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친구들의 모임인 '아현구락부'에도 텃밭이 생겼다.
공덕동 S형의 어머님께서 아현구락부에 고랑 몇 개를 하사하신 것이다.
경기도 고양시 삼송에 있다.
농사 초보들이라,
친환경적 농법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했다.
그저 근처 고랑을 불하받은 분들로부터 '지도' 받아
고랑을 만들고 비닐을 입혔다.
(비닐은 땅을 호흡하는 걸 막고, 병들게 한다는 걸 알지만,
초보들로서는 도대체 무슨 주장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매일 와서 잡초를 뽑을 것도 아니고...)
투철한 농사 신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일하기 싫어하는 도시 뺀질이들인지라,
"차에 넣은 기름값이면 여기서 나올 작물을 몇 박스는 사겠다"
"내가 돈 줄 테니 농사를 짓지 말자"는 노무현 정권스러운 발언을 일삼으며
휘발유 중형차 타고 낄낄대며 막걸리 생각만 하면서 갔지만
나름 열심히 땀흘려 밭을 일궜다.
검정색 비닐을 입힌 것만 우리 고랑이다.
모종을 사러 삼송역 근처로 나갔는데,
고구마 모종이 없어, 고추만 심고 돌아왔다.
밭만 만들어놨지, 아직 고구마를 심지 못했다.
문제는 거기까지 언제, 누가 가느냐이다.
땀흘려 일할 생각은 안 하고,
가을에 고구마 수확하면 어떻게 나눌 것인지 분배논쟁이 한창이다.
정말, 우리는 불한당들이다.
부기 :
2011년 5월 29일에, 못 심은 고구마를 심기 위해 다시 삼송 텃밭을 찾았다.
아침에 마포에서 출발했지만,
튀김, 순대, 김밥 등 분식을 먹느라고 삼송역에서 시간을 허비한 후,
땡볕이 쨍쨍할 때 밭에 도착했다.
열무와 상추를 솎았는데, 조금만 솎았는데도 양이 많았다.
(집에 가져와 열무물김치를 담그고 상추 겉절이를 했다.)
고구마를 심고, 밭에 물을 주고, 감자도 심었다.
사진을 첨부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