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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사설] 위조세태, 인간짝퉁...

[사설] 만연한 ‘짝퉁 세태’ 위험수위 넘어섰다 
 
나이트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10대, 입시학원 상위반에 들기 위해 수능 성적표를 위조한 재수생, 재혼을 위해 딸이 없는 것처럼 가족관계 증명서를 위조한 30대 이혼녀…. 엊그제 중국 문서위조단에 서류 위조를 부탁했다가 경찰에 입건된 사람들의 사연이다. 그동안 졸업증명서나 외국어 성적표, 자격증 등을 위조하는 데 그쳤던 문서위조 행태가 이제는 세대와 종류를 뛰어넘어 사회 전반에 만연돼 있음을 보여준다. 문서위조 사범은 2007년 1만9210건에서 지난해 2만2157건으로 나날이 늘어가는 추세다.

 

문서위조는 개인적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행해졌다고 하더라도 사회의 거래 안전과 신용에 끼치는 해악은 실로 막대하다. 사기 등 2차 범죄로 연결될 경우에는 국가 질서를 문란시킬 수도 있다. 어느 나라나 문서 위조를 중범죄로 취급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주민등록증과 같은 공문서를 위조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 졸업증명서 같은 사문서 위조는 5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등 형벌이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런데도 이런 범죄가 10대 학생부터 주부까지 거리낌없이 이뤄지는 건 가짜를 통해서라도 위안을 받고 사회적 인정을 받으려는 우리 사회의 ‘짝퉁 세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서위조는 폭행·절도 같은 충동·궁핍범죄와 달리 범의(犯意)가 있는 고의범이며, ‘행사할 목적’이라는 요건이 덧붙여진다. 가짜라도 좋으니 겉만 치장해 보이려는 이른바 ‘명품병’,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한탕주의의 일종이다. 짝퉁 세태가 물건에 이어 자신의 본질을 과대포장하고 위조하는 인간 짝퉁을 양산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씁쓸함을 넘어서 크게 걱정스럽다. 짝퉁 세태의 만연은 사회적 신뢰 체계를 허물어버릴 수 있는 만큼 그것을 조장하는 사회적·문화적 요인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경향 2009-10-23 00:39)


 

[독자주] 짝퉁세태, 한탕주의, 명품병 등을 "조장하는 사회적·문화적 요인"에 뭐가 있을까? 돈 지상(至上)주의, 자본주의 시스템, 도덕성이나 모든 기준·원칙도 말아먹는 실용·실적주의, 이런 눈에 보이는 것들 말고 보다 근원적인 요인은 없을까? 이것이 저것을 가능하게 했을테고 또한 조장하고 유지되는 틀로써 숨은 역할을 한다면, 이것을 찾는 게 저것을 깨는 것보다 우선일진데 이것이 뭔지를 알고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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