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에 입국한 36세의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사만타씨는 지금 백병원 중환자실에 눈을 감고 누워있다. 지난10월28일 밤10시경, 근무를 마치고 옆공장에 있는 친구를 만나다가 옹벽공사를 위해 파놓은 구덩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쳤다.

다음날 스리랑카 스님의 연락을 받고 백병원으로 달려갔다. 사만타씨는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로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뇌출혈과 뇌부종(뇌가 붓는 증상)이 심했다.
사만타씨가 일하던 공장에서는 직원 한 명이 와 있었고 도의적인 차원에서 최대한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날 뇌부종이 더욱 심해져서 급한 수술을 받게 되었을때 회사는 수술동의서 사인을 거부하였다. 언제까지 치료를 계속해야 할 지 모르는 상태에서 회사가 모든 것을 떠안기는 힘들다고 했다. 몇 시간을 쓸모없는 논쟁을 하다가 결국 아친이 보증을 서고 수술동의서에 서명하기로 하였다. 새벽에 끝난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뇌부종으로 인한 압력을 낮추기 위해 사만타씨의 두개골이 떼어내졌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에 다시 수술을 받았다. 이번에는 1차 수술때 머릿속에 넣어두었던 거즈를 제거하기 위한 수술이었다. 다행히 지난 1차 수술 이후 뇌부종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어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고 의사는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식이 회복될지, 회복된다면 얼마나 회복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경험상으로는 이 정도 뇌가 부은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의사는 언제나 부정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고 있기때문에 희망을 완전히 버리기에는 너무 이르다.

오전7시에 한다던 2차 수술은 담당과장이 주말이라 늦게 출근하는 바람에 11시반에야 시작했다. 보호자에게는 10분도 늦어선 안될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정작 의사는 마음대로 늦어도 되는건가? 화가 치밀었지만 수술이 잘 되는 것이 우선이라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2차 수술도 무사히 끝났다. 수술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지고 중간에 수혈용 혈액이 들어가는 걸 보고 무척 불안했었는데 다행이었다.

하지만 사만타씨에게는 앞으로 넘어야할 산이 너무나 많다. 두개골을 떼어냈지만 앞으로 뇌부종이 더 가라앉지 않는다면 뇌의 일부를 떼어낼 수도 있다. 지금 매우 독한 약을 계속 투약하고 있어서 간과 신장 등이 허약해지고 있다. 만약 다른 합병증이 발생하면 다시 몇번이고 수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수술까지는 사회복지기금 등을 통해서 어찌어찌 해결하였지만 앞으로 계속 발생할 추가비용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책이 없는 상태이다. 만약 사만타씨가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채 장기입원을 해야한다면 병원측도 그냥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자국민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음에도 스리랑카 대사관측은 너무나 한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사관 임대료도 밀려있다며 공장사업주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했단다. 그리고 스리랑카에 있는 가족이 한국에 들어롤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도 늑장대응이다. 이들이 뭐하러 한국에 와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한국정부의 사정도 그리 나아보이진 않는다. 어쨌든 한국에 들어와서 일을 하던 노동자인데 의료보험 적용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노동자를 위한 장기요양시설 하나 변변한 것이 없는게 한국의 현실이다. 가족중에 한명이라도 장기요양환자가 발생하면 가족 전체가 붕괴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의료보험은 의료할인제도에 불과하고 보험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사보험들은 주판알 튕기기에 바빠 이리저리 빠져나가서 결국은 별 도움이 안된다. 입국시 들었다는 삼성생명은 모든 치료가 종료된 후에야 심사 후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안전시설 없이 공사를 하는 공장사업주와 건설업자들 그리고 자국국민보호에 관심이 없는 대사관, 변변한 사회복지시스템도 없으면서 '복지병'을 걱정하는 한국정부와 사회때문에 오늘도 건장한 청년 하나가 자신의 운명을 오로지 힘없는 시민단체에게 맡긴 채 저렇게 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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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04 13:47 2006/12/04 1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