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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의 담론이론 : 표상으로부터의 탈주 (요약)

 

미셸 푸코와 담론 이론 : 표상으로부터의 탈주

- 『철학의 탈주』中 5장 (이진경)




1. 맑스주의와 ‘담론’ 개념

- 라클라우/무페 : 담론형성체 외부에는 아무것도 없으며, 모든 것은 담론형성체를 통해서만 존재한다.

- 라클라우의 담론형성체 논의에서 푸코가 주요하게 거론되는데, 푸코가 ‘존재하는 것은 오직 담론형성체뿐’이라는 라클라우의 주장에 동의할 것 같지는 않음. 푸코는 오히려 담론 외적인 것을 강조하고 담론 개념 자체에 대해 지속적으로 긴장을 유지함.

- 푸코의 담론 개념이 변화해 간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 그리고 그 변화의 의미를 읽어 내는 것이, 차라리 그의 담론 개념을 평면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며 중요하다고 생각함. 이것이 담론 이론의 문제설정을 맑스적인 지반 위에서 다시 사고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는 것.



2. ‘언어학적 전환’과 표상체계 패러다임

- ‘담론’ 개념이 확산되게 된 계기는 ‘언어학적 전환’에 있음. ⇒ ①기호는 자의적이다. ②기호의 의미는 다른 기호들과의 차이에 의해 정의된다. ③의미들을 조직해 내는 언어는 객관적 실체

- 기호학적 관점에서 보면 의미는 더 이상 주관적인 것이 아니며, 기호들간의 관계에 의해, 그것들의 의미작용에 의해 이루어지는 객관적인 것. 이제 주체는 담론 속에 존재하며 담론만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더욱 강한 의미에서 제기될 수 있음.

-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 레비스트로스의 관심사 : 문화라는 말을 정의할 수 있게 해주는 보편적 질서, 혹은 인간의 삶을 특정한 방식으로 규정해 주는 보편적 규칙의 문제.

┕→ ① 의미의 객관화를 넘어서서 개인이 사회적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은 의미의 네트워크를 자신의 것으로 함으로써 가능한 것, 즉 주체는 구조의 효과이다. ② 의미가 객관적이라면 그것은 주체가 갖고 있는 의식의 차원을 넘어서, 무의식의 차원에서 연구되어야 함. ③ 어떤 개별적인 사실이나 현상이 뜻하는 바는 다른 것과의 관계 속에서 정해지며, 중요한 것은 경험적 사실들을 체계화하는 그 본질적 관계를 연역적으로 찾아내는 것. (보편적 질서는 다양한 문화들 내에 존재하는 관계들의 수학적 동형성으로 정의됨)

┕→ 사회관계를 형성하는 보편적 질서는 친족관계를 통해 표현됨 ⇒ 여자의 교환을 통해 형성 ⇒ ‘근친상간 금지’

┕→ 이와 같이 보편성을 갖는 무의식적인 표상체계를 레비스트로스는 ‘야성적 사고’라 부름. 라캉은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고 함으로써 정신분석학을 구조언어학과 결합하고자 함.



3. 푸코의 담론 이론


(1) 표상체계로서의 담론

- 푸코에 의하면 담론이란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을 분할하는 분절의 체계며, 그 위에서 대상을 정의하고 설명하게 하는 규칙의 체계. 즉 ‘말과 사물을 이어 주는 고리’요 ‘사물과 언어를 재단하는 방법’. (『임상의학의 탄생』)

- 『임상의학의 탄생』에서 정의되고 있는 담론 개념은 대상은 언어적 의미의 고유한 망 속에서 파악되며, 그것을 통해 보이게 되거나 보이지 않게 된다고 보는 점에서 표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조건을 의미. 이는 정확하게 언어학적 전환의 효과 아래 있는 셈.

- 푸코는 다양한 담론들의 불연속과 단절을 규정하는 인식의 틀 자체의 불연속과 단절을 생각함. 이런 점에서 그 시기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동일한 형태로’ 방향지우는 보편적인 표상체계의 역사를 말함. (『말과 사물』)

- 에피스테메의 분석을 통한 서구 역사의 세 시기 : ①르네상스 시대(사물을 유사성에 의해 질서지우는 시기. 호두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  ②고전주의 시대(사물을 표상으로 환원하는 사고방식. 동일성과 차이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며, 유사성을 동일성으로 착각해선 안됨. 호두와 두뇌발달의 연관관계는 용납안됨. 분류표(tableau)가 중요해짐.)  ③근대(표상으로 환원되지 않는 실체가 인식의 중심에 자리 잡음. 표상 외부에 있으며 표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실체로서 칸트의 ‘물 자체’, 부의 표상으로 환원되지 않는 ‘노동’ 등. 인간중심의 사고)

- 위의 에피스테메들은 각각의 역사적 시기마다 서구인 전체의 사고방식을 기초지우고 있던 일종의 보편적 사고구조, 사고의 심층적 구조.

- 이런 푸코의 작업은 모든 인식을 가능하게 해주는 심층구조(‘야성적 사고’)를 찾아내려는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적 작업과 유사. 차이점은 레비스트로스는 그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된 심층구조를 가정하고 그것을 도출하려 한 반면, 푸코는 그것이 역사적으로 (그리고 공간적으로) 상이한 형태를 취한다는 점을 전제. (역사적 구조주의)


(2) 담론을 벗어난 담론 이론

- 1968년 혁명을 거치면서 담론에 대한 문제설정을 변화시킴. 『지식의 고고학』, 『담론의 질서』등.


① 담론의 새로운 정의

- ‘인식을 제한하는 특정한 표상체계’에서 그것이 포괄하는 개인들의 실천을 특정한 형태로 제약하는 조건을 통해 정의. 담론적인 분석이란 이제 “담론들을 기호들의 집합으로 다루지 않고 그들이 말하고 있는 바의 대상들을 체계적으로 형성하는 실천으로서 다루는 작업.

- 정신병리학, 경제학, 생물학, 사회학 각각을 다른 담론과 구별해 주는 것은 일차적으로 그것들이 어떻나 효과를 지향하는가, 그것이 어떻게 실천을 조직화하는가에 의해 구별.

- 담론은 ‘역사적 아 프리오리’(a priori historique) : 담론적 실천을 특징짓는 규칙의 집합으로서 정의.


② 담론적인 것과 비담론적인 것

- 푸코는 이제 실천을 특정한 형태로 형성해 내는 메커니즘을 담론적인 것과 비담론적인 것의 연관 속에서 파악. 실천을 형성해 내는 이 관계들이 정의되는 것은 그 내적인 구성이 아니라 그것들이 나타나도록 해주며 다른 대상과 병치되고 그것들과 관계 속에서 자리 잡도록 해주는 외재성의 장 속에서.

- 담론의 외부는 없으며 모든 것이 담론을 통해 존재한다는, 언어학적 전환의 그늘 아래 있는 명제는 기각됨.

- 담론적인 형성체와 비담론적인 형성체 간의 관계가 파악되는 방식

┕→ 사건의 차원 : 정신병리학이란 담론은 근대 초기에 유럽 전역에 나타났던 ‘거대한 감금’이란 ‘사건’과 무관하지 않으며, 이러한 사건의 효과 아래서 성립. 담론들은 우선 담론적 사건의 집합들로 다루어져야 함. 사건을 통해 담론의 현실적인 형성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사건은 담론적인 것에 대한 비담론적인 것의 효과를 지시.

┕→ 실증성의 차원 : 우리가 참되거나 거짓된 명제를 긍정하거나 부정할 수 있을 대상들의 영역을 구성하는 힘. 정신병동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일도 정신병리학이란 담론 안에서 해석되고 그 담론 안에 있는 규칙에 따라 실천이 이루어짐. 그래서 담론적 형성체는 “하나의 담론적 실천을 특성화하는 규칙들의 집합”. 푸코는 이를 그 아에서 이루어지는 어떠한 판단이나 실천의 전제 조건이 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아 프리오리’.


③ 담론적 형성체의 네 가지 차원

- 대상의 형성 : 정신병의 대상은 정신병리학이란 담론 안에서 정의됨.

- 언표 행위 양태의 형성 혹은 말할 수 있는 주체의 형성 : 주체는 담론 안에 마련된 ‘자리’이고, 그 자리에 들어설 수 있는 사람만이 주체가 될 수 있음. 주체의 지배력을 보장해 주는 것은 체계화된 제도와 공간.

- 개념의 형성 : 정신병리학에서 정신분열증이나 그 환자에 대한 서술과 판단은 의사의 개인적 사고가 아니라 정신병리학이 제공하는 개념들로 이루어짐.

- 전략의 형성 : 전략은 “담론의 대상, 주제, 언표 행위의 형성체계가 허용해 주는 담론적 공간 안에서 특정한 목적과 이론적 도구를 통해 새로운 계열의 개념을 형성해 내며, 그 위에서 특정한 형태의 실천을 겨냥하는 것”


(3) 계보학적 전환


①진리 의지를 문제 삼는 것.

- 개개 명제나 담론 내부적 과정에 머물러 있는 한, 어떠한 언표도 진리인가 거짓인가를 두고 평가된다. 각각의 담론은 그것이 진리인가 여부를 가리는 개념이나 규칙을 가지며, 이 규칙에 부합하는 한에서만 언표와 발언은 가능하게 됨.

- 실증주의 경제학에서 노동가치나 잉여가치라는 개념은 실증적으로 ‘검증’될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에 용납되지 않으며, 그러한 개념을 근거로 한 임금 계산이나 축적 이론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 진리 의지를 통해 억압과 금지, 배제와 강제가 작용하게 되는 것이고, 이런 점에서 진리 의지는 담론을 통해 권력이 행사되는 방식인 것.


②담론의 사건적 특성을 복구하는 것.

- 담론마다 고유한 형성 규칙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담론의 형성을 지배한다면, 어떠한 담론 내부에서 그것과 단절한 새로운 담론이 탄생하리라고 기대할 순 없을 것. 새로운 담론적 공간의 출현은 담론 외적인 것을 통해서, 즉 담론 내의 담론 외적인 것인 새로운 사건을 통해서 비로소 가능.

- 맑스에게 리카도나 스미스적인 담론을 넘어설 수 있었던 사건은 바로 1848년을 전후해서 전면화된 계급투쟁과 혁명. 이런 사건이 없었다면 맑스의 담론적 혁신도 없었음.

- 담론을 담론적 사건의 집합으로 정의하고 담론의 사건성을 복구한다는 것은 담론적인 것 안에서 작용하는 비담론적인 것의 일차성을 복구한다는 것.(ex: 형법학이나 정신병리학 담론에 대해, 감금하고 처벌하며 감시하고 훈육하는 사건의 일차성.)


③시니피앙의 지고성을 제거하는 것.

- 담론을 담론적 사건의 집합으로 정의하는 것은 그것의 인식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호적 의미체계로 정의하는 것과는 다름. 푸코가 말한 ‘언표의 물질성’은 “언표가 사물 또는 대상의 지위에 의해 정의된다는 것”. 이는 라캉에 대한 비판의 효과를 지님. 이 지점에서 그는 ‘표상체계의 패러다임’과 단절. ‘언표의 물질성’ = ‘권력의 물질성’


(4) 표상으로부터의 탈주


- 푸코의 ‘표상으로부터의 탈주’는 담론적인 것과 담론 외적인 것의 복합효과를 사고할 수 있는 계보학적 공간으로 귀착. “우리가 분석의 근거로 마련할 수 있는 것은 언어나 기호라는 빈부한 모델이 아니라 전투나 전쟁 같은 역동적인 모델”



4. 계보학과 담론


▶푸코 담론개념의 네 가지 개념

①불연속성

- 각각의 담론은 서로에 대해 불연속적이며, 자신이 허용할 수 있는 언표나 실천이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음.

- 반면 라클라우/무페의 경우 “접합적 실천에 의해 구조화된 전체”를 담론으로 정의하면서 불연속성보다는 연속성과 개방성을 강조. 그들은 잠정적인 고정점의 역할을 하는 적대를 통해 담론적 실천들간에 적대적 분할이 발생하고, 그것을 축으로 하여 등가적인 접합이 이루어진다고 말함. 라클라우에게 ‘주체’란 푸코처럼 담론의 형성 구칙에 따라 특정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접합의 양상에 따라 가변화되는 ‘주체위치’에 불과할 뿐.

- 나아가 그는 인민주의 이데올로기도 담론형성체가 다른 계급의 담론형성체와 어떻게 교차하는가에 따라 혁명적 또는 파시즘적 인민주의가 될 수 있다고 주장. 이로써 담론의 대상과 주체, 개념 및 전략의 불연속성을 통해 실천을 특정한 방식으로 특정화하는 담론의 효과에 대해 사고하려는 문제설정은 ‘우연성’과 ‘개방성’의 논리를 위해 제거됨.


②특정성

- 사물을 특정한 형태로 보게 만들고, 실천을 특정한 형태로 생산해 내는 것을 의미.

- 반면 하버마스는 담론 자체의 ‘이상적인’ 소통 가능성을 전제하며, 단지 그것을 왜곡하는 장애물을 제거함으로써 그러한 상태가 가능하리라고 봄. 그는 푸코와는 달리 담론은 ‘특정성’이 아닌 ‘보편성’을 갖는 것.

- 푸코는 의사소통이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에조차도 그것은 담론이 정의한 규칙에 따른 것이며, 합의가 아니라 ‘왜곡’이나 ‘기만’이 담론에 내재적이라고 봄.


③외재성

- 담론이 단지 담론 자체로서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외부적 조건들을 통해 형성되는 것임.

- 이런 관점으로 “텍스트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데리다의 주장을 비판.


④전복

- 이것은 담론이 갖고 있는 특징이라기보다는 위의 특징을 갖는 담론에 대해 연구하고 분석하는 푸코 자신의 문제설정. 즉 기존의 담론을 전복하고 그것에 의해 은폐되고 억압된 것을 드러내며 그것이 강제하는 실천을 넘어서려는 ‘비판적 문제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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