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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계선에 접근한 이란-미국 적대관계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01/13 10:12
  • 수정일
    2020/01/13 10:1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개벽예감 377] 위험계선에 접근한 이란-미국 적대관계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20/01/13 [09:25]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네타냐후의 암살음모, 팜페오의 암살음모

2. 트럼프의 모험과 이란의 보복

3. 철군할 때까지 공격 멈추지 않는다

 

 

1. 네타냐후의 암살음모, 팜페오의 암살음모

 

2020년 새해 벽두부터 중동에서 이란과 미국의 전쟁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2020년 1월 3일 오전 1시경 미국 공군이 현장 상공에 출동시켜 대기 중이던 무인정찰공격기는 이라크 바그다드공항에 도착하여 승용차편으로 공항도로를 지나던 이란혁명수비군 및 이라크 민병대의 고위군사지휘관들에게 레이저유도폭탄을 발사하여 그들을 살해했다. 피살자 10명 가운데는 이란이슬람공화국 이슬람혁명수비군 산하 꾸드스군 카쌈 쏠레이마니 사령관이 있었다. 그를 수행하던 꾸드스군 군사지휘관 4명도 함께 참변을 당했다.

 

꾸드스군은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지속된 이란-이라크전쟁 중에 창설된 특수작전군이다. 꾸드스군 병력은 약 2만명으로 추산된다. 꾸드스군은 이라크, 수리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를 벌이는 시아파 민병대들, 레바논공화국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국가의 하마스와 이슬람성전운동, 예먼공화국의 안사 알라(서방측은 후티반군이라고 부름)를 비롯한 시아파 교전단체들을 이끌어왔다. 이런 사정은 꾸드스군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해외특수작전을 수행하는 전투부대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미국에게 암살당한 꾸드스군 사령관 쏠레이마니는 이란이슬람공화국 최고지도자 아냐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직접 보고하고, 그의 명령을 받아왔는데, 이런 사실만 보더라도 이란이 꾸드스군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쏠레이마니 사령관은 2018년도 설문조사에서 하싼 로하니 대통령보다 더 많은 지지표를 얻을 만큼, 이란 인민들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다. 이란이 그처럼 중시하는 해외특수작전군 사령관을 미국이 암살하였으므로,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공격을 단행하지 않을 수 없다. 

 

2020년 1월 3일 미국 공군이 무인정찰공격기에서 발사한 레이저유도폭탄으로 살해한 10명 가운데는 이라크공화국수비군 부사령관 아부 마흐디 알 무한디스도 있었다. 그는 군용기편으로 바그다드공항에 도착한 쏠레이마니 사령관을 영접하고 그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공항도로를 지나던 중 참변을 당했다. 무한디스 부사령관을 수행하던 이라크공화국수비군 지휘관 4명도 함께 참변을 당했다. 

 

이라크공화국수비군은 2014년 6월 이라크에서 인민동원군이라는 명칭을 가진 민병대로 창설되었다. 원래 인민동원군은 이라크와 수리아에서 내란을 일으킨 국제테러집단 다에쉬(서방측에서는 ‘이슬람국가’라고 부름)에 맞서 전투를 벌였는데, 2018년 초에 15만명 병력으로 편성된 이라크공화국수비군으로 확대, 개편되었다. 이라크가 그처럼 중시하는 무한디스 부사령관을 ‘테러분자’라고 지목해놓았던 미국이 결국 그를 암살하였으니, 이라크 정부가 미국에게 등을 돌리고 이라크 주둔 미국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언론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2019년 12월 27일 이라크 키르쿠크 미국군기지에 대한 로켓포공격으로 미국군 4명이 부상당하고 미국인 민간인 통역사 1명이 사망하였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로부터 여러 대응책을 보고받았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대응책들 가운데서 하필이면 쏠레이마니 사령관을 암살하는 대응책을 지목하였다. 참모들은 미국이 쏠레이마니 사령관을 암살하면 이란의 보복공격으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였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여러 대응책들을 보고하면서 쏠레이마니 사령관을 암살하는 극단적인 대응책을 그저 슬쩍 끼워 넣은 것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그 극단적인 대응책을 지목하는 바람에 참모들은 깜짝 놀랐다. 그로부터 며칠 뒤 트럼프 대통령은 쏠레이마니 암살작전을 승인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군 무인정찰기가 2019년 6월 20일 이란 영공을 침범하였다가 이란혁명수비군에게 격추된 것을 구실로 이란혁명수비군 군사기지들을 타격하는 보복공습을 승인하였었는데, 이란과의 전쟁을 우려한 그는 공습이 시행되기 10분 전에 작전중지를 급히 명령한 바 있다. 이처럼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란과의 전쟁을 우려하여 무력충돌을 피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심경에 요즈음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그 내막을 파헤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드러난다.   

 

오래 전부터 쏠레이마니 암살음모를 꾸미고 그것을 행동에 옮길 기회를 엿보던 암살음모자는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다. 네타냐후 총리는 쏠레이마니 암살작전을 승인해달라고 백악관에게 거듭 요청했지만, 백악관은 승인을 보류해왔다. 백악관이 쏠레이마니 암살작전 승인을 보류한 까닭은 지난 시기 미국군이 아프가니스탄전선에서 탈레반을 공격할 때, 그리고 이라크전선과 수리아전선에서 알카에다 소탕전과 다에쉬 소탕전을 벌일 때, 쏠레이마니 사령관이 지휘하는 꾸드스군의 측면지원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쟁상황이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전선에서 미국군을 철수하기 위해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시작하라고 지시하였고, 이라크와 수리아에서 날뛰던 다에쉬는 수리아군, 로씨야군, 이라크군, 이란혁명수비군의 집중공격을 받고 소멸하였다. 그런 정세변화 속에서 쏠레이마니 사령관은 이라크와 수리아를 오가며 이란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특수작전을 수행하였다. 

 

그렇게 되자 쏠레이마니 사령관의 적수가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마익 팜페오 중앙정보국장(당시 직책)이다. 중동에서 상충되는 해외특수작전을 각각 지휘하고 있었던 쏠레이마니 사령관과 팜페오 국장은 그 지역에서 각자 자국의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였다. 팜페오 국장은 쏠레이마니 사령관에게 중동에서 미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하는 행동을 중지하라는 경고편지를 보냈고, 그것을 계기로 충돌의 불꽃이 튀었다. 팜페오 국장을 상대하기 싫었던 쏠레이마니 사령관은 그가 보낸 경고편지를 열어보지도 않고 돌려보냈다. 이런 사실이 이란 언론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쏠레이마니 사령관은 위신이 섰고, 팜페오 국장은 망신을 당했다. 그 때부터 팜페오 국장은 쏠레이마니 사령관에게 적의를 품었다. <사진 1> 

 

▲ <사진 1> 2019년 9월에 촬영된 위의 사진에 나오는 인물들은 왼쪽부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이슬람공화국 최고지도자, 하싼 나스랄라 레바논공화국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이란이슬람공화국 이슬람혁명수비군 산하 꾸스군 카쌈 쏠레이마니 사령관이다. 쏠레이마니 사령관이 시아파 이슬람권을 영도하는 최고지도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한 것은 그가 생전에 시아파 이슬람권에서 신망이 높은 군사지휘관이었음을 말해준다. 쏠레이마니 사령관은 2020년 1월 3일 이라크 바그다드공항에서 미국 공군 무인정찰공격기 MQ-9 리퍼가 발사한 레이저유도폭탄을 맞고 현장에서 사망하였다. 쏠레이마니 사령관은 오래 전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이 자기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방공망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해외작전구역에서 피살위험을 무릅쓰고 활동하였다. 그의 동선은 미국의 감시망에 노출되어 있었다.     

 

2018년 1월 팜페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동에서 미국군이 꾸드스군의 측면지원을 더 이상 받을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꾸드스군이 중동에서 미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네타냐후 총리가 승인을 요청한 쏠레이마니 암살작전을 승인해줄 것을 건의하였다. 그 건의를 받아들인 트럼프 대통령은 쏠레이마니 암살작전을 승인해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네타냐후 총리는 드디어 기회가 왔다고 판단하고 쏠레이마니 암살작전을 실행에 옮겼으나 실패하였다.   

 

네탄야후 총리가 시도한 쏠레이마니 암살작전이 실패하자,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급해졌다. <워싱턴포스트> 2020년 1월 5일 보도에 따르면, 팜페오 국무장관은 “몇 달 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군이 수행하는 쏠레이마니 암살작전을 건의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혁명수비군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였던 2019년 4월 8일을 전후하여 팜페오 국무장관은 자기들이 ‘테러조직수괴’로 낙인찍은 쏠레이마니 사령관을 살해하기 위한 암살작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의했던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팜페오 국무장관의 건의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의 사건이 터졌다. 2019년 12월 27일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격자들이 이라크 키르쿠크에 있는 미국군기지에 로켓포공격을 가하여 미국군 4명이 부상당하고 미국인 아랍어 통역사 1명이 사망한 것이다. 2019년 12월 29일 오전 팜페오 국무장관은 에스퍼 국방장관과 함께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가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라크민병대 카타이브-헤즈볼라가 키르쿠크 미국군기지를 공격하여 미국군 4명이 부상당하고 미국인 1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하면서 보복작전을 건의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건의한 보복작전을 승인하였다. 그날 밤, 미국 공군 전투기들은 이라크 민병대 카타이브-헤즈볼라가 주둔하는 군사기지 5개소를 공습하여 전투원 25명을 살해하였다. 

 

이튿날 미국군이 이라크 민병대를 공습하여 25명을 살해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격분한 이라크 시위군중은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으로 몰려가 출입문과 감시카메라를 부수고, 경비초소에 불을 지르고, 대사관 외벽에 카타이브-헤즈볼라 깃발을 내걸고, 성조기를 불태우며 격렬하게 반미구호를 외쳤다. 반미시위군중은 이틀이 지난 뒤에 철수하였다. 

 

<뉴욕타임스> 2020년 1월 4일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시위군중이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에 쳐들어가 경비초소에 불을 지르고 성조기를 불태우는 습격소식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본 팜페오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쏠레이마니 암살작전을 또 다시 건의하였다. <워싱턴포스트> 2020년 1월 5일 보도에 따르면, 팜페오 국무장관은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이 시위군중에게 습격당한 2019년 12월 29일부터 쏠레이마니 사령관이 암살당한 2020년 1월 3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가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응책을 숙의하였다고 한다. 2020년 1월 1일 밤 팜페오 국무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쏠레이마니 암살계획을 통보하였다. 

 

2020년 1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참모들과 함께 자기의 대통령선거활동과 국내정치문제를 논의하는 회의를 진행하던 중에 잠시 회의장 밖으로 나가 쏠레이마니 암살작전을 최종적으로 승인하였다. 미국 정보기관은 쏠레이마니 사령관을 감시해오던 중 그를 태우고 수리아 다마스쿠스공항을 이륙한 군용기가 바그다드공항에 착륙하는 시각이 그를 암살할 적기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긴급보고하였고, 그 보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쏠레이마니 암살작전을 승인한 것이다.     

 

자기 목숨을 노리는 암살작전이 시작된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쏠레이마니 사령관은 군용기편으로 바그다드공항에 도착하여 무한디스 이라크 민병대 부사령관의 영접을 받고 그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공항구역을 빠져나가던 중 미국군 무인정찰공격기 MQ-9 리퍼가 발사한 레이저유도폭탄을 맞고 현장에서 사망하였다. 

 

쏠레이마니 사령관은 오래 전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이 자기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방공망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해외작전구역에서 피살위험을 무릅쓰고 활동하였다. 그의 동선은 미국의 감시망에 노출되어 있었다. 미국 대통령이 승인하면, 미국군은 언제든지 그를 암살할 수 있었다. 만일 쏠레이마니 사령관이 자신의 신변안전을 생각하여 이란 영토 안에서 활동하였다면, 미국은 무인정찰공격기로 그를 암살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 공군이 운용하는 무인정찰공격기 MQ-9 리퍼는 스텔스무인기가 아니고, 비행속도도 매우 느려서 적국의 방공망을 뚫지 못한다. 이란혁명수비군은 40개소가 넘는 지대공미사일기지들을 전국 각지에 건설하여 강력한 방공망을 구축해놓았으므로, MQ-9 리퍼는 이란 영공 근처에 얼씬하지 못한다. 미국군은 방공망을 구축한 정규군에 대해서는 무인정찰공격기를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방공능력이 전혀 없이 허술한 지상전투장비만 가진 테러집단을 공격할 때 무인정찰공격기를 출동시켜왔다. 더욱이 무인정찰공격기는 컴퓨터와 전파교신을 사용하는 원격조종체계로 작동하기 때문에 적국의 싸이버공격과 전파방해공격에 매우 취약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쏠레이마니 암살소식을 보도한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무인정찰공격기 MQ-9 리퍼가 마치 ‘절묘한 작전능력’을 가진 것처럼 찬사를 늘어놓으면서, 주한미국군이 무인정찰공격기로 평양을 공격하는 ‘참수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느니, 또는 쏠레이마니 암살소식에 접한 조선이 정신적 충격을 받고 위축되었을 것이라느니 뭐니 하는 잡소리를 토해내며 소동을 피웠다.    

 

미국의 감시망에 자신이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쏠레이마니 사령관은 언제나 ‘순교’할 각오가 되었다고 밝혔고,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죽음을 각오하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그를 가리켜 ‘살아있는 순교자’라고 불렀다. 죽음을 각오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 싸운 쏠레이마니는 미국의 암살작전에 희생되어 ‘순교자’로 되었다. 미국의 쏠레이마니 암살은 이란의 전체 인민들은 물론 전 세계 시아파 이슬람권에게 충격과 격분을 주었다. 그러지 않아도 부글부글 끓고 있었던 이란과 시아파 이슬람권의 반미적개심은 폭발하였다. 이란 인민들은 트럼프의 목에 현상금 8천만 달러를 걸어놓고 그를 살해하기 위한 모금운동을 시작하였다. 

 

 

2. 트럼프의 모험과 이란의 보복

 

이전에 팜페오 국무장관이 쏠레이마니 암살작전을 건의하였을 때 그 건의를 받아주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왜 2020년 새해 벽두에 그 건의를 받아들여 암살작전을 승인한 것일까? 미국의 언론매체들은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이 이라크 시위군중에게 피습당한 소식을 듣고 불같이 화를 낸 트럼프 대통령이 이성을 잃고 홧김에 쏠레이마니 암살작전을 승인했을 것으로 추론했지만, 그것은 피상적인 추론이다. 다혈질인 트럼프 대통령이 외부자극에 쉽게 흥분하는 것은 세상이 다 알지만, 쏠레이마니 암살작전 같은 중대한 문제는 홧김에 결정하는 게 아니라 심사숙고하고 결정하는 법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대통령의 흥분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위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쏠레이마니 암살작전을 승인한 모험행동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깔려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의 대단한 외교성과라고 자화자찬해오던 조미협상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실상 협상중단선언으로 파탄되었고, 따라서 트럼프의 대조선협상실패는 그의 대선행로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집요한 정치공세로 탄핵위기 속에 깊숙이 빠졌다. 오는 11월 3일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는 다가오는 데, 조바심에 사로잡힌 트럼프 대통령은 대조선협상실패와 탄핵공세라는 이중위기에서 탈출할 어떤 극적인 방도를 찾아야 했다. 그런 그가 선택한 위기탈출방도가 바로 중동에서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이다. 그의 계략대로 중동에서 전쟁위기가 고조되면 미국의 여론이 전쟁위기를 해소할 자기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타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타산에 따라 행동하였다. 2020년 1월 4일 그는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이란이 미국을 공격할 경우에 대비해 미국은 이란에 있는 공격대상 52개를 정해놓았다고 밝히고, 52라는 숫자는 1979년 12월 이란 시위군중이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을 습격하여 인질로 잡았던 미국인 52명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미국이 이란의 52개 대상들을 공습할 것처럼 협박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협박에 주눅이 들 이란이 아니다. 반미적개심으로 들끓는 이란은 미국에게 ‘피의 보복’을 선언하고, 행동에 돌입하였다. 이란의 보복은 다음과 같이 세 갈래로 전개되었다.

 

(1) 이란의 첫 번째 보복은 미국 국방부와 미국군 전체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것이다. 2020년 1월 7일 이란 의회는 의회의원 206명 전원이 공동으로 발의하고, 만장일치로 표결한 결의안에서 미국 국방부와 미국군 전체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였고, 쏠레이마니 암살작전을 자행한 미국 국방부 직원 전원을 테러범 명단에 등재하였다. 이란이 미국 국방부와 미국군 전체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것은 그들에 대한 무력공격을 합법화한 조치다.  

 

(2) 이란의 두 번째 대미보복은 핵무기개발이다. 2020년 1월 5일 이란 정부는 이란 핵협정(JCPOA)에 명시된 어떤 규정도 이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핵협정에서 사실상 탈퇴한다는 선언이다. 2018년 5월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탈퇴하여 이행불능상태에 빠진 이란 핵협정은 이번에 이란의 사실상 탈퇴선언으로 파기되었다. 핵협정으로 중단되었던 이란의 핵무기개발은 재개의 길을 찾았다.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할 기술준비를 이미 갖추어놓은 나라다. 핵무기에 들어가는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기술준비도 갖추었고, 핵무기 설계도면도 가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2008년 6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사법당국이 파키스탄 핵개발 총책임자 압둘 카디르 칸의 해외핵기술거래망을 수사하면서 칸의 오랜 협력자인 스위스인 중간거래상 티너의 컴퓨터를 압수하였는데, 그 컴퓨터에는 이란의 탄도미사일에 탑재될 수 있도록 소형화된 핵탄두 설계도가 저장되어 있었다고 한다. 원래 그 핵탄두 설계도는 조선이 파키스탄에 넘겨준 것인데, 칸의 해외핵기술거래망을 통해 이란에게 넘어간 것이다. 오늘 핵협정에 얽매이지 않게 된 이란은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하고, 소형화된 핵탄두를 설계할 것이다. 고도의 핵기술을 축적한 이란이 소형화된 핵탄두를 만들기까지 약 10개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핵무기개발은 미국의 핵공갈과 핵위협을 억제하고, 이란의 백년숙적 이스라엘의 핵무장에 맞서는 결정적인 사변으로 될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20년 1월 8일 오전 1시 20분경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군이 이란-이라크 국경에서 가까운 이란 동부지역 케르만샤에서 이라크 미국군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이다. 이 사진에 나타난 탄도미사일은 파테-110이다. 이 미사일에는 고체연료엔진이 장착되었으므로, 발사준비시간이 매우 짧아 미국이 발사징후를 탐지하기 어렵다. 사거리는 300km다. 파테-110 미사일에는 지구위치추적장치가 장착되어 타격정밀도가 매우 높다. 이란은 파테-110 미사일을 2002년부터 실전배치하였다. 현재 이란은 파테-110 미사일 발사대 약 100기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 미국군기지에 배치한 MIM-104 페이트리엇 방공망은 이란혁명수비군이 발사한 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하고 무용지물로 전락하였다.     

 

(3) 이란의 세 번째 대미보복은 중동의 미국군기지들을 동시다발로 공격하는 것이다. 2020년 1월 5일 이란의 이전 국방장관이었으며, 현재는 최고지도자의 군사고문인 후세인 데간 중장은 테헤란에서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과 대담하면서 이란과 동맹을 맺은 시아파 민병대들도 미국에게 대리보복을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란혁명수비군이 직접 대미보복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1월 6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최고국가안보회의에서 비례적이고, 직접적인 공격으로 미국에게 보복하라고 지시하였다. 2020년 1월 7일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알리 샴커니는 이란이 미국을 타격할 보복공격씨나리오 13개가 준비되었다고 하면서, 미국이 중동에서 즉시 물러나지 않으면 대미보복작전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하였다. 

 

2020년 1월 8일 새벽 1시 20분경 이란혁명수비군은 이라크 주둔 미국군이 포진하고 있는 아인 알아싸드 공군기지에 탄도미사일 13발을 발사하였고, 에르빌 기지에 탄도미사일 9발을 발사하였다. 아인 알아싸드 공군기지에는 미국군 1,500여 명이 주둔하고, 에르빌 기지에는 미국군 700여 명이 주둔한다. 2020년 1월 9일 아미르알리 하지자데 이란혁명수비군 방공사령관은 성명에서 이번에 미사일공격을 가할 때 미국군 항공기와 무인항공기의 항법체계를 교란하는 싸이버공격도 병행했다고 하면서, 이번 작전의 목적은 미국인 인명을 살상하려는 게 아니라 미국군 군사장비를 파괴하는 것이었는데, 미국군 수 십 명이 죽고 다쳐 미국군 헬기가 사상자들을 바그다드, 이스라엘, 요르단으로 후송했다고 밝혔다. 서방측 상업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자료를 보면, 아인 알아싸드 공군기지와 에르빌 기지에서 여러 건물들이 완파 또는 반파되었고, 활주로에 세워둔 군용헬기가 파괴되었음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인 알아싸드 공군기지에는 MIM-104 페이트리엇 방공망이 구축되었지만, 이란혁명수비군의 동시다발 미사일공격을 전혀 막지 못하고 무용지물로 되었다.  

 

그런데 2020년 1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밤 이란이 이라크 주둔 미국군을 미사일로 공격하였으나, 경계태세를 갖추고, 병력을 소개시키고, 조기경보체계를 가동한 덕분에 미국군은 모두 안전하며, 군사기지들이 “경미한 피해(minimal damage)”만 입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은 거짓말로 들린다. 만일 그가 미국군 사상자가 발생하였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면, 미국군은 반드시 이란에 보복공격을 해야 하는데, 미국군이 보복공격을 감행하면 이란혁명수비군의 강력한 반격으로 전면전이 일어나 미국군이 더 많이 죽거나 다치게 되기 때문에, 그는 사상자가 없었다는 거짓말을 늘어놓은 것이다.  

 

 

3. 철수할 때까지 공격 멈추지 않는다

 

만일 이란과 미국의 무력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되면, 어느 나라가 이길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고찰해야 한다.

 

(1) 이란 인민 가운데 99%가 무슬림이고, 그 가운데 시아파 무슬림이 90%다. 이것은 이라크와 달리 이란이 종파분렬에 시달리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더욱이 이란은 이번에 쏠레이마니 사령관이 암살당하는 사태를 겪으면서 반미적개심이 폭발하여 단결하였다. 전사회적 단결은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이다.

 

(2) 이란혁명수비군 지휘관들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8년 혈전에 참전하여 실전경험을 쌓은 군사지휘관들이다. 이번에 미국의 암살작전으로 희생된 쏠레이마니 사령관도 그런 노련한 군사지휘관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군사지휘관들의 실전경험은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요인이다.

 

(3) 이란혁명수비군은 반미결전을 예상하고 전쟁준비를 착실히 해왔다. 그들의 전투훈련수준은 높다. 특히 그들은 미국의 증원부대가 중동에 도착하기 전에 전쟁을 신속히 끝내기 위해 단기속결전훈련을 계속해왔다. 군대의 작전준비와 전투훈련은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다.   

 

(4) 이란은 핵무기도 갖지 못했고, 미국 본토를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도 갖지 못했지만, 미사일, 전투기, 잠수함, 전차, 무인작전기 같은 핵심군사장비를 모두 국산화한 중동의 군사강국이다. 특히 이란은 조선의 기술지원을 받아 미사일과 잠수함을 국산화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란은 미사일공격, 무인작전기공격, 잠수함작전, 싸이버공격에서 강하다. 

 

(5) 만일 전면전이 일어나 이란혁명수비군이 중동의 미국군기지들을 공격하면, 이란혁명수비군과 동맹을 맺은 중동 각지의 시아파 민병대들도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미국군기지들을 일제히 공격할 것이다. 동시다발전투능력은 적의 전투력을 분산시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요인이다. 

 

이란을 적대하는 미국도 지난해 3월부터 이란을 침공하려는 전쟁준비를 진척시켜왔다. 그 내막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뉴욕타임스> 2019년 3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2019년 3월 7일 당시 국방장관 대행이었던 패트릭 섀너핸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국방부가 수정보충한 대이란전쟁계획을 설명하였다고 한다. 그 전쟁계획은 이란이 미국군을 공격하거나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경우, 미국 본토에서 증원부대 12만명을 중동전선에 증파하여 전면전을 벌인다는 내용으로 작성된 것이다. 그런데 그 전쟁계획에는 미국군 해병대가 강습상륙함을 타고 이란 해안으로 돌진하는 상륙전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것은 미국이 이란과 전면전을 벌이는 경우 해군력과 공군력에 의존하는 작전을 전개하게 될 것임을 말해준다. 그런데 미국이 증원부대 12만명을 중동전선으로 증파하려면 적어도 1개월 이상 시간이 걸린다. 이란은 미국군 증원부대 12만명이 중동전선에 도착하기 전에 단기속결전을 끝낼 수 있다. 

 

(2) 중동전선에서 해군력과 공군력을 증강하려는 작전방침에 따라 미국 해군은 2019년 5월 핵추진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을 주축으로 편성된 제12항모전투단을 중동해역에 전진배치하였다. 정비를 받기 위해 미국 본토로 귀항한, 제10항모전투단에 배속된 핵추진항공모함 해리 트루먼함을 대신하여 에이브러햄 링컴함이 중동전선에 배치된 것이다. 또한 미국 공군은 카타르의 알우데이드공군기지에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 4대와 F-22 스텔스전투기 12대를 전진배치하였고, 아랍추장국련방의 알다프라 공군기지에 F-35A 스텔스전투기 12대를 전진배치하였다. 그러나 만일 전면전이 벌어지면, 이란 인근 친미국가들에 전진배치된 미국 공군 작전기들은 이란혁명수비군의 기습적인 미사일공격을 피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란혁명수비군은 이란 인근 수역에 전진배치된 미국 해군 항모전투단에게 비대칭전술로 심대한 타격을 안겨줄 것이다. <뉴욕타임스> 2008년 1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가 2억5천만 달러의 경비를 들여 2002년 8월에 비공개로 진행한 이란-미국 가상전쟁에서 이란혁명수비군은 소형 쾌속정들이 사면팔방에서 기습적으로 달려들어 공격하는 고속군집전술로 미국 해군 항공모함, 순양함, 강습상륙함, 구축함을 비롯한 거대전함 16척을 모두 격침시켰다고 한다. 

 

(3) 쏠레이마니 암살작전 이후 이란의 보복공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한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조치를 취했다. 미국 육군 특수작전부대 병력 700명이 쿠웨이트로 급파되었고, 제82공수사단 4,200명이 추가로 급파되었다. 그러나 중동전선에 긴급투입된 미국군 특수전 병력 4,900명은 복수일념에 불타는 꾸드스군 2만명을 당할 수 없다. 만일 전면전이 벌어지면, 중동지역에 긴급투입된 미국군 특수작전부대들은 외부지원이 끊겨 고립되었다가 꾸드스군의 포위공격으로 몰살당할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위의 사진은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군 산하 꾸드스군 중에서 최정예부대로 알려진 제400특수작전단 전투원들이 행진하는 장면이다. 꾸드스군은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지속된 이란-이라크전쟁 중에 창설된 특수작전군이다. 꾸드스군 병력은 약 2만명으로 추산된다. 꾸드스군은 이라크, 수리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를 벌이는 시아파 민병대들, 레바논공화국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국가의 하마스와 이슬람성전운동, 예먼공화국의 안사 알라를 비롯한 시아파 교전단체들을 이끌어왔다. 꾸드스군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타격하기 위해 중동전선에서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전투부대다.     

 

(4) 쏠레이마니 암살 이후 중동전선에서 무력충돌위험이 높아지자, 미국 공군은 미국 본토 루지애나주에 있는 박스데일공군기지에 배치된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 2대를 인도양에 있는 영국령 디에고가르시아의 공군기지에 전진배치하였다. 미국 공군은 앞으로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 4대를 더 전진배치하려고 하는데, 그것은 카타르의 알우데이드공군기지에 이미 전진배치해놓았던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 4대를 디에고가르시아공군기지로 이동시켜 총 6대를 배치하려는 것이다. 미국 공군은 이란의 미사일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도양 한 복판에 있는 디에고가르시아공군기지에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들은 전진배치하였지만, 전면전이 일어날 경우 이란혁명수비군은 그 공군기지를 타격할 두 종류의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그 두 종류의 중거리탄도미사일들 가운데 첫 번째는 조선이 이란에게 완제품 19발을 수출한 화성-10 중거리탄도미사일이다. 이란의 동남부에서 디에고가르시아까지 직선거리는 약 3,800km이고, 화성-10의 사거리는 4,000km이므로, 이란혁명수비군은 화성-10을 여러 발 기습발사하여 디에고가르시아공군기지에 배치된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들을 파괴하고 그 공군기지를 초토화할 수 있다. 나는 2016년 7월 12일 <자주시보>에 실린 글 ‘화성-10과 B-52의 대결 어느 쪽이 이겼나?’에서 화성-10이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를 제압할 수 있음을 논증한 바 있다. 이란혁명수비군이 디에고가르시아공군기지를 초토화할 수 있는 또 다른 타격수단은 이란이 조선의 기술지원을 받아 자체로 개발한 샤합-5 중거리탄도미사일이다. 이 위력적인 미사일의 사거리는 4,300km다. 이란혁명수비군은 샤합-5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여러 발 기습발사하여 디에고가르시아공군기지에 배치된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들을 파괴하고 그 공군기지를 초토화할 수 있다. 2014년 6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군사고문 마자트바 두알누리는 이란 텔레비전방송에 출연하여 미국이 디에고가르시아를 공격거점으로 만들었지만, 그 작은 섬은 이란의 미사일공격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5) 전면전이 일어나는 경우 이란혁명수비군이 공격할 대상들은 중동전선 여기저기에 널려있다. 이라크, 싸우디 아라비아, 바레인, 요르단, 쿠웨이트, 아랍추장국련방 등에 배치된 미국군 공군기지들과 해군기지들이 이란혁명수비군의 공격대상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바레인 마나마에 있는 미국 해군중부사령부와 제5함대가 이란혁명수비군의 선차적인 공격대상으로 될 것이다. 중동전선에 산만하게 널려있는 미국군 기지들은 이란의 미사일공격, 무인작전기공격, 잠수함공격에 노출되어 있다. 

 

2020년 1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이 강한 무력을 가졌다는 것이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고 언명하면서, 미국은 무력사용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그가 자기의 대선승리에 이용하기 위해 이란과 대결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전면전은 피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2020년 1월 8일 테헤란에서 연설하면서 “지난밤 우리는 미국의 빰을 때려줬다. 이런 종류의 군사행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 지역에서 부패한 미국군 주둔을 끝장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아미르알리 하지자데 이란혁명수비군 방공사령관은 2020년 1월 9일 성명에서 이번 미사일공격은 중동전선에서 잇달아 실행할 미국군 축출을 위한 공격의 시작점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군이 중동에서 철수할 때까지 미국군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는 전의를 표명하였다.  

 

<워싱턴포스트> 2020년 1월 6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백악관과 재무부는 이라크 주둔 미국군을 철수할 때 이라크를 제재하기 위한 초안을 작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움직임은 백악관이 이라크 주둔 미국군 철수를 예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군문제를 자기의 대선승리에 이용하려고 하겠지만, 그런 그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오직 철군만이 미국의 재앙을 피하고 중동의 평화를 실현하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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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수 총리 이낙연… 떠날 때도 ‘현장 속으로’

총리 공관을 떠나는 이낙연 총리가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들
 
임병도 | 2020-01-13 08:59:0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월 10일 이낙연 총리가 페이스북에 몇 장의 사진과 함께 “이별을 앞둔 서울 총리공관 가족들. 경호팀, 경비팀, 관리팀. 경호팀에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성추행범을 잡아 경찰서에 넘긴 직원도. 2년 8개월 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번주에 정세균 총리 후보자의 인준 표결이 예정돼 총리 공관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것입니다. 이 총리는 공관에서 막걸리와 떡을 함께 나누었던 공관 주변 주민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남겼습니다.

총리 공관을 떠나는 이낙연 총리가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을 정리했습니다.

1987년 직선제 이후 역대 최장수 총리

▲역대 최장수 총리였던 정일권은 무려 6년이 넘게 재직했다. ⓒ국무총리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대한민국 역대 최장수 총리는 정일권입니다. 1964년 5월 10일부터 1970년 12월 20일까지 무려 6년 225일 동안 총리로 재직했습니다.

정일권이 6년 넘게 총리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박정희 독재시절이니 가능했습니다. 1987년 직선제 이후 대한민국 대통령의 임기가 5년이니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참고로 정일권의 프로필 가운데 1940년 육군사관학교가 있습니다. 당시는 일제강점기라 조선육군사관학교는 없습니다. 정일권은 만주봉천군관학교 우등생으로 일본육군사관학교에 편입한 뒤 졸업했습니다.

대통령 직선제로 바뀌면서 총리 임기가 들쭉날쭉했습니다. 이명박 정권 김황식 총리가 2년 148일로 가장 길었는데, 이낙연 총리가 2년 227일이(2020년 1월 13일 기준) 넘으면서 직선제 이후 최장기 총리가 됐습니다.

최장수 총리라는 말은 재직하는 동안 자리를 떠날 만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봐야 합니다. 실제로 이낙연 총리는 큰 문제가 없어 사퇴 요구를 거의 받지 않았습니다.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내각 총사퇴 주장은 있었음)

“현장에 가라”는 말을 달고 살았던 “현장 총리”

이낙연 총리를 가리켜 ‘현장 총리’라고 부릅니다. 현장도 많이 가지만, 회의 때마다 “현장에 가라”는 말을 달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낙연 총리는 취임 다음날인 2017년 6월 1일 곧바로 가뭄 피해 현장을 찾았습니다. 당시 이낙연 총리는 가뭄으로 말라버린 저수지 바닥을 살펴보기 위해 밧줄을 타고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이 총리는 재직하는 내내 강원 고성 산불 피해 현장, 강원 삼척 태풍 피해 지역, 경북 포항 지진 현장 등 재난 재해 현장은 물론이고 경제, 산업 분야 현장 등을 찾아다녔습니다.

이낙연 총리는 마지막 주말인 11일에도 지난해 10월 태풍 ‘미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경북 울진을 석 달 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총리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현장을 찾아 복구 상황을 확인한 것입니다.

공무원들에게 ‘현장에 가라’는 잔소리를 하는 만큼 스스로 현장을 챙긴 이낙연 총리는 외교와 국방 등을 챙겼던 문재인 대통령을 안에서 잘 받쳐줬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대정부 질문 때마다 돋보였던 달변가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 이미 한미 동맹 관계는, 신뢰 관계는 금이 갈 대로 간 이후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것도 임시 배치하는 거 가지고 더 이상 굳건한 안보, 운운하지 마세요! 양심이 있다면 그런 이야기 하면 안 되는 거예요! 오죽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통화하면서 한국이 대북대화 구걸하는 거지 같다는 그런 기사가 나왔겠습니까! 미국에게는 척지고 중국에게는 발길 차이고. 북한에게는 무시당하고. 결국 왕따 신세만 자초한 거 아닙니까?
이낙연 국무총리: “네, 저는 김성태 의원님이…”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잠깐만 이야기 들어보세요! 전략적 왕따가 문재인 정권 안보전략인지 이제 답변 한 번 정확하게 함 해보세요!
이낙연 국무총리: “예. 김성태 의원님이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김재경 자유한국당 의원: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음이 명백해졌습니다. 원래대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낙연 총리: “핵을 쏘고 미사일을 쏘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씀인가요?.”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 “자꾸 말을 돌리고 이상한 말을 하니까 국민들이 지금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걸 믿지 않는 것 아닙니까?”
이낙연 국무총리: “의원님, 제 의견을 물으셨잖습니까? 제가 답을 드리고 있습니다. 듣기 싫다면 답을 안 드리겠습니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 “평양이죠?, 태극기 어디 갔습니까? 대통령이 태극기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게 아니겠어요?
이낙연 총리: “역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오신다면, 서울 한복판에 인공기를 휘날릴 수 있겠습니까?

이낙연 총리하면 대정부질문 때 보여줬던 달변가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이낙연 총리는 대정부 질문마다 쏟아지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공격을 잘 막아내 ‘대정부 질문 방패’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이 총리는 야당 의원들의 정치 공세를 우문현답 또는 사이다 발언으로 막아내면서 정치인 화법의 품격을 한 단계 올렸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차기 대선 후보 1위 이낙연,, 벌써부터 가짜뉴스가

이낙연 총리는 4.15 총선에 출마할 예정입니다. 이낙연 총리는 후임 총리로 임명된 정세균 후보자의 지역구인 종로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맞붙어도 괜찮다고 밝혔습니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가 잠정적으로 결론 났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낙연 총리는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황교안 대표와의 빅매치에서 승리한다면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실하게 굳힐 수 있습니다.

▲이낙연 총리가 베트남에서 썼던 방명록 글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썼던 글로 둔갑해 온라인에 퍼지고 있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이낙연 총리의 총선 출마가 확실해지면서 온라인에서는 가짜뉴스가 다시 돌고 있습니다. 이 총리는 페이스북에 “선거철이 다가오는군요. 또 이런 짓을 합니다. “라며 김정은 위원장에게 썼다는 글은 2018년 쩐 다이 꽝 주석 장례식 참석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낙연 총리는 최장수 총리로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행정적인 능력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다만, 이번 총선을 통해 당에 복귀한 뒤 대선 주자급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가 남았습니다. 만약 당내에서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기여를 한다면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습니다.

이 총리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 똑같은 표정이라 ‘밀랍인형설’이 나돌 정도로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습니다. 여타 정치인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그의 이런 모습은 안정감을 주는 대신 큰 변화를 체감할 수 없다는 우려도 보여줍니다.

이제 이낙연 총리는 2년이 넘게 지내왔던 총리 공관을 떠나고, 자신의 발판이었던 전남이 아닌 서울에서 새로운 출발을 합니다. 그가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현장으로 갈 지 자못 기대됩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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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단기직 노동자에게 기술변화는 “기회” 아닌 “불안”…6배 높았다

[녹아내리는 노동]임시·단기직 노동자에게 기술변화는 “기회” 아닌 “불안”…6배 높았다

정대연·심윤지·최미랑 기자 hoan@kyunghyang.com
입력 : 2020.01.13 06:00 수정 : 2020.01.13 06:01

 

일터에 신기술 도입 관련 노동자 1554명 인식조사
정규직은 “불안” 28.6%, “기회” 31.5%…지위 따른 ‘불평등한 체감’
음식·운송 노동자 절반가량이 일자리 불안…IT 분야는 “기회” 많아

지난 9일 LS산전 청주 1사업장 G동 2층에 설치된 ‘스마트 생산라인’에서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전자개폐기가 생산되고 있다. 이곳은 축적된 데이터에 기반해 부품 공급부터 조립, 시험, 포장까지 자동화가 구축돼 있다. LS산전 측은 “스마트공장 도입 후 생산성은 60% 높아지고 불량률은 97%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상훈 선임기자

지난 9일 LS산전 청주 1사업장 G동 2층에 설치된 ‘스마트 생산라인’에서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전자개폐기가 생산되고 있다. 이곳은 축적된 데이터에 기반해 부품 공급부터 조립, 시험, 포장까지 자동화가 구축돼 있다. LS산전 측은 “스마트공장 도입 후 생산성은 60% 높아지고 불량률은 97%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상훈 선임기자

 

기술 변화로 어떤 일은 사라지고 어떤 일은 생겨난다. 자동화가 진행돼도 사람이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노동 현장에 기술이 도입되는 과정은 ‘사람’ 노동자의 삶보다는 이윤 동기에 더 많이 좌우된다. 자동화·무인화가 인간을 고된 노동에서 해방하려는 목적 때문에 추진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노동자가 기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13~23일 민주노총과 공동으로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신기술 도입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기술 변화는 모두에게 동등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리 대비할 시간·경제적 여유가 있는 누군가에게는 기회일 수 있지만 하루하루 생계유지가 급한 이에게는 삶을 위협하는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녹아내리는 노동]임시·단기직 노동자에게 기술변화는 “기회” 아닌 “불안”…6배 높았다

설문조사는 온라인을 통해 실시했다. 한국노총,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로부터도 도움을 받았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286명을 포함해 노동자 1554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이 중 유효응답 1493개를 분석했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연령이 높을수록 기술 변화로 인해 소득이 줄고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불안감이 컸다. 임시·단기직 노동자의 50.7%가 지금의 기술 변화가 자신에게 기회(8.5%)가 아닌 불안감을 주는 요소라고 답했다. 

반면 정규직(무기계약직 포함) 노동자는 기술 변화가 불안감(28.6%)보다 기회(31.5%)를 준다고 생각했다. 20·30대는 기술 변화로 인한 불안감보다 기회에 무게를 뒀지만, 40대 이상에서 그 비율은 역전됐다. 

직업별로도 차이가 컸다. 무인 주문기 설치 등으로 이미 일자리 감소가 현실화하고 있는 음식·서비스직(47.7%)이나 자율주행차로 위협받는 운전·운송 관련 노동자(43.9%)들은 일자리가 사라질 거란 두려움이 컸지만, 정보·통신 분야 노동자들은 기회라는 응답이 55.7%에 달했다.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드는 비용은 대부분 개인이 부담(79.1%·중복응답)하고 있었다. 그나마 정규직들은 회사에서 지원받는 경우가 18.9%로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임시·단기직 노동자는 회사 지원을 받는 사례가 2.2%에 불과했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소득이 적을수록 ‘열심히 일해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에 노동의 의미를 두는 경향이 강했다. 고소득·정규직일수록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에 노동의 의미를 더 뒀다.

■ “신기술도입으로 소득 감소” 20대 7.8%, 60대는 39.7%…연령 높을수록 불안

[녹아내리는 노동]임시·단기직 노동자에게 기술변화는 “기회” 아닌 “불안”…6배 높았다

김모씨(53)는 매일 오후 8시면 홀로 사는 집이자 가게인 당구장 문을 닫고 출근한다. 8년째 대리운전기사로 일하는 그의 출근은 거리에서 휴대전화로 대리운전기사 애플리케이션(앱)을 켜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튿날 오전 2시 무렵 마지막 손님을 내려주고 주변 PC방에서 첫차가 다닐 때까지 2~3시간을 때우다 당구장으로 돌아와 잠든다. 김씨가 주말도 없이 일해 버는 돈은 용역계약을 맺은 업체에 내는 수수료를 제하면 월평균 200만원이 된다. 업체가 난립해 요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리기사 일을 시작할 때보다 버는 돈이 오히려 줄었다. 부업으로 시작한 당구장에는 하루 한 팀도 안 오는 날이 많다. 

김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들어간 첫 직장을 월급이 너무 적어 나온 뒤 보험영업, 택시운전, 장사, 건설현장 일용직 등 닥치는 대로 했다. 하지만 모아둔 돈이 없어 노년에도 계속 일해야 할 처지다. 그나마 하던 대리기사 일도 못하게 될까 두렵다. 김씨는 “머지않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다는데 그러면 대리기사는 필요 없지 않겠냐”며 “더 벌 수 있고 안정적인 일을 하려면 직업전문학교라도 다녀야 하지만 여유가 없다”고 했다. 

김씨는 소득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기술변화로 인한 불안감이 큰 대표적 사례다. ‘인공지능(AI), 로봇 등 기술발전이 고도로 진행되면 현재 종사하는 일자리가 사라질까’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기간제(45.1%), 임시·단기직(42.3%), 종속적 자영업자(39.6%), 정규직(30.1%) 순이었다. ‘기술변화가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느냐, 불안감을 주느냐’는 물음엔 정규직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안감’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신기술 도입이 소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는 정규직의 13.7%가 소득이 ‘감소했다’고 답했는데, 임시·단기직은 66.2%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연령별로는 신기술 도입으로 소득이 감소했다는 답변이 20대(7.8%), 30대(9.6%), 40대(19.8%), 50대(24.5%), 60대 이상(39.7%)으로 갈수록 많았다. 일자리 감소 답변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기술변화에 대한 인식차는 ‘이직 시 최우선 고려요소’에 대한 답변차로 이어졌다. ‘고용안정’을 꼽은 비율은 임시·단기직(70.0%), 종속적 자영업자(58.2%), 기간제(51.1%), 정규직(31.5%)으로 차이를 보였다. 20대, 30대가 각각 ‘자율성’과 ‘고임금’을 최우선하겠다고 한 반면 40대 이상은 ‘고용안정’을 택했다. 

기술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직군별로도 갈렸다. 운전·운송, 건설, 기계, 음식·서비스 등의 직군에서 우려가 컸고, 정보·통신, 문화·예술, 사회복지·종교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불안감이 작았다.

고용 안정성과 소득에 따라 노동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도 달랐다. 2017년 1월 독일 노동사회부가 발간한 ‘노동 4.0 백서’의 구분을 끌어와 노동에 대한 7가지 가치관 중 선택하게 한 결과 정규직이고 소득이 많을수록 ‘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 싶다’는 응답이 많았다. 모든 집단에서 ‘워라밸’을 가장 많이 택했지만, ‘열심히 일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응답의 경우 고용이 불안정하고 소득이 적을수록 높아지는 특징을 보였다. 저임금·불안정 노동자일수록 소득을 늘리기 위해 이직과 부업을 많이 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노조가 있으면 이직·부업·신기술 습득을 적게 하는 경향도 드러났다. 노조 유무에 따라 각각 이직 경험률은 64.3% 대 79.4%, 부업 여부는 10.4% 대 21.1%, 신기술 습득은 52.2% 대 61.9%로 차이를 보였다. 노조가 일방적 기술 도입을 막는 완충작용을 하거나 고용 안정성을 뒷받침함으로써 노동자들의 불안감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1130600055&code=940702#csidx702fb3dbc63347ea0ee28be960a7c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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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선거 '반중파' 압승..홍콩사태로 깨진 '중국몽'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0/01/13 07:21
  • 수정일
    2020/01/13 07:2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차이잉원 재선 일등공신은 시진핑?
2020.01.12 16:35:16
 

 

 

 

대만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첫 여성 총통 기록에 이어 '사상 최다표' 득표 당선이라는 기록을 거두며 재선에 성공했다.

12일 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차이 총통은 817만231표(57.13%)를 득표해 552만2119표(38.61%)를 얻은 '친중노선'의 중국국민당 후보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을 264만여표 차이로 누르고 15대 중화민국 총통에 당선됐다. 차이 총의 득표수는 1996년 대만에서 총통 직선제가 시행된 이래 가장 많은 것이다. 그가 이번 선거에서 확보한 지지율도 4년 전 당선 때의 56.12%보다 1%포인트 더 높아졌다.

여당인 민진당도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대만 선관위의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전체 113개 의석 중 민진당은 61석을, 국민당은 38석을 차지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11일 재선에 성공한 뒤 지지자들에게 지지자들과 기쁨을 함께 하고 있다.ⓒAP=연합


'재선 불가능'에서 '사상최다표 재선' 극적 반전

 


현지 정치전문가들은 차이 총통의 승리 배경에 대해 '항중보대(抗中保臺, 중국에 대항하고 대만을 보호한다)'라는 선거 전략이 민심의 지지를 받았다는 점을 '1등 요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항중보대'가 압승을 가져온 선거전략이 된 것에는 홍콩사태 등 외부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곁들이고 있다. 친중노선의 캐리 람 홍콩장관이 이끄는 홍콩이 '일국양제, 한 국가 두 체제)'의 노선을 추종한 결과 오히려 민주주의와 경제가 파탄나며 홍콩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경각심이 민심을 파고 들었다는 것이다. 

차이 총통은 홍콩 사태를 통해 중국이 바라는 일국양제 통일 방안에 대한 대만인들의 반감과 불안감을 파고들어 "오늘의 홍콩이 내일의 대만이 될 수 있다"며 반중 노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 결과 2018년 11월 지방선거 참패로 당 대표직에서 밀려난 뒤 재선 도전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을 비웃듯 압도적 표차로 재선에 성공한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도 차이 총통에게 도움이 됐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강행으로 중국 본토에서 사업을 하던 대만 기업가들이 대거 복귀했다.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대만 경제가 호전되는 결과를 가져오면서 경제 이슈가 안보 이슈에 밀리게 됐다.


미국의 고율 관세를 우려해 중국을 떠난 다시 대만으로 돌아오는 기업들이 늘어난 가운데 대만의 작년 3분기 경제성장률(2.9%)은 대만이 자주 비교 대상으로 삼는 다른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인 홍콩(-2.9%), 싱가포르(0.1%), 한국(2.0%)보다 높았다.

홍콩사태로 홍콩 지방 선거에서 홍콩의 반중정서가 표출되며 범민주 진영이 압승한 것처럼, 대만 유권자들까지 이번 선거에서 반중노선의 차이 총통 정부에 표를 몰아주는 표심을 보여줬다. 

이때문에 대만 선거의 패배자는 야당 후보 한궈위가 아니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콩사태와 대만 선거 결과가 '위대한 하나의 중국'을 건설하려는 '중국몽'(中國夢)' 구상을 표방해온 시진핑 주석에 정치적 타격을 줬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작년 1월 대만에 일국양제 통일 방안을 받으라고 요구하면서 무력 통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함으로써 직접 대만 압박의 포문을 열었다. 군사·외교·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파상적인 압박으로 대만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중국 전투기가 1991년 이후 20년 만에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전투기들과 대치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항공모함을 포함한 중국 군함과 군용기들이 대만을 포위하듯이 둘러싸는 훈련 횟수도 부쩍 늘었다.  

중국의 외교적 공세 속에서 작년 키리바시와 솔로몬제도가 대만과 단교하는 등 차이 총통 취임 후 7개국이 대만과 단교해 현재 대만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나라는 15개국뿐이다. 작년 8월부터는 본토인의 대만 자유 여행을 제한함으로써 대만에 연간 1조 원대로 추산되는 경제적 타격까지 가했다. 

하지만 시진핑 정부의 압박은 작년 6월부터 시작된 홍콩사태로 대만인들의 반감을 자극해, '재기 불능'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던 차이 총통에게 오히려 '정치적 부활'을 선물하는 역효과만 초래했다. 차이 총통은 중국의 압력에 단호히 맞서 대만의 주권을 지키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지지율을 급속히 끌어올렸다. 

차이 총통이 '현실적인 반중 노선'을 추구한다는 평가도 유권자 대다수의 표심을 얻는데 도움이 됐다.  급진적인 독립 노선 추구로 대만 여론을 분열시키고 국제사회 내 고립을 자처한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과 달리 차이 총통은 '현상유지'에 가까운 독립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대만 유권자 대다수는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원한다기보다는 홍콩처럼 기존의 체제를 존중해 달라"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압박에 대항한 차이잉원 정부에 대한 미국의 지지도 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다. 미국은 중국의 패권 도전을 견제하는 카드로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중요시해, 중국의 대만 군사 압박에 맞서 미국은 거의 매달 군함을 대만해협에 통과시키면서 중국의 대만 공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차이 총통의 재선을 축하하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 강력한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리더십에 감사를 드린다"면서  "끊임없는 압박에 맞서 양안 안정을 유지하는 차이 총통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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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많은 곳 가지 말자" 새해 벽두 뉴요커들이 나누는 대화

[최현정의 2020 미국 대선] 미국 전역 반전집회... 국민 47% "탄핵이 이란 암살 원인"

20.01.12 19:51l최종 업데이트 20.01.12 20:12l

 

새해 미국 뉴욕 시장 드 블라지오는 뉴욕시의 경찰들에게 시 전역의 보안 강화를 지시했다. 전 세계에 생중계된 타임스퀘어 볼 드롭 행사가 무사히 끝난 지금은 좀 느슨해도 되는 시기다. 하지만 뉴욕은 더 심한 검문과 검색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있다.

이런 뉴욕시의 이례적인 보안 강화 조치는 바다 건너 이라크 땅에서 벌어진 이란 군사 리더의 사망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의 승인하에 드론으로 이란의 지도자가 암살된 이 사건은 미국, 그중에서도 상징적인 도시 뉴욕시 전역에 전쟁과 테러의 우려를 높였다. 
 

 맨해튼 중심가에 설치된 뉴욕 경찰의 바리케이드
▲  맨해튼 중심가에 설치된 뉴욕 경찰의 바리케이드
ⓒ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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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목요일, 해가 지자 바람은 더 거세졌고 기온은 뚝 떨어졌다. 뉴욕 시청과 법원, 연방정부 빌딩으로 둘러싸인 맨해튼 남부 포리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주섬주섬 자신들이 만들어 온 피켓들을 꺼내 놓았다. 

"우리는 적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
"무모한 트럼프, 위험해진 미국."
"트럼프/펜스 아웃 나우."

 

새해 1월 1일,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이란의 군사 리더 카심 슐레이만의 암살을 명령했다. 이라크 땅에서 미국이 벌인 이 작전에 전 세계는 경악했고, 여기저기서 '제3차 세계대전'이란 말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타국 군사 리더를 암살한 대통령을 둔 미국 땅에 사는 사람들도 그 무모함에 할 말을 잃은 분위기다. 희망을 말해야 하는 새해가 전쟁과 테러의 공포로 시작된 것이다. 뉴스를 보며 조심스레 비슷한 이야기를 나눈다. 사람 많은 데 가지 말고 유명한 장소도 한동안 피해 다니자고. 3000여 명이 숨진 9.11 테러를 겪었고, 또 테러를 당할 만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런 정부의 무모함을 가만히 두고 봐서는 안 되겠다는 사람들이 이날 이 자리에 모였다. 트럼프 타워를 마주보고 있는 콜럼버스 서클에서, 또 뉴욕 시청사와 연방건물이 있는 포리 광장에서 퇴근 시간인 오후 6시를 기점으로 수백 명의 사람들이 피켓을 들었다. 이 집회는 이 날 미 전역 360여 곳에서 동시에 펼쳐진 반전 집회 중 하나였다.

포리 광장에 모인 약 300여 명의 사람들은 앞에 나선 연사만큼이나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반전 집회중인 뉴욕커들이 내게 한 말들
 
 브루클린에서 온 레이나
▲  브루클린에서 온 레이나
ⓒ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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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적은 이란이 아니에요. 전쟁을 부추기고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몰아넣는 이들이 진짜 미국의 적이죠."

뒷줄에 서 연단의 연설을 지켜보던 레이나.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혼자 브루클린에서 왔단다. 새해 뉴스를 보면 곧 전쟁이 날 것 같아 답답한 마음에 이 곳에 나왔다. 자신에게도 이란인 친구들이 있는데 가족을 만나러 이란에 머물고 있는 그들이 너무 걱정된다고 했다.

그녀의 말처럼 집회장엔 이란 국기가 드문드문 보였고 "평화"라고 쓴 아랍 글자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그녀가 들고 있는 푯말처럼, 뉴요커는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외치고 싶다 했다. 다른 360여 곳 미국의 다른 도시에서도 같은 피켓이 들려 있을 것이다. LA는, 시카고는, 덴버는, 시애틀은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그녀의 말처럼 이번 주 나온 여론조사에서 62%의 미국인은 '이번 사건으로 전쟁이 쉬워졌다'고 대답했다. 52%의 미국인은 '미국이 안전하지 않아졌다'고 답했다. (USA Today 공동 여론조사)
 
 "난 이라크전을 찬성한 사람이었어." 퀸즈에 사는 제임스
▲  "난 이라크전을 찬성한 사람이었어." 퀸즈에 사는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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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나는 전쟁을 지지한 사람이었어요." 

꽤 먼 퀸즈에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는 질문에 제임스는 대뜸 과거 고백으로 얘기를 시작한다. 당시 자신은 어리석었고 지금은 누구보다 전쟁을 반대해 이 곳에 나왔다고.

그는 트럼프가 전쟁을 일으키려는 이유가 하원을 통과한 탄핵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서도 47%의 미국인들은 '탄핵이 이번 암살의 원인'이라고 답했다. 현재의 전쟁 고조 분위기는 탄핵 위기에 놓인 트럼프 대통령의 묘책이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재선을 원치 않는 제임스가 지지하는 대선 후보는 민주당의 엘레자베스 워렌과 버니 샌더스다. 아직 민주당의 후보 윤곽이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트럼프를 이길 상대로 두 사람의 진보 후보 중 최종 지명된 이를 무조건 지지할 생각이다.
 
 아빠와 지하철을 타고 참가한 10살 셀샤.
▲  아빠와 지하철을 타고 참가한 10살 셀샤.
ⓒ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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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사람을 죽이는 나쁜 일이에요. 그래서 나는 반대하러 나왔어요."

초등학생인 셀샤는 대열 맨 앞에서 2시간 동안 모든 연사들의 연설을 자세히 들었다. 아빠와 함께 브루클린에서 지하철을 타고 온 10살 소녀는 어른들만큼이나 지금의 상황을 걱정하고 있었다.

춥지 않았냐고 하니 고개를 저으며 "지금 대통령이 하는 일이 옳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나오게 됐다"고 똑똑히 대답한다. 그러면서 "미국을 정말로 위대하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다시 생각해 달라"고 대통령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는다. 셀샤는 "내일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오늘 집회 얘기를 해줄 거"라면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종종걸음을 재촉했다. 

이밖에도 한국을 잘 안다는 존 할아버지는 누구보다 열심히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줬다. Remove Trump(트럼프를 해임하라)라고 적혀있는 종이 뒷면에는 트럼프 탄핵에 중립적인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의원 사무실에 전화 압력을 넣어 트럼프 탄핵에 동참시키자는 내용이다. 존은 한국 대통령이 탄핵 당했다는 사실과 국민들이 촛불로 혁명을 일으켰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에게 한국처럼 잘되길 바란다는 인사를 해줄 수 있어서 나도 기뻤다. 

시티 칼리지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레베카는 교육자로서 이 사태에 분노하고 있었다. 그녀는 남의 나라를 공격하고 군수물자를 구입하는 데 미국의 재정이 낭비되는 것에 반대한다. 그 돈은 국민들의 열악한 건강보험과 더 열악한 교육을 위해 투자되어야 한다고 했다. 다양한 인종의 그녀 학생들처럼 이란, 레바논 등과도 적이 아닌 친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무대 앞에 선 연사들은 40년여간 계속된 미국의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를 성토했다. 이미 전쟁보다 더한 빈곤의 삶을 살고 있는 이란 국민들에게 뉴욕에 살고 있는 미국인으로 미안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분노를 함께 하고 있었다.

"주권자가 정부 심판 하자"
 
 시위 참가자가 반전 라이트를 만들어와 밝히고 있다.
▲  시위 참가자가 반전 라이트를 만들어와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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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피켓들
▲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피켓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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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장에 모인 이들이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  광장에 모인 이들이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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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모인 뉴요커들은 테러도 전쟁도 더 이상 없기를 바랐다. 적 대신 친구를 만들고, 전쟁 대신 평화가 깃들길 바랐다. 전쟁은 부자들을 더욱 부자로 만들어 주는 일이고 가난한 이들에겐 절체절명의 문제라는 데 동의했다. 전쟁 같은 일은 다시는 우리 세대에 없기를 바라고 기원했다. 그러기에 트럼프 정부가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다들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 트럼프 정부가 한국 같은 우방국들에게도 파병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냐고 물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트럼프 정부와 잘 지내야 하는 한국 정부의 고민이 깊다고. 전쟁의 상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제임스는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대답한다. 

"평화를 위해 남의 전쟁을 치러주는 어리석은 결정을 하지 않아야 해. 트럼프 정부의 폭주를 제어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같은 뉴요커들을 실망시키는 결정은 하지 않기를 바래. 한국이 현명한 결정을 할 거라 믿어."

언 손을 호호 불며 전쟁 얘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한 연사가 소리 높여 외친다.

"우리는 또 다른 어리석은 전쟁에 휘말리지 않아야 합니다. 국민의 뜻을 왜곡하는 정부는 주권자인 우리가 심판해야 합니다."

무모한 정권의 무모한 전쟁이라는 비극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모든 세계 시민들의 새해 소망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 오는 11월 미국인들이 어떻게 그 주권을 사용할지 세계 시민들은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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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국과 1년 반 넘게 속히우고 시간 잃었다"

김계관 고문 "제재완화와 핵 안바꾼다…우리 요구 수용해야 대화"
 
2020.01.11 16:45:28
 
북한 "미국과 1년 반 넘게 속히우고 시간 잃었다"
 

북한이 제재 완화를 위해 핵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먼저 수용해야만 대화에 나서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


김계과 북한 외무성 고문은 11일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에서 "평화적 인민이 겪는 고생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일부 유엔 제재와 나라의 중핵적인 핵 시설을 통째로 바꾸자고 제안했던 베트남에서와 같은 협상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고문은 "우리는 미국과의 대화 테이블에서 1년 반이 넘게 속히우고 시간을 잃었다"며 "명백한 것은 이제 다시 우리가 미국에 속히워 지난시기처럼 시간을 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년 반 넘게 시간을 잃었다는 것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부터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제시했던 지난해 '연말 시한'까지를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고문은 다시 북미간 대화가 이뤄지려면 북한의 요구사항이 먼저 받아들여져야만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김 고문은 이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고문은 ""조미(북미) 사이에 다시 대화가 성립되자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미국이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며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갈 길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고문은 북미 정상간 친분을 언급하면서도 "그런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혹여 우리가 다시 미국과의 대화에 복귀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을 가진다거나, 또 그런 쪽으로 분위기를 만들어가 보려고 머리를 굴려보는 것은 멍청한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이 북미간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대화의 물꼬를 트이려 하는 행동들을 두고도 쓴소리를 던졌다. 김 고문은 전날 청와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자중하라"고 말했다.

김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로 김 국무위원장 생일축하 인사를 직접 받았다"며 "아마도 남조선 당국은 조미 수뇌들 사이에 특별한 연락 통로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고문은 "한집안 족속도 아닌 남조선이 우리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미국 대통령의 축하 인사를 전달한다고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는데, 저들이 조미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보려는 미련이 의연 남아있는 것 같다"고 비아냥거렸다.

김 고문은 "우리가 무슨 생일 축하 인사나 전달받았다고 하여 누구처럼 감지덕지해 하며 대화에 복귀할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며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명선 기자 overview@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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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의견 개진권'의 구체적 방법은 명문화 안돼... 중간간부 인사 때도 충돌 가능성

20.01.11 20:05l최종 업데이트 20.01.11 20:26l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검찰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발표는 이날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검찰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발표는 이날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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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의 내용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법 조항이다. 지난 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앞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면으로 충돌한 배경에 바로 이 조항이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전례에 따라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인 인사안을 받고 검찰총장이 의견을 개진하는 방법으로 의견개진권이 실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추미애 장관은 전례를 인정하지 않고 문구 그대로 윤 총장에게 의견 개진 기회를 줬다. 윤 총장은 끝내 의견 개진을 하지 않았다.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 모두 이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성향이 각기 다른 시민단체들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누가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을 위반한 걸까.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의 탄생

 

최초의 검찰청법은 1949년에 제정됐다. 당시 검찰 인사권 조항은 제20조로,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대통령이 행한다"는 내용이었다. 1981년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1986년 검찰청법이 대폭 개정되면서 검찰 인사권 조항은 제34조로 옮겨갔다.

인사에 대한 검찰총장 의견개진권이 제34조에 포함된 것은 2004년 1월의 일이다. 여기에는 참여정부 검찰개혁 역사가 담겼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김각영 검찰총장에게 검찰 고위 간부 인사안을 보냈다. 서열과 기수를 파괴하는 인사안이었고, 검찰총장부터 평검사까지 검찰 구성원들은 집단적으로 반발했다.

검찰에서는 인사권을 검찰에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검사들은 2003년 3월 9일 노무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요구했다. 이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같은 달 송광수 검찰총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협의해 인사를 하는 방안을 명문화해야 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강금실 장관과 송광수 검찰총장은 인사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그해 10월 송광수 검찰총장은 국정감사에서 재차 '협의'를 강조했다. 김용균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법무부장관은 내년 3월에 깜짝 놀랄 인사를 하겠다고 하면서 검찰간부들을 협박하고 있다"며 "외풍을 차단할 수 있는 총장의 대책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송광수 검찰총장이 답했다.

"검찰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의지도 중요하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검찰총장에게 장관과 인사에 관해서 협의를 하는 것이 법률상 명문화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법무부에 관련 내용을 건의했고, 법무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금실 장관은 "인사권은 법무부 장관에 있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2011년 문재인 대통령(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함께 쓴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는 의견개진권에 대한 평가가 나온다.

"이 제도가 검사의 인사권을 검찰이 행사하는 것, 혹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권력의 견제와 감시를 배척하는 것으로 확대되거나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이 제도가 검찰총장이 지속적으로 검찰의 개혁 인사에 반발과 도전을 하게 된 주요한 근거가 되었다고 강금실 장관은 보고 있다."

국회 회의록 살펴보니

참여정부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도입, 모든 검사 직급 일원화, 검사동일체 원칙 삭제, 검찰인사위원회 격상(자문기구→심의기구) 등의 제도를 도입하고자, 검찰청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여소야대' 상황일뿐더러,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고작 47석에 불과했다. 국회에서 검찰청법 논의과정에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라는 문구가 들어갔고, 2003년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에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같은 달 17일과 24일 전문위원과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정부와 여러 의원이 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논의한 후 단일한 법률안을 마련했다. 당시 소위원회 회의록은 남아 있지 않아, 검찰총장 의견개진권이 어떤 의미로 법안에 담겼는지 확인할 수 없다.

다만 같은 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 소속 함승희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이 소위원회 회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이 발언한 내용은 확인된다.

"검사 임명 및 보직과 관련하여 법무부장관은 검사의 보직에 관하여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에게 제청하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법무부장관의 검찰인사권을 통한 검찰견제기능을 중시해서 검찰총장에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만 부여하면 충분하다는 소수의견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국회 회의록 내용으로는 의견개진권의 구체적인 내용이 윤석열 총장이 말하는 전례에 가까운지, 추미애 장관의 해석에 가까운지 확인하기 어렵다. 당시 법안의 제안경위에도 "현행제도의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 보완하려는 것"이라고만 언급돼 있다.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두 번째)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합동인사회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왼쪽 앞쪽에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함께하고 있다. 2020.1.2
▲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두 번째)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합동인사회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왼쪽 앞쪽에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함께하고 있다. 20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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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을 위반했는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법문 그대로만 해석하면 추미애 장관이 윤 총장에게 인사에 대한 의견 개진의 기회를 준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추미애 장관이 결과적으로 윤석열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설 연휴 전후에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준비하고 있다.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총장이 의견 개진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윤석열 총장도 더 물러서긴 어려운 상황이다.

과천(법무부 위치)과 서초동(대검찰청 등 검찰청사 위치)에는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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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촛불 문화제 “2020년, 민주개혁 세력 완전 승리의 해로”

광화문 촛불 문화제 “2020년, 민주개혁 세력 완전 승리의 해로”
 
 
 
김영란 기자 
기사입력: 2020/01/11 [23:51]  최종편집: ⓒ 자주시보
 
 

  

▲ 11일 오후 6시,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민주진보유튜버연대(가칭), 윤석열사퇴를 위한 범국민응징본부, 광화문촛불연대’ 3개 단체가 공동으로 ‘윤석열 사퇴! 황교안 구속! 자한당 해체! 2020 광화문탈환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 김영란 기자

 

▲ 11일 열린 범국민 촛불문화제에서는 윤석열 사퇴, 정치검찰 퇴출 요구가 높았다.     © 김영란 기자

 

▲ 촛불 문화제에 앞서서 풍물을 치면서 집회 분위기를 달구는 촛불 시민들     © 김영란 기자

 

▲ 추운 날씨였지만 촛불 시민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3,000여 명의 촛불 시민들은 ‘윤석열은 사퇴하라’ ‘정치검찰 퇴출시켜라’ ‘토착왜국당 해체시키자’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 김영란 기자

 

11일 오후 6광화문 중앙광장에서 민주진보유튜버연대(가칭), 윤석열사퇴를 위한 범국민응징본부광화문촛불연대’ 3개 단체가 공동으로 윤석열 사퇴황교안 구속자한당 해체! 2020 광화문탈환 촛불문화제(이하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추운 날씨였지만 촛불 시민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3,000여 명의 촛불 시민들은 윤석열은 사퇴하라’ ‘정치검찰 퇴출시켜라’ ‘토착왜국당 해체시키자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정해랑 광화문촛불연대 공동대표는 선언문을 통해 “2020년은 토착왜구당이 해체되어 정치권에서 영원히 추방되는 해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조선 동아와 같은 반민족 신문이 폐간되는 해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수구 세력의 첨병이 된 정치검찰이 완전히 뿌리 뽑히는 해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우리는 민국 100년과는 다른 100년을 향하여 가는 데 커다란 장애물이 되는 이들을 남김없이 쓸어버릴 것을 천명한다그리하여 2020년 경자년은 민주개혁 세력이 완전히 승리하는 한 해가 되어 진정한 자주 평등 상생의 세상을 향하여 나아가는 희망찬 한 해가 될 것임을 선포한다라고 밝혔다.

 

신은지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회원은 정치 검찰 척결하고 검찰개혁 이뤄내자는 내용으로 연설했다.

 

신은지 회원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무소불위 정치검찰을 개혁하기 위해 법무부에서 드디어 칼을 뽑았다우리가 지난해 9월부터 외쳤던 검찰개혁의 시작이 보이고 있다하지만 제대로 검찰개혁이 이루어지려면 우리 국민들이 계속해서 끝까지 싸워야한다선거법이 개정되었다고 공수처 설치법이 통과되었다고 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정치검찰이 제대로 척결되는지 적폐들이 제대로 처벌받는지 끝까지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며 올바른 개혁의 길로 갈 수 있도록 감시하고 촛불을 들어야 한다적폐 세력들에게 지지 말고 민주의 광장촛불의 광장 광화문을 탈환하여 검찰개혁사회개혁 이뤄내자라고 호소했다.

 

▲ 촛불 문화제에서 조선일보 폐간을 요구하는 선전물을 들고 있는 촛불시민     © 김영란 기자

 

▲ 윤석열은 사퇴, 정치검찰 퇴출!! 손팻말을 들고 있는 촛불시민     © 김영란 기자

 

▲ 촛불문화제에는 시민나팔부대가 부부젤라를 들고 참가했다.     © 김영란 기자

 

백은종 윤석열사퇴 범국민응징본부 대표는 윤석열 사퇴시켜야 하는 이유에 대해 연설했다.

 

백은종 대표는 정치검찰 윤석열 총장이 촛불 시민이 세운 정부를 붕괴시키려는 음모를 벌이고 있다정치 검찰은 적폐 자유한국당과 작당하여 문재인 정부를 붕괴시키고 자신들이 70년간 유지했던 기득권을 지키려 하고 있다이건 항명이 아니라 반역이고 내란선동이다윤석열은 역사적으로 단죄 받아야 하는 죄인이 되었다국민을 배신하고 검찰이란 조직과 적폐 이익집단을 선택한 윤석열은 더는 대한민국 검찰총장일 수 없다윤석열 검찰과 자유한국당 적폐들에 경고한다더는 너희들이 국민 여론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민주주의는 깨어있는 국민과 적폐 이익집단 간에 끝없는 싸움의 장이며 검찰과 자유한국당은 이익집단의 대변인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미 온 국민이 모두 알고 있는 진실이 되었다국민은 이제 참을 만큼 참았다더는 윤석열의 국민 기만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윤석열 총장은 사퇴하고 적폐 원흉 자유한국당 해체하라라고 발언했다.

 

장진숙 울산적폐청산시민연대 상임대표는 12월 23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정치자금법과 뇌물죄울산지방검찰청 현직검사를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장 상임대표는 이 사건에서 울산적폐청산시민연대는 검찰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봐줬다는 확신이 있이 사건만 놓고 봐도 정치검찰이 자유한국당과 유착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검찰은 공정한 관심공정한 수사공정한 기소를 해야 하는데선택적 관심선택적 수사선택적 기소만을 하고 있다울산적폐청산시민연대는 검찰이 개혁될 때까지 끝까지 촛불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라고 밝혔다.

 

포항에서 올라온 오영숙 씨는 연설을 통해 윤석열 사퇴를 주장했다.

오영숙 씨는 연설에서 “6개월간 윤석열이 나라를 어떻게 교란했는지 똑똑히 보았다국가공무원의 신분으로 법과 질서를 교란한 윤석열을 통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절절히 느꼈다포항에서도 행동하는 시민들은 매일 아침 출근길에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외쳤다민주 시민들은 나라를 위태롭게 세력 어떠한 모략과 공갈도 이겨 낼 힘을 광장에서 보여주었다대한민국 검사 윤석열은 나라를 어지럽힌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할 것을 민주 시민들의 이름으로 명령한다라고 강조했다.

 

▲ 정해랑 광화문촛불연대 공동대표는 선언문을 통해 2020년, 민주개혁 세력 완전 승리의 해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 김영란 기자

 

▲ 포항에서 올라 온 오영숙 씨는 발언에서 윤석열 사퇴를 주장했다.     © 김영란 기자

 

▲ 촛불 문화제에서 노래 공연을 하는 홍덕화 씨     © 김영란 기자

 

▲ 이날 촛불 문화제에는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진보적인 유튜버들이 참여했다. 진보적인 유튜버들을 대표해 정치일학은 무대에서 “이번 총선은 한일전이다. 진보적인 유튜버들이 제1선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 김영란 기자

 

▲ '김말순 TV'를 운영하는 진보 유튜버 김말순 씨가 '토착왜구당 꺼지숑' 노래를 부르고 있다.   © 김영란 기자

 

▲ 촛불문화제에서 노래패 '우리나라' 적폐청산가를 부르고 있다.     © 김영란 기자

 

▲ 촛불문화제에서 대진연 에술단이 '뛰어'라는 노래와 율동공연을 하고 있다.     © 유승우

 

촛불 문화제에는 노래패 우리나라’, 대진연 예술단윤광혹 목사민중가수 홍덕화 씨가 나와 공연을 펼쳤다문예 공연은 검찰 개혁촛불 시민 단결로 적폐를 청산하자총선에서 승리하자는 내용이었다.

 

이날 촛불 문화제에는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진보적인 유튜버들이 참여했다진보적인 유튜버들을 대표해 정치일학은 무대에서 이번 총선은 한일전이다진보적인 유튜버들이 제1선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특히 김말순 TV’를 운영하는 유튜버 김말순은 무대에 올라 토착왜구당 꺼지숑이라는 노래공연을 했다.

 

토착왜구당 토 나와 꺼져착한 척 마라 토 나와 꺼져왜구인 걸 모두가 다 아는데구라치지 말고 꺼지셩당장 꺼져 당장 꺼져토착왜구당 당장 꺼지셩// 토착왜구당 토 나와 꺼져착각하지 마 한 표도 안 줘왜인지는 니들이 더 잘 알잖아구차하게 큰절 따윈 하지 마/당장 꺼져 당장 꺼져토착왜구당 당장 꺼지셩당장 꺼져 당장 꺼져토착왜구당 당장 꺼지셩

 

이날 촛불 문화제에는 수도권을 비롯해 울산대구포항대전광주 등에서 온 시민들도 함께 했다.

 

아래는 2020 광화문촛불 선언문 전문이다.

 

-------------------아래-------------------------------------------

 

[2020 광화문촛불 선언문]

 

  2020년을 민주개혁세력 완전 승리의 해로 선포한다!!!

 

  2019년 기미년이 가고, 2020년 경자년이 밝았다.

  2019년은 3.1만세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였다.

  이제 2020년은 민국 선포 101년이 되는 해로 우리는 지난 100년과는 다른 100년을 새로이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땅에 평화를 정착시켜야 하고갈라진 조국을 통일해야 한다외세의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자주의 나라를 만들어야 하고누구나 차별받지 않는 평등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우리 후손 대대로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생태 문명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길을 가로막는 자들이 있다.

  해방 공간의 반민특위가 민족을 분열시켰다는 따위의 망언을 하는 자들이 있다.

  사법농단으로 징용배상 판결을 지연시키고이른바 위안부 합의라는 것을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일본 정부와 일방적으로 맺은 자들이 있다.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적 침략에도 무릎 꿇어야 한다는 자들이 있다.

  동포인 북은 원수로 알고미국의 굴욕적인 요구에는 침묵하며부당한 압력에 항의라도 하면 난리를 치는 자들이 있다.

  평화와 민족 화해에는 쌍심지를 켜고 방해하고긴장과 대립만이 자신들의 살 길인 양 행동하는 이들이 있다.

  친일잔재 청산을 방해하고 장기집권을 위해 초등학생을 비롯한 시민에게 총탄을 퍼부었던 독재자 이승만을 국부라고 떠드는 자들이 있다.

  군대를 동원하여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헌법도 마음대로 고쳐서 영구집권하려고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 가두었던 독재자 박정희를 떠받들고 있는 자들이 있다.

  박정희의 뒤를 이어 군대로 헌정 질서를 뒤엎고이에 항의하는 광주의 시민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살육한 전두환을 여전히 두호하는 자들이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군 소행이라는 망언을 하고, 518 유공자를 괴물이라고 하는 등 공공연히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부정하는 자들이 있다.

  국가권력을 이권처럼 생각하며 대대손손 이어가야 할 우리의 강산을 검은 돈을 위해 헤집어 놓고노동자들이나 빈민들의 생존권투쟁은 무자비하게 짓밟은 자들이 있다.

  수백 명이 탄 세월호가 침몰해 가는데도 구조를 방기하거나 막아서 304명이나 목숨을 잃게 하고이후에는 온갖 권력을 동원하여 진상 규명을 방해한 자들이 있다.

  국민을 항시 감시의 대상으로 만들고 국정을 농단하다가 마침내 국민들의 촛불항쟁으로 권좌에서 쫓겨나려 하자 친위쿠데타를 통해 내란을 일으키려 한 자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모든 허물을 덮고 합리화하기 위해 이제 비로소 제대로 진실을 가르치기 시작한 역사 교과서를 비난하며 다시 옛날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이 모든 짓을 저질렀고 저지르고 있는 자들이 누구인가이들은 모두 하나다이들은 모두 수구토착왜구이다이들이 지금토착왜구당이라는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국민들이 피땀 흘려 이루어낸 민주주의를 뒤엎으려 하고 있다.

  그들은 감히 민주주의라는 말을 쓰고 있다그들의 뻔뻔스러움에 우리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어찌 그들이 민주주의를 입에 담을 수 있는가민주주의가 피를 흘리면서 자라왔다면 그 피를 흘리게 하고 압살하려고 한 자들이 그들 아닌가?

  이들과 한 패가 되어 식민지시기에는 친일을 하고독재정권 때는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수많은 기자들을 내쫓았으며이제는 스스로 권력이 되어 자신들의 일족이 저지른 범죄마저 은폐하는 매국 언론 조선 동아가 있다.

  군사독재정권에서 정권의 전위부대 역할을 한 정치군인이 있었다면 이제는 수구세력의 첨병 구실을 하는 정치검찰이 있다.

 

어찌 이런 자들이 활개 치고 있는데 자주 평등 상생의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단언한다.

2020년은토착왜구당이 해체되어 정치권에서 영원히 추방되는 해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조선 동아와 같은 반민족신문이 폐간되는 해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수구세력의 첨병이 된 정치검찰이 완전히 뿌리 뽑히는 해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민국 100년과는 다른 100년을 향하여 가는 데 커다란 장애물이 되는 이들을 남김없이 쓸어버릴 것을 천명한다.

  그리하여 2020년 경자년은 민주개혁세력이 완전히 승리하는 한 해가 되어 진정한 자주 평등 상생의 세상을 향하여 나아가는 희망찬 한 해가 될 것임을 선포한다!

 

2020년 1월 11

민주진보유튜버연대(가칭)

윤석열사퇴를 위한 범국민응징본부

광화문촛불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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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감옥서도 쌍용차 팔아…이명박근혜 때보다 싸우기 힘들다”

[커버스토리]한상균 “감옥서도 쌍용차 팔아…이명박근혜 때보다 싸우기 힘들다”

평택 |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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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복직투쟁 나선 한상균

한상균씨는 매일 새벽 4시쯤 눈을 뜬다. 감옥생활을 오래 하며 굳어진 습관이다. 아침을 먹은 지도 오래됐다. 출근을 하지 않는데 아침을 먹는 것이 어색하고 내키지 않아 자연스레 그렇게 됐다고 했다. 평택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한상균씨는 매일 새벽 4시쯤 눈을 뜬다. 감옥생활을 오래 하며 굳어진 습관이다. 아침을 먹은 지도 오래됐다. 출근을 하지 않는데 아침을 먹는 것이 어색하고 내키지 않아 자연스레 그렇게 됐다고 했다. 평택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10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은 ‘출근 투쟁’…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쌍용차 노동자 인터뷰

한상균씨(58)는 교도소 안에서도 차를 팔았다. 그는 영업사원은 아니다. 조립라인에서 SUV를 만들었다. 2009년 쌍용자동차가 대량 정리해고를 발표하기 전까진 그랬다. 한씨는 그때 노조위원장(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었고, 77일 동안 옥쇄파업을 지휘했다는 이유로 수감됐다. 2015년엔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해 다시 수감됐다.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까지 5년6개월을 감옥에서 살았다. 

“교도관들이 쌍용차랑 다른 회사 차 사양을 들고 와서 비교해달라는데 솔직히 그 안에서 제가 성능을 뭘 얼마나 알겠어요. 그냥 조금 포장해서(웃음), ‘우리 꺼’ 사라고 했죠.” 출소 이후에도 그에게 “쌍용차를 사도 되겠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100명이 넘었다. 영업소를 소개해줬다. “참 묘한 거예요. 나는 해직자고 회사에서 탄압도 받았지만, 가슴은 그렇게 움직이더라고요. 내 청춘을 바친 나의 회사라는 생각이 있는 거예요.” 

2009년 발생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은 많은 이들의 삶을 바꿨다. 2646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전국으로 흩어졌다. 한씨의 삶도 그해를 기점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1985년 거화자동차에 입사한 그는 24년 동안 자동차를 만들었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냈고, 지난해 특수고용노동자 등 노조활동과 노조법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권리찾기 유니온’을 설립한 그는 지금 한국의 대표적인 노동활동가다. 그러나, ‘노동자 한상균’의 꿈은 한결같았다. 아침에 출근해 일하고 퇴근하는 일상을 사는 것, 자동차를 만들다 정년퇴직하는 것. 

한씨와 같은 소망을 가진 쌍용차의 ‘마지막 복직자’ 46명은 지난해 12월24일 무기한 복직연기 통보를 받았다. 2018년 노·노·사·정(기업노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쌍용차, 정부) 합의에 따라 2020년 1월부터 부서 배치가 될 거라 믿었던 그들은 1월7일부터 회의실로 출근해 ‘출근투쟁’을 벌이고 있다.

전국의 분쟁현장을 다니는 한씨도 복직이 무기한 연기된 46명 중 한 명이다. 10년7개월 동안 해고자와 가족 등 30명이 세상을 떠났다. 46명은 지난해 회사와 근로계약서를 쓰고도 사번만 있을 뿐 사원증은 받지 못해 회사에 ‘방문객’으로 들어간다. 복직예정자들은 지난 9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휴업(직)·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한씨는 “46명이 모두 복직한다고 해도 결코 승리한 투쟁이라고 할 수 없다. 너무 큰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복직투쟁에 나선 한씨를 지난 6일 경기 평택 쌍용차지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일상적 노동과 정당한 대가
 

한상균씨(앞줄 왼쪽) 등 쌍용자동차의 마지막 복직 예정자 46명이 지난 7일 첫 ‘출근투쟁’에 나섰다. 이들은 복직을 1주일여 앞두고 ‘무기한 복직 연기’ 통보를 받았다.  우철훈 선임기자

한상균씨(앞줄 왼쪽) 등 쌍용자동차의 마지막 복직 예정자 46명이 지난 7일 첫 ‘출근투쟁’에 나섰다. 이들은 복직을 1주일여 앞두고 ‘무기한 복직 연기’ 통보를 받았다. 우철훈 선임기자

|올해 1월 출근하는구나 했는데… 
복직 일주일 앞두고 받은 문자 1통
나를 포함 46명 ‘무기한 복직 연기’ 
복직 예정자들 모여 울음바다
당사자들 뺀 노사합의 인정 못해
 

- 출근하기로 한 날, 출근투쟁을 시작하네요. 

“음…일상을 다시 찾는다는 것이…이렇게 어렵구나…싶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아이들한테도 아빠는 늘 빈자리였고, 가장 역할도 못했어요. 2020년 1월이 되면 작업복 입고 출근하는 뒷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동안 저희(쌍용차 해고자들)에게 보여준 수많은 연대와 사랑, 따뜻한 마음을 조금 갚을 수 있겠구나도 생각했고요.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지난달에 ‘손잡고(노동자를 상대로 한 파업 손해배상 소송을 지원하는 시민단체)’에 월 정기후원을 신청했거든요. 이런 식으로 앞으로 조금씩 갚아나가야지 생각하니 뿌듯했는데…이렇게 됐네요.” 

- 복직을 1주일여 앞두고 회사로부터 ‘무기한 복직 연기’ 통보를 받았죠.

“먼저 문자메시지로 통보를 받았고, 며칠 뒤에 가정통신문이 왔어요.(회사와 기업노조가 무기한 복직 연기에 합의한 사실이 크리스마스이브에 알려졌고 27일 문자메시지로 통보 받았다.) 저도 한 노동자이고 한 명의 인간인데…먹먹했죠. 쌍용차 해고자 복직문제는 ‘노노사정’이 합의한 특별한 케이스잖아요. 사회 여러 주체들이 나서서 복직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서 이룬 ‘쌍용차 사태 10년’의 마무리였어요. 세상은 다 그렇게 알고 있는데 갑자기 기한도 없는 휴직이라뇨. 게다가 이런 합의에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노조(기업노조)가 나서다니…. 회사 이미지에도 치명적이에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에요.”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와 파업 이후, 회사 안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별도로 기업노조가 만들어졌다. 2018년 9월21일 두 노조(기업노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쌍용차, 정부(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노노사정 합의서’를 작성했다. “회사는 복직대상 해고자를 2018년 말까지 60% 채용하고 나머지 해고자는 2019년 상반기 말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한다. 2019년 상반기 대상자 중 부서배치를 받지 못한 복직 대상자에 대해 2019년 7월1일부터 2019년 말까지 6개월만 무급휴직으로 전환 후 2019년 말까지 부서배치를 완료한다.” 이 합의에 따라 46명은 2019년 7월1일부터 무급휴직을 시작했고, 2020년 1월1일 복직 및 부서배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회사는 두 노조 중 기업노조와 합의를 통해 46명에 대해 복직연기를 통보했다. “휴직 종료일은 라인 운영 상황에 따라 추후 노사합의한다”고만 명시했다. 기업노조는 쌍용차가 ‘유니온숍(입사하면 자동으로 노조에 가입하는 형태)’이라는 이유로 복직자 및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복직예정자들에 대한 합의 권한도 있다는 주장이지만, 복직예정자들의 주장은 다르다.

지난해 10월 기업노조가 2020년 1월 복직할 것을 전제로 복직예정자들에게 보낸 공문을 보면 “2020년 1월25일 노동조합비 자동납부와 함께 쌍용자동차노동조합(기업노조)에 가입됨을 알려드린다”고 돼있다. 복직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조비를 낸 사람도 없고, 당연히 아무도 기업노조 조합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복직예정자들을 법률지원하고 있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의 장석우 변호사는 “이 공문대로라면, 기업노조는 복직예정자들의 휴직 여부를 두고 회사와 합의할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다들 충격이 컸을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복직예정자들이 모여서 얘기를 하는데 울음바다였어요. 평소에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거든요. 10년7개월 동안 얼마나 가슴 속에 한이 많았겠어요. 20대에 해고된 동지들은 30대가 됐고, 40대는 50대가 됐죠. 저도 정년이 얼마 안 남았어요. (쌍용차 정년은 만 60세다. 46명 중 6명은 정년까지 1~5년 남은 상태다.) 그 아팠던 시간을 뒤로하고, ‘나는 이제 다시 일하러 간다’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가족, 친지, 친구들로부터 축하도 받고 굉장히 들떠 있는 상황이었어요. 먼저 복직한 동지들을 보면서 ‘최고의 치유는 복직’이라는 걸 우리가 절실하게 알게 됐어요. 그 동지들을 만나면, 본인이 뭐라고 말은 안해도 얼굴에 다 쓰여 있어요. ‘지금 행복하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고요. 그런데 그 가느다란 희망의 끈을 회사와 기업노조가 일방적으로 잘라버린 거죠. 한 동지는 밧줄을 들고 몇 번이나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왔대요. 너무 억울해서 못 죽겠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울었죠. 30명이 세상을 떠났어요. 사회적 타살이잖아요. 지금도 46명 중에 7~8명 동지들이 연락이 안돼서 정말 불안합니다. 계속 수소문하고 있어요.” (연락이 닿지 않았던 복직예정자들은 1월7일과 8일에 걸쳐 어렵게 소재가 확인됐다.) 

|통상임금의 70%는 받지 않냐고? 
기본급이 적은 쌍용차 임금 구조
잔업 수당 없으면 생계 유지 안돼 
복직이 경영에 타격 주지도 않아

회사는 46명에게 임금·상여의 70%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복직예정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득중 쌍용차 지부장은 “쌍용차 임금구조는 기본급이 적고 잔업에 따른 수당을 받아야 생계가 유지될 수 있는데, 통상임금의 70%만 받아서는 생활을 꾸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임금을 70%만 받는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기도 어려운데다, 서류상으로는 지난해 7월1일부터 쌍용차 직원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이들은 일상적인 노동과 그 노동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원한다. 한상균씨는 “복직은 해고 이후 부정당한 인생의 공백기를 다시 이어주는 계기로 생각하고 있다. 그 많은 트라우마와 상처를 치유하는 유일한 길은 아픔을 당한 현장으로 돌아가서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경영상의 위기를 말하고 있지만, 노조는 “사회적 합의를 진행할 때 올해 정년퇴직자들의 수를 이미 감안했기 때문에 복직으로 인한 비용발생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해고자들을 법률지원하고 있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법리상 다수의 당사자가 참여해 성립한 법률관계는 그중 일부 당사자(쌍용차와 기업노조)가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며 “막연히 경영상 어렵다거나 추가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것만으로 휴직 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복직을 1주일 앞둔 상황에서 당사자들 모르게 노사합의를 한 것은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상균씨가 민주노총 위원장이던 2015년 9월22일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머리띠를 매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상균씨가 민주노총 위원장이던 2015년 9월22일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머리띠를 매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09년 9월10일 선고된 판결에서 대법원은 “휴직명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당해 휴직명령 등의 경영상의 필요성과 그로 인해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휴직명령 대상자 선정의 기준이 합리적이어야 하며,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과의 협의 등 그 휴직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복직예정자들은 이 기준에 따라 휴직 대상자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도 모르게 회사가 기업노조와 일방적으로 합의한 휴직결정은 무효라는 주장이다.

- 회사가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요. 강성 이미지의 한상균씨가 복직하면 기업노조 외에 다시 쌍용차 지부 노조가 활성화될 것이고 그것이 부담스러워서 복직을 미룬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법으로 노조활동이 보장돼있는 나라입니다. 만약 이번에 복직합의를 파기한 것이 그런 이유에서라면…지금 쌍용차 노무관리자들의 수준이 그 정도라면 굉장히 불행한 회사인 거죠.”

- ‘노동자 한상균’의 삶은 쌍용차 파업 이후 급변했습니다. 이런 오늘을 예상했었나요.

“전혀요. 저는 소심해서 지금도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부끄럽고 긴장돼요. 책 읽는 것을 좋아했지만 특별히 꿈도 없었어요.” 

전남 나주가 고향인 한씨는 1985년 우리나라 최초의 지프차를 생산한 거화자동차에 입사했다. 동아자동차가 거화를 인수하고, 동아차는 쌍용차에 인수됐다. 한씨는 그렇게 쌍용차 직원이 됐다. 한씨는 “쌍용그룹이 워크아웃돼서 다시 대우차가 인수하고, 다시 대우가 워크아웃되고 이번에는 상하이차로 들어가고 다시 마힌드라가 인수하고…. 그 과정을 하나도 피할 수 없는 인생이었다”고 말했다.(쌍용차 해고노동자 르포 <그의 슬픔과 기쁨> 중) 
 

2008년 노조위원장(쌍용차 금속노조 지부장)이 된 뒤, 2009년 대량해고가 발표됐고 77일간 옥쇄파업을 지휘했다. 경찰특공대가 폭력적인 진압작전을 벌인 뒤 파업은 끝났다. 한씨는 감옥에 갔다. 그는 화성교도소 독방에서 22명의 동료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22개의 만장을 걸어놓고 홀로 장례를 치렀다. 그가 출소하던 날, 동료들은 흰 두부를 교도소 담장 안쪽으로 던졌다.

한씨는 출소 3개월 만에 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에 올라가 171일 동안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는 고공농성을 했다.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가 직선제로 바뀐 2014년 첫 선거(임기는 2015년부터 시작)에서 그는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박근혜 정부 때였고 임기 1년 동안 거의 수배자로 살았다.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또 독방이었다. 그 독방에서 한씨는 교도관들의 노동권 상담도 해주고, 쌍용차 영업도 했다.

|내가 왜 화합의 상징입니까 
문 정부 ‘특사’로 출소했지만
감옥엔 여전히 억울한 노동자 많아 
전국 농성장의 동지들 생각하면
축하한다는 말에 난감·속상·복잡
 

- 지난해 12월30일에 법무부가 발표한 ‘2020년 신년 특별사면대상’에 포함됐습니다.(그는 이광재 전 의원, 곽노현 전 교육감 등과 함께 사면됐다.) 

“왜 한 건지 잘 모르겠어요. 감옥 안에 억울하게 형을 살고 있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아요. 화합차원이라는데 제 사면이 뭘 어떻게 화합한다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전형적인 문재인식 이벤트성 사면이라고 봐요. (법무부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의 실현을 위한 노력과 화합의 차원에서 복권했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한씨의 사면을 요구했으나, 정부 출범 3년5개월이 지난 후에야 이뤄졌다.) 지금 전국의 농성장에서, 차디찬 아스팔트에서, 고공농성장에서 힘들게 싸우는 사람들이 많아서…저는 민망하고 속상하고 마음이 복잡한데, 자꾸 여기저기서 축하한다며 소감을 물어서 참 난감했습니다.” 

◆“정부 노동철학 빈곤…이명박근혜 때보다 싸우기 힘들다”
 

한상균씨가 지난 6일 경기 평택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만났다. 한씨는 “누구도 고립되지 않고, 체념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평택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한상균씨가 지난 6일 경기 평택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만났다. 한씨는 “누구도 고립되지 않고, 체념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평택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노동존중’ 구호가 ‘재벌존중’으로 바뀌는 시간이 너무 짧았어요. 최저임금 삭감법 통과(2018년 5월28일)는 문재인 정부의 반노동법 1호예요. 최저임금 프레임을 사용자단체와 보수진영에서 공격하니까 속수무책으로 당했죠. 노동철학이 빈곤해서 생긴 문제예요. 그러다 보니까 재벌에 물려버렸어요. 노동시간 단축, 탄력근로제 등등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킬 수밖에 없는 이런 법안들을 문재인 정부에서 버젓이 논의하고 있단 말입니다. 특히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보세요. 준공기업, 지방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실질적 사용자는 국민의 세금을 집행하는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민간기업에서처럼 굉장히 반노동적 행태를 보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들이 지금 공공기관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톨게이트 노동자 1500명에 대한 해고예요. 법원에서 이들을 한국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라고 인정하고 노동자 승소판결을 내렸는데도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하지 않고 있잖아요.” 

|촛불 정부 기대 컸는데… 
인천공항서 공공 정규직화 선언
문 대통령은 다르구나 여겼는데 
어느 순간 노동존중 → 재벌존중

-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이명박은 사용자로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어서 노동조합을 어떻게 무력화시켜야 할지 너무 잘 알았죠. 그래서 복수노조 설립, 타임오프제 등을 히든카드로 꺼내서 노동조합과 활동가들의 손발을 묶어버렸어요. 실제로 그 두 정책이 시행되고 민주노조가 많이 무너졌어요. 전 국민을 ‘의자놀이’로 내몰려던 의도가 분명했고, ‘정리해고는 사용자가 마음대로 할 건데 여기에 까불면 쌍용차처럼 당한다’ 이런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이명박이 기획한 조직노동자들의 무력화 1단계는 대성공을 거둔 거예요. 박근혜 정권은 내용적 파괴를 하려고 했죠. 아예 대놓고 ‘쉬운 해고’를 하도록 하고, 파견업종을 확대해서 비정규직을 전 사업장에 투입할 수 있게 하려고 했죠. 공안 탄압을 하고 노골적인 공격을 자행했지만, 스스로 무너져서 결국은 박근혜 본인이 감옥에 갔어요.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역대 모든 정권에서 ‘노동개악’이 이뤄졌는데 박근혜 정부에서만 못했어요. 아이러니한 거죠. 가장 적폐정권이었고, 가장 반노동정권이었는데.” 

|현 정부 노동정책은 
반노동 1호 ‘최저임금 삭감법’
후퇴 또 후퇴 ‘무늬만 김용균법’ 
노동시간 단축·탄력근로제 등
노조 무력화되는 법안 버젓이
 

- 문재인 정부와 싸우는 게 더 힘들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부’잖아요. 기대가 많았죠. 취임 초에 인천공항공사 방문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부로 거듭나겠다’고 굉장히 의미 있는 첫 행보를 했죠. 저도 박수를 쳤고, 뭔가 다르구나 했어요. 그런데 지금 어떻습니까. ILO(국제노동기구)협약비준도 회피하고 있죠. 김용균이라는 청년의 죽음에 우리가 너무 아파했는데, 김용균법도 줄줄이 후퇴해서 ‘무늬만 김용균법’으로 남았죠. 전교조 문제는 대통령이 팩스 한 장만 보내면 처리될 문제입니다. 왜 자신이 가진 힘을 온전하게 쓰지 않는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문재인 정부와 싸우는 게 훨씬 더 힘들어요. 처음엔 어, 뭐지…? 우리도 혼선이 있었어요. 지금은 확실해요. 노동철학이 빈곤한 정부입니다.”

- 민주당이 다수당인데도 중대재해처벌법 등 여러 노동현안이 처리되지 않고 있죠.

“현재 국회의 주류세력은 86세대잖아요. 극우보수와 중도보수의 길로 나뉘어 있는데, 두 주류의 사상적 근거는 원래 노동자와 농민 존중이었어요. ‘노동자와 농민이 이 사회에 주인이어야 한다’ 이게 분명했었거든요. 근데 어느 순간 이게 다 사라진 거예요. 이제 본인들이 지킬 것이 많아진 사람들이 돼버린 거죠. 최저임금 삭감법을 통과시킬 때 국회의원 300명 중에 반대한 의원이 24명밖에 안됐어요.” 

|정부에 고하는 말 
삼성 김용희 강남역 고공농성 등
전국의 억울한 노동자들 아우성 
노동 현실 아프게 받아들이고
지금이라도 궤도 수정했으면
 

- 전국의 투쟁 현장을 많이 다녔죠. 어떤 곳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까.

“1주일에 3번쯤 지방에 가요. 가야 할 곳이 너무 많죠. 뭐 저 혼자 가서 무슨 도움이 될까 싶지만, 가지 않고서는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경남 양산에서) 영남대병원 고공농성장까지 걸어갔죠. 각자의 역할을 통해서 마음을 모아내고, 이런 상황들을 세상에 알리려는 거죠. 저도 여기저기 많이 다니고 노동조합이 여러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현장에 가보면 공허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강남역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김용희씨가 많이 생각나요. (김씨는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됐고, 삼성의 사과와 복직을 요구하며 2019년 6월부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제가 그곳에 두 번 올라갔는데 허리를 펴기도 어려울 정도로 열악해요. 제가 김용희 동지한테 내려와서 증언자로 전국을 돌면서 이야기하라고 제안했어요. 그런데 본인이 그곳에 올라갈 때 자신과 한 약속이 있대요. 최소한 삼성의 사과라도 받아야 땅을 밟겠다고요. 그분도 자신이 고공농성을 한다고 해서, 삼성의 노조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러나 삼성이 저지른 짓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정당한 사과를 받고 싶은 거죠. 이런 일들이 사실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오체투지, 삼보일배, 고공농성, 단식, 삭발… 그런 거예요. 그게 아니면 알릴 방법이 없으니까 자기 몸 상해가면서까지 하는 거죠. 이 정권이 이런 상황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지금이라도 제발 궤도를 수정했으면 좋겠어요.”

- 총선 때 노동자정치는 어떻게 세력화해야 할까요. 

“노동조합과 노동자정치는 떼려야 뗄 수가 없어요. 문제는 실력이죠. 노동자들이 집권하는 개혁이 분명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동자들의 삶을 책임지는 정치를 더 이상 누군가가 대신 해주길 기대해선 안되는 거죠. 정치인들한테 다 맡겨놓고, ‘엘리트가 다 알아서 해줘라’ 하는 순간 한국사회는 훨씬 더 야만적인 사회가 될 거라고 봐요. 민주노총은 100만 조직이잖아요. 마음만 먹으면 뭘 못하겠어요.” 

|총선? 다시 민주노총 위원장? 
노동자들이 집권하길 바라지만
난 ‘영원한 노조 조직부장’ 꿈꿔 
대단한 뭔가 할 수 있단 생각은
만용이었단 걸 수감생활서 느껴
 

- 총선에 출마하거나, 내년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다시 나설 생각은 없습니까.

“없어요. 저는 ‘영원한 민주노총 조직부장’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이미 위원장도 했잖아요.(그는 3년 임기 중 2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저는 소외된 더 많은 노동자들을 찾아가는 역할을 하려고 해요. 오늘 인터뷰를 통해서, 민주노총에 공식적으로 요청 드립니다. 지도위원 말고 ‘조직부장’ 명찰 하나 주세요.(웃음)” 

- 쌍용차 10년 투쟁을 이끌고, 민주노총 위원장을 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본인의 이름이 어떤 상징이 되는 삶에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나요. 

“도망가고 싶다고 도망가지나요. 저를 폭도로, 1급 수배자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아요. 아직도 대한문 앞을 지나가면 빨갱이라고 하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그래요. ‘제가 빨갱이라면 이 나라는 빨갱이가 더 많아야 잘됩니다.’ 민주노총보고 귀족노조라고 하면 ‘100만 조합원이 귀족노조해선 대한민국은 비전이 없소. 2000만 노동자가 다 귀족노조가 되는 그날까지 우리는 쉼 없이 갈 겁니다’라고 합니다. 사상과 신념은 총알로도 뚫을 수 없다는데, 그분들의 사상과 신념이 누구로부터 왜곡돼서 전해진 것이라고 해도 어떻게 갑자기 바뀌겠어요. 같이 욕할 필요 없고, 어떨 땐 조크를 하기도 하고, 어떨 땐 설명을 하기도 하죠. 

- 그래도 절망하고 체념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을 것 같아요. 

“제가 감옥에서 느낀 게 ‘비움이 참 어렵구나, 내가 대단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대단한 만용이다’였어요. 이런 제 한계를 알아가는 시간이었고, 그걸 알고 나니 좀 편해졌어요. 쌍용차 동지들이 처음엔 그냥 평범한 노동자들이었는데 10년 세월을 거치면서 정말 훌륭한 투쟁가가 됐어요. 자기보다 더 동료를 사랑하고 믿는 사람들이죠.” 

- 지난해 10월에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권리찾기 유니온 ‘권유하다’를 출범시켰죠. 잘 되고 있습니까. 

“2월4일 오후 6시에 플랫폼을 오픈해요.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이 체념하지 않고,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전국에서 폭발적으로 접속해서 지금 국회가 하지 못한 일을 해냈으면 좋겠어요. 근로기준법이라는 최소한의 법조차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약 1000만명 정도로 추산됐는데, 정확한 통계도 없어요. 우리는 늘 ‘우리’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립된 사람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쉬워요. 쌍용차도 절망적일 때 정말 많은 분들이 달려와서 손을 잡아주셨잖아요. 그 고마움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큰 역사도 물꼬는 소수가 트고, 그것을 본 궤도에 올리는 것은 그에 동의하는 민중들이잖아요. 경향신문 독자분들도 지금 이 노동자들의 미래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라고 생각하시고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누구도 우리를 대신해주지 않잖아요,” 

- 노동활동가 말고 ‘그냥 한상균’이라는 사람의 일상은 어떻습니까. 자녀분(딸과 아들)들의 입학식과 졸업식 사진을 한 번도 같이 찍은 적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네…아이들이 가장 예민할 때 곁에 있어주지 못했죠. 감옥에 있을 때 아이들이 봤으면 하는 책에 편지를 써서 보내주면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어요. 저는 사실 소소한 일상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한 1~2년은 평범한 일상을 누리면서, 가족들이 받은 상처를 함께 치유하고 싶기도 합니다.”

-다시 복직문제를 얘기해볼까요. 남은 46명의 복직은 잘 이뤄질 수 있을까요.

“옳지 않은 일들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알고 있어요. 46명은 사회적 합의대로 반드시 회사로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공장’이에요. 쌍용차 문제는 부당정리해고가 얼마나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줬고, 또 한편으로는 따뜻한 사회적 연대의 힘이 얼마나 소중한가도 알려줬어요. 우리들(해고자들) 몸에 옹이가 참 많은데요…이번에 하나 더 생겨버렸네요. 46명이 다 복직한다고 우리가 승리했다고 보진 않아요. 저는 ‘승리’라는 표현은 못쓰겠습니다. 30명의 동지들이 떠났고…참 너무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래도 꼭 마지막까지 잘 해결해서 동지들과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1110600055&code=940100#csidx4a3720b418da76580ec46409181b1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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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북미 대화 안되면 남북이 돌파구 마련해야"

미국만 나서서 되는 것 아냐…북한 긍정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2020.01.10 14:55:40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북미 간 대화가 중요하다면서도 계속 교착 상태에 머물러있게 된다면 남북 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는 9일(현지 시각) 문 특보가 뉴욕 코리아소사어티의 비공개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문 특보가 "북미 대화가 제일 중요하지만, 풀리지 않으면 제2 또는 제3의 방법이 필요하다. 한국이 북한과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통신은 그가 "북미 교착상태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남북관계를 개선함으로써 북미 관계를 풀어갈 수 있지 않겠느냐"라며 사견을 전제로 "남북 또는 중·러가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돌파구를 만드는 등 유연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다만 이러한 구상에 대해 미국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오랜 지인인 국무부 고위관리가 '미국의 외교정책에는 아웃소싱(외주)이 없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북한의 비핵화가) 사활이 걸린 문제다. 미국이 전향적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미국도 이젠 생각의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 미국도 외교정책을 아웃소싱할 필요가 있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러면서 문 특보는 지난 7일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를 언급하며 "미국 행정부가 문 대통령 신년사를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한국의) 독자 행동을 우려하기도 하는데, 유엔 제재 하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할 것"이라며 통일부·외교부 등 정부에서 "창조적인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특보는 "워싱턴에 가니까 '문재인 신년사' 걱정을 많이 하는데 미국만 나서서 되는게 아니다"라며 "북한이 긍정적으로 나와서 화답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미국과 잘 얘기가 되지 않으면 우리와 얘기해서 잘 해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미 관계가 잘 돼야 남북·한미 관계 잘 된다는 '북미 우선주의' 접근으로 했는데 안 풀린 것"이라며 "남북이라도 해서 잘 되게 해야 한다. 중재보다는 촉진자 역할"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해 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결의안에 대해 "북한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 해볼 만한 카드"라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호르무즈 파병 문제와 관련, 문 특보는 "미국-이란 분쟁과 전투의 형태가 구체화하면 미국이 요청할 텐데 그때 판단해야 한다"며 "아직 전투가 어디서 어떻게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어디로 보내느냐. 북한의 위협도 있는데 현역군인을 보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북미 간 대화가 중요하다면서도 계속 교착 상태에 머물러있게 된다면 남북 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는 9일(현지 시각) 문 특보가 뉴욕 코리아소사어티의 비공개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문 특보가 "북미 대화가 제일 중요하지만, 풀리지 않으면 제2 또는 제3의 방법이 필요하다. 한국이 북한과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통신은 그가 "북미 교착상태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남북관계를 개선함으로써 북미 관계를 풀어갈 수 있지 않겠느냐"라며 사견을 전제로 "남북 또는 중·러가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돌파구를 만드는 등 유연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다만 이러한 구상에 대해 미국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오랜 지인인 국무부 고위관리가 '미국의 외교정책에는 아웃소싱(외주)이 없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북한의 비핵화가) 사활이 걸린 문제다. 미국이 전향적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미국도 이젠 생각의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 미국도 외교정책을 아웃소싱할 필요가 있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러면서 문 특보는 지난 7일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를 언급하며 "미국 행정부가 문 대통령 신년사를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한국의) 독자 행동을 우려하기도 하는데, 유엔 제재 하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할 것"이라며 통일부·외교부 등 정부에서 "창조적인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특보는 "워싱턴에 가니까 '문재인 신년사' 걱정을 많이 하는데 미국만 나서서 되는게 아니다"라며 "북한이 긍정적으로 나와서 화답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미국과 잘 얘기가 되지 않으면 우리와 얘기해서 잘 해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미 관계가 잘 돼야 남북·한미 관계 잘 된다는 '북미 우선주의' 접근으로 했는데 안 풀린 것"이라며 "남북이라도 해서 잘 되게 해야 한다. 중재보다는 촉진자 역할"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해 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결의안에 대해 "북한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 해볼 만한 카드"라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호르무즈 파병 문제와 관련, 문 특보는 "미국-이란 분쟁과 전투의 형태가 구체화하면 미국이 요청할 텐데 그때 판단해야 한다"며 "아직 전투가 어디서 어떻게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어디로 보내느냐. 북한의 위협도 있는데 현역군인을 보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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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노무현·강금실에 대든 검찰, 이번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인사에 공개적인 검찰 반발 없어... '검찰공화국' 이대로 저물까

20.01.10 20:46l최종 업데이트 20.01.10 20:54l

 

윤석열, 추미애 장관 예방 위해 법무부 도착 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오후 법무부 외청장들의 추미애 신임 법무부장관 예방에 참석하기 위해 경기도 과천 법무부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 윤석열, 추미애 장관 예방 위해 법무부 도착 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오후 법무부 외청장들의 추미애 신임 법무부장관 예방에 참석하기 위해 경기도 과천 법무부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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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을 뒤흔들어놓은 법무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도 검찰 내부의 공개적인 반발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두고 떠들썩하지만, 대검찰청과 서울고등·중앙지방검찰청이 있는 서울 서초동은 조용하다. 17년 전 검찰이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에 전면적인 반기를 들었을 때와 크게 다른 모습이다. 

이를 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검경수사권 조정과 맞물려 검찰 위상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7년 전 검찰의 집단 반발
 

 2008년 참여정부 출범 13일 만에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전국 검사와의 대화 모습
▲  2003년 참여정부 출범 13일 만에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전국 검사와의 대화 모습
ⓒ 청와대 공동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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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지난 2003년 3월 9일 노무현 대통령이 전국에 생중계된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한 말이다. 이는 검찰개혁에 대한 검찰의 저항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이틀 후인 2003년 2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건 총리와 신임 장관들을 소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는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었다. 강금실 장관은 사상 첫 여성 법무부 장관이었고, 김각영 검찰총장보다 사법시험 11기 아래인 후배였다. 검찰 내부는 크게 술렁였다.

 

3월 3일 강금실 장관이 서열과 기수를 파괴하는 검찰 고위 간부 인사안을 검찰에 통보했다. 검찰은 집단적으로 반발했다. 전국 곳곳의 검사들은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고, 김각영 검찰총장은 강금실 장관에게 인사안을 전면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에 경고장을 날렸다. 노 대통령은 7일 "검찰의 독립과 지금까지의 중립을 지켜내지 못한 검찰 지도부에 책임을 묻고 검찰조직의 새바람을 불어넣어 달라는 기본적인 인사 방향과 원칙을 강금실 법무장관에게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검찰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70여 명이 "현재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검사 인사를 즉시 중단하고 인사권을 검찰총장으로 이관하라"라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검찰의 집단 반발이 거세지자, 강금실 장관은 한발 물러섰다. 강 장관은 호소문을 통해 "검찰 내부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검사들은 9일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급기야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인사권을 넘기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세상 어느 나라에도 이런 것이 없다", "내가 인사권조차 법대로 사용할 수 없는 대통령인지 화가 나기도 한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날 밤 김각영 검찰총장은 사표를 냈다. 이튿날 퇴임식에서 "검찰 수뇌부가 새 정부의 불신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인사권의 행사를 통하여 수사권을 통제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사도 확인하게 됐다"면서 항명성 사퇴임을 분명히 했다.

11일 법무부는 예정대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이후 검찰은 반발했고, 검찰개혁의 동력은 조금씩 상실됐다. 2011년 문재인 대통령(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함께 쓴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당시 검찰 집단반발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검찰은 참여정부의 검찰인사에 대해 역사상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집단 항명으로 저항했다. (중략) 정치적 중립 혹은 독립을 표면적인 이유로 댔지만 본질은 개혁에 대한 거부였다. (중략) 검찰개혁으로 인하여 검사들이 기존에 누리던 모든 기득권을다 빼앗긴다고 생각해 이에 저항한 것이다."
 
2020년 '추다르크'는 달랐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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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한 지 닷새만인 1월 8일 오후 7시 30분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전격 발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 대검찰청 핵심 참모가 모두 교체됐다.

정권 겨냥 수사를 지휘한 대검찰청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은 대검찰청이 있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부산(부산고등검찰청 차장검사)과 제주(제주지방검찰청장)로 떠난다. 또한 이들과 함께 수사를 지휘한 배성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검사장)은 외견상 승진했지만 충북 진천에서 일해야 하는 법무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수사 일선에서 물러나는 셈이다.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인사 의견 청취를 둘러싸고 충돌하면서, 검찰의 반발이 예상됐다.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에게 인사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라고 했지만, 윤석열 총장은 이를 거부한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취재진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로 상대의 입장을 반박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인사 발표 이후 대검찰청은 말을 잃었다.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배성범 검사장 역시 10일 이임식에서 인사와 관련한 말을 꺼내지 않고 조용히 검찰청사를 떠났다. 검사들이 공식적으로 반발한다는 소식도 아직까지 들리지 않는다.

인사 발표 이후 유일하게 사표를 낸 이는 이영주 사법연수원 부원장이다. 그는 10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인사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변화를 강요받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우리가 종종 잃어버린 '공정성'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참여정부가 처음 검찰개혁을 시도한 이후, 검찰개혁은 미완의 역사가 됐다. 이번에는 어떨까. 그 결과는 예측할 수 없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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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2020년 북 신년사는 ‘자력’이다 (상)

<기고> 김광수 정치학 박사
김광수  |  no-ultar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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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10  16: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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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 박사/‘수령국가’ 저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연말연시를 맞아 분석 글 몇 편을 시리즈로 기재하고자 한다. 

첫째, 12월 연말에는 ① 북이 밝힌 ‘새로운 길’, ‘새롭다’는 그 의미를? ② 북미관계, 그 파국을 막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역할은? 
둘째, 2020년 1월 연시에는 북 신년사를 분석해내고자 한다.(※ 올해는 북이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관계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 결정서’분석으로 대체한다.) ③북은 왜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나? ④ ‘사실상’ 2020년도 북 신년사는 ‘자력’ (상, 중, 하)이다.
양해를 구하고,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필독을 권한다. / 필자 주

 

금년 신년사를 대체한 제7기 5차 전원회의 결정서 채택과정을 지켜보면서 북의 정세인식과 선전선동력이 참으로 대단함을 느꼈다. 아니, 그 표현으로는 그 ‘대단함’을 다 표현해낸다는 것이 모자란다 해야 맞겠다. 발표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표한 것보다 더 가장 강력한 신년사 발표효과를 낸 북(김정은 위원장)의 정무적 판단능력 때문이다. 여느 국가가 이 지구상에서 이런 마법 같은 선전선동력을 구사할 수 있을까?

리더십적인 측면도 마찬가지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최고지도자로 등장함과 함께 인민들에게 더 이상 ‘허리띠 졸라매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2020년도에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자’한다. 또 핵을 가지면 미국과의 대결에서 승리한다고 했고, 마침내 2017년 11월 29일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을 했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또 장기성을 언급한다. 결과는 이번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이하, 전원회의)를 통해 전당-전군-전민으로 일심단결 된다. 참으로 수수께끼 같은 나라이면서도  수령-당-대중이 일체되어 있음을 확인해준다.   

이 정도 해놓고 이 글의 본래 목적인 신년사 분석, 신년사를 대체한 제7기 5차 전원회의 결정서를 분석해보자.

#1. 이미 예고된 ‘새로운 길’, 그리고 결론

① 전원회의 소집 공고문에서 그 근거를 찾다

단서는 다음과 같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조선혁명 발전과 변화된 대내외적 정세의 요구에 맞게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하여(강조, 필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12월 하순에 소집할 것을 결정하였다."(<조선중앙통신>, 2019.12.4)

다시 말하면 전원회의가 소집되어야 할 만큼 ‘조선혁명 발전과 변화된 대내외적 정세의 요구에 맞게 중대한 문제들’이 발생했다는 말인데, 달리는 당면한 정세의 요구가 조선혁명과 관련된 근본문제에 대해 전원회의에서 토의 결정되어야 할 만큼 중대한 시기라는 것이고, 그것이 곧 김정은 위원장이 연말까지 시한으로 정해놓은 ‘새로운 길’과 연동될 수밖에 없음을 상징한다.

결론은 ‘사회주의 강국건설과 북미대결전 승리를 위해 자력(갱생)과 핵무력 강군화로 정면돌파 하겠다’이다.

근거는 다음과 같은 결정서 내용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정세와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정면돌파전을 벌릴데 대한 혁명적로선을 천명하였다.”풀어쓰면 ‘현정세와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는 ‘사회주의 강국건설과 북미대결전 승리’에 귀결되고, 이를 실현시킬 전략적 수단이 ‘정면돌파전이라는 혁명적로선’이 된다. 그리고 그 핵심내용이 ‘자력’과 ‘핵무력 강군화’이다. 

7시간의 보고 내용이 이렇게 정말 간략하고 명쾌하게 정리된다.

② 2020년 신년사는 이미 김정은 위원장의 백두산 혁명전적지 방문에서 시작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2019년 12월 31일까지 미국에게 ‘새로운 계산법’ 제출시한을 말했고, 여기에 미국이 화답할 생각이 없음을 확인하자 지난해(2019) 백두산 혁명전적지(이후, 백두산) 방문을 2번이나 강행했다. 첫 번째는 김정은 위원장, 백두산 삼지연에서 한 발언(<조선중앙통신>, 2019.10.16.) "우리는 그 누구의 도움을 바라서도, 그 어떤 유혹에 귀를 기울여서도 안 된다. 오직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길을 불변한 발전의 침로로 정하고 지금처럼 계속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 높이 들고 나가야 한다.(강조, 필자)"

이후 두 번째 방문에서는 ‘새로운 길’과 관련해 이미 구상을 마쳤고, 그 형식을 ‘신년사’보다는 ‘전원회의’형식을 대체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아래 문장 ‘총화’라는 의미에서 그 해답의 단초가 찾아진다.

"적들이 아무리 집요하게 발악해도 우리는 우리 힘으로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 있고 우리 식으로 발전과 번영의 길을 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시련과 곤란을 디디고 기적과 위훈으로 더 높이 비약한 2019년의 총화”(강조, 필자)라고 한 것이 그것이고, 압축 확인은 2019년 총화를 자력갱생 불변의 의지로 명확히 해낸다.

2019년 12월 4일자 <조선중앙통신>보도내용은 이를 보다 더 명약관화해낸다. 전원회의를 소집한 날 김정은 위원장은 동시적으로 백두산을 방문하게 되는데 거기서 그는  “제국주의자들과 계급적 원쑤들의 책동이 날로 더욱 우심해지고 있는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언제나 백두의 공격사상으로 살며 투쟁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불굴의 공격사상으로 혁명의 난국을 타개하고 개척로를 열어제끼자는 것은 우리 당의 일관한 결심이고 의지”라고 한 발언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께서는 자신께서 이번에 시간을 따로 내여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들을 돌아본것은 전당,전군,전민이 제국주의자들의 전대미문의 봉쇄압박책동속에서 우리 당이 제시한 자력부강,자력번영의 로선을 생명으로 틀어쥐고 자력갱생의 불굴의 정신력으로 사회주의부강조국건설에 총매진해나가고있는 우리 혁명의 현정세와 환경,혁명의 간고성과 장기성에 따르는 필수적인 요구에 맞게(강조, 필자) 당원들과 근로자들,인민군군인들과 청소년학생들속에 백두의 굴함없는 혁명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혁명전통교양을 더욱 강화하는 사회적분위기를 세우기 위해서이라고 하시면서 우리는 혁명의 대백과전서이며 우리 민족의 만년재보인 백두의 혁명전통을 영원히 고수하고 전면적으로 구현해나가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 하시였다." 통신은 계속해서  '백두의 혁명전통 '을 강조했다면서 "혁명전통교양을 더욱더 강화하는것은 현시기 우리 혁명앞에 나서는 전략적과업"(강조, 필자)이라고 제시한다.

내용의 핵심은 ‘자력’과 ‘북미대결의 장기성’, 그리고 혁명전통교양에 함의된 ‘백두의 혁명정신’이다. 고스란히 그렇게 전원회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2. 결정서에서 남북문제가 빠졌다?

결론적으로는 천만의 말씀이다. 다음의 2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위 소집공고문에서 확인받듯이 전원회의를 긴급히 열어야 할 목적이 분명하게 “조선혁명 발전과 변화된 대내외적 정세의 요구에 맞게 중대한 문제들(강조, 필자)”이라고 하고 있다.

이 뜻은 전원회의에서 북이 직면한 당면해결과제 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문제라 할 수 있는 미국문제, 통일문제(남북문제)을 다 포괄하는 ‘조선혁명’ 문제임을 알 수 있다. 해서 2020년 신년사를 대신한 전원회의에서는 반드시 ‘현 정세와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정면돌파전을 벌릴데 대한 혁명적 로선’(강조, 필자)을 천명해야 되는 것이고, 이는 기존 신년사가 일반적으로 담아내었던 ‘지난해 총화, 내부문제, 북미관계, 통일(남북)문제’가 담겨져야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 이번 전원회의에서도 반드시 통일문제(남북문제)가 포함되어 있어야만 마땅하다. 그런데 남북(통일)문제가 빠졌다?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그럼 이 현상을 어떻게 분석해내어야 하는가? 이는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하여 이상하다는 둥, 남북문제가 패싱 되었다는 둥, 원래 당 대회가 북 내부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는 둥 그렇게 ‘헛다리’만 집고 있을 것이 아니라, 다시 말해 공개되지 않았다하여 채택되지 않았다고 단정하는 그런, 즉 드러난 현상만 보고 본질을 보지 못하는 그런 아둔함이 아니라, 본질은 반드시 토의될 수밖에 없었고, 결론도 내렸을 것이라는 사실로 인정해야 한다함이다. 그러면 인식의 결과도 발표되지 않았다하여 내용이 빠진 것이 아니라, 조선혁명 문제가 반드시 다뤄졌던 전원회의였던 것만큼, 남북(통일)문제를 포함하는 한반도문제가 반드시 다뤄졌고, 다만, 그 결론을 어떤 목적에 의해 공개하지 않았다, 이렇게 분석해내고 인식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시각이라 하겠다.

그래놓으면 이제 우리가 가져야 할 의문은 왜 공개할 수 없었느냐의 문제일 텐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은 필자가 시리즈 글 ①북이 밝힌 ‘새로운 길’, ‘새롭다’는 그 의미는?(<통일뉴스>, 2019.12.5.)에서 통일부문과 관련해서는 “물론, 하나 더 남아있기는 하다. 이름 하여 한반도 통일문제인데, 이 문제는 이 글에서 굳이 다루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생략한다.”라고 언급했는데 그 부분이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조심스럽지만 그 결론에 대해 굳이 조금만 언급하자면 조국통일 3대헌장과 관련되어있고, 이 중에서도 특히 조국통일 3원칙과 관련되어져 있다고 유추되어진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통일의 3원칙-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원칙에 중대한 해석상의 변화가 생기지 않았냐가 그것인데, 2가지 정도로 그 변화를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과정과 결과의 변증법적 논리가 어느 특정요소에서 결과가 더 중시되는 원칙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부분문제이다. 이른바 ‘과정으로서의’ 평화원칙보다 ‘결과로서의’ 평화원칙도 해석 가능하다는 말이다. 당연히 ‘새로운 길’과 연동해보면 가능한 상상력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과 관계된 문제이다. 이름하여 조국통일과 민족자주(미국항복)를 동일시하는 전략채택이 가능한가? 하는 그런 부분이다. 유추해보면-북이 미국과의 정면대결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유추해보면, 2015년 6월 3일 조선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성명에서는 “날강도 미제와의 판가리결전”이라고 했고, 2016년 2월 23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가 발표한 중대 성명에서도 “날강도 미제와의 최후결전”이라고 했고, 2016년 6월 10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정당, 단체 련석회의 참가자 일동’이 발표한 ‘미합중국에 보내는 공개서한’에서는 “반미대결의 최후성전”이라고 했고, 최근의 2017년 4월 21일 조선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는 “미제와의 판가리결전”이라 하고 있다.

해서 확인해낼 수 있는 부분은 북은 언젠가는 반드시 미국과의 최후결전을 보는 해를 상정해낼 수밖에 없고, 올해 채택된 정면돌파전이 필연적으로 장기성을 띄는 미국과의 ‘판가리’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를 담보해주는 그런 전략노선이라 했을 때 북은 올해부터(전원회의를 통해) 미국과의 ‘사실상의’ 판가리 싸움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그 싸움에서 승리할 때 조국통일운동도 반드시 ‘새로운’ 해법이 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확인되어졌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위의 언급을 좀 더 구체화하여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당 전원회의는 보통 관례상 북 내부문제만 다룸으로 남북(통일)문제는 빠져도 된다는 둥,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는 주장은 분석가들의 무지를 드러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의도적인 희망적 사고의 전형적인 표본이라는 사실이다.

이유는 이렇다. 조선로동당 당 규약 그 어디에도 당 회의에 대해 자신들의 내부문제만 다뤄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오히려 규약 전문에는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몰아내고 온갖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며 일본군국주의의 재침책동을 짓부시며 사회의 민주화와 생존의 권리를 위한 남조선인민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성원하며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을 통일하고 나라와 민족의 통일적발전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 그렇게 되어 있다.

오역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다 조선로동당은 조국통일을 선대수령들의 유훈으로, 민족의 최대과업으로 받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은 그 (절대)과업을 실현시켜 내기위해 남북정상회담들도 적극 진행시켜 나가는 것이다. 

또한 북은 정주년을 굉장히 중시하는 그런 나라이다. 그런데도 조국광복 75주년이 되는 올해 통일문제와 아무런 조치가 없다? 북의 시각으로 볼 때는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더군다나 북은 (우리가 인정하던 안하던) 우리 민족이 75년 전 일제 식민통치에서는 해방되었지만, 그들의 시선으로는 여전히 “남조선은 75년이 지나도록 미제의 식민통치에서 아직도 해방되지 못했다”는 것이 엄연한 인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이 상황에서 북은 그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불가능한 상상력에 다름 아니다. (계속)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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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사의 죽음, 그 후 1년

  •  나경희 기자
  •  호수 642
  •  승인 2020.01.10 11:41
 
임세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진료 중 환자에게 공격당해 숨진 지 1년이 지났다. 의사, 간호사, 정신적 고통을 겪는 당사자와 가족들은 한국 정신보건 체계에 무엇이 필요한지 되묻고 있다.
ⓒ연합뉴스2019년 1월4일 고 임세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1년 전 한국 사회는 의사 한 명을 잃었다. 2018년 12월31일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를 보던 임세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상담 도중 갑자기 흉기를 휘두르는 환자에게 쫓기다 숨졌다.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던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환자에게 다가갔던 의사, 환자에게 늘 90°로 허리 숙여 인사하던 사람이었다.

당시 상복을 입은 유가족들이 장례식장에서 호소한 건 가해자 처벌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낙인이 찍힐까 봐 걱정했다. 고 임세원 의사의 동생 임세희씨는 “오빠와 같이 이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은 자신의 진료권 보장과 안위도 걱정하지만, 환자들이 인격적으로 대우받고 질환을 빨리 극복하기를 동시에 원한다. 그분들이 현명한 해법을 내주실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세원 의사의 유지와는 달리 2019년 한 해 동안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공포심은 높아져만 갔다. 2019년 4월17일 조현병을 앓던 안인득씨가 경남 진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불을 지르고 칼을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이틀 뒤 국회에서는 경찰관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정신장애인을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되었고, ‘잠재적 범죄자인 정신질환자를 사회에 무방비하게 풀어놓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잇따랐다. 일주일 사이 한 포털사이트에는 ‘조현병’ 단어가 들어간 기사만 1500여 건이 게시됐다.

 

이 사건들을 지켜보던 장창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우리가 무엇인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한국의 정신보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비극이라고 생각한 그는 2019년 4월 ‘정신보건개혁’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텔레그램 채팅방을 열었다. 그곳을 통해 모인 의사, 간호사, 정신적 고통을 겪는 당사자와 가족들은 지금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퍼즐 조각이 무엇인지 생각을 나누었다.

한국 정신보건 체계의 틀이 잡힌 건 1995년 정신보건법이 만들어진 뒤부터다. 이후 가장 논란이 된 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즉 강제 입원 규정을 둔 제24조다. 가족 한 명의 동의와 정신과 의사 한 명의 동의가 있으면 6개월 동안 강제 입원을 시킬 수 있고, 6개월 단위로 입원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조항이었다. 제24조를 악용한 사례와 인권침해 사례가 빈번하자 2017년 전면개정안인 정신건강복지법이 통과되며 강제 입원의 조건이 강화됐다. 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에 따르면 강제 입원 기간은 2주로 줄었고, 연장 가능 기간도 6주로 줄었으며, 연장할 경우 다른 정신과 의사의 진단이 필요하다.

ⓒ연합뉴스2019년 1월4일 동료들이 고인을 떠나보낸 뒤 발길을 옮기고 있다. 유가족들은 이 사건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낙인이 찍힐까 봐 걱정했다.

법이 지향하는 이상과 현실은 괴리가 컸다. 장창현 의사는 “법은 환자가 병원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복귀하는 탈원화를 장려하는데, 정작 환자들이 병원에서 나왔을 때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과정을 도와줄 인프라는 거의 없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당사자의 목소리 듣는 자세로

문제의 원인은 정작 아무도 당사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묻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정신의학 시스템 생존자’, 권리를 말하다 기사 참조). 법 개정 이전에 강제 입원되었던 것이나 법 개정 이후 사회에 방치되는 것 중 그 어느 쪽도 당사자가 원하는 게 아니었고, 그들의 회복에 도움이 되는 건 더욱 아니었다. 법과 현실이 겉도는 동안 시스템이 수용하지 못하고 튕겨낸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사회적 공포감이 강화됐고,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기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것은 정신보건개혁 모임에 모인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이기도 했다. 사회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 경청의 자세라고 생각했다. 장창현 의사는 “정신의학 시스템 속에서 당사자들은 그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 어떤 이성적인 판단도 내릴 수 없는 무능한 존재로 치부돼왔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존중하지 않는 상황에서 의료적인 접근을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정신의학은 어디까지나 당사자를 조력하는 역할에 머물러야지 그들의 삶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정신보건개혁 모임은 ‘함께하는 의사결정 모델(shared decision making model)’을 대안으로 삼았다. 이 모델에서는 의사가 권위적으로 약물치료나 입원을 ‘명령’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합리적 방법을 ‘제안’하고 선택은 당사자가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임세원 선생님의 유가족께서 당부한 ‘인격적인 대우’는 당사자의 말을 듣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단지 약을 처방하기 위한 5분짜리 ‘상담’에서 과연 인격적인 만남이 가능할 수 있을까. 당사자가 정당한 권리 속에서 자신의 삶을 회복해가는 과정이 바람직한 진료 문화로 정착될 때 의료진 역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위험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다.”

ⓒ마르코 카발로 정신건강실험센터정신병원에 수용된 환자들의 빨랫감을 실어 나르던 말 ‘마르코 카발로’의 모습을 본떠 만든 푸른 목마는 자유와 회복의 상징이다.

함께하는 의사결정 모델은 1960년대 영미권에서 시작된 비평정신의학(critical psychiatry)에 닿아 있다. 비평정신의학은 어떤 영역에서든 한쪽 주장만 있어서는 건강한 체계를 만들어갈 수 없고, 이는 정신의학도 예외가 아님을 강조한다. 당사자들은 자신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정신의학 시스템에서 오히려 더 큰 상처를 받았던 경험을 공유하며 스스로를 환자가 아닌 ‘(정신의학 시스템) 사용자’ 혹은 ‘(정신의학적 시스템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로 재정의했다. 당시 활발했던 반전 운동이나 흑인 인권운동, 페미니즘 운동, 성소수자 운동 등과 맞물려 크게 성장한 비평정신의학은 학문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논의 수준이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한국 정신의학계에서 비평정신의학이 거론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2년 젊은 정신과 의사들이 모여 만든 정신보건연구회는 비평정신의학의 취지를 받아들여 당시 정신장애인을 위험한 자로 취급하는 내용의 정신보건법이 제정되는 걸 막았다. 1995년 좀 더 진보적인 정신보건법을 통과시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창립 목적을 다한 모임은 해체됐고, 이후 2019년 정신보건개혁 모임이 만들어질 때까지 한국의 비평정신의학은 20여 년이 넘는 공백기를 거쳤다. 그만큼 정신의학계의 관성을 깨기는 쉽지 않았다.

장창현 의사는 일주일에 병원 세 곳을 돌며 진료를 본다. 매인 곳이 없기에 좀 더 자유롭게 고민할 수 있었다. 월·금요일에는 느티나무의료협동조합, 화·목요일에는 살림의료협동조합, 수요일에는 녹색병원에 진료실을 연다. 모두 ‘마을 주치의’를 표방하는 협동조합이거나 비영리 의료기관이다. 이처럼 지역사회에 밀착된 의료기관이야말로 병원에서 벗어난 당사자들이 사회에 정착하고 삶을 회복할 수 있는 재활 시스템이라고 믿는다. 현실은 이런 의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는 이탈리아와 미국을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사례로 들었다. 이탈리아는 성공적으로 정신장애인들의 탈원화와 정착을 이뤄낸 경우다. 1961년부터 시작된 이탈리아의 정신과 의사 프랑코 바살리아의 노력으로 1978년 정신병원을 점진적으로 없앨 것과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공공시스템이 지원할 것을 명시한 법률 180호가 제정됐다. 정신병원에 수용된 환자들의 빨랫감을 실어 나르던 말 ‘마르코 카발로’의 모습을 본떠 만든 푸른 목마는 자유와 회복의 상징이 되었다. 이후 20년 동안 의료인들의 진료 관점을 전면 재교육하고, 환자들이 퇴원한 뒤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반을 구축한 이탈리아는 1998년 마침내 모든 정신병원을 폐쇄했다. 반면 향정신병 약물의 효능을 믿고 별다른 준비 없이 탈원화를 추진한 미국은 결국 정신장애인들을 다시 정신병원이나 길거리 혹은 교도소로 내모는 결과를 불러왔다.

ⓒ시사IN 조남진장창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회복과 인권, 지역 정신보건에 관심 있는 정신과 의사들의 모임(가칭)’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강원 속초·고성·양양 지역의 유일한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근무했던 최정화 간호사도 지역 기반 재활시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신보건개혁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최 간호사는 2019년 8월까지 4년5개월 동안 폐쇄병동에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환자들을 지켜봤다. 그가 현재 정신보건 시스템의 한계를 느낀 건 병원의 치료 방식 때문이다. “병원은 원래 사람을 치유해야 하는 곳인데,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이는 것 말고는 딱히 별다른 게 없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는 했지만 모든 환자가 똑같이 색칠하기를 하거나 영화를 보는 식이다. 치료나 회복보다는 생명 유지 혹은 요양을 위한 곳에 가까웠다.”

폐쇄병동에서 환자들이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건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동안 옥상에서 걷기 운동을 할 때뿐이었다. 물론 외출이나 외박을 할 수도 있지만, 가족이 데리러 오지 않는 경우 병원을 벗어나기 힘들다. 최정화 간호사는 “그렇다고 가족을 탓할 수 없다. 정신장애가 없는 ‘평범한’ 아이와도 마찰이나 갈등 없이 잘 지내기가 힘든 일인데, 지역사회가 정신장애인 가족의 부담을 함께 보듬고 해결해주지 않는 시스템이다 보니 모든 책임이 가족에게만 쏠린다”라고 지적했다.

긴밀히 반응하는 지역 재활시설 많아져야

정신보건개혁 모임에 참여하는 홍수민씨에게는 조현병을 앓는 딸이 있다. 홍씨는 9년 전 딸이 환각이 보이고 환청이 들린다고 했을 때 굿을 했다. 조현병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전이었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병원뿐이었는데, 병원에서는 ‘약 먹이고 산책 시키라’는 말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병원을 여섯 곳이나 다녀보고 약도 바꿔봤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가족들이 당사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해야 하는지 배우지 않은 상황에서 약물만 처방받은 환자가 집으로 돌아오면 십중팔구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홍씨는 2019년 5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정신건강 교육을 의무화해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청와대 청원에는 약 2600명이 참여했다.

홍수민씨는 청원을 보고 연락해오는 당사자, 가족, 시민들과 함께 2019년 8월, 지역 내에서 ‘설악 어우러기’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심정으로 만들었다. 약물만으로는 안 되는데, 병원에서는 다른 선택지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재활시설은 형식적인 역할만 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게 가둬두거나 약만 먹이는 땜질 처방으로는 결국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속초 같은 지방의 경우 지역 재활 시스템은 더욱 척박하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2월 말 기준으로 전국의 정신재활시설 348곳 중 약 49%가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돼 있으며, 여기에 6개 광역시에 위치한 시설을 더하면 수치는 73%까지 치솟는다. 속초가 속한 강원도에 있는 정신재활시설은 5곳뿐이다. 정신재활시설은 정신장애인의 입원이나 요양이 아닌 교육을 통해 조력하는 시설이지만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개개인에 맞는 사회 복귀 프로그램이나 직업 재활 프로그램은 기대하기 어렵다.

최정화 간호사가 바라는 목표는 당사자의 상태에 긴밀하게 반응하는 지역 재활시설이 좀 더 많아지는 것이다. “똑같은 자극을 줬을 때 어떤 사람은 무디게 반응하고, 어떤 사람은 예민하게 반응하며, 또 아주 과격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보통 평범한 자극에 ‘아주 과격하게 반응’하면 정신장애인으로 간주된다. 농담으로 던진 말이 방아쇠 같은 역할을 해 환자를 자극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경험이 반복돼서 쌓이면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 당사자의 ‘방아쇠’가 무엇인지 알고 배려해서 사회 복귀를 돕는다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는 “상대방이 어떤 말과 상황을 불편해하는지 살피면서 대화를 하는 건 상식 아닌가. 평범한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결국 모든 사람은 서로 끊임없이 알아나가고 배워나가야 하는 존재다”라고 덧붙였다.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의료계와 더 이상 숨어 지낼 수 없다고 외치는 당사자들은 지난 4월 이후 정신보건개혁 모임에서 꾸준히 만나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세미나를 꾸렸고, 그 자리에 정책을 바꿀 수 있는 정치인과 공무원을 초대했다. 10월에는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한국 최초로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축제 ‘매드 프라이드’가 열리기도 했다. 2019년은 임세원 의사가 뿌렸던 ‘안전한 진료, 인격적 대우’라는 씨앗이 기어이 싹을 틔운 한 해이기도 했다. 장창현 의사와 뜻을 함께하는 정신과 의사 7~8명은 한 발짝 더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회복과 인권, 지역 정신보건에 관심 있는 정신과 의사들의 모임(가칭)’ 출범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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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본회의 거부…범여권 단독 국회서 민생법안 처리

여야 합의 결렬로 민주당, '4+1'만으로 강행…임시국회 회기 10일까지
2020.01.09 20:08:25
 

 

 

 

'민생법안 선(先)처리'라는 여야 간 합의가 결렬되면서,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대안신당·정의당·민주평화당 등 '4+1 협의체' 소속 정당들이 범여권 단독 국회를 열었다. 자유한국당·새로운보수당은 본회의 참석을 거부했다. 4+1은 본회의에서 민생법안 198건을 처리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하나인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절차도 넘겼다. 단 형사소송법은 이날 표결 처리하지는 않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9일 오후 7시5분께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다. 당초 여야는 이날 3시 본회의를 열어 민생법안 198건을 합의 처리하고 패스트트랙 법안인 검경 수사권 조정법(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유치원 3법 등은 상정하지 않기로 했었으나, 한국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 이후 돌연 본회의 연기를 요구했다.  

한국당은 전날 법무부의 검찰 인사에 대한 비판이 의원총회장에서 쏟아졌다면서 △해당 사안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추미애 법무장관 탄핵소추안 제출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와 상임위(법사위·운영위) 소집 등의 요구를 내세워 "본회의를 연기해 달라"고 했다. (☞관련 기사 : 여야, 민생법안 처리 본회의 앞두고…막판 신경전) 

그러나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4+1 협의체'를 가동해 단독 국회를 열었다. 특히 기존 '4+1'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안철수계 의원 일부가 이날 본회의에 출석, 표결에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권은희·이태규 의원은 불참했으나 이동섭·김삼화·김수민·신용현 의원이 표결에 참여했다. 

문 의장은 본회의 개의 직후 "지난해 12월 31일 심재철 의원 등 108인으로부터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이 발의됐었다는 점 말씀드린다"고 고지하고, 이어 바로 의사일정 변경 동의에 대한 의사진행 표결을 진행했다.  

문 의장은 "의사일정 제1항을 상정할 순서이나, 윤후덕 의원 등 129인으로부터 의사일정 199항 임시국회 회기 결정의 건을 먼저 심의하자는 의사일정 변경동의가 제출됐다"며 이를 표결에 부쳤고, 이는 재석 151인에 찬성 151인으로 가결됐다.

문 의장은 이어 임시회 회기 결정의 건을 상정했고, 이 의안은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이번 임시국회 회기는 오는 10일까지로 정해졌다.

문 의장과 '4+1'은 이어 이날 본회의에 부의된 민생법안 등 안건들을 순차 처리해 나갔다. 문 의장은 "의사일정 관련 한 가지 말씀드린다"며 "(민생 법안들에 대해) 무제한 토론이 신청됐었으나, 무제한 토론을 신청한 교섭단체(한국당)에서 토론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의사일정 1항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재석 150인에 찬성 150인으로 가결됐고, 이후 다른 의안들도 재석·찬성 150~153인으로 속속 가결됐다.

의사일정 19항 청년기본법 제정안을 의결할 때에는 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본회의장에 들어와 '찬성' 토론을 하기도 했다. 신 의원은 전날 검찰 인사 발표를 비판하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본회의를 열었다고 비판해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항의와 야유를 받았으나, 이어 짧게 법안에 관한 찬성 의견을 밝히고는 연단에서 내려갔다. 이 법안은 재석 157인에 찬성 154인, 기권 3인으로 가결됐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같은날 오전 법제사법위원회를 막판 통과한 일명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도 상정·처리됐다. 이 법안 역시 '민생법안'이라는 꾸러미에 들어가 있지만, 진보진영·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개인정보 침해 우려를 들어 이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었다. 정의당은 본회의 반대 토론에 나섰다.

이같은 민생 법안 198건이 모두 처리된 이후, 문 의장은 사전 고지된 안건지에 없던 203번, 204번 안건을 200~202번(유치원 3법)에 앞서서 처리하는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상정했다. 203번은 형사소송법, 204번은 검찰청법 개정안이었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은 재석 150인에 찬성 145명, 반대 1명, 기권 4명으로 가결됐다. 

문 의장은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고, 이어 "이 안건에 대해서는 무제한 토론이 신청돼 있으나 현재까지 무제한 토론을 신청한 의원이 없다"며 토론자가 있는지 물은 후 "토론을 할 의원이 없으므로 국회법에 따라 무제한 토론의 종결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다만 문 의장은 토론 절차까지만 마친 후, 표결은 하지 않고 "교섭단체 간 협의를 위해 정회하겠다"고 선포했다.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막판 협의를 거쳐, 13일부터 시작되는 새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과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당도 협의에 의욕을 보였다.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늘 일단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상정하고 표결은 안 한다고 했다"며 "다음주 중에 표결한다고 해서 오늘은 필리버스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도 "(수사권 조정 법안을) 표결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다음 주 중 표결 전까지 협상을 해 보기로 대략적인 이야기는 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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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技妙算의 絶對高手 추다르크, 정치검찰왕국을 征伐하다!

[이정랑 칼럼]추미애 장관의 부저추신(釜底抽薪)
 
神技妙算의 絶對高手 추다르크, 정치검찰왕국을 征伐하다!
 
이정랑 | 2020-01-09 12:50:0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神技妙算의 絶對高手 추다르크, 정치검찰왕국을 征伐하다!! - 2

“지난번 칼럼에서는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의 조호이산(調虎離山)’에서 다룬 바와 같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검찰수뇌부인사를 혁신적으로 단행, 완벽한 검찰개혁의 성공을 알리는 개선(凱旋)의 낭보를 국민들에게 전해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기쁨과 감격을 선사하고 있다. 이번에 다룰 부저추신(釜底抽薪)에서는 검찰개혁에 반대하고 장애가 되는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검찰들을 발본색원하여 법과 원칙에 충실한 검찰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양심적인 검찰로 바꾸어 새로운 검찰상을 정립하여 참다운 법치국가를 건설하자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검찰개혁을 지지하고 열망하는 깨어있는 모든 국민들과 문재인 대통령 추미애 장관 그리고 입법 사법 행정부 언론계 관계자들에게 영원한 축복과 영광이 함께 하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

‘부저추신’이란 말은 북제(北齊) 때 위서(魏書)를 썼던 북조삼재자(北朝三才子) 중의 한 사람 위수(魏收)의 양조문(梁朝文)에 근거한 것으로, 그 중의 “불쏘시개를 빼내어 물이 끓는 것을 막고, 풀을 제거할 때는 뿌리까지 뽑아낸다(抽薪止沸, 剪草除根).”라는 글귀에서 발전되어 나온 것이다. 주로 어떤 사건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서 쓰이고 있다.

‘부저추신’과 ‘양탕지비(揚湯止沸)’는 서로 그 뜻은 비슷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양탕지비’는 일단 사건이 발생한 후에 방법을 강구해서 사건을 방지하는 일종의 임시방편적 치료방법인데 반해, ‘부저추신’은 사건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혹은 발생한 후에라도 근본책을 강구하여 철저하게 해결해 버리는 일종의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이를 전투에 응용해 보자면, ‘부저추신’은 하나의 ‘두저전술(兜底戰術)’로 볼 수 있다. 상호간 일촉즉발의 긴장상태에서 대치하고 있을 때, 주력을 이용한 정면공격법을 취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의 후면이나 측면으로 돌아가서 후방을 교란시킴으로써, 상대방이 눈치 채지 못하는 순간에 어느새 바람 빠진 고무공을 만들어 버리는 기발한 술책인 것이다.

전쟁에 사용되는 ‘부저추신’술은 더욱 많다. 전국시대에 연(燕)의 소왕(昭王)은 제나라에 복수하고자 악의(樂毅)를 장수로 임명하고 군사를 크게 일으켰다. 악의는 제나라의 70여 개 성을 계속 함락시키고 즉묵(卽墨)과 거성(苣城)만을 남겨놓게 되었다. 악의는 제나라의 민심을 고려하여 너무 심하게 밀어붙이지 않은 채 이 두 성을 그냥 포위만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도중에 연 소왕이 죽고 새로 혜왕(惠王)이 즉위하게 되었다. 그런데 혜왕은 악의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점을 제나라의 장수 전단(田單)이 간파하고, ‘부저추신’ 책략을 사용하여 악의를 쫓아버리기로 작심했다. 그는 곧 첩자를 연나라에 침투시켜 헛소문을 퍼트리게 했다.

“악의는 6개월 만에 제나라의 거의 모든 성을 함락했으면서도, 즉묵과 거성만은 3년 동안이나 포위만 하고 있다. 이는 그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민심을 자기에게 돌려 스스로 제나라 왕이 되려는 음모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혜왕은 이 소문을 듣고 정말 그럴 것 같다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기겁(騎劫)이라는 장수를 대신 보내 악의의 병권을 빼앗았다. 악의는 괜한 죄를 둘러쓸까봐 두려워 조나라로 도망쳐버렸다. 병권을 쥐게 된 기겁은 지금까지의 포위작전을 버리고 성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기겁으로서는 전단의 꾀를 당해낼 수가 없었다. 전단은 불소(火牛)들을 연나라 진영에 몰아냄으로써, 연군을 대파하고 기겁의 목을 벤 후, 악의에게 잃었던 실지를 모두 다시 찾고 말았다.

항우도 유방에게 이 ‘부저추신’의 책략을 사용한 바가 있지만, 장량에게 간파 당함으로써 결국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하게 된 적이 있었다. 광무회전(廣武會戰)에서 항우는 유방의 군사를 퇴각시키고자 유방의 부친을 기름 솥 앞에 끌어내놓고 유방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장 퇴각하지 않는다면, 네 부친을 이 자리에서 삶아 죽여 버리겠다.”

만약 여기서 유방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약해져 버린다면, 유방은 항우에게 항복하게 되고 항우는 편안하게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도 있는 그런 긴박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장량이 일치감치 유방에게 가르쳐 준 대응방법이 있었다. 유방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고 오히려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결의형제가 아니오? 따라서 내 부친은 당신의 부친이기도 하니 당신이 부친을 어떻게 대하든지 간에 나는 전혀 상관없소. 정 삶아 죽이겠다면 내게도 그 국 한 그릇 보내주시구려!”

이렇게 나오니 항우로서도 별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었다.

이밖에 공자까지도 이 ‘부저추신’의 술책에 꼼짝없이 당하고 국외로 유랑생활을 떠나게 된 적이 있었다. 인의도덕의 화신이라는 공자가 상대의 간단한 술책에도 견뎌내지 못하고 마는 것을 봤을 때, 이런 속임수의 사용대상으로서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역시 그들 ‘도덕군자’나 허황된 검찰공화국을 꿈꿔왔던 ‘패악한 정치검찰’들일 것이다.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칼럼리스트)
경인일보/호남매일/한서일보/의정뉴스/메스컴신문/노인신문/시정일보/조선일보/서울일보 기자,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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