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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술에 취하면 불로그질이 간절해진다.
지극히 감정적이고 단편적인 생각들로 가득하다.
그러다가도 술이 깨면 그 생각들마저 잊어버리곤 한다.
그게 몇 일 동안 내가 불질을 못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정말, 생각이 나지 않거든.
도대체, 내가 그렇게 미치도록 하고 싶었던 말은 뭘까?
가끔 내 생각을 어딘가 고스란히 적어놔주는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런 내 마음을 정확히 표현해주는
그런 기능을 가진 기계를 말이다.
2.
친구를 만났다.
선배를 만났다.
후배도 만났다.
옛 동지들도 만났다.
사람을 만날 때 마다, 1분에 열 두번은 더,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고 잊혀지고를 반복한다.
그 가운데 잊지 않고 점점 더 분명해지는 사실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발견한다는 것.
난 뭘 위해 달려가고 있는걸까?
예전에 누군가가 열심히 달리고, 가끔 뒤돌아보면서
내가 달려온 길이 올바른 길이었는지를 되돌아보라고 했다. 그저 열심히 달리면 된다고.
그런데 지금은 너무 달려와서 내가 어느 길로 달렸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운동을 그만 두고 싶다고 했다.
내 말에 누군가는 내가 운동을 하고 있는 것 같진 않다고 대답했다.
사실 그런 말을 들으려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정곡을 찔린 것 같아 '그렇네'라고 대꾸했다.
운동하지 않는다는데, 운동을 그만둔다고 말하는 상황 자체가 너무 웃긴 거잖아.
내가 선택한 길에 의문이 들기 전에, 나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길을 선택하고 시작할 때에는 분명했고, 옳다고 믿었는데,
내 믿음과 주변의 시선이 일치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오는 혼란이 커졌다.
정지 상태이다.
온통 싫은 것 투성이.
타인에 대한 배려도 없고 혁명적인 태도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 같이 말하는 것도,
타인을 배려하는 척하며 자신의 계획과 생각을 은밀히 포장해 제시하는 것도,
'저들'과 다르다는 식의 생각에서 나오는 기만적이고 위선적 태도도,
활동가의 작풍이라는 말도,
일상과 괴리되어서는 마치 우위에 선 것 같이 대중과 활동가를 이분하는 모습도,
혁명적 활동가가 도덕적인 인간으로 취급되는 것 같은 모습도,
소소한 일상이 과거와 변해버린 오늘을 나타내는 같이 말해지는 것도
또 그것에 안주하고 '그 땐 그랬지'의 말을 남발하는 것도
바닥까지 치닫고서야 정신을 차릴 것 같다는 말도
갈갈이 찢기고 피투성이가 되서야 온전한 나를 찾을 수 있게 만드는 환경도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싫다는 말만 나불거리는 내 모습도.
온통 싫은 것 투성이.
진짜 엉망진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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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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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랴~ 흔치 않은 휴가(?) 중일텐데... 한참 재밌어야 되는 거 아니여? 바다를 못가 그런갑다... (진짜 날짜 뽑아... 신년 해맞이 바다는 어떨까...?)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