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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 : 퇴보를 향한 위험한 도발

저작권법이 개정과 함께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저작권법은 ‘창조성과 같은 인간의 정신적 능력’과 ‘창조적 생산물을 향유하는 문화적 삶’을 구성하는 법적 규제의 하나이다. 인간의 정신적 능력과 문화적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위험해 보인다. 문화는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과정을 거치며 풍요로워져야 하는 무엇이다. 저작권법은, 특히 이번 개정 저작권법은 그것들을 통제하고 규제하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무엇이 문제인지 한 번 살펴보자.

 

이번에 개정된 저작권법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일명 ‘인터넷 3진 아웃제’의 도입에 관한 것이다. 인터넷 3진 아웃제는 영화나 드라마 혹은 음악 등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대량 유포하는 업로더의 계정이나 인터넷의 게시판을 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회 경고 후 최대 6개월까지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행정 권력의 과도함이라는 문제와 표현의 자유 침해의 문제 등을 지니고 있다.


개정 저작권법의 문제들


우선 개정 저작권법에 따르면 독립된 사법 영역을 행정 권력이 침해할 소지가 있다. 저작권과 관련된 분쟁은 침해사실이 명확히 규명되기 어렵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쉽게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개정 저작권법에 따르면 그것을 행정 권력이 판단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행법의 기준에 따르자면 저작권 침해 사례는 무수히 많기 때문에 전수 조사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행정 기관은 무수히 많은 침해 사례 중 일부를 자의적으로 골라내야 한다. 누군가는 법적 책임을 면제받고, 누구는 처벌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형평성의 문제를 낳는다. 그리고 저작권법 위반자나 게시판을 찾아낼 때 정치적 고려가 개입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어쨌든 저작권법에 따른 처벌 대상은 단순한 위반자나 게시판이 아니라, 행정 권력이 위반했다고 판단하는 이용자나 게시판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저작권을 위반했다고 판단된 게시판이 이용 정지될 경우 저작권 위반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 역시 그 게시판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그들은 법에 저촉되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지만,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할 공간을 잃게 된다. 이를테면 ‘다음의 아고라’의 특정 게시판이나 디시인사이드의 어떤 갤러리를 행정 권력이 저작권법을 근거로 이용 정지 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이용자들에게 이것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일 수 있다.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즉 자신의 표현물이 올라간 혹은 올릴 예정인 게시판이 정지될 수 있다는 위협 때문에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 행위 자체가 위축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위와는 아무 관계없이 자신이 올린 표현물이 일정 기간 동안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정 저작권법의 주 내용인 인터넷 3진 아웃제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은 아니다. 프랑스에서도 이미 이 제도를 입법하려는 흐름이 있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 때문에 시민 사회 단체의 주도로 위헌소송이 제기되었고, 결국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6월 초에 위헌 판정을 내렸다. 프랑스 헌법위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 자유롭게 접근하는 것은 인권에 관한 문제”라고 명시하고 개인의 인터넷 접근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은 법원 판사의 판결을 통해서만 부여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 표현의 자유와 그것을 규제하고자 하는 시도들은 프랑스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청소년 보호용 인터넷 차단 프로그램인 그린댐(Green Dam)을 비롯해 호주나 뉴질랜드, 영국, 스웨덴, 일본에서도 비슷한 시도들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인터넷에 대한 규제 시도가 해외의 사례에서 발견된다고 해서 그 제도가 정당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 나라에서 역시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려는 시도에 대한 저항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인터넷 규제 법규들은 해외의 사례와 차별되는 독특한 방식을 띠기도 한다. 앞서 이야기한 게시판 자체를 일정 기간 동안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해외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개정 저작권법은 ‘헤비 업로더와 불법 복제물의 유통에 이용의 편의를 제공하거나 상업적 이익을 제공하는 게시판을 규제’하는 것이며, ‘포털 등의 카페, 블로그, 미니 홈피 등은 정지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안에는 ‘헤비 업로더’와 같은 개념 자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블로그나 활동 카페에 타인의 글이나 신문기사 등을 옮겨 놓는 행위는 모두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한다. 행정 명령을 통해 블로그나 카페 등의 게시판도 정지될 수 있는 것이다.


문화에서 산업으로


이러한 사실 이외에도 개정 저작권법에서는 눈에 띠는 변화를 한 가지 더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저작권법 1조(목적)의 한 문구이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 1986년 1차 전부 개정 이후 2009년의 17차 개정 이전까지 1조는 한 번도 개정된 적이 없었다. 이번 개정 이전에 저작권법 1조는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17차 개정에서는 1조의 ‘문화의 향상발전’이라는 문구가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 발전’으로 바뀌었다.

 

이는 저작권법이 존재하는 실질적인 이유를 보여주는 증상적인 변화로 보인다. 어찌보면 이러한 변경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저작권법은 명목상 저작자와 저작 인접권자의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문화의 향상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지만, 저작권법을 통해 실제로 이익을 얻는 자가 누구인지 생각해 본다면 이 법의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실제로 저작권법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개인 창작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문화는 그러한 극소수의 개인들의 창작물을 통해서 발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는 경제적 이득을 얻지 못하는 수많은 창작자들과 그들의 창작물을 공유하고 향유하는 이용자들, 그리고 창작물들을 활용해서 새롭게 해석하고 발견하는 패러디 작가들(겸 이용자들)등 모두의 노력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다. 저작권법은 그나마 있는 개인 창작자에게 돌아 가야할 권리마저 특정 기업이나 조직으로 전환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저작권을 포함한 지적재산권의 제도화와 함께 개별 창작자의 이득은 거대 기업의 이익으로 대체된다. 개별 창작자들은 종종 무시되거나 착취당한다. 기업이나 정부에 고용된 이들이 보호할만한 가치를 가진 창작물을 만들어냈을 때 그것은 해당 조직의 저작물이 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상황은 창작물이 유통되는 과정에서도 다시 나타난다. 상품이 유통과정에 들어가기 위해서 창작자는 판매자가 되어야 하는데 개별 창작자는 직접 판매 활동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상품의 유통로를 거대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 창작자는 판매자가 된다 하여도 거대 기업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창작자는 자신의 생산물을 판매하기 위해서 유통로를 장악하고 있는 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판매의 유통로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계약을 통해 창작물에 대한 소유권의 일부 혹은 전부를 이전받는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창작물은 기업소유가 되고 창작물의 판매에 따른 보상은 기업으로 돌아간다. 창작자의 개성은 기업의 자본이 된다.

 

이처럼 저작권법은 개별 창작자를 보호하기 보다는 저작물이 탄생하는 산업 구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번 개정 저작권법 1조의 문구 개정은 저작권법의 실질적 목적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저작권법의 개정은 이러한 목적을 충실히 실행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그것은 문화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말 그대로 문화를 풍부하게 하는 것들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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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작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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