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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은 환경잡지가 아니라 정치잡지다

[김종철 선생을 기리며]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산업주의 문화는 이러한 겸손의 자세를 조롱하고 비웃으면서 성장해왔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산업인간'은 도덕적, 정신적으로 극히 왜소한 미숙아가 되어버렸다. 산업의 세계에서 만물의 척도는 인간의 한계를 모르는 자기 확대의 욕망이다. 그리하여, 자본과 기술의 힘으로 얼마든지 자연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교만심이 분별없이 확대되어 왔고, 그 결과로 지금 우리는 스스로의 생존의 발판을 제거하는 데 열중하고 있는, 인류 역사상 가장 난폭하고 어리석은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코로나19라는 현재의 전 세계적 위기는 근대 자본주의 문명의 본질에 대한 그의 통찰이 전적으로 옳았음을 웅변한다. 즉 "자본과 기술의 힘으로 얼마든지 자연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교만심이" "스스로의 생존의 발판을 제거"해 왔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가 지향했던 것은 공생공락(共生共樂)의 삶이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고, 인간과 인간이 우애롭게 지내며, 각 개인이 내면의 평화를 누리는 그런 삶이었다. 그는 공생공락을 위한 이상적인 사회로 농(農)의 세계와 촌락 자치를 주장했지만 이는 결코 복고 취미가 아니었다. 공생공락을 위한 세계 각지의 여러 움직임들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연구하면서 이끌어낸 통찰이었다.


 

신문‧잡지의 칼럼을 모아 2016년 발간한 <발언 1,2>의 머리말에서 그는 "칼럼을 쓰는 동안 매일매일 발간되는 국내외 신문, 뉴스 매체들을 훑어보는 일이 어느덧 내 생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왜냐하면 '발언'을 위해서는 우선 세상 돌아가는 형편에 주목('경청')하는 게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상사에 대해서 끊임없이 귀를 열어 경청한다는 것은 '발언'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 윤리"이며 "농민, 노동자, 생활인들의 '현장'이 논밭과 공장 혹은 시장인 것처럼, 지식인에게 가장 중요한 '현장'은 뉴스매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끼니를 거르는 일은 있어도, 신문이나 뉴스매체를 거르고 지나가는 날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그리하여 일정하게 구독하는 몇몇 국내 신문들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인터넷을 통해서 외국 언론매체들의 주요 기사, 논평들을 읽는 데 골몰하다 보면 오전 몇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만다."

 

실제로 그는 하루 4시간 이상 인터넷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한국에서 최초 또는 유일한 정기구독자인 외국 간행물이 여럿 된다고 자랑(?) 삼아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이는 그가 탁월한 생태사상가인 동시에 뛰어난 저널리스트였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처럼 폭넓은 탐색과 치열한 고민 끝에 지역화폐, 기본소득, 시민의회에 이르기까지 에콜로지와 민주주의에 관한 현실적 대안들을 제시했다. 나아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 최초의 녹색당 창립에 참여하는 등 그는 근래 보기 드문 전 방위적 지식인이자 실천적 사상가였다.


 

사실 김종철 선생이 걸은 길은 외로운 길이었다. 하지만 뜻을 같이하는 벗들이 있었다. 1999년 펴낸 <간디의 물레> 머리말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8년간 <녹색평론>을 엮어내는 일은 무엇보다 내게는 개인적인 구원이었다. 아마 그 일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미치거나 깊이 병들었을지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녹색평론>의 편집에 열중하는 과정에서 나와 비슷한 당혹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나라 안팎에 걸쳐 의의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그러한 사람들과 깊은 유대 또는 우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러한 유대감이나 우정을 통한 새로운 정치적 공동체의 형성에 새로운 삶의 희망이 달려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또한 2008년 펴낸 <땅의 옹호>에서는 2004년 대학 교수직을 떠난 이후 4년간 계속된 '이반 일리치 읽기모임'을 통해 "대학생활에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음미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우정'이야말로 지금 세계를 황폐화하는 자본과 국가의 논리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인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아무리 암울한 시대일지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데 필수적인 '희망'을 제공하는 원천이 바로 '우정'"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자본주의 문명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김종철의 사상과 통찰이 절실한 이때, 그는 돌연 세상을 떠났다. 이제 살아남은 자의 몫은 그가 말한 우정의 의미를 되새기며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삶의 원리는 무엇이며 어떻게 이를 실천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일 것이다.


 

김종철 선생의 저서 <간디의 물레-에콜로지와 문화에 관한 에세이> <땅의 옹호-共生共樂의 삶의 위하여> <발언 1,2>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에콜로지와 민주주의에 관한 에세이> 중에서 9편의 글을 추려 소개한다. 편집자

 

연재 순서 

1. '시대를 바꾸고자 한 예언자이자 실천적 사상가, 김종철' (박승옥 글) 

2. 왜 녹색평론을 시작하였는가(1995년, <간디의 물레-에콜로지와 문화에 관한 에세이>)

3. 거짓언어와 '성장'논리 속에서-나의 한국 현대사(2012년, <발언 1>) 

4. 땅의 옹호(2002년, <땅의 옹호-共生共樂의 삶의 위하여>) 

5. 필요한 것은 '진보'가 아니라 開眼이다(2006년, <땅의 옹호>) 

6. 지역통화-삶과 공동체를 살리는 기술(1998년, <간디의 물레>) 

7.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책머리에(2019년) 

8. 협동적 자치의 공동체를 향하여(2008년,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9. 촛불시위와 시민권력(2017년,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10. 태어남과 삶과 죽음의 순환(1998년, <간디의 물레>)


 

지금부터 28년 전 <녹색평론> 창간 직후, 주변에서 떠도는 이야기가 내 귀에까지 간간이 들려왔다. 즉, 이 잡지가 하려는 것은, 비유컨대 물난리가 나서 아수라장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헐벗은 산 때문에 홍수가 났으니 모두들 산으로 가서 나무를 심자고 외치는 것과 같다, 라고. 요컨대, 내가 새로운 잡지를 창간하여 무엇인가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은 틀림없으나, 그것은 지나치게 근본적인 문제, 즉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냐 하는 것이었다. <녹색평론>에 대한 이런 식의 비판 혹은 유보적인 태도는 그 이후 여러 해 동안 계속되었다.


 

아마도 그렇게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사람들은 아마 잡지의 이름이 주는 피상적인 인상에 근거하여 <녹색평론>을 단순한 '환경잡지'로 오인하고, 그럼으로써 이 잡지가 당면한 환경 현안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제안을 해주기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녹색평론>이 의도한 중심적인 작업은, 오랜 세월에 걸쳐 우리가 별생각 없이 당연하게 수용해왔던 삶의 관행, 즉 '서구식 근대'의 논리에 따른 산업경제와 그것에 의존한 문명을 근원적인 각도에서 의심해보고,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사상적 토대를 구축하고 넓히는 데 기여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 작업은 단기적인 이해득실의 관점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장기적, 포괄적, 심층적인 시각에서 현실을 진단하고 분석하는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되돌아보면, 한국 사회를 포함해서 온 세계는 지난 수십 년간 아까운 시간을 터무니없이 허비해왔다.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와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을 비롯해서 미증유의 수습하기 어려운 환경적·사회적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이는 이미 <침묵의 봄>이 나온 1960년대 초, 혹은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가 출판된 1970년대 초 이래 충분히 예고돼왔던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1970년대 동안 두 차례나 발생한 ‘오일쇼크’는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기반을 둔 산업경제가 조만간 수명을 다할 것임을 명확히 경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는 화석연료에 너무도 깊게 중독된 나머지 근본적인 방향전환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는데도 계속해서 같은 방식을 되풀이하면서 점점 헤어나기 어려운 수렁으로 빠져버렸다. 그 결과, 인간생존의 불가결한 기반인 자연 및 사회 생태계가 대규모로 파괴되었고, 마침내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면 조만간 여하한 형태의 문명이 존속하는 것도 불가능할지도 모를 심히 불길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만약에 우리 모두가 수십 년 전부터라도 '나무 심기'에 집중해왔더라면, 지금은 훨씬 더 희망적인 상황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후회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지만, 안타까운 생각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물론,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문제는 이제부터라도 최악의 시나리오만은 피해보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성실히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 김종철 <녹색평론> 편집인 겸 발행인. ⓒ프레시안

말할 것도 없이,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인류사회는 그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물질적 풍요와 생활의 편의를 증대시켜왔다. 물론 그러한 풍요와 편의로 인한 혜택을 실제로 누릴 수 있는 인구는 언제나 매우 제한적이었고, 아직도 세계에는 최소한의 연명조차 어려운 사람들이 부지기수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쨌든 역사상 유례없이 인간사회가 이토록 엄청난 생산성을 기록했다는 것은 놀라운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의 시간은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어리석고, 자기파멸적인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지난 2~3세기 동안 이른바 문명세계가 산업문명을 통해서 이룩했다고 하는 높은 생활수준은 실은 인간사회가 자신의 보금자리를 끊임없이 찢고 할퀴는 난폭한 짓을 되풀이함으로써 얻어진 부산물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서구 자본주의의 산물인 산업경제와 그것에 의존해온 근대적 문명은, 그것이 재생 불가능한 화석연료와 지하자원을 대량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 것인 한,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종말의 파국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한계를 그 출발점에서부터 내포하고 있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우리가 우리의 삶의 방식을 영구적인 지속이 가능한 방식, 즉 자연과 인간 사이의 물질적 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순환적' 방식으로 갈 수 있는 길을 탐구하고, 가능한 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그 방향으로 전환하려고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유한한 지구상에서 직선적인 성장·진보를 끝없이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모순이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인 이상, 지금 가장 긴급한 것은 순환적 삶의 패턴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혜롭게만 실행한다면 거의 영구적으로 인간다운 삶의 영위를 보장하는 거의 유일한 생존·생활 방식이 농사라는 점을 재인식하고, 그 농사의 궁극적인 토대인 토양을 건강하게 가꾸고 보존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중요한가를 우리는 숙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순환적 삶의 질서의 회복과 흙의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그러한 사회로 방향전환을 하자면, 우리의 집단적 삶의 운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의사결정 과정, 즉 '정치'가 합리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일찍이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이 "지금 인류사회가 직면한 진짜 위기는 환경위기가 아니라 정치의 위기이다"라고 했던 말은 매우 의미심장한 발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녹색평론>과 그 밖의 지면을 통해서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내가 되풀이해서 강조해왔던 것은 그 때문이다. <녹색평론>의 창간 전후로부터 그동안 나는 위와 같은 생각을 계속해서 토로해왔다. 그중에서 특히 지난 10년간 여기저기서 행한 발언들을 추려서 한 권으로 묶은 것이 이 책이다. 여기에 실린 상당수의 글은 원래 여러 시민단체나 자주적인 학습모임의 초대를 받아서 행한 강의 혹은 강연을 녹취해서 정리한 것들이다. 녹취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부분적으로 때로는 대폭적으로 수정·보완 작업을 했지만, 글들 하나하나의 기본적인 논지나 전체적인 어조는 강의나 강연 당시의 현장 분위기를 가급적 살리려고 노력하였다.

 

나는 책상 위에서 홀로 글을 쓰는 작업에 몰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들과 숨김없이 번민을 나누며, 그들의 눈에 내 눈을 맞추고, 그들의 표정의 변화를 살피면서 한 시간이나 두 시간씩 집중해서 이야기를 하고, 또 그들의 질문이나 의견을 귀 기울여 듣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나는 늘 사전에 원고를 준비하는 대신에, 대충 요지만 적은 메모지를 들고 강의나 강연에 임해왔는데, 나의 오래된 이 습관은 물론 찬양할 만한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러한 내 습관 때문에 나는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사람들과 훨씬 더 친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다분히 주관적인 착각일 수도 있겠으나, 어떻든 그러한 생각과 말하기 습관의 산물이 이 책이라는 점을 여기서 밝혀두고 싶다.


 

일찍이 소비에트혁명의 성과가 스탈린주의라는 폭력적 지배에 의해 변질되고 왜곡되어 가던 참담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뛰어난 시인, 작가, 지식인, 예술가들 중 너무나 아깝게 희생된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에게는 자기들의 시대가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그런 캄캄한 시대상황 속에서 하루하루를 절망적으로 살아가면서도 한 줄기 가냘픈 희망의 빛을 보고자 갈망해마지 않았던 이들의 심경을 표현하는 말에 "hope against hope"라는 말이 있었다.

 

이 말은 아마도 지금 우리들의 경우에 가장 적합한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암울하다고 해서 우리는 마냥 절망 속에 빠져 있거나 체념에 잠겨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책임에 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당장에 희망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데 전념하는 길 이외에 다른 선택의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위대한 영화예술가 타르코프스키의 마지막 걸작〈희생>의 모티프가 되었던 중세 수도사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우리에게도 현실이 될지 모르는 것이다. 즉, 죽은 것처럼 보이는 나무일망정 우리가 인내심을 가지고 일념으로 물을 길어 붓기를 계속한다면 언젠가는 그 마른 나뭇가지에 푸른 싹이 돋아나는 기적을 보는 행운이 우리에게도 찾아올지 누가 알겠는가.

 

출처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에콜로지와 민주주의에 관한 에세이>, 녹색평론사, 2019년, 5~9쪽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71417244614004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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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출범 법정시한 넘긴 공수처, 개혁 훼방꾼 자처한 통합당

민주당 “공수처 출범 연기는 민의 배신이자 국회 책임 방기”, 7월 국회서 후속 입법 처리 방침

김도희 기자 doit@vop.co.kr
발행 2020-07-15 18:15:31
수정 2020-07-15 18: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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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시행일인 15일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에 차려진 공수처장 사무실이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2020.07.15.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시행일인 15일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에 차려진 공수처장 사무실이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2020.07.15.ⓒ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결국 법에 명시된 출범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공수처법은 15일부터 시행되지만 이를 진두지휘할 공수처장에 대한 논의는 아무런 진척이 없다.

공수처장 후보자 임명 전 대통령에게 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해 국회에 꾸려져야 할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조차 아직 미완성 상태다. 공수처법에 따라 후보추천위원은 7명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여야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각각 2명씩 위원을 국회의장에 추천해야 한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 13일 여당 몫 추천위원 2명으로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장성근 전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선정했다. 하지만 장 변호사가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피의자 조주빈의 공범 강 모 씨의 변호를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국 사임했다.

통합당은 애초에 추천위원 추천에 관심이 없다. 이들은 공수처가 입법부·행정부·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공수처 자체를 ‘야당 탄압 수단’으로 규정했다.

앞서 2월과 5월 헌법재판소에 공수처법 위헌 여부를 따지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통합당은 이를 핑계 삼아 헌법소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수처장 추천을 ‘쭉’ 거부하겠다는 태세다.

 

더군다나 장 변호사 사임 뒤 통합당의 목청은 더욱 커졌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무리하고 성급하게 독촉하다가, 드디어 급하게 먹다가 체했다”고 말했다. 공수처 관련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는 통합당에 공수처 출범은 첫 단추부터 단단히 발목이 잡혔다.

이 밖에도 공수처 공식 출범을 위해 밟아야 할 절차는 첩첩산중으로 남아있다. 공수처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진행을 위해 인사청문회 대상에 공수처장을 포함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과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등 후속 입법도 이뤄져야 한다. 일단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에서 인사청문회법 등 공수처 후속 법안들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0.07.15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0.07.15ⓒ정의철 기자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를 출범시켜야 할 국회가 법률에 따른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공직자의 위법, 탈법을 조사하는 기관의 출범을 공직자인 야당 국회의원이 막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통합당의 헌법소원 제기와 관련해 “전혀 타당하지 않다”며 “공수처는 국회가 입법으로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입법과 사법 그리고 행정 권력이 모두 관여하기 때문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라고 하는 삼권분립의 원칙이 전혀 훼손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 최고위원은 “통합당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타당하지도 않은 이유를 들어서 공수처 설치를 위한 진행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로 만들어진 공수처인 만큼 출범을 연기하는 것은 민의를 배신하는 일이며 국회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만약 통합당이 공수처 출범에 비협조로 일관할 경우, 민주당은 통합당이 자신들 몫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을 요청 기한까지 추천하지 않을 때 국회의장이 교섭단체를 ‘지정’하고 위원 추천을 요청하도록 하는 강수를 둘 수 있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수처장후보추천위 운영 규칙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다만 이는 중립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커 민주당 입장에서도 선뜻 실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박 최고위원은 같은 날 YTN 라디오에서 “이미 만들어진 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야당을 지속적으로 설득도 하고 압박도 해나갈 것”이라며 “규칙으로 법을 바꿀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에서 공식적으로 법 개정을 지금 검토하거나 고민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월 정부가 발족한 공수처 설립준비단은 15일 공수처법 시행에 맞춰 관련 법령 정비와 사무 공간 조성 등 업무 수행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남기명 준비단장은 전날 보도자료에서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을 위해 국회가 후속 법안 처리와 처장 인선 등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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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박원순을 죽였는가?

김봄 | 기사입력 2020/07/1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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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2017년 7월 박근혜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까지 보고 동면에 들었다가 2020년 7월에 3년 만에 깨어났다고 상상해보자.

 

그 사람에게 그동안 일어난 일들에 관해 설명해준다.

 

“문재인과 함께 대선 경선 후보였던 안희정은 감옥에 갔고, 다른 후보 이재명은 내내 재판 중이며, 김경수 경남지사도 구속됐다가 나왔으나 재판 중이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살했다. 그리고 1년 전부터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를 거쳐 이번 박원순 사태를 거치는 동안 진보개혁진영은 자기들끼리 피 터지게 싸우고 있다.”

 

그 사람은 뭐라고 할까?

 

아마도 대번에 이 사태들이 뭔가 이상하다고 말할 것이다.

 

똑같은 일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반복된다면 그것은 패턴의 형태를 띠는 것이며 그렇다면 공작을 의심해 봐야 한다.

 

팩트가 무엇이냐고 싸우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

 

팩트를 가려볼 수 있는 ‘정보’라는 게 모두 언론과 검찰을 통해서 발표되기 때문이다.

 

노무현을 하늘로 보내고, 한명숙을 감옥으로 보내고도 아직 일부 진보개혁 세력들은 저들의 ‘정보’를 그대로 믿어버린다.

 

‘논두렁 시계’에 흥분하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분개하던 전철을 그대로 다시 밟는다.

 

한명숙을 감옥에 보내기 위해 한만호를 협박하여 위증하게 했던 사실이나, 한만호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위증 사실을 폭로하자 그와 함께 감옥생활을 하던 수인들을 모아 위증 훈련을 시켜 한만호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던 적폐들의 끔찍한 공작은 잊힌다.

 

박원순 사태에서도 고소인은 이미 피해자가 되어있으며 ‘피해자와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소인이 모두 피해자라면 조국을 고소하고, 대통령을 고소하고, 진보 인사들을 고소한 보수 인사들은 다 피해자인가.

 

그 사안과 이 사안은 100% 다른 사안인가?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가?

 

‘미투’가 자칫 저들이 쳐놓은 함정과 올가미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노무현, 한명숙 사례에서 보이듯 ‘팩트’는 오랜 세월과 치열한 노력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논두렁 시계’나 ‘돈 가방’과 같은 자극적인 ‘정보’가 아니라 ‘진실’에 접근해야 한다.

 

가장 빠른 방법은 이 사태를 통해서 누가 가장 이득을 보는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더불어 조선일보 등 적폐들이 어떤 입장을 보이는가를 주목해보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 모든 사태로 이득을 보는 것은 적폐 세력이다.

 

이렇게 나침반을 다시 살려놓고 사태 분석을 종합해보면 저들의 수법이 얼마나 악랄한지 새삼 놀라게 된다.

 

대한민국을 지배해온 세력들은 오랫동안 경찰과 군대를 내세웠고, 국가보안법과 색깔론이라는 무기로 진보개혁 세력을 탄압했다.

 

그러나 지금은 검찰과 언론을 앞세워 공작과 조작을 일삼으며 도덕성으로 교묘하게 공격해서 진보개혁진영을 내부로부터 와해시키는 수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수법을 그대로 배운 것이다.

 

미국은 원래 전쟁을 통해 반미국가들을 무너뜨려 왔으나 최근에는 인권 문제 등을 내세워 내부로부터 붕괴시키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전쟁의 방법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적폐들도 쿠데타나 국가보안법을 포기하진 않는다.

 

하지만 전쟁으로 이기는 것보다 내부를 분열시켜 붕괴시키는 방법은 저들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유혹이다.

 

박원순 사태에서 점잔을 떠는 미통당을 보면 저들의 참을 수 없는 기쁨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누가 박원순을 죽였는가.

 

아직은 자살인지 타살인지, 그리고 가해자인지 아닌지 알 도리가 없다.

 

그러나 그 죽음이 연속적인 패턴 위에 있으며 그 결과로 이득을 보는 무리는 적폐들이라는 것에서 의혹을 제기해볼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진보개혁진영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끼리의 싸움을 멈춰야 한다.

 

‘현상’이 복잡하면 가만히 눈을 감고 ‘본질’을 생각해 보아야 하며, 적폐들의 ‘정보’는 무조건 의심하고 봐야한다.

 

또 저들이 ‘도덕성’을 새로운 공격수단으로 즐겨 사용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눈에 불을 켜야 하며 그 공격에 맞서 싸워야 한다.

 

도덕의 ㄷ자도 지키지 않는 저들이 적반하장으로 쳐놓은 ‘도덕성’이라는 덫을 깨부숴야 하며 적폐 청산의 기치 아래 비록 흠이 있더라도 누구라도 단결해야 한다.

 

진보의 도덕성은 적폐를 청산하는 투쟁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지 처음부터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은 없다.

 

지금은 적폐 청산에 진보개혁 세력이 굳게 뭉칠 때다.

 

7월 15일 발족한다던 공수처는 간데없고, 추미애에게 대들다가 두들겨 맞은 윤석열 뉴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 다른 민주인사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적폐들을 완전히 박멸해야 한다.

 

이 시대의 도덕은 적폐 청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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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 ‘운명의 날’…대법 판결이 몰고 올 후폭풍

묻지 않은 내용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이 허위사실공표?
 
임병도 | 2020-07-16 09:43:5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이재명 경기지사의 정치적 운명이 결정 나는 대법원 상고심이 오늘 (7월 16일) 오후 2시에 열립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시절에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TV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상고심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2012년 6월 보건소장과 정신과 전문의에게 친형을 강제로 입원시킨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는 1·2심모두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문제는 TV토론회 발언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입니다. 1심은 무죄였지만 2심은 유죄로 판단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이미 1·2심에서 무죄로 나온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는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의견이 엇갈려 판결을 끝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묻지 않은 내용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이 허위사실공표?

▲김홍국 경기도 대변인이 이재명 경기지사 대법원 선고를 하루 앞두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화면 캡처

김홍국 경기도 대변인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법원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는 것처럼, 이 재판의 쟁점은 “‘부진술’을 허위사실로 볼 수 있느냐’이다. 쉽게 말해 상대가 묻지 않은 내용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부진술)’을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 쟁점”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김 대변인은 “참고로, 1심과 2심 모두 이재명 지사의 친형 강제진단 시도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이 아니’라고 무죄판단을 내렸다.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적법한 행위임에도 방송토론에서 상대가 묻지 않은 일부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이 적극적인 허위사실 공표 행위가 되는지에 대한 판단을 대법원이 내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대변인은 “정확한 보도로 국민에게 올바른 판단 근거를 제공하는 것은 언론에게 주어진 책임과 역할”이라며 “사실과 다른 보도 내용을 신속하게 바로잡음으로써, 희망과 정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주시길 요청드린다”며 대법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쟁점 사항을 첨부했습니다.

내년 재보궐 선거가 위험한 민주당

▲7월 1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는 광역단체장 중도 사임에 대해 참담하다고 말했다.

15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당 광역단체장 두 분이 중도에 사임을 했다”며 “당 대표로서 참담하다”고 말했습니다.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인한 사퇴와 박원순 서울 시장의 사망. 만약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당선무효형을 받아 지사직을 박탈당하면 민주당은 초비상 상황입니다.

서울, 부산, 경기도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지방자치단체장을 잃게 되면 내년 재보궐선거는 물론이고 대선까지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재보궐선거에 후보자를 내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을 보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보궐선거에 후보자를 내는 자체가 빌미를 제공하기에 당헌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재판까지도 남은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무죄 판결뿐이 됐습니다. 이재명 지사의 대법원 선고는 TV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는 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이후 두 번째입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2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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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에도 변한 게 없다” 무력감이 여성 울분 키웠다

등록 :2020-07-15 05:00수정 :2020-07-15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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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왜 이렇게 분노하는가

안희정·오거돈 이어 박원순까지
“권력 차이 확인해 절망스러워”
“반복된 미투에도 변한 게 없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에게 연대의 뜻을 밝히며<한겨레> 젠더데스크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메시지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에게 연대의 뜻을 밝히며<한겨레> 젠더데스크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메시지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직장인 이상희(가명·33)씨는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 넘게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누웠다가도 화가 솟아올라 벌떡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지난 6일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의 미국 송환이 불허된 뒤 그의 아버지가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는 기사가 또렷이 떠올랐고, 같은 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모친상 빈소에 늘어서 있던 정치인들의 근조 화환들이 생각났다. 불면의 ‘정점’을 찍은 건 성추행 피소 이후 죽음을 택한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 때문이다.

 

이씨는 “그나마 손정우 송환 불허 때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공감대가 있었는데, 박원순 사건에선 상식적으로 이야기가 통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마저 연령에 따라, 성별에 따라 결국 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 명징하게 드러났다”고 했다. 그는 “지난 일주일 동안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이 내게 준 메시지는 ‘여성은 이 나라에서 동등하게 인정받을 수 없는 존재니 절대로 결혼하지 말아라. 애도 낳지 말아라’였다”며 “한국에서 젠더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여실히 볼 수 있던 시간”이라고도 말했다.

이씨처럼 지난 한주간 발생한 세 가지 사건으로 인해 분노와 고통을 동시에 호소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양상은 각각 다르지만, ‘여성이 안전하고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가 사법부와 정치인, 주요 공직자 등 권력층에게 부정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성범죄의 미온적인 처벌과 가해자 감싸기가 반복되면서 일종의 트라우마가 재생산된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각자가 겪은 성희롱·성추행 경험을 떠올리게 만드는데다, 디지털 성폭력, 직장 내 성폭력 등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공론화해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학습된 무력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에게 연대의 뜻을 밝히며 &lt;한겨레&gt; 젠더데스크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메시지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에게 연대의 뜻을 밝히며 <한겨레> 젠더데스크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메시지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40대 중반의 이아무개씨는 “박원순 시장 사건으로 대학 시절 진보적이라는 교수한테 성추행당한 일이 생각났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성추행·성희롱을 여러 차례 겪었다”며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이렇게 일상적인데, 당의 대처 계획을 묻는 기자에게 화를 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안희정 전 지사 모친 상가 앞에 놓인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를 보면 ‘민주진보진영’이라고 불리는 인사들의 젠더 감수성이 여전히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직장인 최아무개(28)씨는 “안희정, 오거돈 등 반복되는 ‘미투’ 사건 와중에 이뤄진 성추행 사건이라는 걸 알고 더욱 화가 났다. 권력을 가진 남성들에겐 어떤 학습효과도 없었다는 절망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박원순 시장 사건에 분노하는 여성들은 ‘소극적 2차 가해’의 문제를 지적한다. 김은선(가명·31)씨는 “피해자의 신상을 털고 비난하는 게 ‘적극적 2차 가해’라면, 주요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가해자를 칭송하는 건 ‘소극적 2차 가해’”라고 말했다. 김씨는 “개인 에스엔에스에 남긴 글까지 기사화가 될 만큼 큰 ‘스피커’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박원순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그가 얼마나 훌륭했는지 강조할수록 피해자가 위축됐을 것”이라며 “피해자와 가해자 간 발화 권력의 차이를 확인해 참담했다”고 말했다. 김유진(가명·42)씨는 “성폭력 의혹을 받는 사람이 남길 수 있는 가장 나쁜 선례를 남겼는데, 그의 주변에선 여성들의 분노에 오히려 분노하며 ‘예의’를 지키라고 하니 진짜 예의가 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안주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내재돼 있던 트라우마가 외부 사건으로 다시 자극(trigger)을 받을 경우 이상희씨처럼 분노가 불면, 소화불량, 무력감 등 신체적 반응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실제로 지난주에 발생한 세 사건으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호소하는 여성들의 상담 신청이 늘었다”며 “피해 회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정’과 ‘배상’인데, 공동체가 이를 어떻게 이행해 나갈지 반드시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누구도 자신을 대변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여성들이 더는 허탈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연대의 힘을 보여줘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정치와 같은 공적인 영역에서 어떻게 발휘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다해 채윤태 기자 doall@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953698.html?_fr=mt1#csidx9b05e5a9c423822bfc388784e68d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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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기본소득 시대를 향해] ③ 재난회복 기본소득 재원 마련할 구체적 방법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피해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아직 덜한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직간접 피해를 입고 있다. 또한 그 피해는 저소득 불안정 취업자 등 취약계층에 더 크고 고통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오래 가지 않고 종료된다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그 피해로부터 완전 회복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이에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한 일부 인사는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고 있으며, 제주와 대구를 비롯한 일부 광역 및 기초 지자체는 이미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작했거나 논의 중이다.

 

그러나 정부는 2차 재난지원금을 3차 추경에 반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취약계층 선별지원에 주력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물론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미 올해 3차 추경까지 100조 원 가까운 국채를 발행하여 증세 없이 세출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가 재난지원금보다는 전 국민 고용보험 등 고용안전망을 갖추는 데 주력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이재명 경기지사와 함께 앞장서서 주장했던 김경수 경남지사도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서두르지 말고 2차 대유행에 준하는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까지, 또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이 설 때까지 유보하자며 이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중장기적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전 국민 고용안전망을 이유로 당장에 실직은 물론 무급휴직, 매출감소와 소득 상실 또는 급감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물론 전 국민 재난지원금만이 능사는 아니고 코로나19 감염자와 자가격리자 등 직접적 피해자로부터 실직자 등 피해 확인이 비교적 명확하고 쉽게 가능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부터 확실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이중구조가 심하여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와 저소득 취업자의 수가 너무 많으며, 취업과 실업 및 비경제활동 간의 경계가 모호하여 취약계층을 선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가령, 올 1월부터 5월 사이에 96만 명의 취업자가 감소했는데, 이 중 20만 명만이 실업자로 카운트되었고 70여만 명은 비경제활동 인구로 카운트되었다. 20만 명의 실업자만 기존의 고용보험 실업급여와 3차 추경에 의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으로 지원하면 취약계층 지원이 다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겠는가?

 

김승섭.이승윤(2000)에 의하면 지난 6월초 19~55세 전국의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 지난 6개월간 상용근로자 가운데 4%, 비상용직은 16%, 특고와 프리랜서는 27%가 실직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직자 중에서 실업급여 수급자는 상용직 실업자의 33%, 비상용직 실업자의 25%, 특고 및 프리랜서 실업자의 14%에 불과하여 대다수 실직자는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였음을 보여준다.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이유로는 압도적 다수(실직자 전체의 76.5%, 상용직 실업자의 56%)가 고용보험 미 가입 또는 수급자격 미 충족을 들었다. 가장 절박한 불안정 노동자들이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 3차 추경으로 1조5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특고, 프리랜서, 영세자영업자 및 무급휴직자 등을 대상으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월 50만 원씩 3개월간, 총 150만 원 지원)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엄격한 자격요건과 신청서류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5일까지 신청자가 116만 명에 달해 정부가 당초 예상한 신청자 수 93만 명을 훌쩍 뛰어넘어 마감인 오는 20일까지 신청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까다로운 신청자격과 절차 때문에 신청을 포기했을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각지대 근로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위의 조사를 보면 피해가 실직자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6개월간 비자발적 실직 경험 없이 현재 일하고 있는 근로자 가운데도 소득이 감소한 경우가 많았다. 상용직 가운데는 소득 감소자가 17%로 소득 증가자 15%와 별 차이가 없지만, 비상용직 중에는 소득 감소자가 37%로 소득 증가자 10%보다 27%포인트 더 많았고, 특고와 프리랜서 중에는 소득 감소자가 54%로 소득 증가자 18%보다 36%포인트 더 많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실직자와 계속 취업자를 포함한 전체 응답자의 87.7%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재난지원금이 "도움이 되었다"(매우 39.7%, 대체로 48.0%)고 응답한 것이다.

 

재난지원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다른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일반 국민 1000명, 경제 전문가 362명을 상대로 실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설문조사에서 상반기 중 가장 잘한 정책으로 전문가와 일반 국민 모두 '긴급재난지원금 등 생계지원'을 제일 많이 꼽았다. 전문가의 34.8%, 일반 국민의 26.2%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다음으로는 '마스크 수급 안정화'가 전문가(19.0%), 일반 국민(17.0%)의 지지를 받았다.

 

재난지원금은 소비를 진작해 자영업자와 골목 상권 등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언론에 많이 보도되었기 때문에 더 부연하지 않는다. 재난지원금의 빈곤 감소 및 소비 진작 효과는 미국, 호주 등 해외 사례에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항상소득 가설을 들어 일시적인 소득은 소비 증가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이 가설은 경험적으로 기각되었다. 미국에서 2001년(1인당 300달러)과 2008년(1인당 600달러)에 지급된 세금 환급금(tax rebate)의 소비효과에 대한 여러 실증 연구들은 상당한 소비 증가의 증거를 발견하였다. 올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여 미국에서 연소득 7만5000달러 이하의 성인 1인당 1200달러(7만5000달러 초과소득에 대해 5% 감액, 10만 달러 이상 소득자에게는 지급액 없음), 아동 1인당 500달러씩 지급한 재난지원금의 경우도 이미 소비증가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Baker et al., 2020). 호주에서는 2008년의 현금지급이 아동빈곤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이 입증되었다(Redmond et al., 2013).  

 

코로나19가 단시일 내에 종식될 것 같지 않고, 설령 종식된다 하여도 그 피해로부터 회복하는 데에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임을 감안하면 2차, 3차 긴급 재난지원금을 넘어서서 재난에서 온전하게 회복할 때까지 향후 1~2년간이 되든, 그보다 더 장기간이 되든 '재난회복 기본소득'을 준비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 물론 확실하게 선별이 가능한 피해자들에 대한 선별 지원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하는 현 사회보장제도로는 정작 실직이나 빈곤 위험이 큰 집단에 대한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의 소득상태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지원 대상을 선별하기에는 너무 많은 행정력과 시간이 소요되어 적시 지원이 힘들다.


 

그러면, 긴급 재난지원금을 넘어서는 재난회복 기본소득이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실시할 것인가? 긴급 재난지원금(emergency disaster relief funds), 또는 긴급 재난기본소득 emergency basic income)은 코로나19로 인한 실직과 휴직, 폐업, 휴업 및 매출감소 등으로 인해 급격한 소득 감소에 직면한 개인들을 보호하는 소득보전에 중심을 두며, 재난회복 기본소득(recovery basic income)은 코로나19 확산이 둔화하고 종료되는 상황이 되어도 불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우려가 크므로 소득보전 못지않게 경기회복에 중점을 두는 것을 말한다(Torry, 2020). 코로나19의 확산세와 지속기간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언제까지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할지, 얼마의 재난회복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할는지를 미리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필자는 올해 하반기까지의 단기적 대응을 긴급 재난지원금 또는 긴급 재난기본소득이라고 부르고, 내년부터 코로나19 경제위기를 탈출할 때까지 1년이 될지 몇 년이 될지 모르는 기간 동안 매년 일정 금액의 재난회복 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세울 것을 제안한다. 적정 금액으로는 성인 1인당 연 100만 원, 아동 1인당 연 50만 원을 제안한다. 대략 45조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미국에서 성인 1인당 1200달러, 아동 1인당 500달러를 지급했는데, 벌써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논의 중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도 이 정도의 규모는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 또는 재난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주요 논거는 재정적 부담, 그리고 선별지원 우선의 논리다. 코로나19 위기가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재난회복 기본소득을 계속 지급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 한 번 이상 긴급 재난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할 때에는 국채발행에 따른 재정적자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이에 재난회복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한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코로나19 피해가 커지면서 서민 가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단기적으로 '재난회복 기본소득'이라도 전면적인 기본소득 도입 전 경제정책이자 정책 실험으로 실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세원 마련 방법이 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명동을 걷는 시민들의 모습. ⓒ연합뉴스
 

재난회복을 위한 고통분담과 이익 공유를


 

첫째는 고통분담의 원칙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다수의 국민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고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 피해와 고통의 정도가 다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고통을 적게 당하는 사람들이 고통을 더 심하게 당하는 사람들과 고통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이익 공유의 원칙이다. 코로나19가 모두에게 고통을 안겨다 준 것만은 아니다. 어떤 기업과 개인들에게는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열어주었다. 마스크 업체는 물론이고 비대면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온라인 쇼핑 등 이익을 본 경우도 꽤 있다.  

 

앞에서 인용한 직장인 조사에서도 소수이긴 하지만 지난 6개월간 소득이 증가한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19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을지 모르지만, 최근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불로소득을 누린 이들도 상당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이들의 이익을 일정부분 나누자고 할 필요가 있다. 평소에 조세 및 사회보장 제도가 잘 되어 있으면 고통 분담과 이익 공유가 자연적으로 작동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실정은 그러하지 못하다. 따라서 필자는 재난회복 기본소득의 재원의 적어도 절반 이상은 재난회복 고통 분담 및 이익 공유 특별세를 통해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이처럼 작은 규모라도 증세와 재난기본소득을 결합하는 것은 향후 항구적인 전 국민 기본소득제의 가능성을 검토할 기회도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편적인 시민소득세와 토지보유세, 그리고 최상위 부유층에 대한 부유세를 한시적인 목적세로 도입하자는 것이다. 또한,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고액 세금체납자는 제외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이는 기본소득을 시민적 기본권으로 인정할 때 시민적 의무로서의 납세의 의무가 따름을 분명히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1) 시민소득세: 모든 소득에 1% 원천징수, 종합소득 1억 초과분에는 1% 추가 과세

 

기존의 소득세를 유지한 채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을 포함한 모든 소득에 1%의 세금을 원천징수하고, 연소득 1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초과분에 1%의 세율로 추가 과세한다. 앞선 글에서 기본소득 재원마련 방법으로 소개한 이매뉴얼 사에즈와 게이브리얼 주크먼(Saez & Zucman, 2019: 187-190)의 ‘국민소득세’(national income tax)를 활용하되, 이들이 제안한 6%의 세율 대신 1%의 낮은 세율로 해보자는 것이다(☞관련기사: 차기 대통령 임기 내 GDP 10% 기본소득 실시하자)

 

구체적 시행방안으로 노동소득에 대해서는 기존 근로소득세 외에 모든 고용주들(비영리단체와 정부 포함)이 임금뿐만 아니라 사회보험료 등을 포함한 일체의 인건비에 1% 세금을 내고, 기업들은 기존 법인세 외에 이윤 전체(배당과 사내유보 포함)에 1% 세율로 세금을 내도록 한다. 개인과 비영리단체의 이자 수입, 해외로부터의 수입 등에 대해서는 개인들에게 과세한다. 이렇게 하면 국민순소득(국민총소득-감가상각)의 거의 대부분을 세원으로 포괄할 수 있다. 2018년 국민순소득 1546조 원의 80%를 포착하여 1% 과세를 하면 12.3조 원 이상의 세수가 나온다. 여기에 1억 원 이상 소득자에게 일체의 소득공제 없이 1억 원 초과분의 1%를 추가로 과세하면 2018년 통합소득(근로소득+종합소득)을 기준으로 0.9조 원의 세수가 추가되어 총 13조 원 이상의 세수가 확보될 수 있다. 

이처럼 성인 1인당 연 100만 원의 재난회복 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 1억 원 이하 소득에 1%, 1억 원 이상에는 2%의 누진세율 과세를 하면 연 1억 원 이하 소득자는 세 부담보다 기본소득 수급액이 더 크게 된다. 만일 성인 피부양가족이 있으면 1억5000만 원 소득자까지 순수혜가 되며, 아동 2인이 있는 홑벌이 4인 가구라면 연소득 2억 원까지 순수혜자가 된다.


 

(2) 토지보유세: 모든 토지 공시지가에 0.4% 정률과세


 

최근 강남훈(2020)은 기존의 재산세와 종부세를 유지한 채 전국의 모든 사유지에 공시지가의 0.8%로 국토보유세를 부과하여 국민 1인당 연 60만 원의 토지배당을 실시할 것을 제안하였다. 나는 재난회복기본소득을 위한 재원의 일부로 공시지가에 0.4%의 단일세율로 과세하여 16조 원의 세수를 올릴 것을 제안한다. 공시지가가 평균적으로 시가의 63% 정도를 반영하고 있으므로 시가 기준으로는 0.25% 정도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셈이다. 이렇게 하면 공시지가 2억5000만 원 이하의 토지소유자는 100만 원 이하의 토지보유세를 부담하는데, 국토교통부의 개인 토지 100분위별 소유현황(2018년, 가액기준)에 따르면 공시지가 2억5000만 원 이상의 토지를 소유한 세대는 상위 12%에 불과하다. 토지보유세는 만성적인 토지 투기와 지가상승을 막고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지가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의 일부를 토지소유자와 비소유자를 포함한 전 국민과 나누는 것은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고통분담과 이익 공유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다.


 

(3) 부유세: 10억 초과 금융자산에 대해 1% 과세


 

현행 종부세를 부유세의 일종으로 볼 수 있으나, 최상위 부유층에 집중된 금융자산이 포함되지 않았다. 최상위 0.5%에 속하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소유자에게 초과분의 1% 부유세를 부과하면, 김낙년(2019)의 개인자산 분포 추정에 따르면 약 6조 원의 세수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 시민소득세로 13조 원, 토지보유세로 16조 원, 금융자산 부유세로 6조 원을 더하면 총 35조 원이다. 재난회복 기본소득 소요예산 45조 원의 대부분을 고통분담과 이익공유의 원칙에 근거해서 마련할 수 있다. 비록 한시적인 목적세이긴 하지만 이처럼 낮은 세율로 보편적 증세와 부자증세를 결합하여 재난회복 기본소득의 재원을 대부분 충당하는 데 성공한다면, 향후 영구적인 전 국민 기본소득 도입 가능성을 시험, 점검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4) 증세 없이 올 하반기에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


 

이상의 증세방안은 모두 국회의 입법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에 가을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예산 심사와 함께 특별세법을 제정해야만 가능하다. 올 하반기에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면, 이러한 증세로 재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위한 4차 추경의 재원은 올 예산 중 불용 예상액과 일부 국채발행 등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증세 없이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에는 고액 체납자는 물론, 최상위 부유층을 제외하거나 지급 후 세금으로 일부라도 환수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 가령 연소득 9000만 원까지는 100만 원 전액을 지급하되, 초과소득에 10%를 감액하여 1억 원 이상 소득자는 제외하고 종부세 대상자와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최상위 부유층도 제외할 수 있다. 또한, 재난지원금을 기타소득으로 간주하여 종합소득에 포함해 과세할 수도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종합소득 신고자가 많지 않아 실효성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차제에 근로소득공제와 인적공제를 포함해 방만한 조세감면을 정비하고 일정 소득 이상의 모든 성인에게 종합소득 신고를 의무화하는 조세개혁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지자체별 다양한 정책실험을 허용하자


 

이상 필자의 제안을 중앙정부가 전면적으로 수용하면 좋겠으나, 각 지자체별로 다양한 정책실험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위에서 거론한 시민소득세와 토지보유세, 부유세 등을 지방자치단체가 선택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별 입법을 하는 것이다. 이미 이재명 경기지사는 토지보유세를 기반으로 하는 토지배당을 경기도에서 실험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입법을 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지자체에 따라 토지보유세와 토지배당, 시민소득세와 시민배당을 선택해서 시행해본다면, 중앙정부가 일시에 시행할 때보다 정치적 부담이 적고, 또한 지자체의 경험을 토대로 향후 이러한 제도를 전국적으로 시행할지 여부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자체별로 지급 대상과 지급액 및 방법을 다르게 선택할 수도 있다. 이미 1차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시에 중앙정부와 별도로 지자체들이 추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는데, 모든 주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한 곳과 다양한 기준으로 선별 지급한 곳이 있었다.


 

이처럼 실험적인 정책을 실시할 때에는 정책 효과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정책을 실시한 지자체가 스스로 정책효과 평가를 할 때에는 긍정적 효과를 부각, 과장하고 부정적 효과는 무시하거나 부수적으로 취급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책연구기관과 민간 학계가 중심이 되어 과학적인 방법으로 정책효과를 측정하고, 지자체간 다른 정책들의 효과를 비교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 실험에 대한 법적 근거뿐만 아니라, 객관성 있는 정책 효과 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법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특히 소득-조세-사회보장 급여 등 행정자료의 통합과 행정자료 및 서베이 자료 간의 연계를 촉진하고, 정책실험 전에 사전 조사(baseline survey)의 실시 및 개인의 소득, 조세 등 행정자료와 금융정보 등을 비실명화하여 연구에 활용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증거기반 정책연구를 위한 행정자료의 활용에 있어 북유럽 국가들은 물론 미국 등에 비해서도 상당히 뒤처진 현실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유종성 외, 2020).

 


 

참고문헌 

강남훈. 2019. 『기본소득의 경제학』. 박종철출판사. 

강남훈. 2020. "부동산투기를 막기 위한 토지배당."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쟁점토론회(6월 13일). https://basicincomekorea.org/discussion-on-issues-of-basic-income-2020/ 

김낙년. 2019. "우리나라 개인 자산 분포의 추정." 경제사학. 43(3): 437-482. 

김승섭. 이승윤. 2000. "코로나-19 재난의 대가는 누가 치르는가: 불안정 노동자의 삶과 건강." 직장갑질 119 발표회(6월 22일). 

유종성, 전병유, 신광영, 이도훈, 최성수. 2020. "증거기반 정책연구를 위한 행정자료의 활용." 한국사회정책 27(1): 5-37.

Baker, Scott R., R.A. Farrokhnia, Steffen Meyer, Michaela Pagel, and Constantine Yannelis. 2020. "Income, Liquidity, and the Consumption Response to the 2020 Economic Stimulus Payments." Working paper (May 25). https://www8.gsb.columbia.edu/fintech/sites/fintech/files/Corona_Stimulus.pdf

Redmond, G., Patulny, R., & Whiteford, P. (2013). "The Global Financial Crisis and Child Poverty: The Case of Australia 2006-10." Social Policy & Administration, 47(6), 709-728. 

Saez, Emmanuel and Gabriel Zucman. 2019. The Triumph of Injustice: How the Rich Dodge Taxes and How to Make Them Pay. W. W. Norton & Company. 

Torry, Malcolm. 2020. "Evaluation of a Recovery Basic Income, and of a sustainable revenue neutral Citizen’s Basic Income, with an appendix relating to different Universal Credit roll-out scenarios." EUROMOD Working Paper Series, EM 07/20 (April).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71413480314381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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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흑자기업 한국게이츠의 철수... 폐업이 이렇게 쉽다니

[주장] 6월말 폐업 발표, 7월말 폐업... 하루아침에 일자리 잃은 사람들20.07.15 08:12l최종 업데이트 20.07.15 08:12 정은정(news)

 
 한국게이츠가 오는 31일자로 폐업을 선언한 가운데 한국게이츠 노조원들이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  한국게이츠가 오는 31일자로 폐업을 선언한 가운데 한국게이츠 노조원들이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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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6일 여느 날과 같이 출근한 남편에게서 오전 11시가 되기도 전에 전화가 왔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지 하며 전화를 받았다.

"회사에서 7월 말에 폐업한다카네."

금방 알아듣지 못하고 "뭐? 폐업? 폐업한다고?"하며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 남편은 "응, 폐업한다고 아침에 발표했다"고 다시 확인해 주었다. 실감나지 않는 말이었다. 폐업.

남편이 다니는 회사는 대구 달성군 논공공단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기아차 1차 협력업체인 한국게이츠(주)이다. 생산직과 사무직을 합쳐 15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세계 30여 개국에 100개 이상의 공장을 두고 있는 글로벌게이츠의 한국 생산공장이다. 1989년 사업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30여 년간 거의 매년 이익을 내는 우량기업이다. 2017~2019년 3년간 매년 매출은 약 1000억 원대이고 순이익은 50억 원대였다.

그런 공장을 폐쇄하고 한국 사업을 철수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경영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다.

'모범적인 퇴직 프로그램'의 실체

이 와중에 더 어이가 없는 것은 글로벌게이츠 전체가 한국에서 철수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국내 생산공장은 폐쇄하고, 중국에서 생산한 부품을 가지고 와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체에 판매하면서 돈벌이를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사전에 아무런 예고도 협의도 없이 6월 26일 당일 '제조 시설 폐쇄에 대한 한국게이츠의 입장'이라는 공고문을 붙이고, 직원들에게 폐업을 통보하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믿기 어려운 일이 순식간에 벌어져 착착 진행됐다.

회사가 붙인 공고문의 마지막에는 "당사는 향후 이번 결정으로 영향을 받게 될 직원들을 존중하는 자세로 공정하게 지원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업계 모범 사례에 부합하는 퇴직 및 조기 퇴직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직원들을 존중하고 업계 모범 사례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던 회사가 제시한 건 '희망퇴직 공고'뿐이다. 7월 말에 문을 닫는다면서 직원들에게 스스로 퇴직을 희망하라는 것이다. 7월 20일까지 저항 없이 스스로 퇴직을 희망해서 제 발로 나가면 위로금을 지급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8월 1일부로 해고될 것이라는 위협이 회사가 제공하는 퇴직 프로그램이다.

이러면서 직원 존중이나 업계 모범 사례를 운운할 수 있는 것은 '여기서는 그래도 되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서는 언제나 기업이 우선이니깐, 기업 하기 좋은 게 최고의 가치니까. 법과 제도도 기업의 이윤추구를 최우선 보장하지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먼저 돌보지 않으니까. 글로벌 기업은 여기가 그런 곳이라는 현실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것 아닐까.
 
 6월 30일 오후 대구 달성군 외국계 자동차부품 제조사 한국게이츠 대구공장에서 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 노조원들이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한국게이츠는 법적 절차와 규정에 따라 국내 제조시설을 폐쇄하고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생존권을 짓밟는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6월 30일 오후 대구 달성군 외국계 자동차부품 제조사 한국게이츠 대구공장에서 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 노조원들이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한국게이츠는 법적 절차와 규정에 따라 국내 제조시설을 폐쇄하고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생존권을 짓밟는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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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럽고 막막한 마음에 참기 힘든 화를 일으킨 건 7월 9일자 <조선일보>의 기사였다. "한국 떠나는 외국인 투자 기업들... '고용규제·강성노조 개선돼야'"라는 제목의 기사는 한국게이츠의 철수 사례를 언급하며 "재계에서는 한국에서 철수하는 외국인투자(외투) 기업이 줄 이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반(反)기업적 규제와 강성 노조에 불만을 표하며 등 돌리는 외투 기업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사는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연구진이 직원 50명 이상의 외투기업 125사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한국에서의 투자와 사업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답했다"라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말미에 "외투기업들은 한국의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해 시급한 과제로 '시장경제에 입각한 규제 완화'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입법' 등을 꼽았다"고 보도했다.

31년 흑자 경영을 한 회사가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는 명분으로 하루아침에 폐업하고 떠나도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는 것이 한국의 법과 제도다. 기업을 위해 어떤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는 것일까? 노사관계가 개선돼야 한다면, 노동조합이 기업 경영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고, 어떠한 참여도, 결정도 할 수 없는 문제가 개선돼야 하는 것이 아닐까?

150여 명의 노동자, 협력업체까지 하면 6000여 명의 노동자와 수만 명의 가족들이 직장에서 쫓겨나 실직자가 되고 생계의 위협에 빠져들게 됐는데, 한국의 언론과 재계는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회사는 직원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직원들과 노동조합은 폐업 방침을 철회하고 공장을 정상 가동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백번 양보해 회사가 주장하는 폐업도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고 하자. 그러면 회사는 직원들을 납득시키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상충되는 입장과 요구가 있으면 이를 두고 합의에 이를 때까지 조율하고 더 나은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이렇게 중대한 문제는 어느 일방의 입장만 관철돼서는 안 된다. 이 논의의 과정을 상충하는 노사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정부와 대구시, 지역 정치권에서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우위에 있는 기업의 이해만이 일방적으로 관철된다면 노동자들도 격렬하게 저항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숱하게 경험했다.
 
 한국게이츠가 오는 31일 폐업을 선언한 가운데 공장 노조원들이 대구시청 앞에서 폐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느 시위를 벌이고 있다.
▲  한국게이츠가 오는 31일 폐업을 선언한 가운데 공장 노조원들이 대구시청 앞에서 폐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느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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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츠에 첫 출근을 하던 20여 년 전, 남편은 갓 첫 아이를 얻은 젊은 아빠였다. 매일 아침 8시 공장으로 나가 자동차 부품을 만지며 일해 왔다. 그 성실한 노동으로 아이들이 자랐다.

남편은 20여 년의 시간을 온전히 보낸 일터, 가족의 생계를 맡겼던 직장에 원망하는 마음을 남겨두고 싶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 작은 바람조차 이루기 어려운 것 같다. 회사는 직원들과의 성의 있는 협의나 설득 대신 위로금을 내세우며 위협하고, 조롱하고, 분열시키고 있다.

남편과 동료 노동자들이 땀 흘려 노동한 긴 시간이 최소한으로라도 존중받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법과 제도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정부와 대구, 정치권이 제대로 노력해서 이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웃 시민들의 따뜻한 응원과 연대가 이들과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은정씨는 대구노동세상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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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이 갈 곳은 야스쿠니”

53개 단체 백선엽 현충원 안장 반대 기자회견 열어
대전=정성일 통신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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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14  18: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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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대전현충원 안장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뒤로 대전지방보훈청이 보인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14일 오후 2시 대전지방보훈청 앞에서 광복회 대전충남지부, 독립유공자유족회 대전지부,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등 53개 종교·시민·사회·정당 단체가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대전현충원 안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박해룡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의 모두발언으로 시작되었다. 박해룡 지부장은 “독립투사들이 묻혀있는 그곳에 독립투사를 때려잡던 반민족행위자들이 함께 묻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에 대전시민사회단체 모두가 함께 이 자리를 마련하였다”라고 기자회견 취지를 전했다.

박 지부장은 또한 보훈청에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만들어 놓은 악법을 따를 것인가? 역사의 순리를 따를 것인가? 백선엽이 대전현충원에 묻히는 것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며 “요구가 이행되지 않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파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임을 알렸다.

규탄발언에 나선 대전민중의힘 이대식 상임대표는 “촛불혁명의 핵심은 적폐청산이며, 적폐청산의 핵심은 친일청산”이라며 “국립묘지에 시라카와 요시노리를 매장하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친일 행위며 반민족행위”라고 하였다.

성서대전 대표 김신일 목사는 “백선엽은 의도적으로 일급전범인 시라카와 요시노리라는 일본군 대장의 이름으로 자신의 이름을 바꾸었다. 친일행위에 단 한 번도 잘못을 뉘우친 적이 없다”며 “애국독립지사들의 자랑스러운 항일투쟁의 역사를 부정하고 되려 독립군을 때려잡던 반민족 친일 매국노 시라카와 요시노리 백선엽을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규탄하였다.

진보당 대전광역시당 김선재 청년위원장은 규탄발언을 통해 “독립유공자 4묘역과 장군 2묘역은 양옆으로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며 “동시대 애국청년들이었던 김준엽, 조문기, 이효정, 박준채 선생들과 어떻게 한 장소에 친일 민족 반역자이며 독립군을 토벌한 백선엽이 함께 안장될 수 있는가?”라고 하였다. 또한 21대 국회에 “국립묘지법을 개정하여, 더 이상 불필요한 논쟁을 만들지 말고 정의를 바로 세워라”고 촉구하였다.

   
▲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광복회 대전지부 동구지회 강문식 지회장.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끝으로 광복회 대전지부 동구지회장 강문식 지회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발의된 마당에 파묘의 대상을 대전현충원에 묻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백선엽은 국립묘지가 아니라 야스쿠니 신사로 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백선엽이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것을 온몸으로 저지할 것”과 “대전현충원이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헌신하고 희생하신 분들의 안식처가 되는 날까지 끊임없이 싸워나갈 것”을 선언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이들은 영결식이 예정된 15일 오전 10시 국립대전현충원 정문 현충교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대전현충원 안장 반대 시민대회’를 열 예정이다.

 

[기자회견 전문]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의 국립묘지 안장을 즉각 취소하라!

정부는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무장헬기 등으로 시민을 학살한 독재자 전두환의 글씨인 대전현충원 현충문 현판을 지난 5월29일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 서체로 교체하였다. 그 의미는 대전현충원이 독립운동가 등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헌신.희생하신 분들을 모시는 민족의 성지가 되어야 한다는 국민의 염원을 반영한 조치일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국가보훈처가 간도특설대 장교 출신 백선엽에게 대전현충원에 안장할 자격을 부여하였다. 백선엽이 어떤자인가! 일제시기 간도특설대 장교로 독립군과 민간인을 극악무도하게 탄압, 학살한 자이며,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을 수천명 학살한 자이다. 이러한 죄행으로 백선엽은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되었다. 21대 국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된 자의 국립묘지 ‘안장금지’와 ‘안장된 자의 이장’을 추진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발의된 마당에 파묘의 대상을 대전현충원에 묻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자기부정이다.

우리는 정부의 이런 결정이 부당함을 알리고 역사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백선엽 국립묘지 안장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정부는 대전현충원에 백선엽을 안장하려는 계획을 당장 철회하라! 우리는 대전현충원이 간도특설대원들의 공동묘지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어떻게 나라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과 독립운동가들을 토벌하고 학살한 친일앞잡이를 한 곳에 모신단 말인가. 우리는 국립묘지 어느 곳이라도 친일파들의 안식처가 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백선엽은 국립묘지가 아니라 오히려 야스쿠니 신사로 가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는 백선엽이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것을 온몸으로 저지할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국정농단세력을 몰아내고 적폐청산에 나선 지혜로운 국민은 민족의 이익에 반하는 정부의 어떤 결정도 정의가 아님을 선언하고 이의 저지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행동할 것이다. 또한 친일반민족 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허용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국립묘지법이 정의롭게 개정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의 투쟁을 후대의 역사에서는 정의로운 투쟁이었다고 기록할 것을 확신하며, 우리는 대전현충원이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헌신하고 희생하신 분들의 안식처가 되는 날까지 끊임없이 싸워나갈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2020년 7월 14일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대전현충원 안장 반대 기자회견 참가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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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의혹? 특혜가 아니라 오히려 ‘착취’를 의심해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07/15 10:04
  • 수정일
    2020/07/15 10:0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한겨레> 보도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
 
임병도 | 2020-07-15 09:29:0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7월 14일 <한겨레>는 ‘단독’이라며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최측근이 청와대와 정부 행사 22건을 수주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한겨레>는 ‘탁현민 프로덕션’ 소속 조연출 출신들이 설립한 ‘노바운더리’ 기획사가 문재인 정부 들어 2년 10개월 동안 3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한겨레> 보도에 대해 “사실을 부풀려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① ‘노바운더리’ 청와대 행사 기획은 3건에 8,900만원

<한겨레> 보도에 대해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청와대와 정부 행사를 뭉뚱그려 22건이라고 부풀려 보도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청와대는 “해당 기획사가 청와대로부터 수주(수의계약)한 행사는 총 3건이 전부”이며 ” 3건의 계약을 체결하고 받은 금액은 8,900만원”이라고 밝혔습니다.

강 대변인은 “탁현민 비서관이 청와대 행정관으로 재직했던 재직기간인 2017년 5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의전비서관실은 수백여 건 이상의 행사나 일정을 진행했다”면서 “수백여 건 중 3건을 해당 기획사와 계약했다면 <한겨레>가 보도한 ‘일감 몰아주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습니다.

② 대통령 참석 행사는 공모 형식 불가능

<한겨레>는 ‘노바운더리’가 대부분 ‘수의 계약’으로 행사를 수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탁현민 비서관 최측근에게 일감을 주기 위해 일부러 수의 계약을 했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각종 정보가 비공개라며 과정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는 경호 문제로 보안이 필수입니다. 청와대는 “외적으로 보안이 필요한 긴급행사의 경우 상당한 기일이 소요되는 ‘공모’ 형식을 밟기는 애초에 불가능하다”며 “대통령 행사에서의 수의계약은 당연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국가계약법 제7조에 따른 대통령령

제26조(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 ① 법 제7조제1항 단서에 따라 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경쟁에 부칠 여유가 없거나 경쟁에 부쳐서는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로서 다음 각 목의 경우
가. 천재지변, 감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 작전상의 병력 이동, 긴급한 행사, 긴급복구가 필요한 수해 등 비상재해, 원자재의 가격급등, 사고방지 등을 위한 긴급한 안전진단ㆍ시설물 개선,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
나. 국가안전보장, 국가의 방위계획 및 정보활동, 군시설물의 관리, 외교관계,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로서 보안상 필요가 있거나, 국가기관의 행위를 비밀리에 할 필요가 있는 경우
다. 방위사업청장이 군용규격물자를 연구개발한 업체 또는 「비상대비자원 관리법」에 따른 중점관리대상업체로부터 군용규격물자(중점관리대상업체의 경우에는 방위사업청장이 지정하는 품목에 한정한다)를 제조ㆍ구매하는 경우
라. 비상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국가가 소유하는 복구용 자재를 재해를 당한 자에게 매각하는 경우

‘국가계약법’을 보면 보안상 필요가 있거나 국가기관의 행위를 비밀리에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수의계약을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수의 계약 자체가 측근에 대한 특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한겨레> 기자의 주장처럼 수의 계약 과정과 예산 집행에 관한 정보를 사후에 일부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성은 있습니다.

③ 문재인 정부 이전 실적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였는데…

<한겨레>는 ‘노바운더리’가 법인 등기를 하기도 전에 행사를 수주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이전에는 행사 실적이 전혀 없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달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탁현민 비서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라 전혀 정부 행사를 수주할 수 없었다는 부분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청와대가 밝힌 기획사 선정 기준을 보면 의전비서관실의 기획의도를 잘 이해하고, 행사 성격에 맞는 연출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기획사나 기획자였습니다. 법인 등기 여부나, 업계 관행, 기획사 규모처럼 외형적인 면보다 창의성과 전문성이 우선이었습니다.

행사를 진행하는 기획사가 음향, 무대, 미술, 조명 장비나 인력 등을 모두 보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대형 기획사도 행사를 수주받은 후 음향 이나 무대 설치 업체, 조명 업체 등에 100% 하청을 줍니다.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를 따지는 자체가 관공서에 제출하는 서류 작업에 얽매인 사고방식입니다.

청와대는 “청와대 및 정부 행사를 수임한 모든 기획사는 사후 예산집행 내용과 기획의 적절성, 계약 이행 결과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받게 된다”며 “해당기획사는 한 번도 사후 감사나 평가에서 문제가 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혜가 아니라 오히려 ‘착취’를 의심해야

▲탁현민 비서관과 평양공연을 진행했던 기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김용민PD 페이스북 화면 캡처

모 매체 북한기자는 페이스북에 < 한겨레> 기사를 공유하면서 “특혜라기보다는 측근 관계를 악용한 착취 또는 갑질이 맞을 거다”라며 2018년 평양공연을 예로 들었습니다.

기자는 “중계 준비 과정에서 탁현민과 엄청 싸웠지만 공연 보고 입을 다물었다”며 “그 예산으로 그 시간으로 그 여건에서 그런 퍼포먼스를 내놓은 건, 독한 왕 피디가 자기 후배들을 갈아 넣어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공연계에서는 탁현민 비서관을 의외로 싫어합니다. 적은 예산으로 엄청난 수준의 공연이나 행사를 요구하기로 소문이 나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탁 피디와 행사를 진행한 후 손해를 봤다는 곳도 있습니다.

< 한겨레>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 탁현민 비서관과 그 측근들이 비리나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특혜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금전적 이득을 취했을 때 문제가 됩니다.

과정에 대한 투명성 의혹은 충분히 제기할 수 있지만, 탁 비서관이 기획한 행사들이 모두 호평을 받았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했어야 합니다. 그동안 청와대 행사를 진행했지만 감동을 주지 못했던 기존 기획사들이 앞다퉈 ‘특혜’라고 주장한 말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2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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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 치는 북미대결

[아침햇살86] 격랑 치는 북미대결 (2)

 

문경환 | 기사입력 2020/07/14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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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7월 7일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6일 전인 7월 1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비건 부장관이 이르면 7월 초 방한해 한국 정부의 중개로 판문점에서 북한과 접촉을 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비건 부장관이 한국을 떠난 다음날인 7월 10일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담화(이하 담화)를 발표하였다. 아마도 비건 부장관이 방한 후 북한에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것 같고 그에 대해 북한이 직접 답신을 주지 않고 담화를 발표하여 공개적으로 대답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건의 방한 일정과 북한이 발표한 담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여기서 북미대결 과정에 대해 굉장히 중요한 지점들을 찾아볼 수가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그동안 궁금했던, 트럼프가 빠졌다는 북한에 대한 사랑의 실체를 찾아보자. 

 

트럼프가 북한에 낚였다

 

트럼프는 그동안 북한에 대해 사랑한다는 식의 표현을 많이 써왔다. 이 사랑이 과연 무엇인지 상당히 궁금했는데 이번 과정에 좀 더 윤곽을 그릴 수 있다. 

 

잠시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에서 북미정상회담 과정을 묘사한 부분을 살펴보자. 두 정상이 처음 만나 가벼운 인사와 환담을 나누는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질문이라면서 “진심으로 정말 현명하고, 매우 비밀스럽고, 훌륭한 인품을 지닌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He
 saw Kim as really smart, quite secretive, a very good person, totally sincere, with a great personality)라며 극찬했다. 그러자 김정은 위원장은 “정치인들은 배우와 같다”라고 답했다. 이 과정을 보면서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낚였다”(hooked)고 판단했다. 

 

볼턴의 표현을 빌리면 한 마디로 트럼프가 북한에 빠진 사랑은 ‘북한에 낚인 것’임을 추정해볼 수 있다. 아마 여러 객관 정황을 볼 때 볼턴의 평가가 타당성이 있는 것 같다. 

 

일단 볼턴이 묘사한 과정을 좀 더 생각해보자.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상대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볼 수 있을까?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만약 질문을 했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진심으로 정말 현명하고, 매우 비밀스럽고, 훌륭한 인품을 지닌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라는 식으로 할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 정상을 무시하고 깔아뭉개는 것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예컨대 2019년 4월 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부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백악관 레드카펫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다가 망신을 당했다. 아베 총리가 레드카펫 위로 올라가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멈춰”(Stop)라고 제지해 한쪽 발만 간신히 걸치고 사진을 찍은 것이다. 일본 국민들이 분개한 건 물론이다. 

 

▲ 한쪽 발만 겨우 걸친 아베 총리.   © 백악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당했다. 2017년 3월 메르켈 총리를 백악관에 초대한 트럼프 대통령은 시작부터 냉랭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기자들이 두 정상에게 악수를 해달라고 요청하자 메르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며 “악수할까요?”라고 물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을 향한 시선을 돌리지 않고 인상을 쓴 채 메르켈 총리를 무시했다. 독일 언론들은 앞 다퉈 트럼프 대통령의 무례함을 지적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놓고 볼 때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 것과 같은 인물평을 다른 나라 정상에게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했던 인물평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똑같이 했다면 문 대통령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상상해보자면 아마 감지덕지하며 고맙다고 답했을 것이다. 만약 그런 반응을 보인다면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낚이는 것이 된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칭찬을 받고 고마워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트럼프 대통령의 인물평대로 ‘좋은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따라줘야 한다. 만약 거부하면 “내가 전에는 좋게 봤는데 알고 보니 나쁜 사람이군”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그에 상응한 대가(체벌)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체벌이 무서워서 문재인 대통령은 계속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은 “정치인들은 배우와 같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극찬’에서 각도를 비켜서는 태도를 취했다. 이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목격한 모습과도 비슷하다. 당시에도 두 정상이 만나서 악수를 나누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웃으며 악수한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고개를 돌려 기자를 바라보는 장면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가가는데 김정은 위원장은 예의 있게 악수하면서도 외면하는 모양새였다. 

 

  출처: 인터넷

 

다시 돌아가서 트럼프 대통령이 ‘극찬’하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개의치 않고 비켜서는 모습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트럼프가 주도권을 잡았을 경우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는 “내가 이렇게 극찬했는데 이 평가가 달라지지 않도록 북한이 잘 따라와야 한다”고 요구하고 북한은 전전긍긍하게 되는 상황이다. 

 

둘째, 트럼프의 ‘극찬’에 대해 북한이 “응, 알았어”라고 받아주면서도 “당신이 원하는 나와의 좋은 관계를 나도 해주고 싶다. 하지만 당신이 나한테 사랑한다고 하는 만큼 선의로 대하면 좋은 관계가 유지되지만 적대시하면 나도 사랑을 받아줄 수 없다”고 하는 경우로 해석할 수 있다. 즉,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니 좋은 관계로 지내고 싶지만 만약 나를 적대시하면 좋은 관계가 깨지니 주의해라, 이런 상황이다. 

 

첫째의 경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낚은 것이며 둘째의 경우는 반대다. 그런데 지금 사태 전개를 보자. 비건 부장관의 방한과 북한의 담화 내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낚였다는 볼턴의 평가가 맞는 것으로 보인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끌려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북한은 담화를 통해 미국이 원하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답을 했다. 

 

일단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또 모를 일이기도 하다.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하여 가능성이 낮지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여지를 두었다. 그러면서 “명백한 것은 조미수뇌회담이 누구의 말대로 꼭 필요하다면 미국 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게는 전혀 비실리적이며 무익하다”라고 하였다. 또한 “미국의 결정적인 입장변화”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해볼 용기도 없는 미국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입장변화에 대해서는 “적대시철회 대 조미협상재개”라는 새로운 구도로 설명했다. 즉,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는 것과 북미협상을 재개하는 것을 맞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미국은 비건 부장관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을 하자고 굉장히 간곡하게 요청을 한 것 같고 북한은 ‘미국이 바뀌면 회담을 할 수 있지만 안 바뀔 것 같다’고 답을 한 것이다. 즉, 미국의 간청을 북한이 거절한 모양새다. 미국이 북한에 끌려 다니는 형국이다. 볼턴 얘기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낚였다고 볼 수 있는 하나의 객관적 지표가 아닐까 싶다. 

 

미남 선생님을 사랑하는 여고생

 

트럼프는 북미 관계를 사랑 얘기로 풀었는데 너무 정치적 언어로만 평가하면 건조하고 팍팍할 수 있으니 통속적이고 낭만적으로 비유해보겠다. 

 

지금 북미 관계는 미남 선생님과 이 선생님에 대해 사랑에 빠진 여고생의 관계 정도로 비유해볼 수 있다. 여고생은 사랑에 빠진 나머지 틈만 나면 ‘사랑해요’를 남발하고 심지어 선생님 집에까지 찾아가 만나달라고 떼를 쓴다. 이 경우 선생님이 취할 수 있는 태도가 3가지 있다. 

 

첫째, 선생님이 자기 신분을 망각하고 “그래 나도 사랑해”라고 답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선생님은 여고생에게 책잡히게 된다. 여고생의 요구를 끊임없이 받아들여야 하며 경우에 따라 나중에 ‘미투’의 대상이 될까봐 전전긍긍하며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선생님이 “학생이 선생님한테 그러는 거 아니다”라며 매몰차게 거절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학생이 실의에 빠져 학교생활을 망칠 수가 있다. 

 

셋째, 선생님이 “그래 건강하고 공부 열심히 해라”라며 학생과 선생님 사이의 위치를 정확히 지키는 경우다. 이런 경우 학생은 선생님을 향한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자기를 향한 사랑의 심리를 가지고 바른 학생이 되도록, 공부 열심히 하도록 이끌어 주는 선생님이야말로 탁월한 선생님이다. 

 

지금 상황이 딱 세 번째 상황 같다. 학생(트럼프 대통령)이 선생님을 그렇게 사랑한다고 하니 선생님은 학생에게 공부(대북적대정책 철회)를 열심히 하라고 가르치는 형국처럼 보인다. 

 

또 학생이 자꾸 초인종 누르면서 만나달라고 간청하니 선생님이 직접 나가기는 좀 그렇고 대신 집안사람 한 명이 창문을 열고 학생을 향해 “선생님이 네가 공부(대북적대정책 철회)를 열심히 하기를 바란다고 전하란다”라고 답해주었다. 담화는 마지막에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하시였다”라고 마무리했는데 이것이 바로 그런 의미다. 학생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처럼 대북적대정책 철회를 위해 용기를 내야 한다는 그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선생님 집 앞에서 초인종 눌러대며 선생님을 향해 오물을 던지고 괴롭히는 행동(한미연합훈련 실시, 전략무기 반입, 불량국가 운운, CVID 주장 등등)을 계속 하면 선생님이 회초리를 들 수도 있다. 예컨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7월 7일 취임 1년에 즈음한 영상메시지에서 북한을 “불량국가”(Rogue State)라고 지칭하였다. 또 같은 날 미국-일본-호주 3국 국방장관 공동성명에는 북한에 대해 모든 범위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수 없는 폐기’(CVID)를 달성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매를 버는 언행이다. 

 

북한은 담화에서 “미국은 대선전야에 아직 받지 못한 크리스마스선물을 받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미국이 그런 골치 아픈 일에 맞다들려 곤혹을 치르게 되겠는가 아니겠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기들이 처신하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때 없이 심심하면 여기저기서 심보 고약한 소리들을 내뱉고 우리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나 군사적 위협 같은 쓸데없는 일에만 집념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그러한 사건들의 유무에 대한 그 어떤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만 미국이 우리에게 발신하는 갖가지 위험한 압박성 언동들을 우리 지도부가 언제까지나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경고하였다. 

 

그러면서 또한 “우리는 미국에 위협을 가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이에 대해서는 위원장 동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한 입장을 밝히신 적이 있다. 그저 우리를 다치지만 말고 건드리지 않으면 모든 것이 편하게 흘러갈 것이다”라고 하였다. 즉, 대북적대정책을 하지 않으면 회초리 맞을 일도 없다는 말이다. 

 

독립기념일 DVD의 의미

 

한편 담화 뒷부분을 보면 “며칠 전 TV보도를 통해 본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에 대한 소감을 전하려고 한다. 가능하다면 앞으로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데 대하여 위원장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라는 수수께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국내 언론들은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 수수께끼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이 말에 담긴 의도를 알고자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독립기념일 행사 영상을 북한에 선물하는 게 즐겁고 자랑스러울지, 아니면 부끄럽고 주저될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아마 국내 언론은 미국을 숭배하는 시각에만 길들여져 있어 객관적 판단을 못 하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독립기념일에 자신의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접전을 보이던 바이든과의 지지율 격차가 6월 들어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10%p 이상의 격차가 나면서 역대 미국 대선의 경험으로 볼 때 뒤집기는 불가능하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다급해진 트럼프 캠프는 코로나19로 인해 중단했던 유세를 재개했다. 주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6월 20일 재개한 오클라호마주 실내체육관 BOK센터 선거유세는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100만 명이 유세 참가 티켓을 신청했다”고 트윗을 날렸고, 선거캠프 측도 약 10만 명 정도 몰려들 것으로 예측하고 야외 유세를 계획했다. 하지만 정작 유세는 2만 명 규모의 유세장을 채우지 못했고 특히 2층 자리 대부분은 비어있었다. 지역 소방서는 6100명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K팝 팬들이 유세 입장권 수만 장을 신청해놓고 유세장에 나타나지 않는 방식으로 보이콧 운동을 했다고 분석했다. 설상가상 유세 후 잠복기를 지나 유세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였다. 유세장에서는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 한산한 유세장.  © teen vogue

 

유세를 통한 반전에 실패한 트럼프 대통령은 독립기념일을 계기로 다시 반등을 노렸다. 수도 워싱턴 D.C.에서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축제를 준비하고 사상 최대 규모인 1만 발 불꽃놀이 축제를 준비했다. 내무부는 30만 명 이상의 군중이 모일 것으로 기대했다. 또 전날엔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서 전야제를 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5만 명이 넘는 등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는 상황에서 무모하게 행사를 강행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마스크 착용은 권고지 필수는 아니다”며 안일한 발언을 하는 반면 워싱턴 D.C. 시장은 행사 참석을 재고해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결과적으로 워싱턴 D.C. 행사에는 작년에 비해 참가자가 “충격적일 만큼 드물었”다. (「미 독립기념일, 트럼프의 대규모 행사 독려에도 대부분 축소」, 뉴시스, 2020.7.5.) 여러 지역에서도 독립기념일 기념식을 취소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코로나19뿐 아니라 인종차별 항의시위도 독립기념일의 분위기를 어둡게 하였다. 방화, 약탈도 미국 전역에서 벌어졌다. 화가 난 트럼프는 러시모어산 연설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두고 “역사를 말살하려는 무자비한 캠페인”, “미국 독립혁명을 타도하려고 고안된 좌파 문화혁명”이라며 비난했다. 

 

미국의 고질적 문제인 총격 사건도 독립기념일을 피해가지 않았다. 독립기념일 연휴 동안 총격 사건으로 뉴욕에서 63명이 사상, 시카고에서는 17명이 죽고 63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의 나이트클럽에서도 총격 사건으로 2명이 죽고 8명이 다쳤다. 또 미국 전역에서 6명의 어린이가 총격에 사망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는 총격 사건으로 최소 5명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다치면서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이에 따라 약 1천 명에 달하는 주방위군이 투입될 예정이다. 

 

한마디로 지난 독립기념일 연휴는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찬 계획을 무산시킨 좌절의 기간이었다. 현재로서는 바이든을 따라잡을 방법이 없다. 담화에서 갖고 싶다고 한 독립기념일 DVD는 뭘 해도 대선에서 승리할 반전의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몰골을 지적한 것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승리하기 위해 반전을 노릴 수 있는 계기는 오직 하나, 북한과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를 이루는 것밖에 없음을 암시해준 것이다. 

 

물론 북미정상회담을 하려면 북한이 언급한 것처럼 “새로운 도전을 해볼 용기”를 내서 대북적대정책 철회라는 “결정적인 입장변화”를 보여야 한다. 그러면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재선에 성공할 계기를 마련해줄 선물을 줄 의향이 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대북적대정책에 매달리며 압박을 가하고 특히 8월에 한미연합훈련을 한다면 이번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죽을 쑨 것 이상의 “정치적으로 재앙거리가 될”, “아직 받지 못한 크리스마스선물”을 선사할 수 있다는 측면까지 담아서 이번에 답을 주었다. 

 

그래서 DVD 이야기 직후에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하시었다”는 문구가 나오는 것이다. 북한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즉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해서 북미회담이라는 선물도 받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열리는 길을 택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심리는?

 

그렇다면 이 담화를 접한 트럼프 대통령의 심리는 어떨까? 물론 어디까지나 추론을 해볼 수밖에 없다. 

 

첫째, 이번 담화에서 양국 정상 사이의 관계가 좋다는 표현이 여러 번 등장했으므로 굉장히 기뻤을 듯하다. 

 

미남 선생님이 자기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여고생 마음이 얼마나 콩닥콩닥 하겠는가. 

 

둘째, “쓰레기 같은 볼턴”이라는 표현을 두고 ‘볼턴을 쓰레기라고 하다니, 완전 내 스타일이야. 역시 우리는 통해’라며 쾌재를 불렀을 수 있겠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의 걸림돌로 전면에 나선 볼턴과 한 판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북한이 볼턴에 대해 자기 심리와 똑같은 표현을 해줬으므로 굉장히 기뻤을 것이다. ‘볼턴, 봐라, 넌 북한이 얘기했듯 쓰레기야!’라고 속으로 외쳤을 수도 있겠다. 

 

사실 자기를 철저히 따르며 오직 ‘승인’ 받은 일만 하겠다고 하는 문재인 정부조차도 이 정도는 못했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조현병 환자’에 비유하는 등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보며 문재인 정부는 볼턴과의 싸움에서 별다른 우군 역할을 못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볼턴을 ‘쓰레기’라 부르며 강력히 공격하였다. 앞으로 북한의 대미강경행보가 모두 볼턴 때문이라고 덮어씌울 수 있어 트럼프 입장에서는 매우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심지어 자기가 사랑해 마지않는 미남 선생님이지 않는가.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다. 선생님한테 사랑을 받으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는데 과연 8월에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해야 할지, 전략무기 반입을 중지해야 할지, 아니면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워낙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이다보니 ‘확 이번 기회에 주한미군을 철수해서 선생님의 사랑을 확실히 쟁취할까?’라는 생각까지도 할지 어떨지는 지켜봐야 하겠다. 

 

이와 관련해 볼턴은 7월 10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국방수권법이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을 앞서진 않”으므로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감축 혹은 철수하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은 실체가 있다”고 우려했다. 

 

기회가 되면 다음 글들에서 몇 가지 주제를 더 살펴보겠다. 

 

※이 글은 자주시보와 주권연구소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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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탁현민 측근이 청·정부 행사 22건 수주…업계 “특혜”

등록 :2020-07-14 04:59수정 :2020-07-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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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기획사가 3년 매출 30억
문 대통령 참석한 행사도 15건
일부는 법인 등기전 수주 논란
2019년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열린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9년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열린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최측근이 설립한 신생 공연기획사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행사 용역을 22건 수주하는 등 지난 2년10개월 동안 3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공연기획사가 맡은 행사 중 15건은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는데, 이 가운데 5건은 법인 등기도 하기 전에 수주했다.1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탁 비서관의 최측근인 이아무개(35)씨, 장아무개(34)씨가 2016년 말 설립한 공연기획사 ‘노바운더리’는 2017년 8월17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부터 시작해 지난달 25일 ‘6·25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식’까지 2년10개월 동안 모두 22건의 청와대 등 정부 행사 용역을 수주했다.

 

노바운더리는 탁 비서관이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인 2017년 5월까지 정부 행사 관련 실적이 없는 신생 업체였는데, 2018년 9억5600만원, 2019년 2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이씨와 장씨는 ‘탁현민 프로덕션’ 소속 조연출 출신이다. (▶관련 기사 : [단독] 미등기 신생 업체가 문 대통령 회견·트럼프 방한 공연 맡아)

 

특히 노바운더리는 2018년 3월 법인 등기를 하기도 전에 문 대통령이 참석한 굵직한 행사를 잇따라 수주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국민인수위원회 대국민보고대회’(2017년 8월20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식’(2017년 10월1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만찬 및 환영 공연’(2017년 11월7일), ‘진급장성 삼정검 수여식 행사’(2018년 1월11일) 등이다. 법인 등기가 청와대 및 정부 행사 수주의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노바운더리 이전에 그런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법인 등기는 기업의 투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다.

 

<한겨레>가 인터뷰한 10여명의 공연·행사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는 특혜”라고 입을 모았다. 공연업체 대표 ㅇ씨는 “(노바운더리 같은 신생 공연기획사는) 청와대 행사를 수주할 꿈도 못 꾼다”고 했고, 공연기획사 대표 ㅅ씨도 “20년 경력의 우리 회사도 대통령 의전 경험이 없어서 행사 계약이 무산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탁 비서관이 지인들의 업체에 대통령 관련 일감을 거듭 맡겨 이익을 얻게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상철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기획위원은 “공공계약의 공정성 원칙이 훼손됐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탁 비서관과 청와대 쪽은 대통령 관련 행사는 보안 사항이라는 이유로 <한겨레>의 공식 해명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박준용 김완 김민제 기자 juneyong@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53526.html?_fr=mt1#csidx4d82a54a793d22b90fd6c8795349c0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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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인은 박 시장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0/07/14 10:16
  • 수정일
    2020/07/14 10:1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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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 극단의 현장에서 만난 교훈, 애도와 연대는 만날 수 있다

 

20.07.14 07:11l최종 업데이트 20.07.14 07:11l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운구행렬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영결식을 마친 뒤 추모공원으로 출발하기 위해 이동하자, 고인의 마지막 떠나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운구행렬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영결식을 마친 뒤 추모공원으로 출발하기 위해 이동하자, 고인의 마지막 떠나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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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고인의 넋을 기리며 분향하고 있다.
▲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고인의 넋을 기리며 분향하고 있다.
ⓒ 유성호

 


13일 오전과 오후, 극단의 현장에 있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진행된 이날, 이른 오전부터 서울광장 인근은 조문객으로 붐볐다. 이들은 서울시청을 오간 박 시장의 영정을 바라보며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오후엔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으로 이동했다. 박 시장을 고소한 서울시 직원 측이 기자회견을 통해 고소 후 처음 입을 열어 "피해 사실"을 알렸다.

아침부터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서울광장 분향소에 깊이 고개 숙인 조문객들이 차례차례 방명록에 글은 남겼다. 몸을 돌려 우산을 막 펴든 이들에게 다가갔다. 조의를 표한 이에게 심정을 묻는 일은 굳이 기자가 아니라면 하지 않을,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것이 어렵고 고통스런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아픈 이의 심연을 물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에게서 어떤 언어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눈시울이 불거진 조문객의 입에서 '행여 고소인을 비난하는 말이 나오진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기우였다. 박 시장을 애도한 이들은 추모 그 자체에 집중했다. 박 시장이 이뤘던 일들을 거론할 뿐, 고소인을 깎아내리거나 비난하지 않았다. SNS에서 거침없이 벌어지고 있는 피해자 신상털이와 같은 언급은 당연히 들을 수 없었다. 남녀노소 5명을 골고루 만난 결과였다.

발걸음을 조금 옮겨 서울시청 입구 쪽에 섰다. 영결식이 끝난 후 박 시장의 영정이 서울시청을 빠져나왔다. 곳곳에서 오열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열은 분통으로 바뀌기도 했다. 그런 이들조차 "기레기 XX"를 외칠지언정 고소인을 거론하진 않았다. 때론 박 시장을 과하게 두둔하는 말이 나오긴 했으나 최소한 고소인만큼은 공격하지 않는 선을 지켰다.

물론 한정적으로 시공간을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자가 보고 들은 게 전부가 아닐 순 있다. 하지만 영결식 전후인 13일 오전 7시 40분~9시 40분 서울시청 앞 분위기는 '차분한 애도' 그 자체였다.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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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객들과 마주하며 그러한 걱정을 했던 이유는, 요며칠 고소인을 향한 온라인상 2차 가해를 너무도 쉽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누구라더라, 피해자에게 성추행의 원인이 있다더라 등의 추측성 글이 특정 사진 및 욕설과 함께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 피해자의 변호사가 강용석이란 허위사실이 사실처럼 돌기도 했다. 이번 일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음모론과 이번 일을 정쟁으로 이끄는 과도한 정치화도 서슴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극단은 역으로 극단을 낳았다. 반대편에선 이들과 다를 바 없는 언어로 상대를 공격하고 박 시장의 죽음 역시 조롱했다. 그렇게 지난 닷새 '극단의 과대 대표'된 오염된 말들 속에 살았다.

이날 오후에도 장맛비는 여전히 거셌다. 고소인 측 기자회견이 진행된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은 취재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직접 참석하지 못한 고소인의 글을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대신 낭독했다. 글의 말미, 고소인은 이렇게 말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누군가는 이 말의 진정성을 의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가해자로 지목한 이의 명복을 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박 시장에게 애도를 표하는 일과 고소인에게 연대의 마음을 건네는 일은 극단에 위치해 있지 않다. 오전에 서울광장에서 만난 조문객들이 그랬다. 그들은 고소인을 향한 선을 지켰고, 고소인은 박 시장의 명복을 빌었다. 박 시장과 가까웠던 이들도 "애도와 연대는 함께 할 수 있는 일"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0~10이 있다면 0과 10에 위치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 중 대부분은 생각보다 가까이 위치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 글의 첫머리를 고쳐야 할 것 같다. 오전, 오후의 현장은 극단이 아니었다.

고소인이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이제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

[관련기사] 
"시장님 편히 쉬세요" 시민들 박원순 영정 떠나보내며 오열  http://omn.kr/1oagd
박원순 성추행 장소는 시장 집무실 및 내실, 4년간 지속"   http://omn.kr/1oanf
[전문] 피해자의 글 "사과 받고 싶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http://omn.kr/1oa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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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통화. 세계를 구원하는 강력한 도구

[김종철 선생을 기리며] 지역통화 ― 삶과 공동체를 살리는 기술

"산업주의 문화는 이러한 겸손의 자세를 조롱하고 비웃으면서 성장해왔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산업인간'은 도덕적, 정신적으로 극히 왜소한 미숙아가 되어버렸다. 산업의 세계에서 만물의 척도는 인간의 한계를 모르는 자기 확대의 욕망이다. 그리하여, 자본과 기술의 힘으로 얼마든지 자연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교만심이 분별없이 확대되어 왔고, 그 결과로 지금 우리는 스스로의 생존의 발판을 제거하는 데 열중하고 있는, 인류 역사상 가장 난폭하고 어리석은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코로나19라는 현재의 전 세계적 위기는 근대 자본주의 문명의 본질에 대한 그의 통찰이 전적으로 옳았음을 웅변한다. 즉 "자본과 기술의 힘으로 얼마든지 자연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교만심이" "스스로의 생존의 발판을 제거"해 왔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가 지향했던 것은 공생공락(共生共樂)의 삶이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고, 인간과 인간이 우애롭게 지내며, 각 개인이 내면의 평화를 누리는 그런 삶이었다. 그는 공생공락을 위한 이상적인 사회로 농(農)의 세계와 촌락 자치를 주장했지만 이는 결코 복고 취미가 아니었다. 공생공락을 위한 세계 각지의 여러 움직임들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연구하면서 이끌어낸 통찰이었다. 

신문‧잡지의 칼럼을 모아 2016년 발간한 <발언 1,2>의 머리말에서 그는 "칼럼을 쓰는 동안 매일매일 발간되는 국내외 신문, 뉴스 매체들을 훑어보는 일이 어느덧 내 생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왜냐하면 '발언'을 위해서는 우선 세상 돌아가는 형편에 주목('경청')하는 게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상사에 대해서 끊임없이 귀를 열어 경청한다는 것은 '발언'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 윤리"이며 "농민, 노동자, 생활인들의 '현장'이 논밭과 공장 혹은 시장인 것처럼, 지식인에게 가장 중요한 '현장'은 뉴스매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끼니를 거르는 일은 있어도, 신문이나 뉴스매체를 거르고 지나가는 날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그리하여 일정하게 구독하는 몇몇 국내 신문들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인터넷을 통해서 외국 언론매체들의 주요 기사, 논평들을 읽는 데 골몰하다 보면 오전 몇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만다."

 

실제로 그는 하루 4시간 이상 인터넷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한국에서 최초 또는 유일한 정기구독자인 외국 간행물이 여럿 된다고 자랑(?) 삼아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이는 그가 탁월한 생태사상가인 동시에 뛰어난 저널리스트였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처럼 폭넓은 탐색과 치열한 고민 끝에 지역화폐, 기본소득, 시민의회에 이르기까지 에콜로지와 민주주의에 관한 현실적 대안들을 제시했다. 나아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 최초의 녹색당 창립에 참여하는 등 그는 근래 보기 드문 전 방위적 지식인이자 실천적 사상가였다. 

 

사실 김종철 선생이 걸은 길은 외로운 길이었다. 하지만 뜻을 같이하는 벗들이 있었다. 1999년 펴낸 <간디의 물레> 머리말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8년간 <녹색평론>을 엮어내는 일은 무엇보다 내게는 개인적인 구원이었다. 아마 그 일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미치거나 깊이 병들었을지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녹색평론>의 편집에 열중하는 과정에서 나와 비슷한 당혹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나라 안팎에 걸쳐 의의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그러한 사람들과 깊은 유대 또는 우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러한 유대감이나 우정을 통한 새로운 정치적 공동체의 형성에 새로운 삶의 희망이 달려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또한 2008년 펴낸 <땅의 옹호>에서는 2004년 대학 교수직을 떠난 이후 4년간 계속된 '이반 일리치 읽기모임'을 통해 "대학생활에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음미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우정'이야말로 지금 세계를 황폐화하는 자본과 국가의 논리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인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아무리 암울한 시대일지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데 필수적인 '희망'을 제공하는 원천이 바로 '우정'"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자본주의 문명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김종철의 사상과 통찰이 절실한 이때, 그는 돌연 세상을 떠났다. 이제 살아남은 자의 몫은 그가 말한 우정의 의미를 되새기며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삶의 원리는 무엇이며 어떻게 이를 실천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일 것이다.


 

김종철 선생의 저서 <간디의 물레-에콜로지와 문화에 관한 에세이> <땅의 옹호-共生共樂의 삶의 위하여> <발언 1,2>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에콜로지와 민주주의에 관한 에세이> 중에서 9편의 글을 추려 소개한다. 편집자

연재 순서


 

1. '시대를 바꾸고자 한 예언자이자 실천적 사상가, 김종철' (박승옥 글) 

2. 왜 녹색평론을 시작하였는가(1995년, <간디의 물레-에콜로지와 문화에 관한 에세이>) 

3. 거짓언어와 '성장'논리 속에서-나의 한국 현대사(2012년, <발언 1>) 

4. 땅의 옹호(2002년, <땅의 옹호-共生共樂의 삶의 위하여>) 

5. 필요한 것은 '진보'가 아니라 開眼이다(2006년, <땅의 옹호>) 

6. 지역통화-삶과 공동체를 살리는 기술(1998년, <간디의 물레>) 

7.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책머리에(2019년) 

8. 협동적 자치의 공동체를 향하여(2008년,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9. 촛불시위와 시민권력(2017년,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10. 태어남과 삶과 죽음의 순환(1998년, <간디의 물레>)


 

이른바 IMF 사태가 불어닥치기 오래전부터 한국이나 이른바 동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의 경제적 호황이 ― 나아가서는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산업경제 전체가 ―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조금이라도 분별력있는 사람들에게는 분명한 일이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극심한 경쟁의 논리를 핵심적인 원리로 하는 오늘의 세계경제체제속에서 시장의 개방화와 ‘자유무역’의 확대는, 그 주창자들의 주장과는 반대로, 극단적 부의 편중과 대중적 빈곤화 현상이 심화되고, 세계 도처의 토착민족의 삶터가 파괴되며, 자연생태계의 생명부양능력이 회복불가능한 수준으로 심각하게 손상되는 것을 의미해왔다. 오늘날 세계의 억만장자 350여명의 총재산은 세계인구의 하위 절반 30억여명이 가진 재산을 모두 합친 것을 능가한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하루에도 몇조달러나 되는 돈이 투기꾼의 탐욕을 채우는 것말고는 아무런 생산적인 기여를 하지 못하는 카지노경제를 확대하는 데 동원되고, 다국적기업들은 오로지 주주들에게 돌아갈 배당을 높이는 데 혈안이 되어 자연자원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끝없는 공격과 착취를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라는 전대미문의 압력수단을 통해서 다국적기업의 활동을 조금이라도 제약하는 모든 규제를 철폐하도록 국민국가들의 정부에 강요함으로써, 다국적기업들은 지금 세계전역에서 어떠한 정치권력보다도 더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실질적인 통치자로 되어가고 있다. 이것은 우리들이 대개 알고 있는 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다국적기업들의 이러한 압력에 대하여 어째서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고 기업들의 지배에 순순히 복종하는가 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러한 순종이 궁극적으로 국가의 주권을 현저히 훼손하고, 정부권력 그 자체의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을 정부가 모를 리 없는데도 말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오늘날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정치권력과 거대자본의 결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암시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금 경제의 세계화라는 논리밑에서 시장개방화나 무역에 관한 모든 규제의 철폐, 또는 외국자본에 대한 온갖 보호조처를 강요하는 세계적인 규약이나 협정들 ― 예컨대, 가트협약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 세계무역기구체제의 확립,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까지의 어떠한 협정보다도 더 강력하게 다국적자본의 지배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현재 OECD 내에서 진행중에 있는 다국간 무역협정(MAI) 등등 ― 은 실제로 국민에 의해 선출되거나 공공권력에 의해 임명된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규정들은 다국적기업 대표들이나 거기에 고용된 법률가들로 구성된 소수그룹에 의해서 언론의 감시도 받지 않으면서 은밀히 입안된 다음에 나중에 각국 정부에 그 제안에 대한 동의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가트협정이 통과될 때, 미국의 국회에서도 이 법안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표결에 참여한 국회의원은 극소수였다는 것이다.


 

세계화 경제라는 것이 무제한의 국경없는 무역의 확대를 통해서 토착문화들의 소멸을 강요하고 그럼으로써 인간문화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세력으로 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대개 짐작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나아가서 그것이 무엇보다도 인류가 오랜 세월에 걸쳐 피나는 노력 끝에 성취해온 민주주의적 제도를 비롯한 온갖 문명적 기반을 망가뜨리는 가공할 폭력이 되어있다는 것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자와 돈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무역량이 대폭 증가하면 자연히 인류의 복지가 증대될 것이라고 하는 주장은 결국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가령 오늘날 가장 경제적 호황을 누린다고 하는 미국에서도 절대빈곤선 이하의 인구와 거리를 헤매고 있는 집없는 사람들의 숫자가 매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에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노인인구 중 500만명이 실제로 굶주리고 있거나 충분히 먹지 못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클린턴 제1기 행정부의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히에 의하면 미국에 있어서 부의 편중이 오늘날처럼 심각한 것은 미국역사상 일찍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미국경제가 빈부격차를 갈수록 심화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공동체로서의 통합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음을 크게 우려하는 논설을 최근 연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심각한 공동체 분열현상의 가장 주된 원인은 바로 세계화 경제 ― 즉 경쟁력 향상이라는 지상목표에 붙들려서 공동체에 대한 충성이라는 개념은 무의미한 것이 될 수밖에 없게 하는 기업논리가 갈수록 활개치는 ― 때문이라고 라이히는 말한다.

 

▲ 김종철 <녹색평론> 편집인 겸 발행인. ⓒ프레시안

흥미로운 것은 무차별적이고 무제한적인 자본의 지배로 특징지어지는 오늘의 세계경제 현실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는 사람 가운데는 조지 소로스 같은 이른바 카지노경제의 주역에 해당되는 인물도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조지 소로스는 미국의 월간지 <애틀랜틱 먼슬리> 97년 2월호에 기고한 장문의 에세이에서 오늘날처럼 기업활동과 자본의 흐름에 아무런 제약이 가해지지 않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권력의 극단적인 집중화와 더불어 민주주의가 크게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소로스에 의하면 민주주의와 ‘열린사회’를 위협하는 오늘날의 가장 큰 적은 스탈린의 공산주의도 히틀러의 파시즘도 아니고 바로 국제자본의 무제한적인 지배를 허용하는 세계경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우려를 표명하는 조지 소로스 자신이 그의 유명한 박애주의적 행동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생기는 일을 위해서는 지뢰를 포함한 무기산업에도 투자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오늘의 아시아 경제위기의 문제에 관련하여 우리가 가장 단순하게 생각해본다면, 이 위기는 본질적으로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세계금융시장의 지배구조에 대한 종속의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IMF 구제금융으로 위급한 국가부도 사태는 넘겼다고는 하나 이제부터 정작 외채를 갚아야 하는 일의 고통은 고스란히 풀뿌리 민중에게로 전가되고, 그 결과 그나마도 붕괴 직전의 상황에 처해 있는 자연생태계와 공동체는 극심한 파괴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풀뿌리 민중의 처지에서 이 위기를 정당하게 벗어나는 길이 있다면, 그 하나는 달러가 지배하는 통화체제로부터 부분적으로나마 단절을 결행하는 일일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또다시 종래의 낡은 방식 ― 성장 지상주의라는 자멸적인 방식을 복구하는 데 동참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위기에서 우리가 얻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말할 것도 없이 기초적인 생계를 포함한 우리의 경제적 삶의 거의 전부를 대외의존적인 무역구조에 종속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모험인가 하는 점에 대한 깨달음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급자족의 바탕을 철저히 망가뜨리고 수출주도의 경제적 향상을 꾀하는 방식은, 그로 인한 국내의 온갖 모순된 사회관계를 논외로 하더라도, 결국 다른 나라의 약한 사람들과 지구의 다른 부분의 땅과 바다와 숲을 희생시킨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 한, 종래의 경제적 ‘성공’이란 당연히 지속불가능한 것이었고 또 지속되어서도 안되는 것이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지만, 지금 우리에게 긴급한 것은 우리의 모든 에너지를 동원하여 가능한 한 자립적인 삶의 바탕을 확보하고, 비폭력주의를 삶의 당연한 원칙으로 받아들여 이제야말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 사이의 공생을 진정으로 고려하는 소박한 생활방식을 수립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맹목적으로 추구해온 ‘생활수준’의 향상이라는 것은 결국 우리의 자립적인 생존의 항구적인 기반을 망가뜨리는 데 기여해왔고, 나라 안팎의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을 강요해왔으며, 또한 우리의 진실한 내면적인 삶을 황폐시키는 데 이바지해왔다. 우리는 물질적 편의와 풍요의 달성을 위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온갖 다른 중요한 인간가치를 외면해왔던 것이다. 그 결과 공동체적 연대를 상실하고 각자가 자기중심적인 고립속에서 경쟁과 투쟁의 살벌한 생존방식에 매달려왔던 것이다. 이제 위기의 상황에 직면하여, 우리는 이 모든 것을 근본에서부터 재고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부터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서도 가장 믿을 수 있고 든든하며 인간다운 생존방식은 협동적인 연대의 삶이라는 진리를 마음속 깊이 받아들여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우리는 무엇보다 ‘생활수준’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범죄적인 개념인가를 생각해야 하고, 우리가 이 지구상에서 인간끼리는 말할 것도 없고 모든 다른 생명체들과 공생의 삶을 향유하자면 우리가 소박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필수적인 전제조건임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 지향해왔던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생활방식’에 대하여 숙고하는 일인 것이다.


 

이러한 각도에서 볼 때, 지금 대다수 인구에게 인간다운 삶의 가능성을 박탈하고 있는 자본의 지배 ― 좀더 정확하게는 세계적 자본의 지배로부터 어떻게 벗어날까를 궁리하는 일의 중요성은 자명해진다. 실제로 이러한 문제의식 밑에서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이른바 주류의 경제생활 방식에 대항하여 풀뿌리 민중의 자립적인 삶의 기반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한 시도 가운데서 아마도 현재 가장 주목받을 만한 움직임은 이른바 '공동체가 지원하는 농업(community―supported agriculture)'운동 ― 이것은 우리나라의 한살림운동과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는 비슷한 발상에 기초한 도농직거래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 과 ‘지역통화(local currency)’운동일 것이다. ‘공동체가 지원하는 농업’운동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형태로 진행중에 있는 것이지만, 지역통화운동이라는 것은 아마 우리들 대부분에게는 매우 생소한 것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역통화운동의 바탕에 있는 아이디어는 민중의 자립적인 생존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참으로 흥미로운 발상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미증유의 대량실업사태에 직면해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지역통화’운동은 단순히 흥미로운 아이디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위기극복의 지혜와 기술을 암시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실업문제에 관련하여 우리사회에서 흔히 제시되는 처방들은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경제논리에 따른 것이고, 거기에 부수적으로 박애주의적 호소들이 덧붙여지고 있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것은 근본적으로 구태의연한 약육강식적 경쟁논리를 전제로 한 것일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대단히 의심스러운 공허한 처방이라는 것을 우리는 냉철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아시아의 위기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공황의 전조인지도 모른다는 경고의 목소리들이 여러 원천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도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실제로 공황이 곧 닥치든 아니하든 인간다운 삶을 복구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지역통화운동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역통화운동은 실제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오늘날 세계적인 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는 이 운동의 선구적인 형태는 1980년대 초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지역의 작은 마을인 코목스라는 곳에서 '레츠(LETS〓Local Exchange and Trading System)'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코목스 지방은 그 당시 심한 경제적 침체와 높은 실업률로 고통받고 있었다. 이 레츠시스템을 창시한 마이클 린턴은 사람들이 캐나다의 중앙은행이 발행한 돈이 없다는 이유로 곤궁하게 맥없이 지내야 할 필요가 과연 있는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하여, 공동체의 독자적인 통화를 만들어내어 그것이 공동체 내부에서 통용되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각자가 가진 잠재적인 소질과 기술을 발휘하여 삶을 활기있게 되살려놓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처음에 여섯명의 가입자로부터 출발한 이 지역통화 시스템은 점차로 커져서 나중에는 캐나다뿐만 아니라 영어를 쓰는 나라들 ―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그리고 영국과 아일랜드 ― 로 전파되고, 최근에는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을 포함한 유럽 여러나라와 일본으로도 보급되고 있다. 레츠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영국의 한 사회학자의 조사에 의하면, 캐나다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90년대에 들어와 급작스럽게 확산되어 전세계적으로 현재 수천개의 레츠조직이 운영중에 있으며, 계속 불어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만성적인 고실업률로 시달리고 있는 공동체들에서 쉽게 번지고 있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임시적인 재난구제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는 것은 예를 들어, 오스트레일리아의 전 총리 키팅이 재임기간중에 레츠시스템에 관해 소문을 듣고 그 아이디어에 크게 흥미를 느끼고, 마이클 린턴을 초청하여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레츠 조직을 가능한 한 많이 만드는 데 협력을 구했다는 일화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그 당시 높은 실업률에 대응하려는 하나의 수단으로서도 레츠에 관심을 보였겠지만, 키팅 총리는 나중에 머지않아 닥쳐올 산업경제의 붕괴를 통해서도 오스트레일리아 경제는 아마도 다른 나라보다는 생존능력이 높을 것인데, 그 원인은 레츠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키팅은 누구보다도 레츠시스템에 내재된 잠재적인 가치를 분명하게 알아보았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레츠시스템의 기본 메커니즘은 비교적 단순하다. 간단히 말하면, 이것은 국가나 은행이 발행한 돈을 사용하지 않고 지역사회의 주민들끼리 물품과 서비스를 주고 받는, 연대에 기초한 협동적·자립적 경제활동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일 대 일의 관계로 물물교환하는 옛날의 바터시스템과는 달리, 지역공동체속에서 가입회원들 전체 사이에 교류가 이루어지는 체계이다. 회원들은 가입시 자기 앞의 계좌를 개설하고 교환망에 참여하게 되면, 회원들 사이의 거래관계를 일일이 보고받고 기록하는 소임을 맡고 있는 사무소(또는 사무원)를 통해 전체 회원들 각자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나 기술이나 물품이 열거된 목록을 받게 되고, 가입회원들 개개인의 상세한 계좌 현황을 정기적으로 통보받게 된다. 지역통화라고 하지만 레츠에서는 실제로 돈은 사용되지 않고, 다만 물품이나 서비스를 주고 받은 내역이 기록될 뿐이다. 그리하여 어떤 사람이 어떤 물건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을 때, 그는 사무소에서 발행한 목록 ― 대개는 신문의 형태로 발행되는 ― 을 보고, 그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회원과 접촉하여 정해진 레츠 가격으로 거래를 성사시킨다. 거래가 이루어지면 그 몫만큼 구매자의 계좌에는 마이너스가 기록되고, 공급자의 계좌에는 플러스가 기록된다. 이 무형의 통화를 마이클 린턴은 ‘녹색달러’라고 불렀지만, 이러한 시스템을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지역공동체들에 따라 지금까지 예컨대 ‘조개껍질’ ‘도토리’ 등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의 실제적 운영에서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세부적인 문제점들은 그때그때마다 지역공동체별로 슬기롭게 해결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레츠시스템의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는 그것이 사람이 돈없이 삶의 기본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뛰어난 기술을 제공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 레츠속에서는 현금이 없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작은 행동 ― 예를 들어, 아기나 환자를 돌본다든지 텃밭가꾸기를 대신 한다든지 ― 을 행하거나 자기 소유의 물건을 남에게 제공함으로써 (또는 나중에 제공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그는 공동체 내에서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는 생존조건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시스템에 실제로 참여해온 사람들의 경험담에서 가장 귀담아 들을 만한 것은 가령 이것을 통해서 그들이 사람 누구에게나 어떤 잠재된 기술과 솜씨와 지혜가 있다는 것을 빈번히 발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현금경제 밑에서 늘 소외되어온 가난한 사람들이나 실업자들이 레츠를 통하여 스스로 쓸모있는 공동체의 구성원이 됨으로써 인간다운 위엄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공동체의 상호의존적 사회관계가 강화되고, 지금까지 산업경제의 지배밑에서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부터 오는 힘에 속절없이 굴복하여 붕괴일로에 있던 풀뿌리 공동체가 활기있게 되살아난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삶에 필요한 온갖 것들이 ― 심지어 가장 근원적인 의미를 갖는 사랑하고 보살피는 일까지 ― 슈퍼마켓에서 돈을 주고 사들여야 하는 상품이 되어버린 오늘의 상황에서, 이웃끼리의 상호의존적인 연대의 그물을 형성함으로써 기초적인 생계는 말할 것도 없고 진정한 인간적인 삶을 재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레츠시스템이 갖는 의미는 실로 작은 것이 아니다. 물론, 한정된 지역 안에서만 통용되는 ‘지역통화’만으로는 현대적인 생활을 온전하게 영위해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통화에 의존해서 철도나 통신시설을 부설하고 운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적어도 현재로서는 지역통화는 어디까지나 보완적인 통화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역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그 한계야말로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원동력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레츠와 같은 지역통화체제속에서 사람들의 땀과 노력의 성과물은 그 공동체 내에서 순환할 수밖에 없고, 바로 이것이 거대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을 획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윤추구에 혈안이 된 거대자본이 달러를 수단으로 아마존 숲을 파괴하고, 석유와 농업자원을 고갈시키고, 토착민과 세계 도처의 민중의 삶을 암담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통화는 이것에 대항하여 풀뿌리 민중의 삶과 삶터를 지키는 유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역통화운동에 헌신해온 어떤 사회운동가의 견해대로, 앞으로 ‘지역통화’는 세계를 구원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의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레츠'와 근본적으로 동일한 발상에서 출발하였으면서도, 무형의 통화체계가 갖는 복잡함 ― 예컨대, 사무소에 보고를 해야 한다든지 하는 번거로움과 중앙관리에 필요한 경비와 인력문제 등등 ― 때문에 아예 지역의 화폐를 독자적으로 고안, 발행함으로써 기왕의 전국적 또는 세계적 화폐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사용하면서도 레츠의 요체를 살린 지역화폐운동도 오늘날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미국 뉴욕주 이사카에서 폴 글로버라는 공동체운동가에 의해 시작된 유명한 '이사카 아워(Ithaca Hours)'일 것이다. 이 지역화폐는 이사카 지역의 한시간당 노임 평균을 기본단위로 하여 다양한 액수의 지폐를 발행하고 있는데, 그 지폐들에는 그 지역의 풀뿌리 역사의 기념할 만한 인물들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폴 글로버는 지역통화운동은 기업과 자본 중심의 세상을 사람과 공동체 중심의 세상으로 변화시키는 데 혁명적인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사카 아워’ 방식을 본받은 지역통화운동은 지금 특히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실험중이라고 한다. (1998년) 

출처 <간디의 물레―에콜로지와 문화에 관한 에세이>(개정판), 녹색평론사, 2010년, 170~179쪽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71309590104726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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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범민련 남측본부 등 한미연합사 앞에서 27차 반미월례집회 열어
이기영 통신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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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13  15: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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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들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와 문재인 정부가 ‘민족공조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사진제공-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지난 10일, 북의 김여정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조미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철회 대 조미협상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며 북미관계가 이전과 다른 새로운 국면으로 돌입했음을 천명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미국의 대북정책은 변화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은 11일, 용산 한미연합사 앞에서 ‘한반도 평화위협, 사대굴종 강요 미군철수! 한미동맹 해체! 사대굴종 문재인 정부 규탄!’을 내용으로 ‘27차 반미월례집회’를 개최했다.

   
▲ 평화통일시민행동 이진호 대표 [사진제공-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사회자로 나선 평화통일시민행동 이진호 대표는 “남북관계를 방해하는 미국을 반대하고, 친미사대적인 문재인 정부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호 대표는 “ 미국은 내정간섭 중단하고, 주한미군 철수하라!”, “문재인 정부는 민족공조의 길로 나서라!”, “우리민족끼리 자주통일 실현하자!” 등 구호를 선창하며 힘차게 집회를 시작했다.

‘실천적 구호를 들고 반미투쟁에 적극 나서자!’

   
▲ 김동한 6.15학술본부 공동대표는 ‘반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첫 번째 발언에 나선 6.15학술본부 김동한 공동대표는 지난 70여년간 미국이 자행한 범죄와 만행을 일일이 열거하며 반미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이 땅에 점령군으로 들어와 숭미사대주의정책을 강요하고, 군부독재세력을 용인하며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아왔다. 이번 해운대 미군폭죽난동사건처럼 미군범죄가 끊이지 않는데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미 제국주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면 ‘미군 몰아내자’, ‘한미동맹 해체시키자’, ‘한미워킹그룹 파기시키자’ 등 실천적인 구호를 들면서 반미투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중적 반미투쟁으로 평화와 번영, 통일 열어나가자!’

   
▲ 박소현 민중민주당 청년당원은 대중적인 반미투쟁, 반미운동으로 힘을 모으자고 주장했다. [사진제공-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두 번째 발언에 나선 민중민주당 박소현 청년당원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미군주둔,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한미워킹그룹은 현대판 배신과 배족의 상징이다”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덧붙여 “외세추종과 민족공조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무맥한 정권에게 우리 운명을 맡길 수 없다”면서 “미군을 몰아내고 평화번영 통일의 새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나가자”고 결의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 전쟁연습과 적대정책 당장 중단하라!’

   
▲ 이동건 민대협 학생은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 추종을 즉각 멈춰야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제공-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세 번째 발언에 나선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민대협) 이동건 학생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간의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불신과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현 남북관계 파탄의 1차적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게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한미합동군사훈련과 전쟁무기 도입을 당장 멈추고,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이 할 일은 대북적대정책 폐기와 미군철수’

   
▲ 송무호 평화협정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미군은 우방이 아닌 전쟁의 화근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제공-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끝으로 평화협정운동본부 송무호 공동대표가 ‘주한미군는 지금 당장 철수해야 한다’는 취지로 규탄발언을 계속 이어갔다. 

그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상 이 땅에서 전쟁과 긴장은 멈출 수 없고, 평화와 통일은 요원할 것”이라며 “미국이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은 대북적대정책 철회와 미군철수”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전면적인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미국은 내정간섭 중단하고, 이 땅을 당장 떠나라!’

   
▲ 모성용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 오는 8월 14일 열릴 예정인 ‘3차 조국통일촉진대회’에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했다. [사진제공-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범민련 남측본부 모성용 부의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에 앞서 “오는 8월 14일, 올 해 세번째 개최하는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조국통일촉진대회’가 보다 대중적이고 힘찬 반미투쟁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했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미국의 내정간섭 중단 △주한미군 철수 △외세공조 대신 민족공조 △우리민족끼리 자주통일 실현 등을 촉구했다.

   
▲ 지난 11일, 용산에 있는 한미연합사 앞에서 27차 반미월례집회가 열렸다. [사진제공-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 지난 11일, 용산에 있는 한미연합사 앞에서 27차 반미월례집회가 열렸다. [사진제공-민족자주대회 준비모임]

이날 기자회견에는 범민련 남측본부를 비롯해 통일광장, 6.15학술본부, 평화통일시민행동, 민중민주당, 민대협, 한국노총 통일실천단, 사월혁명회, 민자통, (사)양심수후원회, 평화협정운동본부, 노후희망유니온, 삼성일반노동조합, 우리사회연구소 등 여러 단체와 회원들이 참가했다.

 

[기자회견문]

미국은 대북적대정책 철회하고, 문재인 정부는 우리민족끼리의 길로 나서라!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방한했다. 문재인 정부 일각에서 ‘미 대선전 북미정상회담 제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한미동맹 강화와 미군 주둔비 인상 강요였다. 

최근 미 국무부는 비건 대표의 방한을 앞두고, 조선에 대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목표를 재확인했고, 방한 의제에는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관련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더구나 8월 한미합동군사연습을 ‘범위와 규모를 한미동맹의 맥락에서 결정할 것’이라며 사실상 강행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위기국면을 또다시 한미동맹에 기대어 해결하려는 외세의존적 태도를 답습했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활용하여 선비핵화 입장과 대북적대정책을 더욱 강화하였다. 미국은 여전히 자신들의 국내 정치적 위기를 ‘조미대화’ 운운하며 벗어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최근 트럼프 또한 ‘도움이 된다면 3차정상회담을 하겠다’며 동참하고 나섰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결코 미국의 교활한 꼼수에 속지 않는다. 미국은 조선과 새롭게 판을 짤 용단을 내리지 않고, 계속 조미대화를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돌아오는 것은 자신들의 정치적 몰락 뿐이다. 

미국이 우선 해야할 것은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는 것이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한반도 평화체제를 마련하는 것이며,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한미동맹을 해체하는 것이다. 그리고 북을 위협하는 한반도 주변에 있는 미국의 모든 핵무기, 핵시설과, 핵운반수단을 철거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부산 해운대 등지에서 수천명의 미군들이 폭죽을 터뜨리고, 난동을 부리면서 마스크도 쓰지 않고 코로나 방역지침을 위반한 것에 대한 우리 민중들의 분노가 크다. 이전부터 미군범죄, 무기강매, 그리고 천문학적인 미군주둔비 인상 강요 등 미국의 강도적 요구에 민중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고, 미군은 더 이상 필요 없고, 당장 철수하라는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이제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자신들의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조미대화를 두고 흥정이나 하는 꼼수를 부리지 말고, 대북적대시정책 철회, 평화협정 체결과 그리고 그에 따르는 미군철수와 한미동맹 파기를 스스로 선언해야 한다. 그것이 트럼프 정부가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은 우선 조선에 대한 적대정책을 철회해야 한다. 대북제재와 핵전쟁연습 등 조선에 대한 정치군사적 적대행위를 계속 벌인다면, 어떠한 대화 재개의 요구도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대북제재를 전면 해제하고, 한미군사연습을 영구 중단하고, 조선과의 관계개선에 나서야 한다. 

지난 10일 김여정 제1부부장 또한 조미대화 시작의 전제조건으로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그리고 조선에 대한 적대적 행위와 발언이 계속 나온다면 조선은 참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8월에 한미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하여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대결을 높이는 대조선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미국 비건 대표의 방한에서 드러나듯, 여전히 한미동맹에 기대는 외세의존, 사대굴종적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 외세공조와 결별하고 민족공조로 나서지 않는 이상, 남북관계의 진전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미국이 조선과 대화하면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가 열릴 것이라는 사대적 발상으로는 악화일로에 있는 남북관계를 전환시킬 수 없다. 

그리고 6.15공동선언에서 약속한 우리민족끼리 통일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사에 밝힌 것처럼 ‘사이좋은 이웃’이 되거나, 평화가 오래 유지된 이후에 통일을 해야한다는 것은 명백히 평화를 가장한 분단을 주장한 것이며, 사실상 분단유지세력임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다. 문재인 정부가 다시금 남북공동선언 합의 정신인 우리민족끼리의 길로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문재인 정부가 진정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미국의 내정간섭을 단호히 거부하고, 민족공조로 나서는 것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진정으로 민족공조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싶다면 우선 5.24조치 해제, 한미군사연습 영구중단을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대북제재에 대한 외세공조를 중단하고, 그동안 미국의 남북관계 방해와 내정간섭의 첨병 역할을 해왔던 한미워킹그룹을 해체하고, 유엔사의 개입을 전면 중단시켜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한미동맹과 외세공조에 기대서는 안된다. 우리민족끼리 공동선언 이행에 나서고, 조국통일 실현의 길에 동참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우리민족끼리 길로 나서기 위해서는 스스로 한미동맹 파기와 미군 철수를 미국에게 당당히 요구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반도는 엄중한 위기에 처해있다. 북측이 비록 군사행동에 대한 보류 결정을 내렸지만, 이것은 말그대로 ‘보류’일 뿐이다. 미국과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심각한 위기를 자초하지 말고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사대굴종, 동족대결의 태도와 과감히 결별하고 우리민족끼리의 길에 나서도록 적극 투쟁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내정간섭과 핵전쟁위협, 대북적대정책을 반대하면서 민족자주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 투쟁해 나갈 것이다. 

- 미국은 내정간섭 중단하고, 주한미군 철수하라!
- 문재인 정부는 외세공조 대신 민족공조의 길로 나서라!
- 남북공동선언 이행! 민족자주 실현! 우리민족끼리 자주통일 실현하자!

2020년 7월 11일
한반도 평화위협, 사대굴종 강요 미군철수! 남북관계 파탄 문재인 규탄 27차 반미월례집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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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에 등장한 출마선언문…'시대와 나란히 시민과 나란히'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입력 : 2020.07.13 08:19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에 등장한 출마선언문…'시대와 나란히 시민과 나란히
 

13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광화문 시청광장 분향소에는 해가 미처 뜨기 전인 오전 6시 전후로 추모를 하러 온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운구차량 행렬은 발인 후 오전 7시 17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떠나 오전 8시쯤 시청에 도착해 광장 한켠에 잠시 머물렀다.

박 시장의 영결식이 치러지는 시청 8층 다목적홀에는 오전 8시 전후로 참석자들이 찾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날 영결식에는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최소한의 인원만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좌석 간 간격을 띄웠다. 참석하지 못한 추모객을 위해 영결식은 온라인으로 동시진행한다.

고인의 영결식에는 ‘시대와 나란히 시민과 나란히’라는 표어가 함께 했다.

고인은 2018년 4월 서울시장 3선 도전 공식출마선언을 하며 이 같은 표제어를 제시한 바 있다. 출마선언에 앞서 동작구 국립현충원 현충탑을 찾아 분향했던 고인은 방명록에 ‘시대와 나란히 시민과 나란히’라는 글을 남겼다.

또 당시 서울시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변화를 만드는 일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며 “시민의 삶을 바꾸고, 서울의 미래를 만드는 일은 즐거웠다. 서울에서 시작된 변화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서울이 세계도시의 새로운 표준이 되는 일도 흐뭇한 일이었다. 열심히 뛰겠다. 초심을 다하겠다. 그것만이 여러분의 노고, 시민의 지지에 보답하는 길이라 믿는다”고 쓰기도 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자신의 뜻을 모두 펼치기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7130819001&code=940100#csidx5d74e2e781149d6a1a89894e1f27e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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