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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밟고 가라"... 태극기부대 막은 시각장애인들

[현장] 청와대 앞 대치... 국본, 협박성 발언 남기고 1시간 20분만에 우회

19.12.28 21:58l최종 업데이트 19.12.29 05:48l

 

"오늘은 돌아가지만, 또 막는다면 극단적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

28일 오후 5시. 태극기를 든 보수단체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아래 국본)'가 돌연 행진방향을 돌렸다. 이들은 청와대 앞까지 행진할 예정이었지만 목적지 앞에서 돌아섰다.
 

 28일 오후 3시 45분께, 서울 자하문로 부근에서 청와대 인근 주민들과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의 대치가 발생했다. 청와대 인근 주민들은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도로로 나가, 보수단체의 행진을 막았다.
▲  28일 오후 3시 45분께, 서울 자하문로 부근에서 청와대 인근 주민들과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의 대치가 발생했다. 청와대 인근 주민들은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도로로 나가, 보수단체의 행진을 막았다.
ⓒ 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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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부대'의 행진을 막은 것은 시각장애인과 그들의 학부모, 청와대 인근 주민 50여 명이다. 이들은 '촛불 집회는 1년이고, 태극기 집회 3년입니다. 저희 많이 참았습니다. 제발 욕설 좀 하지 마세요!' 등이 적힌 커다란 피켓을 들고 거리 한복판에서 태극기부대의 행진을 막았다.

이들 5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 옥인동 신한은행 앞에 모였다. 같은 시간, 광화문광장 인근에서는 낮 12시부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박근혜) 탄핵반발단체 등 10개의 보수단체가 집회 및 행진을 진행했다.

태극기부대 막은 시각장애인들

 

"제 아이는 시각장애가 있습니다. 아이가 혼자 걸어 다닐 수 있도록 10년 간 쉬지 않고 이 동네를 익혀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가 집회 때문에 밖으로 나오는 것을 두려워해요. 이 아이들은 잠시라도 교육을 멈추면 인지 능력이 퇴행합니다. 집회의 자유가 우리 아이들의 기본권보다 우선시되는 건가요?"

시각장애인 자녀를 둔 윤은화(49)씨의 말이다. 그는 "아이가 복지관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엄청난 인파와 소음을 견디면서 가야한다는 게 정말 너무 힘들다"며 "일상생활 자체를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남정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회 소장도 "시력 상실 이후 가장 중요한 게 청력"이라며 "거주지 인근에서 이렇게 큰 소리로 집회를 하면 시각장애인들은 외부소리를 들을 수 없어 보행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김영민(39)씨의 말이 이어졌다.

"저희들은 큰 소리가 들리면 쉽게 패닉에 빠집니다. 어디로 피해야 할지 판단조차 불가능해지는 거죠. 시각장애인들에게 있어 소음은 삶에 직결될 정도로 위험한 겁니다."

김씨는 "만일 나이 어린 시각장애인들이 소음 때문에 학업을 방해받거나 보행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를 기획한 김경숙 서울맹학교 학부모회장(49)은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안 보이는데 왜 돌아다니느냐' '나라가 이 지경인데 자식새끼가 뭐가 중요하냐' 등 막말을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기 때문에 나서는 거다. 이젠 몸으로 그들의 행진을 막으려 한다"고 말했다.

오후 3시40분 경, 국본이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하자 주민들은 차도로 향했다.

시각장애인-주민 vs. 국본 1시간 20분 대치
 
 28일 오후 3시 45분께, 서울 자하문로 부근에서 청와대 인근 주민들과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의 대치가 발생했다. 청와대 인근 주민들은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도로로 나가, 보수단체의 행진을 막았다.
▲  28일 오후 3시 45분께, 서울 자하문로 부근에서 청와대 인근 주민들과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의 대치가 발생했다. 청와대 인근 주민들은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도로로 나가, 보수단체의 행진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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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후 3시 45분께, 서울 자하문로 부근에서 청와대 인근 주민들과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의 대치가 발생했다. 청와대 인근 주민들은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보수단체의 행진을 막았다.
▲  28일 오후 3시 45분께, 서울 자하문로 부근에서 청와대 인근 주민들과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의 대치가 발생했다. 청와대 인근 주민들은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보수단체의 행진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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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막아! 현수막 들어!"

시각장애인들과 학부모, 주민들은 현수막을 들고 차도를 막아섰다. 국본 측 행진 일정으로 이미 차도 통행이 차단된 상태였다. 주민들은 현수막을 들고 "너희는 한 번이지만 우리는 매일이다" "우리를 밟고 가라" 등을 외쳤다. 약 5분 후, 국본 측 행진단 100여 명이 도착했다.  

"이런 일이 어떻게 백주 대낮에 대한민국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까? 우리(국본)는 정당한 법 절차를 따라 행진 신고를 했고, 신고 절차에 따라 (청와대) 행진 중입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법을 무시하고 도로를 무단점거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빨리 우리가 행진할 수 있게 정리해주시기 바랍니다."

국본 집회 사회자는 주민들을 향해 "당신들은 우리의 대화상대가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바로 세우려 하는 (중략) 태극기 세력을 이렇게 막 막을 수 있습니까!"라고 소리쳤다. "(저희 행진은) 일주일에 한 번이고, 몇 시간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주민들은 "일주일에 한 번이 3년이냐!"라고 맞받아치며 "저희가 면담 요청을 했는데 왜 안 하냐. 여기 와서 얘기를 하자"고 요구했다. 국본 측은 "얘기가 안 된다"며 "우리는 대한민국 민생을 잃게 한 문재인한테 확고하게 규탄하러 (청와대 앞으로) 온 거다. 근데 이걸 여러분이 왜 막냐"고 반박했다. 

사회자가 집회참가자들에게 "개인행동 하지 마라, 저들의 목적에 휘말리는 것"이라는 방송을 여러 차례 했지만 일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주민들 얼굴을 근접촬영하거나 욕설을 퍼부었다. 시각장애인들을 향해서는 "이용당한다"고 말했다. 

"야 이 빨갱이 새끼들아, 왜 막고 XX야."
"야, 너네가 여기 살아?" 
"주민이라고 선동질 한다."
"장애인 앞에 내세워서 뭐 하는 거냐."


약 1시간 20여 분 간의 대치가 이어진 끝에, 결국 국본 측이 물러섰다. 국본 측은 오후 5시경 행진 방향을 돌려 덕수궁 대한문으로 향했다. 국본 관계자는 "오늘은 사정에 공감하고 돌아가겠다"면서 "여러분도 우리의 행동과 목적을 이해하시고 태극기와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상황이 정리된 후, 김경숙 회장은 "우리는 다음 주에도 나올 것"이라며 "매주 토요일 집회가 열릴 때마다 우리도 집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오후 5시께, 청와대 인근 주민들과 보수단체의 약 1시간 20분가량 대치 후, 보수단체가 행진 방향을 돌리는 모습이다. 경찰은 이들이 본래 집회를 시작했던 서울 덕수궁대한문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  오후 5시께, 청와대 인근 주민들과 보수단체의 약 1시간 20분가량 대치 후, 보수단체가 행진 방향을 돌리는 모습이다. 경찰은 이들이 본래 집회를 시작했던 서울 덕수궁대한문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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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와 관련, 이희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자기 기본권이나 인권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기본권도 중요하다"면서 "헌법 37조 2항에 질서유지를 위해 관련 법률을 적절하게 규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헌법 37조 2항에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적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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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땀 흘리며 사는 국민의 명령대로 바꿔야”


민중당, ‘국민의 국회 건설 운동 개시’ 선포… 노점상 만나 ‘국회의원 특권 폐지’ 의견 모아

민중당 김종훈 국회의원(민중당 국민의 국회 건설운동본부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에서 ‘국민의 국회 건설 운동 개시’를 선포하고 노점상인들을 만나 ‘국회의원 특권폐지법’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캠페인에 앞서 김종훈 의원은 먼저 “오늘 국회가 열리는데 실시간으로 방송될 국회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국회의원의 한사람으로서 죄송할 따름”이라며 사죄의 말로 첫 인사를 대신했다.

이어 김 의원은 “국민께서는 ‘우리는 장사가 안돼서 걱정, 다음 달 카드값 낼 게 걱정인데 국회는 뭐 하는 짓이냐. 지겹고 꼴불견이다’라고 하신다”며 국민의 목소리를 전하곤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국회의원은 심판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중당은 국민의 국회 건설운동본부를 꾸려 국민과 함께 국회의원들을 국민의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 법안들을 만들고 있다”고 운동본부 활동을 설명하며 “10만 국민의 힘으로 국회의원 특권 폐지 법안을 만드는 운동에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중당 당원이면서 서부지역노점상연합회 지역장인 장정식 씨는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우리를 찾아와 어묵 먹으며 서민을 위한다고 쇼를 했고, 당선된 후엔 노점상 없애기에 혈안이었다”고 말하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의 국회를 보면 욕이 저절로 나온다”고 일갈했다.

그는 “국민이 뽑아주는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이득만 취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고 힘줘 말하며 “우리 빈민당원, 노점상인들도 보고만 있지 않고 우리의 목소리로 우리의 요구를 당당하게 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포식 후 김종훈 의원과 당원들은 이대 앞 노점상을 방문해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대한 스티커 설문을 진행했다.

상인들은 “국회의원 특권 중 가장 바꾸고 싶은 것은?”, “국회에 대한 국민 통제권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제도는?” 등 질문을 받자 하소연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내며 설문에 응했다.

호두과자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솔직히 말하자면 국회의원 중에서 김종훈 의원 제외하고는 다 관둬야 한다”고 조심스레 입을 떼며 “(국회의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는 꼴을 못 봤다. 한 달에 천만 원 넘게 월급 받아 가면서 일도 안 하고 맨날 놀고 싸우기만 한다”고 볼멘소리가를 터트렸다.

캠페인에 참여한 민중당 전진희 서대문갑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여기 상인분들처럼)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보여주는 성실함을 지금 국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하며 “땀 흘려 사는 사람에게 정치는 소중하다. 청년의 삶, 노동자의 삶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정치가 땀 흘려 사는 국민의 명령대로 바뀔 수 있도록 국민의 목소리를 모아 가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이날 캠페인엔 민중당 김종훈 의원과 전진희 서대문갑 국회의원 예비후보를 비롯한 민중당 당원 20여 명이 함께했다.

민중당 ‘국민의 국회 건설운동본부’는 노점상에 이어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 등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찾아 ‘국회의원 특권 폐지법’ 10만 국민 발안 위원을 모아갈 계획이다.

윤하은 담쟁이기자  minplusnews@gmail.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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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대통령에 기생하는 '친문'이 권력을 훔쳐간다"

"대통령 권력 훔치기 위해 검찰·언론이라는 '눈'부터 가리려 한다"
2019.12.27 19:12:16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한다"며 "촛불집회를 통해 탄생한 문재인 정권은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끔 제 뜻을 오해하신 분들이 눈에 띄는데 저는 아직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하며 "문재인 정권이 성공하기를 절실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정권은 진보적 시민만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보수적 시민들까지 함께 나서준 촛불집회를 통해 탄생한 정권"이라며 "그래서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문재인 정권이 성공하려면 권력 주변이 깨끗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 전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중에서도 강직한 성품의 윤석열 검사를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것도, 그를 임명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까지 철저히 수사하라"고 당부한 것은(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라며 "저는 그렇게 말씀하신 대통령의 진정성을 아직은 믿는다. '불편하더라도 '윤석열'이라는 칼을 품고 가느냐, 아니면 도중에 내치느냐.' 저는 이를 정권의 개혁적 진정성을 재는 시금석으로 본다"고 밝혔다.  

진 전 교수는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현 정권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문재인 정권을 겨냥한 표적 수사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대는 것을 정권에 흠집을 내는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외려 권력 앞에서도 검찰이 살아있다는 것은 문재인 정권이 '아직은'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수든 진보든 권력은 그 속성상 감시를 받지 않으면 반드시 썩게 되어 있다. 그래서 성공한 정권이 되려면 권력의 주변을 감시할 감찰과 검찰, 그리고 언론의 '눈'이 살아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돕는 길"이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민정수석실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 주변을 감시하는 것은 원래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업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 '눈'의 역할을 해야 할 민정수석실의 기능은 마비되어 있었다"면서 "친문 '측근'들이 청와대 안의 공적 감시기능을 망가뜨려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문 '측근'들이) 국민이 대통령에게 공적으로 행사하라고 준 권력을 도용해 사익을 채웠다. 하지만 친문 패거리 사이의 끈끈한 '우정' 덕에 그 짓을 한 이는 처벌은커녕 외려 영전했다"며 민정수석실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중단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일부 부패한 측근들은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프레임'을 짠다. 그 구조는 간단하다. 자기들 해 드시는 데에 거추장스러운 감시의 '눈'을 마비시키는 것"이라며 권력에 대한 견제 및 감시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진 전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그 '눈'의 역할을 하는 것은 두 가지"라며 "하나는 검찰이고, 다른 하나는 언론이다. 범인들이 범행 전에 미리 CCTV 카메라부터 제거하듯이 그들 역시 대통령의 권력을 훔치기 위해 사회의 두 '눈'부터 가리려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이 구축하고 있는 매트릭스"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최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역시 비판했다. "아키텍트들이 프로그래밍을 짜면('프레임'이 만들어지면) 일부 어용 언론인, 일부 어용지식인들(그 중에는 아예 대놓고 '나는 어용'이라고 자랑하는 이도 있다)이 나서서 바람을 잡는다"는 것. 이어 '서초동 집회'를 언급하며 "시위대가 검찰개혁의 제도화를 원했다면, 그들은 여의도로 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공익을 해치는 이 특권세력들의 '사익'을, 그들은 '검찰개혁'의 대의로 프로그래밍 해 지지자들의 머릿속에 집어넣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친문 세력의 프레임이 "이제 와서 윤석열을 '우병우'로 몰아가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자기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검찰개혁의 적임자라고 칭송했고, 대통령이 기수까지 파괴해가며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윤석열 총장에게 "갑작스런 변이가 생겼을 리 없고 그냥 상황이 달라졌다"며 거듭 친문 '측근'들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공적 권력을 사유화하여 이득을 챙기는 쓰레기들이 외려 자기에게 맡겨진 일 열심히 하는 이들을 기득권자라 모함한다. 그 옆에서는 친문 패거리와 야합한 사이비 언론인들이 묵묵히 제 역할을 비판적 언론인을 외려 검찰과 야합한 협잡꾼으로 몰아간다"고 경계했다.  

진 전 교수는 친문 '측근'들이 "검찰과 언론을 공격함으로써 그들이 뭘 얻을지는 빤하다"며 "이렇게 정치적 선동으로 대중의 위세를 동원해 감시하는 '눈'들을 모두 가려버리면, 이제 그들은 살판이 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알릴레오> 송년특집 방송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충심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가 악역을 맡은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를 인용하며, "저는 윤석열 총장이 이 말 실제로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는 그(윤석열)의 성품, 그 동안에 그가 보여준 행적, 그리고 지금 그가 하는 일과 모순되지 않고, 정합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진 전 교수는 끝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주변 사람들의 말을 믿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 말대로 대통령은 주변 사람들 중에서 누가 충신이고 누가 간신인지 잘 구별해야 한다. 거기에 정권의 성패가 달려 있다"며 "제가 보기에 주변에 간신들이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민들에게 "자기들이 진정으로 개혁을 원한다면, 자기들이 열심히 옹호하는 그것이 과연 나라와 대통령을 위한 공익인지, 아니면 대통령 권력에 기생하는 일부 친문 '측근'의 사익인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이명선 기자 overview@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방송국과 길거리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다, 지금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기자' 명함 들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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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결과에 ‘비례 30석 연동률 50%’ 적용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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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123석 → 115석…한국당 122석 → 111석
정의당은 6석 → 11석 2배 정도 늘어 최대 수혜

20대 총선 결과에 ‘비례 30석 연동률 50%’ 적용해보니…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뼈대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표결 처리에 나서면서 내년 21대 총선 ‘게임의 룰’이 달라지게 됐다.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의 틀은 유지하되, 비례대표 의석 중 30석에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게 선거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 결과에 개정 선거법을 적용하면 여야 의석수 분포가 달라진다.

한국당이 ‘비례한국당’ 창당 땐 
정당 득표율 절반씩 가진다면
합산 의석수는 123석 ‘제1당’
 

20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은 각각 123석과 122석을 차지했다. 국민의당은 38석, 정의당은 6석을 얻었다. 정당 득표율은 민주당 25.5%, 한국당 33.5%, 국민의당 26.7%를 기록했다. 정의당은 7.2%를 득표했다. 

이 같은 결과에 달라진 선거법을 적용하면 우선 민주당과 한국당은 각각 115석과 111석으로 의석수가 줄어든다. 지난 총선 대비 민주당이 8석, 한국당이 11석 손해를 본다. 비례대표 의석의 경우 두 당은 지난 총선에서 각각 13석과 17석을 얻었지만, 달라진 선거법을 적용하면 5석과 6석으로 축소된다. 연동형이 적용되는 비례대표 30석에서는 1석도 챙길 수 없게 된다. 다만 1, 2당 지위에는 변함이 없다. 

정의당은 6석에서 11석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이 지금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으로 쪼개진 상황을 감안하면 정의당이 달라진 선거법으로 가장 큰 수혜를 얻는 셈이다. 정의당이 20대 총선에서 얻은 비례대표 의석은 4석이었지만, 연동형 비례제를 적용하면 9석으로 늘어난다. 만약 정의당이 내년 총선에서 10% 수준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한다면 전체 의석은 15석 안팎까지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창당할 경우 총선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과 ‘비례한국당’이 지난 총선 당시 한국당의 정당 득표율을 각각 절반씩 나눠가진다고 가정하면, 한국당과 비례한국당의 합산 의석수는 모두 123석으로 나타났다.

한국당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해 108석을 차지하고, 비례한국당이 비례대표로만 15석을 얻게 된다는 결론이다. 

이 경우 한국당과 비례한국당이 115석의 민주당을 제치고 제1당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위성정당의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개정 선거법 최대 수혜자인 정의당도 상당한 손해를 볼 수 있다. 비례한국당의 정당 득표율이 높아질수록 연동형 30석 내에서 정의당 몫도 그만큼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2272114005&code=910100#csidx88c185bbbb3a1acadbc69a7c8b3024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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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미국의 행동대장 노릇 그만두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12/28 10:03
  • 수정일
    2019/12/28 10:0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논평] 캐나다는 미국의 행동대장 노릇 그만두라
 
 
 
박한균 기자 
기사입력: 2019/12/27 [15:58]  최종편집: ⓒ 자주시보
 
 

캐나다 정부가 군용기와 함선을 한반도 주변에 정기적으로 순환 배치해 북에 대한 감시활동을 지난 4월 이후 지금까지 해온 것으로 미국의 소리(VOA) 방송을 통해 27일 알려졌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올해 4월 ‘네온 작전’을 발표하고, 앞으로 2년간 캐나다 군용기와 함선을 한반도 주변 지역에 정기적으로 순환 배치하기로 했다고 한다. 또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이행을 위해 국내법을 정비하는 한편, 2011년부터 독자 제재를 통해 북에 대한 신규 투자와 무역, 금융 서비스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정세가 예측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캐나다 정부는 긴장을 부추기는 행위를 중단하지 않고 있다.

 

이는 북을 자극해 한반도 정세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북은 자국에 대한 군사적 행위와 제재를 명백한 ‘적대행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은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선제 조건으로 ‘안전보장’을 미국에 요구했지만, ‘연말 시한’이 4일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미국은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은 공군 정찰기, 해군 해상 초계기를 출격해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면서 북에 대한 감시활동을 연일 벌이고 있다.

 

그런데 덩달아 캐나다도 미국의 대북 공조에 매달리고 있다. 멋모르고 날뛰며 화를 자초하고 있다.

 

캐나다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각주구검의 우를 범하고 있다. 미국이 영원한 ‘세계 두목’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북이 2017년,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성공으로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전략 국가’ 지위에 올라서면서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뤘기 때문이다.

 

2019년 한해만 돌아보더라도 미국은 비핵화 협상에서 북과의 대결에서 패했다.

 

미국은 ‘리비아식 해법’, 즉 ‘일방적인 무장해제’를 요구했으며, 제재로 북이 붕괴할 것이라는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대북제재를 강화했다.

 

하지만 북은 제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며, ‘대북적대정책 철회, 안전보장’을 요구하면서 미국에 ‘연말 시한’까지 ‘새로운 셈법’을 들고 오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지금 미국은 아무런 방안도 없이 불안과 초조함으로 연말을 보내고 있다.

 

현실이 이러할진대 캐나다는 미국의 ‘행동대장’ 노릇을 하고 있다. 미국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데도 미국에 빌붙어 긴장을 부추기고 있으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캐나다의 북에 대한 감시활동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 번영을 누가 바라고 있는가? 세계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자가 누구인가?’를 똑똑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캐나다 정부는 시대의 흐름을 똑바로 보고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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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통과... 기득권 정치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분석] 32년만에 변화가 의미하는 것... 총선 통해 정치개혁 운동 필요

19.12.27 18:14l최종 업데이트 19.12.27 18:43l

 

 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찬성 156, 반대 10, 기권 1표로 통과시키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피켓을 던지며 항의하고 있다.
▲  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찬성 156, 반대 10, 기권 1표로 통과시키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피켓을 던지며 항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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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진 지 8개월 만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2년이 지난 뒤에야 이뤄진 일이기도 하다.

내용적으로는 매우 불충분하다. 그래서 '기득권 정치의 장벽이 무너졌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벽에 균열을 내고, 작은 구멍 하나를 뚫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고 노무현 대통령, 노회찬 의원이 그렇게 염원했던 선거제도 개혁이 반걸음이나마 전진했다. '정권을 한 번 잡는 것보다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 정치를 더 크게 바꾸는 길'이라고 말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 생각나는 이유다.

'선거제도 개혁이 왜 중요하냐?'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자유한국당이 반발한 정도를 보면, 선거제도 개혁이 핵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정 법안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반발이 집요하고 거센 적은 없었다.

패스트트랙 당시에는 국회 본관이 5박 6일 동안 점거당했고, 이번에 본회의에서 통과되기 전에는 사상 세 번째 필리버스터가 벌어지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국회에 난입해 폭력을 휘두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자유한국당만 반대한 것이 아니다. 보수언론들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공격하는 데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이렇게 저항이 격렬했던 이유는, 선거법 개정으로 우리 사회의 모든 기득권 구조를 지탱해주는 '기득권 정치구조'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소모적인 정쟁과 발목잡기로 국민들의 정치불신, 정치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정치를 지속하기 어려워지고, 사회·경제적 개혁과제를 철저하게 외면하는 정치가 유지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여성, 청년, 소수자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외면하는 정치도 변화의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균열이 생긴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번 균열이 생기면, 균열이 더 확대되고 마침내 기득권이 쌓아놓은 장벽이 무너지게 될 수 있다. 정치의 기득권 구조가 무너지면, 사회·경제·문화적 기득권 구조도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저항이 심했던 것이다.
 
패스트트랙 지정 항의하는 자유한국당 29일 오후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전체회의장 앞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선거제도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에 지정에 항의하며 바닥에 드러누워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패스트트랙 지정 항의하는 자유한국당 지난 4월 29일 오후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전체회의장 앞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선거제도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에 지정에 항의하며 바닥에 드러누워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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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이 기어코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든다면

그러나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법이 통과됐다고 해서 기득권의 저항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을 실제로 창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에는 시민고발운동, 위헌정당 해산심판청구 청원운동 등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비례용 위성정당 공천에 어떻게든 개입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현행 선거법상 다른 정당의 경선에 위계, 사술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개입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실제로 비례한국당을 창당하려고 하면, 창당 과정에서부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법 위반 소지가 발견되면 즉시 고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비례용 위성정당은 그 자체로 '위헌정당'이다. 대한민국 헌법 헌법 8조 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당을 해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복수정당제를 포함한 정당제도와 선거제도의 기본을 뒤흔드는 것이다. 위성정당은 그 자체로 반민주적인 정당이고 존재해서는 안 되는 정당이다.

따라서 비례용 위성정당이 만들어지면 범국민적인 청원운동을 통해, 정부가 정당해산심판청구를 하게 해야 한다. 정부가 심판청구를 하게 되면, 해산 가능성은 높다.  지금까지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한 발언은, '위성정당이 위헌정당임'을 자백한 셈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증거는 차고 넘친다.

비례용 위성정당에 대해 이렇게 압박을 하면, 그 자체로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운신 폭이 좁아진다.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비례용 위성정당이 본체인 자유한국당과 거리를 둬야 한다. 그러다 보면, 비례용 위성정당이 독자 논리로 움직이게 되어 자유한국당의 선거 전략이 혼란에 빠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례용 위성정당,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들었을 때에 정치적으로 '폭망'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한 이유가 있다. 첫째, 비례용 위성정당에서 비례대표 공천할 때부터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비례용 위성정당으로 자유한국당 현역의원들을 몇십 명 옮기게 한다는데, 이들에게 비례대표 공천을 주지 않는다면, 이들이 당적을 옮길 이유가 없다. 그러나 불출마선언을 하거나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의원들을 비례용 위성정당의 비례대표로 공천한다면, 이것은 여론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비례용 위성정당의 공천을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뜻대로 하려면, 황교안 대표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비례용 위성정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황교안 대표가 자칫 잘못 당적을 옮겼다가, 본체인 자유한국당에 대한 장악력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 자유한국당 내부에 황교안 대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례용 위성정당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많지만, 정치적인 기획으로도 문제가 많다. 어쨌든 비례용 위성정당이 실제로 만들어진다면, 시민고발운동, 위헌정당해산심판 청원운동을 벌여나갈 수 있다.
 
국회 단상 점거한 자유한국당 "불법 막겠다" 국회 선거법 개정안 표결 처리로 본회가 열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헌법파괴 연동형선거법 반대 현수막을 펼치고 단상을 점거하고 있다.
▲ 국회 단상 점거한 자유한국당 "불법 막겠다" 국회 선거법 개정안 표결 처리로 본회가 열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헌법파괴 연동형선거법 반대 현수막을 펼치고 단상을 점거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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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계기로 정치판을 바꿔야 

지금 필요한 것은 이번에 만들어진 균열을 어떻게 더 확대해서 진정한 의미의 정치개혁을 이루느냐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들의 노력도 필요하고, 지속적인 정치제도 개혁운동도 필요하다.

이번에 통과된 선거법이 과도기적인 것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준연동형에 씌운 상한선은 21대 총선에서만 적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준연동형 자체도 오래 지속할 수 없는 제도다. 이론적·논리적 정합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가적인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불가피하다. 

그리고 이번에 국회의원 특권 폐지는 이뤄진 것이 없다. 선거제도 개혁이 되든 안 되든, 국회의원 특권 폐지는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각 정당들은 내년 총선에서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 특권 폐지 등 국회개혁의 방향, 현재는 멈춰있는 헌법 개정의 방향에 대해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놓고 치열한 논쟁을 해야 한다.

그리고 21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정치제도 개혁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이번에는 선거제도가 제도개혁의 고리였다면, 21대 국회에서는 헌법 개정이 제도개혁의 고리가 될 수도 있다. 현재의 헌법으로 2022년 대선을 다시 치를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제도개혁은 연속적인 것이다. 한 번에 전부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개혁을 이뤄내야 하는 것이다.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개혁 열차는 출발했다. 그리고 열차는 계속 달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현재의 과도기적인 개혁 상태에 멈춰 있으면, 역사는 다시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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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반려동물이 상어를 먹는다?

조홍섭 2019. 12. 26
조회수 271 추천수 1
 
애완동물 먹이와 화장품서 멸종위기 상어 유전자 검출
 
s1.jpg» 시속 68㎞로 헤엄치는 청상아리는 다랑어 어획을 위한 유자망에 많이 걸려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 됐다. 청상아리의 고기가 애완동물 먹이에서 광범하게 발견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상당수의 애완동물 먹이와 화장품에 멸종위기 상어 성분이 들어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적으로 1억 마리의 상어한테서 연간 140만t의 지느러미를 잘라 샥스핀(상어 지느러미) 요리로 쓰고 있지만, 고기와 간유도 상어의 유력한 용도로 드러났다.
 
디에고 카르데뇨사 미국 스토니브루크대 박사과정생은 과학저널 ‘보전 유전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시판 중인 애완동물 먹이(캔, 사료, 간식) 12개 상표 87점과 화장품(보습크림, 오일, 립스틱, 분, 마스카라) 15개 상표 24점을 분석한 결과를 밝혔다.
 
가공식품에서 파괴된 미량의 연골어류 디엔에이를 검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을 통해 연구자는 애완동물 먹이 29점(33%)과 화장품 3점(12.5%)에서 상어 디엔에이가 들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사 대상인 제품 어느 것도 상어가 포함된 연골어류 성분이 들어있다고 밝힌 것은 없었다.
 
s2.jpg» 화장품에서 성분이 검출된 청새리상어. 심해상어로 간유에서 추출한 스콸렌이 화장품 보습제로 쓰인다. 마크 콘린, NMFS,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동물 먹이에서 확인된 상어의 70%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청상아리였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헤엄치는 청상아리는 다랑어를 잡는 유자망 등에 의해 광범하게 부수 어획이 이뤄져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올해 멸종위기 등급을 ‘취약’에서 ‘위기’로 상향했고, 멸종위기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사이테스, CITES)도 올해 총회에서 부속서 2에 올려 국제거래 규제에 나선 종이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상어의 간에서 추출한 스콸렌 성분을 보습제로 쓴다. 화장품에서 검출된 상어 역시 청새리상어, 홍살귀상어, 남방상어 등 국제자연보전연맹이 ‘위기’ 또는 ‘위협 근접’으로 분류한 종이다. 
 
스콸렌은 상어가 부력을 조절하는 데 쓰는 물질로 심해에 서식하는 종일수록 많다. 그러나 심해상어는 느리게 자라고 번식도 늦어 남획에 매우 취약하다. 스콸렌은 상어 간유뿐 아니라 아마랜트, 올리브 등 식물에서 추출할 수 있다.
 
s3.jpg» 샥스핀 요리를 위해 남획되는 홍살귀상어. 국제거래가 규제되는 종이지만 밀거래는 여전히 성행한다. 마크 콘린, NMFS,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에 화장품에서 검출된 홍살귀상어는 수프 지느러미용으로 남획돼 2014년 사이테스 규제대상에 추가된 종이다. 그러나 카르데뇨사 등 국제연구진이 2015년 홍콩 시장에서 거래된 9200점의 상어 지느러미를 유전자 분석한 결과 4번째로 가장 많이 거래된 종으로 나타나기도 했다(카르데뇨사 외 2018, ‘컨서베이션 레터’).
 
카르데뇨사는 “종이나 속 차원에서 규명을 못 했을 뿐 상어 디엔에이의 염기서열이 검출된 것은 애완동물 사료의 63%에 이른다”며 “이번 조사 결과보다 훨씬 많은 상어와 가오리 등 연골어류가 고기와 간유 소재로 쓰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멸종위기에 놓인 상어를 구하려면 제품에 상어 성분이 들어있는지 표기하도록 해 소비자가 대체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4.jpg» 해마다 1억 마리의 상어가 수프에 들어갈 지느러미를 위해 도살된다. 고기와 간유 수요도 여전하다. 압수된 상어 지느러미. 미 해양대기국(NOAA) 제공.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Diego Cardenosa, Genetic identification of threatened shark species in pet food and beauty care products, Conservation Genetics https://doi.org/10.1007/s10592-019-01221-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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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수상한' 사람들의 든든한 친구"

[2019 올해의뉴스게릴라] 변상철 시민기자

19.12.27 07:23l최종 업데이트 19.12.27 07:23l

 

<오마이뉴스>는 2019 올해의뉴스게릴라로 김종성, 박만순, 변상철, 송주연 기자를 선정했습니다. 올해의뉴스게릴라에게는 상패와 상금 150만 원을 드립니다. 시상식은 2020년 2월에 열리며 이 자리에서는 '2019 특별상', '2020 2월 22일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자 모두 축하합니다. [편집자말]

병원에서 링거를 맞던 중 '잘 지내느냐, 올해의 기자상에 선정되었다'는 오마이뉴스 기자의 연락을 받았다. 사실 그 소식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은 '내가 왜?'였다. 내가 이 상을 받기에는 오마이뉴스와 오마이뉴스 독자에게 기대한 만큼의 기사를 썼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보다 더 척박한 현장에서 더 불편한 이야기를 쓴 기자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한사코 거절했다.

오마이뉴스는 내가 혼란스럽고 어려운 시기에 방향을 정해주던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2008년 크루즈 여행이 상품으로 걸린 기사 공모에 혹해 육아 기사를 쓰고 난 뒤 오마이뉴스에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기사를 작성할 여유나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2010년 12월 '진실화해위원회'가 해체되고 난 뒤 공직자 신분에서 자연인으로 돌아와 오롯이 혼자 국가 폭력 피해자들의 진실규명을 지원하는 '지금여기에'라는 단체를 만들어 운영하다 보니 운영 이외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홀로 사람을 만나고 기록을 찾고, 증거를 찾으며, 재심 재판을 위한 보고서를 쓰는 것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정리하여 시민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7년을 지내고 보니 고문사건, 조작간첩사건, 국가폭력사건 등이 적잖이 쌓이게 되었고, 그렇게 쌓이는 기록을 그냥 두고 보는 것이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나만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 아닌,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하는 불편한 진실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찾은 기록과 구술들이 재심 재판에 제출되거나 소멸되어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꽤 되었다.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만났던 사람과 과정은 판결문이나 기록 어디에도 기재되지 않고 모두 소멸했다. 그 과정은 그렇게 간단히 사라져야 할 것이 아니었다. 그 과정에는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 어려운 싸움을 알면서도 시작하는 피해자의 억울함이 얼마나 큰지, 그 고통의 시간이 얼마나 큰지 지금, 이 시간을 사는 우리가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강광보 선생님과 변상철 국장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강광보 선생님과 변상철 국장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수상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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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기억해야 할 기록

그래서 기록을 시작했다. 짧은 기록이지만 지난 8년의 과거사위원회 활동과 위원회 종료 후 계속해 왔던 과거사건 진상규명 활동을 음식으로 기억하는 '인권을 먹다'가 그것이었다(☞ 인권을 먹다 http://omn.kr/ptzq). 

오마이뉴스에 게재를 시작한 것은 기억에 남는 몇 개 사건만을 정리해 '지금여기에'라는 단체의 활동을 좀 알려보려 했던 동기에서였다. 그런데 첫 기사와 두 번째 기사를 송고한 뒤 오마이뉴스 기자로부터 연락이 와 연재를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덜컥 겁이 났다. 글재주도 없는 내가 어떻게 연재를 하며, 어떻게 책임감 있게 기사를 쓰겠는가? 그런데도 연재를 결정하게 된 것은 오마이뉴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오마이뉴스는 '인권을 먹다' 일러스트와 특별면 페이지까지 만들어 주었다.

시민기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던져 놓는다. 그것이 매끄럽게, 씹어 삼켜도 걸림 없이 잘 넘어갈 수 있도록 잘게 잘게 다듬는 것이 바로 편집기자들이었다. 편집뿐만 아니라 기사 작성이 어렵다고 느껴질 때마다 용기를 주었다. 내가 계속 기사를 쓸 수 있게 한 힘이었다.

결국 이렇게 연재된 기사가 <인권을 먹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되는 기쁨도 누렸다. 사실 개인의 이름으로 출판한다는 것은 커다란 경험이자 영광이다. 그리고 한권의 책으로 나올 이야기를 글로 써본다는 것보다 더 좋은 글쓰기 연습은 없는 듯했다.

'인권을 먹다' 연재 이후 과거사와 관련한 이야기, 마을 이야기 등을 소재로 연극과 창작 판소리 극작에도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예술인으로 등록되는 영광까지 호사롭게 누렸다.

그러나 오마이뉴스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라 하면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억울하지만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의 노출, 상처·기억·증언·기록·싸움 등 그들이 말하고 싶어하는 가슴깊이 쌓여있는 억울함을 인터넷을 통해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노출의 자유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인권을 먹다' 연재 이후 나나 지금여기에라는 단체나 성장을 했다. 조작간첩 피해자들을 포함한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진실규명 과정을 기사로 실시간 세상에 노출했고, 그 억울한 이야기를 공감해주는 독자들이 생겼다.

따로 언론 홍보를 하지 않는 단체로서 오마이뉴스는 든든한 우군이다. 덕분에 올해 박상은씨의 기사를 시작으로 전북 선유도의 제5공진호 납북귀환어부 반공법 조작사건 등을 연재했고, 조작간첩 피해자들의 기억투쟁이었던 '탁본 모임' 시리즈를 내보낼 수 있었다. 더불어 30년간 공안사범으로 몰려 한국에 입국하지 못했던 일본 공무원노조 사람들이 오마이뉴스 기사 덕분에 입국이 허가되는 일도 있었다.

특별히 오마이뉴스에 감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제주의 '수상한 집'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편집국이 펀딩이라는 역제안을 해주었다. 조작간첩 피해자를 기억하고 국가폭력 피해자가 직접 과거를 이야기 하는 살아있는 기념관, '힙한'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보겠다고 했을 때, 오마이뉴스 편집국은 그 비용을 소셜 펀딩으로 모아보자고 했다.

반신반의 하며 시작한 펀딩에 1200만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 모였다. 그 성금은 '수상한 집'을 완성하는 소중한 자산이 되어 오롯이 제주에 '수상한 집'으로 탄생했다.

어렵고 힘들고 아무도 들어줄 것 같지 않아 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과감히 시민기자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그 이야기가 몇 명에게 전해지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떠들고 드러내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오마이뉴스 기사는 인터넷 지면에서뿐만 아니라 책, 연극, 창작 판소리, 심지어 기념관이라는 건축물의 형태로도 생산되고 재현된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시민의 상상과 오마이뉴스라는 열린 언론 마당이 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오늘도 불편함을 '노출'하지 못해 홀로 간직하고 있는 당신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 대표기사
[연재] 수상한 집 http://omn.kr/1hsyq
[연재] 탁본에 남긴 잔혹한 기억 http://omn.kr/1m0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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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한국당을 너무 모른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너무 모른다

선거법과 검찰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충돌로 ‘동물 국회’가 재연되자, 26일 임시국회 개회에 앞서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자유한국당에 “대한민국 국회의원다운 모습을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이제 한국당이 동참할 차례다”면서,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철회”를 요청했다.

민주당은 한국당과 협상을 통해 정책적 차이를 좁히면 국회를 정상화 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또 20대 국회가 법안 처리율 30.6%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최악의 국회’가 된 책임을 한국당에 떠넘기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한국당의 총선 전략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한국당은 총선에 ‘30%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즉 30%의 지지만으로 과반의석을 확보한다는 계획.

‘30%전략’이 성공하려면 2가지 필수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나는 투표율이 60% 미만이어야 하고, 또 하나는 한국당 지지자는 빠짐없이 투표해야 한다.

한국당은 투표율 저하를 위해 ‘정치혐오’를 조장한다. 일은 하지 않고 싸움질만 하는 국회를 끊임없이 보여준다.

한국당은 어떤 법안이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관심이 없다. 단지 ‘동물국회’에 혐오를 느낀 국민들이 ‘모조리 꼴도 보기 싫은 국회의원, 투표하러 안 간다’는 마음만 갖게 하면 작전 성공.

실제 한국당이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공수처 설치법’이나 ‘연동형 선거법’의 경우, 이미 한국당의 요구대로 법안이 만들어진 셈이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2천명 이내로 줄어 실질적인 고위 공직자 수사가 어렵게 됐고, 수사권 독립의 핵심 사안인 공수처 위원장 인선도 국회, 특히 야당 추천 권한이 강화됐다. 일각에서 한국당의 반대로 공수처 설치법이 이미 누더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연동형 비례제로의 선거법 개정도 ‘비례 한국당’ 창당을 선포하면서 연동형의 의미가 사라졌다.

‘민식이 법’으로 불거진 한국당의 민생법안 외면도 실제 한국당의 정책과 배치되기 때문이 아니라 민생법안을 두고 ‘물고 뜯는’ 국회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정치혐오를 조장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한국당은 투표율 저하를 위해 ‘정치혐오’를 조장함과 동시에 ‘누가 돼도 똑같다’는 여론을 확산한다.

한국당은 ‘남북관계 파탄’과 ‘지소미아 연장’, ‘방위비분담금 인상’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미국이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것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지소미아 연장을 두고 “큰소리치던 문재인도 미국에 꼼짝 못 한다”고 몰아가고, 국민의 80%가 반대하는 방위비분담금도 결국 인상할 터, 자랑하던 남북관계도 한미 워킹그룹에 발목 잡혀 파탄 났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경제는 점점 악화하고, 조국대전에서 확인하듯 사회 불평등이 심화하는 것을 보게 해? ‘누가 권력을 잡으나, 되고 나면 다 그놈이 그놈이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유권자가 자유한국당 지지로 돌아서는 것은 아니다. 다만 총선에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 유보로 이어져 투표장을 찾지 않게 한다는 계산이다.

한국당은 ‘30%전략’ 관철을 위해 현 지지율 30% 고수와 지지자의 결속력 강화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당이 조국대전에 이어 패스트트랙 정국까지 연이은 장외투쟁과 단식농성, 철야 삭발 투쟁을 이어가는 데는 반문(재인) 지지층을 결속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담겨있다.

한국당은 보수대통합에 방해된다는 내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조기를 든 태극기 부대’를 끝까지 안고 가면서 보수우파의 길을 조금도 수정하지 않았다.

한때 민주당 일각에서 ‘태극기 부대’가 한국당의 지지세 확장을 막아 제 발등을 찍는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 섞인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한국당의 총선전략을 읽지 못한 오산이다.

민주당이 한국당의 ‘30%전략’을 간파한 새로운 총선전략을 수립하지 않는 한 21대 총선은 자유한국당의 승리가 예상된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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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설치 다가오자 결국 드러난 검찰 본색"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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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9/12/27 08:53
  • 수정일
    2019/12/2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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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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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검찰은 검찰개혁 가로막으려는 시도를 중단하라”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9/12/27 [05:45]  최종편집: ⓒ 자주시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의 상정이 예정되어 있는 등 공수처 설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검찰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는 규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사법감시센터)는 26일 논평을 통해 공수처 설치법안이 국회통과를 앞두자 그간 독점적으로 행사해오던 권한의 축소를 용납하지 못하는 검찰의 방해와 반대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대표적으로 검찰은 국회 4+1 협의체가 합의한 수정안의 24조 2항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원안에 없이 새로 추가된 독소조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며 이는 공수처의 수사대상인 고위공직자범죄등에 대하여 공수처가 실질적이고 효율적으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일 뿐만 아니라 대검 주장과 달리 오히려 중복수사 등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대검이 주장하는 과잉수사뭉개기·부실수사 주장은 자신들이 하면 문제없고 공수처가 하면 중립성과 독립성 등에서 문제라는 식의 근거 없고 독단적인 주장으로서 공수처 흠집내기에 불과하다며 대검이 무리한 주장을 하면서 발끈하는 것은 공수처 수사대상 범죄에 대해 자신들이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기존의 관성과 독단에서 벗어나지 못한 행태에 다름 아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공수처의 설치가 처음 주장된 것이 23년이 지났지만국회에 올라올 때마다 검찰 및 검찰에 사실상 장악된 법무부그리고 검찰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일부 검찰출신 정치인 및 정치세력에 가로막혀 번번히 좌절되어 왔다며 검찰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검찰개혁을 가로막으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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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설치 다가오자 결국 드러난 검찰 본색

 

검찰개혁은 국민적 요구이며 개혁입법은 국회의 역할

자격 없는 검찰은 성찰의 자세로 스스로를 돌아봐야

 

공수처 설치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자 그간 독점적으로 행사해오던 권한의 축소를 용납하지 못하는 검찰의 방해와 반대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검찰은 여러차례 검찰개혁에 대해 국회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 표면적으로는 공수처를 수용할 것처럼 발언해왔지만막상 공수처 설치 법안의 통과가 가시화되자 수정안의 일부 조항이 독소조항이라면서 공수처 설치에 반발하고 있다그러나 이는 실상 검찰의 막강한 권력이 축소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조직 이기주의적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국민적 요구인 공수처 설치에 검찰이 반발하는 것은 부적절함을 지적하며검찰권을 오남용해온 과거에 대해 먼저 성찰하고 반성할 것을 촉구한다.

 

대표적으로 검찰은 국회 4+1 협의체가 합의한 수정안의 24조 2항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원안에 없이 새로 추가된 독소조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그러나 이는 근거가 희박한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기존 패스트트랙 법안에서는 인지고소고발기관의 수사의뢰 등으로 공수처의 수사개시 단서가 규정되어 있고(백혜련 의원 안 23권은희 의원 안 21조 1), 권은희 의원 안은 공무원의 고위공직자범죄 등에 대한 고발의무를 규정하고 있다(21조 2). 또한 기존 백혜련 의원 안은 공수처장이 다른 수사기관의 중복수사에 대하여 이첩 요청시 다른 수사기관은 이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24). 이번 수정안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등을 인지할 경우 이를 공수처에 즉시 통보할 의무를 추가한 것이다이는 공수처의 수사대상인 고위공직자범죄등에 대하여 공수처가 실질적이고 효율적으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일 뿐만 아니라 대검 주장과 달리 오히려 중복수사 등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으며기존 패스트트랙 법안의 내용을 실질화하고 수사의 효율성과 공수처의 기능을 충실히 하기 위한 것으로서 의미가 있다.

 

대검이 주장하는 과잉수사뭉개기 · 부실수사 주장은 자신들이 하면 문제 없고 공수처가 하면 중립성과 독립성 등에서 문제라는 식의 근거 없고 독단적인 주장으로서 공수처 흠집내기에 불과하다그럼에도 대검이 무리한 주장을 하면서 발끈하는 것은 공수처 수사대상 범죄에 대해 자신들이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기존의 관성과 독단에서 벗어나지 못한 행태에 다름 아니다절차적으로도 국회가 원안을 제출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수정안을 제출하는 것은 가능하고대검이 문제삼는 수정안의 내용 또한 기존 원안에 비추어 전혀 새롭다거나 법안의 내용을 완전히 변형하는 것도 아닌 만큼 현재 시점에서 수정안을 내는 것이 절차상 문제될 것도 아니다.

 

공수처의 설치가 처음 주장된 것이 23년이 지났지만국회에 올라올 때마다 검찰 및 검찰에 사실상 장악된 법무부그리고 검찰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일부 검찰출신 정치인 및 정치세력에 가로막혀 번번히 좌절되어 왔다그러나 검찰의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 및 그 권한의 오남용이 반복되면서 국민들의 검찰개혁 요구는 도리어 계속 높아져왔고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기에 이르렀다공수처 설치와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검찰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검찰개혁을 가로막으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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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노딜’에 발목 잡히다

<2019 송년특집 ③> 북미관계
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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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26  13: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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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2019년은 연말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지난해 순항하는 듯한 북미관계가 올해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에서의 결렬로 갸우뚱거리더니 그 여파로 한반도 정세가 일 년 내내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한마디로 북미관계가 막히자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가 모두 경색된 해였습니다. 

북한이 ‘연말 시한’으로 미국에게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여의치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천명한 상황에서 이 며칠 안 남은 연말까지 한반도의 진로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불허인 가운데, 통일뉴스는 <2019년 송년특집>으로 ①남북관계 ②북한 내부 ③북미관계 ④문재인 정부의 대북·대외정책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었다. 북한이 김정은-트럼프 관계는 물론이고 북미 간 대화 국면까지 파탄낼 수 있는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며칠 남지 않은 연말까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도 예고한대로 ‘새로운 길’을 갈 것이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확정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희망차게 시작한 2019년 북미관계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지경으로 막을 내리게 된 근본원인은 2월 하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데 있다.        

0 ‘하노이 노딜’

   
▲ 2월 27일 북미 정상은 화기애애한 만찬을 진행했다. [사진출처-백악관]

2월 27일 오후 6시28분(이하 현지시각),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 시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났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첫 정상회담 이후 8개월여 만이다.

김 위원장은 “모든 사람들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거라고 확신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회담도 첫 번째와 같거나 더 훌륭한 성공을 바란다”고 화답했다. 상봉과 환담, 비공개 단독회담, 친교만찬까지 화기애애한 2시간 20분을 보냈다. 

   
▲ 2월 28일 회담에 앞서 환담하는 북미 정상. [사진출처-백악관]

2월 28일 돌연 기류가 바뀌었다. 김 위원장은 “최종적으로는 좋은 결과 나올 수 있도록 모든 노력 다하겠다”고 의욕을 보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말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김 위원장과 북한에 관해 환상적인 성공을 거둘 것임을 알고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시작부터 여러 차례 말했듯 내게 속도가 중요하지는 않다. 나는 핵.로켓 실험을 하지 않은 데 대해 김 위원장에게 매우 감사한다”고 복선도 깔았다.

   
▲ 확대정상회담에 끼어든 볼턴 보좌관(맨 왼쪽). [사진출처-노동신문]

오전 11시55분 예정됐던 업무오찬이 열리지 않는 등 이상징후가 속속 포착됐다. 전날 만찬 자리에 끼지 못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확대정상회담에 배석한 사실도 알려졌다. 회담은 오후 1시24분께 끝났고 두 정상은 각자 숙소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오후 2시5분 예정됐던 공동성명 서명식도 취소됐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 작별 인사하는 북미 정상. [사진출처-노동신문]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2시15분 숙소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본적으로 그들은 전반적인 제재 해제를 원했으나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노딜’ 이유를 설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면서 “미사일도 빠져 있고, 핵탄두 무기 체계가 빠져 있어서 우리가 합의를 못 했다. 목록 작성과 신고, 이런 것들을 합의하지 못 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적인 결정에 앞서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날 밤부터 이날 회담 직전까지 계속된 하원의 ‘마이클 코언 청문회’를 강하게 비난했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 직후 귀국길에 올랐다.

   
▲3월 1일 새벽 멜리아 호텔에서 기자회견하는 리용호 외무상. [TTXVN 동영상 캡쳐]

북한 측 리용호 외무상은 3월 1일 새벽 멜리아 호텔에서 회견을 열어 “우리는 현실적인 제안을 했다”고 반박했다.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경제와 특히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을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포함한 모든 핵 물질 생산시설들을 미국 전문가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제거한단 것”이나, “미국 측은 영변지구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는 것이다.

베트남 공식방문 일정을 소화한 김정은 위원장은 3월 2일 오후 동당역에서 전용열차에 올랐다. 60여 시간 걸리는 4,500km 길을 달려 3월 5일 평양에 도착했다. 10일 전 출발 때 품었을 기대와 달리 빈손 귀국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몇 주 내 미국 협상팀의 방북”을 희망했으나, 북한 측은 문을 닫고 ‘총화’와 ‘검열’에 들어갔다.  

1차적 총화가 끝난 시점은 4월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보고를 통해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정리했다. 

이틀 뒤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그 무슨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도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했다.      

책임 있는 인사들에 대한 문책도 이뤄졌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였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가 공식석상에서 사라졌고, 김영철 부위원장도 통일전선부장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말과 행동이 거칠어졌다. 

권정근 외무성 미국 국장은 4월 18일 “폼페오가 회담에 관여하면 또 판이 지저분해지고 일이 꼬일 수 있다”고 비난했으며, 이틀 뒤 최선희 제1부상은 “멍청해 보인다”고 볼턴 보좌관을 저격했다. 5월4일부터 대구경 장거리방사포와 신형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본격 재개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남북미 선순환 접근법’의 붕괴였다. 검열에 시달리는 통전부 대신 외무성이 ‘남측 때리기’에 나서는 보기드문 일이 벌어졌다. 미국의 볼턴-폼페이오와 비슷하게 남측에서는 서훈 국정원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북한의 블랙리스트에 올라갔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5월께 남측 국정원과 북측 통전부 간 채널이 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관계에도 하노이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7월 초 일본이 전격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강제징용판결에 대한 불만을 누르고 있다가 한국의 입지가 좁아진 틈을 타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일본의 기습은 실패로 끝났지만,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고 남북미 관계가 선순환했다면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0 판문점 회동과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들고오라’는 북한의 요구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냉랭했다. 

4월 22일 서울 정동 대사관저에서 외교부 출입기자단을 만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우리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때까지 제재 완화(sanctions relief)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추진하려던 ‘중간단계 구상’에 대해 “모른다”면서 “그게 제재완화를 지칭한다면 대답은 노(no)”라고 일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4월 24일 <CBS> 인터뷰에서 ‘경로변경’을 거론하더니 29일 <더힐> 주최 대담에서는 “우리가 북한에 경제적 압박을 계속 가함에 따라 북한을 비핵화 할 또 다른 기회를 얻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북한을 자극했다. 

4월 30일 최선희 제1부상이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에서 “미국이 운운하는 이른바 ‘경로 변경’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미국만의 특권이 아니며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받아친 배경이다.  

대화의 물꼬는 양측이 공인한 김정은-트럼프 간 개인적 관계를 통해 트였다. 6월 29일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김 위원장과 국경/DMZ에서 만나 악수하고 인사를 할 수도 있다”는 트윗을 올렸다. 

북한이 즉각 호응했다. 최선희 제1부상은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대로 분단의 선에서 조미 수뇌상봉이 성사된다면 두 수뇌분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친분관계를 더욱 깊이하고 양국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6월 30일 판문점 북측 지역으로 넘어갔다가 남측 지역으로 내려오는 북미 정상. [자료사진-통일뉴스]

30일 오후 3시45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악수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녘 땅을 밟은 첫 미국 대통령이 됐다. 판문점 남측 지역으로 내려온 두 정상은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눈 뒤 ‘자유의 집’에서 양자회동에 들어갔다. 50여분 회동을 마친 두 정상은 밝은 표정으로 나와 문 대통령과 포즈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주도 하에 앞으로 2~3주 동안 실무적인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과연 (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할지 우리가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양측에서 실무 협상 대표를 선정해서 빠른 시일 내에 실무협상에 돌입하기로 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2~3주 걸릴 것이라던 북미 실무협상은 스웨덴의 중재를 거쳐 석달 뒤에야 열렸다. 10월 4일 예비접촉, 10월 5일 실무협상 형식으로 스톡홀름 교외에서 북한 측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와 미국 측 비건 특별대표가 마주앉았으나 결과는 ‘결렬’이었다. 

김명길 대사는 협상이 끝나자마자 북한대사관 앞에서 준비된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이 옳은 계산법을 가지고 나옴으로써 조미 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리라는 기대감을 안고 협상에 왔”으나 “협상은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면서 “나는 이에 대해서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노이 노딜’을 되갚아주겠다는 결기가 엿보였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대표단의 앞선 논평이 오늘 8시간 반에 걸친 논의 내용과 정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발끈했다. 미국은 ‘2주 후에 스톡홀름에서 다시 만나자’는 스웨덴의 제안을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스웨덴의 중재를 끝내 뿌리쳤다. 

김명길 대사는 11월 14일 담화를 통해 비건 특별대표가 스웨덴을 통해 12월 중에 만나자는 의사를 전해왔는데 “미국 측이 우리에게 제시할 해결책을 마련하였다면 그에 대해 우리에게 직접 설명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닷새 뒤에는 “조미가 서로의 입장을 너무도 명백히 알고 있는 실정에서 스웨덴이 더 이상 조미대화 문제를 들고 다닐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0 ‘크리스마스 선물’ 소동

10월 16일 김정은 위원장이 돌연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올랐다.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을 선언한지 10일 만이자 ‘연말 시한’을 한달 반 앞둔 때였다. <노동신문>은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확신”을 표명했다.

24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김정은-트럼프 간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조미 사이에 가로놓인 모든 장애물들을 극복”하길 바란다면서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고 은근히 압박을 가했다.

미국은 몇 가지 유화 조치를 통해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11월 13일 한국 방문 직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외교가 무엇인가를 필요로 한다면 우리는 군사연습 태세를 다소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연합공중훈련 강행을 규탄한 전날 북한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의식한 것이다. 

나흘 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트윗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빨리 행동해서 합의를 이뤄야 한다. 곧 만나자!”고 재촉한 것. 

김계관 고문은 “나는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면서 새로운 조미 수뇌회담을 시사하는 의미로 해석하였다”면서도 “우리는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한 채 더 이상 미국대통령에게 자랑할 거리를 주지 않을 것이며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의 치적으로 자부하는 성과들에 해당한 값도 다시 받아야 한다”고 받아쳤다. 

12월 들어 긴장 지수가 한층 높아졌다. 

3일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은 “우리는 지금까지 최대의 인내력을 발휘하여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조치들을 깨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였다”면서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압박했다. ‘중대조치들’이란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시험 유예 등을 말한다.

북한 국방과학원은 7일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위성 발사에 활용되는 장거리 로켓 엔진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시험을 한 것으로 보였다. 

‘크리스마스 선물’이 ICBM이라는 관측이 부상하자, 미국도 바쁘게 움직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최근 한반도 정세가 엄중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북미)대화의 모멘텀 유지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그 직후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나는 놀랄 것이다.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다. 우리 둘다 이 방식을 유지하길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8일 트윗을 통해서는 “김정은은 너무 영리해서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잃을 게 너무 많다”며 “사실상 모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9일 김영철 부위원장은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받아쳤다. “놀라라고 하는 일인데 놀라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우 안타까울 것”이라고 압박했다. 너무 나갔다 싶었는지, 그 직후 리수용 부위원장이 나서 “국무위원장의 심기를 점점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트럼프의 막말이 중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수위를 조절했다. 

미국도 유화 손짓을 보냈다. 일부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요구한 10일 ‘북한 인권’ 관련 안보리 회의 소집을 거부하고, 11일 북한 핵.미사일 관련 회의를 열었다. 켈리 크래프트 대사는 미국이 유연성을 보일 준비가 되어 있으나, 북한 측도 위성 또는 ICBM 발사를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 완화 결의초안을 안보리에 회람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4일 “2019년 12월 13일 22시 41분부터 48분까지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중대한 시험이 또다시 진행되었다”면서 “믿음직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는데 적용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이 이날 담화를 통해 “첨예한 대결상황 속에서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은 우리를 자극하는 그 어떤 언행도 삼가해야 연말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별일 없이 연말을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비건 특별대표는 16일 서울에서 개최한 브리핑을 통해 “나는 북한과의 협상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여기에 있다”며 “북한 상대방에게 직접 이야기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19일 예정에 없던 베이징을 방문했으나 북미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통해 상황의 엄중함을 공유했다. 전날 하원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상태에서 북한 관련 상황관리에 나선 셈이다. 

관련국들의 지성이 통했을까. 북한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지 않았다. 

0 2020년 남북미 모두의 ‘새로운 길’을 위해 

연말 시한이 닷새 남은 26일 현재, 미국이 ‘제재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셈법’을 내놓으리라 전망하기는 어렵다. 

북한은 조만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길’을 선포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길’은 ‘자력갱생’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17일자 <노동신문>은 “자력부흥, 자력번영”이라는 표현을 썼다. 더 이상 제재 완화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경우 미국과의 핵 협상 필요성은 사라진다. 핵협상 중단은 필연적으로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시험 유예 철회로 이어질 것이다. 유예의 전제조건이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철회 선언을 한다고 즉각 장거리 미사일이 날아다닐 가능성도 높지는 않다. 

희망적인 관측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끝나고 선거전에 본격 돌입하는 내년 2월 또는 3월까지 기다린다면 북한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한반도 국장에 따르면, 탄핵의 족쇄에서 풀려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타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협상 의지가 충만한 비건 특별대표가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했다. 찬성 90표 반대 3표라는 상원 인준 투표 결과에서 보듯, 의회와의 관계도 긴밀하다. 폼페이오 장관이 내년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면 장관 대행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9월 10일 경질됐다. 후임자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보좌관과 비건 부장관은 죽이 잘 맞는다는 평이다. ‘하노이 노딜’ 때의 두 가지 장애물인 △측근의 반대, △의회의 방해를 극복할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여전한 걸림돌은 지난 1월 31일 스탠포드대 강연에서 밝힌 비건 부장관의 대북접근법이다. 볼턴의 ‘리비아 모델’과 북.미 정상이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뒤섞인 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까닭이다. 6월 19일 애틀랜틱카운슬 강연은 1월 말 강연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평이다. 지난 11일 뉴욕, 16일 서울에서 비건 부장관이 밝힌 ‘유연성’이 1월말 구상과 어떻게 다른지 불분명하다. 

북한도 생각해볼 점이 있다. 미국을 직접 상대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다시 중재자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 주체가 남측 문재인 대통령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2020년에는 남북미 모두에게 이로운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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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필리버스터, 남은 것은 ‘역적 동탁, 문희상씨, 시정잡배’ 막말뿐

자유한국당 필리버스터, 남은 것은 ‘역적 동탁, 문희상씨, 시정잡배’ 막말뿐
 
 
 
임병도 | 2019-12-26 08:58:5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의원 여러분 자정이 넘었습니다. 국회법에 따라 임시회기가 종료되어 더 이상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함께하신 의원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25일 자정이 되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회기가 종료됐다며 본회의 폐회를 선언했습니다. 이로써 50시간 10분 동안 진행됐던 필리버스터도 끝이 났습니다.

지난 11월 29일 자유한국당은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막기 위해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 199개 안건에 대해 모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민생법안에도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폭주했습니다. 이후 민식이법 등 일부 법안은 여야 합의에 따라 본회의가 열려 통과됐습니다.

여야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의 본회의 상정 시기를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4+1 협의체의 선거법 합의안이 늦어졌고, 자유한국당 주최 집회 참가자들이 국회에 난입하면서 본회의는 계속 연기됐습니다.

12월 23일 본회의가 열리자 자유한국당은 회기 결정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국회법 해석상 회기 결정은 필리버스터를 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왔고, 표결 결과 임시국회 회기는 12월 25일까지로 가결됐습니다.

테러방지법 192시간 25분 vs 선거법 50시간 10분

▲ 12월 23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필리버스터 토론자와 발언 시간

12월 23일 오후 9시 50분부터 시작된 선거법 관련 필리버스터는 50시간 10분으로 끝이 났습니다. 2016년 2월 벌어졌던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가 192시간 25분 동안 이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짧았습니다. 그러나 회기 기간이 짧아 시간 비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가 반대를 하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이번에는 선거법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과 찬성측 민주당, 정의당도 함께 나섰다는 점에서 특이했습니다.

필리버스터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섰던 민주당 김종민 의원과 세 번째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3분가량 화장실을 다녀왔습니다. 미국에서는 토론자가 중간에 자리를 떠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회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어 2016년 안민석 의원도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2016년 필리버스터 최장 발언은 2016년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12시간 31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이 5시간 25분으로 제일 길었습니다.

4시간 54분 동안 토론을 이어갔던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회기 종료로 토론을 마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문희상 의장에게 쏟아진 막말들: 역적 동탁, 시정잡배, 쪽팔려서..

이번 필리버스터에서 자유한국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 거침없이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선거법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인지 문희상 의장 비난 필리버스터인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중에 문희상씨를 국회의장으로 생각하는 분이 과연 몇 명이 있을까 저는 의문이 간다. 저 같으면 쪽팔려서라도 자진해서 (의장직에서) 내려오겠다”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한국당 의원들이) ‘아빠 찬스’, 지역구 세습, ‘아들 공천’을 외치면 외칠수록 자식의 지역 인지도만 올라갈 뿐이라고 문 의장이 설마 그렇게 말했나. 그런 말을 어떻게 국회의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할 수 있나. 그것이 시정잡배와 다를 게 무엇인가”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

“문 의장의 별명이 장비였다. 외모도 그렇지만 신의 있고 합리적인 성품을 가진 분으로 알았다. 어느 날 그 장비가 동탁이 됐다. 신의의 장비가 아니라 역적 동탁, 의회 쿠데타의 주모자가 됐다”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문 의장을 가리켜 ‘문희상씨’라고 부르며 쪽팔리다며 의장직에서 내려오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문

권 의원은 문 의장이 잠시 눈을 감고 앉아 있자 “졸지 마세요. 나잇값을 하나, 자릿값을 하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문 의장은 “당신이 (나를 의장으로) 뽑았다. 의장을 모독하면 스스로 국회를 모독하는 것이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전희경 의원은 문희상 의장을 가리켜 ‘시정잡배’라고 불렀고, 박대출 의원은 삼국지에 나오는 ‘역적 동탁’에 빗댔습니다.

필리버스터의 본질은 다수당이 추진하는 법안을 소수당이 무제한 토론이라는 방식으로 막는 동시에 법안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설득시키는 기능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는 보는 내내 국회에서 벌어지는 여야 싸움의 연장선으로만 보였습니다.

장시간 토론을 지켜봤지만, 귀에 들어오거나 공감할 수 있는 선거법 반대 논리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가장 짧게 발언한 유민봉 의원의 파워포인트 화면과 마지막에 외친 ‘메리크리스마스’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민주당이 소집요구한 새 회기의 임시국회가 26일 오후 2시로 예정돼 있습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선거법은 필리버스터가 불가능하지만 공수처법이 상정될 경우 자유한국당이 다시 필리버스터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제출했습니다. 만약 26일 본회의가 열리면 탄핵소추안을 표결해야 합니다. 민주당이 휴식 등을 이유로 하루 쉬고 27일에 본회의를 열 수도 있습니다.

2019년이 끝나기 전에 패스트트랙 법안과 유치원3법 등 남아 있는 민생법안이 모두 처리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입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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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올해의 인물] 세상을 바꾸는 엄마들 - 선한 사람들의 연결

용균 엄마 김미숙, 하준 엄마 고유미, 민식 엄마 박초희, 태호 엄마 이소현, 해인 엄마 고은미

19.12.26 07:31l최종 업데이트 19.12.26 08:25l

 

 <오마이뉴스>가 선정한 2019 올해의 인물 '세상을 바꾸는 엄마들'  
(왼쪽부터) 태호 엄마 이소현, 해인 엄마 고은미, 용균 엄마 김미숙, 하준 엄마 고유미, 민식 엄마 박초희.
<오마이뉴스>가 선정한 2019 올해의 인물 '세상을 바꾸는 엄마들' (왼쪽부터) 태호 엄마 이소현, 해인 엄마 고은미, 용균 엄마 김미숙, 하준 엄마 고유미, 민식 엄마 박초희.ⓒ 이희훈

지난 13일 오전 11시, 서울 홍대 부근 한 스튜디오에 다섯 엄마들이 모였다. 용균 엄마 김미숙씨, 하준 엄마 고유미씨, 민식 엄마 박초희씨, 태호 엄마 이소현씨, 해인 엄마 고은미씨. 다른 엄마들과 김미숙씨는 초면이었지만, 금세 친숙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모두 자식을 잃었다. 하지만 개인적 실의에만 빠져있지 않고 밖으로 나와 외치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도 내 아이처럼 죽게 놔둘 거냐고. 이제 그만 할 때가 되지 않았냐고. 사회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던 세상은, 조금씩, 정말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하나 둘 조명이 켜지고 촬영이 시작됐다. 난생 처음 겪는 자리. 특별히 요청하지도, 서로 약속하지도 않았는데, 공교롭게도 드레스코드는 모두 검정이다.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엄마들과 사진기자 모두에게 어색한 상황이 잠시 흐르는가 싶더니, 갑자기 태호 엄마 이소현씨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올라온 것일까.
 
저마다의 응어리를 간직한 채 세상을 바꾸는 엄마들. <오마이뉴스>는 이들을 2019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 권우성

 
동지가 된 엄마
 
지난해 12월 10일 늦은 밤 스물넷 김용균의 비참한 죽음은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경북 구미에 살던 비정규직 엄마 김미숙씨의 삶을 바꿔놓았다. 용균씨 사망 며칠 후 원청 업체인 한국서부발전의 한 간부는 "(노동자가) 벨트가 있는 기계 안쪽으로 고개를 넣고 점검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매뉴얼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김용균씨가 시키지도 않은 무리한 행동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뜻이었다. 김미숙씨는 억울했다.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이태의 집행위원장은 "거기서부터 엄마 김미숙의 싸움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아들 김용균을 그가 일하는 공장에서 잃은 엄마 김미숙씨. 김미숙씨는 아들을 잃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김용균 재단을 세웠다.
비정규직 아들 김용균을 그가 일하는 공장에서 잃은 엄마 김미숙씨. 김미숙씨는 아들을 잃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김용균 재단을 세웠다. ⓒ 이희훈

 
김미숙씨는 아들의 빈소에서 아들의 동료들을 처음 봤다. 그는 "다들 용균이처럼 죽을까봐 겁이 나있는 모습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들이 아들처럼 죽지 않을 방법을 생각했다. 그가 28년 동안 잠들어 있던 산업안전보건법에 집중한 이유다. 김미숙씨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도급 제한' 등이 포함되어 있기에, 이 법이 통과되면 아들과 같은 죽음이 없어질 거라 믿고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27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세상은 이 법안을 '김용균법'이라 부른다.
 
지난 8월 19일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김용균 특조위)는 약 4개월의 조사 끝에 진상조사 결과와 권고안 22개를 발표한다. 권영국 특조위원은 "김용균은 작업지시를 다 지키다 죽은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맨 앞에 앉아 발표를 지켜보던 김미숙씨는 오열했다. "이제야 우리 용균이가 자기 잘못으로 죽은 게 아니라 사회적인 구조 때문에 죽은 게 밝혀졌다"면서 "확실하게 누명을 벗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미숙씨는 여전히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이 앞장서 통과시켰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더 이상 '김용균법'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내년 1월 16일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정부 시행령을 거치며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도급 금지 업종이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 중 급성 독성, 피부 부식성 등이 있는 물질의 취급'으로 제한됐다. 산재사고율이 높은 조선과 철도, 건설업이 포함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들이 일하다 사망한 발전설비 분야도 제외됐다. 그렇다면 대체 왜 그렇게 이 법을 위해 그토록 뛰어다녔단 말인가.
 
지난 11월 11일, 김미숙씨는 두꺼운 검은색 패딩을 꺼내 입고 다시 서울 광화문광장에 섰다. 그의 뒤에는 아들 김용균의 분향소가 차려졌다. 마이크를 잡은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한 해에 2400여 명이 산재사고로 죽고 있는데, 특조위가 강조한 22개 권고사항 중 어느 것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국가와 정치인들이 노동자를 죽이는 기업들을 방관하고 눈감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왜 국민들이 일을 하면서 자신이 죽을 걸 걱정해야 하는 것인가."
 
 아들의 1주기 추모식에서 엄마는 울지 않았다. 그리고 견뎠다. 아들이 일했던 발전소에서 김미숙씨는  '남아 있는 아이들' 위한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분노가 차 올랐다.
아들의 1주기 추모식에서 엄마는 울지 않았다. 그리고 견뎠다. 아들이 일했던 발전소에서 김미숙씨는 '남아 있는 아이들' 위한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분노가 차 올랐다. ⓒ 이희훈
12월 10일 아들의1주년 기일에 김미숙씨는 울지 않았다. 대신 입을 굳게 다문 채 서산지청과 태안화력, 광화문에서 열린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기자가 "어떻게 눈물을 참은 것이냐"고 묻자 "아들이 죽고 일 년 동안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무엇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용균이 앞에 자신 있게 서고 싶었는데…"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 그는 광화문 광장에서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나는 더 이상 지켜보지 않을 거다. 권력 있고 힘 있는 사람들에게 눌려 살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들이 헛되이 죽지 않게 만들겠다. 더 이상 억울하게 죽는 노동자들이 없도록 하겠다." 현장에 모인 노동자들은 김미숙씨를 향해 "동지"라고 불렀다. 아들 김용균이 떠난 지 1년, 엄마 김미숙은 노동자들의 동지가 되었다.
 
'내 아이 살려달라'를 넘어서
  
 네 명의 엄마들은 세상을 떠난 아이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의 이름을 딴 '어린이보호법'을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네 명의 엄마들은 세상을 떠난 아이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의 이름을 딴 '어린이보호법'을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 이희훈

 
"의원님, 잘 부탁드립니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재 위로 정장 차림을 한 국회의원들이 걸어온다. 회의실 앞 복도에 서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엄마아빠들. 무표정한 금배지들의 말에 부모들은 깊은 한숨을 쉬었고, 투박한 손으로 머리를 감쌌고, 때로는 분노가 찬 눈물을 흘렸다.      

사랑하는아이들을 떠나보낸 후 이들은 긴 시간 집에서, 거리에서, 국회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2016년 4월 해인이가 경기도 용인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응급처치가 늦어 세상을 떠난 뒤부터, 2017년 10월 하준이가 서울랜드 동문주차장에서 경사로에 굴러 내려온 차량에 영문도 모른 채 치인 뒤부터, 2019년 5월 태호·유찬이가 인천 송도신도시의 한 사설 축구클럽 노란색 승합차에 탄 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뒤부터, 2019년 9월 민식이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제한속도를 벗어난 차에 사고를 당한 뒤부터.
    
 태호, 해인이, 민식 군 부모들이 2019년 11월 27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장 앞에서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을 붙잡고 어린이생명안전법의 신속한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
엄마들은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을 붙잡고 어린이생명안전법의 신속한 처리를 호소 했다. 하지만 외면 당했다. ⓒ 이희훈
아이들의 이름이 별칭으로 담긴 법안들이 하나둘씩 발의됐다. 사고는 순식간이었지만, 법안 통과는 더뎠다. 오랜 기다림 끝에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신호등·과속 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고, 하준이법은 경사가 있는 주차장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과 안내표지 등을 설치하는 것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나머지 해인이법(어린이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 한음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권칠승 민주당 의원 발의), 태호·유찬이법(도로교통법-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정미 정의당 의원 발의)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길게는 3년 전부터 시작된 싸움. 하나의 우주를 잃은 엄마들을 움직이게 만든 힘은 무엇이었을까? <오마이뉴스>와 만난 엄마들은 '떠난 아이들'과 '남은 아이들'을 언급했다.
 
"떠난 내 아이, 내 아이의 이름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어요. 그래서 포기할 수 없었어요." - 민식 엄마 박초희씨
"이 사회에 남은 아이들 때문에 계속 이 일을 하는 거예요. 기본적인 안전조차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서 어떻게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겠어요." - 하준 엄마 고유미씨
"제가 해인이랑 약속한 게 있어요. 세상을 떠나게 된 그 억울함을 풀어주겠다고요." - 해인 엄마 고은미씨
"처음에는 법안에 아이의 이름이 걸려 있어서 시작했는데, 겪어보니 마음이 바뀌더라고요. 이 사회의 문제다, 이 문제를 꼭 바꿔내야겠다고. 그렇게 버텼고 버텨요." - 태호 엄마 이소현씨
 
선한 사람들의 연결의 힘
  
 함께 손을 모은 이들의 공통점은 엄마다. 자식을 떠나 보낸 엄마 그리고 남은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또 희생하는 엄마다.
함께 손을 모은 이들의 공통점은 엄마다. 자식을 떠나 보낸 엄마 그리고 남은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또 희생하는 엄마다. ⓒ 이희훈

 
다시 지난 13일 사진 촬영 스튜디오 현장. 촬영 도중 김미숙씨와 다른 엄마들이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김미숙씨는 다른 엄마들의 전화번호를 자신의 휴대폰에 입력하면서, 한 명 한 명 얼굴 사진을 찍어 저장했다. 자신이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웃으면서. 또 하나의 '선한 사람들의 연결'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모든 일이 다 그렇다. 아무리 좋은 생각, 선한 의지가 있더라도, 혼자만으로는 이루기 힘들다. 지금은 '어린이 안전법'으로 자연스럽게 묶이는 엄마들도 처음부터 연결된 상태는 아니었다. 연결의 시작은 하준 엄마 고유미씨였다. 2017년 10월 하준이의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하는 날, 직원이 해준 "비슷한 사고로 온 아이가 있다"는 말로 인해 고유미씨와 해인 엄마 고은미씨는 연결된다. 약 1년 6개월 뒤인 올해 5월 태호-유찬이 사건이 보도되자 고유미씨는 태호 엄마 이소현씨를 인스타그램에서 찾아내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낸다. 가장 최근인 지난 9월 민식이 사건이 터지자 이번엔 태호 엄마 이소현씨가 민식 엄마 박초희씨에게 연락한다. 그렇게 하나씩 연결되어 오던 이들은 올해 10월경 유치원3법 활동을 열성적으로 벌이던 '정치하는 엄마들'과 집단적으로 연결되기에 이른다.
 
촬영 후반부, 다섯 엄마가 가까이 모여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고, 허리를 감싸고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촬영하는 상황이 됐다. 긴장이 조금 풀어지는 분위기. 누군가 나지막이 말했다. "아… 좋다…" 그래. 힘이 없는 사람일수록, 그래도 뭔가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일수록, 연결은 좋은 거다. 선한 사람들의 선한 연결로 세상은 조금씩 선하게 변해간다.
  
엄마들은 세상에 다시 나설 것이다. 선한 사람들의 연결의 힘을 믿으며. ★
   
 
사진 : 이희훈
영상 : 권우성
글 : 김지현 / 김종훈
 올해의 인물
올해의 인물ⓒ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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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 ‘20년지기 박문진 곁으로’ 아픈 몸에도 걷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성탄절

암투병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 영남대의료원 향해 180km 도보행진

이소희 기자 lsh04@vop.co.kr
발행 2019-12-25 22:39:54
수정 2019-12-25 22: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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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인 25일, 경남 밀양시 삼랑진역에서 도보행진을 시작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참가자들이 걸음을 떼고 있다. 김 지도위원은 지난 23일부터 부산에서 대구까지 100㎞가 넘는 거리를 도보로 걷겠다고 나섰다. 이는 대구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177일째 고공농성 중인 친구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을 돕기 위해서다. 2019.12.25
성탄절인 25일, 경남 밀양시 삼랑진역에서 도보행진을 시작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참가자들이 걸음을 떼고 있다. 김 지도위원은 지난 23일부터 부산에서 대구까지 100㎞가 넘는 거리를 도보로 걷겠다고 나섰다. 이는 대구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177일째 고공농성 중인 친구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을 돕기 위해서다. 2019.12.25ⓒ김철수 기자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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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말> 

지난 23일, 지난해부터 암 투병 중인 김진숙(59)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부산에서 대구까지 100km가 넘는 거리를 걷는다는 소식이 트위터를 통해 전해졌다. 그는 ‘노조 파괴 진상규명과 원직 복직’을 위해 170일 넘게 대구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고공농성 중인 동지 박문진(59)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다고 밝혔다.  

박 지도위원은 2006년 영남대의료원 주5일제 시행 등을 요구하며 사흘간 파업했다 이듬해 해고됐다. 함께 해고된 이들 중 7명이 법원 판결에 의해 복직됐지만, 박 지도위원을 포함한 3명은 구제받지 못했다. 그 사이 1000명에 육박했던 영남대의료원 지부 조합원은 70명으로 급감했다. 이들은 노조 원상회복, 해고자 복직을 위해 13년째 싸우고 있다.  

김 지도위원이 걷는다는 소식이 퍼지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김 지도위원을 아끼는 노동자 시민들, 박 지도위원의 투쟁 승리와 고공농성 종료를 기원하는 이들이 함께 걷기로 한 것이다. <민중의소리>도 크리스마스 하루 이들과 동행하기로 했다. 도보행진 참석자들은 25일 정오부터 네시간 반 동안 17km가 넘는 거리를 걸었다.  

햇살이 쏟아지는 경부선 삼랑진역 앞에 마흔 명 남짓한 이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다섯 살 아이부터 정년퇴직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었다. 간단한 준비운동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이들은 “영남원 해고자 원직복직”, “영남대의료원 노조탈퇴 원천무효” 문구가 쓰인 형광노랑빛 조끼를 입은 채, 걷기 시작했다.

행렬의 맨 앞엔 김진숙 지도위원과 심진호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장이 있었다. 뒤 따르는 사람들은 제각각 편한 속도대로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행렬엔 서울, 부산에서 온 노동자들과 대구에서 온 시민들이 뒤섞여 있었다. 휴일에 쉬고 싶은 마음을 이기고 나온 이들은 “김 지도위원이 걷는다기에 마음에 걸려서 나왔다”. “박 지도위원의 고공농성을 끝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성탄절인 25일.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역에서 출발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참가자들이 보도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 23일부터 부산에서 대구까지 약 100㎞에 이르는 도보에 나섰다. 이는 대구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177일째 고공농성 중인 친구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을 돕기 위해서다. 2019.12.25
성탄절인 25일.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역에서 출발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참가자들이 보도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 23일부터 부산에서 대구까지 약 100㎞에 이르는 도보에 나섰다. 이는 대구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177일째 고공농성 중인 친구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을 돕기 위해서다. 2019.12.25ⓒ김철수 기자
성탄절인 25일.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역에서 출발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참가자들이 보도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 23일부터 부산에서 대구까지 약 100㎞에 이르는 도보에 나섰다. 이는 대구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177일째 고공농성 중인 친구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을 돕기 위해서다. 2019.12.25
성탄절인 25일.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역에서 출발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참가자들이 보도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 23일부터 부산에서 대구까지 약 100㎞에 이르는 도보에 나섰다. 이는 대구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177일째 고공농성 중인 친구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을 돕기 위해서다. 2019.12.25ⓒ김철수 기자

대구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한다는 장명숙 씨는 친구와 함께 왔다. 그는 “박 지도위원하고는 알고 지내는 사이다. 고공농성이 벌써 178일째인데 해줄 게 없어서 걷기라도 같이 하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라는 그는 “오늘날 예수님께서 살아계셨다면 어찌하셨을까 생각했다. 크리스마스에 이 땅에 살아있는 예수인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부산본부 조합원 8명도 이날 도보행진에 참여했다. 이들은 ‘영남대의료원 노조 원직복직’ ‘박문진 동지 힘내소’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만들어왔다. 문구 사이사이엔 손으로 그린 ♡마크가 오밀조밀하게 들어차 있어 미소를 자아냈다.  

이명위 부산본부 조직국장은 “박 지도위원이 한여름에 올라갔는데 한겨울이 됐다. 며칠 후엔 해가 바뀐다”라며 “정치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진 않지만, 마음만 먹으면 해결 위해 나설 수도 있지 않냐.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정부가 좀 귀기울여 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차헌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아침에 눈을 뜨니 와야겠단 생각에 그냥 달려왔다”면서 “도보행진으로 연대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우리 노조도 많은 연대를 받고 있다. 그 연대를 돌려드리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지도위원이 참 훌륭하다. 유명한 분이지만 출세길을 찾지 않고 노동자들 곁에 계신다. 그를 따라 걷는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차해도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은 “김 지도위원이 걷는다길래 나왔다. 수십년 함께 해왔다. 이 도보행진도 끝나는 날까지 함께 할 것”이라며 “김 지도위원이 투병 중에 이 정도라도 기력을 차리고 사람도 만나고 활동한다니 다행스럽다. 이번을 기회로 툭툭털고 나와서 활동도 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성탄절인 25일.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역에서 출발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참가자들이 보도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 23일부터 부산에서 대구까지 약 100㎞에 이르는 도보에 나섰다. <br
성탄절인 25일.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역에서 출발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참가자들이 보도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 23일부터 부산에서 대구까지 약 100㎞에 이르는 도보에 나섰다. ⓒ김철수 기자
성탄절인 25일.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역에서 출발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참가자들이 보도행진 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 23일부터 부산에서 대구까지 약 100㎞에 이르는 도보에 나섰다. <br
성탄절인 25일.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역에서 출발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참가자들이 보도행진 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 23일부터 부산에서 대구까지 약 100㎞에 이르는 도보에 나섰다. ⓒ김철수 기자

도보행진 참가자들은 차분히 걸어 삼랑진읍 송지시장을 지나고, 미전천변을 걸었다. 한 시간에 한 번 쯤은 걸음을 멈추고 지친 다리를 쉬었다. 준비해 온 물을 마시고 삶은 계란, 떡과 과일을 나누었다. 피곤하기도 할테지만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날 만난 김 지도위원은 조금 창백했지만 강건한 모습이었다. 그는 도보행진 동안 지치지 않고 사람들 사이를 누비며 뚜벅뚜벅 걸었다. 지인들과 수다도 떨고 웃기도 했다. 쉴 때는 여러 사람과 함께 사진도 찍고, 자신이 만든 ‘박문진 힘내라’ 부채를 손에 든 채 촬영을 부탁하기도 했다. 완쾌된 것은 아니어 보였지만, 우리들 마음속 ‘소금꽃나무’는 여전한 모습이었다.

근황을 묻자 그는 “아팠다”고 말했다. 항암치료 이후 체력이 떨어지고 머리카락도 빠지고, 최근에는 황달에 관절염까지 겪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왜 부산부터 대구까지 걷기로 했는지 묻자, “박문진을 너무 잘 아니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답했다.  

성탄절인 25일.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역에서 출발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보도행진 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 23일부터 부산에서 대구까지 약 100㎞에 이르는 도보에 나섰다. <br
성탄절인 25일.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역에서 출발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보도행진 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 23일부터 부산에서 대구까지 약 100㎞에 이르는 도보에 나섰다. ⓒ김철수 기자
8월 박문진(58)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과 박문진(58)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이 대구시 남구에 있는 영남대의료원 본관 70m 옥상에서 농성하고 있는 모습
8월 박문진(58)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과 박문진(58)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이 대구시 남구에 있는 영남대의료원 본관 70m 옥상에서 농성하고 있는 모습ⓒ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제공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로서, 친구로서 두 사람은 20여 년의 세월을 함께 지내왔다.

김 지도위원에 따르면, 두 사람은 1996년 부산 병원노조 투쟁현장에서 마주쳐 알게 됐고 동년배라 친해졌다고 한다. 1997년~1998년엔 함께 45일간 인도, 네팔 여행을 다니며 무척 싸웠지만 여전히 친구라고 했다. 김 지도위원은 우스갯소리를 섞어 “친구가 없으니 아쉽더라고. 현장 돌아다니다 보면 또 만나게 되니 그렇게 싸웠던 걸 잊고 다시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가자’고 했지”라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해고의 아픔, 고공농성의 아픔을 안다.  

김 지도위원은 “제가 해고자니 해고자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저는 영남대의료원 민주노조의 과거를 아는 사람이다. 1천명이 넘는 조합원이 있었고 투쟁의 열기가 대단했었는데, 지금은 조합원이 100명도 안 되게 줄었다. 13년 간 그걸 모두 지켜본 박문진은 어떤 마음이었겠나. 저도 2011년 이후 한진중공업에 복수노조 만들어져서 그런 과정들을 겪어봤다. 이심전심으로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김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 올라 309일 고공농성하는 동안 박 지도위원은 수 차례 현장을 찾았다고 한다. 박 지도위원은 왔다는 말도 없이 크레인 밑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켰고, 김 지도위원은 사진에서 친구의 모습을 확인하고 왔다는 걸 알 정도였다고 한다. 참으로 ‘COOL’하지만 ‘질긴’ 사이다.

김 지도위원에게 이번 도보 행진으로 ‘친구에게 마음의 빚을 갚는 것이냐’고 묻자, “그런 셈이 됐다”고 답했다. 그는 박 지도위원의 고공농성이 100일을 넘은 두 달 전쯤부터 싸움이 길어지겠다는 생각에 도보행진 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걷는 구간을 조금씩 늘리며 연습을 했고, 다리 근육을 키우기 위해 운동도 했다고 말했다. 출발 며칠 전쯤엔 ‘이젠 걸을 수 있겠다’ 싶었고, 그래서 길을 나섰다고 밝혔다.  

성탄절인 25일.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역에서 출발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보도행진 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 23일부터 부산에서 대구까지 약 100㎞에 이르는 도보에 나섰다. <br
성탄절인 25일.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역에서 출발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보도행진 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 23일부터 부산에서 대구까지 약 100㎞에 이르는 도보에 나섰다. ⓒ김철수 기자

‘박 지도위원을 응원하는 많은 방법 중, 왜 걷는 일을 선택했냐’고 묻자, 김 지도위원은 “쌍용차 동지들을 보고 그런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2011년 7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경기도 평택에서 출발해 부산까지 총 400Km에 달하는 도보행진을 했다. 한진중공업 보다 먼저 정리해고의 고통을 겪은 이들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길을 나선 것이다. 당시 쌍용차 노동자들이 대구를 지나 부산으로 갈 때 박 지도위원도 동참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김 지도위원은 당시 그 일이 “제일 감동이었다”라며, 크레인 위에서 트위터를 통해 물집 잡힌 발 사진, 비맞으며 걷는 사진을 보면서 “쌍용차 동지들의 마음이 어땠는지 알겠더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나도 그런 마음이다. 사실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다. 그래서 천천히 친구를 향해 걸어가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24일, 쌍용차 사측은 마지막으로 복직해야 하는 무급휴직자 47명에게 ‘기한없이 휴직을 연장한다’고 통보했다. 이 소식을 들은 김 지도위원은 “너무 열이 받는다. 내가 원래 욕 안하고 정말 점잖은 사람인데 참을 수 없다. 그 자본가들은 개새끼들이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더 버텨야 되는 시간이다. 우리 몸도 마음도 망가지지 말고. 잘 버티자. 파이팅!”이라며 응원의 마음을 보냈다.  

15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열린 쌍용차 투쟁 2000일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쌍용차 김득중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15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열린 쌍용차 투쟁 2000일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쌍용차 김득중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김 지도위원은 도보행진을 통한 ‘연대’가 박 지도위원에게 힘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연대보다 큰 힘이 어디 있겠냐?”라며 “2011년 저도 농성 158일차에 희망버스가 오기 전엔 거의 보도가 안 됐었다. 투쟁하는 조합원들끼리 말라죽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김여진과 날라리 외부세력이 오고 희망버스가 왔다 가니 정치권도 관심을 가지고 청문회, 국정감사를 거치며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보행진을 하다 보면 사회와 언론에서 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그러면 중단돼 있는 사측과의 협상도 진척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긴 도보행진 끝에 영남대의료원에서 박 지도위원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김 지도위원은 “하긴 무슨 말을 해, 건물 밑에서 얼굴이나 보고 ‘나 간다’하고 와야지”하더니, “아! 신발도 한 켤레 사달라고 할 것이다”라며 빙그레 웃었다. 그는 “우리가 막상 만나면 그렇게 친하지는 않아. 문규현 신부님하고 문정현 신부님이 같이 앉으셔서 ‘우리 별로 안 친해’ 하시는 거랑 비슷하다”고 해 기자의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  

참가자들은 밀양강변을 따라 밀양시내까지 긴 강둑길을 두 시간 넘게 걸었다. 오후 3시 40분쯤 강둑길에 멈춰선 이들은 다시 휴식을 취했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이 되더니 원형으로 둘러서서 몸풀기 운동에 나섰다. 진행자는 ‘이런 만남 처음이야’란 구호를 외치며, “걸으면서 느낀 느낌을 몸으로 표현하자”고 제안했다. 참가자들은 손을 높이 올리고 발을 차고 회전을 하는 등 각자 방식으로 마음을 드러냈다. 김 지도위원도 흥겨워하며 동참하는 모습이었다.

정오에 시작한 도보 행진은 4시간 30분이 지난 해저물녘 밀양역 광장에서 끝났다. 김 지도위원은 3일차 도보를 완주한 소감을 묻자 “참, 멀다. 영남대의료원이 밀양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행진 참가자들은 기념사진을 찍으며 성취감과 연대의 기쁨을 나눴다. 끝으로 “박문진 동지, 힘내소!”, “영남대의료원노조, 힘내소!”를 광장에 울려퍼지도록 크게 외쳤다.

성탄절인 25일, 경남 밀양시 삼랑진역에서 도보행진을 시작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참가자들이 밀양역에 도착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2019.12.25
성탄절인 25일, 경남 밀양시 삼랑진역에서 도보행진을 시작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참가자들이 밀양역에 도착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2019.12.25ⓒ민중의소리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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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원리주에 빠진 한일 정부, 실속없는 싸움만"

전문가들, '대법원 판결'과 '청구권 협정' 사이 타협점 찾아야
 
 
한일 정상회담과 일본의 수출통제 품목 일부 완화 조치 등으로 한일 관계가 개선 국면에 들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른바 '문희상 안'을 한일 양측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일본 내 대표적인 한국 전문가로 불리는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17일 '한일 기자 교류 프로그램'으로 도쿄를 방문한 한국 외교부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징용공 문제에 대한 괴리가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좀 더 타협되지 않는 한 한일 관계가 풀리는 게 어렵지 않겠나"라며 문희상 국회의장이 발의한 법안을 언급했다.

기미야 교수는 "해당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 조치가 되면 이건 일본 기업이 피해를 입는 것이고, 그것에 대해서는 일본이 대항조치를 할 거라고 본다. 일본이 한국 산업과 경제에 가시적인 피해가 있도록 하는 선택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만일 그렇게 되면 한국에서 가만히 있을리 없고, (한일 양국이) 서로 보복하면서 경제 전쟁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위험성도 좀 있다고 본다. 이건 서로에게 엄청난 상처를 줄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 기업에 대한) 현금화 조치는 무기한 연기를 할 수 있게끔 하거나 당장 완전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더라도 파국을 면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미야 교수는 "(한국의) 대법원 판결도,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도 존중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있다. 그런데 지불 주체가 반드시 일본 기업이어야 한다는 건 달리 해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불주체가 반드시 일본 기업이 아니라 재단 등으로 유연하게 만들 수 있고, 거기서 관련 한국 기업이나 일본 기업의 출자가 있어도 된다고 본다"며 "물론 (출자 금액이) 얼마나 모아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게 판결과 협정을 양립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지난 17일 한국 외교부 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학대학원 교수 ⓒ외교부 공동취재단


기미야 교수는 한국 정부가 삼권분립을 이야기하며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 "판결을 그대로 반영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판결의 핵심을 잘 살리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며 "그런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왜 좀 더 앞서서 해결책을 찾지 않았느냐는 부분이 좀 불만스럽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법 판단에 개입할 수 없다? 그럼 문 의장도 삼권분립을 어기는 셈인가?"라며 "일본 정부 입장은 아예 협정이 끝났다는 것이기 때문에 판결과 협정을 양립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내야 하는 주체는 한국 정부밖에 없다"면서 한국 정부가 책임을 가지고 대법원 판결을 이행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희상 안‘에 대한 일본 내 평가는 어떠냐는 질문에 기미야 교수는 "한국 사회가 적극 관여하고, 괜찮다고 하면 일본에서는 100%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이 아닌가, 그 정도라고 본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10여 년 한국에서 취재활동을 했던 사와다 가츠미 <마이니치신문> 외신부장은 19일 외교부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 내에서는 일단은 안(문희상 안)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없는데 '진짜 되는거야?'라고 의심하는 분위기는 있다"고 전했다.

'실속 없는 싸움' 벌인 한일, 관계 봉합할 수 있나  

기미야 교수는 지난 7월 전격적으로 발표된 일본의 수출 통제 조치와 이에 따른 한국의 지소미아(GSOMIA, 한일 군사 정보 보호 협정) 종료 결정 등 일련의 한일 정부 간 움직임에 대해 "한일 모두에게 불이익"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소미아 파기는 일본에 대항해 (일본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없다. 일본은 (지소미아가) 있으면 아주 좋은 것이지만 없어도 할 수 없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왜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라는 빗나간 선택을 했는지는 조금 의아하다"고 말했다.

기미야 교수는 일본이 조치 역시 문제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징용공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에 뭔가 좀 해야겠다는 것으로 수출 관리 재검토 조치를 내렸는데 결과적으로 아주 역효과를 가져왔다. 그것 때문에 한일 경제에서 피해를 보는 건 한국보다 일본"이라고 지적했다.  

기미야 교수는 "일본 관광업은 한국 관광객에 너무 의존했기 때문에 어려워졌고 일본산 맥주 소비 등도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한국의 (일본산) 반도체 부품 수입이 안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수출 통제 조치는 일본 정부가) 징용공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의 타협을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보지만 실패했던 조치"라고 꼬집었다.  

사와다 외신부장 역시 일본의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해 "바보 같은 것"이라며 "실효성이 없고 일본에게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한국 반도체 사업에 영향을 주면 일본이 다른 나라로부터 비판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 19일 도쿄에서 한국 외교부 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진 사와다 가츠미 <마이니치신문> 외신부장 ⓒ외교부 공동취재단


그는 실제 일본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분석되고 있냐는 질문에 "수출 업체들은 수출이 지연됐으니 그 부분에서 피해를 본다. 또 지방 관광업체는 영향을 받는다"라며 "물론 일본 경제 전체로 보면 크지 않지만 여러 기업이나 당사자들은 힘들다"고 답했다.

이처럼 한일 양측이 출혈을 감수하며 외교전을 벌였지만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지난 10월 24일 이낙연 총리가 일본에 방문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달라졌다. 기미야 교수는 "이낙연 총리가 한국 정부가 청구권 협정을 존중하겠다는 말을 했는데 여기에 일본 정부가 안심을 했다"며 "일본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1965년 (청구권 협정) 틀을 벗어나려는 것 아니냐는 경계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양측이 갈등을 수습하려는 배경에 대해 "2019년 들어서 북미, 남북 관계가 불투명해지면서 한국이 외교적으로 어려운 처지가 됐다. 여기에 한일관계까지 악화되면 한국 외교가 다뤄야 하는 문제가 너무 커진다고 보고 (한일관계를) 이대로 방치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또 일본 정부도 북핵 문제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일관계가 이대로 가면 안된다는 생각이 공유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미야 교수는 양국관계가 쉽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일 정부 모두 관계가 안좋은 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조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문재인 정부가 내년 4월 총선까지 일본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19일 기자단과 만난 이종원 와세다대학대학원 교수는 한일 양측 정부가 "역사 원리주의"에 빠져 있어 강제 동원 문제에서 입장 차를 좁히는 것이 쉽지 않다고 예측했다. 한일 양측 모두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각자의 입장에서 물러설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한일 갈등을) 봉합하려면 일본도 약간의 양보를 해야 한다. 징용 문제 자체의 기술적인 처리는 지혜를 내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문제는 아베 총리는 '우리는 1mm(밀리미터)도 못 움직인다'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한일관계를 봉합하려는 의지가 어느 정도 있는지 모르겠다"며 "한국은 민주화, 일본은 지정학적 변화에 따른 보수화와 (역사) 수정주의가 생기면서 구조적인 골이 깊어졌다"고 진단했다.  
 

▲ 19일 도쿄에서 한국 외교부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진 이종원 와세다대학대학원 교수 ⓒ외교부 공동취재단


일각에서는 향후 일본의 욱일기 문제가 한일 간 갈등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사와다 외신부장은 지난 6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욱일기는 증오의 깃발이라는 내용의 트위터를 게시한 것과 관련 "왜 그런 바보같은 짓을 하는지"라며 "서경덕 교수 같은 분이 하는 것과 한국 정부가 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는 "욱일기 같은 것은 (일본의) 보통 사람들은 신경 안쓴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욱일기에 대해 언급하니까 문제를 삼으려고 하는 걸로 (일본에서는)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와다 부장은 지난해 제주도 국제관함식에서 욱일기 문제로 일본 측이 불참한 사안을 언급하며 최근 한일 간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에 대해 "일본 사람들은 '요즘따라 왜 이렇게 시끄럽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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