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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죽거나 다치지 않게’ 기업의 기본전제 돼야”

등록 :2021-10-31 09:18수정 :2021-10-31 09:23

 

5인미만 사업장 어려우니 적용 제외?
‘노동자 목숨 차등’은 법취지 어긋나
‘다른 세계 사는’ 정치인 움직이려면
시민이 문제를 드러내고 이슈화해야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왼쪽)과 권미정 사무처장이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 김용균재단 사무실에서 고 김용균씨 그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왼쪽)과 권미정 사무처장이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 김용균재단 사무실에서 고 김용균씨 그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한겨레S] 인터뷰
김용균재단 김미숙 이사장·권미정 사무처장

 27일, 경남 창원시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서 30대 노동자가 혼자 작업하다 기계에 끼여 숨졌다. 23일, 서울 금천구의 한 공사 현장에서 화재 진압용 약제가 누출돼 노동자 두명이 숨졌다. 22일, 경기 시흥시의 한 금형 제조공장에선 40대 노동자 한명이 기계에 끼여 숨졌고, 인천 연수구의 한 공사 현장에선 60대 노동자 한명이 철제 빔에 깔려 숨졌다. ‘일하러 갔다 목숨을 잃었다’는 기가 막힌 사연은, 이렇게나 일상적으로 펼쳐진다.

이런 죽음을 막아보려고, 지난해 1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달라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찬성했다. 우여곡절 끝에 법은 지난 1월 제정됐고,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내년 1월27일 시행된다(5인 이상~50인 미만은 2024년부터). 하지만 이 법은 구멍이 너무 많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한 시행령도, 애초에 이 법을 만들고자 했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어디서 잘못된 걸까? 바로잡을 기회는 없는 걸까? 지난해 8월 이 청원을 올린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함께 발 벗고 나섰던 권미정 사무처장을 26일 오후 서울 등촌동 공공운수노조 회의실에서 만났다.
사망 3년, 기업·정부 달라진 건 없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계기가 된, 김용균씨 사망 사고 관련 1심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다.김미숙 이사장(이하 김) 원·하청 모두 사고 당사자한테 책임을 떠넘긴다. 용균이가 사고를 당한 석탄운반시설 밀폐함 점검구는 밖에서 안 보이기 때문에 몸을 집어넣고 들어가서 확인을 해야 했다. 그런데 회사 쪽은 ‘들어가면 안 되는 장소인데 들어갔다’고 떠넘긴다. 용균이 동료인 증인들이 ‘우리가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갔냐, 안 들어가도 되게 해달라고 28번 시정 요구해도 묵살하지 않았냐’고 해도, ‘지금은 안 들어가지 않냐’고 따진다. 용균이 사고 이후에 그렇게 바뀐 건데도 말이다. 다른 산업재해 사고 재판에 가봐도 똑같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노동자가 마음대로 일해서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원청이 ‘저기 뭐가 쌓여 있다’고만 했을 뿐, 직접 ‘치우라’는 말은 안 했다며 피해 가려는 식이다.권미정 사무처장(이하 권) 사고 요인이 뭔지, 누가 문제인지가 중요한데 법적으로 그런 책임을 못 묻게 만들어놨기 때문에 사고 당사자한테 떠미는 거다. 김용균씨 3주기(12월10일)가 다 되도록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그래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아쉬우나마 만들어졌다. 시민들의 관심도 커지지 않았나. 기업과 정부, 정치인의 인식 변화가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이 법 통과시킬 때 더불어민주당은 당론 채택도 안 했다. 찬성 여론이 72%나 됐으니 떠밀려서 통과시킨 거지. (정기국회 때 처리를 안 해서 나와 산재 사망자 유가족들이 29일 동안) 단식할 때도 주요 당직을 맡은 의원들이 와서 ‘우리 믿고, 그만 고생하시고 집에 가시라’는 말만 했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고 해서 그런지 기업 눈치만 보는데, 뭘 믿으란 말인가. 기업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율해서 평지로 가게끔 만드는 게 정치인들 역할 아닌가?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왼쪽 세번째) 등 산업재해 사망자 유가족과 정의당 관계자들이 지난해 정기국회가 끝난 12월9일 오후 국회 중앙홀 앞 계단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왼쪽 세번째) 등 산업재해 사망자 유가족과 정의당 관계자들이 지난해 정기국회가 끝난 12월9일 오후 국회 중앙홀 앞 계단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법 처리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뭔가. (1월8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을 제외하는 걸로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해서, 회의를 방청하던 유족들이 반발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등이 5인 미만 사업장을 일괄적으로 빼지 말고 추가 논의를 하자고 했는데, 김도읍 의원이 벌떡 일어나면서 ‘그럼 당신들끼리 하라’며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이랑 나가려고 하더라.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일 열악하고 사고도 제일 많이 나는데…. 그걸 빼면 얼마나 문제가 되는지 심사숙고할 줄 알았는데, 국민의힘은 처음부터 5인 미만은 뺄 생각이었고 그게 안 되면 엎어버리려는 형국이었다. 그러니까 법사위원장이 바로 땅땅땅 방망이 치면서 급하게 법안을 통과시키더라.(애초 법안 어디에도 없던 ‘5인 미만 사업장’이 불거진 건 1월6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다.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5인 미만 사업장의 법 적용 제외를 주장했고, 국민의힘이 이에 적극적으로 찬성해 전체회의에 이런 내용의 법안이 올라갔다. 전체회의에선 추미애 장관이 5인 미만 사업장의 재해 방지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김도읍 의원이 “그러면 밀어붙여서 날치기를 하시든, 그간 했던 대로 하십시오, 갑론을박하지 마시고. 저희들은 퇴장해드리겠습니다”라며 반발했다. 방청 중이던 유족들이 왜 추가 논의를 하지 않냐고 지적했지만, 법안은 그대로 통과됐다.)

 

사업장 규모 따라 노동자 목숨 차등

―5인 미만 사업장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건 심각한 문제라는 비판이 많다.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노동자의 목숨에 차등을 두는 것 자체가 문제다. 지난해 산재 사망사고의 35%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그만큼의 국민은 사업주가 어렵기 때문에 일하다 목숨을 잃어도 된다는 건가? 소규모라 어려우니 안전조치를 하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가 아니라,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들도록 강제해야 된다. 부족하긴 해도 우리가 이 법을 통과시켜야 된다고 했던 건, 산재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이고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걸 분명히 밝히면서 모두의 생명을 보장하자는 취지 때문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5인 미만 사업장을 뺀 건, 그 취지 자체를 망가뜨린 거다.인과관계 추정(산재 은폐를 시도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빠진 것도 심각하다. 모든 증거를 회사가 갖고 있는데, 피해자가 자료를 요구해도 안 주면 그만이다. 최소한, 피해자 탓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도록 피해자에게 정보 공개 청구 권한이나 현장검증 참관, 조사 보고서 공유 권한은 줘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다. 진실규명 과정의 문턱이 여전히 높다.

 

지난 4월28일 오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정문 앞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추모조형물 제막식’에 참석한 김미숙 이사장. 태안/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지난 4월28일 오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정문 앞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추모조형물 제막식’에 참석한 김미숙 이사장. 태안/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얼마 전 통과된 시행령도 법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다. 특히 2인1조 작업을 명문화하지 않은 것은, 이 법을 만드는 계기가 된 김용균씨 사고에 비춰봐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때도 시행령이 법보다 더 후퇴해서, 이번만이라도 안 그러길 바랐는데…. 기업이 법을 지키게 하려면 처벌이 강해야 되는데, 처벌 규정엔 하한도 없다. 기업이 법을 지키게 하는 게 아니라 빠져나갈 궁리만 하게 한 거다. 과로사,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사망 같은 데도 적용이 안 된다.―그런데도 경영계에선 지금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시행령도 과도한 규제라고 하는데. 노동자를 자기들 돈 버는 데 쓰는 부품으로 취급하는 거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경제개발이었지만, 이젠 그런 사회가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노동자가 일하다 죽거나 다치거나 아프지 않게 할 의무를 다하는 게 기업 운영의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 지금은 이걸 경영계가 거부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힘을 갖고 정부와 경영계를 압박해야 한다.―일하는 사람이 일터에서 일하다가 죽거나 다치지 않도록 할 기본 규칙을 만드는 게 왜 이렇게 힘든 일일까.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없애겠다고 했다.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저 위에 올라가 대선까지 출마할 수 있을까. ‘손발 노동’ 운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마찬가지로 상식을 벗어난다. 정치인들 대부분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서 좋은 것만 하고 살았던 사람들이라 그런지, 우리와 거리감이 엄청나다.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그 사람들은 서민들의 삶도 모르고, 노동 문제가 와닿지도 않을 거다.

 

이런 죽음 다시는 없도록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왼쪽)과 권미정 사무처장이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 김용균재단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왼쪽)과 권미정 사무처장이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 김용균재단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노동계에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시행령을 모두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활동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이제 대선이니, 안전한 나라를 지향하는 여러 단체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의견을 모으는 중이다. 지금 법엔 기업과 정부의 책임이 빠졌는데, 이걸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 또한, 5인 미만 사업장뿐만 아니라 이 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핵심은, 김용균 특조위(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에서 지적했듯이 노동자들이 갈수록 위험해지는 게 비정규직 중심의 고용 구조 때문이라는 거다. 삶 자체가 불안정하고 일자리를 떠돌다 보니, 내가 어디서부터 아프게 됐는지도 알 수가 없다. 위험해서 그 일은 못 하겠다고 말할 권리도 없다. 노동자 밀어내기, 돌려막기, 일자리 쪼개기가 존재하는 한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말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그 목소리를 조금 더 확대하는 게 김용균재단의 역할인 것 같다.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서민을 위한 법은 아무도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시민들이 그 법을 만들려고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정치인들이 받을 수 있다, 우리도 국회 밖에서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이렇게, 누군가는 문제를 드러내고 이슈화하는 역할을 해야 정치인들도 움직인다. 사실 이렇게 큰 아픔을 갖고 사는 것 자체가 힘들다. 만날 여기저기 가서 그 얘길 끄집어내는 것도 못 할 짓이다. 오히려 더 속을 긁어내야 하는 행동이라서. 새로운 유족들을 찾아가는 일도 나한테는 다 트라우마다. 그래도 활동하는 건, 이런 죽음을 막아보고 싶어서다. 자식 하나 있는 거 애지중지 키워서 억울하게 잃은 엄마가 못 할 게 뭐가 있나.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17299.html?_fr=mt1#csidx92562da489f0135b6ef11c7d34839e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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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풀어야 할 숙제

[대선주자 시리즈②]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앞에 놓인 험난한 관문들

21.10.30 18:36l최종 업데이트 21.10.30 18:36l


만약 내년 3월 9일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재창출에 실패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우선 송영길 대표 체제는 조기에 막을 내리고 당 지도부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대선 3개월 뒤로 다가온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비상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통상 대선 승패의 결과에 따라 3개월 뒤의 선거 정도는 연동돼 승자 쪽에서 '같이 먹는 것'으로 널리 인식돼 있다.
따라서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기면 지방선거에서도 유리한 여론이 조성될 것이고, 국민의힘이 이기면 또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이런 여론 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비대위체제를 통한 당 쇄신과 국면대전환이다. 그러니까 송영길 대표와 이재명 후보는 운명공동체로 묶여 있는 셈이다. 송영길 지도부가 대선승리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큰사진보기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0일 국회 국토위원회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0일 국회 국토위원회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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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으로선 대선패배는 상상할 수도 없는 시나리오다.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의 10년 업적들이 이명박 정부 몇 년 만에 전부 폐기된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는 적대적으로 돌아서 일촉즉발의 대치 상태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TV토론에서 당장 남북간 핵전쟁 가능성을 거론하며 단추를 남쪽에서 누르느니 미국 대통령이 누르느니 하는 살벌한 얘기를 꺼냈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전술핵 재배치, 남북군사합의 파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폐지, 종부세 폐지 등 문재인 정부의 실적과 정책 기조를 휴짓조각으로 만드는 공약들을 내놓는다. 한마디로 민주당 정부의 흔적을 싹 지우겠다는 선전포고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 편승한 지지층 결집용이긴 해도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 그대로 실행될 가능성 역시 크다. 나아가 서로 상대 정당 대선후보의 구속을 얘기한다.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정권 초기에는 살벌한 전쟁이 펼쳐질 것임을 예고한다.

이재명 당선가능성? 여론조사만 봐서는... 그렇다면 이재명 후보는 제4기 민주당 정부를 성공적으로 열 수 있을까? 민주당은 애써 외면하고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부정적인 지표가 더 많다. 우선 여론이다. 머니투데이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25일~27일 조사한 가상 양자대결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41.9%)가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39.3%)보다 2.6%p 앞섰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35.7%)에게는 이 후보(45.8%)가 10.1%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그 밖의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 후보의 하락세가 뚜렷하고 홍준표 후보의 추격세가 만만찮다. 야권에서 윤 석열 후보의 전두환 옹호 논란과 '개 사과'의 후폭풍으로 선수교체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 조사에서 정권교체를 원하는 응답(53%)이 정권유지(37%)보다 16%p나 높고, 대통령 직무수행도 잘하고 있다(38.2%)보다 잘못하고 있다(56.7%)는 여론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정당지지도에서도 국민의힘(37.7%)이 민주당(32.5%)을 앞섰다.

비슷한 시기(23일~24일) MBC가 의뢰해 코리아리서치가 실시한 가상 양자대결 조사에서는 이재명 38.6% vs. 홍준표 43.7%, 이재명 42.7% vs. 윤석열 38.7%로 나타나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겐 앞서지만 홍준표 후보에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부정평가가 54.3%, 긍정평가 41.5%로 나타났고 정당지지도도 민주당(32.7%)이 국민의힘(36.7%)에 밀렸다(그 밖의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국민의힘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들쭉날쭉 하지만,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과 대통령 국정지지도, 정당지지도 등 '트리플지표'는 수개월째 일관되게 이 후보에게 불리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지표상으로 이 후보의 승리전망은, 특히 야권 후보가 다자구도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 정해질 경우, 냉정하게 말해서 매우 어둡다고 할 수밖에 없다.

20대 대선, 과거 '안철수의 21%' 놓고 벌이는 땅따먹기

대선 4개월여를 앞둔 현재 시점에서, 여론조사를 근거로 대선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섣부른 예단임이 분명하다. 예측에 좀 더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지표를 놓고 분석해 보자.

지난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에서 각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지금의 여론지형을 분석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5파전으로 치러진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41.08%,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24.03%,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21.41%,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6.76%,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6.17%를 얻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2017년 5월 9일 국회 의원회관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을 찾은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가 추미애 상임선대위원장 등 선대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일부 기자들의 요청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2017년 5월 9일 국회 의원회관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을 찾은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가 추미애 상임선대위원장 등 선대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일부 기자들의 요청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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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숨은 그림'이 몇 개 있다. 첫 번째는 촛불혁명과 박근혜 탄핵으로 치러진 선거에서도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41.08%에 그쳤다는 사실이다. 홍준표 후보를 제외하면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4인 모두 탄핵 찬성 세력이었고, 탄핵 찬성 지지층은 네 후보에 분산돼 있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당시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네 후보의 득표율 합계는 58.37%, 즉 60%에 육박한다.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을 뺀 홍준표, 유승민, 안철수 세 후보의 득표율 총합은 52%이다. 이 수치를 당시 반/비 민주당 지지층으로 볼 수 있겠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당시의 52~56%가 현재 정권교체 찬성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전반기 지지율이 높았을 때를 제외하면, 소위 '밀월기간'이 끝난 후부터 이 네 후보가 소속된 정당들은 현 정부에 적대적으로 돌아섰고, 높은 정권교체 찬성여론을 주도했다.

현재 부정적인 국정지지도나 높은 정권교체 여론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부터 잠복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현재 여론지형을 비관적으로 볼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문재인 촛불정부는 탄생할 수 있었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점 

지난번 대선 때와 내년 대선에서 확연히 달라진 사실이 하나 있다. 분열됐던 야권이 뭉치고 있다는 점이 두 번째 관전포인트다. 이른바 정권교체 '결집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건 분명 이재명 후보에 적신호다. 갈라섰던 홍준표와 유승민이 한 정당에 모였고,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이미 지난 4.7 서울·부산 재보궐선거 때부터 국민의힘과 보폭을 함께했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대선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5% 안팎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20대 총선에서 1석을 빼고 호남을 석권해 지난번 대선 당시엔 39석 국회의석을 가진 막강한 교섭단체였다. 하지만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호남 의석을 다 빼앗기고 전국에서 긁어모은 이삭줍기 끝에 비례대표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단순하게 보면 내년 3.9 대선(20대 대선)은 19대 대선 당시 '안철수의 21%'를 놓고 벌이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의 사생결단 '땅따먹기' 싸움이다.

지난해 21대 총선 때까지만 해도 '안철수의 21%' 대부분은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했지만, 올해 4.7재보선에서는 국민의힘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안철수의 21%'는 큰 선거 때마다 승자를 결정하는 '스윙보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외형상으로 보면 안철수는 현재 5% 안팎의 지지율밖에 없는 것 같지만, 내용상으로는 21%의 중도표심을 몰고 다니는 '바람잡이'로 행세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안철수가 '독립변수'라기보다 여론시장에서 중도층의 민심을 따라다니는 '종속변수'이긴 하다. 과거와 다른 '안철수 변수'는 김동연 전 부총리의 팔다리를 오려붙여 내년 대선의 '키(key)', 즉 핵심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안철수와 김동연으로 대표되는 중도층 민심을 흡수하지 않는 한 대선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두 사람을 끌어들이든가 아니면 두 사람이 제시한 어젠다를 충분히 반영한 공약개발로 정권교체 목소리를 잦아들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원팀을 넘어 드림팀, 멀지만 가야 할 길

이재명 후보의 대선가도에서 또다른 복병은 순조로운 '원팀' 출범이다. 관건은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을 얼마나 완벽하게 흡수하느냐에 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전 대표 지지층의 절반 안팎이 이재명 후보가 아닌 야권 후보들을 찍겠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안철수의 21%'는 이낙연 지지층에 상당수 흡수돼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안철수가 빼앗긴 호남 의석과 중도성향 유권자들이 이낙연 지지층과 겹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낙연 전 대표와 지지층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지 않는 한 대선 이재명의 대선 전망은 밝지 않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로서는 이 전 대표에게 마땅히 줄 선물도 없어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도지사, 총리, 당대표, 5선 국회의원 등 대통령 빼고는 다 한 사람이다. 현장에서는 캠프인사들 간에 경선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경선 승복 의사를 밝힌 이 전 대표와는 달리 일부 지지자들은 법원에 제출한 경선결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밀고 나갈 기세다(관련 기사: "유권자 권리 침해" 민주당 경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28일에는 첫 재판이 열렸다. 경선과정에서 사퇴한 정세균, 김두관 후보가 각각 득표한 2만4000여 표와 4400여 표를 무효처리한 것은 특별당규(59조, 60조)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사퇴 선언 이전에 받은 투표수를 유효투표수로 처리할 경우 이 후보의 득표수는 49.33%로 결선투표 대상이 된다.
 
정찬희 변호사(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당원 김진석씨가 지난 14일  서울남부지법 정문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결정 효력 정치 가처분 신청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정찬희 변호사(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당원 김진석씨가 지난 14일 서울남부지법 정문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결정 효력 정치 가처분 신청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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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측 몇몇 현역 의원들도 경선후유증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에 28일 묻자, 그는 "결선투표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없었다"면서 "결선투표는 단지 지지층을 달래 후유증 없이 경선을 깔끔하게 끝내는 과정으로 생각했을 뿐"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경선 승복을 선언한 만큼 이 전 대표가 직접 지지자들에게 가처분 신청을 철회하도록 설득하는 게 원팀 출범을 위해 좋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도 이 인사는 "캠프와는 별개로 행동하는, 설득이 안 되는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지금은 재판부가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상태인 셈이다.

벌써부터 캠프 인사들간 공천잡음이 나오는 것도 원팀 분위기 조성에 걸림돌이다. 경선 기간 이 전 대표를 도왔던 호남권의 한 인사는 "지역에서 내년 지방선거 공천 물갈이 얘기가 파다하다. 이 전 대표를 지지한 지자체장·시·도의원들을 싹 갈아야 한다는 얘기가 이 후보 캠프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공천은 곧 당선'으로 인식되는 호남의 경우 공천 경쟁은 전쟁이다. 지역 토호들과 유착한 부패한 정치인들로 인해 악화된 민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물갈이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도 합리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일이다. 민주당은 추미애-이해찬 당대표 체제 이후 당헌당규에 따른 '시스템 공천제도'가 확립된 지 오래 됐다. 그런데도 특정 캠프에서 민 대선후보나 당대표 후보가 승리하면 지역위나 공천장을 전리품 챙기듯 싹쓸이 할 수 있는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여전히 남아 있다.

조만간 출범할 20대 대선 선거대책위에서부터 각 캠프인사들이 용광로에 녹아들어 환상적인 드림팀을 만드는 것도 관건이다. 이 후보와 송영길 대표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대장동, 이재명이 풀 최후의 걸림돌

마지막으로 이재명 후보의 대선가도에 있어 최후의 걸림돌은 '대장동'이다. 민주당과 이 후보는 곽상도 의원의 아들 50억 원 퇴직금과 '50억 클럽 리스트', 민간업자인 화천대유의 초호화 고문단이 나오면서 "돈 먹은 사람이 범인이다"라고 공세를 펴고 있지만 "특검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는 야당의 공세도 만만찮은 상태다. 뇌물에 연루된 사람은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더 많은 상황인데도, 특검을 주장하는 야당의 공세는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2022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이 진행된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장동 특검' 손팻말을 세우고 장내 침묵시위를 벌이는 국민의힘 의원들.
▲  문재인 대통령의 2022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이 진행된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장동 특검" 손팻말을 세우고 장내 침묵시위를 벌이는 국민의힘 의원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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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특검요구 목소리를 잦아들게 하기 위해 철저한 검찰수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검찰수사가 끝난 이후 상황에 따라 전격적으로 특검을 받아들여 정면돌파를 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에서 민간업자들이 천문학적 배당금을 먹고 튄 것과 같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앞으로는 철저히 환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대장동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현재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법 제도가 미비한 것을 고쳐 향후 아파트 분양사업에서도 초과이익환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적극 문제제기를 한 만큼 법 제정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장동게이트 특검 추진 천막투쟁본부를 찾아 인사를 나눈 뒤 돌아가고 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장동게이트 특검 추진 천막투쟁본부를 찾아 인사를 나눈 뒤 돌아가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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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탄생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불리한 지표가 더 많다. 원팀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2007년 정동영 후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2012년 문재인 후보의 실패를 되풀이 할 수도 있다. 정권교체 지지세력은 결집하고 있다. 게다가 영남은 지난번 대선 때보다 민주당에 더 척박한 불모지로 돌아섰다.

이 후보가 안동 출신이어서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어느 정도 선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 총선에선 PK(부산·울산·경남)와 TK 지역 전체를 통틀어 민주당은 현역 국회의원 65석 중 7석을 얻는 데 그쳤다. 어느 곳보다도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지역이다.

지역여론은 수도권으로 북상한다. 정권을 지키려는 민심은 이완되는 반면, 정권을 교체하려는 의지가 강해지면 선거일 지지층의 투표율이 변수가 된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탄생 여부는 어떻게 정권교체 민심을 다독거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비전을 제시하느냐에 달렸다.

[관련 기사] 
'이낙연 대통령'은 탄생할 수 있을까? http://omn.kr/1nmf8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갈상돈씨는 시사평론가(정치학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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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민영화의 본질

기자명 김정호 북경대 박사 댓글 0

 
 
 

공기업시리즈 4-3

본문 요지
1980년대 이후 공기업이 쇠퇴한 원인과 관련하여, 종전 후 경제회복과 경제성장이 가져오는 민간자본의 발전 및 시장기능의 회복 등은 단지 특정 목적이나 분야에 있어 공기업의 역할을 축소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 공기업의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부정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이 시기 전 세계적인 민영화 물결의 진정한 원인은 자본주의 자체의 한계로부터 발생한 위기의 책임을 공기업에게 떠넘기고, 신자유주의의 등장을 위해 그것을 희생양으로 삼은 결과라 할 수 있다. 

1.배경
2.각국 민영화 과정
3.평가―신자유주의 민영화의 본질
4.민영화 결과—몇 가지 개별 사례

3. 평가― 신자유주의 민영화의 본질 

종전 후 발전을 거듭하던 세계 각국의 공기업은 1980년대 이후 민영화 물결 속에서 급격한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이 시기 공기업의 전 세계적 쇠퇴를 초래했던 진정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본장 1절에서 우리는 공기업이 쇠퇴한 배경으로 먼저 객관적인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와 기술발전을 들었다. 종전 후 각국 경제의 회복과 민간자본의 발전에 따라 공기업이 발휘하였던 사회적 기능들이 퇴색하였으며, 공기업이 맡았던 역할들을 이제는 민간자본들도 상당 정도 담당할 수 있게 되었다. 또 1960~1970년대 제3차 과학기술혁명의 전개를 통해 새로운 산업으로 부각한 전자(반도체) 통신산업은 기업 경영적 측면에서 볼 때 좀 더 기민하고 창의성 있는 대응능력을 필요로 하였기에 공기업보다는 민간기업에 더욱 적합하였다. 

그렇다면 경제회복과 경제성장, 그리고 신기술의 발전이 필연적으로 공기업의 역할을 축소시켜야만 했을까? 여기선 본장의 주제인 신자유주의 민영화를 총괄한다는 측면에서 이 같은 쟁점들을 다시 한 번 짚어보도록 하자.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면 민간소득이 늘고 이에 따라 가계저축도 성장하기 때문에 은행과 자본시장 등 민간 대부시장이 발전하게 된다. 그래서 민간기업도 국가 역량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자본규모에 따른 진입장벽을 넘어설 수 있게 된다. 또 경제성장과 민간자본의 발전은 시장의 발육을 촉진시키고 시장기능을 활성화시킴으로써 국가의 경제개입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공기업의 역할 축소를 의미하는 결정적 요인들로 간주할 수는 없다. 경제회복과 경제성장이 가져오는 민간자본의 발전과 시장기능의 회복은 단지 특정 목적이나 분야에 있어 공기업의 역할을 축소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즉 민간기업들도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며, 공기업의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부정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1) 

다른 측면에서 보면, 공기업이 존속해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남는다. 예컨대 한 사회의 시장발육 정도가 아무리 높을지라도 자연독점, 외부효과를 지닌 공공재와 같은 분야에는 여전히 ‘시장실패’ 문제가 존재하며 이런 분야에서는 민간기업보다는 공기업이 적합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본 장의 후속 글에서도 살펴볼 것이다. (철도, 전력의 민영화 사례) 다른 한편, 경제발전에 따라 오히려 공기업의 필요성이 새롭게 부각되는 측면도 있다. 예컨대, 시장 전체의 무정부성 극복 필요성의 증대, 빈부격차의 해소, 산업정책(물가정책, 고용정책) 등과 관련한 것들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필자가 제2장에서 언급하였듯,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생산의 사회화가 고도화함에 따라 일종의 사회적 자원배치 방식이자 국가 경제개입 형식인 공기업의 필요성은 쇠퇴하기보다는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증대하게 된다.

다음으로, 기술발전과 공기업의 관계에 있어서 볼 때도 그러하다. 전자(반도체) 통신산업의 발전과 이에 따른 기업경영적 측면에서의 기민한 시장대응 능력의 요구는 공기업의 존재이유를 근본적으로 박탈하는 것일 수 없다. 첫째, 이 같은 신흥 정보통신 산업분야의 발전 역시도 막대한 자본투자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둘째, 기존 공기업에 막강한 기술연구개발 역량이 집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공기업 역시도 새로운 기술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셋째, 창의적인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과의 협력관계에 있어서 공기업은 독점적 민간기업에 비해 독특한 이점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사회적 효과를 중시하는 공기업의 특성상 이들 혁신기업들과 좀 더 공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를 보면 혁신기업 투자펀드가 공기업의 출자로 조성되는 경우가 많다. 양자의 협력적 관계는 최근 중국이 인공지능, 친환경차, 양자컴퓨터,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는데 있어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수탈적 재벌체제로 인해 혁신기업의 성장이 가로막히고 있는 한국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넷째, 자칫 기술혁신 사회에서 나타나기 쉬운 고용불안과 빈부격차 확대 문제를 극복하고, 국내시장 확대에 기여하는 측면에서 볼 때도 그러하다. 이점은 신자유주의 하에서 각국의 두드러진 사회문제로 부각되었으며, 미국과 같이 신자유주의가 발전한 나라일수록 더욱 그러하였다. 미국에서 중동부지역(소위 ‘러스트벨트’) 소외계층의 지지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고용과 빈부격차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와 사회적 안정을 해치는 중요 변수가 되고 있다. 

이상 네 가지 측면에서 열거한 공기업의 이점들은 앞서 언급한 새로운 기술발전과 이에 따른 시장구조 변화가 초래하는 공기업의 불리함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기술발전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는 상응한 공기업의 일정한 내부 개혁과 전략 변화를 요구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다음 장에서(성공한 공기업의 개혁 사례) 본격적으로 다루기로 한다.

공기업의 역할 축소와 관련하여, 끝으로 공기업 내부문제에 대해 언급하기로 하자. 전후 규모면에서 큰 발전을 거듭해온 공기업이 양적 성장에 따른 일정한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예컨대 거대한 관리체계의 출현에 따른 비효율성이 나타나고, 정경유착의 심화와 부정부패의 만연 현상이 그것이다. 또 생산력발전과 과학기술혁명이 가져오는 급속한 산업구조조정과 그 고도화에 공기업이 일시 적응하지 못한 점 등의 문제도 지적될 수 있다. 이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1970년대 이후 공기업은 비효율성이 두드러지게 노출되었으며, 1950~1960년대의 경제발전을 뒷받침했던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하지 못한 채 오히려 정부와 사회적 부담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기업이 본래부터 ‘비효율성’을 가지며 그 때문에 시장과 민간기업에 맡겨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식 논리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공기업이 원래 태생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한다면 애초 1950~1960년대의 경제발전을 추동했던 기능 역시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변화된 주‧객관적 상황에 맞춰 스스로를 개혁하지 못한 점에 있다고 보는 것이 더욱 정확할 것 같다. 예컨대 공기업 규모의 확대에 걸맞게 내부 관리체계의 혁신이 이루어져야 했으며, 정경유착을 끊을 수 있는 적절한 조치들이 취해져야만 했다. 또 산업구조조정과 고도화에 조응되는 공기업의 전략적 재배치도 이루어져야만 했다. 공기업에 대한 이러한 요구들은 이미 1960년대 후반부터 제출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공기업개혁문제를 소홀히 하였다.2)

오히려 서구 각국에서 시장기능이 정비되어 감에 반해, 공기업은 거꾸로 실업자 구제나 부실기업 인수와 같은 사회적 부담을 떠맡는 역할만을 계속 담당하였다. 이는 공기업에 대한 잘못된 ‘관념’ 탓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공기업은 어차피 이처럼 사회적으로 궂은 일을 주로 담당해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 강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공기업은 민간기업에 비해 경쟁력을 날로 상실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신자유주의의 대대적인 공기업 ‘민영화’라는 청산주의적 방식이 설득력을 얻게 되는 빌미가 되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이 시기 공기업의 쇠퇴와 민영화의 물결을 가져왔던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사조와 관련이 있다. 

우선 우리는 당시의 ‘민영화’는 일반적인 민영화가 아닌 ‘신자유주의’라는 세계적 사조 속에서 이루어진 민영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공기업 자체의 문제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새로운 위기적 상황의 전개와 이에 따른 자본주의 축적운동 상의 심각한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 점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1980년대 이후 공기업의 쇠퇴 과정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 그에 비한다면 지금까지 살펴본 공기업의 자체 문제나 위상 변화는, 비록 중요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부차적 요인에 불과하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것이 반영하는 자본주의 위기가 무엇인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또 자본주의가 어떻게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하려 하였는지를 다루어야만 이 시기 공기업의 몰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종전 후 선진 자본주의국가들을 중심으로 펼쳐진 일명‘케인스주의 시대'는 경제균형을 달성하는데 있어 상대적으로 ‘일국 내’ 초점을 맞추었다. 자본주의 생산은 그 구조에서 보자면 크게 ‘생산수단 생산부문'과 ‘소비수단 생산부문' 둘로 나누어진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전자를 ‘Ⅰ부문', 후자를 ‘Ⅱ부문'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사회적 생산의 균형이라는 시각에서 볼 때, 자본주의의 경제구조가 단지 이 같은 양대 부문만으로 구성될 경우에는 매우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자본축적에 있어 ‘축적률’과 ‘축적구성도’의 이원적 불균형 때문이다. 

우선, 자본주의 생산방식 하에서 자본가는 그 내적인 이윤동기와 외부경쟁의 압력 때문에, 자신이 획득한 잉여가치 중 생산에 재투자하는 비율인 ‘축적률'을 높이게 된다. 이는 생산능력을 증대시키면서 자본가의 소비는 제한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다른 한편 자본주의 기계제생산의 부단한 확대는 필연적으로 상대적으로 불변자본(C)의 비율을 높이고 가변자변(V)의 비율을 낮추는 ‘축적구성도’의 제고를 수반한다. 이렇듯 자본축적에 있어 추가되는 가변자본이 불변자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소하게 됨으로써, 소비는 생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고 과잉생산 문제가 나타난다. 

이 같은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식민정책을 통해서 외부시장을 끊임없이 확대해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결국 점령할 수 있는 식민지의 제한성으로 인해 곧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 불균형문제를 푸는 또 다른 방식은 외부시장이 아닌 ‘국내’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 경우 관건은 기존의 양대 부문이 아닌 새로운 ‘제3의 소비영역'을 찾아내는 일이다. 여기서 2차 대전 후 자본주의 선진국들은 ‘국가'의 역할에  주목하게 되었다. 즉 국가로 하여금 시장을 뛰어넘는 제3의 소비를 인위적으로 창출하는 기능을 부여했던 것이다. 

이리하여 종전 후 서구의 국가독점자본주의로의 이행과 함께 국가의 경제기능 강화에 발맞추어 자본주의사회의 ‘비생산부문’은 신속히 발전하였다. 마침내 그것은 기존의 양대 부문에 견주어 새롭게 사회경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성장하게 되었는데, 현대경제학 일각에서는 그것을 '제3부문'이라 부른다. 여기서 제3부문은 사회의 '모든 비생산부문'을 지칭하며, 예컨대 모든 비생산성 용역과 행정관리, 위생‧문화‧교육, 공공사업 및 국방안보 등의 부문을 포함한다. 이로써 자본주의경제는 기존의 양대 부문에다 제3부문을 합쳐 구조에서 ‘3자 정립’을 이루게 되었다. 

 제3부문의 창출을 통한 종전 후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내부 균형기제는 상당 정도 유효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달성된 균형 역시도 이 시기 3차 과학기술혁명이 몰고 온 급속한 생산력발전에 따른 각국의 과잉 생산력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이 균형기제는 자체 내부에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는데, 다름 아닌 이 기제의 핵심인 ‘국가’의 역할과 관련된다. 즉 '국가재정'에 문제가 발생하였으며, 이는 자본주의적 소득분배 정책의 한계를 보여준다. 


돌이켜 보면 케인스주의가 실패한 원인을 국가의 적극적 개입 때문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신자유주의가 득세한 오늘날에 있어서도 국가의 개입은 재정·화폐·복지정책 등을 통해 여전히 전 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케인스주의가 실패한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부자에 대한 세금징수를 통해 빈곤층에로 부를 이전코자 하는 케인스주의적인 정책이 자본주의적인 소유관계와 근본적으로 충돌했다는 점이다. 사회복지를 중심으로 한 공공부문의 확대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추세라 할 수 있다. 과학·환경·위생·교육·주택 등에 대한 국가의 투자는 이제 현대 시장경제가 존립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되었다. 이렇듯 자연스레 확대일로에 있는 공공부문의 재원조달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현대 시장경제가 안고 있는 큰 숙제이다. 케인스주의가 종국에 가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이 같은 공공부문의 재원을 생산관계(소유제)의 변화 없이 ‘세금’에만 의존하여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거론되고 있는 ‘기본소득’ 논쟁도 그 핵심문제는 결국 ‘재원조달’ 문제로 귀결된다.

재원에 있어 세금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불가피하게 자본주의적 소유관계와의 심각한 충돌을 낳게 된다. 즉 점점 높아지는 세율은 ‘세수초과부담’ 문제를 야기하게 되며, 그것은 부유층의 세수저항이나 투자기피, 혹은 자본의 해외도피와 같은 형식으로 표출되게 된다. 또 부유층의 투자회피는 경제성장의 둔화와 실업률의 증가를 낳아 결국 실업구제 기금의 확대라는 사회적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이 때문에 추가적 세율 인상은 한계에 도달하였으며, 정부는 부족한 재원을 부가세 등 ‘간접세’ 비중을 확대하거나 국채 발행을 통해 메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경우 간접세는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었으며, 국채 발행의 확대는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낳음으로써 국내 인플레이션의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1960년대 후반에 접어들자 서구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은 보편적으로 재정적자 문제에 부딪쳤다. 특히 1970년대 들어 그것이 두 차례 오일쇼크로 촉발된 경제위기와 결합되면서 당시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라 불렸던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출현했다. 이리하여 케인스주의는 신자유주의에게 주도권을 넘긴 채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국제단체의 민영화 반대 캠페인 [사진 : 아바즈(AVAAZ) 갈무리]
케인스주의를 대신하여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우선 ‘일국 내 균형’을 포기하고 그 대신 지구적 ‘단일시장 구축’을 통한 전지구적 차원의 균형으로 강조점을 옮겼다. 지구적 ‘단일시장 구축’은 그간 인류가 발전시켜온 높은 생산력 수준을 반영한 것으로서 생산의 국제화를 가져왔다. 그것은 ‘생산의 사회화’의 최고단계를 의미하였으며 신자유주의는 이 같은 지구적 단일시장의 구축을 위해 ‘공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이 시기 나타났던 공기업의 여러 문제점들은 앞서 보았던 바와 같이 원래 많은 부분 자본주의 시스템 전반의 한계와 연관되어 있다. 예컨대 경제 전반의 구조조정 시 공기업들이 부실기업 구제를 책임진다든지, 사회 안정을 위해서 실업자 구제를 떠맡아 불필요한 인력을 많이 고용한다든지, 제품의 원가상승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안정을 위해 가격인상을 자제한다든지 등등이 그것이다. 또 매번 서구의 정치세력들은 당면한 집권에만 급급하여 자본주의 경제위기를 공기업에 전가시키려 했다. 이런 가운데 국유기업의 대규모 적자, 정경유착과 같은 갖가지 문제들이 누적되어만 갔다.3)

다른 한편, 신자유주의세력에게 있어서 공기업은 종전 후 복지국가 체계와 함께 자본의 전지구적 시장통합을 달성하는데 있어 주요한 장애물로 인식되었다. 즉 국제자본의 형성과 자본의 국적성을 탈피하는데 있어, 또 국가의 계획적 요소를 줄이고 자유경쟁적 시장 요소를 강화하는데 있어 걸림돌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이리하여 서구 선진국들 간에 공기업 민영화를 강제하는 협정을 맺게 된 것은 공기업 쇠퇴의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결국 이 시기 전 세계적인 민영화 물결은 자본주의 자체의 한계로부터 발생한 위기의 책임을 공기업에게 떠넘기고, 신자유주의의 등장을 위해 그것을 희생양으로 삼은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 이후 나타난 공공부문의 확대를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대 시장경제에 진입할수록 국가의 경제개입은 필연적이며, 이는 공기업 규모의 확대를 통해서든 혹은 전체 공공부문의 확대를 통해서든 나타날 수밖에 없다. 

최근 이탈리아 공공부문의 고용현황을 나타내는 아래 표4-7은 이 같은 사정을 잘 말해준다. 이탈리아는 본장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세 차례 공기업 개혁을 통해 그 규모를 대폭 축소하였다. 하지만 전체적인 공공부문의 확대를 통해서 다시 그 같은 공백을 메꾸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탈리아 공공부문의 고용현황을 보자면, 공공부문의 종사자 수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1980년대 후반까지 증가하였으며, 1970년 236만5천 명, 1992년에는 356만9천명에 이르렀다. 이후 공기업 개혁이 진행된 후인 2009년 12월 31일 기준으로 337만5331명이 공공행정부문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간 줄어들긴 했어도 큰 변화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공공행정부문의 직원 수는 2008년 이탈리아 근로자 인구 전체의 14.9%를 차지하였는데, 만약 근로자 인구 중 프리랜서와 자영업자를 제외한다면 이 수치는 21.9%까지 증가한다.4) 또한 제3장에서 이미 거론했던 바와 같이, 미국은 비록 신자유주의를 가장 앞장서 실천하는 국가이지만 자체 공공부문의 규모가 다른 서구 국가와 마찬가지로 매우 크다는 사실 역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지구화와 공기업과의 관계에 대해 잠깐 언급하기로 하자. 지구화 및 개방화를 추진함에 있어 공기업은 과연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진정한 걸림돌일까? 

이후에 소개할 독일 전신산업의 민영화 사례를 보면, 사실상 여전히 공기업인 독일전신회사가 공공성을 간직하면서도 국제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지구화시대에 들어 각국은 다국적기업화한 자국 자본들에 대한 정부의 통제수단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설령 그들로부터 글로벌 경영의 성과가 나온다 할지라도 그것을 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일은 날로 어렵게 되고 있다. 이처럼 다국적기업들에 대한 ‘기업 밖’에서의 통제는 지구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유효성을 상실하게 되며, ‘기업 내’ 통제 즉 국가 자신이 기업의 대주주가 됨으로써만 이들에 대한 사회 다수의지의 관철이 유효할 수 있다. 이 측면만 보더라도 지구화시대에 있어서 ‘공기업’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케인스주의 시대가 낳은 자본주의 위기의 해결책으로 ‘공기업 개혁’이 아닌 ‘민영화’를 선택한 것은 신자유주의적 편향이자 오류라고 할 수 있다.

본문 주석

1) 세계 선진국들이 집결한 OECD의 <공기업 가이드라인>은 “공기업을 국가가 소유하는 근거는 국가와 산업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즉 “한때 국내시장 내에서 기초 사회기반시설이나 기타 공공서비스 제공에만 주로 관여했던 공기업은 점점 더 그들의 영역 밖에서도 중요한 행위자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국가소유 투자회사’의 급증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정부와 정부가 소유하는 공기업 간의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고 본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OECD 공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 (2015 개정판), pp.11-12.)

2) 다음 인용문은 그 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이탈리아 공기업이 위기로 빠져든 주요인을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전후 이탈리아 경제발전의 중심은 중화학공업과 기초시설부문이었는데, 공기업들은 바로 이를 위해 설립된 것이다. 수십 년이 흐른 후 국내외 경제 상황과 객관적 요구는 큰 변화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공기업의 기본구조는 적시에 조정되지 않았다. 새로운 형세 하에서 공기업의 새 임무는 무엇인가? 직접적 목표는 무엇이고, 중점은 어떤 부문과 영역에 미쳐야 하는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명확한 인식이 결여되었다.” [중]罗红波,戎殿新 주편집, 2000년, <서방공유기업대변혁>, pp204-205. 

3) 여기서도 이탈리아는 그 좋은 사례이다. 다음 인용문은 그 점을 잘 지적한다. “20세기 국가경제 회생 목적으로 공공기관을 통해 행사된 이탈리아 정부의 계획적이지 못한 시장 개입은 이후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였다. 설립 당시와는 달리 이탈리아 공기업들의 역할이 무계획적‧무분별적으로 변화되고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되었다. 때문에 본래의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어지거나 타 집권당의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었던 공공기관이 주로 개혁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이탈리아 공기업은 ‘chinese boxes’라는 이탈리아 경제 특유의 통치 형태에 의해 신설되거나 조직되는 경우가 많았다. ‘chinese boxes’ 통치 형태의 빈번한 사용과 이탈리아 공공부문의 재정적 기반 부족은 정부의 개입을 유도하였고, 결과적으로 이탈리아 공공부문은 매우 복잡하고 특이한 구조를 띠게 되었다.” (한국조세연구원,2011년, <주요국의 공공기관 Ⅲ ― 싱가포르, 중국, 이탈리아>,p196.) 본문 중 예로부터 유지되어 왔던 이탈리아 특유의 공기업 소유구조 형태를 ‘chinese boxes’라 칭한다. 그 모형이 작은 상자로부터 차례로 큰 상자에 꼭 끼게 들어갈 수 있도록 제작된 한 벌의 중국 상자를 닮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는 적은 자본으로 많은 기업을 소유 및 통치하기 위한 수학적 기법으로 정부는 단 4개의 공기업(IRI, ENI, ENEL, EFIM)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수백 개의 공기업을 통치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4) 한국조세연구원,2011년, <주요국의 공공기관 Ⅲ ― 싱가포르, 중국, 이탈리아>, pp.223-224.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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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들의 꿈, 자주와 평화·번영, 통일의 길 실현하자”

모란공원서 ‘30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 추모제’ 열려

  • 기자명 마석=김치관 기자 
  •  
  •  입력 2021.10.30 17:46
  •  
  •  수정 2021.10.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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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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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가 30일 오후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렸다. 장남수 유가협 회장이 유가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30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가 30일 오후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렸다. 장남수 유가협 회장이 유가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여의도에서 유공자법 제정을 위한 농성을 하는 과정에 입던 그 옷 그대로 입고 왔다.”

30일 오후 2시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묘역에서 열린 ‘30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서 유가족을 대표해 나선 장남수 유가협 회장은 “우리가 계속 싸워서 요구하고 이래야만이 이 법을 통과시켜야 되는지 한심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정부입법으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민주유공자법)을 만들어줘야 된다고 믿는 사람인데 참 딱하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유가협(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을 비롯한 관련단체들은 10월 7일부터 국회 앞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해 노상 천막농성을 23일째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독재자고 쿠데타를 한 이런 사람을 국장 명목으로 오늘 장례를 한다고 하는데, 우리 여기서 이거 할 일이 아니고 그 국장 막아야 하는데 그것 못한 게 나도 한탄스럽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노태우 씨 국장일과 30회 범국민추모제 일자가 겹친 것.

‘30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위원회’ 이규재 명예추모위원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30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위원회’ 이규재 명예추모위원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날 추모제를 주최한 ‘30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위원회’ 명예추모위원장을 맡은 이규재 범민련남측본부 명예의장은 추도사에 나서 “앞서 가신 모든 영령들 앞에 깊은 존경과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장남수 회장님을 비롯한 유가족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규재 명예추모위원장은 “열사들께서 못다 이루신 민주주의와 자주통일 미완의 소임을 반드시 이루겠노라 다짐한다”며 “분단과 예속의 비정상을 청산하고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여는 날 노동해방과 민중해방의 새 세상을 성취하는 그 날을 앞당겨오기 위해 더 분발하고 더 힘차게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용신 잔보당 공동대표,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 남경남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 최휘주 진보대학생넷 동국대지회장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조용신 잔보당 공동대표,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 남경남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 최휘주 진보대학생넷 동국대지회장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추모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제한된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추모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제한된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추모제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1700만 촛불 5년, 촛불 정부라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 노동자·농민·빈민 민중들의 한숨과 분노가 확대되고 있고 불평등 세습은 심화되고 있다”며 “정치권력의 교체를 넘어 새로운 민중의 삶을 위한 체제로 코로나19, 기후위기를 넘어 사회 대전환을 준비”해야 한다고 맥락을 제시했다.

이들은 민족민주열사·희생자들의 꿈이라며 “불평등 세상을 타파하고 차별 없는 세상, 평등세상 실현하자!”와 “예속과 분단을 넘어 자주와 평화·번영, 통일의 길 실현하자!”는 구호로 결의를 다졌다.

장현일 추모연대 의장은 경과보고에서 “1회 범국민추모제에는 약 200여 분에 달하는 열사를 모시고 범국민추모제를 개최했는데 30회 범국민추모제를 벌이는 지금 신규 봉안 20분을 포함하여 745분의 열사와 희생자를 모시고 추모제를 개최하고 있다”며 “다행히도 이번 범국민추모제 신규 봉안자 가운데는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폭력에 저항하다 희생되신 분들은 없다”고 밝혔다. 대부분 고령이거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이라는 것.

추모위원회는 ‘진상규명되지 않은 사법 사형자, 옥중희생자, 장기수’를 118명으로 집계하고 명단을 추모제 자료집에 실었다. 명단에는 통일혁명당 김종태, 최영도 등도 포함됐다.

장현일 의장은 “올해는 코로나 사태도 원인이 있지만 그래도 민족민주열사희생자 150여 분이 묻혀계신 이곳 마석 모란공원에서 개최할 수 있게 돼 또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더 이상 열사와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함께 투쟁하자”고 말했다.

6.15합창단이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6.15합창단이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추모제는 헌화로 마무리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추모제는 헌화로 마무리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송경동 시인은 추모시 ‘돌아오라, 젊은 넋들이여!’를 낭송하며 “아직 저 분단의 철벽이 가로막혀/ 돌아오지 못하는가/ 저 재벌들의 곳간문이 열리지 않아/ 돌아오지 못하는가/ 돌아오라! 영원한/ 민주의 젊은 넋들이여!/ 민중의 붉은 넋들이여!/ 통일의 푸르른 넋들이여!”라고 절규했다.

민중공동행동과 추모연대가 공동주관하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후원한 이번 추모제는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대표의 사회로 6.15합창단의 추모공연과 추모영상 상영 등이 진행됐고, 헌화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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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북한과 대화노력 계속되길"...文, DMZ 철조망 십자가 선물

기사등록 :2021-10-30 01:13

교황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며 항상 기도하고 있다"
파롤린 국무원장 "교황청, 북한에 언제든 인도적 지원 준비"

 

[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은 29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대화 노력이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교황청은 북한에 인도적 지원 의사가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교황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며 항상 기도하고 있다.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면 평화를 위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기꺼이 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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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청을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1.10.29 nevermind@newspim.com

문 대통령은 면담을 시작하면서 "3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매우 친근한 화법으로 "언제든지 다시 오십시오(ritorna)"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방문 때 교황님께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해 주시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노력을 축복해 주셨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천주교회가 민주화에 큰 공헌을 했고, 코로나19 방역에 적극 협조했으며, 기후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천주교계가 한국 사회에 크게 기여한 점을 높게 평가하며, 나는 한국인들을 늘 내 마음 속에 담고 다닌다. 한국인들에 특별한 인사를 전해 달라"고 밝혔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님이라는 큰 선물을 한국에서 주셔서 감사하다. 코로나 격리로 인해 만남을 함께하지는 못했는데, 대통령님께 애정을 담은 인사를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한 뒤, "신임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된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님께서 맡은 직무를 잘 수행해 나가실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서 진행된 교황청 국무원장과의 면담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은 "교황청은 북한 주민의 어려움에 대해 언제든 인도적 지원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단독 면담에 이어 수행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서로 선물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DMZ 철조망을 녹여서 만든 십자가를 선물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강렬한 열망의 기도를 담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산티냐시오 성당에서 열리는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의 십자가 136개는 1953년 휴전 후 서로 떨어져 살아온 남과 북의 68년을 더한 것으로, 두 개의 68년이 하나로 합쳐져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취지와 제작과정을 담은 USB도 함께 전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을 위해 교황청 공방에서 제작한, 수세기 전 성 베드로 광장의 모습을 담은 기념패와 코로나로 텅 빈 성 베드로 광장에서 기도를 한 사진과 기도문이 담긴 책자를 선물했다.

이에 김정숙 여사는 "텅 빈 광장에서 기도하시는 모습이 가슴아팠다"고 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설적으로 그때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 광장이 꽉 찬 적이 없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기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수행원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9년'이 라틴어로 새겨진 황동기념메달을 선물했다. 

nevermin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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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음식점 총량제', 자영업자 생각은 이렇습니다

[외식업계 단톡방 반응들] 해묵은 논제가 떠올랐다... 고민 없는 반대와 옹호가 제일 문제

21.10.29 19:05l최종 업데이트 21.10.29 19:05l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음식점 허가총량제'란 화두를 던졌다. 지난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열린 전국 소상공인·자영업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이 후보는 "하도 식당을 열었다 망하고 해서 개미지옥 같다.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후 자신의 발언이 정치권에서 논란을 일으키자 이 후보는 "수만 개 음식점이 폐업하고 그 만큼 생겨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어서 성남시장 때 그 고민을 잠깐 했다는 것"이라며 "국가 정책으로 도입해서 공론화, 공약화해서 시행하겠다는 얘기는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언제나 그렇듯 당리당략에 따라 조변석개하는 정치권의 반응이야 차치하고, 이 논란의 당사자인 외식 자영업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내가 속해있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단체 카톡방에서 이 사안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구체적인 내용 없이 '음식점 허가총량제'라는 제목 한 줄이 내용의 전부이다 보니 다양한 의견 개진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그 의도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단톡방에 올라온 '음식업 허가총량제'에 대한 의견
▲  단톡방에 올라온 "음식업 허가총량제"에 대한 의견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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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운영하고 싶다면 일정한 자격요건과 교육을 통과하고 소비자 수요에 맞게 일정한 수준에서 개업하고 관리되어야 합니다." "자영업 영역의 진입장벽을 높여 무분별한 창업을 제한하게 되면 (근로자의) 퇴직 이후 진로에 대한 (정부의) 더 적극적인 재취업 제도개선이 이루어질 것이고, 현재 자영업자의 극단적인 경쟁상황도 나아질 수 있는..."


"미국은 지자체에서 조사 후 허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묵은 논제였던 음식점 허가총량제

'위기의 자영업' 하면 음식점이 떠오를 정도로 관련 시장의 과포화로 인한 부작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외식업계 입장에서 '음식점 허가총량제'는 새삼스럽지 않은, 해묵은 논제였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갑질' 분쟁이 한창이던 2015년, 가맹 본사의 갑질을 주제로 한 언론사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음식점 총량제'가 언급되기도 했다. 

당시 토론회에서 본사 '갑질'의 근분 문제는 기업의 과욕을 견제할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핵심이겠지만, 외식업계의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한 난립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달리 말해 과거 인심 좋았던 본사들이 돌변한 배경에는 치열한 경쟁에 생존의 위협을 느낀 본사가 '가맹점 압박'이란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음식점 허가 총량제'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2018년 10월 국회에서 열린 '배달앱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이성훈 세종대 교수 또한 인구 대비 자영업자의 수가 많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그 해결 방안으로 '자영업 총량제'를 제안했다. 

불나방 또는 선택할 수 없는 선택지
   
이재명 후보는 '허가총량제' 논란에 더불어 '불나방' 발언으로 구설에 휩싸였다고 한다. 외식 자영업계 한복판에서 십수 년 활동하고 있는 필자에게도 그 발언이 조금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불나방이라기보다는 선택지가 없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결혼과 육아로 불가피하게 경력 단절을 겪어야 하는 여성들은 물론 퇴직을 앞둔 중년 남성들의 재취업이 사실상 불가한 지금,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흔히 '공장이라도 가라! 기술이라도 배워라'라고 한다. 하지만 돈이 가장 많이 필요한 중년의 가장들이 기술을 배운다고 한들, 도제식 교육이란 명분 탓에 최저시급도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공장의 대다수 단순 노무직은 연장에 야근까지 해야 '300만 원'이란 돈을 손에 쥘 수 있는데, 그런 현실을 견딜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찌 되겠는가? 내 손에 쥔 로또 종이가 1등이 되리라는 불나방(?) 같은 심리로 창업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음식 조리에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평소 그 음식을 좋아한다'는 허술한 이유로 말이다.

풍전등화 외식업계
 
큰사진보기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지도부-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상견례'에서 발언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지도부-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상견례"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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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야권에서는 이 후보의 '음식점 허가총량제'에 대해 '포퓰리즘', '전체주의 발상'이라며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문득 필자는 이런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택시 총량제(2005년 도입)'도 포퓰리즘의 결과인가? '화물차 총량제(2004년 도입)'도 전체주의적 발상의 결과인가? 이 두 가지 제도의 본질 또한 난립으로 인한 업계의 공멸을 막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음식점만은 안 된다? 그들의 주장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난 이재명 후보가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졌다고 본다. 당장 이 화두에 대한 진지한 고민 한번 없이, 옳은지 그른지 함부로 재단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이 화두에는 숙고해야 할 문제와 예상 가능한 부작용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시장의 자정작용에 맡겨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 자영업계 특히 외식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해 그야말로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운 상태다. 

며칠 전, 한 끼를 때우기 위해 주문해 놓은 음식을 찾으려 한 상가 빌딩을 방문했다. 그런데 얼마 전 폐업해 '임대문의'라는 종이가 붙은 썰렁한 김밥집 바로 옆에서 또 다른 외식 브랜드의 인테리어 작업이 벌어지고 있었다. 모순적이지만 낯설지 않은 이 풍경. 우리 주변에서 오늘도 무한 반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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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부드럽게 표현하기(완곡어법)

 

 

우리말은 참으로 존대어가 잘 발달해 있다. 그러다 보니 반말하는 것을 가지고 다투게 된다. 노인이라고 해서 젊은이들한테 함부로 반말을 할 수도 없다. “나이가 깡패”라는 말이 있다. 60 고개를 넘으면서 젊은이들에게는 친근감의 표시로 반말을 섞기도 하는데, 이런 표현을 하면 아내는 바로 지시사항(?)을 내린다. 아무리 젊은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반말하면 싫어하니 무조건 존대어를 쓰라는 것이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하는 훈아 형님의 하소연이 바로 오늘의 우리를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오랜 세월 교단에 있다 보니 모두가 제자 같고, 자식 같다. 그러니 친한 척하고 반말 좀 하면 어떨까 하지만 듣는 사람들은 그것이 아닌가 보다. 요즘은 카페를 가더라고 경어를 쓴다. 그러니 다툴 일은 적어지는 것 같다. 사실 필자는 이런 말로 인한 다툼은 한 번도 없었다. 다만 주변에서 다툼이 일어날까 봐 미리 약(?)을 치는 것이다.

 

화용론이라는 말이 있다. 화용론(話用論,Pragmatics 또는 어용론)은 의사 소통시의 발화에 대한 언어론이다. 화자와 청자의 관계에 따라 언어 사용이 어떻게 바뀌는지, 화자의 의도와 발화의 의미는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연구도 다룬다.(위키백과 재인용) 우리말에서는 화용론이 참 중요하다. 왜냐하면 어법에 어긋나는 표현이 많기 때문이다. “문 닫고 들어와.”, “꼼짝말고 손 들어.”, “물은 셀프입니다.” 등이 사실상 어법을 따지면 바른 표현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다 알아듣는다. 다만 이제 막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꼼짝 않고 어떻게 손을 들어요?” 하고 반문한다. 사실 꼼짝 안 하고 손을 들 수는 없지만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모두 “손 들고 꼼짝 마!”로 인식하다.

 

그런가 하면 부드럽게 표현하려고 어휘를 가려서 쓰기도 하고, 표현을 달리 하기도 한다. 그런 것을 우리는 완곡어법(Euphemism)이라고 한다. 같은 말인데도 듣기가 거북스러운 말이 있는가 하면 듣기 좋은 말이 있다. 듣는 사람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모나지 않고 부드러운 말을 쓰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김종선, <울산여성신문> 재인용) 흔히 변소를 일컬어 ‘화장실’이라고 하든지, ‘해우소’라고 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러한 완곡어법이 가장 잘 발달한 나라가 우리나라가 아닌가 한다. 해고라는 표현 대신 ‘구조조정’이라고 한다. 필자도 2005년 학교의 구조조정으로 애를 먹은 적이 있다. 물론 해고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학과를 통폐합하면서 힘든 과정을 겪기도 했다.

 

우리는 상점에 갔을 때 이런 완곡어법을 잘 구사한다. “맘에 드는 물건이 없어요.”라고 하면 점원이 상처를 받을까 봐 “한 번 둘러보고 올게요.”라고 하며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이것이 바로 완곡어법의 대표적인 경우다. 이렇게 완곡어법을 씀으로 해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하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완곡어법보다는 직설적인 표현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 특히 정치의 계절이 다가와서 그런지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없고, 무조건 상처를 줘서 흔들어 떨어뜨리고자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완곡어법은 고사하고 은어나 비속어 등이 난무하는 것을 볼 때 한국어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프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 나그네에 대한 친절, 약한 사람에 대한 보살핌 등이 우리 민족의 좋은 점인데, 정치판에서 2등은 없다는 말이 있다 보니 무조건 1등 하려고 상대방을 비방하고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전’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설득시키든지 아니면 감성적으로 다가가든지 하면 좋을 것을 굳이 얼굴 붉히는 상황까지 연출하는 것을 보면 필자가 우리말 공부를 잘못 가르치고 있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비방과 음해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사실만 보도해야 한다. 요즘 유튜브를 보면 “큰일 났다. 00은 이제 끝났다.” 등의 표현으로 낚시질(?)을 하는 것을 많이 본다.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보게 되지만 날이 갈수록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더 이상 보지 않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화용론은 의미론의 한 분야이다. 우리가 말하는 것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언제든지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다. 가능하면 상대방을 배려하는 표현을 쓰는 습관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필자는 늘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이고! 옷이 작아졌네.” 사실은 옷이 작아진 것이 아니라 아내가 살이 찐 것인데……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102908274536893#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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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국가장은 5.18영령에 대한 모독"

시민단체, 서울시청앞 빈소에서 기자회견..'노태우 국가장 반대'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10.29 18:23
  •  
  •  수정 2021.10.29 18:36
  •  
  •  댓글 2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29일 오후 '노태우 국가장 및 분향소 설치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29일 오후 '노태우 국가장 및 분향소 설치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한 정부 결정에 따라 마련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분향소. 

영결식이 치러질 30일이 하루 뒤이지만 29일 오후에도 조문객들의 발길은 띄엄 띄엄 한산하다.

이날 오후 삼청교육대피해자연합, 조중동폐간실천단, 평화협정운동본부, 518서울기념사업회 회원들이 영결식장 건너편 서울광장에 모여 '노태우 국가장 및 분향소 설치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노태우 국가장 반대' 손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에 나선 이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12.12반란을 일으켜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5.18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유혈 진압했으며, 군사독재를 행한 노태우에게 무슨 국가장을 하고 분향소를 설치한단 말인가"라며 반발했다.

또 "내란죄를 저지른 자를 국가가 추모한다는 것은 내란을 용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고, 내란을 용인하는 것은 그 내란에 맞서 싸운 5.18민주항쟁 시민들과 유족들에 대한 모독이며 내란으로 세운 군사독재에 항거한 열사와 유족에 대한 모독"이라고 규탄했다.

국가장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경찰은 기자회견 진행에 불필요한 관여를 하지 않았고 주최측은 30여분만에 큰 충돌없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해산했다.

이적 삼청피해자연합회 회장, 김병관 조중동폐간 무기한시민실천단 단장, 염성태 인천참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임영기 평화협정운동본부 조직위원장, 정영철 518서울기념사업회 사무처장 등이 노태우 국가장 반대 발언에 나섰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적 삼청피해자연합회 회장, 김병관 조중동폐간 무기한시민실천단 단장, 염성태 인천참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임영기 평화협정운동본부 조직위원장, 정영철 518서울기념사업회 사무처장 등이 노태우 국가장 반대 발언에 나섰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앞서 28일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이 '학살자 노태우의 국가장은 전범을 추모하는 야스쿠니 참배와 다름 아니다. 5월 영혼을 짓밟는 노태우 국가장 취소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같은 날 주권자전국회의는 '노태우씨의 과오에 대해 정확히 말하자'는 제목의 논평에서 12.12군사쿠데타와 5.18민주화운동 강제진압 뿐만 아니라 재임 기간 강경대·김귀정 학생·박창수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이내창·이철규 열사의 죽음에 관련된 악행을 열거하고는, 그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한다 것은 '어처구니없는 작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것은 역사에 또 다른 '과오'가 될 것"이라며, "어설픈 국민통합이라는 미명 아래 역사적 범죄를 덮어버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태우 국가장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5.18민주유공자유족회·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5.18구속부상자회·5.18기념재단은 공동명의의 입장문을 발표해 "국민 통합, 화해와 용서는 온전한 반성과 사죄를 전제로 가능하다"며, "학살자들은 시민들에게 사과한 적 없고, 우리 시민들 또한 사과받은 적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 분향소.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규탄문] (전문)

전두환, 노태우를 위시한 군부는 1979년 10월 26일 독재자 박정희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 총에 맞아 죽고 혼란한 틈을 이용해 1979년 12월 12일 쿠테타를 일으켰다. 

박정희독재에 처참히 짓밟혔던 민중의 삶은 다시 참담한 암흑으로 바뀌었다. 

전두환, 노태우를 위시한 반란세력은 5.18민주화 세력을 학살했으며 독재정권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삼청교육대를 만들어 무고한 민중의 삶을 유린했다. 그리고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싸운 무수한 민중의 외침을 공안무력으로 억누르며 피의 흔적을 만천하에 남겼다.

노태우! 그는 누구인가.
12.12쿠테타의 2인자며 물태우란 별칭 있듯 술에 물탄 듯 물에 술탄 듯 색깔 없는 전두환 역적의 후임이었을 뿐이다.

행여 북방외교와 남과 북 동시 UN가입에 공적이 있다고 해야 하는가. 결코 아니다. 그가 권좌에 있었던 1988에서 1993년 초 까지는 구소련이 해체되고 많은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독립을 할 때이다. 즉 세계사적 흐름이 잠시 자본주의 제국주의 세력에게 유리하게 작용되었을 뿐이다. 

노태우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북방외교의 성과를 스스로 만들었다고 판단하는 건 역사적 전개를 모르는 판단미숙이다.

노태우는 전두환과 같은 민족의 역적이었지만 전두환과 차별을 두며 5공 청산의 시늉을 하며 독재를 시작했다. 그러나 청명계획을 세워 민간인을 사찰했다. 

전교조를 불법화하여 갖은 탄압을 가했다. 1500여명의 교사가 해직, 파면되었다. 이에 맞선 학원민주화 과정에서 학생들의 시위는 격화되었고 강경대 열사나 김귀정열사의 죽음이 발생했다. 

노태우 역적이 권좌에 있는 동안 민주화를 위한 투쟁은 계속 되었고 박승희,김영균, 천세용, 김기설, 윤용하 등 많은 학생들이 분신자살을 하였다.

계속 되는 투쟁과 민중들의 분노를 잠재우려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의 유서를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이 대필했다는 소위 유서대필사건까지 조작했다.

민중들의 항거가 거세지자 3당이 야합하여 절대 권력을 쥐고선 날치기 통과 강행, 반대파 억압, 사회운동 탄압 등의 독재 정치를 펼쳐 나갔다.

노태우가 비록 퇴임 후 1996년부터 12.12와 5.18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져, 1997년 4월 17일 12.12와 5.18 관련 내란죄 및 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대법원 선고공판에서 징역 17년형, 추징금 2,688억원의 형을 선고받았다 해도 전두환, 노태우를 위시한 군부가 잡은 정권은 아직도 그 명맥을 유지하며 숭미친일 국민의 힘 당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5.18민주열사들과 그 유족들, 삼청교육대 피해자들과 그 유족들, 5공 6공의 민주열사들과 그 유족들의 피 맺힌 아픔 또한 이 땅에 그대로 남아있다.

현 민주당 정권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노태우를 국가장으로 예우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근거해 서울시는 분향소를 설치하여 추모하는 작태를 펼쳤다. 어제도 오늘도 서울시장을 비롯한 정치꾼들은 참배를 해대고 있다.

내란죄를 저지른 쿠데타 세력을 국가장으로 예우하는 건 내란을 인정하겠다는 뜻 아닌가.  진정 이 땅에서 내란을 일어나길 바라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릇된 역사를 바로 잡지 않고 부득불 유지시킨다면 우리의 미래는 그릇된 역사로 점철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노태우 국가장과 분향소 설치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역사 앞에 죄짓지 말고 거짓역사 청산하자!
5.18 민중학살범 국가장을 취소하라!
내란죄인 학살원흉 분향소를 철거하라!

2021년 10월 29일

삼청교육대피해자연합/조중동폐간실천단/평화협정운동본부/518서울기념사업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성명] 학살자 노태우의 국가장은 전범을 추모하는 야스쿠니 참배와 다름 아니다. 5월 영혼을 짓밟는 노태우 국가장 취소하라! (전문)

80년 5월 총칼로 국민을 죽이라고 명령하고 군사반란과 내란혐의, 불법비자금 조성으로 형을 확정한 범죄자에게 국가가 예우를 갖춰 장례식을 치른다는 것은 전범을 추모하는 일본의 야스쿠니 참배와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80년 5월의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수구세력들은 5월 영령들의 영혼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노태우는 5월 국민을 총칼로 학살하라고 명령한 자이다. 그리고 한 번도 그런 사실에 대해 사과한 적도 없다. 여전히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5월 광주의 학살 주동자일 뿐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문재인 정부의 노태우 국가장 결정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어떤 논리를 갖다 붙인다고 해도 이번 결정은 5월 영령을 모욕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5월 광주를 기억하려 노력하며 한국의 자주민주화를 염원한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5월 영령들이 묻힌 광주518묘소를 찾아가 참배하며 정치적 뿌리가 80년 광주라고 읊조리던 문재인 대통령이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행태 대해서도 문제제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득실에 따라 국가장을 결정하고 참배는 않겠다는 대통령이나 참배는 하지만 방명록엔 글을 남기지 않는 대선후보의 기만적 행위의 본뜻은 과연 무엇인가? 그들의 이러한 행위는 그들이 80년 5월을 정치적 도구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더 이상 80년 5월 영령들의 영혼을 짓밟지 말라. 그리고 80년 군사독재부터 80년 5월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투쟁하고 헌신해온 지금 살아가는 국민들을 모욕하지 말라.

당장 학살자 노태우의 국가장을 취소하라. 일본 정치인들이 전쟁범죄자들을 추모하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2021 10 28 


전국농민회총연맹

 

[주권자전국회의 논평] 노태우씨의 과오에 대해 정확히 말하자! (전문)

노태우씨가 세상을 떠났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가 어떠한 사람이든 애도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생전 공과에 대해 장례 기간도 끝나지 않은 때에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결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 사람에 대한 예의보다 역사적 교훈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그 내용을 후대에 물려주어야 할 책무가 훨씬 더 크다는 점에서 얼마간 불편함을 무릅쓰고 그의 과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문재인 대통령은 '과오도 적지 않지만, 성과도 있다'는 말로 견해를 발표했다. 

한편 그의 유족들은 그가 생전에 자신의 과오에 깊은 용서를 바란다고 했다고 전했다. 도대체 그의 과오가 무엇인가? 누구나 그의 과오를 12. 12군사반란과 518민주화운동 강제진압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전방에 있던 9사단을 빼돌려 서울로 진격한 그의 행위는 사형을 당해도 마땅한 명백한 군사반란이다.

  518민주화운동 강제 진압 역시 그는 관계가 없다고 발뺌을 하지만 광주학살을 자행한 신군부의 2인자라는 것은 세상 누구나 아는 일이고, 전두환의 뒤를 이어 보안사령관이 된 그가 518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에 대해 분열공작을 하고, 탄압을 했던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죽는 그 순간까지 두 가지 과오에 대해 명백한 사죄를 하지 않았고, 대신 아들이 518국립묘지를 방문하고 사과 의사를 간접 전달했을 뿐이다.

  두 가지 모두 그의 커다란 역사적 범죄임에 틀림없지만, 그가 그 연장으로 재임 기간 내내 갖가지 악행을 저지른 것에 대해 우리는 분명히 인식해야 하고, 기억해야 한다. 그는 백주 대낮에 대학교 1학년이었던 강경대 열사를 백골단의 구타로, 20대의 꽃다운 나이였던 김귀정 열사를 토끼몰이식 진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또한 당시 한진중공업 노조 박창수 위원장을 의문의 죽음에 이르게 하고, 시신을 탈취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외에도 이내창 열사, 이철규 열사 등의 의문의 죽음 역시 그의 재임 기간에 저질러졌던 짓들이다. 이 모든 참사는 결코 일선 경찰들의 일탈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군사독재의 통치를 실질적으로 연장하고 싶어하는, 민주화 물결에 대한 그의 저항에서 빚어진 결과이다. 처음만 기억하고 큰 것만 기억하고 이 모든 그의 악행을 우리가 덮어야만 하는 것인가? 본인이 했는지도 모르는 가족의 사과 전달만으로 퉁치듯 넘어가야 하는 것인가?

  그가 12. 12군사쿠데타와 518민주화운동 강제진압만이 아니라, 전두환 재임 기간 내내 2인자였으며, 이후 재임 기간 동안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는 것, 그것이 바로 군사독재를 내용적으로 연장시키려는 그의 ‘과오’였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한다면 그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한다는 따위의 어처구니없는 작태는 없어야 한다. 

그것은 역사에 또 다른 ‘과오’가 될 것이다. 어설픈 국민통합이라는 미명 아래 역사적 범죄를 덮어버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2021년 10월 28일


주권자전국회의

 

[5월단체 입장문] (전문)

고 노태우 국가장 결정에 대한 유감표명, 국립묘지 안장 반대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5.18당시 광주시민 학살의 공범, 내란죄, 뇌물수수 등 혐의로 징역 17년 형과 추징금 2천600억여 원을 선고받은 죄인의 장례비용이 국고로 부담된다. 한 사람의 죽음을 조용히 애도하면 될 일이었다.

정부는 27일 오전 국무회의를 거쳐 직접선거로 당선된 첫 대통령 노태우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국가장으로 진행하여 국민들과 함께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예우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장법은 국가·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긴 사람이 서거한 경우 국가가 장례를 치러 국민 통합에 이바지하려는 취지이다. 국가장은 정부가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고 정치적 판단도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국가의 헌법을 파괴한 죄인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신군부 실세로서 자신 또는 책임이 무거운 1980년 5월 학살에 대해 그는 광주 시민과 국민에게 단 한번도 직접 사죄하지 않았다. 

2011년 펴낸 [노태우 회고록]에서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광주 시민들이 유언비어에 현혹된 것이 사태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국가장 결정에 유감을 표함과 아울러 국립묘지 안장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힌다. 5.18 진상규명 과정에 있는 이때에 시민 학살 책임자를 국립묘지에 안장한다는 것은 가당치 않다.

국립묘지 안장은 단순한 애도·추모 이상의 국가의 품격과도 관련된 일이다.

국민 통합, 화해와 용서는 온전한 반성과 사죄를 전제로 가능하다. 학살자들은 시민들에게 사과한 적 없고, 우리 시민들 또한 사과받은 적 없다.


2021. 10. 27.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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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부터 비수도권 모임 12명까지…백신패스는 ‘1~2주 계도’

등록 :2021-10-29 11:10수정 :2021-10-29 11:13

 
정부, 단계적 일상 회복 최종안 발표
 
2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칠보중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이 줄다리기 게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칠보중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이 줄다리기 게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된다. 수도권은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10명까지, 비수도권은 12명까지 사적모임이 허용된다. 다만 식당과 카페에서 미접종자는 4명까지만 모임에 포함될 수 있다. 접종증명·음성확인제 등 ‘백신 패스’는 일부 시설에 1~2주 동안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8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단계적 일상 회복 이행계획 최종안을 발표했다. 3단계에 걸쳐 이행될 단계적 일상 회복은 ‘4주 운영기간, 2주 위험성 평가기간’ 간격으로 순차적으로 방역 조처를 완화할 계획이다.

방안을 보면, 지난 25일 발표한 초안은 사적모임 인원제한을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10명까지 제한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최종안은 비수도권의 경우 인원이 12명으로 늘었다. 다만 식당과 카페에서 모임 제한인원에 포함할 수 있는 미접종자는 4명까지로 제한한다.

 

11월1일부터 이른바 ‘백신 패스’로 불리는 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도입하는데, 일부 시설에서는 1~2주 동안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목욕장업, 경마·경륜·경정, 카지노 등 시설에는 1주 동안의 계도기간을 두고,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은 미접종자의 이용권 환불 문제와 현장 혼란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도기간을 2주 부여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정해준 일정대로 백신 접종을 하면서 아직 2차 접종을 하고 14일이 지나지 않은 이들도 있는데, 헬스장 등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게 부당한 것 아니냐는 여론을 고려한 조처로 보인다.

초안에서 발표했던 것처럼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시간 제한은 그대로 완화하기로 했다. 우선 가장 안전한 시설로 꼽히는 학원·영화관·공연장·독서실·피시방의 이용시간 제한을 해제한다. 특히, 영화관에선 접종완료자와 유전자 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자만 상영관을 이용할 경우 인원제한과 한 칸 띄어앉기를 없애고, 식음료 섭취도 허용한다. 현재 밤 10~12시까지인 식당·카페도 영업시간 제한을 해제한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health/1017177.html?_fr=mt1#csidx0c7d0f04fec94cb955fec1061b26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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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국가장 취소하라” 국민청원 잇따라

지난 27일 오후 대구 동구 신용동 용진마을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에 분향소가 마련돼 조문객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2021.10.27ⓒ사진 = 뉴시스

 전직 대통령 고 노태우 씨 국가장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의 ‘노태우 국가장’ 결정을 철회하라는 청원이 다수 올라와 있다.

한 청원인은 “사면됐다고 하나 노태우는 전두환과 같이 12.12 군사 쿠데타의 주역으로 반란 수괴이고, 광주 시민학살의 주범 중 하나”라며 “이러한 자를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청원인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한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강조하며 “노태우 국가장 결정을 당장 취소해 달라”고 했다.

다른 청원인은 “노태우 씨는 학살자”라며 “대한민국 정부는 국가장으로 학살자를 예우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노 씨가 내란죄로 유죄판결 받은 사실을 짚으면서 “얼마나 심각한 내란인지 그 일로 목숨을 잃은 사람과 다친 사람, 현장에 있던 사람, 그 가족들이 그 일을 증언하고 고발한 기록이 모이고 모여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이 지은 내란의 죄에 대한 통렬한 사과와 변변한 사죄도 없이 그저 너그럽게 봐달라는 몇 마디 말만 남겼다고 한다”며 “심지어 아직까지도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거짓말로 피해자와 유가족을 능멸하는 공범을 위해서인지 입도 꾹 닫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라나는 다음 세대의 민주시민을 위해서라도 권력을 위하여 자국민을 학살한 내란수괴에게 공과 과가 나뉜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의 ‘노태우 국가장’ 결정을 철회하라는 청원이 다수 올라와 있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또 다른 청원인은 ‘민주주의 헌법 정신을 짓밟고 군사 반란을 주도한 노태우 씨에 대한 국가장 진행을 취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그는 “전직 대통령 노 씨에 대한 국가장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노 씨는 전직 대통령임을 고려함과 동시에 그에 관한 예우가 박탈되었고 더욱이 그 박탈 사유가 민주주의를 짓밟은 군사 반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씨가 국가장이라는 예우를 받는 것은 1979년 12월 12일의 밤, 반란군을 막고자 한 참군인과 장성들에 대한 모욕이며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을 비롯한 수많은 민주주의 열사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반란 세력이 국가장 대우를 받는다는 전례를 남겨 군사 반란과 민주주의 정신을 유린하는 것이 경제적, 정치적 성과에 매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 씨를 국가장이라는 예우를 한다면 반란군 수괴이자 학살자인 전두환 씨 또한 국가장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기도 하다”며 우려했다.

그러면서 “반란 세력에 대한 제대로 된 심판과 그들의 진심 어린 반성이 수반되지 않은 상태의 국가장은 절대적으로 이뤄지면 안 된다”며 “탄핵을 통해 지켜낸 대한민국 민주주의 정신을 반드시 지켜주시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7일 국무회의를 통해 노 씨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노 씨 국가장은 26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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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재명 ‘음식점 총량제’에 “반헌법·반시장적”

  • 기자명 박서연 기자
  •  입력 2021.10.29 07:55
  •  댓글 7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경향·국민 빼고 언론들 “우려된다” 사설
임성근 탄핵 ‘각하’에 조선·중앙 “억지 탄핵” 한국·한겨레·경향 “아쉬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가 지난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열린 ‘전국 소상공인 자영업자 간담회’에 참석해 “하도 식당이 문 열었다가 망하고 해서 개미지옥 같다”며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발언 이후 “포퓰리즘”, “전제주의적 발상” 등의 비판이 나왔다.

지난 28일 이재명 후보자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로봇산업 전문전시회’에서 “공약으로 시행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며 “불나방들이 촛불을 향해 모여드는 건 좋은데 너무 지나치게 가까이 촛불에 타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게 국가공동체를 책임지는 공직자의 책임”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헛소리 총량제부터 실시하자” 등의 원색적 비난이 나왔다. 29일 한겨레와 경향신문, 국민일보 등을 제외한 언론사들은 이재명 후보자를 비판하는 사설을 냈다. 

▲29일자 아침신문 1면.
▲29일자 아침신문 1면.

재판 개입 의혹을 받는 임성근 전 판사의 탄핵이 기각되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억지로 탄핵을 밀어붙인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일보와 한겨레, 경향신문 등은 재판 독립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단죄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29일자 국민일보 1면.
▲29일자 국민일보 1면.
▲29일자 신문 1면에 실린 노태우씨 국가장 공고.
▲29일자 신문 1면에 실린 노태우씨 국가장 공고.

전두환씨의 부인이 고 노태우씨 빈소에 찾은 소식도 보도됐다. 전씨의 부인인 이순자씨는 취재진이 “5·18 유가족들에게 사과할 생각 있냐”고 묻자, 답변하지 않았다. 9대 종합일간지 1면 하단에는 일제히 ‘고 노태우 국가장 공고’가 실렸다.

이재명 ‘음식점 총량제’ 발언에 동아일보 “반헌법·반시장적”

중앙일보는 8면 기사에서 이재명 후보자의 ‘음식점 총량제’ 발언과 이후 수습하는 과정을 전하며 “이 후보 주변에서도 후배 개인의 돌발 제안 쪽에 무게를 두고 사태를 수습하는 반응이 주였다. 이 후보 측 정책라인의 핵심 의원은 ‘음식점 총량제와 주 4일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수많은 자영업자가 생겨나고, 이들이 각자도생하는 현실에 대한 고민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허가 총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국가가 개입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29일자 중앙일보 8면.
▲29일자 중앙일보 8면.

중앙일보는 이 후보자가 “30%대 박스권 탈출 카드로 ‘파격 정책’ 물량 공세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중앙일보에 “선대위 출범에 맞춰 정책과 공약으로 이슈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후보 측 재선 의원은 중앙일보에 “대장동 뉴스가 아닌 정책 관련 뉴스가 나오는 건 우리로선 무조건 좋은 일”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재명의 ‘음식점 허가 총량제’ 발상, 반(反)헌법·반(反)시장적이다” 사설에서 “한마디로 반헌법적이고 반시장적인 발상이다.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이 아니라 오랜 숙고를 거쳐 나온 아이디어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29일자 동아일보 사설.
▲29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소규모 자영업의 대표적 업종인 음식점의 수나 창업·폐업을 정부가 통제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발상이다.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도 크다. 설사 자영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해도 정부의 역할은 환경을 조성하고 시장의 자율적인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이 후보 발언이 범상치 않게 들리는 건 그가 이미 발표한 다른 공약에서도 ‘정부 만능주의’ 색채가 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전 국민에게 연 100만 원씩 나눠준다는 ‘기본소득’, 공공임대 아파트 100만 채를 지어 무주택자에게 싸게 제공한다는 ‘기본주택’, 1인당 1000만원까지 장기 저리로 돈을 빌려준다는 ‘기본대출’ 공약은 현실적으로 재원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데다 포퓰리즘 성향이 강해서 자원 배분이 왜곡되는 등 많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대선 후보까지 위험하고 정제되지 않은 발상으로 짐을 얹을 때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실제로 총량제는 위헌 소지가 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래도 이 후보가 계속 운을 띄우는 것은 수백만 음식점 주인 표를 겨냥한 선거용이라고 봐야 한다”며 “경제적 약자가 그나마 생계를 위해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음식점 등 자영업인데 이를 어떻게 막겠나. 대선 후보는 음식점 허가제가 아니라 잘못된 정책을 고쳐 좋은 일자리를 늘리려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9일자 중앙일보 사설.
▲29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했거나 퇴직한 사람들이 별다른 대안이 없어 자영업을 선택한다는 근본 원인을 도외시한 채 숫자를 통제하겠다는 건 결코 해법일 수 없다. 실행된다면 경쟁이 줄어들 테니 기존 자영업자에겐 과도한 혜택일 테고, 진입이 어려워진 신규 사업자에겐 과도한 차별이 될 터다. 다양한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는 선택권을 빼앗기는 셈이 된다. 천부당만부당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임성근 탄핵 ‘각하’에 조중동 “억지 탄핵” 한국·한겨레·경향 “아쉬워”

헌법재판소가 지난 28일 재판 개입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사건을 각하했다. 임성근 전 판사의 퇴직으로 파면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은 ‘각하’, 3명은 ‘인용’, 1명은 ‘심판절차종료’의 의견을 내 각하 결정됐다.

임 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문설과 관련된 칼럼을 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명예훼손 재판에 개입하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체포치상 사건 재판 당시 양형이유 수정 및 일부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국일보는 첫 판사 탄핵 각하가 아쉽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임 전 부장판사가 임기만료로 퇴직한 상황이라 공직파면을 다투는 탄핵심판의 실익이 없다는 취지다. 아예 재판 개입의 위헌 여부는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법관에 대한 첫 탄핵심판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재판 개입 행위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판단 자체를 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29일자 한국일보 사설.
▲29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헌재가 재판 개입의 위헌성에 대한 판단을 멈춤에 따라 재판 독립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한 사법적 단죄는 사법부의 개별 재판부 몫으로 남게 됐다”며 “헌재의 탄핵소추 각하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는 향후 재판 개입을 포함한 사법농단 재판에서 엄정한 잣대를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29일자 중앙일보 사설.
▲29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민주당이 법관 탄핵을 억지로 밀어붙였다며 사과하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4월 재보선을 두 달 앞두고 여당이 탄핵 절차를 밟자 선거용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유죄 판결 등으로 정권의 심기를 건드린 법원 겁주기라는 해석도 따랐다. 어제 헌법재판소의 각하 결정으로 이런 의혹에 무게가 실렸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판사 출신이면서도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밀어 붙인 이탄희·이수진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우리 사회에 불필요한 분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 역시 이런 상황이 오기까지 사법부 수장으로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번 사태를 주도하거나 방조한 장본인들이 반성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정치권은 힘으로 사법부를 찍어 누르고, 법원은 국회 눈치나 살피는 삼권분립의 훼손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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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발표...다중이용시설 24시간 영업 가능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10/29 10:36
  • 수정일
    2021/10/29 10:3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방안 발표...수도권 10명·비수도권 12명 모임 가능

유흥시설을 제외한 모든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영업시간이 해제된다.

 

29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울산시청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은 기존 거리두기와 영업시설 규제 중심의 코로나19 대책에서 개인 방역 관리와 일상성 복귀를 위한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의 본격적인 전환이 시작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만 이번 일상회복 방안도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와 마찬가지로 단계별 전환 수위를 조절해, 내달 1일부터는 가장 낮은 수위의 일상회복 정책만이 담겼다.


 

최근 다시금 코로나19가 확산 수위를 보이고 있다는 점, 핼러윈데이를 포함한 코로나19 위협 요인이 상존했다는 점, 계절적으로 바이러스 활동에 좋은 겨울철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전환 계획에 따라 이달 말까지는 백신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8명까지로 제한된 수도권의 사적 모임 인원이 앞으로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적용 시기인 2주간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수도권 10명(비수도권 12명)으로 늘어난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큰 시설로 분류된 식당과 카페의 경우 미접종자 참석 가능 인원이 4명으로 제한된다.

 

달리 말해 다음달이 되더라도 코로나19 이전처럼 인원 제한 없는 대규모 회식 등에는 제한이 따른다.

 

이번 1단계 회복 방안에 따라 유흥시설을 제외한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이 전면 해제됨에 따라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진다. 종교시설, 공연장, PC방 등에 장기간 가해진 운영시간 제한 규제가 해제된다.

 

이번 조치와 더불어 출입자의 접종증명 및 코로나19 음성임을 확인하는 이른바 '백신패스'를 다중이용시설에 도입하는 방안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더 자세한 사항은 이날 오전 11시 열리는 중대본 브리핑에서 전달된다.


 

김 총리는 그간 규제 일변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음달부로 일상 회복으로의 전환대에 오른다며 "우리 앞에 펼쳐진 새로운 도전의 길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힘든 여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다만 "정부는 국민들께서 지금껏 보여주신 시민의식과 성숙함을 믿고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뒷걸음치지 않고 헤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이번 전환에도 불구하고 개인방역 관리의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도 아울러 강조했다.

김 총리는 "실내외 마스크 착용과 주기적인 환기, 적극적인 진단검사 등 세 가지 필수 방역수칙은 반드시, 끝까지 지켜달라"고 전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29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102909311660630#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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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은 한자의 발음기호' 주장에 담긴 불순한 의도

[기고] 독학사 교재 파문에 대해... 단순 해프닝이라기엔 너무 심각하고 의도적이다

21.10.29 07:15l최종 업데이트 21.10.29 09:17l


대한민국 국경일인 한글날이 끝난 지도 일주일이 넘은 10월 19일, 느닷없이 훈민정음 한자음 발음기호설 문제가 중앙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에 동시에 보도되었고, JTBC 진실 검증 프로그램(팩트체크)에 집중 보도됐다. 정규 대학을 나오지 않고서도 대학 졸업 학사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독학사 교양 국어 교재에 동북공정식 주장이 실렸기 때문이다. 

큰사진보기독학사 국어 교재
▲  독학사 국어 교재
   

 
2021년 누적 판매가 25만 부나 된다니, 가히 초대형 베스트셀러나 다름없는 책이었다. 해당 국어 교재에는 '훈민정음은 한자의 발음기호이다'라는 제목 아래 "훈민정음은 중국어(문자)를 통일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한국어를 표기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라는 일부 학자들(이숭녕, 강길운, 정광)의 주장이 실렸다. 양반들에게만 필요한 한자음 발음기호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조차도 황당한 주장인데 이 교재는 더 나아가 '훈민정음을 중국에 반포했다'라는 주장까지 실었다. "이두를 대체하여 사용하는 것, 한문 서적을 언해하는 것, 한자의 발음을 표기하는 것(훈민정음) 등의 세 가지 정책은 모두 중국에서 시행했다"라는 동북공정식 주장으로밖에 볼 수 없는 내용이다.

집필은 해당 교재의 독학학위연구소에서 했다고 하는데, 출판사는 일반 전화번호조차 알려주지 않아 누가 집필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필자가 두 번이나 전화해서 확인했지만, 출판사는 그 교재를 누가 썼는지 자신들은 알 수 없고 연락처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출판사가 어떻게 그 부분을 누가 썼는지를 모를 수 있느냐고 따졌지만, 독학학위연구소에서 도맡아 했기 때문에 저자는 독학학위연구소라는 것만 알뿐이라고 했다.

출판사는 해당 책을 모두 거둬들이고 사과문까지 내걸었지만,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반복이 안 된다.

끈질긴 훈민정음 한자음 발음기호설의 역사

이 주장이 심각한 것은 훈민정음에 대한 역사 왜곡을 넘어 대한민국의 위상을 일부러 훼손하려는 듯한 불순한 의도까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내용만으로 본다면 동북공정식 주장이라는 댓글도 여러 개 달렸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우리 역사를 뿌리째 부정하려는 것이므로 일본의 독도 약탈보다도 더 심각한 역사 침탈 행위이다.

다시 정리하면 이 교재는 기존의 훈민정음 한자음 발음기호설에다가 '중국에 반포했다'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훈민정음 한자음 발음기호설도 역사 왜곡인데 거기다가 동북공정식 주장까지 더 보탰으니 더욱 심각하다. 훈민정음 한자음 발음기호설은 훈민정음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소수 의견이지만 그 뿌리는 길고 강력하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서울대 출신 학자(이숭녕, 강길운, 정광)들이 주장했기 때문이다.


처음 주장은 "이숭녕(1958). 세종의 언어정책에 관한 연구-특히 운수편찬과 훈민정음 제정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하여(≪아세아연구≫ 1․2.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29~84쪽)"에서 비롯되었다. 일반인에게는 난해한 이 논문이 1976년 당시 인기를 끌었던 문고판 형식의 대중 학술서 <혁신국어학사>(이숭녕. 1976. 박영사)로 발간되면서 대중한테까지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이 내용이 확대 재생산된 것은 <한글의 발명>(정광. 2015)이 유명 출판사인 김영사에서 나오면서였고, 뉴라이트의 대표 학자인 이영훈의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2018. 백년동안)로 이어졌다.

이숭녕(1958) 이후에도 "진영환(1966). 어제 훈민정음 서문의 새로운 해석-국자 창제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위하여-. ≪논문집≫ 21권 2호. 대전공업전문학교. 13~25쪽.", "강길운(1972). 훈민정음 창제의 당초 목적에 대하여. ≪국어국문학≫ 55․56․57 합본호. 국어국문학회. 1-21쪽."은 선행 연구 인용 없이 같은 주장이 되풀이되었다. "고종석(1999). ≪국어의 풍경≫. 문학과지성사.", "정다함(2009). 여말선초(麗末鮮初)의 동아시아 질서와 조선에서의 한어(漢語)ㆍ한이문(漢吏文)ㆍ훈민정음. ≪한국사학보≫ 36. 고려사학회. 269~305쪽."에서도 한자음 발음기호설과 같은 주장이 공표되었다.

이숭녕 주장의 핵심은 세종이 훈민정음을 일차적으로 한자음 발음기호로 만들었고, 그것이 우리말 전체 표기 기호로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훈민정음 창제 사실을 최초로 알린 1443년 12월 30일 자 세종실록에는 한자어이든 순우리말이든 능히 쓸 수 있는 글자라고 언급돼 있지만, 이런 사실은 무시되었다.
 
큰사진보기훈민정음 언해본의 세종 서문
▲  훈민정음 언해본의 세종 서문
   
 
이런 잘못된 주장이 나온 이유는 세종실록과 훈민정음 해설서인 <훈민정음> 해례본(1446)을 제대로 보지 않고 한자음 관련 기록만을 편향적으로 주목해 침소봉대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창제 목적과 실제 쓰임새를 마구 뒤섞어 창제의 진정성을 흐리고 있다. 이를 테면 통학용으로 산 자전거를 시장에 장 보러 가는 데 사용했다고 장보기용으로 산 것이라고 우기는 식이다.

한자음 발음 기호론자들은 세종이 1443년 12월에 훈민정음을 창제한 뒤 대략 두 달 뒤인 1444년 2월 16일 중국의 한자 발음책인 운서의 한자 발음을 훈민정음으로 적으라고 명령을 내린 것과, 1446년 반포 후인 1448년에 <동국정>이라는 우리나라의 표준한자음 사전을 펴낸 일을 핵심 근거로 든다.

그들이 눈 감은 것

그런데 이들이 못 본 것이 있다. 이 두 사건보다 먼저 일어난 사건으로, 1444년 2월 운서 번역 지시 이전에 하급 관리인 서리들한테 훈민정음을 먼저 가르친 일이다. 이는 관리에게 훈민정음을 먼저 가르쳐 대민 업무에 주로 쓰던 이두를 대체하고 백성한테 빨리 보급하려는 의도로 그리했을 것이다.

그리고 반포 후에는 <동국정운>보다 먼저 <용비어천가>와 한글 불경 책인 <석보상절>을 펴냈다. <용비어천가>는 서사시 125수를 담았는데 그중 한자어는 한자음 표기 없이 한자로만, 순우리말은 한글로 적었다. 그런데 125수 가운데 무려 네 수는 아예 순우리말로만 되어 있다.
 
큰사진보기용비어천가 중에서 순 우리말로 쓰여진 시.
▲  용비어천가 중에서 순 우리말로 쓰여진 시.
ⓒ 김슬옹  
 
훈민정음을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가장 중요한 문헌인 <훈민정음> 해례본 '세종 서문'에 따르면 한자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만들었고, 궁극적으로 온 백성이 편안한 문자 생활을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더욱이 해례본에서는 한글 표기 낱말을 124개나 들고 있는데 모두 한자어가 아닌 토박이말이다. 만일 한자음 발음기호가 목적이었다면, 토박이말이 아닌 15세기 양반이 쓰던 한자 말을 예로 들었을 것이다.
 
큰사진보기훈민정음 해례본의 한글 표기 어휘 분야별 분류 *( ) 현대 대응어, [ ] 풀이
▲  훈민정음 해례본의 한글 표기 어휘 분야별 분류 *( ) 현대 대응어, [ ] 풀이
ⓒ 김슬옹  

세종은 훈민정음 왜 만들었나 :  해례본과 세종실록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왜 만들었는지는 세종실록과 훈민정음 해례본 기록이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기록 가운데 이숭녕 등 훈민정음 한자음 발음기호설 주창자들이 보지 못한 것이 있다. 세종은 무려 훈민정음 창제 17년 전부터 한문의 어려움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자음 발음기호가 1차 목적이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자료다. 왜냐하면, 법률문을 백성들한테 알리는 문제는 한자음 표기 문제가 아니라 지식 정보를 어떻게 하면 쉽게 표현하느냐의 총체적인 표현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래는 1426년 세종실록의 기록이다.
 
임금이 말하기를, "사람의 법은 함께 써야 하는데, 지금은 옛날과 같지 않기 때문에 부득이 가까운 법률문을 준용하여 시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률문이란 것이 한문과 이두로 복잡하게 쓰여 있어서 비록 문신이라 하더라도 모두 알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법률을 배우는 생도이겠는가. 이제부터는 문신 중에 정통한 자를 가려서 따로 훈도관을 두어 ≪당률소의(唐律疏義)≫․≪지정조격(至正條格)≫․≪대명률(大明律)≫ 등의 글을 강습시키는 것이 옳을 것이니, 이조로 하여금 정부에 의논하도록 하라." 하였다.<br />- 세종실록 1426.10.27.

이로부터 6년 뒤에는 이두문으로 펴내면 어떨까 고민한 기록도 있다. 이때의 이두문은 당연히 순우리말까지 한자를 빌려서 적은 문자 체계다. 아래는 1432년 세종실록 기록이다. 
 
비록 세상 이치를 아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법률문에 의거하여 판단을 내린 뒤에야 죄의 경중을 알게 되거늘, 하물며 어리석은 백성이야 어찌 저지른 죄가 크고 작음을 알아서 스스로 고치겠는가. 비록 백성들로 하여금 다 법률문을 알게 할 수는 없을지나, 따로 큰 죄의 조항만이라도 뽑아 적고, 이를 이두문으로 번역하여서 민간에게 반포하여 보여, 어리석은 지아비와 지어미들이 범죄를 피할 줄 알게 함이 어떻겠는가.<br />- 세종실록 1432.11.7.

결국, 이두문도 한자이니 한문과 같이 어렵기는 매한가지이므로 훈민정음 창제 9년 전인 1434년 한문 내용을 일종의 만화로 표현한 <삼강행실>을 펴냈고, 그조차도 실패로 돌아가니 아예 새 문자를 만들게 된 것이다. 한자음 발음 기호론자들은 실록이 보여주는 이러한 역사의 진정성을 왜 의심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의 문자 생활에 대한 고민 기록도 세 건이나 나온다.
 
사형 집행에 대한 법 판결문을 이두문자로 쓴다면, 글의 뜻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백성이 한 글자의 착오로도 원통함을 당할 수도 있으나, 이제 그 말을 언문으로 직접 써서 읽어 듣게 하면, 비록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일지라도 모두 다 쉽게 알아들어서 억울함을 품을 자가 없을 것이다.<br />- 최만리 외 6인 갑자 상소(1444)에서 인용한 세종 말
 
글자(한자/한문) 모르는 백성이 펼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끝내 제 뜻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라.<br />- 훈민정음(1446) 세종 서문
 
한문을 배우는 이는 그 뜻을 깨닫기가 어려움을 걱정하고, 범죄 사건을 다루는 관리는 자세한 사정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을 근심했다.<br />- 훈민정음(1446) 해례본 정인지서

세종이 모든 우리말을 정확히 적기 위해 정음 문자를 만든 것이라는 해례본 설명에서도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보기와 함께 여러 번 나온다.
 
큰사진보기훈민정음 해례본 보기
▲  훈민정음 해례본 보기
ⓒ 김슬옹  
 
훈민정음 한자음 발음기호설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이러한 훈민정음 해례본 기록과 관련 세종실록 기록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대학졸업 학사 자격을 부여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독학사 교재에 왜곡된 국어지식, 특히 대한민국 문화상징 1호인 '훈민정음(한글)' 창제에 관한 기본상식을 완전히 파괴한 지식을 담고 있고, 그 교재가 25만부나 팔릴 때까지 독학학위제를 담당하는 교육부의 국가평생교육진흥원(국평원)과 관련 학회나 국어교육계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이제 허황된 학설에 휘둘리지 않도록 훈민정음의 역사적 진실을 담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제대로 읽고 배우는 교육에 더욱 힘써 훈민정음에 담긴 가치를 제대로 나누어야 한다. 훈민정음은 우리말을 누구나 쉽게 제대로 적어 지식과 정보를 나누라는 세종의 원대한 꿈이 담겨 있는 문자다.

참조: "김슬옹(2020). 훈민정음 한자음 발음기호 창제설은 허구다. 권오향ㆍ김기섭ㆍ김슬옹ㆍ임종화(2020).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 이영훈 우문에 대한 현답≫. 보고사. 160-184쪽 참조.
 
큰사진보기서울 광화문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
▲  서울 광화문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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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품귀의 역설…죽은 회사 살아나고 회사에 현금쌓여

등록 :2021-10-28 04:59수정 :2021-10-28 07:35

 

미 렌터카업체 ‘허츠’, 신차 공급 줄어 역대급 호황
현대캐피탈 미국법인, 중고차 가격 올라 이익 껑충
현대차, 생산 차질로 재고 줄고 잉여현금 3조3천억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6’ 콘셉트카.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6’ 콘셉트카. 현대자동차 제공
 
최근 테슬라 전기차 10만대를 구매해 ‘천슬라’(주가 1천 달러) 시대를 여는 데 영향을 준 미국 렌터카 회사 허츠. 이 기업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5월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할 만큼 경영 사정이 나빴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어떤 변화가 생겼길래 42억달러(약 5조원) 규모 전기차를 사겠다며 ‘통 큰 베팅’에 나설 수 있었을까?
 
파산 위기 업체가 5조원 쏠 수 있었던 까닭은?
이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 사태가 허츠엔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부품을 구하지 못한 자동차 제조사가 신차 공급에 어려움을 겪자 렌터카 요금이 뛰고 이 회사 이익도 급증한 것이다. 반도체 수급난이 예상 밖의 결과를 낳은 아이러니다.

허츠의 모회사인 ‘허츠 글로벌 홀딩스’가 미국 나스닥시장 재상장을 위해 이달 중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 신고서(S-1, 투자 설명서)에도 이런 사실이 잘 드러난다.

 

이 회사가 올해 상반기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EBITDA)은 6억42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손실액 8억3천만달러)에 견줘 큰 폭의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상반기 동안 1조원 가까운 적자를 냈던 회사가 올해는 같은 기간 7천억원 이상을 쓸어 담은 것이다.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 1년치 이익에 맞먹는 규모다.

 

반전의 발판이 된 건 렌터카 공급 부족이다. 허츠 등 미국 렌터카 회사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여행객과 렌터카 이용자가 대폭 줄자 보유 차량을 중고차로 대거 처분해 현금을 마련했다. 이후 올해 들어 백신 접종 증가 등으로 렌터카 이용 수요가 다시 부활했지만 차량 마련에 여전히 애를 먹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를 구하기 어려워져서다.

그 결과 렌터카 요금이 훌쩍 뛰었다. 미국 <시엔엔>(CNN)은 최근 “지난달 미국의 자동차 렌털 요금이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9월보다 51%나 높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렌터카 운용 수익성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허츠의 대당 월 매출(RPU)은 지난해 상반기 615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1274달러로 2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렌터카 가동률(렌터카 이용 일을 전체 차량의 이용 가능일로 나눈 비율)도 49%에서 76%로 상승했다. 소비자에게 이전보다 훨씬 높은 요금을 받으며 차를 쉴새 없이 돌리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6월 사모펀드 등 투자회사를 새 대주주로 맞으며 구조조정에서 벗어난 허츠가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대규모 전기 렌터카 발주까지 나선 셈이다.

 

현대캐피탈 미국 법인의 깜짝 실적…현대차 배당도 늘 듯
 

반도체 수급난이 득이 된 사례는 더 있다. 이형석 현대카드·캐피탈 상무(재경본부장)는 지난 26일 실적 발표회에서 “미국 현지 법인인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의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0% 증가했다”며 “할부 수익 확대와 비용 안정화, 높은 중고차 시세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 법인 현대모터아메리카의 자회사인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미국 현지에서 자동차 할부 금융뿐 아니라 보유 차량을 빌려주고 매달 사용료를 받는 리스 사업을 한다. 이런 리스 차량은 계약 만료 때 소비자가 차를 반납하면 리스 회사가 이를 중고차 시장에 처분한다. 그런데 요즘 미국 중고차 시세가 치솟아 보유 차량을 장부가격보다 비싸게 팔며 큰 차익을 얻는다는 이야기다. 이 역시 차량용 반도체 품귀가 빚은 또 다른 파장이다.

 

‘반도체 품귀가 주주 배당에 도움이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는 전날 올해 경영 실적 전망 수정치를 내놨다. 올해 초 예상 대비 숫자를 가장 많이 고친 건 바로 자동차 사업 ‘잉여현금흐름’(FCF)이다. 잉여현금흐름은 완성차 팔아서 번 현금에서 투자액·세금·각종 비용 등 지출을 제외하고 회사에 실제로 쌓인 현금을 가리킨다.

 

현대차는 애초 올해 잉여현금이 최대 2조4천억원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훨씬 많으리라 예상했단 얘기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올해 잉여현금은 최대 3조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기획재경본부장)은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증가할 전망인 데다, 반도체 수급 부족 현상에 따른 생산 차질로 재고 자산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신차 공급이 달리며 회사 창고와 야적장에 세워놓은 완성차 재고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회사에 쌓인 현금도 부쩍 늘었다는 이야기다.

 

당초 현대차 쪽은 올해 완성차 판매 회복에도 재고와 투자 부담 탓에 현금 여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론 투자 축소, 생산이 따라잡지 못하는 빠른 재고 소진 영향으로 자금 운용에 외려 여유가 생겼다.현대차는 앞서 지난 2017년 잉여현금흐름의 30∼50%를 배당 재원으로 쓰겠다는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올해 잉여현금은 지난해(1조1천억원)보다 많게는 3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배당금 확대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1016950.html?_fr=mt1#csidxff4723ceb2466c2a8607da82f083f8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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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시범 보이다'에 씌워진 겹말의 굴레

중복어로 자주 지적되는 '시범(을) 보이다' '박수(를) 치다' 같은 말은 관용적 표현으로 인정돼 사전에도 올랐다. 현실적으로 많이 쓰는 말이라 그 용법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모든 언어에서 잉여적 표현은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국어에서는 대개 한자어를 중심으로 토박이말이 덧붙는 경우가 많다. 한자어만으로는 의미가 충분히 살지 못한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홍성원의 소설 《육이오》에는 ‘넓은 대로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 없이 오직 불길만이 휘황하게 타고 있을 뿐이었다’ 같은 대목이 나온다(표준국어대사전).
군더더기 비판하지만 ‘시범하다’는 어색해
‘대로(大路)’는 크고 넓은 길이다. ‘대로’만 써도 되는데 앞에 ‘넓은’을 더했으니 중복 표현이다. 하지만 구의 형태로 이뤄져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읽고 쓰는 데 거슬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글의 흐름상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표현이 의미 중복에 해당한다는 것과 그런 말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입말을 비롯해 수필 등 시적 표현이 허용되는 글이라면 ‘넓은 대로’라고 한들 시비 걸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간결함을 생명으로 하는 신문방송이나 보도자료 등 공공언어를 쓰는 데라면 기피 대상이 된다.

그중 중복어로 자주 지적되는 ‘시범(을) 보이다’ ‘박수(를) 치다’ 같은 말은 관용적 표현으로 인정돼 사전에도 올랐다. 현실적으로 많이 쓰는 말이라 그 용법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다만 단어가 아니라 구(句) 형태의 말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피해(를) 입다’ ‘부상을 입다/당하다’ ‘허송세월을 보내다’ 같은 표현도 겹말 시비에 오르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 다 용례로 올라 있다. 관용적으로 굳어 그리 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규범의 틀에 매이지 말고 자연스럽게 쓰길
겹말은 외래어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텅 빈 밀라노의 두오모 대성당에서 ‘부활의 노래‘를 들려줬다.” 지난해 4월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신음하던 때 이탈리아 두오모에서 무관중 공연이 펼쳐져 감동을 선사했다. ‘두오모(Duomo)’는 영어의 ‘돔(Dome)’과 같은 뜻으로, 대성당을 가리키는 이탈리아 말이다. 이탈리아에서 밀라노 두오모와 피렌체 두오모가 유명하다. ‘두오모’라고 하면 되는데 한국에서는 통상 ‘두오모 대성당’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겹말 시비가 있지만,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언중이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표기가 결정될 일이다.
 
글쓰기에서 말의 용법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연스러움’이다. 가령 ‘시범 보이다’나 ‘박수 치다’를 겹말이라고 해서 ‘시범하다, 박수하다’ 식으로 쓴다면 오히려 어색해진다. ‘결실을 맸다’ ‘자매결연을 맺다’도 자주 지적되는 군더더기 표현이지만 이를 기계적으로 ‘결실했다’ ‘자매결연했다’ 식으로만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다양한 말을 살려 쓰는 게 좋다. ‘결실을 맺다’는 겹말 시비가 있고, ‘결실하다’는 표현이 어색하다. 이를 ‘열매를 맺다’ ‘결실을 보다’ ‘결실을 거두다’ 식으로 문맥에 따라 적절한 서술어와 함께 쓰면 훨씬 맛깔스럽다. 요령은 지나치게 규범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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