지하는 글로벌 신앙고백이 시작되었다. 독일 총리 숄츠가 첫 주자였다. 숄츠의 ‘신호등정권’ 즉 사민-녹색-자민당은 역대 최약체다. 그런데 이스라엘을 위해 이 재판에 ‘개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녹색당-실은 ‘갈색’당-출신 부총리와 외교장관 역시 이스라엘 지지를 선언했다. 제노사이드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영국은 그냥 안 봐도 된다. 미국의 속주이자 바람잡이이자 푸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언제나 그랬다. 영국이 하는 말은 그냥 흘려들어도 글로벌 판세를 읽는 데 별 상관없다. 또 하나 항상 미국 시키는 대로 하는 정부가 캐나다다. 트뤼도가 등장 이스라엘이 3만명 죽여도 그건 제노사이드 아니란다. 재판부의 결정이 내려진 후에도 영국은 ‘상당한 우려’를 공식 표명했고, 캐나다는 국방장관이 등장해 재판부의 제노사이드 결정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발표했다.

ICJ 홈피에는 현 15인의 판사 면면이 게시되어 있다. 재판장 미, 부재판장 러를 비롯, 슬로바키아, 프랑스, 모로코, 소말리아, 중국, 우간다, 인도, 자메이카, 레바논, 일본, 독일, 호주, 브라질 출신들이다. ICJ 판사들이 통상의 예로 보자면 순수하게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리라 믿는다면 이는 국제정치맹이라고 하겠다. 출신국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고도로 ‘정치적으로’ 표결한다. 게다가 미, 영이 나서서 판사들을 매수하고 겁박할지 모른다. ICJ의 현 재판장 조안 도노휴(Joan Donoghue)는 판사로 임명되기 전 미 국무성 법률고문이었다. 그 인맥을 타고 들어와 2021년부터 재판장을 맡고 있다. 도노휴 판사는 며칠 전 1월 11일 일본 외무장관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방문했을 때, 일본 출신 ICJ 판사인 유지 아와사와(Yuji Iwasawa) 등과 함께 회동을 가졌다. 뿐만 아니다. 미 국무 블링컨 역시 이즈음-특히 작년 영국이 배후에서 작용했다는 설이 있는-푸틴을 기소한 국제형사재판소 검사장 카림 칸과 국제사법재판소 재판장 도나휴를 면담했다는 말이 한때 돌았다.

그래서 독일은 원래부터 반대표로 예상했었던 표다. 숄츠가 ‘개입’한다는 의미는 그렇게 ‘지시’하겠다는 말이다. 재판장인 미국표도 그랬다. 호주도 같은 앵글로색슨표다. 인도의 모디 정부는 기본적으로 강한 반이슬람이라 이스라엘 편이었다. 일본은 미일동맹표다. 우간다는 미국을 따를 것으로 봤다. 그래서 보자면 우선 미국, 인도, 독일, 일본, 호주, 우간다는 제노사이드 아니라고 할 것이다. 여기 6표다. 반면 슬로바키아, 모로코, 소말리아, 자메이카, 레바논, 브라질 등 6표는 거의 확실하게 제노사이드 표다. 지금까지 6:6 동률이다. 그런데 이번 재판에는 ‘임시’재판관 2명이 추가되었다. 청구인 측인 남아공과 피청구인 측인 이스라엘 재판관이다. 그래서 재판관은 15인에서 2인이 늘어나 17인이다. 하지만 이 2표의 향배는 확정적인 지라 사실상 남는 표는 러시아, 중국, 프랑스 3표다. 제노사이드 ‘잠정조치(가처분) 명령’ 결정을 위해선 9표가 필요했다. 남은 3표 중 2표가 제노사이드를 지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의외였다. ICJ가 남아공의 이스라엘 제노사이드 중단을 위한 잠정조치 신청을 받아들였다. 아래 결정문을 보자.(괄호안은 찬반 표결 결과)
 

ICJ 결정문과 찬반 투표 결과

1.이스라엘 국가는 가자에 대한 제노사이드를 방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shall take all measures).(15:2)
2.이스라엘 국가는 이스라엘군이 그 어떤 제노사이드도 자행하지 않게끔 보장해야 한다.(15:2)
3. 이스라엘 국가는 제노사이드를 공공연히 선동하는 모든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16:1)
4.이스라엘 국가는 가자지구의 열악한 생존조건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적이고 실효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16:1)
5. 이스라엘은 제노사이드협약에 관련된 행위에 대한 증거보존을 위해 실효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15:2)
6. 이스라엘은 1개월 이내에 본 법정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취한 모든 조치를 본 법정에 보고해야 한다(15:2)


쟁점별로 이루어진 표결에서 전부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우간다의 줄리아 세부틴데(Julia Sebutinde)였다. 이스라엘의 임시 재판관은 쟁점 1, 2, 5, 6에는 반대표를 하지만 우간다의 재판관이 반대표를 던진 쟁점 3, 4에 의외로 찬성표를 던졌다. 쉽게 낙관하기 어려웠던 표결에서 사실상 압도적인 표차로 남아공이 승리한 것이다. 물론 남아공이 요구한 즉각적인 전투중지(cease-fire) 대신 “이스라엘군은 그 어떤 제노사이드도 자행되지 않게끔 보장”해야 한다는 우회적 결과를 얻어 냈다. 사실상 전투중지 없이 모든 제노사이드의 중단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그 효과 면에서는 동일하다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의 결정은 어디까지나 ‘잠정조치’(가처분)일 뿐이다. 그리고 그 결정은 제노사이드를 ‘방지’하기 위해 이스라엘 국가와 군은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을 ‘명령’한 것이 골자다. 이것이 제노사이드인지 아닌지는 사실 본안소송에서 다투게 될 것이지만, 이번 결정에서 명령한 것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본안소송에서 제노사이드 최종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놀라운 세기적 재판의 결과 이후 이제 가자에서 총성은 멈췄을까.
 
2024년 1월 28일 현재 가자지구 사상자 ⓒ알자지라

위에서 보듯 1월 28일 현재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26,792명이다. 부상자는 약 7만명이다. 실종자는 8,0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데 사실상 사망자로 보면 된다. 그렇다면 약 3만5천명이 사망했고 이중 어린이 숫자는 1만3천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ICJ 판결 48시간이후까지의 이스라엘 상황 ⓒ유럽-지중해 인권 모니터
‘유럽-지중해 인권모니터’라는 단체가 ICJ 판결 48시간 이후까지의 이스라엘 동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1) 이스라엘의 공격에 의해 가자지구에서 373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고 643명이 부상했다.
2) 가자 남부 칸유니스 지역 병원이 공격받고 포위가 계속되고 있다.
3) 칸유니스지역 주민들이 나세르 병원에 수십 구의 사체를 매장하도록 강요받았다.
4) 이스라엘 포위와 공격에 의해 사망한 사체를 매장할 4개의 대형 묘지가 칸유니스에 만들어졌다.
5) ICJ 결정 이전과 비교 절반도 안 되는 87대의 구호 트럭만이 가자지구에 들어왔다. 6) 구호 트럭을 기다리던 팔레스타인인들이 살해되었다.
7) 이스라엘군이 보안 검문소를 설치했고 칸유니스 난민캠프 서쪽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학대했다.
8)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15% 면적을 차지할 완충지대를 설치하기 위해 가자장벽 동쪽 경계로부터 1.000~1,500미터 내에 있는 거주지 전부를 파괴했다.
9) 누구보다 네타냐후 총리와 재무장관 등이 중심이 되어 ICJ 결정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발언을 의도적으로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영국, 캐나다 등을 중심으로 한 ‘규칙기반 국제질서’ 진영들의 ICJ 국제법 사보타지운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격화되는 중이다. 특히 미, 영, 독일, 캐나다, 호주, 이태리, 스웨덴, 일본 등 소위 집단서방이 일치단결(?)해 가자지구 구호활동의 중추를 담당하는 유엔난민구호기구(UNRWA) 분담금 납입을 거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이른바 ‘정착민’은 이스라엘군의 지원을 받아 인질석방을 구호로 내걸고 구호차량의 가자진입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ICJ 결정이후 현재 가자는 이들 ‘규칙기반’ 집단서방의 사보타지에 의해 새로운 기아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상태라 하겠다.

이미 남아공은 미영을 학살공범으로 ICJ 제소를 준비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와 슬로베니아는 불법점령으로 이스라엘을 ICJ에, 멕시코, 칠레는 전범 혐의로 이스라엘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했다. 벨기에와 아일랜드는 남아공의 소송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번 결정이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더라도 미영불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 경우 압도적으로 친팔레스타인 표결을 해 온 유엔 총회에 이 사안이 회부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이 지금처럼 ICJ 명령을 노골적으로 불복하고 미영독, 캐나다 등 극소수 국가의 뒷배를 믿고 학살행위를 지속할 경우 이스라엘을 유엔에서 배제하고 팔레스타인국가를 정식 승인한다든지 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미 지금 목도하고 있는 첫째, 유엔 안보리의 완전한 균열과 둘째, 유엔 안보리와 유 엔총회의 균열로 귀결되어 국제사회는 앞을 내다볼 수 없을 ‘퍼펙트 스톰’의 대혼란으로 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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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9번째 거부권 행사...경향신문 “조자룡 헌 칼 쓰듯 휘둘러”

[아침신문 솎아보기] 이태원참사 특별법 거부…동아일보 “정부 차원에서 참사 원인, 과정 속시원하게 정식 설명한 적 없다”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통령 사과 촉구 칼럼 중앙 “대통령 원래 그런 자리”

전장연 집회 기자 강제 퇴거 사태, 경향 “헌법위배” 한겨레 “서울시 기조 반영”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4.01.31 07:40

  • 수정 2024.01.31 07: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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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25일 의정부제일시장 상인들과 오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31일자 경향신문 1면 사진기사.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이후 법안 수 기준 9번째 거부권 행사로 역대 대통령 최다다. 주요 아침신문 9개 중 8개 신문이 이를 1면에 보도했지만 조선일보는 8면에 보도했다. 다수 신문이 여야 모두의 책임을 묻는 양비론을 편 가운데 동아일보는 “서울경찰청장 등 23명이 기소됐지만 포괄적 책임을 진 정부 고위직 인사는 없었다”며 “야당 역시 총선 후로 특조위 구성을 미루는 등 ‘정쟁 요소’를 막판에 뺐다지만 설명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0일 국무회의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및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특별법(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의결하며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재적 위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법안을 반대하는 국민의힘이 112석을 가지고 있어 법안 폐기가 유력하다.

‘독단적 정부’ 지적한 신문과 ‘극단적 갈등’ 양비론 편 신문

▲ 31일자 국민일보 1면 사진기사.

대다수 신문이 1면에 거부권 행사 소식을 전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거세게 항의하는 유족들의 항의 사진도 담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말고도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50억 클럽 특검법 총 8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거부권을 반복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다. 경향신문은 31일자 1면에 <끝내 거부권… 위로도 없이 돈 내밀었다>고 했고 한겨레는 <이태원 진상규명 끝내 거부>라고 했다.

▲ 31일자 조선일보 8면 기사.

다수 신문은 단순 여야 갈등 구조로 사안을 봤다. <尹, 이태원법 거부권 총선정국 대치 격화>(국민일보), <尹, 이태원특별법 거부권 희생자 유가족-야당 반발>(동아일보), <입법폭주·거부권 악순환 민생 발목 잡는 ‘대결 정치’>(세계일보) 등의 제목을 1면에 달았다. 중앙일보와 서울신문은 윤 대통령의 추모시설 건립 대안 발표를 1면 제목에 포함시켰다. 조선일보는 이를 8면에 다뤘다.

 

사설 논조도 엇갈린다. 경향신문은 31일자 사설 <맹탕 수사하고 이태원법도 거부한 국가의 불통과 독단>에서 정부 책임론을 폈다. 경향신문은 “매번 참사 책임을 물어야 할 윗선·실세 앞에서 수사는 길을 잃었다. 그러고도 참사 유족·피해자들의 진상 규명 요구를 받아 만들어진 특별법까지 다시 거부한 윤 대통령의 독단적 결정이 개탄스럽다”며 “헌법이 입법부 견제를 위해 엄격한 요건으로 제한한 재의요구권을 마치 조자룡 헌 칼 쓰듯 마구 휘두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사설 <‘이태원 참사’ 진상조사 막겠다고 거부권 쓴 윤 대통령>에서 “검찰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처벌을 미루고 뭉개다 기소심의위원회의 공개 권고를 받고 나서야 마지못해 기소했다. 이런데 누가 수사 결과를 믿겠나”라며 “다수 국민의 참사 원인을 밝히자는 특별법안에 거부권을 들이댄 것은 참담한 일이다. 정쟁을 핑계대지만, 진상규명 요구를 정쟁으로 몰고 간 것은 정부·여당 책임이 절대적”이라고 했다.

▲ 31일자 동아일보 8면 사설.

반면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서울경찰청장 등 23명이 기소됐지만 포괄적 책임을 진 정부 고위직 인사는 없었다. 정부 차원에서 참사의 원인과 과정을 속시원하게 정식 설명한 적도 없다”면서도 “야당 역시 총선 후로 특조위 구성을 미루는 등 ‘정쟁 요소’를 막판에 뺐다지만 설명이 더 필요하다. 세월호 사건 등 참사 때 위원회를 반복 구성했지만 소득이 별로 없었던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누구까지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하냐는 문제는 결론짓기가 애매할 수 있다. 하지만 사법적 책임 이전에 관련 당국자가 정치적·도의적 책임이라도 지면서 국민 감정을 누그러뜨렸어야 했는데 전혀 그런 조치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정부의 무신경한 모습에 불만 여론이 팽배하면서 민주당의 ‘특별법 공세’가 가능해진 것이다. 앞으로 이태원특별법은 다시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여야는 이제라도 다시 협의를 시작해 특별법의 위헌적 하자를 제거하고 합의 처리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통령 사과 촉구 중앙 “대통령 원래 그런 자리”

▲ 31일자 중앙일보 칼럼.

중앙일보가 윤석열 대통령 사과를 촉구하는 데스크 칼럼을 냈다.

고정애 중앙SUNDAY 편집국장대리는 31일자 칼럼 ‘시시각각’(윤 대통령 사과할 수밖에 없다)에서 “대통령의 사과에도 일종의 법칙이 있다. 자신들이 하지 않은 일엔 기꺼이 사과하려고 한다”며 “대통령하고 가까운 사람과 관련될수록 더욱 그렇다. 마냥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숙여야 한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고정애 편집국장대리는 “사례는 많다”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문제 등을 거론한 뒤 “지난해 11월 말 첫 보도 이후 대통령실의 침묵(내지 방치) 속에서 퍼지던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논란이 임계점을 넘어 대통령과 여권 2인자가 충돌하는 사안으로 커졌다. 윤 대통령이 주저하는 사이 김 여사의 처신 문제였던 게 대통령의 국정수행 방식(또는 판단력)에 대한 문제가 됐다. 국민을 가장 앞세워야 할 대통령이 가족을 앞세우느라 국민과 맞서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고 대리는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공보처 장관을 지냈던 오인환을 인용해 “아들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YS는 가족들과도 편치 않은 입장이 됐다. (중략) 고뇌 속에 YS는 별건 수사 시비에 상관없이 아들을 구속해 법정에 세우는 결단을 내렸다. 냉소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정치 9단의 YS가 자신이 살기 위해 아들까지 희생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 뒤 고 대리는 “대통령은 원래 그런 자리고, 그래야 하는 자리다. 모두 윤 대통령의 입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전장연 기자 강제 퇴거 사태에 경향 “헌법 위배 소지, 언론 자유 침해”

▲ 31일자 한겨레 12면 기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집회 현장에서 비마이너·레디앙·경향신문 기자 등이 서울교통공사 보안관에 의해 강제 퇴거된 가운데 경향신문이 “언론 자유 침해”라는 사설을 냈다. 한겨레는 기자들에 강경 대응한 서울교통공사를 놓고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라 시의 기조가 즉각 반영되는 구조”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31일자 사설 <취재기자 강제 퇴거한 서울교통공사, 언론 자유 침해다>에서 “지난 22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참사 23주기’ 집회를 취재하던 경향신문 기자 등이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보안관에 의해 강제 퇴거당했다. 해당 기자들이 신분을 증명했지만 막무가내로 역사 밖으로 끌려나갔다”며 “이틀 뒤 서울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환승 통로에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 해고 철회와 복직 투쟁’ 기자회견을 취재하던 비마이너 기자 등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시민의 집회권을 제약하는 것도 모자라 언론 자유까지 침해한 서울교통공사를 비판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언론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가 불가분의 관계이며, 이를 제약할 때는 분명한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의 강제력 집행은 자의적이며, 헌법과 법률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헌법과 법률이 왜 있는지 인식을 찾기 어렵다. 승객 편의를 명분으로 역사 내 집회 강경 대응을 주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시를 최우선한 것은 아닌가”라고 했다.

한겨레도 31일자 12면에서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되는 9호선 집회와 기자 강제 퇴거 등이 발생한 4호선 집회를 비교했다. 한겨레는 “메트로9호선 쪽의 대응은 정반대다. 전장연은 지난해 11월 출퇴근길 지하철 시위 장소를 혜화역으로 바꾸기 전까지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같은 시위를 17차례 진행했는데, 이곳에서 강제 퇴거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대합실에서 이뤄진 침묵시위조차 위법이라며 강제 퇴거시킨 교통공사 쪽과 대비된다”고 했다.

한겨레는 “전장연 시위에 대한 상반된 태도는 두 회사의 지배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메트로9호선은 부산은행이 지분 100%를 소유한 민간기업이고, 교통공사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라 시의 기조가 즉각 반영되는 구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장연 시위를 ‘사회적 테러’라고 비난하는 등 수위를 높이면, 교통공사 쪽도 시위 대응 수준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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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30일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 측의 시위 진압 등 행위가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등 위법성이 있다는 의견서를 교통공사에 제출하려 했지만 공사 측은 수령을 거부했다. 공사 측은 사전에 교감된 부분이 아니라 (수령에)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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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이 위헌이라니...대통령 거부권에 유가족 오열

 

 

정부여당, 셀프 진상규명 시도 막히자 공정성 운운

“특조위가 국민기본권 침해? 전혀 근거 없어”

인파에 떠밀린 건 원인 아닌 현상...여전히 진상규명 필요

정부, 유가족 서로 못 만나게 하고, 장례 빨리 치르라 압박...“이게 지원이냐”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마저 거부권을 행사했다. 참사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30일 한덕수 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신속하게 재가했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이 반헌법적이고 공정하지 않다는 구실을 내세웠다.

유가족들은 국무회의 내내 정부청사 앞에서 처절하게 항의했지만, 끝내 정부는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묵살했다.

유가족들은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헌법 가치"라며 "159명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윤석열 정부야말로 위헌정부”라고 규탄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 기자회견을 하던 중 국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거부권)이 의결되자 슬퍼하고 있다. 2024.01.30. ©뉴시스

정부여당, 셀프 진상규명 시도 막히자 공정성 운운

이날 오후 시청 앞 희생자 분향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유가족들의 분노와 절규로 가득찼다.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특별법에 담긴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구성이 공정하지 않다는 정부 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당초 여당이 특별법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던 까닭은 특조위 위원장 추천권을 정부·여당이 가져가겠다는 시도가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정부 실정을 조사하는 기구에 친정부 인사를 추천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것.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조사 대상이 되어 진실이 규명되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냐”며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위해 정부 영향에서 자유로운 조사기구를 구성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강조했다.

“특조위가 국민기본권 침해? 전혀 근거 없어”

정부가 거부권 행사 근거로 내놓은 입장에 대한 상세한 비판도 제기됐다.

정부는 거부권 행사 근거로 ▲특조위가 영장 없이 동행명령을 하거나 압수수색 영장 청구의뢰를 하여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 ▲특조위 구성의 중립성 결여, ▲특조위의 사법부·행정부 권한 침해 우려, ▲국정조사 등을 통한 기존의 충분한 진상조사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윤복남 변호사는 “특조위의 동행명령권과 영장 청구 의뢰권은 이전 세월호 특조위나 사참위(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가졌던 권한”이라며 “과거 조사위 활동에서도 위헌성이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중립성 결여 주장에 대해서도 “특별법상 특조위원 11인은 여야가 각각 4인을,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와 협의하여 3인을 추천하도록 하는 구조인 만큼 충분히 공정하다”고 일축했다. 만약 국회의장이 야당 인사라는 게 문제라면 ‘관련단체’를 특정하지 않았으니 다양한 의견 전달을 하면 된다는 말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거부권) 의결 대한 유가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1.30. ©뉴시스

인파에 떠밀린 건 원인 아닌 현상...여전히 진상규명 필요

특조위가 사법부·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할 것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윤 변호사는 “행정부가 재난원인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경우 그 역할을 대신할 독립적 조사 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해외 사례에 비춰도 보편적”이라며 “특조위는 기본적 조사를 수행하는 기구이고 사법 판결을 내리는 기관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정부에 의한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진 바 없다. 경찰 수사는 용산경찰서장, 용산구청장 등 일부 관련자만을 기소하는 데 그쳤고, 국회 국정조사는 출석 자체를 회피하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한 자들이 너무 많았다.

이에 윤 변호사는 “특수본은 사건 발생 74일이나 되어서야 군중 유체화(사람이 인파에 떠밀리는 현상)를 원인이라 얘기했지만, 그건 모두가 알고 있었던 현상에 불과하다”며 “참사 이전에 왜 경비대를 배치하지 않았는지, 119 신고 대응이 왜 지연되었는지는 여전히 아무도 모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엔 자유권 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이태원 참사에 대한 독립적인 기구 설립을 권고한 데에는 합당한 근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유가족 서로 못 만나게 하고, 장례 빨리 치르라 압박...“이게 지원이냐”

정부의 생색내기용 변명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내세우는 유가족들에 대한 전담 공무원 배치와 장례지원, 의료비 지원 등에는 어떤 내실도 없고, 오히려 사건을 덮으려는 치졸함이 돋보였다는 것.

이와 관련해 조인영 변호사는 “장례지원 과정에서 배치된 전담 공무원은 장례식장에서 유가족들이 서로 못 만나게 하고, 장례를 빨리 치르라 독촉하기까지 했다”며 “의료비 지원의 경우 유가족에게는 문자 한 통으로 안내하고, 참사 생존자에게는 그조차도 하지 않아 의료비 지원을 받지 못한 희생자들이 즐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부실 대응을 감시 감독하기 위해서라도 특별법 제정을 통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거부권 의결과 더불어 정부가 발표한 ‘희생자·유가족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 계획’에 대해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 위원장은 “1년 넘게 무수히 호소하고 절규할 때는 단 한 번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철저히 외면하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피해자를 위하는 척 하는 것은 거부권 행사에 대한 반발을 막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특별법을 통한 특조위가 아닌 어떤 것도 정부 측과 논의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거부권 행사로 말미암아 안전사회로 나아갈 길이 요원해진 가운데, 국회 재의결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재의결은 국회의원 출석 2/3가 찬성하면 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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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여러 발 발사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4.01.30 11:29
  •  
  •  수정 2024.01.30 15:21
  •  
  •  댓글 1
 

합동참모본부(합참)이 “우리 군은 오늘(1.30) 07시경 북측 서해상으로 발사한 미상 순항미사일 수 발을 포착하였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제원에 대해서는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분석 중”이라고 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미측과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으며, 북한의 활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알렸다.

30일 오전 국방부 정례브리핑 계기에 ‘순항 미사일 발사 장소가 육상인지 해상인지’에 대해 질문을 받은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분석 중”이라고 짧게 대꾸했다.

아울러 “(지난 28일 신포에서의) 발사 플랫폼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로 특정하지 않고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을 하고 있다”면서 “어느 한쪽이라고 무게를 두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성준 공보실장은 “현재 북한군은 동계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알렸다. 지난 24일과 28일에 이은 이날(30일) 북한군의 순항미사일 발사가 동계훈련의 일부로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지난 28일 북한이 시험발사한 '불화살-3-31형'. [사진 갈무리-노동신문]
지난 28일 북한이 시험발사한 '불화살-3-31형'. [사진 갈무리-노동신문]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24일 서해상으로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 첫 시험발사를 단행했다. 사흘 뒤인 28일에는 함경남도 신포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역시 ‘불화살-3-31’형을 발사했다.

대량파괴무기인 탄도미사일과 달리, 정밀타격무기인 순항미사일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따른 금지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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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위기] 접경지역 군부대 앞을 뒤흔든 ‘대북 적대 훈련 중단’ 외침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4/01/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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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진연은 29일 포천과 연천 군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달아 열었다. 포천의 승진훈련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 김영란 기자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은 29일 접경지역인 포천과 연천 군부대 앞에서 연달아 ‘전쟁 부르는 대북 군사훈련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진연은 윤석열 정권의 대북 적대적인 군사훈련에 의해 한반도 전쟁 위기가 최고조로 달하고 있다며 ‘극우 전쟁광 윤석열 탄핵’, ‘무책임한 즉·강·끝 신원식 국방부장관 파면’, ‘대북 적대적인 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했다.

 

특히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의 횟수와 미국 핵전략 무기의 한반도 진입 횟수 등에 관해 전임 정권과 윤석열 정권을 비교하면서 현 전쟁 위기의 주범이 윤석열 정권이라고 성토했다.  

 

대학생들의 구호 소리와 연설은 군부대 앞을 뒤흔들었고, 동네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다.

 

  © 김영란 기자


먼저 정오에 포천 8사단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용환 회원은 “지금의 정세는 전쟁을 코앞에 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이렇게까지 전쟁 위기가 고조 된 이유는 한·미·일 전쟁 동맹의 강화 때문”이라며 “전임 정권은 단 한 차례도 한·미·일 연합훈련을 진행하지 않았는데 윤석열 정권은 지난해에만 8번이나 했고 연초부터 해상과 공중에서 훈련을 했으며 또 벌일 예정”이라며 한·미·일 연합훈련의 심각성을 짚었다.

 

▲ 포천 8사단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 구한이 통신원

 

조서영 회원은 “윤석열 정권에서 전쟁에 미친 자는 비단 윤석열뿐만이 아니다”라며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라’는 ‘즉·강·끝 원칙’을 말했다. 전쟁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전쟁을 부추기고만 있다”라며 “윤석열의 정권 위기, 총선 위기, 김건희 특검 위기를 과거 이승만 정권 때처럼 전쟁으로 돌파하려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윤겨레 회원은 “윤석열 정권에 의해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지금, 가장 위험한 지역은 서해이다. 북한이 ‘국제법’에 근거해 그은 군사분계선과 남한이 ‘임의로 설정한’ 북방한계선이 겹쳐 있어 군사적 충돌이 언제라도 생길 수 있다”라고 서해상의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짚었다.

 

이어 오후 12시 30분 연천 5사단 앞에서도 기자회견이 열렸다.

 

5사단은 지난해 12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해 이른바 ‘선조치 후보고’를 언급하며 대북 적대적인 발언을 했던 부대이다,

 

“군사 충돌 야기하는 윤석열을 탄핵하자!”

 

▲ 연천 5사단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 김영란 기자

 

힘찬 구호에 이어 문한결 회원은 “지난 17일 진행된 한·미·일 해상훈련은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일 해상 연합훈련이다. 이 훈련은 핵전쟁을 시사한 강력한 전쟁 도발”이라며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이런 훈련을 미일과 다년간 하기로 합의했다. 동포에게는 핵미사일을 겨누고 전범기를 단 일본 자위대와는 전쟁 훈련을 이어가겠다니, 이게 제정신인가”라고 호통쳤다.

 

이어 “전쟁을 막기 위해서 윤석열의 전쟁 도발을 막아야 한다. 특히 계속해서 미국의 핵무기를 들여오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는 일은 기필코 막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영란 기자

 

서원진 회원은 “윤석열은 대통령 후보 시절 때부터 ‘선제타격’, ‘확전 각오’, ‘주적은 북한’ 등등 북한을 자극하는 망언을 내뱉었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후에는 2017년에 29건이었던 한미연합훈련이 2023년에 281건으로 10배 가까이 대폭 증가하여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었다”라며 “국민의 안전, 생명 이런 건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본인의 정치적 이득만을 신경 쓰는 자는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땅에서 나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윤민 회원은 “전쟁훈련을 한국과 미국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있다. 한·미·일 전쟁동맹을 강화하며 일본 자위대가 다시 우리 땅 한반도에 들어오고 있다. 전범기를 내건 일본이 우리의 하늘, 땅, 바다에서 전쟁훈련을 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전쟁 훈련이 예정되어 있다”라며 “한·미·일 전쟁동맹을 이대로 두면 진짜 이 땅 한반도에서 전쟁이 난다. 전쟁을 불러오는 한·미·일 연합훈련 당장 중단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영란 기자

 

포천 8사단과 연천 5사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던 대진연 회원들은 오후 2시 포천의 승진훈련장 앞에 모였다.

 

포천의 승진훈련장은 올해 초 북한을 겨냥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였던 곳이다. 승진훈련장 앞에 도착하니 훈련이 진행 중인지 포사격 소리가 들렸다. 

 

대진연 회원들은 힘찬 구호를 외치고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남북관계 악화시키는 대북 강경 정책 즉각 중단하라!”

“정권 위기 탈출용 전쟁 위기 조장 윤석열을 탄핵하자!”

“탄핵이 평화다. 전쟁을 부르는 윤석열을 탄핵하자!”

“극우전쟁광 신원식 국방부장관 즉각 파면하라!”

 

  © 김영란 기자

 

안성현 회원은 “윤석열과 신원식은 접경지역에서 북한을 상대로 한 전쟁 연습의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또한 군부대에는 ‘선조치 후보고’를 요구하며 틈만 보이면 전쟁을 시도하고 있다”라며 “(윤석열 정권의) 계속되는 대북 적대 행동과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전쟁 훈련의 결과는 전쟁이다. 즉각 대북 적대 군사훈련을 중단하라”라고 말했다.

 

임정민 회원은 “진짜 도발은 누가 하는가. 집권 초부터 선제타격이라는 말로 전쟁광의 전쟁 의지를 내보이고, 6년 만에 국방백서의 주적 표현을 다시 적어낸 윤석열의 그 행보가 바로 도발 아니겠는가”라고 윤석열 정권을 비판했다.

 

김조은 회원은 “새해가 된 지 한 달도 안 지났는데, 벌써 전쟁을 불러오는 연합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힘에 의한 평화를 말하던 윤석열과 미국이 전쟁 위기만 최고조로 끌어 올리고 있다”라며 “한반도에 전쟁만을 불러오는 한미연합훈련 지금 당장 중단하라”라고 힘주어 말했다.

 

  © 김영란 기자

  

대진연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면서 포천 승진훈련장을 향해 “전쟁을 원하는 자는 정권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윤석열 아닌가. 패권 유지를 위한 미국 아닌가. 전쟁을 불러오는 군사훈련 즉각 중단해야 한다”라며 “역대 최대 규모 전쟁훈련 당장 멈추라. 미국의 전략자산 당장 그만 들여오라. 전쟁을 불러오는 모든 대북 적대 행동 멈추라. 전쟁 부르는 윤석열을 탄핵하자. 윤석열 탄핵이 평화”라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 승진훈련장을 향해 큰 소리로 대북 적대 훈련 중단을 외치는 대진연 회원들.  © 김영란 기자

 

한편, 연천 5사단 앞에서 대진연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주민은 학생들을 격려하며 음료수를 갖다줬다. 

 

주민 ㄱ 씨는 “주민들도 전쟁이 일어날까 봐 불안하다. 지금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일어나면 그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라며 “어른들도 각성해 대통령을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각계의 투쟁과 움직임이 연초부터 활발해지고 있다.

 

▲ 포천 승진훈련장 앞에서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에 1인 시위를 하는 대진연 회원.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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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만 되면 '경청', 끝나면 '강제철거'

"세금내고 장사하고 싶다"

노점상 특별법. 2년 째 계류 중

불법이라면서 선거철엔 경청, '모순적'

2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 및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선거철, 정치인들의 배경이 되곤 하는 노점상. 이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세금내며 장사하고 싶다”고 절규했다. 헌법 15조에 명시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달라는 소리다.

사실 정치인은 민심을 얻으려고 노점상을 이용하지만, 정작 이들의 고충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에 국회 본청 앞에서 29일 열린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 및 기자회견’. 이 자리에 참석한 노점상인들은 “30만 명의 국민이 노점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관련한 법 제도가 하나도 없다”며 “당당하게 세금 내고 장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2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 및 기자회견’ ⓒ 김준 기자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점상인들”

2022년 1월 ‘노점상 생계 보호 특별법’이 5만 명 청원을 달성해 국회에 발의됐다. 그러나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청원 소위원회에서 단 1차례 논의가 됐을 뿐,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언론은 이들을 ‘탈세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불법 상인’이라고 호도한다. 그러나 노점상인들은 세무서에서 세금을 내려 해도 낼 수 없다. 세금계산서와 영수증 발급 의무가 없는 면세 대상이기 때문이다.

2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 및 기자회견’ ⓒ 김준 기자

한국도시연구소가 2021년 9월부터 10월까지 민주노련과 전국노점상총연합에 가입한 노점 중 수도권, 대전, 울산 지역의 상설 노점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월평균 운영 소득은 131만 2000원이었다. 100만 원 이하는 54.9%로 절반이 넘었고 평균 채무 금액은 약 7,400만 원에 달했다.

이 와중에 노점상은 강제 철거 위협도 받는다. 지난해 청량리 일대에 마차를 운영하는 노점이 동대문구청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지난해만 동대문구청에서만 20회 이상 철거가 진행됐고, 노점이 없어진 곳에는 대형화분이 들어섰다. 철거 이유는 근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입주민들의 ‘민원 우려’였다.

노점상인들은 “비록 도로를 점유하고는 있으나 도로의 본래 기능인 원활한 통행권을 충분히 보장했기 때문에 정비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행정대집행법상 강제 철거 요건인 ‘심히 공익을 해할 것’이라는 요건에도 부합하는지 입증되지 않았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복지국가에서는 가난은 나라가 구제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 복지국가의 핵심이지만 세금을 들여 노점상인들을 마구잡이 폭력단속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현실이 이런데, 선거철마다 노점상을 찾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은 “정치인들이 선거 때면 노점상을 찾아와 서민 코스프레를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척결해야 할 제1순위 대상이었다”며 “이런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2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 및 기자회견’ ⓒ 김준 기자

2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 촉구대회 및 기자회견’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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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노동당 전원회의 및 최고인민회의 분석과 전망

[기고]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신년토론회 개최 / 장창준

  • 기자명 장창준 
  •  
  •  입력 2024.01.29 11:11
  •  
  •  댓글 1
 

장창준 / 한신대학교 통일평화정책연구센터 소장,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연구위원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가 지난해 연말 북측 전원회의와 올해 초 최고인민회의 내용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토론회를 지난 18일 개최했다.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가 지난해 연말 북측 전원회의와 올해 초 최고인민회의 내용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토론회를 지난 18일 개최했다.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북이 지난해 말 전원회의, 올해 초 최고인민회의를 연이어 개최하여 2023년을 평가하고, 2024년을 전망·계획하였다. 두 회의에서 나온 통일 관련 ‘충격 발표’ 때문에 다소 묻힌 경향은 있지만, 북은 2023년을 의미 있게 평가하고,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경제발전 5개년계획 4년 차를 맞는 올해의 계획을 제시했다.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는 지난 1월 18일 두 회의의 내용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토론회를 개최하여 북의 사회주의 경제, 식량과 농업 등의 현황을 살펴보았고, 대외 정책과 대남 정책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토론회는 변학문 소장(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3명의 발표 후에 최장호 박사(대외경제경책연구원), 엄주현 박사(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이연희 사무총장(겨레하나)이 토론하였다.

2023년 북 경제 평가 “구체적 수치 제시 성과 강조, 전반적인 생활 수준 유지·개선”

북 경제에 대해 발표한 최은주 박사(세종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북은 1) 단기과제로서 현행 생산을 활성화하고, 중장기 과제로서 정비보강 전략을 병행 추진하는 한편 2) 당의 중점 정책으로 제시한 농업, 건설, 지방발전, 미래세대 정책을 추진했다.

북은 전원회의에서 1) 12개 중요 고지를 모두 달성했으며 특히 제1항목으로 선정한 알곡 생산 목표를 초과 수행하는 것을 최고 성과로 제시했다. 또한 2) 2020년 대비 국내총생산이 1.4배 상승했다고 밝히고, 중요지표 생산량을 초과 달성했다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3) 당의 중점 정책 중 지방발전 관련 성과를 별도로 제시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8차 당대회 과업 수행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고비, 극한점을 돌파”하였다고 자평했다.

이와 관련하여 최은주 박사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여 성과를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2020년 이후 거듭된 부진 속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2023년에는 주요 부문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제시하여 경제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주민 생활과 직결된 시장 물가 또한 안정세 및 하락세를 보여 전반적인 생활 유지와 개선이 가능해졌을 것으로 내다봤다.

쌀과 옥수수의 가격이 2022년 3/4분기부터 안정세를 유지했다. (최은주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쌀과 옥수수의 가격이 2022년 3/4분기부터 안정세를 유지했다. (최은주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최은주 박사에 따르면 이런 성과는 북의 투자 증대, 무역 증가, 자연환경 호조 등의 복합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다. 8차 당대회 이후 추진된 금속, 화학, 기계공업 등에 대한 투자 사업 중 일부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고, 대외 무역이 회복세로 접어들어 원부자재 수급 문제가 개선되어 공장 가동에 따른 부담이 감소했다. 농업 옉산을 별도로 책정하여 확대 편성하고, 영농물자를 수입하거나 증간했으며, 양호한 기상 여건 등이 작용하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3년 1/4분기부터 가격이 내리기 시작했고, 2/4분기부터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최은주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2023년 1/4분기부터 가격이 내리기 시작했고, 2/4분기부터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최은주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다만 최은주 박사는 경제 전반에서 회복세를 보인다는 평가는 가능하지만, 구체적인 수치들과 관련해서는 고려해야 할 지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북이 2020년 대비 국내총생산이 1.4배 증가했다고 하였으나, 기준 가격 설정 등의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정확한 평가를 하는 데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총량 및 생산 측면의 성과가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르게 배분되는지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24년 북 경제 전망 “예산 확대 편성, 지방발전 20×10 정책 제안”

최은주 박사에 따르면 2024년 북의 경제정책은 2023년의 기조, 즉 현행 생산 활성화(단기)와 정비보강 전략(중장기)의 병행 추진을 지속하는 것이다. 당면 과제로 12개 중요 고지를 다시 선정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다만 예산은 확대 편성하는 흐름이다. 최은주 박사는 2023년 경제 성과를 반영하여 예산 수입 및 지출 규모 모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 이후 1% 안팎의 증가율을 유지했는데, 2024년 예산 계획에서 수입은 2.7%, 지출은 3.4% 증가했다. 경제 부문은 전체 증가율보다 낮은 2.4% 늘었고, 국방 부문은 동결되었다.

최은주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최은주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예산 증가와 더불어 수도와 지방의 차이, 지역간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장기 정책으로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제시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정책은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20개 군에서 지방공업공장을 현대화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한다. 정책의 목표는 시, 군을 단위로 자체의 자원, 원료 등을 활용하여 기초식품, 식료품, 소비품을 보장함으로써 주민들에게 기초적인 생활 편의와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최은주 박사에 따르면 북은 지금까지 시, 군 강화 노선을 제시하고 지방 경제발전을 추진해 왔으나 지역의 낙후성을 개선하는 데서 미진했다고 자평하고, 지방 경제발전을 당면 문제로 인식하여 빠르게 착수하면서도 10년에 걸친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정책의 추진 여건은 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요인이 많다고 최은주 박사는 지적했다. 우선 대북 제재의 경우 실효성 있는 조치를 추가하기 쉽지 않다. 대외경제관계 재개의 물질적, 제도적 장애물로 작용하던 방역 조치도 완화되어 무역이 회복하고 관광 등이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다. 자연재해 영역에서도 북은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대외적 측면에서도 북은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경제 교류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2023년과 2024년 북의 농업 “북 경제와 농업 평가의 키워드는 정상화”

농업 평가에 들어가기에 앞서 김일한 박사(동국대학교)는 북 경제의 키워드를 “정상화”라고 제시했다. 북 경제 상황 전반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북의 거래수익금(부가가치세)은 완연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가기업리득금(법인세) 역시 소폭이지만 반등하고 있다. 그 결과 예산 수입 및 지출 역시 증가세로 접어들었다. 이는 코로나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이라고 김일한 박사는 평가했다.

거래수익금, 국가기업리득금, 예산이 모두 증가 추세를 보인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거래수익금, 국가기업리득금, 예산이 모두 증가 추세를 보인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시장 환율 역시 안정적 추세를 보이며, 이 역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일한 박사는 무역 재개 기대감에 따라 환율이 정상화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코로나 펜데믹 기간 널뛰던 환율이 펜데믹 종료 후 안정세를 보였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코로나 펜데믹 기간 널뛰던 환율이 펜데믹 종료 후 안정세를 보였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김일한 박사는 지난해 식량 생산 관련하여 북이 알곡 생산 목표를 103% 달성했고 “최근년간에 볼 수 없었던 높은 수확고”라고 평가한 것을 지적했다. 김 박사는 올곡식(봄작물)과 가을작물이 각각 10~20% 정도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2023년 550~600만 톤 정도 생산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렇다면 이런 북의 평가는 어느 만큼 신뢰할 수 있을까. 김일한 박사는 이를 위해 육종과 품종 개량 등 영농과학기술, 종자와 비료 그리고 농기계 등 농자재 공급, 물길 공사와 저수지 등 농업 인프라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에 대한 구체적 평가를 진행했다.

첫 번째 요소인 영농과학기술 영역을 보면, 북 과학기술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이라 할 수 있는 2.16과학기술상 수상 과제 총 118개(2012~2023년) 중 농·축·수산 분야가 17개를 차지했다. 즉 영농과학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2012~2022년 북한의 학술지 「생물학」에 총 2,479개의 논문이 게재되었는데, 이 중 식량작물 관련 논문이 294개로 가장 많았다.

농축산 수산분야가 에너지 분야에 이어 2.16과학기술상을 두 번째로 많이 받았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농축산 수산분야가 에너지 분야에 이어 2.16과학기술상을 두 번째로 많이 받았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생물학 연구 동향에서도 농림수산식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그 중에서도 식량작물 관련 논문이 가장 많이 게재되었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생물학 연구 동향에서도 농림수산식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그 중에서도 식량작물 관련 논문이 가장 많이 게재되었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두 번째 요소인 비료와 농기계 등 농자재 공급 관련하여 김일한 박사는 흥남비료연합기업소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등에서 비료 생산이 활발하게 이뤄졌고, 농기계의 생산과 공급에서도 발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2년 9월 5,500대의 농기계가 생산되었고, 2023년 9월에도 10,000여 대의 농기계가 생산된 사실을 제시했다.

세 번째 요소인 농업 인프라 역시 식량 증산에서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김일한 박사는 지적한다. 2만 4,000여km의 관개물길보수, 1만 2,000여 개소의 지하수시설 건설 또는 확장, 2,400여km에 걸친 관 연장 공사, 3,000여 개소의 양수장 신설 등 관개체계가 정비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강령호담수화공사, 해안방조제영구화공사, 청천강-평남 관개물길공사가 완료되었다.

지난해 북은 많은 지역에서 관개를 위한 물길 공사를 진행했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지난해 북은 많은 지역에서 관개를 위한 물길 공사를 진행했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한편 김일한 박사는 2024년 농업 예산이 0.1% 증가한 것에 불과하지만, 2023년에 이미 14.7% 증액했기 때문에 타 분야에 비해 적은 비중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올해 역시 북의 농업은 지난해의 정상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북의 대외·대남 정책 “전쟁 대비,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전환”

전원회의와 시정연설에서 밝힌 북의 대외·대남 정책은 우리 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특히 남북 관계를 통일 지향 관계에서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새롭게 규정하고, 전쟁이 일어날 경우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언급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3대헌장기념탑 철거 발언은 조국통일 3대 원칙, 연방제통일 등 김일성 집권기부터 북이 추진해온 통일정책을 전면 무효화하는 ‘충격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장창준 박사(한신대학교 통일평화정책연구센터 소장)는 한반도 현실에 대한 북의 냉정한 진단에서 나온 근본적 방향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장창준 박사에 따르면 북은 “한미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전쟁을 막겠다”는 강한 억제 의사와 더불어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제2의 사명, 즉 선제공격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했다.

또한 장창준 박사는 7차 당대회와 8차 당대회에서 나온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북의 대남 정책 변화 과정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7차 당대회에서 북은 평화적 통일과 비평화적 통일이 모두 가능하지만,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하려는 입장을 피력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평화 조치였다. 그러나 2019년을 거치면서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개선하려는 북의 시도는 좌절되었다. 북은 남측과 미국이 자신의 평화 노력을 거부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 8차 당대회에서 북은 미국과의 강대강 대결을 채택했고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교착상태를 수습할 것인가 전쟁인가 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장창준 박사는 8차 당대회에서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북남 선언들을 무겁게 대하고 성실히 리행”할 것을 요구하고, “남조선 당국이 계속 우리를 몰아붙이려고 할 때에는 우리도 부득불 남조선을 달리 상대해 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 문구를 인용하며, 북의 대남정책 변화는 한미 양국이 자신들의 평화적 통일 정책을 거부하고, 적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결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창준 박사에 따르면 당분간 혹은 장기간 남북, 북미 대화와 교류는 열리지 않을 것이며, 가장 극심한 전쟁 위기 상태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비무장 지대와 NLL 인근에서 남북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으며, 사소한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확률이 아주 높은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비무장지대와 NLL 인근에서 모든 군사행동을 중단하는 것이 한반도 정세 관리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토론자들, 우리 사회의 대북 사업에 대한 성찰 필요성 강조

토론에 나선 엄주현 박사(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에 따르면 북의 보건의료 부문에서는 2023년 한해에만도 합성의약품 생산공장 건설, 중앙질병예방통제소 신축, 도 차원의 표준약국 건설 등 많은 변화가 있었고, 각 도와 4개 직할시에 있던 도인민병원, 시인민병원의 명칭을 도종합병원으로 변경했다. 여기에 더해 위생방역소의 명칭을 질병예방통제소로 모두 변경하는 등 보건의료체계 전반을 손보고 있다.

엄주현 박사는 “북이 이렇게 변화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계속 ‘인도적 지원’만을 얘기했다”면서 남쪽 사회에서 대북 교류사업에 대한 평가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그동안 추진한 교류 협력을 돌아보고 과연 그 행동이 평화를 위해 기여했는지 등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연희 사무총장(겨레하나) 역시 토론에서 ‘북이 남측을 대등하고 책임있는 협상 상대로 보지 않는 것’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또 대화가 열리겠지, 하는 생각은 안일한 인식이다.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한미-한미일 동맹체제가 더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에, 이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대화의 입구가 열리지 않을 것이고 열린다 해도 반복이라는 것을 북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사회가 자주적인 주권행사가 가능한 사회인가, 평화체제로 이행할 동력이 있는가, 이런 질문 앞에 ‘없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라며, “결국 한미동맹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서 “남북이 다시 통일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과 역량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앞으로 통일운동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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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광수 “서민이 빚내서 다주택자 집 받아주라는...정말 나쁜 정책들”

불황 때마다 되풀이되는 부동산 PF 위기... “망하게 두고 시장 원리 따라야”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민중의소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1.24 ⓒ민중의소리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면 주식, 부동산을 다뤄왔는데, 이 분야를 다루는 전문가들이나 경제지들이 굉장히 보수적이라고 느꼈다. 그러다 그들과 다른 시야로 보는 경제지를 만들어 경제와 정치 얘기를 같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만든 게 지금의 ‘광수네복덕방’이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치우쳐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부동산 시장을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광수네복덕방’을 열었다. 한 달에 두 번 부동산 관련 리포트를 내고, 무료로 배포한다. 이 대표는 “‘내가 왜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 어쩌면 거기에 사회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 건 아닌지’라는 고민을 던져주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 이 대표의 가장 큰 관심사는 ‘가계’다. 가계의 소득, 가계의 자산, 그리고 가계의 벌이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제대로 분석해야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 1인당 GDP가 3만5천불이라고 하는데, 그럼, 4인 가족 기준 1년에 1억 넘게 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그런 가계는 거의 없는데 우리는 그렇게 가정하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걸 깨야 한다. 정부나 개인이 어떤 고민을 할 때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런 걸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과거 부동산 정책만 되풀이 하는 윤석열 정부


지난 24일 <민중의소리>와 만난 이광수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서 나오는 부동산 정책들에 대해 “너무 뻔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들”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국면에서 과거 보수 정권들이 내놓았던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는 현재까지 집값 부양책으로 점철된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다.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대출도 풀어줬다. 가장 최근엔 재개발·재건축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또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혜택도 늘리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순서도 거의 똑같다. 처음에는 ‘규제지역 해제’처럼 시행령만 바꾸면 되는 정책을 추진하고, 그래도 집값이 떨어지면 법을 바꾸는 ‘세제혜택’ 등의 정책을 내놓는다”면서 “그래도 안 되면 금융시장을 건드려 대출을 완화하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민중의소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1.24 ⓒ민중의소리

기존 부동산 정책들과의 차이점으로는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 역시 잘못된 정책이라고 했다. 특히 이 대표는 작년 1월 말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을 지목하며 “정말 나쁜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돈 없는 서민들에게 ‘빚내서 집 사라’라고 등 떠미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대출받는 대상은 무주택자들, 서민들이 대부분이다. 고금리 상황에서 돈 많은 사람들은 대출을 받지 않는다”며 ”더 충격적인 건 이렇게 대출을 받은 사람들에게 집을 파는 게 돈 많은 다주택자들이다. 돈 없는 사람들이 빚을 내서 다주택자들이 파는 집을 받아주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의 보금자리론에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 등을 통합한 정책대출 상품이다. 무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소득과 상관없이 집값이 9억원 이하면 고정금리로 5억원을 대출해 준다.

정부가 집값이 하락하기도 전에 각종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부동산 시장엔 상승과 하락 사이클이 있는데, 그건 정책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그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여론을 의식해 집값이 아직 빠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집값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집값 하락을 막지 못한 각종 부양책이 결국 부작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이 대표는 우려했다. 부동산 침체기엔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던 각종 부양책이 향후 부동산 호황기가 다시 왔을 때 ‘집값 폭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정부의 부양책들이 집값 하락을 막진 못하겠지만, 집값이 빠질 만큼 빠졌을 땐 이 부양책들로 인해 급반등할 가능성이 커진다. 집값이 갑자기 빠르게 반등하면 자산시장은 다시 또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규제완화나 세제혜택 등이 집값 하락의 큰 흐름을 바꾸지 못하겠지만, 바닥을 찍었을 땐 급반등의 원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국민이 바라는 주택’ 민생토론회 ⓒ뉴시스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1기 신도시 주민들, 박수칠 게 아니라 분노해야”


최근 정부가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 역시 정비사업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정부는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 지어진 지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시장이 활성화되면 공급물량이 늘어나 집값도 안정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정부의 이 같은 정책과 그 의도를 두고 “틀린 주장을 너무 뻔뻔스럽게 한다”고 황당해했다. 이어 “정부가 직관적인 말들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현재 정비사업시장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공시비 인상 등으로 인해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특출나게 사업성이 높은 게 아니라면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에 뛰어들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재개발·재건축을 쉽게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단순히 정비사업을 쉽게 할 수 있다고 해서 공급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건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너무 일차원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히려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가 열악한 지역의 정비사업 추진을 더 늦추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지역이 많아지면, 진짜 필요한 지역에 대한 개발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설사들의 특성상 사업성 높은 지역 위주로 사업을 추진하려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건설사들은 기왕이면 돈 되는 지역의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싶어 한다”며 “당연히 서울에 있는, 좋은 입지를 가진 사업을 위주로 추진하게 될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는 1기 신도시 주민들이 반길 일이 아니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일산에 가서 재개발·재건축을 쉽게 해주겠다고 하니까 일산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제 우리도 빨리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것”이라며 “근데 그건 틀린 생각이다. 재개발·재건축이 가능한 곳들이 많아지면 ‘우리가 더 늦어질 수도 있겠구나’하고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앞서 지난 달 10일 일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아주 확 풀어버리겠다”며 지어진 지 30년 이상 된 집은 안전진단 없이도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일부 현장 참석자들이 박수로 화답하는 모습이 방송 전파를 탔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민중의소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1.24 ⓒ민중의소리

이 대표는 “1기 신도시의 경우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인해 이미 재건축 사업 추진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번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게 됐다”면서 “이번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야말로 1기 신도시 주민들이 진짜 분노해야 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재건축 연한(30년)이 도래한 아파트는 모두 173만채에 달한다. 이번 규제완화로 인해 이들 아파트 단지는 입주민들이 마음먹기에 따라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졌다.

이 대표는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장이 많아지면 건설사들이 그걸 한 번에 할 순 없다. 캐파(역량)는 정해져 있다”면서 “그렇다면 건설사들이 어떤 사업을 먼저 하겠나. 1기 신도시보다 사업성이 좋은 서울 위주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사람들이 정책을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데 그걸 얘기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서 “일방적으로 정부의 주장을 전하는 전문가들이나 언론들도 문제다. 이들이 제대로 된 정보와 의사판단을 막고 있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정부가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추진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도 했다. 기껏 국회에서 1기 신도시 특별법을 통과시켰는데,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특별법을 무력화시켰다는 것이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8일 열린 본회의에서 이른바 ‘1기 신도시 특별법’이라고 불리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의결한 바 있다. 특별법 내용의 핵심은 1기 신도시가 노후함에 따라 도시 재정비를 위해 아파트 용적률을 높이고 안전진단을 면제하는 등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정부가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추진할 의지가 강했다면,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이후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강화했어야 하는 게 맞다. 그럼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은 더 빠르게 추진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특별법을 만들고,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이 추진되기도 전에 관련 규제를 다 풀어버렸다. 특별법의 의미가 사라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무조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도시 생태계에서 노후주택이 맡고 있는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노후주택의 경우 신축에 비해 임대료가 낮아 저소득층이나 서민들의 주거지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 데, 무턱대고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할 경우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도심에서 노후주택은 저소득층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한다. 임대료도 싸고, 일하는 직장과도 가깝기 때문에 감안하고 사는 것”이라며 “그런데 당장 오래된 집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다 허물고 다시 짓는다면 이들은 주거 공간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도시의 주거 생태계에 노후주택의 역할 역할이 중요한 만큼 단계별로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며 “뉴욕 같은 도시에서도 할렘을 없애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공사 현장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불황 때마다 고개 드는 ‘부동산 PF 위기’
“‘한국형 PF’의 문제... 망하게 두고 시장 원리 따라야”


부동산 시장 침체기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부동산 PF 위기’와 관련해서 해서는 한국만의 독특한 PF 구조를 문제로 지목했다.

해외 부동산 PF의 경우 사업 초기에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아 토지를 구입하는 구조는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본PF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차이를 보인다. 시행사(혹은 시행사가 설립하는 SPC)의 초기 자금력 차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우 건설단계에서 조달하는 본PF의 자금으로 토지 구입 자금을 상환하는 반면 해외에서는 투자자들로부터 추가 자금을 확보해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고 토지 담보를 해제한 후 건설자금만 조달한다.

이 대표는 “쉽게 말해 우리나라는 돈이 없어도 사업을 할 수 있다. 대출 방법의 문제인데, 브릿지론을 일으켜 땅을 사면 땅만 보고 다시 대출을 해주는 식”이라며 “반면 해외에서는 빌리는 회사의 신용과 사업성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 해당 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자산 등을 다 살핀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PF 부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결국 대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사실상 LTV(담보인정비율)만 보고 대출을 해주는 한국의 대출방식은 맞지 않다. 해외처럼 기업의 상환능력까지 고려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그래야 이후 부동산 시장 악화로 땅값이 떨어지거나 사업 진행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 PF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권을 동원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시기만 늦출 뿐”이라고 꼬집었다. 대부분의 부동산 PF 문제가 호황기 때 비싸게 사들인 땅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부동산 가격이 갑자기 급등하지 않는 한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정부는 부동산 PF 위기가 한국의 경제 위기라고, 그래서 막아줘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르다”며 “그냥 터지게 놔둬야 한다. 그래서 못 버티는 건설사들이 갖고 있던 땅이 부동산 시장에 싸게 나오고, 그럼 누군가 땅을 싸게 사서 그만큼 저렴하게 집이 지어 판다. 그게 시장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부동산 PF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조금씩 터뜨리면서 가야 하는 게 맞다. 그게 연착륙이다”라며 “하지만 정부가 억지로 그걸 막으면서 한 번에 터질 수 있는 상황을 초래했다. 정부가 한국 경제 위기를 만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에 대해서도 “그냥 뒀어야 한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자기 자산이 1조원인 회사가 부동산 PF를 10조원 가까이 들고 있다. 부채비율이 1천%에 달하는 셈이다”라며 “이런 기업을 두고 워크아웃이다, 법정관리다 줄다리기할 게 아니라 경영실패의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그게 자본주의고, 유한책임을 도입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 침체기일수록 정부가 저소득층, 주거약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관련 정책에 주력해야 한다고 봤다.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집을 더 싸게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런 시기일수록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을 확장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집값을 부양하려 종부세를 깎아줄 게 아니라, 잘 거둬 확보한 세수로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면 서민들의 주거를 안정시키는 데 더 큰 효과를 거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민중의소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1.24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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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비례대표 2년 순환제 정의당, 간판 내리는 게 정의”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의당 비례대표 2년 순환제 실시에 “나눠 먹기” 비판

윤석열·한동훈 만남에 국민 “한 곳 바라본 윤·한” 경향 “위기 계속될 수밖에”

정청래, 선거제 전 당원 투표 제안에 “강성 당원 동원” “준연동형 결단해야”

 

기자명장슬기 기자

  • 입력 2024.01.30 07: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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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정의당 의원총회 모습. 사진=정의당

정의당이 ‘비례대표 2년 순환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하자 ‘의원 나눠먹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이 되면 2년만 하고 사퇴해 비례대표 후순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의원직을 승계하고 물러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났다. 이날 만남으로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갈등이 봉합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신문에선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여전히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결정하지 않고 있다. 친명계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근 의원 단체대화방에서 병립형(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전 당원 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 30일 서울신문 만평

정의당, 비례대표 2년하고 후순위에 의원직 물려주기로

정의당이 오는 4·10 총선에서 당선된 비례대표 의원에 대해 2년 뒤 임기직을 사직하고 후순위 의원에게 남은 2년 임기를 승계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정의당은 “선순위를 부여받은 사람들이 다음 2026년 지방선거에 지역 후보로 출마하게 하는 한편 2028년 총선에서는 의원 출신 지역구 후보는 늘리는 차원에서 검토됐다”고 했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한국 정치사에 최초로 ‘비례대표 2년 순환제’를 도입할 것을 결정했다”며 “비례대표 2년 순환제는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더 다양한 목소리를 원내 정치에 반영할 실험적인 수단으로 제시돼왔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30일 사설 <이럴 바엔 정의당은 간판을 내리는 것이 정의다>에서 “‘나눠 먹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며 “개인의 욕심을 위해 헌법을 농락하고 정치를 희화화하면서 당 이름은 ‘정의’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국회의원 임기는 헌법에 4년으로 규정됐다.

▲ 30일자 조선일보 사설

앞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1·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대법원에서 형의 확정되기 전 의원직을 그만뒀다. 조선일보는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이 의원직을 승계해 넉 달짜리 국회의원이 되고 현재 6석인 정의당 의석을 4월 총선까지 지킬 수 있다”며 “그래야 투표용지에 ‘기호 3번’이 된다. 이 꼼수 사직 안건은 국회에서 찬성 179표, 반대 76표로 통과됐다. 한심한 국회의 한심한 작태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정의당이 녹색당과 선거연합정당을 결성한 것에 대해 “나라와 선거를 희화화한 현행 선거법이 결국 개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비례 의석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떴다방’식 정당을 만든 것”이라며 “이런 정의당은 간판을 내리는 것이 한국 정치를 위한 진정한 ‘정의’일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한동훈, 민생 논의…김건희 얘기는 없어

국민일보는 1면에서 <다시 한곳 바라본 尹·韓>이란 기사와 함께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진을 함께 실었다.

▲ 30일자 국민일보 1면

국민일보는 “총선이 72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번 회동을 통해 공동전선을 재구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이번 회동에서 4월 총선 공천 문제, 김건희 여사 리스크 논란, 김경율 비대위원 거취 문제, 이태원참사특별법에 대한 대응 방안 등 당정 간 갈등 소지가 있거나 민감한 정치 현안은 거론되지 않았다. 껄끄러운 이슈를 올리지 않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았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도 1면에서 두 사람의 만남을 “총선까지 ‘원팀’으로서 위기를 함께 돌파하겠다는 화합 의지를 보여주고,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등 갈등의 도화선이 된 민감한 이슈 해법 등에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만남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5면(정치) <尹·韓 2시간37분 회동…“김여사·김경율 얘기는 없었다”>에서 두 사람의 만남 사실을 건조하게 전했다. 부제 “당정 갈등 ‘해빙’에 공감대”를 제외하면 국민일보와 달리 이번 만남에 의미를 해석하지 않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6일 만에 같은 시선…마음도 같을까>란 제목으로 두 사람 모습을 담은 사진기사를 실었다. 같은면에서 <‘명품백’ 덮고 “민생”…여론 진화하는 윤·한>에서 “사태를 촉발한 핵심 쟁점을 덮는 형식으로 갈등을 매듭지으려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민생에 의기투합하는 모양새로 갈등도 다 풀린 걸로 국민이 보길 원할 수 있지만 ‘20년 인연’인 두 사람의 잇단 회동에서도 당면한 김 여사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여권 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여권이 (김 여사 문제에) 계속 침묵한다면 민생을 챙긴다는 명분은 흐려지고 국민적 시선 돌리기로 보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미 윤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보내 여당 비대위원장 사퇴를 압박한 당무 개입 논란이 불거졌고, 김 여사 리스크와 수직적 당정관계 해소 없이 어떻게 국민 신뢰를 얻겠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윤 대통령은 국민이 궁금해하는 현안에 대해 진솔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방 소통일 수밖에 없는 TV 방송사와 대담 계획을 접고,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앞에 당당히 나서기 바란다”고 했다.

▲ 30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비례제 결정 않는 민주당, 전 당원 투표 뒤에 숨나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이 비례제 선출 방식을 ‘전 당원 투표’로 정하자고 제안하자 홍익표 원내대표도 “(전 당원 투표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거들었다. 병립형 제도로 회귀와 준연동형 제도 유지 사이에서 결정을 하지 못해 ‘표 계산’ 중이라는 비판을 받은 가운데 병립형 회귀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30일자 경향신문 만평

병립형 선거제는 지난 20대 총선까지 적용한 방식으로 지역구 의석과 무관하게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의석을 나눠 갖는 방식이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으로 지난 21대 총선에서 처음 적용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민주당 또다시 ‘전 당원 투표’ 뒤에 숨으려 하나>에서 “소속 의원 절반 가량인 80명은 ‘병립형 퇴행은 윤석열 정부 심판 민심을 분열시키는 악수 중의 악수’라며 반발하고 있다”며 “당 안팎에선 더는 밀릴 수 없다고 판단한 지도부가 결국 입맛대로 하려고 강성 당원들을 동원하려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4년 전 총선 때 준연동형을 밀어붙이면서 내걸었던 ‘사표방지와 소수정당 존중’ 약속도 공염불로 전락할 처지”라고 했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 참여를 두고 전 당원 투표(74.1%)로 결정했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는 ‘귀책사유가 있으면 무공천한다’는 당헌을 전 당원 투표로 뒤집었다. 중앙일보는 “당심과 민심 간 큰 괴리가 우려되는 판국에 이번엔 병립형 회귀를 위해 전 당원 투표를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인 양 동원하려는 모습”이라며 “책임회피성 알리바이 시도라는 쓴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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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중앙일보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이재명 대표 지체 말고 ‘준연동형 비례제’ 결단하라>에서 “실제 국민의힘과 병립형을 합의하면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이 거대 정당의 ‘야합’ 프레임으로 공격받고, 정치 혐오를 키워 투표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 점에서는 연동형이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야권연대가 주도해 정권심판론을 키우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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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 31% 부정평가 63%...부정평가 5% 상승

임두만 | 2024-01-29 08:22:21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으로의 ‘직무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가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나면서 여권 지지층에서도 민심이반이 심각해 보인다.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잘하고 있다’ 31%, ‘잘못하고 있다’ 63%

2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은 “2024년 1월 23~25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31%가 긍정 평가했고 63%는 부정 평가했으며 그 외는 의견을 유보했다(어느 쪽도 아님 2%, 모름/응답거절 5%)”고 밝혔다.

▲ 도표제공, 한국갤럽

이날 갤럽이 공개한 여론조사 도표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를 내리고 있는 지지층은 지난해 9월 2주 31%와 동일한 31%이지만 이 수치는 지난 20주 동안 가장 낮은 수치다.

갤럽이 공개한 지난 20주간 지지율표를 보면 11월 2주 36% 지지율을 한번 보이면서 35%대를 넘겼으나 그 외에는 30%대 초반에 그치고 있다. 이는 전반적으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긍정평가층은 현재 30% 언저리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이 기간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비토층은 55%이하로 내려온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반면 60%대 비토층을 형성한 때도 자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이번주 부정평가는 지난주에 비해 5%p가 오른 63%를 나타내며 민심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음을 알게 한다. 특히 이번주 부정평가 항목에 부인 김건희 여사의 행보 때문이란 응답이 9%나 들어 있는데 이는 지난주에 비해 7%p가 오른 수치다.

이 때문에 현재 윤 대통령이 현재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국민의힘 지지자(70%), 70대 이상(61%) 등에 거의 한정되어 있으며 이 계층 지지율이 ’특별’하게 높다.

▲ 도표제공, 한국갤럽

그러나 기존 여권 지지지역인 대구/경북이 긍정 49% 부정 47%로 나타나면서 긍/부정이 오차범위 안에 있을 정도로 텃밭 지지층의 붕괴도 의심되고 있다. 또 부산/울산/경남지역은 부정평가가 56%이며 긍정평가는 38%로 오히려 부정평가가 거의 20%p가까이 높아 지지지역이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연렁별로도 기존 지지층이었던 60대의 평가가 긍정 50% 부정 47%로 긍/부정이 오차범위 안에 있을 정도로 민심이반 현상이 확연하게 보인다. 이에 보수층 전체의 평가도 긍정평가가 55%에 그치고 있으며 부정평가는 40%에 달한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93%), 40대(82%) 등에서 월등하며, 거의 전 연령층 전 지역에서 부정평가는 60%대를 넘고 있다.

특히 성향별 평가에서 중도층의 긍정률이 25% 부정률이 69%, 기존 비토층인 진보층은 긍정률 7%에 부정률은 무려 90%로 나타나면서 강한 비토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한편 이번주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자 306명이 자유응답으로 답한 평가이유는 ‘외교’(21%), ‘경제/민생’(9%), ‘국방/안보’(7%), ‘열심히 한다/최선을 다한다’, ‘주관/소신’, ‘전반적으로 잘한다’(이상 4%), ‘공정/정의/원칙’, ‘결단력/추진력/뚝심’, ‘서민 정책/복지’(이상 3%) 순으로 나타났다. 1위를 외교라고 답한 사례는 변함이 없으나 현재 윤 대통령의 내치수준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 도표제공, 한국갤럽

반면 직무 수행 부정 평가자 631명의 자유응답에 의한 부정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물가’(16%), ‘소통 미흡’(11%), ‘김건희 여사 행보’(9%), ‘전반적으로 잘못한다’, ‘독단적/일방적’(이상 7%), ‘외교’(5%), ‘경험·자질 부족/무능함’(4%), ‘서민 정책/복지’, ‘통합·협치 부족’(이상 3%) 등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주에 비해 김건희 여사의 행보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7%p늘었고, 소통 미흡도 3%p가 늘었다.

이에 대해 갤럽은 “지난주와 비교하면 대통령 직무 긍정률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부정률이 5%포인트 증가했고 부정 평가 이유에서는 ‘김건희 여사 문제’가 상위권으로 부상했다”면서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에서 김건희 여사가 최초로 언급된 것은 2022년 6월 중순 봉하마을 지인 동행·팬클럽 등 논란, 그해 9월 목걸이 출처 논란, 김건희 특검법 발의, 영국 여왕 장례식 참석 즈음,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1심 판결에 항소장을 제출한 2023년 2월 등 몇 차례 언급량이 증가한 바 있으나 그 비율은 5%를 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갤럽 자체조사로 1월 16~18일까지 사흘간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서 무작위 추출한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 16.7%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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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572] 2024년 8월을 넘길 수 있을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1/29 09:16
  • 수정일
    2024/01/29 09:1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4/01/29 [08:40]

 

<차례>

1. 전혀 다른 양상의 전쟁 준비

2. 정벌을 위한 정치적 준비

3. 정벌을 위한 사회적 준비

4. 정벌을 위한 물질적 준비

5. 정벌을 위한 군사적 준비

6. 국지 공격과 대정벌 작전

 

 

1. 전혀 다른 양상의 전쟁 준비

 

2024년 1월 25일 뉴욕타임스에 「북조선의 치명적인 군사행동 신호들(signs of lethal military action)을 주시하는 미국」이라는 제목의 보도기사가 실렸다. 이 보도기사는 뉴욕타임스 기자가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미 제국 정부 관리들의 발언을 듣고 작성한 것이다. 이 보도기사는 뉴욕타임스 2024년 1월 21일부에 실린 「김정은은 이번에 정말로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도기사보다 더 심층적으로 취재한 것이다. 미 제국의 주요 언론매체들이 최근 한(조선)반도의 위태로운 군사 상황에 관한 보도기사를 연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뉴욕타임스 2024년 1월 25일부에 실린 보도기사 중에서 미 제국 정부 관리들이 언급한 내용을 검토한다.

 

2024년 1월 25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미 제국 정부 관리들의 말에 의하면, 조선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신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신호라는 용어를 썼지만, 징후라는 용어가 널리 쓰인다. 원래 전쟁 준비를 보여주는 징후와 전쟁이 임박하였음을 보여주는 징후는 다른 것인데, 뉴욕타임스 취재에 응한 미 제국 정부의 관리들은 그 두 징후를 같은 의미로 이해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조선인민군의 공격이 얼마나 임박했는지를 관측하기 위해 전쟁징후목록을 작성해놓고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그들의 전쟁징후목록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군사기밀인데, 공격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특이한 현상들을 목록화하고, 그런 현상들이 나타나면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조선에서 전술핵 잠수함과 다른 재래식 잠수함들이 함께 출항하는 현상, 기계화군단과 땅크군단이 함께 이동하는 현상, 군사 무선 통신이 크게 증가하는 현상, 전투기, 습격기, 폭격기의 협동비행훈련이 증가하는 현상, 무장 장비와 전시물자를 많이 비축하는 현상 등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인민군이 견지하는 중요한 원칙은 전쟁 준비를 하면서도 공격징후를 한미연합군에 노출하지 않는 것이다. 만일 조선인민군이 공격징후를 노출하면, 한미연합군의 선제타격을 받을 수 있으므로 조선인민군은 전쟁을 준비하면서도 공격징후를 노출하지 않는다. 비근한 예를 들면,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에서 하마스가 로켓포 수천 발을 쏘면서 21개 지역에서 이스라엘을 기습적으로 공격하기까지 그들은 공격징후를 전혀 노출하지 않았다.

 

조선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지금까지 70년 동안 전쟁을 준비해왔다. 정전은 전쟁이 종식된 것이 아니라 교전을 잠정적으로 중지한 것이므로, 정전 기간 중에 언제 재발할지 알 수 없는 전쟁에 대비해 전쟁을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일 정전 중에 평화의 환상에 도취되어 전쟁 준비에 게으르다면, 그것이야말로 비정상적이다.

 

주목되는 것은, 최근 조선이 지난 70년 동안 계속해온 전쟁 준비와 전혀 다른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다른가? 이전의 전쟁 준비는 군사 부문에 집중되었지만, 최근 전쟁 준비는 군사 부문은 물론이고 정치 부문과 사회 부문을 비롯하여 전면적으로 확대된 특징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이전에 조선의 전쟁 준비가 불안정한 정전상태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최근 전쟁 준비는 실전을 준비하는 것이다. 최근 조선에서 나타난 징후를 살펴보자.

 

 

2. 정벌을 위한 정치적 준비

 

누구나 아는 것처럼, 조선에서 선대 수령들의 유훈은 절대적인 과업이므로 그 어떤 경우에도 드팀없이 관철되어야 한다. 그래서 조선에서는 선대 수령들의 유훈을 ‘실현한다’고 표현하지 않지 않고 ‘관철한다’고 표현한다. 관철의 사전적 의미는 어려움을 뚫고, 기어이 이루어낸다는 뜻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김정은 총비서는 선대 수령들의 조국통일유훈을 관철하기 위한 정치사업을 중단했다. 유훈관철사업이 중단된 것은 조선에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전무후무한 사변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조국통일유훈을 관철하기 위한 최상의 과업을 중단하는 결단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심사숙고하고, 고심참담하였는지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김정은 총비서가 그 중대사를 놓고 얼마나 오랜 기간 심사숙고하고, 고심참담하였는지 알 수 없지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6년 5월 6일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 개회사에서 인사말을 하였다. 조선로동당 총비서가 당대회 개회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것은 당이 창건된 이후 이어져온 전통이며 관례다.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 개회사에서 다음과 같은 인사말을 하였다.

 

“나는 (중략) 당 제7차 대회를 승리와 영광의 대회로 맞이하는 데 크게 이바지한 전체 대표자 동지들과 당원들, 인민군 장병들과 인민들에게 당중앙의 이름으로 뜨거운 감사와 전투적 인사를 드립니다. 나는 뜻깊은 우리 당대회를 맞으며 조국의 통일과 부강번영을 위하여 투쟁하고 있는 반제민족민주전선과 조선사회민주당, 천도교청우당 그리고 남조선 인민들과 총련을 비롯한 해외동포 조직들과 모든 해외동포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보냅니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는 2021년 1월 5일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개회사에서 제7차 대회 개회사의 인사말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인사말을 하였다.

 

“나는 (중략) 당 제8차 대회를 굳건히 보위해준 전당의 당원 동지들과 온 나라 인민들, 인민군 장병들에게 충심으로 되는 뜨거운 감사와 전투적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영광스러운 이 연단을 빌어 총련을 비롯한 해외동포 조직들과 해외동포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보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제7차 대회 개회사에서 북측 인민들, 남측 동포들, 해외동포들에게 두루 인사를 보냈는데, 제8차 대회 개회사에서는 남측 동포들에게 보내는 인사를 생략하고, 북측 인민들과 해외동포들에게만 인사를 보냈다. 이런 사정은 김정은 총비서가 이미 2021년 1월 이전부터 대남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김정은 총비서가 대남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한 것은, 선대 수령들의 조국통일유훈을 관철하기 위한 사업을 중단하는 전무후무한 결단을 내리면서, 그에 따라 민족화해와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기존 정책을 전면 폐기하고, 대한민국을 정벌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였음을 의미한다. 정벌의 사전적 의미는 적을 무력으로 쳐부순다는 뜻이다. 조선중앙통신사는 2024년 1월 28일에 발표한 「침략의 무리들은 우리의 무자비한 정벌의 목표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정벌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4년 1월 15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전쟁이라는 단어를 무려 23차례나 언급하였다. 김정은 총비서가 언급한 전쟁은 대한민국을 정벌한다는 뜻이다.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좌우하는 정벌의 길을 택한 김정은 총비서의 전략적 결단, 그리고 그 전략적 결단을 자기의 새로운 정책으로 채택한 조선로동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와 조선인민군의 일치된 결정, 바로 이것이 그들의 정벌 준비가 얼마나 신중하고, 철저하고, 불가역적으로 추진되었는지를 말해준다.

 

 

3. 정벌을 위한 사회적 준비

 

2022년 8월 23일 데일리 NK 보도에 의하면, 2022년 8월 11일 함경북도 청진시의 모든 직장, 학교, 동사무소들에서 아침 독보시간부터 저녁 총화시간까지 “남조선 괴뢰도당은 우리 인민의 철천지 원쑤”라는 내용의 계급교양 사업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김정은 총비서가 2024년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으로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한다고 언명하기 1년 5개월 전에 조선 인민은 새로운 주적관에 기초한 계급교양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2022년 12월 29일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의하면, 2022년 12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지시에 따라 각 지역 당비서들은 중앙당에서 준비한,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는 강연자료를 가지고 인민반 부양(직장에 나가지 않는 가정주부와 노인)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조직하였다고 한다.

 

2023년 4월 11일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의하면, 조선에서 2023년 4월 11일부터 군민련환대회가 조직되는데, 이번 군민련환대회에서는 “미제를 비롯한 적대 세력들의 전쟁 도발에 대처하여 최후의 성전에 한사람 같이 동원될 수 있도록 전투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교양사업”이 진행된다고 하였다.

 

2024년 1월 9일 데일리 NK 보도에 의하면, 2024년 1월 4일 도당위원회는 김정은 총비서의 방침지시문을 시당위원회에 하달하면서 이를 학습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 지시에 따라 시당위원회에 소속된 초급당비서 이상의 모든 당간부들이 김정은 총비서의 방침지시문을 학습하였는데, 방침지시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남조선 것들을 동족으로 생각하고 동정하거나 남조선의 자본주의체제, 자유주의 사상 등을 동경하는 행위를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지금 애국적인 남조선 인민들의 반미투쟁, 반정부투쟁으로 남조선 내부정세가 위기에 달하고 있다. 남조선에서 일어나는 정세 추이를 민감하게 지켜보면서 우리 인민들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알리고, 애국적인 남조선 인민들의 투쟁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당원들과 근로자들을 계급적으로 각성시키고 당의 기치 아래 묶어 세워 미리 준비시켜야 한다. 남조선에서 인민항쟁이 터지면 남조선의 애국적 민중과 합세해 남조선을 단숨에 평정하고 령토완정을 이룩한다는 신념으로 사업하고 생활해야 한다. 이것이 사상전선의 주타격 방향이다.”

 

위의 인용문에서 중요한 두 가지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첫째, 조선에서 진행되는 계급교양은 ‘남조선 것들’에게는 적개심을 고취하고, ‘애국적인 남조선 인민들’에게는 연대 의식을 고취한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말하는 ‘남조선 것들’은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과 지지 세력을 의미하고, ‘애국적인 남조선 인민들’은 윤석열 퇴진 투쟁을 벌이는 각계각층 민중을 의미한다.

 

둘째, 조선에서 진행되는 계급교양은 “남조선에서 인민항쟁이 터지면 남조선의 애국적 민중과 합세해 남조선을 단숨에 평정하고 령토완정을 이룩한다”라는 것을 강조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윤석열 퇴진 투쟁이 범국민적 항쟁으로 확대되면, 그 기회에 대한민국을 정벌하겠다는 뜻이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보면, 대한민국 정벌을 예상한 계급교양사업이 이미 1년 5개월 전부터 전 사회적으로 추진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조선에서는 계급교양사업과 함께 핵전쟁 대비 대피훈련도 진행되었다. 2023년 11월 29일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의하면,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지시에 따라 도인민위원회 민방위부가 공장과 기업소의 노동자들, 협동농민들, 청년학생들, 주민들이 참가하는 “핵전쟁 대비 대피훈련”을 전국적으로 이틀 동안 실시했다고 한다. 2023년 11월 29일에 실시된 핵전쟁 대비 대피훈련은 1시간 동안 계속되었는데, 대피경보가 울리면 가까운 방공호나 야산으로 긴급 대피했고, 11월 30일에 실시되는 핵전쟁 대비 대피훈련은 새벽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9시간 동안 계속되는데, 아침 식사와 점심 식사, 전시비상용품을 각자 지참하고 조직별로 약 10km 떨어진 지점까지 걸어가 지정 장소에 신속히 도착하는 훈련이라고 한다. 조선에서 핵전쟁 대비 대피훈련은 비정기적으로 실시되는데, 2012년 3월과 10월, 2019년 10월에 실시되었고, 최근에는 2023년 11월에 실시되었다.

 

 

4. 정벌을 위한 물질적 준비

 

정벌 준비에는 무장 장비를 증산하고, 전시물자를 비축하는 물질적 준비가 수반된다. 최근 조선의 군수 공장들에서 무장장비를 증산하는 것은 정벌준비가 본격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2022년 11월 17일 데일리 NK 보도에 의하면, 포탄, 방사포탄, 고사포탄, 수류탄을 대폭 증산하라는 명령이 조선의 모든 군수공장들에 하달되었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조선의 군수공장에서 3교대 작업이 이루어지는데, 이번에 하달된 증산목표를 달성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난 시기 군수공장에서 근무한 사람들을 임시로 다시 채용해서 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2023년 8월 9일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7차 확대회의에서 “무장장비 생산능력 조성과 생산계획 목표”를 제시하였다고 한다.

 

조선에서 전시물자를 많이 비축하는 것도 정벌 준비가 본격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2023년 10월 27일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책임 간부들에게 하달한 지시내용이 2023년 10월 21일에 진행된 간부강연회에서 지역 간부들에게 전달되었다고 한다.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는 “정규군과 민방위군의 장비와 물자를 언제든지 동원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정비하고, 전시 예비 식량을 최우선적으로 채워 넣을 데 대한 지시”라고 한다.

 

2024년 1월 26일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의하면, 조선에서는 해마다 10월에 농장의 현물알곡 총수확량에서 군량미(조선인민군에 공급되는 식량), 수도미(평양에 공급되는 식량), 2호미(전시에 인민들에게 공급되는 식량)를 공제하고, 나머지를 농민들에게 결산, 분배해왔는데, 올해는 시와 군에 있는 중앙당 2호총국 산하 2호사업부가 전시예비식량(2호미) 비축량을 늘리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유엔 조선제재위원회가 공개한 중간보고서를 인용한 미국의 소리 2023년 10월 28일 보도에 의하면, 2023년 1월 1일부터 5월 1일 사이에 유조선 25척이 정제유 약 780,000배럴을 중국으로부터 조선에 수송하였다고 한다. 2022년 1월부터 8월까지 조선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정제유는 6,600배럴밖에 되지 않았는데, 2023년에는 1월부터 4월까지 기간에는 무려 780,000배럴로 폭증했다. 이런 정황은 조선이 정벌에 사용할 유류를 다량 비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3년 10월 30일 데일리 NK 보도에 의하면, 중국에서 사업하는 조선인민군 후방총국 산하 무역회사들이 2023년 9월 중순부터 어두운 색상의 양말, 담요, 이불, 옷감과 솜 등 피복 제품을 “수십만 개씩” 화물선에 실어 조선에 반입하였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조선이 정벌에 사용할 피복 제품을 다량으로 비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5. 정벌을 위한 군사적 준비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조선반도 지역에 조성된 엄중한 정치군사 정세에 대처하여 군대의 전쟁 준비를 보다 철저히 갖추기 위한 중대 문제를 토의하기 위하여” 2023년 8월 9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7차 확대회의가 소집되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그날 확대회의는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1) “유사시 적들의 공격을 압도적인 전략적 억제력으로 일거에 무력화시키고 동시다발적인 군사적 공세를 취하기 위한 확고한 전쟁 준비태세를 갖출 데 대한 문제들이 중요 의제로 토의되였다.”

 

해설 –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유사시 적들의 공격을 일거에 무력화할 “압도적인 전략적 억제력”은 조선인민군 전술핵전투단이 보유한 각종 전술핵무기를 의미한다. 또한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동시다발적인 군사적 공세”는 정벌 작전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2023년 8월 9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7차 확대회의에서 전술핵타격과 정벌 작전을 앞두고 “확고한 전쟁 준비태세를 갖출 데 대한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토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지금 조선인민군은 전술핵타격으로 시작되는 정벌 준비를 완료하고 김정은 총비서의 공격명령을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심각한 현실을 알지 못하는 전문가들은 조선인민군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느니, 또는 조선인민군이 국지 공격은 할 수 있으나 전면전은 피할 것이라느니 하는 무지몽매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2) “유사시 군사 전략전술적 및 군사력의 확고한 우세로써 적을 압도적으로 제압, 소멸하기 위한 강화된 전선작전집단 편성안과 작전 임무들을 심의하였다.”

 

해설 – 위의 인용문을 읽어보면,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2023년 8월 9일에 진행된 제8기 제7차 확대회의에서 “유사시 군사전략전술적 우세 및 군사력의 확고한 우세로써 적을 압도적으로 제압, 소멸하”는 정벌 전략을 채택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전략은 전술핵무기를 운용하는 전술핵전투단들, 재래식 무기를 운용하는 전투부대들, 전략핵무기를 운용하는 전략군 부대들이 협동작전을 전개하는 정벌 전략이다.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강화된 전선작전집단 편성안과 작전 임무들”은 재래식 무기를 운용하는 전투부대들과 전술핵무기를 운용하는 전술핵전투단이 통합된 공격 단위로 편성되어 정벌에 나선다는 뜻이다.

 

3) “전선부대들의 작전 수행 능력의 다각화를 실현하고 보다 구체화된 작전계획을 수립함에 관한 군사적 대책들이 진지하게 연구토의되였다.”

 

해설 –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전선부대들”은 육군 전술핵전투단과 기존 전투부대들이 통합된 4개 군단(제1군단, 제2군단, 제4군단, 제5군단), 기계화군단 및 땅크군단, 공군 전술핵전투단, 해군 전술핵전투단, 특수작전군을 의미한다.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작전 수행 능력의 다각화를 실현한다”라는 말은 육군 전술핵전투단의 핵습격전, 4개 군단의 화력타격전, 기계화군단 및 땅크군단의 고속기동전, 특수작전군의 후방침투전, 공군 전술핵전투단의 공중 핵습격전, 해군 전술핵전투단의 해상 및 수중 핵습격전, 전략군의 전략핵작전을 다각적으로 배합한다는 뜻이다.

 

4)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토의 결과에 기초하여 “조선인민군 전선부대들의 확대 변화된 작전 령역과 작전계획에 따르는 중요 군사행동 지침을 시달하였다.”

 

해설 –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확대 변화된 작전 령역”은 조선인민군의 정벌 범위가 한미연합군 군사 기지들만이 아니라, 일본 각지에 산재한 미 제국 군사 기지들과 괌(Guam)의 군사기지까지 포괄하는 광활한 지역으로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동원하는 정벌계획을 수립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토의 결과에 기초하여 “새로운 전략적 임무에 따르는 실전훈련을 적극 실시하고 상시적인 작전 준비태세를 만단으로 갖추는 데서 나서는 군사실무적 문제들과 관련 결정을 전원일치로 가결하였다.”

 

해설 – 위의 인용문에서 “새로운 전략적 임무”는 위에 서술한 정벌 전략에 의거한 전투 임무를 의미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조선인민군이 대한민국, 일본, 동중국해, 괌으로 확대된 넓은 지역에서 작전하는 대정벌 작전을 의미한다. 주목되는 것은, 2024년 1월 현재 조선인민군은 대정벌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실전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상시적인 정벌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6) 김정은 총비서는 “당중앙군사위원회에서 토의 결정된 중대한 군사적 대책에 관한 명령서에 친필 서명하시였다.”

 

해설 – 김정은 총비서는 그날 확대회의에서 위에 서술한 내용을 담은 명령서에 친필로 서명하였다. 이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정벌전략, 정벌 작전계획, 정벌 훈련계획, 정벌 준비태세 유지를 조선인민군 전군에 직접 명령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6. 국지 공격과 대정벌 작전

 

2024년 1월 25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미 제국 정부 관리들의 발언에 의하면, 조선인민군은 “앞으로 몇 달 안에(in the coming months)” 한국을 상대로 “어떤 형태의 치명적인 군사행동(some form of lethal military action)”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들이 말한 치명적인 군사행동은 2010년 11월 23일에 있었던 연평도 포격전과 유사하게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일어나는 국지 공격을 의미한다.

 

2024년 1월 21일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한국군 수뇌부는 조선인민군이 전면전보다는 판문점이나 서해 5도 수역 등에서 국지 공격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유형별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연평도 포격전과 유사한 조선인민군의 국지 공격이 재발할 것으로 본다면, 그것은 오판이다. 위에서 상술한 조선의 정치적 준비, 사회적 준비, 물질적 준비, 군사적 준비는 국지 공격을 재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상을 초월한 대정벌 작전을 단행하려는 전면전 준비다.

 

혹시 연평도 포격전과 유사한 국지 공격이 재발한다고 해도, 그것은 즉각 대정벌 작전으로 전환, 확대될 것이다. 지금 조선인민군은 김정은 총비서의 결심에 따라 언제든지 대정벌 작전에 돌입할 수 있는 격동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2024년 1월 16일 데일리 NK 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2023년 12월 말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올해 안에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전쟁은 우리 무기체계가 완료될 시점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이 완료되는 시점과 무관하게 현재 개발된 무기들로 당장 실전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시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총비서의 예견에 의하면, 2024년 안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이 보인다. 2024년 1월 25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서술된 것처럼, 최근 미 제국 정부 관리들은 조선인민군의 국지 공격이 재발할 것으로 오판했지만, 그들이 “앞으로 몇 달 안에(in the coming months)” 국지 공격이 재발할 것이라고 하면서 예상 시점을 언급한 것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그들이 언급한 “몇 달 안”이라는 시점은 2024년 8월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런데 왜 2024년 8월인가?

 

바이든 행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2023년 12월 15일 워싱턴에서 핵협의 그룹 제2차 회의를 진행했는데, 그 회의에서 핵전략 기획-운용에 관한 지침(guideline)을 2024년 중반까지 완성하고, 2024년 8월 ‘을지 자유의 방패’ 한미연합훈련에서 핵작전연습을 하겠다고 결정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3년 12월 말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미국놈들은 괴뢰들을 워싱톤에 끌어들여 제2차 《핵협의그루빠》 모의판을 벌려놓고 다음 해(2024년을 뜻함-옮긴이) 중반기까지 《핵전략계획 및 운용에 관한 지침》과 《확장억제체제》를 구축하며 (2024년) 8월에 들어가 대규모 합동군사연습 기간에 핵작전연습을 시행한다는 것을 세계 면전에 공개”했다고 지적하였다.

 

미 제국과 역대 종미우익 정권들은 해마다 8월이 되면 이러저러한 형태의 핵전쟁연습을 감행해왔지만, 올해처럼 완성된 핵전쟁계획을 가지고 실전화된 핵전쟁연습을 감행하려고 한 적은 없다. 미 제국과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이 2024년 8월 실전화된 핵작전연습을 감행하면, 미 제국의 핵전략 자산들이 대한민국과 주변에 집결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 제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전략핵폭격기 편대, 전략핵잠수함이 몰려와 조선을 극도로 자극하게 되는 것이다. 군사적 대결상황이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격화되면, 조선은 자위권을 발동하여 강력한 군사행동으로 맞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태로운 서해 5도의 ‘화약고’가 폭발할 것이다. 2024년 8월 ‘서해의 화약고’가 폭발하면, 조선인민군은 즉각 대정벌 작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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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폴로 산모 사망케 한 의사, 면허정지는 없었다…복지부 '덕분에

[복지부가 '살려준' 의사들] '산모 프로포폴 사망' 사건 그 후, 의사면허 정지 안한 복지부

김보경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  |  기사입력 2024.01.29. 05:02:59

 

아이가 죽었다. 엄마가 죽던 날 태어난 아이였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아팠다. 뇌 질환과 간질, 양쪽 난청까지 앓았다. 그렇게 장애를 안고 일곱 해를 살았다. 그리고 엄마가 죽은 지 7년 만에 아이도 엄마 곁으로 갔다. 2019년의 일이다.

 

한 가정의 비극이 시작된 2012년 그날. 제왕절개 수술을 담당한 의사는 간호조무사에게 마취주사 놓는 걸 지시했다. 적정량을 벗어난 프로포폴이 한꺼번에 산모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산모는 수술대에 누운 지 약 1시간도 안 돼 심장이 멈췄다.

 

하루아침에 엄마는 죽고, 아이는 장애를 얻었다. 그로부터 일곱 해가 지나 아이도 결국 세상을 떠났다. 한 여성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였던 남자는 모든 걸 잃었다. 

 

하지만 이 모든 비극을 초래한 의사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의료법을 어기고 사람을 죽게 만들었지만, 그의 의사면허는 무사했다. 면허취소는 고사하고, 단 하루의 면허정지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정지되지 않은 의사면허를 이용해 매달 천만 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이 믿기 어려운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보건복지부는 알고 있다. 

 

▲의료법을 어기고 사람을 죽게 만들었지만, 의사면허는 단 하루도 정지되지 않았다. ⓒ셜록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해 9월부터 '보건복지부가 살려준 의사들'을 추적했다. 보건복지부가 면허정지 위기에 놓인 의료인에게 아무 처분도 하지 않고 방치한 사건들이다. <셜록>은 감사원이 감사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재판 확정일자, 사건일자, 피고인 혐의, 선고형 등을 종합해 해당 사건의 판결문을 찾았다. 그리고 사건의 전모를 확인했다.

 

산모 유민정(가명) 씨는 출산이 임박해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산부인과에 방문했다. 산모 유 씨는 수술대에 누워 제왕절개 수술을 준비했다. 2012년 2월 1일 오후 9시 40분경이었다. 

 

하지만 수술 시작 전부터 상황은 잘못 돌아갔다. 산부인과 전문의 안민식(가명) 씨가 전신마취를 시킬 목적으로 간호조무사에게 프로포폴 투여를 지시한 것이다. 마취는 마취과에서 수련받은 의료인에 의해 투여되는 게 원칙이다.

 

간호조무사는 의사의 지시를 따랐다. 본인이 직접 산모에게 프로포폴 주사를 놓았다. 프로포폴 20cc가 한꺼번에 산모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통상 건강한 성인의 경우 10초마다 소량(4cc)씩 투여한다. 

 

"바륨과 프로포폴의 투여방법과 부작용에 한 사전지식이나 부작용의 대처방법에 대한 숙지 없이, … 바륨과 프로포폴의 병용 투여로 인한 증강작용에 대한 고려 없이 바륨 2cc 투여 후 2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피해자에게 프로포폴 20cc를 투여했고, 그 투여 방법도 환자의 반응을 면밀히 살피지 아니한 채 20cc를 빠르게 한꺼번에 투여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17고단193 판결문 중 

 

산모 유 씨는 정신을 잃었다. 의사 안 씨는 정신을 잃은 산모의 배를 갈라 먼저 아이부터 꺼냈다. 하지만 10분이 지나도, 아이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이의 호흡은 불규칙했고, 몸은 축 늘어졌다. 

 

의사는 정신을 잃은 산모를 방치했다. 유 씨는 병원 수술대에 누워 있었지만, 아무런 응급조치도 받지 못했다. 수술실에 있던 모든 의료진이, 산모 유 씨에게 심폐소생술조차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다. 병원 수술실엔 심폐소생이 가능한 시설이나 장비 자체가 아예 없었다. 

 

결국 산모 유 씨의 심장은 멈췄다. 수술실에 들어간 지 약 1시간도 안 된 때였다. 

 

▲간호조무사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직접 산모에게 프로포폴 주사를 놓았다. 다량의 프로포폴이 한꺼번에 산모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pixabay

 

태어난 아이도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다. 병원은 출생 다음 날 오전까지도 아이에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다른 소아과 의사의 권유로 뒤늦게 아이를 상급병원으로 옮겼다. 

 

결국 아이는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과 간질, 그리고 양쪽 난청까지.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은 5분 이상 산소공급이 중단될 경우 신경세포가 영구적으로 손상을 입게 되는 증상을 말한다.

 

의사 안 씨는 진료기록부도 조작했다. 그는 산모에게 프로포폴 20cc를 한꺼번에 투여한 사실을 일부러 진료기록부에 기재하지 않았다. 그리곤 다른 증상에 의해 산모가 사망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해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그는 허위로 조작한 진료기록부를 근거로 오히려 유족을 상대로 소송도 제기했다. 민사상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다.

 

의사 안 씨가 법정에 서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검찰은 2017년 1월 안 씨를 기소했다. 산모 유 씨가 사망한 지 약 5년 만이다. 

 

▲법원은 의사 안 씨에게 징역 9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주용성

 

의사 안 씨는 의료법 위반 유죄 판결을 받고 '의사면허 정지' 대상이 됐다. 보건복지부는 품위를 심하게 손상하는 행위 등을 하였거나 의료법 관련 명령 등을 위반한 의료인에 대해 1년의 범위 내에서 자격정지 처분을 할 수 있다.

 

이때 자격정지 처분은 시효가 있다.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5년(진료비 거짓 청구의 경우 처분시효는 7년)이다. 다만 공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재판이 확정된 날까지의 기간은 시효 기간에 포함하지 않는다. 처분시효 시계는 검찰이 기소하는 날부터 멈췄다가, 재판을 통해 판결이 확정되면 다시 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안 씨의 의사면허를 정지시키지 않았다. 복지부는 이 사건의 처분시효(2020년 9월 6일)가 지날 때까지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사건 진행상황 등을 확인하는 업무를 게을리 하여" 처분시효가 지나버렸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안 씨가 기소된 사실을 2017년 2월 22일 통보받고도 최종 사법처리 결과를 확인하지 않았다. "처분시효가 많이 남았다는 사유"(감사원)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방치하는 동안 처분시효가 지나 결국 안 씨에게 의료면허 정지 처분을 할 수 없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그대로 2021년 8월 30일 안 씨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부 종결 처리했다. 처분시효가 만료된 뒤로도 약 1년이 지나서였다. 결국, 프로포폴 과다투여로 산모를 죽게 만들고 진료기록부까지 조작한 의사의 면허는 단 하루도 정지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덕분에 면허정지를 피한 의사 안 씨. <셜록>은 그의 근황을 확인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가 정의당 류호정(현재 전 의원, 새로운선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확인했다. 

 

안 씨는 현재도 의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2019년 9월부터 2023년 11월 현재까지 총 7곳의 의료기관을 돌면서 근무했다. 약 4년 동안 월 평균 1244만 원을 벌었다. 2023년 11월 기준 그의 월 급여는 약 1200만 원이었다.

 

안 씨가 정지되지 않은 면허를 이용해 무사히 일하고 돈을 버는 동안, 장애를 갖고 태어난 산모 유 씨의 아이는 만 7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감사원은 2023년 9월 보건복지부 정기감사에서 '의료인 행정처분 업무 불철저' 문제를 지적했다. ©셜록

 

감사원은 2023년 9월 복지부 정기감사에서 '의료인 행정처분 업무 불철저' 문제를 지적했다.

 

복지부는 의료인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릴 의무가 있다. 복지부는 수사기관이 작성한 범죄일람표나 판결문을 통해 의료인 등의 최종 범죄행위 시점 및 공소제기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후 각 사례별로 정확한 처분시효를 파악하고, 형이 확정된 걸 확인하면 즉시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복지부는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2018년부터 2023년 3월까지 단순 시효 만료를 사유로 의료인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부 종결한 사건은 총 299건이다. 감사원은 그중 전산상 확인할 수 있는 사건 24건을 특정했는데, 의사 안 씨 사례가 여기에 속한다. 

 

복지부는 감사보고서에서 "의료인 등에 대한 행정처분 처리 시 처분시효 관리, 행정처분서 송달 등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고 처리인력 확충, 정확한 업무 인수인계 및 담당자 교육을 통해 시효만료 등으로 인한 행정처분의 누락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 사건의 의사면허 정지 처분시효가 지날 때까지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업무를 게을리했을 뿐이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산모 프로포폴 사망 사건' 의사의 면허를 정지하지 않은 복지부 담당 공무원들은 징계를 받았을까.

 

관련하여 <셜록>은 지난해 11월 9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복지부에 질의했다. △사건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 여부와 △유가족 사과 여부에 대해 물었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15일 "해당 사례는 시효 만료 직전 공소가 제기되어 최종심 판결 후 시효 만료일이 매우 짧은 경우로서, 행정처분 사전통지, 의견제출 등 행정절차법상 절차를 모두 밟을 수 없어 시효만료로 종결 처리됐다"고 답변했다. 행정처분을 하지 못한 책임을 검찰의 늑장 기소 탓으로 미룬 것이다. 

 

복지부는 또 사건 담당 공무원들의 징계 여부에 대해 "감사원이 면허취소, 정지 기간 중 의료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태만 등으로 소속 직원 2명에 대하여 징계를 요구하였으나, 재심의를 청구한 상태"라며 "향후 감사원의 재심의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유가족 사과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셜록>은 대한의사협회에 의사 안 씨에 대한 자체 징계 여부를 질의했다. 대한의사협회 법무팀은 지난해 11월 통화에서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차원에서) 해당 의사에 대한 징계 심의를 진행한 적 없다"고 답변했다. 다만 그 사유에 대해서는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진행하는 모든 사안은 대외비라서 답변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 이 기사는 <프레시안>과 <셜록>의 제휴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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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 이르면 30일 행사할 듯

‘국회 통과한 법안 거부 수’ 역대 대통령 중 최다...권한 행사 때마다 기록 바꿔

윤석열 대통령 (자료사진)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오는 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8일 복수의 언론에 오는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정례 국무회의에 ‘이태원 특별법’을 상정하고, 재의요구안을 의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지난해 4월 야당이 발의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중재안으로 내놓은 수정 사항을 반영해 통과했다.

수정안은 국민의힘이 반대한 특별검사 임명 조항을 삭제했고, 법 시행일을 오는 4월 10일 총선 이후로 늦췄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특별법 협상을 전면 거부한 뒤 본회의 표결 또한 불참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독소조항”과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정쟁화 의도”를 주장하며 지난 18일 의원총회를 통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건의를 결정했다
정부가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면, 윤 대통령은 이를 수용해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이 다시 국회로 넘어가 재의결 절차를 밟는다고 해도 야당만으로는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힘든 상황이라 법안은 폐기 과정에 들어간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건수를 살펴보면, 노태우 전 대통령이 7건으로 가장 많았으나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8건으로 그 기록을 바꿨다. 노무현 전 대통령 6건, 박근혜 전 대통령 2건, 이명박 전 대통령 1건 순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영삼·김대중·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단 한 차례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그에 앞서서는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방송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앞으로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때마다 자신의 최고치 기록을 바꾸게 된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이날 시민 100여 명과 함께 윤 대통령의 특별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며 두 번째 1만 5,900배를 진행했다. 아울러 유가족, 시민 그리고 4대 종단 종교인은 오는 29일 오후 1시 59분부터 또 한 번 오체투지에 나선다. 이들은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출발해 대통령실 앞까지 특별법 공포를 호소하며 오체투지로 행진한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 159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에 대해 무책임으로 일관하던 윤석열 정권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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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갈라치기 국정’ 尹대통령, 배현진 피습 사건 성찰 삼아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1/29 08:25
  • 수정일
    2024/01/29 08:25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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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AI 악용’ 가짜 콘텐츠 확산에 커지는 규제 목소리

대통령 방송대담 계획에 동아 칼럼 “얻는 것 없이 꼼수 논란만 부를 것”

한겨레 “낙인·폭력의 벽 균열 낸 ‘미투’의 시작” 서지현 전 검사 인터뷰

 

기자명윤유경 기자

  • 입력 2024.01.29 07: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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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발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피습 사건에 언론에선 정치권의 극단 대결·혐오의 정치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 피습 직후 ‘증오 정치를 청산하자’는 목소리를 쏟아내면서도 이를 다시 혐오와 정쟁 소재로 활용했다. 29일 아침신문들은 강성 지지층을 선동해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행태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 29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사진=배현진 페이스북

한겨레는 2면 기사 <이재명 피습 뒤에도 증오정치, 자성 없는 정치권 또 부메랑>에서 “혐오 정치 규탄은 말로만 그쳤다. 오히려 이 대표 피습 사건 대응을 위해 구성된 민주당 ‘당대표 정치테러대책위원회’는 경찰·국가안보실·국가정보원의 사건 축소·왜곡 주장을 펼치며, 정쟁을 벌이는 모양새”라며 “국민의힘도 이를 두고 ‘음모론 생산공장’(윤재옥 원내대표)이라거나 ‘나치 히틀러가 떠오른다’(구자룡 비상대책위원) 등 거친 언사로 맞받았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도 사설을 내고 정치권의 극단 대결을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후 여야는 증오의 정치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때뿐이었다. 피의자 당적공개 논란, 헬기 사용 특혜론을 놓고 공방을 벌였고 강성 지지층들은 상대에 대한 증오를 쏟아냈다”며 “배 의원 피습 대응도 달라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테러 사건을 축소·왜곡한 경찰의 소극적 수사 때문’이라며 여권 책임론을 제기했고, 국민의힘은 ‘저급한 선동의 정치’라며 민주당을 탓하는 공방이 있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여야 강성 지지층들 사이에선 ‘촉법 소년을 이용한 좌파의 테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덮으려는 여권 자작극’이라는 막말이 난무했다. 정치인 피습마저 대결 재료로 소비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 문화, 적대적 진영정치가 그대로라면 추가 테러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책임도 물었다. 경향신문은 “정치 대결이 극단으로 치닫는 데는 윤 대통령의 ‘갈라치기 국정’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반대 세력을 척결 대상으로 모는 대통령의 과도한 언행이 사회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배 의원 피습 사건을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1차적 책임은 정치인들 스스로에게 있다. 여야가 대화와 타협은 외면한 채 자극·폭력적인 언사로 상대를 악마화하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정치의 품격은 무너지고 국회는 피가 넘치는 검투장이 되고 말았다”며 “여기에다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가 음모론과 마타도어를 살포하고, 강성 팬덤이 장악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분노를 조직화하면서 ‘증오의 정치’는 갈수록 심해지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는 “보다 근본적으론 여야가 과격한 언동으로 강성 지지층을 선동해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행태를 근절해야 한다. 일시적으론 그런 행태가 선거에 유리할 듯싶어도 장기적으론 여야의 공멸, 정치의 종말을 불러온다는 것을 이번 테러 사건들이 잘 보여주지 않는가”라고 했다.

‘AI 악용’ 가짜 콘텐츠 확산에 커지는 규제 목소리

인공지능(AI) 악용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선 테일러 스위프트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온라인을 통해 퍼져 논란이 됐다. 미국 뉴햄프셔주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목소리와 비슷한 ‘가짜 전화’가 유권자들에게 걸려온 일도 있었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1면 기사 <스위프트도 당해… ‘AI 딥페이크’ 파문>에서 “테크 기업과 세계 각국이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하던 딥페이크 대응책이 수퍼스타인 스위프트 사건을 계기로 급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며 “USA투데이는 ‘스위프트 사건은 딥페이크 위협의 빙산의 일각’이라고 전했다. 누구나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AI가 보편화되면서 유명인은 물론 일반인도 딥페이크 피해를 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짜 스위프트’에 뒤집힌 美…백악관·의회도 “AI 규제”>에선 뒤늦은 딥페이크 규제를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스위프트 같은 수퍼스타를 노렸음에도, 소셜미디어의 안전장치는 뒤늦게 작동했고 완벽하지도 않았다”며 “포브스는 ‘지금까지 유명한 딥페이크가 수없이 있었고, AI 등 기술 발전으로 더 멈추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경고도 거듭 있었다’면서 ‘스위프트의 딥페이크가 나오고서야 백악관과 미 의회가 움직였다’고 했다. 미지근한 태도로 일관하던 정치권을 비꼰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2면 기사 <총선 앞 한국도 ‘AI 악용’ 비상>에서 한국의 제22대 총선과 미국 대선 등을 앞두고 인공지능이 선거에 악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에 따르면 국내에선 이번 총선부터 딥페이크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금지된다. 경향신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AI 전문가와 모니터링 전담요원 등으로 구성된 감별반을 운영하며, 포털·AI 플랫폼 관계사 등과 협조해 위법성이 의심되는 댓글을 비롯한 콘텐츠를 선제적으로 삭제키로 했다”고 전했다.

딥페이크를 활용한 가짜 콘텐츠가 확산하면서 일부 정치인들의 ‘거꾸로 악용’ 사례도 지적됐다. 조선일보는 기사 <불리하면, 진실도 딥페이크라 우기는 정치인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사례로 들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자신의 실언과 실수를 모아놓은 폭스뉴스 광고에 대해 “나를 조 바이든처럼 나쁘고 한심하게 보이게 하려고 가짜 TV 광고에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해당 광고에는 트럼프가 ‘익명(anonymous)’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산불이 난 마을의 이름을 ‘파라다이스(paradise)’가 아닌 ‘기쁨(pleasure)’이라고 잘못 말한 영상이 담겼다”며 “모두 실제로 일어난 일이지만, 트럼프는 이를 AI가 만든 영상이라고 거짓말했다”고 했다.

대통령 방송대담 계획에 동아 칼럼 “얻는 것 없이 꼼수 논란만 부를 것”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윤석열 대통령의 방송 대담 계획에 “안이하고 자기중심적인 발상”이라며 “얻는 것은 없이 ‘꼼수’ 논란만 부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앞서 여러 언론에선 윤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열지 않고 방송사 대담 형식으로 김건희 여사 논란을 비롯한 현안에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는 가능성이 거론됐다. 대담 방송사로는 KBS가 거론되고 있다.

천 논설주간은 ‘천광암 칼럼’에서 “윤 대통령의 회견이 보수층·중도층·진보층을 가리지 않고 다수 국민에게 공감을 얻으려면 가능한 한 다양한 언론사가 참여해야 하고, 모두에게 투명한 절차를 통해 공정한 질문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며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로 특정 언론사와만 대담을 한다는 것은 시작도 하기 전에 ‘약속 대담’ ‘짬짜미 대담’ 논란을 자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대담 방송사로 거론되는 KBS는 보도 공정성과 편향성을 둘러싸고 야권의 집중 공격을 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천 논설주간은 “윤 대통령이 회견을 한다고 해서 김 여사를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이 수그러질지는 알 수 없다”며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할지, 어떤 수위로 할지, 어떤 후속 조치를 내놓을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다를 것이다. 다만 껄끄러운 질문이나 장면을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국민은 많은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고 부정적인 효과가 커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을 이야기하면서 ‘대통령의 직무 수행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야 하고, 국민들로부터 ‘날 선 비판과 다양한 지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며 “어떤 회견 방식이 바람직한지는 이 말 안에 답이 있다”고 했다.

한겨레 “낙인·폭력의 벽에 균열 낸 ‘미투’의 시작” 서지현 전 검사 인터뷰

한겨레가 <법의 저울 위, 미투 6년> 기획을 통해 서지현 전 검사를 인터뷰했다.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서지현 전 검사의 대담을 기록한 형식이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한겨레는 편집자주를 통해 “2018년 1월29일,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검찰 내에서 벌어진 강제추행 피해 사실과 인사 불이익의 과정이 기록돼 있었다. 미투의 시작이었다”며 “수많은 여성이 유폐됐던 성폭력을 증언하고 또 연대했다. 그렇게 6년이 흐른 오늘, 한겨레는 다시 ‘시작’으로 돌아가 서지현을 만났다. 서지현의 7번의 재판과 그 이후 법정에 선 미투 사건들을 살피며, 법원의 변화와 한계도 짚었다”고 밝혔다.

서지현 전 검사는 기사 <낙인·폭력의 벽에 균열 낸 ‘미투’, 서지현 “무너졌지만, 기적이었다”>에서 “미투는 남성과 여성의 싸움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모든 것을 꺼내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을 되돌아보고, 다른 미래를 꿈꾸는 일이다. 그것을 피해자와 가해자의 싸움이나, 개인과 조직의 싸움으로 변질시킨다면, 우리는 미래를 향해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할 것”이라며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아니라, 세상이 바뀌지 않더라도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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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유경 기자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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