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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은 국토부의 '쇼윈도' 철도 회사

[기고] 철도 민영화의 상징, SR

 

 

 

철학자 푸코는 어떤 욕망이 있다고 이미 전제하고 조작해둔 것이 법이나 권력이라는 설명을 통해 모델화 되었다고 말했다. 한국철도에서 푸코의 말과 정확히 대응하는 것은 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 바로 SR이다.

SR이 한국사회에 등장했던 과정은 자본주의 경제가 끊임없이 형태를 달리하며 철도 산업의 흥망성쇠와 결합했던 역사였다. 근대초기 철도는 한 국가의 국제 경제적 지위를 결정짓는 요소였다. 철강 산업, 기계공학, 토목공학, 석탄, 석유, 전력, 생산, 유통, 군사력에 이르기까지 철도는 이 모든 것을 지탱하고 부양하는 주요한 인프라였다. 근대국가체계에서 철도 건설의 주체가 누구였는지는 향후 그 국가의 운명을 보여주는 바로 미터였다.  

1, 2차 세계전쟁 이후 세계 경제가 대 호황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이동수단으로서의 철도는 우월적 지위를 도로에 양보했다. 자동차는 세계를 뒤덮으며 빠르게 철도 이용객을 흡수 했다. 이런 경향이 가속화 될수록 도로망은 더 광범위하고 촘촘하게 확산되었다. 덩달아 자동차 보급량이 증가하는 순환구조가 자리 잡았다. 그 결과 철도는 해가 갈수록 수송분담률이 하락했다. 문제는 거대 시설 인프라인 철도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국가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변함이 없는데 수익은 줄어들어 정부 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골치 덩이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문제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철도 운영국이 안게 된 딜레마였다.

세계 여러 나라는 나름대로의 처방으로 철도 산업에 닥친 위기를 해소 하려고 나섰다. 이 가운데 가장 심각했던 나라가 영국이다. 대처리즘이란 주사제가 철도에 주입됐다. 주사제 성분구성은 신자유주의 핵심 약물인 "작은 정부, 민영화, 경쟁"이었다. 대처 정부는 철도노조와 야당인 노동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영화를 밀어 붙였다. 그 결과 시설과 운영이 분리되었고 노선 경쟁 입찰에 승리한 28개의 프랜차이즈 철도회사가 영국 땅을 달리고 있다. 철도 민영화 추진 당시 영국 시민들의 여론은 방만한 철도가 개혁된다면 민영화를 찬성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영국 시민들은 대처와 관료들에 속았다고 분개하며 연례행사처럼 유럽에서 가장 높은 철도 요금 인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 이야기를 꺼낸 것은 국토부가 추진해왔던 한국철도 정책이 영국과 빼 닮았기 때문이다. 새로 건설되는 GTX 노선들도 건설사나 금융사의 컨서시움이 운영권을 얻었거나 얻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미 개통되었거나 앞으로 건설될 수많은 민자 철도는 국토부가 주도했거나 승인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사업들이다. 이 같은 정책의 일관성은 이미 20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다.  

2012년 수서발 고속철도 민영화 추진과 박근혜 정권의 2013년 SR 출범 일등 공신은 현 국토부 김경욱 차관이다. 김차관은 철도공사의 비효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경쟁체제를 통해 철도공사의 경영효율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충정에 가득한 얼굴로 철도 적자의 심각성과 철도공사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한다. 이런 모습은 20년 전 철도 민영화를 추진했던 국토부(당시 건교부)철도 담당자들의 모습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20년 전에도 철도 적자는 심각한 문제였다. 강력한 구조조정 등 경영 개선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실정에서 철도 민영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었다. 문제는 관료들이 철도 적자를 보는 관점의 문제이다. 철도 적자는 전 세계적으로 철도 산업이 처한 문제였다. 특히 한국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구현은 커녕 만성적인 투자 부족으로 방치 상태에 머물렀던 철도였다. 또 이런 현실을 불러온 가장 책임 있는 주체 중의 하나는 국토부였다.

관료들은 한 결 같이 철도 적자를 도덕적 문제로 치환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철도 적자는 철도공사(철도청)의 무능 경영과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강성 귀족노조 탓으로 돌린다. 결국 국토부 관료들이 생각하는 철도 개혁은 경영혁신과 기강확립, 노조 무력화를 통해 가능한 것이 된다. 철도공사가 수 십 년 운행한 낡은 차량을 대체하기 위해들인 신차 구입비용마저 철도 적자라는 악성 바이러스 요소로 수치화하는 국토부다. 구조적 문제인 철도 적자가 국토부라는 필터를 거치면 선악의 문제로 둔갑한다. 

국토부 입장에서는 골치덩이 철도 공사와 대비 되는 이상향이 필요했다. 요금도 저렴하며 수익 창출도 되는 비교 대상이 생기면 무능한 철도공사는 얼마든지 "악마화"라는 상징계에 가둬 둘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신설되는 61 킬로미터 짜리 강남연결 고속선은 국토부의 욕망을 실현하는 중요한 장치가 되었다. 그러나 구름 위 유토피아 구현을 위해 땅 위의 현실에선 온갖 파행을 자행하게 된다.  

철도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자 강점인 네트워크의 완결성을 무너뜨렸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국정지침과 무관하게 수서발 고속열차 만큼은 포항, 창원, 전주, 여수 같은 도시에 직통으로 닿을 수 없다. 10%의 효율성을 증명하기 위해 90%의 손실을 눈감고도 있다. 통합 운영으로 열차 운영 효율성이 증가해 3만 석에 가까운 좌석 공급을 늘릴 수 있다. 10량 고속열차 12편성 이상을 구매하는 효과로 4천 억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 할 수 있다. 게다가 회사 설립과정에서 사옥을 임대 한다, 광고선전을 하고 CI를 만든다, 별도 시스템을 구축 한다는 법석을 떨면서 발생한 중복 비용이 260억 여 원에 이른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단물 빨아먹기"의 전형이다. 수익이 보장된 고속선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SR의 성공이 철도공사의 무능을 보여주고 경쟁체제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말하는 국토부 관료들이나 학자들에게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 국민 중 아무나 추첨해 1년 한시적으로 SR사장으로 영입하자. 만약 새 사장이 전년 보다 부진한 성과를 내놓으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 

SR은 완결된 철도 회사라고 볼 수도 없다. 차량정비, 시설유지보수, 객실승무, 청소 등 열차 운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일은 철도공사나 철도공사의 자회사에 위탁 한 채 운영된다.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일이다. SR은 국토부가 만든 '쇼윈도' 철도 회사에 불과하다.

한국 철도는 국토부가 억지로 세워놓은 마네킹인 경쟁체제 놀음에 놀아날 처지가 아니다. 지구 환경 문제에 대응하고 남북철도 연결, 대륙철도 개척의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있다. 철도 산업과 연계된 신기술 개발과 국제 경쟁력 확보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산적한 과제들은 외면한 채 빈곤한 철학 속에 갇힌 관료들의 놀음에 언제까지 휘둘려야 하는가?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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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 오보' 조선일보 태세전환, "미 국방장관 부인"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11/22 10:49
  • 수정일
    2019/11/22 10:4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보도 철회 요구를 '부인했다'로 갈무리…21일 보도는 1면, 22일 보도는 4면 하단의 3문단김혜인 기자 | 승인 2019.11.22 09:43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조선일보가 자사가 보도한 ‘주한미군 1개 여단 철수 검토설’을 미 국방장관이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조선일보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보도 철회를 요구했다, 

22일 조선일보는 4면 아래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1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미가 합의하지 못할 경우 주한 미군 1개 여단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본지의 보도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며 부인했다”고 썼다. 이어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과장되거나 부정확한 기사를 매일 본다" 발언을 덧붙였다. 

22일 조선일보 4면에 실린 보도

미 국방장관이 공식적으로 조선일보의 관련 보도를 오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조선일보는 ‘검토설 부인’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총 3문단의 짤막한 보도는 22일 4면 아래 실렸다. ‘검토설’은 21일 조선일보 1면에 실렸다.

21일 조선일보는 미국 정부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 한국이 미국의 인상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1개 여단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협상 과정을 잘 아는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의 입을 빌려 “한국과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1개 여단 철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보도 이후 미 국방부가 공식 부인, 보도 철회를 요구했다. 조너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 국방부가 현재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조선일보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호프먼 대변인은 "에스퍼 장관은 지난주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과 그 국민들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헌신을 거듭 밝혔다"며 "이 같은 기사는 단일 익명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의 위험하고 무책임한 결점을 보여준다. 우리는 조선일보에 즉각 기사를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도 주한미군 1개 여단 축소계획과 관련해 "들어보지 못했다"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조선일보는 "미, 주한미군 1개 여단 철수 검토"란 제목의 보도를 1면에 실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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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조 원이라는 돈

의원회관 745호실 이야기(12)
  • 이희종 김종훈의원 수석보좌관
  • 승인 2019.11.21 10:16
  • 댓글 0

2020년 예산안 논의도 막바지다. 상임위 논의는 끝났고, 12월3일 예산안 상정을 예고하고 있으니 조만간 예결위 소위, 소소위에서 교섭단체 간 막판 조율이 있을 것이다. 국회법이 개정되면서 예전과 같이 예산안 의결이 12월31일을 넘기 일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예산안 통과 전 한두 번 곡절은 예상된다.

정부의 올해 예산안은 전년도 대비 9.3% 증가한 513조 5천억 원이다. 총수입을 482조 원으로 예상하고 있으니 31.5조 원의 적자예산이다. 가계는 일부러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쓰려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지만, 경제가 어려운 때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 최근 한국 경제를 둘러싼 어려운 상황을 이유로 정부에 이 요구가 많았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이번 예산안은 이런 의견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의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예산안’이라는 호들갑은 어울리지 않는다.

서민들이 만질 수 있는 돈이야 몇백만 원. 집을 사고팔거나 전세금을 주고받을 때 통장을 스치는 돈이 기껏 억 단위의 돈이다. 정부 예산안을 보고 있으면 몇천억, 심지어 몇조 원의 단위는 우리에게 비현실적이기만 하다.

▲ 사진 : 뉴시스

예산안을 보고 있자니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6조 원이 아른거린다. 6조 원이라는 돈은 얼마만큼의 돈일까? 6조 원은 정부 예산안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19년 정부의 추경예산이 5조 8천억 원 정도였으니, 미국이 원하는 대로 방위비를 인상시켜 주려면 추경 규모의 예산을 방위비 분담금을 위해 별도로 편성해야 한다.

이제 막 아들을 군대로 보낸 의원실 선배님은 6조 원이라는 돈이 35만 명의 사병들에게 한 달에 13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할 수 있는 돈이라며, 현재 받고 있는 50만 원과 합치면 사병들에게 최저임금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지역사무소에서는 일하는 선배는 울산시 한 해 예산 규모가 3조 원대라면서 이 돈이면 울산시를 2년간 운영할 돈이라고 정의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겐 먼저 아동수당이 떠오른다. 7세 이하 아동들에게 10만 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 예산이 한해 2조 2천억 원에 지나지 않는데, 6조만 투자하면 단순 계산해도 지금보다 3배 이상의 돈을 지급할 수 있다. 유럽 복지국가에 맞먹는 아동수당이다.

자식을 대학에 보내고 있는 부모라면 등록금을 생각해 볼 만하다. 대학 등록금 총액은 14조 원 규모로, 국가장학금 4조 원과 학교 장학금 등을 제외하면 7조 원을 부모와 학생들이 부담하는 꼴이다. 6조 원의 돈이면 대학 등록금을 거의 무료로 할 수 있는 돈이다.

우리나라 가구 수가 2천만이 조금 넘으니 6조 원이면 우리나라 가구당 29만 원의 현금을 나눠줄 수 있고, 국민 1인당 12만 원의 돈을 줄 수 있는 돈이다. 미국이 우리를 지켜준다는 명목으로 내가 낸 세금에서 그만큼의 현금을 갈취해 가고 있다는 뜻이다.

나의 관심은 다시 의원실 업무로 돌아온다. 작년까지 예결위원을 하고 있어서 의원실로 이런저런 민원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지역 예산 확보를 위해 다른 의원실로 찾아다니는 일이 많아졌다.

조선 산업 위기와 정몽준의 정치 활동 중단을 계기로 울산 동구 주민의 삶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나온 정몽준의 복지공약 덕분에 동구에는 현대중공업의 주도로 복시시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정몽준의 정치 활동 중단과 조선 산업 위기를 이유로 현대중공업은 지역의 문화회관, 수영장, 목욕탕, 어린이집까지 매각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복지시설이 많던 곳이 갑자기 복지시설이 열악한 지역이 되어버린 것이다.

공공시설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지니 민간시설을 공공화하고 부족한 공공복지시설들을 유치하기 위해 의원실은 분주하다. 20억 원이면 현대중공업이 팔아치운 동부 복지회관을 공공화할 수 있고, 150억이면 동구에 문화체육시설 하나쯤을 건립할 수 있는 예산이다. 6조 원이면 이런 시설을 몇 개나 지을 수 있을까?

본질은 자주국방·자주외교에 있겠지만, 그냥 생각해봐도 6조 원은 참 큰돈이다.

방위비 분담금은 국회 비준 사안이다. 정부가 미국의 주장을 일부라도 수용한 안을 가지고 온다면 방위비 분담금을 두고 국회에서의 논란도 다시 시작될 것이다. 협상 국면인 지금은 정부와 진보진영이 한편에 설 수 있지만, 방위비 분담금 비준 논의가 될 때쯤이면 싸움의 구도도 바뀌어 있을 것이다. 그때 진짜 자주국방과 평화를 주장하는 정치인이 누구인지 이 6조 원의 돈이 가르쳐 줄 것이다.

이희종 김종훈의원 수석보좌관  minplusnews@gmail.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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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 올라온 ‘단식’ 하루 전날 영양제 맞은 황교안 사진

삭발, 단식… 남은 것은 사퇴? 냉담한 정치권 반응, 정치초보의 무리수?
 
임병도 | 2019-11-21 09:08:2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돌연 단식투쟁을 선언했습니다. 황 대표는 20일 청와대 앞에서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를 막기 위해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하겠다. 죽기를 각오하겠다”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황 대표는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세 가지를 요구 조건으로 걸었습니다. 하지만 지소미아 파기를 제외한 나머지는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인데 굳이 청와대 앞에서 단식 투쟁을 하느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청와대는 강기정 정무수석을 보내 단식을 만류했지만, 황 대표는 단식을 강행했습니다. 황 대표는 경호상 이유로 청와대 앞 텐트 설치가 불허되자 급하게 단식장을 국회로 옮겼습니다.

온라인에 올라온 단식 하루 전날 영양제 맞은 황교안 대표 사진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카페 게시글, 황 대표가 영양제를 맞고 갔다는 내용과 함께 사진이 있다.ⓒ온라인커뮤니티

황교안 대표의 단식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단식 하루 전날 영양제 맞은 황교안 대표’라는 제목의 사진 한 장이 올라왔습니다.

카페 게시글을 캡처한 사진 속에는 ‘황교안 대표님 OOO의원에서 영양제 맞고 갔습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황 대표와 남성이 함께 찍은 사진이 담겨 있었습니다.

게시글이 올라온 시각은 19일 오전 10시 6분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 공식 일정을 보면 황 대표는 19일 오전에는 공식 행사가 없었고, 오후 2시 청년정책비전 발표만 있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황 대표가 ‘단식에 대비해 영양제를 맞은 것 아니냐’라며 ‘몸은 알아서 잘 챙긴다’는 댓글 등이 달렸습니다. 하지만 황 대표가 19일에 영양제를 맞았는지, 그 전에 병원을 방문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삭발, 단식… 남은 것은 사퇴?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황 대표의 단식이 21세기 정치인이 하지 않아야 할 세가지 중 두개라고 지적했다. ⓒ 페이스북 화면 캡처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황교안, 오늘부터 단식?”이라며 “황 대표께서 21세기 정치인이 하지 않아야 할 세 가지 중 두 가지 이행에 돌입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박 의원은 황교안 대표가 삭발했던 지난 9월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21세기 국회의원이 하지 말아야 할 3대 쇼가 있다”며 ‘삭발’, ‘ 단식’, ‘의원직 사퇴’를 꼽았습니다.

박 의원은 “단식, 삭발, 의원직 사퇴 중 현역 의원이 아니기에 의원직 사퇴는 불가능하지만 ‘당 대표직 사퇴 카드’만 남게 된다”며 “이런 방식의 제1야당으로는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끝으로 박 의원은 “제발 단식하지 마세요. 그다음 순서인 사퇴가 기다립니다.”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냉담한 정치권 반응, 정치초보의 무리수?

▲청와대에 앞에서 무기한 단식투쟁에 들어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모습. 이날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단식은 23일 지소미아 파기와 12월 3일 패스트트랙 법안 표결을 놓고 투쟁 강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 공조가 더 긴밀해지는 빌미도 됩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정치 초보의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민생 내팽개친’민폐 단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바른미래당은 최도자 대변인은 “작년 이맘쯤 국민들의 조소를 받았던 5시간 30분씩 릴레이단식이 오버랩되는 듯하다.”며 “자신의 리더십 위기에 정부를 걸고넘어져서 해결하려는 심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의당 유영진 대변인은 “주말마다 걸핏하면 길거리로 뛰쳐나가는 제1야당 대표의 모습이 한심하고 애잔하기 짝이 없다. 이럴수록 빈약한 황교안 대표의 정치력만 드러날 뿐이다.”라며 “대권놀음에 빠져 정치적 명분도 실익도 잃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건강마저 잃지는 말기를 바란다.”는 논평을 냈습니다.

전여옥 전 의원은 보수단체 세미나에서 “제1야당 대표가 왜 힘이 없느냐. ‘약자 코스프레’에 어느 보수 유권자가 귀를 기울이겠나”라며 황 대표의 단식을 비판했습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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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례적 “정경두 장관, 유엔사 권한 전적 지지” 공동성명 문구...5일째 경위 해명도 못해

국방부, 서로 “담당 부서 아니”라고 발뺌하며 답변 미뤄... 김종대 의원, “남북교류 막은 유엔사 권한 지지 문구 삽입은 심각”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9-11-21 06:35:38
수정 2019-11-21 06:35:38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제51차 안보협의회(SCM) 고위급 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 사진) 2019.11.15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제51차 안보협의회(SCM) 고위급 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 사진) 2019.11.15ⓒ사진공동취재단
 

미국이 전시작전권 전환 후에도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한미 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는 이례적으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유엔사의 권한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해당 문구가 추가된 경위에 관해 5일째 뚜렷한 해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겉으로는 유엔사 권한 강화를 애써 부인하면서도 오히려 실제로는 문서로 구속력까지 확보하려는 시도로 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기자가 해당 문구가 올해 공동성명에 포함된 이유를 취재하자, 서로 “담당 부서가 아니”라며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 비난을 더하고 있다.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지난 15일, 서울에서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회의를 열고 23개 항의 합의문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 공동성명에서는 느닷없이 “정 장관은 대한민국이 정전협정과 유엔사의 권한 및 책임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존중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한미 양국 국방부 장관은 매년 서울과 워싱턴을 번갈아 가며 SCM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 SCM 회의에서 한미 양 장관은 그동안 유엔사 문제에 관해서는 “양 장관은 정전협정과 유엔사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재확인하였다”고 명분론적으로 언급하는 데 그쳤다. 

더욱 지난해 한반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시기에 워싱턴에서 열린 제50차 SCM 회의에서는 유엔사의 기능에 관해 “양 장관은 유엔사가 지난 65년간 한반도 정전체제 수호자로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성공적으로 유지하는데 기여해왔다고 평가했다”라며 오히려 다소 완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서울에서 개최된 제51차 SCM 회의에서는 뜬금없이 ‘양국 장관’도 아니라 우리 측 국방장관인 ‘정 장관’이 “유엔사의 권한 및 책임(the authorities and responsibilities of UNC)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존중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못을 박은 셈이다.

올해 2019년 서울에서 개최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뜬금없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유엔사의 권한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공동성명 관련 조항)
올해 2019년 서울에서 개최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뜬금없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유엔사의 권한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공동성명 관련 조항)ⓒ관련 문서 조항 캡처

군 관계자, “유엔사 권한 우려 시기에 그러한 합의해준 것은 도저히 이해 안 돼”

SMC 공동성명에서 유엔사의 권한에 관해 이러한 조항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최근 전작권 전환과 남북 교류에 관해 유엔사가 어깃장을 놓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다수 언론과 시민단체 등은 미국이 유엔사를 등에 업고 권한을 강화하려고 한다는 우려와 의혹들을 제기했다.

그러나 유엔사와 유엔사를 실제로 관할하는 미군 당국은 이러한 우려에 관해 실체가 없는 우려일 뿐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 한미 SCM 공동성명에서 오히려 유엔사의 권한에 관해 우리 국방부 장관이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문구를 삽입해 권한 강화에 나선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국방부는 이번 한미 SCM 공동성명에서 이러한 문구가 삽입된 이유에 관해 성명 발표 5일이 지나도록 경위 해명도 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0일에도 “해당 문구는 유엔사의 정전협정 권한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는 옹색한 변명만 내놨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해당 문구는 영문에서도 정전협정뿐만 아니라, 우리 국방부 장관이 유엔사의 권한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언급했다(The Minister also stated that the ROK fully supports)는 내용’이라고 재차 지적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방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날 이에 관해 “아직 담당 부서에서 왜 그러한 문구가 삽입됐는지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곤혹감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실무 부서들이 서로 담당 부서가 아니라며 답변을 미루고 있다”면서 “따라서 현재 해당 문구가 삽입된 경위에 관해 무어라 입장을 밝히기가 어렵다”고 부연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이에 관해 “사실 최근 유엔사 권한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는 시기에 국방부가 오히려 그러한 문구를 합의해준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국방부 내에서도 분명한 입장 표명과 함께 필요하다면, 관련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국회의원운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내용이 공동성명에 삽입된 것은 상당히 심각하고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 “극장의 검표원처럼 남북 교류와 화해를 막은 유엔사의 권한이 현재 남북관계 교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미국이 무슨 이유로 해당 문구 삽입을 요구했는지, 국회에서도 따져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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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당, “불평등-특권없는 사회, 완전한 자주국가 실현”

민중당, “불평등-특권없는 사회, 완전한 자주국가 실현”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9/11/21 [05:15]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내년 총선출마의 결심을 밝히고 있는 오인환 민중당 서울시당 위원장. (사진 : 민중당)     © 편집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중당의 서울지역 후보들이 출마를 선언했다.

 

당대표단 4명과 2030청년후보자 8명을 포함한 총 15명의 서울지역 총선 후보자들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합동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불평등-특권없는 사회완전한 자주국가!”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들 후보들은 우리 국민은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이라는 촛불의 명령을 실현하는 국회를 기대했지만 “20대 국회는 제대로 된 개혁법안 하나 통과시키지 않았고노동자들 밥그릇을 뺏는 일에는 한 목소리를 내왔다며 20대 국회를 최악이었다고 평가했다.

 

▲ 내년 총선 출마의 결심을 밝히고 있는 민중당 서울지역 후보들. (사진 : 민중당)     © 편집국

 

이들 후보들은 소위 조국사태를 통해 한국사회에 만연한 불평등과 특권대물림에 대한 노동자와 청년들의 배신감이 분출되었다며 소득과 자산 뿐 아니라 교육주거문화건강 등 여러 분야의 불평등이 서로 얽혀 있다. (이런 불평등이대물림되는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후보들은 불평등의 문제는 한미동맹에서도 매우 심각하다며 대한민국 국민을 호구로 아는 혈세 강탈주권 무시 미국에게 우리 국민의 뜻을 정확하게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후보들은 서울에서부터 민중당 후보들이 앞장서서 모든 불평등과 억압특권을 끊어내고 공정을 넘어 평등사회로종속적이고 불평등한 동맹에서 완전한 자주국가로 나서기 위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서울지역에서 1차로 출마결의를 밝힌 민중당 후보들은 강북구(김은진강서구(권혜인관악구(송명숙관악(이상규구로구(유선희구로구(백성현노원구(최나영노원구(김선경동대문구(김종민동작구(최서현성북구(편재승용산구 김은희종로구 오인환중랑구(성치화중랑구(이소영 후보 등 1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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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불평등-특권없는 사회완전한 자주국가!

민중당이 실현하겠습니다.

 

촛불혁명 이후의 국회는 분명히 달라야했습니다.

우리 국민은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이라는 촛불의 명령을 실현하는 국회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개혁법안 하나 통과시키지 않았고,

노동자들 밥그릇을 뺏는 일에는 한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촛불혁명의 정신을 제대로 이어갈 국회로 바꾸어야 합니다.

촛불을 가장 먼저가장 앞에서 들었던 민중 스스로가 만든 정당민중당이 그 선두에 서고자 합니다.

 

소위 조국사태를 통해 한국사회에 만연한 불평등과 특권대물림에 대한 노동자와 청년들의 배신감이 분출되었습니다.

 

사회적 불평등이 격화되면서 소득과 자산 뿐 아니라

교육주거문화건강 등 여러 분야의 불평등이 서로 얽혀 있습니다.

이것이 그대로 대물림되는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불평등의 문제는 한미동맹에서도 매우 심각합니다.

 

미국은 방위분담금을 1조에서 6조원을 하루아침에 올려 달라 배짱을 부립니다.

우리 정부와 국회는 부당한 요구에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당당히 말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을 호구로 아는 혈세 강탈주권 무시 미국에게 우리 국민의 뜻을 정확하게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민중당은 촛불광장에서 창당한 진보정당으로서 촛불국민의 힘을 모아 직접정치를 일궈왔습니다.

그리고 서울에서부터 가장 많은 노동자청년여성후보를 발굴해 출마할 채비에 나섰습니다오늘은 국민 여러분에게 보고 드리는 첫 번째 출마 선언입니다.

 

서울에서부터 민중당 후보들이 앞장서서

모든 불평등과 억압특권을 끊어내고 공정을 넘어 평등사회로종속적이고 불평등한 동맹에서 완전한 자주국가로 나서기 위한 투쟁에 나서겠습니다.

 

가장 낮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민중과 함께해왔던 우리들은 반드시 21대 국회로 진출하여 노동자의 국회청년의 국회여성의 국회를 반드시 건설할 것입니다.

 

새 사회를 향한 민중당의 땀과 눈물도전과 열정에 국민 여러분이 함께 해주십시오.

촛불의 진정한 주역인 국민이 활짝 웃을 수 있는 정치로 보답하겠습니다.

 

2019년 11월 20

민중당 서울지역 후보자(1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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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마 이용득 "문 대통령 시정연설 듣는데 부글부글 끓었다"

[인터뷰] 주 52시간 유예 등 노동정책 후퇴 성토... "기성 정치, 젊은이들에게 공간 내줘야"

19.11.21 07:58l최종 업데이트 19.11.21 09:24l
사진·영상: 유성호(hoyah35)

 

 내년 21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  내년 21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 정책에 대해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게 없다”고 실망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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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의식해 노동회의소를 공약에 넣어놓고, 입은 꽉 다물었다."
"탄력근로제 보완 입법을 말한 시정연설을 들으며 솔직히 부글부글 끓었다."


거침이 없었다.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초선, 비례대표)은 19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노사 관계를 대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의 '철학 없음'과 노동 정책 입법을 미루는 국회를 강하게 성토했다. 이 의원은 한국노총 위원장 3선과 민주당 전국노동위원장을 지낸 노동 전문가다.

앞서 불출마를 선언한 표창원, 이철희 의원 등과 달리 이 의원의 불출마 이유는 정책 실패에 대한 실망에 집중돼 있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 특별연장근로 인정 사유 중 '경영상의 사유' 포함 ▲ 300인 미만 사업장 최대 1년 6개월 계도기간 부여 등 '주 52시간 근로 시간 상한제' 입법 보완책을 향한 비판은 분노에 가까웠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게 없다"는 혹평이 뒤따라 나왔다.

"청와대 이중대에 그칠 거면 정치할 필요 없다"
   

▲ 불출마 선언한 이용득 "뭔가 할 수 있다는 기대감 완전 사라졌다" 내년 21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불출마 결심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이용득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 정책에 대해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게 없다”고 실망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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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52시간을 누더기로 만들며" 이유로 든 '영세 중소상공인들을 위해서'라는 주장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과 독대를 한다면 중소상공인들이 어려운 원인을 진단해 봤는지 묻고 싶다, 최소한 (유예 방침 발표 전에) 중소상공인들의 경영개선을 위한 대책 기구라도 만들었어야 했다"면서 "(대통령) 잘못 뽑았다 싶더라. 그런데 야당으로 눈을 돌리면 사람이 없다. 야당 복이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언제나 법안 계류중'인 국회에 대해선 '기성 정치의 극복'을 주문하며 비판을 더했다. '그래도 입법으로 뜻을 이뤄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무 것도 기대할 게 없다"고 자조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 이중대에 그칠 것이라면 정치할 필요가 없다"면서 "지금은 정치는 기성세대들 중심이다, 젊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 분야 비례대표로 제도권 정치에 들어온 이유이자 그의 오랜 숙원이었던 '노동회의소'가 대선 공약에 포함됐음에도 공염불에 그친 대목에선 긴 시간을 할애해 비판했다. 노동회의소는 90%의 비조직 노동자를 사회적 대화에 참여시키기 위해 구상된 시스템으로, 오스트리아 경제회의소 모델을 딴 전문가 그룹의 자율기구다. 사업장 분배 중심의 기존 노사관계를 벗어나 한국형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노사관계발전재단'으로 출범하기는 했지만, 고용보험에서 재원을 충당하는 것을 두고 고용노동부의 반대로 결국 실패했다.

이 의원은 한탄했다. "대한민국의 노사관계는 불과 10%(노조 조직률)이다. 거기서 벌어지는 일은 오직 사업장 분배로 싸우는 일뿐이다. 4차산업이 도래해 사업 발전 속도는 전광석화다. 정부가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를 만들어 줘야 한다. 그러나 늘 늦다. 그래서 외국 전문가들은 '한국엔 노사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이 의원은 "(노동회의소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넣었다. 장관도 이해를 못하니 관료들을 설득하지 못하더라"라며 "10% 안에서만 있었기 때문이다. 지동설을 주장했던 코페르니쿠스가 된 기분이더라. 90%는 땅이 둥글다고 하는데, 10%만 땅이 평평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내년 21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  내년 21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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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출마 결심은 언제부터 했나.
"(생각을 굳힌 것은) 지난 4월이었다. 의원실 식구들에게도 그때 말했다." 

- 불출마 선언문에서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를 위한 정치는 없다'고 했다.
"(20대 국회에 들어오기 전) 노동계 출신들을 국회로 많이 보냈다. 그런데 그 중 노동회의소를 추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한 번 해봐야겠다 하고 들어왔다. 그 사이 정권 교체도 하고, 노동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대통령도 나오지 않았나. 꿈과 희망이 생겼다. 그런데 들어와서 보니 참 답답하더라. 대선 공약으로 힘들게 넣은 노동회의소도 임기 반환점이 돌았지만 대통령의 입에서 한 마디 나온 적이 없다."

- 왜 이렇게 됐나.
"노동회의소 설립에 부정적인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명박 정권 시절 차관을 하던 사람이고, 박근혜 정권 땐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문 대통령의 공약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일까 의문이 들더라. 너무 실망이 컸다."

- 20대에서 노동회의소 법안 통과가 쉽지 않겠다.  
"법안 발의를 하면서, 정부 반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무가입과 강제회비 징수 등 원래 안에 있던 내용을 느슨하게 바꿨다. 그런데 그것도 안 되더라. 우리 당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를 이해시키고 나니, 한국노총 출신인 야당 간사가 반대했다. 정치판이 이렇구나, 싶더라."

- 국회 입성 당시엔 '꿈과 희망을 가졌다'고 했는데.
"야당과 여당은 다를 줄 알았다. 문재인과 이명박, 박근혜와 다를 줄 알았지. 그런데 그 기대가 송두리째 무너졌다. 미국의 경우 1947년부터 2009년까지 60년 동안 집권 정당별 저소득층 소득향상률이 민주당 집권 때가 공화당 때보다 6배가 더 높았다. '저소득층을 위한 민주당'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수치다. 그걸 보고 우리도 민주당이 여당이 되고, 문재인 대통령이라면 뭔가 다르겠지 생각했다. 10%의 고소득층보다, 90%의 저소득층 노동자가 훨씬 많은 나라 아닌가. 그런데 여당 의원으로서 법안을 발의해도 되지 않더라. 정치권에서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은 완전히 사라졌다."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 싶더라"
 
 내년 21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  내년 21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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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 분야를 대표하는 여당 비례대표이지 않았나.
"
청와대 이중대에 그칠 거라면 정치인이 아니다. 잘못하면 지적할 줄 알아야 한다. 적어도 노동계를 대표해서 국회에 들어온 거라면 그래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아무 것도 기대할 게 없다. 법안은 언제나 계류 중이고, 법안 소위도 열리지 않았다. 열린다 한들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떠난다."

- 정부가 발표한 주52시간 상한제 유예 방침에 대해서도 비판을 제기했다.
"노동시간 단축을 말한 지 2년도 안 돼 시정연설 중 보완 수정을 말하며 누더기로 만들었다. 전임 정권과 차이를 못 느끼겠다고 한 이유다. 솔직히 말하면, 시정연설을 들으면서 부글부글 끓더라."

- 왜 문제인가.
"보완 입법을 말하면서 그 이유로 영세 중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들었다. 그들의 경영 상황이 어려운 건 인정. 그런데 주52시간 상한제는 노동자들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휴식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법안이다. 서로 상충되는 이야기 아닌가? 대통령한테 이렇게 묻고 싶다. 영세 중소상공인들이 어려운 게 주52시간 상한제 때문인가? 그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해 봤나?

최소한 경영개선을 위한 종합 대책 기구라도 만들었어야 한다.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했어야 한다. 주 52시간 상한제가 일부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 임차료 갑을 관계, 원청과 하청, 카드 수수료 문제 등 다른 원인도 많다. 정말 원인이 주52시간 상한제 때문이라고 하면 백 번 양보할 수 있다. 그런데 아니지 않나.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 싶더라. 그런데 야당으로 눈을 돌리면, 사람이 없다."

- 그런데도 야당은 주52시간 예외를 인정해 탄력근로제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은 야당 복이 있는 사람이다. 대통령이 한마디 하니 야당도 특별연장근로 등을 막 쏟아내고 있지 않나. 문제는 여당이다. 대통령이 한 마디 하고, 노동계는 반대하니, '이걸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팡질팡 한다. 그래서 대통령 리더십이 중요하다.

야당은 이때다 하면서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 영세 중소상공인들의 경영 개선에 큰 도움도 안 되는 노동 악법을 막 쏟아낸다. 대통령은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다. 변호사 수준에 멈춰 있어서는 안된다. 판사가 돼야지, 수임 받은 피해자 입장에서 말만해선 안 된다."

- '일이 안 되는 국회'를 향한 쇄신 요구도 높다. 당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대한민국은 이제 젊은 사람들의 국가다. 민주당이든 한국당이든, 그 사람들을 많이 참여 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공간을 내줘야 한다. 정치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상식적인 이야기다. 지금은 기성세대들 정치만 있다. 젊은 사람은 국가의 미래고, 그 미래가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물갈이든 용퇴든 모두 필요하다." 

- 이젠 무엇을 할 것인가.
"노동회의소 밖에 더 있겠나. 일각에선 날 모함하기 위해 '그걸 만들어서 자기가 가려고 한다'고들 하는데, 난 전문가 출신도 아니고 은행원 출신 활동가다. 내가 중심이 돼 갈 자리는 아니다. 노동회의소로 이어나갈 수 있는 길, 그걸 찾으려고 한다.

일단 책을 쓰기로 했다. 예전에 <노동은 밥이다>라는 책을 썼는데, 베스트셀러였다. 많이들 읽어 그런 줄 알았는데, 정작 읽은 사람은 별로 없더라. 국회에 들어와 노사관계의 역사적 배경부터 상세히 설명한 동영상집을 만들었는데, 그것도 본 사람이 없더라. '노사관계에 대한 선입관이 있구나' 싶었다. 이번엔 문답식으로 만들어 볼 생각이다. 대한민국 노사관계에 대한 지침서가 됐으면 좋겠다."
 
 내년 21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  내년 21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불출마 결심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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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때 해경, 현장 못 간 함정이 36분간 ‘OSC’ 맡았다

[단독]세월호 때 해경, 현장 못 간 함정이 36분간 ‘OSC’ 맡았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입력 : 2019.11.20 06:00

당시 해경 보고·통신 자료 입수
참사 직후 3시간에 OSC 3번 변경
해경·해경청 간 혼선 등 총체 부실

[단독]세월호 때 해경, 현장 못 간 함정이 36분간 ‘OSC’ 맡았다
 
세월호 참사 당일(2014년 4월16일) 해양경찰 지휘부가 사고 해역에 도착하지도 않은 함정을 현장 지휘관(OSC)으로 지정한 사실이 새로 확인됐다. 해경은 이날 오전 9시~낮 12시 OSC를 두 번이 아니라 세 번 변경한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두 번째 OSC 함정은 단 10분간만 임무를 수행했다. 목포해양경찰서(목포해경)와 서해지방해양경찰청(서해청) 간 현장 지휘 혼선도 일어났다.

19일 경향신문이 해경 문자상황보고시스템(코스넷), 해경 주파수공용무선통신시스템(TRS), 선박일지, 각 해경청 통신 녹취록 등을 분석한 결과 참사 당일 해경 지휘부는 지휘·구조에 여러 허점을 노출했다.

오전 11시46분, 코스넷에 “현장 지휘함이 어디입니까?”라는 글이 올라온다. 현장에서 생존자 구조·시신 인양을 하던 P-35정의 물음이다. 목포해경 상황실이 “1508”이라 답한다. 앞서 목포해경이 11시20분 1508함을 OSC로 지정했다. 서해청은 오전 9시16분 123정을, 오전 11시9분 278함을 OSC로 지정했다. OSC는 현장 선박과 헬기 등 구조 활동을 관리·조율한다.

P-35정이 “사체 1구 인양했습니다”라고 하자 OSC로 지명된 1508함이 “본함 아직 현장 도착 못했습니다”라고 답한다. 11시50분, P-35정은 “여성 시체 1구, 성명 박지영 매니저입니다”라고 알린다. 단원고 학생들에게 마지막까지 구명조끼를 건네다 숨진 승무원으로 이후 ‘세월호 의인’으로 불린 인물이다.

오전 11시53분, 1508함은 “1508함 현장 도착 예상 시간 오후 1시 예정. 본함 단정 오전 현장 도착 인명구조 업무 수행 중. OSC함 지정이 변경되어야 할 것”이라고 한다. 1500t급 1508함은 오후 1시쯤 현장에 도착할 수 있고, 사고 해역엔 함 소속 작은 보트만 있다는 뜻이다. 서해청 상황실이 11시56분 “3009함 OSC로 지정할 것”이라고 명령한다. 1508함 지정에서 3009함 변경 때까지 현장에 있지도 않은 선박이 36분간 지휘 임무를 맡은 것이다.


 

■ 세월호 당시 해경, 연락 안되는 통신시스템으로 구조 선박에 “지휘해라”

세월호 당시 해경 보고·통신 자료 분석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의 지휘·구조 부실은 줄곧 논란이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이 사안을 두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19일 경향신문이 해경 문자상황보고시스템(코스넷), 선박일지 등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경 지휘부는 당일 명확한 상황 판단 없이 현장지휘관(OSC)을 지정했다. 지역구조본부장이 맡아야 하는 OSC 지정 명령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서해청)과 목포해양경찰서(목포해경)가 나눠 하면서 혼란을 키웠다.

처음 현장 지휘 맡은 ‘123정’
문자보고 통신장치 설치 안돼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첫 OSC는 100t급 경비정 123정이었다. 123정은 오전 8시58분 목포해경으로부터 출동 지시를 듣고 오전 9시30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구조 함정 중 가장 먼저 도착했다. 서해청 상황실은 123정이 출동하고 있던 오전 9시16분 코스넷을 통해 시스템에 접속해 있던 해경청과 구조 선박 등에 “123정 OSC 지정”을 알린다. 123정에는 코스넷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123정은 현장에서 주로 주파수공용무선통신시스템(TRS)으로 교신했다.

해양 사고가 발생하면 수난구호법 제5조에 따라 중앙구조본부가 설치되고 본부장은 해양경찰청장이 맡는다. 그 밑으로 광역구조본부와 지역구조본부가 설치된다. 서해청장이 광역구조본부장을, 목포해경 서장이 지역구조본부장을 맡았다. OSC는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선박이 맡거나 현장 지휘 책임자가 지정한다. 서해청과 목포해경 중 ‘현장 지휘 책임자’가 명확하지 않았고, 이후 OSC 지정 혼선을 불러왔다.

123정은 오전 9시16분부터 11시10분까지 약 2시간 동안 OSC를 수행했다. 초기 구조를 주도해야 했지만, 소극적인 대응을 하며 구조에 실패했다. 김경일 123정장은 이후 이뤄진 세월호 해경 재판에서 유일하게 실형을 선고받았다.

오전 9시55분쯤 인근 해역 3009함에 있던 김문홍 목포해경 서장이 TRS를 통해 “근처에 어선들도 많고 하니까 (승객들) 배에서 뛰어내리라고 고함치거나 마이크로 뛰어내리라고 하면 안되나”라고 하자, 김 정장은 “좌현 현측이 완전히 침수돼 뛰어내릴 수 없습니다. 항공에 의한 구조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라고 거부한다. 김 정장은 이후 123정이 “승객에게 퇴선 방송을 했다”며 거짓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유족 일각에선 지역구조본부장이던 김문홍 서장이 좀 더 일찍 현장 상황을 파악해 퇴선 지휘 등을 할 수 없었냐고 지적한다. 오전 10시 수분 전 세월호는 이미 60도 이상 기울어 탈출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간 OSC가 123정에서 1508함, 3009함으로 세 번 지정됐다고 알려졌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한 함정이 더 지정됐다. 278함이다. 278함 함정일지를 보면 오전 11시9분 해경 TRS로 서해청 상황실 지시사항 “278함 OSC 지정”을 접수했다며 “우리함 OSC 임무 수행함”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TRS를 보면 서해청 상황실은 OSC라는 단어를 명확하게 사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278함에 현장 지휘 업무를 맡긴 것은 사실이다. 오전 11시9분 서해청 상황실은 “현 시각 이후로 귀국이 총지휘해가지고 현재 구조 몇 명 되고 현 진행 상태를 계속 보고하라”고 했다. 다른 세 함정에 명확하게 ‘OSC’라는 단어를 사용해 지시한 것과 다르다. 주변 선박들이 혼란을 느꼈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278함은 오전 11시19분까지 약 10분간 OSC 업무를 수행했다.

지금까지 오전 11시30분쯤 현장에 도착한 1508함이 OSC를 이어받았다고 알려졌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코스넷에서 목포해경 상황실은 오전 11시20분 “1508함 OSC 지정”이라고 명령한다. 1508함이 바로 “본함 단정만 현장 도착했음”이라고 알린다. 1508함은 사고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고 소속 단정 하나만 현장으로 갔다는 뜻이다. 대화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그대로 36분이 흘렀다.

123정과 278함, 이후 3009함 모두 서해청에서 OSC를 지정한 것과 달리 1508함 OSC 지정만 목포해경이 한 것도 문제다. 서해청과 목포해경이 권한 조정 없이 OSC 지정을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508함이 사고 현장에 없다는 것을 파악한 서해청 상황실이 코스넷에 오전 11시56분 “3009함 OSC로 지정할 것”이라고 명령한다. 이후 3009함이 OSC를 맡는다. 세월호는 이후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오전 10시30분 이미 완전 침몰 수준이었다. 낮 12시 이후 목포해경 서장 등이 탄 3009함이 OSC를 맡았지만 구조 활동은 미미했다.

장관 헬기·구조 묻는 전화에
현장 상황실 지휘 업무 마비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친 해경은 이후 상황 관리에 주력했다. 해경 본청 상황실에는 각 부처 장관의 세월호 참사 현장 방문에 동원할 수 있는 헬기 유무를 묻는 전화가 쏟아졌다.

사망자와 구조자의 ‘정확한 숫자’를 채근하는 국회의원과 총리실 담당자들 때문에 현장 지휘 업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른다.

의미 없는 지시도 들어왔다. 17일 0시42분 서해청 상황실이 코스넷으로 “3009함 지금 즉시 입수 시도 바람”이라고 한다. 3009함이 현장에 조류가 세 10분 후 입수 시도하겠다고 하자, 서해청은 “상황실에 해수부 장관 입장해 있으니 액션이라도 하기 바람. 들어가는 척이라도 하기 바람. 청장님 지시사항임”이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1200600035&code=940100#csidx2d774817f2ea2b28fbd34db8f1e64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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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분담금, 세균실험으로 돌아오나?

주한미군 주둔비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 - ①부산항 8부두 미군기지
  • 반송남 담쟁이기자
  • 승인 2019.11.19 16:36
  • 댓글 0

미국은 2020년 주한미군 주둔비(방위비분담금)를 6조 원 가까이 요구하고 있다. 그럼 6조 원이라는 큰 금액이 들어가는 주한미군기지에서는 어떻게 돈이 사용되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땅을 오염시키고, 독극물을 실험하고, 주민의 삶을 빼앗아가고, 각종 편의시설로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는 주한미군기지에 왜 우리의 세금을 내야 할까?

주한미군 주둔비가 실제 사용되는 성주김천 사드기지, 용산 미군기지, 부산 미군기지, 그리고 미군의 해외기지 중 최대규모인 평택 미군기지 이야기를 연속으로 듣고자 한다.[필자]

최근 미국의 날강도적인 방위비분담금 대폭인상 강요로 국민들의 분노가 거센 가운데, 도대체 이 돈으로 무슨 일을 벌이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으로 추구하는 바는 결국 한반도 긴장 유지와 전쟁 준비다. 주한미군이 이를 위해 벌이는 각종 만행들 가운데 가장 위험하면서도 반인륜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곳이 바로 부산항 8부두에 위치한 세균무기실험실이다. 부산항 8부두에는 2015년 살아있는 탄저균 밀반입 사건으로 그 정체가 밝혀진 주피터 계획의 핵심장비와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 감만동 미군부대 세균무기실험실 철거 남구지역대책위가 부산항 8부두 미군기지 앞에서 맹독성 시료 반입과 방위비분담금 인상강요에 대한 규탄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막무가내로 똬리 튼 주한미군 세균무기실험실

2016년, 감만동 부산항 8부두에 주한미군의 세균시설이 설치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부산시민사회는 즉각 반발에 나섰고, 해당 시설설치를 중단할 것을 미군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부산에 반입되는 장비는 검증이 완료된 장비이므로 더 이상의 시료반입은 없다’라는 검증할 수 없는 해명을 늘여놓고, 이후 지자체와 시민사회의 모든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주피터 계획을 강행해왔다.

그러나 2019년 3월 12일 부산일보의 보도를 통해 살아있는 매개체(Live agent) 반입가능성이 제기되자 주민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미 국방부의 ‘2019 회계연도 생화학방어 프로그램 예산 평가서’를 통해 밝혀진 내용은 미국은 이미 2016년도부터 2019년까지 5,000만 달러 이상의 예산을 편성하여 주피터 계획을 추진해 왔으며, 심지어 2018년도에는 대규모 살아있는 매개체 실험도 진행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

▲ 살아있는 매개체 실험이 알려지자 분노한 주민들이 주한미군의 출입을 저지하며 항의하고 있다.

살아있는 매개체 실험, 즉 주한미군의 세균 반입 의혹이 커지자 주민들은 지역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즉각적인 행동에 나섰다. 주민들은 출근하는 미군의 차량을 맨몸으로 가로막으며 항의했고, 더 많은 주민들에게 문제를 알리기 위하여 매일촛불집회와 이외 각종 행동들을 이어갔다. ‘실험은 없다’, ‘반입하지 않는다’는 둥 거듭되는 주한미군의 거짓변명에도 주민들은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 잔말 말고 철거하라!’라는 구호로 굽힘 없이 투쟁을 진행 중이다.

최근 부산일보의 보도를 통해 보톨리눔, 포도상구균, 톡소이드 등 맹독성 시료가 반입되었음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인 주한미군의 세균무기실험실을 더 이상 가만 둘 수 없다.

▲ 부산일보 2019년 10월 29일자 지면 1면_부산일보ⓒ

주일미군의 전투기 수리비에 멕시코장벽 비용까지 방위비분담금으로 전용한 미국이다. 주피터계획의 세균실험을 위해 수천만 달러 예산을 지출한 미국이 그 비용을 어디에서 다시 충당하려 하겠는가? 우리 혈세로 앗아간 방위비분담금이 세균으로 배양되어 우리 땅에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말 그대로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다. 방위비분담금은 본질에서 방위나 분담과는 거리가 멀다. 방위비분담금은 결국 미군유지비이며, 미국이 동북아영향력을 잃지 않으려는 대결유지비다. 오로지 미국만을 위한 미군의 유지비를 우리가 부담해야할 이유는 없다.

‘오랑캐를 몰아내자’

주한미군이 똬리 튼 감만(戡蠻)동의 지명은 왜구를 격퇴한 곳, 오랑캐를 무찌른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의학을 전쟁에 이용하기 위해 세균을 연구하는 주피터 계획은 야만 그 자체이다. 자신들의 군사목적을 이루기 위해 한국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험에 빠트리며, 반인륜적인 세균실험을 하는 야만인들이 바로 오늘날의 오랑캐들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주둔하면서 그 유지비용까지 우리에게 전가하려는 주한미군은 더 이상 이 땅에 필요 없다.

반송남 담쟁이기자  minplusnews@gmail.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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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ASEAN-Republic of KOREA Commemorative Summit
 
뉴스프로 | 2019-11-20 09:08:4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ASEAN-Republic of KOREA Commemorative Summit)

Macho CHO

machobat@gmail.com

우리가 흔히 동남아라고 부르는 아세안은 오랫동안 우리의 역사와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지리학적으로 가까운 이웃이자 무역 교역지역이다. 그렇지만, 오래전부터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아세안을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1961년 인도네시아, 말라야(연방), 태국의 주축으로 창설된 동남아시아연합(ASA)이 시초. 1963년 말라야, 필리핀, 인도네시아가 MAPHILINDO 결성.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즉 아세안(ASEAN)이 태동한 건, 1967년 8월 8일 국제 정세변화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태국 방콕에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이 손을 잡았다.

그 후, 브루나이(1984), 벳남(1995), 라오스(1997), 미얀마(1997), 캄보디아(1999)가 동참해 현재, 10개국이다. 아세안은 공산주의의 공포와 경제발전의 필요에 따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정치·경제적 공동체로 모여 결성했고, 매년 11월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한국과 아세안 관계는 1989년 대화 관계 수립 이후 긴밀하고 포괄적인 관계를 맺어왔다. 오늘날엔 여러 방면에서 핵심적인 주요 파트너로 발전하고 있다. 올해는 한·아세안 대화 관계수립 30주년 해이다. 이를 기념하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2019 ASEAN-Republic of KOREA Commemorative Summit)가 11월 25일~26일 부산에서 개최된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상징은 ‘공동번영의 동반자’로서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들이 둥글게 서로 손을 맞잡은 형상을 표현하고 있다. 상징의 다양한 색상은 한국과 아세안의 조화와 협력을 의미. “동행, 평화와 번영(Partnership for Peace, Prosperity for People)”이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표어는 한국 및 아세안 국민 대상 공모전에서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한·아세안 관계의 비전을 잘 표현해 뽑았단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아세안 각국 정상, 대표단뿐만 아니라 한국과 아세안의 국민과 기업인들까지 약 1만 명 이상의 참가자들이 정상회의와 각종 부대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한국은 2009년(제주)과 2014년(부산) 두 차례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이로써 한국은 아세안의 대화 상대국 중 유일하게 본국에서 세 번의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한 국가가 된다. 이는 우리의 대 아세안 협력 의지에 대한 아세안이 신뢰와 지지를 보여준 결과이다. 이번 회의를 통해 지난 30년간의 한·아세안 관계 발전현황을 평가하고 새로운 미래 30년의 비전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아세안은 다양한 종교, 인종, 언어, 정치제도, 경제규 모를 가진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2015년 ‘아세안 공동체(ASEAN Community)’를 공식 출범하여 정치적으로 단결하며 경제적으로 통합되고 사회적으로 책임감이 있는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젊은 노동인구와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통합을 향해가는 아세안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이다.

한국과 아세안은 1989년 대화관 계 수립 이래,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 2018년 기준으로 한국과 아세안의 교역은 약 1,600 억불(수출 약 1,000억불, 수입 약 600억불) 규모로서 우리의 제2위 교역대상 지역이다.

아세안은 한국 국민의 제1위 방문지역으로서 2018년 상호방문객이 1,10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아세안 내 한류 및 한국어 교육이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국내에도 2017년 부산에 아세안문화원이 개설되며 문화적 교류가 지속 확대되고 있다.

아세안은 10개국 모두 남북한 동시 수교국으로서, 역내 평화롭고 안전한 안보 환경 구축은 물론 재난관리, 해양안보, 테러리즘 대응 등과 같은 비전통적인 안보 이슈에 대해서도 폭넓게 협력하는 등 한국의 중요한 안보 동반자다.

또한 이번 특별정상회의와 연계하여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The 1st Mekong-Republic of KOREA Summit)도 11월 27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는 2011년 이래 장관급으로 이루어져 온 한·메콩 협력이 정상급으로 격상되어 개최되는 첫 번째 회의이다.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세안 내에서도 고속 성장지역으로 주목받는 메콩강 유역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의 토대가 마련되길 바란다.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태국, 벳남 등 메콩 5개국을 관통하는 아세안 성장의 주역 메콩강은 총 길이 4,900km에 이르는 동남아 최대 규모의 강이다. 메콩 유역 4개국(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벳남)은 연 6%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면서 아세안의 고속성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특히, 젊은 평균연령으로 노동력이 풍부하고, 성장잠재력이 매우 높은 역동적인 지역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메콩 지역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보건의료, 농촌개발, 인프라, 정보통신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개발을 위해 협력해 왔다. 한국은 약 33억불 규모(2017년 누계기준)의 정부개발원조(ODA)를 메콩 4개국에 지원했고, 이는 한국의 전체 ODA의 약 21%에 해당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9월 ‘한·메콩 비전’을 발표하고 ‘한강의 기적’이 ‘메콩강의 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의 발전 경험을 메콩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한·메콩 교역액은 845억불(2018년 기준)로서 2011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였고, 양측 간 연간 교류 인원도 약 700만 명으로서 2011년 대비 3배 증가하는 등 급속한 성장세를 보인다.

대외 경제 여건을 둘러싼 불확실성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협력 필요성 속에서 외교, 경제협력 다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신남방 국가들과 사람(People), 상생번영(Prosperity), 평화(Peace) 등 3P를 바탕으로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만들자는 신남방정책을 천명했다.

신남방정책이란 아세안과 인도 등 잠재력이 큰 신남방 국가들과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변 4강(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과 유사한 수준으로 관계를 강화하고자 하는 한국의 새로운 외교정책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9월 아세안 10개국 순방을 완료하여 신남방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11월 25일~27일 부산에서 개최되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는 신남방정책을 한 단계 향상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면, 아세안 회원국(UN 2018년 기준)을 들여다보자.

브루나이(수도: 반다르스리베가완, 면적: 경기도 0.5배, 인구: 43만명, 언어: 말레이어, 영어),

캄보디아(프놈펜, 한반도 0.8배, 1,624만명, 크메르어),

인도네시아(자칼타, 한반도 9배, 2억 6,679만명, 인니어),

라오스(비엔티안, 한반도 1.1배, 696만명, 라오어),

말레이시아(쿠콸라룸푸르, 한반도 1.5배, 3,204만명, 말레이어, 영어, 중국어, 타밀어),

미얀마(네피도, 한반도 3배, 5,386만명, 미얀마어),

필리핀(마닐라, 한반도 1.3배, 1억 651만명, 따갈로어, 영어, 스페인어),

싱가포르(싱가포르, 서울시 1.2배, 579먄명, 영어, 말레이어, 중국어, 타밀어),

태국(방콕, 한반도 2.3배, 6,918만명, 태국어),

벳남(하노이, 한반도 1.5배, 9,649만명, 벳남어)

관련 홈페이지 www.2019asean-roksummit.kr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29&table=c_sangchu&uid=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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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누가 못하게 했나" 송곳질문... 문 대통령의 답변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11/20 09:35
  • 수정일
    2019/11/20 09:3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2019 국민과의 대화] 다시 고개숙인 문 대통령 "조국 인사로 국민분열, 송구스럽다"

19.11.19 21:55l최종 업데이트 19.11.20 02:21l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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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19일 오후 8시부터 MBC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는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인사문제로 인해 국민 여론이 분열된 것을 언급하면서 "정말 송구스럽다"라며 다시 한 번 사과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 국민 패널로부터 "2년 반이 지났는데 왜 이제서야 검찰개혁이 이슈가 됐나? 이제까지 검찰개혁을 왜 못한 것인지, 못했다면 누가 못하게 했는가?"라는 송곳같은 질문을 받기도 했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

 

이날 보조사회자로 나선 허일후 MBC 아나운서가 "25만 명이 다양한 경로로 보고 있다"라며 "여러분들의 의견이 올라오는데 부동산, 조국 전 장관에 관한 문의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인사 문제는 참 곤혹스럽다"라며 "여러 번에 걸쳐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서 굉장히 송구스럽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조국 전 장관의 문제는 제가 그 분을 장관으로 지명한 취지하고는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그것이 많은 국민에게 갈등을 주고 국민을 분열시키게 만든 점에 대해서는 정말 송구스럽다"라며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는 "그러나 검찰개혁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라며 "이번 기회에 검찰개혁 중요성이랄까, 절실함이 다시 한 번 부각된 것은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조국 사태'에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정치 중립성이 확보돼야 하는 것이다"라며 "그간 정치검찰의 행태 때문에 우리나라의 정의가 많이 훼손돼 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보장될수록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검찰이 검찰이라는 조직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야 하고, 거기에는 민주적 통제장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검찰이 잘못했을 때 검찰의 잘못을 제대로 물을 만한 제도적 장치가 없는데, 검찰이 잘못했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공수처가 야당 탄압하기 위한 것? "사리에 맞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앞서 사회자인 가수 배철수 씨와 대화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앞서 사회자인 가수 배철수 씨와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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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공수처에 대해 한 가지 오해가 있다, 일각에서 '야당을 탄압하려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고위공직자 거의 대부분이 정부 여당이지 않나, (그런 점에서) 우선 사리에 맞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래 한나라당 시절 이회창 총재가 1998년도에 이미 제기했었고, 2002년 대선 때에는 당시 이회창과 노무현 후보가 함께 공약했던 사항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문 대통령은 "대통령과 대통령 주변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의 권력형 비리에 대해 검·경이라는 사정기관이 제대로 못해 왔기 때문에 국정농단이 일어났고, 권력형 비리를 막을 수 있는 특별 사정기구가 필요하다고 해서 나온 공수처다"라고 거듭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적용대상이 판·검사로까지 넓혀졌기 때문에 검찰을 제어할 수 있는, 검찰 비리를 추궁할 수 있는 장치로서 굉장히 효과적일 수 있다"라며 "그래서 검찰개혁 방안의 하나로 공수처가 부각된 상태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세계에서 우리 검찰만큼 많은 권한을 집중력으로 가지고 있는 기관이 없다"라며 "검찰이 무소불위기구라고 인식돼 있는데 차제에 검찰이 스스로 개혁을 통해서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난다면 검사들도 스스로 자신들 하는 일에 대해 속한 조직에 대해 뿌듯해 하고 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2년 반이 지나... 누가 검찰개혁을 못하게 했나?"

이어 경기도 덕소에서 온 김석동씨가 질문자로 나서 문 대통령의 저서 <운명>을 언급했다. 그는 "이 책을 보면 문 대통령은 2009년도에 이미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알고 있었고, 그 이전에 지나온 삶은 잘못을 바로잡고 불의에 저항하는 삶이었고, 역사를 바꿀 자리(대통령)에 갔다"라고 언급했다.

김씨는 "그런데 2년 반이 지났는데 왜 이제서야 (검찰개혁이) 이슈가 되고, 이제까지 (검찰개혁을) 왜 못한 것인지, 안한 것인지, 못했다면 누가 못하게 한 것인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는 지지도가 높았던 취임 초기에는 왜 검찰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고, 최근 조국 전 장관의 인사문제가 터진 후에서야 뒤늦게 검찰개혁을 추진하느냐는 질타였다.

그러면서 김씨는 "진보, 보수, 상하 격차를 맞춰야지 자꾸 광화문-서초동으로 사람을 양극화되는데 이것을 해결해 달라"라고도 요구했다. '조국 사태'로 인한 국민의 분열을 지적하며 이것의 해결을 요구한 것이다.

"검찰개혁은 보수-진보 문제 아냐... 보수도 검찰다운 검찰을 가져야"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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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공수처, 검찰개혁 문제는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게 마치 보수·진보 이념 간의 문제처럼 다뤄지면서 각각 거리에서 다른 집회들을 하는 거 보면 막 답답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라며 "이게 정쟁화돼 있는 거지, 보수냐 진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수도 검찰다운 검찰을 가져야 하고, 특권층이 부패하지 않도록 강력한 사정기관을 가져야 하는 거다"라며 "그 점에서 서로 생각이 다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럼에도 자기가 야당 시절에 주장했던 것과 거꾸로 반대 입장이 되면 자꾸 하나의 정파적 반대로 나아가기 때문에 오랜 세월 20년 넘게 공수처 문제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아직도 해결을 못한 거다"라며 "참여정부 때도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정부도 첫해부터 공수처 신설, 검경수사권조정 법안을 냈는데 지금까지 처리가 안되고 있다, 패스트트랙에 올라탔기 때문에 과연 언제 법안이 처리될지 여부를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내부 개혁, 윤석열 총장을 신뢰하고 있어"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은 입법으로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대통령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그걸 지지해주는 국민들의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지금 검찰개혁에 대해서 쉽게 오지 않을 아주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 법무부장관이 저는 적임자라 생각했지만 낙마하고 말았는데 법제도적인 검찰개혁은 법무부가 하는 것이지만 검찰조직 문화와 수사관행을 바꾸려는 것은 검찰이 스스로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검찰내부 개혁은 윤석열 총장을 신뢰하고 있다"라며 "그리고 법제도적 개혁은 국회와 협력하며 법무부를 통해 강력히 지속해나가겠다"라고 '지속적 검찰개혁 추진'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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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3년 만 무기한 총파업 돌입

철도노조, 3년 만 무기한 총파업 돌입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9/11/20 [07:14]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철도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18일 총파업을 예고하며 마지막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 : 노동과세계)     © 편집국

 

철도노조가 20일 9시에 총파업에 돌입한다이번 총파업은 2016년 74일간의 장기파업 이후 3년 만이다.

 

철도노사는 19일 9시부터 집중교섭을 재개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철도노조에 따르면 교섭 결렬 후 조상수 철도노조 위원장은 국토교통부가 이낙연 국무총리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42교대에 필요한 안전인력을 단 한명도 제시하지 않았고, KTX-SRT 고속철도통합에 대해서도 묵묵무답이다며 국토교통부는 공공기관인 철도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철도노조는 임금 정상화노동시간 단축과 철도안전을 위해 2020년 1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42교대 근무형태 변경을 위한 안전인력충원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처우개선 등 노사전문가협의체 합의이행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 통합특히 올해 안 KTX-SRT 고속철도 통합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최종교섭 결렬 후 입장을 밝히고 있는 조상수 철도노조 위원장. (사진 : 철도노조)     © 편집국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선진화라는 이름으로 현원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주로 상위직급 정원 5천여명을 감축하고감축한 인원에 기초해서 총액임금제를 적용해왔다이후 5천여명을 감축한 정원의 총액임금으로 줄지 않은 현원 임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임금이 비정상화 되고 임금체불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이후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노사합의를 통해 이를 바로잡기로 했지만 아직 제대로 이행이 되지 않고 있다.

 

또한 2018년 철도공사와 철도노조는 32교대를 42교대로 개편해 2020년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하지만 철도노조에 따르면 공사는 장기간 교섭을 거부하고 있고교섭을 위한 인력산출 또한 졸속으로 진행해 온전한 42교대를 진행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노조는 42교대를 위해 4천여 명의 신규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과 2018년 노사전문가협의체 결과에 따르면 철도의 경우 생명안전업무인 열차승무차량정비전기유지보수 등은 직접고용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자회사 처우개선으로 자회사 동종유사업무의 경우 임금을 80%까지 단계적으로 실현해야 하며원하청협의체를 운영해야 한다그러나 1년이 넘도록 합의가 이행되지 않아 자회사 지부 파업사회적 갈등이 확산하는 일이 일어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철도의 공공성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코레일(철도운행 담당)과 철도시설공단(철도건설 담당)을 통합해 양 기관의 유사중복업무에 따른 재정낭비를 해소할 것이라고 공약을 한 바 있다하지만 2018년 12월 강릉선 사고 후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 용역과 KTX와 SRT 통합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심지어 박근혜 정부의 철도분할민영화 정책이었던 철도안전혁신대책이 재등장하는 등 정부의 철도 공공성 강화’ 공약은 후퇴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국민 불편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결단하여 노동조합과 대화할 수 있는 안을 지금이라도 제시한다면 철도노조는 교섭의 문을 열어 놓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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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진향 “금강산 1~2년 안에 확 바뀔 것,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없다”

김진향 개성공단지원재단 이사장의 고언 “우리 정부의 정책 기조 바꿔야”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9-11-18 23:05:27
수정 2019-11-19 09: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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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이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9.11.18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이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9.11.18ⓒ정의철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시설 철거’ 지시를 내렸다는 북측 보도가 나온 지 한 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금강산지구 독자개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북측은 “거기에 남조선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며 지난 11일 남측에 시설 철거를 단행하겠다는 ‘최후통첩’까지 보낸 상태다.

북측의 입장은 단호하고, 남측은 그야말로 발만 동동 굴리고 있는 형국이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금강산관광이 시작된 지 21주년이 되는 날인 18일 서울 마포구 재단 사무실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 내내 우리 정부를 향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속상하고 분노한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는 “(우리 정부로서는)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11년이 흘렀지만 여태껏 재개하지 못한 데에는 우리 정부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남북 최고지도자의 합의를 미국 실무협상에서 다루다니...북측, 모멸감 느꼈을 것”

올해 초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한 제안을 김 이사장은 ‘파격적인 제안’으로 받아들였다. 우리 정부가 여기에 적극 호응하면, 대북 제재도 뛰어넘는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1개월이 지났지만 현재 남북관계는 변화는커녕 오히려 더 냉각되고 있는 듯하다. 김 이사장은 “4.27 판문점선언, 9.19 평양선언 모두 정말 좋았다. 그런데 그 어마어마한 백두산 퍼포먼스 다 어디로 갔느냐”며 “너무 안타깝다. 저는 대북정책의 실패가 크다고 본다‘고 성토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4월과 9월 손을 맞잡고 상당히 많은 것을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합의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천하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실천하지 못한 그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 하기로 합의한 부분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한 후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한 후 발표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지난 1년을 한 번 제대로 복기해보자”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남북의 최고지도자가 한 합의를 우리는 ‘한미워킹그룹’으로 미국과 실무협상을 하지 않았나. 거기서 ‘할 거냐, 말 거냐’를 논의했다. 그런데 미국이 반대하니까 우리는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았다. 우리 입장에서는 70년 동안 워낙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보겠지만, 북측은 미국과의 관계를 불평등한 관계로 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북측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한 사안을 우리가 미국과 다시 얘기했다는 것 자체에 굉장히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다.” 

김 이사장은 정부의 이러한 인식이 오히려 남북관계를 꼬이게 만들었다고 봤다. 그는 “인식의 오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북측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를 풀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미워킹그룹’은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제재 이행, 남북협력에 관한 조율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공식 출범시킨 실무협의체다. 9월 평양공동선언이 있은 지 약 두 달 만에 생긴 것이다. 그 사이 북측은 계속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협의를 하자고 요구해왔지만 우리는 이를 거절하고 미국과의 협의에 매달렸다는 게 김 이사장의 문제 인식이다. “어차피 2차 북미정상회담이 잘 될 텐데, 그 이후에 논의하자”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 정부는 올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대북 제재도 풀리고, 남북의 교류·협력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듯하다. 문제는 모두의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오면서 드러났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만약 하노이 회담이 잘 됐으면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협의에) 진도가 나갔을 것”이라며 “그런데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이 협의할 기회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 이사장은 “북미관계가 잘 풀리면 남북관계도 다 잘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 정말 심각한 것”이라며 “북측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면목이 없는 상황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한 김 이사장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이 화를 더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북한은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라고 불리는 한미연합공중훈련에 대해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지난해 하지 않았던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명칭만 변경해서 했다”며 “우리는 늘 해오던 거 아니냐 하는 관성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북측은 심각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아마도 4.27, 9.19 합의의 부정으로 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과 미국이 집중하고 있는 군비증강도 마찬가지로 봤다. 김 이사장은 “사상 최대의 군비증강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전략전투기와 전략핵폭격기 등을 도입하는 건 4.27과 9.19 합의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과연 우리 정책 결정 당국자들은 판단이나 했을까”라며 “북은 에누리 없이 이를 아주 강하게 비난하고 중·단거리 미사일을 쏘면서 미국에 시위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이사장은 “지난 14년간 개성공단에 투자된 우리 기업들의 고정자산 설비투자 총액이 6억 달러밖에 안 된다. 비행기 한 대 값이 대체 얼마냐”라고 반문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2층 로비에서 한미워킹그룹 회의를 마친 뒤 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2층 로비에서 한미워킹그룹 회의를 마친 뒤 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뉴시스

“남북정상 합의문, 북한은 실천 과제로 생각한다” 
금강산관광 중단의 책임이 박왕자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
 

아울러 김 이사장은 우리 정부에 대한 불신이 북측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책 결정보다도 정책 결정 단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으로 굳어진 듯하다”며 “기존에는 최고지도자들에 대해서는 서로 기본 신뢰가 있었는데 이제는 대통령에 대해서도 네거티브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석은 문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정부의 말과 행동의 불일치에 근거했다. 역사적인 합의문과 화려한 연설이 이어졌지만 정작 ‘실천’으로는 계속 이어지지 못하면서 북측의 남측에 대한 불신도 그만큼 커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 이사장은 “우리는 정상회담을 했으니 합의를 한 거라고 보지만, 북한의 입장에선 그것이 실천 과제로 남는다”며 “10.4 남북공동선언(노무현 대통령-김정일 국방위원장) 만들 때도 북측은 ‘6.15 남북공동선언(김대중 대통령-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실천하면 되지 무슨 또 합의냐’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10.4선언을 만들고 돌아왔는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 부정됐다”며 “북측은 ‘문구만 합의하면 뭐하냐, 남측은 늘 말뿐’이라는 생각이 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북측이 금강산관광 독자개발에 나선 것에도 연결된다. 2008년 남측 관광객 박왕자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게 아니냐며 북측에만 책임을 묻기 어려운 이유가 있는 것이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이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9.11.18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이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9.11.18ⓒ정의철 기자

김 이사장은 그 뒷이야기를 전했다.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 당시 이명박 정부는 세 가지를 요구했다. 진상규명과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 그리고 북측의 사과·유감 표명이었다. 진상규명 관련해서는 국가정보원과 현대아산이 다 북한에 들어가서 함께 조사를 끝내고 자료도 남겼다. 이제 두 가지가 남았는데, 당시 북측 금강산관광 총사령관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확약했다. 그런데 당시 우리 측은 ‘급’이 너무 낮다며 더 높은 책임성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전제를 달았다. 북측은 난감해했고 그렇게 1년이 지났다.

현대아산의 현정은 회장이 손실 누적이 너무 커져서 직접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러 가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대책을 요구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내가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를 확약하겠다. 이 이야기 남측에 전달해서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라’며 현 회장에게 자신의 구두통지를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굉장한 용단이었다. 이에 현 회장이 내려와서 정부에 이를 전달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너무 하기 싫었다. 그래서 ‘이건 당국 대 당국으로 받은 게 아니라 민간인이 받은 게 아니냐. 공식 접수를 하고 싶다’며 묻은 거다.  

이후 두 달 지나 남북 고위당국자가 만나 실무회담을 해서 5개 항에 합의했다. 그 가운데 금강산도 포함돼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하나만 실천하고 금강산을 포함해 4개 항은 다 뭉갰다. 북측은 그 이후 합의했으니 실천하라고 계속 촉구했지만 우리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이런 긴 배경에서 북측이 금강산관광 독자개발 추진 카드까지 꺼내 들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그런데 이걸 그대로 가지고 금강산관광 재개를 협상한다? 2008년 박왕자 사건 이후 11년이 다 복기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북측에 무언가를 말하기 애매할 것이다. 그때 뭐했냐는 것”이라며 “북측이 이 정도로 치고 나온 것에 대해 우리가 위기 의식을 가지고 진정성 있게 잘 풀면 굉장한 기회가 새롭게 만들 수 있을 거고, 대충했다가는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지난 10월 3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금강산관광 사업자인 현대아산의 배국환 사장, 한국관광공사의 안영배 사장과 북한의 남측 시설 철거 요구 등 관련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2019.10.31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지난 10월 3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금강산관광 사업자인 현대아산의 배국환 사장, 한국관광공사의 안영배 사장과 북한의 남측 시설 철거 요구 등 관련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2019.10.31ⓒ민중의소리

북한이 금강산관광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 

금강산관광 문제를 두고 북한이 과연 독자개발을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기도 한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북한이 개발을 추진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참고로 김 위원장은 2013년 3월 핵·경제 병진노선을 발표한 후 핵심 과제로 경제개발구 설치를 제시했다. 이후 동해안 지역에선 ‘3대 중점사업’으로 갈마지구, 마식령 스키장, 양덕군 온천 개발이 추진됐다.  

김 이사장은 “북한은 국가전략적 관점에서 27개의 경제특구 개발 구역을 지정했다. 금강산국제관광특구도 있고 원산관광특구도 있다”며 “이 두 개를 묶고 싶어 했다. 그래서 국제공항을 건설했는데, 이 상황에서 금강산관광이 방치되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원산에는 직접 가서 현지지도도 하고 그랬는데 그동안 금강산은 거의 가지 않았다”며 “이번에 갔을 때 너절한 컨테이너 박스 같은 게 방치돼있는 걸 보고 들어내라고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당시 남측 시설을 들어내라고 한 것보다는 “금강산에 고성항해안관광지구, 비로봉등산관광지구, 해금강해안공원지구, 체육문화지구를 꾸리며 이에 따른 금강산관광지구 총개발계획을 단계별로 건설해야 한다”거나 “금강산관광지구 일대를 금강산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마식령 스키장이 하나로 연결된 문화광광지구로 세계적인 명승지답게 잘 꾸려야 한다”고 지시한 것에 더 주목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지난 10월 23일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지난 10월 23일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뉴시스

김 이사장은 “이는 한 마디로 금강산관광을 국제적 관광특구로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사례에 비춰보면 제가 볼 땐 1~2년 안에 어마어마하게 바뀔 거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측이 그런 전략을 짜면 총체적인 집중을 한다”며 “작년에 북측에 다녀간 외국인 관광객 숫자도 굉장히 많다. 그걸 그냥 놔두고 싶겠나”라고 말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원산’에 주목했다. 그는 “미국, 캐나다 등 태평양의 많은 물류를 (대륙에 들여보내려고) 대부분 일본 앞바다에서 일주일씩 대기하면서 항구를 이용한다”며 “해운업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북한의 원산만 열리면 일본항은 다 날아간다고 하더라. 누가 일주일씩 거기에서 정박하면서 기다리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북측이 동해 쪽 항만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크루즈선이라든가 이런 걸 다 연계해서 가지고 오려면 빨리 관광 산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금강산관광 독자개발에 담긴 함의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없다”며 “하지만 우리는 금강산관광을 시작할 때에만 인식이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단순히 남북교류의 상징으로만 금강산관광을 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지난 10월 23일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지난 10월 23일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뉴시스

이제는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김진향 이사장 
그가 내놓은 해법은?
 

김 이사장은 “진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우리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고언했다.  

김 이사장이 지적한 것은 세 가지다.  

우선 그는 “비핵화의 진전을 남북관계 진전의 선결적 과제로 보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다”며 “정책의 실패를 만드는 기본 원인”이라고 짚었다. 그는 “비핵화는 평화를 위한 절차일 뿐이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두 번째로 “정부 정책의 핵심 프레임을 비핵화 프레임에서 평화 프레임으로 넘겨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그는 “계속 비핵화, 비핵화, 비핵화 말한다. 비핵화가 마치 이데올로기가 된 것만 같다”며 “4.27, 9.19 선언을 왜 했나. 비핵화를 위한 남북정상회담이 아니지 않았나. 한반도의 평화 질서를 만들기 위한 회담이 아니었나”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 이사장은 ‘정책의 핵심 축’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통 한미관계를 중심 축으로 놓고 북한 문제를 보려고 한다. 하지만 그건 굉장히 위험하다”며 “미국 입장에서 북한은 아직 전쟁을 하고 있는 상대다. 그런 한미관계로 북한을 본다는 것은 제재의 프레임으로 본다는 말이다.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안에 따라서는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탄력적이고 융통성 있는 사고방식 필요한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 위에서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 위에서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2018남북정상회담 공동사진기자단

김 이사장이 교착된 남북관계를 푸는 ‘해법’으로 제시한 건 우리의 잘못을 일정 부분 인정하고 남북정상 간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우리가 정책의 기조를 일정 정도 바꿀 수 있다고 하면서 4.27과 9.19 선언 실천을 위해 협상하자고 하면 북측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것도 없이 그냥 만남을 제안한다면, ‘100전 100패’로 만남 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김 이사장은 “북측에 지난 1년 우리 나름대로 문제점에 대해 공식으로든 비공식으로든 의사를 전달해야 북측이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협상장에 나오지 않겠나”라며 “그게 저는 해법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3차 북미정상회담도, 금강산관광 독자개발도 모두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이대로 가면 우리의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미 대북 제재 해제는 임박해있다. 3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금강산부터 일정 부분 제재 해제를 기본으로 하고 다른 게 더 붙을 것이다. 금강산관광 개발 도중에 제재가 풀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이사장은 3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이유에 대해 “더 이상 북측은 기다릴 수 없을 것”이라며 “(3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으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어디로 날아가겠나. 괌으로 날아갈 것이다. (북미가) 서로 연습한다면서 공해상에 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세계정세는 달라질 것이고, 한국 정치는 없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으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을 계속 흔드는 네오콘을 잘 넘어설 수 있겠느냐가 변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이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9.11.18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이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9.11.18ⓒ정의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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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 끌려온 조선인 노예를 생각하다

[손호철의 포르투갈 여행기] 리스본(1) : 포르투갈 대탐험과 임진왜란
2019.11.19 08:41:43
 

 

 

요즘 포르투갈이 뜨는 여행지이다. 유럽국가 중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 자연도 아름답고 문화적 전통도 깊으며 상대적으로 물가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 아메리카를 보다>, <레드 로드, 대장정 13800킬로미터 중국을 보다>, <카미노 데 쿠바: 즐거운 혁명의 나라 쿠바를 가다>, <이탈리아 사상기행>(근간) 등 진보적 시각에서 여행기를 써온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가 피카소 관련 책을 내기 위해 스페인과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포르투갈도 일주하고 돌아왔다. 손 교수의 포르투갈 여행기를 시리즈로 싣는다. <편집자> 

Lisboa. 리스보아? 이게 뭐지? 포르투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어이다. 생소한 이 단어를 고속도로 안내판에서 처음 봤다. 계속 이 단어가 고속도로에 나타나 혹 리스본이 아닌가 의아해 하다가 휴게소 매점에 들어가 물어보니 맞았다. 리스본은 영어식 표현이고 포르투갈에서는 리스본을 리스보아라고 부른다.  
   
'세계의 수도', '세계의 관문'. 16세기 초 리스본을 부르던 명칭이다. 그렇다. 지금은 '유럽변방의 한 관광도시'이지만 16세기 초 리스본은 세계의 중심이었다. 세계를 주름잡던 포르투갈 상선의 힘 때문이었다. 우리는 유럽의 세계정벌과 제국주의하면 스페인과 영국을 생각하지만, 그 원조는 원래 포르투갈이었다. 당시 리스본의 항만에는 동양으로부터 향신료 등을 실어 나르는 포르투갈 상선들이 가득 찼고 그 옆에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야 하는 대형 상선들을 건조하는 조선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도시에는 세계각지에서 온 다양한 복장과 피부색의 이방인들과 세계에서 실어온 진귀한 물품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포르투갈은 지금도 그러하지만 15~16세기 당시에도 인구가 얼마 되지 않고 유럽에서도 낙후한 나라였다. 16세기 초 포르투갈의 인구는 200만 명에 불과해 조선의 인구(1천만 명)의 5분의 1 정도였다. 이 작은 나라가 스페인(인구 850만 명)과 함께 일찍이 '대탐험'(이들은 '대발견'이라고 부르지만 이는 정말 서구중심적인 명칭으로, 나는 '대탐험'이라고 부르려고 한다)에 나서고 유럽 제국주의에 선봉에 서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첫째, 지리적 요인이다. 포르투갈은 대서양을 접해서 길게 자리 잡고 있는 나라이다. 좁은 땅덩어리에 나는 것도 별로 없어 일찍부터 어업과 해상무역 등 바다에 나가 생업을 유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조선술, 항해술이 발전했다.  
   
둘째, 포르투갈은 중세시절(8세기 초~12세기 초) 스페인과 함께 아랍(무어)의 식민지였다. 당시 아랍은 문명의 황금기로써 수학, 천문학, 항해술 등에서 유럽과 비교할 수 없이 선진적인 학문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아랍의 지배 하에서 포르투갈은 자연스럽게 선진기술들을 습득할 수 있었다.  
   
셋째, 당시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은 아랍의 지배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지만 당시 아프리카북부, 그리고 중동지역을 아랍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육로로 동양과 교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유럽은 동양으로 갈 수 있는 바다길, 해양실크로드를 찾을 필요성이 절실했다.
    
포르투갈이 본격적으로 대탐험에 나선 것은 15세기 초 주앙 1세의 아들인 '항해왕 헨리(Henry the Navigator, 포르투갈명 엔리케)'에 의해서이다. 특히 그는 북아프리카의 교역로에 관심이 많아 지브랄타 해협 건너편의 북아프리카의 아랍지역을 정벌하고 북아프리카 교역로를 주로 개발했다. 또 궁정을 나와 바닷가에 살며 항해학교를 세워 항해기술자들을 양성하고 장거리 해양여행에 적합한 배를 건조했다. 바다로 인도에 갈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도 바로 그였다. 이후 포르투갈은 15세기 말~16세기 초 본격적인 대탐험에 나서 아프리카의 모잠비크, 앙골라, 콩고, 기니아, 남인도의 고아, 브라질들을 식민지화했다. 그리고 남중국해의 해적을 소통한 공을 인정받아 은을 조공으로 제공하는 조건으로 마카오를 조차지로 얻었다가 1999년 중국에 반납했다.      
    
그러나 이제 '세계의 수도' 리스본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것은 1755년 대지진으로 리스본시가 크게 파괴됐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리스본의 역사를 1755년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나마 대탐험 시절 항구에 세워진 벨렘탑, 제로니모스 수도원이 지진에서 부서지지 않고 남아 있어 주요 관광지가 되고 있다.
     
벨렘지구라고 부르는 리스본항의 대탐험 기념물 지역을 관광하기 위해서는 차를 가까운 예술관에 세우고 바닷가(아니 이곳은 사실 바다와 연결된 타구스강이라는 점에서 정확히 표현해 강가)를 걸어야 한다. 예술관 뒤쪽으로 높은 기둥을 두 개 세운 조각이 서 있다. 이를 배경으로 바다를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 폭의 예술사진이다. 바닷가를 조금 걸으면 삼각형의 산을 세우고 그 가운데를 반으로 잘라 놓은 것 같은 또 다른 조형이 나타난다. 포르투갈 전몰용사 추모탑 같은 것이다. 그 옆에는 전쟁박물관 같은 것으로 21세기에 포르투갈이 참여한 주요전쟁들의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다. 
 

▲ 벨렘지구의 포르투칼 순국용사 기념비. 리스본을 가로지르는 타구스강을 바라보고 있다. ⓒ 손호철


오른 쪽으로 바다를 끼고 조금 더 걸아가면 바다에 세워진 흰색 탑이 나타난다. 리스본의 주요 관광시설중 하나인 벨렘탑이다. 1517년 지은 이 탑은 크기도 그리 크지 않은데다가 화려한 마누엘 양식(아래 참조)로 지어져 단순한 관광시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리스본을 지키던 핵심 방어시설이다. 이곳에 방어시설을 세운 것은 이유가 있다. 이곳은 대서양이 타구스강으로 변하며 강폭이 가장 좁아져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인 데다가 뒤에 각종 보물과 재화를 모아놓은 제로니모스 수도원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화포가 일반화된 새로운 시대에 중세와 같은 거대한 성을 짓는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지금과 같이 아담한 크기의 방어시설을 지었다. 구체적으로, 적을 탐지할 수 있는 4층탑을 짓고 그 앞에 반 타원형으로 방어요새를 만든 뒤 거기에 17개의 구멍을 뚫고 포를 설치하여 육지를 제외하고 거의 360도 방향으로 포를 쏠 수 있도록 만든, 당시로서는 첨단 군사요새였다.  
 

▲ 대탐험 시절 리스본의 핵심 방어시설인 벨렘탑, 이 탑 이름을 따서 대탐험 관련 유적이 모여 있는 지역을 벨렘지구라고 부른다. ⓒ 손호철


"하느님 아버지,  
이제 저희는 긴 항해를 떠납니다. 특히 희망봉을 넘어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미지의 바다로 나갑니다. 저희 어린 양들을 불쌍하게 여기시어 풍랑과 폭풍우로부터 저희를 보호하사 인도 땅에 무사히 도착하도록 해주십시오!"
 

1497년 7월 9일 저녁, 벨렘으로부터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세워진 한 작은 성당에는 한 사내가 여러 부하들을 거느리고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바스코 다 마스라는 선장이였다. 15세기 말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탐험 경쟁이 갈등을 일으키며 스페인은 서쪽으로, 포르투갈은 동쪽으로 탐험을 하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그는 새로운 인도항로 개척을 위해 아프리카 최남단의 희망봉을 지나 동쪽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4척의 배를 몰고 미지의 세계를 향한 목숨을 건 항해를 떠나기 전 이 성당에서 선원들과 밤샘 기도를 드렸다. 그는 아프리카 최남단의 희망봉을 돌아 인도항로를 개발하는데 성공하고 1499년 금의환향한다. 이를 기념해 이곳에 새로 세운 것이 바로 제로니모스 수도원이다. 
 

▲ 바스코 다 마스의 인도항로 개척을 개념해 지은 제로니모스 수도원. 그가 항해를 떠나기 전 밤샘 기도를 드린 위치에 세워졌다. ⓒ 손호철


포르투갈 건축양식의 절정으로 평가되는 제로니모스 수도원은 벨렘탑에서 다시 한참을 걸어가면 바다 쪽으로 엄청나게 높은 탑이 나타나고 길 건너에 나타나는 하얀 긴 건물이다. 낮지만 긴 부속 건물이 이어지다가 오른 쪽 끝에 큰 성당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성당이 수도원이다. 엄청난 크기의 이 사원은 포르투갈의 전성기에는 포르투갈이 벌어온 엄청난 부를 보관하기도 했던 곳이다. 마누엘 1세 재임기인 16세기 초 유행해 마누엘 양식이라고 부르는 포르투갈의 대표 건축양식으로 지어져 있다. 유럽의 고전적인 고딕양식에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와 인도 등 건축양식을 혼합한 독창적인 건축양식이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리스본 앞 바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조개껍질 등을 장식에 이용했다는 점이다. 자세히 올려다보니 조개껍질 모양의 장식이 유럽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정말 이색적인 장식이었다. 안타깝게도 방문 당시 내부수리 중이라 관람을 금지하고 있어서 내부 구경은 할 수 없었다. 
 

▲ 대탐험을 기념해 1960년에 건립한 포르투갈 대탐험 기념탑. 그러나 식민지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는 제국주의 기념탑이다. ⓒ 손호철


포르투갈의 대탐험 기념에는 비스코 다마스가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다른 한 사람이 빠져 있고, 잘 알려지지 않은 한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한 사람은 1500년 유럽인으로는 처음 브라질을 '발견'한, 아니 브라질에 '도착'한 페드로 카브랄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인도를 가는 다른 루트를 찾기 위해 서남쪽으로 항해를 떠나다가 브라질에 도착했다. 브라질이 포르투갈의 가장 큰 식민지였던 점을 생각하면 그는 포르투갈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 예수회신부의 아마존 선교활동을 다룬 영화 <미션>도 바로 이 같은 포르투갈의 브라질에서의 식민지 활동을 다루고 있다. (이 같은 역사 때문에 브라질은 남미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나라인데 남미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다른 나라들의 인구를 합쳐야 브라질과 비슷한 정도로 브라질은 큰 나라이다.) 
 

▲ 아름다운 리오의 경치.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가장 중요한 식민지였다. ⓒ 손호철


대탐험 기념에서 빠져있는 사람은 세계 최초로 바다를 통해 세계를 한 바퀴 돈 마젤란이다. 포르투갈인인 그는 1519년 유럽을 떠나 대서양을 따라 서남쪽으로 항해해 남아메리카의 최남단인 파타고니아를 지나 좁은 해협을 통과해 태평양으로 행했다. 이 해협은 엄청난 파도와 바람으로 항해가 거의 불가능한 곳으로 선단의 일부는 여기에서 배를 돌려 돌아가 버렸다. 마젤란이 최초로 통과한 이 해협은 이후 마젤란 해협으로 불리고, 이를 바라보고 있는 칠레 파타고니아의 푼타 아리나스의 중심광장에는 마젤란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마젤란은 이후 태평양을 돌아 필리핀에 도착, 현지인들을 정벌하려다가 창에 맞아 목숨을 잃고 그곳에 묻혔다(그곳은 한국인들이 자주 가는 세부 앞의 막탄섬으로 그곳에 가면 탑 모양의 그의 무덤이 있다). 그러나 그의 부하들은 1522년 유럽으로 돌아와 세계 최초의 지구 한 바퀴 도는 여행을 완수했다. 280명이 떠났지만 돌아온 사람은 18명뿐이었다.
 

▲ 세계 최초로 항로로 세계일주를 한 마젤란. 그가 처음으로 지나간 남미 끝 마젤란 해협에 위치한 칠레의 푼타 아리나스에는 그의 동상이 서있다. ⓒ 손호철


마젤란이 포르투갈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언급은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마젤란은 당시 포르투갈을 지배하던 마누엘 1세에게 인도로 가는 또 다른 항로를 개발할 터이니 지원을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마누엘 1세는 이를 거절했다. 할 수 없이 마젤란은 스페인으로 가서 스페인 왕실의 지원을 받아 항해를 떠난 것이다. 따라서 대탐험 기념당시 포르투갈에서는 마젤란을 조국을 배신한 '배신자' 취급을 하고 그의 업적을 언급하지 않았던 것이다.
     
포르투갈은 마젤란 이전에도 이처럼 중요한 '대발견' 아니 '대침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말았다. 그것은 아메리카대륙의 '발견' 아니 (이미 수많은 원주민이 살고 있었는데 무슨 발견?) 아메리카 대륙 '침략'이다. 콜럼버스는 원래 이탈리아의 제노바 출신이지만 항해중 남포르투갈 해안에 좌초해 포르투갈에 오게 됐고 여기에서 결혼도 했다. 그는 포르투갈 왕실에게 아메리카대륙 탐험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포르투갈 왕실은 이를 거절했다. 당시 콜럼버스는 인도까지 가는 거리가 실제보다 훨씬 짧은 3860킬로미터라고 상정하며 만든 항해계획을 제출했는데, 이미 상당한 항해 지식을 갖고 있던 포르투갈 왕실은 이를 검토해본 뒤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지원을 거부했다. 

그러자 콜럼버스는 스페인으로 달려가 이사벨라 여왕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이사벨라 여왕은 전문가들에게 탐험 계획을 평가하라고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포르투갈과 마찬가지로 콜럼버스의 계획이 말도 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사벨라는 이 같은 결론에도 불구하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해양 탐사에 대한 잘 몰라서인지 이를 지원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박이었다. 만약 포르투갈의 왕실이 스페인 왕실처럼 항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콜럼버스의 항해를 지원했다면 이베리아반도의 힘의 관계와 세계사는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때로는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아는 것이 병"이다. 
   
수도원에서 길을 건너 바닷가로 다시 나가면 거대한 탑이 나타난다. 15~16세기의 포르투갈의 대탐험을 기념한 대탐험 기념탑이다. 1960년에 만든 이 기념탑은 높이 50미터의 거대한 탑으로 바스코 다 마스 등이 탐험을 나갔던 배를 형상화했다. 배에는 항해사, 선교사, 선원 등의 조각을 만들어 놨으며 바다 쪽 제일 끝에는 항해왕 헨리가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기념탑에는 승강기를 타고 탑의 꼭대기로 올라가기 위한 관광객들이 긴 줄을 서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바닥에 대리석에 풍배도(wind rose, 바람의 풍향별 빈도를 표시한 그림)와 지구 지도를 그려 놓았다. 이 지도에는 각 지역에 도착한 포르투갈 배와 연도를 표기해 놓았다. 
    
이 기념탑과 지도를 바로 보고 있자 문득 비극적인 임진왜란이 생각났다. 우리는 포르투갈과 우리가 역사적으로 별 연관이 없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포르투갈의 역사, 특히 대탐험의 역사와 우리의 역사, 특히 비극적인 역사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서양국가 중 우리와 가까운 일본에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은 바로 포르투갈이었다. 1543년 중국과 교역을 하기 위해 극동을 항해하던 포르투갈의 흑선이 우연히 일본에 도착했다. 대탐험 기념탑 앞바닥에 그려진 지도에도 일본 아래 바다에 포르투갈 배가 그려져 있고 1543년이라고 쓰여 있다.  
 

▲ 1543년 서양으로는 처음으로 일본에 도착한 포르투갈의 상선을 기념한 지도. 포르투갈로부터 일본은 서양의 총 제조술을 배워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 손호철


1543년 일본과 접촉한 이후 포르투갈은 일본과 교역을 활발하게 진행했다. 주로 식민지였던 인도의 고아, 그리고 조차지였던 마카오를 통해 일본과 교역을 했고 급기야 일본 남쪽에 위치한 규슈의 한 작은 어촌을 조차지로 받아 개발하게 된다. 그곳이 바로 나가사키짬뽕으로 유명한 나가사키로 지금도 나가사키에 가면 포르투갈에 이어 조차지를 획득했던 네덜란드 조차지의 모습을 재현해놓아 돌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일본은 포르투갈을 통해 서양의 근대적인 장총을 도입하고 이의 제조기술을 배워서 조총을 개발했다. 일본은 이를 주 무기로 해서 임진왜란을 일으키게 된다. 즉 임진왜란의 비극은 포르투갈의 일본 '발견', 그리고 장총 제조기술 전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 나가사키에는 포르투갈에 이어 조차지를 얻었던 네델란드 조차지를 재현해 놓았다. 네델란드의 흑선 모형으로 포르투갈 흑선과 유사한 모양이다. ⓒ 손호철

  
그 뿐이 아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16세기 말~17세기 초에 수만 명의 조선인이 포르투갈에 노예로 팔려갔다는 사실이다. 포르투갈은 인구가 적은 나라였기 때문에 대탐험을 하면서 일찍이 아프리카에서 노예들을 잡아 노예무역에 적극 나섰는데, 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일본인들을 많이 노예로 사가지고 가서 도요도미 히데요시가 이를 강력하게 비난했는데, 자신은 임진왜란에서 잡아온 수만 명의 조선인들을 포르투갈에 노예로 팔아넘겼다고 한다(당시 인구의 100분의 1인 10만 명이 일본에 잡혀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심지어 포르투갈 노예무역선이 직접 조선에 와서 조선인들을 잡아갔다. 일본이 하삼도(경상, 충청, 호남)지역을 장악하고 있을 때 직접 포르투갈 선박이 조선에 와 왜군이 잡아온 조선인들을 사갔다는 기록이 남아있고 전쟁이 끝난 뒤 조선 비번사가 심문한 포로 중에는 포르투갈 상인과 남만계 흑인도 있었다.  
    
당시 넘쳐나는 조선 노예들로 노예들의 국제 시세가 폭락했다니 그 수를 알만하다. 조선인 여자와 아이들은 조총 1정의 50분의 1 가격에 거래됐다고 한다. 즉 조총 1자루로 조선노예 50명을 살 수 있었다. 조선인 노예로 이탈리아 상인이 이탈리아로 데려가 방면한 뒤 로마성당에서 일하다가 루벤스의 눈에 뜨여 '한복입은 남자'(지금은 미국 로스엔젤레스 게티스 미술관이 소유하고 있다)의 모델인 된 안토니오를 판 사람도 포르투갈 노예상이었다. 프란시스코 카를레티라는 이 상인은 안토니오와 다른 네 명의 조선 노예들을 나가사키의 포르투갈 조차지에서 12스쿠도(포르투갈 옛 화폐단위)에 구입했다고 회고록에서 밝히고 있다.

이들 조선인 노예 중 일부는 긴 항해를 거쳐 포르투갈까지 실려 왔을 터인데, 이들 조선인들이 이후 어찌되었는지, 그들의 자손은 남아 있는지 누군가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세계사란 정말 우리가 모르게 이렇게 여기저기 얽혀 있는 것이다. 거대한 대탐험 기념탑을 올려다보고 있자, 기념탑에 조각된 포르투갈의 탐험가들이 전수해준 유럽의 최첨단 무기에 의해 목숨을 잃은 수많은 조선 민초들의 얼굴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대탐험 기념탑에 새겨진 항해 조각을 올려다보고 있자, 포르투갈의 노예선에 실려 이곳까지 실려 왔을 조선 민초들의 통곡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요즈음 포르투갈이 인기여행지로 뜨고 있다는데, 이곳을 거쳐 가는 많은 우리 관광객 중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가 보고 감탄하는 리스본의 기념물 중 상당수는 우리의 조상들을 노예로 판 돈으로 지은 것일지도 모르지 않는가? 먼 리스본의 대탐험 기념탑 앞에 서서 임진왜란에서 희생당한 조선의 민초들을 위해 묵념을 드리고 있자, '대발견' 기념탑, 대탐험 기념탑은 브라질의 원주민 등 포르투갈의 식민지 주민에게는 침략과 '대학살 기념탑'에 다름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참고로 포르투갈의 대탐험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412 항해왕 헨리 아프리카 해안 탐사 지시 
1488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 발견
1488 포르투갈 왕실 콜럼버스 탐험계획 거부 
1492 콜럼버스 스페인지원으로 아메리카 탐험
1497 바스코 다 마스 인도항로 개척 
1500 페드로 카브랄(Cabral) 브라질 '도착'
1510 인도 고아 식민지획득 
1519-1522 마젤란 스페인지원으로 세계일주
1543 일본 도착 
1557 마카오 취득
1580~87 나가사키 조차지 취득 
1592~98 임진왜란
1822 브라질 독립 
1961 인도의 고아합병
1975 모잠비크, 앙골라 등 독립 
1975 동티모르 독립
1999 마카오 반납 
 

▲벨렘지구에 있는 예술관 뒤의 조각이 인상적이다. ⓒ 손호철

 

▲포르투갈 전쟁박물관. ⓒ 손호철

 

▲ 손님들이 자전거를 돌려 그 힘으로 과일을 갈아 주스를 만들어주는 친환경 노점. ⓒ 손호철

 

▲ 벨렘지구의 요트 항구. ⓒ 손호철

 

▲ 거울에 비친 벨렘지구. ⓒ 손호철

 

▲ 전동킥보드 타고 관광하는 신세대들. ⓒ 손호철

 

▲ 낮잠자는 거리의 화가. ⓒ 손호철

 

▲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가 작품이 됐다. ⓒ 손호철

 

▲ 특이한 모바일 폰 선전물. ⓒ 손호철

 

▲ 햄버거 푸드트럭. ⓒ 손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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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빼고 다 기레기? 그런 말은 도움되지 않는다"

[언론개혁, 대안을 말하다 ②] 독일기자 안톤 숄츠가 본 한국 언론 "출입처 제도, 상상도 못해"

19.11.19 07:21l최종 업데이트 19.11.19 07:21l

 

'세월호 보도 참사' 이후 5년이 흘렀지만 언론은 여전히 검찰과 더불어 강력한 개혁 대상입니다. <오마이뉴스>가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대안매체 창업자, 외국 언론인, 저널리즘스쿨 교수를 차례차례 만났습니다.[편집자말]
 안톤 숄츠 독일 기자가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내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언론개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안톤 숄츠 독일 기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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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언론 개혁 인터뷰를 기획하면서 역설적이게도 외국인 한 명이 떠올랐다. KBS의 저널리즘 비평 프로그램에서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주장을 펴는 독일 기자 안톤 숄츠. 독일 언론은 과연 어떨까? 한국과 많이 다를까? 안톤 숄츠 기자에게 언론 개혁을 주제로 인터뷰를 청했다.

1994년 선불교 사상에 빠져 처음 한국을 방문했던 그가 본격적으로 미디어 관련 일을 시작한 건 2001년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계기가 됐다. 독일 공영방송 ARD에 찾아가서 "한국어랑 일본어 할 수 있는 사람 필요하지 않니?"라고 묻고 "그게 바로 나야"라고 관심을 끌어 ARD와 같이 일하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는 공식적으로 피디로 일했다. 2017년 11월에는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 사무소와 함께 촛불집회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안톤 숄츠는 2018년 말 ARD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면서 ARD를 포함해 독일 ZDF나 미국 NBC 등 여러 방송국과 협업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KBS의 언론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패널로 잘 알려져 있다. 12일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 그를 만났다. 

"출입처 제도 상상도 못했다"
  

▲ 독일 기자 안톤 숄츠 “한국 언론개혁은 중립성, 독립성이 제일 중요”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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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언론사에는 여러 사람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관행'들이 있다. 기자들의 출입처 제도 등이 그것이다.
"처음에는 출입처 제도라는 게 있는 줄 몰랐다. 상상조차 못했다. 나는 시청자들을 위해서 재밌는 기획기사를 만들면 그만이었고 한국 기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10년 정도 지나서 출입처 제도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제도 자체가 나 같은 독일인에게는 신기했다.

 

처음 출입처 제도가 생긴 건 일제 강점기인데 기자들을 지배하고 싶었던 게 목적이었다. 기자들과 가까이 있으면 그 사람들이 어떻게 보도하는지 알 수 있지 않나. 독일에서는 취재원과 아주 가깝게 지내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왜 이런 제도를 갖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출입처 제도 외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제도가 많다."

- 한국 기자들은 최근 국민들에게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얼마 전에 비슷한 주제(언론개혁)로 인터뷰를 했는데 누가 '김어준 빼고 다 기레기고 한국 언론에는 좋은 기자가 없다'고 댓글을 썼더라. 나는 그런 사람들이 기레기와 정말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복잡한 사회적인 문제들이 많다. 그런데 사람들은 흑백논리에 빠져서 아주 간단한 해결책만 찾고 있다. '기자들 다 나빠' 이건 아니지 않나? 사실 우리는 <뉴스타파> 같은 독립 언론도 있고, 열심히 하는 기자들이 많다는 걸 안다."

- 시민이 언론 개혁의 주체란 말인가?
"기자 문화의 개혁은 기자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신문을 읽는 사람들이 제대로 신문을 봐주지 않으면 안 된다. '야 너희들 다 기레기야!' 이런 식의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토론이 있어야 하고 소통이 있어야 한다.

당연히 기자들도 옛날부터 있어 왔던 제도를 벗어나 좋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중립성과 독립성이 제일 중요하다. 당연히 재벌이나 정치인과 옆방에 있으면 너무 친한 사이가 돼 버린다. 어느 정도 중립성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더 이상 기자들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 그럼 시민들이 기자들에게 요구해야 하는 게 뭔가?
"오보를 많이 내는 신문은 믿지 말아야 한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조선일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나도 몰랐던 사실이 많았다. 일이 많으니 모든 신문을 꼼꼼하게 읽을 수가 없다. 아직도 <조선일보>나 <동아일보>가 신문을 가장 많이 판다. 그건 국민들의 책임이다.

불매운동이 효과 있을 수도 있다. 어느 날 많은 사람들이 구독을 취소하면 신문들도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KBS가 왜 <저널리즘 토크쇼 J>를 만들었나? JTBC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더 이상 KBS를 보지도 않고 믿지도 않기 때문에 <저널리즘 토크쇼 J> 같은 프로그램이 생길 수 있었다."

- 신문은 어떤가?
"신문도 비슷하다. 물론 신문을 읽는 독자층은 좀 더 보수적이고 나이가 많다. 나이 든 보수적인 사람들이기에 마음을 바꾸기 어려울 것 같지만 그 사람들에게도 힘이 있다. 너희들은 오보가 너무 많다고, 재벌에 대해서 비판적인 보도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 시작하면 신문들도 바뀔 것이다. 이게 국민의 힘이다. 촛불집회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한국 국민들의 힘을 직접 봤다. 한국 사람들이 마음을 먹으면 바꿀 수 없는 문화가 없다.(웃음) 쉽지 않다. 그런데 가능하다."

- <저널리즘 토크쇼 J>를 만든 KBS가 최근 출입처 제도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개인적으로 위에서 제도를 갑자기 없애는 것보다 기자들이 직접 '이런 제도는 그만하자'고 말하는 게 가장 좋았겠다 싶다. 그렇지만 출입처가 있는 기자들은 자리를 잡으면 포기하기 쉽지 않다. 많은 기자들이 출입처 제도를 좋아한다. 출입처 제도를 없애면 제대로 된 보도를 못 한다고 생각하는 기자들도 있는데 영국이나 독일에는 이런 제도가 없다. 그렇다고 그 나라에 좋은 보도가 없나? 그건 말이 안 된다."

"언론사만 바뀌는 게 아니라 뉴스 읽는 문화 바꿔야"
  
 안톤 숄츠 독일 기자가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내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언론개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보수적인 사람과 진보적인 사람이 동의하는 주제가 거의 "제로"다. 격차가 너무 크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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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언론은 어떤 방식으로 변해야 하나?
"변화에는 시간이 걸린다. 좋은 일을 급하게 하면 나쁜 일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지금 안 바꾸면 언제 바꾸냐'는 사람들도 있고 그것도 이해한다. 물론 훨씬 더 큰 개혁인 독일 통일도 1년 이내에 다 했다.(웃음) 하지만 그때는 많은 사람이 어느 정도 통일에 동의하고 있었고 그래서 부드럽게 잘 됐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보수적인 사람과 진보적인 사람이 동의하는 주제가 거의 '제로'다. 격차가 너무 크다. 이런 격차가 한 번 생기면 이를 고치기가 어렵다. 한국 사회는 이미 양분돼 있다. 정부가 뭘 해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반대로 무조건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사회 갈등이 더 심해졌다. 격차가 생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권도 조심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심하게 밀어붙이면 백래시(반발)가 있을 수도 있다."

- 최근에 영미권에서 프리랜서 기자가 늘어났다는 보도를 보았다. 프리랜서 기자로서 언론 자유에 프리랜서 제도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프리랜서가 많이 생기는 이유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ARD나 ZDF는 유럽에서 제일 큰 방송국 중 하나다. 그런데 해외에 있는 지사들을 없애고 있다. ZDF의 일본 지사는 오랫동안 사무실이 없었고 ARD 지사 또한 문을 닫을지 생각 중이다. 이런 방송사에 좋은 건 나 같은 사람이다. 한국에 살면서 필요할 때만 부르고 필요 없을 때는 돈을 안 줘도 된다.

요새는 유튜브나 팟캐스트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윗선에서 팩트체크(사실 검증)하는 사람이 없다는 건 문제다. 클릭베이팅(클릭 낚시질)을 위해 기사가 과장되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언론사에는 편집장도 있고 게이트키핑(취사선택) 제도도 있지 않나."

- 옛날보다 더 가짜뉴스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나?
"단순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클릭 하는지가 중요해진 건 위험하다. 이 때문에 가짜뉴스 문제가 훨씬 더 심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끝없이 거짓말을 하면서 가짜뉴스를 만들고 있다.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이라는 단어 자체는 팩트가 아니다.

그래도 대통령이 됐고 다음 선거에서도 이길 것 같다. 듣고 싶은 말만 하면 인기가 생긴다. 이걸 보면서 아마도 사람들은 거짓말을 해도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팩트에 대해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인기에 대해 생각한다. 인기가 많으면 유튜브를 통해서 돈을 많이 번다. 사람들은 어떤 팩트보다 거짓말에 더 관심이 많다. 그런데 가짜뉴스를 클릭할 때마다 기레기들은 돈을 번다."

- 최근에 본 문제적인 가짜뉴스에 대한 예를 들어 달라.
"지난 5월 <조선일보>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끝나고 북한이 실무자들을 죽였다는 뉴스를 냈다. 거의 모든 독일 신문이 <조선일보> 기사를 받아썼다. 물론 이 뉴스는 오보였다. 하지만 이런 팩트체크에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사람들 도착하자마자 죽였다, 북한은 이런 나라'라는 이야기는 다들 듣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이들 <조선일보> 기사를 받아썼다. 언론사는 클릭베이팅을 하고 사람들은 이걸 퍼 나르면서 '좋아요'를 받고 싶어 한다. 재밌는 기사라면 어디서 나온 기사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즉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서 기사를 전파한다. 그건 날 슬프게 한다."

- 독일의 경우는 어떤가?
"독일에서는 한국만큼 SNS의 힘이 크진 않다. 뉴스를 SNS를 통해 보는 게 아니라 신문이나 TV를 통해 본다. 그리고 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다른 언론사의 뉴스를 더블체크(재확인)한다. 그때 <조선일보> 기사를 믿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북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김정은이 뭘 원하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김정은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믿지 못했다.

그래서 <한겨레>나 <연합뉴스> 등에 비슷한 기사가 있는지 알아봤다. 다른 신문사에는 이 기사가 없었다. 이 기사의 적어도 90% 이상이 오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독일 언론사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이를 보도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기사를 보고 "Juicy!(흥미진진하네!)"라고 여겼겠지. 정말 제대로 된 뉴스를 보고 싶다면 언론사만 바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뉴스 읽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

-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 정보 해독력)를 말하는 건가.
"학교에서 먼저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가짜뉴스는 뭔지, 어디서 나오는지, 우리는 어떻게 가짜뉴스를 팩트체킹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 이런 건 어렸을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 아니면 바보를 키우는 것이다.

재밌는 사실은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가짜뉴스 중 하나는 독일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재상 비스마르크가 조작한 전보가 프랑스 전쟁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가짜뉴스는 완전히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다만 최근 SNS 등을 통해서 가짜뉴스가 심각해지고 있다. ARD의 경우 2017년부터 '팩트파인더'라는 웹페이지를 새로 만들었다. 그 웹페이지에 들어가면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

- 독일 신문에서 <조선일보> 오보는 따로 팩트체크하지 못했나.
"원래 해야 하는데 너무 쉽게 받아썼다. 독일 신문들도 '<조선일보>는 한국에서 제일 큰 신문 중 하나고 그러면 맞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기사를 낸다. 특히 북한 관련된 오보가 독일에도 너무 많다. 일일이 확인하는 게 어렵고 바로 인쇄해서 뉴스로 내지 않으면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독일도 완벽한 언론문화를 갖고 있지 않다.

최근에 독일에 아주 큰 스캔들이 있었다. <슈피겔> 기자 클라스 렐로티우스는 상도 많이 받은 스타 기자이고 정말 재밌는 보도를 많이 했다. 그런데 최근 대부분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보도에 나온 취재원은 실제로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소설처럼 기사를 썼다. 독일에서는 아직도 이 스캔들이 충격으로 여겨지고 있다."

"사람들은 늘 간단한 해결책 원하지만, 세상은 흑백 아니다"
  
- 그럼에도 독일 언론의 경우 한국처럼 신뢰를 크게 잃은 것 같진 않다.
"최근 독일 신문 <디 자이트>의 한 기자랑 고령화 기획 기사를 만들었다. 같이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본인이 1963년생이라고 말했다. 56살 아닌가? 그런데 이 기자가 아주머니의 나이를 기사에 쓸 수 없다고 말했다. 만일 이 아주머니가 1963년 12월생이라면 만으로는 55살이라는 것이다.

내가 누가 신경이나 쓰겠냐고 했다. 그런데도 그 기자는 생일이 지나갔는지 아닌지 확인하지 않으면 쓰지 않겠다고 말하더라. 참 대단하지 않나. 되게 감동받았다. 나이 같은 디테일까지 100%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으면 기사에 쓰지 않는다.

독일에 이런 기자들이 있기 때문에 언론에 대해 신뢰를 많이 한다. 물론 독일에도 좋지 않은 언론사들이 있다. <빌트> 같은 경우에는 하루에 150만 부 정도를 판다. 판매 부수 2위인 신문사는 30만 부를 판다. 이 정도로 차이가 난다. <빌트>는 영국의 <더 선>처럼 낮은 급의 신문이고 오보를 끝없이 생산한다. 다만 사람들은 좋은 저널리즘을 접하고 싶을 때 이 신문을 읽진 않는다."

- 한국에도 유료 기사를 내는 언론사는 극히 드물고 대체로 포털에서 공짜로 뉴스를 본다. 어떤 사람들은 기사에 돈을 내야 좋은 저널리즘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맞는 주장이다. 돈을 내야 한다. 나는 기자 일 말고 다른 일도 다양하게 하는데 기자로서 사는 게 쉽지가 않다. 좋은 기획 기사를 만들려면 6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기자로만 일하면 6개월 일하고 100만 원밖에 못 받는 경우도 생긴다. 어떻게 이걸로 먹고 사나. 만일 모든 뉴스를 공짜로 읽을 수 있다면 어떻게 언론사들은 좋은 기자들에게 돈을 주나. 이 돈은 어디서 나오나. 하나뿐이다. 광고. 그런데 광고가 많아지면 이해관계 충돌이 생긴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신문을 샀다. 좋은 기사를 읽고 싶으면 돈을 내야 하는데 갑자기 인터넷에서 기사가 모두 공짜가 됐다. 본인이 돈 낸 만큼 받는 것이다. 돈 없이 좋은 저널리즘을 볼 수 없다."

- 해외는 어떤가?
"몇몇 기사는 공짜지만 심층 보도를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 한국 사람들 커피에 돈을 얼마나 많이 쓰나. 사람들이 왜 이렇게 뉴스를 가볍게 생각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항상 좋은 뉴스를 요구하면서 언론들 더러 바꾸라고 한다. 그러면 좋은 뉴스를 위해서 돈을 쓸 건가? 뉴스에 대해 돈 쓰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언론 문화를 바꾸기가 힘들다. 같이 바뀌어야 한다. 신문 읽는 사람들이 안 바뀌면 좋은 저널리즘이 없어질 수도 있다. 왜냐면 돈이 안 되거든.

사람들은 늘 간단한 해결책을 원한다. 하지만 세상은 흑백이 아니다. 사지선다를 요구하는 한국식 교육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세상은 A 아니면 B가 아니다. 기자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여러 문제가 연결돼 있다. 검찰 문제에는 기자 문제도 연결돼 있지 않나. 조금 더 머리를 써야 한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올해가 30주년인데 동독도 참 편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국민 개인에게 결정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결정을 못 하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원했고 민주주의에는 자유가 있다. 자유가 있으면 그만큼 책임도 따른다. 아니면 우리는 다시 뒤로 가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간단한 해결책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다 어느 정도 아프고 어려운 해결책뿐이다."

"색다른 의견도 있어야"
  
 안톤 숄츠 독일 기자가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내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언론개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한국에는 외국인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고령화 때문에 앞으로 외국인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거다. 내 역할은 외국인으로서 좀 다른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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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널리즘 토크쇼 J> 패널로 참여했다. 한국 언론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출연했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와서 2년 반 동안 절에 살았는데 그때 선사님이 말씀하신 게 있다. 여기 빨대가 있다. (빨대를 가리키며) 이 빨대는 어느 쪽에 있나?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마주 보고 있으니 이 빨대는 당신(기자)에게 오른쪽에 있고 내게는 왼쪽에 있다. 빨대가 내게 왼쪽에 있는 것도 사실이고 건너편에 있는 사람에게 오른쪽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입장에서 바라보면 달라진다. 그런데 자기 의견만 생각하면 욕하고 싸우고 때리고 나중에는 죽일지도 모른다. 그것 때문에 <저널리즘 토크쇼 J>에 나간다. 한국 언론에 대해 비판하자는 목적이 아니라 색다른 입장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에는 외국인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고령화 때문에 앞으로 한국 정부는 젊은 외국인을 많이 필요로 하게 될 것이고 외국인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거다.

1990년대 서울에 왔을 때 젊은 아이들은 나를 만지고 싶어 했다. 지금은 백인을 보면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또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쓴다. 내 역할은 외국인으로서 좀 다른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문화 사회'다.

지금 경기도 공장들에 모든 외국인이 한꺼번에 떠나면 일주일 이내에 한국이 망할 거다. 서울 사람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저널리즘 토크쇼 J>에 나가서도 일부러 '이 기자가 왜 이렇게 했는지 알 것도 같다'고 말한다. 색다른 의견도 있어야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네요'라는 반응이 나온다. 물론 대부분 그렇게 반응하진 않는다. '역시 이 사람도 기레기'라고 하지.(웃음)"

- 언론사 기자들이 최근 조국 전 장관의 집 주위에서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뻗치기'(취재 대상을 무작정 기다리는 행태) 하는 모습 등이 포착됐다. 독일에서는 어떤가?
"사례별로 다르다. 그런데 좋은 언론사는 이렇게 취재하지 않는다. 좋은 보도와 파파라치는 잘 구분해야 한다. 독일에도 물론 파파라치가 있고 독일 사람들도 황색언론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존경하는 미디어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조국 전 장관에게 했던 행동은 파파라치나 하는 행동이다.

한국인들은 '알 권리'라는 단어를 과하게 이용하고 있다. 개인 인권은 때로 알 권리만큼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이 균형이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왜 검찰청 앞에 포토라인이 있어야 하나? 그 사람이 아직 범죄자인지 아닌지 모른다. 판결이 날 때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이런 저널리즘이 나쁘다고 생각하면 클릭하지 말아야 한다. 클릭하면 그 기자들에게 돈을 주는 것이다. 나쁘다고 욕하면서 여기 돈을 가져가라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다."

- 최근 한국 사회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언론개혁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 사람들은 뭐든 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이미 법이 많다. 개혁은 법보다는 소통을 통해서 했으면 좋겠다. 검찰이나 언론 개혁도 마찬가지다. 박근혜를 탄핵시킨 건 법이 아니었다. 촛불집회를 통해서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부드럽게 정부가 바뀌었다.

촛불집회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을 때 이건 이제 세상에서 많이 볼 수 없는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기적은 쉽게 경험하기 힘들다. 옛날부터 해왔던 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너무 급하게 바꾸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천천히 소통을 통해 부드럽게 바꾸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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