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8일, 백제 부처님께 인사를 드리러 길을 나섰습니다.
1994년에 한번 친견한 적은 있었지만,
혼자 버스 타고 가본 적은 없었습니다.
부랴부랴 책과 카메라를 챙겨서 남부터미널에서 서산행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12시 30분쯤 차를 탔는데, 도착하니 오후 2시 30분쯤 됐더군요.
뭐, 마애삼존 부처님들 뵙고서, 인근 보원사터를 들렀다 오면 싶었습니다.
허나, 아뿔싸.
서산 터미널에서 마애삼존불 가는 시내버스는 2시간 후에나 온다더군요.
한참 기다렸다가 탔더니, 기사님 말씀이 이 차가 막차니, 돌아나오는 이 차를 다시 타지 않으면
서산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는 없다고 하시네요.
결국 보원사터까지 둘러보지는 못했고
마애삼존불상만 친견하고 내려와야 했었지요.
그런데, 서산 마애삼존불을 보기 위해 통과하는 불이문 부근에 있던 석조불좌상이 사라진 걸 발견했습니다.
2005년, 밤에 누군가가 업어갔다고 하네요.
1994년만에 직접 보고, 신기하다고 여겼었던 불상인데, 사라졌다니 애석했습니다.
불상이 사라진 빈 자리에는 복련 기단만이 놓여져 있습디다.
마애삼존불에서 내려와 강댕이 미륵불상 앞에서도 합장을 드렸습니다.
얼마 전 돌아가신 박 위원장, 좋은 데 가기를 빌었고 주위 동지들 모두 건강하기를 기원했습니다.
강댕이 미륵불상 주위를 둘러보다 재미난 돌을 발견했습니다.
바위에 발가락 무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인근 보원사 절터나 마애삼존불상이 있던 곳에 다른 불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는 강댕이 미륵불의 원래 입상 기단일 수도 있겠죠.
지금은 강댕이 미륵불이 잡석들에 묻혀 있으나, 원래 이게 받침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입니다.
물론, 다른 불상의 것으로, 불상은 소실되고 이 돌만 남았을 수도 있겠죠.
정확히 실측하고, 잡석들을 파헤쳐 발굴조사하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가설일 뿐입니다.
결국, 버스를 끊기고 터벅터벅 걸어내려 오다가
의정부에서 오신 스님과 보살님의 차를 얻어 타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요 옆에 보원사 절터도 있고 수덕사도 있는데 그냥 가느냐?"며 타박하시더군요.
'난 스님처럼 자동차를 가지지 않았답니다!!!' 하려다가,
'성불은 못할 중이로고...' 하면서 꿀꺽 삼켰습니다.
자동차를 가진 사람들은, 뚜벅이들의 속도를 알지 못하겠지만,
때로 답사란 말 그대로 걸을 때만이 더 기억에 남기도 하답니다.
저렇게 꽁꽁 언 실개천에도 봄은 올 거고,
꽁공 언 것처럼 보이는 나뭇가지에도 물은 오를 것이며
그러면 연두색 이파리가 삼월처럼 틔울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