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블로그에 썼던 앞문장만 따서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10년 후, 우린 2011년을 어떻게 기억할까?

총선, 대선만을 바라보고 모두 '판짜기'에 몰입했던 한 해?

그렇게 기억한다면,

한진투쟁도 현대차 비정규직투쟁도 기억나지 않겠지.

 

그렇게 쓰고 나니

쌍용, 발레오, 재능 노동자들에게 미안해졌다.

그래서 또 트위터를 날렸다.

 

'노동자'라고 쓰고 '그림자'라고 읽는다.

쌍용,현대차,한진중,발레오,재능교육 등 투쟁사업장 노동자,

그리고 수천명의 해고노동자,

15명의 자살한 쌍용차 조합원, 그 가족들.

 

노동운동 하는 한 친구가 댓글을 줬다.

 

"혹은 투명인간"

 

그래, 그렇다. 투명인간.

그리고서 트위터를 쭉 읽어보는데,

요즘 한창 <서울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운동>을 벌이고 있는

공현과 누리의 멘션도 보인다.

 

또 미안해진다.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데 도움 한 자락 주지 못했다.

그래서 글이라도 한편 써둬야겠다 싶다.

 

'청소년'이라 쓰고 '투명인간'이라 읽는다.

그게 우리 사회가 문맹이라는 증거다.

 

아까 트위터인가 어디에서인가 본 건데,

(공현 글인 것 같았는데 다시 찾아보니 보이지 않는다.)

유관순을 처음 화폐에 넣으려 할 때에

여성이라서, 그리고 10대라서 거부감이 컸다고 한다.

그래서 채택되지 않았다 한다.

팩트는 확인하기 힘들지만

아마 2007년 10월, 새 화폐 모델을 둘러싸고 말이 무성했던 때 얘기인 것 같다.

그러면 우리가 기억하는 유관순은 10대가 아니라 계속 '누나'인가?

그럴리가. 그녀는 나이 하나 먹지 않았는데...

 

<클레피>라는 책이 있다.

나치가 점령한 체코슬로바키아 남부 도시 부데요비체에서

유태인 소년, 소녀들이 만든 지하신문의 이름이다.

이 신문은 유태인들을 하나로 엮어주면서 22호까지 발간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태인 소녀/년 목소리 만큼이라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줄까?

소위 '진보진영'이라도?

 

청소년들은 아무리 자기 목소리를 내도,

어떤 형태의 저항을 해도

드러나지 못하는 존재, 투명인간이다.

 

청소년들이 작년 말, 올해 초 이어나가고 있는 싸움만 해도 이렇다.


- 교과부의 반인권적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악 시도 반대

- 국회도서관 이용 자격 18세 연령 제한에 대한 문제제기

- 중고등학교 졸업식에 경찰력 배치에 대한 문제제기

- 온라인게임 셧다운제 반대와 청소년들의 자기결정권 강조

- 서울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운동

 

(여기에 대한 기성체제에서의 현상 중 흥미로웠던 것은

학생체벌을 공약으로 내세운 진보신당 대의원 후보가 당선된 것이었다.

뭐,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은 따로 공약처럼 얘기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학생체벌 허용!"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이렇게 싸워도

사회는 이들을 보지도, 보이지도 않는 존재로 간주할 것이다.

 

예전에 한홍구 선생의 어떤 글에서

1989년, 중고등학생들이 전교조 탄압에 맞서 학내외에서 시위한 것은

그냥 선생님들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에서 나온 일시적인 것이었다는 식으로 쓴 것을 보았다.

참... 알 만한 사람도 모른다.

 

아마 몇십 년이 지나면 어떤 사람들이 또 그렇게 말할 거다.

 

"야, 나도 그때 살아봐서 아는데,

청소년인권 어쩌고 하는 건,

그냥 애새끼들이 공부도 하기 싫고 심심하고 그래서

몇몇 애들이 개난리 친 거야.

군대 가기 싫어서 병역거부하는 애들도 그랬고.

광우병 어쩌고 하면서 데모 시작한 애들도 그랬고."

 

그게 몇십만 명의 싸움이 되고, (가령 1989년처럼)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이어져가더라도 (지금 청소년인권활동가들처럼)

인공위성 같은 곳에서 바라보면 보이지가 않는다.

 

그 그림자들의 1990년 사진을 좀 모아보았다.

1990년에 이들 청소년들은 깃발을 만들어 11월 11일 고려대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했다.

깃발에는 '참교육 선봉 중고생'이라고 적었다.

노동자, 대학생들이 이들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는 장면들도 있다.

 

이런 이들도 그림자다.

그리고 지금은 또 다른 그림자인 노동자가 되었다.

많은 현장에서, 이들은 비정규직 철폐투쟁에 앞장서고 있다.

지금의 청소년인권활동가들 말고

또 다른 '투명인간'들의 '과거' 모습을 공개한다.

 

그 전에

지금 벌이고 있는 <서울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운동>이 성사되려면

오는 4월 26일까지 8만2,000~8만5,000명의 서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제 남은 시간은 채2개월도 되지 않는다.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를 먼저 꼭 방문해보시라.

http://www.sturightnow.net

 

이들이 그림자노동을 하지 않도록 힘을 모아주시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91년 11월 11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의 중고등학생 대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91년 11월 11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의 중고등학생 대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91년 11월 11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의 중고등학생 대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91년 11월 11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의 중고등학생 대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91년 11월 11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의 중고등학생 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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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2 01:58 2011/03/02 01:58
글쓴이 남십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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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1/03/02 15:17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2011/03/02 21:29
      댓글 주소 수정/삭제
      아, 예. 감사합니다. 제가 직접 말씀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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