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는 정권을 잡은 정치세력의 철학을 실현하는 수단이다. 기획재정부는 가장 유능한 관료 집단으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선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 내내 걸림돌 같아 보였다. 청와대와, 때로는 여당과, 마침내는 국민의 발목까지 잡았다. “여기가 기재부 나라냐”라는 말은 문재인 정부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이 됐다.
홍남기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만들어낸 5개의 상징적 장면을 추렸다.
#1. 장하성과 김동연의 어색한 웃음
2018년 8월 29일.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가 악수하며 환하게 웃었다. 관심이 집중됐다. 카메라 플래시가 연이어 터졌다. 갈등설이 격화한 시점이었다. 장 실장은 “매일 보다시피 하고 이렇게 사이가 좋은데 왜 뉴스거리가 되냐”고 말했지만,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세간에선 ‘언론플레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두사람의 골은 깊었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왼쪽)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뉴시스
발단은 최저임금이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은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 성장’ 경제정책의 대표 공약이었다.
집권 첫해, 최저임금은 16.4% 올랐다. 역대 인상률 중 가장 높았다. 경영계와 보수언론의 ‘흔들기’가 시작됐다. ‘경비원 1만명 해고 위기’라거나 ‘청년 취업 한파에 알바까지 사라져’라는 등의 뉴스가 연일 전파를 탔다. 을들의 전쟁도 부추겼다. 편의점이나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이 부각됐다.
논란 초기, 김동연 전 부총리는 “인상 부담 경감을 위해 여러 대책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권 초기 소득주도 성장에 우호적인 듯 보였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하자 김 전 부총리는 돌아섰다. 그가 본격적으로 ‘최저임금 1만원’에 반기를 든 것은 2018년 5월 취업인구가 3개월 연속 10만명대를 보이면서부터다.
통계청이 당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적용된 2018년 1월 취업인구는 33만명이었다. 이후 급감했다. 2월부터 10만4천명, 3월 11만2천명, 4월 12만3천명으로 3개월 연속 취업인구 10만명대를 기록했다.
당시 김 전 부총리는 공개석상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고용과 임금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같은 고용동향 자료를 두고 “최저임금으로 인한 고용감소 효과는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 결론”이라며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고 봤다. 경제 ‘투톱’인 장 실장과 김 부총리 메시지가 다르게 나오자 갈등설이 시작됐다.
청와대는 장 전 실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갈등설을 해소하려 했지만, 김 전 부총리는 “2020년까지 1만원 목표를 신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속도조절론을 계속 주장했다.
결국 그해 7월 14일 최저임금 인상률은 전년도(16.4%)보다 5.5%포인트 낮은 10.9%로 결정됐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목표를 달성하려면 15.2% 수준으로 인상 됐어야 했다.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은 무산됐다. 이틀 뒤인 16일 문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고 사과했다.
갈등은 소득주도성장 정책 전체를 두고 확전했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그간 추진한 경제정책 효과를 되짚어 보고, 필요하다면 개선·수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앞서 장 실장이 “송구스럽지만 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고 말한 발언과 대조를 이루면서 갈등설은 격화 됐다.
논란이 확대 되자 문 대통령이 진화에 나섰다.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결과에 직을 걸라”고 경고하는 한편 “우리는 원팀”이라며 강력한 자제 메시지를 내놨다.
장하성 전 실장과 김동연 전 부총리가 웃으며 손을 맞잡은 그날은,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가 나온 직후였다. 두 사람의 미소가 어색해 보였던 이유다.
두 사람의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김 전 부총리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부정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다시 논란이 일었다. 한 달 여 뒤인, 10월 18일 국회 국정감사에 나온 그는 “최저임금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 동의하느냐”는 질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도발이었다.
이후 11월 진행된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두 사람 갈등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국, 청와대는 11월 9일, 장 전 실장과 김 전 부총리를 동시에 경질했다. 예산 심사 기간중 이뤄진 충격적 인사였다.
#2. ‘조세개혁특위’는 모르겠고…“우리는 현행유지”
“경제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위 건의안과는 달리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2018년 7월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조세개혁’을 실현하기 위해 구성한 재정개혁특위 결론이 경제부총리의 입에서 단박에 무시되는 순간이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18년 7월 6일 오전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을 발표한 뒤 퇴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경제부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임화영 기자
재정개혁특위는 ‘100년을 갈 조세개혁’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출범했다. 재정개혁특위는 출범 3개월여만인 7월 3일 첫번째 결과물인 조세개혁권고안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내용은 금융소득종합과세(금소세) 기준 금액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는 것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안 등 ‘부자증세’가 골자였다. 그러나 김 전 부총리는 금소세 강화에 대해선 하루만에 ‘검토해봐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보였고, 종부세 강화안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조정해버렸다.
기재부가 공식발표한 정부안에서 금소세 기준 인상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금융자산에 대한 과세 부담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종부세도 조세개혁특위의 권고안보다 후퇴했다. 권고안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 5%포인트씩 인상해 2022년까지 100%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지만, 기재부가 발표한 정부안에는 90%까지만 인상하는 것으로 한계를 뒀다. 특위는 토지분 종부세도 소폭 올리는 방안을 내놨지만, 기재부는 이를 아예 거부했다.
특위가 내놓은 종부세 개편안도 당시 여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맹탕’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기재부가 그보다 더 후퇴한 안을 내놓은 것이다. 기재부의 폭주에도 청와대는 “조율된 안”이라며 “특위는 자문 기구일 뿐”이라고 말해 묘한 뒷맛을 남겼다.
조세개혁특위는 기재부의 벽을 넘지 못했고, 청와대의 옹호마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특위는 더 소극적으로 운영됐다. 특위 당연직 위원으로 명단에 올랐던 기재부 세제실장과 재정관리관은 2018년 하반기 이후에는 회의에도 거의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대를 모았던 특위는 2019년 2월, 초라한 성과만 남기고 활동을 마무리했다. 당시 참여연대는 “용두사미”라고 촌평했다.
#3. “여기가 기재부 나라냐!” 버럭한 국무총리
“여기가 기재부 나라냐!!”
2020년 4월 22일, 정세균 국무총리 방에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향한 고성이었다. 홍 부총리는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은 절대로 안 된다”고 고집을 부렸고, 말을 듣지 않자 정 총리 입에서 큰소리가 나온 것이다.
기재부는 이후 ‘재정건전성’이란 옹벽에 갇혀 청와대·여당·여론과 끊임없이 부딪혔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보인 재정운용은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23일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정세균 국무총리가 홍남기 부총리와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는 4차 추경 배정계획안과 예산 공고안 등을 의결한다. 2020.09.23ⓒ김철수 기자
홍남기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기재부는 2020년 이후 지금까지 청와대·여당·여론에 끊임없이 반발했다.
지난해 4월 ‘전국민 재난지원금’ 국면이 대표적이다.
초기 재난지원금은 재난기본소득으로 불렸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김경수 당시 경남도지사가 정부에 공식적으로 건의했다.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논의는 처음부터 전국민 지급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단순한 재난지원금이 아니라 기본소득을 바탕으로 한 경제정책이라는 철학이 담긴 이름이었다.
같은 해 2월 IMF(국제통화기금)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충격을 우려하면서 “한국은 재정 여력이 충분하니 적극적인 재정·통화 정책을 유지해달라”고 주문한 것도 ‘재난기본소득’ 주장에 힘을 실었다.
기재부는 처음부터 재난지원금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1차 추경예산을 추진하던 홍 부총리는 3월 11일 국회에서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굉장히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강력 반발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면 나라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고 쏘아붙였다.
여론이 움직였다. 긴급한 시기에 전국민 지급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당시 총선 국면을 맞아 야당인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마저도 여론에 눈치를 보며 전국민 지급에 동의했다.
국무총리도 움직였다.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는 홍 부총리를 두번이나 불러 전 국민 지급을 설득했다. 여당과 국무총리가 기재부에 동의를 구하는 옹색한 장면이 자꾸 드러났다.
당시 보도에 다르면 정 총리는 홍 부총리에게 ‘고소득자 자발적 기부’라는 중재안을 건넸다. 홍 부총리가 이마저도 거부했다고 알려진다. 정 총리가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라고 고성을 질렀다는 게 바로 이 대목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정 총리의 중재안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 정설이다.
결국, 홍 부총리의 기재부는 청와대와 여야, 국무총리는 물론 여론과도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홍 부총리는 마지못해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를 전제로 긴급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불편한 심기는 감추지 않았다. 재난지원금을 위한 2차 추경예산안 국회 심사 과정에서 “(소득하위) 70%(지급)가 적절했다고 생각한다”며 ‘뒤끝’이 작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최근까지도 6차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을 고수하고 있다. 기재부의 ‘재정건전성’은 전가의 보도처럼 이곳 저곳에서 문재인 정부 정책을 칼질했다.
#4. 유력 차기 대권주자에게 “철없다” 나무란 경제 부총리
“철 없는 발언이죠?”
임의자 미래통합당 의원이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물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국민에게 오해 소지를 줄 수 있는 발언입니다”
홍 부총리가 답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재난지원금을 30만원씩 50번, 100번 지급해도 선진국 국가부채비율에 도달하지 않는다”고 한 데 대한 질의와 답변이었다.
재난지원금의 전국민 지급을 강하게 주장하는 이 후보와 선별지급을 고수하는 홍 부총리가 본격적인 설전이 시작된 장면이다.
재난지원금 논의 과정에서 홍 부총리와 가장 격렬하게 부딪힌 것은 이 후보였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하기도 전에 도민 1인당 10만원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결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재난지원금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특히 이 후보는 '재정건성성'을 이유로 재난지원금에 반대하던 홍 부총리와 기재부를 향해 "(기재부가) 새로운 시대, 새로운 상황에 전혀 적응을 못하고 있다"며 날 선 비판을 했다.
이에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던 홍 부총리는 임 의원의 질문에 “철 없는 발언”이라고 응수한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좌)와 홍남기 경제부총리(우)ⓒ제공 : 뉴시스
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황스럽다”면서 “존경하는 홍남기 부총리께서 ‘철없는 얘기’라 꾸짖으시니 철이 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불쾌함을 표하면서도 “재정 건전성 걱정에 시간만 허비하다 ‘경제 회생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와 이 후보는 예산을 두고서도 설전을 벌였다. 같은 해 12월 22일 이 전 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정부가 광역버스 예산을 삭감한 것을 두고 “아무리 ‘기재부의 나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소불위라지만 기재부 정책을 비판했다고 사감으로 정부기관 간 공식합의를 마음대로 깨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같은 날 SNS에 올린 또 다른 글에선 한국의 재정 적자가 42개 주요 국가 가운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난 것을 두고 홍 부총리를 향해 “뿌듯한가”라고 반문하면서 “만약 그렇다면 경제관료로서 자질 부족을 심각하게 의심해 보셔야 한다”고 비꼬았다.
홍 부총리도 반박했다. 이틀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재부와 저의 업무에 대해 일부 폄훼하는 지나친 주장을 듣고 제가 가톨릭 신자이지만 문득 법구경 문구가 떠올려졌다”라며 “비여후석 풍불능이 지자의중 훼예불경(譬如厚石 風不能移 智者意重 毁譽 不傾) 즉 ‘두텁기가 큰 바위는 바람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듯 진중한 자의 뜻은 사소한 지적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이 전 지사의 비판을 우회적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두 사람의 설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는 기재부 해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는 “기재부의 예산 권한을 (기재부에서) 분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탁상행정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5. 기재부에 포위된 청와대 경제라인
올해 3월 29일 ‘전셋값 논란’으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물러났다. 후임으로 기재부 출신 이호승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임명됐다. 경제수석의 공석은 안일환 당시 기재부 2차관이 채웠다. 기재부 차관보 출신인 이형일 경제정책비서관까지 청와대 경제정책라인이 모두 기재부 출신으로 구성되는 순간이었다. 이명박 정부 이후 8년만에 일이다.
지난 2월 28일고위 당정청협의에서 대화 중인 이호승 당시 경제수석(왼쪽)과 안도걸 당시 기재부 예산실장. 이들은 한달 뒤 각각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으로 청와대 경제라인을 맡았다. 2021.02.28ⓒ정의철 기자
문재인 정부 초기 장하성, 김수현, 김상조까지 학자 출신을 정책라인을 이끄는 정책실장에 영입하면서 등 ‘헤드(리더)는 절대 관료 출신을 쓰지 않는다’는 기조를 강조했으나, 현재는 청와대와 행정부 대부분의 자리를 관료출신들이 메우고 있다.
현재 경제관계장관회의 참석자(부처 17곳+경제수석) 중 기재부 출신은 홍 부총리를 비롯해 3명이다. 이달 교체된 안일환 전 경제수석과 지난 8월에 퇴임한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까지 포함하면 기재부 출신만 5명일 때도 있었다. 관료 출신으로만 따지면 현재 9명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경제관계장관회의 구성원 중 기재부 출신만 3명이 있던 것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통상 정권 말기에는 인재들이 공석에 가기를 꺼려하거나, 정부 스스로도 안정과 효율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김앤장(김동연, 장하성)’ 갈등으로 대표되는 관료사회와의 심한 갈등을 겪어온 만큼 이런 경험이 조직 장악이 수월한 관료를 선호하는 쪽으로 선회하도록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6명의 정책실장 중 3명을 관료 출신으로 임명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유고집 ‘진보의 미래’에서 이런 상태를 “관료에 포획됐다”라고 적었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백기를 들고 관리를 중심으로 관료들의 전문성에 의존하는 형태로 가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 초기에 보였던 진취성은 관료와의 갈등속에서 약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핵심 자리가 기재부 출신이고, 파견나온 공무원들도 기재부 출신이니까 대통령의 눈과 귀를 다 가리고 있다"며 "초기에 문재인 정부에서 외부인사로 청와대로 들어간 장하성 전 정책실장, 홍장표 전 경제수석이 상징적인 존재인데 관료들에게 밀려나면서 소득주도성장은 사실상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재부 관료들이 '어공'(어쩌다 공무원, 정무직 공무원)에게 '얼마나 버틸수 있는지 두고보자'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는 정도"라며 "무조건 관료를 적대시할 필요는 없지만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에는 선을 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선거가 4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누가 돼야 한다’는 이유보다 ‘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이유가 유독 넘쳐나는 요즘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 등으로 평가절하 된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민중의소리는 이번 대선이 한국 사회가 더 진보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2022 더 왼쪽으로’는 대선에서 주목할 만한 진보적 대안을 조명해보는 기획이다. 연말까지 몇 차례에 걸쳐 독자들에게 전할 의제와 주장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
전두환 사망 이후 그의 역사적 죄악에 대해 많은 언론이 다루고 있다. 전두환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이미 끝났고,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그의 죄악을 확인해 다시는 이러한 독재자·학살자가 나오지 않도록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전두환 정권의 가장 큰 죄악인 광주학살에 대해 언론이 관심을 갖는 것은 필요하고 당연하다. 특히 전두환은 자신의 과오에 대해서 사죄를 하지도 않았고, 역사적 진실 규명에 그 어떤 협조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두환의 과오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당연하다. 그래서 광주학살 외에도 그의 집권기에 이뤄졌던 수많은 폭정과 인권탄압도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삼청교육대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한열 열사 죽음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 역시 전두환의 역사적 죄악으로서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건과 진실이 있다. 그것은 전두환 정권은 '고문공화국'이었고 바로 그 고문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다는 사실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 왜 고문이 많았을까
▲ 1979년 11월 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을 발표하는 전두환 당시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
근대적 형태의 고문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인권탄압 과정에서 자행됐다. 일제는 수많은 고문기법을 개발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런데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했던 친일 경찰들이 독재 정권에서도 그대로 활동하게 됐고 이들의 잔혹한 속성과 각종 고문기술 등은 민주화운동가들을 탄압하는 데 그대로 활용됐다.
민주화운동가들에 대한 고문은 전두환 정권 이전부터 존재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의 고문도 매우 악명이 높았다.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의 차이는 질적인 측면이 아니라 양적인 측면에 있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한국의 민주화운동이 대규모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래서 목표물로 삼은 소수세력에 탄압을 집중했다.
그에 비교해서 볼 때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민주화운동이 활성화됐다. 약간 늘어난 정도가 아니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민주화 운동이 양적으로 늘어났고 질적으로 강화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만큼 전두환 정권의 탄압은 정비례로 강화됐다.
그래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거리에서는 최루탄이 쉴 틈 없이 터뜨렸고,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은밀한 지하에서는 수많은 민주화운동가들을 불법 체포해서 끔찍한 고문을 자행했던 것이다. 거리에서는 최루탄, 지하에서는 고문. 전두환 정권은 이렇게해야만 유지될 수 있는 최악의 정권이었다. 고문의 실체
▲ 김근태가 기록한 수기 ‘남영동’을 영화화한 [남영동 1985]에서 김근태의 진술을 토대로 재현된 전기고문 장면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각종 기록 등을 통해서 고문의 실체에 대해서 비교적 잘 안다. 그리고 자신이 고문을 받는 상황을 상상해본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필자도 그런 상상을 여러 번 한 적이 있었는데, 상상만으로도 너무 끔찍하다. 그래서 그때마다 그런 고문을 당하면서도 대의를 위해서 투쟁을 이어간 수 많은 독립운동가, 민주화운동가들에 대한 존경심을 더 깊이 갖게 됐다.
고문은 어떤 면에서는 순간의 고통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면이 있다. 고문피해자들의 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볼 수 있다.
고문피해자 "차라리 나를 죽여라, 죽여!"<br />고문가해자 "여기서는 그냥 죽는 게 오히려 행복한 거야. 그러니 우리가 너를 왜 죽이겠냐.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고 당해봐."
극심한 고통을 견디기 힘든 고문피해자는 오히려 자신을 죽여달라고 호소한다. 그리고 고문가해자는 순간의 고통으로 죽게 하는 것보다 고문을 통해서 심신의 고통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가장 잔혹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피해자는 죽여달라고 애원하고, 가해자는 순간의 죽음보다 더한 고문으로 괴롭히겠다고 조롱하는 상황, 이것이 전두환 정권 시절 우리가 볼 수 없고 몰랐던 지하의 어느 공간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던 일이다.
고문이 끔찍한 또다른 이유가 있다. 고문 피해는 정신적·신체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전두환 정권의 악행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는 요즘에 고문 피해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는 고문후유증에 의한 죽음이 대체로 전두환 퇴임 이후에 이뤄졌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피해가 오랜 기간 나타나는 것이다. 그만큼 고문은 한 사람과 그 가족들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끔찍한 국가테러이자 범죄이다.
'부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전두환 정권이 자행한 고문으로 피해받은 사람들은 매우 많다. 이 글에서 모두를 거론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송건호 선생, 김근태 선생, 김홍일 선생 등 3명의 사례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대표적인 저항언론인인 송건호 선생은 2001년 74세로 타계했다. 송건호 선생은 1980년 김대중내란음모조작사건으로 체포돼 고문을 받았다. 송건호 선생은 고문후유증으로 1990년대 들어서부터 파킨슨병을 앓게 돼 온몸이 마비되기 시작했고 1997년부터는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그리고 2001년 타계했다.
김근태 선생은 2011년 64세로 세상을 떠났다. 김근태 선생은 민청련 사건으로 체포돼 1985년 9월에 고문을 받았다. 김근태 선생에 대한 고문사실은 전두환 정권의 인권탄압의 상징적인 사례이며 해외에도 널리 알려졌다. 김근태 선생은 축농증 치료를 위해 수술이 필요했지만 수술대에 누으면 고문 받을 때의 기억이 떠올라 수술을 못할 정도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렸다. 그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건강도 악화돼 파킨슨병을 앓았고 복합적인 고문후유증에 의해 64세라는 이른 나이에 타계했다.
김홍일 선생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첫째 아들이다. 김홍일 선생은 2019년 71세로 별세했다. 김홍일 선생은 1980년 김대중내란음모조작사건으로 체포돼 고문당했다. 전두환 신군부는 김홍일 선생에게 그의 아버지인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조작된 혐의를 시인하라고 협박하면서 고문을 자행했다. 김홍일 선생은 고문을 받다가 조작된 혐의를 인정하게 될 것이 두려워 자살을 시도했다. 그 이후 각종 고문후유증으로 고생하던 김홍일 선생은 2000년경부터 파킨슨병을 앓게 됐고 이후 제대로 거동하기조차 힘들어졌다. 세상을 떠나기 10여 년 전부터는 말도 제대로 못할 정도였다. 전두환 정권은 아들에게 고문을 가해 그의 아버지의 죄를 조작하려고 할 정도로 잔인했다. 민주화투쟁은 인권투쟁이다 전두환 정권의 고문은 잔혹했다. 전두환 정권을 '고문공화국'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잔혹한 고문이 광범위하게 자행됐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고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생을 마감했다. 참으로 끔찍하고 아픈 역사이며 다시는 잊어서는 안 될 전두환 정권의 악행이다.
이러한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고문은 학살과 함께 최악의 인권탄압이기 때문이다. 고문을 자행하는 정권은 학살도 서슴지 않는다. 고문만 하고 학살은 하지 않는다거나, 학살만 하고 고문을 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그런 면에서 민주화투쟁은 인권투쟁이기도 했다.
11월 25일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인권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 그리고 민주화를 위해서 오랜 기간 노력한 민주화운동가, 우리 국민의 힘으로 탄생한 소중한 기관이 바로 국가인권위원회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되돌아보면서 인권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한번 곱씹게 된다.
▲ 이 곳에서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87년 서울대생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25주기였던 2012년 1월 14일 오후 고인이 물고문을 받아 사망한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 509호 조사실 물고문 현장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정치못난이- 윤석열 후보가 지지자들과 짠하고 술잔 부딪히는 영상이 화제가 됐더라. 우리 친근한 석열이형 멋져! 역시 남자다잉!
백성공주- 정치못난이야. 윤석열이 언제 어디에서 그렇게 술을 마신 줄은 아니?
정치못난이- 아니. 날짜와 장소가 중요해?
백성공주- 중요하지. 윤석열이 술, 그것도 폭탄주를 퍼마신 날은 광주 망월묘역으로 사과하러 내려간 바로 그날 밤이야. 사과가 진심이었다면 폭탄주를 마셨겠니? 이건 5·18 영령들과 광주를 완전히 우습게 본 거라고.
정치못난이- 에이~ 기껏 멀리 갔으니까 회포 풀려 한 거겠지 뭐.
백성공주- 떳떳하다면 당당하게 마셨다고 말했겠지? 하지만 윤석열 측은 처음엔 폭탄주를 안 마셨다고 했어. 그런데 영상이 공개되고 나서야 ‘술을 안 마셨다고 해명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꾸더라.
정치못난이- 정말?
백성공주- 게다가 “누구든지 선거에 관하여 후보자 또는 그 소속 정당을 위하여 기부행위를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 115조에는 이렇게 나와 있어. 쉽게 말해 후보가 대접받으면 선거법 위반이라는 거야. 그런데 윤석열은 지지자들에게서 비싼 민어회를 대접받았어.
정치못난이- 증거는 있어?
백성공주- 윤석열이 갔다는 목포 횟집 주인은 “윤석열 후보는 식사비를 직접 낸 적이 없다. 1층은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지불했고 2층은 이광래 씨가 지불했다” 이렇게 말했어. 이광래는 목포시의장을 했던 사람인데 이날 술자리에도 있었지.
정치못난이- 헐.. 그럼 윤석열이 진짜로 선거법을 위반한 거야?
백성공주- 그래. 술자리에선 ”윤 후보님의 승을 위하여 건배사를 올리겠다”라는 말까지 나왔대.
정치못난이- 그게 뭐가 문제야?
백성공주- 선거법에는 제3자가 후보를 초대해서 선거 지지를 호소하고 돈을 내면 ‘제3자 기부행위’라고 나와 있어. 한마디로 윤석열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선거법을 두 번이나 어긴 거야.
정치못난이- 헐.. 그럼 윤석열이 수행원들의 밥값을 대신 내줬다는 미담도 거짓말이야?
백성공주- 맞아. 윤석열이 본인이나, 수행원이 먹은 민어회를 계산했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어. 국힘당이 증거로 내민 영수증은 오히려 윤석열이 대접받았다는 의심만 키우고 있다고.
정치못난이- 헉.. 큰일 났네.
백성공주- 심지어 윤석열은 같은 식당에서 방역법 위반까지 해놓고 나 몰라라 발뺌 중이야.
정치못난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백성공주- 윤석열과 지지자 12명이 횟집 안에서 거리두기도 안 하고 딱 붙어 있었거든. 그러고 보면 방역수칙 위반은 윤석열의 습관인가 봐. 윤석열은 국회에서도, 부산 돼지국밥 가게에서도, 포항 전통시장 선거 유세 때도, 이번 목포 횟집에서도 방역수칙을 위반했어.
정치못난이- 거참.. 난 무서워서 식당도 잘 못 가는데..
백성공주- 정리하면 윤석열은 같은 날에 비싼 민어회를 공짜로 얻어먹었고 여기에 선거 지지도 받았어. 게다가 방역법도 위반했어. 전직 검찰총장인데다가 대선 후보라는 인간이 이렇게 법을 무시해도 되니? 윤석열이 일반인이었다면 진작 구속됐을 거야.
정치못난이- 어휴.. 뭐라 더 할 말이 없다.
백성공주- 윤석열의 꼴불견은 여기서 끝이 아니야. 이번 폭탄주 만행으로 윤석열의 거짓말이 하나 더 밝혀졌다고.
정치못난이- 또 뭔데?
백성공주- 얼마 전 전두환이 죽었잖아? 윤석열은 “삼가 조의를 표하고 유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했어. 또 “전직 대통령이시니까 가야 하지 않겠나”라며 전두환을 조문하겠다고 직접 말했다고. 학살자 전두환에게 존칭을 붙여가며 아주 극진히 대우한 거지. 그런데 여론의 눈치를 보더니 나중에는 조문 안 간다고 말을 바꾸더라?
정치못난이- 윤석열은 광주 가서는 개 사과 논란에 사과한다더니 대체 왜 저러는 거야? 또 잔뜩 욕만 먹을 것 같은데..
백성공주- 왜긴 왜겠어. 윤석열이 전두환을 진심으로 찬양하니까 그렇겠지. 이렇게 보면 윤석열이 광주에서 묘역 참배한 그날에 폭탄주를 마신 심정도 이해가 돼. 윤석열 딴에는 사과하는 척 연기하기 얼마나 힘들었겠니? 그랬는데 호남 지지자들이 대접한다고 하니 '얼씨구나 좋다' 하고 덥석 물었겠지.
정치못난이- 세상에...
백성공주- 이러니까 요즘 윤석열 보고 ‘이명박의 도덕성과 박근혜의 지적 수준’을 갖춘 역대급 후보라는 말이 나오는 거야.
정치못난이- 칭찬.. 이라기엔 뭔가 좀 이상하게 들리는데.
백성공주- 이명박이나 박근혜 하면 국정농단으로 감옥까지 간 적폐의 끝판왕이잖아? 그런데 윤석열은 이명박과 박근혜를 합친 것보다도 못한 수준이라는 거야. 윤석열이 얼마나 무능하고 저열하면 이딴 평가를 받겠니?
정치못난이- 아이고... 석열이형! 부디 여기서 더 멀리만 가지 말아 줘요.
백성공주- 정치못난이야. 이제 더 이상 윤석열이 마음껏 날뛰는 대한민국은 용납할 수 없어. 선관위나 검경은 당장 윤석열의 선거법, 방역법 위반을 수사하고 처벌해야 해. ‘법꾸라지’ 윤석열을 잡아 가둬야 한다고. 거짓말과 법 위반의 대명사 윤석열의 퇴장을 바라는 백성의 목소리를 들으란 말이야!
* 적폐 괴수’ 윤석열이 거짓말도 모자라 선거법, 방역법 위반을 밥 먹듯 저지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두환도 진심으로 찬양하는 윤석열을 이대로 두고 봐선 안 될 것 같은데요. 마침 이번 주 금요일에는 청계광장에서 기운찬 촛불집회가 열립니다. 윤석열이 저지른 죗값 그대로 처벌받을 그 날까지 우리 모두 함께 달려보면 어떨까요?
전두환 논평 안 낸 국민의힘에 경향신문 “공당 맞나”… 조선·동아 사설 통해 윤석열 선대위 혹평
25일 아침신문은 24일과 마찬가지로 전두환씨 사망 관련 소식을 전한 보도가 많았다. 이 가운데 한겨레가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해 전두환씨의 대통령 재임 당시 피해자들을 적극 조명했다.
한겨레 지면 채운 사과받지 못한 사람들
이날 한겨레는 전두환에게 사과받지 못한 사람들을 조명한 기사를 1~4면에 채웠고 이어지는 5면에서는 5·18 부상자 이광영씨의 극단적 선택과 전두환 회고록 분석 논문을 쓴 심영의씨 인터뷰를 담았다. 1~5면을 할애해 전씨 문제를 조명한 것이다.
▲ 25일 한겨레 1면
1면에는 ‘사과 받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원풍모방 노조 탄압 피해자 박순희, 5·18 실종자 어머니 김진덕, 구미 유학생 간첩단 누명을 쓴 김성만, 강제징집 녹화공작 피해자 조종주, 삼청교육대 최장기수 이적, 80년 해직 언론인 고승우, 그리고 형제복지원 인권유린 피해생존자 한종선의 이름과 사진을 띄웠다. 이어지는 2~4면에선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한겨레는 “독재자이자 대량학살 주범의 죽음은 대중들의 환호성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지만 2021년 대한민국에선 그렇지 않다”며 “독재자 전두환의 죽음은 허망한 탄식과 울분만 낳았다.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린 가해자. 그가 참회하지 않고 떠난 것 자체가 또 다른 가해라고 피해자들은 말한다”고 전했다.
▲ 25일 한겨레 2~5면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고승우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당국의 검열이 까다로워지자 기자들은 분노와 함께 굉장한 자괴감을 느꼈다”며 “내부 비리를 폭로하는 이들이 갑질로 고통받는 사회 풍토가 굳어지는 데 그가 일조했다”고 밝혔다. 어린 나이에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가 굶고 맞으며 생존한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 대표는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인정하지 않는 나쁜 선례를 남기는구나, 누군가 저걸 보고 배우겠구나 했죠”라고 지적했다.
발길 뜸한 빈소 주목한 언론
이날 여러 언론은 전두환씨 빈소의 발길이 뜸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한국일보는 ‘현직 의원 조문 3명뿐... 보수 유튜버·시민 간 몸싸움 소동’ 기사를 통해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와 달리 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한 각계 주요 인사의 조문은 극히 드물었다”며 “조문한 이들도 대부분 고인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다만 유튜버나 극우단체 관계자들이 드나들면서 빈소 주변은 가끔 소란스러워졌다”고 보도했다.
▲ 25일 한국일보 기사
한겨레 역시 ‘발길 뜸한 전두환 빈소...눈치 보는 국민의힘’기사를 내고 “전두환씨가 사망한지 이틀째인 24일 정치권에선 냉랭한 분위기만 감돌았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정치인과 시민 조문이 거의 없고 주로 5공화국 신군부 인사나 관료, 군인들만 빈소를 찾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라동철 국민일보 논설위원은 ‘한마당’ 칼럼을 통해 발길이 뜸한 빈소 분위기를 전한 뒤 “망자에게는 관대해지는 게 우리 문화인데도 애도와는 거리가 먼 듯한 기류가 형성된 것은 전 전 대통령이 아주 잘못 살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망자의 명복을 빌고 유족을 위로할 최소한의 명분조차 만들어주지 않고 세상을 뜬 그가 자초한 현실”이라고 했다.
반기문 발언 다른 대목 부각한 동아와 조선·세계
동아일보, 조선일보, 세계일보는 빈소 현장을 전하며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발언을 제목에 썼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였지만 부각한 대목은 각기 달랐다.
동아일보는 ‘반기문 “전, 노태우처럼 용서 구했어야”’ 제목의 기사를 내며 용서를 구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발언 가운데 “공과는 역사가 평가, 사과 안 해 안타깝다”는 발언을 제목으로 썼다. 세계일보는 ‘보수 원로들 조문 행렬...반기문 “공과 역사가 평가할 것”’ 제목을 내고 ‘공과’를 언급한 발언을 전하면서도 ‘사과해야’한다는 내용을 전하지 않았다.
▲ 25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사
이날 조선일보는 부제목에 ‘전두환 전 대통령 빈소에 조문 발길’이라고 다뤄 ‘발길이 뜸했다’는 점을 강조한 신문들과 차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고인을 보좌했던 5공 출신 인사들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회고하면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고 언급한 뒤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 박철언 전 의원의 조문과 일본 정부의 애도 메시지 등을 전했다. 전날 조선일보는 빈소가 한산하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의 침묵에 경향신문 “공당 맞나”
국민의힘은 전두환씨에 대한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당 대표의 조문은 없었고, 의원 개인 판단에 맡겼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은 ‘전두환 사망 공식 논평 못 내는 국민의힘, 공당 맞나’ 사설을 통해 “외딴 섬처럼 공식 논평을 내지 않은 정당이 있다”며 “국민의힘의 출발선은 1990년 보수3당이 합당한 민주자유당이다. 전씨가 창당한 민주정의당도 여기에 합쳐졌다”며 “민주주의 흑역사를 만든 전씨의 죽음에 아무런 입장을 내지 못한 것은 그 지지층을 의식한 것인가. 공당의 자세는 아님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국민의힘을 언급하며 “일부 의원들이 조문을 갔지만 전씨에 대한 평가를 자제하는 분위기였고 당 차원의 논평도 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판 여론을 의식하는 한편 보수층의 전씨 추모 분위기도 고려한 ‘신중 기조’로 풀이된다”고 했다. 서울신문 역시 “국민의힘이 기존 영남 보수층 지지자와 중도층 사이에 낀 딜레마가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선·동아 사설 통해 윤석열 선대위 혹평
이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나란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대위 인선 문제를 사설을 통해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윤 후보는 ‘72세 선대위’로 국민에게 무얼 보여주겠다는 건가’ 사설을 통해 김병준, 김한길, 김종인 삼인방 인선에 혹평했다. 조선일보는 “세 사람은 정치권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원로급 인사들이다. 과거 민주당 정권에 몸 담았던 공통점도 있다”며 “세 사람 모두 미래보다는 과거 색채가 강한 인물이다. 세 사람의 평균 연령은 72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이들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이해할 수 없는 줄다리기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 25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대선 후보와 선거 사령탑으로 내정됐던 사람이 언제까지 이런 식의 힘겨루기를 이어가겠다는 건지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국가 비전이나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는 온데간데없고 그에 걸맞은 새롭고 참신한 인물 발굴 모습도 보이질 못했다”며 “김 전 위원장이 보여온 태도도 실망스럽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이견을 빚어온 윤석열 대선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전격 만찬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이 웃음띤 얼굴로 대화를 주고받고 대(對)언론 메시지도 유화적으로 변하는 등 극한 대립 상황은 어느 정도 해소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이날도 최종 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약 1시간 30분가량 만찬 회동을 했다. 회동 일정이 기자들에게 알려진 시각은 겨우 30분 전이었다. 권성동 사무총장이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다'고 전한 것이다.
앞서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려는 뜻을 지난 21일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인선·구성에 직간접적으로 우려를 표하며 위원장직을 사흘째 수락하지 않고 있던 상태였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나는 일상으로 회귀한다"며 선대위 합류 거부 의사를 밝히기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공개 회동 계획이 공지되면서, 양측이 합의점을 찾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상임선대위원장인 이준석 당 대표가 미디어홍보본부장을 겸임하는 것처럼, 김 전 위원장이 가진 불만의 핵심인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에게 특정 분야 직책을 겸임하게 함으로써 사실상 권한·역할을 제한하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이날 만찬 회동에서도 '최종 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윤 후보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면서 "구체적 사유는 공개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만 했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는 문제는 좀더 시간을 갖겠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윤 후보에 앞서 만찬장을 나온 김 전 위원장도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기로 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아직은 내가 거기에 대해서 확정적 얘기는 안 했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김 전 위원장은 "특별히 결과라는 게 나올 수가 없다"며 "왜 내가 지금과 같은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느냐 하는 얘기를 후보에게 했다"고 전했다.
다만 실질적 성과는 없었다 해도, 파국 직전까지 갔던 두 사람이 관계를 다소나마 회복한 듯한 기미는 보였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이 자신에게 "어떻게든 잘 되도록 도와는 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어차피 예정이 됐으니, 내일(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총괄본부장들은 발표해야 할 것 같다"고 하면서도 이같은 내용을 "(김 전 위원장에게) 제가 다 말씀을 드렸다"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도 만찬에서 자신이 윤 후보에게 한 이야기에 대해 "내가 후보와 무슨 특별한 이견이 생겨서 (이렇게) 하는 게 아니다. 선대위라고 하는 것이, 처음부터 출발을 잘 해야지 도중에 가서 쓸데없는 잡음이 생겨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면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사전에 제대로 정비를 하고서 출발을 하자, 그런 뜻으로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이 "일상으로 회귀하겠다",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다"고 무 자르듯 말하고, 윤 후보도 "그 양반 말씀을 나한테 묻지 말라"고 응수하며 신경전을 벌이던 때와는 기류가 확연히 달라진 셈이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이 앞서 대선 선대위 참여에 대해 "지나간 일", "그런 것을 신경쓸 하등의 이유도 의무도 없다"라며 "더이상 정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까지 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이날 그가 "사전에 제대로 정비를 하고서 출발을 하자고 이야기했다"고 했다는 것은 이미 부분적으로 마음을 돌린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윤 후보 측을 봐도, 앞서 김 전 위원장을 뺀 나머지 선대위 인선을 개문발차 식으로 발표하는 것이 '김종인 없는 선대위'도 불사하겠다는 신호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는데, 윤 후보가 나서서 "제가 다 말씀드렸다"며 이같은 시선을 불식시킨 셈이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는 당분간 멀어진 것으로 보는 관측도 많다. <연합뉴스>는 김 전 위원장이 회동에서 "당분간 선대위 바깥에서 돕겠다"고 윤 후보에게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으로서는 윤 후보가 공개 회동을 제안해 놓고도 만족할 만한 수정 제안을 들고 오지 않은 점에 실망했을 수 있고, 거꾸로 윤 후보로서는 김 전 위원장이 공개 회동 제안에 응한 것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있는데도 정작 위원장직 수락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은 데 대해 답답함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저녁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권성동 당 사무총장이 배석했다. ⓒ연합뉴스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학교 명예교수와 16일 통일뉴스 창간 21주년 기념 영상 인터뷰를 갖고 통일평화대학에 대해 들었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통일하려면 통일로 가는 설계도가 있어야 될 것 아닌가? 그 설계도가 이념이다. 이념을 창조하는 것이 대학교다. 이래서 통일평화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통일뉴스 창간 21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박한식(82세) 미국 조지아대학교 명예교수는 개성에 남북 정부의 합의를 토대로 ‘통일평화대학’을 창설, 통일의 설계도를 그리고 ‘제3의 연방정부’를 건설함으로써 평화적 남북통일을 이루자고 주창했다.
분단된 세월의 길이만큼이나 여러 갈래의 통일방안이 제출된 바 있지만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통일경로와 통일방안을 이처럼 제시한 경우는 드물다.
박한식 명예교수는 “흡수통일 아니고 상대방을 경외하면서 존중하면서 인정하면서 받아들이자”고 전제하고 “완전한 국가가 아닌 독립된 체제들을 모으면 연방정부가 된다”며 “개성 같은 곳에 영토가 크든 적든 간에 연방통일 정치체제를 만들어야 된다”고 제시했다.
남과 북의 체제와 정부를 그대로 두고 이른바 ‘제3 연방정부’를 개성 같은 곳에 건립해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통일하자는 것이다. ‘제3 연방정부’는 “국민들이 있어야 되고, 이념이 있어야 되고, 정부가 있어야 되고, 땅도 있어야 된다. 그런 걸 갖춰서 만들면 된다”는 것.
나아가 “환경이나 인권이나 이런 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지역이 될 수 있도록, 정치적, 경제적으로 사회주의, 자본주의를 서로 좋은 점을 따서 사회주의, 자본주의를 조화시킨 완전한 체제를 만들어 한다”고 제시했다. 한마디로 개성에 제3 연방정부를 수립해 작지만 남북을 아우를 수 있고 모든 인권이 보장되는 이상 국가를 건설하자는 것.
박 교수는 ‘평화는 이질과 이질이 만나서 동질이 되는 그 과정’이라고 정의하고 “이질과 이질이 만나 가지고 동질이 될 때는 더 높은 차원에서 동질이 된다”며 이를 남쪽의 자본주의와 북쪽의 사회주의가 정반합(正反合)의 논리에 기초해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변증법적 통일론’이라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장점을 살려내는 ‘통일 이념’과 ‘통일 설계도’가 필요하고 통일평화대학이 바로 이같은 이념과 설계도의 산실이 될 수 있다며, 미국 연방정부의 초석을 닦은 하바드대학(1636년)을 예시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통일을 하려고 하니까 남과 북이 너무나 크게 달라졌다”며 “이 달라진 것을 조화를 시켜야 통일이 된다”고 전제하고 “통일이라는 어마어마한 과제를,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통일평화대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과 북이, 해외동포가 합하고 또 세계 지성인들도 초청해서 통일평화대학을 우리 민족이 만들자는 것”이다.
통일평화대학에는 △의과(건강)대학 △농업생태대학 △정경대학 △환경대학 △예술대학과 같은 단과대학을 두고 남북 동수의 학생들을 받아들이며, 해외동포 학생과 외국인 학생들도 포용하자고 제시했다.
박 교수는 2년 전 북측 당국에 평화통일대학 창설 방안을 제안했고, 1년 전 문재인 정부에도 정식으로 제안했다며, “통일대학을 통일정부의 첫 단추로 생각하고 하면 통일정부 만드는 것이 그렇게 요원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나아가 “사회민주주의라 하더라도 좀 특이한 ‘창조적인 사회민주주의’라든가 이런 이념을 만들면, 중요한 인권이 6가지가 있는데 그 인권을 하나하나 최대한 향유할 수 있는 그런 체제를 만들자는 거다”라며 “단군주의라고 해도 될 거고 홍익사상이라고 해도 될 것”이라고 예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북 정부가 통일평화대학에 합의해 나서지 않는 이상 “나는 학자로서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몇 사람이라도 준비위원이랄까 이런 걸 남북에서 합의를 해서 다섯 명, 열 명씩이라도 임명해주면 그 사람들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평양과 서울을 왔다갔다 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2시간 가량의 줌(zoom)을 통한 영상인터뷰에도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며 준비된 답변을 쏟아낸 박한식 명예교수는 개성에 ‘제3 연방정부’가 만들어지면 “나도 신청할 거다”라고 의욕을 보이면서도 통일평화대학의 총장 보다는 “나는 설계도 그리는데 일역을 하고 싶고 계속 그 설계도 일을 하려고 한다”고 양심과 정, 얼 등 우리 민족 고유의 관습을 중시한 그답게 몸을 낮췄다.
다음은 지난 16일 박한식 명예교수와 가진 영상인터뷰와 추후 전화인터뷰 내용 중 2부 ‘통일평화대학을 묻다’에 오간 문답 내용이다.
“달라진 것을 조화를 시켜야 통일이 된다”
지난 8월 27일 건국대 새천년기념관에서 열린 박한식 명예교수의 회고록 『평화에 미치다』 출판기념회에서 이재봉 원광대 교수와 영상 대담을 갖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 통일뉴스 : 1부 인터뷰에서 ‘1민족 3연방’ 통일방안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면서 언제든지 바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좀더 상세히 설명해달라.
■ 연방정부라는 것은 완전한 국가가 아닌 독립된 체제들을 모으면 연방정부가 된다. 미국처럼, 독일처럼 연방정부가 되는데,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제3의 연방정부, 정부라고 하든지 체제라고 하든지 그런 걸 따로 하나 만들어야 한다.
개성 같은 곳에 영토가 크든 적든 간에 연방통일 정치체제를 만들어야 된다. 환경이나 인권이나 이런 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지역이 될 수 있도록, 정치적, 경제적으로 사회주의, 자본주의를 서로 좋은 점을 따서 사회주의, 자본주의를 조화시킨 완전한 체제를 만들어 한다.
처음에는 크게 만들 것도 없다. 그래도 국민들이 있어야 되고, 이념이 있어야 되고, 정부가 있어야 되고, 땅도 있어야 된다. 그런 걸 갖춰서 만들면 된다. 연방정부의 초창기라서 평양에 있는 정부와 서울에 있는 정부는 그대로 두고, 유엔에 가입돼 있는 것도 그대로 두면 된다. 낮은 단계의 연방정부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연합정부라고 부르는 것은 이론에도 맞지 않고 역사적으로도 맞지 않다.
이 통일 정부가 남과 북이 손잡고 첫째 작업이 통일평화대학을 만드는 거다. 통일평화대학에서 통일헌법과 여러 가지 원칙과 법규를 만들어야 한다.
□ 작은 제3의 연방정부를 개성 인근이든 영토를 가지고 작으나마 인구도 가지고 새로 만들어서 3정립된 연방제를 하자는 취지로 이해했다. 그러면 인구는 남북에서 들어오나? 해외에서 들어오나?
■ 인구는 신청을 해야 한다. 점점 늘어나야 되겠지만 나도 신청할 거다. 거기 국민이 되고 싶어서. 해외에 있는 사람은, 특히 분단되기 전에 나온 사람들은 통일된 조국이 없어졌다. 그러니까 규모가 어떻든 통일됐으면 해외에 있는 사람들 한테는 조국이다. 그리고 민족의 공신들, 그런 분들의 묘소를 연방정부가 있는 개성에 모셔야 한다.
해외에 사는 사람이 약 850만이 되니까 굉장히 많다. 그 사람들 중에 원하는 사람, 이산가족들은 우선적으로 해 준다. 해외에 미국 뿐만 아니고 중국이나 일본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 사람들은 갈 곳이 없다. 일본에 있는 조선적(朝鮮籍) 사람들은 갈 곳이 없다. 그런 분들을 성의있게 우리가 모셔야 한다.
□ 먼저, 연방제와 통일평화대학이라는 큰 그림을 먼저 소개해달라.
■ 내가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우리 할아버지가 중국으로 이민을 가실 때, 일제 때는 나라는 뺏겼지만 분단되지는 않았다. 한 나라였다. 통일된 조국에 있다가 중국으로 가서 태어나서 미국 와서 오래 살고, 가만 보니까 내가 돌아갈 조국이 없다. 지금은 분단돼 가지고 내가 갈 수 있는 조국이 없어졌다. 통일되지 않으면 조국이 없다.
외국에 나가 있는 850만 우리 민족들이 조국이 없어졌다. 이 사람들한테 조국을 찾아줘야 된다. 이들이 얼마나 또 고생했나. 지금 서울에 있는 기득권을 누리는 사람들하고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통일은 해야 된다.
그런데 통일을 하려고 하니까 남과 북이 너무나 크게 달라졌다. 미국과 소련이 이끄는 냉전체제에서 다른 이념 하에서 수 십년 동안 이렇게 많이 달라졌다. 이 달라진 것을 조화를 시켜야 통일이 된다.
달라진 것을 그냥 비빔밥 처럼 같이 넣어놓으면 싸움만 하고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개인주의와 단체주의가 어떻게 통일되나? 민족주의와 세계주의가 어떻게 통일되나? 평등과 자유가 어떻게 통일되나? 사유재산과 공유재산이 어떻게 통일되나?
이와 같은 어려운 점이 있는데, 이걸 생각해 보면 통일할 길이 있다. 하나는 전체가 없으면 하나가 의미가 없고, 하나가 없으면 전체가 의미가 없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 수 있지 않나. 상대방이 이질이면 이질일수록 나를 인식하는데 도움이 된다.
조선과 한국을 비교해보면, 예를 들어서 사유재산과 공유재산 문제도 그렇다. 어떤 것은 사유재산을 하고 어떤 것은 공유를 해야 되느냐? 내 마음 속에는 분명하다. 개인이 소모할 수 있는 것은 사유를 해야 되고, 소모할 수 없는 땅이나 부동산, 안보나 평화 이런 것은 개인적으로 소유할 수 없다. 그런 것까지 개인적으로 다 소유를 시켜놓으니까 감당 못하는 빈부차가 나오는 거다.
미국이 지금 그렇다. 미국은 지금 중동에 가는 군인들도 많은 사람들이 자원해서 가지만 민간인들을 고용한다. 군용 자동차 운전수는 대부분 민간인들이다. 월급을 많이 받고 전쟁터에 간다. 국가의 의무인 군사 복무를 돈을 가지고 한다는 것은 이건 잘못된 거다.
사유재산이 안 되는 것은 사유화 시켜서는 안 되고 공유하고, 이런 식으로 북쪽의 학자들 남쪽의 학자들, 해외에 있는 사람들, 세계의 석학들을 모아서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우리가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킬 수 있나? 하나와 전체를 조화시킬 수 있나? 민족이라는 것과 세계를 조화시킬 수 있나? 사유재산과 공유재산을 조화시킬 수 있나? 이 연구를 해야 한다.
“인간은 통일을 원하지 않고 사람은 통일을 원한다”
고려시대 국자감으로 출발한 성균관은 개성에 자리잡고 있다. 지금은 고려역사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그 뿐만 아니고, 우리의 관습을 찾아내야 한다. 남과 북에도 다 있고 역사적으로 다 있는 우리민족의 관습, 특별성, 그런 것은 내가 많이 찾았다.
예를 들어서 북에 가니까 “저 인간 언제 사람 되겠나?” 그런 얘기를 하더라. 남에 오니까 꼭 같은 얘기를 한다. 그러면 사람 안 되는 건 누구며, 사람 된 건 누구냐? 사람과 인간의 차이도 북쪽하고 남쪽하고 꼭 같다. 인간은 자연적인 거니까 자연적인 욕망과 욕구가 있는 것이 인간이고 그게 수양이 돼 가지고 좀 변화, 성장이 됐으면 사람이다. 북에서는 ‘인간 성장’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내가 소학교에 다닐 때 교실마다 교훈이 있고 실훈이 있었다. 국가에 충성하고 청소도 해야 되고, 효도하고 이런 것 다 있지 않느냐. 교육은 사람 만드는 기구다. 교육은 역할이 인간으로부터 사람을 만드는 거다. 그게 우리 민족만 있다. 내가 영어는 좀 아는데 미국말에 사람과 인간을 구별하는 단어들이 절대 없다.
그리고 우리 민족에 ‘양심’이라는 개념이 있다.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모른다. “양심의 가책도 없느냐?”, “양심도 없어 저 치는.” 이렇게 얘기한다. 그 얘기는 여기만 있느냐? 평양에도 있다. 북쪽 사람들도 양심 말 많이 한다. “양심에 저촉이 안 돼?” 그 양심이 뭐냐? 절대가치다. 형언할 수 없고 표현 안 되는 절대가치가 양심인데, 그걸 우리 민족이 공유하고 있고 자손만대로 그걸 이어받는 개념이다.
그게 우리 민족에게 있고 그 양심을 우리가 통일에 이용해야 한다. 양심적으로는 통일이 옳다고 생각할 것이다. 양심으로 보면 통일이 옳다 생각하는데, 이기적으로 봐서 자기 기득권만 생각하면 통일하면 내 아파트 날라 가고 이것저것 할 수 없으니까. 인간은 통일을 원하지 않고 사람은 통일을 원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양심이 중요하다.
그 다음에 우리 민족은 정이 많다. 말하기 전에 벌써 일단 끌어안고 “안녕하십니까!” 이러면 고만 정이 쏟아진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 끌어안을 때 정이 있어서 그랬지 이념이 같고 사상이 같고 이론이 같고 그래서 그런 건 아니다.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민족 만큼 정이 두텁고 깊고 높고 많고 이런 민족은 이 세상에 없다. 정이 있기 때문에 한이 있다. 정을 누리지 못하면 한이 되는 거다. 한이 있는 민족이 우리 민족이다.
또 우리 민족은 얼이 있다. 얼이라는 거 요새도 쓸 거다. 얼이라는 것은 북에도 쓰고 남에도 쓴다. 얼이 뭐냐? 우리가 정의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게 있다. 그것 때문에 인간은 시간을 초월하는 의식이 있다.
이런 것들 다 모으면 열댓 가지 된다. 이런 것을 더 계발하고 더 앙양시키고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통일운동이다. 통일문화다. 통일문화는 이런 데에 기반해서 공통적인 우리민족의 신념체계와 우리민족의 감성과 관습을 가지고 통일을 해야 된다. 이걸 하기 위해서 연구를 해야 한다.
연구를 누가? 연구하는 곳이 대학 아니냐? 미국도 마찬가지고 대학 아니냐? 그러니까 이와 같이 어려운 과제를, 통일문화를 창조해야 하는 엄숙한 과제가 있는데 이것을 하기 위해서 남북이 연구를 해야 하지 않나? 연구하는 기관이 곧 통일평화대학이라고 생각한다.
통일하는데 상대방을 받아들여야 한다. 흡수통일 아니고 상대방을 경외하면서 존중하면서 인정하면서 받아들이자. 그런데 상대방의 어떤 존재를 받아들이느냐? 상대방을 알아야 할 것 아니냐? 그게 통일교육이다.
민주주의만 좋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는 저 사람들한테 좋은 것 같다. 지금까지 잘된 것 같다.’ 왜 그러냐? 그걸 우리가 사실대로 알아야 한다. 내가 그런 이야기를 쭉 수십 년동안 해외에서 하니까 “친북인사다, 종북인사다” 그래 가지고 애를 많이 먹었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그걸 탈피해야 한다. ‘빨갱이 신드롬’을 탈피해야 된다. 그게 탈피 안 되면 통일문화도 안되고 통일은 물론 안 된다.
통일하려면 통일로 가는 설계도가 있어야 될 것 아닌가? 그 설계도가 이념이다. 이념을 창조하는 것이 대학교다. 이래서 통일평화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 남북이 화합하는 시발점으로서 통일평화대학의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하바드대학 예를 많이 든 것 같다. 과거 우리 국자감과 하바드 대학을 예시했는데, 통일평화대학이 무엇인지 개요, 설계도를 소개해달라.
■ 대학은 만들기 전에 창립할 때 그 대학을 왜 창립하느냐 그 정신이 있어야 한다.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야 한다. 무엇이든 다 필요에 의해 만드는데 그 엄청난 대학을 만들려고 하는데 필요를 느껴야 만들 것 아니냐.
그 필요를 느껴 만들어진 것이 처음 대학이다. 하바드대학은 1636년 미국 연방정부가 나오기 150년 전에 벌써 청교도들이 와서 만들었다. 청교도들은 전부 100% 기독교이고, 기독교 중에 가톨릭은 없었다. 신교 사람들이 굉장히 오랫동안 건너왔다. 미국은 완전히 그 청교도에 의해서 만들어진 기독교 국가고 지금도 100% 기독교 국가다. 이걸 이해 못하면 미국을 이해를 못한다.
그래서 청교도들이 와서 가만 보니까 수만 명씩 이렇게 넘어오는데 수십년 되니까 건너온 목사들이 늙어서 다 세상을 뜨니까 큰일 났거든. ‘목사들을 키워야 되겠다’ 그래서 만든 것이 하바드대학교다. 신학교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거기에서 목사를 쭉 배출한다.
그것 뿐만 아니라 경제질서, 정치질서, 문화질서, 사회질서 이런 것들을 전부 하바드 학자들이 다 만들어내고 그랬다. 그런데 하바드대 비슷한 소위 ‘아이비 리그’라고 부르는 학교들도 지금 하바드 만큼 1600년대는 아니지만 1700년대에, 미국이 들어서기 전에 벌써 이런 대학이 다 들어선다.
하물며 우리는, 우리민족은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별한 민족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려 때 서기 992년에 국자감을 만들었다. 하바드는 1600년대인데 고려 때 국자감을 만들었다. 그게 그때 대학교다. 시도 가르치고 역사도 가르치고 그런 국자감이 고려 때 있었다.
그러다가 고려대 후기에 와서는 성균관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서울도 성균관대학이 있는데 개성에 성균관이 있다. 건물도 옛날 거 그대로 있다. 우리 민족은 자손대대로 수백 년 동안 국자감이 있고 성균관이 있는 것처럼 대학이 중요하고 교육기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걸 받은 것이 우리들이다. 내가 학자로 한평생 지냈지만 학자로 있으면서 말할 수 없는 긍지도 느끼고 보람을 느낀다. 왜냐하면 내가 한국에서 온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 국자감에 내가 몸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자감, 올바른 통일대학, 통일이라는 어마어마한 과제를,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통일평화대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왜 통일평화대학이어야 하는가? 평화적인 통일을 하자는 것이 통일평화대학의 목적이다. 그걸 연구하고 그걸 설계해서 우리 역사에서,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서 본받을 만한 평화적인 통일을 보여주자. 역사상 통일이라는 게 대부분 군사적으로 엎어 가지고 했다.
우리는 그게 아니고 평화적인 통일이니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걸 하기 위해서 남과 북이, 해외동포가 합하고 또 세계 지성인들도 초청해서 통일평화대학을 우리 민족이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분단돼 고생한 그 대가로 뭔가 하나 인류역사에 남겨야 되지 않겠나. 그런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나.
그와 같은 큰 포부와 계획을 가진 것이 통일평화대학이고, 대학이 만들어진 그 이튿날부터 통일을 위한 설계도를 만들어야 한다. 말하자면 구체적인 이념을 만들어야 된다. 그걸 만들기 위해서 어떤 단과대학을 둬야 되고 어떻게 해야 되는지 내가 복안이 있으니 더 물으라.
“이 세계가 꼭 필요한 그러한 설계도를 만들어야”
김일성종합대학은 북한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최고 교육기관이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일단, 현재로서는 남북 간에 사상적 차이도 크고 교육내용, 교육방식도 많은 차이가 있다. 만약 남북이 합의해서 통일평화대학을 창설한다면 그걸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구상을 소개해 달라.
■ 우선 교과는 이 세상의 다양한 집단들, 국가들까지 합해서 그 사람들의 이념들이나 이런 걸 전부다 연구를 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 이 세상을 알아야 한다. 중동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왜 일어나느냐? 누구와 누구의 싸움이냐? 무슨 이유 때문에 일어났느냐? 지금 경과는 어떻고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이냐? 우리가 다 알아야 한다.
통일평화대학에서는 세계를 연구해야 된다. 중국을 중국대로 바로 알아야 된다. 중국이 얘기하는 중화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특이성이 어디에 있느냐? 알아야 된다. 중국이 어떻게 변화 발전되어 왔는지 우리가 알아야 된다. 또 그에 못지않게 미국을 알아야 된다. 유럽도 알아야 된다. 동구 사회민주주의 국가들도 우리가 하나하나 잘 알아야 된다. 러시아도 잘 알아야 된다.
그러니까 역사공부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알기 운동을 해야 한다. 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나 더구나 정치상황으로 봐서 이 세계가 우리민족 안에 있다. 한반도에, 조선반도에 이 세계가 그대로 다 들어가 있다. 세계에서 찾아서 없는 것이 없다. 전부다 우리 민족 안에 있다.
그러니까 우리민족이 이 세계가 꼭 필요한 그러한 설계도를 만들어야 된다.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이것을 연결하는 그 작업이 누가 제일 필요한 건가? 인류가 제일 필요하다. 우리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인류가 필요하다.
우리가 우리 대학교에서 연구하고 발표하고 세계 사람들 불러서 세미나도 하고, 요새는 줌(zoom)으로 하는 것처럼, 이런 식으로 세계 사람들 모아 가지고 토론회도 하고 이렇게 하면 인류역사에 우리 민족이 크게 공헌할 수 있다.
우리가 공헌할 수 있는 분야는 과학이나 무슨 군사나 이런데 제한된 것이 아니고 지혜로운 학문적인 이념 창조, 가치관 설계 이런 데서 우리 민족의 긍지를 찾아야 되고, 그 긍지 소재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우리가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학생들과 교수진, 연구진을 남과 북, 해외에서 전부 초빙하나?
■ 이걸 하는 데는 제일 중요한 존재가 남과 북이다. 해외에는 정체성이 있는 우리 정부기관이 없다. 해외에서 주동을 하고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이 대학교가 아니다. 이 대학교는 우리 통일 조국, 통일 국가의 첫 단추라고 강조하고 싶다.
여기에서 어떤 걸 연구해야 하는지 이런 것은 대학교 사람들이 결정해야 되는데, 대학교 만들면서 예를 들어 북에서 100명이 나오면 남에서 100명, 해외에서 한 20명 이렇게 모아가지고 창립위원회를 만든다든가 이렇게 해서 시작하면 된다.
‘이 대학교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되겠느냐?’ 하는 것을 자체적으로 의논을 하고 그렇게 남에서 온, 북에서 온 사람들이 머리를 합해서 ‘우리 제안에 비춰서는 이게 옳다’, ‘우리는 이게 옳다’ 논쟁도 하고 그래야 된다. 논쟁해서 결국 이긴달까 나타나는 것은 진리이다. 그리고 항상 승자는 옳다. 무력적인 게 아니고 지혜와 지혜가 서로 부닥치면 더 지혜로운 것이 덜 지혜로운 것을 억누르게 돼 있다.
□ 남과 북이 합의해서 남북이 주도하고 해외가 힘을 보태서 교수진 내지는 연구진들도 구축하고 학생들도 물론 남과 북 해외에서 충당되나?
■ 학생들은 남과 북이 동수라야 된다. 왜냐하면 연방제를 하니까. 미국의 상원은 인구에 불문하고 주마다 다 2명으로 돼 있는 것처럼. 나는 통일평화대학은 남과 북이 연방적인 정신에서 백 명이면 백 명, 천 명이면 천 명, 같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도 인구 비례로 해서 얼마간 나오는 것은 좋지만 주로 남과 북에서 학생들이 나와야 된다.
또 해외 외국학생들도 우리가 받아들여야 된다. 중동이나 이스라엘 이런데서, 여러 가지 통일과 평화를 위해서 고전하는 데서 학생들, 학자들을 우리가 또 받아들여 가지고 그 사람들과 건설적인 토론을 하고 인류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설계를 하는 그러한 기관이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평화대학이라고 생각한다.
“인권, 제일 중요한 것이 생존권이다”
박한식 명예교수는 북측 인사들과 오랜 교류를 이어왔다. 2011년 10월 미 조지아대학에서 주최한 ‘트랙2’ 세미나 때 북쪽 대표단을 이끌고 참가한 리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 박한식 교수]
□ 여러 기회에 통일평화대학에서 갖춰야 할 단과대학들을 피력하신 적이 있다.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 우선 왜 평화라고 붙였나? 전쟁 없으면 평화라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전쟁이 없으면 전쟁 없는 것이지 평화는 아니다. ‘평화는 뭣이다’ 정의를 내려야지. ‘뭐뭐가 아니다’ 이러면 안 된다. ‘남자가 뭐냐?’, ‘여자가 아니다’ 그게 남자냐? 남자는 남성의 성향을 나타내야 한다. 남자의 정의를.
그처럼 ‘민주주의는 사회주의가 아니다’ 이게 민주주의를 아는 게 아니다. 그러면 평화는 뭐냐? ‘평화는 전쟁이 아니다’ 거기서 그쳐서는 안 되고, ‘전쟁이 아니면 평화도 아니다’, ‘평화는 이질과 이질이 만나서 동질이 되는 그 과정이다’ 이것이 평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질과 이질이 만나 가지고 동질이 될 때는 더 높은 차원에서 동질이 된다. 같은 차원에서 동질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변증론 아니냐. 좀 고상하게 ‘변증법적 통일론’이라고 하자.
나는 ‘변증법적 통일론’을 주장한다. 변증 논리가 역설의 논리다. 역설에 모든 진리가 있다. 역설을 떠나서는 진리를 찾을 수가 없다. 제일 중요한 ‘완전한 우리 조국, 통일된 조국은 어떤 나라여야 하느냐?’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 모든 종류의 인권이 보장된 것이 지상낙원이다. 그게 우리가 원하는 정반합(正反合)의 합(合)의 사회가 바로 지상낙원이다.
지상낙원은 모든 인권이 다 보장이 돼야 한다. 어떤 인권이? 제일 중요한 것이 생존권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자유만 얘기하는데 그보다 중요한 것이 생존권이다. 그게 유엔 헌장에도 다 나와 있다. 유엔 인권선언 보면 제일 먼저 나온 것이 생존권이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먹고 입고 자고 해야 한다. 의식주가 있어야 된다. 그게 사람 사는데 제일 중요하다.
그것만 있는 게 아니고 그 다음에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 선택권이 없으면 노예다. 인간이 사람답게 살려고 하면 내것 내가 선택하고 선택 잘못했으면 내가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선택권을 가진 것과 안 가진 것의 차이는 주인과 종이다. 종은 선택권이 없고 주인은 선택권이 있다. 우리는 역사의 주인이 돼야 되고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 선택권을 가진다는 말은 자유가 있다는 말이다.
미국이 이야기하니까 ‘잘못됐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자유가 인간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가? 그러나 자유만 있으면 금방 사회의 부정의가 나타난다. 자유만 주어 놓으면 인간이 능력이 다르고 또 업적도 다르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것은 사회에서 보면 불평등하다. 그래서 인간에 자유를 주면 사회의 불평등이 금방 나타난다. 불평등한 사회가 점점더 불평등하게 돼 양극화된 사회가 나타나게 된다.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도 그렇다.
그게 나타날 기미가 보이면 나오는 것이 사회주의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골고루 갈라먹자. 또 그게 꼭 같이 다 갈라먹기 위해서 사유재산을 완전히 없애버리자 하면은 또 어떤 종류의 공산주의가 나온다. 정치이념이라는 게 이런 데서 발생한 거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권이 있어야겠고 평등권도 있어야겠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다른 민족은 생각 안하는 건데, 중요한 것이 국가를 가질 권한이 모든 인간한테 있어야 한다. 국가가 없으면 식민생활 아니냐? 우리가 국가 없이 40년 가까이 일본 식민 밑에 살 때 그게 사람 사는 것이냐? 유태인은 더 오랫동안 국가 없이 지냈다. 국가를 갖다 줘야 된다.
우리가 남북이 다 국가가 없다. 통일이 안 돼 있으니까. 그래서 통일이 지상낙원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살기 위해서 통일해야 한다. 우리라는 게 민족이고 자손만대로 같이 사는 것이지 지금 가지고 있는 이권이나 기득권을 보호하는 것이 인권이 절대 아니다.
그래서 모든 종류의 인권이 보장되는 어떤 단과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각각 인권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실천하는 대학들을 만들어야 된다.
그 첫째 대학이 의과대학이다. 나는 그걸 건강대학이라고 얘기한다. 인간의 건강을 위해 서양의학이 있어야 되고 동양의학이 있어야 된다. 북에서는 고려의학이라 하는 동양의학은 예방을 목적으로 하고 서양의학은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 이 두 가지 다해서 어려운 불치병, 암 같은 것도 우리 대학교에서 만든 종합병원에서 다 고칠 수 있고, 예방도 할 수 있고 그러면 굉장히 좋을 것이다.
우리는 그 자산을 가지고 있다. 서양의학도 남쪽에 많이 발전돼 있고 동양의학은 북쪽에서 많이 발전돼 있다. 이걸 합쳐서 우리가 부속병원도 경영을 하고, 그래서 건강대학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 우리가 안전한 음식을,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하니까 농과대학이 필요하다. 농과대학이 아주 건전한 종자와 병폐가 없는 농작물을 키우기 위해서 생태 연구를 해야 한다. 농과대학 생태대학을 합해서 나는 농생대학이라고 부르고 싶다. 요새 보면,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 종자를 개량한 게 건강에 나쁜 게 많다. 암의 원천이 되는 요소도 많다. 그래서 그런 걸 위해서 농생대학을 해야 한다.
그 다음에 분배의 정의를 위해서 만드는 대학이 정경대학이다. 정치와 경제, 이것이 분배의 정의 문제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정의로운 분배냐? 어떤 건 사유재산을 해야 하고 어떤 건 공유를 하는 게 좋겠느냐? 이런 걸 연구를 다 해야 한다.
그래서 분배의 정의가 없으면 그 사회가 불안하게 되고 정통성도 깨어지게 되고, 분배의 정의가 포함되지 않은 정치이념은 정치이념으로서의 제구실을 못한다. 정경대학을 분배의 정의를 위해서 해야 한다.
그 다음에 환경대학이 있어야 한다. 지금 보라, 지구가 어떻게 돼 있는가? 환경대학에서 세계에서 할 수 없는 우리가 아주 새로운 에너지도 개발하고 이런 식으로 우리가 관할하는 제3체제 안에서는 모든 것이 100% 환경에 맞도록 오일이나 가솔린을 사용하지 않고 온방장치 냉방장치 다 할 수 있고, 자동차도 그렇게 운행하고 이런 식으로 우리가 환경대학을 만들어야 된다.
그 다음에 마지막으로 하나 꼭 중요한 것이 평화예술, 통일예술을 위한 예술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작곡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조각도 하고 예술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또 예술성이 굉장히 탁월하다. 그래서 케이팝(K-POP) 같은 게 미국을 위시해서 온 세계에 있다. 즉 한국에서 나온 영화 <기생충>도 잘 인식돼 있고, 요새 나오는 <오징어게임> 이것도 상당히 알려져 있다.
우리 민족이 창의성이 있는 민족이고 예술성이 높은 민족이다. 그래서 우리가 만든 예술대학교에 외국사람들도 와서 공부를 하고, 인류의 문화적인 건강상태를 좀더 앙양시킬 수 있는 그러한 곳이 통일평화대학의 예술 단과대학이다.
이런 단과대학들을 위해서 남북의 학자들을 공히 초청해야 된다. 강의도 공히 해야 한다.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내가 평양에 가서 강단에 몇 번 서 봤는데 열기가 대단하다. 세계역사도 세계문화도 가르치고 세계종교도 가르치고 다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개성에 건물을 하나 짓는데, 우리 조선식 건물로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내가 생각하는 것은 평양의 배움의 전당이라고 하는 인민대학습당이 굉장히 웅장한 건물이고 조선식으로 돼 있다. 그것도 처음에는 정부기관으로 집을 지었는데, 김일성 주석이 “이건 교육기관으로 하자” 그래서 배움의 전당이라, 인민대학습당이라 그랬다.
그와 같은 건물을 하나 개성에 짓고 거기에 남과 북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해야 한다. 경비 부담 등 두 국가가 힘을 합해 가지고 이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두 국가에 이 제안이 들어가 있는데, 그 제안에 대해서 오고가고 했지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공유할 수 없다.
“설계도 그리는데 일역을 하고 싶다”
2010년 ‘간디·킹·이케다 평화상’을 수상한 박한식 교수는 2011년 표지에 ‘피스메이커’로 소개됐다. [사진제공 - 박한식 교수]
□ 교수님도 연세도 있고 경륜도 많은데 통일평화대학 총장을 맡을 의향이 있나?
■ 그거야 내가 한 200년 살면 몰라도.(껄껄껄)
□ 초대 총장을 맡아서 밑바탕을 다져 놓아야 할 것 같다.
■ 그거야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설계도다. 나는 설계도 그리는데 일역을 하고 싶고 계속 그 설계도 일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통일평화대학이 총장제도가 될지, 단체적으로 운영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준비위원회를 만들어 북사람 남사람 해외사람 외국사람까지 위원으로 넣어서 준비위원회를 만드는데, 두 정부가 합의해서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하지 않으면 통일의 길을 한 발자국도 갈 수도 없고 또 가지도 않아야 된다.
민간인들이 하는 건 아이디어들은 많지만 실질적으로 정치권력이 뒤에 없으면 여러 가지 재정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몇 달 남은 지금 정부나 새로운 정부가 나와도 통일평화대학을 좀더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
□ 통일평화대학을 개성에다 하려면 남북 당국이 승인하지 않고서야 도저히 불가능한 구상인 것 같다. 남북 당국과의 협의가 잘 진행돼야 될 것 같은데, 문제는 남북 당국간 협의가 더디거나 멀어지면 실제로 실천활동을 할 수 있는 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 3자연대 운동을 역사적으로 보면 남북관계가 막혀버리면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어진 경우들이 많다. 통일평화대학도 남북이 합의해서 잘 되면 속도가 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 어떻게 이것을 준비하고 추진해야 하나?
■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역시 또 지연된다. 그때 나와 비슷한 학자들이 그 설계도를 더 면밀하게 만들 수 있고 보완시킬 수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두 정부가 악수하고 “우리 통일평화대학 만들자. 만드는데 개성에 만들자”. 혹은 다른데서 만들자고 그래도 좋다. 개성이 합리적인 것 같고.
내가 알기로는 지금 대한민국의 정부 차원에서 통일협력기금이 굉장히 많은 액수가 헌법에 의해서 예산이 세금에서 나오는데 그 돈을 옳게 써야 한다. 그런 돈을 좀 쓰면 재정적인 문제도 없고, 북에서도 건물 짓는 것, 또 북에서 낼만 한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
남북이 같이 뭘 한다는 이게 제일 중요하다. 지금 남북이 같이 뭘 하나 한다는 걸 우리가 역점을 두지 않으면 새로 조성되는 양극화 되어가는 세계 질서에 또 말려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북은 중국으로 말려들어가게 되고, 남은 미국으로 더 말려들어가고. 이래 가지고 통일이 되겠나? 평화가 되겠나?
남북이 똑같이 군사경쟁을 벌인다면, 우리 알뜰히 벌은 돈 가지고 무기 사는데 다 쓰고, 이 모양을 그냥 계속 유지해야 되니까 도저히 우리 민족적인 양심으로 봐서 이건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통일평화대학을 둘이 합해서 손잡고 만들라” 하는 것을 대한민국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여론에서 환기시켜야 된다.
북은 조선로동당에서 인정하고 “이렇게 합시다” 하면 되는 거다. 남에서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하든가 대통령이 중요하다. 그래서 앞으로 몇 개월 사이에 남쪽도 변화가 있고 북쪽도 계속 변화가, 지금 많이 변화되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화가 된다거나 체제가 붕괴된다거나 이런 식으로 변화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
그런 걸 기대하고 통일을 생각하고 연방을 포기하고 연합을 생각하는 건 아주 몽상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꿈과 같은 것을 현실적으로 돌리기 위해서 꿈에서 깨어야 한다. 대한민국 학자들 지성인들 언론인들 꿈에서 깨서 현실적으로 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북과 같이 손잡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둘 개척해야 되는데 그 중에 통일평화대학을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중요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한다.
□ 통일평화대학을 제안하면서 준비위원회부터 구성하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말해 왔다. 남북한 정부가 움직여야겠지만 준비위원회 추진상황은 어떤가?
■ 남북이 공식 비공식적으로 공히 참여하지 않은 어떤 종류의 통일운동이나 통일역할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설계도부터 둘 다 참여를 해야 된다. 그래서 나는 학자로서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 현재까지는 진전 상황이 없고 당국간 합의가 이루어져야 준비위원회도 추진될 수 잇는 걸로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나?
■ 그렇다. 그게 제일 바람직한데, ‘(박한식)사랑방’에 들어오는 많은 사람들도 “정부가 움직이기 전에 우리가 먼저 해야 된다. 모금부터 하자” 그런 얘기도 많다. 그런데 정부가 하려고 하면 돈이 없어서 못하는 그런 상황은 절대 아니다. 북도 돈 없기는 없지만 어느 정도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몇 사람이라도 준비위원이랄까 이런 걸 남북에서 합의를 해서 다섯 명, 열 명씩이라도 임명해주면 그 사람들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평양과 서울을 왔다갔다 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통일대학을 통일정부의 첫 단추로 생각하고 하면 통일정부 만드는 것이 그렇게 요원한 것도 아니다. 누가 얘기했듯이 통일은 당장 올 것도 아닌데, 아니면 당장 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만들기 위해서 통일평화대학을 하고 통일 자체를 통일평화대학의 연장선에서 생각하고 이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남북 당국에는 정식으로 제안했나? 반응은 어땠나?
■ 그게 사실 내가 남의 입장이나 북의 입장에 들어가 봐도 합리성이 있다고 본다. 남은 정권이 바뀌고 해서 또 내가 친북 종북 인사로 지명받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러나 문 정부에는 1년 전에 이 제안이 정식으로 들어갔다. 검토했을 거다.
북에도 그보다 2년 전에 꼭 같은 제안을 먼저 넣었다. 그러니까 북에서는 인차 답이 온다. “더 연구를 해보자” 그런 식으로 지금 진행 중이다. 그래서 코로나 팬더믹 때문에 한 2년 동안 꼼짝도 못하고 평양도 가지도 못하고 있다. 여건이 되면 빨리 진척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창조적 사민주의?’ ‘단군주의?’
박한식 교수는 장시간 영상 인터뷰 내내 꼿꼿한 자세로 모든 질문에 풍부한 답변을 쏟아냈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 통일평화대학이 들어서면 가장 먼저 새로운 이념, 사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물론 통일평화대학의 가장 큰 숙제일 거라 생각한다. 교수님도 오랫동안 이 방면을 고민해왔고 나름대로 대안도 제시하신 것으로 안다. 교수님이 구상하고 있는 통일국가의 사상이나 이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 그건 두 체제의 장점을 뽑아야 한다. 단점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장점을 갈라내기가 쉽지 않다. 남쪽의 장점이 뭐냐? 돈 좀 더 있고, 돈 버는 방법을 안다.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 장점이냐 하는 것은 또 평가의 대상이 되겠지만 남쪽에는 그런 장점이 있다. 창의적이고 그런 장점이 많다. 그러나 남쪽의 결정적인 단점은 분배의 정의가 안 돼 있고, 단점 중에 더 단점은 인간이 인간을 무시한다.
한국에서 내가 최근에 배운 단어가 하나 있는데 갑질한다고 하더라. 내가 한국에 있을 때는 그런 말이 없었다. 갑질을 사회주의 사상에서 보면 그게 착취고 계급과 계급사이의 의식의 충돌이다. 돈없는 사람을 아래층에 내려놓고 갑질을 한다든가 갑질을 정당한 사회 현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갑질 같은 것은 없어야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남에서 배워야 될 것, 북에서 배워야 될 것을 알아야 한다. 북에서 배워야 될 것도 적지 않게 많다. 서로 앉아서 자기 얘기하도록 기회를 주자. 그래서 남에서 한 10명, 북에서 한 10명, 해외에서 한 5명 이렇게 준비위원을 만들어서 국가에서 인준을 하면 좋을 것 같다.
□ 질문한 것은 통일된 미래상에 우리가 갖춰야 할 사상이나 이념이다. 선각자로서 교수님이 생각하는 방향이 궁금하다.
■ 아까 단과대학 얘기를 할 때 말했지만 인간이 건강을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으냐? 더 연구를 계속하는 것은 단과대학이 해야 된다. 인간이 어떻게 많이, 안전한 음식을 생산하느냐? 또 통일된 정부가 분배의 정의를 진향해야 한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불균등한 분배를 어느 정도 용납해야 되겠느냐?
나는 이렇게 본다. 인간의 욕구, 식의주는 국가가 보장해줘야 된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자유경쟁을 시켜야 된다. 그래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거기서 합의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된다. 그게 통일평화대학에서 하는 거고.
□ 교수님 생각하는 새로운 사상, 이념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아우르거나 넘어선, 큰 그림일 텐데. 그런 것이 통일평화대학의 과제인데, 교수님도 꾸준히 관심 갖고 고민해왔으니까 혹시 제3의 길로 제시할 수 있는 게 있다면?
■ 정치 이념은 남과 북의 정치 이념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사회민주주의라 하더라도 좀 특이한 ‘창조적인 사회민주주의’라든가 이런 이념을 만들면, 중요한 인권이 6가지가 있는데 그 인권을 하나하나 최대한 향유할 수 있는 그런 체제를 만들자는 거다.
생존권과 선택권 등을 보장하는 이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념의 이름을 사회주의 자본주의 안 붙이고 우리 이름을 하나 갖다가 붙여도 된다. 단군주의라고 해도 될 거고 홍익사상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과거에 썼던 거지만 이름을 창조적인 걸 하나 만들면 좋을 것이다. 생각해 달라. 같이 의논하자.
□ 마지막 질문이다. 분단된 역사를 살아오며 많은 일을 했고 지금도 통일평화대학을 열심히 주창하고 있는데, 오랜 세월 이렇게 해오면서, 되돌아 보면 회환, 뿌듯함도 있을 텐데 지금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 우리가 전부 개인인데, 개인과 단체 사이에 관계를 옳게 정립시키는 게 옳은 것 같다. 단체를 주장하면 사회주의가 되고 개인을 주장하면 자본주의가 되는데 단체 없이 개인이 없고 개인 없이 단체가 의미가 없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지혜를 우리가 많이 다져야 된다.
그래서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그런 구호가 북쪽에서 많이 유행하는데 그게 말로만 아니라 철학적으로, 실질적으로, 심리학․사회학․정치학적으로 그 묘미를 우리가 거듭 새기고 그 묘미 안에서 살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민족은 전체를 떠나서 살 수 없는 민족이다. 설날이나 추석날 때 보라. 경부선에 차가 꽉 밀려 움직이지 않더라. 왜 그러느냐? 만나야 된다. 만나서 정을 나누어야 한다. 효도를 하는 것을 절대가치로 가지고 있는 민족이 없다. 그래서 이런 것을 우리가 살려가지고 정치이념에 반영시켜야 된다.
정치이념은, 아무래도 직접 민주주의가 안 되니까 북도 남도 마찬가지지만 대의원을 뽑아야 될 것 아니냐. 그런데 선거운동을 보라. 다른 사람 비난해서 선거운동 하는 후보는 낙선시켜야 한다. 자기를 자랑하는 것도 낙선시켜야 된다. 다른 사람을 자랑하고 자기를 내리는 것이 미덕이다. 그런 미덕을 관철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어야 된다.
선거제도에 양당제는 잘못된 거다. 다당이라야 한다. 사람이 여러 가지 이해관계와 견해와 이런 게 다 다르니까. 지금 양당제도로 나가는 풍조는 미국에서 배웠는데 부정부패가 점점더 생긴다. 그래서 다당제도로 나간다든가, 전공하는 사람들을 좀 모아가지고 어떻게 하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조화시켜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정치이념을 만들 수 있겠느냐. 그런 거를 하기 위해서 다름 아닌 통일평화대학을 어떤 학자가 제안을 했는데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되겠다. 이런 풍조가, 여론이 나타나길 바란다.
□ 두 시간 정도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꼿꼿한 모습으로 흐트러짐이 없는데, 벌써 팔순이 넘었는데 이렇게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
■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사람이 이 세상에 필요하는 한, 가지 않는다. 이 세상에 나이만 먹고 밥만 먹고 별 다른 필요가 없으면 빨리 간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영역이 계속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지 사는 보람도 있고 보람 없으면 살 수가 없다.
통일뉴스 21주년이면 굉장히 오래했다. 정권이 교체되고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런데, 이게 꼭 필요하다. 통일을 위한 여론조성에 앞장서는 일을 통일뉴스가 해야 된다. 통일뉴스도 남과 북을 합해서 조국의 통일, 통일 이후에도 통일 문화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앞으로 더 활성화 되기를 바란다. <끝>
“우리야 그냥 한다 해도…다음 세대는요? 지금 시스템으로 밀고 간다면 누가 요양보호사 하려고 하겠어요? 제가 돌봄 받아야 할 때 절 돌봐줄 사람이 있을까요?”
아픈 노인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 박선화(민주노총 전국요양서비스노조 광주지부장) 씨가 절망스럽게 말했다. 요양보호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쉬운 해고, 저임금, 초단시간 또는 초장시간 노동, 산재, 각종 폭력까지 아동·노인·장애인 등 공공분야 돌봄 현장에 한국사회 모든 노동 문제가 집약돼 있었다.
민주노총 돌봄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이 29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돌봄서비스 공공성 강화, 돌봄노동자 처우개선'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2021.9.29ⓒ뉴스1
코로나 시대 돌봄노동자는 필수노동자로 인정받았다. 돌봄이 멈추면 가정이 멈추고 사회가 멈춘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봄이 중요하다는 인식, 딱 거기까지다. 그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까지 관심이 가닿지 않았다.
돌봄노동자를 쥐어짜는 구조를 만든 건 정부다. 공공분야 돌봄서비스는 대부분 공적재원으로 민간을 통해 제공된다. 돈 내는 사람 따로, 굴리는 사람 따로다. 관리·감독이 허술하면 눈먼 돈이 되는 건 순간이다. 인건비로 정해진 돈이 노동자에게까지 온전히 가지 않는다. 인건비 착복은 이익 창출이 1순위인 민간이 이윤을 남기는 대표적 방법이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도 가성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돌봄노동자가 불행하면 좋은 돌봄은 불가능하다.” 요양보호사, 아이돌보미, 어린이집 보육교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민중의소리〉와 만난 9명의 돌봄 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용자 한 마디면 하루아침에 해고
“내일부터 오지 말어” 방문 재가 요양보호사 이미영(전국요양서비스노조 인천지부장) 씨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수개월 돌봐드린 어르신 집 화장실이 2개인데, 어르신용 화장실이 아닌 가족용까지 청소하라는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사람 여럿 잘랐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던 어르신이었다.
재가 요양보호사 외에도 장애인활동지원사, 아이돌보미 등 방문재가 돌봄 노동자 모두가 언제 일이 끊길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다. 극심한 고용불안이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요양사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일대에서 열린 3.25 요양노동자 하루멈춤 집단행동을 통해 처우개선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2021.03.25ⓒ김철수 기자
돌봄서비스 이용자 집에서 혼자 일한다는 빌미로 가족들의 식사, 청소, 빨래까지 요구받는다. 돌봄노동자는 가사노동자와 다르다. 돌봄 대상자가 아닌 가족 관련 가사는 업무 범위 바깥의 일이다. 처음엔 거절도 해봤다. 하지만 ‘다른 선생님은 해주셨는데…’ 한 마디면 속수무책이다.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겠다는 무언의 압박이다.
이용자 한 마디에 생계가 달렸으니 무리한 요구도 참을 수밖에 없다. “아침에 갔더니 (이용자가 현관) 비밀번호를 바꿨더라고요. 그 다음부터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사비를 털어서라도 기분을 맞추어 줬어요. 당장 카드값을 어떻게 하겠어요.” 장애인활동지원사 김후남(공공연대노조 인천본부 장애인활동지원사 지부장) 씨는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열 번이 되고 일상화되는 거죠.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일을 잘한다는 건 장애인뿐 아니라 그 가족의 모든 분야까지 다 돌본다는 뜻이에요.”
이용자의 단순 변심 외에도 입원·사망 등 사정 변경도 돌발 변수다. 코로나 시기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방문재가 돌봄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상황이 속출했다.
방문형 돌봄노동자들의 극심한 고용불안 원인은 ‘호출노동’
돌봄노동자의 고용주는 서비스 이용자가 아니라 서비스제공기관이다. 즉, 이용자가 서비스를 취소하는 것이 곧바로 ‘해고’가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면 이처럼 ‘쉬운 해고’는 어떻게, 왜 벌어질까?
고용 형태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돌봄 노동자 대다수가 계약직 시급제다. 1년 단위 재계약이 가장 흔하다. 그런데, 돌봄노동자들의 고용형태는 일반적인 계약직과 다르다. 고용주에게 고용돼 있지만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고용주가 필요할 때만 불러서 일을 시킬 수 있다.
예를들어 어떤 요양보호사가 있다고 했을 때, 고용주는 하루 3시간만 일을 시켰다가 다음 달에는 하루 6시간 일을 시킨다. 하루 3시간을 일한 달과 하루 6시간 일한 달의 임금차이는 두 배다. 요양보호사가 하루에 한 명의 어르신을 돌보는 시간이 보통 3시간이다. 즉, 고용주가 한 요양보호사에게 한 명의 이용자를 연결하느냐, 두 명의 이용자를 연결하느냐에 따라 요양보호사의 임금이 달라진다.
이런 형태의 노동을 호출 노동이라고 부른다. 고용주가 필요할 때만 노동자를 부르는 (호출. call) 식이다. 최소한의 노동 시간도 정하지 않은 ‘제로 시간’ 계약도 있다. 필요하면 쓰고 필요 없으면 버리는, 불안정 노동의 끝판왕이다.
서비스기관으로선 비정규직 노동자보다 이용자가 더 중요하다. 이용자가 있어야 정부 지원금이 들어온다. 이용자 한 명 한 명이 곧 돈이다. 갈등이 생기면 중재하기보다 이용자 붙잡기 바쁘다. 노동자는 교체하면 그만이다. 노동자로선 일이 끊기면 수입이 없어져 사실상 해고인 셈이다.
근로 계약이 종료되지 않는 이상 인건비는 발생한다. 고용주는 고용주 사정으로 노동자에게 일거리를 제공하지 못한 경우 평균임금의 70%인 휴업수당을 줘야 한다. 휴직 기간이라도 건강보험료는 내야 한다. 이 돈이 아까워 사직서를 강요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김후남 씨는 말했다.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라도 30일 전부터 예고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해고예고수당을 줘야 한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안전하고 실효성있는 돌봄체계 마련을 위한 돌봄노동자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재난 시기에 긴급돌봄 체계 개선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2020.12.15ⓒ김철수 기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고용주의 각종 꼼수는 더 있다. 요양보호사 업계에선 지난해부터 신종 근로계약서가 등장했다고 이미영 씨는 말했다. “계약 기간에 ‘수급자 입소·입원·사망 등 기타 사정으로 인해 계약 기간이 자동 해지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달리고 있어요. 기타 사정에 이용자 변심이 포함되는 거죠. 이런 단서가 달린다고 해도 부당해고입니다.”
결국, 노동자들이 일거리를 찾아 제 발로 나간다. 센터와 갈등이 생기기라도 하면 금새 지역에 소문이 난다. 돌봄기관들 사이의 네트워크가 잘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자발적 퇴사기 때문에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다. “월급에서 꼬박꼬박 4대 보험료가 빠져나가는데, 정작 필요할 땐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아이돌보미 배민주(공공연대노조 아이돌봄 분과 부분과장) 씨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에 노동자는 여러 기관에 발을 걸칠 수밖에 없다. 요양보호사는 잦은 이직으로 장기근속수당이 있어도 하늘의 별 따기다. 같은 이름의 센터에서 일해야 근속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또 사업장이 여러 개로 늘어나면서 총 노동 시간이 월 60시간을 넘겨도 합산되지 않아 4대 보험의 보호조차 못 받는다.
고용주가 이런 상황을 다시 악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근속수당과 퇴직금 등을 주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3개월, 6개월씩 단기계약하거나 서비스를 연결해주지 않아 1년 안에 퇴사하도록 한다.
‘부당해고를 하면 안 된다’보다 더 이해하기 쉬운 상식이 있다. ‘일한 만큼 줘라.’ 다시 말해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과 법정 수당을 지급하라는 취지다. 이렇게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차 지켜지지 않는 곳이 돌봄 노동 현장이다. 이미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이들이다. 벼룩의 간을 떼먹으려는 행태를 직군별로 살펴본다.
재가 요양보호사
요양보호사의 시급은 대략 1만1천 원이다. 대략이라고 한 이유는 센터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장기요양위원회에서 임금을 정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센터에 수가(임금+운영비)를 내려보내지만, 정확한 액수 대신 수가 중 인건비 비율(올해 기준 방문요양 86.6%, 노인요양시설 60.5%)만 지키도록 정했다.
정부의 지원금이 복지부에서 요양보호사 통장까지 가는 과정에서 돈이 줄줄 새고 있다. 지난 7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조사에 따르면, 방문 센터의 80%가 정부가 정한 인건비보다 적게 지급하고 있었다. 시급으로 따지면 1천268원을 덜 받은 셈이었다. 2018년 복지부 점검 때(961원)보다 금액이 더 커진 상황이다.
센터의 임금 가로채기 꼼수는 전형적이었다. 주 15시간, 월 60시간의 벽이 대표적이다.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
일주일에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는 주휴수당, 연차휴가, 퇴직금, 연차휴가 규정에서 제외된다. 즉, 주휴수당을 받을 수 없고 퇴직금도 쌓이지 않는다. 월 60시간 미만인 단시간 노동자는 4대 보험 가입대상이 아니다. 센터는 각종 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목적으로 주 14.5시간 또는 월 59.5시간 노동을 하도록 한다.
초단시간 노동, 단시간 노동은 어떻게 벌어질까. 현장에서 3시간이 한 세트인데, 19일간 3시간씩 일하고 마지막 날 2.5시간 일하도록 해 59.5시간을 채우는 식이다. 이용자에게도 불이익이라고 박선화 씨는 지적했다. “하루에 3시간씩 서비스받을 수 있는 어르신인데도 2.5시간씩 주는 센터들도 많아요.”
이런 행태는 횡령과 마찬가지다. 요양보호사에게 지급되지 않은 돈은 센터 몫이다. 복지부에서 정한 임금에 각종 수당과 4대 보험료 등이 포함돼있다. 센터가 월 60시간보다 적게 일 시킨다고 해서 건강보험공단이 4대 보험료를 회수하지 않는다.
새는 돈은 또 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만 65세 이상 신규 채용자에게 실업급여분에 대한 고용보험료를 해당 노동자에게 직접 주도록 하고 있으나 이를 받아본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이미영 씨는 말했다.
요양보호사가 아닌 민간 사업자 통장으로 들어간 돈은 공공 재원이다. 요양 재원은 국고지원금과 건강보험료 등으로 마련된다.
“세금이 개인들 이익 창출에 쓰이는 게 맞나요? 너무 아까워 죽겠어요. 저는 제가 낸 보험료가 고스란히 우리 부모님과 부모님을 돌봐주는 요양보호사에게 갔으면 좋겠어요.” 전지현 요양서비스노조 사무처장은 분통을 터뜨렸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가요영보호사에 대한 긴급생계비 지원, 처우 개선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1.01.21.ⓒ뉴시스
장애인활동지원사
장애인활동지원 역시 일한 만큼 받지 못하고 있다. 처음부터 복지부가 낮은 수가를 책정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장애인활동지원 사업은 수가에서 75%를 인건비로, 나머지 25%를 운영비로 쓰도록 했는데, 인건비만 해도 수가 전제와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2021년 기준 지원 수가는 1만4천20원이다. 최저임금 8천720원에 각종 수당과 퇴직금, 4대 보험료 등까지 합하면 1만3천342원으로 수가 대비 인건비 비율은 95%라고 이주남 공공연대노조 조지국장은 꼬집었다.
“제대로 인건비를 주면 운영비가 안 남잖아요. 인건비 대비 운영비가 적어서 센터가 활동지원사에게 줘야 할 법정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어요. 이 구조로는 최저임금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공공성 강화와 활동지원사의 노동기본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1.10.14ⓒ뉴스1
최근 문제가 된 부분은 연장근로수당이다. 주 52시간제 적용 사업장에 돌봄 영역이 포함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주 52시간제는 주 40시간에 추가 근무로 12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제도다. 주 40시간이 넘어가면 연장 수당이 발생한다. 그러나 정부가 이 점을 빠뜨린 채 수가를 결정해 연장 수당은 센터의 추가 비용으로 남았다.
센터는 근로시간을 제한했다. 주 40시간이 넘는 지원 계획서는 반려됐다. 장애인활동지원사뿐 아니라 장애인에게도 부정적이라고 이주남 국장은 지적했다. “추가로 다른 지원사의 지원을 받거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요.”
공휴일 유급휴일 수당도 문제가 됐다. 공휴일에 일하는 경우 시급의 250%를 줘야 하는데, 이 중 100%를 센터가 지급하는 탓에 지원 계획서에 공휴일이 들어가면 공휴일이 아닌 날로 전산 처리했다. 피해는 노동자와 장애인 모두에게 돌아왔다. “공휴일에도 (장애인이) 밥 먹어야 하잖아요. 센터는 수당 안 주려고 책상에 앉아서 서류 짜 맞추기에만 열 올리고 있어요.” 김후남 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업무시간이 끝나도 일은 계속된다.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이 최대 받을 수 있는 지원 시간은 한 달 기준 471시간(1등급)이다. 지자체에서 추가 지원을 받아도 하루 24시간이 안 된다.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이 제도의 사각지대를 온몸으로 막고 있다.
“저희는 24시간 대기조에요. 무슨 일 생겼다고 연락 오면 새벽이라도 쫓아가죠.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잖아요. 그런데 정부는 이런 일을 저임금에 맡기고 있어요.” 김후남 씨가 말했다. “이런 직업이 어딨어요. 노예처럼 부려먹는 거지. 한 마디로 전쟁터에요 전쟁터.”
아이돌보미
민간 위탁 운영이지만 그나마 공공기관 소속인 아이돌보미는 앞선 직종들만큼 부당노동행위가 심하지 않다. 대신 최소한의 노동 시간이 보장되지 않아 고용불안이 가중된다. 일 좀 시켜달라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아이돌보미 3명 중 1명은 월 60시간 미만 근무하는 단시간 노동자였다.
이용자가 출퇴근 시간에 몰린다는 업무적 특성도 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는 노동자에게 위험 부담을 모두 떠넘겼다. 여가부가 제시한 표준 근로계약서는 서비스 제공시간에 대해 주 40시간 내 사전 상호 협의하라고만 명시했다. 그러면서 주 15시간 미만 근무 시 주휴일, 연차유급휴가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정부부처에서 최저임금법의 사각지대를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꼴이다. 게다가 공휴일에 수당도 못 받는다.
“주 15시간 근무를 채우기 위해 연차를 써야 하는 일도 있죠.” 배민주 씨가 씁쓸하게 말했다.
공공연대노동조합 아이돌보미 조합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여성가족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가부의 교섭 거부를 규탄하고 아이돌보미 처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이용자와 연계 자체가 안 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민주 씨는 수급 불균형으로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 “한쪽엔 아이돌보미와 연결되지 못한 이용자가 밀려있고, 한쪽엔 연결 안 된 선생님들이 밀려있어요. 문제는 예산 부족이죠.”
정부가 지원하는 시간은 올해 기준 840시간까지다. 정부 지원 비율에 따라 유형이 ‘가’형부터 ‘라’형으로 나뉘는데, 정부 지원 시간이 끝나면 전액 이용자가 부담하는 ‘라’형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출근 때 2시간, 퇴근 때 3시간을 이용한다면, 8~9월쯤이면 정부 지원금이 없어져요. 라형을 이용하려면 부담이 갑자기 커지죠. 그럼 아이들끼리 있는 상황이 발생해요. 방치는 아동학대인데, 정부가 학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배민주 씨는 아이돌봄 사업에 대한 이용자 만족도가 98%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가 이 사업에 제대로 매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소한 1200시간은 보장해야 방치 상황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최저 노동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건 최저 소득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심각한 고용불안이다. “100만 원 받았다가 70만 원 받았다가 50만 원 받았다가…수입이 고정적이지 않아요. 코로나 터지면서 10년 이상 일했던 선생님들이 많이 그만두신 게 너무너무 안타까워요.” 배민주 씨는 씁쓸해했다.
임금 보전이 안 돼 그만두지만 개인 사정으로 퇴사하는 것처럼 둔갑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배민주 씨는 말했다. “사측 귀책사유로 그만뒀는데, 매월 급여에서 빠져나간 고용보험비가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 거죠,”
돌봄 노동자의 선의만으론 안 된다
“저는 이 일이 좋아요. 발달장애인과 속마음으로 소통하는 게 쉽지 않은데 제가 노력해서 소통했을 때 굉장히 행복해요. 오래 함께 있으면 대변을 치우면서도 냄새가 안 나더라고요. 사명감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근데 이런 마음을 (국가가) 악용하면 안 되잖아요.” 김후남 씨가 말했다. 돌봄 노동자들의 선의만으로 지금 시스템은 유지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초단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어떤 직종이든 서비스제공기관에서 주간 15시간 이상의 상시근로를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주휴수당을 받고, 4대보험에 가입할 수 있으며 연차휴가를 쓸 수 있다. 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법을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체적인 노동현장의 환경 개선은 ‘교섭’을 통해 해결된다. 돌봄노동자들도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런데 ‘교섭’할 대상이 불분명하다. 도대체 자신들의 근로환경을 개선해 줄 ‘고용주’는 누구인가.
노동자들이 서류상 고용주인 센터를 찾아가면 모두 정부 부처가 결정하는 대로 따를 뿐 자신들에게 권한이 없다고 말한다.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돌봄서비스제공기관은 각종 인건비 규정, 운영 매뉴얼에 따라 시설을 운영한다. 다만, 제도와 정부기관이 제시하는 매뉴얼의 허점을 활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그렇다면, 돌봄서비스를 총괄하는 복지부 또는 여성가족부는 어떨까. 이 기관들은 임금, 근무지침 등을 결정하고 지원금을 내려보내는 ‘진짜 고용주’다. 지금껏 이 기관들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서비스를 연계하는 운영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서비스제공기관에 공을 넘겨왔다. 자신들에게는 관리·감독을 할 책임은 있을 지언정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의 ‘직접적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돌봄노동자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현 돌봄 정책을 규탄하며 국가가 돌봄정책의 개선 요구 및 공공성 강화를 촉구했다. 2021.08.30.ⓒ뉴시스
돌봄 노동자들은 ‘진짜 사장’인 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해결하라고 촉구한다. 노동자-정부 간 교섭, 즉 ‘노정교섭’이 돌봄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요구다. 때문에 요양보호사 노동조합 등에서는 여성가족부와 직접 대화를 요구하는 시위나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입법센터 신의철 변호사는 “수가를 비롯한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정책은 정부 부처 차원에서 정해지기 때문에 개별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통해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돌봄노동자들은 개별 사업장을 넘어 산업 단위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있다”면서 “민간위탁 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의 경우도, 실질적 사용자인 국가와 단체교섭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돌봄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 사회적 관심을 받을 때마다 등장하는 말은 ‘관리감독 철저’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철저한 관리·감독을 넘어서 좋은 돌봄이 1순위가 되기 위해 국가가 직접 서비스제공기관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직고용까지가 이들이 그리는 돌봄 국가 책임제다. 학교비정규직 사례 처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비용이 많이 들고 고용이 너무 경직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 변호사는 “현재 비용 그대로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고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중간에 새는 인건비’가 없어지기 때문에 더 지금의 비용으로도 고용의 질과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기관 비정규직 무기계약직화를 경험했기 때문에 가보지 않은 길도 아니다.
그는 “실질적 사용자는 지금도 국가인데, 민간위탁되어 형식적 사업자만 민간인 구조”라면서 “재원은 공적으로 부담하면서 공급 체계는 민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반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서는, 투입되는 비용은 늘지만 돌봄의 질 향상과 돌봄노동자의 처우 개선은 더딘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고령사회로 급속히 진입하는 지금 한국의 조건에서 돌봄에 대한 전체 비용 자체도 늘어나야 마땅하다”고 부연했다.
(다음 편에서는 정규직 돌봄 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을 다루겠습니다.)
코로나시대의 노동
코로나19 펜데믹은 한국사회의 노동을 둘러싼 불평등을 선명하게 드러냈습니다. ‘아프면 쉬세요’ 캠페인이 진행됐지만 현행 법에 유급병가와 상병수당은 보장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유급병가를 쓰지 못하는 노동자는 가족을 돌보기 위해 일자리를 그만 둬야 했습니다. 그렇게 맞벌이 가정의 수입이 줄자, 물류센터로 투잡을 나서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심야노동에 대한 제한이 없는 물류센터는 죽음의 현장이었습니다. 펜데믹은 또 돌봄과 돌봄노동자를 둘러싼 불평등도 선명하게 드러냈습니다.
민중의소리는 코로나 시대 노동의 불평등 문제를 현장과 전문가들을 광범위하게 취재하고, 국민입법센터와 함께 법제도적 대안을 찾아봤습니다. 이번 시리즈 기사는 현장의 현실을 잘 드러내는 것과 함께 구체적인 ‘법 개정안’ ‘법 제정안’을 제시함으로써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해법’을 도출하는 데 나아갔습니다.
총 5분야, 10개의 기사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4개 분야는 하나의 기사로 갈음하고,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사회의 주요 문제로 떠오른 ‘돌봄’에 집중해 시리즈 내의 시리즈로 6개의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조성은 기자 | 기사입력 2021.11.24. 07:54:56 최종수정 2021.11.24. 11:32:52
14년 만에 "차별금지법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밝힌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동성애 찬반토론'을 개최해 논란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토론회 방향과 토론자 구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이 왜 필요한지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토론회 참석 이유를 밝혔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은 23일 이종걸 공동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취지로 기획된 정책토론회라면, 최소한 차별금지법(평등법)의 필요성과 의의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정책토론회를 기획해야 한다"고 비판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예고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정기국회 안에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겠다"고 한 지 21만에 열리는 소위 '공론장'이다. 그러나 제정 반대 측 인사로 '동성애 전환치료'를 주장하는 개신교 목사 등이 포함돼 사실상 '동성애 찬반토론'이라는 게 차제연의 입장이다. 동성애의 존재 여부를 찬성과 반대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반인권적이라는 의미다.
이 대표는 입장문에서 "반대 토론자들은 그동안 여러 현장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내용들을 발표했던 인사들로만 구성됐다"며 "한 인사를 '전환치료'를 명목으로 소위 성소수자에 대한 반인권적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권단체'라는 이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권단체 인사로 분류돼 토론회에 참석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러한 토론회 방향과 토론자 구성에 심각한 문제를 인식하며 토론자 추천 및 참석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면서도 "지난 15년 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을 활동해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남성 동성애자로서 직접 토론회장에 서서 차별금지법이 차별과 혐오를 불식시키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임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제 정당 입장 공개 요구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환치료는 '동성애는 치료 가능한 정신병'이라는 전제하에 이뤄지는 행위로, 의학계에
'동성애는 정신병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세계적으로 확립됐다. 미국 정신의학회는 19서 오래전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퇴출됐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이를 성소수자를 향한 폭력과 차별로 명시하고 있다.73년 동성애를 정신질환에서 제외했고, 세계보건기구(WHO)도 1990년은 이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반발이 끊이지 않자 세계정신의학회는 2016년 "동성애는 정신병이 아니"라고 못박으며 혐오논쟁을 종식하고자 했다. 독일, 프랑스 등 일부 유럽국가들은 전환치료를 처벌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어 이같은 토론회를 개최하는 민주당을 향해 "'사회적 합의'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한국사회에 자리잡게 한 정당으로서 우리사회의 평등을 지연시킨 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당"이라며 "토론회가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춘 반대의견도 받아들일 수 없는 차별과 혐오를 세력 중심으로 구성된 것은 '사회적 합의'라는 말로 그 주장들에 자리를 내준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토론회를 통해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유예된 지난 14년의 역사 동안 우리 사회가 어떠한 현실에 놓여 있고, 그 책임에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통감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며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에서 더이상 누군가를 배제하게 해달라는 목소리를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하 입장문
더불어민주당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 참석에 부쳐
저는 11월 25일(목)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주최하는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야당인 국민의힘에도 함께 토론하자는 제안을 하였지만 답이 없었다면서, 여당 정책위 중심으로 객관적으로 찬반의 의견을 듣고 공론화를 하겠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11월 18일 공문을 통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위 토론회의 토론자 추천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런데 토론회 전체 구성과 토론자로 참석하는 구성원 등을 확인하면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대한민국 여당 정책위가 주최하는 차별금지법 토론회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3개의 평등법안(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한 정당입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취지로 기획된 정책토론회라면, 더불어민주당은 최소한 차별금지법의 필요성과 의의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정책토론회를 기획하고 개최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토론회 기획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성소수자를 법의 보호에서 배제하라는 반인권적인 주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어떠한 입장인지 전혀 밝히지 않은 채, 찬성과 반대 동수로 토론자를 구성했습니다. 반대 토론자들은 그동안 여러 현장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내용들을 발표했던 인사들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인사는 '전환치료'를 명목으로 소위 성소수자에 대한 반인권적인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체명에 '인권단체'라는 이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권단체 인사로 분류되어 토론회에 참석합니다.
'객관적 위치'를 자임하며 특정한 사람을 차별해도 된다는 주장과 차별하지 말자는 주장 사이의 논쟁을 한 번 들어보겠다는 정치권의 태도가 어떤 사회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지 더불어민주당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토론회는 차별을 조장하고 선동하는 목소리에 공적인 자리를 내어줌으로써 민주사회에서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차별 선동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는 결국 차별을 선동하는 반인권적인 주장에 동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을 더불어민주당은 분명하게 깨달아야 합니다.
이전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선동하는 주장을 펼치는 토론회들이 일부 교계의 이름으로, 혹은 개별 국회의원의 공동주최 명의로 열린 바 있습니다. 2015년 소위 성소수자 '전환치료' 관련 행사가 국가인권위원회와 국회 장소를 대관해 개최된 사례가 있습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이를 분명하게 성소수자 차별, 자유권 규약 위반으로 짚으며 "대한민국 정부는 소위 '전환치료'의 선전, 혐오발언, 그리고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폭력을 포함한 어떤 종류의 사회적 낙인과 차별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식적인 형태로 분명하게 명시하여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2018년에도 KBS 심야토론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 편에서 반대 패널을 통해 반동성애 세력 등의 혐오발언 등이 여과 없이 방송된 바 있습니다. 적극적인 문제제기로 인해 KBS는 혐오와 편견이 차별과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이후 토론프로그램에서 패널과 주제의 적절성에 대해 숙고하겠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다른 사회구성원을 배제하라는 반헌법적인 주장에는 공적인 자리를 내어주지 말자는, 우리 사회가 수 년 간 쌓아온 사회적인 합의와 깨달음을 더불어민주당만 배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14년 전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시작한 막중한 책임이 있는 정당입니다. 또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뤄온 핑계로 '사회적 합의'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한국사회에 자리잡게 한 정당으로서 우리 사회의 평등을 지연시킨 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당입니다. 개혁을 이야기하는 집권 여당의 차별금지법 제정 정책토론회가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춘 반대의견으로 받아들일 수도 없는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세력 중심으로 구성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14년 동안이나 반헌법적인 주장에 단호하게 선을 긋는 입장조차 내지 못한 채 '사회적 합의'라는 말로 그 주장들에 자리를 만들어준 결과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어디까지 후퇴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너무나도 모욕적인 현실입니다.
저를 포함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책임집행위원회 구성원들은 이러한 토론회 방향과 토론자 구성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인식하며 토론자 추천 및 참석 여부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토론회에 참여하지 않고 문제점을 알릴 수도 있겠지만, 그 보다 저는 지난 14년 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활동해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남성 동성애자로서 왜 연내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한지를 더불어민주당 토론회 현장에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성소수자를 차별하게 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더불어민주당의 차별금지법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현실이라면, 우리 사회의 평등을 진전시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인 성소수자가 직접 토론회장에 서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차별과 혐오를 불식시키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임을 똑바로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논의의 시작이 차별금지법의 취지와 방향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결국 누군가의 권리를 배제해야 한다는 반헌법적인 주장이 난무하는 장이 된다면, 그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는 것을 토론회장에서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소수자들은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 과정에서 계속 호출되었고 성소수자의 인권이 찬반의 대상, 다수결의 영역, 논쟁적인 의제처럼 다뤄져야 하는 수모를 14년 동안 겪어왔습니다. 이 모욕적인 현실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더불어민주당에게 성소수자가 직접 책임을 묻고자 토론회에 참석합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책임집행위에서는 11월 25일 토론회 진행 과정과 토론회 자료집을 통해 드러날 수 있는 사회구성원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 가짜 뉴스, 차별이나 혐오를 선동하는 내용 등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에 예방 조치를 세울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러한 논의가 더불어민주당의 차별금지에 대한 감수성과 평등에 대한 감각을 세울 수 있는 시작이 될지는 사실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토론회를 통해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유예된 지난 14년의 역사 동안 우리 사회가 어떠한 현실에 놓여 있고, 그 책임에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통감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에서 더 이상 누군가를 배제하게 해달라는 목소리는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25일 우리가 사회임을, 차별금지법 제정이 먼저임을 말하고자 합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전두환씨 사망에 신문들 역사관 드러나
경향 “학살자” 중앙 “논쟁적 인물”
여경 혐오 부추기는 제1야당 대표 비판
12·12쿠데타와 5·18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으로 대통령에 올랐던 전두환씨가 23일 사망했다. 24일자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모두 여러 지면을 할애해 전씨에 대한 평가와 그의 죽음이 남긴 과제를 다뤘다. 아래는 이날 전씨 관련 1면 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학살자’ 전두환 사망
국민일보: 마지막까지 사죄는 없었다
동아일보: 전두환, 5·18 사과 없이 사망
서울신문: 사죄 없이 떠난 현대사의 오점
세계일보: 끝내 사죄 없이 영욕의 삶 마감
조선일보: ‘5월 아픔’ 외면한 채…
중앙일보: 전두환 1931~2021
한겨레: 끝나지 않은 참혹한 아픔 끝까지 사죄 없이 떠났다
한국일보: 암흑의 역사 남긴 채…
▲11월24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전씨는 언론사에도 탄압의 역사를 남겼다. 동아일보는 관련 기사(민주화 탄압 철권통치…‘언론 통폐합’ 재갈 물려놓고 부정축재)에서 “전 전 대통령은 집권 첫해인 1980년 언론통폐합 조치를 단행했다. ‘언론창달계획’으로 포장해 전국 64개 언론사를 신문사 14개, 방송사 3개, 통신사 1개로 강제 통폐합했다”며 “당시 전두환 정권의 실세로 통하며 언론통폐합을 주도했던 허문도 전 국토통일원 장관은 훗날 ‘전두환 정권의 괴벨스’로 불렸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1980년 신군부 독재에 맞섰던 동아일보가 동아방송(DBS) 포기를 강요받았다고 전했는데, 이후의 해직사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전씨는 기업으로부터 통치자금을 조성하는 등 ‘부정축재’에도 열을 올렸다. 동아일보는 “전 전 대통령 스스로도 재임 기간 동안 95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재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경향신문(5·18 재판도 추징금 956억원도…끝내 책임지지 않고 떠났다)은 전두환씨 사망으로 5·18 관련 사자 명예훼손 재판, 900억 원대 미납 추징금 징수 등이 불가능해졌다고 전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전씨가 명예를 훼손한 혐의 재판은 2020년 11월 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전씨 측 항소로 2심 진행 중이었고, 그의 사망으로 공소 기각이 전망된다. 군사반란과 뇌물 범죄에 대한 전씨의 956억원대 미납 추징금도 받아낼 방법이 불투명해졌다. “검찰은 전씨의 전체 추징금 2205억원의 약 57%인 1249억원을 환수”한 상황이다.
▲11월24일 경향신문 6면 기사
국민일보는 전씨 뿐 아니라 그의 유족도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지적했다. ‘전두환 유족, 노태우 유족과는 다른 모습’ 기사에서 “부인 이씨는 2017년 출간한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에서 ‘12·12, 5·17, 5·18에 대한 편집증적 오해와 정략적인 역사 왜곡 앞에서 나는 몇 번이고 전율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며 “유족은 전씨에게 부과된 추징금을 자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가 정부가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연희동 자택을 공매에 넘기자 소송을 벌이며 반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씨가 체납한 지방세도 9억8200만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 신문은 전씨 집권기 경제성장, 그의 단임제 실행 등을 공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집권기간 평균 9%대 고도성장…서울올림픽·아시안게임 유치 성과’ 제목의 조선일보 기사가 대표적이다. 이 신문은 “전 전 대통령은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 등 경제 전문가를 발탁하고 이들에게 정책의 전권을 위임했다”며 “경제 참모들은 공산품 가격 인상을 억제했고, 수입 규제는 풀었다. 예산도 동결·긴축해 시중에 돈이 풀리는 것을 막으며 물가를 잡았다. 중화학공업에 대한 과잉·중복 투자도 정리해 거품을 제거했다. 그 결과 전 전 대통령 집권기에는 연평균 약 9%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고도성장을 이뤄냈다”고 했다.
경제성장, 단임실천 등 전두환 ‘공’으로 볼 수 있나
1986년 아시안 게임, 1988년 서울 올림픽 유치로 “국가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고도 했다. 이어 “한강종합개발사업도 추진해 강변북로⋅올림픽대로 등을 확대 신설했다. 사회적으로는 야간 통행 금지를 풀고 과외 금지, 교복 자율화를 시행했다. 의료보험과 산재보험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도 했다”며 “또 프로야구 출범 등으로 사회에 개방적인 분위기를 불어넣으려 했지만, 이는 국민의 관심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의도였다는 비판도 나온다”는 평가다.
조선일보 사설(현대사 아픔과 갈등, 굴곡, 논란 안고 떠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전씨가 쿠데타 동지였던 노태우씨에게 후계 자리를 넘겼다면서 ‘단임제 실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평화적 과정으로 권력을 이양해 우려됐던 국가적 비극은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전 전 대통령이 5·18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고 떠난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면서도 “5·18 희생자 중 한 사람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고 했다. 이제는 어두웠던 역사의 기억도 그와 함께 떠나보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사설(용서받지 못하고 떠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전씨를 “논쟁적 인물”로 표현했다. 이 신문 역시 전씨의 퇴장에 대해 “스스로 단임을 결심했고 이행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전두환·노태우에 의한 민주화 과정이란 게 세계적으로 보면 유일하게 성공하다시피 한, 군사정권의 자진 후퇴”(이홍구 전 국무총리)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대로 고개를 숙이지 않고 떠났기에 제대로 용서하기도, 제대로 평가하기도 어렵게 됐다. 그의 불행이자 우리의 불행이다. 전두환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우리에겐 쉽지 않은 숙제로 남았다”고 했다.
▲11월24일 조선일보 5면 기사
그러나 단임제를 그의 공으로 평가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다. 서울신문은 관련 기사(쿠데타 주역, 민주화 탄압, 현대사 퇴행…“공과 언급할 가치 없어”)에서 “애초에 4·13 호헌 조치로 5공 연장을 꾀했다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으며, 민주화 시위에 밀려 직선제 개헌을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치적으로 삼고자 했던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둔 데다 국민들의 거스르기 힘든 민주화 열망, 그리고 미국의 압박 등에 마지못해 물러섰고, 6·29 선언을 타협책으로 내놓았다는 것이 학계 다수의 시각”이라는 것이다.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공과를 언급할 대상도 되지 못하는 존재인 것은 분명하고, 전두환을 끝내 단죄하지 못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고,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보수, 진보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고도성장도 ‘3저 호황’이란 국제경제 조건이 조성됐고, 이전부터 이어진 자본 축적의 결과다. 전두환의 공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11월24일 서울신문 3면 기사
한겨레는 사설(한마디 사죄도 없이 떠난 ‘국민 학살자’ 전두환)에서 “세상을 떠난 이에 대해선 비교적 관대한 것이 우리의 정서이자 관습이지만,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찬탈하고 이에 저항하는 국민을 총칼로 학살한 내란 수괴의 죽음 앞에서 어떤 애도의 감정도 가질 수 없다”고 했다. 청와대가 전씨에 대해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힌 것도 지적했다. “정작 위로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전두환으로부터 한마디 사죄도 받지 못한 5·18 영령들과 유족들”이란 것이다. 이어 “국민의힘은 전두환 사망과 관련해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을 내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국민 여론과 강성 극우 지지층 사이에서 눈치보기를 하는 것 같은데, 비겁한 침묵”이라며 “국민의 안위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것이 보수 정당의 참모습이다. 지금과 같은 태도라면 국민의힘은 수구 정당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비판했다.
위중증 환자 늘어나는데 병상 부족, ‘위드코로나’ 재고?
23일 0시 기준 코로나19로 격리 치료 중인 위중증 환자가 549명이 됐다. 병상 없이 대기하는 확진자는 836명으로 나타났다. 일부 신문들은 방역 강화 차원에서 다시금 거리두기 등 단계를 높여야 한다는 의료계 의견을 전했다.
한국일보(신규 확진·위중증 환자 또 최고치…전문가 “비상계획 시점 지났다”)는 “지난 5일 발동된 행정명령에 따른 수도권 준중환자 병상 402개가 정부 기대대로 다음주까지 준비된다 해도, 그렇게 비워진 중환자 병상은 다시 며칠 안 돼 꽉 찰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행정명령으로 마련 중인 병상은 일정상 내달 초나 돼야 온전히 확보될 걸로 보인다”며 “위드 코로나 시작 당시 제시된 비상계획 시행 요건의 하나인 ‘중환자 병상 가동률 75%’를 수도권은 이미 넘겼다. 정부가 수도권 주간 위험도를 ‘매우 높음’이라고 발표한 22일 오후 5시 기준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3.3%였다”고 전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한국일보에 “몇몇 공공의료기관을 통째로 중환자 병원으로 만들어 상급종합병원 베테랑 의료진이 돌아가면서 근무하는 방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신문(수도권 병상 배정 대기자만 836명…‘비상계획 발동’ 검토 논의)은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수준으로 지역사회 전체의 방역을 강화하는 ‘비상계획’과 취약시설을 중심으로 방역을 강화하는 원포인트 조치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라 파악했다. 이 신문은 “당국은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청소년 방역패스는) 다중이용시설에 국한된다”며 “접종을 안 받았다고 해서 학교생활에 불이익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11월24일 중앙일보 8면 기사
해외에서는 국가별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관련 기사(독일, 미접종자 식당 출입제한…영국은 성탄 파티도 가능)에서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상황을 전했다.
‘여경 혐오’ 부추기는 제1야당 대표에 비판
인천 남동구 빌라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 당시 여성 경찰관이 현장을 이탈한 일을 두고 소위 ‘여경 무용론’이 다시금 불 붙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의 여경 비하발언이 기사화되면서 이 같은 여론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11월24일 한국일보 9면 기사
한국일보(비뚤어진 ‘여경 혐오’ 확산…입만 터지면 쏟아지는 여경 무용론)는 “경찰 안팎에선 여경 무용론의 바탕에 여경에 대한 '혐오'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역할이라고 여겨졌던 경찰 조직에서 여성 비중이 점차 늘어나자 여경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이른바 ‘백래시(반발)’가 일어나고 있다”고 규정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경찰관 선발 및 양성 절차를 전반적으로 개선해 역량 향상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며 “경찰 조직 차원에서 선발 시스템이 적절한지, 선발 이후 관리 시스템이 어떤지를 점검해 개개인이 현장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중앙일보 사설(여경이 아니라 경찰이 문제다)은 “국민은 남성·여성 관계없이 위기 상황에서 국민 재산과 생명을 지킬 경찰공무원 임용을 기대하고 있다”며 ‘성비’를 언급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비판했다. “인천 사건의 경우 경찰 내부에서조차 시보인 여경보다 선임인 남자 경찰관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양평 사건은 경찰관들이 흉기를 든 용의자와 대치 끝에 권총을 발사해 검거했다. 유튜버가 도망갔다고 비난한 여경은 공격조가 아닌 수비조로서 맡겨진 역할을 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라며 “이미 전체 경찰관의 10%를 넘어선 여경을 매도하는 건 근거 없고, 치안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여경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사람들 때문에 여혐의 도구로 악용될까 우려스럽다”(서울지역 지구대장)는 한탄이 나오는 현실에서 “제1 야당 대표가 제대로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여경 혐오 논란을 촉발한 꼴”이라 비판했다.
23일 오전 8시 40분, 전두환씨가 사망했다. 전씨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광주 지역사회에는 기쁨의 목소리보다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더 많이 터져 나왔다. 그 목소리를 차례로 전한다.
"원통하다"
5·18부상자동지회에서 초대회장을 지낸 이지현씨는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많은 사람들의 죽음 앞에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겠지만, 전두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끝까지 본인의 잘못을 사과하지 않고 떠나는 모습을 보니, 결코 애도를 표현할 수 없고 그저 애통한 심정일 뿐"이라고 밝혔다.들불열사기념사업회는 5·18민주화운동을 전후로 광주의 노동야학 '들불야학'에서 활동하던 중 차례로 세상을 떠난 일곱 명의 들불야학 열사들을 기리고 있다. 들불열사기념사업회 김상호 사무국장은 "들불열사분들을 비롯한 먼저 간 많은 이들이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으셨을까 싶다"며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아무런 벌도 주지 못하고 그를 보내게 되어 착잡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5·18민주화운동의 시발점이었던 전남대학교의 이명노 총학생회장은 "시민학살의 책임자가 뒤늦게 죗값을 치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두환이 끝까지 단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고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던 걸 생각하면, 원통하다"며 "전두환이라는 사람을 반면교사로 다시는 대한민국에 그런 일과 그런 지도자가 반복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 정치권 "자연사에 분노한다"
각 정당 광주시당도 분노를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강수훈 대선공약기획실장은 "시민 학살의 책임자가 사과 한마디 없이 떠났다. 고인이라는 표현조차 사용하고 싶지 않다. 지금이라도 시간을 되돌려 그에게 책임을 묻고 싶은 심정"이라며 "추징금이나 불법재산 환수와 관련해서도 지속적으로 명확한 문제제기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정의당 광주시당 문정은 정책위원장은 "전두환이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고 자연사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분노스럽다. 전씨는 광주시민 학살의 책임자인 만큼 정부에서 그 어떤 예우도 해서는 안 된다"며 "추징금마저 납부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무책임을 보여준 전두환이 저지른 죄의 책임을 끝까지 짊어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당 광주광역시당 문현철 공동위원장은 "전두환씨의 범죄가 끝내 단죄되지 않았다. 광주시민들의 마음이 가장 좋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에 있었던 노태우씨의 사망과 함께 국가 차원의 예우에 대한 논쟁이 있을 수 있다. 범죄를 저지른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 관련 법령 개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광주 청년들 "두고두고 수치스러운 일"
청년세대별 노동조합 광주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은 "노태우에 이어 전두환이 죽는 걸 보면서 한 시대가 지나고 있음을 체감한다. 다만, 제대로 된 사과나 진상규명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그저 시간만 흘려보낸 것 같다"며 "전두환이 사과없이 천수를 누리고 가도록 방치했다는 사실이 이전 시대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했다는 역사적 과오와 함께 두고두고 수치스러운 일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더 오래 기억하겠다는 반응도 뒤를 이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교육공간 오름 강경필 대표는 "시민학살의 책임자에게는 너무 뒤늦은 죽음이었다. 애도 없이 늦게까지 기억하겠다"며 "더 일찍 청산되었어야 했던 역사가 사면·복권으로 인해 완결되지 못했다. 사과도 반성도 없이 떠난 악인에 대한 애도나 추모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전두환과 같은 이가 오랫동안 천수를 누리며 살았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기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7년 12월 김영삼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나 이듬해 복권된 전두환씨는 이날 자택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12·12군사반란과 5·18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학교 명예교수와 16일 통일뉴스 창간 21주년 기념 화상인터뷰를 가졌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지금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 해온 것을 하나라도 이행을 하고 앞으로 나갈 것은 평화조약을 체결해야 한다. 정전협정은 의미도 없고 이행할 수도 없다.”
통일뉴스 창간 21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박한식(82세) 미국 조지아대학교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종전선언’이나 ‘종전협정’ 보다는 4.27판문점선언 등 남북 정상간 합의 이행이 더 중요하고 ‘평화조약’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50여 차례 북한을 방문하고 94년 카터 전 대통령 방북과 2009년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을 주선하는 등 큰 족적을 남긴 박한식 명예교수는 인터뷰 내내 북한을 ‘악마화’ 하거나 ‘이중기준’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볼 것을 거듭 강조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종전선언과 비슷한, 종전선언에 대치될 수 있는 그런 선언도 있었고 합의도 있었다. 남북 정상 간에 대여섯 번 이상 있었다”며 “지금 대여섯 번 있은 협정에 서명 다하고 했는데 거기에다 하나 더 보태서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6.15공동선언과 4.27판문점선언 9.19평양선언 등의 내용에 모두 종전선언에 해당하는 ‘더이상 전쟁은 없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에 이를 지키면 종전선언은 사실상 불필요하다는 것. 대신 “평화조약과 국교정상화 이 두 가지를 위해서 각 나라나 유엔에서 노력해야 한다. 더구나 남쪽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평화조약이 있어야 되고 국교정상화가 있어야 되고, 모든 분야에서 조선이 보통국가로서 인정을 받고 이러면 핵을 다 포기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되지 않으면 절대 포기 안하고, 포기했다고 해도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했더라도 미국이 약속을 뒤집으면 다시 핵무기보유국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가역성’에 대해 “가역성은 외부에서 부여하는 것이 아니고 그들은 이미 핵 과학이 있지, 과학자가 있지, 원료가 있지, 만들어 봤지, 그래서 돌아서서 한 3개월만 하면 또 다른 핵국가가 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나는 완전한, 입증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고, 더구나 북에서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미국 등 서방세계가 강요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향후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은 “남한과 미국이 하는데 비례해서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내가 미국에서 55년 동안 살면서, 50년을 교편을 잡아 미국 정부도 가르치고 하면서 미국을 알 만큼 어느 정도 많이 안다”며 미국의 본색을 ‘인종주의와 군사주의’로 요약하고 “군산복합체에서 미국의 경제를 움직이고, 미국의 여론을 움직이고, 미국의 정책을 움직인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놓아줄 수가 없다. 계속 악마화 시키고, 계속 주적으로 삼고 그래야 군산복합체에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비관적 결론을 내놓았다. 특히 ‘우리가 하면 안보고 북이 하면 도발’이라는 이중기준을 경계하고 “제일 중요한 문제는 북한을 무시하는 거다”라고 짚었다.
이외에도 미중 패권경쟁을 ‘신냉전’ 보다는 주변국들로부터 정당성을 획득하는 ‘경쟁관계’로 파악하고 기독교식 이분법에 근거해 ‘악마’를 처단하는 미국보다는 유교에 근거한 중국의 대외정책이 더 평화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우리는 그 두 체제가 어떤 식으로 변하더라도 그걸 컨트롤할 수 없지 않느냐?”며 “남북은 남북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남북이 교류를 한다든가 여러 면에서 거래를 하고, 여행도 할 수 있도록 하고, 평화적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제시하고 “지금 대한민국에 통일설계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조선노동당 8차 대회에서 당규약을 개정하고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내세운데 대해서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행사냐’ 그걸 봐야 한다”며 남쪽이 아닌 세계를 겨냥했기 때문에 민족 보다는 국가를 강조했다고 해석하고 “남과 북은 민족국가 아니냐? 민족이기 때문에 남남이 아니다. 남남처럼 살 수가 없는 이유가 남남이 아닌데 어떻게 남남처럼 사느냐?”고 민족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최근 박 교수가 주창하고 있는 ‘개성 통일평화대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45년간 미국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축적해온 통일에 대한 구상들을 하나하나 풀어헤쳐야 하지만 한 차례의 인터뷰로서는 너무 벅차 먼저 현안 중심의 질문을 통해 이를 알아보고는 1부 ‘통일을 묻다’와 연방제와 통일평화대학에 대한 구상을 들어보는 2부 ‘통일평화대학을 묻다’로 나누어 화상인터뷰와 추가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지난 16일 박한식 명예교수와 온라인 줌(zoom)을 통해 진행한 인터뷰와 추후 전화인터뷰 내용 중 1부 ‘통일을 묻다’에 오간 문답 내용이다.
미국의 두 가지 원색, “하나는 군사주의고 하나는 인종주의다”
박한식 명예교수의 회고록 『평화에 미치다』 출판기념회가 8월 27일 건국대 새천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통일뉴스 김치관 : 먼 곳에 계신데 이렇게 화상으로나마 뵙게 돼 반갑다. 통일뉴스 창간 21주년 기념 인터뷰를 박한식 교수 모시고 시작한다. 통일뉴스 창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 박한식 교수 : 기쁘다. 감사하다.
□ 최근 유튜브 온라인 강좌를 많이 하시는 걸로 안다. 근황을 소개해 달라.
■ 내가 미국 와서 공부하고 나서 1970년부터 2015년까지 45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미국 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한 45년 가르치고 은퇴하고 나니까, 더 가르치고 싶은 생각도 났다.
또 45년 동안 한국 학생들도 더러 있었지만 미국, 외국 학생들만 주로 가르쳤다. 이제는 내 조국 후배, 동지들을 위해서 내가 배우고 느낀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기회를 내가 원했다.
그러자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박한식 사랑방’이라고 하는 줌(zoom) 강의를 한 달에 한 번씩 할 수 있도록 한 지가 벌써 15달이 넘었다. 지금도 하고 있다. 또 한국 <주권TV>에서 자그마하게 매주 나가고 있는 것이 지금 1년이 넘었다. 그러한 기회를 지금 즐기고 있다.
□ 최근에 서울에서도 출판기념회를 가진 『평화에 미치다』 책을 출간했는데, 반향이나 반응은 어땠나?
■ 출판기념회를 후원하는 단체 중의 하나로서 통일뉴스가 참여해줘서 감사하다. 이 책은 조금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 그래서 진보적인 사람들, 교육 정도가 높은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많이 읽혀지고 호감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보수적이고 반공사상이 투철한 사람들은 나를 원래부터 “친북이다, 종북이다” 그런 사람들은 이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하하)
얼마나 책이 보급됐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통일 사랑방’에 매달 들어오는 사람들은 죄다 이 책을 탐독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로서는 읽은 수 있는 자격과 준비가 된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 기쁘게 생각한다.
□ 지금 가장 큰 현안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고 나서 북미관계가 완전히 멈춰서 있는 것이다. 과연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북미 대화가 진행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영원히 진행될 수 없는 것인지? 의견을 듣고 싶다.
■ 하노이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은 그 모양만 성사된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미국 편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 의욕과 계획이 전혀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내가 미국에서 55년 동안 살면서, 50년을 교편을 잡아 미국 정부도 가르치고 하면서 미국을 알 만큼 어느 정도 많이 안다. 그런데 미국을 보면 볼수록 미국은 본연적인 색깔, 두 가지 원색에 의해서 이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다. 하나는 군사주의고 하나는 인종주의다.
내가 여기에서 백인 아닌 사람으로서 대학 교편을 잡고 있는 것도 다행이지만 백인 아닌 사람들이 살기가 상당히 어려운 곳이 미국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요새 판을 치는 것이 군산복합체다. 군산복합체에서 미국의 경제를 움직이고, 미국의 여론을 움직이고, 미국의 정책을 움직인다.
그것을 생각하면, 미국으로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놓아줄 수가 없다. 계속 악마화 시키고, 계속 주적으로 삼고 그래야 군산복합체에 이익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일본, 또 다른 나라들에도 무기를 팔아야 한다. 그래서 북한이 주적으로 남아있는 것이 미국으로서는 제일 중요하다. 계속 그렇게 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원천적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하노이 이후에 오늘날까지 이렇게 온 것이다. 제재와 제재를 거듭했는데, 이 제재들은 특별한 이유도 별로 없다. 북한이 공산주의기 때문에, 북한이 말을 안 듣기 때문에 ‘그냥 둬서는 안 되겠다. 이 지구에서 존속시켜서는 안 되겠다’ 이런 미국의 저의가 있다.
그래서 그게 있는 한 북미관계 개선이나 한반도의 평화가 유지되기가 어렵다. 평화라는 것은 분쟁이 없는 것만이 평화가 아니고, 평화라는 것은 이질과 이질이 서로 조화돼서 동질성을 찾는 그 과정이 평화다. 이렇게 보면 지난 70여년 동안 평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지를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경향, 미국의 생각, 미국의 정책노선 이것 때문에 한반도에 혹은 북미관계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나는 단언한다.
□ 북미관계 전망이 어둡다면, 앞으로 북미관계를 헤쳐나갈 방법이 없나?
■ 책임의 대부분은 미국에게 있다. 한 70%는 미국 책임이다. 미국이 전부 안 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의 세력을 국제적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 지금 상태가 좋기 때문이다.
북한을 악마화 해서 북한을 미끼로 해서 남한과 일본, 우방을 군사화시키는 게 그 작전이다. 여기에 다른 나라들까지 넣어서, 오스트랄리아, 인디아 전부다 민주주의 국가들이다. 중국을 겨냥해서 압박을 주려고 하는 것인데 거기에 대한민국은 말려들어 가면 안 된다.
□ 향후 북미관계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인가?
■ 좋은 전망을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북미관계를 개선시키는 것을 그냥 “비핵화, 비핵화” 그러지 말고 평화조약과 국교정상화 이 두 가지를 위해서 각 나라나 유엔에서 노력해야 한다. 더구나 남쪽에서 노력해야 한다.
북한도 요즘 정상화 되기 위해 국내에서 여러 가지 법도 바꾸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는 북을 잘 아는 같은 민족이니까 우리가 앞장서서 북을 좀더 확장시키고 현대화시켜야 한다. 경제적 물질적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고 의식적으로도 북한이 굉장히 지금 위축돼 있다. 워낙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북핵, CVID는 불가능...보통국가 인정받아야 핵무기 포기
박한식 교수는 2003년 12월 조지아대학에서 ‘북-미 트랙2 회담’을 주최했다. 왼쪽부터 신성철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참사,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 박 교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 커트 웰던 미 하원의원, 조성구 북한 단장(군축·평화연구소), 프랭크 자누지 미 상원 민주당 보좌관, 키스 루스 미 상원 공화당 보좌관, 김명길 조선아태평화위 국장, 심일관 통역 등이다. [사진제공 - 박한식 교수]
□ 아무래도 북한 문제라면 서방세계에서는 핵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북한이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한지도 꽤 지났다. 과거에 북미협상이 진행 중일 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되 ‘가역성’을 부여하자”는 논지를 편 것으로 안다. 앞으로 북한의 핵무기 문제, 더 넓게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나?
■ 지금까지 여러 가지로 애를 썼지만 풀어가는 첫 단추도 끼워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굉장히 간단하다. 핵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북에서 핵을 왜 추구를 했느냐 그것부터 알아야 한다.
핵국가가 되는 그 자체가 목적이면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목적을 버릴 리가 없다. 그러나 내가 볼 때는, 사실 그대로 보면, 북이 핵을 가지려고 하는 것은 외교의 수단이자 국가의 안보 수단이다. 수단은 바꿀 수가 있다. 그 목적을 같이하는 다른 수단으로 대체시키면 된다.
핵무기를 원하고 추구했고 또 실험까지 다 해서 완성한 유일한 이유는 국가를,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 거다. 그러니까 핵무기 아니고도 국가와 체제를 지키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그런 국제적인 여건이 보장되면 핵을 포기하게 돼 있다.
왜? 포기한다고 그랬고, 그것은 거기서 우상같이 섬기는 김일성 주석이 그렇게 하도록 지시를 한 바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볼 때는 모든 조건이 형성되면 핵을 포기하는데, 그 조건이라는 것이 핵을 추구한 목적과 같아야 한다.
그 목적은 체제 유지고 안보니까 이걸 달성하기 위해서 다국가가 포함된 평화조약이 있어야 한다. 불가침조약이나 종전선언이나 이 정도 가지고는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평화조약이 있어야 되고 국교정상화가 있어야 되고, 모든 분야에서 조선이 보통국가로서 인정을 받고 이러면 핵을 다 포기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으면 절대 포기 안하고, 포기했다고 해도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가역성이 있지 않느냐?” 이런 걸 사람들이 많이 묻는데, 가역성은 외부에서 부여하는 것이 아니고 그들은 이미 핵 과학이 있지, 과학자가 있지, 원료가 있지, 만들어 봤지, 그래서 돌아서서 한 3개월만 하면 또 다른 핵국가가 된다. 그러니까 가역성이라는 것은 이미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이지 남이나 미국에서 부여하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걸 인정해주고 “핵을 포기할만한 준비가 되도록 협력하겠으니까 포기하자.” 이렇게 해야지 포기가 되지, 그냥 강압적으로 일방적으로 해가지고는 절대 포기가 되지 않는다.
□ 북한이 코로나도 있고 미국이 조건에 합당한 대화제의를 안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어차피 흐를 바에는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지위를 ‘응고’시키는 시간으로 가지려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떻게 보나?
■ 북한이 핵무기를 응고시키기 위한 시간벌기라고 보는 것은 잘못이고, 그렇게 봄으로써 북한을 더 화나게 만드는 결과 밖에 오지 않을 것이다.
북은 이미 핵국가다. 핵을 만들어서 여섯 번이나 실험을 했지, 핵을 나를 수 있는 여러 종류 유도탄도 개발해서 성공적으로 실험을 다 했지, 어느 핵국가도 이 정도 하고 나면 객관적으로 핵국가가 된다. 지금도 컴퓨터에서 ‘핵국가가 누구누구냐?’ 찾아보면 대부분 북한을 넣는다. 현실적으로 이미 핵국가가 되었다.
그런데 핵국가가 되려고 시간벌기를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상황착오적인 진단이라고 본다.
그리고 핵을 포기한다는 것도 어떻게 하면 포기되느냐? 어떤 상황에서 미국과 IAEA(국제원자력기구)에서 “그러면 됐다. 그 정도면 됐다.”고 놔주겠나? 절대 놔주지 않는다. 이런 이유, 저런 이유를 대서.
또 완전하게 증명이 돼야 하는데 그것을 할 방법도 없다. 더구나 불가역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억지다. 그래서 나는 완전한, 입증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고, 더구나 북에서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 북한이 이미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보았는데, 북한이 향후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인공위성 발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하나?
■ 북한이 하는 것은 남한과 미국이 하는데 비례해서 할 것이다. 자기 혼자 막 하는 것이 아니고, 남한에서도 하게 되면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가장 관심을 갖고 마음쓰고 있는 것은 “이중 척도를 적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하면 안보고 북이 하면 도발’이고 그렇게 하지 말자.
제일 중요한 문제는 북한을 무시하는 거다. 속된 말로 깔보는 거다. 우리가 북한을 깔보는 걸 북한 사람들이 너무 잘 안다. 내가 북을 다니며 피부로 느끼는데 “우리가 왜 깔봄을 당해야 되는가?” 우리가 북한을 깔볼 만큼 그렇게 형편없는 나라가 아니다. 북한은 북한 나름대로 자랑할 점이 여러 가지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북한을 긍정적으로 봐주고 깔보지 않고 하면 남북관계는 금방 호전되고 북미관계도 호전된다. 의식구조가 안 돼 있어서 그런다. 반공교육 등등으로 인해서 그렇다.
종전선언은 무의미, “평화조약 체결해야”
2010년 ‘간디·킹·이케다 평화상’을 수상한 박한식 교수는 2011년 표지에 ‘피스메이커’로 소개됐다. [사진제공 - 박한식 교수]
□ 최근 남북관계도 어려워졌는데,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 정부에서는 ‘종전선언’에 주력하고 있는 모양으로 보인다. 즉 대화의 입구로서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까지는 북측의 반응이 뚜렷이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비판적인 것 같다. 종전선언이 현재의 난관을 타개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보나?
■ 지금까지 종전선언과 비슷한, 종전선언에 대치될 수 있는 그런 선언도 있었고 합의도 있었다. 남북 정상 간에 대여섯 번 이상 있었다. 그 중에 절반만 이행해도, 6.15공동선언, 4.27판문점선언, 9.19평양선언 하나만 이행해도 전쟁 안 한다.
나는 옳지 않다고 보지만 전쟁 안 하는 것을 보통 평화라고 보지 않느냐. 그런 의미에서 보면, 평화조약이 필요하지 종전협정이나 그런 기구를 만드는 것은 필요 없고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여섯 번 있은 협정에 서명 다하고 했는데 거기에다 하나 더 보태서 무슨 도움이 되느냐.
지금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 해온 것을 하나라도 이행을 하고 앞으로 나갈 것은 평화조약을 체결해야 한다. 정전협정은 의미도 없고 이행할 수도 없다. 모든 것이 이행 안 된 것처럼 그게 이행될 까닭도 없다. 나는 거기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낙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 종전선언에 대해 북측도 반응을 안 내리라고 보나?
■ 그렇다. 북측도 내 이야기와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다. “약속한 것만 이행하면 종전이 이미 됐는데 왜 또 서명을 해야 되느냐? 그것도 종잇조각으로 없어지는 그런 상황이 눈에 보이는데 우리는 그걸 할 의미가 없다.”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고, 설명을 설득력있게 해줘야 되는데, 내가 설득력있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 지금 한국과 미국에 대해서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고 특히 ‘이중기준’, ‘적대시 정책’을 문제삼고 있는데, 북한이 이런 기조라면 남북, 북미대화 전망이 어두워 보인다.
■ 이중기준이라는 것은 북을 악마화 시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문명인도 아니고 약속한 것도 안 지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만 약속을 안 지키는 것은 아니다.
이중기준이라는 것은 북에서 군사훈련 하면 도발이고 남에서 하면 안보를 위해서 정당한 것이고,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런 식이면 항상 북이 하는 것은 전부 다 나쁜 거다. 그리고 꼭 같이 해도 미국이나 한국에서 하면 그건 정당성을 두고, 이렇게 하면 안 된다.
그런 식으로 하면 응할 수 없다고 하고, 응해 본들 아무 결과가 안 보인다고 한다. 보통 나라와 보통 나라 사이에는 기준이 꼭 같아야 한다. 이중 기준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북에서 회담에 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남과 미국이 철저하게 알아야 한다.
남북연합, “국민을 기만하는 것”
2015년 12월 조지아대학 은퇴 기념식에서 평화학을 주제로 한 고별 강연 모습. [사진출처 - 조지아대학 누리집]
□ 최근 남쪽에서 논란 내지는 파장을 일으킨 발언 중의 하나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당장 실현 불가능한 통일보다는 ‘남북연합’을 당면목표로 해야 하고, 통일부를 ‘남북관계부’로 바꾸자는 것이다. 어떻게 보나?
■ 그건 단적으로 얘기해서 상식에도 안 맞고 또 역사적인 진실에도 맞지 않는다. 여섯 번 정도 남북의 정상급에서 합의한 것이 뭔가? 통일하자고 합의하지 않았나? 통일을 떠나서는 남과 북에서 우리 정부의 존재를 정당화시키기 어려울 만큼 그렇게 중요한 것이 통일이다.
통일의 방법으로는 6.15공동선언에서 합의했듯이 북에서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고, 남쪽에서는 ‘연합제’다. 내가 볼 때는 연합제는 세계적인 문헌을 다 봐도 다음에 한 국가가 된다고 하는 전제나 현실은 전혀 없다.
완전한 독립된 주권국가들이 모여서 특정한 목적을 서로 협력을 해서 달성하기 위해서 경제적, 정치적, 이념적으로 모인 것이 연합이다. 유엔이 연합이고 EU가 연합이다.
EU가 한 국가로 보이나? 그걸 목적으로 하나? 유엔도 세계국가 하나를 목적으로 하냐?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건 편의에 의해서 국가와 국가가 모여서 서로 연맹을 맺던가 그렇게 연합을 해서 하는 것일 뿐이다.
연합제가 남과 북이 통일로 가는 한 과정이라고 보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절대 그런 결과가 안 나온다.
통일을 하려고 하면 어떤 종류의 연방이라야 한다. 그게 ‘낮은 단계의 연방’이라고 북에서 이야기해서 그렇게 하기 싫으면 다른 말로 ‘창조적인 연방’이라고 그러든가 ‘창조적인 연합’이라고 그러든가 어떻게 하든지 간에, 통일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은 그대로 두고, 제3의 잠정적인 기관이, 정부나 체제가 있어야 한다. 정 장관이 말한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 들어 남쪽에서는 두 개의 국가론, 친구론 이런 것들이 성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통일부도 남북관계부로 바꾸면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있는 거고, 이런 경향이나 흐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 그러면 아예 “통일을 포기하자. 우리는 외세에 의해 분단됐지만 우리 힘으로 통일 할 수 없으니까 완전히 다른 나라로 받아들이자.” 그렇게 하든가. 선량한 국민들을 그렇게 기만하면 안 된다. 통일되는 것처럼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정 장관 말 대로 간다면, 연합을 당면목표로 통일부까지 없애고 남북관계부서로 만들면 통일 하지 말자는 것이다. 통일부가 어감이 안 좋으면 자주통일부로 바꾸면 된다. 자주화하자고 대여섯 번 합의를 했으니까. 자주통일부로 만들든가 아니면 통일부를 없애버리고 통일 안 하든가.
국민들이 7,80% 그걸 원하면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가 볼 때는 통일에 대해서는 우리 나라 과반수 이상, 한 70%가 통일은 해야 된다고 당위적인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북에서는 100%다. 국민과 인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민주주의건 사회주의건 옳은 정치이념이다.
“냉전은 역사에서 끝났다”...미중은 ‘경쟁관계’
박한식 교수는 장시간 인터뷰 내내 꼿꼿한 자세로 모든 질문에 즉각 답했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 최근 통일 여건에 있어서 가장 큰 구조적인 변화는 미중 패권경쟁의 본격화로 보인다. 미중 간 패권경쟁이 심화될수록 한반도에서의 신냉전도 강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남북이 통일할 수 있는 방향,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거기에 대해서 나는 생각을 달리한다. 국제 신냉전 질서가 온다고 그러는데, 냉전은 역사에서 끝났다. 이념이 대결되고 군사경쟁을 하고, 뜨거운 전쟁은 없지만 냉전은 있는 그러한 것은 역사에서 수십년 동안 종지부를 찍었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미중관계는 경쟁관계다. 경쟁이라도 땅을 더 해먹고 이런 경쟁이라기 보다 국제여론을 자기들에게 돌리게 하는 그러한 체제경쟁이랄까 그렇다. 국제적인 여론을 내가 더 유리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들겠다는 그런 경쟁이다.
중국과 미국이 무력경쟁으로써 군사무기를 축적하는 그런 냉전시대의 방향으로 발전되지 않을 것이다. 각각 다른 나라에 가서 자기 체제가 더 정당성이 있고 더 설득력이 있다고 세계 여론을 장악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요즘 군사적인 힘을 앞장세우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인, 문화적인 ‘중국식 사회주의’를 내세운다. 시진핑 주석이 말하는 ‘중국식 사회주의’는 유교식 사회주의를 의미한다. 그래서 유교를 국내에서도 굉장히 활성화시키고 국제적으로도 유교를 연구할 수 있도록 중국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해왔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과거처럼 두 체제가 가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체제가 다양하게 살 수 있도록 가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의 세계질서 변화의 설계도다.
미국처럼 기독교가 지배하는 데는 항상 양극화가 돼 있다. 선택된 민족과 선택되지 못한 민족, 옳은 것과 나쁜 것, 적을 사랑하라고 그랬지 악마를 사랑하라고 그런 것은 기독교가 아니다. 악마는 죽여야 된다. 그러니까 기독교라고 하는 것은 악마를 앞장세워서, 그 악마가 빨갱이든 뭐든 그걸 죽이게 돼 있다.
그러나 중국은 같이 살자고 하는 유교적인 원칙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두 나라가 군사적으로 마찰이 돼서 군사대결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두 체제가 어떤 식으로 변하더라도 그걸 컨트롤할 수 없지 않느냐? 그러면 우리는 뭘 해야 하나? 남북은 남북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남북이 교류를 한다든가 여러 면에서 거래를 하고, 여행도 할 수 있도록 하고, 평화적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
다만, “분단되었다. 언젠가는 통일해야 된다. 통일은 이런 식으로 해야 된다”는 설계도를 가지고 정치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한민국에 통일설계도가 없다.
지금 왜 통일을 할 수 없나? 북에서 말하는 연방제는 바로 지금 할 수 있다. 연방국가를 하나 만들면 연방제가 된다. 그 국가에 권한을 극소로 주면 낮은 단계의 연방이 되지 않느냐? 그러면 그 이튿날로부터 연방국가가 되는 거다.
왜 당장 되지 않느냐? 연합을 하려고 하니까 안 된다. 연합은 통일하는 하나의 길이 절대 아니라는 걸 상식적으로 우리가 알아야 되고, 그걸 다르게 얘기를 해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 현재 세계질서를 신냉전 보다는 미중 경쟁관계라는 평가가 신선하다.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의 대국주의도 미국 못지않게 우리에게는 큰 위협이었던 것 아닌가? 미국은 기독교적인 이분법으로 악마화를 추구하고 중국은 유교적 원칙에서 공존을 추구한다는 것이 맞을까?
■ 유교는 패권주의라고 볼 수 없다. 기독교는 패권주의다. 항상 역사적으로 기독교 깃대를 세워서 종교전쟁도 세계적으로 계속 있었지 않나? 유교는 그런 의미에서 군사대결을 권장하는 종교가 아니다.
우리는 유교도 알고 기독교도 알고 다 안다. 북도 마찬가지다. 종교를 보면 불교, 기독교, 유교 이런 게 다 섞여 가지고 한 사람이 세 종교를 다 가지고 있다. 나도 어릴 때 제사지낼 때 엎드려서 기도하고 그랬다.
그만큼 우리 민족은 종교성은 있지만 배타적인 종교를 안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좀더 조화로운 통일국가를, 체제를 만드는데 종교적인 역할을 잘 이용할 수 있다고 본다.
8차 당대회, “계획적으로 민족을 격하시켰다”
□ 질문지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사람들도 많이 궁금해 할 것 같아서 묻는다. 북한은 지금 국제적인 제재,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한 봉쇄조치, 작년만 하더라도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감소, 여러 가지 문제들로 내부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북쪽에서는 정면돌파전을 주창하면서 자력갱생, 자력부강을 추진하고 있다. 과연 어떻게 될지 많이 궁금해 한다. 교수님은 여러 차례 북을 방문했고 내부의 흐름을 우리보다 훨씬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금 북한이 처한 현실과 정면돌파전이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고 보나?
■ 우선 최저한 북한은 절대 붕괴하지 않는다. 그걸 우리가 객관적으로 알아야 한다. 자기 나름대로의 체제를 유지하고 정통성을 유지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지금 있다.
8차 당대회를 보라. 그 여러 가지 나타난 정책들 표현들을 보라. 그 체제가 더 공고하게 되면 됐지 절대 붕괴되지 않는다. 세계에서 어느 나라든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써, 국민들이 배가 고픔으로써 정치체제가 붕괴된 예는 없다.
체제의 정통성을 잃어야지 붕괴되지 정통성이 있으면 붕괴되지 않는다. 북한의 정통성은 경제의 윤택에서 찾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념에서 찾는다. 북한을 정당화시키는 이념은 민족주의, 인민주의, 주체사상 이런 것들이다. 이런 이념들이 인민들을 뭉치게 하는 작용을 효과적으로 하고 있는 한 절대 붕괴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는 북이 붕괴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다. 붕괴되면 통일되고 그게 독일식 통일이다. 흡수통일이다. 그건 전부 다 아이들 만화에 불과하지 현실적인 정치하고는 거리가 멀다.
대한민국 정부나 지성인이나 언론이나 어떻게 하든지 현실 그대로 북한의 상황을 포착해서 현실적으로 적용이 되는 그러한 통일정책, 남북관계를 만들어야 되는데 지금은 아직 점점 다르게 가고 있다.
□ 북한이 8차 당대회를 통해 당규약을 개정하고 ‘우리 민족제일주의’ 보다는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주창하고 있다. 개정된 당규약을 첫 보도한 <한겨레>라든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같은 경우는 “북한이 통일을 포기한 것 아니냐. 민족주의 보다는 국가주의로 돌아선 것 아니냐.” 이런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 그건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북한이 민족주의를 조금도 훼손시키거나 포기한 적이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8차 당대회에 그런 분위기가 좀 있었지 않느냐? 항상 봐야 되는 것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행사냐’ 그걸 봐야 한다. 8차 당대회는 남쪽을 겨냥해서 한 것은 아니다. 세계를 겨냥해서 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런 나라를 끌고 나갈 거라고 천명한 것이다.
그래서 국가가 중요하게 강조됐다. 민족이 중요하다고 하면 국제적인 협력이 잘 안 된다. 미국은 더구나 그렇다. 미국한테 우리는 민족을 추구한다고 하면 무슨 말인지도 모른다. 미국은 민족국가가 절대 아니다. 민족이 무슨 말인지도 모른다. 앵글로색슨이 20%가 있는가 모르겠지만 민족국가가 아니다.
그런데 남과 북은 민족국가 아니냐? 민족이기 때문에 남남이 아니다. 남남처럼 살 수가 없는 이유가 남남이 아닌데 어떻게 남남처럼 사느냐?
내가 평양에 50여 번 다녔는데, 갈 때마다 ‘아, 여기는 우리 민족이구나’ 느낀다. 말하는 걸 그냥 100% 다 알아 듣고, 같이 뭐 먹자고 하면 김치 같이 먹고, 된장 같이 먹는다.
그리고 자기를 겸양하는 게 있다. 미국에서는 자기 겸양하면 살 길이 없다. 북도 그렇고 남도 그렇고, “제가 뭐 아는 게 있습니까?” 이래야 되는데, 미국에는 내가 제일 잘났다고 그러지 않으면 선거에서 당선 절대 안 된다. 한국에서는 그걸 배워 가고 있다.
우리 민족의 장점이랄까 겸양하는 것, 다른 사람 입장을 역지사지하는 경향, 이것이 우리 민족의 아주 좋은 특성이다. 우리가 이런 걸 다 포기하고 이기적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추구하는 통일이라는 것은 우리 민족을 앞장세워서 해야 된다. 그러나 세계를 대상으로는 민족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8차 당대회에 계획적으로 민족이라는 것을 격하시켰다.
우리가 그렇게 읽어야지 거기서 다 바꾸었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오해다. 전문가들은 귀에 들리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읽을 수 있어야 된다. 말한 것만 읽어가면 수박 겉핥기로 체제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김정은 총비서의 시정연설이나 이런 것을 보면 민족은 그대로 살아있다. 민족주의가 없으면 북한은 존재할 수 없다.
□ 통일에 대해서도도 마찬가지로 보면 되겠다.
■ ‘통일라는 걸 포기를 한다.’ 그러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6.15공동선언에 김정일 위원장이 절대 서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6.15에는 통일의 방법이 연합이고 연방이라고 생각했고 근소한 차이가 있다고 인정했다.
물론, 그 차이가 완전히 다르지만, 통일에 대한 설계도를 우리한테 맞도록 다시 만들어야 된다. 통일 문제를 얘기할 때, 토론할 때는 항상 북을 포함시켜야 한다. 북을 포함시키지 않은 통일과 평화에 대한 토론이나 거기에 대한 구상은 하지 않은 게 좋다.
□ 통일뉴스가 창간 21주년을 맞이했다. 남북관계에서 통일언론의 역할을 어떻게 봐야 하나?
■ 미국도 그렇고 세계적으로 언론이 자꾸 변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의 역할은 두 가지가 있다. 이게 50% 50%로 갈라질 수도 있고, 90% 10%로 갈라질 수도 있겠지만.
두 가지가 뭐냐. 사실을 보도하는 거다. 왜곡하지 말고 사실을 보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둘째, 바람직한 여론을 창조하는 것이다. 절대 그것이 필요하다.
그냥 사실만 보도하는 것이 언론이라고 서구에서는 많이 이야기하는데 사실 만 보도하는 언론은 사실 없다. 여기도 보면 <CNN>이나 <MSNBC>나 굉장히 진보적이다. 그런데 <FOX News> 같은 것은 굉장히 보수적이다. 그렇게 모든 언론들이 자기가 가는 길이 보인다. 안 나타내도 보인다.
통일뉴스는 내가 볼 때는 굉장히 미래지향적이고 진보적이고 민족적이고, 통일뉴스니까 통일지향적이다. 그게 중요하다. 그게 언론 역할의 한 가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사실대로 보도하는 것. 거짓말 하면 안 된다. 지금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데 도둑당해 가지고 민주당이 가져갔다.’ 그거 100%, 1000% 거짓말이다. 그런데 그 거짓말을 믿는 사람이 미국 인구의 한 20% 될 거다. 그만큼 미국의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고, 못하도록 국민들의 여론이 바뀌었다. 언론의 위기가 언론한테 있는 것이 아니고 독자들, 언론을 사용하는 국민들한테 그 책임이 있다. 언론의 위기가 왔다.
그런데 우리는 북을 바로 알기 위해서, 통일문제를 바로 잡아가기 위해서 사실대로 보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는 50%, 50%라고 생각한다. 바람직한 통일문화, 바람직한 평화문화를 조성시키는데 앞장서야 한다. 교육기관도 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전개되는 세계와 우리 조국에서는 언론이 차지하는 역할이 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역할을 항상 명심하고 또 앞으로 그런 식으로 발전되기를 바란다. <2부 계속>
▲ 김재연 진보당 대통령 후보가 22일 국회 앞에서 ‘정치개혁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특권 폐지 3법으로 ‘내로남불’과 위선의 정치 바꾸겠다”라고 밝혔다. [사진제공-진보당]
“국회의원 특권 폐지 3법으로 ‘내로남불’과 위선의 정치 바꾸겠다.”
김재연 진보당 대통령 후보가 22일 ‘정치개혁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처럼 선언했다.
김 후보의 국회의원 특권 폐지 3법은 ▲국회의원 수당 ‘최저임금 3배 이하’ 도입 ▲국회의원 ‘3선 연임 제한’ ▲국회의원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이다.
김 후보는 국회의원 수당 ‘최저임금 3배 이하’ 도입에 대해 “2021년 국회의원 연봉이 1억 5천만 원이 넘었고, 무엇보다 각종 명목으로 ‘중복지급’하고, 심지어 ‘특혜 면세’를 해주고 있다”라며 “국민은 가난해지는데 국회의원만 부유해지는 것은 불공정하고 불평등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삶이 나아져야 국회의원의 삶도 나아진다’는 것을 정치의 기본원칙으로 확립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국회의원 ‘3선 연임 제한’ 도입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은 3선 연임 제한 규정이 있으나, 국회의원은 3선 연임 제한 규정이 없다”라며 “‘화천대유 게이트’의 ‘50억 퇴직금’ 논란에서 보듯 각종 이권과 개발 사업 관련 부정부패의 사슬에는 항상 국회의원이 끼어 있고, 국회의원이 ‘지역구 관리’ 명목으로 ‘쪽지 예산’으로 지역 토건 예산을 따 가는 관행도 이제는 끝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머슴으로 국가와 국민을 우선하는 청렴한 정치를 실현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국회의원 ‘부동산 백지신탁제에 대해 “21대 국회의원 10명 3명이 다주택자이고 76명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어 부동산 집값 폭등의 공범으로 인식되고 있다”라며 “국회의원부터 1가구 1주택 원칙을 확립하고 부동산 투기로 부정하게 재산 증식을 할 수 없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 [사진제공-진보당]
김 후보는 이외에 정치개혁을 위한 공약으로 ▲ 직접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3대 약속(국민발안제, 국민소환제, 국민투표 부의권을 국민에게 부여하는 개혁 실현) ▲ 청년들의 정치참여 확대 4대 약속 (피선거권 연령 16세로 하향, 반값 기탁금, 청년추천 보조금 신설, 정당가입 연령 제한 삭제 추진) ▲선거개혁 2대 약속(위성정당 방지 및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성폭력 부정부패 등 재보선 원인 제공 정당의 후보 공천 금지 등 추진) 등을 발표했다.
김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로남불’과 ‘위선’으로 점철된 정치를 바꾸지 않고서는 나라를 바꿀 수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15살 김민솔 학생은 “우리에게 투표권이 생기고, 정치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생겨야 한다. 만 18세로 투표권이 확대되었다고는 하지만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기엔 부족함이 많다. 만 16세로 낮춰 더 많은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라면서 “특히 우리의 학교생활을 결정하는 교육감 선거부터라도 투표권이 생기고, 정치 참여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우리를 위한 정치를 위해 저가 직접 정치를 하고 싶다”라고 발언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와
직접민주주의 강화, 청년 정치참여 확대, 선거제도 개혁으로
정치개혁을 이루겠습니다.
국가권력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이고, 특히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항상 꼴찌입니다. ‘내로남불’과 ‘위선’으로 점철된 정치를 바꾸지 않고서는 나라를 바꿀 수가 없습니다. 기득권 양당 체제를 종식하고 정치판 자체를 갈아엎어야 합니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위한 3대 핵심 공약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국회의원 수당 ‘최저임금 3배 이하’ 도입
-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동안 국회의원 연봉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2021년 국회의원 연봉이 1억 5천만이 넘었습니다. 무엇보다 각종 명목으로 ‘중복지급’하고, 심지어 ‘특혜 면세’를 해주고 있습니다. 입법 활동을 위한 ‘입법 활동비’와 상임위 및 본회의 참석 시 지급하는 ‘특별활동비’는 기본수당이 아니라 ‘경비성 수당’으로 ‘중복지급’되는가 하면 과세조차 되지 않아 ‘특혜 면세’혜택까지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직무상 상해, 사망의 경우 외에는 지급하도록 되어 있어 국회의원이 구속되어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매월 꼬박꼬박 수당을 받아 가는 실정입니다.
- 국민은 가난해지는데 국회의원만 부유해지는 것은 불공정하고 불평등합니다. ‘국민의 삶이 나아져야 국회의원의 삶도 나아진다.’는 것을 정치의 기본원칙으로 확립해야 합니다. 국회의원 수당을 ‘최저임금 3배 이하’로 명시하여 국회의원의 특권을 폐지하고 정치개혁을 이루겠습니다.
2. 국회의원 ‘3선 연임 제한’ 도입
- 지방자치단체장은 3선 연임 제한 규정이 있으나, 국회의원은 3선 연임 제한 규정이 없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지자체장은 장기집권 가능성이 높고 그 때문에 사조직과 파벌 문제, 부패 및 낭비적 행정 우려가 있어” 3선 연임 제한은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한 바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판결 취지에 비추어보면 국회의원 또한 사조직과 파벌문제,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최근 ‘화천대유 게이트’의 ‘50억 퇴직금’ 논란에서 보듯 각종 이권과 개발 사업 관련 부정부패의 사슬에는 항상 국회의원이 끼어 있습니다. 특히, 비례보다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초선보다는 다선의원일수록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회의원이 ‘지역구 관리’ 명목으로 ‘쪽지 예산’으로 지역 토건 예산을 따 가는 관행도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국회의원 3선 연임 제한’으로 정치개혁을 이루겠습니다. 국회의원이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로운 인물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국회의원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머슴으로 국가와 국민을 우선하는 청렴한 정치를 실현하겠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 지방자치단체장과 마찬가지로 3기 연속 선출된 경우, 그 후 입후보하지 않았다가 다시 입후보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3. 국회의원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
- 온 국민의 공분의 대상이 된 부동산 투기로부터 국회의원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21대 국회의원 10명 3명이 다주택자이고 76명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어 부동산 집값 폭등의 공범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부동산 투기 근절에 앞장설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는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가 직무 관련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하여 주식거래를 하거나 주가에 영향을 미쳐 부정하게 재산을 증식할 수 없도록, 즉 공무수행 과정에서 이해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직무 관련 주식을 백지신탁토록 하는 ‘주식 백지 신탁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 국회의원 ‘부동산 백지 신탁제’를 도입하겠습니다. 국회의원부터 1가구 1주택 원칙을 확립하고 부동산 투기로 부정하게 재산 증식을 할 수 없도록 하겠습니다. 고위 공직자 재산 등록 때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이 소유한 부동산에 대해 ‘실거주’임을 해명하지 못하면 별도의 국가기구에 처분을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백지신탁된 부동산은 60일 안에 매각해 취득 당시 가액에 법정 이자를 더한 금액을 지급하고 나머지는 국고에 귀속하도록 하겠습니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위한 3대 핵심 공약 외에도 ▲ 직접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3대 약속 – 국민발안제, 국민소환제, 국민투표 부의권을 국민에게 부여하는 개혁을 실현하겠습니다. ▲ 청년들의 정치참여 확대 4대 방안 - 피선거권 연령 16세로 하향, 반값 기탁금, 청년추천 보조금 신설, 정당가입 연령 제한 삭제를 추진하겠습니다. ▲선거개혁 2대 방안 – 위성정당 방지 및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성폭력 부정부패 등 재보선 원인 제공 정당의 후보 공천 금지 등을 추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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