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우리가 국민의 대표선수다” 방위비분담금 인상 1박2일 항의행동

민중공동행동, ‘굴욕협상 중단’ 국민 항의행동 선포… 민주노총 ‘미국반대 실천단’ 꾸려

한미 방위비분담금 5차 협상을 위해 입국한 제임스 드하트 미국 측 협상대표가 어제(15일)도 “드하트 나가라(GET OUT)”, “국민혈세 6조 절대 못 줘” 등 강력한 항의를 받으며 인천공항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협상을 앞둔 16일, 그리고 협상을 시작하는 17일에도 항의는 계속될 예정이다.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민중당 등 50여 개 진보민중단체로 구성된 민중공동행동은 17~18일 양일간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열리는 5차 협상을 ‘더 이상 주권국가 간 정상적인 협상이 아닌, 미국의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주권·혈세 강탈의 장’으로 규정하고, ‘미국규탄’과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강력한 항의행동을 선포했다. 16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1박 2일간 서울 전역에서 항의행동을 벌일 예정이다.

민중공동행동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비롯해 200여 명의 ‘1박 2일 국민 항의행동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미대사관과 미대사관저 등 미국 협상대표단을 그림자처럼 쫓으며 규탄하는 투쟁을 벌인다.

민중공동행동은 16일 광화문 미대사관 앞 ‘1박2일 국민 항의행동단’ 선포 기자회견에서 “한국정부가 미국의 강요에 한 치도 물러서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 주권과 혈세, 그리고 평화를 지킬 것”을 촉구했다. “만에 하나 타협이라는 이름으로 야합을 추진하면 한국정부 또한 감당할 수 없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도 밝혔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한미동맹이 아니라 ‘날강도’에 다름없다는 것이 팩트”라고 외쳤다. 한 상임대표는 “4.27판문점선언에서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하고 함께 가자 선언했다. 6.12싱가포르 선언에서 북미 간에도 관계 정상화, 평화로 가자고 선언했다”고 상기시키곤 “미국은 남북관계를 사사건건 방해하고, 급기야 한반도에 평화통일이 아니라 대결과 전쟁을 몰고 오면서 그들의 방위비를 증액해야 한다며 500% 증액을 말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한 상임대표는 이어 “한국이 미국의 꽁무니만 쫓아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미국이 날강도 증액 요구를 계속 주장한다면 지금 당장 자기땅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국민의 저항을 모아 미국을 이 땅에서 몰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항의행동단은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 미대사관 앞에서 서울 중구에 위치한 미대사관저 앞까지 항의행진을 벌인 후 관저 앞에서 1박2일 투쟁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저녁 7시엔 ‘방위비분담금 인상 반대’를 위한 필리버스터를 이어간다.

협상 당일인 17일 아침(8시)엔 1천여 명이 참가해 협상장(한국국방연구원)을 에워싸고 ‘굴욕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강력한 항의행동을 펼칠 계획이다. 또, 이날 저녁 6시엔 광화문광장에서 시민사회, 종교계 등 각계가 참여하는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강요 규탄 범국민 촛불’을 연다.

국민 항의행동단은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강요에 반대하는 90%의 국민을 대표하는 ‘대표선수’라는 각오로 열심히 싸우겠다”는 결의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1박2일 항의행동전을 위해 ‘미국반대 실천단’까지 꾸렸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앞서 열린 민중공동행동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이 한국사회에서 교섭·협상 가장 많이 하는 조직”이라며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대해 “이런 협상은 있을 수 없다. 협상이 아닌 협박”이라고 규탄했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 내 미군의 작전비용 외에 새로운 항목이라며 한반도 밖에서의 작전비용, 미군 순환배치 비용, 미군 인건비까지 달라고 하는 것은 전쟁을 준비하고 수행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한국국민이 내라는 것”이라며 “협상장 걷어차고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곤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민중들의 분노를 모아 협상을 중단시키는데 민주노총이 끝까지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실천단은 국민 항의행동단의 1박2일 행동에 함께 하는 것은 물론, 협상이 열릴 17일엔 범국민 촛불에 앞서 ‘방위비 협상 중단하라! 미군은 나가라! 민주노총 미국규탄대회’를 열 예정이다.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 도중 광화문광장 미대사관 앞에 1박2일 농성의 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천막 여섯동을 설치하며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평화는 얼지 않는다

<칼럼> 이태옥 원불교환경연대 사업단장
이태옥  |  tongil@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승인 2019.12.16  06:31:08
페이스북 트위터

999일

   
▲ 999일 밤, 30여 명의 기도인들이 성주 소성리 진밭교에서 사드철회 평화 1,000배를 올린다. [사진제공 - 사드원천무효 공동상황실]

“그만할까?”
“아니 열배만 더 해보자.”

내 앞자리 성주 주민 조은학 선생님과 그 곁의 여성 참가자가 한 배도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몸을 낮춰 평화의 절을 올린다. 앞사람의 절이 마치 응원이라도 되는 듯 멈출 수 없다.

1,000일의 적공 piece & peace가 ‘천일의 평화조각이 모여 사드철회’라는 부제를 달고 지난 12월 4~5일 성주 소성리 진밭교 앞에서 열렸다.

999일 밤, 30여 명의 기도인들이 성주 소성리 진밭교에서 사드철회 평화 1,000배를 올린다.

2017년 2월말 롯데 골프장 땅을 바꿔치기 하자마자 국방부는 철조망 울타리를 치고 천여 명의 경찰병력을 배치해 진밭교 너머 통행을 막았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인용을 텔레비전으로 보던 소성리 주민들은 한쪽 팔만 올린 반쪽짜리 만세를 불렀다. 정권이 바뀌어도 사드배치 결정을 뒤집기가 쉽지 않을 것 이란 소성리 주민들의 판단은 정확했다.

다음날 3월 11일, 주민들과 평화연대자들은 진밭교에 올라 경찰에게 철조망을 걷고 길을 내달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이 농사 짓고, 산소 돌보러 드나들던 길이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17세 원불교 2대 종법사 정산종사가 스승을 찾아 길을 떠났던 구도길이었다. 모두의 길이 하루아침에 막혀버린 것이다.

경찰이 길을 터주지 않자 대열 앞줄에 섰던 원불교 시민사회네트워크교당 김선명 교무와 제주도에서 올라온 강은도 교무가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 [사진제공 - 사드원천무효 공동상황실]
   
▲ [사진제공 - 사드원천무효 공동상황실]

진밭교의 기온은 저녁이 되자 뚝뚝 떨어졌다. 3월초 진밭은 겨울날보다 추웠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그대로 몸으로 받아 안았다. 추위에 떨며 염불과 좌선에 매진할 때 “아이고, 교무님들 얼어 죽것네”라며 소성리 어르신들이 급히 비닐을 둘러쳐준다. 비닐 안이 그렇게 따뜻할 줄 몰랐다. 그렇게 밤이 왔고, 날이 밝았다.

“주민들의 통행길을 열어라, 스승님의 구도길을 열어라”는 요구와 함께 두 교무가 주저앉은 그 길은 그렇게 1,000일 동안 평화의 진입로가 되었다.

12월 초 한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중국안보를 위협하는 사드철회’에 한국정부가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북핵을 막는다며 주민들과 종교인들을 짓밟고 들어간 사드는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점을 이용하려는 패권경쟁의 산물이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전략에 소성리는 희생양이었다.

서너 사람이 빠지고 새로운 사람이 자리를 채웠을 뿐 여전히 몸을 낮춘 간절한 절이 이어진다. 백배를 넘기며 숫자세기는 포기했다. 그저 ‘천지하감지위, 부모하감지위, 동포응감지위, 법률응감지위’ 원불교 사은헌배송에 맞춰 몸을 일으키고 엎드리기를 반복할 뿐이다.

   
▲ 전 세계 800여개 미군기지중 유일하게 미군이 육로로 다닐 수 없는 곳이 이곳 소성리다. [사진제공 - 사드원천무효 공동상황실]

아침부터 컨테이너를 매달은 헬기가 임시 사드기지를 들락거린다. 전 세계 800여개 미군기지중 유일하게 미군이 육로로 다닐 수 없는 곳이 이곳 소성리다.

매일 새벽 5시 원불교기도와 7시 평화기도회, 8시 임시기지앞 평화행동, 11시 마을회관앞 평화 100배, 오후 3시 임시기지앞 평화행동, 오후4시와 8시 원불교기도가 쉼 없이 이어진다. 오전·오후 임시기지앞 피켓시위가 2시간씩 이어지고, 저녁식사를 마친 소성리 어르신들은 마을회관 앞 난롯불에 의지해 밤10시까지 소성리 길목을 지킨다.

매주 수·토요일 소성리집회, 수·일요일 김천집회 또한 진행된다. 매주 1~3회 달마산을 넘어 미군숙소와 가장 가까운곳에 올라 ‘미군은 사드 갖고 이땅을 떠나라”고 외쳐댄다.

소성리에서는 물샐틈없이 평화행동이 이어진다.

중간에 빠져나간 서너 명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절을 멈추지 않는다. 이 절의 공덕으로 사드가 꼭 빠져 나갈 것 이라 믿는 것이 분명했다.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오후 2시 진밭교에서 열린 ‘평화기도회’ 노래공연에 나선 소성리 할매들의 눈물이 아른거린다. 사회자도 연설자도 ‘평화기도 1000일’이라는 단어에 목이 메인다.

1000배에 맞춰 제작된 2시간 30분짜리 사은헌배송이 뒤로 갈수록 느려지는 듯하다. 느려질 리 없는데 말이다. 절이 절로 되는 것을 보니 몸이 적응했나보다.

김천 수요집회를 마친 사람들이 올라오는 소리로 주위가 수선스럽다. 밤 9시가 넘었나보다. 1000배가 끝나간다는 신호다.

한호흡 한호흡 간절해 진다. 이토록 간절한 평화가 있을까?

   
▲  [사진제공 - 사드원천무효 공동상황실]

전략영향평가는 지난 1년 동안 시작도 못했다. 필요성검토, 성능검토, 입지검토, 최종배치결정 순으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시작부터 불법으로 임시로 사드를 전개해 버린 탓에 꿰어맞추기식 전략영향평가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2001년 이명박 정부시절, 미국이 백령도에 사드레이더 배치를 요청했으나 중국과의 마찰을 고려해 거부한 바 있다. 2013년 미의회조사국과 국방부도 한국은 북한과 너무 가까워 사드미사일 효용성이 낮아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사드는 ‘북핵방어’의 자리에 ‘미국방어’라는 단어를 들이대면 문제가 풀린다. 북핵방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2017년 4월 26일, 9월 7~8일 각각 8,000여 명의 경찰병력을 앞세워 주민과 종교인들을 짓밟고 ‘불법적’으로 사드가 ‘임시배치’되었다. 절차는 전무했다.

맨앞줄 김선명, 강현욱 교무님의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다. 문규현 신부님의 절도 멈출 줄 모른다. 소성리 신입 청년주민 짱똘과 정진석 가수도 마지막 1000배를 향해 쉼 없다. 마지막 1,000배는 ‘다 놓아버리니’ 시나브로 온다. 사드도 1000배처럼 끝이 있겠지.

화장실을 가려니 그제사 다리가 꺽이고 몸은 생각과 다르게 움직인다.

1000배를 한 이, 김천집회를 다녀온 이, 평화점등식을 보러 온 이들이 모여 밤10시 "사드가고 평화오라"는 함성을 지른다. 스위치를 누르니 ‘평화는 얼지 않는다’가 활짝 켜진다.

1000일

   
▲ [사진제공 - 사드원천무효 공동상황실]
   
▲ [사진제공 - 사드원천무효 공동상황실]

날이 밝았다. 새벽 5시 1000일을 여는 기도와 목탁소리가 진밭교와 달마산에 퍼진다. 999일밤 불을 당긴 ‘평화는 얼지 않는다’ 네온사인이 진밭교 겨울바람을 따스이 감싼다.

오전 7시 평화기도회에서 백창욱 목사님의 격정적 설교가 이어진다. 진밭교에는 목사님이 일원상 앞에서 손을 모으고, 교무님이 십자가를 품에 안는다. 1000일째 임시 사드기지앞 평화행동은 더욱 힘차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렇게 골짜기까지 찾아오셔서 기도해주시니 고맙습니다”며 연신 고개를 조아리시는 87세의 장경순 어르신 덕에 또다시 진밭은 울음바다가 됐다.

매일 하던 평화 100배를 진밭교에서 올렸다. 오전 11시가 되면 마을회관앞 마당을 쓸고 100배 준비를 하고, 의자에 앉아 땅끝까지 100배를 하시는 86세 이호기, 87세 장경순 어르신이 진밭교로 올라오셨다. 그렇게 간절한 기도와 절을 본 적이 없다.

“사드 나가기 전에는 못 죽는다”던 어르신들이 4년의 세월동안 네 분이나 돌아가셨다. 소성리 어르신들의 소원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사드빼고 평화심는 것이다.

‘사무여한’ ‘원불교평화행동’ 깃발이 힘차게 펄럭인다. 마치 지난 1000일 동안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평화했는가?’고 묻는 듯하다. 너댓 번 바꿔달은 깃발 가장자리는 헤지고 닿아졌다.

   
▲ [사진제공 - 사드원천무효 공동상황실]

삼시세끼를 고통 받는 현장에 달려가는 ‘십시일반 밥묵차’가 감당해주었다. 사드임시기지 공사한다고 한바탕씩 밀고 당기는 난리가 날 때마다 밥으로 연대해주고, 밥 푸던 주걱 집어던지고 어느새 옆에서 경찰과 밀고 당기던 분들이다. 이분들 덕에 평화는 더욱 당겨지리라.

점심을 먹고 전국으로 흩어지는 일행들을 뒤로하고 달마산행팀을 따라나선다.
999일 100배와 1000배, 1000일 100배를 꼬박하고 달마산행까지 내달려본다.

주민과 연대자들은 매주 1~3회 미군숙소와 가장 가까운 달마산 정상부근까지 오른다. 겨울산에 낙엽이 잔뜩 내려앉아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 소리가 울린다.

헉헉대며 오르다 보니, 바스락 낙엽들과 이질적인 철조망을 마주한다. 철조망 위에는 미군의 눈이 된 CCTV가 우리들을 훑어 내린다. CCTV에는 나부끼는 ‘US TROOPS Out Now, NO THAAD’ 현수막도 함께 잡힌다.

내전이 빈발하는 화약고 같은 중앙아메리카 인구 5백만의 코스타리카는 1948년 12월 1일 군사령부 요새의 벽을 가격하는 망치소리와 함께 군대를 버렸다. 커다란 망치를 휘두른 사람은 호세 피게레스라는 혁명가였다. 군사령부 요새는 국방부에서 교육부로 넘겨지고 박물관으로 재탄생되었다.

당시 행사에 참가했던 피게레스의 부인 헨리에타 보그스의 기록에 의하면 각료, 외교단, 기업계대표단 등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 사이에서 박수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헨리에타는 ‘군대가 없는 나라라니’ 다들 휘둥그레한 상황에서 가장 따뜻한 박수가 터져 나온 곳은 성직자들이었다고 기억한다.

내전에 지친 코스타리카 국민들은 뒤늦게 열렬히 환호했다. 그러나 국경을 맞댄 니카라과의 내전과 미국의 개입 등으로 위기의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때마다 ‘무장해제한 중립국’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내세워 더욱 적극적인 평화를 지켜낼 수 있었다.

   
▲ [사진제공 - 사드원천무효 공동상황실]
   
▲ [사진제공 - 사드원천무효 공동상황실]

함께 달마산을 올랐던 8명이 돌아가면서 알고 있는 영어를 총동원해 미군들에게 소리쳤다. “NO THAAD, JUST PEACE!”

발밑의 바스락 소리를 들으며 올랐던 길을 지팡이에 의지해 내려온다. 낙엽으로 뒤덮인 달마산의 평화를 가슴에 주워 담는다.

코스타리카가 군대를 버린 날 군사령부 요새를 넘겨받은 교육부장관의 연설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우리는 지구촌이 다른 나라들이 하나 둘씩 우리 코스타리타의 예를 따라 군대를 없애고 평화와 번영의 길을 걷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아직 그의 희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전히 미국은 동맹국에 자국의 안보를 위해 엄청난 돈을 내라고 위협중이다.

다시 1001일, 진밭교에서 ‘군대를 버린 한반도 중립국’ 꿈을 품어본다.

   
▲ [사진제공 - 사드원천무효 공동상황실]

 

이태옥 (원불교환경연대 나이만큼나무를심자 사업단장)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자연도 인간도, 우주도...

한낱 인간의 욕망이 지구를 망가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꿈꾼다.

에코아나키스트가 꿈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판문점 최종담판은 없다

[개벽예감 374] 판문점 최종담판은 없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12/16 [08:44]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위치식별장치 켜놓고 비행하는 미국군 정찰기들

2.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 개건증축공사가 완료되다

3. 신형 고체연료로켓엔진 만들어낸 조선국방과학원

4. 시험시간 7분은 무슨 뜻일까?

5. 판문점 최종담판은 없다

 

 

1. 위치식별장치 켜놓고 비행하는 미국군 정찰기들

 

미국 통신사 <블룸벅 뉴스> 2019년 12월 10일 분석기사에서 국제투자자문기관 올브라잇 스톤브리지 그룹의 선임 국장 에번스 리비어는 “우리 모두는 북조선이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는 말은 긴장감을 느끼며 조선의 움직임을 지켜본다는 뜻이다. 지금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가 모두 그런 분위기 속에 잠겨있다. 그들은 올해 2019년 12월을 여느 해 연말처럼 즐겁게 보내지 못할 것이다. 요즈음 미국 국방부가 거의 매일 같이 다종다양한 정찰기들을 한반도 상공에 출동시키고 있는 것도 긴장감을 느끼며 조선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비상행동이다. 미국 국방부가 조선에 대한 공중정찰에 동원하는 기종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지상감시정찰기 E-8C 

통신감청정찰기 RC-135W 

통신감청정찰기 EP-3E 

레이더파감시정찰기 RC-135U 

전자신호감청정찰기 RC-135C 

해상초계기 P-3C 

고고도유인정찰기 U-2S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미국 국방부가 계속하고 있는 조선에 대한 공중정찰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정찰위성도 증강하였다. <동아일보> 2019년 12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정찰위성을 평소보다 더 증강하여 조선을 밤낮으로 24시간 감시하는 중이라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 국방부는 미국군이 운용하는 거의 모든 공중정찰자산들을 대조선감시활동에 집중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미국 정찰위성이 로씨야 동부씨비리 상공을 날아가는 장면이다. 요즈음 미국 국방부는 거의 매일 같이 다종다양한 정찰기들과 정찰위성을 한반도 상공에 출동시켜 조선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그런데 대조선감시활동에 동원되는 미국군 정찰기들은 위치식별장치를 켜놓고 비행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미국군이 보유한 각종 공중정찰자산들을 총동원하여 조선에 감시를 집중하더라도 조선이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려는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기 힘들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자기들이 공중정찰을 계속하고 있으니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지 말아달라는 다급한 신호를 조선에게 보내려는 의도에서 위치식별장치를 커놓은 정찰기들을 한반도 상공에 거의 매일 같이 출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앙일보> 2019년 12월 9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대조선감시활동에 동원되는 미국군 정찰기들은 위치식별장치를 켜놓고 비행한다고 한다. 원래 정찰기는 자기 항적이 정찰대상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게 하려고 위치식별장치를 꺼놓고 비행하는 게 정상인데, 요즈음 조선에 대한 공중정찰에 동원되는 미국군 정찰기들은 이상하게도 위치식별장치를 켜놓고 비행하는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미국군 정찰기들이 그처럼 위치식별장치를 켜놓고 진행하는 공중정찰은 하나마나한 짓이다. 왜냐하면 조선인민군은 한반도 상공으로 접근하는 미국군 정찰기의 위치를 식별하자마자 곧바로 공중정찰을 따돌리기 위한 대응행동을 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군 정찰기들이 그처럼 하나마나한 공중정찰을 계속하는 데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미국 국방부는 각종 공중정찰자산들을 총동원하여 조선을 집중적으로 감시하더라도 조선이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려는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기 힘들다는 점을 잘 안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들이 공중정찰을 계속하고 있으니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지 말아달라는 다급한 신호를 조선에게 보내려는 의도에서 위치식별장치를 켜놓은 정찰기들을 한반도 상공에 거의 매일 같이 출동시키는 것이다. 

 

2019년 12월 12일 윌리엄 번 미국군 합동참모본부 부참모장은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취재진에게 조선이 장거리미사일시험발사를 중단하기로 한 약속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하면서, “우리는 (최근 조선측의) 발언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우리의 동반자들과 그런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적절한 방어행동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들어보면, 지금 미국 국방부는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지 않을까 매우 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12월 13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뉴욕에서 진행된 강연회에서 발언하는 중에 조선은 “이미 핵무기를 가졌고, 지금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 하는데, 이것은 우리나라(미국을 지칭함-옮긴이)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된다”고 말했다.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지 않을까 하는 심각한 우려는 미국 국방부에만 퍼져있는 게 아니다. 지금 워싱턴에서 누구보다도 심각한 우려를 느끼는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일본 <아사히신붕> 2019년 12월 2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에서는 올해 여름부터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 사용하는 콘크리트 토대가 전국 각지에 수십개소 증설되었다고 하니, 트럼프 대통령과 각료들이 어찌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2.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 개건증축공사가 완료되다

 

2019년 6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여 미국 국무부 당국자들을 만났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의원연맹 대표단은 2019년 12월 3일에 발표한 방미보고서에서 미국이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 의원연맹 대표단이 미국 국무부를 방문하여 위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은 지난 6월인데, 당시에는 조미관계가 지금처럼 긴장 속에 빠져들기 전이었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인 상봉을 하였을 만큼 대화분위기가 살아있었다. 그런데 왜 미국은 2019년 6월에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 의문을 풀려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다음과 같은 정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텔레비전방송 <NHK> 2019년 6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 안에 큰 건물이 새로 완공되었고, 다른 건물들이 증축되고 있다고 한다.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는 평양 북쪽 룡성구역 산음동에 있다. 여기서 증축이라는 말은 건물 몇 동을 세운다는 뜻만이 아니라, 현대적인 시설로 개건한다는 뜻도 포함하는 말이다. 이런 정황은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에서 미사일생산능력이 고도화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미국의 민간군사문제연구기관 <글로벌 씨큐리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는 미국 공군의 최신 시설이나 미국 항공우주국의 최신 시설과 “똑같은” 현대적인 시설을 갖추고, 각종 탄도미사일을 연구, 개발, 생산하는 대규모 단지다. 거기에서는 조선 각지에 있는 비밀공장들에서 생산된 미사일추진체, 로켓엔진, 미사일항법장치 등 주요부품들이 최종적으로 조립된다. 탄도미사일 1기에 들어가는 부품은 약 10만 개나 되므로, 어느 한 공장에서 그 많은 부품을 모두 생산할 수 없다. <중앙일보> 2016년 7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 각지에 있는 미사일부품공장 100여 개소에서 각종 미사일부품들이 계렬생산된다고 한다. 

 

그런데 <동아일보> 2019년 12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정찰위성을 평소보다 더 증강하여 산음동 일대를 밤낮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산음동 일대는 최근 개건증축공사를 완료한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를 뜻한다. 

 

주목되는 것은, 탄도미사일 주요부품들을 최종적으로 조립하는 조선의 미사일조립시설은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에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지역들에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각종 공중정찰자산들을 총동원하여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를 집중적으로 감시하다고 해서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징후를 미리 포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선은 미국의 공중정찰자산들이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에 감시를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다른 지역에 있는 비밀공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최종조립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평양 북쪽 룡성구역 산음동에 있는 미사일개발단지를 촬영한 상업위성사진이다. 미국은 그 미사일개발단지가 있는 산음동의 이름을 따서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라고 부른다. 그런데 2019년 6월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 안에 큰 건물이 새로 완공되었고, 다른 건물들이 증축되고 있었다. 증축이라는 말은 현대적인 시설로 개건, 증축한다는 뜻이므로,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가 올해 개건, 증축되어 미사일생산능력이 고도화된 것이다. 따라서 2020년부터 조선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비롯한 각종 신형 탄도미사일들을 더 많이 만들어낼 것이다. 미국이 조선의 평화협정체결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조선에게 일방적인 핵폐기를 요구하면서 조미협상을 난관에 빠뜨린 사이에 조선은 미사일생산능력을 고도화하였다.     

 

어쨌든 조선은 이처럼 방대한 미사일생산시설을 전국 각지에서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비롯한 각종 탄도미사일을 연간 200기씩 만들어내는 고도화된 생산능력을 가질 수 있었고, 세계 최고 수준의 미사일강국으로 될 수 있었다.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를 현대화하는 개건증축공사가 올해 완료되었으니, 2020년부터 조선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비롯한 각종 신형 탄도미사일들을 더 많이 만들어낼 것이 확실하다. 돌이켜보면, 올해 봄부터 조선이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신형 잠대지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신형 장거리대구경방사포 시험발사를 5월에 2차례, 7월에 2차례, 8월에 5차례, 9월에 한 차례, 10월에 2차례, 11월에 두 차례 등 총 14차례나 연이어 진행한 것은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를 개건, 증축함으로써 미사일생산능력을 고도화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박정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이 2019년 12월 14일 담화에서 “우리는 거대한 힘을 비축하였다”고 말한 것은 미사일생산능력을 고도화하였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미국이 조선의 평화협정체결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조선에게 일방적인 핵폐기를 요구하면서 조미협상을 난관에 빠뜨린 사이에 조선은 미사일생산능력을 고도화하였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을 오판하여 2019년 말까지 조선의 평화협정체결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어물어물할 것이고, 조선은 고도화된 미사일생산능력을 총동원하여 이미 예고한 ‘새로운 길’로 나아갈 것이다. 돌이켜보면, 조미핵대결이 극도로 격화되었던 2017년에 조선이 위기상황을 돌파하고 미국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였기 때문이다. 2017년에 조선이 진행한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5월 14일 화성-12 대륙간탄도미사일 1차 시험발사 (고각발사, 동해 탄착)

7월 4일 화성-14 대륙간탄도미사일 1차 시험발사 (고각발사, 동해 탄착)

7월 28일 화성-14 대륙간탄도미사일 2차 시험발사 (고각발사, 동해 탄착)

8월 29일 화성-12 대륙간탄도미사일 2차 시험발사 (정상각발사, 일본렬도 넘어 북태평양 탄착)

9월 15일 화성-12 대륙간탄도미사일 3차 시험발사 (정상각발사, 일본렬도 넘어 북태평양 탄착) 

11월 29일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고각발사, 동해 탄착) 

 

 

3. 신형 고체연료로켓엔진 만들어낸 조선국방과학원

 

조선국방과학원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12월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한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한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이 발표를 읽어보면, 그날 조선국방과학원이 서해위성발사장 로켓엔진분사시험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될 신형 고체연료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을 진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미국과 한국의 군사전문가들은 2019년 12월 7일 조선국방과학원이 고체연료로켓엔진이 아니라 액체연료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하지만 그런 추정은 빗나간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조선국방과학원은 2017년 3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될 액체연료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날 분사시험을 현장에서 지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시험에서의 성공은 로케트공업부문에 남아있던 교조주의, 보수주의, 형식주의와 다른 나라의 기술을 답습하던 의존성을 완전히 뿌리뽑고 명실공히 개발창조형 공업으로 확고히 전변된 주체적인 로케트공업의 새로운 탄생을 선포한 력사적 의의를 가지는 대사변”이라고 격찬하면서, “로케트공업발전에서 대비약을 이룩한 오늘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 <3.18혁명>이라고도 칭할 수 있는 력사적인 날이라고 기쁨에 넘쳐 말씀하시였다”고 한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2017년 3월 18일 조선국방과학원이 분사시험에서 성공한 신형 액체로켓엔진이 ‘완성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는 2017년 9월 4일 <자주시보>에 실린 ‘화성-12형 북태평양으로 날려보낸 2017년형 백두산로켓엔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 신형 액체로켓엔진의 추력을 100톤-포스(ton-force)로 추산한 바 있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2017년 3월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 형의 대출력 발동기가 개발완성됨으로써 우주개발분야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위성운반능력과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과학기술적 토대가 더욱 튼튼히 마련되게 되였다”고 언명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런 정황을 보면, 100톤-포스급 액체로켓엔진은 대륙간탄도미사일만이 아니라 위성운반추진체에도 장착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조선국방과학원이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위성운반추진체에 모두 장착되는 100톤-포스급 액체로켓엔진을 2017년 3월에 완성하였으므로, 또 다른 액체로켓엔진을 개발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2) 이전에 조선국방과학원은 새로 개발한 고체연료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을 17호 공장 경내에 있는 마군포 로켓엔진분사시험대에서 진행하였었다. 17호 공장은 함경남도 흥남에 있다.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 경내에 있는 로켓엔진분사시험대에서는 액체연료로켓분사시험을 진행해지만, 고체연료로켓엔진분사시험은 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아는 미국과 한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이번에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된 로켓엔진분사시험도 이전처럼 액체연료로켓분사시험일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6년 3월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국방과학원이 처음 진행한 대출력 고체연료로켓엔진 분사시험을 현지에서 지도하는 장면이다. 대출력 고체연료로켓엔진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것이다. 당시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이번 대출력 고체로케트발동기지상분출시험은 우리 식대로 새로 설계제작한 발동기의 구조안정성과 추진력을 평가하고 이와 함께 열분리체계 및 타추종체계의 동작특성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되였다"고 하였다. 그날 조선국방과학원은 고체연료로켓엔진분사시험과 추진체분리시험을 한꺼번에 진행하였다.     

 

그러나 조선이 고체연료로켓엔진분사시험을 이전과 똑같이 이번에도 마군포 로켓엔진분사시험대에서 진행할 필요는 없다. 만일 조선이 이번에도 마군포 로켓엔진분사시험대에서 신형 고체연료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시험을 진행하였더라면, 미국의 정찰감시자산들이 17호 공장을 집중적으로 감시하였을 것이다. 요즈음처럼 민감한 시기에 조선국방과학원은 미국의 24시간 정찰감시가 고체연료로켓엔진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17호 공장에 집중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조선국방과학원은 17호 공장에서 만든 신형 고체연료로켓엔진을 세상에 널리 알려진 서해위성발사장으로 운반하여 그곳에서 분사시험을 진행했던 것이다.   

 

(3) 조선국방과학원은 2019년 12월 13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12월 7일에 이어 두 번째로 로켓엔진분사시험을 진행하였다. 조선국방과학원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에 두 차례 연이어 진행된 로켓엔진분사시험들에서 얻은 성과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믿음직한 전략적 핵전쟁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는 데 적용될 것”이라고 한다. 이튿날인 12월 14일 박정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은 담화에서 “최근에 진행한 국방과학연구시험의 귀중한 자료들과 경험 그리고 새로운 기술들은 미국의 핵위협을 확고하고도 믿음직하게 견제, 제압하기 위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또 다른 전략무기개발에 그대로 적용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이번에 두 차례 분사시험을 통과한 신형 로켓엔진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 것이다. 

 

조선국방과학원은 이미 2016년에 신형 액체연료로켓엔진을 개발하여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하였으므로, 이번에 또 다른 신형 액체연료로켓엔진을 만들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번에 조선국방과학원이 새로 개발하여 분사시험을 진행한 신형 로켓엔진은 액체연료로켓엔진이 아니라 고체연료로켓엔진인 것이 분명하다.  

 

 

4. 시험시간 7분은 무슨 뜻일까?

 

조선국방과학원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12월 13일 22시 41분부터 48분까지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중대한 시험이 또다시 진행되였다”고 한다. 주목되는 것은, 제2차 신형 로켓엔진분사시험이 오후 10시 41분부터 48분까지 7분 동안 진행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액체연료추진체나 고체연료추진체를 불문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1단 추진체를 7분(420초) 동안 연소하는 경우는 생각할 수 없다. 예컨대, 미국의 거대군수기업 노드롭 그루먼이 2019년 10월 10일 유타주에 있는 로켓엔진분사시험장에서 신형 고체연료엔진 GEM 63을 분사하는 시험을 진행하였는데, 길이가 20m이고 지름이 1.6m인 1단 추진체가 연소한 시간은 약 100초였다. 

 

더욱이 요즈음 미사일강국들은 대륙간탄도미사일 1단 추진체가 상승비행을 하는 중에 적국이 발사한 요격미사일에 격추당할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1단 추진체의 연소시간을 단축하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이번에 조선국방과학원 대변인이 발표문에서 언급한 7분은 고체연료추진체가 연소된 시간이 아니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6년 3월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조선국방과학원이 대출력 고체연료로켓엔진을 분사하는 장면이다. 당시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분사시험에 들어가기 직전 고체연료로켓엔진을 몸소 손으로 쓸어보면서 이것은 자력자강의 산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조선국방과학원은 2019년 12월 13일에도 2016년 3월 23일에 그러했던 것처럼 고체연료로켓엔진분사시험과 추진체분리시험을 한꺼번에 진행하였다. 2019년 12월 13일 조선국방과학원이 분리시험을 진행한 고체연료추진체는 3단형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시험시간 7분은 무슨 뜻인가? 이 의문을 풀어줄 결정적인 단서는 조선국방과학원이 2016년 3월 23일에 진행한 대출력 고체연료로켓엔진 분사시험에서 찾을 수 있다. 그날 진행된 분사시험은 제1차 고체연료로켓엔진분사시험이었으므로, 이번에 두 차례 연이어 진행된 로켓엔진분사시험은 제2차 고체연료로켓엔진분사시험이다. 

 

주목되는 것은, 2016년 3월 23일 조선국방과학원이 고체연료로켓엔진분사시험과 추진체분리시험을 한꺼번에 진행하였다는 사실이다. 당시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대출력 고체로케트발동기지상분출 및 계단분리시험에서 성공”하였다고 대서특필한 바 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조선국방과학원이 고체연료로켓의 경우 분사시험과 분리시험을 한꺼번에 진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번에 조선국방과학원 대변인이 언급한 시험시간 7분은 1단 고체연료추진체가 연소한 시간만이 아니라, 추진체들이 순차적으로 분리되는 분리시험시간까지 모두 합한 시간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 

 

2017년 11월 29일에 시험발사된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액체연료추진체는 2단형이었는데, 2019년 12월 13일 분리시험을 진행한 고체연료추진체는 3단형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을 비롯한 미사일강국들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액체연료추진체를 2단형으로 만들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고체연료추진체를 3단형으로 만든다. 이를테면, 로씨야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RS-24 야르스와 중국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41이 3단형 추진체로 설계된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이다.  

 

 

5. 판문점 최종담판은 없다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경축 열병식 행진에 처음 보는 두 종류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등장하였다. 거대한 원통형 발사관을 실은 8축16륜 발사대차와 그보다 조금 작은 원통형 발사관을 실은 7축14륜 발사대차가 각각 등장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당시 조선은 그 두 종류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공식명칭을 세상에 알려주지 않고, 실물만 보여주었다.   

 

2018년 2월 8일 건군절 70주년 열병식 행진에 등장한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원통형 발사관에 들어있지 않았는데,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경축 열병식 행진에 등장한 두 종류의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은 원통형 발사관에 들어있었다. 2017년 11월 29일에 시험발사된 화성-15은 액체연료추진체로 설계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이기 때문에 원통형 발사관에서 발사되지 않지만, 2017년 4월 15일에 공개된 두 종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고체연료추진체로 설계된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이기 때문에 원통형 발사관에서 발사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은 고체연료추진체로 설계된 두 종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이미 2016년에 만들어놓고, 그것을 시험발사할 적절한 기회를 기다려왔음을 알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조선국방과학원은 산음동미사일개발단지를 개건, 증축하였고, 이번에 신형 고체연료로켓엔진을 만들어 두 차례 분사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러므로 조선은 이미 3년 전에 만들어놓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기존 고체연료로켓엔진을 이번에 개발한 신형으로 교체하여 시험발사를 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3년 전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된 기존 고체연료로켓엔진을 이번에 만든 신형 고체연료로켓엔진으로 교체하는 작업은 간단히 끝낼 수 있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제7기 제5차 정치국 전원회의를 소집하게 될 2019년 12월 하순 이전에 그 교체작업은 끝날 것이다. 

 

2019년 7월 11일 주한미국군사령부가 펴낸 ‘주한미국군 2019 전략요람’에 따르면, 액체연료추진체로 설계된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인 화성-14와 화성-15의 사거리는 각각 10,058km, 12,874km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조선이 2019년 12월 안에 고체연료로켓엔진 교체작업을 끝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11,000km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12월 하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소집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 유예조치를 철회하는 결정을 내리면, 신형 고체연료로켓엔진으로 교체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정치적 준비까지 완료되는 것이다. 

 

상황을 오판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평화협정체결요구를 2019년 12월 31일까지 끝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0년 1월 1일에 발표할 신년사에서 조미협상이 끝났다고 선언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선은 첫 수소탄기폭시험을 2016년 1월 6일에 진행했던 것처럼, 신형 고체연료로켓을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2020년 1월 8일 직전에 시험발사할 것으로 예견된다. 

 

2019년 12월 12일 조선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저들은 때없이 대륙간탄도미싸일을 쏘아올려도 되고, 우리는 그 어느 나라나 다 하는 무기시험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우리를 완전히 무장해제시켜보려는 미국의 날강도적인 본성을 적라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질타하였다. 이것은 조선이 2020년 1월 중에 신형 고체연료로켓을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수 있다고 예고한 발언으로 들린다.

 

만일 조선이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면,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언제 시험발사할 것인가 하고 속을 태우며 걱정만 하던 미국은 국가안보에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이룩한 최고의 외교업적이라고 자랑해오던 조미협상이 파탄되는 것으로 하여 2020년 11월 대통령선거에서 낙선의 쓴 잔을 마시게 될 것이다. 

 

일본 <아사히신붕> 2019년 1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며칠 전 뉴욕에서 접촉하였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한 조선과 미국은 2019년 12월 중에 판문점에서 최종담판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조정하는 중인데, 2019년 12월 15일 서울에 나타난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스티븐 비건이 판문점 최종담판에 미국측 대표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 보도기사는 조선과 미국이 판문점 최종담판을 비공개로 논의하는 중이라고 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최종담판에 기대를 걸고 비건을 서울에 급파하였지만, 판문점 최종담판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왜냐하면 조선외무성은 미국이 판문점 최종담판에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12일 조선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미국이 입만 벌리면 대화타령을 늘어놓고 있는데, 설사 대화를 한다고 해도 미국이 우리에게 내놓을 것이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조미협상에서 조선에게 내놓을 해결방안을 갖지 못한 미국이 조선에게 협상을 재개하자고 간청하는 것은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까지 시간이나 끌어보려는 수작으로 보일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9년 12월 15일 조선이 정한 연말시한을 앞둔 긴장된 시점에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스티븐 비건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에 나타난 비건은 19일까지 머물면서 판문점에서 조선외무성 협상대표를 만나 최종담판을 벌일 것으로 예견된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최종담판에 기대를 걸고 비건을 서울에 급파하였지만, 판문점 최종담판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왜냐하면 조선외무성은 미국이 판문점 최종담판에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비건은 조선외무성으로부터 조롱이나 받지 않고 워싱턴으로 돌아가면 다행일 것이다.     

 

미국이 조미협상에서 조선에게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조선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서도 입증된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인영, 자유한국당 당시 원내대표 나경원,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오신환은 미국이 주한미국군주둔비를 엄청나게 증액하려는 것에 대한 우려, 그리고 주한미국군 철수에 관한 우려를 미국 연방의회와 행정부에 전하기 위해 2019년 11월 20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였다. 그들은 워싱턴 체류일정 둘째 날인 11월 21일 미국 국무부 지명자 비건을 면담하였다. 그들은 면담 직후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건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고 하였다. “한미동맹이 6.25전쟁 이후 60년 넘게 지났지만, 왜 한반도에는 평화가 없고 극단적인 대치상황이 있는지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있다. 한미동맹의 갱신(renewal)이 필요하다.” 비건이 꺼내놓은 이 발언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나 미국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바란다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정전체제 위에 세워진 한미동맹체제를 갱신하는 게 아니라 그 낡은 체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포기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미동맹체제는 미국이 한국을 보호해준다는 구실로 한국을 자기 발밑에 두고 지배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며, 미국이 한국과 함께 조선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적대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며, 조선의 핵무력 완성과 중국의 핵무력 강화로 존재가치를 완전히 상실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한반도 평화체제와 한미동맹체제는 절대로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이것은 타협적 공존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양자택일의 문제다. 

 

그런데 이처럼 명백한 사실도 알지 못하고, 한국의 3당 원내대표들에게 한미동맹의 갱신이니 뭐니 하는 허튼 소리를 늘어놓은 비건이 판문점 최종담판을 하고 싶다며 서울에 불쑥 나타났으니, 조선외무성으로부터 조롱이나 받지 않고 워싱턴으로 돌아가면 다행일 것이다.    

 

 
광고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열심히 살수록 가난해지는, 여기는 '헬조선'입니다

[리뷰] 오늘의 여성노동자들에게 위로 전하는 작품, 영화 <위로 공단>

19.12.15 18:04최종업데이트19.12.15 18:04
 영화 <위로공단> 포스터

영화 <위로공단> 포스터ⓒ (주)엣나인필름

 
생각지도 않은 사람에게 상처받을 때가 있다. 상처 준 사람은 전혀 의도치 않았기에 상처 준 사실을 모른다. 딱히 그의 잘못이라 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혼자 상처받고 아프곤 한다.
 
독서 모임을 같이 하던 A를 아주 오랜만에 만났다. 이런저런 화제로 옮아가던 중, 대화가 옛 직장으로 흘러갔다. A는 반도체 회사를 다녔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해 결혼 전까지 다녔다. A의 아이들의 나이로 추정해보면 대략 20여 년 전 일일 것이다. 그곳에서 그는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어린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입사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동생뻘인 노동자들과 친하게 지냈다.
 
A가 본 반도체 여성 노동자들은 딱했다. 독극물(그때는 명확히 몰랐겠지만)을 맨손으로 만지며 일하는 그들이 위태롭게 보였다. 이들을 그는 "불쌍하다"고 말했다. 나는 "불쌍하다"는 말에 상처받았다. 그들은 불쌍한 걸까? '불쌍한' 노동자로 명명되는 그들은, 스스로를 부끄러워해야 하나?
 
A가 만난 노동자들은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곧바로 공장에 취업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그들이 가여웠던 A는, 이렇게 살지 말고 대학에 진학하라고 권유했다. A는 그들이 꿈을 포기하고 사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들 중 몇은 그의 권유로 진학했고 그 이후 가끔 소식을 전했다. 대학 졸업 후 그들은 어떤 노동환경에서 일하게 되었을까? 대학 진학으로 그 공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걸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을까? 아직도 그곳에서 일했을 다수의 노동자 친구들을 종종 기억하곤 했을까? 공장을 벗어난 이들은 공장의 그들을 '불쌍하다'고 여기게 되었을까?
 
'공순이'로 불리던 그녀들
  
 영화 <위로공단> 스틸 컷

영화 <위로공단> 스틸 컷ⓒ (주)엣나인필름

 
화장실 들어올 때와 나갈 때가 다른 약삭 빠른 인심처럼, 부르는 자의 편의에 따라 여성 노동자들은 '산업 역군' 혹은 '공순이'로 불렸다. 이들의 기억을 재해석해 담은 다큐멘터리 <위로 공단>을 보았다. '위로' 공단? '구로' 공단이라면 모를까 '위로' 공단이라니 의아했다. 그 까닭을 영화 말미에 이해할 수 있었다.

<위로 공단>이 지난 201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룬 까닭도 영화를 보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영화는 아름답고 슬프다. 영화가 아름다운 건 슬픔이 짙기 때문이다.
 
"울고불고 해봐야 누가 봐주나, 한 푼이라도 버는 수밖에..."

체념으로 읊조리는 낮은 노래로 시작한 영화는 구로공단 50주년 '수출의 여인상'이 제막되는 현장을 비춘다. 한 손에 횃불을 치켜들고 한 손에 지구의를 든 젊은 여인상. 상의는 어쩌고 탈의되어 가슴을 드러내고 있는 이 모습이 수출의 여인상을 형상화하고 있다고? 기이하다. 헐벗고 굶주렸을 많아봐야 열대여섯이 태반이었을 소녀 노동자들이 어째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전장에 뛰어든 잔다르크의 형상을 하고 있을까?
 
약자 중 약자였을 소녀 노동자들이 얼마나 담대하게 노동 운동 집회장을 누볐는지 영화는 차분히 보고한다. <해방공간, 일상을 바꾼 여성들의 역사>를 쓴 이임하 교수는 노동자 정체성을 확인한 이 여성들의 역사를 "정말 대단하다"고 추앙했다. 1970년대 동일방직과 YH무역, 1980년대 구로공단의 효성물산 대우 어패럴 등 동맹 파업 현장에 있었던 노동자들은 그 시절로 돌아가자, 차마 그 설움을 잊지 못했다.

울음을 삼킨 채 증언을 이어나갔다. 태생이 용감해서가 아니었다. 하나둘씩 굶주림으로, 병으로, 성폭행으로 사라지는 동료들이 곧 도래할 내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니면 누가? "끝까지 임금 감하를 취소치 않으면 나는 근로 대중을 대표하여 죽음을 명예로 알뿐"이라며 을밀대에 홀로 오른 최초의 고공 농성자 강주룡의 '결기'를, 이들은 이렇게 투쟁의 역사로 잇고 있었다.
  
 영화 <위로공단> 스틸 컷

영화 <위로공단> 스틸 컷ⓒ (주)엣나인필름

 
전태일 열사는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김경숙 열사를 아는 이는 많지 않을 듯하다. 김경숙 열사는 YH무역 노동자였다. 일명 'YH사건'이라 불리는 노동 파업 현장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했다. YH무역 노동자들이 시위 현장에서 내건 구호를 들으면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지금도 노동집회 현장의 구호 역시 여전히 '타는 목마름'이지만, 당시 구호는 지금보다 서럽다.

"배고파서 못 살겠다 먹을 것을 달라."

구로 공단 노동자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했는지를 신경숙은 소설 <외딴 방>에서 그려냈다. 마지막 수단으로 '누드 시위'를 벌이던 노동자들이 똥물까지 뒤집어쓰고, 마침내 진압대로부터 모진 구타를 받는 장면이 <외딴 방>에 아프게 남아있다. 영화 <위로 공단>은 당시 현장에 있었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담히 담아내, 지금 여기의 노동자로 그들을 소환한다.

강주룡보다 더 높이 오른 용접공 김진숙. 한진중공업 노동자로 타워 크레인에 올라 투쟁을 감행했던 그가 증언하는 모습은 바짝 마른 잎사귀같이 버석해 보인다. 노동권을 외쳤을 뿐인데 대공분실까지 잡혀가 고초를 겪었다. 온통 붉은 칠이었던 그곳의 벽에 누군가 피눈물로 새겼을 여섯 글자, "살아서 나가자." 그는 이 여섯 글자를 "우주만큼 무겁게" 가슴에 새기고, 그 힘으로 귀환했다. 그리고 돌아간 곳은 고공의 타워 크레인.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하늘의 뜻과 멀어지는 역설을 대면하고도, 자신의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증언 한마디 한마디를 그는 새기듯 꾹꾹 눌러 박았다.
 
지인 A가 불쌍해했던 반도체 공장의 노동자들은 환자가 되어 증언을 이어간다. 모두 암 발병으로 투병 중이었다. 이들은 투병의 고통에 인지부조화까지 겪고 있었다. "나를 버렸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애인처럼", 이들은 삼성이라는 회사를 쉬이 잊지 못했다.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말에 얼마나 매료되었으면, 가슴에 얼음송곳이 되어 박힌 저주를 아직도 뽑아내지 못하는 걸까. 삼성과 같이 보낸 청춘이 허망하고 허망하다.
 
영화는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를 스쳐간다. 지난해 11년 만에 삼성으로부터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한 마디를 얻어내고자 풍찬노숙했을 아버지. 그는 딸과 한 약속, 억울한 죽음을 밝히겠다는 약속을 겨우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어지는 또다른 딸들의 죽음이 베트남 삼성 현지 공장에서 재현되고 있음을 목도했다.
 
삼성뿐 아니라 값싼 노동력을 찾아 캄보디아로 이전한 의류업체들의 여성 노동자들을 카메라는 쫓는다. 노동으로 번 임금 대부분을 가족에게 보내고 있는 소녀 가장들의 현실이 가난한 어느 나라라고 다를까. 그들이 한 달 빡세게 일해 받는 급여는 고작 110 달러. 이중 30 달러를 한 달 방세로 내고 거의 대부분을 가족에게 송금하는 여성들의 하루는 어떻게 유지되는 걸까. '고작 110 달러'를 받기 위해 이들은 2014년 목숨을 건 시위를 벌인다. 당시 한 달에 겨우 90 달러 받던 노동자들. 잘 살겠다는 게 아니라 최소한 인간답게는 살게 해달라며 임금 인상을 요구했던 노동자들의 평화 시위는 공수부대가 투입되어 무참히 진압됐다.
  
 영화 <위로공단> 스틸 컷

영화 <위로공단> 스틸 컷ⓒ (주)엣나인필름

 
과거 '공순이'가 있었다면 지금은 '콜순이'가 있다는 콜센터 노동자의 잠긴 목소리. 과거에도 지금도, 열심히 살면 살수록 가난해지는 '헬조선'의 현실은 한순간도 여성들의 삶에서 빗겨난 적이 없었다. 과거에는 '공순이', 지금은 '비정규직'이라는 굴레는 형태만 달리할 뿐, 최저임금 노동자 계급이라는 질곡에서 단 한 번도 해방된 적이 없다. 여성으로 채워진 노동 판은 어김없이 저임금 노동의 현장이다.
 
생계비를 벌러 나왔음에도 반찬값이나 벌러 나왔다는 조롱을 당하는 마트 여성 노동자들, 병원 요양원에서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을 돌보느라 병을 얻는 여성 노동자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때론 갖은 욕을 먹으면서도 언제나 상냥하게 응대해야 하는 콜센터 노동자들, 하루 종일 자동차 배기가스를 흡입하고도 이제 곧 없어질 일자리라는 냉소를 받는 톨게이트 노동자들. 이 노동자들의 불편에 기대 우리의 하루는 편안하지만, 이들의 비가시화된 노동의 대가를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 영화를 봉제공장 노동자로 살아온 나의 어머니와 삶과 노동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살아오신 많은 여성 노동자들에게 바칩니다."

<위로 공단> 엔딩 크레디트 자막이다. 더없이 공감한다. 이들이 살고 싸웠던 역사 현장을 탐방로로 개발했다고 한다. 일명 '언니Ro'. 그곳에 언니들이 있었다.

역경 속에서도 노동 역사의 수레바퀴를 쉬지 않고 굴렸던 여성 노동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김기현 형제·측근 비리 수사’는 어쩌다 ‘청와대 하명수사’로 바뀌었나

불법정치자금사건, 김기현 동생사건, 비서실장 직권남용 등 김기현 측근 비리 의혹·사건 총정리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19-12-15 16:12:53
수정 2019-12-15 16:14:06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회화관 앞에서 문재인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대회를 마치고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2019.12.14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회화관 앞에서 문재인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대회를 마치고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2019.12.14ⓒ김철수 기자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자유한국당이 연일 문재인 정부가 ‘선거농단’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검찰수사를 주문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엔 “3·15 부정선거보다 더한 6·13 부정선거”라며, 공세를 높였다.

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은 김기현 후보의 낙선 이유가 경찰수사 때문이고, 이 수사가 청와대 명령으로 실시된 ‘하명수사’라는 주장이다. 또 이 건이 1960년 3월 정·부통령선거에서 이승만이 장기집권을 위해 대규모 부정행위를 저질러 정권붕괴를 야기한 일보다 더욱 심각한 ‘농단’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에 편승해, 검찰은 청와대까지 압수수색하며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진짜 하명수사일 수도 있다’는 식의 ‘검찰 발’ 언론보도도 등장한다. 울산지검에서 1년 8개월 동안 잠자고 있던 이 사건을 ‘청와대 하명수사’라는 시국사건으로 키워 서울중앙지검에 재배당하고, ‘정통공안’으로 알려진 울산지검 공안부장과 휘하 수사관들까지 대거 투입하는 등 불안을 극대화한다. 이 과정에서 검찰수사를 받던 백 모 검찰수사관(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있었던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가 역대 급 선거농단이라도 벌인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조성에, 평소 검찰의 선택적 수사와 검찰개혁에 반하는 행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던 일부 법조인이나 경찰 관계자는 “반란·쿠데타처럼 느껴진다”고 말할 정도다. 

도대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전 울산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이토록 시끄러울까?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의 진실은 알기 위해선, 우선 울산에 파다했던 ‘여러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 비리의혹 사건’과 ‘이 중 일부가 청와대에 접수되고 경찰청·울산청에 이첩되는 과정’을 시간순서대로 이해해볼 필요가 있다. 시간 순으로 살펴보면 첩보에 의한 수사인지, 수사를 할 만한 배경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건을 자세히 따져보면, 이 사건에서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 ‘경찰의 표적수사’인지, 아니면 ‘검찰의 봐주기 수사’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 사건 정리
울산 사건 정리ⓒ민중의소리

※ 이른바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 비리의혹’ 사건은 크게 ① 불법정치자금사건 ② 김기현 동생사건 ③ 비서실장 직권남용사건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이 중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빚은 사건은 ‘비서실장 직권남용사건’이다.

 
기업 청탁받고 재판 중인 ‘불법정치자금사건’ 
자해소동까지 불러, 검찰도 두말없이 기소 
경찰 “쪼개기 후원, 이 사건이 다가 아냐”
 

가장 먼저 발생한 사건은 김기현 울산시장 아내의 이종사촌과 김기현의 회계 담당자 등이 연루된 ‘불법정치자금 사건’이다.  

이 사건은 2012년 2~4월경에 발생했다. 김기현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던 시절 일이다. 당시 울산의 A기업은 신축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전기공급과 관련해 행정절차 문제가 발생하자, 김기현 아내의 이종사촌 ㄱ 씨(중개업자)를 통해 김기현 측에 접근했다. 그리고 수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A기업 관계자는 행정절차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김기현 측에 정치자금을 건넸다. 정치자금은 개인이 줄 수 있는 한도가 있기 때문에, 이들은 한도를 피하고자 가족과 지인 명의를 빌려 수백만원씩 쪼개 후원했다. 

‘불법정치자금 사건’ 소문이 퍼진 시기는 2017년 5월쯤이다. 불법 정치자금 중개역할을 했던 ㄱ 씨가 “중개해줬는데 내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었다”며 A기업 본사 앞에서 자해소동을 벌인 것이다.

울산경찰은 그해 10월 1일 내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8년 7월경 정식수사에 착수한 뒤, 2018년 12월 3일 A기업 관계자, 아내의 이종사촌 ㄱ 씨, 김기현의 회계담당자 등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워낙 증거가 명백했기에, 검찰도 이에 대해선 제동을 걸지 않고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은 현재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외에도 ‘불법 정치자금사건’ 관련해선 김기현 울산시장 비서실장이 편의를 봐준 대가로 레미콘 업체 관계자에게서 같은 방식의 쪼개기 후원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2018년 3월 울산 시내에 걸린 “김기현의 도망간 친동생을 찾습니다”라는 현수막.
2018년 3월 울산 시내에 걸린 “김기현의 도망간 친동생을 찾습니다”라는 현수막.ⓒ민중의소리

 
‘김기현 형제’ 건설사업 따주기 
“사업 따주면 30억 줄게”
 

두 번째 사건은 울산지역 건설업자에게 아파트 건설사업 시행권을 따주는 대신 30억을 받기로 한 김기현 동생의 변호사법 위반 의혹(이하, ‘김기현 동생 30억 계약사건’)이다.

2014년, 김기현의 동생 김삼현은 울산시 북구의 한 아파트 건설 수주 사업에 관여했다. ‘제6회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그해 3월 울산의 한 건설업체 대표 김흥태 씨는 김삼현과 ‘30억짜리 용역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엔 아파트 신축사업 관리를 위임하는 대가로 30억원을 지급한다고 돼 있었지만, 사실상 ‘아파트 시행권을 따주면 30억원을 주겠다’는 계약이었다. 건설업자 김흥태 씨는 김삼현의 형 김기현이 뒤에서 힘을 써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계약은 한 달 만에 파기됐다. 사업권이 경쟁업체에 돌아갔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경쟁업체는 김기현의 형이 도와주고 있었다고 한다. 김기현의 동생뿐만 아니라 형까지 이 아파트 사업에 관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화가 난 건설업자 김흥태 씨는 2016년경부터 담당 공무원을 수차례 고발했다. 김기현의 형과 김기현 동생의 압력을 받아 경쟁업체에 유리하도록 일 처리 했다는 혐의였다. 또, 김흥태 씨는 다른 김기현 측근 비리사건들이 논란이 될 때인 2018년 1월초쯤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동생 김삼현을 고발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은 1월 5일 김삼현에 대해 정식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경찰은 김삼현을 기소의견으로 그해 12월 3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이 봤을 때 김삼현은 무직이고, 용역계약을 이행할 능력도 없었다. 게다가 참고인 진술 등을 따져봤을 때 충분히 시행권을 따주면 30억을 주겠다는 식의 이면계약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문제는 검찰이었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참고인들의 진술이 검찰단계에서 모두 바뀐 것이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은 “참고인 진술이 번복됐기에 이면계약이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무혐의 불기소 처분했다. 이와 관련해,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최근 발행한 자신의 책에서 “검찰의 힘은 처벌할 때보다 봐줄 때 더 돋보인다. 검찰은 자주 그런 요술방망이를 휘둘러왔다”며 “검찰권을 남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만했다”고 말했다.

박기성 울산시장 비서실장이 지난 2018년 3월 26일 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실장은 울산경찰의 김기현 시장 측근 수사와 관련해 "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시장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며 "황운하 청장이 정치적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다.
박기성 울산시장 비서실장이 지난 2018년 3월 26일 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실장은 울산경찰의 김기현 시장 측근 수사와 관련해 "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시장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며 "황운하 청장이 정치적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다.ⓒ뉴스1

 
논란의 중심 ‘비서실장 직권남용 의혹’ 
압색영장 검찰이 청구하고 법원도 발부 
첩보 아니어도, 경찰수사 필요했던 사건
 

각종 비리의혹 중 가장 나중에 벌어진 일이자, 가장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건은 김기현 울산시장 비서실장의 직권남용 의혹(이하, ‘비서실장 직권남용 사건’)이다. 이 사건은 압수수색 집행 날짜와 자유한국당 공천날짜가 맞물리면서, 논란의 발단이 됐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김기현 측근 비리의혹 첩보를 듣고 내용을 정리해 경찰청에 이첩한 문건에서 비중 있게 다뤄진 내용이기도 하다. 이를 근거로 자유한국당은 표적수사, 선거개입, 하명수사, 선거농단 등의 각종 의혹을 쏟아내고 있다. 

‘비서실장 직권남용 사건’은 당시 울산시장 김기현의 비서실장 등이 울산시 소재 A레미콘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다. 비서실장 박기성 씨는 B업체 대표에게서 민원을 받은 뒤, 2017년 4~5월경 두 차례에 걸쳐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C시공사 현장소장을 불러, B업체 레미콘 공급을 받도록 강요했다는 게 경찰 수사 결과다. 실제로 B레미콘업체는 시공사와 계약을 맺었고, 계약조건도 좋았다고 한다. 이 대가로 비서실장 박기성 씨 등은 수십만원 상당의 골프 접대를 받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반면, 비서실장 박기성 씨는 “지역 업체 활성화를 위한 조례에 따라 지역 업체 자재 사용을 권장했을 뿐 납품을 강요한 적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도 이런 박기성 씨의 주장과 ‘비서실장이 A업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는 일부 진술 등의 근거를 들어, 이 사건을 무혐의 불기소처분 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C시공사 소장을 불러 민원을 처리하는 절차 자체도 부적절한 데다, 당시 배석자 일부 진술에 ‘박기성 씨 등의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었다는 점 등을 토대로 비서실장 박기성 씨에게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곤 하지만, 비서실장이 얘기하는 업체가 사실상 B레미콘업체를 가리키고 있었다. 업체명만 얘기 안 했지, 실질적으로 그 업체를 얘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례에 따라 지역 업체를) 권장할 것이면, 울산시 소재의 다른 레미콘업체도 다 같이 권장을 했어야지 (왜 이 업체만을 가리켰나)”라며 “울산에 공사하는 업체 한둘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B레미콘업체 경쟁업체들이 곳곳에 투서, 고소고발을 하면서 알려졌다. 전해지는 바로는 청와대와 대검, 공정위 등에 투서와 고소고발이 있었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에 접수된 고발장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경찰이 알았다면 충분히 인지수사를 하고도 남았을 사건이었다.

울산경찰이 이 사건에 대해 내사에 착수한 시기는 2018년 1월 4일이다. 경찰청으로부터 관련 첩보가 내려온 뒤로부터 약 일주일 정도 지난 시점이다. 정식수사로 전환된 시점은 3월 초로 압수수색이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검찰이 법원에 청구하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날짜는 3월 15일. 

검찰과 법원도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셈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압수수색 영장 발부 다음 날인 16일 울산경찰은 오후 2시가 넘어서 “오후 3시에 압수수색을 실시한다”고 경찰청에 보고했다. 그런데 하필 이날은 자유한국당이 공천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자유한국당은 경찰이 공천 발표날짜에 맞춰서 의도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압수수색은 시간을 두고 벌일 수 있는 공무집행이 아니다. 언제 어떤 경로로 압수수색 정보가 새어 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법원에서 발부가 되면 최대한 곧바로 집행해야만 한다. 게다가 검사가 언제 영장을 청구할지, 또 법원이 언제 발부할지 모르기 때문에 당일이 공천이 확정되는 날이었어도 집행은 해야 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자료사진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자료사진ⓒ뉴시스

‘하명’을 한 달 묵히다가 전달? 
“하명 같았으면 모조리 수사했을 것”
 

이처럼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은 이미 울산지역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이중 일부는 이미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거나, 사건 관계자나 경쟁업체의 투서 및 고소고발로 알려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시청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며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던 송병기 현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자신이 평소 알기 지내온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스마트폰 SNS를 통해 관련 의혹을 제보했다. 

청와대 조사에 따르면, 2017년 10월경 당시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은 송병기로부터 김기현 측근 비리의혹을 제보받고 문건으로 정리했다. 이 첩보는 업무 계통을 거쳐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보고됐다. 백원우 전 비서관은 이를 기억하진 못하나, 제보 문건이 비리의혹에 관한 것이기에 소관 비서관실인 반부패비서관실을 통해 경찰에 이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출신이 첩보문건을 작성했다’ 등의 온갖 의혹이 있었으나, 첩보문건을 작성한 행정관은 경찰 출신도 아니고 특감반원도 아닌 그냥 행정관이었다. 

첩보문건에 경찰을 질책하는 등의 문구가 등장한다는 ‘검찰 발’ 언론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문건 사본을 확보했다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나 문건을 봤다는 경찰관 등에 따르면, 해당 문건엔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식의 질책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첩보문건은 총 4페이지 분량으로 △ 지역 토착 업체와 유착의혹 △ 김기현 형제의 비리의혹 △ 비서실장 직권남용 의혹 등이 정리돼 있다고 한다. 경찰이 모르고 있는 사건도 있었으나, 일부는 이미 경찰이 내사 또는 수사에 착수했던 건이었고, 대부분은 울산에 소문이 퍼졌거나 알려지고 있던 의혹이었다. 

지역 상황을 잘 모르는 경찰청은 다른 일 때문에, 잠시 첩보문건을 묵혀두다가 1달여 뒤쯤 경찰청에서 수사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원본 형태로 울산청에 전달했다. 울산청은 해당 문건에서 아직 수사에 나서지 않은 사안 중 문건에서 가장 자세히 다루고 있던 ‘비서실장 직권남용 사건’에 대해서만 내사에 착수했다.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br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뉴시스

황운하 당시 울산청장을 비롯해 울산경찰들은 일관되게 경찰청에서 내려온 첩보가 청와대에서 전달된 것인지도 몰랐다고 말하고 있다. 해당 봉투에도 출처가 ‘기타’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일상적인 첩보문건 다루듯이 내용을 검토하고, 수사할 사안인지 아닌지만 판단했다는 것이다. 울산청 관계자는 “청와대 하명 같았으면 경찰청에서 한 달이나 있다가 보내줄 이유도 없고, 문건에 담긴 여러 건의 의혹 중 한 건만 골라서 수사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경찰도 할 말은 정말 많은데 시간 지나면 다 답이 나오는 거라서 해명을 안 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측근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대부분 청와대 첩보가 있기 전에 이미 내사가 착수됐거나, 이미 지역에 소문이 돌던 사건이어서 인지수사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사건을 자세히 따져보면, 이 사건에서 논의되어야 할 부분은 ‘경찰의 표적수사’에 앞서 ‘검찰의 봐주기 수사는 없었는지’를 검토해볼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일부 사건에 대해선 경찰보다 검찰이 먼저 수사를 했다가 사건을 마무리 짓지 않았던 사실이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부분도, 검찰의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수사에 대한 의도를 의심케 한다. 

이승훈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세계의 진보정당 역사를 보면, 한국 정치가 보인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12/16 06:21
  • 수정일
    2019/12/16 06:2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프레시안books] 장석준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
2019.12.15 16:36:47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진보정당의 꿈은 의회에 진입하면 퇴색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개혁과 혁명 혹은 당면 과제와 장기적 목표 사이에서 진보정당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현실과 이상이 충돌하는 가운데 나오는 위와 같은 질문은 진보정치의 오랜 난제다. 선거제 개혁이 논의되고 있는 요즘 이 난제는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정해진 답은 없다. 정립된 이론도 없다. 정치는 사람의 이해가 부딪치는 일이고, 상대가 있는 일이다. 매뉴얼을 기대하기 어렵다.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앞 사람들이 어떻게 했는지를 참고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석준의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서해문집 펴냄)는 요긴한 책이다. 저자는 역사를 네 시기로 나눠 각 시기의 주요 진보정당을 설명한다. 1부는 19세기 말부터 1차 세계대전까지다. 2부는 전간기를 다룬다. 3부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20세기다. 4부에서는 21세기의 실험을 소개한다. 

그렇다고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가 타국의 진보정당을 나열하고 소개하는 책만은 아니다. 저자는 16개로 이뤄진 각 장의 앞머리를 왜 이 진보정당을 소개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시작한다. 미국 사회당을 다룰 때는 '왜 미국에 사회주의정당이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아옌데 시기 칠레의 진보정당을 다룰 때는 '그들의 창의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꽤 자주 반복되는 문제의식이자 책 전체를 꿰뚫는 문제의식이 하나 있다. 바로 개혁과 혁명의 관계다.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가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또, 이는 꼭 진보정당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흔히 고민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이 책의 보다 보편적인 효용을 드러내주기도 한다.

개혁이냐 혁명이냐, 진보정당의 역사를 장식한 수많은 논쟁들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는 세계 최초의 진보정당인 독일 사회민주당 이야기로 시작한다. 개혁과 혁명에 대해 아마도 가장 유명한 논쟁을 벌인 에두아르드 베른슈타인과 로자 룩셈부르크가 해당 장의 주인공이다. 

베른슈타인은 이 논쟁에서 개혁 편에 섰다. 그렇다고 베른슈타인이 자본주의 극복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의 목표 역시 사회주의였다. 다만, 자본주의의 붕괴와 그에 따른 혁명을 통해 사회주의로 나아간다는 전망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개혁적 조치를 쌓아가는 것뿐이다. 베른슈타인은 진보정당의 입법활동, 노동조합의 단체협상, 협동조합의 집단적 소비 확산 같은 운동이 곧 사회주의 운동이라고 말했다.

로자는 다르게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가 개혁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로자는 개혁만이 사회주의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베른슈타인과는 방점이 달랐다. 로자에게는 개혁 자체보다 어떤 개혁 투쟁이냐가 중요했다. 노동조합 투쟁이나 개혁 투쟁은 대중에게 경험을 제공해 혁명적 주체를 탄생시킬 때 의미가 있다. 로자가 굳이 혁명을 이야기한 것은 자본주의가 붕괴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붕괴하는 시기에 혁명적 주체가 없다면 우리는 야만으로 돌아가리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이를 보다 익숙한 이야기로 바꾸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한 해에 2000명이 넘는 사람이 산업재해로 죽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는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그 과정을 통해 이윤보다 생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늘려나갈 때 의미가 있다.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싸움 역시 이를 통해 비정규직 철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늘려갈 때 의미가 있다. 꼭 자본주의 붕괴나 혁명이 아니더라도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여전히 귀기울여볼 만한 제언이다.

베른슈타인과 로자의 논쟁은 이후 진보정당의 역사에서 수도 없이 변주된다. 저자가 첫손에 꼽는 진보정치인인 프랑스 사회당의 장 조레스는 '혁명적 개혁주의'라는 명칭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식화하며 로자와 가까운 편에 섰다. 지구상에서 가장 모범적인 복지국가를 만든 주역 중 한 명인 스웨덴 사회민주당의 에른스트 비그포르스는 "'당면 개혁정책'과 '대안사회 건설' 사이에 만리장성을 긋는 전통적 개혁론에 끊임없이 비판하고 도전"했다. 이외에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에서 개혁과 혁명에 대한 진보정당의 고민은 또다시 목격된다. 당장의 한국사회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개혁과 혁명에 대한 역사적 논변을 소개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간다. 결론에서 "한국에서 진보정당운동에 어떤한 모색이나 도전이 필요할지 생각해보거나 토론하려는 분들을 염두에" 뒀다며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민주주의가 발전한 시대에 좌파정당은, 9할은 베른슈타인주의, 즉 사회민주주의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 그러나 개혁노선의 틀 안에서만 마냥 머무르면 막상 개혁조차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다. 좁은 의회정치 문법에 갇히면 일상의 세력균형을 바꾸는 실질적 힘인 대중행동과 유리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혁명만 부르짖는다고 하여 대안이 될 수는 없다. … 21세기 진보정당운동은 이 두 함정, 즉 '작은' 개혁들만 좇는 개혁정당과 '큰' 혁명만을 꿈꾸는 혁명정당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역설적으로, '큰' 개혁들과 '작은' 혁명들에 익숙한 정당이 되어야 한다." 

그 자신이 진보신당 부대표, 정의당 부설 정의정책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하는 등 진보정당 운동에 깊게 관여해 온 저자의 삶과 어울리는 저술 태도다.

"진보정당은 대기업과 관료기구의 힘을 약화시키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

이외에도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에는 어떤 정당이 진보정당인가에 대한 저자의 정의, 진보정당의 흥망성쇠와 그에 대한 분석, 진보정당과 노동조합의 바람직한 관계, 진보정당의 대중 기반을 확충하는 문제 등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저자의 의견이 수놓아져 있다.

역사를 크고 작은 명확한 문제의식에 따라 정리하되 기본적인 정보를 빠뜨리지 않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독일 사회민주노동당을 다루면서는 역사적 배경은 물론 당대 가장 영향력 있는 독일 진보정치인 베벨의 행보를 빼먹지 않고 기술한다. 그러면서 이론가를 중심으로 역사를 볼 때 현실에서 일어난 일을 놓치기 쉬움을 경계한다. 프랑스 사회당을 다루면서는 장 조레스의 정치적 성장 과정은 물론 당시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진보정치인이 보수 정부에 노동부 장관으로 입각하는 문제'를 둘러싼 이야기를 적었다.

끝으로, 일생을 진보정당 운동에 참여하고, 이제 세계 진보정당의 역사를 다루는 책까지 쓴 저자의 진보정당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논쟁적인 문장을 소개한다.

"민중이 스스로 결정(자기 통치)하는 삶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대기업과 관료기구의 권력을 약화시키는 데 좌파정당만 한 무기는 아직 없다." 

진보정당을 가장 강력한 무기로 꼽는 저자의 의견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 이 때문에도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는 꼭 진보정당 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일독할 만하다. 

 

 

▲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2019, 장석준 지음, 서해문집 펴냄)

 

▶ 관련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고속도로서 ‘블랙 아이스’ 사고…차량 연쇄 추돌로 7명 사망·32명 부상

등록 :2019-12-14 15:10수정 :2019-12-14 19:20

 

 

14일 새벽 상주영천고속도로서 잇딴 추돌 사고
일부 차량에 화재…도로 표면 살얼음이 원인
14일 새벽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차량 연쇄 추돌 사고로 불이 난 차량에 연기가 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14일 새벽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차량 연쇄 추돌 사고로 불이 난 차량에 연기가 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14일 ‘블랙 아이스’로 차량 연쇄 추돌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이날 새벽 4시43분께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상주JC~영천JC·94㎞) 상행선 영천 방면 26.4㎞(상주 기점) 지점에서 차량 28대가 잇따라 추돌했다. 이 사고로 차량 8대에 불이 나 6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에서는 중상자 2명도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어 43분 뒤인 새벽 5시27분께에는 첫 사고가 난 곳에서 5㎞ 떨어진 군위군 소보면 산법리 상주영천고속도로 하행선 상주 방면 30.7㎞(상주 기점) 지점에서도 차량 22대가 연쇄 추돌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경북소방본부는 소방장비 44대와 인력 113명을 동원해 부상자를 구조했다. 하지만 차량에 불을 끄느라 구조 작업에 애를 먹었다. 사고가 난 상주영천고속도로 통행은 이날 오후가 되서야 정상화됐다. 사망자는 구미차병원(4명), 상주성모병원(2명), 상주적십자병원(1명) 등에 옮겨졌다. 경찰과 소방은 도로 표면에 낀 살얼음에 차량이 미끄러져 잇따라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겨울철 ‘도로 위의 암살자’라 불리는 블랙 아이스(Black Ice)는 눈, 비 등으로 도로 표면에 얇은 살얼음이 생긴 것을 뜻한다. 눈으로는 도로 색깔과 같아 보여 얼음이 낀 지 알 수 없다. 도로에 살얼음이 생겨있을 때 급제동, 급가속, 급핸들 조작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14일 새벽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차량 연쇄 추돌 사고로 불에 탔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14일 새벽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차량 연쇄 추돌 사고로 불에 탔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관련기사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area/yeongnam/920833.html?_fr=mt1#csidxa0764ad6c99c772aa51f6aac23c4b7b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포퓰리즘에 가로막힌 전기요금 현실화

포퓰리즘에 가로막힌 전기요금 현실화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입력 : 2019.12.14 17:28

그린피스 회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초미세먼지 위험성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위험성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정부 ‘전기요금 동결’ 공식 입장… 내년 총선 의식한 듯 
 

삼한사미(사흘은 추위, 나흘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최근 겨울 날씨를 비유하는 신조어)의 계절이 돌아왔다. 미세먼지와 함께 ‘탈원전 정책’도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탈원전으로 ‘깨끗한’ 원전 가동을 멈추고 석탄화력발전을 늘려 대기오염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미세먼지와 더불어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이 터진다는 분석도 쏟아진다. 지난 12월 8일에는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전기요금이 2040년까지 33% 오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내부에서도 전기요금 인상론이 흘러나온다.

이 같은 주장을 종합해보면 탈원전은 미세먼지와 전기요금 인상을 부르는 문제투성이 정책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일까. 사실이 아니라면 논란은 왜 반복되는 것일까.

미세먼지 시즌이 되면 정부는 석탄발전부터 줄인다. 이미 지난 12월 1일부터 석탄발전 감축에 돌입했다. 12월 첫 주에는 석탄발전소 12기의 가동을 멈추고 최대 45기의 상한제약(발전출력 80% 제한)을 시행했다. 전체적으로는 하루당 석탄발전기 16∼21기를 실질적으로 멈추는 효과가 있었다. 산업부는 석탄발전 감축을 통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미세먼지 배출이 408톤에서 221톤으로 187톤(45.8%) 줄었다고 밝혔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걸림돌로 작용 

가동 중인 원전을 중단한다는 ‘설’도 사실이 아니다. 2017년 22.5GW(기가와트) 수준인 원자력발전량은 2022년 27.5GW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지난해 원전 이용률이 2017년에 비해 5%포인트가량 떨어진 65.9%로 집계됐지만 이는 원전 보수를 위해 가동을 중단하면서 떨어진 수치일 뿐 탈원전과는 무관하다. 올해 원전 가동률은 79%(6월 30일 기준)로 2016년 수준으로 회복됐다.

석탄발전 중단으로 부족한 전력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통해 맞춘다. LNG 발전은 석탄보다 깨끗하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LNG 발전의 전력 구입 정산 단가는 1㎾h당 125.3원(2018년 1~8월 평균)으로 석탄발전 89.1원보다 36원가량 비싸다. 석탄발전을 감축하고 LNG 발전량을 늘리면 비용도 늘어난다. 비용 감당을 위한 전기요금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2017년 탈원전·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을 발표하면서 “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못박았다. 요금 동결 시기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로 특정했다. 2017년 12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공개하며 “2022년 전기요금이 2017년 대비 1.3%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나는 2030년에도 전기요금은 2017년 대비 10.9% 인상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해당 수치는 연료비와 물가 요인을 제외한 과거 13년간 실질 전기요금 상승률(13.9%)보다 낮은 수준으로 사실상 ‘동결’ 수준이다.

문제는 이 대목에서 생긴다. 낮은 전기요금은 지난 정부에서 허가된 원자력·석탄 발전소의 추가 완공과 신재생 에너지 발전 원가 하락 덕분에 가능하다. 만약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량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 설비를 늘릴 경우 ‘환경비용’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전기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한전과 발전업계, 시민사회의 공통된 견해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지난 6월 열린 전기요금개편안 토론회에서 “사회환경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며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해 수요 감축을 유도하고 재생에너지가 감당해야 할 에너지 생산 부담을 줄이는 것은 전환을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전기요금 동결’을 공식 입장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11월 26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브리핑에서 “당분간 전기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불가 의사를 거듭 밝히는 과정에서 요금인상은 ‘해서는 안 되는 것’, 나아가 ‘나쁜 것’으로 인식된다.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요금을 고수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미 저요금 고수 정책의 폐해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당장 전력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 실제로 한국의 1인당 전기사용량 증가세는 연평균 1.5%(2010년 이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소비량도 한국은 1인당 5.73toe(석유환산톤·2017년 기준)로 OECD 국가 평균 4.10toe보다 40%가량 많다. 

이렇게 되면 전력 수요와 요금을 맞추기 위해 원자력과 석탄발전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재생 에너지는 전환 초기인 만큼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발전량의 80%를 차지하는 원전과 석탄발전에 다시 의존해야 한다. 전기요금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도 불가능한 구조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시민사회단체 “사회환경 비용 반영해야” 

정부 전기요금 방침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한전이다. 한전은 지난해 1조174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9322억원이다. 지난해 김종갑 한전 사장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콩을 가공해 두부를 생산하는데 이제는 두붓값이 콩값보다 싸다”며 연료비보다 전기요금이 싼 현실을 지적했다. 한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요금 1% 인상되면 한전의 세전이익은 4200억원 늘어난다. 

상장 기업인 한전이 인위적으로 손실이 지속될 경우 문제가 생긴다. 한전은 지난 10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충분한 요금인상이 없을 때 연료비 부담 증가추세가 계속될 경우 한전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달라”는 질의에 대해 “연료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면 재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답했다. 한전은 ADR(미국 예탁증서) 형태로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 관련해 SEC에 답변서를 보낸 것은 사실”이라며 “해외 투자자와의 소송 이슈를 포함해 법률 서비스 수요가 있어서 법조 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한전 적자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한전 역시 지난 11월 중 내놓겠다던 전기요금 개편안 발표를 연기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을 미루는 정부·한전의 내년 총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본다. 전기요금을 인상에 따른 반발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당초 에너지 전환 정책을 정공법 대신 포퓰리즘에 기대 설계했다가 벌어진 사달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은 “전기요금 인상은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용기 있게 친환경 에너지는 비싼 재화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문보기: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912141728001&code=920501#csidx7e43787dfa251cf9d3da49fd39ecb8c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혹은 북의 ‘새로운 길’이 미국에 차려줄 세 종류의 재앙

국가엔 패권 약화 국민에겐 안전 위협 트럼프에겐 재선 실패
  • 한성 자주통일연구소 소장
  • 승인 2019.12.13 01:42
  • 댓글 1

북이 많은 것을 잃는다고? 고장난 레코드 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의 김영철 아태평화위원회 위원장이 대판 붙었다. 싸움판을 만든 건 북이었다. 지난 7일 북이 동창리 발사장에서 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한 것이다. 싸움은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걸었다. 중대한 시험과 관련 “김정은 위원장이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고,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고 했다. 그에 대해 “우리는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김영철 위원장은 맞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싸움에 뛰어들었다. 언론은 주로 트럼프 편 드는 사람들 입장만을 보도해주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이 대북대결주의자답게 가장 먼저 나섰다. 11일 VOA에 ‘미-북 외교의 기회의 창이 닫히면 대북 제재가 이어져 김정은 위원장이 원하는 경제발전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대북 제재가 유지되면 북이 해외 투자와 무역에 접근할 수 있는 제약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도 끼어들었다. 북의 추가 도발 시 북의 고립, 특히 국제사회의 경제적 따돌림이 잇따를 것이라고 했다. 북이 해외 투자를 받지 못할 것이고, 외교적, 경제적 투자 목적을 위한 국제적 접근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군사적 측면을 강조했다. 미국이 군사 활동과 취소된 훈련을 다시 시작할 것이며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 내 전쟁세력의 지지와 지원을 받는 반북전문가들 틈으로 한국인 한 사람도 기꺼이 끼어들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이다. 1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정은 위원장이 계속 고립돼 있다가 작년에서 올해까지 5번이나 시진핑 주석을 만나고 식량도 100만 톤’도 받았다는 것을 강조하고는 ‘만약에 이번에 미사일을 쏘면 시진핑 주석은 좋든 싫든 안보리 추가 제재를 해야하고 정유나 원유도 못 주게 된다’며 북이 경제적으로 잃을 것이 많다고 했다. 자주 그랬었다. 미국 내 반북전문가들의 논리와 입장에 언제라도 충실한 전문가였다.

모두 다 십 수년 전부터 귀 따갑게 수도 없이 들었던 말들이다. 반북대결주의자들이 애용하고 있는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는 대표적인 논리들이 또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출몰하고 있는 셈이다. 단언컨대, 북이 핵보유 전략국가 된 지금엔 전혀 통할 리 없는 완전 비현실적 논리들이다.

‘새로운 길’, 이전과는 완전 다른 전략

며칠 남지 않은 내년 정세가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북미대결전 정세는 언제라도 그렇듯 북이 주동한다. 북은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안은 채 '새로운 길'로 가게 될 것이다. 물론, 전제가 있다. 다음 주에 방한하는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판문점으로 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만나 보여줄 ‘새로운 셈법’이 없었을 경우다.

북이 ‘새로운 길’로 간다는 건 북이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 대해 대결과 대화를 동시에 병행한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6.12북미공동성명으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약속했으면서도 여전히 대화와 대결을 병행하고 있는 미국의 투트랙 전략에 맞서겠다는 것으로 비친다. 틀리진 않다. 그러나 북의 투트랙 전략은 미국의 투트랙 전략과 질적으로 다르다. 종국적으로는, 투트랙 전략으로 포장돼 있는 미국의 대북적대전략을 무력화해 북미대결전을 속도 있게 종식시키겠다는 전략구상이 북의 투트랙 전략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북은 사실, 많이도 참았고 많이도 기다렸었다.

북미가 서로 투트랙 전략으로 대충돌을 하게 될 때 그 손익계산이 어떻게 될지 계산해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초등학생 산수실력이면 충분하다. 북은 김영철 위원장이 말했듯 잃을 게 없다. 그러나 북은 현실적으로는 명시적으로 말 한 적이 없기는 하지만 얻을 게 더 많다. 이와는 달리 너무나 많은 것을 잃게 되는 것은 미국이다.

북이 가려는 새로운 길에서 첫 번째 전략이 핵전력 강화다. 북은 핵전력 강화로 핵과 미사일 발전 수준을 최정점에 올려 놓게 된다. 북이 지난 7일 동창리 발사장에서 했다는 ‘중요한 시험’에서 그 징후를 엿볼 수 있다. 북은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시험’이라고 했다. 그 이후 북이 그 시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모르는 전문가는 없다. 인공위성용 액체로켓엔진시험이거나 아니면 ICBM용 고체로켓엔진 시험이었을 것이다. 둘 다, 발사체의 추력을 높여 탑재할 탄두 무게를 늘리는 기술이다.

기존 ICBM급에 사용된 액체로켓엔진인 ‘백두산 엔진’을 클러스터링(결합)하는 시험이었다면 대형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준비작업이 된다. 추력이 높은 만큼 한 개의 위성이 아니라 여러 개의 위성을 동시에 올릴 수가 있다. 이것이 갖는 경제적 가치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크다. 전문가들은 고체로켓엔진 시험이었을 가능성에 더 큰 무게를 싣고 있다. 북이 2017년 11월 29일 쏴올린 ICBM 화성 15형 재진입체 탄두부는 둥글고 뭉툭한 외양이었다. 지난 10월 2일 발사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3형’도 마찬가지였다. 다탄두 미사일이 갖는 특성이었다. 다탄두 ICBM는 핵 소형화 기술과 고체로켓엔진이 있어야 가능하다. 북은 핵소형화를 오래 전 완료했다. 북이 ICBM용 고체로켓엔진을 보유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탄두 ICBM은 현존하는 핵무기 중에서 가장 강한 무기로 평가받는다. 여러 개의 탄두를 지구 궤도에 올려서는 원하는 시각에 원하는 장소를 향해 내리 꽂을 수 있어서다.

대형 인공위성 발사 준비든 다탄두 ICBM 발사 준비든 이것들은 북의 핵전력 강화가 미국 내 전쟁세력의 심장에 내리 꽂히는 직격탄이라는 것을 확정해준다. 미국 내 전쟁세력이 타격 받을 건 구체적으로 미국이 쥐고 있는 핵 패권이다. 인공위성 발사 혹은 다탄두 ICBM 발사로 미국의 핵 패권이 치명적으로 약화되는 것이다. 미국 내 전쟁세력이 북의 핵전력 강화로 타격받을 핵 패권 영역은 이 뿐이 아니다. 더 치명적인 것으로 북의 핵확산 가능성이 주는 타격도 있다.

북의 핵전력 강화는 이처럼 펜타콘의 밤을 악몽의 밤으로 바꿔버릴 수 있는 것들이다. 펜타곤은 아주 오랫동안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게 될 것이다.

북의 핵전력 강화는 미국 내 전쟁세력들 뿐만 아니라 미 국민들에게도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미 하와이 주민들이 북이 핵무력 능력 고도화를 진행하던 시기 때 미사일 대피 훈련을 하면서 익히 경험했었던 끔직한 공포이다. 미 국민들은 이때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안보위협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북의 핵전력 강화가 트럼프에게 가할 타격은 더 구체적으로 치명적이다. 재선을 꿈꾸는 트럼프에게 북의 핵전력 강화는 민주당의 탄핵공세 보다 더 심한 악재다. 외교안보치적이 없는 트럼프에게 북의 핵전력 강화는 구체적으로 필시 재선 실패를 선물하게 될 것이다.

미국에 미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핵보유 전략국가로서 북이 일상적으로 벌이는 그 핵전력 강화를 어떤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초 집중하고 있던 때인 2017년 9월 초, 북에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기 위해 주한미군 가족들을 비롯해 한국에 거주하는 민간인 소개령을 내리려 했었다. 사실상 전쟁 준비였었다. 놀란 건 북이 아니라 펜타곤이었다. 군 장성들이 사색이 돼 말렸다. 백악관 고위 관리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트럼프의 구상은 그렇게 좌절되고 말았지만 펜타곤을 패닉상태에 빠졌던 펜타곤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할 것이다.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핵보유가 갖는 정치안보적 위력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북의 새로운 길에서 핵전력 강화에 이어지는 또 하나의 전략이 북중러연대다. 북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사회주의연대이자 반제연대이다. 미국은 북중러연대 또한 막을 수단도 방법도 갖고 있지 않다. 미국으로서는 감수하는 것 이외에 다른 수가 없다. 북의 핵전력 강화로 약화된 미국의 패권은 북중러연대로 인해 더 크고 깊은 약화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도달할 것은 필연이다. 세계의 많은 정세분석가들이 미 제국주의 몰락을 예견하고 있는 이유다.

북의 새로운 길은 아울러 자력자강에 기초한 사회주의경제 발전의 길이다. 북이 하게 될 인공위성 발사 그리고 원산, 마식령,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세계적인 관광벨트 구축 등이 그 초보적 징후들이다. 미국의 경제제재가 철회되지 않고 있는 복판에서 진행될 것들이라 미국의 경제제재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들이다. 이와 관련 미국은 가할 수 있는 대북경제제재 카드를 더는 갖고 있지도 않다. 북의 자력자강은 애초, 미국의 경제제재를 무력화하는 가운데 경제개발을 촉진해가는 전략자산이다.

미국이 살 길은 단 하나, 새로운 셈법

북의 새로운 길은 필연적으로 북미대화를 동반하게 돼 있다. 곧바로 뒤에 두거나 면밀히 보면 보이는 위치인 좌에 두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고도의 전략이다. 물론,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북은 언제라도 미국에 압박을 통해 대화를 강제해왔었다. 북의 새로운 길이 동반하고 있을 대화는 다름 아니라 3차 북미정상회담이다. 주관적 희망이 아니다. 북의 새로운 길은 예컨대, ‘북의 전략적 지위에 중대한 변화’를 가속화시키는 것이면서 당장엔 미 투트랙 전략이 맨 앞에 세우고 있는 ‘대결’을 무력화시켜 없애고 말 정밀한 타격력이기 때문이다. 정세가 알려주고 있듯 설계도와 작전도는 물론 시간표까지도 다 정해져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해야될 일은 너무나도 분명해진다. 그 어느 때보다 ‘비지니스 마인드’를 한껏 높이는 일이다. CEO출신이니만큼 사업가다워야 한다. 세상의 초등학생들도 해낼 수 있는 손익계산을 제대로 해야하는 것이다. 핵미사일 시험 중단을 대북외교안보의 치적으로 삼아 대선에 나서려는 것은 단언컨대, 오산이다. 그 셈법은 핵보유 전략국가 북에게 더 이상은 통할 수가 없다. 문제는 6.12북미공동성명 이후 곧바로 폐기했어야했던 대북적대정책을 지금껏 유지한 것에 있다. 그 대북적대정책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 미국의 투트랙 전략이다. 미국의 투트랙 전략은 정세에 더 이상은 조응하지 않는다. 스스로 없애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미국에게 재앙을 차려줄 것이 투트랙전략이다. 국가엔 되돌이킬 수 없는 패권 약화를 국민들에겐 치명적인 안전위협을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에겐 낙선이라는 재앙을 차려주게 되는 것이 미국의 투트랙 전략 혹은 대북적대정책이다. 현실을 똑똑히 봐야한다. 시간이 촉박하다. 크리마스가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한성 자주통일연구소 소장  webmaster@minplusnews.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인류 역사의 원형, 마사이족을 만나다

[유최늘샘의 세계방랑기 39] 화장실도 전기도 없는 삶, 마사이족의 오래된 미래

19.12.14 19:33l최종 업데이트 19.12.14 19:33l

 

 탄자니아 아루샤주 마사이족 청년 루카스 씨와 그의 가족
탄자니아 아루샤주 마사이족 청년 루카스 씨와 그의 가족ⓒ 유최늘샘
  
길에서 만난 세계 일주 여행자들은 보통 1년에서 2년 정도의 시간을 들여 각자의 지구 한 바퀴를 돌고 있었다. 아프리카 종단 여행자들은 가는 곳이 비슷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길 위에서 다시 마주치곤 했다. 이집트 다합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배울 때 만난 여행자 주원, 주하, 양승희, 김원석씨 가족이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에 구한 널찍한 숙소에 나를 초대했다.

킬리만자로 아랫마을 모시에서 이른 새벽 만원 버스를 타고 열 시간을 달려, 아랍어로 '평화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탄자니아 최대도시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했다. 동료 여행자들의 환대 덕분에 숙소비도 아끼고, 탄자니아 한인사회를 만날 수 있었으며, 도시 외곽 빈민촌에 사는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누는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나이지리아에서 추장 작위(爵位)를 받고 탄자니아에서 사업 중인 김태균 추장과 한인교회 이종례, 최병택 목사 부부의 소개로 만난 마사이 청년 루카스 모렐리 카이카Lucas Moreli Caica는 탄자니아 북부 아루샤 지역의 고향 마을로 나를 안내했다. 가는 곳마다 새로운 여행길이지만, 관광산업이나 현대화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야생의 마사이 마을은 유난히 낯설고 놀라웠다. 

마사이 가족의 흙집 바로 옆에 텐트를 치고 며칠 동안 그들과 함께 생활했다. 일부다처제를 비롯해 마사이 사회의 여성 차별을 느낄 때 마음이 매우 불편하고 슬펐지만, 이렇다 할 음식도 화장실도 전기도 없이 오로지 '가축과 자연과 서로'에 의지해 단순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통해, 수만 년 이어져 온 인류 역사의 원형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은가이 신의 아이들, 소와 염소의 민족 마사이 
 
마사이족(族)은 동아프리카 유목민으로 케냐와 탄자니아에 약 200만 명이 살고 있다. 킬리만자로, 세렝게티, 나일강의 원천인 빅토리아 호수 근처가 마사이인들의 주거지다. 

신화에 따르면, 태곳적 마사이는 하늘나라에 살았는데 어느 날 몇 명의 아이들이 지상을 구경하고 싶어 그들의 신(神) '은가이(Ngai)'에게 허락을 얻었다. 은가이는 지상에서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며, 소와 염소를 함께 내려 보내 그 젖을 먹고 살게 한다. 

아이들은 신의 말을 어기고 사슴 한 마리를 잡아먹었고, 은가이는 아이들이 하늘에서 타고 내려간 밧줄을 잘라버렸다. 소와 염소를 열심히 길러 신이 만족할 만큼 그 수가 늘었을 때, 하늘나라로 돌아갈 밧줄이 내려오리라.  
 
케냐와 탄자니아 정부에서는 마사이족의 정착과 농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마사이족에게 소와 염소는 가장 소중한 재산이며, 대다수의 마사이족이 원시의 방식 그대로 가축을 기르며 생활하고 있다. 그들은 국가의 국민이라는 정체성보다는 마사이인이라는 종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살아간다.  
 
아래부터는 마사이 청년 루카스의 목소리로, 현대 속에서 과거를 살아가는 마사이의 이야기를 전한다.  
 
내 이름은 루카스 모렐리 카이카입니다. 1988년, 탄자니아 북부 아루샤주(州) 론기도 지역의 론돌로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쪽으로는 세렝게티와 응고롱고로 국립공원, 동쪽으로는 킬리만자로산이 있고, 북쪽으로는 케냐와 국경을 맞댄 땅입니다. 

저는 부모님과 형제, 두 부인과 네 아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마사이족 결혼 제도는 일부다처제로, 남성은 여러 여성과 같이 살 수 있지만, 여성은 다수 남성과 같이 살 수 없습니다. 결혼 지참금으로 보통 소 다섯 마리가 필요합니다. 가축을 많이 기르려면 일손이 중요하기 때문에 되도록 아이를 많이 낳습니다. 
 
 마사이족 청년 루카스 모렐리 카이카 씨
마사이족 청년 루카스 모렐리 카이카 씨ⓒ 유최늘샘
 
론기도 지역 마사이들은 가족 단위로 네다섯 채의 흙집과 울타리를 지어 생활합니다. 마사이 여성들은 주로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물을 긷고 요리를 합니다. 마사이의 주식은 우유입니다. 마사이 남성들은 소와 염소를 몰고 종일 초원을 걷습니다. 우리 가족은 소 세 마리와 염소 백여 마리를 기릅니다. 
 
"비가 오는 계절에는 초원에 풀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합니다. 하지만 풀이 없어서 염소가 배고픈 계절에는 우리도 염소처럼 슬픕니다."  
 
마사이는 마사이 말을 씁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케냐와 탄자니아의 공용어인 스와힐리어를 배웁니다. 많은 마사이 남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나갑니다. 저는 2014년에 처음 도시에 나갔습니다. 대도시 므완자와 다르에스살람에서 건물 경비원으로 일했습니다. 도시의 마사이들은 주로 경비원이나 노점상으로 일합니다.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한 마사이들이 도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저는 처음 바다를 보았습니다. 저의 꿈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튼튼한 집을 짓고 염소와 소를 많이 기르는 것입니다. 도시에서 번 돈으로 마사이는 소를 삽니다. 도시에서는 돈을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의 삶은 너무 복잡하고 시끄럽습니다. 도시에 온 마사이는 대부분 돈을 벌면 초원으로 돌아갑니다. 
 
"초원은 고요합니다. 물과 먹거리가 부족하고, 모래 바람이 불고, 전기도 없지만, 
소와 염소만 있으면 우리는 계속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매일 새벽 해가 뜨면 우리는 소와 염소를 몰고 물과 풀을 찾아 초원으로 떠납니다. 아기 염소들은 하루 종일 집에서 어미 염소를 기다립니다. 해 질 녘이 되면, 하나 둘, 딸랑딸랑 방울 소리가 들리고, 초원으로 나갔던 염소들이 줄을 지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에 있던 여성들, 아이들과 아기 염소들도 모두 다 반갑게 마중을 나옵니다. 사람들도 동물들도 이웃을 만나 서로 서로 안부를 묻습니다. 주말도 공휴일도 없이, 수 천, 수 만 년 동안 매일 매일 한결같이 반복되어 온 마사이의 하루가 오늘도 저물어 갑니다.   
 
 해 질 녘, 종일 초원에서 풀을 뜯고 돌아오는 소와 염소를 마중 나온 마사이 마을 사람들
해 질 녘, 종일 초원에서 풀을 뜯고 돌아오는 소와 염소를 마중 나온 마사이 마을 사람들ⓒ 유최늘샘
 
밤이 오고 별이 뜨면 마사이 가족은 마당에 모여 앉아 저녁을 먹습니다. 쇠똥을 태워 끓인 우유는 참 따뜻합니다.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마사이의 자장가를 부르다가 어느덧 잠이 찾아오면, 좁지만 아늑한 흙집에 들어가 지친 몸을 누입니다. 

"깜깜한 하늘에는 언제나, 수 천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초롱초롱, 별이 빛납니다." 
  
 해 질 녘, 집으로 돌아오는 소와 염소와 가족을 마중 나온 마사이 마을 여성들과 아이들
해 질 녘, 집으로 돌아오는 소와 염소와 가족을 마중 나온 마사이 마을 여성들과 아이들ⓒ 유최늘샘
 루카스 씨 이웃의 마사이 가족. 마사이 사회는 너무나 자연친화적인 원시의 삶을 간직하고 있지만, 매우 가부장 중심적이고 여성 차별적인 구조를 갖고 있었다
루카스 씨 이웃의 마사이 가족. 마사이 사회는 너무나 자연친화적인 원시의 삶을 간직하고 있지만, 매우 가부장 중심적이고 여성 차별적인 구조를 갖고 있었다ⓒ 유최늘샘
 유난히 호기심이 많던 마사이 마을의 아이
유난히 호기심이 많던 마사이 마을의 아이ⓒ 유최늘샘
  
#세계일주 #세계여행 #배낭여행 #아프리카여행 #마사이족 #탄자니아 #마사이 #원주민 #소수민족 #유목민 #오래된미래 #탈식민주의 #문화다양성 #생태주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포승에 묶인 전두환 동상, 광화문광장에 무릎꿇다.

12.12쿠데타 40년 맞아 5.18단체 전두환 구속 촉구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승인 2019.12.12  21:49:43
페이스북 트위터
   
▲ 12.12쿠데타 40년이 되는 12일 오전 5.18단체들이 전두호나 구속촉구 기자회견을 여는 가운데 포승에 묶여 무릎을 꿇은 채 쇠창살 안에 갇힌 전두환 조형물이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 설치됐다.[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너 전두환을 능지(陵遲, 죄인을 죽인 뒤 시신의 머리, 몸, 팔, 다리를 토막 쳐서 각지에 돌려 보이는 형벌)하고 박피(剝皮, 껍질이나 가죽을 벗김)하고 알안(穵眼, 눈을 도려내는 형벌)하여야 마땅하나 산자의 규율이 있어 그 비통함을 주체할 수 없음에 이제 너의 영혼과 육신을 포획하여 너의 악행을 징벌하노라!"

이듬해 5월 광주 대학살을 자행할 자들의 진용이 모습을 드러낸 1979년 12.12쿠데타 40년이 되는 12일 오전.  

12.12 40년에 즈음한 반란수괴, 광주학살 주범 전두환 구속 촉구 기자회견이 5.18시국회의, 5.18구속자회 서울지부, 5.18민주운동부상자회 서울지부주최로 광화문 이순신장군 동상 앞 세월호광장에서 진행됐다. 

기자회견 도중 포박당한 채 무릎이 꿇려 철창안에 갇혀 있는 군복 차림의 전두환 동상이 트럭에 실려 이곳으로 옮겨졌다.

'전두환 구속 염원 조형물'을 제작한 정한봄 전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는 수많은 동족을 잔혹하게 살해한 전두환이 백담사에 은거하며 불자 행세를 하였기에 불교 용어를 빌어 표현했다며, '능지', '박피', '알안'의 형벌에 대해 일일이 설명했다. 

또 "지금으로부터 이승을 하직하는 그날! 너를 효수하여 너의 육신은 규환지옥으로 구만겁의 세월을! 너의 머리는 아비지옥으로 구만겁의 세월을! 그 후에도 뉘우침이 없을 너의 머리와 육신을 모아 영겁의 세월을 팔열지옥 모든 지옥으로 윤회하게 하리라!"고 켜켜히 쌓인 분노를 표시했다.

이어 '전두환의 악행에 아파야 했던 모든 분들을 위하여'라는 부제를 단 '전두환'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오늘 이 행위의 시작은 동족을 살상하여 탐욕과 권력과 영화를 누렸던 너의 일생을 만만세세에 알리기 위함이요. 너의 자손대대로 그 부끄러움을 이어가게 함이니 다시는 이땅에 개인의 탐욕을 위해 악행을 일삼은 자가 이 땅을 딛고 있을 수 없는 교훈의 모범이 되리라"고 일갈했다.

그는 "그때 아무 것도 하지 못한 부채감이 있었다. 오늘에야 조금이라도 해소되는 듯한 느낌"이라고 하면서 "제작에 함께 동참한 세 분 중 한분은 암투병 중인데, 이걸 만듦으로서 암을 이기는 좋은 기운이 생겨난다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후일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 창살안의 전두환 동상은 별 두개의 소장 계급장이 달린 군복 차림에 왼쪽 가슴에는 구속 당시 수인번호인 '3124'를 새기고 두손과 두발 목이 포승에 묶인 채 날카롭게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자회견을 주최한 단체들은 당분간 전두환 구속 조형물을 세월호 광장에 두고 뭍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한 뒤 향후 전국을 순회하며 세상에 그의 악행을 알리고 그의 재구속을 촉구하기로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1979년 오늘, 전두환은 군인의 사명인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여 국민에게 충성을 다하혀야 하는 기본 의무를 저버리고 오직 탐욕과 권력쟁취를 위해 하극상이라는 군사반란을 자행, 반란의 수괴로서 그 악행을 드러내었다"고 규탄했다.

또 12.12는 반란으로, 전두환은 반란의 수괴이자 내란목적 살인의 범죄자로 명확히 규정되었으나 국민들은 전두환이 응당한 처벌 대신 호의호식하며 사는 꼴을 25년 가까이 보고있어야만 하는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광주학살 진상을 왜곡하는 그의 뻔뻔한 행태를 접하면서 분노에 치를 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두환은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찬 회고록을 출판하여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으나 알치하이머 진단을 핑계로 재판출두를 거부하고 골프장을 돌아다니고 있다며, 그를 구속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가슴속 응어리를 털어내듯 차가운 청동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기도 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석운 5.18시국회의 대표는 "이 상징물을 당분간 이 자리에 놓아 두겠다. 이번에 공개한 전두환 동상을 계기로 역사를 농락하고 국민을 우롱한 광주학살 주범들의 재구속을 촉구하는 국민적 캠페인이 활발히 벌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하면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전두환 조형물의 훼손을 막기 위해 지킴이 활동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살인마이자 쿠데타의 주범인 전두환에 대한 단죄가 없었기 때문에 그 스스로 아직도 자신이 옳았다고 말하고 자유한국당은 지금까지도 광주항쟁이 북한군의 소행이며, 광주시민은 폭도라고 망발을 늘어놓는 것"이라며, "전두환의 단죄야말로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분 5.18민주운동부상자회 서울지부장은 "민족의 반역자 전두환은 그대로 살려놓고 광주시민들은 폭도라는 누명을 쓰고 이제까지 살아왔다"며, "전두환은 일말의 반성도 없이 국민들을 향해서 총을 쏜 것, 헬기를 동원해 사격을 한 것을 다 부인하며 자기는 몰랐노라고 한다. 전두환이 이제라도 사죄하고 진심으로 뉘우칠 수 있도록, 5.18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어서 구속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포승에 묶여 철창안에서 사나운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전두환 동상의 얼굴을 세차게 후려치며 울분을 터뜨리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세월호 아버지’ 구조 실패의 핵심 책임자들을 지목하다

등록 :2019-12-14 08:56수정 :2019-12-14 09:08

 

 

세월호 희생자 아버지의 질문들

6년째 기록 10여만장을 분석하는
단원고 수현군 아버지 박종대씨

“진상 규명과 처벌의 불쏘시개인가
진실을 덮는 마지막 카드인가
검찰 특수단 수사는 양날의 칼”
지난달 28일 경기도 화성시 자택에서 아들 방으로 가는 복도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세월호 기록 책장을 아버지가 보여주고 있다. 5년8개월째 그는 새벽마다 이 기록을 들고 아들 방에서 홀로 기록과 마주한다. 화성/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지난달 28일 경기도 화성시 자택에서 아들 방으로 가는 복도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세월호 기록 책장을 아버지가 보여주고 있다. 5년8개월째 그는 새벽마다 이 기록을 들고 아들 방에서 홀로 기록과 마주한다. 화성/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검찰은 지난달 11일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꾸려 재수사에 나섰다. 특수단장은 “이번 수사가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모든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6년 가까이 해경, 검찰, 감사원 등 정부기관이 만들어낸 참사 기록과 자료를 분석해온 세월호 희생자 아버지는 “2014년 검찰의 부실 수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먼저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압력에 밀려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해경만 ‘꼬리 자르기’ 식 처벌을 해놓고 대다수 증거 기록이 사라진 2019년에야 늑장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돌고 돌아 다시 칼자루를 쥔 검찰은 ‘침몰한 진실’을 인양할 수 있을 것인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불쏘시개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지난달 11일 검찰이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검찰 특수단)을 꾸려 본격 수사에 나선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2학년 박수현군의 아버지 박종대(55)씨는 이렇게 기대했다. 한편으로는 지난 6년간 속고 또 속았던 기억이 떠오르며 불안했다. ‘진실을 덮는 마지막 카드로 이용되는 건 아닐까.’

 

2014년 4월15일 ‘수학여행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하고 나갔던 아들이 돌아오지 않은 집에서 아버지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아들의 책상에 앉는다. 아들의 방과 복도를 가득 채운 세월호 관련 수사·재판기록, 국회와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제출된 녹취록과 진술서, 정보공개 청구로 받은 자료 등 문서 10여만장을 읽기 위해서다. 왜 내 아들을 구하지 않았는가, 정부가 밝혀내지 않은 그 답을 찾는 “죽기보다 힘든 작업”을 아버지는 5년8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달 27일과 지난 4일 경기도 화성시 자택에서 아버지를 두차례 만났다. “참으로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검찰 특수단이 조사할 세월호 진상 규명 과제를 몇가지 꼽아달라는 요청에 아버지는 난감해했다. “세월호 참사는 대통령 역할을 못 했던 박근혜부터 말단 해경까지, 모든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개입된 사건이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상존하는 대형 참사라서 몇가지로 압축해 답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검찰 특수단에 브리핑을 하는 심정으로” 해경 수뇌부의 구조 방기, 122구조대의 늑장 출동과 수중 수색 시간 조작, 청와대의 상황보고서 은폐 등을 짚었다. 아버지가 심사숙고 끝에 제기한 핵심 의문을 <한겨레>가 정리했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가 2015년 12월14일에 열려 김문홍 목포해경서장(앞)과 김석균 해경 본청장(뒤)이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가 2015년 12월14일에 열려 김문홍 목포해경서장(앞)과 김석균 해경 본청장(뒤)이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①김문홍은 왜 구조 지휘를 하지 않았나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사고 현장은 구조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방송 장비를 갖춘 100t급 해경 경비정) 123정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선내에 진입하기에 용이할 정도로 배가 기울어져 있었다. 바람이 불지 않아 파도는 잔잔하고 수온도 낮지 않았다. 승객이 바다로 뛰어내리면 이를 구조해 태울 수 있는 선박(둘라에이스호)도 옆에 대기했다. 구조가 안 되는 게 이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해경이 선내 진입도, 퇴선 방송도 하지 않으며 우왕좌왕하다가 구조에 실패했다.”

 

304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가 발생한 이유를 아버지는 “해경 수뇌부가 구조 지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해경 수뇌부란 해경 본청,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해양경찰서의 우두머리와 구조 책임자들을 말한다. 특히 최초의 ‘현장지휘자’인 목포해경서장 김문홍을 일차적 책임자로 지목했다. 당시 수난구호법과 관련 시행 세칙을 보면, ‘수난구조활동의 현장지휘는 지역구조본부장이 행한다’ ‘지역구조본부장이 일차적 수난구호 책임을 진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 어선 특별 단속을 지휘했던 김문홍은 이날 아침 헬기 512호를 타고 3009함에 내렸다. 조타실로 올라가자 부함장이 “지금 맹골도 근해에서 여객선이 침몰 중”이라고 보고했다. 오전 9시3분이었다. 김문홍은 사고 현장으로 직접 이동해 구조를 지휘해야 한다. 하지만 헬기 512호만 출동시키고 가지 않았다. 각종 통신 장비를 갖춘 3009함에서 지휘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김문홍은 주장했다.

 

하지만 3009함은 그 후 세월호와 직접 교신을 시도하지 않았다. 해경 지휘부가 사고 소식을 공유한 문자상황보고시스템에도 9시16분부터 9시33분까지 17분간이나 참여하지 않았다. 김문홍의 침묵에 해경 본청 상황실이 “목포해경서장도 현장 복귀 지휘할 것”(9시37분)이라고 지시할 정도였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123정에 김문홍이 내린 첫 지시는 “힘줘, 힘 좀 내봐”(9시49분)였다.

 

서해해경청장 김수현은 항공구조 세력과 특공대를 지휘해야 했지만 세월호가 침몰할 때까지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그는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항공구조사를 선내에 진입시키는 대신 뒤집혀 가라앉는 6000t급 여객선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10시8분). “상식 밖”의 “말도 안 되는 지시만 반복”한 것이다.(2014년 감사원 감사결과보고서)

 

해경 본청장 김석균은 상황실에 언제 들어왔는지도 불분명하다. 김석균은 오전 9시5분께 세월호 사고를 보고받고 상황실로 이동했다고 주장했지만, 해경 본청 상황실 경비전화에는 9시28분에 김석균을 급히 찾는 전화가 녹음돼 있다. “야, 청장님 오셔야 돼.” “예, 지금 올라가셨습니다.”

 

구조 세력이 사고 현장에 도착하기 전 해경 수뇌부는 세월호의 상태, 현재 승객의 상황 등에 관한 정보를 파악해 승객 퇴선을 유도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구조 계획을 세우는 지휘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참사 이후에는 구조 실패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 퇴선 방송을 한 것으로 거짓 기자회견을 하고 함정 일지를 뜯어고쳤다. 이 기자회견에는 123정장과 승조원이 출연했지만 해경 수뇌부가 철저히 기획·통제했다.

 

아버지는 “해경은 기본적으로 구조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이미 수색구조 매뉴얼이 있었지만 전혀 따르지 않았다. 구조를 방기한 해경 수뇌부를 검찰 특수단이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날 구조는 123정장 김경일이 혼자서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해경 본청장 김석균부터 말단 해경까지 합동 작전을 펼쳐야 했다. 업무상 과실치사로 징역 3년형을 받은 김경일의 구조 실패 책임은 사고 현장에 도착한 9시30분부터다. 하지만 해경 수뇌부는 사고 신고를 접수한 9시부터 거의 100분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그런데도 2014년 검찰은 그 수뇌부를 제대로 불러 조사하지도 않았다.”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②122구조대는 언제 출동했나

 

잠수 능력을 갖춘 수난구호 전문 조직인 122구조대가 수색구조한 시각은 물론 사고 현장에 출동한 시간도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 122구조대는 해상 사고가 나면 즉각 출동해야 하지만 목포해경 122구조대가 사고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낮 12시15분이었다. 이들은 9시5분께 전원이 출동했지만, 배로 이동하면 30~40분이면 도착하는데, 차량을 이용하는 바람에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기록을 파헤치다가 목포해경 상황실 통화 내역에서 상황실과 122구조대 사무실이 9시21분, 22분에 통화한 사실을 찾아냈다. 일반적으로 통화가 연결되지 않으면 통화 내역에 기록이 남지 않는다.

 

아버지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해경에 물었다. “해경 구조대가 9시5분께 출동했다면 텅 빈 사무실에서 누가 통화를 했다는 것인가?” 해경이 답했다. “당시 122구조대는 비번자 포함 10명이 모두 현장으로 이동, 구조에 투입돼 (구조대) 사무실은 비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통화 성공 여부 및 통화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 빈 사무실에서 누군가 통화했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누구인지, 어떤 내용으로 통화했는지 알 수 없다는 이상한 답변이다.

 

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한 122구조대가 어디 소속이며 어떤 구조 활동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전파되자 각 지역의 해경 122구조대가 전남 진도 앞바다로 모여들었다. 군산항공대 헬기 502호도 122구조대 3명을 태우고 사고 현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서해해경청 상황실은 9시39분께 “서해해경청으로 돌리라”고 지시했다. 서해해경청장 김수현을 태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김수현은 타지 않았다. 대신 정보수사과장과 특공대장이 올라탔다. 헬기 502호는 오전 11시 전에 사고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사고 현장에서 헬기를 지휘하던 항공기 703호(초계기)의 교신 기록을 보면 10시38분께 헬기 502호에 지시한다. “닻 쪽에 침몰되어 있는 위에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가까이 접근해보라.”

 

아버지는 헬기 502호가 태운 122구조대가 군산해경 소속이라고 판단한다. 이들은 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한 122구조대였지만 현장에 투입되지 않는다. 특공대장의 검찰 진술을 보면, “(헬기 502호가) 사고 현장 상공에 도착했으나 대형 함정이 없어 바로 착륙하지 않았”다고 돼 있다.(2014년 8월26일 검찰 진술조서) 대신 익수자 한명만 태우고 목포한국병원에 갔다가 헬기 502호는 서해해경청과 목포항공대를 거쳐 사고 현장에 오후 1시50분께야 되돌아왔다.

 

헬기의 이런 소극적 구조 활동은 항공기 703호의 지시였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해경이 파견한 항공기 703호는 사고 현장에 출동한 헬기들을 지휘했다. 세월호가 급속히 기울어져 좌현 5층까지 물에 잠긴 9시50분께 703호는 헬기에 지시한다. “해경 본청장께서 출발해 현장에 올 예정이니까 너무 임무에 집착하지 말고 안전에 유의하라.” 무리하지 말라는 지시는 세차례나 반복된다. “항공에서 할 수 있는 조치 없을 것 같다”(10시26분), “배가 90% 이상 침몰돼 구조할 수 없다”(10시30분)며 사실상 구조 활동을 포기한다.

 

아버지는 말했다. “재판·수사 서류를 다 뒤져봤는데, 배가 넘어가고 난 다음에 (해경이) 수중 수색 구조 계획을 수립하고 실시했다는 기록이 하나도 없다. 애초에 수중 수색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배에 남아 있는 생존자를 구조할 수 있는 122구조대가 늑장 출동하거나 사고 현장에 도착해서도 구조 활동을 제대로 펼치지 않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해경은 수중 수색 시간을 조작한 적도 있지 않나. 이들의 행적을 낱낱이 되짚어 검찰 특수단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해경은 122구조대 ‘최초 수중 수색 시간’을 조작했고 감사원이 이를 밝혔다. 목포해경 122구조대는 차량→어선→경비정→구명보트를 옮겨 타는 바람에 낮 12시15분께 사고 현장에 도착했고, 오후 1시께야 세월호 수색을 처음 시도했다. 하지만 정부는 참사 직후인 4월17일 “(오전) 11시24분 목포해경 122구조대가 첫 수중 수색 했지만 거센 물살 탓에 선체 진입에 실패했다”고 잘못 발표했다. 이에 맞춰 122구조대는 “현장 도착 시간을 11시15분에서 20분경”이라고 거짓말했다. 나중에 감사원이 ‘왜 거짓 보고를 했느냐’고 추궁하자 “침몰할 때 (122구조대가) 창문을 깨고 승객을 구조해야 했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어서”라고 해명했다.

 

세월호 희생 학생 박수현군의 집 풍경, 11월 28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원천리 자택, 올 해 초 수현이의생일을 맞아 부모가 사 준 새 구두 한 결레와 2016년 졸업 선물로 사 준 양복이 수현이의 유품 진열장 앞에 놓여 있다. 화성/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세월호 희생 학생 박수현군의 집 풍경, 11월 28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원천리 자택, 올 해 초 수현이의생일을 맞아 부모가 사 준 새 구두 한 결레와 2016년 졸업 선물로 사 준 양복이 수현이의 유품 진열장 앞에 놓여 있다. 화성/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③청와대 상황보고서 1·4보의 행방은

 

박근혜 대통령의 참사 당일 행적을 밝힌 검찰의 ‘청와대 세월호 보고 조작’ 사건 수사 결과에 아버지는 동의하지 않는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구조의 ‘골든타임’ 마지노선인 10시17분까지 청와대 상황보고서 1보를 받지 않아 세월호 사고를 몰랐다가 비서관 안봉근이 대통령 관저로 찾아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장수와 통화 연결을 하면서 사고를 처음 인지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청와대 상황보고서 1보가 대통령 관저에 도착한 시간은 10시20분께라고 짚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사고 개요만 간략히 적은 별도의 1보가 따로 있었고, 보고 시점은 10시 이전이라고 본다. 근거는 이렇다. 첫째, 상황보고서 1보를 청와대 비서관들에게 이메일로 전송한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 전아무개가 이를 캡처한 사진을 저장했는데, 그때 1보로 보이는 ‘140416 진도 인근 여객선 조난 신고.hwp’의 파일 크기(173kb)는 현재 1보(720kb)보다 훨씬 작다. 둘째, 상황보고서 1보를 작성한 이아무개는 세월호 톤수를 6647t으로 잘못 적어서 수정했다고 하는데 6647t이라고 적힌 상황보고서가 없다. 셋째, 참사 직후 첫 보고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위기관리센터 직원 오아무개씨가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확인해보니 상황병이 9시40~50분께에 뛰어나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 영상을 “나중에 문제 될까 봐” 따로 저장하지 않았고, 나중에 자동으로 덮어씌워졌다. 넷째, 상황병은 1보를 위민관 2층에 있는 김장수 실장이 아니라 대통령 관저로 전달했다고 기억한다.

 

상황보고서 4보도 박근혜 청와대는 오후 4시에 작성했다고 주장하지만, 아버지는 오후 1시께 전송한 별도의 4보가 있다고 판단한다. 역시 이메일 캡처 사진을 보면, ‘진도 인근 여객선(세월호) 침수, 승선원 475명 구조작업 중(4보)’이 오후 1시22분께 청와대 비서관들에게 발송돼 있다. 이메일을 전송한 안전관리센터 직원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이메일로 보낸 4보에는) ‘탑승객이 전원 구조되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 4보가 잘못된 것을 확인한 후 약 7분 후에 각 비서실에 다시 ‘4보 내용 중 구조 인원에 변동이 있다’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하지만 (오후 4시에 작성된 상황보고서 4보는) 전원 구조 관련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상황보고서 4보가 사라진 셈이다.

 

비서관 안봉근이 세월호 참사 당일 10시20분께 대통령 관저를 방문해 국가안보실장 김장수, 해경청장 김석균과 대통령 박근혜의 통화를 연결했다는 검찰의 판단에도 아버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박근혜 탄핵 심판을 앞두고 변호사 유영하가 전화해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관서에 올라가지 않았느냐고 묻자 안봉근이 “나는 같이 가지 않았다” “나를 끌어들이지 말라”고 진술했다는 행정관 이영선의 검찰 진술이 있기 때문이다. 또 박근혜가 불러서 갔는지, 김장수 전화를 받고 갔는지 안봉근 검찰 진술도 자꾸 바뀐다고 했다. 게다가 관저에서 일하던 경호관이나 내실 근무자가 그날 오전에 안봉근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아버지는 “검찰은 (시시티브이나 화면 캡처 사진 등) 기계적 언어를 배제하고 당시 상황을 기억나는 대로 진술한 하급자보다 변명에 급급한 상급자 진술을 채택했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이어 “검찰 특수단은 출범하면서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모든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는데, 이는 기존의 검찰 수사를 뒤집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특수단 규모(검사 8명)나 구성원(청와대 보고 조작 사건을 수사한 검사 참여) 등을 볼 때 그것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런데도 ‘공소시효’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수사가 책임자 처벌의 마지막 기회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도 속아서 미심쩍지만,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라도 품고 싶지만, 그 희망이 다시 절망으로 변하는 게 눈에 보이는 듯, 아버지는 복잡하고 답답해 보였다.

 

화성/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구조 실패한 ‘윗선’에 면죄부 준 2014년 검찰

 

 

2014년 검찰은 사고 현장에 도착한 첫 해경 함정인 123정 정장 김경일만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해 법원은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당시 소극적 구조 활동을 펼쳤던 헬기 등 항공 구조 세력이나 구조 지휘를 하지 않았던 해경 수뇌부에는 ‘면죄부’를 줬다. 해경의 초동 대응 실패로 304명이 목숨을 잃고 142명이나 다쳤으며, 법원이 “해경 지휘부나 사고 현장에 같이 출동한 해경들에게도 승객 구조 소홀에 대한 공동책임이 있다”고 밝혔는데도 말이다.

 

나중에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우병우가 검찰의 해경 수사에 외압을 넣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세월호 수사지원팀장인 윤대진 당시 광주지검 형사2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청와대와 해경 간 전화통화 녹음 파일을 꼭 압수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번에 검찰은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을 꾸린 지 11일 만인 지난달 22일 인천 송도의 해경 본청과 서해해경청, 목포·완도·여수해경서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특수단의 압수수색은 지난 2일까지 진행됐고, 해경 수뇌부의 소통 내역이 담긴 주파수 공용 통신(TRS)과 해경 상황실 경비전화 통화 내용 등 참사 당일 교신 내역의 ‘원본’이 이제야 확보됐다.

 

참사 당일 청와대의 행적이나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1기 특조위)의 활동 방해 등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검찰이 수사해 김기춘·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기소됐다. 하지만 산발적인 검찰 수사만으로는 의혹이 규명되지 않았다. 결국 검찰은 특수단을 꾸려 형사처벌을 대상으로 한 혐의뿐만 아니라 세월호와 관련한 국민적 의혹을 전반적으로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앞서 세월호 진상 규명 활동은 2015년 출범한 1기 특조위와 2017년 꾸려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1년씩 조사를 벌였고,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가 지난해 3월 시작돼 조사를 이어왔다. 2기 특조위는 해경이 맥박이 남아 있는 학생을 발견하고도 병원에 헬기로 이송하지 않았다는 중간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수사권이 없는 1·2기 특조위의 한계가 거듭 드러나자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은 전면 재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왔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20817.html?_fr=mt1#csidxc13ed1414066bc8a540e6214f4ac350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美의회, 국방수권법서 “지소미아 유지해야” 못 박아... ‘내정간섭·주권침해’ 비판 대두

美의회, 국방수권법서 “지소미아 유지해야” 못 박아... ‘내정간섭·주권침해’ 비판 대두
 
 
 
김원식 | 2019-12-13 14:13:0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美의회, 국방수권법서 “지소미아 유지해야” 못 박아... ‘내정간섭·주권침해’ 비판 대두
한미일 안보협력 강조하며 슬쩍 끼워 넣어… 송기호 변호사 “우리 민주주의 독자성 무시하는 심각한 행위”

 

지난 11일(현지 시간) 미 하원을 통과한 국방수권법(NDAA) 조항에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를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국방수권법 해당 조항 캡처

미국 의회가 2020회계연도 미 국방 예산안인 국방수권법(NDAA)에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를 유지해야 한다고 못을 박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이 우리나라 외교에까지 압력을 가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독자성을 부정하는 내정간섭이자 주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11일(현지 시간) 미 하원을 통과한 NDAA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조항과 ‘한일 양자 및 한미일 3자 군사정보 공유 협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 NDAA는 민주·공화 양당이 사전 협의를 끝낸 것으로 내주 상원에서도 무난하게 통과될 전망이다.

NDAA는 우선 “한미, 한일 양자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필수적(essential)”이라고 평가한 뒤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방지하고 해상안보와 항행의 자유 등의 과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한미일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일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재래식 무기 능력,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을 낳고 있는 것에 깊은 우려를 공유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한일 간 안보협력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상호 이익을 증진하며 공유하는 우려에 대처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일 간에 군사적인 안보협력을 강화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NDAA는 곧바로 “2016년 11월 23일 서명된 한일 양자 간의 군사정보 공유 협정과 2015년 12월 29일 서명된 한미일 3자 간 군사정보 공유 협정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에 매우 중요하며(critical) 그리고 유지돼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한미일 안보가 북한을 포함한 공동 위협에 얽혀 있음을 인식한다”면서 “미국은 한일 간 양자 안보 유대를 강화하고 확대된 연습과 훈련, 고위급 교류, 정보공유를 포함해 더욱 깊은 3자 안보 조정과 협력을 강력히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약어인 ‘지소미아’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지소미아가 체결된 날짜인 ‘2016년 11월 23일 서명된’이라고 표현해 해당 협정이 한일 간에 체결된 지소미아를 의미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2015년 12월 29일 서명된 한미일 3자 간 군사정보 공유 협정은 2014년(예산안에서는 2015년으로 오타) 12월 29일에 한미일 3국이 체결한 ‘티사(TISA·The Trilateral Information Sharing Arrangement)’로 불리는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이 한미일 3자 간에 체결된 군사정보 공유 약정 유지를 명기하면서 자신들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한일 간에 체결된 군사정보 공유 협정도 유지해야 한다고 예산을 규정하는 법률안에 슬쩍 못을 박은 셈이다.

이에 관해 13일 국제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해당 규정을 삽입한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독자성을 무시하고 있다는 심각한 행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사자도 아닌 미국이 협정 체결 등 우리 외교에 개입하는 것은 내정간섭을 넘어 과연 우리 민주주의를 인정하느냐는 중대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변호사는 이어 “미국이 ‘우려한다’나 ‘희망한다’라는 표현도 아니고 ‘유지해야 한다(should be maintained)’라고 명령조로 규정한 것도 국제법도 상관없이 마치 자기들이 국제법 위에 있다는 ‘미국 예외주의’의 패권적인 발상”이라면서 “심각한 주권 침해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중의소리’에 게재된 필자의 기사입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21&table=newyork&uid=378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공수처법, 선거법 등 개혁입법 막겠다고 농성하는 자유한국당

공수처법, 선거법 등 개혁입법 막겠다고 농성하는 자유한국당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패스트트랙 철회 등을 촉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농성이다. 황교안 대표가 국회 로텐더홀에서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겠다고 무기한 농성을 삼일째 이어가고 있다. 장외투쟁, 단식, 농성으로 국회를 마비시키는 깽판 놀음이 이제 극점을 향해 가고 있는 듯하다. 바닥에는 “나를 밟고 가라!”는 문구를 새긴 현수막까지 내걸었는데, 참으로 국민들 심정을 대변한 말이다.

공수처법와 선거법은 촛불혁명 이후 어렵사리 만들어진 개혁입법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공수처법 연내 통과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적으면 60%에서 많으면 80%까지 나온다. 그런데 지금 자유한국당은 뭐 하자는 것인가? 검찰개혁을 해야 하고, 지금 반드시 해야 한다는 들끓는 민심이 들리지도 않는가? 그동안 검찰이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며 노동자, 민중, 개혁인사들은 탄압하고, 온갖 간첩사건을 조작하며 인권을 말살해 온 역사는 더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다. 재벌과 권력자들을 비호하고 솜방망이 수사로 함께 공생해온 역사는 보탤 것도 없는 국민적 상식이다. 그런데 이 검찰이 이제는 스스로 권력이 되어 검찰개혁에 도전하는 세력자체를 제거하려고 칼을 휘두르고 법위에 군림하는 공룡이 되어있다. 이걸 개혁하자는데, 단식을 한다, 농성을 한다 하면서 개혁입법을 걸음마다 막아서고 저지하며 발광을 하고 있다. 개혁이라는 햇빛을 쬐면 죽어나가는 좀비의 무리들이라고나 할까.

개혁입법을 저지하는 것은 원래 자유한국당의 전문이다. 자유한국당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한나라당이 야당이었던 17대 국회도 마찬가지였다. 사립학교법, 국가보안법, 과거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이라는 4대 개혁입법을 못하게 하려고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자들이다. 특히 사학법의 경우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그것을 무효화하겠다고 국회를 70일 이상 공전시킨 일도 있었다. 결국 사학법은 누더기가 되고 말았다.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목숨을 건 투쟁’ 등 극단적인 구호도 나왔다는데 무엇을 위하여 이렇게 열성인지 궁금할 뿐이다.
자유한국당 무리들이 언제 한 번 이 땅의 노동자, 서민을 위하여 진심을 담아 단식하고, 농성하고, 장외투쟁을 한 적이 있었던가. 그들이 언제 한 번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목숨걸고 싸워본 적이 있었던가. 그들이 강경투쟁으로 지키고자 하는 것은 분단적폐세력의 기득권에 불과하고, 그들이 목숨걸고 사수해 온 것은 미국과 일본 등 외세의 이익일진데, 자유한국당의 투쟁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국민의 분노도 높아지는 것이 당연지사이다.

개혁입법하나를 만드는게 이렇게 힘들어서야 어떻게 인권이 존중받고, 민생을 돌보며, 민족자존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사실 선진화법을 만든 당사자들이 자유한국당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자신들이 만든 법도 안 지키고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들고 있다. 자유한국당이라는 무리가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집단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이다.
자유한국당과 같은 적폐세력이 국회에서 108석이나 차지하고 또아리를 틀고 앉아있게 그대로 두어서는 자그마한 개혁입법 하나도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현장언론 민플러스  webmaster@minplusnews.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에버랜드노조 와해' 삼성전자 간부 징역 1년 4개월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12/14 09:29
  • 수정일
    2019/12/14 09:2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법원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는 그룹 차원의 조직적 범행"
2019.12.13 17:00:32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노사업무 총괄 책임자였던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의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혐의에 1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이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가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13일 업무방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된 강 부사장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이우혁 전 에버랜드 전무에게는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단, 이들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어용노조 위원장 임모 씨 등 전현직 에버랜드 직원 10명에게는 징역 6~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강 부사장 등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작성한 노사전략 문건을 토대로 금속노조 삼성지회 에버랜드노조 설립 및 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에 대해 "강경훈 등 피고인들은 복수노조 설립 허용이라는 상황 변화에 맞춰 에버랜드 내 노조 설립 시도를 막고, 설립된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미래전략실에서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웠다"며 "'비노조 경영'이라는 목적을 위해 에버랜드 내 상황실을 설치해 노조 설립을 시도하는 노조원의 사생활·비위 정보를 함부로 빼내고, 징계 사유를 억지로 찾아냈으며, 급여를 깎아 경제적 압박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협조적 노조를 대표 노조로 삼으면서 적대적 노조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강 부사장 측은 개인정보 수집 등 일부 혐의를 인정하고 복수노조 도입 초기 과도한 대응에 대해 반성한다면서도, 조직적인 부당노동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미전실은 삼성그룹 전 계열사를 지원 조직하는 최고 의사결정 보좌기관으로 비노조 경영을 고수하는 사령탑 역할을 하며 각 계열사 노사문제를 수시로 확인하고 점검했다"며 "삼성이 그룹 노사전략을 토대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노조설립 저지 및 무력화로 비노조 경영방침을 유지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리 헌법은 근로자가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선언한다"며 "피고인들은 에버랜드의 건강한 노사관계 발전을 막았다"고 지적했다.

 

삼성에버랜드 노조와해 사건은 2013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폭로되며 세상에 알려졌다. 해당 문건에는 "노조설립 시 전 부문 역량집중·조기해결, 주동자 즉시 해고"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문건 공개 뒤 금속노조 삼성지회는 이건희 회장 등 36명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고발했다. 검찰은 2015년 '문건의 진위를 알 수 없다'는 등의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 소송비 대납 사건으로 삼성 서초동 사옥과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하던 중 대량의 삼성 노조 와해 문건이 나오며 재수사가 시작됐다.

 

강 부사장은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32명과 함께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혐의 재판에도 계류 중이다. 삼성전자서비스 재판 선고는 오는 17일로 예정되어 있다.

 

최용락 기자 ama@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