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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단이여,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라

 

오늘아침 기동단과 특수기동대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이 있었다.

인권활동가들을 앞에두고 문 저쪽의 기동단은 "맞을만 하니까 맞았지"

등등의 상식이하의 태도를 보였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다가 갑자기 찬바람이 머리를 스쳐가며

문득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아마... 적어도 그들 중의 하나는...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을거라는

당연하지만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는 전제에서 생각은 시작되었다.

인간의 마음은 인간으로서의 양심을 자극하고 인간답지 못한 행동을

거부하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조금씩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누구도 오태양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리고 국가의 의무를 거부하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지만, 그것은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우리는 그 누구도 강철민을 상상하지 못했지만,

군인이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또한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담 농민들을 무자비하게 때려죽인 그 기동단놈들 중에도

그래도 인간의 마음을 가진 자가 있다면, 그 또한

부당한 명령에 거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이에 생각이 미치자 기동단 안에서도 부당한 명령에 거부하는, 이를테면

시위해산을 넘어서서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한 폭행의 명령에 항명하는

병역거부자를 상상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의 기동대 안에서, 사람죽여놓고 "맞을만 하니까 맞았지"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에게서 기대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혹시나 기대한다. 혹시나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박래군선배의 말대로 그들은 진정 그들이 저지르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인간으로서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면 가르쳐주자. 집회때마다, 그들을 만날때마다, 그들을 접촉할때마다

당신들이 하고 있는 짓거리가 무엇인지를, 당신들이 가질 수 있는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에 대해서, 오태양과 강철민이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물론 말하기도 전에 나는 그들에게 두들겨 맞을 수도 있지만

그리고 너무 무섭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물론 가장 큰 책임은 더 큰 구조속에서 국가권력이 가지는 폭력성과

대한민국경찰이 가지는 야만성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어떤 잘못된 구조도 구조에 협조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 다는 것을. 바꿔말하면 때로는 불의에 저항하지 않는 것이

불의를 키워간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그저 상부에서 시켰다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개인의 책임에서 용납될 수는 없다.

나치의 명령에 따라 유태인을 학살했던 병사들에 대해서 유죄를 선고했던

그 유명한 뉘렌베르크원칙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 항명의 '죄'가 아니라,

부당한 명령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인간에 대한 '죄'인 것이다.


그리해서 저들에게 알려주자.

저들이 저지르고 있는 범죄는,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시위 진압은,

항명죄보다 더 막중한 인간에 대한 대죄라는 것을.


또한 알려주자

당신들은 군인이기 이전에 인간이고, 명령에 대한 복종 이전에

인간에 대한 존중을 마음속 뿌리깊게 담아두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저들로 하여금

다시 인간의 마음을 회복한 자로 하여금

이제 불의에 순응함으로써 불의를 키워가는 것을 거부하도록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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