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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크>를 보고

애쉬님의 [클로즈업이 우리에게 남긴 것] 에 관련된 글.
 

 

 

 

 

한 주 내내 정신이 산만하고 손에 잡히는 일도 딱히 없고 해서, 거의 몇 달 째 미루고 있던 영화관람을 실행에 옮겼다. 사실 내 이번달 주머니 사정상 영화 보는게 쉬운일은 절대 아니었지만, 꿀꿀한 마음을 진정시키려면 어쩔 수 없었다.

 

대전아트시네마는 조용하고 분위가 좋은 것은 참 매력적이지만, 상영관 안이 너무 추운게 단점이다. 카운터에 있던 직원이 무릎을 덮을 담요를 가져가라고 했을 때 부터 좀 불안하긴 했는데, 담요를 두 개를 가져갔음에도 두 시간 내내 벌벌 떨었다. 근데 상영관 뒷 편에 보니 대형 히터가 있긴 있는데, 나를 포함해 4명의 관람자가 있는 곳 까지는 전혀 열기가 오질 않는 거였다. 그래서 결국 난 맨 뒷자리로 옮겨 앉아야 했다.

 

뭐 그건 그렇고... 내가 워낙 영화의 카메라 기법, 장면 구성에 대한 이해능력이 딸려서 스토리 전개가 좀 이상하게 구성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숀 펜 주연의 <밀크>는 확실히 인상깊은 영화다. 하루가 지나고 생각해 보니 나의 인상깊음은 나름대로 나의 현재 상황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40세의 보험회사 직원 하비 밀크는 홀연 모든 것을 버리고 동성 애인과 샌프란시스코로 떠난다. 그리고 그 곳에서 게이 인권운동에 몸을 던진다. 그는 8년간의 시간동안 여러 동성 애인을 만났고, 게이를 위한 상점 '카스트로'에서 수많은 동성 친구들을 만든다.

 

무엇이 40세의 보험맨의 삶을 이렇게 바꾼 것일까? 그저 그의 성 정체성이 그렇게 움직이게 했다는 설명은 충분한 것일까? 나이 40이면 사실 사회의 편견과 매너리즘을 인이 박일 정도로 체화시키고도 남을 나이다.

 

내 나이는 27세. 약 7개월 뒤면 나는 행정안전부 소속이 아닌 완벽한 무소속으로 던져지게 된다. 그래서 난 요즘 그 7개월 뒤에 대한 주판알 튕기기로 바쁘다.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아무리 빡세게 산다 해도 월100만원은 받아야 대충은 먹고 살텐데..."

"아무래도 여기서 계속 부모님하고 사는건 힘들텐데, 그럼 어디에 집을 얻어야 방세를 조금이라도 덜 낼까?"

 

뭐 대충 이딴 것들. 나이 스물일곱의 청년도 이런 고민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사는데, 저 중년의 남성은 무슨 생각으로....ㅠ.ㅠ

 

음, 그리고 이건 딴 얘긴데, 이 영화를 보면서 최근 선거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하비 밀크의 출마는 전형적인 현장의 힘을 통한 제도권 진출이다. 그의 공직 진출은 게이 인권운동 그 자체였고, 시의원 활동도 게이 인권운동을 빼고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 딴건 둘째치고 진보진영에서 교육감 선거를 준비하신다는 분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좀 황당하다. 특히 서울의 경우, 이미 출마선언을 한 4명의 진보후보들이 있는데, 이들이 소위 '이름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중량감'있는 후보를 땡겨오려고 후보 물색을 했단다. 그래서 만났다는 사람들이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다. 허허~ 참, 그 사람들의 성향은 둘째치고 이런 경력의 사람들이 교육감을 한다는 건 쫌 웃기지 않나? 어쨌든 이번 지방선거, 모두들 '하비 밀크'처럼만 해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그냥 잡소리만 늘어놨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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