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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귀결될까?

[기고]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귀결될까?
 
 
 
이채언(전남대 명예교수, 경제학) 
기사입력: 2018/09/29 [18:27]  최종편집: ⓒ 자주시보
 
 

 

1. 미국이 했던 약속; 핵무장의 해제
2. 비핵화는 ‘핵 없던 나라’로 환원하는 것이 아니다.

3. 북미정상회담의 성격
4. 세계비핵화로의 길

1. 미국이 했던 약속핵무장의 해제

미국은 지난 1970년 NPT(핵확산금지조약)에서 다음과 같이 약속한 바 있다“NPT 4: (2) 핵무장의 해제와 핵개발경쟁의 조기중단을 위한 효과적 조치에 관한 국제협상과전반적이고도 완전한 (general and complete) 무장해제를 엄밀하고도 효과적인 국제적 관리통제 하에 이루기 위한 조약에 관한 국제협상을본 조약당사국은 각자 선의를 갖고 모색하기로 약속한다.”

이 약속은 적어도 국제적으로 공식적인 핵보유국의 인정을 받으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였다미국이 1970년 NPT를 맺으면서 핵무장해제를 위한 협상을 모색하기로 국제사회에 약속했는데 북한도 마찬가지로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약속하였다.

미국이 NPT에서 약속한 핵무장의 해제는 조약당사국들이 핵무장해제를 위한 국제협상을 각자 알아서 준비하기로만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싫으면 안 해도 되는 약속이었다. ‘핵개발의 중단과 핵무장의 해제를 위한 협상을 조속히 모색하기로’ 약속했으니 아직 그것을 모색하는 중이라고만 답하면 그만이다그래서 아무도 미국더러 아직도 그것을 가시적으로 모색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지도 않고 있다.

북한이 서명한 북미공동성명의 제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2018년 4월 27일에 채택된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할 것을 확약하였다.”는 약속은 48년 전에 미국을 비롯한 핵강대국들이 한 약속의 본질을 다시금 상기시켜주고 있다북한도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한다는 약속이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한다.”고만 약속하였다.

지금 북한은 미국이 핵개발의 중단과 핵무장의 해제를 위한 협상을 조속히 모색하기로’ 약속했던 사실을 일깨워주고 그것을 실천하도록 강제하게 될 것이다미국은 아직도 핵협상 방안을 모색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지만 북한은 핵무장의 해제를 위한 국제협상에 미국보다 한발 앞서 이미 착수했다핵보유국으로서 갖추어야 할 사명과 책임을 솔선수범하는 쪽은 오히려 북한이다.

원래 법률적 문서에서 ‘A를 재확인한다.’고 했으면 나중에 가서 난 A에 관해서는 모르는 일이다.’라고 발뺌할 수가 없다북미공동성명에서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했으면북미 두 나라는 나중에라도 판문점선언의 내용에 대해 모른 척하면 안 된다.

미국도 판문점선언의 당사국은 아니지만 판문점선언의 내용 가운데 꼭 알아둘 것이 3가지 있다.

(1) 남과 북은 앞으로 상대방에 대해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사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미국은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한에서는 함부로 허튼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2) 남과 북은 금년 중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남··미 3자 또는 남···중 4자회담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미국도 금년 중에 정전선언 및 평화협정을 할 준비를 해야 한다)

(3)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해나가기로 하였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남북의 핵무기와 핵시설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완전한 비핵화가 될 수 없다한반도에 미지상군이 존재하는 한 미국의 핵전략자산이 언제라도 한반도 근처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아예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주한미군을 그대로 존치하려면 미본토의 핵무기와 핵시설까지도 제거해야 한다).

2. 비핵화는 핵 없던 나라로 환원하는 것이 아니다.

북미공동성명 제3항에 명시된 비핵화노력의 주체는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다미국은 한반도비핵화과정을 지지해주기만 하면 된다물론 비핵화를 지지하는 나라는 미국이 아니어도 많이 있다.

유일하게 이스라엘만 공개적으로 이번에 북미공동성명에 새겨놓은 한반도비핵화약속에 대한 지지를 거부했다자칫하면 그것이 미본토의 핵무기와 핵시설까지도 제거하는 걸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한반도비핵화과정을 전략적으로 주도하는 북한이 세계비핵화에 대해서는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자.

아래 표는 비핵화된 나라와 원래부터 핵이 없는 나라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핵보유국은 핵으로 타국을 위협할 수도 있고 타국의 핵위협에 핵으로 맞설 수도 있지만비핵화국은 핵으로 타국을 위협할 수도 없고 타국의 핵위협에 핵으로 맞설 수도 없다.

그러나 몰래 감추어둔 핵이 있을 수 있고 다시 핵무장을 할 능력도 있기 때문에 핵으로 보복할 능력도 있다그래서 비핵화국은 핵으로 다른 나라를 선제공격은 못하지만 다른 나라의 핵공격을 핵으로 보복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핵을 보유하지 못한 나라는 타국의 핵위협에 대응해서는 다른 핵보유국의 핵우산 아래에 들어가야만 한다그 대가로 핵우산을 제공해준 나라에 종속되고 그들의 패권적 지배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이에 비해 비핵화국은 핵우산도 필요하지 않고 타국에 대해 핵우산도 제공하지 않는다.

 

 
핵 보유국
핵 미개발국
비핵화국
세계비핵화
 
타국에 대한 핵공격위협
 
가능
 
불가
 
불가
 
불가
타국의 핵공격위협
핵 방어 가능
핵우산 이용
(숨긴 핵으로)
핵 방어가능
필요 없음.
 
타국의 재래식공격
핵사용 가능
핵우산 이용불가
재래식 방어
재래식 방어
 
핵 우산
 
동맹국에 제공
 
동맹국에 구걸
 
필요 없음
 
필요 없음
 
패권주의
 
패권으로 지배
 
패권에 피지배
 
불가
 
불가
 
<표 1> 핵 미개발국과 비핵화국의 차이 
 

이 차이는 세계질서의 새로운 재편을 의미한다비핵화국은 핵을 몰래 보유할 수는 있어도 핵으로 남을 위협하거나 남에게 핵우산을 제공할 수는 없기 때문에 패권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그러나 타국의 핵공격 시에는 언제 (숨긴핵으로 보복 공격할지 모른다는 암묵적 위협은 줄 수 있다따라서 비핵화국에 대해서는 핵보유국도 함부로 핵공격을 할 수 없다그러나 세계비핵화가 이루어지면 어느 나라도 다른 나라에 대해 핵으로 위협할 수가 없기 때문에 타국의 핵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숨긴)핵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진다는 것은 무의미하다핵우산 같은 패권놀음도 없어지고 패권국가의 갑질도 사라진다.

북한이 한 비핵화약속은 앞으로 이웃나라나 지역에 대해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지핵이 없던 옛날의 북한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약속이 아니다미국을 제외한 다른 핵보유국들러시아중국프랑스영국도 사실은 공표를 안 했을 뿐이지 사실은 이미 비핵화과정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다른 나라에 대해 핵으로 위협하지도 않고 다른 나라에 대해 핵우산을 제공하지도 않기 때문이다미국을 제외하곤 다른 어느 나라도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

이런 단순논리도 이해하지 못해 비핵화 프로그램의 제출(이것까지는 가능하다), 핵 신고핵 반출핵 해체의 검증 등을 요구하는 것은 도를 넘은 망발이다미국이 NPT에서 핵무장의 해제를 약속한 것도 이런 방식의 무장해제는 아니기 때문이다북한도 미국처럼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하기만 하면서 고주알미주알 말싸움만 하면서 한 발짝도 안 움직이면 어쩔 셈인가?

3. 북미정상회담의 성격

북미공동성명에 명시된 쌍방의 의무사항은 비대칭적이다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노력을 약속한 것은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데 필요한 의무조항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그러한 약속에 대한 반대급부로 미국은 새로운 북미관계의 수립즉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의 전면적인 대전환과 한반도의 공고한 항구적 평화체제의 구축을 위한 북미 간의 공동노력 등을 북미공동성명에서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판문점선언의 이행에 대해 남북한의 노력을 지지해야 한다이러한 비대칭관계를 가려주고 마치 북한이 굴복한 것 같은 외관을 던져주는 것이 바로 트럼프대통령이 구두로 확인해준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어느 정도 비가역적 지점에 이를 때까지는 유엔의 대북경제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는 언급이다

그의 이 언급은 북미공동성명을 아예 뒤엎어 버리는 매우 모순적인 발언이다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하려면 미국도 동시에 북미관계를 단계적으로 개선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수립도 단계적으로 이루어 나가야한다

미국이 경제제재를 계속하면 북미관계가 그때까지 개선될 리 없고 북미관계가 그때까지 개선되지 않으면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노력을 어느 누구도 다그칠 명분도자격도능력도 없다이런 식이면 북한의 대응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미국에 대한 단계적 접근보다는 일괄해결이 효과적이다.

북한이 평소 요구해온 경제제재의 해제주한미군의 철수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단 같은 사안에 대해 북의 언론매체가 일체 언급을 않는 것에 대해 트럼프는 속으로 깊이 감사하고 있고 김정은 위원장을 협상의 천재로 치켜세우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그런 사안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 트럼프가 자진해서 북미관계를 전환하기 위해 주동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미국이 북한의 요구에 떠밀려 억지로 실천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북미정상회담은 무슨 협상을 통해 결론을 내린 회담이 아니다협상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bottom-up) 방식으로 하나씩 밀고 당기면서 결정된다그런데 이번은 정상회담의 날짜부터 먼저 정한 뒤에 시작되었으니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top-down) 방식으로 기본원칙이 먼저 정해지고 세부실천계획만 나중에 협의된다양쪽 정상이 무엇 때문에 만나는지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미 다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 회담결과가 한반도비핵화라는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쪽이 결의한 공동의 약속을 천명한 공동성명에서 드러났다그러나 미국에서는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탑다운 방식이 아닌 마치 바텀업 방식이나 되는 것처럼 미행정부의 하부단위에서 시비를 걸고 아예 뒤집어버리려는 사태가 일어났다

비핵화약속에 대한 세부프로그램이 없고핵 리스트가 없으므로 무효라는 것이다어쩌란 말인가자기들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았으니 무효로 돌리자는 소리인가그러면 왜 하필 정상회담을 했단 말인가국무장관 아니면 아시아태평양담당차관보 같은 맨날 그런 급의 사람이나 파견해서 일일이 따지며 세월을 보낼 일이지?

미국의 그런 시비질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격을 몰라서거나 아예 모르는 척하기에 나온 것이다이미 북한은 핵 무력의 완성을 선포하여 더 이상 핵·미사일의 시험발사는 필요 없다고 단언했다마치 총이나 대포는 이미 완성된 무력이므로 더 이상 시험발사를 필요로 하지 않듯이북한의 핵·미사일도 더 이상 시험발사는 필요 없고 앞으로는 핵·미사일을 동원한 군사훈련만 태평양을 무대로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동해상에서 재개한다면 북한은 미국의 핵전략자산(핵전투기)에 대응하여 괌 인근에서 핵·미사일을 동원한 군사훈련을 하겠다고 밝혔다북한이 태평양을 무대로 핵·미사일훈련을 한다면 미국은 그때마다 북한이 군사훈련을 핑계로 미국을 불시에 핵·미사일로 공격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간과할 수 없으므로 초비상경계태세를 취해야 한다

사실은 그동안 북한도 한미합동군사훈련이 1년 내내 쉬지 않고 이어지는 바람에 그에 걸맞는 초비상경계태세로 곤혹을 겪었고 특히 농번기에는 그 때문에 늘 농촌일손이 부족하여 농사에도 많은 애로를 겪었다.

북한이 태평양상에서 핵·미사일을 동원한 군사훈련을 1년 내내 쉼 없이 이어간다면태평양을 오가는 해상무역이 1년 내내 통제될 수밖에 없고 미국은 미국대로 늘 초비상경계태세에 들어가야 하며 해상무역의 잦은 중단으로 늘 수입물자의 부족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이미 그것을 트럼프도 알고 있었기에 금년 초부터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한 군사적 대립관계의 해소를 미국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았다그러나 당시 북미 간에는 모든 대화통로가 막혀 있었다북한은 미국의 대화요청을 거부하며 미국이 먼저 대북적대행위부터 중단해야 북미대화에 응할 수 있다고 답해왔다

남북대화가 신년 초에 재개된 것을 누구보다 반가와 한 사람은 바로 트럼프였다남북대화를 축복한다고까지 말했다미리 2월에 있을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단도 도리어 우리에게 양해를 구할 정도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관계를 이대로 둔 채로는 남북관계를 한 걸음도 진척시킬 수 없다.’는 남측특사의 간곡한 권유에 민족의 통일에 도움이 된다면 무언들 못 하겠는가라는 취지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본다이번에 한국의 중재가 없었다면 4월의 한미합동군사훈련 때부터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이 태평양상에서 전개되었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비핵화약속에 대한 세부프로그램을 따지고 핵 리스트를 제출해야 한다는 헛소리를 지금 미국이 과연 할 때인가그러면 미국은 왜 1970년의 NPT조약에서 한 약속을 48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프로그램조차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가핵무장의 해제는 당사국의 선의에 맡길 일이지 남의 나라가 이러쿵저러쿵 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전쟁에서 패한 패전국이라면 당연히 승전국으로서 각종사찰까지나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북한은 패전국이 아니지 않은가북한의 언론보도가 그런 시비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는 것은 미국의 그런 어리석은 짓이 스스로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4. 세계비핵화로의 길

북한의 갈 길은 아직 멀다종전선언평화협정주한미군철수나 기다리며 비핵화과정을 무작정 뒤로 미루면 자칫 세월만 낭비한다주한미군의 계속주둔을 북한에서 눈감아 주기로 한 것은 북이 비핵화를 완료하기 이전까지는 미국의 핵우산을 필요로 하는 남쪽 사람들의 심리를 감안한 때문일 것이다그러나 여기에는 심각한 모순이 개재되어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첫째주한미군의 계속주둔 여부에 대한 결정권이 남쪽이나 미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북쪽에 있다는 사실을 한국과 미국이 다 같이 인정했다는 점이다이런 식이면 앞으로 주한미군의 계속주둔도 북한의 허락 없이는 아예 불가능할 것이다

둘째한반도의 비핵화는 주한미군의 비핵화까지도 포함된다그러나 주한미군의 비핵화는 미국본토가 비핵화 되지 않는 한 아예 불가능하다주한미군이 존재하는 조건에서 한반도비핵화를 달성하려면 미국본토의 비핵화가 필요하고 이는 곧 세계비핵화까지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미국 본토의 비핵화만은 미국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 한반도비핵화를 위해서라면 주한미군부터 미리 철수시킬 각오를 해야 한다한국 국민들의 대북 심리적 불안을 달래기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면 한반도비핵화를 위해서라도 미국이 먼저 세계비핵화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셋째미국이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위해 북한의 비핵화를 아예 포기하고 핵을 가진 북한과의 평화공존을 택하면 어찌 되는가주한미군이 있는 한 북의 완전한 비핵화는 이루어질 수 없고 북의 완전한 비핵화 없이는 신고반출점검감추어 둔 핵을 핑계로 주한미군의 철수를 계속 고집하면 어찌 될까

북한의 목표는 100%의 완전한 한반도비핵화에 있기 때문에 당분간 주한미군철수문제는 건너뛴 채 미국을 과녁으로 한 장거리 핵미사일만 제외하고 다른 모든 비핵화과정을 조속히 밟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보인다

장거리 핵미사일의 해체는 주한미군의 철수와 맞바꾸는 미국과의 일괄해법을 모색할 때까지 시간을 그대로 계속 끄는 것이다아직은 주한미군을 그대로 둔다고 해서 한반도비핵화과정의 장애로까지는 되지 않는다

주한미군철수문제만 건너뛰면 다른 수순은 그야말로 순풍에 돛단 듯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미국만 제외하면세계의 다른 핵보유국들은 이미 사실상 비핵화의 문턱에 거의 다 왔다그들은 핵을 보유하고 있어도 타국에 대해 핵으로 공격할 것처럼 위협하지도 않고다른 나라에 핵우산을 제공하지도 않으며패권국가가 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대외적으로 비핵화를 선언하지만 않았을 뿐이지 비핵화를 선언한 나라나 마찬가지이다문제는 미국이다미국만 다른 나라를 핵으로 위협하고 있고 미국만 핵우산을 제공하여 그것을 근거로 패권을 행사한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가 지금 세계비핵화를 선언하기만 한다면 다른 나라를 핵으로 위협할 나라는 미국 외에는 안 남아 있다그러면 구태여 미국의 핵우산 아래로 핵 없는 나라들이 모여들어 미국의 패권적 지배를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

핵우산이 불필요하면 미국의 패권이 저절로 와해된다미국이 세계유일의 핵보유국으로 미국이 남게 되었을 때 그것이 미국에게 무슨 이점이 있을까아래 표는 맨 앞에서 제시한 핵보유국핵미개발국비핵화국의 비교를 미국만 세계유일의 핵보유국으로 남았을 때의 상황에 맞추어 다시 비교해 본 것이다맨 아래 줄부터 읽어나가자.

 
유일한 핵 보유국
핵 미개발국
비핵화국
세계비핵화
 
타국에 대한 핵공격위협
가능
불가
불가
불가
 
타국의 핵공격위협
소멸
소멸
소멸
소멸
 
타국의 재래식공격
()테러전쟁
재래식 방어
재래식 방어
재래식 방어
 
핵우산
무용지물
필요 없음
필요 없음
필요 없음
 
패권주의
불가
불가
불가
불가

<표 2> 미국만 세계유일의 핵보유국으로 남았을 경우

미국이 아직도 세계유일의 핵보유국으로 남아 있지만 핵보유국의 패권주의는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미국 외에는 핵공격을 할 나라가 없으니까 미국의 핵우산을 필요로 않고미국의 핵우산이 불필요하니 미국의 패권적 지배도 불필요하다

이제 국제간의 분쟁이 일어나면 미국 외에는 전부 재래식 무기로만 싸울 것인데 핵을 가진 미국과 재래식 무기로 싸울 나라는 아무 데도 없다그러나 자기 민족을 지키기 위해 재래식 무기를 갖고도 미국과 전쟁을 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것이 바로 테러전쟁이다테러전쟁에는 아직 대응방법이 없다테러와 반()테러 사이의 전쟁방법만 날로 지능화되고 현대화되고 있지만 미국은 아직도 초비상경계태세를 1년 365일 쉴 틈 없이 이어가고 있다.

미국도 미국 이외에는 다른 어느 나라도 핵이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부터 핵공격의 위협을 받을 일이 없다비핵화국도 핵공격 위협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미국과 같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처음부터 핵을 보유한 적 없는 나라들은 미국으로부터의 핵공격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되어진다이들은 어떤 처지에 놓이게 되는가?

세계비핵화는 이를테면 총기소지가 불문율에 의해 금기시된 사회와 같다불문율이기 때문에 누군가 그 금기를 깨트리고 공개적으로 총기를 소지해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누가 총기를 몰래 갖고 있다가 강도가 집안에 들어왔을 때 총기를 난사해도 그것이 정당방위였느냐 아니었느냐만 문제되지 총기사용 자체가 문제되지는 않는다

같은 원리에 의해 비록 세계비핵화의 문턱에 들어섰더라도 유독 미국만 끝까지 핵을 가지겠다고 우기면 어쩔 수 없다미국은 총기소지가 금기시된 사회에서 유독 혼자 총기를 공개적으로 지니고 있는 사람과 같다

그러나 혼자 공개적으로 총기를 소지하고 다니면서 깡패노릇을 한다면 같은 깡패노릇이라도 더 주목을 받고 더 나쁜 사람으로 지탄을 받는다그것이 쌓이면 결국엔 주변으로부터 몰매를 맞을 수밖에 없다

같은 원리로 세계비핵화흐름을 거부하는 유일한 나라로 미국만 남아 아직 핵무기 개발의 근처에도 못 가본 약한 나라들만 골라가며 국제분쟁을 일으킨다면 정말로 미국을 불로 다스릴 날이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한국이 주한미군을 계속 붙들고 있으면 미국을 불로 다스릴 때 한국도 유감스럽지만 미국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한국의 민초들이 한 목소리로 판문점선언의 이행을 요구하고 우리의 운명을 우리 손으로 구원하자고 나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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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평양공동선언과 2019년 예산안

  • 이정희 민주노동자 전국회의 집행위원장
  • 승인 2018.09.29 17:07
  • 댓글 0

3차 남북정상회담과 평양공동선언을 보면서 ‘속도전’이 뭔지 실감하게 된다. 
올해만 벌써 3번째,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방문이 성사되면 한해에 4차례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게 된다. 분기별 1회, 최소한 최고지도자급에서는 통일이 이루어졌다고 말해도 될 정도의 일상적 만남과 합의가 이루어지는 시대가 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만나야 통일이다’라고 했는데 이제는 만남 자체를 넘어 형식과 내용 또한 겨레에게 민족의 단합과 통일의 희망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판문점회담 때 손을 맞잡고 금단의 선을 넘어서고 도보다리에서 흉금을 터놓는 대화의 모습을 보여주더니, 평양정상회담에서는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문재인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민족의 영산 백두산천지에서 남북정상이 손을 맞잡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판문점선언에서는 10년의 공백을 넘어 6·15와 10·4선언을 단숨에 복원했으며 2차 정상회담을 통해 머뭇거리던 미국을 회담장으로 이끌어내고 9월 평양선언을 통해서 종전선언과 2차 북미정상회담을 선도하고 있다.

9월 평양공동선언 부속합의서로 채택된 군사분야 합의서는 대규모 군사훈련의 중지, 군사분계선 인근의 포사격 및 기동훈련 중지, 해안포와 함포의 포신 덮개 설치, 비행금지구역 설치등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의 일체의 충돌과 긴장조성행위를 금지하는 등 획기적인 조치가 포함되었다.

문재인대통령은 평양회담의 성과를 안고 UN으로 달려가 총회연설에서 ‘지난 1년 동안 한반도에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제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라고 호소했다. 3차 정상회담의 결과 교착된 북미협상과 2차 북미정상회담도 본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감동과 감격을 넘어 이제 한국사회에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실질적으로 이행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우선 7월말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개혁 2.0>과 8월말 정부가 발표한 <2019년 정부예산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국방개혁 2.0은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북적대정책, 선제공격정책을 지향하고 있다. 
국방개혁 2.0은 유사시 한국군 단독으로 북한지휘부를 점령하기 위한 입체기동작전을 추진하고 있으며 킬체인-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대량응징보복을 포함하는 한국형 3축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입체기동작전과 한국형 3축체계는 한국군 독자전력으로 불가능한 비현실적인 전략일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첨단군사장비구축을 위한 천문학적 예산을 요구한다.

▲ 2019년 정부예산안[그래픽 : 뉴시스]

실제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을 실현하기 위해 5년간 270조원의 소요재원과 년평균 국방예산 7.5% 증가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9년 국방예산으로 올해 대비 8.2% 늘어난 46조 7천억원을 제출했다.
이는 2008년 8.8% 인상 이후 11년 만에 최고수준이며 이명박정부 평균 5.2%, 박근혜정부 평균 4.1%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국방전략과 대규모 첨단무기 구입을 위한 국방비증액은 판문점선언-평양선언정신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문재인정부의 국정철학과 방향에도 맞지 않으며 정치적으로도 방향착오다.

3차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문재인정부 지지율이 급상승했지만 불과 한 달 전에는 50%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6월 지방선거 시기 80%를 넘나들던 문재인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임금 공약 파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둘러싼 정책혼선, 재벌개혁의 포기와 규제완화를 통한 친재벌 성장정책 회귀, 고용상황 악화, 수도권 부동산 폭등 등으로 지지율이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결국 경제문제,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해법과 실질적인 개선 없이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없다는 불변의 진리를 확인했다.

문재인정부 지지율하락의 주요원인이 된 두 가지 사안을 돌아보면 철학의 불명확함, 정책수단의 혼선, 재원마련의 부재가 드러나고 있다. 
최저임금문제는 재벌중심 경제구조극복이라는 전략방향이 없는 상태에서 한계에 내몰린 중소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상가임대차보호,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 카드수수료문제 등의 정책이 함께 제시되지 않아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부동산폭등은 높은 지지율에 취해 보유세 현실화 등 부동산 불로소득근절이라는 정책방향을 외면한 채 주택임대사업활성화와 대규모 개발계획 발표 등의 헛발질을 한 결과다.

문재인정부는 8월말 정부예산안 제출과 9월초 당정청 전원회의를 통해 소득주도성장의 유지· 보완, 사회복지의 확대를 통한 ‘혁신적 포용국가’로 정책방향을 정비했다. 
이러한 정책방향을 뒷받침하기 위해 2019년 예산안을 9.7% 증액했지만 저출산 고령화, 대외경제환경의 악화, 고용상황 개선, 복지국가 기반구축을 위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변화된 한반도정세와 포용적 복지국가건설을 위해서는 재정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북한이 핵-경제병진노선에서 경제건설 집중노선으로 전환했듯이 한국판 병진노선의 전환, 노동-민중복지 집중노선으로 전환해야 한다. 
평양선언 이전에 마련된 국방개혁 2.0과 2019년 예산안을 변화된 정세에 맞게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국방예산중 최소한 F-35A도입, 한국형 3축 체계도입 등 공격형 무기도입을 위한 방위력개선비 15조 4천억원에 대해 대폭 삭감하고 복지, 일자리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주한미군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식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문재인대통령을 극찬하면서도 ‘연합훈련에 당신들이 돈을 내야 한다’, ‘엄청난 무역흑자를 보는 부자나라들의 군대에 돈을 주는 것은 안된다’ 라면서 1조원의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어렵고 국민의 부담이 큰데 왜 연합훈련을 계속하고 주한미군주둔비를 부담해야 하는지 근본질문을 해야 할 때다.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한미연합훈련을 전면중단과 주한미군의 철수, 최소한 감축을 공론화해야 한다. 
북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국제사회의 화답을 호소하기 전에 남이 먼저 화답해야 한다.

이정희 민주노동자 전국회의 집행위원장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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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는 평화주의자 할아버지를 말하지 않는다

등록 :2018-09-29 09:24수정 :2018-09-29 09:44

 

 

아베 신조가 선택한 길
가운데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왼쪽이 그의 할아버지 아베 간, 오른쪽이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 그래픽 이정윤 기자 bbool@hani.co.kr
가운데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왼쪽이 그의 할아버지 아베 간, 오른쪽이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 그래픽 이정윤 기자 bbool@hani.co.kr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0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3연임에 성공해, 2021년 9월까지 총리직을 맡을 수 있게 됐다. 아베는 전쟁 금지와 군대 보유 금지를 명확히 한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일본을 바꾸려 하고 있다. 개헌은 아베가 존경하는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가 이루지 못한 숙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친할아버지인 아베 간은 일본 군국주의에 맞선 평화주의자의 길을 걸었다. 아버지 아베 신타로도 평화헌법을 옹호했다. 아베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바람에 어긋나는 길을 선택했다. 아베는 왜, 어떻게 우익의 길을 걸었을까.

 

64번째 생일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큰 선물을 받았다. “필생의 과업”(lifework)을 수행할 기회,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61) 전 자민당 간사장을 꺾고 3연임에 성공했다. 내각책임제인 일본은 다수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아베는 2021년 9월까지 총리직을 맡을 수 있다. 1차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 2·3차 내각(2012년 12월~현재)에 이어 앞으로의 임기(3년)까지 더하면 10년 동안 집권하는 일본 역대 최장기 총리가 된다.

 

아베는 당선 뒤 인사말에서 “드디어 여러분과 함께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민당의 개헌안을 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해왔다. 아베는 2013년 <엔에이치케이>(NHK)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헌법 개정은 내 라이프워크다. 국민투표법은 만들었지만 개헌까지는 이루지 못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정치가가 됐는지 생각하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는 2020년까지 개헌을 끝내고 싶어 한다.

 

헌법 개정을 놓고 일본 정치세력들의 투쟁이 조만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군국주의의 침략과 식민지배를 겪은 한국과 중국 등은 불안한 눈으로 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아베는 지난해 5월 헌법 시행 70주년 연설에서 “헌법 9조 1항, 2항을 그대로 둔 채 자위대를 명문으로 써넣는 것에 대해선 국민적 토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9조 1항은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초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해당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그 행사를 국제분쟁의 해결수단으로 영원히 포기한다”, 2항은 “전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과 그밖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를 수정할 경우 거센 비판과 반발이 불어닥칠 것이 뻔하다. 아베는 ‘우회로’를 택했다.

 

자민당이 지난 3월 낸 시안은 ‘9조의 2’를 신설해, 9조의 2-1항을 “전조의 규정은 우리나라의 평화와 독립을 지켜 나라와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자위의 조치를 갖는 것을 막지 않으며, 이를 위해 실력조직으로서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내각의 수장에 해당하는 내각총리대신을 최고 지휘감독자로 한 자위대를 보유한다”, 9조의 2-2항 “자위대의 행동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회의 승인, 그밖의 통제에 따른다”고 규정하자고 했다. ‘군대’나 ‘전력’이라는 말을 쓸 수 없으니 ‘실력조직’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자위대를 헌법에 명시해 군대를 보유하겠다는 얘기다.

 

 

아베가 가지 않은 길

 

아베는 2013년 9월 미국의 한 보수적인 싱크탱크에서 연설하며 “나를 ‘우익 군국주의자’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불러도 괜찮다”고 말했다. ‘우익 군국주의자’의 길이 아베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아니었다. 오늘의 그를 있게 한 뿌리를 살펴보면 다른 길도 있었다.

 

아베는 할아버지·아버지로부터 선거구(시모노세키가 포함된 야마구치 4구)를 물려받은 3대 세습의원이다. 부모, 장인·장모(시아버지·시어머니), 조부모 또는 3촌 이내의 친척 가운데 국회의원이 있고, 이들의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된 이를 세습의원이라고 한다.

 

기시 노부스케(앞줄 가운데) 전 일본 총리가 손자인 아베 신조를 무릎에 앉히고 가족사진을 찍었다. 앞줄 맨 오른쪽이 신조의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 뒷줄 오른쪽에 서 있는 여성이 어머니 요코, 그리고 앞줄 맨 왼쪽이 형 히로노부다. 일본 총리관저 제공
기시 노부스케(앞줄 가운데) 전 일본 총리가 손자인 아베 신조를 무릎에 앉히고 가족사진을 찍었다. 앞줄 맨 오른쪽이 신조의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 뒷줄 오른쪽에 서 있는 여성이 어머니 요코, 그리고 앞줄 맨 왼쪽이 형 히로노부다. 일본 총리관저 제공
아베는 할아버지 때부터 닦아놓은 지역구를 물려받고 있지만, 할아버지 아베 간(1894~1946)을 언급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간은 신조가 태어나기 전에 숨졌다. 그러나 신조는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고 있다. “내 친할아버지는 아베 간이라는 분이다. 익찬선거라는 것에 반대해 익찬회가 아닌 비익찬회로서 당선된 매우 드문 의원이었고, 반 도조 (히데키) 정권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지켜온 의원이기도 했다.”

 

‘익찬선거’는 1942년 4월 치러진 중의원 선거를 말한다. 일본은 1941년 12월 하와이 진주만을 공습하며 미국과 태평양전쟁을 시작했다. 도조 히데키(1884~1948, A급 전범으로 기소돼 교수형) 내각은 전쟁 수행을 위해 ‘익찬정치체제협의회’를 만들어 군부의 정책에 협력하는 이들만 중의원 후보에 추천했다. 앞서 1940년 모든 정당이 해산되고 관제 국민통제조직인 ‘대정익찬회’가 만들어졌다. 협의회는 ‘대동아공영권 확립’이라는 이념에 불타는 인물 등을 후보로 추천했다. 비추천 후보들은 경찰의 탄압을 받았다. 아베 간은 도조 내각과 전쟁에 반대한 평화주의자였다. 협의회 추천 후보 466명 가운데 381명이 당선했고, 비추천 후보는 613명이나 됐으나 당선자는 85명에 그쳤다. 간은 중의원에 재선됐다.

 

야마구치현 오쓰군 헤키초(현재 나가토시)에서 태어난 간의 집안은 대대로 간장 등을 만드는 양조업을 하고, 논밭과 산림을 많이 소유한 지주였다. 간은 도쿄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정치자금을 만들기 위해’ 도쿄에서 자전거를 만들어 파는 상회를 설립했다. 이웃마을 유력가문의 시즈코와 1921년 결혼했지만 1924년 이혼하고 갓 태어난 아들 아베 신타로(1924~1991)를 안고 귀향했다. 이후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주민들이 찾아와 촌장을 맡아달라고 간청했을 정도로 신망이 높았다고 한다. 그는 1937년 4월 무소속으로 중의원에 처음 당선됐다.

 

 

할아버지의 반전·평화·친노동

 

이때 간의 선거 공보물에는 “이번 총선거는 시대인식에 대한 근본적인 각오를 묻는 중대한 총선거” “국제 정세가 극도로 긴박해 2차 세계대전의 위기를 잉태하고 있는 상태” “해가 갈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져… 아무리 일을 해도 생활의 안정을 얻을 수 없는 노동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등의 문구가 담겨 있다. 또 “국민의 이익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재벌 특권계급의 앞잡이가 되고 있다”고 기존 정당들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신흥정당”을 만들고 싶다며 군부와 선을 그었다.

 

1961년 11월 일본을 방문한 박정희(가운데)가 총리관저 만찬회에서 기시 노부스케(왼쪽) 등을 만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제공
1961년 11월 일본을 방문한 박정희(가운데)가 총리관저 만찬회에서 기시 노부스케(왼쪽) 등을 만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제공
간은 1945년 일본이 항복하기 전 건강이 악화해 고향으로 돌아가 병상에 누웠다. 뜻을 채 펴보지도 못하고 1946년 1월 숨졌다. 아들 신타로는 당시 나이가 되지 않아 피선거권이 없었다. 1946년 4월 선거를 앞두고 ‘원 포인트’ 후계자가 필요했다. 친척인 의사 기무라 요시오가 낙점됐다. 기무라는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 중의원에 만들어진 제국헌법개정안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해 평화헌법 제정에 기여했다. 간의 후계자로서 그의 뜻을 이어받은 것이다.

 

간이 병상에 있던 1945년 봄, 아들 신타로가 찾아왔다. 신타로는 도쿄대 법학부 진학이 결정됐으나, 학교에는 가지 못하고 1944년 10월 해군 시가항공대에 징병됐다. 그리고 자살공격을 뜻하는 ‘특공’에 지원했다. 군대에서는 부모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오라고 했다. 간은 아들에게 “전쟁에서 패배할 것이다. 쓸데없이 죽거나 하진 말거라”라고 당부했다. 신타로는 7월 특공훈련을 받고 출격을 기다리다 종전을 맞았다. 그는 나중에 “조금만 늦었어도 나는 특공대로 출격해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평화는 소중한 것이기에 귀중히 여겨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신타로가 정치인이 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다. 그는 “아버지는 대정당(익찬회)을 적으로 돌리고 금권부패를 규탄했으며, 평생 일관되게 전쟁에 반대하는 자세를 이어갔다. 아버지에게 정치가로서의 신념과 청렴결백함을 배웠다”고 했다.

 

 

“나는 기시의 데릴사위가 아니다”

 

신타로는 대학 졸업 뒤 “살아있는 정치를 알아야겠다”고 생각해 기자가 되기로 하고 1949년 <마이니치신문>에 입사했다. 2년 뒤 선배의 소개로 기시 노부스케(1896~1987)의 큰딸 요코(99)와 결혼한다. 신타로는 “내가 (전범 용의자의 딸과) 결혼을 해준 것”이라고 주위에 말했다고 한다. 1956년 기시가 외무상이 되자 신타로는 신문사를 그만두고 기시의 비서관이 됐다. 1958년 5월 아버지의 지역구에 출마해 중의원에 당선됐다. 기시 가문의 후광을 입고 신타로는 출세의 길을 달렸다. 관방장관, 외무상, 자민당 간사장 등을 역임하고 총리 물망에 올랐다. 그래도 그는 입버릇처럼 “나는 기시 노부스케의 데릴사위가 아니다. 아베 간의 아들이다”라고 말하곤 했다. 1991년 췌장암으로 숨지면서 총리의 꿈도 스러졌다.

 

신타로가 숨진 뒤 <마이니치신문>은 “기시 노부스케, 후쿠다 다케오라는 자민당의 매파 계보를 이어 보수의 본령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평화헌법 옹호론자로서 야당과의 관계에서도 유연한 노선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보수 정치인이었지만 평화주의를 추구했다. 1985년 12월 외무상이었던 신타로는 중의원 외교위원회에서 “세계대전은 일본을 망국의 위기에 빠뜨린 매우 잘못된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국제적으로도 이 전쟁은 침략전쟁이었다는 엄혹한 비판이 있다. 정부도 그런 비판을 충분히 인식하며 대응해가야 한다”며 전향적인 역사인식을 내보였다. 그는 아들에게도 “신조야, 나는 기시의 데릴사위가 아니다. 나는 아베 간의 아들이다. 난 반전평화니까”라고 자주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조가 택한 길은 ‘아베 간의 길’이 아닌 ‘기시 노부스케의 길’이었다.

 

신조는 1996년 공저로 낸 <보수혁명선언>에서 “아버지는 전쟁이라고 하는 지극히 비극적인 경험을 했던 당사자로서 그 체험이 사상 형성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게 된 것입니다… 할아버지(기시)의 경우는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어떤 의미로 일본이 대단히 비약적인 전진을 달성했던 영광의 시절이 청춘이었으며 젊은 날의 인생 그 자체였습니다”라고 썼다. 아버지의 전쟁 체험을 ‘사상 형성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운 것’으로 평가한 반면, 외할아버지의 청춘 시절 일본이 러일전쟁, 한반도 식민지배, 만주 침략 등으로 나아간 때를 ‘영광의 길’이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기시 노부스케의 길

 

‘쇼와의 요괴’로 불린 기시는 1896년 11월 야마구치현 구마게군 다부세초에서 태어났다. 기시의 동생은 ‘비핵 3원칙’(핵무기는 만들지도 않고, 갖지도 않으며, 반입을 허용하지 않는다)을 선언해 197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사토 에이사쿠(1901~1975) 전 총리다.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관료가 된 기시는 1936년 10월 일본의 괴뢰국인 만주국의 총무사장이 됐고, 국가 주도형 ‘산업개발 5개년 계획’을 실시했다. 이는 이후 한국에서 박정희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모델이 되었다. 1941년 만주군 출신의 도조 히데키가 총리가 되자 상공대신에 임명됐다. 태평양전쟁이 시작된 뒤 전시물자를 통제하는 군수차관을 맡았다. 그러나 1944년 사이판이 함락되자 조기 종전을 주장하며 도조와 대립했고, 이 대립이 도조 내각의 붕괴를 불렀다. 일본의 각의(한국의 국무회의)는 만장일치제이기 때문이다. 이때의 일이 그가 전후 전범으로 기소되는 것을 면한 이유 중 하나가 된다.

 

이 무렵 기시는 아베 간을 문병했다. 사상적으로 정반대였던 간을 찾아간 이유는 분명치 않다. 기시의 직계 중의원 의원으로 자치상 등을 지낸 후키다 아키라(1927~2017)는 “기시 선생은 아베 간 선생이 훌륭한 분이었다며 평생 존경했다. 정치가로서보다 인간으로서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그는 “(기시는) 아베 간의 아들이라면 괜찮다, 똑바른 사람일 것이라고 했다”며 신타로와 요코의 결혼 배경을 설명한다.

 

기시는 1945년 9월 에이(A)급 전범 용의자로 체포돼 3년여 동안 형무소에 수감됐으나 기소를 면하고 1948년 12월24일 석방된다. 도조 등은 하루 전 처형됐다. 기시는 1953년 3월 야마구치현에서 출마해 중의원에 당선됐다. 당시 총리는 요시다 시게루(1878~1967)로, ‘안보는 미국에 맡기고, 일본은 경제부흥에 집중한다’는 이른바 ‘요시다 독트린’을 내놓았다. 요시다는 “새 헌법(평화헌법)은 일본이 세계에 자랑스러워해야 할 참으로 훌륭한 헌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시는 평화헌법을 ‘점령국이 강요한 헌법’으로 봤다. 그는 “현재의 헌법은 (미국이) 점령정책을 실시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었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평화헌법을 개정하는 것이었다. 기시는 보수대연합을 주도하며 1955년 자민당을 탄생시키고, 초대 간사장을 맡았다. 1957년 총리가 된 기시는 1960년 5월 미-일 안보조약 개정안을 의회에서 날치기로 통과시켜 거센 반발을 불렀다.(아베 신조도 2015년 9월 안보법제를 날치기 통과시켰다.) 시민들은 일본 내 미군기지가 아시아에서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 사용될 수 있는 것에 반대했다. 기시는 “나는 결코 틀리지 않았다. 살해당한다면 바라는 바다”라고 말하며 버텼다. 결국 두달 뒤인 7월 총리에서 물러났다. 헌법 개정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다정했던 외할아버지, 차가웠던 아버지

 

기시는 ‘요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신조한테는 자상한 할아버지였다. 신조는 1954년 도쿄에서 신타로와 요코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기시는 손자들을 자주 불러서 함께 놀았다. 요코는 “아버지는 손자들을 귀여워해 시간이 되면 언제든 함께했다”고 말했다. 기시는 손자들을 등에 올려 말을 태워주곤 했다. 신조는 “외할아버지는 에이급 전범 용의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야’라고 어린 마음에 생각했고, 그러한 분위기에 반발심이 생겼다”고 말한다.

 

<교도통신> 정치부 기자 출신의 노가미 다다오키는 “신조의 기시에 대한 사상적 편향을 이해하기 위해 놓쳐서는 안 되는 게 아버지와의 관계”라고 말한다. 아버지에 대한 반발로 기시한테 쏠린 게 아니냐는 얘기다. 신조는 소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모두 부유한 집의 자녀들이 다니는 사립 세이케이학원에서 다녔다. 자동적으로 상급학교로 진학해, 입시를 치른 적이 없다. 신조는 이른바 명문대로 불리는 도쿄대나 게이오대, 와세다대를 갈 성적이 못 됐다. 할아버지·외할아버지·아버지는 모두 도쿄대를 나왔다. 신타로가 “도쿄대에 가라”고 신조를 닦달하고, “대학은 도쿄대밖에 없다고 생각하라”면서 두꺼운 사전으로 신조의 머리를 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는 증언도 있다.

 

지난 20일 치러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박수를 치는 동료 의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지난 20일 치러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박수를 치는 동료 의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자민당 총재 3연임에 성공한 아베 
“드디어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싶다” 
‘실력조직’이란 말 만들어 자위대를 
명시하는 개헌안 임시국회 제출 뜻

 

 

아베 “나를 군국주의자라 불러도 돼” 
할아버지는 ‘평화주의’ 길 걸으며 
‘전범’ 도조 히데키 내각·전쟁에 반대 
참전한 아들에게도 “쓸데없이 죽지 마라”

 

 

기시 노부스케 딸과 결혼한 아버지 
“나는 기시의 데릴사위가 아니다” 
평화헌법 옹호하며 반전·평화 노선 
아베는 정반대 ‘기시의 길’ 선택

 

 

“일본의 영광의 시절이 외조부 청춘” 
도쿄대에 가라는 아버지와의 갈등도 
기시에게 편향되게 했다는 분석도 
평범했던 아베, 정계에서 우익 노선

 

 

일본인 납치문제 계기 총리직 올라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헌법 해석 바꾸고, 안보법제 날치기 
반대여론 커 개헌 이뤄질지 불투명

 

 

신조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세이케이대 법학부를 다닌 동창생들은 “아무리 기억해보려고 해도 인상이나 기억에 남는 게 없다”고 할 정도다. 신조는 대학 졸업 뒤 미국으로 어학연수 겸 유학을 갔다 2년 만에 귀국해 고베제강소에 ‘정략 취직’했다. 1982년 외무상이 된 신타로는 신조에게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비서관이 되라고 했다. 아베는 잠시 저항했다. 아버지에 대한 반발과 회사 일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회사가 퇴직 설득에 나섰고, 신조는 정계에 발을 디뎠다. 1993년 아버지의 지역구에서 중의원에 당선됐다. 이 선거에서 자민당은 1955년 이후 처음으로 여당에서 야당으로 추락했다.

 

신조의 형 히로노부는 “어린 시절부터 정치가가 되기 싫었다”고 하면서, 큰아들인 자신이 아버지의 뒤를 잇지 않은 이유를 설명한다. 그는 “(신조가 정계에 입문한 뒤)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는 사이에 기시의 사고방식에 강한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고베제강소에서 신조의 상사였던 야노 신지는 “그(신조)가 확고한 신념을 가진 우파라는 것은 전혀 느낀 적이 없다. 정치권에 들어간 다음에 몸에 익힌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강아지가 늑대 새끼 무리에 들어간 것처럼, 이후 그렇게 돼버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15년 9월19일 안보법제 제정·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국회 앞에서 “위헌” “폐안”이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2015년 9월19일 안보법제 제정·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국회 앞에서 “위헌” “폐안”이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도련님에서 매파의 기수로

 

1993년 8월 비자민당 연합세력으로 집권한 호소카와 모리히로(80)는 총리 취임 기자회견에서 “(지난 전쟁은) 침략전쟁, 잘못된 전쟁이었다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발한 자민당의 우파 의원들은 ‘역사·검토위원회’를 만들어 1995년 ‘대동아전쟁의 총괄’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일본이 수행한 대동아전쟁은 자존·자위의 아시아 해방전쟁으로 침략전쟁이 아니고, 난징대학살이나 위안부는 날조로 사실이 아니며, 가해·전쟁범죄는 없다”고 했다. 이 위원회에 초선이던 아베도 참여했다. 아베는 이후 우익활동에 적극 나서면서 ‘부잣집 도련님’에서 ‘매파의 귀공자’로 변해갔다.

 

아베가 스타가 된 결정적 계기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였다. 2002년 9일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76) 총리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북-일 국교정상화를 위해서였다. 이날 오전 북한은 일본이 납치 피해자라며 조사를 요청한 이들에 대해 ‘5명 생존, 8명 사망’이라고 통보했다. 8명 사망 소식에 고이즈미 등은 망연자실했다. 관방부장관으로 회담에 참가했던 아베는 “(사망자에 대한) 설명과 사죄가 없다면 공동선언에 서명하지 않는 게 좋다. 그때는 자리를 박차고 돌아가자”고 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유감스러운 일이 있었음을 솔직히 사죄하고 싶다”고 했고, 고이즈미는 평양선언에 서명했다. 두 나라는 국교정상화 회담도 재개하기로 했다.

 

일본 사회는 8명 사망 소식에 충격에 빠졌다. 아베는 최대 수혜자였다. 평양에서 강경론을 주도한 게 알려지면서 ‘믿을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납치 피해자 5명이 일본에 일시 귀국한 뒤 이들을 북한에 돌려보내는 것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을 때 정부는 피해자들한테 맡기자는 태도였다. 아베는 “국가가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결국 정부는 돌려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북한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때 아베한테는 ‘납치의 아베’라는 별명이 붙었다. 스타가 된 아베는 2003년 자민당 간사장에 발탁됐고, 2005년에 관방장관에 임명돼 사실상 고이즈미의 후계자로 낙점을 받았다.

 

2006년 9월 총리에 취임한 아베는 전쟁을 겪지 않은 첫 총리였다. 아베는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와 ‘전후체제로부터의 탈각’을 내세웠다. 전후체제에서 벗어나겠다는 건 연합군총사령부(GHQ)가 ‘강요한’ 평화헌법 등을 해체하겠다는 뜻이다. 교육기본법을 개정하고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시키고, 국민투표법을 제정하며 한걸음씩 나아갔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도 무력화하려 했으나, 미국 하원이 2007년 7월 일본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면서 좌절됐다. 각료들의 정치자금 스캔들 등으로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하고 궤양성 대장염으로 건강이 악화된 아베는 9월 총리에서 물러났다. 아베는 “어떤 칼럼니스트가 학교에서 ‘아베한다’는 말이 유행하는 현상에 대한 글을 썼다. ‘아베한다’는 도중에 일을 내던지는 뜻이라고 했다”고, 당시의 참담한 심경을 말한다.

 

 

참담한 실패와 재기

 

아베는 산에 오르며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 신약으로 궤양성 대장염도 치료됐다. 재기에 나선 아베는 2009년 8월 중의원 선거에 당선했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지진해일(쓰나미)이 발생해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쳤다. 주위에선 경제를 파고들어야 재집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때부터 아베는 ‘아베노믹스’의 핵심이라 할 양적완화(대규모 유동성 공급)를 주장했다. 2012년 9월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 아베가 도전할 것이라는 예상은 적었다.

 

아베의 마음을 돌린 것은 기시 노부스케의 선거구를 물려받은 후키다 아키라로 알려졌다. 그는 아베에게 “기시 선생은 정치가는 일단 정치가가 됐으면 완전 연소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네. 기시 선생은 ‘다시 한번 총리가 돼 헌법을 개정하고 싶다’고 자주 말씀하셨다네. 당신에게도 미련이 있을 것이네. 승패는 신경쓰지 말고 나서게”라고 했다. 아베는 올해도 맞붙은 이시바한테 1차 투표에서는 뒤졌으나 국회의원만 투표권을 갖는 2차 투표에서 이겨 당선됐다.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는 2013년 4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침략’의 정의에 대해서는 학문적으로도 국제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 문제제기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침략’ 전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1995년 8월15일 사회당 출신의 무라야마 도미이치(94) 총리는 종전 50년을 맞아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들, 특히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습니다. 저는 미래에 잘못이 없도록 하기 위해 의심할 여지도 없는 이와 같은 역사의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여기서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합니다”라고 밝혔었다. 아베는 2013년 12월 야스쿠니신사도 방문했다.

 

 

최종 목표, 개헌

 

역대 일본 정부는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외국이 무력 공격을 받으면 이를 무력으로 저지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헌법상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아베는 2014년 각의 결정으로 이를 뒤집으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허용된다고 헌법 해석을 바꿨다. 이어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2015년 자위대법, 중요영향사태법 등 이른바 ‘안보법제’를 개정·제정했다. 9월18일 한밤중에 참의원 본회의에서 날치기 통과시켰다. 자위대는 미군이 가는 곳이면 세계 어느 곳이든 따라가 미군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

 

2015년 9월23일 일본 도쿄에서 2만5000여명의 시민이 아베 신조 정권의 안보법제 제정·개정 강행처리와 원전 재가동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2015년 9월23일 일본 도쿄에서 2만5000여명의 시민이 아베 신조 정권의 안보법제 제정·개정 강행처리와 원전 재가동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이제 아베는 헌법 자체를 바꿔 외할아버지의 염원을 실현시키려 한다. 그러나 실제 개헌에 이르는 길은 평탄하지 않다. 개헌 찬성 세력이 중의원과 참의원의 3분의 2 이상이지만, 국민투표를 통과할지는 알 수 없다. <교도통신>이 지난 20~2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아베가 가을 임시국회에 개헌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응답자의 51%가 “반대한다”고 답했고, “찬성한다”는 35.7%였다. 상당수 일본인들이 개헌에 동의하지 않는 셈이다.

 

스즈키 게이스케(41) 자민당 청년국장(중의원 의원)은 미국 경제신문 <월스트리트 저널>이 개헌 찬성이 어느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느냐고 묻자 “높게 나오면 60%가 나올 수 있지만, 투표 당일 북한이 미사일을 쏴주면 80%는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과 핵실험,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등을 빌미로 힘을 키워온 일본 우익의 셈법이다. 한반도의 긴장완화가 개헌을 추진하는 그들에겐 탐탁지 않다. 섣불리 국민투표를 밀어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투표에서 부결되기라도 하면 다시 개헌을 추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아베가 국민들의 반대와 주변국들의 반발 등을 무릅쓰며 사활을 걸고 개헌을 강행할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참고자료

 

<아베 삼대>(아오키 오사무 지음)

 

<아베 신조, 침묵의 가면>(노가미 다다오키 지음)

 

<아베는 누구인가>(길윤형 지음)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863747.html?_fr=mt1#csidx391df401b70d33db677c7d01be22b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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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색한 폭로전과 대정부 투쟁에 되레 폭탄 끌어안은 심재철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정부·청와대와 정면충돌...법적 공방까지 가시화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8-09-28 20:49:02
수정 2018-09-28 20: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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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자료를 불법으로 다운 및 열람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재부 자료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재부 자료를 불법으로 다운 및 열람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재부 자료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정부의 비공개 예산 정보에 접근해 확보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자료를 마구잡이로 공개하며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을 제기했다가 오히려 역공을 맞는 모양새다.

자료 확보 경위를 둘러싼 위법 논란으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심 의원의 잇따른 폭로전으로 인해 청와대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으로 번졌다.

하지만 심 의원이 제기한 의혹의 근거가 다소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여론만 더 악화된 꼴이다. 심 의원과 함께 대정부 투쟁에 당력을 집중하던 자유한국당도 덩달아 머쓱해진 형국이다.

비인가 자료 유출 논란 속에서 막무가내 청와대 자료 공개한 심재철

당초 비인가 자료 유출 경위를 둘러싼 논란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이 사태가 더 심각해진 건 심 의원이 내려 받은 자료를 언론에 잇따라 공개하면서다. 

심 의원은 기획재정부와 재정정보원으로부터 고발 당한 다음 날인 지난 18일 '청와대가 업무추진비를 불법적으로 집행한 증거'라며 디브레인 접속을 통해 확보한 일부 자료를 언론에 전격 공개했다. 해당 자료 확보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심 의원은 '국민의 알 권리'를 주장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사실이 아니다'라며 즉각 반박했음에도, 심 의원은 21일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수행원들이 업무추진비 예산을 한방병원에서 사적으로 사용했다'며 추가 의혹을 제기했고, 2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에서 업무추진비를 심야시간이나 주말에도 쓰는 등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 검찰은 21일 심 의원의 국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이후 추석연휴를 보낸 27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은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하며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이에 탄력을 받은 듯, 심 의원은 28일에는 급기야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청와대 내부 회의에 참석을 하면서도 회의 참석을 명목으로 부당한 수당을 받아왔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당사자 실명까지 모두 공개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위 사실"이라며 심 의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대응 수위를 높였다. 심 의원과 청와대가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 것이다.

청와대는 인수위원회 없이 작년 대선 다음 날 곧바로 출범했던 정부 특성상 신정부 출범 초기에 한해 각 분야 전문가를 정식 임용에 앞서 정책자문위원 자격으로 월급 대신 최소수당을 지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심 의원은 "청와대 신원조회 기간인 약 한 달간은 봉급이나 수당을 지급할 법적 근거가 없다"라고 재반박에 나섰지만, 청와대 역시 "예산집행지침을 한 줄도 읽어보지 않은 주장"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정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이 2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참모진들이 내부 회의 참석 수당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폭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정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이 2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참모진들이 내부 회의 참석 수당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폭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시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짠돌이'라는 별명을 안고 있는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이날 작심한 듯 업무추진비가 미용 서비스 등에 부적절하게 사용됐다는 심 의원의 의혹 제기에 직접 반박에 나서면서 청와대에 힘을 실었다.  

심 의원이 마치 청와대가 '미용업종'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처럼 의혹을 몰아갔으나, 청와대 확인 결과 카드사의 오류로 업종이 잘못 분류됐을 뿐 평창동계올림픽 관계자 격려금 등으로 사용된 것이었다는 해명이다.  

게다가 사용 규모도 '1인당 목욕비 5,500원', '치킨・피자 제공 6만원', '고깃집 오찬 6만원' 등으로 약소했고, 내역 역시 부당한 사용이라고 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심 의원의 거창해 보이던 의혹 제기가 다소 궁색해 보이는 대목이다.  

이로 인해 정치권 밖에서는 심 의원이 국회 부의장을 지낼 때 받은 업무추진비와 특수활동비부터 공개하라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업무추진비로 따지자면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이 합쳐서 연간 71억원 수준이고, 국회가 103억원으로 국회가 더 많다"라며 "자유한국당이 국민의 알 권리를 얘기하던데, 그렇다면 자기들이 국회에서 써 왔던 업무추진비부터 공개하는게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심재철 의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심재철 의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뉴시스

자유한국당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 고발" 으름장 
민주당 "가짜뉴스 생산 말라" 비판
 

이런 상황에서 여야는 대치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예고한대로 이날 대대적인 대정부 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이날 오후 검찰의 심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과 관련해 대법원과 대검찰청을 항의방문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 발의를 검토하고,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면밀히 검토해서 부정 사용이 발견되면 공금유용 및 횡령 혐의로 전원을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정국을 흔들 정도의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내역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자유한국당은 되레 여론의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불법자료 유출도 모자라 기초적인 검증도 없이 자료를 공개한 것은 또 다른 범죄 행위"라며 심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심 의원은) 오히려 국가기밀을 무분별하게 유출하고, 심지어 탈취한 국가기밀로 '유흥주점에 결재했다', '꼼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는 등의 온갖 가짜뉴스까지 생산하고 있다"라며 "전대미문의 국회의원 '국가기밀 불법탈취 사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야당 탄압'을 내세운 물타기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왼쪽)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이 28일 국회 의안과에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국가기밀 탈취 관련 윤리위 징계 요청안을 제출하고 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왼쪽)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이 28일 국회 의안과에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국가기밀 탈취 관련 윤리위 징계 요청안을 제출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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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의 기록, 철책보다 더 무서운 게 먹고 사는 일이었다

[프레시안 books] 김녕만의 <분단의 현장 판문점과 DMZ>
2018.09.28 21:45:39
 

 

 

 

"처음엔 판문점과 비무장지대만 분단의 현장이라고 생각했다. 늘 철책 너머 그 안쪽으로만 골몰했던 시선을 돌리자 접경지역 사람들의 삶이 눈에 들어왔다. 철책 바로 아래까지 농작물을 심고 하루종일 멈추지 않는 대북 대남방송의 웅성거림 속에서 삶을 영위해가는 사람들을 접했을 때 아찔한 전율이 왔다. "이것이 삶이구나. 어떤 상황에서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계속되는 것이로구나." 지뢰 팻말이 매달린 철책 옆에서 고추모종을 하는 농민, 풍년을 꿈꾸며 모내기를 하고 있는 농민, 논을 갈아엎는 이양기 뒤를 따라가며 뒤집어진 땅 속에서 기어 나온 벌레를 잡아먹는 백로와 왜가리, 저어새...
 
철책보다 더 무서운 것이 먹고 사는 일이었다." 
 
(김녕만 사진집 <분단의 현장 판문점과 DMZ> 中) 
 

▲김녕만 사진집 <분단의 현장 판문점과 DMZ>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SF 영화에 나오는 판타지로 생각할 것 같다"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 말이다. 김 위원장 스스로 자신이 처한 현실을 '판타지'로 느꼈다.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 산책을 하고 배석자도, 통역도 없는 회담을 진행했을 때 많은 이들이 "초현실적 광경"이라고 평했다. 보고도 믿지 못할 풍경들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초현실적 판타지. 전쟁과 분단, 단단하게 구축된 비정한 현실의 논리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인식에 던져진 파장은 컸다. 한반도에 정말 평화가 오는 것일까.  
 
우리 땅에는 초현실적인 곳이 많다. DMZ(비무장지대)와 판문점이 대표적인 곳이다. 5000년을 오갔던 땅이지만 65년간 방치된 곳이다. 지금은 따로 없지만, 예전엔 '판문점 출입기자'가 있었다. 그렇다고 판문점에 상주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남북정상회담이 생중계되고 수많은 미디어가 실시간으로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시대가 아니던 때에는 제한된 미디어만 그 긴장의 집을 드나들 수밖에 없었다.  
 
동아일보 사진기자로 1983년~85년, 1988년~94년 판문점 출입기자를 지낸 사진 작가 김녕만의 사진집 <분단의 현장 판문점과 DMZ>(도서출판 윤진, 2018년 7월)은 판문점과 DMZ, NLL(북방한계선) 등 분단 현장의 기록이다. 김녕만은 1980년 광주를 기록했고, 냉전 말기 베트남을 찾아 전쟁의 상흔을 기록했으며, 한반도 분단의 현장에 천착해 왔다. 사진기자로서, 사진 작가로서 아시아 냉전의 시대와 한국의 현대사를 관통해온 셈이다. 
 
4.27판문점 선언 이후 판문점이 평화의 상징으로  탈바꿈한 것은 대사건이다. 공간이 주는 진정한 힘은, 그 공간 자체가 아니라, 그 공간이 우리에게 어떠한 기억으로 남을 때다. 김녕만은 판문점을 "80년대와 90년대에도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고 남북 스포츠 교류, 북한의 수해물자 전달 등 대화의 기조가 이어지다가도, 금세 상황이 급변하면 긴장이 감도는 분위기로 반전되는 일이 수없이 반복"되던 곳으로 기억한다. 도끼날이 오가기도, 평화의 사절이 오가기도 하던 곳이 그곳이었다.  
 
두려움과 슬픔, 희망이 뒤섞인 그 공간에서 저널리스트들은 고군분투했다. 1992년 2월 평양에서 열리는 제 6차 남북 고위급 회담을 위해 판문점에서 북측 지역으로 가던 남북의 장교가 전날 눈이 내려 미끄러운 내리막길에서 빙판에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반사적으로 손을 잡은 짧은 순간을 포착해낸 사진은 깊은 울림을 갖는다. 긴장감을 그대로 전해야 할 의무 속에서도 '한국'의 저널리스트들은 그렇게 애태우며 작은 희망을 기록해 왔다.   
 

▲도서출판 윤진 제공 ⓒ김녕만

김녕만의 분단 기록은 2000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1983년부터 2000년 이전까지는 사진기자의 신분으로 판문점과 비무장지대의 '안'을 취재했고, 2000년 이후부터는 신문사를 퇴직하고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의 작업으로 비무장지대와 접경지역의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철원에는 분단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생창리 용양보는 참으로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다. DMZ 철책선이 북진하는 바람에 지금은 제한적으로 민간인도 들어갈 수 있게 된 용양보는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 마치 태고적 풍경처럼 정갈하고 신비롭다. 왕버드나무가 군락을 이룬 물가로 각종 새들이 날고 부서진 출렁다리 목책에는 가마우지가 나란히 줄지어 앉아 사람들을 무심하게 바라본다. 그 뒤로 멀리 높은 산봉우리에 북한군  초소가 작은 점으로 보인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그곳에 고요히 서면 분단의 현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미래의 우리 후손들이 분단의 역사를 어떻게 평가하고 기억할 것인지 아득해진다."  
 
"강화도에서 더 서쪽 교동도에는 엄마 손을 잡고 바다 건너 황해도 연백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고향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 엄마를 따라온 한 소년은 어른이 되어 시장골목에 이발소를 차렸고 백발이 되도록 그 자리에서 그대로 이발사로 늙어가고 있다." 
 
김녕만의 '분단의 현장'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다. DMZ은 철책, 경계선 그 자체만이 아니다. 지뢰 표지판을 등지고 땅을 가는 농부의 삶이고, 정갈한 늪 속에서 헤험치는 노루의 삶이며, 남측을 노려보는 이름 모를 북한 병사의 삶이기도 하다. 사진 속에는 '선'이 없다. '선'이 있을 것이라 상상한 곳에 세워진 철책만 있다. 분단선 근처의 풍경 사진을 보다 보면 경계선이란 건 마음속에 있어서 단단한 것이지, 물리적 철책 자체로 단단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 마음 속 분단을 허무는 작업들이 지금 한반도 주변에서 진행중이다. 김녕만의 사진들이 판타지같으면서 판타지같지 않은 이유다.  
 

▲도서출판 윤진 제공 ⓒ김녕만

▲도서출판 윤진 제공 ⓒ김녕만

▲도서출판 윤진 제공 ⓒ김녕만

▲도서출판 윤진 제공 ⓒ김녕만

 

박세열 기자 ilys123@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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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현대기아차는 무법지대인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8/09/29 11:05
  • 수정일
    2018/09/29 11:0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민주노총, “현대기아차는 무법지대인가?”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09/29 [00:25]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민주노총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기아차는 즉각 직접교섭에 나와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사진 : 노동과세계)     © 편집국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지 9일째집단단식을 시작한지 7일째인 28일 민주노총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기아차는 즉각 직접교섭에 나와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4년 전 노동부가 불법파견이라 판정한 현대·기아차에 정규직전환 시정명령을 내려달며 농성중이다.

 

지난 8월 1일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현대·기아차 불법파견에 대한 직접고용 명령당사자 간 협의 등 적극적 조치를 권고했다하지만 이후 면담이 진행됐으나 노동부는 사측에게 시간만 벌어줬다는 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가다사측과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당사자를 배제한 채 특별채용에 합의했다현재 고용노동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퇴거요청서만 6차례 보낸 상태다.

 

민주노총은 재벌 앞에만 가면 무용지물이 되는 대한민국의 법치와 행정력은 더 이상 공신력이 없다며 현대기아차의 정몽구삼성의 이재용을 그들이 저지른 죗값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재벌천국 노동지옥인 나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온 나라에 파견노동자용역노동자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넘쳐난다통계에 잡힌 것만 300인 이상 기업에서 90만 명을 차지하고 있다며 다른 정책 수단 없이 불법파견 비정규직을 법대로 정규직 전환만 해도 좋은 일자리 수십만 개가 창출된다고 지적했다.

 

▲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4층에서 점거 농성을 벌인지 9일 , 단식 농성 7일째를 맞고 있다. (사진 : 노동과세계)     © 편집국

 

민주노총은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 문제가 고용노동부의 의도적인 직무유기로 더 이상 방치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며 스스로 직무를 유기하고범법자를 비호하고적폐행정을 덮으려는 고용노동부가 퇴거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적반하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향후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투쟁을 적극 엄호한다는 계획이다.

 

------------------------------------------------------------------

<기자회견문>

 

고용노동부는 불법파견 직접고용 시정명령 권고 즉각 이행하라!

 

현대기아차는 무법지대인가언제까지 법을 농락하며 법 위에 군림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는가? 14년 전 고용노동부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불법파견이라는 판정을 했다이후 법원 하급심과 대법원은 일관되게 현대기아차 뿐만아니라 자동차 공장 사내하청노동자는 모두 불법파견임을 확인하고 판결했다고용노동부 스스로 적폐행정을 청산하겠다며 설치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도 법원 판결에 따른 직접고용 시정명령과 현대기아차 원청과 당사자인 비정규직지회와의 협의를 적극 중재하라는 권고결정을 내렸다.

 

이 모든 결정과 판결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고 당당하게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치외법권 자본인가되묻지 않을 수 없다재벌 앞에만 가면 무용지물이 되는 대한민국의 법치와 행정력은 더 이상 공신력이 없다어제 검찰은 삼성의 노조파괴 범죄 수사결과 발표를 하면서 전사적인 역량이 동원된 조직범죄로 규정했다그러나 조직범죄임에도 조직의 우두머리인 이재용이 관여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며 면죄부를 주었다현대기아차의 정몽구삼성의 이재용을 그들이 저지른 죗값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재벌천국 노동지옥인 나라일 뿐이다.

 

지금 온 나라에 파견노동자용역노동자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넘쳐난다통계에 잡힌 것만 300인 이상 기업에서 90만 명을 차지하고 있다비정규직 중에서도 악성종양 같은 나쁜 일자리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그 중에서 다른 정책 수단 없이 불법파견 비정규직을 법대로 정규직 전환만 해도 좋은 일자리 수십만 개가 창출된다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불법파견 천국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을 법대로 바로잡는 것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이 될 것이다.

 

이재갑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은 어제 취임식에서 "일자리 문제 해결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미조직 노동자특수고용직 등 취약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호하는 것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지지한다그러나 바로 이 자리에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자는 노동자들의 절규가 있고법의 사각지대에서 무법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현대기아차 정몽구-정의선이 있다이곳이 장관이 있어야 할 현장이다.

 

민주노총은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 문제가 고용노동부의 의도적인 직무유기로 더 이상 방치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스스로 직무를 유기하고범법자를 비호하고적폐행정을 덮으려는 고용노동부가 퇴거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적반하장이다.

 

어제 검찰은 삼성의 노조파괴 범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 등으로 강하게 처벌해온 반면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법정형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규정되어 있고사측에 유리하게 해석·운영되어 온 경향이 있어 우리 노사관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되기도 한다며 뒤늦은 자백을 했다.

 

우리는 검찰과 사법부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가 재벌대기업현대기아차와 한 배를 타고 앉아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만들고 있는 주범임을 분명히 경고하면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현대기아차는 즉각 직접교섭에 나와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하라

고용노동부는 재벌비호 중단하고 불법파견 처벌하라

- 14년 직무유기고용노동부는 즉각 직접고용 시정명령하라

검찰은 불법파견 현행범 정몽구-정의선을 당장 구속하라

 

2018년 9월 28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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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괴로워…피 빠는 모기, 눈물 빠는 나방

새들은 괴로워…피 빠는 모기, 눈물 빠는 나방

조홍섭 2018. 09. 28
조회수 951 추천수 1
 
소금과 단백질 섭취 위해…무기력한 밤중에 대롱 삽입
악어, 거북, 사람 눈물도 섭취하는 나비·나방·벌 보고돼
 
moraes-1.jpg» 잠자는 개미잡이새의 목에 앉아 기다란 대롱을 뻗어 눈물을 빠는 나방. 가슴에는 모기가 붙어 있다. 모라에스 (2018) ‘생태학’ 제공.
 
땀에 젖은 등산복에 나비가 날아와 앉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땀 속 염분과 단백질을 빨아먹으려는 행동이다. 나비나 나방은 미네랄을 보충하기 위해 축축한 땅이나 동물의 배설물, 사체 등에 종종 내려앉는다. 동물의 두 눈도 예외가 아니다. 눈은 미네랄과 단백질이 듬뿍 든 액체가 솟아나는 두 개의 작은 웅덩이일 테니까.
 
t2.jpg» 타이의 침 없는 꿀벌이 사람 눈물을 섭취하고 있다. 눈동자 아래 5마리, 위 1마리가 보인다. 한스 벤지거 외 (2009) ‘캔사스 생태학회지’ 제공.
 
소 등 포유류의 눈은 크고 눈물이 샘솟는 훌륭한 장소이다. 사람 눈에 덤벼들어 눈물을 빠는 꿀벌도 발견됐다. 그러나 눈물을 먹는 곤충의 표적은 포유류에 그치지 않는다.
 
코스타리카 생태학자들은 열대림에서 해바라기를 하는 중·남아메리카 악어인 카이만에 나비와 벌이 날아들어 ‘악어의 눈물’을 핥는 모습을 관찰해 과학저널 ‘생태학과 환경 최전선’에 보고했다. 이 잡지에는 에콰도르 생태학자들이 아마존 강 민물 거북의 눈물을 먹는 나비를 보고한 바 있다(▶관련 기사아마존 우림 나비, 거북 눈물 좋아해).
 
amalavida.tv_A_butterfly_feeding_on_the_tears_of_a_turtle_in_Ecuador_(cropped_to_butterfly).jpg» 아마존 민물거북의 눈물을 빠는 나비. amalavida.tv,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t3.jpg» 코스타리카 열대림에서 카이만의 눈물을 빠는 나비. 아만다 로사 제공.
 
악어나 거북보다 동작이 빠른 새는 눈물을 빨기에 적당하지 않은 대상이다. 그러나 이런 통념을 깨고 독일 생물학자 롤란트 힐가르트너 등은 마다가스카르에서 잠자는 새의 눈에 대롱처럼 생긴 주둥이를 넣고 눈물을 빠는 나방을 발견해 2007년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처음으로 보고했다. 이 나방은 보통 과일이나 다른 동물의 피를 빠는데, 밤중에 잠자는 새를 공격했다. 주둥이 끝에는 미늘이 여러 개 달려있어 눈꺼풀 속에 일단 걸면 잘 빠지지 않는 구조였다.
 
t4.jpg» 새의 눈물을 빠는 나방을 처음 보고한 마다가스카르의 숲. 오른쪽 위를 확대한 모습이 오른쪽 아래 사진이다. 힐가르트너 외 (2007) ‘바이올로지 레터스’ 제공.
 
2007-1.jpg» 새의 눈동자에 고정하기 위해 미늘이 난 나방의 대롱 입 모양. 힐가르트너 외 (2007) ‘바이올로지 레터스’ 제공.
 
2015년엔 브라질 생물학자 이반 사지마가 콜롬비아 구역의 아마존 강에서 밤나방 상과의 대형 나방이 물총새의 눈물을 핥는 모습을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다. 최근 이 발견지로부터 500㎞ 떨어진 브라질 아마존 강에서 새로운 사례가 나왔다. 브라질 국립 아마존연구소 생태학자 레안드루 모라에스는 과학저널 ‘생태학’ 최근호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대형 나방이 개미잡이새의 눈물을 핥는 모습을 2차례에 걸쳐 관찰했다고 밝혔다.
 
t5.jpg» 아마존 강 콜롬비아 유역에서 발견된 잠자는 물총새의 눈물을 빠는 나방. 이반 사지마 (2015) ‘브라질 조류학회지’ 제공.
 
모라에스는 “목에 앉은 나방이 대롱 주둥이를 길게 내어 이리저리 더듬으며 눈 부위로 접근한 뒤 눈 속에 집어넣었다”며 “새는 나방의 이런 행동을 개의치 않는 듯 움직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새는 나방의 존재를 아는 것 같았지만, 눈만 껌벅일 뿐 특별한 저항을 하지 않았다. 모라에스는 “밤에 기온이 떨어져 새가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있었고, 나방은 새의 목에 앉아 멀찍이 긴 대롱을 뻗어 눈물을 빨아 새를 덜 교란했다”고 설명했다.
 
잠자리 개미잡이새의 눈물을 빠는 나방 영상. ‘사이언스 매거진’ 제공.
 
나방은 눈물로부터 귀한 소금기와 알부민 등 200종이 넘게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을 섭취한다. 그렇다면 새들은 나방으로부터 어떤 혜택을 볼까. 모라에스는 “눈물을 섭취함으로써 나방은 비행과 생식에 도움을 받지만, 새가 얻는 직접 이득은 없어 보인다”며 “오히려 감염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그는 “나방의 새 눈물 섭취가 매우 드물게 관찰되고 있지만, 관찰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더 많은 사례가 있을 수 있다”며 시민 과학의 기여를 기대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eandro João Carneiro de Lima Moraes, Please, more tears: a case of a moth feeding on antbird tears in central Amazonia, Ecology, doi: 10.1002/ecy.251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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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운동권 출신도…‘삼성’쪽에 서면 바뀌는 씁쓸한 풍경

경찰·운동권 출신도…‘삼성’쪽에 서면 바뀌는 씁쓸한 풍경

등록 :2018-09-28 10:46수정 :2018-09-28 13:42

 

[더 친절한 기자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수사결과를 보며

전현직 경찰·장관 보좌관·경총까지 폭넓게 연루
경찰 출신이 총괄하고 운동권 출신이 자문한 노조파괴
사용자단체 경총은 삼성 위해 ‘발연기’
“법과 검찰은 노동자·사용자에 평등한가?”

 

“사람은 대부분 그래도 되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되는거요. 당신들은 안 그럴거라고 장담하지 마.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던 웹툰 ‘송곳’에서 노동운동가 구고신이 했던 대사입니다. 지난 27일 검찰의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대한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중간 수사결과를 보면서 바로 이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전현직 경찰과 전 노동부 장관 보좌관, ‘노조파괴 자문’ 노무법인 출신 노무사,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법정 사용자단체 한국경영자총협회까지 폭넓게 연루된 이번 사건은 ‘서는 곳’이 ‘삼성’일 때, 풍경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 풍경은 ‘삼성공화국’에서 가능한 불법적인 행위들이 망라돼 있습니다. 삼성은 ‘노조 와해’를 ‘미래전략’으로 삼았고 ‘신속 대응’했습니다. 그에 따라 협력업체 사장들은 삼성이 자신의 업체를 폐업시킬까봐 “모든 것을 걸고 반드시 그린화(무노조화) 하겠다”고 맹세해야 했습니다. 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생계를 위협받아야 했으며, 결혼·이혼 여부, 임신·정신병력 등 건강 상태까지 사찰 당했습니다. 삼성은 노조의 세력이 커질까봐 자살한 노조 조합원의 아버지를 돈으로 매수하기도 했습니다. 현직 경찰은 삼성에 돈을 받고 회사쪽 교섭대리인 행세를 했습니다.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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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출신이 총괄하고 운동권 출신이 자문한 노조파괴

 

‘관리의 삼성, 인화의 엘지(LG)’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화의 엘지’가 과장됐다는 반론이 있지만 ‘관리의 삼성’에 이견을 다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이 ‘관리’가 긍정적으로 발현되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60조원 영업이익과 같은 엄청난 실적으로 돌아오지만, 부정적으로 가면 바로 이런 사태가 벌어집니다.

 

검찰 수사 결과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의 강한 위계를 바탕으로 한 노조 와해를 위한 ‘관리’의 전략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번에 기소된 삼성 임직원만 18명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고 또한 놀랍게도, 이런 상황을 극적으로 만든 것은 서는 곳을 달리해 다른 풍경을 택한 ‘드라마틱’한 인물들입니다.

 

검찰이 발표한 자료에서 피고인 연번 1번에 해당하는 강경훈 삼성그룹 미전실 인사지원팀 부사장과 2번인 김아무개 전무는 각각 경찰대 2·3기로 경찰출신입니다. 이들은 경찰에서 퇴직한 뒤 삼성에서 인사·노무관리 업무를 두루 맡았습니다. 이들은 노조 와해를 위해 협력업체 기획폐업·노조탈퇴 종용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총괄한 혐의를 받습니다. 경찰 출신이 불법을 총괄한 셈입니다.

 

이랬기 때문에, 현직 경찰(경찰청 정보국 김아무개 경정)이 3년동안 삼성전자서비스를 위해 회사쪽 대표인 것처럼 협상테이블에 앉아 노조 관계자와 교섭을 하고 협상을 주도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 전 경정은 그 대가로 삼성에서 6100만원을 받았습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삼성직원 가운데 ‘특이 경력’을 가진 이는 경찰 출신 뿐만 아니라, ‘노조 파괴 자문’으로 대표가 지난달 23일 징역 1년2월에 법정구속된 창조컨설팅 출신 노무사도 있습니다. 박아무개 과장은 ‘신속대응팀’의 실무를 맡았습니다. 또 협력업체를 대리해 교섭업무를 맡았던 경총 전문위원도 삼성전자에 영입됐습니다.

 

가장 극적인 인물은 검찰이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의 노조전문가’로 표현한 송아무개 자문위원입니다. 그를 아는 노동계·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그는 원래 사용자보다는 노동계에 더 가까웠던 사람으로 전해집니다. 고려대 학생운동권 출신인 송씨는 민주노총의 한 연맹 산하 노동조합에 강의를 다니고, 이와 관련한 석사논문도 썼던 사람입니다. 1999년 노사정위원회 홍보전문위원을 시작으로 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을 거치는 등 공직에도 몸담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노동자쪽이 아닌 사용자 쪽에 서기 시작했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증언입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그에 대해 “개인자격으로 운동권의 역사나 노동조합의 역사 등을 강의하러 다녔다”고 말했습니다. 그와 함께 일한 적이 있는 다른 인사는 “4~5년 전부터 노사관계 관련 토론회에서 사용자 편에 선 발제를 하더라. 우리끼리 ‘저 형님 왜 저러시나’ 하는 말을 했다”고 떠올렸습니다. 그가 삼성 노조와해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 인사는 “사람 변하는거 무섭네요”라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송씨는 2014년 6월부터 지난 3월까지 모두 13억원을 지급 받고, 노조에 대한 이른바 ‘번 아웃’ 전략을 수립해 삼성에 자문한 혐의를 받습니다. 여론전을 통해 노조를 고립시키고, 조합원·비조합원을 분리시키고 선별적 고용승계로 조합 역량을 소진시킨다는 ‘전략’입니다.

 

 

나두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이 지난 4월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던 중 삼성 마크가 달리지 않은 작업복을 가리키며 사쪽의 노조파괴 사실을 밝히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나두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이 지난 4월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던 중 삼성 마크가 달리지 않은 작업복을 가리키며 사쪽의 노조파괴 사실을 밝히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삼성 위해 ‘발연기’한 법정 사용자단체 경총

 

경총은 원래 협력업체를 대신해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의 교섭에 나섰지만, 실제로는 협력업체가 아니라 삼성쪽에 섰습니다. 경총은 삼성의 요구대로 교섭을 지연·해태한 혐의로 전무를 비롯한 임직원 2명(전직 포함 3명)이 기소됐습니다. 경총은 단체교섭을 미루고 쉽게 응해주지 말라고 지도해 교섭 개시를 석달이나 미뤘습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경총이 협력업체 대표들을 상대로 했다는 ‘역할극’입니다. 2013년 7월 협력업체 대표들을 경기도에 있는 콘도로 불러모았습니다. 경총 직원들은 노조 조합원으로 분장한 뒤, 협력업체 대표들에게 생수병을 던지거나 책상을 발로 차고 욕설하는 등의 행동을 일부러 했다고 합니다. 대표들에게 노조에 대한 공포심과 왜곡된 인식을 심게 한 것이죠.

 

경총은 한국의 경영계를 대표하는 법정 사용자 단체입니다. 노동관계법 개정이나 최저임금 결정 등을 비롯한 노사관계 전반, 노동정책 수립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합리적 노사관계’를 주장하며 노조가 파업을 할 때마다 각종 우려 성명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경총이 합리적 노사관계를 위해 했던 것이 삼성과 함께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직원들을 노조 조합원으로 분장시켜 ‘발 연기’를 하게 했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검찰은 이를 두고 “삼성이 노조와해를 위한 전문인력을 ‘인 하우스' 형태로 다수 보유하여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했다”며 “외부 컨설팅 업체를 한시적으로 이용하는 수준을 넘어 ‘창조컨설팅’ 출신 노무사를 채용하거나 자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로 전문가들을 영입·육성하여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공작을 벌였다”고 밝혔습니다.

 

 

■ 모든 역량을 동원해 치밀하게 관리한 삼성

 

이번에 재판에 넘겨진 삼성 임직원들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에 걸쳐 18명에 달합니다. 협력업체 대표와 외부 자문위원까지 포함하면 26명입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사건으로 특별검사에 기소된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5명이었고,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때는 이건희 회장 등 10명이었습니다. 이에 견줘 인원수가 훨씬 많은 셈입니다. 다른 사건들이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해 저지른 것과 달리, 이번 사건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무시하고 ‘무노조 경영’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행동’한 것입니다.

 

또한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각 영역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삼성이라는 특정 기업에 어떤 형태로든 연관되면 즉각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전현직 경찰이든, 전직 노동운동가든, 노무사든, 경총 관계자든, 협력업체든 자신들이 하는 행위가 불법임을 충분히 인지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저마다 모두들 별다른 고뇌의 흔적 없이 차근차근 ‘실행’에 옮겼습니다. 특히 자살한 조합원의 아버지는 삼성의 요구에 따라 아들의 장례를 ‘노동조합장’으로 치르지 않는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6억여원을 받고, 법정에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위증까지 했습니다. ‘관리의 삼성’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가족적 비극이 아니었을까 판단됩니다.

 

 

■ 검찰의 부당노동행위 봐주기만 없었다면

 

삼성이 이렇게 법을 무시하고 온갖 불법행위들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공권력이 삼성과 기업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삼성의 이번 행위를 ‘반헌법적 범죄’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노사관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고도 했습니다. 전에 없던 검찰의 이런 사뭇 격한 언사를 보면 ‘서는 곳’이 달라진 검찰이 이제 ‘풍경’을 이전과는 다른 쪽에서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검찰은 보도자료에서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 등으로 강하게 처벌해온 반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법정형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규정되어 있고, 사측에 유리하게 해석·운영되어 온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잘 아는 검찰은 그동안 뭘 했을까요? 노동자들을 강하게 처벌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사쪽에 유리하게 해석·운영해온 것은 다름 아닌 검찰 조직 자신입니다. 해석은 물론이거니와 제대로 수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2013년 심상정 의원이 폭로한 삼성그룹 차원의 노조파괴문건인 ‘S그룹 전략문건’에 대해 “그동안 의혹만 제기되어 오던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에 따른 노조와해 공작의 전모가 밝혀졌다”고 자찬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2013년 당시에 벌써 밝혀냈어야 할 일입니다. 검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하지 않고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한 바 있습니다. 그때 검찰과 지금 검찰은 다른 검찰일까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을 하지 않은 것 역시 검찰입니다. 노조파괴의 대명사 격인 유성기업을 비롯해 대부분의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해서 검찰은 대부분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노조는 이 때문에 법원 재정신청을 내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고, 검찰은 공소제기 명령이 내려진 뒤에야 기소했습니다. 이 때문에 유성기업의 경우 1심 선고가 나기까지 무려 6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검찰이 이번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노조파괴 전문’이라고 언급한 창조컨설팅에 대해서도 검찰은 사건 발생 5년이 지나서야 기소했고, 그마저도 대부분의 혐의를 뺀 채 ‘방조범’으로 ‘봐주기 기소’했습니다. 이 때문에 창조컨설팅 전 대표 심종두씨는 사건이 발생한지 8년이 넘은 지난달 23일 ‘징역 1년2월 형’에 법정구속됐습니다.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전문직에 속하는 공인노무사 또는 노무법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나아가 헌법과 법 질서를 경시하는 태도마저 엿보인다”며 “피고인들은 비록 방조범이긴 하나 각 정범들보다 더욱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고 일갈했습니다.

 

만약 검찰이 유성기업·창조컨설팅으로 대표되는 각종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이번 사건에서 스스로 밝힌대로 “전사적인 역량이 동원된 조직범죄의 성격을 갖고 있고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으로 사안이 중하므로 불법행위에 직접 가담한 주동자를 대거 기소하여 엄정한 대응을 했다”면 제 아무리 삼성이라도 이런 짓을 못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곽형수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지회장(왼쪽)과 조병훈 통합사무장이 지난 4월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사무실에서 각각 고 염호석, 고 최종범 조합원의 영정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곽형수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지회장(왼쪽)과 조병훈 통합사무장이 지난 4월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사무실에서 각각 고 염호석, 고 최종범 조합원의 영정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 삼성은 어떻게 될까

 

이번 사건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 전략에 따라 이행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총수일가는 기소대상에서 빠졌습니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된다”고 말했다는 이병철 창업주의 유지에 따라 이어져온 경영철학이고 이것이 현실화된 것인데도 말이죠. 검찰 관계자는 “총수 일가의 개입이나 공모 증거는 확보된 게 없다. 추후 에버랜드 등 삼성 계열사 수사 때 살펴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 임직원들이 어떤 처벌을 받을지도 관심사입니다. 형량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당노동행위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이 낮은 축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과 심종두 창조컨설팅 대표노무사의 형량도 징역 1년2월에 그쳤습니다. 삼성 임직원들은 부당노동행위로 파생된 개인정보보호법·근로기준법 위반이나 뇌물공여로도 함께 기소됐는데, 이 혐의들이 유죄로 인정되어야만 법원이 높은 형량을 선고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고용부는 부당노동행위 근절 대책을 발표하며 법정형 상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이 넘도록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 집권여당 국회의원조차 부당노동행위 처벌을 상향하는 법안을 제출한 사례가 없습니다.

 

2016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대전지검 천안지청장에게 “법은, 검찰은 노동자와 사용자에게 모두 평등하냐”고 묻습니다. 그러면서,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된 강효상 갑을오토텍 대표에게 징역 8월을 구형하고,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에도 똑같이 징역 8월을 구형한 사례를 듭니다.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회사(유성기업)에 항의하며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걸었다는 단지 그 이유만으로 검찰이 노조에게도 징역 8월이라는 ‘불평등 구형’을 했다는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검찰의 구형과 달리, 법원은 강 대표를 법정구속(징역 10월 선고)했고,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는 벌금 50만~100만원을 판결했습니다.

 

삼성의 노조파괴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조합원 2명은 노조파괴에 항의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삼성공화국’에서 노동자와 사용자가 법 앞에 평등한지, 앞으로 법원 판결을 통해 지켜볼 일입니다.

 

박태우 최현준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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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863656.html?_fr=mt1#csidx69175a19a80ce3bbbed8c62b0dc48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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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재 뿌리는 조선일보

언론의 황폐화는 저널리즘을 포기한 언론사와 기자의 문제
 
임병도 | 2018-09-28 09:13:1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어쩌다저널리즘 #파일럿06. 정상회담 재 뿌리는 조선일보

# 오프닝

신문을 모아 책처럼 읽고 분석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두 번 다시 이따위 짓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신문을 모아 분석해보니 50퍼센트의 그릇된 희망과 47%의 그릇된 예언, 3%의 진실 밖에는 없다는 결론을 나왔기 때문입니다.

오래전 얘기이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지면 신문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엠피터TV 오리지널 콘텐츠
어쩌다 저널리즘
지금 시작합니다.

# 거들떠보자

한겨레 : ‘남북 경협’ 인사 대거 동행…‘한반도 신경제’ 힘 싣는다
경향신문 : 방북 공식수행단, 외교 장관 포함…이재용 부회장·가수 에일리 간다
조선일보 : 대북제재로 경협 불가능한데… ‘4대 그룹’ 내일 文대통령과 방북
중앙일보 : 이재용·최태원·구광모 방북 동행
동아일보 : 이재용-최태원 방북… 경협 확대 시동 건다

대통령으로 3번째 방북입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 2007년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2018년 문재인 대통령까지. 판문점에서 봄에 약속한 ‘가을 평양 방문’은 약속대로 이루어졌습니다.

대통령의 방북뿐 아니라 누가 수행단에 포함돼 함께 방문하는지도 이슈였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평양 방문 이틀 전인 16일 청와대가 공식 수행원 14명과 특별 수행원 52명 등 66명의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발표 다음 날 17일 월요일의 주요 일간지 1면 헤드라인은 바로 이 명단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헤드라인만 두고 본다면 조선일보는 벌써 ‘재 뿌리기’ 바빴습니다.

조선일보를 먼저 보겠습니다. 조선일보는 ‘대북제재로 경협 불가능한데’라는 말을 헤드라인에 넣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등 4대 대기업 대표가 포함됐지만 ‘대북 제재로 인해서 경협이 어렵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듯합니다.

한겨레와 동아일보는 각각 ‘한반도 신경제 힘 싣는다’, ‘경협 확대 시동 건다’라는 문구를 헤드라인에 넣었습니다. 주요 대기업 인사들이 포함된 점을 ‘남북 경제협력’에 힘을 싣기 위함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앙일보는 ‘이재용.최태원.구광모 방북 동행’이라는 제목을 1면에 담았습니다. 얼핏 보면 경제전문지로 볼 수 있을 정도의 헤드라인입니다.

기사를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한겨레는 첫 문단 마지막 문장에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재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별수행원 명단에 포함돼 논란이 예상된다’고 적었습니다. 지난 두 차례 평양 정상회담에서 대기업 대표자가 함께했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이 명단에 포함될지 여부는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이제 와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하기에는 ‘논란이 생기기 위한’ 뻔한 문장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에 “비핵화가 잘 진행되고 남북관계가 많이 진전되면 ‘평화가 경제다. 경제가 평화다’라고 생각한다”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말과 “본격적인 남북관계 발전에서 경제 비중이 빠질 수 없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준비 차원”이라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말을 빌려 ‘대북 제재 상황에도 대기업 대표자가 함께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동아일보는 ‘경제협력 확대’에 중점을 뒀습니다. 첫 문단에서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끝장 협상’에 들어가는 동시에 비핵화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남북 경제협력 확대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것이다’라고 적었습니다.

또 경제인 17명이 포함된 것에 대해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방북 당시 경제인 수행단과 같은 규모다. 이번 방북단 규모가 2007년보다 100명가량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경제인 비중은 더욱 커진 셈이다’라며 경제협력을 위한 방북 명단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계속해서 ‘실제로 방북 수행원에는 철도, 도로, 관광, 전력 등 남북 경협 관련 장관과 기업인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을 적으며 대기업 대표자 외에도 남북 경협과 관련한 관계자가 많이 방북한다는 점을 짚어줬습니다.

경향신문과 중앙일보는 기사에서 특별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조선일보는 ‘대기업 총수들이 포함된 데는 북측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첫 문단에서 적었습니다. 하지만 확인된 정보는 아닙니다. 늘 이야기하듯 ‘재계’, ‘정부 관계자’의 소식입니다. 실제로 지난 두 차례 평양 정상회담에도 4대 그룹 대표자들이 참석한 적 있습니다. 그런 반론에 대응하기 위해서인지 이어서 ‘재계에선 “대북 제재가 없었던 과거 1.2차 평양 정상회담과 달리 현재는 대북 제재로 인해 기업들의 경협 사업 추진이 거의 불가능한데도 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남북 회담의 들러리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없지 않다’라고 썼습니다. ‘얘기가 나오고, 전망이 없지 않지만’ 역시 확인할 수 없는 정보입니다. 이렇게 첫 두 문단에 조선일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적은 후 나머지는 보도자료와 별 다를 바 없는 소식을 담았습니다.

2000년과 2007년 평양 정상회담에서 매번 두 정상은 ‘다음 정상회담’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무려 5개월 사이에 3번이나 만났습니다.

3차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올해 안에 서울에서 4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입니다.
그런데 만나기도 전에 걱정입니다. 언론이 매번 트집만 잡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요? 대통령도 안 갔으면 하는 평양에, 대기업 대표자들까지 따라가서 배가 아픈 것일까요?

#제대로써보자

남북 정상회담 속에서 많은 뉴스가 나왔습니다. 많은 언론 기사 속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다른 북한 인사들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에서 ‘수뇌 상봉’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역사적인 조미 대화 상봉의 불씨를 문 대통령께서 찾아줬다. 조미 상봉의 역사적 만남은 문재인 대통령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부분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이나 노동신문의 성명 등에서 나오는 표현이기에 언론에서는 그대로 인용합니다. 하지만 수뇌라는 표현은 우리 언론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표현입니다. 역시 북한에서 주로 사용한다는 이유 때문으로 보입니다.

‘수뇌’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어떤 조직, 단체, 기관의 가장 중요한 자리의 인물’을 뜻한다. 여기에서도 ‘북한어’라고 표기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능률교육의 한영사전에 따르면 ‘수뇌’에 대응하는 영어 단어로는 ‘head, leader, chief’가 있습니다.

또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결 직전에 있었던 포츠담 회담은 공식적으로 ‘연합국 수뇌회담’이라는 표현으로 번역됩니다. ‘수뇌’는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표현입니다. 실제로 군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해병대 사령관을 모두 일컬어 ‘군 수뇌부’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북한에서 사용한다는 이유로 많은 일반적인 단어들이 우리나라 언론뿐 아니라 곳곳에서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통일을 위해서는 우선 언어부터 함께 맞춰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창 올림픽 단일팀도, 아시안게임 단일팀도 사용하는 표현이 달라 작전 수행 당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화이팅 대신에 힘내자라는 말을 썼다고 합니다.

어쩌면 영어의 화이팅보다 우리말인 힘내자가 남과북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표현입니다.

북한이 사용했다는 이유로 배제하기보다는 남북이 보편적으로 쓸 수 있는 언어를 언론이 앞장서서 보도했으면 합니다.

#오보의 역사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북한 기자와 남한 기자들이 함께 취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참 생소하면서도 흐뭇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언론이 매번 내보냈던 북한 관련 오보 때문입니다.

2015년 언론은 인민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처형당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언론은 현영철 무력부장이 수백 명이 보는 가운데 고사총으로 처형당했다고 구체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처형 이유가 군 일꾼 대회에서 조는 모습을 보여 ‘불경죄’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현영철 무력부장은 남한 언론 보도 다음날에 조선중앙TV에 나왔습니다. 죽었다는 사람이 부활한 것일까요?

남한 언론의 오보는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 비공개 현안보고에 나왔던 내용을 검증 없이 받아쓰면서 나왔습니다. 수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단순히 졸았다는 이유 만으로 처형됐다는 국정원 이야기를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보도한 것입니다.

1986년 11월 16일 조선일보는 조선일보는 1면에 김일성 주석이 암살당했다는 소문이 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주말의 동경 급전…본지 세계적 특종”이라는 자화자찬까지 했습니다.

김일성 암살 보도는 조선일보 동경특파원이 들은 카더라 통신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언론은 조선일보 특종을 검증하기는커녕 오히려 신문이 나오지 않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호외를 냈습니다.

김일성 피격 사망, 김일성이 열차에서 총을 맞았다, 폭탄에 당했다,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식으로 카더라 식의 보도가 난무했습니다.

그러나 사망했다는 김일성은 조선일보의 보도 사흘 만에 평양공항에 등장했습니다. 몽고 주석을 만나는 김일성의 모습을 본 시민들은 황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오보, 그리고 검증 없이 기자의 상상력으로 만든 언론사 기사들이 무려 사흘 동안 대한민국 여론을 조작한 셈입니다.

2013년 8월 29일 조선일보는 김정은 옛 애인 등 10여명, 음란물 찍어 총살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현송월이 김정은의 옛 애인이며, 김정은과 가졌던 고려호텔 밀회 몰카가 들통나 기관총으로 처형됐다고 구체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8월 말부터 12월까지 ‘음란물’,’공개 총살’,’기관총 처형’,’화염방사기로 잔혹 처형’,’김정은 옛 애인 섹시 댄스 영상’ 등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한 제목의 기사 여러 건을 보도했습니다.

공개 처형 이유도 사망 날짜도 증인도 다 나와 죽은 줄만 알았던 현송월은 2018년 1월 15일 판문점에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자로 등장했습니다. 죽었다는 현송월이 등장했는데도 조선일보는 놀라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선일보는 “현송월의 ‘협상 이미지’ 전략, 2015년 중국 때와는 달랐다”라며 그녀의 화장과 머리 스타일을 연예인보다 더 자세히 묘사했습니다.

우리나라 언론은 북한 관련 오보가 나올 때마다 사과를 하지 않습니다. 그저 ‘국정원의 이야기를 받아 썼을 뿐이다’,’ 북한의 폐쇄성이 만들어 낸 오보이다’라고 변명만 늘어 놓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언론사와 기자들이 할 말로는 참으로 구차해 보입니다.

모르면, 검증되지 않았으면 쓰지 않고 보도하지 않으면 됩니다. 기사는 기자의 상상력으로 쓰는 소설이 아닙니다.

# 클로징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언론이 너무 황폐화돼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기자 출신인 이낙연 총리는 2018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이 180개국 중 43위를 기록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내내 60위, 70위 등 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오히려 참여정부 시절은 미국보다도 더 높은 39위였습니다.

언론의 황폐화는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저널리즘을 포기한 언론사와 기자의 문제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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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본부 앞 폭우속 "대북제재 중단하고 종전선언하라!"

6.15남측위 시민평화대표단, 유엔본부 앞 기자회견 등 평화활동
뉴욕=김병규·류경완 통신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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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27  16: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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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병규 통신원 (6.15남측위 조직부위원장)·류경완 통신원(KIPF 운영위원장)

   
▲ 6.15남측위가 파견한 유엔시민평화대표단이 25일 낮 12시 뉴욕 유엔본부가 바라보이는 함마슐드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북제재 중단과 종전선언을 촉구했다. [사진제공-유엔시민평화대표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한 25일 낮 12시(현지시간)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6.15남측위)에서 파견한 유엔시민평화대표단(단장 조성우 6.15남측위 상임대표)는 유엔본부가 바라보이는 함마슐드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북제재 중단과 종전선언을 촉구했다.

폭우로 인해 뉴욕 일대에 재난경보가 발령된 상태에서 1시간 가까이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전날 뉴욕 JFK공항에 도착한 유엔시민평화대표단 10명과 6.15미국위원회 대표단, 뉴욕 지역 동포들, 그리고 미국의 평화운동단체 대표 등 30여명이 참가했다.

류경완 코리아국제평화포럼(KIPF)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조성우 단장은 "일단 대북제재 중단하고 종전선언으로 가야 하는 것이 순리다. 남북이 사실상 종전선언을 했는데 미국이 반대할 명분이 없다. 이번 방미 활동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에게 현재 남북한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우리의 요구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뉴욕 체류 중 활동 계획에 대해 밝혔다.

최진미 6.15여성본부 상임대표는 "우리 한반도는 65년간 전쟁이 중단된 상태에서 살고 있다. 우리 민족은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평양회담에서 밝혔던 한반도 평화가 빨리 찾아오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하면서 "제재와 압박은 평화의 단어가 아니다. 트럼프 정부는 하루빨리 제재와 압박을 멈추고 종전을 선언하기를 8천만 겨레의 이름으로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병규 6.15남측위 조직부위원장은 "유엔 사무국과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전달하는 서한은 한국 촛불운동과 평화 통일운동을 대표하는 각계 원로 및 대표 100여명이 공동연명으로 작성한 것이다. 또 종전선언과 대북제재해제를 촉구하는 한국시민 5만여명의 서명지를 들고 왔다. 이 서명은 불과 보름만에 5만명이 참여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서한은 대표단이 미국에 도착하기 전에 우편을 통해 유엔 사무총장과 사무국 관계자들 그리고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및 이사국, 유엔 주재 대표부에 전달했다"면서 "특히 유엔사무국은 직접 만나서 서명운동지를 전달할 계획"이라 밝혔다.

양현승 6.15 워싱턴위원회 대표위원장은 "세 마디 말만 하겠다"며, "대북제재 해제하라! 종전선언 선포하라! 노스코리아 US 평화협정 체결하라!" 간결하게 구호를 외쳤다.

미국 평화단체 대표인 재클린 카바소 변호사는 "지난 2004년 비무장지대에서 남북철도연결 기념식에 참석한 바 있는데 그때도 오늘처럼 비바람이 심했다. 2004년 비무장지대에서 평화와 통일의 희망을 보았는데 오늘 이 순간에도 평화와 통일의 희망이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대북제재를 압박하는 6명의 민주당 상원의원들에게 편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압박과 제재가 아니라 촛불시민의 요구에 따라 시작됐다고 썼다. 또한 비핵화과정은 북한에만 해당 되는게 아니라 미국과 핵무기를 보유한 모든 국가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라고 서한의 내용을 소개했다.

인터내셔널 액션센터(IAC, International action center)의 세라 집행위원장은 운율에 맞춰 준비한 강렬하고 짧은 구호 'End the Korea War-Sign a peace Treaty NOW!'를 선창한 뒤 대표단과 함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류경완 위원장은 해외동포들에게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해제를 촉구하는 서명운동(http://bit.ly/peacesign2018)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대표단은 유엔본부가 보이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기념촬영을 한 후 기자회견을 마쳤다.

   
▲ 유엔시민평화대표단은 25일 저녁 뉴욕 인터내셔널 액션센터(IAC)에서 미국내 평화단체 활동가 등 3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유엔시민평화대표단]

기자회견을 마친 대표단은 저녁 7시 뉴욕 맨하탄에 위치한 IAC에서 미국내 평화단체 활동가, 언론인 등 3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현재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그 원인과 진행 과정에 대해 궁금해 했으며, 기본적으로 대표단의 주장에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제주 강정해군기지와 성주 소성리 사드(THAAD)기지 경과를 비롯해 유엔군사령부가 남북철도연결을 위한 방북조사를 불허한 일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질문을 하는 등 3시간에 걸쳐 깊이있는 질의 응답과 토론이 이어졌다.

유엔시민평화대표단은 26일에는 유엔본부 맞은편 유엔 처치센터에서 유엔산하 NGO초청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바우티스타 유엔 NGO 대표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바우티스타 대표는 대표단의 주장과 활동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 유엔시민평화대표단은 26일  유엔처치센터에서 유엔산하 NGO초청 컨퍼런스를 개최, 바우티스타 유엔NGO대표와 간담회도 진행했다. [사진제공-유엔시민평화대표단]
   
▲ 조성우 유엔시민평화대표단 단장이 26일 뉴욕타임즈에 게재한 '종전선언 및 대북제재 중단 촉구' 광고를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유엔시민평화대표단]

이날 대표단은 뉴욕타임즈에 미리 준비한 '종전선언 및 대북제재 중단 촉구' 광고를 게재했다.

지난 24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 일정으로 뉴욕에 체류중인 유엔시민평화대표단은 유엔본부 정치국 공식면담을 확정하고 27일 진행하며 이때 서한과 함께 서명지도 전달할 계획이다.

또 유엔주재 북측 대표부 방문 일정을 확정하고 28일 진행할 예정이며, 한국대표부 방문은 일정을 조율중이다.

   
▲ 뉴욕타임즈에 게재된 광고. [사진제공-유엔시민평화대표단]

(수정 : 18:54)

뉴욕=김병규·류경완 통신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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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수의 언어, 공허하거나 모순이거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9/28 10:55
  • 수정일
    2018/09/28 10:5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민교협의 시선] 북한을 '절멸 대상'으로 보는 '무의식'
2018.09.27 14:53:24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와 이명박 대통령의 첫 광복절 축사는 한국 현대사에 대한 이해에서 근본적으로 상이한 이념적 스탠스를 보여주고 있다. 2007년 8월 15일, 노무현 대통령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북녘동포와 7백만 해외동포 여러분"으로 청중을 호명하면서 연설을 시작했다. "62년 전 오늘, 우리 민족은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에서 해방되었습니다. 그날 우리는 가슴 벅찬 기쁨으로 서로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연설은 대한민국의 사회적 성취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연결되지만 그럼에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 하나가 있음을 환기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하나의 큰 숙제가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냉전의 굴레를 극복하지 못한 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습니다. 총성은 멎었지만, 아직 평화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가야 합니다." 이제 경축사의 지배적인 논조는 남북 간 평화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과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62년 전, 우리는 분단을 우리 힘으로 막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남북이 함께 협력하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지금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이듬해인 2008년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정부 첫해 광복절 경축사를 낭독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재외 동포와 국가유공자, 그리고 내외귀분 여러분!"이라는 청중 호명에 이어 다음의 이야기로 연설을 시작했다. "60년 전 오늘 바로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선포되었습니다." 이어서 경축사는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이 갖는 긍정적인 가치와 결과를 알리는 데 할애되었다. "저는 오늘 분명히 말하고자 합니다. 대한민국 건국 60년은 '성공의 역사'였습니다. '발전의 역사'였습니다. '기적의 역사'였습니다.", "저는 이 역사가 기록되고 새롭게 이어질 수 있도록 '현대사 박물관'을 짓겠습니다.", "건국 60년 우리는 자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유를 위협하는 모든 것들과 당당히 싸워왔습니다."
 
두 텍스트는 전혀 동일하지 않다. 서로 조응하거나 화해할 수 없는 '역사 해석'의 대립구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호명이 말해주고 있듯이, 2007년 경축사에서 북녘동포는 광복과 해방의 기쁨을 기꺼이 함께 누려야 할 민족 구성원의 범주에 포함되었다가 다음해에는 그 민족적 자격을 박탈당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8월 15일을 제국주의 식민통치로부터의 해방으로 의미화하고 그 해방 위에서 남과 북이 단일한 근대국가로 수립되는 정치적 과정을 이루지 못한 것을 민족적 비극과 고통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에게서 통일은 민족적 지상과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와 달리, 이명박 대통령은 8월 15일을 제국주의로부터의 해방보다는 대한민국이  수립된 날의 의미로 접근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그가 말하는 8.15는 1945년이 아니라 1948년이다. 경축사의 정식 명칭이 "제63주년 광복절 및 대한민국 건국 60년 경축사"였던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그는 남북한이 각각 다른 정치체제를 수립해 별개의 국가로 존재하는 것을 민족적 슬픔으로 보기보다는, 통일 민족주의에서는 불완전과 결손을 의미하는 대한민국의 수립을 '성공'과 '발전'과 '기적'과 '자유 수호'라는 정반대의 가치로 해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 연설, 그러니까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기념 경축사는 한국의 보수가 추진하게 될 이른바 '건국절' 아이디어에 정확히 잇닿아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속 이어져온 건국절 제정 운동은 1948년 8월에 출발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공식적으로 기념하려는 보수의 정치적 욕망을 본질로 한다. 그 건국절 논쟁에 대해 학계와 정치계는 1919년 임시정부를 둘러싼 성격규정을 핵심으로 하는 문제로 접근하고 있지만, 보다 궁극적인 차원은 북한과의 관계에 있다고 봐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에 비추어보면, 대한민국의 역사가 자랑스러운 이유는 지난 60년간, 자유를 위협하는 모든 것들과 싸워서 '자유의 가치'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그 싸움의 일차적 대상은 의심할 나위 없이 북한이었다. 건국절이란 언어 속에는 북한은 함께 정치공동체를 구성할 파트너가 결코 될 수 없다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남한만의 국가를 만드는 것이 정당하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그렇게 '건국된' 대한민국은 보수의 집권 아래에서 오랜 시간 악마로 규정되어 온 북한과의 체제경쟁 승리를 지상 목표로 삼아 왔고, 스스로 그 성과를 자랑스럽게 평가해왔다. 건국절은 그러한 역사적 성취 혹은 쟁취의 기념일이다. 그러니까 건국절은 반공주의, 반북주의의 또 다른 이념적 용어인 것이다.  
 
한국의 보수에게 북한은 슈미트(C. Schmitt)가 말한 절멸해야 할 적 그 자체로 존재해왔다. 북한은 민족통일의 파트너십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빛나는 대한민국을 위해 패배시켜야 할 적의 운명이었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이 토로한, 분단이 만들어낸 민족적 슬픔은 한국의 보수에게서는 이입될 정치적 감정이 될 수 없었다. 정치와 외교는 동지와 적의 이분법 위에서 작용하지만 그 적이란 공존해야 할 존재다. 하지만 북한은 그 기준에서 예외였다.  
 

▲박근혜의 '통일 대박론'을 적극 설파했던 조선일보 ⓒ조선일보 누리집 갈무리

그렇게 보면 한국의 보수가 북한을 상대로 표출한 수많은 화합의 언어들은 사실 공허하거나 모순적이다. 그들은 오랜 시간 통일, 화해, 평화. 공존을 말해왔다. 그 단어들은 북한을 대화와 협상 나아가 함께 살아갈 상대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북한을 그러한 범주로 받아들이지 않아온 한국의 보수에게서, 한반도의 미래를 이끌 그처럼 아를다운 언어는 사실 아무런 내용이 없는 낱말이다. 우리가 언어를 기표(의미의 형식)와 기의(의미의 내용)의 일치로 볼 수 있다면 북한을 향한 보수의 언어에는 그러한 의미의 대응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런 의미 없는 기표만이 떠다니거나, 실제적인 의미를 숨긴 거짓된 기표가 운동하고 있는 것이다. 통일대박론과 같은 구호야말로 거짓의 기표, 허구의 기표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결정되고 나서 정부와 여당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에게 방문을 요청했다. 하지만 보수야당들은 화려한 핑계의 논리를 대면서 거부했다. 그들의 생각은 그럴듯하지만 그건 현재의 상황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관찰과 판단이라기보다는 이미 거대한 대전제로부터 자동적으로 도출된 폭력적 연역법에 불과했다. 그 대전제란 건국절에 깔려 있는 북한에 대한 '절멸주의적 태도'다. 완전히 멸망시켜야 할, 그리하여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보여줄 대상이 되어야할 북한과의 열린 대화와 협상이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며칠 전 한 방송에서, 결국 야당은 처음부터 방문의 의지가 없었다고 본다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의견은 정확한 판단으로 보인다.  
 
가라타니 고진은 <헌법의 무의식>에서 일본인들이 전후헌법 9조의 수정이나 폐기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평화체제를 향한 일본인들의 정치적 무의식에서 찾고 있다. 그것은 동북아 평화질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예이지만 정반대로 우리에게는 민족적 적대와 대결을 조장하는 정치적 무의식이 강고하게 남아 있다. 1948년 분단과 전쟁에서 시작해 남북의 화해와 통일의 패러다임이 만들어지는 현재까지 동일한 양상으로 온존하고 있는, 건국절 제정의 욕망으로 드러나고 있는 정치적 무의식이다.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된 19일에 나온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논평은 그러한 정치적 무의식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두 야당은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전혀 없는 공허한 성명"(자유한국당), "비핵화를 위한 철저한 실무협상이 되어야 할 남북정상회담이 요란한 행사밖에 보이지 않는 잔치로 변질됐다"(바른미래당)고 비판했다. 그들의 오랜 정치적 무의식은 지난 19일 발표된 '9월 평양공동선언'의 제5조(1-3항)가 구체적인 비핵화의 의지와 절차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게 하고 있다.  
 
좀 더 솔직해지자.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어떤 노력을 하든, 평화구축을 위한 어떠한 실제적 성과가 산출 되든, 자신들은 북한을 공존해야 할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고백하자. 한국의 보수가 솔직해지는 것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정치언어의 기표성과 기의성의 불일치를 방기하지 않는 일이고, 의미 없는 기표가 떠다니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는 일이다. 북한이 고립되거나 붕괴되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화해와 통일을 이야기해서는 안 되고, 오로지 파멸의 대상으로만 북한을 바라보면서 대화와 협상을 외쳐서는 안 된다. 
 
언어공동체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으려면 진실의 언어로 존재해야 한다. 내용 없는 공허한 수사,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기호는 생존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언어공동체가 사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화해와 협력 그리고 통일의 패러다임을 향해 나아가는 한국의 언어공동체에서 보수의 정치언어들은 그 유용성을 상실해가고 있다. 자신들의 언어가 사라지는 비극적 상황을 피하려면 한국의 보수는 현재의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자신들을 움직여온 정치적 무의식의 퇴행적 모습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본 칼럼은 민교협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필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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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의원의 자료 공개가 법에 걸리는 까닭

[이슈 맥 짚기] 공공기록물법·전자정부법 위반 가능성 커

18.09.28 07:39l최종 업데이트 18.09.28 07:39l

 

공개발언 한 심재철  '정부 비공개 예산정보 무단 열람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공개발언을 하고 있다.
▲ 공개발언 한 심재철  "정부 비공개 예산정보 무단 열람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공개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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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안양동안을)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공개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심 의원이 '한국재정정보원의 비인가자료'를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내려받아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 의원은 취득한 자료에서 2017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개했다. 심 의원은 "오후 11시 이후 비정상시간대에 사용한 건수는 총 231건으로 4132만8690원이고, 법정공휴일 및 토·일요일에 사용한 지출건수는 총 1611건으로 2억461만8390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국가안보 및 기밀에 해당하는 자료가 아니며 국민 세금인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이 행위를 두고 불법이라면서 고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쪽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했다고 주장하고, 반대쪽은 이런 행위는 불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 어느 쪽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 따져보자.

정보공개는 먼저 '국가기관의 판단' 거쳐야
 

브리핑하는 기재부 2차관과 재정정보원장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김용진 2차관(왼쪽)과 김재훈 한국재정정보원장이 '한국재정정보원의 비인가자료 유출 관련 입장'을 밝히는 공식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브리핑하는 기재부 2차관과 재정정보원장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김용진 2차관(왼쪽)과 김재훈 한국재정정보원장이 "한국재정정보원의 비인가자료 유출 관련 입장"을 밝히는 공식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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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국회의원은 국가기관 및 공공기관에 국회법(128조), 국회증언감정법(제4조) 등에 따라 자료제출요구 권한을 갖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이든 일반시민이든 정보를 요청하면 국가기관은 이를 반드시 검토한 후 공개, 부분공개 및 비공개결정 처분을 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드시 '국가기관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이 자료제출을 요구한다고 해서 다 공개하는 것도 아니고, 국가기관은 무작정 비공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는 법률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국회증언감정법 제4조에는 국회의원의 자료제출권한과 국가기관의 항변권을 동시에 인정하고 있다. 법 조항을 자세히 살펴보자.
 

- 국회로부터 (중략) 국가기관이 서류 등의 제출을 요구받은 경우에 증언할 사실이나 제출할 서류 등의 내용이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증언이나 서류 등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 다만, 군사·외교·대북 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발표로 말미암아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명백하다고 주무부장관(대통령 및 국무총리의 소속기관에서는 해당 관서의 장)이 증언 등의 요구를 받은 날부터 5일 이내에 소명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국회가 제1항 단서의 소명을 수락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본회의의 의결로, 폐회 중에는 해당 위원회의 의결로 국회가 요구한 증언 또는 서류 등의 제출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친다는 취지의 국무총리의 성명(聲明)을 요구할 수 있다.


법률에서 알 수 있듯이 국회의 자료제출 권한과 국가기관의 항변권을 동시에 인정함으로써 양 기관의 권한이 절대적 권한이 아님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국회와 국가기관의 균형과 정치적 타협을 강조하는 절묘한 법안이기도 하다.

특히 국회법과 국회증언감정법 및 정보공개법의 입법 정신은 국회의원과 일반시민은 반드시 정당한 절차를 거쳐 국가기관에 자료제출 및 정보공개청구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정보공개법에서도 국가기관에서 비공개결정을 하면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으로 공개를 다퉈볼 수 있는 절차를 두고 있다. 얼마 전 국회 특수활동비가 공개된 것은 참여연대의 정보공개청구 및 행정소송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공익제보, 내부제보 등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부패방지권익위법 등에서 공익제보자 보호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국회에서도 관련 사안들의 제보자들이 많이 있어, 국회의원들이 제보자들을 대신해 자료를 공개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국회의원 면책특권권한이 부여돼 있다.

두 가지 법에 걸리다
 
추석 연휴 앞두고 압수수색 당한 심재철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신의 의원실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검찰은 정부의 비공개 예산 정보 무단 열람·유출 의혹 혐의로 심재철 의원실을 압수수색 중이다.

심 의원은 “국민의 세금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감시해야 할 국회의원으로서 감시할 책무가 있어 예산 집행 현황 등을 살펴보기 위해 국회 업무망으로 열람했다”라며 “대통령 해외 순방 때 수행한 사람들이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예산 쓴 것을 발견했는데 이를 입 막기 위해 압수수색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 추석 연휴 앞두고 압수수색 당한 심재철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신의 의원실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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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근거로 심 의원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공개 행위를 판단해보자.

우선 심 의원은 '한국재정정보원의 시스템 오류로 공개된 것이지 해킹과 같은 불법성은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스템의 오류가 아니라, 이 자료를 생산한 청와대 및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공개 및 비공개 판단이 존재했는지 여부다. 이 판단을 묻지 않고, 오류 작동한 자료를 내려받아 공개할 경우 두 가지 법안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우선 공공기록물법상 기록물무단 유출죄(기록물을 무단으로 은닉하거나 유출한 자)에 해당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전자정부법 35조 4항, 5항 '공개하여서는 아니 되는 행정정보를 정당한 이유 없이 누설하는 행위', '행정정보를 권한 없이 처리하거나 권한 범위를 넘어서 처리하는 행위'에 해당해 징역 5년 이하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심 의원의 행위는 위 법률에 위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법 이외에 이 행위가 정치적으로 정당성을 얻을 수 있는지도 따져 물어야 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에 따르면, 심 의원이 공개한 것이 국가기관의 부패행위를 막기 위한 공익제보자의 도움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단순히 한국재정정보원의 오류를 이용해 자료를 내려받은 것이다.

이 행위 자체는 어떤 절차적 정당성도 인정받을 수 없는 행위다. 만약 국회사무처에 시민단체나 타 부처 공무원이 국회특수활동비 및 업무추진비 상세내역을 심 의원이 접근한 방식대로 자료를 내려받아 공개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싶다.

마지막으로 최근 국회는 참여연대의 2011년~2013년 국회 특수활동비 공개소송에서 패소해 일부 내용을 공개했지만, 20대 특수활동비 내역에 대해서 다시 비공개 처분을 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 비공개로 인해 시민단체 '세금 도둑을 잡아라'로부터 1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스스로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공개하고 비판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국회부의장을 지냈던 심 의원은 비정상적으로 접근한 청와대 업무추진비를 공개한 것처럼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 공개도 촉구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전진한 기자는 알권리연구소 소장이자 청와대 정보공개심의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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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기 든 에스더, 박근혜 탄핵 반대 때 전면에 등장

이스라엘기 든 에스더, 박근혜 탄핵 반대 때 전면에 등장

등록 :2018-09-27 04:59수정 :2018-09-27 11:30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 ① 혐오 확산 진원지

동성애 표적삼고 ‘종북 게이’ 퍼뜨려
보수단체 한국자유연합도 또 다른 축 
보수 기독 청년 세력 집중 양성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에는 태극기와 성조기, 이스라엘 국기가 나란히 등장했다. 애국(태극기)과 반공(성조기)에 선민(이스라엘기)의 상징이 더해진 것이다. 사진은 2017년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 당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구국기도회 한 장면. (유튜브 화면 갈무리)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에는 태극기와 성조기, 이스라엘 국기가 나란히 등장했다. 애국(태극기)과 반공(성조기)에 선민(이스라엘기)의 상징이 더해진 것이다. 사진은 2017년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 당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구국기도회 한 장면. (유튜브 화면 갈무리)

 

 

극우와 기독교가 만나는 곳에 ‘가짜뉴스 공장’이 있었다. <한겨레>는 두달 남짓 ‘가짜뉴스’를 생산·유통하는 세력을 추적했다.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유튜브 채널 100여개, 카카오톡 채팅방 50여개를 전수조사하고 연결망 분석 기법을 통해 생산자와 전달자의 실체를 찾아 나섰다. 가짜뉴스를 연구해온 전문가 10여명의 도움을 받으며, 가짜뉴스 생산·유통에 직접 참여했던 관계자들을 만났다. 가짜뉴스의 뿌리와 극우 기독교 세력의 현주소를 해부하는 탐사기획은 4회에 걸쳐 이어진다.

 

 

태극기와 성조기는 각각 ‘국가주의’와 ‘반공’을 대변한다. 한국 기독교의 단골 상징물이다. 2017년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 때는 이스라엘기가 추가됐다. 이스라엘기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당시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이스라엘기 등장은 한국 보수의 세력 교체와 극단화 현상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탄핵 반대 집회 확산 과정을 잘 아는 기독교 인사들은 당시 이스라엘기의 등장이 ‘에스더기도운동’(에스더)과 관련이 깊다고 말한다. 에스더 주최 강연에 자주 등장하는 논리 가운데 한민족을 이스라엘 12부족 중 하나인 ‘단’ 부족 계보로 보는 ‘한민족 선민론’이 있다. 이단 시비가 있는 교리 해석인데, 악의 소굴에서 승리하기 위한 영적 전쟁을 강조하며 우리가 선택받은 민족이라고 강조한다. 북한 사역을 중시하는 이유는 북한 민족 역시 선택받은 민족이므로 김씨 지배체제로부터 우리가 구원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기는 ‘선민’ 담론의 상징물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기의 탄핵 반대 집회 등장을 이른바 ‘기독교 신극우’가 전면에 떠오른 장면으로 해석한다. 십여년 전만 하더라도 이단 취급을 받던 교리가 우파 기독교의 새로운 주류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우파 기독교의 세대교체는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침체와 관련이 있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목사의 (탄핵 반대) 집회 참석 권유에 신자들이 노골적인 저항과 불만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신자 동태에 민감한 목사들이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길 주저한 배경이었다. 김 실장은 이를 “교회의 축이 극우주의에서 중도 보수로 옮겨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대 변화에 따라 ‘반공 기독교’의 시대가 저문 탓에 제아무리 권한이 막강한 대형 교회 목사라도 합법적으로 탄핵당한 대통령을 신앙의 이름으로 적극 지지하긴 어려웠다는 얘기다.

 

대형 교회의 태극기 집회 참여 저조 현상은 현장에서도 확인됐다. ‘100만 애국 세력의 궐기’를 예고했던 2017년 1월7일 탄핵 반대 집회 당시 주최 쪽은 목사 1000명 참여를 예상해 가운을 준비했다. 하지만 “목사 참가율이 턱없이 부족해 일반 참가자들에게 목사 가운을 나눠주는”(김진호 실장) 촌극을 빚기도 했다. 한기총 등 개신교 연합체들은 이어 3·1절에 열리는 ‘구국기도회’에 “500만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허언에 그쳤다.

 

동원하지 못한 교인들의 공백은 노인과 탈북자들 그리고 에스더를 비롯한 기독교 내 청년 극우 활동가들이 메웠다. 대형 교회 목사가 아닌 에스더와 청년 극우 활동가들이 태극기 집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 건 박근혜 탄핵 국면에 이르러 우파 진영 핵심 세력의 교체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에스더로 대변되는 이른바 ‘미디어 선교’ ‘인터넷 사역’ 집단이 ‘넷(Net)우익’을 넘어 한국 극우주의 행동 대열의 새로운 주력으로 떠오른 것이다.

 

에스더는 2007년 ‘북한 인권과 통일을 위한 기도 운동’ ‘탈북자 사역’ 등을 모토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곧장 차별금지법 반대 캠페인, 동성애 반대 활동, 인권조례 폐지 운동 등 애초 목표와 다른 활동을 시작했다. 조직 운영은 이용희 대표를 중심으로 폐쇄적이었지만, 보수 기독교인들의 자유로운 연합체를 표방하며 대중 강연과 청년교육사업, 대형 집회와 콘퍼런스, 포럼 등을 꾸준히 개최해 하부를 다졌다.

 

조직화 사업에서 이들이 개발한 가상의 적이 바로 ‘동성애’다. 종교사회학자 김현준씨는 “에스더가 만들어내 기독교에서 유행한 말이 바로 ‘종북 게이’다. 일각에서는 에스더가 과잉대표화되어 있다고 말하지만, 빨갱이 혐오의 시대적 기한이 다해가고 기존 대형 교회들의 성장이 정체됐을 때 개신교의 새로운 적으로 동성애를 지목하고 인터넷상에 적극 유포해 이를 현재적 혐오 모델로 끌어낸 것이 에스더”라고 평했다. 실제 에스더는 2011년 서울시와 경기도 교육청이 발의한 학생인권조례를 동성애 옹호 조례로 규정하며 기독교적 반대 논리를 만들어냈다. 에스더는 이 무렵 방영된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가 동성애를 미화한다며 반대 캠페인을 주도해 ‘문화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에스더는 처음부터 정치엔 무심하지만 기독교적 사회 정의에 관심이 높은 청년들을 포섭 대상으로 삼았다. “네가 바로 선민이며, 내가 너를 큰 자로 세우겠다. 네가 하는 일을 우리가 이루겠다” 등의 승리 서사를 강조하며 그들을 우익으로 양성했다. 한 에스더 전 활동가는 “이용희 에스더 대표가 내부 강연에서 ‘에스더 청년 양성은 주사파의 청년세력 양성에 착안해 벤치마킹을 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에스더의 또다른 축인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알파팀’ 등 민간여론조작 사업을 받아 수행하며 “보수 기독교적 가치관에 투철한 청년 우익 논객 양성”을 활동 목표로 제시했다. 이들과 함께 10년여간 활동했던 한 인사는 “에스더의 목적은 특정 정치관을 가진 청년 세력을 양성해 사회에 침투시키는 것이었다. 편향된 자료나 심하게는 음모론을 지속적으로 듣고 배우기를 지속하다 보면 ‘최순실 게이트’ 같은 사건이 터져도 일말의 의심을 하지 않고 계속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에스더 활동을 오래 들여다본 한 기독교 인사는 “에스더의 문제는 가짜뉴스다. 기독교발 가짜뉴스는 기독교인의 적대와 혐오를 겨냥한 일종의 분노 증폭 장치다. 행동하지 않는 ‘샤이 보수’를 행동하는 보수로 이끄는 통로, 미끼상품이 바로 가짜뉴스”라고 말했다.

 

김완 박준용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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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책공대 70주년 보고회-과학기술인재 양성의 최고전당

김책공대 70주년 보고회-과학기술인재 양성의 최고전당
 
 
 
김영란 기자 
기사입력: 2018/09/27 [11:36]  최종편집: ⓒ 자주시보
 
 

 

▲ 김책공업종합대학 창립 70주년을 맞아 기념보고회가 진행되었다.     © 자주시보

  

김책공업종합대학 창립 70주년을 기념하는 보고회가 26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진행되었다고 <노동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소식에 의하면 기념보고회에서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축하문이 전달되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김책공업종합대학 창립 70주년 기념보고회에는 박태성 부위원장로두철 내각부총리김능오 평양시당 위원장을 비롯해 교육과학관계부문 일꾼들김책공업종합대학 교직원학생들과 졸업생들이 참가했다.

 

기념보고회에서 박태성 부위원장은 당 중앙위원회 축하문을 통해 김책공업종합대학은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원대한 구상과 따사로운 손길 아래 태어나고 발전된 우리나라 과학기술교육의 최고의 전당이며 인민경제의 주체화현대화정보화과학화 실현에 크게 이바지하여 온 공로 있는 대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축하문에는 김책공업종합대학의 70년 연혁에는 당의 노선과 정책을 충직하게 받들고 유능한 과학기술 핵심 골간들을 수많이 키워내며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적극 이바지하여 온 빛나는 공적이 새겨져 있다고 밝혔다.

 

당 중앙위 축하문은 종합대학의 과학연구집단이 경제강국 건설의 주요 전구들을 종횡무진하면서 고온공기연소기술과 아크릴산합성공정의 통합생산체계와 같은 절박한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성과적으로 해결하였으며현대적인 본보기 공장표준공장들을 일떠세우고 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강화하는데 크게 공헌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당 중앙위원회는 축하문에서 조국의 부강번영과 미래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심장깊이 간직하고 온갖 애로와 곤란을 극복하며 교수교양 사업과 과학연구 사업에 헌신분투하고 있는 김책공업종합대학의 전체 교직원들과 경제강국의 휘황한 앞날을 떠메고 나갈 혁명적인 기술인재로 튼튼히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들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보고회에서 홍서린 김책공업종학대학 총장의 보고와 토론들이 있었다.

 

연설자들은 역사적인 당 중앙위원회 4월 전원회의가 제시한 <과학으로 비약하고 교육으로 미래를 담보하자!>라는 구호를 높이 들고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교육강국인재강국과학기술강국으로 전변시키는데서 선구자적 역할을 하는 것은 오늘 김책공업종합대학 앞에 나서는 중요한 임무라고 강조하면서 청년대학생들이 원대한 포부와 이상불타는 열정을 지니고 열심히 배우고 또 배워 20, 30대의 박사세계적인 발명가가 되어야 하며 높은 충실성과 실력으로 당을 받드는 김책형의 일꾼으로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회에서는 결의문이 채택되었다.

 

한편노동신문은 27일 불멸의 그 업적 길이 전해가라과학기술인재양성의 최고 전당이여!”라는 글을 통해서 김책공업종합대학의 70년 역사를 돌아봤다.

 

글은 주체 과학기술인재 육성의 새 시대를 펼쳐주신 절세의 위인정보산업혁명의 개척자로 키워주신 위대한 스승당의 구상과 의도를 앞장에서 받들어가는 선두마차기관차” 구성으로 김책공업종합대학의 70년 역사를 되돌아보았다.

 

글에서 창립 당시 9개 학부에 70여명의 교원들과 1,500여명의 학생들로 첫걸음을 떼었던 김책공업종합대학은 오늘 수십 개의 단과대학학부연구소에 300여명의 원사교수박사를 포함한 수천 명 의 교원연구사들과 1만 수천 명의 학생들과 박사원생들을 가진 굴지의 기술종합대학으로나라의 위력한 과학기술인재 양성의 최고 전당으로 강화 발전되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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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재단 해산에 동아일보 “악재 돌출”

아침신문솎아보기] 문재인 대통령 아베 총리에 화해치유재단 해산 시사…“치유재단 해산 당연”vs“사실상 합의 파기”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2018년 09월 27일 목요일

다음은 27일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문 대통령 ‘남·북·미 빠른 시일 내 종전선언 공감대’”
국민일보 “‘종전선언 공감대’…앞으로 석달, 명운 가른다”
동아일보 “김정은 ‘美에 속임수 쓰면 보복 감당하겠나’”
서울신문 “文대통령 ‘주한미군, 통일 후에도 주둔 필요’”
세계일보 “‘남·북·미, 빠른 시기 종전선언 공감대’”
조선일보 “‘종전선언, 미국은 손해 볼 것 없다’” 
중앙일보 “문 대통령 유엔 연설 ‘종전선언 기대’” 
한겨레 “동성애·난민 혐오 ‘가짜뉴스 공장’은 에스더였다” 
한국일보 “美 중가선거 前이냐 後냐…북미 2차회담 ‘밀당’”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우리 국민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 정상 기능을 못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혜롭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설립 이후 비판을 받아온 화해치유재단을 사실상 해산하겠다는 뜻이다. 화해치유재단은 지난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낸 출연금 10억엔으로 설립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어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도 했다. 

▲ 27일자 5면 동아일보 사진기사
▲ 27일자 5면 동아일보 사진기사

 

대부분 신문은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환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화해도 치유도 없었던 ‘위안부 재단’, 해산은 당연하다”에서 “화해치유재단은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라 졸속 설립된 대표적 외교 적폐”라며 “당시 합의는 국민적 자존심과 피해 할머니들의 인권까지 짓밟은 굴욕적인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재단은 이미 이사진 대부분이 사퇴하고 기능 중단 사태”라며 “존재 의미가 사라진 마당에 더 무슨 역할을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애시당초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법적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는데서 풀어야 했다”며 “그러지 않고 무슨 재단이 일본 정부를 대신한다는 것부터 언어도단”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피해 할머니들에게 고통을 주고 시민의 분노를 자아낸 굴욕 재단의 해산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신문 역시 사설 “제 기능 못하는 화해치유재단 해산 당연하다”에서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등 합의 정신에 배치된 일본 고위층의 망언까지 계속되는 상황에서 재단의 존립 근거는 희박해졌다”며 “일본 역시 재단 청산 문제로 분쟁을 야기하는 대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상처 치유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게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국가의 자세”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합의 파기나 재교섭을 언급하진 않았다. 이에 서울신문은 “국가 간 공식 합의를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론을 감안했을 것”이라며 “정부는 과거사에 대해서는 단호히 조치하면서도 대북 문제 등에서는 일본과 긴밀히 협조하는 투트랙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 27일자 국민일보 사회면 사진기사
▲ 27일자 국민일보 사회면 사진기사

 

한겨레는 화해치유재단 해산 과정에서 시민의 힘이 컸다고 강조했다.

사설 “시민들이 이끌어낸 ‘화해치유재단’ 해산”에서 “합의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2016년 6월 정의기억재단을 꾸려 일본 정부에서 받은 10억 엔을 돌려주고 한국인들이 100억원을 모금하자는 캠페인을 벌이며 국내외 평화비 건립 등 여러 사업도 함께 추진했다”고 했다.  

한겨레는 “문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재단 해산을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쳐온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며 “이번 조처는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시민 운동의 승리로 기억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 엔을 주목하며 위안부 관련 다른 사업에 쓰자고 제안했다. 양국이 위안부 합의를 파기할 수 없다는 현실론을 반영한 제안이지만 10억 엔을 돌려주자는 여론과는 배치되는 주장이다. 이 역시 가능할지 의문이다.

사설 “미래지향적이고 열린 시선으로 풀어 가야 한다”에서 양국 합의상 출연금을 돌려줄 순 없는 상황이라며 “출연금을 돌려주기보다 국내 여론을 수렴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의미 있는 사업에 쓰는 건설적 방안을 도출해 일본과 새롭게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한일관계를 잘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한국일보는 “원만한 한일 협력은 역내 평화와 안정의 필수조건”이라며 “과거사 문제 등 화해의 발목을 잡는 사안들을 좀 더 멀리 내다보는 열린 안목으로 조정·해결해가는 지혜가 양국 모두에 필요하다”고 했다. 

▲ 27일자 중앙일보 외교면 기사
▲ 27일자 중앙일보 외교면 기사

 

중앙일보 역시 10억 엔 문제를 중심에 뒀다.

5면 기사에서 “재단은 지난해 12월 민간 이사진이 전원 사퇴하면서 유명무실화한 상태”라며 “문제는 10억엔의 처리와 한일 관계 향방”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생존 피해자 34명과 사망자 58명의 유족에게 총 44억원이 지급됐다”며 “일본 정부 출연금의 절반 이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금액은 일본 정부의 출연금이 아닌 국내 예산으로 처리했다.  

중앙일보는 “시민단체 등 일각에선 10억 엔을 일본 정부에 반환하자고 주장하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사실상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일본의 반응도 예상했다. 양국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이 신문에 “일본 측은 재단 해체를 위안부 합의 위반이나 사실상의 파기로 해석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 역시 이 신문에 “결과에 따라 일본은 앞으로 당분간 한국과는 외교적 합의를 일절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정할 수 있으며 이는 미국 등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아일보도 양국의 ‘미래’를 언급하며 재단 해산을 ‘악재’로 표현했다.

▲ 27일자 동아일보 사설
▲ 27일자 동아일보 사설

 

사설 “과거에 발목 잡힌 韓日관계, 이젠 미래로 갈 때”에서 “일본 측은 재단 해산을 위안부 합의 위반이나 사실상의 합의 파기로 여겨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며 “이 문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 북핵·미사일 대처에서 한미일 공조를 흐트러지게 만들 우려도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위안부 재단 문제라는 악재가 돌출해 한일 관계를 다시 살얼음판에 올려놓아선 안 된다”며 “양국이 새로운 공동선언을 해서라도 한일 관계를 더욱 미래지향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5면 해설기사에서도 “한국이 위안부 합의를 파기했다는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북한 문제라는 큰 불이 있고, 북미 관계에 숟가락을 얹고 싶은 일본어르손 과거사 문제로 한일 관계가 깨져봐야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발언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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