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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파와 사회주의와의 관계에 대한 일 고찰

종파와 사회주의와의 관계에 대한 일 고찰


등록일 : 2004년 05월 19일 16:33:55




1.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
아직도 사회주의를 단지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통한 착취관계의 철폐정도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회주의란 온갖 형태의 착취와 억압과 소외의 극복이라는 인류의 영원한 이상을 추구하는 운동이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단지 실현가능성만을 내세워 이상을 포기하는 사회민주주의와의 차별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주의란 단지 착취관계의 철폐만이 아니라 우리를 억압하는 모든 굴레로부터의 해방이라면 당연히 부르조아 형식적 민주주의를 뛰어넘는 전면적인 민주주의 혹은 정치생활에 있어서 전 인민의 민주주의의 전면적인 확장임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2. 스탈린주의의 교훈
그런데 구소련이 왜 망했는가?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회주의를 단지 생산수단의 사회화라는 협소한 경제적 관점으로만 바라보고, 레닌의 전위당이론을 왜곡하여 혹은 변질시켜서 당의 우월적이고 권위적인 지도, 더 나아가 당과 국가의 일체, 더 나아가 국가에 대한 당의 우위이론에 따라 인민의 민주주의를 압살한데서 소련의 실패를 찾아야 할 것이다. 당과 국가가 어떠한 관계이어야 할 것인가? 당의 지도는 어떠해야 할 것인가? 해방된 사회의 참다운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하여는 아직도 우리가 고민해보아야할 과제이지만 최소한 당이 모든 권위를 독점하고 인민과 국가의 위에 군림하는 형태가 아닐 것임은 명백하다.
3. 주체사상의 본질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러한 스탈린주의에서 훨씬 더 나아가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한다. 수령과 당의 위대한 영도하에 수령님 품안에서 모든 인민이 행복해진다는 수령론 혹은 영도론의 본질은 무었인가? 인민과 국가위에 군림하는 당도 모자라 그 당의 위에 서는 수령이란 사회주의의 직접민주주의의 이상을 송두리채 짓밟아 버리는
반인민적 극악한 독재의 이론에 불과할 뿐 아니라, 세습독재를 합리화하는 달리말하여 일개 족벌 혹은 일개 종파의 영구독재를 합리화하는 최고조에 달한 종파주의의 발현에 불과하다. 이때에 수령은 대중을 통해서 혹은 민주주의의 틀속에서의 검증을 거부하는 종파의 우두머리이고 민주주의의 적일 뿐이다.
4. 연합파의 종파성에 대하여
작금에 연합파가 종파적인 것은 단지 몇몇 기회주의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수령론을 인정하는 순간에 필연적으로 내포된 종파주의의 필연적인 발로인 것이다.
금년도 민노총이 만든 메이데이 포스타를 보았는가? 투쟁하는 대중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한없이 미약한 대중을 배경으로 하여 이수호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것이 수령론에 경도된 꼴주사들의 장난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들에게는 대중이 스스로를 해방시켜가는 주체가 아니라 위대한 영도자의 품속에서 행복을 찾아야하는 존재일 뿐이다.
또한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인간이 되게 한다는 주체 사상에서는 역사와 사회속에서 규정된 계급이 없고, 역사와 사회와는 동떨어진 추상적인 인간이 있을 뿐이다.
결국 영도받아야 하는 추상적인 대중이 있을 뿐 스스로를 해방시켜가는 역동적인 노동자계급은 찾을 수가 없다. 그들이 계급투쟁을 얘기하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마디로 주체사상과 수령론(영도론)은 인류의 이상을 추구하는 사회주의 운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 분명하다.
5. NL주의자들에게
나는 당신들이 우리의 통일운동을 발전시켜온 공로를 부정하지 않는다. 또한 당신들 가운데에도 혁명과 운동에 대한 열정과 인민에 대한 헌신과 사랑으로 가득찬 훌륭한 동지들이 많이 있다는 점도
부정하지 않는다. 또 미제의 극심한 억압때문에 북의 현실과 변명에 참작할 바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당신들이 품고있는 그 사상의 본질이 반민주적이고 반인민적인 극악한 종파주의의 속성을 갖고 있기때문에 당신들은 운동의 대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헤게모니만을 생각하고, 선배후배만을 따져서 작당질을 일삼으며 당내의 민주주의를 교란하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한다는 것을 떳떳이 밝히고 주사당이든 민족민주당이든 따로 만드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다. 더 이상 출세주의 기회주의자들과 야합해서 종파의 호위부대로 만든 실천단이나 동원하여 당내의 민주주의 짓밟지 마라.
당신들에게 노동자 계급과 인민과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마음과 사회주의의 이상이 남아 있다면 냉정하게 자아비판을 할 것을 촉구한다.

[print]

인파이터 : 민족해방계열을 축출하자는 것이 님의 생각이오? 창당정신을 완전히 박살내 보자는 것인데...한번 제대로 싸워보자는 거군

그리고 저 위에 길게 쓴 주체사상 비판은 너무 식상하오
윗글도 '북한의 정치와 사회' 과목에 레포트로 제출하면 낙제점이오

주체사상 비판한다고 해서 주체사상 옹호하며 자기 실명을 내놓을 당원은 아무도 없으니 님의 비판도 상당히 폭력적이오. 물론 토론할 여지도, 생각도 없이 선험적으로 단정하고 굳은 신념으로 가지고 있다면 그냥 일방적으로 저렇게 내질러도 상관없지요

당신이나 창당정신 파괴하지 말고 냉정하게 자아비판하시오

그리고 주체사상 공부하고 토론하고 싶거든
경남대 북한학과나 서울대 정치학과, 윤리교육과가 좋을 듯 합니다
대학원에라도 진학해서 용맹정진 학업을 성취해보길... 2004/05/19

단결투쟁 : 1번에서 이야기를 했듯이 우리가 사회주의적 이상을 버리지 않는 이상 구소련의 실패요인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당과 국가와의 관계에서 그 본질을 찾는 것은 매우 형식적이 이해이며 인식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똑같은 당이라는 이름은 걸쳤지만, 그 당을 구성하고 있는 당원들 즉 어떤 가치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느냐가 그 당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즉 구소련 패배의 근본원인은 그 사회의 지배계급에 있었던 사람들의 관료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국회의원 당선이 출세라고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많은 노동자 민중들의 삶을 책임지기 위한 고난의 길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만약 민노당 출신의 당선자들이 기존의 보수정당의 정치꾼들을 닮아 갈 경우 민주노동당의 대의는 또 다시 실패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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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노힘지도부의 통합제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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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5/03/13 14:36
  • 수정일
    2005/03/1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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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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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노힘의 금속단위 지도부의 제안문입니다.



금속산업연맹 통합지도부 구성을 위한 제안


1. 금속산업 노동운동의 위기는 무엇인가?

87년 노동자대투쟁의 선봉에 서서 민주노조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금속산업 노동운동은 분명 위기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금속산업연맹
제4기 지도부 구성을 계기로 위기의 내용과 원인을 진단하고, 올바른
방향을 세울 것이 요청되고 있습니다.

첫째 노동운동의 근거지인 현장에서 투쟁과 조직기반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연맹 대의원대회에서 현대중공업노조 제명이라는 뼈를 깍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니까? 현장이 자본에 의해 철저히
장악되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금속산업노동운동이 위기인 것은 자본의
현장장악이 현대중공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면화되어 있다는 데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주도하고 있는 온전한 사업장이 과연 몇 곳이나
됩니까? 더 큰 문제는 자본이 현장을 장악해 들어오는 것이 뻔히 보이는
데도 속수무책으로 방관하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이런 가운데 현장에서는 투항, 실리주의가 만연되어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공세 하에서 현장에서는 끊임없는 투쟁이
전개되었지만 금속연맹은 금속산업 차원의 위력적인 투쟁을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현장은 자본에 각개격파당하고 투항, 양보교섭,
실리주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둘째, 정규직과 비정규 간의 계급적 단결의 고리가 너무나 허약합니다.
비정규노동자들은 늘어나고 차별이 확대되고 있지만, 노동조합 조직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주체로 들어설 자리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자본의 몰아치는 공세에 비해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갈등이 좁혀지는
속도는 너무나 느립니다. 남발되는 구호와는 달리 노동조합의 관심,
요구, 투쟁, 정책 등에서 비정규직은 여전히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규직은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공세의 일차적인 희생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셋째, 금속산별노조 건설이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98년 금속산별노조 건설을 기치로 자동차연맹, 민주금속연맹, 현총련이
하나로 뭉쳤지만, 6년이 지난 지금 금속산별노조 건설은 좌초위기에
놓였습니다.
산별노조의 길로 앞서 나아간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로서의 형식적
결속력을 바탕으로 힘겨운 투쟁을 전개해 왔지만 자본과 정권의 공세에
역부족입니다. 그 결과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서서 영세사업장과
비정규노동자 노동자를 조직하는 명실상부한 산별노조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조선 등 대기업 노조들은 기업별노조의 울타리
속에서 급기야 '대기업노동자 집단이기주의' 공세를 받고 이를
수세적으로 방어하기에 급급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무엇때문입니까?
IMF 환란이후 전개된 자본과 정권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공세는 역으로
금속산업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과 투쟁을 요구했고, 그 투쟁을 통해
금속산별노조건설로 전진할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그러나
산별투쟁계획은 임단투 시기집중 투쟁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그마저
하나로 모아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지난 몇 년간의 금속산별건설운동은
형식적인 산별전환투표에 매몰되었을뿐 금속 노동자들의 당면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산별총파업투쟁을 조직하지 못했습니다.

네째, 자본과 정권의 공세가 목전에 있습니다.
제조업 공동화문제는 IMF 환란 이후 구조조정과는 비교도 안되는 핵폭풍
수준의 고용불안을 몰고오고 있으나 이에 대한 연맹의 대책은 없습니다.
비정규직 확대를 위한 노동법 개악, 한일FTA를 필두로 한 세계화공세가
진행되고 있고, 2007년 복수노조체제를 겨냥한 대공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금속산업연맹은 민주노총의 결정에 타성적으로
따라가는 것 이상의 자기계획과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총자본을
향한 투쟁에 대해 수년동안 반복되어 온 '민주노총의 투쟁방침에
따른다'는 자세로는 조합원들에게 어떤 전망도 주지 못한 채 지리멸렬할
뿐입니다.

2. 금속산업연맹 제4기 지도부의 임무와 성격은 무엇입니까?

첫째, 자본의 현장통제 분쇄, 비정규노동 철폐투쟁과 조직화,
산업공동화에 따른 구조조정 분쇄투쟁을 중심에 놓고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금속노조-연맹, 정규-비정규, 대공장-중소공장, 업종 등
파편화되어 있는 조직상태는 이 투쟁에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파편화된 조직을 가능한 하나의 체계로 묶어 세워야 합니다. 금속노조,
자동차, 조선 등을 최대한 포괄하는 통합산별노조로 시급히 재편하여
역량을 모아야 합니다.
금속노조 가입을 위한 전환투표 방식으로는 더 이상 답보상태에 있는
금속산별노조를 건설할 수 없습니다. 4기 지도부는 금속노조, 자동차,
조선 등으로 통합산별추진위를 구성하여, 지도부가 이 추진위에
실질적으로 결합해야 합니다. 통합산별추진위는 자본의 현장통제 분쇄,
비정규노동 철폐투쟁과 조직화, 산업공동화에 따른 구조조정 분쇄투쟁
계획과 하청노동자, 영세사업장 노동자를 포괄하는 산별노조의 구체적인
상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구체적인 산별노조의 상을
조합원들에게 제출하고, 기업별노조들이 통합대산별노조로 결의하도록
해야 합니다. 통합대산별노조! 금속산업연맹 4기의 과제입니다.

둘째, 제4기 지도부는 제 세력의 통합지도부이어야 합니다.
노무현정권의 공세에서 보듯이 힘을 한 데 모으지 않고서는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제정파 중 그 누가 자신만의 힘으로 자본과 정권의
공세를 돌파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까? 제 세력의 힘을 결집할 수
있는 통합지도부를 구성해야 합니다.
이 경우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식의 부정적인 결과를 우려할
수 있습니다. 관련 규정 등 제도를 정비해서 통합지도부의 정신에 맞는
철저한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통합지도부의
집단지도체제가 관철될 수 있도록 연맹의 집행부를 재구성해야 합니다.
이런 변화를 통해 타성화된 연맹운영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3. 통합지도부 구성을 위한 책임있는 논의단위 구성을 제안합니다.

우선 11월 8일 연맹 홈페이지에 게재된 '금속노동자 총단결·금속산별
완성을 위한 선거대책모임' 제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이를
환영합니다.
그동안 노동조합의 선거에서 제 세력의 대동단결을 제안하는 경우는
많았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한 세력의 출마를 공개선언 하는 형식,
나아가 독자적으로 출마할 명분을 확보하는 과정에 머물렀습니다. 이번의
제안이 여기에 머물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금속연맹의 현 상태에 대한 위기의식과 4기 지도부의 과제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통합지도부 구성안을 제안합니다. 적 앞에서 힘을 모으고,
내부에서는 투쟁을 잘 조직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는 금속노동자의
새로운 운동기풍을 4기 지도부 구성에서부터 만들어 나갈 것을 여러
동지들께 제안합니다.
이를 위해 11월 24일 오후 7시 (금속산업연맹 대회의실)에서 간부,
활동가 모임을 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 자리에서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논의를 해 나갈 수 있는 책임있는
논의단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합니다.

2004년 11월 20일

현대자동차 이상욱 금속연맹 경기본부 양동규






1. 현장 : 11-20 - 노사정 담합및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입장과 하반기 투쟁에 대한 입장을 좀더 구체적으로 밝혀 주세요 (x)
2. 중앙파행 : 11-21 - 중앙파가 그렇게 하라고 노힘에게 시키던가요? (x)
3. 노사정 : 11-21 - 중앙파에게 뭘 받았길래.. 노사정 담합하려는 중앙파와 붙었을까? 옛날 노힘이 아니구만~아님 노힘이 노사정 담합으로 변절했나?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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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정치조직 건설을 위한 준비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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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3/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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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3/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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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정치조직을 건설하자.


 1.절박한 실천과제로 떠오른 사회주의 정치조직의 건설

 1)민주노동당은 자신에게 요구되는 역사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①민주노동당은 노동자정치운동의 전면화를 통한 노동운동의 위기 극복, 새로운 도약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정치운동의 전면화, 이를 통한 노동운동의 위기 극복, 새로운 도약 실현을 과제로 안고 창당되었다. 민주노동당은 2004년 총선에서 10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키는 성과를 내었다.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로 의회활동과 대중투쟁을 효과적으로 결합시켜 갈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정치운동을 전면화하지 못하고 있다. 당은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선도하는 당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으며, 노동자계급의 요구를 의회에서 대신 해결해주는 고루한 의회주의, 대리주의정당의 성격을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당은 총선 이후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의회활동을 효과적으로 결합하지 못함으로써 총선 이후 호조건을 활용, 활력 있게 전진하지 못하고 오히려 무기력한 정체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또한 당은 실제로 당원의 다수를 노동자계급이 차지하고 있지만 노동자당원들은 대부분 당활동에 적극적인 주체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민주노총조합원들이 당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의 참여는 민주노총의 조직적 결의에 따라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진적인 노동자들과 활동적인 노동자들의 다수는 당이 개량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이유로 당에 가입하지 않고 있고 가입했더라도 적극적인 참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②당은 반자본주의정당, 평화정당으로서의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있다.

 IMF사태 이후 자본가들과 자본가 정권은 위기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신자유주의구조조정정책을 강행해왔다. 그 결과 해고의 요건이 완화되고 비정규직이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속도로 급속하게 확대되었다. 실업의 급증과 비정규직의 급속한 확산은 절대적 빈곤층의 급속한 증가를 가져오고 내수부진을 야기하였다. 인위적으로 내수를 부양시키기 위한 자본가정권의 카드남발유도정책은 새롭게 가계부채의 급증과 신용불량자의 급증이라는 새로운 민중의 고통을 가져왔다.

 이른바 사회안전망이 확보되지 않는 한국의 현실에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의 강행은 빈곤자살과 가족동반자살의 급증, 생계문제로 인한 이혼율의 급증과 가정해체, 버려지는 아이들의 급증, 가난의 대물림 현상 등 노동자, 민중의 삶의 파탄현상과 사회해체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자본주의에 의해 노동자, 민중의 삶의 파탄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당은 반자본주의 정당으로서의 자신의 색깔을 투쟁을 통해 대중적으로 부각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우경화하고 있다. 너무나도 당연한 비정규직관련투쟁의 전면화와 비정규직철폐운동본부의 건설이 논란이 될 정도로 당은 상황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한편 당은 이라크파병문제와 한반도 평화문제에서 노동자계급의 입장에 서서 보수정당과의 뚜렷한 차이를 대중적으로 부각시키지 못하고, 노동자계급을 반제반전투쟁의 핵심주체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2)당의 이념, 계급적 토대를 변화시켜야 한다.

 당이 노출시키고 있는 한계는 당의 이념, 계급적 토대의 변화 없이는 극복할 수 없다. 당이  노동자정치운동을 전면화하고 한국사회에서의 노자모순의 격화와 한반도평화위기의 심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투쟁에 나서게 하기 위해서는 이념과 계급적 토대 모두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당의 이념은 반자본주의적, 사회주의 성격을 보다 분명히 해가야 한다.

 당의 노동자중심성은 실질적인 노동자중심성으로 발전해가야 하고 실제로 노동자계급이 당을 주도해가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의 당 참여를 확대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당활동과 당구조 모두를 변화시켜야 한다(지역 조직 일변도의 계선조직 개조, 현장계선조직의 구축).

 3)사회주의정치조직을 건설하고 새로운 질의 운동을 창출하여 노동운동, 민중운동의 위기를 돌파하고 운동의 새로운 도약을 이룩하자.
 
 IMF사태이후 강화되는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는 민주노조운동의 대응만으로는 저지될 수 없는 것이었다. 민주노동당의 창당은 노동자계급이 자본의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적 무기를 갖게 되었음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이 무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였으며,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고, 노동운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위기와 함께 표류하며 노동운동의 위기를 만성적인 위기로 만들어버렸다.

 이러한 상태는 더 이상 방치될 수 없다. 노동자계급은 당이라는 자신의 조직적 무기를 무용지물의 상태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으며 새롭게 벼려내야 한다. 노동자계급은 자신의 강력한 정치적 무기를 시급히 자신의 손안에 거머쥐어야 한다.

 사회주의정치조직의 건설은 제대로 된 조직적 무기, 당을 만들어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우리는 사회주의정치조직의 건설을 통해 왜곡되지 않은 노동자정치운동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민주노동당을, 나아가 민주노총을 자본가계급에 맞서는 온전한 투쟁의 무기로 만들어 내야 한다.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조운동의 전투성 회복, 현장활동의 강화를 넘어서서 노동자정치운동을 전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2.현시기 사회주의 정치조직의 임무와 과제

 1)노동자 정치운동의 전형창출 및 전면화

  -당운동, 민주노조운동에서의 노동자정치운동의 전형을 창출한다.
 
  -독자적인 활동을 통해 새로운 노동자정치운동의 전형을 창출한다.

  -당=정치투쟁, 노동조합=경제투쟁식의 이분법적 당관을 배격하고 당활동과 노동조합활동의 유기적 결합을 실천한다.

  -축적된 성과를 토대로 노동자정치운동을 전면화한다.

 2)당내외 사회주의적 실천활동의 강화와 민주노동당의 사회주의적 성격강화

  -이론, 정책, 선전 선동, 투쟁, 조직에서 사회주의적 활동을 강화한다.

  -사회주의적 활동의 강화를 통해 민주노동당의 사회주의적 성격을 강화한다.

  -노동조합운동 내에 사회주의분파를 형성하고 사회주의적 실천활동을 강화한다.

 3)민주노동당의 대중운동적 당성격의 확립

  -대중투쟁을 선도하는 당의 위상을 확립한다.

  -당사업의 기조에서 대중투쟁 중심축을 확립하고 이에 맞추어 당의 조직구조를 개편한다.

  -정치실천단을 조직한다. 

  -의회활동과 대중투쟁결합의 전형을 창출한다.

 4)노동자 중심성의 실질적 강화

  -선진노동자의 당 참여를 확대하고 민주노총조합원의 당활동 참여를 확대한다.

  -역량을 집중하여 현장분회를 강화한다.

  -노동위원회를 강화한다.

 5)사회주의노동운동의 재구축과 재도약실현

  -사회주의노동운동, 변혁적 노동운동세력의 공동실천을 강화하고 통합을 실현한다.

  -사회주의노동운동을 재구축하고 재도약을 실현한다.

 6)당원의 참여와 당내민주주의의 강화

  -당원의 교육과 참여를 확대하고 강화한다.

  -현장당원의 참여를 확대한다.

  -당내민주주의를 강화한다.

 7)국제연대의 강화


 3.사회주의 정치조직의 구성 및 운영

  -회원가입은 개별가입으로 한다.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회원총회를 두고 일상적 의사결정기구로 월1회 소집되는 운영위원회를 둔다.

  -지역별, 부문별 단위를 둔다.

  -회원들은 소단위에 참여하여 사회주의 정치조직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결합하도록 한다.

  -현장 단위 조직의 건설과 강화에 특별히 역량을 집중한다.
      
  -일상적인 집행을 위해 집행위원회를 둔다.


 4.향후 일정

  -2005년 1월 중순경에 지역대표자회의를 구성한다.

  -2005년 1월 중에 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킨다.


 맺으며

 이미 오래 전에 노동운동의 위기가 시작되었다. 민주노동당의 창당은 위기돌파의 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었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정치운동을 전면화하지 못했으며 투쟁을 선도하는 정당, 총체적 전망을 확보하는 정당, 반자본주의 평화정당으로서의 자신의 성격을 분명히 하지 못하였다. 그 결과, 당은 노동자계급 내에서 확고한 위상을 확립하지 못하고, 총선 이후에는 방향성을 상실하고 표류하고 있다.

 올바른 노동자정치운동의 확립 없이는 노동운동의 위기, 민중운동의 위기는 극복될 수 없다.
 사회주의정치조직을 건설하여 지체되고 왜곡된 노동자정치운동을 올바른 궤도 위에 올려놓고 노동자정치운동을 전면화하자!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노동운동, 민중운동의 도약을 이루어내자!
 더 이상의 무기력한 후퇴에 종지부를 찍고 공세적으로 변혁의 길로 나아가자!


2004.12.14

사회주의정치조직 건설을 위한 준비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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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 연대(준) 기본노선(테제)과 해설

  • 분류
    자료실
  • 등록일
    2005/03/13 14:34
  • 수정일
    2005/03/13 14:34
  • 글쓴이
    서른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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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 연대(준)

기본노선(테제)과 해설
- 2004. 12. 18


A. 지향

1. 출발점 : 사회주의의 이상과 원칙

자본주의와 전쟁, 생태적 재앙 등 우리 시대의 모순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민중의 새로운 삶이 출발하는 가치이자 궁극적 지향으로서 사회주의의 이상과 원칙을 복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20세기 사회주의 운동의 비극과 오류를 극복한 것이어야 한다. 민주노동당 강령은 그 출발점을 훌륭히 서술하고 있다.

(해설) 우리 시대의 문제들, 즉 세계 자본주의의 만성적·구조적 불황과 자본간 경쟁 격화; 이로 인한 착취·억압의 증대; 제국주의적 지배의 확장과 항시적 전쟁 위협; 미구에 닥칠 생태적 재앙의 가능성 등은 사회주의의 이상과 원칙의 복구를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지난 수세기 동안 사회주의의 이상과 원칙은 전 세계 노동자·민중의 해방운동의 무기로서, 인간 존엄성·평등·연대의 정신을 확산시켜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이 때 '사회주의'는 우리 시대에 맞게 재구성된 것이어야 하며, 20세기 사회주의 운동의 비극과 오점들을 의식적으로 극복하려는 것이어야 한다. 왜 서유럽 사회민주주의가 중단 없는 개혁을 지속하지 못하고 신우파의 공세에 굴복하고 말았는가? 왜 러시아 혁명 이후 등장한 사회주의 나라들은 수많은 비극을 낳은 채 내부 모순으로 붕괴하고 말았는가? 21세기의 사회주의자들은 이러한 물음에 답해야만 한다.
  민주노동당 강령은 이러한 시대 정신을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중략) 민중이 주인 되는 진보정치를 실현하며,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 모든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평등과 해방의 새 세상으로 전진해 나갈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국가사회주의의 오류와 사회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한편 (중략)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시켜, 새로운 해방 공동체를 구현할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민주노동당 강령(특히 그 [전문])을 현 단계에서 우리 운동의 훌륭한 출발점으로 여긴다. 강령의 정신을 죽은 문구로 만들지 않고 당의 모든 실천에 살아 숨쉬게 만들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2. 궁극 목표와 일상 활동의 변증법

 

우리의 일상 실천은 항상 궁극 목표를 염두에 두고 그것을 실현하려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부르주아 정치제도가 성숙하면 할수록 궁극 목표와 일상 활동이 서로 괴리되기 쉽다는 게 이제까지 세계 진보정치의 교훈이었다. 최대강령과 최소강령, 혁명과 개혁, 대중운동과 제도정치의 이분법을 극복해나가는 것은 과거의 운동가들뿐만 아니라 우리들에게도 핵심적인 과제다. 


(해설) 지난 150년 간 세계 진보정치운동의 근본 문제는 궁극 목표와 일상 활동을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  이었다. 특히 제도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대중정당일수록 궁극 목표와 일상 활동 사이의 거리는 멀어지고 전자보다는 후자에 매몰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렇다고 이미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확립된 사회에서 혁명적 선전·선동에 집중한다고 해서 실제적인 변혁 역량을 구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 딜레마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로자 룩셈부르크의 말에서 한 마디도 더하거나 뺄 게 없다. "대다수 민중을 모든 기존 질서를 초월하는 목표와 결합시키는 것, 일상적인 투쟁을 위대한 세계 개혁과 결합시키는 것, 바로 이것이 사회민주주의 운동의 큰 문제다. 사회민주주의 운동은 분명 그 발전의 전체 과정에서 두 개의 난관 사이를, 즉 대중적 성격을 포기하는 것, 다시 말해 이단적 분파로 떨어지는 것과 부르주아 개혁 운동으로 변하는 것 사이를, 또 무정부주의와 기회주의 사이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사회 개혁이냐 혁명이냐}에서).
  민주노동당 강령에도 다른 진보정당 강령과 마찬가지로 궁극 목표(최대강령)와 당면 과제(최소강령)가 함께 담겨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제도정치에서 성공하면 할수록 전자는 사문화되고 후자가 당의 모든 것을 규정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동당 내 일부는 이것을 전적으로 긍정하고, 민주노동당 바깥에 머물러 있는 자칭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이것을 통째로 부정한다. 그러나 둘 다 이러한 괴리를 하나의 숙명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다만 한 쪽은 그 숙명을 즐거이 받아들이고, 다른 한 쪽은 그 숙명이 미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을 찾을 뿐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이 난제에 솔직하고 진지한 자세로 도전한다. 우리는 궁극 목표와 일상 활동을 서로 결합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한다. 우리의 길에는 성공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태도만이 '무정부주의'와 '기회주의'의 예고된 진창에 빠지지 않는 유일한 길임을 확신한다.   

 

3. 궁극 목표와 그 핵심 내용

궁극 목표는 먼 미래의 과제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여기'의 실천에서 행동 원칙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궁극 목표의 핵심 내용은 아래로부터의 노동자·민중 민주주의와, 경제 영역으로까지 확장된 민주화다.
 

(해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궁극 목표가 결코 먼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궁극 목표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 우리의 행동 원칙으로 살아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선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 목표의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넘어가자. 일당독재, 중앙집권형 계획경제(사실상 명령경제) 등 과거 스탈린주의의 사회주의 상을 극복하려면 이러한 확인작업이 필요하다.
그것은 첫째, 아래로부터의 노동자·민중 민주주의다. 즉, 대중의 참여와 자치가 활짝 꽃피는 것이다. 프랑스대혁명부터 파리 코뮌, 우리의 동학 농민 혁명, 1차 대전 후의 평의회들, 해방 공간의 건국준비위원회와 노동자 자주관리 운동, 1970∼1973년 칠레 아옌데 정부의 경험을 비롯한 풍부한 역사적 경험들이 이를 입증해준다.
  둘째는 민주주의가 경제 영역, 즉 자본주의의 핵심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와 노동자 자주관리, 경제의 계획성 확대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바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이자 수단들이다.
  이러한 과제들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갑자기 체제 위기가 닥친다고 해서 저절로 실현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미 자본주의 사회 내부에서 이러한 과제들을 수행할 주체들이 형성되고, 그들의 능력이 축적되고, 그 진지가 구축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자본주의 내의 대중정치·대중운동에서부터 위의 과제들이 제한적인 수준에서라도 실천의 지침이 되어야 한다. 모든 일상활동에서 대중의 능동화가 핵심 목표로 요구되어야 하며, 자본주의의 지평을 뛰어넘는 과감한 시도들이 반복해서 추진되어야 한다.
  바로 이 점에서 우리는 일체의 최소강령주의와 단계론적 변혁이론에 반대해야 한다. 이러한 경향들은 모두 궁극 목표와 일상 활동, 최대강령과 최소강령, 대중운동과 제도정치의 이원화에 굴복하고 그것을 더욱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흔히 '사회민주주의'를 자처하는 이들 사이에서 자주 나타나는 최소강령주의는 궁극 목표를 먼 미래의 추상적 이상으로 놔둔다. 그렇기 때문에 당면 실천은 그것에 대한 고민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실용적인 무엇이 되고 만다.
  스탈린주의(한국에서는 일부 주체사상 추종 경향이 그 대표적 계승자다)의 단계론적 변혁이론은 그 나름대로 궁극 목표에 대한 선전 작업을 중단하지 않기 때문에 외관상 최소강령주의보다는 급진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1단계'라고 표현되는 당면 과제가 '2단계'의 궁극 목표와 기계적으로 구분된다고 보고, 후자의 과제를 전자의 시기에 요구하는 것은 '좌편향'이라고 비난하기 때문에, 사실상 최소강령주의와 동일한 실천적 결론에 도달한다. 최근 일부 경향이 소위 '진보적(혹은 자주적) 민주주의'를 들고 나오면서, 그것이 '사회주의적 성격'을 지녀야 한다는 것을 고집스럽게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4. 일상 활동의 원칙 : 개혁과 혁명의 변증법

 

현 시기에 우리의 일상 활동은 결국 개혁 투쟁이다. 그러나 이는 개혁을 위한 개혁, 즉 개혁주의[개량주의]적 개혁에 머물러선 안 된다. 우리는 사회변화의 주체를 성장시키는 개혁, 즉 개혁과 혁명의 변증법을 추구해야 한다.

(해설) 급격한 위기의 시기가 아닌 일상적 시기에 세상을 바꾸는 유일한 수단은 개혁 투쟁이다. 현 국면에서도 사회주의자들의 일상적 과제는 개혁 투쟁이다. 이를 거부하고 회피한다면 선전주의적 종파 집단에 머물 수 있을 뿐 노동계급의 대중정치·대중운동을 이룰 수는 없다.
  문제는 개혁 투쟁에 참여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개혁 투쟁을 추진할 것인가 이다. 그것은 개혁을 위한 개혁, 즉 개혁주의(개량주의)로 전락할 수도 있고, 사회변화의 주체를 성장시키는 개혁, 즉 개혁과 혁명의 변증법을 향해 나아갈 수도 있다.
  후자, 즉 비개혁주의(비개량주의)적 개혁 혹은 구조적·급진적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정치의 틀을 통해 어떠한 입법안을 통과시킬 것인가 자체보다도 이 과정에서 대중의 참여를 얼마나 북돋고 대중운동을 어느 정도나 성장시키며 최종적으로 대중의 의식적·조직적 역량을 어디까지 향상시키는가 이다. 이러한 개혁 투쟁을 통해서 비로소 궁극 목표를 실현할 노동자·민중의 주체적 역량이 형성될 수 있으며 이행 과정이 현실 일정에 오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일찍이 {선언}은 "투쟁의 핵심은 그 전과(戰果)가 아니라 단결의 확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로자 룩셈부르크는 올바른 개혁 투쟁은 "노동자 계급의 인식과 의식을 사회화"(혹은 "프롤레타리아트를 계급으로 조직")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개혁은 되도록 자본주의 모순의 핵심을 건드리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제도적 맹아들을 의식적으로 건설해야 한다. 
  둘째,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민중의 집단적 역량이 확연히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어떤 수준의 개혁이든 보다 높은 수준의 개혁으로 연속 발전되어야 한다.
  넷째, 개혁 투쟁은 항상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의 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우리는 당과 노동조합, 사회운동의 일상 활동에서 이러한 원칙들을 추구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즉, 구조적·급진적인 개혁을 위한 투쟁에 앞장서야 한다. 

 

5. 일상 활동의 또 다른 원칙 : 제도정치와 대중운동의 변증법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성숙한 조건에서는 일상 활동에서 대중운동과 제도정치를 서로 결합시켜야 한다. 발전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대중운동과 민중권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국가기구 안에서 투쟁하고 이를 변형하며 그 안에 권력의 거점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업을 위해서는 다시 대중운동의 역량에 굳건히 기반을 두어야 한다.
 
(해설) 부르주아 민주주의 안에서 진보적 대중정치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제도정치에 참여하고 그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이미 형식적 민주주의가 확립된 사회에서 노동자·민중운동이 제도정치 영역에 뛰어들지 않는다는 것은 대중정치의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비록 기존의 제도정치가 노동자·민중에게는 극히 불리한 싸움판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제도정치의 틀에 갇히기만 해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하더라도, 제도정치 영역이야말로 현재 대중이 '정치'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갖는 핵심적인 무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보세력이 제도정치에 참여하고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는다 하더라도 이는 마땅히 권력의 주인이어야 할 대중이 그 주인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수단이자 경로일 뿐이다. 우리는 단순히 기존 국가관료기구의 최상층부를 교체하는 데 머물러선 안 된다. 국가기구 안에서 우리의 투쟁을 지속하고 국가기구들의 얼개와 성격을 변형시키며 그 안에 굳건한 대항권력의 거점들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낮은 수준의 개혁조차 불가능하다는 게 노무현 정권의 경험에서 너무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대중운동의 활력과 창의력을 기반해서만 가능하다. 노동운동과 다양한 사회운동들이 지역에서부터 전국적 수준까지 (더 나아가 국제적 수준까지) 소통과 연대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대중의 참여와 자치가 분출할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 진보정치의 역사를 보면 일단 한 번 대중의 상상력과 결의에 불이 붙으면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민중자치기관들이 등장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민중권력의 등장과 강화는, 역으로, 기존 국가기구 내에서 진보세력이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이를 변형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진보세력이 일단 제도정치에 진출하고 나면 의회주의의 덫을 결코 쉽게 피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잊어선 안 된다. 이는 결국 진보정당의 기반인 대중운동을 제도정치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고, 진보정당의 무원칙한 현실 타협으로 귀결된다. 대중의 능동화는 이뤄지지 않고, 민주주의는 계속 부르주아 정치의 좁은 영역 안에 갇히고 마는 것이다. 이것은 부르주아 정치의 중력의 법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법칙을 거스르면서 진보적 대중정치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참으로 치열한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당이 항상 대중의 성장을 중심에 놓고 대중운동과 제도정치를 서로 결합시키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결합 방식은 구체적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원내 활동과 대중운동의 의식적 결합이 있다. 쟁점의 선도를 통해서든 입법 활동을 통해서든 혹은 의원들 자신의 민중과의 접촉을 통해서든 그 전 과정과 성과가 결국 대중운동의 발전으로 귀결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방자치 수준에서라도 제한적으로 행정 권력을 장악하게 된다면 브라질 노동자당의 참여예산제와 같은 민중 참여 개혁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래서 지역이라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부터라도 우리가 지향하는 정치가 과연 어떻게 다른 것인지를 대중들에게 펼쳐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첨예한 사회적 쟁점에 대해서는 정치총파업 전술과 같은 과감한 대중정치투쟁이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6. 변화의 장 : 국민국가와 지역·세계의 변증법

 

자본의 축적은 세계적 차원에서 이뤄지지만, 계급투쟁은 항상 국민국가 수준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국민국가에 뿌리를 내리면서도 그 틀을 넘어 지역적·세계적 연대를 추구하는 것이 진보정치세력의 과제다.

(해설) 자본주의는 세계적 차원에서 작동하며, 따라서 세계적 차원에서만 극복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곧바로 실천적 결론을 이끌어낼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국민국가야말로 여전히 가장 중요한 전략적 행위자이며 가장 유효한 투쟁의 마당이기 때문이다. 세계화가 일부 국민국가를 해체시킨다고는 하지만, 세계화의 배후에는 여전히 제국주의 3극의 국민국가들, 그리고 이에 포섭된 국민국가들이 있다. 지역화(유럽통합 등)의 핵심 추동자도 바로 국민국가다. 지역화나 세계화는 국민국가의 힘이 다른 무엇에게로 이전되는 형태가 아니라 국민국가들 사이의 특정한 교류와 동맹이라는 형태로 이뤄진다.
  그럴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는, 비록 초국적 자본을 말하기는 하지만, 부르주아지 전체가 그런 식으로 재편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초국적 자본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고는 해도 전체 부르주아 계급의 동의 없이 자본주의가 지탱할 수는 없다. 지배계급 내 여러 분파들 사이의 타협을 위해서는 역시 국민국가가 필요하다.
  또 다른 이유는 지배계급 내부의 타협 못지 않게 지배계급과 노동자·민중 세력 사이의 타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초국적 자본의 전략은 과거 형태의 타협을 붕괴시킬 따름이지 타협 자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배세력과 민중들 사이의 타협이 시도되는 장은 역시 국민국가다.
  하지만 진보 세력은 국민국가 수준에서 출발하여 거기에 뿌리를 내리면서도 항상 국민국가를 넘어선 수준, 즉 지역(유럽, 동아시아 등등)과 세계의 수준을 고민하고 그 수준에서 행위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마치 20세기초에 그랬던 것처럼 이제 국제연대는 국내에서 사회변화의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가장 필수적인 조건이다.
  우리가 새삼 주목해야 할 것은 지역의 차원이다. 지역경제블록은 기본적으로 제국주의 3극의 이해에 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남남(南南)연대에 따른 3극 지배 체제의 균열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고, 지역 수준의 교류 증대에 따라 노동자·민중운동의 국제적 대응력이 증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 노동자·민중운동은 '(동)아시아'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동아시아 경제 중심 국가 혹은 중화 경제권 형성이라는 자본의 전략에 부화뇌동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에 대응하는 '(동)아시아 사회권(社會權) 연대'라는 관점에서 말이다. 특히 한국의 노동운동은 중국에서 민주노동조합운동이 등장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와 적극 연대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결코 먼 데 있지 않다. 이미 우리의 일부가 되어 있는 이주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이들과 연대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점에서 이주 노동자들과의 연대는 결코 우리 운동의 주변적 과제가 아니다. 자본의 세계화와 구별되는 우리의 세계화가 과연 어떠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전략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서구와 마찬가지로 우리 노동 대중 사이에서도 극우 민족주의적·인종주의적 정서가 등장할 수 있다. 우리는 이주 노동자들과의 연대 투쟁이 한국 노동운동의 중요한 자기 과제로 자리잡도록 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7.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면의 극복 과정

 

신자유주의의 공세는 상당한 시간에 걸쳐 여러 나라에서 혁명과 개혁, 봉기와 위기가 분출하고 서로 연쇄 작용을 일으키는 가운데 격퇴될 것이다. 특히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일정하게 정착된 나라들에서는 급진적 개혁을 추진하려는 정부와 기득권 세력 사이의 대결이 대중의 각성을 낳아 개혁을 가속화시키거나 전혀 새로운 국면을 여는 과정이 나타날 것이다.

 

(해설) 지금 이 시점에서 미래의 세계 변혁이 어떻게 이뤄질지 전망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하지만 20세기초에 전 세계적 계급투쟁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돌이켜보면 그 기본 양상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아마도 수십 년에 걸쳐 위기의 폭발과 상대적 안정기가 반복될 것이다. 어떤 곳에서는 진지한 개혁적 좌파 정권이 선거상의 승리와 대중운동의 결합을 통해 등장할 것이고, 어떤 곳에서는 혁명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시도가 지역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연대하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면은 전혀 다른 역사적 국면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특히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일정하게 정착된 나라들(한국도 포함된다)에서는 개혁적 좌파 정권의 등장이 대중의 기대를 높이고 대중운동을 폭발시키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공세적 상황을 낳게 될 것이다. 기득권 세력과 좌파 정권·대중운동의 대결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효과적이며 대규모적인 대중적 각성의 계기가 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다음의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구조적·급진적 개혁 과제를 제기하는 대중적 진보정치세력, 즉 대중정당이 있어야 한다.
  둘째, 대중정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노동운동·사회운동이 성장해 있어야 한다.
  셋째, 제국주의적 간섭에 대항해 행동의 여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역적·세계적 수준에서 연대할 파트너들을 확보해야 한다.    


B. 정세

8.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면의 기본 성격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면이라 불리는 우리 시대의 본질은 세계 자본주의의 만성적·구조적 불황 속에 자본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 위기 국면을 자본주의적으로 해결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사유화, 노동의 유연화, 경제 자유화 등)이 계속돼 왔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더욱 심각한 위기 상황의 도래였다. 무엇보다 전 세계에 걸쳐 노동자·민중의 삶이 추락하고 파괴당하고 있다. 

  
(해설) 올바른 실천을 위해서는 시대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흔히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면이라고 불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1974년의 세계 불황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 시대의 기본 특징은 세계 자본주의의 만성적·구조적 불황이다. 이는 자본간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사회 전체가 이 경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다.
  전 세계 자본가들은 이러한 위기 상황을 자본주의 사회관계를 온존시키는 방향에서 해결하기 위해 항시적 구조조정을 추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자본주의 삼극(미국-일본-서유럽)의 초국적 독점자본은 급격히 금융자본화되었고, 이들을 중심으로 한 각 국 자본가 계급은 시장 지배의 확대(사유화)와 노동력 착취의 고도화(노동의 유연화), 세계 자본주의의 새로운 위계 구조의 정착(자유화)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는 위기를 극복하기는커녕 그것을 더욱 확대·심화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공황의 가능성이라는 어두운 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으며, 마치 지난 세기초를 연상시키는 제국주의 열강들 사이의 균열과 긴장도 점점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커다란 재앙은 더욱 더 비인간적인 경쟁에 내몰리면서 노동과 생활 조건은 더욱 악화되기만 하는 노동자·민중의 삶의 추락과 파괴다. 97년 경제위기 이후 한국 사회가 바로 그렇지 않은가. 400조의 자본은 이윤이 남는 투자처를 찾지 못해 공중을 떠도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대다수 노동자·민중의 소득 수준이 정체되거나 추락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양산은 이미 IMF조차 경고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빈곤이 실제 확대일로에 있을 뿐만 아니라 인구의 대다수가 빈곤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빈곤사회'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표> 빈곤 추계 (단위: 천명, %)

자료: 류정순, 2000, p. 161
주: 각 연도 1/4분기의 값임.

  우리 운동 내에는 이러한 우리 시대의 특징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존재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미 제국주의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보는 경향도 있고, 자본주의의 위기라는 관점에서 보지 않고 역사 진화(진보)의 필연적 단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자는 세계화를 둘러싼 국내 자본가와 미국 사이의 역동적 관계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후자는 자본의 생존 전략들을 일방적으로 긍정하면서 노동계급의 전망을 이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우리 시대에 대한 그릇된 인식은 결국 잘못된 실천을 낳고 만다. 

 

9. 세계 노동계급의 전반적 후퇴와 새로운 각성

지난 30년간 전 세계 노동계급의 후퇴가 계속되어왔다. 서유럽 사회민주주의는 신우파의 공세에 돌이킬 수 없이 후퇴했고, 현실사회주의 나라들은 붕괴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노동계급의 새로운 각성과 저항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해설) 지난 30년간 세계 노동계급은 지속적인 후퇴를 경험했다. 1970년대에 서유럽의 주류 좌파정당들은 신우파의 도전에 굴복하고 말았다. 전후의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은 돌이킬 수 없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89년의 동유럽 붕괴와 91년의 소비에트 연방 해체와 함께 현실사회주의 블록도 몰락했다. 일부 나라에 스탈린주의 체제가 남아 있지만 의식적으로 자본주의로 전화하고 있거나 더 이상 보편적인 진보적 의의를 지닐 수 없는 상태에 있다.
  그렇다고 90년대 내내 우리 운동 내에 만연했던 비관주의에 머물러 있을 필요는 없다.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세계 노동자·민중운동 내에서 새로운 각성과 저항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995년 프랑스 공공부문 총파업, 19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 논란, 1999년 시애틀 항쟁, 2001년 세계사회포럼의 등장은 새 시대의 여명이 밝아온다는 뚜렷한 조짐을 보여주었다.
  부시 정권의 전쟁 드라이브도 이러한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지구 전역에 걸친 반전운동의 폭발로 전 세계 진보세력의 각성과 부활을 재촉하는 결과를 낳았다.

 

10. 현 국면에 대한 냉철한 이해와 실천적 지향

현 국면은 보다 심각한 체제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지배구조가 통치 불능 상태에 빠지는 체제 위기는 아직 가능성의 차원일 뿐이다. 현 시기에 필요한 실천은 기성 정치구조에 적극 개입하면서 대중운동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 동안 붕괴돼온 대중의 역량을 복구하고 이행의 지반을 확보해야 한다.  
 

(해설) 세계 자본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면이 전혀 새로운 질의 위기 국면[체제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는 1929년 세계대공황과 같은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고, 제1차 세계대전과 같은 제국주의 중심부 내의 정치적·군사적 대립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 때에는 20세기 초 코민테른의 실천에서 나타난 것과 유사한 노선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여전히 가능성의 차원일 뿐이다. 앞으로 상당 기간 현재와 같은 긴장과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이다. 물론 이는 90년대 후반에 시작된 세계 노동자·민중의 새로운 각성과 저항에 가속도를 붙여줄 것이다. 그리고 의회민주주의 체제와 신자유주의적 축적 구조의 불안정을 강화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부에서 기존 지배구조가 통치 불능 상태에 빠지고 대중적 불신이 폭발하는 상황은 아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실천은 기성 정치구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이를 계기로 대중운동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 동안 위로부터의 계급투쟁에 의해 붕괴돼온 대중의 역량을 복구하고 이행의 지반을 다져야 한다. 
  현 국면에 대한 냉정한 이해를 결여하게 되면 우리는 현실에 맞지 않는 잘못된 실천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자본주의의 황금기에 가능했던 안정적으로 제도화된 계급타협의 가능성에 목을 매다는 잘못(우편향)이나 대중의 성장을 앞질러 과도한 요구와 전망을 내거는 오류(좌편향)를 범할 수 있다.
 
 
11. 한국 자본주의의 변화

 

90년대 이후 한국 자본주의는 자신의 발전 모델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더욱 비대해진 재벌 독점자본은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초국적 자본의 대열에 합류하려 애쓸 뿐이다. 한편 97년 경제위기 이후 대거 국내에 진출한 해외 금융(투기)자본은 단기 수익을 챙기는 데만 광분하고 있다. 이들 모든 자본 분파가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하게 합의된 대안은 노동의 유연화 공세, 즉 착취와 수탈의 강화뿐이다. 현 상황에 대한 긴급 처방을 위해서도 이제는 자본주의의 지평을 넘어서는 처방들이 필요하다.


(해설) 80년대 말의 3저 호황 이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비대해진 재벌 독점자본은 한편으로는 해외 직접투자에 나섬으로써,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자신들의 '천년 왕국'을 열어 가는 듯했다. 한 동안 이들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독점자본 부문의 민주노동조합들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조운동도 대기업과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일시적인 임금 상승을 쟁취할 수 있었을 뿐, 전 계급적인 소득 및 권리 향상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런 와중에 97년 경제위기가 터졌다.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 한국 자본주의는 자신의 새로운 발전 모델을 찾지 못한 채 방황을 계속하고 있다. 어떠한 자본 분파도 한국 자본주의 전체의 재생산을 책임질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포로가 된 정부와 양대 보수정당들도 마찬가지다.
  첫째, 경제위기 이후 독점은 더욱 가중되었다. 수출부문을 주도하는 4대 재벌(삼성, 현대,  LG, SK), 그 중에서도 삼성과 현대가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들은 이제 그들 자신 초국적 자본의 대열에 합류하는 데서 그 생존 방도를 찾고 있다. 따라서 '재벌 대 초국적 자본'의 구도를 상정하고 재벌과 연대해 '신자유주의'에 대항하자는 것은 허구일 뿐이다. 한국의 재벌은 이제 국내 경제의 지탱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생존을 모색하는 단계에 이른 '한국산' 초국적 자본일 따름이다. 해외 금융(투기)자본에 제대로 대항하기 위해서도 이제 재벌이 경영권을 쥐고 있는 대기업들의 소유와 경영에 노동자·민중이 직접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둘째, 해외 금융(투기)자본이 대거 침투했다. 해외 자본은 현재 주식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해외 큰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의 유휴자본은 부동산 시장 등을 떠돌거나 지하로 스며들고 있다. 약 400조로 추정되는 자본이 생산과 유리된 채 허공을 맴돌고 있다. 또한 해외 자본은 주요 은행과 대기업의 지분 50% 이상을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기업에게 단기 실적 위주의 경영을 강요함으로써 그 부담이 고스란히 노동자·민중의 몫이 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피와 땀의 결실 중 상당 부분이 이제 주식 배당금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표> 해외 투자자의 배당금 추이 (단위: 억원)
 

  특히 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이 투기성 강한 해외 자본에 의해 장악되어 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한국 경제의 미래가 아니라 단기 실적을 염두에 둔 경영이 강요되다보니 은행들은 산업부문에 대한 장기 대출보다는 부동산 담보 대출을 중심으로 하는 소비자 금융에 치중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중소기업의 경영 악화,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인한 주택난, 가계 부채 증가 등의 주원인이다. 한 마디로 온 나라가 해외 금융(투기)자본의 돈놀이 판이 되어가고 있다. 금융 영역에서부터 해외 자본으로부터 통제권을 탈환해 경제구조를 다시 짜들어가지 않고서는 이제 다른 대안이 없다. 
  셋째, 이렇게 국내 재벌이든 해외 금융(투기)자본이든 어떠한 자본 분파도 한국 경제를 수탈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상황인데도, 신자유주의의 광신도가 된 국가기구와 보수정당들은 국내외 독점자본의 이윤 보장 외에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결국 경기 양극화와 내수의 장기 침체, 전반적인 장기 불황 양상이 지속·심화되게 된다. 

  <그림>  수출과 내수부문의 증가율 (전년동기대비, %; 1995년 기준)
  자료: 한국은행(ECOS); 무역협회, {한국무역통계} 각년도
  인용: 장재철 외(2004)

  경기 양극화와 내수 침체의 직접적 원인은 재벌·해외 금융(투기)자본이 장악한 부문과 중소기업들, 그리고 노동자·민중 사이의 단절에 있다. 대기업이 단기 이윤 확보를 위해 하청 기업들에 대한 수탈을 강화하고 생산적 영역의 신규 투자를 기피하면서 대기업의 성장은 다른 부문의 성장과 유리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의 협상력 약화와 비정규직의 증대로 인해 전체 노동자들의 소득 상승이 억제되거나 오히려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내수 활성화의 주요 동력인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임금 상승을 억제하면서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소비를 진작시키려던 시도들(카드 대출의 확대)은 노동자·민중의 처지를 신용불량자라는 더욱 참담한 지경에까지 몰아넣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가기구와 양대 보수정당들이 내세우는 대안은 오히려 수출부문 대자본에 더 많은 특혜(소위 규제 완화, 지난 십 수년 간 이미 해오고 있는 것!)를 주겠다는 것과, 행정수도 이전, 기업도시, '한국판 뉴딜' 등 부동산 경기 활성화뿐이다. 국내외 독점 자본의 이윤 보장을 최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 교리에 중독된 보수세력으로서는 구조적 모순을 더욱 심화시키는 외에 다른 무엇을 제시할 수 없는 것이다. 민간 대자본의 투자 파업 상태를 깰 수 있는 국가의 과감한 개입이나 노동자·민중의 소득 향상을 통한 유효수요 창출 방안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이제 이는 고스란히 진보세력의 과제가 되어 있다.
  넷째, 이런 상황에서 모든 자본 분파들이 유일하게 합의하고 있는 대안은 노동의 유연화, 즉 해고 권한의 확대와 비정규직의 양산뿐이다. 이미 IMF조차 우려를 표시할 정도로 세계 최고의 비정규직 비율을 자랑하면서도 자본이 내세울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은 파견근로제의 전면화다. 한 마디로 착취와 수탈의 강화 외에는 아무런 미래 대안도 갖고 있지 못한 게 현재의 자본가 진영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본권 확보를 위해서도 우리는 현 경제구조의 핵심을 건드리고 자본의 광기와 대결하지 않을 수 없다.
  대기업의 소유·경영 구조를 바꾸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재편하며, 금융 산업에 대한 공적 통제를 강화하고, 해외 금융(투기)자본을 규제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사회 임금의 확대를 통해 노동자·민중의 소득을 전반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우리는 이 경제 대안을 더욱 야심차고 구체적인 계획으로 다듬어갈 것이며, 무엇보다 자본의 반발과 오랜 관성을 뚫고 이를 관철시킬 노동자·민중운동의 힘을 다지는 데 앞장설 것이다.
  
12. 한국 노동계급의 상황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위기는 위기 해결의 주역인 노동계급 자신이 위기의 덫에 빠져 버렸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노동 유연화 공세로 인한 노동계급 내의 분열이 노동계급의 주체적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87년 이후의 노동조합운동의 관성을 유지하면서 이를 극복하려던 시도들은 모두 한계에 부딪혔다. 특히 노동자 대중의 계급연대의식을 발전시키는 데 실패했다. 이제 우리의 모든 실천은 이러한 노동계급 내부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해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한국 사회의 변화 중에서도 가장 뼈아픈 것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등장한 민주노동조합운동이 막다른 골목에 처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민주노조운동의 중심이 70년대의 경공업 중소기업에서 87년 이후 중화학공업의 대기업으로 확대되는 등 노동계급의 단결은 줄기차게 성장해왔다. 지금도 사내하청·파견직·간접고용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단결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끊임없는 외연 확대에도 불구하고 계급 의식의 발전과 연대의 강화를 가로막는 두터운 벽이 존재한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선도적 투쟁이 전체 노동자의 임금 및 복지 수준을 끌어올리던 메커니즘은 중소기업에 대한 독점 대기업의 수탈 강화(원청-하청 관계의 악화)와, 노동의 유연화로 인한 노동계급 내의 분절 심화(비정규직의 확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이는 전투적 기업별 노동조합에 기반한 민주노조운동 전반에 재생산과 정당성의 위기를 가져왔다. 한편으로는 기존 민주노조의 투쟁력과 협상력, 그리고 대중적 지지가 약화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등 대다수 노동자의 소득과 고용·노동 조건이 더욱 악화되었다.
  결국 한국 사회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주역이 노동계급임에도 불구하고 그 노동계급 자신이 위기의 포로가 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 상황은 양적으로는 노동조합 조직률이 10% 안팎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으로, 질적으로는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의 심화로 나타나고 있다. 한 마디로 노동계급의 주체적 성장이 벽에 부딪혔다. 
  물론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려는 노동운동 내의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 한편에는 사회적 교섭을 강조하면서 노사정위를 활용하자는 입장이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산별노조로의 전화와 산별 교섭에 주력하자는 견해도 있었다. 그리고 고용안정을 쟁점으로 한 총파업 투쟁을 통해 80년대 말∼90년대 초 전투적 기업별 노동조합의 투쟁 형태를 복원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저마다 의미 있는 고민들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의 모든 시도들은 기업별 임단협에 시야가 갇혀버린 조합원 대중의 의식과 노동조합운동의 구조·관행을 변화시키려 도전하기보다는 그것을 우회하려는 성격이 강했다. 87년 이후 고착된 노동조합운동의 틀 안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위의 흐름들 중 어느 것도 97년 경제위기 이후의 새로운 조건에서 노동자 대중의 의식을 바꾸고 새로운 실천의 지평을 여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각 분파의 주장들이 자파의 유지를 위한 조직 이데올로기로 화석화되면서 노동운동을 더욱 퇴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각 분파들은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경쟁하기보다는 과거의 인연에 따라 이합집산하며 노동조합 내 선거 경쟁에 매몰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최근 몇 년간의 이러한 관성을 엄중히 자기 비판한다.
  지금 우리 노동운동은 계급적 단결의 복원·확대와 사회 변화의 주체로서의 집단적 각성이라는 '밀린 숙제'를 마주하고 있다. 당과 노동조합, 사회운동의 모든 실천은 이 과제에 도전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지금의 교착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당과 노동조합, 사회운동의 존재 의의 자체가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13. 한반도 정세와 노동계급

한반도 정세는 당장의 북핵위기만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북한간에 일정한 타협이 이뤄지더라도 여전히 위기의 요소가 남아 있을 것이다. 북핵위기는 그것대로, 그리고 그것이 해결된 이후 숱한 과제들의 뒤늦은 부상은 또 그것대로, 잠복되어 있던 모순들의 폭발을 낳을 것이다. 남한의 진보세력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내성(耐性)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그에 대한 개입력을 획득해야 한다. 그러자면 한편으로는 북한 스탈린주의의 모순에 대해 명확히 비판하고 그 변화에 대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새 시대에 걸맞는 평화와 통일의 운동에 나서야 한다.
  
 
(해설) 전 세계에서도 위기와 기회가 가장 극적으로 중첩된 곳이 바로 동아시아다. 거대한 중국시장과 일본의 여전한 경제적 잠재력을 바탕으로 동아시아는 자본 축적의 마지막 약속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동아시아 각 국의 긴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러시아 대 미국·일본의 대립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한 복판에 한반도가 놓여 있다.
  미국의 대북 포위 전략과 북한의 폐쇄적 생존 전략, 그리고 남한 정부의 대미 종속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위기를 지속시키는 3박자를 이뤄왔다. 2000년의 6·15 회담은 이 사슬의 한 고리를 끊는 역할을 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6자 회담은 미국 대선 결과와 맞물려 또 다른 중요한 계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전략이 바뀌고 북한이 세계 자본주의에 자신을 일정하게 개방하며 노무현 정부가 햇볕 정책을 본격적으로 재개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지체된 과제의 해결은 잠복되어 있던 모순의 예기치 않은 폭발을 낳을 것이다.
  우선 중국과 미국 사이의 직접적 대결이라는 보다 심각한 정세가 등장할 것이다. 열강간의 국제적 대립·갈등이 국내정치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상황이 빠른 속도로 등장할 것이다. 이제 노동계급도 국제적 행위 능력을 지니지 못하면 국내정치에서조차 주도적 변수로 작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또한 북한의 극단적인 스탈린주의 정치체제가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 베트남과는 달리 북한은 오랫동안 집단지도체제를 경험해보지 못했다. 한때 다른 현실사회주의 국가들과는 달리 북한 국가기구의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보였던 세습통치는 사실은 위기를 지체시키고 더욱 첨예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완만한 개혁을 추진하든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지든 북한의 정치 위기는 피할 수 없다. 남한의 진보세력은 북한이 동독과는 달리 자체 주권을 유지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국제정치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하며 새로운 단계적 통일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북한 내부의 변화가 곧바로 남한 사회에 경제적·정치적·문화적 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이미 탈북 사태가 심상치 않은 면모를 보이고 있다. 서독보다 훨씬 불안정한 남한 사회에서 남북 주민들간의 대규모 직접 접촉이 과연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이런 파국적 형태가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남북 경제협력은 남한 노동시장에 커다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노동운동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건설적 대안을 마련해 놓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즉, 남한의 진보세력은 한반도의 격변에 대비해 내성(耐性)을 확보해야만 한다. 더 적극적으로는 통일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역량을 구비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스탈린주의 체제를 비판하고 한반도 전체의 변화 차원에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스탈린주의 전통과 단절하지 못한 경향(일부 주체사상 추종 경향)과의 논쟁은 피할 수 없다. 하루빨리 이러한 경향을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과거의 NL-PD 논쟁 과정에서 소위 PD 진영이 보여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무지와 기권으로 돌아가는 것이어선 안 된다. 오히려 이제까지와는 달리 남한 노동계급이 한반도 평화 정착의 주역으로 나서야 하며, 통일 과정에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현 시기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미국의 한반도 전쟁 위협 차단과 한반도 비핵지대화 및 군비 축소를 핵심 과제로 하는 평화운동이다. 그리고 북한으로부터 독립적인 새로운 통일운동에 착수해야 한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북한 노동자·민중의 민주주의 확대와 경제 안정, 주권 보장이 이뤄지게 해야 하며, 통일 과정이 동북아 차원의 군축과 집단안전보장 등 진보적인 국제질서 재편의 지렛대가 되게 만들어야 한다.  

 

14. 현재의 정치 지형과 노동계급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자유주의 정권의 '진보적' 의의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는 강력한 신자유주의 정책합의가 존재하며, 두 당은 다만 누가 그것의 더 강력한 집행자가 될 수 있을지를 놓고 경쟁할 뿐이다. 전선은 보수세력 전체와 노동자 민중운동 사이에 있다.

(해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두 차례의 거대한 대중 동원(2002년의 국민경선, 2004년의 탄핵반대운동)에 기반해 등장하고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든(민족부르주아지와의 연대를 상정하는 민족해방혁명론이든, 자유주의 세력과의 타협을 희망하는 사회민주주의 노선이든) 자유주의 부르주아지와의 '개혁' 연합을 기대하던 세력들에게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현실의 쓴맛을 안겨주었을 뿐이다.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수준에서도 대단히 만족스럽지 못한 소위 4개 개혁 입법의 내용이나 비정규직 양산 법안의 제출이 그 극명한 사례다. 한 마디로, 신자유주의 시대에 중도 자유주의 세력의 '진보적' 역할은 있을 수 없다.
  사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는 강력한 신자유주의 정책합의가 존재한다. 다만 두 당은 이 정책 지향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가를 놓고 경쟁할 뿐이다. 이 점에서 열린우리당은 좀 더 소부르주아 지향적이고 한나라당은 대자본 중심적이라고 말하거나 열린우리당은 좀 더 해외 금융자본 편향적이고 한나라당은 국내 재벌 편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된 견해다. 각 자본 분파는 정치적으로 확연히 분립하기보다는 여전히 두 보수정당 및 그 내부의 파벌들과 자유로운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
  만약 열린우리당이든 한나라당이든 현대적 보수정당으로 환골탈태하지 않는다면 2007년 대통령 선거에 가까워질수록 과거의 권력재편기와 마찬가지로 대권을 둘러싼 내분에 휩싸일 것이다. 그리고 정계개편과 내각제 개헌 가능성이 다시금 대두할 것이다.
  즉,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두 보수정당 중 어느 하나가 아니다. 신자유주의 정책합의에 기반을 둔 부르주아 정치블록 전체가 그 대상이다.

 

15. 민주노동당의 상황

민주노동당은 한국 사회에서 최초로 진보적 대중정치의 가능성을 열었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당 안에는 노동계급의 위기가 반영돼 있다. 한편으로 당은 노동자·민중운동이 직면한 한계와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유효한 무기가 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당 자체가 그 한계와 모순에 발목 잡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당이 집권과 변혁의 무기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과 자정(自淨), 치열한 토론과 과감한 실천 행동이 필요하다.
 

(해설) 민주노동당은 1996·97년 총파업의 산물로 탄생했다. 이 점이 민주노동당을 상당한 정도로  규정하고 있다. 96·97 총파업이 87년에 시작된 민주노조 역량이 총결집한 산물이었던 것처럼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조운동 제1세대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다.
  그러나 총파업 이후 민주노조운동이 급속하게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굴복했던 상황이 민주노동당의 창당과 이후의 발전 과정에도 반영되었다. 당 활동에 대한 노동자의 참여가 소수의 선진노동자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 노동계급의 거대한 대중투쟁과 결합한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 그래서 당내에서 노동계급적·사회주의적 세력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그 대표적 사례들이다.
  물론 민주노동당은 지난 4년 동안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 4·15 총선을 통해 한국 현대사에서 처음으로 진보정치의 시민권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삽시간에 제3의 정치세력으로까지 부상했다. 현재의 15% 가까운 지지율로도 알 수 있듯이 앞으로 더욱 폭발적인 성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민주화의 일정한 성취와 자유화의 급진전으로 인해 기존 부르주아 정치 세력들이 지속적인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얻은 반사 이익의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우리는 총선 이후 당의 모습에서 많은 실망과 당혹감을 느껴야 했으며, 더불어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지반에 대해 다시 한 번 냉철하게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소수의 명망 높은 지도자들에 의해 봉합되던 당의 문제들은 당직공직분리를 통해 그 봉인이 풀리면서 만천하에 폭로되었다. 창당과 당의 성장을 주도한 세력들은 조직적 무능을 드러낸 반면, 확고한 조직력을 갖춘 특정 경향의 선거연합이 지도부를 독식했다. 그리고 이 지도부는 한국 사회의 요구와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다른 한편으로 당은 아직 원내 활동과 대중운동을 적절히 결합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노동자 당원이 현장에서, 지구당이 지역 민중들 사이에서 벌여나가는 풀뿌리 정치의 전형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또한 기회다. 당의 모든 문제들이 폭로될 대로 폭로되고 우리의 실력이 그 밑바닥까지 검증되었으므로 이제는 치료와 회복의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이렇게 근본 문제를 직시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오히려 장기적으로 집권과 변혁의 기반을 제대로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노동계급정당으로서, 대안사회를 만들어 가는 이념정당으로서 민주노동당을 부단히 혁신하고 이를 통해 이 당을 노동자·민중의 강력한 무기로 벼릴 과제가 바로 우리 앞에 있다. 
   
  
C. 정치노선

16. 기본 정치노선

현재 우리는 신자유주의 지배 체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분배 문제와 전쟁 위협을 쟁점으로 정치투쟁을 벌여야 한다. 그리고 이는 경제구조의 핵심과 한반도 질서 자체를 바꾸는 구조적·급진적 개혁의 추구로 발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들이 집단적인 노력을 통해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사적 경험'을 하는 것이다. 대중들 사이에서 이러한 경험을 만들어내기 위해 행동에 나서는 것, 이것이 핵심이다.
 

(해설) 앞으로 상당한 시간 동안 당과 노동조합·사회운동은 구조적·급진적 개혁 노선을 추구해야 한다. 구조적·급진적 개혁의 핵심 목표는 다음의 두 가지다.
  하나는 자본주의·제국주의를 궁극적으로 극복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극복을 위한 제도적 진지들을 구축하는 것이다. (구조변혁 전략)
  다른 하나는 자본주의·제국주의를 극복할 주체들, 즉 계급적 연대의식과 반제국주의 국제연대의 정신으로 뭉친 진보적 대중을 형성하는 것이다. (주체형성 전략)
  선거에 뛰어들어 의석을 늘리고 중앙과 지방의 권력을 장악하는 것도, 파업투쟁을 하고 교섭을 벌이는 것도 다 이러한 목표를 쟁취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역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노동조합 활동도 위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에서 짜들어가야 한다.
  현재 개혁 투쟁의 핵심 쟁점은 신자유주의 지배 체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분배 문제와 전쟁 위협이다.
  우선 우리는 신자유주의적 축적 구조가 도입됨으로써 더욱 심화되고 있는 '빈곤사회'의 현실과 대결해야 한다.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늘려야 하고, 교육·주거·의료·보육·연금 등 사회복지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빈곤을 낳는 주원인이 되고 있는 중소기업·대기업 간의 불평등 관계와 노동의 유연화를 정면 공격하고, 최저임금을 비롯해 근로 소득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분배 개혁 요구는 빈곤 문제의 긴급 처방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지닌다. 
  첫째, 기업에 갇혀 있던 노동자 대중의 의식을 다시 사회 전체를 향해 열어놓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노동조합의 사회운동적 실천을 이끌어내고, 계급적 연대의 전통을 새롭게 다질 수 있다.
  둘째, 사회복지의 확장을 통해 공공부문을 확대할 수 있다. 이는 자본주의 내에서 탈자본주의의 원리와 가치를 실현하는 진지 역할을 할 것이다.
  또 하나 시급한 과제는 반전 투쟁이다. 이라크 침략 전쟁과 한반도 전쟁 위기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미국의 제국주의 공세에 대항해 반제반전평화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야 한다. 또한 남북한 군축을 위한 대중운동에 착수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당면 투쟁들은 반드시 더 높은 수준의 구조적·급진적 개혁의 요구로 발전해야 한다. 분배의 요구는 신자유주의 경제구조의 핵심을 건드리는 공세로 발전해야 한다. 금융자본에 대한 공적 통제, 노동자의 경영 개입, 사적 소유의 민주적 제한과 사회적 소유의 확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계획적 경제·산업 정책 등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또한 반전 투쟁은 주한미군 철수,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평화·통일 과정의 착수 등 한반도 질서의 진보적 재편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러한 운동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들이 집단적인 노력을 통해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사적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일단 당과 노동조합의 투쟁을 통해 사회복지를 확대시키는 경험을 하게 되면, 전쟁을 막고 평화를 설계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대중들은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고 다시금 집단적인 방식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나설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바로, 대중들 사이에서 '역사적 경험'을 만들어내기 위해 과감히 행동의 첫 발자국을 떼는 것, 그것이다. 

 

17. 민주노동당의 혁신

민주노동당이 단순히 의회정당·선거정당에 머물지 않고 노동계급의 성장에 복무하는 운동정당으로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해설) 선거에 참여한다고 해서, 의회에 의석을 갖고 있다고 해서, 의회정당·선거정당은 아니다. 선거 참여와 의석 확보가 대중의 역량을 아래로부터 다지는 과정과 동떨어져서 노동계급의 주체적 성장을 위한 무기로 활용되지 못하고 선거 참여와 의석 확보가 그것 자체로 목표가 될 때, 의회정당·선거정당이라는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민주노동당이 이런 의미의 의회정당·선거정당으로 고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통령 선거, 2008년 총선으로 연달아 이어지는 선거들에서 당이 점진적으로 진지를 확대해 가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대중운동의 발전과 서로 교호하는 역동적 목표로 볼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과제들이 종속되어야 할 유일하고 절대적인 목표로 볼 것인지에 따라서 당의 발전 경로는 전혀 달라진다.
  우선 의회정당·선거정당의 길이 있다. 2008년 총선에서 의석 수를 급신장하는 데 매몰되는 발전 경로가 그것이다. 만약 17대 국회 임기 중에 독일식 비례대표제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기존의 소선거구 지역구에서 약진하지 않는 한 이런 결과를 낳기 힘들다. 이 때 당은 지역구에서 지지층을 넓히기 위해 전국적 정치 실천과 단절된 채 선거구 수준의 표 모으기 활동에 매몰될 수도 있다. 한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 지망자들 사이의 이전투구가 당 활동을 좌지우지하게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의회정당은 곧 대권 야심가들의 권력 게임으로 나타나는데, 민주노동당도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운동정당의 길이 있다. 단기적으로 원내 의석 신장에 한계가 있더라도 계급정치의 형성에 더 강조점을 두는 발전 경로가 그것이다. 이 경우 당은 17대 국회 활동을 대중운동과 결합된 범민중 캠페인 형태로 짜들어가고 지방선거도 그 연장선에서 준비하며 그 클라이맥스가 2007년 대선이 되게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원내 활동과 현장 선전, 지구당 활동이 하나로 결합되는 정치투쟁들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총파업을 비롯하여 다양한 전술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선택이 성공한다면, 18대 국회에서 당이 확보할 의석 수를 능가하는 당 기층 토대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
  특히 2006년 지방선거에 어떠한 목적과 전략을 갖고 임하는지가 중요하다. 지방선거는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을 위한 수단 정도로 치부될 수 없다. 현장 정치와 지역 정치를, 전국 정치와 지역 정치를 서로 결합시키는 장으로서 지방선거를 의식적으로 준비해 들어가야 한다. 이를 통해 지배 질서를 아래로부터 해체하고, 노동자·민중운동의 지역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민중 참여의 확대를 통해 기존의 관료기구를 압박하고 민중권력의 맹아를 구축할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전국적 수준에서 우리가 이룰 사회변화의 모습이 어떠한 것인지를 민중들에게 제시할 중요한 실험장이 바로 지역 정치의 영역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운동정당의 길이며, 당내에서 이를 실현시킬 주체다.  

 

18. 노동조합운동의 혁신
 

노동조합운동이 노동계급의 균열과 해체 경향에 맞서서 평등과 연대의 정신을 고취하도록 계급적 단결의 내용을 확보(사회운동적 요구)하고 그 폭을 확장(산별 건설)해야 한다.
 

(해설) 전투적 기업별 노동조합이 곧바로 진보적 사회운동으로서 의의(보편적 이해의 대변, 대중의 적극적 참여)를 지니던 상황은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별 노동조합은 한국의 노동운동이 일본형 실리주의로 재편되도록 강요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기업별 노동조합을 하루빨리 산업별 노동조합 형태로 재편하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긴급한 과제다. 늦어도 기업 단위의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2007년 이전에 대산별 체제로 산별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산별 전환을 주로 조직 형식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잘못이다. 산별 전환의 핵심은 조직 형식 자체보다도 이를 통한 노동계급 연대의 확대·심화와 사회공공성 의제의 실현에 있다. 따라서 기업별 노동조합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그에 걸맞게 노동계급 대중의 의식과 일상을 바꾸는 시도들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과거 전투적 기업별 노동조합이 가졌던 '사회운동성'(좁은 사업장을 넘어서는 관심 범위, 현장 대중의 적극적 참여)을 이제는 의식적으로 새롭게 만들어내야 한다. 기업별 임단협의 범위를 넘어서는 다양한 쟁점들을 제기해야 하며, 이를 통해서 기업별 임단투로 환원되지 않는 전 계급적 실천 양태를 만들어가야 한다.
  첫째, 비정규직·중소기업·이주 노동자들의 쟁점을 제기하고 이를 통해 <계급>대중운동을 복구해야 한다. 
  둘째, 기업별 임금 투쟁을 사회임금 확보 투쟁으로 전환시킬 사회공공성 확대 투쟁에 나서야 한다. 
  셋째,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 차원, 국민경제 차원, 더 나아가 지역경제와 세계경제 차원에서 자본 축적 과정에 개입하고 우리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넷째,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자본 주도로 이뤄지는 남북한의 경제협력과 통일 과정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
  다섯째, 반전평화·환경·여성 등의 과제를 노동계급이 주도해야 한다.
  이러한 쟁점들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면 높은 수준의 정치적 대중투쟁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특히 민주노동당의 제도정치 진출은, 만약 운동정당 노선에 따라 적절히 활용되기만 한다면, 선전·선동과 조직화에 새로운 장을 여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기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러한 전망을 갖고 각자의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노동운동 내 주체가 형성되어야만 한다. 
 
19. 사회운동의 혁신

 

여성, 환경, 반전평화, 소수자의 권리 등을 둘러싼 진보적 사회운동들을 발전시키고, 농민운동과 학생운동의 부활을 촉진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에서부터 전국적 수준까지 당과 노동조합운동·사회운동 사이의 굳건하고 활기찬 연대를 형성해야 한다.

(해설)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통적 노동조합운동 외에도 여성운동·환경운동 등 다양한 급진적 사회운동이 필요하다는 게 60년대 이후 서구 좌파가 얻은 교훈이다. 이제 이는 북반구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요즘은 오히려 남반구에서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공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곳곳에서 농민운동이 신자유주의 질서에 가장 앞장서서 대항하는 새로운 생명력을 펼쳐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이들 영역 중 많은 부분이 중간층 자유주의자들에 의해 독점되어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여성운동·환경운동이 '시민'운동으로 치부되면서 자유주의 정치 세력의 지반으로 방치되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 대중이 여성·환경 등의 쟁점을 통해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 의식을 갖고 대안을 추구할 계기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농민운동은 대안 사회에서 농업이 차지할 위상과 이를 위해 필요한 전략적 구상 없이 농업 개방 공세에 대한 방어 투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제 여성, 환경, 소수자(장애인, 성적 소수자)의 권리 등을 쟁점으로 새로운 사회운동들을 일궈야 한다. 그리고 당과 노동조합운동이 이들 사회운동의 과제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 안도록 내부를 혁신해야 한다.
  농민운동, 학생운동과 같은 전통적 대중운동도 대안적 세계화의 추구, 생태환경 보호나 다양한 공동체적 생활 양식의 형성 같은 새로운 쟁점들을 통해 자기 혁신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또한 당과 노동조합, 사회운동들이 지역에서부터 전국적 수준까지 연대를 형성해야 한다. 과거의 전선 조직 형태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운동 주체들이 그물처럼 서로 얽혀 민중권력과 대안사회의 맹아를 이루는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계급적·사회주의적 가치에 뿌리박으면서도 새로운 사회운동들에 대해 개방적이면서 전향적인 태도를 지니는 주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19.1. 여성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투쟁이 비판의 과녁을 일상생활과 정치권력의 문제까지 확장하며 발전해온 긍정적 성과를 계승해야 한다. 하지만 여성 내부의 차이와 자본·권력의 지배를 무시하고 여성 '일반'의 권리라는 주장으로 몰계급적 가치를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해설) 남한 사회에서 여성의 주체적 운동은 여성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80년대에 들어와 여성운동은 성억압이 우선인가 계급억압이 우선인가에 대한 논쟁과 이로 인한 분화를 겪기는 했지만 그 주류는 변혁운동의 한 부분이라는 성격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여성운동은 현실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그에 따른 운동의 침체, 일상 권력에 대한 관심의 증대에 따라 점차 독자적인 사회운동 영역으로서 여성 자체의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게 되었다. 이러한 발전 방향은 성폭력 문제, 고용평등의 문제에서 커다란 성과를 낳아다. 아울러 운동 사회 내의 가부장적 태도에 대한 심각한 비판도 제기되었다. 최근에는 민주노동당을 비롯하여 공적 정치기구 내에 여성의 동등한 대표권을 요구하고 이를 관철시켜 나가는 과정에 있다.
  이제 여성운동은 남성들이 독점해온 권력을 따라잡거나 이에 끼어 드는 수준을 뛰어넘는 고민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사회 전체의 틀을 바꾸는 투쟁이며, 새로운 대안적 이념을 만들어내는 운동이다.
  그러나 이 속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여성과 남성간의 차이뿐만 아니라 계급적, 인종적, 민족적 차이다. 이 차이를 무시하는 것은 성차별의 문제를 자본주의의 문제로만 보는 것에 못지 않게 본질주의적이다. 일하는 여성들과 저소득층 여성들을 포함하는 노동계급 여성의 운동이 여성운동의 중심으로 부상해야 한다.
  여성운동은 가부장제에 의한 여성 전체에 대한 억압과 자본주의로 인한 착취·차별 모두를 철폐하는 운동으로 성장해야 한다.

 

19.2. 환경

 

세계 자본주의 체제가 지속되는 한 생태적 재앙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환경운동의 궁극적 목표 중 하나는 자본주의의 극복이 되어야 하며, 이것은 바로 노동운동의 전통적 목표이기도 하다. 생태계의 황폐화에 반대하는 투쟁에서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은 새로운 삶, 새로운 사회,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는 거대한 운동으로 서로 결합해야 한다.

(해설) 최근 우리 노동운동과 환경운동도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 투쟁, 부안 핵폐기장 반대 투쟁 등을 통해 연대의 경험을 다진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환경운동가들이 환경과 노동을 대립적으로 사고하고 있는가 하면, 다수의 노동자 대중이 환경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환경운동은 단순히 시민운동의 영역 중 하나로 설정되고 있고, 보다 근본적인 생태주의적 관점을 취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근대 산업사회의 성취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경향도 나타나 노동운동과의 사이에 커다란 심연을 만들고 있다.
  1980년대에 공해추방운동으로 시작된 한국의 환경운동은 92년 리우 환경회의와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주요 환경운동단체의 등장을 거치면서 중요한 사회운동들 중 하나로 성장했다. 또한 최근에는 산업문명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생태주의 운동과 이와 결합된 공동체운동이 많은 이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이러한 환경운동과 생태주의의 발전은 분명히 중요한 성과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자본주의, 특히 그 최근의 전개 양상으로서 신자유주의가 자연 생태계와 맺는 관계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 에너지 위기, 사막화와 물 부족 등은 전 인류적 재앙이지만, 또한 그 원인은 자본주의 문명에 있다. 전 인류의 생존을 지탱하기 위해서도 이제는 자본주의를 극복한 삶을, 그러한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가 환경운동의 핵심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바로 수세기 동안 노동운동의 전통적 관심사이기도 했다.
  바로 이 점에서 환경운동과 노동운동은 새로운 삶, 새로운 사회,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는 거대한 운동으로 융합되어야 한다. 환경운동은 개별 환경문제에 대한 대증(對症)요법, 혹은 개인들로 하여금 생태적 삶을 선택하자고 호소하는 낭만적 방식에서 벗어나 반자본주의 운동,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투쟁에 함께 해야 한다. 또한 노동운동은 생태적 지탱가능성의 문제를 자신의 전망 안에 통합하고 정치·경제·문화의 생태적 재편을 자신의 과제로 고민해야 한다.

 

19.3. 농업·농민

 

농업과 농민을 경제·사회 발전의 부차적 요소로 바라보는 (신)자유주의의 관점, 그리고 이와 커다란 차이가 없었던 과거 서구 사회주의 운동의 관점은 잘못된 것이다. 자본주의 문명이 직면한 생태 위기 속에서 농업의 가치와 의의는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역 농업의 초토화를 낳는 신자유주의 농업 개방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더 나아가 단순히 농민만이 아니라 노동자·민중 전체의 과제로서 농업·농촌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해설) 서구 사회주의 운동은 농업·농민 문제에 대해 오류와 한계를 드러냈다. 우리는 이에 대한 명확한 비판과 정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첫째, 기존의 사회주의 이론은 대부분, 농업을 근대 공업 발전의 연장선에서 바라보았다. 그래서 농업의 가치도 경제적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농업 발전 또한 대규모 경영과 과학·기술의 도입 위주로만 사고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각은 결국 (신)자유주의의 농업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만약 이런 전통적 관점을 유지한다면, 전 세계의 주요 농업 생산 지역을 장악한 채 유전공학을 무분별하게 도입하면서 농산물의 원격 교역으로 지역 농업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국제 농산물 독점자본의 횡포를 제대로 비판하고 그 대안을 제시할 수 없게 된다.
  다른 산업과 구별되는 농업의 특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탓에 또한 두 번째 오류가 나타나게 되었다. 농업의 무리한 강제 집단화 시도들이 그것이다. 역사적으로 스탈린 정권의 농업 집단화와 마오 시대 중국의 인민공사 실험은 한결같이 최악의 비극과 실패로 끝났을 뿐이다. 오늘날은 진보 진영 내에서 전통적인 가족농의 가치가 재발견되고 있다. 기업농의 전면화도 아니고 집단 농장도 아니며 가족농에 기반을 둔 자발적인 지역 협동조합의 활성화가 우리의 대안이다. 
  셋째, 결국 이러한 오류들은 농업과 농민을 뭔가 부차적인 것, 소멸해 가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낳았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자본주의 문명이 초래한 전 지구적 생태 위기 속에서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이제 우리는 공업을 통한 농업의 대체, 도시의 농촌에 대한 우위가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에 대해 다시 짚어보아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이 점에서 "농업과 공업의 결합, 도농간의 격차 점진적 해소, 인구 분포의 전국적 균질화"라는 선언의 강령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의미로 읽혀야만 한다. 농업은 단지 보존되어야 할뿐만 아니라 현대적 삶의 새로운 일부로 부활해야 한다. 이제는 농촌의 도시화 이상으로 도시의 농촌화를 고민해야 한다(쿠바의 도시 농업의 사례).
  따라서 지금 우리가 농업의 무분별한 세계화 흐름에 맞서 싸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는 단지 농민만의 과제가 아니며, 행복하고 지탱 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모든 노동자·민중의 절박한 과제다.
  또한 우리는 한 발 더 나아가, 자본주의 산업화 과정과 세계화의 물결 속에 피폐해진 우리 농촌·농업을 새롭게 바꾸는 운동에 착수해야 한다. 농업과 농촌에 대한 관심의 환기; 식량 주권의 쟁취; 환경농업의 확산; 지역 협동조합의 활성화; 도농간 직접 결합; 통일농업의 구축 등이 우리의 당면 과제다. 이는 단순히 농촌과 농업의 개혁일 뿐만 아니라 이 시대 우리 모두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20.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연대(준)' 건설의 필요성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조운동·사회운동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일상 활동 속에서 사회주의의 이상과 원칙을 실천하려는 당과 노동조합·사회운동 내 활동적 대중의 조직, 즉 실천 네트워크와 토론의 장 역할을 할 조직이 필요하다.

(해설) 누가 결집해야 하는가? 어떠한 경향이 확대되어야 하는가? 한 마디로 우리 운동의 영혼을 지키고 그것을 육화(肉化)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 운동의 영혼이란 무엇인가?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아래로부터 민중권력을 구축하며 민주·평등·해방의 대안 사회를 건설한다는 민주노동당 강령의 기본 정신이다. 이러한 당 강령 정신을 다른 누구보다 진지하게 생각하며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상의 모든 활동을 이 전망 아래서 바라보고 추진하는 동지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사회주의자'란 무슨 이념가나 직업적 활동가가 아니라 바로 이러한 고민과 지향을 지닌 모든 활동적 대중이다.
  이제까지 민주노동당 내에서 사회주의적 이념 지향을 지닌 당원들은 이미 특정한 정파 형태로 당에 결합한 경우(평등연대, 다함께)가 아니면 주로 지역 수준에서 느슨한 모임을 가지며 활동하거나 아니면 아예 당원 개인으로 활동했다. 한편 민주노조운동 내에서 넓은 의미에서 사회주의를 지향한다고 하는 활동가·선진노동자들은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주로 노조 내의 선거 경쟁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당과 노동조합, 사회운동의 혁신과 발전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활동과 분발, 연대가 필요하다.
  이상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동지들의 전국적인 조직을 건설해야 한다. 이 조직은 소수 활동가의 음모적인 비밀 결사가 아니라 민주적이고 공개적인 활동적 대중의 조직이어야 한다. 그리고 당권이나 위원장직만을 좇는 인사 파벌이 아니라 이상과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이념적·실천적 조직이어야 한다. 또한 독자 분립보다는 당과 노동조합 등을 통한 활동에 집중하는 하나의 의견그룹이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 연대'(준)를 건설한다.

 

21.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 연대(준)'의 기본 과제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 연대(준)'은 민주노동당 강령의 이념적 지향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지향에 따라 당과 노동조합, 사회운동의 모든 활동에 참여·개입하며 대안을 제출해야 한다. 모든 성원들은 자신의 활동 현장에서 이러한 기본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해설) 우리는 다음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첫째, 사회주의의 이상과 원칙에 입각한 민주노동당 강령 정신을 확산·발전시켜야 한다. 이러한 정신에 적극 동의하는 당원들을 결집하고, 자본주의의 극복과 대안 사회의 건설 방안을 앞장서서 연구하고 다듬어야 한다. 당과 노동조합, 사회운동의 모든 활동을 그 전망 아래서 해석하고 평가하며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모든 회원들은 정기적인 정치 학습과 토론을 가져야 할 것이다.
  둘째, 노동계급의 정치적 성장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 선진노동자들이 더 이상 기업별 노동조합의 임단협에만 매몰되지 않고 정치·사회적 관심에 기반해 실천하도록 자극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현장 단위로까지 일상적으로 정치 선전 지침을 유포한다. 매 시기 선전 지침을 공유하고 그것을 주위의 대중에게 확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지침에 대해서는 전 조직적인 평가 작업을 벌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당 의원단의 활동과 노동 현장의 관심을 서로 연결하는 데 당내 그 어느 부분보다 앞장서야 한다. 또한 보다 많은 노동자 당원들이 지역 차원의 정치활동·사회운동에 결합하고 열성 당원, 더 나아가 정치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셋째, 당과 노동조합, 사회운동의 혁신의 기관차가 되어야 한다. 운동의 혁신은 한 두 번의 시도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변화를 위해 새로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도 수 없이 많다. 심지어 집권 이후까지도 운동의 자기 혁신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쓴 소리를 하는 것을 꺼리지 않으며 쓴 소리를 듣는 것도 꺼려하지 않는 기풍을 정착시키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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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 연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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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 연대(준)


결의문


평등사회를 향한 전진 2005! 우리의 결의

집권 중반기에 접어든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 대량 양산, 정리해고와 투자 자유화를 위한 각종 제도 개악, 기업도시 도입 등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완성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재편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곧바로 빈부격차 심화와 노동자, 민중의 삶의 파탄으로 귀결되고 있다. 또한 노무현 정부는 민중의 불만과 저항을 봉쇄하기 위해 소위 '개혁'으로 포장된 정치의제들을 앞세워 민중운동진영의 일부를 포섭하고 있으며, 이에 저항하는 노동, 진보세력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탄압과 배제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정치를 뛰어넘는 새로운 대안으로 서야할 민주노동당은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징후를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4.15 총선 이후 원내 3당의 지위를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 맞는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민중들이 신음하고 있는데,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다운 정치활동계획을 내오지 못하는 무능력을 보이고 있다. 실천의 중심에 위치해야할 비정규직 투쟁과 민생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계획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당 사업의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자칫 민주노동당은 역사적 소임을 망각한 채,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할 수도 있다. 

또한 노동운동 역시 안팎으로 '위기'에 휩싸여 있다.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 저항해야 할 노동운동이 아직도 기업별 노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을 힘있게 조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의 '사회적 합의주의' 전략에 포섭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으며, 이렇게 될 경우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광풍에 그대로 노출된 노동대중은 끊임없는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사회운동에서는 일부 탈계급적 시민운동진영이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개혁의 하위파트너로 자임하고 있으며, 농민운동, 여성운동, 환경운동은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사회운동의 총체적 블록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반세계화 투쟁, 장애인 투쟁, 성소수자 투쟁, 이주노동자 투쟁 등이 새로운 운동영역을 개척하고 있지만, 아직 그 힘은 미약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당운동과 노동운동, 사회운동에서 계급적 원칙과 대의를 가지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전노협의 전통으로부터 민주노총을 건설하기까지, 그리고 민주노총을 더욱 강화하고자 아래로부터 대중투쟁을 조직해 왔으며, 지난 과정의 성과를 모아 민주노동당을 창당하고 지역에서부터 진보정치의 전형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운동 전반에 걸친 위기는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이제 각각의 운동영역에서의 활동만으로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당과 노동운동, 사회운동 전반을 아우르는 실천주체를 형성하고자 한다. 또한 우리는 우리 운동의 실천 좌표가 될 이념과 노선을 새롭게 정립하고,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사회의 전망을 세워 이를 실현시킬 정치활동과 대중운동의 전형을 창출할 것이다. 더불어 이에 동의하는 모든 영역, 모든 지역의 활동가들과 함께 할 것이며, 이념과 노선에 대한 토론과 교육, 그리고 무엇보다 실천투쟁에 앞장설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2005년 정치방침을 결의한다.

1. 우리는 민주노동당이 민생/빈곤 문제를 사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도록 실천한다.
하나, 민주노동당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극심한 빈부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에 전당적인 역량을 집중하도록 온 힘을 기울인다.
하나, 당 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위해 2004년 당 활동에 대한 평가와 2005년 당 실천계획에 대한 전당적 토론운동을 전개한다.

2. 우리는 노동운동의 계급성 복원을 위해 실천한다.
하나, 사회공공성 실현과 비정규직 문제가 노동운동의 핵심의제가 되도록 하고, 산별노조 완성을 위해 앞장선다.
하나, 신자유주의 정책을 승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한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에 명확히 반대하며, 노동조합운동의 민주성, 자주성, 현장성을 후퇴시키는 것에 맞서 투쟁한다.

3. 우리는 사회운동에서 변혁의 전망과 계급성에 기반을 둔 새로운 운동주체의 형성을 위해 실천한다.
여성, 농민, 소수자, 학생, 환경, 문화 등의 사회운동에 역량을 투여하며, 사회운동의 전망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 및 실천계획을 제출한다. 

4. 우리는 노동자계급의 관점에서 반전평화와 통일운동을 새롭게 구축하기 위해 실천한다.
남북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탈계급화되고 있는 지금까지의 통일운동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노동자와 민중의 관점에 선 새로운 반전평화, 통일운동 노선을 정립한다.

5. 우리는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이념과 대안사회의 상을 정립하기 위해 실천한다.
하나, 조직 내외의 정책역량을 결집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당 강령정신의 실현을 위해 헌신하는 세력들과 광범위한 연대활동을 진행한다.
하나, 우리 스스로가 이념과 노선에 기반을 둔 활동가로서의 거듭남을 위해 정치교육과 토론을 활성화한다.

6. 우리는 준비위원회를 넘어 본 조직 건설을 위해 다음과 같이 실천한다.
하나, 우리는 조직사업과 실천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책임 있는 토론과 결의사항의 실천을 통해 조직의 통일성을 높이고 스스로의 운동력을 배가시킨다. 
하나, 우리는 사업과 정책노선의 공개를 통해 당과 대중운동의 건강한 기풍이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하나, 우리는 위와 같은 실천을 통해 대중으로부터 지지 받고 대중 속에 뿌리내리는 조직을 건설한다.


2004년 12월 18일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연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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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테제와 해설 -평등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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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테제와 해설 

- 2004. 7. 12.



A. 정세


1.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면의 기본 성격)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면이라 불리는 우리 시대의 본질은 세계자본주의의 구조적․장기적 위기다. 지난 30년 동안 이 위기를 자본주의적으로 해결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사유화, 노동의 유연화, 자유화 등)이 계속돼 왔지만, 그 결과는 위기의 심화와 확대일 뿐이다. 


(해설)

올바른 실천을 위해서는 시대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흔히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면이라고 불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1974년의 세계 불황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 시대의 기본 특징은 세계자본주의의 구조적․장기적 위기(고전적인 ‘주기적 위기’ 개념이나 코민테른의 ‘전반적 위기’ 개념과는 구분되어야 한다)의 지속이다. 지난 30년간 이윤율이 전후 자본주의 황금기에 비해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 세계 자본가들은 이 위기를 자본주의 사회관계를 온존시키는 방향에서 해결하기 위해 항시적 구조조정을 추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자본주의 삼극(미국-일본-서유럽)의 초국적 독점자본은 급격히 금융자본화되었고, 이들을 중심으로 한 각국 자본가 계급은 시장 지배의 확대(사유화)와 노동력 착취의 고도화(노동의 유연화), 세계자본주의의 새로운 위계 구조의 정착(자유화)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는 위기를 극복하기는커녕 그것을 더욱 확대․심화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공황의 가능성이라는 어두운 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으며, 제국주의 열강들 사이의 균열과 긴장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 운동 내에는 이러한 우리 시대의 특징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존재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미 제국주의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보는 경향도 있고, 자본주의의 위기라는 관점에서 보지 않고 역사 진화(진보)의 필연적 단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자는 세계화를 둘러싼 국내 자본가와 미국 사이의 역동적 관계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후자는 자본의 전략들을 긍정하면서 노동계급의 전망을 이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우리 시대에 대한 그릇된 인식은 결국 잘못된 실천을 낳고 만다. 


2. (세계 노동계급의 전반적 후퇴와 반격)

지난 30년간 세계 노동계급의 후퇴가 계속되어왔다. 서유럽 사회민주주의는 신우파의 공세에 돌이킬 수 없이 후퇴했고, 현실사회주의 나라들은 붕괴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세계 노동계급의 반격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해설)

지난 30년간 세계 노동계급은 지속적인 후퇴를 경험했다. 1970년대에 서유럽의 주류 좌파정당들은 신우파의 도전에 굴복하고 말았다. 전후의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은 돌이킬 수 없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89년의 동유럽 붕괴와 91년의 소비에트 연방 해체와 함께 현실사회주의 블록도 몰락했다. 일부 나라에 스탈린주의 체제가 남아 있지만 의식적으로 자본주의로 전화하고 있거나 더 이상 보편적인 진보적 의의를 지닐 수 없는 상태에 있다.

그렇다고 90년대 내내 우리 운동 내에 만연했던 비관주의에 머물러 있을 필요는 없다.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계급세력관계는 다시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다. 1995년 프랑스 공공부문 총파업, 19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 1999년 시애틀 항쟁, 2001년 세계사회포럼의 등장은 새 시대의 여명이 밝아온다는 뚜렷한 조짐을 보여주었다.

부시 정권의 전쟁 드라이브도 이러한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지구 전역에 걸친 반전운동의 폭발로 전 세계 진보세력의 각성과 부활을 재촉하는 결과를 낳았다.


3. (현 위기에 대한 이해와 실천적 지향)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는 보다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지배구조가 통치 불능 상태에 빠지는 체제 위기는 아직 가능성의 차원일 뿐이다. 현 시기에 필요한 실천은 기성 정치구조에 적극 개입하면서 대중운동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 동안 붕괴돼온 대중의 역량을 복구하고 궁극적 변혁의 지반을 확보해야 한다.    


(해설)

세계자본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현재의 구조적․장기적 위기가 전혀 새로운 질의 위기 국면[체제 위기]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는 1929년 세계대공황과 같은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고, 제1차 세계대전과 같은 제국주의 중심부 내의 정치적․군사적 대립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 때에는 20세기초 코민테른의 실천에서 나타난 것과 유사한 보다 분명한 혁명적 노선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여전히 가능성의 차원일 뿐이다. 앞으로 상당 기간 현재와 같은 형태의 완만한 위기 국면이 지속될 것이다. 물론 이는 90년대 후반에 시작된 세계 노동계급운동의 부활에 가속도를 붙여줄 것이다. 그리고 의회민주주의 체제와 신자유주의적 축적 구조의 불안정을 강화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세계자본주의의 중심부에서 기존 지배구조가 통치 불능 상태에 빠지고 대중적 불신이 폭발하는 국면은 아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실천은 기성 정치구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이를 계기로 대중운동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 동안 위로부터의 계급투쟁에 의해 붕괴돼온 대중의 역량을 복구하고 궁극적 변혁을 실현시킬 지반을 다져야 한다. 

현 국면에 대한 냉정한 이해를 결여하게 되면 우리는 현실에 맞지 않는 잘못된 실천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자본주의의 황금기에 가능했던 계급타협의 가능성에 목을 매다는 잘못(우편향)이나 대중의 성장을 앞질러 과도한 요구와 전망을 내거는 오류(좌편향)를 범할 수 있다.

     

4. (한국 노동계급의 상황)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위기는 위기 해결의 주체인 노동계급 자신이 위기의 덫에 빠져 버렸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노동계급 내의 분열이 계급의 주체적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87년 이후의 노동조합운동의 관성을 유지하면서 이를 극복하려던 시도들은 모두 한계에 부딪혔다. 이제 노동조합과 당의 모든 실천은 이러한 노동계급 내부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해설)

한국 사회는 1997년 경제위기 이후 급속히 신자유주의 질서에 포섭되어왔다. 그 결과, 재벌 독점자본 내에서 다시 독점이 가속화되었고, 초국적 금융자본이 광범하게 침투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뼈아픈 결과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등장한 민주노동조합운동이 막다른 골목에 처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선도적 투쟁이 전체 노동자의 임금 및 복지 수준을 끌어올리던 메커니즘은 중소기업에 대한 독점 대기업의 수탈 강화(원청-하청 관계의 악화)와, 노동의 유연화로 인한 노동계급 내의 분절 심화(비정규직의 확대)로 붕괴하고 말았다. 이는 전투적 기업별 노동조합에 기반한 민주노조운동 전반에 재생산과 정당성의 위기를 가져왔다.

결국 한국 사회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적 주체가 노동계급임에도 불구하고 그 노동계급 자신이 위기의 포로가 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이 상황은 양적으로는 노동조합 조직률이 10% 안팎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으로, 질적으로는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의 심화로 나타나고 있다. 한 마디로 노동계급의 주체적 형성이 벽에 부딪혔다. 

물론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려는 노동운동 내의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 한편에는 사회적 교섭을 강조하는 입장이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산별노조로의 전화와 산별 교섭에 주력하자는 견해도 있었다. 그리고 고용안정을 쟁점으로 한 총파업 투쟁을 통해 80년대 말~90년대 초 전투적 기업별 노동조합의 투쟁 형태를 복원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저마다 귀담아 들을만한 구석이 없지 않은 고민들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의 모든 시도들은 기업별 임단협에 시야가 갇혀버린 조합원 대중의 의식과 노동조합운동의 구조․관행을 변화시키기보다는 그것을 우회하려는 성격이 강했다. 87년 이후 고착된 노동조합운동의 틀 안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위의 흐름들 중 어느 것도 97년 경제위기 이후의 새로운 조건에서 노동계급 대중의 의식을 바꾸고 새로운 실천의 지평을 여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현재 당과 노동조합, 사회운동의 모든 실천은 이러한 내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면 당과 노동조합, 사회운동의 존재 의의 자체가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5. (한반도 정세와 노동계급)

한반도 정세는 어떤 방식으로든 북핵위기가 타결된 ‘이후’가 더 문제다. 지체된 과제의 해결은 잠복되어 있던 모순들의 폭발을 낳을 것이다. 남한의 좌파는 이러한 변화에 대한 내성(耐性)을 확보해 놓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한편으로는 북한 스탈린주의의 모순에 대해 명확히 비판하고 그 변화에 대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통일 과정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  

(해설)

전 세계에서도 위기와 기회가 가장 극적으로 중첩된 곳이 바로 동아시아다. 거대한 중국시장과 일본의 여전한 경제적 잠재력을 바탕으로 동아시아는 자본 축적의 마지막 약속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동아시아 각국의 긴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러시아 대 미국․일본의 대립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한 복판에 한반도가 놓여 있다.

미국의 대북 포위 전략과 북한의 폐쇄적 생존 전략, 그리고 남한 정부의 대미 종속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위기를 지속시키는 3박자를 이뤄왔다. 2000년의 6․15 회담은 이 사슬의 한 고리를 끊는 역할을 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6자 회담은 미국 대선 결과와 맞물려 또 다른 중요한 계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전략이 바뀌고 북한이 세계자본주의에 자신을 일정하게 개방하며 노무현 정부가 햇볕 정책을 본격적으로 재개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지체된 과제의 해결은 잠복되어 있던 모순의 예기치 않은 폭발을 낳을 것이다.

우선 중국과 미국 사이의 직접적 대결이라는 보다 심각한 정세가 등장할 것이다. 열강간의 국제적 대립․갈등이 국내정치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상황이 빠른 속도로 등장할 것이다. 이제 노동계급도 국제적 행위 능력을 지니지 못하면 국내정치에서조차 주도적 변수로 작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또한 북한의 초(超)스탈린주의적 정치체제가 어떠한 변화에 대해서도 적응력이 없음이 드러날 것이다. 중국, 베트남과는 달리 북한은 오랫동안 집단지도체제를 경험해보지 못했다. 한때 다른 현실사회주의 국가들과는 달리 북한 국가기구의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보였던 세습통치는 사실은 위기를 지체시키고 더욱 첨예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완만한 개혁을 추진하든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지든 북한의 정치 위기는 피할 수 없다. 남한의 진보세력은 북한이 동독과는 달리 자체 주권을 유지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형태의 연방제를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북한 내부의 변화가 곧바로 남한 사회에 경제적․정치적․문화적 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이미 탈북 사태가 심상치 않은 면모를 보이고 있다. 서독보다 훨씬 불안정한 남한 사회에서 남북 주민들간의 대규모 직접 접촉이 과연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이런 파국적 형태가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남북 경제협력은 남한 노동시장에 커다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노동운동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건설적 대안을 마련해 놓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즉, 남한의 좌파는 한반도의 격변에 대비해 내성(耐性)을 확보해야만 한다. 북한의 스탈린주의 체제를 비판하고 한반도 전체의 변혁 차원에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스탈린주의와 단절하지 못한 부분(주체사상파)과의 논쟁은 피할 수 없다. 하루빨리 이러한 부분을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과거의 NL-PD 논쟁 과정에서 소위 PD 진영이 보여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무지와 기권으로 돌아가는 것이어선 안 된다. 오히려 이제까지와는 달리 남한의 노동계급이 한반도 평화 정착의 주역으로 나서야 하며, 통일 과정에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적극 개입해야 한다. 북한의 민주화와 주권 보장이 함께 이뤄져야 하며 통일 과정이 동아시아의 진보적 질서 재편의 지렛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남한 노동자 대중의 신념으로 뿌리내려야 한다. 


6. (제도정치 지형과 노동계급)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자유주의 정권의 ‘진보적’ 의의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는 강력한 신자유주의 정책합의가 존재하며, 두 당은 다만 누가 그것의 더 강력한 집행자가 될 수 있을지를 놓고 경쟁할 뿐이다. 전선은 보수세력 전체와 노동자 민중운동 사이에 있다.


(해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두 차례의 거대한 대중 동원(2002년의 국민경선, 2004년의 탄핵반대운동)에 기반해 등장하고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든(민족부르주아지와의 연대를 상정하는 민족해방혁명론이든, 자유주의 세력과의 타협을 희망하는 사회민주주의 노선이든) 자유주의 부르주아지와의 ‘개혁’ 연합을 기대하던 세력들에게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현실의 쓴맛을 안겨주었을 뿐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중도 자유주의 세력의 ‘진보적’ 역할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는 강력한 신자유주의 정책합의가 존재한다. 다만 두 당은 이 정책 지향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가를 놓고 경쟁할 뿐이다. 탄핵정국과 4․15 총선을 거치면서 한나라당의 내부 구성이 바뀌었기 때문에 두 당 사이의 거리는 더욱더 좁혀졌다. 

이 점에서 열린우리당은 좀 더 소부르주아 지향적이고 한나라당은 대자본 중심적이라고 말하거나 열린우리당은 좀 더 해외 금융자본 편향적이고 한나라당은 국내 재벌 편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된 견해다. 각 자본 분파는 정치적으로 확연히 분립하기보다는 여전히 두 보수정당 및 그 내부의 파벌들과 자유로운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

만약 열린우리당이든 한나라당이든 현대적 보수정당으로 환골탈태하지 않는다면 2007년 대통령 선거에 가까워질수록 과거의 권력재편기와 마찬가지로 대권을 둘러싼 내분에 휩싸일 것이다. 그리고 정계개편과 내각제 개헌 가능성이 다시금 대두할 것이다.

즉,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두 보수정당 중 어느 하나가 아니다. 신자유주의 정책합의에 기반한 부르주아 정치블록 전체가 그 대상이다.


7. (민주노동당의 상황)

민주노동당은 한국 사회에서 최초로 좌파 대중정치의 가능성을 열었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당은 노동계급의 위기를 내부에 반영하고 있다. 당이 집권과 변혁의 무기로 더욱 발전할 수 있으려면 이를 의식적으로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해설)

민주노동당은 1996․97년 총파업의 산물로 탄생했다. 이 점이 민주노동당을 상당한 정도로  규정하고 있다. 96․97 총파업이 87년에 시작된 민주노조 역량이 총결집한 산물이었던 것처럼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조운동 제1세대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다.

그러나 총파업 이후 민주노조운동이 급속하게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굴복했던 상황이 민주노동당의 창당과 이후의 발전 과정에도 반영되었다. 당 활동에 대한 노동자의 참여가 소수의 선진노동자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 노동계급의 거대한 대중투쟁과 결합한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 그래서 당내에서 노동계급적․사회주의적 세력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그 대표적 사례들이다.

물론 민주노동당은 지난 4년 동안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 현재의 18% 지지율로도 알 수 있듯이 앞으로 더욱 폭발적인 성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민주화의 일정한 성취와 자유화의 급진전으로 인해 기존 부르주아 정치 세력들이 지속적인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얻은 반사 이익의 성격이 강하다.

전체 노동자의 11%에 그치는 노동조합 조직률과 15% 안팎의 당 지지율 사이의 격차, 이것은 당의 양적 성장으로 해결되지 않는 당 혁신과 발전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져준다.

      

B. 지향


8. (출발점: 사회주의)

신자유주의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노동계급의 근본주의인 사회주의를 복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20세기 사회주의 운동의 비극과 오류를 극복한 것이어야 한다. 민주노동당 강령은 그 출발점을 훌륭히 서술하고 있다.


(해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자본가들의 근본주의다. 이러한 자본가들의 근본주의에 대항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도 그 정도의 무기가 필요하다. 즉, 노동계급의 근본주의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인간 존엄성․평등․연대의 정신으로 자본주의를 넘어선 대안 사회를 건설하려던 지난 두 세기의 전통, 즉 사회주의다.  

다만 이 때 ‘사회주의’는 우리 시대에 맞게 재구성된 것이어야 하며, 20세기 사회주의 운동의 비극과 오점들을 의식적으로 극복하려는 것이어야 한다. 왜 서유럽 사회민주주의가 중단 없는 개혁을 성취하지 못하고 신우파의 공세에 굴복하고 말았는가? 왜 러시아 혁명 이후 등장한 사회주의 나라들은 수많은 비극을 낳은 채 내부 모순으로 붕괴하고 말았는가? 21세기의 사회주의자들은 이러한 물음에 답해야만 한다.

민주노동당 강령은 이러한 시대 정신을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중략) 민중이 주인 되는 진보정치를 실현하며,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 모든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평등과 해방의 새 세상으로 전진해 나갈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국가사회주의의 오류와 사회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한편 (중략)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시켜, 새로운 해방 공동체를 구현할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민주노동당 강령(특히 그 「전문」)을 현 단계에서 사회주의 운동의 훌륭한 출발점으로 여긴다. 강령의 정신을 죽은 문구로 만들지 않고 당의 모든 실천에 살아 숨쉬게 만들어야 할 책무가 당내 사회주의자들에게 있다. 


9. (궁극 목표와 일상 활동의 변증법)

좌파정치의 오랜 숙제는 궁극 목표와 일상 활동의 결합 문제다. 부르주아 정치제도가 성숙할수록 둘 사이의 괴리는 구조적으로 강화된다. 과거의 사회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최대강령과 최소강령, 혁명과 개혁, 대중운동과 제도정치의 이분법을 극복해나가는 게 일생일대의 과제다. 


(해설)

지난 150년간 좌파정치의 근본 문제는 궁극 목표와 일상 활동을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 였다. 특히 제도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대중정당일수록 궁극 목표와 일상 활동 사이의 거리는 멀어지고 전자보다는 후자에 매몰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렇다고 이미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확립된 사회에서 혁명적 선전․선동에 집중한다고 해서 실제 변혁의 역량을 구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 딜레마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로자 룩셈부르크의 말에서 한 마디도 더하거나 뺄 게 없다. “대다수 민중을 모든 기존 질서를 초월하는 목표와 결합시키는 것, 일상적인 투쟁을 위대한 세계 개혁과 결합시키는 것, 바로 이것이 사회민주주의 운동의 큰 문제다. 사회민주주의 운동은 분명 그 발전의 전체 과정에서 두 개의 난관 사이를, 즉 대중적 성격을 포기하는 것, 다시 말해 이단적 분파로 떨어지는 것과 부르주아 개혁 운동으로 변하는 것 사이를, 또 무정부주의와 기회주의 사이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ꡔ사회 개혁이냐 혁명이냐ꡕ에서).

민주노동당 강령에도 다른 좌파정당 강령과 마찬가지로 궁극 목표(최대강령)와 당면 과제(최소강령)가 함께 담겨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제도정치에서 성공하면 할수록 전자는 사문화되고 후자가 당의 모든 것을 규정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동당 내 일부는 이것을 전적으로 긍정하고, 민주노동당 바깥에 머물러 있는 자칭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이것을 통째로 부정한다. 그러나 둘 다 이러한 괴리를 하나의 숙명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다만 한 쪽은 그 숙명을 즐거이 받아들이고, 다른 한 쪽은 그 숙명이 미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을 찾을 뿐이다.

반면 민주노동당 내 사회주의자들은 이 난제에 솔직하고 진지하게 도전한다. 우리의 길에는 성공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무정부주의’와 ‘기회주의’의 예고된 진창에 빠지지 않는 유일한 길임을 확신한다. 바로 이 점이 당 안에서 활동하길 선택한 사회주의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회주의자들과 구별되는 핵심적 차이다.  


10. (궁극 목표와 그 핵심 내용)

궁극 목표는 먼 미래의 과제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여기’의 실천에서 행동 원칙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궁극 목표의 핵심 내용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와, 경제 영역으로까지 확장된 민주화다. 


(해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궁극 목표가 결코 먼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궁극 목표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 우리의 행동 원칙으로 살아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선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 목표의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넘어가자. 일당독재, 중앙집권형 계획경제(사실상 명령경제) 등 과거 스탈린주의의 사회주의상을 극복하려면 이러한 확인작업이 필요하다.

그것은 첫째,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의 폭발이다. 즉, 대중의 참여와 자치가 활짝 꽃피는 것이다. 프랑스대혁명부터 파리 코뮌, 1차 대전 후의 평의회들, 1970~1973년 칠레 아옌데 정부의 경험을 비롯해서 모든 혁명의 경험들은 이를 입증해준다.

둘째는 민주주의가 경제 영역, 즉 자본주의의 핵심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와 노동자 자주관리, 경제의 계획성 확대는 바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이다.

이러한 과제들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갑자기 체제 위기가 닥친다고 해서 저절로 실현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미 자본주의 사회 내부에서 이러한 과제들을 수행할 주체들이 형성되고, 그들의 능력이 축적되고, 그 진지가 구축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자본주의 내의 대중정치․대중운동에서부터 위의 과제들이 제한적인 수준에서라도 실천의 지침이 되어야 한다. 모든 일상활동에서 대중의 능동화가 핵심 목표로 요구되어야 하며, 자본주의의 지평을 뛰어넘는 과감한 시도들이 반복해서 추진되어야 한다.

바로 이 점에서 우리는 일체의 최소강령주의와 단계론적 변혁이론에 반대해야 한다. 이러한 경향들은 모두 궁극 목표와 일상 활동, 최대강령과 최소강령, 대중운동과 제도정치의 이원화에 굴복하고 그것을 더욱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흔히 ‘사회민주주의’를 자처하는 이들 사이에서 자주 나타나는 최소강령주의는 궁극 목표를 먼 미래의 추상적 이상으로 놔둔다. 그렇기 때문에 당면 실천은 그것에 대한 고민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실용적인 무엇이 되고 만다.

스탈린주의(한국에서는 주체사상파가 그 대표적 계승자다)의 단계론적 변혁이론은 그 나름대로 궁극 목표에 대한 선전 작업을 중단하지 않기 때문에 최소강령주의보다는 급진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1단계’라고 표현되는 당면 과제가 ‘2단계’의 궁극 목표와 기계적으로 구분된다고 보고, 후자의 과제를 전자의 시기에 요구하는 것은 ‘좌편향’이라고 비난하기 때문에, 사실상 최소강령주의와 동일한 실천적 결론에 도달한다. 주체사상파가 소위 ‘진보적(혹은 자주적) 민주주의’를 들고 나오면서, 그것이 ‘사회주의적 성격’을 지녀야 한다는 것을 고집스럽게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1. (일상 활동의 원칙: 개혁과 혁명의 변증법)

현 시기에 우리의 일상 활동은 결국 개혁 투쟁이다. 그러나 이는 개혁을 위한 개혁, 즉 개혁주의적 개혁이어선 안 된다. 우리는 변혁의 주체를 성장시키는 개혁, 즉 개혁과 혁명의 변증법을 추구해야 한다.


(해설)

급격한 위기의 시기가 아닌 일상적 시기에 세상을 바꾸는 유일한 수단은 개혁 투쟁이다. 현 국면(구조적 위기의 한 단계)에서도 사회주의자들의 일상적 과제는 개혁 투쟁이다. 이를 거부하고 회피한다면 선전주의적 종파 집단에 머물 수 있을 뿐 노동계급의 대중정치․대중운동을 이룰 수는 없다.

문제는 개혁 투쟁에 참여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개혁 투쟁을 추진할 것인가 이다. 그것은 개혁을 위한 개혁, 즉 개혁주의(개량주의)로 전락할 수도 있고, 변혁의 주체를 성장시키는 개혁, 즉 개혁과 혁명의 변증법을 향해 나아갈 수도 있다.

후자, 즉 비개혁주의(비개량주의)적 개혁 혹은 구조적․급진적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정치의 틀을 통해 어떠한 입법안을 통과시킬 것인가 자체보다도 이 과정에서 대중의 참여를 얼마나 북돋고 대중운동을 어느 정도나 성장시키며 최종적으로 대중의 의식적․조직적 역량을 어디까지 향상시키는가 이다. 이러한 개혁 투쟁을 통해서 비로소 궁극 목표를 실현할 노동자․민중의 주체적 역량이 형성될 수 있으며 변혁이 현실 일정에 오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일찍이 ꡔ선언ꡕ은 “투쟁의 핵심은 그 전과(戰果)가 아니라 단결의 확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로자 룩셈부르크는 올바른 개혁 투쟁은 “노동자 계급의 인식과 의식을 사회화”(혹은 “프롤레타리아트를 계급으로 조직”)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개혁은 되도록 자본주의의 핵심을 공격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제도적 맹아를 의식적으로 건설해야 한다. 

둘째,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민중의 집단적 역량이 확연히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어떤 수준의 개혁이든 보다 높은 수준의 개혁으로 연속 발전되어야 한다.

넷째, 개혁 투쟁은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의 힘에 기반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내 사회주의자들은 당의 일상 활동에서 이러한 원칙들을 추구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를 통해 개혁과 혁명의 변증법을 실현할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


12. (제도정치와 대중운동의 변증법)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성숙한 조건에서는 대중운동과 제도정치를 서로 결합시켜나가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둘을 결합시킬 것인가는 전적으로, 어떻게 해야 노동계급 대중의 의식적․조직적 성장이라는 목표를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해설)

부르주아 민주주의 안에서 좌파 대중정치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제도정치에 참여하고 그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이미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확립된 사회에서 노동자 정치세력이 제도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노동계급 대중정치의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바로 이 숙제를 풀기 위한 수단이며 통로였다.

그러나 제도정치에 일단 진출하고 나면 의회주의의 덫을 결코 쉽게 피할 수 없다. 이는 결국 좌파정당의 기반인 대중운동을 제도정치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고, 궁극 목표의 포기로 귀결된다. 대중의 능동화는 이뤄지지 않고, 민주주의는 계속 부르주아 정치의 좁은 영역 안에 갇힌다. 이것은 부르주아 정치의 중력의 법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법칙을 거스르면서 좌파 대중정치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참으로 치열한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노동당 내 사회주의자들은 당이 항상 대중의 성장을 중심에 놓고 대중운동과 제도정치를 서로 결합시키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결합 방식은 구체적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원내 활동과 대중적 선전․선동의 결합이 있다. 쟁점의 선도를 통해서든 입법 활동을 통해서든 그 성과가 결국 대중운동의 발전으로 귀결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방자치 수준에서라도 제한적으로 행정 권력을 장악하게 된다면 브라질 노동자당의 참여예산제와 같은 민중 참여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첨예한 사회적 쟁점에 대해서는 정치 총파업 전술 등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과연 이러한 과제를 우리의 조건 속에서 창조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가에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과연 노동자․민중의 무기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13. (국민국가와 지역․세계의 변증법)

자본주의의 축적은 세계적 차원에서 이뤄지지만, 계급투쟁은 항상 국민국가 수준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국민국가에 뿌리를 내리면서도 그 틀을 넘어 지역적․세계적 연대를 추구하는 것이 좌파 정치세력의 과제다.


(해설)

자본주의는 세계적 차원에서 작동하며, 따라서 세계적 차원에서만 극복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곧바로 실천적 결론을 이끌어낼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국민국가야말로 여전히 가장 중요한 전략적 행위자이며 가장 유효한 투쟁의 마당이기 때문이다. 세계화가 일부 국민국가를 해체시킨다고는 하지만, 세계화의 배후에는 여전히 제국주의 3극의 국민국가들, 그리고 이에 포섭된 국민국가들이 있다. 지역화(유럽통합 등)의 핵심 추동자도 바로 국민국가다. 지역화나 세계화는 국민국가의 힘이 다른 무엇에게로 이전되는 형태가 아니라 국민국가들 사이의 특정한 교류와 동맹이라는 형태로 이뤄진다.

그럴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는, 비록 초국적 자본을 말하기는 하지만, 부르주아지 전체가 그런 식으로 재편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초국적 자본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고는 해도 전체 부르주아 계급의 동의 없이 자본주의가 지탱할 수는 없다. 지배계급 내 여러 분파들 사이의 타협을 위해서는 역시 국민국가가 필요하다.

또 다른 이유는 지배계급 내부의 타협 못지 않게 지배계급과 노동자․민중 세력 사이의 타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초국적 자본의 전략은 과거 형태의 타협을 붕괴시킬 따름이지 타협 자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배세력과 민중들 사이의 타협이 시도되는 장은 역시 국민국가다.

하지만 변혁 세력은 국민국가 수준에서 출발하여 거기에 뿌리를 내리면서도 항상 국민국가를 넘어선 수준, 즉 지역(유럽, 동아시아 등등)과 세계의 수준을 고민하고 그 수준에서 행위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마치 20세기초에 그랬던 것처럼 이제 국제연대는 국내에서 변혁의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가장 필수적인 조건이다.

우리가 새삼 주목해야 할 것은 지역의 차원이다. EU, NAFTA에 이어 라틴아메리카 블록, 동아시아 블록의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지역경제블록은 기본적으로 제국주의 3극의 이해에 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남남(南南)연대에 따른 3극 지배 체제의 균열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고, 지역 수준의 교류 증대에 따라 노동자․민중운동의 국제적 대응력 이 증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EU를 무대로 한 유럽 사회운동의 대응력이 다른 대륙의 경우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안사회를 고민하는 관점에서도 지역이라는 차원은 중요하다. 자본주의의 성숙은 항상 새로운 혼란을 야기하면서 동시에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한 차원에서 대안사회 건설의 능력들을 고취시킨다. 일국적 시장을 넘어서면서 전 세계적 시장보다는 안정되어 있는 지역적 시장의 등장은 단순히 시장의 힘이 강화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지역적 차원의 경제계획 가능성을 증대시키기도 한다. 시장의 힘과, 이를 통제할 사회적 능력은 서로 네거티브 섬 관계(한 쪽이 증대하면 다른 한 쪽은 수축해야 하는 관계)가 아니다. 예를 들어 지역 경제권의 등장은 지역적 차원의 산업별 교섭 가능성을 의미할 수도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 노동자․민중운동은 ‘동아시아’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동아시아 경제 중심 국가 혹은 중화 경제권 형성이라는 자본주의의 전략에 부화뇌동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에 대응하는 ‘동아시아 사회권 연대’라는 관점에서 말이다. 특히 한국의 노동운동은 중국에서 민주노동조합운동이 등장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와 적극 연대해야 한다.


14.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면의 극복 과정)

신자유주의의 공세는 상당한 시간에 걸쳐 여러 나라에서 혁명과 개혁, 봉기와 위기가 분출하고 서로 연쇄 작용을 일으키는 가운데 격퇴될 것이다. 특히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일정하게 정착된 세계자본주의 중심부와 일부 반주변부에서는 개혁적 좌파 정부와 기득권 세력 사이의 대결이 대중의 각성을 낳아 개혁을 가속화시키거나 전혀 새로운 국면을 여는 과정이 나타날 것이다.  


(해설)

지금 이 시점에서 미래의 세계 변혁이 어떻게 이뤄질지 전망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하지만 20세기초에 전 세계적 계급투쟁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돌이켜보면 그 기본 양상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아마도 수십 년에 걸쳐 위기의 폭발과 상대적 안정기가 반복될 것이다. 어떤 곳에서는 진지한 개혁적 좌파 정권이 선거상의 승리와 대중운동의 결합을 통해 등장할 것이고, 어떤 곳에서는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시도가 지역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연대하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면은 전혀 다른 역사적 국면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특히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정착된 중심부와 일부 반주변부에서는 개혁적 좌파 정권의 등장이 대중의 기대를 높이고 대중운동을 폭발시키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공세적 상황을 낳게 될 것이다. 기득권 세력과 좌파 정권․대중운동의 대결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효과적이며 대규모적인 대중적 각성의 계기가 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다음의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구조적․급진적 개혁 과제를 제기하는 대중적 좌파 정치세력, 즉 좌파 대중정당이 있어야 한다.

둘째, 좌파 대중정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노동운동․사회운동이 성장해 있어야 한다.

셋째, 제국주의적 간섭에 대항해 활동의 여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역적․세계적 수준에서 연대할 파트너들을 확보해야 한다.    


C. 정치노선


15. (기본 정치노선)

앞으로 상당 기간 한국의 진보세력은 신자유주의 지배 체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분배 문제와 전쟁 위협을 쟁점으로 구조적․급진적 개혁을 추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들이 집단적인 노력을 통해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사적 경험’을 하는 것이다. 대중들 사이에서 이러한 경험을 만들어내기 위해 행동에 나서는 것, 이것이 핵심이다.


(해설)

앞으로 상당한 시간 동안 당과 노동조합․사회운동은 구조적․급진적 개혁 노선을 추구해야 한다. 구조적․급진적 개혁의 핵심 목표는 다음의 두 가지다.

하나는 자본주의․제국주의를 궁극적으로 극복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극복을 위한 제도적 진지들을 구축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자본주의․제국주의를 극복할 주체들, 즉 계급적 연대의식과 반전평화의 정신으로 뭉친 진보적 대중을 형성하는 것이다.

의석을 늘리고 지자체를 장악하고 대통령 선거 득표율을 늘리는 것도 다 이러한 목표를 쟁취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역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노동조합 활동도 위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에서 짜들어가야 한다.

현재 개혁 투쟁의 핵심 쟁점은 신자유주의 지배 체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분배 문제와 전쟁 위협이다.

우선 우리는 신자유주의적 축적 구조가 도입됨으로써 더욱 심화되고 있는 빈곤의 문제와 대결해야 한다.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늘려야 하고, 교육․주거․의료․보육․연금 등 사회복지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빈곤을 낳는 주원인이 되고 있는 중소기업․대기업 간의 불평등 관계와 노동의 유연화를 정면 공격하고, 최저임금을 비롯해 근로 소득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분배 개혁 요구는 빈곤 문제의 긴급 처방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지닌다. 

첫째, 기업에 갇혀 있던 노동자 대중의 의식을 다시 사회 전체를 향해 열어놓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노동조합의 사회운동적 실천을 이끌어내고, 계급적 연대의 전통을 새롭게 다질 수 있다.

둘째, 사회복지의 확장을 통해 공공부문을 확대할 수 있다. 이는 자본주의 내에서 탈자본주의의 원리와 가치를 실현하는 진지 역할을 할 것이다.

셋째, 분배 문제와의 대결은 신자유주의적 축적 구조 자체에 대한 비판과 공격으로 발전할 수 있다. 투자 부족과 내수 부진을 낳고 있는 금융투기자본과 수출부문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뜯어고쳐야 하고 그러자면 국가의 적극적 역할과 노동운동․사회운동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

넷째, 분배를 쟁점으로 한 개혁 투쟁은 다른 중요한 투쟁들과 연결될 수 있다. 브라질의 참여예산제에서 나타난 것처럼 분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중의 참여를 촉진시키고 이를 통해 민중 권력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 반전 선동 역시 복지 확대 요구와 만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빈곤을 없애기 위한 전쟁’만큼이나 시급한 것은 ‘전쟁을 없애기 위한 전쟁’이다. 이라크 침략 전쟁과 한반도 전쟁 위기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미국의 제국주의 공세에 대항해 반제반전평화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야 한다. 또한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한 군축을 위한 대중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당면 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들이 집단적인 노력을 통해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사적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일단 당과 노동조합의 투쟁을 통해 사회복지를 확대시키는 경험을 하게 되면, 대중들은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고 다시금 집단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나설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바로, 대중들 사이에서 ‘역사적 경험’을 만들어내기 위해 과감히 행동의 첫 발자국을 떼는 것, 그것이다. 


16. (민주노동당의 혁신)

민주노동당이 의회정당․선거정당이 아니라 노동계급 형성에 복무하는 운동정당으로 발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해설)

선거에 참여한다고 해서, 의회에 의석을 갖고 있다고 해서, 의회정당․선거정당은 아니다. 선거 참여와 의석 확보가 대중의 역량을 아래로부터 다지는 과정과 동떨어져서 노동계급의 주체적 형성을 위한 무기로 활용되지 못하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우리는 민주노동당이 이런 의미의 의회정당․선거정당으로 고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통령 선거, 2008년 총선으로 연달아 이어지는 선거들에서 당이 점진적으로 진지를 확대해 가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대중운동의 발전과 서로 교호하는 역동적 목표로 볼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과제들이 종속되어야 할 유일하고 절대적인 목표로 볼 것인지에 따라서 당의 발전 경로는 전혀 달라진다.

우선 의회정당․선거정당의 길이 있다. 2008년 총선에서 의석 수를 급신장하는 데 매몰되는 발전 경로가 그것이다. 만약 17대 국회 임기 중에 독일식 비례대표제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기존의 소선거구 지역구에서 약진하지 않는 한 이런 결과를 낳기 힘들다. 이 때 당은 지역구에서 지지층을 넓히기 위해 전국적 정치 실천과 단절된 채 선거구 수준의 지역 활동에 매몰될 수도 있다. 한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 지망자들 사이의 이전투구가 당 활동을 좌지우지하게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의회정당은 곧 대권 야심가들의 권력 게임으로 나타나는데, 민주노동당도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운동정당의 길이 있다. 단기적으로 원내 의석 신장에 한계가 있더라도 계급정치의 형성에 더 강조점을 두는 발전 경로가 그것이다. 이 경우 당은 17대 국회 활동을 대중운동과 결합된 범민중 캠페인 형태로 짜들어가고 지방선거도 그 연장선에서 준비하며 그 클라이맥스가 2007년 대선이 되게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치총파업을 비롯하여 다양한 대중운동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어떠한 형태로든 대중의 참여를 통해 평등과 연대의 가치를 구현하는 ‘역사적 경험’을 만들어내는 게 핵심이다.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18대 국회에서 당이 확보할 의석 수를 능가하는 당 기층 토대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운동정당의 길이며, 당내에서 이를 실현시킬 주체다.  


17. (노동조합운동의 혁신)

노동조합운동이 노동계급의 균열과 해체 경향에 맞서서 평등과 연대의 정신을 고취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해설)

전투적 기업별 노동조합이 사회운동적 의의(보편적 이해의 대변, 대중의 적극적 참여)를 지니던 상황은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별 노동조합은 한국의 노동운동이 일본형 실리주의로 재편되도록 강요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기업별 노동조합을 하루빨리 산업별 노동조합 형태로 재편하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긴급한 과제다. 노무현 정권 임기 내에 금속과 공공을 양대 축으로 해서 산별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산별 전환을 주로 조직론 차원에서만 고민하는 것은 잘못이다. 산별 전환의 핵심은 조직 형식 자체보다도 이를 통한 노동계급 연대의 확대․심화에 있다. 기업별 노동조합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그에 걸맞게 노동계급 대중의 의식과 일상을 바꾸는 시도들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과거 전투적 기업별 노동조합이 가졌던 ‘사회운동성’(좁은 사업장을 넘어서는 관심 범위, 현장 대중의 적극적 참여)을 이제는 의식적으로 새롭게 만들어내야 한다. 기업별 임단협의 범위를 넘어서는 다양한 쟁점들을 제기해야 하며, 이를 통해서 기업별 임단투로 환원되지 않는 새로운 실천 양태를 만들어가야 한다.

첫째, 비정규직․중소기업․이주 노동자들의 쟁점을 제기하고 이를 통해 ‘계급’대중운동을 복구해야 한다. 

둘째, 기업별 임금 투쟁을 사회임금 확보 투쟁으로 전환시킬 사회공공성 확대 투쟁에 나서야 한다. 

셋째,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 차원, 국민경제 차원, 더 나아가 지역경제와 세계경제 차원에서 자본 축적 과정에 개입하고 우리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넷째,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남북한의 경제협력과 통일 과정에 개입해야 한다.

다섯째, 반전평화․환경․여성 등의 과제를 노동계급이 주도해야 한다.

이러한 쟁점들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면 높은 수준의 정치적 대중투쟁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특히 민주노동당의 제도정치 진출은, 만약 운동정당 노선에 따라 적절히 활용되기만 한다면, 선전․선동과 조직화에 새로운 장을 여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기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러한 전망을 갖고 각자의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노동운동 내 주체가 형성되어야만 한다. 

 

18. (사회운동의 혁신)

여성, 환경, 소수자의 권리 등을 둘러싼 사회운동들을 발전시키고 당과 노동조합운동․사회운동 사이의 연대를 형성해야 한다.


(해설)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통적 노동조합운동 외에도 여성운동․환경운동 등 다양한 급진적 사회운동이 필요하다는 게 60년대 이후 서구 좌파가 얻은 교훈이다. 이제 이는 북반구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요즘은 오히려 남반구에서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공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이들 영역이 중간층 자유주의자들에 의해 독점되어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여성운동․환경운동이 ‘시민’운동으로 치부되면서 자유주의 정치 세력의 지반으로 방치되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 대중이 여성․환경 등의 쟁점을 통해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 의식을 갖고 대안을 추구할 계기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여성, 환경, 소수자(장애인, 성적 소수자)의 권리 등을 쟁점으로 새로운 사회운동들을 일궈야 한다. 그리고 당과 노동조합운동이 이들 사회운동의 과제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 안도록 내부를 혁신해야 한다.

농민운동, 학생운동과 같은 전통적 대중운동도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생태환경 보호나 다양한 공동체적 생활 양식의 형성 같은 새로운 쟁점들을 통해 자기 혁신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계급적․사회주의적 가치에 뿌리 박으면서도 새로운 사회운동들에 대해 개방적이면서 전향적인 태도를 지니는 주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19. (그룹의 필요성)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조운동․사회운동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민주노동당 내 대중활동가들의 조직, 즉 실천 네트워크와 토론의 장 역할을 할 조직이 필요하다.


(해설)

누가 결집해야 하는가? 어떠한 경향이 확대되어야 하는가? 어떤 세력이 당을 짊어져야 하는가? 한 마디로 당의 영혼을 지키고 그것을 육화(肉化)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당의 영혼이란 무엇인가?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아래로부터 민중 권력을 구축하며 민주․평등․해방의 대안 사회를 건설한다는 당 강령의 기본 정신이다. 그 당 강령 정신을 다른 누구보다 진지하게 생각하며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상의 모든 활동을 이 전망 아래서 바라보고 추진하는 동지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사회주의자’란 무슨 이념가나 직업적 활동가가 아니라 바로 이러한 고민과 지향을 지닌 모든 당원 동지들이다.

이제까지 민주노동당 내에서 사회주의 지향을 지닌 당원들은 이미 특정한 정파 형태로 당에 결합한 경우(평등연대, 다함께)가 아니면 주로 지역 수준에서 느슨한 모임을 가지며 활동하거나 아니면 아예 당원 개인으로 활동했다. 한편 민주노조운동 내에서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활동가․선진노동자들은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주로 노조 내의 선거 경쟁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당의 사회주의적 성격 강화와 노동계급정당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활동과 분발, 연대가 필요하다.

시급히 민주노동당 내 사회주의자 그룹(이하 ‘그룹’)을 건설해야 한다. 이 그룹은 소수 활동가의 음모적인 비밀 결사가 아니라 민주적이고 공개적인 선진대중의 조직이어야 한다. 그리고 당권을 좇는 인사 파벌이 아니라 이상과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이념 조직이어야 한다. 또한 당을 숙주로 활용하는 당내 당 혹은 외부 세력의 프랙션이 아니라 당내 의견그룹이어야 한다.


20. (그룹의 기본 과제)

그룹은 당의 노동계급적․사회주의적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당 강령의 사회주의 지향을 더욱 발전시키고, 당의 모든 활동에 참여․개입하며 대안을 제출하고, 자신의 활동 현장에서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해설)

우리는 다음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첫째, 당 강령의 사회주의 정신을 확산․발전시켜야 한다. 사회주의 지향의 당원들을 결집하고, 그 이념을 다양한 수단을 통해 선전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극복과 대안 사회의 건설 방안을 앞장서서 연구하고 다듬어야 한다. 당의 모든 활동을 그 전망 아래서 해석하고 평가하며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모든 회원들은 1년에 1회 이상의 정치교육을 가져야 할 것이다.

둘째, 당운동에 대한 노동계급의 결합을 강화해야 한다. 선진노동자들이 더 이상 노동조합의 임단협에만 매몰되지 않고 폭넓은 정치․사회운동에 결합하도록 자극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현장 단위로까지 일상적으로 정치 선전 지침을 유포한다. 최소한 1주에서 2주 단위로 선전 지침을 공유하고 그것을 주위의 대중에게 확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지침에 대해서는 전 조직적인 평가 작업을 벌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의원단의 활동과 노동 현장의 관심을 서로 연결하는 데 당내 그 어느 부분보다 앞장서야 한다. 또한 보다 많은 노동자 당원들이 지역 차원의 정치활동․사회운동에 결합하고 열성 당원, 더 나아가 정치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셋째, 당 혁신의 기관차가 되어야 한다. 당내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당을 대안 사회의 실험장으로 만드는 것은 한 두 번의 시도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 변혁을 위해 새로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도 수 없이 많다. 심지어 집권 이후까지도 당 혁신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이 작업은 사회주의자들만의 과제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누구보다도 우리가 이에 앞장서야 한다.


21. (그룹과 제 정파․경향 사이의 관계)

그룹은 의회주의․개혁주의를 경계하고, 낡은 스탈린주의 전통의 한국판인 주체사상을 비판한다.


(해설)

사회주의 내에는 다양한 유파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대안사회상에 대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시장사회주의, 참여계획 등). 우리는 공동의 실천을 벌이면서 또한 서로간에 의견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민주노동당에 존재하는, 혹은 대두하고 있는 위험한 경향들에 대해서는 치열한 경계와 극복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

첫째는 의회주의․개혁주의 경향이다. 사실 이제까지 민주노동당 안에는 본격적인 의회주의․개혁주의 그룹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이 제도정치에 진출하고 그 폭이 넓어지면 질수록 그러한 성향이 강화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경향에 대해 비판하고,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은 쉽게 부르주아 정치의 부속물로 전락해버릴 수 있다.

(‘사회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자주 쓰이는데, 이는 이 말을 사용하는 쪽에서나 비판하는 쪽에서나 많은 혼란과 오해를 낳기 때문에 적절한 용어는 아니다. 당내에서는 주로 유럽 주류 좌파정당들의 노선을 일컫는 말로 쓰이는데, 이들 정당 내에는 의회주의․개혁주의 경향이 지배적이지만, 또한 이를 비판하고 넘어서려는 경향도 존재한다. 역으로 이들의 왼쪽에 있다는 공산당 내에도 의회주의․개혁주의 경향이 나타나곤 했다. 따라서 우리의 맥락에서 정확한 용어는 ‘사회민주주의’보다는 ‘의회주의․개혁주의’다.) 

둘째는 주체사상파다. 혹자는 주체사상파를 민족주의자들이라 칭하지만, 이것은 정확한 이해가 아니다. 이들은 스탈린주의의 계승자들이다. 스탈린주의의 일국사회주의상(일당독재, 명령경제 등)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으며, 다만 그것의 동아시아적 형태로서 민족적 측면을 강조하기 때문에 민족주의적 외양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민족주의 대 사회주의’의 구도가 아니라 ‘스탈린주의 대 21세기 사회주의’라는 구도를 통해 이들과 경쟁하고 극복해야 한다. 

현재 민주노동당에서는 특히 주체사상에 대한 비판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첫째 이들이 당을 자신들의 전략적 목적에 종속시킨다는 분명한 목표(소위 9월 테제) 아래서 당내 다양한 경향들 사이의 공존을 부정하는 종파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에 대한 이들의 무비판적 태도가 한반도의 격변에 대한 당의 무방비 상황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이들의 변혁론에서 여전히 친6․15 세력과의 연대라는 형태로 민족부르주아지와의 동맹이라는 전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즉, 보수정당들 중 일부에 대한 비판적 지지의 가능성을 여전히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의회주의․개혁주의 경향과 마찬가지로 당의 전반적인 우경화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세력들과의 경쟁과 대립은 결코 기존의 정파적 갈등의 연장선에서 이뤄져선 안 된다. 2004년 당직 선거는 그 마지막 장면이어야 한다. 이제는 당의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즉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D. 조직노선


22. (그룹의 가입 원칙)

그룹은 당 활동의 각 현장에서 실천하는 대중활동가들(선진노동자, 열성당원)의 개인 가입을 원칙으로 한다. 각 회원은 자신이 활동하는 지역과 노동 현장에 따라 권역별로 편제되어 활동한다.


23. (그룹의 운영 원칙)

그룹은 민주적 운영을 원칙으로 하며, 공개적으로 활동한다. 그룹은 민주노동당이 당 안에서 대안 사회의 기본 원리(당내 토론 민주주의의 활성화 등)를 실현하도록 만드는 데 앞장선다.

24. (그룹의 연대 원칙)

그룹은 기존 정파 구도와 상관없이 민주노동당에 참여하는 노동조합운동․사회운동 내의 모든 사회주의 지향 세력들에 문호를 개방한다. 그룹은 민주노동당에 참여하지 않는 사회주의 세력들과도 공동전선을 형성하며 연대․협력한다. 


25. (그룹의 조직 건설 과제)

그룹은 당내에서 사회주의 이념․정책의 발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우선 정책연구 단위(연구소)의 설립에 착수한다. 그리고 선전․선동의 지침이 일상적으로 신속하게 회람․유포될 수 있도록 다양한 매체를 강구한다(기관지 등).


26. (그룹의 당면 실천 과제)

그룹은 당면 실천 과제로 특히 다음의 과제들에 주목한다.

① 제도정치와 대중운동의 결합이라는 추상적 원칙만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의원단 활동과 현장 활동을 결합시킬 구체적 쟁점들을 발굴해 이를 선도한다. 

② 노동조합의 정치적․사회적 실천을 위해 필요한 선전․선동과 조직화 작업을 추진한다.

③ 지방자치선거 대응 등 주요 당활동에 대해 사회주의적․노동계급적 방향에서 개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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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힘지도부의 고민

  • 분류
    자료실
  • 등록일
    2005/03/13 14:30
  • 수정일
    2005/03/13 14:30
  • 글쓴이
    서른즈음에
  • 응답 RSS
박장근, 이종회, 박성인 3인의 글입니다.


정치변혁과 사회변혁을 어떻게 결합해 나갈 것인가?
커버스토리

기관지노힘 제60/61호
박성인 노동자의 힘 중앙위원, 노동자의 힘(준) 2기 대표



정치적 재조직화에 대한 결의

2기가 출범할 때(5차 총회) 노동자의 힘의 조직발전전망을 6차 총회에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2기 중집은 첫 대의원대회에서 사업기조와 방향으로 “혁신과 연대를 통한 정치적 재조직화”를 결의했다. 좌파운동 전체에서 또는 노동자의 힘이 기존의 좌파운동의 이념과 조직활동 방식 전반에 대해서 교조주의?종파주의적인 태도를 극복하기 위해 자기혁신을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첫 문제의식이었다.
두 번째로 모든 활동을 정치활동을 중심으로 재조직하자는 것이었다. 기존의 노동자의 힘이 여러 노동조합과 현장, 단체, 연구소, 부문 등의 활동을 해 왔는데, 이 모든 활동을 계급정치를 중심으로 재정리 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바로 그러한 정치적 재조직화 과정에서 좌파들과 연대활동을 전개하려 했다. 이는 노동자의 힘의 이름으로 공공연하고 독자적인 정치활동을 전개해 나가는 것을 의미했다.
세 번째로 모든 활동을 조직중심의 활동으로 재조직하자는 것이었다. 노동자의 힘의 공식적 조직체계(기본단위 - 대의원대회 - 중집)를 중심으로 의사결정과 집행을 전개하도록 공적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노동자계급정당, 비제도적투쟁정당

2기 중집은 6차 총회 때 노동자의 힘 조직발전전망으로 “노동자계급정당, 비제도적투쟁정당, 국제운동정신을 계승하고 혁신하는 당을 건설하자”를 제출했다. 중요한 문제의식은 민주노동당이 출범한 이후에 노동자의 힘이 정당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를 객관적으로 요구받았다는 점이다. 민노당은 공식적으로 노동자가 앞장서서 민중이 중심이 되는 진보정당이라고 성격을 규정했는데, 이는 계급연합정당이자, 합법진보정당이며 의회주의적 대중정당이라는 판단을 했다. 그러면 이와 다른 노동자의 힘은 당건설의 전망은 무엇이냐에 대해 답해야 했다.
첫 번째는 ‘노동자계급정당’이다. 이는 계급연합정당이 아니고,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노동자계급은 다른 계급과는 다른 역사적 사명이 있다. 계급해방, 인간해방이란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념적 조직적인 독자성을 갖는 노동자계급정당이어야 한다. 타 계급은 민중연대 같은 전선에 만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자계급정당이다.
두 번째는 비제도적 투쟁정당이다.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한 이후에 국제 변혁적 좌파가 직면한 극복해야 할 두 가지 문제는 의회주의적 사민주의적 정치세력화와 스탈린주의적 정치였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변혁적 좌파의 새로운 정당 건설을 위해서 극복해야 할 내용들이다. 그 핵심은 결국 ‘변혁운동과정에서 정치변혁과 사회변혁을 어떻게 결합해 나갈 것인가’인데, 그것은 당이 기존의 국가권력을 장악하는 것만으로 한정해서는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당이 자신의 목적을 국가권력 장악만으로 한정시키지 않고, 오히려 노동자 민중의 대중투쟁기관을 조직하고 지원하여 그것이 대체권력으로 진전할 수 있도록 할 때 정치변혁과 사회변혁의 유기적 결합이 가능해 진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을 수 있는 현 수준에서의 규정은 어떤 것인가? 그것을 비제도적투쟁정당으로 개념화한 것이다.
이 문제는 나중에 사회당이 합법정당을 띄울 때, 비제도적투쟁정당 문제가 의회와 선거에 대응할지 말지의 문제로 논쟁이 전개됐는데, 무조건 의회는 안된다는 의미로 문제가 협소화 되기도 했다. 총회 결의를 통해 조직적으로 결정은 했지만, 당시에 조직내부의 정치토론이 충분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이후 내부의 신입회원 토론과 정치교육을 통해 더 공론화되었고, 토론 되었다. 아직은 내부적으로 그러한 수준이고, 비제도적투쟁정당이라는 개념은 더욱 구체화시켜 나가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그런 것이 현재 조직발전전략 토론에 연결되고 있다.

정치조직으로서 조직체계

조직체계를 고민하면서 형식을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라, 조직의 내용과 역량의 발전정도에 기초해서 중앙을 어떻게 꾸릴 것이냐가 관건이었다.
당시 2기 체계는 ‘대의원대회-중집-대표’였는데, 여기서 대표는 총회에서 선출되지만 조직의 기구가 아닌 역할로 규정했었다. 당시까지 기구로서 대표 체계를 갖기엔 노동자의 힘이 사상적 조직적, 지도력이 구축되지 않았고, 그래서 중집체계를 통한 조직 내 집단지도체제의 성격을 가졌다. 그러나 총회에서 대표를 선출했다는 의미는 중집체계에서 역할로서의 대표 였다.
그런데 대의원대회 체계는 정치조직에는 걸맞지 않는 체계였다고 판단한다. 정치조직에 걸맞는 체계는 ‘중앙위원회-중집’의 체계라고 본다. 집행과 의결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통일시켜 나갈 수 있는 체계는 ‘중앙위원회-중집’체계다. 기본단위의 정치적 활성화를 통해 중앙위원회가 활성화 되어 의사결정과 집행력을 담보하고, 중집 역량은 중앙위원회에서 전국적 정치사업의 일상적으로 집행할 역량을 갖출 때 조직이 의결과 집행의 분리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물론 조직체계의 형식 자체가 문제를 다 해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조직의 내적 통일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중앙위원회-중집 체계가 정치조직에 걸맞는 체계일 것이다.
2기 때의 대의원대회 체계의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그것이 조직 형식의 한계만은 아니었고, 지금까지도 계속 과제로 남아있는 의결과 집행의 통일 문제라고 본다.

2기의 고민

당시도 노동자의 힘은 초창기였고 준비모임 단계였다. 조직내부의 정비가 안 된 상황에서 주요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중집의 입장을 제출했지만 모두 사업으로 조직화되는 것은 아니었다. 중집의 입장과 사업으로의 조직화 사이의 유기적 통일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가 가장 큰 어려움이자 과제였다.
둘째, 한편에서는 민노당과 구별되는 노동자의 힘의 독자적 정치활동이 무엇인지,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의 단체나 노동조합, 현장조직 등과 구분되는 노동자의 힘의 독자적 정치활동이 상과 내용이 무엇인지 요구받았다. 이점과 관련해 현장정치활동, 계급적 정치활동에 대한 입론의 시도는 했지만, 완전히 정리하지 못 했다.
셋째, 지금도 여전한 문제다. 노동자의 힘의 독자적 정치활동의 조건의 확보 문제다. 일상적이고 전업적인 역량과 그런 역량(중앙+전국)을 유지할 재정적 뒷받침의 문제가 어렵고 취약했다. 일정 정도 진전은 있지만 아직도 해결할 과제로 남아있다.
넷째, 노동자의 힘이 출발할 당시 120명 정도로 시작해서 2기 때, 200명 정도가 되었다. 개념적으로 노동조합, 단체, 현장 출신의 활동가들이 모였지만 당시까지 현장 출신의 활동가들의 결합이 많지는 않았다. 또한 현장 활동가들의 조직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꾸준히 현장활동가들이 많이 결합되고 있는데, 이 의미는 무척 크다. 반면 현장활동가들이 늘어난 만큼, 조직 활동과 운영에서 그에 걸 맞는 준비를 충분히 하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주요투쟁

첫 대의원대회에 2기의 사업계획 중 대중투쟁의 결합과 조직을 위해 두 가지를 제출했다. 두 가지 핵심투쟁과제를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저지투쟁과 비정규직 투쟁으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투쟁에 집중하면서, 민중연대와는 별로로 공동투쟁본부를 제안했다. 대우자동차 투쟁을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에 맞선 투쟁이고, 이 투쟁을 김대중 퇴진으로 발전시킬 공투본을 제안하고 건설했다.
2001년 상반기까지 이 투쟁이 확대되면서 민주노총이 5월 1일부로 김대중 퇴진 운동을 공식결의 하기에 이른다. 이에 노동자의 힘이 “퇴진! 김대중, 조직! 총파업, 건설! 노동자계급정당”의 기치를 내걸고, 전체 신자유주의의 역학 관계를 깨기 위해, 전체 순회토론회를 개최하며 본격적인 대중투쟁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구상은 단병호 위원장의 5월 1일 결의선언-현대자동차 파업-전국 총파업으로 가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7월 5일 현대자동차가 4시간 부분파업, 즉 사실상 파업 철회를 하게 되면서, 일련의 과정에서 전선자체가 무너지게 되었다. 2기 말에 조직 내외적인 요구로 현대자동차 파업 철회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다. 여기서 노동자의 힘이 가지는 대공장 조직화의 문제와 정치조직으로서의 노동자의 힘 활동 방식에 대한 반성지점이 드러났다. 이 문제 또한 여전히 지금까지 노동자의 힘에 내재하고 있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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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연대, 정치적 재조직화"의 기치를 걸고
커버스토리

기관지노힘 제60/61호
이종회 노동자의 힘 중앙위원, 노동자의 힘 3, 4기 대표



조직체계의 변화와 연속성

3기 처음 시작할 때 노동자의 힘은 집중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황이었고, 여전히 현장영역, 연구자들, 단체영역, 노동조합 영역 등의 내부 원심력이 작용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지도력을 집중시키고자 만든 것이 통합지도부의 성격을 가지는 중집체계였다. 4기로 가면서 나름대로 일정한 집중력이 확보되었다고 판단하고, 집행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위원장-사무처장 체계로 전환했다.
중앙위원회는 중앙위원들이 기본단위 대표로서 기본단위와 지역의 근거를 가지고 활동해 나가고, 다른 면으로 기존의 중집체계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전 조직차원에서 자기계획을 제출하고 수행하는 선출직 중앙위원으로 구성했다. 선출직 중앙위원들의 자기 역할이 초기 계획만큼은 안되었기 때문에 4기 말에 선출직 중앙위원회 체계에 대한 문제제기 또한 상당히 있기도 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정치조직에 걸맞는 체계는 4기의 중앙위원회 - 사무처 체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조직 구심력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4기의 체계는 위험한 체계이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현재 노동자의 힘 내부에 응집력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그 문제 이전에 성원들 다수가 노동운동을 중심에 놓기 때문에, 조직 중앙에서 상근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크다. 물론 여기에는 재정문제도 중요하다. 그런 문제들을 감안할 때, 4기 때는 사무처의 집행력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관료가 되자며, 정치적 과제와 정반대되는 표현까지 쓰기도 했다.
3기와 4기의 차이점을 평가 하자면, 중집부서 단위로 활동하는 것과 사무처 단위로 활동하는 것의 괴리다. 중집 단위로 갈 때는 다들 각 부서단위 중심체계라 전체회의 잡기도 힘들었고, 사무처 단위로 활동할 때는 부서단위의 집중력은 있지만, 그것이 조직 전체의 집행력으로 확보되지 못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4기의 사무처 중심 체계에 3기의 중집 - 일정한 정치적 지도력이 인입되면 문제가 해결되었겠지만 - 바램과 달리 3기에서 4기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선출직 중앙위원체계를 두었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했다. 1기부터 지금까지 각 기수마다 조직의 연속성이 담보되지 않은 것은 이같은 문제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적 배치가 언제나 힘들었다. 그간 대표는 임기제였지만 사무처나 상집이 임기제는 아니었는데, 대표 임기가 끝나면서 사무처, 상집의 임기도 끝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조직의 연속성이 담보되지 못한 것에는 그런 문제도 크다고 본다. 앞으로는 안정적 집행력 확보가 대표 선출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조직의 연속성이다.

정치적 재조직화 사업

“혁신과 연대, 정치적 재조직화”의 기치를 걸고 사업을 추진했다. 그 당시 사회당을 포함한 몇 조직에서는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이 말은 좌파통합의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쟁점은 “대상이 누구냐?”에 맞춰졌다. 기존의 비합조직에 대해서는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큰 쟁점이 된 것은 사회당과 민주노총 중앙파에 대한 태도 문제였다. 특히 사회당에 대해서는 일부가 학생운동에서 부딪힌 문제 때문에 쟁점이 되기도 했었고, 합법정당 노선에 대한 태도문제, 특히 사회당의 합법정당 노선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위원회에서 대의적인 정치적 재조직화의 대상으로 사회당과 중앙파의 좌파까지는 대상에 포함하기로 합의하였었다.
외부에서도 사회당뿐만 아니라 이래저래 통합에 대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내부에서는 대상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면서, 3~4기를 거치는 동안, 활동가정치조직 건설을 위한 전국활동가 수련회 등 정치적 재조직화 사업을 진행했다. 결과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고 그러한 과제는 노선 수준이던 조직의 분파주의적 성격이던 어떤 수준에서 거론하더라도 쉽지않은 일이었음은 틀림없다.
그 다음으로 4기의 사업기조가 큰 쟁점이었는데, 그 당시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2단계로 규정하고 반세계화 투쟁을 중요한 사업기조로 제출했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반세계화라는 기조가 현장과 괴리되는 정치적 수준에서의 슬로건 중심이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제출되면서 쟁점이 되었지만 이후 실질적인 사업과정에서 많이 정리된 편이다.

대중투쟁의 새로운 모색

전략이라고 하면 계급배치의 문제인데, 작금의 우리 사회 계급구성을 새로이 분석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는 비정규직이 70%인 상황이고, 농민은 정권과 자본의 구상으로는 향후 10년을 내다보면서 50만으로 줄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고 그나마 경쟁력 있는 농업자본을 키우면서 농업노동자로 재편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 현재도 절대빈곤에 허덕이는 빈민이 500만을 넘어서고 있는 세계화시대의 계급에 대한 이해와 이에 따른 정치적 전망을 수립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이다. 노동문제만을 바라보더라도, 대기업, 정규직, 남성노동자를 중심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현재 민주노총의 핵심적 기반이라는 데서, 모든 투쟁과 현실적인 역학관계를 포함하는 모든 측면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된다. 역사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이를 넘어설 전망을 가져야 한다. 민주노총에서 시작한 민주노동당의 문제를 제기하지만 사실 노동자의 힘도 여기서 자유롭지는 못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계급구성을 변화하게 만드는 정치적 요인으로 현시기 자본운동에 대한 이해와 그 핵심으로서 세계화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빈곤을 핵심의 과제로 제기하고 투쟁을 기획하는 것,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투쟁의 주체로 세워내는 것이 중요하다. 첫 번째 과제는 대체로 동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를 주체로 세워내는 문제는 그 경로에 대한 논의와 실질적인 조직화과정이 있어야겠지만 결코 쉽지 않고 진실로 단기간에 어떤 전망을 구체화하기도 쉽지 않을 힘든 부분이다. 그러나 노동자의 힘 내부의 정치적 이해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앞에서 거론한 조직적 현실이, 비정규직 주체가 적다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
이제 대중투쟁에 대한 판단을 한다면, 기존 투쟁은 98년 정리해고와 파견법이 노사정 합의에 의해 합법화되었지만, 이를 이듬해 현대자동차 투쟁에서 소위 식당아줌마에 대한 정리해고를 인정하면서 노사정 합의를 대중적으로 실체적으로 동의하고,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저지투쟁에서 무너짐으로서 힘 관계에서 정리되어 버렸다.
이제 구조조정 1단계를 넘어 그 다음 단계의 투쟁이 준비되어야 한다. 자본운동이 변화하면서 자본은 이에 따른 노동의 재편, 노동운동의 재편을 강제하고 있다. 이것이 지금의 새로운 노사정합의의 실체이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대거 진입하는 개가를 올린 이후 실험적으로 전개되는 산별투쟁에서 그 다음 수순이 보이고 있다. 새로운 투쟁주체 형성의 시발점이 발전, 가스, 철도, 그리고 금융부문 노동자의 투쟁이었다. 노동자의 힘의 최근 대중투쟁과의 결합에 대한 평가는 이 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핵심은 역시 비정규직 투쟁이다. 그러나 아직 노동자의 힘의 기반은 그러한 투쟁들과 결합할 주체가 미미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앞으로는 세계화, 빈곤, 비정규직, 실업문제와 같은 쟁점과 관련한 대중투쟁을 기획해 들어가야 한다.

여성운동은 일상적 운동으로 재조직해야

사회주의 붕괴 이후 그간의 운동에 대한 평가는 운동의 전망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리와 함께 이루어졌다. 그 중 가장 큰 부분이 여성주의와 관련한 부분일 것이다. 그것이 보수적인 사회, 더구나 성적으로 진보적이지 않은 운동진영,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나에게도 가장 압축적인 정치적 긴장으로 다가온 부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의 핵심적인 표현이 여성 100인위원회의 활동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른 어떤 조직을 거론할 것도 없이 노동자의 힘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동네이다. 그 운동은 폭로를 넘어선 일상적 운동으로 재조직되어야 한다. 내 판단으로는 그것이 노동자의 힘의 과제이다. 최근 노동자의 힘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여성문제와 관련한 일련의 진통은 이를 넘어서는 경로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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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당면 과제로 제안하며
커버스토리

기관지노힘 제60/61호
박장근 노동자의 힘 대표



조직형식과 정치활동의 통일

1기는 운영위원회-중집-공동대표로, 2기는 대의원대회-대표로, 3기는 중앙위원회-중집-대표로, 4, 5기는 중앙위원회-사무처-상집으로 조직체계가 구성되었다.
이것은 조직형식의 문제이자 내용반영의 문제다. 핵심은 조직전체의 단일성과 연합적 성격이 서로 충돌하고 긴장하는 문제이자 집적과 집중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표현이 상집이냐 중집이냐의 판단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조직의 연합적이고 연방적인 성격보다 단일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왔다. 단일성 강화는 성원들에게 조직의 정체성 강화로 드러났고, 개인과 조직의 문제에서 조직운동의 한 부분으로서 개인운동이라는 공통지반이 생겨났다. 이것은 노동자의 힘 창립에서부터 운동사회 내의 공적 지위의 강화와 확대의 측면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5년의 약평

5년이 된 노동자의 힘을 평가는, 노동자의 힘이 가지는 조직의 자기 정체성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고 강화되어 왔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먼저 ‘해방을 지향하는 조직으로서 계급 대중 속에서 호흡하며 함께 살아가는 조직이었냐’는 점에서 보면, 계급의 한 부분으로써 스스로를 일치시키고자 하는 조직 내 긴장은 높았고 지금도 그러하다. 대중의 일상적 이해와 근본적 모순을 결합시키고, 실천 과정에서 계급의식을 강화시키고자 했다. 방법도 교육주의와 선전주의를 극복하고자 했다. 이것은 노동자의 힘이 가지고 있는 자부심이다.
두 번째, 노동자의 힘은 실천그룹으로서, 행동그룹으로서의 원칙을 강화해오는 경향이었다. 노동운동의 주요한 투쟁지점에 실천적인 결합을 했고, 그 중심에 노동자의 힘이 있고자 노력해 왔다. 실천의 정치, 행동의 정치가 결합된 비제도적투쟁정당론은 우리 운동의 선도성, 헌신성, 역사적 소명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세 번째, 반자본주의, 근본적 변혁, 해방, 사회주의 등의 강령 건설투쟁을 해오고 있다. 노동자의 힘은 아직 그 과정에 놓여있고, 지난 5년간은 그것들을 다지는 과정이었다. 이론과 실천의 결합이라는 원칙을 조직의 관행이자 풍토로 잡아나가며, 현 정세의 노동자계급투쟁을 직접적인 소재로 하는 강령건설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자의 힘 강령건설투쟁은 그 과정에 굴곡은 있었지만, 아직 진행형이다. 사회주의권의 몰락이 세계노동계급운동에서 패배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고, 다른 측면으로는 사회주의가 상표 브랜드처럼 등장하기도 하지만, 노동자의 힘 강령건설투쟁은 의미있는 역사적, 실천적 실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노동자의 힘이 너무 행동주의고 실천주의라고 지적받기도 하고 대중 속에 숨어있는 대중추수주의라고 지적받기도 하지만, 노동자의 힘 5년의 총평을 하면, 대중, 조직, 투쟁, 사상, 정치 노선의 계급적 강화의 방향이었다고 생각한다.
노동자의 힘에서 여전히 남는 문제 중 하나는 조직 내 운동의 연합적인 질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정세와 조건에 따라 유지되기도 확장되기도 하기 때문에 그 자체를 문제 삼으면 너무 단선적이다. 노동자의 힘 창립 시점을 보면 90년대 운동의 산물로서 노동조합 좌파 그룹, 지식인 운동의 부분, 단체운동의 부분이 연합적인 질이었는데, 이러한 초기연합적 질을 발전적으로 극복되었고, 하나의 정치조직으로 스스로를 확인해왔다. 1~2년 정도에 조직구성원의 다양성이 넓어지고 조직 활동 영역이 확장되면서 각 운동의 영역 내외에서 연합의 질은 그 성격이 변화되어 나갔다. 이러한 조직구성과 영역의 확장은 항상 지도력의 위기의식으로 표현되어 왔다. 역대 지도부의 차이점은 이러한 조직상태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체계와 지도부의 구성의 문제는 언제나 남아 있는 문제일 것이다.

현재 진행형인 5기

현재 남한좌파운동의 고민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노동자의 힘 조직발전전략 논쟁이다. 노동자의 힘이 중심에 서야 하는 요구와 비노힘, 반노힘에 대한 긴장이 과잉된 측면도 있다. 현재는 노동자의 힘이 계급적 좌파의 주체 상태를 보면 전체결집과 당건설투투쟁을 자임하며 나가야할 처지에 있는데, 조직내부의 어려운 여러 가지 조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처지를 회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씩씩하게 실천하고자 할 것이다. 그 핵심은 계급적 좌파진영의 분산성, 불균등성, 분파성 등을 어떻게 당적 운동으로 상승시키고, 당적 단결을 도모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노동자의 힘에 요청되는 주동성이 과하면 패권주의로 경계될 것이고, 덜하면 책임회피가 될 것이다.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는 방법이 말만큼 쉽지는 않아 보이고 이것이 큰 고민이자 숙제이다.
이번 총회에서 하나의 안이 가결될 것이다. 무엇으로 결정되든 그것은 여전히 과도적이고 시작점이다. 이번 조발안 검토의 의미는 노동자의 힘의 조직발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피억압계급 대중과 계급적 좌파진영에 계급정당건설을 당면의 과제로 제안하는 것이다. 2~3년을 보며, 노동자의 힘과 계급운동의 성과를 보며, 조정과 보완, 수정이 진행될 것이다. 노동자의 힘 총회를 바라보는 동지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결정을 굳어진 것으로만 보지 말고, 현 운동의 상태에 대한 표현으로 봐 주길 바라고, 주체로서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

대중운동의 위기

솔직히 말해 민주노총 4기 지도부 출범 이후, 노무현의 대노동정책과 민주노총의 기조는 잘 맞물리는 과정이었다. 계급적, 민주적 발전이라는 모토에서 보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그것은 민주노조운동의 지도성의 위기, 나아가 정체성의 위기로까지 확대되었다. 그래서 상반기 대중운동의 양상을 보면, 계급대중의 반신자유주의 투쟁이 여기저기서 상승되었지만, 현 지도부는 이 투쟁을 발전시키는데 인색했고, 대중의 자발적 투쟁은 각개격파 되었다. 산별 연맹의 협상도 상생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현정부와 민주노총 지도부는 하반기도 그렇게 갈 것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사회적 합의주의로 표현되는 노사정 합동 프로그램은 정부의 대노동정책, 자본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민주노총 지도부의 자기의지가 3박자를 제대로 맞춘 것이다. 노동자의 힘은 이것을 대중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전선을 설치하고 확장하는 것을 대중운동의 집중 고리로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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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발전력략 안들-노힘

  • 분류
    자료실
  • 등록일
    2005/03/13 14:29
  • 수정일
    2005/03/13 14:29
  • 글쓴이
    서른즈음에
  • 응답 RSS
노동자의 힘총회(8월28일) 모두 부결됨


원용수 안(1등)
남구현·박성인·이종회 3인 안(2등)
김태연의 안(표결 3등)



조직발전전략(안)

기관지노힘 제60/61호
김태연 노동자의 힘 조직발전전략특별위원


1. 조건진단과 정세전망

1)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한계와 기회주의의 득세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는 필연적으로 반자본 투쟁을 촉발시켰다. 특히 98년 2월의 투항적 노사정합의에 대한 노동대중의 분노는 광범위한 현장투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계급적 좌파진영은 전국적 수준에서의 단일한 조직대오를 갖추지 못한 채 단위 사업장 차원의 고립 분산적인 투쟁을 넘지 못했다. 정치조직이 제 역할을 못하는 가운데 계급적 좌파진영의 주요한 토대였던 현장조직대표자회의는 그 실천의 중심이 단사 현장을 뛰어넘지 못함으로서 총자본의 공세 하에 차례로 패배를 맞게 되었다. 좌파가 주도한 노동조합 차원의 반신자유주의 총파업투쟁 역시 탄탄한 현장구심과 그것을 전국적 수준으로 엮어낼 수 있는 단일한 체계의 부재로 인해 힘있는 투쟁으로 발전되지 못했다.
반신자유주의 투쟁에서의 패배는 기회주의의 득세로 귀결되고 있다. 대중의 노동자 정치운동 열망은 투쟁을 우회하여 노동자 권익강화를 기대하는 합법주의, 의회주의의 득세로 왜곡되고 있다. 노동조합에서는 98년 노사정 사회합의주의의 망령이 다시 부활하여 민주노총의 노사정 사회합의체제 포섭이 거세게 진행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은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노자 역관계에서 볼 때 노동계급의 전진이다. 자본을 대변하는 보수정당을 부정하고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위해 결집하는 것은 분명 진보이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이런 전진이 향후 한국노동운동 방향을 어디로 이끌고 갈지는 유동적이다. 현재까지는 의회주의, 합법주의, 사민주의의 강화로 귀결되고 있다.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민노당 운동의 진전은 노동대중의 노동자정치운동 열망을 기회주의적인 운동조류로 변질시킬 위험성이 매우 높다.

2) 좌파운동의 위기

우파와 중앙파가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결집되어 노동대중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열망을 조직적 성과로 수렴하고 있는 반면 계급적 좌파진영은 현실적 대안을 제출하지 못한 채 분열되어 대중적으로부터 고립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투쟁의 측면에서 보면 계급적 좌파진영은 여전히 대중투쟁의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고립상황이 계속된다면 최대의 무기인 대중투쟁 주도력을 상실하여 현실운동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조건에 처할 수 있다.

계급적 좌파운동진영의 대중적 고립 경향은 의회전술에서의 정치적 무능력에서 나타났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조직적으로 발전한 노동대중이 노동자 정치세력화 열망을 실천으로 표출할 것은 이미 예견된 정세였다. 폭압적 탄압체제도 아니고 혁명적 고양기도 아닌 현재의 정세에서 노동대중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열망은 대체로 선거를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식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했다. 그 속에는 의회주의 경향과 대중투쟁노선 하의 의회전술 입장이 혼재되어 있다. 그러나 민노당을 주도하는 의회주의 운동노선이 이 모두를 대변하게 되었다.

계급적 좌파세력은 현 시기에서 대체로 의회전술을 원칙적으로 부정하지 않는 입장을 견지했다. 사회당은 좌파의 합법정당을 자임하고 선거투쟁을 전개했지만 노동대중에게 민노당과의 차별을 각인시킬 수 있는 노선적 근거나 현실적 힘을 갖지 못한 채 실패했다.
노동자의 힘 출범을 함께 논의했던 일부 세력 등은 민주노동당 내의 분파로 활동해 왔으나 변혁운동의 조직적 전략단위를 준비할 구체적 전망이 없음으로 인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세력은 최근 민노당을 합법의회전술단위로 규정하고 별도의 정치조직이 필요함을 인정하고 있다.

노동자의 힘은 의회전술 구사를 결정했지만 독자적인 의회전술단위도 마련하지 못하고, 민노당에 대해서는 대립하는 상황에서 남은 방안은 무소속 노동자후보 전술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는 노동자 정치운동을 이미 조직적 실천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는 대중의 상태에 훨씬 뒤쳐지는 방안이었다. 그 결과 노동자의 힘은 의회전술에서 정치적 무능력을 유감없이 드러냄으로서 대중적 고립을 자초했다.

3) 노동자의 힘

노동자의 힘은 출범 이후 5년 간 노동자계급정당건설을 위해 노력해 왔다.
투쟁 : 특히 자본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제국주의 군사패권 전략에 맞서 그 어느 세력보다도 선두에 서서 힘찬 투쟁을 전개해 왔다. 대중과 결합하여 투쟁을 책임있게 조직함으로써 선전선동만 일삼는 극좌파적 한계를 극복했다. 때로는 과감한 선도투쟁을 전개하여 대중투쟁의 돌파구를 여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 결과 노동자의 힘은 정치조직으로서 투쟁에 대한 대중적 신뢰와 토대를 일정정도 확보하게 되었다.
그러나 해당 사업장과 지역의 투쟁을 주도할 수 있는 대중적 토대를 확보하고 있는 근거지는 극히 일부에 머무르고 있다. 때문에 전국적 수준의 투쟁을 자체 역량으로 주도하기는 어려운 조건에 있다.

혁신과 연대 : 노동자의 힘은 출범 당시 좌파의 총결집을 목표로 했으나 그 결집은 일부에 머물렀다. 특히 3주체의 하나인 좌파 현장조직들에 포진되어 있는 수많은 활동가·선진노동자들을 결집하는데 실패함으로써 한계를 안고 출발했다.
이에 노동자의 힘은 계급적 좌파진영 제 세력의 혁신과 연대를 통해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의 주체역량을 강화하고자 해왔다. 이는 당면 사안에 대한 공동투쟁으로 일상적 연대의 강화와 함께 6개 조직간의 활동가 정치조직 건설논의로 추진되었다. 노동자의 힘은 이 사업의 구심역할을 하고자 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여전히 써클주의 운동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대적전선으로 연대하는 기풍보다는 앙상한 '전략주의'에 근거해 분열을 확대재생산하는 분파주의가 크게 작용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조직역량 : 출범 이후 현장의 선진노동자를 중심으로 회원은 일정정도 늘고 있으나 이제 한계에 봉착한 상태이다. 출범 이전 계급적 좌파진영으로 함께 투쟁했던 많은 동지들을 '노힘과 비노힘'으로 구분하는 경계선이 생겼으며 그 틈이 더 벌어지고 있다. 이 경계선을 무너뜨릴 수 있는 운동적 계기를 마련하지 않는 한 조직의 확대는 어려운 상황이다.
노동자계급정당건설 경로는 물론이고 의회전술, 노동조합선거, 산별노조건설전략, 비정규노동자투쟁 등 노동운동의 당면 사안들을 둘러싼 조직 내 입장 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입장 차이에 의해 조직을 탈퇴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차이에 대한 조직적 논의와 조직적 실천의 기풍은 점차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의회전술(민주노동당에 대한 입장) 문제는 조직 출범 당시부터 입장 차이가 확연하게 존재한 것으로서 조직 내 연방주의 강화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는 노동자계급정당건설의 경로와도 관련되는 것으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안이다.

4) 자본·정권의 공세

2004년 4·15 총선 결과 80년대 이후의 반독재 민주화운동 세력을 앞세운 노무현정권은 신자유주의 공세를 위한 정치적 헤게모니를 한층 강화했다. 이런 헤게모니와 수구보수 분파인 한나라당에 대비한 상대적 개혁성을 무기로 노동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그 내용은 신자유주의 체제를 완성하고, 87년 노동운동체제의 재편이다. 이는 민주노총의 노사정 사회합의체제 포섭과 2007년 복수노조체제를 겨냥하여 이미 제출한 '노사관계 로드맵' 관철을 중심으로 추진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본과 정권은 신자유주의에 정면으로 저항하는 노동운동세력에 대해서는 고립·타격하고, 신자유주의의 극단적 폐해를 보완하는 수준의 개혁에 머무르는 노동운동 세력과는 협력할 것이다. 여기에 한나라당에 상대적으로 대비되는 남북정책의 차이를 매개로 운동 내 민족주의 세력과의 협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사회합의주의는 노사정 사회합의체제를 중심으로, 민족주의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중심으로 노무현정권과 정면대립을 피하면서 내용적 협력을 모색하려는 운동 내부의 지형과 조응할 것이다.

그러나 총자본의 공세와 운동 내 기회주의적인 조류의 대응은 노동대중의 요구·지향과 충돌할 것이다. 비정규노동과 차별의 양산, 노동조건 하향평준화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합의에 의한 문제해결 방식은 자본과 정권으로부터 노동대중의 투쟁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며 이는 급기야 노동내부에서 위로부터의 대중투쟁 억제로 나타날 것이다.
이런 경향은 노무현정권과 정면대립을 회피하는 민족주의노선과 민노당을 중심으로 하는 합법주의·의회주의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반면 신자유주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하고 노동시장 유연화가 관철된 상황에서 노동운동은 비정규노동자 문제를 중심으로 제2의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시적 고용불안과 최저임금 수준에서 허덕이고 있는 수백만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는 한 이 투쟁은 불가피하다. 노동조합운동의 비약적 발전은 물론이고, 노동자계급정당을 중심으로 한 변혁적 노동운동의 발전 역시 이 투쟁의 승패에 달려 있다. 노자간의 대립이 격화되는 이 시기 전후하여 노동자계급정당을 시작하지 못하면 우리는 또 한 시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2. 노동자계급정당의 상, 조건, 경로

1) 노동자계급정당의 상

- 우리가 만들고자하는 노동자계급정당은 변혁운동의 전략단위이다.
- 노동자계급정당은 자본주의체제를 타파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영역에서 사회주의 체제를 대안으로 제출하고, 변혁투쟁과정에서의 대중적 요구인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적 요구, 일반민주주의의 진전 그리고 사민주의의 전유물로 치부되고 있는 사회복지강화 등을 투쟁과제로 포괄한다.
- 노동자계급정당의 합법·비합법 여부는 오로지 노자 역관계에 의해 정해질 문제이므로 다수 대중의 지지엄호를 받을 수 있다면 처음부터 스스로 비합법의 길을 걸을 필요는 없다.
- 노동자계급정당은 모든 조직원이 투쟁·조직·교육·선전 등 활동을 기본 요건으로 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보고·승인·평가할 수 있는 체계 내에서 목적의식적으로 '활동'하는 활동가 조직이다.
- 노동자계급정당은 그 자체가 의회전술을 구사하는 단위로 될 수 있고, 조건에 따라서는 별도의 의회전술당을 둘 수도 있다.

2) 노동자계급정당의 건설조건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의 핵심적 요건은 노동계급의 대중투쟁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문제이다. 대중투쟁의 구심인 노동조합 조직(단사현장, 지역, 노동조합 상층 의결집행단위 등)에서 튼튼한 대중적 결합을 이루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적어도 수 천명의 조직활동가들이 결집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소수 지식인·활동가들이 대중적 지지 없이 자임하는 자족적 계급정당건설은 단호히 배격되어야 한다.

3) 노동자계급정당의 건설경로

- 노동자계급정당은 기본적으로 노동대중의 투쟁 과정에서 건설된다.
그동안의 노동대중의 투쟁은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발전시키는 성과를 가져왔고, 민노당이나 노동자의 힘과 같은 정치조직을 건설하는 데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더 큰 투쟁이 전개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 투쟁 속에서 사회합의주의, 의회주의 방식의 운동의 한계를 대중적으로 각인하고 새로운 정치조직의 필요성이 대중적 정당성을 부여받아야 한다. 이 투쟁 과정에서 분열되어 있는 좌파 역량은 물론이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열망을 안고 나서고 있는 선진노동자들을 노동자계급정당의 주축으로 결집시켜야 한다.
2004년 하반기부터 다시 공방을 시작할 비정규노동자문제, 노사관계 로드맵문제 그리고 노사정 합의주의문제, 자유무역협정 문제 등 투쟁과제들이 앞에 놓여 있다. 이 투쟁들은 여러개의 전선을 형성하여 선후를 달리하면서도 2007년 복수노조체제를 계기로 한 노자간 대립으로 모아져 나갈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정당건설은 이 투쟁에 주요 역량을 배치하고 각 세력과의 연대연합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 중심의 강화와 저변의 확대를 통해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한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당면 제 투쟁 과정에서의 강고한 연대로 노동자의 힘을 포함하는 사회주의 변혁운동 세력의 정치사상적·조직적 통일을 진전시켜 노동자계급정당의 주체역량을 강화한다. 그러나 이런저런 조직운동을 하고 있는 좌파역량의 결집은 노동자계급정당건설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리고 좌파역량의 결집 그 자체도 새로운 주체의 형성에 의한 추동 없이는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그간 대중투쟁을 통해 배출되어 있는 선진노동자들을 노동자계급정당의 주체로 결집시켜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대중투쟁의 선두에 서서 이 사업을 해 왔고, 앞으로도 투쟁, 교욱, 선전에 의한 일상적 조직사업을 더 힘차게 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투쟁만큼 조직적 성과가 크지는 않다. 선진노동자들은 반신자유주의 투쟁과 함께 노동자 정치운동으로 나서고 있다. 1만 명 내외의 선진노동자들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열망을 안고 민주노동당으로 결집되고 있다. 민노당 대 비민노당(노힘)이라는 대립전선은 민노당 활동을 의회전술 수준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노동자계급정당 진영으로의 합류를 가로막고 있다. 그간 대응에서 좌파는 주장과는 달리 사실상 의회전술과 의회주의를 동일시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의회전술 수준의 노동자 정치운동을 시작하고 있는 선진노동자들을 의회주의 진영으로 내몰고 있다. 따라서 일상적 대중투쟁과 교육선전에 의한 조직화와 함께 민노당에 대한 개입전술을 통한 대중적 토대 확대를 해나가야 한다.

3. 세부계획

1) 중심의 강화 : 좌파역량의 강화

① 노동자의 힘의 강화

계급정당건설과정에서 노동자의 힘은 노동자계급정당으로 발전적 해소를 하기 전까지는 여전히 강화되어야 한다.
민노당 개입전술결정을 계기로 2004년 말까지 그간 노동자의 힘 합류를 미루고 있는 동지들의 가입을 추진하여 1차로 조직확대를 해야 할 것이다. 민노당 개입활동의 성과로 투쟁노선에 동의하면서도 그간 민노당ː반민노당(노힘) 전선으로 인해 조직에 합류하지 못한 동지들을 2005년 말까지 결집시켜 내야 한다. 이와 함께 현장조직의 재편과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2005년 말까지 현장활동가 역량을 조직으로 결집해야 한다. 이런 조직사업을 통해 2005년 말까지는 1천명에 가까운 대오로 조직을 확대해야 한다. 이런 조직 역량은 좌파세력 통합의 추동력을 크게 강화할 것이다.

조직확대와 함께 조직내부 체계 강화와 정치사상적 통일성 강화사업이 2005년 말까지의 기간을 두고 일련의 프로그램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기본단위는 활동공간을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구성 기준도 완화하여 3인 이상이면 기본단위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여 일상적 활동과 노동자의 힘의 기본단위를 일치시켜 나가야 한다. 지역 노힘은 이 기본단위의 연합체적 성격을 갖도록 하여 지역 노힘과 기본단위의 사업과 운영상의 차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
양적으로는 조직역량의 절반이 포진하고 있는 서울지역의 경우 단사 현장운동, 부문운동으로 구분하여 기본단위화한다. 단사 현장운동의 기본단위들을 중심으로 서울지역 노동자의 힘을 구성하고, 부문운동 기본단위는 그 자체가 부문운동의 위원회성격을 겸하여 중앙 사무처가 직할하도록 한다.

정치사상적 통일성 강화사업은 노동자계급정당의 강령을 준비하는 사업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중심으로 2005년 말까지 교육·토론 일정계획을 수립하여 기본단위의 일상적 토론, 집중토론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능한 사안에 대해서는 주제별로 조직적 의결(총회결정 등)로 구체화시켜야 한다.

② 현장조직의 재정비

현장조직대표자회의의 약화 이후 좌파 현장조직운동은 단사 현장활동으로 축소되었다. 따라서 지역, 산업, 전국적 수준의 현장조직운동이 복원되어야 한다. 약화되고 있는 노동조합운동을 자본의 현장통제분쇄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과제에서부터 노동자계급정당의 대중적 토대강화라는 조직적 목표에 이르기까지 현장조직운동의 강화는 매우 시급하다. 따라서 2004년 말까지는 현장조직 재정비사업에 주력하여 2005년 투쟁부터 새로운 현장조직체계 하에서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③ 사회주의 노동자연대

노동자의 힘의 강화, 좌파현장조직의 재정비와 함께 좌파역량의 조직적 연대가 추진되어야 한다. 노동자계급정당으로 단일한 조직대오로 가기 전까지는 '사회주의 노동자연대'라는 다소 느슨한 형태의 결집이 필요하다.
사회주의 노동자연대는 계급적 좌파세력은 물론이고 그간 노동조합 선거에서 '범좌파연합'으로 연대해 왔던 세력, 민주노동당 내의 좌파세력을 망라해야 한다. 개인적 참여를 기본으로 할 것이다. 이는 좌파운동세력의 논의의 장이며, 당면 노동운동 사안에 대한 공동실천의 장으로 역할할 것이다.
2006년 정도까지는 일상적으로는 연락사무소 정도의 집행역량만 두고 합의되는 공동실천사안에 대해 각 세력이 집행역량을 공동으로 분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할 것이다. 이후 노동자 계급정당이 가시화되는 일정에 따라 사회주의 노동자연대는 노동자계급정당의 준비주체로 질적 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

2) 저변의 확대 : 민노당 개입전술

- 노동자의 힘은 민주노동당은 전체 변혁운동에서 의회주의 전략당이 아닌 합법의회전술당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하고, 한국변혁운동을 위해 민주노동당과는 결이 다른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의 필요성을 대중적으로 천명한다.
민주노동당은 노동대중의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열망을 의회주의로 변질시킬 위험에 처해 있으며, 노동대중이 바라는 올바른 의회전술에서도 비켜나가고 있다. 이에 노동자의 힘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열망하는 노동대중과 함께 민노당 내외에서 반의회주의 투쟁을 강화하고 대중투쟁과 의회전술을 망라하여 당면 반자본 투쟁을 힘있게 조직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 민노당 개입전술은 당 대 당 통합형식이 아닌 밑으로부터의 대중적 결합 방식으로 전개한다.
노동자의 힘 강화, 사회주의노동자연대의 추진을 중심으로 노동자계급정당건설을 위한 계급적 좌파역량의 조직적·투쟁적 구심을 강화하면서 노동조합, 지역연대체, 사회운동영역 등에서 민노당 활동을 한다.
상층의 개입은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으로 제한하고, 각 지역 노힘과 기본단위에서는 민노당 개입을 위한 역량배치를 결정한다. 일차적으로는 가능한 지역과 현장에 집중하여 교두보를 확보하도록 역량배치를 한다. 민노당 사업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조직적 방침에 의한 대응이 되도록 한다.

- 당내의 다른 좌파 세력과 연대하여 좌파 블록을 형성하여 공동 대응한다. 당내 민족주의 우파에 대응하여 반의회주의, 대중투쟁, 노동자중심성 강화에 동의하는 제 세력으로 좌파블록을 형성하고, 이들 좌파블록에 참여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사회주의노동자연대를 통한 당 내외 연대투쟁에 함께 할 것을 적극 제안한다. 이를 통해 사회주의 이념의 구체화, 당면 대중투쟁에서의 당의 적극적 투쟁 등 일상적 당내 투쟁을 대중적으로 가시화 시켜낸다.

- 노동자의 힘은 민노당 전술적 개입과정에서 민노당 후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선거투쟁을 전개한다, 노동자계급정당이나 독자적 의회전술단위가 만들어지지 않은 조건에서 좌파의 무소속독자후보전술은 개입전술의 취지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다.
좌파연대의 한 주체인 사회당이 독자후보를 낼 경우 문제가 될 민주노총 정치방침은 정치사상의 자유에 위배되므로 변경되어야 함을 기본입장으로 한다. 그러나 가장 바람직한 경우는 사회당과 민노당의 통합에 의한 좌우 경쟁이다.

- 그 성과를 토대로 2007년 대선에서 민노당 내에서 좌파블록의 후보를 내고 이를 중심으로 좌파블록의 대결집을 대중적 수준으로 확대한다.

3) 민주노동당 개입에서 노동자계급정당건설로

- 2006년까지의 민노당 좌파블록 활동은 당내 반의회주의 투쟁과 함께 비정규노동자·노사관계 로드맵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에 당이 대중투쟁의 선두에 서도록 하며, 이 경우 당내에서 치열한 노선투쟁이 예견된다. 이런 과정에서의 당내 운동방향의 대립정립에서 좌파블록이 승리한다면 민노당은 노동대중이 바라는 합법의회전술당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 2007년 대선후보 당내 경선에서 민노당 내의 좌파블록은 변혁운동의 발전전망과 그 속에서의 민노당의 역할과 위상을 분명히 제출하고 당내 투쟁을 전개한다. 이 투쟁에서 승리한다면 좌파세력은 민노당이라는 합법대중 정당을 좌파를 포함하는 한국변혁운동의 의회전술당으로 역할하도록 한다.
사회주의 변혁세력은 '사회주의 노동자연대'를 조직형식·정치사상·대중결합에서 비약적으로 강화, 발전시키고 당분간 이 의회전술당 내외의 주도적인 좌파블록의 형태로 존재하면서 지배세력의 공격은 민노당이라는 합법정당 전체에 대한 공격이 되는 형세를 만들 것이다. 이 경우 사민주의 세력의 분당·중도 보수정당으로의 투항 등 정세변화에 따라서는 민노당 자체를 노동자계급정당으로의 전화를 배제할 필요가 없다.

-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민노당 내의 좌파블록이 패배하고, 민노당 내의 혁명주의 세력의 패배 곧 민노당의 의회주의세력의 승리로 귀결된다면 불가피하게 세력분할에 의한 노동자계급정당건설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민노당의 사민주의·의회주의가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므로 노동대중은 사민주의와 구분되는 사회주의 노동자계급정당의 필요성을 인식할 것이다. 따라서 2007년 대선 이후 2008년 총선 전에 노동자계급정당을 출범한다.


2004-09-01 19:06:53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혁신과 연대를 통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해(안)

기관지노힘 제60/61호
남구현·박성인·이종회 노동자의 힘 조직발전전략특별위원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혁신과 연대를 통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해 노동자의 힘은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1999년 8월에 출범한 노동자의 힘은 80년대 이후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역사적 성과와 한계를 비판적으로 계승하는 한 주체로, 현장, 노조, 지역, 부문에서의 계급적 좌파활동가들이 전국적으로 결합한 노동자계급 정치조직이다.

1-1) 노동자의 힘은 90년대 초 현실 사회주의 몰락과 해체로 인한 사회주의 정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에 맞선 노동자계급투쟁과 결합하면서 노동운동의 민주적 계급적 발전을 추동 해왔고, 다른 한편으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의 한 제안 주체로서,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혁신과 연대를 통한 정치적 재조직화를 추진해 왔다. 노동자의 힘은 노동자계급정치의 복원만이 아니라 성, 환경, 문화, 사회적 약자 등 새로운 사회적·정치적 이슈와 결합하면서 사회주의 정치의 혁신을 모색해 왔다. 나아가 한국 사회주의 정치운동의 역사적인 단절과 국제적인 고립을 극복하기 위해 80년대 이후 한국 사회주의 정치운동의 역사적인 경험을 계승 발전시키고, 동시에 국제연대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노동자의 힘의 정치적 실천은 노동자계급의 대중적 정치역량의 성장을 의회주의적 정치, 사민주의적 정치, 그리고 민족주의적 정치의 흐름과는 독자적인, 현장 중심의 계급정치로 조직하려는 시도였다.

1-2) 지난 5년 간 노동자의 힘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구조조정, 노동유연화 공세에 맞선 노동자계급의 대중투쟁을 반제·반세계화·반신자유주의 투쟁으로 진전시켜 내기 위해 기울인 헌신적인 노력 - 현장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공세에 맞서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을 조직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국적 투쟁전선을 구축하고자 했던 노력, 현장조직의 건설과 현장 권력의 강화를 위한 투쟁, 노동운동의 민주적 계급적 발전을 추동하면서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민주적 권리 수호투쟁을 반세계화·반신자유주의 투쟁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활동, 계급 타협적인 사회적 합의주의를 분쇄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 민주주의와 민중복지를 위한 투쟁,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반대하는 반전투쟁, 반신자유주의 노동자민중연대투쟁과 반세계화 국제연대투쟁 등 - 은 노동자의 힘이 노동자계급의 선진적 일부로, 또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의 한 주체로 자임하기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이다.

1-3) 노동자의 힘은 2001년 6차 총회에서, 자신을 "자본주의사회의 착취와 억압, 그리고 모든 차별을 철폐하고 노동자계급해방과 인간해방을 목표로 하는 노동자계급정당",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맞선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노동자민중의 정치투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비제도적 투쟁정당" 건설의 한 주체이자, "노동자계급의 국제주의에 입각하여, 노동자·민중의 해방투쟁의 역사를 계승함과 동시에 그 부정적 유산을 극복하기 위한, 계급적 좌파운동의 혁신과 연대를 실천하는 주체"로 결의한 바 있다. 이러한 결의에 기초하여 노동자의 힘은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의 한 주체를 자임하며, 혁신과 연대를 통한 좌파의 조직적 결집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노력은 그 성패 여부를 떠나, 20세기 사회주의 운동의 교조주의와 종파주의를 극복하고 과거의 종파적 분열을 넘어서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단결과 통일, 이에 기초한 노동운동 및 민중운동, 급진적 사회운동과 결합하려고 했던 최근 국제 사회주의 정치운동의 혁신과 연대를 위한 노력과 같은 선상에 있다.

1-4) 노동자의 힘은 지난 5년 간의 활동의 성과로 노동자계급 내부의 한 정치적인 분파로, 사회주의 정치운동(계급적 좌파) 내 주도적인 정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노동자의 힘은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 전체를 조직적으로 포괄하고 있지 못하며, 정치적으로도 온전하게 대표하고 있지 못하다.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주요한 대중투쟁에 대한 개입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나, 한국 사회 내 노동자민중진영을 대표하는 대중적인 정치세력으로까지 성장하지는 못했다. 노동자계급정당, 비제도적 투쟁정당 건설의 한 주체를 자임했으나, 이를 현실화시킬 강령적 수준의 정치적 전망과 독자적 정치활동의 상, 그리고 현실적인 조직적 전망을 구체화시켜 내지 못했다. 주요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정치적으로 명확하지 못하며, 주요 정치일정(총선, 대선 등)에 대한 전조직적 대응이 미흡하고, 조직 활동에서 연방주의적 한계가 있다는, 노동자의 힘에 대한 조직 안팎에서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는 한편으로는 노동자의 힘 자신이 책임 있게 짊어져야 할 과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실 사회주의권의 몰락 이후 사회주의 정치운동의 혁신과 재구축이라는 세계사적 과제의 무거움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노동자의 힘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은 노동자의 힘 자신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과 국제 사회주의 정치운동의 혁신과 재구축 과정의 일부가 될 것이다.

1-5) 경제위기를 매개로 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구조조정 공세의 전면화, 이에 따른 경제사회적 양극화와 노동자계급 내부의 분할 통제 강화, 한국의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이 주되게 근거해 왔던 민주노조운동의 급속한 우경화와 관료화 가능성의 증대,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에 따른 노동자민중에 대한 정치적 대표성의 강화와 체제내화 가능성의 증대 등으로, 노동자의 힘을 비롯한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대중적 고립'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전망의 부재로 인한 '정치적 무력함'이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현실에 무거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해결할 수 없는 과제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위기는 사회주의 정치진영만 감당해야 할 몫은 아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구조조정, 그리고 제국주의간 갈등 격화에 따른 전쟁 자체가 현대 자본주의 위기의 표현이며, 지배계급 역시 위기 극복의 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반노동자민중적 성격은 이미 대중적으로 폭로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에 포섭될 수밖에 없는 사민주의적 정치와 민족주의 정치 역시 그 한계가 빠른 시일 내에 드러날 것이다. 계급모순이 더욱 첨예화되는 국내외 정세의 변화는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에게 다시 한번 재도약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1-6) 이러한 정세 아래서 그간 노동자의 힘을 비롯한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경험은 그것이 성공했던 경험이든 실패했던 경험이든 재도약을 위한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 노동자의 힘은 지난 5년 간의 투쟁의 성과에 기초하여, 또 한국 사회주의 정치운동(계급적 좌파)과 국제 사회주의 정치운동의 일부로서 자신의 활동에 대한 진지한 반성에 기초하여, 변화하는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정치 기획을 구체화시켜 나가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조직발전 전망은 지난 시기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성과와 한계를 총괄하면서, 이후 격화되는 현대 자본주의의 모순을 지양할 정치적 주체의 형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의 조직발전 전망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 그리고 노동유연화에 따른 노동계급 구성과 상태의 변화를 반영한, 노동운동의 새로운 민주적 계급적 발전전략을 포괄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의 조직발전 전망은 반전 반세계화 대중투쟁을 노동자계급 자신의 투쟁으로, 단일한 계급투쟁으로, 반자본 투쟁으로 진전시키는 기획이어야 한다. 우리의 조직발전 전망은 이제 막 현실 정치지형에서 시험대에 오른 사민주의 정치, 민족주의 정치의 한계와 오류를 대중적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사회주의 정치', '계급 정치'를 우리 자신의 혁신과 연대를 통해 구현해 나갈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프로젝트여야 한다.


2. 노동자의 힘은 제국주의간 갈등의 격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구조조정 공세의 전면화, 이에 따른 경제사회적 양극화와 빈곤의 심화, 실질적 민주주의의 후퇴 등 계급모순이 더욱 첨예화하는 정세에서, 노동자민중투쟁이 전계급적인 반자본투쟁으로 진전하고, 대안 권력·대안 사회 건설투쟁과 결합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해 투쟁한다. 이를 바탕으로 노동자의 힘은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에 2005년 하반기에 '좌파연대체'(Socialist Alliance)를 건설하고, '좌파연대체'를 중심으로 한 공동의 기획과 실천을 통해 2007년에 '노동자계급정당'을 함께 건설할 것을 제안한다.

2-1) 왜 '사회주의 정치'인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무장화는 현대자본주의가 직면한 위기의 표현이다. 이는 한편으로 자본간 시장 경쟁과 제국주의간 대립을 격화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공세로 각 국에서 계급대립을 더욱 심화 확대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외 계급투쟁의 새로운 정세를 만들어 내고 있다. 국제적인 수준에서 반전·반세계화 투쟁이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으며, 각 국에서 신자유주의에 맞선 대중투쟁은 더욱 급진화되고 있다. 부족한 것은 대중투쟁의 동력이 아니라, 급진화되고 있는 대중투쟁을 반자본 투쟁, 대안사회 건설투쟁과 결합시킬 사회주의 정치역량과 계획과 실천이다. 부족한 것은 노동자민중의 생존권 민주적 권리투쟁이 아니라, 분할 통제되는 노동자민중투쟁을 단일한 계급투쟁, 반제·반세계화 투쟁으로 결합시켜 낼 사회주의 조직 역량이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무장화는 현대 자본주의가 직면한 모순의 막다른 골목이다. 우리의 주관적 의도 때문이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 확대의 결과로 전세계적 규모에서의 자본과 노동간의 일대 격돌은 불가피하다. 이 역동적인 이행기는 다시 한번 '야만이냐 사회주의냐'의 선택을 요구할 것이고, 사회주의로의 이행이 아닌 어떤 정치적 대안도 현대 자본주의 모순 해결의 지체와 연장을 의미할 뿐이다. 노동자계급 내부의 상층 일부를 포섭하여 계급타협체제를 구축하려는 사회적 합의주의는 신자유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 양립하더라도 그것은 기만적이고 일시적일 뿐이다. 사민주의 정치 역시 신자유주의적 자본축적 논리에 포섭되어 현대 자본주의 모순 극복을 위한 정치적 대안이 되지 못한다. 민족주의적 전망도 더 이상 진보성을 상실하면서 신자유주의적 자본축적논리의 이데올로기적 수단이 될 것이다. 사회주의 정치투쟁,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2-2) 왜 '좌파연대체를 통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인가?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과정은 특정 사회주의분파의 선언으로, 혹은 특정 사회주의분파간의 조직통합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계급정당 건설투쟁은 무엇보다 모든 사회주의 정치세력이 자신의 정치적 전망을 가지고 노동자민중투쟁과 결합하여 그 투쟁 속에서 노동자계급의 선진적 일부로 자신을 재조직하는 과정이다. 노동자계급정당 건설투쟁은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에 동의하는 모든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이 혁신과 연대를 통해 정치적으로 재조직되는 과정이다. 우리가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자체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혁신과 연대를 통한 정치적 재조직화'라는 기치를 버려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혁신과 연대를 통한 정치적 재조직화를 '조직통합' 그 자체로 한정시켜서도 안된다. '좌파통합'은 한편에서는 반세계화-반전투쟁 등 대중투쟁과의 정세적 결합력을 제고함과 동시에, 사회운동과 정치운동의 결합, 구좌파와 신좌파의 결합, 제도정치와 비제도정치의 결합 등을 통해 새로운 계급정치의 희망을 만들기 위한 소중한 시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통합으로부터의 이탈이 곧 정치적 고립으로 이어질 정도의 새로운 통합적 질서를 구축해 내지는 못했다. 이는 현 시기 사회주의 정치운동(계급적 좌파)의 현실적인 역량과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현실에 안주하는 한 사회주의 정치운동(계급적 좌파)의 진전은 한 걸음도 기대할 수 없다. 패권주의적이고 종파주의적인 방식이 아니고 계속적인 현실 투쟁 속의 어깨걸기를 통해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신뢰를 회복하고 또 그만큼의 조직적 결집을 해나가야 한다. 몇몇 명망가의 논의 테이블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 운동의 진전 속에서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결집이 진행되어야 한다. 변화된 정세에 조응하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이 전면화되는 시기의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체 형성과 궤를 같이 하면서, '노동운동의 정치화', '사회운동의 급진화'라는 방향에서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혁신과 연대를 통한 정치적 재조직화를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다시 한번 노동자의 힘은 그 주체로 서 나가야 한다.

2-3) 왜 '2007년'인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첫째, 2007년 12월 대선과 2008년 6월 총선을 앞두고, 한국 자본주의와 한국사회의 발전 방향을 둘러싸서 제 계급·정치세력이 격돌하는 시기라는 점이다. WTO 협상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개방화의 추진은 국내 계급 갈등을 더욱 격화시킬 것이다. 자본의 동북아경제공동체 건설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남북관계의 진전도 한국의 계급·정치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제위기의 극복방안으로 추진되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공세의 결과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정치지형은 더욱 첨예화될 것이다. 복수노조의 시행과 민주노총의 선거, 산별노조 건설의 완성 등 노동운동 내부에도 커다란 지형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 사회주의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은 자신의 정치적 전망과 전술을 전체 노동자민중에게 제출하고,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분명하게 등장해야 한다. 둘째,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의 주체 형성과 관련하여, 최소한 몇 년간의 의식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의 한 주체로 서기 위한 노동자의 힘 자신의 혁신과 역량 강화로부터,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연대를 통한 신뢰의 회복, 대중투쟁과 결합해 나갈 사회주의적 정치활동의 내용과 상의 마련, 노동운동과의 결합력의 강화 등에 이르기까지 절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민주노동당 내 좌파세력의 정치적 태도에 대한 최종적인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동당은 당내 노선투쟁이 격화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내부의 사회주의 정치세력이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해 비민주노동당 사회주의 정치세력과 함께 할 지의 여부가 확인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그 뒤로 미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의 동력을 더욱 소진시켜 버릴 가능성이 있다.

2-4) 무엇을 위한 '노동자의 힘 역량 강화'인가?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혁신과 연대를 통한 정치적 재조직화'의 주체로 노동자의 힘이 다시 서 나가기 위해서도 노동자의 힘 자신의 주체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 때 노동자의 힘의 양적 질적 역량 강화는 노동자의 힘만으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해 나가겠다는 것이 아니다.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혁신과 연대를 통한 정치적 재조직화'의 책임 있는 주체로 서나가겠다는 것이며, 노동자계급정당 건설로 자신을 발전적으로 해소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힘이 이러한 주체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견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소, 조정, 더욱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내부 민주주의와 구성원 어느 누구도 대중 투쟁에 복무해야 하는 기풍을 진작시키며, 사업추진에 책임을 지고 항상 평가를 통해 전 사회적, 계급적 수준으로 우리의 활동을 발전시켜나가는 등 고도의 정치적 결사체를 만들어 가는 조직발전 전략이 요구된다. 주체 역량이 되지 않는 가운데 아무리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결집을 이야기해도 그것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지금까지 확보된 노동자의 힘의 위상은 오로지 대중 투쟁에 적극적으로 복무함으로써 쌓아 올린 것이다. 물론 이제까지의 투쟁들이 지역, 분야별로 또 정세 국면적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부분적인 승리 또는 패배한 투쟁이 대부분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거꾸로 승리하는 투쟁을 조직하는 만큼 또한 이 성과를 정치적, 전사회적 수준의 연관 속에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역량을 보여주는 만큼만 노동자의 힘은 사회주의 정치운동(계급적 좌파)의 통합을 이룰 것이며, 노동자 계급정당 건설의 한 주체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5) '민주노동당 개입 전술'의 전제는 무엇인가?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혁신과 연대를 통한 정치적 재조직화'라는 전망에서, 또 노동자의 힘의 획기적인 정치역량의 강화라는 점에서 지금 시기 중요한 정치적 태도 가운데 하나가 민주노동당에 대한 태도이다. 최근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은 96∼97년 총파업 이후,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민주노총이라고 하는 대중조직에 기반해서 합법진보정당·계급연합정당 건설로 구체화해 온 노선의 일차적인 성공을 뜻한다. 이는 당연히 그간 신자유주의에 맞선 노동자민중진영의 투쟁의 성과와 한계를 정치적으로 수렴한 것이다. 노동자민중이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을 자신의 정치적 성과로 받아들이고, 투쟁의 영역을 확산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과 기대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될 의회 정치활동에서 두 가지 핵심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하나는 '한국 경제발전과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대한 정치적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빈곤과 고용불안 등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결과로 인한 노동자민중의 삶의 현실 자체를 정치적으로 쟁점화 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은 이제 한국사회에서 사민주의적 정치노선과 민족주의적 정치노선이 국민적 수준에서 시험대에 오른 것을 의미한다. 민주노총의 사회개혁노선과 더불어 소위 '양날개론'(진보정당-산별노조)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구조조정이 야기하는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지 여부가 판가름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은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로 확장될 정치적 쟁점에 적극적이고 비판적인 개입을 해 나가야 한다. 한편으로는 민주노동당이 노동자민중진영의 요구와 주장을 대변하면서 의회공간에서 투쟁해 나갈 수 있도록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독자적인 실체로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실패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 것을 통해서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전략적인 구상을 구체화시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아래로부터 노동자민중의 대중을 조직하고, 확장하는 것을 통해, 민주노동당이 의회주의적 활동에 함몰되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노동자의 힘과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몫이다. 이후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는 노동자민중진영의 투쟁을 제도 내로 순치시키려는 지배계급의 이념 공세는 더욱 거세어질 것이다. 이 공세에 민주노동당이 '제도정치'와 '운동정치'를 분리시키면서 순응해 들어갈 지, 아니면 노동자민중진영의 의회 파견대로서의 역할을 할지 좀 더 두고 보아야 하지만,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이제 '이념'의 문제가 다시 대중적으로 공론화될 가능성이 있다. 즉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은 한편으로는 민주노동당이 의회정치를 매개로 노동자민중진영을 정치적으로 대표함으로써 당분간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을 고립시키고 위축시킬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념적 지평을 넓힘으로써,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정치활동의 공간을 확장시켜 줄 수도 있다.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이 이러한 열린 공간을 활용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의 문제는 별도로 하더라도, '국가보안법 폐지투쟁'과 함께, 사민주의적 정치, 민족주의적 정치와 구별되는 사회주의 정치의 상과 내용, 정치활동방안을 시급하게 준비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 노동자의 힘이 민주노동당 내 한 분파로, 혹은 노동자의 힘 일부가 민주노동당 내의 한 분파로 적극 개입하여, 민주노동당으로 결집하는 대중을 전취하기 위한 투쟁을 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제기와 관련하여 노동자의 힘의 정치적·조직적 독자성은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문제는 노동자의 힘의 정치적·조직적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전체 혹은 일부가 민주노동당에 결합해서 좌파 블록을 형성하자는 주장인데,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위한 두 가지 전제조건이 확인되어야 한다. 하나는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의 상과 구체적 일정에 대해 노동자의 힘을 비롯한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입장을 통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노동당 내부의 좌파를 포함한, 안되면 적어도 비민주노동당 좌파의 블록이 형성되고 그 속에서 민주노동당 개입 수준 여부와 방안, 원칙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전제 조건 속에서 논의되지 않을 때, 민주노동당에 대한 개입 전술에 대한 논의는 오히려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혁신과 연대를 통한 정치적 재조직화' 시도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3.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하기 위해, 이후 노동자의 힘은 다음과 같은 활동을 전개한다.

3-1) 1단계(2004년 하반기 ∼ 2005년 상반기) ; 노동자의 힘 내부 정비 및 역량 강화와 좌파연대의 모색

(3-1-1) 2004년 8월 정기총회에서 '조직발전전략'에 대한 결의 이후에 노동자의 힘 내부를 정비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업을 전개한다.

① 조직발전전략에 기초하여 중앙조직을 정비하고, '주요 사업'을 중심으로 역량을 재배치한다. 특히 중앙위원이 책임 있게 정치활동과 조직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이를 위해 조직체계의 재편이 필요하다면, 중앙위원회에서 안을 마련하여 임시총회를 소집하거나 차기 총회에 제출하도록 한다.
② 기본단위와 지역 노동자의 힘을 정비한다. 모든 회원이 2005년 말까지 기본단위나 지역 노동자의 힘에 소속하여 활동하도록 하며, 이 과정에서 장기간 조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고회원을 정비한다. 안정적인 상근 역량을 구축과 사업을 위해 재정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한다.
③ 민주노조운동의 우경화 및 관료화에 대한 극복 방안,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대응, 비정규직 주체 형성, 현장조직의 재편, 산별노조 건설 등을 포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의 노동운동의 민주적 계급적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사업적인 라인업을 구축한다.
④ 안정적인 정세분석시스템을 구축하고, 강령적 쟁점에 대한 내부 정치토론과 교육을 실시하며, 선전 매체(기관지, 이론정책지, 인터넷 홈페이지 등)를 활성화시킨다.

(3-1-2)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연대를 다음 두 가지 수준에서 구체화한다. 연대는 전국, 지역, 현장, 부문 전 수준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과의 연대는 그 자체가 노동자의 힘 역량의 강화와 혁신 과정이다.

①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 전체가 조직적 책임을 가지고 결합하는 사안별 연대체, 상설연대체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반전반세계화투쟁과 사회적 합의주의에 공동 대응하고, 현장조직의 재편과 산별노조 건설·비정규직 노동운동 등에 대해 공동 모색하며, 전국민중연대에 대한 공동의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
② 기존의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연대체를 발전적으로 해소하여, 사회주의 활동가가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정치포럼'을 구축한다. '정치포럼'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정치운동의 주요한 전략적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 전략연구소·매체(웹진, 인터넷방송국,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 계간지 등)·출판사·노동대학(원)·대중교육센타·민중재단 등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의 이데올로기 정책 선전 교육 인프라를 공동으로 정비·재구축하는 방안에 대해 모색하며, 여성·환경·통일·정보통신·인권 등에서의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 주체 형성과 국제연대사업 등에 대해 공동의 실천방안을 마련한다.

3-2) 2단계(2005년 하반기 ∼ 2006년 상반기) ; 사회주의 정치운동의 전면화와 '좌파연대체'(Socialist Alliance) 구축 및 '대중적 실체'로서 등장하기 위한 인적, 물적, 이데올로기적 토대 확보

① 노동자의 힘 역량 정비·강화와 좌파연대 모색의 성과에 기초하여, 맑스 꼬뮤날레(2005.05.), 국제좌파회의의 개최, 대규모 사회주의 활동가대회(가칭),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 사회주의자 정치선언 등의 공동기획사업을 통해, 2005년 하반기 중에 각 조직의 결의를 거쳐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에 동의하는 개별 활동가들이 가입하는 '좌파연대체'(Socialist Alliance)를 건설한다.
② 노동자의 힘의 노동운동발전전략안 및 역량과 '좌파공투체'에서의 공동실천 성과에 바탕하여, 현장조직의 재편, 산별노조 건설, 비정규직 대중행동, 지역공투체 등을 진척시키며, 이러한 대중적 교두보에 바탕하여 반제반세계화반신자유주의 전국적 투쟁전선을 구축한다.
③ 정치포럼에서의 논의 성과에 바탕하여, 전략연구소·매체(웹진, 인터넷방송국,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 계간지 등)·출판사·노동대학(원)·대중교육센타·민중재단·여성·환경·통일·정보통신?ㅐ慣퐈ㅁ뮐┸Т六獰?등의 사업을 재정비하거나 구축한다.
④ '좌파연대체'(Socialist Alliance)를 중심으로 주요 정치일정, 선거일정(2006년 6월 지자체 선거, 2007년 12월 대선, 2008년 총선 등)에 대한 공동의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

3-3) 3단계(2006년 하반기 ∼ 2007년) ; '좌파연대체'(Socialist Alliance)를 중심으로 한 독자적 정치활동과 대중행동의 조직화 등을 통해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① '좌파연대체'(Socialist Alliance)를 중심으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프로젝트'를 마련한다. (상(像), 강령, 규약, 사업, 일정, 선거 대응, 노동자계급정당의 등록 혹은 전술적 합법정당 여부 등)
② '좌파연대체'(Socialist Alliance)를 중심으로 지역·현장에서의 일상적인 정치활동(노동유연화 저지 및 현장조직력 강화투쟁, 반제반세계화투쟁, 비정규직투쟁, 교육투쟁, 빈곤 척결투쟁, 민중복지투쟁 등)을 전개하고, 지역·현장 정치운동의 교두보를 구축한다.
③ 현장조직의 재편과 산별노조의 건설,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투쟁, 정규직-비정규직의 계급적 단결투쟁 등의 성과에 기초하여,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 시대의 새로운 민주노조운동의 상을 재구축한다.
④ 2006년 6월 지자체 선거에 독자후보 혹은 선거연합 등으로 대응하고, 동시에 비정규직·불안정노동자 정치세력화 선언, 지식인 및 활동가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대중행동 선언 등 대중이데올로기 사업을 전개한다.
⑤ 2007년 중에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한다. 구체적인 일정은 정세에 대한 판단과 '좌파연대체'에서의 논의를 거쳐 결정한다.


4. 노동자의 힘이 사회주의 정치진영(계급적 좌파)과 함께 건설하고자하는 노동자계급정당은 '사회주의당'이다.

4-1) '사회주의당'은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전면화해 나가겠다는 선언이며, 조직화 기획이다. '사회주의당'은 사회주의적 실천을 일상적으로 행하는 주체들의 자유롭고 자발적인 연대체라는 점에서 활동가 정치조직이다. '사회주의당'은 전체 노동자계급대중의 일부이고 대중적 영향력과 지도력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대중 자신을 사회주의정치의 주체로 세워나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노동자계급의 대중정당으로의 발전을 지향한다. '사회주의당'은 과거 사민주의적·의회주의적 조직원리와 스탈린주의적·관료주의적 조직원리를 극복하고, 수권정당으로 자신을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민중 자신의 대체권력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비제도적 투쟁정당이다. 서민 혹은 민중의 일부이지만, 서민 혹은 민중으로 해소되지 않는 노동자계급 자신의 독자적인 정치적 전망, 즉 노동자계급해방과 인간해방을 전망하고 또 현실화할 수 있는 유일한 계급이 노동자계급이라는 점에서 '사회주의당'은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이다.

4-2) 노동자계급정당은 사회주의 정치 전망을 공공연하게 제출하고, 노동자민중의 투쟁과 일상생활에 결합해 나간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에 맞선 노동자민중의 생존권투쟁 민주적 권리의 쟁취투쟁을 전국적인 반자본 투쟁으로 발전시켜 내는 활동,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의 결과로 분할 고착된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을 단일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으로 조직해 내는 활동,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개혁 공세가 전면화되는 정세에서 노동운동의 민주적 계급적 발전을 새롭게 모색하기 위한 투쟁, IMF 외환위기 이후 전면화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결과 새롭게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는 빈곤과 사회 경제적 양극화에 대한 정치적 전망을 제시하는 활동, 절차적 민주주의 진전으로 확대되는 선거 공간에 대한 개입 활동, 이라크 파병과 WTO(세계무역기구), FTA(자유무역협정) 등에 반대하는 반전반세계화투쟁, 성·환경·인권·문화·정보통신·민중복지 등의 영역에서 노동자계급적 관점과 실천을 확보하는 투쟁, 신자유주의적 질서 재편에 포섭되는 사민주의 정치와 민족주의 정치의 한계 폭로와 대중적 비판의 조직화, 그리고 이데올로기 영역에서 사회주의 자체를 옹호하고 강령 건설로 진전시켜 나가는 투쟁에 이르기까지, 모든 활동을 노동자민중권력과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전망과 결합시켜 나가는 활동을 전개한다.


2004-09-01 18:33:19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조직발전전략 결의(안)

기관지노힘 제60/61호
원영수 노동자의 힘 조직발전전략특별위원


노동자의 힘 제14차 총회는 지난 5년 간의 투쟁과 조직화의 성과에 기초하여, 전조직적 차원에서 '비제도적 투쟁정당'의 기치 아래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투쟁 및 조직체계로 전환할 것을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 전체기조와 방향

1. 새로운 유형의 노동자계급정당이자 활동가정치조직으로서의 비제도적 투쟁정당의 총기치는 여전히 유효함을 재확인한다.

2. 계급정당 건설의 핵심 축은 노동자의 힘의 조직적 확대와 강화이다. 이는 주객관적 정세의 변화에 흔들림없이 전국적 계급투쟁을 조직할 수 있는 투쟁역량의 확보와 이의 체계화를 목표로 집행되어야 한다.

○ 계급적 좌파의 총결집을 위한 연대와 연합

3. 노동자의 힘의 확대-강화는 계급적 좌파의 총결집과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에만 계급정당의 건설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를 위해 다양한 수준의 좌파연대와 통합을 전조직적으로 추진한다.

4. 민노당에 대한 전략적 개입은 현 단계에서 불필요하며, 민노당의 민족민주정당/사민주의정당으로의 전락을 막는 가장 효과적 수단은 외부로부터의 강력한 압력이다. 단, 합법대중정당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개입을 통해 대중사업은 계급적 좌파의 총단결의 관점과 원칙 하에서 수행한다.

○ 조직강화와 계급정당 건설

5. 노동자의 힘의 조직적 재정비-강화에 기반하여, 전국적 차원에서 계급적 좌파의 총결집을 통해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한다. 현장조직의 전국적 재편, 민주노조운동의 강화 및 대중적 계급투쟁과의 전조직적 결합 등 조직적·정치적 성과에 기초하여 계급정당을 건설한다.

6. 이를 위해 노동자의 힘은 1) 전조직적 재정비와 강화단계(2004년 하반기 - 2005년 하반기), 2) 계급적 좌파의 총결집 조직화 단계(2006년), 그리고 3) 계급정당 건설의 단계(2007년)의 정치적 경로에 따라 전조직적 사업을 집행한다.

7. 당면한 조직의 재정비 및 강화를 위해 즉각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며, 전조직적 차원에서 정치사상적 강화와 전방위적 조직화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한다.


결의안 해설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의 기치 아래 전조직적으로 투쟁하자!


21세기 국내외 정세 - 계급정당 건설의 주객관적 조건

20세기 사회주의 변혁프로젝트가 실패로 마감한 현 단계, 전지구적 차원에서 노동자계급운동이 처한 주객관적 상황은 엄중하다. 제국주의 침략전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공세라는 제국주의-초국적 독점자본의 총체적 공세 하에서 전세계 노동자·민중은 더욱더 열악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변혁프로젝트의 실패가 전망과 대안의 부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국적 수준에서 보다 노골적인 계급투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라틴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신자유주의적 축적체제의 총체적 위기가 폭발하고 있으며, 국제적 차원에서도 새로운 반세계화 운동과 국제반전운동은 21세기의 새로운 반제국주의투쟁의 전형을 창출하고 있다.

한편, 1987년의 역사적 노동자대투쟁을 계기로 등장한 남한의 노동자계급운동은 국가와 자본의 강력한 탄압과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 지속적으로 투쟁해 왔다. 계급적 산별노조의 건설과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라는 노동운동의 역사적 과제는 심각한 왜곡을 겪었지만, 민주노조운동은 국가와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선 전계급적 투쟁에서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1999년 계급적 좌파진영의 새로운 통합정치조직으로 출범한 노동자의 힘은 한편에서 대중적 계급투쟁과 반제·반전·반세계화운동에 결합함과 동시에, 노동계급정치의 새로운 전형을 창출하기 위해 투쟁해 왔다. 이 과정에서 좌파진영의 대통합에 의한 계급정당 건설의 모색은 활동가정치조직 건설의 불발, 대선공투본의 좌절 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특히 최근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로 합법정당 외부의 정치적 공간은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이다. 오히려, 이와 같은 위기를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의 기치로 돌파해 나갈 기회로 전화시켜야 한다. 노동자의 힘은 지난 5년 간의 투쟁과 활동에 대한 비판적 평가에 기반하여, 향후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경로를 다음과 같이 설정하고, 이를 위해 전조직적 역량을 동원하여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노동자의 힘 5년: 성과와 한계

지난 1999년 8월에 출범한 노동자의 힘은 그 자체로 계급적 좌파진영의 결집체였으며, 합법주의의 틀을 넘어서는 계급적 좌파의 주요한 정파로 확립하였다. 1980년대 좌파운동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유형의 노동자정치운동을 재창출하기 위한 시도였던 노동자의 힘은 산개되어 있던 좌파대오를 조직적으로 결집시킴과 동시에 한라중공업 파업, 대우자동차 파업, 발전파업, 열사투쟁 등 주요한 투쟁에 전조직적으로 결합하였으며, 또 동시에 새로 등장하는 반제·반전·반세계화운동의 대중화에 기여해 왔다. 또한 조직 내적으로 일정한 양적 성장과 함께, 전국적 조직망과 사업구조를 정착시켰으며, 이틀 통해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다양한 우경화경향에 맞서 투쟁하였다.

그러나 이런 일정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힘의 정치적 지도력과 조직력은 아직도 취약하며, 이는 조직 내부적으로 개인주의, 연방주의, 자치주의 등의 원심적 경향이 존재하고, 그 결과 노동자계급운동과 사회운동의 좌파세력에 대한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계급적 좌파의 정치적 재결집을 전조직으로 시도했던 활동가 정치조직 건설 프로젝트는 각 좌파대오의 미흡한 준비정도와 정치적 지향의 차이 외에도, 이들을 한데 묶을 수 있는 노동자의 힘의 부족한 정치사상적 역량 등의 요인으로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현시점은 이와 같은 성과와 한계를 넘어,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투쟁으로 재도약해야 할 시점이다. 조직의 양적인 확대가 곧바로 계급정당의 물적 토대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전조직적 차원의 혁신과 재정비, 전방위적 조직화사업, 강력한 지도집행력의 구축을 통해 새로운 질의 조직주체를 형성할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계급정당의 건설과정이다.

계급정당 건설의 과제에 대하여

현 시기 계급정당건설의 과제는 변혁운동의 복원 및 재구축과정에 다름 아니다. 노동자의 힘의 제출한 비제도적 투쟁정당의 개념과 상은 20세기 국제좌파운동의 반성에 입각한 개념으로 여전히 노동자의 힘의 조직전략적 기치이다. 그러나 단순한 일국 차원의 이행론적 관점을 넘어, 20세기 좌파운동 전체에 대한 풍부한 비판적-역사적 평가와 반성에 입각해야 할 뿐만 아니라, 21세기 전개될 새로운 좌파운동의 주체형성과 연결시키려는 이론화 작업을 통해, 또한 실천적 검증을 통해 더욱 보완-강화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건설한 계급정당은 한편에서 지난 세기 변혁운동에 대한 반성적 평가와 자기비판에 근거한 새로운 변혁운동의 주체형성을 위한 시도이며, 새로 변화하는 일국적-국제적 계급지형에서 국제적-전국적 계급투쟁에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지도할 수 있는 새로운 주체역량의 실천적 조직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향후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은 노동자의 힘의 전조직적 사업임과 동시에, 계급적 좌파진영 전체의 공동사업이기도 하다. 또한 합법대중정당으로서의 민주노동당 내부에서의 일정한 활동 역시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이 활동은 계급정당 건설의 과제와 긴밀한 연관 하에서 조직적으로 집행될 때에만 유의미하다.

계급정당 건설의 경로

기본적으로, 계급정당의 건설은 느슨한 정파연합체의 건설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운동의 지도구심을 형성하는 과정이며, 따라서 전국적 사업과 투쟁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체계의 건설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노동자의 힘은 1) 조직재정비의 단계, 2) 본격적 건설을 위한 조직화단계, 3) 계급정당 건설단계를 설정하고, 다음과 같은 일정 하에서 전방위적 사업을 전조직으로 집행한다.

* 전체 일정: 투쟁과 조직화의 결합

- 04년 하반기: 조직의 정비-강화 프로젝트
- 15차 총회(05.2): 계급정당 건설체계로의 조직 재편
- 05년 상반기: 전국적 당건설투쟁체계로의 재편
- 16차 총회(05.8): 1차 점검
- 05년 하반기: 전조직적 조직화, 1차 전국활동가대회
- 17차 총회(06.2): 2차 점검 및 당건설 준비위로 전환
- 06년 상반기: 전국적 총파업투쟁과 당건설투쟁의 결합
- 18차 총회(06.8): 최종 점검 및 당건설 조직위로 전환
- 06년 하반기: 투쟁과 조직화의 성과에 근거한 당조직 체계 구축, 2차 전국활동가대회
- 07년 5월 1일: 활동가정치조직이자 비제도적 투쟁정당으로서의 당건설투쟁


1단계 - 당건설 주체로의 재정비 단계 (04-05년)
단순한 정비의 차원을 넘어 계급정당의 건설주체를 조직화하는 관점에서 노동자의 힘 조직체계를 전면적으로 재편-재배치한다.
1) 정치사상적 혁신과 재정립
2) 조직의 재정비 및 확대-강화
3) 좌파통합을 위한 여건조성: 연대와 연합을 통한 재조직화
- 민주노동당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개입
- 좌파 제정파의 통합과 단결의 확대
4) 전국 활동가대회(2005년 하반기): 조직적 재정비과정의 총결산

2단계: 건설단계 (06년)
1) 계급정당건설을 위한 좌파연대 출범
2) 전국 활동가대회(하반기): 현장-노조의 좌파활동가의 총동원을 통한
3) 조직위원회로의 전환

3단계: 당건설 (07년)
- 계급적 좌파진영의 총단결을 통한 계급정당 건설

조직강화를 위한 재편계획

- 2004년 하반기는 조직강화특위의 구성을 통해, 전면적 조직정비와 내부혁신, 조직적 총동원 체제의 구축을 위한 사업에 집중하여, 2005년 15차 총회에서 새로 정비된 계급정당 추진위 체계의 지도집행구조로 전환한다.

○ 사상이론적 강화: 강령-정책-선전-교육
- 강령: 강령초안의 완성 및 전조직적 토론, 이론적으로 정리되지 못한 쟁점은 중장기적 기획 하에서 연구와 논의를 조직할 단위(강령위원회)의 구축한다.
- 정책: 정세분석, 사회변혁 전략 및 제반 사안에 대한 노동자계급적 관점에서 성과 생산, 다양한 수준의 사상-이론적 개입
- 선전: 기관지의 강화, 주간지(정세) + 월간지(정세와 분석) + 계간지(정세와 이론), 다양한 팜플렛과 단행본, 교육교재 출판
- 교육: 전면적 교육프로그램 완비 신입회원 교육, 중견 활동가교육, 부문별 교육, 정치사상교육, 국내-국제 정세교육, 기본학습 프로그램(철학, 역사, 정치경제학, 혁명론, 사상사, 운동사, 활동론) 등

○ 조직의 재정비 및 강화: 조직을 조직답게, 사업작풍의 혁신
- 중앙의 지도집행력의 총체적 재정비
- 현장, 부문, 지역조직의 재정비 및 재가동
- 재정문제의 정비
- 역량의 재정비, 재편

○ 조직의 물적 토대 강화
- 재정의 정비: 중앙 및 지역조직의 상근역량 지원 및 사업비 충당을 위한 수입구조의 창출 1) 회비 납비율의 제고 및 조직발전 특별기금
2) 후원회원 제도를 통한 재정구축
3) 기타 가능한 재정사업 등
- 당건설투쟁을 위한 특별재정의 기획 및 집행
- 확보해야 할 인프라스트럭쳐: 중앙사무소(OK), 지역사무소(7), 교육센터(1), 연수원(1)

○ 강력한 조직화 프로젝트의 가동 및 집행
- 조직: 7개 지역조직 건설의 완료, 기본단위 안착화
- 유관단체와의 관계 재정립 및 유기적 사업체계의 구축
- 노동운동: 1) 현장조직의 전국적 단위건설 및 투쟁개입 구조의 창출, 2) 노조운동내 전산업 전영역에 대한 개입력 확보 3) 비정규직 노동운동 체제의 구축
- 사회운동: 사회운동의 제 영역에서 좌파단위의 재편-강화 및 건설 [미디어 및 정보, 환경, 여성, 인권, 국제 등]
- 지역운동: 지역근거지 구축, 지역(대항)권력의 전형창출, 현장과 부문의 결합

○ 계급적 좌파의 총결집을 위한 연대와 연합
- 좌파연대사업
1) 1차적으로 좌파통합을 위한 정치사상적 기반조성: 좌파포럼, 공동이론지 등
2) 공개적 사상-이론투쟁을 통한 재조직화 사업의 추진: 사상-이론 중심의 토론과 논쟁
3) 개별적 차원에서의 가능한 소통합 추진
- 합법제도정당 사업
1) 민노당을 포함한 합법좌파대중정당의 성격 및 상태에 대한 체계적 조사와 진단
2) 의회전술의 체계적 구사를 위한 계획의 수립과 집행
3) 전략지역에서의 조직화사업 및 연합선거전술 모색
4) 민노당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개입을 통한 좌파블록의 가능성 타진

○ 지도집행력의 재정비: 중앙위-중집-사무국
* 중앙위: 지역과 부문의 대표성
- 위원회:
1) 지역위원회 - 기본단위의 지역조직 체계로의 편재
2) 사업위원회 - 강령, 기관지, 교육, 노조, 비정규직, 현장
3) 부문위원회 - 여성, 학생, 사회운동, 정보통신, 보건복지, 국제 등
4) 특별위원회 - 제도정치, 좌파연대
* 중집: 대표, 사무처장, 국실장, 지역사무국 + 사업위/특위 위원장
- 전국적 사업을 집중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역량의 전진배치
- 지도집행력의 강화 및 집중, 전국과 지역의 유기적 협력관계의 구조화
* 사무국: 정책-선전, 기관지, 교육, 조직, 대외협력, 국제, 총무-재정 등
- 현시점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근역량의 충원 및 훈련을 통한 강력한 집행체계 구축
- 안정적 재정구조의 창출을 통한 가능한 상근역량의 총집중 및 전진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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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활동가 조직건설 제안문-중앙파

  • 분류
    자료실
  • 등록일
    2005/03/13 14:27
  • 수정일
    2005/03/13 14:27
  • 글쓴이
    서른즈음에
  • 응답 RSS
제안서


이 글은 전국활동가조직을 추진하는 단계에서의 기초 문제의식을 담은 제안서입니다. 따라서 변혁운동의 전망 등 많은 부분에서 부족합니다. 완성된 형태의 노선문건은 제안서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동지들과 함께 심도 깊게 고민하고 논의해서 만들 것입니다. 조직의 출범 때는 그 노선 문건을 진보진영에 공개적으로 제출할 것입니다.



변혁의 전망으로 계급운동을 복원하자.

전 자본주의가 정말 싫습니다. 이제 정말 소름이 끼칩니다.
1970년에 죽은 전태일의 유서와 세기를 건너 뛴 2003년 김주익의 유서가 같은 나라.....
세기를 넘어, 지역을 넘어, 업종을 넘어, 자자손손 대물림하는 자본의 연대는 이렇게 강고한데 우린 얼마나 연대하고 있습니까? 우리들의 연대는 얼마나 강고합니까? 비정규직을, 장애인을, 농민을, 여성을 외면한 채 우린 자본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아무리 소름 끼치고, 아무리 치가 떨려도 우린 단 하루도 그들을 이길 수 없습니다.
저들이 옳아서 이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연대하지 않음으로 깨지는 겁니다. 맨날 우리만 죽고 맨날 우리만 패배하는 겁니다. 아무리 통곡을 하고 몸부림을 쳐도 그들의 손아귀에서 한시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이 억장 무너지는 분노는,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이 억울함을 언젠가는 갚아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진숙, 2003년 10월 22일, 김주익 열사 추도사 중에서]


Ⅰ. 노동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계급운동의 시대를 열어가자.

지금 노동운동이 한계에 봉착해 있다.
노동운동은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이해를 앞장서서 관철시키는 계급운동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고통스럽게도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현재의 노동운동은 ‘노동자·민중의 계급적 이익을 관철하는 운동에서 60만 정규직의 고용조건을 확보하는 운동으로, 정치적 변화와 사회변혁을 추동하는 운동에서 실리주의적 경제투쟁에 집중하는 운동으로, 사회변혁운동의 중심적 위치의 책임을 갖는 운동에서 부문운동으로’(양경규, 노동운동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그리고 4.15총선) 전락해 있다.

1-1) 부문운동으로 전락한 노동운동
냉혹하게 평가한다면, 지금까지의 노동운동은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조합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 고용 등을 쟁취하고 방어하기 위한 투쟁에 머물러 있었다. 그간의 과정에서 평등과 연대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실천과 영향력에 있어서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평등은 구호에서 실천으로 승화하지 못했고, 연대는 조직된 노동자들만의 품앗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랬음에도 노동운동은 그 자체로서 정당성과 도덕성, 그리고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이는 폭압적 독재권력의 지배, 비인간적 노동조건, 절대적 빈곤에 허덕이는 민중의 삶이라는 사회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민주노조를 만들고 지키기 위한 처절한 투쟁은 독재권력과 보수정치구조에 파열구를 내는 민주화투쟁이 되었다. 또한 조합원의 임금조건을 상승시키기 위한 임단협 투쟁은 빈곤에 허덕이는 전체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때문에 지금까지의 노동운동 시대는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고 투쟁하는 것만으로도 계급성과 민중성, 변혁성을 가질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지금까지의 노동운동, 1기 노동운동시대의 특징이다.

1-2) 변화된 상황
그러나 이제 상황은 바뀌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대되었고 자본의 노동통제는 세련되어졌다. 더욱이 자본은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대공장과 중소공장, 남성과 여성으로 분할통치하고 있다. 더 이상 조직된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을 중심으로 하는 투쟁만으로는 정당성과 도덕성을 획득할 수 없다. 계급성과 변혁성을 가질 수 없다.
이 점은 특히 비정규직의 현실을 통해 적나라하게 확인된다. ‘노동자계급 속의 또 다른 계급처럼’ 존재하는 비정규직이 전체 취업노동자의 50%를 넘는 현실에서 과거 같은 방식의 노동운동은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노동자계급마저 20:80의 구분법으로 설명되는 구조가 온존하는 상태에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과감한 실천이 전제되지 않는 한 그 어떠한 노동운동도 결코 계급운동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할 수 없는 것이다.

1-3) 평등과 연대의 실현, 계급운동의 복원
이제부터 노동운동의 중심은 평등과 연대가 되어야 한다. 민주노총 60만을 넘어 1500만 노동자계급으로, 또 1500만 노동자계급을 넘어 4000만 민중으로, 4000만 남한 민중을 넘어 7000만 한반도 민중의 삶으로 나아가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민주노총의 투쟁과 노동운동이 사회제도를 바꾸는 투쟁으로 발전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된 조합원들의 임금과 고용투쟁은 ‘주변’으로 가고, 전체 노동자계급의 임금과 고용을 평등하게 실현하는 투쟁이 ‘중심’으로 가는 대이동이 있어야 한다. 모든 민중의 삶을 공통으로 규정하는 의료, 교육, 주택, 연금, 세금 등의 문제와 정치, 경제, 사회 구조의 변혁을 중심에 놓고 투쟁하는 시대가 열려야 한다. 한반도 전체 민중의 운명을 규정하는 평화와 통일을 주요하게 실천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총파업을 전개하는 노동조합운동, 명실상부한 정치총파업의 시대, 2기 노동운동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사업장에서 누가 임금을 더 많이 따내었는가보다는 사회적 임금제도를 위한 정치총파업에 누가 더 적극 참여했는가에 의해 평가받는 시대, 1기 노동운동 시대의 투쟁전통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해 금속 등 극히 일부 연맹만 참여하는 총파업이 아니라 모든 연맹이 참여하는 시대, 정규직이 자신의 임금만을 중심으로 투쟁하지 않고 비정규직 해결을 중심에 놓고 투쟁하는 시대, 그런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



Ⅱ. 왜곡된 분파운동을 극복하고 노선운동을 전개하자.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동운동 안에는 이념과 노선, 사업방식 등의 차이에 따라 크게 ‘국민파, 중앙파, 현장파’의 세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 와서 그 세 흐름은 ‘민주노동자 전국회의’와 ‘노동전략연구회(이른바 벽제파)’, ‘평등회의 경향’, ‘노동자의 힘 계열’과 ‘메이데이포럼 계열’의 다섯 흐름으로 분화되고 있는데, 그 흐름은 민주노총 사업방향 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해 왔다. 그러한 구도는 노동운동 지평이 확대되면서 발생한 노선의 차이를 반영한 것이며, 운동의 발전단계를 반영하는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민주노조를 사수하는 것이 중심 과제인 시대에는 잠복해 있었던 인식의 차이가 노동조합운동이 시민권을 얻고 힘을 가지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한편 민주노동당에도 의견그룹이라 표현되는 분파운동 단위가 있다. 이 또한 이념과 노선, 사업방식의 차이를 일정하게 반영하고 있다. 주체사상과 민족주의에 근거한 전국연합그룹, 그리고 사회주의나 사민주의에 근거한 평등연대, 진정추경향, 화요모임이 있다. 또 국제사회주의에 근거한 다함께가 있다. 여기에 노동운동 속에서 단련된 위의 다섯 흐름이 자리잡고 있으며, 다양한 소규모 의견그룹들이 가세하고 있다.

2-1) 왜곡된 분파운동
하지만 지금까지의 우리 운동은 ‘노선운동과 조직운동’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결코 건강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각각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분파운동이 자신의 노선을 앞세우고 조직과 실천을 통일시키면서 대중들로부터 검증 받는 노선운동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갈수록 각종 선거를 둘러싼 경쟁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가고 있으며, 노선은 그것을 위한 명분으로 전락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기도 한다. 즉 노선경쟁은 실종되고 선거를 둘러싼 과잉경쟁 현상이 드러난다. 운동 내부의 권력을 둘러싼 경쟁이 대중들로부터 동의를 얻으려면 그 경쟁이 노선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작용되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도리어 그 관계가 역전된 듯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동조합운동이나 농민운동, 빈민운동, 학생운동, 그리고 정당운동의 영역에서 똑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로부터 우리 운동에서 변혁을 실현하기 위한 노선논쟁과 실천을 둘러싼 논쟁, 그리고 그것의 대중적 검증은 방치되어 있다. 때문에 분파운동이 변혁의 전망을 열어 가는 무기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오히려 운동의 폐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2-2) 대중적 노선운동을 전개해야
기존의 이념과 노선을 재검증해야 하는 현실에서 곧바로 어떤 주의와 노선을 선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정체성을 확인하지 않고 두루뭉실하게 하는 활동 또한 옳지 않다. 지금 상황에서 정리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집약하고, 나아가 사회운동 전반의 문제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통해 하나의 종합적인 노선을 세워야 한다. 그것을 위해 각 단위는 탈바꿈해야 한다. 건강한 분파운동의 풍토를 만들기 위해, 계급운동을 보다 힘있게 실현하기 위해 혁신되어야 한다. 더 이상 내부 권력을 둘러싼 선거조직으로 전락하지 않아야 한다.
동구 사회주의 쇠퇴와 신자유주의 출현으로 요약되는 운동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올바로 대처할 수 있는 운동의 방향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노선을 세우는 것을 등한시 해온 점, 노선에 따른 조직운동보다는 ‘유유상종’식 운동 인연과 인물을 중심으로 무리를 지어 활동해온 점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하고 진정으로 변혁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세력으로 새롭게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
운동이 올바로 발전하고 사회변혁에 복무하기 위해서는 노선운동을 실현해야 한다. 각 분파는 변혁의 전망을 바탕으로 이론의 공통분모를 집약하고 만드는 가운데 각자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통일성을 높여야 한다. 그것을 근거로 실천을 일치시키고, 분파들의 건강한 논쟁과 실천경쟁을 통해 계급대중 앞에 검증 받아야 한다.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조직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대중적 노선운동에 따른 조직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Ⅲ.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 나아갈 전국조직을 건설하자.

우리는 지금 정치세력화와 한반도 정세, 그리고 노동조합운동의 세 측면에서 커다란 시대 전환기를 통과하고 있다.

3-1) 정치세력화의 일보진전
2004년 4.15총선을 통한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은 운동지형의 변화를 예고하는 커다란 사건이다. 그동안의 우리 운동은 정당운동이 부재한 가운데 대중운동이 투쟁전선을 이끌어 왔다. 80년대까지는 학생운동이 그 중심에 있었고, 90년대부터는 노동조합운동이 그 중심에 있었다. 이 때문에 한동안 모든 투쟁사안이 민주노총으로 집중되었고, 민주노총이 투쟁전선의 전진과 후퇴의 핵심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함으로서 당이 당 나름대로의 방침과 논리를 가지고 독자적으로 쟁점을 형성해 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즉 대중운동의 요구와 쟁점이 당을 통해 수렴되고 왜곡되기도 하는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이는 운동질서의 새로운 재편을 의미한다.
이러한 당의 시대는 우리의 운동이 평등과 연대에 입각한 사회구조 변혁운동으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조직된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 노동조건에 머물렀던 1기 노동운동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당은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사실 노동조합운동은 1기 시대의 오랜 관성 때문에 2기 시대로의 전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동운동을 주도하는 민주노총과 각 연맹의 준비는 불철저하고, 현장활동가들은 조합원들의 수준을 핑계 대거나 노동조합 선거를 의식하면서 그 전환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이러한 속에서 당은 그 한계를 극복하는 유력한 무기의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정당으로서 생존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모든 민중의 삶과 직결되는 교육, 의료, 연금, 주택 등의 문제와 비정규직의 문제를 중심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대안을 만들어 사회쟁점화 시키고 제도화하는 투쟁을 앞장서서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한 당의 실천이 노동운동의 노력과 맞물려 간다면 정치총파업의 시대를 성큼 앞당겨 낼 것이다.
한편 당의 시대는 부정적 측면으로서 변혁 전망의 포기와 운동의 개량화를 부추기는 마약이 될 수도 있다. 대중의 힘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대중동원전략이 방기되거나 폐기되고, 의회 내의 투쟁과 협상전술에 의지하는 운동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정당의 득표율 상승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대중투쟁을 제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노동운동을 체제 내로 묶어버리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이 계급대중운동으로서 튼튼하게 자리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당의 긍정성을 강화하고 부정성을 제어할 수 있다. 노동운동은 정당운동의 영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것은 계급운동으로서의 노동운동이 담보해야 할 지극히 당연한 영역이다. 더구나 민주노동당 안에 노동자 중심성과 사회운동성, 이념성의 강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변혁운동의 진로와 관련해 매우 중요하다. 노동운동은 민주노동당이 노동계급 중심성, 사회운동성, 이념성을 강화하도록 적극 개입해야 한다.

3-2) 통일시대로의 진전
운동의 여러 쟁점 가운데 그 무엇보다 예측하기 힘든 것은 통일을 둘러싼 정세전망이다. 그것은 통일정세의 주도권을 미국과 북한이 쥐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비롯된다. 미국은 오로지 자국의 이익에 근거해서만 접근하고 있고, 북한에 관한 정보는 거의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남한 정부·자본과 운동진영은 보조적인 위치에 있다고 하는 현실 때문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한반도 정세가 급격한 통일정세로의 진입로에 있다는 점이다. 6자 회담이 그 분수령인데, 미국과 북한의 상황은 6자 회담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이라크의 수렁에서 헤매고 있는 미국은 북한의 핵 압박에 대해 전쟁을 벌일 여력이 없고 그렇다고 마냥 시간을 끌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리고 북한은 핵 압박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이유들 가운데 하나인 가중되는 경제난 때문에 경제구조개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어떠한 식으로든 6자 회담은 결말이 날 것이고, 그것은 한반도 정세의 격변을 의미한다.
그러나 설사 6자 회담이 결렬된다 하더라도 이미 남북관계의 진전과 통일정세는 큰 대세가 되어 있다. 6.15 남북정상회담의 실현, 갈수록 넓어지는 남북 경제교류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과 남북 육로개방, 배급제의 폐지와 물가 및 임금의 현실화로 나아가고 있는 북한의 경제구조 개선조치 등이 그 증거들이다.
따라서 남한의 노동운동은 통일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우선 미국의 한반도 패권전략에 맞서고 평화통일을 성사시키기 위한 투쟁에 적극 나서야 한다. 나아가 통일이 남북한 민중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반도의 통일이 북한 노동자를 제2의 이주노동자로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통일이 자본의 주도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투쟁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3-3) 노동조합운동의 지형변화
노동조합운동 또한 여러 측면에서 급격한 변화의 지점에 있다. 그것은 노동조합운동의 산별 시대로의 전환, 공무원노조의 시민권 획득, 실리주의 경향의 강화, 민주노총 지도집행 노선의 변화, 한국노총의 생존을 위한 필사의 몸부림 등의 측면에서 나타난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가 산별노조로 출발하고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가 힘든 상황에서나마 한 걸음씩 산별 실천을 열어가고 있지만, 본격적인 산별 시대를 열기 위한 노력은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제조업의 대공장 노조를 중심으로 아직도 많은 기업별 노조가 산별 흐름에 동참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으며, 더욱이 산별노조 건설을 분파간 경쟁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일부 분파들이 산별 시대로의 전환을 방해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운동이 평등과 연대에 입각한 운동으로 전환하라는 안팎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을 수 없고, 기업별 노조의 극단적 한계점에 도달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에 산별 시대의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할 것이다. 이는 분명 노동조합운동의 한 단계 진전을 의미하는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두 측면에서 운동의 지형변화에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공무원은 그 업무의 성격 때문에 사회정치구조의 변화에 민감하다는 점과 대중동원전략에 소극적이라는 점의 특징을 갖는다. 앞의 측면이 강화되면 노동조합운동을 계급운동으로 한 단계 발전시키는 긍정성을 발휘할 것이고, 뒤의 측면이 강화되면 노동조합운동을 왜곡시키는 부정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의 노동조합운동은 실리주의 경향의 강화로 고통받고 있다. 그것은 정규직 기업별 대공장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강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자칫하면 우리의 운동이 일본식 노동조합운동의 선례를 따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노동조합운동이 조직된 노동조합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어 왔다는 점, 지불능력의 차이에 따라 노동자간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기업별 노조체계에 안주해 왔다는 점 따위가 실리주의 경향의 강화를 부추기고 있다. 실리주의를 극복하고 현장성을 회복하기 위한 엄중한 노력이 요구된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바뀌었다. 그것은 기존 민주노총 투쟁방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간의 민주노총은 기본적으로 대중투쟁전략에 입각한 협상전술에 바탕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임 지도부는 명백히 협상전술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것이 어떠한 상황을 만들 것인가에 따라 노동운동은 커다란 변화의 지점에 놓이게 될 것이다.
한편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과 녹색사민당의 참패가 주는 한국노총의 위상약화도 노동조합운동의 변화를 예고하는 지점이다. 혼란에 휩싸인 한국노총은 직선제 도입 등 우선 내부적인 체질개선에 나서겠지만, 민주노총으로의 쏠림 현상에 제대로 대응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한국노총이 선언적 수준에서 제기하던 양 노총 통합을 실제적인 제안으로 내놓고, 민주노동당이 당의 지지율 확보라는 이해에서 그것에 동조하고, 민주노총 내부에서 그에 반응한다면, 노동조합운동은 새로운 실험대에 올라서게 될 것이다. 민주노총의 준비가 불철저한 상황에서, 또 한국노총의 체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러한 결과가 온다면 노동조합운동은 하향 평준화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그것은 전체 운동의 급격한 개량화로 이어질 것이다.

3-4) 시대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운동이 필요
이처럼 변혁운동을 둘러싼 상황은 여러 지점에서 변화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우리는 변화되는 상황을 예비하고 개척해 나가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 나아가고 대중적 노선운동을 전개할 전국 활동가 조직을 건설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올바로 예비하고 세워내는데 있어서 노동계급운동의 역할은 여전히 핵심적이다.
이에 동지들에게 전국조직 건설에 동참할 것을 제안한다. 제안서의 문제의식에 동의한다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함께 하자는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우리가 같이 고민하고 실천하며 만들어갈 노선의 출발점으로 다음을 제안한다.

○ 이념지향
- 변혁의 전망을 현실화한다.
- 국가사회주의의 오류와 사회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시킨다.
○ 당면 정치방침
- 민주노동당의 노동자 중심성, 사회운동성, 이념성을 강화한다.
○ 노동조합운동 실천방침
- 1기 노동운동을 극복하고 2기 노동운동, 계급적 노동운동을 실현한다.
- 대중투쟁전략을 중심으로 대자본·대정부 협상전술을 구사한다.
- ‘투쟁하고, 비정규직과 함께 하며, 현장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산별노조를 건설한다.
- 무원칙한 실리주의와 타협주의를 반대하고, 동시에 무책임한 맹동주의를 배격한다.
-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노동운동 제1과제로 설정하고 실천한다.
○ 사회경제구조 개혁
- 전체 민중의 삶을 규정하는 교육, 의료, 연금, 주택 등의 투쟁을 현실화시킨다.
- 정치총파업을 실현한다.
○ 통일운동과 평화운동
- 반미, 반전, 반핵의 입장에서 미국의 대한반도 패권전략에 맞서 투쟁한다.
- 통일운동과 평화운동에 대한 소극성을 극복하고 적극 실천한다.
○ 반신자유주의
- 세계 진보역량과의 연대를 통해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강화한다.
- 사회공공성의 강화를 통해 돌파한다.

이 정도의 내용은 지극히 선언적이고 부족하다. 또한 운동이 감당해야 할 많은 영역이 빠져있다. 그럼에도 이 수준이면 전국 활동가 조직을 함께 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것을 출발점으로 해서 대중적 노선운동에 걸 맞는 노선을 함께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동지들! 함께 하자. [2004.5.15]











[제안서에 덧붙이며]


1. 노선과 조직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조직건설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조직운영 원리에 동의하더라도 한 가지 문제가 더 남는다. 그것은 건설하려는 조직이 과연 질적 내용을 제대로 담보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이 문제와 관련해서 100%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동구 사회주의가 패배한 속에서 노선을 정립하는 사업이 결코 쉽지 않고, 또 그동안의 실천과정에서 노선정립을 위한 유의미한 작업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고, 또한 대부분의 활동가들이 노선 없는 실천에 안주하고 있었던 현실이 그것을 장담할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이것은 중점을 두고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그래야만 노선운동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

1-1) 전략위원회 운영
이를 위해 우선 노선정립을 담당하는 기구로서 전략위원회를 상설위원회로 설치할 것이다. 위원회는 이론역량을 갖춘 조직원으로 구성될 것이다. 이렇게 구성되는 전략위원회의 집중논의를 통해 안을 만들고, 그것을 전 조직원 토론에 부쳐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동의 여러 쟁점을 조직의 테제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1-2) 외부와의 소통
한편 노선정립은 조직 내부의 힘만으로 되지 않는다. 내부의 힘만으로 하겠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동안의 운동역사 속에서 쌓인 고민과 입장을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묶어 세우고 그들이 노선 정립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이미 많은 결과물을 남기고 있는 기존의 연구소들과 정당운동, 비정규직운동, 통일운동 영역에서 쌓인 문제의식과 성과를 적극 받아들이도록 할 것이다. 다른 분파의 내용 가운데에서도 올바른 것은 받아들일 것이다. 또한 필요하다면 그것을 할 수 있는 연구소를 만들 수도 있다.

1-3) 재교육
끝으로 조직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선이 올바로 정립되어야 하는 것과 더불어 조직원의 역량을 높이는 사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경험과 관성에 의한 운동을 탈피해야 하며, 이론경시 풍조도 극복되어야 한다. 삶의 공간에서 자본주의 방식으로 살고 있는 운동과 삶의 괴리도 극복되어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실천방안과 자세 등이 새롭게 점검되고 개선되어야 한다. 우리 자신들로부터 혁신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모든 조직원은 반드시 재교육되어야 한다. 또 그것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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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칭)사회주의 당운동 강화를 위한 서울지역모임 제안서

  • 분류
    자료실
  • 등록일
    2005/03/13 14:25
  • 수정일
    2005/03/13 14:25
  • 글쓴이
    서른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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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칭)사회주의 당운동 강화를 위한 서울지역모임 제안서


당운동의 위기는 97년 이후 발전해 온 정치적 노동운동은 위기다.

2004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 선거결과 당 지도부는 민족주의자, 개량주의자들이 지도부의 대다수를, 아니 전부를 차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어 진행된 서울시당위원장 선거는 그 반사 작용으로 NL이 아니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제껏 개량적 지도부에 영합했던 기회주의자들이 사회주의자를 참칭하며 승리를 거두었다. 잇따른 선거와 그 결과로부터 당은 노선분화가 가속화되고, 이러한 노선분화는 잠복되어 있던 노선갈등에 더해져 당을 분파투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특히 민족주의자들의 발흥은 그 동안 당내에서 이러저러한 기득권을 행사하던 사민주의자, 자유주의자, 사이비 사회주의 분파에게 위기감을 낳았고, 이들은 격렬하게 반발하며, 곳곳에서 분파투쟁의 싹을 틔우고 있다. 당의 이러한 모습은 정치적 노동운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던 사람들에게는 기가 막힌 상황임이 분명하다.  
95년 민주노총 건설부터 조직적 목표로 정치세력화가 분명히 명시되었지만 97년 노동법개악분쇄 총파업투쟁이후에야 이 땅에서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진출이 가시화 되었다. 이후 국민승리21, 그리고 2000년 민주노동당 건설, 10명의 의원을 국회에 진출시킨 2004년 총선까지 숨가쁘게 정치적 노동운동은 발전해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우리 스스로 대견해 하고, 언론조차 경탄케 한 성공의 이면에는 정치적 노동운동의 발전이 왜소화되고, 왜곡되는 현실이 존재한다.
전직 민주노총 간부들이 중심인 의원단의 면모는 민주노동당을 노동조합 관료들의 출세화의 도구로 여기게 하는 풍토를 곳곳에 만연시켰다. 특히 이것은 민주노총 주요 분파들에게 민주노동당의 지도부 구성에 나도 빠질 수 없다는 경쟁의식으로 표출되었다. 높은 부르주아적 정치감각을 지녔다는 민주노총 간부출신들이 당지도부의 대열에 재빠르게 몸을 실었다. 세상을 바꾸자는 포부는 간데 없고, 부르주아 정치의 한쪽 켠을 차지하는 것으로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는 희화화되고 있다. 


당운동의 위기는 노동조합운동 위기의 반응이다.

이러한 사태는 한편으로는 남한 노동조합운동의 동요와 후퇴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 사회적 합의주의로 명명한 민주노총 지도부와 주류들은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비롯해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위한 노동자기금 조성까지 계급협조주의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를 보여왔다. 이와는 다르게 대중투쟁에 기초해 단체협상의 사수와 상승을 통해 노동자계급의 경제, 사회적 지위를 상승시키려는 시도도 단위노조의 교섭력의 한계로 인해, 또는 어정쩡한 산별교섭에 부딪쳐 일부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침체를 못 면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일부에서 주장하고, 실천해온 노동조합운동의 사회운동으로서의 발전 역시 대자본, 대정부 교섭력의 약화라는 상황에서 전혀 전진하고 있지 못하다. 이 와중에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격차는 날로 확대되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 결과 민주노조운동의 기반은 심각하고 도전 받고 있고, 흔들리고 있다. 
노동조합운동의 정치투쟁 또한 이번 이라크 파병반대 투쟁에서 드러나듯이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 채 (운송관련 노동조합의 선언이 이를 잘 보여준다) 시민사회운동적 투쟁방식과 요구에 스스로를 가두어 놓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과제는 무엇인가?

이 모든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총체적 지도력의 부재에 있다. 그러나 새로운 대중운동의 지도력을 확보하는 것은 위력적인 대중투쟁에 의해 가능할 텐데, 문제는 이것을 추동할 대중의 높은 정치의식, 아니 선진간부층의 높은 정치의식이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계급협조주의의 대안은 노동자계급이 자기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뚜렷한 목표의식, 즉 사회주의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회주의 운동은 날이 갈수록 강화되기보다는 정체되고 심지어 약화되었다. 이것은 그 동안 사회주의운동이 얼마나 미미했던 지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수행해야 할 주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준다. 당운동에서 노동조합운동까지 사회주의적 실천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운동이 각종 기회주의 세력의 요새가 아니라, 사회주의자들의 주도성이 강화되어야 당운동은 시민사회운동식의 실천에서 뛰쳐나와 사회주의적 강령을 중심으로 정치적 대중투쟁을 조직할 수 있는 지도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자들의 단결과 주도성이 강화되는 속에서 노동조합운동이 계급협조주의를 극복하고, 발전방향을 올바로 잡아나갈 수 있다. 이를 촉진하고 확대하기 위해  노동조합운동수준에서 실천될 수 있는 사회주의 강령을 마련하고, 이를 중심으로 대중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당장 사회주의 정당으로 발전하는 것은 어렵다 하더라도 사회주의 운동세력이 노동자운동을 중심으로 확고한 주도력을 발휘하고 당의 주요세력으로 그리고 노동자대중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태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당장 사회주의 정당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개량주의에 포섭되어 있는 대다수 대중을 당내에서 획득하는 과제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자들의 혁명적 단결이 요구된다. 

지금 당은 최악의 분파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사회주의 세력이 뚜렷이 부각되지 않는 가운데 소부르주아들간의 저열한 노선다툼이 벌어지고 이에 따라 여러모로 패거리를 짖고 있다. 이 다툼에는 정책도, 이론도 동원되지 않는다. 오로지 상대를 부정하고, 흠집 내고, 시비 거는 데 모든 것이 달려 있을 뿐이다. 사회주의자들은 이 땅 모든 민중을 삶의 피폐로 몰고 가고 있는 자본주의를 극복할 대안을 중심으로 조직하고, 투쟁하기 위한 내부 단결을 이루어야 한다. 그럴 때만 온전한 의미에서 사회주의 운동세력의 지도력이 확고히 당내에 뿌리박을 수 있다.  
노동조합운동내의 분파가 존재하고 분파간의 투쟁이 전개되는 것이 악의 근본이 아니다. 오히려 최악의 사태는 분파들이 자기 정체성을 잃고, 전망을 확보하지 못한 채 무기력에 빠지는 것이다. 지금 사태는 바로 최악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조합운동내 일 분파는, 자기 실력에 맞지 않게 운동의 범위를 당운동까지 확대했다가 자기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명목으로 운동적 대의와 무관한 의리, 나눠먹기식의 파벌집단으로 치닫고 있으며, 그마저도 유지하지 못해 조직적 해체로 나가고 있다. 그런가하면 다른 분파는 자기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모색만 하다가 무기력한 상태로 몰리고 있다.
 이제 뚜렷한 구별정립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민주노동당 혁신세력은 노동자계급운동의 강화에 복무하는 사회주의자들로 재 결집될 것을 요구받고 있으며 민주노조운동은 사회주의 노동운동의 새로운 흐름을 창출해야 한다. 당과 노동조합운동을 아우르는 사회주의 운동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세력,  사회주의 노동운동을 주도할 수 있는 세력이 강력하게, 전국적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당면시기 사회주의 노동운동의 과제

사회주의 노동운동(사회주의 운동)은 계급전체를 아우르는 운동이며 동시에 전국적인 운동이다. 사회주의 노동운동은 전국적인 계급운동속에서 혁명적 대중을 훈련시키고, 단결시킬 수 있는 틀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사업장, 전지역으로 조직되고, 대중투쟁을 선도함은 물론, 정치투쟁으로 스스스를 단련시켜야 한다. 당면시기 사회주의 노동운동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사상, 이론적 준비, 조직적 준비를 즉각 해 들어가야 한다.

1. 사회주의 역량강화를 위한 기초를 튼튼히 하기 위해 대대적인 학습운동을 전개한다.
사회주의는 과학이며 이것은 학습되고, 단련되어야 한다. 이론에 대한 경시와 이론에 대한 경배, 모두 사회주의적 이론학습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현장활동가와 당활동가를 포함해 대대적인 학습운동이 조직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2. 노동조합내의 협조주의 노선을 폭로하고 타격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협조주의는 저절로 발생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저절로 없어지거나 약화되지 않는다. 이론적 수준에서, 정책적 수준에서, 현장실천에서 이것에 대항한 철저한 투쟁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주노총을 주도하고 있는 계급협조주의를 타격하고 이를 통해 대중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활동가들을 조직하고, 협조주의를 대중적 수준에서 폭로할 수 있도록 한다.

3. 노동조합은 대중적 수준에서 사회주의적 강령을 갖추어야 하며, 이는 대중의 당면요구와  사회주의적 요구의 적절한 결합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계급협조주의를 타격하는 것만으로 노동조합이 노동해방을 위한 투쟁에서 자기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계급협조주의를 넘어서는 우리의 대안, 사회주의를 보다 대중적으로 설득하고 대중운동을 사회주의 운동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기울어저야 한다. 노동조합운동은 당면한 대중적 요구와 사회주의적 강령을 결합하는 과도강령을 제출하고, 이를 위한 투쟁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4. 민주노동당내에 강력한 사회주의 분파를 건설하자!
민주노동당이 계급연합당이자 대중정당이라는 사실이 지도의 문제, 혁명적 지도력의 문제를 비켜 가는 것이 아니다. 더욱 날카로운 형태로 이를 요구하고 있다. 사민주의자, 심지어 자유주의 분파도 자기 정립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사회주의자들이 자기 사회주의 강령으로 조직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사회주의를 자처하는 기회주의자들과 구별되기 위해서도 노동운동에 기반한 활동가들이 조직되고, 연대활동의 주역들이 뭉쳐야 한다. 즉 당내에서 노동계급의 선진부위가 분립되어야 한다.

5. 노동조합운동과 당내에서 그리고 현장과 지역에서 사회주의 강령을 풍부히 하고 대중적 선동과 실천을 강화한다.
사회주의는 설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존재한다. 사회주의 강령을 대중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모든 곳에서, 모든 계층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선도하고 실천의 모범을 만드는 것이 사회주의 세력의 승리를 보장한다. 


(가칭)사회주의 당운동 강화를 위한 서울지역 실천모임을 제안한다.  

서울지역에서 당운동은 많은 학생운동 출신의 소부르주아 활동가들이 주도해오며 민주노동당내에서 가장 당적 단결은 안되면서도 가장 치열한 분파투쟁으로 점철되어 왔다. 이러한 모습의 반편향으로 진지한 활동가들의 당운동 참여는 지체되어왔다. 이제 민주노동당 서울지역의 진지한 당활동가들이 서울시당 선거를 계기로 단결을 꾀하고 있는 것은 현상태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흐름을 강화하고, 이 흐름이 건강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울지역의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서울지역은 지난 몇 년간 전노협 이후 와해되었던 지역연대를 창출하고, 당운동이 발전과 함께 여러 연대활동을 조직해왔다. 이러한 연대활동을 통해 동지적 신뢰를 확인한 활동가들이 남한 노동운동의 미래를 위해 단결해야 한다. 서울지역의 지역연대 활동가들과 당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주의 노동운동의 흐름을 창출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노동해방의 전망을 열고, 대중에게 희망을 주는 서울지역의 사회주의 노동운동 실천모임을 즉각 건설할 것을 제안한다.


2004.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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