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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손톱

지하철 손잡이에 매달린 왼손

네번째 약지 손톱의 끝트머리가 움푹 패였있다

손톱이 잘려나간 각도는

이 세상과 수직으로 만난다

손톱깍기로는 도저히 이루어 낼 수 없는 저 경사를 보라

 

감자였을까 양파였을까 버섯이었을까

오이였을지도 파프리카였을지도

칼날에 잘려나간 내 손톱은

어떤 접시에 들어갔을까

 

채식하는 내 친구들은 얼떨결에 사람고기 맛을 봤을터인데

잘려나간 손톱은 어느집 뱃속에서 서럽게 울고있으려나

 

살아가는 일은 이다지도 칼로 사방군데 썰어대는 일이라고

아무도 모르게 사람고기까지 먹게되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거라고

그래서 손톱 끝트머리가 무덤덤하게 시려오든

손톱조각 들어간 창자가 시커멓게 독이 오르든

아픈 몸, 외로운 마음 질질 끌고라도 가는 일이라고

 

성탄절 지하철 손잡이에 매달린

손톱하나 이상하게 패여있는 못생긴 손이

나에게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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