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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들꽃의 바램
여느 해보다 긴 겨울
바람따라 휘청거리던 고목
그 두터운 껍질 속에서 새순은 움이트고
눈치 채지 못한 이들 가슴에도 새싹은 자라지요
저마다 사랑을 읖조려도
무뎌진 메아리로 되돌려 받을 뿐
얽힌 실타래 마냥 시작 끝 모를 한숨
침묵의 사슬에 묶인 몸뚱아리
실핏줄처럼 금이 가고
흘린 눈물이 배어들면
봄을 기다리는 꽃씨도
겨울잠을 자는 여린 짐승도
외로움에 떨며 새벽길을 나선 이들에게도
엽서만큼 작은 햇발은 다가서네요
기억해주세요
흔한 들풀도 꽃망울을 피우기 위해 견뎌온 시간이 있음을...
- 06.01.25
새벽녘에 깨어
지난 밤
한참을 뒤척이다 일어나
그만큼 앙상해진 시간들
주워담으려 부질없는 몸짓 더했다
환한 잔영으로 남은 꿈이 악몽인지도 모른 채
파편마냥 흩어진 기억을 꿰메보지만
창문너머 바늘처럼 꽂혀오는 햇살이
가려진 몸의 껍질보다 더 깊은 곳에 와 박힌다
가위 눌려 흠칫 놀란 아이는 공포에 시달린다
제 어미가 안아서 토닥거리기 전까지 멈추지 않지
가녀린 영혼,
나는 홀로 서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걸음마를 잊은 아이마냥 울음을 터트리고 지치고
그렇게 선 잠으로 돌아간다.
- 06.01.24
가 는 비
하늘이 조금 열리면
그 틈으로 몇 가닥 실을 타고
빗방울 매달려 내려온다
피곤한 기색이 가득한 사람들
분주히 오가지만
우산 펴지 못한 채 뛰어가는 그의 등뒤
거미줄처럼 엮여있는 그늘
툭!툭!
바닥까지 내려와 산산히 깨진 물방울
서로 몸을 섞기 반복하더니
아스팔트 한켠에 패인 딱딱한 생채기
오롯이 모여 작은 샘이 된다
해가 뜨면 사라질
짧은 만남은
또 어떤 이에게 옮겨갈까
때마침
횡단보도 앞 발걸음 멈춘 그녀
바지 끝으로 스민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그의 시집을 손에 넣은 날부터 너덜너덜해서 낱장이 다 띁겨갈때까지
들고 다녔었다. 입속의 검은 잎... 그의 시가 준 영향 아직까지도 계속된다.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안도현을 알게된 것은 흔하지 않은 이름을 가진
후배녀석을 통해서였다.
단식투쟁 10일을 넘기면서 힘이 들기 시작할 때
휴가를 나와 총학생회 사무실에 들린 후배가 내 자리에 남기고 간 메모..
거기에 적힌 연탄재.. 그의 사상은 모르나 시어를 좋아 한다.
" 너에게 묻는다 "
-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연탄 한 장 "
-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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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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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테 사진이 너무 예뻐서 퍼가고 싶습니다. 허락해주실런지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