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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군대 갔어요

 

 

오늘 하나있는 남동생이,  드디어 군대를 갔습니다.

원래는 지난 2월경에 갈 예정이었는데,  한참 군대 총기 사건이니 말도 많고

이 놈이 사고를 치기도 해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입영 연기를 했었죠.

더 이상 연기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드디어 군대를 갔는데, 또 군대 갈 때가 되니,

북핵 문제가 대두되고 군대에 경계령이 내려졌다는 보도가 계속 되더군요. 훗 (고생좀하겠어)

 

제 동생과 전 우애깊은 남매애를 찾는 관계는 아닙니다. 흐음. 수 많은 일화를 다 말할 수는 없고...

군대 가기 전, 생명 보험을 들겠다고 난리를 치는 녀석.

어머니는 "그런 일이 생겨도 안되지만, 혹시 나쁜일이 생겨도 난 그 돈 못 받는다"라고 하시며

거절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한 말 했죠.

"아냐, 꼭 보험 들어. 난 그 돈 쓸래"

물론!! 결국 생명보험을 들지 못했어요. 군대에 입대한다니까 보장이 많은 보험에선 거절하더군요.

그래서 오늘 배웅하는 차 안에서 말해줬죠

"보험도 안 들었으니까, 몸 사려."

 

어렸을때에는 동생을 참 많이 좋아했어요. 뽀얀 피부에 바가지머리가 너무 귀여워서

동생을 데리고 돌아다니며 "제 동생이예요^^"라고 하루종일 돌아다닌 적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놈이 하도 밖으로 싸돌아다녀서 피부가 검어질무렵

우린 서로 아는 체하지 않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일부러 그런건 아니였는데 말이죠.

아마 서로 각자의 삶을 살게 되면서 묻지도 대답하지도 않는 그런 사이가 된 것 같아요.

 

그런 그 녀석의 가식적인 모습을 기억하는건,

동생이 효자라고 주변 사람에게 거짓소문이 날 무렵이었습니다.

우연히도 작은 이모가 증인이 된 '붕어빵 사건'덕분이었죠.

제 동생이 중학생이었을 무렵, 집으로 오는 길에서 제 동생과 이모가 마주쳤죠.

그런데 이모의 말에 따르면, 교복 속 가슴 깊이 무엇을 품고 오더랍니다.

알고보니 어머니께 드릴 붕어빵이 식을까봐 가슴에 품고 뛰어가는 길이었다는 겁니다.(쳇, 말도 안돼!!)

그 말을 전해들은 우리 어머니야 감동에 감동의 트위스트를 추셨답니다.

하지만, 전 알고 있었죠. 붕어빵을 가슴 속에 품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효심이 아니라 추운 겨울,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때문이었음을. (따뜻하잖아!)

나중에 진짜 엄마한테 주려고 뛰어왔어?라고 물으니, 이 얍삽한 놈, 그저 웃기만 하더군요.

 



이런 동생이 군대를 가니, 우리 어머니. 입영 몇 주 전부터 눈물에 눈물을 흘리셨죠.

하지만, 나이도 스물 둘, 키도 190이나 되는 이 거구를 누가 쉽게 건드리겠습니까.

다만 걱정되는건 욱하는 성질과 뒤에 숨은 소심함의 결정체라는 점이나,

시류에 잘 편승하고 줄타기를 워낙 잘하는 놈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은 사라집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나이나 덩치에 관계없이 한없이 걱정되고 불안하고 그런가봅니다.

어머니는 의정부에서 아들 손을 꾸욱 잡고 눈물을 참고 또 참더니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내 눈물을 글썽거리며 "아들이 보고싶다"를 외치십니다.

손에는 '입영안내서'와 '은나노 <슈퍼> 깔창' 껍데기를 들고서 말입니다.

 

 

동생이 부대에 들어가기 전

제발 전경으로 배치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걱정해줬습니다.

키가 커서 확률이 높다는데, 아... 정말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누군가에게 동생이 맞는 장면보다 공권력이라는 이름에 기대서 누군가를 때리는 장면은

너무 끔찍해서요. 시키면 다 할 놈이라 더 걱정입니다.ㅠ.ㅠ

 

그리고 이런 말을 했어요.

군대 문화라는게 무시할 수 없을테니, 네가 맞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중에라도

절대 네가 누군가를 때리지 말라고 말입니다.

 

아,혹시 파병 지원하라고 하면, 무조건!!! 잠자코 있으라고도 했군요.

 

 

짧은 인사를 나누고 "잘 다녀올께"라는 동생의 말이 귓가에 닿을무렵,

이 녀석은 벌써 100m즈음 뛰어가고 있습니다. 한번도 뒤돌아보는 법이 없더라구요.

어머니는 행여나 아들모습을 놓칠까 운동장을 빙 돌아서 아들이 있는 뒤쪽으로 뛰어갑니다.

저도 따라갔습니다.

 

처음으로 입대식이라는 걸 구경하면서 마음이 불편하더라구요.

대대장이란 사람이(누군지 얼굴도 안 보입디다) 인사라고 하는 말이

남자는 강인해지기 위해 태어난 사람으로, 조국의 부름을 받고 왔으니 환영한다나 뭐라나

짤막한 "사나이로 태어나서~"로 시작하는 군가를 들으면서

동생 또래 혹은 더 어린 애들이 눈물을 훔치며 자꾸 부모님을 찾는 모습이 눈에 보였거든요

제 동생은 의정부로 갔는데, 오늘 3000명이 입대를 한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이렇게 입대를 한다니까, '군대'라는게 장난이 아니게 느껴지더군요.

군대라는 거, 국가라는 거. 제 동생이야 '신체 건강한 군필자'의 범주 내에서 살아가기 위한

과정을 겪는 것이라는 생각까지 미치고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근데...정말 사람이 빈 자리가 크다는 말이 조금씩 느껴지네요.

제 방 꼬진 컴퓨터가 망가지면 시스템 복원은 누가 해줄지...ㅠ.ㅠ

당장 냉장고에 있는 환타, 치킨, 고기, 과일, 우유, 아이스크림...이런 건 누가 먹을지.

당분간, 어머니 옆에 꼬옥 붙어 있어야겠어요.

마음이 허전하시다네요. 저도 약간은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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