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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안전망 대개혁을 위한 투쟁에 나선 민주노총

사회안전망 대개혁을 위한 투쟁에 나선 민주노총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10/31 [00:35]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민주노총이 ‘국민연금개혁! 사회안전망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사진 : 노동과세계)     © 편집국

 

최소한의 생존권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 확충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은 가운데노동계가 국민연금 개혁 등 사회안정망 구축사회공공성 강화를 적극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30일 오후 2시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국민연금개혁사회안전망쟁취민주노총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국민연금 국가지급보장 명문화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까지 인상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기초연금액 인상 및 모든 노인에게 확대특수고용노동자의 사업장 가입 의무화 및 사회보험 가입 인정건강보험 국고지원 정상화노인장기요양보험 국고지원을 확대장기요양기관 부실과 부패 척결국민의 개인의료정보를 통한 돈벌이 중단신약 개발지원법 폐기규제완화 중단 및 사회안전망사회공공성 강화 등을 요구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촛불혁명이 있은 지 2년이 됐지만 “OECD 꼴찌 수준의 척박한 사회안전망 속에 고용불안정과 노후빈곤에 대한 불안감으로청년실업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아이들 보육과 교육에 대한 불안감으로병원비에 대한 불안감으로....전 국민 불안 사회는 지속되고 있고 국민은 행복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사회안전망 구축은 국가가 국민을 위해 해야 하는 기본 의무이며 모든 국민은 노령빈곤질병재해실업 등 사회적인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특히 국민연금제도 개혁을 강조했다이들은 급속한 고령화 사회를 걱정하는 소리는 높은데정작 절반의 노인이 빈곤에 허덕이는 노인빈곤국가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미약하기 그지없다며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된다는 정치권과 자본의 자극적인 굿판들이 벌어지고기금고갈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 지급율을 지금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자본의 논리와 주장만 난무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혁신산업 성장이라는 미명 하에 사회공공성의 기초를 무너뜨리고 국민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정책을 겁도 없이 단행하고 있다며 생명의료 보건산업의 상업화로 국민의료정보를 돈벌이로 전락시키고삼성 등 재벌의 숙원이었던 의료산업 민영화를 향한 작업을 속속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보건의료 영역 뿐만아니라 전면적 친재벌 규제완화 정책도 일사천리로 실행되고 있다며 박근혜 정권도 하지 못했던 규제프리존법과 같은 악법들이 촛불정권 하에서 국회 날치기 처리되고 있는 것이 개탄스러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더불어민주당까지 행진한 후 집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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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개혁사회안전망쟁취민주노총 결의대회 결의문>

 

국민중심생명중심안전중심의 사회안전망 대개혁을 위해 전면적 투쟁에 나서자

 

촛불혁명 2주년오늘 우리 국민의 삶은 얼마나 행복해졌고사회적 안전망 속에 보호받고 있는가

국정과 국민을 농단해온 정치적폐재벌적폐노동적폐들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고적폐와의 타협 속에 새사회를 향한 사회대개혁은 역주행하고 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커져가고촛불의 요구와 희망은 꺽이고 있다.

무엇보다, OECD 꼴찌 수준의 척박한 사회안전망 속에 고용불안정과 노후빈곤에 대한 불안감으로청년실업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아이들 보육과 교육에 대한 불안감으로병원비에 대한 불안감으로....전 국민 불안 사회는 지속되고 있고 국민은 행복하지 않다.

더 이상 기다리고지켜보고 있을 수 없다우리가 직접 나서 바꿔야 한다.

 

사회안전망 구축은 국가가 국민을 위해 해야 하는 기본 의무이며 모든 국민은 노령빈곤질병재해실업 등 사회적인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사회안전망이 강한 나라일수록 삶의 질은 높고국민행복지수도 높다우리나라 사회안전망은 어떠한가아직도 OECD국가 중 거의 꼴찌 수준이다세계 12위 수준의 경제력을 가진 국가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이다우리 노동자가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고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 쟁취를 위해 나서야 한다이는 우리 자신은 물론이고 우리의 아이들과 부모님과 이웃을 위한 투쟁이다촛불혁명 2주년에 즈음한 오늘국민연금개혁과 사회안전망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에 임하는 우리의 각오다.

 

무엇보다 우리는 국민연금제도를 모든 국민의 노후를 위한 실질적인 사회적 안전망이 될 수 있도록 대폭 개혁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 사회를 걱정하는 소리는 높은데정작 절반의 노인이 빈곤에 허덕이는 노인빈곤국가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미약하기 그지없다오히려 지난 8월 국민연금 4차 재정계산 발표 이후 또 다시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된다는 정치권과 자본의 자극적인 굿판들이 벌어지고기금고갈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 지급율을 지금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자본의 논리와 주장만 난무한다심지어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들먹이며 국민연금 문제를 세대 간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오늘 노동자와 정부와 사용자의 합의 하에연금개혁 특별위원회라는 사회적 대화가 시작되었지만 큰 우려와 불신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이유다국민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자본의 논리가 아닌 국민중심생명중심안전중심의 원칙을 철저히 지킬 때 비로소 사회적 보호망이 될 수 있다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다우리의 힘으로 국민연금을 전국민 행복연금으로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떨쳐나서자.

 

우리는 국민연금개혁 투쟁을 시작으로 사회보험제도의 전면적 개혁과 모든 국민을 위한 사회안전망 쟁취를 위해 적극 투쟁할 것이다.

촛불혁명에 기반하여 탄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혁신산업 성장이라는 미명 하에 사회공공성의 기초를 무너뜨리고 국민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정책을 겁도 없이 단행하고 있다생명의료 보건산업의 상업화로 국민의료정보를 돈벌이로 전락시키고삼성 등 재벌의 숙원이었던 의료산업 민영화를 향한 작업을 속속 추진하고 있다보건의료 영역 뿐만아니라 전면적 친재벌 규제완화 정책도 일사천리로 실행되고 있다심지어 민주노총의 강력한 투쟁과 국민 비판에 가로막혀 박근혜 정권도 하지 못했던 규제프리존법과 같은 악법들이 촛불정권 하에서 국회 날치기 처리되고 있는 것이 개탄스러운 현실이다재벌개혁은 어느새 실종되고 재벌의 탐욕과 타협하며 개혁에 역주행하는 지금의 이런 행태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오늘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요구를 선포하며 이를 쟁취하기 위해 전면적 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한다.

 

<우리의 요구>

하나국민연금 국가지급보장을 법으로 명문화하라!

하나국민연금 소득대체율 깍는 것을 중단하고 50%까지 인상하라!

하나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하고 모든 국민을 위한 연금으로 개혁하라

하나기초연금을 모든 노인에게 확대하고 연금액을 높여라!

하나특수고용노동자의 사업장 가입 의무화하고 사회보험 가입을 인정하라!

하나건강보험 국고지원 정상화로 모든 장기투병자를 위한 상병수당을 도입하라!

하나아픈 노인을 위해 노인장기요양보험 국고지원을 확대하라!

하나장기요양기관 부실과 부패를 척결하고 설립제를 허가제로 전환하라!

하나국민의 개인의료정보를 돈벌이로 상업화 즉각 중단하라!

하나국민을 신약 실험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신약 개발지원법 폐기하라!

하나무차별적인 규제완화 즉각 중단하고 사회안전망사회공공성을 강화하라!

 

2018년 10월 30일 

국민연금개혁사회안전망쟁취민주노총 결의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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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빨리 판결났으면…” 홀로 남은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씨의 눈물

재판 5년 넘게 끈 대법원 ..그 사이 세상을 뜬 피해자 여운택·신천수·김규수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18-10-30 19:23:54
수정 2018-10-30 19: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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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승소 판결이 내려진 30일 오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4) 할아버지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승소 판결이 내려진 30일 오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4) 할아버지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김슬찬 기자
 
 

“저 혼자여서 많이 슬프고,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픕니다. 같이 했으면 했는데…”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상고심 판결 직후, 유일한 생존 피해자 이춘식(94) 씨가 밝힌 소감이다. 원고 승소 판결에 기뻐해야 할 그는, 이날 판결을 들을 수 없었던 다른 피해자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춘식 씨와 함께 대법원 판결을 듣지 못한 여운택, 신천수, 김규수 씨 3명은 이미 생을 마감했다. 여운택씨는 2013년 12월, 신천수씨는 2014년 10월, 김규수씨는 올해 6월에 운명했다. 이춘식 씨는 다른 이들이 사망한 소식을 “이 날 처음 접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김규수 씨의 아내 최정호(84)씨도 대법원을 찾았다. 최 씨는 “조금만 일찍 이런 판결이 났으면 가시기 전에 좋은 소식을 접했을 텐데, 마음이 아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반겼을 이날 판결은 당사자와 유족에겐 너무 늦어버린 ‘슬픔의 판결’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승소 판결이 내려진 30일 오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4) 할아버지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며 소감을 밝히던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승소 판결이 내려진 30일 오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4) 할아버지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며 소감을 밝히던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슬찬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 이춘식(94) 할아버지가 30일 오후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위한 전원합의체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 이춘식(94) 할아버지가 30일 오후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위한 전원합의체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함께하지 못한 故 여운택·신천수·김규수 

30일 오후, 1시30분 경 이춘식 씨와 피해자 유족 최정호 씨 등은 대법원 앞에 도착했다. 이날 오후 2시에 열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보기 위해서다. 변호인들과 한·일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세상을 뜬 피해자들의 영정을 손에 든 채 함께 입장했다.  

2시 재판이 시작되자 이들은 그토록 기다렸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법원은 피해자인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피고가 원고 각각에게 1억 원씩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신일철주금이 침략전쟁을 위해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이 씨 등에게 1억 원씩 배상하라는 파기환송심 판결에 신일본제철이 불복하고, 사건이 대법원에 다시 접수된 지 5년2개월 만에 결론이 난 것이다. 그 사이에 원고 이 씨를 제외한 다른 피해자 3명은 운명했다. 양승태 사법부가 재판 거래를 하며 선고를 미루는 사이에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운명한 것이다.

올해 6월 운명한 고 김규수 씨는 군산 광동중학교 졸업 후 일본인 인쇄소에서 일하다가 징용 영장을 받고 야하타 제철소로 강제동원된 피해자다. 그는 제철소 내 열차 선로를 조작, 관리하는 북 신호소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동료 조선인과 함께 도주하다 붙잡혀, 일주일 가량 고문과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해방 후 여비로 200엔을 받고 그해 9월 초순 경 시모노세키를 출발해 오던 중 태풍을 만나 배가 뒤집히는 사고를 당했다. 그럼에도 살아남아 9월 하순 부산으로 귀국했다.

2014년 10월 운명한 고 신천수 씨는 16세때 ‘대우가 좋고 집에도 송금할 수 있다는 일본제철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했다 오사카 제철소에 강제징용됐다. 신 씨는 용광로에 석탄을 넣고 고로를 관리하는 고되고 위험한 중노동에 시달렸다. 신 씨도 달아날 계획을 세우다 발각돼 심한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1945년 3월, 오사카 제철소가 공습당한 후 회사의 지시에 따라 함경북도 청진 공장으로 이동해 토목공사를 하던 중 해방을 맞았다. 

2013년 12월 운명한 고 여운택 씨는 1943년 9월 평양의 이발점에서 일하던 중, ‘기술 습득 후 귀국하여 기술지도원으로 일할 수 있다’는 일본제철 공원모집 신문광고를 보고 지원했다 강제징용 피해자가 됐다. 1년9개월 가량 일본제철 오사카제철소에서 크레인을 조작해 용광로에 고철을 넣는 노동을 했다. 부족한 식사와 강압적인 노동, 열악한 생활환경에 시달리다가 1945년 6월 경 공장이 폭격된 후 함경북도 청진으로 이동했다가 해방을 맞았다. 

원고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씨는 고등학교 재학 중에 강제징용됐다. 대전 지역에서 선발된 80명의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일본제철 가마이시 제철소로 끌려갔다. 일본군 출신 사감이 관리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탄차에 석탄을 퍼 올리는 단순 노역에 시달렸다. 1945년 1월엔 일본군으로 징병돼, 고베의 8875부대에서 민군포로감시원 일을 해야 했다. 해방 후 가마이시 공장 노무과에 찾아가 월급을 요구했으나 받지 못하고 귀국했다. 

30일 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재상고심 판결 기자회견.
30일 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재상고심 판결 기자회견.ⓒ민중의소리

“신일철주금·일본정부, 공식 사죄하라” 
“한국정부, 강제동원 피해자 구제 위한 외교적 조치 취하라” 
“대법원, 사법농단 진상규명하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후, 오후 3시30분 경엔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사무실에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을 연 ‘강제동원 공동행동’은 일본 정부와 신의철주금에 공식 사죄 및 추모, 피해자 인권 회복을 위한 추가적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또 대법원에 사법농단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조치를, 정부엔 강제징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외교적 조치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선 김세은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와 조시현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판결 내용과 그 의미를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은 크게 3가지였다”며 “1965년 맺은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도 소멸됐느냐, 일본 법원의 원고 패소 판결이 한국 재판부에도 영향을 미치는가, 신일철주금이 옛 신일본제철의 책임을 그대로 승계했느냐 등”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법관 다수는 청구권협정으로 인해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고 봤고, 일본에서 이루어진 재판은 ‘자국의 식민지배가 불법이 아니’라는 전제로 내려진 것이기에 한국의 헌법에 위반돼 인정 할 수 없다고 봤다”고 전했다. 또 “신일철주금의 책임 승계에 대해서도 2012년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조 연구위원은 “이번 판결의 가장 큰 의미는 강제동원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범위 바깥의 문제로 해석됐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정부와 의견이 다른 판결이 나왔기에, 한일 간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법원 판결에서 ‘강제노동’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그동안 사법부 차원에서 일본 기업의 책임을 물은 적이 없다. 2012년 대법원 판결과 마찬가지로 전범기업의 법적 책임을 확인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번 판결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법원의 문턱조차 가지 못한 사건들이 많다”며, 일제강점기 당시 100만명이 넘는 이들이 국외에서, 200만명이 넘는 이들이 국내에서 강제징용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일본 시민단체 ‘일본제철 징용공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에서도 함께 했다.

나카타 미츠노부 사무국장은 “5년 전 7월 기자회견장에서 이춘식 씨와 고 여운택 씨와 함께 했다. 기자회견장에는 2분의 피해자만 함께 했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4분의 피해자 모두가 생존해 있었다”며 “한 분만 남은 점이 너무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에게 남은 시간이 없다. 일본 정부와 신일철주금은 이 분들에게 피해 보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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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으로 단절된 동학.국학은 민족통일운동의 원천"

국학연.민족주의포럼 국학강좌(10) 김치관 '국학과 민족통일'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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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30  17: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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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날개로 날고 두 개의 눈으로 보는 새

   
▲ 김치관 21세기민족주의포럼 기획위원이 18일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2018 국학 월례강좌'에서 '국학과 민족통일'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송정미]

“동학과 대종교를 통해서 민족통일의 사상, 이론, 생활문화 모든 측면에서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동학과 대종교가 분단으로 인해서 역사적 단절을 맞은 것이야말로 우리 역사에서 가장 큰 아픔이라고 생각한다.”

‘2018 국학 월례강좌’ 열 번째 강좌에 ‘국학과 민족통일’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치관 21세기민족주의포럼 기획위원은 “민족통일운동의 원천을 동학과 국학(대종교)에서 찾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6년, 우리 고유 종교인 대종교를 중광한 홍암 나철(1863~1916) 100주기 기획기사를 <통일뉴스>에 연재한 바 있는 김치관 기획위원은 18일 오후 7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430호에서 열린 국학 월례강좌에서 동학과 대종교에 현대적 발원을 둔 국학을 민족통일운동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보기]

김치관 기획위원은 리영희(1929~2010) 선생의 ‘새는 두 개의 날개로 난다’는 경구와 <유라시아 견문>을 연재 중인 이병한 박사의 ‘근현대 서구 중심의 국가주의적 시각’을 넘어선 ‘고금을 아우르는 유라시아의 문명사적 시각’에 의미를 부여하며 “우리 민족이 두 개의 날개로 날고 두 개의 눈으로 볼 때 바르게 날 수 있고 바르게 볼 수 있다”면서 “그 몸통은 바로 우리 민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몸통을 물리적 구조라고 본다면, 물리적 구조를 채우는 컨텐츠는 뭐냐. 민족혼이라고 할 수도 있고 국혼이라고 할 수도 있다”며 “사상의지는 민족주의로 표현되고 민족주의의 내용은 국학으로 본다”고 정의했다.

그는 민족과 민족주의 개념은 문명교류학을 정립한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의 견해에 따른다며 “민족이란 일정한 지역에서 장기간 공동체생활을 함으로서 혈연, 언어, 경제, 문화, 역사, 지역 등을 공유하고 공속의식과 민족의식에 따라 결합된 최대 단위의 인간공동체로서 소정된 역사발전의 전 과정에서 항시적으로 기능하는 엄존의 사회역사적 실체”라고 인용했다.

이어 “국어, 국사 이런 우리가 같은 민족으로 공유하고 가치부여하는 것들을 국학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넓은 의미에서 국학을 세 부류로 나눠봤다. 하나는 국교(國敎), 하나는 국학(國學), 하나는 국권(國權)이다”고 제시했다.

동학의 후예 최동희와 대종교의 후예 김두봉

   
▲ '2018 국학 월례강좌는 국학연구소와 21세기민족주의포럼이 공동주최하고 통일뉴스가 후원하고 있다. [사진 - 송정미]

그는 “조선말기, 대한제국 초기에는 실학과 서학이 기존의 조선사회에 문제점을 뛰어넘어 해결하고자 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나왔다”며 “동학은 참여 숫자로 보나 내건 기치로 보나, 실제로 전민항쟁을 상당히 폭넓은 전개했고, 여러 측면에서 동학은 위정척사파나 개화파, 실학과 서학에 비해서 훨씬 우리사회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할 만한 실질적인 역사적 흔적을 남겼다”고 짚었다.

또한 “사실 동학 봉기 당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은 최시형의 북접이 아니라 남접이었다”며 “전봉주, 김계남, 손화중 이들이 남접 소속인데, 지도자가 서장옥”이라고 특정하고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운 최제우(1824~1864)-해월 최시형(1827~1898)-의암 손병희(1861~1922)로 이어지는 법통외에도 서장옥(1853?~1900)과 최동희(1890~1927)를 주목하자는 것.

그는 최시형의 아들 최동희에 대해 “일본에 가서 사회주의자가 돼서 천도교의 조직, 힘을 갖고 사회주의혁명하려고 시도했다”며 “실제로 이분이 소련의 공산당 책임자에게 보낸 서신이 지난해 발견됐다. 서신에 보면 자기가 책임지는 동학교도들이 3만명이다. 봉기를 준비하고 있다. 도와달라,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소개하고 “동학의 흐름이 손병휘에서 끝난 게 아니고 고려혁명당으로 이어졌고, 최동희 선생이 1927년 급서하면서 무산됐지만, 이런 흐름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무위당 장일순(1928~1998)이 해월 최시형을 기리는 비석을 원주에 세우고 생명사상의 연장선에서 한살림운동을 제창한 점을 주목하고 “동학의 유무상자(有無相資), 가진 자와 없는 자가 서로 돕는다는 정신은 무위당 장일순의 ‘계산 없는 협동’으로 이어졌고, 한살림의 ‘생산-소비 협동’으로 구현됐다”고 평가했다.

대종교에서 대해서는 “백두산에서 이미 전통 종교로 수행한 분들이 집단을 이뤘는데, 백봉 집단이 <삼일신고>라는 고유경전을 갖고 이 경전을 홍암 나철에게 전달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단군교와 관련한, 종교를 세울 수 있는 모든 내용들을 다 제공했다”며 “당시에 이러한 전통 종교 집단은 묘향산에도 김연백의 신교가 있고, <참전계경>을 경전으로 삼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대종교에서는 1918년에 무오독립선언을 해서 기미독립선언으로 이어졌고, 상해 임시정부도 대종교도가 3분의 2이상의 간부를 맡고 있었다”면서, 대종교 군사책임자인 백포 서일이 이끄는 북로군정서가 청산리전투 승전의 금자탑을 쌓은 주역이었다고 당시 활약상을 전했다.

특히 “홍암의 대종교 중광에 따라 고유 신교가 부활했고, 국조 단군, 국시 홍익인간 이화세계, 국전 개천절 등이 비로소 다시 자리잡았고, 국어(주시경, 김두봉, 이극로, 정열모, 최현배 등), 국사(김교헌, 박은식, 신채호 등) 운동이 본격화 됐다”며 “일제 말기인 1942년, 일제가 마지막으로 민족운동의 명맥을 끊기 위해 집중한 분야는 국교와 국어였다. 임오교변으로 만주지역 대종교 간부를 잡아들이고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국내 한글학자들을 체포했다”고 요약했다.

그는 “해방후 대종교는 개천절 제정이나 단기연호 사용 등 나름대로의 역할도 했지만 미군정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유명무실화 됐고, 주요 간부들도 자의든 타의든 주로 북쪽으로 갔다”며 “대종교의 북쪽에서의 활동에 대해서는 더 연구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숙제를 남겼다.

실제로 김두봉, 조완구, 조소앙, 안재홍, 정인보, 명제세, 이극로, 정열모 등 대종교 핵심인물들이 북쪽에 머물게 됐고 한글학자이기도 한 김두봉은 한때 북조선노동당 위원장을 맡기도 했지만 이후 행적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시대적 순서로 보면 서학-실학-동학-대종교-공산주의 운동이 우리 사회에 강력한 사상적 세례를 줬다”며 “한살림운동을 해온 주요섭은 천주교를 서학1로, 공산주의를 서학2로, 천도교를 동학1로, 대종교를 동학2로 명명하기도 했다”며 “남북이 분단됨으로써 남북 양쪽에서 동학1, 동학2의 역사가 사실상 단절된 셈”이라고 했다.

평양 단군릉과 대종교의 삼법수행

   
▲ 강연 이후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사진 - 송정미]

그는 “동학과 국학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전통사상과 일원론적 세계관 △사회변역운동에 집단적 헌신 △국학 운동 △수행과 신인간 추구 등을 꼽았다.

특히 국학운동과 관련 “국조 단군, 국시 홍익인간, 국기 단기(4351년), 국전 개천절 등이 다 대종교에서 나왔다”며 “김교헌 박은식 신채호 등은 대종교인으로서 중화사관을 넘어서 최초로 대륙사관을 정립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 재야 사학계에서 제기돼 이제는 낯설지 않은, 북에서는 당연히 대륙사관을 큰 틀에서 수용하고 있어서 역사학에서 접점을 잡아가고 있다”는 것.

그는 북한이 단군릉과 동명왕릉을 대대적으로 꾸리고 단군릉에서 남북해외 대표들이 함께 개천절 민족공동행사를 치른 것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이극로 등이 주축이 된 조선어학회는 일제의 조선어 말살정책에 맞서 그 엄혹한 시기에 <한글 맞춤법 통일안>,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을 확립했다”며 “그분들이 남북으로 흩어져서 주로 북으로 갔지만 이 규범집을 갖고 한글을 발전시켜서 약간 달라졌다지만 의사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됐다”고 업적을 기렸다.

또한 “문익환 목사가 김일성 주석을 만나서 한글 풀어쓰기를 제안했지만 통일 이후에 하자고 했다”며 “대신 우리가 같은 사전 만들자고 해서 나온 게 겨레말큰사전이다. 공동의 언어와 겨레말큰사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학과 대종교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수행과 신인간”이라며 “하느님과 나, 사회와 나, 공동체와 나, 이게 분리되지 않는다”며 백포 서일(1881~1921)이 군사 책임자이자 대종교 경전을 다수 저술했고, 일제와의 무장투쟁 중에도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은 군교일치’(軍敎一致)와 수전병행(修戰竝行)의 모범사례라고 꼽았다.

나아가 “대종교측은 홍암 나철과 백포 서일이 ‘폐기 절식’으로 자결한 것은 삼법수행의 조식법을 높은 수준으로 익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며 천도교 이론가 이돈화(1884~1950)가 주창하고 시인 김지하가 현대화한 천도교의 ‘신인간’이나 대종교의 삼법(지감, 조식, 금촉)수행을 통한 ‘성통공완자’를 예시하며 자기 수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학과 서학을 넘어서

   
▲ 김치관 기획위원은 외래 사상이 아닌 동학과 국학에서 민족통일의 원천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 송정미]

그는 동학과 국학으로부터 △서구 자본주의의 극복 △공동체성의 회복과 조직화 △평화공존과 민족통일의 내용들을 도출해 낼 수 있다며 80년 광주항생, 2000년 남북정상회담 같은 ‘중요한 사회역사적 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동학의 접과 포, 대종교의 학교와 교당은 철저히 공동체성에 기반을 둔 조직이었고, 개인적 수행이나 사회참여를 넘어선 유기적 공동체가 됐다”며 백승종 과학기술교육대학교 대우교수를 인용, 동학혁명 당시 소농중심의 마을조직인 ‘리중(里中)’이라 불리는 마을공동체가 있었고, ‘두레’조직들이 결성돼 있었음을 지적했다.

그는 “그때와 달리 지금은 조밀한 인구밀도에 도시집중화가 이루어져 있고, 개별화된 개인들이 SNS로 느슨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상태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며 “온라인 네트워크에 느슨하게 연결된 개인들과 만들어나갈 공동체는 어떤 방향과 원칙, 방법들이 유효할지 모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수일 소장의 ‘진정한 민족주의자는 진정한 국제주의자다’라는 명제를 인용하고 김동환이 홍암 나철에 대해 1909년 대종교 중광 이후 “민족주의, 국수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세계주의자로 변신한다”라는 평가를 인용, 동학과 국학의 주창이 협소한 국수주의가 아니라 세계주의와 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능라도 5.1경기장 연설에서 “우리 민족은 우수합니다. 우리 민족은 강인합니다.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5천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라고 말해 15만 평양시민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음을 상시기키고 “지금의 분단극복과 민족통일로 나아가는 길에 동학과 국학이 어느 때보다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더 이상 현실 변혁을 끌어낼 동력을 상실한 서구 맑스주의나 그 이후 또다른 대안을 찾아 밖으로 눈을 돌려 기웃거리는 사민주의나 녹색운동이 과연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진지하게 자문해 보아야 한다”며 “동학1.2와 서학1.2를 아우르고 넘어서는 우리 고유의 전통사상과 변혁론, 자기 수행론의 현대화가 절실하다”고 말하고 “그 당면 과제는 민족통일의 실현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박은식 선생이 우리 민족 최고 성세(盛世)의 영웅인 연개소문과 명립답부를 재조명했다면, 우리 민족 최고 난세(亂世)의 영웅 최제우.최시형, 나철.서일을 이 시대에 불러내는 것이 절실하다”며 “난세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며 전민항쟁을 이끌었던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을 수 있듯이 오늘의 우리의 민족통일을 향한 집단적 헌신이 다음세대의 생존과 번영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치관 기획위원은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386세대에서 새로운 사상이나 새로운 운동이 나오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전제하고 “이후 세대들이 동학1과 동학2, 서학1과 서학2를 아우를 수 있는, 두 개의 날개, 두 개의 눈, 우리의 몸통 이런 것을 다 헤아릴 수 있는 그런 성숙된 높은 차원의 운동을 해나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징검다리, 끊어진 맥을 더 끊어지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이 현실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정해랑 21세기민족주의포럼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국학 월례강좌는 국학연구소와 21세기민족주의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통일뉴스가 후원했다. 다음 열한 번째 강좌는 11월 22일 오후 7시 프란치스코교육회관 430호에서 ‘민족주의의 미래’를 주제로 강철구 한국혁명네트워크 대표가 강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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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카슈끄지의 죽음을 둘러싼 국제정치 야합

[아시아생각] "중동 민주화? 언론자유? 이익 챙기기가 먼저다"
2018.10.31 09:15:16
 

 

 

지난 10월 2일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둘러싼 논란은 한 달이 다 되도록 뜨겁다. 카슈끄지의 죽음은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사는 21세기가 '문명의 세기'가 아니라 '폭력의 세기'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아울러 △사우디와 터키를 비롯한 중동 독재국가들의 민낯 △중동 민주화나 언론 자유엔 관심 없는 미국과 서구 강대국들의 이해타산 등 국제정치의 더러운 모습들을 새삼 드러냈다.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카슈끄지 피살사건이 들춰낸 문제점들을 비판적으로 정리해본다.  편집자 

 

▲ 사우디 왕정을 정면 비판해온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영사관 내에서 살해된 것으로 알려지고, 배후에는 사우디 최고권력자가 있다는 의혹이 사실처럼 굳어지고 있다. 터키의 독재자 에르도안 대통령이 겉으로는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카슈끄지의 죽음의 진상 규명은 미국 등 서구 강대국들의 무기 수출의 최대 고객 사우디와 이해당사국들의 야합으로 덮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 ⓒAP=연합


먼저 한 통계 자료.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뉴스안전연구소(The International News Safety Institute, INSI)는 BBC, NHK 등 주요 언론매체들이 회원사로 가입해 언론인의 안전문제를 다루는 연구소이다. INSI의 집계에 따르면, 2018년 올해 들어 61명의 언론인이 업무와 관련해 죽었다. 반미 저항세력이 게릴라 활동을 펴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많은 숫자인 13명이, 마약 카르텔에 속하는 범죄조직원이 활개 치는 멕시코에서 9명이, 전쟁 막바지에 접어든 시리아에서 4명이 죽음을 맞이했다.  

또 다른 통계 자료. 전세계 언론인들의 모임 가운데 하나인 '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 홈페이지는 지난 15년(2003~2017년) 동안 1035명의 언론인이 죽임을 당한 것으로 집계한다. 2017년 한 해 동안에만 65명이 희생됐다. 이 가운데 26명은 공습을 비롯한 폭격 또는 이른바 자살폭탄공격으로 죽었다.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지역에서 취재활동을 벌이다 사망한 언론인들이다. 65명의 희생자 가운데 60%에 이르는 39명은 '어둠의 세력'에게 그야말로 표적 살해당했다.  

"글을 함부로 쓰면 다친다"

 

 

앞의 통계들에서 보듯, 언론인이 자신의 일과 관련해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는 대체로 두 가지다. 첫째는 분쟁지역(이를테면 시리아, 이라크 등) 또는 위험지역(이를테면 원자력발전소 사고 지역이나 화산폭발지역)에 취재를 갔다가 죽는 경우, 둘째는 그 언론인이 쓴 기사 (또는 쓰려고 하는 기사)에 불만을 품은 쪽에서 저지르는 범죄로 죽은 경우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위험지역에 취재를 갔다가 죽는 언론인들보다 더 많은 언론인들이 고의적인 표적 살해를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인 살해는 미디어를 통해 이뤄지는 보도행위가 자신들에게 이롭지 못하다는 판단 아래 저질러지는 극단적인 폭력이다. 어떤 특정 언론인의 목숨을 노린 범죄 행위가 다른 많은 언론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짧은 글로 요약한다면? "우리가 원하지 않는 글을 함부로 쓰면 죽는다"일 것이다. 한마디로 침묵할 것을 강요하는 협박이 메시지에 담겨 있다.  

'사우디판 블랙 리스트'의 희생자 

지난 10월 2일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죽은 사우디 출신의 자말 카슈끄지(1958-2018)도 표적 살해당한 언론인이다. 사우디 독재왕정에 비판적 입장을 지녔던 그는 2017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워싱턴 포스트> 등에 칼럼을 쓰면서 사우디 왕정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를테면 카슈끄지는 예멘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의 무차별 공습으로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되는 것을 신랄하게 짚었다. 그는 특히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월권적 행태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런 과정에서 '사우디판 블랙 리스트'에 이름이 올랐고 끝내 죽음을 맞이했다.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당하자, 터키 정부는 사우디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사정을 알고 보면 터키 정부도 언론인 탄압에선 결코 뒤지지 않는다. 2003년부터 줄곧 1인 권력자로 자리매김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빌미로 언론을 감시해왔다. 비판 성향의 언론 매체들이 문을 닫도록 하거나 친정부 성향의 언론사로 강제 합병했고, 눈에 벗어난 언론인들을 감옥으로 보냈다. 

올해 4월 진보 성향의 일간지 <줌후리예트>의 편집국장과 기자 14명에겐 '테러조직을 도운 혐의'로 2년에서 7년 6개월 사이의 징역형이 내려졌다. 사우디 독재왕정, 또는 1980년대 전두환 독재정권에 버금갈 만큼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탄압을 일삼아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어느 터키 기자의 절망어린 목소리("터키의 저널리즘은 깊은 혼수상태이며 나는 아무 것도 쓸 수 없다")는 터키의 언론 상황이 어떠한가를 보여준다. 

터키와 사우디, 같은 '비자유(None-Free) 국가' 

그렇다면 사우디의 언론 상황은? 카슈끄지의 죽음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워싱턴 포스트>에 사우디 왕실에 대한 비판적 칼럼을 쓰던 카슈끄지가 터키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피살당한 보름 뒤인 10월 17일 <워싱턴 포스트>는 그가 죽기 직전에 보냈던 마지막 칼럼을 실었다. 이 칼럼에서 카슈끄지가 남긴 마지막 외침은 "언론탄압을 중단하고 자유를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카슈끄지가 실종된 바로 다음날 그의 통역자로부터 칼럼 원고를 받았다. 하지만 칼럼 게재를 미루면서 그의 무사귀환을 바라고 있었다고 한다).  

카슈끄지의 죽음을 둘러싼 터키-사우디의 설전은 10월 내내 국제뉴스를 달구었으나, 10월 하순 들어 대충 마무리되는 모습이다. 10월 24일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과 사우디의 실세 왕세자 빈 살만이 전화로 긴 얘기를 나눈 뒤, 사우디를 겨냥한 터키 언론의 비난수위가 급격히 낮아졌다. "카슈끄지 학살은 밑의 사람들이 벌인 일탈행위"라는 빈 살만의 꼬리 자르기가 먹혀들어간 것은 두 권력층 사이의 밀실 야합이 이뤄졌다는 것을 뜻한다. 

프리덤 하우스가 펴낸 <2018년 세계 자유보고서>를 보면 터키와 사우디는 민주주의의 규범을 지키는 '자유 국가'와는 거리가 먼 '비자유(None-Free)국가'들이다. 언론자유와 거리가 먼 터키-사우디의 권력자들이 한 언론인의 죽음을 놓고 신경전을 펴봐야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에르도안-빈 살만-트럼프의 유착 

에르도안-빈 살만 사이의 야합엔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쪽의 중재가 결정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터키는 앤드루 브런슨 미국 목사를 간첩혐의로 구금한 일로 미국과 외교적 마찰이 생겨났다. 올해 들어 미국의 경제제재로 리라화 환율이 대거 폭락했고, 경제도 어려워졌다. 에르도안의 입장에선 지배체제 안정을 위해서도 경제지표의 원상복구가 절실했다. 

트럼프는 그런 에르도안의 마음을 도닥여주며 사우디 빈 살만과의 야합 쪽으로 다리를 놓았을 것이다. 탐욕과 노회라는 잣대로 보면 에르도안은 트럼프에 뒤지지 않는다. 에르도안이 사우디의 빈 살만 쪽을 강하게 압박한 것은 트럼프의 중재 손길과 주고받을 거래를 처음부터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트럼프도 그런 에르도안의 머릿속을 손바닥 보듯이 들여다볼 것이다.  

트럼프의 관심은 중동 민주화나 언론 자유가 아니다. 트럼프의 속성이라 할 배금(拜金)주의, 물신숭배에 바탕한 이익 챙기기다. 카슈끄지가 사우디 영사관에서 실종됐다는 소식이 처음 나오고 그 뒤 계획적 살해였음이 분명해지는 흐름 속에서도 트럼프는 계속 말을 바꿔가면서 사우디 왕정을 감싸는 태도를 보였다. 사우디에 대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대해선 애써 못들은 척 했다. 무엇 때문에? 트럼프에겐 사우디 독재왕정이 안정적인 석유 공급처 일뿐 아니라, 엄청난 돈벌이 고객이기 때문이다. 

2017년 사우디와 맺은 1100억 달러(약 124조 원) 규모의 무기수출 계약이 단적인 보기다. 사우디에 대한 제재를 해야 한다면 무기수출 계약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일자리 창출' 논리를 앞세운 트럼프는 물론 미 무기산업체도 그런 상황이 오는 걸 바라지 않는다. 록히드마틴을 비롯한 미 거대 군수회사들의 로비단체인 미항공우주산업협회(AIA)는 혹시라도 사우디 무기 수출길을 막는 결의안이 미 의회에서 나올까 싶어 이즈음 막후 로비활동을 활발하게 펼친다는 소식이다.  

메이, 마크롱도 트럼프와 같아 

사우디는 오일 달러로 벌어들인 돈을 국방비에다 쏟아 붓는다. 2017년도 사우디 국방예산은 694억 달러로,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서방 군수업자들의 눈으로 보면, 사우디 왕정은 최대 고객이다. 무기 수입에 관한 한 절대적으로 미국에 기대왔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내놓은 <군비, 군축, 국제안보 연감,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2013-17년) 사이에 사우디에 무기를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는 1위 미국(점유율 61%), 2위 영국(23%), 3위 프랑스(4%) 순이다.  

흥미로운 것은 카슈끄지의 죽음을 둘러싼 영국과 프랑스의 미적지근한 태도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사우디를 겨냥한 발언 수위를 애써 조절하는 모습이다. 기껏해야 "카슈끄지의 피살사건에 관련된 용의자 가운데 영국 (또는 프랑스) 비자가 있는 이가 있다면 바로 취소될 것이다"라는 정도였다. 

마크롱은 한술 더 떠 "카슈끄지 피살과 사우디의 프랑스 무기 구매 사이에 도덕적 연관성을 맺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우디에 수출된 무기가 결국은 사우디 독재 왕정을 튼튼히 하는 물리적 기반이 되고, 한편으로는 이웃나라 예멘에 퍼붓는 공습에 쓰인다는 지적을 못 들은 체 하기는 트럼프나 메이, 마크롱 셋 다 똑 같다. 

기억해야 할 이름, 카슈끄지 

사우디 언론인 카슈끄지의 죽음은 중동지역의 암울한 정치상황과 더불어 서구 강대국들의 민낯을 새삼 드러냈다. 카슈끄지를 잔혹하게 죽인 사우디나, 이를 비난하는 터키나 모두 절대 권력이 판치는 국가들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강대국 지도자들이 필요에 따라 가끔씩 들먹이는 중동 민주화, 인권 문제는 그저 겉치레 수사학이라는 사실이 새삼 드러났다. 중동 독재국가들과 손잡은 서구 강대국 지도자들은 오로지 자국의 이익을 챙길 뿐이다. 

이런 국제정치의 더러운 정치야합이 낳는 희생양은 앞으로도 여러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눈앞에 나타날 게 틀림없다. 중동 독재자들이나 서구 강대국 지도자들은 카슈끄지의 죽음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지길 바랄 것이다. 우리가 카슈끄지라는 이름을 잊지 말아야할 이유다.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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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군인들, 시위와 무관한 여성 성폭력 17명 아직도 신음

5·18 군인들, 시위와 무관한 여성 성폭력 17명 아직도 신음

등록 :2018-10-30 12:03수정 :2018-10-30 12:22

 

 

정부 공동조사단, 5·18 계엄군 등에 의한 범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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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5·18민주화운동 때 시위에 적극 나섰던 광주 오월 여성들. 차명숙씨 제공
1980년 5월 5·18민주화운동 때 시위에 적극 나섰던 광주 오월 여성들. 차명숙씨 제공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계엄군·수사관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은 희생자가 17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광주에 투입된 군인들이 시위와 무관한 주부와 10대 여고생, 20대 직장인 등을 집단 성폭행했다는 의혹(<한겨레>5월8·10일치 1면)도 사실로 드러났다. 당시 군인들은 광주 상황을 사실상의 내전 상태로 간주하고 무고한 여성들에게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던 것으로 보인다.

 

30일 여성가족부·국가인권위원회·국방부가 참여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이하 공동 조사단)의 말을 종합하면, 5·18 당시 계엄군·수사관 등이 저지른 성폭행 범죄가 지금까지 파악된 것만해도 17건이다. 이 가운데 공동조사단에 신고가 접수된 뒤 상담 과정에서 파악된 사례가 8건이고, 5·18 당시 구술자료와 유공자 보상 심의 서류, 각종 문헌 등을 통해 파악된 사례가 9건이다. 상담과 구술 조사를 통해 파악된 8건 중 3건은 <한겨레> 보도 등을 통해서 알려진 사례지만, 5건은 새로 접수된 피해 사례다. 여성 성폭력 피해는 광주에 공수부대가 증파된 시점과 맞물리는 5월 19~21일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왼쪽부터),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노수철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지난 6월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 현판식에 참여해 현판을 걸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왼쪽부터),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노수철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지난 6월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 현판식에 참여해 현판을 걸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5·18 성폭력 희생자들 중엔 30대 주부(5월20일) 뿐 아니라 17살 여고생(5월23일), 여대생, 시내버스 회사 직원(20살·5월20일) 등이 포함됐다.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성폭력 피해 이후 충격을 받고 지금도 여전히 정신병원에서 투병 중이다. 특히 4명은 5·18민주화운동 보상 신청 기간 중 광주시 등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는데도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해보상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군 영창(상무대) 등지서 저질러진 성추행·성가혹 행위 등도 45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공동조사단의 진상 규명 과정에선 5·18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은 찾지 못했다. 공동조사단 쪽은 “가해자 추정까지는 가능하지만 조사권이 없어 입증할 수 없었다”고 했다.

 

공동조사단은 희생자들이 이번 조사를 통해 상처(2차 가해)를 받지 않도록 트라우마 치유 전문가 등과 함께 진상 조사를 실시했다. 특히 5·18 보상 신청을 했던 여성 603명의 서류를 일일히 확인한 뒤 성폭행·추행 등 희생자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조사단 쪽은 “여성 생존자들이 성범죄 피해를 수치로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신고하는 것을 꺼렸다. 5·18 성폭력 희생자들의 인권과 2차 피해를 우려해 구체적으로 계엄군 등의 범죄 사실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들이 광주 금남로에서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들이 광주 금남로에서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공동조사단은 3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여성가족부와 국가인권위원회, 국방부 등 3개 기관에서 모두 12명이 참여해 지난 6월부터 5개월동안 진상규명 활동을 벌였다. 공동조사단은 는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시행에 따라 출범하는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조사 결과를 넘겨 종합적 진상규명이 이뤄지도록 협력할 계획이다. 하지만 진상조사위는 자유한국당이 위원 추천을 미루면서 한 달이 지나도록 출범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동조사단 쪽은 “앞으로 5·18 성폭력 범죄의 진상이 밝혀지려면 가해자의 양심고백이 나올 수 있게 하는 등의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18일 정부 공동조사단을 꾸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군이 저지른 성폭력 범죄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한겨레>는 ‘5·18 그날의 진실’ 시리즈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과 국군보안사령부 수사관들이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4차례에 걸쳐 연속보도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67952.html?_fr=mt1#csidx8fa7295422ddfb49b64b702a2f47e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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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사법농단 연루된 6명 법관 ‘탄핵소추안 초안’ 국회에 전달

박주민 “법관 탄핵 요구, 무겁게 받아들여…많은 고민·검토할 것”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18-10-30 10:09:29
수정 2018-10-30 12: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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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민변과 진보연대 등 사회단체들이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농단 관여 법관 탄핵소추안 공개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민변과 진보연대 등 사회단체들이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농단 관여 법관 탄핵소추안 공개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단체는 30일 사법농단에 연루된 현직 법관들에 대한 탄핵 소추안 초안을 국회에 전달했다. 정치권에서도 사법부의 개혁을 위해 특별재판부 도입에 이어 법관 탄핵 가능성을 거론해 왔기 때문에, 실제 국회가 법관 파면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변, 한국진보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법농단 피해자 단체 연대모임 등으로 구성된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사법적폐 법관을 탄핵하라"고 요구했다.  

시국회의는 "사상 유례없는 사법농단 사태의 중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법원행정처의 조직적 범죄에 적극 가담한 판사들은 현재까지도 법관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재판업무 배제에 그칠 것이 아니라 파면을 통해 영구적인 재판업무 배제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행 헌법에서는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로 한정해 법관들의 탄핵소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1948년 제헌국회 개원 이래 법관 탄핵은 물론 소추가 이뤄진 사례는 한차례도 없었다. 

시국회의는 지금까지의 수사와 조사 결과를 감안해 권순일 대법관과 이규진·이민걸·김민수·박상언·정다주 법관 등 6명의 법관을 1차 탄핵 대상으로 지목했다. 

시국회의는 "이들에 대해서는 탄핵 소추 요건을 갖춘 상태인 만큼, 국회는 신속히 이들에 대해서라도 우선적으로 탄핵소추 절차에 돌입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시국회의는 "국회는 이들 법관의 탄핵소추 의결을 통하여 헌법에 의하여 신분이 강하게 보장되는 법관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의사와 신임에 배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탄핵될 수 있다는 준엄한 헌법 원칙을 재확인하고, 법원의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선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에 대해 "헌법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사법부 개혁과 사법농단 사건 심리 등에서 제대로 된 법원의 작용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시민단체에서 요구한 사법농단 연루 법관 탄핵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많은 고민과 검토를 해나가겠다"고 응답했다. 

박 의원은 같은 날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특별재판부 도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관 탄핵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특별재판부 법을 통과시키려고 노력을 열심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안 된다면 다른 방법도 고민해봐야 한다"며 "그 중에 대표적으로 거론될 수 있을 만한 것이 법관에 대한 탄핵"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법농단과 관련된 판사들을 그대로 둔 채로는 법원에서의 재판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것 같다"며 "이게 제 고민의 핵심이기 때문에 문제 된 법관들을 탄핵하는 것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헌법 제65조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 기타 법률이 정한 국가 공무원이 그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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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조 개의 미세플라스틱, 바다를 떠돌며 인간을 노린다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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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8/10/30 12:41
  • 수정일
    2018/10/30 12:4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안종주의 안전사회] 플라스틱의 위협, 작을수록 위험하다
2018.10.30 09:27:15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이 말을 모르면서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실천적 경제학자이자 환경운동가로 유명한 독일 슈마허(Ernst Friedrich Schumacher 1911~1977)의 역작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이 책에서 서구의 대량생산에 기반을 둔 경제성장이 물질적인 풍요를 약속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환경 파괴와 인간성 파괴라는 결과를 낳는다고 경고했다. 그는 성장지상주의가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대상이 아니라 성찰과 반성의 대상이라고 지적한다. 

대형과 대량을 좋아하는 현대인들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인 이 경구는 역설적이게도 생태계와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 구성원들에게는 '작은 것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위험하다'로 바뀌어야 한다.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나노물질 등 작은 크기일수록 인체에 잘 흡수돼 건강과 생명에 악영향을 끼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잠잘 때나 깨어서도 만나는 플라스틱 사회 

미세먼지는 지금 당장의 위험이라면 미세플라스틱은 잠재적 위험, 다시 말해 미래 위험일 수 있다. 아니 실제로 미세플라스틱도 이미 인간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아직 인간의 과학으로 이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현대 문명과 경제는 석유와 플라스틱 문명과 경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라스틱은 도처에 있으며 우리를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들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플라스틱 캠페인 측은 "날마다 세계 곳곳의 공장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생산량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생산된 양이 이전 100년간 만들어진 플라스틱을 모두 더한 양보다 많을 정도이다. 대부분의 플라스틱 물질은 생분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생산된 거의 모든 플라스틱이 분해되지 않고 땅 밑에, 그리고 바닷속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바다에는 1억50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떠다니고 있으며 매년 전 세계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약 800만 톤에 이른다. 바다를 떠다니는 플라스틱들은 분해되지 않고 물결에 쓸려 더 잘게 부서진다.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인간에게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백령도 해변에서 만난 스티로폼 미세알갱이 

지난 8월 태어나 처음 백령도를 여행 다녀왔다. 1박 2일 여행 중 해변을 산책하는 일정이 있었다. 가이드가 안내한 해변에서 유심히 살펴보니 자갈 속에 하얀 스티로폼 조각들이 무수히 있었다. 이것이 앞으로 몇 년 뒤가 되면 더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난 22일 오스트리아환경청(EAA)이 유럽과 일본, 러시아 국적자 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명 전원의 대변에서 10그램당 50~500마이크로미터(0.05~0.5mm)의 미세 플라스틱이 평균 20개가량 검출되면서 전 세계가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5밀리미터 미만인 플라스틱을 말한다. 사람의 머리카락 두께는 0.1mm 가량이다. 최근 바닷물, 해산물, 소금 등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잇달아 검출되었다고 보도됐다. 사람은 주로 음식 섭취와 먼지 흡입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조사 참가자들은 33~65세의 남성 3명과 여성 5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2명은 매일 껌을 씹었으며 6명은 해산물을 먹었다고 한다. 또 모든 참가자들은 비닐 랩으로 싼 포장식품을 먹었으며, 페트병 생수를 마셨다. 그러나 어떤 식품이 얼마만큼의 미세플라스틱을 대변에 남겼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51조 개의 미세플라스틱 조각 해수면을 떠다녀 

바다 위에는 얼마나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떠다니고 있을까? 정확하게 추산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한 연구는 약 51조 개의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해수면을 떠다니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수면뿐 아니라 해수층, 해저 퇴적물, 심지어는 북극의 해빙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해양 생태계에 만연해 있다. 

이렇다보니 물고기를 비롯한 각종 바다 생물들이 이를 먹이로 착각해 먹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해양 생태학자들은 플랑크톤에서부터 어류, 해양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먹이사슬의 모든 단계에 있는 생물이 미세플라스틱을 먹을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식탁에 흔히 오르는 해산물에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여러분들의 몸에 이미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들락거렸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으로 보면 된다.  

이렇게 미세플라스틱을 삼킨 해양 동물은 때론 플라스틱 조각에 의해 상처를 입기도 하고 장폐색부터, 산화 스트레스, 섭식 행동 장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 게, 갯지렁이, 굴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이들의 성장과 번식에도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체 악영향, 과학이 파악 못하고 있을 수도 

이 때문에 해양생물에서처럼 사람에게도 미세플라스틱이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사람에게서 미세플라스틱 섭취로 인한 건강 이상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다. 과학은 불확실성이 있고 전지전능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 중 일부는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에서 비롯한 것이다. 매일 사용하는 치약이나 바디 스크럽, 화장품, 세제 등에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됐을 수 있다. 이런 제품에 넣기 위해 생산된 미세플라스틱을 마이크로비즈(microbeads)라고 부른다. 이는 대부분의 하수 처리 시설에서 걸러지지 않고 바다로까지 직행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55개 화장품 기업이 제품에 마이크로비즈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도 관련 법령을 고쳐 지난해부터 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나름대로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자율적인 노력과 정부의 제도 일부 개선만으로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현대사회는 플라스틱 사회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플라스틱은 이미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제2의 환경호르몬, 사전주의 원칙 발동해야

전 세계 곳곳에서 최근 잇달아 강력한 미세알갱이(마이크로비즈) 규제법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은 지난 2015년 12월 마이크로비즈 청정 해역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물로 씻겨 나가는 모든 제품에서 마이크로비즈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스웨덴도 유럽 최초로 미세플라스틱 함유 화장품의 생산·수입·판매를 전면금지하는 법을 지난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독일도 조만간 미세플라스틱 함유 화장품 금지법을 제정해 시행할 예정이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양뿐만 아니라 담수 생물을 포함한 담수 생태계, 토양, 공기 등도 오염시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사람들은 즉각적인 위험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강화하지만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매우 더디게 진행되는 만성적인 위험에 대해서는 경계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1996년 테오 콜본(Theo Colborn) 등이 쓴 역작 <도둑맞은 미래(Our Stolen Future)>가 우리에게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을 경고했을 때만 해도 일각에서는 "설마 그 정도까지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환경호르몬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의 위험이 되었다. 

미세플라스틱도 환경호르몬이 걸었던 그 길을 갈 가능성이 크다. 지금 당장 사전주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을 발동해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고 우리 몸에 밴 습관을 바꾸게 하는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안 그러면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 미세플라스틱, 마이크로 비즈.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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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삼지연군 건설장, 삼지연감자가루공장

[현지지도] 김정은 위원장, 삼지연군 건설장, 삼지연감자가루공장
 
 
 
김영란 기자 
기사입력: 2018/10/30 [11:4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로 세번째 삼지연군건설장을 현지지도했다     © 자주시보

 

▲ 김정은 위원장은 삼지연군건설을 당창건 75돌이 되는 2020년 10월까지 완공할 것에 대한 과업을 제시했다.     © 자주시보

 

▲ 김정은 위원장은 삼지연군건설을 당창건 75돌이 되는 2020년 10월까지 완공할 것에 대한 과업을 제시했다.     © 자주시보

 

▲ 김정은 위원장은 삼지연군건설을 당창건 75돌이 되는 2020년 10월까지 완공할 것에 대한 과업을 제시했다.     © 자주시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삼지연군 현지지도 소식을 노동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소식에 의하면 노동신문은 30일 1면에서 4면에 걸쳐 김정은 위원장의 삼지연군 현지지도 소식을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삼지연군 현지지도에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조용원·김용수 당 부부장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마원춘 국무위 국장이 동행했으며 현지에서 동정호 내각 부총리박훈 건설건재공업상김영환 당 부부장리상원 양강도 당위원장양명철 삼지연군 당위원장 등이 맞이했다.

 

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현지지도는 삼지연군 건설정형을 요해하고 전체 건설자들을 1단계 공사 결속을 위한 보다 큰 위훈창조에로 불러일으키기 위해 찬 눈을 맞으며 세 번째로 잦았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먼저 삼지연군 읍지구 건설정형을 요해하고 지난 8월에 왔을 때 골조공사가 한창이었는데 2개월 남짓한 기간에 대부분 완공단계에 들어섰다정말 대단하다삼지연군이 우리 당이 바라는 산간도시 전형으로 황홀한 자태를 드러냈다고 기쁨을 금치 못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건설 중인 살림집의 구석구석을 돌아보았으며 시공을 손색없이 잘했다고 평가했으며 불리한 자리연지리적 조건에서도 불굴의 정신력과 드센 공격적으로 날마다 비약의 폭풍을 일으켜나가며 백두산 천지주변의 건설대상들과 읍지구 건설에서 올해 계획된 성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는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현재까지 진행한 삼지연군 건설실태와 공사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 보고를 받고 지금 내각과 삼지연군건설지휘부에서 삼지연군 안의 모든 대상 건설들을 2021년까지 4단계로 나누어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는데 이것은 당의 구상과 다르다당에서는 건설을 3단계로 나누어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기간 안에 끝낼 것을 구상하고 바라고 있다우리 당 창건 75돌을 맞는 2020년 10월까지 삼지연군 건설계획을 앞당겨 끝내는 것으로 다시 계획을 짜고 무조건 완수할 것에 대한 전투적 과업을 주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2020년까지 삼지연군 건설을 끝내는데서 다음해가 관건적 의의를 가진다고 하면서 읍지구 건설은 다음해가지 완전무결하게 완공하며 기타 대상 공사들을 다그치기 위하여 공정별순차별단계별연차별 목표를 과학적으로 정확히 설정하고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하여 힘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김정은 위원장은 삼지연군 건설 2단계인 다음해 공사계획을 명확히 규정하고 시공단위들에 대한 공사대상들을 구체적으로 분담하는 사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건설장 그 어디서나 한 그램의 시멘트한 조각의 나무한 개의 못이라도 소중히 여기고 최대한으로 절약하기 위한 투쟁을 힘 있게 전개하여 귀중한 물자와 설비자재와 자금이 조금도 허실되지 않고 효과적으로 이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특히 매번 강조하고 강조하는 것이지만 언제까지 무조건 해야한다는 조급성에 사로잡혀 절대 속도일면에만 치중하면 안된다다른 사업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건설사업을 보여주기식깜빠니야식으로 겉치레나 하고 실속 없이 하면 인민들과 후대들로부터 두고두고 욕을 먹게 된다흙 한 삽을 떠올리고 한 평방을 미장해도 자기 집처럼 생각하고 주인답게 양심적으로 깐지게 하여 건설물의 질을 최상의 수준에서 철저히 보장함으로써 모든 건축물들을 노동당시대의 기념비적 창조물로만년대계로 일떠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건설지휘부에 대중의 정신력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사회주의 경쟁을 자주 조직하여 건설장의 분위기를 앙양시켜야 한다고 당부했으며 삼지연군인민병원과 삼지연군과학기술관을 비롯해 추가되는 호텔들을 훌륭하게 건설할 것에 대한 과업을 제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 삼지연군 건설장을 돌아보며, 전체적인 공사진행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김정은 위원장     © 자주시보

 

▲ 한창 건설중인 삼지연군 건설장     © 자주시보

 

▲ 백두산이 보이는 삼지연군     © 자주시보

 

▲ 김정은 위원장은 삼지연감자가루공장을 또한 현지지도하면서 올해 생산량에 대해 만족을 표시했다.     © 자주시보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삼지연군감자가루 공장을 현지지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2가량의 저장고 안에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도록 가득히 쌓인 감자산을 보고 하늘의 별이라도 따온 듯 기뻐하면서 삼지연군에서 올해 예년에 없는 불리한 기후조건에서도 감자농사에서 높은 수확을 이룩한 데 대해 기쁨을 표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7월에 삼지연군에 와서 당의 감자농사 혁명방침 20돌이 되는 뜻깊은 올해에 위대한 장군님의 고향 땅에 감자산을 높이 쌓아놓고 충정의 보고를 올리자고 했는데 군에서 그 과업을 집행했다고 거듭 치하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이 도와 군의 책임일꾼들삼지연감자가루생산공장 일꾼들과 함께 감자무지에 앉아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 감자를 직접 쥐어보고 만족하는 듯한 웃음을 짓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 자주시보

 

▲ 김정은 위원장은 삼지연군 일꾼들과 함께 감자가 가득한 저장고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 자주시보

 

▲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한 도와 공장의 일꾼들     © 자주시보

 

▲ 삼지연감자가루 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활짝 웃는 김정은 위원장     © 자주시보

 

▲ 삼지연감자가루 공장에서 일꾼들에게 사업을 제시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과 이를 꼼꼼히 적는 일꾼들     © 자주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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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JSA, 65년 만에 비무장 ‘착착’

유엔사, “검증 완료..남북 군사합의서 이행지지”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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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29  14: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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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유엔사 관계자들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조치를 검증하기 위해 만났다. [사진제공-국방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이 65년 만에 비무장 상태로 들어가는 조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뢰, 화기, 초소 등이 사라졌고, 경비인력은 비무장 상태로 근무에 들어갔다. 유엔사는 남북 군사합의를 지지한다고 재확인했다.

유엔군사령부는 29일 보도자료에서 “유엔사는 대한민국 국방부와 긴밀히 협조하여 남북 군사합의서의 일환으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현재까지의 비무장화 작업의 검증을 완료하였다”며 “유엔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 군사합의서의 이행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남.북.유엔사 3자는 26일부터 27일까지 JSA 비무장화 조치 이행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JSA 내 남북 모든 초소와 시설물 등을 대상으로 상호 공동검증절차를 진행했다.

남측 남승현 육군 대령, 북측 임동철 육군 상좌, 유엔사 측 션 모로우 육군 중령 등이 대표로 분야별 전문요원들이, 26일 오전 북측, 오후 남측, 27일 오전 남측, 오후 북측을 각각 둘러보는 방식으로 검증했다.

이들은 지난 10월 1일부터 진행된 지뢰제거 작업과 화기.탄약 및 남측 초소 4개, 북측 초소 5개의 철수 상태, 경비 인원 조정 실태 등을 검증하고, JSA 모든 지역에서 비무장화 조치가 충실히 이행되었다고 평가했다.

   
▲ 지난 25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경비병들이 사용한 탄약과 총기가 철수하고 있다. [사진제공-유엔군사령부]
   
▲ 남측 군인이 판문점 내 초소 봉인 조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부]
   
▲ 초소 봉인 스티커. [사진제공-국방부]

유엔사는 “이번 남북한의 비무장화 조치는 초소의 화기 철수와 JSA 경비근무 인원 35명으로 조정이 포함됐다”며 “3자 협의체는 남측지역과 북측지역에서 공동검증 및 평가를 하였으며, 양측 초소는 봉인되었다”고 확인했다.

1953년 휴전협정 이후 설치된 판문점 JSA가 65년 만에 비무장화 상태로 돌아간 것. 여기에 1976년 JSA에서 벌어진 미루나무 사건으로 현재의 판문점 모습이 이전으로 복구되는 것이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진행된 이번 판문점 JSA 비무장화로 남북은 각각 35명씩 비무장 경비인력이 근무를 서고 있다. 이들은 노란색 바탕에 파란색으로 ‘판문점 민사경찰’이라고 쓴 너비 15cm의 완장을 왼팔에 착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빈센트 브룩스 유엔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관련 당국의 전문성과 협력이 이번 비무장화 조치와 확인 작업을 통해 드러나게 됐다”며 “유엔사가 비무장지대 내의 경계대책 감소를 검증한 것은 앞으로의 군사합의 이행과정의 초석을 다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유엔사는 남북 3자 간의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여 군사합의서 이행을 진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 남.북.유엔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북측 초소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국방부]
   
▲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를 검증하는 남.북.유엔사 관계자들. [사진제공-국방부]

‘남.북.유엔사 3자 협의체’는 오는 30일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신규초소 설치.운용 방안, 감시장비 조정.운용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다. JSA 북측지역 판문점다리 끝점에 남측 초소, 남측지역 진입초소 일대에 북측 초소를 새로 설치하도록 합의문에 명시되어 있다.

JSA 비무장화가 완료되면, 관광객들과 참관 인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9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JSA 비무장화를 위한 여러 조치들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비무장화를 완료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자유왕래 내지는 관광과 관련된 문제는 추후에 보다 검토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 남.북.유엔사 관계자들인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국방부]
   
▲ 초소를 둘러보는 남측 군인. [사진제공-국방부]
   
▲ 북측 초소를 둘러보는 남측 군인. [사진제공-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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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촛불 2주년, 보수언론 ‘노동 때리기’ 불변

[아침신문솎아보기] 극명한 사설 대립, 경향 “재벌개혁 정신 실종” vs 중앙 “노조가 촛불정신 훼손”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2018년 10월 29일 월요일

지난 2016년 10월29일 박근혜 정부 탄핵을 요구하는 최초 촛불집회가 열린 지 2년이 지났다. 탄핵촛불 2주년을 맞아 주요신문 사설은 “사회불평등 해소 촛불정신은 실종됐다”는 비판과 “노조의 주장이 촛불 민의냐”는 지적으로 극명히 엇갈렸다.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신문엔 노동권에 대한 왜곡된 관점의 기사가 실렸다.

 

▲ 29일 한겨레 6면
▲ 29일 한겨레 6면
 

 

경향·한겨레는 정부·국회가 경제민주화 과제를 방관했다고 질타했다. 경향은 “촛불집회 2주년, '촛불 민의'는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가” 사설에서 “서민의 삶은 더욱 고단해졌는데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의 목소리는 사그라들고 있다. 전 세계를 감동시킨 ‘촛불혁명’의 성과로서는 너무나 초라하다”고 했다.  

경향은 “촛불정신이 실종된 데는 정치권,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의 책임이 크다”며 각종 민생 개혁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최저임금, 부동산 등 민생 정책에서 혼란스러운 행보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 29일 경향 사설
▲ 29일 경향 사설
 

 

한겨레는 사설 “‘촛불 2주년’ 의미 훼손하는 세력의 반동을 경계한다”에서 ‘촛불의 가치’를 지우려는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국정농단 주범의 사법적 단죄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들을 복권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행태를 보이는 건 가증스럽다”며 보수 지식인 320인의 문재인 대통령 퇴진 요구 선언, 박근혜석방을 요구하는 태극기 부대 집회,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박정희 정신 찬양’ 발언 등의 흐름이 우려된다고 했다.  

연일 공공부문 정규직화 과정의 가족채용 비율 문제를 다루는 중앙은 이날도 ‘무조건 노조탓’ 프레임이었다. 중앙 사설 “노조의 촛불, 진보단체의 촛불이 아니다”는 ”노조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랬더니 공기업에서 고용세습을 하다 들켜 청년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이나 민변 등의 주장을 촛불 민의로 착각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공기업 가족 채용을 고용세습으로, 고용세습 책임을 민주노총으로 돌리는 중앙일보 논리엔 객관적 인과관계가 없다. 중앙은 그럼에도 ‘노조 탓’ 주장을 반복한다. 중앙 29일 6면 보도 “마사회도 고용세습 … 부인·조카를 ‘꿀알바’ 이어 정규직화”는 동일한 오류를 보여줬다.  

 

▲ 29일 중앙일보 사설
▲ 29일 중앙일보 사설
 
▲ 29일 중앙일보 6면
▲ 29일 중앙일보 6면
 

 

한국마사회 비정규직 5518명은 지난 1월 정규직 전환됐다. 이중 99.6%(5496명)가 마권 발매원으로 경마가 열리는 주말에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다. 중앙은 “96명이 재직자 친인척으로 드러났다”며 고용세습 문제 심각성을 강조했다. 96명은 5496명의 1.7% 가량이다. 중앙은 “특혜가 의심된다”는 익명 제보자 주장은 들었지만 정황 근거는 들지 못했다. 

계급 세습처럼 지목된 이 일자리는 주 15시간 전후 단시간 근무다. 이중에서도 주 15시간 일한 직원은 최대 80만원을 받는다. 중앙은 이 일자리에 “대학생 등으로부터 ‘꿀알바’로 꼽혔다. 임직원 친인척 상당수가 이런 자리의 정규직 전환 혜택을 봤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ILO(국제노동기구)가 정하고 헌법 상 규정된 노동권을 선택의 문제로 다뤘다. 동아는 ‘노동권이 확대되면 기업이 망한다’는 식의 왜곡된 관점을 재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확대했다.  

 

▲ 29일 동아 6면
▲ 29일 동아 6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한국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지난주 경사노위에 공식 제출했다. 한국 정부는 ILO 핵심협약 8개 중 ‘노조활동 보장 협약(87, 98호)’과 ‘강제노동 금지 협약(29, 105호)’을 비준하지 않았다. 비준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는 경사노위에서 이 문제를 논의 중이다.

87·98호 내용은 ‘노동자는 어떤 차별 없이 단체를 설립·가입할 수 있고 노조 가입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사는 해고자·실업자·특수고용노동자 등의 노조 가입 권한을 두고 치열하게 대립 중이다.  

동아일보는 “관행적으로 매년 파업이 이뤄질 정도로 남용되는 단체교섭권 등에 대한 조정 없이 노조의 단결권이 확대 강화되면 기업 부담만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노사가 성실 교섭하면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하려 들지 않는다. 노조는 교섭이 결렬돼야 파업권을 딸 수 있다. 동아는 사용자 책임·의무는 거론않고 ‘노조 파업=떼쓰기’로 그렸다.

 

▲ 29일 조선 2면
▲ 29일 조선 2면
 

 

조선일보는 회사와 교섭을 시작한 네이버 노조가 124개 요구사항을 내놨다고 문제 삼았다. 보통 단체협약 조항은 70~130개 사이다. “민노총 지휘 받는 네이버 노조, 요구사항만 124가지” 기사는 “사외 이사 추천권을 달라는 요구도 들어 있다. 또한 네이버가 이사회를 개최할 때는 노조에 사전 통보하고, 경영상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사전 설명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네이버 노사 교섭이 결렬된 책임을 민주노총에 돌렸다. 조선은 “화섬식품 노조(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 수뇌부가 협상에 교섭 위원으로 참여해 네이버 노조를 이끌기 때문”이라 했다. 네이버는 지난 18일까지 진행된 11차례 단체 교섭이 모두 결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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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 ‘칵테일 효과’, 중복 노출이 위해성 증폭

이동수 2018. 10. 29
조회수 49 추천수 0
 

상승작용으로 개별 화학물질 안전해도 단순 합산 이상 위해도 끼칠 수도

일회용 기저귀·생리대 당국 발표도 종합 위해도 아냐…일부·개별 물질만 평가

 

한눈에.jpg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참고문헌 1) 중의 그림 변경

#1 아메트린(ametryn) #2 아트라톤(atraton) #3 아트라진(atrazine) #4 시아나진(cyanazine) #5 데스메트린(desmetryn) #6 디메타메트림(dimethametryn) #7 디프로페트린(dipropetryn) #8 메토프로트린(methoprotryn) #9 프로메톤(prometon) #10 프로메트린(prometryn) #11 프로파진(propazine) #12 세뷰틸라진(sebuthylazine)  #13 섹뷰메톤(secbumeton) #14 시마진(simazine) #15 시메트린(simetryn) #16 터뷰메톤(terbumeton) #17 터뷰틸라진(terbuthylazine) #18 터뷰트린(terbutryn)

 

기본적으로 어느 화학물질의 위해도는 그 물질에 노출되는 수준과 독성의 곱에 비례 한다(위해도 = 노출수준 x 독성). 즉, 독성이 비교적 약해도 많은 양에 노출이 되면 문제가 되지만 반대로 아무리 독성이 강해도 노출되지 않으면 위해를 일으키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많은 수의 화학물질에 노출되면서 산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쉬운 예로 매일 사용하는 소비자 제품은 물론 담배연기나 자동차 배기가스에만도 백여 종 이상의 유해화학물질이 들어있다. 그러나 그 정확한 숫자도 모르고 개별 물질별로 얼마나 많은 양에 노출되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게다가 물질별 독성도 일부에 대해서만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노출되는 그 많은 화학물질의 개별적 위해도에 대해서도 매우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05644803_P_0.JPG» 우리는 수많은 화학물질에 둘러싸여 있고 그 개별 또는 종합적 유해성은 알기 힘들다. 치약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된 2016년 9월 한 치약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여러 물질에 동시에 노출되는 경우 그 물질 사이에 상호작용이 일어나 위해도가 변할 수 있는데(칵테일 효과), 그 중 특히 독성의 상승작용이 일어나 개별물질들의 독성을 단순히 합산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주의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림 1이 그런 경우를 잘 보여준다. 이 연구1)에서는 18개의 농약물질(s-triazine)이 녹조 등을 일으키는 식물인 조류에 끼치는 영향의 심각성이 물질 당 1.0의 수준으로 실험 조건을 만든 뒤 같은 조건에서 18개를 섞은 혼합물의 영향을 관찰했다. 18개 물질의 개별 영향은 각 1.0이므로 18개 혼합물의 영향의 합은 얼핏 18.0이 될 것 같은데 실제 관찰된 영향은 그보다 훨씬 큰 47.1이었다. 

 

현재 화학물질의 규제는 기본적으로 물질 하나하나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위해도를 평가한 결과를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반영하지 못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매우 많은 수의 화학물질에 일상적으로 동시 노출되고 있는 우리는 현재의 법에 의해 적절한 보호를 받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05834302_P_0.JPG» 지난해 9월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공동행동 출범식 참가자들이 출범식을 마친 뒤 안전한 생리대를 향한 바람을 담아 ''독성생리대 퇴출 한가위질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러한 사례는 최근의 일회용 기저귀 혹은 생리대에 대한 식약처의 평가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시중의 제품에서 여러 종류의 유해물질이 배출된다는 것이 알려져 건강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져 왔다. 그러자 식약처에서는 몇몇 제품 중의 휘발성 유기화합물 10여종의 함량을 분석하고 그에 기초하여 위해도 평가를 했다. 비교적 보수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이는 이 결과에 따르면 개별 물질 하나하나의 위해도는 걱정할 만한 수준을 훨씬 밑돈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기관에 의한 좀 다른 위해도 평가결과도 있긴 하지만, 식약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안심하긴 이르다. 아직 여러 의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첫째, 아직 분석되지 않은 다른 화학물질들이 제품 속에 함유되어 있는데, 이들에 의한 유해성은 아직 미지수이다. 다행이 식약처가 추가 분석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추가 결과를 내기 이전에 먼저 함유된 여러 주요 유해물질을 빠뜨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기저귀나 생리대 속의 화학물질은 그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경로를 통해서도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 이런 경우 몸 안의 모든 경로별 노출량을 더한 위해도(aggregate risk)를 물질별로 평가해야 한다. 이때 기저귀나 생리대의 착용으로 인해 추가되는 노출량 때문에 허용수준을 초과하게 된다면 이 제품들로 인한 노출에 대해서 그저 안심할 일은 아니다. 

 

셋째, 위해도 평가에서 고려되는 독성 혹은 질병의 종류는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면 생리대를 사용하면 생리통이 훨씬 줄어든다는 경험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통증에 대한 위해도 평가는 없다. 설혹 생리통이 무슨 심각한 질병의 원인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래서 위해도 평가에서는 빠진다 하더라도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일회용 생리대에 의한 고통이 증가되고 그것이 제품에 함유된 화학물질과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하여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물질들의 개별적 위해도도 중요한 관심사임에는 틀림없으나, 개별적으로는 낮아도 여러 물질들에 대해 동시에 노출됐을 때의 종합적인 위해도(cumulative risk)는 어떨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식약처는 제한된 수의 물질에 대한 개별적 위해도 평가결과만 발표 했을 뿐이다.

 

05965790_P_0.JPG»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 소속 단체 회원들이 '세계 월경의 날'인 5월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전한 생리대는 여성인권'이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안전한 생리대 제조기준 마련과 규제 강화 등을 촉구하며 대형 생리대 모형에서 인체 유해화학물질을 제거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세계 월경의 날'은 여성들이 평균 5일 동안 28일 주기로 월경을 한다는 뜻에서 지난 2014년 5월28일 독일의 한 비영리 재단이 처음 시작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물론 이는 단지 기저귀나 생리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사용되는 소비제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은 최소한 수백 종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사람의 혈액 혹은 태반 중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 합성화학물질만 해도 수십 종에서 이백여 종을 넘는다는 조사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한다.2)

 

이 마지막 의문의 중요성은 사실 예전부터 인식되어 왔으며, 이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과학계가 노력해 왔으나 아직도 현실에서 실용적인 관리대책을 제시할 수 있는 수준은 못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유럽연합이나 미국도 화학물질의 규제를 위한 제도에 이 문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아직 이 의문에 속시원한 대답을 얻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걱정과 궁금증을 부분적으로 풀기 위해서라도 현재까지 알려진 소위 칵테일효과를 알아 두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단, 이 내용은 앞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잠정적인 것임을 일러둔다.

 

●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조건 아래에서는 화학물질의 칵테일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많은 연구들이 보여주고 있다. 

 

● 질병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이 동일한 화학물질이 혼합되어 있는 경우 개별 물질의 농도를 독성을 반영하여 먼저 합산하고 합산된 농도를 이용하여 위해도를 추정할 수 있다. 이 경우 개별적인 농도가 낮더라도 합산된 농도가 특정 수준을 넘으면 당연히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 사람이 노출될 수 있는 화학물질의 조합은 사실상 무한하기 때문에 이를 하나하나 다룰 수는 없고, 현실적으로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특히 우려할 만한 화학물질의 조합을 일단 주목하여 걸러내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 일단 칵테일 효과를 고려해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혼합물 중 여러 물질 각각이 무 영향 수준에 약간 못 미쳤거나 혹은 그 이상의 농도일 때, 처음부터 여러 화학물질의 혼합물로 제품이 소비될 때, 많은 인구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때, 잔류성이 강한 화학물질이 섞여 있을 때, 그리고 발암물질처럼 아무리 낮아도 영향이 나타날 수 있는 물질이 섞여 있을 때.

 

● 현재 칵테일 효과를 평가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언제 어디에서 어떤 물질에 대해 동시노출이 일어나는지, 그 노출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더불어 독성발현 메커니즘이 잘 알려져 있는 화학물질의 수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제도적으로 여러 화학물질의 동시노출에 의한 영향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은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아직은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에 매일 노출되면서 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는 잘 모르며 이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도 아주 제한적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좀 더 확실한 과학적 방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사실 화학물질로 인해 어떤 환경이나 건강 문제가 발생했다고 과학이 바로 우리에게 명료한 답을 준 적은 거의 없다. 언제나 십년 이상, 이삼십년은 기다려야 하며 그것도 답의 일부분만을 내놓는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그러니 이 일도 어찌 보면 예외적인 상황은 아니다.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 노력하고 있듯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우리도 이를 고려할 방법을 결정해서 화학물질의 관리와 규제를 위한 제도에 속히 반영해야 한다. 

 

이동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1) Faust, M., et al. "Predicting the joint algal toxicity of multi‐component s‐triazine mixtures at low‐effect concentrations of individual toxicants." Aquatic Toxicology 56, no. 1 (2001): 13‐32.

2) Jane Houlihan, et al. (2005): Body Burden, the pollution in newborns, The Environmental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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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회전식 연속압박, 백악관의 호흡장애

[개벽예감 320] 조선의 회전식 연속압박, 백악관의 호흡장애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8/10/29 [08:01]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아무리 불러도 응답이 없네

2. 신뢰가 먼저고, 회담은 나중이다

3. 구심점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압박장치들 

 

 

1. 아무리 불러도 응답이 없네

 

2018년 10월 15일 <자주시보>에 실린 ‘백화원 담판, 압도적으로 우세한 조선의 협상력’이라는 제목의 글을 나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맺었다. 

 

“백화원 담판을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으로 결속하고 단계적 핵동결과 단계적 평화체제구축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놓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오는 11월에 개최될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룩하여 한반도 정세를 격변으로 이끌어갈 것이다. 우세한 협상력이 세상을 바꾼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11월이 왔는데도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2018년 10월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한 백화원 담판에서 조미협상 교착상태가 풀리면서 제2차 조미정상회담 준비가 시작되리라고 보았던 기대감은 무색해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의문을 풀려면, 백화원 담판 이후 나타난 몇 가지 현상들에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 

 

(1) 2018년 10월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을 백화원영빈관에서 접견하고 담판을 진행할 때, 팜페오 국무장관 옆에는 그를 수행하던 스티브 비건(Stephen E. Biegun)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가 앉아 있었다. 2018년 8월 23일 조선정책특별대표직에 취임하였고, 10월 7일 난생 처음 평양을 방문한 비건은 앞으로 조미실무회담이 열리면 자신이 상대할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그 날 상견례를 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최선희 부상은 2018년 10월 4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여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조선반도사무특별대표와 회담하였고, 10월 9일에는 로씨야(러시아) 모스끄바에 있는 외무부 영빈관에서 쿵쉬안유 부부장, 이고르 모르굴로브(Igor V. Morgulov) 로씨야 외무차관과 함께 조로중 3자협상을 진행하였다. 당시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조로중 차관급 3자협상 일정이 지연되는 바람에 최선희 부상이 평양을 방문한 비건 조선정책특별대표와 상견례를 할 수 없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 추측보도를 읽은 사람들은 평양에서 최선희-비건 상견례가 이루어지지 못한 원인이 조로중 3자협상 일정이 지연된 것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최선희-비건 상견례가 이루어지지 못한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 그 원인을 찾아내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018년 10월 7일 백화원 담판을 보도한 조선의 언론보도기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석상에서는 제2차 조미수뇌회담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을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할 데 대하여 합의하고 그와 관련한 절차적 문제들과 방법들에 대하여서도 론의되였다.” 이 인용구절과 관련하여 일본 <아사히신붕> 2018년 10월 22일 보도기사는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주었는데, 2018년 10월 7일 백화원 담판에서 합의한 사항들 가운데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스티브 비건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의 회담을 진행하는 문제도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최선희-비건 회담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차관급 실무회담이다. <사진 1>

 

▲ <사진 1> 왼쪽 사진의 인물은 최선희 조선 외무성 부상이고, 오른쪽 사진의 인물은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다. 비건은 2018년 8월 23일 조선정책특별대표에 취임하였다. 2018년 10월 7일 팜페오 국무장관을 수행하여 평양을 방문한 스티브 비건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는 앞으로 조미실무회담이 열리면 자신이 상대할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그 날 상견례를 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최선희 부상은 당시 베이징에서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조선반도사무특별대표와 회담하고 로씨야 모스끄바로 출발할 참이었다. 10월 9일 모스끄바에 있는 외무부 영빈관에서 최선희 부상, 쿵쉬안유 부부장, 이고르 모르굴로브 로씨야 외무차관이 조로중 3자협상을 진행하였다.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최선희-비건 실무회담은 조선 외무성의 무응답으로 열리지 못했다. 팜페오 국무장관은 2018년 10월 하순 워싱턴에서 장관급 조미실무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하였으나, 조선 외무성은 그 제의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장관이 백화원 담판에서 조미실무회담에 관련하여 위와 같이 구체적인 내용을 합의할 때, 그 자리에 배석했던 비건 조선정책특별대표는 조미실무회담이 곧 열리게 되리라고 기대하였다. 그래서 그는 2018년 10월 16일부터 10월 21일까지 로씨야, 프랑스, 벨지끄(벨기에)를 차례로 순방하면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유럽에서 만나 조미실무회담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은근히 기대하였다. 그러나 조선 외무성은 그에게 아무런 기별도 주지 않았다. <문화일보> 2018년 10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과 미국은 2018년 10월 2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최선희-비건 실무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조선 외무성은 그 합의를 외면하였다고 한다. 팜페오 국무장관과 비건 조선정책특별대표가 조미실무회담에 걸었던 기대는 그렇게 사라졌다.  

 

(2) 조선 외무성이 최선희-비건 실무회담을 외면하자,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하는 팜페오 국무장관의 처지는 난감해졌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직접 실무회담에 나서려고 하였다. 그는 2018년 10월 19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진행한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에게 알맞은 (정상회담) 날짜와 시간과 장소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일주일 반쯤 뒤에 나 자신과 북측 상대자가 여기서(미국을 뜻함-옮긴이) 고위급회담을 진행하기 바란다”고 하면서, 미국에서 조미고위급회담이 성사되면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진전시킬 진정한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하였다. 이것은 최선희-비건 실무회담이 열릴 조짐이 보이지 않자 조바심이 난 팜페오 국무장관이 차관급 조미실무회담을 생략하고 장관급 조미실무회담을 2018년 10월 하순 워싱턴에서 개최하자는 제의를 조선에 보낸 것이었다. 

 

그러나 조선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다급하게 보낸 장관급 실무회담 제의마저 응답하지 않고 외면하였다. 2018년 10월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국무장관을 접견한 백화원 담판에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차관급 실무회담을 이른 시일 안에 개최하기로 합의하였고, 차관급 실무회담과 관련된 절차와 방법들까지 논의하였으며, 나중에는 팜페오 국무장관이 차관급 실무회담보다 한 급 높은 장관급 실무회담을 개최하자고 다급하게 제의했는데도, 조선은 왜 응답하지 않았을까? 조선의 무응답은 그 며칠 사이에 매우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말해준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8년 7월 6~7일 팜페오 국무장관을 수행하여 평양에서 진행된 조미고위급회담에 참석하였던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 코리아임무쎈터 총책임자가 새로 부임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에게 조미고위급회담에 관해 설명하기 위해 2018년 7월 9일 주한미국대사관을 방문하여 해리스 대사와 악수하는 장면이다. 사진에서 오른쪽이 앤드루 김이고, 왼쪽이 해리 해리스다. 그런데 팜페오 국무장관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조미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오던 앤드루 김은 2018년 10월 중순 연말에 물러나고 싶다는 사임의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팜페오 국무장관은 그의 사임을 만류하였다. 조선과의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온 핵심관료가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느닷없이 사임의사를 밝힌 것은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말해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의 거듭된 무응답으로 백악관이 정신적 압박을 받는 중에 백악관에게 뜻밖의 악재가 생겼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동아일보> 2018년 10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 산하 코리아임무쎈터 앤드루 김(김성현) 총책임자가 연말에 물러나고 싶다는 사임의사를 백악관에 밝혔으나 팜페오 국무장관이 사임을 만류했고, 그래서 지금은 자신의 거취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도기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앤드루 김이 자기 직속상관 지나 해스펄(Gina C. Haspel) 중앙정보국장에게 사임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라, 백악관에 사임의사를 밝혔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을 뜻하므로, 앤드루 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임의사를 밝혔다는 말인데, 팜페오 국무장관이 그의 사임을 만류한 것이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그의 사임을 만류하였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당연히 그의 사임을 만류하였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앙정보국 산하에 코리아임무쎈터를 창설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리고, 2017년 1월 중앙정보국에서 퇴직하였던 앤드루 김을 다시 불러내 2017년 5월 초에 창설된 코리아임무쎈터 총책임자로 임명한 장본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2017년 5월에 창설된 코리아임무쎈터는 직원 700명이 근무하는 방대한 국가정보조직인데, 앤드루 김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보는 한반도 정세에 관한 정보보고서를 작성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왔으며, 팜페오 국무장관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제1차 조미정상회담 준비사업에서부터 지난 10월 7일 백화원 담판까지 조미협상 전 과정에 빠짐없이 참석하여 막후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해왔다. 사정이 이러했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앤드루 김의 사임을 만류할 만하다. 

 

그런데 조선과의 협상에서 그처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온 핵심관료가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느닷없이 사임의사를 밝히다니,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스티브 비건을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로 임명한 이후 앤드루 김 코리아임무쎈터 총책임자가 조미협상에서 맡아보던 실무책임이 비건에게 넘어갔으므로, 앤드루 김이 사임의사를 밝힌 것으로 생각하지만, 앤드루 김이 조미협상 실무책임을 스티브 비건에게 넘겨주었더라도 조미협상과정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정보판단임무까지 넘겨준 것은 아니므로, 앤드루 김이 사임의사를 밝힌 까닭이 비건의 등장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앤드루 김 코리아임무쎈터 총책임자는 백화원 담판 이후 조미협상이 자신이 생각했던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우려한 나머지 사임을 결심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2. 신뢰가 먼저고, 회담은 나중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 그 회담을 준비하는 실무회담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조선이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실무회담을 개최하자는 미국의 거듭된 제의를 받고서도 계속하여 응답하지 않고 있으니,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될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일 조선이 미국의 제의를 받아들여 조미실무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까지 상당한 준비시간이 소요된다. 제1차 조미정상회담 경험을 돌이켜보면, 제2차 조미정상회담 준비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어림잡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제1차 조미정상회담이 5월 또는 6월 초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하면서 개최시점을 처음 언급하였던 날은 2018년 4월 9일이었고, 제1차 조미정상회담이 6월 12일 싱가폴공화국에서 열리게 된다고 하면서 개최날짜와 개최지를 처음 발표한 날은 2018년 5월 10일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달 뒤에 제1차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이런 경험은 조선과 미국이 두 달 동안 제1차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였음을 말해준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8년 10월 23일 로씨야 모스끄바를 방문 중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현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장면이다. 그는 10월 22일 모스끄바에서 현지 라디오방송과 대담을 진행하는 도중에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2019년 1월 1일 이후에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제1차 조미정상회담 경험을 돌아보면, 조선과 미국이 약 두 달 동안 그 회담을 준비하였으므로, 볼턴이 위와 같은 발언을 하였던 2018년 10월 하순에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조미실무회담이 열렸더라도, 제2차 조미정상회담은 두 달 뒤 2019년 1월 초에나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볼턴의 예상발언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조미협상을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볼턴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예상보다 늦어져 2019년 1월 1일 이후에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아주 쉽게 꺼내놓았지만,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팜페오 국무장관의 처지는 전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거듭되는 무응답으로 조미정상회담이 자꾸 늦어지는 바람에 겉으로 내색을 하지 못하지만 속은 타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과 미국이 제1차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데 두 달이 걸렸다면, 2018년 10월 말부터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한다고 가정해도, 2019년 1월 초에나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사정을 간파한 존 볼턴(John R. Bolton)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18년 10월 22일 모스끄바를 방문하던 중 <메아리 모스끄바 라디오방송(Radio Echo Moscow)>과 진행한 대담에서 진행자의 질문과 동떨어진 답변을 늘어놓으면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2019년 1월 1일 이후에 열릴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메아리 모스끄바 라디오방송>은 대담진행자의 질문과 동떨어진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대답을 빼놓고 다른 대담내용들만 보도하였는데, 모스끄바주재 미국 대사관이 그 발언을 집어넣은 보도자료를 공개하는 바람에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2019년 1월 1일 이후에 열릴 것이라는 볼턴의 발언이 세상에 알려졌다.  

 

조미협상을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예상보다 늦어져 2019년 1월 1일 이후에 열릴 것이라는 말을 아주 쉽게 꺼내놓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팜페오 국무장관의 처지는 전혀 다르다. 특히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거듭되는 무응답으로 조미정상회담이 자꾸 늦어지는 바람에 겉으로 내색을 하지 못하지만 속은 타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백화원 담판을 진행한 날로부터 이틀이 지난 2018년 10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 일정을 묻는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이렇게 답변하였다. 

 

“그것은 열릴 것이다. 지금 우리는 그것(회담일정을 뜻함-옮긴이)을 조율하는 중이다. 우리는 그것(회담개최지를 뜻함-옮긴이)을 발표할 것이다. 아마도 (싱가폴이 아닌) 다른 장소가 될 것이다. 싱가폴은 훌륭했으나, 우리는 아마도 다른 장소에서 할 것 같다. 우리는 3~4곳 다른 장소를 거론하고 있다.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시점은 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미협상국면은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적 전망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조선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조미실무회담을 개최하자는 팜페오 국무장관의 제의에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누구나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의 거듭되는 무응답은 의도적인 행동이다. 조선은 왜 응답하지 않는 것일까? 궁금증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조선이 백악관의 거듭되는 실무회담 제의에 응답하지 않는 이유를 파악하려면, 2018년 10월 7일 백화원 담판에 관해 서술한 조선의 언론보도를 다시 정독할 필요가 있다. 그 보도기사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비핵화해결을 위한 방안들과 쌍방의 우려사항들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하고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하시였”다는 구절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비핵화해결방안만이 아니라 우려사항들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 것인데, 바로 그 우려사항이라는 낱말 속에 궁금증과 의문을 풀어줄 실마리가 들어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상세히 설명한 우려사항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2018년 10월 9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모스끄바에서 로씨야 외무성 부상,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함께 진행한 3자협상에서 ‘조로중 3자협상 공동보도문’을 발표하였는데, 그 공동보도문에서 우려사항의 실체가 발견된다. 공동보도문의 한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3자는 조선반도의 비핵화실현과 평화체제수립을 위한 의지를 재확언하였다. 3자는 이러한 과정들이 신뢰조성을 선행시키면서 단계적이며 동시적인 방법으로 전진되여야 하며 관련국들의 상응한 조치가 동반되여야 한다는데 대하여 공통된 인식을 가지였다.”

 

위의 인용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수립을 단계적, 동시적으로 실행하는 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신뢰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언명하였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뢰조성이란 조선과 미국 사이의 신뢰조성을 뜻하는 것인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전에 미국이 조선과 신뢰를 조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합성사진에서 왼쪽이 최선희 조선 외무성 부상이고, 가운데가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고, 오른쪽이 이고르 모르굴로브 로씨야 외무성 부상이다. 이 세 사람은 2018년 10월 9일 모스끄바에서 조로중 3자협상을 진행하고 '조로중 3자협상 공동보도문'을 발표하였다. 그 공동보도문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수립을 단계적, 동시적으로 실현하는 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신뢰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언명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신뢰조성이란 조선과 미국 사이의 신뢰조성을 뜻하는 것이며, 좀 더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전에 미국이 조선과 신뢰를 조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선과 미국의 신뢰조성은 백악관이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는 조치를 말한다. 조선은 미국에게 바로 그런 신뢰구축조치를 선행시키라는 정당한 요구를 제기하였고, 제1차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그 요구를 명기하였으나, 미국은 아직도 조선과의 관계에서 신뢰를 조성하지 않고 있다.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열릴 조짐이 보이지 않는 현재 상황의 책임은 신뢰조성을 선행시키기로 약속하고서도 그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미국에게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돌이켜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1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행적인 신뢰구축조치를 취할 것을 정식으로 요구하였음을 알 수 있다. 2018년 6월 13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1차 조미정상회담에서 “미국측이 조미관계개선을 위한 진정한 신뢰구축조치를 취해나간다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게 계속 다음 단계의 추가적인 선의의 조치들을 취해나갈 수 있다는 립장을 밝히시였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1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신뢰구축조치를 선행시켜야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될 수 있다는 점을 명백하게 밝혔으므로, 제1차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호상신뢰구축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명기된 것이다. 

 

조선이 백악관에게 신뢰구축조치를 선행시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천만번 정당한 일이다. 왜냐하면, 조선이 백악관을 믿지 못하는 조건에서 단계적 비핵화가 시작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그렇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식으로 요구한 선행적 신뢰구축조치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그것은 백악관이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를 완화함으로써 신뢰를 조성하는 행동을 뜻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식으로 요구한 두 가지 선행적 신뢰구축조치들 가운데 하나가 종전선언을 발표하는 조치라는 사실은 조선 외무성이 2018년 7월 7일에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선 외무성은 그 담화에서 종전선언은 “조미 사이의 신뢰조성을 위한 선차적인 요소”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식으로 요구한 두 가지 선행적 신뢰구축조치들 가운데 다른 하나가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는 조치라는 사실은 조로중 3자협상 공동보도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동보도문에는 “3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의의 있는 실천적인 비핵화조치들을 취한데 대해 주목하면서 유엔안보리사회가 제때에 대조선제재의 조절과정을 가동시켜야 할 필요성에 대하여 견해일치를 보았다”고 명기되었다. 2018년 10월 23일 유엔주재 조선대표부는 지난 10월 9일에 채택된 조로중 3자협상 공동보도문을 유엔 공식문서로 회람할 것을 유엔사무국에 공식 요청하였다.  

 

이제 명백해졌다. 조선은 백악관이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는 선행적 신뢰구축조치를 취하지 않기 때문에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조미실무회담을 개최하자는 백악관의 거듭되는 제의를 받고서도 일체 응답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싶으면,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는 선행적 신뢰구축조치를 먼저 취해야 하는 것이다.  

 

 

3. 구심점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압박장치들

 

백악관을 상대하는 조선의 대응책은 마구 날뛰는 야생마를 길들이는 노련한 조련사의 행동처럼 능숙하고 절묘하다. 조선은 무응답으로만 대응하는 것이 아니다. 백악관을 남북미 3자 종전선언 발표와 유엔안보리의 대조선제재 완화로 끌어내려는 조선의 대응책을 한 마디로 말하면 회전식 연속압박이라고 할 수 있다. 회전식 연속압박의 문자적 의미는, 구심점에 연결된 압박장치들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대상을 연속적으로 압박한다는 뜻이다. 아래에 서술한 몇 가지 사실들은 조선의 회전식 연속압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되는지 말해준다.  

 

(1) 조선이 백악관을 상대로 펼치는 회전식 연속압박에서 첫 번째로 주목되는 것은, 조중관계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중국이 미국에게 조선과 신뢰를 조성하라고 압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붕> 2018년 7월 1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 19일부터 20일까지 베이징에서 조중정상회담을 하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가 조기에 해제될 수 있도록 힘써주기 바란다는 의사를 표명하였고, 시진핑 주석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하였다고 한다. 그 이후 중국은 유엔안보리에서 대조선제재를 추가로 의결하려는 미국의 시도를 저지하면서, 조선의 비핵화노력에 상응하여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가 완화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8년 10월 25일 ‘중국인민지원군 조선전선참전 68돐’에 즈음하여 조선은 평양시 강동군과 순안구역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렬사묘를 렬사릉원으로 개건하고 준공식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이런 사실 하나만 봐도, 조선이 중국과 맺은 전략적 협력관계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들어 미국은 중국에게 무역전쟁을 도발하면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군사대결을 벌이고 있는데, 미국이 중국을 그렇게 압박할수록 중국은 조선과 맺은 전략적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중국과 미국의 대립이 날로 첨예해지는 가운데 이루어질 시진핑 주석의 조선방문은 조선과 중국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정점에 올려세울 것이다.  

 

(2) 조선이 백악관을 상대로 펼치는 회전식 연속압박에서 두 번째로 주목되는 것은 로씨야와의 연대관계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림으로써 로씨야가 미국에게 조선과 신뢰를 조성하라고 압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안에 로씨야를 방문하여 울라지미르 뿌찐(Wulagimir W. Putzin) 대통령과 조로정상회담을 개최하게 된다는 점이다. 2018년 10월 16일 로씨야 크레믈리궁 대변인은 “올해 안에” 조로정상회담 일정이 잡혀있다고 밝혔고, 10월 22일에는 “아주 많은 도시들이 조로정상회담 개최지로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조선로동당 대표단을 이끌고 모스끄바를 방문한 류명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2018년 10월 25일 안드레이 뚜르챠크 '통일로씨야' 총비서와 함께 '조선로동당과 전로씨야정당 <통일로씨야> 사이의 교류와 협조에 관한 협정'에 조인하는 장면이다. 2001년 12월 1일 창당된 '통일로씨야'는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우파집권당이다. 이제껏 조선로동당은 다른 나라 사회주의정당들과는 협력관계를 맺으면서도 다른 나라 민족주의정당들과는 협력관계를 맺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조선로동당은 이례적으로 '통일로씨야'와 협력관계를 맺었다. 이것은 조선이 로씨야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선로동당 대표단을 이끌고 로씨야를 방문한 류명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2018년 10월 25일 모스끄바에서 안드레이 뚜르챠크(Andrey A. Turchak) ‘통일로씨야’ 총비서와 함께 ‘조선로동당과 전로씨야정당 <통일로씨야> 사이의 교류와 협조에 관한 협정’에 조인하였다고 한다. 2001년 12월 1일에 창당된 ‘통일로씨야’는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우파집권당이다. 이제껏 조선로동당은 다른 나라 사회주의정당들과는 협력관계를 맺으면서도 다른 나라 민족주의정당들과는 협력관계를 맺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조선로동당은 이례적으로 ‘통일로씨야’와 협력관계를 맺었다. 이것은 조선이 로씨야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준다. 

 

미국이 로씨야의 미국 대선개입의혹을 물고 늘어지면서 대로씨야제재를 강화하고, 유럽에서 나토동맹군을 내몰아 로씨야를 압박하고 있으므로, 로씨야가 조선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요즈음 로씨야는 서쪽에서 나토군에게 공세적으로 대응하고 동쪽에서 미일동맹군에게 방어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미일동맹군에 맞서려면 조선, 중국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미로대립관계가 날로 악화되는 가운데 이루어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로씨야방문은 조로협력관계를 강화하는 쌍방의 노력을 정점에 올려세울 것이다.   

 

(3) 조선이 백악관을 상대로 펼치는 세 번째 회전식 연속압박은 남북의 신뢰조성과 상호협력을 급속히 진척시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우리 민족의 기개를 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적극 추진하기로” 굳게 약속하였다. 그 약속에 따라 지금 남과 북의 상호신뢰가 급속도로 조성되고, 남과 북의 상호협력도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중이다. 

 

더욱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두 차례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남북미 3자 종전선언 발표와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 완화를 올해 안에 실현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하였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선언에는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기되었다.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발표하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긴밀히 협력하기로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9월 24일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한 길에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올해 안에 발표하자고 그를 설득하였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24일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하는 중에 촬영한 것이다. 2018년 4월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에서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구축을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 9월 24일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올해 안에 발표하자고 그를 설득하였다. 또한 2018년 9월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공동선언에서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는 조치를 올해 안에 실현하기로 약속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 10월 15~19일 유럽에서 프랑스 대통령, 이딸리아 총리, 영국 총리를 차례로 만나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가 완화되도록 프랑스, 이딸리아, 영국이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또한 2018년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에는 “북측은 미국이 6.12조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녕변핵시설의 영구적 페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고 명기되었는데, 여기서 나오는 미국의 상응조치라는 말은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는 조치를 뜻한다.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는 조치를 올해 안에 실현하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긴밀히 협력하기로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0월 15일 프랑스 대통령과 만난 정상회담에서, 10월 17일 이딸리아 총리와 만난 정상회담에서, 10월 19일 영국 총리와 만난 정상회담에서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가 완화되도록 프랑스, 이딸리아, 영국이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자 미국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은 남과 북이 추진하는 군사분계선 일대의 긴장완화조치가 너무 급한 것이라느니, 남과 북이 개성공업지구를 다시 활성화하려면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느니, 남과 북의 철도 및 도로 연결이 대조선제재를 흔들면 안 된다느니,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이 불만스럽다느니 뭐니 하면서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그러나 미국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건 말건, 남과 북은 우리 민족끼리 화해하고 신뢰하며, 협력하고 단합하는 민족사적 과업을 더욱 힘있게 수행하여 삼천리강토에 통일공화국을 건설하는 날을 앞당길 것이다. 

 

우리 민족끼리 화해와 신뢰, 협력과 단합을 실현하려는 남과 북의 다양하고 지속적인 노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방문으로 최절정에 이를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방문은 남북 사이의 화해와 신뢰, 협력과 단합을 최절정에 끌어올림으로써 백악관을 남북미 3자 종전선언 발표와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 완화로 끌어낼 것이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조선은 한, 중, 로 3자를 대미공조체제에 각각 끌어들여 백악관에게 회전식 연속압박을 계속 가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과 뿌찐 대통령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전후좌우에서 연속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에는 회전식 연속압박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조선의 회전식 연속압박이야말로 백악관을 궁지에 몰아넣고, 우리 민족끼리 화해와 신뢰, 협력과 단합을 실현하며, 중국 및 로씨야와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절묘한 책략이다. 조선의 회전식 연속압박을 얻어맞으며 호흡장애를 일으킨 백악관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백악관은 남북미 3자 종전선언 발표를 지연시키고 대조선제재에 집착하면서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치명적인 호흡장애를 일으켰으니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판세는 조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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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재판부가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자유한국당, 그럼 특검은요?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10/29 09:48
  • 수정일
    2018/10/29 09:4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민주당 “자유한국당, 사법개혁 반대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어”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18-10-28 15:52:42
수정 2018-10-28 15: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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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정의철 기자
 

사법농단의 공정한 재판을 위해 특별재판부 도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전방위적으로 거센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사법부 부정 행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야 4당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특별재판부 설치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자유한국당만 '나 홀로 반대'에 나선 것이다.

물론 자유한국당도 현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대안은 내놓지 않은 채 '특별재판부는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주장만 반복하면서 자유한국당이 사법부의 적폐청산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별재판부란?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와 셀프 재판 막자는 것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정의철 기자

특별재판부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은 최근 사법농단 수사에서 드러난 사법부의 '제 식구 감싸기' 행태 때문이다. 법원이 최근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된 압수수색영장을 무더기로 기각한 것이 단적인 예다. 지금까지 수사 경과를 볼 때 현재의 법원이 과연 사법농단 수사에 협조하고 진실을 밝힐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한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법관들이 현직에 머물러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셀프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사법농단 사건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부 8개 중 6개 재판부에 사법농단 핵심 당사자들이 소속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양이에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라는 조롱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향후 사법농단 사건의 공정한 재판을 담보하기 위해 별도의 특별재판부가 사법농단 재판을 맡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됐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박주민 의원의 법안(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 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은 사법농단 사건의 영장실질심사와 재판 과정에서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들을 배제해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자는 것이 주 골자다.

이를 위해 대한변협·법원 판사회의·시민사회에서 각각 3명씩 추천한 인사로 구성된 특별재판후보추천위를 대법원 내에 두고, 이 추천위에서 특별영장전담법관 2명과 특별재판부를 구성할 판사의 2배수 후보자를 추천한다. 대법원장은 추천위에서 추천한 인사들 중 1명 이상의 특별영장전담법관과 3명의 특별재판부 판사를 임명하게 된다.  

특별재판부가 삼권분립 훼손?  
반론 1:그럼 특검은요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원상복구와 사법적폐 청산을 촉구하고 있다.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원상복구와 사법적폐 청산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자유한국당이 특별재판부 논의에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국회가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명분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운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에서 특별재판부 추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과 관련 "한쪽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여 신뢰가 약한 또 다른 기구의 권한을 키우는 것은 옳지 않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삼권분립의 기본을 흔들어가며 말이다"라며 "혁명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면 삼권분립의 정신을 지키며, 그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옳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는 맹점이 있다. 현재 특별재판부와 유사한 취지로 도입된 특별검사제가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검사 제도는 검찰 등 기존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에서 도입됐다. 고위공직자 등 유력인사가 연루된 사건에서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를 맡길 주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는 자유한국당이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연루됐다고 특검을 요구해 관철시킨 바 있다.

정치권 내에서는 자유한국당의 삼권분립 훼손 주장에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사실 지금도 특검제도가 있지 않느냐"라며 "특검을 구성하는 논리나 사법농단에서 자유로운 사람들로 특별재판부를 구성하자는 논리나 다를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법사위 터줏대감'으로도 불리는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특검이 왜 생겼나. 검찰이 국민이 믿지 못할 수사를 했기 때문에 초법적으로 국회에서 특검법을 제정해서 이뤄진 것"이라며 "오늘날 70% 이상의 국민들이 사법부를 신뢰하고 있지 않다. 사법부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초법적인 특별재판부를 법제화해서 국회에서 추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자유한국당은 "국회가 나서서 특별재판부 판사를 지명한다"며 삼권분립 훼손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국회가 특별재판부 구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내용은 실제 법안에서 찾아볼 수 없다. 한마디로 '팩트'부터 틀린 주장으로 특별재판부 논의를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사법부 믿을 수 없다면 김명수부터 사퇴하라? 
반론 2:대법원장에게 수사 개입하란 건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속 회원들이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사법농단 진상규명 방해를 규탄하고 국민이 참여하는 법원 개혁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속 회원들이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사법농단 진상규명 방해를 규탄하고 국민이 참여하는 법원 개혁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김슬찬 기자

이 외에도 자유한국당은 사법부를 믿지 못해 특별재판부가 필요하다면, 사법부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부터 사퇴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이제는 사법계마저 흔들면서 또 다른 위헌 논란을 연이어 자초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자신들이 임명한 대법원장을 멀쩡히 놔두고 사법부 전체를 불신하면서 특별재판부를 만들어달라고 하는 의도는 무엇인지. 왠지 6.25 때 완장 찼던 인민재판이 자꾸 생각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나 '선 김명수 사퇴'의 주장 역시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된 김 대법원장의 태도에 아쉬운 점이 있을 수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주장대로라면 김 대법원장이 법원의 판단에 개입해 영장 발부 여부에 관여해야 하느냐는 반론도 가능해진다. 

이와 관련, 이춘석 의원은 "김 대법원장의 책임으로 몰고 가는 것은 판을 흔들기 위한 것이지 올바른 주장이라고 볼 수 없다"며 "오히려 사법부의 독립성이 보장돼 있기 때문에 아무리 대법원장이라고 하더라도 영장을 발부하라 마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때 (사법농단 연루자들의) 영장이 기각되는 게 문제라고 한다면, 김 대법원장에게 영장을 발부하라고 하는 것인데 그것은 또 다른 사법농단"이라며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도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정치공세일 뿐 설득력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송 의원은 "김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연루자들처럼) 사법행정권을 남용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지금 사법개혁을 하고자 하는 김 대법원장에게 나가라고 하는 것은 자유한국당이 사법개혁에 반대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공세에 한숨 내쉰 박주민 
"삼권분립은 기계적인 분립이 아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정의철 기자

특별재판부 도입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정치공세에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박 의원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입법부가 사법부와 관련된 법을 못 만들거나 못 바꾸나. 사법부는 국회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 판단을 못하나"라며 "그런데 왜 삼권분립 훼손이라고 하는 것이냐"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삼권분립은 기계적인 분립이 아니다.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게 삼권분립"이라며 "그래서 국회가 위법한 일을 하면 경우에 따라 사법부가 판단을 해서 효력을 없애기도 하고, 입법부가 법을 만들어 법원의 기능과 권한을 조정하기도 한다. 그게 (현재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 의원은 국회가 법관을 추천하는 게 아니냐는 자유한국당의 공세에 대해 "(법안 내용을 보면) 국회가 법관을 추천하지 않는다"라며 "추천위 9명 중에 국회가 추천하는 사람이 어딨느냐. 법을 제대로 봐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김 대법원장의 사퇴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 대법원장은 바로잡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게 잘 안 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사법농단 진상규명을 대법원장이 나서서 막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김 대법원장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되물어주고 싶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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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 대한 여전한 ‘기대’와 ‘근심’

‘촛불 2주년’ 즈음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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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28  15: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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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저녁 '태극기부대'가 광화문 거의 대부분을 점령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 '촛불 2주년 기념대회'는 조촐하게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촛불항쟁 2주년’을 이틀 앞둔 2018년 10월 27일. 촛불의 성지 ‘광화문’에서 청와대 인근에 이르는 차도는 전국에서 올라온 ‘태극기 부대’가 점령했다. 광화문 사거리에 접한 세월호 광장에서 약 500명이 조촐하게 치른 ‘촛불 2주년 대회’와 극명하게 대비됐다. 수만명 ‘태극기 부대’의 물결에 묻히고 경찰의 보호벽에 갇힌 작은 섬처럼 보였다.

‘촛불항쟁’을 조직하거나 적극 참여했던 각계 단체와 인사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시민사회단체와 민주.진보 정치세력 동향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문재인 정부가 잘하고 있으니 더 지켜보자’는 쪽은 오늘 집회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알렸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과 더불어민주당 등”이다. ‘민중총궐기’를 통해 촛불을 견인했던 “민주노총도 다가오는 총파업 문제 때문에 바쁜 것 같다”고 알렸다. 

   
▲ 광화문 사거리 쪽 세월호 광장에는 희생자들이 여전히 해원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27일 집회의 사회자는 윤희숙 전 ‘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 사무국장이었고, 여는 말씀은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가 전했다. 김준우 민변 사무차장, 정미례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집행위원, 차안나(이화여대),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 김순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발언을 이어갔다. 중심구호는 “개혁 역주행 중단하라”, “적폐청산 똑바로 하라”였다. 

집회장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종전선언-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올해 안에 이뤄질 수 있는지에 관심이 많았다. 안으로는 의미 있는 정치세력으로 꼽히지는 않지만 ‘태극기 부대’가 서울 도심에서 준동하고, 밖으로는 순항하는 듯 보이는 남북관계가 언제든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뿌리에 좀처럼 풀리지 않는 북미관계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박석운 상임대표도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체제를 실현하자”고 호소했다. “올해 안에 예정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성공시키고, 평화의 한반도, 핵 없는 한반도, 통일된 한반도를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통해 촛불시민의 힘으로 쟁취하자”고 독려했다.

촛불과제 이행, 어디까지 왔나

   
▲ 2016년 11월 12일, 3차 촛불 때 광화문을 점령한 100만 인파. [자료사진-통일뉴스]

2016년 10월 29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시민 3만명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첫 촛불을 들었다. 두 번째 촛불은 광화문으로 옮겨졌고 서울 20만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30만명이 모였다.   

11월 9일 4.16연대, 민주주의국민행동,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백남기투쟁본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전국 각계 1,500여 시민사회단체가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박근혜퇴진국민행동)’을 발족시켰다. 11월 12일 3차 촛불집회 때는 서울 광화문에만 연인원 100만명이 모였다. 

12월 2일 법원은 청와대 앞 100m까지 행진을 보장했고, 다음날 서울 광화문 170만, 부산 22만, 광주 15만 등 전국 232만 명 참여하는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6차 범국민행동’이 펼쳐졌다. 엿새 뒤 국회는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299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34명, 반대 56명, 기권 2명, 무효 7명으로 ‘박근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언했다. 다음날 20차 촛불에서는 ‘2017 촛불권리선언문’이 발표됐다. 3월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5월 9일 대통령 선거를 거쳐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새 정부 출범 직전까지 ‘사드 배치’ 강행 등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한반도 긴장 고조 행위와 ‘태극기 부대’의 준동을 막아오던 ‘박근혜퇴진국민행동’은 2017년 5월 24일 임무를 마치고 해산을 선언했다. 

2017년 2월 ‘박근혜퇴진국민행동’은 ‘촛불개혁 100대 과제를 발표했다. ‘남북관계.외교안보정책’ 분야가 11개다. △남북당국 회담 포함한 대화 재개와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 복원,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 이산가족 상봉과 민간교류 복원, △남북 간 합의 재확인과 이행, △사드 배치 철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한미일 MD 및 군사동맹 구축 중단, △‘위안부’ 굴욕 합의 무효, 재협상 및 한일과거사 해결, △불평등한 한미관계 개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추진, △조약 체결, 비준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 통제권 강화, △외교, 국방 분야 정보공개 강화 통한 국민 알권리 및 주권 보장, △국방비 축소, 군복무기간 단축, 군인권 강화, 군 정치개입 금지 등 국방개혁, △미국 요구에 따른 무분별한 해외파병 반대.

10월 28일 ‘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는 촛불 1주년을 맞아 광화문에서 “촛불은 계속된다” 집회를 열어 ‘적폐청산 사회대개혁’과 함께 ‘한반도 평화’를 호소했다. “그 동안 악화 일로의 길을 걸어온 남북관계를 제자리로 되돌려야” 하며, “70년 계속된 분단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어” 나가자고 했다.

지난 24일 ‘박근혜 퇴진 촛불 2주년 조직위원회’는 △박근혜 정권 퇴진과 국정농단 적폐세력 구속, △박정희 정권 이래 반민주 수구세력 퇴장, △분단과 적대로 기득권 유지하던 반통일 수구세력 퇴출을 촛불항쟁의 성과로 꼽았다.   

동시에, “박근혜-황교안의 사드알박기에 면죄부가 발부되었고 추가 배치까지 강행”된 점,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정부가 거출한 10억엔으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이 해산되기는커녕 건재한 점을 비판했다.

이들이 “이 땅의 평화와 통일,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향한 길로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고 남북관계에서의 진전을 인정하면서도, “스스로 촛불의 힘으로 탄생했다고 자임하는 새 정부 역시 실망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문재인 정부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언제 열리는지와 관계없이 남북 정상 간에 합의한 대로 연내 종전선언과 1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11월초에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공표할 것으로 보인다.

(수정,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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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폼페이오 “미국이 남북 군사통신 채널 ‘승인’해 줬다” 발언 드러나

트럼프 ‘승인’ 발언 전에 미국 국무장관도 같은 언급한 것으로 밝혀져... 전문가, “외교적 결례 넘어 한미동맹 파장 줄 수도” 지적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8-10-28 10:28:43
수정 2018-10-28 10: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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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 7월 25일(현지 시간) 미 의회 상원 청문회에서 “우리(미국)가 남북 군사통신 채널을 승인(approved)해 줬다”고 언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 7월 25일(현지 시간) 미 의회 상원 청문회에서 “우리(미국)가 남북 군사통신 채널을 승인(approved)해 줬다”고 언급한 사실이 드러났다.ⓒ미 의회 공개 동영상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제재 완화 문제에 관해 미국의 ‘승인’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미 “우리(미국)가 남북 군사통신 채널을 ‘승인’해 줬다”고 언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7월 25일(현지 시간), 미 의회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북한 문제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에 ‘최대한 압박 작전(maximum press campaign)’을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일관된 대북제재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발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공화당)이 ‘한국이 북한과의 활동(activity)과 관련해 미국에 (대북) 제재 완화를 추가로 요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러한 한국의 요구가 보도(public)됐고, 유엔 위원회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인도적인 문제의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제재 완화) 요구 리스트와 그들의 활동은 대북 제재와 확실하게 일관돼야(consistent)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가드너 의원이 ‘미국이 그런 어떠한 제재(완화) 인정(grant)을 고려해 본 적이 있느냐’고 질의하자, “우리는 한국의 그러한 각각의 요구들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우리(미국)는 남북 군사통신 채널 하나를 승인해줬고(approved), 나머지는 현재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러한 언급은 당시 남북이 장성급 군사회담과 실무회담을 통해 육상과 해상 등에서 남북 군사통신선을 완전히 복구해 재개통했다고 발표한 이후에 나온 것이다. 결국, 남북한 군사통신 채널 개통도 미국의 ‘승인’에 의해 이뤄졌다는 발언인 셈이다.

앞서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를 해제(lift)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다’는 질의에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승인(approval)’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외교부 관계자, “유엔 승인받았다” 인정, “미국 영향력 막강한 것은 사실” 답변

미국 국무부 장관이 남북한의 군사적인 업무에 관해서도 ‘승인’해 줬다는 발언에 관해 27일, 국방부 관계자는 “폼페이오 장관이 어떤 의미로 그러한 언급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남북 군사통신선 개통이나 장성급회담 등은 미국 국무부의 승인 사항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그러한 언급은 대북 제재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의 언급 사항이니, 외교적 채널을 담당하는 외교부에 물어보라”고 답변했다. 

이에 관해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우리(외교부) 측이 유엔 북한 제재위에 군통신선 관련 예외 신청을 했고 승인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미 국무부 장관이 유엔 대북제재 위원장은 아니지 않냐’는 지적에는 “유엔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막강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우리는 대북제재와 관련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에둘러 답변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무부 관계자도 이날 폼페이오 장관의 ‘승인’ 언급에 관해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에 관해서는 추가로 보탤 것이 없다”면서 기존 발언을 옹호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관계자도 “대북제재는 한미 간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문제가 되지 않는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국 대통령이나 외교 수장은 용어 사용에도 굉장히 신중하고 절제해야 한다”면서 “그러한 발언은 외교적인 결례를 넘어 자칫 한미동맹에도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이어 “최근 미국 내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나 국무부, 국방부 등 관련 부서가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고 있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면서 “여러 돌발적인 발언이 나오는 것을 보면, 대북 문제에 관해서도 일관된 전략이 부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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