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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말한다 "2년째 식물국회... 적폐청산 미흡"

[현장] 광화문서 2주년 기념행사 열려... 한목소리로 '온전한 적폐청산' 요구

18.10.27 21:19l최종 업데이트 18.10.27 21:28l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진보연대 등이 주최한 '촛불 2주년, 2018 서울민중대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2018.10.27
▲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진보연대 등이 주최한 "촛불 2주년, 2018 서울민중대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2018.10.27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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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광장에 다시 촛불이 타올랐다. 시민과 사회단체들이 거리로 나와 문재인 정부의 사회 개혁과 적폐 청산을 촉구했다.

27일, '박근혜 퇴진 촛불 2주년 조직위원회' 주최로 촛불 2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 모인 400여 명(경찰 추산)의 손에는 개혁 역주행 안돼', '온전한 적폐 청산'이라고 적힌 팻말이 들려 있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일당을 쫓아내고 촛불정권을 출범시켰다"면서 "촛불의 희망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앞당길 수 있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이어 "여전히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기대와 달리 적폐 청산이 기대에 못 미치는 등 개혁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기대와 달리 문재인 정권이 우경화 행보를 보이며 재벌 앞에서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1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상무에 대한 봐주기가 이를 방증한다는 얘기였다. 박 대표는 "재벌들의 규제 완화 논리를 수용한 친재벌 논리가 난무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이어 그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부패한 적폐세력들이 정치 및 경제 농단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촛불항쟁으로 대표성이 부정된 국회 의석을 방패 삼아 적폐세력들이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2년째 국회는 식물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정부의 무능도 질타했다. 박 대표는 "현 정부가 비정규직, 최저임금, 부동산, 청년 문제 등 민생 문제에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국민의 힘으로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 대개혁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재벌 중심의 사회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첫 촛불 집회 이후 2년이 지난 동안 정권은 바뀌었지만 아직도 승자독식 사회, 재벌 중심사회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더 이상 개혁이 늦춰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과 비정규직 문제를 적폐 중에 최고 적폐라고 규정하고, 이를 철폐하기 위해 오는 12월 1일 총파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준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은 정치개혁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강조하며 이를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는 "촛불로 해방은 이뤘지만 혁명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비례대표제를 강화해 투표권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선거제도, 세월호... 여전히 쌓인 과제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진보연대 등이 주최한 '촛불 2주년, 2018 서울민중대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2018.10.27
▲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진보연대 등이 주최한 "촛불 2주년, 2018 서울민중대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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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는 "세월호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라면서 "참사와 관련해 이전의 수사가 짜맞추기식 은폐와 조작이 있었다는 것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촛불 항쟁까지 겪었지만 우리 사회는 안전사고와 재난 참사가 계속돼 여전히 위험하다"면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재조사와 함께 안전한 사회 통해서 상호 존중하고 상생하는 사회를 만들어 갈수 있도록 싸워가겠다"면서 동참을 호소했다.

이들은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애도하며 문 대통령에게 농협개혁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부탁하기도 했다. 김순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지난 9월 10일, 농협 적폐청산과 대개혁을 요청하는 농성을 시작했다"면서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하루 빨리 실행하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농업은 나라의 뿌리인데, 뿌리가 썩어간다면 열매가 잘 열릴 수 없다"면서 "농민이 죽어가면, 좋은 나라가 세워질 수 없다"면서 관심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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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발이 최고의 걸작품인 이유를 아시나요?

당신의 발이 최고의 걸작품인 이유를 아시나요? 건강칼럼

발가락을 손가락처럼 움직일수 있어야 합니다/이길우 건강컬럼

 

신체 부위 가운데 발은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천대받고 무시 받는다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간난아이의 발은 부드럽고 곱기만 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발은 거칠어지고, 형태가 뒤틀리곤 합니다. 손이나 얼굴에는 조금만 상처가 나도 병원을 찾지만, 발은 양말이나 신발로 가리고 다닙니다. 굳은 살이 자리잡고, 뼈에 기형이 생기고, 피곤함에 지쳐도 무시당합니다. 
 오래전부터 인간은 발을 천대했습니다. 상대를 굴복시킬때 “내 발 앞에 무릎 꿇으라”고 합니다. 가장 미천한 곳에 엎드리라는 뜻입니다. 힌두문화권에서는 신었던 신발을 상대에게 벗어던지는 것이 가장 심한 모멸감을 주는 행동이라고 합니다. 한국인도 일본인들을 비하해서 부를때 ‘쪽발이’라고 했습니다. ‘쪽발’은 일본인들이 게다를 신을때 엄지와 나머지 발가락이 둘로 나뉘고, 그 모양이 마치 두쪽으로 갈라진 동물의 발가락과 비슷하다고 해서 시작된 욕이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몸을 어루만져 주신 부위는 손이나 얼굴이 아닌 발이었습니다. 당시에도 발은 가장 비천한 부위로 꼽혔습니다.

10.jpg» 부드러웠던 발은 나이가 먹으며 거칠어지고 비틀어집니다  
 하지만 발은 인체 부위 가운데 아주 발달된 곳입니다. 뛰어난 자연과학도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는 발에 대해 아주 특별한 언급을 합니다. 그는 “인간의 발은 공학기술 최고의 걸작품이요, 예술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왜 다빈치는 그리 인간의 발을 격찬했을까요?
 발은 몸의 표면적 가운데 불과 2%에 그치지만 뼈와 근육의 4분의 1이 발에 있습니다. 발은 양쪽 각각 26개의 뼈로 구성돼 있습니다. 합치면 52개. 인간의 뼈 206개 중에서 25%를 차지합니다. 또 관절은 33개로 척추의 24개보다 많습니다. 아주 정교한 기계인 셈입니다. 그 덕에 우리 몸의 체중을 지탱하고 균형을 잡아 줍니다. 최고의 감각기관인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에서 일어나는 아주 작은 움직임은 골반의 3차원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대단히 경제적이고 정확하게 활동합니다.

15.jpg» 레오나드로 다빈치의 작업노트

1.jpg» 체중을 지탱하고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발은 최고의 공학적 구조입니다   
 발의 구조는 앞발과 중간발, 그리고 뒷발로 이루어져서 체중을 골고루 받쳐 줍니다. 걸을 때 충격을 잘 흡수합니다. 발가락들은 체중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 주는 지렛대 역할과 앞으로 밀고 나가는 추진력 역할을 합니다. 발등은 이 모든 동작들을 매끈하고 유연하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치형의 구조로 돼 있어 점프해서 뛰어 내려도 충격을 완화해 줍니다. 발뒤꿈치는 발에서 가장 큰 뼈로, 몸을 지탱해 주는 중심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걸어가는 그 단순한 행동 하나에도 복잡한 공학이 작용합니다. 사람의 발은 걸을 때 몸무게의 3배를 버티고, 뛸 때는 7배의 무게를 견뎌 냅니다.
   
 인간은 두 발이 가진 이런 구조와 기능 덕분에 똑바로 서서 걸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두 손은 완전히 땅을 짚는 행위로 부터 자유롭게 됐습니다. 인간은 두 손의 자유로 창의적이고 섬세한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생명체나 동물도 갖지 못한 인간의 특별한 발 구조, 즉 발뒤꿈치 뼈와 전방으로 곧게 뻗은 엄지발가락, 그리고 아치형의 구조가 인간의 완벽한 직립보행을 가능하게 만든 것입니다. 원숭이가 두발로 걷지만 인간처럼 똑바로 서지 못하고 뒤뚱거립니다. 곰이 선다고 하지만 가장 힘을 주어서 잠시 서 있을수 있을 뿐입니다. 인간이 똑바로 서서 걷는다는 것은 정말 축복입니다.

12.jpg» 인간은 두발로 걷고 똑바로 설 수 았는 특이한 동물입니다  

14.jpg» 고릴라도 직립을 하지만 뒤뚱거립니다


 좀더 자세히 분석해 봅시다. 엄지발가락으로 체중을 분산시키면서 중심을 잡아 주고, 네 발가락과 함께 앞으로 걸어가게 합니다. 이때 발의 아치형 구조는 몸의 체중과 압박감을 스프링처럼 흡수해 줍니다. 발 뒤꿈치뼈는 모든 균형을 잡아 주고 버티게 해 줍니다.  발목의 관절이 빗나가지 않고 정확히 앞으로 서서 걸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입니다. 발의 인대와 근육, 뼈의 모든 구조물들이 완벽한 직립보행의 예술을 만들어 냅니다. 서서 똑바로 걸어갈 수 있게 만드는 발, 이 발은 인간만이 가진 유일한 탁월함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사람이 걸을 땐 세 단계를 거칩니다. 발뒤꿈치로 강하게 딛고, 발바닥 전체로 힘을 이동시킨 다음, 그 힘을 발가락에 실어 박차고 앞으로 나갑니다. 만약 발가락 힘이 없으면 박차는 힘이 약해지고, 바닥에서 발목을 떼는 힘까지 떨어집니다. 발가락의 힘이 많이 약해진 지면, 발가락을 질질 끌며 걷게 됩니다. 그러면 바닥에 작은 요철만 있어도 걸려 넘어지곤 합니다.  
 발가락 가운데 가장 중요한 발가락은 역시 엄지 발가락입니다. 걸을 때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지 못하면 발바닥 앞쪽에 체중을 실어 땅을 딛게 됩니다. 전신에 균형이 깨지면서 하체의 다른 근육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무리한 힘이 가해진 발 부위에는 굳은살이 생깁니다. 시간이 지나면 발목과 무릎, 골반, 척추까지 뒤틀리게 됩니다. 평소 하찮게 여기는 발가락을 무시한 결과가 온 몸의 질병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다른 어느 발가락보다 엄지발가락에 장애가 있다면 걷기가 매우 힘들어집니다. 과거 노예들의 엄지발가락을 잘라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11.jpg» 발은 한쪽에 26개의 뼈가 있는 정교한 구조입니다


 걷는 동작을 엄지발가락을 중심으로 한 번 살펴봅시다. 한쪽 발의 뒤꿈치가 바닥에 닿으면 무게 중심이 뒤꿈치부터 발바닥을 통해 엄지발가락 쪽으로 옮겨갑니다. 몸을 앞으로 이동하는 마지막 과정에서 엄지발가락이 바닥을 밀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 역할을 하려면 엄지발가락이 충분히 구부러져야 합니다. 엄지발가락이 적절하게 구부러져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이 생깁니다. 엄지발가락 관절이 충분히 구부러지지 않으면 무릎 관절이 과도하게 안쪽으로 굽어지고, 무릎에 부담이 커지게 됩니다. 
 
 발가락의 뼈 갯수는 손가락의 뼈 갯수와 똑 같습니다. 다만 진화하는 과정에서 손가락은 물건을 집어야 하기에 길게 변했고, 발가락은 몸 무게를 지탱하는 위해 발가락은 축소됐습니다. 그러나 발가락도 손가락처럼 자유롭게 벌렸다가 오무렸다가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발가락을 그냥 방치할 경우 아무리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고 싶어도 요지부동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발의 기능이 현저히 약화됩니다.
 
 그렇다면 평소 어떻게 발가락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특히 엄지 발가락을 힘차게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운동은 없을까요?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발가락으로 가위, 바위, 보를 하는 것입니다. 마치 손가락으로 가위, 바위, 보를 하듯 발가락으로 해보는 것입니다.
 먼저 가위. 엄지발가락 하나만 위로 쳐들고, 나머지 네개 발가락은 아래로 숙입니다. 그 반대로도 합니다. 바위는 다섯개 발가락을 마치 주먹 쥐듯이 안쪽으로 힘차게 구부리는 것입니다. 대지를 움켜쥔다는 느낌으로 오무립니다. 보는 다섯개 발가락을 부채처럼 활짝 폅니다. 어렵습니다. 잘 안 펴지면 손으로 벌려봅니다.

3.jpg» 발가락으로 하는 가위

4.jpg» 발가락으로 하는 보 
 옆에 함께 할 수 있는 동반자가 있으면 발가락으로 가위 바위 보를 해봅니다. 혼자 하는 것보다 경쟁심이 생겨 더 열심히 발가락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한글을 창제하고 문화를 꽃피게 했던 세종대왕의 발사랑은 각별했다고 합니다. 버선 속에 콩을 넣고 신고 다녔다고 합니다. 발바닥의 경혈을 자극시키려는 노력일 것입니다. 발바닥이 콩으로 불편하고 아팠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면 감수했습니다. 발가락 가위 바위 보는 콩을 밟고 다니는 것보다는 쉬운 일입니다.
 힘차게 발가락을 폈다가 오무립시다. 그것이 직립보행하는 인간의 아주 특별하고 우월한 기능을 오랫동안 자랑하고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쉽고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길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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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증시 붕괴…'금융위기 10년 주기' 반복되나

[분석] '미국만 호황'이 신흥국 악재, '외환위기급' 악화된 성장동력 지표
2018.10.26 13:44:52
 

 

 

 

국내 증시가 연일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브레이크가 없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하락장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주에만 나흘째 연속하락이다.

일반적인 출렁거림이라면, 낙폭이 큰 하루 이틀 하락장 뒤면 어김없이 기술적 반등이라도 하는 탄력성을 보인다. 게다가 간밤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기업들의 실적 개선 소식에 2% 안팎의 강한 상승세로 마감했다는 점에서 26일 국내 증시가 상승세로 출발한 것은 당연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날 코스피지수는 곧바로 하락세로 반전, 시간이 갈수록 공포스러울 정도로 하락폭이 커지는 추세를 보였다. 오후 12시를 넘어서는 코스피 지수가 장중 2020선까지 붕괴되고, 코스닥은 660선이 붕괴됐다. 하락율은 2.5%, 4%가 각각 넘을 정도였다.

 

▲ 26일 국내 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곧바로 하락세로 반전하며 나흘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장중 2020선까지 무너지는 등 붕괴 양상을 보였다. ⓒ연합뉴스


성장동력까지 외환위기급 추락

 


10월 들어 국내 증시는 단기간에 '약세장'으로 진입할 정도로 붕괴했다. 이렇게 가파른 속도로 하락하기는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던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후 처음이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금융위기 10년 주기설"을 증시가 선도하고 있는 국면으로 진단할 정도다. 

시장에서는 고점 대비 20%가 하락할 경우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코스피 지수는 이미 역대 최고치인 올해 1월 29일의 2607.10(장중 기준)보다 20%가 훌쩍 넘게 하락한 수준이다. 

국내 증시가 약세장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거세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만 외국인은 5조 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웠다.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셀코리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셀코리아' 단계는 아니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실제로 외국인의 증시 매도세는 한국에서만 부각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신흥국 시장 전반에 걸쳐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지고 있다. '미국 경제만 호황'이라는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이 신흥국에게 커다란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이 흔들리면서 시작됐다면, 지금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함께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G2로 불려온 중국과 무역전쟁은 물론 최근에는 중국의 핵전력을 견제하기 위해 냉전시대 미국과 옛소련이 맺은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중국과의 군사적 갈등까지 불사하고 있다.  

G2가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기관차가 아니라 신냉전 양상을 보이는 갈등이 길어지면서 신흥국의 실물경제까지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자본의 투자심리가 신흥국 시장에서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은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펀더멘털이 튼튼해졌다면서, 미국의 경제가 흔들리면서 오는 위기가 아니라면 지금의 증시 수준은 바닥에 도달한 것이며 곧바로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는 '펀더멘털 튼튼론'을 더 이상 믿기 어렵게 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경제 성장 동력을 상징하는 양대지표인 설비와 건설투자 모두 '외환위기 급'의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올 3분기 건설투자는 전분기보다 6.4% 급감했다. 이는 외환위기가 불거졌던 1998년 2분기(-6.5%) 이후 20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8.6% 감소했다. 1999년 1분기(-8.8%) 이후 19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었다. 건설투자 증감률은 지난 1월 -0.2%를 기록한 이후 4월까지 유지하다가 7월 들어서 -0.5%로 감소 폭이 커졌다. 10월 들어서는 -2.3%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성장세가 심화했다. 감소율마저 점점 커지는 것은 건설시장이 완전히 침체기로 빠져들고 있다는 징조로 해석된다. 

올 3분기 건설업 GDP는 전분기보다 5.3% 감소했다. 이 역시 1998년 2분기(-6.0%) 이후 20년 3개월 만의 최저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7.8% 줄어 2011년 2분기(-8.0%)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이 하락했다. 3분기 설비투자 역시 전 분기보다 4.7% 줄어들면서 2분기(-5.7%)에 이어 2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3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0.6% 성장에 그쳤다. 3분기의 증가율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졌던 2009년 3분기(0.9%)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 2.0%에 불과하다.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1분기는 1.0%였지만, 2분기 0.6%에 이어 3분기가 제자리 걸음을 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불과 1주일 전 대폭 하향조정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7%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4분기 성장률이 0.8% 이상을 기록해야 한다. 하지만 성장동력이 꺼져가고 있다는 진단이 맞다면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대외 여건도 좋아질 가능성보다는 오히려 악재들만 대기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 거래 전면 금지 등 대이란 경제 제재(4일)와 미국 중간선거(6일)가 예정돼 있다. 12월에는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확실시 되고 있다. 내년에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 추가 부과, 중국 수출 절벽 우려 등도 거론된다. 

11월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 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별도 양자회동이 돌파구를 열 것이라는 기대감은 미국부터 부정하고 있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서는 미.중 정상회담이 무역마찰의 완화로 이어지는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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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키맨' 임종헌 결국 구속, 법원 "범죄사실 소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첫 구속... 양승태 등 윗선으로 향하는 검찰의 칼

18.10.27 04:48l최종 업데이트 18.10.27 04:48l

 

 

구속 심판대 오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 '키맨'으로 불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6일 오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구속 심판대 오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 "키맨"으로 불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6일 오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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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에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7일 새벽 구속됐다.

임종헌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기획조정실장, 차장으로 근무하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전반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임 전 차장이 구속됨에 따라 검찰 수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대법관 등 '윗선'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26일) 임 전 차장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열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심리한 뒤, 이날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민성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므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구치소에 대기 중이던 임 전 차장은 영장 발부 직후 수감됐다. 검찰이 지난 6월 '사법 농단' 의혹 수사를 시작한 이후 핵심 피의자에 대한 첫 구속이다.
  

구속 심판대 오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 '키맨'으로 불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6일 오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구속 심판대 오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 "키맨"으로 불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6일 오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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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전 차장은 전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6시간 동안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임 전 차장은 "부적절하지만, 죄가 되지 않는다"라며 "검찰이 재판구조를 몰라서 그렇지, 정상적인 구조"라고 부인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련기사 보기 : [단독] 임종헌 "전교조 소송? 청와대 손발 없어 도와준 것" ]

 

앞서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임 전 차장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6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차한성·박병대·고영한 등 전직 대법관들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임종헌 전 차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민사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사건,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 확인·KTX 승무원 해고·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 정권이 민감해하는 재판의 동향을 파악하고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법관 블랙리스트, 정운호 게이트 등 수사기밀 유출, 법원 공보관실 예산전용, '세월호 7시간' 의혹 관련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 판결문 외압 의혹 등에도 임 전 차장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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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 비판’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3선 도전

회사 비판했다가 노보 편집권 행사 중단… “평조합 돼도 내부 비판, 준법 투쟁할 것”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8년 10월 26일 금요일
 

노보에서 회사와 사주를 강하게 비판해온 박준동 조선일보 노조위원장이 지난 25일 차기 노조위원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미 재선에 성공한 박 위원장은 이제 3선 출사표를 던졌다. 

앞서 박 위원장은 통일부가 지난 15일 ‘탈북민 출신’ 조선일보 기자 취재를 불허한 데 대해 노보(1323호, ‘정부, 北 배려하듯 언론도 존중해야’)에서 정부를 비판하면서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남북회담 취재에 탈북민 출신 기자를 보내는 것이 협상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자사 책임도 물었다가 조합원 반발을 샀다.  

노보 발행 이후 노조 소속 정치부 기자들이 “노보가 대다수 조합원들의 ‘민심’이 아닌 특정인의 정치적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비판하는 등 조합원 여론이 악화하자 박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책임질 것을 계속 요구한다면 탄핵 또는 불신임 투표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박준동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 박준동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그러나 노조 대의원들은 탄핵이나 불신임 투표 없이 내달 1일 선거 공고를 한 뒤 예정대로 차기 노조위원장 선거를 치르기로 정리했다. 1988년 조선일보 노조 출범 이후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박 위원장은 두 번째 임기 1년 만료를 앞두고 있다.

 

 

대의원들은 박 위원장에게 ‘노보 사유화’ 책임을 물어 노보 편집권 행사를 중단하라고 했고 박 위원장은 이를 수용했다.

 

박 위원장은 25일 입장문에서 “노보 발행은 노조 활동의 핵심이기에 편집권을 내려놓으라는 말은 직무를 정지하라는 말과 같다”며 “이 때문에 조합원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조합원들 지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편집권을 고수하는 것도 애매하므로 대의원들 요청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논란이 됐던 정부의 취재 불허 조치 관련 노보에 “메인 제목과 앞세운 내용이 언론 자유 침해에 대한 정부 비판인데 언론 책임에 대한 설명과 함께 본지에 대한 비판을 덧붙였다고 정부를 대변했다는 논리는 무리한 이분법”이라고 비판한 뒤 “언론이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 지지를 받으려면 공익을 앞세우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생각도 변함없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노보가 (정부의) 언론 자유 침해를 두둔했다는 주장 자체가 허위 사실에 근거한 선동”이라며 “노보는 사주뿐만 아니라 조합원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불신임 투표는 무산됐지만 차기 선거에 출마해 내부 비판에 적극적인 편집 방침을 지지하는 조합원이 얼마나 많은지 확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차기 노조위원장 선거에 공식 출마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출마한다고 위원장 자리에 연연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다수 생각을 단순히 추종하는 인기 영합주의를 택했을 것”이라며 “물론 그동안 사주 눈치는 보지 않았지만 조합원 눈치는 많이 봤다. 조합원 지지가 있어야 노조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 박준동 조선일보 노조위원장이 발행하는 노보는 ‘사내 골칫거리’였다. 그는 노보를 통해 조선일보 사주와 경영진은 물론 동료 기자들이 불편할 수 있는 글도 주저하지 않았다.
▲ 박준동 조선일보 노조위원장이 발행하는 노보는 ‘사내 골칫거리’였다. 그는 노보를 통해 조선일보 사주와 경영진은 물론 동료 기자들이 불편할 수 있는 글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평조합원으로 돌아가면 오히려 더 자유롭게 내부 비판 활동을 할 수 있다”며 “노보에 기고하고 거부되면 조합원들에게 메시지를 돌릴 생각이다. 상향평가제와 편집국장 신임투표제가 도입돼 기자 한명 한명이 언론기관처럼 존중되는 날까지 한 명의 조합원으로서 준법투쟁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입장문 말미에 “송희영 주필 사태 당시 저를 흔들어 깨운 어느 기자의 노보 기고를 상기한다”면서 “권력과 싸우고, 부자와 싸우고, 회사와 싸우고, 자신과 싸우는 게 기자들이다. 이 네 가지 싸움을 계속하는 대가로 독자가 세끼 밥을 기자 입에 넣어준다”는 인용구로 글을 마무리했다. 

 

이번 사태는 취재 불허 사태 관련 노보로 빚어진 노조위원장과 조합원 간 갈등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박 위원장이 발행하는 노보는 ‘사내 골칫거리’였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노보를 통해 △처우가 열악한 사내 비정규직과 연대 호소 △임직원 임금 상승에 비해 과도한 사주 배당금 문제 비판 △언론사 세습 문제 지적 △노동 시간 단축 필요성 강조 △회사의 노조 교섭 불성실 비판 △‘뇌물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자사 옹호 보도 비판 등 자신의 소신을 피력해왔다. 조선일보 경영진은 물론 동료 기자들이 불편할 수 있는 글도 주저하지 않았다.  

 

▲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그가 노보를 낼 때마다 조선일보 논조와 다른 관점이 언론계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기자들 사이에선 “박 위원장 개인 생각이 노보에 지나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기자들로 구성된 조선일보 노조 조합원 수는 207명이다.

 

한편 박 위원장이 편집·발행을 맡지 않은 26일자 조선노보(1326호)는 조합원 결혼 소식으로 1면 발행됐다. 노보는 “지난 노보에 싣지 못했던 조합원 결혼 소식을 전한다. 차기 집행부가 구성될 때까지 노보는 부위원장 주도로 제작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박 위원장 입장문 전문. 

노보 편집권 행사를 중단하라는 대의원들의 요청을 수용합니다

 

노보 발행은 노조 활동의 핵심이기에 편집권을 내려놓으라는 말은 직무를 정지하라는 말과 같습니다. 때문에 조합원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조합원들의 지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편집권을 고수하는 것도 애매하므로 대의원들의 요청을 수용합니다.  

그럼에도 불신임 투표가 노조에 상처를 남긴다는 전임 위원장들의 주장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의견 충돌이 발생했는데 매듭짓지 않고 흐지부지 끝내는 게 건강한 조직은 아닙니다. 투표 없이 직무를 정지하라는 것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라는 뜻일 뿐입니다.  

노보가 언론 자유 침해를 두둔했다는 주장 자체가 허위 사실에 근거한 선동입니다. 메인 제목과 앞세운 내용이 언론 자유 침해에 대한 정부 비판인데 언론의 책임에 대한 설명과 함께 본지에 대한 비판을 덧붙였다고 정부를 대변했다는 논리는 무리한 이분법입니다. 본지와 정부의 대립이 격화될수록 내부 비판은 이적행위로 몰리기 쉽다는 점은 예상했던 바입니다. 그럼에도 취재원에게 영향을 주거나 받아서는 안 된다는 언론윤리의 원칙을 간과할 순 없었습니다. 언론이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공익을 앞세우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생각도 변함없습니다. 노조는, 그 중에서도 언론사 노조는 내편 네편 가르는 단순한 이익집단이 돼선 안됩니다.

기자단 내규 등 사실 확인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일정 정도 인정합니다. 더 많은 사실을 취합하고 더 많은 조합원 의견을 들어야 논평의 완성도와 정당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을 받을 때면 늘 부족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논평에 언급하지 않은 사실, 논평의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 사실까지 확인하지 않았다고 비난 받을 일은 아닙니다. 노보를 만들면서 최소한 허위 사실이나 ‘~라면’ 식으로 가정에 근거해서 비판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동안 논란이 되는 논평 안에 관계되는 사람들의 반론을 충실히 넣지 않았다는 지적도 저의 태만함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사후에도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허위입니다. 오히려 반론을 통해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기를 기대한 문제제기였습니다. 제가 발행하지 않은 노보를 통해 저도 명예가 훼손됐지만 반론을 통해 의혹이 해소됐습니다. 뒤에서 수군거리는 것보다 당당히 의혹을 제기하고 적극적으로 반론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지난 대의원회의 때 한 대의원은 그동안 거슬렸던 노보들을 들고와 반론권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추궁했습니다. 저도 그동안 반론 기고가 한 건도 없어 논의가 이어지지 못한 점이 아쉬울 뿐입니다. 특히 사내하청업체 동료 해고와 최저임금 갑질 관련 노보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는 막연한 항변만 있었을 뿐입니다. 사측은 노보 내용 중 무엇이 사실과 다른지 제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시정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노조 활동 중 가장 답답했던 부분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 노보에 무엇이 쟁점인지 다룰 예정이었습니다. 노보 발행 권한을 내려놓았으므로 대신 그 내용을 이 메시지에 덧붙입니다. 이번엔 반론을 해주기 바랍니다. 

대의원회의 내용을 노보에 게재하지 않고 벽보로 붙이는 것을 보며 노조활동에 대한 인식차를 다시 한 번 절감했습니다. 노보가 외부에 알려져 회사가 비판받으면 안된다는 프레임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밀이 유지될 리도 없고 사측이 노조와 협상을 거부하는 상황에선 특히 조합원들이 아니라 사측이 걱정할 일이라고 봅니다. 오히려 내부비판을 통해 협상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하는데 임기 막판에 비판의 강도를 높이던 와중에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습니다. 내부비판이 설득력이 있으면 조선일보에 자정 노력하는 기자와 노조가 있다는 이미지가 형성되고 설득력이 없으면 큰 파장이 없을 것이므로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조합원 다수의 생각과 다를 순 있지만 내부 비판 노보를 발행했다는 이유로 연판장을 돌리고 노조위원장의 직무를 중단시키는 게 합당했는지 의문입니다. 즉각 반론을 하고 성명서 발행을 표결에 붙이자고 했으면 충분했다고 봅니다.

노보는 사주뿐만 아니라 조합원도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불신임 투표는 무산됐지만 차기 선거에 출마하여 내부 비판에 적극적인 편집방침을 지지하는 조합원이 얼마나 많은지 확인하고자 합니다. 출마한다고 위원장 자리에 연연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랬다면 다수의 생각을 단순히 추종하는 인기 영합주의를 택했을 것입니다.

물론 그동안 사주 눈치는 보지 않았지만 조합원의 눈치는 많이 봤습니다. 조합원의 지지가 있어야 노조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개별기사에 대한 비판은 자제하고 편집방향과 논조에 대한 비판에 치중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평 조합원으로 돌아가면 오히려 더 자유롭게 내부비판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노보에 기고를 하고 거부되면 조합원들에게 메시지를 돌릴 생각입니다. 상향평가제와 편집국장 신임투표제가 도입돼 기자 한명 한명이 언론기관처럼 존중되는 날까지 한 명의 조합원으로서 준법투쟁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송희영 주필 사태 당시 저를 흔들어 깨운 어느 기자의 노보 기고를 상기합니다. ‘권력과 싸우고, 부자와 싸우고, 회사와 싸우고, 자신과 싸우는 게 기자들이다. 이 네 가지 싸움을 계속하는 대가로 독자가 세끼 밥을 기자 입에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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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5183#csidxb049679a15bc7fabfcf248c40b3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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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11월말까지 DMZ내 초소 완전철수 합의

장성급군사회담, 군사공동위 구성 합의 못해 (전문)
판문점=공동취재단/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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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26  16: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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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이 2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열렸다. 회담을 마치기에 앞서 남북 수석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11월 말까지 비무장지대(DMZ) 내 초소(GP)를 완전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11월 초 한강 하구를 공동조사하기로 했다. 

또한 11월 1일부로 지상.해상.공중에서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새로운 작전수행절차를 적용키로 재확인해 '사실상 종전'에 한발짝 다가섰지만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을 타결짓지 못해 미진함도 남겼다.

남북은 2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제10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을 열고 보도문을 발표했다. 통상 ‘공동’ 보도문이 발표되지만, 이번에는 남북이 각각 회담 내용을 별도로 발표하는 형식을 취했다. 발표문 내용은 남북이 함께 검토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게 국방부 측의 설명이다.

11월 1일부 상호적대행위 중지 재확인

먼저, 남북은 11월 1일부로 지상.해상.공중에서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새로운 작전수행절차를 적용한다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을 재확인했다.

군사분야 합의서 1조는 11월 1일부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를 담고 있다. △지상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 안에서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야외 기동훈련 전면 중지,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 수역, 동해 남측 속초 이북부터 북측 통천 이남 수역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 중지, △군사분계선 동.서부지역 상공 비행금지구역 내 실탄사격을 동반한 공중 전술훈련 금지 등이다.

그리고 지상.해상에서 경고방송→2차 경고방송→경고사격→2차 경고사격→군사적 조치 등 5단계, 공중 경고교신 및 신호→차단비행→경고사격→군사적 조치 등 4단계로 작전수행절차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차단 및 항행 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을 적대행위 중지 문제를 다루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가 이번 회담에서 결정되지 않아 숙제로 남았다.

   
▲ 남북은 2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제10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을 열고 보도문을 발표했다. 통상 ‘공동’ 보도문이 발표되지만, 이번에는 남북이 각각 회담 내용을 별도로 발표하는 형식을 취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11월 말까지 비무장지대 내 GP 11개 철수 완료
11월 초부터 한강 하구 남북공동조사 실시

또한, 남북은 올해 말까지 비무장지대(DMZ) 내 상호 감시초소(GP) 11개를 시범적으로 철수하기 위해 11월 말까지 GP 병력과 장비를 철수하고 완전파괴 조치를 이행하기로 했다. 11개 초소는 DMZ 내 1km 거리 내에 근접한 곳이 대상이다.

그리고 12월 중 상호 검증을 통해 연내 모든 조치를 완료하며, GP 시범철수 성과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나머지 모든 GP를 철수시키기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남북은 비무장지대 내 철원 화살머리고지 남북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및 도로개설 작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확인하며, 2019년 4월 1일부터 본격적인 시범 공동유해발굴이 진행되도록 제반 준비를 이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남북은 11월 초부터 한강(임진강) 하구 공동이용을 위해 남북공동조사단이 공동 수로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남북공동조사단은 군 및 해운당국 관계자와 수로 조사 전문가 등으로 남북 각각 10명으로 구성된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은 이날 회담 이후 현지에서 결과 브리핑을 열고, “오늘은 한강 하구 공동수로조사에 대한 논의가 긴밀하게 이루어졌다”며 “북측에서도 해군 대죄가 직접 한강 하구 공동수로조사에 대한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우리 측 안을 북측이 수용하는 협의를 했다. 아마도 요일이 시작되는 첫날(11월 5일) 공동수로조사는 개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남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이 판문점 남측지역 자유의 집에서 회담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결론 못내..1992년 합의 준용 확인

하지만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을 위한 핵심 기구인 ‘남북군사공동위원회’는 이번 회담에서 결론을 짓지 못했다. “1992년 5월 남북이 합의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준용하자”는 데 그쳤다.

김도균 수석대표는 “(군사공동위가)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그런데 1992년 5월 군사공동위가 합의된 내용이 있다”며 “굉장히 구체적으로 작성돼 있다. 그 합의서를 준용하기로 했다. 나머지 조정사항에 대한 내용들은 문서교환 방식으로 확정하기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1992년 합의서에는 남측 차관, 북측 부부장급 위원장, 부위원장을 각각 1명씩 두며 위원을 5명으로 편성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불가침의 이행과 준수 및 보장을 위한 구체적 실천 대책 협의, △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합의사항 실천 등의 기능을 하도록 했다.

이는 2007년 11월 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재확인됐고, 지난 9월 군사분야 합의서에도 군사공동위원회 설치를 명문화했다.

그러나 남북이 이날 군사공동위원회 구성에 성과를 내지 못해, 적대행위 관련 문제 논의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평화수역 설정 등도 늦어질 전망이다.

   
▲ 회담을 마친 남북 대표단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 회담을 마친 남측 대표단이 회담장인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을 떠나고 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회담 결과에 만족..“아주 좋은 시간”

이날 회담 종결발언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은 “군사합의에서 양측이 합의한 내용에 대해서 현재까지의 사항을 중간평가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됐다”며 “세부 이행방안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또 합의점을 찾는 아주 좋은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앞으로 9·19 군사합의는 계획대로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북측 단장인 안익산 중장도 “말 그대로 툭 털어놓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 무릎을 맞대고 머리를 맞대고 소곤소곤 이런 방법으로도 논의를 충분히 했다”며 “아마 오늘처럼 이렇게 북남 군부가 속도감 있게 제기된 문제들을 심도 있고 폭넓게 협의하고 견해를 일치시킨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남 군부가 수뇌분들의 뜻을 받들어 서로가 존중하고 이해한다면 민족의 기대에 부합되게 얼마든지 잘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또다시 입증해 주었다”며 “속도감 있게 결과물 있게 군대답게 회담을 잘 해나가고 호상 소통과 협력을 부단히 강화해 나감으로써 민족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해보도록 하자”고 말했다.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 남측에서는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을 수석대표로 조용근 국방부 북한정책과장, 안상민 해군 대령, 이종주 통일부 회담 1과장, 황준 해양수산부 수로측량과장이, 북측에서는 안익산 중장을 단장으로 오명철 해군 대좌, 함인섭 육군 대좌, 김광협 육군 대좌 등 5명이 마주했다.

 

제10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보도문(전문)

남과 북은 2018년 10월 2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제10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을 개최하였다.

남과 북은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성실히 이행해 나가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1. 남과 북은 11월 1일부로 지상·해상·공중에서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새로운 작전수행절차를 적용하기로 한 합의가 차질없이 이행될 것이라는 점을 상호 확인하였다.

2. 남과 북은 금년말까지 시범철수하기로 합의한 상호 11개 GP철수를 위해 11월말까지 GP병력·장비 철수 및 완전파괴 조치를 이행하며, 12월중 상호 검증을 통해 연내에 모든 조치를 완료하기로 하였다.

또한 GP 시범철수 성과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나머지 모든 GP를 철수시키기 위한 실무협의도 진행해 나가기로 하였다.

3.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내 남북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및 도로개설 작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상호 확인하였으며, '19년 4월부터 본격적인 시범 공동유해발굴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제반 준비를 철저히 이행하기로 하였다.

4. 남과 북은 한강(임진강) 한구에서 민간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한 사전조치로서, 군 및 해운당국 관계자와 수로조사 전문가가 포함된 남북공동조사단(각10명)을 구성하여, 11월초 공동 수로조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5. 남과 북은 '92.5월 남북이 합의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준용하여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기로 하였다.

6. 남과 북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를 위한 '남·북·유엔사 3자협의체' 협의 및 비무장화 조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평가하였다.

남과 북은 앞으로도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가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군사회담 및 문서교환 등을 통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

2018년 10월 26일
판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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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8년 동안 광화문 대사관부지 공짜로 사용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10/26 12:08
  • 수정일
    2018/10/26 12:0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심재권 의원, 외교부 국감자료 공개… 미지급 임차료 900억 원 넘어

미국이 지난 1980년 이후 무려 38년 동안 서울 광화문에 있는 주한미국대사관 부지를 무단 점유하고 임차료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내 한복판 6600㎡에 달하는 부지로 액수는 9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 등에서 받아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미국은 지난 1981년부터 현재까지 38년 동안 국유재산인 현 대사관 부지를 사용해왔는데 임차료는 전혀 내지 않았다. 미대사관 부지는 당초 미국의 대외원조기관(USOM)이 사용토록 제공했는데 대외원조기관은 1980년 활동을 종료했다. 그 이후부턴 당연히 임차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심재권 의원이 외교부가 관리하고 있는 국유재산 가운데 주한 미대사관의 자산으로 등록돼 있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82-14 등의 재산에 관한 국유재산 임대료와 징수 내역을 한국재정정보원(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d-Brain)을 통해 확인한 결과 임대료 납부가 ‘0’으로 확인됐다. 또 외교부의 최근 5년간 세입세출 결산내역 가운데 국유재산에 해당되는 징수결정액에 주한 미대사관 임대료는 항목으로조차 설정돼 있지 않았다.

국유재산법에 근거해 지난 38년간의 임대료를 추정한 결과, 체납액 규모가 무려 900억 원을 넘는다. 그런데 이 액수도 공시지가제도가 시행된 1991년부터 계산된 수치여서 시가로 계산할 경우 체납액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외교부는 2008년 국회 답변 자료에서 1980년 9월 USOM(주한미국원조사절단)와 그 후신인 USAID-K(주한미국국제개발처)의 활동이 끝나 주한미대사관 청사 무상사용의 법적 근거가 소멸돼 미국쪽과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미대사관 청사 등 국유재산을 조기에 반환받기 위해 미국쪽과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고 뉴시스는 전했다.

그러나 심 의원이 확인한 데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2005년 주한미대사관 이전에 관한 한미간 양해각서(MOU)와 2011년 MOU 이행합의서를 체결한 것 말고는 임대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취하지 않았다. 문제를 사실상 방치해 온 것이다. 게다가 외교부는 관리대상 국유재산인 미대사관 부지와 건물에 대한 재산가치조차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우리는 미국 주재 대사관과 총영사관을 일부 국유화하거나 월 임차료를 꼬박꼬박 지불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주재 한국공관 부지를 국유화하기 위해 200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었으며, 임차대상 공관에 연간 4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심재권 의원은 뉴시스에 “미대사관 이전까지 상당한 기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도 미대사관의 국유지 무단 점유는 계속될 것”이라며 “외교부는 미대사관 이전에 앞서 반드시 체납된 임대료를 정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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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남측위, “효력정지 돼야 할 건 자유한국당”

6.15남측위, “효력정지 돼야 할 건 자유한국당”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10/26 [01:16]  최종편집: ⓒ 자주시보
 
 
▲ 6.15남측위 성원들이 자유한국당의 반북대결정책을 비판하며 “효력정지 돼야 할 건 자유한국당”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 6.15남측위)     © 편집국

 

문재인 대통령이 9월 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를 비준한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이 법원에 효력정치 가처분신청을 제출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이 자유한국당의 대결적 행태를 규탄하고 나섰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이하 6.15남측위)는 25일 오후 1시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망발을 멈추고 판문점선언부터 비준동의하라고 촉구했다.

 

6.15남측위는 남북 두 정상이 판문점선언의 실현을 위해 맺은 평양공동선언과 군사합의서를 우선 비준한 것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마땅히 환영할 일이라고 평가하며자유한국당을 향해 국회 계류 중인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이유없이 방해해 온 것도 모자라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평양공동선언 비준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6.15남측위가 자유한국당을 향해 망발을 멈추고 판문점선언부터 비준동의하라고 촉구했다. (사진 : 6.15남측위)     © 편집국

 

6.15남측위는 대통령의 평양공동선언과 군사합의서 비준을 자유한국당이 반대해 나선 것은 스스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원치 않는 세력임을 입증한 것과 다름없다며 효력정지되어야 할 것은 자유한국당의 낡은 대결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6.15남측위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한낱 정쟁꺼리로 만들려는 자유한국당의 망발은 당장 중단되어야하며 자유한국당은 남북화해와 협력시대를 역행하는 대결정책 중단하고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부터 통과시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후 참가자들은 국민 집행관’ 명의의 자유한국당 효력정지’ 스티커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사진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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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문]

자유한국당은 망발을 멈추라판문점선언부터 비준동의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23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한 ‘9월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를 국무회의에서 비준했다남북 두 정상이 판문점선언의 실현을 위해 맺은 평양공동선언과 군사합의서를 우선 비준한 것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마땅히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오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정부 비준안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국회 계류 중인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이유없이 방해해 온 것도 모자라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평양공동선언 비준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9월 11, ‘4.27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협조를 요청했다이는 지난 남북공동선언들이 지속적으로 이행되지 못하고 효력을 상실했던 지난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다국회의 비준동의를 통해 최소이자최대치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그런데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은 자유한국당의 방해로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은 우리 국민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가치이다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각 분야의 남북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온 것은 대다수 국민과 전 세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 내며한반도 문제의 중심에 남북이 그야말로운전자가 되어 온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닌가.

 

대통령의 평양공동선언과 군사합의서 비준을 자유한국당이 반대해 나선 것은 스스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원치 않는 세력임을 입증한 것과 다름없다효력정지되어야 할 것은 자유한국당의 낡은 대결정책이다.

대안없는 대결선동으로 평화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 국민은 이미 수없이 경험했다남과 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한 때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한낱 정쟁꺼리로 만들려는 자유한국당의 망발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남북화해와 협력시대를 역행하는 대결정책 중단하고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부터 통과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9월 평양공동선언군사분야 합의서 비준 방해 자유한국당 규탄한다!

자유한국당은 대결정책 중단하고판문점선언 당장 비준동의하라!

 

2018월 10월 25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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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가짜뉴스 처벌, MB정부와 뭐가 다른가"

[인터뷰]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8.10.25 15:34:30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

위 조항은 이명박 정부 시절 발생한 '미네르바 사건'으로 위헌이 결정되어 폐기된 일명 '허위사실유포죄'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이 법과 닮은 '허위조작정보 유통방지법' 발의를 예고했다. 처벌 대상을 개인에서 SNS사업자로 확대했는데, 가짜뉴스의 유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허위사실유포죄'를 빼다박은 '허위조작정보 유통방지법'은 누가 허위조작정보를 판단할 것이냐는 문제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프레시안>은 2009년 당시 '미네르바 사건'의 증인으로 공판에 출석했던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어떤 표현이 '허위'라고 해서 '불법'으로 규정한 법은 없다. 정부여당이 통계가 잘못됐다고 해서 혹은 허위인 사실을 유포했다고 해서 형사처벌 하는 것은 위헌으로 판결 난 '허위사실유포죄'를 적용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금융당국의 평판을 보호하기 위해서, 금융당국의 환율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했던 블로거 '미네르바'를 처벌하려고 했다. 그때, 소위 '허위사실유포죄'라고 명명한 법 조항을 쓰려고 했다가 그 법도 위헌 판정이 났고, 미네르바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규제자 입장에서 완패당하는 수모를 겪은 것이다."

지난 23일 민주당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특별위원회 박광온 위원장은 유튜브 측에 콘텐츠 삭제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한 사실을 밝히며 "전기통신기본법 47조에 (허위조작정보 유통방지법과) 비슷한 규정이 있는데 작동을 거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허위조작정보 유통을 실효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공적 규제의 보완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가짜뉴스는) 허위조작 범죄로 표현의 자유로 논란이 될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미 위헌으로 폐기된 '허위사실유포죄'가 포함됐던 전기통신기본법 47조를 근거로 공적규제의 보완 필요성을 언급했다. 민주당이 위헌이 확인된 법을 근거로 '가짜뉴스 대책'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물론 전기통신기본법 2항은 위헌 결정이 나지 않았지만 입법취지와 내용은 비슷하다. 박경신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넓게 해석하면 2항도 위헌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47조 1항만이 위헌으로 결정 났지만 그 이유는 검찰이 '미네르바' 사건에서 그 조항만을 이용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박경신 교수는 민주당 '가짜뉴스 대책'의 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의 사례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은 이미 헌법적으로 이미 불법이라고 규정된 정보들에 대해 정보 매개자들이 책임을 지라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은 불법으로 규정되지 않은 정보들을 새롭게 '불법'으로 규정해서 단속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여서 적절한 모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그렇다면 '가짜뉴스'를 어떻게 해야 할까? 박 교수는 "가짜뉴스가 있다면, 가짜뉴스는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떤 뉴스가 허위라는 게 쉽게 판별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허위사실유포죄와 닮은 정부의 대책은 가짜뉴스를 지적하는 행위와 사실을 밝히는 행위도 근거가 불충분한 경우에 가짜뉴스로 처벌할 부작용이 있다"며 오히려 정부·여당의 가짜뉴스 대책이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가르는 시민들의 자정작용을 막을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25일 박경신 교수와 나눈 인터뷰 일문일답. 

"말 자체를 막는 게 공권력의 작용이어서는 안 돼" 

프레시안 : 지난 2일에는 국무총리가, 지난 16일에는 법무부 장관이 그리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까지 같이 가짜뉴스 잡기에 나섰다. 이유를 뭐라고 분석하나. 

박경신 :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평판을 저하시키는 허위정보들이 많이 떠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단속하려는 것 같다. 최근 경제가 악화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답보상태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에 계속해서 '자영업자들이 힘들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고 정부·여당에서는 '자영업자가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계속 유통되고, 잘못된 통계가 더해져 확대되는 과정을 특별히 잡을 방법이 없으니까 정부·여당이 나서서 단속하려고 하는 것이다. 통계가 잘못됐다고 해서 혹은 허위인 사실을 유포했다고 해서 형사처벌 하는 것은 위헌 결정난 '허위사실유포죄'를 적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프레시안 : 정부·여당은 명예훼손 등 현행법에 금지된 피해를 막기 위해 가짜뉴스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경신 : 지난주 법무부 보도자료를 보면 명예훼손 등의 범죄에서 허위로 판단된 것은 고소·고발 없이도 직권 수사를 하겠다고 했다. 이런 의지의 천명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검찰이 인터넷 웹서핑을 하다가 허위정보를 발견했을 때, 고소·고발 없이 수사를 진행하면 그 수사의 수혜자는 유명한 사람이나 권력자가 된다. 검찰은 일반인이 허위사실로 명예훼손이 됐는지 알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일반인이 어릴 때 커닝을 했는지, 안했는지 그런 정보를 꿰고 있지는 않지 않나. 사회 지도층이나 언론의 주목을 받는 사람들의 평판을 보호하기 위해서 고소·고발 없는 수사가 남용될 뿐이다.  

프레시안 : 민주당은 허위사실로 인한 피해가 명백하고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범죄 수준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논할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데. 

박경신 : 그 피해가 어떤 것인지 정부와 여당에 반문해야 한다. 그런 피해와 범죄 수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표현은 머릿속에 있건, 내뱉어져 있건 직접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그 표현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피해를 주는 경우가 한정 돼 있다. 그렇다면 그 피해를 단속하는 것이 공권력의 작용이어야 하지, 그 말 자체를 막는 게 공권력의 작용이어서는 안 된다. 법학계에서는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의 원리'라고 표현되는 물리적인 위험이 구현될 때만 공권력의 작용이 가능한 것이다.

 

 

▲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표현이 '허위'라고 해서 '불법'으로 규정한 법은 없다" 

프레시안 : 민주당이 가짜뉴스 대책을 설명하며 독일의 '소셜네트워크 법'을 예로 들었다. 독일은 형법에서 이미 금지하고 있는 내용의 SNS 유통을 막자는 것인데, 민주당은 이를 한국에 적용해 이미 법원, 언론 중재위 등 에서 '허위사실'로 판단된 것이 포털에 유통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이 내건 가짜뉴스 대책의 모델로 독일의 '소셜네트워크법'이 적절한가. 

박경신 : 어떤 표현이 '허위'라는 이유로 '불법'으로 규정한 법은 없다. 독일의 '소셜네트워크법'은 가짜뉴스를 불법 정보로 새로 규정한 법이 아니고, 기존의 형법에서 이미 금지된 정보들의 표현을 매개하는 소셜 네트워크 사업자들에 책임을 지우는 법이다. '허위'라는 이유로 '불법'으로 규정한 사례던 사례가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금융당국의 평판을 보호하기 위해서, 금융당국의 환율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했던 블로거 '미네르바'를 처벌하려고 했다. 그때, 소위 허위사실유포죄라고 명명한 법 조항을 쓰려고 했다가 그 법도 위헌 판정이 났고, 미네르바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규제자 입장에서 완패당하는 수모를 겪은 것이다. 독일은 이미 헌법적으로 이미 불법이라고 규정된 정보들에 대해 정보 매개자들이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이미 불법으로 규정되지 않은 정보들을 새롭게 '불법'으로 규정해서 단속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여서 적절한 예시는 아니다.  

프레시안 : 민주당 가짜뉴스대책특위 위원장인 박광온 의원은 '전기통신기본법 47조'를 언급하며 이 법이 거의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전기통신법 47조의 1항은 '미네르바 사건'에 적용된 '허위사실유포죄'다. 

박경신 : 아마 민주당은 47조의 2항을 근거로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위헌결정의 범위를 너무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다. 47조 1항이 위헌으로 결정 났지만 그 이유는 검찰이 '미네르바'사건에서 그 조항만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헌재의 판결을 넓게 해석하면 2항도 위헌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봐야 한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군의 폭동'과 같이 이미 법원에서 허위정보라고 판결이 난 사안에 대해서는 가짜뉴스 규제를 적용할 수 있는가.

박경신 : 허위라고 판명이 난 것과 불법은 다르다. 허위정보라고 할지라도 표현은 타인에게 직접적인 해를 주지 않는 한 섣불리 규제되어서는 안 된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지구평평론자들이 국제대회를 서울에서 했다. 내용으로만 따지고 보면 사회 신뢰를 더 떨어뜨릴 수 있는 정보다. 하지만 문명사회는 그런 루머에 대해 단속을 하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이를 형사처벌하게 되면 칼자루를 쥔 검찰이 자신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쥔 행정 권력을 보호하기 위해 칼날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이유는 표현이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규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표현은 그 자체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표현의 효과에 대한 책임을 모두 발화자에게 물을 수 없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군의 폭동'이라는 예시도 이 사실이 유통됐을 때 그게 어떤 피해를 줄지 명백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명제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서 처벌할 수는 없는 것이다. 

 

 

 

▲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가짜뉴스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가짜뉴스가 왜 심각한 문제가 되나"

프레시안 : 그렇다면 가짜뉴스를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와 여당의 지적처럼 SNS에서 가짜뉴스의 유통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팽배한 건 사실 아닌가. 

박경신 : 가짜뉴스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가짜뉴스가 뭔지 안다는 것이다. 가짜뉴스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가짜뉴스가 왜 심각한 문제가 되나. 어떤 뉴스가 허위라는 게 쉽게 판별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지구평평론의 국제 학회 숫자가 수십만 명이라고 해서 특별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짜뉴스 문제의 발단은 노인들이 유튜브와 카카오톡을 뒤늦게 사용하면서 그들끼리 믿고 싶은 정보만을 주고받으면서 증폭시키는 필터버블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보수언론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서 허위 통계로 경제를 왜곡하거나 하는 경우가 있을 때인데, 개인적으로 후자는 공권력이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전자는 큰 해악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가짜뉴스를 규제하고 단속할 것이 아니라 가짜뉴스를 밝혀내고, 어떠한 사실이 가짜뉴스라고 홍보를 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나 허위사실유포죄와 닮은 정부의 대책은 가짜뉴스를 지적하는 행위, 사실을 밝히는 행위도 근거가 불충분한 경우에 가짜뉴스로 처벌할 부작용이 있다. 

프레시안 : 차별금지제정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허위정보를 불법으로 규정하기보다 독일처럼 혐오 발언 등의 혐오표현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등의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박경신 : 우리나라는 차별금지법 자체가 없는 데서 모든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사실 차별할 자유는 사실 인간의 중요한 자유 중에 하나다. 짜장면을 선호할지, 짬뽕을 선호할지. 연애를 할 때도 여성을 좋아할지, 남성을 좋아할지 선택해서 차별하게 된다. 매우 중요하지만 이를 내버려 두면 매우 비인간적인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문명국가의 마지노선으로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것이다. 개인이 연애할 때는 어떤 성별을 좋아할지 남녀차별을 해도 되지만, 고용을 하거나, 주거를 하거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는 남녀를 차별하지 말라는 것과 같이 최소한의 공적인 기준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한국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남녀고용 특별법 정도가 있는데 실제로 그보다 더 넓은 분야에서 사람들이 차별당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경기도 산업단지에서 '호남사람 사절'이라는 채용공고가 있어 사회적 공분을 샀지만, 제재를 가할 근거가 없었다. 입법불비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차별이 불법행위로 정해지면 이를 선동하고 조장하는 표현은 규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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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장파... '태극기'에 갇힌 김병준 비대위

[진단] 자유한국당, 2004년 오세훈·2012년 박근혜가 없다

18.10.26 07:42l최종 업데이트 18.10.26 07:42l

 

입장하는 김병준 비대위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 김용태 사무총장 등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 입장하는 김병준 비대위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 김용태 사무총장 등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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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이 없다."

한국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의 말이다. 여기에는 설명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오 전 시장은 최근 '태극기 부대'를 통합 대상으로 언급하면서 "보수대통합 전당대회의 밀알이 되겠다"고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어진 설명이다.

"2004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오세훈을 말하는 거다. 오 전 시장은 그때 재선이 확실시 됐지만, 총대를 메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5·6공 인사들의 불출마까지 이끌어냈다. 인적쇄신은 그렇게 이뤄지는 거다. 그런데 지금은..."

 

이는 스스로 몸을 던져 당 쇄신을 주도할 사람이 현재 한국당에 없다는 혹평이다. 그는 그러면서 '김병준 비상대책위'가 추진중인 보수통합론도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총선과 대선, 그리고 6.13 지방선거 모두 사실상 '반(反)박근혜' 진영의 승리로 이어졌는데, 이를 뒤집기 위한 정치공학적 선택인 '통합'이 오히려 역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한국당 핵심들이 대표적인 친박 세력인 '태극기 부대'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기존의 구도만 공고히 하고 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결국, 취임 100일을 넘긴 김병준 비대위가 핵심 목표인 쇄신과 통합을 통해 향후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총평이었다.

김병준 위원장의 100일 자평 

물론, 김병준 비대위에 대해 혹평만 있는 건 아니다. 6.13 지방선거 참패 후 극심했던 당내 갈등을 비교적 잘 봉합했다는 평가도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지난 24일 한국당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를 통해 밝힌 '비대위 100일의 소회'에서 "▲ 계파갈등 해소 ▲ 새로운 비전·담론·정책·가치체계 정립 ▲ 당 운영체계 개선 ▲ 인적쇄신 등을 취임 당시 4대 과제로 생각했다"면서 앞의 2개 과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공천제도 및 지도체제, 당원 권리 확대 등을 요지로 한 당 운영체계 개선에 대해서는 "비대위 산하 소위를 두고 토론하고 있으며, 복잡한 사안이라 아직 공개는 못하고 있지만 열심히 토론하고 있다고 보고 말씀 드린다"라고 밝혔다. 인적쇄신 부분에 대해서도 "253개 당협위원장들의 사퇴를 일괄 처리하고 조직강화특위를 출범시켰고 이 일을 같이 도우면서 실사를 할 당무감사위원회도 완전히 구성이 돼 움직이고 있다, 조만간 실사를 시작할 것 같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평가는 앞서 비대위 출범 전 '혁신형 비대위'를 주장하며 "의원 114명을 수술대 위에 올리겠다"던 김성태 원내대표의 공언을 감안하면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비대위 활동 마감 시점인 내년 2월 전당대회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004년 오세훈'은 어디에?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선거사무실에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0년 6월 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선거사무실에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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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04년의 오세훈이 없다'는 앞서의 평가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물론 '2004년의 오세훈'이 특정 정치인 1명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이끌던 당 공천심사위원회는 당시 최병렬 당대표에게 불출마를 권고해 이를 관철시켰다. 오 전 시장이 공동대표로 있던 '미래연대(미래를 위한 청년연대 : 당시 당내 초·재선 소장파 모임)'도 힘을 보탰다. 이 때 함께 했던 이들이 남경필 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바른미래당 정병국·김성식 의원 등이다.

특히 소장파는 당시 '차떼기 사건'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에 휩싸였던 당을 구조하고 혁신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의 '천막당사'를 가장 먼저 쳤던 것도 '남(경필)·원(희룡)·정(병국)' 트리오였다. 이는 17대 국회의 '새정치수요모임'으로 이어졌다. 소장파의 DNA는 18대 국회로도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18대 총선을 앞두고 남경필·정두언·정태근 등 당시 한나라당 수도권 총선 출마자 55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8대 국회 때 새로 구성된 '민본21'도 당을 끊임없이 내부적으로 채찍질했다.

이러한 역사는 당 쇄신은 외부의 비대위나 명망가가 아닌 내부의 동력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민본21'에서 활동한 정태근 전 의원도 지난 22일 KBS라디오 <열린토론>에 출연해 이 점을 지적했다. 전원책 위원이 제안한 '박근혜 끝장토론'이나 한국당 초선 의원들이 내달 초 황교안·원희룡·유승민·김태호·오세훈 등 범보수 유력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속토론회 개최 방안을 검토하는 것에 대한 쓴소리였다.

그는 "그 토론(박근혜 끝장토론)도 한 번은 하고 넘어가야지만 그것이 지금 한국당을 살릴 만한 핵심 관건인지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이다"며 "내부에 한국당을 바로 이끌어갈 수 있는 혁신역량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정 전 의원은 "사실 초선들이 이분들을 불러서 토론할 문제가 아니라 머리를 싸매고 앉아서 '우리의 혁신 방향은 이것이다, 앞으로 이런 인물들이 주도해서 나아가야 된다, 우리가 책임지겠다, 할 사람 없으면 나라도 총대 매겠다' 하는 게 소장 혁신세력"이라며 "흘러간 물들 다 불러 모아서 '어찌 했으면 좋겠다' 물어보는 식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방향 잘못 짚은 보수통합, 2012년 박근혜는 안 그랬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29일 오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의 만남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2012년 10월 29일 오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의 만남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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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통합' 혹은 '태극기 부대' 논란도 이와 연결된다. 내부 혁신·토론을 통해 형성된 목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저 정치공학적 목적의 '통합' 효과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김병준 비대위가 '태극기 부대'까지 통합 대상으로 명시하면서 그나마 얻을 수 있는 통합 효과가 줄어들 것이란 지적도 안팎에서 나온다.(관련기사 : 김병준 "태극기 부대 영입은 세 강화하는 것... 보수 통합해야" )

여론조사기관 윈지코리아 박시영 부대표는 2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지지율이 정체됐고, 인적청산을 할 엄두는 못 내고 있고, 내부 혁신동력도 안 보이기 때문에 손쉬운 카드를 선택한 것"이라며 "세력은 분명히 붙겠지만 영토가 좁아졌다, 전투력은 강해졌지만 전쟁에서는 필패하는 구도"라고 평가했다. 지금의 보수통합 방향이 '반박근혜 진영'을 더 공고히 만들 것이란 앞서의 평가와 맞닿은 얘기다.

이는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지난 19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10월 3주차 정례조사 결과, 한국당 지지율은 13%였다. 이념 성향별로 구분했을 때, 자신을 보수라고 본 응답자의 39%, 중도라고 본 응답자의 8%, 진보라고 본 응답자의 2%가 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10월 16~18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 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등을 참조)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본격화 되기 직전인 2016년 9월 2주차 한국갤럽 정례조사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 지지율은 34%였다. 특히 이념 성향별로 구분했을 때 자신을 보수라고 본 응답자의 60%, 중도라고 본 응답자의 26%, 진보라고 본 응답자의 11%가 한국당을 지지했다.(2016년 9월 6~8일, 전국 성인남녀 1009명 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등을 참조)

최순실 국정농단과 탄핵 정국에서 이탈한 보수·중도층의 지지를 탄핵 불복 운동을 펼치는 '태극기 부대'를 통합해 회복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인 셈이다.

이 대목에서 '2012년 박근혜'를 복기할 필요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김종인 비상대책위'를 세워 당명과 당색을 바꾸고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를 앞세웠다. 개혁 보수·중도층을 겨냥한 이 시도는 성공했다. '반MB'를 기치로 단일화에 나섰던 야권을 상대로 2012년 총선과 대선 모두 승리했다. 1997년 총선 참패로 소멸할 뻔 했던 영국 보수당이 노동당보다 더 진보적인 세금·금융 정책을 내놓고, 기후변화·동성애 등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13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했던 사례와 유사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당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전원책 위원 등 조강특위 위원들은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2012년 비대위가 '경제민주화'라는 진보주의 강령을 받아들이고, 이념과 동떨어진 '새누리당'이라는 정체불명의 당명으로 바꾸고, '보수를 버려야 한다'면서 빨간 색깔로 당색을 바꾸었을 때 한국당은 침몰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두언 전 의원은 지난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경제민주화는 헌법에도 있는 가치"라며 "더군다나 그것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됐고,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버텼던 큰 이유인데, 다시 그걸 비난하면서 원래대로 돌아가자? 그건 퇴행"이라고 일갈했다.(관련기사 : 전원책을 향한 정두언의 혹평 "한국당, 종 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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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특별재판부’에 경기 일으키는 이유는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 “삼권분립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 vs 한겨레 “사법부 불신 팽배, 공정한 재판 위해 불가피”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2018년 10월 26일 금요일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 한국당 반대 넘을까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사법농단 사건 재판을 담당할 특별재판부를 설치에 합의하면서 언론의 관심도 국회의 특별재판부 설치법 처리 가능성에 쏠린다.

25일 4당 원내대표가 “초유의 사법농단 사태를 공정히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며 뜻을 모았지만, 한국당이 “특별재판부는 법리적으로는 위헌, 정치적으로는 야권 분열 공작”이라며 반대하고,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려면 거쳐야 하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도 특별재판부 도입에 부정적인 여상규 한국당 의원이어서 통과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동아일보는 “법사위를 우회하려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야 하지만 이 또한 한국당이 반대하면 쉽지 않다. 여야 4당의 의석수는 178석으로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필요한 재적 의원 5분의 3(180명)에 못 미친다”며 “민중당(1명)과 친여 성향 무소속 의원(4명)이 찬성표를 던지더라도 이탈표가 나오면 법안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만 해도 김관영 원내대표가 특별재판부 도입에 합의하긴 했지만 같은 당 지상욱 의원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당내 논의도 안 하고 원내대표가 이런 식으로 발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특별재판부 법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동아일보는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등 관련자들을 올해 안에 기소하려 하는 점도 변수로 꼽았다. 여야 4당으로서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을 통과하려면 시간과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동아일보는 “다만 협상 과정에서 한국당이 요구하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여당이 수용하면 특별재판부 도입에 찬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 국민일보 26일자 8면
▲ 국민일보 26일자 8면
 
박근혜 사법부 ‘재판 거래’에 연루된 조선일보의 몸부림

 

박근혜 정권 양승태 사법부와 재판거래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조선일보는 여야 4당의 특별재판부 설치 입법 추진에 사활을 걸고 반대하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공개된 사법농단 문건 가운데 조선일보가 연루된 것만 △(150128)상고법원 기고문 조선일보 버전(김◎◎) △(150203)조선일보 상고법원 기고문(김◎◎) △ (150203)조선일보 칼럼(이○○ 스타일) △(150330)조선일보 첩보 보고 △(150331)조선일보 기고문 △(150427)조선일보 홍보 전략 △(150504)조선일보 기사 일정 및 콘텐츠 검토 △(150506) 조선일보 방문 설명 자료 △(150920)조선일보 보도 요청 사항 등 9건이다.

조선일보는 26일자 “‘특별재판부’라니 이 나라에 혁명이라도 났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검찰이 청구한 구속 영장이 ‘죄가 안 된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되자 이번엔 정권과 여당이 앞장서서 판사를 교체하고 자기들 마음에 맞는 사람들에게 재판을 맡기겠다고 한다”면서 “삼권이 분립돼 있고, 사법부가 독립돼 있는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선례가 돼 권력이 입맛에 맞는 재판부를 만들 수 있게 되면 더 이상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없다. 이야말로 진짜 사법 농단”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대표발의로 민주당과 평화당, 정의당 소속 의원 57명이 이름을 올린 법안을 보면 법원 내·외부 인사 9명(대한변호사협회·전국법원판사회의·시민사회 각각 3명)으로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 특별영장전담법관과 1·2심 특별재판부에 참여할 법관 후보자를 2배수로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친정권 판사들이 재판을 맡게 된다’는 조선일보의 주장 자체가 과장이고 사실 왜곡이다.

 

▲ 조선일보 26일자 사설
▲ 조선일보 26일자 사설
 
또 조선일보는 “현 정권 출범 후 새 대법원장 주도 아래 전 정권 당시 재판 거래가 있었는지 조사한 결과,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이 주어진 업무 범위를 벗어나 일부 권한을 남용한 일은 있었지만 재판 거래는 없었다고 결론 냈다”며 “다른 사람도 아닌 현 정권 측 판사들이 내린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이 현재 특별재판부 설치에 압도적으로 찬성하는 이유는 지금의 사법부가 ‘제 식구 감싸기’를 하며 사법농단 사건 수사를 가로막고 있고, 향후 공정한 재판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된 압수수색 영장은 208건 중 185건이 기각돼 기각률은 90%였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을 분석한 결과, 지난 7월20일부터 10월4일까지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를 위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의 27.3%가 기각됐고, 일부 기각률은 72.7%를 기록했다.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법원에서 온전히 발부된 건수는 0건이었다. 

임종헌 구속영장을 기각되면 특별재판부 도입 압박 더 커질듯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여야 4당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규명을 위한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로 한 것에 “바닥에 떨어진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초유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한국당도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일보는 “물론 국회가 법원의 재판 구성에 간섭하는 것이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다. 1·2심을 특별재판부가 진행해도 최종심을 대법원이 맡기 때문에 실익이 없을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헌정 사상 초유의 사법농단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특별재판부 설치는 불가피하다. 한국당도 공정한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는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김명수 대법원장이 자진사퇴하거나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사법부 수장 문제를 정리한 후 특별재판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법원장 진퇴 문제를 꺼내는 건 불참을 위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일반 사건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90%지만, 사법농단의 경우 단 한건도 온전히 발부된 적이 없다는 점도 사법부 불신을 키웠다”면서 “사법부 태도가 지금과 같다면 특별재판부 설치는 불가피하다. 한국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특별재판부 구성에 동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동아일보 26일자 6면
▲ 동아일보 26일자 6면
 
한편 법원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 여부를 이르면 26일 밤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농단 의혹’ 수사 130일 만에 검찰이 첫 피의자 신병 확보 여부가 주목을 받으면서 여야 4당의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 처리 합의에 법원은 더 큰 압박을 느끼게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민일보는 “앞서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90%,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재 변호사)에 대한 ‘사법농단 1호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에 대한 여론은 악화됐고 정치권은 국정조사, 법관 탄핵, 특별재판부 도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며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쏟아질 ‘제 식구 감싸기’ 비판도 법원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대목”이라고 짚었다.  

이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가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안을 11월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키로 합의하면서 법원이 느끼는 압박감은 더 커졌다는 시각이 많다”면서 “법원이 임 전 차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면 특별재판부 도입 주장은 더 힘을 받게 된다. 한국당의 태도 변화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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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길찾기, 1955년 아데나워를 기억하라

[현안진단] 가시권에 든 종전선언, 쟁점과 해법
2018.10.25 10:13:04
 

 

 

 

종전선언, 북·미 협상의 중간 착륙지점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 문제를 둘러싼 북·미 협상이 곡절을 겪고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핵심에 다가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초기 조치(Front Loading), 신고(Decleration)와 시간표(Timetable) 등 쟁점마다 삐걱거렸지만 쟁점을 옮겨가면서 협상은 이어지고 있다. 조마조마한 밀고 당기기 속에서도 타협이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타협의 접점에는 앞으로 명칭이야 어떻게 붙이든지 종전선언이 있다. 

명칭 때문에 오도될 수도 있으나, 종전선언은 이제 전쟁을 종료시킨다는 과거적 의미보다는 북·미간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해 출발한다는 미래적 의미가 훨씬 강하다. 이는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앞으로 보다 분명해질 것이다. 

종전선언은 핵무장을 완성했다는 북한에게 비핵화 명분을 주면서 제재완화와 체제보장을 원하는 북한에게 상응조치에 대한 신뢰를 높이면서 비핵화의 역주행을 자제케 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종전선언은 장차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문제나 유엔사 문제 등과 연결되는 평화협정 논의로도 이어질 수 있는 점에서 북한에게는 솔깃한 제안이다. 

그러나 같은 이유에서, 일부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그간 종전선언과 비핵화 조치의 선후문제, 종전선언에 중국을 포함할지 여부, 평화협정과는 어떻게 연관 지을지에 대한 논쟁과 논란이 치열하였다. 

지금은 이러한 쟁점들에 대한 이견이 어느 정도 좁혀지고 있다. 종전선언의 성격이 정치적 선언이고 이로 인해 동북아 안보지형이 달라지지도 않으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없이 평화협정이나 북·미 수교는 없다는 것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의 접점에 종전선언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 지난 7일 북한에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북미 간 현안을 논의했다. ⓒ폼페이오 트위터


종전선언 발상의 배경과 논의 경과 

종전선언을 북핵문제와 관련지어 처음 화두에 올린 사람은 부시 대통령이다. 2006년 11월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여기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포기 대가로 공식적으로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 때는 북한이 첫 핵실험(2006.10)을 강행한 직후였다. 

부시 대통령은 종전선언과 평화조약을 명백히 구분하지 않았다. 북한 핵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평화문제를 북한의 핵포기 대가로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한 것이다.

그러자 노무현 정부는 종전선언을 평화협정과 분리하여 비핵화 완료 전에라도 비핵화 과정을 추동하는 협상 카드로 쓰겠다는 구상을 수립했다.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한반도에서 3자 또는 4자 종전선언을 추진한다고 합의했다. 영변 핵시설의 가동중단과 상당한 정도의 불능화 조치를 취했지만, 마지막 단계인 핵폐기에서 주저하던 북한에게 체제안전을 정치적으로 보장하여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판단이 담긴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10.4선언'을 주도한 노무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고 대북 강경입장을 가진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장기간 공전하면서 종전선언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기회가 없어졌고, 내외여론의 기억에서도 사라졌다.

그것을 10년 만에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꺼내 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연내 종전선언 추진에 합의했다. 5월 22일 워싱턴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종전선언에 동의하였고, 곧이어 6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판문점선언을 확인하며 여기에 합세했다.

협상을 하면서 종전선언이 판도라의 상자처럼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지만, 그럼에도 종전선언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거쳐야 할 통과지점으로 굳어졌다

종전선언 쟁점의 해소와 아데나워 방식의 채용 

종전선언과 관련하여 그동안 대두된 쟁점을 보면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비핵화 조치와의 선후 문제다. 종전선언을 완전한 비핵화와 연계되어 있는 평화협정과 분리하면 사실 선후문제는 그다지 중요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다만 비핵화 과정의 어디서 종전선언을 하느냐는 어려운 문제지만 타협 정신을 발휘한다면 해결이 가능하다.

평화연구원은 196호 현안진단을 통해 북한이 미국의 핵무기 일부의 조기폐기(Front Loading) 요구를 받아들이고, 미국도 종전선언을 수용할 것을 제안했고, 비핵화 협상도 그런 방향에서 타결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둘째, 중국의 참여 문제인데, 이는 지난 9월 12일 시진핑 주석이 당면한 한반도문제의 당사자가 남·북·미 3자임을 인정하면서 쉽게 풀릴 수 있게 되었다. 평양 공동선언에서 사실상 남북이 종전을 선언했으므로, 이제 북·미간에 종전을 선언하면 종전선언의 핵심은 완성되는 셈이다. 

셋째, 평화협정 과정과의 연계 문제다. 전쟁을 종료하고 평화를 회복하려면 전쟁 배상, 전범자 처벌, 점령지 반환과 경계선 등의 조건이 해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소·일 공동선언과 한·중 수교공동선언처럼 영토문제나 종전·평화협정과 같은 어려운 문제를 미루고 관계 정상화를 먼저 하기도 한다. 

서독의 아데나워 수상은 할슈타인 원칙을 내세워 동독과 수교한 나라와는 국교를 정상화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1955년 9월 동독과 수교한 소련과 국교를 정상화했고, 당시까지 해결되지 않았던 양국 국경 문제는 추후 평화협정 때까지 미루었다. 같은 날, 일본과 소련의 런던 평화협상은 결렬되었는데 소련이 영토라고 주장한 쿠릴열도(일본명 북방도서) 때문이었다.

일본도 결국에는 1956년 아데나워 방식을 채용한 소·일 공동선언을 통해 영토문제(점령지 반환)를 후일로 미루고 소련과 종전을 선언하고 수교하였다. 하지만 영토문제로 인해 아직 평화조약을 체결하지는 않았다. 

북·미간의 종전선언도 아데나워 방식의 원용이 가능하다. 한반도의 평화와 전쟁재발 방지를 위해 해결되기 어렵고 우려가 따르는 많은 부분은 평화협정 체결 시로 미루고 비핵화와 북·미 관계개선 지향에만 초점을 맞춘 내용이면 충분하다. 결국 현 상황에서 종전선언의 핵심 포인트는 70년 가까이 휴지상태에 있어왔던 전쟁을 깔끔하게 끝낸다는 의미보다는, 민족의 미래를 위해 한반도에 평화를 확고히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데 의의가 있다.

앞으로 남·북·미 3자가 동의한 종전선언이 채택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상징적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촉진하게 될 것이고 북·미관계의 실질적인 개선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지구상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한반도의 냉전구조가 역사 속으로 묻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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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근혜 청, 갑질 근절·대체휴일을 “과잉 경제민주화”

등록 :2018-10-25 09:41수정 :2018-10-25 10:09

 

 

[박근혜 청와대 ‘캐비닛 문건’, 문을 열다 ③]
2013년 5월 남양유업 직원 ‘갑질’ 사회 문제 될 때
대리점거래공정화법률 등에 ‘유사·과잉 경제민주화법안’ 딱지
국회 입법 막으려 정부 부도 “행정입법 선제적 추진”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한겨레 자료 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한겨레 자료 사진.

 

 

<한겨레>는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가기록원에서 확보한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 주관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 비서실장 주관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 자료 등 이른바 ‘캐비닛 문건’을 여러 건 입수했다. ‘캐비닛 문건’은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청와대에 방치된 채로 발견된 이전 정부 문건들을 일컫는 말이다. <한겨레>는 이재정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 1000여건이 훌쩍 넘는 문서들을 분류하고 분석해 연속으로 보도한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걸고 출범했던 박근혜 청와대가 출범한 지 석 달도 채 안 된 시점에서 여러 경제 개혁 법안을 ‘유사·과잉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선정해 관리했던 사실이 ‘캐비닛 문건’에서 추가로 드러났다.

 

<한겨레>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2013년 5월21일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유사 과잉 경제민주화 법안 추진현황’을 보면, 유해화학물질 배출 기업의 처벌 강화,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임원 및 감사의 연봉 공개, 대체휴일제 도입, 최저임금 기준 인상 등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법안들이 박근혜 청와대에서 문제 법안으로 꼽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부는 현재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안들이다. 2013년 5월이면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통해 국민 행복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출범한 지 석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일주일가량이 지난 5월28일,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작성한 ‘유사·과잉 경제민주화 법안 등: 14개 법안’(유사·과잉 14개 법안) 문건에는 대리점 계약해지 제한, 근로시간 단축, 남성 노동자 육아휴직 신청 시 의무화, 임대료 증액 제한 등 당시 여·야에서 발의하거나 추진 중이었던 경제민주화 법안 14개에 대해 추가로 문제 법안으로 지목했다. 2013년 5월은 남양유업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물량을 밀어내면서 욕설과 폭언을 하는 내용의 녹음 파일이 공개돼 ‘갑질 근절’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거셀 때이기도 했다.

 

박근혜 청와대가 ‘유사·과잉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지목한 경제 개혁 법안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박근혜 청와대가 ‘유사·과잉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지목한 경제 개혁 법안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무리한 입법 등으로 경제 구조에 악영향을 주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정부가 관련 법안을 검토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하지만 ‘유사·과잉 14개 법안’ 문건에는 ‘통상 마찰 우려’, ‘실효성 없음’, ‘과거 문제 된 사례 없음’ 등 추상적인 이유로 각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목이 여러 차례 나온다.

 

더불어 2013년 7월9일 작성된 ‘과잉 경제민주화 입법에 따른 문제점 및 대응방안’ 문건에는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은 사안까지 확대하여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현 경제 상황이나 기업부담 등 고려 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적혀있다. 박근혜 정부 추진 과제가 아닌 경제 개혁 법안에 ‘유사·과잉’이라는 딱지를 붙인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같은 문건에는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불공정한 ‘갑을 관계’ 시정을 위한 각종 입법시도가 본격화”됐다면서도 “갑을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은 공감하나, (전체 대리점을 대상으로 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등 내용이 포함된) 대리점법 등 과도한 법안이 시행될 경우 기업 경영위축, 협력업체 피해 증가, 나아가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판단했다. 또 “본사의 경영위축은 납품업체, 대리점 등 협력업체의 직접적인 매출 감소와 경영악화 초래” 등으로 본사가 잘 돼야 협력업체가 잘 될 수 있다는 이른바 ‘낙수 효과’를 중심으로 경제 개혁을 사고하는 측면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렇게 ‘유사·과잉 경제민주화 법안’을 스스로 꼽은 박근혜 청와대가 이 법안들을 막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은 ‘선제 입법’이라는 꼼수였다. 규제 수준이 낮거나 대상을 줄인 법안을 정부가 먼저 입법해 국회의 경제민주화 입법을 막겠다는 취지다. 2013년 11월28일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작성한 ‘경제민주화 관련 행정입법 선제적 추진’ 문건에는 “경제민주화 과잉입법 제정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일부 법안을 정부 입법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통해 “야당의 신규입법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2013년 11월17일 작성한 ‘유제품 분야 공정거래 모범거래 기준 제정’ 문건에서 이런 의도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이 문건에는 전체 대리점이 아닌 유통기간이 짧아 물품 ‘밀어내기’가 관행이었던 유제품 분야에 한정해 모범거래 기준을 세우고 정부의 의지를 분명하게 보일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패키지화’해 발표하여 야당의 대리점법 입법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에 의지를 포장하기 위한 홍보에 대한 관심은 다른 문건에도 드러난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제민주화 관련 행정조치 홍보방안’ 문건에는 “공정위는 경제민주화 관련 6개 고시·지침 제·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홍보 효과 극대화를 위해 을의 권익보호와 관련된 4개 고시 지침을 일괄발표”한다는 방안을 세웠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67283.html?_fr=mt1#csidxd576cb6a7d550ca871e0c4ed16cf0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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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 타러 왔다고 유죄? '전과 26범'의 최후변론

[인터뷰] 25일 1심 선고 앞둔 박경석 전국장애인철폐연대 공동대표

18.10.24 21:03l최종 업데이트 18.10.24 22:28l

 

 장애인 인권 활동을 하며 '전과 26범'이 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
▲  장애인 인권 활동을 하며 "전과 26범"이 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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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에 꽁지머리를 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58·이하 전장연 대표)는 '전과 26범'이다. 물건을 훔치거나 누군가를 다치게 해서 받은 게 아니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지하철 리프트에서 자꾸 장애인들이 떨어져 다치고 죽었다. 그래서 지하철 선로에 내려가 지하철을 멈춰 세웠다. 타인의 도움 없이 장애인은 버스에 올라탈 수 없었다. 그래서 힘겹게 버스에 올라 쇠사슬로 버스 좌석과 몸을 묶었다.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는 재단의 비리를 묵인하지 말라며 종로구청 앞에서 농성을 했다. 지난 1999년부터 벌인 투쟁은 하나하나 전과로 기록됐다.

지금도 그는 '자유의 몸'이 아니다. 지난 2016년 10월 7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월 박 대표에게 2년 6개월을 구형했고 1심 선고가 오는 25일로 예정돼 있다. 선고를 앞두고 24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노들장애인야간학교에서 박경석 전장연 대표를 만났다.

"표 사서 버스 타는 게 미신고집회?"
 

 장애인 인권 활동을 하며 '전과 26범'이 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
▲  장애인 인권 활동을 하며 "전과 26범"이 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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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이라면 이골이 났을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긴장하고 있었다. 1심 선고만 8개월을 기다려 진이 빠진 것도 있겠지만 이전 재판들과는 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경석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이하 집시법), 일반교통방해, 공동주거침입, 공동재물손괴 등에 따른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업무방해 등이다. 대부분 2014년에 발생한 사건들이다. 이전 재판과 비교해 혐의는 비슷할 수 있다. 다른 점은 그가 무죄를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명백히 법을 어긴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유죄를 인정하고 재판부에 선처를 바라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유무죄를 다툴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 대표는 집시법 위반의 경우 표를 사서 버스에 타려고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지난 2014년 4월 20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표를 사서 버스를 타러 갔다"라며 "그런데 장애인 수백명이 버스를 타러 왔다고 경찰들이 우르르 왔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버스에 타려고 시도하는 우리를 경찰이 안거나 업어 태우지는 못 할망정 최루탄을 쐈다"라고 했다.

박 대표는 사법부에 되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표를 산 사람들이 버스에 타려고 하는 것을 처벌하려는 사법부가 왜 2005년에 도입하라고 한 저상버스를 만들지 않은 사람들은 가만히 놔두나"라며 "형평성 측면에서 그쪽에도 죄를 물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2005년 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은 저상버스 도입을 포함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법 제정 후 9년이 흐른 2014년에도 장애인들은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에 내려갈 수 없었고 그는 버스에 타려고 한 것이다.

장애등급에 걸려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없던 고 송국현씨 집에 화재가 발생해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다음 날인 그해 4월 14일, 국민연금공단에 몰려간 것도 문제가 됐다. 당시 전장연 회원들은 국민연금공단 장애등급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센터 항의방문을 시도했다. 박경석 대표가 미신고 집회인 항의방문을 주관·진행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그 당시 일정 때문에 기자회견 이후 자리를 떠서 현장에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명동성당에 들어갔다고 주거침입?"
 
 장애인 인권 활동을 하며 '전과 26범'이 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
▲  장애인 인권 활동을 하며 "전과 26범"이 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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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거침입, 공동재물손괴 혐의도 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엄청난 죄를 저지른 것 같다. 이는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에서 비롯됐다. 박 대표는 "교황님이 방한해 꽃동네를 방문한다는 계획이 발표됐다"라며 "교황님이 꽃동네에 방문하면 안 그래도 장애인이 시설에 거주하는 것을 소외, 배제의 문제로 모는 게 아니라 '해결'로 보는 인식에 정당성을 실어준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시설에서 집단 거주하는 것은 인권침해적 요소가 많다. 한 방에 여러 명이 함께 살며 밥은 물론 여러 활동을 같은 시간에 집단적으로 할 것을 강요받는 구조로 감옥과 비슷하다. 교황님이 꽃동네에 가기보다 지역사회에 나와 자립한 장애인을 만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그런 내용이 담긴 서한을 전달하려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그는 "2014년 8월 13일 경찰과 성당 경비원 등이 우리가 탄 차를 막았다"라며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 과정에서 차가 명동성당 입구에 설치된 차량 차단기를 밀쳤다"라고 했다. 그 결과 차단기가 고장 나, 공동재물손괴와 공동주거침입 혐의를 받게 된 것이다. 박 대표는 "명동성당은 아무나 찾아갈 수 있는 곳 아니냐"라며 "사회적 약자에게 문을 개방해야 하는 곳인데 들어갔다고 주거침입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라고 했다.

"마틴루터 킹, 간디도 신고하고 행진했나"
 
 장애인 인권 활동을 하며 '전과 26범'이 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
▲  장애인 인권 활동을 하며 "전과 26범"이 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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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지난 2014년 세월호 집회·노동절 집회 등에 참가해 도로를 점거해 교통을 방해한 혐의, 지난 2016년 9월 13일 '저상고속·시외버스 도입'을 촉구하기 위해 시외버스 앞바퀴 밑에 들어가 출발 지연을 시켜 승객 수송 업무방해를 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쇠사슬로 몸을 묶고 지하철을 연착시키고 도로를 점거하는 등의 방식으로 꼭 싸워야만 할까. 박 대표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것을 안다"라면서도 "우리 존재를 알리기 위해, 우리 문제를 사회가 심각한 인권 침해의 문제로 받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하철을 안전하게 이용하고 싶다, 버스를 타고 싶다고 하면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이동할 권리는 국가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시민적 권리다. 그 권리를 달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장애인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것, 인권적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고 시혜적으로 접근한다. 그러다보니 10원에서 20원 정도로 올려주면서 인심 썼다는 식으로 나온다."

박 대표는 "우리가 계속 싸워서 2007년에서야 활동보조서비스가 제도화됐다"라며 "현재 보건복지부 예산의 약 60%가 싸움을 통해서 얻어낸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여전히 OECD 기준으로 꼴찌다"라며 "우리가 얻어내기 전에는 개인과 가족이 모든 것을 부담해야 했고 그래서 부모가 장애인 자녀를 목 졸라 죽이거나 장애인들이 시설에 가게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여전히 장애인이 집에서 불타 죽고 남은 가족에게 부담이 될까 아버지가 자기 자식을 새벽에 목 졸라 죽이고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떨어져 죽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그래서 계속 싸우는 것이다"라며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사법부는 집시법 위반이냐 아니냐, 실정법에 위반되냐 아니냐만을 두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마틴 루터 킹, 인도의 간디는 미리 신고하고 행진, 시위했나"라고 덧붙였다.

오는 25일 1심 선고 

장애인이 죽고 다치거나 온몸이 바스러지게 싸워야 조금씩 바뀌었기 때문에 박 대표는 '집유(집행유예) 인생'을 살았다. 집행유예 기간 중 또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쌍집'인 적도, 집행유예 4개를 선고받은 상태인 적도 있다. 그나마 최근 약 1년은 오랜만에 집행유예에서 자유로운 기간이었다. 하지만 오는 25일 오전 9시 50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있을 선고결과에 따라 자유는 끝이 날 수 있다.

박 대표는 무죄이길 바라나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만약 법정 구속되면 서울구치소가 아닌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있는 동부구치소로 보내줬으면 좋겠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내가 감옥에 가야만 장애등급제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기꺼이 갔다 오겠다"라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박경석 대표가 지난 1월 한 최후변론을 전한다.
 
 장애인 인권 활동을 하며 '전과 26범'이 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
▲  장애인 인권 활동을 하며 "전과 26범"이 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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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참여했던 그 모든 집회와 시위는 중증장애인들이 이 세상에서 '폐기물'로 처분 당하지 않기 위해 소리 높여 외친 목소리였습니다. 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 사회에서는 무척 외롭고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중증장애인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그 권리를 노래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그 권리가 뿌리 내리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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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사태를 통해 본 문재인정부의 정체성

10,26사태를 통해 본 문재인정부의 정체성
 
 
 
김용택 | 2018-10-25 09:40:2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내일은 1961년 5월 16일 새벽 한강 인도교를 뒤흔든 총성으로 시작된 박정희의 쿠데타 정권 18년의 막을 내린 39주년을 맞는 10.26이다. 권력에 눈이 어두운 일본 육군장교 오카모토 미노루 박정희는 ‘못살겠다 갈아보자’며 일어난 4.19혁명정부를 총칼로 무너뜨리고 대한민국의 주인이 되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다 그의 부하 김재규중앙정보부장이 쏜 발터 PPK 총에 맞아 삶을 마감한 날이다.

박정희는 국민의 권력을 도둑질해 혁명으로 포장해 미국의 도움으로 반공이데올로기로 주권자를 마취시키고 헌법을 마음대로 바꾸어 종신대통령을 꿈꾸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다. 36년간 일제식민지시대는 끝났지만, 일제가 남긴 상처는 73년이 지난 지금도 곳곳에 똬리를 틀고 남아 있듯 박정희는 죽었지만, 그가 심은 독버섯은 지금도 고스란히 우리 삶을 옥죄고 있다. 박정희가 무슨 짓을 했기에 우리 민중의 삶이 그가 죽은 지 18년이 지난 지금도 독재자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 대일본제국은 패전하였지만 조선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내가 장담하건대, 조선인들이 다시 제정신을 차리고 찬란하고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여 년이라는 세월이 훨씬 걸릴 것이다.” 식민지 조선의 마지막 총독인 아베 노부유키의 예언이다. 그의 예언처럼 “조선인들은 서로를 이간질하며 노예적인 삶을 살 것이다. 보아라! 실로 옛 조선은 위대하고 찬란했지만, 현재의 조선은 결국은 식민교육의 노예들의 나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식민지가 남긴 마취교육 때문일까?

역사를 청산하지 못하면 구시대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다. 비록 희대의 독재자 박정희는 갔지만 39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유신의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4,19혁명을 도둑질한 그를 칭송하고 대한민국경제를 살린 은인으로 생각하고 그의 딸에게 정권을 맡기는 웃지 못할 희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주권자를 기만하며 사기행각(詐欺行脚)을 벌여오던 독재자의 딸 박근혜는 국정을 농단하다 뒤늦게 깨어난 민중의 촛불혁명으로 쫓겨나 지금은 유치장에서 죗값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독재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는 4,19혁명과 6월 항쟁, 촛불혁명으로 역사를 바로 세웠지만 그들의 저항을 끝난 것이 아니다. 태극기부대의 저항이 그렇고 이승만의 뿌린 독버섯 자유당의 후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저항이 그렇다. 그들은 외세와 통일을 가로막고 처절하게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친일과 이승만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진 독재자의 유습은 그들의 마술에서 깨어나지 못한 민중과 합세해 민주주의를 가로막아 온 것이다.

<무엇이 독재의 사슬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막는가?>

박정희가 한강 다리를 건너 가정 먼저 장악한 것이 방송과 언론이다. 독재자들은 분단 이데올로기인 반공과 3S라는 카드를 활용한다. 이를 체계적으로 의식화하기 위해 교육을 통한 마취는 필수다.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저의가 바로 역사왜곡을 통한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결국 이들의 저항은 주권자를 독재자의 아바타로 만들겠다는 꿈이 전교조라는 양심적인 교육자들의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문재인정부가 박근혜가 만든 전교조 법외노조를 원상회복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무엇이 민주주의를 가로막고 있는가?>

혹자는 문재인정부를 촛불정부라고 한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말이다. 역사해석은 객관적이어야 한다. 권력의 편에서 본 역사도 민중의 편에서 본 역사도 객관적인 역사가 아니다. 4,19는 민중의 힘으로 일군 혁명이지만 장면정부는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17백만 국민들이 촛불로 세운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와 농민 민초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책무를 맡았지만 문재인정부는 촛불의 함성을 대변하고 있는가? 혹자들은 말한다. 70여 년의 분단, 식민지 잔재와 박정희가 만든 독재의 유습을 끊고 민족의 소원인 통일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정말 그런가?

박정희가 심어놓은 언론 적폐는 청산됐는가? 아니 청산을 위한 의지를 갖고 있는가? 민족교육 민주교육, 인간교육을 하겠다는 전교조는 왜 법외노조의 사슬에서 풀어주지 못하는가? 재벌개혁, 교육개혁, 언론개혁, 경제민주화, 사법 적폐청산은 이루어지고 있는가? 아니 개혁은커녕 경제가 풀리지 않자, 고용 유연화, 규제 완화라는 이명박, 박근혜가 써 먹던 재벌의 이익을 위한 카드를 꺼내오고 있다.

“남북관계 호전은 자본의 이해관계에 배치되지 않습니다. 새로운 시장이 더 생기고 중국 동북지방과 러시아, 시베리아 연결이 훨씬 싸게 이뤄지니까요. 그러나 노동, 환경, 교육분야의 공공성 확대는 자본의 이해관계와 직간접으로 충돌합니다… 사교육은 물론이고, 특히 유치원, 어린이집, 사립학교가 더 그렇습니다. 정부가 최근 대입제도를 개편하면서 수능비중을 확대하고 영어 조기교육을 앞당기려 한 것도 그런 흐름으로 이해합니다.”

페친의 충고가 10,26을 앞두고 생각나는 이유는 독재자들의 마취에서 깨어난 늙은이의 기우(杞憂)이기만 할까?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재판 중인 피의자를 이끌고 방묵을하는 문재인정부는 독재와 함께 저지른 재벌에게 면죄부를 주는 제2의 4,19혁명정부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닐까? 촛불혁명에 함께 했던 이름 없는 시민의 눈에 비친 문재인정부의 우클릭을 보면서 촛불혁명의 염원이 수포로 돌아가는 비극이 다시는 없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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