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만의 외침 “감옥에서 7년째, 이석기 의원 석방하라!”

2만의 외침 “감옥에서 7년째, 이석기 의원 석방하라!”
 
 
 
김영란 기자 
기사입력: 2019/12/07 [19:29]  최종편집: ⓒ 자주시보
 
 

 

▲ 7일 오후 3시부터 광화문과 청와대 인근에서 ‘감옥에서 7년째! 석방이 정의다!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이하 석방대회)’가 열렸다. 석방대회는 69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주최, 주관했으며 전국 각지에서 참가한 시민 2만여 명이 “석방이 정의다. 이석기 의원 석방하라!”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사랑채까지 행진했다.     © 김영란 기자

 

▲ 석방대회는 69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주최, 주관했으며 전국 각지에서 참가한 시민 2만여 명이 “석방이 정의다. 이석기 의원 석방하라!”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사랑채까지 행진했다     © 김영란 기자

 

▲ 광화문에서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는 석방대회 참가자들     © 김영란 기자

 

▲ 석방대회는 오후 2시부터 서울역, 독립문, 을지로, 종로 총 4개 방향에서 출발한 대열은 300인 바투카다(브라질 타악기) 대열을 선두로 서울 시내를 행진해 3시에 광화문 광장에 집결하였다. [사진제공-이석기의원 구명위원회]     © 김영란 기자

 

▲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     © 김영란 기자

 

▲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     © 김영란 기자

 

▲ 석방대회에는 ‘이석기 의원 석방’을 염원하는 피아노 50대, 통기타 100대, 하모니카 100대, 오카리나 100대, 우쿨렐레 100대로 구성된 450인 합주단의 공연이 펼쳐졌다. [사진제공-이석기 의원 구명위원회]     © 김영란 기자

 

7일 오후 3시부터 광화문과 청와대 인근에서 감옥에서 7년째석방이 정의다이석기 의원 석방대회(이하 석방대회)’가 열렸다.

 

석방대회는 69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주최주관했으며 전국 각지에서 참가한 시민 2만여 명이 석방이 정의다이석기 의원 석방하라!”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사랑채까지 행진했다.

 

이에 앞서 오후 2시부터 서울역독립문을지로종로 총 4개 방향에서 출발한 대열은 300인 바투카다(브라질 타악기대열을 선두로 서울 시내를 행진해 3시에 광화문 광장에 집결하였다.

 

청와대 앞에서 열린 석방대회에는 이석기 의원 석방을 염원하는 피아노 50통기타 100하모니카 100오카리나 100우쿨렐레 100대로 구성된 450인 합주단의 공연이 펼쳐졌다.

 

석방대회에 즈음해 이석기 의원은 옥중 편지를 보냈다.

 

이석기 의원은 편지에서 이제 다가올 2020년대는 우리에게 자주를 실현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이를테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나 방위비 분담금대북제재에 막혀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평화협력과 같은 문제들은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와 잇닿아 있습니다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이 충돌하는 시대에 우리가 어떤 전략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던져지고 있습니다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법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하나입니다자주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계속해 이 의원은 자주는 우리 스스로 자기 발로 선다는 의미입니다누구에게 의존하지도누구를 배척하지도 않고오직 스스로의 두 발로 지구를 딛고 서서 모두와 평화롭게 협력하자는 발상입니다친미냐반미냐친중이냐 반중이냐는 질문을 거부하고우리 스스로 서서 우리 민중의 이익을 중심으로 협력하자는 것이 자주입니다라고 편지에서 밝혔다.

 

이 의원은 편지 마무리에서 미래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만드는 사람들이 지금 이 광장에 모여 선 것처럼 자주 평등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는 이들이 하나의 정치적 힘으로 단결한다면 민중의 새날은 어느새 닥쳐올 것입니다과거와 미래의 싸움에서는 미래가 이깁니다낡은 것은 결코 새것을 이길 수 없습니다여기에 계신 동지들이 있는 한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현실이 됩니다여러분이 미래입니다당신이 봄입니다다가오는 새봄에 우리 뜨거운 가슴으로 만납시다라고 희망찬 메시지를 보냈다.

 

▲ 450인 합주단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에 맞춰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는 석방대회 참가자들     © 김영란 기자

 

▲ "이석기 의원 석방하라!"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 김영란 기자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를 부르는 노동자들     © 김영란 기자

 

▲ 450인 합주단, 피아노 연주자들     © 김영란 기자

 

▲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     © 김영란 기자

 

이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태호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이 의원 석방을 촉구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도무지 이루어질 수 없는 수사와 재판을 통해 그는 독방에 갇혔고 그것은 통합진보당 해산으로까지 이어졌다그런 국정농단의 잔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지난 정권의 잘못을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그것이 촛불정신 회복의 첫걸음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호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유엔 인권선언에는 신념의 자유정치 활동의 자유가 있다이것이 인권의 제1원칙이다생각이 다르다고 이석기 의원을 가두어 둔다면 촛불정신과 민주주의는 제 길을 갈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상규 민중당 상임공동대표는 결의문을 통해 수천수만의 이석기가 힘차게 뻗어가는 이 행진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민중의 친근한 벗 이석기 의원과 함께 새로운 백 년을자주의 정치인 이석기 의원과 함께 새로운 천년을 만들어나가자라고 주장하였다.

 

석방대회의 대미는 450인 합주에 맞춰 2만 참가자가 함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합창이 장식하였다.

 

이날 대회에 앞서 10시에는 이석기 의원이 복역하고 있는 대전교도소 앞에서 '감옥에서 7년째다이석기 의원 석방하라대전교도소 결의대회'가 2천여 명 규모로 개최되었다그리고 이날 석방대회에 즈음해 각계의 이석기 의원 석방 탄원서가 청와대에 전달되었다.

 

최근 제출된 1차 탄원서에는 김희중 대주교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오도철 원불교 교정원장 등 주요 종단 지도자와 정강자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김민문정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백미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신철영 경실련 공동대표김호철 민변 회장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자가 이름을 올렸다.

 

한편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는 다음 주에 사회 원로들의 2차 탄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하는데 이어, 14()에도 청와대 앞에서 석방 촉구 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 “석방이 정의다. 이석기 의원 석방하라!”     © 김영란 기자

 

▲     © 김영란 기자

 

아래는 석방대회에서 낭송된 이석기 의원 옥중 편지 전문이다.

 

--------------------------아래---------------------------

 

사랑하는 여러분그리운 동지들.

 

동지들과 떨어져 감옥 안에서 맞는 7번째의 겨울입니다달력을 보니 이제 2010년대의 마지막 겨울입니다지나온 2010년대를 저는 시련 속에서 동지를 찾은 시간으로 기억합니다불의한 권력에 맞서며 고난의 세월을 함께 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생각납니다차가운 바람은 우리를 위축시키기도 하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찬바람 속에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농민이 있습니다촛불 혁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민중이 거리에서 찬바람과 맞서야 하는 현실입니다박근혜 정권을 몰아내고 새로운 나라로 나아가자는 열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지들이 저의 석방을 외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그리고 미안합니다하지만 우리는 이런 시간들이 우리 사회를 한 걸음 나아가게 하고 우리 자신을 발전시키는 소중한 시간들임을 알고 있습니다저 역시 현실을 직시하면서 감옥의 찬 기운을 견디고 있습니다이 시간들이 쌓여 결국 지금 광장의 칼바람을 따뜻한 봄바람으로 바꾸어낼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변화를 만들어냅니다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지만우리를 둘러싼 세계 역시 크게 변화하였습니다변화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합니다저는 우리 민족이 지난 100년간 감내해야 했던 예속과 분단이 이제 종착점에 이르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제 다가올 2020년대는 우리에게 자주를 실현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이를테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나 방위비 분담금대북제재에 막혀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평화협력과 같은 문제들은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와 잇닿아 있습니다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이 충돌하는 시대에 우리가 어떤 전략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던져지고 있습니다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법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하나입니다자주입니다.

 

자주는 우리 스스로 자기 발로 선다는 의미입니다누구에게 의존하지도누구를 배척하지도 않고오직 스스로의 두 발로 지구를 딛고 서서 모두와 평화롭게 협력하자는 발상입니다친미냐반미냐친중이냐 반중이냐는 질문을 거부하고우리 스스로 서서 우리 민중의 이익을 중심으로 협력하자는 것이 자주입니다우리가 스스로의 힘을 믿고 일어설 때 미국도 우리를 존중하고중국도 우리를 가볍게 보지 않을 것입니다최근에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하나같이 자주의 원칙위에서만 제대로 된 해법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땅의 지배세력들은 지금도 지난 70년처럼 미국을 섬기면서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 살고자 합니다하지만 앞으로도 지난날처럼 미국을 섬기기만 하면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까요당장 미국의 트럼프 정부조차 이런 발상을 거부하고 있습니다트럼프는 이제 동맹이라는 낡은 틀에 얽매이지 않습니다미국이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데우리가 한미동맹의 낡은 틀을 고집할 까닭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한국의 그 어느 역대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촛불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도 이 문제에서만큼은 별다른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동지 여러분그렇다고 좌절하거나 실망할 일은 아닙니다이제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가 물 위로 올라와 그 실체를 그대로 드러냈을 뿐입니다필요한 것은 이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서 자주의 길로 전진하는 것입니다문재인 정부에 실망하기 전에 우리가 민중의 정치적 열망을 하나로 단결시켜 나간다면 우리는 오래지 않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변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정권교체를 뛰어넘는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은 우리 사회 내부적으로도 분명합니다이른바 조국 사태를 생각해봅니다구조적인 불평등그러한 불평등의 세습그리고 이와 같은 계급의 문제에서 여당과 야당이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우리 사회의 진면목가진 자들의 민낯을 우리는 생생하게 보았습니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끝났다고 합니다왜 그렇게 되었습니까가진 자들과 민중 사이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고이를 거슬러 올라갈 사다리가 끊어졌기 때문이 아닙니까돈이 돈을 벌고기득권에 속하지 않은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나서는 아예 새로운 꿈조차 꿀 수 없는 사회임을 우리는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가 심각하다면 해답도 심각해야 합니다문제가 구조적이라면 대안도 구조적이어야 합니다그 동안 진보진영이 주장해 왔고현 정부가 실행하고 있는 각종 수당 도입이나 즉자적인 교육 및 부동산 정책과 같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대책으로는 이런 구조적 불평등에 아무런 균열을 내지 못합니다지금은 역사적 상상력이 필요한 때입니다대지주의 땅을 무상 유상으로 거둬들여 소작인들에게 나눠줬던 해방 이후 농지개혁은 농촌의 계급관계를 뒤흔들었습니다이러한 농지개혁처럼자산재분배 정책과 같은 대담하고 근본적인 발상이 필요합니다구조적 불평등세습되고 있는 계급관계를 뿌리에서부터 뒤흔들지 않고서는 우리는 한 치도 전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오롯이 새로운 정치세력의 몫입니다여당이건 야당이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우리사회의 견고한 기득권에 뿌리내리고 있음은 분명합니다어떤 정치세력도 자신의 존재적 기반을 배신하지 못합니다우리 사회의 굳건한 불평등 구조를 깨자면이 불평등 구조에서 피해받는 대중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세력을 건설해야 합니다우리가 낡은 양당체제를 혁파하자고 하는 건 애매한 중간파 정당과 이런저런 지역정당들이 함께하는 다당제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민중의 정당민중 속에 깊이 뿌리박은 정당민중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참다운 진보정당이 나오는 것이야말로 낡은 양당체제의 혁파일 것이며자주 평등 평화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입니다.

 

그리운 동지들.

미래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만드는 사람들이 지금 이 광장에 모여 선 것처럼 자주 평등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는 이들이 하나의 정치적 힘으로 단결한다면 민중의 새날은 어느새 닥쳐올 것입니다.

과거와 미래의 싸움에서는 미래가 이깁니다낡은 것은 결코 새것을 이길 수 없습니다여기에 계신 동지들이 있는 한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현실이 됩니다여러분이 미래입니다당신이 봄입니다다가오는 새봄에 우리 뜨거운 가슴으로 만납시다.

 

2019. 12. 1. 대전 옥에서

이석기.

 

 

 

 
광고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문희상 안, 대법원 판결에 반한다”

강제동원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법조.학계 전문가들 지적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승인 2019.12.06  17:15:22
페이스북 트위터
   
▲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족문제연구소,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와 강창일.박지원.장병완.천정배.최경환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강제동원 문제 해결방안에 관한 정책토론회’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기억.화해.미래재단법’을 다음 주 발의할 예정인 가운데, 법조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문희상 안’이 대법원 판결에 반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족문제연구소,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와 강창일.박지원.장병완.천정배.최경환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강제동원 문제 해결방안에 관한 정책토론회’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문희상 안’, 대법원 판결 원칙에 반한다”

발제자로 나선 김민철 경희대 교수는 “강제동원 기업에게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며 “존중의 형식은 강제동원.강제노동에 대한 인정과 사죄, 배상으로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대법원이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고 판결한 점에서, 일본 기업의 인정.사죄.배상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문희상 안’은 일본 기업 혹은 정부가 강제징용에 대한 인정과 사죄에서 출발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전날 최광필 국회 정책수석비서관은 언론설명회에서 “대법원 판결 정신에 대한 존중”이라며 “민법상 화해절차를 통한 대위변제 방식의 전제는 대법원의 사법적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대리인인 이상갑 변호사는 “한반도에 대한 식민지배와 침략전쟁 수행과정에서 행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를 대위변제하는 것이 현행헌법 전문에 합치된다고 볼 수 있느냐”며 “‘문희상 안’은 역사적 진실 기록, 피해자의 사과와 그 실행방법으로서의 금전배상과 관련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다. 이 부분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창록 경북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대법원 판결에 의해 손해배상의 의무가 확정된 일본 기업이 배상하고 그 공모자로 명기된 일본 정부가 피해자의 권리 실현에 나서야 한다”며 “‘문희상 안’은 한국 정부, 한국기업은 물론이고 한국 국민에게까지, 심지어 세계 시민에게까지 책임을 떠넘기면서 일본 기업과 정부의 책임을 면탈하게 하는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의 원칙에 반한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문희상 안’의 초점은 소송을 통해 확정된 혹은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얼버무리는 것”으로 “책임이 없는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재단을 통해 책임이 없는 한국기업, 한국 국민의 기부금을 섞어 일본 기업의 법적 책임을 세탁하자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조시현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문희상 안은 위자료 지급만으로, 지급과 등가적 관계에 있지 않은 피해자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소멸시키려고 하는 것으로 국제인권법, 헌법 등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사죄 선결조치 성취 못 해 갈등 위험 높다”

‘문희상 안’에는 일본 정부의 사죄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일본 정부가 ‘기억.화해.미래재단’을 설립하기 전에 사죄를 표명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사죄가 전제되지 않은 채 설립된 재단의 법적 효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상갑 변호사는 “문희상 안이 적시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 정치인의 진솔한 사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할 뿐 아니라 일본 정부 및 전범기업들의 공식입장이라고 볼 수 없다”며 “현재 일본 정부의 입장이나 일본 여론 등을 보면 법 통과 이전에 (일본의 사죄라는) 사전조치가 실제로 실행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사전조치 없는 법 통과 시 법의 효력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군함도’로 대표되는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과 관련해 강제징용자를 ‘일본의 산업을 지원한 한반도 출신자들’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일본 정부가 사죄할 리 없다는 것.

결과적으로 “문희상 안은 역사적 진실 기록, 일본 정부 및 기업들이 사과를 사실상 포기한 해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이 변호사는 진단했다.

그러면서 “먼저 선결조치 이행을 위한 노력을 하여 외교적 합의를 일정 정도 이끌어낸 다음, 국내적 조치로서 관련 법을 논의하여야 한다”며 “선결조치는 전혀 성취하지 못한 채, 법 시행에 따른 혼선과 국내적 갈등, 한국 정부의 책임만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문희상 안’ 위자료 3천억 원 아닌 42조 원 필요”

‘문희상 안’에 1인 당 2억 원으로 위자료를 지급한다는 원칙으로 소송진행자 약 990명, 소송예정자 약 500명 총 1천5백 명을 피해자로 선정해 약 3천 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구상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 21만 8천639건이 피해자로 인정됐는데, ‘문희상 안’이 제시한 1천 5백 명의 숫자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1인당 2억 원의 위자료 책정액수를 환산하면 42조 원이 넘는다.

이상갑 변호사는 “전체 피해자들 중 1천5백 명에게만 위자료 신청권을 인정하겠다는 발상의 근거가 무엇인가. 평등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42조 원을 자발적 기부금으로 조성할 수 있겠는가. 자발적 기부금으로 위자료를 조성해도 일본 측이 부담해야 할 절대 금액 또는 비율에 대한 하한선도 없다. 금액 기부 이행을 담보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본군성노예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나와 “‘문희상 안’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반대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본군성노예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나와 “‘문희상 안’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반대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문희상 의장을 만나보니 영어로 원 플러스 원이라는 말을 하더라”며 “들을 때는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어처구니가 없다. 국회의장 문희상은 그런 소리를 집어치우라고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문희상 안을) 뜯어보니 아무것도 없다”며 “원 플러스 원으로 해결을 한다고 하는데 그것으로 무얼 한다는 말이냐”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민철 경희대 교수, 이상갑 변호사, 김창록 경북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고, 조시현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 이나영 중앙대 교수, 송기호 변호사가 토론자로 자리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포획총에도 살아남은 찡찡이…여기, 도시가 버린 ‘유기구역’

등록 :2019-12-07 09:15수정 :2019-12-07 09:23

 

[토요판] 커버스토리
유기구역: 버려진 개와 사람의 땅 ① 살아남기 위해

인간 손길 안 미친 곳 없는 북한산
버려져 산으로 올라가 번식한 ‘들개’
인간을 피해 올라간 산으로 그들을
잡으려는 인간 덫도 따라 올라왔다
사진 권도연 작가
사진 권도연 작가

 

 

 

인간에게 버려져 산으로 올라간 ‘들개’가 어둠 내린 산봉우리에서 불 밝힌 인간들의 도시를 내려다본다. 북한산. 평지 인간의 눈높이에선 보이지 않는 세계가 그 산 위에 있었다. 버려지고, 잡혀가고, 쫓기면서도, 살아남는 한 멈추지 않는 이야기가 고도를 높여 펼쳐졌다. 도시는 골라내고 솎아내며 팽창했다. 도시가 품지 않는 개와 인간의 운명은 다르지 않았다. 번영과 발전에 끼지 못한 존재들이 도시가 시선을 거둔 ‘유기구역’에 모여들어 생존을 구했다.

 

들개는 인간의 다른 얼굴이었다. <한겨레>는 외톨이 들개 ‘찡찡이’의 길을 따라가며 팽창하는 도시와의 상관관계를 추적했다. 버려진 개들의 운명과 그 개들을 떨구며 질주하는 개발, 개들의 처지에 투영된 사람들, 인간 중심의 세계와 ‘우리’가 밀어낸 소수자들의 얼굴을 그 길에서 만날 수 있길 소망한다.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등장하는 개들의 이름은 사진작가 권도연과 북한산 주변 주민들이 지었다. 찡찡이와 들개들의 시간을 기록해온 권도연 작가의 개인전 ‘북한산’(서울 종로구 평창동 누크갤러리)이 12월5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버려진 존재들의 땅이 있었다.

 

도시가 ‘받아들여진 자들’만의 세계가 될수록 ‘거부된 자들’의 구역이 도시 언저리에 생겨났다. 앞으로만 내달리는 도시가 안에 들이지 않는 존재들은 위로 올라가거나 밖(▶2회에서 계속)으로 밀려나거나 아래(▶3회에서 계속)로 내려갔다. 번영과 발전과 융성에 끼지 못한 그들이 도시가 시선을 거둔 ‘유기구역’에 모여들어 생존을 구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숨어든 야생

 

 

그 구역은 ‘위’에 있었다.

 

끄응…, 끼잉끼잉…, 왕왕.

 

목에서 쇳소리를 내며 발을 구르던 새끼 개들(지난 5월)이 어미를 보고 짖었다. 등산로를 벗어난 가파른 산비탈을 가시철조망이 둘러치고 있었다. 새끼 ‘들개’ 두마리가 철조망으로 다가가다 뒷걸음쳤고, 낑낑거렸다. 가시를 잔뜩 세운 철조망이 둘둘 말린 덩굴풀처럼 포복하며 그들의 접근을 막았다.

 

철조망을 훌쩍 뛰어넘은 어미 들개 단비가 너머에서 가만히 새끼들을 기다렸다. 철조망을 통과하는 일은 오직 새끼들의 몫이었다. 통과하지 않고 철조망을 건널 길은 없었다.

 

깊은 산속이었지만 인간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었다. 인간의 영역에서 내몰린 개들이 숨어든 야생조차 인간이 관리하는 영역이었다. 길목마다 포획틀이 입을 벌리고 그들을 유혹했다. 인간에게 버려진 개들이 인간을 피해 올라간 산으로 그들을 잡으려는 인간의 덫도 따라 올라왔다.

 

마취총을 맞고도 살아남은 들개 찡찡이(수컷)가 멀찍이서 단비와 새끼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단비는 함께 포획(2018년 10월)된 무리의 대장과 그 짝이 낳은 새끼였다. 무리가 해체된 뒤 ‘무리의 왕따’였던 찡찡이가 부모 잃은 단비를 돌보며 가족을 이뤘다.

 

북한산. 평지 인간의 눈높이에선 보이지 않는 세계가 그 산 위에 있었다. 버려지고, 잡혀가고, 쫓기면서도, 살아남는 한 멈추지 않는 이야기가 고도를 높여 펼쳐졌다.

 

뾰족한 경고 앞에서 쩔쩔매던 새끼들이 가시에 몸을 내주며 철조망 사이를 빠져나갔다. 긁히고 찔리길 두려워해선 넘을 수 없는 경계들이 있었다. 경계를 넘지 않고선 생존할 수 없는 땅에 그들은 있었다.

 

바다로부터 560m 솟아오른 꼭대기(A봉우리) 주변이 무리의 활동 영역이었다. 인간의 오랜 영토분쟁의 흔적(삼국시대)이 비석에 새겨진 봉우리에서 허락된 영토가 없는 들개들이 뛰어다녔다. 뿔뿔이 흩어지기 두달 전(2018년 8월) 흰다리 무리가 봉우리 주변에서 나무를 올려다보며 짖어댔다. 동물원에서 탈출한 히말라야원숭이(지난해 6월부터 북한산에서 목격돼 그해 8월 포획)가 나무를 타고 다니며 봉우리 아래까지 와 있었다. 나무에 매달린 2급 멸종위기종이 개들을 향해 송곳니를 세웠다. 무리 앞에서 흰다리(수컷)가 이빨을 드러내며 원숭이를 노려봤다. 개들과 원숭이가 사납게 겨루는 소리가 등산객들을 불러 모았다.

 

흰다리는 이 봉우리 들개 무리의 대장이었다. 하얀 왼쪽 다리가 갈색의 몸과 구분됐다. 성견이 된 지 얼마 안 됐지만 힘세고 용맹해 경쟁 무리와 대결할 땐 먼저 달려 나가 싸웠다. 미간에 흰색 번개무늬가 있었다. 잘생긴 외모로 암컷들의 구애를 받았다. 흰다리가 이끄는 개들은 모두 암컷이었다.

 

짱짱이(암컷)는 말랐지만 몸을 쭉 펴고 서 있으면 풍모가 짱짱했다. 비쩍 말라 불쌍해 보일 때도 있었고 외계 생물처럼 낯설어 보일 때도 있었다.

 

사자털(암컷)은 강아지로 혼자 다니다 무리에 섞였다. 새끼 때 보송보송했던 털이 성견이 됐을 땐 멋진 갈기털로 변했다.

 

검은입(암컷)은 입 주위가 까맸다. 흰다리 무리 중 가장 덩치가 컸다.

 

모두 산에서 태어난 그들은 각자의 부모로부터 떨어져 자란 독립 개체들이었다. 제각기 살아가던 그들이 어느 날 무리를 이뤘다.

 

그리고 찡찡이가 있었다. 사람 앞에 가면 찡찡거리는 소리를 낸다고 찡찡이를 목격한 등산객들이 이름 붙였다. 찡찡이는 독특한 외모를 가졌다. 광대가 툭 불거진 얼굴은 위협하는 듯도 했고 우는 듯도 했다. 눈은 찡그린 것처럼 찌그러져 있었고 눈물이 그렁그렁해 눈 주위가 늘 축축했다. 등엔 홍반이 있었다. 찡찡이의 생김새는 그가 겪은 시간의 결과물이었다.

 

 

북한산 외톨이 ‘최약자 들개’ 찡찡이
대장이 잡혀가며 무리가 해체된 뒤
마취총 맞고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무리의 새끼들 보살피며 가족 꾸려

 

 

북한산 들개 ‘흰다리’ 무리. 뒷줄 왼쪽부터 무리의 대장 흰다리(수컷), 사자털(암컷), 찡찡이(수컷). 아랫줄 검은입(암컷). 무리의 일원인 짱짱이(암컷)는 사진에 찍히지 않았다. 권도연 작가
북한산 들개 ‘흰다리’ 무리. 뒷줄 왼쪽부터 무리의 대장 흰다리(수컷), 사자털(암컷), 찡찡이(수컷). 아랫줄 검은입(암컷). 무리의 일원인 짱짱이(암컷)는 사진에 찍히지 않았다. 권도연 작가

 

북한산 외톨이

 

찡찡이는 외톨이였다. 북한산에서 가장 약한 들개 중 한마리였다. 물리고 찢기고 상처 난 흔적들이 그의 얼굴에 남아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먹이를 빼앗기지 않으려 사력을 다하는 개들과 달리 찡찡이는 개들이 으르렁거리고 접근하면 먹고 있던 것들도 내줬다. 혼자 다니다 다른 개들을 만나면 머리를 낮추고 우회하는 것으로 싸울 뜻이 없음을 표현했다.

 

그 찡찡이가 언제부턴가 흰다리 무리를 따라다녔다. 험하고 깊은 산은 무리에 끼지 않고 혼자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찡찡이는 흰다리 무리의 ‘더하기 일’과도 같았다. 무리를 쫓아다녔지만 무리 안에 잘 들지 못했다. 들개는 인간 세계가 허락하지 않는 존재였고 찡찡이는 그 들개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존재하지만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존재들의 처지가 ‘왕따 들개’ 찡찡이에게 투영됐다.

 

봉우리 위로 반달이 떠올랐다.

 

봉우리에서 달을 이고 선 짱짱이의 모습이 짱짱했다. 북한산은 서울 은평·서대문·종로·성북·강북·도봉구와 경기 고양·양주·의정부시로 뻗으며 32개 봉우리를 잡아당겼다. 인간에게 버려져 산으로 올라온 개들이 그 봉우리들을 뛰어오르며 인간들보다 먼저 달빛을 받았다. 도시보다 먼저 있었던 산도 도시의 침범으로 졸아들고 있었다. 도심을 빽빽하게 채운 아파트들이 북한산 밑까지 몰려와 산을 파먹었다. 도시가 팽창하며 산을 조여 오자 산도 깎이고 압박당하며 쫓겨 올라갔다. 도시가 밀어올린 산과 개들이 달빛 아래에서 서로를 껴안았다.

 

산에서 나고 자란 흰다리 무리가 어떤 뿌리에서 기원했는지 아는 인간은 없었다. 새끼를 내며 몇 대까지 번식했을지 모를 그 개들의 첫 세대는 분명 인간들 곁에 있었다. 인간에게 유기된 개들이 생존을 위해 야생화되면 ‘들개’라 불리며 제거 대상(아래 상자기사)이 됐다. 개발이 들끓는 땅에서 들개들이 태어났고, 도시가 확장되는 경로를 따라 들개들도 번식했으며, 들개의 발생 경로를 따라 자치단체들의 포획 사업도 전국으로 번져갔다. 서울시 뉴타운사업은 한국 사회에 들개를 퍼뜨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너희도 살길 찾아서….’

 

사업 착공(2004년 12월) 2년 뒤 은평뉴타운 철거민 원정자(68)는 북한산 기슭에서 풀을 뽑고 있었다. 세입자였던 그는 갈 곳 없는 주민들과 마지막까지 버티다 철거 직전 개울 건너 지축(고양시 덕양구)으로 이주(2005년 2월)했다. 빚을 내 시작한 호프집은 주민들의 이사로 손님이 줄어 오픈 1년 만에 폐업했다. 생계 수단을 잃은 그는 새로 심은 나무들 사이를 기며 잡초를 제거(공공근로)했다. 호미질을 하다 산속에 숨어 자신을 지켜보는 개들과 눈이 마주쳤다.

 

‘나처럼 산까지 올라왔구나.’

 

삶터를 잃고 쫓겨날 때 원정자는 자신처럼 쫓겨나는 개들을 봤다. 집들이 헐리고 땅이 뒤집힌 동네(은평구 진관내동)에서 주인에게 버려진 개들이 풀밭과 둑을 떼 지어 돌아다녔다. 그 개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텅 빈 집에서 목줄에 묶인 채 굶어 죽거나, 주인 떠난 집을 맴돌다 개장수에게 잡혀가거나, 배고픈 노숙인들에게 잡아먹히는 과정을 원정자는 지켜봤다. 그렇게 살아남은 개들이 산으로 올라와 살기 위해 산으로 올라온 원정자를 지켜봤다.

 

산 아래에서 산에 의지해 살았던 원정자가 산에서 처음 보는 개들이었다. 그들이 야생화되기 시작한 개들의 초기 세대(북한산관리사무소의 들개 포획 기록도 2007년 처음 등장)라고 원정자는 짐작했다. 도토리 줍고 버섯 따러 북한산을 오르내렸지만 뉴타운개발 전까지 산에서 번식한 개를 본 적이 없었다.

 

‘타운’은 골라내고 솎아내며 팽창했다. 2002~2006년 지정된 서울시 26개 뉴타운 사업지구(23.8㎢)는 지난 30년(1973~2003년) 동안 완료된 주택재개발 시행 면적(10.1㎢)의 2.4배였다. 내몰린 사람(2008년 당시 사업지구 내 35만가구 중 23만가구(69%)가 세입자)과 버려진 개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도시가 품지 않는 인간과 개의 운명은 다르지 않았다. 거부당한 인간과 거부당한 개가 밀려나고 밀려올라가 산에서 만났다.

 

원정자가 풀을 뽑다 말고 도시락을 먹으면 굶주린 개들이 혀를 빼물고 입맛을 다셨다. 하루 일을 마친 뒤 원정자는 일부러 남긴 밥덩이를 산에 두고 내려왔다. 멧돼지와 싸우다 죽은 개들을 산속에서 발견했을 땐 나뭇잎으로 덮어주며 극락왕생을 빌었다. 그 개들의 후손이 서로 섞여 새끼를 낳고 다시 여러 세대를 건너며 종류와 출신지를 알 수 없는 흰다리 무리로 이어졌는지도 몰랐다. 원정자는 버려진 개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 그도 개들도 살아남으려면 강해져야 했다.

 

 

개발 과정에서 버려져 야생화된 개들
개발에서 배제돼 밀려난 철거민들
들개들을 포획하는 마취총 전문가
그들이 얽힌 ‘우리 세계’의 이야기

 

북한산에서 바라본 은평뉴타운. 2002년부터 시작된 서울시의 뉴타운 개발 사업은 한국 사회에 들개를 퍼뜨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권도연 작가
북한산에서 바라본 은평뉴타운. 2002년부터 시작된 서울시의 뉴타운 개발 사업은 한국 사회에 들개를 퍼뜨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권도연 작가

 

버려진 개와 내몰린 사람

 

사진작가 권도연(39)의 발 앞으로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새끼들이 데굴데굴 굴러떨어졌다. 권도연이 눈을 들어 개들이 굴러오는 쪽을 올려다봤다. 짱짱이가 사는 바위굴에서 갓 태어난 새끼들이 미끄러져 내려오고 있었다.

 

권도연은 2년 가까이 흰다리 무리를 쫓으며 그들의 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그가 놓아둔 먹이를 먹으며 흰다리 무리는 오랫동안 숨어서 그를 지켜봤다. 어느 날부터 무리가 권도연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조금씩 그와 거리를 좁혔으며, 가끔 곁에 앉아 놀기도 했다.

 

짱짱이의 새끼들이 울며 엄마(아빠는 흰다리)를 찾았다. 권도연이 나뭇잎으로 새끼들을 감싸 굴 앞에 놓아줬다. 새끼들은 미끄러진 것이 아니라 선택받지 못한 것이었다. 짱짱이가 새끼들을 입으로 물어 바위굴 밖으로 버렸다. 새끼 8마리 중 살아남을 만한 한마리만 남기고 도태(2018년 7월)시켰다. 권도연이 올려준 새끼들도 다시 밀어 떨어뜨렸다. 낙엽에 묻힌 새끼들 위로 파리떼가 날아와 달라붙었다. 구더기가 하얗게 슬어 새끼들의 진을 빨았다. 짱짱이의 행동과 새끼들의 죽음을 사자털이 멀찍이서 지켜봤다.

 

짱짱이의 선택은 산에서 태어난 개들이 산에서 대를 잇는 방식이었다. 산에서는 강한 개들만 굶어 죽거나 영역 다툼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어미들은 생후 3개월쯤 되면 새끼들을 독립시켰다. 먹이가 한정된 국립공원은 새끼들을 위협하는 야생의 공간이었다. 어미와 떨어진 새끼들을 까마귀들까지 떼로 덤비며 낚아채려 했다. 새끼들은 부모의 도움 없이 혹독한 생존경쟁과 인간의 추적을 이겨내야 성견으로서 한 무리의 대열에 낄 수 있었다. 죽지 않고 어른이 된 개들은 대부분 대형견들이었다. 크고, 강인하고, 늠름했다. 덩치가 작아도 도시를 떠돌며 살 수 있었지만 덩치가 작아선 정글 같은 산속에서 버티지 못했다. 번식도 살아남은 개들만의 특권이었다.

 

찡찡이가 검은입에게 다가가다 흰다리에게 물렸다. 놀란 찡찡이가 찡찡거리며 물러섰다. 검은입도 찡찡이의 접근을 거부했다. 검은입을 향한 찡찡이의 구애는 흰다리의 방해로 언제나 실패했다. 대장 흰다리는 무리의 암컷들과 모두 교미했다. 흰다리가 검은입과 교미 중일 때 멀리서 지켜보던 찡찡이가 다가와 힘들어하는 검은입의 귀를 핥았다. 흰다리-검은입 사이에 끼어들지 못한 찡찡이와 머지않아 짝을 이룰 단비(검은입 포획 전 출생)가 그때 잉태되고 있었다.

 

타앙.

 

몇달 뒤 총성 한발이 북한산을 울렸다. 짧은 비명이 뒤따랐다. 흰다리는 자신만만한 대장이었다. 활달하고 겁이 없었다. 무리를 이끌고 등산로 주변으로 자주 나타났다. 혼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자털과 짱짱이가 대장을 따라 사람들에게 노출되곤 했다. 봉우리 울창한 산을 쏘다니던 흰다리가 어느 날(2018년 10월) ‘그 남자’가 쏜 마취총에 맞았다. 무리 동료들과 달빛을 받던 봉우리 기슭에서 흰다리는 포획됐다. 검은입도 같이 잡혀갔다.

 

 

뉴타운은 들개 확산의 결정적 계기
2002~2006년 지정 26개 사업지구
1973~2003년 완료 재개발의 2.4배
사업지구 거주 가구 69%가 세입자

 

사자털은 목에 멋진 갈기털을 갖고 있다. 흰다리가 포획됐을 때 그의 새끼를 임신한 상태였다. 권도연 작가
사자털은 목에 멋진 갈기털을 갖고 있다. 흰다리가 포획됐을 때 그의 새끼를 임신한 상태였다. 권도연 작가

 

“들개는 인간의 다른 얼굴”

 

‘겁을 내면 달려든다.’

 

동물을 잡으려면 기싸움에서부터 이겨야 한다는 문장은 ‘그 남자’ 채만철(가명·68)이 엽사로 산 50년 동안 마음에 새겨온 철칙이었다. “들개에겐 자기보다 센 놈인지 약한 놈인지를 구분하는 제6의 감각이 있다”고 그는 믿었다.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뒷산(295m 높이의 안산)에서 잡은 50㎏짜리 개도 그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도망쳤”다. “너무 커서 소방관들도 뒷걸음치게 만든 개”였다.

 

채만철은 북한산관리사무소와 서울시가 들개 포획을 위탁한 마취총 전문가였다. 야생화된 개들은 미끼 물린 포획틀로는 잡히지 않았다. “1세대 유기견은 배가 고프면 틀 속으로 기어들어갔지만 산에서 태어난 개들은 자라는 동안 포획틀의 정체를 학습”(북한산관리사무소)했다. 틀을 처음 보는 새끼들이 주로 걸려들었다.

 

2015년부터 증가한 서울시의 들개 포획 건수(2014년 8마리→2015년 32마리→2016년 115마리→2017년 153마리→2018년 154마리)는 채만철의 ‘솜씨’ 덕이었다. 사거리가 짧고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주사기로 개의 엉덩이를 정확하게 맞힐 수 있는 엽사는 그뿐이었다. 입소문을 타면서 들개가 목격되는 전국 자치단체들로부터 포획 요청이 잇따랐다. ‘등산로나 동네에 들개가 나타나 무섭다’는 민원을 전달받으면 채만철은 잡을 뿐이었다. 그동안 붙잡은 개체 수를 굳이 세지 않았고, 포획한 개들 중 흰다리와 검은입이 있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발견 장소: 북한산 ○○봉우리 인근. 특이사항: 양 귀 쫑긋. 코 검정. 눈곱. 경계 심함. 겁 많음.”

 

지난해 10월 서울시 유기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흰다리의 사진이 떴다. 위엄 넘쳤던 대장의 모습 대신 겁 먹은 얼굴의 흰다리가 철장 안에 웅크리고 있었다. 20일 뒤 흰다리는 안락사(포획 뒤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됐다.

 

인간 세계는 배제된 존재들을 위험시했다. 인간에게 버려진 개들이 산으로 올라가 생존력을 확보하는 순간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몰려 박멸 대상이 됐다. “들개는 인간의 다른 얼굴”(동물권행동 카라 전진경 상임이사)이었다. ‘인간들 밖’으로 밀려난 존재였지만 인간을 반사하는 거울로서 ‘인간들 안’에 있었다.

 

흰다리와 검은입이 잡혀가자 무리도 해체됐다. 흰다리의 새끼를 임신한 사자털은 혼자 떠돌았고, 짱짱이와 찡찡이는 생사를 알 수 없었다. 권도연은 자괴감을 느꼈다. 그는 본래 흰다리 등을 무리가 아닌 개별 강아지 시절부터 만났다. 그가 주는 먹이를 먹으며 그의 뒤를 따르던 각각의 새끼들이 성견이 된 어느 날 한 무리가 돼 그의 앞에 나타났다.

 

“내가 무리 형성의 계기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잡혀가는 일도 없었을까.”

 

찡찡이도 채만철의 마취총에 맞았다. 엉덩이에 주사기를 꽂고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어딘가에서 쓰러졌을 텐데 채만철의 눈에 띄지 않았다.

 

채만철은 “호랑이와 표범 빼곤 다 잡아봤”다. 그의 들개 포획은 스무살 때부터 단련해온 “사냥꾼의 본능적 감각”에 의지했다. 포획의 적기는 겨울이었다. 수풀이 제거돼 마취총을 맞고 도망간 개를 찾기 좋았다. 들개 민원이 발생하면 주변 산 위로 올라가 “먹이(냄새가 강렬한 고등어 통조림)를 뿌리며 포획에 유리한 장소로 유인”했다. “나무가 듬성해 시야 확보가 쉬운 곳을 택해 매복”했다. ‘목사냥’(동물의 이동경로를 파악해 목을 지켜 잡는 방식)은 기다림이었다. 마취총 사거리(최대 40m) 안에 개가 들어올 때까지 밤새 끈질기게 기다렸다. “우두머리가 나타나면 다른 개들이 짖고, 핥고, 배를 깔았”다. “우두머리부터 잡아야 무리의 체계를 허물 수 있었”다. 표적을 발견하면 즉시 쐈다. “허락된 시간은 단 1초”였다. “개보다 아래쪽에 자리 잡고 위를 보며 사격”했다. 빗나가더라도 개가 산 위로 뛰어야 추적이 용이했다.

 

“나는 개돼지 백정이오.”

 

‘그 일’이 있고부터 채만철은 자조적인 말로 자기소개를 했다. 지난해 9월 월드컵공원(마포구 상암동)에서 잡은 개 4마리 중 한마리가 쇼크사(마취총을 맞은 채 달아나다 심장압박으로)했다. 비난 여론이 일었고 마취총 포획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있었다. 채만철은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살았는데 고의로 죽였다는 이야기까지 듣자 낙담해” 포획 작업을 그만뒀다. 그는 “짐승은 무섭지 않았지만 여론은 무서웠”다. “사람도 만나기 싫어 강원도 양구에서 멧돼지만 잡고 지냈”다. 채만철이 일을 중단하자 올해 서울시의 들개 포획 건수는 급감(2018년 154마리→2019년 7월말까지 44마리)했다. 채만철도 개들의 운명이 안쓰러웠다. 그가 잡은 개들은 대부분 입양되지 못하고 안락사됐다. 그래도 “사람의 안전이 개보다 우선”이란 생각은 변함없었다.

 

 

존재하나 인정받지 못한 존재들의
처지가 왕따 들개 찡찡이에게 투영
도시가 지우고 싶은 ‘얼룩’이지만
지우려 할수록 선명해지는 존재들

 

찡찡이가 눈 덮인 산속을 가로지르고 있다. 권도연 작가
찡찡이가 눈 덮인 산속을 가로지르고 있다. 권도연 작가

 

지우려 할수록 선명해지는

 

닦아내려 해도 말끔하게 닦이지 않는 얼룩 같았다.

 

채만철의 마취총을 맞고 모습을 감춘 찡찡이가 몇달 뒤 북한산 B봉우리에 살아서 나타났다. 회색뾰족귀(수컷)가 다가와 찡찡이를 위협했다.

 

B봉우리는 뾰족귀 무리가 지배했다. 무리의 대장인 흰뾰족귀는 수컷을 바꿔가며 임신과 출산을 반복했다. 수많은 새끼를 낳아 A·B봉우리 들개들의 어머니로 통했다. 흰다리도 흰뾰족귀의 새끼로 추정되기도 했다. 시베리안허스키를 닮은 회색뾰족귀는 최근 몇년 동안 흰뾰족귀의 짝으로서 곁을 지키며 행동대장 몫을 했다. 싸울 일이 생기면 무리를 대표해 싸웠다. 두 뾰족귀의 새끼 중 한마리가 지난해 겨울 그들의 은신처인 낭떠러지 바위굴 앞에서 얼어 죽었다.

 

B봉우리엔 탁 트인 풍광을 보며 쉬거나 점심밥을 먹으려는 등산객들이 몰렸다. 들개들이 음식을 얻어먹기 좋은 장소였다. 힘세고 서열 높은 개들이 B봉우리를 차지했다. 흰다리도 B봉우리로는 올라가지 않았었다. 뾰족귀 무리는 찡찡이의 출현을 ‘침범’으로 간주했다. 회색뾰족귀가 찡찡이를 물어 쫓아냈다. 회색뾰족귀에게 쫓겨나길 되풀이하면서도 찡찡이는 먹이를 얻으러 B봉우리에 계속 접근했다.

 

살아 돌아온 찡찡이는 더 이상 찡찡거리지 않았다. 찡찡이에겐 지켜야 할 가족이 생겼다. 흰다리와 검은입의 새끼 단비가 곁에 있었다. 찡찡이가 어른이 된 단비와 낳은 새끼 두마리도 함께였다. 무리의 대장과 그 짝이 잡혀간 뒤 무리의 최약자였던 찡찡이가 그들의 새끼를 지켰다. 괄시 받던 개가 가장 오래 살아남아 보호자 노릇을 했다.

 

찡찡이 가족이 통과한 철조망 근처에 빈 고등어 통조림 깡통이 떨어져 있었다. 위험이 가까이 왔다는 신호였다. 좀 더 안전한 은신처를 찾아야 했다. 찡찡이가 단비와 새끼들을 이끌고 산을 가로질렀다.

 

산기슭에 안긴 절이 저녁 타종을 했다. 어둠이 내리는 산속에서 개들이 종소리에 맞춰 컹컹거렸다. 찡찡이도 따라 짖었다. 밝고 맑은 도시는 혼자 힘으로 밝고 맑을 수 없었다. 더럽고 위험한 것들을 몰아넣은 땅이 있어야 그들 없는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도 완성됐다. 들개들은 도시가 지운 존재들이었지만 도시가 그들을 지우려 할수록 그들의 존재는 선명해졌다.

 

인간들에게 쫓겨 올라간 깜깜한 산에서 들개 찡찡이가 인간들의 불 밝은 도시를 내려다봤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정체 없는 유령 같은 존재

 

 

한국에 종(種)으로 자리 잡은 들개는 없다. 동물권 단체 등은 ‘들개’가 인간의 유기 책임을 개에게 돌려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는 용어라며 ‘야생화된 유기견’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산에서 태어나 산에서 자란 개는 ‘법적 정체’가 없다. 주인이 있는 유기견(동물보호법 적용)도 아니고 유해야생동물(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적용)도 아니다. 유해야생동물처럼 사살할 수 없어 구조·포획한 뒤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시킨다.

 

정확한 개체수도 파악되지 않는다. 북한산관리사무소는 현재 산속에 99마리가 서식 중이라고 추정했고, 서울시는 자치구(북한산 서식 개체 포함) 안의 잡히지 않은 개를 200여마리로 추산했다. 서울시 등 전국 자치단체들은 “위협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있으므로 발생한 개체들은 모두 포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근본적으로는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무엇을 야생화로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합의된 적도, 연구된 적도 없다”며 산의 개들을 중성화해 인간과 함께 살 수 있도록 돕는 보호소 설치를 요구한다.

 

버려진 개들이 산으로 올라간 시기, 발생 원인이 된 도시 개발과의 관계, 세대 분화 정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은 국내에서 체계적으로 조사된 적이 없다. 현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환경부 용역으로 보고서(‘산에 사는 유기견 서식 실태 및 관리 방안’)를 쓰고 있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자료와 언론 보도 등을 취합하는 정도다.

 

 

 

 

 

 

▶2회 ‘유기의 기원’에선 개들이 버려진 도시에서 일어난 일들과 그 도시 밖으로 세번째 밀려나는 원정자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찡찡이는 무리의 대장 흰다리와 그 짝 검은입이 잡혀간 뒤 그들의 새끼인 단비(오른쪽)를 돌봤다. 단비와의 사이에서 새끼도 낳았다. 권도연 작가
찡찡이는 무리의 대장 흰다리와 그 짝 검은입이 잡혀간 뒤 그들의 새끼인 단비(오른쪽)를 돌봤다. 단비와의 사이에서 새끼도 낳았다. 권도연 작가
 
 
연재[토요판] 커버스토리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19941.html?_fr=mt1#csidx271cebeee4853959329eb9dfb74d33a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우리가 아베에 면죄부 주는 건 절대 안 돼!”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문희상 안’ 저지 활동에 나서

아베규탄 부산시민행동 소속 단체들이 ‘문희상 안’을 막기 위한 활동에 나섰다. 12월5일 부산지역 18개 국회의원 사무실 앞 1인시위를 시작으로, 국회의원에 항의서한 쓰기, 공개질의서 보내기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문희상 안은 한일 경제갈등의 씨앗이 된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희상 국회의장이 낸 법안으로, 기본 골자는 ‘한국기업의 기부금, 일본기업의 기부금, 그리고 국민성금을 모아 기억인권재단을 만들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주자’는 것이다. 이 안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일본의 사죄와 배상이 빠져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기억인권재단’에 출자되는 일본기업의 기부금은 말 그대로 ‘기부금’이지 배상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일본에게 영원한 면죄부를 주는 법안이라는 것이다.

송기호 변호사는 “만약 이 안이 입법되면 일본군‘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등 모든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이 조기 소멸한다”고 했다. 이나영 교수(정의기억재단 이사)는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일본기업의 배상책임과 일본정부의 법적 책임은 사라져버린다. 왜 가해국 일본정부가 고민하고 요청해야 할 사안을 한국 국회가 나서서 구걸한단 말인가”라고 참담해 했다. 강제동원의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는 “나 거지 아닙니다. 우리나라를 무시하는 식으로 그렇게는 안 받을랍니다”라고 절절하게 말했다.

입법되어선 안 될 ‘문희상 안’을 막기 위해 아베규탄 부산시민행동 소속 단체들이 나섰다. 입법에 대한 찬반 의견을 던질 수 있는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뜻을 전하기 위해 국회의원 사무실 앞 1인시위, 공개질의서 전달, 항의서한 쓰기 등의 계획을 세웠다.

▲ 부산 서·동구 유기준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1인시위 하는 김종기 민주공원 관장(왼쪽), 부산 기장군 윤상직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1인시위 하는 지은주 부산겨레하나 공동대표(오른쪽).

5일, 아베규탄 부산시민행동 소속단체 대표와 회원들은 부산지역 18개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일본에 면죄부 주는 문희상 안 절대 안 돼!” 1인시위에 나섰다. 1인시위 팻말에 담긴 문구를 유심히 살피기도 하고, “추운데 고생 많다”면서 응원의 인사를 전하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최근의 국회 상황을 두고 무능한 국회에 대한 분노를 터트리는 시민들도 더러 있었다.

정한철 부산겨레하나 회원(전교조 부산지부 전 지부장)은 사상구 장제원 의원 사무실 앞에서 1인시위 후 사무실을 방문했다. 담당보좌관에게 문희상 안을 설명하고 “장제원 의원이 반드시 국민을 위한 판단을 해달라”는 의견을 전했다.

▲ 장제원 의원 사무실 보좌관에게 문희상 안을 설명하는 부산겨레하나 정한철 회원(오른쪽).

1인시위에 참가하지 못한 회원들은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지역 국회의원에게 항의서한을 보내는 활동에 참여했다. “짧게라도 국회의원들에게 뜻을 전달할 수 있어 좋다”는 소감, “항의서한을 보고 국회의원들이 반드시 제대로 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문희상 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공개질의서도 전달했다. 오는 10일까지 답변을 요청하고 그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1인시위에 참여한 한 회원은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듣는지, 안 듣는지도 모르는 국회의원 300명에게 맡겨야 한다는 게 억울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올 한해 국회 파행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대 국회가 마지막까지 역사의 오점을 남기지 말라며 ‘문희상 안’에 대한 제대로 된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들은 “이렇게 되라고 그 뜨거운 여름 반아베 촛불을 든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뜨거웠던 10만 촛불의 뜻을 잇기 위해선 ‘문희상 안’이 아닌 제대로 된 사죄와 배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김유란 담쟁이기자  minplusnews@gmail.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선거법 향배는 차기 한국당 원내대표 손에?

한국당서 '협상론' 솔솔…민주, 10일까지 시한
2019.12.06 14:33:00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9일 국회 본회의를 공개 제안하며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5당 협의체인 '4+1' 채널을 통한 예산안·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방침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 차기 원내대표가 9일에 선출되는 만큼, 민주당이 차기 한국당 원내지도부의 협상 의지를 판단해 본 후 막판 한국당과의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다음 주 월요일(9일) 본회의 개최를 제안한다. 국회의장에게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월요일 오후 본회의가 열리면 당면한 예산안 처리를 필두로 검찰개혁·정치개혁 법안, 민식이법과 유치원3법 등 민생법안들이 함께 상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다만 "새로 선임되는 한국당 원내대표가 '4+1' 합의 내용을 존중하고 함께 추가 협상에 나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한국당과 '추가 협상'을 하더라도)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에는 다 상정하고 통과시킨다는 것"이라며 "처리 순서는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 이런 순서"라고 못박았다.  

이 수석부대표는 예산안은 9일에 상정하더라도 한국당 새 원내지도부의 태도에 따라 다른 법안들은 추가 협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면서 "그런데 그것(시한)은 늦어도 10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당이) '연동형을 수용하겠다'는 정도(의 변화)가 나오면 협상이 완전히 바뀌지 않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는 현재 4파전 양상이다. 구 친박계 주자로는 유기준·윤상현 의원이, 비박계에서는 강석호·심재철 의원이 출사표를 냈다. 대여 강경론이냐 협상론이냐는 노선상의 문제를 놓고 보면, 강 의원이 가장 '협상' 쪽에 기운 태도를 보이고 있고 유 의원이 가장 강경하다.  

강 의원은 출마선언에서 "협상을 통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도 모자란 판에, 협상 주도권은 고사하고 우리 스스로 아무것도 손에 얻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유 의원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패스트트랙 좌파독재 장기집권 시도를 철저히 막아내겠다"며 "패스트트랙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은 "투쟁, 협상, 전략에서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압도할 수 있다"고 양 측면을 모두 강조하면서도 "저는 일 잘한 원내수석부대표였다. 이기는 협상의 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해 미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나경원 원내지도부 임기 연장 불가를 주도한 황교안 대표의 의중이 원내대표 선거의 관건이 되고 있는 가운데, 황 대표와 가까운 성향의 초·재선의원 모임 '통합과 전진'에서 윤 의원 지지 발언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황심'이 윤 의원 쪽으로 기운 게 아니냐는 말도 나돈다.

황 대표도 전날까지는 "이 정권과 싸워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강력한 투쟁력을 가진 원내대표가 선출되기 바란다"고 '투쟁' 쪽에 방점을 찍었으나,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는 "정치의 생명 중 하나는 협상"이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황 대표는 서울대 특강 후 기자들과 만나 "잘 협상을 하고, 기본적으로 투쟁력이 있어서 이 정부 정책을 고쳐나갈 수 있도록 잘 이겨내는 분이 원내대표가 돼서 원내 투쟁을 잘 이끌어 가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도 "원내대표는 투쟁을 강하게 하면서도 경우에 따라 협상을 통해 주고받는 것도 필요하다"며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협상의 길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관련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추미애가 윤석열을 잡는 유일한 방법… 문재인 대통령이 숨겨 놓은 묘수가 있었다.

임병도 | 2019-12-06 08:58:0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은 시대적 요구입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 국민은 국격에 걸맞은 인권과 민생 중심의 법무행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의 제안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함께 해결해 가자는 무거운 제안으로 생각합니다.
소명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50여 일 만에 판사 출신 5선 정치인 추미애 의원을 내정했습니다.

추 내정자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이 시대적 요구이자,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법무장관으로 내정한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추 내정자는 “제가 20여 년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한 번도 제 사심을 실어보거나 당리당략에 매몰돼 처신해본 적 없다”며 “사심 없이 법무행정을 해낼 것을 기대하고 추천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추미애 내정자는 윤석열 검찰 총장과 어떻게 호흡을 맞춰 나갈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개인적 문제는 중요한 것 같지 않다”며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이나 대립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습니다.

법무부 장관직을 수행하기 위해서 민주당을 탈당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제가 한 번도 당을 옮겨본 적이 없다”라며 “당적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추 내정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장악한 검찰을 되돌릴 수 있는지, 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검찰 요직을 장악한 윤석열 사단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하루 뒤인 7월 26일, 검찰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인사가 이루어졌습니다. 대검찰청 검사장급 인사 7명 중 3명이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었습니다. 이어서 7월 31일 이루어진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도 윤석열 사단이 요직을 차지했습니다.

윤 검찰총장과 함께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23기 동기’인 송상현 서울남부지검장,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 등도 검찰 최고 실세로 떠올랐습니다.

‘윤석열 사단’이 검찰 요직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가 윤 검찰총장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강력한 의지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윤 검찰총장이 검찰개혁 대신 조직을 위해 칼을 휘두를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윤석열의 검찰은 조국 전 장관과 가족을 향해 과잉 수사를 하거나 별건 수사를 하는 등 적폐검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패스트트랙 당시 법을 위반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의적으로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기도 했습니다.

국민들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윤석열 검찰총장 해임을 청원하고, 여전히 거리에서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나아지는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해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남아뒀던 검사장급 인사 6명, 내년 2월 검찰 정기인사 예정

지지부진했던 검찰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가진 힘의 원천을 잘라내야 합니다. 바로 요직을 차지한 ‘윤석열 사단’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31일 검찰 인사를 단행하면서 고검·검사장 등 고위 간부직 6자리를 비워 뒀습니다. 검찰에게 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인사를 통해 힘을 빼겠다는 경고의 메시지였습니다.

내년 2월은 검찰 정기 인사가 이루어집니다. 남아 있던 검찰 고위급 간부 인사와 내년 정기 인사를 주도할 막강한 인사권이 추미애 법무장관 내정자에 주어진 칼입니다.

추 내정자가 인사권을 행사할 명분은 확실합니다. 검찰 개혁의 부실함, 윤석열 사단이 장악한 비정상적인 검찰 내부 상황, 수사의 불공정성 등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의원을 법무부장관으로 내정하자, 경향신문은 ‘단독’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충심에는 변화가 없고, 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가 악역을 맡은 것”이라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국민들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요구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충심이 아닙니다. 그동안 쌓이고 쌓여 썩은내가 진동하는 부패한 검찰의 개혁입니다.

추미애 법무장관 내정자가 검찰개혁을 제대로 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과거에도 수차례 검찰개혁을 시도했지만, 매번 조직의 반발로 무산됐습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추미애 내정자가 판사와 당 대표, 5선 정치인의 경험을 얼마나 잘 녹여 검찰과 법무부를 개혁할지 계속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936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아빠 밀어낸 그 공장에서…다시 ‘하청’ ‘알바’ 뛰는 스무살

등록 :2019-12-06 05:00수정 :2019-12-06 09:03

 

 

  • 페이스북
  • 트위터
  • 스크랩
  • 프린트

크게 작게

 

[한국 청년이 만약 100명이라면] ②중공업도시 20대들

자생적 경제력 가진 거제·창원 등
고임금으로 ‘균등한 삶’ 살았지만
가장이 밀려나자 청년 삶도 분화
거제 청년 8년새 4천여명 줄고
창원에선 1만4천여명 빠져나가
설문 응답자 절반 “떠나고 싶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역과 성비, 학력과 학벌 등을 고려해 분류한 만 19~23살 청년 100명을 만나 심층 설문과 인터뷰를 한 기획 시리즈 ‘한국 청년이 만약 100명이라면’은 1회(▶관련 기사 : ‘한국 청년 100명’ 만나봤더니…“계층 이동 가능성 크다” 6명뿐)에서 지역과 학벌 차별에 좌절하면서도 나름의 미래를 키워가는 ‘84%’ 청년들의 삶을 그렸다. 2회에서는 지역인데도 산업단지가 있어 대공장의 경제적 울타리 안에서 대체로 균등한 삶을 살아온 중공업도시 청년들의 삶이 어떻게 분화되고 분산됐는지 짚어봤다. 아울러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들의 삶과 생각은 어떤지 들어봤다.

 

 

 

 

 

 

 

 

 

 

 

 

 

스물세살 대학생 황희주(가명)는 그날의 뱃고동 소리를 잊지 못한다. 2008년 어느 날, 열두살 황희주는 원피스를 입고 거대한 배 위에 서 있었다. 그날은 아빠의 손을 거친 그 배가 처음 물 위에 뜨던 날이었다. 아빠는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다 황희주가 다섯살 때 거제로 이주해 프리랜서 선주감독으로 독립했다. 선주감독은 배가 잘 지어지는지 검사하는 일을 한다. 조선업은 활황이었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자리잡은 거제는 선주감독에게 ‘메이저리그’였다. 정규직보다 벌이가 더 나았다. 진수식은 배와 호텔에서 1박2일 동안 열렸다. 기름때 묻은 작업복만 입던 아빠도 그날만은 양복을 입고, 역시 어색하게 양복을 입은 동료들과 외국인들 사이에 둘러싸여 웃어댔다. 황희주는 진수식 뱃고동을 울리는 몫을 맡았다. “부우웅” 뱃고동 소리와, 모두가 황희주를 바라보며 치던 박수 소리가 귓가에 또렷하다. 돌아보면 그날이 조선업 호황의 절정이었다고 황희주는 생각한다.

 

절정 뒤에는 내리막이 있다. 황희주가 고등학생 때 불황이 왔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기침하니 거제는 몸살을 앓았다. 지난 몇년 동안 대우조선의 분식회계와 임원 비리, 구조조정에 관한 기사가 쏟아졌다. 삼성중공업도 적자를 이어갔다. 황희주의 아빠는 2017년 가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일감을 찾지 못했다. 겨우 새 직장을 구했지만 선주감독이 아니라 배 부품 검사를 한다. 연봉도 크게 깎였다. 황희주는 유학이나 어학연수의 꿈을 접었다. 황희주의 거제 친구들은 예전과 달리 국가장학금 신청에 온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거제의 회사들은 이제 직원 자녀에게 학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경북 포항부터 경남 거제를 거쳐 전남 여수까지, 한반도 남동 연안을 잇는 남동임해공업지대의 중공업도시들은 1960년대 말부터 한국 경제성장의 동력이었다. 상주 곶감이나 성주 참외처럼 중공업도시에는 짝이 되는 이름들이 있다. 울산의 현대, 여수의 지에스(GS), 포항의 ‘포철’이 그런 이름들이라면, 거제는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다. 중공업도시의 흥망은 기업의 부침에 따라 결정된다. 불황이 찾아오면 도시는 밤이 짧아진다. 대우조선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거제 옥포 유흥가는 늘 술을 마시고 밥을 먹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요즘은 저녁 8시만 되면 식당들이 불을 끈다. 가게를 내놓는다는 펼침막이 곳곳에 나붙었다. “여기 사람들은 ‘대우조선이 있는 한 내가 망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예전에는 개조차 천원짜리는 보지도 않았대요. 만원짜리만 물고 다녀서. 이제 아마 그런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아요.”

 

중공업도시에서 기업은 일터인 동시에 생활공동체였다. <한겨레>가 만난 중공업도시 청년 22명(심층인터뷰만 한 11명 포함)은 해마다 5월이 되면 아빠의 직장에서 열리는 체육대회에서 뛰놀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하나쯤 가지고 있었다. 중공업도시는 ‘초과노동-고임금’ 직장에 다니는 아빠의 벌이로 가족의 생계가 유지되는 전통적 노동자 가구가 다수다. 아빠의 벌이가 가정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2017년 거제의 제조업 종사자 5만331명 가운데 91.2%(4만5907명)가 남성이었다. 같은 해 현대자동차의 도시 울산도 제조업 종사자 88%가 남성이었다. 부산의 경우 이 비율이 두 도시보다 20%쯤 낮은 70.3%였다. 중공업도시의 가족들은 대공장 울타리 안에서 가부장을 중심으로 대체로 균등한 삶을 살아온 것이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는 저서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에서 “다수의 산업도시가 여전히 남성 생계 부양자라는 물질적 토대와 그에 따른 가부장적 가족 모델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_________
몰락은 평등하게 찾아오지 않는다

 

그런 중공업도시에서도 몰락은 평등하게 찾아오지 않았다. 대우조선 같은 대공장의 울타리는 아직 직원과 그 가족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울타리에서 밀려난 아빠와 그 가족들은 무너졌다. 무너지는 속도는 울타리와의 거리에 비례했다. 황희주보다 울타리와의 거리가 더 먼 가부장의 딸과 아들은 생존을 위한 링에 직접 올라서야 했다. 스물네살 대학생 민찬식(가명)이 그런 경우다. 그는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1부터 10까지 중 어느 정도 되느냐는 질문에 “3 정도”라고 답했다. 창원에서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던 민찬식의 아빠는 2011년께 작업 중 허리를 다쳤다. 민찬식이 고등학생이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빠는 병원에 누워 있다. 그 뒤론 엄마가 자영업으로 생계를 꾸린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휴대전화 공장에 취직한 당시 스물셋의 누나가 생활비를 보탰다.

 

민찬식은 주거비와 교통비가 적게 드는 곳을 기준으로 대학에 간 뒤, 영화관, 편의점, 식당 서빙 알바 등을 닥치는 대로 했다. 그러다 2015년 3월 거제의 조선소에 발을 들여 8개월 동안 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했다. 배를 만들기 위해서는 배의 각 부위를 조립할 기계가 먼저 필요하다. 민찬식은 그 기계가 버티고 서는 지지대를 용접해 조립하는 일을 했다. ‘화기’라고 부르는 일이다. 창원에서 새벽 6시에 일어나 통근버스를 타고 거제 조선소로 출근해 오후 6시까지 일했다. 잔업이 있으면 밤 10시에 일이 끝났다. 한시간 뒤 집에 도착해 출근복을 입고 잠들었다가 그 옷을 그대로 입고 출근버스를 타러 간 적도 있다. 철야 때는 커피 자판기가 있는 휴게실 의자에서 쭈그려 잤다. 쉬는 날은 2주에 한번. 그렇게 일하면 한달에 300만원을 손에 쥐었다. 민찬식에겐 큰돈이었다. 하지만 큰돈엔 대가가 따랐다.

 

같은 공장에 또래라 눈에 띄는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용접 때 주로 쓰는 아르곤가스를 잘못 들이마셔 죽었다. 고온에 반응하지 않는 아르곤가스는 배관을 이어 붙일 때 용접 부위가 산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한다. “아르곤가스가 무거워서 들이마시면 숨을 못 쉰대요. 그 친구는 주입하는 사람이 아니라 보조하는 사람인데 주입하는 사람이 실수한 것 같아요.” 민찬식 옆에서 일하던 아저씨는 손가락이 잘렸다. 누군가는 6층에서 떨어졌다. 민찬식도 자재를 자르다 허벅지가 잘릴 뻔한 기억이 있다. “그때는 정신적으로 아주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직접 보기도 했고….” 민찬식은 그렇게 번 돈 가운데 150만원을 집에 보낸다. 지역에서도 집에서도 별다른 지원을 받아본 적 없는 민찬식에게 창원이나 거제와 같은 중공업도시는 별다른 의미 없는 이름이다. “한번씩 가서 돈을 벌 수 있는 곳? 그 이상 특별히 더 많이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한겨레>가 만난 이들 가운데 민찬식과 비슷한 이유로 조선소나 공장에서 알바로 일하거나 일한 경험이 있는 청년은 여러 명이었다. 스물네살 대학생 정영수(가명)는 울타리의 경계에 놓여 있다. 아빠는 창원산단 안에 있는 중견기업에 다닌다. 자동차업체에 베어링을 납품하는 회사로 매출이 1조원 가까이 될 정도의 탄탄한 기업이다. 정영수도 어렸을 적 회사 체육대회에서 공을 찬 기억이 있다. 하지만 처우는 대기업과 달랐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6년 전쯤부터 회사는 아빠한테 주말 초과노동을 금지했다. 월급이 몇십만원 줄었다. 엄마는 10여년 전부터 백화점에서 이불 파는 일을 한다.

 

정영수는 대학에 입학하고 2년 동안 방학 때마다 공장 알바를 했다. 한달 꼬박 일하면 270만원 남짓 벌었다. 정영수는 공장 일을 ‘반복’이라고 기억했다. 변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할 때였다. 친구 2명과 함께 5톤 트럭 다섯대에서 변기를 내려 아파트 공사 현장에 쌓아야 했다. 그는 그 지겹고 힘든 일을 “젊으니까” 버티면서 “그냥 했다”. 창원의 대공장들이 그에겐 어떤 의미냐고 물었다. “돈을 한번에 빡 모을 수 있는 곳? 그런 정도로 생각해요.” 아빠처럼 살고 싶냐는 질문에 정영수는 “아니”라며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순경 시험을 준비 중이다.

 

창원에 사는 스무살 대학생 현수현(가명)은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최하층에 속하는 “2”라고 답했다. 현수현의 아빠는 20년 동안 건설회사에 다녔는데, 아빠가 지난해 일하다 몸을 다쳤다. 현수현은 아픈 아빠가 “정년퇴임을 당했다”고 표현했다. 산재 처리는 되지 않았다. 현수현은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부터 알바를 했다. 일주일 내내 알바를 한 적도 있다. 그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냐고 묻자 “쉬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같은 중공업도시 창원에는 현수현과 다른 사람들이 산다. “아빠가 이쪽 지역 회사에서 조금 높으신 분이면 놀고 있는 자기 아들을 넣어준다거나 그런 경우가 많더라고요. 창원에서는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회사는 ‘뽑힌 사람 중 반은 낙하산이고 반은 면접 봐서 들어간 사람’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와요.”

 

_________
울타리 안팎으로 갈리는 삶

 

스물한살 대학생 서진환의 아빠는 지금까지 한국지엠에서 정규직으로 일한다. 그에게 창원산단은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울타리 같은 공간”이다. “혜택을 받은 게 많았어요. 가족끼리 여행 가서 숙소 같은 걸 잡을 때도 공단의 혜택이 있었죠. 축구를 보러 가도 티켓이 할인되기도 했고요.” 서진환은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8”이라고 답했다. “살면서 한번도 부족했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대학 친구들이나 군대 가서 선임·후임들 보면서 많이 느꼈어요. 힘들게 사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나 정도면 괜찮게 사는 것 같아요.”

 

아빠는 주말에도 일에 시달리지만, 그럼에도 서진환은 아빠처럼 사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미래에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아빠처럼 열심히 해야 이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그는 창원의 경기가 크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네 풍경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여요. 창원이 지난 몇십년처럼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떨어지지는 않고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역시 스물한살인 박상준의 아빠도 한국지엠 정규직이다. “고등학교 때 한 반에 서른명 정도 있었으면 부모님 절반이 다 창원공단에서 출퇴근했어요. 공단은 한마디로 ‘없으면 안 되는 곳’이죠. 여기서 먹고사는 사람들은 다 공단에 있는 회사에 다녔으니까.” 그에게도 창원산단은 여전히 ‘울타리’다.

 

같은 중공업도시 안에서도 황희주와 민찬식, 정영수와 현수현의 삶은 서진환과 박상준의 삶과 울타리 안팎으로 분화됐다. 그리고 울타리에서 밀려난 이들은 중공업도시에서도 외부로 밀려나거나 스스로 떠난다. <한겨레> 설문에 응한 중공업도시 청년 11명 가운데 5명은 지역을 떠나서 살고 싶어했고, 또 같은 수가 다른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했다. 거제의 20대 청년은 2011년 2만9530명에서 올해 11월 2만5265명으로 8년 만에 4천명 넘게 줄었다. 거제 전체 인구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12.7%에서 10.2%로 떨어졌다. 창원도 마찬가지다. 2011년 창원의 20대 청년은 14만9187명이었다. 하지만 지난 11월 통계를 보면 1만4천여명이 줄어 13만4442명이 됐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13.7%에서 12.8%로 떨어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취업 현장에 뛰어든 스물여섯살 노동자 김근완은 조선업 호황의 끝물에 거제로 끌려왔다가 대우조선 위기와 함께 다른 지역으로 밀려갔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근완은 스물한살 때 대우조선에 일자리를 얻었다. 이미 불황이 시작된 조선소에는 엄연한 계층이 존재했다. “1차 하청은 조금 편한 일을 하고, 힘든 일은 2차 하청에 넘기죠. 결국 물량은 2차 하청에서 뽑아요.”

 

무너질 때도 힘든 일을 하는 약한 곳부터 무너졌다. “대우조선 사태 터졌을 때 제일 먼저 나가떨어진 게 3차 하청, 그다음이 2차 하청이고, 1차 하청은 아직도 살아남아 있어요.” 그는 대우조선이 위기를 겪었던 2015년 제조업 공장 도시인 경기 안산으로 이주해 반도체 공장으로 이직했다. 하지만 이곳도 “베트남으로 공장이 많이 이동하고 불량이 터지면서” 불황이 왔다. 최근 아빠가 된 김근완은 거제에서 안산으로 이주했던 것처럼 또다시 이주할 곳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불황 속 중공업도시는 울타리 안 일부만 남기고 청년들을 울타리 밖 하청이나 도시 외부로 밀어내고 있다. 그래도 중공업도시의 청년들은 오늘을 살아내고 있다. 헤드기어나 글러브 같은 보호장구 하나 없이 ‘알바’나 ‘하청’이라는 홑겹을 두른 채.

 

서혜미 김윤주 강재구 김혜윤 기자 ham@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美中 새로운 냉전? 불가능하다...갈등 요인은..."

[토론회] "미중 냉전 불가능" vs "불확실성 커질수도" 새
2019.12.06 09:33:41
 

 

 

 

5년 만에 공식 방한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미국과 무역 분쟁 및 홍콩 사태와 관련한 미국의 압박에 대해 연일 불만을 쏟아내면서 미중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왕이 부장의 이같은 발언에도 불구, 미중 양측의 갈등이 냉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어느 쪽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전망이 중국 학자로부터 제기됐다.

5일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재단법인 '여시재'가 '미중 경쟁이 냉전을 초래하는가?'를 주제로 공동주최한 세미나에 강연을 맡은 옌쉐퉁(阎学通)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지금 상황에서 다시 냉전으로 돌아갈 것인가? 한국 전쟁이 다시 일어날 것인가? 저는 불가능하다고 결론내리고 싶다"고 말했다.

옌 원장은 냉전 시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각자가) 이데올로기 확장을 위한 일종의 경쟁을 했다"며 "(현재) 중미 간 경쟁의 핵심은 이데올로기가 아니"기 때문에 양측 관계가 냉전 시대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이 이데올로기로 충돌하면 이는 홍콩이나 신장 위구르 등에서 구현될 것이고, 이는 중국의 내정과 직접적인 관련이 된다"며 "이는 중국이 원하지 않는다. 중국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옌 원장은 "중국 정부는 세계의 각 국가가 각자 자국의 발전 방법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이야기한다"며 "중국은 세계의 정부가 공산당으로 변모하게 할 필요가 없고 사회주의를 채택하라고 할 필요도 없다. 미국과 글로벌 세계 속에서 이데올로기 전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대신 그는 미중 간 현재 경쟁의 핵심은 "과학 기술 경쟁"이라고 규정했다. 옌 원장은 "(중미) 양측은 이미 세계가 디지털이라는 하나의 시대에 진입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디지털 기술이 국가의 경제와 미래, 안보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 화웨이가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옌 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행정부도 중국과 전쟁을 할 생각은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국회는 중국과 이데올로기 경쟁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는 (중국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에) 의견 불일치가 일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옌 원장은 "냉전 이후 집권한 미국 대통령 중에 전쟁을 일으키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 트럼프"라며 "과거에는 미국이 자신들의 민주주의 가치를 퍼뜨리기 위해, 또 핵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전쟁을) 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과학기술 발전과 부의 증가에 전쟁이라는 요소가 도움이 되는지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에 대항하겠다는 이데올로기는 워싱턴에 국한돼있고 그것도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 공감대는 있지만 그 양태가 좀 다르다. 민주당은 중국과 무역전쟁이 아니라 이데올로기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역전쟁으로 동맹국과의 관계가 파괴되고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개혁을 진행하는 주도권을 잃기 때문에 미국의 피해가 더 커진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미국 국내의 이견은 (미중 간) 냉전을 피하게 하는 아주 좋은 요소"라고 밝혔다.  
 

▲ 5일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와 여시재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왼쪽부터 안호영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옌쉐퉁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장,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이재호)


이에 대해 이날 세미나 사회를 맡은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미국이 세계의 패권국가가 된 이후 미국 국력의 50% 이상까지 치고 올라온 국가가 없었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 GDP의 3분의 2까지 따라왔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도 전혀 없다"며 "기존의 대국 경쟁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과학기술과 혁신이 대국 경쟁의 새로운 요소로 작용하면서 하나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중국의 추격이 굉장히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미중 양국 간) 불확실성은 커질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한 전 주미대사인 안호영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미중 간 갈등이) 이데올로기에 기반하든 아니든 결국 일정한 관계조정이 이뤄지지 않겠나"라며 "미국 내에서는 떠오르는 강국에 대한 위기감도 있을 것이고 중국 역시 미국의 견제에 대한 위기감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안 총장은 왕이 부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났을 때 "현재 국제정세는 일방주의와 강권 정치의 위협을 받고 있다",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괴롭히는 것, 힘만 믿고 약한자를 괴롭히는 것, 남에게 강요하는 것을 반대한다" 고 말했다는 점을 상기한 뒤 "이 이야기를 듣고 좀 갸우뚱했다. 중국은 우리에게 압력을 넣으면서 미국에는 온당치 못한 행동이라고 했기 때문"이라며 중국의 이중적인 모습을 꼬집었다.

이에 대해 옌 원장은 한중 간 관계가 소원해졌던 주요 요인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사드는 누구의 이익을 해치는 것인가? 중국의 안보다. 여기에 대해 아무도 이견을 갖지는 못한다"고 응수했다. 

옌 원장은 "시비를 명확히 가리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사드를 남한에 배치하지 않으면 미국에 위협이 되나"라고 반문하면서 "한국이 미국 쪽에 선 결정에 대해 그것이 중국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중국은 (한국에) 뭐라고 하지 않는다. 중국의 이익에 저해되니까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3년 강금실과 2019년 추미애, 같은점과 다른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12/06 10:25
  • 수정일
    2019/12/06 10:2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슈 분석] 정권 향한 검찰수사에 번번이 검찰개혁 삐끗... 이번엔 다를까

19.12.06 07:24l최종 업데이트 19.12.06 07:36l

 

차기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추미애 의원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차기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추미애 의원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5일 법무부 장관에 5선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하자, 참여정부 초기 검찰개혁을 이끌었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추미애(61)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강금실(62) 전 법무부 장관은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은 한 살 차이로, 1985년 같은 해에 판사로 첫발을 내디뎠고 1995년 같은 해에 법복을 벗었다. 이후 강 전 장관은 변호사 활동에 나섰고, 추 후보자는 정계에 입문했다.

2003년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자리에 두 사람 이름이 모두 언급되기도 했다. 강금실 전 장관은 검찰개혁을 책임질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에 취임했고,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뒤 추미애 의원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강금실 전 장관은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하고 1년 5개월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공통점이 많았던 추미애 후보자는 검찰개혁 부분에서도 비슷할까? 아니면 이 부분만큼은 다르게 검찰개혁을 완수하는 법무부 장관이 될 수 있을까?

두 번째 여성 법무부 장관
  
2003년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사상 첫 여성 법무부 장관이라는 점에서 큰 파격이었다. 참여정부 검찰개혁의 상징이었지만, 강 전 장관 스스로 "검찰을 개혁하는 힘을 갖고 가지는 못했다"라고 자평했다.

 

2011년 문재인 대통령(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함께 쓴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는 강금실 전 장관의 증언이 나온다.

"개혁을 하려면 조직의 실태를 잘 분석해 놓았어야 했고, 실제로 팀을 짜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준비를 해서 언제 어떻게 일을 할 것인가까지 나와 있어야 하는 것이죠. 가서 무작정 시작하는 것은 시간이 너무 늦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정서상 1~2년만 지나면 레임덕이 오기 시작하는데 혼자 가서 1년 동안 자리를 잡고 그다음에 개혁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거든요."

추미애 후보자는 이미 참여정부에서 법무부 장관 입각 제의를 받을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낸 5선 국회의원인 만큼 정치적 중량감은 그 어떤 법무부 장관보다 크다.

다만 지금껏 추 후보자를 검찰개혁과 연결시켜 보는 시각은 크지 않았다. 그가 검찰개혁 이슈에 적극적으로 발언하지 않은 탓이다. 강 전 장관의 만시지탄을 고려하면, 추미애 후보자가 얼마나 준비가 됐는지에 따라 검찰개혁 성공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강금실의 회한 "검찰개혁,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은 26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경남여성단체연합 초청으로 "강금실과 함께 여성을 다시 묻는다"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은 지난 2012년 11월 26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경남여성단체연합 초청으로 "강금실과 함께 여성을 다시 묻는다"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검찰개혁은 청와대를 향한 검찰 수사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고리로 청와대와 여권을 향한 전방위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검찰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검찰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검찰개혁은 검찰 수사에 개입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이미 참여정부 때 경험했던 일이다. 당시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을 향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로 인해 검찰개혁 추진력이 약화됐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아래와 같이 말한다.

"참여정부 내내 중수부(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정부가 도모하거나 추진하게 되면 마치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정권 차원의 보복 또는 검찰 손보기라는 식의 오해를 받을 소지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추진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강금실 전 장관 역시 같은 책에서 "참여정부의 검찰개혁은 원천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데, 왜냐하면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문"이라며 "청와대는 피의자 측 조사 대상이 된 것이다, 그때 수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개혁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국민의 호응을 받는 것도 검찰개혁을 약화시킨다. 김인회 교수는 책에서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정권 초기에 현재의 정치 권력을 과감히 수사한 검찰의 신뢰가 높아진 것"이라며 "검찰에 대한 높은 신뢰는 검찰을 굳이 무리해서까지 개혁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켰다"라고 썼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 2019년 청와대 전방위 수사

다만 참여정부 초기 대선자금 수사와 현재 청와대를 향한 검찰 수사의 국민 여론에는 온도 차가 있다. 대선자금 수사는 국민 대부분으로부터 갈채를 받았지만, 이번 검찰 수사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정반대의 평가가 나온다.

이런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검찰개혁을 완수할 임무가 추미애 후보자에게 주어졌다. 그의 앞길은 어떤 모습일까.

청와대는 5일 추미애 후보자를 두고 "판사·국회의원으로서 쌓아온 법률적 전문성과 정치력, 그리고 그간 추미애 내정자가 보여준 강한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들이 희망하는 사법개혁을 완수하고, 공정과 정의의 법치국가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추 후보자는 같은 날 국회에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은 이제 시대적 요구가 되었다, 이와 더불어 우리 국민께서는 인권과 민생 중심의 법무 행정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면서 "소명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추미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각종 논란에도 밀어붙이는 ‘문희상안’, 다음 주 공식 발의될 듯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19-12-05 19:08:42
수정 2019-12-05 19:08:42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 반발에도, 의장 측 “피해자 중심 지원 방안의 가장 현실적인 방안”

문희상 국회의장. 자료 사진.
문희상 국회의장. 자료 사진.ⓒ정의철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겠다며 입법을 예고한 이른바 '문희상안'이 내주에 정식 발의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한일 양국이 기업의 기부금과 양국 국민의 자발적 성금(1+1+α)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로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회의장실은 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희상안'에 담길 대략적인 내용과 향후 추진 방향 등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최광필 국회 정책수석비서관과 한민수 대변인, 한충희 외교 특임대사 등이 참석했다.  

어떤 내용이 담겼나 

5일 국회 의장실에서 ‘강제징용 동원 해법관련 문희상 국회의장 구상 언론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2019.12.05
5일 국회 의장실에서 ‘강제징용 동원 해법관련 문희상 국회의장 구상 언론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2019.12.05ⓒ정의철 기자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문희상안'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근본적·포괄적 해소할 것 ▲대법원판결에서 집행력이 생긴 피해자들과 향후 승소가 예상되는 피해자들에 대한 위자료 지급을 기금을 통해 마련하고,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로 대위변제할 것 ▲한일청구권협정 등과 관련된 모든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를 일정한 시한을 통해 일괄적으로 해결할 것 등 3가지 원칙을 전제로 해서 만들어졌다.  

최광필 국회 정책수석비서관은 법안에 담길 내용에 대해 "대법원판결에 따라 이미 집행력이 생긴 국외 강제동원 피해자들, 재판에서 승소가 예상되는 피해자들 또는 그 유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목적으로 제정법인 '기억·화해·미래재단 법인'을 만들 것"이라며 "이 재단에서 지급할 위자료는 (한일) 양국 기업과 개인 등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정책수석은 '문희상안'의 전제는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기지 않을 예정이라 어떤 방식으로 일본의 사죄를 확인할 수 있을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문 의장 측은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과거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재확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사실상 사죄하는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부치 총리가 당시 일본의 식민지배를 두고 "과거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사죄"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최 정책수석은 "일본 정부의 사과는 법안에 담을 수 없다. 다만 과거에 했던 공동선언을 재확인하는 것을 제안하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재확인하겠다는 내용이) 공동선언을 통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게 문 의장의 기본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문희상안'은 다음 주에 정식 발의될 예정이다. 이달 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이전에 법안을 발의해 한일 사이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도다.

최 정책수석은 "문 의장은 다음 주에 발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문희상안을 통해) 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게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희상안'을 통해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재확인하는 선언까지 할 수 있도록 견인하겠다는 게 문 의장 의 구상이다.  

한충희 외교특임대사도 "24일 한일 정상회담이 예상되는데, 그 전에 '문희상안'이 입법화가 되면 한일 정상이 논의할 때 (이 안이) 촉매제가 돼서 논의가 구체적으로 될 수 있다"며 "그 자리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재확인하는 등 전체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데 유의미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화해치유재단 남은 기금 60억 포함 않기로 
강제동원 피해자들 반발은 여전할 듯
 

강제동원행동과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가 지난달 국회 앞에서 일제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해법안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27
강제동원행동과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가 지난달 국회 앞에서 일제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해법안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27ⓒ정의철 기자

당초 '문희상안'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화해·치유재단의 남은 기금 60억원은 관련 단체들의 강한 반발로 기억·화해·미래재단 기금 조성에는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위자료 지원 대상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제외하기로 했다.  

최 정책수석은 "의견수렴 과정 끝에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른 화해치유재단 60억원은 문희상안에는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며 "포괄입법 취지에서 고려한 것이지만, 관련 단체들의 반대와 현재 별도의 지원재단을 위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정책수석은 "단체에서 (포함)하지 말라고 하는데, 기어코 (위자료 지원 대상에) 포함시킬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위안부 피해자분들이 추진 중인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잘 배려해드리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위안부' 피해자들을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문희상안'에 대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 왔던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장이 문제를 풀기 위해 나섰다는 건 충분히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실제로 낸 안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문희상안은 일본 기업에 대한 배상 책임을 면제시키는 조치"라며 "지금 소송은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일본 기업이 구체적인 배상 등의 형태로 사과를 표해야 하는데 이 (문희상안에서의) 기금에서는 그렇게 연결시키기 어렵다. 더군다나 한국 기업이 도의적으로 내는 돈이 어떻게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 형태로 들어갈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김 연구원은 한일 두 정상의 '김대중-오부치 선언' 재확인이 일본 측의 사죄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정치적 선언이라 거기에 들어가 있는 사죄의 의미와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사죄의 의미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문 의장 측은 '문희상안'은 강제동원 피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한민수 대변인은 "(문희상안에 대해)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비판도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그 역시 감수하겠다는 각오로 제안한 것이다. (강제동원 문제는) 입법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걸 의장 본인의 책무로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소연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이 밝힌 ‘새로운 길’, ‘새롭다’는 그 의미는?

<기고> 김광수 정치학 박사
김광수  |  no-ultari@daum.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승인 2019.12.05  22:09:56
페이스북 트위터

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 박사/‘수령국가’ 저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연말연시를 맞아 분석 글 몇 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자 한다. 

첫째, 12월 연말에는 ① 북이 밝힌 ‘새로운 길’, ‘새롭다’는 그 의미는? ② 북미관계, 그 파국을 막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역할은? 

둘째, 2020년 1월 연초에는 북 신년사를 분석해내고자 한다. ① 북 내부문제 ② 남북문제 ③ 북미문제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필독을 권한다. / 필자 주

 

지금 이 시각, 째깍째깍 시한폭탄으로 다가오는 우려가 하나 있다. 불과 채 한 달을 남겨놓지 못하고서 말이다. 

다름 아닌, 지난 4월 10일 제4차 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밝힌 '새로운 계산법' 때문이다.

실제 미국이 내놓아야 할 그 ‘새로운 계산법’을 정말 내놓지 못한다면 북은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것처럼 반드시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할 것이다. 그러면 내년 정세는 우리가 생각해도, 생각해서도 안 되는 그런 2017년 정세국면으로의 완전한 데자-뷰(Deja-vu)이다.

상황도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높아져 간다. 이제까지 지속되어왔던 대화와 협상은 온데간데없고, 대결과 대립만 난무해서도 그렇고, 객관적으로도 이를 증명할만한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은, 미 트럼프 대통령이 처해있는 탄핵국면이다.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렸다는 말이고, 이 상황은 북이 제시하고 있는 제재해제, 적대정책 철회를 해 낼 수 없음이다.  

다음으로는, 북도 언급한 ‘새로운 길’을 주워 담을 수가 없다. 절대성을 지닌 최고지도자가 직접 한 발언이니 철회할 수도 우회할 수도 없다. 

첫째,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이 한 담화(2019.12.3.)이다. “우리는 연말 시한부가 다가온다는 점을 미국에 다시금 상기시키는 바"라며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둘째는 김정은 위원장이 10월 백두산 방문에 이어 다시 백두산을 재방문한 것이다. 그것도 군부를 중심으로 하는 방문단으로 말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를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자신께서 이번에 시간을 따로 내여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들을 돌아본 것은 전당, 전군, 전민이 제국주의자들의 전대미문의 봉쇄압박 책동 속에서 우리 당이 제시한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노선을 생명으로 틀어쥐고 자력갱생의 불굴의 정신력으로 사회주의 부강조국 건설에 총매진해 나가고 있는 우리 혁명의 현 정세와 환경, 혁명의 간고성과 장기성에 따르는 필수적인 요구에 맞게 당원들과 근로자들, 인민군군인들과 청소년학생들 속에 백두의 굴함  없는 혁명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혁명전통교양을 더욱 강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세우기 위해서이라고 하시면서 우리는 혁명의 대백과전서이며 우리 민족의 만년 재보인 백두의 혁명전통을 영원히 고수하고 전면적으로 구현해나가야 한다”로 보도했다. 

마지막으로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발표(12월 4일)한 “조선혁명 발전과 변화된 대내외적 정세의 요구에 맞게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하여(강조, 필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12월 하순에 소집할 것을 결정하였다"이다. 

이렇듯 지금의 상황은 빼도 박도 못함을 알 수 있다. 미국이 만약 정말로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지 못한다면 북은 이제 ‘새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의 관심사는 이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길’ 실체가 무엇일까? 하는 그런 문제이다.  

결론은 ‘새롭다’라는 그 의미를 사전적으로만 해석하려하지 말고, 정치사상적 의미(강조, 필자)까지 재해석되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핵심적으로는 이제까지 미국과의 관계계선이 대화와 협상을 통한 ‘신뢰관계 회복’이 그 대전제였다면 이후부터는 핵무장을 통한(강조, 필자) 미국과의 군사적 대결에서도 승리하겠다는 '정치사상적' 의미로 재해석되어져야 한다는 말이고, 실질적으로는 힘(=대결)으로 미제국주의적 속성을 완전 제거한다는 말이다. 

첫째가 군사적 행동부분이다. 핵무장을 백방으로 강화하여 그 토대 위에서 미국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수단은 (언명하고 있듯이) 괌 태평양 상공에서의 수소탄 실험 및 ICBM 발사 등을 통해 미 본토공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재확인 시켜주는 것이다. 

둘째는 정치외교적 행동인데, 그 중심에 핵을 매개로 한 북-중-러의 전략동맹 강화이다. 이를 통해 북은 미국의 정치군사적 압박을 완전봉쇄하고, 여기에다 비동맹 국가들과도 자주외교노선을 강화해 이들을 대표하는 UN 상임이사국 진출(강조, 필자)이 있다. 

다음으로는 그 마지막 영역으로 경제적 영역이 있는데, 핵심은 과학기술중시에 근거한 자력갱생 경제건설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북은 미국의 대북제재가 전혀 통하지 않음을 만천하에 고하고, (미국의 대북제재가) 끝까지 철회되지 않더라도 끄떡없이 (물론 대단히 힘든 길이기는 하겠지만) 자력으로 보란 듯이 사회주의문명국가의 반열에 우뚝 솟아올라 미국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물론, 하나 더 남아있기는 하다. 이름 하여 한반도 통일문제인데, 이 문제는 이 글에서 굳이 다루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생략한다.)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외 다수가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발걸음 멈춘 나경원, 흔들리는 자유한국당.. 거세게 압박하는 민주당

정진석, “당 대표하고 원내대표하고 화합을 못하고 이게 뭐냐”
 
임병도 | 2019-12-05 09:04:5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춘다”

12월 4일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했던 발언입니다. 나 원내대표는 3일 국회 로텐더 홀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자신의 재신임 여부를 의원총회에서 묻겠다고 했지만, 최고위원회의에서 임기 연장을 막았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권한과 절차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임기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며 최고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했습니다.

결국, 나경원 원내대표는 임기가 끝나는 12월 10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정진석, “당 대표하고 원내대표하고 화합을 못하고 이게 뭐냐”

나경원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결정을 따라 물러났지만, 당내 반발과 불만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김태흠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공개 발언을 요청한 뒤 “저도 나 원내대표가 마음에 안 들어서 원내 전략에 대해 이 자리에서 문제제기를 제일 많이 했다. (나 원내대표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황 대표가) 호·불호를 갖고 (최고위 결론을) 선택했더라도 먼저 나 원내대표에게 뜻을 묻고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과정이 필요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청와대 앞 텐트에서 비박계 4선 정진석 의원은 “당 대표하고 원내대표하고 화합을 못하고 이게 뭐냐”면서 “제가 20년 동안 이런 걸 처음 봐서 그런다”며 큰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불출마 선언과 자유한국당 해체 등을 요구했던 김세연 의원도 “당이 종말 말기 증세를 보이는 것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친황 체제를 통한 당 사유화를 지적하는 당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황교안 대표는 ‘뼈를 깎는 혁신’을 위한 것이라는 점만 거듭 강조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물러나면서 비박계 3선 강석호, 친박 4선 유기준, 5선 심재철 의원 등이 새로운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주호영, 신상진, 안상수, 윤상현 의원 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4+1 협의체로 자유한국당 압박하는 민주당

자유한국당이 나경원 원내대표 재신임 여부로 분열을 겪는 동안, 민주당은 ‘패스트 트랙 공조’를 부활시켰습니다.

4일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및 대안신당 소속 의원들과 ‘여야 4+1’ 예산안 회담을 주재했습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처리 당시 힘을 합쳤던 정당들이 다시 모여 자유한국당을 빼고 선거법 협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을 더욱 압박하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됩니다.

자유한국당은 당내 문제가 수습되기도 전이라 선거법과 예산안 등에 참여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한국당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원내대표가 온다고 하니 한국당의 태도 변화가 있다면 협상의 문은 열어놓겠다”며 협상의 여지는 남겨놓았습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935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문 대통령, 새 법무장관에 추미애 의원 내정

[속보] 문 대통령, 새 법무장관에 추미애 의원 내정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9-12-05 11:10:24
수정 2019-12-05 11:10:24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김슬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서울 광진구을)을 내정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에 대한 이른바 '하명수사' 논란 등으로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량감 있는 새 법무부 장관이 내정되면서 검찰개혁에 다시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추 의원의 내정은 야당의 공세에 대비한 '카드'라는 평가도 나온다.

추 의원은 5선 국회의원이라는 무게감이 있을 뿐만 아니라 판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전문성도 인정받고 있다. 고향이 대구라는 점도 눈에 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대선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최지현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윤석열의 검찰이 청와대 담을 넘고 있다

[분석] 조국 지나 대통령 측근으로 확대 조짐... "다음 차례는 이광철, 윤건영, 천경득, 김경수"

19.12.05 10:04l최종 업데이트 19.12.05 11:03l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의혹과 청와대의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청와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관 등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2019.12.4
▲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의혹과 청와대의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청와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관 등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2019.12.4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윤석열의 검찰이 조국을 타고 청와대 담을 넘고 있다. 분위기를 감지한 청와대가 적극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검찰은 일단 청와대 문턱을 밟았다. 4일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유재수 전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수사를 위해 오전 11시반 경부터 오후 5시 35분께까지 약 6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최근 수사팀은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의 유 전 부시장(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휴대폰 분석 자료를 확보했다고 알려졌다. 검찰은 향후 재판 등을 감안해 원본 입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수사만이 아니다. 지난 8월 시작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관련 수사에 유재수 전 부시장 사건, 최근 울산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송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첩보 의혹, 청와대 행정관 가방분실사건까지 합하면 현재 수사나 내사 중인 '조국 사건'은 최소 4건이다.

 

그 중 <오마이뉴스>가 단독 확인한 검찰의 청와대 행정관 가방분실사건 내사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검찰이 청와대, 특히 민정수석실 관련 사안을 그야말로 탈탈 털고 있다는 근거로 해석되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가방 분실사건까지... 검찰, 청와대 전방위 압박). 여권에서는 검찰이 청와대 내부징계사안을 전부 들여다보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 사안들의 공통 키워드는 조국, 민정수석실, 청와대다. 주요 등장 인물 중 조국 전 장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 대한 조사는 최소한 한번 이상 이루어졌다. 다음은 누구일까?

조국, 그 다음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고 있는 문재인 청와대 주요 관계자들. 왼쪽부터 이광철 민정비서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천경득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김경수 경남도지사
▲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고 있는 문재인 청와대 주요 관계자들. 왼쪽부터 이광철 민정비서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천경득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김경수 경남도지사
ⓒ 연합뉴스, 유튜브 정의당TV,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여권 핵심 관계자는 다음 차례로 이광철 민정비서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천경득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꼽았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윤건영 실장, 천경득 선임행정관, 김경수 도지사는 무조건 부를 것"이라며 "이들과 민정수석실 전체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해석했다. 세 사람은 최근 언론 보도에 유재수 전 부시장과 함께 등장하기 시작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인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예전부터 검찰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이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청와대에 입성, 조국 민정수석과 백원우·김영배 민정비서관을 보좌해오다 지난 8월 승진했다. 문재인 정부 1기 민정수석실을 탈탈 털고 있는 검찰로선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검찰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A 수사관에게 이 비서관이 유재수 전 부시장 관련 수사 정보를 요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수사선상에 오르는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물이다. 윤건영 실장과 김경수 지사는 오랫동안 문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온 복심 중의 복심으로 꼽힌다. 천경득 선임행정관은 문 대통령 대선캠프 자금관리인으로 알려졌다. 이광철 비서관, 백원우 전 비서관, 그리고 조국 전 장관은 대통령 통치와 밀접한 민정라인을 2년여 동안 관리해왔다.

청와대의 태세전환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것일까? 청와대의 대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4일 청와대 압수수색 종료 후 고민정 대변인은 "오늘 서울동부지검이 압수수색으로 요청한 자료는 지난해 12월 26일 '김태우 사건'에서 비롯한 압수수색에서 요청한 자료와 대동소이하고 당시 청와대는 성실히 협조한 바 있다, 비위 혐의가 있는 제보자 김태우의 진술에 의존해 검찰이 국가중요시설인 청와대를 거듭 압수수색한 것은 유감"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4일 오후 청와대에서 고민정 대변인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의혹 제보 경위 및 문건 이첩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브리핑 중 고 대변인이 고래고기 관련 문건을 보여주고 있다.
▲  4일 오후 청와대에서 고민정 대변인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의혹 제보 경위 및 문건 이첩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브리핑 중 고 대변인이 고래고기 관련 문건을 보여주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던 오후 2시 20분, 카메라 앞에 선 고 대변인은 아예 문건까지 흔들었다. 청와대 하명수사는 없고, 관련 조사를 앞두고 숨진 A 수사관은 고래고기 환부사건을 둘러싼 검경 갈등 때문에 2018년 1월 울산 출장을 다녀왔다는 근거였다. 그는 전날 "검찰은 1일부터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을 명심해주기 바란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여당도 들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은 김기현 전 시장 의혹 관련 사건을 1년여 묵혀두다 청와대 하명수사 프레임을 씌워 민정수석실을 타깃(표적) 삼은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국회 표결을 앞둔 개혁법안 저지용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때에 검찰 수사가 고강도로 진행 중"이라며 수사 의도를 의심했다.

'혐의 터져나오는데...' 검찰의 불만

하지만 검찰은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지금껏 무마됐던 문제들이 터져 나왔고, 범죄 혐의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반박한다. 또 민정수석실을 둘러싼 문제의 총책임자는 조국 당시 수석이라며 '피의자 조국'을 정조준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취재에 따르면, 검찰은 오래 전부터 유재수 전 부시장 비위를 감지했다. 또 김기현 전 시장 첩보 의혹 역시 10~11월에서야 관련 물증을 확보했고, 그 결과 이송을 결정했다며 '조국 수사'와 무관하다고 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유재수 감찰 중단을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과 함께 결정했다는 것도 책임을 모면하고, 다른 관계자들을 압박하려는 주장으로 보고 있다.

강 대 강으로 치닫는 청와대와 검찰, 검찰과 청와대의 정면대결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법사위 국정감사를 앞두고 회의장 앞에서 조국 전 장관 관련 수사를 총괄지휘하는 한동훈 검찰 반부패강력부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0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법사위 국정감사를 앞두고 회의장 앞에서 조국 전 장관 관련 수사를 총괄지휘하는 한동훈 검찰 반부패강력부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미협상 2년, 왜 더 나가지 못하나

[창비 주간 논평] "김정은, 북한 아닌 한반도의 '새로운 길' 상상해야"
2019.12.05 10:32:22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음 해 계획을 세우는 일이 한창일 연말이다. 그런데 국내외를 보면 올해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한반도 정세도 마찬가지인데, 무엇보다 북미협상이 여전히 교착상태다. 연말까지 특별한 돌파구가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북한이 거듭 강조하는 '새로운 길'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내년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벌써 많은 사람들의 예상은 이미 이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북미협상의 새로운 돌파구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제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지, 거기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제시할 '새로운 길'의 방향이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게끔 준비하는 것이 얼마 안 남은 2019년에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새로운 길'에 대한 평가와 대응으로 관심을 이동하기 전에 왜 2년 가까이 진행된 북미협상이 결국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는가를 진지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면 한반도 정세가 극단적 대립으로 재진입하는 것은 피할 수 있더라도 앞으로 문제해결에 이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미협상의 돌파구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비핵화와 관련한 북미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데 있다. 북한은 안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실질적인 상응 조치가 없는 협상에 관심이 없다고 분명하게 밝혀왔다. 최근에는 연락대표부 설치나 종전선언 등은 미국이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는 조치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발전권 보장'을 대북 적대정책 해제의 주요 내용으로 제시했다. 그렇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최종적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단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로 제재 해제 등을 포함한 상응조치에는 부정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북한이 자신들이 취하려는 조치에 지나치게 높은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분명 문제지만, 이는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미국이 비핵화 이전에는 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협상 진전을 근본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북한에 실질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상당 기간 그들의 관심사를 수용할 생각은 없다는 식으로 나와서는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북한은 작년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이러한 태도가 변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으나 지금은 그마저도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물론 미국의 우려, 즉 재제를 해제하면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할 추가적 수단이 없다는 우려는 현재 상황에서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에 기초한 대북정책, 즉 선비핵화론이 결과적으로 북의 핵미사일 능력의 강화로 귀결되어온 역사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이러한 우려는 미국이 제재 말고 북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어떤 수단도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한데, 이는 오랜 대북봉쇄정책의 결과이다. 그리고 봉쇄정책의 결과인 관여(engagement) 수단의 부재는 다시 대북협상에서 미국이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의도와는 달리 북한을 더 핵과 미사일 같은 군사적 억제에 집착하게 만들어왔다. 

대북봉쇄를 전제로 북한의 비핵화를 강제하려는 전략은 협상과 대결 사이를 왕복해온 지금까지의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와 다른 접근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북미협상에서 제재 해제를 포함한 단계적 진전을 이뤄내 외부세계와 북한 사이의 교류를 확대시키고, 이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는 내적 동력과 함께 국제적 관여를 강화하는 접근이다. 이는 북한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외부 사회와의 교류가 활발해지면 결국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는 판단을 전제로 한다. 물론 이러한 접근법에는 최종적 비핵화의 시한이 설정되지 않아 북한의 이른바 '먹튀 행위'를 방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미국의 지도자가 이러한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투입할 가능성도 낮다. 그러나 새로운 접근이 없으면 한반도 정세는 앞으로도 '협상-대결'의 사이클을 반복할 것이며, 서로 위험을 회피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동안 상황은 점점 심각해진다.

결국 상황을 변화시키는 주체는 남한과 북한이 되어야 한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미국의 새로운 정책에 의해 한반도 정세가 긍정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접근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남북관계의 역할을 축소해왔다. 거꾸로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우선 남한은 대북 국제 제재가 해제되기 이전에라도 한반도에 새로운 역동적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 면제를 요구하고 이를 관철해야 한다. 남한이 이러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도 많다. 2019년 남에 대한 북의 공세적 태도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2020년 초까지도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더 거세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북한과 미국 모두 단기적인 상황 돌파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동시에 상황이 궤도에서 이탈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면 남한이 이들을 설득할 여지가 증가할 것이다.  

북한도 북미협상에만 초점을 맞추는 방식에서 탈피해 남북한의 본격적 협력 진전을 구체적 비핵화로 연결하는 데 더 적극적 태도로 나올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높일 수 있고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는 데도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남북협력이 한반도 정세 변화의 주요 동력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진정한 '새로운 길'이다. 북한의 새로운 길이 아니라 한반도의 새로운 길을 상상해야 한다.

 

다른 글 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