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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청와대 “일본이 합의 왜곡 발표, 외교 경로로 항의해 사과받았다”

정의용 안보실장, 일본에 공개적으로 경고 “유 트라이 미(You try me)”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9-11-24 19:41:48
수정 2019-11-25 08: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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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자료사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청와대가 24일 우리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조건부 연장하기로 한 것을 두고 일본 정부가 자신들의 완전한 승리라는 식의 주장을 펼치자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한일 간 합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부풀려 발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부산 벡스코에 마련된 프레스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소미아 연장과 일본의 대(對)한 수출규제 철회와 관련한 양국 간 발표를 전후해서 일본 측의 몇 가지 행동에 대해 저희로서는 깊은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이런 식의 행동이 반복된다면 한일 간 협상 진전에 큰 어려움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오후 6시 동시 발표 약속도 어긴 일본, 
그것도 모자라 왜곡 발표까지"
 

정 실장은 구체적인 문제점을 거론했다.  

먼저 일본 측의 합의 내용 발표 시간이다. 애초 한일 양국은 지난 22일 오후 6시에 각각 취하기로 한 조치를 동시 발표하기로 했는데, 일본 측이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한일 간 약속된 발표 시간보다 1시간 앞서서 일본 언론에서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익명으로 인용해 '한국 측이 지소미아를 연장하고 WTO 제소를 철회하겠다'는 게 사전에 보도됐다"며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의 의도적인 누출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 실장은 "일본은 6시 정각에 동시 발표하자는 약속도 어기고 7~8분 늦게 발표했다"며 "의도가 무엇인지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이 당시 발표한 내용도 한일 간 합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부풀려서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건 한일 간 양해한 내용과 크게 다를 뿐만 아니라, 만일 이런 내용으로 일본 측이 우리와 협의했다면 합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일본 경산성의 발표 내용 가운데 '우리 측이 사전에 WTO 절차를 중단해서 협의를 시작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한 뒤에야 협의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한 7월 1일과 우리가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한 8월 23일 사이에는 우리 정부의 계속된 대화 요구에도 일본 정부는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는 게 정 실장의 설명이다. 일본이 협의를 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고 주장한 우리의 WTO 절차 중단은 오히려 지소미아 종료 통보 이후의 일이다. 

또한 정 실장은 "일본 경산성은 우리가 수출관리의 문제점 개선에 의욕이 있다며 '시현'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주장도 완전히 사실과 다르다"며 "한일 간 양해한 내용은 우리의 수출관리제도 운용의 확인을 통해 수출규제 조치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출규제 대상인 3대 품목을 두고도 일본 정부가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안이 존재한다', '앞으로도 개별심사 허가 방침에는 변경이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정 실장은 "한일 간 사전 조율한 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정 실장은 "만일 일본이 이런 입장을 가지고 협상했다면, 우리와 합의할 수 없었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상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자료사진.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상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자료사진.ⓒAP/뉴시스

"아베 발언 사실이라면 지극히 실망, 
일본 정부 지도자로서 과연 양심 갖고 할 수 있는 말인가"
 

아울러 정 실장은 "발표 이후 일본 언론의 보도는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저희는 보고 있지만, 일부 언론 보도는 정말 실망스럽다"며 "특히 일본 정부 고위 지도자들의 일련의 발언은 매우 유감스러울 뿐만 아니라 전혀 사실과 다른 이야기로, 자신의 논리를 합리화하려고 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 '일본 외교의 압도적 승리', '퍼펙트게임' 등 일본 측 반응에 대해 정 실장은 "견강부회"라며 "전혀 이치지 맞지 않는 주장을 자기식으로 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측근들에게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미국이 상당히 강해서 한국이 포기했다는 이야기다"고 말했다는 일본 언론보도가 나온 데 대해서도 청와대는 분노를 표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만일 언론에 보도된 것들이 사실이라면 아주 지극히 실망스럽다"며 "그게 일본 정부의 지도자로서 과연 양심을 갖고 할 수 있는 말인지 되물어 보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 일본 언론에서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해서 한국이 일본에 양보한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가 나온 데 대해서도, "한미 간에 공식적으로 일절 거론되지 않았다"며 "한미동맹이 그렇게 만만한 동맹이 아니다. 한일 간의 지소미아 문제가 그러한 굳건한 한미동맹의 근간을 훼손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외교 경로로 공식 항의해 일본이 사과" 
"계속 그렇게 하면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모른다"
 

오히려 청와대는 우리 정부의 '판정승'이라고 추켜세웠다. 

정 실장은 "우리가 지소미아에 대한 어려운 결정을 하고 난 다음에 일본이 우리 측에 접근해 오면서 협상이 시작됐고, 큰 틀에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원칙과 포옹의 외교가 판정승한 것이라고 평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일본이 주장해온 '강제징용 문제 해결 없이는 아무것도 진전이 없다', '지소미아와 수출규제 문제는 완전히 별개다'는 두 가지 원칙이 이번에 깨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우리 정부로서는 일본의 이러한 일련의 행동은 외교 협상을 하는 데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에 공식적으로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은 "우리 정부는 지난 22일 발표 이후 즉각 일본의 이러한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 외교 경로를 통해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강력히 항의했다. 한일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똑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일본 측은 '한국이 지적한 입장을 이해한다'며 '특히 경산성에서 부풀린 내용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 한일 간에 합의한 내용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정 실장이 전했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이게 최종 합의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명확히 밝힌다.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과 WTO 제소 절차 정지의 결정은 모두 조건부였고, 또 잠정적"이라며 "앞으로의 협상은 모든 것은 일본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본다"고 압박했다.  

정 실장은 또 "영어로 '트라이 미(Try me)'라는 말이 있다. 어느 한쪽이 터무니없이 주장하면서 상대방을 계속 자극할 경우, '그래? 계속 그렇게 하면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모른다'는 경고성 발언"이라며 "'유 트라이 미(You try me)', 제가 그런 말을 일본에 하고 싶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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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상황이 재연되는가?

[개벽예감 372] 2012년 상황이 재연되는가?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11/25 [08:44]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또 다시 등장한 금성친위부대

2. 원산갈마비행장 상공에 나타난 복엽습격기

3.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은 철회되어야 한다

4. 긴박했던 2012년 상황에 대한 기억

5. 2012년 상황이 재연되는가?

 

 

1. 또 다시 등장한 금성친위부대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1월 17일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직속 저격병려단 전투원들의 강하훈련을 지도하였다고 한다. 저격병려단이란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들 가운데 하나인 항공륙전려단을 뜻하고, 강하훈련이란 수송기를 타고 가상적진 상공에 침투한 항공륙전병들이 낙하산을 타고 강하하여 습격전을 벌이는 훈련을 뜻한다.  

 

조선의 언로보도에 따르면, 이번 “강하훈련은 저격병들이 생소한 지대에 고공침투하여 전투조 단위별로 정확한 점목표에 투하하여 습격전투행동에로 이전할 수 있는 실전능력을 정확히 갖추었는가를 판정하는 데 목적을 두고 경기형식으로 진행되였”는데, “저격병들의 전투행동을 려단장, 정치위원들이 직접 지휘하였다”고 한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강하훈련에서는 “조선인민군 제162군부대 전투원들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경기형식으로 벌어진 강하훈련에서 제162군부대 전투원들이 다른 부대 전투원들보다 더 높은 판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조선인민군 제162군부대는 금성친위부대 칭호를 받은 최정예 항공륙전려단이다. 제162군부대와 함께 이번 강하훈련에 참가한 다른 항공륙전려단은 제323군부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4년 8월 27일 항공륙전병 구분대들의 강하 및 대상물타격실동훈련을 지도하였는데, 그 훈련에 제162군부대 소속 항공륙전병들과 제323군부대 소속 항공륙전병들이 참가하였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보면, 이번에도 그 두 부대가 강하훈련에 함께 참가한 것으로 생각된다.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조선인민군에는 수많은 특수작전부대들이 있는데, 그 중에 가장 규모가 큰 것이 특수작전군이다. 조선인민군은 육군, 해군, 항공군 및 반항공군, 전략군에 이어 제5군종으로 특수작전군을 창설하였다.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이 창설되었다는 사실은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가,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경축 열병식에서 특수작전군 열병종대가 행진하였다고 보도한 것으로 하여 외부에 처음 알려졌다. 원래 조선인민군에는 ‘폭풍군단’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특수작전군단인 제11군단이 있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군단을 확대, 개편하여 제5군종인 특수작전군을 창설하였다. 전 세계에서 특수작전군을 군종으로 편제한 군대는 조선인민군밖에 없는데, 이런 사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수전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말해준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9년 11월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원산갈마비행장에서 진행된 항공륙전려단 전투원들의 강하훈련을 촬영한 것이다. 특이하게 생긴 낙하산은 조선이 1991년에 자체로 개발한 초저공 낙하산이다. 항공륙전병들은 지상 80m 상공에서 초저공 낙하산을 펴고 1.5초 만에 착지한다. 조선인민군 항공군 및 반항공군 소속 항공륙전려단은 8개이고, 총병력은 3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시에 항공륙전려단이 수행하는 임무는 주한미공군기지들과 한국군 공군기지들, 방공레이더기지들을 습격, 파괴하고, 남측 각지에 있는 공항들을 기습적으로 점령하는 것이다.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의 기본임무는 신속하고 은밀하게 적진에 침투하여 공격대상을 습격, 파괴, 점령, 나포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하늘에서는 수송기, 습격기, 동력활공기를 타고 침투하고, 바다에서는 고속침투정과 공기방석정을 타고 침투하고, 수중에서는 잠수함과 잠수정을 타고 침투하고, 산에서는 산악자전거와 스키를 타고 침투하고, 지하에서는 남진갱도를 타고 침투하는 것이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사령부 직속 특수작전대대의 습격전  훈련을 살펴보면, 박근혜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인 2016년 12월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습격전 훈련이 진행되었는데, 청와대의 절반 정도 규모로 건설해놓은 청와대 모형건물을 습격하여 “역적패당을 모조리 사살”하였고, “심판대에 꿇어앉힐 악당들을 생포”하였으며, 대구경장사정포로 청와대 모형건물을 파괴하였다고 한다. 

 

남측 자료에 따르면, 제5군종으로 편제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의 총병력은 10만명이라고 한다. 그에 비해, 한국군 육군특수전사령부 예하 7개 공수특전려단의 총병력은 4,200명밖에 되지 않는다. 병력규모를 비교하면,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이 한국군 공수특전려단에 비해 약 24배나 많다. 수량적으로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격차다. 

 

조선인민군에는 제5군종인 특수작전군 이외에 해군 소속 해상저격려단이 3개 있고, 항공군 및 반항공군 소속 항공륙전려단이 8개 있다. 남측 자료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1개 항공륙전려단 예하에 6개 대대가 있는데, 1개 여단병력은 8,000명이고, 1개 대대병력은 700명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 항륙전려단 총병력은 3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시에 항공륙전려단이 수행하는 임무는 주한미공군기지들과 한국군 공군기지들, 방공레이더기지들을 습격, 파괴하고, 남측 각지에 있는 공항들을 기습적으로 점령하는 것이다.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전투원들의 군사복무기간은 12년이다. 한국군 군사복무기간은 육군 및 해병대가 1년 6개월, 해군이 1년 8개월, 공군이 1년 10개월인데,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군사복무기간은 12년이다. 12년 동안 전술을 연마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전투원들은 특수전을 수행하는 전술과 능력에서 높은 경지에 이르게 되는데, 이런 사정은 2년도 채우지 못하고 제대하는 한국군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커다란 질적 격차를 벌여놓게 된다. 

 

 

2. 원산갈마비행장 상공에 나타난 복엽습격기

 

항공륙전려단 강하훈련에는 항공륙전병들을 전투현장까지 실어날으는 수송기가 동원되는 법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을 보면, 이번 강하훈련에 경수송기들이 동원되었는데, 외형이 로씨야산 경수송기 ‘안-드봐(An-2)’처럼 생긴 프로펠라식 단발엔진 복엽기다. 이 기종은 조선이 2015년부터 자체로 생산하고 있는 복엽습격기다. 조선산 복엽습격기의 공식명칭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로씨야산 경수송기 ‘안-드봐’보다 성능이 훨씬 더 우수하다. 

 

조선의 복엽습격기는 57mm 공대지로켓포를 장착하였고, 병력 20명을 태우고 시속 250km로 비행하며, 항속거리는 500km다. 그런 비행속도라면, 황해남도 태탄비행장에서 이륙하여 36분 만에 서울 상공에 도달할 수 있고, 그런 항속거리라면 태탄비행장에서 부산까지 날아갈 수 있다. 조선의 복엽습격기는 활주거리가 약 250m밖에 되지 않으므로, 고속도로, 광장, 경기장, 골프장 같은 공간들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다. 

 

조선의 복엽습격기는 비행고도를 최저 30m까지 낮춰 초저공으로 비행할 수 있다. 복엽습격기가 달빛 없는 무월광 심야에 한반도 동부산악지대 협곡 사이를 초저공비행으로 빠져나가면, 한국군 탐지레이더망을 간단히 뚫을 수 있다. 또한 복엽습격기는 엔진과 외부비행등을 모두 끄고 약 2km를 활강할 수 있다. 이런 무소음활강비행으로 야간에 적진 상공에 조용히 침투하면, 지상에서 탐조등을 비춰도 찾아내기 힘들다. 조선이 2015년부터 생산하는 복엽습격기의 기체 위쪽에는 GPS안테나가 부착되었고, 기체 아래쪽에는 지형탐지레이더가 부착되었다. 야간습격비행에 사용되는 장비를 부착한 것이다. 그런 장비를 부착한 조선의 복엽습격기는 야간습격비행을 할 수 있다. 

 

이번 강하훈련은 낮에 진행되었지만, 원래 항공륙전병 강하훈련은 야간공중침투훈련이다. 무월광 심야에 무소음활강비행으로 적진 상공에 조용히 침투한 복엽습격기에서 항공륙전병들이 낙하산을 타고 소리 없이 강하하여 야간습격전을 벌이는 것이다. 항공륙전병의 저공침투강하고도는 지상으로부터 80m 상공이다. 1996년 9월 19일에 발간된 <시사저널> 제360호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지상 80m 상공에서 펴지는 초저공 낙하산을 1991년에 자체로 개발하였다고 한다. 한국군 공수특전사의 저공침투강하고도는 지상 700m 상공이다. 

 

조선인민군은 야간침투비행에 사용할 복엽습격기를 약 700대 보유하였다. 선덕, 만포, 연포, 태천, 곽산 등에 복엽습격기 비행장이 있다. 복엽습격기 한 대마다 항공륙전병 20명씩 탑승할 수 있으므로, 항공륙전병 약 14,000명이 각지 비행장들에서 복엽습격기를 타고 이륙하여 무월광초저공비행과 무소음활강비행으로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야간습격전에 돌입할 수 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을 보면, 이번 강하훈련은 원산갈마비행장에서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강하훈련이 진행된 원산갈마비행장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복엽습격기 비행장은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25km 떨어진 곳에 있는 선덕비행장이다. 선덕비행장에는 항공군 제970군부대(제6비행사단)가 주둔하는데, 선덕비행장에서 정남쪽에 있는 원산갈마비행장까지 직선거리는 64km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강하훈련은 사전에 예고되고, 준비시간이 주어진 훈련이 아니라, “불의에 떨어진 전투명령을 받고 생소한 지대에서” 진행된 훈련이라고 한다. 이런 불시훈련은 원산갈마비행장에 도착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덕비행장에 주둔하는 항공륙전대들과 복엽습격기편대에게 불시에 명령을 내려 강하훈련이 진행되었음을 말해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강하훈련에 참가한 항공륙전병들은 “지정된 강하지점에 정확히 착지하여 다음 전투행동에로 이전할 준비를 갖추었다”고 한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그들이 다음 전투행동에로 이전할 준비를 갖추었다고만 서술하였을 뿐, 착지한 이후 어떤 전투행동에로 이전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들이 원산갈마비행장에 착지한 것을 보면, 비행장 경비병들을 순식간에 제압하고, 비행장을 점거하는 습격전을 훈련한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조선인민군 항공륙전병들을 전투현장까지 실어날으는 복엽습격기를 촬영한 것이다. 2019년 11월 17일 강하훈련에 이 복엽습격기가 동원되었다. 조선의 복엽습격기는 57mm 공대지로켓포를 장착하였고, 병력 20명을 태우고 시속 250km로 비행하며, 항속거리는 300km다. 그런 비행속도면, 황해남도 태탄비행장에서 이륙하여 36분 만에 서울 상공에 도달할 수 있고, 그런 항속거리면 태탄비행장에서 부산까지 날아갈 수 있다. 조선의 복엽습격기는 활주거리가 약 250m밖에 되지 않으므로, 고속도로, 광장, 경기장, 골프장 같은 공간에서 이착륙할 수 있다.     

 

<조선일보> 2019년 8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함경남도 선덕비행장에서 남동쪽으로 3km 떨어진 폭격훈련장에 실물과 유사한 F-35A 스텔스전투기 모형, F-15K 전투기 모형, 지대공미사일 모형, 야포 모형, 레이더 모형 등을 만들어놓고 항공륙전병들이 습격전을 훈련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시기에는 복엽습격기들이 그곳에서 맨땅에 그려놓은 원형표적을 타격하는 폭격훈련을 하였는데, 최근에는 복엽습격기를 타고 침투한 항공륙전병들이 그곳에 설치해놓은, 실물과 유사한 무장장비 모형들을 파괴하는 습격전을 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요즈음 조선에서는 특수작전부대들이 습격전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억을 되살리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미대결과 남북대결이 격화되었던 2013년 3월부터 2017년 8월까지 15차례에 걸쳐 특수작전부대들의 습격전 훈련을 직접 지도한 바 있다. 습격전 훈련 지도일정을 날짜순으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2013년 3월 22일 제1973군부대 지휘부 시찰

2013년 3월 23일 제1973군부대 관하 제2대대 시찰

2013년 5월 26일 제291군부대 시찰

2013년 10월 30일 항공륙전병 집단강하훈련이 포함된 종합화력타격훈련 지도

2014년 1월 23일 제323군부대 전술훈련 지도

2014년 1월 19일 항공륙전병 구분대들의 야간훈련 지도

2014년 6월 13일 제863군부대 시찰

2014년 8월 27일 항공륙전병 구분대들의 강하 및 대상물타격실동훈련 지도

2015년 6월 17일 제1차 정찰일군대회 개최

2015년 10월 15일 제350군부대 시찰

2016년 11월 3일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 시찰

2016년 12월 10일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 청와대습격전훈련 지도

2017년 1월 22일 제1314군부대 시찰

2017년 4월 12일 ‘강하 및 대상물타격경기대회-2017’ 지도

2017년 8월 25일 섬점령을 위한 대상물타격경기 지도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들은 조미대결과 남북대결이 격화된 2012년 이전에도 습격전을 훈련했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서 그들이 진행한 특별한 습격전 훈련은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이 격화되었던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기간에 집중되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이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비행장에서 항공륙전려단 습격전 훈련을 지도한 것은 조미협상재개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오늘의 긴박한 국면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항공륙전려단 습격전 훈련을 직접 지도한 것은 미국이 정세를 오판하여 조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우물쭈물하다가 2019년 12월 31일로 정해진 조미협상재개시한을 넘기는 경우, 조미협상은 파탄될 것이며, 그에 따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이전에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었던 조미무력대결이 2020년에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를 미국에게 보낸 것이다. 

 

 

3.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은 철회되어야 한다

 

최근 조선외무성 당국자들은 미국이 조미협상파탄을 피하려면 부차적인 문제들을 건드리며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거듭 전했다. 이를테면, 김명길 조선외무성 순회대사는 2019년 11월 14일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정세변화에 따라 순식간에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는 종전선언이나 련락사무소개설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우리를 협상에로 유도할 수 있다고 타산한다면 문제해결은 언제 가도 가망이 없다”고 하였다. 

 

또한 조선외무성 대변인은 2019년 11월 17일 담화에서 “앞으로 조미대화가 열린다고 해도 우리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 문제가 대화의제에 오른다면 몰라도 그 전에는 핵문제가 론의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또한 김계관 조선외무성 고문은 2019년 11월 18일 담화에서 “미국이 진정으로 우리와의 대화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면 우리를 적으로 보는 적대시정책부터 철회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하면서 미국에게 대조선적대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였다. 

 

같은 날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도 담화에서 “미국은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기 전에는 비핵화협상에 대하여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길 조선외무성 순회대사는 2019년 11월 19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이미 여러 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할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조미대화는 언제가도 열리기 힘들게 되어있다”고 말했다. 

 

위에 인용된 발언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외무성은 미국이 올해를 넘기지 말고 대조선적대정책을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야 조미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9년 10월 5일 스웨리예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조미실무협상에 참가한 조선측 대표단이 협상장에 들어서는 장면이다.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은 미국의 오판과 오만으로 결렬되었다. 그 협상이 결렬된 이후 조선외무성 고위당국자들은 담화를 여러 차례 발표하면서 미국이 대조선적대정책을 철회해야 조미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하였다. 조선이 미국에게 대조선적대정책을 철회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로 합의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이행하라는 뜻이다. 조선과 미국이 평화체제를 수립하려면 반드시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하고, 미국은 그 협정에 의거하여 반드시 주한미국군을 철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조선외무성이 미국에게 제기한, 대조선적대정책을 철회하라는 요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가? 대조선적대정책을 철회하라는 요구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이행하라는 요구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다시 말해서, 적대관계와 충돌위험이 가득한 정전체제를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로 대체하라는 요구인 것이다. 

 

조선과 미국이 평화체제를 수립하려면 반드시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하고, 미국은 그 협정에 의거하여 반드시 주한미국군을 철수해야 한다. 평화협정체결문제와 철군문제는 분리되지 않는다. 철군을 공약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만이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이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게 철회되는 길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버티는 한, 조미협상은 영영 재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이전에 일어났던 조미무력대결이 재발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올해 연말로 정해진 시한 안에 조미협상을 재개하느냐 재개하지 못하느냐 하는 문제는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결단을 내리느냐 내리지 못하느냐 하는 시급한 정책결정문제로 되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미국의 고위당국자들은 이런 사정을 외면하면서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이를테면, 2019년 11월 20일 미국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우리에게는 연말시한이 없다. 그것은 북조선이 인위적으로 정한 것이다. 그것은 불행하게도 그들 스스로가 정한 시한으로 되었다”고 하면서 “북조선이 비핵화를 결심하였음을 보여주는 유의미하고 검증가능한 증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조미협상이 재개되지 않고 내년으로 넘어가면) 북조선이 도발로 회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것은 북조선에게 커다란 실수로, 기회상실로 될 것이다. 하지만 외교적 기회의 창문은 아직 열려있다”고 말했다. 

 

 

4. 긴박했던 2012년 상황에 대한 기억

 

사람들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과거와 매우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이를테면, 2012년 8월 이후 조미관계와 남북관계에 조성되었던 극도로 긴박하고 첨예한 대결상황이 2020년에 조성될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직은 조짐에 머물러있지만, 그것은 미국과 한국에게 매우 치명적이고 불길한 조짐이 아닐 수 없다. 미국과 한국에게 다가오는 치명적이고 불길한 조짐이 과연 어떤 것인지 예측하려면,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2년에 겪었던 경험을 기억 속에서 불러내야 한다. 그 기억은 다음과 같다. 

 

2012년 2월 17일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국무부 청사에서 진행된 정례언론설명회에서 “우리는 그동안 (조선이 미국에게 제기한) 대화재개의 전제조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그런 전제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는 점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날 국무부 대변인이 단언한,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전제조건이라는 것은 조미협상을 재개하려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조선의 요구였다. 

 

아닌 게 아니라, 조선은 2012년 1월 1일 신년 공동사설에서 “조선반도 평화보장의 기본 장애물인 미제침략군을 남조선에서 철수시켜야 한다”고 밝혔고,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결정을 내려야 조미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주장을 2012년 내내 거듭했다. 그러나 미국은 조선이 조미협상을 시작하는 전제조건으로 제기한 철군문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조선이 2012년 새해 첫날부터 철군문제를 협상조건으로 제기한 것은,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과 김정은시대 원년을 동시에 맞이한 바로 그 해에 “남조선에서 미제침략군을 철거하여 조국통일의 결정적 국면을 열어놓으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었다. 

 

그런데 2012년에 집권 마지막 해를 맞은 오바마 행정부는 조미협상을 시작하려면 철군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조선의 요구를 거부하면서도,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오바마 행정부는 무대 위에서는 협상의 문을 닫아놓고, 무대 뒤에서는 비공개협상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조선은 오바마 행정부가 조심스럽게 두드린 비공개협상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렇게 되어 2012년 4월과 8월 평양에서 조미비공개협상이 진행되었다. <동아일보> 2012년 11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미공군 수송기 한 대가 2012년 8월 17일 괌에서 이륙하여 서해항로를 거쳐 평양으로 들어갔고, 나흘 동안 평양에 머무르다가 20일 평양을 떠났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평양에서 3박4일 동안 조미비공개협상이 진행되었음을 말해준다. 이 비공개협상은 2012년 4월 7일 평양에서 진행된 비공개협상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것이다. 

 

그러나 2012년 4월과 8월 조선과 미국이 평양에서 진행한 두 차례의 비공개협상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결렬되었다. 그렇게 된 까닭은 미국이 조선의 요구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2년 당시 비공개협상에서 조선이 미국에게 제기한 요구는 2012년 8월 31일 조선외무성이 발표한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은 조선반도 핵문제 해결의 기본장애’라는 제목의 비망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비망록에서 조선외무성은 미국이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는 것이 핵문제 해결의 선결조건이라고 언명하였다. 미국이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는 결정을 내려야 조미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7년 전이나 오늘이나 조선이 변함없이 견지하는 비타협적인 원칙인 것이다.  

 

위에 서술된 것처럼, 조선이 7년 전이나 오늘이나 변함없이 미국에게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조선의 대미정책에서 대조선적대정책 폐기와 주한미국군 철수는 표현만 다를 뿐 같은 뜻을 가진 동의어다. 그래서 조선외무성 대변인은 2012년 9월 7일 담화에서 “미군의 남조선강점은 우리에 대한 미국의 적대시정책의 최대의 표현”이라고 하면서, 미국이 “남조선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려면 우리의 전면전쟁맛을 한번 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하였다. 조선의 견지에서 바라보면,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은 침략무력배치, 핵공갈, 전쟁연습, 경제제재, 인권공세, 정권전복공작, 모략선전 등으로 전개되는데, 그 가운데서도 침공무력배치야말로 가장 중대한 적대행위로 보이는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지 않으면 전면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조선외무성의 대미위협발언은 말로 그친 것이 아니었다. 2012년 4월과 8월에 진행된 조미비공개협상이 미국의 오판과 오만으로 결렬된 직후, 조선은 ‘새로운 길’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선이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두드린 비공개협상의 문을 열어준 것으로 하여 어렵사리 성사되었던 비공개협상이 결렬된 이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조선이 미국과 벌인 정치군사적 대결에서 일관되게 견지해온 불퇴전의 의지이며 단호한 행동이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비공개협상이 결렬된 직후 조선이 택한 ‘새로운 길’은 무력통일이었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2년 8월 25일 동부전선에서 고위급 군사지휘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선군절 경축연회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설에서 "지금 이 시각 나의 명령을 받은 영용한 인민군 장병들은 미국과 남조선괴뢰들의 무모한 전쟁도발책동에 대처하여 전투진지를 차지하고 적들과의 판가리결전을 위한 최후돌격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고 언명하였다. 그로부터 며칠 뒤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전시사업세칙'을 개정하면서 '준전시상태 선포시기'와 '전시 선포시기'를 새로 명시하였다. 2012년 9월 조선은 우발적인 무력충돌 - 준전시상태 선포 - 조국통일대전으로 이어지는 무력통일준비를 완료하였다. 조선의 무력통일은 72시간 초단기속결전으로 실현되는 것이다.     ©

 

평양에서 진행된 두 번째 조미비공개협상이 결렬되었던 2012년 8월 20일 이후 조선은 조국통일대전을 개시할 만반의 준비를 완료해놓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총공격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당시 시시각각 고조되고 있었던 급박한 상황을 돌이켜보면 다음과 같다. 

 

(1)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2년 8월 25일 동부전선에서 고위급 군사지휘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선군절 경축연회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언명하였다. “나는 이미 서남전선의 최전방부대들에 나가 적들의 무분별한 추태를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살피며 만약 적들이 신성한 우리 령토와 령해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즉시적인 섬멸적 반타격을 안기고 전군이 산악같이 일떠서 조국통일대업을 성취하기 위한 전면적 반공격전에로 이행할 데 대한 명령을 전군에 하달하였으며 이를 위한 작전계획을 검토하고 최종수표하였습니다. 지금 이 시각 나의 명령을 받은 영용한 인민군 장병들은 미국과 남조선괴뢰들의 무모한 전쟁도발책동에 대처하여 전투진지를 차지하고 적들과의 판가리결전을 위한 최후돌격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 <동아일보> 2013년 8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2012년 9월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2004년 4월에 제정된 ‘전시사업세칙’을 개정하면서 ‘전시선포시기’라는 새로운 항목을 들여놓았다고 한다. ‘전시사업세칙’은 당과 군대와 인민의 역량을 조국통일대전에로 총동원하는 전시행동지침을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 위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조선이 ‘전시사업세칙’에 새로운 항목으로 들여놓은 ‘전시선포시기’는 “미국과 남조선의 침략전쟁의도가 확정되거나 공화국 북반부에 무력침공을 했을 때”, 또는 “남조선 애국력량의 지원요구가 있거나 국내외에서 통일에 유리한 국면이 마련되었을 때”, 또는 “미국과 남조선이 국부지역에서 일으킨 군사적 도발행위가 확대될 때”로 규정되었다고 한다. 또한 개정된 ‘전시사업세칙’에 따르면, 조선은 “적대세력들이 조선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였을 때”, 또는 “미국과 남조선이 전선과 해상에서 군사도발을 감행하였을 때”, 또는 “적대세력들이 조선의 최고 리익을 침해하는 도발을 감행하였을 때” 준전시상태를 선포한다고 규정되었다는 것이다. 

 

(3) 미국의 선전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 2012년 3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조선인민군 군관들과 병사들은 영어문장 100개를 암기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암기하는 영어문장들 가운데는 ‘손 들엇(hands up)’, ‘움직이면 쏜다(Don’t move, you will be shot)’ 같은 문장들이 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2012년에 조국통일대전이 일어날 것에 대비하여 조선인민군 전투부대들이 주한미국군기지를 공격하는 습격전을 준비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위에 열거된 사실들은 2012년 8월 이후 조미관계와 남북관계에서 격화되고 있었던 대결이 준전시상태로 옮겨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고, 준전시상태에서 조국통일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명백하게도, 2012년 9월 이후 조선은 우발적 무력충돌→준전시상태 선포→조국통일대전으로 이어지는 무력통일준비를 완료하였던 것이다. 

 

나는 2012년 9월 3일부터 2015년 7월 31일까지 기간에 조선의 무력통일준비태세를 분석하면서 조국통일대전이 72시간 단기속결전씨나리오에 따라 수행될 것이라고 예견하는 글 여섯 편을 <통일뉴스>, <자주민보>, <자주시보>에 각각 발표하였는데, 2017년 7월 31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글에서는 조선의 핵무력이 고도화된 것으로 하여 72시간 단기속결전씨나리오를 12시간 초단기속결전씨나리오로 수정, 보완하였다. 

 

 

5. 2012년 상황이 재연되는가?

 

사람들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2012년에 펼쳐졌던 상황과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오늘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 서로 같다는 사실 앞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7년 시차를 두고 벌어지는 동일한 현상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2012년 조선이 미국에게 대조선적대정책 철회를 조미협상의 전제조건으로 강하게 요구한 것과 똑같이 오늘 조선은 미국에게 대조선적대정책 폐기를 조미협상재개의 전제조건으로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2) 2012년 4월과 8월 평양에서 진행된 조미비공개협상이 미국의 오판과 오만으로 결렬되었던 것과 똑같이 2019년 10월 5일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조미실무협상도 미국의 오판과 오만으로 결렬되고 말았다. 2012년에 조미협상과 남북대화가 모두 막히고 대결분위기가 조성되었던 것과 똑같이 오늘도 조미협상과 남북대화가 모두 막혀버렸다. 만일 미국이 오판과 오만에 빠져 2019년 말로 예정된 조미협상재개시한을 넘기면, 조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첨예한 대결상태에 빠져들어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3) 2012년 8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최전방 전투부대들을 돌아보면서 전투준비태세를 검열하였던 것과 똑같이 오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인민군 전투부대들을 돌아보면서 전투준비상태를 검열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1월 15일 조선인민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서 항공군의 전투준비태세를 검열하였고, 11월 17일에는 항공륙전려단의 강하훈련에서 특수작전부대의 전투준비태세를 검열하였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 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발언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2016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는 당시 퇴임을 앞두고 있었던 오바마로부터 2012년 긴박했던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선 기간 중에 자기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을 하겠노라고 언명하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뒤 그 언명을 실행에 옮김으로써 조미전쟁위험을 감소시켰다. 그러나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우물쭈물하다가 시간만 허비하였고, 조미협상재개시한이 눈앞에 다가오자 깊은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그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결정을 내릴 것인가 아니면 조미군사대결이 재발되는 상황으로 떠밀려갈 것인가 하는 전략적 양자택일의 곤경에 처한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각료들은 2012년에 조국통일대전이 일어날 뻔했던 긴박한 상황을 기억하고 있을까? 2012년은 그들이 집권하기 4년 전이므로, 그들은 당시 긴박했던 위기상황을 경험하지 못했다. 비록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전에 전임 대통령이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 2012년 상황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2016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는 당시 퇴임을 앞두고 있었던 오바마를 백악관에서 여러 차례 만났는데, 그 회동에서 오바마로부터 2012년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트럼프는 자기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않았더라면 조미전쟁이 일어났을지 모른다는 말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몇 차례 거듭했다. 대선 기간 중에 자기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을 하겠노라고 언명하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뒤 그 언명을 실행에 옮김으로써 조미전쟁의 위험을 감소시켰다. 

 

그러나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우물쭈물하다가 시간만 허비하였고, 조미협상재개시한이 눈앞에 다가오자 깊은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2012년 상황을 알지 못하는 각료들은 조미협상재개시한이 다가와도 무덤덤하지만, 2012년 상황을 아는 트럼프 대통령은 곤경에 빠졌다.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결정을 내릴 것인가 아니면 조미핵대결이 재발되는 상황으로 떠밀려갈 것인가 하는 전략적 양자택일의 곤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곤경에 빠져 고심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가 평화협정체결문제를 합의할 제3차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을 제의하는 자신의 친서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면 모든 문제는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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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말하니 민식이법만... 속타는 피해 부모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11/25 09:43
  • 수정일
    2019/11/25 09:4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정치 잡학다식 1cm] 여전히 불투명한 다른 어린이안전법안들... 28일 행안위 심사가 분수령

19.11.24 17:14l최종 업데이트 19.11.25 07:23l

 

 해인-태호 가족 및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지난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앞에서 어린이생명안전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어린이 안전한 관련한 법안 심의를 촉구하고 있다.
▲  해인-태호 가족 및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지난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앞에서 어린이생명안전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어린이 안전한 관련한 법안 심의를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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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인간성을 상실했다. 사람들을 이렇게 실망시켜도 되는지 모르겠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의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이후 큰 주목을 끌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지난 21일 통과한 '민식이법', 그리고 아직 심사조차 받지 못한 어린이생명안전법안(해인이법, 한음이법, 태호유찬이법, 하준이법)을 두고서다.

분수령은 11월 28일이다. 이날 행안위 법안심사소위가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오르려면 우선 해당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부터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11월 28일 행안위 법안심사소위 개최 여부를 두고 여야간 온도 차가 보이고 있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28일 목요일에 법안심사소위를 열어서 다른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을 심사할 것"이라면서 "이는 여야간 합의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 간사이자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28일 개최라고) 합의한 적은 없다, 열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먼저 떠난 아이들의 이름이 담긴 법안의 처리를 바라는 부모들 속만 쌔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 5월 인천 송도 사설축구클럽 어린이통학차량 추돌사고로 아들 태호를 잃은 김장회씨는 "황교안 대표가 단식하고 있지 않나, 여야간 정쟁으로 법안 처리가 안 될까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정기국회가 20대 국회 마지막이다.

아이들 지키자는 법, 왜 한꺼번에 심사받지 못했을까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김 군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국회는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 단속 장비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민식이법'을 발의했다.
▲  지난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김 군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국회는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 단속 장비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민식이법"을 발의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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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국회에 올라간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은 5개였다. 해인이법(어린이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 표창원 의원 발의), 한음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권칠승 의원 발의), 태호유찬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정미 의원 발의),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강훈식 의원 발의, 이상 행안위),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 민홍철·이용호 의원 발의, 이상 국토위)이 바로 그것(법안 세부 설명은 기사 하단 참고).

이들 법안은 여야간 이견이 없는 '비쟁점 법안'으로 분류된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행안위 소속의 한 의원은 "민식이법에 반대할 국회의원이 있겠냐"라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동안 처리는 더뎠다. 어린이생명법안 중에는 3년 전에 발의된 법안이 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중요한 법안이지만 이슈가 되지 못하면서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린 탓이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과 정치하는엄마들이 힘을 합쳐 법안 이슈화에 전력을 다했다. 부모들은 청와대 청원, 국회 앞 기자회견,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법안 통과 동의서 작성 요구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면서 '법안 심폐소생술'을 해왔다. 그런 가운데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첫 질문으로 언급된 민식이법만이 행안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상태.

홍익표 민주당 의원(행안위 간사)은 "21일 민식이법 외에 다른 법안들도 심사를 받으면 좋았겠지만, 당시 법안 심사자료가 미비했다"라며 "이제 다른 법안들의 심사자료도 준비됐으니 28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사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행안위 처리 속에 '행간'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와 국회의원들이 국민과의 대화 이후 여론을 살핀 듯하다"라며 "그에 따라 상임위에서 민식이법 심사자료부터 준비한 것 같다"라고 짚었다. 이어 "행안위가 할 수 있는 일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21일 행안위 법안심사소위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오늘 민식이법만이라도 통과시키자'고 말했다"라며 "국민과의 대화 이후 뭔가 바뀐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듯한데, 그 사이 법안 처리를 기다리는 다른 부모님들은 속이 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회의원들 먹고사니즘에 빠져 어린이 생명안전 놓치면 안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인 홍익표 민주당 의원(왼쪽)과 야당 간사인 이채익 한국당 의원(오른쪽).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인 홍익표 민주당 의원(왼쪽)과 야당 간사인 이채익 한국당 의원(오른쪽).
ⓒ 윤성효·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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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을 제외한 다른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의 행안위 심사가 예상되는 날짜는 11월 28일. 그렇다면 이날 행안위 법안심사소위는 열릴 수 있을까. 

여야간 온도차가 존재한다. 홍익표 의원은 "여야가 합의해 28일에 열린다"라는 입장이지만, 이채익 의원은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의원은 "민식이법을 제외한 다른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은 최대한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면서도 "지금 여야가 대치 정국에 있는데 돌파구가 마련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그가 말한 '대치 정국'이란 패스트트랙에 올라 탄 법안(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선거법 개정안)을 뜻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청와대-국회를 오가며 단식을 진행 중이다.

장하나 활동가는 "다른 부모님들은 혹시라도 국회가 정쟁에 휩싸여 올스톱될까봐 걱정하고 있다"라며 "국회가 멈춰버리면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민식이법도 본회의에서 처리가 안 될 수도 있다"라고 걱정했다.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면 해당 상임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그래야 본회의에 오를 수 있기 때문.

그는 "자식 잃은 부모들이 국회까지 찾아와 의원들에게 '법안 처리 부탁한다'고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린다"라며 "이런 부모들을 앞에 두고 정쟁이나 파행을 한다면... 정치가 인간성을 상실한 거다, 정치가 사람들을 이렇게 실망시켜도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속상해했다. 이어 "민식이법 하나 통과된다고 해서 어린이들이 지켜지는 게 아니다, 다른 법안이 모두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장하나 활동가는 "선거법이나 공수처법은 결과적으로 자신들을 향한 법안이다, 국회의원들이 '자기들 먹고사니즘'에 빠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오는 28일 행안위 법안심사소위 개최 여부가 '국회의 인간성'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은 법안 처리에 보다 전력하는 모양새다. 정부와 민주당은 다음주 어린이 안전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해 당정협의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1일 "정기국회 내 처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면서 "당정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어린이 생명 및 안전과 관련된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20대 국회에 발의된 어린이생명안전법안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과 하준·태호·유찬·민식이 부모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과 하준·태호·유찬·민식이 부모들이 지난 10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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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인이법 : 어린이 안전에 대한 주관 부처를 명확히 하고, 어린이 안전사고 피해자에 대한 응급처치를 의무화하자는 법.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2016년 어린이안전 기본법으로 발의했지만 계류 중이다. 표 의원은 지난 8월 어린이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으로 다시 발의했다. 해인이는 2016년 4월, 용인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뒤 어린이집의 응급조치가 늦어 세상을 떠났다.

▲ 한음이법 : 2016년 7월, 광주의 한 특수학교에 다니던 한음이가 동행 교사의 방치로 통학차량 안에서 세상을 떠난 뒤 만들어진 법. 같은해 8월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어린이통학버스 운영자가 버스에 영상기기 장착, 모니터로 자동차 내부·후방·측면 등을 확인하게 하자"며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태호유찬이법 : 지난 5월 인천 송도의 한 사설축구클럽 통학차량 운전자가 과속 및 신호위반으로 교통사고를 냈는데, 승합차 안에 있던 태호군과 유찬군은 세상을 떠났다. 태호와 유찬이가 타고 있던 차량은 노란색 승합차였고, 부모들도 어린이통학차량인줄 알았다. 하지만 사설축구클럽은 법이 규정하는 어린이통학버스 운영 대상이 아니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어린이가 탑승하는 모든 차량을 어린이통학버스 신고대상에 포함되도록 하자'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 민식이법 :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김민식군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만들어진 법.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스쿨존 내 신호등, 과속 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자'며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하준이법 : 2017년 10월 서울랜드 동문주차장에서 육안으로도 구분하기 힘든 경사도로에서 굴러 내려온 차량에 하준이가 치여 사망한 뒤, 이와 같은 사고를 막자며 발의된 주차장법 개정안이다. '운전자의 주차시 안전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경사진 구역에 주차 안내표지판 설치 의무화'(민홍철 민주당 의원) '지자체장이 주차장 경사도 등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주차장 고임목 설치 및 안내 표지를 구비'(이용호 무소속 의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용호 의원의 법안은 지난 21일 국토위에 상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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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을 위해 단결하자!"

범민련 남측본부, '범민련 결성 29돌 기념대회' 개최(전문)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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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5  05: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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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민련 결성 29돌 기념대회가 26일 오후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범민련 남측본부 주최로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투쟁하는 민중과 민족의 운명은 하나'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결성 29돌 기념대회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 

정면에 걸린 표제를 입증이라도 하듯 대회장은 전국철거민연합회와 노량진수산시장지역 상인들, 전국농민회총연맹, 금속노조 서울남부지회 신영프레시전 분회,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을 비롯한 '투쟁하는 민중'을 필두로 500여명의 참석자가 자리를 잡았다.

좌우 벽에는 '우리민족끼리 반미공동투쟁, 자주통일의 문을 열자!', '노동자 민중이 앞장서서 사람이 주인되는 자주통일 새세상을 열어나가자!'는 구호 아래 각각 '남북공동선언 이행, 평화협정 체결, 미군철수, 민족자주 실현'과 '2019민중대회 성사, 노동기본권 민중생존권 쟁취, 적폐청산 자유한국당 해체' 등 과제가 촘촘히 적혀 있었다.

   
▲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 [사진-조천현]

범민련 남측본부는 노수희 부의장이 낭독한 기념사에서 "조국통일의 주인인 남·북·해외 동포들이 하나의 구호, 하나의 투쟁, 하나의 물결을 지어 전민족적 투쟁을 일으켜 평화협정체결과 미군철수를 앞당겨내자"고 하면서 "여기에 남북관계의 근본적 진전이 있고, 공동선언이행의 확고한 실천이 있으며, 비로소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민족의 미래를 열어 나가는 조국통일의 개막이 있다"고 강조했다.

당면한 정세와 관련해서는 "동맹자의 가면을 쓴 교활한 미제국주의는 오직 자국의 강도적 이익을 위하여 사대와 굴종을 강요하며 협박과 무례를 일삼고"있으며, "민족적 자존마저 내팽개치고, 남북이 합의한 역사적인 공동선언도 상전의 말 한마디에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리고, 기어이 촛불항쟁의 힘으로 등장한 정권의 존엄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정부는 회생이냐 버림받느냐의 절체절명의 기로에 처하게 되었다"고 '식민지 예속국의 참담한 처지'를 개탄했다.

이어 범민련 결성 29년을 맞아 시대의 요구를 담아내는 단 하나의 구호라며 "민족을 위해 단결하자. 민족의 운명을 위해 반미에 앞장서자"를 제시했다.

지난 1990년 남·북·해외 통일운동 3자 연대조직으로 출범한 범민련 결성 29돌을 맞아 범민련 북측본부와 해외본부는 각각 축사와 연대사를 보내 민족자주와 민족대단결의 정신을 강조했다.

북측본부는 김동순 범민련 남측본부 서울연합 의장이 낭독한 축사에서 "지난해 조국통일을 위한 우리 민족의 투쟁은 민족사에 일찌기 있어본 적이 없는 환희와 격동의 새시대를 맞이하였지만 그것은 올해에 들어와 한발자욱도 전진하지 못하고있다"고 하면서 "북남선언이행을 가로막는 온갖 장애물을 단호히 걷어내고 나라의 공고한 평화와 화해단합의 길을 힘차게 열어나가야 한다. 민족의 준엄한 심판에 도전하여 또다시 머리를 쳐들며 동족대결을 부르짖고 촛불항쟁의 전취물을 뒤엎으려고 날뛰는 보수적페세력을 깨끗이 쓸어버려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본부는 이성우 범민련 남측본부 부산연합 의장이 낭독한 연대사를 통해 "강력한 민족자주역량만이 어떤 외세의 압박도 세상의 어떤 풍파도 이겨낼 것이며, 조국반도에 통일된 평화번영의 건전한 사회를 창조할 담보가 될 것"이라고 하면서 "이제 무엇보다 민족자주역량을 강화하는데 온갖 실천을 집중할 때이다. 여기에 역사의 필연으로 등장한 남북해외 3자연대 범민련의 조국통일을 위한 선명한 투쟁 방향과 목표가 있다"고 강조했다.

   
▲ 박중기 추모연대 명예의장(가운데),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왼쪽),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오른쪽)이 초청인 자격으로 인사말을 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초청인 자격으로 인사에 나선 박중기 추모연대 명예회장은 "우리가 촛불을 들고 정권을 바꾼 것은 이 나라의 자주성과 통일을 염원하는 노력이었다. 어제 그제 미국의 잔인한 손이 우리의 민족자주를 짓밟았다"고 지적하고는 "우리는 이 시간부터 다시 투쟁의 길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지난 범민련 29년은 고난에 찬, 그러면서도 영광된 투쟁의 한길이었다. 조국통일을 위한 남북해외 3자연대는 민족자주와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들고 어떠한 침략외세, 내부적 반동세력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투쟁해왔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 사회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중세력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제 우리 민족과 민중이 앞장서 동북아시아에서 패권주의, 냉전체제 해체를 이루는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는 "29주기까지 범민련 행사를하면서 '노동자' 명칭이 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하면서 "범민련이 드디로 의식부터 저변화하고 확대 발전하는구나 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개인이든 조직이든, 가야할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 예식장과 장례식장을 구별하지 않고 촐랑거리면 머저리가 된다"고 하면서 "29년동안 온갖 탄압속에서 달려온 범민련,  여러분은 몸이 오기 전에 사상과 심장이 있는 곳에 모였다. 앞으로 우리 모두가 자주적이며 대동단결하여 자주통일의 길에 이제부터 모두가 모두가 초청인되어 내년을 향해 힘차게 달려나가자"고 말했다.

조동주 범민련 남측본부 부산연합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1부 '민족자주와 대단결의 한길'에 이어 2부에서는 장두영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사무국장의 사회로 투쟁보고가 진행되었다.

   
▲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투쟁하는 민중'을 대표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조천현]

노량진수산시장 구시장에서 생존권 사수를 위해 싸우는 민주노점상 전국연합 노량진수산시장지역 윤헌주 공동지역장과 상인들은 "80여명의 상인들이 적폐자본을 굴복시켜 민중의 정당한 투쟁에 보탬이 되기를 소망하며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며 준비한 '민중의 노래'를 참가자들과 함께 합창했다.

범민련 남측본부와 통일광장 원로들로 구성된 '고함'(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날)에서 연대 방문을 한 장기 농성 사업장들인 금속노조 서울남부지회 신영프레시전과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 톨게이트지부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도 무대에 올라 고마움을 표시하고 율동공연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은 "29년전 남·북·해외가 합의한 대로 우리민족끼리 손잡고 미국놈 내쫓자고 하는 우리는 서 있는 자리는 다르더라도 모두 범민련 식구들"이라며, 대회 참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 이날 기념대회에는 각계 500여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루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노수희 부의장이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올해 103세를 맞은 최고령 범민련 고문인 박정숙 '통일할머니'가 휠체어에 몸을 기대 "또 백수하세요"라는 참가자들의 인사를 받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광주에서 올라온 '새날 율동패'의 공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노래극단 '희망새'의 공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노래패 '우리나라'의 공연  [사진-조천현]
   
▲ 민족자주와 대단결 한길!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조국통일범민족연합 결성 29돌 기념사(전문)

오늘을 위해 어제를 살았듯이 내일을 위해 오늘에 살았습니다.
29년! 
민족애의 뜨거운 충심없이 조국통일의 높은 신념없이 단 한해도 넘지 못하였을 역경의 세월이었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동지들과 투쟁의 기쁨도, 탄압의 광풍도 같이 나누며 오로지 민족자주와 대단결의 한길을 헤쳐 왔습니다. 

우리가 풀어 가야 할 민족문제해결의 끝에는 다시는 그 누구도 감히 짓밟을 수 없는 평화와 번영이 꽃피는 통일조국의 휘황한 내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풀어 가야 할 민족문제해결의 첫발자국에는 반미자주의 벅찬 투쟁이 놓여 있습니다.
반미자주만이 통일로 가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오늘 우리는 눈뜨고는 볼 수 없고, 귀를 열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식민지 예속국의 참담한 처지를 당하고 있습니다.
동맹자의 가면을 쓴 교활한 미제국주의는 오직 자국의 강도적 이익을 위하여 사대와 굴종을 강요하며 협박과 무례를 일삼고 있습니다.
더구나 민족적 자존마저 내팽개치고, 남북이 합의한 역사적인 공동선언도 상전의 말 한마디에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리고, 기어이 촛불항쟁의 힘으로 등장한 정권의 존엄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정부는 회생이냐 버림받느냐의 절체절명의 기로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해마다의 기념식에서 결의하였습니다.
반미만이 살길이다.
조국통일을 바라는 애국자들이여, 모두가 반미항전에 억세게 뭉쳐 나가자.
미국와 일본을 반대하고 민족자주로 남북이 사상과 제도를 뛰어 넘어 조국을 통일하자는 애국자여, 3자 연대의 기치아래 전민족적 공동투쟁에 나서자!.

우리민족의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자고 한다면 우리에게는 <우리민족끼리> 손잡고 나아가는 것이 유일한 힘이요 유일한 방법이며 가장 힘있는 지름길입니다.

시대와 정세가 요구하는 좌표에 사심없이 통크게 단결하고 굳세게 싸워 나가는 것이야말로 자주통일을 바라는 우리 모두가복무해야 할 가장 값진 본분입니다.

정세는 결코 복잡하지도 결코 지루한 시간을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범민련 결성 29년을 되돌아보면서 심장이 격동하는 통일조국을 염원하면서 다시한번 모든 애국자들과 뜨거운 결의를 확인하고자 합니다.

조국통일의 주인인 남북해외 동포들이 하나의 구호, 하나의 투쟁, 하나의 물결을 지어 전민족적 투쟁을 일으켜 평화협정체결과 미군철수를 앞당겨 냅시다.
여기에 남북관계의 근본적 진전이 있고, 공동선언이행의 확고한 실천이 있으며, 비로소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민족의 미래를 열어 나가는 조국통일의 개막이 있습니다.

단 한마디의 결심으로 결성 29년을 기념하며, 단 하나의 구호로 시대에 복무하고자 합니다.
민족을 위해 단결하자!
민족의 운명을 위해 반미에 앞장서자!


2019년 11월 24일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민족자주와 대단결의 한길, 범민련결성 29돐 기념대회》의 성대한 개최를 축하합니다.(전문)

범민련 북측본부는 민족자주의 기치밑에 평화와 통일의 새시대를 힘차게 열어나갈 드높은 의지를 안고 범민련결성 29돐 기념대회에 참가한 남측본부와 각계인사들에게 뜨거운 련대적인사를 보냅니다.

돌이켜보면 범민련은 지난세기 90년대 출발의 닻을 올린때로부터 오늘까지 어려운속에서도 추호의 동요와 주저를 모르고 민족의 자주와 대단합, 조국통일의 길을 앞장에서 헤치며 해내외의 온 겨레를 조국통일운동에로 힘있게 고무추동하였습니다.

지난해 조국통일을 위한 우리 민족의 투쟁은 민족사에 일찌기 있어본적이 없는 환희와 격동의 새시대를 맞이하였지만 그것은 올해에 들어와 한발자욱도 전진하지 못하고있습니다.

대결과 전쟁의 과거에로 되돌려 세우려는 적대세력들의 불순한 기도는 의연히 계속되고있습니다.

북남선언리행을 위한 우리 겨레의 걸음이 빨라질수록 이를 가로막으려는 외세의 간섭책동은 더욱 로골화되고있습니다.

민족분렬에 기생하는 세력들은 첨단전쟁장비의 반입과 북침합동군사연습을 명줄처럼 부지해보려고 발악하고있습니다.

현실은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길을 밝혀주는 공동선언들이 있어도 민족의 운명은 우리스스로 결정한다는 자주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지 못하고 민족문제에 대한 외세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하지 않는다면 선언리행은 빈말로 될뿐이라는 심각한 교훈을 새겨주고있습니다.

우리는 북남선언리행을 가로막는 온갖 장애물을 단호히 걷어내고 나라의 공고한 평화와 화해단합의 길을 힘차게 열어나가야 합니다.

민족의 준엄한 심판에 도전하여 또다시 머리를 쳐들며 동족대결을 부르짖고 초불항쟁의 전취물을 뒤엎으려고 날뛰는 보수적페세력을 깨끗이 쓸어버려야 할것입니다.

우리는 범민련결성 29돐기념대회가 광범한 통일애국력량의 련대단합을 더욱 강화하며 북남선언의 기치밑에 각계각층을 민족자주, 반전평화운동에로 힘있게 고무추동하는 의의있는 계기로 되리라는 확신을 표명합니다.


조국통일범민족련합 북측본부
주체 108(2019)년 11월 24일

민족자주와 대단결의 한길 범민련 결성 29돌 기념대회에 보내는 연대사(전문)

민족자주와 대단결의 한길을 변함없이 걸어가고 있는 범민련 남측본부와 모든 임원들에게 연대의 인사를 보내며 범민련결성 29돌 기념대회를 축하한다.
오늘 우리는 온갖 확신의 기대와 불확실의 변수가 시시각각으로 교차하는 격동기에 처해있다. 
남과 북은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을 내외에 선포했다. 이는 조국반도 평화체제 구축, 조국반도 비핵화 그리고 북미관계 안정화는 먼저 민족공조가 이뤄질 때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본다.

민족공조란 남북이 합심 협력해 외세에 대하자는 것이다. 민족공조를 통해 외세에 대항할 수 있고, 민족공조를 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운명을 우리 힘으로 개척해 나갈 수 있다. 그게 민족자주이고 민족자결이다.

“조선반도에 더이상 전쟁이 없는 평화시대를 열어놓으려는 확고한 결심과 의지를 담아 채택된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 북남군사분야합의서는 북남사이에 무력에 의한 동족상쟁을 종식시킬것을 확약한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으로서 참으로 중대한 의의를 가집니다. 
우리는 미증유의 사변들로 훌륭히 장식한 지난해의 귀중한 성과들에 토대하여 새해 2019년에 북남관계발전과 평화번영,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에서 더 큰 전진을 이룩하여야 합니다.”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북의 정세분석이다.

존엄을 지키려는 신념과 의지가 없어 외세의 중압에 항변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방황하는 일부 나라들의 비극적인 현실을 보면서 오늘 우리는 사대와 외세의존의 대가가 어떤 것인가를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으며 초지일관 힘차게 나아가는 자주의 길이 얼마나 긍지 높은 길인가를 체험하고 있다.

우리의 동족인 북은 미국이 힘으로 강제한 70년 대결구도를 국가핵무력 완성으로 구도를 바꾸어 냈다. 그런데 북의 비핵화라는 무장해제를 아직도 요구하고 있으니, 북이 대화를 요구하고 미국은 군사력으로 북을 압박하던 일은 이제 까마득한 옛날이 되었다. 북이 대화를 거부하고 미국이 만나 달라며 구걸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힘으로 세계를 재패하던 미국의 시대는 이제 저물어간 듯싶다.

이제 조미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 이외에 어떤 다른 조치로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정책이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게 철회, 폐기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평화협정체결이야말로 미국이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는 유일하고, 현실적이고, 결정적인 조치로 되는 것이다. 

남미 동맹관계가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강조하듯이 일방적 '시혜'차원이 아닌 상호간 '호혜'차원이란 점을 미국에게 확실하게 인식시키고, 남‧미 서로가 동맹이라는 관계를 통해 윈-윈하는 관계, 즉 균형있는 동맹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부푼 꿈을 꾸었던 1년 전에 비해 지금 우리의 처지는 매우 열악하다. 
서민 경제는 힘들고 적폐 청산은 멈췄고 남북관계는 정체됐으며 일본은 경제공격하고 미국은 뭐라도 더 강탈할 게 없나 두리번거린다. 내외 적폐세력들은 하나로 뭉쳐 촛불의 성과를 뒤엎고 역사를 되돌리려 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유약하고 방만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태생적으로 기회주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미국의 지지도 끌어오고 싶고, 촛불 민심도 이용하려 하고, 심지어 자유한국당에게도 인정받고자 한다. 기회주의는 자기 독자적 힘이 없어 남에게 기대는 속성에서 출발한다.

정부여당이 자기 독립적인 입지를 형성하지 못하고 강력한 적폐청산 의지와 태세를 갖추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팔선 이남에 정부가 들어선 이후 반복되는 정부여당의 속성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초심에서 멀어져 촛불의 분열과 위기를 자초했다. 

비상한 각오가 없다면 ‘촛불개혁’과 ‘촛불정부’를 명예롭게 쓸 수 있는 시효도 머지않았다는 것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현 정권이 앞에선 약속해놓고 그 이면에는 역대급 국방비 증대와 살상무기 구입으로 상대를 자극하고 남미군사연습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또한 향후 5년간 300조에 가까운 군비증강을 계획하고, 미국산 무기를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구입하면서도, 정작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제재 조치에 대해서는 미국에 한 마디도 못하는 실망스러운 몰골을 속수무책하고 있다.

국민의 촛불 자존심을 극대화하려면 이제라도 9월 평양공동선언을 이행해야 한다. 북미대화에 기대서 뭔가 얻어 보려는 얕은 수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주변 눈치 보지 말고, 주변국에 기대지 말고 자기 할 일을 줏대 있게 해나가야 한다. 여기에 우리 민족과 민생의 활로가 있고 미래가 있다. 

남의 강력한 민족자주역량과 북의 주체역량이 결합한다면, 이는 조국반도에서 가장 믿음직하고 가장 강력한 정치사회적 주도역량으로 될 것이다.
강력한 민족자주역량만이 어떤 외세의 압박도 세상의 어떤 풍파도 이겨낼 것이며, 조국반도에 통일된 평화번영의 건전한 사회를 창조할 담보가 될 것이다.
이제 무엇보다 민족자주역량을 강화하는데 온갖 실천을 집중할 때이다. 여기에 역사의 필연으로 등장한 남북해외 3자연대 범민련의 조국통일을 위한 선명한 투쟁 방향과 목표가 있다.

남의 민족자주역량이여!
고지가 바로 저긴데, 우리 단결하여 미국이라는 제국주의에 비참히 농락당한 70여년 세월을 끝장내고 존엄과 자주권을 되찾기 위해 북의 주체역량과 합심하여 반드시 미군이 자기 발로 남쪽에서 떠나게 추동하자!
그날을 앞당겨오기 위해 우리 모두 단결하여 투쟁의 깃발을 선명히 하자!

2019년 11월 24일
조국통일범민족연합 해외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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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팔이 정치권 공약, '세대반란' 시작되나

청년팔이 정치권 공약, '세대반란' 시작되나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입력 : 2019.11.24 09:07 수정 : 2019.11.24 09:21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1월 19일 서울 마포구 꿀템 카페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년 정책 비전 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1월 19일 서울 마포구 꿀템 카페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년 정책 비전 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세대선거전략 10년, 내년 총선에도 효력 있을까
 

“방송에서 정치적 발언은 안 하는 편이다.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일 것이다.” 케이블뉴스나 종편 패널로 단골 출연하는 김성훈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의 말이다. 11월 19일 사회디자인연구소와 시민을위한정책연구원 주최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80년대생이 보는 한국정치 이대로는 안 된다’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그는 1983년생이다. “6살 때 서울올림픽이 열렸고, 중2 때 우리나라 경제가 정점에 올랐다가 IMF 환란으로 아버지가 해고돼 친구와 우리 집이 망하는 것을 봤다. 고2 때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2002년 월드컵축구 4강 신화를 경험했고, 대학생이 된 후 노무현 대통령에 열광했다. 우리가 처음으로 사회에 진출할 때는 이미 저성장과 뉴노멀시대가 온 상태였다.”

“인간욕망 무지한 진보, 공감능력 부족 보수”

그는 이념에 대한 과거의 잣대와 자신들의 개념은 다르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진보·보수가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탈이념 세대’다. 여기에 앉아계시는 분들 중 나이 드신 분들은 ‘공산당선언’을 비밀서클에서 읽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논술시험 지문으로 봤다. 권위주의나 사회주의도 역사로 배운 첫 세대다.… 이제 내 세대도 30대 후반 부모가 되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나 자신의 욕망을 넘어서는 특별한 경험이다. 어른으로서 우리의 아이들이 과연 앞으로 어떨 것인지, 어떤 환경에서 자랄 것인지 매우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가정을 이룰 때 벌어진 것이 세월호 참사다. 수백 명의 다음 세대 아이들의 미래를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것은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이제는 어른이 된 우리가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다.”

그러면서 기존의 ‘정치 진영’을 이렇게 비판했다. “우리 세대가 정치지향성이 없지는 않다. 사회적 약자의 근본적인 아픔에 대한 공감이나 지지는 갖고 있다. 하지만 특정이념이나 진영 경향성이 크지 않다. 내가 보기엔 이렇다. 진보진영은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해나 존중이 부족하다. 반면 보수진영은 아픔에 대한 공감능력이 철저하게 부족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란주씨도 1983년생이다. 그는 관망 아닌 참여파다. 이씨가 기자에게 건넨 옛 명함엔 ‘더불어민주당 강서병 지역위원회 청년위원장’이라는 직함이 적혀 있었다(토론회 패널 소개로는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후보 청년특보’라는 직함을 썼다).

내년이면 아이가 11살이라는 이씨는 아이를 키우다보니 다문화가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다문화사회단체에서 활동하다가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했다. 정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패거리 정치만 횡행하고, 합리적 비판을 토대로 젊은 정치가 안 되는 이유’로 그는 기존 정치인의 기득권 집착을 지목했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정치를 놓지 않는다. 자신이 은퇴하면 자기 자식에게 지역구를 물려주려고 한다. 시야를 돌려 지방을 보면 그런 케이스를 더 많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당들은 경쟁적으로 청년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청년인재를 영입하겠다고 하지만 믿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많은 청년들이 기대를 걸고 출마했다. 그러나 지역 장벽에 부딪혀 공천에서 탈락했다. 청년이 출마하려면 ‘어려서 안 된다. 다음에 나가라’고 한다. 다음엔 40대 중반이 된다.”

그는 “한국정당이 민주적 구조나 시스템을 갖추고 있느냐는 물음에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혹시 ‘오더 정치’라고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지역위원장도 당 대표 눈치를 봐야 한다. 당원 중 누군가 당직선거에 나서게 되더라도 눈치 때문에 지역위원장은 중립을 지키거나 몰래 도와야 한다. 지역에서는 일반 권리당원, 대의원까지도 ‘오더 하달’이 수두룩하다.”
 

민주당도 예외 아니었던 ‘오더 정치’

이날 같은 시간 마포. ‘청년×(곱하기) 비전+(더하기)’라는 제목의 행사가 열렸다. 자유한국당 주최의 2030 청년정책 비전 발표행사다. “이 행사가 청년들 목소리를 듣겠다고 연 것이 아닌가. 평일 오후 2시면 정상적으로 사회생활하는 청년들 보곤 오지 말라는 소리다. 이런 기본적인 디테일 하나 개선되지 않는데 어떻게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인가.” 해외영업마케팅 분야에서 일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백일우씨의 얘기다. 그는 “이 시간대에 행사를 연다는 것을 보고 ‘언제든지 부르면 동원 가능한 여의도 백수들, 금수저나 청년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고 쓴소리를 했다. 황교안 대표는 “날카로운 말씀들 잘 들었다”며 “앞으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답했지만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기자들과 질의응답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가 청년정책을 선점하기 위한 샅바싸움이 시작됐다. 먼저 민주당이 스타트를 끊었다. 징병제 대신 모병제, 청년신도시 정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당 안팎에서 논란이 된 ‘20대 남성 이반’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 총선용 선거정책이다. 황교안 대표는 11월 19일 행사에서 청년기본법 통과와 국가장학금 규모 1조원 증액, 1인 가구를 위한 핀셋정책 등과 함께 “채용·입시비리 연루자를 당 공천에서 완전 배제하겠다”는 등의 청년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청년층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왜일까.

세대정치, 구체적으로 기성정당 선거정책 전략으로 2030세대전략이 자리 잡힌 지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기원은 우석훈 박사·박권일 저술가의 <88만원 세대>다. 세대전략을 상대적으로 잘 구사한 쪽은 현 민주당 쪽이었다.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투쟁’에 이어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무상급식’을 전국적으로 이슈화해 성공했다. 학령기 자녀를 둔 젊은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세대전략이었다. 세대전략의 첫 위기는 2012년 대선이었다. 기존의 지역구도에 진보·보수, 2030세대와 5060세대가 총집결한 대결에서 당시 야권의 문재인 후보가 졌다. 지역별 인구편차와 고령화 인구구조 등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보수 장기집권이 점쳐졌다. 그 뒤 촛불혁명과 탄핵이 있었고, 2017년 5월 대선이 치러졌다. 정권 초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압승했다. 그렇다면 내년 총선에서는 여야가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세대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진보세대가 지배한다>, <정치의 귀환> 저자 유창오씨는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선택하고 있는 한국의 실정에서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의 성격 및 승패는 집권연차에 따라 결정되지만 유권자 세대구조는 과거와 달라졌다고 말한다. “20대의 세대효과는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여론조사를 다시 세대별로 나누면 문재인 정권에 대한 지지가 제일 높은 성별 세대가 역설적으로 20대 여성이다.

반면 20대 남성은 가장 낮다. 지역구도로 봤을 때 TK(대구·경북)보다 낮은 특이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20대 남성 현상’으로 세대구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유씨가 지적한 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보이고 있는 ‘20대 남성의 반란’이 자유한국당이나 기타 야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20대가 성별로 ‘정치 관여와 혐오’로 극단으로 나뉘고 있다는 진단이다.

11월 18일 국회에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청년미래연석회의 공동 주최로 열린  ‘청년의 삶 미래를 말하다-청년정책 새로운 좌표 설정 토론회’에서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두 번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1월 18일 국회에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청년미래연석회의 공동 주최로 열린 ‘청년의 삶 미래를 말하다-청년정책 새로운 좌표 설정 토론회’에서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두 번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성세대 기득권에 대한 분노

“(청년정책이)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논의해온 맥락이 아니라, TV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어느 날 눈떠보니 영문도 모르게 발표되지 않았나. ‘역시 쇼구나’라고 생각한 청년들이 내용도 보기 전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조은주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교육위원(33)의 말이다. ‘정치권이 내놓는 청년정책에 청년들의 반응이 시큰둥한 이유’에 대한 풀이다.

“정치나 행정의 영역에서 청년정책을 주목하고, 지역에서 조례를 제정하거나 거버넌스를 구축한 지 5~6년이 지났다. 전국 자치단체 단위의 청년정책을 조율할 청년기본법을 제정하자는 운동도 3년차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지만 공정은 경쟁할 수 있는 트랙에 들어갈 수 있어야 와 닿는 말이다. 현실에서 경쟁트랙에 들어가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다. 그런 청년들에게 공정이라는 말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조 위원은 정치권의 청년 논의가 청년들을 줄 세우는 것, 근본적으로 득표를 위한 ‘청년팔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미 간파당했기 때문에 호응도가 낮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년을 영입하고 공천 20%를 할당한다는 등의 청년공약이 논의되고 있다고 들었지만, 근본적으로는 같이 정치할 동료를 찾는 것이 아니라 어린 친구를 깜짝 스타로 만들어 ‘한자리 준다’는 식의 접근이다. <프로듀스101>을 흉내 낸 선발방식이 대표적이다. 청년을 깜짝이벤트, 수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그는 현재 청년들의 정치 외면 내지 혐오의 밑바닥에는 미래세대를 고려하지 않는 기성세대 기득권에 대한 누적된 분노가 있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교육과 부동산, 주택, 출산, 노동 등의 영역에서 ‘5대파업이라도 해야 하나’라는 말이 나오겠나. 각자 먹고살기 바쁘지만 고 김용균씨처럼 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 다리 건너면 친구다. 한국사회의 미래가 없다는 데 대해 노출되지 않았을 뿐 엄청난 분노가 쌓이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조국사태’ 국면을 거치면서 한국사회의 ‘판의 이동’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과거 좌우대립에서 상하대립으로 지형이 바뀌었다. 조국사태로 말미암아 판의 지형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기득권과 기득권이 아닌 판의 경계선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권은 줄 세우기·패거리 문화 성격이 짙다. 그들은 성장 사다리를 걷어차는 형태로 진입로를 막고 있었다. 그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반란이 시작될 것이다.” 과연 그럴까.

11월 17일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자유한국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자유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 무너지는 나라를 지켜낼 수 없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다.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 손가락질받는다.” 그의 주장은 기득권이 해체되어야만 보수혁신이 가능하다는 얘기로 요약된다. 40대 3선 의원이면서 여의도연구원 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그는 밀레니얼세대와 청년정책에 올인해왔다. 그러나 김 의원의 폭탄발언은 당내에서 지지받지 못했다.

앞서 나온 ‘한국정치 이대로는 안 된다’ 행사에는 당초 김용태 의원이 참여해 패널들의 발언에 논평할 예정이었지만 자유한국당 긴급 의총 참석 때문에 불참했다. 이날 행사의 사회를 맡은 정태근 시민을위한정책연구원 원장은 “비공개 자유한국당 긴급 의총에서 김세연 원장에 대한 징계의견이 나와 그것을 막기 위해 부득불 토론회에 참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47세 의원이 막내 격…여·야 마찬가지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의 경우 한국 나이로 47세다. 민주당 의원 130명을 나이순으로 줄을 세워보면 127번째다. 전체 의원 중 50대가 120명이 넘는 것은 과하다. 조금만 줄여 후배에게 양보를 해주시면 좋겠다.” 장경태 민주당 청년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이번에 배지를 단 정은혜 의원과 함께 민주당 청년비례대표 자격으로 비례공천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받은 순번은 당선안정권을 벗어난 24번이었다. “이번 총선에선 당의 명령에 따라 어디든 열심히 뛸 생각이다”라고 밝힌 그는 “지역구 10%를 청년후보를 공천하는 목표를 당 정책으로 관철시킬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253개 지역구를 기준으로 할 때 ‘청년들만으로 원내교섭 단체권을 구성할 수 있는’ 26명의 후보를 전국 각지에 출마시키는 것이 목표라는 설명이다.

오세제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우리가 경험한 촛불이나 탄핵·정권교체는 역사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시대를 가르는 변곡점과 같은 대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며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기존의 보수정권에 대한 분노도 큰 반면, 이번 조국사태를 기점으로 진보 역시 분화하면서 공히 대안을 못 찾고 있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의 입장에서는 득표에 도움이 되면 뭐든지 시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프랑스에서 마카롱의 대두에서 보듯 전 세계적으로 보수·진보를 떠나 기존의 기득권 정당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다른 선택을 하는 것처럼, 한국도 특히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다른 대안이 주어진다면 쏠릴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대학원 교수는 “20대의 보수화를 이야기하지만 실제 여론조사 데이터를 보면 20대를 구성하는 현 세대의 보수화는 최순실 국정농단 이전부터 진행되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정당의 세대전략이 성공하려면 ‘말 잘 듣고 선배들을 잘 따르는’ 청년을 뽑아 양육·훈련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들이 대등하게 자신의 세력을 구축할 수 있도록 힘과 권력을 넘기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벌써 빛바랜 여·야의 청년세대 공약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19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하러 입장하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19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하러 입장하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 청와대 사진기자단


“확정적으로 공약으로 채택하라는 것도 아니고, 충분하게 논의할 때는 이미 지났다고 본다. 논의 자체는 이미 10년도 넘은 것이다. 다만 선거 시기에 이슈화하면 보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지 않겠느냐는 문제의식이었다.” 모병제 이슈를 제기한 민주연구원 관계자의 말이다.

총선공약으로서 모병제 ‘이슈몰이’ 효과는 얼마 가지 못했다. 11월 19일 국민과의 대화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 현실적으로 모병제를 시행할 형편은 되지 않았고, 중·장기적 설계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적어도 내 임기 중에 실현하기는 조금 어렵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에 앞서 11월 18일 열린 당 고위전략회의에서는 설왕설래 끝에 모병제는 차기 총선공약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모병제는 등 돌린 ‘20대 남성’을 겨냥해 민주연구원이 내놓은 회심의 세대전략이었다. 논의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좋지 않았다. 한 민주당 의원은 “평소 민주연구원을 총선 병참기지로 비유하는 것이 양정철 원장의 지론이었는데, 공중전이 필요한 시점에 엉뚱한 무기를 들고 쓰라고 던진 꼴”이라고 혹평했다.

자유한국당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간 자유한국당의 청년정책 개발은 당 부설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주도해왔다. 그러나 11월 19일 열린 행사를 비롯, 최근의 청년정책에서 목소리를 내는 곳은 당 청년정책국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청년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신보라 의원실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청년대표로 영입한 인사가 의원실 비서 남편으로 드러나는 등 정책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당 청년정책 수립과정에 여의도연구원이 의도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연구원 관계자는 “우리가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히 청년을 위해 노력한다면 당 안팎의 오해는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며 “현재도 당 청년국과 연계해 사업들을 기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1240907001&code=910100#csidxc45e601d2366ef09e70e8f7b2cd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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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역사에 남을 허튼 짓을 했다"

아베규탄시민행동, 청와대 앞 지소미아 연장 규탄 기자회견...시민사회 반대 성명 이어져(전문)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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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3  16: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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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규탄시민행동은 23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지소미아 조건부연장 굴욕결정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종료 6시간을 앞두고 발표된 정부의 '조건부 지소미아 연장 결정'에 분노한 시민사회단체들이 23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지소미아 조건부연장 굴욕결정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전날 저녁 광화문 미국 대사관 인근 KT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한 아베규탄시민행동은 이날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 결정을 △굴욕결정 △국민무시결정 △평화위협결정 △적폐부활결정이라고 규정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다 경찰이 막자 '항의서한'을 길바닥에 내동댕이치고는 '가져가려면 가져가라'고 청와대와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표현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회장, 노수희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 김상경 민중당 공동대표, 권순영 서울겨레하나 운영위원장 등 각계 대표들은 연설을 통해 '굴욕의 역사를 끊고 미국앞에 당당한 자주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한미일 군사동맹체제를 없애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황교안에 고맙다고 인사했다니 개탄스럽다', '일본의 한반도 재진출에 자락을 깔아주는 일', '지소미아 연장을 부르짖은 황교안, 나경원의 목소리를 잊지 않겠다'라고 규탄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기자회견은 분수대 옆 넓은 구역에서 단식을 벌이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오가며 기자회견장 주변에서 고성을 지르고 방해하는 가운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박석운 아베규탄시민행동 대표는 "정부는 어제 역사에 남을 허튼 짓을 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일본은 경제보복 철회도 하지 않았고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사죄나 배상도 없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를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소미아는 애당초 태어나서는 안될 구태협정이고 적폐협정이었다"며 "그냥 놔두면 파기되는 일이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무례와 탐욕으로 뒤범벅된 미국의 부당한 강압이 굴욕적인 지소미아 연장의 원인이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정도로 굴복하는 걸 보면 50억달러에 달하는 방위비분담금 요구에 이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 안봐도 비디오"라고 실망과 배신감을 표시했다.

박 대표는 "지금 미국은 지소미아 갱신이라고 환호한다고 한다. 국민의 뜻을 모아 강력한 투쟁으로 그 누구도 뻘짓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내는 일이 남아있다"고 의지를 북돋았다.

   
▲ 이날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는 많은 시민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청와대에 전달하려던 항의서한 행진을 경찰이 막자 이들은 길바닥에 항의서한을 내동댕이치는 방식으로 반감을 표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아베규탄시민행동 각계 대표들은 26일 오전 긴급 대표자회의를 갖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6.15공동선언남측위원회(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 이창복)는 논평을 통해 "그동안 정부의 입장과 발표들을 믿고 협상종료 마지막 날까지 종료를 의심치 않았던 국민들의 실망감 당혹감은 매우 크다"며,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 결정을 '굴욕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다.

국민들은 정부의 지소미아 중단 결정에 대해 국민을 믿고 내린 보기 드문 자주외교라고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으나 국민의 힘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굴욕적인 결정을 하고 말았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6.15남측위는 지소미아가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적 이해에 따라 한국을 미일동맹의 하위파트너로 편입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추진한 것으로, 한일군수지원협정으로 이어져 결국 한반도에 자위대 파견의 길을 열고 결국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협정이라며, 설령 앞으로 일본이 수출규제를 푼다고 해도 지소미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을 몰고 올 수 있는 이 협정에 대해 정부가 한반도평화가 아닌 한미일동맹을 우선 선택한 것에 실망을 넘어 분노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즉각 파기하라"고 촉구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상임대표  문규현)도 이날 논평을 발표해 문재인 정부의 대미 추종을 개탄했다.

평통사는 일본의 수출규제 방침에도 전혀 변화가 없고 단지 일본 정부가 대화에 나서겠다는 것 밖에 없는데, 대다수 국민의 뜻과 다르게 정부가 하루 아침에 지소미아 연장 발표를 했으니 앞으로 어느 누가 문재인 정권을 '국민의 정부'로 부르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한일 지소미아는 철두철미 한국을 희생양 삼아 미·일을 지켜주기 위한 것으로,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도, 민족의 공존공영과 통일을 위해서도 체결되어서는 안 되었으며, 즉각 종료되었어야 했고, 일본의 수출규제가 풀리더라도 결코 연장되어서는 안 되는 협정"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또 이런 식으로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남북 철도연결 등 남북교류협력에 나서며, 어떻게 판문점·평양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에 나설 수 있겠느냐며 우려를 표시했다.

[성명(전문)]
문재인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을 강력 규탄한다!

이번 결정은 [국민무시 결정]이다.
정부는 오늘, “언제든지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의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2019년 8월 23일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허탈함, 모욕감,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이번 결정은 [굴욕결정]이다
일본이 한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을 고려하면, 이는 문재인 정부가 민의를 외면한 채,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사실상 연장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이번 결정은 [평화위협 결정]이고 [적폐부활 결정]이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일본군위안부 야합과 함께 미국에 의해 강요되고, 당시 촛불 항쟁으로 퇴진 일보직전이었던 박근혜 정권이 ‘알박기’식으로 강행한 대표적 적폐 협정이며, ‘한일군수지원협정’, ‘한일상호방위조약’으로 이어지는 한일 군사동맹으로 가는 길이다. 이 협정이 촛불 민의에 의해 거부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동의하지 않지만, 백 번을 양보해 문재인 정부는 그간 이 협정을 일본의 수출규제와 연계하여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해 왔다. 그러나 오늘 일본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국장급 대화를 시작했을 뿐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아베 도발에 불매운동과 촛불 등 범국민적 저항으로 맞선 국민들의 의지, 더 나아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염원을 외면하였다.

이럴 것이었다면, 대통령이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느니, 정부 핵심관계자들이 “의병을 일으켜야 한다”느니 하며 설레발 치지 말았어야 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의 진정한 반성과 사죄, 배상에 근거한 새로운 한일관계로 나아가고자 그간 불매운동, 촛불 등 국민들이 보여준 열화와 같은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결정 직후, ‘친일 단식’을 하고 있는 황교안에게 사람을 보내 “지소미아가 잘 정리됐다”, “이렇게 단식까지 하시며 추운데 해줘서 한편으로는 죄송하고, 한편으로는 감사하다”며 단식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 협정의 연장이 잘 된 일이고, 촛불 민의가 아니라 황교안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면, 이 정부는 촛불 정부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의 협정 연장을 강력 규탄하며, 즉시 결정을 철회하고 예정대로 협정을 종료할 것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제 불매운동, 촛불 등으로 보여진 새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국민의 투쟁은 아베와 미국, 친일적폐세력 뿐 아니라, 적폐협정을 온존하고 적폐세력에 면죄부를 주며 ‘협치’하는 문재인 정부도 겨냥하게 될 것임을, 그리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져야 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2019년 11월 22일
아베규탄시민행동

 군사정보보호협정(한일 지소미아) 연장 결정에 대한 평통사 논평(전문)


1. 한일 지소미아의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했다"는 문재인 정권의 발표에 우리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치 못한다.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했다"는 말은 '연장'을 호도하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연장'을 '연장'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문재인 정권에 차라리 측은감마저 들 정도다.

2. 문재인 대통령은 불과 4일 전 '국민이 묻는다-2019'(MBC, 2019.11.19)라는 프로그램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 "(일본이) 한국을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고 하면서 군사정보는 공유하자고 한다면 모순되는 태도이지 않겠느냐"며 종료를 기정사실화했고, 강경화 외교장관도 불과 이틀 전 국회 외교통상위에서 "일본의 태도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재고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공언하였다. 

일본의 '모순되는 태도'에 털끝만큼의 변화도 없다. 수출규제 방침에도 전혀 변화가 없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일본 정부가 그저 대화에 나서겠다는 것밖에 없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하루 아침에 입장을 180도로 바꿔 한일 지소미아 종료에 찬성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뒤통수를 쳤으니 이제 어느 누가 문재인 정권을 '국민의 정부'라고 부르겠는가?

3. 문재인 정권의 이러한 납득할 수 없는 입장 급선회가 미국의 압력에 굴종해 나온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미국은 에스퍼 국방장관 등 행정부 고위 관료를 총동원해 한일 지소미아의 연장을 압박했다. 미 상원은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취소하라는 '결의안'까지 발의(2019.11.20)했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권이 한일 지소미아의 종료를 결정하면서 미국의 이러한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 자체로 근시안적이고 무능한 정권임을 자인하는 것일 뿐이다. 일본 수출규제의 배경인 일제 강제노동에 대한 일본 기업의 보상 책임을 묻는 것은 한일청구권협정(1965)과 그 근거가 되는 샌프란시스코조약(1951)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미국 중심의 전후 질서에 대해 현상변경을 시도하는 것으로 미일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런데도 이 정도 압력에 강단 있게 대처하지 못하고 굴복하고 만 것은 문재인 정권이 일제 식민지배 청산 작업의 의지와 능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수출규제도 풀지 못하고 한일 지소미아를 연장해 주고 말았으니 앞으로 일제 강제노동에 대한 아베 정권의 사죄와 배상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낼 것인가? 정권이 끝날 때까지 계속 종료 통보 효력 철회만 반복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4. 한편으로 미일의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 압력이 컸던 것은 그만큼 이 협정이 한국 방어가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방어하기 위한 것임을 반증한다. 한일 지소미아는 단순히 한일 간 군사정보 교류와 보호를 넘어서서 미국 주도의 한미일 MD와 군사동맹 구축을 위한 끌차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중국과 북한을 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한미동맹 위기관리 각서' 개정으로 위기관리의 범위가 한반도 유사에서 미국 유사로 확장되면 한국 MD 전력이 미국을 공격하는 북중 ICBM을 요격하고 한국군이 미국이 개입한 인도·태평양 분쟁에 동원되는 것이 제도화된다. 한국이 미국을 겨냥한 북중 탄도미사일 요격에 나서면 한국은 북중의 선제(핵)공격 대상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한일 지소미아가 북중 탄도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한반도는 좁고 대부분 산악지대인 지리적 특성으로 탄도미사일 방어가 불가능에 가깝다.

이렇듯 한일 지소미아는 철두철미 한국을 희생양 삼아 미일을 지켜주기 위한 것으로,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도, 민족의 공존공영과 통일을 위해서도 체결되어서는 안 되었으며, 즉각 종료되었어야 했고, 일본의 수출규제가 풀리더라도 결코 연장되어서는 안 되는 협정인 것이다.
 
5.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를 주장하며 청와대 앞 단식투쟁을 전개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한일 지소미아 체결 1년 전에 이미 국회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2015.10.14)에서 한국 정부의 사전동의 없이 일본 자위대가 한국에 들어올 수 없다던 당시까지의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뒤집고 "부득이한 경우 일본이 우리와 협의하면 입국할 수 있다"며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을 용인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한일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하며 단식투쟁을 전개한 황교안은 외세를 끌어들여서라도 동족과 싸우겠다는 자로 그의 단식투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의 민족적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6. 한일 지소미아는 한국을 한미동맹에 더 깊숙이 얽어매는 족쇄와도 같은 것이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한일 지소미아를 종료시키지 못한다면 어떻게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남북 철도 연결 등 남북 경제교류협력에 나설 수 있겠는가? 어떻게 판문점·평양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에 나설 수 있겠는가? 문재인 정권의 대미 추종이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2019. 11. 23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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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적폐 청산의 촛불이 다시 타오르다

광화문에서 적폐 청산의 촛불이 다시 타오르다
 
 
 
대학생통신원
기사입력: 2019/11/23 [19:05]  최종편집: ⓒ 자주시보
 
 

 

▲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 대학생통신원

▲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 대학생통신원

 

23일 오후 6시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광화문촛불연대(이하 ‘촛불연대’)와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이하 ‘4.16 가족협의회’)가 주최한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 검찰개혁, 적폐 청산 광화문 촛불 문화제’가 진행 됐다.

 

촛불문화제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의 공연들과 주관 단체들의 발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정해랑 촛불연대 공동대표는 ‘광화문 촛불연대 결성 보고 및 결의’에 관한 발언을 했다.

정 공동대표는 “’광화문을 다시 되찾자’라는 의미에서 촛불연대를 결성 했다”며, “앞으로 많은 이들과 단체가 함께 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겠다”라고 앞으로의 활동을 밝혔다.

 

또한 “바로 어제 지소미아가 재개되면서 분노와 실망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하지만 우리가 하나되어야 적폐 청산을 이뤄낼 수 있다. 하나가 되어야 적폐 청산의 견지에서 지소미아도 종료시킬 수 있다. 적폐 청산을 하는 데에 미국과 일본이 방해된다면 그들에게도 제대로 말할 줄 알아야 한다”라며 적폐 청산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혔다.

 

대진연 율동 동아리 흥의 ‘포기할 수 없는 신념’ 공연이 이어졌다.

 

이어 장훈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얼마 전 꾸려진 검찰 특별수사단의 이야기로 발언을 시작했다.

 

“가족들과 특별 수사단과 만났고, 우려 사항과 그들의 의지를 들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때도 수사는 했었기에, 믿고만 있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사를 잘하는지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다. 국민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제 끝이 아니라 앞으로 할 것이 더욱 많다.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 모든 적폐 청산의 시작점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다”라고 발언했다.

 

이후 대진연 노래 동아리들의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자’와 ‘두드려’ 공연이 진행됐다.

 

▲ '검찰개혁 적폐청산 대학생 실천단 촛불하나'에서 발언을 진행하고 있다     © 대학생통신원

 

그다음 김희경 개싸움국민운동본부(이하 ‘개국본’) 실장의 연대 발언이 있었다. 개국본은 지난 몇 달 간 서초와 여의도에서 검찰개혁의 촛불 집회를 주관했던 단체이다. 이들은 11월 30일, 12월 7일 검찰개혁 적폐 청산 집회를 열 계획이다.

 

김 실장은 “광화문을 적폐 세력으로부터 되찾을 때까지 함께 할 것이다. 11월 30일, 검찰개혁 적폐 청산, 공수처 설치를 위해 함께 하자”라고 호소했다.

 

계속해 노래악단 씽의 ‘미래선언’공연이 이어졌다.

 

김은진 민중당 공동대표는 “며칠 전만 해도 단호하던 정부에게 대체 미국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외세에 휘둘리지 않는 자주국가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적폐 청산, 토착왜구를 청산해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계속해 “민중당은 앞으로도 자주로운 우리나라를 위해 투쟁에 앞장서겠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다음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규탄하며 미 대사관저를 넘었던 이정인 학생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정인 학생은 “방위비 분담금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담을 넘었다.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협박에 정부는 꼭 국민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 달라. 우리나라는 미국의 식민지가 아니며, 우리를 얕볼 이유도 없다”라고 발언했다.

 

다음은 율동 동아리 ‘흥’의‘큰소리로’ 공연이 이어졌다

 

김민정 ‘검찰개혁 적폐 청산 대학생 촛불하나 실천단' 단장의 발언이 있었다.

김 단장은 “국민들의 삶과 민생은 뒷전인 적폐들은 지금 다시 자신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날뛸 수 있는 것은 검찰과 언론에 수많은 적폐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라며 적폐들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안타깝게도 지금 촛불이 나뉘어져 있어 박근혜 탄핵 때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자만 우리는 단결 할 때 더욱더 커지고 힘이 세진다. 단결을 위한 그 길에 대진연 실천단이 앞장서겠다”라며 진보개혁 세력의 단결 단합을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발언을 했다. 이 이사장은 “내년에 동아, 조선일보가 100주년이 된다. 동아, 조선일보는 일본 천황한테 만세를 외치며 친일에 앞장섰던 언론이다. 이들이 독립운동을 했다며 거짓 선동을 했다. 이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지금도 친일에 앞장서는 조선일보를 그냥 두고서는 역사가 흐르는 것을 볼 수가 없다”라며 이들을 끝장내자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노래동아리들의 ‘다시 광화문에서’ 공연으로 촛불 문화제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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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생존자진술 추가 “철판낟 부딪쳐 생긴 소리”

[항소심 결심] 최후변론 및 최후진술
 
미디어오늘  | 등록:2019-11-22 11:46:49 | 최종:2019-11-22 11:55:3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천안함 생존자진술 추가 “철판끼리 부딪쳐 생긴 소리”
[항소심 결심] 최후변론 및 최후진술 “허위 비방인식 없어…이명박 정권의 조작, 검찰 법원 독재시절 반복해선 안돼”
(미디어오늘 / 조현호 기자 / 2019-11-22)


10년 째 이어온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위원의 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신 전 위원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하자 신 전 위원과 변호인측은 부당하다며 무죄를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신 전 위원의 변호인은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침몰이라는 합조단 주장이 모두 진실이라는 전제 아래 피고인의 합리적인 주장을 허위사실 적시로 판단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허위성 인식과 비방 의도가 전혀 없다고도 했다.

김종귀 변호사는 21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 전 위원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밝히고, 정부발표의 허구성과 ‘좌초후 충돌’이라는 신 전 위원의 주장과 근거 등을 소개했다. 특히 지난해 재판부에 제출됐던 천안함 생존자들의 진술서 원본 분석 내역을 추가로 공개하기도 했다.

애초 지난해 12월20일 윤종성 전 합조단 과학수사분과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엔 생존자진술 원본 가운데 김봉남 원사, 김덕수 상사, 강봉철 상사의 진술 일부만 공개됐다. 김 변호사는 이번엔 전체 장병의 진술 내역을 더 자세히 공개했다. 김 변호사는 폭발인지 충격인지 불확실하다고 한 대원이 20명, 폭발과 충격 중에서 결론을 내린 대원 38명 중 폭발로 판단한 대원은 14명, 충격으로 판단한 대원은 24명이었다며 충격이라고 판단한 대원들이 두배 가까이 많았다고 밝혔다.

특히 충격으로 판단한 대원들의 증언은 대단히 구체적이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최성진 병장은 최초에 듣거나 느낀 것을 두고 “철판끼리 부딪쳐서 생기는 묵직한 소리”라고 진술했고, 김윤일 병장은 “묵직하게 큰 물체가 부딪치는 소리”로 진술했다. 전환수 이병은 “철판과 철판이 부딪히는 ‘탕’하는 소리”로, 진경섭 하사는 “외부에서 무언가 충격”이라고 진술했다. 조영연 중사는 “무언가 세게 부딪치는 듯한 충격”이라고 했다. 전투정보실의 김기택 하사와 전탐장인 김수길 상사의 경우 법정에 나와 유사한 증언을 하긴 했으나 이들 역시 사고 직후 진술서에서도 “상선과의 충돌로 생각했다”(김기택) “충격음(동급의 상선 같은 것에 부딪힌 것 같은)”(김수길) 등으로 진술했다.

이밖에도 폭발이 아니라고 명시적으로 진술한 내용도 공개됐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김병남 원사는 “폭발은 아님. 외부충격”이라고 진술했고, 갑판장인 김덕수 상사는 “폭발음은 아니었다. 외부충격에 의한 사고”라고 썼다. 육현진 하사는 “내부폭발 아니며 외부충격으로 생각한다”고 했고, 정주현 하사는 “폭발은 아님. 불꽃 본 적 없음”이라고 썼다. 특히 강태양 병장은 “폭발음 아님. 외부에서 배를 충격한 느낌”이라고 진술했다.

이에 반해 폭발로 판단한 승조원들의 경우 정황상 추론이거나 다른 이들한테 전해들은 수준이었다. 최원일 함장은 “어뢰로 생각했으나 기뢰종류일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썼고, 전투정보관 정다운 중위는 “쾅 소리 듣고 해상충돌, 정황판단시 어뢰 공격”이라고 진술했다. 김정운 상사는 “충격음 폭발은 듣지 못했으나 잠수정 어뢰”라고 주장했고, 김현래 중사는 “외부폭발(동기생한테 들어서)”라고 기재했다.

그러나 정부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의 121~127쪽에 걸친 생존장병 진술은 거의 폭발이었다는 진술만 잔뜩 나열했다. 김 변호사는 “폭발보다 충격이라는 의견을 밝힌 생존장병이 훨씬 더 많았음에도 합조단이 폭발로 결론내리고 생존장병 진술서 내용을 사실상 왜곡한 것은 심히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생존장병 진술의 종합 분석 결과 △생존자 진술 가운데 화약냄새를 맡은 대원이 아무도 없는데, 이는 폭발이 없음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정황이며 △함선이 기울어진 후 복원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손윤식 중사가 진술서에서 ‘배는 복원력에 의해 복원되는데... 이건 아닌데...’라며 명시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점을 들어 김 변호사는 “선체가 칼로 무를 자르듯 단칼에 반파되지 않는다”며 “만약 폭발이 있었다면 폭발력에 의해 일시 기울어지더라도 다시 복원되려는 선체의 움직임이 있었어야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충격이라는 진술들은 결국 충돌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진술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가 지난해 9월13일 천안함이 전시된 경기도 평택 해군제2함대를 방문해 현장검증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김 변호사는 1심에서 유죄로 판단 부분을 두고 “피해자 특정, 허위성에 대한 인식, 비방의 목적에 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으므로,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의 이유의 경우를 두고 김 변호사는 “사실적시와 의견표명의 구별(침몰원인 주장을 사실적시로 판단한 부분), 피해자 특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침몰이라는 합조단의 조사결과보고서의 내용이 모두 진실이라는 전제 하에 피고인의 합리적인 주장을 허위사실 적시로 판단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천안함 침몰원인을 판단하는 1심 재판부의 논리가 엉터리라는 점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1심 판결에서는 합조단이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쟁점을 두고 ‘현대 과학기술의 한계’라거나 또는 ‘그러한 사실이 추정된다’며 합조단의 결론을 진실로 간주하고, 피고인이 제기하는 합리적인 의문사항들을 배척했다”며 “피고인이 ‘좌초 후 충돌설’을 입증하지 못했으니 합조단의 결론이 진실이라는 논리를 폄으로써 형사법상 증명책임 원칙에 배치되는 판단방법을 취했다”고 정면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그 사례로 물기둥의 경우 1심 재판부가 ‘폭발로 인해 상당한 높이의 물기둥이 발생한다고 할 것임에도 천안함 승조원 중 물기둥을 직접 목격한 승조원이 없다는 것에 의문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 점을 들었다. 김 변호사는 “물기둥 발생 사실에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물기둥이 발생했는데 생존 장병들이 목격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는 논리로 물기둥의 존재를 인정했다”며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인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김 변호사는 1심 재판부 판단과 달리 △천안함이 좌초로 반파되지 않았으나 좌초는 었었으며 △폭발이 부재했다고 강조했다. 좌초 존재의 경우 수많은 최초 좌초 보고와 프로펠러 손상 형태 등이 그러하며 폭발 부재는 생존장병 중에 장파열, 코피, 고막 손상 등 폭발로 인한 신체손상이 없고, 시신의 사인도 전원 인사였다는 점이 그렇다고 설명했다.

신 전 위원의 다른 변호인인 심재환 변호사는 “변호인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천안함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았고, 국민 여론조사도 60% 넘는 분이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며 “천안함 사건은 정치적 의도에 따라 사건 진상을 은폐 조작한 사건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심 변호사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천안함 책임자들의 뻔뻔스러움과 어리석음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과거 같으면 책임추궁과 멸문지화를 당할 사람이 목소리를 높였다고 지적했다. 심 변호사는 천안함 조사결과가 상식에 전혀 부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초기 미국과 한국정부가 북한 개입 여지가 없다고 명백히 발표한 입장이 주목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구나 우리 정부가 범인이라고 지목된 북한이 스스로 공동조사하자며 검열단 파견을 제안했을 때 이를 막은 점을 들어 “변명할 기회를 달라고 하면 받아들여야지,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왜 스스로 망치고 받아들이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심 변호사는 천안함 사건을 두고 “이명박 정권이 사악한 의도를 갖고 결과를 조작한 사건”이라며 “정부의 은폐조작을 부수고 진실을 알려 오히려 군의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기 위해 10년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으나 검찰이 피고로 몰아 기소한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심 변호사는 “역대 검찰이 독재정부에서 해왔던 노릇을 반복해서는 안된다”며 “검찰은 늘 독재정권의 문지기 역할했다는 비판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을 향해서도 심 변호사는 “법원도 국민의 편에 서야 한다고 본다”며 “늘 법원이 조작사건 완성에 화룡점정 역할을 하며 권위 부여하면서 국민 사기극에 일역을 담당했다”고 지목했다. 심 변호사는 “법원이 공범이 돼서는 안된다”며 “땅에 떨어진 사법의 신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피고인 신상철 전 위원은 최후진술에서 그동안 본인이 주장했던 내용을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신 전 위원은 “거짓으로 민족의 절반을 살인범으로 만든 대한민국 정부는 천안함 사건 조작과 은폐 그리고 아무 관련 없는 북한을 살인국가로 만든 것에 대해 사죄해야 하며 남북의 국민과 국제사회에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두 재판장은 판결 선고를 해를 넘겨 오는 2020년 1월30일 오후 2시에 하겠다고 밝혔다.

▲천안함 함수. 사진=이우림 기자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758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uid=4893&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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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OMIA 종료 조건부 유예…한·일 ‘파국’ 피했다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입력 : 2019.11.22 21:40 수정 : 2019.11.22 23:19

 

정부, GSOMIA 종료 통보 효력 중지·수출규제 품목 WTO 제소 정지
일본 수출규제 조치는 “유지·재검토”…양국, 미국 압박 속 막판 합의
대화 불씨 살렸지만 강제징용 문제 등 이견 여전…향후 협상 ‘난항’

<b>문 대통령 “아무도 흔들 수 없다”</b>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충남 천안 MEMC코리아의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제2공장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 “아무도 흔들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충남 천안 MEMC코리아의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제2공장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23일 0시를 기해 발효될 예정이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통보의 효력을 일시 중지하고, 일본의 반도체 3개 품목 수출규제와 관련해 진행 중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도 일시 정지키로 했다. 대신 일본은 한국과의 협의를 거쳐 반도체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제외 조치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GSOMIA 종료를 불과 6시간 앞두고 한·일 양국이 GSOMIA 조건부 연장과 수출규제 조치 재검토에 합의한 것이다.

GSOMIA가 일시 유지됨에 따라 양국 관계는 최악의 국면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완전 철회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외교정책 일관성이 훼손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NSC 상임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춘추관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언제든지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의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2019년 8월23일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하였으며,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이해를 표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 간 수출관리정책 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일본 측의 3개 품목 수출규제에 대한 WTO 제소 절차를 정지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일이 수출규제 문제를 협의하는 동안 한국은 GSOMIA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살려두고, WTO 제소 절차도 정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대신 일본 정부는 “수출관리정책 대화에 대해서는 현안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과장급 준비회의를 거친 후 국장급 대화를 실시하여 양국 수출관리에 대해 상호 확인하기로 한다” “(반도체) 3개 품목에 대해서는 개별 품목별 한·일 간 건전한 수출 실적의 축적 및 한국 측의 적정한 수출관리 운용을 위해 재검토가 가능해진다”는 내용에 합의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수출관리정책 대화라는 것은 화이트리스트 복원을 포함한 것”이라고 했다. 한·일 간 국장급 대화 등을 통해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포함한 수출규제 해소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조하며 GSOMIA 연장을 압박해 온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후폭풍을 차단할 수 있게 됐다.

<b>아베 “한·미·일 연대 중요”</b>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관저를 나오면서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조건부 유예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아베 “한·미·일 연대 중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관저를 나오면서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조건부 유예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다만 일본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과 연동해 수출규제 해소 문제를 논의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징용피해자 문제를 둘러싼 한·일 정부의 입장차가 큰 데다 징용 피해자 측의 수용이 해법 마련의 원칙이라는 게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어서 향후 협상을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징용피해자 배상 문제와 수출규제 문제를 놓고 양국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GSOMIA 종료가 초읽기에 들어갔던 최근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 한국을 다시 포함시켜야 하고 반도체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철회해야만 GSOMIA를 연장하거나 WTO 제소를 철회할 수 있는 것”이라며 “(오늘의) 이런 합의 내용이 상당기간 계속되는 것은 우리가 허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연말까지는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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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이후의 재난, 우리가 손 맞잡은 이유

등록 :2019-11-23 09:08수정 :2019-11-2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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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재난 피해자의 권리를 말하다

서로의 아픔 감싸는 재난 피해자 연대
진실부터 처벌까지 ‘참여’권 첫 공론화
4.16재단이 주최한 ‘재난 피해자 지원 및 권리 강화를 위한 국제 포럼’에 참석하고자 방한한 영국과 프랑스의 참사 피해자 단체 회원 등이 지난 20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4.16가족협의회 사무실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과 연대의 의미로 손을 잡고 있다. 안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4.16재단이 주최한 ‘재난 피해자 지원 및 권리 강화를 위한 국제 포럼’에 참석하고자 방한한 영국과 프랑스의 참사 피해자 단체 회원 등이 지난 20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4.16가족협의회 사무실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과 연대의 의미로 손을 잡고 있다. 안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고속 성장에 열을 올리던 수십년 동안 우리나라에선 수십명, 수백명이 죽고 다치는 재난을 국민들이 오롯이 겪어내야 했다. 다리가 무너지고, 백화점이 쓰러지는가 하면, 지하철이 불에 타 수백명이 숨지고, 수학여행 가던 고교생 수백명을 태운 배가 물에 잠겼다.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재난은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도 빈번한 일이 돼버렸다. 최근 50년간 10명 이상이 숨진 재난이 276건에 이르러 우리는 1년에 다섯번꼴로 재난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재난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닥치는 일이 아니었고, 불평등한 재난 앞에 국가의 대응은 무기력했다. 앞으로 닥칠 재난은 지금과 달라야 한다는 새 패러다임이 일고 있다.

 

 

 

 

 

재난 때 우왕좌왕 진상규명 안돼
보상 난관, 책임 불분명, 재발 거듭
피해자들 그저 ‘불쌍한 사람’ 취급
복지 수혜자 아닌 ‘권리자’ 말할 때

 

 

사람 목숨 후순위로 둔 경제성장
같은 재난도 피해는 약자에게만
잇따른 재난에도 대응 시스템 미비
“소중한 경험 쌓아 제대로 대응하자”

 

 

순남은 항상 거실에서 잠든다. 안방 침대에서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수학여행을 떠난 고교생 아들이 배 침몰 사고로 목숨을 잃은 뒤 생긴 버릇이다. 어느 날 갑자기 현관문을 열고 돌아올까, 그러면 발 벗고 나가 아들을 반길 수 있어야지. 순남이 늘 거실에서 잠드는 이유다. 영화 <생일>(2019)의 주인공 순남은 숨진 아들의 친구를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지만 인사를 받지 못한다. 아들의 친구는 순남이 걸어오자 고개를 떨구고 다른 길로 피하고 만다. 친구는 죽었고 자신은 살았는데, 친구 어머니에게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인사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로 어머니를 잃은 황순오(51)씨는 순남의 행동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16년 전 황씨는 황망히 어머니를 잃고 한동안 침대에서 맘 편히 잠을 청할 수 없었다. 1년 가까이를 거실에서 지냈다. 이와 동시에 황씨는 영화에서 순남 아들의 친구에게도 감정이 이입됐다. 거대한 재난에서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참사로 가족을 잃은 순남이 왜 그렇게 거실에서 자는지 너무나도 알 것 같았죠. 소중한 친구가 세상을 떠났는데 혼자 살아남은 순남 아들의 친구도 다름 아닌 바로 제 모습이었습니다.” 황씨는 말했다. 이어 황씨는 “재난 피해자는 희생된 당사자뿐 아니라 참사를 함께 겪은 주변인 모두라는 걸 영화는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8일 경북 포항에선 의미 있는 영화제가 열렸다. 2년 전 대규모 지진을 겪은 포항 시민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일어난 재난에 대해 돌아본다’라는 주제로 재난을 다룬 영화를 함께 보며 아픔을 치유하는 행사였다. 재난을 앞서 겪은 이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공감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더욱 각별했다. 유경근 전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예은 아빠)과 대구 지하철 참사 유족 단체 ‘2.18안전문화재단’ 황순오 사업팀장, 박상원 흥해도시재생봉사단 단장은 이 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를 그린 영화 <생일>(2019)을 함께 보고 각자 겪은 재난의 아픔을 나눴다. 3일간 열린 이 영화제는 성수대교 참사가 등장하는 <벌새>(2019),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2019) 등 9편의 영화를 상영했다.

 

안산, 대구, 포항 세 도시는 겪은 재난의 종류는 달라도 아픔은 같았다. 지진으로 17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포항에 사는 박상원 단장은 “재난이 일어난 뒤 정부의 대응 과정이 부실하다는 점이 매번 반복된다. 포항엔 재난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체육관에서 지내는 피해자들이 많고 특별법 제정도 지지부진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나아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사람 목숨이 소중한지 모르고 고속 경제성장에 열을 올리던 수십년 동안 우리나라에선 수십명, 수백명이 죽고 다치는 재난을 국민들이 오롯이 겪어내야 했다. 다리가 무너지고(1994년 성수대교 참사), 백화점이 무너지는가 하면(1995년 삼풍백화점 참사), 어린이가 자던 수련시설이 불에 타고(1999년 화성 씨랜드 참사), 지하철이 불에 타 수백명이 숨지고(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수학여행 가던 고교생 수백명을 태운 배가 물에 잠겼다(2014년 세월호 참사). 이 밖에도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재난은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도 빈번한 일이 돼버렸다. 1964년부터 2013년까지 50년간 10명 이상이 숨진 재난이 276건에 이른다는 집계도 있다.(국립재난안전연구원) 1년에 다섯번꼴이다. 최근 10년(2009∼2018년)간 발생한 사회재난(다중밀집시설 화재, 건축물 붕괴, 지하철 사고 등)은 94건으로 이로 인해 917명이 숨지는 등 모두 2508명이 다치거나 숨졌다.(2018 재난연감) 지난 19일에도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어선이 불에 타 12명의 인명 피해가 났다.

 

문제는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든 재난이 발생한 뒤의 상황이 매번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점이다. 사고 초기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사고 원인의 저변엔 기업의 위법행위나 행정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늘 있었다. 하지만 관리 책임자를 엄벌할 수 있는 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언론은 그저 재난을 ‘구경거리’처럼 보도한다. 재난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과정에서 정치인들은 재난을 여론에 활용하는 ‘재난 정치’를 펼치곤 한다. 반면 재난 피해자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때론 ‘사고를 피하지 못했던 부주의한 사람’ ‘보상에 눈이 먼 떼쟁이’ 등 사회적 비난까지 감수해야 한다.

 

2017년 5월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2017년 5월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하지만 살펴보면 같은 재난이라도 그에 따른 피해는 주로 가난하거나, 몸이 약하거나, 권한을 덜 가진 이른바 ‘재난약자’들을 향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2019)을 보면 도시를 집어삼킬 듯한 폭우가 내리던 여름, 누군가는 캠핑을 다녀와 소고기를 넣은 라면을 먹으며 창밖의 빗물을 구경하지만, 누군가는 지하방이 물에 잠기며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이재민이 되어 체육관 돗자리 위에서 잠을 청하는 이들은 평소에도 주거가 불안했던 이들이었다. 그런데도 지금껏 우리 사회는 재난 피해자를 ‘불운한 사고를 당한 불쌍한 사람’으로 봐왔다. 실제로 재난 피해자는 사회취약계층이 국가의 시스템 미비로 재난 위험으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결과였다. 몽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재난 피해자는 재난이 발생하기 전 이미 사회구조적 불평등으로 상당 부분 결정된다”며 “재난이 개인의 비극으로 개별화되지 않고 사회적 사건임을 인식하고 대응할 때 우리는 재난에 제대로 맞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쌍한 사람들’ 아닌 ‘피해자 권리’

 

되풀이되는 재난과 미비한 국가의 대응 시스템 속에서 재난 피해자를 트라우마 환자, 동정의 대상, 복지 수혜자로 인식해온 시선을 거부하고 이들의 권리를 조명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지금껏 각각의 사고에 대응하며 ‘각개전투’로 싸웠던 재난 피해자들이 함께 모여 우리나라 재난 대응 시스템의 제도적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최근 10~20년 사이 발생한 여러 재난의 피해자 단체들이 대거 연대해 ‘재난 피해자의 권리 향상’에 대해 발언하는 첫 공식 행사가 열렸다. 세월호 유가족을 지원하는 4.16재단은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서 ‘재난사회, 피해자 권리를 묻다’라는 주제의 국제 포럼을 열어 재난 현장에서 피해자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함께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프랑스, 영국, 뉴질랜드 등 국제사회의 재난 피해자 단체 활동가를 초청해 그들의 경험담을 듣고, 우리나라 재난 피해자 단체들의 네트워크 모임도 열였다. 이 자리에는 삼풍백화점 붕괴(삼풍백화점 유족회), 화성 씨랜드 화재(한국어린이안전재단), 대구 지하철 화재(2.18재단), 2011년 춘천 산사태(춘천봉사활동 인하대 희생자 기념사업회), 2013년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유족회), 세월호 침몰(4.16가족협의회), 2017년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2017년 포항 지진(피해자모임) 등 사고 피해자들이 참석해 우리나라 재난 피해자의 권리 보장 방안에 관해 머리를 맞댔다.

 

재난이 터지면 가장 먼저 미안해하는 이들은 앞서 일어난 재난의 피해자들이었다. 2017년 대서양에서 22명의 선원이 실종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 때 앞서 배 침몰 사고를 겪었던 세월호 유가족들이 정부에 진상 규명 요구를 함께하며 길잡이가 되어줬다. 지난해 김용균씨가 산업재해로 숨지자 역시 세월호 유가족들이 김씨의 어머니를 도왔다.

 

재난 피해자들의 연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작됐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들과 화성 씨랜드 유가족이 팽목항을 찾았다. 앞서 재난을 겪은 피해자 단체들이 세월호 피해 가족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한 것이다. 전재영 2.18안전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찾아가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게 없었다. (재난을 앞서 겪은) 우리가 미리 제도적 틀을 닦아놨다면 어쩌면 세월호 사고도 안 일어났을 것”이라며 “피해자 단체끼리 연대해 재난 대응 경험을 축적하고 다음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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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행사 때가 되면 피해자 단체들은 서로 힘을 보탠다. 지난 6월, 화성 씨랜드 화재 참사 20주기 추모식에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 피해자 유가족 등 다른 재난 피해자들이 찾아와 애도했다. 충남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고교생 5명이 숨진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의 6주기 추모식이 열린 지난 7월, 추모식장에는 재난으로 자녀를 잃은 세월호 유가족, 제주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 고 이민호군 아버지 등이 참석했다.

 

그동안 소소한 교류는 이어졌지만, ‘재난 피해자의 권리와 국가 시스템의 변화’라는 사회적 발언에 피해자 단체들이 나서는 데까지 세월호 참사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각자 겪은 재난을 치유할 시간이 필요했고 국가와 기업 등 거대 권력에 대응하며 몸과 마음이 지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연대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2011년 춘천 산사태 참사로 자녀를 잃은 정경원 춘천봉사활동 인하대 희생자 기념사업회 운영위원은 “누구든 재난은 처음 겪게 되는데 경험이 없는 피해자들은 우왕좌왕하게 되고 적절한 대응 시기와 방법을 놓치게 된다. 재난을 이미 경험한 사람들이 ‘우리는 이런 경험을 했고, 이럴 때는 이런 일들이 발생하니 이런 대처를 해야 한다’는 경험을 공유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재난 피해자 단체들이 연대해 조직체를 꾸리면 재난이 발생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정부나 기업의 대응이 적절한지 감시할 수도 있다. 자연재해든 사회적 재난이든, 나아가 산업재해까지 그 본질에는 국가의 시스템 부재와 관리감독 미비, 기업의 위법행위 등이 숨어 있다는 게 피해자들의 설명이다. 2017년 대서양에서 침몰해 22명의 선원이 실종된 스텔라데이지호 사고의 허경주 가족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우리는 사고 초기에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했지만 누구한테 물어야 할지 몰랐다. 사고 초기에 무엇을 챙겨야 할지, 피해자에게 이런 권리가 있고 기업이나 정부에 이런 걸 요구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진상 규명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18174.html?_fr=mt1#csidx70c991d9887ea4a86bced6f627854c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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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김학의 무죄'를 만들었다

검찰, 2013·2015년 김학의 전 차관에 무혐의·불기소... 2019년엔 반쪽 기소

19.11.22 18:03l최종 업데이트 19.11.22 18:03l

 

 3억원대 뇌물 혐의, 성접대 혐의와 관련해 1심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되어 나오고 있다.
▲  3억원대 뇌물 혐의, 성접대 혐의와 관련해 1심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되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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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의는 실현되지 못했다. 정의를 실현해야 할 검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지난 6년의 시간 탓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22일 오후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관련 기사 : '성관계 제공' 인정했지만... 무죄 김학의 '미소').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여러 사람으로부터 돈이나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기회 등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김 전 차관은 2006년~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3100만 원 상당의 현금, 수표, 그림, 코트 등을 받았다. 13회에 걸쳐 성접대를 받기도 했다.

그는 또한 2000~2009년 사업가 최아무개씨부터도 4785만 원의 돈·상품권, 2000~2007년 저축은행 회장 김아무개씨로부터 9500만 원의 돈을 받은 사실이 인정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뇌물인지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뇌물수수)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김 전 차관은 윤씨, 최씨, 김씨로부터 더 많은 돈을 받았다. 공소시효는 지나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해 뇌물로 보지 않았다. 결국 증거부족과 공소시효 완성에 걸리지 않은 부분은 없었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이유다.

김 전 차관의 혐의 상당 부분이 공소시효라는 벽에 가로막힌 것을 감안하면, 검찰이 2013년 성접대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수사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무죄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3년] 검찰, 김학의 전 차관 무혐의 처분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3월 13일 새 정부 출범 후 첫 차관 인사를 단행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호흡을 맞출 차관으로 엘리트 검사인 김학의 당시 대전고등검찰청장을 선택했다. 이틀 뒤 김학의 차관이 취임했다.

영광은 일주일도 못 갔다. 경찰이 김학의 차관의 성접대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김 차관으로 보이는 사람의 성관계 모습이 담긴 이른바 '별장 동영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김 차관은 취임 엿새만인 21일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더 이상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을 사임한다"며 사표를 냈다.

이후 본격적인 경찰 수사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김 전 장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검찰에 신청했지만 검찰이 이를 반려해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그해 7월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혐의에 대한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보냈지만, 그해 11월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피해 여성들의 진술이 번복되는 등 일관성이 없고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진술 외에는 다른 증거가 없는 점 등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3억원대 뇌물 혐의, 성접대 혐의와 관련해 1심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되어 나오고 있다.
▲  3억원대 뇌물 혐의, 성접대 혐의와 관련해 1심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되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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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검찰, 김 전 차관 불기소 처분 

2014년 검찰은 김 전 차관을 다시 수사할 기회를 얻었다. 그해 7월 스스로를 '별장 동영상' 속 피해여성이라고 주장한 이아무개씨가 김 전 차관과 윤중천씨를 성폭력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이듬해 검찰은 김 전 차관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2019년] 검찰, 김 전 차관 반쪽 기소 

검찰이 김 전 차관 사건을 덮었다는 의혹은 계속 남았다. 2017년 정권이 바뀐 뒤 김 전 차관 사건은 법무부 소속 검찰과거사위원회 조사대상이 됐다. 2019년 김학의 전 차관이 변장을 하고 해외로 출국하려다 제지 당하는 일이 발생해, 여론은 험악해졌다.

김 전 차관은 인천국제공항에서 3월 23일 0시 20분 태국 방콕으로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을 구입했다. 그가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출입국 당국이 그의 출국 시도를 법무부에 보고해 긴급 출국 금지가 내려졌다. 김 전 차관이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공항으로 빠져나가는 장면이 방송사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며칠 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김학의 전 차관 사건 재수사를 권고했고, 그 직후 문무일 검찰 총장은 대규모 수사단을 출범시켰다. 5월 검찰 수사단은 뇌물혐의로 김 전 차관 구속영장 발부를 법원에 청구했고, 법원은 "주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이나 도망염려 등과 같은 구속 사유 역시 인정된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수사단은 6월 김 전 차관을 성접대를 포함한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 전 차관은 성접대 의혹을 받은 지 6년여 만에 법정에 서게 됐다.

하지만 '반쪽 기소'라는 비판도 일었다. 성폭력 혐의가 빠진 탓이다. 수사단은 '별장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임을 확인했다. 다만 김 전 차관과 피해자의 성관계 배경에 윤중천씨 강요가 있었다는 사실을 김 전 차관이 몰랐다는 이유 등을 들어 성폭력 혐의는 빠졌다.

검찰 수사단은 또한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직무유기)은 공소시효 완성으로 수사를 할 수 없었다고 했고, '박근혜 청와대'의 수사 외압 의혹도 증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김 전 차관은 일부 혐의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지만, 22일 그는 무죄 선고를 받았다. 곧 김 전 차관은 서울 동부구치소를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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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 결정에 일제히 반발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11/23 08:35
  • 수정일
    2019/11/23 08:3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시민사회,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 결정에 일제히 반발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9/11/23 [07:37]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정부를 향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 유지를 촉구하고 있는 시민들. (사진 : 아베규탄시민행동)     © 편집국

 

정부가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을 조건부 연기하기로 한 것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숱한 말의 성찬은 결국 눈속임이었고 아베정권과 미 군부 수뇌부하다못해 황제단식 중인 황교안에게 굴복했다며 일본에게 군사정보를 넘기면서 노동자민중의 염원인 평화를 팔아넘기는 셈이라고 정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국민이 위임한 주권을 올바르게 행사하지 않는다면노동자민중이 주인으로서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며 아베와 트럼프의 제국주의 팽창 정책과 이에 동조하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민중과 연대해 중단 없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권자전국회의도 성명을 통해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방침 철회는 안보적폐 청산을 포함한 촛불의 시대적 요구에 대한 배신이며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것을 선서한 대통령으로서 오히려 국민과 국가를 대외 굴종과 굴욕을 넘어 위기로 내모는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행위이자 궁극적으로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촛불의 주역이었던 대한민국 국민들을 졸지에 전 세계적인 비웃음거리로 만든 폭거라고 지적했다.

 

주권자전국회의는 우리는 이 조치에 대해 전혀 동의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으며대한민국의 국가적 위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국가의 주권과 국민의 안전을 위기로 몰아넣은 이 정부에 대해 반드시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며 정부가 못 지킨 주권과 국가적 위신을 일본 아베 정권과 미국에 보여줄 수 있도록 다 시 한번 뜻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참여연대도 성명을 통해 정부의 이번 결정은 미국의 노골적인 압박에 굴복한 것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며 한국을 시종일관 무시하며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삼는 아베의 일본과 군사협력을 강요하고중국이나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던 미국이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협정 종료를 번복해서 한국이 얻은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라며 정부는 대일정책조차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없으며미국의 속박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는 깊은 좌절감만을 안겨주었다그러고도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우리 스스로그것도 평화적으로 이루어가겠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겨레하나도 성명을 통해 일본과의 군사협정을 이어간 것도 굴욕이지만일본의 어떤 변화나 최소한의 조치도 없이 연장했다는 것은 더욱 굴욕이며 무엇보다 지소미아 연장이 미국의 압박 때문이었다는 공공연한 이유가우리를 치욕스럽게 한다고 분노했다.

 

겨레하나는 지난 8월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하던 날 우리가 확인한 것은 주권의 존재였다굴욕적인 외교 협정도 우리가 원하면 바꿀 수 있다는 당연한 권리를 확인했던 날이었다며 그 어떤 동맹도우리의 역사와 평화우리의 주권보다 소중할 수는 없다끝까지 싸워흔들리는 주권을 바로잡고 오늘의 치욕을 씻어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성명을 통해 지소미아 연장을 압박한 미국을 규탄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미국이 어떠한 몽니를 부려 청와대의 입장을 돌려세웠는지는 모르겠으나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미국만의 입장이라는 것이라며 미국의 눈에는 자신들의 이권탐욕만이 서려있다이들이 동맹이라는 허울을 이제는 벗어날 때다지소미아 재개는 결국 미국과 일본만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에도 각계각층의 규탄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23일에는 시민사회단체들의 규탄기자회견과 대학생 규탄대회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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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1대 정기국회 ‘1호 법안’은 재벌체제청산”

재벌체제청산 민중입법안(1) - ‘불법-탈법 범죄경영’ 삼성 이재용 심판

지난 1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벌체제청산 입법요구안 토론회’.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 민중당 김종훈 의원실이 주최해, 말 그대로 ‘재벌체제를 청산하기 위한 법안’에 대해 토론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출된 법안은 민중공동행동에 속한 단체들이 워킹팀(민주노총, 민주노총 법률원, 민중당, 변혁당, 한국진보연대)을 꾸려 6개월 동안 연구한 법안이다.

이 재벌체제청산을 위한 입법요구안은 ▲‘불법-탈법 범죄경영’ 삼성 이재용 심판 ▲‘세습-전횡 틀어막는’ 소유지배구조 청산 ▲‘넘치는 곳간 여는’ 이윤착취구조 청산 ▲‘진짜 사장 찾아주는’ 고용구조 청산 등 네 가지로 구성돼 있다.

민중공동행동은 이 법안 내용으로 대중적인 입법청원운동을 벌여 ‘재벌체제청산’이라는 의제를 사회·정치적으로 여론화하고, 내년 21대 총선에서 재벌의제를 쟁점화해 21대 첫 정기국회에서 재벌체제청산을 위한 개혁입법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전국 각 지역·현장에서 토론을 벌이고, 대중 발의운동, 법안에 대한 ‘전국 발의자대회’도 계획 중이다.

민중공동행동은 토론회 다음날인 13일 ‘재벌체제청산 민중입법안’에 대한 민중입법운동을 선포했다. 이날 발표된 입법요구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토론내용을 네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

1) ‘불법-탈법 범죄경영’ 삼성 이재용 심판
2) ‘세습-전횡 틀어막는’ 소유지배구조 청산
3) ‘넘치는 곳간 여는’ 이윤착취구조 청산, ‘진짜 사장 찾아주는’ 고용구조 청산
4) 진보정당(민중당·사회변혁노동자당)의 재벌개혁 과제와 방안

 

▲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벌체제청산 입법요구안 토론회’

워킹팀에서 활동하는 노종화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가 입법요구안 발제를 맡았다. 노 변호사는 먼저 ‘재벌체제청산 민중입법요구안’의 구성에 대해 설명하며 ‘포괄성’, ‘필요성’, ‘대중성’을 강조했다.

법안 내용이, 재벌체제의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는 ▲소유지배 구조 ▲이윤착취 구조 ▲다면 고용 구조 등의 영역을 포괄하고 있으며(포괄성), 수많은 재벌체제청산 입법요구 중 현실에서 우선해 제기되고 있는 쟁점을 중심으로 추출했고(필요성), 대중들에게 이미 그 모순과 폐해가 잘 드러난 사안을 선별해 대중적으로 접근(대중성)했다는 설명이다.

첫 번째 민중입법요구안 내용은 “‘불법-탈법 범죄경영’ 삼성 이재용 심판” 부분이다.

1)범죄수익 환수법, 2)범죄경영인 취업 금지 3)배임-횡령자의 대주주 자격 제한, 4)자산운용비율 초과 주식 의결권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유죄’ 판결받아도… 판결은 판결, 재산 환수·몰수는 안 돼

재벌대기업집단 총수들은 범죄행위에 대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으나, 범죄행위로 인해 취득한 재산(범죄수익)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환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꼬집은 게 ‘범죄수익환수법’이다.

2017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특정재산범죄와 관련된 범죄수익의 환수에 관한 절차를 규정해 놓은 법안이다.

이 법안에서 ‘특정재산범죄’란, 형법상 횡령·배임(제355조), 업무상의 횡령과 배임(제356조) 죄 중, 그 범죄행위로 인해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0억 이상인 죄를 말한다. 이에 해당할 시 법무부 장관이 법원에 특정재산범죄수익의 국고 귀속을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

노종화 변호사는 “재벌 총수들은 회삿돈을 이용해 뇌물을 공여하거나, 불법·편법 승계를 도모하거나, 불법적인 부를 쌓아 왔다”고 지적하며 “이 법안이라도 제대로 적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가 지적한 ‘재벌 총수’ 하면 떠오르는 인물(총수)들이 많다. 대표적인 인물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2월 2심 판결에서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후, 지난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삼성 측이 최순실 측에 제공한 말 3마리 구입액,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액 모두 ‘뇌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며 ‘2심 판결 파기 환송’ 결과를 받았다.

이 사건보다 더 앞서 ‘삼성SDS BW 사건’이 있었다. 1999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임원은 이재용 등 2세들에게 그룹을 승계하기 위해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발행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헐값에 발행해 이를 2세들에게 나눠줬다. 이를 인수한 이재용은 삼성SDS의 최대주주가 된다. 이재용은 수조 원의 상장차익을 얻었지만, 회사는 새로 발행한 주식의 제값을 받지 못하면서 수백억 원의 손해를 본다. 이 사건으로 이건희 전 회장과 이학수 전 부회장, 김인주 전 사장 등 3인은 ‘배임죄’로 유죄선고를 받았다. 회사의 손실 200억여 원을 배상했고, 400여 억의 증여세를 납부했다. ‘불법 상속에 사죄한다’면서 80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익을 얻은 이재용은 처벌받지 않았다. 그가 받은 주식도, 주식으로 인한 수익도 몰수되지 않았다. 그가 새로 소유하게 된 삼성SDS 주식의 시장가치는 2조 4000억 원이었는데 말이다. 이 사건으로 이건희의 3남매 등 삼성 측 인물들이 차지한 주식 가치 총액은 7~8조 원에 이른다. 그러나 현행법(특정재산범죄수익 환수 법률)으로는 이 재산을 몰수할 방법이 없다.

▲ 지난 6월 열린 ‘재벌체제 개혁을 위한 을들의 만민공동회’에서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재벌개혁의 과제들.

‘범죄수익환수법’ 제정… 범죄행위로 취득한 ‘재산 환수’

‘삼성SDS BW 사건’이 벌어졌던 1999년과, 이 문제가 불거졌던 2015년 당시의 가치 그리고 구입비용의 차이는 자그마치 2조 5153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범죄수익환수법이 제정되면 이 금액을 환수할 수 있다.

노 변호사는 “지난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많은 재벌기업 총수들과 정치권 사이에 만들어진 뿌리 깊은 정경유착의 고리가 드러났고, 이를 대가로 한 불법·편법 등이 만천하에 밝혀”졌지만 “이로 인해 생겨난 범죄수익의 환수는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범죄수익 몰수가 이중·삼중으로 잠겨있다. 현행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한계 때문이다. 이 법률에 따르면 범죄수익의 몰수로 인해 피해자가 생길 경우 몰수할 수 없으며, 몰수 대상인 재산이 제3자에게 속한 경우에도 몰 수 할 수 없다. 삼성 경영승계 과정에서 생겨난 주가조작 범죄로 계열사가 피해를 입었어도 이미 이재용 등 다른 주주들(제3자)에게 그 수익이 귀속된 경우 손댈 수 없는 것이다.

또, 경제범죄 사건이 여러 단계를 거치며 범죄수익이 세탁되거나 희석되기 때문에 범죄수익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 역시 까다롭다. ‘범죄수익’임이 뻔함에도 불구하고 몰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검찰 손에 달려있어 검찰이 눈을 감으면 그만이기도 하다.

그러나 ‘범죄수익환수법’은 ‘환수의 대상’이 되는 범죄수익엔 ‘범죄행위로 인해 취득’한 재산 이외에도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산상의 이익’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 경우, ‘삼성SDS BW 사건’으로 이건희 전 회장 등 3인이 처벌받고, 세습을 받은 이재용·이부진·이서현 등은 제외됐던 부조리를 극복할 수 있다.

또, 환수할 수 있는 범죄수익의 폭도 넓어졌다. 몰수 대상의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범죄가 범인 외의 자를 위하여 행하여지고, 이로 인하여 그 범인 외의 자가 수익을 취득한 경우’까지 포함했다.

▲ ‘재벌체제청산 민중입법요구안’ 발제하는 노종화 변호사

옥중 경영? 자원봉사?… 범죄경영인 취업 금지해야

‘불법-탈법 범죄경영’을 규제하는 법안 내용의 또 다른 한 가지는 “범죄경영인의 취업 금지”를 내용으로 한다.

현행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 제14조)’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 내에서 기업체에서 일정기간 동안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규제의 정도는 약하고,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한 것이 문제다.

“재벌 총수들은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히는 배임·횡령 등 범죄를 저지른 후에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아왔고, 소위 ‘옥중 경영’을 하거나 실형·집행유예 등이 종료되면 경영에 복귀했다”고 제기하며, 이것이 가능한 것은 “재벌 총수들이 낮은 소유 지분을 갖고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해왔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예가 그렇다. 최태원 회장은 수감 중이던 지난 2015년, 이른바 SK와 SK C&C의 합병을 결정하는 등 ‘옥중 경영’을 했다. 2008년 5월에도 특경가법 위반으로 유죄를 받은 최 회장은 2008년에도 특경가법 위반행위를 했고, 이에 2014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최 회장은 출소 이후에도 특경가법 규정에 따라 취업이 금지되자 “급여도 받지 않고 4대 보험까지 받지 않는다”면서 ‘자원봉사’라며 그룹을 운영했다.

SK그룹만이 아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2008년 6월 특경가법으로 유죄가 확정된 후에도 취업제한 조항을 비일비재하게 위반했다. 재벌총수들이 ‘특별사면’에 목매는 이유, 하루 빨리 경영에 복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 ‘조속한 사면’이기 때문이다.

총수들이 낮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기업 전체를 지배해왔기 때문에 재벌총수들의 ‘옥중 경영’과 ‘형 종료 후 경영일선 복귀’가 가능한 일이었지만 “범죄경영인의 현역 복귀를 손쉽게 도와주고 있”는 현행 법률의 허술함도 크게 한 몫 하고 있다.

민중입법요구안엔 특경가법의 ‘취업’의 범위를 하위법령 등으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보수 수령 여부나, 직책에 상관없이 회사 사무에 종사하거나 관여하는 행위’로 명확히 해 ‘무급 봉사’, ‘자원봉사’, ‘무급 자문’ 등의 주장이 나올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징역형의 집행 기간이나 집행유예 기간’에도 취업할 수 없도록 해 ‘옥중 경영’을 막아야 하며, 취업 금지 기간도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을 ‘7년’으로 늘리고, ‘징역형의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을 ‘5년’으로 늘려 실효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상법 개정을 통해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 범죄, 노동조합법상 부당노동행위 등 노조파괴 범죄로 징역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경우, 특경가법과 동일한 수준에서 이사로 선임될 수 없도록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 사진 : 뉴시스

이재용은 대주주 자격에 적격한가?… 배임-횡령자의 대주주 자격 제한

‘불법-탈법 범죄경영’을 규제하는 법안 세 번째는 ‘배임-횡령자의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현행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엔 금융위원회를 통해 금융회사의 최대주주가 법령이 정하는 적격성 심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적용 범위나 적격성 심사요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가 개정안을 내놓았다. 대주주 자격 심사요건에 ‘특경법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을 받은 경우’를 추가하고, ‘적격성 심사대상(최대주주)이 금융위원회의 의결권 제한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주식 처분을 명할 수 있도록’ 했으며, ‘불응하는 최대주주에게 일정한 제재를 부과’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민중입법요구안엔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개정내용을 추가했다. 적격성 심사대상을 ‘최대주주(1인)’에서 ‘대주주 등’으로 범위를 확대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주주도 심사대상에 포함시키고, 대주주의 지위를 획득하는 과정에 심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데에서도 이런 심사요건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필요한 이유 ‘삼성’도 피해갈 수 없다.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횡령·뇌물죄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면서 재판이 고등법원으로 다시 돌아갔다. 통상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이 원심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재용에 대한 횡령죄 실형선고는 불가피하다.” 노종화 변호사의 해설이다.

삼성생명의 최다출자자는 이건희 회장(삼성생명 지분 20.76%)이기 때문에 현행법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와 특수관계에 있더라도 적격성 심사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적격심사의 대상이 확대되면 이재용은 삼성생명 최대출자자인 이건희와 특수관계에 있을 뿐만아니라, 대주주인 삼성물산의 경영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적격심사의 대상이 된다.

▲ 사진 : 뉴시스

‘삼성생명 맞춤형’인 보험업법 개정… 자산운용비율 초과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마지막은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자산운용비율(3%)을 초과한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해 ‘불법-탈법 범죄경영’을 규제하는 것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가능한 일”이다.

2018년 우리나라 개인당 민간보험 가입률은 96.7%다. 누구나 민간보험 하나씩은 가입한 셈이다. 국민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보험사를 삼성, 한화, 현대 등 재벌이 소유하고 경영하고 있다.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제 때에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하기 위해 자산운용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래서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회사 운용 총자산의 3% 이상을 계열회사의 주식이나 채권으로 보유하는 것을 금지’해 보험회사의 자산운용을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보험업법은 ‘삼성생명 맞춤형’이다.” 민중입법요구안이 지적하고 있는 내용이다.

보험사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재벌기업 ‘삼성’. 이재용의 삼성전자 주식 지분은 불과 0.65% 수준이지만 이재용은 이 지분율로 삼성전자를 쥐락펴락 운영한다. 이유는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때문이다. 이 구조의 핵심은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의 8% 가까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우리나라 보험업법이 정한 3%를 훨씬 상회하는 비율을 삼성전자에 소위 ‘몰빵’하고 있다.

그런데 의아스러운 것은 “이것이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행 보험업법의 이중 잣대 때문이다. “3% 제한 규정을 어기지 않게 만들어주기 위해, 주식보유 비율이 3%가 넘지 않도록 마법을 부려준 결과”라고 노종화 변호사는 꼬집었다.

삼성생명이 보험업법으로 처벌받지 않는 이유, “보험회사 자산운용비율 적용기준을 정할 때, ‘분자’의 금액, 즉 투자한 금액(삼성전자의 주식 금액)은 주식을 살 때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분모’가 되는 삼성생명 운용 총자산은 이보다 훨씬 높은 ‘시가’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이 보험업법의 마법이 삼성의 지배구조를 지켜주고 있다는 것이다.

민중입법요구안은 이 자산운용비율 산정기준을 정상화해 보험회사의 운용자산이 한곳으로 쏠리지 못하도록 한 ‘3% 제한 규정’의 취지를 살리고, 자산운용비율을 초과하는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 보험업법 개정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손쉽게’ 삼성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며,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을 이용해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것을 막는 것이 보험가입자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 계속 -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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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北과 협의해 금강산관광 재개 적극 추진할 것"

美 워싱턴D.C. 현지 한반도국제포럼 세미나 기조연설...'美와 더 논의할 것'(전문)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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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1  12: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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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20일 미국 워싱턴D.C. 한반도국제포럼 미국세미나 기조연설을 통해 북측과 협의를 통해 금강산관광 재개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8일 스트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면담하는 모습. [사진제공-통일부]

"한국 정부는 지금의 상황을 금강산관광의 위기가 아닌 지속가능한 남북 교류협력의 토대를 마련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변화된 조건과 환경을 고려하면서, 북한과의 협의를 통해 금강산관광의 재개와 활성화를 적극 추진할 것이다."

미국을 방문중인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평화연구소(USIP)에서 열린 한반도국제포럼(KGFP) 미국세미나 기조연설을 통해 공개적으로  금강산관광 재개 의지를 천명했다.

김 장관은 '남·북·미 삼각관계의 전환'이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나아가 협력의 범위를 보다 넓혀서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북이 합의한 대로 동해안 일대에 남북 공동의 관광지대를 만들고, 남북 간 인적교류를 활성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주무부처 장관이 우리 정부가 주최한 미국내 세미나에서, 분명한 어조로, 기존 금강산관광 재개에 머물지 않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금강산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마식령스키장이 하나로 연결된 문화관광지구' 구상과 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은 9.19평양공동선언 2조 2항에 계속 협의해 나갈 사업으로 명시되어 있다.

김 장관은 "남북관계의 모든 문제들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금강산관광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남북이 마주 앉으면 양측 모두 만족하면서도 실천 가능한 창의적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같은 발언은 "남북·북미·한미 세 개의 양자관계가 보조를 맞춰 선순환 할 때, 한반도 문제에서도 진전이 이뤄져왔다"는 이날 기조연설의 전체 맥락에서 보면, 정부가 금강산관광 재개를 포함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미국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앞으로 구체적 협의를 진행하려는 일련의 흐름속에 있는 것 같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 장관은 연설에서 "남북대화가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이끌어냈고, 이를 바탕으로 북미 대화와 구체적인 조치들이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현재의 교착 상태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이 다시 추진력을 얻고 전진하기 위해서는 이 삼각관계의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을 마친 김 장관은 워싱턴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와 여러 차례 만나 금강산관광 등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이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김 장관이)금강산관광의 창의적 해법에 대해서 많이 강조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하면서 "특파원 간담회에서 '금강산관광에 대해서 이렇게 상세하게 논의한 적이 없었다. 앞으로 더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앞으로 각급 채널을 통해서 (미국측과)논의를 해 나가는 걸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번에 남·북·미 삼각관계의 전환에 대해 말한 것으로, 북미 비핵화협상을 진전시켜나가는데 있어서 남북관계의 역할·의미·기능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남북간 소강·교착국면이 장기화되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남북관계가 북미대화를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연철 통일부장관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 미국 세미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경제' 기조연설(전문)

2019.11.20.(수) 13:00, 워싱턴 미국평화연구소(USIP)

기 조 연 설 

< 남북미 삼각관계의 전환 >

 

2019. 11. 20. (수)

 통 일 부 장 관  김 연 철

 
 

1. 인사말씀

 
반갑습니다.

대한민국 통일부장관 김연철입니다.

한반도국제평화포럼 미국 세미나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세종연구소 백종천 이사장님과 미국평화연구소 조셉 윤 대사님, 이 자리를 함께 축하해 주신 모든 귀빈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느 때보다 한미 협력이 중요한 시기에 미국 최고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분들께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직접 설명 드리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서 갖고 계신 한반도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 감사드리며, 이번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서 한국과 미국이 함께 가고 있는 평화의 앞길을 밝혀줄 심도 있는 논의를 기대합니다.

 

2. 남북미 삼각관계가 지닌 함의

내외 귀빈 여러분, 지금 한반도 정세는 중요한 전환점에 있습니다.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멈추어 있던 북미 대화의 시계가 10월 5일 스톡홀름 실무협상을 계기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대화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북미 양 정상 간의 두터운 신뢰와 ‘연말’이라는 협상 시한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한 의지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미국에게, 북한에게 누구보다도 대한민국에게 소중한 기회입니다.

다시 오지 않을 지금의 기회를 반드시 살려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기 위한 해법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관계의 변화’가 곧 한반도 문제 해결의 핵심임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관련된 행위자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남북미 세 행위자 간의 유기적 관계가 중요합니다.

남북·북미·한미 세 개의 양자관계가 보조를 맞춰 선순환 할 때, 한반도 문제에서도 진전이 이뤄져왔습니다.

지난해의 경험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남북대화가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이끌어냈고, 이를 바탕으로 북미 대화와 구체적인 조치들이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졌습니다.

현재의 교착 상태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이 다시 추진력을 얻고 전진하기 위해서는 이 삼각관계의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난 9월 한미 양국 정상은 유엔총회에 앞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전환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오늘 저는 이 자리를 빌려 남북미 삼각관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남북·북미·한미 세 개의 양자관계 각각의 측면에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3. 남북관계의 전환

첫 번째로, 남북관계에서 보다 과감한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1953년 정전 이후, 남북관계는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오해와 이해 사이에서,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해왔습니다.

지난해, 유례없이 눈부신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의 진전이 더디어지자 다시 소강상태에 들어섰습니다.

여전히 남북 간에는 가야할 길이 멀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분단의 가장 큰 비극인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이 시급합니다.

한국 정부에 가족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 13만3천여 분 중에 60%에 해당하는 분들이 이미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생존해 계신 5만3천여 분의 평균 연령도 81세에 이르고 있습니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가족의 생사라도 확인하고 고향 땅 근처라도 가봤으면 한다는 소박하지만 간절한 소망들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 분들이 살아 계신 동안에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어떤 정치적 고려보다 우선해야 하는 시급한 인도적 문제입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 내 이산가족 문제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작고하신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남과 북은 이미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상설 면회소 개소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합의의 조속한 이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 외에도 분단으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의무입니다.

나아가 남북관계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한미 공통의 목표와 조화를 이루며,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유도하는 유용한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좋을 때 북핵 위협이 줄어든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역사적 경험입니다.

지난해 우리는 남북관계가 선행하면서 북미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이끄는 것을 직접 경험한 바 있습니다.

또한, 남북이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합의하고 이행한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들은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비핵화 대화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은 미국에게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한국에게야말로 미래와 운명이 달려있는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미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기여할 수 있는 남북관계의 발전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대외 여건들로 인해 남북관계의 공간이 많이 축소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남북관계가 해야 하는 역할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남북관계를 묶어놓고는 북미관계 역시 일정 수준 이상으로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우선, 지난해 판문점과 평양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부터 차근차근 이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북한은 금강산을 국제관광지대로 만들기 위해 노후시설을 철거해 갈 것을 한국 정부와 사업자들에게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철거는 합의를 통해 진행할 것이며 남측 주민들이 금강산에 온다면 언제든지 환영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1998년 첫 출항 이래 10년 동안 193만여 명의 한국 국민들이 방문했을 만큼, 금강산은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이자 남북 주민들의 만남과 소통의 현장이었습니다.

지난해 남북 정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는 방안에 대해 뜻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남북관계의 모든 문제들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금강산관광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남북이 마주앉으면 양측 모두 만족하면서도 실천 가능한 창의적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금의 상황을 금강산관광의 위기가 아닌 지속가능한 남북 교류협력의 토대를 마련하는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변화된 조건과 환경을 고려하면서, 북한과의 협의를 통해 금강산관광의 재개와 활성화를 적극 추진할 것입니다.

나아가 협력의 범위를 보다 넓혀서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북이 합의한 대로 동해안 일대에 남북 공동의 관광지대를 만들고, 남북 간 인적교류를 활성화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한반도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를 무대로 남과 북, 국제사회의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을 현저하게 낮추고, 안정적인 비핵화를 추동하는 안전보장의 장치가 될 것입니다.

이 외에도 북한이 호응만 해온다면 지금 당장 실천 가능하면서도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협력 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

남북미 삼각관계의 선순환을 추동하기 위해 남북관계가 해야 하는 독자적 역할 공간들이 존재합니다.

한국 정부는 남북 간에 지속가능한 협력의 공간들을 적극 발굴하고 넓혀 나갈 것입니다.

안으로부터의 평화가 밖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현실로 증명해 나가겠습니다.

 

4. 북미관계의 전환

두 번째로, 북미관계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미국과 북한은 이미 싱가포르에서 비핵화 대화의 최종 목표에 대한 합의를 이뤘습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 체제에 대한 안전 보장, 북미간 적대관계 종식을 맞바꾸기로 한 것입니다.

이 합의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현 단계의 과제는 서로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을 어떤 순서로 해 나갈 것인지에 합의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북미 양국의 신뢰 수준과 관련이 있습니다.

양국은 70년이 넘는 적대관계를 이어왔습니다.

단번에 불신의 바다를 건너기는 쉽지 않습니다.

북미 간에 대화와 협상을 통해 상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차근차근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협상의 동력을 잃지 않도록 가능한 조기에 후속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화만이 유일한 해법입니다.

이와 함께, 양측간 초기 신뢰 구축을 위한 창의적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3대 원칙’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쟁불용, 상호 간 안전보장, 공동번영이 바로 그것입니다.

‘전쟁불용’은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의미합니다.

소극적 평화인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날 수 없는 항구적 평화체제로 전환해 나가야 합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전체에게도 이익이 되는 길입니다.

‘상호 간 안전보장’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집중할 수 있는 안보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 폐기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상호 간에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지난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유예 결정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긍정적 여건을 만들어낸 바 있습니다.

북미 간 상호 신뢰를 증진할 수 있는 조치들이 이뤄진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이 구체적인 실천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공동번영’은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을 의미합니다.

평화가 구성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때, 더욱 공고한 평화 구축이 가능합니다.

북한이 핵이 아닌 경제와 번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비핵화를 촉진하고 군사적 긴장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재 완화가 어느 단계에서 어느 범위로 이뤄져야 하는지가 여전히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남아있습니다.

보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접근도 가능합니다.

남북관계도 중요한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우지 않으면서 북한을 충분히 유인할 수 있는 대안들을 남북 간 협력 공간의 확대를 통해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이 연말이라는 시한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두 번의 기회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기회가 무산된다면 언제 다시 이런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과거 패턴에 기반한 의구심으로 소중한 기회를 놓치기 보다는, 지금의 이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 합니다.

과거의 실패 경험은 좋은 교훈이 될 것입니다.

적대정책을 유지하면서 신뢰를 쌓기는 어렵습니다.

이제 북미 간의 오랜 적대관계를 끝내야 할 때입니다.

 

5. 한미협력의 과제

셋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과 양국의 국익 증대에 기여하는 한미 협력이 되어야 합니다.

한미 동맹은 지난 66년간 한반도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요한 역할과 기여를 해왔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한미 당국 간의 긴밀한 공조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진전을 뒷받침했습니다.

이제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 점에 있어 한미 양국의 국익은 정확히 일치합니다.

북미 간의 싱가포르 합의 네 개항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앞길을 밝히는 이정표입니다.

한국과 미국이 힘을 합쳐 이 네 개의 과제에서 각각의 진전을 이뤄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남북 간에는 지속가능한 협력의 공간을 찾고, 북미 간에는 차근차근 신뢰를 쌓으면서 남북미 삼각관계의 선순환을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오랜 시간 고착화된 냉전적 갈등과 대립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대전환의 길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공통의 목표가 있고 수많은 역경을 극복해 온 경험과 지혜가 있습니다.

한미동맹의 역사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앞으로도 한미 양국은 서로의 역할을 끊임없이 조정하고 조율하며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오늘 참석하신 전문가 분들, 그리고 미국 국민들께서도 한미 양국의 쉼 없는 노력에 지혜와 마음을 더하여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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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신상철 “천안함 의혹멈추지 않아” 징역 3년 구형

“정상참작 사유에도 항소심서 의혹제기의 홍보 장으로 변질시켜”
 
미디어오늘  | 등록:2019-11-22 09:07:28 | 최종:2019-11-22 09:51:0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검찰, 신상철 “천안함 의혹멈추지 않아” 징역 3년 구형
“정상참작 사유에도 항소심서 의혹제기의 홍보 장으로 변질시켜”
(미디어오늘 / 조현호 기자 / 2019-11-21)


검찰은 천안함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사건으로 기소된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위원(서프라이즈 대표)에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 전 위원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신 전 위원의 주장이 모두 허위사실이고 비방의 목적과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특히 검찰은 1심 재판부의 정상참작 사유에도 신 전 위원이 항소심을 의혹제기와 홍보의 장으로 변질시켰다며 품고 갈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소재환과 엄영욱 검사는 ‘검찰측 최종 의견 진술’에서 신 전 위원이 △정부가 해군의 선체 인양과 생존자 구출을 의도적으로 지연한 사실 없다 △잠수사 접근한 순간 사건원인 규명됐는데 원인발표 안하고 있다 △4월14일자 한주호 비밀임무 수행했다 △천안함 사건발시각이 조작됐다 △좌초 후 충돌 등의 주장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해군이 선체의 인양도 염두에 두고 준비해왔고, 인양의 준비를 늦췄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고, 의도적으로 실종자 구조를 지연했다는 주장은 허위”라고 주장했다.

좌초 후 충돌 주장 관련 검사들은 “스크래치의 경우 일부 체인에 긁혔거나 침몰 후 긁힌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알 수 없는 그림과 출처불명의 좌초사진을 들어 사건과 무관한 사진 게시했다”고 주장했다.

허위성의 인식을 두고 검사들은 “신 전 위원이 합조단 위원으로 위촉되고도, 이후 여러 차례 참석을 하지 않았고, 정보공개를 요청한 사실도 없다”며 “전문가로서 사실 확인 노력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여러 차례 공식 발표를 부정하고 허위사실 적시했다”며 “인터넷 검색을 한 자료거나 가치가 없는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는 등 수긍할만한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검사들은 이것이 신 전 위원이 허위성을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결론을 냈다. 신 전 위원이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단정적 표현으로 일관하고, ‘범죄’라는 등 사회적 가치를 저해하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비방 목적, 명예훼손 인정된다고 했다.

특히 검찰은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가 정상참작의 사유로 “지나친 과욕과 반대되는 정파 및 군에 대한 막연한 반감이 부른 경솔한 행동으로 보이고, 국민들이 현혹되는 사태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으며 민주사회로 가는 과정의 진통으로 이해하고 품고 가야한다”고 설명한 점을 들었다. 검찰은 그러나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명예훼손 사건임에도 천안함 침몰원인등 합조단 조사결과의 당부 판단하고, 피고의 의혹제기 홍보의 장으로 변질시켰다고 주장했다. 사실 관계에 의혹이 있는데 이를 다투려 했다는 것을 범죄혐의로 봤다.

검사들은 “항소심 법정과 법정 밖에서 계속된 이런 피고인의 행위를 볼 때 피고를 품고가야하는 게 맞는지 의문 들지 않을 수 없다”며 “경솔한 행동을 멈추지 않고, 2차 피해를 지속해 이로인한 국론분열을 야기시킨 점을 감안하면 징역 3형의 실형 선고해달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에 전시중인 천안함 선체. 서울고법이 지난해 9월13일 천안함을 현장검증하고 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위원과 이강훈 변호사가 지난 2016년 1월25일 천안함 1심 선고결과를 듣고 법정을 나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출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749

 


 

검찰, ‘천안함 좌초설’ 신상철에 징역 3년 구형
검찰 “국론 분열 초래하고 국군 장병들의 명예 훼손”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검찰이 천안함 좌초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위원에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 전 위원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이 같이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행동은 공적인 조사결과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고 심각한 국론 분열을 초래했으며 국군 장병들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면서 “민주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를 감안해 어느 정도 품고 가야할 부분이 있지만 법정과 안팎에서 보여준 피고인의 행태는 이해해야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해 정부와 군 당국이 천안함 사고 원인을 조작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신상철 전 위원.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피고인 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마지막까지 정부가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신 전 위원은 1시간 동안의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천안함이 어뢰가 아니었고 불명의 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한 증거, 정부가 이를 은폐하기 위해서 잠수함을 몰래 옮긴 정황 등을 근거로 들었다.
 
신 전 위원은 정부와 군이 천안함 침몰 원인을 은폐, 조작하려 했다는 글과 발언 등으로 국방부장관과 해군참모총장 등 정부 및 군 관계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 신 전 위원이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의혹 등을 주장하며 게시한 34개의 글 중 32개의 글은 비방의 목적이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정부가 침몰 원인을 조작하고자 구조 및 인양 작업을 지연하고 국방부 장관이 증거인멸을 했다고 주장한 2개 글은 명예를 훼손했다며 유죄로 봤다.
 
신 전 위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은 2020년 1월30일 열린다.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해 정부와 군 당국이 천안함 사고 원인을 조작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신상철 전 위원. 사진/뉴시스

출처: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935123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uid=4892&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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