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한국의 주인이 바뀌고 있다”

박성민 | 정치컨설턴트

입력 : 2018.01.01 21:38:00 수정 : 2018.01.01 21:39:13

 

ㆍ박성민의 2018 정치 기상도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미국 정치 전문가인 안병진 교수는 2016년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라는 도발적 제목의 책에서 뛰어난 통찰을 보여 주었다. 이 책에는 ‘건국 이후 첫 주류 교체와 미국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미국을 한국으로 바꾼다면) 이 제목, 이 부제에 딱 어울리는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의 주인이 바뀌고 있다. 

건국 이후든, 해방 이후든 주류 교체는 (정권교체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혁명적 사건이다. ‘이 나라는 내 나라’라는 인식이 강한 보수로서는 상상할 수도, 인정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항상 주류였던 한국의 보수는 좋게 말하면 ‘주인 의식’이 강하고, 나쁘게 말하면 ‘소유욕’이 너무 강하다. 회사, 학교, 신문사, 교회도 ‘내 거니까 내 맘대로 한다’는 식이다. 그런 인식의 연장에서 ‘국가’도 내 거다. 아무리 보수(우파)는 ‘재산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진보(좌파)는 ‘인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지만 한국의 보수는 지나치게 소유에 집착한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한다’는 보수의 민낯은 (국민이 위임한) 공적 권력을 사적 이익을 위해 사유화한 국정농단 사건에서 숨김없이 드러났다. 

 

반면 진보는 좋게 말하면 ‘비판 정신’이 강하고, 솔직하게 말하면 ‘비주류 의식’이 너무 강하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야당 후보였던 한나라당 이회창은 마치 챔피언처럼 행동한 반면 여당 후보였던 노무현은 도전자처럼 싸웠다. 

한나라당이 민주당보다 의원 수도 많았고 이회창이 노무현보다 나이가 더 많은 탓도 있었겠지만, 이회창의 보수적 이미지와 노무현의 개혁적 이미지는 그들 속에 잠재된 주류 의식과 비주류 의식의 반영이었을 것이다.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어서도 비주류 의식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건 과반 의석을 넘긴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잠재의식을 넘어서는 것은 그토록 어려운 것이다.

그런 보수의 나라에서 지금 주류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영원한 제국 같았던 보수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붕괴의 조짐을 눈치챈 사람들은 있었을 테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이렇게 무기력하게 몰락할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빈틈없이 강고해 보였던 지배권력은 대개 그런 식으로 한순간에 와해적 최후를 맞았다. 히말라야가 무너지면 에베레스트의 아우라도 사라진다. 보수의 페르소나 박근혜가 몰락하자 보수의 아우라도 사라졌다.

지난 60년간 보수우위 시대를 지탱해온 보수의 히말라야인 일곱 개 기반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 지식인, 보수 언론, 문화, 재벌, 권력기관, 기독교, 보수 정당의 물적 토대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담론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보수 지식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젊은이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문화계 인사들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며 광장에서 보수 권력을 조롱한다. 숫자가 너무 많아 (보수 정권은) 리스트를 만들고 관리하기도 버거웠다. 존경받는 (보수) 언론인, 종교인, 기업인도 보이지 않는다. 젊은이들에게 보수에 대한 이미지를 물어보면 “존경할 인물이 없다” “부패했다” “촌스럽다”는 것이었는데 최근에는 “능력도 없다”가 추가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보수 몰락의 결과지 원인이 아니다. 지난 60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해(혹은 이끌어) 온 보수의 두 축, 즉 세상을 ‘북한’과 ‘돈’이라는 프리즘으로만 보는 ‘안보 보수’와 ‘시장 보수’는 1987년과 2017년 광장에서 탄핵당했다. 

보수의 시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한때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지배했던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스마트폰 시대의 새로운 강자인 애플과 삼성으로부터 패권의 지위를 다시 찾아올 가능성과 비슷할 것이다. 그들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혁신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순간에 몰락했다. 

이제 와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신보수’와 ‘개혁보수’를 내세우지만 말장난에 불과한 느낌이다. “별의별 것을 다 갖다 붙여 놓아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는 것”이라던 노무현의 비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자유주의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자유헌정론 2>의 후기인 ‘나는 왜 보수주의자가 아닌가’에서 “보수주의적 태도의 근본적인 특징들 중 하나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다. … 보수주의는 다른 방향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 결국 속도에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비판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1987년 이래로 보수가 서서히 몰락한 이유는 ‘선거’ 때문이다. 선거는 보수의 가장 약한 고리다. 다른 영역의 수구·보수 카르텔이 강고했던 것에 비하면 비교적 평평했던 선거는 치를 때마다 보수의 성을 조금씩 무너뜨려왔다.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는 아마도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보수, 즉 ‘북한에는 강경하고 시장에는 관대한’ 전통적 보수 세력의 몰락을 볼 수도 있다. 1980년대는 김영삼·김대중의 자유주의 세력과 진보 세력이 손을 잡고 집권 보수 세력에 맞섰다. 1990년대는 김영삼·김대중의 자유주의 세력에 보수 세력이 투항한 시대였다. 자유와 개혁의 시대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이회창·이명박·박근혜를 거치면서 보수 정당 주도권이 자유주의 세력에서 보수 세력으로 넘어가면서 보수는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보수 정당 안에서는 자유주의 세력과 보수 세력이 ‘개혁’과 ‘보수’로 충돌하면서 만들어낸 다양성이 당을 강하게 만들었고 승리를 가져다주었다. 정체성이냐 외연 확대냐, 집토끼냐 산토끼냐의 치열한 논쟁은 당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고 한목소리로 충성을 보이라고 몰아붙이더니 급기야 국정교과서라는 자폐적 광기의 정점으로 치닫고 말았다. 그때 보수는 끝났다. 민주당도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다른 목소리를 막는 순간 정당은 죽는다. 

한국의 유권자 지형을 거칠게 분류하면 30% 대 20% 대 30% 대 20%다. 맨 앞의 30%는 2007년 정동영과 권영길의 지지율 합이다. 마지막 20%는 이른바 ‘태극기’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은 앞의 세 세력이 손을 잡은 결과 80%의 압도적 지지 속에 이루어진 것이다.

2012년 대선의 50% 대 50% 구도에서 세 번째 그룹이 이탈해 박근혜를 찍은 것이다. 이들을 중도 보수, 합리적 보수, 중도 우파, 자유주의 우파 등 뭐라 부르든 현재 한국 정치 지형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집단이다. 적어도 다음 대선까지는 이들의 선택이 정치 지형을 좌우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70%라는 현실에는 ‘홧김에 서방질’하는 중도 보수의 풀리지 않은 분노가 숨어 있다. 앞의 50%는 문재인 당선으로 화가 풀렸지만 오히려 세 번째 그룹은 박근혜를 찍었었다는 부끄러움과 자괴감, 그리고 ‘쪽팔림’이 뒤엉켜 좀처럼 화가 풀리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은 이들이 돌아올 것으로 믿는 모양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들 중에는 이미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을 찍은 사람도 꽤 된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을 찍은 사람 중 정몽준을 찍은 사람은 거의 없지만 박근혜를 찍은 사람 중엔 박원순을 찍은 사람이 꽤 있다. 박원순이 13%가 넘는 큰 차로 승리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때보다 훨씬 명분, 인물, 매력을 잃은 자유한국당을 찍을 것이라 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의 배경에는 비견될 만한 지도자가 없다는 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비교한다면 2003년에는 다섯 명의 전직 대통령이 생존해 있었다. 그중엔 상왕 이미지가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있었다. 야당에는 박근혜, 이명박이 강하게 버티고 있었다. 당은 소수당이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네 명의 대통령이 생존해 있지만 아무 영향력이 없고, 민주당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김대중·노무현·김근태 세 분은 돌아가셨다. 여야를 막론하고 강력한 차기 주자도 없다.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과 비슷한 위상이다. 

보수 세력이 분열하기 전에도 선거 지형은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2010년 이후 모든 선거에서 20~40대 유권자층에서 보수는 한 번도 이겨 본 적이 없다. 2017년 대선 때는 50대마저 잃었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전의를 상실하고 한강 전선을 포기했다. 홍준표 대표가 대구의 당협위원장을 맡겠다고 선언한 순간 수도권 승부는 끝난 것이다. 2016년 총선에서는 호남을 국민의당에 완전히 잃은 민주당에 1석을 내주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직후에 치러진 총선에서도 뚫리지 않았던 보수의 아성 강남과 대구도 뚫렸고, 부산·경남은 누구의 텃밭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정치적 의사결정의 핵심으로 떠오른 30~40대 여성에게 자유한국당은 혐오스러운 ‘마초 정당’으로 보일 뿐이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의 위기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두 당의 통합이 무산된다면 자유한국당이 민주당의 대척점 지위를 유지할 수 있지만 통합이 된다면 신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은 있겠지만 ‘보수의 대안 정당’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세 번째 30%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지도부를 구성할 수 있다면 일거에 당 지지율이 2등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앨버트 허쉬먼이 <이탈, 항의, 충성(Exit, Voice, and Loyalty)>에서 통찰한 대로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에서 이탈할 정당이 생기는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통합에 성공하더라도 안철수와 유승민 두 사람의 정치 행로는 험난할 것이다. 안철수를 정치로 불러낸 세 그룹인 2030·중도·호남은 이유가 다 달랐다. 2030 젊은층은 기성 정치가 싫어서 안철수를 불러냈고, 중도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가 싫어서 불러냈고, 호남은 박근혜의 유일한 대항마인 문재인이 싫어서 불러냈다. 안철수가 ‘새정치’를 하려고 했다면 2030을 중심으로 중도의 지지를 받는 정치를 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호남의 지지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바둑에서 수순이 중요하듯이 정치에서도 수순이 중요한데 안철수는 호남을 기반으로 국민의당을 창당한 순간 2030의 지지를 거의 잃었고 중도에서도 상당한 지지를 잃었다. 뒤늦게 수순을 바로잡아보려고 하지만 열 배는 어려운 길을 자초한 셈이다. 

정치가·군인·기업가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하나만 같아도 동지’로 보는 유연함이 있어야 한다. 반면 ‘하나만 달라도 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정치에는 맞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학자, 종교인, 법조인, 언론인, 시민운동을 하는 것이 낫다. 정치가와 군인은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 공산주의 소련과 ‘연합’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자가 된 것도 구글의 안드로이드 ‘동맹’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김영삼과 김대중이 대통령이 된 것도 ‘3당 합당’과 ‘DJP 연합’을 했기 때문이다. 노무현도 정몽준과 후보 단일화를 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이회창이 ‘하나만 달라도 적’으로 보는 대쪽 같은 원칙 대신 ‘하나만 같아도 동지’로 보는 양김 정치의 절반만 배웠어도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다.

정치는 합리적인 사람보다는 합목적적인 사람이 해야 한다. 정치적 반대자들과 싸우는 건 작은 용기만 있어도 되지만 지지자들에게 욕먹는 결단은 큰 용기가 없으면 할 수 없다. 정치가 어려운 이유다. 우디 앨런이 영화 <지골로 인 뉴욕>에서 장사가 안되는 중고서점을 폐업하면서 “요즘은 이런 귀한 책 찾는 놈들이 더 귀해”라고 한탄했지만 요즘은 지지자들에게 욕먹을 준비가 되어 있는 정치가를 볼 수 없다. 옛날에는 위대하면 유명해졌지만 지금은 유명하면 위대해진다고 믿는 시대다. 예능의 시대, 가벼움의 시대다. 지도자도 없고, 위대함도 없다. 

정치는 단순하다. 지지기반을 넓히면 살고 좁히면 죽는다. 지난 30년간 연합을 한 정치세력은 승리했고 분열한 세력은 패배했다. 예외가 없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보수가 정치적 상수에서 변수로 전락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30년간 유지돼온 민자당 대 반민자당,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새누리당 대 반새누리당의 보수 우위 시대가 막을 내리고 민주당 대 반민주당의 시대가 열렸다. 한국의 주류가 바뀌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에 성공한다면 6·13 지방선거는 통합신당과 자유한국당의 반민주당 연대, 민주당과 통합신당의 반자유한국당 연대, 그리고 연대 없는 3당 경쟁의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분명한 것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담대한 연대’를 결단하는 지도자가 승리자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박성민 

 

“한국의 주인이 바뀌고 있다”

1991년 설립한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대표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컨설턴트다. 30년 이상 선거를 치르면서 익힌 감각과 예리하고 독창적인 시각을 평가받고 있다. 정치게임에서 승리하는 법칙을 담은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 <정치의 몰락> 등을 썼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어느 때보다 남북관계 중시한 김정은, 의도는?

문재인 정부, 적극적으로 기회 활용해야
2018.01.01 16:14:45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공언하며 과거 어느 때보다 구체적인 남북관계 개선 방안을 밝혔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에는 핵과 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시킬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히 전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되 향후 정책을 미국과 섬세하게 조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올림픽 참가 의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진정으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원한다면 남조선의 집권 여당은 물론 야당들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인사들을 포함하여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내왕(왕래)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라며 올림픽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과거 어느 신년사보다 구체적이며 실현 가능성이 높은 입장을 내놨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 2017년 신년사에서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북과 남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충돌과 전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2016년 신년사 역시 "북남대화와 관계 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 것이며 진실로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마주 앉아 민족문제, 통일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며 기본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물론 김 위원장은 2015년 신년사에서 고위급 회담 재개뿐만 아니라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며 적극적인 대화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 중단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분별 회담도 할 수 있다"며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혀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상회담의 경우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남북 양측 모두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을 '선언'하는 식으로 발표했던 전례가 있어, 그 자체로 현실적인 남북대화 제안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또 2015~17년에 발표된 신년사와 비교했을 때 올해 신년사에 남북관계를 언급한 분량이 어느 때보다 많았다는 점으로 미뤄보아,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은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오전 9시(평양 시각)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남북대화 통한 북미 협상 추진?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북한이 이번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고 평가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전례 없이 매우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며 "북한이 지난해 보였던 남북대화 거부 입장에서 탈피할 것이라는 전환을 보여줬다"고 논평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빠른 시일 내에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당국회담이 성사되어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연철 인제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올해 신년사에서 "대외관계 중 남북관계를 가장 비중있게 다뤘다"며 "핵무장 완성을 재확인하고, 억지력을 바탕으로 평화 공세로 전환했다. 이는 남북관계를 징검다리로 대외 관계를 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국가핵무력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성취했다.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타격 사정권 위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이라며 미국과 날을 세웠다. 

이를 두고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핵무력 완성'으로 이제 안보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판단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신년사에서 핵탄두와 탄도 로켓의 대량 생산과 실전 배치를 지시함에 따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고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역시 "2018년에도 전력화 실전배치를 명분으로 핵무력의 기술적 완결성을 달성하기 위해 계속 (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공언하면서도 남한에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낸 의도에 대해 "북한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 트럼프 정부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겠다는 점을 내비치면서 대신 남한 쪽으로 적극적 평화공세를 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통미봉남(通美封南, 북한이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대화)이 아니라 통남봉미(通南封美, 미국을 배제하고 한국과 대화)를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에 적대적 입장을 보였지만 결국에는 미국과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통남봉미'는 이를 위한 하나의 단계로 나온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단계적으로는 남한과 관계를 트고 미국과 적대적으로 갈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목표는 결국 미국과 관계 개선이다"라며 "우선 1단계로 남한과 관계개선을 통해 한반도를 안정화시키고 그 바탕 위에서 미국과 국제사회로 나아간다는 것이 변함없는 북한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신년사에서 북한은) 핵무력 완성을 바탕으로 미국과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라며 "그래서 한반도에서 전쟁 위협을 낮추면서 미국의 군사적 선택지 사용 가능성을 감소시키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미국이 북한의 이러한 의도를 읽고 군사적 선택지 대신 북한과 협상에 나설 수 있느냐다. 이에 대해 백 수석연구위원은 "미국도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며 미국이 쉽사리 군사력을 동원해 전쟁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군사적 선택지가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느냐는 측면의 딜레마뿐만 아니라 북한이 미국의 메시지를 오도해서 전쟁이 일어나면 장기적으로 동북아에 중국 시대가 열릴 수밖에 없다. 미국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남북이 관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한반도의 긴장 완화로 가게 되면 미국이 군사적 선택지를 강화하기도 힘들다"고 예측했다. 
 

▲ 지난해 6월 미국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인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정부, 적극적으로 기회 활용해야 

북한이 어느 때보다 남북관계를 중요하게 다룬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향후 문재인 정부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가 이번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아주 명명백백하게 남북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회를 잡아서 고위급 회담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남북회담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올림픽 특사든 비공개접촉이든 어떤 방식을 통해서라도 북한에서 고위급이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구체적으로 현재 북한 정권의 2인자인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정도가 움직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이 저렇게까지 나왔기 때문에 실제 (최룡해가)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또 평창 올림픽의 북한 참가를 위해 "미국과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연기하는 것에 조속히 합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했기 때문에 미국도 동의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북한과 어떤 어젠다를 가지고 어떤 회담을 할지를 미국과 상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 혼자서 북한 문제를 다룰 수는 없다"며 미국과 세심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연철 인제대학교 교수는 "관계 악화의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그만큼 관계 개선을 위해 고려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핵문제를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요구와 북한의 입장 사이에는 차이가 크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평창 올림픽이라는 기회가 있다면서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는 북한에 '와일드 카드'를 줄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핑퐁 외교'나 미국과 쿠바의 '베이스 볼 외교'의 사례처럼, 체육 외교를 본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오늘부터 장애인 올림픽이 끝나는 3월 말까지 석 달의 시간이 주어졌다. 한반도 정세에서 지난 10년 동안 사라졌던 '당사자'가 귀환하는 시간"이라며 "너무 서두르지 않으며, 너무 큰 기대를 앞세우지 말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면서 한 걸음씩 내딛을 때"라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jh1128@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한 김정은 신년사,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 용의”

“남북관계 개선해야…각계 단체 대화의 길 열어놓을 것”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18-01-01 11:20:11
수정 2018-01-01 11:20:11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2018년 새해를 맞아 1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육성 신년사를 조선중앙TV가 보도하고 있다.
2018년 새해를 맞아 1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육성 신년사를 조선중앙TV가 보도하고 있다.ⓒ뉴시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1일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과적으로 열리길 바란다며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된 신년사 연설에서 “새해는 우리 인민이 공화국 창건 70돌을 대경사로 기념하게 되고 남조선에서는 겨울철 올림픽경기 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하여 북과 남에 다 같이 의의있는 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동족끼리 행사를 돕는 것은 응당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메시지도 내놨다. 그는 “우리는 민족적 대사들을 성대히 치르고 민족의 존엄과 기상을 내외에 떨치기 위해서라도 동결상태에 있는 북남관계를 개선하여 뜻 깊은 올해를 민족사의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북남이 폭넓게 교류해 통일 주체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우리는 진정으로 민족적 화합을 바라며 각계단체 인사와의 대화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민간교류 재개 가능성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나는 이 기회에 남, 북, 해외 전체 조선 동포들에게 따뜻한 새해 인사를 남기며 북남의 모든 일이 진심으로 잘 되기 바란다”고 덕담을 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남북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를 언급했다. 그는 “무엇보다 북남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하여야 한다”면서 “북과 남은 정세를 격화시키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하며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지난 7월 우리 정부가 제안했던 남북 군사당국회담에 북측이 응할 가능성도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은 이 땅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북침 핵전쟁 책동에 가담할 게 아니라 긴장 완화를 위한 우리 노력에 성의 있게 나서야 한다”며 “외세와의 핵전쟁 연습을 그만둬야 하며 침략 무력을 끌어들이는 행위를 걷어 치워야 한다”고 한미 군사연합훈련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해서는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면서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는 것은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경향신문 신년기획 1면]헌법 11.0···다시 쓰는 시민계약

입력 : 2018.01.01 01:15:00 수정 : 2018.01.01 02:03:40

 

[경향신문 신년기획 1면]헌법 11.0···다시 쓰는 시민계약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신년기획 1면]헌법 11.0···다시 쓰는 시민계약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한다. 독일 헌법 첫머리는 ‘인간의 존엄은 침해되지 아니한다’이다. 국가로 시작한 헌법과 인간으로 시작한 헌법. 2018년 1월1일자 경향신문 표지는 이런 차이에 주목한 한 편의 타이포그래피(Typography, 글자체나 글자 배치를 이용한 디자인)이다. 타이포그래피는 글자를 역사적, 환경적, 철학적으로 해석해 표현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명조체와 가운데 정렬 방식을 채용했다. 명조체는 붓글씨에서 비롯된 것으로 동양의 관념적 특징을 갖고, 가운데 정렬은 권위적이면서도 우아한 방식이다. 독일 헌법은 고딕체와 왼쪽 정렬 방식을 썼다. 고딕체는 인간 중심으로 설계된 기능적 글자체다. 왼쪽 정렬은 1900년대 이후 등장했는데, 사람이 읽기에 가장 편한 방식이다. 개헌이 화두로 떠오른 2018년 독자들에게 우리 헌법의 의미와 나아갈 방향에 관해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김의래 디자이너(국민대 시각디자인과 겸임교수)가 제작했다
 

관련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젠 지속 가능한 나라 만들기

[김성훈 칼럼]
2017.12.31 21:30:50
 

 

 

 

2017년 정유년 세밑을 뜨겁게 달군 농업계 화두는 단연 '농업 가치 헌법 반영 1000만 명 서명운동'이 추진된 지 한 달 만에 목표 1000만 명을 돌파한 사건이다. 그리고 12월 5일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과 서울특별시 박원순 시장의 동참 서명이 대미를 장식하였다.

농업 가치 헌법 반영 1000만 서명 돌파!!

농협중앙회(회장 김병원)가 선두에서 이끈 동 서명운동은 농(임,축산)업과 농촌이 갖는 농림축산물의 본원적인 생산 기능 외에도 식량 안보와 안전, 농촌 경관 및 환경 생태계 보전, 수자원 확보와 홍수 방지 등 다양한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농업의 만고불변한 기본 가치(價値)를 헌법에 명시적으로 반영하여 정부의 관심을 적극 끌어들이려는 농업계의 필사적인 몸부림이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1987.10.29. 전부 개정)의 기초(起草) 전문위원으로 농업 및 경제 분야 조문의 개정 작업에 직접 참여한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역대 정권 교체기마다 농정 적폐청산 제1호로 지목 받던 농협중앙회가 새 정권 초기에 발 빠르게 농업 가치 헌법 반영 서명운동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그 감회가 더욱 착잡하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대다수의 선량한 국민들과 농업종사자들은 개정 헌법에 농업의 가치가 제대로 명문화되면 정부와 국민들에게 농업의 중요성을 올곧게 일깨우고 무언가 좀 더 3농 부문을 긍정적으로 배려하여 침몰 직전의 농촌경제와 환경생태계를 되살릴 묘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설사 획기적인 대책이 강구되지 않을지라도 최소한 지난 9년간의 암흑과 같은 '이명박근혜' 정권 치하의 농업 무시, 농촌 천대, 대농민 사기 행위들일랑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는 한 줄기 가느다란 희망의 끈을 잡고 싶었을 것이다. 

헌법에 농업 가치 조문이 명문화되지 않아 3농이 피폐해졌나?

그러나 말이야 바로 해 권력과 돈의 힘이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현실 정치구조를 직시해 볼 때, 헌법에 농업의 가치가 명문화되지 않아 오늘날 우리나라 3농, 즉 농업·농촌·농민이 이렇게 피폐해졌는가? 아니다. 그게 전적으로 헌법 조문 탓만이 아니다.

예컨대, 현행 헌법 제121조 제①항은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小作制度)는 금지된다'라고 엄연히 규정하고 있다. 이는 1948년 제헌국회 헌법이래, 1962년 박정희 군사정권하의 제3공화국 헌법, 1980년 제5공화국 헌법 그리고 1987년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정권이 바뀔수록 계속 강화돼 왔다.

그런데도 그 결과는 어떠한가? 제헌헌법 하의 '농지개혁법'이 1950년 실시되기 이전보다도 현재 전국의 논과 밭은 그 절반 이상이 비농업인, 부재지주 그리고 도시 투기꾼들에 의해 더 많이 소유되어 소작(임차) 농민의 비중이 60% 에 달한다. 도시 근교의 농지는 8~90%가 임차 소작농지이다. 참고로 1950년 농지개혁 당시 소작농지 면적은 전체 농지의 32.4%이었다.

결코 이 '농사직썰'란에서 주장하려는 메시지는 농업가치의 헌법 반영이 필요 없다거나 그 선의를 폄하하려는 뜻이 전혀 아니다. 도리어 헌법 조문화의 선행(先行) 조건과 이행조 건 그리고 그를 추동하는 농정철학(農政哲學)이 확고히 세워지기 위해서는 오히려 농업 가치의 헌법 조문화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이를 추진할 정직하고 정의로운 정부의 존재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철학이 깊은 정의로운 정부?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워낙 급하게 탄생한 정부이다. 이재욱 농어촌사회연구소장이 '문재인 정부의 농정을 평가한다'(<농촌과 목회> 2017년 겨울호)에서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문재인 정부는 국정 운영 계획을 정부가 출범한 후에 세울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탄생했지만, 대통령 자신이 후보 시절 구두로 직접 약속한 말까지 없었던 일인 양 눈감아주길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즉, 문재인 대통령은 농업 문제는 자기가 직접 챙기겠고 또 농정철학과 기본 틀부터 바꾸겠다고 공언했지만 취임한 지 7개월이 지나도록 어떻게 직접 챙길지 전혀 오리무중이다. 최소한 농민 대표들을 공식적으로 청와대로 초청하거나 직접 만나 토론 한 번 하지 않았다. 농정 기조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 담화 발표도 이제껏 한 번도 없다. 그와 똑같은 말을 이미 박근혜 씨도 대통령 후보 때 했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이 몰락한 후 들어선, 농정 철학이 깊은 정의로운 정부가 취할 자세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전임 대통령인 김영삼 씨 후보 시절 발언으로 적잖이 재미를 본 "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이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겨우 4개의 농업분야 과제에 포함되어 시선을 끈다. 구체적으로, 사람이 돌아와 살고 싶은 복지 농산어촌을 만들기 위해 교통·의료·생활 인프라를 확충하고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하여 국민휴식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실천사항이 마치 외지 사람들이 놀러 오는 농산어촌을 만들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으로만 읽히는 것은 너무 오버한(over, 지나친) 판단인가. 

핵심은 새 정부의 농정철학과 기조가 너무 얄팍하고 광대하여 분명하지 않거나, 역대 정부의 실패한 농정의 되풀이 또는 설거지하는 모양새라는 점이다. 농민의 연평균 농업소득은 2005년 수준에 제자리걸음하고 있으며 명목상의 농가소득 총액이 4000만 원에 훨씬 못 미치는데 비해 농민이 주인이라는 농축협 조합장의 연봉은 그 몇 곱절의 억대를 호가하고 중앙회장을 비롯 간부 임원들의 연봉도 평균 3억4000만 원으로 농가 소득의 거꾸로 된 역피라미드 소득구조는 무엇인가. '임직원을 위한 농축협'이라는 세간의 인식이 사실이라는 것만 확인시켜 준다. 위치와 가치가 전도(轉倒)된 농정 현장은 거슬러 올라 가 보면 수입먹거리 위주의 식품행정, 자급률의 끊임없는 하락 현상, 농약으로 뒤덮인 농토와 환경생태계, 안전한 먹거리를 찾아 헤매는 국민소비자, 농가와 농민 수는 해마다 줄어드는데 늘어나는 농업 관련 공직자와 단체들과 임직원, 중앙으로만 집결된 농정관련 권력과 행정력과 예산권이 이 나라 농정을 거꾸로 치닫게 하고 있다. 농정현안, 현장에서는 배가 산으로 올라가고 있다. 

지속·재생 가능한 농업과 나라 

구미 선진제국이 추구해온 농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속가능한 재생 농업이다. 지속가능한 재생농업(Sustainable Regenerative Agriculture)이란 무엇인가?

첫째, 농업 생산력의 주체인 농업인이 안정된 삶을 유지하면서 상호 신뢰와 협력으로 지속적으로 환경과 인간이 성장하는 공동체 사회를 이루며, 둘째, 환경생태계와 농업생산 활동이 조화를 이루어 공존·공영하는 것이며, 셋째, 농업과 공업, 유통업이 상호 연계되어 발전함으로써 도시와 농촌이 서로 보완 발전한다. 끝으로 지역 지방 정부가 농정활동의 주체가 되고 중앙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수평적 협력 체제를 일컫는다. 그래야 농업 농촌 농민이 지속 재생할 수 있고 사회와 국가가 유지 발전 재생할 수 있다. 

위 네 항목 중 그 어느 하나라도 미진하거나 불비(不備)할 때 그 사회 그 나라의 지속가능성과 재생 가능성에 적신호가 켜진다. 농업부문이 먼저 망하고 그 사회 그 국가도 마침내 지속 불가능해진다. 친환경적인 농업이야말로 사회와 국가 형성에 최소한 갖춰야 할 필요기본조건(National Minimum Requirement, NMR)이라고 일컫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꿈꾸듯 토로한 지속가능한 농업의 기본 틀과 철학은 앞에 소개한 네 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을 두고 말한 것이다. 

이에 따른 구체적인 행정 사항은, 농산물 및 그 가공품의 판로 확보와 가격안정, 그에 의한 농어민 소득의 안정적인 유지 보장, 그리고 농어민 주도의 생산, 가공, 유통, 무역 활동, 이른바 농민 주도의 6차 산업화 대책 등이다. 그리고 이를 더욱 알차게 실천하기 위한 농민 생산자/소비자의 자조적인 협동조직 육성과 연계, 지방분권에 의한 명실상부한 지방정부 주도의 3농 현장지원 활동 등이다. 

이 같은 복합적이고 중차대한 농정 철학과 기본 틀, 즉 지속 재생 가능한 국가사회 건설은 단순히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영역을 넘어 대통령의 절체절명의 과제이며 임무이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의 국가 경영의 기본 조건인 것이다.  

이 글은 전국농민회가 발행하는 <한국농정신문> 2018년 1월 1일 자 '농사직썰'난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다른 글 보기

 

▶ 필자 소개
농업 및 환경문제 전문가로 김대중 정부에서 농림부 장관을 역임하였으며 <프레시안> 고문을 맡고 있다. 대학과 시민단체, 관직을 두루 거치며 농업과 농촌 살리기에 앞장 서 온 원로 지식인이다. 프레시안에서 <김성훈 칼럼>을 통해 환경과 농업, 협동조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김정은위원장, 2018년 초강경 행보 걸을 것

김정은위원장, 2018년 초강경 행보 걸을 것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1/01 [04:05]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최근 국내 한 북관련 동영상 사이트에 소개된 '혁명의 최전성기를 펼쳐주시어'. 이 영화는 김정일 국무위원장이 2012년부터 2016년 초반까지 북의 최고지도자로서 걸어온 행보를 정리 종합한 동영상이었다.     ©혁명의 최전성기를 펼쳐주시어 화면복사

 

▲ 김일성주석과 머리 모양도 비슷하게 하는 등 외모는 물론 북 주민들을 만날 때의 미소, 글씨체까지 같이 하려고 애를 써온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정일국방위원장의 글씨체도 김일성주석과 비슷하다. 사업분야에 있어서는 김정일국방위원장이 하려고 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빠른 속도로 추진해나갔다. 하여 북 주민들은 김정은위원장을 통해 두 선대 지도자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 '혁명의 최전성기를 펼쳐주시여' 화면복사

 

2017년 각종 위력적인 전술핵탄두장착용 탄도미사일 시험들은 물론, 두 번의 미사일 장착용 수소탄 시험과 두 종류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까지 성공시키면서 전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에는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 

 

워낙 상상을 초월하는 행보를 보여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게에 예단할 수는 없겠지만 2018년에는 더욱 더 강력한 행보를 내디딜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된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상정치사업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단적으로 말해주는 사진들, 각 분야 핵심간부들에 대한 사상정치사업이 정말 끊임없이 진행되었다. 당 세포비서(세포위원장) 대회만 봐도 조선노동당 창건 이후 총 다섯 번 중에 김정은위원장 집권 6년 동안 두 번이나 진행했다.  대회마다 김정은위원장이 직접 나와 연설도 했다.    © '혁명의 최전성기를 펼쳐주시여' 화면복사

 

 

▲ 북녘 곳곳에 김일성 김정일 선대 지도자의 동상과 기념비를 대거 새로 건립하고 있다. 주요 도시는 물론 마을과 공장에도 우후죽순처럼 건립되고 있다.  북 주민들이 두 지도자를 단 한 시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영원히 함께 있다는 말이 말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 '혁명의 최전성기를 펼쳐주시여' 화면복사

 

최근 국내 한 북 동영상 사이트에서 소개한 '혁명의 최전성기를 펼쳐주시여'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관련 기록영화를 보니 2017년의 과감한 행보는 이미 예정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을 위해 집권초부터 북 간부들에 대한 사상정치사업을 치밀하게 진행해왔으며 서해 최전방 작은 섬 초소까지 찾아가 직접 주민들과 만나 생사고락을 함께 나누며 북 주민들의 일심단결 의지를 매우 빠른 속도로 최상의 높이까지 끌어올렸다.

 

▲ 북의 '혁명의 최전성기를 펼쳐주시여'라는 기록영화를 보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짧은 기간 써 낸 노작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교육, 국방, 경제, 행정, 건설, 문화예술 등 주요분야는 물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난의 행군시절 군부대 현지지도를 가면서 헐벗은 산을 보며 가슴아파했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나무심기와 관련된 노작까지 전 분야에 걸쳐 매우 구체적인 제목으로 쓴 노작이 헤아릴 수 없이 소개되고 있었다.     © '혁명의 최전성기를 펼쳐주시여' 화면복사

 

더불어 핵과 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하고 미국과 그 동맹국이 아무리 강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더라도 자체의 힘, 자강력으로 뚫고 나갈 비결을 과학기술로 보고 과학자 기술자들의 사기를 최대로 끌어올려 최첨단 무기도 개발하고, 경제발전도 이루어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은 1년을 경제선진국 10년 맞잡이로 따라잡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도 과학기술력을 이용하여 추동해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것을 위해 은하과학자거리, 미래과학자거리 살림집, 김책공대교수 살림집 등 과학자 기술자들을 위한 일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며 대학과 각 지역에 수많은 연구소를 설립하고 최신식 시설과 장비를 갖추어주었다.

하여 지금은 최첨단 모든 군사장비를 100% 북의 기술과 재료로 만들어내고 있으며 경제분야도 거의 국산화 비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 북의 최근 보도들이다.

 

▲ 북 국가나노연구소     ©  '혁명의 최전성기를 펼쳐주시여' 화면복사

 

▲ 북의 연구소     ©   '혁명의 최전성기를 펼쳐주시여' 화면복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하면서부터 북의 군사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북 주민들에게 미국과의 전쟁공포로부터 벗어나 마음 든든하게 해주고 있다는 북 언론 보도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경제분야에 있어서도 북을 방문하고 온 해외동포들의 전언에 따르면 실제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좋은 살림집이 제공되고 매대마다 질좋은 상품들이 가득가득 쌓이고 있으며 월급도 획기적으로 오르게 되니 북 주민들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열광이 더욱 높아가고 있다고 한다.

장성택 숙청 이후 혼란스러워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 그랬는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 주민들 전체에게 100% 상여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해외 언론인의 전언에 따르면 성과급제가 도입되어 실적을 높이면 월급을 두세배가 아니라 수십배를 더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무상교육이 1년 더 확대되고 전국 도처의 애육원 육아원이 새로 건설되었고 고아들의 기숙학교인 초등학원과 중등학원이 최신식 시설로 전국 도처에 일떠서고 있다. 

해외교포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뿐만 아니라 평양에 유희장, 물놀이장, 동물원, 만경대학생소년궁전, 과학기술전당 등 북 주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학습도 할 수 있는 최신 시설들이 계속 건설되어 북 주민들의 생활의 질을 높여내고 있으며 평양에 정치사상대회를 참가하기 위해 온 북의 각 지역 간부들도 이를 참관하고 나서 자신들이 일한 보람으로 국력이 커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또 자신들의 지역에도 그런 시설들을 건립할 꿈을 키우게 하여 지방까지도 몇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발전해가고 있다고 한다.

  

 [↑ 위의 동영상은 최근 국내 한 동영상 사이트에서 소개한 북 기록영화 '혁명의 최전성기를 펼쳐주시어'의 한 대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의 최고지도자로서 국방과 경제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지도를 단행한지 만 6년이 지났다. 그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김일성주석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을 정치를 그대로 변함없이 이어나갔다는 사실이다. 위의 동영상만 봐도 머리 스탈일에서부터 주민들을 만날 때 표정까지도 같았다. 외모는 김일성주석을, 열정적으로 말하는 모습은 김정일국방위원장을 많이 닮았다.]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11월 29일 오전 2시 48분(평양시간) 평양의 교외지역에서 화성-15형이 거대한 발사폭음과 불줄기와 후폭풍을 내뿜으며 솟구쳐 오르는 장면이다. 최대고각발사체계로 진행된 시험발사에서 화성-15형은 최고정점고도 4,475km까지 상승하여 950km를 53분 동안 비행하였고, 동해의 설정된 수역에 탄착하였다. 화성-15형 전투부에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가 장착된다고 한다. 화성-15형의 사거리는 14,000km로 추산된다. 화성-15형은 100% 조선의 힘과 기술로, 조선의 실정에 맞게 개발되었다고 한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따라서 2018년에도 김일성주석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의 뜻을 이어나가려는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모든 성과를 이제 북미대결전을 끝내는데로 집중시켜가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2017년 이전에는 사상정치사업과 경제분야에 대한 현지지도 많았는데 지난해는 경제지도가 퍽 줄었다. 대신 박봉주 총리나, 최룡해 부위원장 등이 단독적으로 경제단위에 대한 현지요해사업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연초부터 어린이 가방공장 등 경제단위 현지지도도 하기는 했지만 2017년 김정은위원장은 군사분야에 주력했다. 단 몇 발만으로 미국 전역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수소탄을 그것도 두 번이나 연속적으로 시험했고 미 본토 어디든 타격할 수 있는 전략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화성-14형, 화성-15형 두 종류나 성공시켰다. 

 

이럴 경우 미국은 선제타격으로 북을 제압하거나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미국은 지난해 제재를 기본에 두면서도 끊임없이 선제타격 가능성도 타진하였지만 결국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김정은위원장은 전쟁도 제재도 북 주민들이 일심단결만 굳게 한다면 얼마든지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또한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과학기술력을 활용하면 실질적으로 제재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혁명의 최전성기를 펼쳐주시여'를 보면 2-3년만에 북 주민들이 보여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열광은 상상을 초월하였다. 김정은위원장이 각 사업장에 가서 기념사진을 찍고 헤어질 때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북 주민들이 열광하는 장면을 이번 영상에서 처음 공개했는데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열열한 장면들이었다. 그것도 대부분 집권 3년 안에 찍은 영상들이었는데도 그랬다. 

 

[↑ 김정은국무위원장은 전 지도자였던 김정일국방위원장 급서로 북 주민들에게 알려질 기회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최고지도자가 되어 북의 전권을 맡아야했다. 나이도 너무나 젊었으며 모든 것이 장막에 가려져 있어 과연 북 주민들의 의지를 하나로 모아낼 수는 있을지, 권력다툼 속에서 확고한 지도력을 장악할 수는 있을지 의문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위의 영상을 보면 2-3년도 지나지 않아 북 주민들의 열열한 지지를 받는 지도자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외모부터 행동 하나하나가 김일성주석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북 주민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점도 역할을 했겠지만 단 몇년만에 북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실질적으로 높여낸 점이 큰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이제는 수소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이라는 자긍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어 북 주민들의 그에 대한 열광은 더욱 뜨거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 2016년 1월 6일 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 완전 성공 보도를 하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백두산에서 환하게 웃는 사진을 게재했다. 이때부터 최후승리를 앞당길 결정적 조치들을 단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집권 초부터 최후승리를 앞당겨내자고 호소한 바 있다. 북이 말하는 최후승리는 사회주의 이상사회건설, 북미대결전 종식, 조국통일 이 세가지를 이루는 보이는데, 북 주민들의 지지를 최대의 높이까지 높여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 힘을 모아 최후승리 목표를 향해 더욱 빠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2017년 두 차례의 수소탄 시험과 두 종류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을 단행한 무지막지한 공세적 행보도 그런 차원에서 나왔을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6년부터 최후승리를 앞당길 구체적 조치들을 단행할 결단을 내렸던 것 같다. 2016년 수소탄 시험 이후 선군915전차의 위력적인 도하훈련과 사격훈련, 오차 1미터 안 초정밀 타격이 가능한 200km사거리 300미리 대구경방사포, 훨씬 위력이 커진 휴대용 대전차미사일, 완벽한 성능을 보여준 번개 지대공 미사일 등 각종 전술무기들을 줄줄이 공개하였다. 이는 만약 전쟁이 벌어지면 순식간에 통일성전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2017년 미국이 전쟁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한 미사일 장착용 수소탄과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을 단행한 것이다.

 

미국이 이제 평화적으로 살고자 한다면 북과 우호관계를 맺거나 선제타격으로 제압하거나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미국은 지난해 실제 심각하게 전쟁을 고민했다. 항공모함을 3척이나 동시에 한반도 수역으로 끌고 오기까지 했으니 말 다한 것이다. 하지만 2106년부터 북이 보여준 전술무기들과 2017년 저 엄청난 전략무기들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지금까지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김정은위원장은 2018년은 아마 이보다 더 강력한 행보를 보여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수소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일심단결력이 더 높아지는 등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났고 이제는 앞으로 질주할 일만 남았다고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마 2017년 이전보다 그 후 북 주민들의 일심단결 의지는 열 배 이상 더 뜨거울 것이 확실하다. 이젠 경제적으로만 풍요로워진 것이 아니라 수소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강국이라는 자부심까지 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북 주민들의 일심단결력이라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서는 어떤 행보도 이제는 주저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봐야한다. 

지난해 이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수소탄을 두 번이나 시험할 결심을 내렸을 때 전쟁까지도 예상했을 것이다. 화성-12형은 정상각까지 쏘아 일본열도를 두 번이나 넘겼다. 태평양의 괌 미군기지까지 북 미사일 사정권에 완전히 들어갔음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다만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고각발사만 하고 정상각발사는 하지 않았다.

 

만약 북이 그런 전략무기들을 정상각도로 쏘아 미국 앞바다를 뒤집어 놓거나 태평양 상에 수소탄을 터트리는 시험이라도 단행하면 미국은 정말 북과 전쟁이 아니면 한국전쟁을 종식시키는 평화협정체결 담판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한반도는 아직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다. 휴전 즉 전쟁을 잠시 쉬고 있는 정전협정 상태다. 그래서 미국은 북의 핵미사일을 중국, 러시아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무게로 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2018년 최후 승리를 앞당기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초강경 행보가 확실시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는 대책을 잘 수립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군사적 제재와 압박은 더욱 더 강한 북의 반발만 초래해왔다는 이미 증명된 사실을 잘 분석하여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주장하고 있듯이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자세에 기초한 대화의 방법 외에는 다른 길은 없다고 본다.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평창, 한반도 평화 새 지평 열자

평창, 한반도 평화 새 지평 열자

등록 :2018-01-01 09:24수정 :2018-01-01 09:31
 
위기 가시지 않는 한반도
세계가 평창올림픽 주목
군사긴장 악순환 끊으려면
북 도불-한미훈련 중단해야
메티스 국방, 훈련 연기 시사
200개의 천연색 엘이디(LED)가 장착된 픽셀스틱(라이트 페인팅 도구)을 들고 지나가면 공중에 빛이 뿌려진다. 카메라 셔터를 4초 동안 열어 공중에 뿌려지는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 사진과 평창 올림픽파크의 스키점프대를 함께 담았다. 평창/김명진 이정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0개의 천연색 엘이디(LED)가 장착된 픽셀스틱(라이트 페인팅 도구)을 들고 지나가면 공중에 빛이 뿌려진다. 카메라 셔터를 4초 동안 열어 공중에 뿌려지는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 사진과 평창 올림픽파크의 스키점프대를 함께 담았다. 평창/김명진 이정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분단의 한반도, 그중에서도 분단의 땅 남강원도에 속해 있는 평창은 올림픽 정신에 가장 적합한 개최지다. 올림픽 휴전 기간 동안 의미있는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면, 2017년을 뒤흔들었던 한반도 위기설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 것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2018년 평창에서 한반도에 드리워진 ‘전쟁’의 그림자를 걷어낼 천금같은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다고 했다.

 

‘하나된 열정. 새로운 지평.’ 평창 겨울올림픽(2월9~25일)이 열리는 2018년 새해가 밝았다. 평창에 이어 2020년 여름 도쿄와 2022년 겨울 베이징까지 ‘평화의 제전’은 앞으로 4년간 동북아에서 릴레이로 치러진다. 평화를 향한 열정으로, 냉전의 유일한 섬으로 남은 한반도의 새 지평을 열 기회다.

 

 

미국외교협회(CFR)는 2018년 미국이 직면하게 될 ‘8대 안보위협’ 가운데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첫손에 꼽았다. 지난 한 해를 되짚어 보면 결코 무리한 평가가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 23기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한차례(6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11월29일엔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한 뒤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 등의 도발적 발언을 여과없이 쏟아냈다. 백악관에선 공공연히 ‘선제타격’, ‘예방전쟁’이 거론됐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전략폭격기 ‘B1-B’ 랜서 등 전략자산을 대거 전개시키며 위기감도 키웠다. 한반도는 1년 내내 ‘위기설’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북-미가 실제 군사적 충돌로 치달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 유엔 헌장 2조3항은 “회원국은 국제분쟁을 평화적 수단에 의해 해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의 근거로 삼는 헌장 41조는 “병력의 사용을 수반하지 아니하는 조치”에 국한돼 있다. ‘자위적 차원’의 군사력 사용의 명분이 되는 헌장 51조는 “회원국에 대해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란 전제를 달고 있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위기감이 가시지 않는다. 북-미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소한 실수와 판단 착오가 언제든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이를 두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잠든 채 걷듯 전쟁으로 빨려들 수 있다”고 표현한 바 있다. 상황의 엄중함은 미 의회의 이례적 행보에서도 확인된다. 미 상원 외교관계위원회는 지난해 11월14일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권한을 따져묻는 청문회를 열었다. 상·하원을 막론하고 미 의회가 핵무기 사용 문제를 두고 청문회를 연 것은 냉전이 불을 뿜던 1976년 3월 이후 41년 만에 처음이었다.

 

북-미 사이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실수든 판단 착오든 ‘군사적 옵션’이 가동된다면 한반도는 파멸 수준의 대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에 나선다 해도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모두 파괴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북한은 즉각 보복 대응에 나설 것이다. 쉽게 전면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미국도, 북한도 잘 알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지난해 10월 내놓은 관련 보고서에서 “개전 초기 불과 몇시간 안에 재래식 무기 공격만으로도 최소한 수십만명의 사상자가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서 일단 멈춰야 한다. 더이상의 정세 악화를 막고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 위기의 한복판에도 기회는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다. 유엔 총회는 지난해 11월13일 만장일치로 ‘평창 올림픽 휴전 결의’를 채택했다. 올림픽 개막 1주일 전인 2월2일부터 패럴림픽(3월9~18일) 폐막 1주일 뒤인 3월25일까지 유엔 회원국은 ‘적대행위’를 멈춰야 한다. 결의 채택 당시 마리아 테오필리 유엔 주재 그리스 대사는 “차이와 불평등, 갈등으로 점철된 세계가 잠시나마 휴전에 합의한다는 건 실로 엄청난 일”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월19일 미국 <엔비시>(NBC)와 한 인터뷰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평창 올림픽 뒤로 연기할 것을 미국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12월29일(현지시각) 기자 간담회에서 한-미 연합훈련 연기와 관련해 “미국과 한국 정부가 발표할 것”이라며 “우리는 늘 훈련 일정을 조정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통상 매년 2~4월 열렸던 ‘키리졸브연습·독수리훈련’은 ‘올림픽 휴전’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52일간의 ‘올림픽 휴전’이 만들어낸 평화의 문을 조금 더 넓힐 수 있다는 얘기다.

 

한-미 연합훈련 연기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맞물려야 한다. 이럴 경우 잠정적이나마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이 성사될 수 있다.

 

낙관은 금물이다. 어렵게 대화가 시작돼도 당장 손에 쥐는 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미리 암울한 전망을 할 필요도 없다. 경험도 있다. 냉전체제 해체 직후인 1990년 9월부터 1992년 9월까지 2년 동안 남북은 모두 8차례 총리를 수석대표로 하는 고위급회담을 열었다. 이를 통해 △유엔 동시 가입(1991년 9월17일) △주한미군 전술핵무기 철수 선언(1991년 9월27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1991년 12월13일)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 발효(1992년 2월19일) 등을 이끌어냈다. ‘한반도 평화여건 조성’과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긴장완화 조치’를 이유로 키리졸브연습·독수리훈련의 전신인 팀스피릿 훈련을 1992년 중단한 게 결정적이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991년 중반께 이듬해 팀스피릿 훈련 중단을 결정해 남북관계의 모멘텀을 이어가면서 기본합의서와 비핵화선언 등 숱한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며 “남북관계 복원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당시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의 기회는 만들어가는 것이다. 2018년 평창을 시작으로 앞으로 4년간 동북아 3국을 돌며 열리는 ‘평화의 제전’을 버팀목 삼아 긴 안목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MB 사저앞에서 이명박 구속 촉구하는 촛불집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12/31 15:05
  • 수정일
    2017/12/31 15:0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Posted by: Byung Taek Jeun in Headline, 스토리파이, 정치 2017/12/31 00:11 0 267 Views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의심받고 있는 자동차 부품 업체 다스(DAS)의 비자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이 전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1. 오늘 이명박 구속 촉구 집회에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함께했다. 박 의원은 "제가 쥐띠다. 그런데 오죽하면 쥐를 잡아야 한다고 여기 왔겠냐"며 "10년 동안 '신은 진실을 알지만 때를 기다린다'는 말을 품고 살았다"고 말했다. 2017년 마지막 토요일 열린 이명박 구속 촉구 촛불집회 모습을 뉴스프로에서 모았습니다.
  2. MB집 앞에서 외쳤다 “이명박을 구속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