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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치기 대통령'의 비극

[기고] 이명박-박근혜 10년은 '염병 공화국'이었다
2017.11.09 08:44:21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자리에서 파면된 박근혜 씨가, 제1호 당원으로 이름을 올렸던 자유한국당에서까지 쫓겨나자, 곳곳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문자 그대로 '설상가상'이었다. 그는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으로 구속돼 있으면서, '재판 거부'까지 이어가는 중이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그녀의 제명을 놓고 여러 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쉽게 말해서 '당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볼멘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듯하다.

사유야 어찌 됐건 부모 모두 참혹한 죽음을 당한데 이어, 본인까지 가혹한 말로(末路)를 맞이하고 있는 듯 한 느낌이어서, 인간적으로 연민의 정을 금할 수 없다. 새삼 '천국'과 '지옥'을 오간 그의 일생을 살펴보며 '그가 평범한 사람으로 세상을 살았으면 어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한마디로 그녀는 애당초 민주주의 한다는 나라에서, 대통령이 되지 말았어야 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그녀에게서는 민주 시민으로서의 기초적인 소양조차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우리가 아는 대로, 그녀가 남다른 유년기와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민주주의 교육을 거의 접해보지 못한 태생적 한계를 말하는 목소리들이다. 

때문에 '군사문화'나 '일사불란'이나 '불통' 앞에서 '공정', '대화'나 '존중', '설득' 따위는 맥을 못 추게 되어있다고, 그래서 그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는 이야기다. 원천적으로 자질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이다. 그를 구속해 재판대에 세운 기소장을 보면, 이런저런 범죄를 저질렀다고 적혀 있으나, 요약하자면 그의 죄는 최순실 씨와 함께, 국민 속이며 나라를 요절낸 대목이 될 듯싶다.  

우리 헌법 제1조는 이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임을 밝히면서, 나라 주인이 바로 국민이라 강조하고 있다. 헌법이 그 국민의 주인 된 권한을 그저 위임해 주었을 뿐인데도, 그는 그 약속된 믿음의 고리를 스스로 끊어버렸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사건 결정문도 그가 '국민 신임을 배반'했다고 적시했다. 헌법에 따라 정당한 절차가 진행 중인 재판을 그녀가 보이콧하고 있는 것도 바로 '신임 배반' 차원의 작태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가 대통령이 되는 과정도 공정하거나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요즘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별난' 이야기들 대부분은, 바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국정원이 벌인 지극히 온당치 못한 사연들이다. 이 나라에서 가장 힘센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팔을 걷어붙이고 총대를 멘 이야기다. 

대선에 대비해 심리전단이 탈바꿈되고, 수천 명의 민간인 댓글부대가 꾸려졌다. 단순한 정부 업적 홍보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국민들의 뇌리에 특정 후보가 각인 되도록 속임수 여론을 조작하고 확대 재생산하는 정치공작 조직이었다. 국가정보원 법에 따르면 국정원은 정치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어있으나, MB맨인 원세훈 원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국정원은 법을 초월해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직원들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론조작 댓글 작업은 치열했다고 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토론광장인 아고라까지 국정원 조직이 장악했던 사실은 대부분 모른다. 토론 글의 절반 정도를 국정원 심리전단과 민간 댓글부대인 사이버 외곽 팀이 벌떼처럼 덤벼 도배질한 적도 있다고 했다.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구실은 이른바 '좌티즌(좌익 네티즌) 척결 작업'이었으나, 포커스는 박근혜 대선 지원이었다. 이 정치 공작 댓글 작업은 국정원의 영향권 안에서 군의 사이버 사령부와 기무사에서도 맹렬히 이뤄졌다. 거의 모든 언론도 국정원의 손바닥 위에서 놀았다. 국정원이 만든 한 방송사 대책문건에는 '공정보도 견제 활동 강화'라는 기막힌 대목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별도로 국정원은 박승춘 씨가 만든 국가 발전 미래교육협의회에도 거액을 대주며, 전국 각지의 예비군 정신 교육장에서 박근혜 찬가를 부르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DJ가 받은 노벨상을 취소해 달라고 노벨상위원회에 청원서를 내기도 했다. 그야말로 무불간섭(無不干涉)에 무소불위(無所不爲)였다.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빼놓지 않고 해낸 셈이었다. 대공 업무를 다루게 되어 있는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이 그랬다. 

국가정보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게 되어있다. 그런 국정원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 모르게 일을 벌였다고 믿을 사람은 없다. 때가 때였던지라 그 무렵 대통령은 원세훈 원장으로부터 소소한 것까지 '관심 사항'을 수시로 보고받고 있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데에는 결정적인 순간에 경찰의 '결정적 한 건(件)'이 있었다. 대선을 여드레 앞둔 2012년 12월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여직원이 정치 댓글 작업을 하다 야당 측에 발각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국정원의 조직적 댓글 공작은 쉬쉬하던 상태였다. 대선 판이 발칵 뒤집혔다. 내키지 않았으나, 경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대선 불과 사흘 전인 12월 16일 경찰이 밤 11시 넘어 무슨 작전 하듯 황급히 한 장의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대선 후보 관련 비방・지지 게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물론 거짓이었다. 그때 경찰은 이미 국정원에 의한 조직적 댓글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대선을 코앞에 둔 그날 밤 경찰의 이 발표는 선거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진다.  

2013년 12월 19일, 대선 1년에 즈음하여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전국의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의미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만약 작년 대선 직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 경찰이 사실대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면 누구에게 투표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한 511명 중 81.8%의 응답자들은 '그래도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을 것'이라 했으나, 12,9%는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을 것'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리서치뷰는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을 것'이라 답한 응답자 12.9%를 박근혜 후보의 득표 51.55%에 대입하면 6.65%가 되고, 이를 대선 득표율에 반영할 경우 박근혜 후보 득표율은 51.55%에서 44,9%로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은 49.02%에서 54,67%로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당락이 뒤바뀌는 결과가 된다. 

물론 '1년 뒤'의 '여론조사' 내용일 뿐이다. 허나 MB정권이 국정원과 검・경・군・언론 등을 총동원해 국민 속이기를 한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적지 않게 고개를 끄덕인다. 대통령이 바꿔치기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다. 바꿔치기 된 대통령은 박근혜 씨이고, 대통령을 바꿔치기 한 사람은 MB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MB는 왜 그런 끔찍한 일을 강행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MB 자신의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의 안전보장'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보도되고 있는 대로 국가정보원은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가며 나쁜 짓을 이어갔다. 일부 '살아있는' 검사들에 의해 대선 댓글 작업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원세훈 전 원장을 기소했다는 이유로 괘씸죄를 적용해 검찰총장의 목을 쳤다. 문제의 대선 댓글 수사과정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이 임박하자, 국정원은 허위서류 등을 비치한 가짜 심리전단 사무실을 만들어 놓는 기상천외의 사기극을 벌이기까지 했다. 

박근혜 청와대가 "돈 좀 가져오라"고 하면 국정원 간부가 5만 원권 다발을 007가방에 채워 007 접선 공작하듯이 몰래 문고리 비서관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규정상 정당한 돈이 아니었다. 그게 다 우리가 낸 세금이었다. 흥청망청이었다.  

지난 1월 25일 구치소에서 특검에 조사를 받으러 오던 최순실 씨가 호송버스에서 내리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라고 입을 열더니, "자백을 강요받았다"에 "억울하다"고도 했다. 모두들 어이없어하던 그때, 한 60대 청소 아줌마가 작심한 듯 목청을 높여 최 씨를 꾸짖는다. "염병하네!"라고 악을 썼다. 그러지 않아도 국정농단 사건에 끙끙 앓으면서 억장이 무너져 내리던 많은 국민들이 통쾌하다며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사전에 보면 염병은 전염병의 준말이거나, 급성 전염 열병인 장티푸스를 이르는 말인 것으로 풀이돼있다. 실제로 최순실 씨가 그런 염병을 앓고 있어서 아줌마가 그렇게 소리 지른 것은 아니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주체할 수 없는 분노와 증오를 느낄 때 사람들은 흔히 그렇게라도 욕을 하면서 분을 삭인다. 그 무렵 이 나라 민초들은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어쩌지 못하고 있던 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줌마에게 '사이다 폭격을 감행해 준 우리들의 영웅'이라는 칭송을 보냈다. 

사실 우리는 오랫동안 너무 많은 '염병' 모습을 보면서 분노와 증오를 키워왔다. 예의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MB나 박근혜 씨에 대해서도 "염병하네"라는 욕설을 쏟아내고 싶어 하는 듯하다. 솔직한 눈빛들이 그렇다. 그래서 비극이다. 대통령 바꿔치기로 의심받는 온갖 여론 조작 작업도 두말할 나위 없이 '염병 활동'이었다. 종교계 학계 문화계 등 각계 '비협조적' 인사들에게 마구잡이로 좌빨(좌익 빨갱이) 딱지를 붙여댄 것도 '염병하는' 짓들이었다. 

특히 '공정보도를 견제'하기 위해 언론계 내부에서조차 얼굴에 철판 깔고 날뛰던 사람들 역시 용서받지 못할 '염병 환자'들이었다. 그들의 반(反)헌법적 민주언론 파괴 작태를 감싸러 덤비는 바람잡이들 또한 염병하는 사람들임이 틀림없다.  

어찌 보면 최근 한 10년 가까이 이 나라는 '염병 공화국'이었다. 우리는 지금 그 '염병'을 치료하고 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필자는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민주주의 복원과 마피아 시스템의 청산을 외쳐왔다. 민주주의가 복원되면 '염병'은 저절로 낫게 되어있다. '염병 없는 세상'이 그립다.  
기사를 끝까지 읽으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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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판 '군함도'에 승선한 열여덟 살 고아 재용씨

[서산개척단③] 50년 일군 땅, 국가에 빼앗긴 성재용씨의 체념 "바라는 것 없지만..."

17.11.09 09:47 | 글:김성욱쪽지보내기|사진:남소연쪽지보내기

그런 사람이 있다.

2015년인가, 사진을 찍으러 포이동 재건마을에 갔을 때였다. 포이동, 요즘 이름으론 서울 강남구 개포동 한복판에 있는 외딴 판자촌. 국가의 집단 강제 이주로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강제 철거되지 않을까 밤잠 설치는 그곳. 나는 몇 차례 안면이 있는 주민 아저씨 한 분께 무심코 강제 이주되기 이전의 삶을 물었었다. 그랬더니 아저씨 표정이 싹 변했다.

"그 얘긴 하고 싶지 않어."

그땐 기자도 아니었고 그냥 궁금해서 던진 질문이었지만 어딘가 가늠하기 힘든 아저씨의 상처와 주름에 난 아무것도 더 물어볼 수 없었다. 그는 사람도, 국가도, '이놈의 세상'도,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체념한 사람들에게서 나는 특유의 냄새.

그런 사람
 
▲ 서산 '대한청소년개척단'으로 오기 전, 성재용씨(74)는 부모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고아였다. ⓒ 남소연

지난 9월 6일 충남 서산 인지면 모월3리 마을회관. 회관 안방에는 50년도 훌쩍 더 된 서산 개척단을 취재하러 왔단 소식에 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있었다. 말로만 듣던 모월리는 깨끗하고 조용한 동네였다. 뭔가 깊은 사연을 간직한 곳들이 늘 그렇듯.

안방에 앉자마자 정영철씨의 인터뷰가 시작됐다(앞선 1, 2편을 꼭 봐주시라). 방 한 가운데서 울리는 그의 크고 당당한 목소리는 금세 좌중을 휘어잡았다.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여?" 

정씨의 이야기가 한창 무르익기 시작했을 때, 안방 한 구석에 쪼그려 앉아 말없이 눈가만 닦는 이가 보였다(그런 이들에겐 시선을 끄는 무언가가 있다). 손을 맞잡거나 버선발로 나와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하던 다른 분들과 달리 첫 만남부터 고개만 까딱, 덤덤하게 인사를 건네던 그 백발의 어르신. 그에게 예정에 없던 인터뷰를 요청했다. 서산 개척단원 출신 성재용씨(74)다. 

"좋은 얘기도 아니고. 그때 얘긴 별로 하고 싶지 않어요."

데자뷰. '그런 사람'의 냄새.

열여덟, 고아원에서 서산 개척단으로

"정영철이가 말 잘 하는데 뭐하러 또 제가 해요"라며 눈 하나 꿈쩍 않던 성씨는 카메라가 없는 옆방에서 믹스 커피 한잔을 타 마시고서야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산 '대한청소년개척단'으로 오기 전, 잘나가는 부산 건달이었던 정영철씨와 달리 성씨는 부모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고아였다. 

"충남 온양에 있는 고아원에서 열여덟까지 죽 컸어요. 거기서 학교도 다니고요. 누님도 1983년, 마흔 다 돼서야 찾았으니까 그땐 정말 저 혼자였던 거지요. 근데 고아원에선 열여덟이 되면 배급이 탁 끊겨 버리거든요. 나이가 다 찼으니 고아원에선 우릴 서산으루 보내려 했겠지요."

"뭐하러 묻냐"면서도 그는 무덤덤한 투로 50년 세월을 거슬러 올랐다. 고아원 원장은 서산 개척단에 가면 땅 1정보(3000평)와 집 한 채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고아원 퇴원 후를 대비해 중국집과 가구점을 전전했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던 성씨에게도 드디어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1962년 2월, 그는 동기 5명과 함께 곧장 서산으로 향했다. 

"근데 막상 서산에 와보니 사정이 달라도 한참 달랐지요. 가자마자 매일 강제 노동만 시키고... 내가 요즘 '이만갑(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란 프로를 자주 봐요. 거기에 북한에서 탈출하는 모습들이 나오잖아요. 개척단 생활을 떠올려보면 내가 겪은 게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거라고 봐요."

품었던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마치 별일도 아니라는 듯 구타와 감시가 이어졌다고 했다. 

"개척단 간부들한테 맞는 게 그냥 다반사였어요. 개간하는 데 쓴다고 저기(손으로 가리키며) 앞에 도비산에서 등짝만한 돌을 지고 내려오는데, 힘들어서 조금이라도 열을 벗어나거나 돌 크기가 작으면 그냥 후려쳐 버리고 그랬지요. 뭐, 다 그런 거지요."

개척단 '구호반'은 낮에는 물론 밤에도 보초를 서가며 단원들 변소 이용까지 감시했다. 극심했던 개척단 생활을 견디지 못한 고아원 동기들은 하나 둘 뿔뿔이 도망갔고, 어느덧 성씨만 다시 홀로 남았다. 

"난 왜 안 도망갔냐고요? 못 간 거예요, 무서워서. 도망가다 붙잡혀서 불구되고 골병 들어 죽은 사람들도 많이 봤거든요 제가. 그 생각을 하면 두려워서..."

축 쳐진 목젖과 함께 성씨의 목소리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50여 년간 내 땅이라 믿고 일군 땅, 그러나
 
▲ 서산 개척단에 가면 땅 1정보(3000평)와 집 한 채를 받을 수 있다는 고아원 원장의 말을 믿고 성재용씨는 1962년 2월, 서산으로 향했다. ⓒ 남소연

도망가지 못한 그는 고된 노역을 버틴 다른 개척단원들과 함께 1968년 서산군(현 서산시)으로부터 1정보(3000평)의 땅을 무상 가분배 받았다. 그는 드디어 자기 땅이 생겼다고 믿었다. 그간 고생한 대가라고만 생각했다. 당시만 해도 밑바닥이 울퉁불퉁하고 소금기가 올라오던 폐 염전 부지를 그는 50여 년간 손수 개간해 지금의 옥토로 만들었다.

"지금은 얼마나 보기 좋은 논이에요. 농사가 잘 되기 시작한 건 2000년 정도부터일 거예요. 예전엔 여기로 바닷물이 다 들어왔었으니까요. 허옇게 염분이 올라오고, 뚝으로 막아놔도 사리 때는 바닷물이 그 위로 넘치기도 하고요. 망둥이 같은 물고기들이 막 땅바닥에 뒹굴었으니까요." 

땅 얘기에 그는 다시 평정을 찾은 것 같았다. 말수가 적은 그가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줄까요. 1965년도에 영장이 나와서 군대를 가게 됐어요. 개척단 출신으로는 나랑 같이 8명이 천안으로 가서 신체검사를 받는데, 우리만 얼마나 새카맣고 빼빼 말랐는지 사람들이 신기하다고들 모여서 구경을 다 하더라고요." 

꼬장꼬장 말랐던 그가 군대에선 살이 다 쪘단다. 구타도, 노동도, 개척단보단 차라리 군대에서가 편했다. 젊은 시절을 회상하던 그는 처음으로 미소를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렇게 애써 만들어놓은 논을 어느 날 갑자기 국가에서 돈 내고 사라는 거 아니에요."

이마에 난 그의 주름이 다시 깊게 패였다.

"바라는 건 없어요. 억울할 뿐이지요"... 삼켜온 눈물
 
▲ "50여 년간 내 땅이라 믿고 일군 땅. 그렇게 애써 만들어놓은 논을 어느 날 갑자기 국가에서 돈 내고 사라는 거 아니에요." 그는 끝내 삼켜온 눈물을 보였다. ⓒ 남소연

가분배 받은 땅이 제법 논 모양새를 띠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 성씨는 몇몇 공무원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해괴한 소리를 들었다. 그의 땅이 국가 소유라는 것이었다. 돈을 주고 땅을 되사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실제 서산 개척단원들에게 가분배된 땅들은 1970년대부터 국유화되고 있었다. 그는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개척단에서 준다고 해서 받았고, 내 젊음, 내 평생 다 바쳐 아무데도 못쓰던 땅 논으로 개간해 놨더니 이제 와서 무슨 소린가 했지요. 하다못해 품삯이라도 줬간디요. 그 뭐예요... 인건비라도, 땅 개간한 인건비라도 줬느냐구요."

억장이 무너졌다. 국가를 상대로 한 집단 소송에도 참여했지만 결과는 패소(2002년)였다. 그 후 2005년부터 부과된 변상금과 임대료를 내가며 농사를 짓던 그는 결국 지난 2013년 20년 상환 1억 6천여만 원에 국가로부터 땅을 샀다. 내가 만든 땅을 사는 기분이 어떨 것 같냐고, 그가 씁쓸하게 물었다. 농사 지어 버는 수입만으로는 매년 800만원의 상환금을 감당할 수 없어 그는 네 자녀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자식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시종일관 침착했던 그의 눈에 처음으로 눈물이 맺혔다.

"땅이야 그냥 포기해 버렸으면 차라리 간단하지요. 그치만 내 모든 인생을 다 여기에 투여했잖아요. 여기에만 땀 흘렸고. 애들도 그걸 어려서부터 봐서 아니까 다들 날 도와주려고..."

끝내 울음이 터졌다. 

"고생만 시키고 애들한테 잘해주지도 못했는데... 애들에게 도리어 도움만 받으니까 내 스스로가 참 한심해요. 너무... 한심해요. 평생 일해 논 만든 게 당당하지 못할 일도 아닌데..."

그 땅은 그에게 돈 이상의 의미였다. 한참이고 말을 잊지 못하던 그는 마늘 작업이 산더미라며 이제 가봐야 한다고 했다. 그가 채비를 서둘렀다.

"바람이야 물론 내가 개간한 땅 약속대로 받는 거지만 그게 어디 뭐 잘 되겠어요? 됐으려면 벌써 됐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뭐하러 안달했나... 그냥 이게 내 운명인가 싶기도 해요. 이대로 땅 상환금이나 갚으면서 사는 게요. 앞으로 이런 일 겪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이런 시대가 어떻게 또 있겠어요."

담담한 그의 목소리에서 무거운 체념이 묻어났다. 손주뻘 되는 내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붙이던 그가 언제 탔는지도 모를 따뜻한 믹스커피 한잔을 슥 내밀었다. 그는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상했다. 그는 국가에도, 그리고 언론에도, 더 이상 큰 기대를 하진 않는 것 같았다. 그 막연한 초연함, 혹은 상처난 지혜로움이 더 아렸다. 

"바라는 건 없어요. 그냥 억울할 뿐이지요. 스무살도 안 돼 이리 왔는데 지금은 머리가 이렇게 하얗게 셌네요."

그는 급히 회관을 떠났다.

다시, 그런 사람들

추석께 즈음, 그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지금도 마늘 심느라고 바뻐요. 잘 지내지요? 한 11월까지는 계속 이렇게 일해야 해요. 예예. 벼만으로는 부족해서 마늘이라도 심으면 도움이 돼요. 아이구 바쁠 텐데 뭐하러 또 전화를 하고 그래요."

인터뷰 때보단 훨씬 밝고 반가운 목소리였지만 그는 나머지 어르신들과는 달리 기사나 보도 일정에 대해선 하나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에겐 어쩌면 이까짓 기사보단 마늘 한 알 한 알이 훨씬 더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국가도, 언론도, 사람도 그를 속이지만 마늘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그가 일군 땅도, 그가 수확한 벼도, 그가 직접 탄 믹스커피도. 그가 사랑하는 건 그런 것들이다.

"그래도 마늘은 고생한 대로 나오네요."

그런 사람'들'이 있다. 비할 데 없이 압도적인 억울함에 말문이 막힌 사람들. 더 이상 큰 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흐르는 눈물만 닦는 사람들. "뭐하러"가 입에 붙어버린 사람들. 세상살이 헛된 기대보단 마늘을 더 믿는 사람들. 그럼에도,

"저야 마늘만 잘 나와도 감사하지요 뭐. 전화해줘서 고맙네요."

도대체 뭐가 그리 감사하시다는 건지, 성씨의 음성이 자꾸 귀를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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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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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8  22: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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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 결과를 담은 ‘한‧미 공동언론발표문’이 8일 밤 공개됐다. [사진제공 - 청와대]

한국과 미국 양국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8일 국빈 방문 결과를 담은 ‘한‧미 공동언론발표문’을 8일 밤 발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정책 관련 긴밀한 협의와 조율,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약속했다”고 확인했다.

양측은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양 정상은 북한이 외교적 고립 및 경제적 어려움을 심화시키는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면서 “양 정상은 북한을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비핵화 대화로 복귀시키기 위해 국제사회와 조율된 압박을 해 나가는 것에 대한 완전한 지지와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미국과 동맹국들을 보호하는 것에 최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으며,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이들을 방어하기 위해 핵과 재래식 전력 등 미국의 모든 범주의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해결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중국이 고유한 영향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음을 제기했다”는 점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에 대해 논의하고, 한·미 사이버 대화 등을 통한 사이버 분야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는 점을 명기해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한국과 미국은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공동언론발표문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여,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첨단 군사자산의 획득과 대한민국 및 주변지역에 대한 미국 전략자산의 순환 배치 확대를 통해 한·미 동맹의 방위태세와 능력을 보다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대한민국의 탄도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2017 개정미사일지침을 채택하였음을 확인했다”고 분명히 했다.

또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여 억제력 및 방어력을 향상하기 위하여 일본과의 3국간 안보 협력을 진전시켜 나간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3국간 미사일경보훈련 및 대잠수함전 훈련을 계속하고 정보공유를 확대하며 공동 대응 능력을 증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확인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의 물밑 협의를 거쳐 지난달 31일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간 협의 결과’를 발표, 중국 측은 “MD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등과 관련하여 중국 정부의 입장과 우려를 천명”했고, 한국 측은 “그간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혀온 관련 입장을 다시 설명했다”고 확인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미·일 미사일 경보훈련 등 인도적, 방어적 차원의 훈련은 지속된다”면서도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공동언론발표문에서 ‘국방예산’ 분야를 집중 거론, “대한민국이 주한미군 평택 기지 확장에 90억불 이상을 기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한민국이 지난 3년간 대외군사판매(FMS) 및 상업구매(DCS)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130억불 이상의 군사 구매를 한 점에 주목했다”고 열거하는 등 먼저 한국측의 방위비분담 노력을 평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2022년까지 국방예산을 상당한 규모로 증액하고자 하는 계획을 공유하였으며, 이는 F-35A 합동타격전투기, KF-16 전투기 성능개량, 패트리어트 PAC-3 성능개량, AH-64 아파치 대형공격헬기, 글로벌호크 고고도 정찰용 무인기, 이지스 전투체계 등 지난 정부에서 합의한 대로 주요 미국산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데 사용될 한국의 예산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한국측 약속을 나열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첨단 정찰체계를 포함한 최첨단 군사자산 획득과 개발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미국측 약속도 못박았다.

촛불민심으로 탄핵당한 박근혜 정부가 미국에 약속한 거액의 미국 무기 구매 약속을 문재인 정부가 고스란히 승계하겠다는 것으로 거센 논란이 예상된다. 

이외에도 양 정상은 “한·미 FTA를 균형되게 조정할 필요성을 강조했다”면서 “통상담당관리들에게 조속히 개선된 협정을 체결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공동언론발표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축하하고, 성공적 개최를 위한 미국의 지지를 확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중 문 대통령의 환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확인하고 “양 정상은 북한 문제 및 여타 중요한 양자 이슈 관련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 위해 상호 편리한 시기에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고 마무리했다.

 

한・미 공동언론발표문 (전문)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한민국 국빈 방문 결과 >>

2017. 11. 8 (수)

1. 2017년 11월 7일부터 8일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대한민국을 국빈방문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의 공식 국빈 만찬에 참석하고,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과 세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대한민국 국회에서 연설을 하고, 한·미 장병들과 만남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립묘지 현충탑에 헌화를 하고 한국전에 참전하여 나라를 위해 목숨바친 한국 선열들에 대해 경의를 표하였으며, 미국의 흔들림없는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신뢰와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 등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한·미 동맹이 인도 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축임을 강조하였다. 양 정상은 한·미 동맹이 지난 60여년간 안보 협력, 경제 파트너십, 인적 교류와 글로벌 리더십을 포함한 다각적 관계로 성숙해 왔음을 강조하였다.

2.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정책 관련 긴밀한 협의와 조율,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약속하였다. 양 정상은 북한이 외교적 고립 및 경제적 어려움을 심화시키는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을 촉구하였다. 양 정상은 북한을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비핵화 대화로 복귀시키기 위해 국제사회와 조율된 압박을 해 나가는 것에 대한 완전한 지지와 의지를 확인하였다. 양 정상은 북한이 현재 전세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 및 2375호를 포함, 모든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하고 철저하게 이행해 나가기로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양국간 대북 제재 대상 지정 조치에 있어 조화를 이루어 나가고자 하는 최근 문 대통령의 노력을 환영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미국과 동맹국들을 보호하는 것에 최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으며,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이들을 방어하기 위해 핵과 재래식 전력 등 미국의 모든 범주의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강조하였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해결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중국이 고유한 영향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음을 제기하였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에 대해 논의하고, 한·미 사이버 대화 등을 통한 사이버 분야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였다. 양 정상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규탄하고, 국제기구와의 협력 등을 통해 북한이 주민들의 인권을 존중하도록 계속 노력해 가기로 하였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한국과 미국은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재확인하였다.

3. (국방·방산)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여,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첨단 군사자산의 획득과 대한민국 및 주변지역에 대한 미국 전략자산의 순환 배치 확대를 통해 한·미 동맹의 방위태세와 능력을 보다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o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관련 공평한 비용 분담이 바람직함을 인식하면서, 대한민국이 주한미군 평택 기지 확장에 90억불 이상을 기여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양 정상은 다가오는 방위비 분담 협상 등을 통해 동맹의 연합방위태세와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o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의 구체 특성에 대항하기 위하여 대한민국의 탄도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2017 개정미사일지침을 채택하였음을 확인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성공적인 사드 체계 배치를 평가하였다.

o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여 억제력 및 방어력을 향상하기 위하여 일본과의 3국간 안보 협력을 진전시켜 나간다는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양 정상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여, 3국간 미사일경보훈련 및 대잠수함전 훈련을 계속하고 정보공유를 확대하며 공동 대응 능력을 증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군을 현대화하고 부분적으로는 동맹의 작전 소요를 충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한민국이 지난 3년간 대외군사판매(FMS) 및 상업구매(DCS)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130억불 이상의 군사 구매를 한 점에 주목하였다.

o 문 대통령은 2022년까지 국방예산을 상당한 규모로 증액하고자 하는 계획을 공유하였으며, 이는 F-35A 합동타격전투기, KF-16 전투기 성능개량, 패트리어트 PAC-3 성능개량, AH-64 아파치 대형공격헬기, 글로벌호크 고고도 정찰용 무인기, 이지스 전투체계 등 지난 정부에서 합의한 대로 주요 미국산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데 사용될 한국의 예산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첨단 정찰체계를 포함한 최첨단 군사자산 획득과 개발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4. (경제·통상·투자)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경제, 통상 및 투자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함을 확인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상당한 규모의 대한 무역 적자를 감소시키고, 더욱 확대되고 균형되며 상호호혜적인 무역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미 FTA를 균형되게 조정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양 정상은 통상담당관리들에게 조속히 개선된 협정을 체결하도록 지시하였다.

o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 기간 중 11월 8일 대한상의 주관 기업인 간담회에서, 42개 한국 기업들이 향후 4년간 (2017-2021) 미국에서 진행될 총 173억불 상당의 64개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하였다. 24개 한국 기업들은 228억불 상당의 에너지 관련 구매를 포함한 총 575억불 상당의 미국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구매 계획을 발표하였다.

o 한국의 미국 내 해외직접투자(FDI)는 2011년 이래 197억불에서 2016년 388억불로 거의 두 배 증가하여, 한국은 아시아 국가로는 미국 내 두 번째로 큰 해외직접투자국이 되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에서 약 52,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한국 기업의 주요 투자는 롯데케미칼의 루이지애나주 석유화학 시설 건설(31억불), 한국타이어의 테네시주 클락스빌 신공장 건설(8억불, 1,800명 고용), SK의 텍사스주 에틸렌 아크릴산 생산(3.7억불) 등을 포함한다.

* 미측 통계

o 최근 발표된 추가적인 투자는 LG전자의 2019년까지 뉴저지주 신규 시설을 위한 투자(3억불), 삼성과 여타 기업들의 캘리포니아주 주요 연구개발시설에 대한 신규 투자, 삼성의 텍사스주 오스틴 소재 반도체 제조시설 확장 등을 포함한다. 이는 미국내 가장 큰 단일 해외직접투자가 될 것이다.

5. (글로벌 파트너십)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현안에 대한 한·미간 협력이 한·미 동맹의 필수불가결성과 확장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에너지·과학기술·우주·환경·보건 등 분야에서의 고위급 협의를 통해 미래지향적 협력을 진전시켜 나가기로 결정하였다. 양 정상은 에너지 안보, 보건안보 및 여성의 경제적 지위 향상에 관한 새로운 파트너십을 발표하였다.

o 한국과 미국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안보를 증진시키며, 경제 성장을 촉진시키는 합리적인 가격의 안정적인 에너지원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지지한다. 한국가스공사는 알래스카 가스관 개발회사와 알래스카의 천연가스 인프라 개발을 위한 협력 틀 구축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또한, 한국가스공사는 잠재적 액화 사업에 관한 검토를 위해 찰스호수 LNG 수출회사와도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한국의 SK 그룹은 미국 에너지의 새로운 수출로 이어질 수 있는 오클라호마주의 비전통적 탄화수소 지역 개발에 관해 컨티넨탈 리소시스사와 장기 계약을 체결하였다.

o 양국은 글로벌보건안보구상 내에서의 리더십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하고, 전염성 질병의 확산을 억제하고, 공동 연구를 시행하며, 정보와 모범 사례를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통합하는 데 따른 혜택을 확인하였다.

o 양국은 국내 및 개도국에서의 여성 기업가 활동 및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에서의 여성활동을 촉진시키기 위한 구상을 출범시키는 것을 포함하여, 각각의 사회 내에서의 여성의 중요한 경제적 역할을 지원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o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재난관리기획에 관한 다자적이고 비군사적인 역내 회의를 개최하고, 유엔 평화유지 활동, 난민 문제와 여타 인도주의적 위기 사태,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해적퇴치 및 테러와 폭력적 극단주의 대응 등에 관한 노력을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

6.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축하하고, 성공적 개최를 위한 미국의 지지를 확인하였다.

7.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중 문 대통령의 환대에 사의를 표명하였다. 양 정상은 북한 문제 및 여타 중요한 양자 이슈 관련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 위해 상호 편리한 시기에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끝.

(자료제공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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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들어오다가 ‘줄행랑’ 김장겸 사장 “폭력 행위”

[현장]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 거센 항의 이어지자 예고없이 퇴장… 김장겸 “물리적으로 참석 어려워” 이사회 연기

김도연·김지숙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7년 11월 08일 수요일

자신에 대한 해임안을 소명하기 위해 8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를 찾은 김장겸 MBC 사장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의 거센 항의와 저항에 발길을 돌려 방문진 현장을 떠났다. 

김 사장은 이를 이유로 소명을 서면으로 대체하겠다는 의사를 방문진 측에 밝혔다. 김 사장의 이사회 불참으로 해임안은 10일 논의될 예정이다.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200여 명은 오전 9시20분부터 서울 여의도 방문진 앞과 방문진 복도 및 사무실 안에서 김 사장의 출석을 기다렸다.  

김 사장이 도착하자 조합원들은 그에게 “MBC를 망친 데 대해 책임을 느끼지 않느냐”, “아직도 사과 안 하시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 자신에 대한 해임안을 소명하기 위해 8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를 찾은 김장겸 MBC 사장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의 거센 항의와 저항에 발길을 돌려 방문진 현장을 떠났다. 사진=이치열 기자
▲ 자신에 대한 해임안을 소명하기 위해 8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를 찾은 김장겸 MBC 사장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의 거센 항의와 저항에 발길을 돌려 방문진 현장을 떠났다. 사진=이치열 기자
 
▲ 자신에 대한 해임안을 소명하기 위해 8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를 찾은 김장겸 MBC 사장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의 거센 항의와 저항에 발길을 돌려 방문진 현장을 떠났다. 사진=이치열 기자
▲ 자신에 대한 해임안을 소명하기 위해 8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를 찾은 김장겸 MBC 사장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의 거센 항의와 저항에 발길을 돌려 방문진 현장을 떠났다. 사진=이치열 기자
 
김 사장 수행원들은 몸으로 조합원들을 저지했고 조합원들 역시 김 사장에게 접근하기 위해 밀어붙였다. 

 

 

방문진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미디어오늘 기자는 김 사장에게 “국정원 직원 만나신 적 없느냐”, “해임을 당하실 건가 아니면 그 사이에 자진 사퇴할 건가”라고 물었으나 김 사장은 허탈한 웃음만 지은 채 묵묵부답이었다.

방문진 로비에서도 김 사장은 조합원들에 막힌 채 질문 공세를 받았다. “MBC 사장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으면 사과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 등의 질문이 조합원들 입에서 나왔다.  

김 사장은 “지금 회의장 입실을 물리적으로 막는 거다”며 “이거는 폭력 행위다. 비켜주세요”라고 말했다.  

 

▲ 자신에 대한 해임안을 소명하기 위해 8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를 찾은 김장겸 MBC 사장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의 거센 항의와 저항에 발길을 돌려 방문진 현장을 떠났다. 사진=이치열 기자
▲ 자신에 대한 해임안을 소명하기 위해 8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를 찾은 김장겸 MBC 사장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의 거센 항의와 저항에 발길을 돌려 방문진 현장을 떠났다. 사진=이치열 기자
 
 

 

 

▲ 자신에 대한 해임안을 소명하기 위해 8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를 찾은 김장겸 MBC 사장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의 거센 항의와 저항에 발길을 돌려 방문진 현장을 떠났다. 김민식 MBC PD(오른쪽)는 김 사장 차량 안까지 들어가 그에게 MBC를 망가뜨린 책임을 물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자신에 대한 해임안을 소명하기 위해 8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를 찾은 김장겸 MBC 사장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의 거센 항의와 저항에 발길을 돌려 방문진 현장을 떠났다. 김민식 MBC PD(오른쪽)는 김 사장 차량 안까지 들어가 그에게 MBC를 망가뜨린 책임을 물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방문진 사무실 안에서 김민식 MBC 드라마 PD는 “김장겸 사장님, 하나만 여쭤볼게요. 2년 전에 저를 드라마국에서 쫓아낸 것 사장님이 하신 것 아닙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방문진 빌딩 앞부터 엘리베이터, 그리고 방문진 로비 및 이사회장까지 수행원을 동원해 이사회장에 출석할 수 있었음에도 김 사장은 오전 10시3분경 발길을 되돌렸다. 

1층 주차장으로 내려가서도 조합원들에 김 사장의 검은색 차량은 둘러싸였고 조합원들은 김 사장 차량에 ‘김장겸 퇴진’ 손 팻말을 올리며 지난 5년의 울분을 토해냈다. 김 PD는 김 사장 차량까지 들어가 망가진 MBC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방문진 구여권 이사 3명이 태국 출장을 떠나 이완기 신임 이사장을 포함한 구야권 이사 5명만 진행하던 방문진 이사회는 오전 10시30분경 정회됐다. 방문진 이사들은 10일 오후 이사회를 다시 소집하기로 했다.  

임무혁 방문진 사무처장은 “김 사장과 전화 통화를 했는데 물리적으로 참석이 어렵다는 말씀을 했다”며 “본인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갇혀 출입이 불가능하고 여러 가지로 어려운 경우가 있어서 소명은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자신에 대한 해임안을 소명하기 위해 8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를 찾은 김장겸 MBC 사장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의 거센 항의와 저항에 발길을 돌려 방문진 현장을 떠났다. 사진=이치열 기자
▲ 자신에 대한 해임안을 소명하기 위해 8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를 찾은 김장겸 MBC 사장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의 거센 항의와 저항에 발길을 돌려 방문진 현장을 떠났다. 사진=이치열 기자
 
방문진 이사장에서 불신임된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은 이날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구야권 이사 5명은 지난 1일 “김 사장은 방송법과 MBC 방송 강령을 위반하면서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짓밟고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해 왔다. 김 사장이 2011년 이후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등 보도 분야 요직을 거치면서 MBC뉴스는 편파, 왜곡, 불공정의 대명사가 됐고 이제는 복구가 어려울 정도로 망가졌다”며 김 사장 해임결의안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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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진보정당들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실망 크다”


정의당 “평화 원칙 실현할 해법 없어”, 민중당 “미국, 제 이익 실현했을 뿐”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7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원내 진보정당들은 “실망이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반도 문제의 구체적인 평화적 해법이 제시되지 않은 것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무기 세일즈에만 혈안이 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먼저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라고 아쉬운 점들을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정상회담에서는 평화 원칙을 구체적으로 실현할만한 해법이 논의되지 않았다. 대신 기존에 얘기됐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폐지 등 제재 강화 논의만 반복된 점은 매우 아쉽다”며 “문재인 대통령 또한 대화 해법을 언급하지 않은, 한계가 명확한 회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자국의 군사 장비를 한국이 구매하고, 이를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연관지은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며 “한반도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기 세일즈에 나선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최 대변인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은 끝나지 않았다”며 “내일 국회 연설도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민중당 이은혜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그간 우리 국민이 우려해온 대로였다”며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 일자리 만들러 왔다’, ‘한국이 미국의 군사 장비를 구입함으로써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할 것’이라 말했다. 우리는 환대로, 미국은 압박으로 대면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성과로 꼽는 전략자산 배치 확대 강화,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폐지 등도 결국 미국 무기를 더 많이 사는 것에 불과하다”며 “트럼프 미 대통령이 괜히 ‘한국이 많은 군사시설물과 무기를 구입하기로 한 것에 감사하다’고 말한 게 아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을 실현했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더 굳건한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얘기하지만 이대로 가면 북한은 대화의 장에서 멀어질 것이고, 한반도 정세가 나아지지도 않을 것이며 대한민국은 더 불평한 한미관계의 늪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가고자 한 ‘오직 평화’의 길이 미국에 ‘예스(yes)’하는 길뿐이었는지 되묻고 싶다”고 따졌다.

이은혜 대변인 “촛불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던 문 대통령에게 권력을 줬지만 문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앞에서 당당히 서지 못했다. 오히려 그 권력을 평화를 외치는 국민 앞에 차벽을 쌓는데 사용했다”면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국민들을 차벽으로 고립시키는 행위는 촛불로 탄생한 정권에 어울리는 일이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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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과 함께 울려 퍼진, NO 트럼프!

촛불과 함께 울려 퍼진, NO 트럼프!
 
 
 
김영란 기자 
기사입력: 2017/11/08 [01:2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11월 7일 저녁 7시 광화문광장에 5000여 명이 시민이 모여 "트럼프를 반대한다!"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11월 7일 저녁 7시 경찰의 펜스가 설치된 광화문광장에 5000여 명 이상 시민들이 속속 모였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촛불'을 진행했다. 이날 청와대 행진은 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광화문광장을 차량으로 이동할 때마다, "NO TURMP!, NO WAR!"의 구호와, "한반도 긴장고조 트럼프를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경찰들이 광화문광장을 에워싸고 시민들을 통제를 했으며, 심지어 밤 10시경 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 만찬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대형 모기장이 설치되었고, 트럼프 대통령 일행은 반대편 도로로 역주행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 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만찬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경찰들이 촛불시민들의 구호현수막을 막기 위해 파란색 모기장이 설치되었다. [사진출처-주권방송]     

 

▲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촛불시민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갑자기 반대편 도로를 역주행해서 숙소로 가고 있다. [사진출처-주권방송]     

 

트럼프 대통령의 망발로 한반도 전쟁고조, 통상압력, 무기강요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매우 높았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촛불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굴종하는 모습을 한탄스러워했다.

 

7시경부터,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22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NO트럼프 공동행동’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촛불 문화제’를 개최했다. 

 

박석운 FTA 대책위 공동대표는 기조발언을 통해 “우리가 너무 수모를 당했다. 문재인정부 촛불항쟁으로 만든 정부인데, 트럼프 지나간다고 차벽까지 세우고 원천봉쇄하는 수모를 당했다. 트럼프 반대하는 이유는 첫 번째, 한반도 전쟁을 야기하고 있다, 두 번째는 전쟁위협하면서 무기를 강매해서 반대한다. 세 번째는 강도적 통상압력,  껍질만 남은 FTA 재협상 요구로 우리 경제주권을 앗아가려 하고 있기에 반대한다. 또 반대하는 이유는 트럼프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망나니, 인종차별자이다. 온갖 소수자, 여성, 이주민들에 대한 온갖 차별을 하고 있다, 국제적 공적이다.”라고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판했다.

 

▲ 10월 26일부터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항의하기 위해서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서각기도를 이어 온 문정현 신부가 무대에서 '문재인 정부는 당당하게 민족자주를 말해야 한다.'고 호통쳤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이어 지난달 26일부터 미 대사관 인근에서 ‘서각기도’를 이어 온 문정현 신부도 지팡이를 짚고 무대에 섰다 

문정현 신부는 “트럼프가 온다기에 7년 동안 머물러 싸우던 강정에 있을 수 없어 세종대왕 밑에서 조용하게 전쟁을 반대하며 평화를 사랑한다는 표현을 해왔다.”고 밝힌 뒤에 “촛불 이후 새 정부를 세워 뭔가 달라진 줄 알았더니, 이명박, 박근혜정권 아래 있었던 경찰은 그놈이 그놈이다.”라고 경찰과 문재인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평택에 트럼프가 갔다. 평택의 대추리와 강정을 짓밟고 미군기지를 만든 것에 분이 풀리지 않는다. 사드는 어떤가! 트럼프는 우리를 없는 것으로 생각하며 말을 함부로 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에 종속되지 않기를 원한다. 트럼프에게 할 소리를 해야 한다. 트럼프에게  당당히 민족 자주를 얘기해야 한다.”고 문재인정부에 호통을 쳤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결코 환영받지 못할 자 트럼프가 한국에 왔다. 트럼프는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의 민중들의 공적이다. 세계를 상대로 핵전쟁을 일으키려는 전쟁미치광이이기에 우리는 트럼프를 반대하는 것이다. 오늘 광화문과 서울 전역에 펼쳐지는 참담한 모습을 잊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미국에 유리한 것을 위해서 강도짓을 하려 왔다.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정부라면 굴욕적이고 종속적인 대미관계를 철회하는 선언을 해야 한다. 지난 6개월 촛불 들고 박근혜 권력을 쫒아냈던 우리 민중들은 평화를 원하지 전쟁광 미치광이 트럼프를 결코 환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 ▲ 7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촛불문화제'에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원하는 '레츠 피스'가 공연을 하고 있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7일 광화문 광장에서 세계 여성 평화행동이 반미를 넘어 이제는 미국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탈미’공연을 펼치고 있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김종훈 민중당 상임대표는 국회의원으로 유일하게 촛불문화제 무대에 올랐다.

 

김종훈 의원은“오늘은 매우 슬픈 날”이라며 문재인정부가 광화문광장에 경찰차벽을 설치한 것을 비판했다.

 

이어 “미국우선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에 와서 할 연설이 만약 지난 유엔총회 연설과 같이 막말을 한다면 우리 정치사에 치욕스러운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꼬집은 뒤에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을 몰고 오며 모두가 불안해하는 이런 발언을 대한민국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듣고 앉아만 있어야 하는가. 국민의 대표인 우리는 결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들으면서 그저 박수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이 땅에서 진정으로 청산해야 할 적폐는 바로 분단으로 인한 적폐, 종속적인 한미동맹”임을 강조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평등한 한미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연설했다.  

 

▲ 김종훈 민중당 상임대표가 촛불문화제에서 '이 땅에서 청산해야 할 적폐는 바로 분단으로 인한 적폐, 종속적인 한미동맹'이라고 연설을 하고 있다.     © 자주시보,김영란 기자

 

서울, 광주, 경기, 경남, 울산, 광주의 대표들이 무대에 올라와서 반트럼프 공동행동을 진행한 것과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촛불문화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만찬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간 뒤 10시경 마무리되었다. 

 

한편, ‘NO트럼프 공동행동’은 트럼프 대통령 국회 연설이 예정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항의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 7일 '전정반대, 평화실현, 국민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백기완 선생, 문정현 신부,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청와대 만찬을 위해 광화문광장을 지나자,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트럼프를 반대한다!'의 구호를 외치며 야유를 보냈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7일 국민촛불문화제 'NO TRUMP'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우리는 결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전쟁 부추키는 트럼프를 반대한다. 7일 국민촛불문화제에서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7일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촛불문화제'에서 청년학생들이 전쟁반대와 평화실현의 의지를 담은 율동을 하고 있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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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바로 가기 : 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5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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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에도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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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이 만난 사람들을 함께 만나보세요. 또 '인간은 변하는가, 변하지 않는가'란 인류정신사의 가장 큰 주제를 오해 테마로 한 인터뷰와 이에 대한 목사와 신부, 스님, 주역의 대가와 심리학자 등 10명이 모여 토론한 대담을 선보입니다.

평화에도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조현 2017. 11. 07
조회수 474 추천수 0
 

 

-차베스추기경-.jpg 

 

   영화 <로메로>로 민주화를 열망하는 세계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던 엘살바도르 로메로대주교의 ‘절친’이 방한했다.  로메로가 1980년 3월 24일 미사 도중 군부독재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4명의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사망한 산살바도르교구의 지도자 그레고리오 로사 차베스 추기경(75)이다. 사춘기 때 로메로대주교를 만나 사망할 때까지 군사독재에 함께 항거한 그는 로메로의 일기장에 38번이나 언급돼 있을만큼 가까운 사이였다. 그는 로메로를 ‘나의 친구’라고 표현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지난 4일 서울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연 ‘2017한반도평화나눔포럼-정의와 평화 한반도의 길’에 남미의 다른 종교지도자들과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7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만났다.

 

 그는 “엘살바도로에선 로메로가 최초의 복자(성인으로 시성되기 전단계)인데, 한국은 수많은 순교성인이 난 땅”이라며 먼저 ‘순교자의 나라’에 온 감격을 표했다. 차베스 추기경은 로메로가 암살 당하기 전에 ‘저는 죽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저는 암살자를 용서합니다. 저를 죽인다면 저는 엘살바도르인들 속에서 부활하겠습니다’고 한말을 다시 언급하면서 주교로 임명될 당시 한 피정에서도, 암살 당한날 강론에서도 로메로가 ‘겨자씨’ 비유를 든데서 그가 ‘순교’를 택한 사실을 전했다. 예수께서 ‘누구든지 자신의 삶만을 챙기면 생명을 잃겠지만 겨자씨가 땅속에서 죽는다면 새싹이 되고 열매가 된다’고 했듯이 로메로도 ‘조그만 겨자 씨앗’이 되길 자처했다는 것이다.

 

 올해 엘살바도르 사상 첫 추기경으로 임명된 그는 엘살바도르의 12년 내전을 종식하는 데 결정적 중재자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로메로 대주교의 순교 후에도 1984~1989년 5차례에 걸쳐 진행된 군부 정권과 반군  사이의 협상을 끌어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양측은 1992년 결국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그는 유일하게 5번의 협상테이블에 모두 참석해 평화협정의 모든 과정을 증언할 수 있는 산증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차베스 추기경에게 한반도 문제의  중재 역할을 맡겼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교황청을 방문해 교황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때여서 이 보도는 더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 외신과 관련해 “저처럼 연약한 추기경이 어떻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웃으며 공식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경험을 세심하게 소개했다.

 

 “우리는 중재에 앞서 먼저 3가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첫째 그리스도적 평화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둘째 인간의 권리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셋째 어떻게 중재자의 역할을 할 것이냐’였다.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 주교좌성당에서 강론 때마다 가르쳤다. 첫째를 위해선 인내와 대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둘째는 군부독재에 의해 짓밟히고 있어서 반군과 중재에 앞서 인권을 되찾기 위해 예언자적 선포가 필요했다. 그 선언은 사막에 서는 용기가 필요했다. 점차 첫째 둘째 여건이 나아져 막상 중재를 하려했을 때 반군과 한자리에 앉는 것 자체가 헌법 위반이었다.”

 

엘살바도르-.jpg» 엘살바도르 내전으로 희생된 엘살바도르 국민들(위) 군부독재에 항거하는 시민들(아래)

 

로마로와빈민-.jpg» 빈민의 벗이었던 생전의 로메로대주교

 

로메로와군인-.jpg» 영화 <로메로>에서 총을 둔 군인들의 위협에 맞서고 있는 로메로 대주교

 

 그는 대화 자체가 불가능했을 때 당시 대주교가 ‘법이란 인간을 위해 존재하기에 인간에게 봉사해야한다‘며 헌법 개정을 이끌어내 협상에 나서도록 했음을 회고했다. 그런데도 평화는 여전히 산 넘어 산이었다고 한다.

 “군부와 반군만 있는게 아니었다. 그들과 미국과 러시아 그 한가운데 엘살바도로 국민들이 있었다. 무기는 외국에서 들여왔지만 그 무기로 인해 죽는 사람은 결국 엘살바도르 국민이었다”

 그는 “이번에 판문점을 방문해서도 그런 똑같은 상황을 목도했다”며 “여기서도 전쟁이 나면 죽는 사람은 한국인들이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지않으려면 어떻게든 남과 북이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야하고, 평화를 향한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끈질기게 만들어가는 것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곳 성당에서 전례를 하며 한국장인들이 한땀 한땀 수놓은 화려한 제의를 받아입었다. 그런 옷도 장인의 영감과 노력, 창의력이 함께 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살기 위한 평화를 만드는데 얼마만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겠는가. 그런데 한국인들은 무엇이든 너무 ‘빨리 빨리’만 하려든다.”

 차베스 추기경은 “너무 서두르지말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대로 우선 멈추는 것을 배워 침묵을 내면화하고, 하느님을 향해 내면을 열고 묵상한 뒤 활동에 나서야 한다”며 “먼저 내면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묵상하고, 그 뒤 행위에 나서라”고 권했다.

 그는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취임 직후 멕시코와 국경에 장벽을 설치한다는 소식을 듣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는 벽이 아니라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던 말을 들려주며, 그런 다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순교한 로메로 주교의 선배 순교자들이 많은 한국인들이 그런 순교 정신을 따른다면 멋진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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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트럼프, “북핵 평화적 해결” 확인

미 전략자산 순환배치 확대..“한국이 수십억 달러 미국 무기 주문”
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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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7  19: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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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미 정상은 각각 모두발언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사진제공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공동 입장을 확인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옵션 제외”를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7일 오후 청와대에서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하루속히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저는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진지한 대화에 나설 때까지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가해 나간다는 기존의 전략을 재확인했다. 동시에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경우,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음도 재확인했다. 우리는 이러한 공동의 접근 방법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이고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다. 주변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도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와 인근 지역으로의 순환배치 확대·강화, △한국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완전 해제, △한국의 최첨단 군사정찰자산 획득과 개발을 위한 협의 즉시 개시에 합의했다고 알렸다.  

그는 “한·미가 앞으로도 합리적 수준의 방위비를 분담함으로써 동맹의 연합방위태세와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며, “자유롭고 공정하며 균형적인 무역의 혜택을 함께 누리기 위해 관련 당국으로 하여금 한·미 FTA 관련 협의를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도록 했다”고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전세계적인 위협이고 전세계적 조치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책임 있는 모든 국가들에게 북한 정권이 핵 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끝내고 평화롭게 살아가도록 요구하라고 촉구한다.” 

그는 “단호한 결의를 갖고 시급하게 행동해야 할 때”라며 “모든 국가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고 북한과 교역과 사업을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점점 위험해지는 이 정권의 무기 자금 조달에 다른 국가가 도움을 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 공동기자회견 직전 한.미 확대정상회담이 진행됐다. [사진제공 - 청와대]

‘현재의 대북 접근법이 성공했다고 보느냐’는 지적에, 트럼프 대통령은 “제가 성공인지 아닌지 얘기하기 어렵다는 걸 아실 것”이라고 응수하고 “지금 현재로서는 북한이 옳은 일 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공모함 3척과 핵잠수함을 한반도 인근에 전개한 사실을 거론하며 “실제로 사용할 일이 없길 바란다”는 으름장과 함께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와서 우리와 합의 이끌어내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좋고 전세계 시민들에게도 좋다”고 독려했다. “이 부분에서 움직임 있다고 생각하니까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겠다.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걸 이해하리라고 본다.”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절제된 대북 메시지를 발신한 셈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군사적 옵션을 제외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여”라는 표현까지 썼다. 아시아 순방 전 “화염과 분노”, “북한 완전히 파괴”, “모든 옵션”을 거론하던 것과는 딴판이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에 대해서도 미국산 무기 구매를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전투기든 미사일이든 미국의 자산이 가장 좋다”면서 “한국은 수십억 달러의 (미국) 장비를 주문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솔직히 많은 의미가 있다. 우리 일자리에도 의미가 있고, 한국에 대한 우리의 무역 적자를 줄이는 의미도 있다.”  

문 대통령도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군사적 전략 자산의 획득에 대해서 한.미 간에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대한민국 국민들께 오는 2월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를 축하드리고 싶다. 굉장히 훌륭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은 나에게 굉장히 중요하고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금 바로 말할 수 있다”라고 ‘코리아 패싱 우려’를 불식시켰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이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7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나란히 기자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 - 청와대]

공동기자회견 이후 양 정상은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만찬에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초대됐으며, “독도 새우”를 이용한 잡채가 제공됐다. <교도통신>은 “역사와 영토 양면에서 자국 주장을 선전하는 장”이 될 것이라며, 일본 외무성이 한국 측에 이용수 할머니 초청 관련 ‘우려’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추가,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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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려먹기 쉬운’ 10대들의 현장실습…‘철학이 있는’ 직업교육 절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7/11/07 12:04
  • 수정일
    2017/11/07 12:0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2017-11-07 07:15수정 :2017-11-07 09:25

 

 

[밥&법] 10대 노동의 현주소
콜센터 자살 등 현장실습 10대 죽음 거듭
고교생, 대학 대신 사회진출 택하는데
직업교육 시스템·노동현장은 준비 안돼
교육부의 현장실습 개선안 ‘양날의 칼’
“철학 있는 직업교육 체계 세워야”
엘지유플러스 고객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 대책회의 회원들이 지난 3월 서울 구로동 엘비(LB)휴넷 신도림 서부금융센터 앞에서 열린 진실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희생자에 대한 추모엽서를 쓰고 있다. 사진 김봉규〈한겨레21〉 기자 bong9@hani.co.kr
엘지유플러스 고객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 대책회의 회원들이 지난 3월 서울 구로동 엘비(LB)휴넷 신도림 서부금융센터 앞에서 열린 진실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희생자에 대한 추모엽서를 쓰고 있다. 사진 김봉규〈한겨레21〉 기자 bong9@hani.co.kr

 

11월13일은 열악한 노동 현실을 알리며 22살 나이에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47주기 기일이다. 전태일 열사는 어린 시절부터 평화시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갖은 설움을 겪었다. 47년이 지난 오늘날 10대의 노동 현실은 어떨까.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하는 10대가 점점 늘고 있는 현실에서 10대의 아르바이트 현장과 직업교육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에 다니는 3학년 조민현(가명·18)군은 올해 2학기가 되자 현장실습을 나갔다. 공업용 냉동기계를 만드는 경기도 화성의 한 중견기업이었다. 실습할 회사를 알아볼 때만 해도 근무 조건이 좋아 마음에 들었다. 직원 200여명 규모로 생긴 지 30년 된 안정된 회사인데다 병역특례의 기회도 있었다. 정부로부터 ‘좋은 일자리’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만하면 괜찮다 싶었던 조군은 지난 9월말 첫 출근을 했다. 6개월간 일한 뒤 정규직이 될 기회가 오면 어엿한 직장인이 될 것이라는 희망도 품었다.

 

희망의 유효기간은 길지 않았다. 조군은 출근 하루 만에 실습을 포기한 채 학교로 돌아왔다. 회사라는 곳은 조군이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현장실습 협약을 맺을 때 회사 쪽이 구두로 약속한 업무는 영업직이었다. 전자과인 조군은 전공보다 영업을 배우고 싶었다. 영업직 업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첫 출근 날 회사는 “비어 있는 영업직 자리가 없다”며 조군을 다른 업무에 배치했다. ‘케이싱 작업’이라는 공정이었다. 냉동 장비의 표면에 철판을 덧대는 작업이었다. 기계과가 아니었기에 조군은 용접을 배우지 않았다. 조군이 “용접을 할 줄 모른다”고 하자, 회사는 그를 전기 공정에 투입했다. 조군이 오자 전기 공정 부서의 직원들은 “일도 많은데 실습생까지 가르쳐야 하느냐”며 노골적으로 그를 무시했다.

 

겨우 한 직원에게 매달려 업무를 배우고 있는데, 이번엔 본부장이 조군을 불렀다. “다음주 추석 연휴에 계속 공장에서 일할 수 있냐”고 물었다. 학교에서 받은 노동인권교육이 떠올랐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직업교육훈련촉진법(직업교육훈련법)을 보면 현장실습은 하루 7시간, 일주일에 35시간까지만 가능하다.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야간노동이나 휴일노동은 금지된다.

 

집에서 회사까지 출퇴근할 교통편이 없었던 김군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 입소할까도 생각했다. 기숙사에서 지내려면 부장·과장 등과 한방에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듣고 난 뒤 마음을 고쳐먹었다. 조군은 고민 끝에 학교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마음이 너무 괴로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이튿날 학교에 가려니 담임 선생님과 취업부장 선생님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이튿날 담임 선생님은 “실습생한테 그런 식으로 대하는 회사라면 학교도 보내고 싶지 않다”며 조군을 위로했다. 위로는 잠시였다. 조군은 현장실습을 마치지 못하고 돌아온 다른 학생처럼 ‘복교 프로그램’을 들어야 했다. 프로그램은 마치 ‘벌’처럼 느껴졌다. 며칠 뒤 조군과 함께 각 회사로 실습을 나간 18명의 같은 반 친구 가운데 또 한명이 돌아왔다. 그 친구가 간 곳은 방진복을 입고 일해야 하는 반도체 회사였는데, 발에 맞는 방진화를 구하지 못했다. 회사는 맞춤 제작도 해주지 않았다. 실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조군이 말했다. “학생들은 현장실습 나갈 때 자신의 미래를 걸고 최대한 준비해서 나가거든요. 그런데 정작 고교생 현장실습생을 받는 업체는 그에 걸맞은 준비를 전혀 안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 노동 아닌 교육으로 현장실습 전환한다는데… 지난 1월 한 통신사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학생이 “나 콜수 못 채웠어”라는 말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1년 기아차 현장실습생이 뇌출혈로 쓰러졌고, 2014년 야간 교대 노동을 하던 현장실습생은 공장 지붕이 내려앉아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에는 외식업체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이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실습생이 사건·사고에 노출되는 일이 잦아지자, 현장실습제도 전반에 대한 대대적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한국 사회가 교육 또는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학생한테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기업이 10대 고교생 신분인 현장실습생을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값싼 임금에 충성도 높은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노동자를 구하기 힘들어 애를 먹는 중소기업은 현장실습생을 통해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도 한다. 현장실습이 갖는 교육 효과나 노동권 보호의 가치는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일부 단체는 현장실습제도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는 현장실습제도에 관한 우려를 반영해 지난 8월말 첫 사회관계장관회의 결과물로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방안’(현장실습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현재 6개월 ‘근로’ 중심으로 행해지던 현장실습을 1개월 안팎의 ‘학습’ 중심으로 바꾼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실습생의 신분도 ‘학생 및 근로자’에서 ‘학생’으로 바꿨다. 교육부는 “현장실습이 학습이 아닌 조기 취업으로 인식되다 보니 기업은 빠르게 현장에 투입해 생산성 높이는 데 관심이 크고, 학교는 취업률 높이기에 혈안이 된다”며 현장실습을 ‘근로’에서 ‘교육’으로 전환한 배경을 설명했다.

 

교육부는 현장실습 개선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법적 근거가 되는 직업교육훈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성화고 학생의 현장실습을 의무화했던 기존 조항을 삭제해 무리한 현장실습이 이뤄질 가능성을 줄이고, 계약 사항을 지키지 않은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지금도 현장실습에 앞서 학생과 학교, 기업이 근로조건 등이 담긴 ‘표준협약서’를 쓰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기업에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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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 현장은 기대 반 우려 반 “특성화고 온 이유가 인문계 학생들보다 일찍 전문성 기르고 자기 분야에서 빨리 일자리 갖고 싶어서인데, 앞으로 현장실습도 ‘교육’이 되면 취업 기회가 줄어드는 것 아닌가요?”(서울의 한 특성화고 학생 ㄱ)

 

“특성화고에 왔지만 대학에 가서 좀더 공부하고 싶다는 친구들도 사실 많은데, 현장실습 6개월이 큰 부담이었어요. 현장실습을 1개월로 마칠 수 있다면 앞으로 대학 진학의 길도 좀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경기도 한 특성화고 학생 ㄴ)

 

직업교육훈련법 개정에 대한 특성화고 학생들의 반응은 이렇듯 엇갈린다. 기업이 현장실습을 1개월밖에 받지 않은 미숙련 학생을 꺼려 현장실습 이후 채용 기회가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반면, 무조건 실습을 나가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좀더 자유롭게 진로를 모색할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실습생을 학생 신분으로 규정하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빚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현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추진위원장은 “현재 학생들은 실습 나갈 때 진짜 일을 하러 간다고 생각하고, 회사들도 실습생을 받을 때 실제 노동을 시킨다. 현장실습 중인 실습생의 신분이 학생으로만 규정되면 실습 도중 산재 등이 발생했을 때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업교육훈련법을 일부 개정하는 것만으로는 정부가 원하는 ‘교육’ 목적의 현장실습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종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직업교육훈련촉진법 자체가 교육에 초점을 맞춘 법이 아니라 ‘산업인력의 양성’이나 ‘국가경제의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법 조항 몇 개 바꾼다고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학생들이 실습하는 산업체 역시 저임금 노동력 확보의 수단으로 현장실습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법 개정만으로 현장실습이 근로 아닌 교육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등은 직업계고 현장실습의 근거를 직업교육훈련법이 아닌 초중등교육법에 마련해야 한다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 철학 있는 직업교육 체계 만들어야 2017년 교육기본통계를 보면 고졸자의 대학 진학률은 68.9%로 나타났다. 100명 중 31명이 고교 졸업 후 대학이 아닌 사회 진출을 택했다는 뜻이다. 대학 진학률은 꾸준히 내려가고 있는 반면, 고교생의 취업률은 2011년 23.3%에서 2017년 34.7%로 크게 높아졌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수년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등 대졸자 취업난이 도드라지다 보니 대학 졸업장 대신 빠른 취업을 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직업교육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 정부는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에 꾸준히 지원하고 있지만, 취업률 등 양적 성과에 지나치게 매달린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교육철학이 빈곤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전명훈 서울시교육청 노동인권전문관은 “직업교육은 철학이 중요한데, 얼마나 취업을 많이 했는지 용접을 얼마나 잘하는지 등 양적 지표와 기능적인 숙련만 강조해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일자리가 생겨날지, 미래 세대는 어떤 노동 형태를 맞이하게 될지 예측하고 그에 걸맞은 직업교육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 ‘직업교육의 국가 책임’과 ‘직업교육 마스터플랜 마련’을 약속했다. 특성화고, 전문대, 평생교육까지 각각 분절돼 있는 직업교육을 하나의 체계로 엮은 뒤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지원을 하자는 취지다. 배동인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과장은 “현재 정부에서는 글로벌 현장학습, 취업역량 강화사업, 행복기업 어울림 사업 등 직업계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갖가지 취업 지원 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 사업들이 직업교육 체계를 갖고 유기적으로 연결되기보다 그저 일회성 사업에 그친다”며 “직업계고부터 전문대, 평생교육기관까지 이어지는 직업교육 체계를 세우는 일을 이번 정부 내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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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떠오르는 시신 생각, 그래도 버텼다

[인권이즈커밍⑪] 고은지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17.11.07 09:55 | 글:선대식쪽지보내기|사진:이희훈쪽지보내기|편집:최유진쪽지보내기

여기, 인권활동가들이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편에 서서 "당신은 존엄한 인간"이라고 말해주는 이들 덕분에, 인권은 조금씩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작 그들의 삶은 험난합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힘들어하고, 암과 투병하고, 구치소에서 노역을 하기도 합니다. '인권재단 사람'과 <오마이뉴스>는 인권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동시에 연재되는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인권활동가들을 후원할 수 있습니다. - 기자 말
 
▲ 고은지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 이희훈

문 앞에 버려진 삼촌의 시신.

고은지씨는 길을 걷다가, 불현듯 이 장면이 떠올랐다. 너무 괴로웠다. 언젠가는 깊은 밤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깼다. 꿈에서 온갖 고문이 자행되고 있었다.

그 장면을 머릿속에서 떨쳐내고 싶었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아니, 떨쳐낸다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또 다른 장면이 떠오를 테니까. 납치, 고문, 살해와 연결되는 장면과 이미지는 이미 그의 삶에 깊숙이 스며든 지 오래인 탓이다. 

고은지씨는 난민 인권활동가다. 활동가들은 난민들이 고향 나라에서 겪은 일을 꼼꼼하게 정리해야 한다. 끔찍하고 잔인한 사연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런 장면이 머릿속에 쌓이다보면, 2차 트라우마로 이어지기 쉽다. 활동가 숫자가 부족하고 희생을 강요하는 환경에서 일해야 했던 난민활동가들은 트라우마를 예방하거나 쉴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보장받기 힘들었다. 많이들 그렇게 떠났다. "마의 3년이라고 해요." 은지씨의 말은 이어진다. 

"지금까지 많은 동료들을 떠나보내며 마음이 찢어졌어요. 1세대 난민활동가들이 활동가의 안전이나 행복을 고민하는 데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활동가들을 보호해야 난민 인권 활동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남은 동료들과 활동가 보호 체계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했어요."

은지씨는 스스로 트라우마를 이겨내야 했다. 또한 난민 인정 비율이 1.54%(2016년 난민 지위 심사 대상자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의 비율)에 불과한 현실 속에서 무기력감을 감내하는 일도 견뎠다. 난민으로 인정받아도 한국에서의 삶은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면서 좌절감도 느꼈다. 그래도 은지씨는 이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1년 처음으로 1000명을 넘은 난민 신청자 숫자는 지난해에는 7542명에 달했다. 우리는 분쟁과 박해를 피해 고향을 떠나 머나먼 나라를 찾은 사람들을 외면해도 되는 걸까. 은지씨를 비롯한 소수의 난민활동가들만이 "노(No)"라고 외치고 있다.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니었다
 
▲ 고은지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 이희훈

"왜 난민 활동가가 됐나요?"

은지씨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자, 그는 기자를 20년 전의 초등학교로 데려갔다. 은지씨는 1987년 일본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이 일본에서 일하는 한국인이라 그 역시 한국인이었다. 7살 때 부산의 할머니 집으로 왔다. 한국말을 잘 못했지만, 유치원을 다니고 이듬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친구들은 한국말이 서투른 은지씨를 놀렸다.

"친구가 놀다가 '쟤는 일본에서 왔으니까, 쟤 빼고 놀자'라고 말했어요. 누군가는 '일본X'이라고 욕하면서 지나가기도 했어요. 저는 제가 태어난 곳을 숨겨야 했어요. 출신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배제되고 경계 밖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한국어를 완전히 배워, 놀림을 받지는 않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갈등을 느꼈다. 그는 출신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도 되는 것인지 늘 의문을 품고 살았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기로 했다. 2008년 4월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봉사활동을 위해 방글라데시로 향했다. 주변에서 그를 말렸고 은지씨 역시 망설였지만, 결국 비행기에 올랐다. 

방글라데시의 첫 인상은 은지씨에게 충격이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버려진 아이들, 장례 치를 돈이 없어 거리에 방치된 시신을 봤어요. 그리고 위험한 일을 당했을 때, 우리는 '10년 감수했네'라는 말을 쓰잖아요, 그곳에서는 '지본 베레게체'라는 말을 써요. '삶이 늘어나버렸다'라는 뜻이에요. 그들에게 삶은 고통스럽고 빨리 끝내고 싶은 걸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들은 본인이 선택한 것도 아닌데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런 삶을 사는 거죠."

고민이 깊어갈 무렵, 휴가를 받아 인도 다즐링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 처음 난민을 마주했다. 

"우연히 티베트 난민 공동체에 갔어요. 티베트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겪고 이곳으로 오게 됐는지를 알려주는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었어요.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 사진 한 장이 있어요. 중국 공안이 티베트 승려를 총으로 겨누는 장면이에요. 삶이 송두리째 뽑혀 다른 나라에서 삶의 터전을 찾는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난민의 존재를 알게 되니, 방글라데시의 난민도 눈에 들어왔다. 불교를 믿는 소수민족인 줌머 족이었다. 이 나라의 남쪽 치타공 지역에 살았던 줌머 족은 이슬람국가인 방글라데시 다수 족인 벵갈인들의 박해 탓에 산악지대로 밀려나 살고 있다.

은지씨가 봉사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줌머 족 친구를 통해 그들이 처한 현실을 깨달았다. 

"친구가 제게 연락을 해서, 누군가 옆집에 불을 질렀다고 했어요. 제가 그 마을에 가서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사는 게 안전하지 않고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고 했어요. 단지 생김새나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런 일을 당해야 한다는 게 너무 화가 났어요. 제가 초등학교 때 겪은 일도 떠올랐어요."

난민을 마주하다
 
▲ 고은지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 이희훈

2009년 12월 1년 8개월의 방글라데시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난민으로 가득 찼다. 전 세계에 수많은 난민이 있고 무엇보다 한국에도 난민이 있다는 사실에 눈을 떴다. 2011년에는 티베트 망명 정부가 있는 인도 맥그로드 간즈에서 한 달 동안 머무르면서, 어떤 확신이 섰다. 

"그리운 고향에는 더이상 갈 수 없지만, 여전히 티베트 사람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봤어요. 자신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겼는데도, 끝까지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 모습을 보고, 남은 삶을 난민 인권 활동에 쏟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은지씨는 난민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했고, 2012년 3월 난민인권센터에 들어갔다. 난민들이 우리나라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았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무기력, 좌절감과 싸워야 했다. 은지씨는 A씨 이야기를 꺼냈다.

A씨는 고향 나라에서 정치·종교적인 이유로 살해 위협을 받았다. A씨는 우리나라로 도망쳤다. 1997년의 일이다. 몇 년 뒤, A씨는 정부에 난민 신청서를 냈다.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의신청 절차 고지가 없었다. A씨는 고향에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에 숨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 미등록 외국인의 삶을 살았다.

은지씨는 2012년 A씨를 만나 난민 신청서 제출을 도왔다. 하지만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교도소와 마찬가지인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될 위기에 처했다. 은지씨가 보호소 담당자에게 "A씨는 1997년 당시 난민 신청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라고 호소했다. 소용없었다. A씨는 2년 동안 이곳에 구금됐다. 은지씨는 그곳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같은 상황에 처했던 A씨의 친구는 영국에 갔는데, 6개월 만에 난민으로 인정받았어요. 지금은 잘 정착해서 살고 있어요. 영국에 간 친구는 운이 좋았던 거고, 한국에 온 A씨는 운이 나빴던 거죠. 구금된 뒤, 얼마나 무기력감을 느꼈는지 모릅니다. 다행히 A씨는 난민으로 인정받았어요. 첫 난민 신청 이후 18년 만의 일이었죠."

은지씨는 난민을 도와 국가와 싸워야하지만, 내부와도 싸워야 한다. 난민을 돕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고 한국을 찾은 난민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는 사람도 있다. 

"난민 활동가들이 최소한의 인권 의식을 가졌으면 해요. 그래야 많은 활동가들이 좌절하지 않고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HIV 감염인, 에이즈 환자, 성소수자들을 돕는 분들과 만나, 소수자 네트워크를 만들었죠."

난민 인권 최후의 보루
 
▲ 난민인권센터를 방문한 한 청년과 상담을 하고 있는 고은지 활동가 ⓒ 이희훈

은지씨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제 길을 가고 있다. 강제송환을 막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맡고 있다. 난민에게는 마지막 희망인 셈이다.

"어떤 난민이 난민 신청 결과를 받으러 갔는데, 실종이 된 거예요. 알고 보니 인천공항에서 강제송환 직전에 있었어요. 주말 밤이었는데, 그때 이륙하는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모든 항공사에 전화를 걸었어요. 난민인권센터 전체가 비상사태였죠. 강제송환은 급하게 막았어요. 이분은 운이 좋았지만, 저희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강제 송환된 사람들은 더 많이 있겠죠."

은지씨는 난민을 향한 왜곡된 편견을 깨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우리 사회는 난민을 불쌍하거나 위험한 사람으로 여긴다. 심지어는 난민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마른 여자 연예인을 향해 쓰는 '난민팔뚝'이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은지씨가 난민들이 쓰는 에세이를 시민사회에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다. 

난민인권센터에 소속된 난민 활동가로 산 지 6년째다. 그동안 많이 지쳤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은지씨는 초등학교 때 태어난 곳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겪은 일을 생각하며, "난민 문제는 나의 문제"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래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난민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낯선 존재예요.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가 겪고 있는 인권 침해와 동떨어져 있지 않아요. 난민들이 한국에서 자기 자신으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난민이 그렇게 살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살 수 있다는 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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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핵심, 한국 보수우파는 집권해선 안 된다

[장석준 칼럼]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를 읽고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을 보기로 했을 때 기분은 그렇게 비장하지도, 긴장되지도 않았다. 이미 다 아는 이야기들을 하나로 이어 되돌아보는 기회려니 했다. 그런데 막상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하고 등골이 서늘했다. '아는' 이야기들이되 '제대로' 알지는 못했음을 실감했다. 우리가 살아온 지난 9년은 그때 느끼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처참했다. 촛불의 승리가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는 대체 어떤 지옥도 속에 살고 있었을까. 

또한 <공범자들>을 본 누구나 그랬겠지만, 나는 마지막 몇 분 동안 예기치 않은 감정의 격랑에 휩쓸려야 했다. 언론노조 MBC 본부 간부로 170일 파업을 이끌다 해고된 이용마 기자의 근황 때문이었다. 시대의 고뇌가 육신에 똬리를 튼 것인가. 그는 지금 복막 중피종이라는 희귀 암과 싸우고 있다. 몇 년 전 단단했던 한 사내와 수척해진 요즘 모습이 교차하는 <공범자들>의 마무리 몇 장면은 예리한 바늘처럼 보는 이의 가슴을 찔렀다. 

그 아픔이 좀처럼 씻기지 않아서였을까. 이용마 기자가 쓴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나오는 대로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 그 책이 드디어 나왔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창비, 2017). 

사실 처음에는 책장을 펼치기가 좀 두렵기도 했다. <공범자들>을 보며 느낀 회오리치는 감정이 반복되겠거니 하는 짐작 때문이었다. 더구나 이 책은 이용마 기자가 이제 갓 초등학교 저학년인 두 아들이 성년이 됐을 때 읽으라고 남기는 편지다. 인간인 바에야 어찌 이런 글을 무심히 훑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막상 읽어보니 어조가 너무도 담담했다. 이 책에서 이용마 기자는 지난 삶을 시대 흐름과 교차하며 돌아보고 자신이 직접 체험한 바에 따라 한국 사회를 분석, 비판하며 대안까지 치밀하게 모색하고 있었다. 마치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격정조차 "세상은 바꿀 수 있다"는 이성의 목소리로 반전돼야 함을 저자 스스로 솔선하는 것만 같았다. 

덕분에 나는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를 읽으며 지난 몇 년간 나를 비롯해 동료 한국인들이 살아낸 삶을 차분하게 되짚을 수 있었다. 촛불 1주년에 더없이 어울리는 성찰의 기회였다. 

촛불의 간단명료한 핵심 – 한국 보수우파는 집권해선 안 된다 

<공범자들>을 보면서도 그랬지만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를 읽고서도 첫 번째 든 생각은 지난 9년이 정말 말도 못할 역사의 퇴행이었다는 것이다. 요즘 거의 하루에 한 건씩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벌인 황당한 일들이 뒤늦게 밝혀지며 우리를 허탈하게 하고 있다. 저들은 참으로 치열하게 부정을 저질렀고 부패를 일삼았으며 불의를 꽃피웠다. 이용마 기자는 이렇게 회고한다.  

"한 마디로 이명박 정부 5년은 1987년 이후 확대되던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되돌린 시기였다. 전두환 같은 자들이 다시 고개를 쳐들고, 뉴라이트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목소리를 높였다. 비상식이 상식을 몰아내고 비정상이 정상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퇴행은 박근혜 정부에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일베 집단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우리 사회에 1퍼센트 정도밖에 안 되는 극우 집단이 나머지 99퍼센트를 향해 비정상이라고 말하며 지배한 시기였다. (…)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권과 재벌 간의 정경유착 역시 유신정권 수준으로 돌아갔다. 그야말로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기득권 세력들이 일시에 귀환한 것이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317~318쪽)  

지나고 보니 우리는 너무도 안일했었다. 한나라당-새누리당이 집권하더라도 민주화의 성과들이 크게 훼손되지는 않겠거니 마음을 놓고 있었다. 보수우파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민주화 이후'의 보수우파일 터라고 너무 높이 봐줬다. 이명박의 '실용주의'를, 박근혜의 '복지', '경제민주화' 위장을 바보처럼 쉽게 믿어줬다. 그들에게 표를 준 이들만 그랬던 게 아니다. 적대 정파에 속한 이들도 그랬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뼈아픈 오류였다. 1987년 이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유신과 5공 시절 그대로였다. 바뀐 것은 오직 하나, 선거 결과를 존중한다는 점 정도였다. 선거 결과가 저들의 권력이 연장되는 방향으로 나오도록 나머지 모든 영역에서는 온갖 불법과 모략, 내란에 준하는 난동을 벌일 준비가 돼 있었다. 이런 짓을 벌이는 데 가장 좋은 수단이 국가정보원과 검찰이었고, 가장 노력을 기울여 정비한 곳이 언론, 그 중에서도 방송이었다. 

방송 현장에서는 언론 노동자들이 이런 음모에 맞서며 오랫동안 싸움을 이어왔다. 시민들도 모르지 않았다. 공중파에서 200여 일 가까운 파업이 계속됐는데, 모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위기 의식이 실제 위기의 정도만큼 심각하지 못했다. 민주주의의 여러 진지들 중 '단지 한 곳'에서 벌어지는 대치라고만 여겼다. 그곳이야말로 나머지 전선 전체의 판세를 결정할 한 곳일 수 있음을 제대로 꿰뚫어보지 못했던 것이다. 적어도 저들만큼은 냉철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고립을 탓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간 이들이 있었다. <공범자들>에서 오랜만에 다시 본 얼굴들이 바로 그런 이들이었다. 이들이 땅 밑에서 열어간 물길들이 다시 모여 결국은 촛불 항쟁으로 터져 나왔다. 그러고 보면 역사는 단순 인과 법칙으로만 움직이지 않는, 뭔가 '신학'을 요구하는 연구 대상임에 분명하다. 역사를 조종하려고 시도하는 자들의 손아귀에서 결국은 빠져 나와 오히려 이들을 심판하는 묘한 힘이 작동한다. 민주화 이후 적의 실상에 대해 치명적인 오판을 한 우리에게는 참으로 다행이게도 말이다. 

촛불 1주년을 맞이해 요즘 그 의미를 다시 묻는 시도들이 많다. 심오한 여러 해석들이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심오하게만 볼 일은 아니다. 촛불 항쟁의 간단명료한 핵심은 다수 대중이 한국의 보수우파를 파문했다는 것이다. 보수우파가 더 이상, 그리고 앞으로도 이 나라의 집권 세력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6월 항쟁 이후 30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보수우파는 민주주의에 맞게 변화하지 못했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변화할 수 없으며 그럴 의사도 없음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 이용마 MBC 해직 기자. ⓒ프레시안(최형락)


그런데 왜 보수우파가 집권했는가 – 사회 개혁의 지연  

보수우파가 집권하지 않으려면, 다른 세력이 집권하면 된다. 표면적 해법은 그렇다. 조기 대선으로 실제 이 해법이 실현됐다. 그러면 이제 촛불 항쟁의 뜻이 다 이뤄진 셈인가? 

그렇지 않다. 보수우파가 권력을 쥐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판결은 간단명료하지만, 이 판결의 집행 방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물론 정권 교체가 필수 요구 사항 중 하나였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런 물음이 남기 때문이다. "민주화 와중에 있던 사회에서 왜 보수우파가 선거로 권좌에 복귀하게 됐는가?" 우리가 한나라당-새누리당을 오판했던 것만 문제가 아니다. 2008년 이후 하필 그들이 '대안'으로 선택된 배경과 이유 또한 따져봐야 한다. 이용마 기자가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의 서두에서 던지는 물음이 바로 이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두 차례에 걸쳐 민주정부가 수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역사의 후퇴를 막지 못했는가. 과거 민중을 억압하고 기득권을 챙긴 권위주의 세력들은 어떻게 부활할 수 있었는가. 국민들은 왜 그들에게 다시 권력을 맡겨야 했는가." (위의 책, 5~6쪽)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는 이 물음을 놓고 이용마 기자가 체험과 사색을 버무려 내놓은 답변이다. 이 책이 촛불 시민들의 필독서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야말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반민주 폭거에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굳이 이를 장황하게 되짚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폭거가 시작될 수 있게 길을 열어준 리버럴 정부의 실패, 더 나아가 민주화 세대의 오류와 한계를 살피는 데 집중한다. 그래야만 보수우파가 '대안'으로 부각되는 부조리한 상황을 다시 맞이하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던 것인가? 저자는 제8장 "우리 사회의 적폐와 노무현 정부"에서 명쾌하게 답한다. 민주화의 다음 단계 과제인 경제, 사회 개혁이 지연된 게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었다. 재벌과 경제 관료의 권력을 약화시키고 노동권과 복지를 강화했어야 했다. 하지만 '민주'를 표방한 집권 세력은 이를 분명히 인식하지 못했고, 따라서 제대로 된 실행 계획도 없었다.  

"386 정치인들은 콘텐츠가 전혀 없었다. (…) 국회에서 이들을 만날 때마다 '문제는 경제'라고 목이 쉬도록 얘기했지만 쇠귀에 경 읽기나 다름이 없었다. 애초에 이들의 머릿속에 경제 문제를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었던 것이다." (위의 책, 290~291쪽) 

"노무현 정부는 (…) 경제 문제에 관한 한 박정희 체제 이래 지속되어온 재벌 위주 경제성장 패러다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노무현을 지지했던 새로운 세대, 새로운 진보 성향 지지층의 기대를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가 말하는 '갈등의 치환'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사회적 양극화는 심화되었고 민심 이반이 일상화되면서 야당으로 정권이 넘어갔다." (위의 책, 303~305쪽)  

이용마 기자가 지적한 대로, 사회 개혁의 성과가 보이지 않자 상당수 대중은 부동산 시장 부양으로나마 떡고물을 안겨주겠다는 보수우파의 대안을 받아들였다. 결국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필승'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 구도에서 승자가 된 한나라당-새누리당이 이후 5000만 명으로부터 9년의 시간을 강탈해갔지만, 애초에 이런 구도를 열어준 1등 공신은 사회 개혁에 실패한 전임 정부들이었다.  

개혁 비전과 청사진이 없었던 리버럴 세력은 점차 기존 관료 기구에 크게 의존했다. 경제 부처 고위 관료들에게 나라 살림살이를 맡겨 버렸고, 군부 독재가 종식된 후 안하무인의 권력 집단이 된 검찰 조직과 타협했으며, 대미 굴종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는 외교부의 무능에 휩쓸렸다. 정작 권력의 주인은 민주당-열린우리당이 아니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이들 관료 기구였다. 한나라당-새누리당은 집권 후 이들의 등에 올라타기만 하면 됐다. 

이용마 기자가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에서 가장 치열하게 파헤치며 고민하는 것은 기자로서 직접 마주했던 이들 관료 기구의 실상이다. 촛불이 보수우파를 권좌에서 끌어내렸지만 불길이 비선출직 엘리트 권력에까지 닿지 못한다면 역사의 퇴보는 충분히 재연될 수 있다. 10년 전과는 달리 집권당이 일정한 경제, 사회 개혁 프로그램을 갖추었더라도 관료 권력과 대결해 이들을 제압하지 못한다면 실패는 반복될 수 있다. 이용마 기자는 바로 이 점을 우려하면서 동료 촛불 시민들의 각성을 요청한다.  

실은 정치인들만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엘리트 권력이 깊이 뿌리 내린 곳은 국가 관료 기구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학교 같은 민간 조직도 마찬가지다. 이용마 기자는 특히 자신이 속한 언론계의 속사정을 철저히 파헤친다. 언론계야말로 다른 어느 조직보다 비전과 창의성이 중시돼야 할 텐데도 한국 언론계를 지배하는 것은 여느 관료 조직과 다름없는 연공서열과 연줄(학연, 지연 등)이다. 일상 곳곳에 엘리트 권력이 형성되기에 적합한 조건이며, 그런 일상의 권력들이 국가 권력과 유착해 마침내 민주주의를 전복시키기에 딱 좋은 토양이다.  

그래서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는 집권당의 변화에만 주목하는 '마지노선 민주주의'를 넘어 훨씬 광범한 생활 속 변혁을 촉구한다. 촛불 항쟁이 진정 '혁명'이려면 무수한 '조직 혁명'들로까지 확산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나는 진정한 개혁을 위해 한 계단씩 올라가는 현행 인사 시스템을 그대로 두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이미 연공서열과 기존 시스템에 의해 구축된 조직이 있는데 상층부 몇 명 바꾼다고 달라질까. 정부 부처를 비롯해서 각 부문의 파격적인 혁신이 없다면 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다." (위의 책, 133쪽) 

"기존의 엘리트 충원 시스템 또한 바꾸어야 한다. 고시라는 일률적인 형식을 통해 연공서열 방식으로 승진하는 현행 구조가 유지되는 한, 아무리 개혁적인 인사도 결국 조직 논리의 포로가 된다. 기존의 조직 논리를 깰 수 있도록 파격적인 인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외부 수혈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문호를 확장해야 한다." (위의 책, 360쪽) 

촛불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 감각  
 

▲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창비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는 오늘날 전 세계가 "고전적 자유주의에서 제한된 자유주의, 신자유주의를 거쳐 또다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그 대체적인 방향은 "우리 사회에서 최근 강조되고 있는 복지와 경제민주화와 유사한 흐름"(180쪽)일 것이라고 한다. 같은 생각이다. 시대 인식이 이러하다면, 오랜 지체 끝에 서둘러야 할 사회 개혁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더 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2000년대와는 달리, 촛불 이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결코 실패해선 안 된다. 어중간하게 타협해서도 안 된다. 빠른 시간 안에, 늦어도 앞으로 몇 달 안에 기존 엘리트 권력이 곳곳에서 무너지고 복지가 늘어나는 일이 실제 벌어져야 한다. 부패하고 무능하며 무도한 대통령을 쫓아낼 수 있음을 확인한 것처럼, 이런 일들도 한국 사회에서 충분히 실현될 수 있음을 우리 모두 체험해야만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우리의 시간 감각을 예민하게 다시 가다듬어야만 하지 않을까. 우리 앞의 하루하루가 다시 못 올 기회임을 절감하며 변화를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날 우리는 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선거에 지나치게 익숙해지면서 이런 시간 감각으로부터 멀어지고 말았다. 달력의 주기가 변혁의 맥박을 집어삼키고 말았다. 

그러나 이제는 다그쳐야 한다, 우리 세대에게 더 이상 그런 무한한 시간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기회는 이번 한 번뿐이다. 촛불 이후 몇 달, 몇 년의 시간 동안 다시 실패한다면 기회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리 여기고 살아가야 한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의 책장을 덮고 "지금까지 MBC뉴스 이용마입니다"라는 부제를 곱씹으며 나는 그렇게 다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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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정신 못 차린 미국 수뇌부

아직도 정신 못 차린 미국 수뇌부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11/07 [04:51]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잭 리드 상원의원이 지난 30일 열린 본회의에서 미국과 북한 간 긴장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 사진 제공: 잭 리드 상원의원실


3일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잭 리드 상원의원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한국에 살고 있는 미국 시민 25만 명을 대피시킬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털어놓았다. 

 

3일 미 상원에 따르면 최근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리드 의원이 지난 10월 30일 속개된 본회의에서 ‘북이 국가안보에 가하고 있는 위협과 외교의 중요성’ 제목으로 1시간 가까이 이어진 발언을 통해 이와 같이 주장했다.

 

그는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하는 걸 막기 위해 북을 공격할 경우 북도 핵무기로 반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미국은 이런 대규모 비전투요원 소개작전(NEO)을 실행해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미국 시민들은 전쟁 발발 1주일 동안 대피하지 못해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고 한국인 희생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상원 군사위 민주당 간사로 미국의 대북 군사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리드 의원의 이번 본회의 발언은 대북 선제공격 금지 법안이 잇따라 미 의회에 발의되는 등 한반도에서 또 전쟁이 발생해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나와서 더욱 주목을 끌었다면서 리드 의원은 북과 핵폐기가 아니면 전쟁이라는 양자택일식 선택 대신, 상황을 관리하면서 북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봉쇄와 제재를 강화하는 외교적 대안 역시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고 전했다.

 

그는 나아가 핵 폐기에 앞서 핵과 미사일 개발과 실험 중단을 골자로 한 북과 신뢰쌓기용 중간단계 합의 역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핵폐기냐 전쟁이냐 양자택일을 반대한다면서도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아닌 제재와 압박으로 북에 고통을 가하면서 전쟁은 터지지 않게 상황관리나 하겠다는 리드 상원의원의 주장은 결국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 다를 것이 없다. 

중간단계합의도 미국만의 소망일 뿐, 북은 이미 댓구할 가치조차 없는 제안이라고 일축한 상태여서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다. 중국과 러시아가 '쌍중단' 운운하며 이미 제안했던 것인데 북은 미국의 근본적인 대북핵위협 제거 없이는 핵개발을 중단할 뜻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이미 올해만 해도 열 번도 넘게 밝혔다. 일시적 대북군사훈련 중단이나 얻어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그 많은 자본을 투자하고 그 고생을 해가며 핵개발을 해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리드 의원의 주장은 북의 핵무장력 완성을 인정하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특히 지금 확보한 북의 핵무장력도 두려워 전쟁을 하면 안 된다고 하는 판에 북이 핵무력을 완성하고 나아가 미국과 대등한 군사력을 확보하게 될 경우엔 더욱 북과의 전쟁은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결국 세계 제1의 패권국에서 그대로 몰락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지금 그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 당장 북과 대화를 통한 대타결에 합의하기 싫기 때문이다. 

 

북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얼마 전 막바지에 이른 핵무력 완성을 끝낸 후에도 지속적으로 군사력을 강화하여 미국과 대등한 수준의 군사력을 확보하여 미국이 감히 북을 더는 건드릴 수 없게 만들겠다고 선언하였다. 세계 제1의 군사강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평화를 사랑하고 군사패권을 반대한다고 표방해온 북이 이렇게 핵군사강국의 길을 공개적으로 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그 명분을 미국이 제공해주고 있는 꼴이다.

북은 핵군사패권을 원해서가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자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주권 수호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정당성과 명분을 미국의 대북 압박과 제재에서 찾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도 이런 북의 주장에 대해 사실 제대로 반박을 못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핵위협을 중국과 러시아가 막아줄 능력도 의지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게 시달려온 제3세계진영에서는 적극 환영할 가능성이 높고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의 나라들도 미국이 대북적대시정책만 거두면 될 것인데 기어이 고집하다가 빚어낸 일이라며 미국을 원망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메르켈 총리는 그런 입장을 연이어 밝혔으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미국의 대북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반도 핵문제는 미국 발등에서 이미 지글지글 타들어가고 있는 불똥이다. 미국 수뇌부는 그 고통에 밤잠을 설친다고 하면서도 핵패권 꿀단지를 내놓는 것이 너무 아까워 대북적대시정책 폐기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러다가는 끝내 온 몸이 불길에 휩쌓이게 될 것이다. 불길은 한 번 본격적으로 붙기 시작하면 삽시간에 타오르게 되고 끄기 힘들게 된다. 몰락한 미국의 처참한 내일이 눈에 선하다.

 

미국 수뇌부의 과감하고 냉정한 결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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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중 검사장 등 ‘국정원 댓글수사 방해’ 관련자 전원 구속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11/07 09:25
  • 수정일
    2017/11/07 09:2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장호중 검사장 등 ‘국정원 댓글수사 방해’ 관련자 전원 구속

 
강경훈 기자 qa@vop.co.kr
발행 2017-11-07 07:32:08
수정 2017-11-07 08:12:07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검찰의 국가정보원의 댓글 수사 당시 조직적인 수사 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검찰의 국가정보원의 댓글 수사 당시 조직적인 수사 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김철수 기자
 

2013년 검찰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방해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현직검사 2명과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등 국정원 관련자들이 7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오전 장 전 지검장과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 서 전 2차장, 고모 전 국장 등 관련자 4명의 구속영장을 모두 발부했다.

이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대상은 장 전 지검장을 포함해 2013년 검찰 수사와 재판에 대응하기 위해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꾸린 ‘현안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다섯 명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는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장 전 지검장의 경우 영장심사 포기서를 제출해 수사기록과 증거 등을 토대로 구속 여부를 판단받았다.

강 판사는 장 전 지검장의 수사기록과 증거만 놓고 보더라도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장 전 지검장과 변 검사를 제외한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영장심사를 진행한 끝에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응하고자 ‘현안 TF’를 꾸린 뒤,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주도한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사무실을 만들어 허위 서류 등을 갖다놓는 등 수사 방해 공작을 편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를 받고 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다른 국정원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증언을 하도록 종용한 혐의(위증교사)도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방해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은 김진홍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과 문정욱 전 국익정보국장을 포함해 모두 6명으로 늘었다.

현직 검사장급 검찰 고위 간부가 구속된 것은 넥슨으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은 혐의로 작년 7월 구속기소 된 진경준 전 검사장에 이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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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0일밖에 남지 않았다

[개벽예감273] 앞으로 50일밖에 남지 않았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7/11/06 [13:26]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무산된 대화 살려보려고 안달이 난 트럼프 행정부

2. 트럼프 행정부의 다급한 대화제의 무시해버린 조선

3. 대치상태에 들어간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미국의 스텔스전략폭격기

4. 무선통신애호가가 엿들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의 무선교신 

5. 동북아시아 순방길 오른 트럼프의 무거운 발걸음

 

 

1. 무산된 대화 살려보려고 안달이 난 트럼프 행정부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연거푸 얻어맞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미국은 조선에게 조건 없는 실무급 대화를 제의하며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였지만, 핵추진 항공모함을 동원한 대조선전쟁연습을 취소하지 않고 강행하는 바람에 조선은 지난 10월 말로 예정되었던 대화일정을 취소하였는데, 그로써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 직전에 조선과 대화의 물꼬를 터보려던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고, 조선과 미국의 실무급 대화가 성사될 전망은 불투명해졌다는 것, 이것이 지난 10월 30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종착점에 다가선 핵대결, 굴복의사 드러내 보인 미국’에 서술된 내용이다. 그 글이 발표된 날로부터 한 주간이 지났다. 이 글에서는 이전 글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몇 가지 중요한 일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미국 국무부 고위관리가 <로이터통신> 2017년 10월 31일 보도기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은 북조선과의 직접적인 외교(direct diplomacy)를 조용히(quietly) 추구하는 중”이라고 한다. 지난 10월 27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되었던 조미 실무급 대화가 조선의 일방적인 취소로 무산된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무산된 대화를 어떻게 해서든지 다시 살려보려고 안달이 난 것이다. 그래서 미국 국무부는 언론의 시선을 피해 “조용히” 조선 외무성에게 연락하였다. <사진 1>

 

▲ <사진 1>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의 일방적인 취소로 무산된 조미 실무급 대화를 어떻게 해서든지 다시 살려보려고 안달이 났다. 그래서 미국 국무부는 언론의 시선을 피해 조용히 조선 외무성에게 연락하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섭 윤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를 앞세우고, 주유엔조선대표부를 통해 조선 외무성에게 실무급 대화를 또 다시 제의한 것이다. 발등에 떨어져 지글지글 타들어가는 국가안보파탄의 불덩이를 꺼보려고 우왕좌왕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의제들을 논의하는 대화를 조건 없이 시작하고 싶다는 매우 다급한 제의를 조선에게 거듭 보내고 있다. 위의 사진은 워싱턴에 있는 미국 국무부 청사를 촬영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가 조선 외무성에게 실무급 대화를 또 다시 제의하는 연락선은 ‘뉴욕통로(New York channel)’이고, 연락담당자는 조섭 윤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뉴욕통로’라는 것은 뉴욕 맨해튼에 있는 주유엔조선대표부를 통해 조선 외무성에 연락하는 연락선을 뜻하므로, 트럼프 행정부는 조섭 윤 대조선정책특별대표를 앞세우고 주유엔조선대표부를 통해 조선 외무성에 실무급 대화를 또 다시 제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국무부가 조선 외무성에 조건 없는 실무급 대화를 또 다시 제의한 것은 한 차례에 그치지 않았다.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기사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미국 국무부 고위관리는 조섭 윤 대조선정책특별대표가 주유엔조선대표부를 통해 최선희 외무성 북미주국장으로 생각되는 연락상대에게 보내는 대화제의가 “빈도와 내용에 있어서 전혀 제한되지 않았다(It has not been at all, both (in) frequency and substance)”고 하였다. 빈도에서 전혀 제한이 없다는 말은 거듭하여 대화를 제의하고 있다는 뜻이고, 내용에서 전혀 제한이 없다는 말은 모든 의제를 다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발등에 떨어져 지글지글 타들어가는 국가안보파탄의 불덩이를 꺼보려고 우왕좌왕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의제들을 논의하는 대화를 조건 없이 시작하고 싶다”는 매우 다급한 제의를 조선에게 계속 보내면서, 조선의 일방적인 취소로 무산된 실무급 대화를 살려보려고 몹시 안달이 나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이 제국의 체면을 접어두고 적국에게 그처럼 무조건적인 대화제의를 거듭 보내는 것은, 미국이 건국한 이래 처음 보는 굴욕사건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국무부 고위관리는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기사에서 조섭 윤 대조선정책특별대표가 조선측 연락상대에게 전한 의제들 가운데는 핵시험과 미사일발사를 중지하는 의제도 포함되었다고 지적하였다. 만일 조선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중지하면, 그에 상응해서 미국도 어떤 등가적 행동을 취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 고위관리는 미국이 취해야 할 등가적 행동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조선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중지하고, 그에 상응하여 미국은 대조선전쟁연습을 중지하는 이른바 ‘쌍중단 중재안’을 제시하였지만, 그 중재안은 조선과 미국으로부터 각각 외면당하는 바람에 존재가치를 상실하였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5월 2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외무부 영빈관에서 진행된 외무장관회담에서 쎄르게이 라브로브 러시아 외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악수하는 장면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조선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중지하고, 그에 상응하여 미국은 대조선전쟁연습을 중지하는 이른바 '쌍중단 중재안'을 제시하였지만, 그 중재안은 조선과 미국으로부터 각각 외면당하는 바람에 존재가치를 상실하였다. 지금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쌍중단' 같은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조선과 미국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대타결을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과 미국은 왜 ‘쌍중단 중재안’을 외면하였을까? 조선은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어떤 경우에도 중지할 수 없다는 강경의사를 밝힌 것이고, 미국은 대조선전쟁연습을 어떤 경우에도 중지할 수 없다는 강경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이 문제를 좀 다른 각도에서 해석할 수도 있다. 말하자면, 조선과 미국은 ‘쌍중단’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생각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조선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중지하였다고 해도, 조미적대관계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조선의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은 아무 때라도 재개될 수 있다. 또한 미국이 대조선전쟁연습을 중지하였다고 해도, 조미적대관계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미국의 대조선전쟁연습은 아무 때라도 재개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날 조선은 미사일발사훈련을 중지하였으나 미국이 합의를 깨는 바람에 그것을 재개한 적이 있고, 미국도 지난날 대조선전쟁연습을 한 차례 중지하였으나 이듬해 재개한 적이 있다. 그러므로 지금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쌍중단’ 같은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조선과 미국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대타결을 추구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국무부 고위관리는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기사에서 “바람직한 종결점은 전쟁이 아니라 일종의 외교적 타결(diplomatic settlement)”이라고 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을 향해 외교적 항복이냐 군사적 행동이냐 하는 양자택일을 설정하고 있다는 제안들은 “오도되는 것(misleading)”이라고 지적하고, “외교에는 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Diplomacy has a lot more room to go)”고 말했다. 나는 지난 10월 30일 <자주시보>에 실린 ‘종착점에 다가선 핵대결, 굴복의사 드러내 보인 미국’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7년 10월 25일 보도기사를 인용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통령 특사 또는 국무장관을 평양에 파견하는 계획을 검토하였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는데,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기사에 나온 ‘외교적 타결’이라는 말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그런 계획을 진지하게 검토하였음을 뒷받침해준다. 

 

현실이 이런데도 무지와 편견에 사로잡혀 정세를 거꾸로 읽는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외교적 노력들(diplomatic efforts)’은 대통령 특사나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는 ‘외교적 타결’을 뜻하는 게 아니라, ‘최대 압력(maximum pressure)’을 가증시켜 조선을 그 무슨 ‘비핵화협상’에 끌어내려는 것이라는 당치 않은 소리를 늘어놓으며 독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 <사진 3>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 외무성에게 조건 없는 실무급 대화를 거듭 제의하였으나,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 '초강국'이라고 으스대는 아메리카제국이 굴욕감을 간신히 참아가며 모든 의제를 놓고 조건 없이 대화해보자고 거듭 간청하는데도, 그걸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시해버리는 조선의 모습에 놀라움의 눈길이 쏠린다. 위의 사진은 평양에 있는 조선 외무성 청사를 촬영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 트럼프 행정부의 다급한 대화제의 무시해버린 조선

 

그런데 미국이 조선에게 ‘조용히’ 그리고 거듭하여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이는 놀라운 일보다 더 놀라운 사변이 일어났다. 조선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제의를 거듭 받고서도 전혀 응답을 주지 않고 무시해버리고 있다.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그렇지만 막후연락을 통해 북조선의 핵시험과 미사일시험들로 파란이 일어난 (조미)관계가 개선된 어떤 징후도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미국 국무부가 ‘뉴욕통로’를 통해 조선 외무성에게 조건 없는 실무급 대화를 거듭 제의하고 있으나,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초강국’이라고 으스대는 아메리카제국이 굴욕감을 간신히 참아가며 모든 의제를 놓고 조건 없이 대화해보자고 조선에게 거듭 간청하는데도, 그걸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시해버리는 조선의 모습에 놀라움의 눈길이 쏠린다.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의 목소리를 높이는 러시아나 중국도 미국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조심하는 판인데, 미국의 거듭되는 간청을 무시해버리는 조선의 당당한 모습을 보고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진 3>  

 

조선으로부터 무시를 당한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 겉으로 내색은 하지 못하지만, 속에서는 울화가 치밀고, 바작바작 타들어가 거의 미쳐버릴 지경에 이르렀다. 미치광이전략을 선호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거의 미쳐버릴 지경에 이르렀으면, 그거야말로 자업자득 아닌가! 

 

그렇다면 조선은 왜 트럼프 행정부의 거듭되는 대화제의를 그처럼 무시해버리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까닭은 아래와 같이 두 갈래로 설명된다. 

 

첫째, 미국의 역대 행정부들은 조선이 ‘완전하고, 검증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비핵화의사를 표명하기 전에는 그들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고집해왔지만, 지금 사정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조선은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하고, 검증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철군의사를 표명하기 전에는 그들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 조선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려는 당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으므로, 지금은 조선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화제의를 받아줄 때가 아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9월 15일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현장에서 지도하면서 “(국가핵무력완성사업이) 이제는 그 종착점에 거의 다달은 것만큼 전국가적인 모든 힘을 다하여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의 최종목표는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어 미국 집권자들의 입에서 함부로 우리 국가에 대한 군사적 선택이요 뭐요 하는 잡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두 가지 목표들 가운데,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려는 목표는 앞으로 불과 몇 주가 지나면 달성될 당면목표이고,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루려는 목표는 그보다 더 긴 일정기간이 지나야 달성될 최종목표인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7년 9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날 북태평양 상공으로 날아간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지도하면서 국가핵무력완성사업이 "이제는 종착점에 거의 다다른 것만큼 전국가적인 모든 힘을 다하여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의 최종목표는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어 미국 집권자들의 입에서 함부로 우리 국가에 대한 군사적 선택이요 뭐요 하는 잡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지금 조선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는 당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으므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화제의를 받아줄 때가 아니다. 조선의 국가핵무력완성사업은 2017년 12월 중에 완료될 것으로 예견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1월 1일에 발표한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 것을 비롯하여 국방력강화를 위한 경이적인 사변들이 다계단으로, 련발적으로 이룩”되었다고 지적하였는데, 국가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한 조선의 노력은 그 지적대로 올 한 해 동안 엄청난 성과를 내왔다. 이를테면, 올해 조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인 화성-12형과 화성-14형 발사훈련과 열핵탄두기폭시험 등을 연발적으로 진행하였을 뿐 아니라, 공식명칭이 외부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열병식에 등장시켜 국가핵무력건설이 최종단계에 들어섰음을 실물로 입증하였던 것이다.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2017년 11월 1일 보도에 따르면, 지금 조선은 고체연료, 로켓발동기 및 로켓엔진부품들, 미사일유도체계의 성능을 향상시켜 기존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더 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드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라고 한다. 이것은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한 작업에 마지막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그 작업은 2017년 12월 중에 완료될 것으로 예견된다. 

 

 

3. 대치상태에 들어간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미국의 스텔스전략폭격기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2017년 10월 16일 미국이 제7함대에 배속된 핵추진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한반도작전구역으로 출동시켜 대조선전쟁연습을 또 다시 강행한 것으로 하여 조미관계는 극도의 긴장 속에 빠져 들어갔다. 지난 10월 중순 이후 조미관계에서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당시에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 전모를 파악할 수 없었지만, 아래와 같은 사건들이 일어났다.

일본 <아사히신붕> 2017년 11월 1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찰위성은 조선에서 지난 10월 중순부터 거의 매일 탄도미사일을 실은 발사대차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0월 중순이라면,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과 구축함이 한반도작전구역에 들어가 대조선전쟁연습을 시작한 10월 16일과 겹쳐지는 시점이다. 조미 실무급 대화를 지난 10월 27일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던 미국이 10월 16일에 핵추진 항공모함을 한반도작전구역에 출동시켜 대조선전쟁연습을 강행하였을 때, 조선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실무급 대화를 취소해버리고 화성 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발사대차들을 각지의 지하기지들에서 꺼내 거의 매일 이동시키며 즉시발사태세에 돌입했던 것이다. 즉시발사태세를 취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대차들이 거의 매일 지하기지에서 밖으로 나와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으니, 미국은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어느 순간에 태평양 상공을 향해 솟구쳐 오를지 알 수 없으며, 그에 따라 백악관은 거의 매일 불안과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7년 7월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 중에 그 미사일을 실은 8축16륜 발사대차가 발사지점으로 이동하는 장면이다. 조미 실무급 대화를 지난 10월 27일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던 미국이 10월 16일 핵추진 항공모함을 한반도작전구역에 출동시켜 대조선전쟁연습을 강행하였을 때, 조선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실무급 대화를 취소해버리고 화성 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발사대차들을 각지의 지하기지들에서 꺼내 거의 매일 이동시키며 즉시발사태세에 돌입시켰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지난 10월 중순부터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을 즉시발사태세에 진입시키는 보복을 단행하자, 미국도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을 폭격연습에 동원하면서 그에 응수하였다.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연은 아래와 같다.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한반도작전구역에 전략폭격기들을 출동시키는 것은 미국 전략사령부(Strategic Command)다. 미국 전략사령부의 작전임무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에 각각 속한 6개 사령부들이 수행하는데, 미국 공군 지구타격사령부(Global Strike Command)도 그들 가운데 하나다. 지구타격사령부는 미국 본토 루지애너주에 있는 박스데일공군기지(Barksdale AFB)에 자리 잡고 있다. 

지구타격사령부는 2017년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B-2 스텔스전략폭격기, B-52H 전략폭격기, E-3 공중조기경보기, KC-10 공중급유기, KC-135 공중급유기를 동원한 대규모 폭격연습을 미주리주 상공에서 여러 차례 진행하였다. 

 

B-2 스텔스전략폭격기는 미국 공군 지구타격사령부에만 배속된 기종이고, B-52H 전략폭격기는 미국 공군 지구타격사령부, 공군전투사령부, 공군군수사령부, 공군예비사령부에 분산배속된 기종이다. 미국이 20대밖에 보유하지 않은 ‘세계 최강 폭격기’라는 B-2는 지구타격사령부 산하 제8공군 제509폭격비행단에 모두 배속되었고, 다른 폭격비행단에는 없다. 제509폭격비행단은 미주리주 화잇먼공군기지(Whiteman AFB)에 주둔한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미국 미주리주에 있는 화잇먼공군기지 활주로에 외모가 박쥐처럼 생긴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늘어서 있는 장면이다. 미국이 20대밖에 보유하지 않은 '세계 최강 폭격기'라는 B-2는 미국 공군 지구타격사령부 산하 제8공군 제509폭격비행단에 모두 배속되었고, 다른 폭격비행단에는 없다. 제509폭격비행단은 위의 사진에서 보는 화잇먼공군기지에 주둔한다. 조선이 미국의 대조선전쟁연습 강행에 대한 보복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발사대차들을 각지의 지하기지들에서 꺼내 거의 매일 이동시키며 즉시발사태세에 돌입하자, 미국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B-52H 전략폭격기들을 참가시킨 대규모 폭격연습을 미주리주 상공에서 진행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 공군 지구타격사령부는 화잇먼공군기지에서 B-2 스텔스전략폭격기를 동원하고, 거기에 더하여 루지애너주 박스데일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2폭격비행단에서 B-52H 전략폭격기들까지 참가시킨 대규모 폭격연습을 2017년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미주리주 상공에서 연속 진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일본에 주둔하는 미국 해군 제7함대가 핵추진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동원한 대조선전쟁연습을 한반도작전구역에서 시작한 날은 그보다 하루 앞선 10월 16일이었다.   

그런데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과 B-52H 전략폭격기들을 동원하고, 공중조기경보기와 공중급유기들까지 참가시킨 대규모 폭격연습이라도, 미국 본토 상공에서 그런 폭격연습을 하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어서, 미국 언론매체들은 그런 예사로운 폭격연습을 특별히 보도하지 않았고, 외부에서는 그런 폭격연습이 진행되었는지 알지도 못한다. 더욱이 미국 전략사령부는 2017년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미주리주 상공에서 대규모 폭격연습을 진행하였다는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으므로, 외부에서는 당시 미국 본토 상공에서 대규모 폭격연습이 진행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4. 무선통신애호가가 엿들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의 무선교신 

 

그런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미주리주 상공에서 대규모 폭격연습이 진행된 날로부터 11일이 지난 2017년 10월 30일 미국의 군사항공전문 온라인매체 <비행사(The Aviationist)>가 11일 전에 있었던 대규모 폭격연습에 관한 보도기사를 실은 것이다. 그것이 늑장보도였다면,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겠는데, 그 온라인매체가 직접 취재한 보도기사가 아니라, 화잇먼공군기지에서 서쪽으로 아주 멀리 떨어진 캔서스주 동부지역에 산다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떤 민간인 무선통신애호가(ham)의 체험담이 그 온라인매체에 기사화되었다는 점이 독자들에게 좀 이상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비행사> 2017년 10월 30일부에 실린 무선통신애호가의 체험담을 정리,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2017년 10월 17일 밤 8시경 그는 아내와 함께 집 밖에 나와 모닥불을 쬐고 있던 중에 B-2 스텔스전략폭격기 3대와 KC-135 공중급유기 1대가 25,000피트(7.6km) 고도에서 비행하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비행사>측의 지적에 따르면, B-2 스텔스전략폭격기 3대와 공중급유기 1대가 참가하는 폭격연습은 평소에 진행되는 표준화된 폭격연습이라고 한다.) 목격이라고 했지만, 캄캄한 밤하늘에서 그가 실제로 목격한 것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공중급유기 동체에 달린 항법등과 섬광등 불빛이었다. (캄캄한 밤하늘 7.6km 고도에서 비치는 항법등과 섬광등 불빛만 보고 그것이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KC-135 공중급유기라고 정확히 식별한 것, 그리고 비행고도를 7.6km라고 정확히 지적한 것은, 미국 공군의 작전기종들에 대해 정통한 군사전문가나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렇지 못한 민간인 무선통신애호가가 어떻게 그처럼 정확히 식별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2) 그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날아가는 장면을 목격하고 곧바로 자기 집으로 들어가 무선통신기를 켜고 약 30분 동안 추적한 끝에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의 무선교신주파수를 찾아냈고, 그들의 교신내용을 엿들을 수 있었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B-52H 전략폭격기가 나란히 비행하는 장면이다. 미국 전략사령부는 2017년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미주리주 상공에서 B-2, B-52H, 공중급유기를 동원한 대규모 폭격연습을 진행하였다. 당시 폭격연습에 동원되었던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비행 중에 주고받은 무선교신을 엿들은 무선통신애호가의 말에 따르면, 그 전략폭격기들은 폭격연습 중에 "조선의 지도부가 재배치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지휘소"라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이것은 미국 전략사령부가 대조선폭격연습을 강행하였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려 조선을 위협해보려는 심리전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3) 그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무선교신 중에 폭격연습대상위치를 알려주는 좌표를 불러주는 것을 엿들었다. 그래서 그는 그 폭격연습대상좌표들을 인터넷에 나오는 구글지도(Google Maps)에서 어느 지점인지 찾아낼 수 있었다. 그들은 제퍼슨씨티(Jefferson City)에 있는 격납고를 비롯한 몇몇 대상들에 유도폭탄(GBU)을 어느 시각에, 어떤 방식으로 투하하는 연습을 할 것인지에 관해 무선교신을 주고받았던 것이다. (미주리주에 있는 제퍼슨시티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이륙한 화잇먼공군기지에서 동쪽으로 약 121km 떨어진 지방도시다.) 

(4) 이튿날 그는 자신의 무선통신기를 사용하던 중 밤 8시경에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주고받는 무선교신을 또 다시 엿듣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설정한 폭격연습대상들 가운데는 오쎄이지 비취(Osage Beach)에 있는 활주로와 격납고가 포함되었다. (미주리주에 있는 오쎄이지 비취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이륙한 화잇먼공군기지에서 동남쪽으로 약 104km 떨어진 지방도시다.)  

(5) B-2 전략폭격기들이 주고받는 무선교신을 엿듣던 그의 귀에는 “조선 지도부가 재배치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지휘소(a command post possible DPRK leadership relocation site)”라는 말을 들렸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무선통신애호가가 <비행사>측에 전해준 체험담은 여기서 끝나는데, 그의 체험담을 들은 <비행사>측은 아래와 같은 분석을 보도기사에 덧붙였다.

미국 공군 작전기들은 제3자가 엿듣지 못하도록 암호화된 군용 주파수를 사용하여 교신한다. 이것은 그들 중 누구도 어길 수 없는 군율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2017년 10월 18일 미주리주 상공에 출동한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은 암호화되지 않은 일반 주파수를 사용하여 교신하였다. 또한 미국 공군 전략폭격기들은 폭격비행연습 중에 폭격대상위치를 알려주는 좌표에 대해서는 무선교신을 통해 언급하지만, 그 폭격대상이 어떤 실제대상을 가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절대로 언급하지 않는다. 이것도 역시 그들 중 누구도 어길 수 없는 군율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2017년 10월 18일 미주리주 상공에 출동한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은 지휘부가 설정해준 폭격대상이 어떤 실제대상을 가상한 것인지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였다. 

미국 공군의 군율에서 벗어난 그들의 이상한 행동이 B-2 스텔스전략폭격기 편대를 동원하여 조선의 전쟁지휘부를 폭격하는 연습이 진행되었음을 조선에게 알려주려는 의도적인 행동으로 보인다고 <비행사>측은 해석하였다. <사진 8> 

 

▲ <사진 8> 이 사진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 조종석을 촬영한 것이다. 미국 전략사령부는 미주리주 상공에서 대조선폭격연습을 진행하였다는 사실을 일부러 공개하여 조선을 위협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B-1B 전략폭격기를 2017년 10월 29일 일본 이바라끼현 하꾸리기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일본 항공자위대 사열식에 보내려고 준비하였다. 하지만 당시 제22호 태풍이 일본으로 접근하는 바람에 사열식이 취소되어 일본에 가지 않았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11월 2일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서 B-1B 전략폭격기 2대를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으로 출동시켜 강원도 필승사격장에서 또 다시 대조선폭격연습을 강행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 해석은 틀리지 않았다. 미국 전략사령부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 B-52H 전략폭격기, 공중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들을 동원하여 조선을 폭격하는 연습을 진행하였다는 사실을 일부러 외부에 알려주는 식으로 조선을 위협한 것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나중에는 그 스텔스전략폭격기를 태평양 건너 일본 상공으로 출동시키는 계획도 추진하였다.   

2017년 10월 30일 미국 전략사령부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 한 대가 미국 본토 미주리주에 있는 화잇먼공군기지에서 이륙하여 태평양 상공에서 임무를 수행하였다고 발표하였다. 태평양 상공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일본 <아사히신붕> 2017년 10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전략사령부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B-1B 전략폭격기를 10월 29일 일본 이바라끼(茨城)현 하꾸리(百里)기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일본 항공자위대 사열식에 보내려고 준비하였으나, 당시 제22호 태풍이 일본으로 접근하는 바람에 사열식이 취소되어 일본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바라끼현은 도꾜 중심부에서 북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곳에 있다. 

 

위에 서술한 두 가지 정보를 종합하면, 미주리주 화잇먼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2 스텔스전략폭격기가 공중급유를 받으며 태평양을 건너 일본 이바라끼현 상공에 출동하려고 준비하였는데, 일본에 태풍이 몰아치는 바람에 일본에는 가지 못하고 북태평양 어느 상공을 비행하고 돌아갔음을 알 수 있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2017년 11월 2일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괌(Guam)의 앤더슨공군기지(Andersen AFB)에서 B-1B 전략폭격기 2대를 한반도 남부지역 상공으로 출동시켜 강원도 필승사격장에서 또 다시 대조선폭격연습을 강행하였다.

 

 

5. 동북아시아 순방길 오른 트럼프의 무거운 발걸음

 

조선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 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여러 대의 발사대차를 각지의 지하기지들에서 출동시켜 즉시발사태세에 돌입하였고, 미국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B-1B 전략폭격기들을 출동시켜 조선을 위협하는 폭격연습을 진행하였다. 이처럼 조선인민군과 미국군이 첨예한 대치상태에 들어간 상황에서 미국 국무부는 조선 외무성에게 대화제의를 거듭 간청하였으나, 조선은 그 대화제의를 무시한 채 국가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2017년 11월 초 극도로 긴장된 조미관계의 현황이다. 

 

그래서 동북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의 발걸음은 너무 무겁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위에 서술한 것처럼,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미국의 스텔스전략폭격기가 첨예하게 대치한 상황에서 미국 국무부는 조선 외무성에게 대화제의를 간청하고 있으나, 조선은 그 대화제의를 무시한 채 국가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해 줄달음치고 있으니 동북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의 발걸음이 무거운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사진 9> 

 

▲ <사진 9> 이 사진은 동북아시아 순방일정 중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요꼬다공군기지에 도착한 직후, 그 기지에서 근무하는 미국군 장병들 앞에서 연설하는 장면이다. 연단 위에서 미국 공군복장으로 갈아입은 그는 "우리는 하늘을 지배한다. 우리는 바다를 지배한다. 우리는 땅과 우주를 지배한다"고 큰 소리를 쳤다. 하지만 그런 허풍스러운 말과는 달리, 동북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그의 발걸음은 무겁다. 지금 조선은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하는 미국의 거듭되는 간청을 무시한 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여러 대의 발사대차들을 각지의 지하기지들에서 밖으로 꺼내 즉시발사태세에 돌입시켰으니, 트럼프의 발걸음이 어찌 무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인 2017년 11월 2일 그는 미국 텔레비전방송 <팍스 뉴스(Fox News)>와 대담하면서 여러 주제를 논했는데, 대담 중에 그는 조미관계와 관련하여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에겐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북조선문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북조선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들(조선을 지칭함-옮긴이)이 유쾌하지 못할 것이고, 그 누구도 유쾌하지 못할 것이다.” 

“조선은 세계가 본 적이 없는 불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느니, “조선을 절멸시키는 것 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느니 하며 미치광이처럼 떠들어대던 이전의 광기 어린 폭언들과 비교하면, 위에 인용한 발언에서는 조선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그나마 자제한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동북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에 진행한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북조선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투로 간단히 언급하였을 뿐, 어떻게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담 중에 말하지 않았지만, 조미핵대결에서 패색이 짙어져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한시바삐 벗어나야 할 위급한 처지에 있는 미국에게는 지금 선택방안이 단 하나뿐이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특사를 평양에 급파하여 철군문제를 결정할 조미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조선은 그에 상응하여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중지할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주한미국군 완전철수와 전략적 핵압박공세 중지를 맞바꾸는 대타결을 이끌어내는 선택방안밖에 없는 것이다. 

 

2017년 11월 2일 백악관에서 <씽클레어방송집단(Sinclair Broadcast Group)>과 단독대담을 진행한 트럼프 대통령은 냉전시기 미국 대통령들이 중국이나 소련의 지도자들과 만났던 것처럼 적국 지도자와 만나는 것을 생각해 보았는가라고 물은 대담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하였다. “나는 그 문제에 대해 확실히 열려있다. 누구와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강점이나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과 마주 앉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될는지 좀 지켜보겠다. (적국 지도자와 만나는 정상회담을 곧바로 진행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철군문제를 결정하는 것에 상응하여 조선이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중지하는 것은 조선이 핵무력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조선은 미국의 철군결정에 상응하여 핵시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중지할 수 있지만, 핵무력은 계속 강화하는 것이다. 조선은 자기의 핵무력이 그 어떤 경우에도 협상의 대상으로 될 수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확언한 바 있다. 

조선은 2017년 12월 중에 국가핵무력완성사업을 완료할 것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국가핵무력완성을 선포할 것이고, 그에 따라 2018년 1월부터 조선의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이 연발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런 예견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파탄에 빠진 미국을 극적으로 기사회생시킬 철군문제를 조선과 합의할 시간은 앞으로 5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백악관에서 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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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된 국정원에게서 반드시 빼앗아야 하는 '업무'

[연속기고-국정원, 이렇게 개혁하자③]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17.11.06 10:02l최종 업데이트 17.11.06 10:02l

 

현재 국정원개혁발전위에 의한 국정원 적폐 청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적폐청산은 국정원 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다만 그것만으로 국정원 개혁이 완성될 수는 없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국정원 9대 적폐사건 집중분석'에 이어 국정원감시네트워크와 함께 가장 중요한 '국정원 8대 개혁과제'를 제시한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에는 민들레-국가폭력피해자와 함께 하는 사람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 한국진보연대가 참여하고 있다. [편집자말]
 국가정보원 메인 페이지
▲  국가정보원 메인 페이지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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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가정보원은 국가안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특정범죄(내란, 간첩, 국가보안법 위반 등)를 수사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국정원이 하는 일은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국정원 개혁을 이야기할 때에도 국내정치 정보수집과 간첩조작 수사가 여러 차례 문제되다 보니 정보수집 제한과 수사권 이관 문제에만 집중해왔다. 그러나 '괴물' 국정원을 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정원에게 너무 많은 일을 맡기지 말아야 한다.

국정원법 3조 1항 5호과 기획조정권

 

우선 국가정보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정부조직법 제17조는 다음과 같다.

제17조(국가정보원) 
①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보안 및 범죄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정보원을 둔다.
② 국가정보원의 조직·직무범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

그리고 국가정보원법 제3조는 국정원이 할 수 있는 직무를 다음과 같이 정해두었다. 

제3조(직무) ① 국정원은 다음 각 호의 직무를 수행한다.
1.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對共), 대정부전복(對政府顚覆), 방첩(防諜),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
2. 국가 기밀에 속하는 문서·자재·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 업무. 다만, 각급 기관에 대한 보안감사는 제외한다.
3. 「형법」 중 내란(內亂)의 죄, 외환(外患)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 암호 부정사용의 죄, 「군사기밀 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
4. 국정원 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
5. 정보 및 보안 업무의 기획·조정

정부조직법에서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정한 곳은 국정원이 유일하다. 그로 인해 국정원은 정부를 구성하는 다른 기관들의 상급자처럼 움직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국정원법 3조 1항 5호에 있는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 권한은 국정원이 다른 정부기관 위에 서 있게 만든다.

국정원이 하는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과 조정은 무엇일까? 그 내용은 대통령령인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규정'에 정해져 있다. 그 규정에 따라 국정원은 다음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다(자세한 규정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검색할 수 있다).

정부기관들의 예산과 업무에 간섭하는 국정원
 

영장실질심사 받는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정치공작과 불법사찰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추 전 국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야권 정치인에 대한 비판과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의 문화예술인을 방송에서 하차시키는 일을 기획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추 전 국장은 “우병우 전 수석에게 비선보고 한 혐의를 인정하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전달했나”, “나라를 위해 일했다고 생각하나”를 묻는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법정으로 향했다.
▲ 영장실질심사 받는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정치공작과 불법사찰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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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국정원은 정부의 정보예산을 기획한다. 정보예산을 쓰는 곳은 국정원만이 아니다.  경찰청과 해양경찰청도 국가안보 관련 정보예산을 사용하는 기관이다. 국방부의 국방정보본부, 국군기무사령부, 국군사이버사령부 같은 군 정보기관들도 정보예산 편성기관이다. 외교부나 통일부 등도 정보예산을 쓰는 곳이다. 

공무원 조직에서 예산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인원과 업무의 범위, 권한과 기능을 뒷받침하는 것이 예산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이들 기관의 목줄을 쥐고 있는 셈이다. 경찰청이나 국방부 등이 국정원 앞에서 눈치보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은 정보예산 편성만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사업과 그에 따른 예산 사용에 대한 감사도 연 1회 이상 실시한다. 감사 대상 기관은,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다. 

예산 기획과 감사를 무기삼아 국정원은 다른 정부기관의 상급기관으로 군림할 수 있다. 반면 거의 대부분의 정부기관들이 국정원의 간섭을 받지만, 정작 그 정부기관들은 국정원이 어떻게 간섭했는지 외부에 알리지도 못한다. 국정원이 한 일이기 때문이다. 자칫 알렸다가는 불이익을 당할 것이 뻔하다.

검찰이나 경찰수사에 영향 주는 국정원의 입김

국정원은 검찰이나 경찰의 범죄 수사에도 간섭할 수 있다. 검사가 정보사범을 처리하려면 국정원장에게 사전통지하고 의견을 꼭 들어야 한다. 정보사범은 내란죄, 간첩죄,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을 가리킨다. 검사가 이런 범죄 혐의를 수사할 경우에는 국정원장에게 즉시 알려야 한다. 수사에 앞선 단계인 내사를 시작했을 때도 즉시 알려야 한다. 기소결정을 하거나 불기소 결정을 하면 또 알려야 한다. 기소하지 않으려면 국정원장과 사전협의해야 한다. 

경찰이나 군헌병대도 검찰에 공소보류 의견을 내려면 사전에 국정원장에게 확인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의 입김은 검찰이나 경찰에 영향을 끼친다. 정보 공유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공유가 아니라 협의까지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은 검찰과 경찰의 독립적인 판단에 간섭하고, 국정원의 의중에 따라 사건은 왜곡되어 버린다. 

국정원은 통일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구체적인 업무에도 간섭한다. 통일부가 통일교육을 계획할 때 국정원은 그 내용과 방식 등을 조정할 수 있다. 법규정에는 '조정'이라는 단어로 표시되어 있지만, 조정은 곧 간섭한다는 말이다. 통일에 관한 국내외 정세를 조사하고 분석해 평가하는 일은 통일부의 고유 업무이다. 하지만 국정원은 통일부의 이 일에도 간섭할 수 있다. 

매번 간섭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국정원이 마음만 먹으면 통일부의 독자적 판단을 제한해버릴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영역인 신문·통신 그 밖의 정기간행물과 방송 등 대중전달매체의 활동 조사·분석 및 평가에 관한 사항에도 간섭할 수 있다.
 

댓글 작업 질의에 곤혹스러운 김관진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1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광진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지난해 대선 기간 동안 국군사이버사령부가 댓글 작업을 하는 등 선거에 개입했다는 질의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댓글 작업 질의에 곤혹스러운 김관진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2013년 10월 1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광진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지난해 대선 기간 동안 국군사이버사령부가 댓글 작업을 하는 등 선거에 개입했다는 질의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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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군사이버사령부와 국군기무사령부의 '댓글작업'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13년 가을에 드러났던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댓글사건은 빙산의 일각이 분명해 보인다. 그때에도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이 서로 공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었지만 밝혀지지 못하고 넘어갔다. 

당시에 그런 의혹은 첫째,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이 상호 기관을 방문하면서 회의한 사실, 둘째, 사이버사령부의 특수활동비는 국정원에서 지급된다는 사실, 셋째, 국정원에서 사이버사의 심리전 관련 지침을 제공했다는 군 관계자들의 증언에 바탕을 두었다.

최근 국방부 조사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점은 당시 의혹이 틀린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물론 청와대 차원에서의 기획과 지시가 분명히 있었지만, 국정원이 다른 정부기관, 특히나 군의 정보기관에게까지 배놔라 감놔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보수집기관과 국가 전체의 정보업무 지휘기관 분리해야

이렇게 국정원은 국가 전체의 정보정책 수립과 판단 등 컨트롤타워 기능까지 겸하고 있다. 정부 전체의 정보예산 편성권을 무기삼아 타 기관의 정상적인 활동까지 침해하고 있다. 기획조정권을 행사해 상위기관으로 군림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권한남용의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국정원도 정보수집 업무를 담당하는 여러 기관들 중의 하나여야 한다. 하나의 정보수집 전문기관으로서 다른 정부기관과 수평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바람직하다. 너무 많은 일을 시키고, 그만큼 권한을 많이 주면 사고는 생길 수밖에 없다. 권한남용에 따른 불법과 탈법이라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미국의 경우에, 9.11 테러를 겪고 정보실패를 경험한 다음에 국가정보장(DNI,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직위와 국가정보장이 속한 조직(ODNI, Office of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을 신설하였다. CIA와 국가안보국(NSA), FBI 등 여러 정보기관들(16개에 이른다)에서 모은 정보를 취합해 분석할 뿐만 아니라, 이들 정보기관들과 관련한 정책조정, 예산조정 등의 업무를 국가정보장(DNI)에게 맡겼다. 정보수집 기관과 정책수립 및 예산조정기관을 분리한 것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여러 정부기관의 정보 및 보안 업무를 어디선가 기획하거나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 역할을 정보수집 기관의 하나인 국정원에게 맡기지 말아야 한다. 국정원의 의중에 따라 왜곡될 수 있고, 국정원이 권한을 남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거해야 한다. 그 기능은 국무총리실이 맡거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같은 별도의 기관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국정원이 다른 정부기관들의 상위기관으로 군림하게 하는 근거가 되고 있는 국정원법 3조 1항 5호와 그 하위 규정인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규정을 폐지해야 한다. 국정원의 힘을 빼고 권한을 남용할 가능성을 제거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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