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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평화를! 열려라, 금강산!'

각계 1,000여명, 고성서 '개성.금강산 재개 평화회의' 개최
강원도 고성=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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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8  23: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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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각계 대표 평화회의'가 전국 각계 단체대표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18일 강원도 고성 DMZ박물관 다목적센터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각계 대표 평화회의가 전국 각계 단체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18일 오후 강원도 고성 DMZ박물관 다목적센터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평화회의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범국민운동본부'와 '금강산관광 재개 범강원도민운동본부'가 공동 주최하고 각 지역에서 구성된 본부에서 1,000여명이 참가했다.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와 권재석 한국노총 대협본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평화회의는 CBS어린이 합창단의 식전 공연에 이어 각 지역 참가자들이 한반도기를 휘날리며 뜨거운 열기로 시작됐다.

평화회의를 준비하고 초대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환영사를 통해 서울, 부산, 전남, 대전, 인천을 비롯환 전국에서 오신 각계 대표들에게 박물관 설립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한 이번 행사를 통해 금강산관광 재개의 동력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고 인사를 전했다.

   
▲ 평화회의를 준비하고 초대한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최 지사는 금강산관광 재개도 중요하지만 이 일이 되지 않으면 남북관계 자체가 아주 어려운 상태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표시하면서 금강산관광을 가장 빠른 시일내에 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범국민운동본부를 대표해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은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갈 것인가, 다시 분단과 대결의 길로 갈것인가를 정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있다"고 하면서 "남북공동선언 이행의 첫단추는 금강산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에 있다. 남북이 힘을 합쳐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에는 미국이 처놓은 대북제재의 틀에 주저 않지 말고 지금 당장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을 선언할 것을 요구하면서, 대미의존적인 태도를 바꾸어 전면적인 대북정책 전환을 하라고 촉구했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불과 1년전만해도 많은 분들과 함께 금강산을 다녀왔고 올해에는 우리 모두 자유롭게 금강산을 갈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상황은 절체절명의 위기로 치달았다"고 하면서 "우리 정부는 지난 1년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북미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아무 한일이 없게 되면 구경꾼 노릇밖에 할 수 없다"며 "(정부가)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에는 남측에 서운하고 실망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금강산과 개성공단을 키워서 남북이 모두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자는 약속은 꼭 지켜야 하며, 그것이 국제사회로부터 븍이 지지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이경일 고성군수는 전국에서 고성을 찾아와 준 평화회의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금강산관광 재개는 고성군민 뿐만 아니라 비핵화와 세계 평화를 이끌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최근 국회에서 국회의원 157명의 금강산 재개 촉구 결의안 채택을 주도한 우원식, 김한정 의원도 참가해 지금까지 국회결의안 중 최대 규모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의원 과반수가 서명한 이 결의안의 성과를 뒤늦게 자화자찬했다.

특히 김한정 의원은 21년전에 시작한 금강산관광을 재개하자는 것은 시기상조도 아니고 평화협상을 하자는데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가 걸림돌이 될 수 없다며, 온 국민의 정성을 모아 국민운동이 시작된만큼 북측의 금강산 남측시설 일방철거 강행도 재검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경수 금강산기업협회 회장은 1998년부터 10년간 진행되다 11년 4개월째 중단된 금강산관광에 대해 "북측에 호소한다. 50년간 사업권 보장하겠다는 약속 지켜달라"고 말했다. 남측에는 "통일부장관이 안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해달라"고 관광재개의 열망을 밝혔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국민 절대다수가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을 원하는데 안되는 이유는 미국"이라고 하면서 "앞으로 범국민운동본부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재개가 아니라 방위비분담금 인상반대 운동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10월 발족한 '금강산관광재개 범강원도민운동본부' 최윤 상임대표의장은 "여기서 조금만 올라가면 이곳 고성보다 훨씬 경치가 좋은 금강산이 있다. 천만인 서명운동, 개별관광 신청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단순히 관광 재개만이 아니라 꽉막힌 남북관계 재개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평화가 밥이고 생존권인 강원도민은 벽이 문이라는 자세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루는 길에 앞장서겠다"고 하면서 온 나라 국민이 함께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 평화회의 참가자들은 인근 통일전망대까지 행진을 이어가며 '다시가자 금강산! 어서 열자 개성공단!'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금강산 가는 길! 한민족 평화로 가는 길'.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평화회의를 마친 참가자들은 방용승 개성공단·금강산관광재개 전북도민운동본부 상임대표의 사회로 인근 통일전망대까지 차량으로 이동해 금강산과 북측 동해안이 보이는 전망대 안에서  다함께 구호외치기, 대형현수막 펼치기 등 단체 퍼포먼스를 펼친 후 관광재개의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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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속 전교조 해직교사들의 삭발과 오체투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11/19 09:42
  • 수정일
    2019/11/19 09:4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한파 속 전교조 해직교사들의 삭발과 오체투지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9/11/19 [06:49]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전교조 소속 해직 교사들이 법외노조 취소와 해고자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집단삭발과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사진 : 교육희망)     © 편집국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소속 해직 교사들이 한파 속에서도 법외노조 취소와 해고자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집단삭발과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전교조 해고자원직복직투쟁특별위원회(원복투)는 18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옆 세종로소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삭발식을 진행하며 3박 4일간의 집중 투쟁을 선포했다

 

전교조 원복투는 전교조 해고자들의 존재는 박근혜 적폐를 문재인 정부가 계승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증거 그 자체이며 법외노조 통보로 6년 넘게 노동기본권을 유린당해 온 전국 5만 교사들의 고통을 그대로 드러내는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 집단 삭발식을 통해 투쟁 결의를 다지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 : 교육희망)     © 편집국

 

나아가 전교조 원복투는 우리의 삭발과 오체투지는 법외노조 취소는 나 몰라라 하면서 노동개악에는 열을 올리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규탄이라며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라는 국제노동기구의 요구에 ILO 협약 비준을 추진하면서 이를 기회 삼아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는 반노동자 정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교조 원복투는 우리의 삭발과 오체투지는 올해도 수능을 마치자마자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은 꽃다운 생명에 대한 깊은 애도의 몸부림우리 제자들을 입시경쟁교육으로부터 구해내지 못한 선생의 아픈 양심의 토로이며 참교육의 발목이 잡히고 교육개혁이 뒷걸음치는 역주행의 시대를 끝내고야 말겠다는 다짐이요법외노조의 사슬을 끊고 사람을 살리는 교육 세상을 향해 달려가겠다는 결의라고 밝혔다.

 

전교조 원복투는 정치권을 향해 노동법 개악을 포기하고 ILO 핵심협약을 무조건 비준할 것지금 당장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취소하고 해고자를 원직복직 시킬 것교원과 공무원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법안을 마련할 것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과 삭발식을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3시 정부서울청사 앞을 출발해 청와대 앞까지 두 시간에 걸쳐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 취소와 해고자 원직 복직을 촉구하며 오체투지를 했다.

 

▲ 한파 속 청와대까지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 : 교육희망)     © 편집국

 

또한 전교조 원복투는 19일과 20일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연좌 농성촛불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전교조 법외노조 해고자들은 박근혜 정권이 법외노조 통보를 한 지 6년이 되는 10월 24일에 즈음하여, 10월 21일부터 서울고용노용청 청사 안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하지만 농성 9일째인 10월 29일 정부는 경찰력을 동원하여 해직교사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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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전교조 법외노조 해고자들이 삭발과 오체투지로 호소한다.

 

박근혜도 하지 않은 노동법 개악당장 중단하라!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에 사과하고

법외노조 직권취소-해고자 원직복직 즉각 이행하라!

 

우리는 박근혜 적폐 정권의 전교조 죽이기 공작으로 하루아침에 교직을 잃고 4년째 학교 밖을 맴돌다 이 자리에 섰습니다전교조 해고자들의 존재는 박근혜 적폐를 문재인 정부가 계승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증거 그 자체입니다법외노조 통보로 6년 넘게 노동기본권을 유린당해 온 전국 5만 교사들의 고통을 그대로 드러내는 상징입니다.

 

우리 해고자들은 6년 전 법외노조 통보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이었던 현재의 장관을 만나기 위해 4개월 넘게 기다리다 지쳐서 청사에 찾아갔습니다그러나 전교조에 백번 사죄해도 부족할 고용노동부는 면담 요구에 응하기는커녕 해직교사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하여 유치장에 가두었습니다.

 

이 치욕을 달리 표할 길이 없는 우리는 오늘 또다시 제 머리를 깎고 길바닥에 몸을 던져 무도한 정부에 대한 분노와 항의를 표합니다해고자들의 집단 삭발은 2016년 초 해고된 이래 세 번째입니다박근혜 적폐정권 시절 삭발로 저항했던 우리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두 번 삭발을 해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또한 우리의 삭발과 오체투지는 법외노조 취소는 나몰라라 하면서 노동개악에는 열을 올리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규탄입니다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라는 국제노동기구의 요구에 ILO 협약 비준을 추진하면서 이를 기회 삼아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는 반노동자 정부입니다촛불을 함께 들고 모두가 존중받는 세상을 외쳤던 노동자·민중에 대한 몰염치한 배신입니다.

 

우리의 삭발과 오체투지는 올해도 수능을 마치자마자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은 꽃다운 생명에 대한 깊은 애도의 몸부림입니다우리 제자들을 입시경쟁교육으로부터 구해내지 못한 선생의 아픈 양심의 토로입니다참교육의 발목이 잡히고 교육개혁이 뒷걸음치는 역주행의 시대를 끝내고야 말겠다는 다짐이요법외노조의 사슬을 끊고 사람을 살리는 교육 세상을 향해 달려가겠다는 결의입니다.

 

해직교사들의 투쟁은 자신의 교직을 되찾기 위한 싸움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민주노조를 짓밟은 박근혜 정권에 맞서서 전교조를 사수하기 위해 해직마저 감수했던 우리가 빈손으로 학교에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문재인 정부는 개악되는 교원노조법에 근거하여 노조 설립 재신고를 통해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회복하기를 바라겠지만그것은 이명박근혜 정권의 민주노조 죽이기 공작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나 다름없습니다법외노조 문제는 어디까지나 과거 행정부의 과오를 바로잡는 적폐 청산 차원에서 마무리되어야 마땅합니다.

 

노동개악에 편승한 재합법화라면 해고자의 원직복직도 물거품이 되고 말 것입니다그러므로 법외노조로 직격탄을 맞았던 우리 해고자들의 삭발과 오체투지는 교원노조 인정을 미끼로 노동개악을 희석시켰던 20년 전의 흑역사를 반복하지 말라는 경고이며법적 지위 회복을 넘어 노동3권 쟁취로 나아가겠다는 자기 다짐입니다.

 

문재인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 요구합니다노동법 개악을 완전히 포기하고 ILO 핵심협약을 무조건 비준하십시오지금 당장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취소하고 해고자를 원직복직 조치하십시오교원과 공무원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법안을 어서 마련하십시오!

 

이 땅의 노동자 여러분우리 모두 총단결하여 노동개악 저지 전선에 합류합시다기만적인 노동존중’ 구호를 쓰레기통에 처박고 노동자의 단합된 힘으로 노동법 개악 기도를 깨뜨립시다반노동적인 문재인 정부에 기대지 말고 우리 스스로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세웁시다함께 싸워 함께 승리합시다투쟁!

 

2019년 11월 18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해고자원직복직투쟁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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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청협 주동 1979년 YWCA 위장결혼식 사건

그 주동자들, 40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다
 
임두만 | 2019-11-18 08:56:4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민청협 주동 1979년 YWCA 위장결혼식 사건,
그 주동자들, 40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다


1979년 있었던 YWCA 위장결혼식 사건 관계자들에게 무죄가 내려졌다. 11월 15일 오전 11시 30분, 서울고등법원 403호 법정에서 40년 전인 1979년 11월 24일 일어났던  YWCA 위장 결혼 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재판부(재판장 조용헌 부장판사)는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 사건은 특히 2014년 당시 피고인들이 재심을 청구했는데, 5년이 지난 2019년 11월 15일 받아들여졌고, 받아들인 당일 무죄판결을 내린 이례적인 재판이었다.

▲사진설명 : 앞줄 왼쪽부터 : 권진관 전직교수 / 김정택 목사/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뒷줄 왼쪽부터: 이상익 복지관장 / 양관수 교수 / 임채정 전 국회의장/ 이우회 출판인/ 최민화 출판인 / 박종열 목사 / 담당변호사/ 고 강구철 아들… 사진제공 : 양관수 교수

이 사건은 박정희 대통령 사망 이후 신군부 세력에 반기를 든 첫 군중집회이자 시위로 대규모 구속사태를 일으킨 사건이었다. 유신 하 긴급조치 9호로 국민을 옥죄던 박정희가 사망한 10·26 이후 최규하 권한대행 체제에서 신군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위기감을 느낀 청년세력인 민주청년협의회(민청협)은 결혼식을 빙자한 체육관 선거 저지 촉구대회를 계획했다.

그러나 당시는 전국계엄은 아니었지만 엄연히 서울은 계엄지역, 따라서 계엄사가 장악한 행정권하에서 허가를 얻어 집회를 여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이에 민청협은 결혼식을 위장해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에 의한 대통령보궐선거 저지 민주화 촉구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 사건 주도자 중 1명인 김정택 목사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민청협 회장인 이우회(현 출판인), 조성우(초대 민청협 회장), 홍성엽(당시 신랑), 강구철(사망), 양관수(현 오사카 경법대 교수) 등이 주축이었다.

신랑은 홍성엽 신부는 가상인물인 윤정민(보안사는 이를 거꾸로 하여 민정윤으로 해석, 윤보선의 민정을 추진하려 했다고 작명했음을 김정택 목사는 회고), 일시는 1979년 11월 24일 오후 5시 30분, 장소는 서울 명동 YWCA 1층 강당, 대회장 함석헌, 주례 박종태(전 공화당 국회의원) 등…

이렇게 철저하고 확실하게 위장한 결혼식의 신랑을 자임한 홍성엽 씨는 어머니를 설득 신랑 어머니 복장을 하게 했으며, 홍 씨의 여동생 또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위장 결혼식은 당시 사회를 봤던 김 목사의 시작인사가 끝나자마자 경찰들이 난입, 난장판이 되었다고 김 목사는 회고했다.

이에 대해 그는 “신랑 홍성엽군과 신부 윤정민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하고 결혼식을 선포했다. 그리고는 바로 이어서 대회 취지문이 낭독되었다. 취지문 낭독까지는 완료되었다. 이제 내가 구호를 선창할 차례다. 통대선거 저지한다. 거국내각 구성하라 하자 문이 부숴지는 소리, 책상이 부숴지는 소리, 사람들의 비명소리로 장내는 곧바로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그 후 이들은 종로경찰서를 거져 보안사 서빙고 분실로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

군복으로 갈아입히고 몽둥이로 개패듯 했으며 주먹과 구둣발로 분풀이를 하고는 취조실로 끌고 가서도 조사는 하지도 않고 서로 돌아가며 구둣발질, 주먹질, 여러 고문기구를 사용, 사정없이 온몸을 부숴뜨릴 것처럼 고문을 했다는 회고들을 당시 당사자들은 지금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고문취조가 끝난 뒤 이들은 모두 군법회의에 기소되어 징역형 등 유죄를 선고 받고 영어의 몸이 되었다. 즉 이 사건으로 140명이 연행되어 양순직·박종태·백기완·임채정·이우회·최열·양관수·최민화·강구철·홍성엽·김정택·이상익·권진관·김윤환 등 14명이 구속되었다.

그리고 윤보선·함석헌·김병걸·박종렬 등은 불구속 입건됐다. 이후 40년, 이들 중 사망한 사람도 있으며 운동권을 떠나 조용히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있다.

한편, 이 사건 주모자이자 애초 결혼식 사회를 자임했던 현 오사카 경법대 양관수 교수는 민주화운동 산 증인으로서 서울대에 입학한 지 36년 만인 2007년 2월 26일 서울대를 정식으로 졸업하게 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의 이 기록은 입학에서 졸업까지 서울대 사상 최장 기록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3번이나 제적되었다가 졸업하는 최초의 인사이기도 하다.

1971년 서울대 문리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 그해 10월 박정희 정권의 위수령 선포에 맞선 '반독재투쟁 교련반대투쟁'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1차 제적돼 강제징집 당했으며, 1974년 전역 후 복학했다가 1976년 10월 '유신헌법 철폐, 유신독재 타도' 교내 집회 주동 혐의로 2차 제적됐다.

그리고 제적 중이던 시절인 1979년 ‘YWCA 위장결혼식 사건’을 주도해 감옥에 수감되었다가 1980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제적 학생 일률 복학 때 복적되어 학생신분은 회복했으나 감옥에서 석방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시 5.18 광주항쟁 후 그해 7월 3번째 제적 통지서가 감옥으로 날아 왔다고 한다. 사람은 감옥에 가둬두고 자기들끼리 학생신분을 만들었다가 다시 빼앗는 웃기는 일들까지 자행한 것이다.

1981년 3월 특사로 석방된 양 교수는 1982년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까 시립대학에서 경제학 박사과정까지 수료, 일본 오사카 경법대학, 고려대, 성공회대 등에서 객원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으며 지금도 오사까 경법대 교수로 있다.

이 과정에서 양 교수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선정돼 명예회복이 돼 서울대에 복학할 기회가 주어지자 2006년 50대의 나이에 대학생활을 다시 시작해 마침내 졸업에까지 이른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졸업 때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제는 다 돌아가셨지만 민주화운동 한다고 심려를 많이 끼쳐드린 부모님 묘소에 늦게나마라도 졸업장을 바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무죄선고를 받은 사람 중 이상익 복지관장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정리한 내용을 남겨 그 전문을 공유한다.

40년 전 YWCA 위장 결혼 사건, 오늘 재심에서 재판부에서 무죄 선고 받았습니다! 당시 이 사건은 국내외에 대서 특필되었습니다. 이에 간단하게 정리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오늘 11월 15일 오전 11시 30분 서울고등법원 403호 법정에서는 40년v전 YWCA 위장 결혼 사건(79년 11월 24일)에 대한 재심에서 재판부(재판장 조용헌 부장판사)는 무죄를 선고했다. 2014년 당시 피고인들이 재심을 청구하여 오늘 받아들여졌고, 당일 무죄판결을 내린 이례적인 재판이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본부장의 총에 맞아 사망한 후,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YWCA 위장 결혼 사건은 계엄 하인 1979년 11월 24일 민주인사들이 결혼식을 가장하여 명동 YWCA 강당에 모여 통일주체국민회의에 의한 대통령 선출을 저지하는 국민대회를 개최하고 유신철폐와 계엄해제를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인 사건이다.

당시 군사법원은 YWCA 위장결혼식을 1979년 10월 27일 비상 계엄령 1호에 의한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보고 유죄판결을 내렸다. 오늘 재판부는 10월 27일 발효한 계엄포고가 위헌인가를 쟁점으로 다루었다. 즉 당시 법률이 헌법상 계엄 요건을 갖추었는가, 군사상 필요성이 인정되었는가, 이를테면 전쟁 전시 때 극도의 사회혼란으로 경찰력으로는 수습 불가능할 때 군사상 계엄령이 필요한데 그러한 상황 이었는가를 판단하였다.

오늘 재판부는 당시 전두환 계엄령 선포는 위헌이며 당시 헌법상 계엄령 요건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구금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집회 학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위법이다. 따라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기 때문에 피고인들을 기소한 계엄법은 위법이고, 따라서 결과도 무효라고 선고하였다. 처벌 근거가 없어지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재판장은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피고인들이 명예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마무리 하였다.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선생, 전 국회의장 임채정,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출판인 이우회, 김정택 목사, 박종렬 목사, 양관수 교수, 권진관 전 교수, 최민화 전 출판인, 이상익 복지관장 등 10명의 피고인들은 최후 진술을 통해 당시 서빙고 보안사 대공분실에서 당한 혹독한 고문을 진술하며 국가폭력이 얼마나 잔인한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그리고 잘못된 역사를 이제라도 바로잡아 줄 것을 재판부에 당부하였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28&table=c_flower911&uid=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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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에 “빨리 행동해 합의 이뤄야... 곧 만나자!”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 발표 후 직접 트위터 통해 협상 재개 및 합의 촉구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9-11-18 08:22:58
수정 2019-11-18 08: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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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 사진)ⓒ뉴시스/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빨리 행동해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곧 만나자!”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간), 한미가 이번 달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발표한 후 10시간여 만에 올린 트위터에서 직접 이같이 밝혔다. 그가 트위터를 통해 북한 문제를 언급한 것은 지난 8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예비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미친개(rabid dog)’라고 부른 사실은 언급한 한 텔레비전 진행자의 트위터 글을 재인용 하면서 언급하는 형식을 취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4일 논평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독재자’ 등으로 비판한 내용을 재차 문제 삼으며, “미친개 한 마리가 또 발작하였다” 등으로 맹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스터 체어맨(위원장님)”이라고 김 위원장을 지칭한 뒤 “조 바이든은 졸리고 매우 느릴 수는 있지만, 그는 ‘미친개’는 아니”라며 “그는 사실 그보다는 다소 낫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빨리 행동해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곧 만나자!”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빨리 행동해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곧 만나자!”라고 말했다.ⓒ트럼프 공식 트위터 캡처

그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한의 맹비난을 비판하는 모양새를 내면서도 자신이 평소에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졸리는 조(Sleepy Joe)’로 불러왔음을 상기하며 재차 바이든 전 부통령을 깎아내린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러나 나는 당신(김 위원장)이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줄 유일한 사람”이라며 “빨리 행동해야 하며 합의를 이뤄야 한다. 곧 만나자!”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한미가 연합공중훈련 연기도 결정한 만큼 북한도 이에 상응해 즉각 협상에 나서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에게 “빨리 행동해야 한다”라고 강조해 그의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곧(soon) 만나자!”라며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시사한 점도 주목된다. 그러면서 자신을 “당신(김 위원장)이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줄 유일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은 자신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가 있을 때, 협상을 조속히 타결하라는 압박으로도 분석된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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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분담금 미국 협상 대표, 시민단체 항의 받으며 방한

  • 함형재 담쟁이기자
  • 승인 2019.11.18 05:43
  • 댓글 0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3차 협상을 위해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11월 17일 오후 입국했다.

입국장에서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요구를 규탄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항의 행동이 진행되었다.

 

 

 

 

 

 

 

함형재 담쟁이기자  minplusnews@gmail.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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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가 팩트체크 문제? 언론의 판을 바꿔야"

[언론개혁, 대안을 말하다 ①] 국내 최초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만든 김준일 뉴스톱 대표

19.11.18 07:19l최종 업데이트 19.11.18 07:19l

 

'세월호 보도 참사' 이후 5년이 흘렀지만 언론은 여전히 검찰과 더불어 강력한 개혁 대상입니다. <오마이뉴스>가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대안매체 창업자, 외국 언론인, 저널리즘스쿨 교수를 차례차례 만났습니다.[편집자말]
 
 팩트체커(Fact Checker) 김준일 뉴스톱 대표
▲  팩트체커(Fact Checker) 김준일 뉴스톱 대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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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TV조선... 그런 데는 절대 안 변한다. 죽어도 안 변하는 이들 끝까지 붙들고 어떻게 할 생각인가. (서울-주류 중심에서 벗어난) '탈중앙' 언론들을 늘려 그들(기성 언론사)의 힘을 희석시킬 생각을 해야 한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이 화두다. 이른바 '가짜뉴스'를 검증하는 '팩트체크 저널리즘'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과연 팩트체크가 신뢰를 잃어버린 언론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요즘 국내에도 팩트체크하는 언론사가 많이 늘었지만,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는 지난 2017년 6월 문을 연 '뉴스톱'(www.newstof.com)이 유일하다.

지난 10월 29일 오후 서울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만난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팩트체커다. 팩트체커 일도 모자라 <국민TV>에서 '김준일의 핫6' 진행을 맡고 있고, 11월 초 일본 현지로 방사능 팩트체크 취재를 떠났다.
 
뉴스톱은 인턴 1명을 포함해 팩트체커 6명이 전부이지만, 2년 반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팩트체크 미디어로 자리잡았다. 정치, 사회, 과학, 문화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50여 명의 외부 팩트체커가 활동하고 있고, 지난 9월 23일에는 한국을 대표해 전 세계 23개 팩트체크 기관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의 유엔 총회 연설을 공동 팩트체크하기도 했다.

김준일 대표는 요즘 이른바 '가짜뉴스 규제' 등 네거티브 방식의 언론개혁 정책에 비판적이다. 대신 출입처 중심의 언론 취재 관행을 깨는 한편, '보험성 광고'에 의존하는 언론사 '돈줄'을 바꿔, 독자 후원과 구독 모델에 바탕을 둔 신생 매체들의 힘을 키우는 '포지티브 방식'을 당부했다.

"언론 정정 보도를 1면에 싣게 한다고 언론개혁이 되겠나. 정부도 세액 공제나 언론 바우처 제도를 도입해 수용자들이 각자 좋아하는 비영리 언론을 후원하게 해서, 시민들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언론들이 시장에 많이 들어와 혼탁함을 그나마 덜어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만들기 어렵고 돈도 안 되지만 팩트체크가 필요한 이유는 '신뢰'
  
 팩트체커(Fact Checker) 김준일 뉴스톱 대표
▲  팩트체커(Fact Checker) 김준일 뉴스톱 대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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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와 본격적으로 언론개혁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팩트체크 현주소를 짚으려고 '팩트체크 저널리즘에 관한 3가지 속설'을 검증했다.
 
 ① 팩트체크는 어렵고 재미없다?... '대체로 진실'

- 팩트체크 기사는 공이 많이 들어가 쓰기도 어렵지만 일반 기사에 비해 논문처럼 딱딱해서 독자들이 읽기도 어렵다는 편견도 있다.
"편견이 아니고 사실이다. 쓰기도 어렵고 읽기도 어려운 건 맞다. 다만 팩트체크 기사 타깃층(목표 수용자)이 누구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일반 독자들이 많이 읽어도 좋겠지만 일반적으로 뉴스를 많이 소비하고 미디어 리터러시(수용자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팩트체크 기사는 기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정보 확산의 가장 중요한 통로가 언론이기 때문이다. 오피니언 리더나 저널리즘 관계자가 팩트체크 기사를 참고하고 바이블처럼 활용하면 (허위조작정보 확산 방지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 기성 언론사가 팩트체크 전담 조직을 만들기 꺼리는 이유는 투입 대비 생산성, 즉 조회수가 떨어지기 때문이란 의견도 있다.
"맞다. 투입 대비 생산성이 떨어지고 전담 인원이 붙으면 꾸준히 기사를 생산해야 하는데 뭘 해야 하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미국 3대 팩트체커 가운데 하나인) <워싱턴포스트> 글렌 케슬러는 정치 분야만 하는데, 다양한 분야를 하려고 하면 (기자에게) 전문 영역이 아닌 경우 난관에 많이 부딪힌다. JTBC 뉴스룸 '팩트체크'에는 하루 5분 정도 방송하려고 기자와 작가 5명이 붙는데, 어머어마하게 투입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JTBC가 팩트체크를 하는 이유는 자사 보도의 신뢰도를 높이는 파생 효과가 있어서다. 그런 게(신뢰도 향상) 필요한 언론이라면 하겠지만 모든 언론이 하기는 어렵다. 시장 논리가 강한 한국 저널리즘 판에서 언론에 팩트체크를 규범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 팩트체크 기사를 만들긴 어렵지만, 언론사에서 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인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017년 국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팩트체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답변이 90% 정도 나왔다.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팩트체크 필요' 94.2%, '의무화 찬성' 85.7% 출처: [뉴스톱] 10명 중 9명 "팩트체크 필요...의무화해야").
 
"국민이 팩트체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한국 언론의 신뢰도 하락과 맞물려 있다. '너희를 못 믿겠으니까 스스로 팩트체크하라'는 건데, 언론에 원래 자체적인 '팩트체크' 기능이 있는데도 못 믿겠다는 얘기다. 언론에서 80~90% 이상 팩트체크해도, 안 걸러지는 게 단 1%라도 있으면 독자에겐 너무 크게 보인다. 언론 내부의 기술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자성하는 모습을 안 보여주니 독자들 불신이 커지고 팩트체크에 대한 갈증도 커지고 있다."

'팩트체크'란 원래 언론사에서 자사 보도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미리 검증하는 과정을 말한다. 하지만 최근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정치인 발언이나 허위조작정보의 진위를 가리는 독립적인 기사나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를 '팩트체크 저널리즘'이라고 부른다.
 
② 팩트체크는 효과가 없다?... '절반의 진실'

-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 국면에서 기성 언론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알릴레오> 같은 유튜브 방송이 KBS 같은 기성 언론 보도보다 더 신뢰를 받기도 했다. 수용자가 보고 싶은 매체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한다는 '확증편향' 현상 때문에 언론의 팩트체크 효과가 크지 않다는 회의론도 있다.
"팩트체크는 만능이 아니다. 굉장히 보조적이고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그 영향력도 제한적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요즘 '팩트체크'란 단어가 남용되고 있다. 팩트체크(저널리즘)의 형식적 논리를 전혀 갖추지 않았는데도, 방송 나와서 당사자가 하는 주장만 듣고 '이건 팩트체크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국 사태 같이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은 팩트체크하기도 어렵다. 뉴스톱에 왜 조국 사태 팩트체크 안 하느냐고 많이 묻는데, 전국 난다긴다하는 언론들이 다 달려들어도 (검증) 안 되는데 누가 할 수 있겠나. 그래서 우린 팩트체크 대신 '팩트 정리'를 했다."
 
<뉴스톱>은 조국 전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둔 지난 8월 말 조국 가족 관련 논란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조국 의혹 팩트 정리 시리즈' 를 내보냈다. 이어 9월에도 '조국 딸 vs 나경원 아들 연구 논란 4대 쟁점' 등 '팩트 정리'를 계속 이어갔다.
 
"(팩트 정리를) 기자들이 더 좋아하더라. 기사들이 흘러가는 게 많고 쌓이지 않다 보니, (사건을) 정리하고 맥락을 짚어주는 저널리즘 역할도 필요하다. 독자들뿐 아니라 기자들이 모르는 사실도 많다. 검찰 등 수사기관 기사가 대표적이다. 사소한 팩트 하나만 가지고 기사를 쓰다보면 전체 사건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기자도 잘 모른다. '팩트 정리' 방식은 언론사에서 꾸준히 해볼 필요가 있다. 오마이뉴스가 1신, 2신, 3신 기사를 업데이트하는 것처럼 시간과 사건의 흐름에 따라 맥락을 보여주면, 독자들 스스로 팩트체크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 팩트체크가 독자들의 확증편향 현상을 막을 수는 없는 건가.
"해외 연구 사례를 보면 정치 관련해서는 팩트체크가 '중도'는 바꿔도 '진보'와 '보수'는 절대 바꾸지 못한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거짓말했을 리 없다는 인지부조화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중도 성향 유권자는 (거짓말 하는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하거나, 심지어 투표소에서 다른 후보를 찍는 현상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③ 팩트체크는 돈이 안 된다?... '진실'
 
- 팩트체크만으로 독립 매체를 꾸려야 하는데 (구성원이) 먹고사는 게 가능한가?
"지금까지는 돈이 안 됐다.(웃음). 다른 나라에서도 팩트체크가 돈이 안 된다는 게 이미 입증됐다."
 
뉴스톱은 재정적 독립성을 강조하려고 회사 재정 상황을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뉴스톱은 지난해 1억 4000만 원을 벌었지만 1억 8300만 원을 써서 4300만 원 정도 적자였다. 광고 수입도 거의 없었고 SNU팩트체크센터 기획취재 지원과 네이버 콘텐츠 펀딩, 후원 수입이 대부분이었다.
 
언론사 재정 이야기가 나오면서 화두는 자연스럽게 언론개혁으로 이어졌다.
 
"언론개혁이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검찰개혁처럼 제도나 법을 바꾼다고 언론개혁이 되겠나. 언론은 애초 권력에서 자유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자유를 제도화한 특수한 시스템이다. 언론은 공공성이 강하지만 시장에 맡겨진 이율배반적인 시스템이기도 하다. 지금 언론개혁 담론은 '언론이 OO해야 한다'는 식인데, 너무 뜬구름만 잡는 것 같다.

언론개혁은 현실적인 데서 출발해야 한다. 한국에서 언론은 이윤을 쫓고 출입처 제도 같은 관행에 따라 움직인다. 이 2가지를 바꿔야지, 언론 자율을 제한하고 규제하는 방식으로는 안 바뀐다. 지금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기사가 생산된다. 이를테면 그동안 조국 관련 기사가 10만~13만 건 정도 나왔는데 왜 이렇게 많았겠나. 조국 기사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일부 정치적 목적으로 조국을 낙마시키려한 언론도 있겠지만, 나머지는 조국 기사가 돈이 되니, 클릭수가 높으니 '어뷰징(악용)'하는 것이다. 배우 '설리' 기사로 어뷰징하는 것과 똑같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0월 24일 '언론사의 가짜뉴스를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서 허위조작정보 관련 법안을 소개하면서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허위조작정보를 차단할 의무를 부과하거나 언론사의 오보 등에 대한 정정보도 위치를 신문의 첫 지면에 게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 같은 정부 차원의 '언론 규제'에 부정적이다. 
 
"허위조작정보 문제는 언론뿐 아니라 독자도 똑같이 책임져야 한다. 언론만 바뀌라고 하면 바뀌겠나, 그게 돈이 되는데. 좋은 기사든 쓰레기 기사든 소비해준 독자가 있어 언론이 여기까지 온 거다. 정부는 언론을 규제하기보다 양화가 악화를 밀어내는 방식으로 언론개혁 판을 만드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가야 한다.

언론 정정 보도를 1면에 싣게 한다고 언론개혁이 되겠나. 정부도 세액 공제나 언론 바우처 제도를 도입해 수용자들이 각자 좋아하는 비영리 언론을 후원하게 해서, 시민들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언론들이 시장에 많이 들어와 혼탁함을 그나마 덜어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팩트체크는 근본적인 대안 아냐, 저널리즘 관행을 바꿔야" 
  
 팩트체커(Fact Checker) 김준일 뉴스톱 대표
▲  팩트체커(Fact Checker) 김준일 뉴스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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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트체크가 언론개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팩트'가 문제가 아니다. 조국 사태에서 언론개혁이 불거졌지만, 팩트체크가 안 돼서 벌어진 게 아니다. 언론이 거짓 보도했다고 주장하지만 대체로 사실에 가까운 보도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너무 앞서 나가거나 팩트체크 없이 검찰 말을 받아쓴 건 사실이지만, 언론사에 팩트체크를 요구한다고 그런 관행들이 바뀔지는 회의적이다. 언론이 더 절제하고 조심할 필요는 있지만 쉽게 안 바뀐다. 사람들도 박근혜-최순실 사태 때 검찰에서 나온 언론 보도를 보고 환호했다. 언론이 조국에게만 가혹했던 게 아니라면 저널리즘 관행을 바꿔야 한다.
 
팩트체크만 강조한다고 바뀔 것 같지는 않고 언론도 소비자도 바뀌고, 저널리즘의 전체적 가치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팩트체크를 강조하는 흐름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팩트체크를 왜 안하느냐고 따지는 건 대안이 아니다.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보조적이고 제한적 역할만 한다. 어떻게 모든 보도를 팩트체크 저널리즘처럼 하겠나. 팩트체크도 탐사보도, 데이터 저널리즘, 스트레이트 기사, 칼럼 같은 언론 보도의 하위 장르일 뿐이다. 다만 조국 사태 과정에서 너무 과도하게 넘겨짚는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준일 대표는 지난 2001년부터 <경향신문> 기자로 10년 정도 일하다 미국 유학을 계기로 팩트체크 미디어를 창업했다. 자신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언론계를 지켜보는 심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 대표가 '허위조작정보'라는 말을 쓰는 것도, '가짜뉴스'란 말이 기성 언론에 대한 막연한 불신을 초래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와서 보는 저널리즘이 새롭다. (언론계) 내부시스템 안에서는 잘 못 보는 게 있다. 시스템 밖에서 출입처 없이 일하다보니 출입처를 깨면 어떤 방식으로 취재할지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한편으로, 밖에서 보니 저널리즘에 대한 애정도 더 생긴다. 언론계 안에서는 자괴감만 들었는데 요즘 밖에서 '친언론' 발언을 많이 한다. 난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언론을 비판하는 기사를 계속 써 왔고 지금도 뜬구름 잡지 않고 어떤 언론이 뭘 잘못했는지 쓰고 있어서다. 대신 뜬구름 잡는 식으로 언론 공격하는 건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0월 28일 <한겨레>에서 진행한 언론개혁 좌담회에 참석했다. 참석자들 가운데 언론사 출신은 김 대표가 유일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어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한겨레] "검찰이 흘린 정보에 의존…'조국보도 백서' 만들어 자성해야"
 
"언론은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굴러가 본 적이 없다. 언론이 생긴 이래 항상 엉망이었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이 왜 언론은 이러지 못하느냐고 규범적으로 접근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구체적으로 뭐가 잘못됐는지 현실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 왜 이리 조국 보도가 많으냐고 지적하는 건 하나마나한 비판이다."

"한국 포털이 저널리즘 혁신 가로 막아"
 
- 언론개혁을 위해선 뉴스톱 같은 새로운 매체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신생 매체 파워가 강해 기성 매체가 자극 받는 선순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요즘 20대, 30대가 만든 신생 매체들이 대부분 (사업이) 잘 안 된다. 한국은 저널리즘 광고시장이 굉장히 경직돼 있고 거의 담합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신생 매체가 뚫고 들어가기 어렵다. 한국에 많은 기성 언론사가 한 군데도 망하지 않는 이유와 맥을 같이 한다.

내가 봤을 땐 그런 흐름도 몇 년 남지 않았다. 짧으면 5년, 길면 10년 안에 깨진다고 본다. 신문 구독률이 2022년이 되면 산술적으로 0%가 된다고 한다. 지상파 방송사도 매년 1000억 원대 적자를 내고 있다. 온라인광고가 급격히 '프로그래머틱 광고(광고 효율을 측정해 자동 배치되는 광고)'로 전환되면서 더는 '보험성 광고'(광고 효율보다 언론의 비판적 보도 방지 성격이 강한 광고... 기자 주)가 안 되는 흐름으로 봤을 때, 미국에서 선도적으로 뜬 '구독' 트렌드가 10년 정도 후에 한국에서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 유튜브 방송과 같은 구독 모델을 말하는 것인가?
"유튜브는 아예 생태계를 만들어 놓고 플레이어들이 참여하게 한 것이고, 다른 새로운 구독 경제 모델들이 나올 것이다. 한국 저널리즘의 가장 큰 문제는 포털이라고 생각한다. 포털이 저러고(언론 기사의 관문 역할) 있는 이상 혁신이 안 된다. 한국은 언론사 사이트 직접 방문 비율이 4%로 전 세계 꼴찌다. 핀란드나 노르웨이는 60%대다. 고객이 안 오는데 어떻게 영업을 하겠나. 포털(중심 구조)을 안 깨면 저널리즘의 미래가 어렵다."
 
- 뉴스톱도 후원 모델을 고민하고 있나?
"우리 존재 자체가 한국 저널리즘 시장에서 일종의 실험이다. 우리도 네이버 뉴스검색 제휴 매체 500개 중 하나여서 열심히 기업 기사 '베껴 쓰기' 하면 먹고 살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하루 2~3개 기사만 생산해도 어떻게 먹고 살지 실험하고 있다. 다음달(11월) 새 홈페이지를 오픈할 예정인데, 독자 후원도 받으려고 하고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의 광고도 고민하고 있다.

지난 정권 때 정권교체 열망과 분노 때문에 <뉴스타파> 같은 매체가 후원을 많이 받았는데 탐사 보도는 특성상 뜨겁고 '핫'한 게 있는데, 팩트체크는 싸하게 만드는 '쿨'한 미디어다. 대한민국 독자들이 얼마나 팩트체크 가치를 인정하고 지갑을 열지 일종의 실험을 해보고 싶다."

"12년마다 새로운 현상 출현, 2024년엔 탈중앙 언론이 나올 것"
  
 팩트체커(Fact Checker) 김준일 뉴스톱 대표
▲  팩트체커(Fact Checker) 김준일 뉴스톱 대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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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이 아닌 기업으로선 큰 모험이다.
"솔직히 기업가적 마인드가 아니라 일종의 '운동'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도 기업이니까 지속가능성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아직은 멤버들이 돈을 조금 덜 받아도 문제없다. 그래도 회사가 좀더 안정적으로 굴러가려면 돈을 버는 모델이 필요하고, 그런 성공 사례가 있으면 다른 새로운 시도도 나타나지 않겠나."

김 대표는 나름 '12년 주기론'을 근거로, 앞으로 5년 뒤엔 언론계 판도가 크게 바뀐다고 기대하고 있다.

"한국 언론 역사를 보니 12년 정도 주기로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1975년 독재 권력에 맞선 동아투위 사태, 1988년 국민이 주주인 <한겨레> 창간, 2000년 모든 시민이 기자인 <오마이뉴스> 창간, 2012년 <뉴스타파> 창간이 그것이다. 2024년 시대정신은 '탈중앙화'가 될 것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가 서울 중심이어서 언론도 서울 중심이고 젠더 같은 다양성 문제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탈중앙' 언론이 나오려면 정부에서 어느 정도 판을 깔아줘야 한다. 지금 죽어도 안 변하는 기성 언론들을 바꾸려고 애쓰지 말고 (탈중앙) 매체를 늘려 그들(기성언론사)의 힘을 희석시킬 생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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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네 개인데, 두 개만 열린다

[개벽예감 371] 문은 네 개인데, 두 개만 열린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11/18 [08:47]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평화파괴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2. 50억 달러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3. 감군의 문은 열린다

4. 협상재개의 문은 열린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조미관계와 한미관계에서 몇 가지 묘한 현상들이 복잡하게 뒤엉킨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묘한 현상들은 정치군사적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군사적 변화라는 것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한반도의 정치군사상황을 짓눌러온 낡은 정전체제를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나는 이 글에서 낡은 정전체제를 변화시킬 그 묘한 현상들을 문에 비유하여 설명하려고 한다. 비유 속에 나오는 그 문들의 이름을 열거하면, 한미연합공군훈련, 주한미국군유지비협상, 주한미국군감축, 조미협상이다. 

 

그런데 저급한 분석력밖에 갖지 못한 언론매체들은 그 네 개의 문이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그 네 개의 문은 내적 연관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그 네 개의 문이 모두 정전체제와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목되는 것은, 그 네 개의 문이 모두 열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가운데서 어느 문은 열릴 것이고, 어느 문은 끝내 열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문이 열리고, 어느 문이 끝내 열리지 않는지를 예견하는 것이야말로 묘한 현상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길이다.    

 

1. 평화파괴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2019년 11월 14일 미국의 온라인 매체 <38노스>에 실린 위성사진분석기사에 따르면, 서방측 상업위성이 2019년 11월 11일 강원도 원산 인근 원산갈마비행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미그-15 전투기 6대, 미그-17 전투기 4대, 쑤호이-25 지상공격기 14대, 미그-29 전투기 6대, 일류신-28 폭격기 6대가 주기장에 늘어서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틀 뒤, 그 주기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미그-15 전투기 5대, 미그-17 전투기 4대가 추가로 주기되어 있는 모습이 나타났고, 미그-21 전투기 13대, 휴즈-500 무장헬기 8대, 밀미(Mil Mi)-14 수송헬기 6대, 안드봐(An-2) 저고도침투기 8대가 주기되어 있는 모습도 나타났다고 한다. 나중에 보도사진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당시 미그-23 전투기들도 원산갈마비행장 주기장에 날개를 서로 맞대고 늘어서 있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당시 원산갈마비행장 주기장에는 각종 작전기종 85대가 집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정황은 조선인민군 항공군이 운용하는 거의 모든 작전기종들이 원산갈마비행장에 총집결되었음을 말해준다. 

 

2019년 11월 16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그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하는 가운데 원산갈마비행장에서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2019’가 진행되었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원래는 전투비행술경기대회를 진행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당시 조선인민군 항공군 각종 작전기 85대가 원산갈마비행장에 집결한 것은, 2019년 11월 13일 조선국무위원회 대변인이 발표한 담화에 따르면, “우리의 자주권과 안전환경을 위협하는 물리적 움직임(한미연합공군훈련을 뜻함-옮긴이)”을 “강력하게 제압하기 위한 응전태세를 취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응전태세라는 말은 전투비행술경기대회를 진행한다는 뜻이 아니라, 동해 상공에 출격하여 실탄을 사용하는 대규모 실전연습을 진행한다는 뜻이다. 

 

조선인민군 항공군이 동해 상공에서 실탄을 사용하는 대규모 실전연습을 계획한 까닭은 미국 국방부가 한미연합공군훈련을 강행하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2019년 11월 5일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라는 작전명칭의 기존 한미연합공군훈련을 대체하는 “연합항공훈련행사(Combined Flying Training Event)”를 11월 중에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연합뉴스> 2019년 11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 공군과 주한미공군은 11월 18일부터 각자 항공훈련을 진행하다가 막바지에 연합공군훈련을 진행하려고 준비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2018년 10월 19일 미국 국방부는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협상분위기를 고려하여 이제껏 연례적으로 진행해오던 한미연합공군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를 취소한다고 발표하였고, 그에 따라 2018년 가을에는 한미연합공군훈련이 진행되지 않았고, 한국 공군만 전투기 수 십 대를 동원하여 ‘전투준비태세종합훈련’을 진행하였었다.  

 

그래서 조선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한미연합공군훈련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2019년 11월 5일 미국 국방부가 한미연합공군훈련을 11월 중에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였으니, 조선이 자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진 조미협상분위기를 되살리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공약한대로 대북전쟁연습을 완전히, 영구히 중단해도 모자랄 판인데, 미국 국방부가 지난해 한 차례 중지하였던 대북전쟁연습을 이름만 바꿔 올해에 재개하겠다고 발표하였으니, 조선이 어찌 자극을 받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지난해 중지한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올해 11월 중에 재개하겠다는 미국 국방부의 공식발표가 나온 때로부터 몇 시간 뒤인 2019년 11월 6일 권정근 조선외무성 순회대사가 담화를 발표하였다. 담화에서 그는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이 결렬된지 한 달 만에 미국이 련합공중훈련계획을 발표한 것은 우리에 대한 대결선언”이고, “미국의 무분별한 군사적 광기는 점점 꺼져가고 있는 조미대화의 불씨에 찬물을 끼얹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대결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극히 도발적이고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미국의 무모한 군사적 움직임을 가만히 앉아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사진 1>  

 

 

▲ <사진 1> 위쪽 사진은 2019년 11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전용기 '참매-1호'가 미그-29 추격기 편대의 호위를 받으며 원산갈마비행장 상공에서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 참가한 조선인민군 항공군 소속 각종 작전기 85대를 공중사열하는 장면이다. 그날 원산갈마비행장에서는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2019'가 진행되었다.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는 사단장들과 여단장들이 전투기를 직접 몰고 참가하였다. 그래서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라는 명칭이 붙었다. 군사지휘관들이 병사들보다 앞에 서서 솔선수범하는 것은 조선인민군의 오랜 전통이다. 아래쪽 사진은 전투비행술경기대회에 참가한 전투기들, 폭격기들, 저고도침투기들이 원산 앞바다의 무인도에 설치된 타격목표를 향해 폭탄을 투하하는 장면이다. 그들은 비행술, 사격술, 폭격술을 연습하였다.     

 

그런 경고담화가 나온 직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인민군 항공군에 출동명령을 내렸다. 출동명령에 따라 조선 각지의 공군기지들에서 이륙한 각종 작전기 85대가 원산갈마비행장에 집결하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원산갈마비행장에 집결한 각종 작전기들은 “최대무장을 적재”하였다는 것인데, 최대무장을 적재하였다는 말은 무기고에서 각종 폭탄과 로켓탄을 꺼내 기체에 가득 적재하고, 기체에 장착된 기관포에 기관포탄을 장전하여 공격준비를 완료했다는 뜻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출동명령을 받은 조선인민군 항공군이 최대무장을 적재한 각종 작전기 85대를 원산갈마비행장에 집결시키고 있는 것을 위성감시망을 통해 알게 된 미국 국방부는 찔끔하여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2019년 11월 7일 윌리엄 번 미국군 합참 부참모장이 언론설명회에서 ‘비질런트 에이스’보다 축소된 규모로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가 언급한 훈련규모축소설은 사실이었다. <연합뉴스> 2019년 11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 공군과 주한미공군은 대대급 이하 규모로 축소한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진행하려고 준비하였다고 한다. 지난 시기에 진행되었던 ‘비질런트 에이스’라는 작전명칭의 한미연합공군훈련에 비하면, 대대급 이하 규모는 크게 축소된 연합공군훈련이다. 2017년 12월 4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 ‘비질런트 에이스’ 한미연합공군훈련에는 미국 공군측에서 F-22 스텔스전투기, F-35 스텔스전투기, F-16 전투기, F-15 전투기, F/A-18 함재기가 참가하였고, 한국 공군측에서 F-15K 전투기와 F-4 전폭기가 참가하였는데, 총 230대에 이르는 각종 작전기들이 총동원되었었다.   

 

그렇지만 올해 한미연합공군훈련이 대대급 이하 규모로 축소되었다고 해도, 그것은 조선의 방공망을 공중타격으로 파괴하기 위한 실전연습이기 때문에 조선을 심히 자극하는 것이다. 이런 사정이 있기 때문에 조선은 찔끔하여 한 걸음 뒤로 물러선 미국에게 더 강한 압박공세를 들이댔다. 조선인민군 항공군 소속 각종 작전기 85대가 원산갈마비행장에 집결하여 실전연습준비를 완료한 2019년 11월 13일 조선국무위원회 대변인이 담화를 발표한 것이다. 조선국무위원회 대변인이 담화를 발표하는 것은, 최고령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사를 전하는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조선국무위원회 대변인은 담화에서 “미국과 남조선의 합동군사연습으로 하여 조선반도 정세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예민한 시기에 미국은 자중하여 경솔한 행동을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하였다. 미국 공군이 한국 공군과 함께 조선을 자극하는 위험한 ‘불장난’을 하면, 조선인민군 항공군은 ‘불장난’을 압도하는 ‘맞불’을 놓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한미연합공군훈련은 대대급 이하 규모로 준비되었는데, 그에 대응하는 조선인민군 항공군의 실전연습은 각종 작전기 85대를 동원한 대규모로 준비되었다. 그러므로 만일 미국이 상황을 오판하여 소규모 한미연합공군훈련을 감행하였더라면, 조선인민군 항공군의 대규모 실전연습에 완전히 압도당했을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조선인민군 항공군의 대규모 실전연습으로 소규모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압도해버리겠다는 조선국무위원회의 엄중한 경고를 받고 나서 기가 꺾여 목을 움츠렸다. 조선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에 대한 미국측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그 담화가 나온 직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일본 도꾜를 방문하고 서울을 향해 날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취재기자들에게 “외교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훈련태세를 조정하겠다”고 말했고, 2019년 11월 15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우리 훈련의 목적은 외교적인 노력을 강화하고 증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외교적인 노력이 진행되는 문이 닫히지 않도록 우리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한미연합공군훈련을 개시하기 하루 전인 2019년 11월 17일 태국 방콕에서 진행된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에서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연기한다”고 발표하였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연기한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거짓말이다. 실제로는 조선이 압도적인 규모로 실전연습준비를 완료한 것을 보고 기가 꺾여 소규모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슬그머니 취소한 것이다. 오직 강한 물리력만이 제국의 횡포를 제압할 수 있다는 진리가 이번에도 현실로 입증되었다.

 

또한 에스퍼 국방장관은 정경두 국방장관과 상의하여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취소하였다고 말했지만, 그것도 거짓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취소하라는 긴급지시를 내렸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정경두 국방장관과 상의하여 취소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지시를 정경두 국방장관에게 통보해주었을 뿐이다. 이미 준비가 완료된 한미연합전쟁연습을 취소할 권한은 군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만이 행사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인민군 항공군의 각종 작전기 85대가 원산갈마비행장에 집결한 가운데 조선국무위원회 대변인이 ‘응전태세’를 취하겠다는 서슬 퍼런 경고담화를 발표하자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취소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에스퍼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지시에 따라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취소한다는 의사를 밝혔으니, 조선인민군 항공군도 원산갈마비행장에 집결한 각종 작전기들을 각기 공군기지들에 돌려보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실전연습을 진행하려던 원래 계획을 변경하여 전투비행술경기대회를 진행하도록 지시하였던 것이다. 

 

미국 국방부가 강행하려고 하였던 한미연합공군훈련은 조선인민군 항공군의 대규모 실전연습준비와 조선국무위원회 대변인의 응전태세 경고담화로 취소되었다. 이처럼 극적으로 전개된 묘한 현상은 한반도 정전체제에 나 있는 네 개의 문 가운데 대북전쟁연습이라는 이름의 문이 열리지 않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평화파괴의 문이 영영 다시 열리지 않는 날, 정전체제는 무너지고 평화체제가 수립될 것이다. 

 

 

2. 50억 달러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2019년 10월 미국 출판가의 관심을 끄는 흥미로운 책이 나왔다. ‘줄을 붙들고: 매티스 장관과 함께 트럼프의 펜타곤에서(Holding the Line: Inside Trump’s Pentagon with Secretary Mattis)’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그 책을 쓴 사람은 제임스 매티스가 국방장관으로 재임하던 시기에 그의 연설문 작성자이며 통신책임자로 근무했던, 미국 해군 항공대 전투비행사 출신 가이 스노드그래스(Guy Snodgrass)다. 그 책에 따르면, 2017년 7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된 해설모임에 참석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그는 “한국이 우리를 이용해먹는 주되는 대상(major abuser)”이라고 비난하면서 “한국은 여기저기에서 우리를 벗겨 먹는다”고 비하, 조롱하였다고 한다. 한국의 친미주의자들은 한미동맹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양하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비난하고 비하하고 조롱한다. 그런 내막도 모르고 한미동맹을 찬양하는 멍텅구리 친미주의자들은 허망한 착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또한 그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월 18일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된 두 번째 해설모임에 참석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그는 해외주둔미국군이 미국의 안보이익을 지켜준다는 각료의 설명을 듣는 순간, “그것은 손해 보는 거래야! 하지만 한국이 주한미국군을 위해 연간 600억 달러씩 낸다면 괜찮은 거래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위에 인용된 일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금계산에 밝은 부동산재벌답게 미국의 안보이익을 철저히 현금으로 계산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냉철한 현금계산법이 그 무슨 ‘철통’ 같이 굳건하다는 한미동맹을 마구 뒤흔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중앙일보> 2019년 7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국무부가 제시한 새로운 현금계산법에 따라 주한미국군유지비협상에서 문재인 정부에게 요구할 금액을 50억 달러(약 5조9,000억 원)으로 정했으며, 그 금액은 협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에 주한미국군유지비부담금을 600억 달러로 생각하였으나, 국무부의 설명을 듣고 그것을 50억 달러로 대폭 깎아주었기 때문에 앞으로 문재인 정부와의 협상에서 한 푼도 깎아주지 말라고 미국측 협상대표에게 지시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9년 7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는 문재인 정부에게 주한미국군유지비 50억 달러를 요구하는 것이 너무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해 50억 달러를 문재인 정부에게 요구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9년 10월 23일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에서 진행된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제2차 회의에 참석한 한국측 수석대표 정은보 협상대사와 미국측 수석대표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이 함께 촬영한 기념사진이다. 2019년 7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는 문재인 정부에게 주한미국군유지비 50억 달러를 요구하는 것이 너무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해 50억 달러를 문재인 정부에게 요구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결정에 따라 주한미국군유지비 50억 달러를 뜯어내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박이 문재인 정부를 심히 괴롭히고 있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50억 달러를 요구하면서 실제로는 주한미국군을 감축하기 위한 명분을 쌓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가 50억 달러를 내지 못하겠다고 버티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2월까지로 정해놓은 협상시한을 넘기면, 협상파탄을 구실로 삼아 주한미국군 6,000명을 감축하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계략이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게 주일미국군유지비 80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는데, 주일미국군이 주한미국군보다 약 2배 더 많으므로 그의 현금계산법에 따르면 일본에게 100억 달러를 요구해야 정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게는 20억 달러를 깎아주면서도, 한국에게는 한 푼도 깎아주지 않고 50억 달러를 뜯어내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2019년 7월 24일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국방장관, 강경화 외교장관을 잇달아 만나 주한미국군유지비 50억 달러를 내라고 요구하였다. 그는 말로만 50억 달러를 내라고 요구한 게 아니라, 50억 달러 명세서까지 전달했다. 

 

문재인 정부로부터 주한미국군유지비 50억 달러를 뜯어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략에 따라 2019년 11월 6일 국무부 소속 관료 네 사람이 한꺼번에 서울에 나타났다.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데이빗 스틸웰, 미국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부차관보 마크 내퍼, 미국 방위비협상대표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 키이스 크라크가 그들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들이 서울에 나타나 문재인 정부에게 단순히 50억 달러를 뜯어내려는 게 아니라 전략적 양자택일을 강요하였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략적 양자택일이라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현금계산법에 따르면, 주한미국군 계속주둔은 손익계산에 맞지 않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50억 달러를 내든지 아니면 주한미국군 철수를 감내하든지 둘 중에 하나를 올해 안에 택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아는 것처럼, 지금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아무리 강박해도 연간 50억 달러를 미국에게 상납할 수 없는 매우 딱한 처지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문재인 정부가 연간 50억 달러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50억 달러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50억 달러를 내놓으라고 강박하는 목적은 50억 달러를 뜯어가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데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50억 달러를 요구하면서 실제로는 주한미국군을 감축하기 위한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50억 달러를 내지 못하겠다고 버티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2월까지라고 정해놓은 협상시한을 넘기면, 협상파탄을 구실로 삼아 주한미국군을 감축하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계략이다.  

 

 

3. 감군의 문은 열린다

 

위에 인용된 스노드그래스의 책에 따르면,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첫해인 2017년부터 각료들에게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수 있는지를 계속 물어보았다고 한다. 주한미국군유지비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문화일보> 2019년 11월 6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에게 몰아닥친 탄핵국면과 2020년 재선여부를 문재인 정부가 지켜보면서 주한미국군유지비협상에서 시간을 질질 끌고 있는 것에 대해 “모욕감”을 느끼고, 주한미국군 철수를 포함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조선일보> 2019년 11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제임스 드하트 주한미국군유지비협상 미국측 대표는 주한미국군 6,000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를 한국측 협상대표에게 전했다고 한다. 

 

<동아일보> 2019년 11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애덤 스미스 연방하원 군사위원장은 11월 13일 워싱턴에서 <동아일보> 특파원과 진행한 대담에서 요즈음 주한미국군 감축론이 워싱턴 정가에서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워싱턴 정가는 연방의회를 뜻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악관에서 거론되던 감군론이 요즈음에는 연방의회에서도 거론되고 있으니, 워싱턴에서 감군론이 확산되면서 감군조건이 잘 성숙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 6,000명 감축을 압박수단으로 사용하면서 문재인 정부로부터 50억 달러를 뜯어가려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50억 달러 부담요구를 거부하는 것을 명분으로 하여 주한미국군 6,000명을 감축하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감축규모를 6,000명으로 정한 까닭은 무엇인가?  

 

2015년 7월 2일 미국 국방부는 주한미국군 제2보병사단 예하 3개 보병전투여단 가운데서 마지막으로 남은 제1기갑여단을 해체하여 순환배치군으로 전환하였다. 그로써 한국에 고정배치된 지상전투부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9개월마다 전 세계 어디든지 출동할 수 있는 신속기동군이 한국에 순환배치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미국 본토에 있는 제1기갑사단 예하 제2기갑여단이 한국에 있는 제2보병사단 예하 제1기갑여단을 대신하여 주한미국군기지에 순환배치되는 식이다. 

 

이처럼 주한미지상군이 미국 본토 지상군과 순환배치되는 것만이 아니라, 주한미공군도 미국 본토 공군과 순환배치되고, 주한미공병부대도 미국 본토 공병부대와 순환배치된다. 이렇게 순환배치되는 병력은 약 6,000명이다.  

 

그런데 <연합뉴스> 2019년 11월 7일 보도에 따르면, 제11차 유지비협상에서 미국측은 한국측에게 주한미국군 순환배치에 드는 비용까지 포함하여 총 50억 달러를 내놓으라고 요구하였고, 한미연합군 대북전쟁연습에 미국군을 증파하는 비용도 문재인 정부가 부담하라고 요구하였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계략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50억 달러를 부담하지 못할 것이므로, 미국군 6,000명을 한국에 순환배치하는 데 드는 비용을 조달할 수 없게 되어 미국 본토에서 한국으로 순환배치할 6,000명 병력을 한국에 보내지 않는 방식으로 주한미국군을 감축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 본토에서 한국으로 순환배치될 6,000명 병력을 보내지 않으면, 주한미국군이 자동적으로 감축되는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8년 10월 한국에 순환배치되는 미국군 기갑여단의 보병전투차량들이 부산항 부두에 하역된 장면이다. 2015년 7월 이후 한국에는 고정배치된 지상전투부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미국 본토에 주둔하는 지상전투부대와 9개월마다 순환배치되는 지상전투부대만 존재한다. 이 순환배치군은 미국 대통령이 명령을 내리면 전 세계 어디든지 출동할 수 있는 신속기동군이다. 이처럼 주한미지상군이 미국 본토 지상군과 순환배치되는 것만이 아니라, 주한미공군도 미국 본토 공군과 순환배치되고, 주한미공병부대도 미국 본토 공병부대와 순환배치된다. 이렇게 순환배치되는 병력은 약 6,000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기지에 순환배치되는 미국 본토 병력 6,000명을 보내지 않는 방식으로 주한미국군 6,000명을 감축하려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50억 달러를 부담하지 못할 것이므로, 한미연합전쟁연습에 미국군을 증파하는 비용을 조달할 수 없게 되어 한미연합군의 대북전쟁연습을 취소하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교묘한 계략을 쓰고 있는 판이므로, 문재인 정부가 유지비협상에서 시간을 끄는 지연전술을 펼쳐도 소용이 없고, 50억 달러를 좀 깎아주면 부담하겠다고 타협안을 제시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유지비협상은 50억 달러를 뜯어내려는 게 아니라 주한미국군 6,000명을 감축하고, 한미연합군의 대북전쟁연습을 취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협상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주한미국군 6,000명을 감축하려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 몇몇 정세분석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국익우선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설익은 답변을 내놓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답변으로는 주한미국군 감축이 미국의 안보이익에 어떻게 결부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이 문제를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답변을 얻어낼 수 있다.  

 

(1) 지난 시기 주한미국군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의 자동참전을 보장해줄 ‘인계철선(trip wire)’으로 자기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았었다. 그러나 조선이 미국 본토 전역을 초토화할 수 있는 막강한 핵공격력을 보유하게 된 2017년 11월 이후 주한미국군은 ‘인계철선’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완전히 상실하였다. 왜냐하면,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 본토 전역이 조선의 핵공격위험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에게 닥칠 급선무는 미국군 증원부대를 한반도 전선에 급파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본토를 조선의 핵공격위험으로부터 방어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안보환경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물론 미국은 자국 본토를 조선의 핵공격으로부터 방어할 능력을 갖지 못했다. 아직 실전에서 한 번도 써보지 못한 미사일방어망이 미국 본토를 핵공격으로부터 방어할 것으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본토의 안전을 지키는 것보다 더 큰 미국의 안보이익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 시기 미국이 추구하는 가장 중대한 안보이익은 미국 본토 전역이 핵공격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인데, 미국 본토 전역이 조선의 핵공격위험에 빠지지 않으려면, 한국에서 ‘인계철선(주한미국군)’을 철거하여야 하며,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고, 더 나아가서 전쟁위험을 조성하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교체해야 한다. ‘인계철선’을 하루빨리 철거하는 게 미국에게 이익이다.  

 

(2) 조선의 핵무력이 차츰 고도화되면서, 주한미국군은 그나마 남아있던 작전능력마저 완전히 상실한 오합지졸로 전락하고 말았다. 주한미국군이 자랑하는 기갑무력이나 항공무력은 조선의 기습적인 전술핵타격 앞에서 무용지물로 되었다. 예컨대, 조선인민군이 정밀사격기능을 가진 600mm 핵방사포를 실전배치하면, 평택기지에 집결된 주한미국군은 조선인민군이 전술핵탄을 장착하여 기습사격하는 600mm 핵방사포탄을 막지 못해 순식간에 전멸할 수밖에 없다. 가련한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전멸위험을 안고 있는 주한미국군은 하루빨리 철수하는 게 미국에게 이익이다.

 

(3) 지난 시기 주한미국군은 중국을 견제하는 ‘전초부대’로 자기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중국이 해군력과 공군력을 대폭 강화하여 태평양으로 진출하고 있는 오늘, 주한미국군은 대중전초부대로서의 존재가치를 완전히 상실하였다. 왜냐하면, 미국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려면 해군과 공군을 중심으로 편제된 주일미국군을 동원해야 하고, 육군을 중심으로 편제된 주한미국군을 동원할 필요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 제7공군이 주둔하고 있지만, 제7공군은 일본에 주둔하는 제5공군에 부속되었기 때문에 독자적인 작전능력을 갖지 못한다. 작전능력을 잃어버리고 불능화된 주한미국군은 하루빨리 철수하는 게 미국에게 이익이다. 

 

 

4. 협상재개의 문은 열린다

 

“항구적이고 공고한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문제는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이미 합의된 것인데, 조선과 미국은 그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방법론을 둘러싸고 격론을 벌여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기 시작하는 것에 상응하여 미국은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선언 또는 종전선언을 채택하고,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하였을 때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주장을 꺼내놓았다. 

 

그러나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하려면 30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하는 것에 상응하여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평화협정체결을 30년 뒤로 미루겠다는 해괴한 주장이고, 이것은 사실상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그런 헛소리를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화협정을 체결하라는 조선의 요구를 올해 2019년 말까지 받아들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한부 통첩을 보냈던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협상시한이 다가오는 데도 조미협상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협정체결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협정체결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까닭은, 평화협정에 주한미국군 철수문제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평화선언이나 종전선언에는 주한미국군 철수문제가 들어가지 않지만, 평화협정에는 주한미국군 철수문제가 반드시 명기된다. 2019년 2월 12일 로벗 에이브럼스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한반도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주한미국군이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주한미국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평화협정은 사실상 철군협정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철군의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주한미국군을 6,000명만 감축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한미국군 28,500명 전원을 3단계에 걸쳐 철수하려는 것인데, 우선 1단계로 6,000명을 감축하려는 것이다. 

 

그는 철군의사를 가지고 있지만, 얼마 전 수리아 점령 미국군을 철수한 사례가 보여주듯이 점령지에서 철군하는 경우 철군을 반대하는 정적들로부터 드센 공세를 받게 된다. 그러지 않아도 민주당의 탄핵공세를 받으며 곤경에 빠진 그가 철군반대공세까지 추가로 받으면, 버티기 힘들지 모른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곤경에 빠졌다. <사진 4>

 

▲ <사진 4> 요즈음 트럼프 대통령은 곤경에 빠졌다. 그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협상시한이 다가오는 데도 조미협상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가 평화협정체결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까닭은 평화협정에 주한미국군 철수문제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는 철군의사를 가지고 있지만, 철군결정을 내리는 경우 철군을 반대하는 정적들로부터 드센 공세를 받게 된다. 그러지 않아도 민주당의 탄핵공세을 받아 곤경에 빠진 그가 철군반대공세까지 추가로 받으면, 버티기 힘들지 모른다. 그래서 그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곤경에 빠졌다. 하지만 그가 곤경에서 빠져나오는 길이 있다. 그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기한 평화협정체결요구에 호응하여 주한미국군 6,000명을 감축하는 한편,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잠정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해결책은 그처럼 아주 간단하므로, 이제 그의 결심만 남은 셈이다. 2019년 11월 17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트위터 메시지에서 곧 만나겠다고 썼다. 곤경에서 빠져나올 결심을 하였을까?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곤경에서 빠져나오는 길이 있다. 그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기한 평화협정체결요구에 호응하여 주한미국군 6,000명을 감축하는 한편,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잠정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해결책을 제시하면, 올해 12월 말 협상시한을 넘겨도 조미협상이 파탄되는 것은 아니며, 내년에 조미협상을 계속 이어갈 여지가 생긴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6,000명을 감축하려는 의사를 가졌으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잠정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안하면서, 미국 국방부에게 6,000명 감축명령을 내리면 될 것이다. 해결책은 그처럼 아주 간단하므로, 이제 그의 결심만 남은 셈이다.  

 

2019년 11월 17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트위터 메시지에서 “위원장님, (중략) 당신은 신속히 행동하여 협상을 끝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을 곧 만나겠습니다!”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곤경에서 빠져나올 결심을 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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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의 '최초', 소외된 장애인 품는 첫 희망될까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입력 : 2019.11.17 09:03 수정 : 2019.11.17 09:43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1년 11월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열린 ‘장애인 활동 지원 희망약속 서명식’에 서명하고 있다./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1년 11월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열린 ‘장애인 활동 지원 희망약속 서명식’에 서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부끄러울 때가 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다가 나중에 시행하면서 붙게 되는 ‘최초’라는 수식어는 그다지 달갑지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국 최초, 대한민국 최초로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을 위한 5개년 마스터플랜을 세웠다. 2019년부터 박 시장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2023년까지다. 예상되는 비용은 총 604억원이다. 박 시장은 이 예산을 순차적으로 들여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복지서비스를 마련하기로 했다. 비장애인들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장애인에 대한 정부의 복지정책은 지금껏 계속 있었는데, 어떻게 여기에 ‘최초’라는 단어가 붙게 된 것일까. “지금껏 장애인에 대한 각종 복지정책이 있었지만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에 대한 정책은 비어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의 말이다.

서울시 전체 장애인 중 10.8%

중증중복뇌병변장애란 쉽게 말해 여러 장애가 복합적으로 중복된 장애를 가진 것을 말한다. 장애가 하나만 있어도 힘들다. 그런데 중증중복장애인들은 여러 장애를 한꺼번에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뇌병변장애인은 뇌성마비나 외상성 뇌손상, 뇌졸중 등 뇌의 기질적 손상으로 일상생활 및 동작에 심한 제약을 받는 중추신경장애를 지닌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언어나 지적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를 비롯해 손발을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모든 장애가 수반된다. 한마디로 장애인 중에서도 삶을 온전히 누리기가 가장 어려운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만을 위한 정책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만들거나 시행된 적이 없다.

“장애아 부모들끼리 이런 이야기도 해요. 중복뇌병변장애를 갖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가장 생활하기 편한 장애인시설을 만들어놓으면, 다른 장애아이들은 얼마나 더 편하게 시설을 이용하겠냐고요. 우리 아이들을 기준으로 장애인시설을 만들면 모든 장애인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죠. 우리 아이들이 가장 최악의 장애를 갖고 있으니까요.”(뇌병변 1급 장애인 ㄱ씨의 엄마 ㄴ씨)

그러나 중증중복뇌병변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은 매번 장애인 정책 수립이나 법률 제정 과정에서 소외돼 왔다. 이유는 너무 단순하다. 중증중복뇌병변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의 수가 여타 장애인의 수보다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돈을 들여 정책을 만들어도 수혜자가 적으니 소위 말하는 ‘돈 들인 티’가 날 리가 없다. 법은 넓은 범위를 포섭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들을 제외해왔다.

<주간경향>이 단독으로 입수한 ‘서울시 뇌병변장애인 중장기 지원계획 수립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서울시 전체 장애인 수는 39만1753명으로, 이 가운데 뇌병변장애인은 전체 장애인의 10.8%인 4만2287명에 불과하다. 고령에 따른 뇌병변장애인(65세 이상)을 모두 포함한 숫자다. 태어날 때부터 평생을 뇌병변장애인으로 살아야 하는 장애인의 숫자는 고령으로 인한 뇌병변장애인을 제외하면 더 적어진다. 2017년 말 기준 0세부터 19세 사이 서울시 거주 뇌병변장애인은 2041명, 20세부터 49세까지 뇌병변장애인은 5526명이 전부다.

이 보고서는 서울시복지재단이 서울시의 용역을 받아 지난해 11월 최종 보고한 273쪽 분량의 연구자료다. 보고서는 이들이 소외된 이유를 보다 명확하게 분석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정부는 각종 법적·제도적 정비와 장애인 복지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장애인의 생활안정과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왔으나, 뇌병변장애인은 장애인 정책에서 이중적 소외를 받아왔다. 뇌병변장애의 세부 장애 유형에 해당하는 뇌성마비장애인의 경우 지적장애를 동반하거나, 통상적인 발달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2014년 5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결과적으로 발달장애 범주를 지적·자폐성 장애로 한정하면서 관련 제도 및 서비스의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604억원이라는 예산(5년간 순차적으로 배정)을 들여 뇌병변장애인 지원 마스터플랜을 지난 9월 발표했다. 그동안 장애인 정책 중에서도 가장 ‘나중에’로 밀려 있던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을 위한 복지정책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가장 먼저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들만을 위한 돌봄센터(종합복지관)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은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부터 사회로부터 격리된다. 그나마 학교에 다닐 때는 낮시간에 갈 곳이 있었지만 졸업과 동시에 갈 곳이 사라지는 것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지난 10월 1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최중증·중복장애인 인권침해 및 장애차별 집단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부모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지난 10월 1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최중증·중복장애인 인권침해 및 장애차별 집단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부모연대

뇌병변장애인 전용 복지관 8곳 설립

성인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장애인복지관은 서울시 내에서 단 두 곳밖에 없다. 2018년 1월 말 기준 서울시에는 48개의 장애인복지관이 있지만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복지관은 노원구의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과 강서구의 강서뇌성마비복지관이 전부다. 모든 종류의 장애인들을 수용하는 종합장애인복지관이 서울시 내 30곳이 있지만 뇌병변장애인들은 사실상 이곳을 이용할 수 없다. 가래흡인(석션) 등의 의료지원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섭식지원 인력도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장애인복지관은 이에 대처할 인력이 없다.

또 대형 휠체어가 회전하고,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확보돼야 하고, 간간이 누워 있을 침대가 있어야 하는 등 여타 장애인에 비해 차지하는 공간이 많아 수용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장애인복지관은 처음부터 중증뇌병변장애인의 입소를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소 격한 행동을 하는 장애인들과 한곳에 머물 경우 예기치 못한 사고 등이 발생할 수 있어 뇌병변장애인들 스스로 종합복지관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서울시 전체 뇌병변장애인 4만2287명 가운데 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인은 9641명(22.8%)에 불과하다. 나머지 3만2646명(78.2%)은 복지관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낮시간 동안 돌봄을 하는 ‘장애인 주간보호시설’ 역시 서울 시내에 121개 소가 있지만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주간보호시설은 단 6곳뿐이고 이용자는 74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뇌병변장애인의 주간보호시설 이용률은 4.8%에 그친다. 결국 장애인복지시설 및 주간보호시설을 이용하는 소수의 뇌병변장애인들을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는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중증뇌병변장애인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고, 이들을 돌보기 위해 집 안에 머무는 가족들을 위해 2023년까지 서울 시내 8곳에 114억원(예상)을 들여 중증뇌병변장애인들을 위한 종합복지관 ‘비전센터(가칭)’를 건립할 계획이다.

학교 졸업과 동시에 갈 곳 없는 성인 중증중복장애인들에게 가장 절실했던 영역을 일부나마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강병호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아직까지 명확한 복지관 형태나 위치, 중증뇌병변장애인 1인당 간호사 수 등 세부적인 계획은 뇌병변장애인 가족을 비롯한 전문가들과 계속 논의하고 있다”면서 “중증뇌병변장애인들은 화장실의 크기나 휠체어가 공간 안에서 이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 등 여러 가지 고려할 것이 많아 그들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로 설계해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각종 TF회의를 중증뇌병변장애인 부모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 또는 가족들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세부적인 내용을 가족들에게 직접 물어 정책으로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나온 정책이 ‘기저귀 구입비 지원 대상 연령 확대’다. 그동안 만 5세부터 만 34세까지만 지원해왔던 대·소변흡수용품(기저귀) 구입비 지원을 2023년까지 64세로 순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증뇌병변장애인들은 평생 기저귀를 차고 용변을 해결한다. 구입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중증중복장애인 가정은 통상 한 달에 적게는 5만~10만원, 많게는 20만원 이상을 기저귀 구입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3년까지 현재 월 5만원 한도로 구입비용의 50%를 보전해주던 일회용품 구입 지원비를 7만원으로 늘리고, 만 64세까지 대상연령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성장기에 있는 중증뇌병변장애 아동과 청소년들의 보조기기 교체비용도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증뇌병변장애를 갖고 있더라도 모든 아동·청소년들은 키와 몸무게가 여타 비장애인들처럼 늘어난다. 그런데 이들의 신체를 지지하는 보조기기는 아동·청소년의 성장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많은 중증뇌병변장애 가족들이 적절한 시기에 보조기기를 교체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각 가정당 보조기기 연평균 지출비용은 1314만원으로, 장애인 보조기구를 제때 교체하지 못하는 가정의 74.7%가 ‘교체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보조기구를 맞춰주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인 보조기기는 임대사업을 통해 많은 장애인이 임대로 이용하고 있지만 수요가 높은 특정 보조기기는 대기기간만 평균 2개월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18세 이하 뇌병변장애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보조기기 구입비 지원을 늘려, 더 많은 뇌병변장애 아동·청소년이 보조기구를 쉽게 임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2023년까지 만 18세 미만 장애인 300명을 대상으로 휠체어, 자세보조용구 등 맞춤형 보조기기 제작 및 수리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전국으로 확대 가능할 것인가

물론 이 모든 계획을 모두 해나가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박원순 시장의 의지만으로 불가능한 영역도 존재한다. 재화는 한정돼 있고, 그 재화를 필요로 하는 수요는 엄청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시민을 위해 가용할 수 있는 한 해 예산은 약 35조원이다. 중증뇌병변장애인 지원계획에 5년간 소요되는 예산 총액은 604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977만6000여 서울시민의 0.4%밖에 되지 않는 중증뇌병변장애인만을 위해 이 같은 예산을 지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각종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시행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일부 보건복지위 소속 상임위원과 서울시 의원 중 일부가 뇌병변장애인들을 위한 서울시 정책예산에 대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의 민원처리를 위해 또다시 중증뇌병변장애인 정책을 ‘나중으로’ 돌리려 한다는 이야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러나 “기존에 계획한 목표는 그대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부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의회 의원 및 보건복지위 상임위원 모두 장애인 영역에 대한 예산배정은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고, 서울시 역시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기 때문에 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7일 서울시 홈페이지 게시판에 한 중증뇌병변장애인 부모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현재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뇌병변장애아의 부모라고 밝힌 그는 A4용지 3장 분량의 편지에서 “(서울시의 중증뇌병변장애인 계획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우리 딸이 혼자서 밥을 못 먹는다 해서 외면받지 않고, 혼자서 못 걷는다 해서 홀로 방에 갇혀 있지 않고, 건강하지 못하다 해서 거부당하지 않는, 당당한 존재로 함께할 수 있는 서울시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적었다.

다음은 전국으로의 확대다. 아직까지 서울시와 같은 형태의 중증뇌병변장애인 지원책을 내놓는 시·도는 없다. 서울시의 지원책도 2023년까지 모두 추진된다고 해도 일부 지역 중증뇌병변장애인에게만 돌아가는 혜택이다(서울 시내 8개 구에만 비전센터 설치). 때문에 2023년 이후도 중요하다. 아무리 소수라도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 ‘나중에…’라며 밀리면 곤란하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1170903011&code=940100#csidxe6fa25b1a0a5f16948d0a0f4b0b18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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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젊었을 때는!” 꼰대 향기 물씬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의 노동관

이완배 기자 peopleseye@naver.com
발행 2019-11-17 10:05:02
수정 2019-11-17 10: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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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이라는 게임 회사 창업자이자 2017년 9월부터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이끈 장병규 위원장이 최근 『중앙일보』 및 『조선일보』와 잇따라 인터뷰를 가졌다. 요지는 “현 정부의 기업 정책이 형편없다”는 쓴소리였다.

1일자 『중앙일보』와 인터뷰 제목은 ‘내일 당장 망할지 모르는데 벤처가 어떻게 52시간 지키나-고양이 목에 방울 단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이었고, 9일자 『조선일보』와 인터뷰 제목은 ‘친기업·반기업 아닌 문정부는 無기업’이었다.  

정부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어도 정부가 잘 못한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심지어 이런 비판은 바람직하기도 하다. 그런데 비판 내용이 실로 한심해서 한 마디 안 할 수가 없다.

장 위원장의 비판은 주 52시간제에 집중됐다. 그런데 장 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20대 때 2년 동안 주 100시간씩 일했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다. 내 인생을 위해서 한 거다. 스타트업에는 그런 사람들이 꽤 있다. 이런 스타트업에 주 52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국가가 나서서 개인의 권리를 뺏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와, 이런 꼰대를 보겠나?

배달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회원이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앞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에 안전은 없다'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라이더유니온은 면허시스템 정비 및 안전교육 강화, 이륜차 정비자격증제도 도입, 표준공임단가 등 정비 시스템 정비,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 및 ILO 핵심협약안 준, 산재적용제외신청 제도 폐지 및 산재보장성 강화, 보험료 현실화를 요구했다.
배달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회원이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앞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에 안전은 없다'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라이더유니온은 면허시스템 정비 및 안전교육 강화, 이륜차 정비자격증제도 도입, 표준공임단가 등 정비 시스템 정비,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 및 ILO 핵심협약안 준, 산재적용제외신청 제도 폐지 및 산재보장성 강화, 보험료 현실화를 요구했다.ⓒ뉴스1

꼰대 역사에 길이 남을 명문장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논하기 전에 “나 젊었을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꼰대짓의 전범(典範)을 먼저 소개한다. 요즘 자유한국당 근처에서 기웃거리며 보수 경제학의 맏형을 자처하는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가 2017년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이다. 이 글은 대한민국 꼰대 역사에 길이 남을 명문장이다. 매우 긴 글인데 지면 사정상 3분의 1로 발췌했다.  

이 땅을 헬조선이라고 할 때 한번이라도 당신의 조부모와 부모를 바라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라. 초등학교부터 오뉴월 태양 아래 학교 갔다 오자마자 책가방 팽개치고 밭으로 가서 김을 매고…, 저녁이면 쇠먹이를 거두려고 강가로 가고, 겨울이면 땔감을 마련하려고 산으로 갔던 그런 분들을 쳐다보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라.  

대기업이 착취를 한다고요? 한국에 일자리가 없어서 대학을 나오고도 독일의 광산 광부로 갔고 간호사로 갔던, 그래서 국제미아가 되었던 당신의 할아버지 할머니 시대의 이야기를 물어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라. 

나는 부모 모두 무학으로 농부의 아들이고, 그 것도 땅 한 평 없던 소작농의 아들로 자랐다. 중학교 때까지 등잔과 호롱불로 공부했다. 나는 대학 4년 내내 아르바이트로 내 생활비를 마련하며 다녔고, 때로는 부모님께 도움을 드리면서 다녔다. 

그렇게 야근하는 날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삼겹살인줄 알고 살았다. 그렇게 살아 왔기에, 무책임한 노조가 망가뜨리는 회사를 보아왔기에, 우리보다 잘 사는 것으로 알았던 많은 나라들이 꼬꾸라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리고 미국과 일본이 어떻게 잘 사는 사회인지 보았기 때문에, 나는 당신들처럼 아프다고 못하고 힐링해야 한다고 응석을 부리지 못한다.

어떤가?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오지 않나? 꼰대 능력을 토익(TOEIC)처럼 테스트한다면 이병태 교수는 900점을 훌쩍 넘길 실력자임이 분명하다. 

“나는 어렸을 때 불우했어요”라는 심리 

도대체 이들은 왜 “나 어렸을 때는 말이야” 이러면서 꼰대짓을 할까?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에서는 이를 불우한 어린 시절 효과(Hard-knock life effect)라고 부른다. 2015년 『실험사회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에 소개된 스탠퍼드 대학교 테일러 필립스(Taylor Phillips) 경영학과 교수의 실험을 살펴보자.  

필립스는 백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그들에게 얼마나 어렵게 살아왔는지를 묻는 취지의 다섯 문장을 제시했다.  

①:내 인생은 어려움으로 가득 찼어요(My life has been full of hardships).
②:나는 수많은 고난을 겪었어요(There have been many struggles I have suffered).
③:내 인생에는 수많은 장애물이 있었어요(My life has had many obstacles).
④:내 인생은 매우 쉬웠어요(My life has been easy). 
⑤:내 인생에는 도저히 극복하지 못할 어려움이 있었어요(I have had many difficulties in life that I could not overcome). 

응답자는 각 문장에 1~7점 사이의 점수를 매겼다. 예를 들어 “내 인생은 어려움으로 가득 찼어요”라는 문장에 완전히 동의하면 7점, 전혀 동의하지 않으면 1점을 주는 식이다. 단 ④번 문장은 다른 문장들과 반대로 “내 인생은 매우 쉬웠어요”였기 때문에, 집계할 때 이 문항에 대한 점수만 거꾸로 계산했다. 이 말은 다섯 항목 모두 점수가 높을수록 응답자가 스스로의 삶을 고단했다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집계 결과 백인들의 고난 수치는 중간쯤인 3.8점이 나왔다. 백인들은 자기의 삶을 평범하게 생각했다는 이야기다.  

이번에는 새로운 백인들에게 똑같은 다섯 문장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점수를 매기기 전에 한 문단을 소리 내서 읽도록 지시했다. 그들이 읽은 문단의 내용은 이랬다.

“최근 반세기 동안 인종차별 문제에 관심이 매우 높아졌지만, 그럼에도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백인들이 여러 면에서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주거, 의료, 구직, 학업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백인이 흑인보다 혜택을 더 많이 받는다고 조사됐습니다.”

이 한 문단을 읽은 백인들에게 아까와 마찬가지로 다섯 문장에 대한 점수를 매겨달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이들의 고단함 숫자는 4.4점으로 집계됐다. 첫 팀의 평균 3.8점보다 수치가 훨씬 높아진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사람들은 “어렸을 때 어렵게 살았어요?”라고 평범하게 물으면 그냥 솔직하게 대답을 한다. 그런데 “백인이 모든 면에서 흑인보다 훨씬 유리해”라는 문장을 읽으면, 백인들은 ‘사람들이 우리 백인들의 기득권을 공격하려 하는구나’라는 위협을 느낀다.

이때부터 백인들은 자기가 어렸을 때 얼마나 어렵게 살았는지를 과장하기 시작한다. “비록 내가 백인이고, 지금 꽤 괜찮은 직장을 다니고 있고, 집도 한 채 보유하고 있지만 그건 절대 백인의 기득권 덕분이 아니다. 다 내가 고생한 덕분이지”라는 말을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이들은 “내가 어렸을 때 얼마나 어렵게 살았냐면!”이라는 장황한 설명을 시작하는 것이다.

왜 그들은 꼰대짓을 할까? 

이 연구를 한국 사회에 적용해보자. 이병태 교수의 꼰대짓은 이 연구에 너무나 잘 들어맞는다. 왜냐하면 이 교수가 “나 어렸을 때에는!”을 읊은 시기가 2017년 7월, 즉 정권교체가 막 이뤄진 직후였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이후 평생 기득권을 누리며 잘 살았는데 촛불 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다. 적폐청산의 목소리도 높아진다. 이러면 당연히 자신의 기득권이 위협을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어렸을 때 얼마나 어려웠냐면” 이런 꼰대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자료사진)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장병규 위원장도 비슷할 것이다. 자본가로 살면서 초과노동 착취로 잘 살아왔는데, 주 52시간제로 그 기득권이 위험해졌다. 그러니 “나 젊었을 때에는 주 100시간씩 일했어”라는 꼰대 소리가 등장한다. 결국 이런 꼰대짓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반항이라는 이야기다.

말이 나온 김에 장병규 위원장한테 한 마디만 더 하겠다. 지금 선진국의 노동 시간이 어떨 것 같은가? 프랑스의 법정 노동시간은 주 35시간, 최대 44시간이다. 독일은 주 5일 노동을 기준으로 40시간 노동에 연장 노동 8시간이 가능하다. 영국도 주 48시간 제도를 채택했다.

미국은 사무직에 한해 주 40시간을 넘겨 자유롭게 연장 노동을 할 수 있긴 하지만, 이는 연봉 13만 4004달러(약 1억 6000만 원) 이상을 받는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된다. 장병규 씨. 당신 회사에서 노동자들에게 연봉 1억 6000만 원씩은 당연히 주고 그런 말을 하는 거겠죠?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교수가 2018년 전경련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주 52시간제에 관한 질문을 던지자 크루그먼은 “한국 같은 선진국에서 노동자들이 아직도 주 52시간을 일한다고요?”라고 깜짝 놀랐다는 일화가 있었다. 당시 『머니투데이』의 기사 제목은 ‘선진국인데 주 52시간요?…韓 근로시간에 깜놀한 크루그먼’이었다.

장병규 씨, 크루그먼이 반(反)기업적 경제학자라서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프랑스, 영국, 독일이 4차산업혁명에 관심이 없어서 저런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 생각이 옳다고 고집할 수는 있는데, 그게 유일한 진리인 줄 알고 『중앙일보』나 『조선일보』에 대고 꼰대 소리를 하는 건 좀 많이 곤란하다. 

4차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이 속도가 너무 빨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기본소득을 도입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의 소득을 보장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런 선진적 논의가 진행되는 판에 한국의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노동시간 감축은커녕 “나 젊었을 때에는 주 100시간씩 일했어”라는 꼰대 소리나 하고 있다. 이런 젠장! 4차산업혁명위원장 생각이 2차산업혁명 시대에 머물러 있으니 그게 될 일이었겠나?

이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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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규탄대회 "미군 주둔비 6조 단 한푼도 줄 수 없다"

미국규탄대회 "미군 주둔비 6조 단 한푼도 줄 수 없다"
 
 
 
박한균 기자 
기사입력: 2019/11/16 [11:4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방위비분담금 인상 강요! 지소미아 연장 강요! 미국규탄대회’가 민중공동행동,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공동주최로 16일 오후 4시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서 열렸다.미군주둔비 6조 강요하는 '날강도 트럼프'를 잡는 상징의식.     © 박한균 기자

 

▲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일주일을 앞둔 16일 미국 규탄대회가 열렸다.     © 박한균 기자

 

▲ 참가자들은 남인사마당을 출발해 종로를 지나 미대사관으로 행진했다.     © 박한균 기자

 

▲ 미국규탄대회 행진모습.     © 박한균 기자

 

▲ '지소미아 연장 미국은 간섭말라', '구속대학생을 석방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만장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박한균 기자

 

▲ 참가자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반대했다. '한푼도 안줄거니까 집에 가라 그냥'이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박한균 기자

 

▲ 참가자들은 '주한미군주둔비 단 한푼도 줄 수 없다'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 박한균 기자

 

▲ 미국 규탄대회 행진모습.     © 박한균 기자

 

▲ 미국 규탄대회 행진모습.     © 박한균 기자

 

▲ 대학생들이 방위비 분담금 6조 요구하는 미국을 규탄했다.     © 박한균 기자

 

▲ 미국 규탄대회 행진모습.     © 박한균 기자

 

▲ 엄미경 전국민주노동조합(민노총) 부위원장.     © 박한균 기자

 

▲ 정어진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 박한균 기자

 

▲ 참가자들이 미군주둔비 6조 요구하는 '날강도' 트럼프를 잡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 박한균 기자

 

▲     © 박한균 기자

 

“혈세 강탈 방위비 분담금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

“동맹이냐 날강도냐 돈 없으면 집에 가라”

“온 국민이 반대한다 인상 요구 중단하라”

“지소미아 연장 강요 미국은 간섭 말라”

 

‘방위비 분담금 인상 강요! 지소미아 연장 강요! 미국규탄대회’가 민중공동행동,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공동주최로 16일 오후 4시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서 열렸다.

 

사회자는 “오늘 집회는 민중당,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청년대학생 등 각계각층이 한목소리로 미국을 규탄하며 행진하는 자리이다”라며 “오는 18일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3차 협상이 진행되기에 오늘의 행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 퍼주는 동맹 관계 이제는 끝장내자”라고 이날 행진의 의의를 밝혔다.

 

“따르릉따르릉 전화 왔어요~ 6조로 올려달라 전화 왔어요~ 아니야 아니야 그건 안 돼요~ 돈 없으면 집에 가라 미군 놈들아~“

 

이어 참가자들은 남인사마당을 출발해 종각을 지나 미 대사관 앞까지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따르릉, 아빠의 청춘, 젊은 그대 등을 개사한 노래를 불렀으며, 미군 주둔비 6조 요구에 반대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피켓에 적고 미국을 규탄했다.

 

한 시민은 “국민 혈세 구걸 말고 돈 없으면 방 빼”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빈민운동을 하는 아현동에 사는 한 시민은 “이 뻔뻔한 미국놈들아 니들이 돈 맡겨놨냐? 니들은 동맹이라 말하지만, 우리는 니들을 날강도라 말한다. 사드 갖고 냉큼 꺼져라!”라고 외치면서 집에서 쉬어야 할 토요일에 열 받아서 나왔다고 토로했다.

 

미 대사관 앞까지 행진을 마치고 규탄대회를 정리하는 발언에서 엄미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한반도 평화 시대를 대비한 동맹 재편을 위한 협상이다. 그러나 지소미아 협정은 우리 국민이 사지 않고, 입지 않고, 가지 않으면서 얻어낸 결과이기에 우리 노동자들은 결코 지소미아 종료는 없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아직도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믿는 일본, 조선식민지 역사를 단 한 번도 인정하지 않은 그 일본과 군사협정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둔비 인상에 항의하며 미 대사관저 담을 넘었던 대학생진보연합 소속 정어진 학생은 “네 명의 학생을 석방시키기 위해 투쟁하는 것은 미국의 날강도 짓에 묵인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구치소 안의 대학생들은 언제나처럼 의연하고 당당했다”면서 “지금도 한국으로부터 뜯어낸 돈이 남아돌아서 이자놀이까지 하고 있으면서 돈을 더 내놓으라느니 날강도 짓을 하는 미국! 우리는 저들에게 단 한 푼도 줄 수 없을뿐더러 이런 동맹은 원하지 않는다. 우리 국민을 상대로 협박을 일삼고 있는 미국이야말로 혼쭐이 나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오는 18일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 협상 대표가 방위비 분담금 관련 3차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한국국방연구원에 온다. 이에 민중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8시 전국 각지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반대 투쟁을 위해 모이는 만큼 함께 해주실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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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결' MB·박근혜 때보다 국방비 더 올리겠다니

[평화운동가의 2020년 국방예산 분석 ①] 무기도입 등에 대한 비용 증가... 삭감해야

19.11.16 11:39l최종 업데이트 19.11.16 11:39l

 

업무보고하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8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19.10.18
▲ 업무보고하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10월 18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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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회에서 2020년도 국방예산(안)을 심의 중이다. 내년 국방예산은 50조1527억 원(일반회계)으로 올해보다 7.4%(금액은 3조4556억 원)가 오른 금액으로 책정됐다. 2019년 8.2% 증가에 이어 2년 연속 대폭적인 증가다.

지난 10월 22일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의 운명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우리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강한 안보입니다. 지금 우리의 안보 중점은 대북억지력이지만, 언젠가 통일이 된다 해도 열강 속에서 당당한 주권국가가 되기 위해선 강한 안보능력을 갖춰야 합니다"라면서 내년 국방예산 대폭 증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한 군사력에 대한 대통령의 잘못된 신념

 

대북 억제가 지금 우리의 안보 중점이라는 인식은 문 대통령이 잘못된 '억제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북한에 견딜 수 없는 보복응징을 위협함으로써 북한의 공격(도발)을 사전에 단념시킨다는 억제론은 되레 북한의 반발을 불러 군비경쟁과 첨예한 대결을 자초했다.

한반도에서 핵 대결이 2018년 봄 극적으로 멈춘 것은 남한의 강한 군사력에 북한이 굴복한 결과가 아니라 대화의 힘 때문이었다. 즉 억제론을 버리고 북한의 체제안보를 인정하고 북한과 대화로 선회하였기 때문에 비로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남북이, 북미가 합의할 수 있었다.

군사력이 아닌 대화가 평화를 가져온다는 것은 다름 아닌 문 대통령의 말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6월 13일 스웨덴 의회에서 "남북 간의 평화를 궁극적으로 지켜주는 것은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입니다. 서로의 체제는 존중되어야 하고 보장받아야 합니다"라고 역설했다.

대북 억제를 위해서 국방비를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는 문 대통령의 사고는 남과 북이 다시 힘 대 힘의 대결을 펼쳤던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것과 같다. 한국이 당당한 주권국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강한 군사력이 아니다.

군사력으로 따지면 한국은 세계에서 10대 군사대국이며 현재도 당당한 주권국가다. 어엿한 주권국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미국에게 양도된 전시작전통제권을 하루빨리 환수하는 것이다. 강한 군사능력을 갖춰야 당당한 주권국가가 될 수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고는 세계가 기본적으로 군사력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현실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런 현실인식은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우리가 군사강국에게 지배되는 것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약소국들에 대해 우리나라가 군림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할 위험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6월 12일 오슬로 방문 때 "'평화란 힘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평화는 오직 이해에 의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통찰이 우리 모두에게 새겨지길 간절히 바랍니다"고 연설했다.

당당한 주권국가란 상대를 공격하거나 위협할 수 있는 군사력을 추구하지 않고 다른 나라와의 문제를 군사력이 아닌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풀어나가는 나라일 것이다. 상대를 위압하는 강한 군사력을 추구하는 나라는 패권국가는 될지언정 당당한 주권국가는 될 수 없다.

한반도 정세와 거꾸로 가는 내년 국방예산

남북 대결이 최고조에 달했던 이명박 및 박근혜 정부 때의 국방비 평균증가율은 각각 5.2%와 4.1%다. 북과 종전 선언을 추진하고, 군사적 신뢰구축에 합의한 문재인 정부가 국방비를 남북대결이 극심했던 이전 정권보다 훨씬 높이, 7.4%나 올린다면 누가 이를 이해하겠는가. 국방비 증가의 내역을 보면 내년 국방비 증가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과의 신뢰구축을 위해 키리졸브연습이나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 등을 중지하기로 했는데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작전상황연습(한미연합연습이 중심) 예산은 299억 원으로 올해 188억 원보다 크게 오른다. 무엇보다 2020년 무기도입비(방위력개선비)는 전년보다 무려 8.6%가 오른다. 무기도입비 중에서도 북한을 선제타격하는 무기체계들인 핵·WMD 대응체계 예산(6조5608억 원)은 2019년보다 무려 29.4%(1조4917억 원)나 급등한다. 핵·WMD 대응체계란 3축체계(킬체인, 한국형 MD, 대량응징보복을 가리킴)의 바뀐 이름으로 북한 핵·미사일을 선제타격하는 체계를 말한다.

내년 예산에 편성된 대표적인 타격전력으로는 F-35A 전투기 도입(1조7957억 원), F-X 2차(F35A 20대 추가도입) 2404억 원, KF-16성능개량 2805억 원, 3000톤급 잠수함 추가건조(장보고Ⅲ-BatchⅠ, 장보고 Ⅲ-BatchⅡ) 6596억 원, 신형이지스구축함(광개토Ⅲ-BatchⅡ)건조 5555억 원,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427억 원, 장거리공대지 유도탄 2차(연구개발) 212억 원, 장거리 공대지유도탄(타우러스) 601억 원, 함대지 유도탄(수직형) 244억 원, 함대지 유도탄(경사형) 9.2억 원, GPS유도폭탄(2000파운드급) 4차 1125억 원, 지대지유도무기(KTSSM) 630억 원, 현무 2차 성능개량(연구개발) 748억 원, 현무 2차 성능개량 2421억 원, 해성 2(함대지) 성능개량(연구개발) 873억 원 등이 있다.

핵·WMD 대응 등을 위한 대대적인 무기체계도입에 대해서 국방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여전하고,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동북아 열강과의 군사갈등 요인 등 안보환경 불안에 따른 전방위 안보위협에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국방력 강화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뉴시스 2019년 8월 29일)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여전하다는 정세관은 군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남북 및 북미 정상 합의 자체를 불신하는 것과 다름 없을 뿐만 아니라, 이 합의 이후 한반도에서 핵대결이 멈추는 등 변화한 안보환경에도 맞지 않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여전하다는 인식은 군이 여전히 과거 냉전수구적인 위협관에 머물고 있다는 증거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은 군사력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북 선제타격전력의 무분별한 도입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대북 선제타격용 무기들은 그 군사적 효용성도 큰 의문이지만 북한의 반발을 불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합의 이행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북한은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고 돌아앉아서는 우리를 겨냥한 최신 공격형 무기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 군사연습을 강행하고 있는 남한 당국의 이중적 행태" 때문에 "역사적인 북남선언들은 오늘 이행단계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반발하고 있다.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및 군사분야합의서에 위배되고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평화통일을 규정한 우리 헌법에도 어긋나는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무기도입은 중지되어야 하고 그 예산도 삭감되어야 한다.

'주변국과의 군사갈등 요인'이 국방비 대폭 증가 이유 될 수 없어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 등과의 군사갈등 요인을 빌미로 국방예산을 늘리는 것 또한 정당성이 없다. 군이 말하는 '군사갈등 요인'이 무엇인지 실체도 분명하지 않다. 중국이나 러시아와는 영토분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이 독도를 자신들의 영유권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군사적 갈등'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 그리고 한국보다 경제규모(GDP)가 3∼8배나 큰 경제대국·군사강국들을 상대로 군비경쟁을 하겠다는 것도 무모한 발상이다.

지금 군이 천문학적 액수를 들여 도입하는 핵·WMD 대응무기체계들은 그 작전반경이나 공격능력으로 볼 때 한국 방어를 넘어서서 주변국에 대한 공격 작전도 가능한 무기체계들이다. F-35A 전투기, 장보고Ⅲ-BatchⅠ, 장보고 Ⅲ-BatchⅡ, 신형이지스구축함(광개토Ⅲ-BatchⅡ), 중항공모함인 대형수송함-Ⅱ,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등이 그렇다. 한반도 영역을 벗어나 주변국들을 공격하는 행위는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우리 헌법 또 무력사용 또는 사용 위협을 금지한 유엔헌장 2조를 위반하는 불법이다.

설사 주변국과 군사적 갈등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상대를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이 아니라 동북아 다자 공동안보기구 등을 통해서 평화적 방식으로, 군사적 신뢰구축의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위에서 언급된 무기체계들은 그 작전능력으로 볼 때 미국의 중국견제 전략인 인도·태평양전략이나 미국을 방어하는 작전에 동원될 가능성이 크다. 그 경우 한국은 미국의 안보이익 때문에 중국과의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중러의 한반도 부근에서의 연합훈련이나 최근 러시아 군용기의 카디즈(방공식별구역) 진입은 일본, 한국 등과 손잡고 중국과 러시아를 봉쇄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대한 견제 목적이 크다. 이 점에서 최첨단 무기를 팔아 한국을 대중국 견제세력으로 키우려는 미국의 전략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주변국과의 군사갈등'을 이유로 주변국을 공격할 수 있는 최첨단 무기를 도입하는 것은 각 군이 예산을 늘려 기득권을 확장하려는 것이고 한국군을 대중국 견제세력으로 키우려는 미국의 욕구에 부응하는 것일 뿐이다.

우리의 부담 능력을 벗어난 국방비의 증가
 

내년도 대폭적인 국방비 증가는 우리 경제적·재정적 능력에 비춰서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국방비가 정부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SIPRI(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이 12.4%로 일본 2.5%, 중국 5.5%, 대만 10.3%보다 높고 프랑스 4.1%, 독일 2.8%, 영국 4.6%, 터키 7.1%, 미국 9.0%보다 높으며 심지어 이스라엘 11.1%보다 높다. 이는 우리 국방비가 재정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서민복지와 교육, 경제를 희생시키고 있다는 증거다.

또 GDP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2.6%로 일본 0.9%, 중국 1.9%, 대만 1.8%보다 매우 높다. 또 독일 1.2%, 프랑스 2.3%, 영국 1.8%, 이탈리아 1.3%, 터키 2.5%보다 높다. 이는 한국이 자신의 경제적 지불능력에 비해 과도하게 국방비에 지출하고 있다는 증거다. 국민 1인당 국방비 부담 정도(SIPRI 자료, 2018년도 기준)를 보면 한국은 841.8 달러로 중국 176.7달러, 일본 366.5달러, 대만 452.2달러보다 월등히 많으며 독일 601.1달러, 영국 751.0달러, 터키 231.5달러보다 많다. 프랑스 978.0달러보다는 작은데 프랑스가 모병제임을 감안하면 한국이 더 적다고 볼 수 없다.

최근 10년간(2010∼2019) 국방비 연평균 증가율을 보면 한국은 5.1%로 일본 0.8%, 대만 2.2%, 미국 0.35%, 영국 1.1%, 독일(2010∼2018) 2.8%, 프랑스(2010∼2018) 2.2%보다 1.8∼14.6배나 높으며 다만 중국 9.0%보다 낮다. 중국을 제외하고 대만이나 일본, 미국, 독일 등 예를 든 나라들은 해당 기간 동안 국방비를 줄인 해도 여러 번이었지만 한국은 국방비를 줄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우리 국민의 국방비 부담이 큰 만큼 국방비를 삭감해 국민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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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이라크와 전쟁을 벌인 진짜 이유

[전쟁국가 미국·4강-⑤] 국제석유체제와 이란, 이라크
2019.11.16 11:28:18
 

 

 

 

아람코 출범과 영미석유협정의 무산에서 분명해진 것은 국제 석유시장의 운영과 통제는 전적으로 석유카르텔의 몫이라는 점이다. 즉 미국이나 영국 정부의 직접 통제는 허용될 수 없으며, 정부 역할은 석유카르텔의 시장 지배를 위한 정치군사적 지원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특히 2차 대전 이후 미국 석유메이저와 정부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석유메이저는 첫째 석유를 미국 및 동맹국에 합리적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둘째 중동지역의 우방 국가들에 대한 재정 지원의 통로 역할을 하며, 셋째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소련의 남진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석유메이저는 거대한 독점 이윤을 보장받으며 미 국내법에 의한 반독점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묵계, 또는 관행이 확립된 결정적 계기가 바로 이란의 석유 국유화다. 모사데크의 석유 국유화는 국제 석유카르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었지만 이 도전을 막아내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카르텔의 위상과 역할이 증대됐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살펴보기 전에 우선 미국 정부가 마셜플랜을 통해 미 석유업계를 지원한 실상을 알아본다. 미국은 서유럽의 경제 부흥을 위해 1948년부터 4년간 160억 달러를 지원했는데 그중 10% 이상이 바로 미국 석유 구입이었다. 단일 지출 항목으로 최대였다.

미국은 당시까지 석탄 위주였던 유럽의 에너지 소비를 석유 위주로 바꾸려 했다. 중동 지역에서 생산되는 값싼 석유의 소비처를 확보하려 한 것이다. 강력한 단결력을 자랑해온 서유럽의 탄광노조를 약화시키려는 시도라는 풀이도 있다. 어쨌든 미국은 마셜플랜 지원금의 10% 이상을 미국 석유 구매에 쓰도록 강제했으며 이에 따라 당시 서유럽 석유의 절반을 미국의 5대 석유 메이저가 공급했다.  

전후 유럽 석유 시장을 지배한 미국 석유메이저는 1945년 배럴 당 1.05달러였던 석유 가격을 1948년 2.22달러로 2배 이상 올려 폭리를 취했다. 유럽 국가들은 귀중한 달러를 아끼기 위해 독자적인 정유공장을 설립하려 했으나 미국정부는 불허했다. 미국 석유업계의 강력한 로비 때문이었다. 이처럼 미국 정부는 미 석유업계의 판촉 도우미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미국 내 반독점 정서의 부활과 독점 규제의 좌절 

앞에서 본 것처럼 2차 대전 발발 이후 석유의 전략적 중요성이 증대되면서 미국 정부도 국제 석유시장에 대한 다양한 개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특히 1940년대 후반에서 1950년대 중반 사이 석유카르텔과 정부 간 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집단으로서의 석유카르텔이 미영 정부보다도 강력해진 것이다. '반공'과 '안보'를 이유로 정부의 시장 규제를 저지한 것이 비결이었다. 

2차 대전 직후 미국에서는 거대 기업, 특히 석유메이저들의 독점행위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의회와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양한 정부 기관에서 석유메이저의 담합과 불공정 거래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고 형사 처벌까지 추진됐다. 19세기 말-20세기 초의 반독점운동이 재연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러한 반독점 규제는 아이젠하워 행정부 초기인 1953년경 무산되고 만다. 한국전쟁과 이란의 석유 국유화가 빌미였다. 냉전의 승리를 위해서는 석유의 안정적 공급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석유메이저를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가 승리한 것이다.

1946년부터 미국 경제가 침체하면서 기업 집중이 다시 일어났다. 1920년대에는 동종 업종 간의 인수 합병으로 10년간 약 1100개의 기업이 사라진 반면 2차 대전 이후에는 수평 합병이 특징이었다. 예컨대 진공청소기 회사가 살충제 회사를 흡수하는 식의 문어발식 확장이었다. 즉 자본력 있는 기업이 닥치는 대로 기업 사냥을 벌였다.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사라졌고 그만큼 대기업에 대한 적대감은 높아졌다. 특히 대형 석유기업이 표적이었다.

석유기업은 전쟁 기간 떼돈을 벌었다. 군납 석유로 폭리를 취했는가 하면 제3국(스페인)을 통해 나치 독일에 석유를 공급했다. 뉴저지스탠다드는 독일 기업 I. G. 파르벤에 협력해 연합국의 합성고무 개발을 방해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한마디로 적국에 부역한 것이다. 몰락한 중소기업과 진보주의자를 비롯해 노동조합, 여기에 중소 석유사업자들까지 가세해 석유메이저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밝혀내고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법무부 반독점국, 연방 공정거래위원회(FTC), 상원 중소기업위원회 등에서 각기 독점행위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이 가운데 FTC가 상원에 제출한 보고서(The International Petroleum Cartel: 국제석유카르텔에 관한 공정위 보고서)가 가장 영향력이 컸다.

FTC는 1949년부터 미국 석유산업에 대해 조사했는데 자료 제출 명령 권한(수사권)이 있었기 때문에 석유산업의 깊은 내막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아크나캐리 협정과 레드라인 협정이 체결된 1928년부터 1952년까지 오랜 기간 석유카르텔의 작동방식을 추적했다. 내용 중 상당 부분이 안보 이유로 삭제됐을 정도다.  

한마디로 말해 오늘날 우리가 석유카르텔의 작동방식을 대략이라도 알게 된 것은 FTC 보고서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1904년 아이다 타벨의 역작 '스탠다드석유회사의 역사'에 필적하는 탐사 보도의 기념비적 저작이었다. 타벨의 탐사 보도가 스탠다드 트러스트의 해체를 가져온 것처럼 FTC 보고서는 석유카르텔의 몰락을 불러올 수도 있었다. 그런 만큼 이 보고서는 석유메이저에게 대단히 위험한 보고서였다.  

당시 트루먼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이 보고서의 공개를 원치 않았다. 석유카르텔의 담합을 묵인할 심산이었다. 그러나 상원 중소기업위원회 위원장인 존 스파크먼 의원이 보고서를 언론에 유출하면서 철저 수사를 촉구했다. 대중들의 분노에 불을 지른 것이다. 보고서가 공개된 이상 독점행위에 대한 처벌은 불가피해 보였다.  

트루먼 행정부는 둘로 갈라졌다. 국무부는 안보를 내세워 석유카르텔의 담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법무부는 공정을 앞세워 처벌을 주장했다. 결과는 국무부의 승리였다.

한국전쟁 이후 애치슨 국무장관은 미국의 카르텔 회원사들에게 국제 사회에 대한 석유의 안정적 공급을 요청했다. 한국전쟁으로 석유 수요가 늘어난 반면 이란의 석유 수출이 봉쇄됐으므로(1951년 7월-1953년 8월) 공급을 대폭 늘려야 유가가 안정될 터였다.

핵심 동맹국인 서유럽의 경제 부흥을 위해서는 유가 인상을 막아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애치슨의 행동은 미국 정부가 사실상 카르텔의 담합을 인정한 셈이다. 즉 반독점법 위반이다.

법무부는 이의를 제기했다. 법무부는 독점행위 조사를 통해 형사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트루먼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석유카르텔의 담합 행위를 형사 기소하기 위한 대배심 구성에 착수한 터였다. 이에 대해 애치슨은 국방부와 CIA까지 동원해 국가 안보를 위해 반독점 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공정 경제를 위한 독점 규제보다는 국가 안보를 위한 석유의 안정적 공급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논리였다.

결국 트루먼은 애치슨의 요구에 굴복했다. 이로써 이란이 영국의 금수조치를 뚫을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란 석유에 대한 금수 조치는 석유카르텔의 담합으로 가능했기 때문이다. 담합이 유지되는 한 금수 조치도 계속됐다. 이란은 미국이 "등 뒤에서 비수를 꽂았다"며 분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란이 아무리 싼 값에 석유를 내놓아도 구매자가 없었다. 미 국무부는 카르텔 멤버가 아닌 미국 중소 석유기업의 이란 석유 매입도 금지했다. 1952년 2월 이탈리아가 구매한 이란 석유는 예멘 근해에서 영군 해군에게 압수됐다. 이란 경제에 대한 목조르기가 완벽하게 이뤄진 것이다. 

트루먼 대통령은 퇴임 직전 석유카르텔에 대한 형사소송을 민사소송으로 전환시켰다. 형사 처벌을 포기한 것이다. 그는 국가안보회의(NSC) 결정이라고 변명했다. "안보적 이유 때문에 민사소송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오마 브래들리 합참 의장의 조언을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한편 석유메이저는 이란 사태의 마무리에 나서는 조건으로 이후 자신들에 대한 정부 규제를 확실하게 원천 봉쇄했다. 모사데크 축출 이후 이란을 다시 국제 석유시장에 복귀시키려면 결국 카르텔이 나서야 했다. 이는 사실상 담합 행위다. 미국의 석유메이저는 아이젠하워 행정부에 대해 자신들이 뒷수습에 나서는 대신 이를 처벌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약을 요구했다.

국방부와 CIA의 강력한 요구에 못 이긴 법무부는 마지못해 그러한 약속을 했으나 메이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확실한 약속을 요구했다. 결국 NSC는 석유산업의 소관 부서를 법무부가 아닌 국무부로 이관하는 결정을 내린다. 석유메이저의 완벽한 승리였다. '안보'의 이름으로 미국 석유메이저는 정부의 모든 규제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이란 사태의 뒷마무리는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의 아들인 허버트 후버 2세가 맡았다. 비록 모사데크는 축출됐으나 이란 국민의 거센 반영 감정 때문에 영국이란석유회사(AIOC)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이란에 복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후버 2세는 1953년 10월부터 영국, 이란을 오가며 중재를 진행했다. 이란 석유는 석유메이저들의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하기로 했다.  

지분 구성은 AIOC가 40%, 로열더치가 14%, 미국의 5개 석유메이저가 각 8%, 프랑스의 CFP가 6%였다(5대 미국 기업은 각자 1%를 갹출해 미국의 9개 중소기업에 배분했다. 반독점 세력을 무마하기 위한 조치다). 영국의 독점적 영역이었던 이란에 미국과 영국이 40%씩 동등하게 진출한 것이다. 어부지리라고나 할까,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번' 격이다.

이로써 미국은 이라크 석유의 23.75%와 사우디 석유를 100% 독점한 데 이어 이란의 40%까지 갖게 됐다. 1960년이 되면 엑슨, 셰브론, 모빌, 걸프, 텍사코 등 5개 미국 석유메이저가 중동 석유(확정 매장량 1640억 배럴)의 60%를 장악한다. 특히 1944년 미국의 4분의 3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됐던 중동 석유의 확정 매장량은 1950년 130%, 1960년 4배까지 늘어났다.

반면 이란은 원유 수입의 50%만을 갖게 됐다. 당초 영국이 제안했던 것이다. 카르텔은 여기에 AIOC 총 이윤의 20% 배당까지 제안했었지만 모사데크 제거 이후 이는 없던 일이 됐다. 이란 석유 국유화 사태의 최대 승자는 미국, 최대 패자는 이란이 된 셈이다.

이란, 이라크의 자원민족주의 

2차 대전을 고비로 세계 석유산업의 중심은 미국,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 서반구에서 사우디, 이란, 이라크 등 중동으로 넘어간다. 중동의 석유 매장량이 워낙 많은 데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있어 석유 운송에 최적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30년대 후반 석유 메이저들이 중동지역에 주목하게 된 또 다른 요인이 있었다. 바로 자원민족주의다.

1938년 멕시코가 자국의 석유산업을 국유화했고 베네수엘라에서도 국유화 논의가 끓어올랐다. 베네수엘라는 2차 대전 동안 석유 수요 증가로 수입이 늘어나면서 국유화까지 나아가진 않았지만, 1949년 석유메이저와 원유 수입의 50 대 50 배분에 합의한다. 산유국 중 최초였고, 최대치의 양보를 이끌어낸 셈이다.  

이처럼 산유국들의 권리 요구가 거세지자 석유 메이저들은 중동에 눈을 돌린 것이다. 실제로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등은 워낙 작은 나라인 데다 영국의 지배 아래 있었기 때문에 석유메이저들이 통제하기 쉬웠다. 또한 사우디는 미국과 전략적 동맹 관계를 맺었기에 미국과 한 몸처럼 움직였다. 게다가 이들 국가는 왕정, 또는 토후국이었다. 민주국가가 아닌 탓에 국민 여론을 고려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사우디와 함께 중동의 3대 산유국인 이란, 이라크는 사정이 달랐다. 영국의 오랜 지배와 착취에 대한 반감이 매우 강했다. 바로 이 두 나라가 중동의 자원민족주의를 이끄는 주역이 된다. 모사데크의 석유 국유화가 그 시발점이다.  

이란의 경우, 1932년 영국은 대공황을 이유로 AIOC의 로열티를 전 해의 4분의 1로 일방 감축했다. 레자 샤는 공개적으로 회계장부를 불태우며 항의했다. 이에 대해 영국은 "상황에 따라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군사 위협으로 샤를 굴복시켰다. 자본주의 국가들 간에는 그토록 신성시 되는 '계약 이행의 의무'가 제3세계 국가에는 간단하게 무시되었던 것이다.

이라크는 1차 대전 이후 생겨난 신생 국가로 영국의 보호령이었다. 영국이 내세운 인물이 이라크 국왕이 됐다. 북부의 쿠르드족, 중부의 수니파, 남부 시아파 등으로 갈라진 이라크는 애당초 하나의 국가로 존립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영국은 철권통치로 다스리면서 이라크의 국부를 최대한 착취했다.  

1921년 남부 시아파가 반란을 일으키자 영국은 공중 폭격으로 주민 저항을 분쇄했다. 국내 치안을 위한 공습은 이것이 세계 최초다. 이후에도 영국은 조세 징수관을 파견하기 전에 공중 폭격을 감행했다. 현지 주민의 저항 의지를 꺾기 위한 조치다. 반란의 소문만 돌아도 폭격기를 보내 경작지를 불태워 버렸다. 단 한 푼이라도 쥐어짜내기 위한 야만적 조치였다. 이러한 영국의 공습 정책에 대해 당시 이라크 주재 미국 영사는 "야만적"이라고 비판했고, 영국 의회에서도 문제가 될 정도였다.  

결국 이라크에서는 1958년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 국왕이 살해됐고 영국은 축출된다. 이후 이라크는 소련과 협력해 석유산업 자립화 정책을 펼치며 1960년 석유수출국기구(OPEC) 창설과 1973년 1차 석유파동 등 자원민족주의 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다.

한편 1953년 8월 이후 미국의 맹방이었던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에 의해 반미로 180도 급선회한다. 그 여파는 이란-이라크전쟁(1980-1988년)을, 이란-이라크전쟁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1990년 8월), 이는 1차 이라크전쟁(1991년 2월)과 2차 이라크전쟁(2003년 3월)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석유 통제권을 둘러싼 미국과 산유국 간의 투쟁이 대중동전쟁이라는 참화를 일으키는 도화선이 된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의 시작에 모사데크의 석유 국유화와 미국 비밀공작에 의한 모사데크 제거가 있다. 비밀공작은 단기적으로는 이란을 친미국가로 만들었지만 결국에는 훨씬 더 심각한 역작용을 초래했다. 비밀공작이 이란을 극단적 반미국가로 만드는 결정적 원인이 된 것이다. 이른바 '역풍(blowback)'이다. 다음 회에는 중앙정보국(CIA)의 비밀공작(covert action)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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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외교력에 쩔쩔매는 미 국방부

북 외교력에 쩔쩔매는 미 국방부

한미 합동군사훈련 ‘비질런트 에이스’에 대해 “미국은 자중하여 경솔한 행동을 삼가”하라는 북 국무위원회 대변인의 담화가 발표하자,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나서 군사훈련 조정을 언급했다.

이어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에스퍼 장관의 발언에 유의하겠다면서 “미국이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자체를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리해하고 싶다”고 응수했다.

연말까지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한 북한(조선)이 ‘대화를 하고 싶다’면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보다 명백한 입장을 밝히라는 대미 압박으로 풀이된다.

결국 한차례 깨진 북미 실무협상 재개 여부는 12월 ‘비질런트 에이스’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 달렸다.

한편 북한(조선)은 최근 국무위원회와 외무성 담화를 연이어 발표하며 북미 협상에 대한 입장을 더욱 분명히 밝혔다.

북한(조선)은 13일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의 담화를 통해 연말까지 미국이 준비할 ‘새로운 계산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김명길 대사는 “정세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지장으로 변할수 있는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우리를 협상에로 유도할 수 있다고 타산한다면 문제해결은 언제 가도 가망이 없다”면서, “미국이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김 대사는 이날 담화에서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을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했다.

종전선언으로 말하면, 미국이 지난해 6.12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때 약속했지만 회담 이후 미국 내 여론에 부딪혀 1년이 넘도록 이행하지 못한 사안이다.

연락사무소 설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초안에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평양-워싱턴 연락사무소 문제는 공개도 되기 전에 회담 결렬로 사장되었다.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미국에 북한(조선)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대북제재 해제와 군사훈련 영구중단 및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한 것이다.

과연 미국은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평상시 미국이라면 어림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대선이 코 앞이고, 더구나 트럼프 미 대통령은 탄핵 국면에 몰려있다. 만약 북한(조선)이 연말 시안이 지나 부득불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하던 유일한 치적은 사라지고, 대선은 참패할 수밖에 없다.

북한(조선)은 13일 발표한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점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

담화에서 “이러한 우리의 노력에 의하여 미국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기의 치적으로 꼽는 성과들이 마련될 수 있었던 것이다”면서, “우리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대통령이 자랑할 거리를 안겨주었으나 우리가 미국 측으로부터 받은 것이란 배신감 하나뿐이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연 딮스테이트(Deep State)로 알려진 미국 주류의 만류를 뿌리치고, 대선 승리를 위해 북한(조선)에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이날 에스퍼 장관이 다급하게 한미합동군사훈련 조정을 언급, 북한(조선) 눈치를 살피며 쩔쩔매는 데는 이처럼 복잡한 정치‧군사적 계산법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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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외교 지원 위해” 공중연습 조정할 듯

51차 한미SCM 열려..지소미아.방위비분담금 이견 (공동성명 전문)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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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5  15: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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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5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을 가졌다. 그리고 오후 1시 30분경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양국은 북미대화의 외교적 지원을 위해 한.미 연합공중연습을 조정할 뜻을 내비쳤다. [캡처-e브리핑]

오는 12월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연습을 두고, 한국과 미국 국방부 장관들은 “외교적 노력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조정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날 북한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담화에 대한 응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미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방위비분담금 문제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5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을 가졌다. 그리고 오후 1시 30분경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동기자회견에서 정경두 장관은 한.미 연합공중연습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현재까지는 조정된 방식의 비질런트 훈련에 대해서 우리가 조정된 방식으로 명칭도 변경하면서 계획을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외교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어떤 결심을 하는 것이 좋을까 이야기 나눴다. 가장 최적의 결심을 하고 나갈 것”이라며 “평화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잘 지원하면서 한미연합방위태세에는 문제가 없도록 훈련을 조정해서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조정될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따라, 지난해 비질런트 한.미연합공중연습을 중단하는 대신, 한.미 공군이 각각 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올해 훈련도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으며, 군 당국도 이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퍼 장관도 “외교적인 노력이 진행될 수 있는 문이 닫히지 않도록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며 “(한.미) 양자 간에 협의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동맹 차원에서 모든 것을 같이 해나가자는 논의를 했다”고 뒷받침했다.

한.미는 SCM 공동성명에서도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 등을 나열하며, “공약들을 이행하는 데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 노력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조정된 방식의 한미 연합연습과 훈련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현행 외교적 노력을 지원한 성과를 공유하였다”며 “한반도에서의 역동적인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군사대비태세와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지속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평가하였다”고 명시했다.

북한 김영철 위원장은 전날 담화에서 에스퍼 장관의 훈련 조정 발언에 “유의”하며 “미국이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자체를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며 제시한 12월까지 미국이 북미대화의 진척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한.미 군당국이 연합공중훈련 조정이라는 카드로 한발 물러서는 셈이다. 

   
▲ 한.미 국방장관이 공동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 양측은 지소미아와 방위비분담금 문제에서 이견을 보였다. [캡처-e브리핑]

지소미아, 한국 “일본 적극 노력해야”..미국 “득보는 곳은 중국.북한”
방위비분담금, 한국 “공평하고 상호 동의가능해야”..미국 “한국 부유하다”

한.미는 이번 회의에서 지소미아와 방위비분담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지만, 서로 차이만 확인했다.

정경두 장관은 “지소미아는 회의 주제는 아니었다”면서도 “한국과 일본이 좋은 방향으로 잘 협의가 진행돼서 앞으로 지소미아가 지속 유지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다. 에스퍼 장관과 미국에서도 일본에 적극적인 노력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스퍼 장관은 “지소미아는 전시상황을 생각했을 때, 한.미.일 간에 효과적으로, 적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중요하다”며 “한일관계에 계속된 갈등이나 경색으로부터 득보는 곳을 중국과 북한”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일) 양측이 이견을 좁힐 수 있도록 촉구해왔다”지만 한국 정부가 먼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압박한 셈이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도전 요소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안보이익에 기초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하였다”며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지속해 나가면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기 위해 역내 다자간 안보협력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하였다”고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방위비분담금 문제에 대해서도 양측은 차이점을 보였다. “공평하고 상호 동의 가능한 수준”이이어야 한다는 한국 측의 주장에, 미측은 “대한민국은 부유한 국가”라고 맞섰다. 

다만,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향후 방위비분담금이 공평하며 상호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데 공감하였다”고 명시했다.

정 장관은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방위비분담금이 공평하고 상호 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과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만료 이전에 제11차 협상이 타결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 달러를 요구했다가 47억 달러로 조정됐다는 보도와 관련, 그는 “명확하게 확인해드릴 수 없다. 양측이 정말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윈윈할 수 있도록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한.미 국방장관이 51차 SCM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미 국방부 페이스북]

하지만 에스퍼 장관은 “대한민국은 부유한 국가이기 때문에 조금 더 부담할 수 있는 여유도 있고 조금 더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방국들과 동맹국들에게 기여도를 조금 더 부담하도록 하는 쪽으로 항상 이야기했다”며 “GDP 비율로 따졌을 때, 미국은 미국뿐만 아니라 우방을 지키기 위해 국방비로 상당 부분을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이 지출한 분담금은 90%는 한국에 그대로 다시 들어오는 예산”이라며 “미국은 계속해서 한국뿐만 아니라 타 우방국, 동맹국들이 방위비분담금에 있어서 조금 더 인상된 수준을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말까지 대한민국의 분담금이 늘어난 상태로 11차 SMA(방위비분담특별협정)를 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제11차 SMA 3차 회의는 오는 18일부터 19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한국 측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 미측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수석대표로 마주한다.

한편, 51차 SCM에 앞서 전날 한.미 합참의장이 주재하는 제44차 한.미군사위원회 회의(MCM)가 열렸다. 한.미는 공동보도자료에서 “미국의 확장억제를 포함한 한반도 방위공약을 흔들림없이 지켜나갈 것을 재확인하고, 한반도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위협에 대해서도 미국의 모든 군사능력을 사용하여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추가, 19:41)

[전문]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

2019년 11월 15일, 서울

1.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가 2019년 11월 15일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이 회의는 정경두 대한민국 국방부장관과 마크 에스퍼(Mark T. Esper) 미합중국 국방장관이 공동 주재하였으며, 양국의 국방 및 외교 분야 고위 관계관들이 참석하였다. 이 회의에 앞서 2019년 11월 14일 대한민국 합참의장 박한기 대장과 미합중국 합참의장 마크 밀리(Mark A. Milley) 대장이 제44차 한미군사위원회회의(MCM)를 주재하였다. 

2. 양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안정 유지의 핵심축으로 역할을 해온 한미동맹을 상호보완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다. 양측은 SCM이 지난 반세기 동안 한미동맹의 정책을 효과적으로 다루어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향후에도 SCM이 한미동맹 발전과 역내 안보와 번영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공약을 확인하는 중추적인 협의체로 지속 유지될 것이라는 큰 기대를 표명하였다. 한편 양 장관은 동맹의 미래 국방분야 협력에 관한 「미래 한미동맹 국방비전」 공동연구의 성과를 평가하면서, 미래 동맹협력의 범위와 수준이 지속적으로 확대·심화되어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을 재확인하였다.

3. 양 장관은 최근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을 점검하고, 양국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양측은 검증 가능한 방식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긴밀한 공조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또한 양 장관은 2019년 6월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미 회동 등 2018년과 2019년 개최된 남북미 정상간 회담의 역사적 성과를 평가하였다. 양 장관은 또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과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된 공약들을 이행하는 데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 노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양 장관은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행위들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고, 긴밀히 공조하기로 하였다. 아울러, 양 장관은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하게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4. 양 장관은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해 남북 군사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조치들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전쟁 위험 감소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였다고 평가하였다. 정 장관은 ‘9·19 군사합의’ 이행을 통해 지상·해상·공중 등 접경지역에서 상호 적대행위가 전면 중지되었고, JSA 비무장화 조치와 비무장지대 내 상호 GP 시범철수 등의 주요 조치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음을 강조하였다. 양측은 이러한 노력이 지난 일 년 간 남북 접경지역에서 단 한 건의 군사적 긴장고조 행위가 식별되지 않은 가운데, 접경지역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는데 기여하였다고 평가하였다. 앞으로도 양 장관은 ‘9·19 군사합의’ 이행을 위해 긴밀한 공조와 협력을 해나가기로 하였으며, ‘9·19 군사합의’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서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개최를 포함한 조치를 통해 북한이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5. 양 장관은 유엔사의 정전협정 관리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9·19 군사합의’에 명시된 남북간 신뢰구축 조치 이행에 기여하였다고 평가하였다. 또한, 정 장관은 대한민국이 정전협정과 유엔사의 권한 및 책임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존중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아울러 정 장관은 북방한계선(NLL)이 그동안 남북 간의 군사력을 분리하고 군사적 긴장을 예방하는 효과적 수단이었다고 평가하고, ‘9·19 군사합의’에서 합의한 완충구역이 우발적 충돌 방지는 물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하였다. 이에 에스퍼 장관은 이러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들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유엔사가 정전협정 이행과 신뢰구축 조치의 순조로운 이행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평가하였다.

6. 양 장관은 한미동맹이 강력하다고 평가하며,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굳건한 연합방위태세에 기반한 대한민국 방위 및 상호 안보 증진에 대한 양국의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에스퍼 장관은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하여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할 것이라는 미합중국의 지속적인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한편, 양 장관은 확장억제 공동연구 결과를 통해 확장 핵억제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들을 도출하였다고 평가하였다. 양측은 향후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을 고려하면서, 한미동맹의 억제태세를 제고하고 맞춤형 억제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방안들을 공동으로 모색해 나가기로 하였다. 

7. 양 장관은 주한미군이 지난 66년간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도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의 무력분쟁 방지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지속 수행해 나갈 것임을 재확인하였다. 에스퍼 장관은 현 안보 상황을 반영하여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8. 양 장관은 금년 6월 3일 국방장관 회담시 승인한 한미연합군사령부(연합사) 본부의 험프리스 기지 내 이전 추진 상황을 점검하였다. 양 장관은 연합사 본부 이전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연합사 본부 이전을 조속히 완료하기로 하였다. 또한 양측은 본 이전이 연합방위지침과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계획(COTP)에 의거하여 전작권 전환 이후 안정적 이행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하였다. 

9. 양 장관은 조정된 방식의 한미 연합연습과 훈련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현행 외교적 노력을 지원한 성과를 공유하였다. 또한 양측은 조정된 연합연습과 훈련이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전작권 전환이 이루어지기 위한 우호적인 환경 조성에 기여하였다고 평가하였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조치 이행과 관련하여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 양측은 한미동맹이 한반도에서의 역동적인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군사대비태세와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지속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평가하였다.

10. 양 장관은 공동의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포괄적인 동맹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정 장관은 현재 추진 중인 「국방개혁 2.0」을 통해 전방위 안보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미래 안보환경의 변화를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한국군의 국방역량을 확충해 나갈 계획임을 강조하였다. 에스퍼 장관은 한국군의 국방개혁이 포괄적인 동맹능력 향상은 물론 한측 장성이 지휘하는 한미 양국의 굳건한 미래 연합사 구축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하였다. 

11. 양 장관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제반 이행과업의 추진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추진방안에 대하여 논의하였으며, 한측이 지휘하는 미래 연합사로의 전작권 전환 준비에 실질적인 성과와 진전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였다. 양측은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공고한 연합방위태세 유지를 위해 2018년 서명한 ‘연합방위지침’을 이행할 것임을 재확인하였다. 양 장관은 금년 시행한 연합지휘소훈련이 강력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유지와 미래 연합사의 기본운용능력(IOC)을 검증평가 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는 점에 공감하였다. 양 장관은 연합검증단의 평가 결과와 MCM 평가 결과를 보고받은 후, 기본운용능력 검증평가 결과를 검토하였다. 양 장관은 2020년에 미래 연합사에 대한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추진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전략문서 발전 등 검증평가에 필요한 조치를 이행해 나가기로 하였다.

12. 또한, 양 장관은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에 진전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양측은 특별상설군사위원회(special PMC)가 핵심군사능력 평가를 위해 개최되었으며, 특별상설군사위원회 활동이 평가의 신뢰성을 높였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정 장관은 미래 연합방위체제 지휘에 필요한 한국군의 방위역량 확충을 지속하는 가운데 전작권 전환을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임을 강조하였다. 에스퍼 장관은 미국의 지속능력 제공과 함께 대한민국이 방위역량을 갖출 때까지 보완능력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는 미합중국의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정 장관은 방위역량을 조속히 확보해 나가기로 하였다. 양측은 현재와 같은 공고한 연합방위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연례 SCM 및 MCM 회의를 통해 전작권 전환 이행상황을 주기적으로 평가·점검해 나가기로 하였다.

13. 양 장관은 한미연합군사령관으로부터 MCM 결과를 보고 받았으며, 연합방위능력 향상, 관련 작전계획 및 내년 전반기 전략문서 발전 등의 진전에 만족을 표명하였다. 양측은 연합합동다목적 실사격장 발전을 위한 공동연구 수행에 동의하였다.

14. 양 장관은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위협에 대해 효과적인 공동 대응을 보장하고 동맹의 포괄적 대응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우주, 사이버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지속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양 장관은 미국의 우주사령부 창설, 한국의 우주감시체계 구축 등 우주 역량 구축을 위한 양국 국방부의 노력을 확인하였다. 양측은 동맹으로서의 우주 역량을 강화시켜 나가고자 우주상황인식 정보공유체계 등 협력방안을 더욱 모색하고, 우주작전능력 향상을 위한 양자 및 다자간 연합연습 및 훈련을 확대해 나가기로 하였다. 또한 양 장관은 새로운 우주 위협과 도전에 대응할 능력을 갖춘 우주 전문인력 양성 협력도 지속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15. 양 장관은 날로 증대되는 사이버 안보위협을 고려하여 동맹의 사이버 역량을 강화하기로 한 양국의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양측은 사이버 위협 동향 및 양국의 정책 변화 추이를 공유하고, 공동의 관심 현안을 협의하는 등 사이버 분야에서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유지해 나가기로 하였다. 

16. 양 장관은 사이버방어, 인공지능, 자율기술, 지향성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미 과학기술협력이 확대되었음에 주목하고, 한미 공동 이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지속 발전되고 있음을 평가하였다. 

17. 양 장관은 동맹의 국방역량을 강화할 필요성과, 국방력 건설과 획득, 그리고 운영과 관련하여 더욱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였다. 양측은 한미동맹의 국방역량 및 상호운용성 강화에 중점을 둔 국방연구개발, 산업협력, 무기체계 획득, 그리고 군수 및 운영유지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심화가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하였다. 양측은 향후 위 분야를 지원하는 정례협의체를 통하여 협력을 모색하고 심화해 나가기로 하였으며, 한미동맹의 정책 및 전략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상기 협의체 개편을 승인하였다. 

18. 양 장관은 평화유지활동, 대해적작전, 안정화 및 재건 노력, 지역안보협력구상, 인도적 지원 및 재난 구호 등을 포함하여 상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광범위한 범세계적 안보도전에 대처하기 위한 국방협력을 지속 및 증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정 장관은 미국이 다양한 범세계적 안보도전에 대처하는데 있어 글로벌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고 있는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였다. 에스퍼 장관은 아덴만 해적퇴치활동, 유엔 평화유지활동, 확산방지구상(PSI) 등을 포함하여 글로벌 안보를 위한 대한민국의 헌신과 기여를 높이 평가하였다. 또한 양 장관은 동맹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한 공동의 인식을 바탕으로, WMD 확산 차단과 유사시 WMD 위협 대응을 위한 연합전력의 상호운용성 보장 및 대응능력 강화 노력을 높게 평가하고, 미 국방부의 협력적 위협감소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앞으로도 WMD 대응역량 증진을 위한 협력을 지속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19. 양 장관은 도전 요소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안보이익에 기초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하였다. 양 장관은 고위급 정책협의, 연합훈련, 정보공유, 인적교류활동을 포함한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지속해 나가면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기 위해 역내 다자간 안보협력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하기로 하였다. 

20. 양 장관은 주한미군 기지 이전 및 반환의 신속한 추진이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한미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적시적인 기지 반환을 위해 환경 여건 등 제반사항에 대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양 장관은 신속한 반환 추진이 필요한 네 개 기지 관련, SOFA 채널을 통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한 점을 높게 평가하였다. 또한 양 장관은 상호 수용 가능한 결과 도출을 위해 SOFA에 따른 정례 협의를 통해서 관련 사항을 논의해 나가겠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양측은 또한 시설과 구역의 원상회복 책임은 양측의 합의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한편, 관련 정보 공개에 있어 투명성을 제고해 나가기로 하였다. 

21. 양 장관은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훈련여건 보장이 강력한 연합방위태세 유지를 위한 핵심 요소임에 의견을 같이하였다. 또한 양 장관은 훈련장의 효과적인 공동 사용을 위해 민군 협의를 강화하고, 연합방위태세 유지를 위한 연합 실사격 훈련 여건을 보장하는데 있어 한국 국방부와 주한미군사 간의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하였다.

22. 에스퍼 장관은 방위 비용 분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대한민국이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보장을 위해 기여하고 있는데 대해 사의를 표명하였다. 양 장관은 방위비분담 특별조치협정(SMA)이 한미 연합방위능력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만료 이전에 제11차 협상이 타결되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였다. 아울러 양측은 향후 방위비분담금이 공평하며 상호 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였다. 

23. 정 장관과 에스퍼 장관은 금번 SCM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양국의 예우와 환대 그리고 성공적인 회의를 위한 훌륭한 준비에 대해 사의를 표하였다. 양 장관은 제51차 SCM과 제44차 MCM에서의 논의가 한미동맹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양국의 국방관계가 상호보완적 한미동맹으로 발전하는데 기여하였음을 확인하였다. 양측은 제52차 SCM을 2020년 상호 편리한 시기에 워싱턴에서 개최하기로 하였다.

끝.

(자료제공-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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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정부의 대북정책 전면 전환 촉구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11/16 10:49
  • 수정일
    2019/11/16 10:4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시민사회, 정부의 대북정책 전면 전환 촉구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9/11/16 [06:21]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전국 492개 단체와 개인들이 대북정책 전면 전환 촉구 각계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 편집국

 

북미간의 대립 수위가 높아지고남북관계가 퇴보한다는 우려가 큰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6.15남측위),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조계종 민추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양심수후원회민주노총한국노총전국YMCA전국연맹 등 전국 492개 단체와 개인들은 15일 오전 11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정책 전면 전환 촉구 각계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의 위기는 새로운 관계 수립을 약속한 북미 싱가포르 선언에도 불구하고 대북 적대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에게 근본책임이 있다면서도 남북관계가 이렇게까지 악화한 데는 대북제재의 틀에 얽매여 정부가 결단하면 풀 수 있는 문제들마저 주저한 정부의 대미의존 대북정책에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국선언 참여자들은 문재인 정부는 지난 1년간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통절한 평가를 겸허히 받아드리고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한다며 남북관계는 민족이 함께 힘을 모으면 돌파할 수 있다정부는 국민의 힘을 믿고 대북정책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책전환의 첫 단추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조건 없는 재개를 즉각 선언하고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평화의 동력을 다시 살려야하며 “‘DMZ 국제평화지대를 말하기 전에 연합군사훈련과 막대한 무기도입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국선언 참여자들은 무엇보다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에 다시 적극 나서야한다고 호소하며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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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 전면 전환 촉구 각계 시국선언>

 

지금 한반도 평화는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남북관계는 꽉 막혀 있으며북미관계는 진전 없이 교착상태에 놓여있습니다.

 

남북 정상의 공동선언들과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으로 무르익었던 한반도 평화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북미 싱가포르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밝힌 연합군사훈련 중단’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채 또다시 연합공중훈련을 단행하면서 대화를 단절시키고 한반도 위기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남북 정상이 지난 해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먼저 정상화하기로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남북교류협력의 대표 상징인 금강산 협력사업은 종료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의 위기는 새로운 관계 수립을 약속한 북미 싱가포르 선언에도 불구하고 대북 적대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에게 근본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이렇게까지 악화한 데는 대북제재의 틀에 얽매여 정부가 결단하면 풀 수 있는 문제들마저 주저한 정부의 대미의존 대북정책에 큰 책임이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주춧돌이자 지렛대인 남북관계 발전의 모맨텀을 살리지 못하고가장 선행적으로 풀 수 있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마저 미국의 눈치를 보며 남북사이 논의와 진전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남북 간의 신뢰에 금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눈앞의 과제는 뒤로 한 채 한반도 평화경제니 ‘DMZ 국제평화지대니 하는 장밋빛 미래만을 되뇌였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년간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통절한 평가를 겸허히 받아드리고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민족이 함께 힘을 모으면 돌파할 수 있습니다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힘을 믿고 대북정책을 전면 전환해야 합니다.

 

정책전환의 첫 단추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조건 없는 재개를 즉각 선언하고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평화의 동력을 다시 살립시다.

 

한반도 평화경제의 미래를 이야기하기 전에 눈앞에 있는 개성공단부터 여는 것이 평화경제로 가는 길목이라고 확신합니다. ‘DMZ 국제평화지대를 말하기 전에 연합군사훈련과 막대한 무기도입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에 다시 적극 나섭시다.

 

오늘 우리는 한반도 평화체제가 크게 흔들리는 위기 상황에서 원로종단시민사회단체가 모여서 우리의 뜻을 전합니다.

 

또한 우리는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며 대통령 면담을 요구합니다.

 

1. 정부는 남북관계의 시금석인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를 즉각 선언하라.

 

1. 정부는 대북제재의 틀에 얽매여 남북합의를 이행하지 못한 정책실패를 겸허히 인정하고,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기초해 대북정책을 전면 전환하라.

 

2019년 11월 15

대북정책 전면 전환 촉구 시국선언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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