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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했던 불편??

시골에 온지 9개월..
나름 농부의 포지션으로 열심히 농사를 지었고..
사람들에게 조금씩 팔기도 했고.. 나눠먹기도 했고..
작물을 심고, 자라는거 지켜보고,
가뭄일 때는 가뭄대로, 장마때는 장마대로 농부의 마음을 아주아주 쬐끔은
헤아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하늘을 탓해야 하는지, 인간을 탓해야 하는지 여전히 헷깔리지만
자연에 겸허해져야 한다는 사실 또한 배운점 중 하나다..

요즘 엿기름 만드는 농장에서 잠시 알바를 뛰고 있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대부분은 귀농 혹은 유기농사를 짓는 이들이다..
근데 묘하게 어색하고, 살짝 무기력하고, 솔직히 지루하기 짝이없는 시간이라 느껴진다.

한동안 잊고 있었을까?
난 까막눈이 50%에 육박하는 마을에, 귀농자도 없고 젊은이도 없는 마을에
살면서 다른 세상을 살피게 되고 만나게 되고, 오래된 농부들의 얼굴과 마음결에
새록새록 감동을 받고 지내왔는데..

엿기름 공장을 가니 귀농자들이 많더라구.. 우리동네는 모두 농약치는 관행농 농부들인데
그곳에는 유기농짓는 농부들이 대다수...

근데 왜?? 공감이 더 갈것 같은 곳이면서도 그렇지 않는 이유는 뭘까??

1) 이들은 고민은 너무 복잡하다. 그래서 별로 행복해 보이질 않는다.
2) 자연이니, 땅이니 하는 말들이 너무도 관념적으로 들린다.
   (마치 생명평화, 화해와 상생이라는 말이 진부해진것과 같이.. 그저 진부하다.)
3) 관행농 짓는 농부들에 대해 천편일률적인 폄하 발언이 자꾸 거슬린다.
4)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유대보다는 귀농자들끼리 끼리끼리.. 그래서 폐쇄적으로 느껴진다.

물론 사람마다 감동의 정도가 다르고, 감동의 지점이 다르며, 삶의 원칙과 방향이 다르겠지만..
뭔가 그속에 끼어들어 불편함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는 내면의 욕구...

흠...

귀농이라는 큰테두리 안에 살아있는 다양성을 만나고 싶었던건가?? 하나같이 천편일률적인
성향에 조금은 지루해지려고 한다. 물론 뭐~~ 그냥 상관없이 살면되는건데..
맨날맨날 알바에서 만나니.. 당분간 이런 지루함이 지속되지 않을까?? 그안에서도 또다는
재미를 보게되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뱀발> 완전 소심하니깐.. 그만일하겠다고 말도 못하고..
(요건 내 고질병.. 부탁하는거 거절못하기><) 당분간 계속해야하는 엿기름 만들기..
2007 한*림 엿기름에는 내 손길이 모두 닿아있다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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