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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르면 11월 말 철도.도로 현대화 착공

남북고위급회담, ‘9월 평양선언’ 이행 공동보도문 발표 (전문)
판문점=공동취재단/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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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5  1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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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은 15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제5차 고위급회담을 열고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이르면 11월 말 철도.도로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연다. 10월 22일 소나무 재선충 방제 등을 위한 남북 산림협력 분과회담, 10월 중 남북보건의료회담, 남북체육회담, 11월 중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복구 등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 등을 연이어 열기로 했다.

남북은 15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제5차 고위급회담을 열고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총 7개 항목으로 구성된 공동보도문은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다.

빠른 시일 내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 토의, 11월 말~12월 초 철도.도로 현대화 착공식

우선, ‘9월 평양공동선언’ 부속합의인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고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운영 등을 토의하기로 했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는 지난 9월 군사분야합의서에 담겨있으며,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2007년 2차 국방장관회담에서 합의된 기구. △적대행위 중지 문제,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 평화수역 설정 등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이어 남북은 11월 말~12월 초,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열기로 했다. 이를 위해 10월 하순부터 경의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 11월 초부터 동해선 철도 현지조사 등을 진행하며, 동.서해선 도로 공동조사 일정은 문서교환 방식으로 확정하기로 했다.

철도 현지조사는 열차를 이용해, 남북을 오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현지에서 회담 결과 브리핑을 열고, “우리측 지역에서 철도 공동조사를 위한 철도차량이 올라가서 신의주까지 조사하고, 다시 그 차량이 동해쪽으로 넘어가서 아마 북측지역 내에서 이동해야 될 것 같다. 거기서부터 금강산부터 시작해서 함경북도까지 공동조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철도 현지조사의 경우, 유엔사가 승인하지 않아 중단됐다는 점에서, 조명균 장관은 이날 오후 현지에서 회담 결과 브리핑을 열고, “유엔사와 협의하는 문제는 북측과 상의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유엔사와 협의할 문제인데, 그런 문제는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남북이 합의된 일정이 차질이 없도록 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22일 남북산림협력회담, 10월 내 남북보건의료회담, 남북체육회담, 11월 남북적십자회담

남북은 소나무 재선충 방제, 양묘장 현대화와 자연 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산림협력 분과회담을 오는 22일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기로 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지난 7월 회담과 8월 금강산 공동점검 결과를 점검하고, 특히, 백두대간 생태자원 공동 복원 등 체계적, 중장기적 협력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남북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방지를 위한 남북보건의료 분과회담을 10월 하순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개최, “전염성 질병 공동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논의를 개시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남북보건의료 협력방안을 모색해 나감으로써 ‘한반도 건강공동체’ 구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 남북은 공동보도문에서 총 7개 항목에서 합의를 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은 2007년 10.4선언 이후 총리회담과 경제협력공동위원회 등에서 의료 소모품 공장, 감염병 통제, 실태조사 등의 보건협력사업에 합의했지만, 2008년 2월 이후 사업은 진행되지 않았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공동진출,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 등을 위해 남북은 10월 말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남북체육회담이 열린다. “향후 체육협력의 분야를 확대.정례화하고 국제사회에서 남북이 함께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협의한다”는 취지이다.

남북은 지난 9월 제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구두 합의사항인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복구 등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11월 중 금강산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금강산 지역 이산가족 면회소의 복구, △화상상봉 및 영상편지교환 등이 논의된다.

통일부는 이날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북측에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를 복구하고 시설을 개.보수하기 위해서는 북측의 몰수 조치 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남북은 추후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조명균 장관은 “이산가족상봉행사와 같은 경우, 우리가 유엔 제재위에 포괄적인 면제를 받아서 했다”며 “앞으로 조금 더 여러 가지 어떤 방식으로 개보수를 하느냐에 따라서 검토를 해봐야 할텐데, 유엔에 또 지난번처럼 제재위에 포괄적인 면제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10월 중 열리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의 ‘가을이 왔다’ 남측 공연을 위한 실무협의도 빠른 시일 내에 열고, 공연 장소와 내용 등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남북국회회담, 대고려전, 서해경제.동해관광 공동특구 등도 논의

이 밖에도 남북고위급회담에서는 남북국회회담과 대고려전, 서해경제.동해관광 공동특구 등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하지만 공동보도문에는 담기지 않았다.

통일부는 “북측은 우리 국회 차원에서 실무회담을 제의한다면, 북측 최고인민회의가 검토해서 답변을 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며 “앞으로 국회가 여야 합의를 토대로 국회회담을 추진한다는 기본입장 하에 대북협의 등 제반사항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2월 중 열리는 ‘대고려전’ 북측 유물 전시에 대해서는 “전시 일정이 촉박한 상황으로 조속한 시일 내 실무협의를 통해 구체적 사항을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현지에서 회담 결과 브리핑을 열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은 한반도신경제 구상 중 하나인 서해경제, 동해관광 공동특구 조성도 논의했다. “남북은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남북 간 공동연구에 착수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우리 측이 구체적인 일정을 북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앞으로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연계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공동연구조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통일부는 알렸다.

이번 남북고위급회담 결과를 두고, 통일부는 “평양공동선언이 본격 이행과정에 진입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국민과 국회에 회담 결과를 소상히 설명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는 노력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5차 고위급회담에 남측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안문현 국무조정실 심의관, 북측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단장으로 김윤혁 철도성 부상,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원길우 체육성 부상,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이 마주했다.

남북은 전체회의 2회, 수석대표 접촉 2회, 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이 마주한 실무접촉 2회 등 총 6차례 회담을 가졌다.

   
▲ 남북 수석대표가 회담을 마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남북고위급회담 종결회의에서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은 “민족의 이익을 도모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데 뜻과 마음 힘과 실천을 합친다면 북과 남의 당국이 못해낼 일이 없고 또 많은 시간 필요없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절감할 수 있었다”고 결과를 평가했다.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이행하는가에 따라서 북남관계의 개선과 발전의 전진속도가 많이 좌우된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문제를 구체적으로 실천, 이행하는 데서 차질이 빚어지지 않게 북과 남, 남과 북의 당국에서 호상 관심하고 적극적으로 추동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우리가 우리 민족의 화해와 번영 평화를 위해서 우리가 시간을 더 빠르게 할 수 있으면 빠르게 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합의내용 실천을 위한 의지에 있어서도 남과 북은 서로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추가, 17:10)

[전문]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 공동보도문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이 10월 15일 판문점에서 진행되었다.

남과 북은 9월 평양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하여 남북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실천방안들을 진지하게 협의하고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1. 남과 북은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을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하여 판문점 군사분야 이행합의서에 따라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기 위한 문제와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의 구성․운영문제를 토의하기로 하였다.

2. 남과 북은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11월말~12월 초에 진행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경의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는 10월 하순부터, 동해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는 11월 초부터 착수하고 동․서해선 도로 공동조사 일정은 문서교환의 방법으로 확정하기로 하였다. 동․서해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 일정은 조사가 진행되는 데에 따라 연장하거나 필요한 경우 추가 조사 일정을 협의하기로 하였다.

3. 남과 북은 소나무 재선충 방제, 양묘장 현대화와 자연 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산림협력 분과회담을 10월 22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4. 남과 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방지를 위한 남북보건의료 분과회담을 10월 하순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5. 남과 북은 2020 하계올림픽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적극 진출하며 2032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체육회담을 10월 말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6. 남과 북은 금강산 지역 이산가족 면회소의 복구와 화상상봉, 영상편지 교환을 위한 실무적 문제들을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한데 따라 남북적십자회담을 11월 중에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하고, 이산가족 면회소 시설 개보수 공사 착수에 필요한 문제도 협의하기로 하였다.

7. 남과 북은 북측 예술단의 남측 지역 공연과 관련 실무적 문제들을 빠른 시일내에 협의, 추진하기로 하였다. 

2018년  10월  15일
판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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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비어천가’ 검증하려다 미담 기사 쓴 ‘월간조선’

기자에게 깨달음을 준 네팔 가이드
 
임병도 | 2018-10-15 09:36:5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월간조선 10월호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6년에 네팔을 방문했을 때 가이드였던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단독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기사를 주로 써왔던 조선일보의 자회사가 왜 생뚱맞게 문 대통령의 네팔 가이드를 인터뷰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어떤 의도인지 기사를 하나씩 따져 봤습니다.

월간조선은 조선일보가 84%의 지분을 소유한 ‘주식회사 조선뉴스프레스’가 발간하는 잡지이다. 보수 언론인 조갑제 씨가 1991년부터 2004년까지 편집장으로 재임하기도 했다.


문비어천가를 검증하기 위한 인터뷰

▲2016년 네팔을 방문했던 당시 문재인 전 대표를 가이드했던 람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화면 캡처

2016년 문재인 전 대표가 네팔을 방문했을 당시 가이드였던 람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전 대표가 네팔에 있는 동안 인간적이고 따뜻하고 겸손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매일 직접 손으로 빨래하시고, 포터나 가이드와 같은 밥상에서 밥 먹고, 지진 현장에선 아주 아파하셨다. 15일간 문 전 대표와 함께 다니며 느낀 것은 이렇게 유명한 정당의 전 대표님이 이 정도로 소탈하실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다음번 선거 때 어떤 분이 상대 후보로 나오신다 해도, 문 전 대표가 한국의 대통령이 되실 것으로 믿는다. 이런 분이 대통령 되실 수 있게 한국의 여러분이 도와주신다면, 한국의 여러 가지 어려움이 해결되고 모두가 웃음과 행복을 되찾으실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는 람 씨의 글은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 주자로 전혀 손색이 없음을 보여줬습니다.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월간조선 화면 캡처

기자는 기사 앞부분에서 람 씨의 글이 올라올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람 씨의 글이 연출이나 홍보 전략이었다는 보수 쪽의 주장을 그대로 담기도 했습니다.

기자는 ‘그는 왜 이런 글을 쓴 것일까. 2년이 넘은 일이지만 궁금했다’라며 인터뷰를 한 목적이 ‘문비어천가’라는 글의 검증을 위해서임을 스스로 밝혔습니다.


우문현답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대답)

월간조선의 단독 인터뷰 기사를 보면, 기자의 질문이 굉장히 자극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람 씨의 솔직한 대답은 오히려 기자의 질문을 부끄럽게 만들 지경이었습니다.

▲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월간조선 화면 캡처

기자는 람 씨가 한국에 온 이유가 돈 때문이라는 식으로 질문을 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무조건 돈 때문에 한국에 온 것으로 인식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람 씨는 돈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기자는 ‘한국 생활이 별로였나요’라는 질문을 통해 한국인과 외국인 노동자와의 갈등을 듣기 원했나 봅니다. 그러나 람 씨는 돈이 전부가 아니라며 오히려 자신이 네팔에서 해야 할 일을 잊을 것 같아 돌아왔다고 대답했습니다.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월간조선 화면 캡처

기자는 트래킹 코스를 물어보면서 은근슬쩍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을 질문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은 그때보다는 지금 가짜뉴스로 더 많이 나옵니다.

굳이 꼭 필요했던 질문일까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오히려 월간조선 기자가 건강 이상설의 가짜뉴스를 반박해준 셈이었습니다.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월간조선 화면 캡처

기자는 마지막에 페이스 북에 올린 글을 누가 시킨 거냐고 대놓고 물어봅니다. 그러나 람 씨는 ‘문 대통령을 보니 한국 사람들이 부럽기도 해서 자발적으로 글을 썼다’라고 답했습니다.


기자에게 깨달음을 준 네팔 가이드

▲월간조선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속보도하고 있는 ‘시민혁명과 언론’ 기사. 네팔을 취재한 기자들이 람 씨를 인터뷰했다. ⓒ월간조선 화면 캡처

월간조선의 단독 인터뷰는 의도적으로 네팔 가이드만 만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월간조선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속 보도하고 있는 ‘세계를 뒤흔든 21세기 시민혁명과 언론’ 시리즈에서 네팔 편을 취재하기 위한 목적으로 엿보입니다.

월간조선 기자는 국내 언론과 한 번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던 람 씨가 자신들과 인터뷰를 한 이유에 대해 궁금했습니다. 람 씨는 자신과 함께 왕복 10 시간 거리에 있던 아루카르카 공립 중등학교를 다녀왔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월간조선 화면 캡처

람 씨를 찾아왔던 수많은 기자들은 그저 인터뷰만 원했습니다. 그러나 월간조선 기자는 진흙길로 변해버린 비포장 도로를 사륜구동 자동차로 겨우겨우 갔고, 산길을 걸어서 현장까지 다녀왔습니다. 또한 현지 르포 형식으로 관련 기사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월간조선 기자는 어쩌면 자신들이 한국의 대형 언론사이기 때문에 인터뷰를 해줬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람 씨는 열심히 오지까지 가서 취재를 했던 기자라 인터뷰에 응했을 뿐입니다. 기자의 본질을 생각하게 해주는 답변이었습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월간조선 기자는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왔으리라 생각됩니다. 동시에 람 씨의 인터뷰에 실패한 기자들은 왜 인터뷰를 하지 못했는지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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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 쟁점을 알아본다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 인터뷰

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이하 정책대대)가 10월 17일부터 18일까지 1박2일간 강원도 영월 동강시스타에서 열린다. 불과 이틀을 앞두고 있다. 정책대대를 총괄하고 있는 민주노총 백석근 사무총장을 지난 12일 민주노총 만나 정책대대 이모저모에 대해 물어보았다. 인터뷰는 민주노총 사무총장실에서 진행되었다.

인터뷰 및 정리 : 김장호 편집국장
사진 : 조혜정 기자

▲ 민주노총 백석근 사무총장

질문 : 정책대대 목표는?

백석근 총장 : 현 집행부가 2기 직선으로 당선되었는데, 전체 전략과제들을 밝힌 공약들이 있었다. 그런데 선거가 길어지고 사업계획이 늦어지면서 불가피하게 중앙위원회에서 사업계획을 통과시켰다. 때문에 공약에서 제기했던 전략과제들을 전체적으로 내놓기보다는 집행부를 추스르고 당시 현안이었던 두 가지 과제, 노동시간과 관련된 근로기준법 개악문제, 최저임금 문제를 우선 과제로 상정했다. 그리고 하반기 9월이나 10월 정책대의원 대회에서 임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까지 가는 전략을 내놓고 조직적 합의를 보자는 구상이 있었다. 이런 취지로 정책대대는 처음부터 사업계획에 들어가 있었다.

지금 정책대대에서 다루고자 하는 사회적 교섭, 사회적 대화틀 중 한 부분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제가 부각이 되어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일부에 불과하고 처음부터 전체적인 중층적 교섭틀을 전략과제로 제기한 것이다. 이 내용은 그전에는 투쟁과제 영역으로 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투쟁과 교섭을 병행한다는 것으로 제기했기 때문에 새로운 하나의 주제로 제출된 것이다.

질문 : 1박 일정의 정책대대에서 토론하기에는 너무 주제가 방대하지 않은가요?

백석근 총장 : 이번 정책대대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원래 하나였다. 전체적으로 투쟁과 교섭, 사회연대전략-정치전략, 조직화전략-조직혁신전략으로 나누어져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할 때는 200만 조직을 만들기 위한 시동을 걸고, 200만 민주노총시대를 열기 위한 조직화 전략이 중심이다.
여기에 기반해서 민주노총이 내셔날 센터로서 새로운 위상을 정립하는 문제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를 위한 교섭틀을 정식화하자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투쟁과 교섭을 병행해 가면서 200만을 조직하자는 것이 핵심적인 큰 틀이다. 여기에서 200만 조직화과제를 실현하려면 이런 조직상태로는 안된다고 하는 조직혁신전략이 결합된 것이다. 또 사회대변혁을 외치는데, 사회대변혁도 200만 조직화를 위한 노동기본권, 노조할 권리를 쟁취하는 문제이다. 김명환집행부는 선거에서 3가지 혁명, 노동혁명, 현장혁명, 사회혁명을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 걸맞게 사회연대전략, 정치전략 역시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집행부는 200만을 조직화하고 민주노총 조직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하나의 통합된 과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투쟁전략에 교섭을 붙이고, 사회연대전략에 정치전략을 붙이고, 조직전략에 조직혁신전략을 붙여서 주제를 설정한 것이다.

▲ 민주노총 중집에 제출된 정책대의원대회 안건설명자료[출처 : 민주노총 19차 중앙집해윙원회 정책대의원대회 안건자료]

질문 : 이렇게 설명을 들어야 알아듣는 상황은 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웃음)

백석근 총장 : 안 그래도 어제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에서 새로운 자료를 제출했다. 도표로 정리한 것이다. 크게 핵심목표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의제를 논란이 없도록 투쟁전략, 사회연대전략, 조직화 전략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그 하위의제로 투쟁과 교섭, 정치전략, 조직혁신전략 등을 담았다.

질문 : 정책대대 준비 경과를 좀 더 설명해 주시죠.

백석근 총장 : 정책대대는 총장 산하에 TF팀을 구성해서 진행해왔다. 200만 조직화는 미조직 전략실, 사회연대전략, 정치전략은 대협실, 투쟁과 교섭은 정책실, 조직실, 여기에 기획실이 붙고 정책연구원이 총괄하는 방식으로 준비했다. 워낙 큰 팀들의 토론구조가 있다 보니 명료하게 정리하지 못한 점도 있는 것 같다.

이번 정책대대에서 꼭 꼭지를 따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과정으로 놓고 보았다. 결의를 모아내기는 하되, 결의내용을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으로 가시화하는 것은 피하려고 했다. 그런데 토론만 하자고 해서 대의원대회가 되겠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어 고민이 많았다.

원래 걱정했던 부분은 1차 정책대대처럼 정치세력화 의제로 또다시 좌초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서 정치세력화 의제를 빼려고도 했는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참가 건이 불거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애초 사업계획에 하반기 총파업문제는 없었는데 중간에 추가된 사항이다. 그래서 하반기초 정책대대를 총파업 결의의 장으로 만들면서 토론도 집약하는 병행방안을 설정했다. 그런데 8월 중집에서 정책대의원대회가 10월로 연기되고, 하반기 총파업 결의는 8월 22일 중앙위원회에서 이미 진행되고 나니, 지금은 경사노위 문제가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된 것 같다.

질문 : 경사노위 참가 건이 안건으로 상정되어 있던데요.

백석근 총장 : 이번에 경사노위 참가에 대한 안건상정은 불가피하다. 돌아보면 1월말 노사정 대표자 회의가 있었다. 당시에는 9월 정도면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서 기구에 대한 법적 문제, 각종 의제별 업종별 위원회 안착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통해서 새로운 사회적 대화틀의 상이 잡힐 것이라고 본 것이다. 때문에 쟁점과 갈등은 있겠지만 나름의 결론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본 점이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최저임금법 개악문제로 5월 21일 노사정대표자회의 불참선언을 하게 되어 3개월 동안 사업이 정지되었다. 8월 16일 복귀 결정 이후 두 달 만에 안건에 붙이는 상황이다 보니,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안건을 상정하는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런데 이 시기가 지나면 다른 문제가 또 걸리게 된다. 총파업 이후 정기국회, 법제화 문제, 내년 ILO 협약 비준 문제 등이 앞에 핵심쟁점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이제는 틀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교섭을 하고 있어야 한다. 총파업 7대 과제를 포함해서 노동기본권 문제나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문제 등에 대해서 교섭이 진행되고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확고하다. 투쟁과 교섭의 병행이라는 것은 투쟁의 요구안을 교섭자리에 제기하고 이 안에서 협상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합의가 되면 법제화하는 것이고, 합의가 안되더라도 우리는 요구조건을 내걸고 지속적으로 투쟁하겠다는 취지이다.

▲ 민주노총 사무총장실에서 대담 중인 김장호 민플러스 편집국장(왼쪽)과 민주노총 백석근 사무총장(오른쪽)

질문 : 누가 뭐라 해도 이번 정책대대에서는 경사노위 참가문제가 핵심쟁점이 될 것 같은데, 안건을 상정해서 통과시키겠다는 건가요?

백석근 총장 : 안건으로 올린 것은 의결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경사노위라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틀은 우리가 요구해서 만들었고, 새로운 법제화, 새로운 요구조건을 다 받아들인 조건에서 안건사정을 안 할 이유가 없다. 다만 아직 내용적으로 뭔가 명쾌하지 않다 보니까 쟁점이 되고 있다고 본다.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결정을 중집에서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개악의 경우 재논의하는 것을 전제로 하게 되었고, 결정이후에 있었던 2월 6일 대의원대회에서 사업계획에 포함된 ‘사회적 대화를 포함한’이라는 표현을 삭제하자는 제안을 표결하는 과정에서 약 30%정도 반대가 있기는 하였다. 그럼에도 이후 추가 내용들이 확보되면 대의원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겠다는 타산도 있었다. 쟁점은 되겠지만 통과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본 것이다.
그런데, 최근 최저임금 관련 쟁점이 경사노위 참가에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게다가 최저임금을 계기로 나타난 문재인 정부의 대노동정책들이 신뢰가 안 가는 상황들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대화에 대해서 유보적이었던 대의원들이 고개를 갸웃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질문 : 대의원들을 어떻게 설득할 건가요?

백석근 총장 : 중층적 교섭틀을 짜자는 것은 민주노총의 전통적 교섭방침이다. 지금 민주노총이 교섭 테이블이 없다는 공백이 있고, 이것을 정식화해야하는 상황이다. 꼭 노사정 틀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노사, 노정, 노사정이라는 중층적 교섭틀을 짜자는 것이다. 이 틀을 짜는 것을 이제는 마무리해야 한다.

지금 사회적 대화틀이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중층적 교섭틀을 완성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총자본과 총노동의 실질적 교섭틀, 대정부, 노정간 실질적 교섭틀을 만들자는 것이다. 민간파트에서 노사, 공공파트에서 노정 교섭틀을, 내셔널 센터가 노사정 교섭틀을 지렛대 삼아 정리하려고 하는 거다.

질문 : 교섭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백석근 총장 : 지금 사회적 교섭과 관련해서 두 가지 문제제기가 있다. 
첫째로는 교섭보다는 투쟁을 앞세우자는 주장이다. 투쟁을 배치하고 투쟁을 진행하다 보면 교섭이 열리는 거고, 그때 가서 교섭을 하자는 것이다. 교섭틀, 교섭내용을 투쟁을 통해서 마련해가는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는 문제제기이다.
그런데 교섭내용이 투쟁의제를 통해 만들어지는 교섭틀이라면 그 말이 맞다. 현안중심의 무엇을 해결하자고 하면 그렇다는 거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상시적으로 정례화된 틀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사회적 대화틀에서 의제를 정리하게 된다. 그 의제를 누가 내놓는가. 우리가 내놓겠다는 거다. 사회적 교섭에 대한 주도성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운영도 주도하고 의제도 주도하자는 취지이다.
여기서 노동기본권, 노조할 권리들을 주요 의제로 제기한다면, 이 부분에 대한 투쟁도 같이 준비해야 한다. 사회적 대화의 의제와 매우 밀접하게 되어있는 부분들, 예를 들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업들의 동력과 주체들을 모아서 싸움을 준비하고 이 안에서 쟁취해 들어가는 것, 이것을 연결해서 조직화도 해내는 것, 이런 흐름을 이 안에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제기는 3자 구도, 노사, 노정 어떤 교섭 구조든 양보없는 교섭이 어디 있냐는 거다. 우리가 내놓을 게 하나도 없는 교섭은 없기 때문에 결국 양보교섭을 해야 하고, 양보 안 하려면 시작하자마자 뛰쳐나와야 하는데, 이러다 보면 결국 내부 혼란만 커진다는 거다. 이런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들어가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라는 문제제기이다.

그런데 사회적 대화는 들어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요구했고, 그래서 만들어졌고, 그러니 들어가서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크게 얻을 것이 없다고 해서 노동계를 대표하는 양대 노총에 책임이 있는데 한 쪽에만 일방적으로 맡길 수 없고 현 정권이 ‘노동중심’정책을 하겠다는 공약도 있는 마당에 사회적 대화를 통한 현장노동자들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어차피 교섭이라는 틀안에서는 힘의 역관계에 의해서 정리될 것과 그렇지 않을 사안들이 있다고 판단한다. 힘이라는 것이 투쟁력이고, 모든 것이 투쟁이라고 보면 다 투쟁력이긴 하나 이와 별도로 교섭력도 필요한 것 아닌가. 지금 정세에서 3자의 틀이 그렇게 나쁜 구조만은 아니고, 매일 양보만 하거나 매번 노동이 휘둘릴만한 판은 아니라는 판단도 깔려있다.

질문 : 결국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을 어떻게 볼 것인가’하는 문제군요.

백석근 총장 : 내셔날 센터로서의 투쟁을 전개하다 별도로 협상이 필요하다면 결국 총자본과 총노동이고, 민주노총과 경총, 이런 틀이다.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그 정부가 비록 이명박·박근혜라 할지라도 대치국면에서 투쟁을 전개하고 판이 커져서 뭔가 정치적 협상이 필요한 경우, 결국 그 정권과 민주노총의 틀이 요구되는 것 아닌가. 어차피 만들려고 했고, 만들었어야 했던 틀 아닌가. 이런 것을 이번에 노사정이라는 틀을 계기로 만들어 내지 못하면, 결국 못 만들게 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경총이 민주노총하고 협상이든 무엇이든 하려고 들까? 하는 의문이 든다. 민주노총이 경총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란 정부가 만들어 놓은 무슨 위원회 같은 데서 접촉하는 게 다다. 그러나 노사정 판이 짜지면 경총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 공간에서 정확히 대립각을 세우고 우리 실력 여부, 조직력 여부에 따라 하나의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플랫폼이라고 한 것이다. 노사정이라는 틀 속에서 노사, 노정이라는 틀로 분화할 수 있다.

공공영역을 보자. 전체를 민간영역, 공공영역으로 대별해 보면, 우리는 대리인들과 사용자, 공기업 사장, 공단공사 이사장 등을 만난다. 예산, 복지 이런 문제들은 결국 정부의 예산방침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인데, 결국은 큰 틀에서 교섭틀은 노정간 예산을 만지고 있는 단위와 이야기해야 한다. 공무원,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노사정이라는 틀이지만 결국 노정틀이다.

민간 쪽의 경우에도 정부의 산업정책이 작동하는 공간이 있다. 금속의 경우, 산업구조조정이 더 걱정이 많이 되는 부분이다. 경유차, 휘발유차에서 수소차, 전기차 이야기도 나오고, 부품이 1/10로 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4차산업혁명 관련해서 80kg의 인간을 태우기 위해 2만 개의 부속품이 작동하는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시대에서 1/10, 1/100의 부속품만 들어가는 시대로 가고 있다. 그럼 자동차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는가. 이걸 업종위원회에서 다룰 수 있다. 여기서 현안문제를 다룰 경우 바로 깨진다. 다음 날 모두 뛰쳐나올 것이다. 그런데 산업정책적 문제를 노사정이 모여서 논의할 때 노동기본권을 어떻게 지켜내고, 예측될 수 있는 구조조정 문제들과 관련하여 어떻게 일자리와 노동권리를 지켜낼 지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 건데, 그때 가서 하자는 식은 아닌 것 같다.

이런 노사정 틀에서 정부를 끼고 하는 게 사측을 잡고 가는 힘일 수 있다. 노동과 경총이 아무리 만나려고 해도 안 나오면 끝나는 것이고, 법적으로 강제할 수도 없다. 최소한 총파업을 해서 경총이 ‘앗 뜨거워’ 소리가 나와야 정리가 되는 건데. 현실적 조건이나 역량은 어려운 지점도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그래서 노사, 노정, 노사정이라는 중층적 교섭틀을 짜자는 이야기이다.

질문 : 표결을 강행할 것인가?

백석근 총장 : 편집국장도 민주노총에 있어보아서 잘 알 것 아닌가. 세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가결, 부결, 무산. 당일 대의원대회에서 디테일한 판단이 필요하다. 서너 시간 토론을 해도 지켜낼 수 있는 의결정족수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틀 전에 대의원 명단 확정되었다. 현재 대의원 숫자는 1,135명이나 된다. 만만치 않은 지형이다.

질문 : 민주노총이 노동기본권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백석근 총장 : 이번 총파업 컨셉이 적폐청산, 노조할 권리, 사회대개혁이다. ‘노동기본권’ 개념도 있는데, ‘노조할 권리’로 특화시켰다. 노동기본권의 집약점이 노조할 권리이기 때문이다. 교사, 공무원이 노조할 권리문제이고, 특수고용노동자(이하 특고)들이 아예 노조를 못하게 하는 문제가 바로 노조할 권리문제이다. 정규직 현안 문제가 타임오프인데, ILO에서는 다 노조할 권리를 제약하는 문제로 본다. 때문에 모든 문제의 귀결점은 ‘노조할 권리’를 핵심으로 하는 노동기본권 쟁취이다.
특히 특고문제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으로 노동권을 확대하는 현실적 필요와도 관련된다. 30인 미만 사업장 조직률이 0.1% 또는 0.2%밖에 안 되는 문제들도 사실 이 문제와 연결되어있다. 이번에 실업자, 해고자 문제는 노사정 대표자회의 의제에 들어가 있는데, 특고 문제가 빠져 있어서 다시 넣었다. 이 테이블 말고는 지금 다룰 데가 없다. 공익위원들이 공감한 덕이다. 특고문제는 사회체제의 변화에 대한 요구일 수 있다. 특고 문제는 지난 20년 동안 그렇게 협상하고 투쟁도 했는데 결국 해결을 못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결단을 통한 법제화인데 노사정 합의가 있다면 해결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물론 주체들의 투쟁이 전제된다할 것이다.

총파업 준비와 관련해서는 지금 적폐청산-노동기본권쟁취 사업단이 메인 사업단이다. 또 고령화 시대, 건강보험문제, 노후연금문제, 연금 전반 문제를 다루는 사회안전망 사업단이 움직이고 있다. 공공비정규직 철폐사업단이 있는데 지금 40만 정도가 조직대상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의제화한 이후 ‘뭉쳐야 정규직이 된다’고 판단하고 각 정당들까지 붙어서 사업하고 있다.
최저임금법 원상회복 투쟁 역시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중요쟁점이다. 이미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포함한 8개 법안이 통과되었는데, 이번 국회에서 20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7~9월 사이 상정되면서 핵심쟁점으로 부상되었다. 대부분 야당들이 '중소영세사업장 다 죽어간다'는 명분으로 상정한 개악안 들이다. 때문에 최저임금 투쟁 역시 중요한 투쟁으로 되어 있다.

질문 : 이번 정책대대 의제에 ‘4.27판문점선언, 9월평양공동선언’ 의제가 없는데, 어떤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것인가?

백석근 총장 : 이번 통일축구대회를 치르면서 재정문제, 인적자원문제 등을 고민하게 되었다. 지금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데,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한 명, 통일국장 한 명, 8.15행사가 있을 때마다 자봉단, 이런 식으로는 계속 일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이번 축구대회 때 중통대가 없었으면 어떻게 행사를 치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민주노총이 이 평화번영통일의 시대를 맞이해서 어떻게 새로운 영역에서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인가를 예산이든, 인력이든 내년 사업에 반영할 구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집행부 기조도 그렇고 평화협정체결까지 가는 과정에서 노동자 자주통일운동을 준비해가는 것이 이번 정책대대 의제에는 없지만 내년 정기대대 사업계획으로 별도로 준비할 생각이다.

질문 : 이번 정책대대에 대한 대의원들간 소통, 조합원들 사이에 여론화하는 문제도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 대책들이 있나요?

백석근 총장 : 대의원들과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중집에 제출된 경사노위 관련 자료를 더 광범위하게 전달할 생각이다. 내용이 설득력있게 준비되었다고 보는데, 그래서인지 이번 중집에서는 내용찬반 토론보다는 대의원대회 제출방식만 논의했다. 원천반대, 시기상조론의 분포를 그대로 기입하는 방식으로 대의원대회에 올라간다.

조합원들과 관련해서는 정책대대 이후 특별 홍보대책이 필요하다. 원래 정책대대의제는 이것으로 끝내려는 것이 아니다. 3단계 전략을 택했다. 정책대대 이후 내년 정기대의원대회까지가 조합원들과 소통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일상사업 속에서 민주노총의 흐름을 직접 좌우하는 각급 단위의 간부들과 활동가들의 소통이 기본이었고, 정책대대과정에서는 대의원들과 소통이 핵심이다. 아직까지도 대의원들 역시 처음 접하는 경우도 많다. 이번 정책대대까지는 아무래도 민주노총 내 여론주도층 중심으로 논의할 수밖에 없다. 이후 전 조합원들과의 소통과 홍보를 강화할 생각이다. 민주노총을 조금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민주노총 정책대대를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

링크 : 민주노총 정책대대 토론안건
https://drive.google.com/file/d/1ufc7Z6QM-BJ9tGd7XX6Dni7GMLopm7uN/view?usp=sharing

김장호 기자  jangkim21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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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원 담판, 압도적으로 우세한 조선의 협상력

[개벽예감 318] 백화원 담판, 압도적으로 우세한 조선의 협상력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8/10/15 [09:30]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교착상태를 넘어 담판이 성사되기까지

2. 취재기자가 이해하지 못한 이상한 모습

3. 난제는 어떻게 풀렸는가? 

4. 단계적 핵동결과 단계적 평화체제구축

 

 

1. 교착상태를 넘어 담판이 성사되기까지

 

2018년 10월 7일 평양 대성구역에 있는 풍치수려한 백화원영빈관에서 뜻깊은 오찬이 진행되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을 네 번째로 방문한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미국 국무장관과 수행원들을 위해 오찬을 마련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지난 7월 6일 평양을 방문했을 때 오찬은커녕 접견도 하지 않고 돌려보냈는데, 그로부터 3개월 뒤에 다시 찾아온 그를 위해 오찬을 마련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오찬 직전 2시간 동안 진행된 담판에서 매우 중대한 진전이 이루어졌음을 말해준다. 만일 그런 진전이 없었다면, 김영철 조선로동당 부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과 오찬을 하였거나, 최악의 경우 팜페오 국무장관과 수행원들끼리 오찬을 하고 평양을 떠났을 것이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선 말쓰임새부터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2018년 10월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화원영빈관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담화한 것을 담판이라 한다. 조선에서는 접견과 담화라고 했고, 미국에서는 회담(meeting)이라고 했지만, 이 글에서는 담판이라고 한다. 담판이라는 말을 쓰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김영철 부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장관이 대등한 지위로 만나 진행한 회담은 고위급회담이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담화한 것은 대등한 지위로 만나 진행한 회담이 아니므로 고위급회담이라고 할 수 없다. 외교관례에 따르면, 국가수반이 다른 나라 고위관료를 만나는 것을 접견이라 하고, 고위관료가 다른 나라 국가수반을 예방하는 것을 의례방문이라 한다. 접견은 주인이 손님을 맞이하여 만난다는 뜻이고, 의례방문은 손님이 주인을 찾아가 만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접견 또는 의례방문에서는 중대한 의제를 다루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이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런 외교관례를 깨고 팜페오 국무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매우 중대한 의제들을 논의하였다. 좀 더 정확한 용어를 쓰면, 논의가 아니라 담판이다. 논의라는 것은 어떤 문제를 놓고 토론한다는 뜻이고, 담판이라는 것은 상호대립관계에 있는 쌍방이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회담한다는 뜻이다. 그런 말뜻에 따르면, 2018년 10월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화원영빈관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담화한 것은 일반적인 회담이 아니라 중요하고 특별한 담판이었다. <사진 1>  

 

▲ <사진 1> 2018년 10월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 대성구역에 있는 풍치수려한 백화원영빈관에서 마익 팜페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담화하였다. 3개월 동안 지속되어온 조미협상 교착상태를 해소한 중대한 담판이었다. 위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화원 담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팜페오 국무장관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담소하는 장면이다. 호탕하게 웃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앞에서 두 손을 마주잡은 팜페오 국무장관의 공손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아래쪽 사진은 백화원영빈관에서 진행된 담판 중에 팜페오 국무장관이 발언하는 장면이다. 왼쪽에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 코리아임무쎈터 총책임자가 앉았고, 오른쪽에 스티븐 비건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가 앉았다. 팜페오 국무장관과 수행원들이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하였을 때, 마중 나간 김영철 조선로동당 부위원장은 담판장에 3명만 들어갈 수 있다고 미리 통보하였는데, 그런 조건에 따라 팜페오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조선정책특별대표, 앤드루 김 코리아임무쎈터 총책임자만 담판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무릇 담판은 정치적 비중과 중요도에 따라 본담판과 예비담판으로 분류되는데, 현재 진행 중인 조미협상을 두고 말한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과 상봉하고 진행한 정상회담은 본담판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진행한 회담은 예비담판이다. 

 

무엇을 위한 담판인가? 본담판을 예비하기 위한 담판이다. 다시 말해서, 백화원 담판은 다가오는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최종적으로 합의할 중대사안들을 논의한 담판이었다.  

 

2018년 7월 6일과 7일 김영철 부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장관은 평양에서 회담하였으나, 의견충돌이 너무 심하여 성과를 거두지 못한 바람에 조미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흘러도 교착상태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했듯이, 조선은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주동적인 조치를 취했다. 2018년 8월 21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조미실무회담에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해리 해리스(Harry B. Harris, Jr.) 주한미국대사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공화국 창건 70주년이 되는 9월 9일 전에 평양을 방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초청의사를 받은 팜페오 국무장관은 평양방문을 급하게 서둘렀다. 그는 초청의사를 받은 날로부터 불과 4일 뒤인 2018년 8월 25일 평양을 방문하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8월 24일 아침 백악관 대통령집무실로 헐레벌떡 달려온 팜페오 국무장관이 자신에게 보여준 김영철 부위원장의 비밀편지를 읽어 보고 팜페오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을 출발 몇 시간 전에 전격적으로 취소시켰다. 그 비밀편지에는 미국이 조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팜페오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은 헛걸음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풀릴 듯이 보였던 교착상태는 여전히 지속되었다. 

 

좀처럼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던 교착상태는 2018년 9월 26일 리용호 조선외무상이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한 길에 팜페오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마침내 풀렸다. 리용호 외무상은 2018년 10월 중에 평양을 방문하면 좋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의사를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전했던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학수고대하던 팜페오 국무장관이 초청의사를 받았을 때, 한 편으로는 매우 반가웠고 다른 한 편으로는 매우 걱정스러웠다. 평양에 가서 진행할 담판에서 무슨 의제를 꺼내놓고 어떻게 담판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던 것이다. 지난 8월 하순에는 초청의사를 받은 날로부터 불과 4일 만에 평양에 급히 가려고 서둘렀던 팜페오 국무장관이 이번에는 초청의사를 받고 무려 12일 동안 시간을 끌었던 까닭은 미국의 대조선협상전략을 재검토하는 시간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미국의 대조선협상전략을 재검토하였다는 말은 김영철-팜페오 회담의 전철을 밟지 않고 백화원 담판이 결렬되지 않도록 준비하였다는 뜻이다. 그런 준비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음을 물론이다. 

 

2018년 11월 6일 중간선거와 2020년 11월 3일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드센 도전을 물리치고 이겨야 정치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팜페오 국무장관은 미국의 요구를 종전대로 계속 고집하여 조미협상 교착상태가 장기화되면 자기들의 정치생명도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백화원 담판을 앞두고 팜페오 국무장관이 교착상태를 타개할 방도를 찾아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의 대조선협상전략을 재검토하였던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다. 2018년 7월 6일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조선에게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들”을 제기하여 회담을 결렬시키고 조미협상을 교착상태에 빠뜨린 미국은 이번에 대조선협상전략을 재검토하면서 백화원 담판에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들”을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미국의 대조선협상전략은 대폭 수정되었다. 이런 중대한 정보를 알아야, 조미협상 교착상태가 백화원 담판에서 어떻게 해소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2. 취재기자가 이해하지 못한 이상한 모습

 

팜페오 국무장관과 수행원들이 탄 전용기는 2018년 10월 7일 일요일 이른 아침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하였다. 수행원들 가운데는 미국 <CBS> 텔레비전방송 소속 취재기자 카일리 앳우드(Kylie Atwood)도 있었다. 그녀는 이번에 팜페오 국무장관의 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한 유일한 취재기자였는데, 그녀의 평양체험이 수록된 목격담은 자못 흥미롭다. 2018년 10월 11일 <CBS> 인터넷판에 실린 그녀의 목격담에 따르면, 김영철 부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을 맞이하기 위해 평양국제비행장에 나왔다고 한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활주로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을 만나 인사를 나눈 직후, 그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는 조건을 통보했는데, 통역관과 경호원은 접견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팜페오 국무장관의 수행원들 가운데는 헤더 노어트(Heather A. Nauert) 국무부 대변인, 사진사, 앳우드 취재기자도 있었는데, 그들도 접견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렇게 되어 팜페오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Stephen E. Biegun)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만 접견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팜페오 국무장관의 통역관이 접견장에 들어가지 못했으므로, 우리말을 잘 하는 앤드루 김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가 미국측 통역을 맡았다.      

 

그런데 김영철 부위원장은 왜 접견인원을 3명으로 제한하였던 것일까? 2018년 5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평양을 방문한 팜페오 국무장관을 접견하였는데, 그 때도 세 사람만 접견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달리, 2018년 5월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접견하였을 때는 4명이 접견장에 들어갔고, 5월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쎄르게이 라브로브(Sergey V. Lavrov) 러시아 외무상을 접견하였을 때는 7명이 접견장에 들어갔다. 

 

이런 선례를 살펴보면, 조선은 미국 국무장관에게만 까다로운 접견조건을 적용하여 접견인원을 3명으로 제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이 그렇게 하는 까닭은, 미국 국무부가 외교비밀을 유지하지 못하는 취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람들이 외교비밀을 미국 언론에 발설하여 혼란이 조성된 사례들이 있다. 그래서 조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몸소 참석하는 백화원 담판의 내막이 미국 언론에 유출되는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여야 하였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백화원 담판을 마친 직후 백화원에서 오찬을 시작하기 직전 팜페오 국무장관이 현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맞이하는 장면이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두 손을 앞에 모은 채 현관에 서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착할 때까지 정중히 기다렸다. 그런 유다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당신은 마치 제단 앞에 서 있는 것 같군요"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자존심이 강하다고 소문난 미국 국무장관이 공손한 자세로 예를 갖추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기다린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화원 담판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으로 팜페오 국무장관의 기를 꺾어놓았고, 기가 꺾인 팜페오 국무장관은 공손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음을 말해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앳우드 취재기자는 담판장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담판 직후 백화원영빈관에 마련된 오찬장에서 뜻밖의 색다른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그녀의 목격담에 따르면, 팜페오 국무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맞이하기 위해 백화원영빈관 현관에 나갔는데, “무표정한 얼굴로 두 손을 앞에 모은 채 (현관에) 서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착할 때까지 정중히 기다렸다고 한다. 그런 유다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나워트 대변인은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당신은 마치 제단 앞에 서 있는 것 같군요”라고 말했는데, 팜페오 국무장관은 나워트 대변인에게 얼굴을 돌려 슬며시 미소만 지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제사회에서 자존심이 강하다고 소문난 미국 국무장관이 그처럼 공손한 자세로 예를 갖추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기다린 것은, 조미관계의 심층정보를 알지 못하는 미국인 취재기자의 기존관념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장면이었다. 그래서 그 취재기자는 목격담에 이런 글을 남겼다.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제단 앞에 선 사람 같다고 말한 나워트 대변인의) 지적은 북조선이 팜페오 국무장관의 방문을 전적으로 통제하였음을 보여주는 힘의 역학(power dynamic)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 날 백화원 담판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던 취재기자의 눈에는 팜페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앞에서 왜 그처럼 공손한 자세로 예를 갖추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화원 담판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으로 팜페오 국무장관의 기를 꺾어놓았고, 기가 꺾인 팜페오 국무장관은 공손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3. 난제는 어떻게 풀렸는가? 

 

앳우드 취재기자의 흥미로운 목격담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장관이 오찬석상에서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 “내가 전에 말한 바와 같이, 오늘은 두 나라의 훌륭한 미래를 약속하는 매우 좋은 날입니다.” 

팜페오 국무장관 - “우리 일행의 오늘 아침 방문일정은 훌륭하고, 훌륭하였습니다. 저희들을 환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트럼프 대통령께서도 안부인사를 전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매우 성공적인 아침시간을 보낸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저는 오찬을 나누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앳우드 취재기자의 목격담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찬석상에서 팜페오 국무장관과 위와 같은 대화를 나누었을 때, 그녀와 미국측 사진사는 잠깐 동안의 현장취재를 마치고 오찬장에서 나와 옆방에 별도로 마련된 다른 오찬장으로 가야 했다고 한다. 취재기자는 위와 같은 짧은 대화밖에 들을 수 없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늘은 매우 좋은 날이라고 대만족을 표시한 것은 백화원 담판에서 중대한 진전이 이루어졌음을 말해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매우 생산적이고 훌륭한 담화를 진행하면서 서로의 립장을 충분히 리해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게 된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며 만족을 표시하시였다”고 한다. 백화원 담판을 마치고 평양에서 서울로 직행한 팜페오 국무장관도 취재진에게 백화원 담판에서 “중대한 진전(significant progress)이 이루어졌다. 우리는 중대한 진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백화원 담판을 마친 직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화원에서 마련한 오찬현장을 촬영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왼쪽에 팜페오 국무장관이 앉았고, 미국측 통역관, 김여정 조선로동당 제1부부장, 앤드루 김 코리아임무쎈터 총책임자, 김영철 조선로동당 부위원장, 스티븐 비건 조선정책특별대표, 조선측 통역관이 자리를 잡았다. 팜페오 국무장관과 동행한 다른 수행원들은 옆방에 별도로 마련된 오찬장에서 조선측 인사들과 함께 오찬을 나누었다. 오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오늘은 매우 좋은 날이라고 대만족을 표시하였는데, 이것은 백화원 담판에서 중대한 진전이 이루어졌음을 말해준다. 백화원 담판을 마치고 평양에서 서울로 직행한 팜페오 국무장관도 취재진에게 백화원 담판에서 중대한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백화원 담판에서 중대한 진전이 이루어졌다는 말은, 7월 6일에 진행되었던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심한 의견충돌을 불러왔던 난제들이 해결되었다는 뜻이다. 당시 쌍방이 심하게 의견충돌을 일으켰던 난제들은 비핵화 방안이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제기한 비핵화 방안과 팜페오 국무장관이 제기한 비핵화 방안이 격돌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으로 그 난제를 풀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백화원 담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비핵화해결을 위한 방안들과 쌍방의 우려사항들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하고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하시였다”고 한다. 이 인용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미국이 제기했던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조건들”을 철회시키게 하고, 그 대신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비핵화 해법을 받아들이게 하였다는 뜻이다.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이 없으면 그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미국이 철회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조건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미국이 받아들인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비핵화 해법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스티븐 멀(Stephen D. Mull)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보 대행은 2018년 7월 20일 국무부를 방문한 한국의 여야 5당 원내대표들에게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미국은 조선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요구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1) “핵, 탄도미사일 소재지를 포함한 북한 핵프로그램 전체 리스트” 

(2) “비핵화시간표” 

(3) “싱가포르에서 약속한 사항의 이행” 

 

위에 열거한 세 가지 요구사항들 가운데 조선으로부터 전면적인 배격을 받은 것은 핵신고서와 비핵화시간표다.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미국이 조선에게 요구한 핵신고서는 핵탄두 비밀저장소들의 위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지하기지들의 위치를 포함하는 조선의 국가핵무력에 관한 극비정보를 통째로 넘겨달라는 뜻이다. 또한 미국이 조선에게 요구한 비핵화시간표는 조선의 국가핵무력을 폐기하는 경로와 기한을 정하여 알려달라는 뜻이다. 

 

하지만 핵신고서와 비핵화시간표는 철없는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말이 되지 않는 생억지다. 팜페오 국무장관은 지난 9월 26일 리용호 외무상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의사를 전달받고 나서,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따라 대조선협상전략을 재검토하고 수정함으로써 조선에게 핵신고서와 비핵화시간표를 달라고 하였던 생억지를 내려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조선에게 핵신고서와 비핵화시간표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평양을 방문한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런 생억지가 왜 조선에게 통하지 않는지를 “상세히” 설명하였다. 일본 <아사히신붕> 2018년 10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백화원 담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고 한다.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선에게 핵신고서와 비핵화시간표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평양을 방문한 터였으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그런 설명에 공감을 표시하였다. 그렇게 되어 핵신고서와 비핵화시간표를 넘겨달라던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는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미국이 핵신고서와 비핵화시간표에 관한 요구를 철회한 것은, 자기들이 주장했던 일방적-일괄적 해법을 포기하고 조선이 제시한 동시적-단계적 해법을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조선외무성은 2018년 7월 7일에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신뢰조성을 앞세우면서 단계적으로 동시행동원칙에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조선반도 비핵화실현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언명한 바 있다. 

 

조선이 제시한 동시적-단계적 해법에서 조선이 이행할 비핵화 해법은 단계적 핵동결이다. 단계적 핵동결이란 조선의 핵능력을 단계적으로 폐기한다는 뜻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풍계리 지하핵시험장 폐기→서해위성발사장 폐기→녕변핵시설단지 폐기를 단계적으로 실행한다는 뜻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완전한 비핵화는 조선이 자기의 핵능력을 완전히 폐기하는 핵동결을 단계적으로 실행한다는 뜻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화원 담판 중에 발언하는 장면이다. 백화원 담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개월 동안 조미협상을 교착상태에 묶어두었던 난제를 풀었다. 백화원 담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7월 6일 평양에서 진행된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미국이 제기했던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조건들"을 철회시키게 하였고, 그 대신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비핵화 해법을 받아들이게 하였다.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이 없으면 그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백화원 담판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이 핵신고서와 비핵화시간표를 요구하는 기존 의제를 관철시키지 않을까 하는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힌 한국의 전문가들과 언론매체들은 자기들의 망상과는 정반대의 담판결과가 나온 것을 보고 아연실색하였다. 그들은 백화원 담판결과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단계적 핵동결은 백화원 담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하고, 팜페오 국무장관이 받아들인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비핵화 해법으로 구체화되었다. 조미관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아사히신붕> 2018년 10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백화원 담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 사찰단이 지난 5월에 폭파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지하핵시험장을 방문하여 검증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 사찰단의 현장방문 및 검증을 허용하는 것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길로 미국을 끌어당겨 되돌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주동적이고, 결정적인 조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불가역적인 이행의 길로 끌어들이는 것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아사히신붕> 보도기사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조선외무성이 2018년 7월 7일에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 따르면 당시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조선이 미국에게 제시한 비핵화 해법들 가운데는 “비핵화조치의 일환으로 ICBM의 생산중단을 물리적으로 확증하기 위하여 대출력발동기시험장을 페기하는 문제”도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화원 담판에서 그 해법을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제시했던 것이 확실하다. 백화원 담판에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에서 “동창리발동기시험장과 로케트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페기하기로 하였”다.

 

백화원 담판을 마치고 평양에서 서울로 직행한 팜페오 국무장관은 취재진에게 사찰단이 조선의 미사일엔진시험장과 풍계리 지하핵시험장을 사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 두 곳에 대한 현장사찰을 허용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또한 <아사히신붕> 2018년 10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백화원 담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평안북도 녕변군에 있는 녕변핵시설단지에서 가동되는 플루토늄생산시설만이 아니라 거기서 가동되는 우라늄농축시설까지 포함한 전체 시설을 폐기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백화원 담판에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에서 “미국이 6.12 조미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녕변핵시설의 영구적 페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한 바 있다.  

 

나는 이전에 발표한 글에서 조선이 녕변핵시설단지에서 플루토늄생산시설만 폐기하고, 우라늄농축시설은 국제원자력기구의 일반사찰을 받으며 계속 가동할 것으로 예측한 적이 있는데, 그런 예측은 빗나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녕변핵시설단지 전체를 폐기하는 매우 파격적인 조치를 예고한 것이다. 이런 사실만 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미협상전략이 얼마나 원대하고 심오한지를 알 수 있다. 조선이 녕변핵시설단지 전체를 폐기하면, 미국은 그에 상응하여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4. 단계적 핵동결과 단계적 평화체제구축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화원 담판에서 제시한 파격적인 조치에 맞춰 팜페오 국무장관이 제시한 미국의 상응조치들은 무엇인가? <동아일보> 2018년 10월 7일 보도에 따르면, 백화원 담판을 마치고 평양에서 서울로 직행한 팜페오 국무장관은 청와대를 예방하여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하면서 “(백화원 담판에서)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 논의했다”고 하면서도 그 상응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비록 언론보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이 취해야 할 상응조치는 분명하다. 조선외무성이 2018년 7월 7일에 발표한 대변인담화는 미국이 취해야 할 상응조치를 다음과 같이 우회적으로 밝힌 바 있다.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선반도 평화체제구축문제에 대하여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문제까지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놓으려는 립장을 취하”였다. 이 인용구를 읽어보면, 조선은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종전선언문제만 합의하려고 하였던 것이 아니라 종전선언문제보다 더 중요한 평화체제구축문제 곧 평화협정문제도 합의하려고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팜페오 국무장관이 종전선언문제를 합의하려고 하지 않는 바람에 평화협정문제는 논의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화원 담판에서 종전선언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한 것은 물론이고, 평화협정문제도 해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아사히신붕> 2018년 7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은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미국이 종전선언에 응하지 않으면 비핵화를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면서, “비핵화의 선결조건으로 종전선언을 요구했다”고 한다. 조선에게 있어서 종전선언은 조선이 비핵화를 실행하기 전에 먼저 해결되어야 할 선결문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백화원 담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결문제(종전선언문제)만 해결하기로 합의하였을 리 없으며, 선결문제와 더불어 해결되어야 할 더 중요한 문제(평화협정문제)도 해결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생각된다. 물론 평화협정문제는 본담판이 벌어질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최종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조미관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아사히신붕> 2018년 10월 7일 보도에 따르면, 백화원 담판에서는 녕변핵시설 폐기에 상응하여 “연락사무소 역할을 하는 거점”을 설치하는 문제도 논의되었는데,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연락사무소 역할을 하는 거점을 설치하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한다. <동아일보> 2018년 4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조미실무회담에서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문제가 논의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연락사무소문제는 이미 조미실무회담에서 논의되었으므로, 백화원 담판에서 그 문제를 다시 확인하면 되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백화원 담판에서 “연락사무소 역할을 하는 거점”을 설치하는 문제, 다시 말해서 이익대표부를 설치하는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문제도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최종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백화원영빈관에서 진행된 담판현장을 촬영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오른쪽에 김여정 조선로동당 제1부부장이 앉았고, 왼쪽에는 조선측 통역관이 앉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화원 담판에서 제시한 대미협상전략 곧 동시적-단계적 해법은 조선과 미국이 단계적 핵동결과 단계적 평화체제구축을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추진하는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해법이다. 다른 해법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미국도 그 해법을 받아들인 것이다. 백화원 담판이 말해주는 것처럼,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으로 단계적 핵동결과 단계적 평화체제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중이다. 우세한 협상력이 세상을 바꾼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종전선언→평화협정→주한미국군 철수로 이어지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포괄하는 총괄개념이 바로 단계적 평화체제구축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대미협상전략 곧 동시적-단계적 해법은 조선과 미국이 단계적 핵동결과 단계적 평화체제구축을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추진하는 해법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백화원 담판이 말해주는 것처럼,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으로 단계적 핵동결과 단계적 평화체제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중이다.    

 

백화원 담판에서 주목되는 것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준비사항을 논의한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석상에서는 제2차 조미수뇌회담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을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할 데 대하여 합의하고 그와 관련한 절차적 문제들과 방법들에 대하여서도 론의되였다”고 한다. 조선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이른 시일 안에 개최되기를 바라고, 미국은 그 회담이 2018년 11월 6일 중간선거 직후에 개최되기를 바란다. 원래는 미국도 중간선거 이전에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를 바랐었는데, 생각을 바꿨다. 거기에 얽힌 사연은 다음과 같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백화원 담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으로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들”을 철회하게 하고, 조선의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요구를 받아들이게 하였는데, 그런 담판결과에 따라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자신의 외교치적으로 내세울 수 없게 될 것이고, 워싱턴에 포진한 트럼프 반대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조선외교에서 무능하다느니, 대조선협상에서 너무 양보하였다느니 뭐니 하면서 집중공세를 퍼부을 것이다. 그러므로 중간선거 직전에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하여 공화당의 득표율을 되레 떨어뜨릴 것이다. 이런 점을 우려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중간선거 직후에 개최하려고 하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협상의 추진동력을 잃어버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백화원 담판을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으로 결속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2차 조미수뇌회담을 계기로 전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해결과 지난 회담에서 제시한 목표달성에서 반드시 큰 진전이 이룩될 것이라는 의지와 확신 표명하시였다”고 한다. 

 

백화원 담판을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으로 결속하고 단계적 핵동결과 단계적 평화체제구축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놓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오는 11월에 개최될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룩하여 한반도 정세를 격변으로 이끌어갈 것이다. 우세한 협상력이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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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보다 못한 한미 방위비 협상

[주장] 정부, 미국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끌려다녀... 국회와 국민의 감시 절실

18.10.14 20:22l최종 업데이트 18.10.14 20:22l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제4차 회의에서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미국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 등이 회의를 하고 있다. 2018.6.26
▲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제4차 회의에서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미국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 등이 회의를 하고 있다. 2018.6.2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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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아래 SMA) 체결을 위한 8번째 한미 간 회의가 서울서 16~17일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현재 국회 국정감사(10월10일-29일)가 진행중입니다. 알다시피 SMA 협정은 협정 자체가 위법성(한미소파 위반)을 띠고 있고, 집행과정도 각종 불법으로 점철되어 있는 등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국회의 감시‧감독이 절실한 것은 10차 SMA 협상이 미국의 도를 넘는 고압적 자세와 문재인 정부의 굴욕적일 정도의 저자세 속에서 진행되어 우리 국민에게 감당하기 힘든 재정적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국회는 우리의 주권과 국익(국민부담 경감, 한반도 평화 증진)이 지켜질 수 있게 사후적으로(비준동의권 행사)만이 아니라 사전적으로도 SMA협상을 감시‧감독해야 합니다.

미국의 터무니없는 방위비분담 대폭 증액 강요

 

이번 SMA협상에서 가장 중대한 문제는 미국이 터무니없이 방위비분담금 총액의 대폭 증액을 우리 정부에 강요하고 있는 점입니다. 미국이 현 방위비분담금(2018년 현재 9,602억 원)의 1.5∼2배를 요구한다는 언론보도가 있습니다.

이런 증액요구는 2017년 12월 현재 9,830억 원의 방위비분담금 미집행금이 남아 있다는 점,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이 사실상 2018년 마무리되어 향후 군사건설비(방위비분담금의 주요 항목의 하나)의 대폭 감액사유가 발생한 점, 한국이 방위비분담금 이외에도 주한미군 주둔비에 대한 각종의 직간접지원(방위비분담금을 포함하여 6조3천억 원)을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터무니없고 후안무치하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미국이 대폭 증액 사유로 내세우는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 요구도 전혀 타당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SMA협정이 대상으로 하는 방위비 분담금 지급범위가 주한미군이 고용하는 인력이나 보유하는 장비에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미 전략자산 전개는 한국방어를 위해 주둔하는 주한미군과 직접 관련이 없으며 미국의 세계 및 지역 군사전략에 따라 운용되는 전력입니다.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비용 분담 요구는 SMA협정 나아가 한미소파 및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반한 불법 부당한 요구입니다.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은 "그 (평양공동선언) 정신과 분명히 안 맞는다"는 강경화 장관의 말처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남북 정상 및 북미 정상의 여러 합의에도 정면으로 어긋납니다.

미국의 '작전지원' 항목 신설 요구의 불법부당성

미국은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 요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작전지원' 항목의 신설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현행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외에 작전지원 항목을 하나 더 추가하자는 요구입니다. 미국은 작전지원 세부항목으로 '전략자산전개 비용'과 '주한미군 순환배치 비용', '주한미군 작전준비태세 비용'을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편성 또는 지정된 고유 목적의 임무 또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부대, 함정 또는 무기체계 장비의 준비태세 및 인원 준비태세를 모두 포함한다"는 미 국방부의 작전지원에 대한 사전적 정의에서 보듯이 작전지원이란 그 범위와 경계가 거의 무제한적일 정도로 넓고 또 임의적입니다. 따라서 만약 작전지원을 방위비분담의 한 구성항목으로 용인하게 되면 미국에 백지수표를 쥐여주는 것이나 다를 바 없어 방위비분담금 지급은 앞으로 무제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단순히 한국방어 임무를 넘어 아시아 태평양 기동군으로서 중국과 러시아 등을 견제하는 역할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만약 작전지원을 방위비분담의 한 항목으로 용인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재정적으로 미국의 동북아시아 패권 전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됨으로써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정을 우리 스스로 해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작전지원 항목의 신설은 재정 부담이나 법적인 정당성(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한미소파, 한미상호방위조약),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안정 어느 측면에서나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됩니다.

정부의 납득할 수 없는 굴욕적인 협상 태도

미국의 방위비 분담 총액 대폭 증액이나 작전지원 항목 신설 요구가 불법부당한데도 우리 정부는 지극히 수세적이고 굴욕적인 협상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률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협의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국회에서 답변했습니다. 최소화란 상대적 개념이어서 100%인상 요구에 대해서 50%인상이 최소가 될 수도 있는 등 그 절대적 기준이 없습니다.

결국 인상률 최소화는 미국의 대폭 증액 요구의 부당성을 정면으로 반박하지 못하고 증액의 정당성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협상의 주도권을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수세적 전략입니다. 이런 협상전략은 총액 삭감을 협상 목표로 제시했던 박근혜 정부 때보다도 못한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은 안된다고 말하면서도 군수지원비 항목에 포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이나 작전지원 항목 신설이 부당하다면 그에 대한 방위비 분담 지급은 어떤 형태로든 이뤄져서는 안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따라서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군수지원비 항목 속에서 지급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은 우리 국민의 눈을 의식해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미국의 강요에 굴복하는 굴욕적 태도입니다.  

지난 9월 24일 한미 정상회담 때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논의되었다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 협상과 관련하여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국의 대폭 증액 요구를 수용하라고 압박하였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뒤 언론은  "총액, 유효기간, 연(年) 증가율, 제도개선 등 주요 쟁점과 관련해 양측 입장 차이를 좁혀나가기 위해 패키지 방안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2018.10.1)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압력에 밀려 우리 정부가 사실상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대신 제도개선에서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일정 부분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방위비 분담 총액문제와 제도개선 문제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기 때문에 이번 SMA협상은 방위비 분담금 총액의 대폭 삭감을 바랐던 우리 국민의 요구를 무참히 저버린 협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8차 및 9차 SMA 체결 때 제도개선에 관한 교환각서를 채택하였지만 그 어느 하나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습니다.

밀실‧비밀 협상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태도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은 우리 주권과 국익이 걸린 문제로 우리 정부가 국민 여론을 수렴하여 협상을 이끌 책임이 있습니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와 달리 촛불민심으로 집권한 정부로서 힘을 바탕으로 협상전략을 구사하는 미국에 맞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름의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한미 SMA 협상을 보면 이전 정부와 똑같이, 아니 그 이상으로 국민을 배제한 채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미국과 7차례 회의를 하였지만 방위비 분담금 총액, 유효기간, 제도개선, 방위비 분담금 미집행금액 처리, 사드 운영비 지급 등에 관한 한국의 입장을 국민 앞에 밝힌 적이 없습니다. 정부는 2014년 9차 SMA국회 비준 때 커뮤니티뱅크(CB)의 법적 지위를 파악해 정부기관이면 차기 협상 때 방위비 분담금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을 방위비 분담 총액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국민 비공개 태도는 협상전략과는 무관한 것이며 우리 국민을 대상화 하고 우리의 협상력을 스스로 제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대국민 비공개 태도를 보면 '군사건설비 현금 추가지원'에 관한 이면합의를 했던 박근혜 정부와 똑같이 문재인 정부 또한 우리 국민 몰래 또다른 이면합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국회는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서 우리 정부의 굴욕적 협상태도를 질타함과 동시에  SMA 협상의 실상을 밝혀내어 우리 주권과 국익을 지켜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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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과 통일의 갈림길, 그들은 조국과 겨레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

전남 백운산 한재에서 '통일애국열사 합동추모제' 열려
광양=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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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4  18: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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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오후 전남 광양시 백운산 한재에서 '통일애국열사 합동추모제'가 10여년만에 사회단체 관계자들이 폭넓게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라남도 광양시 백운산 한재. 지난 13일 아침부터 들머리인 이곳에 광양과 구례, 하동 방향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산중에  '통일애국열사 합동추모제' 현수막이 내걸리고 향이 피어올랐다.

맑고 밝은 가을 하늘 아래 1948년 여순항쟁에서 시작하여 한국전쟁 당시 태백산, 오대산, 소백산, 덕유산, 신불산, 지리산, 운장산, 희문산, 백운산, 백아산, 무등산, 불갑산, 한라산 등 크고 작은 산에서 '빨치산투쟁'을 벌였던 당사자들과 사회단체 관계자 250여명이 모처럼 한데 모여 합동추모제를 지내게 된 것.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를 비롯해 안학섭, 양원진, 양희철, 박희성, 김영승, 김영식 선생 등과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 노수희 부의장, 조순덕 민가협 회장 등을 포함, 서울에서 90여명, 부산·경남과 전남·북, 충북 등에서 총 250여명이 참가했다.

특히 지난 2003년 4월 28일 이곳에서 첫 출발을 뗀 백운산 합동추모제는 그동안 전국 산야를 돌고 돌아 조촐한 규모로 지내오다, 올해 4.27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 등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10여년만에 사회단체 회원들이 함께 참여해 규모도 훨씬 커지게 되었다.

   
▲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추모제를 주관한 통일광장 권낙기 대표는 제례 절차에 따라 첫 술잔을 신위들에 올리는 초헌을 한 뒤 "십 수년전부터 전국을 돌면서 매년 행사를 해왔는데 오늘 와서 보니까 정세도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다. 통일광장 선생님들을 대신해서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그동안 이 행사를 하면서 사실 속앓이를 많이 했다. 하여튼 우리들의 이 행사가 다른 단체 내지는 정세에 누가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많이 조심은 했다"고 하면서 "회문산에 참가했던 이가 구속되기도 하는 등 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전통을 이어와서 올해 4.27선언과 함께 좋은 가을에 좋은 결실을 기대하면서 맞이하게 된 오늘 참 좋다"고 소회를 밝혔다.

권 대표는 "과거는 해석하기에 따라 바뀌고 미래는 결정하기에 따라 바뀌며, 현실은 행동을 통해 바뀐다"면서 "그동안 빨치산에 대한 왜곡된 해석으로 인해 많은 오해도 있지만 이름없이 우리 곁을 떠나신 이름없는 영웅들을 잊지 않고 부디 우리가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잘 알고 다시 결의를 세우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이날 추모제의 의미에 대해 말했다.

   
▲ 김영승 선생.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임방규 선생.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16살 나이에 입산해 소년빨치산으로 활동하던 중 1954년 3월 백운산 옥룡골 부근에서 총탄 3발을 맞고 체포되어 총 35년 9개월을 복역한 뒤 1989년 출소 후 지금까지 통일광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영승 선생이 먼저 전남인민유격대를 대표해 추모사를 했다.

김영승 선생은 화순 백아산이 전남 빨치산의 사령기지라면 광양 백운산은 도당 최후 핵심기지이며, 한재에는 빨치산 4명의 유분이 뿌려져 있는 역사의 현장이라고 설명하고는 "우리 모두는 열사들의 영령들 앞에서 부끄러움이 없는 애국전사가 되어야 한다. 무엇때문에, 누가 누구를 위해 치열한 싸움에서 한줌의 흙으로 산화하여 갔는가를 재삼 회고해 보면서 새로운 결의를 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도당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임방규 전 통일광장 대표는 "산속에 오니까 엄숙해 진다. 여기는 김선우(전남도당 부위원장) 동지가 요 밑에서 최후 결전을 하고 돌아가셨다. 위에는 정운찬 선생하고 손영심 선생님 묻혀 있는 곳으로 알고 있다"며 젊은 날의 선명한 기억을 담아 추모사를 시작했다. 그리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조국을 위해서, 겨레를 위해서, 그리고 민족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싸운 많은 우리 동지들이 빨치산과 같이 활동하다 돌아가셨다. 우리 후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그런 얼, 여러분들은 가슴에 간직하고 돌아가서 아이들에게도 많은 이야기 들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 전 대표는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민중의 뼈아픈 비판을 우리는 가슴에 새겨야 한다. 힘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힘을 하나로 모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아무쪼록 자기 단체, 개인의 이익을 넘어서 힘을 하나로 모아내는데 노력해 달라. 그것만 이루면 우리 승리할 수 있다. 그게 역사의 요구이고 민족의 바람이며, 한결같이 민중이 원하는 것 아니겠나. 아무쪼록 오늘 먼 길을 와서 선열들을 회상하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추모제가 진행되는 동안 여기 저기선 살아남은 자의 아픔이 힘에 겨운 흐느낌으로 터져나오기도 했다.

   
▲ 허찬형 선생.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구연철 선생.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충북인민유격대를 대표하여 추모사를 한 허찬형 선생은 지팡이를 짚고 불편한 몸으로 나서 "광복 후 이 백운산은 분단과 통일의 갈림길에서 치열했던 역사적 현장이다. 조국통일의 과업을 짊어지고 청춘 남여가 비참히 숨져간 비극의 현장이다. 이 산 구석 구석에 맴도는 영혼들의 울음소리는 하릴없어 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활활 타오르는 단풍잎과 같이 임들이 한맺힌 울음짓는 소리이다. 수많은 동지들의 죽음이 돌무덤으로 쌓이고 동지들의 피눈물은 비가 되고 강이 되고 흘렀으며, 그 유골은 아직도 이 산과 벌판에 널리 흩어져 있다. 우리는 그 아픔이 너무 절절한 것이어서 감히 들여다볼 염두조차 낼 수 없는 준엄한 역사의 발자욱 위에 서 있다"고 여러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까마귀 울지말라. 울지를 말라. 이 산 저 산 70여년 돌고 돌아 눈물마저 말라버렸구나. 저 백운산 마루에 통일 깃발 꽂았다. 8천만 우리민족끼리 만세! 만세! 만만세!"라고 추모시를 힘겹게 낭독하고는 "나는 90년이나 통일 사업을 한다고 했으나 완수하지 못했다. 여기 있는 젊은 동지들이 그 임무를 틀림없이 완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구연철 선생은 경남인민유격대를 대표하여 부산·경남 참가자들과 함께 추모사에 나서서 추모제 참가자들을 웃기고 또 울렸다. 

"녹음이 우거진 산야를 보면서 가슴이 너무 벅찼다. 여건만 되면 한번 더 빨치산을 하고 싶다"는 기개를 뽐내 박수갈채를 받는가 싶더니 "총탄에 쓰러져간 동지의 사늘하게 식어가는 시신을 붙들고 울분을 터뜨리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회상에 잠겨 참가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구 선생은 "누구보다 깨끗한 양심을 가지고 산에 올랐던 동지들은 오로지 나라와 인민을 위해 눈물의 강을 건너 피바다를 헤엄쳐 통일혁명의 큰길로 오롯이 헤쳐나왔다. 일신의 공명과 영달이라는 말은 몰랐다"고 열사들을 추모했다.

 

   
▲ 통일애국열사 합동추모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이날 합동추모제에는 빨치산 투쟁 당사자들과 사회단체 회원 등 250여명이 참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추모제는 경남과 전남의 청년들이 대표로 결의문을 낭독하고 '살아 천년, 죽어 천년'가는 주목나무를 골라 한재에 식수한 후 한라산과 백두산에서 떠 온 물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청년들은 결의문에서 "해방되는 날 이 산천의 모든 꽃들에게 그대들의 이름을 덧붙이겠습니다. 태백산 산나리엔 선전일꾼 누구의 이름을, 대둔산 연산홍엔 소대장 누구의 이름을, 덕유산 상사화엔 문화일꾼 누구의 이름을, 신불산 구절초엔 조직부원 누구의 이름을, 지리산 진달래엔 이름도 없이 죽어갔던 수많은 무명전사들의 이름을 붙여 영생불멸의 전사로 남겨 후손들에게 그대들의 이름을 빛내이겠습니다"라고 열사들을 기렸다.

<추도시> (전문)

섬진강은 흐른다

나락 한도숙


조국은
아구사리 노랗게 핀 산하
다시 피는 날을 기약하지 못하고
강을 건넜다
저간의 일들은 기억하지 말자
흐르는 물소리 지저귀는 새소리도
혁명의 열정이던
지리산
총을 메고 건너던
차거운 물은 몸을 휘감고
살을 도려내는 고통쯤이야
견뎌 내리라
노여움으로 출렁이는 강
핏빛으로 울먹이는 강
마른 잎 하나에 침 삼키며
김장해야했던 저 물소리에
청천은 정열은
남루하지 않았다

강가의 별들은 무수히 떨어지고
혁명의 날개는 깃털을 잃어
아구사리 노란 단풍잎에 떨며 선 골짜기
조국은
서러운 별 하나 내게 허용하지 않았다
절망하고 절망하고서도
흐르는 저 강을 건너야 할 것
또 여기 총을 부여안고 선다 해도
결국 혁명의 뜨거움은
날리는 먼지 알갱이 하나도
용납하지 않을 것
별이 된 사람도 남은 사람도
뜨거운 숨소리로 숨죽이던 강
한방의 총소리로 새벽을 깨우던 강
피에 젖은 섬진강

 

   
▲ 임방규 선생과 '빨치산 투쟁'에 직접 나섰던 선생들이 오열하며, 머리 숙여 참배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구연철 선생이 부산 경남 사회단체 참가자들과 함께 추모의 절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한도숙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추도시 '섬진강은 흐르는가?'를 낭송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순천  6.15통일합창단 지휘자인 박종열 테너는 가을 백운산에 울려퍼지는 맑고 기운찬 목소리로 '전사의 맹세'와 '백두산'을 불러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양기창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쏠테면 쏘아봐라'는 제목으로 추모시를 낭송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촛불가수 한주상 씨는 '전남빨치산의 노래'를 헌정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사회단체 회원들과 함께 열린 통일애국열사 합동추모제는 10여년 만의 일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한재 올라가는 길 '전남 유격대 연병장' 아래로 물 흐르는 계속이 길을 따라 이어진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전남도당 비밀아지트.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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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시대를 준비하는 노동자 자주통일운동

평화·번영·통일시대와 노동운동의 과제(3)

4.27판문점선언에서 9월평양공동선언에 이르는 역사적 전환은 한반도에 평화‧번영‧통일의 새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린다. 이에 그 배경과 동력, 각 선언의 내용과 의미, 이와 관련된 노동운동의 과제를 아래 순서로 살펴보고자 한다. 참고로 이 글은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9월 이슈페이퍼에 기고한 내용을 일부 수정한 것임을 미리 밝힌다.

1. 평화‧번영‧통일시대의 등장 : 그 배경과 동력
2. 4.27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의 내용과 의미
3. 4.27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노동운동의 노력과 과제

3. 4.27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노동운동의 노력과 과제

1) 4.27판문점 선언이행을 위한 노동운동의 노력

(1) 사업계획으로 본 민주노총 자주통일운동

민주노총 통일위원회는 2018년 크게 ‘6가지 사업기조 및 방향’을 잡았다.

○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폐기,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비핵화와 전 세계의 핵무기 철폐(2013년 중집 결의안) 등의 정신에 의거 반전평화 투쟁 전개
○ 사드배치 철회, 한미합동군사훈련 저지, 한미일 군사동맹 폐기, 한반도 평화실현 투쟁.
○ ‘남북정상회담, 남북자주교류, 전민족대회 성사’로 제2의 6.15 10.4 시대 투쟁 강화.
○ 반전평화, 자주통일의 역량 확대 강화! (현장 실천단, 지역별 지통대, 중통대 등), 8.15전국노동자대회 및 자주통일 민중 총궐기 성사!
○ 반전평화, 자주통일 교육의 혁신과 강화! (강사단 육성, 교육체계 마련, 의무교육 강화)
○ 국가보안법 철폐, 공안탄압 분쇄, 제2의 북한알기의 대중운동 전개

원안에서 앞의 두 기조는 ○ ‘반미자주화’의 기치로 사드배치 철회, 한미합동군사훈련 저지, 한미일 군사동맹 폐기, 한반도 평화실현 투쟁을 강화하자!, ○ ‘우리민족끼리’ 정신으로 남북자주교류 성사, 남북관계 대전환, 제2의 6.15 10.4 투쟁 강화하자! 였는데, 평창올림픽, 판문점정상회담이 예고되는 정세를 반영하여 한미관계영역과 전민족적인 반전평화영역을 구별하여 기조를 수정하였다.

앞의 세 가지는 투쟁영역으로 전민족적인 평화협정체결과 관련된 투쟁, 이남에서의 한미동맹해체투쟁과 사드반대투쟁, 남북이 하나되는 자주교류와 민족대단결 투쟁 영역을 적절히 배치했다. 뒤의 세 가지는 주체역량강화를 위한 계획으로 현장실천단, 지통대, 중통대사업을 핵심으로 8.15전국노동자대회와 자주통일 민중총궐기를 성사시키자는 것이고, 통일간부양성을 위한 교육강화, 대중적인 북바로알기 등을 제출하고 있다.

민주노총 통일위원회가 2018년 제시한 사업구호는 “남북관계 및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전환적 국면을 열어내자!”, “반전평화, 자주통일 투쟁역량 확대 강화!”이다.
중요사업으로는 군사훈련 저지 투쟁, 연중 방위비 분담금 협상 대응 투쟁, 4.3항쟁 70주년 정신계승 투쟁, 강제징용노동자상 세우기 투쟁, 남북정상회담 성사 촉구와 남북노동자 자주교류 성사투쟁, 각계각층 전민족대회 추진 사업, 현장별 실천단, 지통대, 중통대 사업, 강사단 육성, 교육체계 마련, 의무교육 강화 등을 주요사업으로 설정하였다.
그간 진행된 사업 중 중요한 몇 가지만 살펴보기로 하자.

▲ 8월 11일 상암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 축구대회 장면[사진 : 노동과 세계]

(2) 노동자 통일축구대회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는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 조직위원회 주최로,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주관하여, 2018년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되었다.
서울 남북노동자 축구대회는 매우 급박한 일정 속에서 조직되었다. 원래 민주노총, 한국노총은 북측 직총에 보낸 7월 3일자 팩스에서 8월 13일~16일 기간 동안 노동자 축구대회를 하자고 제안했었다. 그런데 7월 5일 직총은 8월 3일~5일 2박3일간 일정으로 남북노동자 축구대회를 하자고 역제안이 온 것이다. 양노총은 난리가 났다. 8월 3일~5일은 여름휴가기간인데다가 통선대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직전이었고, 전체 조합원의 동원도 장담할 수 없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남북간 급하게 팩스가 오고간 끝에 2018년 남북 노동자 축구대회는 8월 10일~12일간 열리게 되었다.

8월 10일 서울을 방문한 65명의 북측 대표단은 양대노총을 방문하고 저녁에 환영만찬을 가졌다. 여기에는 북측 64명 양노총 200명의 인사가 참여했다.
8월 11일에는 직총, 민주노총, 한국노총 3단체 대표자회의가 진행되고, 곧이어 산별지역별 상봉모임이 이어졌다. 이후 북측 대표단은 중앙통일선봉대와 함께 용산 노동자상 참관하고, 오후 4시부터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노동자 통일축구대회가 진행되었다.
8월 12일 마석모란공원 참배를 마친 북측 대표단은 3단체 대표자, 실무자 사업협의회를 끝으로 도라산 CIQ를 통해 육로로 돌아갔다.

상암경기장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은 9,355명으로 집계되었고, 한국노총은 6,500명으로 보고했다. 노동자 통일축구대회 직전에 광화문에서 개최된 자주통일대행진 행사에는 2,875명이 참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6.15 노동본부차원에서 진행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에 대한 총평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① 우선 4.27판문점선언 발표 이후 최초의 대규모 민간교류사업을 성사시키면서, 각계 전반에 평화통일 여론을 크게 조성한 의의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북교류협력사업이 지속적으로 제안되고 있는 조건에서 노동부문이 그 첫 단추를 꿴 것은 남북연대교류사업 전반에서 노동의 선도성을 유지하기 위한 공동노력의 성과이고,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전반적 민간교류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민간연대교류 전반에서 노동계의 위상과 역할을 더욱 높이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② 공동합의문 발표로 판문점 선언 이행에 대한 남북 노동자들의 조직적, 실천적 과제와 향후 사업 방향 제시했다는 점을 밝혔다.
남북노동자3단체는 공동합의문은 ▲ 10.4선언 발표일을 맞으며 각계각층이 함께하는 거족적인 민족공동행사를 성사시키기 위해 앞장에서 노력 ▲ 오는 8월 15일부터 10월 4일까지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 통일실천기간>으로 선포하고 다양한 실천 활동 ▲ 10.4선언 발표 11돌을 계기로 <제2차 조국통일을 위한 남북노동자회>를 개최하고 판문점선언을 강령화하기로 하였으며, 해마다 대표자회의를 정례화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3항에서 ‘남과 북의 노동자들은 6.15시대의 정신을 이어 새로운 판문점선언 시대를 앞장에서 열어나가기 위해 노동자 통일운동의 정치적, 대중적, 조직적 발전을 이루어나가기로’ 합의하였다.

양대노총은 남북노동자 합의문에 기초하여 10.4민족공동행사를 성사시키기 위해 앞장에서 노력할 것이며 아울러 ‘제2차 조국통일을 위한 남북노동자회’ 성사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판문점 선언 이후 첫 민간자주교류를 실현한 노동자답게 향후 판문점 선언 시대의 남북 노동자 통일운동 강화와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들을 협의해나갈 예정이다.

③ 몇 가지 개선과제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6.15남측위원회와 소통을 통해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각계의 참여를 보장하고자 노력했으나, 6.15남측위와 6.15노동부문 간의 적절한 역할 분공을 구체적으로 추진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집행과정과 관련해서는 공동사무국 운영문제, 재정문제, 조직화 목표달성 문제, 축구대회가 전노대의 의의를 얼마나 살렸는지에 대한 문제, 사전교육의 필요성, 행사팀에 대한 개입력 등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④ 축구대회 직전 광화문에서 개최된 <판문점선언 실천, 8.15 자주통일 범국민대행진>과 연동해서 바라보아야 할 평가지점들도 있다.
이날 행사는 ‘판문점선언 실천, 8.15자주통일대행진 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이 주관한 행사로서 8월 11일(토) 13시부터 14시30분까지 시청 앞에서 집회 후 광화문 미 대사관앞까지 행진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6.15남측위는 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부문행사 수준으로 인식하지 않고 판문점 선언 이후 최초로 남측지역에 열리는 거족적인 민간공동행사의 높이에서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으나, 실무적으로는 자주통일 대행진을 안정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보장되지 않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하고, 통선대, 평화통일박람회, 천북대행진, 4.27대합창 등 각 사업의 목표에 따라 실속있게 진행된 것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또한 통일축구대회에서 통일선봉대, 서울시민서포터즈, 4.27대합창 등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8월 11일 평화통일대행진에 참가하고 있는 통일선봉대[사진 : 노동과 세계]

(3) 통일선봉대

노동자 통선대는 역대 최대참가를 기록했다. 전일정 8.5~12일, 전반기 8.5~8일, 후반기 8.9~12일이었는데, 연인원 325명을 기록했다. 한국노총은 8월 9일부터 12일까지 50명이 참가했고, 민대협 8월 4일부터 11일가지 33명, 진보대학생넷 6월 6일부터 11일가지 30명, 대진연 8월 3일부터 12일까지 107명, 국민주권연대 아라리 5월 5일부터 12일까지 30명이 참가하는 등 총 575명의 통선대가 참가했다.

통선대는 8월 6일 부산 8부두에서 기지투쟁과 공동발대식을 시작하여,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부산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촉구 통선대 결의대회”로 본격 일정을 시작했다. 8월 8일 통선대는 왜관을 거쳐 성주 사드기지로 총집결했다. 마을회관에서 ‘소성리수요집회 및 명예통선대 발대식’을 가졌고, 사드기지정문으로 달려가 학생통선대를 중심으로 기지 행동전에 돌입했다. 밤에 김천역에서는 김천촛불, 그리고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명예통선대 발대식을 이어갔다. 8월 10일에는 평택에 집결했다. 앞서 기무사 해체투쟁에 다녀온 통선대원들은 평택에서 기지투어, 군기지 폐쇄 촉구 결의대회 및 명예통선대 발대식을 진행했다. 8월 11일 서울에 입성한 통선대는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규탄집회를 하고, 미대사관 앞으로 이동하여 815자주통일대행진에 합류했다.

통선대 활동에 대한 내부 평가가 현재 진행 중이다. 몇 가지 초벌적으로 나온 이야기만 간단히 요약해서 옮겨본다.

2017년과 마찬가지로 통선대 ‘노학연대’ 활동이 가장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동 선곡에 맞추어 공동율동도 만들고, 공동일정과 공동투쟁들을 함께 기하고 잦은 일정변경에도 불구하고 노동과 대학생은 함께 한다는 기조에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다.

통선대 발언에서도 노동대원은 ‘대학생들과 함께 하니 좋다’ 는 내용의 발언이 많았고, 대학생대원은 ‘이후에도 계속 노학연대를 통해 세상을 바꿔나갔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발언이 많이 나왔다.

지역과 함께하는 미군기지 투쟁의 상을 세운 것, ‘명예통선대 발대식’ 등도 좋았다는 평이다. 통선대는 미군기지 투쟁을 이후 전면화한다는 결의와 지역에서 투쟁하는 분들과 함께하는 통선대를 기조를 세우고, 부산, 왜관, 소성리(성주, 김천), 평택 미군기지 등에서 해당 지역과 사전 소통하며 집회를 만들고, 발언도 배치하는 등 지역과 함께 하는 통선대 투쟁모델을 만들어 내었다. 또한 소성리(성주, 김천), 평택에서는 지역에서 투쟁하는 13명의 대표들에게 명예통선대원 수여했다. 수여식을 진행하며 ‘일상이 투쟁이 되어버린 분들에게 우리 통선대가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통선대의 마음을 드린다’ 고 할 때 많은 분들이 박수치며 감동했으며, 명예통선대원들은 ‘우리의 부대가 왔다’, ‘정말 고맙다’ 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감동적 풍경이 이어졌다.

▲ 8월 11일 상암경기장에서 응원하고 있는 노동자통일선봉대[사진 : 노동과 세계]

(4) 2018년 상반기 민주노총 통일위원회 사업 총평

2018년 상반기 민주노총 통일위 사업에 대한 평가는 이른 감이 있지만, 내부의 간단한 총평은 있었다.
급박한 정세에 따라 통일위가 집행해야 할 사업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이에 따른 인력과 재정 투입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컸다.
통일위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숙제로 떠올랐다. 통일위가 건설되어 있지 않은 가맹, 산하 지역본부에 통일위를 세우는 것이 우선적 과제로 제기되었다.
통일위는 연대사업이 많은 반면, 민주노총은 공문으로 집행이 처리되는 조직이기 때문에 통일관련 연대단취에서 좀 더 빠른 집행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한편 4.27 판문점 선언이후 정세에 대한 교육 요구는 많았으나 정세 교육자료들이 시의성이 떨어져 활용하기 힘든 상황이 많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의 시의성, 도달성 등을 고려하여 일상적 교육활동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제기이다.

현장에서 할 수 있는 대중적 행동전이 결합되는 사업기획에 대한 요구도 높았다.
판문점 선언에 군축에 대한 약속이 있으나 이를 위반하고 있는 사드에 대한 투쟁을 잘 하지 못한 점에 대한 반성도 있었다.

미국전쟁반대노조협의회와 두 차례 교류를 통해 ‘남북 인민이 한반도 평화의 조건을 결정할 권리를 미국 노동자들이 지지한다’는 메시지가 부각되었던 점은 연대사업의 좋은 사례로 평가되었다.

▲ 8월 11일 상암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 축구대회에서 응원하고 있는 서포터즈[사진 : 노동과 세계]

2) 노동자 자주통일운동의 과제

(1) 노동자 자주통일역량 강화

민주노총은 모든 사업에서 역량강화에 더욱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과거 6.15시대에도 엄청난 남북노동자 교류 사업이 있었고, 통일위원회는 그 어느 위원회보다도 활성화되어 있었다. 통일선봉대 운동도 풍미했다. 2000년대에는 민주노총 조합원만으로도 1만여 명이 넘는 8.15노동자 대회 행사를 치르곤 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 이후 노동자 자주통일역량이 얼마나 축적되고 강화되고 이어지고 있는지 평가해야할 대목이 많다. 수많은 사업과향사들이 진행되었지만 정작 노동자 자주통일역량은 얼마나 강화된 것인지 평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살펴보아야 한다.
이제 막 열리고 있는 “평화‧번영‧통일의 새시대”에 노동자가 주역으로 나서려면 단순히 행사와 이벤트를 치러내는 역량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시대를 선도하는 노동자 자주통일운동의 부대를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민주노총이 2015년 민중총궐기로 박근혜 정권의 몰락의 단초를 열었지만 정작 촛불혁명의 시기에는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주도권을 상실하고 말았다.
앞으로 진행될 평화‧번영‧통일의 한반도시대에도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운동은 노동자 자주통일역량강화를 모든 사업의 최우선의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2) 간부양성, 대중운동의 영역에서의 새로운 시도

자주통일정세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할수록 일은 많고 일손은 부족하다는 호소가 늘어나는 것 같다. 그런데 “천일양병 일일용병”이라는 말이 있듯이 평소에 노동자 자주통일 간부를 키워놓지 못했으니, 평화‧번영‧통일의 새시대라는 엄청난 정세변화 앞에서 간부와 일손이 부족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앞서 분석했듯이 평화‧번영‧통일의 새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앞으로 무조건 노동자 자주통일간부를 키우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가맹산하조직, 큰 규모의 단위노동조합에서 통일위원회체계가 안 서 있는 문제부터 풀어야 할 것 같다. 노동자 자주통일사업에 대한 지도집행력, 전국적 네트워킹이 완성되어야 한다.

자주통일 교육사업, 강사진 구성, 양성사업에서 미진했다는 평가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 결국 간부양성은 교육을 통해서 진행되는데, 사업을 많이 벌이는 것 보다 간부양성교육이 내실있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대중운동 영역에서 2017년에 진행한 강제징용노동자상 같은 사업이 모범적이라고 평가 받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중앙에서 큰 판을 짜고 구체적인 집행은 각 가맹산하 조직이 자신의 능력과 조건에 맞게 자발적으로 진행했다. 이런 유형의 사업들이 더욱 많이 펼쳐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4.3 노동자 대회도 몇 년간의 경험을 축적하여 2018년부터 가맹산하 조직에서 책임지고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도 중요한 성과이다. 이런 발전 속에서 가맹산하 단위에서 4.3강사단, 안내원 요구가 높아지는 것을 수요에 맞게 예측력 있게 보장하는 역할이 중앙의 역할이라고 판단된다.

평화‧번영‧통일의 한반도시대에 걸맞은 대중운동을 다양하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올해는 때를 놓쳤지만 하반기에 잘 준비해서 2019년 단체협약에 4.27판문점 선언 이행조항을 새로 체결하는 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회공헌기금에 4.27판문점 선언 이행항목을 포함시킬 수도 있다. 이런 큰 틀을 제시하면, 가맹산하 각 노동조합에서 매우 창발적이고 역동적인 임단협 체결운동, 4.27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현장운동의 모델이 창조될 것으로 믿는다.

(3) 촛불혁명 완성과 평화번영통일을 위한 노동계급의 역할

앞으로 노동운동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정치적 판단을 수반하는 상황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의 대상으로서의 자본자계급과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은 평화번영, 통일의 길에서 손을 잡아야 하는 복잡한 형국이 도래하고 있다.
노동존중, 노동기본권 보장에서 우유부단한 문재인 정권에 한편으로 저항하고 비판하면서도 평화번영, 통일의 길에서는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정황들이 많이 발생한다.
함께 손잡고 나가야 할 통일의 길에 정작 정권차원의 자주통일진영에 대한 배제가 진행되기도 한다.
앞으로 경제, 사회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고 전면화될 경우 여기에서 노동의 입지가 과연 더 보장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도 예견된다.

이런 문제들에게 대해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은 전략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단순히 계급적, 계층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자주와 통일의 길에서 각계민중이 하나로 뭉치는 길, 진보와 보수가 하나로 뭉치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 민주노총은 확고한 전략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민주노총이 이 땅 노동계급의 가장 주되는 착취자가 미 제국에 있다는 점을 확고하게 인식하고 내부적으로 인식상의 통일을 이루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과거와 달리 이 점에 대한 통일성은 높다. 97년 IMF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공황, 신자유주의 폐해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동침략전쟁을 함께 목격하고 함께 저항했으며, 한반도 전쟁위험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노동기본권도, 경제주권과 경제민주화도, 항구적 평화체제와 자주통일도 결국 이 땅에서는 미 제국을 몰아내고 민족이 하나되는 길에 달려있다는 점만 분명하게 하면 나머지 문제에서 차이란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 인식상의 통일에 기반해서 이 땅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을 크게 단결시키고 더 큰 세상의 주역으로 나서야 한다.

김장호 기자  jangkim21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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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올레길'부터 한반도 8대 광역권까지

[인터뷰] <서울...평양...스마트시티> 저자 민경태
2018.10.13 11:43:24
 

 

 

 

개성공단 같은 경제특구를 20여개 만드는 것이 남한과 북한의 경제협력의 최종 목표일까?

<서울...평양...스마트시티>(민경태 지음, 미래의 창 펴냄)의 저자 민경태 여시재 연구팀장(북한학 박사)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과거 개성공단 방식을 넘어선 새로운 남북 경협을 제안한다.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하고 남한의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되살리는 방식의 개성공단 모델은 우수한 남북한 사례였다. 하지만 이런 협력방식은 초기 단계의 모델로 시대적 한계가 분명하다. 중국에서 벌써 스마트 팩토리(제조공정이 자동화, 지능화된 공장)가 도입되고 있는데, 북한의 임금 경쟁력에만 의존한 협력에서 한반도의 성장 동력을 찾을 수는 없다. 4차산업, 지식기반 네트워크 경제에 걸 맞는 새로운 방식의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 스마트시티 건설이 효율적인 이유 5가지 
 

▲ 민경태 여시재 연구팀장 ⓒ프레시안(전홍기혜)

민경태 팀장은 북한에 스마트시티를 건설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북한에 첨단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이유를 5가지 들었다. 

"첫째, 첨단 인프라 구축의 효용 가치가 높다. 통신을 예로 들어 보면, 북한의 통신망은 현재 2G인데, 바로 5G로 갈 수 있다. 남한은 기술을 갖고 있지만, 4G에 투자한 것을 뽑아내야 하니까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고 있다. 

둘째, 신속하고 효율적인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 북한에서는 첨단기술을 적용하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시험해볼 수 있는 신도시 개발이 용이하다. 반면 남한의 신도시 개발에는 엄청난 비용과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각종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셋째, 토지 보상이나 건설비용이 적게 든다. 북한에는 사유재산권이 없으므로 토지 수용 문제나 보상에 대한 부담이 남한에 비해 현저히 적거나 없다. 또 자연에서 채취하는 골재나 자원이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비용도 남한과 다르다. 

넷째, 이상적 도시 모델을 구현해 볼 수 있다. 남한은 비싼 값으로 토지를 수용했으니 개발이익을 환수하려면 고층 아파트를 지어서 분양해야만 한다. 아무리 이상적인 기술이나 디자인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단기간 안에 사업성이 확보된다는 보장이 없으면 막대한 비용을 투자받기 어렵다.  

다섯째, 시장과 산업 기득권의 저항이 없다. 남한의 경우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거나 서비스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존 기술과 경쟁을 거쳐야만 한다. 기존에 투자한 기업들이 일정기간 수익을 올리려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면서 신기술 도입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시장과 산업 기득권의 저항이 아직은 미약하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북한이 스마트시티의 테스트 베드(test bed) 역할을 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북한은 불가역적 경로로 들어섰다...'퍼주기'가 아닌 투자다 
 

▲ <서울...평양...스마트시티>, 민경태 저, 미래의창 펴냄

그는 북한 내부에 충분히 이런 파격적인 변화를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밥에 고깃국을 먹게 해주겠다"던 '김일성-김정일의 북한'과 스위스 유학파 출신인 '김정은의 북한'은 다르다. 

"김정은 위원장은 선진 사례에 대해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과학기술에 기반한 도약적 성장, 베트남이나 중국을 뛰어넘는 성장을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도 북한의 벤치마킹 모델로 싱가포르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싱가포르는 영미중심의 서구사회와 다르게 중앙집권적인 정치시스템을 유지한 채 경제적인 발전을 이룩한 국가다. 김 위원장은 원산항을 싱가포르처럼 만들려고 하고 있다."

민 팀장은 또 문재인 정부 들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정치적 협상 과정을 통해 북한이 불가역적인 방향으로 돌아섰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평양을 방문해 능라도 경기장에서 평양시민 15만 명을 관중으로 한 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핵을 한반도에서 버리고 남북한이 평화공존체제로 가자고 했고, 관중들로부터 엄청난 박수를 받았다. 다시 회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은 그동안 외세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핵개발을 시도했고, 이를 완성하면 경제발전을 하겠다고 주민들에게 얘기해왔다. 그런데 김정은 체제 들어 핵무기 개발 완성을 선언했고, 이제는 한반도 비핵화를 얘기하는 상황이다. 북한 주민들은 이제 잘사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밖에 없고, 김정은 입장에서는 하루 빨리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경제적으로 여전히 힘들면 그만큼 정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인 차원에서도 경제 발전에 대한 분명한 요구가 있다." 

북한의 경제개발에 남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경제 제재도 풀리고 북한이 개방됐을 때 해외자본이 몰려들 수도 있는데, 그때 남한 정부가 경제개발정책을 좌우하는 콘트롤 타워로서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남한이 해외자본과 경쟁하는 '원 오브 뎀'이 될 경우, 자칫 경험이 부족한 북한이 해외자본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항만, 공항, 철도, 통신 등 기간산업을 투기성 성격이 강한 해외자본에 넘기거나 무분별한 난개발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남한의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남북간의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남북 화해.협력 기조를 남한 쪽에서 정권의 성격과 무관하게 유지해나가는 게 필요하다.  

"과거 패러다임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 '퍼주기'가 아니라 남한의 미래에 대한 투자다. 남북한의 연결이 아니다. 단절됐던 유라시아 대륙과 남한이 연결되는 것이다. 남북한이 철도로 연결되면 섬나라 같았던 남한이 드디어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접점, 교두보로 탈바꿈할 수 있다. 동남아시아와 일본이 목포와 부산으로 들어와 서울, 평양을 거쳐 북경, 모스크바까지 갈 수 있다. 우리가 유라시아 대륙경제에 접속되는 지리경제학적 대전환이다. 

남한은 이대로 가면 열강에 끼어 있는 분단된 작은 나라로 경제성장의 정점을 찍고 퇴보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경제성장률도 저하되고 있고 새로운 대안을 못 찾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라는 파트너가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한반도를 8대의 광역경제권으로 묶는 개발을 제안한다. 

"단일 대도시가 무한정 확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도시는 산업혁명으로 태어난 시스템이다. 하지만 도시가 무한정 확대되다 보니, 과밀화로 인한 환경오염, 교통, 주택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대안으로 중소도시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생각이다. 경제개발과 소유, 그에 따른 이익 창출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이전에는 소유가 이익을 만들고 가져가는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꼭 소유하지 않아도 소통, 공유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래서 경제적인 개발과 협력의 개념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또 한반도는 앞서 말한 것처럼 대륙과 해안을 연결하는 거점이다. 그런 점에서 광역 경제권은 해안이나 강변을 따라 벨트 형태로 설계하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서울과 평양을 연결하는 메가 수도권과 그중에서도 서울-인천-해주-개성의 삼각벨트는 남북한 경제협력의 핵심 지역이 될 것이다. 지금은 군사적 대치 지역이지만, 강화도, 교동도, 한강하구의 철조망을 걷어내고 이 지역을 다리로 연결하고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상상해보자. 중국의 홍콩, 심천, 광저우, 마카오를 아우르는 국제자율경제권역이 발전하는 것처럼 이 지역도 동북아시아의 핵심적인 경제권역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지 않을까."

 

 

▲ 한반도 8대 광역경제권 구상 ⓒ민경태


한반도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이익을 공유하는 장이 될 수도 있다

그는 궁극적으로 경제적 협력이 곧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가져올 수 있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과정에서 키를 쥐고 있는 남한의 역할이 중요하며, 일부 정치세력들이 단기적인 이익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이 문제에 대해 접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특사를 보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원산 카지노 개발을 요청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친구인 카지노 재벌이 북한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만나는 접점으로서 한반도가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맞물려서 서로 이익을 공유하는 지리적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면, 한반도의 평화는 상호 이익을 위해 유지되어야 하는 문제가 된다. 

지금 가장 희망적인 무드가 펼쳐지고 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전쟁의 위험이 실제로 있었고, 평화체제로 전환은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냈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에서 잘하고 있지만, 정말 절박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전쟁의 위험이 실제로 존재했기 때문에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 내부에서 목소리가 통일될 필요가 있다.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좀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민족 공동체를 위한 길이 무엇인가 고민했으면 한다."

 

 

민 팀장은 마지막으로 이 책을 김정은 위원장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리고 평양을 첨단산업과 동시에 역사가 공존하는 도시로 재개발하자고 제안한다. 사회주의 역사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도시로 재개발해 '평양 올레길'을 만들면 그 자체가 중요한 교육이자 관광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구상이다. 그는 또 하나 개인적인 바람으로 이런 평양의 재개발에 참여해 보고 싶다는 기대를 밝혔다.   

 

▲ 민경태 팀장이 구상한 평양 올레길 ⓒ민경태

 

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도 계획에 맞춰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아이 덕분에 무계획적인 삶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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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위한 중심이론’ 삼균주의와 신민족주의

국학연.민족주의포럼 국학강좌(9) 정영훈 ‘국학과 정치’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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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3  22: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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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중심적 세계관에 기초해 통일과제에 접근한 중도우파”

   
▲ 정영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9월 20일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2018 국학 월례강좌’ 제9강 ‘국학과 정치’ 발표자로 나서 ‘삼균주의와 신민족주의’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좌우의 대립을 극복하고 통일전선과 좌우합작, 남북협상을 통한 통일국가 건설, 이런 과제를 가지고 움직여왔던, 분투해왔던 일련의 민족운동 흐름, 그게 제가 말하고자하는 통일민족주의다.”

정영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격동의 근현대사 속에서 “통일을 위한 중심이론”을 모색해온 대표적 인물로 조소앙(趙素昻, 1887.4.30.~1958.9.10.)과 안재홍(安在鴻, 1891.12.30~1965.3.1)을 꼽고 그들이 제기한 삼균주의와 신민족주의를 조명했다.

정영훈 교수는 지난달 20일 오후 7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430호에서 열린 ‘2018 국학 월례강좌’ 제9강 ‘국학과 정치’ 발표자로 나서 ‘삼균주의와 신민족주의’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가 숱한 정치인과 정치이론들 중에서도 이들을 꼽은 이유는 “나름대로 세계관적 구성과 정책적 대안까지 제시했던 이론으로 발전했던 것은 신민족주의와 삼균주의가 대표적”이기 때문이라고.

특히 “그 중심이론은 자유주의나 사회주의나 외래의 이데올로기를 빌려서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우리의 현실과 전통에 입각해서 그 유산 속에서 지혜와 지침을 끌어낸 기초위에서 만들어진 이론이라야만 이 땅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고 또 통일이라고 하는 민족적 과제에 제대로 접근해갈 수 있다”고 판단의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민족중심적 세계관에 기초해서 통일과제에 접근한 그러한 이론가들 운동가들이 중도우파”라며 “민족적 소속이 가장 의미있고 궁극적인 정체성이라고 답하는 그러한 사상가들, 그러한 입장을 전개하는 노선, 그게 민족주의다”라고 규정했다.

나아가 “공동운명성이라는 개념이 민족주의 이론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며 “우리는 공동운명체로 태어났다 공동운명체로 살다 죽어야 한다. 누구는 슬픈데 누구는 기쁘고, 누구는 배부른데 누구는 배고프고 그런 공동체는 공동체가 아닌 거다. 그런 관점하에 이론을 발전시킨 게 신민족주의”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민족적 공동운명체론에 입각하여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장단점이 지양.종합된 초계급적-전민적 국가모델을 제시하면서, △정치세력들이 이데올로기를 넘어 타협하고 양보하는 동포애를 발휘함으로써 합작과 통일을 이루려 하였으며, △미.소 강대국이 주도하는 진영 일방에의 종속을 거부하고 민족적 차원에서 자주노선과 국제평화주의를 견지하였다는 특징을 보이며, △민족에 고유한 사상유산 속에서 통일국가 건설을 위한 기조원리를 찾아 그에 입각하여 이론을 구성했다고 요약했다.

조소앙의 단군민족주의, 삼균주의와 홍익인간

   
▲ 조소앙(1887.4.30.~1958.9.10.)과 안재홍(1891.12.30~1965.3.1) 선생. [자료사진 - 통일뉴스]

정영훈 교수는 먼저 “민족중심적 세계관에 기초해서 통일전선을 이루고 통일된 민족국가로 나아가고자 한 그러한 일련의 정치적 지향과 노선을 가진 그룹들, 이 그룹들한테서 나온 여러 가지 이데올로기 중에, 정치이론 중에 가장 체계성을 가지고 내용적으로 풍부한 컨텐츠를 가진 게 조소앙”이라며 “1917년 대동단결선언과 1919년 2월 초쯤에 나온 걸로 추정되는 무오독립선언(대한독립선언) 이 두 문건을 조소앙 선생이 기초했다”고 적시했다.

정 교수는 조소앙에 대해 “본래 젊은 시절부터 국수보존론이다”며 “국학의 기본 아이디어가 국수보존론이다. 민족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그 민족의 고유적인 정체성, 이것이 살아서 유지가 돼야 한다고 본다. 고유적인 정체성은 언어, 문화, 자기 역사의식 이런 거다”라고 ‘국수(國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역사에서 박은식, 신채호, 언어에서 주시경, 종교에서 대종교를 중광한 나철 등을 예시했다.

또한 조소앙의 핵심사상으로 “우리나라의 건국정신은 삼균제도의 역사적 근거를 두었으니 선민(先民)이 명명(明命)한 바 수미균평위(首尾均平位)하면 흥방보태평(興邦保泰平)하리라 하였다. 이는 사회 각층 각계급의 지력(智力)과 권력(權力)과 부력(富力)의 향유를 균평(均平)하게 하며 국가를 진흥하며 태평(太平)을 보유(保維)하라 함이니,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이화세계(理化世界)하자는 우리민족이 지킬 바 최고공리(最高公理)다”라는 <대한민국건국강령>을 들었다.

조소앙의 ‘수미균평위 흥방보태평’ 문구는 <신지비사>에 출전을 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신지비사(神誌秘詞)>는 현재 전해지지 않고 <삼국유사>와 <고려사> ‘김위제전’에 언급돼 있을 뿐이다. 신지는 단군시대에 문자를 주관하는 관직으로 사관(史官)에 해당한다.

그는 조소앙이 단군시대에서 끌어온 삼균주의와 ‘홍익인간 이화세계’를 ‘단군민족주의’라 명명하고 “단군의 자손이라는 의식이 보급이 되면서 신분을 뛰어넘고, 지역을 뛰어넘고, 또 중요하게 종교를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5.1경기장 대중연설에서 “우리는 5천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고 언급한 대목에 대해 “우리 모두의 정체성을 단군으로부터 시작된 어떤 존재로 규정하는 의식, 사상 관점 이게 단군민족주의”라고 평가하고, ‘백두산행’에도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는 “삼균주의는 균등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본다”며 “왜 사람들이 싸우냐? 갈등과 전쟁의 원인이 뭐냐? 불평등이 원인이다”고 짚고 “평화를 위해서, 통합을 위해서는 균등, 평등을 제1원리로 해 가지고 사회를 조직하고 국가를 조직해야 한다고 보는 거다”라고 해석했다. ‘정치, 경제, 교육 세 방면에서의 균등’을 제시했다는 것.

또한 ‘홍익인간’의 ‘홍(弘)’ 자를 ‘크다’는 사전적 뜻보다 ‘넓다’는 뜻으로 해석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고 풀이함으로써 “홍익인간을 평등으로 봤다”고 제시했다. 건국이념, “국가공동체를 무엇을 위해 운영할 거냐에 대한 규정을 담고있는 명제”를 바로 홍익인간, 평등으로 봤다는 것.

나아가 그는 “굳이 정치, 경제, 교육의 세 방면에서 균등해야 할 근거가 고유의 건국정신, 고유의 사상 속에 있어야 된다”며 “제 추측으로는 대종교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고 논지를 폈다. 대종교의 삼일신(三一神) 사상은 조화주, 치화주, 교화주가 한 하느님이라는 고유사상이라는 것.

안재홍의 신민족주의, “우리 고유의 정치철학서 끄집어내”

   
▲ 정영훈 교수는 조소앙의 삼균주의와 안재홍의 신민족주의를 우리 고유의 정치철학에 바탕한 통일민족주의로 자리매김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영훈 교수는 “안재홍은 고유의 정치철학으로부터 자기의 신민족주의를 끄집어냈다”며 “우리의 고유한 셈말 하나 둘, 셋... 이 고유의 셈말이 확대돼 가는 과정이 고대 한국인들의 세계관이 확자돼 가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정치적 식견이 확장되는 과정을 반영한다”고 소개했다.

“맨 먼저 생각한 것이 하늘” 하나이고, “그 다음에 고대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이 땅이고 들, 둘이다. 하늘과 땅 사이의 존재 씨앗이, 셋이다. 씨앗은 싹이 나야하고 나엇(출생), 넷이고, 다섯의 어원인 ‘다사리’에서 ‘다사리 사상’이 나왔다. 다사리는 다 같이 살리는 것으로 ‘홍익인간.접화군생.재세이화’ 이념으로 표현되었고, 화백제도나 제가평의회 같은 고대제도 속에 구현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는 “‘다사리’이념은 국민주권의 민주정치와 함께, 특정계급이나 개인의 독재나 독점을 거부하고 구성원 모두가 평등하게 자유와 복지를 누리는 사회상을 지향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참 기발하다. 천재라고 본다”며 “우리 고유한 정치철학의 이론에 입각해 가지고 만들어낸 이론이 신민족주의 이론이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좀더 객관적으로 타당성을 갖는 이론이 되기 위해서는 고대어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해야 한다”며 “이분이 아까운 건, 납북이 돼서 학문 사상이 좀더 발전될 시간 기회를 상실한 것”이라고 미진함과 아쉬움을 지적했다.

그는 “왜 새로운 민족주의냐”고 반문하고 “그 이전의 민족주의는 평등이니, 이론적으로 좀 덜 성숙한 민족주의였지만 자기가 전개한 이론이 통일과 평화를 위한 제대로 된 민족주의 이론으로 자처했기 때문에 신민족주의라고 자기의 정치이론에 대해서 설명했다”고 밝혔다.

안재홍은 대표적 논문 <신민족주의와 신민주주의>에서 “진리는 영원히 묵었고 또 새롭다. 오인은 이제 새로운 사회과학의 칼로 고조선의 문화의 진망(陳莽)을 헤치고 구원한 생명을 담고있는 선민창생의 생활철학을 뒤져내어 새시대 창건의 지침으로 삼고자 한다.”, “(신민족주의는) 고대이래의 조국고유 민족자발의 민족주의.국민주의.민주주의의 제이념과 꼭 합치... 다만 그것을 현대적 의의에 발전시킨 것”이라고 선언했다.

안재홍은 위당 정인보와 함께 다산 정약용의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를 교열 간행하는가 하면, <조선통사>를 저술하고 조선학운동의 과제로 “민족으로 세계에, 세계로 민족에, 교호되고 조합되는 민족적 국제주의―국제적 민족주의를 형성”하자는 자신의 호인 민세에서 명명한 ‘민세주의’(民世主義)를 제창했다.

그는 “1945년 9월에 조직된 국민당의 기본 이데올로기가, 지도이론이 바로 신민족주의”라며 “안재홍 선생이 만든 국민당은 정권을 잡기위한 목적으로 세운당이 아니고 국민을 계몽하고, 정치교양을 도모하기 위해서. 그리고 민족적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서 만든 당”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재홍이 조선정치철학에서 강조하는 또하나의 지점은 개합회통론이었다”며 “신민족주의가 추구하는 초당파적 타협.합작노선과 조선의 객관적 사회정세에 맞는 주체적이고 점진적인 해결자세를 옹호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냉전체제의 심화 과정에서 안재홍의 신민족주의와 신민주주의 역시 설 자리를 잃었고, 한국전쟁 시기 납북됨으로써 분단 속에 망각된 인물이 되고 말았다.

“남북 어디에서도 통일민족주의는 환영받지 못했다”

   
▲ 정영훈 교수는 최근 남북관계 개선 등을 예시하며 “통일민족주의는 다시 복권의 길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그는 “냉전체제가 한반도에 자리잡으면서... 그 과정에 통일을 주창했던 통일민족주의는 해체돼 버렸다”며 “남쪽과 북쪽 어디에서도 통일민족주의는 환영받지 못했다. 가장 큰 피해자가 됐다”고 진단했다. 한국전쟁 당시 중도파 민족주의자들이 많이 납북됐고, 대종교인들이 많았다는 것.

특히 “통일민족주의가 박해받고 퇴장당했을 때 이분들이 주창했던, 이분들이 찾아냈던 고유의 철학과 사상, 지혜들 역시 같이 구축된 거다”며 “국가보다 민족이 중요하다. 실제로 한국민족주의의 전통은 민족이 먼저”라고 ‘민족’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9월 평양선언도 하고 한반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우리 내부의 냉전체제를 몰아내고 냉전에 억압됐던 여러 가지가 다시 복권되는 그런 국면으로 아마 전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특히 통일민족주의는 다시 복권의 길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통일민족주의와 중요하게 관심을 갖고 연구했던 국학연구 성과들과 또 아직 연구되지 않은 어떤 것들이 관심의 대상이 돼야 되지 않겠느냐”며 “그 안에 어떤 지혜를 찾을 수가 있고, 또 우리의 남과 북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도 여러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공통의 정체성의 씨앗과 공통분모들이 찾아질 수 있을 게 아닌가”라는 바람을 전했다.

국학연구소와 21세기민족주의포럼이 주최하고 <통일뉴스>가 후원하는 ‘2018 국학 월례강좌’ 10강은 ‘동학 국학과 민족통일’을 주제로 오는 18일 오후 7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430호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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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동맹군 공격강화위해 대규모 수단인 고용병 예멘증파

사우디 예멘후데이다흐에 대규모 수단인 고용병증파
 
번역, 기사 이용섭 기자 
기사입력: 2018/10/14 [06:30]  최종편집: ⓒ 자주시보
 
 

사우디 동맹군 공격강화위해 대규모 수단인 고용병증파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전히 예멘의 안사룰라 전사들과 예멘 인민위원회의 인민군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준동을 하고 있다. 특히 그들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여러 나라들로부터 고용병들을 모집하여 예멘전에 대대적으로 투입을 하고 있다.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와 같은 침략적 행동에 아랍에키레이트연합(UAE) 역시 적극적으로 협력을 하고 있다.

 

아래 레바논의 알 마스다르 소식지를 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 서부 전략적 항구도시인 후데이다흐를 완전히 점령하기 위해 수단군들을 대규모로 예멘에 투입하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알 마스다르는 “사우디 동맹군 공격강화위해 대규모 수단인 고용병들 증파”라는 제목으로 관련 사실을 보도하였다.

 

계속해서 알 마스다르는 “사우디 동맹군은 지난 주말 대규모 수단군들(고용병들)을 후데이다흐로 증파하였다고 일요일(10월 7일)에 그 집단들이 발표하였다.”고 하여 사우디아라비아가 그 동맹군들인 수단군들을 대규모로 예멘에 투입하였음을 보도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도착한 수단군인들의 목표(적)는 후티군들의 통제아래 남아있는 영토들을 완전하게 점령(원문-탈환, 해방)하기 위해 이미 배치되어 있는 군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사우디 동맹군들이 일요일에 말하였다. 사우디 동맹군들은 현재 여러 달째 예멘 서부의 전략적인 호데이다흐 항구를 점령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후티군들의 방어벽을 뚫을 수 없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본지에서 관련 사실을 전하였다.

 

마지막으로 알 마스다르는 “티군들이 호데이다흐 항구는 사우디 동맹군들에게 빼앗기게 된다면 그들은 영원히 육지, 바다 공중 등이 포위 속에 빠져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하여 후데이다흐 항구도시가 예멘을 지키려는 예멘군(후티군)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전략적 지역인지에 대해 보도하였다. 

 

후데이다흐 항구도시가 예멘군들에게 그토록 중요한 핵심 전략지역면 반대로 사우디아라비아와 그 동맹군들 그릐고 그를 뒤에서 뒷받침하고 있는 서방제국주의연합세력들에게도 똑같이 중요한 지역아 이날 수가 없다. 즉 후데이다흐 항구도시를 점령하지 못하면 자신들의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에 사우디아라비아가 그 괴뢰동맹군들이 수단군들을 대규모로 예멘 서부 항구도시인 후데이다흐시로 투입을 한 것이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그 동맹군들이 아무리 발악을 하며 준동을 해도 예멘군들과 예멘인민군대들은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자신들의 모든 것을 바치고 있기에 예멘 전영토를 점령하기는커녕 후데이다흥 항구도시마저도 완전하게 점령하는데 실패를 할 것이다. 

 

어제 보도들을 보면 유엔 차원에서 예멘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폭격을 하지 말 것을 사우디아라비아에 경고를 하였다고 한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유엔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멘에 대한 침략적인 공격을 계속 할 것이라고 주장을 하였다.

 

서방제국주의연합세력들의 괴뢰가 되어 중동에서 패권국가가 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 운명은 그다지 전망이 밝지 못하다고 본다. 그 징후들이 이미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재정적자로 인해 사우디 재정파탄 위기, 몇 일전 사우디왕가를 비판했다고 하여 자국의 언론인(기자)을 뛰르끼에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를 하는 등의 범죄적인 행위들로 사우디를 지원하고 있는 서방제국주의연합세력들 일부 국가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등을 돌려대고 있다고 보도들은 전하고 있다. 동시에 그 나라들은 사우디 언론인 살해에 대해 강력히 비난을 하고 있다.

 

이처럼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리아전과 예멘전에 서방제국주의연합세력들의 꼭두각시가 되어 참전하여 테러분자들과 반군세력들이 유지할 수 있는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무기 및 무장장비 그리고 의약품과 식량 등을 공급하고 있다. 그로인하여 사우디아라비아는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이러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가 결코 밝다고 볼 수가 없다.

 

이제 조금 더 지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더욱더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관점에서 수리아전과 예멘전을 주시해보는 것도 우리민족에게 있어서 반면교사,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 번역문 전문 -----

 

사우디 동맹군 공격강화위해 대규모 수단인 고용병들 증파

 

레이쓰 아보우까델 - 2018년 10월 8일

 

▲ 2015 년 8 월 3 일 월요일에 찍은 이 사진은, 후티로 알려진 시아파 반군에 대항하는 전투원들이 예멘 라헤즈 남부 지방의 아덴 근처 알 - 아나드 기지로가는 길에 모여 있는 장면이다. 알 - 아나드 기지를 점령 한 것은 망명객인 아베(브)드 라보(라브브흐) 만수르 하디 전 예멘 대통령을 위한 동맹군들과의 전투에서 후티의 권익을 되찾기 위한 전쟁에서 중요한 승리였다.     © 자주시보

 

레바논, 베이루트 (오전 3시 50분) - 사우디 동맹군은 지난 주말 대규모 수단군들(고용병들)을 후데이다흐로 증파하였다고 일요일(10월 7일)에 그 집단들이 발표하였다.

 

“도착한 수단군인들의 목표(적)은 후티군들의 통제아래 남아있는 영토들을 완전하게 점령(원문-탈환, 해방)하기 위해 이미 배치되어 있는 군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사우디 동맹군들이 일요일에 말하였다. 사우디 동맹군들은 현재 여러 달째 예멘 서부의 전략적인 호데이다흐 항구를 점령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후티군들의 방어벽을 뚫을 수 없다.

 

후티군들이 호데이다흐 항구는 사우디 동맹군들에게 빼앗기게 된다면 그들은 영원히 육지, 바다 공중 등이 포위 속에 빠져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사진 설명문

2015 년 8 월 3 일 월요일에 찍은 이 사진은, 후티로 알려진 시아파 반군에 대항하는 전투원들이 예멘 라헤즈 남부 지방의 아덴 근처 알 - 아나드 기지로가는 길에 모여 있는 장면이다. 알 - 아나드 기지를 점령 한 것은 망명객인 아베(브)드 라보(라브브흐) 만수르 하디 전 예멘 대통령을 위한 동맹군들과의 전투에서 후티의 권익을 되찾기 위한 전쟁에서 중요한 승리였다.

 

 

----- 원문 전문 -----

 

Saudi Coalition sends Sudanese reinforcements to Hodeidah to intensify offensive

 

By Leith Aboufadel - 2018-10-08

 

▲ 2015 년 8 월 3 일 월요일에 찍은 이 사진은, 후티로 알려진 시아파 반군에 대항하는 전투원들이 예멘 라헤즈 남부 지방의 아덴 근처 알 - 아나드 기지로가는 길에 모여 있는 장면이다. 알 - 아나드 기지를 점령 한 것은 망명객인 아베(브)드 라보(라브브흐) 만수르 하디 전 예멘 대통령을 위한 동맹군들과의 전투에서 후티의 권익을 되찾기 위한 전쟁에서 중요한 승리였다.     ©자주시보

 

BEIRUT, LEBANON (3:50 A.M.) – The Saudi Coalition sent a large number of reinforcements from the Sudanese Army to the Hodeidah front this past weekend, the group announced on Sunday.

 

“The aim of the arrived Sudanese servicemen will be to reinforce troops already deployed there in order to fully liberate the territories which remain under the Houthis’ control,” the Saudi Coalition stated on Sunday.The Saudi Coalition has been attempting to capture the strategic Hodeidah Port in western Yemen for several months now; however, they have been unable to penetrate the defenses of

 

Should the Houthis lose the Hodeidah Port to the Saudi Coalition, they will be effectively under a permanent land, sea, and air siege.

 

 사진 설명문

In this photo taken Monday, Aug. 3, 2015, fighters against Shiite rebels known as Houthis gather at the road leading to Al-Anad base near Aden in the southern province of Lahej, Yemen. The capture of the Al-Anad base was a significant victory for the forces allied to Yemen's exiled President Abed Rabbo Mansour Hadi in their battle to reverse the gains of Hou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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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지겹다고? 아직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다"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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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8/10/14 11:40
  • 수정일
    2018/10/14 11:4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현장] 4.16연대, 전면 재수사 촉구 국민대회... 2기 특조위까지 행진해 10만인 서명 전달

18.10.13 19:23l최종 업데이트 18.10.13 19:55l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가 13일 오후 서울 소공로 포스트타워 앞에서 장완익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 위원장에게 세월호 참사 전면 재조사 재수사를 촉구하는 시민 10만여 명의 서명지를 전달하고 있다.
▲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가 13일 오후 서울 소공로 포스트타워 앞에서 장완익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 위원장에게 세월호 참사 전면 재조사 재수사를 촉구하는 시민 10만여 명의 서명지를 전달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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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아직도 할 게 뭐가 남아 있느냐는 질문도 있지만 그분들에게 묻고 싶다, 밝혀진 게 뭐가 있느냐고. 세월호 문제는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에서 일어난 그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들 안전의 문제이며 아이들 생명의 문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결국 가장 중요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국민과 유가족들이 그 무엇보다 알고자 하는 것이고 우리 특조위에 대한 요구라고 생각한다."(문호승 2기 특조위 세월호참사진상규명 소위원장)

13일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시민 10만488명의 서명용지를 무겁게 받아든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장완익, 아래 2기 특조위)의 다짐이다.

2기 특조위에 세월호 전면 재조사 촉구 10만인 서명지 전달

 

장완익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기 특조위가 있는 소공로 포스트타워 앞까지 행진해온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 앞에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리고 10여 개의 상자에 담긴 서명 용지를 들고 온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공을 넘겨받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4년 6개월여가 지나도록 제대로 진상 규명조차 하지 못한 책임에 대한 사과이자 앞으로 철저한 조사를 다짐하는 약속이기도 했다.

1기 세월호 특조위가 지난 2016년 9월 박근혜 정부의 온갖 방해 끝에 별 성과 없이 해산되고, 2기 특조위가 오랜 여야 진통 끝에 지난 3월 공식 출범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사단법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아래 세월호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는 이날 오후 2시 광화문 4.16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전면 재조사∙재수사'를 촉구하는 국민대회를 열고 오는 12월 본격적인 조사를 앞둔 2기 특조위에 힘을 싣는 한편, 검찰에 세월호 참사 전담 특별 수사단 구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가 1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4.16광장에서 ‘세월호참사 전면 재조사?재수사 촉구 국민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가 1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4.16광장에서 ‘세월호참사 전면 재조사?재수사 촉구 국민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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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검찰에 세월호 전담 특별 수사단 구성 지시해야"

세월호 참사 단원고 희생자 예은 아빠인 유경근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이날 국민대회에서 "(검찰에) 세월호 참사 전담 특별 수사단이 필요한 이유는 박근혜 청와대와 국정원, 기무사를 전면적으로 파헤치고 수사하지 않으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낼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청와대가 검찰에 특별 수사단 구성을 지시하고 명령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검찰은 여전히 세월호 참사를 '해양교통사고'로 보고 있고, 시민과 유가족의 진상 규명 요구를 피해자가 떼쓰는 거라는 시각으로 보고 있어 박근혜 정부 때와 수사 결과가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면서 "청와대가 지시해서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꿰뚫고 왜 수사해야 하는지 아는 특별수사단을 구성해 국정원, 기무사 등 과거 권력기관을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1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4.16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전면 재조사?재수사 촉구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1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4.16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전면 재조사?재수사 촉구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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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가 1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4.16광장에서 ‘세월호참사 전면 재조사?재수사 촉구 국민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가 1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4.16광장에서 ‘세월호참사 전면 재조사?재수사 촉구 국민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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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유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의 목적은 조사와 수사 결과를 받아들고 우리 피해자들과 시민이 진실이 제대로 밝혀졌구나, 공감하고 납득하는 것"이라면서 "2기 특조위와 검찰, 청와대, 피해자와 시민들이 이번 기회에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각오로 함께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전국에서 모인 4.16연대 지역 조직 대표들과 시민 1000여 명(주최쪽 추산)은 이날 광화문 4.16광장에 모여 국민대회를 마친 뒤 2기 특조위가 입주한 소공로 포스트타워까지 30여 분에 걸쳐 행진했다. 청와대 앞길에서 번번이 경찰에 가로막혔던 박근혜 정부 때와 달리 이날 행진은 시종 평화로웠지만, 거리 시민들은 오랜만의 노란리본 행렬이 낯선 듯 보였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가 1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4.16광장에서 ‘세월호참사 전면 재조사?재수사 촉구 국민대회’를 마친 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가 있는 소공로 포스트타워까지 행진하고 있다.
▲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가 1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4.16광장에서 ‘세월호참사 전면 재조사?재수사 촉구 국민대회’를 마친 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가 있는 소공로 포스트타워까지 행진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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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에서 속한 세월호 가족들이 1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4.16광장에서 ‘세월호참사 전면 재조사?재수사 촉구 국민대회’를 마친 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가 있는 소공로 포스트타워까지 행진하고 있다.
▲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에서 속한 세월호 가족들이 1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4.16광장에서 ‘세월호참사 전면 재조사?재수사 촉구 국민대회’를 마친 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가 있는 소공로 포스트타워까지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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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진실 밝혀질 때까지 가슴에서 노란리본 뗄 수 없어"

권혁이 전교조 4.16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국민대회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4년이 훨씬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가슴에 노란리본을 달고 있어 물었더니 한 학생이 '안전하고 민주적인 사회가 되길 염원하면서 노란리본을 단다'고 답하더라"면서 "세월호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생명이 존중되는 안전한 사회가 될 때까지 우리 가슴에 단 노란리본을 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도 "(4년이 지났지만) 4.16연대는 전국에 지역 조직이 만들어지고 더 강화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일부 사람들은 4년 6개월이나 지났는데 이제 그만하자, 지겹다고 하지만 끝까지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책임자가 처벌될 때까지 우리는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1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4.16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전면 재조사?재수사 촉구 국민대회’에 참석한 세월호 가족들이 304명의 희생자를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  1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4.16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전면 재조사?재수사 촉구 국민대회’에 참석한 세월호 가족들이 304명의 희생자를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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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가족과 시민들이 13일 오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가 있는 서울 소공로 포스트타워 앞에서 세월호 참사 전면 재조사와 재수사를 촉구하는 염원을 담은 노란 끈을 매달고 있다.
▲  세월호 가족과 시민들이 13일 오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가 있는 서울 소공로 포스트타워 앞에서 세월호 참사 전면 재조사와 재수사를 촉구하는 염원을 담은 노란 끈을 매달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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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4.16연대와 세월호가족협의회에서 지난 9월 19일부터 10월 8일까지 진행한 '세월호참사 전면 재조사·재수사 촉구 국민선언'에는 개인 4529명과 국내·해외 단체 587곳이 참여했다.

국민선언 참가자들의 99.4%는 '세월호 참사 전면적인 재조사 강력한 재수사에 찬성한다'고 밝혔고, 이 가운데 46%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정확하게 규명된 것이 없다'고 보고 있었다. 이들은 앞으로 규명해야 할 문제로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 왜 침몰했는가?'(36.6%)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서는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19%), '박근혜 7시간, 청와대, 실소유주 논란 국정원, 기무사 문건 등 책임자를 밝혀 처벌해야 한다'(29.6%), '왜곡 보도 지시, 유가족 등 민간인 사찰, 인권침해, 안전사회를 위한 재발방지마련 등 기타 의견'(14.8%)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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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천덕꾸러기 해파리, 생태계 기초 식량 가능성

바다 천덕꾸러기 해파리, 생태계 기초 식량 가능성

조홍섭 2018. 10. 12
조회수 780 추천수 0
 
펭귄, 다랑어, 뱀장어, 해삼…다양한 포식자가 먹어
칼로리 낮지만 쉽게 잡고 소화 잘돼…’보릿고개’ 식량
 
GettyImages-474017168.jpg» 해파리를 잡아먹는 바다거북. 훨씬 다양한 동물이 해파리를 먹이로 삼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보름달물해파리만 잔뜩 걸린 그물을 끌어올리는 어민은 ‘바다는 비어가고 해파리가 그 자리를 채운다’고 한탄한다. 남획과 수질오염 등으로 물고기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해파리만 늘어가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런 비명이 터져 나오는 까닭은 해파리가 바다 생태계 먹이그물에서 사실상 ‘막다른 골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해파리는 몸의 95%가 물이다. 영양가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해파리만 먹고 사는 동물도 드물다. 해파리는 작은 물고기와 동물플랑크톤을 잡아먹지만 늘어난 해파리를 먹을 포식자는 거의 없다. 따라서 먹이그물은 순환을 멈추고 해파리만 끝없이 넘친다. 그런데 이런 통념이 깨지고 있다.
 
512.jpg» 서해안 어부의 그물에 잔뜩 걸린 해파리. 한겨레 자료 사진.
 
그래미 헤이스 오스트레일리아 디킨대 생태학자 등은 과학저널 ‘생태학 및 진화 경향’ 최근호에 실린 리뷰 논문에서 “먹이로서 해파리의 중요성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제까지 알려진 전문적인 해파리 포식자는 장수거북과 개복치다. 체중 450㎏인 장수거북은 하루에 해파리를 몸무게의 4분의 3인 330㎏이나 먹는다. 몸무게가 5000㎏에 이르는 대형 물고기인 개복치도 막대한 양의 해파리를 잡아먹는다. 이들의 덩치가 큰 이유는 두 가지다. 해파리의 칼로리가 워낙 작아 많은 양을 먹어야 한다. 물고기를 한 입 먹으면 될 것을 해파리로는 30입을 먹어야 한다. 또 해파리가 대번성하는 곳은 따로 있어서 그런 행운과 마주치기까지 장수거북은 6개월 이상 굶기도 한다.
 
그러나 최신 기술을 이용한 연구결과 이런 전문적인 포식자 말고도 해파리를 먹는 동물은 매우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식자 신체 조직의 동위원소와 배설물·위 내용물의 디엔에이 분석, 포식자에 소형 카메라를 달아 촬영하기 등을 동원한 연구결과이다.
 
예를 들어, 해파리를 우발적으로만 먹는 것으로 알려진 펭귄에 카메라를 매달아 촬영했더니 먹이의 42.4%가 해파리로 밝혀졌다. 대형 바닷새인 앨버트로스의 배설물 분석에서는 20%가 해파리였고, 유럽산 뱀장어의 위 내용물 디엔에이 분석에서는 놀랍게도 76%가 해파리에서 온 것이었다. 
 
또 죽은 해파리가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으면 해삼, 게, 새우 등 다양한 저서생물의 중요한 먹이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건이 맞는 곳에서 해파리는 엄청난 양으로 증식한다. 예컨대 유럽의 배럴해파리는 한 마리의 무게가 30㎏에 이르지만, 수십㎞ 해역에 걸쳐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해파리는 엄청난 양의 ‘아직 먹지 않은 먹이’ 자원인 셈이다.
 
jellyfish-1.jpg» 해파리를 먹는 다양한 포식자가 보고된 장소. 헤이스 외 (2018) ‘생태학과 진화 경향’ 제공.
 
해파리는 칼로리가 낮지만, 먹이로서의 이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양이 많고 어디에나 있으며 도망치지 않아 쉽게 잡을 수 있다. 게다가 소화가 잘되고, 영양가가 낮지만 대부분 수분인 갓 부분을 떼어내고 생식선 등 핵심 부위만 먹으면 에너지 밀도를 몇 배 높일 수 있다. 열량이 아닌 콜라젠 등 유용물질도 많이 들어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특성에 비춰 볼 때 해파리는 쉽사리 집단이 붕괴하는 물고기와 달리 해양생태계의 안정된 기초 먹이로서 기능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시 말해 영양가 낮은 다른 먹이가 사라진 어려운 시기에 해파리가 해양생태계를 살리는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cm08281070-2.jpg» 바다에서 가장 흔한 생물의 하나인 해파리는 먹이그물에서 알려진 것보다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연구자들은 “압도적으로 많은 증거로 볼 때 해파리를 먹이사슬의 막다른 골목으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해파리는 광범한 해양 포식자가 기회가 닿을 때마다 먹는 중요한 먹이이다”라고 논문에 적었다.
 
한편, 이처럼 해파리가 폭넓은 먹이가 된다면 해양동물이 해파리로 오인해 종종 섭취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생태계 영향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raeme C. Hays et al, A Paradigm Shift in the Trophic Importance of Jellyfish? Trends in Ecology & Evolutionhttps://doi.org/10.1016/j.tree.2018.09.00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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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노동자의 실종된 인권 “화장실은 허락받고 5분안에, 성희롱은 다반사”

12일,민주당 이용득 의원실 ‘콜센터노동자 국회 증언대회’ 개최

김도희 기자 doit@vop.co.kr
발행 2018-10-12 19:47:00
수정 2018-10-12 19:4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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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자료사진ⓒ뉴시스

고객에게 무조건 ‘친절’해야 하고, 무조건 ‘빠르게’ 요구를 받아줘야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전국의 콜센터에서 일하는 50만 명의 상담노동자들 이야기다.

이들은 회사로부터 매일 실시간 관리를 당해 화장실도 허락을 받아야 갈 수 있다. 하루 동안 주어진 휴식시간은 고작 30분. 물을 마시든, 화장실을 가든, 모든 것은 이 30분을 쪼개 해결해야 한다. 월경이라도 하는 여성 노동자에겐 너무나 불안정한 노동환경이다. 

회사가 저지른 사회적 문제에 분노한 고객에겐 “죄송하다” 고 대신 사과해야 했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폭언마저 묵묵히 인내해야 했다. 그동안 이들의 정신과 육체는 피폐해져 갔다.

12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 주최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콜센터노동자 국회 증언대회’가 열렸다.  

삼성전자서비스, 콘센트릭스서비스코리아(애플, 아이튠즈 관련 상담을 하는 애플케어 외주업체),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콜센터 서비스 전문 위탁업체), 다산콜센터 소속 상담 노동자들이 참석해 현장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폭로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업무 현장을 ‘노동문제 종합백화점’이라고 지칭했다. 

콜센터 노동자들
콜센터 노동자들ⓒ뉴시스

“사무실에 앉아 전화만 받으면 되는데 뭐가 힘드냐고요?” 

“1년 10개월을 근무한 동료는 입사 후 일을 하며 천식이 생겼습니다. 입사 전에는 없던 병입니다. 너무 힘들어 일을 못 할 지경이라 당일에 연차를 내려 하면 ‘지금 쉰다고 그게 나아?’라는 식의 언사를 들어야 했습니다.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까지는 생리휴가를 써본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회사는 진통제 먹고 참으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1~2알 먹던 진통제를 이제는 8알씩 먹는 동료도 있습니다. (중략) 어떤 사람은 말하더군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사무실에 앉아 전화만 받으면 되는데 뭐가 힘드냐고요.” 
(삼성전자서비스 콜센터 상담사 정은선 씨) 

다닥다닥 붙은 좁은 책상, 사이사이 세워져 있는 칸막이. 정은선 씨는 근무환경이 마치 ‘닭장’ 같다고 표현했다. 상담 노동자는 그 공간에서 하루에 적게는 70명, 많게는 180명과 통화를 했다. 쉬지 않고, 미동 없이 연달아 전화를 받아야 했다. 

원격서비스를 요청하는 고객이 야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내는 등 성희롱에 노출돼 있다고도 말했다. ‘뚱뚱하지 않은 사람, 30대가 넘지 않는 사람’으로 상담원을 연결해 달라는 고객의 억지스러운 요구까지 들어야 했다.  

정 씨는 “삼성이라면 우리나라 최고의 서비스를 하는 회사인데, 그만큼 서비스에 대해 앞서가는 회사라면 상담원에 대한 처우도 최고겠지 하는 생각으로 입사를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다닌 회사 중 상담원에 대한 처우나 인식이 최악이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준비해 온 증언 내용을 이야기하는 내내 차오르는 눈물을 삼켜냈다. 

“쉬지 않고 말하는 상담사에게 하루종일 30분 휴식은 터무니없는 시간입니다. 화장실 갈 때 승인 없이는 갈 수 없으며, 그마저도 5분으로 제한됩니다. 이를 노사협의회에서 이야기하자 ‘화장실을 승인받고 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전화가 많으니 나중에 가라고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우리 아내도 젊었을 때 은행 직원이었는데 방광염을 달고 살았다. 다들 그렇게 산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콘센트릭스서비스코리아 소속 애플케어 상담사 이혜진 씨) 

상담 노동자들은 고객과 약속한 시간에 전화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사측은 이들이 화장실을 가지 못하고 자리를 지키는 것에 대해 ‘고객과의 약속’을 위해 협조해야 하는 사항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씨는 고객 만족을 위해 화장실조차 자유롭게 갈 수 없는 현실을 토로했다. 그 과정에서 상담사 개개인의 인권은 점점 더 중요치 않은 것으로 치부되고 있었다.

매월 바뀌는 근무시간과 휴무 요일 등 스케줄도 문제였다.  

이 부위원장은 “9시부터 13시 30분까지 출근 시간 차이가 크다. 18시부터 22시 30분까지 퇴근 시간 차이도 크다”라며 “고객의 만족을 위해서라면 주말‧공휴일‧밤낮 없이 일하고 필요하면 추가 근무도 해야 한다. 휴무와 연차는 승인이 거절됐고, 노동자 의사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자료사진
자료사진ⓒ민중의소리

“대체로 1년 정도면 다 퇴사합니다” 

“저희 같은 회사를 보면 7천 명 규모인데, 한 달 퇴사 인원이 500명, 입사 인원이 500명입니다. 1년이 되면 대체로 다 퇴사해 전체 직원이 항상 바뀝니다. 회사는 상담사 다루기가 더 쉬워지겠죠. 회사는 채용할 때도 경력이 있는 상담사보단, 신입사원을 우선 채용합니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소속 노동자, 서비스연맹 전국콜센터노조 이윤선 위원장)

상담 노동자들은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삶에 대한 희망마저 잃고 있었다. 도시가스 관련 콜센터에서 일하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업무 중 실신한 노동자, LG유플러스 고객상담센터에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특성화고 여학생,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끝내 세상을 등진 LG유플러스 상담사까지.  

이 위원장은 콜센터 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콜센터 사건‧사고는 전화상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외부로 이슈화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에서 고객의 개인정보, 기업의 보안을 이유로 녹취한 상담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전화상담사들은 사건‧사고가 일어나도 입증이 거의 불가능해 참고 넘기기 일쑤다”라며 “우리가 뉴스 등을 통해 접하는 콜센터 사건‧사고는 아주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따르면, 회사는 노동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을 제한하고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이석 관리’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따르면, 회사는 노동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을 제한하고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이석 관리’를 한다.ⓒ이용득 의원실 제공
삼성전자서비스 상담자가 사측 관계자로부터 전달받은 감청 피드백 내용
삼성전자서비스 상담자가 사측 관계자로부터 전달받은 감청 피드백 내용ⓒ이용득 의원실 제공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따르면, 회사는 노동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을 제한하고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이석 관리’를 한다. 실적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고객과의 상담내용을 감청하는 실시간 모니터링까지 한다. 

한 상담사가 고객과 통화 뒤, 이를 감청한 사측 관리자로부터 받은 피드백 내용이 이날 공개됐다.

관리자는 ‘장점:적극적인 음성과 상담 태도’, ‘개선점:불편 공감 표현 없음’, ‘올바르지 않은 표현: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성함 말씀해주시겠습니까’라며 상담 노동자의 모든 것을 실시간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노동청에서 근로감독, 특별감독을 나오더라도 근본적 해결을 위해 상담사와 감독관의 직접 면담 시간이 꼭 필요하다”며 “법과 정책을 만드시는 분들이 콜센터에 대해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비상한 관심을 갖으셔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노동환경을 연구하시는 분들은 콜센터에 대해 종사 인원 조사를 비롯해 실상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조사와 연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다산콜센터지부 출범식
다산콜센터지부 출범식ⓒ양지웅 기자

‘노조’ 만든 후 노동환경 개선된 다산콜센터 노동자들 

증언대회에 참석한 상담 노동자들은 콜센터 현장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문제 제기하고, 자신의 권리를 정당히 주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노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이날 증언대회에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토로할 수 있었던 것은 “보호해줄 노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산콜센터는 노동자들이 앞장서 노조를 만들고 노동조건을 개선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 김효민 부지부장은 2012년 9월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다산콜센터 또한 휴식시간 미보장, 연차 사용제한, 실적압박, 실시간 모니터링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것들은 “노조가 생기면서 지금은 거의 다 사라졌다”는 것이 김 부지부장의 말이다. 

그는 다산콜센터에서 노조가 생긴 뒤 1시간마다 5분씩 휴식시간이 생겼고, 상담사 스스로 업무를 제어하며 일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김 부지부장은 “노조가 생긴 지 벌써 6년이 넘었다. 이제 ‘비정규직 철폐, 감정노동자 보호 대책 마련’은 우리 노조만이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사회적 이슈가 됐다”며 “ 노조 중심으로 단결해 전국 콜센터 노동자의 처우개선, 정규직화를 위해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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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간 미뤄온 숙제, ILO 핵심협약 비준하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10/13 09:52
  • 수정일
    2018/10/13 09:5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26년간 미뤄온 숙제, ILO 핵심협약 비준하라”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10/13 [01:07]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민주노총이 ILO 핵심협약 비준과 7대 입법과제의 연내 처리를 촉구했다. (사진 : 민중의소리)     © 편집국

 

민주노총은 12일 오전 10시 노사정대표자회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시 종로구 S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LO(국제노동기구)핵심협약 비준과 7대 입법과제의 연내 처리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ILO핵심협약 비준과 이를 위한 최소한의 입법은 지리한 협의를 넘어 신속한 집행이 당장의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경총대한상의 등 사용자단체와 정부의 사회적 책임과 결단을 촉구했다.

 

ILO핵심협약은 ILO가 채택한 189개 협약 중 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는 8개의 협약을 말한다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98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취업의 최저연령에 관한 협약(138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 철폐에 관한 협약(182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남녀노동자의 동등보수에 관한 협약(100고용 및 직업에 있어서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111)이 그것이다.

 

한국은 1992년 ILO에 가입했으면서도핵심협약 중 제879829105호 4개를 비준하지 않고 있다민주노총은 ILO 회원국 191개국 중 비준협약 수를 기준으로전체 협약 중에서는 118기본협약 중에서는 177위가 우리의 자리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민주노총은 7대 입법과제에 대한 조속한 처리도 요구했다.

 

7대 입법과제란 노조법 2조 개정을 통한 비정규직 노조 할 권리 보장 자격제한 없는 노조 할 권리 보장 노조 설립 신고제 복수노조 자율교섭 보장 전임자 임금 지급 자율교섭 공익사업범위·필수유지업무 축소 업무방해죄손배가압류 없는 파업권 보장 등이다.

 

지난 7월 20일 노동존중사회 실현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새로운 노사관계 법제도 및 관행 구축을 목표로 발족한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현재 7대 입법과제 중 4가지 과제를 10월 우선입법과제로 정하여 협의 중이다.

 

논의 중인 4대 과제는 노조설립신고제도 및 노조임원자격 개선방안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의 노조 가입범위 해고자실업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조 가입 노조전임자 급여지급금지 및 근로시간면제제도 등이다.

 

민주노총은 이 네 가지 과제는 그야말로 기본 중 기본이라며 사회적 합의도 이미 끝난 것들로 더 이상 미뤄져서도미뤄질 수도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민주노총은 나머지 과제들에 대해서도 즉각 논의에 돌입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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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기본 중에 기본인 노조 할 권리 전면보장

사용자단체와 정부의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

 

지금 이곳에서는 노사정대표자회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회의가 매주 열리고 있다지난 9월부터 ILO핵심협약 비준 관련 우선 입법과제가 한창 협의되고 있다우리는 ILO핵심협약 비준과 이를 위한 최소한의 입법은 지리한 협의를 넘어 신속한 집행이 당장의 과제라는 점을 강조한다이와 함께 경총대한상의 등 사용자단체와 정부의 사회적 책임과 결단을 촉구한다.

 

국제노동기구 ILO에는 총 189개 협약이 있다회원국은 모두 191개국이다비준협약 수를 기준으로전체 협약 중에서는 118기본협약 중에서는 177위가 우리의 자리다심지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는 탓에 통상마찰 발생마저 우려 될 정도라 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우리는 조속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한다또한 우리는 이와 직결돼 있는 입법과제의 연내 입법을 강하게 요구한다.

 

현재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는 7대 입법과제 중 4가지 과제를 10월 우선입법과제로 정하여 협의 중이다이 네 가지 과제는 그야말로 기본 중 기본이다사회적 합의도 이미 끝난 것들로 더 이상 미뤄져서도미뤄질 수도 없는 시대적 과제다그 중 특히 노동자임에도 노동자로 인정되지 못하고 있는 230만에 달하는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의 문제는 ILO는 물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지속적으로 개정을 권고해 온 내용이며고용노동부 산하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에서도 최근 조속한 입법을 권고하기도 한 사항이다경총대한상의 등 사용자단체가 계속하여 반대를 주장할 경우앞으로 투쟁의 타깃은 경총과 대한상의로 향할 것임을 경고한다.

 

우리는 지금 협의중인 네 가지 과제의 조속한 협의결과 도출에서 나아가 현재까지 11월 논의과제로 정립돼 있는 나머지 과제에 대해서도 즉각 논의에 돌입할 것을 촉구한다말뿐인 비정규직 철폐가 아니라 진짜 비정규직 철폐의 출발이 될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노조 할 권리 보장사용자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는 교섭창구 단일화강제제도 폐지와 복수노조 자율교섭 보장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을 제약해온 온갖 적폐를 걷어내는 논의를 차후로 미룰 문제가 아니다.

 

헌법은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1천만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원청의 계약해지 등의 협박에 시달리며 노조 할 권리 바깥에 있다이명박근혜 때 개악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제도를 악용한 노조파괴 공작이 더 이상 없어져야 한다그리고 파업권을 제약해 온 손배가압류업무방해죄필수공익사업 지정 등의 전면개혁도 시급하다우리는 현재 논의되는 4대 논의과제에서 나아가 민주노총에 요구한 연내 우선입법 7대 과제 전체가 바로 ILO핵심협약이 말하는 노조 할 권리 그 자체임을 강조한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이 참여하고 있는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라는 사회적 대화를 통한 협의결과가 국제사회에서 부끄럽지 않게 노동자 기본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온전히 부합하도록 지속하여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이에우리는 함께 노동자의 요구를 모아 외친다.

 

하나, 4대 우선입법과제 당장 실현하고, 7대 입법과제 즉각 논의하라!

하나촛불항쟁 시대정신이다노동적폐 청산하자!

하나조속한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노조 할 권리 보장하라!

 

2018년 10월 1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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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베를린 출신 오스카 수상 감독, 그가 보는 통일은?

[장벽 너머 사람들을 만나다 ⑥] 동독 출신의 프라이당크 영화감독

 

 

'독일 영화'는 한국에서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를린 영화제가 있지만, 한국에서 독일 영화를 대표하는 이름은 뉴 저먼 시네마의 기수인 빔 벤더스, 베르너 헤어조크 등의 몇몇 대가, 할리우드 감독이라 해야 할 롤랜드 에머리히 등 소수다.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독일 영화계란 곧 서독 영화인의 전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독 출신이 독일 영화계에서 설 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영화계뿐만이 아니다. 독일 사회에서 서독 출신의 엘리트 계층 독점 현상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베를린사회과학연구소가 2012년 발표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독일 엘리트층의 95%가 서독 출신이며, 동독 출신은 2.8%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상은 시간이 더 지나야, 즉 독일의 재통일 후 태어난 젊은 세대가 충분히 사회에 진입해야만 완화될 것이다.  
 
지난 달 12일 만난 요헨 알렉산더 프라이당크(Jochen Alexander Freydank, 1967년생) 감독은 예외적 사례다. 프라이당크 감독은 지난 2009년 <토이랜드(독일어 Spielzeugland)>로 아카데미 단편 영화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로 세계의 관심을 받은 프라이당크 감독은 지난 2014년 영화 <카프카의 굴>로 부산 국제 영화제를 찾기도 했다. 동서독 출신 지역을 넘어, 독일 영화인 중 이처럼 세계적으로 성공한 감독 자체가 많지 않다. 프라이당크 감독을통일 독일에서 두각을 나타낸 구 동독 출신의 대표적 인물이라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프라이당크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주제는 통일 후 동독, 정확히는 베를린의 변화와 동독인의 독일 주류 사회로의 진입 스토리다. 프라이당크 감독은 1967년 베를린 카를 마르크스 대로(Karl-Marx Allee) 부근에서 태어났다. 이곳은 '힙스터 천국' 베를린에서도 주목받는 클럽 문화의 중심지 중 하나인 프리드리히샤인(Friedrichshain) 부근이다. 한 때 동독 체제 선전용으로 기획한 거리가 지금은 세계 젊은이들을 불러 모으는 힙스터 거리로 변했다. 
 
프라이당크 감독이 현재 거주 중인 프렌츠라우어베르크(Prenzlauerberg) 또한 옛 힙스터 거리로 유명했다. 지금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완료돼 가난한 이는 찾아보기 힘든 비싼 지역이 됐지만 말이다. 프라이당크 감독과 프렌츠라우어베르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그의 어조로 각색해 정리했다.   
 

▲ 프라이당크 감독. 동독 출신으로 여러 벽을 뚫고 예술적 성취, 비평적 성취를 모두 얻어낸 감독이 되었다. ⓒ프라이당크 제공

영화감독을 꿈꾼 동베를린 청년 
 
전 1967년 9월, 동베를린 카를 마르크스 대로 부근에서 태어났습니다. 통일 후에는 여행의 자유가 주어졌으니 세계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봤죠. 하지만 항상 베를린이 제 생활의 중심이었습니다. 지금은 프렌츠라우어베르크 부근에서 생활하죠. 
 
전 아카데믹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베를린 자연사박물관에서 일하셨죠. 통일 이후 많은 동독 출신이 그랬듯, 서독에서 온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셔야 했지만요. 
 
가정 환경 덕분에 전 어릴 적부터 상대적으로 풍부한 문화적 세례를 받고 자랐죠. 연극을 좋아했습니다. 동독에서 영화는 체제 선전 도구로 활용되었습니다. 반면, 연극은 더 예술적 장르로서 자리 잡았죠. 그 덕분에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조금은 정치비판적인 연기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 영화에 빠져들었죠. 연극보다 더 콤팩트하고, 더 확장성도 좋았으니까요. 미학적 실험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동독 시절 저에게 영향을 준 작품요? <차가운 심장(Das Kalte Herz)>과 1980년대 동독 펑크 록 씬(Scene)을 다룬 다큐멘터리 <속삭이고 울부짖다(Flüstern und Schreien)>를 꼽겠습니다. 기본적으론 (한국의 AFKN과 같은) 주독 미군 방송 RIAS를 더 접했네요. 동베를린 젊은이들은 다 서독 방송이나 미군 방송을 시청했죠.  
 
영화감독의 꿈을 꾸었기에, 아비투어를 치른 후 동독 국영 방송 ARD의 어린이, 청소년 프로그램의 조연출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인민군에서 사진병으로서 18개월 간 복무했죠. 동독에서 징집을 거부할 수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징집을 거부하면 수감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동독에서 수감 생활을 한다는 건 죽으러간다는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징집을 피할 길이 없었죠. 더구나 징집을 거부한다는 건 (영화를 위한) 대학 진학을 포기한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전 기독교 신자였고, 그 때문에 무기를 드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안을 찾은 게 사진병입니다. 당시 저는 배우로서도 조금 활동했고, 영화계 일을 했기에 이 같은 대안을 겨우 찾을 수 있었죠.  
 

▲ 과거 동독 시절의 상징이었던 TV타워. 368m로 독일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이다. 동독 정부가 1969년 설립했다. TV 송신탑이지만, 체제 선전 목적이 있었다. 당시 기준으로 장벽 바로 인근에 세워졌다. 서독에서도 바로 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했다는 뜻이다. ⓒ특별취재팀

바닥에서 상공으로 
 
장벽이 무너질 당시 전 작은 연극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었습니다. 장벽이 무너지리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죠.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일단 너무나 충격적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구 동독 지역에서는 연일 평화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장벽이 무너진 후 시위 구호가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국민'이라는 구호가 '우리는 하나의 국민'이라는 구호로 변했습니다. 이어서 시위에 국기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동독기가 나왔으나, 나중에는 망치, 컴퍼스, 호밀 고리가 그려진 동독기가 사라지고 독일 국기(서독기)가 등장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동독이 서독에 흡수되는 상황이 되어버렸죠.  
 
그렇게 통일을 맞았습니다. 기회가 열리리라 생각했죠. 하지만 쉽지 않더군요. 베를린과 포츠담의 영화 대학에 다섯 차례 지원했지만, 모두 낙방했습니다. 
 
독일 영화계는 기본적으로 인맥이 중요합니다. 대부분 성공한 독일 출신 감독은 부모님이 이미 유명한 영화인이었거나, 유력 집안 자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당시는 더했습니다. 도제식이었죠.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과해야만 대학 입학이 가능했는데, 인터뷰 때마다 교수들과 부딪쳤습니다. 미학적 기준의 차이였죠. 교수들은 자신의 예술적 취향을 흡수할 수 있는 학생을 원했는데, 그 부분에서 저와 의견 차이가 났죠.  
 
결국 밑바닥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화, 방송, 연극 무대를 가리지 않고 현장 일을 했습니다. 영화 영역에서는 의상을 제외한 모든 일을 해봤고, 공장이나 슈퍼마켓에서 일해보기도 했습니다. 동독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이런 일을 겪었느냐고요?
 
글쎄요. 답변하기 조금 어렵네요. '동독 출신이라 차별 받는다'라고 입증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같은 느낌은 갖고 있었습니다. 비단 영화계뿐만이 아니라, 독일의 모든 중요한 자리, 즉 엘리트 계층에서 대체로 구 동독 출신은 극소수인 게 현실입니다. 반면, 인구로만 따지면 구 서독 출신이 구 동독 출신보다 더 많지만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독일 군인의 절반가량은 동독 출신입니다. 체제가 서독 위주였으니 구조적 출발선이 달라서 생긴 결과랄까요. 어떤 분야든 더 높은 위치로 가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있는데, 이 때 중요한 학벌, 인맥 등에서 동독 출신은 부족할 수밖에 없죠. 이 때문에 재통일의 열기가 가라앉은 후에는 너무나 컸던 기대에 따른 실망감이 사회에 번지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신분제 사회라고 느끼느냐고요? 그건 전혀 아니죠. 그 주장은 너무 나갔습니다. 일단 중요한 건 제 세대, 즉 통일을 경험한 세대와 통일 후 세대는 다르다는 겁니다. 지금 젊은 독일 세대에게는 출신 지역이 의미가 없습니다.  
 
어찌됐든, <토이랜드>를 위해 힙겹게 돈을 모아서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외국의 유명한 상을 타니 저를 보는 독일 영화계 시선도 달라지더군요. 
 
참고로 독일의 영화 시스템은 한국과 조금 다릅니다. 영화에 국가가 재정적으로 참여하는 할당분이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공영방송사가 수신료 이익 중 일부를 영화에 투자하는 시스템이죠. 다만 모든 영화가 이 같은 지원을 받진 못합니다. 이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열린 도시가 사람을 바꾼다 
 
결과적으로 전 동독 출신이었다는 점 때문에 삶이 힘들었다고 생각하지만은 않습니다. 부모님의 지원을 받지 못했지만,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 늦잠을 잘 때 전 새벽부터 일어나 일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죠.  
 
더구나 전 구 서독 출신이 갖지 못한 경험을 했습니다. 동독 체제에서 독일 체제로, 일종의 경계를 넘어가는 경험을 해봤다는 점입니다. 완전히 다른 두 세상을 경험해 봤죠. 그 덕분에 다른 이들보다 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동독보다 중요한 건 베를리너로서 정체성입니다. 분단 시절 동베를린은 동독의 문화 중심지였습니다. 동독에서 예술 깨나 한다는 사람들은 전부 베를린에 모였습니다. 동독의 파리였다고나 할까요. 동베를린 특유의 사투리가 있는데, 당시 그 사투리를 쓰면 뭔가 쿨한 사람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동베를린이 물질적 측면에서 동독의 다른 도시보다 조금 더 풍요로웠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도시에서는 케첩을 구하기 어려웠지만, 동베를린에서는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웠습니다. 물론 1인당 2병으로 제한되긴 했지만요. 자연히 동베를린은 다른 곳에 비해서 생동감이 강한 도시였습니다.  
 
서베를린과 가까웠기 때문에 서독 사람들과 연락하기도 쉬웠고, 그 덕분에 더 살아있는 서구 소식을 들을 수 있기도 했습니다. 동베를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동독 독재에 비판적이었습니다.  
 
이런 외부와의 교류는 중요합니다. 동베를린만큼은 아니지만, 분단 시기 라이프치히도 박람회로 인해 일찍부터 외부 사람과 교류의 경험이 있었습니다. 같은 작센(Sachsen) 주의 도시임에도 라이프치히는 드레스덴, 켐니츠 등과 다릅니다. 더 열려 있죠. 요즘 라이프치히에 젊은 예술인이 몰려드는 이유입니다. 반면 작센의 프라이탈(Freital)은 지형 문제로 인해 분단 시기 서독 방송을 보기 힘들었는데, 현재 난민, 극우 문제에 관해 가장 극단적인 도시의 하나입니다.  
 

▲베를린의 명물 암펠만과 관련한 관광상품을 파는 기념품 숍. 암펠만은 지금도 신연방주에서는 일상에서 시민과 함께 숨쉬는 공공디자인이다. 통일 정부는 이 디자인까지 모조리 서독식으로 통일하려 했다. ⓒ특별취재팀

서독 주도 재통일의 그늘 
 
맞아요. 요즘 구 동독을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는 극우 문제인 듯합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나쁜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일종의 선동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사회를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듯합니다. 물론 동독 지역에 극우적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서독 지역에도 많습니다. 지난 켐니츠 사태 때 몰려든 극우 시위자 중에는 다른 지역에서 온 이들이 많습니다. 
 
지금 더 중요한 건 왜 저들이 불만을 갖는지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태의 악화를 막고 다른 방식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구 동독 출신이 사회에 불만이 더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처럼 자신보다 더 약한 자(외국인)를 차별하는 문제로 폭발했다고 볼 수 있다? 글쎄요, 극단적으로 동독 출신을 단정하는 건 반대합니다만, 어느 정도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주변 지인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독일 언론에 불만이 많습니다. 구 서독 언론이 미디어를 지배하니, 그들의 시각으로 동쪽을 바라본다는 거죠. 예를 들어 보죠. 구 동독에서는 저축 개념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부를 과하게 축적하는 건 공동체에 해를 끼치는 나쁜 일로 인식됐죠. 이처럼 현대인의 기준으로 보면 돈 관리 개념이 없이 살아왔는데, 재통일 후 극단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죠. 구 동독 출신이 불만을 가지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고도 생각됩니다. 이런 점부터 살펴봐야 왜 신연방주의 일부 도시에서 극우 집회가 집중적으로 열리는가를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돌이켜 보면, 동독이 가진 온갖 문제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장점이 사라진 게 아쉽습니다. 교육제도, 보육제도 등에서는 동독 체제도 나름의 장점을 갖고 있었는데, 이를 모두 서독식으로 바꿔버렸죠.  
 
심지어 재통일 초기에는 교통 신호등 체계까지 일방적으로 서독식으로 바꿨다가 시민의 반발로 원래로 돌아가는 일도 있었습니다(암펠만, 베를린의 상징인 공공 디자인으로 구 동독의 신호등 체계로 사용됐다. 서독 지역에서는 암펠만을 보기 힘들지만, 구 동독 지역에서는 지금도 신호등 문양으로 암펠만을 사용한다.). 이처럼 재통일 후 정부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도 동독의 흔적을 지우려 했습니다.  
 
반발이 나오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구 동독의 유명한 저항적 언더그라운드 펑크 밴드였던 필링 비(Feeling B) 멤버 하나는 재통일 후 반어적으로 "동독에도 충분히 문제가 많은데, 이제 우리가 서쪽 문제까지 감당하게 됐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이 밴드 출신 2명이 나중에는 독일 인기 록 밴드인 람슈타인(Rammstein)의 멤버가 되어 유명인으로 살아가죠. 통일에 비판적이었던 이가 지금은 통일 후 젠트리피케이션의 상징인 베를린 프렌츠라우어베르크에 산다니 재미있죠.  
 

▲ 프라이당크 감독이 태어난 카를 마르크스 대로 부근의 모습. 옛 동독 시절 체제 선전용으로 만든 널찍한 대로다. 평양이나 베이징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디자인과 크기의 건물들이 거대한 도로 주변을 메우고 있다. 현재 독일에서는 보기 힘든 이색적 풍경이다. ⓒ특별취재팀

베를린이라는 환상 
 
제가 사는 곳이기도 하죠. 최근에는 이곳이 정말 많이 변했어요. 
 
며칠 전 이곳 부근 교회에서 시위가 있었습니다. 예전 이곳에서 살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밀려난 구 동독 사람들의 시위였습니다. 이제 동베를린은 평범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됐다는 증거죠.  
 
통일 전에는 이 지역(프렌츠라우어베르크 쉔하우저 대로 부근)에서 방 하나를 구하는 데 서독 화폐로 3마르크, 유로화로는 1.5유로 정도면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월세로 1000유로(약 130만 원)가량이 듭니다. 30년 만에 670배 정도 올랐죠. 전 동독 출신으로 비교적 성공한 사례라 그나마 여기서 현실 유지가 가능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밀려날 수밖에 없었죠. 
 
집 문제는 재통일 후 동독 출신이 경험한 가장 새로운 문제입니다. 동독 당시 집은 보급의 대상이었고, '일단 사람은 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개념이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가난한 사람은 기본권조차 얻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최근 취재를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갔는데, 그곳도 젠트리피케이션이 극심하더군요. 딱 과거 동베를린의 모습이었어요.  
 
당신들이 뭘 물어볼지 알아요. 통일 후 동베를린의 이른바 저렴한 물가가 젊은이를 모았고, 그 덕분에 베를린이 힙스터 천국으로 거듭났다는 거죠? 제 경험으로 보자면, 실제 1990년대 말까지는 창조적인 분위기가 존재했어요. 통일 후 돈도 없고 직업도 없지만 집은 있던 동베를린의 젊은이들이 할 일이 뭐 있었겠어요? 파티 했죠. 더구나, 동베를린의 특수성이 존재했어요.  
 
독일 말로 '키츠(Kiez)'라고 하는데, 그냥 동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종의 문화적 지역 개념이지만 지금은 행정적으로도 사용하죠. 베를린에 17개의 키츠가 있어요. 각 키츠별로 문화가 다릅니다. 이런 다양성이 베를린을 개방적이고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었어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베를린의 개방성이란 백인에게만 그렇죠. 가난한 비 백인에게는 결코 열려있지 않아요. 난 오픈 마인드라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 '너희 아이를 터키계, 아랍계 아이들이 많은 학교에 보내도 괜찮으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이 싫다고 답하죠. 소위 '베를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인 '가난한 예술가 동네'는 사실 좀 미신과 같은 측면이 있어요. (통역: 추영롱)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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