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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3년, 적폐 발호·정권 역주행·외세 내정간섭 규탄

2019 전국민중대회, '민중투쟁으로 다시 앞으로' (전문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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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30  2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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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공동행동은 30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2019전국민중대회'를 개최하고 지난 3년간 촛불민의에 역행한 문재인 정부 규탄과 자유한국당 해체를 외쳤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촛불항쟁 3년을 맞이하여 촛불민의가 지체되다 못해 역주행하고 있다는 분노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민주노총·전국농민회총연맹·민주노점상전국연합·전국철거민연합 등 노·농·빈 기층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진 민중공동행동은 30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9 전국민중대회를 개최하고 '문재인정부 규탄'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 사랑채앞까지 행진했다.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미국대사관 인근 세종대왕 동상까지 빈틈없이 광장을 채운 2만여명(주최측 발표)의 참가자들은 투쟁결의문에서 △불평등 한미관계 청산 및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 △노동기본권 보장 △농민생존권 보장 △빈민생존권 보장△재벌체제 청산 △사회공공성 강화와 사회불평등 해소 △모든 차별과 빈곤 철폐 △국민을 위한 생명안전정책 전면 시행 △국정원 해체와 국가보안법 폐지 및 양심수 석방 △직접 민주주의 확대 등 10대 분야별 요구를 제시하고 '촛불민의 역행하는 문재인 정부 규탄한다', '촛불민의 가로막는 적폐 자유한국당 해체하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국민중대회의 명칭도 '문재인 정권 규탄! 자유한국당 해체! 민중생존권 쟁취! 재벌체제 청산! 한반도 평화실현! 2019 전국민중대회'로 내걸었다.

이들은 먼저 "지난 3년간 박근혜 국정농단의 공범이자 적폐잔당인 자유한국당과 적폐세력들은 국회의석과 자신들의 기득권을 방패삼아 촛불민의의 실현을 가로막기에 여념이 없었으며, 급기야 정부의 실정을 틈타 적폐언론과 극단적 수구개신교 세력 등과 사실상 연합전선을 형성하여 촛불항쟁의 성과를 무력화시키고 우리 사회를 촛불항쟁 이전 시기로 되돌리려고까지 하고 있다"며 국민의 힘으로 이들을 해체시키지 않으면 민주주의와 민중생존, 평화와 통일을 실현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사망직전까지 갔던 이들이 불과 3년만에 발호하는 것은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정부가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에 불철저하게 임하고 심지어 개혁에 역주행하는 행태를 보임으로써, 그들에게 발호할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는 문재인정부를 '촛불민의는 외면한 채 단물만 빼먹으려드는 기회주의 무능정권'이라고 규탄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을 강요하고 동아태차관보, 국방부장관 등을 동원해 협정연장을 강요해 굴복시켰으며, 그것도 모자라 기존의 6배에 달하는 방위비분담금을 요구하는 미국의 행태까지, 지난 촛불 3년은 '적폐의 발호, 정권의 역주행, 외세의 내정간섭과 강도행각'으로 얼룩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문재인정권 규탄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지소미아 강요, 방위비분담금 인상 미국 규탄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문재인정부 규탄 투쟁연설에 나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특히 "문재인정권은 안으로는 거짓말로 눈속임하고, 밖으로는 미국과 일본에 굴종하면서, 선거판 놀음에 빠져 정치꼼수만 늘었다"며 "최저임금 거짓과 노동시간 거짓, 노동기본권 거짓을 비롯해 차별과 빈곤에 대한 온갖 거짓으로 일관하는 정권이 노동자 민중의 심판을 받지 않을 방법이 없지 않나"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문재인정권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과거 민주화운동의 주역이라며 자신들은 우월하다는 신기루같은 헛꿈을 꾸며 세치 혀를 놀리지만, 사실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보수세력과 다름없는 탐욕을 부릴 뿐"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지소미아 강요, 방위비분담금 인상 미국 규탄 연설'에서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기인하는 것이며, 이 전략에 따르면 미일동맹을 핵심축으로 한미동맹을 그 하위축으로 하여 중국과 북한을 포위하는 것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며, "최근 미 의회에 보고된 주한미군 주둔비 전체가 5조 2,000억원이라고 하는데, 방위비분담금으로 (우리에게) 6조원을 내라고 하는 것은 심지어 웃돈까지 챙기겠다는 것"이라며,"동맹이냐, 날강도냐, 돈없으면 나가라!고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2만여명의 대회 참가자들이 10대 요구안을 앞세워 경복궁 담벼락을 따라 창성동을 거쳐 청와대 사랑채까지 행진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문재인정부들어 처음으로 청와대를 향한 이날 대규모 행진대열은 광화문광장에서 경복궁 담벼락을 따라 창성동 방향으로 이동했으며, 청와대 사랑채앞에 이르러 오후 5시 20분께 마무리 집회를 마쳤다.

마무리 집회가 끝날 무렵 주최측이 20여개의 횃불로 진행하던 퍼포먼스를 경찰이 소화기로 끄면서 약간의 몸싸움과 소동이 있었으나 대회는 큰 충돌없이 대회는 끝났다.

이날 전국민중대회에 앞서 오후 1시부터 광화문 북측광장과 르메이에르빌딩 앞, 서울시청 동편광장, 그리고 미국대사관 앞에서 민주노총과 전농, 빈민해방실천연대, 민중당이 사전·부문대회를 열었다.

   
▲ 노.농.빈 대표들이 2019년 전국민중대회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뒷쪽은 노동자 문선대, 농민노래단, 빈민연대 합창단.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주한미군 주둔비 한푼도 줄 수 없다. 미군은 떠나라.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노동자 민중의 복지 비용으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극단 경험과 상상의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 공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 학생, 여성, 장애인, 인권활동가, 지역활동가들의 결의문 낭독.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대회를 마치고 WTO개도국지위 포기, 노동개악 분쇄 등 요구를 담아 6개의 대형 천을 찟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청와대 사랑채 앞 경찰 방어벽 앞으로 10대 요구안을 내걸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마무리 집회.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분노의 횃불' 상징의식을 경찰이 소화기로 끄면서 작은 소동이 일기도 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019 전국민중대회 투쟁 결의문(전문)

촛불항쟁 3주년,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지난 3년이 촛불 항쟁의 민의가 관철되고,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이 이뤄진 3년이 아니라, 오히려 촛불 민의 이행이 지체되고, 심지어 역주행한 3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3년 간, 박근혜 국정농단의 공범이자 적폐 잔당인 자유한국당과 적폐세력들은 국회 의석과 자신들의 기득권을 방패삼아 촛불 민의의 실현을 가로막기에 여념이 없었으며, 급기야 정부의 실정을 틈타 적폐언론과 극단적 수구개신교 세력 등과 사실상 연합전선을 형성하여 촛불항쟁의 성과를 무력화시키고 우리 사회를 촛불항쟁 이전 시기로 되돌리려고까지 하고 있다.
 1야당의 원내대표라는 자는 미국에 가서 “총선 전에 북미정상회담을 하지 말아달라”며 이 땅 평화통일의 대사를 당리당략의 제물로 삼는 매국을 서슴지 않고 있고,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를 앞둔 지금, 자유한국당은 유치원3법, 어린이 안전법인 민식이법 등 국회에 제출된 198개 전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하겠다며 가히 막장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이들이 국민의 힘으로 해체되지 않고서 이 땅 민주주의와 민중 생존, 그리고 평화와 통일을 결코 실현할 수 없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촛불 항쟁으로 사망 직전까지 갔던 이들이 불과 3년 만에 어떻게 이렇게 발호할 수 있게 되었는가? 이는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에 불철저하게 임하고 심지어 개혁에 역주행하는 행태를 보임으로써, 그들에게 발호할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이라는 이름아래 사드 알박기에 면죄부가 주어졌고, 위안부 야합은 말로만 폐기됐을 뿐 10억엔의 반환도, 공식적 파기 선언도 없이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 머물러 있다. 아베의 경제도발에 맞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종료하였으나, 종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미국의 압력에 굴복, 이를 사실상 연장하며 새로운 한일관계를 향한 불매운동과 촛불에 나섰던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말로는 ‘한반도 평화’를 수없이 되뇌이면서도, 정작 북미 회담 당시 중단되고 트럼프조차 “하고싶지 않다”던 한미연합전쟁연습을 강행하고, F-35를 비롯한 대규모 무기구매를 지속하며, 남북 경제협력을 대북제재에 종속시켜 결국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남북관계 전반이 파국에 처하는 상황을 자초하였다.

 어디 그뿐인가. 국정농단의 대표 주범인 이재용은 이 정부 아래에서 슬그머니 석방되더니, 대통령은 민중의 계속되는 비판을 무시한 채 피의자인 그를 빈번히 만나 재판에 영향을 주려 시도하였다. 이에 영향을 받았는지, 파기환송심의 판사는 노골적으로 실형을 면해 줄 작량 감경의 명분을 줄 것을 주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재벌체제 청산의 과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은산분리, 규제프리존, 원격의료, 구미 불산사고와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제정된 화평법-화관법 개악 시도 등 재벌들이 요구하는 ‘규제완화’논리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아래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피의자 이재용은 그렇게 알뜰살뜰 챙기면서, 이 정부는 정작 촛불 항쟁의 주역인 노동자, 농민, 빈민 등 민중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최저임금은 ‘산입범위 확대’로, 주52시간근무는 ‘탄력근무제 적용기간 확대’, ‘계도기간 부여’, ‘처벌 유예’ 등으로 무력화되고 있고,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보듯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대법원 판결까지 무시하는 ‘자회사 정규직’이라는 꼼수로 일관하고 있다. 전교조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법외노조이며, ILO협약 비준을 위한 논의는 오히려 노동법 개악 시도로 변질되고 있다.
 박근혜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농업 포기, 농민 무시 정책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제는 한 술 더 떠 농업 분야의 WTO 개도국지위까지 포기하며 농민들을 벼랑으로 밀어넣고 있다. 철거민, 노점상들에 대한 탄압 역시 변함이 없고, 장애인 및 기초수급자 대책들, 소수자에 대한 차별 문제 등에서는 홍보와 이미지만 난무할 뿐, 차별금지법은 발의도, 추진도 되지 않고 있으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도 여전히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지난 ‘조국 사태’ 당시 청년들의 분노와 대중의 실망이 보여준 바대로 비정규직 차별과 권리침해, 자산불평등, 교육불평등과 같은 사회적 불평등이 유례없이 심화되고 있지만, 이를 혁파하고 사회정의를 확립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사실상 실종 상태에 있다.

 말로만 검찰개혁, 사법적폐 청산과 공안기구 개혁이 외쳐질 뿐, 학연과 지연, 기득권 의식으로 똘똘 뭉친 법관, 검사들의 저항이 방치되고 있으며, 국민의 공안기관 해체 요구는 외면당한 채 간판만 바꿔 단 새로운 기무사가 만들어졌고, 북미, 남북이 화해하는 이 시대에 대공 수사권 폐지를 유예한다며 국정원 개혁조차 손을 놓고 있다. 그 결과, 사법농단 수사과정에서의 무더기 영장기각, 인사청문회 시기의 검찰수사 강행에 따른 국회 청문회의 무력화, 국정원의 프락치 공작 지속, 촛불항쟁 시기 계엄 쿠데타 시도에 대한 진상 은폐 등 적폐들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

 적폐세력이 발호하고, 정권이 역주행하는 것도 모자라, 외세까지 끼어들어 촛불민의 실현을 가로막고, 민중의 고혈을 짜내려 날뛰고 있다.
 미국은 우리 국민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일본과의 군사정보협정을 강요하더니, 아베의 도발에 맞서 정부가 이를 종료 통보하자 동아태차관보, 국방장관 등이 줄줄이 찾아와 협정 연장을 강요해 굴복시켰고,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기존의 6배나 되는 방위비분담금을 요구하는 강도적 행각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적폐의 발호, 정권의 역주행, 외세의 내정간섭과 강도행각으로 촛불 3년이 얼룩지고 있다.
 묻건대, 이것이 촛불이 염원한 ‘나라다운 나라’인가!
 이런 꼴을 보자고, 우리가 촛불을 들었던 것인가!
 도대체 촛불항쟁 이전과 지금,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발호하는 적폐세력들에게, 역주행하는 문재인 정부에게, 미국에게 민중의 분노를 보여주자!
 촛불항쟁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적폐들에 맞서, 쇼만 할 뿐 진정한 촛불 민의는 외면한 채 단물만 빼먹으려 드는 저 기회주의 무능 정권에 맞서, 노동자와 농민, 빈민, 청년, 여성, 장애인, 빼앗기고 억압받는 모든 민중이 하나로 모여, 투쟁의 깃발을 높이 들자!
 일본과의 억지화해, 억지 군사협정, 그리고 방위비 6배 인상을 강요하는 미국에 맞서, 굴종을 강요하는 한미 동맹을 파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투쟁에 나서자!
 함성으로, 투쟁으로, 우리가 이 땅의 주인임을 보여주자!

촛불민의 역행하는 문재인 정부 규탄한다!
촛불민의 가로막는 적폐 자유한국당 해체하라!

불평등 한미관계 청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하라!
노동개악 중단하고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
농민생존권 보장하라!
빈민생존권 보장하라!
재벌체제 청산하라!
사회공공성 강화하고 사회불평등 해소하라!
모든 차별과 빈곤을 철폐하라!
국민을 위한 생명-안전 정책 전면 시행하라!
민간인 사찰 국정원을 해체하고, 국가보안법 폐지, 양심수를 석방하라!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하라!

2019년 11월 30일
문재인 정권 규탄! 자유한국당 해체! 민중생존권 쟁취! 재벌체제 청산! 한반도 평화 실현!
2019 전국민중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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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중동에서 빠질 때 늘 최악의 순간을 골랐다"

[프레시안 books] <만화로 보는 중동, 만들어진 역사>

 

 

1990년대 초 옛 소련이 작은 공화국들로 나눠지고 동서 냉전체제가 사라진 뒤, 미국은 유일 초강국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전 세계 국방비 총액의 40%를 넘나드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 만든 강력한 군사력과 자본력을 배경으로 세계를 정치·경제적으로 압도해 왔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2019년 연감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국가들이 지출한 국방비 총액 1만8220억 달러 가운데 35%는 미국 몫이다(중국은 15%로 2위). 
 
세계를 6개로 나누어 군 사령부를 두고 해외에 군대를 주둔시킨 국가는 오로지 미국 하나뿐이다. 미주 대륙을 남북으로 아우르는 북부사령부와 남부사령부, 유럽의 유럽사령부, 아프리카의 아프리카사령부, 아시아의 아시아-태평양사령부, 그리고 중동지역의 중부군사령부는 각기 맡은 지역의 군사적 우위를 이어감으로써 미국의 이익을 지켜내고 있다. 특히 중부군사령부는 9.11테러를 겪은 뒤 벌인 아프간 침공(2001)과 이라크 침공(2003)을 주도적으로 이끌었고, 지금 이 시각에도 중동의 긴장 상황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중이다. 
 
돌이켜 보면, 오래 전부터 미국은 중동 지역 세력과 결탁하거나 대립하면서 이익을 챙겨왔다. 독재 정권 뒤에서 군부를 움직여 교묘하게 쿠데타를 조작하기도 했다. 중동 국가 내부 문제를 이용하거나 개입함으로써 이권을 챙기고 패권적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지금도 이어지는 미국의 중동 전략이다. 
 
신간 <만화로 보는 중동, 만들어진 역사>(장피에르 필리유 지음, 다비드 베 그림, 권은하 옮김, 다른 펴냄)은 △미국이 지난날 어떤 폭력적인 과정을 거쳐 중동 지역에 진출했는지 △중동 석유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미국은 어떤 밀실 야합과 음모로 중동 독재자와 손을 잡았는지 △중동의 반미정서를 키우는 미국의 친이스라엘 일방주의가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 등을 만화의 형식을 빌려 실감나게 보여준다.  
 
글 작가 장피에르 필리유는 프랑스 외부무 고문역을 맡아 중동 현지에서 전문가로 활동한 이슬람 전문 역사가다. 프랑스의 비판적 지성인답게 제3자 입장에서 미 정부와 중동 국가의 배반과 모략의 역사를 균형 잡힌 시작으로 전한다. 그림 작가 다비드 베는 프랑스 독립만화의 기틀을 다진 작가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특유의 강렬한 흑백 그림 스타일로 미국, 중동의 지도자들을 정치 성향에 따라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군함 위에서 만난 대통령과 국왕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강대국으로 차츰 발돋움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21세기의 미국은 세계를 호령하는 초강대국이지만, 19세기만 해도 그렇지 못했다. 대서양과 지중해 일대에서 세력을 떨치던 이슬람 무장 세력을 상대로 힘든 전투를 벌였다. 일부 미군 장병들은 포로로 잡혔고, 미국 정부는 거액의 몸값을 치르곤 했다.  
 
19세기 끝 무렵인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이겨 쿠바와 필리핀을 차지하기 전까지 미국은 강대국이라 보기 어렵다. 19세기 후반 많은 국방예산을 들여 이른바 '철선' 건조에 힘을 쏟은 덕에 미국은 스페인 해군을 무찌르고 강대국 반열에 가까이 나아갔다. 
 
1부 중반부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 대통령이 수에즈운하 근처의 미 군함 위에서 사우디 국왕을 만나는 대목을 인상적으로 그려냈다. 돌이켜 보면, 20세기 미국의 중동 정책에서 한 축은 사우디 석유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1945년 초 미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뇌출혈로 죽기 직전에 사우디 국왕 이븐 사우드와 만나 이렇게 합의했다.
 
"미국이 사우디 석유에 대한 특혜적인 접근을 허가 받는 대신, 미국은 사우디 왕조를 안팎의 도전으로부터 지켜 준다." 그로부터 70년 넘는 동안 사우디의 친미 독재왕정은 미국에 안정적인 석유공급을 약속하고 왕권의 안보를 보장 받는 유착 관계를 이어왔다. 
 
석유 이권 노린 쿠데타 개입 
 
1부 후반부는 1953년 이란 석유 이권을 노린 미국의 비밀공작을 다루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두 정보기관(CIA와 MI6)이 '아작스 작전'이란 이름 아래 이란 석유 이권을 챙겨가는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비화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이란 석유를 이란인의 손에!"라는 구호 아래 석유 국유화를 추진하던 민족주의자 모사데크 총리를 몰아내는 친위 쿠데타를 성공시킴으로써, 미국은 이란 석유 이권 40%를 챙겼다(나머지 40% 이권은 영국이, 20%는 이란 모하메드 레자 팔레비 독재왕정). 미국의 쿠데타 개입은 이란 사람 반미 정서의 출발점이다. 
 
미 중동정책의 이중 잣대 
 
2부는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 사이에 벌어진 제3차 중동전쟁(1967)과 제4차 중동전쟁(1973), 이란 이슬람혁명(1979), 레바논내전(1975-1990) 등 중동의 유혈 분쟁에서 미국이 어떤 모습으로 대응 또는 개입했는가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1965년 처음으로 무기를 실은 미국 배가 이스라엘을 향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해준 미국의 군사적 지원 덕으로 이스라엘은 1960년대 중반에 이미 주변 아랍국보다 더 강력한 군사력을 지니게 됐다. 제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6일 만에 빛나는 승리를 이루었던 배경으로 흔히 이스라엘의 기습 선제공격을 꼽지만, 근본적으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빼고 말하기 어렵다.  
 
1960년대 중반 이스라엘은 핵무기 비밀 공장을 남부 네게브 사막 한가운데 세우고 핵개발에 나섰다. 훗날 알려진 바로 1969년 미국은 이스라엘의 핵투명성을 요구하지 않기로 비밀협정을 맺었다. 이스라엘은 지금껏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가입 안 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도 받지 않았다. 핵개발 논란과 관련, 엄청난 압박을 받았던 이란과는 너무나 차이가 난다. 바로 이 때문에 미국의 중동정책이 이중 잣대를 지녔다는 비판이 따른다. 
 
2부 중반부에선 이집트와 시리아가 기습전을 벌여 이스라엘을 위기에 빠뜨렸던 제4차 중동전쟁을 다루었다. 이 전쟁을 이스라엘이 막판 뒤집기로 승리할 수 있도록 이끈 것도 미국이다.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 산유국들은 석유를 무기로 보복에 나섰고, 세계적인 유가 폭등 탓에 한국도 애꿎게 피해를 봤었다.  
 
2부는 이란 이슬람 혁명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도 잘 풀이한다. 이란 시아파 성직자 아야톨라 호메이니(1900-1989)를 지도자로 한 이슬람 혁명의 성공은 오랫동안 외세가 챙겨가던 석유 이권을 이란 민중의 품으로 돌려주는 것을 뜻했다. 미국이 무슨 이유로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끊고 지난 40년 동안 경제제재를 비롯한 여러 압박 정책을 펴왔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후세인의 오판 이끌어 전쟁판 벌인 미국 
 
3부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서 비롯된 걸프전쟁(1991),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1993), 그리고 오사마 빈 라덴의 9.11테러(2001)와 그에 따른 미국의 아프간 침공, 미국의 이라크 침공(2003), 시리아전쟁(2011-현재) 등을 실감 나게 다루고 있다. 이 모두 미국이 중요한 행위자(actor)로 깊숙이 관여한 사건들이다. 저자는 미국의 최근 중동정책들을 하나씩 비판적으로 짚어본다.  
 
3부에서 눈여겨볼 대목 가운데 하나는 1990년 이라크-쿠웨이트 긴장 상황이 커질 무렵 "미국은 아랍 내 분쟁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을 것을 분명하게 말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1980년대에 8년을 끌었던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 사담 후세인을 지원했다. 쿠웨이트를 이라크 영토에 합병시키고 싶어 하던 후세인은 "미국은 내가 무력으로 쿠웨이트를 접수해도 눈감아줄 것이야"라고 오판했다. 정치학자들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미국의 무력개입을 불렀고(1991년 1차 걸프전쟁), 12년 뒤 미국의 이라크 침공(2차 걸프전쟁)으로 후세인의 몰락을 가져온 출발점으로 여긴다.  
 
3부의 후반부는 2011년 민중의 민주화 요구가 중동지역에 불어 닥친 '아랍의 봄'과 그에 따른 리비아와 시리아에서의 유혈충돌을 그려냈다. 시리아 독재자 아사드가 화학무기를 사용해 민간인을 죽인 범죄행위를 짚으면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이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유대인 정착촌 둘러싼 갈등 
 
아울러 3부는 오바마와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 사이에 유대인 정착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보여준다. 오바마는 정착촌이 중동평화를 어지럽히는 암초라 여겼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을 맞이한 날(2018년 5월14일)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에 옮겨 이스라엘 극우강경파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의 친이스라엘 일방주의는 더욱 노골화된 모습이다. 2019년 봄에는 국제법상 시리아 영토인 골란고원이 이스라엘 영토라고 주장하더니, 최근에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이 국제법상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억지 주장마저 편다. 국제법의 상식을 깨뜨리는 그런 발언들이 나올 때마다 중동 사람들의 반미정서도 커진다. 사려 깊은 일부 유대인 지식인들은 "트럼프의 정책이 중동평화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걱정한다.  
 
"미국은 빠질 때 늘 최악 순간 골랐다" 
 
저자 장피에르 필리유는 "미국이 언제나 좋은 의도로 중동문제에 개입한 것도 아니며, 문제에서 빠질 때는 늘 최악의 순간을 골랐다"는 결론으로 책을 마무리 짓는다. 나는 그 결론에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프랑스 지식인의 비판적 시각에 동감하면서...
 
미국을 바라보는 중동 사람들의 눈길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원하고, 친미 독재자들과 손잡아 석유이권을 챙겨온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기억이 중동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미국은 중동에서 전쟁 중이다. 한국은 중동에서 필요한 석유의 85%가량을 수입해온다. 따라서 중동 평화는 한국에도 소중하다. 지구촌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중동 분쟁의 원인과 문제점, 아울러 강대국인 미국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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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국 영공을 제 것으로 여기는가?

<기고> 고승우 6.15언론본부 정책위원장
고승우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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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30  14: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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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미국 행태의 근거 한미상호방위조약 개폐해야

‘미국은 제 호주머니 돈 쓰듯이 방위비를 한국에 요구하고 한국 영공을 제 집 드나들 듯 한다.’

최근 미국이 한국에 주한미군방위비분담금 5배 인상 요구를 하고 수도권 비행금지구역을 미 최첨단 정찰기가 비행하는 특권을 누리는 것을 보면서 한국의 군사적 주권문제를 돌아보게 된다.

미국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경악한 방위비 폭탄 인상에 대해 ‘공정하고 공평한 부담 분담’을 강조하면서 한국이 수용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게 총만 겨누지 않았을 뿐 상식에서 너무도 거리가 먼 요구를 하는데 떳떳하기 이를 데 없는 태도다. 말을 뒤집으면 한국이 공정하지 않고 공평하지 않다는 말이 된다. 이런 해괴한 논리가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주한미군방위비분담금 인상과 관련해 미국이나 한국 정부는 설득력 없는 구실만을 거론할 뿐,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핵심적인 법리적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 만약 법리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미국의 요구가 계속된다면 그것은 국제사회에서 지탄받아야 할 강대국의 횡포일 뿐이다. 엄청난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이 왜 공정하고 공평하고 한국이 그렇지 않은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

이번에 대폭 인상을 수용하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나라 살림에 엄청난 주름살이 가면서 그 부담은 결국 국민의 몫이 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주한미군은 북한에 대한 견제 수단이라고 하지만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압박하면서 얻는 효과가 엄청나다. 이는 미국이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을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세계 4대 전략지역으로 지정했었던 사실에서도 입증된다. 그러면 미국이 이런 사실을 몰라서 한국에 공정, 공평을 요구하는 것인가?

미국은 방위비 대폭 분담 요구를 하면서 미국 본토에 배치된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하는 비용, 한반도 역외지역 작전에 주한미군을 투입하기 위한 준비태세의 강화를 위한 주한미군 순환배치 비용, 주한미군 작전준비태세 비용 등 터무니없는 항목을 한국이 부담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분담금에 대한 협정인 주한미군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은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군사건설 및 연합방위 증강사업, 군수지원비 등에 국한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SMA 관련 조항의 수정 조치 없이 한국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건 불법이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고자세로 한국에 대해 공정, 공평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국제 불량배인가, 아니면 한국이 머저리라서 그런가?

이 부분에서 한미동맹의 상징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살펴야 한다. 만약 그 근거가 한미동맹의 상징인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있다면, 한국의 부담을 키우는 조항이 무엇인지 규명해야 한다. 이 조약이 갖고 있는 불평등성, 즉 한국이 미국에 군사적으로 종속되어 있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음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이 조약은 그 전문과 3조에서 태평양지역의 안보를 거론하고, 4조에서는 미군의 한국 배치를 권리(right)로 규정했다. 4조는 미국을 슈퍼 갑, 한국을 슈퍼 을로 규정한 세계 어느 국제법서도 찾아보기 힘든 불평등 규정이다. 4조를 바탕으로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인 SOFA가 부속 협정으로 만들어졌고, SOFA에서 주한미군방위비분담특별협정, SMA가 만들어졌다.

SOFA의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 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고, 주한미군방위비분담협정은 SOFA 5조(주한미군에 대한 시설과 구역은 한국이 제공하고 주둔 경비는 미국이 부담하는 내용)의 적용과 관련한 예외적 특별 조치를 담았다.

SOFA가 주한미군의 주둔 경비를 미국이 부담하게끔 했는데도 양국은 SOFA 5조의 예외적 협정을 별도로 만든 것이다. SOFA에 그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법리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이런 조치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의 '권리' 조항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이런 변칙을 확대할 경우 이번과 같은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요구가 나올 국제법적 근거가 된다는 해괴한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동맹 ‘갱신’을 언급하며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힘든 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를 뒷받침하기 위해 ‘무임승차 불가론’에 이어 ‘한미동맹 재정립론’ 등 각종 논리를 총동원한 것이다(경향신문 2019.11.22). 미국이 선제적으로 한미동맹 갱신을 언급한 배경이 어떤 의도인지 확실치 않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적극 수용해 구조적으로 한반도 상황을 21세기에 맞게 변형, 정상화하는 노력을 할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계속 부당한 요구를 해올 경우 한국 정부는 한미상호방위조약 6조(본 조약은 무기한으로 유효하다. 어느 당사국이든지 타 당사국에 통고한 후 1년 후에 본 조약을 종지시킬 수 있다)에 따라 현 불평등한 군사동맹의 개폐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맞서기 위해서는 그 단초가 되는 방위조약을 필리핀과 같은 수준으로 개정하면 한미 간에 분쟁이 생길이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과 필리핀의 상호방위협정과 비교하면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불평등성은 명백히 드러난다. 필리핀에서 미군은 필리핀 부대 내에 주둔해야 하고 미군의 영구기지는 불가하다. 미군 기지는 필리핀 국내법의 적용을 받아 환경오염 문제 등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한미상호안보조약은 무기한 유효하다고 되어있지만 필리핀, 일본의 경우 그 기한이 10년으로 되어 있다. 미국과 일본의 상호방위조약도 미군의 일본 배치를 권리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주한미군방위비분담금 문제에 대해 미국 측은 주한미군이 전적으로 한국의 안보와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면서 한국의 안보 부담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전 방위적으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대북 억지 역할과 함께 미국의 중국과 러시아 견제용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주한미군은 중국을 겨냥한 비수라는 인식과 함께 미국 본토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전초 기지였다.

미국은 평화협정 체결 시 주한미군 철수가 거론될 것에 대비해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를 만들어 남한에 영구 주둔할 장치를 마련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군사령관 등 대여섯 개의 사령관직을 겸직하고 있는데 이는 어떤 경우에도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려는 장치에 불과하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해 80년대 말까지 핵무기를 남한에 배치하는 등 자국 영토처럼 주한미군 기지에 첨단무기나 세균전 무기 등을 들여놓거나 빼가는 일을 되풀이 했고 유사시 미 본토의 병력을 직접 투입하는 팀스피리트 훈련을 1990년대 초까지 실시했다. 주한미군은 세계 여러 분쟁 지역 미군의 순환배치를 지원하는 주요 군사 기능도 도맡고 있다. 주한미군의 이런 기능은, 미국이 슈퍼 갑이 되면서 한국의 대미 군사종속을 제도화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뒷받침 되고 있다.

최근 미국은 미 공군에 2대 밖에 없는 최첨단 RC-135U(컴뱃 센트) 정찰기를 서울과 경기도 일대 3만1천피트(9천448.8m) 상공을, 미 해군 소속 정찰기인 EP-3E가 수도권 등 한반도 상공 2만3천피트(7천10.4m)를 비행토록 했다 이들 정찰기는 미국의 주력 통신감청기로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사격 이후 한반도를 비행했는데 이런 조치 역시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한국 국방부는 미군 정철기가 비행금지 구역인 서울 상공 등을 날아다니는 조치에 대해 관행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란 애매한 입장만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수년 전 중국이 G2로 급성장하자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를 배치해 미 본토를 방어할 미사일 방어체계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중국은 사드 배치에 강력 반발해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검토하는 한편, 한국에 경제 보복 조치를 취했다. 한미군사동맹의 강화가 한반도 안보 상황 및 한중 경제관계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어떤 형식으로든 한미군사동맹의 수정 보완책이 필요한 이유다.

한미동맹을 정상화하는 것은 특히 미국의 한반도 및 동북아 정책이 국가 간 호혜원칙을 보장하게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란 측면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군사적 주권을 마비시킨 특권을 인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유지되는 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전략과 같은 불합리한 조치는 수정되지 않으며, 한반도 정책에서 한국이 미국에 종속되는 비극적 현실이 개선되기 어렵다.

한국의 경제력은 세계 12~13위권이고 대 미국 무기수입은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한국이 군사적 자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 정부나 시민사회 등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침묵하고 그 곁가지인 SOFA, SMA에만 매달리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미국의 비이성적인 수탈적 태도는 계속될 우려가 크다.

여야는 방위비 분담에 대한 미국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대해 결의안 하나 채택 못했다. 유엔의 대북 제재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두고 통일부 장관이 미국에 건너가 양해를 구한다는 식의 설명회를 했던 모습은 너무 한심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을 공식 거부했고,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 등을 요구한 시한이 연말로 다가오면서 내년 초 한반도 상황이 악화되거나 4월 총선이 북한 핵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내외 정세는 눈 뜨고 있어도 코를 베어가는 상황임을 고려해 정부나 시민사회의 경각심이 요구된다. 특히 미국이 ‘한·미동맹 재정립론’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한미상호방위조약 개폐를 통한 한미관계의 정상화에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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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민중의 함성 "자유한국당 해체", "미국 돈 없으면 나가라"

2만 민중의 함성 "자유한국당 해체", "미국 돈 없으면 나가라"
 
 
 
박한균 기자 
기사입력: 2019/11/30 [19:22]  최종편집: ⓒ 자주시보
 
 

▲ 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 등 2만여 명이 모여 '2019 전국민중대회'를 열고 10대 요구안 실현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이 방위비 인상 강요하는 날강도 미국을 규탄했다.     © 박한균 기자

 

▲ 민주노총.     © 박한균 기자

 

▲ '2019 전국민중대회'모습.     © 박한균 기자

 

▲ 문화예술인 단체 그림패 '배란다항해'에서 조형물로 황교안, 윤석열 구속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 박한균 기자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학생들.     © 대진연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학생들.     © 대진연

 

▲ 광주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황교안 구속' 피켓을 들고 있다.     © 자주시보

 

▲ 대구지역 시민단체 회원들.     © 자주시보

 

▲ 부산지역 시민단체 회원들.     © 자주시보

 

▲ 농민들은 민중대회에 앞서 미대사관 앞에서 박터트리기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 박한균 기자

 

▲ 농민들이 '2019 전국민중대회' 본무대가 설치된 광화문 북측광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박한균 기자

 

▲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 학생 등이 무대에 올라 '2019 전국민중대회'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 박한균 기자

 

▲ '2019 전국민중대회' 참가자들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강요하는 미국을 규탄하는 상징의식으로 성조기를 찢고 있다.     © 박한균 기자

 

▲ '2019 전국민중대회' 참가자들이 10대 요구안이 적힌 만장을 들고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 박한균 기자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 박한균 기자

 

▲ 농민들이 '2019 전국민중대회'를 마치고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 박한균 기자

 

▲ 청년학생들이 미국규탄 대형현수막을 들고 청와대로 행진했다.     © 한국청년연대

 

▲ '2019 전국민중대회' 참가자들이 "황교안을 구속하라","남북관계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 실현하자", "공수처 설치하고 적폐검찰 개혁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자주시보

 

▲ 청년당과 수원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황교안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 자주시보

 

전국에서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학생 등 사회 각계각층이 30일 서울 도심에 모여 “자유한국당 해체”, “민중 생존권 쟁취”, “재벌체제 청산”, “한반도 평화 실현”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청년학생, 한국진보연대 등으로 구성된 민중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9 전국민중대회’를 열고 “노동자와 농민, 빈민, 청년, 여성, 장애인, 빼앗기고 억압받는 모든 민중이 하나로 모여, 투쟁의 깃발을 높이 들자”라고 호소했다.

 

민중대회에는 집회 측 추산 약 2만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아울러 민중공동행동은 최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연장과 기존의 6배가 넘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강요하는 미국을 규탄하며, 한미동맹을 종료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민중대회에서 “농업으로 삶의 터전을 지킬 수 있다는 기대는 대책 없는 WTO 개도국 지위 포기로 무너지고, 철거민과 노점상들은 지금도 여전한 용역 깡패들로 이리저리 쫓기며 무너지고 있다”면서 “단결하고 연대해서 투쟁하자. 노동기본권을 지키고 민중 생존권을 지키고, 마침내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우리 사회를 앞으로 전진시키자”라고 호소했다.

 

이어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은 지소미아, 방위비 분담금 미국 규탄을 주제로 “80년 광주 살육 진압을 사실상 용인한 당시 주한미군 존 위컴 사령관은 ‘한국인은 들쥐와 같은 민족’, ‘민주주의는 한국민들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면서 “그들에게 우리 국민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미국은 날강도다. 돈 없으면 나가라!”라고 외쳤다.

 

또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자유한국당 해체, 불평등한 한미관계 청산과 평화체제 실현, 노동개악 중단과 노동기본권 보장, 농민·빈민 생존권 보장, 재벌체제 청산, 사회 공공성 강화와 불평등 해소 등 10대 요구안 실현을 촉구했다.

 

특히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 학생, 여성, 장애인, 인권, 지역 부문 10인이 함께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일본과의 억지 화해, 억지 군사협정, 그리고 방위비 6배 인상을 강요하는 미국에 맞서 굴종을 강요하는 한미 동맹을 파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투쟁에 나서자”라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성조기를 찢는 상징의식을 마친 후, 10대 요구안과 다양한 구호를 들고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청와대 사랑채까지 행진했다.

 

한편 민중대회에 앞서 민주노총은 ‘노동개악 분쇄! 노동기본권 쟁취!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는 사전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전농도 ‘직불제 개악저지! WTO 개도국지위 포기 철회’ 농민대회를 개최했다. 민중당은 미 대사관저 앞에서 ‘지소미아 연장 강요, 방위비 분담금 인상 강요’하는 미국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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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강치 씨를 말린 일본의 학살극…다케시마의 증거? 반문명적 범죄다

[주강현의 바다, 문명의 서사시]독도 강치 씨를 말린 일본의 학살극…다케시마의 증거? 반문명적 범죄다

입력 : 2019.11.30 06:00 수정 : 2019.11.30 06:15

 

섬과 생태, 반문명의 그늘 : 독도 강치의 경우

오키제도 사람들은 1905년 나카이 요자부로의 어장 허가 취득 이전부터 독도 어장을 누볐다. 1934년 독도에서 생포된 강치.

오키제도 사람들은 1905년 나카이 요자부로의 어장 허가 취득 이전부터 독도 어장을 누볐다. 1934년 독도에서 생포된 강치.

 

독도 영유권 주장 진원지 시마네현 
오키섬의 고카이촌 구미 사람들
에도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난폭한 강치 사냥으로 ‘독도 경영’
연약한 섬과 생물 약탈에 반성 없이 
여전히 ‘다케시마 영토론’ 기억뿐

사람들은 바람이 강하게 불고 파도가 부서지는 섬을 무척이나 강인한 곳으로 오인한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다. 섬은 연약하기 이를 데 없다. 산호섬을 예로 들어보면 쉽게 이해된다. 태평양의 수심 수천m에 솟구친 화산섬 주변에 산호가 형성되려면 무한시간대가 요구된다. 자연과 지질의 시간은 척도가 인간의 시간과 전혀 다르다. 그토록 오래된 자연과 지질의 시간조차도 파괴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인류의 해양문명사는 어쩌면 섬과 섬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역사이기도 하다. 대서양과 인도양, 태평양을 가로지른 대항해시대의 역사가 그러했다. 아메리카로 건너가기 이전에 카나리아제도가 ‘발견’되어 원주민이 학살되고 새로운 종이 이식되었다. 태평양의 미크로네시아, 폴리네시아, 멜라네시아의 다양한 섬에서도 인간과 언어, 생물과 지질의 역사가 뒤섞이고 멸종되거나 변종과 잡종으로 다시 태어났다.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경문제에 대한 기독교인의 고찰’이라는 부제가 붙은 <우리 어머니 대지>를 출간했다. 2015년 교황이 발표한 생태 회칙 ‘찬미 받으소서’의 연장선이다. 교황은 모든 이의 생태적 회심을 촉구하며 지구, 바다, 공기, 동물에게 가해진 해악도 포함시켰다. 인간의 자연에 대한 적개심에 가까운 행동에서 연약한 섬은 언제나 원초적 침략의 대상이었다.

■도도와 강치, 그리고 태즈메이니아 원주민 

오사카 천왕사 박물관에 박제로 남은 독도강치.

오사카 천왕사 박물관에 박제로 남은 독도강치.

비바람 거세게 몰아치던 1667년 어느 날 새벽, 마지막 ‘도도’가 죽음을 맞이했다. 사라진 새 ‘도도’의 마지막 순간, 그 자신이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도도’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 침입자가 없는 낙원인 모리셔스섬에 살던 도도는 유럽인이 등장하면서 모조리 쓸려갔다. 진화는 수십만년에 걸쳐 일어났지만 종 멸종은 100여년이면 충분했다.

베링탐험대가 베링해에 당도했을 때, 거대한 바다코끼리들이 우위종을 차지하며 엄청나게 많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탐험이 계속되면서 불과 10여년 만에 많은 바다코끼리들이 사라졌다. 듀공이라고 부르는 바다소는 초식동물이다. 듀공은 들판의 풀을 뜯듯이 바다를 누비고 다녔으나 종 멸종의 리스트에 오른 지 오래다. 

섬에서 사라진 것은 동물만이 아니다. 태즈메이니아섬에서 1만년 넘게 살아온 원주민도 1876년에 완벽히 사라졌다. 원주민의 최후는 지구상에서 사라져간 수많은 멸종 동물의 최후와 다를 게 없다. 사진으로 남은 원주민의 초상화는 종 멸종이 인간과 동물을 가리지 않고 자행될 수 있음을 입증할 뿐이다. 

한반도의 독도라는 지극히 작은 섬에서 멸종된 강치도 같은 의미로 설명할 수 있다. 일본인 사냥꾼이 환동해의 고립된 ‘낙원’으로 몰려왔을 때, 천진난만하고 태평스럽게 살아온 강치도 난폭한 사냥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이처럼 강치 종 멸종은 세계사적 규모로 동시 진행되던 반문명사적 집단학살의 결과다. 생태사관 입장에서 바라본 독도강치의 멸종, 그리고 일본이 종 멸종을 야기했음에도 적반하장으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해양사의 궤적을 살펴보아야 한다.

■ 반문명사적, 반생태사적 행위의 책임 

그 많던 독도강치는 어디로 갔을까. 수만 마리가 살아가던 환동해 최대의 강치 서식지에서 피비린내 나는 집단학살극이 벌어졌다. 환동해 복판에 솟은 화산섬이라는 생태환경적 특수 조건에서 집단서식해온 강치는 누대의 역사를 평화롭게 살아왔다. 그러나 에도시대 이래로 강치는 그물에 갇히고 총칼에 죽임을 당했다. 가죽이 벗겨지고 기름이 되어 본토로 실려 갔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무차별 강치 사냥으로 결국 독도강치는 멸종을 고했다. 

얼마만큼의 강치가 집단학살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기존 역사관을 뛰어넘어 세계관의 전환과 모색이라는 문명사의 맥락에서 볼 때 독도의 강치 종 소멸은 생태사적 범죄다. 일본은 ‘다케시마 영토론’의 주요 근거로 독도강치잡이를 들이댄다. 정반대의 해석이 가능하다.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강치잡이를 통한 독도 경영은 사실상 반문명적인 범죄행위였다. 

독도 문제에서 오로지 영토 문제로만 비분강개할 것이 아니라, 그 섬에서 사라져간 강치의 비극적 떼죽음을 조명하고 반문명사적, 반생태사적 일본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질문이 본격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 독도 문제의 거시사 

1712년 출판된 일본의 백과사전 <화한삼재도회>에 기록된 물범과 강치.

1712년 출판된 일본의 백과사전 <화한삼재도회>에 기록된 물범과 강치.

강치를 둘러싼 첫 번째 국제적 사건은 이른바 ‘죽도일건’이다. 남의 나라 섬에 왜나라 사람들이 몰려왔다. 1618년 막부는 도해 면허를 발급했고, 일본 돗토리현의 소도시인 요나고 사람들이 죽도(당시 울릉도)와 송도(독도)로 출어했다. 필연적으로 조선 사람의 대응이 시작되었다. 역사에서 ‘죽도일건’이라 명명하는 사건이 그것이다. 안용복이 뛰어들어 일본까지 쫓아가서 국제적으로 대응했으며, 사건의 전모가 조선 조정에도 보고되어 커다란 국제적 이슈가 되었다. 어업권과 영유권을 차지하려는 조선과 일본 간 외교 교섭이 죽도일건으로 비화한 것이다. 조·일 간의 분쟁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 막부는 조선의 요구를 받아들여 1696년 1월에 두 가문의 도항을 금지시켰다. 이로써 죽도일건은 끝이 났다. 

강치의 흑역사는 곧 한·일 간 흑역사 
영유권이란 고정적 문제 인식 넘어
일본이 정벌하고 유린한 항해의 흔적 
책임 묻고 생명의 관점으로 성찰을

강치를 둘러싼 두 번째 국제적 사건은 독도 강제 편입과 산업적 강치잡이다. 통감부가 시작된 1905년, 강치잡이 허가를 빌미로 ‘다케시마가 시마네현에 편입’됐다. 1905년 6월에는 ‘다케시마 어렵합자회사’가 설립되어 조직적 어업이 시작되었다. 어렵회사는 1904년부터 1941년까지 강치 1만6500마리를 잡았다. 남획으로 강치가 급속도로 줄어들어 1930년대에 희귀종이 되었다. 1930년대 초반에는 가죽용보다는 동물원과 서커스 구경거리로 포획되었다. 상업적 강치 사냥은 1940년대에 종료되었으나 강치는 이미 사실상 멸종한 상태였다. 일본이 에도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긴 세월 동안 강치를 남획한 결과, 독도강치는 결국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 독도 문제의 미시사: 고카이촌 구미 사람들의 ‘기억 투쟁’  

일본, 특히 독도로 출어하던 시마네현의 오키제도 사람들의 장기지속적인 심성사(心性史), 즉 망탈리테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독도 문제는 크게 보면 한·일 양국의 ‘거시사’지만, 오키제도 사람들에게는 강치잡이가 어촌과 가문의 ‘미시사’로서 여전히 잠복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키 사람들은 1905년 나카이 요자부로의 어장 허가 취득 이전부터 독도 어장으로 나갔다. 오키는 많은 배를 가지고 있어서 대항해가 가능했다. 그 해양력으로 일찍이 독도에 출어했으므로 울릉도와 독도를 넘본 것이다. 최초의 울릉도 입도 일본인도 이들 시마네현 사람이다.

오키섬 최북단에 고카이촌(五箇村)이 있다. 일제는 1905년 독도를 병합해서 오키섬 관할에 두었으며, 1939년에는 오키섬 내에서도 고카이촌으로 편입시켰다. 고카이촌의 북단 마을인 구미(久見)는 독도 문제의 진앙지다. 고카이촌에서도 구미 사람들이 독도로 출어했기 때문이다. 구미 사람들이 남긴 기록을 통하여 연도별 강치잡이 총량과 종의 멸종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구미 사람들은 1953년 7월과 그 이듬해에 독도를 비밀리에 침입한 경험을 사진과 기록을 통해 잘 기억하고 있다. 마을에 ‘다케시마 역사관’을 지었으며, 고카이촌 향토관에서는 다양한 독도 아카이브를 소장·전시 중이다. 시마네현 청사에 있는 다케시마 자료관도 독도 자료를 수집·전시 중이다. 이처럼 일본의 ‘다케시마 영유권’ 주장의 진앙지는 ‘구미-고카이촌-시마네현’으로 이어지는 수미일관된 체계를 지닌다. ‘에도-메이지-다이쇼-쇼와시대’, 그리고 현재에 이르는 장기지속적인 그들 나름의 ‘기억 투쟁’에 입각한다. 독도강치를 멸종시킨 반문명사적, 반생태사적 범죄에 관해서는 단 한 줄의 반성도 남기지 않고 있다. 

■ 섬과 생물의 약탈은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은 권한 

오키섬의 고카이촌은 맨홀 뚜껑에도 강치를 새겨두었다.

오키섬의 고카이촌은 맨홀 뚜껑에도 강치를 새겨두었다.

큰 몸짓으로 뒤뚱거리며 걷던 도도를 완벽하게 멸종시킨 유럽인은 도도를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화하고 생태계 소멸의 소중한 사례로 간직하려 한다. 일본인 역시 독도에서의 강치잡이에 관한 기록을 비롯해, 강치 그림책을 펴내고 인형을 만드는 등 여러 방편으로 독도를 잊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인의 의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강치잡이를 근거로 ‘다케시마 영유권론’만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다. 집단학살을 통한 강치 종 소멸에 대한 반성의 의사는 전혀 없다. 이것은 도도와 강치를 기억하는 방식에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는 점을 보여준다. 

강치 멸종의 문명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는 강치라는 한 종의 멸종에 관해 슬픈 조종을 울리고, 그로부터 환동해와 독도에서 ‘평화의 바다, 생명의 바다’라는 미래의 꿈을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 부문에서라도 공유해나가야 할 것이다. 뒤늦게나마 강치에 관한 공식적인 관심이 서서히 표명되기 시작했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며칠 앞두고 해양수산부는 마침내 독도강치 기념비를 독도에 세웠다. 2019년, 한·일관계는 안갯속으로 접어들었다. 사라져간 강치 이야기가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도 언급되었으며 다시금 사회적 주목을 끄는 중이다. 강치를 기리는 에피타프(기림비)를 세워둘 필요가 있다. 해양 영토를 둘러싼 독도 문제에서 생태사관에 입각한 해양문명사적 성찰이 필요하다. 

사라져간 강치를 오늘날로 다시금 소환하고, 해양문명사적·생태사적 성찰로 다시 기억해내는 것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다. 

이처럼, 바다와 문명의 서사시에는 ‘흑역사’의 어두운 그늘도 곳곳에 잠복해 있다. 강치를 둘러싼 흑역사는 바로 오늘날 한·일 간의 흑역사이기도 하다. 또한 연약한 섬을 침입해 정벌하고 유린하던 항해의 역사가 남긴 흔적이기도 하다. 

▶필자 주강현 
 
[주강현의 바다, 문명의 서사시]독도 강치 씨를 말린 일본의 학살극…다케시마의 증거? 반문명적 범죄다

국립해양박물관장, 전 제주대 석좌교수. 해양사, 문화사, 생활사, 민속학, 고고학 등 융·복합적 전방위 연구로 세계를 누벼온 우리 시대의 대표적 ‘지식 노마드’이자 비교해양문명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해양문명사가. <등대의 세계사> <독도강치 멸종사>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 <환동해 문명사>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 등의 저서가 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1300600005&code=960100#csidx32cde7f9252a0e1a57a06c46544ba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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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식이가 협상 카드냐" 패스트트랙 막으려 '민식이법' 볼모 잡은 나경원

긴급 기자회견 열고 필리버스터 배경 설명... 현장 지켜보던 교통사고 피해자 유가족 '눈물'

19.11.29 16:41l최종 업데이트 19.11.29 17:38l

 

 민식·태호·해인 부모들이 29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 관련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  민식·태호·해인 부모들이 29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 관련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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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9일 오후 4시 55분]

"기자 여러분들, 들으셨잖아요. 이게 이해가 됩니까?"
"무엇을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입니까, 대체?"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 유가족들이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 원내대표실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분통을 터뜨렸다.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 김민식군의 어머니 박초희씨는 "우리 민식이가 협상 카드냐"라고 울먹였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국회 당 원내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당이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모든 법안(198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며, 이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필리버스터 대상에는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당은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어린이 생명안전 관련법들은 이번 필리버스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알려왔다. 그러나 해당 법안 표결의 전제조건으로 '선거법 직권상정 철회'를 내건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도입을 막아야 한다는 점을 이번 필리버스터의 명분으로 삼았다. 그러나 각 상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 처리된 법안 및 민생법안 등 비쟁점 법안마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볼모로 삼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나경원 "선거제 직권상정 안 하면 민식이법 통과 가능"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민식·태호·해인 부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필리버스터 신청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민식·태호·해인 부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필리버스터 신청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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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를 잡은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금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다"라며 "사상초유의 헌정무력화 폭거에 의해 어렵게 쌓아올린 자유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가 사정없이 유린 당하고 짓밟히고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공수처 설치는 "이 정권의 추악한 비리와 부패를 덮고, 친문무죄 반문유죄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권의 공포수사처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혁도 "여당과 일부 야당의 끊임없는 이합집산과 밀실거래를 보라"라며 "대한민국을 망치려는 포퓰리즘 세력의 야합 선거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기어이 입법 쿠데타를 완성시키겠다는 집권세력을 제1야당인 한국당이 막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막을 수 있겠나"라며 "헌정질서의 붕괴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도 필사적인 저항을 하지 않는다면 그건 역사의 큰 죄를 짓는 것, 민의의 전당에 불명예를 남기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계속되는 불법과 다수의 횡포에 이제 한국당은 평화롭고 합법적인 저항의 대장정을 시작하려고 한다"라면서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이번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수 있고, 저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버스터 철회의 조건으로 "이 저항의 대장정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불법 패스트트랙의 완전한 철회 선언과 친문게이트 국정조사 수용일 것"이라며 두 가지를 제시했다.

나 원내대표는 비판을 의식한 듯 "민식이 어머님 아버님, 하준이 어머님 아버님, 태호‧유찬이 어머님 아버님, 해인이 어머님 아버님" 등을 호명하며 "저희 모두 이 법안을 통과시키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장께 제안한다"라며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에 앞서서 우리 민식이법 등에 대해 먼저 상정해 통과시켜줄 것을 제안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장께서 사회를 거부하시지 말고, 우리 민식이 어머님 아버님을 비롯한 우리 아이들 어머님들의 호소에 호응해주시라"라며 "민식이법을 통과시킨 다음 저희가 필리버스터 신청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할 기회를 달라"라고 호소했다. 또한 "한국당이 자유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으로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저항을 할 수 있는 저항의 시간이 됐다"라며 "그 저항의 시간을 불법적으로 더 이상 막지 말고 이 부분에 대해서 응답해주시라"라고 덧붙였다.

"볼모로 잡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도망친 나경원
 
나경원 원내대표실 앞에서 오열하는 민식이 엄마 민식 군 부모 김태양 박초희씨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 신청 관련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오열하고 있다.
▲ 나경원 원내대표실 앞에서 오열하는 민식이 엄마 민식 군 부모 김태양 박초희씨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 신청 관련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오열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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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원내대표가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나자,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민식이법은 필리버스터 없이 통과시킬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라면서도 "다만, 국회의장께서 약속해주실 부분은 '선거법을 직권상정 안 하겠다'라는 것"이라고 조건을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선거법 직권상정 안 하겠다고 약속해주시면, 안건 순서를 변경하는 것에 동의한다"라며 "국회의장께서 국회법에 반하여 (본회의) 개의를 마냥 지연하는 데 대해서 항의 방문하도록 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뒤이은 기자들의 질문은 공격적이었다. 향후 '과거사법(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 개정안)' 처리 여부를 묻는 말에 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고,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라며 "과거사법은 위헌적 소지가 있다. 법의 조문에 불명확한 사유가 포함되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부분을 거둬주면 즉각 과거사법 통과에 협조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과거사법 관련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현장의 기자와 논쟁을 주고 받던 나경원 원내대표는 질의응답을 끊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사실상 민식이법 등을 볼모로 삼은 것 아닌가?", "비쟁점 법안들은 여야가 합의하여 통과시키기로 했는데, 피해 보는 건 결국 국민 아닌가?"와 같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는 질문들을 무시한 채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이를 지켜보던 유가족들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침묵에 결국 울분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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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재벌 곳간’을 여는 방법

 

민중공동행동이 6개월 동안 연구한 ‘재벌체제청산’을 위한 민중입법요구안의 내용 중 “‘넘치는 곳간 여는’ 재벌의 이윤착취구조 청산”을 위한 법안에 대해 알아본다.

민중공동행동은 이 법안 내용으로 대중적인 입법청원운동을 벌여 ‘재벌체제청산’이라는 의제를 사회·정치적으로 여론화하고, 내년 21대 총선에서 재벌의제를 쟁점화해 21대 첫 정기국회에서 재벌체제청산을 위한 개혁입법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전국 각 지역·현장에서 토론을 벌이고, 대중 발의운동, 법안에 대한 ‘전국 발의자대회’도 계획 중이다.[편집자]

1) ‘불법-탈법 범죄경영’ 삼성 이재용 심판
2) ‘세습-전횡 틀어막는’ 소유지배구조 청산
3) ‘넘치는 곳간 여는’ 이윤착취구조 청산
4) ‘진짜 사장 찾아주는’ 고용구조 청산/ 10대 재벌 맞춤형 개혁방안

민중공동행동은 ‘넘치는 곳간 여는’ 재벌의 이윤착취구조 청산을 위한 법안에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와 노동자기금 설치 ▲일감몰아주기 금지 ▲‘불공정거래 행위’ 규정의 개정 ▲소소 주주의 감시·견제 권한 강화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사내유보금’ 과세율 높이고 과세범위 확대… ‘노동자기금법’ 제정으로

민중공동행동이 지난달 5월 발표한, ‘2019년 재벌 사내유보금 현황’에 따르면, 올해 5대 재벌(삼성·현대·SK·롯데·LG)의 사내유보금은 665조 5688억 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48조 5482억 원이 증가한 금액이다. 30대 재벌(비상장사 포함)의 지난해 말 기준 사내유보금은 950조에 육박한다. 전년 대비 7.5%(66조 6018억) 증가한 949조 5231억 원이다.

재벌체제청산 입법요구안을 마련한 민중공동행동 워킹팀에서 활동하는 노종화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사내유보금의 천문학적 규모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비중이 갈수록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출액 대비 사내유보금의 비율은 2000년 24%에서 2016년 기준 62%로 급격하게 올랐다.

사내유보금을 쌓은 재벌들의 곳간은 넘치는데, “서민은 굶고 있는” 현실이다. 가계소득과 기업소득 증감률을 보면 알 수 있다. 가계소득 분배율은 1997년 69.3%에서 2014년 61.9%로 8%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기업소득 분배율은 8% (1997년 16.7% → 2014년 25.1%) 증대했다.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몫이 기업의 몫으로 돌아갔고, 그 대부분이 사내유보금으로 축적되고 있는 셈”이다.

▲ 사진 : 뉴시스

이전 정부에서 사내유보금에 대한 조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4년 법인세법 개정을 통해 도입한 ‘기업소득환류세제’ 제도는 사내유보금에 대해 10%의 법인세를 부과했고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배당’은 면세항목이었고, ‘부동산 구입’은 투자로 분류돼 재벌들은 과세를 피하기 위해 배당을 늘리거나 부동산 매입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부는 과세공제 대상에서 배당 가중치를 줄이고 부동산 구입비용을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투자상생협력촉진제’를 신설하기도 했지만, 배당을 통한 과세회피는 여전하고, 이 제도 역시 2020년까지만 적용되는 한계가 제기되고 있다.

‘재벌 배불리기 방법’인 사내유보금을 해결·환수하는 방법으로 민중공동행동은 ▲2020년 종료되는 ‘투자상생협력촉진제’에 대한 보완과 지속 적용 ▲사내유보금에 대한 세율을 현재 20%에서 25% 수준으로 올리는 것을 제기했다.

또, 사내유보금 과세 대상기업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자기자본 500억 원 이상’ 기업을 ‘300억’으로 하향할 필요가 있으며(300억은 코스피 상장요건), 자산 10조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대상 기업’만이 아닌 자산 5조 원 이상인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사내유보금 과세 대상기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30대 재벌만이 아닌 60대 재벌 2천여 개의 기업이 사내유보금 과세 대상기업에 속하게 된다.”

과세공제 범위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내유보금 산정 시 기업소득의 65% 금액에서 투자와 임금 증가액을 공제하도록 하고 있는데, 공제되는 폭이 넓어 이렇게 과세한 세수는 2~3조에 그친다. 이에 기업소득의 5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공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민중입법요구안 내용이다.

또 한 가지의 대안 법안은 ‘사내유보금을 노동자의 열악한 임금과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재원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노동자기금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사내유보금에 과세해 이를 일부 환수한다 하더라도 이 재원으로 다시 재벌을 지원하는 등 엉뚱한 곳에 쓰이지 못하도록”하기 위함이다. 환수한 사내유보금을 ‘노동자기금’으로 적립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장애인 고용확대, 최저임금 인상 지원, 청년실업 해소 등에 사용될 수 있도록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 그리고 이 기금이 정부 입맛대로 사용되지 않게 ‘노동자기금운영위원회’를 설치해 정부,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 총연합단체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비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 사진 : 뉴시스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 통한 부당이득... “어디라도 규제대상 돼야”

재벌의 넘치는 곳간을 열기 위한 다른 방안은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재벌의 ‘일감몰아주기’를 금지하는 것이다.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일감몰아주기 일례를 보자. 현대글로비스(전 한국로지텍)는 2001년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100% 지분을 투자해 설립된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현대차그룹의 물류업무를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 설립 당시 자본금은 약 25억 원에 불과했지만 그룹의 물류업무를 싹쓸이하면서 설립 첫해인 2001년 매출 1985억, 영업이익 93억(자본금 투자 대비 373%), 당기순이익 65억(자본금 투자 대비 261%) 원을 기록했다. 2005년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현대글로비스는 2018년 기준 매출 13.5조 원, 영업이익 5천 300억, 당기순이익 3천 300억 원으로 15년 만에 급성장을 이뤘다. 정몽구 부자는 천문학적인 배당금과 주가상승을 통한 이익을 가져갔다.

현대차그룹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재벌들이 총수일가에 대한 부의 집중, 지배력 집중을 위해 일감몰아주기를 해왔다. 지난 3월 경제개혁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총수일가들은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35조 원이 넘는 부의 집중을 발생시켰는데, 이 중 상위 20명 중 삼성의 이재용이 6.4조 원으로 가장 많고, SK의 최태원(5.1조 원), 셀트리온 서정진(4.5조 원), 현대차 정의선(3.1조 원)이 뒤를 이었다. 20명 안에는 삼성의 이부진·이서현, SK 최기원, 현대차 정몽구, CJ 이재현을 비롯해 대림, 한화, 신세계, GS, 코오롱 등이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부를 누렸다.

총수일가는 자신의 지분으로 다른 회사를 설립하고, 그 회사에 사업기회를 몰아줘 회사를 성장시키고, 공정한 경쟁체제에선 달성할 수 없는 급격하고 막대한 성장을 달성해 주가 상승, 배당금 형태의 막대한 부를 얻고, 나아가 총수일가 2세·3세는 막대한 부로 경영권 승계를 시도하는 단계가 벌어지고 있다.

노종화 변호사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시장경쟁을 거치지 않고(경쟁제한성), 법인의 주주들에게 귀속될 이익을 특정인의 이익으로 전환시키며(경제력 집중), 관련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도 해칠(공정거래 제한)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또 하나의 지적은 부당노동행위 수단으로도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 “기업집단이 A회사와 동일한 사업을 영위하는 B회사를 설립한 후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동자들은 A회사에 계속 일하게 하면서 일감을 모두 B회사에 몰아주고, A회사는 영업 부진을 이유로 폐업하는 경우가 전형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노 변호사는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얻은 막대한 이익은 거래가 공정하게 이뤄졌다면 일반주주, 회사, 그리고 노동자들이 함께 누렸을 이익”이며, “회사의 경영위기 극복, 신규투자, 2·3차 협력업체 납품대금 개선과 최저임금 인상 등에 쓰일 수 있는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 박근혜정부 시절, 공정거래법 제23조의 2를 신설하며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규제했지만 한계가 나타났다. 규제대상에 해당하는 회사가 대규모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에 한정됐고, 총수일가가 30%(상장회사) 또는 20%(비상장회사) 이상 지분을 직접 소유한 회사에 대해서만 적용돼 실효성이 낮았던 것. 실제 2013년 이후 이 조항을 적용한 사건은 단 6건에 불과했다.

민중입법요구안은 이 법을 개정해 “총수일가를 위한 일감몰아주기가 일어나는 회사라면 어디라도 규제대상이 돼야”한다고 했다. 적용대상 범위를 공시대상기업집단 보다 더 확대하고, 국외 계열사에서도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해야 하며, 총수일가가 간접지분으로 소유하는 회사에도 적용하도록 하는 동시에, 지분율 기준도 상장·비상장 구분없이 20%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 사진 : 뉴시스

재벌대기업의 갑질,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는 것도 재벌의 넘치는 곳간을 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유로운 경쟁’을 보호할 뿐 재벌대기업이 협력업체 등을 상대로 한 이른바 ‘갑질’로부터 ‘을’을 보호하지는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1조는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더불어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법원은 공정한 거래가 저해되는지 여부는 ‘전체 시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하고 있다. 재벌대기업이 협력업체 등을 상대로 한 ‘갑질’은 시장 전체에 경쟁이 제한되는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한, 공정거래법에 따른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종화 변호사는 “적어도 현행 불공정거래 규제 중에서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 ‘특수관계인 등에게만 유리하게 거래를 하거나 특수관계인 등이 이른바 통행세를 얻을 수 있도록 거래구조를 만드는 행위’는 전체 시장경쟁에 미치는 영향과 상관없이 불공정행위로 규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23조2는 공시대상기업집단 동일인의 특수관계인(동일인 및 그 친족)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경우를 규제하고 있어, 친족이 아닌 예를 들어 사돈관계에 있는 기업에게 일감몰아주기를 하는 경우엔 규제가 불가능”한 현실이다.

민중입법요구안엔 ‘거래상 지위 남용 및 부당지원 행위’를 별도의 조항으로 신설해야 한다고 제기하고 있다. 노 변호사는 “이런 행위는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중대하지 않더라도, 경제적 지위가 열등한 사업자에겐 매우 심각한 불이익을 초래”하고, 반면 “재벌대기업은 이런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공정한 경쟁과 거래를 통해 충분히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서 이 조항이 재벌대기업에게 “과도한 규제는 결코 아니”라고 말했다.

소소주주의 감시·견제 권한 강화… 지나치게 ‘많은 주식’ 요구하는 현행법

다음으로 제안된 민중입법요구안은 ‘소소 주주의 감시·견제 권한 강화’를 위해 상법을 개정해 ‘주주대표소송 원고적격’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주주대표소송과 관련된 하나의 사례가 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였던 이건희는 1990~92년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천문학적인 뇌물을 회삿돈으로 지급했다. 나아가 이건희를 비롯한 경영진은 ‘이천전기’와 같은 부실회사를 삼성전자가 계열회사 대신 떠맡아 책임지게 했고,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종합화학 주식을 매우 저가에 계열회사에 처분하는 부실경영행위 내지 위법행위를 저질렀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런 이사들을 상대로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건희 등은 계속해서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했다.”

참여연대는 삼성전자의 소수주주들을 어렵게 모아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삼성전자를 대신해 이건희 등 이사들을 상대로 삼성전자에 약 3500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긴 재판 끝에 대법원은 약 190억 원의 손배를 인정했다.

‘주주대표소송’은 소수주주가 부실경영과 위법행위를 자행하는 이사들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문제는 상법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때 지나치게 많은 주식을 요구함으로써 사실상 ‘소수주주’의 권리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주대표소송을 하려면 원칙적으로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 상장회사의 경우 0.01%이상 주식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 사실상 소수주주가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면, 삼성전자는 2019년 6월 말 기준 발행주식총수가 약 68억 주로, 0.01%(68만 주)를 6개월 이상 보유해야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2019년 11월 초 주가 52,300원 기준으로 했을 때 약 355.6억 원 상당의 주식을 확보해야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노종화 변호사는 “주주대표소송이 활성화되려면 현행과 같은 보유주식수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하며 “회사의 주식을 소유한 주주는 누구나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주대표소송의 원고적격을 단독주주권으로 변경하되 주식 6개월 이상 보유 요건을 두는 내용이 민중입법요구안의 내용이다.

▲ 이승철 사회변혁노동자당 집행위원장이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벌체제청산 입법요구안 토론회’에서 토론하고 있다.

이승철 사회변혁노동자당(변혁당) 집행위원장은 ‘넘치는 곳간 여는’ 재벌의 이윤착취구조 청산 법안 중 변혁당이 주목하는 법안으로 ‘사내유보금 환수 및 노동자기금 설치’를 꼽았다. 이 집행위원장은 “(변혁당이) 2015년부터 수년에 걸쳐 재벌체제 이윤축적 구조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주요하게 ‘재벌사내유보금’ 문제를 제기하며 구체적인 분석과 수치를 바탕으로 한 관련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면서 그 결과 “사내유보금 의제는 재벌체제 청산 투쟁의 주요 매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벌사내유보금 환수가 대중의 동의를 얻는 데까지 나아간 상태에서 대중과 함께 하는 투쟁으로 나아가지 못한 현실”을 지적하곤 “가장 큰 원인은 환수의 실현 가능성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중입법안은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방식을 주요하게 제기하며 현실성을 장착했다고 평가했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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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똑같이 그립고 보고 싶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11/30 09:37
  • 수정일
    2019/11/30 09:3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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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주기 KAL858기 사건 희생자 추모식 열려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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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9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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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2주기 KAL858기 사건 희생자 추모식’이 29일 오후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거행됐다. 이번 추모식은 가족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돋보였다. 고 최만구 씨의 부인 연제원 씨의 두 아들은 사고 당시 3살과 6개월이었고, 이제 어른이 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신성국 신부를 이어 김정대 신부(왼쪽)가 추모식 준비위원장으로서 여는말을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우리 큰애가 세 살, 작은애가 6개월 돼서 그런 일이 있었는데... 둘 다 아빠를 한 번도 불러보지 못했고, 아빠를 잘 모른다.”(고 최만구 부인 연제원)

“주위에서 말렸다고 한다. 여태까지 쉬지 못하고 허리가 안 좋으니까 비행기는 무리다. 월요일날 가라. 부득부득 가겠다는 거다. 나중에 사실을 알고 보니까 11월 29일이 결혼기념일이었다. 결혼기념일날 늦게라도 오려고 그 비행기를 탔던 거다.”(고 김덕봉 부인 임옥순)

“수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세상이 바뀌어가고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우리들의 기억은 사고 그 당시에 머물러 있다. 아니, 어쩌면 시간이 멈춰진 것처럼 아빠의 모습이 그대로이다. 평생 아빠를 그리워했건만...”(고 박정태 딸 박은영)

1987년 11월 29일 미얀마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115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채 사라진 대한항공(KAL) 858편 가족들의 시계는 32년전에 여전히 멈춰져 있다.

   
▲ 9살 때 아빠를 잃은 박은영 씨는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32년의 세월도 가족들의 눈물을 멈추게 하지는 못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KAL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와 ‘KAL858기 사건 추모식 준비위원회’는 29일 오전 11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제32주기 KAL858기 사건 희생자 추모식’을 거행했다.

이번 추모식에서는 희생자 가족들의 절절한 사연들이 소개돼 참석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KAL858기 가족회를 오랫동안 이끌어왔던 차옥정 전 회장은 “나이도 들어 모든 기억이 희미해지지만 남편에 대한 일은 어제와 같이 생생하다”며 “약속했던 노후를 함께 보내지는 못했지만 늘 마음으로는 같이 있는 것처럼 살아왔다”고 애틋함을 표하고 “꼭 잔해라도 찾아서 조금이라도 남편에게 미안함을 덜고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차옥정 전 회장의 딸 박은경 씨는 “저희 아버지는 집에서 가정적이시고 엄마하고 굉장히 사이도 좋으시고, 그러시니까 엄마는 더 잊지 못하시고 이 일에 대해서 끝까지 관심을 갖고 (진상규명 활동을)하고 계셨던 것 같다”며 “엄마가 지금 건강이 안 좋으시니까 제가 총무일을 하고 있다”고 전하고 “32년이지만 저희 가족들한테는 그냥 오늘 하루 같이 똑같이 그립고 보고 싶다”고 말했다.

   
▲ 차옥정 가족회 전 회장이 남편을 그리워하는 심경을 밝히고 있다. 딸 박은경 씨(왼쪽)가 어머니를 이어 가족회 총무를 맡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가족들과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왼쪽이 그간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를 이끌어 온 신성국 신부.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그간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를 이끌어온 신성국 신부에 이어 ‘KAL858기 사건 추모식 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정대 신부는 여는말을 통해 “이번 추모식은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모든 것을 같이 논의하며 가족회에서 직접 준비를 했다”며 “이런 준비를 하는 동안 가족들은 분노와 절망보다는 자신들 안에 갈망이 무엇인지를 더 보게 되었고, 이 갈망을 쫓아가며 희망을 보기 위해 노력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정대 신부는 “최근 ‘무지개 공작’ 정보공개청구소송의 승소와, 또 이 문제에 대한 언론사들의 관심 등 외부환경도 희망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반드시 정부가 나서서 가족들에게 희생자들의 유해를 찾아 주어야 하고 그 사건의 진실 또한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희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통일위원장은 “역시 오늘도 김현희 씨는 이 자리에 나와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올해 이 사건과 관련해서 작은 진전이 있었다”며 ‘무지개 공작’ 문건 정보공개와 외교부 30년 경과 비밀공문 공개를 예시했다.

유경근 세월호가족협의회 전 집행위원장은 “감히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막막하다”며 “KAL858기 폭파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 그 범인을 찾아내면, 세월호 참사의 진실도 드러나고 그 범인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동변상련의 마음을 전하고 “KAL858기의 진실을 밝히는데 저도 미력하나마 함께 하고 싶다”고 연대의사를 밝혔다.

   
▲ 채희준 민변 통일위원장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채 변호사는 국정원을 상대로 한 '무지개 공작' 문건 공개 소송을 담당해 승소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땅콩 회항' 피해자 박창진 전 사무장이 정의당 국민의노동조합특별위원장 자격으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땅콩 회항’의 피해자 박창진 정의당 국민의노동조합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어려운 과정 속에서 저는 제 마음에 하나의 큰 소리를 들었다. 저는 이 사건에 있어서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이었다”며 “아마 오늘 이 유가족 모든 분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 또한 똑같으리라 생각한다”고 전제하고 “이제는 눈을 뜨고 이 사회의 불공정함에 대해서 함께 연대하고 힘을 키워서 우리 모두가 자각하는 정치적 시민이 돼야 되겠다”고 인사했다.

임옥순 가족회 부회장은 ‘문재인 정부에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우리는 또 기대를 걸어 본다. 아니, 이제는 믿으려고 한다”며 “우선 조속한 시일 내에 안다만 해역에 32년동안 묻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유해를 수색.수습하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 임순옥 가족회 부회장이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김호순 가족회 회장은 사건 재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아울러 “정확한 좌표를 알 수 없어 수색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민간수색을 반대한다”며 KAL858기 가족회의 동의 없이 추진되는 수색과 이를 위한 국민모금운동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인사말을 한 김호순 가족회 회장은 기자에게 “그 당시에는 정보도 없고 하니까 아무 것도 몰랐다. 안기부 발표, 언론 발표를 그대로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안기부 발표가 틀린 부분이 너무 많고 김현희의 말도 거짓이 많았다”며 “정부 차원에서 다시 재조사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행기에 115명이 탔다고 했는데 116명으로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교운이 아부다비에서 내렸다. 우리 아빠(남편)는 아부다비에서 탔다”고 재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구MBC는 27일자 뉴스데스크에서 검찰에 제출된 KAL858기 탑승자 명단에 ‘이교운’이라는 남성이 존재하지만 아부다비에서 내리지 않았고 실종자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신성국 신부의 제보를 토대로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이종문 한국진보연대 대외협력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추모제에는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으며, 가수 이수진이 추모곡을 헌정하고 참석자들이 헌화했다.

   
▲ 가수 이수진 씨가 <꽃>과 <상록수>를 추모곡으로 공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추모식을 마치고 가족들이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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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 막겠다며 민생법안 발목 잡은 자유한국당

선거법 개정 막겠다며 민생법안 발목 잡은 자유한국당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9/11/30 [06:51]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자유한국당이 공수처 법안,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막겠다며 기습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사진 : 민중의소리)     © 편집국

 

자유한국당이 2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안과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막겠다며 기습적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민생을 볼모로 잡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당초 2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유치원3’ 등 민생법안이 통과될 예정이었지만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본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이날 의결될 것으로 전망됐던 민식이법’ 등 어린이생명안전법안도 자유한국당에 의해 가로막혔다.

 

민변 아동인권위전교조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보육더하기인권함께하기는 29일 공동성명을 통해 유치원3법은 2018년 비리유치원의 명단 공개 직후 통과되었어야 하는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법안이라며 그동안 자유한국당은 비리사태를 통해 확인한 부모교사시민들의 유아교육의 공공성 확보 요구를 외면하고자신의 이익챙기기에 급급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를 비호하며 꼼수법안을 발의했다고 지적했다.

 

보육더하기인권함께하기는 비리유치원 사태가 발생한지 일년도 넘은 오늘 29본회의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자유한국당이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며 진정 논의를 원했다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후 법정 숙려 기간 330일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고이제와 아이들의 인권 보장을 반대하고 지연할 명분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민식이법’ 등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의 간절한 통과를 원하던 부모들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 관련 기자회견을 지켜본 직후 사실상 아이들을 볼모로 삼은 것 아니냐며 오열했다.

 

▲ 나경원 원내대표를 규탄하며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는 부모들. (사진 : 민중의소리)     © 편집국

 

<민중의소리보도에 따르면 고 김태호 군의 아빠 김장회 씨는 가족들이 의원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을 때 정말 그만하고 싶었다이렇게 비굴할 수가 없었지만 아이들을 위한 거니 참았다며 민식이법 하나라도 해달라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나이게 대한민국 정치 현실이라 하니 이 나라가 진짜 싫다고 분개했다태호 엄마 이소현 씨는 아이들의 생명을 지켜달라는 부모의 목소리가 왜 정치적으로 이용돼야 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나 원내대표는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에 앞서 민식이법에 대해 먼저 상정해 통과 시켜 달라고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의 해명처럼 민식이법을 먼저 처리한다고 하더라도곧바로 다른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이다.

 

한편 유치원 3법은 여당이 마련한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말한다유아교육법은 회계관리 업무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 보조금과 지원금 등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사립학교법은 사립유치원들이 교비회계에 속한 수입과 재산을 부정하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률로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학교급식법은 유치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일정하게 요건을 만족하게 될 경우 급식업무를 위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은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들을 말한다스쿨존 과속카메라 및 방지턱 설치를 의무화하는 민식이법운전자 안전 의무와 주차장 관리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하준이법어린이 안전사고 피해자 응급처치를 의무화하는 해인이법어린이가 탑승하는 모든 차량을 어린이통학버스에 포함시키는 태호·유찬이법통학버스 운영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한음이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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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촛불정부 ‘이다, 아니다’ 그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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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수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 승인 2019.11.2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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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표충비의 눈물은?

▲ 우리나라에 길흉사 등 중대한 일이 생길 때마다 땀이 흐르는 경남 밀양시 무안면 홍제사 경내 표충비각이 18일 오전 4시부터 9시까지 1ℓ가량의 땀이 흐르고 있다. (사진=밀양시 제공)

지난 11월 18일 <JTBC> 등을 포함한 많은 언론매체에서 ‘밀양 표충비가 18일 오전 5시간 동안 1L가량 땀을 흘렸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비록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국가 중대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땀을 흘리는 것으로 유명한 비석이기에 언론도 주목하지 않았나, 그렇게 추측할 수 있다.

실제 1894년 동학농민운동, 1919년 3·1 독립만세운동, 1945년 8·15 해방, 1950년 한국전쟁, 1985년 남북고향 방문 등에 땀을 흘렸다고 한다.

그럼 이번 눈물의 의미는? 아무래도 지소미아 연장 결정(11월 22일)때문인 것 같다.

이유는 지소미아 연장 결정이 국난(國難)에 해당되고, 이는 일본의 강점으로부터 지리학적 해방은 분명하나, 여전히 우리 대한민국이 이번 결정을 통해 정신사적·정치적 해방이 아직 요원함을 반증해줘서 그렇다.

달리는, 일본의 아베 정부는 이번 문재인 정부의 결정을 통해 도저히 불가능해보였던(강조, 필자) 군사안보적인 지소미아 문제를 역사와 경제문제로 연결시킨 것에 대한 정당성 획득과, 기간 식민지배에 대한 부정과 한일기본조약 인정 등 역사왜곡 문제도 용인 받을 수 있는 그런 양득을 취했다.

#2. 지소미아 연장결정에 대한 진실

▲ 22일 오후, 김유근 NSC 사무처장이 지소미아 관련 청와대 입장을 발표 하고있다.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 정지 입장을 밝혔다.

아시다시피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결정은 문재인 정부가 ‘일본이 하는 걸 보고 최종적으로 지소미아 종료 여부를 결정 하겠다’면서 내놓은 근거이다. 이것만 보면 마치 칼자루를 우리(우리 정부)가 쥔 것처럼 보이는 논리 포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발효·개정·기간 및 종료를 담은 지소미아 협정문 제21조의 3항 그 어디에도 ‘조건부 종료’나 ‘조건부 연장’ 조항은 없다.

그렇다면 이 결정은 ‘사실상’ 일본 정부에 대한 굴복이고, 포장만 그렇게 되고 있을 뿐이다.

백번 양보해 정부의 논리를 수용한다 하더라도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아무 때나 지소미아를 중지시킬 수 있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왜 이제까지 박근혜 정부의 적폐 중의 적폐였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하지 못했던가? 그 물음에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결정은 철저하게 미국의 전 방위적인 압박과 현 정부에 포진되어있는 친미관료들과 참모들의 숭미의식, 적폐세력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우파의 집중공격에 대한 굴복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해서 이번 결정은 ‘사실상의’ 일본 정부에 대한 굴복과 함께, 누가 뭐래도 촛불민심과는 거리가 먼 세력들에 대한 항복일 뿐이 되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다음의 정부 태도에서 금방 알 수 있다.

모욕적인 ‘진실게임’ 대신, 정부의 연장 결정 논리대로라면 연장 결정 파기를 하면 되는데도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진실게임’만 하고 있다? 연장이 결정 된 순간, 이제는 미국의 승인 없이는 연장철회 결정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논리적 진실과 맞닿는다.(강조, 필자)

#3. 이제는 물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 과연 촛불정부인가?

이렇게 결과를 놓고 보면 진작 물었어야 했지만, 그래도 일말의 기대가 남아있어 미적미적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번만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묻는다.

일본을 주인공으로 하여 미국이 총 연출한 정치·군사적 막장드라마이고, 수출규제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제거되어야 할 박근혜 정부의 적폐 중의 적폐이고, 또 내용적으로도 지소미아문제는 그 본질이 한일군사정보교류를 넘어 군수지원, 한반도 자위대 파견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며, 일본에 군사기술과 정보의 종속을 불러와 일본의 한반도 재침략의 길을 열어주는 전쟁동맹에 불과한데도 이를 촛불정부임을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다?

역사에 ‘큰 과오가 있는’ 그런 정부로의 전락이다.

아마도 정상적이었다면 문재인 정부는 이번 일본 아베 정부의 패착을 잘 활용해 지소미아 종료선언과 함께, ‘불평등한’ 한미동맹체제에서 탈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하질 못했고, 그 원인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이미 곳곳에서 그러하지 못한 이유가 착착 포착되었다. 단지, 우리는 그걸 보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다.

이름하여 재임 중 임기의 반을 돈 지금 양극화 해소, 소득주도 경제를 비롯한 일자리창출, 청년실업해소정책,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제 완전도입 등의 공약이 곳곳에서 후퇴하고 기층민중 중심의 정책은 파탄되고 있었다. 대신, 경기활성화라는 미명아래 삼성 등 재벌 총수들에게는 면죄부를 줬고, 재벌해체는 요원해져버렸다.

남북관계가 기대이하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치적 문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인도주의 문제이자 박근혜 정부 하에서도 추진되었던(강조, 발제자) 이산가족 상봉 및 식량지원 문제(의료품 포함) 등도 기대만큼 추진되지 못하고, 공약사항을 이미 넘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된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등도 재가동, 혹은 재개되지 못하였다.

명백히 우리 (민족내부)문제이고, 나름 주권국가 두 정상이 합의한 사항인데도 미국에 승인받아 진행하겠다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는 태도가 그렇게 발목을 움켜잡고 있다 보니,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에 합의해놓고도 미국의 내정간섭 기제인 한미 워킹그룹을 생성시켜 그 합의를 무색케 했다.

일련의 이런 후퇴들이 결국 지소미아 연장결정까지 오게 한 것이다.

#4. 무엇이 문제이던가?

‘원인 없는 결과가 없다’했을 때 그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면 대략 3가지의 분명한 이유가 읽혀진다.

첫째는, 대통령 자신의 문제이다.
▲대통령으로서 가져야 할 철학이 분명한가? ▲촛불시대 정신에 대한 이해가 명확한가? ▲촛불민심을 제대로 읽으려는 공감능력을 갖고 계신가? ▲결국 용인술(마키아벨리적 사고)의 부족과 인사정책에 대한 실패가 도드라진다.

둘째는, 내각과 참모의 무능, 혹은 사대의존 문제이다.
▲미국에 대한 新재조지은(再造之恩)이 보수정권을 충분히 능가한다. ▲민족적 시각은 거의 제로이고, 반면 동맹시각은 거의 100%이다. ▲촛불로 탄생된 정권에 대한 사명은 온데간데없고, ‘누구의’ 청와대이며 ‘누구를’ 위한 내각이던가? 그 물음만 남긴다.

셋째는, 집권여당 민주당의 사상누각 망상문제이다.
▲진보능력은 하나도 없으면서도 진보이미지는 절대 빼앗기려 하지 않는 과잉진보이득집착이다. ▲촛불민심 수용은 내뱉어 치면서 장기집권 20년 플랜만 몰두한다. ▲정책에 내 탓은 없고, 오로지 남 탓(전임정권과 적폐·보수야당)만 있다. ▲정당의 본령인 정치 대신, 대통령 뒤에만 꽁꽁 숨어있다.

이 모든 결과가 맞아떨어져 트럼프가 한 발언, “그들(한국 정부)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20181010, 현지시간)”가 쏙 귀에 박힌다.

#5. 결론을 대신하며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그렇게 발생한다.

많은 분들이 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가 민주당만의 정권이어서가 아니라 촛불정부이기 때문이었는데, 그 정치적 지지가 #3에 의해 흔들리고, #2에 의해 심리적 지지마저도 할 수 없게 만드니 그 어찌 안타깝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촛불민심과는 그렇게 멀어지고, 민주당 정권만으로 전락되니 (정권으로서의) 그 역사성은 분명 사라진다. 떠받치고 있던 두 기둥 중 한 기둥이 그렇게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또다시 성립시켜 물어본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과연 촛불정부라 할 수 있겠는가?

물을 수밖에 없고, 판단은 이제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진다.

그렇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기에 필자로서 마지막 한 순간까지 부연설명하며 대통령께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당신께서는 왜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가? (스스로를) 되묻고, 그 끝에 임기 5년만을 무난히 채우고자 한 것이 아니라면 ‘과연 나는 참모들과 관료들을 제대로 잘 쓰고 있는가?’를 시작으로 ‘과연 나는 지금 촛불시민들의 열망과 염원을 제대로 받아 안고 있는가?’, ‘과연 나는 지금 촛불시대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는가?’, ‘과연 나는 지금 소명 받은 그 역사의 길에서 떳떳하게 잘 가고는 있는가?’

묻고, 최종적으로는 그 결론에 민주당만의 정권에서 촛불정부로 다시 귀환하는 그런 정부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외 다수가 있다.

김광수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minplus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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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상징’ 전국법원장들, 뒤에선 갑질에 성추행까지

강석영 기자 getout@vop.co.kr
발행 2019-11-28 16:19:07
수정 2019-11-28 18: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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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
대법원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뉴시스
 

갑질부터 성추행까지 정의의 상징인 전국법원장들의 민낯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본부장 조석제·이하 법원노조)는 2019년 하반기 법원장과 관리자에 대한 다면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평가는 지난 7~15일 조합원들을 상대로 법원 내부 통신망(코트넷)을 통해 진행됐다. 전체 대상자 9천여 명 중 절반 이상(56%)이 참여했다.

법원노조는 지난 7~15일 조합원들을 상대로 법원 내부 통신망(코트넷)을 통해 평가를 진행했다. 전체 대상자 9천여 명 중 절반 이상(56%)이 참여했다.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사람은 이강원 부산고등법원장이다. 이 법원장을 평가한 직원 중 절반 이상(53%)이 ‘관리자로 부적합하다’라고 판단했다. 이 법원장이 ‘재판권에 간섭한다’라고 응답한 직원은 50%였고, 54%가 대법관으로 부적절하다고 봤다.  

법원 직원들은 주관식 항목에서 이 법원장이 창원지방법원장 재직 시절 법원 행사에 직원들을 마음대로 동원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 법원장 뒤를 이어 김문석 사법연수원장, 김기정 서울서부지방법원장, 김주현 수원고등법원장, 정형식 서울회생법원장 순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법원노조 관계자는 “전국법원장 중 직원들의 민주적인 의사 수렴 없이 일방적 동원식 행사를 진행했던 법원장의 평가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주관식 항목을 통해 각 지역 법원장들의 ‘갑질’ 면모가 드러나기도 했다.

충청도의 B 법원장에 대한 평가에서 직원들은 “(B 법원장이) 고등법원 재직 시절 아주 사적인 심부름도 부속실 직원에게 모두 시켰다”라고 폭로했다. 식당에 두고 온 개인 잔을 찾아오라고 시키는가 하면 연말정산도 직원에게 시켰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B 법원장의) 갑질이 너무 많아 일일이 적을 수가 없으나 B 법원장을 모셨던 부속실 직원이 우울증이 올 뻔할 정도로 힘들어했던 것만은 똑똑히 기억한다”라고 전했다.

강원도의 C 법원장은 ‘일방적인 사법행정’으로 유명했다. 직원들은 “C 법원장은 직원들의 고생은 생각지 않고 오직 자기만의 성과와 고집만으로 법원을 운영한다”라며 “행사를 너무 좋아하고 일방적인 사법행정을 고집한다”라고 지적했다.  

한 법원장은 성추행 등 여성 직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동을 일삼았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반면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통해 임명된 법원장에 대한 만족도는 높게 나왔다. 장준현 의정부지방법원장은 92%가, 손봉기 대구지방법원장은 88%의 직원이 적합하다고 응답했다.

올 2월 처음 실시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각급 법원 내 판사들에게 법원장 후보를 추천받아 대법원장이 가장 적합한 인사를 임명하는 제도다. 의정부지법, 대구지법에 이어 2020년 인사에는 서울동부지법과 대전지법이 추가될 계획이다.  

2008년부터 매년 상·하반기 해당 평가를 실시하는 법원노조는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대법관·헌법재판관 추천 및 관리자 승진자 선발에 반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한편 김명수 대법원장은 70%의 만족도를 얻었다. 관리자 적합성 여부에서 72%, 국민기본권 향상 여부에서 75% 직원에게 적합 평가를 받았지만, 행정·입법관 견제 여부에서 비교적 낮은 평가(64% 적합)를 받았다. 사법행정 수행에 대해 68% 직원이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봤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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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수함이라는 잘못된 꿈

[시민정치시평] 원거리 작전 능력을 확보하려는 한국군의 위험한 상상

 

 

 

이주영 의원: 그런데 원자력잠수함 예산 내년에 반영되어 있습니까, 안 되어 있습니까?
입법조사관 서덕교: 비공개회의 전환을 한 뒤에……
이주영 위원: 아, 비공개에서? 좋아요, 그러면 그것은 비공개에서 얘기……

11월 6일 국회 국방위원회 예결소위, 비공개 회의 이후 예산안이 통과되며 다음과 같은 부대의견이 달렸다. "방위사업청은 AI 무인잠수함, 드론, SLBM 대응에 대한 효과적인 연구를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을 위한 정책 연구를 주문하는 의견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대선 시기 문재인 대통령이 밝혔던 핵잠수함 보유 의지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10월 10일, 해·공군본부 국정감사에서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은 현재 해군이 핵잠수함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관련 TF를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장보고-III의 Batch-III을 핵 추진 방식의 잠수함으로 개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왔지만, 해군이 핵잠수함 관련 TF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핵잠수함은 노무현 정부 이래 해군이 끊임없이 도입을 꿈꿔온 전력이다.

핵잠수함이 필요한가, 타당한가 

해군은 북한의 SLBM에 대응하기 위해 핵잠수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정된 국가 예산에서 다른 사회적 투자를 포기하고 무기 획득을 결정할 때는 필요한지, 타당한지 확실히 따져봐야 한다. 우선 한국의 잠수함 전력은 이미 북한에 비해 훨씬 월등한 상태다.

더불어 잠수함을 잠수함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잠수함을 막기 위한 전력은 잠수함이 아니라 대잠 전력이다. 또한 디젤에 비해 핵잠수함의 잠항 기간이 길다고 해도 무제한 잠항이 가능한 것은 아니며, 결정적으로 소음 문제도 취약하다.  

핵잠수함에 걸맞은 탐지 기능 확보, 소형 원자로 개발, 고농축 우라늄 사용과 핵폐기물 처리 문제 등 개발을 어렵게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한미 원자력 협정의 개정도 필요한 사안이다. 그렇지 않으면 연료인 농축 우라늄을 외국에서, 아마도 미국에서 구입해와야 한다. 이는 막대한 비용으로 이어질 것이며 한국의 전력을 한국군이 의도한 대로 운영하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필요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부적절하다. 핵잠수함 확보 계획은 가깝게는 '군사적 신뢰 구축에 따른 단계적 군축'을 합의한 판문점 선언과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겠다는 평양공동선언의 정신에 반대되는 것이고, 근본적으로는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고 규정한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위반이다. 핵을 동력으로 하는 잠수함 건조는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 선언과도 정반대로 가는 계획이다. 바닷속 원자로의 안전 역시 결코 보장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한 번의 사고는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반도를 넘어서는 군사 작전을 위한 전력 

핵잠수함뿐만이 아니다. 한국군은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모델인 F-35B 탑재를 위한 한국형 경항공모함(다목적 대형 수송함) 건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국방 예산에는 함정 개념 설계와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해 271억 원이 편성되었다. 그러나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은 한반도 주변 해역의 작전이나 연안 방어를 위한 전력이 아니다.

국방부는 '2020~2024 국방중기계획'에서 대형 수송함을 확보하면 '상륙작전 지원뿐만 아니라 원해 해상기동작전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국방개혁 2.0'을 통해 해·공군 원거리 작전 능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무기 획득, 해군 작전사령부 개편 등을 추진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전력 증강 계획은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와 더 넓은 반경을 작전 범위로 하는 군사 능력을 갖추고, 원거리로 군사력을 전개하겠다는 공격적인 군비 확장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군에 이러한 능력이 왜 필요한지,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납득할만한 설명은 없다. 이러한 맹목적인 군비 증강의 결과는 역내 군비 경쟁과 이로 인한 끝없는 안보 딜레마일 뿐이다.  

한국군의 원거리 작전 능력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한미 양국은 지난 11월 15일 제51차 SCM에서 채택한 '미래 한미동맹 국방 비전'에서 "한국의 신남방 정책과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조화로운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자유로운 접근, 항행과 비행을 포함한 국제 규칙과 규범 준수'를 공동의 원칙 중 하나로 명시했다. 인도·태평양 전략과의 연결지점을 결국은 만들어낸 것이다. 신남방 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협력은 현재는 군사 분야가 아닌 경제 협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인도·태평양 전략 자체가 중국 봉쇄를 위한 배타적인 전략이고, 담론을 주도하는 것이 미 국방부인 만큼 이러한 협력이 향후 어떻게 변화할지는 알 수 없다.

미국은 한국군이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에서 미국의 군사 전략에 동참하고 역할을 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국군이 원거리 작전 능력을 갖춰나가면 향후 미국이 남중국해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항행의 자유 작전에 참여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전력을 확보하면 어딘가에 사용해야 한다. 한국군의 핵잠수함, F-35B 탑재를 위한 경항공모함 도입 계획 등 원거리 작전 능력 확보가 우려스러운 이유다.  

무기 획득 계획을 비공개로 논의하고, 군 단독의 연구용역으로 결정하지 말라. 군이 위협 해석을 독점하면 결론은 군사력 팽창이 될 수밖에 없다. 2020년 국방 예산은 사상 최초로 50조 원을 돌파했다. 한정된 국가 예산을 어디에 투자할지, 한국군이 어느 정도의 군사력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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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님, "전국적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고요?

[주장] 상황 판단 못하는 정부... 지금 필요한 것은 '핀셋 대책' 아닌 '망치 대책'

19.11.29 07:26l최종 업데이트 19.11.29 07:26l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일대 재건축 아파트 단지.
▲  서울 서초구 일대의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모습(2017년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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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 한 중년의 여성분에게서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자신을 부천에 사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그는 "열불이 터진다"라며 몇십 분간 하소연을 늘어놨다. 사연인즉, 자기가 강남에 아주 비싼 아파트는 아니지만 아파트 한 채가 있던 사람인데, 2017년 김현미 장관의 다주택자는 집을 팔라던 엄포를 듣고 그 집을 팔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집이 거의 2배가 됐다고, 정부 말을 믿고 집을 판 자신의 과거 결정을 후회한다는 한탄이었다.

어디 이뿐이랴. 직접 전화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열불이 터진다'는 사람은 더 있을 것이다. 2017년, 힘든 전세 생활을 끝내고 집을 매수할 것인지, 갓 취임한 정부의 집값 안정 의지를 믿고 전세를 한 번 더 연장할 것인지를 앞두고 후자를 선택한 자들의 원성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각종 부동산 기사 댓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년 전 2억이던 매매·전세가 차이... 현재는 4.4억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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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서울 중위 아파트 가격 기준으로 당시(2017년 5월)에는 전세금(4억 원)에 2억 원을 더하면 아파트 매수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세금(4.4억 원)에 4.4억 원을 더해야 매수가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전세 가격이 안정됐으니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며 좌절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부류가 더 많을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은 어쨌든 과거 '미친 전세'라고까지 불리던 전·월세 시장이 안정되고 있으니 만족하는 모양새다.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시장 관련 발언이 며칠간 뜨거운 논란이 됐다.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정도로 안정됐다"라며 "과거 미친 전·월세라 불렸던 전·월세 시장도 우리 정부 들어 아주 안정돼 있다"라고 자평했다.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
▲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
ⓒ 최승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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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전셋값이 안정된 것은 사실이다. 각 단지별로 많이 상승한 곳도 있겠지만 통계상(KB부동산)으로는 아파트 기준 서울은 3000만 원, 수도권은 510만 원 상승했고, 지방은 하락했다.

문제는 '집값'이다. 미친 전셋값이 안정되니 이번에는 집값이 미쳤다. 지방의 경우 하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전국민의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과 특히 서울은 급등을 넘어 '폭등'했다. 대대광으로 불리는 지역 주요 거점도시 역시 비정상적인 가격 상승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이러한 자신 있는 평가는 어디에서 기초한 것일까. 대통령뿐만 아니다. 지난 7월 김현미 장관은 '유례 없는 집값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마치 다른 세상을 사는 것처럼 시민들이 느끼는 집값 상승과 정부, 특히 최종 정책결정권자들이 느끼는 상황이 너무나도 다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기간
▲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기간
ⓒ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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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국민과의 대화' 이후인 21일 "정부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8.2대책(2017년), 9.13대책(2018년) 등 국지적 과열에 대응한 결과, 과열 양상을 보이던 서울 주택매매가격이 지난해 11월 2주부터 '13년 이후 최장 기간인 32주 연속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론 등에서 자주 인용하는 국민은행 중위매매가격 통계는 표본에 의한 통계로 시계열 비교시 통계적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 해석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2017년 5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1.08% 상승한 한국감정원 매매가격지수가 가장 정확한 시장 상황지표라는 것이다. 이는 2년동안 서울 집값이 11% 올랐다는 것으로, 평소 부동산에 관심 없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국민은행은 45%, 감정원은 47%... 상승한 중위 매매가격은 거짓이다?

 

정부는 틀리다고 하지만 과거 공식 부동산 통계기관으로 활약했던 국민은행 가격을 살펴보자. 중간가격 기준 아파트가격은 서울 2.7억 원(6억 원→8.8억 원), 강남 3.5억 원(7.5억 원→11억 원)이 상승했다. 상승률로 치면 45%, 47%다. 강남의 경우 한강 이남 11개구가 대상으로, 실제 강남 3구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5억 원 이상 오른 아파트가 적지 않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과 경실련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공동으로 발표한 '서울 주요 34개 아파트들의 경우'에도 강남권은 평당 2000만 원, 강북권은 930만 원 등 각각 45%, 43%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 84㎡(약 32평) 기준 강남은 6.4억 원, 강북은 3억 원이 오른 것.

한국감정원 역시 월간 중위 매매가격을 발표하고 있는데, 서울기준 2017년 5월 5억3000만 원에서 올해 10월 7억8000만 원으로 2억5000만 원, 47%가 뛰었다. 감정원은 친절히 '구' 단위까지 중위가격을 발표하는데, 같은 기간 강남구는 10억1700만 원에서 15억3000만 원으로 5억 원 상승했다.

물론 감정원은 중위 매매가격은 오류가 많다며 지역내 가격 변동률을 산정하는 데는 활용하지 말라고 유의사항을 달아놓고 있는 상황이다.
 
 평균가격 이용시 유의사항
▲  평균가격 이용시 유의사항
ⓒ 한국감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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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역시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를 살펴보자. 해당 지수는 실제 매매거래된 공동주택 사례를 기반으로 한 지수다. 서울은 31.5%, 서울 동남권은 36.6%가 상승해 자신들이 정확하다고 자부한 매매가격 지수와는 큰 차이를 나타냈다.

너나 할 것 없이 부동산 투기에 뛰어드는 미래를 원하는가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려면 현실 판단과 원인 판단이 제대로 돼야 한다. 그런데 현실 판단이 이 지경이니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리 없다. 정권 초기부터 시작해 폭등한 집값에 대한 반성은 내버려둔 채 최근 몇 개월간의 1.5% 하락(32주간 지수 하락분)을 안정세로 표현하는 것은 뻔뻔함을 넘어 아연실색할 상황 인식이다. 더군다나 관료뿐만 아니라 정책 책임자인 장관과 대통령마저 비슷한 생각이라는 점이 더욱 암울하다.

최근 30대 후반인 필자 주변에서도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조바심 섞인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실제 최근 통계에서도 주택 구매자 중 3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자산과 소득이 적은 30대는 과도한 빚으로 주택을 구매하고 있으며, 이는 자칫 잘못하면 주택 가격 하락기에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집값이 현상유지나 상승한다 하더라도 과도한 대출로 인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위험 또한 충분하다.
 
 연령대별 주택취득자금 신고 현황
▲  연령대별 주택취득자금 신고 현황
ⓒ 최승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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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의원이 지난해 12월 이후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30대는 서울에서 5.5억 원의 주택을 매입하면서 3억 원의 빚을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가 빚에 너무 둔감해졌다 하더라도 3억 원의 빚은 결코 적지 않다. 그럼에도 내주변 이웃이, 내 친구가 집으로 수억 원의 자산이 상승하는 모습은 일할 의욕을 떨어뜨리며 너나 할 것 없이 부동산 투자(또는 투기)로 사람을 내몬다.

모든 국민이 부동산에 목매는 사회가 정부가 원하는 미래 우리나라의 모습이 아니라면 전면적인 정부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상황을 보며 추가하는 대책으로는 오히려 부작용으로 더욱 가격만 상승시킬 뿐이다.

현 정부 들어 보유세, 공시가격, 분양가상한제 등 모든 정책이 '찔끔 정책'으로 정부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부작용만 양산해 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핀셋 대책이 아니라 부동산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망치 대책, 종합대책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작성한 최승섭씨는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실 보좌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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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초대형방사포 시험사격 참관

'연발'사격시험 성공...김 위원장 '대만족' 표시 <북 신문>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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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9  07: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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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초대형방사포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노동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캡쳐사진 -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초대형방사포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노동신문>이 29일 보도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28일) “우리 군은 오늘 16:59경 북한이 함경남도 연포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초대형방사포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며 “이번에 발사한 발사체의 최대 비행거리는 약 380Km, 고도는 약 97Km로 탐지하였으며, 추가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중에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신문은 “초대형방사포의 전투적용성을 최종검토하기 위한데 목적을 두고 진행된 이번 련발시험사격을 통하여 무기체계의 군사기술적우월성과 믿음성이 확고히 보장된다는것을 확증하였다”며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께서는 시험사격결과에 대하여 대만족을 표시하시였다”고 전했다. 초대형방사포의 ‘연발시험사격’에 성공했다는 것.

   
▲ 북 신문은 연발사격시험이 성공했다고 전했다. [캡쳐사진 - 노동신문]
   
▲ 4구의 발사관 중 한 곳에서 대구경방사포가 화염을 뿜으며 발사되고 있다. 사진 만으로는 연발사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캡쳐사진 - 노동신문]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8일 “초대형방사포는 8월24일과 9월10일에도 발사했지만 연발사격이 검증되지않아 지난 10월 31일 다시 발사한 것”이라며 “그 당시도 2발 발사시 간격이 3분으로 방사포의 연속발사에는 못미치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짚고 “그때 북한도 연발이 아니라 연속사격이라고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한 “조선인민군 대련합부대장들은 인민군대의 군사기술적강화를 위하여 올해에만도 그 위력이 대단한 수많은 무장장비들을 개발완성시켜주신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께 축하의 인사, 감사의 인사를 삼가 올리였다”며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의 직접적인 지도밑에 세상에 없는 강위력한 무기체계를 개발완성한 희열에 넘쳐있는 국방과학자들은 더욱 용기백배, 기세충천하여 당의 전략적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우리 식의 첨단무장장비들을 더 많이 연구개발하고 하루빨리 인민군대에 장비시켜 나라의 방위력을 계속 억척같이 다져나갈 불타는 결의에 충만되여있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박정천 륙군대장을 비롯한 인민군 대연합부대장들이 초대형방사포시험사격을 참관했고, 발사장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리병철과 부부장 김정식, 장창하, 전일호를 비롯한 국방과학연구부문의 지도간부들이 김 위원장 일행을 맞이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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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수사, 끝이 보이지 않는다

[분석] 가족-유재수-울산시장 세 갈래로 진행... 조국 넘어 청와대까지 압박 형국

19.11.28 07:17l최종 업데이트 19.11.28 07:17l

 

정경심 교수 접견 마친 조국 전 장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24일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접견을 마치고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정경심 교수 접견 마친 조국 전 장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10월 24일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접견을 마치고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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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다.

3개월 전 시작된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가 마무리는커녕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는 가족 문제를 넘어 선거 개입 의혹, 감찰 무마 의혹까지 세 갈래로 나뉘어 조국 전 장관을, 나아가 청와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가족 문제] 마무리는커녕 네버엔딩... "정경심 부르고 조국 추가조사"

 

첫 출발이었던 가족 수사(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좀처럼 일단락이 되지 않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27일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조 전 장관 추가 조사 일정과 관련해 "수사의 결로 봤을 때 (부인) 정경심 교수 조사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즉, 정 교수 조사를 좀더 한 후에 조 전 장관 조사를 다시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검찰은 9월 6일과 11월 11일 두 차례에 걸쳐 정 교수를 기소했지만, 새로운 입시비리 혐의가 있다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정경심 먼저'는 명분일 뿐, 전체 판을 정리하기 위해 수사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아닐까.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가 유재수 전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이런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감찰 무마 의혹] 유재수 구속하며 조국 턱 밑까지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업체들로부터 뇌물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업체들로부터 뇌물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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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정국을 떠들썩하게 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의 '폭로전' 중 하나는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이었다. 김 전 수사관은 2017년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유 전 부시장(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의 비위 첩보를 입수, 감찰을 진행했지만 '윗선'이 중단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국 민정수석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특감반장을 윗선으로 지목하며 이들을 직권남용 등으로 고발했다.

고발인 조사 후 몇 달이 넘도록 검찰은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 10월 말 관련 압수수색을 단행하며 검찰은 수사를 본격화했다.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국회에 출석해 "첩보 자체가 근거가 약했다"고 했던 유 전 부시장 뇌물 수수 의혹이었다. 검찰은 급기야 유 전 부시장을 피의자로 조사한 지 4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1라운드에서 검찰 손을 들어줬다. 27일 오후 9시 50분경 서울동부지방법원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상당수가 소명됐고, 구속의 필요성과 타당성도 인정된다"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였다. 유 전 부시장 주장과 달리 그가 여러 업체로부터 받은 골프채, 항공권 등은 대가성 있는 뇌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앞으로 수사는 '의도적으로 첩보를 뭉갠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최종책임자가 조 전 장관인지, 혹은 그 너머일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서초동(서울중앙지검)에 이어 문정동(서울동부지검)에서도 조 전 장관을 부를 분위기다.

[울산시장 사건] 청와대의 선거개입? 검찰이 움켜준 또하나의 칼자루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자신이 떨어진 데 대해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자신이 떨어진 데 대해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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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상황도 하나가 아니다. 26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울산지검이 1년 넘게 수사해오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사건을 이송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이 자신을 2018년 지방선거에서 낙마시키기 위해 선거 직전 무리하게 측근 비리 수사를 진행했다며 김 전 시장이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을 고발한 사건이다.

수사의 출발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발 첩보였다. 당시 수석은 조국 전 장관이었다.

대통령령 등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은 민정수석실 관리대상이 아니다. 청와대는 전국 각지에서 수백 개의 첩보가 모이는데, 청와대 업무는 민정수석실 소관이고 나머지는 해당 기관에 전달한다며 해당 첩보 역시 절차대로 경찰에 넘겼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의 의심은 이미 시작됐다. 검찰은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할 의도로 문제의 첩보를 직접 만들고 경찰에 전달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자연스레 이 사건도 조국 전 장관의 또 다른 올가미가 되고 있다.

나아가 정권 차원의 문제로 번질 조짐이다. 김기현 전 시장은 2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청와대가 공권력을 동원해 민심을 강도질한 전대미문의 악랄한 권력형 범죄를 자행했다"며 청와대를 직접 겨냥했다. 한국당도 "청와대가 정치경찰을 이용해 선거에 개입한 정치공작"이라고 논평을 내는 등 김 전 시장을 적극 지원사격을 했다.

검찰의 공식적인 입장은 조 전 장관 가족과 유재수 전 부시장 수사, 울산지검 이송사건은 연관성이 없는 별개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검찰은 이미 조국이라는 초점에서 점점 사정거리를 넓히는 중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7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9.11.27
▲  윤석열 검찰총장이 27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9.11.27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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