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분류 전체보기

638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4/11
    고비를 넘기고...
    두더지-1
  2. 2007/04/06
    한달간의 고문
    두더지-1
  3. 2007/03/25
    4. 이방인에 대한 공포와 다양한 외계생물 종種의 탄생
    두더지-1
  4. 2007/03/14
    봄방학
    두더지-1
  5. 2007/03/07
    씁쓸한 얘기
    두더지-1
  6. 2007/03/03
    3. 외계 생물의 공포와 이념의 세기, 또 다시 정보자유의 공포로(2)
    두더지-1

고비를 넘기고...

한고비 넘겼다. 사생결단내기 전에 교수로부터 연락이 왔다. 코멘트한 것 찾아가라고. 이제 수정작업하고, 파이널 만들어서 교수들에게 돌리고 날짜 잡는 일만 남았다. 이번 주 안에 수정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마음만 바쁘고, 몸은 놀고 싶어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달간의 고문

한달 간 지도교수가 내가 제출한 프로포절에 대해 코멘트를 미루고 있다. 그저 바쁘다는 이유로. 나름대로 한 2주는 잘 보내다가 3주차 때부터 슬슬 불안해지고 짜증이 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른다. 그렇다고 차후 일처리를 빠르게 해주는 것도 아니면서, 교수가 이래저래 늦장을 부린다. 마음을 비우려해도 안되는 상황이 요즘이다. 오는월요일에는 뭔가 답이 나오길 기대하는데, 아니라면 사생결단을 내서라도 뭔가 진척을 보련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4. 이방인에 대한 공포와 다양한 외계생물 종種의 탄생

빛바랜 SF영화로 현실 읽기 4

 

이방인에 대한 공포와 다양한 외계생물 종種의 탄생


이광석 (뉴미디어평론가)

 

지난 호에서 필자는 50년대 수많은 미국 영화들이 좌우 이념 대립의 적대적 표본으로 상상의 외계인들을 만들어냈다고 보았다. 내친 김에 이번 호에서는 당시 영화 속에 묘사되었던 각기 다른 외계인들의 유형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50년대 영화 속 외계인들의 모습을 잘 들여다보면, 그 당시 시민들이 어떻게 체제 밖 '이방인'을 상상하고 이를 공포의 대상으로 여겼는지에 대한 감이 올 것이다. 영화 속 외계인들의 유형은, 인간 스스로를 투영한 이미지에서부터 인정사정없는 무정형 외계 생물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외계인 유형 1: 인간같은 외계인

50년대 영화속 외계인들의 모습은 다종다양하다. 우선 거의 완벽하게 인간에 가까운 외모를 보여주는 외계인들이다. 이들은 마치 약속이나 하듯 지구 구원의 명분을 내세우며, 인간처럼 만국공용어인양 영어로 대사를 친다. 예를 들어, 에드워드 우드Edward D. Wood 감독의 B급 영화, <외계의 제9호 계획 Plan 9 from Outer Space (1959)>의 갤럭시 행성의 외계인들은 인간과 똑같은 얼굴에 중세 때 비슷한 복장을 하고 지구 정복의 대의명분을 지속적으로 부르짖는다. 이들은 무덤으로부터 죽은 시체들을 일으켜 세워 인간을 공격하는 지구 정복의 '9호 계획'을 완수하러 온다. 미 헐리웃 동네 안 공동묘지에 터를 잡은 우주선 안에서, 외계인들은 이 무덤의 좀비들을 무선 장치로 조정한다. 영화에선 시종일관 그저 특징적인 세 명의 좀비들이 이 외계인들의 명을 받아 무덤가를 서성인다. 첫 번째, 육감어린 여자 좀비인 뱀피라Vampira. 그녀는 길게 자란 손톱을 내어밀고 사람을 찾아 무섭게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다음, 실제 레슬러 출신 배우가 역할을 맡은 구울Ghoul. 이 덩치좋은 좀비는 원래 아랍 설화에 서 갓 죽은 시체를 파내어 뜯어먹는 식시귀食屍鬼를 일컫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드라큘라. 공포 영화의 대명사 벨라 루고시 Bela Lugosi의 죽기 전 모습을 영화에 덧대고, 영화내내 얼굴가린 대역이 흡혈귀 좀비로 등장한. 

<지구가 멈춰선 날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1951)>에 외계 행성의 평화사절단으로 온 '클라투' Klaatu는 잘생긴 인간 외모를 가진 천재형 외계인으로 등장한다. 그의 충복 로봇 고르트Gort '로보캅'과 비슷한 외양에 모든 인간의 철제 무기를 흔적도 없이 녹여버리는 레이저빔을 눈에서 내뿜는다. <화성에서 온 침입자들 Invaders from Mars (1953)>에선 등 뒤에 지퍼가 보일 정도로 어설프게 분장을 한 키 큰 녹색 화성 외계인들이 땅속 동굴에 인간을 납치해 와 이들을 들고 분주하게 뛰어다닌다. 그들의 대장인 듯 보이는 자는 유리병 속에서 얼굴을 분칠을 하고 머리만 보인다. 여전히 사람 모양새다. <또 다른 세계에서 온 물체 The Thing from Another World (1951)>에서는 녹색 '야채괴물'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할 정도의 짙은 푸른색으로 칠갑을 한 덩치 좋은 인간이 군인들의 공격을 피해 동분서주한다. <우주로부터 온 킬러들 Killers from Space (1954)>에선 눈에 탁구공을 끼었는지 금붕어 눈깔 모양을 하고 땀복 비슷한 옷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려쓴, 애스트론 델타 행성에서 온 외계인들이 영어를 모국어인양 지껄이며 지구정복의 야욕을 들어낸다. 이들 모두는 침략자들이긴 하나 공포스럽지도 않을뿐더러, 가끔은 매우 인간적이다.

 

외계인 유형 2: 괴물 외계인


당시 SF장르와 호러간의 돈독한 유대를 고려하면, 무서운 괴물 모양의 외계 생물도 필수불가결하다. 게다가 체제 밖 적색 공포의 묘사에 괴물같이 확실한 캐릭터도 없었다. 이 외계 괴물들은 주로 홀로 으스스하게 등장해 텔레파시나 무선 전파 장치로 인간 의식을 조정하거나 혹은 자신의 종족을 번식시킨다. B급 영화의 또 다른 기수였던, 로저 콜만Roger Corman 감독의 <그것이 세계를 정복했다 It Conquered the World (1956)>에선 아이스크림 콘을 뒤집어놓은 듯한 이빨달린 금성 출신의 괴물이 바다가재 팔을 하고선 자신의 몸 밑에서 박쥐 모양의 마인드콘트롤 장치를 토해내며 움직인다. 요 박쥐가 인간에게 날아가 인간의 목 뒤꼭지를 물어 무선 조정장치를 이식한 후 그 자리에서 즉사하면, 바로 이에 반응하여 아이스크림 콘 괴물의 명령을 받아 꼭두각시로 변신한다. <그것은 외계에서 왔다 It Came from Outer Space (1953)>에선 흉측한 외눈박이 괴물 외계인이 인간 신체를 복제해 탈취한다. 신체 탈취의 장면에서 카메라는 항상 그 괴물의 시선과 관객의 것을 일치시킨다. 이는 마치 살인자의 렌즈로 관객의 시선을 밀어넣듯 공포스럽다. <그것! 우주 밖 테러 It! the Terror from beyond Space (1958)>에선 화성에서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선에 외계 괴물이 잠입한다. 이 괴물은 '아가미인간'the Gill Man과 비슷한 외양이나, 총을 쏴도 소용없고 전기쇼크도 끄떡없는 점에서 대단히 난감한 종이다. 우주선 안에서 시작해서 끝나는 이 지루한 영화에서, 결국 화성 괴물은 지구인과 대치하며 사투를 벌이다 죽는다. (이 극본은 나중에 영화 <에이리언>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한다.)
조금은 다른 경우로
, <나는 외계의 괴물과 결혼했다 I married a Monster from Outer Space (1958)>의 안드로메다 행성의 외계인들은 <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흔히 볼 수 있는 외계인의 외양을 갖는다. 이들은 여성들의 몰살로 그 종족 번식을 위해 지구에 침입해 들어온 경우다. 이들은 인간과 똑같은 몸을 만들어 숙주삼아 그 신체 안에 기거하면서, 인간처럼 사랑하는 법을 배우려 한다. 인간 신체의 탈취 과정에서 보여주는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시커먼 연기와 신체 탈취 후에 번개칠 때 보여주는, 아수라백작같이 반쪽은 외계인의 형상이, 다른 반쪽은 인간의 얼굴이 나란히 포개지는 모습은 상당히 극적 긴장감을 준다. <지구 대對 비행접시 the Earth vs the Flying Saucers (1956)>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상당히 인간에게 우호적이었으나 군인들의 선제 공격으로 난폭해진 경우다. 이들은 인간들을 잡아 그 뇌로부터 모든 기억을 사출해 저장하는 일명, '무한분류기억은행' Infinitely Indexed Memory Bank을 선보인다. 앞도 보이지않을 것 같은 갑옷모양의 헬멧을 머리에 뒤집어 쓴 이 외계인들의 실물은 흔히 알려진 쭈글쭈글한 달걀형 외양의 것이다. 

 

외계인 유형 3: 무정형 혹은 상상에 맡기기


인간과 비슷하거나 괴물의 외양이라기보다는 무정형의 외계 생물체들도 존재한다. <블롭 The Blob (1958)>에선 외계에서 떨어진 벌건 물풍선 모양의 굴러다니는 외계 생물체가 인간을 삼키며 부피를 키운다. <혹성 애로스에서 온 뇌 The Brain from Planet Arous (1957)>에선 정말 날아다니는 뇌가 외계 생물로 등장해 인간의 신체를 숙주삼아 몸 안으로 들어간다. 영국판 텔레비전 시리즈물 <트롤렌버그 테러 The Trollenberg Terror>에서 착상을 얻어 만든 영화 <기어다니는 눈알 The Crawling Eye (1958)>에는 문어처럼 기다란 촉수를 지니고 커다란 외눈박이 눈알을 지닌 외계 생물이 유럽의 트롤렌버그 산에 서식하며 인간을 공격하거나, 인간에 최면을 걸어 서로 살인을 저지르게 만든다.   

    아예 외계인의 모습을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영화들도 당시 있었다. <지구를 조준하라 Target Earth (1954)>는 저예산 영화의 고전 중 손꼽히는 작품이다. 이 영화에는 외계인은 아예 출현하지도 않을뿐더러, 외계인이 지구를 정복하기위해 보낸 로봇이 출현한다. 제작비가 너무 적어서인지, 단 하나의 깡통 로봇만이 뒤뚱거리며 처음부터 끝까지 돌아다닌다. 이 로봇을 무력화하는 초음파를 찾아낸 과학자들이 지구를 구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결말난다. H. G. 웰즈Wells의 소설을 영화화한 <우주전쟁 The War of the Worlds (1953)>에서도 화성인들의 실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스필버그의 최근 <우주전쟁 (2005)>에선 외계인 모습이 등장하나, 이 올드 버전에는 그 실체가 없다. 마지막에 지구의 박테리아에 의해 죽으며 외계인의 손인 듯 보이는 것이 툭하며 떨어지는 모습이 단서이긴 하지만 말이다. 우호적 표시를 위해 백기를 들고 서있는 마을 주민들을 레이저빔으로 흔적도 없이 날려보낼 정도로 이들은 적대적이다.      

 



외계인의 다양한 외양: 이방인에 대한 공포의 반영


50년대 인간들이 느꼈던 외계인의 유형들은 이처럼 다양했고 달랐다. 80년대 <이티 E.T. (1982)>에서처럼 한없이 평화만을 사랑하는 외계 생물종은 드물었다. 50년대 인간의 상상 속에서 에이리언들은 대포나 핵기술로는 도저히 절멸시킬 수 없던 공포의 종들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무정형에 가까울수록 최면, 살인, 포섭, 흡수 등 더 거친 면모들을 보여준다. 적성국의 낯선 이방인들의 모습은 그렇게 주로 적대감에 기초해서, 모를수록 증가하는 공포 심리를 실어서, 그리고 자유주의 시민들이 이들에 대해 느끼는 인식 수준에 준해서, 서로 다른 계열의 상상의 생물들로 재현되었다. (2007. 4.)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봄방학

봄방학이라 일주일을 쉰다. 작년 이맘 때에는 한국에서 어머니가 해주신 봄나물을 실컷 먹고 온 기억이 있다. 올해는 이곳에서 프로포절을 준비중이다. 지난 주 금요일에 지도교수에게 초고를 넘기고 지금은 방법론 수정중이다.

일정은 아마도 4월 초쯤에 프로포절을  하고 5월 7, 8일경에 한국으로 출발했으면 싶다. 카네이션이라도 달아드리려면, 7일이 제일 좋은데, 아무래도 이곳에서 티에이를 마무리짓고 가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씁쓸한 얘기



나보다 한살더 먹은 이가 이곳에 있다. 항상 내가 입는 옷에 관심을 보이며 말상대를 해주며 유학 생활에 조그마한 활력을 주신 분이다. 그 이가 오늘 짐을 쌌다. 11년의 긴 유학생활 끝에 아무런 박사 학위도 마치지 못한 채 이곳 학교를 떠나 한국으로 귀국한다. 예전에 내 놀던 시절을 생각하면 그 이의 행로가 남의 일 같지않다. 마음이 아리다.

갑자기 한국으로치면 내 나이가 사십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 니의 불운을 보자니 가슴이 답답하다. 겉으로봐선 아무런 힘든 내색을 안해 도통 그 속을 모르겠지만, 그 속이 검게 타고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저 한국에서 그 꿈 접지말고,  잘 인내해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싶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3. 외계 생물의 공포와 이념의 세기, 또 다시 정보자유의 공포로

빛바랜 SF영화로 미래 읽기 3

 

외계 생물의 공포와 이념의 세기, 또 다시 정보자유의 공포로


이광석 (뉴미디어평론가)

 

독일의 한 유명한 설문기관이 1993년부터 2001년까지 독일 7천여 명을 상대로 여러 차례 외계인에 대한 국민 의식을 알아본 적이 있다. 거의 십여 년 세월이 변하면 마음도 변했을 법 하건만, 그 설문자들 중 40%는 외계인의 존재를 매우 믿거나 아니면 그리 부정할 만큼 확신도 없는 부류로 집계됐다. 놀랍지 않은가! 허다하게 인공위성을 핑핑 쏘아올리고 주기적으로 하늘로 뿜어져 올라가는 우주선에 무덤덤해 하는 오늘의 우리를 되돌아보면, 외계인의 존재를 철석같이 믿거나 아예 없다고도 말 못하는 사람들이 이리 많다는 사실은 조금 의아스럽기조차 하다.

   지금도 외계인에 대한 믿음이 이럴진대, 과거 흑백 시대엔 그 강도가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1938년 미국 라디오 초기 역사에 해프닝으로 기록될 외계인 소동을 기억한다면, 그 당시 외계인 공포는 지금과는 격이 다르다. 그 때 당시 CBS 방송 앵커였던 오손 웰스Orson WellesSF 소설의 원조격인 H. G. 웰즈Wells의 소설 <우주전쟁 The War of the Worlds>을 각색해 읽고 있었고, 뉴저지에 외계 생명체가 습격해 온다는 그의 멘트에 온 국민이 난리법석을 피운 사건을 지칭한다. 지금으로선 역사적 개그에 해당한다.

   그런 개그가 현실이 된 곳이 무엇보다 냉전 시대 미국이었고,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시대의 문화적 반영물이 5, 60년대 숱하게 만들어졌던 외계인 영화들이다. 앞으로 세 차례에 걸쳐 당시 외계인을 바라보는 사회의식의 근저가 무엇인지를 당대에 소개됐던 대표작들을 통해 살펴볼까 한다.

 

의식 세뇌와 빨갱이 공포

어릴 적 초등학교 빽빽한 교실에서 거의 연례행사인양, 자대고 도화지에 줄을 그으며 "때려잡자, 공산당!"과 같은 표어를 만들고, 표독스런 돼지 얼굴에 뿔달린 악마 형상의 '빨갱이'를 그리던 기억이 있다. 시간나면 마을 뒷동산에 올라 삐라를 주워 선생님께 드려 크게 칭찬받았던 기억도 난다. 아침잠이 그리웠던 고등학교 때는, 학교 교장이 솔선해 나서 아침마다 30분씩 이념 교육 비디오에 반공 훈시를 하고, 대학에서 데모하는 형들이 혹시나 기웃거리며 불온 '전단'이라도 뿌릴까 교장이 수위아저씨랑 함께 학교 담벼락을 둘러보며 항상 경계하던 기억도 있다. 부모와 가족도 버리면서 오직 해방전선에 몸바치는 북파 간첩들이 이곳 고정간첩과 합세해 순진한 남한 사람들을 '세뇌' 공작하는 따위의 텔레비전 드라마들을 심각하게 보면서 북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기도 했다. 이는 마치 내 마누라, 자식, 가족들, 동네 경찰관 아저씨와 마을 사람들, 심지어 군인들에 이르기까지 하나둘 외계인들에 의해 영혼을 탈취당해, 꼭 감정없이 움직이는 시체인 좀비가 되어 내게 덤비는 되는 SF영화속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과 비슷하다.             

   <화성에서 온 침입자들 Invaders from Mars (1953)>이란 영화의 주인공 남자아이 데이비드가, 아마도 외계인들의 인간 세뇌로 인해 가장 처절할 공포를 느꼈을 법하다. 언제나 그렇듯 갑자기, 데이비드 집 근처 흙구덩이 속으로 화성인들의 비행접시가 떨어져 박힌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바로 산속 공비들의 출현이다. 데이비드의 아빠, 엄마가 우연찮게 그 화성인들이 거처하는 땅 속 구덩이에 빠졌다 나온다. 그 모레 구덩이에 들어갔다 나온 이들은 또 다른 동네 사람들을 유인해 그 곳에 빠뜨린다. 그러곤 바로 아무 감정도 없는 외계인들의 노예들이 돼서 하나씩 나온다. '빨갱이' 의식화 과정과 흡사하다. 외계인 좀비들의 공통점은 목뒤에 칼자국 모양의 상처가 있고, 이는 화성인들이 목 뒤에 인간을 조정할 수 있는 장치를 피부 안에 이식했다는 증표다. 세뇌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즉각 이들의 특성을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감염되기 전에 즉시 신고하라, 이것이 영화속 데이비드가 생존하기 위한 철칙이었다. 이는 소비에트 사회주의 체제의 단면처럼 스산하다. 결국 데이비드는 이미 외계인으로 변해버린 가족들을 포함해 늘어나는 이 좀비들의 한 가운데에 외톨이로 남는다.  

   군부 정권아래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내 의식처럼, 그리고 녹색 화성인들의 공포 앞에 선 데이비드처럼, 50년대 자유주의 국가들의 적색 공포와 적대는 대단했다. 50년대 하면 미 정치권에선 그 유명한 '메카시즘'이란 마녀사냥의 광풍이 몰아치던 시절이다. 메카시 상원의원이 언론의 힘을 교묘히 이용해 반공운동을 전개하면서 이를 가지고 여러 정적들을 탄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실제 공산주의를 ", 결핵, 그리고 심장병이 합해진 것보다 더 많은 이들을 죽일 수 있는 질병"으로 묘사했다. 사태가 그렇다면, 화성인들의 모래구멍으로 빠졌다 나오는 영화 속 인간들은 그 질병에 감염되어 이미 자본주의 체제로 복귀불가능하게 된 외계인들이다이는 <신체강탈자들의 침입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1956)>에서도 극적으로 묘사됐다. 외계인들은 콩깍지 모양의 배아체를 통해 인간이 잠든 사이 인간 몸을 숙주로 삼아 서서히 하나둘 포획해 나간다. 이는 마치 무서운 전염병의 파급처럼 밀어닥친다. 애인마저 적이 되어 외계인으로 변해버린 상황에서, 구사일생으로 외계인이 점령한 마을을 빠져나온 주인공의 마지막 절규는 "그들이 너를 뒤쫓고 있다! 다음은 네 차례다!"란 경고의 메시지다. 이는 냉전 시대 내내 우리를 적색 공포로부터 보호해주었던 경고 문구와 같다.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의 주요 데뷔작이기도 했던 <블롭 The Blob (1958)>에 오면 그 외계인의 모습은 마치 젤리같이 무정형의 적색 폭군으로 등장한다. 첫째 이 외계 생물의 특징은, 틈만 있으면 어디든 스며들고 빠져나간다. 게다가 말랑말랑한 액체의 이 외계 생물은 기가 막히게도 그 색깔이 빨갛다. 다음으론 인간 몸을 제 것으로 흡수하면서 커진다. 즉 개성을 말살한다이 시뻘건 풍선같이 생긴 외계 생명체가 외계에서 날아올 때만 해도 아주 작아 힘없어 보였다. 처음에는 외딴 곳에 사는 노인의 팔에 들러붙어 있다가 급기야 그를 흔적도 없이 녹여 삼킨다. 그러곤 이곳저곳 스멀스멀 다니며 그 벌건 덩어리는 인간을 하나둘 삼키면서 점점 덩치가 커진다. 마치 공산주의 의식화 과정과 확산 과정처럼, 끊임없이 불어나고 삼킨다.

   예외도 있다. 당시 영화들이 모두가 다 외계인의 인간 신체 침입을 이념 대립의 산물로 연결짓진 않았다. 저예산 영화 중 하나인 <혹성 애로스에서 온 뇌 The Brain from Planet Arous (1957)>에선, 뇌처럼 생겨 떠다니는 외계인이 출현한다. 이 번쩍거리는 눈을 가진 떠다니는 뇌는 한 인간의 몸속에 들어가 그 의식을 지배하지만, 하루에 한번은 인간 숙주를 벗어나야 하는 약점을 갖고 있다게다가 블롭처럼 불어나거나, 확산과 전염의 위험도 없다. 이 영화에는 혹성 애로스로부터 도망쳐 온 '고르Gor'라는 범죄자와 이를 쫓는 착한 우주 경찰 'Vol'만이 외계인으로 출현한다. 고르가 지구정복의 꿈을 갖고 핵물리학자 스티브의 몸 속에 들어가 핵 방사능으로 전 도시를 쓸어버리고 지구인을 노예화할 야심을 보이지만, 이 야심만만의 외계인 고르는 그의 한가운데 약점, 뇌의 중앙 주름에 해당하는 '롤란도의 열구Fissure of Rolando'를 인간에게 가격당해 죽고 사건이 종결된다.       

 

외계인의 신체 이식 문화와 디지털 무한복제 문화 

<혹성 애로스에서 온 뇌>의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체로 50년대 외계인 영화들의 공통분모는 냉전과 메카시즘의 문화가 깊게 자리함을 보았다. 무엇보다 재미난 것은 지구 인간을 대체하는 외계인들의 번식 속도다. 이는 상징적으로 적색 의식화 과정과 급격한 확산에 대한 두려움을 지칭했다. 영화에선 이를 막기 위해 언제나 경찰과 군인들이 자유 수호의 최후 보루로 등장한다. 폭력성의 상징인 군인들이 냉전 시대 인간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부각되는 점도 지금에 오면 참 아이러니다.

    구체적으로, <또 다른 세계에서 온 물체 The Thing from Another World (1951)>는 외계인 번식의 가공할 능력을 보여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야채 괴물' 외계인은 마치 지구 식물들처럼 무한 재생산 복제가 가능하다. 이 식물 외계인은 꽤 특징적인데, 마치 거름처럼 인간 피로 성장하고, 괴물의 혈액을 나눠 부양하면 마치 가지치기하듯 속성으로 자기복제된 수많은 외계인들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지녔다. 물론 영화에선 오직 하나의 외계인이 알라스카 미 군사 기지 근처에 떨어져 군인들과 소란을 피우다 전기쇼크로 사망하지만 말이다. 또 하나, <그것은 외계에서 왔다 It Came from Outer Space (1953)>에서 등장하는 흉측한 외눈박이 괴물 외계인은 인간의 신체를 대체하기보다 인간 복제를 택하는 경우다. 대개 인간의 몸을 빌어 외계인이 그 안에 들어앉는 토착과 이식의 과정을 거치지만, 이 영화에선 벌집형 타원의 비행접시가 고장나 지구에 불시착한 이 외눈박이 괴물은 그저 인간과 똑같은 복사 모형을 만든다. 즉 마을 밖에서 활동하는 것은 일종의 만들어진 인간 인형들이고, 진짜 원본은 따로 외계인들이 잡아가둔다. 결말은 주인공의 중재로 외눈박이 괴물이 우주선을 고쳐 떠나지만, 여러모로 지금 현실과 관련해 재미있는 시사거리를 준다.           

   두 영화에서 야채 괴물은 복제의 마왕이요, 외눈박이 괴물은 원본을 놔두고 복사본을 판치게 만드는 골칫덩이다. 요새 세상의 눈으로 보면,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자와 정보자유의 대당과 흡사한 그림이 그려진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복제해 돌리고 여럿이서 나누는 누리꾼들은 자본주의의 저작권 질서를 어지럽히는 '악성' 마왕이요 골칫덩이에 다름 아니다. 요런 악성 누리꾼을 때려잡는 일은 저작권자의 몫이요, 이를 대행하는 일은 사법기관의 몫이다. 한번 새나간 디지털 정보는 무한 복제돼, 마치 외계인의 번식 능력만큼이나 감히 어느 누구도 이를 다 제거하기가 힘들어진다. 누리꾼들은 정보 공유의 철학에 감염되기 쉽고, 그 영향은 네트워크를 타고 무섭게 흐른다. 

   이젠 적색 공포보다 무서운 것이 '정보자유'. 자본주의가 대세인 시대에 겁날 것은 사유 재산의 도장이 찍힌 정보와 지식에 반대해 정보자유를 부르짖는 자들이다. 이들이 오늘날 자본주의의 외계인이자 저작권자들에게 제일 겁나는 족속들이다. 결국 50년대 외계인이 '빨갱이'이였다면, 지금의 새로운 외계인들은 '반저작권자'들이다. 세월이 변하면 외계인의 속성도 변하는 법이다. 흑백 시대엔 빨갱이에 과민 반응해서 역사적 냉전의 코미디가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에 반저작권 운동을 "때려잡자"는 구호는 또 하나의 반복된 코미디일까? 아닐까?!    

.            

 (2007. 3)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