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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을 보낸 게 아닙니다. 인신을 내준 겁니다"

[심층 취재-한국 해외입양 65년] 2. 입양의 정치경제학 ⑧
2017.11.15 08:07:31

 

 

 

※이 기사는 이경은 고려대학교 인권센터 연구교수, 제인 정 트렌카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 입양인 모임 대표의 도움으로 취재, 작성되었습니다. 

 

"우리가 '해외입양'이라고 표현을 해서 그렇지, 엄밀히 따지면 우리는 '입양'을 보낸 게 아닙니다. 한국에서 한 일은 그저 아동의 인신을 내준 것 밖에 없습니다." (김도현 '뿌리의 집' 목사) 

2013년 전까지 한국 아동은 미국으로 입양될 때 IR-4 비자를 받았다. IR-4 비자는 '미국 시민에 의해 미국에서 입양될 예정인 고아(orphan to be adopted in U.S. by U.S. citizen)'에게 주어진다. 이 비자를 받은 아동은 '입양'이 아니라 '입양 예정'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것이고, 양부모에겐 2년 동안의 '후견권'이 주어진다. '입양 예정'인 아동과 부모는 미국에서 별도의 입양 재판을 해야 법적인 '부모 자식' 관계가 된다. 출생국에서 입양이 완료된 아동은 IR-3(orphan adopted abroad by U.S. citizen) 비자를 받고 입국한다. 

미국 정부는 양부모가 아동을 직접 만나 입양 절차를 밟았느냐는 사실을 근거로 '입양 완료' 여부를 판단한다. 2013년 전까지 한국 아동의 입양은 입양기관이 모든 절차를 대신해줬다. 입양부모는 한국에 한 번도 오지 않아도 한국 아동을 입양할 수 있었다. 

1950년대 시작된 '대리입양' 관행…2100여 명의 아기가 전세기에 실려 단체 입양


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해외입양 행태에서 기인한다. 종교적 신념을 갖고 한국 아동 8명을 직접 입양하기도 한 해리 홀트는 1955년 홀트씨양자회(현 홀트아동복지회)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해외입양 사업에 뛰어들었다. 홀트는 미국 난민법을 근거로 한국의 혼혈아동들을 미국에 대규모로 입양 보내면서 '대리입양'을 추진했다. 한국 아동의 입양 부모가 되기를 원하는 대다수의 부부들이 한국을 방문해 입양 절차를 밟을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당시 전세기를 빌려 입양아동을 한꺼번에 최대 129명까지 이송하는 과정에서 사망 아동도 발생(총 5명)하고 한 비행기를 탄 아동 23명이 집단적으로 발병하는 등 사고가 일어나고, 양부모 심사 과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되자 미국 사회복지계 내에서는 '대리입양'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반발이 일어났다.  

 

<홀트아동복지회 50년사>(홀트아동복지회 펴냄, 2005)에 따르면, 홀트는 1956년부터 1961년까지 26편의 전세기를 띄워 총 2010여 명의 아동을 미국으로 보냈다. 또 1963년과 그 다음 해 2편의 전세기로 입양부모들을 한국으로 실어나르기도 했다. 1972년 여름에 100여 명의 입양 아동을 실어나르는 전세기까지 포함해 2110여 명의 아동이 홀트의 전세기를 통해 집단으로 미국에 이주했다.  

 

 

▲ 1950년대 홀트씨양자회가 마련한 전세기를 타고 미국으로 이동하는 입양 대상 아동들.ⓒ홀트아동복지회 50년사



결국 1961년 미국 내에서는 '대리입양'이 법적으로 금지됐으나, 같은 해 한국에서 고아입양특례법을 제정하면서 '외국인은 각령에 정하는 기관으로 하여금 입양절차의 일부를 대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 법적인 근거를 마련했다. 또 미국에서도 1961년 이민법상 '고아' 규정이 생기면서 양부모가 입양할 예정인 아동에 한해 미국으로 이주가 가능해졌다. 이는 해리 홀트를 비롯해 해외입양을 원하는 부모들이 활발히 정치적 로비를 한 결과다. 

이처럼 입양 대상 아동과 부모를 선별하고 아동과 부모에게 적절한 상대를 찾아주는 핵심적인 업무는 공적인 사회복지체계에서 벗어난 사적인 입양중개기관이 전담을 하며, 국가는 아동의 '몸'이 국경을 건너는 '이주' 과정에만 개입하는 '사영화된 국제입양 모델'은 한국과 미국에서 탄생했다. 한국 정부는 외교부의 업무 영역에 포함되는 국외 이주 허가를 국제입양에 대해서만 보건복지부로 넘겼다.  

이런 한국과 미국의 법과 제도적 틀 안에서 한국에서 많은 아동들이 '입양 예정 아동'으로 IR-4 비자를 받고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들이 입국하면서 보장 받은 것은 10년 기간의 영주권이다. 이 아동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려면 '입양 예정'이 '입양 확정'으로 바뀌어야 하며, 이는 입양을 약속한 양부모가 미국의 주법원에서 입양 재판을 완료해야만 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을 경우, 아동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 출신 입양인 1만9000여 명이 미국 시민권 미취득자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 출신 입양인(2016년 기준 11만1148명)의 17%에 해당하는 숫자다. 

 

미국은 왜 전 세계 아동을 입양할까?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아동을 국제 입양하는 국가다. 2015년 미국은 5648명의 아동을 해외입양했다. 해외입양이 가장 활발했던 2004년에는 2만2884명의 아동을 해외입양했다. 미국의 국제입양에서 특이한 점은 부부가 통상적으로 입양을 생각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인 '불임'이 주된 동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제입양에 관한 미국의 한 전국 조사에 따르면, 입양부모들은 불임을 입양 이유 중 네 번째로 꼽은 반면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부모 노릇' 그리고 '인도적.종교적 동기'를 첫 번째 이유로 들었다. (김동수, "한국인의 시각에서 본 국제입양", 2015)

국제입양을 하는 미국 부모들에 대해 심층 취재한 책인 <구원과 밀매-복음주의 기독교의 선의와 국제간 아동 입양의 현실>(캐서린 조이스 지음, 2014)에 보면 '인도적.종교적 동기'로 입양을 하는 여성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가 만난 샤론이라는 여성은 하나님이 주시는 자녀는 모두 낳아야 한다는 믿음으로 피임을 하지 않아 이미 7명의 친자녀를 둔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였다. 그녀는 '고아'를 구원해야 한다는 열망으로 국제입양을 열렬히 희망했다. 그러나 그녀가 입양을 희망했던 과테말라와 라이베리아는 모두 늘어나는 입양수요를 채우기 위해 아동 납치, 밀매 등 문제가 발생하자 미국으로 해외입양을 중단했다. 

그러자 샤론은 국내입양으로 눈을 돌려 텍사스에서 흑인 여자아기를 입양했다. 입양절차가 끝난 직후 그녀는 또 다른 아이를 입양하러 나섰고, 샤론은 1년 반 동안 세 아이를 입양했다. 먼저 텍사스에서 온 여자아기가 있고, 다음으로 라이베리아 출신으로 원래의 입양가정에서 파양된 후 샤론의 집에 온 소년이 있었다. 끝으로 남녀 성기를 둘 다 지니고 태어난 건강상 문제가 많은 아이를 입양했다. 이렇게 입양을 하고도 이들 부부는 다른 아이의 입양을 생각했다. 가정 위탁을 받고 있는 어느 자폐아 소년을 만나려고 두 사람은 미국 끝에서 끝까지 차를 몰고 갔으나 결국 실패했다. 그리고 워싱턴 주에서 장애아를 입양했으나 나중에 행정 절차상의 문제로 다시 돌려줘야 했다. 한번 파양 경험이 있는 라이베리아 소년은 입양된 다른 아이가 되돌아갈 때마다 울었다. 샤론은 언젠가는 자신이 직접 입양기관을 만들거나 고아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어느 시점인가, 샤론의 가족은 파양 경험이 있던 그 라이베리아 소년을 미주리에 있는 부적응소년 쉼터로 보냈다. 정서적으로 둔감하고 이상 행동으로 다른 가족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샤론은 자신의 가족은 다음 번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에이즈 양성반응자인 십대 한 명을 입양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 캐서린 조이스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에게 입양이 갖는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선 입양은 낙태를 반대하는 친생명(pro-life) 정치의 확장이다. 이들은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들에게 낙태를 하지 말고 입양 보내라는 요청을 하는 운동을 벌인다. 또 이들에게 입양은 '그리스도 안에서 새 생명을 찾도록 인도'하는 선교 행위다. 이들은 전 세계 곳곳에 미국의 도움을 간절히 원하면서 입양을 기다리는 수억 명의 고아가 있는 '고아 위기' 상황이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현실은 교회 입양운동이 복음주의 신자에게 구원할 아이들을 찾아 나서라고 열심히 권하다보니 이에 따라 더 많은 '고아'가 양산되고 있으며, 국제입양은 하나의 커다란 산업이 됐다. 샤론이 입양을 희망했었던 과테말라의 경우, 한때 신생아 100명 당 1명꼴로 미국에 입양을 보내기도 했다. 

 

2012년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입양은 뼈아픈 결별에 기초한다"


한국의 해외입양 제도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는 이명박 정권 때 있었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의지가 아니었다. 성인이 된 입양인들의 경험과 주장, 시민사회단체들의 개입, 미혼모와 아동 인권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의식 변화,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 등 국제 사회의 압력 등에 따른 '외과적 수술'이었다. 이경은 고려대학교 인권센터 연구교수는 "당시 민법에 아동입양과 파양에 대해 가정법원 허가제 도입하는 개정안을 추진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입양특례법 상의 해외입양도 같이 갈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2011년 8월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입양특례법 전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 개정안이 아니라 당시 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입양인 당사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한 법안이었다. 과거 '입양 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이었던 공식 명칭을 '입양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으로 바꾼 것 자체가 이 개정안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제인 정 트렌카 대표는 "입양이란 친생부모와 아동의 뼈아픈 결별에 기초해 시작되는 일이라는 점에서 입양을 촉진하는 패러다임을 폐기하고 친생부모와 입양 위기에 노출된 아동이 결별하지 않고 함께 살아갈 권리를 보호하는 조치, 즉 친생가족 권리 보호를 정책의 핵심으로 다뤄야 한다"고 개정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2012년 8월 5일부터 시행된 이 법만으로 60년 가까이 누적된 해외입양의 문제를 바로 잡을 수는 없었다. 다만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문제가 무엇인지 드러내는 역할은 할 수 있었다. 

입양특례법 개정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법원, 보건복지부 등 공적기관이 전혀 개입하지 않고 사적 기관인 입양기관에 일임했던 해외입양 과정에 가정법원이 개입하게 된 것이다. 입양특례법 제11조에 따르면, 아동의 입양은 출생신고 증빙서류 등 필요한 서류를 갖추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동법 2항은 '양자가 될 사람의 복리를 위하여 양친이 될 사람의 입양의 동기와 양육능력,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입양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입양특례법 시행 1년, 한국 아동은 여전히 IR-4 비자를 받았다 

이처럼 입양이 가정법원의 입양재판을 통해 결정되는 '허가제'로 바뀌었지만, 지난 60년간 계속된 해외 '대리입양'의 역사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입양기관과 미국의 입양부모단체의 반대 때문이었다.  

이들은 양부모의 한국 방문을 의무화할 경우 한국 아동에 대한 선호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티브 모리슨 한국입양홍보회 대표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해외입양을 추진하는 입양기관이 법원으로부터 '꼭 양부모가 법정에 오지 않아도 입양을 진행할 수 있다'는 문서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한국입양홍보회 측은 당시 양부모가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한국에 체류하는 기간도 줄여 약 10일안에 모든 절차를 마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는 청원을 복지부와 국내 입양기관에 전달했다. ("입양특례법 개정에도 한국아동 '국제미아' 위기" , 연합뉴스 2013년 4월 4일 보도)  

앞서 지적했듯이 양부모가 한국을 방문하지 않고도 입양이 가능했기 때문에 한국 출신 아동은 IR-4 비자를 받았고, 이는 입양 아동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었다. 가정법원에서 입양재판이 진행되더라도 양부모가 출석하지 않고 입양기관에서 대리할 경우, 한국 출신 아동은 IR-4 비자를 계속 받아야 한다. 입양기관과 미국 입양부모들은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에 방문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압력을 넣은 셈이다. 

이 당시 한국을 제외한 상당수의 나라가 이미 해외입양 시 양부모 방문을 의무화하고 있었다. 에티오피아, 가나, 아이티, 온두라스는 외국인이 입양을 원할 경우 2차례 입국하도록 규정하고 있었고, 중국, 콜럼비아, 코스타리카, 인도, 홍콩은 양부모가 7주까지 국내에 머무르며 직접 입양절차를 직접 밟도록 하고 있었다. 국제입양 문제에 있어서 한국이 얼마나 자국 출신 아동 인권 보호 문제를 등한시 해왔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정법원은 '양부모 출석 여부'를 법 시행 후 9개월이 지나서야 확정했다. 입양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한 시점으로 따지면 1년 9개월이 지나서야 결론을 내린 셈이다. 덕분에 2013년에 미국으로 입양된 아동 중 68명이나 IR-4 비자를 받았다. 그해 IR-3 비자는 71명이 받았다. 입양특례법 개정안이 시행되던 2012년에는 IR-4 비자를 628명, IR-3 비자는 단 1명만 받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입양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에도 696명이나 IR-4비자를 받았다. 

 

 

▲ 2001년부터 2016년까지 IR-3와 IR-4 비자를 받은 한국 출신 아동 숫자. 미 국무부 통계를 집계했다. ⓒ프레시안

 

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도 계획에 맞춰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아이 덕분에 무계획적인 삶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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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에도 더 밝아진 평양의 야경

제재에도 더 밝아진 평양의 야경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11/15 [01:04]  최종편집: ⓒ 자주시보
 
 

 

 

중국에서 원유수출 제한을 시작한지도 반북제도권 언론을 보면 갈수록 북의 전기 사정이 악화되고 있으며 경제가 파산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보도들 뿐이다. 

문재인정부도 이런 내용을 보고를 받고 있는지 북에 대한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면서 북의 개별인사들에 대한 금융제재까지 단행하면서 북에 제재를 가하면 결국 백기를 들고 비핵화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나라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상대에게 대북제재 동참을 부탁하고 있다.

 

 

하지만 모 인터넷방송국에서 소개한 북 뉴스보도 직전에 보여준 평양의 야경을 보면 갈수록 도시가 더 밝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공훈국가합창단, 모란봉악단, 왕재산예술단의 음악무용종합공연이 북 전연을 순회하며 진행되고 있는데 북녘의 지방 곳곳의 야경도 화사했으며 특히 공연이 진행된 대형 공연장은 하나같이 새로 지었거나 개건한 현대적인 것들이었다. 조명시설도 화사하기 그지 없었다.

 

물론 카메라를 촬영할 때만 전기를 넣어 야경을 켰을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그런 꼼수를 부렸다면 북 주민들이 북 정권을 그렇게 절대적으로 지지하겠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사실, 북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경제제재로 피폐해져하고 있는 나라라면 미국과 한국, 일본에서 굳이 북 여행을 막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자국 국민들에게 가서 보고 오라고 고무했을 가능성이 많다.

구소련이 무너지고 러시아와 수교를 맺자마자 남녘 공안기관에서 운동권 대학생들을 모아 국비를 들여 러시아 여행을 시켜준 적이 있다. 도시 빵집 앞에 길게 사람줄이 늘어서 있었는데 들녘에서는 가을걷이를 다 하지 못한 밀이 눈을 맞고 쓰러져 가스라져가고 있었다. 농부들이 8시간만 일하고 집에 가버려 채 추수를 끝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도시에서는 밀가루가 부족했다.

그것을 직접 보고 적지 않은 학생들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전향을 하였다.

 

그런데 왜 미국마저 자국민 방북 여행을 금지시키고 하다못해 유튜브에 북 보도가 올라오는 것까지 차단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북의 경제가 망해가고 있다면 그건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가 없다. 북의 도시는 물론 도로와 철도 주변을 다 살기 좋게 만들어야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니 더 적극적으로 미국인들의 방북을 독려해야 할 것인데 실상은 정 반대로 가고 있다.

 

미국의 경제제가 먹히지 않고 있다면 우리 정부도 대북정책의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제재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대화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제는 북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국민과 함께 찾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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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운명의 목소리가 있는 것 같다”


[KAL858 30주기④] KAL858기 사건 연구자 박강성주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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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14  13: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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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29일은 대한항공(KAL) 858기가 승객과 승무원 115명을 태운 채 미얀마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사라진 지 30주기가 되는 날이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북한 테러범 김승일과 김현희가 기내에 폭발물을 두고 내려 공중폭파됐다고 발표했고, 범인 김현희는 울먹이며 범행을 자인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비행기의 잔해나 실종자의 유품과 유해가 전혀 발견되지 않은 이 사건에 대한 의혹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제기됐고, 2006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이 사건을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에 이용한 ‘대한 항공기 폭파사건 북괴음모 폭로 공작(무지개 공작)’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두고 압송된 김현희가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 장면은 생생하게 국민들의 뇌리에 박혀있다.

김현희의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결과에 대한 의혹제기와 진상규명 요구는 끊이지 않았고, 2001년 14주기 추모식 전후로 ‘KAL858기 가족회’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의 활동이 본격화 돼 국정원발전위원회와 진실화해위원회가 이 사건을 다루기도 했지만 김현희 조사조차 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촛불민심으로 앞당겨 정권교체가 이뤄진 상황에서 오는 11월 29일 30주기를 맞아 진상규명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다. 가족회와 시민대책위는 국정원이 부분공개한 ‘무지개 공작’의 전면 공개와 유일한 증인 김현희와의 면담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2001년부터 이 사건의 의혹을 다뤄온 <통일뉴스>는 ‘KAL858기 사건 30주기’를 맞아 주요 관계자와의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연재 순서>

“30년을, 어떻게 그 세월을 넘어갔지 싶어요”
[KAL858 30주기①] 차옥정 ‘KAL858기 가족회’ 전 회장


“김현희, ‘17살 이전 탈북자’ 확신”
[KAL858 30주기②] ‘KAL858 시민대책위’ 신성국 신부

“결국 김현희의 귀가 결정타가 될 것”
[KAL858 30주기③] KAL858 의혹 불씨 던진 현준희

 

   
▲ KAL858기 사건 연구자 박강성주 박사가 2008년 미CIA가 공개한 비밀문건을 발견해 공개한 사진. 그는 KAL858기 사건 30주기 <통일뉴스>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이것이 외국 정부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2008년, 제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비밀문서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외국 정부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KAL858기 사건이 세인들의 뇌리에서 거의 잊혀지다시피 한 지난 10년간 가장 꾸준히 이 사건을 천착해온 연구자가 있다. “지금까지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고 사건과 관련된 문서들을 부분적으로 얻을 수 있었다”는 박강성주 박사.

그와 이 사건의 만남도 말 그대로 ‘운명적’이다. 통일부에서 주최했던 대학생 통일논문 공모전에 참여해 우수상에 선정됐지만 “논문에 민감한 내용이 있으니 고치라”는 요구를 거절해 상은 취소됐고, 그 ‘민감한 내용’이 다름 아닌 KAL858기 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논지였다.

“그때 수정요구를 받아들였다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그는 수정요구를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이 부당한 처사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시키면서 15년간 지난한 길을 걷고 있다.

KAL858기 사건을 주제로 국내에서 석사,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KAL858기 사건 30주기를 맞아 <통일뉴스>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이 사건과 관련된 어떤 운명의 목소리가 있는 것 같고, 여기에 귀를 잘 기울이려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외국 정부로부터 받아낸 공문서들을 분석한 결과에 대해 그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외국 문서들에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은, KAL858기 사건에는 어떤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다는 점”이라며 미국 문서들에서도 “북쪽이 왜 사건을 일으켰는지 동기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국의 경우 수사발표와 관련해 김현희가 왜 갑자기 자백을 하게 됐는지 의아해했다”, “호주 문서에 따르면 1988년 1월 12일 기준 한국은 벌써부터 김현희 씨에 대한 사면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스웨덴 자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평양의 스웨덴 대사관이 직접 보내온 문서가 있다는 것” 등을 주요하게 꼽았다.

   
▲ 박강성주 박사는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김현희 씨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희 씨는 2009년 3월 11일 부산 벡스코에서 일본인 납북자 다구치 야에코 씨의 가족을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가짜가 아니라고 말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그는 KAL858기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김현희 씨에 대한 조사와 북쪽 현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짚었고, 사건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쿠웨이트 파견관의 “사건이 일어나기 전 ‘첩보’ 수준의 이야기들이 있었다”는 증언에 주목했다.

또한 당시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이 사건은 대통령 선거의 승리를 위해 남쪽이 저지른 자작극”이라면서 남측 내부 정보 소스에 대한 질문에 “우리 또한 친구들이 있다”고 답한 대목에도 눈길을 돌렸다.

박사 논문 작성 과정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많은 인터뷰를 진행했던 그는 가족들의 고통에 대해 “대부분 많이 힘들어한다”며 “원하는 가족들은 적어도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게 방안이 마련되었으면”하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KAL858기 사건의 진실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며 “KAL858기 사건과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끝까지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KAL858기 사건 30주기를 맞아 <통일뉴스>가 진행하고 있는 연속 인터뷰의 일환으로 박강성주 박사와 나눈 서면인터뷰 7일자 답변서 전문이다. 아울러 서면인터뷰의 특성상 경어체를 그대로 두었음을 밝혀둔다.

“원하는 가족들 심리상담 받을 수 있어야”

□ 통일뉴스 : 근황이 궁금합니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지요?

■ 박강성주 박사 : 저는 계속해서 연구자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유럽의 한 대학에서 연구와 교육활동을 하고 있고요. 올해 가장 신경써서 하고 있는 일은 책을 내는 것입니다. 제 박사논문과 이를 바탕으로 한 책과 마찬가지로, 큰 틀에서는 국제관계학에 대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그 핵심에는 역시 KAL858기 사건이 있습니다. 사건 30년인 만큼 올해 안에 책을 내려고 했는데, 출판사의 내부 사정으로 어려워질 것 같아 정말 아쉽습니다.

□ 이 사건과의 인연이 남다른 줄 압니다. 독자들을 위해서 간략하게 소개해 주시죠.

■ 제가 대학생, 그러니까 학부생 때입니다. 통일부에서 주최했던 대학생 통일논문 공모전에 참여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우수상을 받게 되었는데, 시상식을 며칠 앞두고 전화가 왔습니다. 논문에 민감한 내용이 있으니 고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수정요구를 거부했고, 상은 취소되었습니다.

문제가 되었던 부분이 바로 이 사건입니다.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는데 이를 뒤늦게 문제 삼은 것이지요. 그때 너무나 혼란스러워 신경쇠약 비슷한 증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운을 되찾고 나서 이 ‘통일논문’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로 가져갔습니다. 정부가 학문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뒤 우여곡절 끝에 석사와 박사논문을 모두 KAL858기 사건으로 썼고, 관련 연구를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그때 수정요구를 받아들였다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 KAL858기 사건 30주기를 맞았습니다. 개인적인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 30년… 무엇보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115명의 실종자분들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진상규명 요구가 지금도 끊이지 않습니다. 저 역시 이 사건은 끝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아울러 올해는 저에게 KAL858기 사건 연구 15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연구자로서의 저 자신도 많이 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 가족들의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고 있다. 2015년 10월 29일, KAL858기 사건 27주기 추모제에서 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박사 논문을 토대로 『슬픈 쌍둥이의 눈물』을 출간했는데, 가족들과 인터뷰도 많이 한 것으로 압니다. 가족들의 고통은 어떠했습니까? 어떻게 해야 치유할 수 있을까요?

■ 모든 고통이 그렇겠지만, 실종자 가족분들의 고통은 당사자가 아니고는 제대로 헤아리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인간은 자기 자신의 고통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분들을 직접 뵙고 이야기를 들으며 ‘아주 조금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많이 힘들어하십니다. 어떤 면담의 경우 가족분도 그러셨지만 저도 눈물을 계속 흘려 면담을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어떤 고통도 온전히 치유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떠나 면담을 하며 고민했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원하시는 가족분들은 적어도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게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외국정부 공개문서, “어떤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다”

□ 외국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해오셨는데, 지금까지의 경과를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 2008년, 제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비밀문서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외국 정부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고 사건과 관련된 문서들을 부분적으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영국의 경우 신청이 기각돼서 이의를 제기했고, 이를 통해 일부 문서를 받아냈습니다. 그런 다음 몇 년을 더 기다려 추가 문서를 받을 수 있었고요. 5년 정도 걸렸습니다. 호주의 경우도 처음에는 일부 문서만을 받았는데 행정심판까지 가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더 많은 문서를 받아내었습니다. 모두 6년이 걸렸지요.

   
▲ 왼쪽은 5년 만에 영국 외무성으로부터 공개받은 KAL858기 사건 관련 미국 정부 자료. 오른쪽은  2010년 호주 정부를 상대로 시작한 정보공개 청구 결과, 2016년 호주 외교부로부터 추가로 받아낸 비밀문서.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영국 외무성이 추가로 공개한 문서 중 미국 하원 청문회 관련 자료 표지. 박강성주 박사는 "외무성은 자신들의 잘못으로 문서 전달이 몇 년이나 늦어진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를 해왔다. 그리고 이를 공식 문서에도 기록으로 남겨주었다"고 밝혔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외국 정부가 공개한 자료들을 분석해 <통일뉴스>에 투고해 오셨는데, 드러난 사건의 맥락이나 새로 밝혀진 내용 등을 소개해 주십시오.

■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외국 문서들에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은, KAL858기 사건에는 어떤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공식 수사발표를 가장 강하게 옹호했던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북쪽이 왜 사건을 일으켰는지 동기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영국의 경우 수사발표와 관련해 김현희가 왜 갑자기 자백을 하게 됐는지 의아해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내용으로는, 호주 문서에 따르면 1988년 1월 12일 기준 한국은 벌써부터 김현희 씨에 대한 사면 가능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수사발표 전부터 사면 계획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스웨덴 자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평양의 스웨덴 대사관이 직접 보내온 문서가 있다는 것입니다. 북은 안기부(현 국정원)의 수사발표를 전면 부인하였는데 문서는 당시의 이런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안기부 쿠웨이트 파견관 ‘사전 첩보’ 언급 확인해야

□ 이 사건의 진상을 온전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료나 증언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개인적으로 주목해 추적하고 있는 사안이 있습니까?

■ 아주 중요하고도 어려운 질문입니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먼저 김현희 씨에 대한 조사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진술과 관련해 그동안 수많은 의혹들이 제기되었기 때문에 이를 본인이 직접 해명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 발전위) 재조사에서 중요한 증언을 했던 전 안기부 직원이 한 분 있습니다. 쿠웨이트 파견관으로 계셨는데, 진술 가운데 사건이 일어나기 전 ‘첩보’ 수준의 이야기들이 이미 있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 부분을 좀 더 확인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북쪽 현지 조사도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찌됐든 공식 발표에 따르면 북쪽의 공작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김현희 씨의 진술을 검증하기 위해서도 현지 조사가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  KAL858기 사건은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도 다뤄졌지만 '북한 소행'를 입증하지 못하고 결국 미국이 198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양자제재로 귀결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사건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를 짚어보고 싶습니다. 당시 박길연 유엔 주재 북쪽 대사가 이 사건은 대통령 선거의 승리를 위해 남쪽이 저지른 자작극이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그런 내부 정보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우리 또한 친구들이 있다”고 답합니다.

제가 2006년과 2007년 미국에 특파원으로 있던 기자분들에게 취재요청을 드렸는데, 나름대로 노력하셨지만 박길연 대사와 연락은 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그 뒤 박 대사는 2008년 북으로 귀국했습니다). 어떤 특별한 뜻이 없을 수도 있지만, 저는 이 “친구들” 부분이 지금도 궁금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끝까지 가려고 한다”

   
▲ 박강성주의 박사논문을 토대로 한 단행본 『슬픈 쌍둥이의 눈물』(한울, 2015). 부제목이 ‘김현희 KAL858기 사건과 국제관계학’이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KAL858기 가족회와 시민대책위는 30주기를 맞아 ‘무지개 공작’ 문건 전면 공개와 김현희 면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 실종자 가족분들과 대책위로서는 충분히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공작 문건이 원칙적으로 전부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면담의 경우, 김현희 씨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어려울 수도 있지만 특별사면을 받았던 취지를 생각해 대화에 나서주었으면 합니다.

□ KAL858기 가족회와 시민대책위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저는 가슴이 먼저 아려옵니다… 여러분과의 첫 만남을 생각해보니 10년이 훨씬 지났습니다. 좀 믿겨지지 않습니다.

가족회의 경우 나이가 있으신 분들, 또는 심리적으로 힘겨워하시는 분들이 계시다고 알고 있어 건강이 걱정됩니다. 사건과 관련된 의혹들이 하루빨리 밝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족회와 대책위 분들의 입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분들의 노력과 삶은 분명히 존중되어야 합니다. 사건 30년, 특히 가족분들의 심정이 어떠할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옵니다.

□ 기타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KAL858기 사건의 진실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어떤 확실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국정원 발전위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서 재조사를 담당했던 조사관분들은 직간접적으로 저에게 사건에 대한 글 또는 학위논문을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안기부 수사발표가 맞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분들 말씀이 맞을 수 있습니다. 저도 제가 걱정될 때가 있고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거든요… 진실에 대한 이러한 고민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릅니다.

이 불확실함과 고민을 견뎌낼 수 있는 힘, 그리고 ‘진실이 무엇이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또 다른 힘. 그 힘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습니다.

□ 향후 이 사건과 관련된 계획이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시죠. 국내에 들어올 계획은 없는지요?

■ 저는 KAL858기 사건과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끝까지 가려고 합니다. 좀 무겁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의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문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사건과 관련된 어떤 운명의 목소리가 있는 것 같고요, 여기에 귀를 잘 기울이려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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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군장병 위문성금' 또 강제모금

일선학교에 성금 모금 협조 공문 하달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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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13  15:4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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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논란이 되는 '국군장병 위문성금'을 정부가 올해에도 강제로 걷고 있다. 한번도 제대로 사용처가 공개되지도 않은 데다, 국방예산 항목과도 중첩되는 등 모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통일뉴스>는 13일 경기도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이 지난달 31일 각급 학교에 내려보낸 '2017년도 국군장병 등 위문성금 모금 협조' 공문을 입수했다.

공문은 "정부는 어려운 환경에서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하는 국군장병 등의 노고를 위로 격려하고자 매년 위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금년에도 국군장병 등에 대한 위문성금 모금 협조를 요청해온 바, 우리교육지원청에서도 위문금을 모금하고자 하니, 각급 기관(학교)에서는 성금모금을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모금 대상은 본청 및 산하기관 전 교직원이며, 각 기관별로 자율적으로 모금을 실시하고 간부.직원회의, 직원들의 회람을 통한 자발적인 모금 추진을 유도하고 있다. 기간은 지난 3일부터 8일까지였다.

   
▲ 경기도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이 지난달 31일 각급 학교에 하달한 '2017년도 국군장병 등 위문성금 모금 협조' 공문. [자료-통일뉴스]

자발적이라고는 하지만, 대상인원, 참여인원, 모금액 등을 명시하도록 해 사실상 성과중심의 강제성이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공문은 각급 학교 외에도 범정부적으로 각 기관에 하달되고 있는 상황이다. 매년 10월에서 12월 사이 공무원, 공공기관 및 산하단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급여를 각출하는 형태로 모금하고 있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옛날부터 있던 관행이다. 적폐"라며 "군인 복지는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데 당연스레 국민들에게 손 벌리는 관행은 이제 정리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리고 "과거에는 할당하고 경쟁을 부추겼지만 지금은 그런 경향은 없어졌다"면서도 "성금에 참여하지 않으면 마치 국가관에 의심을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금을 내야 하는 강제성도 내재되어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반강제적으로 국군장병 위문성금을 걷어들이고 있지만, 정작 사용처는 불분명해 항상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49억 2천 6백만 원이 국군장병 위문성금으로 모였는데, 국가보훈처는 국군장병 텔레비전 및 컴퓨터 구입 8억 원, 주한미군 지급 기념코인 제작 2억 2천만 원, 취약지 근무자 지급용 방한장갑 구입 9천만 원 등으로 사용했다.

게다가 '보훈외교'라는 이름으로 주한미군 모범장병 초청행사 비용으로 워커힐호텔 만찬행사 4천 5백만 원, 경주 현대호텔 숙박비 2천만 원 등 총 9천 5백만 원을 지출했던 것. '어려운 환경에서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하는 국군장병 등의 노고를 위로.격려'한다는 기존 취지와 달리, 주한미군에게 대부분 성금이 쓰였다.

'국군장병 위문성금'의 불분명한 사용처뿐만 아니라 과연 위문성금을 반드시 걷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국방예산에 이미 장병 복무여건 개선비가 책정되어 있기 때문.

이학영 의원은 "국방예산으로 구입해야 할 가전제품이나 방한장갑을 위문성금으로 구입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태"라며 "예산책정을 통해 당연히 지급받아야 할 물품을 전달하는 것이 어떻게 국군장병을 위한 위문이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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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전우회에 ‘위례 금싸라기땅’ 특혜분양 의혹

[단독] 고엽제전우회에 ‘위례 금싸라기땅’ 특혜분양 의혹

등록 :2017-11-14 05:00수정 :2017-11-14 08:30

 

LH, 2013년 1만2700평 분양 때
‘박승춘 보훈처장 추천서’ 요구
전우회, 단독입찰해 택지 따내

시행사가 주택분양 218억 수익
검찰, ‘관제데모’ 지원 여부 수사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가 박근혜 정부 시절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명의의 추천서에 힘입어 대규모 아파트 터를 특혜 분양받은 뒤 수백억원대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분양 공고에서 조건으로 제시된 ‘보훈처장 추천서’를 받아 단독 응찰했던 ‘고엽제전우회 주택사업단’은 존재하지 않는 조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황병주)는 13일 고엽제전우회 특혜 분양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벌이는 한편 관련 자료를 확보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고엽제전우회는 박근혜 정부의 관제데모단체 집중 지원 의혹인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명단에 포함된 단체다. 검찰은 당시 분양이 관제데모 우회 지원 성격이 있었는지 등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기”라면서도 “화이트리스트 작성·실행과 관련이 있는지 등 다양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고엽제전우회는 2013년 6월 경기도 성남시 위례신도시 수변지구인 ‘A2-3 블록’ 1만2700평을 1836억원에 분양받았다. 엘에이치는 공고를 낼 때 ‘국가보훈처장 추천서’를 단서 조항으로 달았고, 응찰한 곳은 추천서를 받은 ‘고엽제전우회 주택사업단’ 한 곳뿐이었다.

 

위례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연합뉴스
위례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연합뉴스
‘친박근혜계’ 인사로 꼽혔던 당시 박승춘 보훈처장 명의의 추천서 발부 경위를 두고도 의혹이 제기된다. 보훈 관련 법령은 고엽제전우회 등 보훈단체가 할 수 있는 사업을 ‘회원 복지 향상을 위한 사업’으로 한정하고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한겨레>의 문의에 “확인해보니, 발행돼선 안 되는 공문이 발행된 것 같다. ‘고엽제전우회 주택사업단’이라는 조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발생한 이익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도 불투명하다. 분양을 받은 뒤 고엽제전우회는 사업권을 중소건설사인 ㅅ건설에 위탁했고, 최종 분양으로 ㅅ건설이 얻은 순이익은 21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엽제전우회 연례 결산보고 등을 보면 해당 사업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 김성욱 고엽제전우회 사무총장은 “추천서를 받아줬지만, 과거 ㅅ건설이 엘에이치와 계약 해지에 따라 손해를 많이 봐서 그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이뤄진 것이지 고엽제전우회는 이익을 나눠 갖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엘에이치 관계자는 “당시 ㅅ건설이 고엽제전우회와 이익을 공유하는 주택사업단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승춘 전 보훈처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18882.html?_fr=mt1#csidxac9021a7dae8b03ad4515620eba026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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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돈 박근혜에 상납’ 이병기 전 원장 긴급체포

‘국정원 돈 박근혜에 상납’ 이병기 전 원장 긴급체포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에 상납한 의혹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에 상납한 의혹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민중의소리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하는 데 개입한 혐의를 받는 이병기(70) 전 국가정보원장이 긴급체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14일 새벽 “조사 과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전 원장을 긴급체포했다”며 “향후 체포 시한 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전날 이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특수활동비 상납 경위와 박 전 대통령의 관여 정도 등을 조사했다.

이 전 원장은 2014년 7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내다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어 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남재준 전 원장 시절 월 5천만원대이던 특활비 상납금은 이 전 원장 재임 시절 1억원으로 두배 가랑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재임 시절 청와대로 흘러간 국정원 특활비는 약 40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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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조 날린 MB 자원외교, 왜 이 적폐는 무사한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11/14 09:52
  • 수정일
    2017/11/14 09:5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MB의 비용을 다시 생각한다] ① 자원외교 비리 의혹
2017.11.13 08:27:20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은 어리석은 짓이다."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와 프레시안이 기획한 <엠비의 비용>(알마 펴냄) 서문에 유종일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좋은나라 협동조합 이사장)가 인용한 알베르 카뮈의 글귀다. 이 책이 나온 지 3년이 다 되어 간다.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이명박 정권의 조직적 지원을 받고 탄생한 박근혜 정권은 박정희 신화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지금 '적폐 청산'이 한창이다. 그러나 제대로 짚지 못한 적폐들이 있다. 

 

이 적폐는 왜 무사한가. 국정원과 군을 동원한 이명박 정권의 불법적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지만, 아직 4대강 사업이나, 광범위한 기업 비리 사건 등은 제대로 규명된 것이 없다.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후에 이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쥐여주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2015년 4월 성완종 전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 국회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불거졌던 자원외교 비리 의혹은, 검찰의 부실 수사와 '정책 판단은 단죄될 수 없다'는 친박계의 논리에 힘입어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국정감사와 검찰 수사가 이어졌지만 석유공사 사장과 가스공사 사장 등 자원 공기업 수뇌부는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아들고 있다. '윗선'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진행되지도 않았다.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와 프레시안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적폐'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가스공사, 광물공사, 석유공사가 MB 정부 기간에 투자한 해외자원개발 비용은 29조7000억 원, 2014년 6월 기준으로 회수한 돈은 1조1200억 원. 나머지 28조 원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정말 이것은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 말대로 수십 년 후에 받을 수 있는 돈일까? 그리고 이명박 정권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해 망가뜨린 포스코와 KT, 수많은 기업 비리들은 제대로 단죄된 적이 있는가?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해외 깡통 광산과 깡통 회사에 어떻게 천문학적인 투자가 승인된 것인지 제대로 우리는 따지지 못했다. 포스코 등 MB정권의 '사기업 난입 사건'에 대해서도 확실한 조사가 필요하다. 


11월 9일 박세열 <프레시안> 편집국장이 사회로,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와 고기영 한신대 교수, 김용진 서강대 교수가 대담에 참여했다. 
 

▲ <MB의 비용>(알마 펴냄) 공저자들. 왼쪽부터 김용진 서강대 교수,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고기영 한신대 교수, 박세열 <프레시안> 편집국장. ⓒ프레시안(최형락)


MB 정부, '해 먹기' 위해 준비된 정권 

프레시안 :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MB 정부 대표 사업으로 불리는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관련 의혹도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근혜 정부 당시 야당(現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특별조사위원회 및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검찰 수사가 이뤄졌지만, 미심쩍은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4대강사업(22조 원)보다 더 많은 혈세가 들어간 자원외교사업(29조 원) 비리와 관련해 청산이 좀 됐다고 보는지

고기영 : 결론부터 말하면, MB 정부 자원외교와 관련해 청산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프레시안 : MB 정부에서 자원외교사업을 주도한 주강수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모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의 판결을 보면, '증거 부족으로 배임 혐의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경영적 판단'이라는 변호인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고기영 : 하지만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석유공사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책임을 '경영적 판단'으로 결론 내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민간기업은 투자에 실패했을 경우 스스로 책임지면 되지만, 공기업은 결국 혈세로 메워야 한다. 따라서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캐나다 하베스트(HAVEST) 에너지 인수 프로젝트의 경우, 2010년 10월 시장가보다 5500억여 원 비싼 4조5000억여 원에 인수해 3조7000억여 원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재판부는 "인수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MB 정부가 '석유공사 대형화 사업의 상징'이라고 홍보했던 사업이 이제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재앙'이 되어 버렸다. 과연 이대로 넘어갈 일인가.  

잘못된 판단은 누구나 내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기업이든 이사회가 존재한다. 특히 투자 규모가 4조5000억 원 정도면, 투자 가치에 대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하베스트는 경제성 평가도 단 5일 만에 졸속으로 이뤄졌으며, 인수 조건과 인수 가격 등에 대해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 석유공사는 이사회의 사후승인을 받았다고 했지만, 진위를 알 수 있는 최종 계약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유종일 : 이상한 정도가 아니다. 심각한 절차적 하자다.  

고기영 : 또 석유공사는 '해외유전개발 사업 평가 기준 및 투자의사 결정 절차'에 의해 순현재가치가 0보다 작고 내부수익률이 미리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투자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런데 하베스트 사업은 인수 당시 순현재가치가 마이너스였고 내부수익률도 7.46%로 기준치인 8%에 미달했다. 기준을 어긴, 엄연한 위법 사항이다. 

프레시안 : MB 정부는 당시 에너지 자립을 표방하며 '자주개발률'을 도입했다. 자주개발률은 국내로 수입되는 해외자원 물량 중 우리나라 기어이 직접 개발해 도입한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5% 수준이던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임기 내 18%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에너지 공기업 기업평가 항목에 이를 추가했다. 결국 지표를 끌어올리는데 혈안이 됐고, 엉터리 투자로 몇조 원에 달하는 혈세만 축났다. 

(석유/가스의 자주개발률은 2007년 0.3%에서 2012년 0.6%로 변화가 거의 없다. 광물 자원의 경우 2007년 6.1%에서 2012년 10.6%로 조금 늘었지만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박근혜 정부에서조차 자주개발률 지표가 무리한 해외자원개발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해 아예 집계하지 않았다. 편집자)  

유종일 :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부터 2조 원짜리 이라크 쿠르드의 유전개발 사업을 따냈다고 홍보했다. 추측건대, 이 전 대통령은 '자원외교'라는 것으로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처음부터 '해 먹기' 위해 준비된 정권이라고 할까?  
 

▲ 한 누리꾼이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홍보 영상을 패러디했다.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 MB의 그림자가? 

고기영 :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투자 손실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또 법률적으로도 이해가 안 된다. 밝혀져야 한다. '경영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인수 당시 경영진들이 '이런 판단 아래 투자했는데 결과적으로 잘못됐다'라는 식의 사후 보고서라도 있어야 한다. 공기업이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면, 부실기업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프레시안 : 기획재정부가 자체 조사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업 실패 원인에 대한 사후 보고서가 명확하게 정리되어야 한다.  

유종일 : 국민 혈세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만큼 기재부 국고국을 중심으로 적폐청산TF를 꾸리는 것도 방법이다.  
 

▲ 고기영 한신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고기영 : 기재부 적폐청산TF가 발족한다면, 현재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이 드러날 수 있다. 왜냐하면, '세련되지 못한 방법'으로 해 먹었기 때문에.(웃음)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 과정이 마치 드라마와 같다. 석유공사는 2009년 9월 9일 2조6855억 원을 제시했다 거절당하자, 9월 23일 5000억 원 정도를 올려 3조1890억 원으로 다시 제안했다. 하지만 하베스트 측은 10월 14일 이를 다시 거절한다. 이에 석유공사는 다음날(10월 15일) 예정에 없단 정유시설 날(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 NARL)을 동반 인수하겠다며 약 4조282억 원을 수정 제안한다. 그러나 하베스트 측은 이마저도 거절한다. 

메릴린치에 의뢰한 경제성 평가 보고서가 나온 10월 20일 밤 10시께 김성훈 석유공사 부사장은 캐나다 캘거리에서 하베스트 측과 만나 약 4조55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한다. 메릴린치가 제시한 인수 금액보다 약 5200억 원이 높은 금액이다.(메릴린치는 하베스트 인수 금액으로 36억2100만 캐나다달러를 제시했지만, 석유공사는 4억6500만 캐나다달러가 많은 40억6500만 캐나다달러에 계약했다. 편집자) 

누가 이런 결정을 했을까? 김성훈 부사장이 단독으로 결정했을까? 김성훈 부사장은 아마 강영원 사장에게 승인을 받고 결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2009년 10월 20일 강영원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해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돌고 있었다. 한 가지 추측을 하자면, 강영원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승인받은 후 결정했을 가능성이다. 대통령의 승인이라는 뒷배경이 있다면 근거가 빈약해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유종일 :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한 최종 결정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했다고 봐야 한다.  

고기영 : 하지만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인수 결정 주체와 시점에 대한 내막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베스트는 2009년 상반기에만 2341억 원의 손실을 냈으며 부채 규모가 상반기 매출액보다 1조 원 이상 많은 부실기업이었다. 이런 기업을 무려 4조5500억 원이나 주고 인수했다. 당시 캐나다 언론인 <글로브 앤 메일>은 "한국기업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기업을 비싼 가격에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런데도 강영원 전 사장이 배임이 아니라니, 정말 이해가 안 된다.  

'1달러짜리 3달러에 살게. 1달러는 너 갖고, 나머지 1달러는 나 줘'

프레시안 : MB 정부 당시 에너지 공기업 3사(가스공사, 광물공사, 석유공사)를 지휘 감독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해외자원개발의 자본회수 기간은 20년에서 50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있으니 좀 더 지켜보고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인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경수(더불어민주당, 경남 김해시을) 의원에 따르면, 에너지 공기업 3사가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총 43조5000억 원이다. 하지만 회수율은 38.3%에 불과하다. 또 이들 공기업 3사의 부채 규모는 2007년 12조8000억 원에서 2017년 53조 원으로 약 40조 원 증가했다. 편집자)  

고기영 : 자원 개발 투자금 회수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탐사와 개발을 거쳐 생산에 이르기까지 10~30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MB 정부 자원외교사업의 상당수가 탐사부터 들어갔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세 번 이상 연임해야(15년 이상 지나야) 사업의 외형이 겨우 나온다.(웃음) 

하지만 석유공사는 총 투자액의 95% 이상을 생산 단계에 있는 사업에 투자했다. 이들 투자는 자원의 '개발'과는 거리가 먼, 단순 '지분 투자'로 일반 재무 투자와 다를 바 없다. 그러므로 회수율은 곧 수익률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회수율과 수익률이 다르다고 말하는 것은 진실을 은폐하고 사실을 호도하려는 얄팍한 꼼수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왜 이렇게 엉터리 투자를 했을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겉으로는 안정적인 자원 확보가 목적이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해 먹기' 위해, 또 '빼 먹기' 위해 벌인 일은 아닐까?  

유종일 : 그런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  

고기영 : '빼 먹기' 위해서는 엉터리로 투자를 해야 유리하다. 거대 M&A인양 포장되어 있지만, 부실기업을 사고파는 일이기에 눈치가 뻔하다. 1달러에 불과한 기업을 3달러에 사겠다는 이야기는 '1달러는 네가 갖고, 나머지 1달러는 나에게 돌려줘'라는 말이다.(웃음) 

왜 부실기업만 골라서 투자했을까? 우리나라 석유공사와 광물공사가 그렇게 형편없는 곳일까? 이 부분이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프레시안 : 고의적으로 최악의 투자처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다는 것인데…. 상식적인 판단이 아닌, 다른 차원의 '경영적 판단'에 따라 투자한 것 같다.(웃음) 
 

▲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유종일 : 김경준 씨가 쓴 책 <비비케이의 배신>(BBK북스 펴냄)에 '내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을 배웠지만, MB의 고도한 경영학 앞에서 명함도 내밀 수 없었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명박식 경영학'이라는 것은 법과 제도를 다 무시한 채 온갖 편법과 탈법을 동원해 자기 돈은 하나도 들이지 않고 남의 돈을 빼먹는 특출 난 기술이다.  

고기영 :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에 압력을 행사해 투자를 강행한 게 아니라 인수위원회 시절 측근을 앉혀 놓고 시킨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대건설 평사원으로 시작해 사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런데 과거 건설회사는 정치 자금을 대는 금고 역할을 했다. 자재비와 인건비 등을 조금만 조정해도 눈먼 돈이 생긴다. 도둑질도 해본 사람이 한다고, 이 전 대통령은 그런 '노하우'를 해외로까지 넓혔으니 아주 혁혁한 공로를 세운 셈이다.(웃음)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만약 MB 정부의 자원외교사업 의혹을 이대로 놔둔다면 더 많은 돈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전(全) 국민적 차원의 문제다. 

유종일 : 조세회피처 등 해외로 돈을 빼돌린 경우는 그동안도 다양하게 있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과 국가 권력을 이용해 유출한 것이기 때문에 정말 심각한 문제다. 

 

ⓒ프레시안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

프레시안 : MB 정부 자원외교사업과 같은 대형 참사는 언제든지 또 일어날 수 있다.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기영 : MB 정부 자원외교사업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문제가 돼 국회 차원에서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리고 국정감사도 실시했다. 하지만 그 어떤 의혹도 속 시원하게 밝혀진 게 없다.  

공기업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이 있어야 사업도, 투자도 가능하다. 그런데 산자부 장관의 승인을 받으려면, 그 윗선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감사원의 감사와 공기업 이사회의 의결도 반드시 거쳐야 한다. 하지만, MB 정부가 벌인 자원외교사업은 이런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하겠다고 마음먹으니까 다 되더라', 이런 것이었다. 

 

▲ <MB의 비용>(유종일 외 지음,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엮음, 알마 펴냄) ⓒ알마

유종일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제왕적 대통령'으로 국가 권력을 마구 이용했기 때문이다. 

현재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 기구이기 때문에 독립적인 감사가 어렵다. 또 공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이사회 구성이 투명하지 않다. 언제든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익신고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공익신고자를 '배신자'로 낙인찍는 사회적 분위기가 없어져야 한다. 

고기영 : 공기업은 특히 세금을 쓰는 곳이니만큼 이사회를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국민을 대표해 다양한 계층의 여러 이해 관계자가 이사회에 참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자원외교사업과 같은 공공부문 비리가 한 번이라도 제대로 청산되어야 한다. 어느 나라든 비리 의혹은 다 있다. 하지만 스스로 조심하는 이유는 비리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 정말 엄한 일벌백계가 내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말이지, 이렇게 '해 먹기' 쉽고 '빼 먹기' 좋은 나라가 어디 있나.(웃음)  

유종일 :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은 어리석은 짓이다." <엠비의 비용>(알마 펴냄) 서문에 인용한 알베르 카뮈의 말이다. 우리나라 상황이 딱 이렇다.  

[MB의 비용, 자원외교 편] 

① MB 자원외교, 71건 MOU 중 계약은 딱 1건! 
② MB정부, 자원외교에 43조 원 투자했으나…
③ 에너지 자립? 돈만 날린 MB 자원외교 
④ MB 자원외교…묻지마 투자, 수 조원 손실
⑤ "MB 자원외교, 국민에게 56조 부채 남겨"  

박세열 기자 ilys123@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이명선 기자 overview@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방송국과 길거리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다, 지금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기자' 명함 들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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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장악’ 이명박-김재철 체제, 2814일 만에 무너지다

MBC언론인들, 김장겸 사장 해임안 가결 이끌며 2814일만의 승리를 거두기까지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2017년 11월 13일 월요일

“우리가 이겼습니다!” 

(김연국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 김장겸 해임안 통과 직후) 

“김장겸은 쫓겨났다 우리 회사 되살리자!”

(11월13일 방송문화진흥회 앞 MBC 파업 71일차 집회현장 구호)

김재철 체제의 상징이었던 김장겸 MBC 사장이 2017년 11월13일 해임됐다. 이로써 김재철-안광한-김장겸으로 이어진 김재철 체제가 끝났다. 굴종의 시간을 견뎌낸 MBC 언론노동자들은 2010년 39일 파업, 2012년 170일 파업, 2017년 71일 파업 끝에 김재철 체제를 끌어내렸다. 2010년 3월2일, 국가정보원의 ‘MBC정상화방안’이 작성된 날 취임한 김씨는 이명박 정부 MBC장악을 위한 아바타였다. 그 체제가 김재철 취임 이후 2814일 만에, 결국 무너졌다. 

 

 
▲ 13일 오후 4시께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파업 71일차 결의대회를 진행하던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김장겸 사장 해임안 가결소식을 듣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3일 오후 4시께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파업 71일차 결의대회를 진행하던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김장겸 사장 해임안 가결소식을 듣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김재철 체제를 끝내기 위한 싸움의 분기점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던 언론노조 MBC본부(MBC노조)의 2012년 170일 파업이었다. 부장급 이상 고참 사원 135명이 사장 퇴진 성명을 내고 겨울과 봄과 여름을 거치며 각종 배임혐의와 공정보도 추락을 고발하며 버텨낸 사상 최장기 파업이었다. 하지만 김재철을 몰아낼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MB정부 국가정보원과 함께 움직였던 김재철에겐 스스로 물러날 자유도 없었다.

 

▲ 2012년 1월30일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MBC노조의 파업 첫날 모습.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2012년 1월30일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MBC노조의 파업 첫날 모습.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5년 전 MBC노조는 “8월초 구성될 새 방문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가 방송의 공적 책임과 노사관계에 대한 신속한 정상화를 위해 노사양측 요구를 합리적 경영판단 및 법상식과 순리에 따라 조정처리 하도록 협조하며 이를 위해 언론관련 청문회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개최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여야 합의문을 받고 업무복귀에 나섰다. 다들 눈물을 쏟으며 ‘회군’했다. 그러나 합의문은 휴지조각처럼 버려졌다.

 

이번 파업에선 지난 파업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았다. MBC 언론노동자들은 정치권에 기대지 않고 거센 퇴진 요구를 통해 방문진 구여권 추천 이사들의 사퇴를 압박해 방문진 여야 구성을 바꿔놓았다. 촛불시민혁명을 통한 정권교체라는 정치지형의 변화를 간과할 순 없지만 김장겸 사장 해임은 김민식 PD의 “김장겸은 물러나라” 페이스북 생중계로 시작해 MBC 언론노동자들 스스로 거리에서 거둔 성과란 점에서 지난 파업과 의미가 다르다. 정치권에 빚진 게 없기 때문에 여야 눈치 없이 MBC정상화작업에 나설 수 있다. 

 

▲ 7월28일 서울 상암동 돌마고 행사에서 김장겸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랩을 하고 있는 김민식PD. ⓒ이치열 기자
▲ 7월28일 서울 상암동 돌마고 행사에서 김장겸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랩을 하고 있는 김민식PD. ⓒ이치열 기자
 
오늘의 승리는 170일 파업 ‘회군’ 이후를 떠올렸을 때 기적에 가깝다. 경영진은 사장 퇴진을 요구했던 직원 120명(서울 69명, 지역 51명)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파업에 참여했던 6명이 해고됐고 38명이 정직 등 중징계를 받았다. 경영진은 장기파업으로 부족했던 인력을 채우기 위해 파업 도중 경력사원 93명을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이중 보도국 인원은 54명이었다. MBC 경영진은 그해 4월2일 파업대체인력채용 반대 기자회견 취재를 방해하기 위해 출입문을 봉쇄했다.

 

노조집행부에 대한 경영진의 손해배상 청구액은 195억 원이었다. 법원은 사측 요구를 받아들여 집행부의 재산을 가압류했다. 박근혜씨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노동조합은 더욱 위기에 몰렸다. 경영진은 보직이란 미끼로 조합원 탈퇴를 유도했고, 사내 블랙리스트 등을 통해 경영진에 비판적인 직원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MBC 저널리즘의 상징이었던 손석희마저 MBC를 쫓겨나듯 떠나야 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경영진을 비판·풍자했던 예능PD는 ‘본보기’로 해고당했다. 기자·PD·아나운서들이 비제작부서에서 ‘잉여’취급을 당하며 모멸감을 견뎌내야 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처럼 생존을 위한 굴종의 시간이 반복됐다. 

2012년 파업 이후 2016년 말까지 MBC 부당징계 피해자는 110여명 수준이었으며 파업 전후 노사 간 소송건수는 82건에 달했다. 이 중 노조 승소율은 82%였으며, 부당징계 건 승소율 94%였다. 경영진은 법으로 가면 질 줄 알면서도 괴롭히기 위해 징계하고 소송에 나섰다. MBC를 비판하는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도 무분별하게 이뤄졌다. 방송문화진흥회 자료에 따르면 MBC가 2012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소송비용으로 쓴 돈만 48억 원대였다.  

김재철-안광한-김장겸으로 이어지는 MBC경영진은 과거 노동조합과 국장책임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MBC만의 사내문화를 말살시키기 위해 신입사원 채용을 멈추고 경력사원 중심 채용으로 노-노 갈등을 유발시켰다. 조합원 수는 800명 대로 줄었다. 그럼에도 MBC노조는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 김태호 PD는 노조 탈퇴를 조건으로 제안 받은 보직간부직을 거부하기도 했다. 해고무효소송을 통해서는 공정보도가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는 중요한 판례를 얻기도 했다.  

 

▲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MBC를 장악한 혐의를 받는 김재철 전 MBC사장이 지난 9일 구속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모습. ⓒ이치열 기자
▲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MBC를 장악한 혐의를 받는 김재철 전 MBC사장이 지난 9일 구속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모습. ⓒ이치열 기자
 
 
▲ 지난 8일 방송문화진흥회에 출석했다 발길을 돌리고 있는 김장겸 MBC사장. ⓒ이치열 기자
▲ 지난 8일 방송문화진흥회에 출석했다 발길을 돌리고 있는 김장겸 MBC사장. ⓒ이치열 기자
 
김재철 체제에서 정치부장-보도국장-보도본부장-사장을 역임한 김장겸 사장은 부당노동행위와 불공정방송으로 요약되는 김재철 체제의 상징과 같았다. 때문에 오늘 김 사장 해임은 단순한 사장 교체의 의미를 넘어 지난 2814간 지속됐던 ‘권언유착 MBC’ 체제의 끝을 의미한다. 이는 고대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KBS의 파업 사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시사주간지 시사인 여론조사에서 MBC는 가장 불신하는 언론매체 1위(22.4%, 중복응답)에 꼽혔다. 조선일보(20.7%)보다 앞선 순위였다. MBC는 2009년 시사인의 같은 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1위(32.1%)를 기록했던 언론사였다. 신뢰 1위 방송에서 불신 1위 방송으로, 2814일간의 MBC를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다. 이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MBC 언론노동자들이 가야할 길이 멀다. 시작은 해직자 복직, 내부 적폐 인사 청산을 위한 신임 사장 선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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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근혜'는 못한 일, 공정위 전속고발권 대폭 축소

김상조 공정위, 혁신안 중간 발표...'솜방망이에 물 먹이기'
2017.11.12 14:20:58
 

 

 

 

그간 유통업계 불공정행위 양산의 원인 중 하나로 여겨져 온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이 대폭 축소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개인이나 민간 기업이 유통업체의 위법 행위를 직접 수사당국에 고발할 수 있게 됐다. 
 
솜방망이 논란을 낳은 낮은 수준의 과징금 부가 수준도 기존보다 2배 상향된다. 공정위 무혐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소비자나 기업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 가능한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도입된다. 
 
10일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개선사항을 담은 '법집행체계 개선 TF' 논의결과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대폭 축소 
 
공정위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 유통업계와 대리점업계, 가맹업계 등을 중심으로 갑을관계에 따른 폐해 개선을 위해 해당 TF를 발족했다. TF는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과 외부전문가 10인으로 구성됐다. 그간 TF는 다섯 차례 회의를 통해 11개 개선 과제를 선정했다.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공정위는 해당 과제 중 △전속고발제 폐지 △과징금 부과수준 2배 상향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 △징벌배상제 확대 △지자체와 조사권 분담 등 5개 사항 개선을 확정했다.  
 
우선 공정위는 이른바 유통3법(가맹법, 유통업법, 대리점법) 상 전속고발제를 폐지키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갑을관계에서 비롯되는 불공정행위 근절이 시급하고, 위법성 판단 시 고도의 경쟁제한 효과 분석이 요구되지 않는다"며 "고소·고발 남발 및 무리한 수사 우려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다만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표시광고법 등에서는 전속고발제 폐지 여부를 정하지 않았다. 
 
그간 전속고발권은 공정위가 독점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고발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형사제재로 이어지지 않아, 주로 힘 있는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대표적으로 '안방의 세월호 사건'으로 불린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터졌을 당시, 전속고발권 폐지 목소리가 컸다. 다만 당시는 표시광고법상 전속고발권 폐지가 이슈가 됐다. 이번 TF 보고서에서 표시광고법상 전속고발권은 존치키로 결정했다. 
 
이에 관해 김상조 위원장은 "표시광고법이 적용 범위가 넓어 TF 위원들의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면서도 "오늘 발표 내용은 TF 위원 의견으로, 이 의견을 공정위가 그대로 따르겠다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향후 최종 결정 시 변경 여지를 남겨뒀다. 
 

▲ 지난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공정거래 법집행체계개선 TF 중간보고서 발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솜방망이에 물 먹인다 
 
제재 수준이 미미해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과징금 수준은 기존의 두 배로 올라간다.  
 
이에 따라 담합에 관한 정액과징금 상한은 기존 매출액의 10%에서 20%로 상향된다. 시지남용의 경우 3%에서 6%로, 불공정거래행위에 따른 과징금 상한은 2%에서 4%로 오른다. 
 
그간 한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등 기업의 불공정행위에 관한 민사 제재수단이 미비한 데다, 과징금 수준도 낮아 기업의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04년 담합에 관한 과징금 부과율이 기존 매출액의 5%에서 10%로 오른 걸 제외하면 근 20여 년간 법상 부과율 상한이 2~3%의 낮은 수준에 머물러왔다.  
 
이는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와 비교해서도 극히 낮은 수준이었다. 공정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담합 과징금 부과율 상한액은 미국의 경우 관련 매출액 대비 20%, 유럽연합(EU)은 30%에 달해 한국의 10%에 비해 크게 높았다. 
 
담합사건에서 부당이득 대비 부과 과징금액 비율도 미국(57%), EU(26%)에 비해 한국은 9%에 머물러 크게 낮았다.  
 
사인 금지청구제 도입 
 
공정거래법에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도입된다. 그간 공정위에 불공정행위를 신고한 이는 공정위가 해당 건을 무혐의 결정한 경우, 이 결정을 수용하지 못해도 공정위에 재신고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따라 피해를 입은 소비자나 기업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가해자의 불공정거래행위 중단 요청 소송을 곧바로 법원에 제기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결정에 따라 공정거래법은 물론, 앞으로 하도급법 및 유통3법에도 사인의 금지청구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공정위는 앞으로 조사권 일부를 지자체와 나누기로 했다. 이는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 이후 실효성 있는 시장거래질서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꾸준히 강조한 사안이다. 그간 공정위 인력이 부족해 공정위 조사권만으로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불공정거래 피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어, 지자체가 조사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였다. 
 
TF 논의 결과, 앞으로 공정위는 가맹분야에서 우선 지자체와 조사권을 분담하기로 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가 매우 커, 조사권 강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가맹본부 4200개, 가맹점 21만개, 종사 노동자 80만여 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가맹사업의 경우 앞으로 17개 광역지자체가 가맹사업법 집행 여부에 관한 조사권과 처분권을 행사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가맹분야 정보공개서 등록·관리 업무는 공정위에서 지자체로 이양하고, 피해 구제 활성화를 위해 각 지자체에 분쟁조정협의회가 설치된다. 
 
이번 중간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은 6개 과제는 앞으로 TF에서 추가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내년 1월 중 TF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오늘 발표한 내용은 의원 입법안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에 처리되지 않은 법안이 있다면 다시 판단해서 정부 입법 추진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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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코멘터리]'문제적 군인’

[한국군 코멘터리]'문제적 군인’ ① 김관진 전 국방장관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입력 : 2017.11.13 06:12:00 수정 : 2017.11.13 06:21:26

 

[한국군 코멘터리]'문제적 군인’ ① 김관진 전 국방장관
 

노무현 정부 합동참모의장(2006년 11월)→이명박 정부 국방장관(2010년 12월)→박근혜 정부 국가안보실 실장(2014년 6월)→문재인 정부 구속(2017년 11월). 김관진 전 국방장관(68)의 지난 11년간 이력이다. 

■무너진 ‘운장(運將)’ 신화 

군에서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지장(智將), 용장(勇將), 덕장(德將)이 모두 합쳐서 덤벼도 이기지 못하는 장수가 바로 운이 따르는 ‘운장’(運將)”이라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적어도 박근혜 정부때까지는 관운이 넘친다는 측면에서 운장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 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육군본부 기참부장(소장)과 2군단장(중장), 합참 작전본부장(중장), 3군사령관(대장) 등으로 승승장구하다 군서열 1위인 합참의장으로까지 발탁됐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국방장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새로 내정했던 후임 국방장관 후보자 김병관 예비역 대장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하는 바람에 유임됐다. 2014년 6월엔 세월호 참사 이후 분위기 쇄신 등을 위해 사퇴한 청와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뒤를 이었다. 

그는 여러차례 낙마 위기를 맞았으나, 그때마다 살아 남았다. 국방장관 재임당시에는 제2해병사단 총기난사 사건과 제22보병사단 총기난사 사건, 제28보병사단 폭행사망 사건 등 악성 병영사고가 잇달아 발생했지만 육군참모총장이 책임지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도마뱀 꼬리자르기’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에게까지는 불똥이 튀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지난 11일 이명박 정권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조작 활동을 벌이도록 지시한 혐의(군형법상 정치관여)로 구속됐다. 군의 정치개입이란 헌정유린 행위에 깊숙히 개입했던 책임을 지게됐다. 그는 2014년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보고받은 최초 시각이 조작됐다는 의혹 등과 관련해서도 수사 의뢰된 상태다. 국가안보 보다 정권안보 수호에 더 앞장섰다가 공직 은퇴 후 나락으로 추락한 것이다. 김 전 장관과 공교롭게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함께 추락한 원세훈 전 국장원장도 서울고 동문이다. 

■독일육사 출신의 원칙주의자와 장세동 경호실장과의 만남 

1969년에 서독 육사 유학을 한 김관진 전 장관은 선후배와 동료들한테 중령보다는 대령, 대령보다는 장군, 소장보다는 중장, 중장보다는 대장때 더 진화,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만큼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을 실천한 장교였다. 또 서독에서 실전 위주 군 교육을 받은, 후배들이 인정한 ’미래 육군의 희망’ 이었다. 

그는 가치관이 뚜렷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독일 육사는 학사학위를 수여하지 않기 때문에 독일 육사로 유학을 갔다 온 후 임관한 장교들은 대학 위탁교육을 통해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마찬가지로 독일 유학을 마친 김 실장에게도 서울대 위탁교육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그는 거부했다. “군인이 되려고 육사를 갔지, 서울대 가려고 육사 간 게 아니다”라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억지스러운 고집을 피운 때문에 그는 오랜 기간 공식 학력이 고졸이었다. 이후 그는 정부에 문제를 제기해 대학 졸업 학력을 정식 인정받았다. 나중 그의 최종 학력은 대학원 졸업이다.

김 전 장관은 전주북중을 졸업한 호남 출신이다. 그는 1972년 육군사관학교 제28기로 임관했다. 이후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경력이 하나 있다. 그는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 장세동 청와대 경호실장 밑에서 경호실 상황장교를 지냈다. 당시 호남 출신 장교는 지역차별로 수도경비사령부에도 근무하기 힘든 시절이었다. 그런만큼 호남출신이었던 장세동 당시 경호실장의 특별한 배려로 같은 호남출신인 김 전 장관이 경호실 근무가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예비역 장성은 “과거 행적때문에 진급이 어려웠던 ㄱ 장군이 진급한데는 장세동 전 경호실장의 부탁을 받은 김 전 장관의 입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두사람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사례다.

김 전 장관은 댓글공작에 투입될 군 사이버 요원을 뽑는 과정에서 호남지역 출신 지원자를 원천 배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알려졌다. 그가 실제로 그런 진술을 했는지는 정확한 팩트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김 전 장관이 호남출신이라는 점에서 비난은 더 크게 나오고 있다.

[한국군 코멘터리]'문제적 군인’ ① 김관진 전 국방장관

■북한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국방장관 

김관진 전 국방장관의 과거 프로필을 보면 전형적인 ‘용장’이나 ‘강경파’ 이미지다. 그는 2010년 12월 4일 국방장관 취임 이후 지난 3년 6개월 동안의 장관 재임 기간 중 ‘도발원점 타격’ ‘지휘세력까지 타격’ 등 북한이 도발하면 굴복할 때까지 응징하겠다는 대북 강경발언을 잇따라 쏟아냈다. 그는 신년사 격인 장관 지휘서신 1호에서도 이순신 장군의 어록을 빌려 ‘차수약제 사즉무감’(此讐若除 死則無憾), 즉 ‘원수를 무찌른다면 지금 죽어도 한이 없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결의에 많은 시민이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이를 놓고 “역시 김관진!”이라는 반응과 ‘말의 성찬에 불과할 뿐’이라는 평가가 엇갈렸다. 

그는 국방장관 취임 직후 ‘선(先) 조치, 후(後) 보고’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해안포를 발사했을 때 이 지침은 지켜질 수 없었다. 이때문에 애초부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선 조치, 후 보고’ 지침은 현실을 무시한 지침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는 또 장관 집무실에 당시 북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과 김격식 4군단장 사진을 걸어놓았다.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적장을 보면서 ‘지금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고 짚어보는 차원에서 붙여놓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니폼(군복) 입은 장군도 아닌 반 정치인인 국무위원으로서 그런 사진을 걸어놓은 것이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꽤 많았지만, 일부 시민들은 “과연 김관진”이라면서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민구 당시 합참의장도 김 전 장관을 따라서 집무실에 북한군 수뇌부 사진을 붙였다. 

김 장관이 재임시 일선 군 부대 몇곳에서는 국방장관에게 코드를 맞추듯 예비군 사격훈련장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을 사격 표적지로 사용하며 북한을 자극했다.

북한도 ‘특등 호전광’ ‘역도’ ‘괴뢰패당 우두머리’ ‘첫 벌초 대상’ 등의 원색적인 용어를 쓰면서 그를 비난했다. 심지어 북한군은 김관진 국방장관의 얼굴을 사격 표지판으로 사용했는가 하면 군견이 ‘김관진’이라는 이름표를 단 마네킹을 물어뜯는 장면을 조선중앙TV에서 방영하기도 했다. 그만큼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국방장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 전 장관이 2014년 6월 국가안보실장 임명되자 북한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박근혜는 극악무도한 대결 광신자를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지명한 것으로 하여 초래되는 모든 후과(결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면서 김관진 실장을 ‘친미사대 매국노’ ‘민족반역자’ ‘대결 광신자’ 등으로 표현했다. 

[한국군 코멘터리]'문제적 군인’ ① 김관진 전 국방장관

■군부 권력투쟁에서 승리 

김관진 전 장관은 재임시절 자신을 살해하기 위한 북한 암살조의 국내 잠입설까지 나돈다면서 전용 차량의 유리를 방탄으로 바꾸고, 출퇴근 때마다 출입문을 포함해 차량의 이동로를 바꾸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 암살조의 국내 잠입’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추측성 언론보도”라고 답변했다. 당시 이를 놓고 김 장관이 언론에 일부러 보여주기식 행보를 한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트위터에 “저는 건재하고 임무수행에 전념하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남겨 ‘미니 북풍’을 즐긴 셈이었다. 

그는 국장장관 재임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를 통해 자신을 영웅화하는 합성사진들을 몰래 만들어 뿌렸다.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V>, TV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의 포스터를 이용한 것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진이나 포스터는 “국방장관의 강력한 대응의지가 도발 억지에 도움이 됐다”거나 “북한에서 제일 두려워하고 미워하는 분이죠”라는 글들이 달려 인터넷에 퍼져나갔다. 당시 군내부에서는 김 장관이 나중에 국무총리는 물론 대통령 후보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두 정권에서 국방부 장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거치며 거침없는 행보를 거듭했다. 그의 첫번째 위기는 2013년 10월 군 장성 정기인사를 앞두고 발생했다. 장경욱 당시 기무사령관이 김관진 국방장관의 인사업무를 비판한 보고서를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다. 기무사는 ‘장군 인사 절차 및 여망’이란 보고서에서 “김 장관이 미리 작성한 인사안대로 추천하도록 인사 추천위원들에게 지시하는 등 인사 독점을 한다”며 국방장관의 인사 전횡을 비판했다. 또 “김 장관이 ‘독일 육사’ 출신 등을 무리하게 진급시켜 장관 대 비장관 인맥 갈등을 초래한다”는 지적과 함께 “장관 교체가 최선의 방안”이라고 보고했다. 공관병 갑질 사건을 야기한 박찬주 전 육군대장도 독일 육사출신이다. 

그러나 결과는 기무사령관의 참패였다. 장경욱 당시 기무사령관은 임명 6개월만에 전격 경질됐다. 장 사령관은 퇴임식조차 하지 못하고 쫓겨나다시피 기무사령부 청사를 나가야 했다.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은 2013년 11월 국회에서 “(장경욱 기무사령관은) 능력이나 자질 등이 기무사를 계속 유지하고 개혁하고 발전시킬만하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교체가 불가피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두번째 위기는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부대 운영 의혹 사건이었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댓글 부대를 운영하며 2012년 총선과 대선에 개입했다는 사이버사 의혹에 대해 2013년 10월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하지만 이 조사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듬해 10월까지 1년간 이어진 조사 끝에 조사본부는 2014년 11월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을 관리책임 소홀로 불구속 기소하고, 이태하 전 530 심리전단장의 독단적 범행이라고 발표했다. 발표에는 “개인적 일탈이지 군 수뇌부 개입은 없었고, 국정원 예산 지원도 없었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군 안팎에서는 김 전 장관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말이 파다했다. 

결국 이는 거짓발표였다는 게 이번 국방부 재조사 TF와 검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그가 구속된 것도 이때문이다. 

장경욱 기무사령관이 경질된 시기는 군 수사당국의 사이버사 의혹조사 시기와 겹친다. 이는 이미 김 전 장관이 당시 군 내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청와대에서조차 그를 함부로 내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군 코멘터리]'문제적 군인’ ① 김관진 전 국방장관

■국방개혁 실패 및 인사잡음 야기 

김 전 장관은 ‘작지만 강한 군대’를 건설하기 위한 국방개혁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국방장관 취임 이후 군령권(작전·정보)과 군정권(인사·군수)을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상부 지휘구조 개편을 추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전작권 전환도 마찬가지다. 김 전 장관은 2007년 12월 합참의장으로 재직 당시 청와대 오찬에서 “창군 이래 처음으로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방개혁과 전작권 환수만큼은 전군이 힘을 합쳐 확실히 추진하겠다”고 건배사를 했다. 그러나 국방장관으로 내정된 2010년 12월 인사청문회에서는 “전작권 전환이 논의가 됐을 시절 나를 포함한 군부는 현재의 안보상황이 전작권 전환에 맞지 않다고 했다”며 “(한미 간 전작권 전환 합의 당시) 나는 작전본부장이었던 시절이었다”고 빠져 나갔다.

그는 2011년 11월 장성 진급 및 보직 인사에서 정권이 바뀌면서 노무현 정권에서 혜택을 받았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불이익을 받았던 장교들을 대거 발탁했다. 군 내부에서는 “관 뚜껑 열고 나와 진급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대부분 그가 합참의장 시절이나 작전본부장 때 챙겼거나 같은 독일육사 출신 장교들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아까운 인재들이 구제됐다”며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때 군내 사조직 하나회 출신 2명도 중장으로 진급한 것은 뒷말이 나왔다. 이중 한명은 나중에 여군 부사관을 성추행해 물의를 빚었다. 

김 전 장관이 아꼈던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은 ‘새옹지마’의 길을 걷게 된 케이스다. 독일육사 출신으로 엘리트 장교였던 연제욱 대령은 노무현 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행정관을 지냈다는 이유로 정권이 바뀐 후 장군 진급에서 잇따라 탈락했다가 김 전 장관이 부임 후 별을 달 수 있었다. 김 전 장관은 가장 믿을 수 있는 부하였던 그를 사이버사령관으로 임명했다. 그는 소장으로 진급해 청와대 국방비서관까지 지냈지만 댓글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장관은 또 2011년 6월 군 비리와 횡령을 내부 고발한 황모 중령(육사45기)를 오히려 ‘군 기강을 문란하게 했다’며 징계해 비난을 받았다. 황 중령은 그의 결혼식 때 자신이 주례를 섰던 장교였다. 황 중령이 결혼할 당시 김 전 장관은 도일규 전 육군참모총장의 비서실장(당시 준장)이었고, 황 중령은 육군총장 경호대장(당시 대위)이었다. 황 중령 입장에서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었다. 이후 황 중령은 징계권자인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징계처분취소소송을 내 2013년 9월 상고심에서 승소하며 징계 취소가 확정되는 등 재판에서 이겼다. 하지만 적기가 지났다는 이유로 군은 그를 진급시키지 않았고,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코너에는 황 중령을 진급시키자는 청원이 올랐다. 


김 전 장관은 또 2011년 6월 군 비리와 횡령을 내부 고발한 황모 중령(육사45기)를 오히려 ‘군 기강을 문란하게 했다’며 징계해 비난을 받았다. 황 중령은 그의 결혼식 때 자신이 주례를 섰던 장교였다. 황 중령이 결혼할 당시 김 전 장관은 도일규 전 육군참모총장의 비서실장(당시 준장)이었고, 황 중령은 육군총장 경호대장(당시 대위)이었다. 황 중령 입장에서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었다. 이후 황 중령은 징계권자인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징계처분취소소송을 내 2013년 9월 상고심에서 승소하며 징계 취소가 확정되는 등 재판에서 이겼다. 하지만 적기가 지났다는 이유로 군은 그를 진급시키지 않았고,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코너에는 황 중령을 진급시키자는 청원이 올랐다. 
 

김 전 장관은 또 2011년 6월 군 비리와 횡령을 내부 고발한 황모 중령(육사45기)를 오히려 ‘군 기강을 문란하게 했다’며 징계해 비난을 받았다. 황 중령은 그의 결혼식 때 자신이 주례를 섰던 장교였다. 황 중령이 결혼할 당시 김 전 장관은 도일규 전 육군참모총장의 비서실장(당시 준장)이었고, 황 중령은 육군총장 경호대장(당시 대위)이었다. 황 중령 입장에서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었다. 이후 황 중령은 징계권자인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징계처분취소소송을 내 2013년 9월 상고심에서 승소하며 징계 취소가 확정되는 등 재판에서 이겼다. 하지만 적기가 지났다는 이유로 군은 그를 진급시키지 않았고,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코너에는 황 중령을 진급시키자는 청원이 올랐다. 

김 전 장관은 또 2011년 6월 군 비리와 횡령을 내부 고발한 황모 중령(육사45기)를 오히려 ‘군 기강을 문란하게 했다’며 징계해 비난을 받았다. 황 중령은 그의 결혼식 때 자신이 주례를 섰던 장교였다. 황 중령이 결혼할 당시 김 전 장관은 도일규 전 육군참모총장의 비서실장(당시 준장)이었고, 황 중령은 육군총장 경호대장(당시 대위)이었다. 황 중령 입장에서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었다. 이후 황 중령은 징계권자인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징계처분취소소송을 내 2013년 9월 상고심에서 승소하며 징계 취소가 확정되는 등 재판에서 이겼다. 하지만 적기가 지났다는 이유로 군은 그를 진급시키지 않았고,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코너에는 황 중령을 진급시키자는 청원이 올랐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1130612001&code=910302#csidx24e183737948ecd93a8b826de262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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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6일로부터 60일 지나면

[개벽예감274] 2017년 9월 16일로부터 60일 지나면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7/11/13 [09:46]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트럼프가 동북아 순방 중에 세운 세계 신기록

2. 한미정상회담은 하나마나한 회담이었다

3. 세계의 이목 집중시킨 트럼프의 ‘위문공연’

4. 미치광이 선장의 난파선에 오르려는가? 

5. 2017년 9월 16일로부터 60일 지나면

6. 세계의 이목 집중시킨 트럼프의 ‘고백’

 

▲ <사진 1> 이 사진은 2017년 11월 7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 환영식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꾜, 서울, 베이징을 차례로 순방하기 직전 미국 언론매체와 대담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순방이 역사적이며 긍정적으로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하였다. 당시에는 그가 왜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에 대해 그처럼 커다란 기대를 걸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순방이 끝나고 난 뒤 사연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동북아시아 순방 중에 부동산재벌총수 출신으로서 자기 수완을 십분 발휘하여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약속과 구매약속을 받아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트럼프가 동북아 순방 중에 세운 세계 신기록

 

도꾜, 서울, 베이징으로 이어진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의 순방이 끝났다. 그 이후 그는 베트남 다낭, 하노이, 필리핀 마닐라를 거쳐 백악관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는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인 2017년 10월 25일 미국 텔레비전방송프로그램 <팍스 비즈니스 넷웍(Fox Business Network)>에 출연하여 대담하는 중에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이 “바라건대, 역사적이며 긍정적(historic and positive)”으로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하였다. 당시에는 그가 왜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에 대해 그처럼 커다란 기대를 표명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동북아시아 순방이 끝나고 난 뒤 사연을 알 수 있었다. 아래에 열거한 사실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 1>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6일 일본 도꾜에서 미일정상회담을 진행한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일본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평등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장에의 접근을 확보해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고 말했고,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이) 미국의 군사장비를 구입하면 (일본 열도) 상공에서 북조선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미일무역에서 미국이 떠안은 적자를 축소해야 한다는 것과 일본이 미국산 무기를 수입해야 한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요구를 받은 아베 신조(安培晋三) 일본 총리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와 마익 펜스(Mike R. Pence) 미국 부통령이 주재하는 미일경제회담에서 무역과 투자에 관한 협력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답변하였고, “일본의 방위력을 질량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대량의 (미국산 군사)장비를 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화답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주일미국대사관에서 일본 대기업경영인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중에 “미국과 일본의 무역은 공정하지도 개방되지도 않았다. 미국은 오랜 기간에 걸쳐 대일무역적자로 고생해왔다”고 지적했고, 아베 총리에게는 미국과 일본의 무역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하면서 “하루빨리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재촉까지 하였다. 그런 압박을 받은 일본은 이번 미일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에 70억 달러(8조5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월 6일 일본 방문을 마치면서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런 글을 남겼다. “나의 일본 방문과 아베 총리와의 우정은 위대한 우리나라를 위해 많은 이익을 낼 것이다. 막대한 군사 및 에너지 주문들이 오고 있다+++!(Massive military & energy orders happening+++!)” 일본으로부터 막대한 무기구매주문과 상품구매주문을 받아낸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이 얼마나 좋았으면, 문장 맨 끝에 “+++!”라는 특이한 부호를 덧붙이면서 자신의 흥분된 감정을 드러냈겠는가.

 

둘째, 한국 언론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서울방문 중인 11월 8일 대기업경영인들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42개 한국 대기업들이 앞으로 4년 동안 173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막대한 미국산 상품을 수입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는데, 그 규모는 748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거기에 더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미국산 무기를 수입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는데, 무기수입규모는 69억2700만 달러(7조8,0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하는 중에 중국 대기업들이 총 2,535억 달러(약 280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경제협력사업을 미국 대기업들과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물론 그것은 구속력이 없는 약속이기는 하지만, 2,535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약속하였다는 점에서 그 분야의 세계 신기록이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도꾜, 서울, 베이징을 차례로 순방하는 중에 부동산재벌총수 출신으로서 자기 수완을 십분 발휘하여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약속과 구매약속을 받아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이 “역사적이며 긍정적”으로 되기를 바랐던 그의 기대는 그런 식으로 충족되었다.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11월 7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 확대회담 장면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예정시각보다 일찍 끝났고, 정상회담 직후 관례적으로 열리는 언론설명회도 없었으며, 한미정상회담에 관한 공동성명도 발표하지 못하고 공동언론발표문으로 대체하였다. 이것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의제가 논의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울에 나타난 가장 중요한 목적은 정상회담이 아니라 국회연설이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 한미정상회담은 하나마나한 회담이었다

 

일반적으로, 미국 대통령의 외국방문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은 그가 방문하는 나라의 국가수반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의 서울방문은 예외였다. 그는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건성으로 진행하였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한국 언론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모여앉아 차를 마시며 잠시 환담을 나누던 중, 문재인 대통령 부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회담이 일찍 끝나서 모든 게 잘 된 것 같다”고 말을 건넸고, 트럼프 대통령은 “서로를 잘 이해하면 대화를 오래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길게 얘기할 필요도 없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것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별로 할 말이 없어서 회담을 대충대충 끝냈다는 뜻이다. <사진 2>

 

둘째, 일반적으로,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를 방문하면,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관례에 따라 백악관 고위관리가 취재진 앞에서 정상회담에 관한 언론설명회를 진행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이번 도꾜방문 중에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고위관리가 언론설명회에 나왔고, 베이징 방문 중에는 그보다 급이 높은 렉스 틸러슨(Rex W. Tillerson) 국무장관이 언론설명회에 나왔다. 정상회담의 중요도에 따라 언론설명회에 나오는 관리의 직급이 달라진다.

그런데 이번 서울방문 중에는 그런 언론설명회조차 열리지 않았다. 이것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의제가 전혀 논의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중요한 의제가 없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 회담을 건성으로 대하다가 예정시각보다 일찍 끝냈던 것이다.  

 

셋째, 2017년 11월 8일 청와대와 백악관은 한미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문을 내놓았다. 지난 6월 30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에서는 공동성명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격이 낮은 공동언론발표문이 나왔다. 이것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의제가 논의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또 하나의 증좌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중요한 의제가 없어서 회담을 건성으로 진행하다가 예정시각보다 일찍 끝냈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서울에 나타난 가장 중요한 목적은 한미정상회담이 아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가장 중요한 목적은 국회연설이었다. 그는 국빈으로 한국을 방문해야 국회에서 연설할 수 있었으므로, 잠깐 스쳐지나가는 1박2일 방문일정에 국빈방문이라는 허울을 씌워놓았던 것이다. 속사정이 그러했으니, 그가 정상회담보다 국회연설에 더 신경을 썼던 것은 당연한 이치다. 

 

 

3. 세계의 이목 집중시킨 트럼프의 ‘위문공연’

 

트럼프 대통령은 서울에서 베이징으로 출발하기 직전인 2017년 11월 8일 오전 국회에서 34분 동안 연설하였다. 그가 이번 한국방문에서 가장 중시한 국회연설과 관련하여 아래의 사실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 2017년 11월 8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에서 연설하기 하루 전인 11월 7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한 다른 준비는 다 잘 되었는데, “붐업이 걱정”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활기가 넘쳐나지 않아 걱정이라는 좋은 우리말을 써야 하는데도, 그 무슨 ‘붐업(boom up)’ 따위의 국적불명 외래어를 분별없이 섞어 쓰는 것은 민족정신을 해치는 짓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이야기해주면 도움이 되겠나?”고 물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그러면 큰 도움이 되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연설을 시작하기 직전 백악관에서 미리 준비해온 연설문의 일부를 급히 고쳤다. 바로 이것이 “그리고 몇 달 뒤에 여러분은 제23차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것이고 훌륭하게 해낼 것입니다. 행운을 빕니다”라는 문장이 그 연설문에 첨가된 사연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거리를 풀어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와 배려가 돋보인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7년 11월 8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하는 장면이다. 그의 뒤에 앉아있는 정세균 국회의장은 뭐가 그리 좋은지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한국을 '지상낙원'처럼 묘사하고, 조선을 '생지옥'처럼 묘사하였다. 그의 국회연설은 미국이 한국을 저버리고 조선과 직접협상을 시작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문재인 정부를 다독여 안심시켜주는 34분짜리 '위문공연'이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연합뉴스> 2017년 11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일 있을 나의) 국회 연설에서 좋은 메시지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말한 ‘좋은 메시지’라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듣기에 좋은 메시지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문재인 정부가 듣기에 ‘좋은 메시지’를 전할 터이니 안심하라는 뜻으로 그렇게 말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2017년 11월 7일 보도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한 중에 문재인 정부에게 “세련된 안심의 메시지(a message of measured reassurance)”를 안겨주었다고 지적하였는데, 그것은 정곡을 찌른 지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연설에서 문재인 정부를 안심시킨 메시지라는 것은, 한국을 ‘지상낙원’처럼 묘사하고, 조선을 ‘생지옥’처럼 묘사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한국에게는 낯간지러운 극찬과 칭송을 안겨주고, 조선을 향해서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능멸과 모욕을 내뱉은 것이다. 바로 그럼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문재인 정부를 다독여 안심시켜주는 ‘위문공연’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4. 미치광이 선장의 난파선에 오르려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저버리고 조선과 직접협상을 시작하면 어쩌나 하는 안보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는 자신을 다독여주고 안심시켜준 호의와 배려에 감동하였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자신의 격동적인 심정을 고백하였다. <연합뉴스> 2017년 11월 9일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단독회담 중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배를 탄 동지”라고 고백하였다고 한다. 그 고백은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이 생사운명을 같이하는 관계라는 뜻이다. 

원래 미국인들은 위험한 상황에 함께 빠졌을 때,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we are in the same boat)’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조선으로부터 초강경한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받는 위태로운 상황에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빠진 것을 빗대어 그런 표현을 쓴 것일까?   

친미사대부문에서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던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자신이 미국 대통령과 생사운명을 같이한다고 고백한 사람은 없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트럼프 대통령과 생사운명을 같이하는 ‘동지’라고 고백한 것이야말로 친미사대의 극치라고 말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동지관계’는 호칭에서도 나타난다. <동아일보> 2017년 10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2017년 9월 4일 조선이 열핵탄두기폭시험을 단행한 직후에 진행된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재인, 돈 워리(Jaein, don't worry)”라고 말하며 그를 안심시켰다고 한다. 이 영어문장은 “재인아, 걱정하지마”로 직역된다. 그 보도기사에서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아랫사람을 대하듯 “재인아(Jaein)”라고 자주 부른다고 하니, 제3자가 듣기에도 너무 거북스럽다. 사석에서도 그렇게 부르면 아니 되거늘, 하물며 공식적인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은 친근감을 표시하는 행동이 아니라 상대를 깔보고 업신여기는 행동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7년 11월 7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 환영식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에 손을 얹고 걸어가는 장면이다. 매우 다정해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단독회담 중에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배를 탄 동지라고 고백하였다. 하지만 그는 깊은 착각 속에 빠져 헤매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대중지지율이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최저로 추락하였을 뿐 아니라, 미국인들이 탄핵대상으로까지 지목한 미치광이 선장의 난파선에 함께 오르고 싶은 것일까?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인아”라고 부를 때마다, 문재인 대통령도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그를 “단(Don)”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영어단어의 앞에 나오는 O를 단모음으로 쓰는 미국인들은 ‘도우널드(Donald)’라고 길게 발음하지 않고 ‘다널드(Donald)’라고 짧게 발음하는데, ‘다널드’라는 이름을 친근하게 부를 때 ‘단’으로 줄여 부른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공석에서건 사석에서건 ‘아메리카제국 황제의 존함’을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 이런 사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상하관계를 ‘동지관계’로 착각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위에 열거한 몇 가지 사실들이 말해주는 것처럼,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깊은 착각 속에 빠져 헤매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대중지지율이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최저로 추락하였을 뿐 아니라, 미국인들이 탄핵대상으로 지목한 미치광이 선장의 난파선에 함께 오르고 싶은 것일까? 

한미정상회담 중에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생사운명을 같이하는 ‘동지’라는 예상하지 못한 발언을 들으며 기분이 한껏 좋아진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은 위대한 지도자로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3자가 듣기에도 민망한 대화가 그 정도로 끝났더라면 좋았으련만, 문재인 대통령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북한의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 역시 세계 역사상 위대한 지도자로 남게 될 것”이라고 아부하였다고 한다. 

 

 

5. 2017년 9월 16일로부터 60일 지나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7일 청와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한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중에 취재기자와 이런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트럼프 - “(생략) 아시다시피,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모함 3척을 보냈고, 그 항공모함들은 지금 자기 위치를 정하였다. 또한 핵추진 잠수함 1척도 자기 위치를 정하였다. 우리에게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사실상, 나는 한 걸음 더 나갈 것이다. 우리는 결코 (무력수단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게 말하는 것과 더불어, 나는 (조선이) 협상탁으로 와서 (미국과) 협상하는 것이 북조선에게 의미 있는 일이고, 북조선 인민들과 전 세계 인민들에게 좋은 일이라고 정말로 믿는다. 나는 어떤 움직임을 본다(I do see certain movement).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두고 보자.”  

취재기자 - “(조미) 직접대화에 대해서는?”

트럼프 - “나는 그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

취재기자 - “알겠다.”

트럼프 - “나는 그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 당신도 그 점을 이해할 것이다.”   

 

발언배경과 발언의도를 꿰뚫어보지 못하면, 위의 인용문은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난해한 질의응답으로 들린다. 그 난해한 질의응답의 이면을 꿰뚫어보면 아래와 같은 장면들을 만날 수 있다. 

 

(1)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느닷없이 항공모함 3척에 대해 언급하였던 때로부터 하루가 지난 2017년 11월 8일 미국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이 동중국해로 몰려들었다. 니미츠함(USS Nimitz), 시어도어 로저벌트함(USS Theodore Roosevelt), 라널드 레이건함(USS Ronald Reagan)이다. 미국 해군 항공모함의 현재 위치를 추적하는 웹싸이트를 보면, 니미츠함은 지난 11월 5일부터 남중국해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지난 10월 31일 괌(Guam)의 애프라항에 기항하였던 시어도어 로저벌트함은 11월 4일 필리핀해로 북상하여 대기하고 있었고, 라널드 레이건함은 지난 10월 26일 부산항을 떠나 동중국해에 머물고 있었다. 

 

미국 항공모함 3척이 동중국해에 몰려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동중국해에서 그런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던 2017년 11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서울을 떠나 베이징에 도착하였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일정을 마치고 방중일정을 시작하는 시각에 맞춰 니미츠함과 시어도어 로저벌트함을 각각 동중국해로 북상시켜 그 해역에서 대기 중이던 라널드 레이건함과 합류하게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7년 11월 12일 미국 해군 항공모함 3척이 동해 한반도작전구역으로 북상하는 중에 일본 근해를 통과하면서 일본해상자위대 함대와 함께 기동하는 장면이다. 이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 항공모함들이 동해 작전구역에서 벌이는 대조선전쟁연습에는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11척, 그리고 이지스구축함 2척을 포함한 한국 해군 군함 7척이 참가하게 된다. 1980년대 이후 유례를 찾기 힘든 최대 규모의 대조선전쟁연습이 벌어지는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대규모 해상무력을 동원한 대조선전쟁연습을 벌인 까닭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아시아를 순방하는 기간에 조선이 혹시 열핵탄두기폭시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전격적으로 단행하지 않을까 하고 극도로 우려하였기 때문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017년 11월 10일 한국군 합참본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 해군 항공모함 3척은 11월 11일부터 14일까지 순차적으로 동해 작전구역으로 들어가 항공작전과 항공사격 등을 연습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11척, 그리고 이지스구축함 2척을 포함한 한국 해군 군함 7척이 참가하게 된다고 한다. 

미국 항모타격단들이 동중국해에서 북상하여 동해로 들어갔는데, 일본해상자위대는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을까? 일본 <지지통신> 2017년 10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해군 3개 항모타격단이 2017년 11월 중순 동중국해에 몰려들어 일본해상자위대 함대와 합동훈련을 시작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미국 항모타격단들이 동중국해에서 이미 일본해상자위대 함대와 합동훈련을 진행한 뒤, 한국 해군과 합동훈련을 하기 위해 동해로 북상하였음을 말해준다. 

미국 해군 3개 항모타격단이 동해에서 한미일 합동으로 전쟁연습을 벌이면 한국 민중의 반일감정을 자극할까봐 약간의 시차를 두고 전개되었지만, 미국 해군 3개 항모타격단의 대조선전쟁연습은 사실상 한미일 합동으로 진행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미국이 이처럼 대규모 해상무력을 동원하여 대조선전쟁연습을 강행한 까닭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아시아를 순방하는 기간 중에 조선이 혹시 열핵탄두기폭시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전격적으로 단행하지 않을까 하고 극도로 우려하였기 때문이다. 안보우려가 심각해질수록 그에 비례하여 무력동원규모도 커지기 마련인데, 이번에 198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해상무력을 동원한 것을 보면, 그들에게 우려를 넘어 공포가 엄습한 것이 분명하다. 겁먹은 개가 더 크게 짖어대는 법이다.  

 

(2)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 질의응답 중에 조선에게 무력을 사용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서, 조선과 협상하고 싶다는 속마음을 드러내 보였다. 취재기자가 그런 협상의사를 드러내 보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미직접협상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말을 두 차례나 반복하면서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어떤 경로와 방식으로, 어떤 의제를 가지고 조미직접협상을 시작하자고 조선에게 제의할 것인지는 백악관이 감추고 있는 극비사항이다. 그런데 만일 백악관이 철군문제를 접어두고 다른 부차적인 문제들이나 논의하자고 성의 없게 제의한다거나, 조선이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비핵화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의한다면, 조선은 그런 제의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미국의 체면은 또 다시 구겨지게 될 것이므로 백악관은 미국의 체면이 구겨져도 그런 창피사건이 국제사회에 알려지지 않도록 은밀히 제의할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직접협상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3)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 중에 자신이 조미직접협상에 관련된 어떤 움직임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움직임이란 무엇인가? 

그 움직임이 무엇인지를 밝혀준 사람은 조섭 윤 미국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다. <워싱턴포스트> 2017년 11월 9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30일 그는 뉴욕 맨해튼에 있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비정부 국제문제 연구기관인 대외관계협의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에서 연설하는 중에 조선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60일 동안 중지하면, “그것은 미국이 평양과 직접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로 될 것(It would be the signal that The United States needs to resume a direct dialogue with Pyongyang)”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그것은 그가 ‘비보도(off the record)’를 전제로 슬쩍 귀띔해준 말이라고 한다.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하면서 슬쩍 귀띔해주는 말에 진짜 속셈이 들어있는 법이므로, 조섭 윤 대조선정책특별대표가 밝힌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60일 동안 중지해주면, 조미직접협상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은 지난 9월 15일 이후 핵시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11월 16일이 바로 60일이 되는 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하는 것을 끝으로 장기순방을 모두 마치고 11월 14일 백악관으로 돌아가게 되고, 지금 미국 해군 3개 항모타격단들이 한국 해군 함대와 함께 동해에서 벌여놓은 대조선전쟁연습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돌아가는 11월 14일에 끝나게 된다. 그러면, 조선의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이 중지된 때로부터 꼭 60일이 되는 11월 16일이 되고,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에게 직접협상을 제의하겠다고 예고한 시점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 <사진 6> 이 사진은 2017년 11월 11일 베트남 하노이를 공식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궁에서 뜨란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하는 장면이다. 그들이 서 있는 뒤쪽에 호찌민 주석의 동상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베트남전쟁 참전 50주년을 하노이에서 맞으면서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상봉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 애쓰고 있다는 것을 밝혔다. 이것은 그가 조미정상회담을 바라고 있다는 '고백'이었다. 그의 '고백'은 장장 25년 동안 치열하게 벌어진 조미핵대결이 조선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로 끝나고, 민족의 새로운 미래가 열릴 '개벽의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6. 세계의 이목 집중시킨 트럼프의 ‘고백’

 

2017년 11월 10일 백악관은 미국의 베트남전쟁 참전 50주년을 기념하는 대통령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거의 같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다낭에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하노이를 공식 방문하였다. 

트럼프 같은 70대 연령층 미국인들의 젊은 시절 기억 속에 베트남은 죽음과 공포의 대명사로 남아 있다. 1968년 대학 졸업 직후에 받은 징병검사에서 징집유예판정으로 베트남전쟁에 끌려가는 것을 간신히 면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베트남전쟁 참전 50주년을 공교롭게도 하노이에서 맞은 날, 자기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모욕하지 않는데, 그는 왜 자기를 모욕하는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괜찮아. 나는 그의 친구가 되기 위해 매우 애쓰고 있으니, 아마 언젠가는 그렇게 될 거야(Oh well, I try so hard to be his friend - and maybe someday that will happen!)”라고 트위터 계정에 써넣었다. 사람들은 평소에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알쏭달쏭한 소리를 자주 늘어놓는 그가 이번에도 농담조로 그렇게 쓴 줄 알았다. <사진 6>

 

그러나 그건 농담이 아니었다. <로이터통신> 2017년 11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중에 취재기자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가까워질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이렇게 답변했다고 한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좀 서먹서먹하겠지만, 그것은 가능한 일이다.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것은 북조선에게 좋은 일이고, 또한 다른 많은 지역들과 전 세계에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그것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과연 그렇게 될는지 나는 알지 못하지만, 그렇게 된다면야 매우, 매우 멋진 일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2일 <씽클레어방송집단(Singclair Broadcast Group)>과 대담하는 중에 대담자가 지난 냉전시기 미국 대통령들이 중국이나 소련의 지도자들을 만났던 것처럼 당신도 적국 지도자와 상봉하는 것을 생각해 보았는가 하고 물었을 때, “나는 그 문제에 대해 확실히 열려있다. 누구와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변하였는데, 위에 인용한 그의 발언은 11월 2일에 있었던 답변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상봉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 애쓰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은 사람들을 웃기려는 농담이 아니라, 조미정상회담을 바라는 그의 ‘고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저버리고 조선과 직접협상을 시작할까봐 노심초사하는 문재인 정부를 국회연설형식을 빌어 ‘위문공연’으로 안심시켰으므로, 이제는 조선과 직접협상을 시작할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한 것으로 볼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조미직접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정해놓은 60일 시한을 불과 닷새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가까워지려고 애쓰고 있다고 하면서, 그렇게 될 날이 언젠가는 오리라고 ‘고백’한 것이야말로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연거푸 얻어맞고 국가안보파탄에 깊숙이 빠져들었음을 드러내 보여준 것이며, 트럼프 행정부가 그 파탄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벗어나보려고 조미직접협상을 얼마나 절박하게 기다리고 있는지를 웅변적으로 말해준 것이다. 

 

나는 2017년 11월 6일 <자주시보>에 실린 ‘앞으로 50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제목의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하고, 검증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철군의사를 표명하기 전에는 조선이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특사를 평양에 급파하여 철군문제를 결정할 조미직접협상을 시작하고, 그에 상응하여 조선은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중지할 의사를 표명하는 대타결 이외에 조미직접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서술하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런 사실을 간파하였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고백’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의 ‘고백’은 장장 25년 동안 치열하게 벌어진 조미핵대결이 조선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로 끝나고, 민족의 새로운 미래가 열릴 ‘개벽의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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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전국노동자대회, 민주노총 5만 조합원 참여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7/11/13 10:21
  • 수정일
    2017/11/13 10:2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노동3권 보장은 촛불정부 최소한의 의무'2017년 전국노동자대회, 민주노총 5만 조합원 참여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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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12  22: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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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12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5만여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모든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 쟁취'를 주제로 한 2017년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12일 오후 서울시청광장에서 5만여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전태일 열사 47주기, 87년 노동자 대투쟁 30년, 민주노총 창립 22년, 민주노총이 주도한 민중총궐기 2년이 되는 올해 민주노총은 지금이야말로 노동적폐 청산과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적기라며, '내 삶을 바꾸는 민주노총'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노조할 권리 및 노동법 개정 △한국사회 각 부문의 적폐 완전 청산과 사회대개혁 실현 △87년 노동자대투쟁 정신 계승 △사드배치 철회 및 한반도 평화실현 △한상균 위원장 및 구속노동자와 양심수 석방 을 주된 요구로 제시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대회사를 통해 첫 민주노총 직선 집행부로서  "2015년 박근혜 정권과 남은 임기 3년을 같이 끝내지 않겠다는 결단으로 시작한 민중총궐기에서 비록 백남기 농민을 잃고, 한상균 위원장을 빼앗겼지만 민주노총이 중심에 섰던 민중총궐기는 박근혜 정권 퇴진을 이뤄낸 위대한 촛불혁명의 전야였고 밑불이었다"고 감회를 밝혔다.

그러나 70년 적폐를 청산하고 세상을 바꾸자는 촛불의 요구와 달리 새정부 출범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포장지는 바뀌는 것 같은데 속은 제대로 바뀌지 않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지금이야말로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릴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대회사에서 노동3권이 보장되는 나라는 촛불 정부 최소한의 의무이고 역할이라며, 민주노총이 요구한 노동적폐 5대 요구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어 지난달 24일 청와대 간담회와 만찬에 불참했지만 민주노총은 대통령과의 만남과 노정간 대화와 교섭에 언제든 문을 열어놓고 있다며,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정과 국제노동기구(ILO)핵심협약 즉각 비준, 그리고 지금 당장 정부정책과 의지로 가능한 노동적폐 청산 5대요구(△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직접고용 정규직화 △손배가압류 철회·교섭창구 강제단일화 폐지 △전교조, 공무원노조 법외노조 철회△장시간 노동근절 제도개선과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ILO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 등)에 대해 정부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최종진 직무대행은 "민주노총의 요구는 70년간 자본과 정권에 기울어져왔던 반노동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한 기본적 요구이고 노동3권이 보장되는 나라로 만드는 것은 촛불정부의 최소한의 의무이고 역할"이라며,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한 노동법 전면개정에 나서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은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새정부 출범 이후 6개월이 되도록 감옥에 있는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해 모든 구속노동자와 양심수를 석방하고 2년간 수배상태에 있는 이영주 사무총장에 대한 수배조치도 즉각 해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1일부터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와 교원평가, 성과급 폐지 요구를 내걸고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7개 지부장들과 함께 12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노동존중의 구호는 촛불의 염원대로 강물처럼 흐르지 못하고 청와대 안에서만 머무르고 있다"며,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해 오는 24일 가장 강력한 총력투쟁인 조합원 연가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호규 전국금속노조 위원장은 오는 성탄절까지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사면결정이 나지 않는다면 17만 금속노동자 뿐만 아니라 전세계 제조 노동자들이 나설 것이라며, 구속 700일째에 접어든 한 위원장 석방과 사면을 촉구했다, 

장옥기 전국건설노조 위원장은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 의장인 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과 정양욱 건설노조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장이 전날 밤 11시 여의도 국회 인근 광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결행한 사실을 알리면서 특수고용 노동기본권 보장과 건설근로자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새벽 4시 40분 목동 열병합발전소내 75미터 높이의 굴뚝에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고공농성에 돌입해 민주노조 사수와 재벌해체, 노동악법 철폐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시청광장에서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을지로-종로를 거쳐 광화문으로 도심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87년 노동자대투쟁 30년을 맞아 민주주의 완성을 위한 노동자대투쟁 정신의 계승이 다시 강조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날 여의도광장에서 전야제를 연 참가자들은 이날 서울시청 주변과 서울역, 명동, 강남역 등에서 가맹조직별 사전대회를 한 후 시청광장으로 모여 본 대회를 진행했으며, 이후 을지로-종로를 거쳐 촛불대회가 열리던 광화문 북측광장까지 행진을 진행한 후 저녁 6시 그곳에서 2017년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마무리했다.

   
▲ 2017년 전국노동자대회 문선대의 공연 '말치와 칼날'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공동투쟁사업장 위원장들이 자신들의 사례를 설명하고 '그러나 우리의 단결을 가로막는 어둠의 장막이 있다'는 인상적인 문구로 각자의 연설을 마무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단결을 막는 어둠의 장막을 뚫고 나온 단결과 깃발. '내 삶을 바꾸는 민주노총' 퍼포먼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전교조가 들고나온 '법외노조 철회' 구호.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이석기, 한상균 양심수 성탄절 특별사면'.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비정규직 철폐하자!'-민주일반노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직접 고용해야 제대로된 정규직 전환'-공공운수노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노조할 권리! 산별교섭 법제화'-금속노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한상균 석방, 쌍용차해고자 복직'.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노조할 권리보장! 북침전쟁 연습중단!', '미군 떠나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구조조정저지, 불법파견 중단'-한국GM노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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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벗어난 MB와 조중동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대응

누가 지금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과 말을 하고 있는가
 
임병도 | 2017-11-13 09:08:2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 [오마이TV] 기자들에게 역정 낸 MB “상식 벗어난 질문 말라” ⓒ 오마이TV 조민웅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여론 조작 등을 지시한 의혹을 받는 MB가 12일 바레인으로 출국했습니다. 인천공항에는 수많은 기자와 ‘이명박 구속’을 외치는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MB는 출국 전 가진 짧은 기자회견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댓글 공작 혐의로 구속된 상황에 책임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상식에 벗어나는 질문을 하지 말라”며 오히려 역정을 내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 [영상] “이명박 구속” 외침 뒤로 한 MB, 웃고는 있지만…)

과연 누가 지금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과 말을 하고 있는지 정리해봤습니다.


‘국론분열, 박정희-박근혜가 자주 사용했던 말’

MB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에 대해 ‘국론을 분열시킬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론분열’이라는 말이 과연 이 상황에 적합한 말일까요?

 

▲박정희는 1975년 신년사를 통해 국론분열 일삼으면 안보가 위협 받는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캡처

 

1975년 1월 1일 박정희는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중대 시국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국론의 분열만을 일삼게 된다면 국가의 안전보장은 또다시 정권투쟁의 제물이 되어 북괴 공산주의자들의 재침을 자초하는 비극을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16년 2월 16일 박근혜씨는 국회 연설에서 “북한이 각종 도발로 혼란을 야기하고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우리의 국론을 분열시키기 위한 선전·선동을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론분열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모습입니다. 무슨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전 국민의 생각이 똑같을 수가 있습니까? 그러나 위정자들은 ‘국론분열’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무조건 자신의 말을 따르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벌어지기 힘든 상황입니다.


‘댓글 공작, 민주주의를 파괴한 범죄’

 

▲SBS 8뉴스는 사이버사령부와 청와대가 총선을 위한 여론 조작을 단계별로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SBS뉴스 화면 캡처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 비서관은 “문제가 된 댓글은 전체의 0.9%라는 것이 검찰이 제기한 자료에 나오고, 그중 절반만 법원이 받아들여 0.45%의 진실”이라고 주장하며 댓글 공작이 별거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단 사실관계부터 틀렸습니다. 이태하 전 530심리전단장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는 댓글 9067건을 유죄로 인정했는데, 전체 댓글 78만7200건의 ‘약 1.15%’로 이 전 수석이 주장한 ‘0.45%’보다는 높습니다.

단순히 댓글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SBS에 따르면 군 사이버사령부가 19대 총선 당시 여론 조작을 위해 단계별 대응을 준비했고, 디데이를 총선 당일로 잡고 청와대와 회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치공작을 통해 단순히 여론을 움직인 것이 아니라 선거를 목표로 했다는 사실은 엄청난 위헌 행위입니다. 단순 댓글이라고 별거 아니라고 넘어갈 문제가 아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심각한 범죄입니다.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자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과 MB를 빗댄 글을 올렸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640만불은 누구겁니까”라며 “역대 전직 대통령의 구속사유는 모두 거액의 돈 문제였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장 의원은 “댓글 쓰라고 지시했다(?)” 이런 코미디같은 죄명으로 전직 대통령을 대역죄인으로 몰고 가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선거로 당선된 입법부의 국회의원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를 ‘코미디 같은 죄명’이라고 인식하는 자체가 황당합니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을 물고 들어가는 치졸함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장 의원이 비상식적인 생각과 글이 수구언론인 조선,중앙,동아일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복 악순환은 정치의 미래 망칠 것> (동아일보)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의 댓글에 불법적인 요소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댓글 활동 그 자체는 북한이 국경에 제한받지 않은 심리전 활동을 국내에서 강화하는 것에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이뤄졌다.”

<여론재판식으로 MB 수사 몰아가선 곤란하다> (중앙일보)
” 당시 급증하는 북한의 사이버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사이버전 전투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던 시기였다. 북한이 3만 명의 전자전 병력을 양성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고, 실제로 북한은 수차례 우리 정부기관과 금융·언론기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시도했다. 중앙일보도 2012년 6월 9일 북한의 해킹으로 상당한 피해를 봤다.”

<민주당 ‘적폐 현황’ 문건, 도 넘은 정치 공격> (조선일보)
“여당 대표가 이 전 대통령을 출국 금지시키자는 친노 지지층을 부추기는 상황에까지 왔다. 나라에 대립과 갈등의 쇳소리만 점점 커지게 될 게 뻔하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이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고 해도 안보에 꼭 필요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치 박정희 시대에 안보를 위해 ‘독재’가 필요했다는 식의 논리입니다.

조선일보는 MB에 대한 출국 금지에 ‘친노 지지층’이라는 말을 갖다 붙입니다. 여기에 ‘대립과 갈등’이라는 독재 시대에 어울리는 ‘국론분열’이라는 프레임을 들고나옵니다.

자유한국당과 MB정권 부역자들, 조중동은 민주주의 파괴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을 ‘여론재판’,’정치보복’이라는 말로 프레이밍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범죄자들과 공범자들의 프레임에 시민들은 속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프레이밍 작업에 동조하는 세력을 더욱 철저히 수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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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길’과 ‘이인규 길’ 사이…윤석열의 길은?

‘안대희 길’과 ‘이인규 길’ 사이…윤석열의 길은?

등록 :2017-11-11 15:44수정 :2017-11-11 22:01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과 조은석 서울고검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앞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감사위원들을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과 조은석 서울고검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앞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감사위원들을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검찰의 ‘적폐 수사’를 이끌고 있는 이는 누가 뭐래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실력있는 특수·공안 검사들이 모인 전국 최대 검찰청이 최근엔 ‘수사 좀 한다’는 검사들까지 대거 파견을 받았다. 과거 ‘특별수사 1번지’였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수사를 평생의 업으로 삼았던 이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정점’에, 그가 서 있는 셈이다.

 

온 나라의 이목이 쏠린 ‘역대급’ 수사팀을 꾸린 만큼, 이제 윤 지검장에게 ‘퇴로’는 없어 보인다. 결과를 내놓고, 평가를 받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윤석열 사단’의 핵심 참모인 1~3차장 모두 같은 운명이다.

 

지난 9년 동안 묻어뒀던 불법행위가 동시다발로 떠오르면서, 검찰 수사는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수위도 점차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검찰 내부를 포함해 ‘과거’에 기댔던 이들, 과거가 들춰지는 게 불편한 이들, 그리고 판이 크게 흔들리길 바라지 않는 기득권의 반격도 거세지고 있다. 이들의 타격 지점은 세가지. ‘장기전의 피로감’, ‘정치 보복’, ‘정권의 하명’을 파고든다.

 

지난달 18일 문무일 검찰총장은 “수사를 길게 끌면 피로감이 커질 것 같아, 최대한 빨리 마치는 것을 목표로 수사팀 증원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반격을 하는 이들은 앞뒤 자르고 ‘피로감’에 주목했다. 빨리하려고 수사팀을 증원했는데 수사팀이 많다고 비판하고, 한편으론 빨리 안 끝낸다고 트집을 잡는 식이다. 앞으로도 이들은 ‘자신의 피로감’을 ‘국민의 피로감’으로 치환하는 데 집요할 것이다.

 

정권과 수사팀에 ‘정치 보복’과 ‘하명 수사’ 딱지를 붙이고 싶어하는 보수 정치세력의 공세도 거세다. “기획·표적 수사로 몇명을 죽이고, 몇십명을 구속해야 수사가 끝나는가.”(정우택 원내대표), “청부 검찰의 섬뜩한 칼춤에 피비린내가 진동한다.”(장제원 의원), “청와대와 민주당이 원하기 때문에 수사가 지방선거 직전까지 갈 것으로 본다.”(권성동 의원) 수사의 성격과 의도를 미리 불순한 것으로 규정해, 그 결과에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박근혜식 어법’이다.

 

하지만 국민의 뜻에 따라 정권이 바뀌고, 또 바뀐 정권의 국정기조에 따라 검찰이 ‘큰 수사’에 나서는 일은 매번 반복돼왔다. 이번 수사도 그렇다. 제대로 된 검사라면 ‘하명 수사’ 딱지가 두려워 수사를 피하진 않는다. 관건은 ‘명분’과 ‘정당성’이다.

 

대검 중수부의 2003년 대선자금 수사와,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이를 극명하게 대비해 보여준다. 안대희 중수부장이 이끌었던 대선자금 수사는 그 시작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국민의 박수를 받고 끝났다. 당시 민주당의 상처에 비하면 한나라당은 ‘초토화’ 수준이었다. 그래도 국민 대부분은 이를 ‘하명 보복 수사’라고 하지 않았다. 안 전 부장은 나중에 대법관이 됐고, 수사팀 핵심이었던 문효남 수사기획관, 남기춘 1과장, 유재만 2과장 등도 뚜렷한 오점 없이 모두 ‘당대의 칼잡이’로 이름을 남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으로 이어진 박연차 게이트 수사는 달랐다. 이인규 중수부장이 이끈 당시 수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로 벼랑에 몰렸던 이명박 정부의 ‘반전 카드’였다. 불순한 의도로 빼돌려진 국세청 자료 등 ‘독이 든’ 정보가 활용됐고, 노골적인 ‘망신 주기’도 이어졌다. 이 전 부장은 새 정부 출범 뒤 해외로 떠났고, 당시 수사팀 핵심이었던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뒷돈’을 받은 혐의로 현재 수감 중이다. 우병우 1과장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유명인사’가 됐다. 당시 2과장이던 이석환 청주지검장은 최근 ‘제주지검 영장 몰래 회수’ 사건으로 검찰총장 경고 조처를 받았다.

 

윤석열 사단은 검찰이 겪어왔던 이런 부침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던 이들이다. 그래서 수사의 정당성과 명분이 갈라놓는 확연한 차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평가의 기준은 이러쿵저러쿵 검찰 내부 반응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최근 수사를 받던 국정원 직원(변호사)과 현직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윤석열 사단으로선 뼈아픈 일일 수밖에 없다. 수사 전반을 점검하고 되돌아보라는 징조인 듯하다. ‘칼에는 눈이 없다’는 말처럼, 잘못 쓰면 자신뿐 아니라 뜻하지 않은 사람들이 베이고, 정당성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안대희’와 ‘이인규’의 길 중의 하나를 택하는 건 쉽다. 하지만 그 길의 끝에 닿는 일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를 만큼 아득하다.

 

석진환 사회에디터석 법조팀장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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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트럼프, 핵전쟁 구걸” 공식 비난

북, “트럼프, 핵전쟁 구걸” 공식 비난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7/11/12 [03:07]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조선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아사아 순방은 핵 전쟁 구걸이라고 비난했다.     © 자주시보 이정섭 기자

  

조선이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아시아순방 기간 비난을 자재해 왔으나, 지난 1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공식 비난했다.

 

조선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아시아 행각에 나선 트럼프가, 지난 5일부터 우리 주변을 돌아치고 있다.”며, 트럼프의 이번 우리 주변행각은, 우리 공화국의 자위적 핵억제력을 빼앗아내려는 호전광의 대결행각이며, 손아래 동맹국들의 돈주머니를 털어내, 미국 군수독점체들의 배를 채워주기 위한 전쟁상인의 장사행각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트럼프는 이번 행각기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의 파괴자로서의 진면모를 낱낱이 드러내놓았으며, 조선반도에서의 핵전쟁을 구걸하였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트럼프가 지난 9월 유엔총회마당에서 우리 공화국의 절멸이라는 미치광이 나발을 불어댄 데 이어, 이번에는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전면 거부하는 망발을 늘어놓으면서, 우리 국가를 악마화하여 우리 정부와 인민을 갈라놓고, 조선과 국제사회를 대치시켜보려고 꾀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변인 담화는 트럼프가 미국의 압도적인 힘의 우위요미국은 힘으로 평화를 지키겠다고 떠들어댔는데,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어,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발전권을 지키려는 것이 우리 공화국의 입장이라고 역설했다.

 

담화는 “1950년대 전쟁과 무장간첩선 푸에블로호사건, EC-121 대형간첩비행기사건 등 연대와 연대를 이어오는 조미대결의 역사적 교훈은, 누가 누구를 과소평가하거나 시험해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명백히 가르쳐 주고 있다.”고 피력했다.

 

, “우리가 핵을 보유한 것은, 미국의 가증되는 핵위협공갈과 대조선적대시 책동으로부터, 우리 국가의 자주권과 존엄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지키기 위한, 정정당당하고 불가피한 자위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핵으로 우리를 위협 공갈하던 시대는 영원히 지나갔다.”며 트럼프와 같은 늙다리미치광이의 망발은 결코 우리를 놀래거나 멈춰 세우지 못하며, 반대로 우리가 선택한 병진의 길이 천만 번 옳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우리로 하여금 핵무력건설대업 완성에로 더 빨리 질주해 나가도록 떠밀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담화는 끝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두리에 굳게 뭉친 천만군민의 일심단결과 무진막강한 군력이 있기에, 우리는 배심 든든하며 악의 제국 미국과의 대결에서 반드시 최후승리를 이룩하고야 말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편 틸러슨 보좌관은, 조선과 체널이 3개 정도 가동되고 있다고 밝혀, 그 진위 여부와, 만일 사실이라면 어떤 결과를 가져 올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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