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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군사적 대책' 논의, '새로운 길' 터닦기?

北 "국가방위사업 결정적 개선 중요한 문제 토의"
2019.12.22 14:02:01
 

 

 

 

북한이 이달 말 당 전원회의 개최를 앞두고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국방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2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며 "국가방위사업 전반에서 결정적 개선을 가져오기 위한 중요한 문제들과 자위적 국방력을 계속 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적인 문제들이 토의되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이날 "조성된 복잡한 대내외 형편에 대하여 분석통보"했다며 "정세변화 흐름과 우리 혁명 발전의 관건적 시기의 요구에 맞게 인민군대를 비롯한 나라의 전반적 무장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조직 정치적 대책들과 군사적 대책들을 토의·결정하며 조직문제를 취급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통신은 이번 회의에서 "당의 군사 전략적 기도에 맞게 새로운 부대들을 조직하거나 확대 개편하는 문제, 일부 부대들을 소속 변경시키는 문제와 부대 배치를 변경시키는 중요한 군사적 문제와 대책들이 토의결정되었다"고 덧붙였다.  
 

▲ 22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날 회의에서 북한은 국방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긴 했으나 그 구체적인 모습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북한이 이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전략적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힌 것으로 미뤄보아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과 관련한 결정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초대형 방사포와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등 북한이 올해 시험한 무기들의 상용화 과정에서 필요한 군 조직 개편논의가 이뤄졌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세부 내용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북한이 전원회의를 앞두고 군사위원회를 개최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공언했던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군사적 정비 작업으로 해석되는 측면도 있다.  

또 지난해 5월 열린 당 군사위원회 회의의 경우 한 달 전인 4월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결정을 이행하는 차원이었지만 이번 회의는 전원회의에 앞서서 열렸다는 점도 군사적 부문에서 준비 사항을 점검하기 위해 회의를 개최한 것 아니냐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이번 회의 결과 보도에서 미국이나 국제사회에 대한 적대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나름의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하고 미국이 지속적으로 북한과 대화를 요구하는 등 외교적 해결의 동력이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에, 향후 미국과 국제사회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군사적 행동 및 구체적인 대외정책 방향을 언급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당장 북한이 한일중 정상회의가 있는 크리스마스 직전에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발사하거나 위성 발사 등의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미 간 대화 테이블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입장 차가 크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북한의 '새로운 길'을 향한 움직임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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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은 발포명령, 이순자는 돈에 민감했다

등록 :2019-12-22 09:05수정 :2019-12-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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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인터뷰
전두환 추적자 임한솔

세금체납 문제제기에서 시작된
전두환 추적 10개월여 만에
골프장, 12·12 오찬 영상 공개

얻어맞고 입도 틀어막혔지만
온전한 진상규명과 처벌 때까지
전두환 추적은 계속될 것이다
지난 11월7일 강원도 홍천 한 골프장에서 전두환씨가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임 부대표 제공
지난 11월7일 강원도 홍천 한 골프장에서 전두환씨가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임 부대표 제공
 
“전두환씨에게 명함 줬는데, 연락 왔어요?”라고 물었더니 “진짜 연락을 꼭 좀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씨와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임한솔(38) 정의당 부대표를 지난 18일 서울시 서대문구의회에서 만났다. 그가 구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곳이다. 임 부대표는 지난달 7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강원도 홍천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는 모습을, 12·12 쿠데타 40년 당일에는 서울 강남의 한 중식당에서 호화 오찬을 하는 모습을 촬영해 잇따라 공개했다.

 

그가 전씨와 마주한 두 번의 시간은 짧았지만, 마주하기까지는 길었고, 마주한 뒤 파장은 컸다.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전씨를 강제구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임 부대표가 ‘전두환 추적자’가 된 이유는 뭘까? 아울러 서른여덟 나이에 15년의 정당 정치 경력을 가진 ‘청년 정치인’이 바라는 정치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골프회동과 12·12 오찬 모습을 잇달아 포착한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의회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골프회동과 12·12 오찬 모습을 잇달아 포착한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의회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0개월 넘게 추적했다고 들었어요. 지난 11월7일 전씨가 오전 9시23분께 집을 나와 오전 11시45분께 강원 홍천 ㄱ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시작했다고 밝혔는데, 어떻게 알고 잠복을 했나요. ‘영업 비밀’이 궁금해요(웃음).

 

“ㄱ골프장에서 주기적으로 골프를 친다는 정보가 있었어요. 매월 특정일 당일과 전후로 몇차례 잠복을 해봤는데, 잘 포착되지 않았어요. 어떤 날은 벌써 떠났나 싶기도 하고, 새벽부터 지키고 있는데 오후에 가나 싶은 날도 있고…. 전씨 동선의 패턴을 어느 정도 그려갈 무렵에 광주 재판이 시작됐는데, 그 전후로 동선과 날짜를 바꾸었는지 오리무중이 됐어요. 자중한 건 아닌 것 같아요. 겪어보니 ‘너희가 뭐라고 떠들든 내는 내다’, 이런 스타일이더라고요.”

 

―그날은 정확하게 포착을 했어요.

 

“전씨가 바깥출입을 할 때 이런저런 제보가 들어와요. 전씨 차량이 대형 에쿠스 리무진이고 경호차가 따라붙으니 아무래도 눈에 띄거든요. 전날부터 뭐랄까, 이날이다 싶어 새벽부터 대기했죠.”

 

―영상 촬영자가 따로 있고, 준비도 치밀하게 한 것 같아요.

 

“골프를 쳐본 적도 없는데, 사전답사를 몇번 갔어요. 퍼블릭 골프장인데, 그 드넓은 곳에 코스도 여러 개여서 어느 코스를 돌지 알 수가 없었어요. 골프장 특성을 파악하고 골프 전문가한테 조언도 구해 전씨가 칠 코스를 예측했죠. 그날 산도 하나 넘었어요(웃음).”

 

골프 장면 포착은 사실 전씨의 체납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비롯됐다. 임 부대표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서대문구의원에 당선된 뒤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 전씨에 대한 추적을 시작했다. 1000억원 넘는 추징금 미납 말고도, 지방세 체납액(9억7800만원)이 수년째 서대문구 1위였다. “구청이 취한 행정조처가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보통사람은 1억원만 체납해도 가택수색을 해서 압류하는데 말이죠. 구에 문의했더니 ‘하긴 해야 하는데요…’라는 식이었어요.”

 

그는 서대문구와 서울시에 여러차례 공문을 보내 압박을 가했다. 그해 11월26일 서울시 38세금징수과 기동팀이 ‘체납 해소를 독려하러’ 전씨 집을 방문했지만, ‘알츠하이머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비서관 말에 철수했다. “도무지 용납할 수 없었던” 그는 구의회 등을 통해 이를 공론화했고, ‘빈손 철수’가 12월6일 밤부터 보도됐다. 그리고 제보가 들어왔다. “12월6일에 전두환이 골프 치는 걸 봤다”는 거였다. 전씨가 재판 출석을 거부할 무렵인 그해 여름과 12월6일 골프를 치는 장면이 목격됐다는 <한겨레> 보도(1월17일치)와도 일치한다. 임 부대표는 “반드시 현장을 포착해 공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골프장에서 전씨 일행한테 맞기도 했다면서요.

 

“너무 일찍 따라붙으면 눈치를 챌까 봐 1번홀 다 치고 2번홀에서 드라이버샷 하는 걸 보고 다가갔죠. 카메라를 여러 대 들고 갔어요. 하나 뺏기면 다른 거로 찍으려고요. 그런데 가장 비싼 걸 빼앗아 집어 던지더라고요. 저희 일행이 다 맞았는데, 다행히 골프채 헤드가 아니라 손잡이로 때렸어요(웃음).”

 

―이순자씨한테 욕도 많이 먹었다고요.

 

“골프장 회장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손님으로 모신 분이야’라고 하기에 ‘그러면 이용요금은 받으셨냐’고 물었거든요. 그걸 들은 이씨가 갑자기 고성을 지르고 욕을 했어요. 입이 걸더라고요. ‘○○○야, 꺼져’ 등등…. 이씨가 제일 민감해하는 게 돈인 것 같아요. 서울시 가택수색(지난해 12월20일) 때 상황을 전해 들었는데, 전씨는 방문을 탁 닫고 들어가고, 이씨는 세금 낼 돈 없다면서 길길이 소리를 질렀대요. 골프장에서도 돈 얘기 나오니까 욕을 하고, 참 저열하다고 느꼈어요.”

 

―이씨한테는 ‘알토란 같은 돈’이잖아요.

 

“이씨는 가택수색을 당한 게 분했는지 그 직후 1월1일에 유튜브 매체에 직접 출연했는데, 거기서 ‘남편은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망언을 해요. 제가 일정 부분 도의적 책임이 있는 게 아닌가 싶기까지 해요.”

 

망언은 골프장 영상에도 나온다. 임 부대표가 광주학살 책임을 묻자 전씨는 “광주하고 내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광주학살에 대해 책임 없어” “나는 광주시민 학살하고 관계없어”라고 거듭 말한다. 임 부대표는 전씨가 ‘발포 명령’에 대한 질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느꼈다. “저한테 ‘뭐야, 인마’ 그러다가 발포 명령 했냐고 물으니까 ‘발포 명령 위치에 있지도 않은데, 명령권이 없는데’라면서 길게 항변을 하잖아요. 그러다 ‘너 군대 갔나 왔냐’ 묻고요. 4·19 때 발포 명령을 한 최인규 내무장관이 사형을 당했는데, 그래서 두려움이 있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전씨는 발포 명령, 이씨는 돈에 민감하다는 말이네요. 전씨한테 명함도 주셨는데, 잘 갖고 있을까요?(웃음)

 

“연락을 꼭 줬으면 좋겠어요.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얘기 나누고 싶어요. 왜 그러시냐, 노태우씨를 봐라, 어찌 됐든 광주에 사죄하고, 추징금도 다 내고 조용히 지내는데, 당신도 그럴 기회가 있다, 이렇게 권유하게요. 단 한마디라도 5·18에 대한 사죄를 끌어내면 더없이 좋을 텐데 그걸 기대하기는…. 끝까지 발뺌할 스타일이에요. 노태우씨 아들이 올해 광주에 두 번 갔고, 부인 김옥숙씨도 1988년에 망월동 묘역을 참배했는데, 진심 여부를 떠나 전씨와는 상반된 모습이죠.”

 

―식당 오찬은 12·12 쿠데타 날짜에 착안해 포착한 건가요?

 

“네. 설마 이날은 집에 있겠지 싶으면서도 혹시나 싶어 대기했는데, 가까운 데도 아니고 강남으로 넘어가더라고요.”

 

이날 역시 전씨 집에서 강남구 압구정동 중식당까지 따라붙었다. 골프장처럼 트인 공간이 아니어서 영상을 찍는 데 애를 많이 먹었다(이 ‘영업 비밀’은 자세히 밝히기 어렵다). 가장 싼 8만원짜리 단품 요리를 주문해 먹으며 2시간 넘게 전씨 일행을 기다렸다.

 

―전씨가 2층에서 계단을 걸어 내려왔는데, 여성 일행이 임 부대표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죠. 그때 심경이 어땠나요?

 

“골프장에서는 맞으면서도 웬만큼 할 얘기를 다 했는데, 입을 틀어막는 바람에 첫 문장도 제대로 못 끝냈어요. 전씨는 그사이에 급히 차를 타고 가버리고….”

 

―입을 틀어막고도 ‘12·12 쿠데타 기념 오찬’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쏟아지자 전씨 쪽 민정기 전 비서관이 ‘우연히 정해진 친분 모임 날짜’라는 장문의 ‘보도참고자료’를 냈죠.

 

“네. 나흘 뒤 예정돼 있던 재판에 안 나간다고 했죠. 재판에서 대중에 공개되는 걸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것 같은데, 국민들이 분노할 모습이 두 번이나 포착됐으니 강제구인 될까 봐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착한 알츠하이머’라니, 기가 막혀요.”

 

전씨 쪽은 A4용지 3쪽이 넘는 자료를 통해 재판 불출석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포기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씨는 “알츠하이머를 초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한 덕에 행동장애나 우울증, 공격성 행동, 환각 등의 중증 증세를 보이지 않는 ‘착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했다.

 

―이런 대목도 있어요. “(전씨는) 치료가 어려운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보다 아내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가슴 아파하고 절망한다.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깊은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불행에 대해,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모진 말을 입에 올리지는 말아야 한다.”

 

“자기가 피눈물 나게 만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참, 기가 막히죠.”

 

―‘서대문 주민 31만명을 잘 모시겠다고 말씀드렸지만, 딱 한 명 전두환씨는 그렇게 못하겠다’고 한 걸 봤어요. 집요한 추적 이유는 뭔가요.

 

“전 대전 출신인데, 예상대로 ‘너 전라도지’라는 악플이 많아요. 5·18은 광주만의 과거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죠. 하지만 최종적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고요. 전씨가 살아생전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역사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다고 생각해요. 특히 5·18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뒤집으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잖아요. 일베뿐 아니라 자유한국당 이종명·김순례 의원이 공공연히 폭동 운운하고요. 이런 세력과 시도가 여전히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지난 12월1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식당에서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전두환씨에게 말을 걸고 있다. 임 부대표 제공
지난 12월1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식당에서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전두환씨에게 말을 걸고 있다. 임 부대표 제공

 

임 부대표는 2014년 지방선거 낙선, 2016년 보궐선거 낙선 등 3수 끝에 진보정당 처음으로 서대문구에서 구의원으로 당선됐다. “국회의원이든 구청장이든, 자기 지역구에 전씨가 사는데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어요. 오죽 답답하면 제가 나섰겠어요.” 인터뷰는 자연스레 ‘청년 정치’와 ‘진보 정치’로 이어졌다.

 

―나이에 비해 정당 생활을 오래 했어요. 국회 고령화, 청년세대를 선거 때만 들러리 세우는 식의 정치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하루 종일 얘기해야 할 것 같은데요(한숨)…. 저는 운이 좋은 케이스예요. 대학 졸업 직후 17대 국회 노회찬 의원실에서 일했고, 19대 국회 심상정 원내대표 공보비서를 했고요. 두 명의 걸출한 진보정치인 가까이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트레이닝 된 거죠. 지방선거 출마를 통해 지역정치도 경험했고요. 어느 당이든 이런 경험들이 제도화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독일 등 선진국처럼 10대 후반부터 자연스럽게 정당을 접하고, 정당 활동을 통해 정치인으로 훈련되는 시스템이 필요해요.”

 

―핀란드에서는 서른네살 여성 총리가 나왔죠.

 

“제가 구의원 선거에 처음 출마한 게 서른네살 때였는데(웃음)…. 우리는 청년세대가 정치권에 진입하는 데 아무런 기반을 제공하지 않고 있어요. 그걸 정당이 해야 하고, 진보정당인 정의당에서부터 활성화하는 데 제가 기여하고 싶어요.”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뭔가요?

 

“육아요(그는 6살·4살 두 아이의 아빠다). 죄의식을 느낄 정도로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고 있거든요.”

 

―전두환 추적은 계속하는 거죠?

 

“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921671.html?_fr=mt1#csidx6563746550a44a2ab131ae473b65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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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강도의 논리, 협상 마감 시한 없다?

‘2019년 12월 31일’은 명확하고도 분명한 북미협상 마감 시한이다.
  • 김광수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
  • 승인 2019.12.21 08:58
  • 댓글 1
▲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비건 대표는 말한다. “미국에 협상 마감 시한은 없다.(12.16)” 발언 취지로만 본다면 미국은 ‘북이 얘기해온 연말’이란 시한에 개의치 않으며 계속 협상해 나가고 싶다는 정도의 의미 같다. “우리는 시한 없다. 일하자”는 발언에서도 같은 속내가 읽혀진다.

하지만, 이 발언은 명명백백하게 틀렸다. 이유는 미국 자신은 갑(甲)이고, 북은 을(乙)이라는 인식과 비례되어져 이 인식은 결국 마감 시한 결정권은 오직 미국 자신에게만 있다는 오만함으로 연결되어져서 그렇다.

그래서 만약 이 논리를 북이 수용하게 된다면 북은 협상 종료될 때까지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 아무런 국가적 행위 없이 무조건적으로 인내하고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이 시한과 기간에 대한 보상은 누가 해줘야한단 말인가? 동등하지 않는 공정성이다.

시한이 있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지금의 문제, 즉 미국이 북의 요구인 ‘새로운 계산법’에 대해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시간의 문제라기보다는 자국이 처해있는 정치·군사적 및 정파적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한다면, 이는 미국이 풀어내어야 할 숙제이지 (이 숙제를) 자신들이 풀지 못한다 하여 그 책임 모두를 상대방인 북에게만 전가한다? 정직하지도 외교적이지도 않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협상을 계속 하겠다 면서도 미국은 북에게 줘야할 보상과 양보가 전혀 없다. 이른바 북은 미국과의 적대 관계개선을 위해 핵실험도, ICBM발사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도 단행하였지만, 이 선의에 대해 미국은 그 어떤 보상이나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명백한 미국의 대북제재결의 위반이다. 왜 미국의 대북제재결의 위반일까? 유엔결의안 2397호 28항(강조, 필자. 이 결의안에는 명백하게 '대북제재 결의안'이란 용어는 없다. 원문도 제재를 의미하는 'sanction'이 아닌 'Resolution' 즉 '결의안' 또는 '해결책'이 나오며 연번호가 있을 뿐이다. 해서 '결의 제0호' '제0호 결의'라 번역하는 것이 맞는 말이다. 그런데도 유독 북에게만 ‘대북제재 결의안’이라고 번역하고 일반화하는 것은 분명 다른 의도 때문이다. ‘해결’보다는 ‘제재’에 방점 찍고 싶어 하는 미국과 분단적폐세력들의 농간 말이다.)에는 '북(조선)이 결의안을 준수하는 정도에 따라 (제재를 강화 또는) 수정·중단·해제할 수 있도록'한 조항이 있는데, 이 조항을 과연 미국은 이행하고 있으며 그럴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과 미국은 ‘유엔결의안 2397호 28항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이고,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역행하여 제재를 강화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즉, 자신들은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으면서 협상을 계속하자고 하는 것은 결국 자신들은 하나도 보상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목적인 북의 추가적 군사도발을 막고자 하는 자신들의 국익만 앞세우는 이율배반적 도발행위 다름 아니다.

공정하고 대등해야 할 약속이 이렇게 어느 일방(=북한)에만 적용되고, 희생적으로 적용되어져서는 안 된다는 일반적 정의를 위배한다.

그래놓고 생각을 한번 잠깐 해보자. 미국은 당연히 자신들이 지켜져야 할 시한이 없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트럼프에게는 당장 좋다. 재선활용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적으로도 패권지위를 계속 유지하는데 시간에 쫒기지 않는다. 북의 군사적 도발이 없는 한 손해 볼 것이 없다.

그러니 계속 그렇게 갑질 해나가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북은? 절대적으로 그렇지(=괜찮지) 않다. 모든 주권국가에 규범적으로 보장되어있는 자주권과 발전권이 침해당해 북은 엄청난 고통과 곤란을 계속 겪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①대북제재가 지속됨으로 인해 국가의 정상적인 경제발전 경로를 왜곡시킨다.
②국가 간 외교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국가경쟁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
③정전협정의 지속으로 인해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계속 시달려야만 한다.

▲다음으로는 등가의 문제이다. 즉, 북의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대가는 경제적 혜택이나 번영에 대한 언급 정도이다. 이걸 믿고 북이 핵을 포기한다? 너무나도 처절한 반면교사가 있어 이 논리는 북으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날강도의 논리와 똑같다.

리비아의 경우가 그 예다. 미국으로부터 핵프로그램을 폐기만 하면 경제지원 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리비아는 핵프로그램 폐기했다. 그런데 돌아온 미국의 약속은 약속한 경제지원은 고사하고, 내전을 빙자한 미국의 공격에 무너졌다. 이걸 너무나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북이 그 말만 믿고 핵을 폐기한다? 불가능한 상상이다.

동시에 확실한 등가가 보장된 것도 아닌다. 달리 말하면 안보와 군사의 영역에서 이뤄지는 등가여야 한다고 한다면 북과 미국 사이에 존재하는 공정하고도 공평한 등가는 적대정책 철회 대(對) 평화협정체결을 중심에 놓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보장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약속은 하지도 않았고, 양보라며 지금 한 약속도 미국은 쥐꼬리만 하게 보상하겠다는 것이고, 그것도 가역적인 방식으로만 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북에게는 사실상 모든 것을 내놓으라고 하는 미국의 태도야말로 현찰 받고 어음 주는 격. 그것도 의도된 부도어음에 가까운 것을 주겠다니 말도 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미국은 위에서 확인받듯이 자신들이 지켜야 할 유엔의무는 하나도 지키지 않으면서 북 보고는 핵·미사일 활동을 재개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며 전면전을 경고하는 미국이야 말로 완전 사기범이고 범죄국가가 아니고 뭣이란 말인가?

하여 굳이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것이어야 한다.

정당하지도 외교적이지도 못한 방식으로 시한을 무한정 연장하려는 미국의 태도야 말로 제아무리 선의적으로 이해하려 해도 일방적이며 패권적이고, 마피아집단과 너무나도 똑같은 폭력적 범죄 집단이라고. 또 이런 ‘나쁜’ 폐단을 막으려면 오히려 국제사회가 미국에게 (마감)시한을 줘 유엔외교를 정상화해야 된다고.

해서 다시 한 번 강조할 수밖에 없다. 백번양보해 재선을 앞두고 반드시 외교성과를 보여줘야 할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리고 그 유일한 외교적 성과가 북의 추가 군사행동(ICBM 발사 등)은 막으면서도 예의 ‘bad deal’까지는 안가는 그런 외교적 성과라고 한다면, 이는 어디까지나 트럼프 행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이자 곤궁함이지 북이 풀어야 할 숙제이고 곤궁함은 아니지 않는가?

다른 말로는 북의 입장에서는 계속 시간을 유예하고, 고통을 감내해가며 인내해야 할 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협상이 결렬되면 결렬된 상태에서 주권국가로서의 국가행위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으며 그 활동으로 미국과 다시 협상의 룰(rule)을 마련하면 되는 것이다.

연동해 지금의 문제가 시한의 문제라기보다는 위에서 확인받듯이 미국이 처해있는 정치·군사적 환경과 정파적 이해관계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고 한다면 북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질 필요는 없다. 하여 북의 입장에서는 협상 시한을 정해놓고 미국에게 요구할 자기근거와 주장, 입장을 충분히 분명하게 가질 수가 있는 것이다.

정당성도 비교적 명확하다.

▲우선은, 2017년 11월 29일 국가핵무력완성 선언이후 단 한 번도 유엔결의 위반을 한 적이 없다. 핵실험과 ICBM을 발사한 적이 없다는 말이고, 비례해 이에 대한 상응 대가를 유엔결의 정신에 비춰 미국에게 충분히 요구할 수가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시한을 정해 그 이행정도에 따라 다음 전략을 선택해야 될 명백하고도 분명한 근거가 북에게는 있다. 다름 아닌,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올 12월 31일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라며 충분한 시간과 명분을 줬기 때문이다.

적용하려면 이렇듯 그것이 비록 시한이라 하더라도 똑 같이 두 국가(=북, 미국)모두에게 공히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외 다수가 있다.

김광수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  webmaster@minplusnews.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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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사 ‘녹화공작’ 피해자들, “우리의 벗들을 전두환 당신이 죽였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12/22 10:12
  • 수정일
    2019/12/22 10:1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녹화공작 피해자들, 전두환 집 앞서 진상규명 촉구

양아라 기자 yar@vop.co.kr
발행 2019-12-21 17:41:32
수정 2019-12-21 17: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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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 소속 피해 생존자 윤병기 씨가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전 전 대통령을 향해 강제징집(정권이 학생운동을 억압하기 위해 대학생들을 강제 입대시킨 사건), 녹화공작(녹화사업, 강제 징집된 대학생들에 대해 육체·정신적 폭력이 수반된 정신교육)의 소명과 사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문앞에 서 있다. 2019.12.21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 소속 피해 생존자 윤병기 씨가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전 전 대통령을 향해 강제징집(정권이 학생운동을 억압하기 위해 대학생들을 강제 입대시킨 사건), 녹화공작(녹화사업, 강제 징집된 대학생들에 대해 육체·정신적 폭력이 수반된 정신교육)의 소명과 사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문앞에 서 있다. 2019.12.21ⓒ뉴스1
 

"강제징집피해자
OO대 OOO
보안사령부 관리번호OOOO"

198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 강제징집·녹화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고문 등 국가 폭력을 당했던 피해자들은 21일 전두환 씨 집 앞에 섰다. 이들은 본인의 이름과 보안사령부 관리번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강제징집 녹화·선도 공작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 소속 피해 생존자들이 21일 오전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강제징집(정권이 학생운동을 억압하기 위해 대학생들을 강제 입대시킨 사건), 녹화공작(녹화사업, 강제 징집된 대학생들에 대해 육체·정신적 폭력이 수반된 정신교육)의 소명과 사죄를 요구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으로 향하고 있다. 2019.12.21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 소속 피해 생존자들이 21일 오전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강제징집(정권이 학생운동을 억압하기 위해 대학생들을 강제 입대시킨 사건), 녹화공작(녹화사업, 강제 징집된 대학생들에 대해 육체·정신적 폭력이 수반된 정신교육)의 소명과 사죄를 요구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으로 향하고 있다. 2019.12.21ⓒ뉴스1

21일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주최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렸다. 이들은 "우리는 지금 1,200여 명 강제징집 녹화 선도공작 피해자 당사자로 이 자리에 섰다"며 "4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우리에게 가했던 무자비한 폭력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전두환 군사 정권 당시,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는 학생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강제징집하고, 이들을 학생 운동권 시위 계획 등 관련 첩보를 수집하는 '프락치'로 활용하는 녹화공작을 벌였다. 

추진위는 "당시 군사독재정권은 권력을 유지하고 민주화운동을 압살하기 위해 우리의 학생 신분을 박탈하고 강제징집했다"면서, "고문과 협박으로 우리에게 프락치 활동을 강요했고 민주주의 수호를 같이 외쳤던 사랑하는 동지들을 배신하고 밀고할 것을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추진위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명예와 숭고한 의지를 지키고자 했던 수많은 우리의 벗들이 세상을 떠났다"며 이들의 이름을 나열했다. 이어 "아직도 동지들의 사망경위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실체적 진실이 감추어져 있다"며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들은 계속하고 있지만 기무사령부의 자료제출 비협조로 아직도 진실은 의문 속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자 중에는 가혹한 녹화공작의 여파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이행하지 못하고 병마와 씨름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지도 있다"며 "'좌경세력에 대한 근원발굴'이란 미명아래 가혹한 수사를 하고 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허위 자백한 내용을 근거로 군사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른 벗들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우리를 강제로 군에 끌고 가고, 우리의 인권을 짓밟고, 우리를 프락치로 활용하기 위해 협박하고 고문했던 자들이 아직도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불과 며칠 전, 12월 12일 군사 쿠테다로 권력을 찬탈했던 전두환과 그 일당들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그날을 자축하는 파티를 열었다"고 분노했다.  

추진위는 이날 정부와 국회,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기무사령부)에 ▲녹화·선도공작 및 의문사 관련 자료 즉각 공개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책 마련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기본법' 개정,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 ▲전두환 씨와 관련 책임자들의 사죄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뒤, 이들은 항의서한을 전씨 자택에 전했다. 이후 추진위는 오후 3시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창립총회를 진행했다.  

"사랑하는 우리 벗들을  
전두환, 당신이 죽였다.  
이미 당신들에게는 기억조차 없겠지만  
사랑하는 우리의 동지들을  
전두환, 당신과 당신의 졸개들이 죽였다.  
29만원 밖에 없다던 전두환,  
당신의 딸이 호화쇼핑으로 신문기사에 오르내릴 때  
우리는 우리 곁을 떠난 동지들을 생각하며 분노의 눈물을 삼켰다.

우리는 살아남았다.  
전두환 당신 패거리들, 권력에 대한 탐욕으로  
국가와 헌법과 국민과 민주주의를 찢어 발겼던 당신들,
우리의 영혼을 죽이고자 우리를 협박하고  
우리를 고문했던 당신들,  
우리에게 밀고자가 되기를 강요했던 당신들로부터 우리는 살아남았다"

(항의서한 내용 중)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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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 외치는데 죽어라 안듣는' 2019년

[文정부, 남은 임기 이것만은 ③] 이라영 예술사회학 연구자
2019.12.20 13:49:51
 

 

 

 

문재인 정부가 올해를 끝으로 반환점을 돈다. 지난달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이 말한 대로 이미 절반의 임기가 지났을 수도, 이제 반환점일 수도 있다. 그 사이 촛불로 표방된 정부의 개혁은 성과를 내지 못했고, 정권 지지층과 반대층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정부는 대내외 악재에 둘러싸여 갈 길을 잃은 기색이 역력했다. 부동산 폭등과 저조한 경제 성적이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었던 소득주도성장과 충돌해 민심 이반을 낳았다. 아울러 갈수록 활로를 잃어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대대적인 재정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고, 일각에서는 더 자유주의적 개혁만이 위기 돌파의 묘책이라는 반박도 나왔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 10일 밤 겨우 국회를 통과한 512조2504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으로 일단 결론 지어졌다. 하지만 더 강력한 재정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포퓰리즘 정책의 결과'라는 이른바 '퍼주기 예산' 논란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국 사태는 집권 세력의 민낯을 드러나게 했다는 평가를 낳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조국 사태는 진보 진영과 민주당 지지 층, 젊은 세대의 한가운데를 가르며 큰 상처를 남겼다. 특히 정의당으로 대표된 주류 진보 진영은 이 사태에서 갈 길을 잃었다는 강한 비판을 받았다. 페미니즘 정권을 표방한 취임 시기 대통령의 목표와 달리, 정부 임기 내내 커져간 남녀 갈등은 특히 올 한해 들어 여성 연예인의 연이은 자살, 일제 성노예 피해자 문제가 야기한 한일 갈등과 이에 대한 정부 대처를 비판하는 여성계의 목소리, 여성을 혐오하는 남성의 주류 인터넷 문화 등과 맞물려 폭발하는 양상이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캠페인은 특히 올해 '타다 논쟁'으로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표방한 정부는 톨게이트 노조 등의 문제에서 어떤 리더십도 보이지 못했다. 그 사이 특히 친재벌 노선으로 전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정부를 향한 노동계의 배신감이 올해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구적 위기가 된 환경문제, 곧 기후위기 문제는 올해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한국에서도 대규모 길거리 시위를 열어 정부를 압박했고, 미세먼지 문제는 올해도 한국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정부는 기후위기 문제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해 이 문제를 우려하는 이들의 실망을 샀다.  
 
현 정부에 반환점 이후, 곧 남은 임기가 특히 중요한 까닭이다. 올해를 마무리하며 <프레시안>은 특히 경제, 노동, 여성, 환경, 진보의 다섯 분야에 관해 각 분야 전문가와 인터뷰를 준비했다. 여태 문재인 정부의 해당 분야 정책을 어떻게 보았는지, 앞으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했다.  
 
 
이라영 작가는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 <정치적인 식탁>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소수자에 대해 목소리를 내 왔다. 인터뷰에서 이 작가는 올해를 지난해의 '미투 혁명'에 이은 사법 판결을 중심으로 설명해나갔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집권 초 '페미니스트 정부'라 자처했던 것에 비해 여성관련 정책이 눈에 띄지 않는 점을 지적하고 변화를 향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제도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서울시 마포구 프레시안에서 진행한 이 작가와의 인터뷰 전문을 정리했다.
 

▲이라영 작가 ⓒ프레시안(최형락)

'죽어라 말 안 듣는' 백래시의 2019년 
 
프레시안 : 올해는 '장학썬'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이 세 가지 사건을 묶어서 여성들이 목소리를 냈다. 여성단체가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었지만 수사는 결국 흐지부지됐다. 
 
이라영 : 많은 여성들이 올해 초부터 '장학썬'을 놓고 싸웠다. 그런데 지금 장자연 사건, 아니 '방사장 사건'이라고 불러야 한다. 그 방사장 사건은 엉뚱하게 윤지오 사건이 됐고 김학의 재판은 시간을 질질 끌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무죄가 나왔다. 아주 어이없는 상황이 됐다. 버닝썬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이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외치는데 이 사회는 죽어라 말을 안 듣는다는 생각이 든다. 2019년을 보면 딱 그렇다. 
 
그런 판결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런 사법적인 결과들을 볼 때마다 여성 개개인들이 굉장히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다. 사법부가 특히 불법촬영을 너무 사소하게 취급하는 것 같다. 불법촬영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여성들도 있는데, 정작 실형을 내리는 경우가 드물다. 반성해서 봐주고 초범이라 봐준다.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미래를 더 걱정해주는 듯하다.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 여성은 살해당하는 비율도 높고 자살률도 굉장히 높다. 이는 이 사회가 여성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라 생각한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여성들은 점점 목소리를 내고 연대하고 있다. 동시에 거기에 대한 반동, 백래시가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프레시안 : 많은 언론에서 이를 '젠더 갈등'이라고 표현한다.
 
이라영 : 정말 문제라 생각한다. '젠더 갈등'이라는 표현 자체가 차별적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여성들이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많은 언론이 젠더 문제를 다룰 때 마치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다룬다는 태도로 이쪽 목소리 저쪽 목소리를 동일하게 다루는데 그건 결코 동일한 게 아니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목소리, 큰 사람의 목소리가 유지되는 것이다. 언론에서 표현 하나하나 신경써야 한다. 
 
안희정 유죄판결, 민주진보진영 성찰의 계기 돼야 
 
프레시안 : 올해 의미 있는 일은 없었나. 
 
이라영 : 의미 있는 일도 많았다. 우선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판결을 냈다. 안희정 전 지사도 유죄판결을 확정 받았다. 변화의 움직임도 보인다. <한겨레신문>의 경우 젠더데스크가 생겼다. 주류 언론이 그만큼 젠더의식에 신경을 쓴다는 이야기다. 백래시가 일어나고 있지만 동시에 변화하는 게 분명 있다. 
 
프레시안 : 안희정 성폭력 유죄판결은 젠더 이슈에서 올해 가장 의미 있었던 일 아닐까 싶다.  
 
이라영 : 역사적인 판결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안희정 같은 경우는 민주진보진영에서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팬덤을 형성하고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인물이었다. 안희정 판결은 민주진보진영이 기존의 정치 방식을 성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희정 판결이 중요한 점은 법원 판결에 의해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게 공식화됐다는 점이다. 많은 남성들이 이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개념을 문제 삼았다. '감수성'이라고 하니 마치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것이라 오해하는 듯하다. 성인지감수성은 젠더의식과 같은 말이다. 인권의식의 하나다. 막연한 개인의 주관적인 촉이 아니다. 권력의 불균형과 그로 인한 폭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정준영·최종훈이 유죄를 받은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라영 : 개인적으로 형량은 부족하다 생각하지만. 다만 여기서 그때 정준영이 법정에서 했던 말을 짚고 싶다. 정준영이 "도덕적으로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성범죄를 도덕적인 범위 안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그들에게는 도덕적인 것과 사법적인 것이 명확히 분리돼있다. 도덕적으로 비판을 받는다 할지언정 사법적인 문제가 없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반면 여성들에게는 도덕적인 타격도 치명적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설리 씨나 구하라 씨가 법적으로, 심지어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최종범이 유포 협박을 하면서 한 말이 "너 끝나게 해줄게"였다. 구하라 씨가 법적으로 죄를 진 것도 아니고 연인 사이에 성관계 했다는 게 협박을 받을 거리가 되나. 엄청난 문제다. 사회가 성폭력범 남성보다 애인과 성관계한 여성에게 윤리적으로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
 
설리와 구하라, 여성혐오에 의한 사회적 타살 
 
프레시안 : 최근 두 여성 연예인이 세상을 떠났다. 정작 그들을 직접적으로 괴롭혔던 여성혐오에 대한 반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반면 페미니스트들은 더 죄책감을 느꼈다.
 
이라영 :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두 여성 연예인이 세상을 떠났다. 정말 무서운 일이다. 그분들을 직접적으로 괴롭혔던 여성혐오를 짚어야 한다. 악플만 문제가 아니다. 그 악플을 용인하고 부추긴 것은 대체 무엇이냔 말이다. 대중, 나아가 한국 사회가 여성 아이돌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나. 
 
특히 구하라 씨 같은 경우는 문제가 꽤 명확히 보이는 상황이었다. 법적으로 재판이 오가는 중이었고 전 남자친구 최종범에게 집행유예가 나왔다. 촬영물 유포 협박은 무죄가 나왔다. 그 과정이 또 세상 사람들에게 공개됐다. 피해자임에도 비난받아야 했다. 그런 와중에 친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그런 것들이 본인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정말 심각한 것은 구하라 씨 한 사람의 좌절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여성들에게도 메시지를 준다. '법원에 가서도 해결이 안 된다'라는 메시지를, 반대로 남성들에게는 '저 정도 협박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준다. 정말 나쁜 판결이다.
 

▲이라영 작가 ⓒ프레시안(최형락)

'그럼에도'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프레시안 : 여성들의 요구나 인식의 변화에 비해 사법부의 변화가 더딘 것 같다. 이것도 일종의 백래시 아닌가 
 
이라영 : 백래시가 다방면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으로 드러난 백래시를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많은 남성들이 <82년생 김지영>에 거부감을 느끼고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82년생 김지영>이 특별한 사건이 드러나는 내용은 아니다. 여성 주인공의 일상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그 일상 안에서 남성의 가부장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남성들은 그게 억울하다고 한다. "내가 가해자라고? 내가 잘못했다고?", "남자도 억울하고 힘들어!" 그런데 그 말도 재밌는 게, 남자들을 힘들게 하는 건 여자가 아니다. 가부장사회가 남자들에게 주는 부담감이다. 차별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지금 나타난 현실이 어떻게 차별적이지 않을 수 있나. 밝혀진 성차별 채용만 해도 몇 건인가. 그런데 이런 현상에는 침묵한다. 리얼돌 문제도 마찬가지다. 남성의 자위도구가 여성을 재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여성의 성적대상화 문제다. 불법촬영에 가담하는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나도 억울하다", "나는 우리 아버지들만큼 가부장적이지 않다"라고 말하는 것이 어떤 호소력이 있는가. 
 
프레시안 : 여성들이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에 비해 변화가 너무 더디다. 거의 없는 수준이다. 많이 허무하고 지치는 것 같다. 
 
이라영 : 세상이 요지부동이니 결국 냉소하거나 포기하게 된다. 게임업체를 봤을 때 목소리를 내는 여성을 퇴출시키지 않았나. 여성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거다. '너 까불지마, 너도 이렇게 될 수 있어' 이렇게. 2016년에 넥슨 성우 교체 사건 때 굉장히 위험하다 생각했다. 많은 여성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정의당에서 논평을 냈었는데 내부 반발 때문에 논평도 철회했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대변되지 않고 재갈물리고 침묵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여성들은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분노가 극에 달한 부분도 있다. 그런데 이게 제도적으로 흡수가 안 되고 있다. 지금은 비동의 간음죄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게 핵심이라 생각한다. 제도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같은 일은 반복된다. 지금 사법제도가 여성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다. 오히려 '강간문화'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여성 피해자가 뭔가 빌미를 줬다는 식이다. 그런데 비동의 간음죄처럼 여성들이 무언가를 요구하면 정치인들은 자꾸 '국민적 합의'를 들먹인다. 이런 식이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모든 국민이 합의할 수 있는 문제가 뭐가 있나. 검찰개혁, 정치개혁 이런 걸 놓고 그런 말을 하진 않는다. 사회 소수자나 약자들에게 필요한 문제, 차별금지법이나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국민적 합의를 들먹인다. 기득권의 목소리에 편들어 주겠다는 뜻 아닌가. 정치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프레시안 : 법이나 제도는 변화가 느리더라도, 문화적인 부분에서는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 보여지는 것도 같다. 대중문화에서는 여성 서사를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라영 : 지금의 변화를 의미 있게 보아야 한다. <겨울왕국>만 해도 자매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나. 또 지난여름 <알라딘> 실사 영화도 그렇다. 알라딘이 아니라 자스민이 술탄이 되는 이야기였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자스민이 술탄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알라딘이 술탄이 되는 영화를 보고 자란 사람들과, 자스민이 직접 싸워서 술탄이 되는 이야기를 보고 자란 사람들의 생각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런 것들이 조금씩 쌓이면 기존 문화에 균열을 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문화적으로 그런 점이 미흡한 듯 같다. <82년생 김지영> 영화가 나오긴 했지만 영화계 전반에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려운 듯 하다. 영화 속 여성은 비슷한 이미지가 반복된다. 구타당하거나 시체로 등장한다. 살아있는 여자도 정형화된 캐릭터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마저도 여성 배우들의 나이가 많아지면 안 보인다.
 
그래서인지 요즘 작은 영화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벌새>라든가, <보희와 녹양>, <우리집> 이런 영화들이 굉장히 좋았다. 분명히 어느 한 쪽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작지만 그 변화를 우리가 침묵하지 않고 자꾸 주목하고 보여줘야 한다.
 

▲이라영 작가 ⓒ프레시안(최형락)

공기와 같은 폭력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하여 
 
프레시안 :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해 질문 드리고 싶다. '정상가족'이라는 게 무엇인가
 
이라영 : 저녁밥 먹고 나서 보는 공중파 일일드라마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가정 모습이 있지 않나. 사회활동을 하는 아버지, 집안을 돌보고 자식들에게 헌신적인 어머니, 자녀들.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기도 하고.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현실보다 훨씬 보수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라는 건 굉장히 폭력적이지만 폭력적이지 않은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일상적이고 구조적이어서 폭력이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라영 :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무서운 점은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점이다. 가령 진보적인 사람들도 '이혼가정'에 편견이 있는 경우가 있다.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은 어딘가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출생률이 문제라고 하면서도 결혼제도 밖에서 태어난 아이는 인정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여성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됐을 때 자기가 결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정상궤도에서 이탈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여성은 나이와 관련된 재생산 능력으로 평가를 받으니까. 정상적인 삶이란 게 대체 뭔가. 정말 무서운 이데올로기다. 누가 누구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건 아니지만 다 같이 은연중에 동참하고 있다.
 
프레시안 :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결국 여성혐오 사회의 작동 원리라고 이해된다.
 
이라영 : 가부장제를 유지하려면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 모든 게 연결돼 있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동성애에 혐오적일 수밖에 없다. 이성애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이 이데올로기가 주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거부해야 한다. 결혼하지 않으면, 애 낳지 않으면 제 역할을 안 한다는 그 느낌. 여성들에게 그런 불안감을 심어준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여성의 첫 번째 역할을 '엄마'로 둔다. 가정을 잘 돌보고 남성의 보조자로 길러낸다.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계속 자기가 부족하다 느끼는 이유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부족하다고 죄책감을 느낀다.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아이가 아프거나 학업 성적이 좋지 않으면 다 여성 탓이 된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들이 자기 검열을 안 할 수 있나.
 
정부에서는 출산율이 낮아져서 문제라고 그러는데 저는 이 사회가 여성이 출산을 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사회라 생각한다. 동물적인 두려움에 가깝다.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여자아이로 태어나는 것도 그렇지만, 전혀 사람에 대한 존중을 찾아볼 수 없는 사회에서 사람을 낳으라고 하는 게 모순이라 느껴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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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전면 재수사, 국회 난동 황교안 구속" 광화문을 되찾자!

"세월호 전면 재수사, 국회 난동 황교안 구속" 광화문을 되찾자!
 
 
 
박한균 기자 
기사입력: 2019/12/21 [23:51]  최종편집: ⓒ 자주시보
 
 

▲ 21일 오후 5시 30분 광화문 광장에서 광화문촛불연대 주최로 ‘세월호참사 성역 없는 전면 재수사, 책임자 처벌 및 국회 난동 황교안 구속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 박한균 기자

 

▲ 광화문 촛불문화제에 한 시민이 핸드폰에 '촛불'앱 켜고 참가하고 있다.     © 박한균 기자

 

▲ 故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씨도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묵념하고 있다.     © 박한균 기자

 

▲ 참가자가 '국회난동 황교안 구속' 팻말을 들고 있다.     © 박한균 기자

 

▲ 아이들도 광화문 촛불문화제에 함께 하고 있다.     © 박한균 기자

 

▲ 사회자 권오민 청년당 공동대표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박한균 기자

 

▲ 이날 문화제에는 약 2천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했으며, 22개 팀 유튜버가 참가해 집회 현장을 SNS로 실시간 생중계했다.     © 박한균 기자

 

▲ 문화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황교안을 구속하라! 공수처를 설치하라! 자유한국당은 해체하라!”구호를 외치면서 광화문을 출발해 조선일보 앞까지 행진했다. 조선일보 앞에서 "검찰개혁 이뤄내자","조선일보 폐간하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박한균 기자

 

▲ 12.12쿠데타 40년이 되는 지난 12일 5.18단체들이 전두환 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포승에 묶여 무릎을 꿇은 채 쇠창살 안에 갇힌 전두환 조형물을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 설치했다.     © 박한균 기자

 

▲ 유튜버 '김말순TV'의 김말순 공연. '국민이 기가 막혀' 공연을 펼치고 있다.     © 박한균 기자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예술단 공연모습. 대진연 예술단은 ‘황교안 구속 가자’, ‘자유한국당 해체송’ 노래와 ‘누가 죄인인가’극 공연을 보여주었다.     © 박한균 기자

 

“세월호참사 전면 재수사하라!”

“국회 난동 황교안을 구속하라!”

“광화문을 탈환하자!”

 

21일 오후 5시 30분 광화문 광장에서 광화문촛불연대 주최로 ‘세월호참사 성역 없는 전면 재수사, 책임자 처벌 및 국회 난동 황교안 구속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문화제에는 약 2천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했으며, 22개 팀 유튜버가 참가해 집회 현장을 SNS로 실시간 생중계했다.

 

사회를 맡은 권오민 청년당 공동대표는 “2016년 우리가 들었던 뜨거운 촛불만큼, 절박한 마음으로 이곳 광화문 광장에 나왔다. 오늘은 민주주의의 기억을 지우려고 하는 태극기 모독 부대에서 민주주의 성지 광화문을 되찾는 자리가 될 것”이라면서 이날 문화제의 의의를 밝혔다.

 

문화제는 “광화문을 탈환하자!”는 구호와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는 묵념으로 시작되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 예술단의 ‘화인’ 노래 공연에 이어 무대에 오른 장훈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우리가 자유한국당 해체, 황교안 구속을 외쳐온 이유는 사회적 참사특조위 조사와 검찰 수사를 방해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또다시 세월호 참사를 모욕해온 언론사 대표인 김기수를 사회적 참사특조위의 위원으로 추천하며 조사를 방해하고 있다. 그것은 본인들이 참사 책임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라면서 “유가족들은 절대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도 100여 명을 더 고소 고발하여 국민들 앞에 그 죄를 낱낱이 밝힐 것”이라고 결심을 전했다.

 

지금까지 약 800회에 걸쳐 세월호를 다룬 팟캐스트 방송 ‘새가 날아든다’ 제작자 푸른 나무는 “길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당해도 왜, 누가, 그렇게 했는지 누구나 알고 싶어 한다. (광화문 광장의 태극기 부대들은) 감옥에 있는 자들을 그렇게 지키려고 하면서 억울하게 떠나간 손자, 손녀 같은 아이들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이제 이런 억울한 희생은 끝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월남참전개혁연대 회원도 촛불문화제에 참가해 ‘박정희 해외 불법 재산 환수로 국민재산을 되찾자’라고 주장했다.

 

청년들도 ‘국회 난동 황교안 구속’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결의했다.

 

장규진 ‘황교안 구속수사대 504’ 대장은 청년을 대표해 “황교안이 있어야 할 곳은 박근혜 옆 방 ‘504’”라면서 황교안 대표를 구속할 때까지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문화제 중간에는 유튜버 ‘김말순 TV’의 김말순이 ‘국민이 기가 막혀’ 공연을 펼쳐 보여 분위기를 돋웠다. 대진연 예술단은 ‘황교안 구속 가자’, ‘자유한국당 해체송’ 노래 공연으로 참가자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자유한국당은 서민들의 절박함을 외면하면서 유치원 3법 같은 기본적인 것도 방해하는 최악의 기득권이자 당장 해체해야 하는 역사상 최악의 정당”이라면서 “SNS에 ‘나경원 황교안 공동 고발’을 검색해서 국민연대 고발에 참여해달라. 참여 국민들 명단을 취합해서 다음 주 화요일에 수만 명의 이름으로 그들을 다시 한번 고발할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친일파와 미세먼지 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보자”라고 외쳤다.

 

또 문화제에는 참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마이크를 잡은 한 시민은 “우리 국민들에게 도움이 안 되는 자유한국당은 당장 사라져라. 그리고 세월호참사로 떠나간 아이들아. 너희들의 억울한 죽음을 온 국민이 알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하겠다. 황교안을 구속하라!”라고 외쳤다.

 

이어 장경욱 변호사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한 해리 해리스 미국대사를 규탄하기 위해 미 대사관저 항의 행동을 한 대학생들의 행동은 정당한 것이었다’고 발언했으며, 대진연 예술단도  ‘누가 죄인인가’ 극 공연을 통해 구속된 4명 대학생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     © 박한균 기자

 

마지막 발언에 나선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는 “황교안 대표는 (박근혜 정권 시절) 법무부 장관을 하면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방해했으며,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을 뿐 아니라 총리직을 수행할 때는 사법농단으로 강제징용 대법원판결을 질질 끌게 만들고 이른바 위안부 합의로 피해 할머니들을 우롱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때는 내란음모까지 꾀한 자이다”라고 까밝혔다.

 

그러면서 정해랑 공동대표는 “우리가 민주화를 이루고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었지만, 이들이 걸림돌이 되어 우리는 또 오랜 시간 고통을 당할지도 모른다. 이들의 난동은 우리에게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바로 토착 왜구, 친일잔당이며 군사독재 잔당이고 탄핵 잔당이다. 이들은 모두 하나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해랑 공동대표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도 모두 하나가 되어 이들을 물리치고 이 광화문 성지를 되찾아야 한다. 2020년은 그런 해가 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 하나가 됩시다!”라고 호소했다.

 

문화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황교안을 구속하라! 공수처를 설치하라! 자유한국당은 해체하라!”구호를 외치면서 광화문을 출발해 조선일보 앞까지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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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과 특권 사이’ 국회의원 월급 이야기

의원회관 745호실 이야기(13) - 국회의원의 권한과 특권 사이①
  • 이희종 김종훈의원 수석보좌관
  • 승인 2019.12.20 14:31
  • 댓글 0

국민들은 가장 신뢰하지 않는 기관, 청렴하지 않는 기관 1위로 ‘국회’를 꼽는다. 20대 국회는 촛불국민의 개혁 요구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국회를 향한 국민의 분노는 임계치에 와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국민들의 비난을 아는 국회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이런저런 대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내용도, 실천도 국민들의 성에 차지 않는다. 무엇이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는가?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국회의원의 월급 이야기다.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월급을 받고 있다. 2019년 국회의원의 연봉은 1억 5천176만 원이다. 이 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각종 수당 872만 원(일반수당 675만 원, 관리업무수당 60만 원, 정근수당 56만 원, 명절휴가비 67만 원, 급식비 13만 원)과 활동비 392만 원(입법활동비 313만 원, 특별활동비 78만 원)으로 월 1264만 원 정도의 월급(세전)을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스위스, 스웨덴 등의 나라에서는 국회의원 봉급이 GDP 대비 3배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 등과 함께 5배가 넘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는 셈이다.

월급 항목 중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국회의원들에게만 있는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다. 국회의원이 당연히 해야 하는 입법활동에 따로 활동비를 지급하는 것도 문제지만, 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항목은 상대적으로 장·차관보다 낮은 국회의원들의 급여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임의로 만들어진 항목이라고 한다.

최근 심상정 의원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통해 국회의원의 보수를 최저임금의 5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는데 내용을 보면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를 폐지해 국회의원들의 월급을 낮추자는 것이다. 사실 파격적 안이라기보다 다분히 현실적인 안이다.

급여 외에도 의원들에게는 의원활동에 필요한 사무실 운영비, 차량 유지비, 출장비 등이 주어진다. 또한, 한해 1억 5천만 원의 정치자금 후원금을 모아 활동에 사용할 수 있고,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다. 따로 정책개발비 등을 지원받기도 한다.

시민사회단체의 감시와 문제 제기 덕분에 국회의원들의 경비 사용이나 정책개발비 사용은 더욱 엄격해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실한 정책자료와, 지출내역 중 증빙을 필요로 하지 않는 항목도 있어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다.

이런 기형적인 월급이 만들어진 이유는 국회의원 월급을 국회의원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국회의원의 봉급을 결정하고 지출을 감시하는 별도의 독립기구를 두고 있고, 독일은 의원들의 급여가 연방 최고법원 판사 급여에 따라 정해진다. 프랑스 등 대부분의 나라들이 비슷한 공무원들과 연동해서 급여가 책정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 유독 국회의원의 월급을 국회가 결정한다. 그래서 ‘셀프 인상’이라는 비판을 받곤 한다. 올해는 비난 여론을 감안해 의원 세비가 ‘셀프 동결’되었다.

‘국회의원들에게 적절한 월급을 주고 제대로 감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고위공직자들의 높은 급여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의견도 있지만 지금 국회의 모습을 보면 ‘무급으로 일하라’, ‘무노동 무임금 적용하라’는 분노하는 민심을 피해 갈 수 없을 것 같다. 국회의원들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을 외치는 국민들의 분노를 조직하면서도, 정치혐오가 아닌 국민들이 정치의 주인으로 나설 수 있게 하는 진보진영의 군중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진보정치도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오래전 민주노동당은 처음 의회에 진출하면서 의미 있는 시도를 했다. 민주노동당은 의원과 공직자들이 도시 노동자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의원들과 보좌진의 급여를 정했다. 당시 의원들은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문직 출신 보좌진을 구하기도 힘들었고,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구 관리에 장애도 있었다. 현실과 이상에 모순이 존재하니 당사자들에겐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민주노동당 당원들에겐 이것이 가장 큰 자랑거리였다. 앞서간다는 것은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이기도 하다.

국회 밖에 있을 때 보다 국회 안에서 들여다보니 사실 현실적인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기업가 출신 의원들이나 공천만으로 당선되는 의원들은 오히려 자유롭다. 지금도 일부 의원들 중엔 세비의 일부는 기부하거나, 정치자금 후원금을 거두지 않는 경우, 보좌진을 줄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 의원실이 그런 페널티를 가지고 재선을 준비하라고 하면 ‘글쎄요?’다.

구의원이 무급인 시절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외치면서도, 노동자 후보를 내기 어려웠다. 현대자동차 출신 윤종오 의원은 국회의원의 재취업 제한 규정 때문에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높은 기준이 진보정치의 일선에 있는 공직자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부메랑이 되지 않기 위해서 진보정치 내에서 국회의원들의 세비 제한 이야기와 함께 ‘선거공영제’, ‘지역구 의원들에 대한 활동비 보장’ 등 현실적 대안이 함께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이희종 김종훈의원 수석보좌관  minplus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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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봐주기' 부동산 대책 ... "아파트 소유자만 봉인가?"

종부세·공시가격 현실화 등 대기업 토지는 '열외'... "불로소득 장려하나"

19.12.20 17:03l최종 업데이트 19.12.20 17:03l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 그룹 신사옥 GBC 예정부지 모습. 이 토지의 공시지가는 실거래가격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 그룹 신사옥 GBC 예정부지 모습. 이 토지의 공시지가는 실거래가격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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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재벌들은 빠져나갔다. 정부가 고가 아파트를 조준해 공시가격 현실화와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을 하기로 했지만, 재벌 부동산에 대한 개선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2018년 종합부동산세 개편부터 한결 같은 '재벌 봐주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공시가격 개편 방안의 핵심은 시세 9억 원 이상 아파트 공시가격을 실거래가 수준으로 현실화해, 보유 수준에 맞게 세금을 걷겠다는 것이다. 공시가격을 올려 부동산 수준에 걸맞게 세금도 더 걷겠다는 명분이다.

정부는 실거래가격 9억 이상 초고가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내년부터 70~80% 수준에 맞추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그런데 공시지가는 크게 건드리지 않았다. 땅값과 건물값을 합산하는 공시가격과 달리, 공시지가는 땅값만 책정한다. 대기업 빌딩과 공장 등에 대한 세금은 '공시가격'이 아닌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매겨진다. 재벌들이 가진 부동산의 보유세 역시 '공시지가'(땅값)가 기준이다.

부동산 보유 수준에 맞게 세금을 걷겠다면, 재벌 부동산의 과세 기준인 '공시지가' 역시 현실화시키는 게 이치에 맞다. 그런데 이번 대책에서 공시지가 인상률은 상당히 낮다.

내년 공시지가 시세반영률 1%p 내외 수준 상승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공시지가는 실거래 가격의 64.8% 수준이다. 국토부는 7년 이내 실거래가격의 70% 수준에 맞춘다는 가정 아래, 내년 공시지가를 책정할 예정이다. 산술적인 평균을 계산하면, 1년에 1%p 정도 상승하는 수준이다.

실거래가 9억 이상 아파트 공시가격은 당장 내년부터 8~12%p 올려, 실거래가의 70~80%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소극적인 방안이다. 아파트 가진 사람들에 대한 세금만 올리고, 재벌들은 계속 봐주겠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본부장은 "재벌들이 가진 토지, 공시지가를 매년 1%씩 올리겠다는 것은 사실상 재벌들이 가진 땅에 대해 제대로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면서 아파트 소유자에게만 세금을 늘리겠다는 것은 형평성이 전혀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도 재벌 봐주기, 아파트 소유자만 봉인가?"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5대 재벌들이 가진 부동산 규모는 현재 70조 원이 넘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재벌(삼성, 현대차, LG, SK, 롯데)이 소유한 토지 자산(장부가액 기준)은 2018년 말 기준으로 73조 2000억 원이다. 지난 1995년과 비교하면, 61조 원 증가한 수치다.

기업별로 보면 현대차그룹이 가진 토지가 24조 7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대차 그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부지(옛 한전부지) 등을 사들인 영향이 컸다. 이어 롯데가 17조 9000억 원, 삼성이 14조 원, SK가 10조 4000억 원, LG가 6조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재벌들이 보유한 토지의 공시지가는 시세에 비해 매우 낮다는 게 경실련 주장이다.

일례로 현대차그룹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부지의 올해 ㎡당 공시지가는 5670만원, 3.3㎡로 환산하면 1억 8711만 원 수준이다. 한국전력이 현대차그룹에 토지를 매각할 때 가격(4억 4000만원)의 42.52% 수준에 불과하다.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의 경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발맞춰 공시지가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하얏트와 신라, 반얀트리 등 특급호텔들의 공시지가가 주변 주택가 토지보다 낮다는 사실이 오마이뉴스 취재로 밝혀지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재벌 부동산을 두고 여러 잡음이 나오는데도 이번 공시가격 대책에선 쏙 빠졌다"면서 "도대체 정부와 재벌간 무슨 관계가 있길래, 재벌 부동산에 대해서는 이렇게 봐주기식으로 일관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국토부 "내년 로드맵에 구체적인 수치 제시할 것"

김영한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은 "공시지가 현실화 대책에 나온 공시지가 상승 부분은 내년 공시지가 책정에만 적용되는 수치"라면서 "장기적으로 공시지가를 어느 수준으로 현실화할 것인지는 내년 발표될 공시지가 로드맵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토지정책관은 이어 "재벌 토지에 대한 공시지가 현실화 문제도 향후 관련 용역과 공론화 과정 등을 거쳐서 확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공기로 롯데월드타워를 내려다본 모습
▲  항공기로 롯데월드타워를 내려다본 모습.
ⓒ 롯데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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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부동산은 종합부동산세 인상 대상에서도 빠졌다. 지난 12.16 부동산 대책을 보면,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인상 방안은 제시돼 있지만, 토지분(종합합산, 별도합산)에 대한 방안은 없었다.

재벌 토지(별도합산토지)에 대한 종합부동산 세율은 0.5~0.7%. 지난 2005년 종합부동산세가 처음 도입될 당시 세율(0.6~1.6%)보다 0.1~0.9%p낮아져 있는 상태다. 지난해 정부는 종합부동산 세율 인상을 결정할 때도 재벌토지에 대한 세율은 건드리지 않았다.

종부세 개편서도 빠져나가... "재벌들에 불로소득 장려하는 꼴"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앞으로의 경제 운영에 있어서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그런 것에 대해서 신경을 썼다"고 했다.

결국 재벌들은 이번에도 부동산 대책의 칼날을 피해나간 셈이다. 전문가들은 재벌 부동산 과세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정의롭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못하다고 꼬집는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정부 부동산 대책에서 재벌들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대책은 단 한번도 포함된 적이 없다"면서 "불로소득에 대해서는 세율을 높여야 하고, 철저히 과세하는 것이 원칙인데 그런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기업들이 정상적인 생산 활동을 통해 내는 법인세보다 토지 불로소득 세율이 훨씬 낮다면, 기업들은 생산 활동을 중단하고 부동산 투기, 불로소득을 내는데 몰릴 것"이라며 "비생산적인 활동을 장려하는 지금의 과세 체계는 정의롭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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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광주교도소서 ‘신원 미상’ 유골 40여구 발견..5·18 관련성 주목

김오수 법무부 장관 대행 “우리가 관리하지 않는 유골..모든 가능성 열고 확인할 것”

이소희 기자 lsh04@vop.co.kr
발행 2019-12-20 18:54:00
수정 2019-12-20 18: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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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광주교도소 터 내 무연고 분묘 이장 작업 중 유골 수십여구가 발견된 20일 광주 북구 문흥동 솔로몬 로(law)파크 조성 부지 현장(옛 광주교도소)에서 교정당국 관계자 차량이 오가고 있다. 2019.12.20.
옛 광주교도소 터 내 무연고 분묘 이장 작업 중 유골 수십여구가 발견된 20일 광주 북구 문흥동 솔로몬 로(law)파크 조성 부지 현장(옛 광주교도소)에서 교정당국 관계자 차량이 오가고 있다. 2019.12.20.ⓒ사진 = 뉴시스

광주시 북구 옛 광주교도소 부지의 무연고묘 개장 작업 중 신원 미상의 유골 40여구가 발견됐다.

20일 법무부는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유골 40여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유골이 발견된 곳은 최근 법무부가 솔로몬 로파크(law-park)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부지로, 무연고 수형자들의 묘가 일부 포함된 곳이다. 무연고자 분묘엔 교도소 안에서 사망했지만, 가족 등 연고가 없는 이들이 매장되어 있다.  

무연고 분묘 개장 사업은 지난 16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됐다. 법무부 관리대장에는 이 곳에 111구의 유골이 묻혀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이번 개장 작업 과정에서 기록에 없던 40 여구의 유골이 추가로 발견된 것이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골은 전남 함평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져 안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국방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해, 해당 유골의 정확한 신원을 확인할 예정이다.  

김오수 법무부장관 직무대행이 20일 오후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를 찾아 신원 확인이 안된 유골 수십구 발견된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옛 광주교도소는 1980년 5·18 당시 희생자가 암매장 됐다는 증언이 이어져 발굴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2019.12.20.
김오수 법무부장관 직무대행이 20일 오후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를 찾아 신원 확인이 안된 유골 수십구 발견된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옛 광주교도소는 1980년 5·18 당시 희생자가 암매장 됐다는 증언이 이어져 발굴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2019.12.20.ⓒ사진 = 뉴시스

한편, 이날 김오수 법무부 차관(장관대행)과 문찬석 광주지검장 등 관계자들은 현장을 찾아 개장 과정에서 유골이 발굴된 경위 등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김 차관은 "우리가 관리하지 않은 유골이 발견됐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확인·점검할 필요가 있다"라며 "어떤 연유로 관리되지 않은 유골이 교정 부지 내에 묻히게 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옛 광주교도소는 5.18 당시 계엄군에 연행된 시민들이 대거 수감됐던 곳이다. 또 계엄군이 주둔하며 담양과 순천으로 가는 차량과 시민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수십명이 사망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5.18 사적지 제22호로 지정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계엄군이 이 곳에 시위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조사를 받다 사망한 이들을 암매장 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실제 2015년 광주교도소가 신축 시설로 이전한 후, 5.18 당시 행방불명된 사람들에 대한 발굴 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특별한 성과가 없었다.

김 차관은 "현재로서는 5·18과 관련이 있는지 속단하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가능성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을 찾은 정수만 전 5·18 유족회장은 "옛 광주교도소 공동묘지 부근에 (행방불명자들을) 매장했다는 군 기록이 있는 만큼, 암매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골의 형태, 매장 형태 등을 정밀 분석하고 최종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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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관광' 재개...남북 당국에 공개 요청한다

경기도, '남북관계개선 평화대토론회' 개최..."제재 핑계론 어떤 일도 안돼"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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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20  23: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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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는 20일 도청 회의실에서 평화대토론회를 개최하고 '개성관광' 재개를 남북 당국에 요청하고 공개적으로 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반도 평화·번영시대에 대한 그 컸던 기대가 속절없이 어두운 전망으로 바뀌고 있는 와중에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창의적 해법 모색을 통해 기어이 평화시대를 개막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와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개성공단 재개 범국민운동 경기본부는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제1회의실에서 '제재의 벽을 넘어 평화로-남북관계 개선 창의적 해법 모색을 위한 평화 대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토론회에서는 경기도의원들과 도청 공무원, 평화활동가를 비롯한 각계 각층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경제에 대한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고 경기도의 남북교류 추진방향과 구체적 사업에 대한 건의, 다각적 검토가 이뤄졌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개성관광 의미와 개성공단 재개'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분단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있고 평화시대는 개막되고 있다. 새로운 평화시대의 개막을 개성관광으로 열자"는 '창의적 해법'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왜 개성관광인가? 김 이사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먼저 북측 개별관광과 여행은 제재대상이 아니고, 별도의 준비없이 기존 출입경 제도와 철도·도로, 그리고 기존 시설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가장 쉽고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

또 부산·광주·대구 등 전국 어디서든 KTX를 타고 서울역이 아니라 바로 도라산역에 내리도록 하고는 이곳에서부터 버스편으로 13km 밖에 안되는 개성까지 관광객을 실어주면 된다. 개성관광은 전 국민이 손쉽게 갈 수 있는 길이다. 우리가 하겠다고 하면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교착상황을 극복하는데 인적교류만큼 신뢰구축에 좋은 일은 없다.

그리고 금강산관광은 북측이 관광 중단 11년동안 기다리다가 이제 범 국가적 차원에서 개발에 착수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미 우리는 늦었다고 보는 것이 엄존하는 현실이다. 지금은 오히려 남북이 개성관광 재개를 합의하기 쉬운 측면이 있고, 접경인 경기도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개성관광은 2005년 8~9월 시범관광이 시작된 이후 2007년 11월 관광 합의, 12월 5일 관광 개시 후 2008년 10월 15일 관광객 10만명을 기록한 후 그해 11월 29일 잠정 중단됐다. 우리 정부에서 더 이상 안보냈기 때문에 중단된 것이고 남북간 아무런 합의도 없었다. 새로 시작한다면 복원하는 문제만 남아있는 셈이다.

남대문, 선죽교, 숭양서원, 성균관, 공민왕릉, 왕건릉, 박연폭포, 영통사 등. 개성의 역사유적은 2013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1시간 이내의 거리에 있다. 쉽게 갈 수 있게만 되면 너도 나도 가지 않겠나.

김 이사장은 그런 점에서 개성관광은 "평화적 남북관계를 확산하고 구조화할 수 있는 파급력이 큰 사업"이며, "개성관광이 열리는 순간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한 가지, 개성관광과 관련한 오해이기도 하고 쟁점이기도 한 문제는 유엔사령부의 허가없이 군사분계선을 통과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정전협정에는 군사정전위원회의 허가없이 군인과 민간인이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것은 불가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북측과 유엔사는 2000년 11월 17일  '비문장지대 일부구역 개방에 대한 합의서'를 통해 "서울-신의주간 철도와 문산-개성간 도로가 통과하는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일부 구역을 개방하고 남과 북의 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여기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은 '정전협정에 따라 남과 북의 군대에서 협의처리'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김 이사장은 이 합의서를 근거로 "우리 국민이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일은 남북 군당국이 합의하면 되는 일이고 유엔사령부가 막을 수 없다. 우리 정부가 그것을 양해하면 되는 일이며, 이미 완비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 왼쪽부터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신명섭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이종철 6.15경기본부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신명섭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전인 지난 1월부터 조선아태평화위원회 관계자들을 접촉하면서 파주-개성 마라톤을 비롯하여 북측과 합의한 6개 합의 사업에 대해 서로 기대를 하면서 협의를 했으나 하노이 노딜 이후 제대로 업무 진행이 되지 않았다. 지금은 이걸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관광에 대해서는 지난 3~4월부터 북측과 협의를 했으며, 북측으로부터 우리 중앙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제안해 주면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듣고 6월부터 통일부와 협의를 진행했다고 그간 경과를 설명했다.

"통일부에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경기도의 계획을 전달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지금까지 진척이 없었다. 오늘 평화대토론회를 계기로 경기도 차원에서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정부에 요청하고 북측에도 제안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말씀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DMZ남북평화공원과 농촌시범마을 조성 등 북측과 여러 합의가 있었으나 대북제재 핑계를 너무 많이 댔던 것 갔다"며, "DMZ남북평화공원은 제재에 걸리지만 남북추진위원회를 만드는 것은 해당되지 않을 것 같다. 농촌시범마을 관련한 설비나 장비의 경우에도 최근 북측 개풍군 양묘사업에 대한 제재면제 사례를 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경기도는 내년에 제재의 한계를 넘어 실천할 수 있는 문제를 뽑아 적극적으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해 보겠다. 핑계대지 않고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것이 내년 방향이 될 것"이라는 것.

   
▲ '제재의 벽을 넘어 평화로-남북관계 개선 창의적 해법 모색을 위한 평화대토론회'는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동안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최근 유엔안보리 제재위원회로부터 개풍양묘장 지원사업에 필요한 152개 품목을 제재면제 승인을 받은 성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대북제재를 사실상 주도하는 미 국무부가 구체적인 사정을 거의 모르는 것 같았다는 느낌이었다. 할 수 없다고 가만히 있는 것 보다는 부딪혀보면서 어떤 식으로든 길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경기도는 지난달 초 미국 뉴욕에서 열린 대북협력국제회의에 참가한 기회에 미 국무부와 유엔안보리 제재위원회를 방문해 개풍군 양묘장 지원사업과 이에 대한 유엔 제재면제의 필요성을 적극 설득한 결과 2010년 5.24조치로 지원 중단되었던 개풍양묘장 사업 재개를 위해 양묘온실, 용기, 트랙터, 태양광발전기, 작업공구 등 80%가 제재에 해당하는 총 152개 품목에 대한 제재면제 승인을 받았다.

홍 사무총장은 "이번에 물자 육로 전달까지 허가가 됐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북측과 협의해서 일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종철 6.15공동선언실천 경기본부 상임대표는 "1,300만 도민이 민관소통과 협력으로 남북관계 교착 타개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며, "(가칭)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경기도대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민관 소통과 협력 현황에 대해서는 "경기도 차원에서 평화부지사와 평화협력국, 통일기반조성팀을 만들고 남북교류협력 조례를 제정한데 이어 경기도 31개 시군에서도 평화통일사업 담당부서 및 조례가 갖춰졌다. 경기지역의 시민사회, 종교, 정당, 여성, 기업, 노동, 농민, 단체 등 각계각층을 망라해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범국민운동본부 경기본부를 구성해 확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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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8부두 미군기지 세균무기 실험실 잔말 말고 철거하라!

부산 8부두 미군기지 세균무기 실험실 잔말 말고 철거하라!
 
 
 
부산 통신원 
기사입력: 2019/12/20 [17:2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20일, 부산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은 부산 남구 8부두 미군기지 앞에서 ‘8부두 센타우르 체계 현장 설명회’를 규탄하며 ‘부산시민 위협하는 8부두 미군 세균실험실 잔말 말고 철거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부산 통신원

 

20부산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은 부산 남구 8부두 미군기지 앞에서 ‘8부두 센타우르 체계 현장 설명회를 규탄하며 부산시민 위협하는 8부두 미군 세균실험실 잔말 말고 철거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실험실을 철거하라’ ‘설명회를 반대한다’ ‘부산시를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국방부주한미군사 그리고 부산시는 20일 오전 10시에 8부두 미군기지 안에서 센타우르 체계라는 이름의 세균무기 실험의 안전성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했다.  

 

기자회견 주최 측은 주한미군이 허가된 시설물만 확인할 수 있어 정확하게 시설의 안전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과 설명회의 목적이 안전성 홍보이기 때문에 세균무기 실험실 철거를 요구하는 부산시민들의 요구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기자회견 참가자 일부는 부산 8부두 앞 홈플러스부터 약 2km를 가두행진을 하고 기자회견에 참가했다.     © 부산 통신원

 

기자회견 참가자들 일부는 부산시 관계자들의 설명회 참가를 막기 위해 8부두 앞 도로부터 미군기지 입구까지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기자회견 주최 측에서 8부두 미군기지 앞에 집회신고를 냈으나 경찰들이 막아서 한동안 참가자들과 경찰의 충돌이 이어졌다이 과정에서 참가자 한 명이 넘어지면서 옷과 신발이 벗겨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기자회견에서 박소영 부산여성회 남구지부장은 아이 셋을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나 불안하다근래 병원에 가니 독감 시기가 아닌데도 독감환자가 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라고 말하며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미국에만 이익이 되는 세균무기 실험실을 왜 우리 땅에 세워 두느냐라며 세균무기실험실 철거를 호소하였다.

 

이어 설명회 참가자로 통보받은 김석흔 남구 주민대책위 사무국장은 취지와 내용 설명 없이 부산시가 일방적으로 나를 참가하라고 요구했다나는 전문지식도 없는데 어떻게 350만 부산시민의 대표가 되어 (세균무기 실험실의안전성을 장담할 수 있겠는가”,“주한미군은 세균무기 실험하지 않는다고 말해 놓고 인제 와서 실험을 공식화하고 있다이런 미군을 어떻게 믿나라며 우리도 자주 국가로서 졸속적일방적 설명회 싫다고 당당히 요구하자저도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다라고 발언했다. 

 

▲ 기자회견 중 노정현 민중당 부산시당위원장이 해당 설명회의 부당함을 외치고 있다.     © 부산 통신원

 

기자회견 사회자 전위봉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부산시는 현장 설명회를 함께 추진한 만큼 설명회 결과에 대한 사후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한다라고 말했다.

 

2016년 미군이 세균무기실험을 위해 탄저균 등의 세균을 국내 반입해온 것이 밝혀진 이후 부산시민사회단체 및 부산시에서는 진상을 밝힐 수 있는 자리를 요구해왔다그런데 주한미군사와 국방부는 지속적으로 사실을 부인해오다가 이번 현장 설명회를 통해 세균무기 실험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2016년 세균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던 것과 정반대로 세균무기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인정한 것에 대한 질문은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전해졌다. 

 

또한 현장 설명회 중 스티븐 윌리엄스 미 공군 소장과 국방부 대북정책원 등의 구성원이 포함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북미관계에 영향을 주기위해 세균무기라는 공격용 전략무기를 선전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현장 설명회에서 미군은 세균 샘플 반입에 대해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8부두 미군기지 내 세균시험 분석실 등급은 2등급으로 밝혀졌다탄져균보툴리늄 등 해당부대에서 실제 취급하는 세균들은 최소 3등급 이상의 시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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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집요함, 에버랜드에서 밥 먹은 것까지 뒷조사

[삼성에버랜드 노조와해 판결문 살펴보니] '삼성 무노조 경영' 첫 유죄 판결 내용은

19.12.20 07:59l최종 업데이트 19.12.20 07:59l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에버랜드에서 열린 삼성노조 건설보고 기자회견.
▲  2011년 7월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에버랜드에서 열린 삼성노조 건설보고 기자회견.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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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성역이 깨졌다.

삼성그룹은 1938년 창사 이래 80년 넘게 무노조경영을 고수했다. 하지만 삼성에버랜드 노조와해사건 유죄 판결로, 삼성의 무노조경영은 처음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형사부(재판장 손동환 부장판사)는 2011년 삼성 에버랜드(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노조와해사건 당시 삼성그룹 무노조경영 사령탑이었던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관련 기사 : 법원, 삼성 노조와해 공작 비판 "19세기 소설 같다").

 

재판부는 ① 삼성노조 조합원들을 징계함으로써 노조 운영을 방해하고(업무방해) ② 어용노조 설립을 지시하는 등으로 노조를 지배·개입하고(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③ 삼성노조 조합원 뒷조사를 지시하고 그 정보를 받음으로써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삼성그룹 최고위층의 조직적인 노조와해 범죄임을 확인한 것이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과 에버랜드 임직원 모두 유죄를 피할 수 없었다. 판결문을 보면, 삼성그룹이 무노조경영을 고수하기 위해 어떤 불법을 저질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업무방해] 삼성 무노조경영 사령탑에선 무슨 일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그룹 전 계열사의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지원·조정하는 삼성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 보좌기관이다. 2010년 12월 전신인 전략기획실에서 이름이 바뀌었고, 2017년 3월 해체됐다.

당시 미래전략실 내 인사지원팀 인사지원파트가 그룹 무노조경영을 이끌었다. 인사지원파트는 매주 계열사 노사 관련 현황 등을 보고받고 '그룹노사전략'을 각 계열사에 전파했다. 삼성그룹 무노조경영 사령탑인 이곳 인사지원파트를 7년 동안 이끌었던 이가 바로 강경훈 부사장이다.

삼성 에버랜드 노조와해사건의 시작은 복수노조 시행 직전인 2011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 에버랜드에서 노조설립 준비 문건이 발견된 것이다. 미래전략실은 이 문건을 '불온문서'로 규정지었고, 대항노조(어용노조)를 설립하고 '진짜노조'를 설립하려는 조장희씨 징계해고·형사고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강경훈 부사장은 이를 승인하고 감독했다.

7월 조장희씨 등이 삼성노조를 세우자, 미래전략실의 계획은 실행에 옮겨졌다. 에버랜드는 조합원들을 뒷조사한 뒤 이러한 정보를 활용해 조합원 4명 전원을 차례로 징계했다. 특히 조장희 당시 삼성노조 부위원장을 해고했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던 김영태 회계감사를 무급 상태로 만드는 정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미래전략실의 행태를 지적했다.

"사용자 측은 처음부터 조장희 등을 문제인력으로 규정하고 그들을 징계하기 위하여 장기간에 걸쳐 그들을 감시하고 미행하여 동향을 파악하는 등 불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징계사유를 적극적으로 탐색하였고 감사를 실시하여 밝혀진 사유들에 대하여는 형사고소를 병행하였다. (중략) 사용자 측은 다른 근로자들에게 노조 활동을 하면 어떤 결과에 이르게 되는지 보여줌으로써 삼성노조를 고립시키고자 하였다고 할 수 있다."
 
 6월 12일 해고무효소송 승소 후 에버랜드 노동조합이 승리를 자축하며 찍은 사진
▲  2015년 6월 12일 해고무효소송 승소 후 에버랜드 노동조합이 승리를 자축하며 찍은 사진
ⓒ 안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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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법 위반] 어용노조는 어떻게 탄생했나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미래전략실은 '진짜노조'에 대응하기 위해 에버랜드 노조 설립을 준비했다. 이에 따라 에버랜드는 임아무개씨에게 노조위원장직을 제안했다. 임씨가 제안을 받아들이자, 에버랜드는 노조설립신고 등을 교육했다. 또한 노사 단체협약 체결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미래전략실과 에버랜드는 이밖에 임씨를 비롯한 에버랜드노조 집행부에 조합원 교육, 조합비 납부, 조합원 증원, 한국노총 가입 등을 지시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강경훈 부사장 등의 행위는 에버랜드노조의 조직·운영에 관한 의사결정 및 실행행위들의 자율성에 영향을 줄 의사로 행해졌고, 그로 인하여 에버랜드 노조의 의사결정이 좌우되었다고 함이 상당하다"라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에버랜드 놀러간 가족까지 뒷조사

미래전략실과 에버랜드는 이른바 '불온문서' 발견 이후부터 '진짜노조' 삼성노조 조합원들을 뒷조사했다.

에버랜드 쪽은 상황실을 마련한 뒤 차량을 통해 이들을 미행·감시하고, 주변 인물을 통해 이들의 행동과 대화내용을 수집했다. 또한 이러한 내용이 담긴 일일 동향 문건을 만들어 강경훈 부사장에게 보고했다.

에버랜드 상황실 구성원들은 2011년 10월 3일 조장희 삼성노조 부위원장이 가족과 함께 에버랜드에 놀러오자 5시간 20분 동안 조 부위원장의 시간대별 입장 수단, 이동 경로, 식사 주문 내역, 흡연 여부를 수집했다. 이 내용 또한 강경훈 부사장에게 보고됐다.

상황실 구성원들은 또한 김영태 삼성노조 회계감사의 아내가 유방물혹 조직검사 결과를 두고 부서장과 면담한 내용을 몰래 수집하기도 했다.

[양형사유] "삼성의 행위, 이해받을 수 없다"

재판부는 양형사유에서 헌법을 강조하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에버랜드 임직원의 행태를 비판했다.

"우리 헌법은, 근로자는 자주적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선언한다. (중략) 피고인 강경훈 등은 회사 지침, 상사의 명령을 성실히 수행하였을 뿐이라고 강변하지만 우리 사회가 기초로 삼은 약속보다 더 무거울 수 없는 위 사정만으로 이들의 행위가 모두 이해받을 수는 없다."

재판부는 "에버랜드 소속 다른 근로자들이 노조활동을 하는 데 두려움을 가지는 결과를 낳고 에버랜드 내 노사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막은 것을 물론 에버랜드가 우리 사회의 건강한 기업으로 올바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게 하였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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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비둘기는 왜 발가락을 잃나

조홍섭 2019. 12. 19
조회수 701 추천수 0
 
배설물 감염 아닌 사람 머리카락, 끈 때문
 
p1.jpg» 비둘기는 도시에서 인간과 함께 수천 년을 함께 살아왔다. 그런 동물에 기형이 발생하는 것은 도시가 건강하지 않다는 걸 뜻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
대도시의 집비둘기는 병균을 옮길까 접근을 꺼리는 혐오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뛰어난 청소부이기도 하다. 바쁘게 가로를 돌아다니는 비둘기를 자세히 보면, 적지 않은 수가 발가락이 없거나 뭉뚝한 혹이 생긴 기형임을 알 수 있다.
 
비둘기의 발가락 기형은 어떻게 생긴 걸까. 이제까지 나온 설명 가운데 감염설이 가장 일반적이다. 잠자리 바닥에 쌓인 제 배설물을 딛고 다니면서 포도상구균에 감염된 결과라고 주장한다. 비둘기를 쫓기 위한 철조망이나 가시 또는 화학물질 때문에 상처를 입은 뒤 감염으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비둘기 발의 기형은 머리카락이나 끈 등 인간활동 때문이라는 새로운 가설이 나왔다.
 
프레데릭 지게 프랑스 자연사박물관 조류학자 팀은 이런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 시내 46개 구역에서 1250마리의 비둘기를 조사했다. 한쪽 또는 양쪽 다리에서 발가락을 잃은 비둘기는 276마리로 다섯 마리에 한 마리꼴이었다.
 
p2.jpg» 도심 비둘기에서 발가락이 떨어져 나간 기형이 자주 발견된다. 배설물을 밟아 생긴 감염이 아니라 머리카락 등에 졸려 발가락이 잘린다는 주장이 나온다. 프레데릭 지게 제공.
 
처음 거리로 나온 어린 비둘기에게선 기형이 나타나지 않았다. 선천적 이유가 아닌 환경 탓임을 알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어 감염설이 맞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비둘기 깃털 색깔에 따라 기형 발생이 달라지는지 조사했다. 짙은 색 비둘기일수록 면역력이 강해 병균에 덜 감염된다. 결과는 색깔과 기형 발생은 관련이 없었다.
 
또 다리 하나에 잘린 발가락이 있는 경우 다른 발에서도 그런 일이 생기는지 알아봤지만 그렇지 않았다. 만약 감염 때문이라면 두 발 모두 배설물을 디뎠을 확률이 높고 두 다리 모두에서 절단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감염 가능성이 없었지만, 장소에 따라 절단 빈도가 많이 달라졌다. 녹지가 많은 공원보다 길거리 음식 장터가 늘 열리는 곳과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에서 발가락을 잃은 비둘기가 훨씬 많았다.
 
감염 때문이 아니라면 무엇이 원인일까. 연구자들은 프랑스 연구자들이 2018년 정밀한 관찰한 결과 사람의 머리카락이나 가는 끈이 발가락 절단으로 이어진다는 보고에 주목했다.
 
Frédéric Jiguet2.jpg» 가는 끈에 발가락이 얽힌 비둘기. 머리카락이나 가는 끈에 얽히면 점점 조여들어 혈관을 막고 결국 발가락이 절단된다. 프레데릭 지게 제공.
 
길바닥을 오래 돌아다니는 비둘기는 머리카락과 가는 끈이 발가락에 얽힐 가능성이 크다. 또 일단 여기에 얽히면 부리로 떼어내려 할수록 더 얽혀 조여진다. 결국 혈관이 막히고 괴사가 일어나 발가락이 잘리는 기형이 발생한다.
 
연구자들은 미용실 밀도가 높을수록 비둘기가 발가락이 잘리는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밝혔다. 미용실 청소과정에서 도로로 버려진 머리카락과 노천 음식 장터에서 나온 가는 끈이 그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연구자들은 “도시 비둘기가 수많은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등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병원체에 노출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런 감염 환경이 비둘기 발의 기형을 일으킨다는 통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발가락에 관한 한 비둘기는 도시의 인간이 일으킨 공해의 피해자”라고 이들은 덧붙였다.
 
512-1.jpg» 비둘기가 둥지를 틀지 못하도록 도시 전철의 교각 위를 쇠꼬챙이로 차단했다. 그러나 비둘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도시 환경을 반영하는 거울 구실을 하는 비둘기와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비둘기는 사람과 같은 환경에서 살아간다. 비둘기 깃털에서 얼마나 많은 중금속이 검출되느냐는 도시의 오염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연구자들은 “이제 도시의 오염 정도는 깃털뿐 아니라 발가락 수로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물과 환경이 건강해야 그곳에 사는 사람도 건강하다는 게 최근의 ‘원-헬스’ 철학이다. 도시를 떠나지 않고 먹이를 찾고 번식하는 비둘기는 도시 환경의 건강을 비추는 거울 구실을 한다. 
 
따라서 비둘기 다리가 성치 않다면, 그들과 함께 사는 사람의 도시 환경도 온전치 않은 셈이다. 연구자들은 “비둘기가 발가락을 잃는 사태는 도시의 녹지를 늘리고 쓰레기를 줄이라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생물학적 보전’ 12월 호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Frédéric Jiguet et al, Urban pigeons loosing toes due to human activities, Biological Conservation 240 (2019) 108241, https://doi.org/10.1016/j.biocon.2019.10824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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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끔개혁’으로 사학개혁 가능할까?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12/20 08:52
  • 수정일
    2019/12/20 08:5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찔끔개혁’으로 사학개혁 가능할까?
 
 
 
김용택 | 2019-12-19 10:15:5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사학개혁을 위해 교육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유은혜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승환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과 박상임 사학혁신위원회위원장과 함께 제15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추진단)’회의를 개최해 ‘교육신뢰회복을 위한 사학혁신 추진방안(사학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발표한 사학혁신방안에는 5개 분야 26개 제도개선 과제를 담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신뢰회복을 위한 사학혁신 추진방안’을 보면 △사학 회계 투명성 제고 △사학 법인 책무성 강화, △사학 운영 공공성 확대, △사립교원 권리보호 지원, △교육부 자체혁신 등 5가지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사학은 우리나라 교육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특히 국가가 어려웠던 시기에 한국의 교육발전을 이끌어 주었다”면서도 “다만 일부 사학의 비리일지라도 우리 교육 전체의 신뢰를 훼손하는 경우가 많고 발생하는 비리 유형이 반복적이며 구조적인 경우가 많아 제도개선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26개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①(회계투명성)업무추진비 공개 대상(총장→이사장 등) 확대, 적립금 공개 확대, 회계 부정 등 확인 시 교육부가 사립대 외부 감사기관 지정

②(법인책무성)임원 간 친족관계 및 임원·설립자와 친족관계에 있는 교직원 수 공시, 설립자 및 설립자의 친족 등은 개방이사 불가

③(운영공공성)사립교직원 채용공정성 강화, 중대한 비리를 범한 교직원에 대해 교육청의 감독권 강화, 사립학교운영위원회를 자문에서 심의 기구로 격상

④(교원 권리보호)교원 소청심사 결정 기속력 확보, 사립교원 육아휴직 3년 보장

⑤(자체혁신)감사결과 전문공개 및 감사처분 양정기준 마련, 퇴직공직자의 사립대학 무보직 교원 취업 제한 등 26개 혁신안을 담고 있다.

<족벌사학 천태만상>

이 정도의 혁신안으로 사학이 안고 있는 문제가 해결될까? 우리나라는 초등은 전체 6천 270개 학교 중 1.2%인 74곳이 사립학교다. 중학교는 전체 3천242개 학교 중 20%인 637곳, 고등학교 2천 360개 학교 중 40%인 947곳이나 된다. 전문대학의 94.01%, 대학교육의 80%가 사립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립이란 설립만 개인이나 단체가 했을 뿐 교원의 임금에서부터 운영비 전액이 국고에서 지원된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립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교사채용부터 공립은 임용고시를 거쳐 발령을 내지만 사립은 재단 맘대로다.

아버지는 이사장 아들은 교장, 며느리는 교감, 사촌은 행정실장… 사돈에 8촌에 이르기까지 온통 친인척이 장악하고 있는 가족회사다. 횡령과 배임, 채용비리, 급식비리, 유령교사 임금지급, 도서실비 불법징수, 동창회비 불법징수 및 체육복 불법 판매와 리베이트 의혹, 학교운영위원회 허위 개최와 이사회 회의록 위조, 시 소유 공원녹지 또는 임야에 불법으로 학교 설립과 시설물 증축, 학교 돈을 이사장 쌈짓돈처럼 유용하는가 하면 몇 년 전에는 충남에 있는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불법밀수에 동원해 학교인지 회사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다.

사립대 전체의 ⅔가 친인척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다. 족벌사학, 교육재벌, 세습경영, 징계권 남용… 등 전횡과 같은 대명사가 붙어 있는 게 사립학교의 현실이다. 교육의 공공성, 투명성, 민주성이 아니라 족벌, 재벌, 세습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부 고발자가 용기를 내 비리를 고발하면 고발자만 학교에서 쫓겨난다. 최근 KBS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339곳의 사립대가 4천5백여 건의 지적을 받았는가 하면 재정과 관련된 비리 적발 건수가 천백여 건으로, 금액으로는 무려 4,177억 원이나 됐다. 현재 사립대에 재직 중인 교육부 퇴직 공무원들은 전국 80여 학교에 걸쳐 모두 113명이나 된다. 교육부에서 퇴직한 4급 이상의 고위 공무원들이 이사와 교수, 대외업무를 전담하는 ‘행정대외부총장’이나 행정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처장', '법인행정본부장'을 맡기도 하고 심지어 7급과 8급, 9급 기능직까지 다양한 직급의 퇴직자들이 사립대에 재취업, 교피아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의 혈세를 쌈짓돈처럼 낭비하는 사립학교>

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은 등록금대로 받으면서 해마다 교육부로부터 7천억 원 안팎의 재정지원과 보조금이나 각종 사업 지원 등 무려 5조 원 예산을 지원받아 ‘금을 사고 유흥주점을 가는 등 쌈짓돈처럼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사립학교도 있다. 전체 사립학교의 76%가 11년간 종합감사조차 받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무법천지 치외법권지대가 된 이런 사립학교들을 감시·감독을 방치하고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정권시절, ‘국가보안법과 과거사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 사립학교법’을 일컬어 4대 악법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출범 후 임기 반을 지나서야 이제 ‘교육신뢰회복을 위한 사학혁신 추진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헌법이 보장하는 사학 운영의 자율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규제와 통제”라며 “사적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사학 무력화’ 조치는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과연 사학의 이러한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일까?

19대 국회의원 300명 중 대학 관련 기관에 겸직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은 모두 33명이었다. 정당별로 보면, 새누리당이 20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민주당은 12명, 무소속이 1명이었다. 설립별로는 국립대가 7명, 사립대가 31명이었고, 직급별로는 사립대 이사장 2명, 전임교수 10명, 겸임교수 10명, 객원교수 5명, 초빙·석좌·외래교수가 각각 2명, 특임교수가 1명, 기성회장 1명, 감사 1명이었다. 20대국회의원은 어떨까? 이런 현실을 두고 찔끔 개혁으로 과연 사립학교의 투명성 공공성이 실현될 수 있을까?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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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 총리' 핀란드가 부럽나요?

[청소년 인권을 말하다] 선거권 연령 하향 그 다음의 과제, 정당 활동 보장
 
 
 
 
 
2019년 12월, 핀란드에서는 사회민주당의 산나 미렐라 마린이 34세의 나이로 총리에 취임했다. 언론들은 세계 최연소 행정부 수반이라며 호들갑을 떠는 기사들을 냈다. 이만큼 젊은 총리의 등장은 이례적인 일이라지만, 사실 유럽 등지에선 '젊은' 정치인들의 모습이 그렇게까지 드물진 않다. 2014년 31세의 나이로 스웨덴 교육부 장관이 된 녹색당의 구스타프 프리돌린은 19세에 국회의원이 된 경력을 갖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는 독일 녹색당의 안나 뤼어만 의원은 2002년에 19세의 나이로 독일 연방의회 의원이 됐다. 2018년 국제의회연맹 자료에 따르면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의 나라들의 10~20대 국회의원 비율은 10%를 넘어선다. 

최근 들어 '청년 정치'가 하나의 화두가 되어서인지, 한국에서는 그런 '젊은 정치인'의 모습을 보며 부럽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도 한다. 당연한 일이다. 한국의 피선거권 연령 제한 기준은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등은 25세, 대통령은 40세다. 19세 국회의원이나 34세 대통령의 등장은 법으로 봉쇄되어 있다. 선거권 연령 제한 기준도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18세인 데 비해 19세를 고수하고 있다. 선거권·피선거권 연령 제한 문제 등부터 개선해야 청소년·청년들의 정치 참여가 활발해지고 '젊은 정치인'도 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십수 년 동안 청소년운동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은 선거권·피선거권 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해 왔다. 올해 10월엔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한국 정부에 청소년의 참여권 확대를 위해 선거권 연령 하향을 권고한 바 있다. 그리고 현재 국회 본회의에는 선거권 연령 제한 기준을 19세에서 18세로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선거법 개정안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되어 있다. 아직 통과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청소년 일부라도 선거권을 가지는 날이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청소년 참정권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선거권 연령 하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젊은 국회의원이 등장하거나 청소년·청년들의 정치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더 중요한 과제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정당 활동의 자유 보장 문제다.

유례없는 정당 가입 연령 규제 

대한민국의 정당법 제22조는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는 자"로 발기인 및 당원의 자격을 명시하고 있다. 사실상 선거권이 없는, 현재는 19세 미만 청소년들의 당원 가입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만약 선거권 제한 연령 기준이 18세로 완화되더라도, 정당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18세 미만 청소년들은 여전히 정당 가입이 합법적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정당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데 꼭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어야만 할 필연적 이유는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정당 가입 가능 연령을 선거권 연령보다 낮추는 것을 검토하라고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또한 민주주의 국가들 중에서는 한국과 같이 국가가 정한 법률로 정당에 가입할 수 있는 연령 등을 규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개는 각 정당에서 자체적으로 연령 등의 당원 가입 자격 요건을 정하며, 아직 선거권을 제한당하고 있는 청소년 때부터 당원 가입이 가능한 당들이 다수다. 

예를 들어, 영국의 보수당은 연령 제한이 없고, 노동당은 15세부터 가입이 가능하다. 독일 사회민주당은 14세부터, 프랑스 사회당은 15세부터다. 그리고 이러한 정당들은 '유스 조직', 즉 청소년·청년 조직을 두어 10대, 20대들이 정당 활동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스웨덴의 프리돌린은 11세에 녹색당에 가입했고 16세에 녹색당 유스 조직의 대변인을 지냈다. 독일의 안나 뤼어만도 대략 15세 무렵에 녹색당에 가입했다. 그 밖에도 10대 때부터 정당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숱하게 많고, 유명 정치인들 중 상당수도 10대 때부터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젊은 정치인, 젊은 국회의원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정당 안에서 청소년기부터 정치 활동을 하고 당내 입지를 만들어 가며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이 정당에 가입하고 정치 활동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대전제이다. 

청소년들이 당내 경선에 참여한다면 

한국에서 청소년들에게 정치는 오랫동안 금기였다. 물론 선거권 제한 연령 기준을 완화하여 청소년들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에 더해, 청소년들이 정당에 가입하는 것은 그보다 더 큰 인식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정당 당원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정치적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서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정치 활동이기 때문이다. 정당 안의 청소년 조직들이 잘 꾸려지면, 청소년 대중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입법 등에 반영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을뿐더러 정당들이 청소년들의 문제에도 관심을 갖도록 끌고오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만약 청소년이 당원이 되면 당의 대표를 선출 과정이나 주요 선거에서 출마할 후보를 결정하는 당내 경선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비록 선거일에는 한 표를 행사하지 못하는 나이여도, 본선 후보를 결정하는 예선에는 참여하여 결과를 좌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들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청소년 당원들을 만나고 그들의 표를 얻기 위한 정책을 약속해야만 할 것이다. 청소년 당원들이 다른 당원들과 함께 국회의원 후보를, 시장이나 도지사 후보를,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발언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건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것만큼이나 혁명적인 변화일지도 모른다.

자유로운 정당 가입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결사의 자유에 해당하는 기본권의 문제이다. 또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아동에게도 차별 없이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결사의 자유와 참여권의 문제이다. "정당 가입 연령 제한을 폐지하고 정당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한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제20대 국회에서도 정당 가입 연령을 15세로 낮추는 개정안, 연령 제한을 폐지하는 개정안 등이 여럿 발의되었다. 그럼에도 국회에서 이 문제는 아직까지 한 번도 비중 있게 논의되지 못했다. 

사실 법률로 정당 가입 연령을 제한하는 것은 정당들의 입장에서도 문제 삼을 만하다. 누가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는지는 각 정당들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정당의 결사의 자유이자 자유로운 정당 활동의 영역이기도 하다. 국가가 불필요하게 당원의 자격에 제한을 두는 것은 정당의 자유로운 정치 활동을 규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의 정당법이 선거권이 없는 청소년의 정당 가입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청소년 인권에 무관심한 한국 사회의 한계를 보여 주는 것인 동시에 정당의 자유로운 활동을 제약해 온 한국의 후진적 정치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청소년 정당 활동 보장이 민주주의 강화의 조건 

정치학자 최장집 교수는 꾸준히 '민주주의 정치가 잘되려면 정당 정치가 잘돼야 한다'라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나는 정당 정치가 잘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정당 참여가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한 필요조건은 청소년의 정당 활동 보장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이 정당에 참여하고 정치 활동의 경험을 쌓으며 정치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어야 건강한 참여 문화가 만들어지고 세대 교체가 구조화될 수 있다. 정당들이 적극적으로 정치교육기관 역할을 하고 청소년들을 조직화해야 우리 사회의 정치의식이 높아질 수 있다.

정당 당원이 되어 활동하는 데 법률상 나이 제한은 폐지되어야 한다. 청소년들도 자유롭게 정당에 가입하고 정치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청소년 참정권 보장은 청소년이 이 사회의 시민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청소년 인권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나아가 우리 사회 민주주의가 더욱 활기를 띠고 튼튼해지게 만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것부터 시작하여 청소년의 정당 활동을 보장하는 선거법·정당법 개혁이 하루빨리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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