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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냄새

예전에 논술학원에서 일할 때 함께 일하던 선생님이 부친상을 당해서 찾아갔다.

2주 정도 전인가, 대학교 때 우리과 교수님이 모친상을 당해서 찾아갔었다.

돌아가신 두 분다 호상이라 불릴 정도의 나이여서 장례식장의 분위기가 침울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나는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는 공간에서 숨이 턱 막혔다.

유별나게 슬플것도 특별할 것도 없지만, 검은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눈앞을 휙휙 지나가는 풍경이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문득, 용산이 생각났다. 검은 상복의 유가족들, 검은 사제복의 신부님들.

망루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는 여섯 영혼.

어쩌면 용산 이전의 철거지역에서 세상을 등진 영혼들까지 모여있을

저 위태위태한 남일당 건물과 묵묵히 스티로폼 텃밭을 키워가는 레아카페 건물이 있는 풍경

죽음의 냄새 가득한 용산이 생각났다.

 

아무리 봐도 익숙하지 않은 상복을 언제쯤 안볼 수 있을런지.

이렇게 오래 저승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아예 저승가는 길이 사라져버리지는 않을런지

그러다가 구천을 떠도는 원혼이 되어버리시지는 않을런지. 그런 생각들도 들었다.

 

 

 

세상 모든 죽음에서는 매케케한 냄새가 난다. 검은 냄새가 난다.

 

2009년은 유독 죽음의 냄새가 짙게 배여드는 한 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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