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도 아침에 오는 손님이거든. 근데 왜 그 시간에 갔어."
"OO씨는 이번주에 오전 근무였대. 다음 주부터는 오후고."
"어떡해... (희생자 명단을 가리키며) 다 아침에 가는 멤버들이야."
22일 오후 3시, 여전히 매캐한 냄새에 둘러싸인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에 대여섯 명의 중년 여성들이 모여 있었다. 전날 아침에도 이곳에서 운동과 사우나를 했다는 그들은 희생자 명단을 가리키며 "어떡하냐"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들은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숨을 쉬었고 종종 눈물짓기도 했다.
이 스포츠센터는 2011년 7월에 지어졌다. 올해 몇 달간 경매로 문을 닫긴 했지만, 10월에 재개장해서 회원들이 한창 많을 때였다. 회원들은 헬스 회원만 500~600명으로 추측된다고 밝혔고, 사우나만 월정액권을 끊어서 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약 6년간 서로 얼굴을 봐왔던 이들은 'OO 엄마'나 별명처럼 불렀던 '직업'을 이야기하며 이웃의 죽음을 슬퍼했다.
"'아로니아'는 일찍 찾았다며..."
"'닭갈비'도 그렇게 됐대."
"걔는 왜 그 시간에 왔대. 요즘 나랑 계속 아침에 왔는데'"
"요즘에 며칠째 오후에 왔어. 그 시간이 한가하대서."
"아휴 진짜 왜..."
희생자들 시신이 안치된 제일병원에 방금 전 갔다 왔다는 A씨는 눈물을 쏟으며 "여기 사망자 명단에 있는 분 다 아는 사람이다. 아침이 오는 손님이 재수가 없어서 오후에 와서 죽었다"라며 "왜 그 시간에 갔어"라는 말을 반복하며 한탄했다. A씨는 21일 사고 당일 아침에 헬스장에 갔다가 사우나를 하고 나왔다고 했다.
"여기 한동네 사는 사람들인데 사람이 너무 많이 죽었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만날 만나는 사람이잖아요. 또 여자들 사우나 문화가 있으니까 맛있는 거 있으면 싸 와서 나눠먹고 그랬어요... 지금 제천 시내가 초상집이야. 어떻게 하다가 이런 일이 생겼대요 그래."
▲ 22일 오후 충북 제천 제천스포츠센터 화재현장에서 주민들이 현장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B씨는 오전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오후에 씻고 운동을 하려고 스포츠센터에 들렀다. 그는 "주차장 있는 데서 공사하는 걸 보고 올라갔다. 탕에서 씻고 나와서 반소매 반바지인 헬스장 옷만 입은 상태였는데 경보음이 울려서 그 상태로 바로 뛰쳐나왔다. 나올 때 탕 안에는 20명 정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단 5분도 안 돼서 불길이 너무 크게 번졌다. 매점에서 119에 '빨리빨리 오세요'라며 신고하는 것도 들었는데"라며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B씨는 2층 여탕 입구에 설치된 버튼식 자동문의 오작동과 비상구 위치를 참사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들어올 때도 자동문이 잘 안 열려서 세 번이나 버튼을 눌렀다고 밝혔다. 연기 때문에 버튼이 안 보일 경우에는 더 문을 작동시키기 어려웠을 거라고 짐작했다.
게다가 창고 쪽에 있는 비상구에는 선반 위에 목욕 바구니가 잔뜩 쌓여있었다고 한다. 평소 회원들이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 잘 모를뿐더러, 목욕 바구니까지 쌓여있으니 그곳을 비상구로 생각하기 힘들었을 거라는 게 B씨의 지적이었다.
"나오기 전에 할머니, 엄마, 딸이 함께 왔다던 그분들을 봤다. 매일 오후에 가서 사람들과 함께 커피를 자주 마셨는데..."
그는 "괜찮냐"는 전화만 50통을 받았다며, 본인이 죽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했다. 사고가 일어난 후 놀라서 한숨도 못 자고 있는 그는 청심환을 먹으며 버티고 있었다.
"2층 통유리 깨면 되는 거 아니었나"
▲ 지난 21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행한 가운데, 22일 오후 사고 현장의 모습.
올해 초까지 사우나 월정액 회원이었던 C씨는 자동차를 타고 오면서 화재를 목격했다. 그는 소방당국의 해명(관련 기사: "LPG 탱크 폭발 방지가 먼저... 구조요원도 4명뿐")에도 그는 "2층 창문을 안 깬 게 이해가 안 간다"라며 분노했다.
"3시 55분 정도에 차가 터지는 소리가 펑펑펑 났다. 그 이후에 소방차 세 대가 왔는데 제가 보기에는 물 뿌렸을 때는 아직 연기가 안 나왔을 때였다. 한 대가 물만 뿌리고 우왕좌왕하는 것 같았다. 고가 사다리도 필요 없고, 얼마든지 나머지 소방차들로 2층으로 사다리를 놓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바람도 한쪽으로만 불었기 때문에 불길을 피해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는 "나도 여기 다녀봐서 구조를 알지만 2층 창문 깨면 적어도 구하러 왔다는 신호는 줄 수 있었다. 사다리를 놓는다는 좋은 방법을 두고 왜 안했을까"라며 "소방차가 왔을 때는 이미 주차된 차도 빠져나간 상태였다. 그때도 늦지 않았는데 핑계를 대고 있다"며 소방당국을 비난했다.
C씨 역시 여탕 자동문에 대해 지적했다. "그 자동문은 예전부터 작동이 잘 안됐다"며 대피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이 됐을 거라고 말했다.
▲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는 21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2017 공동회의-통일국민협약과 지속가능한 대북.통일정책'을 주제로 2017 공동회의를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남북 사회문화교류를 위해서는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남북교류협력법의 대북접촉 신고 조항 등을 개정해 실질적인 신고제로 전환하고 나아가 (가칭)사회문화교류발전위원회와 같은 민간참여 독립기구를 설립해 이 기구에 예비심사를 위임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는 21일 오후 서울시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대표의장 김홍걸) 주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2017 공동회의-통일국민협약과 지속가능한 대북·통일정책'에서 '남북사회문화교류의 내용과 추진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사회문화교류 관련 '통일국민협약'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
남북교류협력법 제9조의 2 제1항은 남한 주민이 북한 주민과 회합·통신, 접촉하려면 통일부장관에게 미리 신고해야 하는데, 다만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접촉 후 신고할 수 있도록 '사전·사후 신고제' 규정을 두고 있으나 제3항에서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 등이 있을 때는 통일부 장관의 권한으로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바람에 '수리거부는 곧 불허'가 되어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어온 불합리를 개선하자는 것.
또 현재 정부에서 운영하는 1조 9,707억원 규모(2017.11월 현재)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앞으로는 통일국민협약 이행기구인 (가칭)남북사회문화교류발전협회가 일부 운용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남북 사회문화교류의 토대를 강화하고 자원 확충을 통해 대북 협상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덧붙였다.
'남북 사회문화교류'에 대해서는 "분단구조로 인한 남북간의 차이와 갈등을 완화하고 한반도의 사회문화공동체 형성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며, 남북간의 상호 변화와 발전, 신뢰 증진을 추구해 나가는 다방면의 교류협력 행위"라고 정의했다.
물론 이같은 제안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별개로 민간교류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정부는 민간교류를 적극 지원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다.
이승환 대표는 북한이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이에 한미 당국이 '최대의 압박'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사회문화교류는 많은 제약이 있지만,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당국이 남북교류에 대한 민간의 판단과 인·허가를 사실상 독점하고 통제함으로써 당국 관계가 경색되었을 때 민간을 통한 통한 유효한 대북정책 지렛대를 확보하는데 실패하거나 대북정책을 변경할 수 있는 계기 마련이 불가능했던 경험, 그리고 일부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접촉을 통한 상호 변화'에 호감을 갖는 상당한 동의기반을 감안하면, 사회문화교류에 대한 사회적 합의 가능성은 꽤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사회문화교류는 국민 동의의 기반이 가장 넓은 사안을 중심으로 내용을 점차 확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위안부문제나 독도문제 등 남북공동대응이 가능한 정치적 교류도 단계적 추진에 얽매이지 말고 병행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민·관을 분리하고 민간의 다양성 실현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과 북한 변화에 대한 다층적인 접근경로를 확보하는 것은 그 자체로 남북관계에서 민주주의의 확장이자, 우리 사회가 가진 대북정책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민간교류의 독립성 보장은 "남북관계 발전과 북한 변화의 다층적 통로를 확보하고 통일과정에서 시민참여와 민주주의를 확장하기 위한 원칙"이자, "사회문화교류에 대한 사회적 합의 추진의 본질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또 민·관을 분리해 협력적 거버넌스를 창출하는 것은 민간 역시 남북관계 운영과 한반도 평화의 책임있는 행위자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정부가 대북 통일정책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에 일정한 권한을 위임하여 남북관계 운영에서 정부 일방주의, 또는 직접민주주의를 넘어서는 '조합주의적(Corporatism) 대안체제'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사회문화교류 관련 사회적 합의의 핵심내용은 결국 '다층적인 북한 변화 경로의 확보를 위한 민·관분리의 제도화'라고 규정했다.
이어 통일국민협약의 주요내용으로 교류 주체들이 교류의 내용에 대해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지속적인 노력을 전개하는 한편 평화와 안보·지속적 발전에 이바지하는 사회문화교류를 추진할 의무를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회문화교류의 발전과 지원을 위해 정부와 민간 교류 주체 사이에 일종의 조합주의 기구이고 협약추진기구이자, 협약이행의 주체인 (가칭)남북사회문화교류발전협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이 단순히 기구나 조직을 만드는 일로 되어서는 냉소적 반응을 극복하기 어렵기때문에 시민사회 차원에서 분야별, 주체별로 분산 파편화된 사회문화교류 역량을 집약시키는 과정이 되도록 목적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는 이날 사회문화교류의 역진방지를 막는 제도화를 위해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대북접촉 절차를 실질적인 신고제로 전환하고 나아가 민간 독립기구에 예비심사권한을 위임하자는 등의 제안을 내놓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어 각 분야 통일국민협약 추진이 구체적인 이행단계에 들어서면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과 정당·사회단체 협의체인 민화협, 6.15남측위원회, 한국자유총연맹, 통일부 주도의 민족통일중앙협의회 등 각종 협약기구의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편에 대한 법적 검토와 여러 논의는 신중히 처리해야 하겠지만 통일국민협약을 추진하는 궁극적 목표가 '협약적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것인만큼 정부와 시민사회 사이의 협력적 관계에 의한 국가운영은 그 협약적 거버넌스가 실현된 '협약이행기구'를 중심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협약이행단계에서는 관련 기능과 역량이 그곳으로 집중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남한 사회 내부의 정부와 시민사회관계에서 맺어진 통일국민협약은 결국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통일분야 사회협약 정치는 남북관계 협약체제로 확산될 수 밖에 없으므로 남북 양 정부와 남의 시민사회 사이의 협약관계까지 염두에 두는 포괄적 시야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남북기본합의서나 6.15공동선언과 같은 남북 당국간 협약은 물론 1989년 고 문익환 목사가 북을 방문해 발표한 4.2공동코뮤니케 처럼 남의 민간과 북 당국이 맺은 협약도 있고 2000년 이후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위원회과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등 남북 해당기관과 단체간 협약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협약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당국간 협약에 비해 지속성과 제도적 수준은 떨어질 수 있지만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면서도 일정한 정체성을 형성하기 때문에 두루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국내적으로는 '통일국민협약', 남북관계에서는 '남북기본협정'으로 도식화해 펼치는 주장은 남북관계를 지나치게 당국관계 중심으로만 보는 견해라고 지적했다.
노태우정부가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보듯이 당국 차원에서 대강(大綱) 방식으로 협약이 체결되는 경우 내용의 구체성 여부를 떠나 그 이행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동력이 당국관계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남북관계 현실을 고려하면 오히려 민간이 주체가 되어 각 분야별로 협약을 맺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한반도평화와 번영을 위한 2017공동회의'는 민화협 소속 200여 정당·시민사회단체가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모으는 연간 정례회의이며, 김홍걸 신임 상임대표의장 취임 이후 처음 열린 올해 회의의 주제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남북기본협정 체결 등과 함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목표로 한 문재인 정부의 통일·외교 분야 16대 국정과제 중의 하나인 '통일 공감대 확산과 통일국민협약 추진'에서 착안한 '통일국민협약과 지속가능한 대북·통일정책'으로 정해졌다.
이정철 숭실대학교 교수가 '통일국민협약 프로세스와 통일정책-사회협약형 패러다임의 구축'을 주제로, 강영식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정책위원장이 '대북인도협력 분야의 내용과 추진과제'에 대해 각각 주제발표를 했다.
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부설 한국여성평화연구원 원장, 정도상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상임이사,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과 임헌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공동대표,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김세원 연세대학교 학생이 각각 여성·문화·시민사회·법조·청년을 대표해 '통일국민협약과 지속가능한 대북·통일정책' 주제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 모습. 이날 유엔총회에선 2018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대회 휴전결의안을 채택했다. [사진 : 뉴시스]
유엔이 21일(현지시각)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언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했다. 예루살렘의 지위를 바꾸려는 어떤 조치와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것이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유엔총회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해당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28표, 반대 9표, 기권 35표로 통과시켰다. 유엔 회원국 가운데 21개 나라가 표결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총회 결의안은 과반 찬성으로 채택된다.
이날 채택된 결의안엔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이란 낱말이 직접 언급되진 않았지만 예루살렘의 지위와 관련한 최근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긴급회의는 아랍 국가들과 터키 등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원국들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의안은 구속력은 없지만 미국의 결정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재확인하는 상징적인 조치로 평가된다고 VOA는 분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표결이 끝난 뒤 표결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면서 “이스라엘과 진실을 지지해준” 트럼프 대통령과 헤일리 대사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결국 진실이 승리할 것”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반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는 환영의 뜻을 전했다. 파지 바르훔 하마스 대변인은 “이번 결의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타격을 줬다”며 “결의안은 팔레스타인이 신성한 도시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밝혔다고 뉴시스가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일부 국가들이 미국에게서 상당한 원조를 받으면서도 미국에 반대표를 던지고 있다”며 “미국은 이번 표결을 지켜볼 것”이라고 원조 중단을 경고하는 등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미국은 각국의 표결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트럼프의 협박에 아랑곳하지 않고 압도적 다수의 국가들이 유엔총회에서 미국의 전횡을 단죄한 것이다.
앞서 지난 18일 유엔 안보리에서도 이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졌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되지 않았다. 반면 유엔총회는 안보리와 달리 특정 국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고 각국은 1표만 행사할 수 있다.
»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방목지에서 풀만 먹고 자라는 횡성 한우 코프리스와 한우를 이강운 소장이 살펴보고 있다. 이 소는 방목지를 뛰어놀며 풀을 먹고 신선한 똥만 싸면 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이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연구소는 북극의 어느 외딴곳 같다. 겨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영하 15~17도의 혹독한 추위가 열흘 이상 이어지고, 햇살은 투명하지만 어둠이 깊고 깊어 온통 침묵의 시간이 계속된다. 겨울 끝에 다다라 힘을 다해 내일부터 얼음은 녹을 것이고 해가 길어질 것이다. 오늘은 동지(冬至).
녹색의 숲이 아닌 얼음과 발목이 푹푹 빠지는 눈이 어우러진 흑백의 생태계라 담백하다. 얼음과 눈이 압도하는 혹한의 겨울이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빙하기 곤충인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가 씩씩하게 몸을 놀린다. 극한의 매섭고 차가운 바람을 맞고 저 애벌레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인간적인 걱정이 앞서지만 그들은 오히려 이러한 추위가 필요하다.
» 19일 드론으로 촬영한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전경.
소똥구리 취재차 연구소에 방문한 방송국 드론으로 눈 덮인 아름다운 흰색 세상을 하늘에서 본다. 깨끗한 겨울의 햇빛을 받아 비단처럼 눈부시게 반짝이지만 눈을 돌려 연구소 실험실을 바라보면 ‘일’이 된다. 망으로 씌운 야외 곤충실험실은 자칫 무거운 눈 무게에 무너질 수 있어 아침부터 밤까지 망 위의 눈을 털어내느라 연구소 모든 식구가 총출동이다. 촘촘하게 파이프로 살을 넣어 튼튼하게 만들었지만 지름 30m에 높이가 15m이니 눈이나 눈이 녹아 언 얼음이 얹히게 되면 폭삭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을 털어내려면 긴 장대에 솜뭉치를 달아 위를 쳐다보며 털어내야 하니 목은 비틀리고 손목은 시다.
» 눈에 덮인 야외 곤충실험실.
» 야외 곤충실험실의 지붕이 무너지지 않도록 눈과 얼음을 털어내는 것도 큰 일이다.
눈 내리면 쌓이는 눈, 꼭 그만큼 힘이 들고 고생을 하지만 그래도 ‘눈’ 참 예쁘다!
12월부터 2월 말까지 횡성 한우 ‘코프리스’와 ‘업쇠’는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한겨울에는 방목지에 나가 마음껏 풀을 뜯어 먹지 못하므로 양껏 먹을 수 있도록 삼시 세끼 꼬박 챙겨주어야 하고, 요즘처럼 강추위가 계속되면 먹는 물이 얼어버려 수시로 보온 물통에 미지근한 물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멸종위기 곤충 애기뿔소똥구리의 신선한 먹이 때문에 키우지만 사실은 소똥구리 키우는 일이 소를 키우는 일과 같으므로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애기뿔소똥구리.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는 이 곤충의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증식과 복원 사업을 한다.
올해를 빛낸 세 곤충: 식용곤충, 외래종붉은불개미, 그리고 최근의 소똥구리
며칠 전에 환경부가 '소똥구리 5000만 원어치 삽니다' 공고를 낸 이후로 폭발적인 국민적 관심과 오해를 받고 있다. 그 많던 소똥구리는 어디로 갔고 왜 멸종되었나? 그 중요하고 어려운 일을 국가 간 양해각서를 통해 도입이 가능할 텐데 굳이 민간을 통해서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축 전염병 가운데 가장 위험한 에이급 바이러스로 지정된 구제역이나 인수공통전염병인 부루세라 등 잠재적 위험이 큰 병을 매개할 수 있는 소똥구리를 왜 도입하려 하는가? 크게 3가지 질문으로 요약된다.
» 환경부가 공개입찰을 통해 종 복원을 위해 구입을 추진 중인 소똥구리. 흔하게 있었지만 멸종한 것으로 보인다.
소는 늘어나는데 소똥구리는 줄어들거나 멸종한다? 그중에서도 똥을 굴리는 소똥구리만 왜 멸종했는지 궁금한데 답은 주지 않고 사행심만 조장하는 이벤트가 되어 버렸다. 몽골에서 가져와도 됩니까? 몇 달 전에 시골 마당에서 소똥구리를 봤는데요. 진짜 5000만원 줍니까?
» 방목지에서 애기뿔소똥구리와 함께 발견되는 뿔소똥구리.
사실 소똥구리는 고단하다. 초식 동물 배설물이 풍부한 드넓은 서식지가 살 곳인데 마음 놓고 편안히 살 데는 없다. 소를 살찌우겠다고 비좁은 축사에 모두 집어넣고 동물성 사료를 주면서 소가 미쳤고, 동물성 사료를 주지 못하게 막으니 대체한다고 곡물 사료를 주는데 이 또한 초식성 동물인 소에겐 맞지 않는 사육 방법이다. 곡물 사료를 먹은 소의 똥은 소똥이라도 먹을 수 없어 소똥구리는 허기지다.
신선한 똥을 찾기도 힘들뿐더러 똥 먹는 집파리와 똥파리는 너무 많고 강해 먹이인 똥을 뺏기기 일쑤다. 가까스로 똥을 구해도 빨리 말라버려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래서 똥 먹는 소똥구리들은 똥 덩어리가 말라붙어 못쓰기 전에 잘 먹을 수 있는 특이한 저장 행동을 한다.
» 창뿔소똥구리. 배설물 속에서 경단을 만들어 알을 낳는다.
어떤 놈은 똥 덩어리를 둥글게 말아 멀리 굴려간 뒤에 땅 밑에 묻고(소똥구리, 왕소똥구리), 어떤 놈은 똥 밑으로 굴을 미리 파고 터널 맨 끝에 동그란 똥 덩어리를 채워 넣는다(뿔소똥구리, 애기뿔소똥구리). 또 어떤 놈은 똥 속에서 경단을 만들어 직접 알을 낳는다(창뿔소똥구리). 이렇게 하면 똥을 더 오래 먹을 수 있고, 자기가 원하는 자신만의 서식지도 만들 뿐만 아니라 새끼를 천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지하 벙커를 세우는 셈이다. 힘들게 똥을 지고 나르고 땅을 파는, 수고를 마다치 않는 까닭이다.
왜 똥 굴리는 소똥구리만 멸종했지?
» 왕소똥구리. 과거엔 한반도에 흔했지만 이제는 사라졌다.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에 활동하는 소똥구리와 왕소똥구리는 눈에 잘 띄므로 천적인 새들에게 좋은 먹이가 된다. ‘먹을 게 부족해 몇 마리 없는 데다가 소 꽁무니 쫓아다니며 소똥구리 잡아먹는 백로가 이들을 멸종시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밤에 활동하며 이동을 하지 않아 잘 드러나지 않는 뿔소똥구리, 애기뿔소똥구리가 그나마 조금 살아 남아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그러나 소를 비육하기 위해 축사에 가둬놓고 곡물 사료로 키우면 먹을 수 있는 신선한 소똥 자체가 없어지므로 결국 멸종할 것이다. 이들의 목숨을 담보할 수 없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
» 소똥 경단 속에서 태어난 애기뿔소똥구리 애벌레.
먹고, 새끼 키울 경단 만들고, 그 경단 속에서 애벌레가 먹고 다시 어른이 된다. 서식지이자 평생 먹거리인 소똥은 소똥구리에게 전부인데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어떻게 소똥구리를 키울 것인가? 고달프더라도 세월을 거꾸로 돌려 옛 방식으로 갯가에 매어놓거나 산에 풀어 놓고 키우는 수밖에.
15년 전 소를 방목해 키우겠다고 하자 동네 어른들은 그깟 벌레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한다고 나무라기도 하고,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클 거라고 걱정을 해 주셨다. 방목하는 축산 농가의 허락을 어렵게 받아 소똥을 통 몇 개에 나누어 고개를 넘고 산을 지나 들고 다녔다. 구제역이나 브루셀라 같은 질병 때문에 늘 농장주의 눈치를 봐야 했고, 팔이 떨어질 것 같은 육체적 고통이 뒤따랐다. 소똥구리 키우겠다고 신선한 소똥을 구하러 이곳저곳의 방목지를 헤매며 애태우던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어떠한 충고도 들리지 않았다. 지금은 15년 전 조성한 약 1만여 평의 방목지에 소가 잘 놀고 있고, 그 소똥을 받아 멸종위기 곤충 애기뿔소똥구리가 잘 자라고 있다.
» 창뿔소똥구리 애벌레.
둘째 아이 대학 논술시험을 준비할 때 특별히 과외를 시키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자기 생각을 전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주었다. 어떤 주제가 나오든 소똥구리 이야기로 묶으라고. 소똥구리 진한 녹색 똥을 만지며 앞으로 복원될 소똥구리로 행복했던, 아빠와 방목지를 돌아다니던 이야기를 썼다 한다. 소재가 특별했던지 서울교대에 입학했고 지금은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하고 있다. 소똥구리가 준 은혜.
» 세계에서 가장 큰 타이의 소똥구리는 애기뿔소똥구리보다 4∼5배 크다.
21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영국 유학을 추진했고 여러 대학에서 입학 허가와 장학금을 받기로 했다. 그때, 돌아가신 장인어른이 극렬히 반대했다. 똥지게를 지더라도 내 나라가 낫지 외국은 안 된다며. 약 5년 정도 공부하고 다시 돌아올 거라고 해도 고집을 꺾지 않으셨다. 아마도 당신 딸이 고생할 걸 걱정하셨던 것 같은데. 꼭 그 이유만은 아니지만 유학을 중도에 포기하고 강원도 연구소를 차리게 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정치수배 해제와 근로기준법 개악 중단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농성중인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5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운동본부와 94개 단체로 구성된 노조하기좋은세상운동본부는 21일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기준법 개악을 강행하는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며 양심수 석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영주 사무총장의 단식농성에 대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적폐로 가둬진 양심수 석방은 뒷전으로 하고, 오히려 개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 개악이라는 칼날을 휘두르려 하기 때문”이라며 “더불어민주당사 단식농성은 수배 당사자가 선택한 절박한 투쟁”이라고 평가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는 위법한 행정해석을 인정해주며, 휴일·연장 근로에 대한 수당 역시 규모별로 중복 할증을 인정해주자고 한다”며 “최저임금은 대폭 올리고 근로기준법은 개악시켜 결국 올리나 마나인 것으로 만드는 꼼수는 누구에게서 배운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에 맞선 것이 죄인가”라며 “촛불로 이룬 정권 교체 속에서도 노동조합 지도부가 수배 생활을 하고, 중형을 선고 받으며 인신 구속을 당하는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 단체들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전 방위로 압박을 가했던 전 문화부장관 조윤선은 6년을, 전 대통령 비서관 김기춘은 7년을 구형받았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8년을 구형받았다”며 “이는 문재인 정권기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계승하려는 문재인 정권에 분노한다”며 “노조 간부들의 구속과 수배를 결의하면서 힘들게 싸워야만 하는 이 시대, 더 이상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박근혜 정부 하에서 2년 넘게 수배생활을 하던 이영주 사무총장과 이승철 조직쟁의실장, 제갈현숙 정책연구원장은 18일 여의도 민주당사 9층 당대표실에서 구속노동자 석방과 정치수배 해제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단식 농성 투쟁, 누군가는 세련되지 못한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한다. 누군가는 모두의 공감대를 얻는데 실패한 싸움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밥을 굶고 투쟁을 한다. 자신을 혹사시키면서까지 알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있을 때, 곡기를 끊는 것도 모자라 고공에도 오르며 농성을 한다.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려 하는 박근혜 같은 자가 이끄는 정권에서는 더욱 두드러졌다.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은 한상균 위원장과 함께 박근혜 정권기 정치적 폭압과 노동개악에 맞선 싸움을 이끈 지도부다. 싸움과 동시에 2년간 수배 생활을 했다. 그랬던 그녀가 다시금 집권당사로 들어가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적폐로 가둬진 양심수 석방은 뒷전으로 하고, 오히려 개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 개악이라는 칼날을 휘두르려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사 단식농성은 수배 당사자가 선택한 절박한 투쟁이다.
최저임금은 대폭 올리고 근로기준법은 개악시켜 결국 올리나 마나인 것으로 만드는 꼼수는 누구에게서 배운 것인가.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는 위법한 행정해석을 인정해주며, 휴일·연장 근로에 대한 수당 역시 규모별로 중복 할증을 인정해주자고 한다. 법대로 해나가자는 말을 하지만, 쪽수가 되지 않으면 법망도 피해간다. 중소 영세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 저임금은 여전히 개선시켜줄 수 없다는 선전포고이다. 그래놓고 저들은 법대로 하겠다고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해서도 법대로 가두고, 법대로 수배를 내렸다고 한다.
박근혜 정권에 맞선 것이 죄인가. 박근혜가 쳐놓은 불법 차벽을 넘어서려고 했던 것이 죄인가. 방패로 찍어 누르는 공권력을 향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시민들을 우롱했던 정권에게 돌을 던진 것이 죄인가. 그렇다면 함께 투쟁했던 우리들도 잡아 가두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을 물리칠 수 있었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매 주말마다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의 파업이었다. 80만 조합원의 조직 민주노총은 촛불집회의 모든 순간마다 함께 하였다. 촛불로 이룬 정권 교체 속에서도 노동조합 지도부가 수배 생활을 하고, 중형을 선고 받으며 인신 구속을 당하는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전 방위로 압박을 가했던 전 문화부장관 조윤선은 6년을, 전 대통령 비서관 김기춘은 7년을 구형받았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8년을 구형받았다. 국민 모두가 지키고 가꿔 온 민주주의를 갖가지 수단으로 파괴한 부역자들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였고, 1년 먼저 촛불을 들었던 한상균 위원장은 일반교통방해죄였다. 박근혜 정권기에 일어난 일이다. 끝내 조윤선은 석방되고 김기춘은 징역 3년을 살고 있다. 한상균 위원장도 복역 중이다. 이는 문재인 정권기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이전 정권에서 횡행하던 블랙리스트는 노동현장에서는 일찍이 되풀이되어 왔다. 여전히 부당노동행위가 판치는 현장에서 노동조합을 하려면 해고·블랙리스트를 염두에 두어야 두고, 수배·구속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노동조합을 만들기만 해도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노동조합하다 해고되면 같은 업종과 지역에서까지 블랙리스트에 올라 취업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적폐 청산의 간절한 바람으로 교체한 정권에서조차 또 다시 노동조합 지도부가 엄동설한에 연금생활을 하며 수돗물로 단식을 이어가는 상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박근혜의 공안탄압을 그대로 계승해가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우리는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계승하려는 문재인 정권에 분노한다. 그리고 노조 간부들의 구속과 수배를 결의하면서 힘들게 싸워야만 하는 이 시대, 더 이상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조합이 블랙리스트 꼬리표가 아니라, 당당하게 내 권리를 찾을 수 있는 통로이자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투쟁할 것이다.
'대한청소년개척단'을 조직한 박정희 정권은 부랑자, 고아들을 충남 서산에 가뒀습니다. 바다를 막아 땅을 일구게 했습니다. 이들과의 강제 결혼을 위해 부녀자도 끌려왔습니다. 보상 대신 그들 앞에 놓인 것은 20년 상환으로 갚아야 할 빚 뿐. 대부업자는 국가입니다. [편집자말]
▲ 개척단원 하용복씨가 1968년 9월 가분배 받은 사람들의 이름을 수기로 정리해 놓은 구획별 지도.
"1968년도에 땅을 가분배했어유. 그만큼 고생했으니까 이 땅을 그냥 주는 건 줄 알았쥬. 고생한 사람들은 다 주겠노라 했으니까. 그런데 그게 주는 게 아니라 유상으로 다 사게 했으니... 얼마나 억울하겠어유."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서산개척단을 처음 찾은 1962년부터 현재까지,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개척단원 출신 성재용(74)씨는 자신이 일군 땅을 단 한 번도 남의 것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열손가락 마디가 다 굽도록 정성을 쏟아 부은 땅이었다.
강제 노역에 동원돼 갖은 고생을 하고도 인지면 모월리를 떠나지 않은 것은 '내 땅'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 즈음, 이상한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유일한 대가로 믿고 있던 내 땅이 국유지라는 이야기였다.
국가는 1992년 국무회의에서 아예 유상매각을 못 박았다. 돈을 주고 땅을 사라는 것이었다. 지루한 소송이 이어졌고, 모두 패했다. 박정희 정권 당시 배포한 시행령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근거였다. 쌍둥이처럼 똑같은 사례인 장흥 지역 개척단의 경우, 이 시행령이 적용돼 무상분배를 받았다. 개척단원 출신 이정남씨가 자신의 땅을 "억울한 땅"이라고 소개한 이유다.
'지옥'을 버틴 유일한 이유
이정남(78): "가분배 받을 때는 내 땅인 줄로만 알았지. (국가에서 땅에 대한) 임대료가 나올 때까지는. 공무원들이랑 임대료 때문에 들판에서 막 싸우기도 했어."
정영철(76) : "청춘을 전적으로 바쳐서 만든 땅을 아무 이유 없이, 아무 조건 없이 뺏겼다는 거여. 칼만 안 들었지. 정부가 50년 동안 강도짓 한 거야."
'고생은 땅으로 보상한다'는 약속은 개척단의 존재 이유와 다를 바 없었다. 지자체와 관계 당국의 과거 문건 및 기록물 곳곳에서도 무상 분배의 근거를 담은 문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개척단원들이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증거이자, 국가가 남겨둔 강제 노역의 흔적이었다.
대표적 증거는 1968년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개척단원들에게 배부된 '농지가분배증'이다. 충남 서산시 인지면장의 명의로 배부된 이 증명서에는 토지 분배 대상자의 이름과 분배 면적, 대상자의 주소 등이 적혀 있었다.
분배증을 손에 쥔 개척단원들은 그제야 안심했다. 비록 미등기 상태인 가분배증일지라도 '내땅'을 미리 받았다고 믿었다. 이정남씨는 "내 땅인 줄 알았으니 내가 (가분배증을) 받은 것이고, 그 고생을 했으니 여태 (땅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용복씨는 1968년 9월 가분배 받은 사람들의 이름을 구획별로 빼곡히 지도에 기록해 놓기도 했다. 1966년 민정식 서산개척단장이 해임된 후, 개척단 관리를 넘겨받은 당시 서산군이 국가기록원 등에 남긴 여러 문건 속에서도 관련 기록이 다수 남아 있었다.
개척단원들이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증거들
① <서산자활정착 사업장 농지 및 가분배 계획서> 충청남도가 서산군에 전달한 공문 일부, 1968년 3월 20일 - 현재의 일체 농지는 1968년 4월 30일까지 세대 당 1정보씩 무상으로 가분배 확정한다. - 분배의 공평과 합리성을 기하기 위하여 관계 기관과 입주자 대표로서 농지위원회를 구성하되 의결권을 가진다. - 가분배가 확정되면 군수는 농지분배증서를 수분배자에게 교부한다. - 가분배에 관한 사항을 일체 당해 군수 책임 하에 시행한다.
② <서산자활정착사업장 농지 및 주택 분배위원회의록> 일부, 1968년 8월 26일 - 참석자 : 면장·지서장·사업장 측 주민대표 3명·동 지구 내 일반 대표 3명 - 회의 장소 : 서산군청 회의실 - 회의 주제 : 서산자활정착사업장 농지 및 가옥 가분배의 건 - 대상 : 기혼 112세대, 미혼 74세대, 총계 186세대
③ 중앙부처인 보건사회부가 충남도에 보낸 공문 중, 1970년 7월 21일 "본 농지는 당초 정착민의 자활을 위하여 국유지를 임대 정착민에게 가분배한 것"
④ 1960년대 중반 서산군에서 작성한 '서산자활정착사업장현황' 중 "농지를 분배하여 7년간이란 세월을 다만 이를 바라고 간신만고(艱辛萬苦)하여 온 입주계민(入住繼民)들의 숙원(宿願)을 풀어주고자 함. 만약 아무 대가 없이 이를 요구한다면 이들의 꿈은 깨어질 뿐 아니라 커다란 파동(波動)이 야기될 것으로 사료됨."
뿐만 아니었다. 같은 시기, 개척단 출신 타지 거주자들이 보낸 진정서도 빗발쳤다. 자신도 분배 대상이니 자격을 인정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지자체 관계 부서는 진정서 접수 결과를 구체적으로 작성해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도 했다.
○ 인지면에서 서산군에 보낸 진정서 검토 결과, 1969년 "본 건 진정인 김○○은 1962년 1월경 자활정착사업장에 정착하여 거주 중 1964년 4월경 무단 가출하여 그 후 현재까지 거주 사실이 없는 자임. 그러므로 진정인은 1964년부터 정착민으로 인정되지 않는 자로서 농지 분배 위원회의 결의에 의거 농지 분배 대상자로 책정할 수 없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우리가 조금만 똑똑했으면 달랐을까"
분배 자격은 곧 서산개척단 정착민으로서 얼마의 기간 동안, 어떻게 기여했는가에 달려 있었다. 그만큼 분배 절차는 구체적이고 까다로웠다. 진정을 처리하기 위한 회의록과 결재 공문이 상하 부처를 오갔다. 개척단원들이 '내 땅'에 대한 자격을 믿어 의심치 않은 배경 중 하나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1년 9월 서산개척단 관련 의결에서 "근로기준법 상 노임의 통화지급 원칙에도 불구하고 (중략) 법적 근거 없이 양곡으로만 노임이 지급되는 등 제도 상 생활보호법 및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개척단원들이 대가 없는 강제 노역에 동원 됐음을 밝힌 바 있다.
이렇듯 착취는 있었으나 보상은 없었다. 통화지급원칙. 국가는 돈으로 노역 값을 치르겠노라 했지만, 약속은 법전 안에서만 유효했다. 돈 대신 줄 것으로 믿은 내 땅마저 국가의 소유가 됐다. 무상분배를 위한 조사와 수차례의 회의, 그리고 '곧 네 땅이 될 것'이라 인증한 가분배증까지. 증거는 차고 넘쳤다.
앞서 언급한 서산개척단 '쌍둥이 사례'인 장흥개척단의 경우, 1965년 무상분배를 받았다. 당시 대통령령에 따라 '근로 구호의 대상자에게 우선적으로 무상분배할 수 있다'는 자활지도사업에관한임시조치법(1982년 12월 31일 폐지)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분배 대상자에게 '매립증'이라는 분배증을 나눠준 사실도 똑 닮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장흥에 (땅을) 나눠 주라고 했대. 거기는 우리랑 똑같거든. 눈곱만큼도 다르지 않아."
서산개척단 출신 농민들이 땅만 생각하면 밤중에도 일어나 가슴을 치는 이유다. 정영철씨는 빚으로 경작 중인 자신의 땅을 바라보며 눈물을 찍어냈다. 그는 장흥개척단의 사례를 이야기하며 "우리가 조금이라도 배웠으면"이라는 말을 자주했다.
"우리가 조금만 더 똑똑했으면."
"그때 등기라도 해달라고 하는 것인데..."
배우지 못해 속았고, 땅을 빼앗겼다는 한탄이었다. 장흥개척단이라고 더 '똑똑해서' 땅을 받았을까. 정작 '똑똑하게' 일을 처리했어야 할 책임 주체는 어떤 해명도 남기지 않았다.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원인도 결국 인재(人災)였다. 21일 오후 3시53분께 9층 규모의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순식간에 5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오전 9시 30분 기준으로 사망자는 29명, 부상자도 29명에 달한다. 하지만 계속 수색 중이라 추가 사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번 화재의 최초 발화지점은 건물 1층 천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전날 해당 스포츠센터에서 불길이 시작될 당시, 현장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1층 필로티 구조 주차장 천장 부위에서 불길이 먼저 시작되는 장면을 포착했다.
이는 1층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서 불길이 시작됐다는 애초 추정과 다른 내용이다. 앞서 소방당국은 119에 최초로 화재를 신고한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1층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에서 불이 났다고 했고 건물 주변 목격자들도 주차장에서 굉음과 함께 불길이 시작됐다고 진술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당시 해당 천장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따른 실화(失火)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천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공사가 진행됐는지 등을 비롯해 누전, 전기합선, 공사 부주의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이와 함께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는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등이 합동 현장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에 나섰다.
▲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 ⓒ연합뉴스
사망자 29명 중 20명이 사우나에서 발견, 왜?
이번 사망자 29명 중 대부분은 건물 2층 여성 사우나에서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는 2층 여성 사우나에서 20명이 발견됐다. 이는 여성 사우나가 발화 지점인 1층과 가장 가까운 지점에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사고가 난 스포츠센터는 필로티 구조로, 1층에는 차량 15대가 주차돼 있고, 이곳에 여성 사우나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있다. 주차돼 있던 차량이 타면서 발생한 연기와 유독가스가 이 출입구를 통해 유입됐을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측하고 있다. 또한, 사우나 내부 구조가 복잡하고 밀폐돼 있다는 점도 사망자를 늘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2층 여성 사우나의 자동문 앞에서 사망자가 다수 발견됐는데, 사고 당시 이 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사우나에서 발견된 사망자들에게 화상을 입은 흔적이 거의 없어 대부분 목욕탕 내부로 들어온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명의 사망자가 여성 사우나에서 발견된 것에 이어 나머지 사망자는 6층 헬스장에서 2명, 7층 헬스장에서 4명, 6층과 7층 사이 계단에서 2명, 8층 레스토랑에서 1명이 확인됐다.
▲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 ⓒ연합뉴스
건물 곳곳에 사용된 가연성 물질이 화재 키웠다
불이 급속도로 건물 전체로 옮겨 붙은 원인으로는 건물 곳곳에 사용된 가연성 물질이 지목되고 있다. 이 물질이 급속히 불길이 번지면서 피해를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건물 외장재로 쓰인 물질은 드라이비트. 이 물질은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단열재로 외장재로 쓰인다. 하지만 불에 매우 취약해 대형 화재때 마다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실제 드라이비트는 지난 2015년 1월 의정부 화재 당시에도 문제로 지목됐다.
정부는 의정부 화재 이후 소방규정을 강화해 지난 2015년 10월부터 6층 이상 건물에 대해 불연성 마감재 사용을 의무화했지만, 이번에 불이 난 건물은 그 이전에 지어져 이 물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6∼8층의 경우, 내부에 가연성 물질이 많아 연기와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분석했다. 사망자가 많이 없었던 3∼5층은 2층에 비해 대피할 여유가 있었고, 상대적으로 가연성 물질이 적었던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것.
"한국인은 목적을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어. 그렇게 한 것이 박정희야. 그것이 박정희의 정치야. 어떤 정치냐면 청와대 정치고, 중앙정보부의 정치야. 어떤 것이라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아."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이 지난 2016년 만든 <자백>에 출연한 김승효씨의 회고다. 그가 말한 '중앙정보부의 정치'를 '김기춘의 정치'로 치환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백발이 성성한 김승효씨는 박정희의 시대가 낳은 중앙정보부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1974년 서울 남산 중앙정보부에 끌려간 그는 모진 고문 끝에 배후에서 학생운동을 조종했다는 죄로 7년 동안 감옥에 갇혔다. 풀려 난 뒤에는 고문 후유증으로 정신이상 증세가 나타났고, 결국 일본에 다시 넘어간 후에도 수십 년 동안 정신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남산에 끌려갔던 1974년 5월 4일, 그 날짜를 절대 잊지 못하는 그는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잊어버리고 싶단 말이야. 그 암흑의 세월을, 지옥 같은 세월을 잊어버리고 싶단 말이야. 왜냐하면 가슴이 아파서 죽을 지경이야. 왜냐하면 무죄로 못됐으니까 죽을 지경이야. 죽고 싶단 말이야. (그 시절을) 다시 생각하지 않는단 말이야."
김승효씨는 단호했다. <자백>의 최승호 감독이 한국에 올 생각이 없자고 묻자 김승효씨는 "한국에 다시 오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한국은 나쁜 나라다", "얼마나 한국이 나쁜 나라인지 말하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 20대 꽃다운 나이에 중앙정보부에 의해 모진 고문을 당했고, 결국 '무죄'는커녕 이후 평생을 육체와 정신의 고통을 호소하며 산 그의 세월을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부터 현 국정원까지. <자백>은 한국의 정보기관이 조작했으며 차후 무죄 판결을 받은 간첩 사건이 무려 100여 건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간첩 조작의 달인'으로 유명한 김기춘은 김승효씨와 같은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 앞에서 무어라 말 할 수 있을까.
젊은 공안검사였던 김기춘이 '간첩 조작'의 '능력'을 인정받아 박정희 유신 정권에서 승승장구하며 정치적 성공의 초석을 다졌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역사'다. 검사로서 유신헌법 초안을 만드는 데 공을 세운 김기춘은 유신의 한복판인 70년대 중·후반 중앙정보부에서 대공수사국장으로 5년간 근무하면서 숱한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정치인으로, 법무부장관으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70대까지 권력의 정점으로 다가갔던 그 김기춘이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는 물론 여타 본인이 연루된 사건과 관련해 그 어떤 공식 '사과'를 했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 수감되기 전까지 말이다.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던데..."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7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그런 그가, 19일 항소심 재판 법정에 선 피고인 김기춘이 최수 진술을 통해 병석의 아들을 들먹이고 선처를 호소하며 울먹였다고 한다. '화무십일홍'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기나긴 세월 동안 권력의 단맛을 누렸던 김기춘이 이제 와서 병석의 아들을 거론하며 선처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복잡해진다.
"남은 소망은 늙은 아내와 식물인간으로 4년간 병석에 누워 있는 아들의 손을 다시 한 번 잡아주는 것입니다."
이번 뿐만은 아니다. 김기춘의 아들은 지난 2013년 12월 교통사고 이후 뇌출혈 판정을 받고 의식 불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에도 김기춘은 아들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세월호 참사 이후 인양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지시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저는 그런 생각을 가진 일도 없고 그렇게 지시한 일도 없다"며 "저도 아들이 죽어 있는 상태인데 왜 시신을 인양하지 말라고 하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김기춘의 호소에 대한 자연스런 반응은 아마도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소셜미디어 글일 것이다.
"기춘 대원군 식물인간 아들 손잡아주고 싶다고요... 눈물 겹네요. 저도 유민이 손 잡고 싶습니다. 그런데 유민이가 내 곁에 없네요.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던데..."
김기춘의 최후 진술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았던 '아들'과 '부모'도 있었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그의 어머니다. 국정농단 사태가 한창이던 작년 연말, 김영한 수석의 어머니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아들이 죽은 건 김기춘, 우병우, 박근혜 때문"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2014년 6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김영한 전 수석이 김기춘, 우병우 등과 갈등을 겪었고, 결국 퇴직 후 급성 간암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이었다. 김기춘은 이들을 포함해 숱한 직간접적인 피해자들과 그의 가족들에게 원망과 원한을 샀다. 그가 최후 진술에서 아들을 언급하자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던데..."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헌데, 김기춘의 예의 그 '확신'은 다른 발언에서 더 확실히 드러났다.
여전한 '확신범' 김기춘
▲ 올 1월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비선의 그림자 김기춘 ? 조작과 진실'편의 한 장면.
"북한과 종북 세력으로부터 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 공직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해 왔다."
"제가 가진 생각이 결코 틀린 생각은 아니라고 믿지만, 북한 문제나 종북 세력문제로 인한 위험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본인을 비롯해 모든 피고인이 결코 사리사욕이나 이권을 도모한 것은 아니고 자유민주주의 수호란 헌법적 가치를 위해 애국심을 갖고 성실히 직무수행을 하다가 벌어진 일이라는데 한 치의 의심도 없다."
이날 김기춘의 최후 진술을 갈무리하자면 이러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다를 바 없는 '확신범'의 언어다 다를 바 없다. 종합하자면, 본인의 블랙리스트 지시와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은폐, 블랙리스트 지시 등이 헌법적 가치에서 비롯된 '애국심'의 발로였고, 과거 간첩 조작 사건을 포함해 '공안' 이력이 '북한'과 '종북' 세력으로부터 조국을 지키기 위한 '공직자의 사명'과 '직무수행'의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법정에서 "특검이 재판을 할 것도 없이 사약을 받으라고 독배를 들이밀면 제가 깨끗이 마시고 이걸 끝내고 싶다"라고 한 것이 다소 감정적인 발언이었다면, 이번 최후 진술은 꽤나 자기 확신을 드러낸 '진심'에 가까운 것으로 풀이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배경 위에서 "경위를 불문하고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통받으신 분들에게 거듭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용서를 구한다"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이, 피해자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백번 죽어도 마땅하다"며 결백을 호소하던 그 피고인 김기춘이 "아들의 손을 다시 잡고 싶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런 그에게, 인간적인 '호의'와 '연민'을 보내기에게는 '중앙정보부의 정치'를 실현하고, 피해자들에게 지옥의 세월을 맛보게 했던 지난 과오와 치러야 할 죗값이 너무나 크지 않은가. 검찰이 구형한 7년형이 "부족하다"고, "종신형도 부족하다"는 여론이 빗발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저는 정말 내가 그런 것이 권력을 남용해서 인권을 유린하고 고문하고 이랬으면 오늘날 김기춘이가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어요. 그 점을 제가 자부합니다. 그 점이 다른 사람보다 어떻게 보면 훌륭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원이던 지난 2005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기춘은 위와 같이 말했다. 김기춘이야말로 예나 지금이나 본인이 살아온 세월에 대한 '자부'가 남다른 인물이라 할 것이다. 그 자부심을 안고서, '법조인' 출신 김기춘이 특검이 구형한 딱 그만큼만 감옥에서 제2의 인생을 보내기를 바란다. 우연찮게도, 김승효씨가 억울한 옥살이를 한 세월 역시 7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의 평화적 개최를 위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일정을 연기할 수 있다는 뜻을 공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19일 미국 방송 NBC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까지 도발을 멈추면 한미 양국도 올림픽 기간에 예정돼있는 합동 군사 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미국에 이러한 제안을 했으며, 미국 측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훈련 연기는 북한에게 큰 의미가 없다. 북한이 군사 훈련에 대응하려면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국제적인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북한으로서는 훈련 축소나 중단이 아닌 연기는 예년과 달라지는 것이 없는 셈"이라며 "연기만을 가지고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유인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의 이번 입장 표명이 "외교의 '자국 중심성'을 확립해가는 시발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연기든 중단이든 축소든 이런 식으로 해서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은 북한에 문 대통령이 내놓은 이번 제안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북한 입장에서 군사 훈련의 연기를 미국에 요청했다는 사실과 함께 균형 외교를 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을 보고 그동안의 오해나 섭섭함을 풀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며 "그렇게 남쪽과 관계를 푸는 것이 북한에도 좋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 혼자서 북핵 국면을 돌파해나갈 수 없다. 한국이 미국과 북한의 중간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줄 때 북한에도 도움이 된다"며 "북한은 이미 예전 사례에서 이를 체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북중 관계를 보더라도 북한은 남쪽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경쟁국가'라고 선언한 마당에 중국이 북한한테 크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북한도 알게 될 것"이라며 "그렇다면 북한은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남한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자신들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고 당면한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 시각) 발표한 국가 안보전략보고서와 관련, 정 전 장관은 미국 정부가 북핵 문제를 풀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북핵 문제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결정적 증거는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국으로 명시했다는 것"이라며 "북핵 문제가 정말 중요하다면, 그리고 해결하려고 한다면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나라들과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면 협조를 구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을 압박해 들어가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과 소위 '경제 전쟁'을 통해 미국의 일자리 창출, 즉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외교 안보 분야에서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인터뷰는 20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미국 방송 NBC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까지 도발을 멈추면 한미 양국도 올림픽 기간에 예정돼있는 합동 군사 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미 미국에 이런 제안을 했고, 미국 측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미국은 아직 확답을 주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언급하면서 이를 먼저 공개한 모양새가 됐습니다.
정세현 : 청와대가 정확히 언제 제안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이 설사 한국의 제안에 동의하기로 내부에서 결정했더라도 제안을 받자마자 자신들의 결정을 공개하지는 않습니다. 북한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을 겁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방송을 통해 군사 훈련 이야기를 꺼낸 것은 미국의 동의 없이 내용을 까버렸다기보다는 오히려 미국 내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공개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같은 추정을 하는 이유는 대통령 개인의 성향을 반영한 측면도 있습니다. 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앞서가는 편이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슷한데, 이쪽 저쪽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찰하고 결정을 내리는 타입 같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조율도 어느 정도 마무리됐기 때문에 이같은 사안을 공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북한이 여기에 어떻게 호응해 나올지를 주목해야 하는데요. 사실 훈련 연기는 북한에게 큰 의미는 없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기존처럼 2월 말~3월에 하든 5~6월에 하든 여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국제 제재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군사 훈련에 대응하려면 많은 자원이 필요합니다. 북한이 한미 연합 훈련에 반발하는 이유가 군사적인 측면도 있지만, 위협을 막기 위해 들어가는 경제적인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최근 북한이 100만 톤 원유를 비축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1년에 1억 300~400만 톤 정도를 사들이는 것과 비교해보면 이는 우리의 100분의 1도 안되는 양입니다. 이 정도 기름을 가지고 군대를 움직여서 훈련에 대응해야 합니다.
만약 군사 훈련이 연기되면 5월 말에서 6월 초에 훈련이 끝나는데, 8월에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또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국력이 소진되는 시기가 다소 늦춰지는 것일 뿐이지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훈련 연기를 고려하겠다"는 입장 발표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유인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프레시안 :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이후 대화 국면 조성까지 염두에 두고 나름의 카드를 던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북핵을 둘러싼 현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일까요?
정세현 : 만약에 내년 훈련을 올림픽 때문에 취소한다고 하면 북한이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관계개선 분위기가 조성되면 군사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평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겠다고 한다면 연기가 아니라 중단을 요청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제안은 '연기'이기 때문에 북한의 반응을 봐야겠지만 일단 당장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문 대통령의 입장은 외교의 '자국 중심성'을 확립해가는 시발점이 됐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연기든 중단이든 축소든 이런 식으로 해서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똑같은 말을 하지 않으면서 남북관계를 중심 축에 놓고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에 시동을 건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지난 10월 '3NO' 발표와 한중 정상회담, 이번 조치까지 묶어서 미국과 거리를 두는 것이 중국에 굴복했기 때문이고, 이것이 곧 주권을 상실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외교는 미국과도, 중국과도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실속을 챙기는 것입니다. 특정한 방향으로 치우치는 일변도 외교를 하는 것이 훌륭한 외교가 아닙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미국 방송 NBC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그런데도 국내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문 대통령의 방중 과정에서 생긴 의전 문제를 가지고 국빈 방문이 실패했다고 하는데 외교에서 본질은 의전이 아니라 어떤 성과를 챙겨왔느냐로 봐야 합니다.
이번 국빈 방문의 최종 결론은 리커창 총리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향후 양국 경제, 무역부처 간 채널을 재가동하고 소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사드로 얼어 붙은 양국 경제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겁니다. 이렇다면 의전 문제에서 섭섭함이나 불쾌함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국익 차원에서 봤을 때는 남는 장사를 한 셈입니다.
그런데 한미 동맹을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 한국 내에는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이미 이들은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전부터 중국에 끌려가는 것은 주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지난 10월 제기된 이른바 '3NO'와 관련해서도 중국에 편향됐다는 지적을 했죠. 그런데 미국 편에서 미국이 하라는대로 하면 주권을 존중받는 것일까요?
평창 올림픽 참가가 북한에도 이득이다
프레시안 : 문 대통령이 신호탄을 쐈기 때문에 이제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북한이 신년사에서 관련된 입장을 표명할까요?
정세현 : 원칙적인 이야기를 할 것 같습니다. 한미 연합 군사 훈련과 관련해서 훈련을 중단하라, 남쪽과 못 만날 이유는 없다, 남쪽의 태도를 봐가면서 회담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등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북한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를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군사 훈련의 연기를 미국에 요청했다는 사실과 함께 미국과 거리를 두고 균형 외교를 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을 보고 그동안 가졌던 오해나 섭섭함을 풀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 그렇게 남쪽과 관계를 푸는 것이 북한에도 좋은 일입니다. 북한 혼자서 북핵 국면을 돌파해나갈 수는 없습니다. 한국이 미국과 북한의 중간에 서서 조정자 역할을 해줄 때 북한에도 도움이 됩니다. 북한은 이미 예전 사례에서 이를 체험하기도 했습니다.
현재의 북중 관계를 보더라도 북한은 남쪽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경쟁국가'라고 선언한 마당이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한테 크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북한도 알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남한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자신들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고 당면한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할 겁니다.
프레시안 :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북핵 문제가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는 시그널로 볼 수 있을까요?
정세현 : 북한이 비록 출전권을 딴 선수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매우 다릅니다. 북한이 개회식 때 참석하고 동시 입장이라도 할 수 있다면 더 좋고요. 그렇지 않더라도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 자체로 의미가 큽니다.
또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온다면 선수단만 참가하는 것은 아니고 그 기회에 정부 당국자들도 함께 올 겁니다. 그런 기회에 예를 들어 우리가 판문점 채널 복원하자는 제안을 던질 수도 있는 겁니다. 전화나 통신으로 하는 것보다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면 쉽게 풀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올림픽에 참가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저 나라가 그래도 올림픽에는 나오는구나. 완전히 나쁜놈들은 아니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북한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도 올림픽 참가는 좋은 카드입니다. 북한도 웬만하면 올림픽에 참가해서 이미지 개선에 득을 보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최종 참가 엔트리 마감인 1월 29일까지 계속 관망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도 일단은 관망하는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는 북한 선수단도 참가 준비는 끝났고, 이제 김정은의 결정만 남았다고 분석하던데 미국의 태도와 국제 정세, 연합 군사 훈련의 추이 등을 보면서 결론을 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이 참가하겠다고 결정하려면 미국 쪽에서 신호가 나가야 하는데, 현재 미국 방침이 정해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의 책임자들이 말하는 것이나 스타일로 봐서는 쉽게 조율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미국, 북핵 해결 의지 있나?
프레시안 :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지난주 발언을 두고 너무 왔다갔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습니다. 미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일관된 방침이 없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세현 : 트럼프 대통령, 틸러슨 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말이 모두 다릅니다. 그런데 미국 시간으로 18일에 공개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도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힌 게 아니라 이것저것 되는 내용들을 마구 꽂아 넣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북핵 문제를 그렇게 중시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결정적 증거는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국으로 명시했다는 겁니다. 이는 냉전식 사고인데요. 북핵 문제가 정말 중요하다면, 그리고 해결하려고 한다면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런 나라들과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면 협조를 구할 수 있을까요?
특히 미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을 압박해 들어가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과 소위 '경제 전쟁'을 통해 미국의 일자리 창출, 즉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외교 안보 분야에서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미국은 일본과 호주, 인도까지 끌어들여 중국을 광범위하게 압박해 들어가는 구실로 북핵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헤게모니가 빠른 속도로 중국에 침식당할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핵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문제고 미국의 주요 당국자들이 북핵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언급하면 미국이 북핵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하기 쉽지만, 미국은 북핵이 대외 정책의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미사일 방어체제(MD)를 한국‧일본과 같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향후 이 부분에서 미국과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요?
정세현 : 그 질문에 대답하려면 우선 MD의 히스토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 우리에게 MD를 팔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KAMD)가 나오게 된 것이죠.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때도 계속 미국은 MD 판매를 시도했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남북 화해 협력 정책을 통해 북한이 우리에게 핵이나 미사일을 쏘지 않게 만들겠다고 하면서 MD 구입 강요에 대응해왔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MD만은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켜왔죠.
▲ 18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북한에 대한 적개심이 다른 어떤 정권보다 높았습니다. 미국은 이 점에 착안해서, 즉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적개심을 이용해서 무기 판매를 늘리자고 판단했다고 봅니다.
즉 앞에서 살펴봤듯이 MD는 지금 생겨난 문제가 아닙니다. 계속 이어지는 문제입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때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21세기 내내 미국이 계속 정책적 측면에서 가져갈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미국은 냉전 때만 해도 소련과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써왔습니다. 그러다가 냉전이 없어지면서 MD 체계를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에 MD를 들여놓으면 좋지만, 한국이 거부하면 굳이 여기가 아니더라도 중국을 포위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하면 그만입니다. 미국은 그런 방식으로라도 MD 체계를 완성하려 할 것입니다. 이는 한국의 협조가 업더라도 MD 구축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문재인 정부도 아마 미국의 MD 완성 계획을 검토했을 겁니다. 그 결과 계속 미국의 요구대로 계속 가다보면 결국엔 버틸 수 없겠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3NO' 입장과 MD 구축이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우리가 MD 구축을 거절하면 동맹이 깨지는 것은 아닙니다. MD 구축은 한미관계에서 그 정도의 중요성을 가지는 사안은 아닙니다.
프레시안 : 그런가 하면 중국 내에서는 한국의 '3NO'를 받아주는 것으로 사드를 봉합한 것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주로 군부에서 불만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정세현 : 중국은 한국과 사드 문제를 봉인하는 과정에서 너무 양보만 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외교에서 합의라는 것은 각자 해석을 유리하게 하면서 다시 또 접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입장에서는 한국과 사드 갈등을 마무리 지어야 할 이유가 있었습니다.
시 주석은 사드를 적당히 봉인하고 '일대일로'를 위해 서쪽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일대일로가 유라시아 세력권을 중국 아래에 두겠다는 건데, 이러려면 중국의 외교 및 경제 분야 관계자들이 총동원돼야 합니다. 한국 정부도 중국이 일대일로를 중시하기 때문에 사드 문제를 봉인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중국 측도 일정 부분 한국 측에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정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국도 한국이 사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한미 관계가 있기 때문이죠. 또 우리가 미국이랑 동맹을 끊고 중국과 맺는다고 해도 중국은 우리를 책임질 수 없습니다. 이 역시 중국도 잘 알고 있습니다.
프레시안 : 일부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해결해야 할 사드 문제를 왜 우리가 '3NO' 입장 표명을 하면서 끼어든 것이냐는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정세현 : 문재인 정부가 '3NO'를 밝힌 것은 미국과 사전 조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과 교감 없이 이런 선언을 할 수 있는 외교관은 한국에는 거의 없습니다. 결국 이는 미국의 승낙이 있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014년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는 가운데 처음으로 줄어들어 ‘디커플링’의 시작에 대한 기대를 불렀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듬해 다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디커플링은 경제 규모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동반해 증가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경제는 성장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증가 폭은 전년 대비 2.8%인 국내총생산 증가율에 견줘 미미한 수준인 0.2%에 불과했다.
국무조정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20일 2015년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6억9020만tCO₂eq(이산화탄소 상당량)으로 집계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도 배출량 6억8920만tCO₂eq보다 1백만tCO₂eq(0.2%) 증가한 것이다.
배출 부문 별로 보면 에너지 부문과 폐기물 부문에서 각각 330만tCO₂eq과 100만tCO₂eq가 늘어나 배출량 증가를 이끈 반면, 산업공정과 농업 부문은 전년보다 각각 300만tCO₂eq, 20만tCO₂eq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자료: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2015년 배출량이 소폭 증가한 이유로 두바이유 기준 유가가 전년 대비 47%나 내려가는 등 저유가에 따른 교통량 증가와 석유제품 생산 증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 시행에 따른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2015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증가하기는 했으나 증가폭이 국내총생산 증가폭의 14%에 불과해, 국내총생산 10억원 당 배출량은 471tCO₂eq로 1990년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에 10억원 당 698tCO₂eq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국내총생산량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인 온실가스 집약도가 33%나 향상된 셈이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은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국내총생산 증가율보다는 낮게 나타나고 있으며, 2014년에는 국내총생산이 증가한 가운데 처음으로 절대량이 전년 대비 감소한 바 있다. 과거 온실가스 배출량 절대량이 전년보다 준 적은 몇 번 있었으나 이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등 경제 침체기에 나타난 것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가운데 배출량이 줄기는 2014년이 처음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온실가스 통계 발표 직후 ‘디커플링’의 시작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 정부의 석탄발전소 확대 방침에 반대하는 환경단체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석탄화력발전의 피해를 표현한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부는 2015년 기후변화 파리협정에 참여하며 유엔에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BAU) 대비 37% 줄이겠다는 감축계획을 제출하고, 지난해 말에는 2030년까지 배출량을 5억3600만으로 줄이기 위한 로드맵을 확정한 바 있다. 이 목표가 무리 없이 달성되려면 가능한 일찍 디커플링이 시작될 필요가 있다. 2015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시 증가한 것은 한국이 디커플링 단계에 들어간 것은 아님을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배출량 증가폭이 매우 미미하다는 점은 여전히 주목할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최형욱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연구관은 “유가가 떨어지면 에너지 소비량이 크게 느는 것이 통상적 ”이라며 “전년에 감소했던 것에서 다시 증가하기는 했지만, 국제 유가가 절반 가까이 떨어지고 2.8%의 경제성장을 기록한 상황에서도 우려했던 것 만큼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향후 온실가스 배출량은 결국 에너지원별 발전 비율인 전력믹스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대통령 전용고속열차인 '트레인 원' 내에서 미국 측 평창동계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와 대담을 갖고 통상 2월 말에서 3월 초에 시작하는 연례 한·미 연합훈련을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이후로 연기하는 것을 미국 정부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미국 측에서도 지금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으며 한미연합사령부에서는 동맹국 한국의 결정에 따를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 백악관은 한미연합사는 미 국방부 소관이고 백악관에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했으며 미 상원 의원들 속에서는 훈련 연기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미연합사는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시설개관행사에도 참여하는 등 이상하게 미 군부가 평창 올림픽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이전부터 한미정부 사이에 관련 논의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미국 정부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과 대화 국면을 조성해보려는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평창올림픽을 성사시키자는 차원에서, 그것도 중단도 아닌 훈련 연기를 전제로 북에게 핵무장력 시험 중단을 요청하는 것이 과연 북에 통하겠는가 하는 점이다.
그간 북은 이런 남측의 요구를 들어주는 편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도 2012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분위기 조성을 위해 북과 이산가족상봉을 제안하는 등 남북교류를 제안했을 때 북은 이를 받아주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핵안보정상회의를 마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남북관계를 험악하게 몰고 갔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을 이명박과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어쨌든 근본적인 한반도 문제 해결보다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일단 성사시키자는 목적이 먼저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북이 이런 남측의 요구를 들어줄지 이제는 미지수다.
특히 미국이 대북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계속 가한다면 평창올림픽이건 뭐건 북은 바로 대미 대응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일을 계기로 북미대화가 시작되어 평화적으로 한반도문제가 풀릴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다고 밝히기는 했다. 고무적인 지적이다.
더 좋기로는 북미관계가 어떻게 되더라도 남북관계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확고한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북이 남북교류협력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미국과 공조하여 대북 제재와 압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게 북과 관계를 풀라고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북과 대화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것이 없이는 내년에도 남북관계 개선은 힘들 것이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전쟁 위기가 고조될 우려가 높다.
미국도 정말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과 대화국면을 조성하려면 대미군사훈련 중단을 선언하여 대북 군사적 압박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그 엄청난 미군 군사력을 북을 위협하면서 핵무장력 시험을 중단하라고 하면 북은 반발만 더 거세게 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타계한 프랑스 누벨바그의 상징과도 같은 배우 잔 모로는 "목소리라는 것은 한 인간의 측면이자 감정이 비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아나운서 정세진의 목소리가 좋은 예일 것이다. 정세진의 목소리는 프루스트의 문장처럼 물처럼 한없이 흘러가는 듯 하다가도 단단하게 멈춰서고, 대를 물려가며 공들여 사용한 은식기처럼 정감어린 온기가 느껴지면서도 기품이 서려있다. 그녀가 진행하는 93.1FM 라디오 '노래의 날개 위에'에서 정세진의 멘트는 언제나 소개되는 쟁쟁한 성악가들의 노래와 목소리 이상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KBS 파업이 시작되고 파봉단에서 파업영상을 만들고 있는 최승현 PD는 39기 강승화 아나운서를 파업 집회에서 새롭게 발견했다고 평했다. 기수가 낮아, 쟁쟁한 선배들과 다양한 직군이 모두 집중하는 자리인 파업 집회에서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분위기에 촌철살인의 유머와 재치를 더하면서도 날카로움을 간직한 매끄러운 진행으로 한껏 매력을 발산하는 모습이 인상깊다고 말했다. 이런 강승화 아나운서가 월요일 고정을 맡아 모두가 지치지 않고 집회에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한다며, 최PD가 직접 대사를 써서 연출한 '적폐와의 대화' 에 주저없이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KBS 파업이 100일을 훌쩍 넘어가고 있다. 유례없이찾아온 혹한에 맞서며 240시간, 10일동안 547명의 조합원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릴레이 발언을 이어나갔다. 아나운서 구역의 정세진, 강승화 두 아나운서를 만나 파업 이야기를 들었다.
KBS 강승화 아나운서(좌), 정세진 아나운서(우)
-파업 현장에서 눈물 고인 얼굴을 하고 있는 사진이 인상깊었습니다. 어떻게 찍힌 사진이었나요?
=강승화(이하 강): 플룻 연주자 분들이 저희 파업 집회 현장에 응원을 하러 오셨어요. 처음에 저는 안 울려고 했어요.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개사해서 '파업이 끝나는 날에' 이걸 노래를 해주셨는데, 눈물이 난 건 아니었어요. 저는 눈물이 별로 없거든요. 가사를 읽고 노래를 하는데 옆의 선배분 들이 거의 흐느끼면서 우시는 거에요. 박영주 선배부터, 저희 기수 높은 선배들이 막 어깨가 들썩이면서 많이 우시는 거에요. 그래서 눈물이 너무 나길래 이걸 참으려고 고개를 들었는데 그게 딱 사진으로 찍힌 거에요. 선배들 옆에서 눈물이 너무 나는데 어쩌나 싶어서 먼 산 봐야지 하는데요. 그게 파업 66일째였나. 그랬어요. 저희 생각보다 파업이 길어져서 대부분 조합원들이 마음이 약해진 상태라 그날 정말 다 울었어요.
-파업이랑 어울리는 분위기는 아닌 분이라 이번에 파업 취재를 하면서 정세진 아나운서님이 2012년에 리셋뉴스 진행도 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어떻게 리셋뉴스를 하게 되셨나요?
=정세진(이하 정): 저는 97년 입사인데 그때 막 입사 신입사원으로 연수원에 들어와 있었는데 총파업 중이었어요. 아직 아무것도 감이 잡히지 않은 신입인데 이게 뭐지? 하면서 연수원에서 앵커가 아닌 기상 캐스터가 9시 뉴스를 진행하는 걸 봤죠. 처음으로 파업에 참여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건 9시 주말 뉴스를 할 때였어요.
99년도쯤 저는 9시 뉴스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고 너무 하고 싶어했던 사람이라 위에서 막 늦은 새벽까지 연락이 왔어요. 파업할 거냐, 안 할 거냐.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 묻더군요. 선택을 해야 했어요. 동료들은 당연히 저한테 뉴스 하면 안된다고 했죠. 새벽이었는데, 3-4시쯤에 결정을 직접 내렸어요. 계속 고민했고, 밤새 생각을 했는데 한 순간 명료해지더라고요. 윗 사람에게 전화로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라고 했어요. 제가 결정한 거기 때문에 이런 결정에 대해 후환이 두렵거나, 그런 건 없었어요. 누가 저를 막 설득하거나 떠밀린 게 아니잖아요.
-KBS9시 뉴스라면 아나운서 모두가 꿈꾸는 자리 아닌가요? 큰 결정이었겠네요.
=정: 후배들 중에서도 이번에 파업에 참가한 자기 한 사람 때문에 방송이 녹화 들어가기 직전에 안 되었다고, 그러면서 고민하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나운서는 대부분 그런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저는 제가 내린 결정이라 힘겹지 않았던 거고요. 2012년 파업이 있었어요. '리셋 뉴스'가 2012년인데, 저는 그때 파업에 처음부터 들어간 건 아니었어요. 파업에 반대한다기 보다는, 좀 더 전략적으로 준비를 잘 갖춰서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었어요. 파업을 한다는 게 큰 결정인데, 시간을 들여서라도 좀 더 전략을 세워서 들어가야 한다고요.
집행부나 새노조의 구성원들이 굉장히 순수한 마음으로 일을 해요. 좀 계산을 덜 한달까, 저는 파업 기간이 길어지는 것보다는 긴장 구도를 최대한 끌어서 조일만큼 조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확 들어가는 게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흔히 투쟁의 대상을 쉽게 생각하는데 우리가 싸우는 상대가 그렇게 쉬운 상대가 아니에요. 그렇게 순순하게 지금까지 쥐고 있던 권력을 내려놓을 사람들이 아니에요. 저는 길어질 거라고 예상을 했어요. 정권이 바뀌었다고 단순히 우리가 원하는 대로 쉽게 결과가 나올 것 같지 않았고요. 정권이 바뀌었으니 장악된 방송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 건 좀 순진하죠. 더 대오를 갖추고 싸움이 시작되기를 바랐던 거죠.
2012년에 저는 2주 정도 시간을 좀 더 끌다가 내려왔어요. <노래의 날개 위에> 게시판에 글도 올리고, 클래식 음악을 다루는 93.1 FM방송이지만 우리가 어떤 싸움을 하고 있는지 알리고 싶었으니까요. 제가 글을 자주 남기는 스타일이 아닌데 청취자들에게 알리려고 들자 위에서는 제 글도 사진도 바로바로 삭제하더라고요. 약간의 압력도 주고요. 2주 정도 시간이 지나 이미 파업에 참여한 동료들을 저버리는게 제 마음이 너무 안 좋은 거에요. 그때는 새노조에 소속된 아나운서가 15명이었어요. 그렇게 파업에 참여하고 중간쯤 지났을 때 우연히 중국집에서 리셋 뉴스 팀을 만났어요. 선배들이 너무 고생하시는게 눈에 보였어요. "도와드릴 수 있으니까 저도 조합원이니 얼마든지 활용하시라"고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바로 리셋 뉴스를 해달라고 하시는 거에요. 선배 기자들이 계셨고, 저는 같이 식사를 하는 자리도 아니고 따로 간 거였어요. 저는 처음에 뉴스 한 회차를 말씀하신 줄 알았는데, 그 뒤로 계속 하는 거더라고요.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속된 말로 저는 리셋뉴스 때문에 찍힌 게 되어버렸죠. 아무래도 화제가 되고, 홍보도 많이 되고 많은 분들이 보셨고 하니까요. 저는 그것도 제가 결정한 거라, 하나도 불이익을 받는 거라는 억울하다는 감정이 없었어요. 제가 누구한테 떠밀려서 갔다면 불이익을 받았다고 느꼈을 텐데, 제가 결정해서 들어간 건데 거기에 대해서 억울하다 여기지 않는 거죠. 진심으로요.
후배들이 물어볼 때가 있어요. 파업해야 하는지, 방송 내려 놓아야 하는지 고민이 되니까요. 저는 언제나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늘 이야기 해요. 선배가 끌어주기를 바라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저는 늘 자기가 결정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이야기해요. 스스로의 행동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건 성인이라면 당연한 거고요. 누가 끌어줘서, 누가 설득해서 이게 아니라 내가 이게 정당하다고 소신을 갖고 생각한다면 하는 거고, 아니면 방송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면 파업 안하고 방송하는 거고요.
-방송이냐, 파업이냐 본인이 정해야 하는 거군요.
=강: 그걸 안 정하면 파업 내내 마음이 너무 불편해요. 이걸 내가 방송이 너무 하고 싶은데 파업도 하고 싶고, 오락가락 하면 너무 괴롭고 이도 저도 아니게 되니까요. 확실하게 지금 뭘 해야 되는지 각오를 하고 파업을 해야 하는 거에요. 파업이 저희에게는 정말 힘들죠. 우선 생활인인데 월급을 못 받고요.
=정: 그게 어떤 면에서는 너무 순수한 거고, 한편으로는 오만인 거에요. 정말 전략적으로 판단을 해야 하는데, 너무 사람들이 순수한거죠. 노조 집행부도 다 너무 순수하게 계산 속이 없는 사람들이에요. 저는 좀 더 전략적으로 움직였으면 해요. 저희 파업이 언제나 그래요. 참 순수하게 대의를 가지고 시작하고, 조합원들도 순수하게 따라주거든요. 결과가 늘 가시적으로 눈에 보였던 것은 아니지만 대신 사람들끼리의 결속력이랄까, 이런 건 참 좋아지더라고요. 서로 각각 구역이 달라서 모르던 사람을 다 만나고 또 보게 되니까요. 사람을 알게 되는 기회에요. 어떻게 행동하는지 다 보이고요.
-당시 인터뷰에서는 아나운서로서 새노조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블랙리스트라고 전해들었습니다.
=강: 저는 지역에 있을 때에는 새노조 아니었고 서울에 와서는 새노조에 바로 가입했어요. 제가 지역 근무 갔던 대구가 새노조 활동이 쉬운 곳도 아니고요. 왜 새노조에 들어갔느냐고 묻는다면 정치적인 신념 때문은 아니에요. 어차피 노조라는 건 사람들이 모인 곳이고, 내가 속해야 할 곳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뜻이 같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 잖아요. 2014년에 서울에 오니까 딱 새노조에 가입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가입할 때에는 아나운서 실에 구노조가 6, 새노조가 4였는데 1년 지나고 역전이 되었고요. 이번에는 거의 9대1로 바뀌었고요.
-돌아가시면 어떤 방송을 하고 싶으세요?
=정: 저는 제가 하고 있는 방송인 '노래의 날개 위에'를 워낙 좋아해요. 석달 넘게 재방송이 나가고 있어서 제가 파업을 하는지 모르는 청취자 분들도 있을 거에요. 목소리 그대로 나가고 날짜나 이런 이야기를 안하니까요. 이 추위에 폭염 이야기 하는게 나오고 그렇지만 (웃음)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방송이고, 방송을 통해서 저 자신을 더 알게 해준 그런 고마운 방송이에요. 클래식은 방송을 하면서 제가 적성을 찾은 거에요. 그 전에는 클래식을 전혀 안 들었고 회사 다니면서 좋아하게 된 거에요. 아나운서는 제작하는 분들로부터 선택을 받는 사람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제작하는 쪽에서 원하는 것과 우리가 잘 할 수 있는게 합이 맞아야 하고요. 그게 서로 딱 맞을 때 방송이 잘 되고 흔히 말하는 "뜬다"는 것도 그때 가능한 거고요. 방송을 접하는 사람들이 다 인지를 하게 되요. 그게 안 맞아 떨어지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사람들에게까지 다 전달이 안된달까. 아나운서인 내가 원하는 건 이건데 피디가 원하는 건 저거니까 저거를 하고 따라가야지, 그게 잘 안되거든요. 저는 뉴스와 클래식 음악, 두 가지를 제가 찾은 거고요. 뉴스보다도 사람들이 클래식 프로그램을 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처음에 저는 이게 어울릴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제가 성격도 굉장히 털털하고 남성스러운데, 보이는 이미지는 또 그렇지 않아서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이미지와 진짜 나 중에 뭐가 제 모습인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스튜디오에 혼자 앉아서 1시간짜리 음악을 듣는게 너무 좋더라고요. 특히 성악곡들은 다 외국어라서, 이게 직접적으로 들리지가 않잖아요. 그냥 음가를 가진 소리로 들리는 거라...가곡이나 우리말 가사는 직접적으로 들려서 생각을 좀 방해하는데, 저는 그 자체로 듣는 게 좋아서 가사를 굳이 그 의미까지 알려고 하지 않을 때도 많아요. 소리만으로도 그 자체가 음악적으로 선율과 함께 완성이 된 상태로 느껴져서요. 가사를 분석해달라는 이야기도 종종 들려오는데, 저는 그냥 포인트만 잡고, 제가 음악을 전공한 건 아니라 절대 음감이거나, 화성의 변화를 느낀다거나 하는 건 못하지만 직감적으로는 알고 선율을 느끼죠. 클래식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파업이야기를 한다는 게 뭔가 참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야 들지만 음악 이야기를 하면서도 끝날 때에는 투쟁의 역사에 대해 말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제가 멘트를 집어 넣었어요. 혁명이나 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아리아를 고를 수도 있었을 것 같네요.
=강: 저는 39기로 연차가 매우 낮은 편이라, 제가 뭘 선택할 수 있는 그런 급이 아직 아니고요. 저는 앞으로 변화할 우리 프로그램들이 기대가 되요. 제가 파업 직전에 했던 프로그램이 '서가식당'이라고, 책을 소개하면서 책에 나오는 음식을 해먹는 그런 컨셉이었거든요. 교훈적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재미도 추구하고,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흔히 종편스러운 면이 있는 프로그램이었죠. 제가 왜 '서가식당' 이야기를 하냐면, 출연자 섭외가 참 힘들었어요. 제가 엠씨고 배우 권해효, 박찬일 셰프, 팝칼럼니스트 김태훈 이런 분들이었어요. 그 분들이 흔히 말하는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으로 나누면 진보쪽에 속한 분들이잖아요. 제작진들이 그 분들을 섭외하는 게 너무 힘들었고 프로그램 런칭까지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고요. 피디들 조차 자기 검열을 정말 지나치게 했어요. 심지어 프로그램이 런칭된 이후에, 책을 이야기 하는 건데 특정 출연자의 멘트에 대해서도 위쪽에서 압력이 있었어요. 보도도 아닌 교양 프로그램이잖아요.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피디들이랑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 당시에는 파업 직전이라 어쩔 수 없다, 며 서로 위로하고 말았는데 돌아가게 되면 정말 제대로 하고 싶어요. 우리가 할 일이 정말 많았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았거든요. 책도 선정할 때 그 시대가 요구하는, 시의성 맞고, 시사점을 줄 수 있는 그런 책이 많잖아요. 저희가 그런 책을 선정하면 위쪽에서 아니 그거 말고, 라는 식으로 막았어요. 예를 들어 우리가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하겠다고 하면 아니 그 책 너무 어려워, 남녀노소 모두 알고 있는 '선녀와 나무꾼'을 해. 이런 식이었어요. 참 교묘한 억압이죠. 시청자들에게 지적으로 자극을 주고, 조금 어렵고 낯설더라도 사유의 폭을 넓히게 하려는 걸 애초에 차단하는 거고요. 그런 역할을 공영방송이 아니면 어떤 채널이 하겠어요? 이런 건 확실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파업 이후 저희가 돌아갔을 때, KBS가 달라진다면, 정말 공영방송에 걸맞는 프로그램을 국민들에게 제공하는데 앞장선다면 그런 프로그램의 진행을 하고 싶어요. 교양이든 뭐든 좀 의미를 가진 뉴스를 전달하는 거요.
-그런 간섭과 억압을 많이 경험하셨나요?
=강: 제가 연예뉴스를 전달하는데, 심지어 그런 연예뉴스에서조차 멘트를 하는 거에 대해 자기 검열을 해야 했어요. 원래 연예는 좀 웃기고 재미있는 거잖아요. 약간 비꼬고 해학적인 구석도 있어야 하는 건데 그런 걸 할 수가 없었어요. 운신의 폭이 너무 좁은 거죠. 누군가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늘 받았어요. 자기 검열을 자꾸 할 수밖에 없도록 시스템이 되어 있어요. 그래서 이번 투쟁 이후에, 앞으로는 변화가 있을 거라고 봐요. 지난 10월말 국정감사에서 특정 당에 소속된 모 국회의원이 왜 개그콘서트에서 "다스"를 이야기 하냐고 KBS가 왜 그런 내용을 만드냐고 뭐라고 했거든요. 그게 말이 안되는 거잖아요. 우리가 뭘 만들든, 방송쟁이들이 방송하는 건데 예능 프로그램 내용을 두고 국회의원이 왜 국정감사에서 추궁을 하나요? 국회랑 개그콘서트가 무슨 상관이 있어요? 시즌 1로 끝나버린 '서가식당'을 다시 시작 하든 어떤 새 프로그램을 하든, 힘있는 사람한테도 안 쫄고, 화끈하게 할말을 하고 싶어요.
아나운서들은 특성상 굉장히 조심하고 몸을 사릴 수 밖에 없어요. 프로그램의 가장 최전선에 있고 전달하는 사람이고 또 선택을 받는 입장이라서요. 저는 스포츠 진행할 때 이런 일도 있었어요. '스포츠 대작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 당시 출연자가 박철민 배우였어요. 레이디제인도 나오고, 그게 녹화 하루 전에 폐지가 되었어요. 갑자기 폐지가 되었고, 제대로 된 사유도 없었는데 형식상의 이유는 저희 편성본부장이 "너무 시끄럽다"는 이유로 폐지 시킨 거에요. 너무 난데없었고, 납득이 안 되는 이유였어요. 저희가 추측하기로는 당시 엠씨가 저랑 김현태 선배였는데, 김현태 선배에 대한 공격이 아니었을까도 싶고요. 그때 한창 "비타 500사건" 이 있었어요. 당시 총리가 비타 500상자에 돈을 담아 전달한 사건이 한참 회자되는 중이라 저희가 자유롭게 패러디를 하나 했거든요. 그 사건 직후에 폐지가 되었어요. 겉으로 드러난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니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일이죠. 다 추측이죠. 정말 비타 500패러디 때문인지 확실한 물증이 있거나 하는 건 아닌데, 정황상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는 거죠. 비타 500패러디가 거슬렸거나 진행자 두 아나운서가 모두 새노조니까....
제가 그런 일들을 직접 겪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뭘 하든, 대중들이 궁금해 하는 거, 사실에 근거해서 할 이야기 하고, 힘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좀 더 약하고 어려운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시원하게 해줄 수 있는 내용을 전달하고 싶어요.
=정: 이미 만나셨다는 이슬기 기자도 그렇고 강승화 아나운서도 마찬가지에요. 최전선에서 보도를 하고, 전달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건드려서는 안되는 부분들을 건드려버리니까 그 다음에는 이게 정말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강: 정말 자존심 상하잖아요. 소수의 몇몇이 저희의 생각을 조종하려고 들고, 손안에 쥐고 흔들려고 든다는 거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고요. 이런 교묘한 억압과 굴종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없어지면 좋겠어요.
=정: 제가 97년에 입사하고 10년동안은 이런 일들이 없었어요. 2008년부터 서서히 시작되었고 2012년 파업 이후에는 정말 노골적으로 이런 간섭들이 점점 많아졌어요.
- 노골적인 간섭이라면요?
=강: MC 선정, 프로그램 배치 이런 모든 과정에서 불투명한 게 너무 많았어요. 뉴스 앵커를 선정하는데 개인의 능력으로 되는 게 아니니까 그런 것 때문에 이 싸움을 하게 된 거에요. 보도의 공정성은 물론, 개인의 실력대로 정직하게 프로그램을 맡고 경쟁하면서 방송할 수 있게 보장해 달라고요. 방송인으로서 개개인이 가진 역량이 다 다르잖아요. 공영방송이라면 더더욱, 한 개인이 그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회사여야 하는 거고, 우리의 양심대로 공정하게 방송할 수 있어야 하고요. 정말 최소한의, 필수적인 조건이잖아요. 그런데 그 동안 KBS에서는 그 최소한이 지켜지지 않았어요. 우리가 싸우면서 요구하는 건 개개인이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한으로 발휘하면서 방송할 수 있게, 솔직한 양심에 따른 정직한 이야기를 내보내만 달라는 거에요.
=정: PD나 기자쪽에서 아나운서 누구랑 하겠다고 캐스팅이 들어와도, 윗 선에서 막는게 분명히 있어요. 진행자인 아나운서를 고를 때, 늘 능력 이외의 조건이 굉장히 많이 작용을 해요.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니까 능력 이외의 것이 완전히 배제된다고는 못 하겠지만 방송만큼은 능력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직군이죠. 예를 들어 새노조라서 안되고, 자기 라인이 아니라서 안 되고 이렇게 되요. 누가 더 방송을 잘하냐가 판단의 기준이 아니에요. 위에서 결정권을 갖춘 사람들이 능력은 안되지만 하라는 대로 하고, 말을 고분고분 잘 듣고, 옆에서 비위를 맞춰주는 사람을 원해요. 2012년 파업 이후, 저희 때는 새노조에 가입한15명 명단을 같은 아나운서실 선배가 다 직접 적어서 윗사람에게 갖다 주고 그랬어요. 이 15명은, 사람들은 방송에 나가는 걸 철저히 막겠다. 활동 못하게 한다, 이런 게 있었어요. 고생하고 말 잘 듣는 우리 라인 잘 살펴 달라는 거, 실제로 있었고 문서도 있고요. 저는 아홉시 뉴스도 해봤고,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도 찾았고 아나운서로서 활동을 해보기도 했고, 이제 어느정도 초탈하게 되어서 괜찮아요. 그런데 젊은 사람들한테는 그게 잘 안되죠. 어떻게 저 부분까지 건드리나, 싶은데 젊은 친구들에게 납득이 안가고 황당한 경우가 이어지니까 이렇게 강경하게 파업에 임하는 거에요. 저는 사실 후배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파업에 참여할 줄은 몰랐어요. 이야기들 들어보니까 말도 안되는 걸 다들 경험하니까, 너무 상식 밖의 일들을 경험하니까 싸워야 다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말도 안되는 상황이 한 두번 간헐적으로 일어나고 이런게 아니라 거의 모든 것들이 그렇게 돌아갔다고 보시면 되요.
=강: 방송사는 이벤트들이 많잖아요. 이벤트가 생기면 그걸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여럿이죠. 그럼 거기에서 공정한 경쟁을 원하는 건 당연한 거에요. 그런 경쟁이 제대로 이뤄진 적이 지금까지 거의 없었어요.
-KBS는 지난 몇 년간 능력이 아니라 손바닥 잘 비비는 사람이 큰 프로그램을 맡고 잘 나가는 구조인가요?
=강: 그렇다고 확답은 할 수 없지만 합리적으로 추측은 할 뿐이에요. 사람한테 잘하고 업무외적으로 어필하려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고 그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예전에는 능력 9에 사회생활 잘하는게 1이었다면 이제는 사회 생활 잘하고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게 더 결정적으로 되는 거에요.
=정: 그런 게 없을 수야 없고 노골적이지 않아야 하는데, 아주 노골적이 되어버렸어요.
=강: 인맥을 쌓고 자기들끼리 친하게 지내고 이런 건 사실 상관이 없어요. 최소한 공개적인 오디션만큼은 공정해야 하는 거잖아요. 거기에선 장난을 치면 안되는 거잖아요. 심지어 오디션 조차 이미 내정 해놓고 눈가림식으로 치르는 경우가 너무 많았어요. 오디션에 참가하는 아나운서들에게 공정한 것처럼 속이면서 헛된 희망을 주는 거였어요. 모를 것 같이 하고 넘어가도 시간 지나면 다 드러나잖아요. 예를 들어 새로 들어가는 프로그램에서 아나운서를 찾아서 제가 지원을 했어요. 모든 피디들이 저를 원하는데 단지 새노조 소속이라는 이유로 결과가 뒤집어 진 적도 있어요.
=정: 자기들끼리 MC선정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었어요. 전혀 공정하게 심사하는 게 아닌데, 공정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예전에는 없던 MC선정 위원회라는 걸 만들어서 공정함을 가장했어요. 제도적으로 기구를 하나 만들어서, 피디도 납득할 수 있도록, 절차적으로는 공정한 것처럼 보이도록요. 실제로는 완전히 편향된 위원회였죠.
=강: 피디들도 정말 피로감이 쌓였을 거에요.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 원하는 아나운서 누구를 쓰기 위해 너무 많이 싸워야 하니까요. 피디에게 가장 중요한 건 제작 독립성인데, MC가 대체 뭐라고...어느 선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윗 선에서 계속 개입을 하니 피곤하죠. 어차피 원하는 아나운서를 하려면 너무 많이 싸워야 하니까 아예 아나운서실에 알아서 "아무나 주세요" 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아님 강승화 골라봤자 어차피 안 되는데 차라리 연예인 누구랑 하지, 이런 경우도 있고요. 퇴사한 사람들은 이런 이유들이 적지 않게 작용했을 거에요. KBS가 진짜 멋진 방송국이 되면 퇴사할 필요가 있나요? 여기에서 계속 좋은 방송 만들고 MC하고 그럼 되는 걸요. 저희는 그 어떤 방송사보다도 물량으로나 시스템적으로도 충분한 제작 제반 환경을 갖추고 있거든요. 정말 훌륭한 시사프로그램, 누가 봐도 진짜 좋은 방송이다 인정할 수 있는 거, 만들면 계속 KBS아나운서로 남을 수 있죠. 돈, 명성,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방송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최우선은 좋은 방송을 하는 거에요. 열의가 넘치는 피디들과 기자들이랑 정말 멋진 프로그램을 하는 거, 그렇게 시청자들에게 기억되는 걸 바라는 거에요.
=정: 소수의 몇몇이 아나운서실에서 자기 라인 만들고, 사사건건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데 개입하고 그랬어요. 선배가 자기 후배들을 명단 만들어서 방송 커리어를 완전히 망쳐버리겠다고 하는 걸 다 지켜 봤거든요. 인사 고과도 제일 낮게 주면서 방송을 몇 년 못하게 되는 게 마치 능력이 부족해서 인 것처럼 하고, 그 사람은 자기 후배들을 팔아 넘겨서 승진을 했고 여전히 방송도 하고 있어요. 그쯤 되면 단순한 부역자 수준이 아닌 거죠.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면 아마 처세의 달인으로 또 어떤 스탠스를 취할 지 알 수가 없어요.
KBS는 한국사회의 축소판 같달까, 워낙 인원도 많고 사람들의 결이 다양해서 구성원들 중에 태극기 집회에 나가는 사람부터 다 있다고 보시면 되요. 이 다양한 구성원들의 정치적 스펙트럼 사이사이에서 개개인이 각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움직이기 때문에 MBC랑은 달라요. 그래서 눈에 보이는 결과가 안 나오고 좀 더딘 것도 있고요. 그런 사람들끼리 또 모여있기도 하고 그래서 저희 싸움이 더 힘들어요. 새노조 사람들이 마음이 여리고 또 착해서, 그들을 적대시 하지 않기도 하고요. 시스템적으로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그들을 해직시키거나 쫓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공존하면서 방송을 같이 만들어 나가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KBS는 잘 꾸려나가기가 참 어려워요.
=강: 응징은 사실상 힘들 것이고, 그런 분들이 저지른 악행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그걸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봐요. 파업이 끝나고 돌아가면 좋은 방송을 만드는 것 못지 않게, 구조적으로 장치를 만들어 투명하게 능력과 성과 위주로 평가될 수 있기를 바라요. 정권이 달라진다고 해서 그에 좌지우지 되지 않을 수 있도록 뭔가를 해야 해요.
=정: 제 경험상, 정권이 바뀌고 방송이 독립성을 지킨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새노조 안에서도 참 색깔이 다양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대안을 마련해 나가야겠죠.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요.
-희망을 갖고 계시는 거네요.
=강: 저는 MBC 파업 마치고 올라가서 돌아가는 거 보고, 희망을 많이 가지게 되었어요. 특히 보도랑 시사분야에서 무엇을 만들어 낼지 벌써 기대가 되고요.
=정: 저는 24기인데 지금 29기 기자들이 주축이 되어서 모임을 만들고 그 윗선 선배들에게도 할말을 하는 분위기인데요. 26,27기 정도까지는 중간에서 위 아래가 충돌하지 않을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요. 결정은 젊은 친구들이 내려주고 그 방향으로 가야지, KBS에 미래가 있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봐요. 저만 해도 70년대 생이라 될까? 의심하는 게 있고 좌절의 기억이 있거든요. 더 젊고, '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야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10년 전에, 탐사보도팀 다 있고, '미디어포커스' 있고, 9시 뉴스 하면서 일하는게 너무 즐겁고 신나서 어쩔줄 모르던 때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고요. 저희는 그때 방송하면서 당시 방송 지형에서 탐사 보도를 한다는 것에 대해 뿌듯함도 컸고, 사명감을 정말 많이 느꼈고, 그때는 방송 내용에 대해 개입하는 게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요. 제가 9시 뉴스 하는 동안 그 누구도 저에게 와서 앵커 멘트 왜 이렇게 썼어? 라고 한다거나 제가 다 고쳐 쓰는데 저한테 와서 무슨 말을 하는 거,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앵커 멘트 고치는 걸 못하게 하고, 고쳐서 가져오면 위에서 기자나 피디들이 다시 다른 뉘앙스로 손대고 뉴스가 한 방향으로만 가더라고요. 이런 젊은 친구들은 저희가 겪었던 거랑은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한 거니까요. 그런 것들이 자유로워진다면 저희가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는 거겠죠.
-나아지는 방향이라면요?
=강: KBS는 채널이 2개라 공영방송이고 좀 프로그램을 아주 질적으로 잘 만들어야 해요. 그게 저희 사명이고요. 그렇게 안하고 위에서 자꾸 프로그램 폐지하고 배제하고, 출연진 하나하나에까지 간섭하니까 이제 KBS라고 해도 기억에 남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없어요. 이제 시청자분들이 기억해 줄만한 프로그램들을 돌아가서 만들어야죠.
=정: 올해 가장 화제가 된 프로그램이죠. '알쓸신잡'의 유시민도 KBS에서는 캐스팅이 어려운 사람이니까요. 수준높은 평론이 사라진 시대이고, 'TV 책을 말하다' 같은 프로그램도 '클래식 오딧세이'도 다 폐지되었고요. 라디오 7시 뉴스 할 때 아직도 기억나요. 백남기 농민 사건때 물대포가 아니라 물줄기라고 쓰여진 대본이 왔어요. 그거 읽어야 했을 때 정말 착잡하더군요. 제가 9시 뉴스했던 사람이니까, 아예 그 단어를 빼버리고 제가 멘트를 새롭게 해서 읽었어요. 요 근래 몇 년 동안 너무 말도 안되는, 읽고 싶지 않은 기사들이 막 들어왔어요. 회사가 저희들의 입을 다 틀어막았어요. 멘트를 하면 위에서 싫어한다고 하거나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요. 늘 한쪽 방향에서 보니까 저쪽에서 이렇게 보니까 치우치게 보이죠. 작년 촛불 시위 할때,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촛불' 단어만 언급해도 난리가 나는 거에요. 라디오 뉴스 할 때 받은 대본들의 수준도 그렇고, 이 뉴스 뭐하러 하지? 내가 이걸 왜 읽지? 이런 순간들이 참 많았어요. 작년에 최순실 관련 미르재단 뉴스가 하나 둘 터지고, 국정농단 스캔들이 말 불거지는 시점에, 최대한 최순실 관련 뉴스를 뒤쪽으로 배치하는 거에요. 하나도 안 중요한 것처럼요. JTBC가 터트리고 난 이후에도 어떻게든 중요하지 않은 뉴스처럼 배치를 했어요. 저도 기자도 아무리 위에다 이야기를 해도 편집부에서 다 편집권을 쥐고 있어서 저희가 할 수 있는게 너무 없었어요. 우리는 읽는 사람이잖아요. 뉴스가 내려오면 그걸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거고, 저희가 아무리 그 앞에서 이거 좀 앞에다가 배치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해도 그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던 거죠. 답답해도 할 수 있는게 너무 없었어요.
-이렇게까지 압박을 많이 받으셨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강: 이런 걸 압박이라고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요. 우리는 이게 잘못된 거다, 압박하는 거다 느끼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회사 잘 돌아가는데 무슨 문제 있어? 아나운서는 그냥 원고 나오는 대로, 주어지는 대로 또박또박 읽고 전달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이렇게 생각하고 회사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냐고, 월급 주고 자아실현 시켜주고 TV에 나오게 해주는데 너네 파업하는 거 다 배불러서 그러는 거야, 이러는 사람들도 있어요. 파업 초기에 뜻을 같이 해 달라고 설득하고, 설명도 해보고 했는데 안 되는 사람은 안 되더라고요. 언론인으로서 이전에 인간적으로 공감능력이 좀 떨어지는 걸 수도 있죠. 세월호 참사 때에도 별로 슬퍼하지 않고, 최순실 사건에도 이게 뭐? 하는 거고. 같은 시간을 지나오면서 느끼는 바가 많이 달랐을 거라고 그래서 이렇게 다르게 행동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주파수가 다른 곳에 맞춰져 있는 거겠죠.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 이전에 상사에게 어떻게 하면 잘 보이고 어떤 보직을 받을 수 있는지, 더 큰 프로그램을 맡고 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나 혼자 잘되고 그런 거에 더 집중할 수도 있다고 봐요.
정: 중학교 2학년도 다 이해할 수 있을 수준으로 방송을 해야 한다고 늘 그렇게 교육 받았어요. 그건 전달하는 말을 쉽게 사용하라는 것이지 컨텐츠가 중학교 2학년 수준이어야 한다는 게 아닌데 그걸 놓치기도 하죠. 정말 긴장해서 공들여서 잘 만들어야 하는 방송을 그렇게 안 하는 거고요. 아나운서는 아무 힘이 없고, 주도권을 쥐고 있는 직군이 아니에요. 그래서 저희 아나운서 실장이 나서서 저희를 좀 보호해주려는 제스처를 취해야 하는데, 자신의 보직과 출세에만 관심있는 분이 아나운서실을 이끌면서, KBS안에서 아나운서는 참 보호받지 못하는 존재로 수년을 지나왔어요. 이렇게 연약한 존재들인데 파업할 때에는 노출도 많이 되고, 가장 열심히 해요. 2012년에도 저희가 겨우 15명에 불과했지만 집회 사회도 보고 바깥에서도 저희를 가장 먼저 알아봐 주시니까 전단지 돌리고 하는 것도 열심히 했고 시민들에게 더 보여질 수 있도록 했어요. 이번에도 저희가 사회를 돌아가면서 열심히 보고요. 역할이 그렇게 '보여지는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얼굴 팔리는 일이라 꺼려할 수도 있는데 강승화 아나운서는 심지어 월요일 고정이에요.
강: 다들 월요일은 좀 부담스러워 하니까 제가 먼저 월요일 고정을 하겠다고 했어요. 그럼 우선 한 사람이라도 부담이 줄어드는 거잖아요. 4명만 돌아가면 되니까요. 기수도 낮고 하다보니까 사람들이 제 진행을 좋아해 주셔서 뿌듯해요.
-100일을 훌쩍 넘긴 파업이 이제 방통위에서 강규형 이사의 해임안이 통과되면서 어느정도 끝이 보이는 것 같은데, 어떤 소회가 드시나요?
=강: 아나운서는 약간 개인사업자처럼 각개전투로 활동할 수밖에 없거든요. 다양한 직군들이 나오는 파업집회에서 제가 진행을 하면서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있고 전혀 모르던 피디들과도 친분이 생기고 돌아가면 하고 싶은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파업이 아니면 절대 다른 직군을 만나 이렇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가 없거든요. 하고 싶은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신나게 나누기도 했는데 돌아가면 정말 근사하게 멋지게 뭔가를 함께 하고 싶어요. 반성을 참 오래 했으니까요. 돌아가서 좋은 프로그램을 하고 싶습니다.
=정: 파업이 끝나고 돌아간다면, 아나운서실의 대장이 자신의 입신양명에만 한눈에 팔린 게 아니라 할말은 하고, 아나운서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주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어요. 피디랑 작가, 기자와 함께 프로그램의 구성 단계에서부터 아나운서도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요. 그렇게 처음부터 같이 만들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한다는 건 모든 게 다 셋팅되고 와서 진행만 해주세요, 라는 거랑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거든요. 프로그램을 좀 더 온전히 이해하고, 제작단계에서부터 의견을 내고 다른 직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나운서로서도 굉장히 많은 성장을 할 수가 있어요. 저희가 단지 셋팅된 상황에서 차려입고 꾸민 상태로 나와 그냥 앵무새처럼 읽기만 한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단순한 전달자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도 있어요. 뉴스의 통찰력을 불어넣고 멘트를 다르게 해서 완전히 다른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운 좋게 이미 '클래식 오딧세이'처럼 제가 제작 단계에서부터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났고, 정말 사명감을 가지고, 뿌듯하게 방송을 하는 경험을 누려봤어요. 얼른 파업이 끝나고 돌아가서 이런 젊은 친구들도 저처럼 방송을 통해 그런 충만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MBC ‘뉴스데스크’가 오는 26일 시청자 앞에 다시 선다. 지난 8일 최승호 신임 사장의 보도국 인사로 중단된 지 19일 만으로, 사실상 5년 만의 ‘정상화’다. 주중 박성호·손정은 앵커, 주말 김수진 앵커 체제로 진행되는 ‘뉴스데스크’는 ‘시민에 응답하는 뉴스, 시민과 소통하는 뉴스’를 슬로건으로 세웠다. ‘백화점식 보도’를 지양하고 시청자에게 필요한 뉴스에 집중한다는 것이 ‘뉴스데스크’의 방향이다.
한정우 보도국장은 지금까지의 뉴스를 ‘미디어 세일즈’로 규정하며 ‘공급자 중심의 뉴스’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혔다. 한정우 국장은 “지금까지는 정보·권력·돈을 가진 공급자들, 이른바 ‘센 사람’들이 제공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해 ‘미디어 세일즈’를 해왔다. 이제는 일반 시민이 요구를 표출하고 평가하는 시대인 만큼 소비자 시각으로 바꾸자는 의미”라며 개편 취지를 설명했다.
‘뉴스데스크’ 새 앵커들은 시민과의 응답·소통이라는 슬로건의 의미를 짚었다. 박성호 앵커는 “뉴스가 여전히 기자나 공급원들의 언어로 지배당하고 있다. 이슈의 의미를 설명하고 맥락을 짚는데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손정은 앵커는 “겸손한 자세, 진실 되고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시청자에 다가가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수진 앵커의 경우 “지난 6년 동안 소비자 입장에서 보니 제작·권력자를 위한 뉴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회적 약자가 주인이 돼야 한다는 이용마 기자의 말을 적어두고 관성이 생기려 할 때마다 새기겠다”고 말했다. 26일 ‘뉴스데스크’ 첫 방송은 시민들에게 전하는 사죄와 각오를 담은 리포트로 시작될 예정이다.
▲ MBC 뉴스데스크 평일 진행을 맡은 박성호·손정은 앵커. 사진=MBC
▲ MBC 뉴스데스크 주말 진행을 맡은 김수진 앵커. 사진=MBC
‘뉴스데스크’는 정보 전달을 위해 1분30초 분량 단발성 기사를 이어붙이는 ‘백화점식 보도’에서도 탈피할 계획이다. 한정우 국장은 “2분 미만 리포트를 나열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그날그날 중점적으로 다룰 주제를 선정하고 효과적인 전달 방식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한 보도국 관계자는 “일상적인 날씨 리포트나 주요 인물 동정 보도는 과감히 버리고 탐사 및 보도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귀띔했다.
‘팩트체크’ 코너도 신설된다. 윤색되거나 가공된 이른바 ‘가짜뉴스’가 만연해 있는 만큼 진실을 확인하고 방송으로 풀어나가는 코너가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해당 코너는 1996년 입사한 박영회 기자가 맡는다. JTBC ‘뉴스룸’, SBS ‘8뉴스’ 등에서 이미 팩트체크 코너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동시간대 방송사 간의 차별화 경쟁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5년 동안 망가진 보도기능이 정상화되기까지 ‘임시 체제’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박성호 앵커는 “기존 방식의 뉴스를 복구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것이 사실이다. 26일부터 본격적인 시도를 시작하기 어렵겠지만, 정상화된 뉴스의 틀을 갖추고 여러 실험을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국에선 내년 2월 말 이후 개편을 기점으로 ‘뉴스데스크’에 힘을 실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인력 부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보도국 관계자는 “깊이 있는 보도에 당장 투입할 수 있는 기자가 많지 않아 고민”이라고 밝혔다. 지난 5년, 부당 전보 등으로 취재현장에서 배제된 기자들이 상당한 데다 경력·시용 형태로 입사한 뒤 체계적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 등을 고려해 현재 취재 투입 인력이 8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내년 1월 중 대규모 신입·경력기자 공개채용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MBC 탐사보도의 한 축을 이뤄 온 ‘시사매거진 2580’과 대표 시사프로그램 ‘100분토론’도 내달 첫 방송을 목표로 진행자 섭외와 포맷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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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신임 대표상임의장이 19일 저녁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진행된 취임식 취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계기에 남북교류 재개를 간절히 희망한다면서 북측도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반도에 결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민화협에 참여하는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에게 평창평화올림픽 기간에 국제 반전평화연대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제안드린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국제반전평화운동에 함께 참여해 주길 바란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신임 대표상임의장은 19일 저녁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 그랜드볼룸 백두에서 진행된 취임식 취임사를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오직 평화이며 평화로 가는 길은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무엇보다 민화협이 새기고 나아가야 할 첫 번째 원칙"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민화협은 진보·보수의 구별없이 모든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하는 만큼 "평화를 제도화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려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민화협이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그동안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정신이 계속 이어지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민화협이 이제 민간차원에서 남북대화와 협력의 길을 새롭게 열겠다. 정부 대 정부간 대화가 막혀있을 때 민간에서라도 교류와 협력의 물꼬를 터야 한다. 사회문화분야, 개발협력분야, 인도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도적으로 남북 민간교류의 물꼬를 트도록 하겠다. 이것이 19년전 민화협이 만들어진 이유"라고 각오를 다졌다.
구체적으로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교류 재개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면서, "민간교류를 복원하고 남북관계의 전환을 이루기 위해 북측도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 의장은 처음엔 대표상임의장직 제의를 사양했으나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만드신 단체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다"는 소회와 함께 "아직 젊고 부지런히 뛸 수 있으니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가는 기분으로 새출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이날 열린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소통과 공감마당'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조명균 통일부장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그리고 정세현·김덕룡 전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을 비롯해 회원단체 대표 등 300여명이 참석해 김 의장 취임에 쏠린 안팎의 관심과 기대를 보여주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김홍걸 대표상임의장이 착석한 헤드테이블. 정세현, 김덕룡 전 민화협 대표상임의장과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조명균 통일부장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문희상 민주당 의원이 함께 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정부간 대화가 막힌 상황에서 민간 차원에서라도 교류의 물꼬를 트겠다'고 한 김홍걸 대표상임의장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정부도 힘껏 돕겠다"고 협조를 약속했다.
또 남북관계가 아직 풀리지 않아 안타깝지만 반드시 해빙의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면서 "북핵문제에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 화해협력을 위한 노력도 충실히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길에 "정부와 민간이 함께해야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남북관계의 복원과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당국간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민간의 적극적인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인도적 지원을 비롯해서 남북 교류협력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민간차원의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고 김대중 대통령을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민화협이 남남대화와 민족의 화해협력을 위한 발걸음을 더 힘차게 내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문 대통령은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화협 창립에 각별한 애정을 쏟은 뜻을 상기시키면서 범국민적인 상설 통일운동협의체인 민화협 창립을 통해 정당과 종교계, 시민사회단체가 모이고 진보와 보수가 함께 했으며 이념과 지역, 세대와 계층의 차이를 넘어 통일운동의 지평이 크게 넓혀져 결국 2000년 남북정상회담 성사로 이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장이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만드신 단체를 어떻게든 살리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가슴이 뭉클하다"면서 "민화협이 남남대화와 민족의 화해협력을 위한 발걸음을 더 힘차게 내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민화협 창립 19주년과 대표상임의장 취임을 기념하는 의미로 진행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소통과 공감마당'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조명균 통일부장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당·정·청을 대표해 축하인사를 전했고 정세현·김덕룡 전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을 비롯해 회원단체 대표 등 300여명이 참석해 김 의장 취임에 쏠린 안팎의 관심과 기대를 보여주었다.
▲ 왼쪽부터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김덕룡 민주평통 상임부위원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지선 스님,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2005년 5월부터 2009년 9월까지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을 역임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지난 1998년 4월 11일부터 18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남북비료회담이 결렬된 후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당국에 앞서 민간이 나서는 것이 좋겠다는 '선민후관', △쉬운 일부터 시작하자는 '선이후난', △경제를 먼저하고 정치를 뒤에 하자는 '선경후정', △먼저 주고 나중에 받자는 '선공후득' 등 16자 원칙이 정립되었으며, 민족화해협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범국민적인 합의가 절실하다는 뜻이 모아졌다고 민화협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1998년 5월부터 토의를 시작해 그해 9월 3일 출범한 민화협이 내년이면 20년을 맞이하게 되는데, 연말에 50대 신임 의장이 취임하는 것은 "내년 20년을 기해 민화협의 르네상스를 일궈내라는 민족사적 소명으로 이해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민화협은 처음 10년간은 '선민후관'의 원칙에 입각해서 활동이 바빴는데 그 뒤 9년은 일이 없었다"면서 "이제 다시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데 민화협이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는데 '끌개'역할을 해주고 또 필요하다면 '마중물' 역할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역대 대표상임의장 중 가장 젊은 분이 취임해서 든든하기도 하고 기대가 크다"면서 "민화협은 출범 초기부터 김대중 대통령께서 큰 관심을 갖고 지도해 주었고 단체의 이름도 지어주면서 독려해 주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의지를 받들어서 실천한다는 점에서도 김홍걸 의장의 취임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화협은 통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주고 평화통일의 여론을 형성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인 남북교류의 시대가 열리면서 민족공동행사 추진과 6.15남측위 결성과 운영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민화협은 6.15남측위의 참으로 중요한 조직중 하나"라면서, '6.15공동선언의 정신을 그 누구보다도 잘 계승할 김홍걸 대표상임의장과 각계를 대표하는 상임의장들께서 남북관계 개선과 민간교류의 큰길을 뚝심있게 밀고 나가게 될 것을 기대하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 민족화해의 문을 열겠습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김홍걸 대표상임의장 취임식 이후 참석자들은 얽히고 꼬인 남북관계를 상징하는 매듭을 푸는 '결의와 다짐'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평창겨울올림픽 뒤로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할 것을 미국에 제안했고, 미국 쪽이 (연기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평창올림픽을 위해 22일 개통할 서울~강릉 경강선 케이티엑스(KTX) 대통령 전용열차 ‘트레인1’에서 미국 엔비시(NBC)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평창올림픽 때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 등을 포함한 과감한 조처를 고려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은 한·미 연합훈련의 연기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나는 미국에 이를 제안했고, 미국은 현재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은 북한의 행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평창올림픽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안전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북한이 올림픽 게임을 방해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은 아직 평창올림픽 참가를 알려오지 않았으나 과거의 행적으로 볼 때 막판에 참가 여부를 정하지 않겠느냐며, 북한이 막판에 참가를 통보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한국체육기자연맹 소속 37개 언론사 체육부장들과 한 전용열차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는 북한이 평창겨울올림픽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희망하는 취지의 발언은 있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참가 가능성에 대해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겨울올림픽 참가를 위해 우리 정부는 아이오시, 아이피시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고, 양 위원회는 북한의 참가를 지속적으로 권유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은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이 참가하더라도 확약하는 것은 거의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이라고 본다”며 “그때까지 계속 설득하고 권유할 계획이다. 정부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88 서울올림픽이 냉전 구도 종식과 동서 진영의 화합에 큰 기여를 했다면 이번 올림픽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평화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최문순 강원지사가 제3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중국 쿤밍에서 18~19일 연이틀 동안 문웅 북한 여명체육단장을 만난 사실이 알려졌다. 북한의 잇단 핵실험으로 남북한 체육계는 대화 채널이 사실상 모두 끊겼던 터라 최 지사와 차관급 체육계 인사인 문 단장의 만남은 의미있는 진전으로 여겨진다. 최 지사는 18일 북한팀과 만찬을 하고 “이번 축구대회가 북한의 선수단, 응원단,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평창겨울올림픽에 참가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내년 상반기엔 평양에서, 하반기엔 한국에서 연간 두 차례 교류전을 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회는 북한과 중국, 한국의 강원도에서 각각 2개 팀씩 참가하는 15살 이하 유소년 축구대회로, 1회는 경기도 연천, 2회는 평양에서 열렸고, 올해 3회 대회가 강원도에서 열리기로 했다가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중단된 뒤 중국 쿤밍으로 장소를 옮겨 치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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